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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공직 '아름다운 퇴장'

37년 10개월동안 오로지 '땅의 경계선'만 바라보고 외길 공직을 걸어온 공직자가 후배들을 위해 정년을 3년이나, 그리고 '일반적인(?)' 명예퇴직보다도 1년이나 빨리 공직을 떠나 경기도청 안팎을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특히 그의 조기 명퇴는 지적 직렬이라는 소수직렬의 한계때문이어서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이규상(57) 경기도청 토지정보과장. 이 과장은 4일 명예퇴직이 확정된 뒤 김성렬 행정1부지사, 이재율 경제부지사, 직속 상관인 김정렬 도시정책실장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모두 이 과장의 손을 꾹 잡을뿐 말문을 잇지 못했다.이 과장은 1955년 2월생으로 정년퇴직은 2015년 6월말이다. 또 54년생(일부 시·군 53년생) 공직자들이 명퇴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1년 이상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명퇴 공직자들처럼 도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해 가는 것도 아니다.오로지 후배들을 위한 명퇴다. 이 과장이 몸담고 있는 토지정보과에는 '고구마 줄기'처럼 지적 직렬 후배 공직자가 늘어서 있다. 55년생 사무관 1명, 57년생 사무관 2명으로 각각 97년, 98년, 99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해 13~15년간 한 자리에 머물고 있다.이 과장이 만약 정년까지 공직생활을 다 하거나, 내년에 명퇴할 경우 이들은 도청내 1개 자리밖에 없는 지적직렬 서기관으로 승진할 기회가 봉쇄된다.2001년에 사무관에 승진한 일부 행정직렬이나 건축·토목직렬 사무관들이 서기관에 승진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결국 소수직렬의 한계가 이 과장을 조기 명퇴로 이끈 셈이다."왜 아쉬움이 없겠습니까? 당장 내일 아침이면 갈 곳이 없는데…", "그렇지만 십수년 이상 마누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한 사무실에서 함께 뒹굴던 후배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38년의 공직을 마감하는 이 과장의 변(辯)이다.

2012-10-04 이재규

예술감독의 본분과 취재 거부

경기도문화의전당의 '2012 Peace & Piano Festival'이 23일 막을 내렸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김대진 예술감독은 짧은 인터뷰 시간동안 강한 실망감을 남겼다.지난 22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기실에서 만난 김대진 예술감독은 기자에게 의외의 말을 꺼냈다.그가 꺼낸 첫마디는 이번 피아노 페스티벌에 관한 것이 아닌, 지난달 23~25일 열린 수원국제음악제 관련 기사에 대한 불만이었다. 경인일보 8월27일자 16면에 실린 기사는 2012수원국제음악제의 성과와 함께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린지페스티벌의 낮은 참여율과 일부 장소에서 벌어진 취객 행패,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 등을 지적했다.김대진 예술감독은 "프린지페스티벌은 축제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큰 예산을 들여 만든 축제에 대해 그렇게 기사를 썼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Peace & Piano Festival의 예술감독으로 만난 자리였지만 그는 "이 일이 마무리 되지 않으면 다른 인터뷰는 응할 수 없다"며 돌아섰다.김대진 예술감독의 말처럼 하나의 축제가 기획돼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Peace & Piano Festival 역시 경기도문화의전당을 포함한 많은 관계자들이 공을 들여 만들어낸 축제다. 그 축제의 총 감독자인 그가 한달 여전의 수원시립교향악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는 수원국제음악제 관련 기사 때문에 취재를 거부한 것은 축제를 만든 사람들에게도, 축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관람객들에게도 납득이 되지 않을 행동이다.경기도문화의전당은 내년 Peace & Piano Festival을 위해 브리지 축제를 마련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축제를 알리고 싶을 것이다.그러나 김대진 예술감독의 행동은 자칫 제 식구 챙기느라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수고를 외면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수원국제음악제 관련 기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찾아 대응했어야한다. 그도 사람이니 개인적인 감정이 앞설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관심이 모이는 축제를 이끄는 예술감독으로서 본분을 지키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2012-09-24 민정주

지역경제살리기 vs 자연환경파괴

왕송호수 레일바이크 설치 문제를 두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간 의견차로 의왕지역이 연일 시끄럽다. 환경단체는 철새 도래지인 왕송호수에 레일바이크가 설치될 경우 급증하는 관광객 방문으로 순식간에 자연생태 환경이 파괴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시민연대는 레일바이크 설치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도시 이미지 상승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 단체는 '왕송호수는 미래의 후손을 위한 자산', '레일바이크 설치는 대다수 시민의 염원' 등을 내세우며 연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거나 집회를 여는 등 자신들의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키 위한 노력에 혼심을 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레일바이크 설치로 인해 촉발된 양 단체간의 의견차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렇다면 왕송호수에 레일바이크가 설치됨으로써 1차적인 영향을 받는 부곡동 주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부곡동 성인 인구의 50%가 넘는 1만여명이 레일바이크 설치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의왕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던 부곡동이 레일바이크가 설치됨으로써 관광객 유치에 따른 지역 발전과 함께 대내외적 이미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시가 레일바이크 설치 계획을 세우면서 왕송호수의 수질 개선에 더욱 노력한 결과, 수질이 등외등급에서 6등급까지 향상되는 등 환경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제3자의 입장에서 볼때 환경단체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급증하게 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지는 몰라도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이 때문에 시는 레일바이크 설치를 추진함에 있어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자연환경 파괴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간 발생한 의견차를 해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2-08-30 김종찬

인천 여교사 익명 투서 사건

한 여교사의 '익명 투서'로 인천시 교육계 안팎이 발칵 뒤집어졌다. 투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여교사는 일부 몰지각한 학교장들이 '근평'과 '승진'을 빌미로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에게 온갖 추태와 만행을 일삼는다고 폭로했다. 술자리 신체접촉과 성희롱 발언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들이었다. 혹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태가 불거진 것은 불합리한 근평과 승진구조에서 비롯됐다. 이 여교사는 투서에서 "근평이 교장의 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동료 교사들의 다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도 교장이나 교감에게 밉보이면 승진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다수의 경쟁자 가운데 한 여교사가 1등이 됐다면 "돈이야, 몸이야"하는 치욕적인 얘기까지 오간다고 했다. '늑장대응' 논란 속에 시교육청은 본격적인 진상규명에 나섰다. 여교사의 최초 투서가 도착한지 한 달이 지나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시교육청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노현경 의원이 직접 우편 형태로 설문조사에 나선 이유다. 노 의원은 이 여교사가 투서를 통해 요청한 대로 설문 항목을 만들었고, 설문에 응한 여교사들의 비밀보장을 위해 집에서 직접 우편으로 받아볼 계획이다. 이 여교사의 투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인천 교직사회에 만연돼 있는 잘못된 조직풍토를 바꿀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선 현장 여교사들의 큰 용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교육청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가려야 한다. 만약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자들을 엄중문책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싹을 완전히 뽑아내기 위해 공정한 근평과 승진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선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지도하고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모범이 되고 있는 대다수 교육자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2-08-29 임승재

면죄부로 전락한 노무비지급확인제

추석 무렵이면 어김없이 건설현장의 체불임금 뉴스가 보도된다. 올해도 진행형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공(관급)공사 현장에 노무비 구분관리제도, 지급확인제도와 같은 임금체불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불만의 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국토해양부는 올 초부터 건설현장의 노무비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지침'을 마련해 공공공사 현장의 체불임금 문제가 상당수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침은 발주인이 노무비 지급확인서를 확인한 뒤 원청이 청구한 노무비를 노무비 전용통장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지침대로면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지만 지침은 지침일뿐 현실은 아니다. '발주→원청→하청'까지만 노무비가 구분관리될 뿐,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하청→근로자'구간은 노무비가 구분관리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하청업체가 속칭 '오야지'로 불리는 작업반장을 통해 A4용지의 임금지급확인서를 내밀면서 서명을 요구할 경우, 눈치를 봐야 하는 건설 근로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체불이 체불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오야지가 임금을 챙겨 도주해 버리면 건설 근로자는 어디에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한다. 발주자나 원청을 찾아가 체불임금을 요구하더라도 "왜 임금지급확인서에 서명을 했느냐?"는 핀잔만 돌아올 뿐이다. 또한 공공기관인 발주자에게 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을 통보토록 하고 있지만 지금껏 단 1건의 통보가 없는 것처럼 있는 둥 마는 둥한 제도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임금보증보험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거나 최소한 하청업체에 단순 확인서를 넘어 계좌이체 전표를 첨부토록 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또 체불임금이 발생한 건설현장에 벌점제도를 도입해 공공공사에 입찰을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조치만이 임금체불 해결방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2-08-28 문성호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0m의 속도로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다.볼라벤은 그간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를 냈던 태풍들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예측돼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6일 밤에는 일본 오키나와를 관통하면서 지역을 거의 초토화시켜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막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빠르게 북상중인 볼라벤은 예상대로라면 28일 새벽부터 한반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풍 경로 예상지역인 평택, 안산, 화성, 김포, 시흥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당국은 발빠르게 대비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는 볼라벤이 내일 오전 9시 경기남부를 시작으로 낮 12시께 경기도 전역에 강한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피해를 줄 것으로 보고 27일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김문수 지사는 친히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대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피해 발생시 주민 대피시설 및 구호물품 관리 상태를 점검할 것을 각 시군에 시달했다. 대피장소를 미리 주민에게 홍보할 것도 주문했다. 하지만 재난 때마다 '인재(人災)'논란은 반복돼 왔다.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낸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 때에도 그랬다. 얼마만큼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해 재난피해를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인데, 재난 때마다 장비부족과 늑장대응은 문제가 되곤 했다. 물론 재난은 불가항력이겠으나,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은 문제다. 오는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당국의 사전 준비나 방재 시스템의 수준과 직결된다.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교훈을 상기해야한다. 안전에는 '설마'란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대비책만이 도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2012-08-27 이경진

교육정책 한치 앞도 못보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계획을 세울때 먼 미래를 보고 큰 계획을 세우라는 뜻이다. 이같은 표현은 교육과 연계돼, 하나의 지침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한국 교육에 백년지대계 같은 정책은 없다.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마음에 급조된 탁상공론이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꼴이다.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복수담임제를 도입했다. 학생 관리 차원에서 한 학급에 2명의 담임을 두겠다는 뜻이다.'콩나물 교실도 해결 못하면서 무슨 복수 담임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이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우선 시행이 결정된 중학교의 경우 학급당 교사가 1.6명에 그쳐 교과부의 방침에도 불구, 제대로 이를 이행한 학교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교과부는 한학기만에 사실상 정책 철회를 선언했다. 교사 충원 등 모자란 점을 채우기도 전에, 복수담임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최근 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 사이에 날선 갈등이 일고 있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학교 폭력을 엄벌 차원에서 이를 추진했지만, 학생이 일반인이나 교사·부모 등에 대해 저지른 폭력 등 범죄 행위는 기재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권위 권고까지 외면하며 밀어붙인 정책이지만, 정책 수립시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도교육청도 이같은 부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올초 학교폭력 대책을 전담할 학교인권지원단을 출범시켰지만, 반년도 안돼 별다른 성과없이 단장 등 구성원을 교체했다. 교과부와의 갈등 부분에서도 일선 학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자존심만 앞세우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있다. 교육은 전국민의 관심사라 할만큼 중요한 부분이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조언자도 수두룩하다.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기관만큼은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비아냥을 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2012-08-26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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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직후 '긴급요청'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한 통 도착해 있다. 내용인즉 경인일보에 게재된 '광주 SRC요양병원(삼육재활원) 덮은 하수 악취, 머리 지끈 병이…낫겠나' 기사가 SRC 이미지에 상당히 안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터넷의 제목을 수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시 하천공사 지연으로 인근 병원 환자 불만 속출'이라는 예까지 들었다. 환자들은 악취가 난다며 광주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광주시에는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기사였는데 SRC측은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며 사실상 기사를 빼달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또하나 있다. 지난달초 광주시 곤지암읍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공사 현장 인부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기사와 관련해 시공사인 한화건설의 답변에 기자는 할 말을 잃었다. '저희 회사 이름이 들어갑니까?', '그럼 로고는요?', 'H건설이요?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다만 저희 회사라는 사실을 알만한 로고나 글씨가 안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등 이미지 관리에 목을 맸다. 물론 이미지로 인해 한 기업이 좋게 또는 나쁘게 평가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미지 관리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SRC도 시에 민원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을 것이고, 한화건설도 수시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며 직원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했을 것이다.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SRC나 한화건설의 이미지가 실제로 나빠질 수도 있다.아니 환자의 고통과 현장 인부들의 안전을 외면한 채 이미지만 개선하려 한 일련의 모습들이 오히려 이미지를 안좋게 만든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감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오히려 이미지를 좋게 만들지는 않을까?

2012-08-23 임명수

한숨으로 장바구니 채우는 주부들

오락가락한 날씨, 줄줄이 오르는 생필품 가격에 고개 숙인 그대. 그대의 이름은 '주부'다. 다가오는 9월, 추석과 김장철이 무섭다는 그대의 이름도 '주부'다.장바구니 물가 변동만큼 중요한 기사도 없기 때문에 자주 주부들과 대화를 하는 편이다. 특별히 취재 대상으로 정해 둔 주부들은 없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둘러보며 장보러 나온 주부들에게 몇 마디 말을 건다.체감하고 있는 내용을 가장 잘 이야기해 주는 주부들의 특징은 한 가지 제품을 사더라도 꼼꼼하게 살펴본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 코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분들에게 말을 걸면 그늘진 가계부마저 내어 줄 정도로 상세하게 상황을 전해 준다.올해는 특히나 질문에 대한 답보다 한숨을 먼저 쉬는 주부들이 늘었다. 과자, 라면, 음료, 전기 등 수없이 많은 품목의 가격 인상 기사를 썼지만 실제 살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그런데 가만히 주부들을 보자니 상황이 심각한 듯하다. 7월 말부터 추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더니 지금은 품목별 가격 할인을 하는 점포를 찾는 등 주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이 와중에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물가 안정 대책은 사라져 버렸다. 이미 오래된 일이다. 물가가 요동치면 어디선가 또 슬그머니 물가 안정 대책을 들고 나타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기대는 없다. 오히려 공공요금의 오르내림은 공공기관과 정부의 은밀한 작전에 의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심부터 하게 됐다.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여러모로 '불신의 시대'가 맞다. 현재로서는 믿기 어려운 정부를 추궁하며 스스로는 스마트한 주부, 소비자가 되는 수밖에. 언제쯤 먹고 살기 좋아졌다는 기사를 쓸 수 있을지 아득하다.

2012-08-22 박석진

대형마트와 쇼핑센터의 한끗 차

"글쎄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서 설명하기가 애매하네요."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관한 조례를 시행중인 지자체들에 '대형마트와 쇼핑센터 구분법'을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한 대로 기재돼 있는 '대규모 점포의 종류'외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그렇다면 유통법 내 대규모 점포의 종류는 구체적일까. '용역의 제공 장소를 제외한 매장 면적의 합계가 3천㎡ 이상인 점포의 집단'이라는 면적 기준마저 같은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이고, 쇼핑센터는 그렇지 않다는 게 그나마 차이점이다. 상품 종류나 층별 매장 비율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기대한 기자에게 지자체 담당자들도 "점원의 도움없이 물건을 판다는 점이 대형마트와 쇼핑센터를 구분하는 기준이라면 기준이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쇼핑센터 모두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곳이니 이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렇게 마땅한 기준이 없는 틈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그랜드백화점 영통점을 인수한 롯데쇼핑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5월 그랜드백화점 영통점을 인수한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로 리뉴얼하면서 수원시에 업종을 쇼핑센터로 변경 신청했다. 롯데쇼핑측은 롯데마트 외 다른 층에는 패션매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라 쇼핑센터로 등록했다지만 영업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미 근방에 있는 롯데마트 권선점이 복합 쇼핑몰로 등록된 덕에 영업 규제에서 벗어났다는 걸 이들이 모를 리 없다.비단 대규모 점포를 나누는 빈약한 기준뿐만이 아니다. 의견 수렴이나 구체적인 논의도 없이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허술하게 규제를 만든 탓에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안이 시행 몇 달 만에 무력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곱씹어서 고민해봐야 한다.

2012-08-21 공지영

'정치권에서의 괘씸죄'

새누리당이 20일 오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18대 대선 후보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식 선출했다. 이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정으로 업무 복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김 지사 캠프에 합류했던 도 계약직 공무원 출신 7명의 도정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두 명가량은 김 지사 권한으로 본래 임무를 수행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지만, 상당수 인원은 같은 당인 도의회 새누리당에서조차 복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경기도의회 여야 대표단은 최근 김 지사 캠프에 합류해 있는 도 공무원 출신 인사의 경선 후 복귀를 차단하면서, 이들의 정원을 활용해 도의회 교섭단체별로 정책보조요원을 신규 배정키로 합의했다. 도의회에서 김 지사와 같은 새누리당도 이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김 지사를 잘못 모신(?) 캠프 인사에 대한 괘씸죄 때문으로 보인다.새누리당 대표단내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일부 인사가 김 지사가 패배할 것을 감안, '최종 경선일인 20일 이후 도 업무에 복귀할 테니 다른 계약직 채용을 하지 말아 달라'고 귀띔한 것이 캠프내에서 발각됐다"며 "이에 캠프내 특보라인에서 이들 인사에 대한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장수가 전장(戰場)에 나갔을 때 휘하의 부하들은 임전무퇴의 각오로 전투에 임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권은 김 지사 캠프내 인사들이 경선 일정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업무 복귀를 입 밖에 낸다는 것은 일종의 배신행위라고 여기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과의 경선은 김 지사 입장에서 계란으로 바위 깨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듯, 모든 것이 정치의 일환이다. 경선이 진행중인 와중에 도정 컴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건, 그들이 이미 경선 과정에서부터 지고 들어갔음을 뜻한다. 스스로 도정 복귀 명분을 없애버린 자충수였다는 얘기다.

2012-08-20 송수은

기업윤리 저버린 KCC건설

지난 2009년초 안성시 공도에 있는 KCC스위첸 아파트에서는 사기분양 사건이 벌어졌다.이 아파트 시행사인 그린토건이 미분양 물건을 40% 할인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시민들을 속여 돈을 가로챘고, 책임을 져야 할 시행사 대표이사가 잠적해 버린 것이다. '새 아파트에 살게 됐다'는 꿈을 안고 이사를 온 피해자들은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삿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 안성시에서 파악한 피해자만 20여명. 분양 사기로 인해 수억원을 날린 40대 한 가장은 자신의 분통함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KCC건설측은 주민들의 이런 아픔을 외면한채 사기 분양으로 입주가 미뤄졌던 물건들을 차례차례 제3자에게 팔아넘기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제3자에게 물건이 넘어가면 모든 게 끝난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파악,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KCC건설 또한 가처분 신청이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어 주민들이 아파트 판매를 막을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남지 않아 보인다. 사기 분양으로 피해자들은 "분양 계약 당시 KCC가 만든 모델하우스에서 정식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KCC측은 시행사가 저지른 사기분양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대기업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봐도 시공사와 시행사는 한 몸으로서, 아파트 건설하고 분양하는 일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시행사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달아났다면 시공사라도 나서서 사실 확인후 피해자들에게 사과부터 하는게 옳다. 하지만 KCC건설은 건설 불경기에 1천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짓느라 자신들도 피해를 봤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예전부터 장사꾼이 손해봤다는 말은 믿지 말라 했다. 현재 이 아파트 분양률은 99% 수준이다.

2012-08-19 김민욱

삼성전자, 그리고 A/S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의 성능과 제조회사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A/S(애프터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가전제품은 사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료이든, 유료이든 A/S가 잘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해당 업체와 제품이 평가된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말께 한 시민으로부터 "삼성전자 경기광주점에서 구입한 선풍기가 고장이 나 해당 매장을 방문했는데 '공휴일이라 A/S가 안된다'고 거부해 그 무더위에 되돌아와야만 했다. 세계 최고라는 기업이 이래도 되느냐"는 불만 제보를 접했다.이에 해당 매장 직원은 전화통화에서 "신입사원이 상담을 하던 도중 고객의 언성이 높아져 쫓아가 상황 설명을 했는데 그냥 나가버렸다. 오버가 심하신 분 같다"고 답변했다. 다음날 기사가 게재된 후 삼성전자 홍보실로부터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확인 결과 그 분이 가져오신 제품은 우리 회사에 없는 모델로 삼성제품이 아닌 타 회사 제품으로 A/S 의무는 없지만 대행 서비스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만을 제기한 제보자와 매장측에서 밝힌 고객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우연일지 몰라도 비슷한 시기에 선풍기 A/S를 접수한 다른 고객을 매장측이 제보자로 착각한 것이다.실제 삼성전자 제품을 들고 온 제보자는 문전박대 해놓고 다른 제품을 가져온 고객을 제보자로 착각, 고객의 잘못된 부분만을 부각시키며 진상고객(?)으로 치부하면서 자신들은 큰 잘못이 없다는 투의 변명만 늘어놓는 것이 과연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서비스 정신인가 묻고 싶다. 해당 고객이 이같은 사실을 안다면 어떨까? 세계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는 A/S를 기대해 본다.

2012-08-16 임명수

임대아파트, 4억원의 행복

인천도시공사가 관리하는 6층짜리 선학영구임대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6층이 제일 싸다. 40㎡형 기준으로 2만6천원이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층은 2·3층으로 2만9천100원이다. 최고-최저 임대료 차액이 3천100원이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하거나 고령의 입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층수는 2층 또는 1층이라고 한다.선학임대아파트는 1993년 6월 첫 입주가 이뤄졌다. 당시엔 6층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의무 설치' 규정이 없었다. 101~119동 1천300여세대는 19년동안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인천시가 관리했던 선학임대아파트는 2005년부터 인천도시공사로 넘어갔다. 오래 전부터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있었지만 인천시도, 인천도시공사도 민원을 해결해주지 못했다.지난달 인천도시공사는 106동과 108동에 엘리베이터를 각각 1대씩 설치했다. 사업비는 4억원이었다. 입주자들이 감사의 뜻을 모아 사진첩과 3분짜리 동영상을 3개씩 만들어 인천도시공사에 전달했다. 인천도시공사 직원들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사진첩과 동영상 제작의 '기술적인 부분'을 지원한 선학종합복지관 관계자의 말을 들어봤다.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2년만에 처음 바깥 출입을 하신 분도 있어요. 집에서 외롭게 사시는 노인분들 중에는 말벗이 필요한데,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편하게 찾아갈 수도 있구요. 다른 동에도 빨리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감사 메시지를 전달한 겁니다."수년 전 일이지만, 인천도시공사가 임대아파트를 인천시로부터 넘겨받은 주된 목적은 '부채 비율 축소'에 있었다. 공사채를 더 발행하기 위해서였다. 임대아파트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공사 내부에서 임대아파트는 늘 '후순위 사업'이었다. 자본금 2조원대인 인천도시공사의 창립 10년을 돌이켜봐도 '4억원의 행복'이 이처럼 컸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천도시공사의 임대아파트 사업에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2-08-15 김명래

뽀로로파크 출구는 울음바다?

동탄 뽀로로파크 캐릭터 숍에 갑자기 아이가 맨발로 뛰어들어 뽀로로 장난감을 집어들었다. 곧장 부모가 달려와 내려놓으라고 달랬지만,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계속되는 부모의 만류에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캐릭터 숍 직원은 "하루에도 수십번 일어나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결국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집은 5만원이 넘는 장난감 대신 1만원짜리 뽀로로 풍선을 사고나서야 그 공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라고 노래를 부르는 꼬마 펭귄과 놀기 위해서 2시간에 1만6천원하는 입장료로는 부족했나보다.서울시 2곳을 비롯해 화성시 동탄신도시점, 파주점, 킨텍스점, 광주수완점까지 전국에 6곳의 뽀로로파크와 키즈카페는 전 지점 모두 캐릭터 숍을 반드시 거쳐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뽀로로파크 출구는 늘 울음바다다. 이뿐 만이 아니다. 뽀로로파크내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해 놓고 대기업에 위탁해 운영하는 음식점은 핫도그를 6천원, 아이 손바닥만한 햄버거를 4천500원에 판매하는 등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뽀로로파크측은 "위탁업체에 맡긴 일이니 (높은 가격에 대해)어쩔 수 없다"며 "이유식·특별식의 경우는 반입을 허용한다"는 터무니없는 항변만 늘어놓고 있다. 더욱 아쉬운 점은 비싼 비용에 상응하지 못하는 서비스다. 뽀로로파크 홈페이지에 문의전화 번호가 잘못 기재돼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번호를 수정하기도 했다.현재 '뽀로로' 브랜드의 가치는 4천여억원, 누적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 세계 120개국의 아이들이 뽀로로 노래만 나오면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하지만 뽀로로파크는 아이 부모들에게 '동심을 이용한 상술'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뽀로로파크가 하루빨리 '뽀통령'의 명성에 걸맞은 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2012-08-14 윤수경

"세상은 한 사람이 바꾼다"

요즘 '골든타임'이 대세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이 드라마는 중증외상센터를 둘러싼 의료계의 현실과 그 뒷얘기를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골든타임', 외상환자가 사고를 겪은 직후 1시간까지를 말하는 것으로, 환자의 삶과 죽음이 갈릴 수 있는 '황금같은 시간'을 뜻한다. 석달 전, 기자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집중 조명하면서 기획시리즈 '다치면 죽는 대한민국, 제2의 석해균은 없다' 기사를 취재, 보도했었다. 당시 이 교수를 심층 취재하면서 그의 삶을 얼핏 들여다 봤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스타급 의사가 다른 의사 연봉의 절반 가량을 받으면서도 1년 365일을 거의 쉬지않고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석해균 선장 수술을 집도하기 전까지 무려 10년간을, 남이 알아주지 않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온 그는, 이제 외상외과 영역에서 선구자가 돼 인정받고 있으며, 지금은 곳곳에 그의 뒤를 따르려는 후배 의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최근 '이 교수같은' 사람을 경기도청에서 만났다. 자치행정국 김기세 사무관이 바로 그다. 그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비영리 단체인 경기지역 주민자치센터에 개별적으로 음원 사용료를 요구하던 것을,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결국 적정한 저작권료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김 사무관이 관심갖지 않았더라면 도내 517개 주민센터는 연간 4억원 가량을 저작권료로 내게 됐을 것이다. 이 돈은 고스란히 주민들 부담이 됐거나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했어야 할 돈이다. 주민센터에 저작권료를 요구한 최초의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10년, 아니 100년후 김 사무관을 통해 아끼게 되는 도민의 쌈짓돈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다.세상의 변화는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각자의 영역에서 무단히 노력하는 이 교수와 김 사무관과 같은 선구자들이 있기에, 세상은 좀더 그럴듯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장담한다.

2012-08-13 최해민

정부출연 연구원 급여의 적정선

얼마 전 연구원과 직원들의 임금을 노사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삭감한 국토연구원이 민·형사상 고소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월 감사원에서 국토연구원 등 6개 기관이 정부의 인건비 인상 기준보다 높은 급여를 지급했고, 사업비를 인건비로 부당하게 집행했다는 이유로 주의 조치를 받자, 사측이 노사 임금 합의를 한 지 3개월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기자는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정부출연 연구원들이 받는 월급은 얼마가 적당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노조 측에 현재 급여를 물었다. 그러나 노조는 '평균보다 많은 월급을 받고 있어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로 답변을 꺼렸다. 노조의 걱정대로 대다수 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은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종업계의 사기업이나 특히 외국에서 일하는 동료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적은 액수이며,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 라인은 매년 이 격차를 벌어지게 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토연구원의 노·사가 사업비 일부를 이들의 인건비로 집행한데 합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원들이 정규직인 것도 아니다. 3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하는 계약직 신분이다. 게다가 이들 급여에 대한 정부의 출연금은 60%뿐이고, 나머지 40%는 연구원들이 직접 업무를 따내서 얻는 자체 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구원들은 '애국심'만으로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능한 인재들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거나 사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들의 임금 인상이 가이드라인보다 높다고 지적할 뿐, 이들이 받는 월급이 적당한가에 대해 깊게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물론, 국토연구원이 연구비와 같은 사업비를 인건비로 부당하게 쓴 것은 사회적인 질타를 받아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이 나라 석학들이 국책연구기관에서 적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2012-08-13 김혜민

33년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남촌풀장

남촌풀장을 기억하는지. 광주시 초월읍에 소재한 3만3천여㎡ 남짓한 이곳은 1980~90년대 이렇다할 물놀이 시설이 없을 당시 광주·성남·용인·이천·하남 등 경기 동부지역의 대표 여름 피서지로 주가를 올리던 곳이다. 기자도 학창시절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찾아 수영을 했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한해 5만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각광받던 이곳이 곤지암천 수해복구사업 구간에 편입되면서 최근 철거작업이 이뤄졌다.1979년 문을 연 남촌풀장은 광주 곤지암천변에 위치해 주변 수풀 경관과 어우러지며 시원함을 제공, 수도권 근교 여름 피서지로 인기를 얻어왔다. 한해 개장하는 2달간에만 5만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으나 지난 4월 철거와 함께 33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올해는 옛추억을 떠올릴 겸 오랜만에 남촌풀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필자에게 철거 소식은 추억 하나가 사라지는 것같은 허전함과 왠지모를 미안함을 갖게 했다.어렵게 수소문해 남촌풀장을 운영했던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그는 "개장기간은 통상 2달이었지만, 실질적 영업일수는 (수해로 인해) 20일까지로 줄어든 적도 많아 어려움이 많았다"며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규제도 운영자 입장에선 큰 장벽이었던지라 직원 20여명과 함께 계속 운영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인근에 최신 시설을 갖춘 물놀이시설이 지속적으로 등장해 피서객들이 그쪽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기존 시설로는 경쟁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일 터다. 덧붙여 그는 "이곳은 하천기본계획선에 위치해 수해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철거라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던 만큼, 안타깝지만 문을 닫았고 애정을 갖고 이용해줬던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혹 아직 휴가전인 분들이 있다면 나의 추억속 피서지로 떠나보는 건 어떠실지. 시대가 급변하며 언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르니 말이다.

2012-08-09 이윤희

'청라 악취' 잡을 수 있다

인천 서구가 또다시 악취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지난 7월말부터 최근까지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저녁만 되면 악취가 진동한다며 서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악취가 '타이어(고무) 타는 냄새'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청라에 거주하는 서구청 공무원들도 악취를 호소할 정도였다.빗발치는 민원에 서구는 주민생활지원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청라 악취 긴급대책반'을 편성해 본격적인 악취잡기에 나섰다.작년 이맘때 있었던 수도권매립지 악취악몽이 재현되는 듯하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수도권매립지에 관한 악취민원이 없다. 지난해 가을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이 악취 때문에 못살겠다며 방독면까지 쓰고 시위를 벌였던 것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악취방지사업을 벌인 결과 올해는 악취민원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립지공사가 그동안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도 십수년간 악취문제를 방치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지자체의 강력한 규제와 민원에 앞서 배출업체가 자발적으로 개선의지를 갖고 악취저감에 노력했다면 악취소동 자체가 없었지 않겠냐는 아쉬움이다.이번 악취는 서구와 인접해 있는 동구의 철강업체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국제강이 철강을 만들어내면서 나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서구까지 올라오는 것이었다. 서구는 최근 인천시, 동구와 합동으로 동국제강을 방문해 청라에서 감지되는 악취와 동국제강의 배출물질이 같다고 결론지었다. 수도권매립지가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을 보면 이번 악취도 동구의 철강업체가 의지를 갖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2012-08-09 김민재

DMZ와 미래의 희망 청소년들

전쟁세대도 아니고, 전쟁 이후의 경제재건 세대도 아닌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청소년에게 분단이라는 현실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먼 이야기일 수 있다. 하물며 '호국'과 '안보'라는 단어는 어떨까? 5일부터 8일까지 연천군과 파주시 일원에서 진행되는 '2012 DMZ 청소년탐험대'에 합류한 30여명의 청소년들에게도 '분단'과 '호국', '안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듯 했다. 5일 발대식 겸 출정식을 위해 수원 화성행궁에서 만난 대원들의 모습은 '30도가 넘는 뜨거운 햇살을 이겨내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30도가 넘는 날씨도 걱정스럽게 다가왔다.하지만 분단으로 인해 신탄리역에서 멈춰야하는 경원선 열차, 평화누리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군부대들을 바라보며 분단이 더이상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곁에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특히 30도가 넘는 더위속에 2일에 걸쳐 진행된 30여㎞의 평화누리길 걷기 일정을 지친 동료를 도우며 완주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더위와 힘든 트래킹으로 인해 지친 동료대원들을 서로 격려하고 배낭을 들어주거나 부축해주는 모습, 그리고 쓰레기를 배낭에 담아오는 모습을 보며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지난 6월 동·서독을 나누기 위해 설치됐던 독일 비무장지대를 통일 이후 어떻게 관리하는지 취재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었다. 당시 독일 현지에서 만난, 비무장지대를 생태자원으로 관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그뤼네스반트라는 단체의 관계자는 "미래에도 비무장지대의 역사적·생태적 가치를 이해하고 보존해 나갈 수 있도록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혀 인상적이었다. 한국사회에는 아직 이런 체계적인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이번 '2012 DMZ 청소년탐험대'를 비롯해 방학을 맞아 평화누리길 트래킹을 하거나 DMZ 주변의 각종 안보시설을 견학하며 민족 분단 현실을 느끼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며 한국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012-08-08 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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