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노트북]영혼없는 공무원

요즘 공직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이들이 많다. 밤에 불이 꺼지지않는 곳은 대기업 사무실만이 아니라 도청 시청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전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는 갖가지 현안들이 산적해 직원들의 고생이 클 것으로 짐작하고도 남는다.하지만 본 기자가 '복합쇼핑몰에 목맨 지자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만난 몇몇 공무원들의 인식과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밖에 없었다.눈 앞에 벌어진 업무에만 급급할 뿐 어떤 목적으로 시작됐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그들을 만난 자리에서 궁금했던 몇마디를 던졌다. '경기도에 이렇게 많은 쇼핑몰이 들어서면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쇼핑몰이 이미 들어서 있는데 그 앞에 다른 쇼핑몰을 허가해 주는게 상생인가' 이러한 질문에 한 공무원이 한결같은 대답을 늘어놨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 '예전 제 부서가 담당했던 일은 맞지만 제 업무는 아니어서 답변을 해드릴 수 없다'라고.특히나 본인을 화나게 한 대답은 "정책적으로 정해진 것이다"였다. 말이 쉽지, 정책적이라고? 무엇을 고려해서 정책적으로 정해졌다는 말인가.또다른 지자체 공무원도 이에 지지 않았다. 사업성 검토도 없이 쇼핑몰을 이곳저곳 세우는게 옳은 것이냐는 질문에 '사업성 검토는 사업자가 해야지, 우리가 왜 하나"라고 답했다.지자체는 해당 지역에 쇼핑몰이 세워졌을 때 어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이 사업이 망해 혹여 주민들에게 피해나 가지 않을지, 또 흉물로 남게 되지나 않을지에 대해 관심없이 그저 기업의 편에 서서 그들의 말만 믿고 허황된 꿈만 꾸고 있었다. '영혼없는 공무원'이란 말보다 더 어울릴만한 수식어는 없는 것 같다.나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무원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지만 무책임하고 무사안일로 일관하는 공무원들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늦은 시간에도 불꺼지지 않는 지자체 건물을 보며 영혼없이 일하는 공무원들로 인해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뿐이다./권순정 경제부

2013-05-01 권순정

[노트북]학교용지'분담금'과 '부담금' 사이

분담(分擔)과 부담(負擔).2음절의 짧은 단어지만 갖고 있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의미론의 범주에서 두 단어의 의미자질(semantic feature)을 들여다보면 분담은 [+나눔] [+맡음]이고 부담은 [+의무] [+책임]이다. 반대로 분담은 [-의무] [-책임], 부담은 [-나눔] [-맡음]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문장 또는 대화 속에서 나타나는 학교용지분담금과 부담금의 의미 역시 확연하다.정확한 표현은 '학교용지부담금'이다. 현행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를 보면, 시·도지사가 학교를 증축하기 위해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자에게 징수하는 경비를 학교용지부담금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그러나 현재 이 둘은 혼용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 블로그 글을 보면, 5건 중 1건 정도는 학교용지분담금으로 쓰이고 있다.행정기관에서는 현재 분담금으로 통용되고 있는 듯하다. 분담금을 내야 할 경기도와 분담금을 받아내야 할 경기도교육청 모두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분담금'으로 통일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경기도의회 중재 아래 도와 도교육청 사이에 이뤄진 학교용지 관련 합의문 역시 '분담금'으로 표기한 바 있다.이쯤 되면, 부담금은 법률용어로 분담금은 행정용어로 각각 받아들여진다.두 기관의 보도자료로만 판단하면 다행히 학교용지부담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담'이 아닌 '분담'으로 인식된다. 어느 한 쪽의 의무와 책임이 강요되는 것이 아닌 나누어 맡는 '분담' 말이다.하지만 실상황은 그렇지 않다. 도는 지난해 도교육청에 내야 할 721억원이 '부담'이라며 아직까지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은 현재까지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상황이다.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은 최근 두 기관에 오는 5월 6일까지 해결방안을 도출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교집합을 찾지 못할 경우 2011년 맺어진 대승의 합의정신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두 기관은 더욱 반목할 것으로 우려된다. '분담'으로 보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김민욱 정치부

2013-04-25 김민욱

[노트북]송도글로벌캠 대표 선임 왜 쉬쉬?

'SPC 새 대표 선임, 왜 쉬쉬할까?'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가 최근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전기공사공제조합 부이사장을 지낸 장순호(59)씨를 지난 4일 선임했다. 기자는 지난 19일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껏 이 소식을 전한 언론은 없었다.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라 송도 5공구에 외국대학 캠퍼스를 만드는 사업시행자다. 인천도시공사와 인천교통공사 등 인천공기업이 이 회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총 사업비는 1조원이 넘는 '주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프로필 기사를 써볼 요량으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를 담당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신임 장 대표의 얼굴 사진과 이력을 요구했다. 인천경제청 담당 공무원은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에 직접 연락해 자료를 받을 것을 기자에게 요청했다.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 담당자는 새 대표에게 의사를 물어본다고 했는데, 결국 기본 이력 공개를 '거부'했다.이상했다. 왜 그러는지 곰곰 생각했다. 우선 여기저기 물어 장 대표의 이력을 알아봤다. 그는 전남 보성 출생으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공직자 출신이었다. 공직을 나와 2006년부터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장, 가스기술공사 사장, 전기공사공제조합 부이사장을 지냈다.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주)의 전임 대표들과 공통점으로 '산자부 관료'라는 게 눈에 띄었다. 이밖에도 전임 대표들과 공통점은 더 있었다.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사업은 송도 5공구 수익부지를 개발해 얻은 이익으로 학교를 짓는 사업인데, 지금까지 대표들 모두가 '부동산 개발사업 무경험자'로 채워졌다.산자부는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사업을 주관하는 중앙 부처다. '퇴직 공무원'을 '추천'하는 권한을 쥐고 있다. 추천권이 사실상 임명권이다. 더 알아보니, 장순호 대표가 선임된 다음 날인 지난 5일, 선임 소식이 '상우회(商友會)'란 곳의 회원동정란에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상우회는 산자부 퇴직공무원 모임으로, 정해주 전 통상산업부 장관이 회장이다. 신임 장순호 대표의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그가 인천에 있는 동안만큼은 인천에 자신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게 '낙하산 사장'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김명래 인천본사 경제부

2013-04-21 김명래

[노트북]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의 차이는?

복합쇼핑몰의 전쟁터로 변모한 경기도. 복합쇼핑몰을 유치한 지자체들은 유통대기업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2천~3천명의 고용창출과 세수확대 등의 효과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치적인 양 홍보까지 하고 있다.그러나 지자체로부터 각종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들어선 복합쇼핑몰의 실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상당부분 거품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지역에서 장사해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지만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지원은 쥐꼬리에 불과하다.취재과정에서 만난 어느 지자체 공무원이 "그래도 가만히 손 놓고 있느니,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면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말에서 각종 수도권 규제에 가로막혀 변변한 공장 하나 제대로 못 짓는 지자체들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동전의 양면이 있다는 점이다.20년 전 처음 유통대기업의 대형마트가 입점할 당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복합쇼핑몰처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자체의 세수에 도움이 클 것이라는 장밋빛만을 내다봤다.지금의 대형마트는 사실상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을 황폐화시키면서 전국 상권을 장악했고 고용창출이나 세수증대 효과로 인한 동반자보다는 규제의 대상으로 추락한 상태다.5년 전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을 시작으로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복합쇼핑몰 또한 머지않아 장밋빛 장막이 걷히고 나면 동전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되겠지만, 그때는 대형마트처럼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다.물론 교외형인 복합쇼핑몰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반론도 있지만 중·소규모 아웃렛의 임대매장 상당수가 자영업자인 점을 감안하면 복합쇼핑몰의 반경 수십 ㎞ 내에 있는 중·소규모의 아웃렛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간의 상생방안을 차일피일 미루다 시기를 놓쳐 버린 것처럼 복합쇼핑몰도 서두르지 않으면 제2의 대형마트 논란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복합쇼핑몰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문성호 경제부기자

2013-04-17 문성호

[노트북]見樹不見林(견수불견림)

見樹不見林(견수불견림)이란 말이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학교용지분담금 분쟁을 둘러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행태가 마치 견수불견림과 같다.특히 도와 도교육청의 분쟁에 '불씨를 지피고, 부채질을 하는' 양상의 도의회는 견수불견림을 넘어서 실망스럽기까지 하다.도는 학교용지분담금 납부를 위한 부족분을 일반회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와 도로 건설 등의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도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또 도교육청은 도가 분담금 전출을 하지 않아 교육지원사업비가 줄어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이에 따라 양 기관은 수천억원이 넘는 돈을 '더 달라', '덜 주겠다', '당장 달라', '나중에 주겠다'며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대립하고 있다.도와 도교육청의 주장대로라면 도민들은 학생이 아니고, 학생들은 도민이 아니다.도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 대상에서 학생은 제외되는 것이고, 도교육청은 오로지 재학중인 학생만을 위한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양 기관은 샴쌍둥이같은 기관이다. 기관간 소송 등 다툼 자체를 할 수 없는 한개의 기관이다. 경기도 전체를 보지않고, '학생을 뺀 도민과 도민을 뺀 학생'만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여기에 도의회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일부 도의원이 도가 도교육청에 분담금을 정기적으로, 얼만큼의 액수만큼 줘야한다는 조례를 발의했고, 통과됐다.또 도의 재의 요청에 도지사와 같은 정당의 도의원들은 뒤늦게 단체행동을 통해 폐기시키겠다는 것이다.양 기관을 중재하고 학생을 포함한 경기도 전체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야 할 도의회가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이리저리 춤만 추고 있는 꼴이다.특히나 명백히 정부의 업무인 학교 설립에 대한 의무를 자치단체에 강제 전가한 학교용지특례법의 개정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경기도가 아닌 도지사와 교육감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김대현 지역사회부(의정부)기자

2013-04-10 김대현

[노트북]라면끓여 판 가게노인을 범죄자로 ?

현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선정한 이후 각 지자체별로 부정·불량식품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포상금액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례를 정확하게 신고할 경우 적게는 1만원 많으면 1천만원까지 지급하게 돼 있다.그런데 포상금을 타내기 위한 식파라치들이 무분별하게 관공서에 신고를 하면서 정작 처벌이 필요한 부정·불량식품 제조자 보다는 법에 어두운 영세한 시민들이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실제로 20년 넘게 평택 팽성읍의 한 구멍가게를 운영한 75세의 노인은 최근 가게 한 편에서 라면을 끓여 팔았다는 이유로 식파라치에 의해 신고를 당했다. 하루에 한 두 건 이웃 주민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게 전부였던 이 노인은 신고를 받고 찾아온 시청 공무원을 통해 자신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가게에서 라면을 끓여 판 행위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또 30대 한 여성은 인터넷상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고춧가루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역시 허가 없이 가공식품을 판매하려 했다는 이유로 식파라치로부터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부정·불량식품 신고가 접수되면 시·군에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법률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관할 경찰서에 고발하게 돼 있다. 이후 일선 경찰서에서는 대부분 사건의 경중에 상관없이 식품위생법 위반자를 형사입건시키고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형사입건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라도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범죄 경력이 남게 된다.다행히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판 노인의 경우, 평택경찰서장의 즉결심판 청구로 판사로부터 벌금 5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벌금까지는 내지 않게 됐다. 평택서처럼 다른 경찰서에서도 즉결심판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본의 아니게 현행법을 어긴 시민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선정한 것은 식품에 인위적으로 유독·유해 물질을 넣거나 승인되지 않은 첨가물을 사용한 식품 등 먹거리로 장난 치는 짓을 뿌리 뽑기 위함이지, 법에 어두운 서민들을 골탕먹이기 위함은 물론 아닐 것이다. 앞으로 부정·불량식품 단속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 실제로 우리 건강을 해치는 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사람들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윤수경 사회부기자

2013-03-27 윤수경

[노트북]핑계없는 무덤 없다더니…

'핑계없는 무덤 없다'.요즘 취재를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속담이다. 1천250만 경기도민의 숙원사업인 '경기고등법원' 설치는 어느 한 단체가 나선다고 될 가벼운 일이 아니다. 법개정안도 통과돼야하고 예산이 확보돼야 하며, 고법이 들어설 부지도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대법원, 경기도 등 모든 유관기관이 협력해야 한다.17~18대 국회때 여러 의원들에 의해 경기고법 설치를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법안이 폐기됐고, 이번 19대 국회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이 뭔지 묻기 위해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연락을 취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한 의원의 보좌관은 "경기도에 고등법원 설치요? 처음 듣는 얘긴데…"라며 오히려 되물었다. 물론 경기도에 고등법원을 설치하느냐 않느냐가 의원 개인에게는 중요치 않은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법사위에 속한 의원을 모시는 보좌관이라면 최소한 법사위에 계류중인 법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나마 공부가 좀 된(?) 모 의원은 예산 핑계부터 댔다. 고법 설치를 위한 부지며 공사비며 예산이 일단 마련돼야 그 다음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한편 대법원은 고법이 많이 설치되면 상급 법원인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되고, 법리 해석의 통일성도 깨질 수 있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법안이 통과되면야 굳이 경기고법 설치를 반대할 이유가 있겠냐는 속내를 내비쳤다. 슬그머니 국회로 화살을 돌리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수원 광교지구에 있는 수원지법 신청사 부지에는 경기고법을 함께 설치할 수 없다는 이상한 고집을 피우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경기도와 수원시에서 나서서 용적률과 건폐율을 충분히 상향시켜 신청사에 증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도 그런 행정적인 문제에 대법원이 나설 순 없다며 또 한발짝 물러섰다.일각에서는 대법관들의 노후설계 때문에 경기고법 설치가 미뤄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대법관들이 은퇴하면 몸담았던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차릴 것이고, 경기고법이 설치돼 경기도로 많은 사건이 이관되면 자신들의 일감이 줄어들텐데 누가 반기겠냐는 뜻이다. 현재 상황이 이런데 도내 몇몇 단체들과 도민들이 100만인 서명을 한들 국회와 대법원이 적극 관심을 가져줄까 의심스럽다./신선미 (사회부기자)

2013-03-14 신선미

교과서 채택부조리, 아이들 배울라

교육 과정 개편에 따라 진행된 일선학교의 검정교과서 채택과정에서 교과서 출판업계와 지역총판, 학교까지 개입된 부조리 행위로 교육계가 시끄럽다. 오죽하면 국정감사에까지 관련문제가 지적되고, 경기도교육청은 일선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까지 했다.업계의 자성목소리로 부조리 행위의 가담자이자 피해자가 된 총판들의 비판도 나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도 입안됐다.일선학교 교사들은 대표적 불공정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선정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받아온 지도서를 반송하고 나섰다. 교과서 및 지도서 집필·감수에 참여한 교사가 있는 도내 일부 학교는 해당 교사를 배제한 채 교과서 선정과 관련한 채점을 다시 하기도 했다. 교과서 채택비리 문제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조금은 잠잠해지고, 개선방향도 찾는 모양새다.사실 교과서 채택 비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포장됐을 뿐 출판업계는 각종 스폰(지원)을 도맡으면서 이상한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게 사실이다. '채택료' 등 금전이 오간 이유로 처벌 및 징계를 받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자성적 목소리가 일었고 이 같은 관행도 줄어든 듯했다.하지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욕심은 멈추지 않았다. 교과서로 창출되는 거대한 학습지 시장 등을 장악하기 위해 업계의 카르텔은 그대로 유지됐다. 협회라는 이름으로 부당경쟁을 자정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가 하면, 법과 행정으로부터의 보호막 역할도 했다. 실적에 쫓기는 총판사들은 이들의 도구가 된 셈이다. 살아남기 위해 학교 및 교사와의 새로운 '인연'을 맺는 데 골몰했다. 부조리로 향하는 시계추도 다시 빨라졌다. 교과서 채택과 관련한 새로운 유형의 부조리 행위는 현재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에 대한 해결책도 각계에서 나와 이제 개선할 일만 남았다. 교과서는 아이들이 학습하는 표준서이다. 교과서 선정 과정도 교육의 한 과정으로 보고 교육 주체 모두가 양심과 룰을 지킨다면, 교과서 채택 비리는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서 빨리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2012-11-08 김태성

38년 공직 '아름다운 퇴장'

37년 10개월동안 오로지 '땅의 경계선'만 바라보고 외길 공직을 걸어온 공직자가 후배들을 위해 정년을 3년이나, 그리고 '일반적인(?)' 명예퇴직보다도 1년이나 빨리 공직을 떠나 경기도청 안팎을 숙연하게 만들고 있다.특히 그의 조기 명퇴는 지적 직렬이라는 소수직렬의 한계때문이어서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이규상(57) 경기도청 토지정보과장. 이 과장은 4일 명예퇴직이 확정된 뒤 김성렬 행정1부지사, 이재율 경제부지사, 직속 상관인 김정렬 도시정책실장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모두 이 과장의 손을 꾹 잡을뿐 말문을 잇지 못했다.이 과장은 1955년 2월생으로 정년퇴직은 2015년 6월말이다. 또 54년생(일부 시·군 53년생) 공직자들이 명퇴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1년 이상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명퇴 공직자들처럼 도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해 가는 것도 아니다.오로지 후배들을 위한 명퇴다. 이 과장이 몸담고 있는 토지정보과에는 '고구마 줄기'처럼 지적 직렬 후배 공직자가 늘어서 있다. 55년생 사무관 1명, 57년생 사무관 2명으로 각각 97년, 98년, 99년에 사무관으로 승진해 13~15년간 한 자리에 머물고 있다.이 과장이 만약 정년까지 공직생활을 다 하거나, 내년에 명퇴할 경우 이들은 도청내 1개 자리밖에 없는 지적직렬 서기관으로 승진할 기회가 봉쇄된다.2001년에 사무관에 승진한 일부 행정직렬이나 건축·토목직렬 사무관들이 서기관에 승진한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결국 소수직렬의 한계가 이 과장을 조기 명퇴로 이끈 셈이다."왜 아쉬움이 없겠습니까? 당장 내일 아침이면 갈 곳이 없는데…", "그렇지만 십수년 이상 마누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한 사무실에서 함께 뒹굴던 후배들의 앞길을 막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 38년의 공직을 마감하는 이 과장의 변(辯)이다.

2012-10-04 이재규

예술감독의 본분과 취재 거부

경기도문화의전당의 '2012 Peace & Piano Festival'이 23일 막을 내렸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김대진 예술감독은 짧은 인터뷰 시간동안 강한 실망감을 남겼다.지난 22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기실에서 만난 김대진 예술감독은 기자에게 의외의 말을 꺼냈다.그가 꺼낸 첫마디는 이번 피아노 페스티벌에 관한 것이 아닌, 지난달 23~25일 열린 수원국제음악제 관련 기사에 대한 불만이었다. 경인일보 8월27일자 16면에 실린 기사는 2012수원국제음악제의 성과와 함께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린지페스티벌의 낮은 참여율과 일부 장소에서 벌어진 취객 행패,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 등을 지적했다.김대진 예술감독은 "프린지페스티벌은 축제의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큰 예산을 들여 만든 축제에 대해 그렇게 기사를 썼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Peace & Piano Festival의 예술감독으로 만난 자리였지만 그는 "이 일이 마무리 되지 않으면 다른 인터뷰는 응할 수 없다"며 돌아섰다.김대진 예술감독의 말처럼 하나의 축제가 기획돼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Peace & Piano Festival 역시 경기도문화의전당을 포함한 많은 관계자들이 공을 들여 만들어낸 축제다. 그 축제의 총 감독자인 그가 한달 여전의 수원시립교향악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는 수원국제음악제 관련 기사 때문에 취재를 거부한 것은 축제를 만든 사람들에게도, 축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관람객들에게도 납득이 되지 않을 행동이다.경기도문화의전당은 내년 Peace & Piano Festival을 위해 브리지 축제를 마련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축제를 알리고 싶을 것이다.그러나 김대진 예술감독의 행동은 자칫 제 식구 챙기느라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수고를 외면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수원국제음악제 관련 기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찾아 대응했어야한다. 그도 사람이니 개인적인 감정이 앞설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관심이 모이는 축제를 이끄는 예술감독으로서 본분을 지키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2012-09-24 민정주

지역경제살리기 vs 자연환경파괴

왕송호수 레일바이크 설치 문제를 두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간 의견차로 의왕지역이 연일 시끄럽다. 환경단체는 철새 도래지인 왕송호수에 레일바이크가 설치될 경우 급증하는 관광객 방문으로 순식간에 자연생태 환경이 파괴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시민연대는 레일바이크 설치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도시 이미지 상승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 단체는 '왕송호수는 미래의 후손을 위한 자산', '레일바이크 설치는 대다수 시민의 염원' 등을 내세우며 연일 기자회견을 개최하거나 집회를 여는 등 자신들의 주장에 타당성을 부여키 위한 노력에 혼심을 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레일바이크 설치로 인해 촉발된 양 단체간의 의견차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렇다면 왕송호수에 레일바이크가 설치됨으로써 1차적인 영향을 받는 부곡동 주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부곡동 성인 인구의 50%가 넘는 1만여명이 레일바이크 설치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의왕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던 부곡동이 레일바이크가 설치됨으로써 관광객 유치에 따른 지역 발전과 함께 대내외적 이미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시가 레일바이크 설치 계획을 세우면서 왕송호수의 수질 개선에 더욱 노력한 결과, 수질이 등외등급에서 6등급까지 향상되는 등 환경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제3자의 입장에서 볼때 환경단체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이 급증하게 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지는 몰라도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이 때문에 시는 레일바이크 설치를 추진함에 있어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자연환경 파괴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간 발생한 의견차를 해소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2-08-30 김종찬

인천 여교사 익명 투서 사건

한 여교사의 '익명 투서'로 인천시 교육계 안팎이 발칵 뒤집어졌다. 투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여교사는 일부 몰지각한 학교장들이 '근평'과 '승진'을 빌미로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에게 온갖 추태와 만행을 일삼는다고 폭로했다. 술자리 신체접촉과 성희롱 발언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들이었다. 혹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태가 불거진 것은 불합리한 근평과 승진구조에서 비롯됐다. 이 여교사는 투서에서 "근평이 교장의 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동료 교사들의 다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도 교장이나 교감에게 밉보이면 승진에서 밀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다수의 경쟁자 가운데 한 여교사가 1등이 됐다면 "돈이야, 몸이야"하는 치욕적인 얘기까지 오간다고 했다. '늑장대응' 논란 속에 시교육청은 본격적인 진상규명에 나섰다. 여교사의 최초 투서가 도착한지 한 달이 지나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시교육청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노현경 의원이 직접 우편 형태로 설문조사에 나선 이유다. 노 의원은 이 여교사가 투서를 통해 요청한 대로 설문 항목을 만들었고, 설문에 응한 여교사들의 비밀보장을 위해 집에서 직접 우편으로 받아볼 계획이다. 이 여교사의 투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인천 교직사회에 만연돼 있는 잘못된 조직풍토를 바꿀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선 현장 여교사들의 큰 용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교육청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가려야 한다. 만약 사실로 드러나면 해당자들을 엄중문책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싹을 완전히 뽑아내기 위해 공정한 근평과 승진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선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지도하고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모범이 되고 있는 대다수 교육자들의 명예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2-08-29 임승재

면죄부로 전락한 노무비지급확인제

추석 무렵이면 어김없이 건설현장의 체불임금 뉴스가 보도된다. 올해도 진행형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공(관급)공사 현장에 노무비 구분관리제도, 지급확인제도와 같은 임금체불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불만의 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국토해양부는 올 초부터 건설현장의 노무비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지침'을 마련해 공공공사 현장의 체불임금 문제가 상당수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침은 발주인이 노무비 지급확인서를 확인한 뒤 원청이 청구한 노무비를 노무비 전용통장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지침대로면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지만 지침은 지침일뿐 현실은 아니다. '발주→원청→하청'까지만 노무비가 구분관리될 뿐,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하청→근로자'구간은 노무비가 구분관리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하청업체가 속칭 '오야지'로 불리는 작업반장을 통해 A4용지의 임금지급확인서를 내밀면서 서명을 요구할 경우, 눈치를 봐야 하는 건설 근로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체불이 체불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오야지가 임금을 챙겨 도주해 버리면 건설 근로자는 어디에도 하소연조차 하지 못한다. 발주자나 원청을 찾아가 체불임금을 요구하더라도 "왜 임금지급확인서에 서명을 했느냐?"는 핀잔만 돌아올 뿐이다. 또한 공공기관인 발주자에게 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을 통보토록 하고 있지만 지금껏 단 1건의 통보가 없는 것처럼 있는 둥 마는 둥한 제도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임금보증보험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거나 최소한 하청업체에 단순 확인서를 넘어 계좌이체 전표를 첨부토록 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또 체불임금이 발생한 건설현장에 벌점제도를 도입해 공공공사에 입찰을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조치만이 임금체불 해결방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2-08-28 문성호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순간 최대 풍속 초속 50m의 속도로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다.볼라벤은 그간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를 냈던 태풍들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예측돼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6일 밤에는 일본 오키나와를 관통하면서 지역을 거의 초토화시켜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막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빠르게 북상중인 볼라벤은 예상대로라면 28일 새벽부터 한반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풍 경로 예상지역인 평택, 안산, 화성, 김포, 시흥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당국은 발빠르게 대비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는 볼라벤이 내일 오전 9시 경기남부를 시작으로 낮 12시께 경기도 전역에 강한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피해를 줄 것으로 보고 27일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김문수 지사는 친히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대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피해 발생시 주민 대피시설 및 구호물품 관리 상태를 점검할 것을 각 시군에 시달했다. 대피장소를 미리 주민에게 홍보할 것도 주문했다. 하지만 재난 때마다 '인재(人災)'논란은 반복돼 왔다.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낸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 때에도 그랬다. 얼마만큼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해 재난피해를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인데, 재난 때마다 장비부족과 늑장대응은 문제가 되곤 했다. 물론 재난은 불가항력이겠으나,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은 문제다. 오는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당국의 사전 준비나 방재 시스템의 수준과 직결된다.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교훈을 상기해야한다. 안전에는 '설마'란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대비책만이 도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막는 최선의 지름길이다.

2012-08-27 이경진

교육정책 한치 앞도 못보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계획을 세울때 먼 미래를 보고 큰 계획을 세우라는 뜻이다. 이같은 표현은 교육과 연계돼, 하나의 지침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한국 교육에 백년지대계 같은 정책은 없다.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마음에 급조된 탁상공론이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꼴이다.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복수담임제를 도입했다. 학생 관리 차원에서 한 학급에 2명의 담임을 두겠다는 뜻이다.'콩나물 교실도 해결 못하면서 무슨 복수 담임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이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우선 시행이 결정된 중학교의 경우 학급당 교사가 1.6명에 그쳐 교과부의 방침에도 불구, 제대로 이를 이행한 학교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교과부는 한학기만에 사실상 정책 철회를 선언했다. 교사 충원 등 모자란 점을 채우기도 전에, 복수담임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최근 교과부와 경기도교육청 사이에 날선 갈등이 일고 있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학교 폭력을 엄벌 차원에서 이를 추진했지만, 학생이 일반인이나 교사·부모 등에 대해 저지른 폭력 등 범죄 행위는 기재사항에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권위 권고까지 외면하며 밀어붙인 정책이지만, 정책 수립시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도교육청도 이같은 부분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올초 학교폭력 대책을 전담할 학교인권지원단을 출범시켰지만, 반년도 안돼 별다른 성과없이 단장 등 구성원을 교체했다. 교과부와의 갈등 부분에서도 일선 학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자존심만 앞세우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있다. 교육은 전국민의 관심사라 할만큼 중요한 부분이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조언자도 수두룩하다.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기관만큼은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비아냥을 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2012-08-26 김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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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직후 '긴급요청'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한 통 도착해 있다. 내용인즉 경인일보에 게재된 '광주 SRC요양병원(삼육재활원) 덮은 하수 악취, 머리 지끈 병이…낫겠나' 기사가 SRC 이미지에 상당히 안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터넷의 제목을 수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시 하천공사 지연으로 인근 병원 환자 불만 속출'이라는 예까지 들었다. 환자들은 악취가 난다며 광주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그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광주시에는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기사였는데 SRC측은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며 사실상 기사를 빼달라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또하나 있다. 지난달초 광주시 곤지암읍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공사 현장 인부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기사와 관련해 시공사인 한화건설의 답변에 기자는 할 말을 잃었다. '저희 회사 이름이 들어갑니까?', '그럼 로고는요?', 'H건설이요?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다만 저희 회사라는 사실을 알만한 로고나 글씨가 안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등 이미지 관리에 목을 맸다. 물론 이미지로 인해 한 기업이 좋게 또는 나쁘게 평가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미지 관리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SRC도 시에 민원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을 것이고, 한화건설도 수시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며 직원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했을 것이다.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SRC나 한화건설의 이미지가 실제로 나빠질 수도 있다.아니 환자의 고통과 현장 인부들의 안전을 외면한 채 이미지만 개선하려 한 일련의 모습들이 오히려 이미지를 안좋게 만든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감출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오히려 이미지를 좋게 만들지는 않을까?

2012-08-23 임명수

한숨으로 장바구니 채우는 주부들

오락가락한 날씨, 줄줄이 오르는 생필품 가격에 고개 숙인 그대. 그대의 이름은 '주부'다. 다가오는 9월, 추석과 김장철이 무섭다는 그대의 이름도 '주부'다.장바구니 물가 변동만큼 중요한 기사도 없기 때문에 자주 주부들과 대화를 하는 편이다. 특별히 취재 대상으로 정해 둔 주부들은 없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둘러보며 장보러 나온 주부들에게 몇 마디 말을 건다.체감하고 있는 내용을 가장 잘 이야기해 주는 주부들의 특징은 한 가지 제품을 사더라도 꼼꼼하게 살펴본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 코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분들에게 말을 걸면 그늘진 가계부마저 내어 줄 정도로 상세하게 상황을 전해 준다.올해는 특히나 질문에 대한 답보다 한숨을 먼저 쉬는 주부들이 늘었다. 과자, 라면, 음료, 전기 등 수없이 많은 품목의 가격 인상 기사를 썼지만 실제 살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그런데 가만히 주부들을 보자니 상황이 심각한 듯하다. 7월 말부터 추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더니 지금은 품목별 가격 할인을 하는 점포를 찾는 등 주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이 와중에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물가 안정 대책은 사라져 버렸다. 이미 오래된 일이다. 물가가 요동치면 어디선가 또 슬그머니 물가 안정 대책을 들고 나타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기대는 없다. 오히려 공공요금의 오르내림은 공공기관과 정부의 은밀한 작전에 의한 것이 아니겠냐는 의심부터 하게 됐다.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여러모로 '불신의 시대'가 맞다. 현재로서는 믿기 어려운 정부를 추궁하며 스스로는 스마트한 주부, 소비자가 되는 수밖에. 언제쯤 먹고 살기 좋아졌다는 기사를 쓸 수 있을지 아득하다.

2012-08-22 박석진

대형마트와 쇼핑센터의 한끗 차

"글쎄요,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서 설명하기가 애매하네요."대형마트 영업 규제에 관한 조례를 시행중인 지자체들에 '대형마트와 쇼핑센터 구분법'을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한 대로 기재돼 있는 '대규모 점포의 종류'외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그렇다면 유통법 내 대규모 점포의 종류는 구체적일까. '용역의 제공 장소를 제외한 매장 면적의 합계가 3천㎡ 이상인 점포의 집단'이라는 면적 기준마저 같은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이고, 쇼핑센터는 그렇지 않다는 게 그나마 차이점이다. 상품 종류나 층별 매장 비율과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기대한 기자에게 지자체 담당자들도 "점원의 도움없이 물건을 판다는 점이 대형마트와 쇼핑센터를 구분하는 기준이라면 기준이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쇼핑센터 모두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곳이니 이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렇게 마땅한 기준이 없는 틈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그랜드백화점 영통점을 인수한 롯데쇼핑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5월 그랜드백화점 영통점을 인수한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로 리뉴얼하면서 수원시에 업종을 쇼핑센터로 변경 신청했다. 롯데쇼핑측은 롯데마트 외 다른 층에는 패션매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라 쇼핑센터로 등록했다지만 영업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미 근방에 있는 롯데마트 권선점이 복합 쇼핑몰로 등록된 덕에 영업 규제에서 벗어났다는 걸 이들이 모를 리 없다.비단 대규모 점포를 나누는 빈약한 기준뿐만이 아니다. 의견 수렴이나 구체적인 논의도 없이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허술하게 규제를 만든 탓에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안이 시행 몇 달 만에 무력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곱씹어서 고민해봐야 한다.

2012-08-21 공지영

'정치권에서의 괘씸죄'

새누리당이 20일 오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18대 대선 후보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공식 선출했다. 이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정으로 업무 복귀를 하게 된다. 그러나 김 지사 캠프에 합류했던 도 계약직 공무원 출신 7명의 도정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두 명가량은 김 지사 권한으로 본래 임무를 수행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예상이지만, 상당수 인원은 같은 당인 도의회 새누리당에서조차 복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경기도의회 여야 대표단은 최근 김 지사 캠프에 합류해 있는 도 공무원 출신 인사의 경선 후 복귀를 차단하면서, 이들의 정원을 활용해 도의회 교섭단체별로 정책보조요원을 신규 배정키로 합의했다. 도의회에서 김 지사와 같은 새누리당도 이들의 복귀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김 지사를 잘못 모신(?) 캠프 인사에 대한 괘씸죄 때문으로 보인다.새누리당 대표단내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일부 인사가 김 지사가 패배할 것을 감안, '최종 경선일인 20일 이후 도 업무에 복귀할 테니 다른 계약직 채용을 하지 말아 달라'고 귀띔한 것이 캠프내에서 발각됐다"며 "이에 캠프내 특보라인에서 이들 인사에 대한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장수가 전장(戰場)에 나갔을 때 휘하의 부하들은 임전무퇴의 각오로 전투에 임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권은 김 지사 캠프내 인사들이 경선 일정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업무 복귀를 입 밖에 낸다는 것은 일종의 배신행위라고 여기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과의 경선은 김 지사 입장에서 계란으로 바위 깨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듯, 모든 것이 정치의 일환이다. 경선이 진행중인 와중에 도정 컴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건, 그들이 이미 경선 과정에서부터 지고 들어갔음을 뜻한다. 스스로 도정 복귀 명분을 없애버린 자충수였다는 얘기다.

2012-08-20 송수은

기업윤리 저버린 KCC건설

지난 2009년초 안성시 공도에 있는 KCC스위첸 아파트에서는 사기분양 사건이 벌어졌다.이 아파트 시행사인 그린토건이 미분양 물건을 40% 할인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시민들을 속여 돈을 가로챘고, 책임을 져야 할 시행사 대표이사가 잠적해 버린 것이다. '새 아파트에 살게 됐다'는 꿈을 안고 이사를 온 피해자들은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삿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 안성시에서 파악한 피해자만 20여명. 분양 사기로 인해 수억원을 날린 40대 한 가장은 자신의 분통함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공사인 KCC건설측은 주민들의 이런 아픔을 외면한채 사기 분양으로 입주가 미뤄졌던 물건들을 차례차례 제3자에게 팔아넘기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제3자에게 물건이 넘어가면 모든 게 끝난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파악,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KCC건설 또한 가처분 신청이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어 주민들이 아파트 판매를 막을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남지 않아 보인다. 사기 분양으로 피해자들은 "분양 계약 당시 KCC가 만든 모델하우스에서 정식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KCC측은 시행사가 저지른 사기분양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대기업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봐도 시공사와 시행사는 한 몸으로서, 아파트 건설하고 분양하는 일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시행사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달아났다면 시공사라도 나서서 사실 확인후 피해자들에게 사과부터 하는게 옳다. 하지만 KCC건설은 건설 불경기에 1천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짓느라 자신들도 피해를 봤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예전부터 장사꾼이 손해봤다는 말은 믿지 말라 했다. 현재 이 아파트 분양률은 99% 수준이다.

2012-08-19 김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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