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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보다는 商道를 지켜야

10년 전 방영됐던 드라마 '상도(商道)'. 최인호 원작소설인 이 드라마는 초지일관 정도를 지켜나가는 장사꾼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주인공 임상옥은 역관이 되려는 꿈을 접고 의주만상 홍득주의 밑에서 장사를 배우게 됐고 홍득주가 전수한 몇가지 중요한 교육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장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은 뒤 "장사의 목적은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이다.대기업 이랜드리테일이 뉴코아아울렛 푸드코트와 전문식당가를 직영화로 추진하는 과정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대기업의 장사의 목적은 이문을 남기는 것', 다시 말해 상도의 정치수만 찾아볼 수가 있었다. 이랜드리테일 홍보실은 기사 내용 가운데 임대매장을 '퇴출'하거나 '내쫓는 것'이 아닌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위법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정부의 대기업 소상공인 동반성장 방침'에서 뉴코아아울렛 푸드코트와 전문식당가는 포함되지 않고 한쪽 입장만을 대변한 편파적 보도였다는 것이다.대기업 유통업체와 임대매장 상인들은 당연히 갑(甲)·을(乙)의 관계로 '계약 중단 및 시설물 철거' 내용증명은 수천만원의 시설비 등을 투자한 임대매장 상인들에게는 마른 날의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계약기간 1년도 '최대'가 아닌 '최소' 보장기간이라는 것이 입법 취지다. 특히, 정부의 대기업 소상공인 동반성장 방침에서 '칼로 무를 베듯' 대형마트와 아웃렛 매장내의 소상공인은 제외된다는 이랜드리테일측의 판단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정부의 동반성장 방침이 탐탁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시늉만 내겠다는 말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5년 전 비정규직 대량 해고 및 파업사태로 홍역을 치른 이랜드리테일이 이번 기회를 통해 상도와 상생하는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하기를 조언해 본다.

2012-03-13 문성호

화 풀곳 없는 성난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지만 이렇다할 합의점이 없어 보인다. 도의회는 13일부터 시작하는 도교육청의 '2012년도 제1회 경기도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심의를 비롯, 모든 조례안 심사도 보이콧하기로 했다. 지난 6일 제26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교육위 업무보고 거부 사태를 일으킨 배갑상 감사관에 대해 김상곤 교육감의 공개사과와 배 감사관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지만, 도교육청은 이를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도의회는 교육청 간부 공무원의 본회의장 퇴장조치를 내렸다. 도교육청은 허재안 의장의 교육청 간부 공무원 퇴장 조치는 폭거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정면으로 맞받아쳤다.지난달 9일부터 촉발된 이번 사태는 도의회측에서 원만히 해결키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심지어 감사기관인 도의회가 피감기관인 도교육청을 찾아 김 교육감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상식 밖의 대응(?)을 했음에도, 도의회는 무시당했다. 도교육청의 맞불작전에 대해 도의회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큰소리만 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번 회기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합의절차상 동의만 남긴 안산·광명·의정부 등 3개시 고교평준화 시행을 골자로 한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시행하는 지역에 관한 학교군 설정 동의안'이 연기될 상황이다. 연기가 될 경우 내년도 해당 지역 신입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해지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다. 도의회는 도민의 원성을 사는 반면, 도교육청은 도의회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할 것이다. 이같은 도의회의 난관은 의장단과 민주통합당 대표단의 잘못된 소통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밀어붙이자는 의장단과는 달리 어떻게든 잘 해결하려는 민주당 대표단의 소통 부재에서 빚어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의회는 의장단과 여야 대표단이 합심해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고 도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만 한다.

2012-03-13 송수은

남한산성 복원, 이대로는 안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중인 남한산성 도립공원은 현재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1963년 국가 사적 제57호로 지정된 남한산성의 경우 세계 문화유산 등재가 본격 추진된 2000년부터 활발한 보수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이같은 노력 때문에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2010년 2월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 남한산성이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유산으로서의 조건인 보편적 탁월한 가치와 진정성 그리고 완전성 등의 강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특히 수많은 외세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함락되지 않았던 점은 굳건히 나라를 지킨 의미가 깊은 곳이라는 평가로 우리를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하지만 남한산성이 보수정비돼가고 있는 모습은 이같은 세계적 명소화와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철재와 합판목재 등으로 인공둘레길을 조성하려다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을 받는가 하면, 관리 부실로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 감염이 의심되는 고목들이 즐비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남한산성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현대식으로 둘레길을 만드는 일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혀를 차며 어이없어 한다. 국제기준에 따라 문화재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비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둬야 하지만, 졸속 정비에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복원을 위한 복원은 남한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문화유산인만큼 '빨리빨리'보다는 완벽함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계 등의 의견을 반영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 국민의 합의 아래 복원정비작업을 해야 하는 것도 거쳐야 하는 절차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발굴해 세계무대에 올리는 것은 문화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다. '빨리'와 '대충'이 아닌 '노력'과 '열정'만이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2012-03-12 이경진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 이제그만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개발제한구역(GB) 지정 당시부터 거주하는 세대 중 저소득 취약계층에 한해 기초 생활비용 일부를 보전해 주는 생활비용보조사업을 운영하고 있다.사업시행 당시만 해도 GB내 주민들은 그동안 국가정책에 따라 재산권 등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받았던 불이익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정부 정책에 반색했다.하지만 시행 2년이 흐른 현재 주민들의 입장은 어떤가. 주민들은 정부 정책에 반색하기는커녕 배신감과 분노에 몸서리치고 있다.당초 취지와는 무색하게 신청기준 중 소득인정 평가기준이 보유재산(자동차·토지·주택)을 월 평균 소득으로 환산해 합하도록 돼 있어 토지를 보유한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소득이 전혀 없어도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원비 혜택을 받더라도 전기료 등 모든 사용 명목의 관련 영수증을 일일이 첨부해 관할시청에 제출토록 돼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다음연도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등 까다로운 지원절차로 인해 주민들의 원망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왕시도 정부 정책의 개선 필요성을 강력 촉구하는 실정에 이르렀다.시는 GB내 주민들의 경우 GB 지정에 따라 가해진 규제의 정도는 자산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고 경제활동기회도 상실했다고 판단되나, 정부는 오직 법령의 테두리에 갇혀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소득금액 기준 폐지 등 개선책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GB내 주민의 원성과 시의 정책 개선 요청에 화답은커녕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국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생색내기용 정책을 쏟아내기보단 정작 해당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12-03-09 김종찬

잊혀져가는 서구의 역사 '축곶산봉수'

인천 청라국제도시와 서구청 사이로 '봉수대길'이라는 큰 도로가 있다. 하지만 봉수대길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산꼭대기에 진짜 봉수대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서구민은 몇이나 될까? 얼마전 청라에 사는 한 주민이 서구청 민원게시판에 한 글을 남겼다. 집 근처의 작은 산에 올라갔는데 무덤가에 이상한 안내판이 있어 봤더니 이곳이 바로 '축곶산봉수대'였다는 것이다.그는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흙과 돌을 섞어 타원형으로 쌓은 방호벽은 현재까지 다른 봉수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형태라고 하는데, 이렇게 소중하고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 방치돼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축곶봉수는 지난 2004년 초 서구청에 의해 실제 흔적이 확인됐고 인하대박물관에 의해 그 역사적 가치가 인정됐다. 서구는 복원시도를 했지만 축곶산 일대가 사유지라 토지 매입비가 많이 들고 민간인 묘가 많아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구는 '복원'을 포기함과 동시에 당연하다는듯이 '정비'마저도 손을 놓은듯 보였다. 2004년 조사 당시 인하대박물관은 보고서를 통해 "안내판을 보고서야 축곶봉수의 존재가치를 인식할 정도로 안내판의 역할은 크다. 하지만 일부 축조 시기 추정과 용어에서 많은 오류가 확인돼 안내판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또 안내판 근처에 인근 봉수와의 노선 등을 그린 주변 지형도를 제작, 설치해 일반인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권유했었다. 특히, 봉수 주변의 낙엽과 잡목뿌리가 유물의 훼손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정비를 촉구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찾아간 축곶봉수는 인하대박물관이 지적한 2004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연구를 통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안내판 내용은 수정되지 않았고, 쌓여진 낙엽과 잡목들로 봉수대의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봉수대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이 길이 왜 봉수대길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2012-03-08 김민재

대형마트 영업규제 정치적논리 개입?

올초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이 개정되면서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월 2일 범위내에서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을 기초자치단체의 조례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아직 유통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아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는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시행령 개정 이후 전국 지자체들의 관련 조례 제·개정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왜 총선때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이슈가 되는지'이다. 사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에 관한 논란은 4~5년 전 18대 총선을 앞두고도 뜨거웠다. 당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것을 두고 찬반이 팽팽히 맞섰다.하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내놓지 못한채 18대 총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올해는 영업시간 제한보다는 월 2일 이내의 의무휴일을 일요일로 하느냐, 아니면 대형마트의 자율에 맡겨 평일로 하느냐가 최대 쟁점사항이다. 사실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부터 지방선거까지 선거철만 되면 선거에 나온 정치인들이 찾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한 표를 호소한다. 그러나 선거 이후 전통시장을 다시 찾은 정치인들은 몇 명이나 되고 또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고 얼마큼 고민을 했을까?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는 일부 경제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상인들까지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가 시행되더라도 전통시장이 얻게 될 반대급부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은 공감한다.결국 대기업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근시안적인 방안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12-03-06 문성호

만시지탄(晩時之歎)

'만시지탄(晩時之歎)'. 요즘 경기·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의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르는 사자성어일 듯싶다.4·11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법안을 발의했다는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지역구 행사 방문 등 동정과 관련된 보도자료도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에서야 지역구 활동에 소홀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역 민원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과 관련된 보도자료가 눈에 띈다.경기 북부의 A의원은 지역구에 대공연장 건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경기 남부의 B의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영화관 유치, SOC사업 관련 예산 확보, 노인복지관 건립 예산 확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으며, 역시 남부권의 C의원은 연구단지 조성계획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평소 지역구를 잘 찾지 않았던 의원들도 지역구 내 전통시장을 찾아 전통시장을 현대화해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지역 소상공인연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며 공치사를 하고, 지역구에서 산불조심 캠페인을 벌이는 등 그간 소홀했던 지역구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쁘다. 최근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었던 '선거구 획정안'을 자신의 선거운동과 연계시키기도 한다.선거구 획정 직전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경인지역 의원들은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된 지난달 28일 직후부터 "행정구를 늘려 선거구를 늘리겠다" "선거구획정위를 상설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재논의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법안을 발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임기 막바지까지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자세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지만 18대 국회가 사실상 종료돼 발의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적은데도 법안을 발의하고, 이를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12-03-06 이호승

불편한 진실, 차라리 법으로 해결을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의 막장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 담긴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의 신상발언과 이를 이유로 초유의 업무보고 사태를 낳은 경기도교육청 고위 간부의 갈등은 웬만한 동네 불구경보다 더욱 흥미롭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서로에 대한 뒷담화도 알려진 것보다 수위가 높은 수준이다.도교육청 배갑상 감사관과 도의회 이재삼 교육의원의 헐뜯기씩 싸움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교육청 내부의 감사 방해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의원과 고위 공무원간의 설전이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된 상태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주장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도의회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대표단까지 나서가며 사실상 감사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감사관은 이 교육의원의 사과가 선행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쯤에서 되짚어볼 문제는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다. 배 감사관은 이 의원이 정당한 도교육청의 감사행위를 방해하며, 페이스북과 본회의 신상발언 등을 통해 본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반면 이 교육의원은 감사행위를 방해한 바 없고, 교육청 내부의 암투와 교육감 측근들의 옳지못한 행동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어이없어 하고 있다.양측의 주장이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이라면 도의회는 교육행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셈이고, 도교육청은 의회를 기만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결과가 된다.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치 못한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을 기다려야 마땅하다. 김상곤 호의 '혁신교육'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양측의 갈등으로 인해 교육현안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전개되면서 경기교육에 누를 끼치고 있다. 사과도 못하겠고 이해를 통한 절충점도 찾을 수 없다면, 차라리 고소·고발 등 법으로 해결하라고 말한 도교육청 관계자의 답답한 심정이 현재 상황에서 더욱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2012-03-05 김태성

어느 문화독립투사의 한숨

예전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한번 가보는게 연례행사나 다름없었다. 국·공립 전시관이 주를 이루다보니 숫자도 적고, 더욱이 서울에만 집중되다보니 거리감을 느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국·공립 전시관들은 물론이고 개인이 사비를 털어 만든 미술관·전시관들이 곳곳에 자리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한바퀴 둘러보고 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인근 성남이나 용인 등지에 비해 문화적으로 소외됐다는 광주조차도 경기도자박물관을 비롯해 영은미술관·얼굴박물관·풀짚공예박물관 등 10여개에 달하는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관 하나 없는 지역에 경기도자박물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비를 들여 만든 전시관들이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대충 만든 전시관은 하나 없다. 얼마전 만난 한 사립박물관 관장이 물었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 전시관과 민간이 운영하는 전시관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운영 주체의 차이 아니냐고 말하자 그는 본인이 생각한 정답이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었다. "국·공립은 우선 건물을 지어놓고 거기에 담을 전시품들을 구성하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전시관은 콘텐츠가 모두 모아지면 그 다음에 건물을 짓고 채운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공립이 규모나 시설면에서 앞설지는 몰라도, 그 안을 채우는 각종 콘텐츠는 민간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어지는 관장의 한숨섞인 얘기를 듣자니 '이러다 문화후진국이 되는 것 아닌지'하는 걱정이 앞섰다. "수십년을 이어온 박물관을 올해를 기점으로 문을 닫을까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유인즉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아무리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관이라지만 땅파서 전시관을 운영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입장료를 받긴하지만 고공행진하는 물가 앞에선 운영이 힘든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 운영비는 고사하고 세금 부담이라도 줄여달라고 하소연하지만 공염불이라고 토로한다. 3·1절, 우리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투사들을 기억했듯 현재를 살아가는 문화독립투사들이 있다는 것도 한번쯤 기억했으면 한다.

2012-03-01 이윤희

자전거도로 민·민갈등 區가 나서야

"자전거도로? 그거 되겠어?"부평구가 추진 중인 자전거도로 조성을 두고 지역민의 걱정이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당장 버스와 택시 운전자들은 고개부터 저었다. 교통현장 일선에 있는 경찰관의 반응도 비슷했다. 부평대로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이나 멀어 보인다. 지난 21일에는 시민단체 주관으로 열린 주민토론회가 반대측의 거친 항의로 시작도 못해보고 중단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거칠게 항의하고 나선 이들은 주로 부평지하상가 상인들로, 이들은 "주최측이 반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해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일부 상인은 "용산 철거민 사태와 같은 수준의 대응을 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했다.불통의 현장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날 토론회는 토론자들의 발제가 끝나고 자유롭게 토론할 시간이 마련돼 있었다. 주최측은 충분히 토론하자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물론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물리력을 먼저 행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이것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자전거도로 사업이 지상 횡단보도 설치 등 장기적으로 어린이와 휠체어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보행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난리가 빚어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시민단체는 2007년부터 지역사회에 자전거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공을 들여온 시간이 물거품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번 일은 분명 결코 어느 한쪽의 책임이 아니다. 그동안 진행한 것들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때가 왔다. 구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갈등을 풀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2012-03-01 김성호

금리 상한선은 불공정?

얼마전 성남에서 나흘째 자살소동을 벌인 사건이 있었다. 그는 낫과 시너로 무장하고 용역과 대치중이었다.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도 그는 취재를 온 기자를 상대로 은행 금리 인상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하소연했다.그는 시중은행에서 2007년 사업자금을 빌렸다. 3년간 6.2%고정금리로 대출했지만, 신용 등급이 하락했다며 은행은 15.1%로 금리 인상을 통보했다. 해당 은행을 찾아가 억울함(?)을 하소연했으나 은행측은 원금과 이자가 연체됐으니 그 대가로 담보물건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금리인상의 상한선은 없다', '금리란 은행의 상품가격으로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의 상한선은 시장이 정한다'며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은행편에 손을 들어줬다. 더이상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었던 그는 자살소동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국민 대부분이 자살 소동까지는 아니어도 대출 빚에 허덕이고 있다.세태를 반영한 허니문푸어, 베이비푸어, 하우스푸어 등 '푸어 시리즈'가 유행이다. 또 학자금 대출로 사회출발부터 빚을 지고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최근 정부는 900조를 넘은 가계빚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제2금융권의 대출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예대율 등을 강화해 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이다. 강수를 둬서라도 가계빚 폭탄을 제거해야겠다는 의도는 이해하나, 금리 규제가 없다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 공정위가 대변한 것처럼 정부는 금리 규제가 시장경제에 역행한다고 여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출공급 총량을 줄일 때마다, 금리에는 날개가 붙는다. 어떤 정책이 공정한지,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한번쯤은 작은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 봤으면 한다.

2012-02-28 권순정

초등생도 아는 불편한 진실?

초등학교 도덕수업 시간 다수결 원칙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의사를 결정할 때 모든 이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는 없으니 차선책으로 다수의 결정을 따른다는 합리적인 논리였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선 다수결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셨다. 예컨대 '해는 동쪽에서 뜬다'는 식의 불변의 진리 또는 절대론적 개념에 대해선 다수결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요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예고를 의무화한 조례안 시행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도덕수업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경기도는 최근 도의회에서 재의결한 SSM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고 보류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지식경제부에서 해당 조례안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조례안 내용 중 "전용면적 150㎡ 이상의 유통업 사업주는 공사착공 최소 10일 이전 입간판과 안내문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입주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은 모법에도 없는 규제를 담고 있어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는 규제는 위법하다는 원론을 전제한 판단이다. 경기도는 현재 재의결된 조례안에 대한 지경부의 재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이 같은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채 왜곡돼 알려지고 있다. 마치 경기도는 골목상권 살리기에 관심이 없고, 도의회는 적극적인 것처럼 비치고 있다. "조례안 공포를 거부(거부가 아닌 보류지만)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직무유기"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선 이론이 있을 순 있지만 법 규정 자체는 절대적인 개념이다. 단지 지경부의 위법성 판단에 따른 도의 조례안 공포 보류 조치가 '직무유기'로까지 확대되는 지금의 상황은 마치 '해는 동쪽에서 뜬다'는 명제를 놓고 다수결을 하자는 것 같은 우격다짐으로 보인다.SSM 규제 조례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을 푸는 방법이 논란이 되는 상황인데, 다수결이 아닌, 법의 잣대로 신중히 접근하길 바라 본다.

2012-02-27 최해민

이철규청장 수장모습 다시 볼 수 있길…

이철규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결국 대기발령으로 청장 집무실과 관사에서 짐을 모두 챙겼다. 제일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된지 일주일도 안돼서다. 또 경기경찰 수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이다.이런 이유로 현재 경기청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가 침통하리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대부분의 경기경찰들은 이런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왜 그럴까. 유독 경기경찰과 인연이 많았던 이 청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찰들의 믿음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이 청장은 과거 총경시절 안산과 성남, 양평 등에서 서장을 역임했다. 이 청장은 당시 지역 기자들은 물론, 직원들과 지역민들에게도 존경받는 인물로 평가 받았다. 호탕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것이 장점인 이 청장은 그러나 우여곡절의 시련도 겪은 바 있다.이 청장이 안산서장이던 2001년 5~7월 문예회관 건립공사와 관련한 진정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업자 등에게서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그러나 경찰복을 벗었다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2005년 복직한 바 있는 파란만장한 경찰 생활을 한 이 청장이다.이때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간부는 "이 청장을 잘 아는 경찰이라면 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우여곡절을 겪고 경기경찰 수장까지 왔는데 이대로 무너지실 분이 아니다"며 청장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이 청장이 처음 기자실을 방문했을 때 기억이 난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경기경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한 다짐에 대한 경기경찰들의 믿음은 여전하다. 다만 이 청장의 공백으로 인해 업무 차질이 우려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경기 경찰직원들은 이 청장에 대한 믿음과 함께 한치의 의혹 없이 모두 털어내고 수장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2012-02-26 조영상

브레인시티 개발사업 진실 밝혀야

5년여간 표류하고 있는 브레인시티 개발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빚어지고 있는 평택시 도일동 사업지구 해당지역 주민들과 평택시의 갈등이 안개 속 진실게임 형태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양측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달라', '투자자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등의 가벼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러던 것이 지난 13일 주민들이 시 청사를 방문, 시장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양측간에 충돌이 발생했고, 주민들은 진실을 통해 시비를 가리겠다며 강경모드로 돌아섰다.이 사업은 지난 2007년 6월 경기도, 평택시, 성균관대학교가 성대 유치 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고, 특수목적법인(SPC)도 설립됐다. 도일동 일대 482만4천900㎡에 첨단산업단지, 택지, 상업시설, 성대 제3캠퍼스 조성 등이 목적이다. 사업비는 4조8천억원이며 계획대로라면 오는 2014년 완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토지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아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교육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온 주민들이 이자 부담 등 경제적으로 위축되면서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다. 여기에 진실을 알 수 없는 각종 루머도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평택시가 '채산성이 맞지 않다',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등의 구실을 대면서 시간을 끌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뒤늦게 여러 자료를 확인해 보니 '투자타당성이 확보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고, 금융권에서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까지 제시된 적이 있었다'며 이를 밝히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다.물론 평택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그동안 투자자 유치는 물론 사업 촉진 방안을 시행사와 성대에 요구해 왔고, 산업단지를 따로 떼어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중에 있다며 억울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평택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주민들이 밝히고 있는 여러 내용과 주장, 특히 사업지연으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이 상황이 진실인가 거짓인가. 진실게임의 끝은 결과에 따라 한쪽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평택시와 주민들이 감정을 접고,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 양측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2012-02-23 김종호

인천시의원들, 보좌관제 반대 진짜 이유

인천시의회의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놓고 시의회와 인천시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정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보좌관이 필요하다는 시의회와 상위법에 어긋나 '안된다'는 시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시의회는 보좌관제 예산 5억4천여만원은 통과시켰고, 시는 대법원에 관련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의원들이 상위법에 없는 내용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비단 상위법에 위반된다는 것만이 시의회의 의원보좌관제 도입을 반대하는 근거인지는 되돌아 볼 일이다. 지방의회는 처음에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2006년부터 의정비가 지급되기 시작했다. 올해 시의원들의 의정비는 의원당 5천950만원 선이다. 시의회는 2008년엔 의회 청사를 증축했다. 의원들이 민원인들을 만날 공간이 없어 의정 활동의 효율이 떨어진다는게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에도 의정활동부터 똑바로 하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시의회는 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엔 의정 활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차가 필요하고, 그 차를 운전하기 위한 기사가 필요하고, 비서가 필요하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역대 시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시민들은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시의회 청사는 조용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유력 예비후보들을 따라다니며 선거운동을 지원하느라 시의원들이 의원실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고 시의회의 한 직원은 귀띔했다. 최근 회기중엔 상임위 회의가 간신히 진행될 수 있을 정도로 의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했다. 1천500여만원의 회의 출석 여비를 거짓으로 받아낸 시의원이 있는가 하면, 음주운전을 한 시의원도 있었다. 의정 활동의 효율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먼저 주장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의정 활동부터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다. 시의원들은 보좌관제 도입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

2012-02-22 이현준

청년 구직자가 가지 못한 길

올해 한국전력 채용은 프로스트 시 '가지않은 길'을 떠올리게 했다. 시의 화자는 숲 속에서 두 갈래의 길을 만나고 사람이 적게 간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훗날 그것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한전은 올해 신입사원 455명 채용 공고를 내면서 기존 '신입공채' 전형과 더불어 '청년인턴 채용확정형'이라는 생소한 전형을 소개했다. 이 생소한 전형 덕분에 청년 구직자들은 냉혹한 기로에 서야 했다. 청년인턴 채용확정형은 1차 서류전형, 2차 인·적성 검사, 3차 면접, 신체검사·신원조회가 포함된 최종 전형까지 정규직 신입 공채와 전형이 똑같고 심지어 외국어 기준, 학력 자격 역시 같았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신입 공채 합격자와 채용확정형 합격자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신입공채는 바로 정규직이 되지만, 채용확정형은 월 100만원의 보수를 받으며 5개월 이상 근무한 뒤 성적에 따라 정규직 여부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근무성적 미달시에는 중도 계약해지도 가능하다는 조건도 있다. '가지않은 길'에서 화자는 오랫동안 서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본 뒤에 길을 택하지만, 청년 구직자들은 갈림길을 살필 여유도 없이 당장의 '채용'이 간절한 상황이다. 2년 가까이 공기업 입사를 준비한 지인은 "교차 지원이 불가해 오랜 고민끝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며 "그나마 경쟁률이 낮을 것 같아 채용확정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한전은 '채용확정형'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으로 구직자를 현혹했지만, 그 길은 비정규직 인턴의 다른 말일 뿐이다. 똑같은 조건과 능력을 가진 지원자라도 선택한 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누구는 정규직, 다른 누구는 비정규직이 된다. 또 일부는 다시 실업자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훗날 프로스트처럼 담담하고 아름답게 가지않은 길에 대해 노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2-02-21 윤수경

'경기도 뉴타운, 네덜란드 병일까'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이 말은 1950년대 말 네덜란드 경제사정에서 유래한다. 당시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유전을 발견, 국민들은 열광했지만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물가와 통화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낳았다.경기도 뉴타운 사업의 흐름을 보다 보면 네덜란드 병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 초기, 많은 지역에서 뉴타운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여겼지만 첫 삽을 뜨기도 전부터 서민에게 어려움만을 가중시켰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뉴타운 사업이 일시에 진행되면서 이사 수요가 쏟아져 전세 가격을 급등시켰다는 주장까지 있다. 게다가 뉴타운 정비사업이 사실상 주택 공급에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회의적인 의견까지 나오면서 황금알은커녕 병든 닭에 불과했다는 불만마저 쏟아져 나오고 있다.뉴타운 열풍이 몰아친 지 수년, 새로운 동네를 만들어 줄 것만 같았던 뉴타운은 없고 슬럼화된 지역에 남은 주민들간 갈등만 남았다.얼마 전 뉴타운 추진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66개 뉴타운 구역에서 실시된 주민의견 조사에서는 절반이 훌쩍 넘는 68%의 구역에서 주민 25%가 사업추진에 반대, 구역지정이 해제될 전망이다. 어떤 곳은 주민의 절반 이상이 사업추진을 반대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의 절반이 넘는 주민들이 그 동안 뉴타운 사업에 대해 얼마나 피로감을 느꼈을지 짐작된다. 하지만 지정 해제만이 뉴타운의 출구전략만은 아니다. 뉴타운 사업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업의 여파로 나타날 부동산 경기의 여파가 그것이다. 또한, 도내에 남아있는 120개 뉴타운 사업 구역을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경기도가 가진 숙제다. 앞으로 도가 뉴타운 사업의 영향권 내에서 산재한 많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2012-02-20 김성주

경찰, 수사권 독립보다 신뢰 수사부터

얼마 전 지인을 통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들었다. 설 전후로 수원시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떡값 3천만원이 한낱 조경업체 사장이 아닌 굴지의 건설회사 간부로부터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이날 당장 취재에 들어가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급히 기사화했다.검찰을 통해 알게 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조경업체 업자 A씨는 설날 직전 수원시 고위 공무원에게 한우 갈비 세트와 3천만원이 든 현금 봉투를 건넸다 수원시로부터 고발당했다. 이후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헌금을 내려던 돈이 잘못 들어갔고 혼자 한 일이다'라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A씨가 뇌물을 전달하려던 것은 맞지만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모두들 그렇게 사건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는 달랐다. A씨가 '원청업체의 요구에 의해 돈을 전달해 줬다'고 자백하면서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은 지 보름 만에 건설회사 간부를 포함, 5명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자칫 묻힐 뻔 했던 하청업체를 동원한 대기업의 상납문화 전모가 고스란히 밝혀진 것이다. 이후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경찰의 수사 능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혀를 찼고, 경찰 내부에서도 반성과 성토가 이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독립 때문에 검찰과 대립한 게 얼마 전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창피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실제로 경찰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검찰의 내사 지휘를 거부하거나 수사 경과를 포기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고, '정치 검찰'을 외치며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경찰이 이보다 먼저 해야할 일은 수사 결과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쌓는 일이다. 국민들이 경찰 수사를 신뢰하게 되면 수사권 독립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제대로 된 수사로 국민의 믿음을 쌓는 경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2012-02-19 김혜민

정정보도, 그녀는 소머즈가 아니었다

13년 기자생활에 처음으로 큰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광주시의회 민주당 소속 A여성의원이 소머즈인줄 알고 기사화 했는데 확인결과 소머즈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명백한 오보(?)를 날린 셈이다. 하지만 당시 정황이 그랬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분명했다. 지난해 12월 1일 광주시의회 L의원은 같은 당 A의원에게 '미친X'이라는 욕설을 해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기자는 이 지면을 통해 A의원을 소머즈로 지칭했다. 이유는 L의원이 "의회 버스에 승차해 보니 A의원 혼자 있어 언쟁이 있었고 이후 버스에 내려 혼잣말로 '미치겠네. 미친X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라고 말했을 뿐 면전에서 욕을 한 것이 아니다. 혼자말로 중얼거린 것인데 그 부분을 A의원이 들은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 시의회 버스는 시동이 걸려 있었고, L의원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고 했으니 족히 10m는 떨어졌을 것이며, 버스에 승차하지 않은 채 주변을 서성이던 공무원들조차 못들었다는데 버스에 승차해 있던 A의원만 들었다는 점까지 정황도 뚜렷했다. 그 상황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그녀가 소머즈임을 인정했을 것이다.그런데 지난 14일 광주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소집되기 직전, L의원이 A의원 사무실을 방문, "욕설한 부분에 대해 잘못했다"고 사과, 모든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녀가 더 이상 소머즈가 아니라는 사실도 드러났다.진실이 밝혀지고, 거짓말이 탄로나면서 기자 인생에 큰 오점이 남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L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싶지는 않다. 다만 14일은 윤리특위 소집기한(2개월) 마지막날이고, A의원이 이날 오전 징계대상에서 갑자기 제외됐다는 점(그동안 욕을 먹은 사람이 왜 똑같이 징계대상이 돼야 하는지 의구심이 제기돼 왔지만) 등 사과 시점이 절묘하다는 점에서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해지자 마지못해 사과한 것 아니냐'는 입소문과 '당시 왜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듣고 싶다.

2012-02-16 임명수

어느 환경운동가의 죽음

그를 대여섯번 정도 본 것 같다.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나 굴업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굴업도 현장 취재를 가거나 인천에서 열린 굴업도 관련 토론회 자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동그란 안경을 끼고 수줍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그는 언제나 진지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말 수도 적었다. 기자가 먼저 다가가기에는 어려운 사람 중 한 명이었다.그런 그가 지난 11일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굴업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산호초를 카메라에 담으려다 일어난 실족사였다.고(故)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은 '굴업도 지킴이'로 통했다. 지난 2006년 CJ그룹이 굴업도를 통째로 사서 골프장과 리조트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그는 악착같이 이 섬에 달려들었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주도적으로 굴업도 지키기 운동을 지역에서 펼쳐 나갔다. 언젠가는 "굴업도에서 멸종위기종인 왕은점 표범나비가 발견됐다"며 다급하게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적도 있다. 차분한 성격의 그였지만 굴업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그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였다. 여름·겨울을 가리지 않고 굴업도 주민들이 부를 때면 언제나 그는 섬으로 달려가 이것저것을 챙겼다.지난 14일 이승기 실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내내 그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이 섬을 통째로 깎아 골프장을 만들고 호텔을 짓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것을 막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한 죄책감같은 것이었다.한 사람이 죽었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이승기 실장이 죽었다고 CJ가 개발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고, 개발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반대로 돌아서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승기 실장의 죽음에 보태 나와 당신이 그리고 시민 모두가 소리를 낸다면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가 죽은 이승기 실장에게 진 빚을 갚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2012-02-15 김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