노트북

 

[노트북]허위매물 신고 압박으로 집값 잡힐까

지난 4월 취재 뒷이야기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가격 담합 및 왜곡을 다룬 바 있다. 부동산에 의뢰된 아파트인데도 가격이 집주인의 의사보다는 부녀회 등 아파트 주민 단체가 행사한 압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일부 아파트에서 주변 공인중개사들에게 주민단체가 정한 가격대로 중개하겠다는 서약서나 동의서까지 받는 실태까지 보도했다. 현행 부동산 법으로는 이들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수년째 지지부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그로부터 5개월.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더 널뛰었다. 부진한 매매 거래 속에 호가가 계속 오르는 비이상적인 현상은 더 가속화됐다.정부가 반년 가량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예상대로 아파트 주민단체의 이기적인 담합은 심화됐고 가격도 시장거래가 아닌 인위적인 요소에 더 영향을 받았다. 매물 가격을 높여 그 가격보다 낮을 경우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불법 행위가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은 일감 확보와 허위매물 신고 압박에 입주민들의 입맛대로 아파트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4월 6천700건이던 허위매물 신고는 지난달 2만1천800 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뒤늦게 정부는 지난 10일 허위매물 신고가 유난히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직적으로 허위 매물 신고를 통해 부동산을 압박했다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이미 오른 집값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이도 손에 든 사탕을 뺏으면 우는 법인데, 정부의 뒷북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2018-09-11 황준성

[노트북]'논란거리' 취급받는 교내 폭력 피해자

옛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는 비록 해를 입었을지언정 가해자는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는, 긴 세월에 걸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그러나 옛말은 틀렸다. 지난해 5월 군포시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오히려 피해 학생이 그날 이후 1년 넘게 발을 뻗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아이를 이런 상황으로 내몰았을까.학교 측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다는 명분 아래 사건의 원만한 해결에 앞장섰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부족했다.사건 직후 학교는 다친 아이를 즉시 병원부터 데려갔어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이 무려 3㎝나 찢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아이의 겉옷 양쪽 소매에는 피를 닦아내 붉게 물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병원 치료가 최우선이었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 때문에 아이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수술대에 올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지 혹은 '대수롭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해가 힘든 대목이다.사건 이후 아이는 한동안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가 결석을 해도 학교에선 연락조차 없었다고 부모는 증언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면 할수록 자꾸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심지어 다른 학부모들에게까지 손가락질받는 처지가 됐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로부터 점점 멀어졌고, 한 학기를 통째로 쉬다시피 했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듬지 못했다.이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책임 있는 위치의 학교 관계자는 "이미 종결된 일로 재차 논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고 있다. 얼굴의 상처 못지 않게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아이와, 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는 언제쯤 두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있을까.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2018-09-04 황성규

[노트북]경인아라뱃길 활용법 모색해야 할 때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포트미스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에 있는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 3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만 1천130TEU보다 7% 줄어든 것으로 2012년 개장 이후 상반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경인아라뱃길은 1992년 상습침수 지역인 굴포천 유역 홍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1995년 민간 주도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었다. 방수로 운하를 이용해 모래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3년 감사원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경인아라뱃길'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뀌고, 사업 방식도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한국수자원공사)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하지만 경인항의 물동량은 애초 계획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인항을 찾는 화물선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 컨테이너선은 중국 톈진을 매주 한 차례 오가는 선박 한 척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에서 벌크 화물을 처리하다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경인아라뱃길이 실패했다는 것에는 이견을 다는 이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경인항을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영종대교 통과가 불가능해 추가 항로 개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항도 벌크 화물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인항의 벌크 화물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인천시는 물론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앞으로 들어갈 경비는 최소화하고 그나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8-08-28 김주엽

[노트북]경원선, 기적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

기자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아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할 때가 있다. 팩트의 배열인 스트레이트보다 객관적 현실을 기자의 눈으로 담아내야 하는 르포일 경우 더 그렇다. 지난달 초 이름도 낯선 '경원선'을 취재하기 위해 국토 최북단을 방문해서도 그랬다. 2012년까지 경원선의 종착지였던 연천 신탄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이제는 상투어가 돼 버린 글귀가 녹슨 철판 위에 새겨져 있었다. 기사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것은 저 빛바랜 클리셰가 아니라 철원 백마고지역 귀퉁이에 세워진 우체통에 적힌 말이었다. 그 실향민의 편지함인 '북녘하늘 우체통'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어서 오랜 세월 멈춰 섰던 연천 신탄리역으로부터 한 걸음 더 기적같이 통일을 향해 내디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한 걸음 더 기적같이. 전쟁 당시 가장 참혹했던 전장에 멈춰선 열차. 북녘을 향한 실향민의 애달픈 마음이 멈춰선 철마에 이입돼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취재가 시작됐고, 기사를 썼다. 정부 관계자와 철도공단, 지자체와 복원사업 컨소시엄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토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경원선은 가장 예민한 군사지역을 관통해 복원을 꺼린다는 것,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장한 지난 정부가 동의 없이 복원을 추진해 북한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개성으로 이어지는 경의선과 금강산을 잇는 동해선에 비해 상징성이 약하다는 것. 취재를 할수록 경원선을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계속해 나왔다. 그럼에도 '기적의 한 걸음'을 이대로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유라시아 철도가 복원되면, 시베리아를 거쳐 북한 북동쪽 철로를 타고 온 유럽의 물류는 결국 수도권으로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물류도시인 원산으로부터 수도권에 닿는 경원선의 복원은 필수 과제다. 정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바로 저곳,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산적한 경원선을 다시 달리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오지 않을 것 같던 평화가 마침내 도래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8-08-21 신지영

[노트북]광역버스 논란의 중심에 '서민' 있어야

새벽까지 다니던 '삼화고속'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그때가 그랬다. 서울에 가면 도통 인천으로 돌아오고 싶지가 않았다. 인천행 전철 막차를 타려면 늦어도 밤 10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했다. 동기들과 술 몇 잔을 비우다 보면 이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철은 끊겼는데 삼화고속 광역버스는 야속하게도 새벽 1시까지도 인천행 경인고속도로를 달렸다. "엄마, 막차를 놓쳤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갈게"란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삼화고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인천을 40여 년간 잇던 삼화고속은 지난해 적자 등을 이유로 광역버스 운행을 중단했고 지금은 다른 광역버스 업체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버스는 서울에서 낮 전부를 보내도 각자 다른 이유로 밤은 허락받지 못한 인천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교통수단임은 여전히 변함없다.최근 인천이 광역버스 문제로 떠들썩하다. 광역버스 8개 업체 중 6개 업체가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며 19개 노선 폐선 신청을 했다. 인천시는 교통 복지 차원에서 일부 재정 지원에 공감하면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만큼 광역버스까지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도 더 이상은 어렵다며 21일부터 운행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광역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광역버스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만 더 '서민'을 향했으면 좋겠다. 서울에선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직장인, 자기 차를 사서 유지할 형편이 사치인 청년과 노인, 학원과 대학이 몰린 지역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광역버스의 주 이용객이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사람들이다. 원칙만을 고수하는 지자체와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운행 중단을 선포한 업체 모두가 야속하다. 지금 당장 수습을 하더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장기적인 대책과 구조적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서로 배려와 양보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천시민에게 광역교통은 곧 서민 복지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8-08-14 윤설아

[노트북]수원의 축제가 아직도 낯선 이유

수원시에서는 매년 다양한 축제가 개최된다. 올 상반기에는 수원연극축제를 성황리에 마쳤고, 하반기에는 '수원문화재 야행'을 시작으로 수원발레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등 큰 행사들이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사실, 수원에서 살고있지만 문화체육부 기자로 오기 전까지 이 같은 축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축제에 대해 묻는다면 '알고있다'고 답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일단 수원에 거주하는 지인들조차 '그런 축제가 있어?'라는 반응이다.어쩌다 이들 축제가 가장 관심을 받고, 함께 참여하고, 즐겨야 할 시민들로부터 낯선 행사로 외면받게 됐을까.시는 매년 열리는 각종 축제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지만, 아쉽게도 투입된 예산만큼 효과를 이끌어내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지역과 경쟁하듯 축제를 기획, 개최하다 보니 콘텐츠도 겹치고 지역의 특수성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행궁을 무대로 하는 축제의 경우 지역문화유산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축제에 그치고 있다.지역축제는 그 지역 특유의 문화를 살려야 하고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존 틀은 유지하되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도 틈틈이 줘야 한다. 예산문제 등 현실적으로 힘들다고는 하지만, 시민의 기억에 오래 남아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계속 찾고 싶은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많고 많은 축제 중 하나가 아닌 수원하면 떠오르는 지역대표 브랜드로 남는 길을 좀더 고민해 봐야할 때다. /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2018-08-07 강효선

[노트북]'협치'와 '견제'

처음 내 이름 앞에 '경인일보 기자'라고 새겨진 명함을 받았을 때, 한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나무가 위로 자라는 것은 쉽다. 하지만 똑바로 자라는 것은 어렵다.' 멋진 말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말이다. 그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모두 위를 보고 성장하는 데 어떤 나무는 옆으로 자라면서도 위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나무는 옆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곧게 자란다는 것이다.제10대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개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거대 여당으로 4년간 경기도를 이끌어간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요구가 바탕이 된 결과다. 구조적으로 도와 도의회가 같은 곳을 향하게 됐다. 반면, 상호 견제를 통해 속도와 방향을 맞춰갈 것이라는 믿음도 민주당 승리에 한 몫을 했다. 경기도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협치'와 '견제'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경기도의회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을 알아서일까? 도의원들은 초선·재선·3선 할 것 없이 '도민들의 목소리가 엄중하다'라거나, '긴장감에 잠을 못 이루겠다'는 등의 표현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 말들이 승리의 기쁨을 겸손의 미덕 속에 담으려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로 에둘러 견제라는 역할을 잠시 미뤄두려고 한다. 도민들의 상식에도 허니문 기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특정 사안을 두고 도의 반응에 따라 향후 협치 기조를 결정하자는 강경파도 있다. 협치가 어떤 사안에 따라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불과할까.도민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경기도의 씨앗을 뿌렸다. 그 결과가 누워 자라면서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지, 곧게 자라 도민들이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2018-07-31 김성주

[노트북]'재개발 갈등' 청량감 주는 해답 찾기를

무더위가 찾아오면 각광 받는 피서지 중 하나가 대형서점이다. 시원하고, 탁 트였다는 것 말고도 대형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마음껏 책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점에서 든 생각은 미국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목록이 사라졌다는 것과, 자기계발서 못지않게 부동산 재개발 관련 도서가 많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생각난 김에 한 인터넷 서점 웹사이트에서 '재개발'로 검색하니 241종의 도서가 검색됐다. 이론서부터 어린이 도서까지 다양하다. 서점에 있으려니 사람은 응당 자기계발을 하고 마을은 자고로 재개발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재개발 관련 책들이 유독 눈에 띈 것은 의왕 시청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현재 의왕시 열한 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구 15만5천여 명의 작은 도시에서 열한 곳이니 웬만한 동네마다 시끌시끌하다. 재개발 사업 구역에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조합에 반대하거나 아예 재개발 무산을 추진하는 주민모임 결성은 재개발 사업의 필수 절차처럼 여겨지는 지경이다. 조합은 필요한 만큼의 주민 동의를 얻고 사업 승인을 받았으니 사업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양측은 하나의 줄을 각각의 허리에 묶고 반대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지난주부터 자신의 집이나 상가나 땅이 재개발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두셋씩 짝을 지어 시청 직원들 출퇴근 시간에 시청 정문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도시 개발의 방향을 도시재생으로 바꾸겠다는 김상돈 신임 시장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시청은 고민을 시작했다. 조합원과 반대주민이 한자리에 앉아 의견을 나누는 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한다. 고민은 재개발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갈등으로 상처 난 마을 공동체를 건강하게 재생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수 십 년만의 무더운 이 여름에 모두에게 청량감을 주는 해답을 찾기를 기대한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2018-07-24 민정주

[노트북]표현의 자유 막는 의정부고 졸업사진 검열

지난 16일 의정부고등학교에서 졸업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은 지난 2009년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매년 열리는 축제와 같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매년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 그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을 패러디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들을 표출해왔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문화를 따라 하는 타 지역 학교도 생겨났을 정도다.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졸업사진에 정치인 등 논란이 될 만한 패러디는 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매년 졸업사진 촬영후 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단체, 개인들은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담당 선생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이에 학교 측은 지난해부터 학생들로부터 촬영 콘셉트를 제출받고, 특정 인물에 대한 패러디는 거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 의정부고 동문회는 졸업사진 촬영이 학교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과거 같지 않은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검열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학교 측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일부 학생들의 범죄, 인종차별 등에 대한 과도한 패러디는 막아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하나 아직 미성년자인 탓에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측은 이를 제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굳이 검열이라는 과거 시대의 방식을 사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학교 측의 졸업사진에 대한 검열이 과연 교육을 위한 목적인지, 항의 전화 및 법적 책임 등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단편적인 수단이 아닌지는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또 학생들의 표현 자유를 막는 것이 아니고 건전하고 즐거운 졸업사진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 검열이 아닌 다른 수단이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 사회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사회부 기자

2018-07-17 이준석

[노트북]서민·사회적 약자 꿈 짓밟는 중고차 사기

"함께 사는 어머니가 시장, 병원을 갈 때 모셔다 드리려고 중고차를 사려고 한 건데 그 꿈이 무너졌습니다."지난달 22일 오후 인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난 김모(47·지체장애 1급) 씨가 다음날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었다. 처음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했을 때 김 씨는 중고차 매매 사기를 당한 것 같냐는 물음에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귀신에 홀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중고차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마지막에 사기임을 직감하고 중고차를 구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딜러들에게 처음 건넨 2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김 씨뿐 아니다. 중고차 매매 사기 기획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 커뮤니티와 제보 등을 통해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접했다. 자녀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해 중고차를 구입한 싱글맘, 손님을 식당까지 태워주기 위해 중고차 구입을 결심한 60대 남성까지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우리 사회에 사회적 약자들이고, 서민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중고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각자의 꿈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중고차 매매 사기 딜러들은 이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강원도, 호남, 영남 등 전국에서 각자의 꿈을 안고 올라온 사람들을 좋은 차를 보여준다는 명목 아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피해자들을 지치게 했고, 이 과정에서 협박도 일삼았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닫고 며칠 동안 밤잠을 못 이루고 혼자 끙끙 앓았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며 피해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 사기로 눈물을 흘리기 전에 지자체에서 중고차 사기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은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중고차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07-03 김태양

[노트북]어렵게 모셔온 경기도청에 도민이 원하는것

경기도청 수원 이전의 숨은 공신은 '수원토박이' 김구배다. 김구배는 1963년 1월 비상계엄령이 선포돼있는 엄혹한 시기에 민간인 최초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에게 건의서와 '수원시민과 화성군민에게 고함'이라는 격문을 보냈다. 그는 건의서에 "수원은 경기도 각 시군의 중추지역에 있어 사통팔달의 교통이 지편(至便·더할 수 없이 편함)하고 지리와 더불어 자고로 농산물 집산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고도(古都)임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다년간의 숙제인 경기도청을 원형이정(元亨利貞·사물의 근본이 되는 원리)으로 수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서와 격문은 큰 울림을 남겼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경기도청사를 수원으로 이전하는 데 결정타가 됐다. 같은 해 12월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경기도청의 이전 각의 결정문을 공시했다. 1967년 8월 마침내 경기도청은 수원으로 이전했다.청사 이전 반세기 만에 경기도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수원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이다. 새 천년을 기다리는 경기도의 신청사 공사 현장 앞에 시민들이 북적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 노동자들이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형틀목수 28명, 한국노총 소속 23명이 신청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건설사가 소속 조합원 100% 고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을 직접고용 노동자로 속여 현장에 투입했다는 이유로 연일 고용 촉구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구멍이 뚫리고 망가진 거푸집을 들여와 부실 공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는 '언제부터 기업이 노조의 것이 되었느냐'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경기도청 신청사 현장이 노사 갈등으로 시끄러워선 안 된다는 주문을 받고 조합원 조끼를 벗고 일을 했던 것이라고 소명했다. 첨예한 입장 차만 보이는 형국이다.경기도민은 최대 광역지자체로 우뚝 선 경기도가 그에 걸맞은 옷을 입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함께 사는 것, 참 어렵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18-06-26 손성배

[노트북]그녀들의 이유있는 과격함

1912년 3월의 어느 날.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 거리는 참정권을 주장하는 수백여 명 여성 운동가들의 과격한 시위 탓에 온통 아수라장이 됐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필두로 한 이들은 눈에 보이는 건물 유리창을 모조리 깨뜨렸고, 우체국의 편지들을 불태우는 등 방화도 서슴지 않았다. 과격함의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서프러제트' 속 대사 한 줄로 요약된다. "전쟁(폭력)이 남자들이 들어주는 유일한 말이니까요"2018년 5월 19일. 서울 혜화역 일대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범죄 관련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는 1만여 명 여성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지난 9일에도 2만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100여 년 전 영국의 여성들이 그랬듯 유리창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진 않았지만 남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조롱 섞인 과격한 언어를 내뱉으며 외쳤다. "우리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니다."현재까지 여성들의 과격함은 이들이 주장하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인 남성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성들은 사건의 본질을 보려 하기 보다, 이들의 과격한 언어와 몸짓 하나하나에 현미경을 겨누는 적대적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이 가진 분노의 본질은 차츰 잊히고, 그 자리에는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 분명한 사실은 모든 성범죄의 대다수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것. 여성들의 이번 집단행동을 촉발한 몰카범죄 피해자 중 84%도 여성인 현실이다.다음 달 7일 여성들은 3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이들이 뱉을 과격한 언어에 가슴 한편에선 불편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이들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던, 과격함에 가린 사건의 본질에 주목하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 또한 여전히 20대 중반 여동생의 늦은 귀가가 걱정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8-06-19 배재흥

[노트북]군포 지샘병원이 태연할 수 있는 이유

군포 지샘병원에서 50대 여성이 심혈관 조영술 도중 사망한 지 꼭 석 달이 지났다. 오랜 기간 취재하면서 기자로서 논리와 감성이 충돌할 때가 있었다. 단순히 유족을 동정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매번 권력집단에 당하고 끝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먹먹했고, 국가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데 분노가 일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건당국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을 두드려보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경찰은 의료분야가 전문 영역이라며 의사의 과실 여부 수사를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하겠다고 했다. 보건당국과 수사당국 모두 이미 답을 정해놓은 느낌이다.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종착지는 합의와 보상이라는 공식이 일반화됐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에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는 건 슬픈 일이다. 분쟁 조정을 통한 합의도 중요하지만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명확한 진상 조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합의라는 대의명분에 가려져 진상 규명은 자연스레 고개를 감추고, 책임 있는 주체들은 늘 그랬듯 뒤로 빠진다.군포 지샘병원은 이러한 합의조차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는 진작에 묵살했다. 그 사이 의무기록은 삭제되고, CCTV 녹화분도 날아갔다. 의료사고의 종착지가 뻔한데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유족과 접촉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예 안심하고 있는지 최근에는 전철 역명 부기를 자축하는 행사까지 태연하게 치렀다.이상택 효산의료재단 회장은 부인 황영희 아프리카미래재단 이사장과 함께 10년 넘게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6개국 의료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효산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군포 지샘병원 앞에서는 유족이 석 달째 뙤약볕에 상복을 입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적 구호에 열을 올리는 재단이 자기 병원에서 지역 주민이 죽어 나가도 꿈쩍 않는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한다. 의사협회가 결론 내는 의사의 과실 여부를 신뢰하는 국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정부는 '사람이 먼저'라는 철학에 맞게 지샘병원 유족의 신음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객관적으로 의료사고를 규명할 수 있는 정부 직속 조사기관 설립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2018-06-17 황성규

[노트북]투표용지 7장,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우체통이 각종 고지서로 가득찼다. 내야 할 세금은 수십만원. 월급은 통장을 스치듯 지날 뿐이다. 구슬땀의 흔적이 묻어난 수십, 수백만원의 세금은 취약계층을 따뜻하게 하거나 도로를 새로 내는 일 등에 두루 쓰인다. 최악의 경우엔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채울 '눈먼 돈'이 되기도 한다. 지역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이들은 단체장·지방의원이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세금은 마을을 살찌우기도, 또 빈곤하게 만들기도 한다.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의 1년 예산은 22조원에 달한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해 살림이 10조원에 이르니 합하면 무려 32조원 가량이다. 31개 시·군 예산까지 합하면 1년에 경기도에서 쓸 수 있는 재원은 57조원에 달한다. 상당부분 1천300만 경기도민들이 내는 세금에서 비롯된다. 57조원을 맡길 '풀뿌리 일꾼'을 6월 13일에 일괄적으로 뽑게 된다.이미 지난 8~9일 이틀간 사전투표를 통해 많은 유권자들이 내가 낸 세금을 믿고 맡길 일꾼을 선택했다. 전국적으로는 유권자 10명중 2명꼴로 사전투표에 참여했지만 경기도는 열기가 다소 저조하다. 13일 본 투표에도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지 미지수다. 때아닌 스캔들에 특정 지역 폄하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며 '어차피 누굴 뽑든 거기서 거기 아닌가'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며 무력감을 호소하거나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그러나 투표를 포기하는 일은 내가 낸 세금을 어떻게 쓰든 묵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4년간 경기지역에서 운용되는 재정만 228조원. 외면의 순간은 짧지만, 무관심이 불러올 결과는 밝지 않다. 선거를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꽃씨를 뿌려야만 피어날 수 있다. 1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용지는 7장, 경기도의 미래와 내 삶이 달려있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2018-06-12 강기정

[노트북]오리무중 교육정책, 선거통해 바꿀수 있다

"선생님, 특목고에 가면 분명히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댔잖아요."대학교 재학 시절, 과외로 용돈벌이를 했다. 그중 한 학생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A는 수도권 유수의 특목고로 꼽히는 외국어고에 입학한 아이다. 성실한 데다 공부 욕심도 많은 성격이라 입학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A의 특목고 진학은 "특목고에 가야 SKY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는 정부 기조 때문. A가 고입을 준비하던 중학교 3학년 때인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특기자 중심'이었다. 대학은 80~90%의 학생을 수시로 선발했고 흔히 말하는 최상위권 대학(SKY)의 경우, 외국어 잘하는 학생을 수백 명 뽑는 수시 전형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A는 결국 외고 입학에서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내신과 수능보다 TEPS, TOEFL을 중점으로 공부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A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정시 입학을 위해 수능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A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대입 정책은 180도 바뀌었기 때문.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1일 발표한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각 대학의 세부 전형에 따르면 특기자 전형에서의 학생 선발이 줄어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교육 정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실정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고입을 준비하던 때와 다른 교육정책과 마주하게 되자 혼란에 빠지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이하 대입개편특위)를 출범해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 4일에는 대입개편특위에서의 공론화 범위 제외 사안을 놓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갈수록 오리무중인 교육부 정책에 맞서 우리 손으로 교육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6·13 지방선거에서의 교육감 선출이다. 우리 손에 경기·인천 교육, 그리고 한국 교육 미래가 달려있다. /박연신 사회부 기자 julie@kyeongin.com박연신 사회부 기자

2018-06-05 박연신

[노트북]경기력 저해하는 음주행위, 최소한 제재 필요

경찰이 지난 1일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동원(28), 조상우(24) 선수에 대해 준강간, 강간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선수는 사건 발생일인 지난달 23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오늘은 경기가 있어 가기 어렵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다음날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임의동행 요구를 거절할 만큼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 전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행위를 올바른 행동이라고 봐야 할지 의문이다.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다. 프로 선수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두 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최상의 컨디션을 준비하는 선수들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두 선수는 범죄 여부를 떠나 경기 전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선수단은 원정 경기에 나설 때 합숙 생활을 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선수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음주 등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은 만들어 놓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넥센 담당 기자는 "넥센이 타 구단에 비해 음주 행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구단이 음주 행위에 대해 너무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월 정운찬 총재가 새로 취임한 이후 계속해서 '클린(CLEAN) 베이스볼'을 외치고 있다. 선수단의 부정과 일탈, 품위손상 행위를 없애 깨끗한 야구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두 선수의 음주 행위는 결국 프로 선수의 품위 손상으로 이어졌다. 깨끗한 야구 문화를 추구하겠다는 KBO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결국 KBO는 그 책임을 물어 사건 발생 당일, 두 선수를 구단 활동에 일절 참가하지 못하도록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시민만 무려 800만명이 넘는다. 프로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경기력을 저해하는 음주 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가 필요한 이유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기자

2018-06-03 공승배

[노트북]파주 캠프하우스 도시개발, 市 적극 나서야

남북·북미 정상회담 기대로 접경지역 부동산에 훈풍이 불면서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경기북부지역 반환미군 공여지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2009년부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 캠프하우즈의 경우 전국 반환 공여지 민간개발사업의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아왔으나 최종 승인단계에서 제동이 걸려 논란이 되고 있다.2009년 10월 사업자 선정 및 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2014년 9월 경기도의 사업 시행승인을 받는 등 10년 가까이 행정절차를 진행해 온 파주시가 최종 단계인 '실시계획 승인'을 앞두고 갑자기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운운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파주시가 11대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해 역점 추진하던 사업이 일부 공무원들의 '갑질 행정(?)' 때문에 휴지 조각 구겨지듯 내팽개쳐 지고 있는 느낌이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부 공직자들은 '정치권 눈치(?)'를, 지방선거와 총선 등을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유권자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주도로 반환 공여지 개발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지금 '파주시의 미래'와 '미개발 반환 공여지'를 위해서는 파주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반환 공여지 주변지역 활성화를 위해 발전종합계획(2008~2022년)을 통해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제도개선, 국책사업 유치 등 반환 공여구역 활성화 방안을 밝힌 바 있다.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은 데다 남북관계 악화로 민간사업자를 찾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해왔던 파주 반환 공여구역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파주에는 캠프하우즈 말고도 자이언트(17만1천㎡)·스탠톤(27만1천㎡)·에드워드(25만2천㎡)·게리오웬(28만5천㎡) 등 모두 4개의 반환 공여지가 폐허 상태로 남아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이들 기지는 모두 환경오염 정화를 마쳐 당장 개발이 가능한 곳이다.파주시도 캠프 에드워드와 자이언트 도시개발사업에 공기업과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파주시 공직자들은 '파주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정책 추진에 매진하길 기대한다./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 부장 dolsaem@kyeongin.com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 부장

2018-05-23 이종태

[노트북]노키즈존에 대한 단상

종종 가던 카페가 '노키즈존(No Kids Zone)'으로 변화를 선언했다. 어린 아이들이 카페 안을 마구 뛰어다니는 일은 비교적 자주 있었지만, 인공으로 조성한 잔디에 아이의 소변을 누게 한 부모의 최근 일화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이곳 외에도 노키즈존을 표방하는 식당과 카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러 노키즈존을 찾아가는 소비자들도 있고, 노키즈존으로 바꾼 뒤 매출이 늘었다는 업주도 있다고 한다.노키즈존은 어린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혐오'다. 아이들의 행동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부모를 막기 위해 출발했다지만, 결국은 당사자인 아이를 배척함으로써 그 결과를 얻어내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는 업주가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한 영업방식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고 얘기할지도 모르겠으나, 우리는 만약 어떤 가게가 노인이나 다문화 가정을 출입하지 못하게 할 경우 기꺼이 함께 분노의 목소리를 낼 준비가 돼 있다. 노키즈존의 당사자인 아이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며 자신들이 배척된 것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누군가는 또 아이들로 인해 방해받지 않을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모두가 예외 없이 같은 시기를 거쳐 지금의 성인이 됐고, 전술했듯이 불완전하고 미숙한 아이들의 행동은 그것을 막지 않는 부모가 비난받아야 마땅할 뿐 아이 자체가 배척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한쪽에서는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며 출산을 독려한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아이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시선이 부풀고 있다. 점점 아이와 함께 갈 수 없는 장소가 늘어나 서글프다는 선배의 푸념과, '맘충'의 기준이 엄격해져 어떤 때는 자신도 맘충에 해당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곧 나의 미래 얘기가 될 것만 같아 좀처럼 아이 낳기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몰지각하고 개념 없는 부모에 대한 혐오의 화살이, 엉뚱하게 아이들에게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신선미 사회부 기자 ssunmi@kyeongin.com신선미 사회부 기자

2018-05-22 신선미

[노트북]상식을 벗어나는 '문화계 관행의 족쇄'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으레 '그러려니'하며 지나쳤던 일이 있다. 아니, 세상엔 그런 일이 참 많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관행'이라 부르며 다시 지나쳐버리기 일쑤다.예술단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80년대 정권 차원의 독려로 전국 지자체 곳곳에 시립예술단이 세워졌다. 애초에 문화 융성이라는 본질보다 정치적 목적으로 설립된 측면이 강했기에 예술단의 운영방식은 주먹구구였다.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 예술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치부하기엔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른 동안 변한 게 너무 없다. 그래서 우리의 기획 기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할 수 있다. 실제로 예술단을 관리하는 도내 지자체 공무원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잘 몰라서 문제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예술단원이다. 그들뿐 아니라 문화계도 당신의 문제 제기를 싫어할 것이다."문화계를 잘 모르고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관행도 '상식'을 벗어나선 안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입사 이후에도 당신은 매년 다시 입사시험을 치러야 하고 그 결과로 해고될 수 있다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해고될 수 있다면? '열심히 기량을 갈고닦았는지'와 같은 추상적 기준으로 당신을 평가한다면? 사장이 지정한 날짜에만 휴가를 가야 하다면? 과연 이 의문에 '관행'이라며 속 시원히 넘길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 타박했던 그 공무원들에게 단원들과 똑같은 제재를 가한다면 그들은 감내할 수 있을까. 관행과 상식의 경계에서 갈피를 잡기 위해 수많은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이라며 묻어두기엔 이제 사회와 시민이 변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관행'을 깨부수고 있지 않은가. /공지영 문화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문화부 기자

2018-05-14 공지영

[노트북]지방선거 후보들 '전과' 살펴봅시다

3선 인천시의원을 지낸 A씨는 '도박죄'를 포함한 2건의 '전과(前科)'가 있어 선거에 나설 때마다 그 기록이 공개된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A 전 시의원의 전과 기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몇 년 전 그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을 때 전과 얘기가 나왔다. A 전 시의원이 현직에 있을 때다. 그가 저지른 '도박죄'에 대해 무용담을 늘어놓듯 해명하더니 이렇게 하소연했다. "세상에 전과 없는 사람도 있습니까?"2016년 기준 법무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대비 전과자 비율은 26.1%다. 적어도 우리나라엔 전과 없는 사람이 더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 가운데 40%가 전과자다. '무면허'와 '음주운전'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인천지역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의 전과 기록을 살펴보다가 놀랄 때가 많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2건, '야간·공동상해' 등 4건의 전과가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모 인천시의원 예비후보도 전과가 4건인데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공직선거법 위반', '상해' 등 죄명도 가지가지다. 인천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예비후보는 전과 6건 중 4건이 폭력 전과다. 정의당의 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현직 기초의원이던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전과를 남겼다. 후보들의 범죄 전력은 여야도, 진보와 보수도 가리지 않았다. 선출직 공직자 후보가 전과가 있는지 없는지, 죄명이 무엇인지는 유권자가 투표하는 데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선관위가 법에 따라 국민 모두에게 선거 후보자의 전과를 공개하는 이유다. 물론 "과거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항변이 나올 수도 있다. 이 같은 항변이 선거에서 통할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몫이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05-01 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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