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수사개시통보서

인사철 다가오면서 벌써 자치단체 곳곳서'누가누가 조사받을것' 근거없는 소문 고개검·경수사권 조정등 개혁 열망 높아지는데이참에 '…통보서' 규정도 들여다보길 희망2015년 10월 인천지방검찰청은 부천시 소사구(현재 구 폐지) 관내 농수산물도매시장 건립 예정부지가 공동주택건설사업 예정부지로 용도 변경된 것과 관련 당시 부천시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수사개시통보서를 경기도에 보냈다.'용도변경 특혜'가 이뤄질 당시 부천시에 근무했던 A씨는 경기도로 전입해 있던 상태였고, 용도변경의 담당자는 아니었으나 당시 부천시장의 핵심 측근 실세 공무원으로 뇌물을 받고 용도변경 과정에 담당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다.A씨는 2016년 1월 단행될 예정이었던 경기도 시·군 부단체장 인사의 승진예정자 중 1~2순위였다. A씨 소유의 금융계좌는 물론이고 부인 및 자녀, 부모, 형제, 장인·장모 등 이른바 '사돈의 팔촌' 소유 금융계좌 80여개가 털린 것을 안 것은 한참 뒤 일이었다. 주변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당시 경기도의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고위직 관계자조차도 "A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면서도 "다른 곳도 아니고 검찰에서 보낸 공문이 있는데 관련 규정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나름 검찰 쪽에 '유무죄를 떠나 A만이라도 서둘러 수사 결론을 내주면 안 되겠냐, 인사를 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도 했다.A씨는 결국 1월 승진 인사에 누락됐고, 인사발령 후 10여일 만에 경기도에 무혐의통보서가 도착했다. 다음 인사인 2016년 7월 1일자 부단체장 인사 때 A씨는 결국 경기북부지역 한 자치단체 부시장으로 승진 발령났다. "누군가의 모함(?)에 따른 인사가 성공한 것"이라는 말이 부천과 경기도 관가에 회자됐다. 또 도청 관가에서는 "(부천에서)굴러온 돌이 박힌 돌(경기도 공무원)을 빼내려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말들이 동시에 회자됐다.2012년 1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독일인 마을조성 사업'과 관련된 수사개시 통보서를 안산시에 보냈다. 해당 통보서에는 4개월여 뒤 총선에 당시 집권여당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었던 도 출신으로 안산시 부시장으로 근무했던 B씨도 포함돼 있었다.B씨는 친박 실세의 대학 동문이었고, 고시 공부도 함께한 절친한 후배였다. 수사개시통보서가 안산시에 전달된 지 불과 10여일 만에 해당 인사가 수사선상에서 제외됐다는 말들이 급속도로 지역 사회에 유포됐다. 친박 실세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도 함께 떠돌았다. B씨가 "당연한 것 아니냐, 아무런 죄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직 수사 중인데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도 "수사 중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비록 B씨는 최종 공천에서는 탈락했으나 당내 경선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2018년 7~8월 지방선거 후 전·현 지방 권력(?)이 바뀌면서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인 무기계약직 및 계약직 등 전 정권 사람들을 몰아내는 방식으로 투서 및 고소 고발이 이뤄지고 경찰 및 검찰의 수사개시통보서가 시·군에 전달되고, 결국 전 정권 사람들은 조용히 옷을 벗고, 해당 수사는 조용히 종결 처리되는 일들이 일부 시·군에서 벌어졌다.2019년 11월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자치단체 곳곳에서 "C과장이, D국장이 곧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더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검·경의 수사권 조정 등 경찰 개혁,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참에 수사개시통보서 규정도 세밀하게 들여다보길 희망해본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9-11-17 이재규

[데스크 칼럼]50년 만의 우승

워싱턴, 내셔널리그·월드시리즈까지 제패1990~1997년까지 '리그 왕좌' 동부지구 몫 '2019 프리미어 12' C조예선 고척돔서 개막최고타자였던 加코치 '래리워커' 재미 기대모두가 "기적의 우승이다"라고 했다. 2019년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적지에서 2연승 뒤 홈에서 3연패를 당했던 워싱턴 내셔널스가 다시 적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 홈경기장에서 2승을 거두며 2005년 창단 이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워싱턴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7차전을 잡고 우승하면서 시리즈 역사상 원정에서만 4연승을 거둔 최초의 팀으로도 기록됐다. 워싱턴의 우승은 팀의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1969년 창단) 시기까지 더하면 50년 만이다. 워싱턴은 지난해까지 5차례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단 한 번도 디비전시리즈를 넘어서지 못했다. 몬트리올 시기까지 치더라도 198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랬던 워싱턴이 올해 첫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으며, 월드시리즈 제패까지 일궈낸 것이다.하지만 이들의 리그 우승과 월드시리즈 제패는 창단 25년 만인 1994년에 달성될 수 있었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1994년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 파업이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같은 캐나다를 연고로 하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1992년과 1993년 월드시리즈를 연속 제패한 가운데, 이에 자극받은 몬트리올도 1992년부터 착실히 리빌딩했다. 1993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3경기 뒤진 동부지구 2위를 차지한 몬트리올은 1994년 유망주들의 잠재력마저 터지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첫 선수였으며, 첫 감독이기도 했던 펠리페 알루가 이끄는 몬트리올은 그해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LA 다저스에서 유망주 페드로 마르티네즈(당시 23세)를 데려왔다. 타선에선 27세 트리오였던 래리 워커, 모이세스 알루(알루 감독의 아들), 마퀴스 그리솜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들을 앞세운 몬트리올은 8월 11일까지 74승 40패(승률 0.649)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6경기 차 앞섰으며,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승률을 질주 중이었다. 시즌 105승 페이스.몬트리올의 제1선발투수 켄 힐은 16승(5패)으로 시즌 23승 페이스였다. 선발투수로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제2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즈(11승 5패)도 142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첫 200탈삼진이 가능했다. 캐나다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는 래리 워커(86타점)는 자신의 첫 100타점이 충분히 가능했고, 143안타를 기록 중이던 모이세스 알루 또한 200안타 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1번 타자 마퀴스 그리솜은 96득점으로 시즌 137득점 페이스였다.그러나 선수 노조의 파업으로 리그가 멈춰섰다. 몬트리올로선 너무도 아쉬운 시즌이었다. 이후 몬트리올의 '가을 야구'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1990년대 동·서부지구로만 구성된 내셔널리그에선 동부지구 팀들이 강세를 보였다. 시즌이 마무리되지 못한 1994년을 제외하고 1990년부터 1997년까지 내셔널리그 왕좌는 동부지구 팀의 몫이었다(1990년 신시내티와 1995년 애틀랜타, 1997년 플로리다는 월드시리즈 우승). 1994년 몬트리올은 이 각축장에서 독주 태세를 갖춘 거였다.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최하는 국제 야구 대항전으로, 세계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2019 프리미어 12'의 C조 예선이 6일 고척돔에서 막을 올렸다. 2015년에 열린 초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우리나라는 4년 만에 열리는 올해 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린다. 우리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1990년대 야구를 떠올리게 하는 래리 워커 캐나다 코치, 후안 곤잘레스 푸에르토리코 감독 등의 존재도 대회를 보는 재미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9-11-06 김영준

[데스크 칼럼]교육이 구도심을 살린다

동구·옹진군처럼 인구 감소현상 심각도시균형발전 논의 '교육문제' 등한시인천시·해당 지자체들 예산 도움 절실교육환경 개선이 '구도심 활성화' 길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구도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는 얘기다. "구청장이 아닌 동장"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었다.올 9월 말 기준 인천 동구 인구는 6만4천718명으로, 서구 당하동(5만2천110명)보다 불과 1만2천608명 많다. 동구 송림1동 인구는 1천749명밖에 되지 않는다. "구청장이 아닌 동장"이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닌 상황이다.최근 충북 단양군청 대회의실에서 '특례군 법제화 추진협의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이 협의회는 인구가 3만명을 넘지 않거나 ㎢당 인구밀도가 40명 미만인 전국 24개 군(郡)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특례군 지정을 통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에선 유일하게 인천 옹진군이 포함됐다. 옹진군 인구수는 2만726명으로,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가장 적다. 옹진군은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기능 상실 및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적으로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우리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신도시 개발 덕분에 인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인천 인구수도 저출산 영향으로 계속해서 늘어나긴 어렵다. 언젠가 도시 개발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가 사라지면서 인구수는 감소세로 전환될 게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동구와 옹진군처럼 인천 구도심의 인구 감소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해 '더불어 마을' 조성 등 '인천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도심 기초단체들도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구도심 인구 증가와 활성화는 요원하다. 구도심 문제의 해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가.'교육이 지역을 살린다'는 말이 있다. 교육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등·중등학생의 이탈이 줄면서 인구 감소 폭이 줄어든 지방 도시 사례가 있다.거주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거주지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직장과의 거리'다. 그다음으로 '교통 편의성'과 '자녀 교육 환경'을 중요시한다. '주택 가격'과 '미래 가치'도 거주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다. 자녀 교육 환경은 초등·중등교육을 말한다. 집 근처에 명문대가 있다고 해서 그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주택의 임차 수요와 상권 활성화에 중요하지 일반 거주자와 대학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초등·중등교육이 구도심의 인구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부분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사회는 구도심 활성화와 도시 균형 발전을 논의할 때 교육 문제를 등한시하는 것 같다. 인천 구도심의 교육 환경 개선은 인천시교육청만의 과제가 아니다.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지난 21일 제257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교육·학예 전반에 관한 질문)에서 "(신도시를) 역차별이라도 해서 (신도시와 구도심 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도시 학교 신설도 중요하지만 구도심의 교육 여건도 함께 개선해서 균형교육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서정호 의원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 것이다. 도 교육감은 "학교를 중심에 놓고 그 주변에 교육 인프라가 들어설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고민되고 논의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교육청 재정 구조상 구도심 학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 인천시와 해당 군·구의 도움이 절실하다. 구도심 교육 환경 개선이 곧 구도심 활성화의 길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10-27 목동훈

[데스크 칼럼]실검, 뉴스, 그리고 댓글

'설리 사망' 소식 생전보다 더 뜨거운 뉴스고인 힘들게 했던 '악플 문제' 여전히 난무특정광고업체 '상업적 악용' 검색유도 비판정부·포털·언론사 고질병 해결방법 찾아야또 한 명의 아까운 청춘이 세상을 떠났다. 스물다섯 살, 한참 아름다운 시절에 스스로 세상과 작별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깜짝 놀랄 뉴스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각종 온라인 매체를 타고 소식이 전해졌다. '설리 사망' 소식은 그날 최고의 '빅 뉴스'였던 조국 장관의 전격 사임 소식을 밀어냈고, 이틀 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지켰다. 그렇게 '설리'는 생전보다 더 뜨겁게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수천개의 뉴스가 생산됐고, 더 많은 댓글과 비판과 서로 다른 입장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구속과 편견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고인 관련 이야기는 생전 그토록 고인을 힘들게 했던 '악플(악성 댓글) 문제'로 번졌다. 악플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지만, 비판을 비웃듯 악플은 여전히 난무했다. 뉴스와 비판에 악플이 달리고 다시 비판이 이어지는 악순환. 슬픈 소식보다 더 슬픈 현실이 실검-뉴스-댓글 시스템을 통해 펼쳐졌다. 흔히 '실검'이라 불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실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제는 실검이 뉴스의 생산을 좌우하기도 한다. 많은 언론사들이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실검에 뜬 단어로 뉴스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쏟아진 뉴스에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수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특히 연예인이나 정치인 관련 소식들이 실검에 자주 오르내리는데, 여기서 왜곡된 뉴스와 악플이 활개를 친다. 하지만 무더기로 쏟아지는 뉴스와 무더기로 달리는 댓글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악플이 포털의 영역을 벗어나 SNS로 자리를 옮겨가면 통제를 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실검을 시작점으로 뉴스와 댓글, SNS까지 악순환이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굳어지고 말았다. 최근에는 특정 포털의 실검이 상업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정 상품과 관련된 단어, 또는 노골적으로 특정상품의 이름이 실검 상위에 오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한번 실검에 오르면 관련된 뉴스와 각종 댓글들이 쏟아지면서 관심이 증폭되기 마련인데, 특정 광고업체들이 퀴즈와 같은 방식으로 검색을 유도해 실검을 장악하는 모양새다. 실검이 특정 광고업체들의 손에 놀아나다 보니, 애초 실검의 취지였던 '국민들의 관심을 판단하는 기준'은 빛이 바랬다. 포털 관계자와 대화하는 자리에서 물었다. "실검이 이렇게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언론을 황폐화하고 상업적으로 악용되는데 대한 대책은 없습니까?" 포털 측의 대답은 간단했다. "실검은 철저하게 실제 검색 횟수를 반영하며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결국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없다는 이야기여서 다시 한 번 속이 상했다. 어쨌든 설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또 한 번 언론 보도와 악플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다. 언론사들은 이번에도 인권과 윤리의 기준을 넘어서는 경쟁적 보도 행태로 뭇매를 맞았다. 언론사들의 과도한 경쟁의 배경에는 언론계의 어려운 경영 상황이 자리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경쟁에 기름을 붓는 것이 다름 아닌 실검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사들 스스로 실검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이번 일을 계기로 악플 문제 또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악플 문제는 워낙 오랫동안 이어진 고질병이 되어서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시장경제를 함부로 얽어맬 수 없기 때문이다. 실마리를 풀어가는 데 있어 실검을 시작점으로 하는 악순환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봤으면 한다. 정부와 포털과 언론사가 함께 노력해 해법을 찾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이들을 잃는 비극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9-10-16 박상일

[데스크 칼럼]좋은 것, 비싼 것, 귀찮은 것, 불편한 것

고급차·주택 등 '좋은 것' 정의하던 세태이젠 필요한 것만 쓰는 것이 미덕인 시대필카·연필등 불편하지만 손에 익은 것들비우고 취하는 선택… 삶·가치관 달라져지난해 클래식 기타 교습 자격증을 취득한 선배는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심지어 군 복무 때조차 오른손 손톱을 짧게 깎은 적이 없다고 했다. 손톱이 길어야 풍부한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나이 때문인지 손톱이 예전처럼 단단하지 않다며 손톱 강화제까지 바를 정도로 관리에 정성을 쏟는다. 선배에게 클래식 기타는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혹시나 은퇴 후 기타교습소를 차리게 된다면 오른손 손톱은 노후대책에 필요한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살면서 마음에 두고 챙기는 '좋은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언제부턴가 막연하게 좋은 집, 고급 승용차, 최신형 가전제품이 삶에 있어 '좋은 것'이라고 여겨왔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작가가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제발 '좋은 것'과 '비싼 것'을 혼동하지 말라"는 대목을 읽고 마음속으로 뜨끔한 적이 있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으니 비싼 것만 찾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싫은 것, 나쁜 것, 불편한 것을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하나씩 제거해나가면 삶은 어느 순간 좋아진다고 했다.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도 같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집안의 생활용품이나 옷가지 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캠핑 등 여가활동에서 필요한 장비나 용품을 최소화하면서 적지만, 더 좋은 것을 추구한다.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인 독일 출신의 유명한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는 "미니멀리즘이란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나쁜 것'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한때는 물건을 정리해 수납을 잘하는 것이 살림을 잘하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쌓아두지 않고 필요한 것만 사용하는 '비움', '덜어냄'이 미덕인 시대가 되고 있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수납을 잘할수록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쌓아둔다고 풍요해지는 게 아닌데도 버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도 없다.일본 최고의 정리 상담사로 불리는 곤도 마리에(近藤麻理惠)는 자신의 저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낡은 찬장 속에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쌓여있는 예쁜 식기와 와인잔들은 그저 공간만 차지하는 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언젠가는 쓸지 몰라서, 의미 있는 선물이라며 버리기를 주저한다. 좋은 느낌을 받은 옷을 여러 벌 사놓고 즐거워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것에 끌리면 전에 사뒀던 것들에 대한 애정은 쉽게 식는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면 한 달이 즐겁고, 좋은 차는 6개월, 좋은 집도 1년이 지나면 만족감이 줄어든다.비우고, 취하는 선택은 각자의 삶과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에게 쓸모와 가치 있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생각해보니 손에 익은 만년필, 잘 다듬어 놓은 연필, 반들거리는 휘발유 라이터, 30년 넘게 들고 다니는 수동식 필름카메라가 그런 것이 아닐까. 주위에선 "귀찮게 그런 걸 아직도 쓰냐"고 한마디씩 한다.정확하게 얘기하면 '귀찮은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다. 만년필은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고 잉크도 손에 묻곤 하니 불편하다. 이따금씩 기름을 넣어야 하는 라이터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구한 카메라 필름을 현상, 인화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어쩌겠는가. 아무리 편하다 한들 디지털카메라보다 몸에 익어버린 필름카메라에 마음과 손이 더 가니. 시간이 지나도 싫증 나지 않고 항상 마음이 닿아 있는 것들이 삶에 유용하고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10-06 이진호

[데스크 칼럼]골리앗 이긴 아·태 환경장관 포럼 유치

광역도시 중심 '국제행사' 부산·인천 제쳐수원화성·글로벌기업 견학·각종 이벤트등수원시만의 '차별화된 강점 부각 전략' 주효염시장, 20여년 동안 꾸준한 환경활동 '한몫'"골리앗을 이겼습니다! 시민 여러분 덕분입니다", "광역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국제 행사를 중앙정부가 기초지자체에 맡겨준 일대사건."염태영 수원시장이 SNS를 통해 수원시가 부산과 인천을 제치고 41개국 환경장관 등이 참여하는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 포럼'을 유치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 말이다.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 포럼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하는 유엔환경총회의 지역별 준비 회의다. 아·태 지역 41개국 정부, 국제기구, 민간단체 대표 등 500여 명이 모여 환경 현안을 논의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들의 경쟁이 늘 치열했다.지난 10일 오후 2시 최종 프레젠테이션 발표가 있는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염 시장은 입술이 바짝 말라 보였다. 발표 3일 전부터 시나리오를 직접 여러 번 수정하며 준비한 내용을 남김없이 설명해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이라며, 좋은 꿈을 꿨냐는 질문에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1차 관문을 통과한 인천시와 부산시, 그리고 수원시 간의 경쟁은 말 그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인천과 부산은 국제행사 유치 경험과 관련 인프라가 풍부하지만, 기초단체인 수원시는 '국제회의의 인프라와 접근성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인천은 가톨릭환경연대,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인천녹색연합 등은 논평을 통해 "인천은 천혜의 생태환경을 품고, 각종 환경 현안과 지속가능 발전 관련 의제를 제기하고 논의하기에 적합한 도시"라며 전면 지원에 나섰고, 부산도 시의회는 물론 지역사회가 혼연일체가 됐다.여기에 지난 8월 환경부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개최 장소로 신청한 수원컨벤션센터는 개관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센터 주변은 시설 인프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미완성'이라는 것이다.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 19일 환경부는 "수원시가 2020년 열리는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 개최도시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국제행사를 유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열세를 뒤집고 환경장관 포럼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원시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풍부한 문화·환경 인프라, 혁신적인 환경정책 우수사례, 자치단체장의 강력한 유치 의지 등도 한몫했다는 자평도 있다.염 시장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현장실사단 평가 분위기를 읽고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자치단체장의 유치 의지와 열정을 심사위원들에게 직접 어필하자는 판단 아래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 발표자로 나서기로 하자 공직자들은 처음엔 반대했다고 한다. 자칫 탈락할 경우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당일 발표 현장에서 염 시장은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 포럼 유치 이후에도 지속할 '환경수도-수원의 꿈과 진심(眞心)'을 발표했다고 한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최첨단 글로벌 기업들과의 연계한 특화된 견학프로그램, 행사와 연계한 각종 이벤트 등도 소개했다고 한다.익히 알려져 있듯이 염 시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시민환경운동을 해왔고, 3선 민선시장으로서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델, '대한민국 환경수도'를 향한 각종 시책을 펼쳐왔다. 수원시는 세계 3대 환경도시를 목표로 삼고, 세계 환경도시인 브라질 쿠리치바시(2006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시(2015년)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래 꾸준히 환경정책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또 '세계지방정부협의체(ICLEI)' 세계집행위원, '아시아·태평양 도시협력기구'인 City Net 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내년 9~10월 수원에서 열리는 환경장관 포럼이 벌써부터 기대된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9-09-22 이재규

[데스크 칼럼]네이버, 슬쩍 빠져나가기는 안된다

지방신문3사 뉴스 모바일 노출하겠다 약속지역언론·민주주의 살리겠다는것인지 의심'타언론사 기준 미달' 공돌리기 딱좋다는 뜻 지역 외면·차별문제 해결 모든역량 쏟을것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지역 언론을 '찬밥' 취급하던 네이버가 갑자기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들리는 얘기로는 기존에 PC 콘텐츠 제휴를 맺어 놓고도 거들떠도 안 봤던 부산일보·매일신문(대구)·강원일보와 새롭게 모바일 제휴를 맺고 독자들이 뉴스를 '구독'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를 하거나 계약을 맺은 건 아니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들 3사를 모바일 뉴스 '채널'에 입점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은 네이버 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만간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에서 이들 3개 지역신문을 '구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역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과 언론학자,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네이버에서 지역 언론사 뉴스를 '구독'할 수 없다.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강하게 네이버를 비판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를 놓고 보면 네이버가 지역신문 3사를 '채널' 입점시켜 주겠다는 것은 싸움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성과인 듯 보인다. 비록 일부 언론사라도 모바일에 지역 뉴스가 노출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니, 성과가 맞기는 맞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 네이버의 이런 변화가 진심으로 지역 언론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리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이뤄진 것인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이들 지역신문 3사에 대해 '모바일에서도 콘텐츠 제휴사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이버는 이들 3사가 마땅치 않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모바일 제휴를 맺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런 결론이 나오는 사이에 지역 언론사와 정치권 등의 파상공세가 계속 확산됐고, 네이버의 지역 언론 차별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뭔가 보여줘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딱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지역신문 3사를 모바일에 노출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지역의 주장을 알겠다. 우선 이만큼 한다"고 내밀기 딱 좋은 만큼이다. "다른 지역 언론사들도 일정 기준을 통과만 하면 똑같이 모바일에 노출시켜 주겠다"라고 하면 더 설득력을 얻을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을 슬쩍 피하고, '지역 언론사들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공을 돌리기에 딱 좋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역 언론사·정치권·시민단체들은 네이버 측에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지역 언론 기사 노출, 지역 언론의 특성을 감안한 제휴 정책, 위치기반 기술을 적용한 지역 뉴스 노출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근본적으로 지역 언론 차별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다. 지역 언론사 두어 곳을 선심 쓰듯 노출해주고 슬쩍 빠질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네이버가 지역신문을 외면하고 차별해 온 것을 고쳐서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해결될 문제고, 지역 언론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해결될 문제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역 언론들은 지역주민들,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과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고, 지역 언론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지역 언론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인정한다.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는 언론 환경에서 허덕이느라 독자들의 요구를 채워내지 못했다. 네이버와의 싸움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역 언론에 '자성'을 요구한 것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네이버와의 싸움은 빨리 끝나야 한다. 지역 언론의 기반이 더 무너지기 전에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9-08-25 박상일

[데스크 칼럼]길 바닥 똥

'신문 교재 활용' 문해력 높이는 효과 커다양한 주제·지역소식 '살아있는 교과서'모바일·인터넷 '짧은 글' 의사소통 한계실질문맹 벗어나려면 시간·비용 들여야"홍길동의 길동이 '길똥'으로 발음된다고 해서 '길바닥 똥'이란 뜻이 아니다." 언론계 대선배가 오래전 한 칼럼에서 쓰신 표현이다. 글(한자 포함)을 제대로 이해 못 하면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얘기다.'인문학 이야기', '공부 기술' 저자인 조승연 작가는 한 강연에서 "인터넷에서 정보나 자료를 검색하고 분석·종합하는 실력을 높이려면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고 했다. 검색창에 첫 문장만 보여주는 수십 개, 수백 개의 자료에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검색의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승연 작가는 "인터넷상의 정보가 발달할수록 독서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지적 빈부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노동 인력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제성인문해조사(IALS : 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s)를 실시한 적이 있다. 문해(文解)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말한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새로운 직무 지식을 익히거나 재취업하기도 어렵다.조사 결과 문해력이 가장 낮은 나라는 대한민국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을 학계에선 '실질 문맹'이라고 한다. 모르는 단어는 없지만, 읽고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몇 년 전 국내 한 여론조사 기관이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실질 문맹률은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낫 놓고 기역 자는 알아도 낫의 설명서를 주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10명 중 7.5명에 이른다는 얘기다.실질 문맹의 대표적 실험이 의약품 설명서를 보여주고 투약해야 하는 약의 양이나 최대 복용 기간이 얼마인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다. 의약품 설명서는 전문적이지도 않고, 비유나 상징이 들어있지도 않다. 보험 약관, 각종 회원 가입신청서, 정부문서, 세무 문서처럼 문장이 길어지고 수치, 전문용어 등이 나오면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실질 문맹에 해당한다.글을 읽지 않을수록 문해력은 떨어진다. 학자들은 규칙적이고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문은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문해력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부터 NIE(Newspaper In Education)를 운영하고 있다. 신문을 교재로 활용해 지적 성장과 학습효과를 높이는 학습방법이다. NIE는 1930년대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이후 전 세계 50여 개가 넘는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신문은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다양한 주제와 지역 소식까지 담고 있어 특정 분야의 책만 보는 '편식'을 피할 수도 있다. 신문이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리는 이유다. NIE 교육을 통해 종합적인 사고 및 학습능력, 독해 및 쓰기 능력, 논리성과 비판력 증진, 문제 해결 및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됐음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책이나 신문 읽기를 가볍게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문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다. SNS에서 의사소통은 대부분 짧은 글로 이뤄진다. 짧고 함축된 글이라도 문해력이 떨어지면 의미 있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짧은 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일부분만 문제 삼거나 전혀 다른 엉뚱한 댓글을 달다 망신을 당하는 이유는 문해력이 낮아서다. 실질 문맹에서 벗어나려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노력해야 한다. 홍길동의 길동을 길바닥 똥으로 이해하는 일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벌어지고 있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8-11 이진호

[데스크 칼럼]친일·반일·극일

일본, 한국 백색국가 제외 '무모한 도발'우리민족은 日에 절대 안지는 DNA존재외교전략 다시 짜고 눈에는 눈으로 응수승리 위해선 해방이전 세대 모셔야 할때자고 일어나기가 무섭다. 삼복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열대야 때문이 아니다. 이보다 더한 핫이슈들이 대한민국을 연일 강타하고 있어서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열강들이 한반도를 향한 공격들이 쏟아지고, 몸을 가눌 겨를도 없이 북한은 방사포든 단거리 미사일이든 동해에 하루걸러 쏘아대 새벽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역사적 첫 판문점 만남을 가진데 이어 불과 몇 달 전 현직 미국 대통령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첫 조우할 때는 드디어 한반도의 봄이 오는가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나마 나라 살림이 팍팍하고 경기순환이 안돼 서민들의 삶이 하루하루 고달파도 남북 평화시대를 여는 성장통으로 감내해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가 뒷받침됐다.하지만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일 일본이 수출처리절차를 간소화하는 27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중 유독 한국만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각의 결정을 강행했다. 사실상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일본의 이런 무모한 도발 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는 미국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과 수차례 회담, 방문, 초빙 등 여러 외교적 방식으로 열강 정상들과 접촉하면서 사전에 교감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외교는 타이밍이고 명분이라는 점에서 아베가 이런 사전 물밑외교를 벌이는 동안 우리는 알고도 대응이 미약했던 것인지 미처 대응을 못한 것인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드러날 일이다. 아베가 트럼프와 골프라운딩 중 지나친 트럼프 챙기기에 몰두하다 벙커에서 넘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교활한 일본이 뭔가 계략을 획책하고 있다는 꼼수를 알아차렸어야 했다.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가까운 이웃나라, 옛날에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했던 나라 정도로 일본에 대해 무덤덤했던 해방 이후 세대들의 일본 역사관이 바뀌고 있다. 특히 초중고 청소년들까지 한일 관계 역사에 대한 심층적인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명장이 일본을 격퇴했던 빛나는 무공 수훈 역사는 잘 알면서도 우리 생활 속에 먹고 마시고 즐기는 '메이드 인 재팬'이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뒤늦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 백색국가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청소년들이 반도체, IT 강국 대한민국 명성 이면에 핵심 소재부품이 거의 다 일본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친일(親日),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 정신만이 우리의 미래가 있다는 산교육이 되고 있다.최대 우방국을 자처하는 미국도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유독 말을 아낀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미·중 무역전쟁을 공식 선포해 우리 경제에 거대한 후폭풍을 안기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아예 대놓고 독도 영공을 침범하면서 보란 듯이 발뺌하며 어쩔 거냐고 들이대고 있다. 왜 우리가 이토록 궁지에 몰려야 하는지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정치권을 향한 불만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의지할 것은 오로지 우리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것인데 그 첫 단추가 극일이다.단재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혁명선언'(1923년)이 생각난다. '강도 일본이 우리 국토를 없이하며 우리 정권을 빼앗으며 우리의 생존적 필요조건을 다 박탈하였다'. 그러면서 '강도 일본을 살벌함이 우리의 정당한 수단임을 선언하노라'. 우리 민족에게는 일본에 대해서 만큼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대일본 경쟁력 DNA가 뼛속까지 박혀있다. 뒤처진 외교전략을 다시 짜고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양동작전을 펼쳐야 한다. 나라 없는 설움을 겪은 해방 이전 부모 세대들이 다행히 남아있다. 이제 작금의 상황에서 극일을 촉발하는 기폭제로 그들을 모셔야 할 때다./김성규 편집국 국차장·정치부장

2019-08-07 김성규

[데스크칼럼]염태영 수원시장의 광폭 행보

6월 전국시장군수구청장協 대표회장 취임사회관계장관회의 첫 참석 지방분권 전도사복지제도 개선, 중앙·광역단체에 쓴소리도"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 사뭇 다른 결기#장면 1. 지난달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염태영 수원시장)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5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자치분권은 후퇴하고 있다"며 기초지방정부 위기극복을 위한 5대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재정분권 추진 ▲복지대타협 실현 ▲지방소멸 위기대응 ▲지방분권형 개헌 등을 담았다.#장면 2. 지난달 2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10차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고 기획재정부 장관 등 사회관계부처 장관, 청와대 사회수석 비서 등이 참석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는 범부처적으로 주요 사회정책현안을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회의다. 최초로 기초자치단체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염태영 시장은 정부의 책임성 강화와 지자체 중심의 제도 설계, 지자체에 운영 자율권을 이양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장면 3. 지난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발표를 하자 염 시장은 "이참에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국가를 만들어야겠다, 우리 시민들을 믿고 우리의 백년대계 미래비전을 만들겠다"며 '강대국 건설 백년대계론'을 주창하기도 했다.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6월 12일 226개 기초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회 대표회장을 맡으면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초 지방정부를 대표해 지방분권, 재정분권 등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 피력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 등을 맡아 '지방분권 전도사'로도 불린다.독배(毒杯)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복지 문제다. 지방 정부들의 무분별한 현금 복지정책에 대한 검토와 중앙-광역-기초 지방정부 간 복지정책 방향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복지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상황에서 자칫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잘해도, 잘못해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자리다. 중앙정부에 행정, 재정적 권한이 과도하게 편중돼있는 상황에서 중앙-광역단체에 제도개선을 위한 '쓴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초 지방정부의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염 시장이 진단한 기초 지방정부 위기론의 근거는 뭘까?"재정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고, 중앙 예속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예산 여력은 뻔한데 중앙과 광역이 결정한 복지 확대에 따라가느라 대응 예산만 늘어났다. 몇 년간 복지는 성장했으나 재원의 총량은 제자리다.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율을 조정해 지방에 재정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광역정부 위주이지 기초지방정부는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재정분권에 대해서도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는 것이다.그동안에도 진영논리과 이념논리보다는 다소 결을 달리해 유연성을 바탕으로 합리성을 추구해 왔다는 평을 들었지만 최근 행보는 초·재선 임기 때와 사뭇 다른 '결기'가 보인다.염 시장의 행보가 중앙 집권의 기득권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것이다. 중앙집권의 독점적 '카르텔'을 깨고, 의사결정 권한을 지방과 나누자는 지방분권론과 복지대타협론, 더 나아가 강대국 건설 백년대계론을 주창하는 염 시장의 광폭 행보를 주목한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9-08-05 이재규

[데스크 칼럼]인천 송도국제도시 마지막 땅 11공구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에 목맬 이유 없고저층 제조시설 많아 중·고밀도 개발 필요좋든 싫든 2·4·5·7공구 변화시킬 수 없듯과거실패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라는 책이 올해 2월 나왔다. 인천연구원 허동훈 박사가 쓴 책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2000년부터 14년간 인천연구원(당시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 관련 연구를 많이 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에프앤자산평가 고문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인천연구원에 들어갔다. 이 책은 에프앤자산평가 고문으로 있을 때 출간했다.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송도국제도시를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이 책은 친절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과 개발 과정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주요 프로젝트와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할 땐, 국내외 사례를 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저자는 비판적이다. 수익시설(아파트 등)과 비수익시설(오피스 등) 개발을 묶어 민간에 맡기는 '연동 개발 방식' 등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과 애정이 느껴진다.송도 개발에 참여했거나 이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 갯벌을 메워 땅을 만들고, 서울도 아닌 인천 외곽의 허허벌판에 기업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다. 지금의 송도는 상전벽해라 불릴 만큼 성장했다. 국내 다른 경제자유구역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개발 초기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땅이었다.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돈이 없어서 매립공사 대금을 땅으로 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비 지원, 규제 완화, 투자 유치 등의 부문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었다면 '연동 개발', '헐값 매각', '투자기업에 유리한 협약'이 최소화하지 않았을까.'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에는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첫 번째는 외국인투자기업 유치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외국 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보유하면 외투기업이라고 한다. 송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무늬만 외투기업'이 적지 않다. 또한 외투기업이 아니더라도 산업 발전을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할 국내 기업이 많다. 웃지 못할 일도 있다. 송도 한옥마을에 있는 음식점이 가짜 외투법인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업체 대표가 옥살이 했다. 가짜 외투법인을 내세워 임대차 계약을 맺은 건 백번 잘못한 게 맞다. 하지만 한국의 음식을 외국인에게 알리는 음식점까지 외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두 번째는 중·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 송도에는 저층 연구·제조시설이 많다. 저층 건물을 볼 때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땅을 지상 주차장으로 쓰는 기업도 있다. 땅은 조성원가 수준으로 싸게 살 수 있으니 최대한 넓게 확보하고, 건물은 높을수록 건축비가 많이 드니 최대한 낮게 지으려는 것 아닌가 싶다. 송도 땅값이 비쌌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어려울 것이다.'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는 송도의 마지막 땅인 11공구 개발 방식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송도 11공구는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저자의 바람처럼 지금까지 겪은 시행착오가 11공구에서도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미 건물이 들어선 도시 공간은 시장 여건이 변한다고 해도 바꾸기 어렵다. 좋든 싫든 송도 2·4공구와 5·7공구를 다른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제 남은 땅은 사실상 11공구밖에 없다.'(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8-04 목동훈

[데스크 칼럼]경제 위기의 대한민국

기업인 하나같이 "경영하기 힘들다" 한숨반도체 호황 옛말… 삼성전자도 실적 부진日 '화이트리스트'서 제외땐 화학 등 타격국가비상상황, 외교적 해법등 역량 모아야우리나라 경제가 안팎으로 힘들다. 국내에선 '기업 운영하기 어렵다'고 하고, 해외에선 미·중 무역 전쟁 후폭풍을 더해 최근에는 일본 경제 보복까지 우리나라가 마치 동네북이 된 느낌이다. 기업인들을 만나봐도 하나같이 '경영하기 힘들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차다', '이러다 문 닫겠다' 등 경제에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은 온통 '힘들고 어렵다'는 말만 들은 것 같다.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도 힘든 시기를 맞았다. 반도체 호황을 누렸던 것도 엊그제 일이 됐다. 31일 공시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 실적은 한마디로 참담한 기분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대표주자다. 그럼에도 올 2분기에는 양대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부문의 부진이 겹치면서 1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흑자가 3조원대에 그치면서 최근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50%를 훌쩍 넘었던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겨우 20%를 웃돌면서 수익성도 급격히 나빠졌다.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4~6월) 연결기준 확정 실적으로 매출 56조1천300억원, 영업이익 6조6천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분기(52조3천900억원)보다 7.1%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58조4천800억원)에 비해서는 4.0%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14조8천700억원)에 비해 무려 55.6% 줄었다. 역대 최고기록이었던 지난해 3분기(17조5천7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머문 것이다.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영업이익률은 11.8%로 전분기(11.9%)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 2016년 3분기(1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게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다운턴(하락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가운데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그러나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의 악재다. 미·중 무역전쟁에 지친 우리나라 경제가 이번에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또 한 번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지를 결정한다.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은 자의적으로 한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대(對)한국 수출 절차를 대폭 강화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1천100여개 대 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이 같은 조치는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력하는 전기차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 정밀기계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방직용 섬유, 화학공업, 차량·항공기·선박 등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전기차 탱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부품 역시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국내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들은 백색국가 배제에 대응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현재 우리나라는 국가비상상황에 직면했다. 국내외 여론전을 지속적으로 펼쳐 일본의 경제 보복을 외교적 해법으로 풀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한다. 또 실무적으로도 만반의 대비를 하는 등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신창윤 경제부장신창윤 경제부장

2019-07-31 신창윤

[데스크 칼럼]백범의 키

여중생들 '백범일지' 읽었다는 사실에 대견시시콜콜한 궁금증 못 풀어줘 자괴감 마저그동안 가장 기본적인 정보 빼놓고 있었다 70주기에 학생들 질문이 정신 바짝 들게해백범 김구 선생의 키가 얼마였느냐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인천에서 기자생활을 25년 가까이하면서 그래도 백범과 인천의 관련성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는 파고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백범은 인천에서 감옥살이를 두 번이나 했다. 그와 어머님의 동상이 인천대공원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동안 '백범일지'에 나오는 인천 대목을 살피기가 여러 번이다. 그런데 그의 키가 몇이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질문은 며칠 전 2학년 여중생들과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인천 중구에 있는 그 학교에서는 국어시간에 '백범일지'를 읽었다고 했다.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고, 백범 서거 70주기가 되는 올해 백범이 옥살이한 그 현장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백범이 누구인지 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써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잘 알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최대 문학적 성과라 할 '백범일지'를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러웠다.백범을 향한 그 학생들의 사소하고도 세부적인 시선이 그동안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그런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백범의 키가 컸는지 작았는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안경을 썼는데 눈은 언제부터 나빠진 것인지, 여자친구는 얼마나 되었고, 자식들은 얼마나 되었는지 등 그야말로 신상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것들을 알고 싶어 했다. 학생들의 그런 궁금증은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왜 우리는 백범을 공부하면서 그의 키가 얼마인지를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자괴감마저 들었다.학생들에게 인천대공원에 있는 백범 김구 동상과 그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 동상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곽낙원 여사 동상 발밑 받침부에 적힌 '1949년 8월'이라는 제작 연월과 '朴'이라고 쓰고 동그라미를 그려 넣은 제작자 표시를 크게 확대해 보여주었다. 이 부분은 기단부의 높이가 높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오르지 않는 이상 쉽게 볼 수가 없다. 백범이 안두희의 흉탄에 사거한 지 불과 2개월 뒤에 완성된 어머니 동상은 경기여중 미술교사 출신 박승구(朴勝龜, 1919~1995)의 작품이다. 박승구는 백범으로부터 어머니의 모습을 철저한 고증을 받아 조각했다. 조각가 박승구는 어머니 동상을 마무리하면서 해방된 조국에서 통일을 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간 비운의 백범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겠는가. 그렇게 백범을 보내서일까. 박승구는 이듬해 한국전쟁 시기에 월북했으며 북쪽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학생들은 '해방이 되었는데 안두희는 독립운동가인 김구 선생을 왜 죽였는가'라고 했다.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다.한 사람을 알리는 여러 정보 중에서 키와 몸무게, 시력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백범을 이야기하면서 그의 키와 몸무게, 시력은 빼놓고 있었다. 사진을 토대로 이승만 대통령보다는 10cm 정도는 더 컸다는 식의 평가만 있었다. 기초적인 신체적 특징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인천대공원의 모자 동상은 그 규모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아들 백범 동상은 대단히 큰데 비해 어머니 동상은 왜소하기 그지없다. 그 동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백범의 실제 키와 몸무게는 빠져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백범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야기책 같은 게 필요해 보인다. 인천은 백범과 그 어머니 동상을 한 공간에 나란히 세워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일을 앞장서서 해야 할 충분한 동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백범 70주기에 들은 중학교 2학년생의 질문이 정신을 바짝 들게 한 죽비소리가 되었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2019-07-21 정진오

[데스크 칼럼]두 개의 자아(自我)

인간의 뇌, 한쪽은 계획·다른쪽은 방해 '명령'누구나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유혹 휘말려인생의 진정한 실패자는 '희망 포기한 사람'자신위한다면 '이야기하는 자아' 귀기울여야나이가 들수록 TV 리모컨(리모트 컨트롤·remote control)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모처럼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거나 읽고 싶었던 책이라도 찾아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리모컨이 짠하고 나타난다. 재미난 볼거리가 가득 찬 영상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리모컨의 유혹은 항상 즐겁다. 요즘처럼 재밌고 다양한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케이블TV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단점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거다. '30분만, 딱 한 편만 보고'라고 했다가 어느새 리모컨의 메뉴 단추를 눌러 미처 보지 못한 전편이나 다른 프로그램(대부분 유료임에도)을 찾아내 밤늦도록 누워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리모컨에 곁눈질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한 날도 어김없이 손에는 리모컨이 쥐어져 있다.학자들은 인간의 한쪽에서는 계획을 세우도록 명령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방해하도록 하는 두 개의 뇌가 있는데 이를 두고 서로 다른 자아(自我)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운동이나 독서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자아보다 소파에 누워 재밌는 드라마를 보자고 하는 또 다른 자아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저서(호모데우스)에서 전자를 '이야기하는 자아', 후자를 '경험하는 자아'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매일 운동하기로 하고 막상 운동할 시간이 되면 운동하러 가고 싶지 않아 피자를 주문한 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는 것은 '경험하는 자아'가 '이야기하는 자아'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여름휴가에 맞춰 식스팩 복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거나, 비키니를 입고 해변을 거닐겠다고 마음을 다진 청춘남녀들이 닭가슴살과 식욕을 억제하는 건강식품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하루 2~3시간씩 열심히 운동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TV를 켜면 유독 '먹방' 프로그램만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눈앞에서 음식이 아른거리고 뱃속에서는 먹을 것을 넣어 달라고 야단이다. 결국 '맛있는 녀석들' 프로그램을 보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항복선언'을 하고 피자를 주문한다. 당장 건강을 해치거나 신앙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둥, 내일부터 하면 된다는 누구나 다 생각하는 '꼼수'를 신의 한 수인양 찾아내 스스로 위안한다.예전에 다녔던 인천 중구 중앙동의 한 피트니스센터 사장이 고깃집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던 얘기다. 시설도 깔끔한 피트니스센터는 2층에 있었는데 어느 날 아래층에 고깃집이 들어섰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창문을 연 뒤로 회원들이 줄기 시작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으면 창문을 통해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고, 운동 중에 배고픔을 참지 못한 회원들이 다른 곳으로 옮겼던 것이다. 피트니스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창문을 막고 환기시설과 냉방시설을 추가로 설치했다. 운동 중에 맡는 고기 굽는 냄새는 정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때 알았다. 고깃집 위층에 피트니스센터를 열면 폭삭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누구나 편안하게 쉬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 인생의 진정한 실패자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희망을 포기한 사람이라고 한다. 단맛은 먼저 다가와 짧게 머무르겠지만, 쓴맛은 나중에 찾아와 길게 남게 된다.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쉽고 편한 것에 만족하다 보면 나아지는 삶이 아니라 정체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나 자신을 위한다면 '이야기하는 자아'의 말에도 귀 기울여 보자. 눈과 입에 즐거운 것만 찾다 보면 몸과 생각의 근육은 둔해지게 마련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7-14 이진호

[데스크 칼럼]철도망 확충이 필요한 인천

GTX-B노선, 송도주민들 서울접근성 개선광역교통대책, 검단신도시 미분양 해결 전망아쉬운 '인천1호선 신국제여객터미널 연장'송도8공구 아파트 입주민들 혜택 누렸으면지하철은 정해진 시각에 출발·도착하는 정시성(定時性)을 갖춘 대중교통이다. 많은 인원을 태우고 빠른 속도로 달린다.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착한 교통수단'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노선 반영·변경, 정거장 신설, 조기 개통 등의 민원도 많다.인천 송도국제도시 최대 현안 중 하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노선이다. GTX-B노선이 개통하면 송도 주민들의 서울 접근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송도 주민들 사이에선 '기승전 GTX'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GTX-B노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송도의 서울 접근성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GTX-B노선은 인천 남동구와 부평구를 거쳐 여의도, 용산, 서울역, 청량리, 마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송도 주민만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다. GTX-B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연내 예타 조사 완료'를 수차례 약속한 데다,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도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인천시는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 개통 시기를 2029년에서 2027년 상반기로 2년 정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라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가 인천시의 조기 개통 요구를 수용했다는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승인, 국회 예산안 심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인천 서구 검단신도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3기 신도시 조성계획 발표 이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5호선과 인천 2호선 검단 연장 등 광역교통대책이 가시화해야 검단신도시 분양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천 2호선 검단 연장 사업은 최근 국토교통부 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재부가 관련 위원회를 열어 예타 조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인천 2호선 검단 연장선이 국토부 계획대로 향후 일산까지 연결되면, 검단 주민들은 환승을 통해 GTX-A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인천시는 올해 5월 '제2차 인천 도시철도망구축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도시철도망구축계획은 도시철도법에 따라 수립하는 10년 단위 계획으로, 5년마다 계획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수정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확정된 '제1차 인천 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는 인천남부순환선 등 6개 '대상노선'(B/C값 등 기준치를 넘은 법정노선)과 인천 1호선 신국제여객터미널 연장선 등 5개 '후보노선'(정책적 관점에서 필요성이 인정된 노선)이 반영됐다. 도시철도는 도시 내부 철도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다. 특히, 인천의 도시철도는 내부 순환뿐만 아니라 인접 도시의 철도 또는 광역철도와 연결된다. 인천시민들이 광역철도를 이용해 서울과 경기 지역을 더욱 편리하게 가려면 도시철도 확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지하철은 사업비가 많이 들고 건설기간이 길다는 게 단점이다. 이 때문에 타당성 검토를 통해 대상노선과 후보노선으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한다.인천 1호선 신국제여객터미널 연장선이 대상노선에 포함되지 못해 아쉽다. 송도 9공구에 있는 신국제여객터미널은 올해 말 문을 열 예정이며, 인근에 조성된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지난 4월 개장했다. 신국제여객터미널 배후 부지에는 해양관광문화단지를 조성하는 '골든하버'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부족하면 외딴섬이나 마찬가지다. 송도 8공구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곳 주민들도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인천 1호선 신국제여객터미널 연장선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7-07 목동훈

[데스크 칼럼]지역언론은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디지털 지각변동'으로 기반취약 위기 봉착붕괴땐 지방목소리 단절 중앙집중화 더 심각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일반법 전환' 시급문대통령, 지원·육성 대선공약 지켜야 할 때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깜깜한 밤길을 지도도 없이 불빛도 없이 걷는 것 같은 상황이다. 누구라도 '이 길이다'라고 앞길을 찾아줬으면 좋으련만, 다들 어려움에 빠져 길을 못 찾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지금 지역언론이 그렇다. 언론이 전반적으로 위기라고 하는데, 기반이 취약한 지역언론은 더 어렵기만 하다.지역언론을 위기로 몰아간 배경에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자리해있다. 종이신문이나 지상파 방송 같은 전통의 매체들이 빠르게 독자(시청자)들을 잃고, 모바일을 앞세운 디지털 매체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면서 일어난 '디지털 지각변동'이다. 중앙의 메이저 언론사들이 서둘러 대규모 투자를 하며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사이, 기반이 취약한 지역언론은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다가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독자들을 빼앗기다 보니 매체 파워가 약해지고, 그래서 경영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일부 지역신문이나 지역민방의 경우 벌써 몇 달째 임금이 밀려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런 지역언론의 위기에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학계 등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역언론의 붕괴는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할 매체가 사라짐을 의미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인 여론 다양성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학자들은 미국에서 지역언론의 붕괴가 급격히 진행된 이후, 지역의 특징적인 정치색이 사라지고 중앙의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이 빚어졌음을 사례로 들면서 지역언론의 위기를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와 행정이 이미 중앙에 집중돼 있어서 지역언론이 붕괴 될 경우 중앙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문제는 이 같은 지역언론의 위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런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언론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을 갈수록 줄이고 있는 것만 봐도 정부의 무관심이 드러난다. 실제로 정부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조성해 지역신문을 지원해오고 있는데, 지난 2010년 358억 원이었던 기금의 규모가 현재는 8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더구나 기금의 '명줄'을 쥔 기획재정부는 이 기금을 2022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기획재정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한시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몰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법은 2004년 처음 제정될 때부터 6년이란 시한을 가진 한시법으로 만들어졌다. 지역신문 지원에 인색한 정부와 정치권이 그렇게 만들었고, 이후 일몰이 닥칠 때마다 연장에 연장으로 연명해 왔다. 이제 2022년이면 또다시 일몰이 닥치는데, 이번에 상시법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아예 일몰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2022년 폐지하겠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러고 있는 사이 지역언론은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디지털 관련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더 미루다가는 독자를 모두 잃고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지역신문의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새 시스템을 들여놓고, 대대적인 인력 전환까지 해야 한다.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다.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지역언론을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상시법인 '일반법'으로 전환하고, 지역신문의 디지털 사업 및 재교육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제 이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 더 이상 나몰라라 하다가는 지역언론을 모두 잃을 판이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9-06-26 박상일

[데스크 칼럼]낚시의 도시 인천

일제강점기 낚시터로 '율도' 가장 유명세'어조상월' 월미도, 경인지역 별천지 불려1971년 서울사람들 인천앞바다 손맛 만끽'제1회 선상낚시대회' 새로운 자랑거리로인천은 낚시의 도시였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는 언제든지 낚시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바닷물이 깨끗하지 않아 낚은 물고기를 먹을 수나 있겠나 싶지만 그들은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라는 투다. 송도신도시 건너 신항이나 LNG기지 쪽 방파제에도 낚시꾼들이 끊이질 않는다. 낚시 금지구역이라고 써 붙인 팻말도 낚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물때가 좋은 날, 연안부두나 남항에서는 낚시꾼들을 가득 태운 배들이 새벽 출항을 한다. 서해5도의 갯바위 역시 낚시꾼들의 차지다. 낚시와 관련한 거의 모든 장소를 품고 있는 인천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의 낚시터로 기능한 지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낚시터로서의 인천의 영광은 일제강점기에 크게 빛이 났다. 향토사학자 이훈익 선생의 '인천지명고'는 율도를 소개하면서 '일제 때부터 가장 좋은 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했다. 월미도 건너 작약도의 동북쪽에 있던 율도는 1980년대 매립되어 지도상에서 사라져버렸다. 인천 연안의 그 많은 섬들 중에 하필 율도가 낚시터로 제일 유명했는지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 알기 어렵지만 물고기들이 많이 잡혔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아마도 갯바위 낚시였을 게다. 서울에서도 유명했던 행락지 월미도는 야간 낚시로 뭇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1950년대 후반 발간된 '경기사전'에는 월미도와 송도를 인천의 몇 안 되는 명승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월미도와 송도를 낚시 장소로 특별하다고 소개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월미도는 6·25 전까지 해수욕장, 바닷물 풀장, 여관, 식당, 유희장, 별장(용궁장) 등이 완비되어 있었고, 특히 바다 위에 떠 있는 누각에서의 '어조상월(魚釣常月)'은 경인지역 일대에서는 별천지였다고 쓰고 있다. 어조상월, 낚시하면서 달을 구경한다는 얘기다. 바로 야간 낚시를 말한다. 연수구 옥련동 능허대 부근의 송도 역시 낚시터로 유명했던 듯하다. '해안에 돌출한 기암괴석으로 이룬 소산(小山)으로 노송이 울창하여 푸른 파도를 덮어 흰 백사장과 푸른 소나무가 볼 만한 곳이다. 만조(滿潮)엔 어조(魚釣), 간조(干潮)엔 습합(拾蛤)으로 각지에서 방문객이 늘 끊이질 않았다'고 송도를 소개해 놓았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해안 바다 위에서 낚시를 하고, 물이 빠지면 갯벌에 나가 조개를 주웠다는 거다.1971년 8월,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서울시청 앞 대한일보 사옥에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13층 사옥에 9층 길이였다. '제2회 국제바다낚시대회'를 알리는 거였다. 대회 장소는 어디였을까. 현수막에 장소까지는 적혀 있지 않았는데, 당연히 인천 앞바다였을 게 아닌가 싶다. 이때만 해도 인천의 바다낚시 열기는 대단했다. 인천 어디에서고 낚시가게가 활황을 이뤘다. 바다가 없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인천 앞바다에 와서 바다를 즐기고는 했다. 앞에서 얘기한 월미도에서의 '어조상월'은 아마도 서울 사람들이 대부분 차지했을 듯하다. 바다 위에 세운 누각, 용궁장은 돈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던 명소였다. 당시 그 월미도는 서울 사람들이 꿈꾼 환락의 도시였다.경인일보가 23일 제1회 선상 낚시대회를 열었다. 새벽 4시 30분, 수십 척의 낚싯배들이 대어 낚기의 기대를 품은 낚시꾼들을 태우고 중구 남항부두에서 출항해 2시간 거리의 풍도 해역까지 나아가서 낚시를 했다. 출항에서 낚시, 시상식에 이르는 하루 종일 낚시객들의 축제 한마당이었다. 바닷바람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서울 등 수도권 사람들이 낚시하면서 해양레포츠를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바다와 레포츠가 결합된 선상 낚시, 인천의 새로운 자랑거리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2019-06-23 정진오

[데스크 칼럼]'난관 봉착' 검단신도시·계양테크노밸리

정부, 집값잡기 3기 신도시 계획 '인천 혼란'검단, 미분양 속출… 계양, 대장지구와 경쟁일자리 창출·입주율 높일 기업유치 쉽지않아다른 신도시와 '차별화' 특화전략 수립 필요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신도시 조성계획이 인천을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해 하반기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2기 인천 검단신도시(1천118만㎡·7만5천가구)는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계획 발표 이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테크노밸리(335만㎡·1만7천가구)는 부천 대장지구(343만㎡·2만가구)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검단신도시는 계양테크노밸리에 이어 부천 대장지구 조성계획까지 발표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지난해 12월 계양테크노밸리 조성계획이 나왔을 때는 큰 영향이 없을 듯했다. 도시 규모와 아파트 분양 시기가 차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검단신도시는 임대보다 분양 물량이 많다. 하지만 올해 5월 부천 대장지구 조성계획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늦출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것이다. 부천 대장지구 아파트 분양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기류가 강해졌다. 인천도시공사 한 관계자도 "부천 대장지구 조성계획 발표 이후 (검단신도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검단신도시는 수도권 마지막 신도시로 업계와 수요자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계획으로 '수도권 신도시 중 하나'가 됐다. 정부가 '수도권 마지막 신도시'라는 메리트를 없앤 것도 모자라 경쟁자(계양테크노밸리·대장지구)까지 붙인 셈이다.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조성 정책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신도시 지정 및 광역교통망 개선 대책 발표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이다. 주택 분양과 기업 유치는 사업시행자와 지자체 몫이다. 정부가 신도시를 자족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유인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사업시행자와 지자체가 알아서 기업 등 앵커시설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신도시 개발이 성공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3기 신도시 조성계획 발표 이후 일산 등 수도권 서북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을 일산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기존 연장 계획도 늦어지는 마당에 언제 일산까지 연결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정부 탓만 할 것도 아니다. 검단신도시는 중앙대 캠퍼스와 대학병원 건립이 무산되는 등 앵커시설 유치에 실패했다. 중동 오일머니를 유치해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2016년 백지화됐다. 철저한 검증 없이 검단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을 추진했다가 1년여 세월을 허비했다. 그때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검단신도시 분양이 이미 성공적으로 완료됐을지도 모른다.계양테크노밸리와 부천 대장지구는 개발 규모와 콘셉트가 비슷하다. 가용 면적의 40~50%를 자족 용지로 조성한다. 정부 구상대로 계양테크노밸리에서 대장지구, 마곡지구로 이어지는 '서부권 기업벨트'가 구축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3곳 모두 성공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기업 등 앵커시설 유치 여부가 계양테크노밸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기업이 들어와야 일자리가 생기고, 그래야 사람이 몰린다. 입주 수요가 많으면 집값도 오른다. 검단신도시에서 보듯 기업 유치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과 신도시 개발, 구도심 재생, 산업단지 구조고도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인천시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검단신도시와 계양테크노밸리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신도시와 어떻게 차별화하고 어떤 기업을 유치할 것인지, 특화 전략을 수립하는 게 난관을 뚫는 방법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6-17 목동훈

[데스크 칼럼]재밌는 지옥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전공선택한 중년들뒤늦게 좋아하는 일 찾아도 실행 쉽지않아정년 앞두고 서럽고 힘들지만 취미가 '위안''지옥'이라도 찾아보면 재밌는 게 있는 법극장에서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보는 이유는 뭘까. 이를 경제 용어로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경우 미래에 발생할 이득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과거에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일을 중단하지 못하는 행동을 말한다. 모처럼 식구들과 찾은 근사한 식당에서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매몰 비용의 오류가 작동한다. "이게 얼마짜린데"라며 억지로 배를 채우고 나오긴 해도, 식구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감당하기 힘들다.1980년대 대학 수험생들은 학력고사 점수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하지도 않고 적성에 맞지도 않는 학과를 선택한 부작용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였다. 초·중·고를 합쳐 12년이라는 세월 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불확실한 '재수'를 선택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렇게 대학에 다닌 50대 중년들은 이제 정년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쯤 남았다. 이들 중에 뒤늦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다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뛰어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오랫동안 해온 일을 제쳐놓고 재밌는 일에 뛰어들 용기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작가는 강연 때마다 "100세를 사는데 60세에 정년을 맞고 나면 나머지 40년을 행복하게 지낼 자신이 있느냐"고 묻곤 한다. 김정운 작가는 "작더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 보고, 일상의 삶에서 재미, 행복의 리스트들을 풍요롭게 갖고 그런 구체적인 삶의 순간들을 느끼는 훈련들을 하다 보면 행복해진다"며 그러한 삶을 실제로 사는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지난해부터 동료들과 캠핑을 시작했다.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금요일 오후 3~4시쯤 출발해 토요일 낮 12시쯤 철수하는 20시간 남짓한 짧은 1박 2일 일정이다. 일정이 맞지 않으면 더러 혼자서도 다닌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금세 적응된다. 지난해 봄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가끔 가까운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바람 좀 쐬고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에 의기투합했다.처음에는 거창하게 모닥불을 피우고, 고기도 굽고, 술도 한잔 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캠핑 시간도 짧은 데다 잔뜩 차려 먹고 난 다음 뒤처리에 시간을 너무 뺏기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캠핑과는 전혀 달랐다. 먹고 쉬는 것은 잠깐이고, 치우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쉼'이 아닌 '일'로 주객이 바뀌면서 캠핑이 부담스러워졌다. '뭘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뭘 안 하기 위해'서 시작한 캠핑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요즘은 작은 텐트에 간단히 데워서 먹는 식품 정도를 준비한다. 설거짓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일종의 꼼수다. 먹는 것부터 간단하게 준비하고 나니 2~3시간 멍한 상태에 빠지는 즐거움이 생겼다. 이제는 얇은 책 한 권 정도 챙기는 여유도 부린다. 살만해서, 팔자 좋아서 다니나 하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하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기에 시작된 일이다.가까운 선배는 좋아하던 골프를 접고, 탁구에 재미를 붙였다. 운동도 자주 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적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나이도 생각하지 않고 과욕을 부려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산다는 것이다. 그래도 재밌는지 틈만 나면 자세를 잡고 팔을 허우적거린다. 탁구를 시작하고 배가 더 나온 것을 보면 운동보다는 삼겹살 뒤풀이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어쨌든 탁구를 시작한 선배는 전보다 웃음이 늘었고, 좀 더 편안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중년으로 사는 것은 서럽고, 힘들다. 거창한 취미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일상에서의 조그만 재미를 찾아보길 권한다. 지옥이라도 찾아보면 재밌는 게 있는 법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6-16 이진호

[데스크 칼럼]그림 그리기의 미래가치

전쟁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창의력 결정체어느덧 22회째 맞이한 '바다그리기대회'온갖 불편 감수 아이들 데리고 온 부모들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위한 '훌륭한 자산'1950~60년대를 살아낸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서 걱정하는 말을 쏟아내고는 한다. 고생하지 않고 오냐오냐하는 분위기 속에서 크다 보니 사회생활의 각박함을 견디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 그런 젊은이들이 대다수인 우리 사회도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 어른들도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있었던 경인일보 주최 바다 그리기 대회의 풍경을 보고서는 그 어른들의 걱정이 기우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성의를 다한 그림 작품은 창의력의 결정체이다. 무엇을 그릴 것인지 구상을 하고, 어떠한 색깔을 칠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고도의 창의성을 요구한다. 보이거나 상상하는 대상을 사진처럼 보여줄 것인지, 특정한 어느 한 가지를 크게 부각해서 그릴지를 판단하는 것 역시 그 개인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중심 요소이다. 그래서 그 많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아닐까.어느덧 22회를 맞이한 이번 행사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말로 많은 어린이들이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미세먼지 경보와 뙤약볕도 그들의 그리기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같이 온 부모들 역시 대단했다. 캠핑족들이 늘어나면서 텐트 없는 집이 없을 정도인데, 바다 그리기 행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요일 저녁에 미리 텐트를 쳐놓은 부모들도 여럿 있었다. 아이들이 좋은 자리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그 부모는 하루 앞서 준비를 했던 거였다. 수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완성한 작품을 들고 행사장에 세워진 무대 위에 오르게 한 뒤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 인증샷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인증샷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 그렇기에 어른들은 주차 전쟁을 치르는 고생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행사장에 데리고 오는 것일 게다.창의력의 결정체인 그림 그리기는 6·25 전쟁 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종군화가들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전쟁통에도 화가들은 재료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그림을 그렸고, 전시회를 열었다. 빵 한 조각 살 돈이 없는 궁핍한 피란살이를 하던 어떤 화가는 상상 속의 캔버스에 상상 속의 작품을 그렸다. 인천미술협회가 결성된 것도 1952년이었다. 전국문화단체총연합 산하의 '대한미술협회 인천지부'는 그때 생겨났다. 김영건, 박응창, 윤기영, 최석재, 박흥만, 한흥길, 장선백, 유희강, 박세림, 장인식, 이경성 등이 참여했다. 전쟁 시기 최초의 미술 비평문을 탄생시킨 것도 인천 출신의 이경성이었다. 해방 직후 초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을 지내기도 한 1세대 미술 평론가 이경성은 당시 젊은 화가 그룹 '후반기 동인'의 피란지 부산 다방에서 있었던 전시회를 일컬어 "내일의 새로운 미를 창조하고자 하는 고민과 자태를 직접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전쟁 이후 우리 사회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떠한 곤궁 속에서도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많은 이들의 창작 의욕이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바다 그리기 행사장도 난리통이었다. 차를 댈 곳이 없어 주차 전쟁을 치렀고,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뛰어다니는 엄마 아빠, 부모를 잃어버렸다며 울부짖는 아이들도 있었다. 집 나서면 고생이라고 말하면서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창의력을 발현시킬 흔치 않은 기회인 바다 그리기 행사를 빼먹지 않고 찾은 아이들은 미래의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나은 쪽으로 가는 데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을 위해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행사장에 나온 부모들은 분명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낼 바탕이라고 믿는다./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정진오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2019-05-26 정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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