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農心 움직일 정부의 원칙있는 쌀 정책 필요

고봉밥을 먹던 한국인, 언제부터 밥그릇이 작아졌을까. 밥그릇이 작아진 것은 박정희 정부 때의 일이다. 당시 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절미운동이 펼쳐지면서 지금의 스테인리스 밥공기가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30년 새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쌀 생산량도 줄었지만, 적정 수요량보다는 과잉 생산되면서 쌀값이 폭락했다. 정부가 거꾸로 쌀 생산조정제를 추진한 이유다.쌀 생산조정제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로 옮겨갈 경우 정부가 논 1㏊당 340만원의 보조금을 2년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의 시도는 '반타작'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쌀값은 정부가 책임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한다.정부가 벼농사를 짓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쌀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세금으로 남아도는 쌀을 사들이는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쌀값이 한 가마(80㎏ 기준)당 12만원대로 폭락하자 7천200억원을 들여 쌀 37만t을 사들였다. 이후 쌀값은 가마당 17만 원대로 뛰었다.사정이 이렇자 생산조정제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당장 2년간 보조금을 받자고 수익성 등이 불투명한 다른 작물로 갈아탈 농민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경기도는 쌀값이 다른 시·도보다 20㎏ 기준 1만 원가량 비싸 타 작물 전환율은 전국의 4분의 1수준인 16%대에 그쳤다.경기 지역 65세 이상 농촌 인구는 35.4%, 3명 가운데 1명꼴이다. 고령의 농민들이 수십 년간 지어온 벼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작물을 재배하게 하려면 정부는 '농심(農心)'을 움직일 일관되고 적극적인 신호를 줘야 한다./조윤영 경제부 기자조윤영 경제부 기자

2018-04-24 조윤영

[노트북] 저어새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지난달 말 인천 남동유수지 앞에서 저어새가 둥지를 튼 지 10년을 기념해 열린 '저어새 환영잔치'에서 한 초등학생은 작은 손으로 노란색 리본에 글을 적어 나무에 매달았다. "저어새를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학생의 바람은 건물을 짓고, 도시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누리는 자연을 계속 향유하고 싶어했다. 이곳에서 만난 중·고등생,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환경', '보전', '보호'를 강조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200명. 대다수는 학생이었다. 선거철이다. '발전', '개발', '신축' 등은 후보들이 앞세우는 단골 키워드다. 이들이 이러한 키워드를 앞세운 공약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며 이러한 공약이 '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약은 학생들의 바람인 '보호', '보전'과는 동떨어져 있다. 중고등학생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일까.멸종위기인 저어새는 송도국제도시의 매립계획을 바꿔놓았다. 환경단체 뿐 아니라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행정기관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하며 저어새 보호를 위한 정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저어새는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저어새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당장의 표에만 관심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선거가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인천은 저어새의 국내 최대 번식지이자, 다양한 철새의 쉼터다.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의 먹이터인 인천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선거가 '생태도시 인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04-17 정운

[노트북]아파트 시세 왜곡하는 입주민 담합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소문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지표를 나타내고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 4월 이후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아직까지 체감하기 어렵다.심지어 포털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온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급매물도 해당 부동산에 문의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물건이 없거나, 올린 가격에 팔 수 없다는 말뿐이다. 사실상 '허위 매물'인데, 공인중개사들도 고충을 호소한다. 이유인즉슨 아파트 가격 하락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압력을 행사해 매물로 올린 가격에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부녀회 등 아파트 주민 단체가 정한 가격대로 중개하겠다는 서약이나 동의서를 주기적으로 제출까지 하는 실정이다. 이는 전국에서 용인, 하남, 화성이 가장 심각하다.도를 넘은 이들의 압력은 부동산 시세를 왜곡하는데도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의 주체가 사업체로 한정돼 있어, 입주민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강요죄는 가능하나, 생계가 걸린 아파트 주변의 공인중개소에서 신고하기란 만무하다.정부가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놔도, 이들의 담합을 막지 못한다면 그 효과를 장담키는 어려울 것이다. 공인중개를 압박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이 하루빨리 개정돼야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수년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뿐이다./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2018-04-10 황준성

[노트북]"삽질할때 흩날리는 '비리' 곰팡이 포자"

"삽질할 때 흩날리는 먼지가 '비리' 곰팡이 포자다."화성도시공사와 전직 국회의원 회사의 '동탄2신도시 공동주택 개발사업' 기사 재료를 모으러 다니기 시작할 때 한 선배가 한 말이다.공사는 지난 2015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동탄2 110개 필지 중 2곳을 수의계약으로 분양받은 뒤 곧장 민간 컨소시엄 공모 공고를 했다. 감사원의 개발사업 일괄 폐지 지적을 무시한 행보였다. 1천479세대 규모의 주택개발사업권은 전직 국회의원이 대표이사로 재직한 업체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공사는 단 한 번도 대규모 주택개발사업을 한 적 없는 전직 국회의원 회사에 사업권을 줬다. 더구나 이 업체는 공사가 LH에 동탄2 택지를 수의계약으로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공문을 보내는 시점에 부동산 개발·분양업 업종을 추가했고, 공모 공고 10일 뒤에야 부동산 개발·분양업이 법인등기에 포함됐다.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한 사업이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공사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로부터 140억여원의 '사업화추진평가금'을 받았다. 대신 LH에서 분양받은 택지비보다 41억원 낮은 가격으로 PFV에 땅을 넘겼다.공사의 이번 주택사업은 앞선 조암 주택사업과 전곡산업단지 부채를 갚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수 있다. 하지만 공사가 동탄2 사업 과정에서 챙긴 이익은 입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기업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는 이익 너머 전체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공기업' 화성도시공사는 경제 석학의 준엄한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18-04-08 손성배

[노트북]섬주민과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지난해 6월 6일 오전 7시 30분께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항에서는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재정난으로 끊긴 백령도 아침 출발 여객선이 2년 6개월여 만에 부활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인천항에서 222㎞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엔 5천600여명이 살고 있다.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잠깐 시간을 내서 들르는 구청을 이곳 사람들은 2박 3일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육지를 오가는 교통수단은 여객선이 유일한데, 백령도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여객선이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오후 1시에나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인천항에 도착하면 오후 5~6시가 되는 탓에 다음날 볼일을 보고 그 다음날 아침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배로 돌아와야 했다. 안개나 파도로 인해 배가 결항하기라도 한다면 육지에서 4~5일을 보내야 하는 일이 태반이라는 게 섬 주민들의 설명이다.해양수산부는 오는 13일까지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사업'에 참여할 선사를 각 지방해양수산청을 통해 모집한다고 밝혔다. 여객선 준공영제는 일반 시내버스에 적용하고 있는 준공영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매년 일정액의 예산을 선사에 지원해 값싸고 안정적으로 배를 운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해수부는 섬 주민들의 일일생활권 확보를 위한 선사에 이 예산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강조한다. 육지 사람에게는 당연한 교통 편의를 섬 주민들도 누릴 수 있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들도 우리와 동등한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것이 섬 주민들의 버스인 여객선 운항이 유지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김주엽 인천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경제부 기자

2018-04-03 김주엽

[노트북]위수지역을 놓고 본 여러 시선

포천시를 비롯한 연천군, 파주시 등 경기북부지역이 '군인 외출·외박구역 제한(위수지역) 제도'로 떠들썩하다. 그나마 강원도 지역에서 촉발된 위수지역 제도 폐지 방침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뒤늦게 경기북부지역으로 까지 전파되면서 정부도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지난 2월 말만 해도 경기북부지역에서 위수지역 제도 폐지 방침에 대한 반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주민들은 기자의 취재과정 위수지역 제도 폐지 소식을 전해 듣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나마 포천시 일동면의 전통시장과 터미널 인근 상인들만 각종 상인회와 연합회 이름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반발하고 있을 뿐이었다.포천시와 맞닿은 강원도 철원군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한 동송읍의 경우 같은 시기에 온 거리가 위수지역 제도 폐지 방침을 철회하라는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을 정도였는데 말이다.강원도의 일부 시·군은 정부가 위수지역 제도를 폐지할 경우 지자체가 군부대에 제공하던 각종 혜택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대표적인 것이 부대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의 처리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강원도 지자체들이 제도 폐지 방침이 알려진 직후 재빠른 대응에 나선 것과 달리 경기북부지역 지자체들은 상인들에게 등 떠밀리듯 대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수십년이 넘도록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묵묵히 참으면서 제대로 된 단체행동 한번 하지 않았던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경기북부지역 지자체들은 정부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위수지역 제도 폐지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지역 상인들 역시 군인들을 위한 우대대책이 절실하다.일부 상인들의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리(바가지)가 마치 전체 상인들의 모습인 양 비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시선을 바꿀만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일동면의 한 순댓국 매장에서는 평상 시 한그릇에 7천원인 국밥을 군 장병들에게는 6천원에 제공하는 곳도 있는 만큼 이곳 상인들은 군 장병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뜨내기 손님으로만 여기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지역 구성원으로 존중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동시에 지자체와 상인들은 위수지역과 큰 관련이 없는 대다수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위수지역 제도 폐지 방침을 전해 들은 몇몇 주민들(장사를 하지 않는)은 무관심 속에서도 내심 제도 폐지를 반기기까지 했다.지자체는 정부 정책에 항상 귀 기울여 일부 상인들의 걱정을 나서서 해결해주고 다른 주민들의 참여도 이끌어 내는 자세가 절실하다./정재훈 지역사회부(포천)정재훈 / 지역사회부(포천)

2018-03-15 정재훈

[노트북]'시흥갯골축제' 대표축제 명맥 유지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8 유망축제이자 경기도 대표축제인 '시흥갯골축제', 그 명성과는 달리 축제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사실이 경기도 감사결과, 드러났다.축제가 열리기 전 기자회견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이유가 드러난 셈이다.경기도 감사결과 자료에 따르면 시흥시는 지난 2015~2017년 시흥갯골축제를 개최하면서 A기획사 대표 K씨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시흥시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하지만 시는 이 과정에서 시흥갯골축제 행사 경비를 집행할 때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방계약법령을 적용해 대행사업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이행하는 조건'이 명시돼 있는 보조금 교부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또한 시는 2015~2017년 시흥갯골축제와 2017년 도시농업박람회 행사 인건비 집행 시 입찰을 통해 낙찰 하한율을 적용해 총 3억5천300여만원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음에도 A기획사와 4억200여만원에 수의계약, 4천900여만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더구나 시는 두 행사 모두 입찰공고를 하지 않아 타 업체에 공정한 입찰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도는 지적했다.이밖에도 시는 2016년 갯골축제 예산이 4억5천만원에서 2017년 축제 당시 33.4% 증가한 6억원으로 편성됐지만 도 재정투자사업심사도 거치지 않았다. 시가 특정 기획사에 특혜를 준 셈이다.그동안 축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시는 번번이 개인정보라며 행사 방식이나 경비 부분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고 대규모 축제임에도 기자회견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축제를 진행해 왔다.갯벌 사이를 뚫고 길게 나 있는 물길(물고랑)인 갯골. 시흥의 갯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는 꾸불꾸불한 뱀 형상의 '사행성 또는 나선형 내만 갯벌'로 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시흥갯골에는 다양한 생물군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보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좋은 입지조건에서 열리는 축제는 당연 관심도가 높다. 그런 축제를 특정인이 좌지우지해 추진해 왔다. 도 감사결과가 드러난 만큼 이제는 시민과 공직자, 전문가들이 참여해 누구나 찾고 싶은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시는 이번에 드러난 사항에 대해 시민에게 사과하고 설명해야 할 것이며 누군가 책임질 일을 했다면 '일벌백계'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yrk@kyeongin.com김영래 / 지역사회부(시흥)

2018-03-08 김영래

[노트북]대한민국 여성으로서 행복하십니까?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주어도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수원 출신, 한국 대표 페미니즘의 선구자, 여성주의자로 꼽히는 나혜석 작가는 '여자도 인간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2018년,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운동이 진행 중이다.#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지난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한 남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것. 한국여성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 2천39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인미수의 피해자로 집계됐다. 또 지난 4년간(2011~2014)의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현황에서 전체 범죄자의 80%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학교, 회사 등 일상생활에서 두렵고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이를 계기로 평소에 남성으로부터 느꼈던 공포심을 표출해 내기 시작했다.#MeToo여성 혐오는 비단 강력범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구조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성차별적 범죄인 성폭력, 성추행은 만연해 있던 상황. 한국 사회는 여성 외모에 대한 평가로 시작해 신체적 존엄을 무시하는 등 기본적 인권마저 말살해왔다. "나도 겪었다"는 법조계 한 사람의 고백을 시작으로 문화계, 언론계, 연예계, 교육계, 정치계 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성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은 오히려 2차 피해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는 피해자의 무너진 삶보다 가해자가 살아갈 삶에 대해 주목한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받은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한 여성이 왜곡된 소문으로부터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신체적 존엄마저 지킬 수 없는 사회 구조 속에 있었다.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당했을 때 한국 사회 내에서는 가해자 변명거리를 주느라 처벌해 오지 못했다"며 "현재 역차별로 남성 평등을 외치고 있는 한국사회는 구조적 불평등을 인정하며 사회적으로 여성이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도록 구제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110년 전 3월 8일, 남성노동자의 절반의 임금으로 생활해 오던 미국의 여성노동자 1만5천여명이 빵(생존권)과 장미(존엄성)를 달라고 외쳤던 이 날이 '세계 여성의 날'이다./박연신 사회부박연신 / 사회부

2018-03-07 박연신

[노트북]흔들리는 집 토끼

인구 104만명의 경기북부 중심도시 고양시가 최근 단행한 상반기 정기인사를 놓고 직원들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대다수 직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쪼개기 인사, 기준과 원칙을 벗어난 무원칙 인사, 특정부서 직원의 초고속 꼼수 인사 등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불평과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들이 대부분이다.이같은 불만과 불평은 직원들의 소통창구인 내부 통신망에 고스란히 올라와 기준과 원칙을 저버린 고양시 인사를 질타하는 댓글과 조회수가 순식간에 수 천건을 넘어서는등 댓글이 폭주했다.시는 인사가 끝나자 관행적으로 "이번 인사는 성과와 능력 중심의 양성평등 인사 원칙을 토대로 직렬 및 실·국별 승진자 수 적정 안배 등 고양형 소통 인사에 주력했다"는 나름의 인사원칙을 내놓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직원들은 이번 정기인사에 많은 희망을 걸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6·13 지방선거를 치르는 해라 특정지역, 특정부서보다는 그동안 홀대받고 소외받은 직원 배려 등 발탁 인사를 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만의 인사로 끝나자 이번에는 2천500여 고양시 공직사회 집토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매번 기준과 원칙, 형평성을 잃은 인사가 단행되어도 직원들은 불이익을 고려, 무조건 참는 분위기였으나 "물이 고이면 썩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을 바꾸는 적폐청산이 필요하다"는 댓글을 다는 등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불만이 있더라도 인사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갔던 예년과 달리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는 유독 집토끼들이 흔들리고 있다. 매번 되풀이된 자괴감·상실감 인사에 더는 못참겠다는 분위기여서 집안 단속이 절실해 보인다. 대한민국 10대 도시에 오른 고양시의 폭풍 성장 뒤에는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한 집토끼들의 땀과 열정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김재영 지역사회부(고양)/김재영 지역사회부(고양)

2018-01-30 김재영

[노트북]세종대왕 뮤지컬 '1446' 여주에서 빛난다

세종대왕이 존경받는 근원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권위적 사고에서 탈피해 평등의식을 국가를 치세하는 가치철학으로 실천해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장영실 등 노비 신분의 인재를 파격적으로 등용해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이 주목받을 수 있었다.아울러 문화융성의 본질적 요소로 작용하는 문자를 독창적으로 창제해 누구나 쉽게 활용하도록 한 훈민정음 반포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과정을 감각적인 장면으로 직접 접할 기회는 극히 한정됐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뮤지컬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게 돼 관심이 높다. 여주시가 세종대왕을 주제로 한 뮤지컬 '1446'을 제작해 여주 세종국악당에서 초연했다. 뮤지컬 '1446'은 오는 2018년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기념하기 위해 여주시가 'HJ컬쳐'와 협력해 의욕적으로 만든 작품인데, 한글날인 지난 9일 사전공연 형식으로 일반에 선보이고 15일까지 관람객 곁으로 바짝 다가선 것이다. 작품의 스케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1446년을 기점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매우 역동적이고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연의 막이 오르고 고증된 무대와 의상, 그리고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관람객들은 오감을 열어 눈과 귀를 집중했다. 태종이 양녕대군을 세자에서 폐하고 셋째아들인 충녕대군을 세자에 책봉하는 과정이 뮤지컬의 특징인 노래와 춤 등으로 보이면서 관객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세종대왕이 임금이 되고 태종과 통치가치를 두고 갈등을 빚는 장면에서는 관람객 손에는 땀이 배었고, 세종대왕이 과거의 폐습과 결별하고 평등의식에 근거한 개혁 드라이브를 가동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후련했다. 변화를 위해서는 명쾌한 지도자의 결단과 추진 의지, 그리고 백성이 진정으로 바라는 간절함을 통치에 실현해 나가는 의지가 중요함을 뮤지컬에서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여주시민들은 세종대왕 영릉을 곁에 두고 있으면서도 세종대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면 뮤지컬 '1446'을 통해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여주시는 세종대왕을 강조해 왔지만, 그 실체적 모습을 오감을 통해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뮤지컬 '1446'은 세종대왕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눈과 귀와 마음으로 느끼며 울고 웃고 감동하는 첫 사례가 됐다. 나아가 뮤지컬 '1446'이 소통과 변화를 갈구하는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며 널리 확산하기를 기대해 본다./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2017-10-12 양동민

[노트북]광명시의원간 자리싸움 '점입가경'

광명시의회 의원들 간 내홍이 점입가경이다.지난 2014년 7월에 제7대 의회를 구성키 위한 의장단 선거에서 자리싸움으로 불거진 내홍이 의원들 간 이전투구식 마찰로 확대돼 지금까지 내내 이어져 오고 있다.의정활동 중 일어날 수 있는 의견 충돌보다는 세력(?) 싸움 등 사사로운 감정에 의한 다툼이 갈등과 마찰을 넘어 반목으로 이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의회사무국에 따르면 의원들 간 고소·고발이 현재 20건 안팎에 이를 정도다.의원들 간 불협화음이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가히 짐작할만하다.시민단체 등에서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의원들의 이 같은 꼴불견을 비난하고 경고해 오고 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다.광명시의회는 오늘도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느라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더불어민주당(5명 중 4명)과 국민의당(3명)이 합세해 자유한국당 소속의 의장·부의장을 불신임해 전격적으로 갈아치웠다.그 자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차지했다.의장의 불신임 이유는 동료 의원 2명을 고소했기 때문이고, 부의장은 지난 임시회 때 10분 발언을 하면서 동료 의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또 반격을 준비할 것이고, 의원들의 쉼없는 한심한 작태를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은 또 분통이 터지게 됐다.지방의회가 시작된 지 26년이 지났으나 심심치 않게 의원들 자질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심지어는 의회 무용론까지도 제기된다.광명시의회의 지금 모습을 보고 있는 시민들의 생각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시민이 뽑은,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이라고 떠들면서 정작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원은 반드시 선거 때 응징해 시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광명/이귀덕기자 lkd@kyeongin.com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2017-09-28 이귀덕

[노트북]시흥시민축구단 문제 빠른 결과 기대

시흥시가 최근 꽤 시끄럽다. 시민축구단이 문제다. 검찰 특수부가 현직 시의원의 집무실,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커지고 있다.논란은 축구단과 관련, 지난 2015년 6월 초 관광비자로 들어온 외국 감독에게 월세 100만 원 짜리 아파트 지원과 1개월 테스트기간 중 6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는 제보에서 시작됐다.이 외국인 감독은 이후 1천만원의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감독으로 선임됐고 경인일보는 문제를 제기, 시는 최초 지원된 600만원과 월세 7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이후 축구단은 자력으로 운영자금 확보계획 등을 세워 창단준비에 들어갔다.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이때 시가 창단준비금 2억원(1억원은 유소년축구단 예산)을 지원, 창단후 홍보비로 3억원을 지원했다.경기도가 이를 문제로 삼았다. 잘못된 예산지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산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심의가 예정된 예산까지, 20억원 가까운 혈세가 축구단에 투입됐다. 시민축구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계속된 논란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던 것과, 시민축구단이 영리 법인으로 설립됐다는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예산 지원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예산 집행 관련, 부서장 또한 매번 인사 때마다 인사 조치 됐다. 예산 지원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낸 부서장은 인사조치 됐고 일부 부서장은 예산을 집행했다. 축구단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까지 있는데 예산지원에 반기를 들었던 부서장은 왜 예산지원을 반대했을까.누군가의 조력(?)이 없었다면 예산 지원이 불가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리법인으로 창단되지 않았다면 운영예산 지원이 조례에 근거, 가능했다. 문제는 이번 일이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시민축구단을 응원하고 있다.수사대상자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면, 시민의 대표자리로 돌려놔야 할 것이고, '적폐'라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검찰의 신속 정확한 수사결과를 기대한다./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2017-09-11 김영래

[노트북]부천 '문화바캉스 축제'의 옥에 티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7월 13~23일), 제20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7월 19~23일), 제1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GCOF, 7월 22~23일), 부천전국대학가요제(7월 14~15일) 등 문화특별시 부천의 '문화바캉스 축제'가 막을 내렸다.21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신하균·도경수 주연의 개막작 '7호실'이 예매 시작 30초만에 매진되는 등 58개국 289편의 판타스틱 영화가 상영되는 '역대급' 기록을 쏟아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내로라 하는 영화배우들 참석자 면면도 역대급이었다.부천국제만화축제 역시 국내외 72개 기업 참여·비즈니스 매칭 270여 건·470만 달러 규모 수출 상담, 중국, 일본,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홍콩, 말레이시아 등 세계 9개국 만화도시 간 네트워크 구축, 1천여명의 만화가와 2천여 명의 만화산업 관계자 참여 등 국제축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국제 코스튬 플레이 축제인 제1회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GICOF)은 국제 관광형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모았다.반면, 행사 곳곳에서 노출한 '옥에 티'는 각각 21회, 20회라는 '관록'을 무색케 했다.우선 영화제의 경우 13일과 23일 저녁에 펼쳐진 개·폐막식 보도자료를 다음날 배포해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또 개막식 당일 최용배 집행위원장이 직접 초청한 인사조차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지역 국회의원 4명 중 1명만 참석한 의전 문제,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레드카펫 행사는 무대 및 관객들 뒤쪽에서 입장하도록 해 영화제 초유의 '뒤통수 입장'이라는 오명을 낳았다.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역시 큰 성과를 뒤로하고 최대 관객층이라 할 수 있는 초·중·고교의 방학과 축제 기간의 '미스 매치', 전시체험 행사장은 오전 10시가 돼도 문을 열지 않는가 하면, 거꾸로 오후 4~5시면 문을 닫아버리는 무성의로 관람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오는 9월 세계비보이대회(9월 22~24일), 전국 버스킹대회(9월 29~30일), 세계애니메이션페스티벌(9월 20~24일) 등 '문화바캉스 2부'에서는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jaytwo@kyeongin.com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2017-07-24 이재규

[노트북]후원금 안 받는 광명시장 출판기념회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서 돈 봉투를 받지 않은 것은 처음 봅니다."지난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양기대 광명시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광명지역 한 단체장의 말이다.양 시장은 이날 자신의 저서인 '폐광에서 기적을 캐다'의 출판기념 토크 콘서트에 앞서 1시간가량 사인회를 했다.책을 현장에서 산 참석자들이 양 시장으로부터 책에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사인회 내내 이어졌다.그동안 봐왔던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저자와 인사를 나눈 후 축하 돈 봉투를 모금함에 넣는 모습을 흔히 봐왔으나 이날은 돈 봉투가 아닌 직접 구매한 책을 손에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양기대 시장 측은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면서 이 출판기념회가 후원금 편법 모금 통로라는 비판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 모금함을 설치하지 않았고, 돈 봉투도 받지 않기로 했다.대신 책 판매 코너를 설치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이날 준비한 저서 1천200권은 사인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두 동났다.한 퇴직공무원은 "축하금으로 10만원을 내려고 준비해 왔는데 돈 봉투도 받지 않고, 돈 봉투를 넣을 모금함도 없어서 9만원을 주고 책 6권을 샀다"며 "다른 정치인들도 이 같은 출판기념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양기대 광명시장은 이번 저서에서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었고, 모든 기적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돈 봉투를 받지 않는 신선한 출판기념회를 한 그가 다음에는 사람이 하는 어떤 바른 정치를 또 보여줄지 벌써 궁금하고 기대된다./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2017-06-13 이귀덕

[노트북]대화가 답이다

치킨(Chicken)게임.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 양쪽에서 두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를 일컫는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를 뜻하는 속어인 '치킨'으로 불렸다. 어느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두 운전자 모두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하게 된다. '치킨게임'과 유사한 사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 간·공공기관 간에도 나타났다. 그리고 양쪽 모두 몽니를 부리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았다.지난해 11월 말 대법원이 학교용지법에 명시되지 않은 개발사업에 대해 지자체가 징수한 학교용지 및 학교용지부담금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돌려주라고 판결하면서 시작된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사태'도 그중 하나다. 대법 판결로 승기를 잡은 LH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인천시, 세종시, 경상도 등 전국을 휘저으며 이른바 '도장 깨기'를 시작했다. 교육청도 신도시 내 신규 학교 설립을 위한 협의에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택시장을 볼모로 잡았다. 파장은 대단했다. 신도시 내 분양이 전면 중단되면서 주택시장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경기도의 경우 국민의 혈세로 원금 1조6천억원, 이자포함 5조여원을 당장 올해부터 LH에 돌려줘야 했다. 지방재정은 그야말로 파탄 위기에 처했다.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은 없었다. LH는 택지 판매 비용에 학교용지부담금을 포함했기 때문에 택지를 구입한 건설사 등에 이를 다시 돌려줘야 해 줄소송 홍역을 치를게 뻔했다. 지자체와 교육청은 수조원에 달하는 지방재정 파탄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떠안아야 할 피해 규모만 부풀리고 있었다.양측의 갈등을 풀어낸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대화'였다. 국무조정실 주재로 테이블에 마주 앉은 양측은 그간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고는 중재안을 '그들 스스로' 도출했다. '치킨'이 되지 않으려 대법원까지 가며 치고받았던 그간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결국 주택시장을 초토화 시키고 소송비용 등 세금만 날린 셈이다. '이제라도 해결됐으니 다행'이라는 식의 안일함은 안된다. 세금이 단 1원이라도 투입됐다면 치킨게임은 없어야 한다. '대화'로도 해결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지 않았는가.전시언/사회부전시언 / 사회부

2017-04-27 전시언

[노트북]파주시 공직기강 왜 이러나…

파주시 공직기강이 '엉망'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자정'의 목소리가 높다.시장이 구속된 비상상황인데도 고위 공직자의 음식접대, 수뢰, 음주 운전, 늦장 행정 등 공무원 품위를 저버린 사건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이재홍 시장은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다 지난해 12월 30일 징역 3년에 벌금 5천8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이 시장이 구속 직전 승진 인사한 A(55·4급) 국장은 지난 16일 오후 1시께 문산읍의 한 식당에서 업무 관련 업체 관계자들과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소속 감찰반에 적발돼 20일 조사를 받았다. 감찰반은 식사 자리를 하게 된 경위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7일에는 파주시청 산하 시설관리공단 이모(55·행정 4급) 씨가 뇌물수수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구속됐다.이씨는 시설공단 소속 운전기사와 미화원 등을 민간위탁 방식으로 전환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지난달 초 민원인에게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다.지난해 12월 19일에는 7급인 시청 직원 D씨가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D씨는 당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75% 상태로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시 징계위원회에서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2일 산림농지과 직원들은 적성면 어유지리 군부대 내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시료를 채취했으나 2주일이 지난 뒤에야 연구소로 보내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파주시는 이달 2일 경기도의 재선충병 감염 사실 발표 뒤 부랴부랴 대책회의와 긴급방제를 하는 등 소란을 떨었다.시는 그러나 이 같은 사태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분' 대상이 아니면 대부분 '경징계'에 그쳐 공직기강 확립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시민들은 "시장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공무원들은 '제 할 것 다하고 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직기강 해이와 도덕 불감증이 우려된다"며 "바닥 모르고 추락한 파주시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되찾기 위한 자정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시장 권한대행 김준태 부시장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행동은 시정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시민들께 큰 실망감을 드린 심각한 사안"이라며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

2017-02-21 이종태

[노트북]독도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폭풍 같은 1주일이었다. 지난 16일 경기도의회 연구단체 독도사랑·국토사랑회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독도에 세우겠다며 모금 활동을 개시한 게 단초였다. '소중한 우리 땅에도 소녀상을 세워 보자'는 데서 비롯된 작은 불씨는 일본 외무상이 바로 다음 날 "독도는 일본 영토라 수용할 수 없다"고 도발, 기름을 끼얹으며 불길이 확 치솟았다."부질없는 주장을 포기하라"며 일본 망언에 강하게 대응하고 나선 정부는 정작 '독도 소녀상'에 대해선 "성격이 다른 두 문제를 연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19일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지방공무원 신분인 도의원들이 모금 활동을 하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정부의 진화에도 불은 쉬이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일 양국의 시선이 독도와 소녀상에 집중됐고,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로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는 독도 소녀상이 불 지핀 양국 갈등 속 보름을 넘긴 24일 현재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치솟은 불길이 국내는 물론, 현해탄을 넘어 일본에서까지 타오르자 여론이 술렁였다. 중국과 사드 문제로 대치하는 현재, 일본까지 자극하는 게 누구를 위한 길이냐며 도의회를 향해 "철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인들의 이슈몰이가 위안부 문제로 압박을 받던 일본에게 독도 문제라는 '출구'를 만들어준 셈이 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사과를 받을 기회를 멀어지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냉소에 "우리 땅에 뭘 설치하든 무슨 상관이냐"며 달아오르던 여론도, 도의회의 움직임도 '철없는' 행태로 치부되며 일순간 주춤해졌다. 분명 독도와 위안부 피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두 문제 다 일본의 잘못과 왜곡을 공통분모로 삼고 있지만 "왜 우리 땅인데 일본은 억지 주장을 하나" "왜 일본은 명백한 전쟁 범죄를 사과하지 않나"라는 비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고도의 전략이 수반돼야 하는 문제다. 독도 소녀상이 '투트랙' 접근이 필요한 두 사안에 섣불리 불을 놨을 수 있다. 그러나 '실효 지배 공간'을 넘어 모두가 '소중한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곳에 바른 역사를 새기고 기억하자는 외침을 단순히 '철이 없다'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각계가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지만 "일본 눈치 좀 안 보고 우리 역사, 우리 땅을 말하고 싶다"는 염원마저 뒷전이 돼 버려선 안된다. /강기정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2017-01-24 강기정

[노트북]시흥시 역점 시책사업 특정인 것 아닌, 시민의 것이다

최근 시흥시가 추진하고 있는 역점 시책사업이 시흥시의회의 제동으로 좌초됐거나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예산이 전액 삭감되거나 일부 사업은 '공수표'사업으로까지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그 배경이 시민의 입장이 아닌 특정 공직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시흥시의회 한 시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소문이 아닌 사실이다. 한 시의원은 대놓고 "시흥아카데미나 잔디 사업은 특정 공직자 A씨의 시장 출마를 위한 사조직 사업"이라고 했다며 그래서 하면 안되는 시책사업이란다. 여·야 일부 의원 모두 비슷한 뉘앙스로 A씨가 추진해온 사업에 대해 타과 이첩이나,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견제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더욱이 최근 시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인데 천연잔디 사업을 비판한 시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천연잔디 구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잔디사업 추진부서가 아닌 타과에 예산(7억원)을 세우라고 주문까지 했다. 그러나 11억원의 공사비로는 예산이 부족했고 결국 잔디사업 추진부서가 나서 반가격(4억9천만원)에 구장을 조성했다. 하지만 이 구장은 잔디 부서가 만든 구장이 아닌 시의원이 만든 구장,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됐다.시흥아카데미 특정 교육 영상도 최근 동영상 검색 건수가 70만뷰 이상 오르는 등 인기가 폭발적이다. 내용이 알차다는 대외적 평가다.12월 5일 A씨 부서의 예산 심의에서 결정되겠지만 의회는 이 사업도 A씨가 근무하는 부서가 아닌 타 부서에서 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 이유도 A씨의 '시장출마설'을 꺼내 시민을 위한 시책사업을 마치 A씨의 사조직 사업이라 지칭하며 사업을 막아서고 있다. 시의회가 42만 시흥시민을 위한 정책인지에 판단을 해야 함에도 그가 하면 '불륜'이라는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시흥시민들도 이제 무엇이 오른 지, 의회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짜 그의 사조직 사업인지에 대해 판단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학교 운동장에 천연잔디를 심으면 혜택을 보는 이는 시민일 것이며 무료로 특수분야의 기술을 배울 기회의 선택권도 시의원이 아닌 시민에게 있는 것 아닌가. 시흥/김영래기자 yrk@kyeongin.com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2016-12-01 김영래

[노트북]산자(者)의 공덕비?

파주시 임진각에 송달용(82) 전 파주시장 공덕비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송 전 시장은 파주 출신으로, 1958년 경기도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1·2대 민선 파주시장을 거쳐 2002년 6월 45년 공직생활을 마감했다.1971년 초 파주군 내무과장으로 파주와 첫 공직 인연을 맺은 그는 남북적십자 회담을 앞두고 통일로 변 무허가주택 정비사업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등 탁월한 행정능력을 인정받아 1975년 파주 부군수, 강화 부군수, 파주시장, 고양시장으로 승승장구하며 후배 공무원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다.1992년 말 고양시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그는 잠시 일반인으로 돌아갔다가 1995년 민선 1기 파주시장 선거에 나서 내리 2선을 역임하며 파주시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특히 민선 파주시장 7년 중 1996, 1998, 1999년 사상 최악의 집중호우와 2000년 구제역 파동 등 좌절과 시련 속에서도 지역균형 발전방안을 담은 '파주도시기본계획'의 완성 등 낙후 접경지역 파주를 희망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렇듯 파주시는 곳곳에 송 전 시장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그렇지만 그가 생존해 있는 지금 임진각에 공덕비를 세운다는 것은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이다. 공덕비는 공덕 대상이 생존해 있을 때 설치하는 특이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주로 후세대가 주민들을 위해 노력한 목민관의 공덕을 치하하고 기리기 위해 설치한다.송 전 시장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왔지만 몇 번의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드러내놓고 지지하거나 강하게 비난하며 지역 분란의 한 축에 섰던 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현재 임진각에는 실향민을 위한 망배단과 6·25전쟁에서 참전용사, 학도의용군이 진격하는 장면,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6·25 참전기념비'가 있을 뿐이다.공덕비 추진단체는 송 전 시장의 공덕비 건립에 대한 여론을 다시 한 번 수렴하길 기대한다. /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dolsaem@kyeongin.com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

2016-11-16 이종태

[노트북]경기북부지역 공직자들이여 용기를 가져라

6·25전쟁 이후 60년이 훌쩍 넘는 동안 이곳 경기북부지역은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따뜻한 남쪽만 향하는 정부의 개발 정책에 늘 소외 될 수 밖에 없었다.아버지는 집안을 책임져야 할 남쪽의 큰아들을 위해 소 팔고, 땅 팔아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북쪽에 내팽개쳐진 막내 딸을 위해서는 이따금 씩 등 뒤로 건네는 알사탕이 전부였다.딸은 큰 오빠 몫을 나에게도 좀 나눠달라는 이야기조차 꺼낼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던 터라 "어딜 감히!"하는 아비의 호통 한 번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아 왔다.이제 연약하고 착한 막내딸도 아비를 향해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할 때다.의정부시를 비롯한 경기북부지역 지자체의 공직자들은 수십 년 간 아비의 사랑을 독차지한 수원과 성남, 용인 등 큰 오빠의 몫을 나눠 달라고 아비에게 덤벼들어야 한다.기자가 수원에 근무할 당시 수원시청 공무원들은 걸핏하면 정부의 무능함을 일러바치면서 대놓고 기사화를 요구하기까지 했다.그러나 여리고 착하기만 한 막내딸은 아직도 아비가 무서운가 보다.지역 개발과 연관된 정부를 향한 비판 기사를 취재할 때면 어김없이 이 지역 공직자들은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바야흐로 때는 지방화시대다.더 이상 아비를 무서워 할 이유가 없다.39번국도 확장도, 미군공여지를 비롯한 국방부 소유의 토지 개발도, 정부가 저질러 놓은 일이니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고 용기를 갖고 외쳐야 한다.이제 경기북부지역 공직자들은 가여운 막내딸의 굴레를 벗고 큰 오빠가 아비에게 덤벼드는 것처럼,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추위를 아랑곳 않고 1인 시위에 나섰던 것처럼.의정부시청 앞 잔디광장을 떠나 광화문과 세종시로 달려가 필요한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할 때다. 우는 자식에게 젖 한번 더 물리는 부모의 심기를 건드려야 한다./정재훈 지역사회부(의정부)정재훈 지역사회부(의정부)

2016-10-31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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