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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보호문제 인식개선이 우선

서민 경제침체로 떠들썩한 연말 연시 분위기가 사라진 요즘에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매일 아침 확인하는 이메일과 보도자료 속에서 다양한 기관과 단체·개인들이 보내온 이웃사랑 소식들이 현저하게 늘어간 것을 보면 올해도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하지만 온정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노숙인들이다. 특히 최근 안전에 관한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노숙인시설에 대한 인원제한도 함께 강화돼 노숙인들이 밤을 지샐 곳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노숙인의 겨울철 안전문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대책이나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시선은 "일할 능력이 되는데도 일하지 않는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노숙인은 '일할 능력을 썩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받은 상처가 커서 혼자 힘으로 일어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예상 외로 많은 수의 노숙인들이 한때 학교 교장이나 은행원·변호사 등 처럼 고학력의 사회 구성원이었다. 또 '잠재적 범죄자'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노숙인들은 규범을 지키지 않을 뿐아니라 충동적으로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그릇된 인식이 사회가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이같은 인식 때문에 노숙인이나 노숙인시설을 지원하는 곳이 부족하다. 실제 성남시의 한 지역에서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상담만 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이전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는 노숙인들이 임시로 거주할만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는 꺼내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장애인들이 비장애인을 '예비 장애인'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예비 노숙인'이라는 생각으로 노숙인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보장장치를 마련하는데 시민과 기관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김성주 지역사회부(성남)▲ 김성주 지역사회부(성남)

2014-12-25 김성주

왕송호수 레일바이크 남은 숙제

올 한 해 의왕시에서 뜨거웠던 논쟁거리 중 하나가 왕송호수 레일바이크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예산 100억여원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이 지난 18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시는 내년 초부터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당초 왕송호수 레일바이크사업은 전체 사업비 194억원을 시와 민간사업자가 절반씩 투자하고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지만 지난 6월말 사업자 공모에서 단 1개 업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산됐다.시는 사업자들의 초기투자 사업비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시가 기반시설에 투자한 100억원에 대해 5억원가량의 사용료를 연간 납부토록 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재추진, 지난 10월말 원주문화방송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결정하기도 했지만 10월말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이 시의회에서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예산이 시의회를 통과했다고 해도 남겨진 숙제가 많다. 우선 시의회가 왕송호수 레일바이크 예산을 통과시켜 주면서 붙인 왕송호수 수질개선 문제다. 최근 왕송호수 수질은 5~6등급을 오르내리면서 개선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이 레일바이크를 반대하는 이유다. 국립철도박물관 유치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경기도의 대표 후보지인 의왕을 비롯해 전국의 10여개 시가 국립철도박물관 유치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기존 코레일 소유의 철도박물관과 각종 철도관련 시설이 위치해 있어 최적지로 손꼽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경쟁이 치열했던 수많은 국책사업이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이어졌고, 특히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왔던 전례에 비춰 그리 녹록한 상황은 아닌 듯하며 이미 지역안배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만약 국립철도박물관 유치가 실패로 끝나 의왕철도박물관이 타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 왕송호수 레일바이크에 악영향을 끼치고 의왕의 철도특구 이미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어 의왕시의 역량집중을 기대해 본다./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2014-12-24 문성호

진입로 없는 전철역, 시흥시가 대안을

역세권이란 경제(도시계획)용어가 있다.용어의 뜻대로 기차나 지하철이 들어서게 되면 역 주변으로 상업화 등 개발이 진행된다. 땅값이나 집값은 당연 상승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역세권을 찾는다.개발의 바람이 불어닥친 시흥시의 한 마을에도 역이 생긴다. 한국철도공사가 50여억원을 들여 오는 27일 문을 여는 수인선 복선전철 시흥 달월역사(월곶동 652의 3)다. 인근에는 시흥 배곧신도시가 들어선다. 서울대학교 유치도 진행중이고 신세계사이먼이 대형 아울렛사업도 추진하고 있다.이 지역 개발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현재로서는 역사를 잇는 도로가 없다. 도로도 아닌 곳에 도로포장이 돼 인근 폐기물업체에 진출입하는 대형 차량들이 들락거린다. 여기에 대중교통도 없고, 자가용 이용객들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덩그러니 역사만 지은 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2년 뒤인 2017년이 되면 도로가 개설될 예정이지만 2년이란 시간은 길다. 무엇보다 시흥시의 행정이 아쉽다.27일 역사개통에 맞춰 대중교통정책을 수립했거나 도로개설에 앞서 임시적으로 이용자들의 역사 접근성을 돕기 위한 임시 수단을 마련해야 했다.행정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있겠으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닌 듯하다. 인근 폐고속도로 부지를 활용, 마을버스길을 개설 운행할 수도 있다. 시민들 또한 이 같은 대안을 시흥시에 수차례 요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흥시가 5천700만원을 들여 고속도로 폐도구간을 임대해 체육시설을 운영토록 지원하거나 9억원을 들여 체육시설 조성부지를 매입했지만 역사를 잇는 도로개설이나, 임시 대중교통정책은 외면하고 있다. 역사 인근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달월역사를 숙원사업으로 요구했고 철도시설공단은 시민의 목소리에 화답했다.주민들은 역사활성화를 위해 지역농산물 판매행사 등을 통해 역사활성화에 힘을 아끼지 않는다는 각오다. 하지만 자칫 진입도로 없는 역사로 전락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시흥시가 이제라도 역사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그 것이 진정한 지역정책 아닌가./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2014-12-17 김영래

예산, 시민의 입장에서 편성해야

참 안타까운 일이다. 시흥시가 내년도 예산 편성을 두고 시끄럽다. 특히 일부 부서의 사업예산 대부분이 삭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불필요한 예산에 대한 삭감은 당연하나, 일부는 삭감 이유가 불투명하다. 당대 당 싸움, 의원간 마찰, 의원과 집행부간 다툼으로 인해 벌어지는 행태다. 이를 두고 시흥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는 '힘겨루기 예산 심의' '자질부족론'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기자는 얼마전 독자이자 평소 알고 지내는 한 시민을 우연히 시청사내에서 만났다. 그는 1시간 30분짜리 강의를 듣기 위해 시청을 찾았다고 했다. 교육분야 전문가의 강의로 자신이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돼 빠짐없이 참여한다고 했다.사실이다. 시흥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흥아카데미는 기자가 일전에 취재보도한 내용대로 아주 특별한 교육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는 동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있고 경력단절 여성을 비롯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수혜자다. 그런데 시흥시의회가 내년도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2013년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 대상서 편집대상을 받은 '뷰티풀시흥' 예산도 절반이상 삭감됐고, 시흥의 최고 해양 관광지인 오이도 홍보관 개선비는 전액 삭감됐다. 장애인 보호 장구수리센터 예산은 물론 결혼이민여성 정착사업도 전액 혹은 부분 삭감됐다.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일부 시의원들의 자질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소통부재로 인한 부작용일까. 이유야 어떻든 잘못된 결과라면 분명 문제다.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시흥시의회 의원당 연간 의정비는 4천267만원(내년도)이다. 시민이 고용주다. 일반 직장이라면 지급되는 급여에 비해 일에 대한 능률이 턱없이 부족하다면 고용주의 선택은 어떨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서 예산 삭감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그 판단 역시 의원간, 의원과 집행부간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면 정답이 될 수 없다. 시민의 입장에서의 결정을 기대한다./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2014-12-10 김영래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을 두고만 볼 텐가

기자가 됐을 때 선배들이 해준 말이 있다. 기사는 아이스크림같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사라 해도 묵히면 금세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가치가 사라진다. 그만큼 모든 일에 있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가 그렇다.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사업이 준비되고 추진됐지만 지난 주 정부는 또다시 사업 추진 관련 심의를 보류했다. 물론 아무리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사업이라고 해도, 또 적극적으로 밀어붙인다고만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철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 과정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앞서 수년의 시간으로도 부족했단 말인가. 언제까지 검증만 할 것인지, 과연 사업 추진 의지는 있는지 묻고 싶다.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건도 마찬가지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을 지키기 위한 취지라면 얼마든지 신중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앞서 한강 주변 다른 지역 개발 당시 그린벨트가 무리없이 해제된 점에 비춰보면 유독 구리시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결국 정부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발목이 잡혀있는 듯하다. 배후에 서울시라는 막강한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서울시나 광역시급도 아닌 인구 20만 소도시에서 대형 사업을 유치한다는 게 아무래도 못마땅한 모양새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다보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지만 보폭을 늘리는 대신 두세배로 많이 뛰면 충분히 황새만큼 갈 수 있다. 구리시는 두세배의 노력을 기울이며 6조원이라는 외자까지 확보했다.사업 추진이 지지부진을 거듭할 경우 6조원이라는 투자 금액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정부는 언제까지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것을 두고만 볼 텐가. /황성규 지역사회부(구리·남양주)▲ 황성규 지역사회부(구리·남양주)

2014-12-04 황성규

시민을 위한 행정, 정부의 도움 절실

안양시가 10년을 끌어오다 백지화된 냉천(안양5동)·새마을지구(안양9동) 주거환경개선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특별지원대책을 내놨다. 특별지원대책은 시가 지난해 말 냉천·새마을지구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해제된 해당 지구 주민들의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됐다.냉천·새마을지구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지구로 지정된 지난 2004년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개발이 제한되다보니 안양지역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에 시는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난 8월 해당 지구의 도시기반설치 등을 골자로 한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됐다.특별지원대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가 주거환경개선사업 해제에 따라 반납해야 하는 국비 45억원(2006~2009년 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정부는 현재까지 이렇다할 답변도 내놓지 않은 채 요지부동이다. 그렇다고 이 대책이 답보상태에 놓이거나 백지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뜩이나 줄고 있는 시의 재정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될 뿐이다.시는 내년도에만 해당 지구에 대한 도시기반시설 설치비용(도로개설 및 공영주차장 건립) 등으로 107억원을 책정한 상태이며, 이 외에도 지난 2010~2011년 지급된 140억원대의 국·도비를 당장 되돌려줘야할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 본 예산 8천938억원보다 788억원(8.8%) 늘어났지만 세부적으로는 사회복지, 교육, 일자리 창출 등에 예산이 집중돼 오히려 도시기반시설 설치비용에 사용될 예산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이 때문에 특별지원대책에 따른 국비 반납철회가 시의 입장에서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시민과 국민이란 단어만 바뀌었을 뿐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해당 지역과 국가의 발전, 복지 도시 및 국가 건설에 있다. 멀리보면 시민과 국민은 동일하다. 지자체가 시민을 위해 지원대책을 내놨다면 정부도 지자체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을 펼쳐야할 것이다./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의왕)▲ 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의왕)

2014-12-03 김종찬

장애인 보육복지, 선택 아닌 의무

중증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인 장애아동 행복연대 징검다리에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생활교사(생활복지사)들에 대한 임금체불문제는 의왕시가 예산을 편성함에 따라 일단 원만하게 해결됐다. 하지만 의왕시의 징검다리는 하나의 작은 사례일 뿐 비제도권내에 있는 경기도내 장애아동의 보육현안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김성제 의왕시장의 자서전 '의왕, 희망은 계속된다' 중 "징검다리 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으로서 국·도비 지원없이 모두 사비로 운영되고 있었다. 항상 일손이 부족하여 장애아를 돌보는 일도 장애아 부모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어린이집을 지원할 근거가 없고, 지구단위계획상 시설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했다. …TF팀을 구성하여 …어린이집을 법인화하여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활치료사 2명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주간보호센터 기능을 허용하였으며, 장애아들의 이동차량을 지원해 주었다"(120~122페이지)는 글에서 비제도권내 장애아동들의 보육사각지대 문제를 엿볼 수가 있었다.특히 이번 임금체불 사태도 특수교육어린이집 폐원으로 비제도권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장애아동과 장애아동 학부모들의 눈 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어린이집에서 수용이 가능한 연령은 12세다. 13세가 되면 장애아동들은 어린이집에서 보육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 13세 이상의 장애아동, 그 것도 중증장애 1급으로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 채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을 해야 하는 장애아동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갈 곳을 찾으라고 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것은 없다.징검다리처럼 제도권내 복지서비스의 대상은 되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들 중증장애인과 가족들의 다양한 복지 욕구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보육문제인 만큼, 사회적 관심은 물론 정부에서 장애인 관련 각종 계획 수립 시 보육문제를 우선시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2014-11-27 문성호

인천 부평 '영단주택' 보존해야

충남 당진 출신인 리은경(85)씨는 29세이던 1958년부터 지금까지 56년째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이른바 '영단주택'에 살고 있다. 그는 이곳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미군부대에서 항공정비사로 30년간 일했다. 집 인근에 있는 부평미군부대(애스컴)에서 10년, 평택미군부대에서 20년 동안 근무했지만 산곡동 영단주택을 평생 터전으로 삼고 평택과 인천을 오가며 아내와 함께 7남매(3남4녀)를 키웠다. 리씨가 부평미군부대에서 근무할 당시 영단주택지 근처 산곡시장에는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물건들이 넘쳤다. 미군 병사들을 상대하던 '양공주'들도 영단주택에 많이 살았다고 한다. 양공주들을 검사하기 위한 검사소도 영단주택지 안에 있었다고 리은경씨는 기억하고 있다.리은경씨처럼 산곡동 영단주택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부평역사박물관이 최근 펴낸 학술총서 '부평 산곡동 근로자 주택'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부평역사박물관과 인천민속학회가 공동으로 올 3월부터 9월까지 산곡동 87 일대 영단주택지에서 진행한 역사·민속·건축 분야의 학술조사 결과를 엮었다. 산곡동 영단주택은 1940년대부터 일본 육군 조병창, 해방 이후 부평미군부대, 산업화 시대 공단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린 공간이다. 이번 학술조사를 통해 연구된 근현대 주거·건축문화사적, 생활문화사적 가치 또한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2010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개발이 시작된다면 사라질 위기에 놓인다. 우뚝 솟아오를 아파트가 삼키게 될 것은 낡고 허름한 저층 주택이 아닌 한 도시의 역사 현장이자 삶의 흔적이다.지난 19일 부평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산곡동 영단주택 학술회의서 근대사 연구자와 이 문제를 놓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 지역 재개발에 대해 다소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상태가 양호한 영단주택 몇 채를 기부채납 받아 보존해야 한다"며 "영단주택이 없어진다면 앞으로 부평의 도시 역사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인천시와 부평구가 의미있는 작은 공간이 주는 큰 역사적 울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를 바란다./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박경호 인천본사 정치부

2014-11-26 박경호

국제유소년축구대회가 주는 교훈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연천공설운동장에서 북한·중국·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6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국제유소년축구대회(U-15)가 지난 10일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의 환송만찬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12년부터 조심스럽게 준비해 온 대회는 개막 첫날 분단의 그늘을 걷어냈고, 마지막날은 남북팀 선수들이 저마다 소중한 느낌표를 만들었다.지난 2007년 이후 7년의 오랜 기다림끝에 남측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4만6천여 연천 주민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기억과 민족 동질성 회복이라는 과제를 느끼게 해주었다. 대북전단살포로 북한의 고사총탄 상흔이 아물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지난 3일 북한선수단 차량이 연천에 들어서자 환영의 물결을 이뤘다.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만행에는 분노했지만, 이날 주민들에게선 내 자식을 맞이하듯 따뜻한 민족의 숨결을 느낄수 있었다. 고도의 긴장감이 흐르는 남북접경지역에서 열리는 남북유소년축구대회가 평화통일을 향한 교류의 초석이 되기를 주민들은 염원했다.경기도 대표와 북한 4·25팀은 첫날 개막경기에 나섰다. 1천여명의 관중들은 응원팀 구분없이, 골문을 향한 슛이 빗나가면 아쉽다는 탄성과 함께 승부를 떠나 양팀의 페어플레이에 박수를 보냈다.9일 폐막식에서 북한4·25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남한측 선수들은 축하인사를 보내며 서로 어울려 기념촬영도 했다.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마음속은 진한 포옹과 함께 양 손을 꼭 붙잡고싶은 눈빛이 역력했다.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홍사덕 대표 상임의장이 환영 환송 만찬장에서 "사람이 자주 다니면 길이 생기고 자주 만나면 우정이 돈독해진다"고 한 말은 이번 대회와 너무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도내 최북단 접경지역에서 열린 남북유소년축구대회가 오솔길을 만들었으니, 앞으로 남과 북은 우정의 무대위에 피어난 새싹의 희망을 소중히 키워나가야 한다./오연근 지역사회부(연천)▲ 오연근 지역사회부(연천)

2014-11-13 오연근

'오리온의 성공신화' 인천도 배우길

"오리온 초코파이가 베트남에서 성공한 이유를 아세요?"지난달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인천의 농식품 수출과 관련해 취재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현지인들에게 베트남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초코파이'다.호찌민시에는 롯데마트가 입점해 있고 롯데리아도 수십여개 영업을 하는 등 롯데는 베트남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현지에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롯데 초코파이'는 '오리온 초코파이'에 비해 훨씬 못미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현지 기업인들의 이야기다.이유는 이렇다. 오리온의 경우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진출 대상 국가에 파견되는 직원은 적어도 수년 이상 현지에서 지내도록 하고 있다. 현지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현지인들에게 맞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오리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체류기간에 성과를 요구했다. 직원들이 자주 바뀌었고 이에 따라 오랜시간 머물며 활동을 진행했던 오리온에 뒤처졌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오리온 초코파이가 성공한 모습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리온은 올해 초 베트남 진출 8년만에 누적 판매량 20억개, 매출액 3천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오리온의 사례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은 '인천농식품 판촉전'을 계기로 향후 인천의 농식품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지에서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농가·가공식품기업·인천시·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베트남현지기업 등이 교류하기로 했다. 토론을 통해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더욱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바로 '실천'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고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중요하다. 성공적이었던 베트남에서의 행사가 단순히 구호에 그치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성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2014-11-12 정운

말많은 태양광사업, 결국 탈났다

누군가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했다. 학교 옥상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해 임대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혁신이 될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반발이 거셌다. 프로젝트의 주무대인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태양광설비의 빛반사문제 등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설비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한 공간에 두는 것이 꺼림칙했던 것이다. 게다가 도교육청은 매년 학교 옥상 보수공사로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데 그 곳에서 전기를 생산한다니, 납득이 쉽사리 가지않는 대목이다.또한 학교 옥상이 아무리 놀고(?) 있더라도 학생들이 있는 공간임은 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학교의 자율적인 결정이 담보돼야 한다. 그런데 학교운영위원회의 정확한 의결조차 거치지 않은채 학교장의 재량에 맡긴다면서 사업 거부에 대한 사유를 제출하라면 '강력추진'이라는 정해진 결과로 사업은 흘러갈 수밖에 없다.외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경인일보와 도의회는 지난해 11월, 민간 투자로 시행되는 태양광발전사업의 적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과도하게 설정된 설치공사비로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조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부정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기자의 생각은 기우가 아니었다. 교육청 실세로 꼽히는 비서실장이 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사업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무관하다. 학교를 사업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교육자들이 모여있는 교육청의 아이디어로 적합하지 않다. 누가 보더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업의 진의가 더 궁금하다. /공지영 사회부▲ 공지영 사회부

2014-11-06 공지영

대북전단 살포 저지후 反새누리 정서 꿈틀

보수의 텃밭으로 알려진 파주지역의 새누리당 정서가 대북전단 살포저지 홍역을 치르면서 '마냥 새누리당이냐?'는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 과정에서 보여준 새누리당의 무대응 행태에 실망한 접경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분노가 함축된 것으로 풀이된다.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는 지난달 25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으나 주민과 상인·시민단체의 강력한 저지에 막혀 무산됐다. 주민들은 농사용 트랙터를 동원하고 상인과 시민단체는 온몸으로 전단 살포를 막았다. 이날 하루 종일 계속된 보수단체의 전단 살포 시도를 저지한 사람은 경찰도, 공무원도 아닌 주민들이었다.임진각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도 지역 국회의원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새누리당 소속 도·시의원도 어느 한사람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리 중앙정치를 주무르고 있다하더라도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은 지역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더군다나 파주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이재홍 시장은 예고된 전단살포 하루전 해외 출장까지 떠났다. 당동산업단지내 입주기업의 고위층을 만나 향후 투자유치 등을 협의하고, 자매도시 행사에 참석해 우호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게 목적이다.파주시는 행정 공백과 주민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북전단 관련 위기대응 추진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물리적 충돌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시장의 외유는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술 더 떠 파주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북전단 살포저지 촉구 결의안'을 수적 우세를 앞세워 부결시키고, 효과 자체가 의심스러운 성명서로 대체했다. 젊은 시의원의 성추행 의혹도 부정적 정서에 한 몫하고 있다. 요 며칠 사이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시장, 도·시의원들이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접경지역 주민들은 과연 파주에서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누가 지켜 줄 것인지?'를 정치권에 묻고 있다. 총선은 앞으로 1년반. 이같은 상황에서 국회의원은 또다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조를 것인가?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지역 정치권은 다시 한번 '위민정치'의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 이종태 지역사회부(파주)

2014-11-04 이종태

동두천 시민의 분노 이해한다

국방부는 2011년 3월29일 '미군기지 이전사업 2016년까지 이전 완료'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전을 얼마나 열심히 하려는지 한 문장에서 '이전'이라는 단어를 2차례나 썼다.A4용지 한 장 분량의 보도자료는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韓·美간 긴밀히 협력해 2016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로 마무리됐고 이후 철저히 맹신됐다. 동두천시민들이 "2016년까지 캠프 케이시가 이전한다"고 믿는 근거가 됐다.하지만 3년6개월이 지난 현재 캠프 케이시에는 여전히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미 만화책 출판사)의 영웅들처럼 '건장(健壯)'한 미군들이 주둔해 있고, 주민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2016년 이전은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보류됐다. 국방부가 동두천 시민에게 '건장(乾醬)'을 제대로 멕인(먹이다의 화성지역 방언) 것이다.문제는 잔류 결정 과정이 전혀 예측 가능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이 담긴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2004년 12월17일 발효)상에 캠프 케이시의 반환연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신 "이전은 양 당사국 국가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시행될 것(~executed based on decisions by the national leadership of both Parties)"이라는 '주(Note)4'로 처리돼 있다.즉, 미 군당국이 반대하면 주둔하는 것이다. 이같은 잔류 가능성은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은 "미군을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나 캠프 케이시 등 몇몇 부대의 경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등의 결과에 따라 잔류할 수도 있다"고 설명됐어야 했다.그래야 적어도 뒷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은 들지 않을 것 아닌가. 국방부는 발가벗고 일단 동두천 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김민욱 정치부▲ 김민욱 정치부

2014-10-30 김민욱

법의 맹점 노린 불법 건설면허대여

안양동안경찰서는 지난 8월께 안양에 소재지를 둔 종합건설사 한 곳이 서울지역에서 다세대 주택을 짓고있다 관할 기관으로부터 갑자기 공사 중지를 당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당시 관할 기관은 해당 건설현장에 대해 안전상의 이유로 공사를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서울 독산동의 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장 근로자들을 탐문 조사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서류상 기재돼 있는 건설사 직원은 한 명도 안보였다. 이후 경찰은 해당 건설사의 소재지인 안양시 관양동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사무실 입구에는 명패도 없고 내부 역시 집기류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경찰은 해당 건설사가 최근 건설업계에 문제가 되고있는 불법 면허 대여를 위한 속칭 유령회사라고 판단하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3개월간의 수사 끝에 해당 건설사가 1회당 최대 400만원씩 받고 총 34회에 걸쳐 건설업등록증을 전국의 건축주들에게 불법 대여한 것을 밝혀냈다.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해당 건설사의 대표인 김모(43)씨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지만,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 이미 나간 건축허가 및 착공신고는 취소시킬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경찰이 판단하기에는 건물 신축 및 증축과 관련한 건축 과정이 불법으로 진행됐지만 관할 행정기관의 입장에서는 최초 진행 과정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더라도 건축허가 및 착공신고 등을 위해 접수된 서류는 모두 관련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접수됐기 때문이다.이렇다보니 부동산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는 일부 건설사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공사 수주보다 불법 면허대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가 29곳의 업체에 대해 업체 소재지 경찰에 고발한 점만 보더라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한마디로 관련 법이 범죄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회는 안전의 중요성이 새삼 재조명받고 있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관련 법 개정 및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김종찬·지역사회부(안양·과천·의왕)▲김종찬·지역사회부(안양·과천·의왕)

2014-10-23 김종찬

가족 죽음에 '직접' 나서야 하는 나라

6개월전인 4월16일 진도에서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체육관에 모인 유족들은 해경이 "어둠때문에 진입이 어렵다"며 수색에 적극 나서지 않자, 오징어 배를 직접 타고 바다로 나가 조명을 비췄다. 다음날에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잠수부들이 못내려간다는 말에 밧줄 가이드라인 30여개를 손수 만들었다. 그리고는 경찰과 구조작업을 펼치는 관계자들에게 각지에서 온 민간 잠수부들을 투입시켜달라고 목놓아 소리쳤다. 당시 유족들은 상황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물었다. "국가는 뭘하고 있기에 이런 걸 유족들이 해야 하나요?"대청도 지뢰폭발 사고 다음날인 지난 7일 오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폭발사고 생존자들은 희생자의 시신 일부를 현장에서 봤다고 주장했지만 이의 수습을 위해 군(軍)이든 경찰이든 누구 하나 나서지 않자 유족들이 나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지뢰 제거 전문업체를 찾아냈다. 하지만 군(軍)은 현장을 통제했고, 유족들은 옹진군과 경찰 등을 찾아다니며 시신 수습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지켜보던 생존자 한 분이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관계기관은 가만히 있고 왜 유족들이 나서야하는 겁니까?"사고가 나자 구조작업에 나선 군(軍)은 현장을 지키는데 급급했다. "밤이라서 안 된다" "현장 투입은 위험하다"며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이같은 모습은 유족들에게 불신감만 키웠다. 진도나 대청도 희생자 유족들이 원했던 건 단 한가지. 국가가 '내 일'처럼 나서주는 것이었다. 희생자 시신수습 과정에서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찾아내려는 노력,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자세히 설명해주기를 바랐다. 유족이 '국가'에 대한 회의감으로 분노했던 이유는 국가기관이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최근 한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 안전의식이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안전불감증'보다 더 무서운 건,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할 것 같은 '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윤설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윤설아 인천본사 사회문체부

2014-10-22 윤설아

한 아이의 미끄럼틀 도전기

놀이터에서 초등학생 한 명이 자신의 키보다 두 배 이상 높아 보이는 미끄럼틀 정상에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어른들이 위험하다며 말리는데도, 아이는 진땀을 흘리며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낑낑대며 절반쯤 올라갔을까 이번엔 덩치 큰 중학생 형이 갑자기 아이 앞을 막아섰다. 아이는 비켜달라고 사정했지만 중학생 형은 팔짱을 낀 채 들은 체도 안했다. 결국 포기하고 내려오려던 순간, 또래의 다른 형이 나타나 아이의 손을 잡아줬고 결국 이 아이는 미끄럼틀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며칠 전 동네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현재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를 추진 중인 구리시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리시는 수년전부터 미래를 대비한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계획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사업 추진에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마치 아이가 미끄럼틀에 올라가는 것이 위험하다며 말리는 어른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아이가 미끄럼틀에 왜 올라가려 하는지, 올라갔을 때 아이가 어떤 성취감과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과연 생각해 봤느냐고 묻고 싶다.지난 7일 구리시를 방문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GWDC사업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이 같은 말을 했다. 도전에는 반드시 위기가 뒤따르지만, 그것을 극복해야 좋은 미래가 펼쳐진다고 말이다. 과연 넘어질 것이 두려워 미끄럼틀에 올라가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지 깊이 고민해 볼 대목이다.남 지사는 쿨(?)하게 GWDC 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혼자 힘으로 고군분투해 온 구리시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게 됐다. 아이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형과 비슷한 덩치의 형이 나타난 만큼, 이제 형들끼리 어떤 대화를 나눌지가 관건이다. 듬직한 형의 모습으로 대화를 잘 풀어간다면, 옆에서 근심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어른들도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황성규 지역사회부(구리·남양주)▲ 황성규 지역사회부(구리·남양주)

2014-10-09 황성규

아직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월 경인일보에서 '일산 입양아 사망 변조사건'을 단독·연속 보도한 이후 해당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앞서 사건의 발생지인 일산경찰서가 단순 '병사'로 사건을 종결하는 과오를 남겼지만, 경상북도의 3급지 경찰서인 울진경찰서에서는 같은 사건으로 양모 조모(46)씨를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양부 김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조씨의 구속은 언론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소신을 다하는 울진서 경찰관들, 그리고 온라인 서명운동과 피켓시위까지 불사했던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조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었던 데는 양심있는 의사들의 증언이 큰 역할을 했다. 울진서 경찰관들은 언론보도가 의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울진서 경찰관들은 사망한 정모(5)군이 사인에 이르게 될 때까지 수개월간 양모 조씨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던 것에 집중, 이를 규명해 줄 의사들의 증언이 필요했지만 쉽사리 나서는 의사를 구하기 어려웠다.하지만 경인일보를 비롯한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 이후 소신있는 의사들이 하나 둘 증언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 자료들은 양모 조씨가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경인일보 보도 이후 경기지방경찰청도 해당 사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1급지 대도시형 경찰서인 일산경찰서의 안일한 대응으로 해당 사건이 영영 은폐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경기2청 청문감사실에서는 해당 사건의 자료들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고 관련 경찰관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사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양모 조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지만, 조씨는 실종된 김모(7)군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양모의 증언에 따라 김군이 실종된 곳으로 추정되는 대전에서 김군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데다 조씨의 말이 신빙성이 떨어져 수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조씨에게 입양된 또 다른 아이들, 첫째와 셋째는 불구속 입건된 양부 김씨의 품으로 돌아갔다. 김씨 역시 조군의 사망변조에 가담한 데다 김군 실종을 방관했던 자로, 여전히 아이들은 위태로운 상태다.아직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내 입양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불법 입양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의 사각지대로 또 다른 정군·김군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개선과 사회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윤수경 사회부▲ 윤수경 사회부

2014-10-08 윤수경

학생 안전보다 무서운 특혜시비

지난 2009년 9월 성남시 중원구의 한 골목에서 등교하던 여고생이 15t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도 없이 겨우 차량 2대만 교행할 수 있는 골목이지만 수십년간 출근길을 재촉하는 차량과 인근 8개교 1만여 학생이 얽혀 혼잡을 빚던 길이다. 이 사고로 전국적으로 등굣길 안전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하지만 6년여가 지난 지금도 사고가 발생했던 골목, 원터길의 풍경은 거의 변한 게 없다. 안전을 외치고 있지만 그 뒤에 깔린 어른들의 계산 때문이다. 최근 원터길 인근에 위치한 성일학원(성일중·성일고·성일정보고)은 학생안전 등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성남시·경기도교육청 등과 논의를 시작했다.그러나 성일학원 이전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성일학원 이전은 땅장사를 통해 자금을 늘리려는 장삿속이라는 주장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간 주장해 온 원터길 확장안이 추진될 경우 일대 주민들이 얻을 보상 등 경제적 이득이 사라지기 때문에 성일학원의 이전을 막아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어떤 대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이득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등하굣길 안전대책은 어른들의 경제논리 속에서 다시 표류하는 셈이다.중요한 건 누가 이득을 보느냐가 아닌 누구를 위한 대책인가다. 원터길을 둘러싼 논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시급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안전보다 경제적인 이득을 따져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꺼내어 볼 때다.학생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성일학원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땅장사를 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면 학교 이전에 대한 오해와 비판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교육환경 개선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역주민과 학부모 등은 원터길 안전대책 중 실현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객관적인 시선으로 헤아려 학생들이 하루 빨리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등하굣길을 만들어야 한다./김성주 지역사회부(성남)▲ 김성주 지역사회부(성남)

2014-10-02 김성주

'잘못' 지적한 시의원 윤리委 회부라니…

"내부 일을 외부에 폭로한 의원은 색출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시흥시의회가 요즘, 지난달 있었던 의원워크숍 이후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떠들썩하다.의원 A씨가 워크숍을 끝내고 가진 만찬후 이어진 2차 노래방 유흥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어느 사석에서 했고, 그 내용이 보도되자 일부 의원들이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22일 대책회의까지 열고 시의회 차원에서 언론에 제보한 의원을 반드시 색출하자고 결의(?)했다는 후문이다.안타까운 일이다. 색출이 아닌 반성을 해야 맞다.사건은 유관기관이 관여하면서 벌어졌다. 의원간담회 자리에 시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특정 의원은 그들을 소개했다. 이어 그들과 의회사무국 직원까지 어울려 유흥을 즐겼다. 유관기관이 의원워크숍에 온 것도, 같이 어울린 것도 문제지만 더 큰 사안은 따로 있다.유관기관 관계자들이 50만원을 의회에 전달했고, 사무국 직원이 그 돈을 유흥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잘못을 해 놓고 반성은 커녕 언론 제보자를 색출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발상이 왜 나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다. 치부를 드러내 망신을 줬다는 것이 이유라면 더욱 그렇다.사무국 직원이 유관기관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비용을 계산했다는 것 자체가 공직사회에서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시흥시의회는 이제라도 그날의 일을 반성하고 더욱 성숙한 의회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아 지역과 시를 위해 일하는 의원님들이 잘못을 지적한 동료의원에게 칼을 들이대는 모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유관기관 관계자와 거리는 두는 연습도 필요하지 않을까./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김영래 지역사회부(시흥)

2014-09-25 김영래

국적 없는 아이들

'국적없는 아이들'을 취재하면서 한 옛기지촌 어두컴컴한 뒷골목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눈빛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낯선 사람을 보자 겁먹은 눈빛을 하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다 도망치듯 어둠 속으로 사라진 아이들, 티없이 맑아야 할 이 아이들이 도대체 왜 도망쳐야 할까.한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이 방과후 모여 한글을 공부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외국인 학교에 와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올망졸망 아이들 틈에 우리나라 나이로 중·고등학생쯤 보이는 청소년도 얼핏 대여섯명 눈에 띄었다. 아이들 모두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사실 이 아이들은 피부색만 다를 뿐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이다. 이들은 부모가 언제 출입국 단속에 붙잡혀 이 나라를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생활형편이나 부모의 불법 체류자 신분 등의 이유로 유치원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렇다보니 초등학생이지만 이미 유치원에서 배웠어야 할 한글을 몰라 수업시간 멀뚱멀뚱 선생님의 얼굴만 쳐다보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중·고등학생 나이지만 뒤늦게 교실 한구석에 앉아 동생들과 함께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을 보자 가슴이 저렸다. '이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자괴감마저 들었다.우리나라도 1960년대 간호사와 광부들을 독일 등 유럽에 외화벌이로 보내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또 1990년대 후반까지 '고아수출국'이라는 불명예의 멍에를 썼다. 우리는 10여년전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불러들여 산업인력의 불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체류자들이 양산되고 있고 이들의 자녀가 무국적자로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빨리 정치권과 국민들이 나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이 땅에서 더이상 국적없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2014-09-24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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