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예타 통과 기대되는 GTX-B노선

3기 신도시 성공위해선 반드시 노선 필요면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현재 진행중'정부 "비용 절감 방안 등 좋은 방법 연구연내 완료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 밝혀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에서 제외되자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기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예타 면제로 사업 기간이 단축될 것이란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인천 홀대', '들러리 세우기',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GTX는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지하 40m 이하 터널을 최고 시속 180㎞로 달린다. A(파주~동탄), B(송도~마석), C(의정부~금정) 등 3개 노선이 계획돼 있다. B노선은 대한민국 제1호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의 서울 접근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도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2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하니 인천 입장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B노선의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느리다. 지난해 12월 A노선은 착공했고, C노선은 예타를 통과했다. B노선은 아직 예타 중이다.GTX는 경기도가 정부에 건의한 사업이다. 2009년 6월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GTX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자 타당성 조사 및 세부 실천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2014년 2월 GTX 3개 노선을 모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된 A노선은 즉시 추진하고, B노선과 C노선은 재기획 및 보완 과정을 거쳐 조속히 재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인천시는 B노선의 경제성이 낮게 나오자 송도~청량리 노선을 경기도 마석까지 연장하는 쪽으로 재기획했다. 경제성 부족, 사업 재기획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이다.주민들의 불만은 '사업 지연'이다. GTX B노선은 사업을 검토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GTX B노선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3기 신도시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4곳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GTX 등 광역교통망 축을 중심으로 신규 택지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특히 남양주 왕숙에 GTX B노선 역사를 신설해 서울 접근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선 정부 입장에서도 GTX B노선이 반드시 추진돼야 하는 셈이다. 국토부는 GTX B노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올해 예타 완료하겠다고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내놓은 자료에서 "GTX B노선은 3기 신도시 개발 발표 등 사업의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비용 절감 방안 등을 함께 강구해 연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재차 확인했다.인천시가 정부에 예타 면제를 신청한 사업은 'GTX B노선', 서해 남북평화도로 첫 번째 구간인 '영종~신도 도로 건설' 등 2개다. 영종~신도 도로 건설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으로 확정됐으니, 인천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두 사업 모두 예타 면제가 됐으면 좋으련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대규모 SOC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타 면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총선을 앞둔 선심성 퍼주기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 때문에 내년도 예산 배정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GTX B노선은 예타 면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 확보 과정에서 특혜 논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예타 면제 대상에서 빠진 게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2-06 목동훈

[데스크 칼럼]잘나가서 행복하십니까?

정부, 첨단기술 혁신에 과감한 투자 계획거리 먼 '평범한' 기업 구성원 소외감 느껴어려운쪽 손잡기보다 잘나가는 쪽 힘 보태일을 하는 이유, 본래 의미 되찾는 일 먼저아주 크고 잘나가는 회사가 있다. 세계적인 첨단 기술력을 가졌고, 직원도 수천 명이다. 수출도 많이 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직원들 급여와 복지도 훌륭하다. 하지만 첨단 기술에서 다른 기업들에 밀리지 않으려고 임직원들은 밤이고 낮이고 정신없이 일한다. 일에 대한 심적인 압박감이 커서 몇 년 만에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다. 나이가 40대 후반만 돼도 '퇴물' 취급을 당하기 일쑤고, 눈치를 보다 못해 사직서를 낸다. 엄청난 이익을 내지만 상당 부분이 투자자들에게 분배되거나 신규 시설에 투자하기 때문에 가족처럼 일해야 할 협력업체들은 어렵기만 하다. 또 다른 회사가 있다. 특별히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많이 쓰는 생활용품을 정성껏 만들어 낸다. 비슷한 중국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서 시장에서 꽤 잘 팔려나간다. 10여 명의 직원 중 대부분은 벌써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름도 못 들어본 회사라고 하지만 다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며 일 해왔다. 몇몇 임원들은 이 회사에서 자녀들도 함께 일하게 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느새 다른 직원들과 한가족이 됐다. 작지만 '우리' 회사다. 특별히 어느 회사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그냥 '보통'의 모습이다. 물론 대기업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중소기업들 중에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곳들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게 최선이고 중소기업에 다니면 '덜 행복하다'가 아니라는 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저 우리가 잘나가는 회사의 어두운 면, 평범한 회사에 있는 행복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성장을 위한 키워드로 '혁신'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간 반도체가 전망이 좋지 않으니 5G, 수소차·전기차, 자율주행, 인공지능, 가상현실, 스마트공장, 드론 등등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도 이런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기술 혁신에 몇 조원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창업 초기 벤처기업이나 일류 기술에 도전하는 기업,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첨단 대기업들에게 힘이 나게 하는 소식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씁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대열에 끼어들기 어려운 수없이 많은 '평범한' 기업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은 5G니 수소차니 자율주행이니 하는 첨단기술이나 거창한 정부의 지원계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혁신이 강조되고 통 큰 지원계획이 발표될 때 마다, 이들은 소외감을 삭히느라 쓴 소주잔을 기울인다. 함께 살고 있지만, 그늘에 가려 점점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바로 우리 이웃이고 가족인 그들인데, 숫자로 쳐도 훨씬 많은 그들인데, 자꾸만 우리 시야에서는 멀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포용'을 이야기했다. 이런 '평범한' 기업이나 사람들까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1등 지상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어려운 쪽의 손을 잡기보다, 잘나가는 쪽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다가 자칫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혁신적 포용국가'에서 '포용'이 쏙 빠지고, '사람중심 경제'에서 '사람중심'이 쏙 빠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앞서 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앞서가기만 할 뿐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 일이 더 급해 보인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9-01-23 박상일

[데스크 칼럼]월북 작가 황영준

조선 마지막 어진화가 이당 김은호 제자인천 매개 사제의 연… 월북 후 종군화가이념·친일 잣대로 회합까지 막아선 안돼남북 문화예술 교류로 '상봉展' 이어지길며칠 전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갔다가 어떤 미술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북한 미술작품 전문 전시관이었다. 그 중국인 미술관 대표는 오랫동안 북한의 미술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했다. 북한의 유명 작가들이 그린 작품 수천 점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가 전시되어 있지 않은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그중에 화봉(華峰) 황영준(1919~2002)의 그림은 풀세트로 있었다. 충남 태생인 황영준은 월북 작가다. 1950년 6·25 전쟁이 나자 북으로 갔다.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가로 불리는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제자다. 운보 김기창, 월전 장우성 등이 동학이다. 황영준은 북에서 공훈 예술가 칭호를 받을 정도로 작품 세계가 우뚝하다. 황영준이 김은호의 제자라는 얘기를 듣고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인천이었다. 이당이 인천 관교동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2명의 임금 어진을 제작한 이당 김은호와 북한의 최고 미술 작가 황영준은 인천을 매개로 하여 사제간의 연을 이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황영준의 작품은 북에서의 활동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만큼 다양했다. 그 중국인 미술관 대표는 황영준의 수많은 연습 작품도 많이 갖고 있었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황영준이 월북 하자마자 종군화가로 참여했음을 증명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전투 현장의 최전선까지 들어가 화폭에 담았다. 길가에 길게 늘어선 부서진 차량 행렬 작품과 두 동강이 난 채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 작품은 묘하게 대비되었다. 비행기의 폭격으로 파괴되었을 차량과 육상에서의 총탄 세례를 받고 추락했을 비행기의 모습이 서로 포개졌다. 못쓰게 된 3대의 탱크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모두 미군 탱크로 보였다. 포신을 땅에 처박고 있는 것, 양쪽의 궤도가 벗겨진 채로 있는 것, '824'라는 탱크의 고유번호까지 선명한 것도 있었다.전쟁이 끝난 뒤 황영준은 평양미술대학 교수를 지내기도 했으며 만년까지 작품활동에 매진했다고 한다. 금강산 그림도 많이 그렸는데 세상을 뜨기 1년 전인 2001년에는 '금강산 화책(金剛山 畵冊)'이란 화보집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대단한 창작열이 아닐 수 없다. 그 '금강산 화책' 첫 장에 이렇게 썼다. '자연과 생활에 대한 고상한 미는 용암처럼 솟구치는 열정과 지향이 없이는 창조되지 않는다.' 용암처럼 뜨거운 예술혼이 있었기에 황영준만의 고상한 미가 창출될 수 있었을 게다.황영준의 그림 세계를 열어젖혀준 이당 김은호의 예술관도 준엄했다. 인천관립일어학교에서 수학한 이당은 측량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고서를 베끼는 일을 하게 되면서 빼어난 그림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묘사력이 뛰어난 그에게 대표적 친일 세도가 송병준이 초상화를 맡겼다. 고종과 순종의 초상을 제작하는 등 당대 인물화의 대표작가로 떴다. 후진을 양성함에 있어서 개인의 품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고 한다. 이당 또한 세상 뜨기 직전까지도 붓을 놓지 않을 정도로 예술가로서의 열정이 드높았다.황영준은 2002년 남쪽에 두고 온 가족들과 상봉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그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황영준과 이당이 인천을 고리로 하여 연결된다고는 하지만 이당은 여전히 친일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문제가 있고, 황영준은 이념적 잣대로 봤을 때 월북작가란 색깔이 씌워질 수 있다. 이들 문제가 남북으로 갈라진 사제간의 회합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당 김은호와 화봉 황영준, 이 두 거장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남북의 문화예술 교류가 이당과 화봉의 상봉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9-01-16 정진오

[데스크 칼럼]아시안컵 우승 가름하는 '중국전'

C조 2위땐 알아인 두차례 왕복 '이동 부담' 8강 '이란'·4강에선 '일본'과의 만남 유력이래저래 1위 포기하기에는 쉽지않은 상황'손흥민 카드'·'선수 경기력 회복' 중요 과제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첫 관문인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은 1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 중인 2019 아시안컵 조별예선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꺾고 승점 6을 만들며 마지막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한 C조 2위는 확보했다.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약체로 꼽히는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에 각각 1-0으로 승리하며 우려감도 키웠다. 대회 전 조별 예선에서 다득점을 통해 수월하게 조 1위를 차지하고 상위 시드를 받아 토너먼트를 치르겠다는 자신감과 국내 언론의 장밋빛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조별 예선을 남겨둔 상황에서 골 득실에서 중국(+4)에 2골 뒤지며 2위를 마크 중인 한국은 오는 16일 오후 10시 30분에 열릴 중국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가장 핫(hot)한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중국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하는 손흥민(토트넘)의 존재감과 함께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도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과 팬들은 조 1위 탈환이 불가능하다고 여기진 않는다. 다만 우승을 목표로 결승전까지 장기 레이스를 펴야 하는 만큼 우리의 상황을 고려한 우리만의 전략을 세우고 임할 필요는 있다. 플랜 A로 진행하되, 여의치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플랜 B를 곧바로 가동할 수 있는 유연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은 조별 예선 두 번째 경기였던 필리핀과 경기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가진 12일 새벽 인터뷰에서 예선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선수 로테이션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피 감독은 오랜 라이벌인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전제한 뒤, 16강전 이후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 경고를 받은 선수와 체력 안배가 필요한 선수들을 벤치에 남기고 한국과 경기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우리로선 손흥민의 중국전 활용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14일 새벽에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EPL 2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아랍에미리트로 넘어와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다. 단 이틀 만에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이미 "합류 후 몸 상태를 체크해서 중국전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만 우리 대표팀 입장에선 예선 1위를 위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6일 후인 22일 두바이에서 16강전을 치르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회복을 위한 넉넉한 시간이 확보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후 결승전까지 경기들이 아부다비에서만 열리는 일정이어서 이동에 대한 부담도 사라진다. 반면 조 2위로 토너먼트를 시작하면 알아인을 2차례 오가야 한다. 또한 각 조 1위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C조 1위는 결승을 앞두고 8강에서 E조 1위로 토너먼트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혹은 카타르)와 조우하게 된다. 반면 C조 2위는 8강에서 이란, 4강에서 일본과 차례대로 만나는 게 유력한 구도다. 이래저래 조 1위 자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전에서 손흥민의 활용 여부와 함께 여타 선수들이 본연의 경기력 회복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조별 예선을 2위로 통과하면서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걸었다. 치열한 격전과 짧은 회복 시간으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이상의 전력을 구축한 팀들이 출전한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은 최대한 누려야 한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9-01-13 김영준

[데스크 칼럼]재래시장, 전통시장

특별법 변경되면서 '전통'으로 이름 바뀌어지자체 관심 부족… 상인 겪는 고충 무거워문학경기장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 논란市·SK와이번스 책임 전가… 사태 더 커져얼마 전 우연히 인천의 한 전통시장 상인 대표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재래시장'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문을 꺼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려는데 상인 대표한테 "재래시장이라 하지 마시고, 전통시장이라고 해주세요. 언론에 계신 분이 자꾸 재래시장이라고 하시니…"란 지적을 받았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재래시장'과 '전통시장'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얘기를 나누면서도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이 계속 튀어나왔다. 상인 대표는 그럴 때마다 '전통시장'이라고 지적했고, 그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부동산 용어사전을 찾아보니 "전통시장은 상업기반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개수, 보수 또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유통기능이 취약해 경영 개선 및 상거래의 현대화 촉진이 필요한 장소를 말한다. 전통시장은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변경되면서 종전의 재래시장이 변경된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그것도 2011년 5월에 정해진 것이라고 하니 무려 8년 가까이 전통시장을 재래시장이라고 떠들고 다닌 셈이다. 핀잔이 아니라 야단을 맞아도 시원치 않겠다 싶었다.대화를 나누는 동안 전통시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인 대표는 "가게에 최소 2명의 종업원을 써야 하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다 보니 직원 1명을 줄이고, 모자라는 인력을 가족들이 나와 대신하고 있다. 이러다가 1년도 못 가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는 하소연부터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쏟아냈다. 오랜 세월 전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 대표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웠다.상인 대표는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형할인마트에 비해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작 찾아오고 싶어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못 오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다. 상인과 고객의 안전을 위한 화재예방 정책과 시설 지원에 대해 시나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터무니없이 적다고 했다. 전통시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상인들이 겪는 고충은 평소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무거웠다.새해를 맞아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저마다 신년사에 '지역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단체장 신년사의 단골 메뉴다. 그만큼 먹고사는 게 중요한 얘기라 중요하게 다루는 정책이지만, 실제로 지역경제를 얼마나 살렸는지 얼마나 활성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얘기하는 단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인 대표는 "선거철이면 정치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전통시장을 찾는다. 이것저것 물건값을 물어보고 상인들과 함께 홍보 사진을 찍고 관심을 두는 척하지만 당선되면 고맙다고 찾아오는 정치인들은 열의 한 명도 안 된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프로야구 SK와이번스가 관리를 맡고 있는 인천문학경기장 내에 경북 영주시 생산자연합이 대형할인매장 전대계약을 맺어 논란을 빚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전대계약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고, 시가 계약 해지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영주시 생산자연합 측은 매장 개장을 강행하고 있다. 인천시는 SK와이번스가 시정명령을 이행할지 이의를 제기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SK와이번스 측은 불법 여부,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한 후 대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애초에 잘못된 계약이었음에도 인천시와 SK와이번스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할인매장 개장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9-01-09 이진호

[데스크 칼럼]경기도발(發) 담대한 정책

道, 한국사회의 축소판으로 자리매김정부나 가능할법한 '이재명표 정책' 추진국민 생활 밀접… 전국 확대 개연성 충분평가 엇갈려도 의미·가치는 변하지 않아사전을 찾아보면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기술돼 있다. 또 '정책'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정의돼 있다.주지하다시피 정치(politics)와 정책(policy) 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정당정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모두 정책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연구원을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 만큼 정책은 국민 생활과 밀접히 맞닿아 있고, 정치 세력에게는 집권의 유무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사실 여부를 떠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건'이 정치적·사회적 파급력을 갖는 이유도 정책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사건과 관련해 "소신이 담긴 정책이 모두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소신과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은 다른 문제"라고 말한 부분도 '정책'과 관련해 상당한 시사점을 갖는다.'정책'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사례가 영조의 탕평책이다. 궁극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일을 정치적 목표로 삼았던 영조는 탕평책과 균역법을 도입하고, 신문고 제도를 부활하는 한편 '속대전' 편찬 등의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의 르네상스라고 하는 영·정조 시대가 펼쳐졌다.경기도에서도 바야흐로 '정책 시대'가 열렸다. 경기도는 이미 인구 규모면에서 서울을 능가하는 등 한국사회의 축소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위상에서는 수도권, 즉 서울의 외곽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3기 신도시 문제도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결국 서울 강남 등의 집값과 연계돼 있다.경기도발 '기본소득 정책'과 '주택 정책'은, 단언컨대 최대의 광역단체라는 위상에 걸맞게 '경기도 정책시대'를 열게 될 사안들이다. 두 사안은 모두 경기도민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다. 경기도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대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이미 타 시도나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에서나 가능해보이는 담대한 정책을 경기도가 제시하고 이끌고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이재명표 기본소득 정책'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청년 배당, 농민기본소득 등을 망라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본소득정책 공식 자문 기구인 '기본소득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궤도에 오른 상태다. 이재명 지사와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기획재정·시민참여·지역경제·사회복지 등 4개 분야 전문가와 지원자 59명, 경기도 실국장 6명 등 모두 65명으로 구성됐다. 기본소득위원회는 앞으로 기본소득 종합계획 수립과 기본소득 관련 정책 시행안의 심의·의결 역할을 하게 된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위원회와 관련해 "대한민국 역사에서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공식적 법률문구로 만들어진 첫 사례가 경기도 기본소득 조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이재명표 주택정책'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후분양제 등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 단계에 들어섰다. 후분양제는 이재명 지사가 지난달 4일 "경기도시공사에서 공급하는 주택과,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택지에 민간건설사가 짓는 경우에 한해 후분양제를 적용키로 했다"고 선언하면서 가시화됐다.이 같은 기본소득·주택정책은 향후 본격적인 진행과정에서 대부분의 과감한 정책이 그러하듯 반대와 논란이 뒤따를 것이며, 평가 역시 엇갈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라는 광역단체가 중앙정부가 하지 않은 '담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한다는 의미와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9-01-06 김순기

[데스크 칼럼]계양테크노밸리와 인천 신도시

市·국토부, 산업·주거단지 절반씩 조성이해관계 서로 맞아 떨어진 '윈윈' 정책검단신도시, 서북부 권역 교통 강화 목표市 지속적인 관심 있어야 목적 달성 가능지난해 연말 인천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군 것은 '계양테크노밸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19일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의 하나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인천 계양구 귤현동·동양동·박촌동·병방동·상야동 일원 약 335만㎡를 3기 신도시로 개발해 1만7천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LH와 인천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이날 함께 발표된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이다. 인천 계양만 지구(地區) 이름에 '테크노밸리'가 붙었다. 국토부는 계양테크노밸리 가용면적의 49%를 자족 용지(약 90만㎡)로 조성하고, 자족 용지의 3분의 2를 도시첨단산업단지(약 60만㎡)로 중복 지정하겠다고 했다. 도시형 첨단 산업단지와 주거단지가 결합한 형태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SNS를 통해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이 정부에 줄기차게 '산단 우선 추진'을 요구한 결과"라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지으려면 인천시와 협의하게 돼있다"고 밝혔다. 또 "인천에 필요한 일자리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주(主)목적인 테크노밸리(산업단지)가 우선"이라며 "그 배후시설로 주거지역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바람과 어긋나는 사업으로의 변질은 막아낼 것"이라고도 했다.박남춘 시장이 밝혔듯이 계양테크노밸리는 인천시와 국토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계양테크노밸리(산업단지) 개발은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시장과 같은 당 송영길(인천 계양구을) 의원의 선거공약이다. 박 시장과 송 의원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첨단 산업단지가 필요했고, 국토부는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신규 택지(宅地)가 있어야 했다.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사이좋게 절반씩 조성하기로 합의한 셈이다. 좋게 보면 윈윈(win-win) 정책이다. 그 과정이 어찌 됐든,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이 확정됐다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천은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인천 첫 신도시는 '검단'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도시는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의해 개발되는 대규모 택지다. 2006년 10월 27일 당시 건설교통부는 8·31 부동산정책 후속 조치로 인천 검단(1천123만9천㎡·5만6천가구)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도 인천시와 건교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인천시는 인천 북부권역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건교부에 신도시 지정을 제안했었다. 당시 북부권역은 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한국토지공사(2009년 대한주택공사와 LH로 통합)도 검단 일대를 신도시 후보지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국토부가 지난해 9월 21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일환으로 발표한 인천 검암역세권(79만3천㎡·7천800가구) 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검암역세권 개발은 복합환승센터 조성 등 서북부 권역의 교통 편의를 보완·강화하고자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가 계획한 사업이다. 주목적이 그렇다는 것이다.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에 따른 검단신도시, 검암역세권,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사업. 인천시가 북부 권역 정비 및 교통 인프라 확충, 산업단지 조성 등을 위해 계획한 것들이다. 이들 사업은 단순 주택 공급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각자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천시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계양테크노밸리 개발계획만 놓고 보면, 교통 대책 중 철도부문이 아쉽다. 인근에 인천도시철도 1호선 박촌역이 있지만, 도로 확장과 나들목 및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신설만으로 '계양테크노밸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9-01-02 목동훈

[데스크 칼럼]작약도의 운명

한때 전국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았지만어느 개인에게도 소유 허락하지 않은 섬인천시,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 청사진'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일 운명인듯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면서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한 섬을 꼽으라면 단연 인천의 작약도(芍藥島)가 아닐까. 해방 이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 섬을 소유하려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오히려 자신이 망하고 말았다. 서구세력의 한반도 침략 시기, 그 풍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섬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치면 기구하고도 사나운 팔자라고 할 수 있다. 작약꽃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데 실제로 보면 생김새가 꼭 작약 같지는 않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였다고 한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1919~1975)도 작약도에서 시를 쓰고는 했던 모양인데 작약도에 작약꽃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작약꽃 한 송이 없는 작약도에/소녀들이 작약꽃처럼 피어.//갈매기 소리 없는 서해에/소녀들은 바다의 갈매기.' '한국문학' 1977년 6월호에 실린 한하운 시인의 '작약도-인천여고 문예반과'란 제목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개인 혼자서 소유하기엔 벅찬 물건이 있다. 그걸 흔히들 공기(公器)라 한다. 공공의 기관도 그렇고, 자연유산도 그렇다. 덩치의 크고 작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이해와 직결되거나 역사적으로 긴요한 역할을 해 왔을 때 그것을 누구 혼자서 독차지할 수는 없을 터이다. 작약도의 소유권 변동을 훑어보면 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개의 섬이 그렇듯 작약도 역시 국가 소유였다. 영종진(永宗鎭)에 땔나무를 공급하던 수목지였다고 한다. 일제시기에는 스스기라는 일본인의 소유가 되었다. 처음으로 개인에게 넘어간 거였다. 해방 후 이종문이라는 사람이 이 작은 섬에 살면서 고아원을 세워 운영하기도 했는데 6·25 전쟁으로 폐쇄됐다. 전쟁이 끝난 뒤 성창희라는 이가 불하받았다가 문제가 되었으며,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가졌다가 한보가 부도가 났다. 1996년 인천의 해운업체 원광이 소유해 해상 관광단지를 건설하려다가 원광이 부도가 났다. 2011년에는 진성토건이 매입해 개발 구상을 발표했으나 진성토건 역시 망하고 말았다.향토사가 이훈익(1916~2002) 선생의 '인천지명고(仁川地名考, 1993년)'에는 인천의 주요 관광지 12곳을 싣고 있는데, 그중에 작약도가 들어간다. 자유공원, 수봉공원, 월미도, 연안부두, 작약도, 송도유원지, 소래포구, 화도진공원, 율도, 삼목도, 을왕리해수욕장, 무의도해수욕장 등 12곳이다. 25년이 지났을 뿐인데 송도유원지와 율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작약도 역시 오가던 뱃길이 끊긴 지 오래다. '인천지명고'는 작약도의 지명 변화와 소유권 변동 사항을 설명하면서 "(지금은) 그 경관과 피서지로서 경향각지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고 있다"고 했다.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유명했다니 그때 인천에 살지 않았던 사람 입장에서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인천시가 마침 주인 없는 섬 작약도를 해양 친수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진성토건 채권단 손에 넘어가 있는 섬을 2020년까지 매입해 친수공간으로 꾸미겠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 행정구역상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속해 있는 작약도는 공유수면 4만9천615㎡, 육지면적 7만2천924㎡ 총 12만2천538㎡ 규모다. 작약도는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식으로, 1871년 신미양요 때는 미국식으로 불렸다. 작약도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이 날 만큼 난 섬이다. 작약도는 이훈익 선생이 책을 낼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관광객이 수없이 찾아들었다는 섬이다. 앞으로 다시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작약도는 그러나 어느 개인에게는 소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작지만 커다란 공공재로 쓰이는 게 작약도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8-12-16 정진오

[데스크 칼럼]'송구영신'은 드뷔시와 함께

서양음악사 큰 획… 올해 '서거 100주년'당대 미술·시 경향 작곡 자양분으로 사용'낡은 음악' 거부 자신만의 양식 만들어 내신년, 교향시 '바다 위의…' 들어보길 추천'인상주의 음악의 선두주자이자 완성자'로 서양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C. A. Debussy·1862~1918)의 '서거 100주년'인 올해가 저물고 있다.메이저 음반사들은 지난해부터 기념 음반들을 출시해 위대한 작곡가를 추억했으며, 그에 따라 라디오 방송에선 드뷔시의 작품이 자주 선곡됐다. 국내 연주단체와 연주자들로 구성된 모임들도 추모 음악회를 열고 드뷔시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인천에선 그에 관한 연주회가 없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올 한 해 동안 '작곡가 시리즈'를 이어갔는데, 정작 드뷔시는 다루지 않았다. 예술감독의 부재(지난 10월 이병욱 예술감독 부임)에 따라 객원 지휘자제의 운영으로 인해 적극적 기획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며, 글로 나마 드뷔시를 조명해 본다.19세기 말 프랑스에는 미술의 인상주의와 시의 상징주의 경향이 활발히 일어났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물과 대상을 보이는 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빛'에 따라 달라지는 순간을 표현했다. 때문에 '인상. 해돋이'로 유명한 모네는 같은 성당의 그림을 아침, 점심, 저녁의 각기 다른 빛 속에서 그렸다고 한다. 인상주의 작품에서 틀 잡힌 구도나 대상물의 형태, 그림의 메시지 등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꿨던 드뷔시는 당대 미술과 시의 경향을 작곡의 자양분으로 사용했다. 최초의 인상주의 음악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1894년)은 드뷔시의 개성적 양식을 확립한 출세작이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말라르메가 쓴 시 '목신의 오후'의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문학사가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랑송은 말라르메에 대해 이와 같은 언급을 했다. "기존의 문장 구성법을 깨뜨려 그 문장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념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이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사물의 이상화된 개념을 암시하게 될 것이다."당시 말라르메의 집에선 예술가들의 모임이 종종 열렸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진 드뷔시는 음악에서도 정해진 규칙과 화성에서 벗어나 감각을 표현했다. '화성은 장음계와 단음계에 기초하며, 그 유기성은 5도 하행하는 중심음(근음) 진행에서 생긴다. 이끔음(Leading Note)과 불협화음의 해결은 화성의 유기성을 강화한다.' 조성 어법에서 근간이 되는 요소들이다. 주로 18~19세기 서양 고전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긴장과 이완 등 감각적 측면에서부터 주제의 제시와 전개, 절정, 해소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작품의 구조에도 관여하는 것들이다. 드뷔시는 이러한 요소들과 결별한다. 대신 옛 중세 선법과 5음음계, 온음음계,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접한 자바음악 등 서양의 장단조와는 다른 음계로 대체한다. 앞서 제시한 랑송의 말라르메에 대한 언급을 드뷔시에 관한 것으로 대체한다면 "기존의 장단조에 기반한 음악 구조를 깨뜨려 그 음악들에 얽혀있는 일상적 관련과 연상을 떼어 버린다" 정도가 될 것이다. 뻔한 연상을 일으키는 '낡은 음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음악 양식을 창안한 것이다. 19세기 음악의 정점에 있는 바그너는 음악과 연극, 이야기를 하나로 결합한 자신만의 예술을 펼쳐 보이기 위해 조성음악의 표현력을 극한까지 활용했다. 이어진 드뷔시의 시도는 20세기 초반에 의식적으로 무조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음악을 찾으려는 사조의 출현을 이끈다.2019년 신년 해맞이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1905년) 중 첫 곡인 '바다 위의 새벽부터 정오까지'를 들으며 해와 바다의 빛과 기운을 한껏 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8-12-12 김영준

[데스크 칼럼]러브마크(Lovemark)

이성적 판단 뛰어넘는 충성도의 브랜드기술력과 감동적 메시지 더해진 단계애플 아이폰·할리데이비슨이 대표적국산 보기 힘든 이유 '존경' 못받기 때문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은 유난히 동호인 모임이 많다. 호그(HOG:Harley Owners Group)라고 불리는 동호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할리'에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그족은 미국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도 꽤 익숙하다. 일부 열성 팬들은 자신의 몸에 할리데이비슨 제품이나 상표 문양을 새겨 놓을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할리데이비슨처럼 높은 소비자의 충성도를 가진 브랜드를 '러브마크(Lovemark)'라고 한다. 이는 소비자로부터 '이성적 판단을 뛰어넘는 충성도'를 획득한 브랜드를 뜻하는 말로 2004년 영국의 광고회사 사치앤사치 CEO인 케빈 로버츠가 주창한 개념이다.러브마크를 구성하는 존경과 사랑의 크기로 구분해보면 4가지 유형과 단계로 나뉜다. 제일 낮은 단계가 존경과 사랑이 없는 '일회용품', 두 번째가 사랑만 있고 존경이 없는 '유행 상품', 세 번째는 존경은 받는데 사랑이 적은 '명품', 마지막으로 최고의 단계인 존경과 사랑을 모두 받는 '러브마크'라고 한다.명품이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대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인의 기술력과 좋은 소재로 만들어지는 명품의 가치는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비싼 값을 주고 힘들게 구한 명품이라고 자랑만 하면 천박하다는 얘기를 듣기 쉽다. 반대로 사랑은 받는데 존경을 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은 사랑이 식으면 그 대상이 수시로 바뀐다. 기능적 편리를 쫓는다면 대치품은 얼마든지 있다.케빈 로버츠는 한 인터뷰에서 러브마크의 또 다른 예로 애플사의 아이폰을 꼽았다. 애플의 아이폰은 '지속적인 혁신'이라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변화와 혁신의 일생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도전과 혁신을 꿈꾸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소비자들도 애플의 제품을 신뢰하면서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국내 유수의 기업이 만들어 내는 휴대폰 중에서 세계적인 러브마크가 있나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제품에 대한 사랑은 넘치는 것 같은데 존경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선뜻 그렇다고 하기가 어렵다. 첨단 기능과 편의성에만 치우쳐 있는 느낌이 강한 데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감동이 약하다는 평가다.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를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최고의 브랜드는 효율성, 편의성, 창의성, 역사,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에 전통과 역사, 감동적인 스토리(메시지)가 더해지면 러브마크가 된다. 예를 들면 '예술가들이 사랑한 전설의 수첩', '세계 최고 7성급 호텔이 선택한 연필', '실용 디자인으로 철학이 빛나는 의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접이식 칼' 등이다.일본 아오모리현 사과는 기대와 희망을 대표하는 과일로 유명하다. 어느 해 이곳에 태풍이 심하게 불어 사과 수확량이 크게 떨어졌다. 한 과수원 주인은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며 백화점에서 비싼 가격에 내놨다. 마침 대학 입시를 앞둔 시기여서 태풍을 견뎌낸 사과라는 얘기에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아오모리현 사과를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스토리가 러브마크가 된 셈이다.사용자가 가치를 인정하고 애정을 보일 때 브랜드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브랜드가 2019년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러브마크 중에서 우리 것을 찾기 힘든 이유는 관심과 사랑은 받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유행상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12-09 이진호

[데스크 칼럼]이재명·김경수 지사 그리고 출당

李지사 둘러싸고 당내 세력 '공격' vs '엄호'金지사 사례와 비교땐 적잖이 '고개 갸우뚱'야권 '친문-비문 권력 투쟁' 프레임 공세경제문제와 함께 여권 전반 '불신' 이어져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 당사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출당·탈당을 촉구하는 더민주 당원연합'이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민주당은 각성하고 이재명을 출당하라' 등이 적힌 종이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비슷한 시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재명 지지자 연대'라는 단체 이름과 함께 '이재명은 죄가 없다! 정치 검찰 반대한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팻말이 들려 있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집권 여당 세력 내의 논란·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비판하고 공격하며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엄호하며 수사 당국을 비판한다. 이들은 대개 민주당원이며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손을 맞잡았던 사람들이다. 이재명 지사의 출당·탈당을 요구하는 세력은 각종 의혹에 노출된 이 지사 문제가 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견 일리도 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례와 비교하면 적잖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꾸려졌고, 김경수 지사의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물론 김경수 지사의 사건과 이재명 지사의 사건은 내용 등의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재명 지사나 김경수 지사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면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가해지고 있는 출당·탈당 논란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경수 지사의 경우 기소돼 재판과정에 놓여 있지만 출당·탈당 요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기소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 출당·탈당 주장이 먼저 분출됐다. 최소한 집권 여당 세력 내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이재명·김경수 지사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주지하다시피 김경수 지사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도지사 선거에서는 친문 핵심 의원 중 한 명과 각각 경선을 벌였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도지사 선거 때 친문 핵심 지지세력들에 의해 불거졌다. 야권은 집권 여당을 분열시킬 호재로 '이재명 프레임'을 설정하고 대여 공세 도구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탈당을 하든, 출당을 시키든 서로 고소·고발을 하든 집안싸움은 적당히 하고 그 정성으로 경기도정과 국정 운영 등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친문과 비문 간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지금 이대로 두면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다"고 했다. 많은 국민도 야권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말해 준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6~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8.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경제 등의 문제와 함께 '이재명 논란'(여권 전반에 대한 불신 확대로 그동안 약하게 결집해 있던 주변 지지층 이탈)을 꼽았다. 각종 현안이 널려 있는데 집권 여당은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있다는 '이재명 프레임'은 다른 여러 사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런 세력들이 만들어 내는 정책'이라며 국정에서부터 도정에 이르기까지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선이 먼저 앞선다. 민주당 지지세력까지 냉소적으로 만드는데 중도층이나 보수층은 오죽할까. 많은 국민은 집권 여당 세력에게 묻는다. "뭣이 중헌디…"라고./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12-05 김순기

[데스크 칼럼]보헤미안 랩소디와 음악감상실 '심지'

동인천역 인근 신청곡등 '무제한 감동'사회생활 시작한 후 폐점했다는 소식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서 문득 떠올라사람들 몰리는 '음악도시 인천' 바람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에 '심지'라는 음악감상실이 있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4층과 5층에 귀청이 떨어질 듯한 사운드로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어둑한 분위기의 방이 나온다. 계단 벽면에는 보컬·기타리스트·드러머 등 록그룹 멤버를 구하는 글이나, 특정 뮤지션의 음악감상회를 공지하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늘 5층에 자리를 잡았다. 4층은 팝, 5층은 록 그룹 뮤직비디오 등 헤비메탈을 틀어줬다. 심지는 극장식 음악감상실이었다. 앞쪽 중앙에 대형 스크린이 있고, 오른쪽에는 VJ 부스가 있었다. 쿠션이 푹 꺼진 검은색 인조가죽 소파에 앉아 하얀색 종잇조각에 신청곡을 적는다. 그 쪽지를 VJ 부스 앞 바구니에 넣고서 자리로 돌아와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 VJ 부스 안에는 밝은 빛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투명한 유리공 모양의 '플라스마 볼'도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90년대 초반 일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유튜브 등을 통해 뮤직비디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심지에서 보통 4~5곡을 신청했는데, 신청한 곡이 모두 나오면 '운 좋은 날'이다. 심지는 입장료가 비싸지 않았다. 시간 제한 없이 뮤직비디오를 맘껏 볼 수 있으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간섭받을 일이 없다는 게 극장식 음악감상실 심지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서울에는 음악감상실이 많았는데, 대부분 음료수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는 방식이라 비싸고 오랜 시간 있기에 눈치가 보였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아침 일찍 심지에 들어가 해 질 무렵 배고픔에 어쩔 수 없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한 곡이라도 더 듣고 싶었던 마음에 이제 그만 나가자고 조르는 친구를 붙잡았던 기억도 난다. 그런 친구가 귀찮아 혼자 심지를 간 적도 많았다.심지는 각별하다. 경기도 광명시에 살 때인데, 나에게 인천의 첫 만남은 심지였다. 그 유명한 월미도보다 심지를 먼저 만났다. 주말 아침이면, 서울 개봉역에서 경인전철에 몸을 실어 동인천으로 향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전동차 밖 풍경을 보면서 말이다. 심지에서 동인천역으로 가는 길에는 레코드숍이 있었다. 아껴둔 용돈으로 록 그룹의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듣곤 했다. 록 음악과 경인전철 밖 칙칙한 풍경은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사회생활을 인천에서 시작하게 된 후 심지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을 때 안타까움이 컸다. 심지가 문을 닫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릴 적 무척이나 넓게 느껴졌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성인의 눈에는 좁게 보이는 것처럼, 심지의 초라한 모습에 환상이 깨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영국 록 그룹 '퀸'과 전설이 된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심지에 대한 추억을 소환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열정적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볼 때, 심지가 떠올랐다.매년 여름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트라이포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1999년 첫 공연까지 치면 벌써 14회가 됐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앞두고 인천지역 라이브클럽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이어진다. 부평구는 부평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송도국제도시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 '아트센터 인천'이 개관했다. 2013년 인천시가 펜타포트 음악 축제를 중심으로 인천을 음악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한 적이 있다. 경인전철을 타고 인천 심지를 찾았던 것처럼,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기 위해 몰리는 '음악도시 인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8-12-02 목동훈

[데스크 칼럼]왜 한 발 먼저 움직이지 못하나?

공정위, 삼성 위장계열사 고발 40년 지체주식보유 현황 허위신고 경고·벌점 그쳐전속고발권 제도 악용 사례라는 지적도검찰과 경쟁체제 구축… 분발하길 기대"왜 매번 나쁜 놈들보다 늦습니까. 왜 한 발 먼저 움직이지 못합니까?" 2005년 1월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 2'. 서울중앙지검 검사 강철중(설경구 분)이 명선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 분)가 다음날 새벽 외국으로 도피하려 한다며 긴급 체포영장 발부 승인을 요청하자 지검장(박웅 분)이 한 말이다. 강철중 검사를 질책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향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사학재단 봐주기, 대기업 봐주기 등 정부의 한발 늦은 사례는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이 업계 실적 1위인 삼우건축사사무소(이하 삼우)를 40년 가까이 위장계열사로 소유했다고 판단,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서 지난 201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계열사 명단을 공정위에 제출하며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삼우와 서영엔지니어링(이하 서영)을 고의로 빠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삼우 임원 소유로 돼 있던 삼우는 실제로는 지난 1979년 3월 법인 설립부터 2014년 8월까지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설립된 서영은 삼우의 100% 자회사로 삼성종합건설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사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삼성그룹 관련 설계를 전담한 삼우의 2005∼2013년 삼성 거래 비중은 27.2∼61.1%로 평균 45.9%다. 차고 넘칠만한 자료들이 있는데도 공정위가 움직인 건 무려 '40년'만이다.공정위는 "지난해 하반기 익명의 제보자가 1999년 공정위 조사 때 삼성과 삼우 측에서 은폐한 증거 자료를 제출한 점이 '스모킹 건'이 돼 조사 범위를 넓혔다"며 "이를 토대로 차명 주주 5명을 소환하는 등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글쎄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지난 21일 차명주식이나 계열사 주식보유 현황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재판에 넘겼다. 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롯데 그룹 계열사 9곳도 기소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지난 6월부터 공정위가 대주주의 차명주식, 계열사 현황 등을 허위신고한 대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150여 건을 수사해 왔다.공정거래법상 주식보유 현황을 허위신고한 사건은 공정위가 검찰에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데 해당 기업에 '경고'나 '벌점 부과' 조치만 하고 사건을 자체 종결한 사안이다. 공정위가 '경제 검찰'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온 전속고발권 제도를 악용한 사례라는 지적이다.검찰은 "주식 허위 신고 사건 177건 가운데 11건만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했다"며 "151건은 경고 조치로 자체 종결하고 15건은 무혐의 종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더 나아가 LG와 SK, 효성 등 대기업들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계열사 신고를 빠뜨리거나 보유제한 주식을 취득하는 등 범죄 혐의를 밝혀냈지만 기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공정위가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이쯤 되면 '한 발 먼저 움직이지 못한 게 아니라, 아예 안 움직인 것' 이라는 관전평이 더 옳아 보인다.공정위와 법무부가 지난 8월 21일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에 합의했다. 올 초 유통3법(유통·가맹·대리점), 하도급법(기술탈취), 표시광고법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결정된 만큼 사실상 전면 폐지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실상의 전속고발권 폐지로 공정위와 검찰 간 경쟁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검찰과의 경쟁에서 밀려 공정위 폐지론이 불거지지 않도록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공정위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8-11-25 이재규

[데스크 칼럼]네이버의 변화에 거는 기대

상징 '녹색 검색창' 대신 '그린닷' 도입특정 업체의 뉴스섹션 독점구조 탈피놓치기 쉬운 목소리 전달하는 지역언론포털서 제 자리 찾게 되길 간절히 기원대한민국 포털업계의 선두주자인 '네이버'가 새 디자인을 내놓았다. 네이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녹색 검색창'이 사라지고 둥근 검색 버튼 '그린닷'이 도입된다고 한다. 그동안 수없이 사용했던 녹색 검색창이 사라진다고 하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다. 마치 오랫동안 입던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는 느낌이랄까. 네이버는 이번 변화의 배경으로 '모바일 사용자들의 변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네이버가 쫓기듯이 변화를 서두른 배경에는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댓글 조작 사건과 가짜 뉴스 문제, 포털의 뉴스 편집권 문제 등등을 놓고 고조된 정치권의 압박이 결국 네이버를 변화의 길로 몰아간 것이다. 사실 정치권의 압박도 압박이지만, 그동안 네이버 서비스에 쌓였던 불만들이 속속 터져 나오면서 네이버는 전에 없는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결국 네이버는 논란의 핵심에 있던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첫 화면에서 빼고 연결 화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번 디자인 개선작업에 포함 시켰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꽤나 특이한 인터넷 문화를 갖고 있다. 포털의 영향력이 막대하고, 언론이 포털과 묶여있는 이상한 구조다.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가 자체적으로 배포되는 것보다 포털을 타고 유포되는 게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포털에 어떻게 노출되느냐가 언론사의 방문자 수를 좌우하게 됐고, 언론사의 경영까지 포털에 좌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언론계는 이 같은 특이한 구조가 만들어내는 '정보의 왜곡·편중'을 꽤 오랫동안 심각하게 다뤄왔다. 몇몇 특정 언론사의 뉴스가 네이버의 뉴스섹션을 독점하면서 독자들의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한되는 현상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 온 것이다. 특히 지역언론들은 네이버가 뉴스섹션에 지역뉴스 편집을 아예 배제함으로써 디지털 시장에서 '지역'이 소외되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입을 모아 왔다. 어떤 이들은 "그게 뭐 어때서?"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지역뉴스가 꼭 포털에 노출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역뉴스가 그리도 중요한 것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지역뉴스는 민주주의의 기초"라고 강조해 드리고 싶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를 이뤄 살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지역별로 계층별로 혹은 성별·나이별로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그렇게 다른 이해관계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표현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이 그것인데, 민주주의는 이런 각각의 입장 차이를 충분히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가장 적절한 해법을 찾아갈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어느 특정 집단이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민주주의는 길을 잃는다. 언론은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특히 지역 언론은 중앙정부가 놓치기 쉬운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전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왜곡된 언론환경에서는 지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수렴되기 어렵다. 디지털 환경이 확대될수록 지역언론이 점점 경영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도 왜곡된 언론 환경이 한몫을 하고 있다. 그동안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들은 이런 문제를 애써 외면해 왔다. 이제 포털들이 나서서 지역언론을 살려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되찾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더불어 지역언론도 포털에 목을 매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민은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었고, 결국 변화가 시작됐다. 곧 선보이게 될 네이버의 새 버전을 시작으로 지역언론이 포털에서 제 자리를 찾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8-11-21 박상일

[데스크 칼럼]인성을 갖춘 유망주

학업·운동 병행 제도적 뒷받침 안돼 '씁쓸'운동부 이동 수단 '전용차량 문제'도 심각세계대회 자국 빛낼 日선수들 발전 놀라워 한국 체육계 이끌어 갈 '선수 지원책' 절실2년째 학교운동부 학생선수들의 처우에 관련한 취재를 하면서 교육당국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가에 대한 의문에 빠진다. 학생선수로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못해 학생 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모습은 안타깝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운동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실업 또는 프로 선수가 꿈인 자녀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난해부터 경기도 체육계에 끊임없는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경기도형 학교운동부(G-스포츠클럽)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최저학력제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수행하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소속된 학교운동부 학생들은 최저학력제를 적용받고 있다. 최저학력제는 초·중학교는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교과를, 고등학교는 국어와 영어, 사회 등 3개 교과를 대상으로 매 학기말 고사(중간 기말 수행평가) 성적을 기준으로 교과별 평균 성적이 초등학교는 50%를, 중학교는 40%를, 고등학교는 30% 이상을 넘어야 대회 참가를 승인받는 제도다. 얼핏 봐서는 학생 선수에게 학업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보이지만, 인문계 고교가 대학 입시를 위해 교과과정이 수행되는 한국 실정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입시를 위해 사설 교육기관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일반 학생들과 정규 수업을 마치고 운동을 하는 학생 선수의 경쟁은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최근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학교운동부 전용 차량(버스)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체 종목의 경우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50여명에 이르는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교에 전용차량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연식이 10년 이내 ▲10년 후 버스 교체 예산확보 ▲버스운영계획 등의 조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억원이 넘는 대형 버스를 구매하는 예산을 교육당국에서 편성해 주지 않는 상태에서, 학부모들이 비용을 모아서 구매하는 현실 속에 정기적인 대형 버스 교체는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당국은 이런 문제점의 해소 방법으로 필요할 때마다 차량을 임대해 사용할 것을 권장하지만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은 주중에 연습경기를, 주말에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학교 운동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프로스포츠단처럼 선수들이 훈련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담 직원이 있지 않는 한 선수들 관리부터 훈련과 대회 출전까지 팀별로 1~3명에 불과한 지도자들이 훈련과 대회 일정에 맞춰 버스 임대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혹자들은 일본의 방과후 활동인 부카츠와 유럽 국가의 클럽스포츠 시스템이 한국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의 클럽스포츠는 학교 안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이 확충 되어 있고, 일본의 경우 부카츠 담당 교사가 직접 학생들과 함께 주 3~5일 방과 후에 직접 지도한다.한국 체육계에서는 2018년 한국 체육은 위기라고 말한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목표로 했던 종합 2위 달성에 실패했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진 한국 선수단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시작으로 일본 체육을 이끌어 갈 유망주들을 출전시킨 일본에게 종합 2위를 내줬다. 한국 체육계는 유망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본은 세계 대회에서 자국을 빛낼 유망주들의 발전이 눈부시다. 일본 운동선수들을 말할 때 인성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한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과 2018 자카르타-팔레방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이용한 라커룸을 깨끗이 청소하고 나온 일화는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한국 체육계를 이끌어갈 선수들도 운동선수로서 전문성을, 그리고 인성을 갖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김종화 문화체육부장김종화 문화체육부장

2018-11-18 김종화

[데스크 칼럼]노무현의 인사법

장관 퇴임후 시장 수행비서에 90도로 인사진정성 묻어나 상대방 마음 움직이게 해지난 지방선거때 허리 굽혔던 정치인들지금은 목이 '뻣뻣'… 그땐 정중한척 했을뿐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집 창문 밖에 한 달가량이나 조기(弔旗)를 내걸었던 인천시 공무원이 있다. 그는 왜 그랬을까. 이념 성향이 진보적인 것도 아니다. 이른바 '노빠'도 아니었다. 그는 딱 한 차례 인간 노무현과 만났을 뿐이었다. 그 만남이 그렇게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천생 시골 사람 같은 소박함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날 때고 그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다. 이른바 노무현의 인사법은 그렇게 퍼져나갔다. 조기를 내걸었던 그 인천시 공무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마치 부모라도 돌아가신 양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조기를 내거는 것 말고는 그 슬픔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아직도 보수적 성향의 이 공무원은 잘 알지도 못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왜 그렇게 애통해 했을까. 아주 사소한 인연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타계하기 7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6대 해양수산부장관을 그만둔 이듬해, 제16대 대통령 취임 1년 전인 2002년이었다. 노무현 전 해수부장관이 인천시청을 찾았다. 최기선 인천시장 시절이었다. 노 전 장관이 시장실에 들어서면서 최 시장의 수행비서와 먼저 인사를 나눴다. 노 전 장관은 그 수행비서에게 허리를 거의 90도로 꺾으며 악수를 청했다. 7급이었던 그 수행비서는 장관을 지낸 분에게 그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받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깍듯이 인사하던 그는 이듬해 대통령이 되었다. 이 또한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그 7급 공무원의 마음속에 노 전 대통령이 그렇게 크게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찰나였다. 그는 어디를 가나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중한 인사를 받은 것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그랬고, 퇴임하고 나서도 그랬다. '꼴통'까지는 아닐지라도 꽤 보수적인 편에 들던 그는 어느새 노무현 전도사가 돼 있었다. 그랬으니 그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집 앞에 조기를 한 달이나 내걸었던 것은 전혀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뒤늦게 조기를 본 어떤 이들은 6월 6일 현충일에 내건 조기를 깜박 잊고 거두지 않고 있는 줄로 알기도 했다. 인사 한 번의 힘은 이렇듯 강한 여운을 남겼다.'인사(人事)'. 선생님께 인사를 여쭙다라고 할 때의 '인사'와 승진 인사를 단행하다라고 할 때의 '인사'는 같이 쓴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말할 때 보통은 '승진 인사'의 그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노무현의 인사와 인천시 7급 공무원의 사례에서 보듯 깍듯한 인사의 의미까지 더해야 할 듯하다.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인사만 잘해도 그 상대의 맘을 통째로 잡을 수 있으니 어찌 '인사를 만사'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음을 담은 인사는 상대의 맘까지 움직이게 마련이다. 노무현의 인사는 늘 그랬다. 그 태도에서부터 진정성이 묻어났다.불과 5~6개월 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지방선거 후보자들로부터 만날 때마다 귀찮을 정도로 90도 인사를 받곤 했다. 머리를 땅에 닿을 듯 인사하던 그들이 아직도 그렇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가. 아무리 둘러봐도 많지가 않다. 허리를 숙이기는커녕 오히려 목에 깁스라도 한 듯이 뻣뻣한 경우가 많다. 선거의 계절에만 잠깐 정중한 척했을 뿐이다. 하물며 가을 들녘의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우리의 정치인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정치판에는 벼만도 못한 인간들이 태반이다. 진보니 보수니, 이념을 떠나서 인사만큼은 모든 정치인들이 노무현을 닮았으면 좋겠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8-11-14 정진오

[데스크 칼럼]2018 한국시리즈 '인생경기' 응원한다

미·일 프로야구 보스턴·소프트뱅크 승리로1992년 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또렷해피츠버그, 월드시리즈 진출 '3년 연속 고배'KS 마지막 격전지인 잠실벌 '명승부' 기대2018년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는 각각 보스턴 레드삭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최후의 승자로 올라서면서 막을 내렸다.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리그 중단으로 인해 늦춰진 일정을 소화한 우리 프로야구만이 마지막 승자를 가리기 위한 한국시리즈를 벌이고 있다. 시리즈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야구팬의 의식은 지난 2일에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각본 없는 드라마'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승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9회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으며, 연장 10회초에 1점을 더 내주며 역전을 허용한 SK는 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김강민의 동점 홈런과 이어진 한동민의 결승 홈런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으며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얻었다.수년 동안 필자의 의식을 멈추게 했던 경기가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당시 결승타와 득점 장면, 그와 동시에 수차례 이어진 현지 캐스터의 외침(Braves Win), 필자의 아쉬운 마음(응원한 팀이 졌음) 등 시청각적 기억과 머리와 가슴 속 기억 모두 또렷하다.1992년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은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리턴 매치로 이뤄졌다. 당시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는 동·서부 지구로만 구성됐다. 지구 1위 팀끼리 챔피언십을 치르고 이기는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피츠버그는 1990년과 1992년 올해의 내셔널리그 감독상을 받은 짐 릴랜드 감독이 이끌고 있었으며, 1990년 사이영상 수상자 덕 드라벡이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중심 타선은 앤디 밴 슬라이크(올해 두산에서 뛴 스캇 밴 슬라이크의 아버지)와 바비 보니야, 배리 본즈로 구성됐다. 이들은 외야 3자리(보니야는 3루 겸업)도 맡으면서 공·수에서 막강 라인업을 구축했다. 1992년 시즌 후 드라벡과 본즈 등 주축 선수들이 FA가 되기 때문에 피츠버그로선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리그 챔피언십에서 3승3패로 맞선 피츠버그와 애틀란타는 7차전에 각 팀 에이스인 드라벡과 존 스몰츠를 내세웠다. 스몰츠(6이닝 2실점)로부터 2점을 뽑아낸 피츠버그가 8회까지 드라벡의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2-0으로 앞섰다. 9회에도 등판한 드라벡은 2루타, 2루수 에러, 볼넷을 허용하고 무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스탠 벨린다에게 넘겼다. 벨린다는 희생플라이로 1실점 후 볼넷을 내주며 다시 만루 위기에 처했다. 내야 플라이로 두 번째 아웃을 잡아낸 벨린다는 2타점 좌전 안타를 내주며 역전 득점을 헌납했다. 결승타 때 좌익수 본즈의 홈 송구가 약간 우측으로 치우치며 2루 주자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됐다. 이 장면이 있기 전 중견수 밴 슬라이크가 어깨가 강하지 않은 본즈에게 전진해서 수비하라고 충고했는데, 본즈가 듣지 않았다고 한다. 본즈가 인기 있는 백인 선수인 밴 슬라이크를 질투해 충고를 무시했고, 그로 인해 연장으로 갈 기회를 날려버렸다.결국 피츠버그는 1990년 이후 내리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하지만, 신시내티 레즈(2승4패)에 이어 애틀란타에 2년 연속 3승4패로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이후 박찬호가 진출하면서 MLB 경기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홈런 타자로 변신한 본즈가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그를 좋아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2018 한국시리즈가 마지막 격전지인 잠실벌로 향한다. 승부를 결정지을 시리즈 막판에 어떤 명승부를 연출할지 기대된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8-11-11 김영준

[데스크 칼럼]매 맞는 드림파크CC 캐디

골프의 기본룰은 '동반자 배려하는 매너'일부 아마추어골퍼 팀원이나 캐디들에게음담패설·반말·욕설까지… 함부로 대해라운딩하는 '동행자'임을 왜 깨닫지 못할까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다. 대한골프협회가 지난 6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골프를 경험한 인구는 성인 20대 이상의 15.1%인 636만명으로 조사됐다. 2007년 251만명에서 2012년 401만명, 2014년 531만명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년 사이 2.5배 늘어난 셈이다. 2000년 139개이던 골프장도 2010년 200개가 늘어난 339개로 집계됐고, 2015년 438개, 2018년에는 5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골프장경영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만 280개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골프산업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골프 대중화의 특징 중 하나는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회원제(퍼블릭)골프장이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골프장 이용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골프장 이용이나 복장 규정도 회원제보다 비회원제 골프장이 덜 엄격해 젊은 층과 여성 골퍼들이 자주 찾는다.골프가 대중화하면서 잡음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인천드림파크CC 골프장에서 캐디가 여성 고객에게 폭행당한 일이 벌어졌다. 골프백을 차량에 싣는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졌던 것인데 캐디는 골프장 측에서 차량 파손이 잦으니 고객이 직접 싣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거부했고, 여성 고객은 캐디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사무실로 데려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동반자인 남성 고객이 골프채로 사무실 집기를 파손하는 일이 벌어졌다.여성과 남성 고객의 행동도 문제지만, 드림파크CC가 대처한 행동이 잘못이 더 크다. 일단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고객이 캐디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했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다. 설상 캐디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고객한테 맞아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드림파크CC는 고객의 눈치를 보느라 쩔쩔맸고, 사건을 조용히 넘기려는데 급급했다. 결국, 참지 못한 캐디들이 돌아가며 1인시위에 나섰고 언론을 통해 이런 일이 알려지자 뒤늦게서야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관련 직원을 징계했다. 그러면서 폭행당한 캐디도 1주일 동안 직무정지 처분을 내려 또다시 비난을 샀다.드림파크CC가 고객의 눈치를 봤던 데에는 물의를 일으킨 남성 고객이 피해영향권 내 거주하는 주민이라는 점이 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드림파크CC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피해영향권 지역 주민 대표로 구성된 '드림파크CC상생협의회'의 협의를 통해 운영된다. 협의회는 골프장 운영과 예산을 협의해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공사 측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날 폭행 사건도 상생협의회에 통보됐지만 드림파크CC 관계자는 "상생협의회 측에서 (남성 고객이) 소동을 핀 것이 처음이고, 지역 주민인 점을 감안해 조용히 넘어갔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고객이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어느 편을 들기가 난감하다"고 말했다. 당시 드림파크CC 또 다른 관계자는 "차라리 (캐디)전체가 파업했으면 좋겠다. (캐디들과 상생협의회)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골프의 기본 룰이자 매력은 '동반자를 배려하는 매너'일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 중에는 동반자는 물론, 캐디들에게까지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들 중에는 여자 캐디를 놀리려고 음담패설을 하거나 '거리를 잘못 불러준다', '그린 경사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반말에 욕설까지 퍼붓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 모두 캐디도 함께 라운딩하는 동반자임을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드림파크CC 골프장 캐디라고 해서 고객에게 매를 맞으면서 일해야 할 이유는 없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11-07 이진호

[데스크 칼럼]이재명 지사의 황망, 그리고 당혹감

광풍 같았던 스캔들·조폭연루설 '불기소'지지도 역주행… 댓글러-도민 '다른 시선'과거 사건에다 정치적 맥락·현재 행정행위'얽히고 설킨 아이러니 상황' 분명 낯설기만지난달 29일 오전 성남시 분당경찰서 맞은편 상가 건물 앞에서 이모(55)씨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은 뒤 쓰러졌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고 이씨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분당경찰서에 출두한 날이었다. 이씨는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씨의 죽음은 '여배우 스캔들' 등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다른 사안에 비해 그리 관심의 대상이 되진 못했다. 이재명 지사는 SNS에 "황망하기만 하다"고 글을 남겼고, 직접 강원도 동해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한 지지자의 '황망한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이재명 지사에 대한 경찰 조사는 ▲친형 강제 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허위 선거공보물 관련 등 3건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송치,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일간베스트 활동 관련 등 3건에 대한 불기소의견 송치로 매듭지어졌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고, 검찰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12월 13일 이전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은 대부분 과거에 이미 논란이 됐던 '사건'들로, 지난 5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검증'의 형태로 다시 이슈화됐다. 여기에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이나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거취 문제'로 '정치'적 맥락까지 더해졌다. 지난 6개월여 동안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일들은 공중파TV와 종편은 물론 종이신문, 특히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에서 가히 폭발적이었다.특히 '여배우 스캔들'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조폭연루설'의 파장은 하나의 광풍에 가까웠다. '여배우 스캔들'의 당사자인 김부선씨가 한마디 하면 포털사이트 실검이 들썩였고, 소설가 공지영씨의 발언은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도도맘 사건'으로 구속된 강용석 변호사가 합류하고 느닷없이 '점'이 튀어나왔을 때는 '스캔들'이라기보다는 '막장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더 적절해 보였다. '조폭연루설'은 '아수라'라는 영화와 결합되면서 이재명 지사를 비리종합세트 안으로 몰고 갔다. 자연인으로서의 이재명 지사의 인권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 6개월여 동안 '이재명'이라는 키워드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나의 '현상' 내지는 '신드롬'처럼 소비됐다. '이재명 키워드'는 '역주행'하기도 하고 '스테디셀러'처럼 군림하기도 했다. 이 기간 '이재명 키워드' 관련 글들을 이어붙이면 지구를 몇 바퀴 돌고도 남을 듯하다. 그런데 '역주행'이나 '스테디셀러'는 '이재명 키워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리얼미터의 직무수행 지지도 발표에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8월 29.2%였지만 10월에는 45.3%로 역주행했다. 여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7~10% 사이로 이낙연 총리 등에 이어 2, 3위권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도지사·대선주자로서의 이재명과 '여배우 스캔들'·'조폭연루설' 등의 이재명이 각기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작동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스피커'나 '댓글러'들의 이재명과 '일반 도민'들의 이재명은 다르다는 것인지,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그래서 경찰조사 결과에 대해 "여배우와 조폭은 도대체 어디 갔고, 검사와 대장동은 또 뭐냐", "이재명은 과연 가해자냐 피해자냐"는 세간의 질문이 생뚱맞지만은 않다.'황망(慌忙)'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몹시 급하여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면이 있음'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과거의 사건에다 정치적 맥락, 현재의 행정 행위가 얽히고설키는 '이재명 현상'은 현대사를 통틀어 분명 낯설고 당혹스럽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11-04 김순기

[데스크 칼럼]국내 경제 위기 언제 회복할까

대기업 실적 부진·증시 연중 최저점 기록소상공인 경영난 심화·장기 실업자 급증…전문가들 한국경제 미래 대체로 '부정적'미·중, 자국 우선주의등 세계경제 만만찮아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증시가 연중 최저점을 잇달아 기록하며 공황상태를 맞았고, 소상공인의 경영난 심화와 장기실업자 및 실업급여도 외환위기 후 최다를 기록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지난주 코스피는 2천27.15로 장을 마치면서 심리적 저지선인 2천선을 위협했다. 특히 10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고, 주요 선진·신흥시장과 비교해도 하락률이 가장 컸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 인상 같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 미국과 중국에 대해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기업 불신 등이 충격을 한층 더 키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문제는 국내 증시의 급락 여파로 10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올해 150조원 넘게 줄었다는 점이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94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은 지난 26일 현재 811조2천860억원(이하 종가 기준)으로 집계돼 작년 말 968조290억원보다 156조7천430억원(16.2%)이나 감소했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감소는 고스란히 대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만큼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암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용지표는 현재 상황을 말해주듯 최악이다. 통계청 자료를 따져보니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올해 1∼9월 평균 15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명(6.9%) 증가했다. 이는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9년 6월 이후 올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1∼9월 실업자 수도 111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1천명 늘었다.실업자가 많아지면서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약 5조3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실업급여(약 4조929억원)보다 약 9천448억원(23.1%) 증가하는 등 한국 경제 악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수출 동향도 불안의 연속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53.96(2010년=100)으로 작년 9월보다 5.2% 줄었다. 올해 2월(-0.9%)에 이어 7개월 만에 감소했다. 효자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늘었지만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반도체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작년 9월 73.4%에서 올해 9월에는 27.7%로 하락했다.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소비도 좀처럼 활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분기와 비교한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 0.7%, 2분기 0.3%, 3분기 0.6%로 세 분기 연속 1%를 밑돌았다.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소상공인의 경영난도 심각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15∼2017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는 전국 소상공인 월평균 매출이 지난해 1천77만원으로 2015년보다 14만원 늘었고 같은 기간 월평균 영업이익은 294만원에서 304만원으로 1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로는 각각 1.31%와 3.4%로 이 기간 물가상승률 2.9%를 고려하면 월 매출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갈수록 자국 우선주의로 치닫고 있는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일본의 패권주의 등 세계 경제가 만만치 않은 현실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은 있는지 걱정된다. 불안한 한국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을까 두렵다./신창윤 경제부장신창윤 경제부장

2018-10-28 신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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