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인천항 벌크화물 감소 대책 마련해야

인천항의 올해 물동량 목표는 1억6천200만t이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지난해 인천항 물동량 1억6천346만3천755t보다 줄어든 수치다. 2017년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3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돌파하는 등 매년 컨테이너 물동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인천항의 기세를 고려하면 매우 의아한 일이다.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늘고 있으나, 벌크 화물 물동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벌크 화물 감소 부분을 컨테이너 증가량으로 만회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물동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벌크 화물은 일정한 형태로 개별 포장을 하지 않은 화물이다. 곡물·석탄·원유·철제 등이 벌크 화물로 운반되며, 항만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컨테이너 화물보다 크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항 물동량 중 벌크 화물 비중은 68%에 달했다. 벌크 화물은 항만 물동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인천항에서는 처리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인천항에서는 1억1천181만6천459t의 벌크 화물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억1천940만7천303t)보다 6.4% 줄어든 것이다.인천항만공사는 대량의 벌크 화물을 취급하는 수도권 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벌크 화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천 항만업계에서는 벌크 화물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연구용역을 통해 벌크 화물 감소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항만업계의 요구다.벌크 화물은 컨테이너 화물과 함께 항만 물동량을 구성하는 양대 축 중 하나다. 지금과 같은 벌크 화물 감소세가 계속된다면 인천항의 전체 물동량은 매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벌크 화물에 대한 인천항만공사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2019-02-12 김주엽

[노트북]그들이 물류단지를 반대하는 이유

삼능산업은 지난 1985년부터 광주에서 채석장을 운영한 업체다. 주로 규석을 채취하던 삼능산업은 지난해 폐업했다. 30여 년간 삼능산업이 골재를 채취한 도수리 산39-10번지 일대에는 오랜 작업으로 100m 정도의 절벽이 형성됐고, 깊게 파들어간 지면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고였다.이 절벽과 웅덩이의 땅에 물류단지가 들어선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채석장 일대에 물류단지 입점을 승인했다. 주민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아직 복구가 되지 않은 땅, 깎아지는 듯한 절벽과 깊은 웅덩이가 있는 이곳이 어떻게 물류단지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그 비밀은 '수요'와 '돈'만 있다면 어디든 물류단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실수요검증'에 있다. 서울과 같은 대형 시장과 인접한 경기도에서 '수요'로 발목을 잡힐 일은 없을 것이고, 수요를 바탕으로 기업대출을 받는다면 재무 분야 검증을 통과할 수 있기에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이 때문에 경기도에는 물류단지가 넘쳐난다. 광주에만 운영 중이거나 계획이 잡힌 물류단지가 8곳이다. 광주 퇴촌면 주민들은 집집마다 베란다에 대문에 울타리에 '우리 가족은 퇴촌 물류단지를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상거래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며 물류단지는 필수 시설이 됐다. 새벽에 주문하더라도 정오면 대문 앞에 도착하는 최첨단 택배 시스템의 이면에는, 몰려드는 물류단지로 짓밟힌 농촌 주민들의 일상이 있다. 촌부(村夫)들이 원하는 것은 백 리 밖 관청에서 물류단지 승인을 결정할 때, 한 번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것이다.퇴촌물류단지 반대비상대책위원회 이창봉 위원장은 "물류단지의 영향은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받는 거잖아요. 그런데 물류단지 승인이 정확히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누가 그것을 평가하는지 주민들이 알 방법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2019-01-29 신지영

[노트북]구도심 활성화, 교통 정책부터

구도심 활성화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내항 재개발로 바다를 만질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되고 있고, 승기천을 복원해 도심에 물길을 만드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옛 외국인 사교장인 제물포구락부는 카페로, 옛 인천시장 관사는 게스트하우스로 꾸미겠다는 등 근대건축물에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처음 들으면 설렌다. 그런데 두 번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과연 구도심에 사는 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인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시정이슈제안보고서가 눈에 띈다.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통 정책'이 선제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신호 체계, 깔끔한 도로, 편리한 주차, 맞춤형 대중교통 등이다. 구도심 좁은 골목의 이면도로에는 늘 차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최근 5년 사이 소형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차난은 더욱 심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공영주차장 사용을 위해 분기마다 근무 중 '추첨'을 하러 가기도 한다.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화물차 문제는 어떠한가. 도로에 혼재돼 있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 건 부지기수다. 밤마다 도로 가장자리에 늘어선 화물차는 운전자는 물론 밤거리를 걷는 여성,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한다. 신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 보도는 자전거와 부딪힐 염려에 노출돼 있다. 서울로 이어지는 출퇴근 교통수단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연구원은 주민이 편리한 대중교통 지원 전략과 화물차 우회 도로 확보를 구도심 활성화의 핵심 교통 정책으로 꼽았다. 학교, 공원의 지하를 활용해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포함됐다. 구도심 고령화에 대비해 '순환형 미니버스'도 제안했다. 병원~복지시설~집을 오가는 노인들의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교통 대책이다. 연구원은 구도심의 전반적 교통 체계 개편이 다른 구도심 정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구도심 활성화는 실제 살고 있는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그냥 왔다 가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 먹을것과 볼게 많은 관광 도시는 두번째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2019-01-22 윤설아

[노트북]문화예술을 바라보는 눈

문화예술 관련 취재를 하다 보면 아직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복지, 인식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옳고 그르다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들과 달리 문화예술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특히 어렵다.기자 역시 문화예술인의 열악한 상황을 알게 된 건 지난해 지자체 예술단 관련 취재를 하면서다. 당시 여러 곳의 예술단 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임금, 복지 등 내부의 문제를 접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단원과 단장과의 갈등이 유독 심했던 한 예술단은 각고의 노력 끝에 단장 교체라는 작은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예술단의 처우는 개선이 쉽지 않았다.예술인의 처우는 물론, 인식 또한 부족하다고 또 한 번 느낀 건 지난 1일 자로 해체된 양주시립예술단을 보면서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공문을 통해 예술단 해체를 통보받았다. 시립예술단은 10여 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지만, 노력의 결과는 참담했다. 사전에 단원들과 한 차례 대화도 없이 내려진 일방적 결정에 단원들은 충격에 빠졌고,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은 사태해결을 위한 집회를 이어나가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문화향유 기회를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기 위해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 과정을 알고 문화를 접하는 사람은 소수다. 아마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간이 바뀌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좋은 작품을 위해, 좋은 공연을 위해, 좋은 전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들을 위해 올 한해는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시선이 아주 작게나마 변화하길 소원해본다. /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2019-01-15 강효선

[노트북]시민의 행복한 새출발을 위하여

의왕시는 이사준비로 설레고 부산한 새해를 맞았다. 지난 2016년 첫 삽을 뜬 백운지식문화밸리와 장안지구 내 공동주택에 5천여 가구가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오전동 서해그랑블까지 더하면 6천여 세대가 새집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다.백운지식문화밸리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부지에 들어서 공원·녹지 비율이 20%가 넘는 자연친화적 주거단지다. 의왕~과천 고속화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부·영동·서해안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되는 교통망도 갖추고 있으며 인근에 대형 쇼핑몰도 들어설 예정이라 분양 당시 인기가 높았다. 장안지구는 의왕역과 영동고속도로 등 편리한 교통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의왕 ICD주변 산업단지, 철도관련 특구시설 등의 직주근접형 친환경 배후도시로 관심을 모았다.의왕시에 이처럼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는 것은 오랜만이지만, 들뜨기보다는 걱정이 많다. 당분간은 입주자들의 생활 불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천여 세대가 입주하는 백운밸리는 버스노선 및 도로 등 교통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이다. 생활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장안지구는 초등학교 증축공사가 3월에야 시작될 예정이라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시는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관계자 합동회의를 열어 백운밸리 관련 민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을버스 및 광역버스 노선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도로 및 기반 시설 마무리 공사 등을 입주 전까지 마친다는 계획을 입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조만간 입주민 불편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원활한 입주를 위해 공무원들과 입주민들이 함께 점검하고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김상돈 의왕 시장도 신년사 가장 첫머리에 백운지식문화밸리 및 장안지구 개발 등 진행 중인 각종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 입주하는 모든 세대들이 걱정 없이 새 출발 하기를 바란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2019-01-08 민정주

[노트북]열심히? 잘!

연말연시를 맞아 갖는 모임에는 공통점이 있다.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관심사도 제각기 다르지만, 누군가는 꼭 옛이야기를 꺼내 든다는 것이다. 최근 동료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도 잊고 있던 옛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수습기자 시절의 이야기는 각자의 부끄러운 흑역사를 꺼내게 하는 마법의 키워드였다. '열심히 하겠다'고 선언은 했지만 잘하지 못했던 시절,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확실히 당시의 나는 잘 봐줄 면이 없었다. 열심히 하겠다는 열정은 있었지만 작은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던 기억이 발효과정을 거쳐 안줏거리가 됐다.지난해는 유독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많이 들었다. 6·13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약속했고, 도의회에 입성한 의원들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숫자로 평가할 일은 아닐지라도 10대 도의회는 지난 6개월 간 118건의 조례를 처리했고, 이중 의원 발의는 84건이라는 성적표를 보면 당선 당시 약속을 지켜,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집행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순간, 또 협치가 필요한 순간 도의원들이 나섰고,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도의원들이 뛰는 모습도 봤다. 중간 중간 비판받을 만한 여러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열심히 했다는 의원들의 자평에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이제 2019년 기해년이다. 지난 6개월간 쉼 없이 달려온 경기도의회에 '주마가편' 격으로 당부하자면 이제는 열심히를 넘어 잘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연말연시 느낌이 안 난다는 말이 많다. 흥청망청 보내야 연말연시는 아니지만, 차분함을 넘어 침체된 모습이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지만 쉽게 풀 수 없는 문제가 우리 앞을 막아서고 있다는 막막함이 드는 순간이다. 지난 6개월간 열심히 쌓은 내공으로 산적한 문제를 성큼성큼 넘어주길 바란다. 한 해의 문을 연 지금, 올 한해 정말 잘해달라는 부탁을 스스로에게, 경기도의회에게 보낸다. /김성주 정치부 기자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기자

2019-01-01 김성주

[노트북]'돈만 아는 저질'

적십자가 그려진 하얀 빵모자를 쓰고 화려한 셔츠에 민망할 정도로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입은 가수를 본 적이 있는가. 자칭 '민중 엔터테이너' 야마가타 트윅스터(한받)다. 그는 2009년 희대의 명곡 '돈만 아는 저질'을 발표했다. 이 노래는 '동숙의 노래'(문주란 1966년 데뷔곡) 중반부 '돌이킬 수 없는 죄 저질러 놓고'를 반복하며 20세기에서 21세기형으로 전환되는데, 디스코 비트 속에 한받은 '돈만 아는 저질'을 반복하다 흐지부지 마이크를 내려놓는다.인명은 재천(在天)이라지만, 살릴 수 있었다. '돈만 아는 저질'들이 없애버린 고압산소치료 챔버를 찾아 헤매느라 허비한 그 시간과 거리가 짧았더라면 말이다.20세기 중반에 태어난 어른들은 날이 추워지면 연탄을 땠다. 연탄가스를 먹고 눈이 안 떠져 흔들어 깨워진 뒤 싱건지(동치미) 국물 한 사발 들이켠 경험은 소중한 추억이다. 싱건지 국물에도 정신이 안 들면 보건소로 옮겨져 산소 캡슐에 들어가서 살아남은 어른들을 말한다.의료계에 따르면 1970~80년대 국가 정책에 따라 300여 의료기관에 고압산소치료 챔버가 설치됐다. 보통 보건소에 뒀는데, 여건이 안 되면 중소병원에 위탁해 운영했다. 난방 연료가 연탄에서 석유, 도시가스로 진화했다. 자연히 가스 중독 응급환자는 사라졌고 고압산소치료 챔버는 도태됐다. 돈이 안 됐기 때문이다. 가스 중독 사고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원골든프라자와 같은 다중이용시설 화재 현장과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뿐 아니라 밀폐된 지하 공사현장, 최첨단 반도체 공장 등 곳곳에 가스 중독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21세기 소녀·소년들이 기댈 곳은 이제 싱건지 국물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고압산소치료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요양(의료)기관은 2015년 전국 111곳에서 2018년 9월 159곳으로 늘었다. 보유 의료기관이 늘어났지만, 24시간 고압산소치료 챔버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뒤늦게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과 의정부병원에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살려야 한다. 1인용은 2억원, 6인용은 6억원, 10인용은 10억원이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2018-12-25 손성배

[노트북]K리그 새 감독들의 어려움

지난 3일 2018 K리그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친 도내 구단 6개(수원삼성·수원FC·성남FC·부천FC·FC안양·안산 그리너스 FC) 중 4개 구단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 변화는 감독 교체에서 시작된다. 수원삼성의 서정원 감독이 6년간 지휘봉을 잡았지만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났고 부천과 안산, 안양도 감독을 교체했다. 프로 축구팀은 36명 정도의 선수로 한 시즌을 치른다. 감독이 바뀌면 새로운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게 된다.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선수들은 신임 감독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수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 감독과 남아 있는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첫 시즌을 치르는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기란 객관적으로 쉽지 않다.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뀐 시민구단들은 감독을 교체했다. 도내 5개 시민구단 중 감독이 교체되지 않은 팀은 K리그1로 승격한 성남FC와 수원FC 단 2개 팀뿐이다. '프런트의 수장' 단장, '그라운드의 수장' 감독이 모두 바뀐 이들 3개 구단들은 선수단 구성을 비롯해 구단 운영 방향까지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감독과 프론트, 고참 선수와 어린 선수들의 유대관계를 만들기까지는 적어도 반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년의 시간이 필요한 안산과 부천, 안양은 2019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다.'쌀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은 '동아시아의 월드컵' 2018 AFF(아세안연맹)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베트남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박 감독은 아버지 리더십으로 팀을 리드했고 선수들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스스럼없이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여과 없이 비쳤다. 이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관계가 고스란히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투지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변화를 선택한 도내 시민구단들은 박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2019시즌에는 K리그에 새로이 입성한 감독들이 과연 어떤 합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성적표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강승호 문화체육부 기자 kangsh@kyeongin.com강승호 문화체육부 기자

2018-12-18 강승호

[노트북]고려인 4세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 만들자

"한국에 들어와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안타깝습니다."지난달 27일 고려인들의 열악한 한국어 교육 인프라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인천고려인문화원에서 박봉수 원장이 고려인 4세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이날 문화원에는 학교를 마치고 온 초·중학교 고려인 4세 학생 10여 명이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 한국어 수준은 제각각이었지만 눈빛은 모두 빛나고 있었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나고 자라다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자녀다. 각자 어린 나이에 새롭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우리도 이들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가장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것은 고려인 4세의 체류권 보장이다. 재외동포법은 외국 국적 동포를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고려인 4세는 동포 대상에서 제외돼 F-1(방문 동거) 비자를 받아 거주하다 만 19세가 되면 국내를 떠나야 한다. 고려인 4세 학생들은 항상 성인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법무부에서 내년 6월까지 고려인 4세가 부모와 함께 국내에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고려인 4세의 국내 거주 보장은 한국에 살고 있는 8만여 명의 염원이다. 하지만 국회에 올라가 있는 동포 범위를 확대하는 재외동포법 개정안 통과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수년간 외쳐 온 고려인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매년 한국에 들어와 정착하는 고려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2-11 김태양

[노트북]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

지난해 16건 이었던 경기도내 사립유치원 폐원 수가 올해 24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 수치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의 것이다. 대부분 원아 모집을 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앞으로 상황은 더 안 좋아질 전망이다. 유치원 입학 대상인 만 3~5세 유아 수는 올해 135만 명에서 2021년 112만 명으로 감소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실제 2021년 취원 예정인 2017년 출생자 수는 35만7천771명으로 2016년(40만6천243명)보다 4만8천여 명 줄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이후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학부모들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늘자 사립 대신 비리 발생의 소지가 적은 국공립을 짓겠다는 이유에서인데, 과연 아이들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치원을 늘리는 것이 옳은 정책인지는 의문이다.지금의 유치원 취원율(50%)이 유지됐을 때 국공립 비율을 2021년까지 40%로 늘렸을 경우 사립유치원 1천20곳이 필요 없게 된다.사립유치원의 자리를 국공립유치원으로 메꾼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게 되는 것이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국공립의 유아 1인당 월평균 지원 예산이 사립의 2배 이상인 걸 감안하면 국공립이 늘어날 경우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더욱이 국공립유치원은 사립보다 운영시간이 짧아 맞벌이 가정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그렇기에 급격한 국공립 확대 대신 사립을 잘 관리하는 게 비용·효과 측면에서 더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그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은 물론 사립유치원의 반성이다. 정부의 정책에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점을 파악해 더 좋은 육아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자정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준석 사회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사회부 기자

2018-12-04 이준석

[노트북]구더기 무서워도 문화재단이라는 장 담그자

2017년 11월에 출범한 여주세종문화재단이 1주년을 맞이했다. 1주년이 됐음에도 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아직 지역여론은 반신반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더기가 무서워도 문화재단이라는 장을 담그자. 출범 초기부터 진통이 따랐던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여주도자기축제 시 도자기조합과의 갈등, 직원 채용에 허위경력 문제, 세종대왕문화제 사업비 반납, 직원들의 사직, 이사진의 퇴진 등 악재가 잇달아 현재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무엇이 문제였고, 우리가 잃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임기 말에 원경희 전 시장이 너무 무리하게 재단설립을 추진한 부분이다. 재단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에서 이관된 축제·행사 포함 총예산 58억원(재단 순수 증가분 10억원)의 막대한 예산운영과 원 전 시장의 측근이 상임이사에 내정되면서 재단 사업은 공직사회로부터 외면받았고 다양한 문제점을 낳았다. 민선 7기가 들어오면서 지난 9월 여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영자 부의장은 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문제 제기했고, 한편에선 이항진 여주시장도 재단의 존립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는 말이 나돈다. 김영자 부의장과 이항진 여주시장은 재단의 설립을 승인할 당시 시의원들이었다. 몸통은 간데없고 깃털만 가지고 근본을 흐트리는 꼴이다. 설립 초기 아직 여주시는 하드웨어가 부족한데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일을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여주시는 천혜의 자연과 창작의 욕구가 넘치고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다. 이만한 하드웨어는 2천500만 수도권 내 여주시가 가장 으뜸일 것이다. 이를 잘 기획하고 창작·교육하면서 즐길 수 있는 시민의 대동 잔치 마당을 만드는 곳이 여주세종문화재단이다. 최근 오곡나루축제의 성공적 개최와 세종국악당 기획공연 '전석 매진' 등 축제·공연사업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의 창착과 시민들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재단은 여주만의 색과 콘텐츠를 담은 공연과 문화 예술 참여로 여주시민들에게 문화의 즐거움과 함께 여주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사업을 추진 중이며, 내년 하반기 문화적 기반과 역량을 갖춘 지자체를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의 '문화도시'를 지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이런데도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말 것인가.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기자

2018-12-03 양동민

[노트북]'블록버스터' 지역화폐, 콘텐츠 고민해야

경기도의 '지역화폐' 정책은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 급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행된 지역화폐는 약 3천100억원, 내년 경기도에서 유통될 지역화폐가 약 5천억원. 국내 지역화폐 시장의 일대 변혁을 가져올 '역대급' 규모다. 도는 내년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등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지역화폐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도민들이 이를 다시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적극 사용할 수 있는 매끄러운 유통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장사를 마친 지역상인들이 법정화폐 외 수북한 지역화폐를 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도와 각 시·군은 더 이상 지역화폐의 규모가 아닌 '콘텐츠' 측면의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몸값이 높은 유명 배우들이 모였어도, 스토리가 없는 영화는 망하기 마련이다. 현재 지역화폐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도와 각·시군은 지역화폐로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한 가지 목표에 '규모를 키워서' 라는 방법을 제외하곤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라는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일부 도내 지자체들이 모바일 형태의 지역화폐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플랫폼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편의라는 '곁가지'일 뿐, 지역화폐 활성화의 본질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에 '상상력'을 더하라고 주문한다. 각 지자체가 가진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역화폐에 입히라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가령, 레저산업이 발달한 양평군의 경우 관련 산업에 특화된 지역화폐를 고민해 보는 식이다. 도와 각 시·군의 이 같은 고민이 깊어지면 '전통시장'이 주로 떠오르는 지역화폐의 고리타분한 인식 자체도 점차 변화할 것이다. 어쨌든 도의 지역화폐 정책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도의 정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길 바라며, 콘텐츠를 갖춘 '지역화폐 블록버스터' 속편을 기대한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2018-11-22 배재흥

[노트북]온전한 도시를 위한 교통대책 기대한다

월요일 아침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서울행 버스에 탑승한 적이 있다. 타는 과정부터가 고역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이중 삼중으로 늘어서 있었다. 수십 분을 기다려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다 보니 2~3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설상가상 버스 배차간격은 길게는 50분에 달했다. 한 대를 놓치면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한다. 교통 상황에 따라 출근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기약 없는 기다림, 버스에 오르기 위한 전쟁에 진이 빠졌다. 동탄2신도시의 수많은 서울행 승객들에겐 일상인 모습이다. 김포 한강신도시·파주 운정신도시·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경기도내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신도시 주민들의 일터가 서울에 몰려있지만 정작 서울에 갈 수 있는 수단이 충분치 않은 탓이다.정부는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경기도 곳곳에 신도시를 조성해 집을 지어올렸다. 서울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조금 더 저렴하고 깨끗한 아파트. 집 걱정에 시름하는 도시민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터지만 현실은 달랐다. 택지개발 지구로 계획된 부지의 3분의 1이 아파트가 지어지지 못한 채 미매각·미착공 상태로 방치되고, 그나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들도 미분양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다시금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 카드를 꺼내들자 2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의 문제가 떠올랐다. 교통망을 새롭게 조성하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교통망·자족기능이 갖춰지지 않아 입주 수요가 낮아지다 보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들 지역이 정부의 '예타 면제' 등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온전한 도시가 되려면 모든 일상이 도시 내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일터'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2기 신도시 등에 대한 교통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기대한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2018-11-13 강기정

[노트북]영흥화력발전 환경시설 개선 서둘러야할 이유

"1·2호기 환경 시설만이라도 먼저 개선해주세요." 올 가을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이라는 조치를 내렸다.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화력발전'을 꼽은 것이다.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7일 방문한 영흥화력발전소의 모습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면적 8.26㎢의 땅에 30m 높이의 전기터빈, 100m 높이의 석탄보일러 등으로 구성된 발전시설 6기와 수십만t의 석탄을 저장하는 저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거대한 모습에 자연스레 '저기서 뿜어내는 오염물질도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영흥도 주민들은 가동 제한 조치에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10년 넘게 화력발전의 피해를 겪어온 이들에게 20%의 제한 조치는 크게 와닿지 않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주민들이 유일하게 지적한 문제가 바로 발전소 1·2호기의 환경 시설이었다. 1·2호기는 영흥화력발전소의 '문제아'다. 이 두 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발전소 전체 6기 오염물질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또 그 농도 또한 타 시설에 비해 약 2~3배가량 짙다. 더 강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의미다. 이는 모두 두 시설이 오염물질 배출기준이 강화되기 이전 만들어진 탓이다.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화력발전 특성상 오염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1·2호기 가동 중단 주장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단에 따른 비용소모, 오염물질 과다 배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신 그들이 내놓은 해답은 환경시설 개선이다. 2021년까지 1·2호기의 오염물질 저감 시설을 타 시설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발전소 측이 계산한 실제 공사 기간이 약 1년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에야 교체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화력발전이 멈추지 않는 한 영흥화력발전소는 1년 365일 돌아간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대기 오염물질도 계속 배출될 것이다. 그 피해는 영흥도 주민뿐만 아니라 인천시,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2천500만 명의 국민이 감수해야 한다. 한국남동발전이 영흥화력발전소의 환경 시설 개선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1-11 공승배

[노트북]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 대신 '사암'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요즘 정약용의 고장 남양주에서는 조광한 시장 취임 후 이 지역 대표 역사 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호를 바로 알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산 아트홀'을 '사암 아트홀'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이후 조안면 마재마을에 위치한 다산유적지 등 다산이 들어간 명칭에 대해서도 '사암', '열수' 등 새로운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그렇다면 왜 그동안 흔히 써오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다산'이라는 호보다 '사암'이나 '열수'라는 호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먼저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유적지에 가면 생가인 여유당 옆에 자찬묘지명이 세워져 있다. 자찬묘지명이란 정약용이 회갑을 맞은 1822년(임오년·순조22년)에 스스로 묘지명을 자찬하였다는 뜻으로 평생 저서의 대의와 목록을 자세히 열거한 것이다."이 무덤은 열수(洌水) 정약용의 묘이다. 본 이름은 약용이요, 자는 미용, 또 다른 자는 용보라고도 했으며, 호는 사암이고 당호는 여유당인데, 겨울 내를 건너고 이웃이 두렵다는 의미를 따서 지었다"고 시작한다. 여기에서 정약용 선생이 생전에 '사암'이라는 호를 즐겨 사용하였음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아울러 사암의 자손은 매우 귀한데 9남매를 낳아 2남 1녀만을 남겼다. 두 아들 중 큰 아들인 학연의 후손이고 사암에게는 4대손이 되는 정규영 선생이 1921년에 펴낸 '사암선생 연보'에도 정약용 선생이 여러 호 중에서 '사암'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역주자인 송재소 박사가 서문에서 밝혔다. 그 외에도 정약용 선생의 7대손인 정호영(EBS미디어 대표) 씨가 모 연구단체와 한 인터뷰에서도 "정약용 선생이 자신을 다산으로 부른 적이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밝힌 바 있다.또한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정약용을 연구한 학자 중 최익한이 당시 동아일보에 '여유당전서를 독함'이라는 제목으로 총 65회 연재하면서 그의 사상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냈다(그 연재물을 송찬섭 박사가 2016년 동명의 제목으로 엮고 간행). 그 내용 중 정약용 선생의 아호에 대한 부분을 논하면서 '사암'이 그의 대표적인 호라고 하면서 "선생의 불후 대업인 저작의 중요한 부분이 다산서옥 11년간의 산물이라 다산이 선생의 대표적 아호가 되어 버린 것"이라고 하였다.그렇다면 정약용 선생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산'이라는 호가 널리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정약용 선생은 40세이던 1801년에 시작된 유배가 1818년 57세 되던 해 가을에 해배되었다. 유배 시절 18년 중 그의 나이 47세부터 강진군 다산초당에 머물렀고 다산초당이 위치한 거지명(居地名)이 다산이라 하여 후대들이 '다산'이라 칭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생이 손수 작성한 전집에 '여유당집', '열수집', '사암집' 등의 제호가 있으나 '다산집'은 없다.해배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주로 '열수(한강을 뜻함)'를 사용하였는데 그의 정신적 동반자이며 학문적 벗이라 칭한 둘째 형 정약전의 호가 손암(巽庵)이고 그에게 천주문물에 눈을 뜨게 한 이벽의 호는 광암(曠菴)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그가 가장 선호하였던 호는 사암(俟菴)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이런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더라도 생전 정약용 선생이 사랑한 호는 '사암'또는 '열수'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후대에 자신의 저술이 실천될 것'을 기대하는 선생의 뜻을 기려 '다산'대신 '사암(사암 : 기다릴 사(俟), 암자 암(庵), 백세 후 나를 알아주는 이를 기다린다는 뜻)'이라 칭하는 게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ljw@kyeongin.com이종우 지역사회부(남양주) 기자

2018-11-04 이종우

[노트북]일자리 미스매치 해결되려면

취재 도중 대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들은 모두 3∼4학년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취준생'들이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먹먹함이 전해졌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직장의 모습은 흔하게 생각하는 직장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근무 기간 이후에도 새 직장을 갖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근무 환경과 적당한 보수가 그들이 바라는 목표였다. 물론 그들이 목표에 가장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그들이 단순히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직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된다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흔히 생각하듯 취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는 단순히 월급이 대기업에 비해 적다는 발상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구직자들은 기업의 연봉뿐만 아니라 비전과 기업 문화, 복지 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직자들과 그들을 채용하려는 기업 사이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고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자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최근에는 국내 채용사이트에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채용관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채용박람회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는 만큼 다양한 루트를 통해 기업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구직자와 구인 기업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근 경제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경제부 기자

2018-11-01 이원근

[노트북]문화의 힘

얼마 전, 취재차 한 서양화가를 만났다. 양주의 작은 마을에 작업실을 열었는데, 그 아래 '그림가게'를 열고 단돈 9만원에 자신의 창작작품을 팔고 있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거나,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공부한 전공자였고 미술협회 회원인 정통(?)작가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기자에게 그는 경험을 들려줬다. "우연히 동네 고깃집에 들렀는데, 내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내가 작업실을 정리하다 버린 그림이었다. 그래서 이 그림을 아느냐, 왜 걸어두었냐 물어봤더니 '나는 평생 그림을 벽에 걸어본 적이 없는데, 이 그림을 본 순간 벽에 걸어보고 싶었다'며 행복해했다. 동네 편의점 사장은 3일을 고민하다 내 그림을 사갔다. 나중에 그 사장의 딸이 '평생 엄마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나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동료들은 이런 나의 행동을 싫어하지만, 나는 9만원의 액면이 중요하지 않다. 예술의 본질이 그렇다."전 세계에 K-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기획사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기획사여서 방탄소년단은 애초부터 엄청난 자본과 물량으로 승부하는 그룹이 아니었다. 대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과 가사로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고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통해 그룹과 음악을 알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지금의 인기는 오로지 방탄소년단이 가진 문화콘텐츠의 힘만으로 해낸 성과였다.역사를 돌이켜보면 문화는 늘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치력을 과시하기 위해,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아니면 가장 손쉽고 티 나게 수혜를 베풀 수 있는 복지수단으로 쓰이기 일쑤였다. 그것은 보수건 진보건 구분이 없다. 새천년이 밝았고, 역사상 처음 민주당이 경기도정을 장악했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이제는 문화가 가진 스스로의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공지영 문화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문화부 기자

2018-10-23 공지영

[노트북]실향민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경인일보가 지난해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가 책으로 묶여 최근 출간됐다.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남한에 정착한 실향민의 분투기와 고향의 기억이 담긴 책이다. 지난 11일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대강당에서 '인천의 전쟁과 세계 평화 포럼'의 일환으로 북콘서트도 열렸다. 나는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가운데 4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한 실향민 중 한 명인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이인창(89) 할아버지를 북콘서트에 초청했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10대 후반이던 해방 직후부터 화물트럭 운전기사 조수로 일하며 한반도에서 가장 험하다는 '삼수갑산'을 밥 먹듯 오르내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징집됐다가 탈출해 한국군 빨치산 토벌부대에서 복무하고, 전쟁 이후에는 미군 GMC 트럭을 개조한 시내버스를 몰며 평생 운수업에 종사했다. 할아버지의 사연을 풀자면 한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다. 이렇듯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모두의 이야기가 현대사의 단면을 그렸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 때 사회자에게 "고향 북청에서 그리운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답변으로는 본인의 살아온 삶을 쭉 읊었다.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귀가 어두워 사회자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고 한다. 틀린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G타워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보냈다. 한 세기 가까이 산 할아버지의 인생사가 청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실향민 1세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는 사라져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에서 "내가 땅에 묻혀서도 통일 후 남북에 흩어진 후손들이 이 책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귀한 기록을 남겨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0-16 박경호

[노트북]정하영 김포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지난 8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비난여론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축협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막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벤투 감독을 둘러싼 여러 의문도 상세한 설명으로 해소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회견에 팬들의 마음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이달 1일 김포시청에서 비슷한 맥락의 풍경이 연출됐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시기와 관련해 정하영 김포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시는 올해 4월 김포도시철도 역명을 기습변경했다가 철회하는 홍역을 치르고 5월에는 개통연기설이 불거져 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다음 달 개통했어야 할 도시철도는 결국 내년 7월로 미뤄졌다. 김포시민들이 도시철도 개통에 민감한 이유는 김포가 그동안 '철도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계가 닿은 경기도 지자체 중 김포와 하남만 철도망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다. 이마저도 5·9호선 연장이 추진되는 하남과 다르게 김포는 서울 경계까지 오가는 경전철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또다시 4~5개월 개통지연설이 불거졌다. 국토부 안전지침 개정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시민 여론은 폭발했다. 시는 지침 개정 움직임이 있던 올해 초부터 자발적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새 지침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공동 대응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하영 시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당시에는 보도할 수 없었지만, 국토부는 김포도시철도에 종전 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시 측에 미리 알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함구령으로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이례적으로 20여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한 정 시장은 공사 및 대응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정상개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자"였고, 나흘 뒤에 정상개통하기로 결정됐다. 정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소통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청사진과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겠다고 강조해온 정 시장은 그렇게 민선 7기 첫 난제를 해결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2018-10-09 김우성

[노트북]한국지엠, 편안한 명절은 언제쯤

올해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군산공장 폐쇄가 한국지엠 전체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은 불안감을 안고 설 명절을 보내야만 했다. 또다른 명절인 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안팎의 우려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4월 노사 합의에 이어 정부지원이 결정되면서 한국지엠과 관련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지엠이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분리해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 측이 법인분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의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회사 측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위해 추진하는 주주총회에 대해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설명한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며, 구조조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비정규직 관련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773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부지원으로 회생한 한국지엠이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철수설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차량 판매량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시한 이쿼녹스는 신차임에도 월 판매량 100대를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지엠이 노동자, 정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불신이 이어진다면 한국지엠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한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2018-10-02 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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