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지방선거 조기과열 경인권 5천명이 뛴다

유력 출마예상자, 공직자 '줄세우고 편가르기'공무원들 맞장구에 現 단체장들 '레임덕 폐해''애처로운 노력' 현명한 국민들 지켜보고 있어 지역 정치권이 내년 6월 13일 실시 예정인 지방 동시선거를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실세 정치인들에게 줄 대기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내년 경기도에는 도지사를 비롯 도내 31개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등 줄잡아 700명 안팎을 선출한다. 이에 따라 4천명 이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인천시에도 1천명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도지사 선거에는 여야 유력정당에서 20여명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요 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에도 20명 안팎의 인사들이 시장 또는 군수 출마를 겨냥하고 숨 가쁘게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삼복더위도 물러서게 만들고 있다. 특히 3선 연임 규정에 묶여 현역 단체장의 재출마가 불가한 자치단체일수록 후보군이 넘쳐나고 있다. 무주공산에서 손쉽게 당선고지를 밟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당세가 약한 지역의 현역 단체장들도 여야 유력정당 후보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를 앞세운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에서 여타 정당의 지지도를 압도하며 크게 앞서 나가고 있어 곳곳에서 후보군이 넘쳐나고 있다. 민주당 공천 희망자들은 본선보다 어려운 당내 경선을 앞둔 힘겨루기가 불을 뿜고 있다.관내 각종 행사에 얼굴 내밀기의 고전적인 수법은 필수이다.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력정치인을 만나기 위한 줄 대기와 함께 집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부지런을 떤다. 여기다 측근임을 과시하기 위해 대소사 모임을 앞장서 주선하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처럼 1년 가까이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 과열이란 열풍이 부는 것은 조기 대통령 선거로 정치 일정이 그만큼 빨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말로 예상됐던 대선이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지면서 대선에 따른 논공행상식 교통정리가 각 당에서 진행되면서 과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대선이 여야 간 수평적 정권교체로 상징되면서 지지도에서 앞선 민주당엔 인물이 넘쳐나고 일부 야권은 인물난에 허덕이는 등 후보군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야권은 비전제시보다는 막말 공방으로 전당대회를 치른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대통령 아들 관련 제보 조작사건이 터진 국민의당 등은 스스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주저앉는 모습에 국민의 실망감이 쌓여가고 있다. 덩달아 이들 정당의 공천 후보군들도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 같은 지방선거 조기과열은 현직 단체장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유력한 출마예상자들은 공직자 줄 세우기와 함께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공직자들이 낮에는 현직 단체장을 모시고 있지만 야간에는 차기 유력 후보 진영의 참모 역할에 더 충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공직자들도 벌써부터 내년 이후의 승진과 보직을 담보로 보험을 들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와 일부 자치단체에선 단체장의 영(令) 조차 서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들리고 있다. 현직 단체장 소속 정당의 지지세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이런 레임덕에 따른 폐해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국민들은 북핵·미사일과 사드보복 등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여기에다 경제위기와 청년실업 등 산적한 난제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적 총의 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노력이 지금은 애처로워 보인다. 현명한 국민들이 지금 지켜보고 있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7-07-12 김학석

[데스크 칼럼]첫 시험대 오른 문재인 정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공표한미정상회담 결실 '한반도 운전자론'에 찬물 인사청문회·경제사절단 對美향응 '시련 자초'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일찌감치 시험대에 올랐다. 불온한 외교 현실과 모호한 국정상황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형국이다.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하고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한다는데 합의했다. 대통령은 지난 2일 귀국 인사말에서 "한반도의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귀국 직전 동포 간담회에서는 "남북관계에서도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국외교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인정받은 한미정상회담의 결실을 국민에게 인상적으로 전달했다.북한이 찬물을 끼얹었다. 문 대통령 귀국 이틀만인 4일 대륙간탄도탄(ICBM) 시험발사 성공을 공표했다. 시점도 메시지도 모욕적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방미성과를 자랑할 만큼 한 직후라 정치적 타격은 크다. 대통령은 북한을 향한 자신의 호의에 걸맞은 반응과 태도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것이 상식이고 예의이고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미국의 대북 강경론을 누그러뜨리고 온 마당 아닌가. 그런데 이토록 신속하게 선의를 짓밟고 나서니, 망신의 수준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ICBM 시험발사 성공에 담긴 북측의 메시지다. 북핵문제 해결의 당사자로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을 분명하게 지목한 것이다.현 집권세력은 초지일관 자주외교론을 앞세웠다. 남북 당사자 간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고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이 같은 대북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달라진 것은 김정은의 북한이 요지부동, 대화 상대로 미국을 지목하고 있는 점이다. 이래서야 문 대통령의 자주외교론이 동력을 얻기 힘들다. 상대가 상대해주지 않아서다. 이러다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가 무력해질 수 있다. 북의 ICBM 발사에 미사일 무력시위로 즉각 대응하고 독일 G20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준비했던 베를린 연설도 강경 기조로 수정한다지만, 대북 강경 기조를 마냥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문정인 특보와 같은 집권세력 내부의 반발과 좌성향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시련의 초입에 들어섰다.국내 상황도 갈수록 예민해지는 중이다. 통치와 민생분야에서의 자가당착적 행보가 80%를 넘나드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개운치 않은 기운을 퍼트리고 있다.내로남불로 요약되는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요청한 인사청문 대상자 중 상당수가, 과거 더불어민주당의 청문기준이었다면 인격적 파산과 함께 낙마했을 정도로 흠집투성이였다. 야당이 낙마를 지목했던 김상곤, 송영무, 조대엽씨의 해명은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을 번복하거나 구차했다. 대통령은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임명을 강행했고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임명 강행을 저울질 중이다.대통령이 지난 한미정상회담 때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해 미국에 투자 선물을 안긴 것도 개운치 않다. 국내 대기업들이 대통령을 따라가 트럼프에게 7조원의 투자계획을 전달했다. 향후 5년 재계의 대미투자가 14조원 이상이라는 집계도 나왔다. 우리 돈으로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청년실업자의 심경은 어떨까. 천문학적 유보금을 쌓아놓은 대기업은 국내투자를 망설이고, 이제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둔감해진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는 완고하다. 퇴직 연한에 몰린 베이비부머는 차례차례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창업현장에서 전사중이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이 국내 일자리 창출에 써먹어야 할 대기업들을 거느리고 미국을 접대한 모양새는 무신경하고 부적절하다. 80%대의 지지는 지리멸렬한 야당이 헌납한 허상이다. 허상에 기대 인사청문회와 경제사절단의 대미향응처럼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국정운영을 감행하면 이 또한 정치적 시련을 자초하는 일이다./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2017-07-05 윤인수

[데스크 칼럼]강산이 변해도 여전히 '빛좋은 개살구'

경기도립 시설 '입장료 무료' 도의회 통과가뜩이나 힘든 '사립' 운영 가능할지 고민'등록증 반납' 엄포용 아닌 실현될까 걱정최근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는가. 아마 이곳을 찾는 대다수는 이곳이 국공립인지 사립인지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전시나 소장품 여부가 중요하지 운영주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올초 도내에서 사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A관장을 만났더니 다짜고짜 "우리도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문화시설인데 사립(박물관, 미술관)이라고 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일반 기업으로 행정기관이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어 안타깝고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설립 주체가 개인이라 할지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되고, 그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면 국공립과 동일한 지원과 혜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립박물관이 국가적으로 보호돼야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콘텐츠의 다양성일 것이다. 국공립이 확보하지 못한 다양한 콘텐츠를 이들이 보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문화교육의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역할은 그 중요성이 지대하다. 하지만 그 역할에 비해 현실은 싸늘하기만 하다. '개인이 만들었으니 어떻게든 개인이 살아남으라는 식'이라며 A관장은 아쉬움을 표했다.얼마전 이 관장은 본의아니게 범법자가 됐다고 한다. 요즘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나들이 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A관장은 박물관을 견학하는 단체도 많고 학생들이 땡볕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것이 안타까워 비가림막 시설을 설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행법(자연녹지법)에 어긋난다며 어렵게 설치한 천막은 철거되고 관장은 범법자로 전락했으며, 아이들은 땡볕과 비를 피할 공간을 잃었다. 관장은 운영의 의욕을 상실했다고 한다. 시설자체가 공익을 위한 시설로, 시민들에게 좀더 편의를 제공했다고 이런 상황이 된 것이 허탈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세제문제, 그린벨트내 박물관에 대한 규제 문제, 장애인시설 문제, 국민인식 문제 등 다양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얘기 좀 담아 취재 좀 해달라고 제안했다.얘기를 듣다보니 십여년전 사립박물관들을 찾아다니며 진행했던 시리즈 기사가 생각났다. 독자들에게 이색적이면서 한번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보자는 취지의 코너였다. 하지만 취재를 거듭할수록 사립기관들의 처지에 안타까움만 커져갔다. '아, 이런 것을 보고 빛좋은 개살구라고 하는구나'하는 마음만 깊어졌다. 그때 만났던 관장들과 A관장이 하는 말이 강산이 한번 바뀌었을 시간이건만 그닥 나아진 것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심화된 듯 했다.요즘 사립시설에 들어서면 관리자들이 조명을 켜주는 일이 많다. 무슨 말이냐면 이들은 운영비도 감당하기 벅차 대다수가 관람객이 없으면 조명 및 냉난방 시설을 꺼놨다가 관람객이 오면 시스템을 가동한다. 한 사람이 방문해도 박물관 전체 조명 및 냉난방을 해줘야 하는 상황에선 서로가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현재 전기료를 교육용으로 할인해주고 있지만 큰 도움은 못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들에게 또다른 악재가 터졌다.지난달 27일 경기도립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장 오는 9월 1일부터 도립 박물관·미술관의 입장료가 무료로 전환되는 것이다. 의결된 '경기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매월 첫째·셋째 주말만 입장료 무료)을 제외한 5개 도 박물관·미술관의 입장료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럴 경우, 도내 사립 박물관·미술관의 입지는 또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문득 A관장이 걱정됐다. 때마침 연락이 왔는데 "도립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무료화하면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주 타깃층이라 할수 있는 단체 관람객이 축소될 여지가 많아 운영이 가능할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해당 조례가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 사립박물관·미술관 관계자들이 꺼내들었던 '등록증 반납'이 엄포용이 아닌 현실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상생할 대안은 없는 것인지 머리가 복잡해진다./이윤희 문화부장이윤희 문화부장

2017-07-02 이윤희

[데스크 칼럼]바람직한 검경수사권 조정모델

검·경, 10년 넘게 갈등과 '주도권 쟁탈전'이번 4R엔 국민이 양 기능싸움 심판 예상오로지 국민보호 위한 지휘권 선택받아야네 번째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조정을 위한 대전이다. 수사권조정은 검·경 간 수사를 지휘하도록 명시한 형사소송법을 둘러싼 논란이다. 그간 전적은 3대 0. 일방적인 검찰의 승리로 끝났다.세 차례의 싸움을 거치면서 경찰의 인권탄압 오명 사례도 드러났고 비대 권력을 가진 검찰의 적나라한 문제점도 공론화됐었다.10년 넘게 검·경간 갈등과 주도권쟁탈전으로 이어져 온 탓에 신선도가 떨어진 느낌도 든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검찰 개혁을 목표로 수사권 조정 문제가 반복해 제기됐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첫 번째 싸움은 김대중 정부 출범때 민생치안 관련 일부 범죄에 한해 경찰에 수사권이관을 공약했고 학계·정치권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법무부 반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두 번째 싸움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검찰개혁 의지가 높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 속에 '수사권 조정협의체'와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역시 검찰의 기득권을 넘지 못했다.세 번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 전후로 전개됐다. 개정된 형소법은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인정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지휘 역시 규정했다. 곧 전개될 네 번째 싸움은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검경 간 논쟁이 아니라 국민이 양 기능 간 싸움에 직접 심판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법무부 장관 인선과정에서도 대통령은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이 되지 않도록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창하고 있다.혹자는 법무부 장관 인선지연으로 검찰 측 창구가 없어 협상 추진을 못 하고 있지만, 일방적 경찰승리로 사실상 끝난 게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종합해 보면 현재 점수는 경찰이 다소 유리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경찰은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에게 최고의 유리한 절기(?)를 맞아 자칫 분위기를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비록 검찰 개혁이 화두이긴 하나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몹시 미흡하고, 경찰 또한 개혁 대상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미 3차례 싸움을 통해 상대 전략과 무기는 모두 노출된 상황이다. 양 기능 간 상호 책잡히지 않으려는 집안 단속도 눈에 띈다.검찰도 할 말이 있다. 수사권을 경찰에게 주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까? 11만명의 경력과 정보, 대테러, 외사, 경비 등 준군사조직을 가진 경찰의 권한 집중과 남용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요구한다. 실무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실수, 권한남용, 적법절차 위반이 자칫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수원지검의 한 검사는 "헌법상 수사권은 검찰에 있다. 헌법 제12조와 제16조 검사의 신청에 의한 법관의 영장발부절차를 개정하는 헌법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또 다른 법조인은 "수사권조정은 검사의 사법적 지휘·통제를 전제로 경찰수사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경찰의 편의나 권한확대를 위한 논리가 마치 국민을 위한 것처럼 가장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여소야대 국회도 변수다. 수사권 조정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야당은 "인권을 내세워 검경을 통제하는 건 초법적 발상"이라며 반대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을 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검경은 오로지 범죄로부터 국민과 사회를 방위하고 다음 세대가 더 올바른 삶을 영위토록 하기 위한 수사지휘 권한을 선택받아야 한다./김환기 사회부장김환기 사회부장

2017-06-28 김환기

[데스크 칼럼]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지금의 학교교육 설자리 없고 감옥과 같아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 '교실혁명' 정책어떻게 펼지 모르지만 아이에 희망 줬으면가슴이 철렁했다. 모처럼 간 캠핑에서 고기까지 구워 저녁을 다 먹고 막 고즈넉한 밤 시간을 즐기려고 할 때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눈치를 보며 한마디를 툭 던진다. "아빠, 나 학교 안다니면 안돼?"예고 없이 불쑥 던진 딸아이의 한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이게 웬 날벼락이냐…'.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왜, 학교가 다니기 싫어?"딸아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도 맘에 안 들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에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게 별로 도움도 안 될 것 같아"라고 찬찬히 설명한다. 꽃다운 10대를 교실에서만 보내지 말라고 인문계 학교 대신 특성화고를 보냈는데, 딸아이는 그것마저도 힘든가 보다."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앞으로 네가 하고 싶은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학교는 공부가 전부는 아니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사람들 속에서 나의 역할을 배우는 사회성을 키워야 하는 거야. 아빠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다는데 찬성하지 못하겠다."딸아이의 실망한 표정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다 어른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만들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솟구친다. 어쨌든 그렇게 고비(?)는 넘겼다. 아이에게 아직 청춘이 창창하게 남았으니,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주말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며칠 전에 이재정 교육감이 한 외고·자사고 폐지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져 있다. 이 교육감은 학교를 계층화·서열화하는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 앞으로 외고와 자사고 등을 재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양쪽이 불꽃을 튀기며 충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씁쓸한 기분이 올라온다. 공부를 잘해 외고·자사고를 보낼 아이가 없으니 그저 남의 얘기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이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공부'는 그저 아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 하나일 뿐 이라는게 평소의 소신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공부' 하나에만 죽도록 매달려 있다. 아니, 우리 교육이 매달려 있다기 보다, 우리 부모들이 매달려 있다고 하는게 맞겠다. 그동안 '성적 지상주의'에 대한 수많은 비판과 반성이 있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거기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벌써 자녀가 학교를 그만뒀다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그중에는 정확한 목표와 판단을 갖고 학교를 그만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자료를 찾아보니 2015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초·중·고등학교 학업중단 학생이 4만7천여 명이나 되고, 그중 고등학생이 2만2천500여 명이라고 한다. 그나마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하는데도 기가 막힐만한 숫자다. 지금의 학교 교육은 아이들이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가 그야말로 감옥이나 다름없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꽃 같은 목숨을 버리는 아이들도 한 해 수백 명이다. 오죽하면 10년째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교실 혁명'을 약속했다. 고교학점제와 수강신청제 도입, 고교서열화 해소, 문·예·체 교육 강화, 교육과정 분량과 난이도 완화 등을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정책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설 자리와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드리는 간청이다./박상일 경제부장박상일 경제부장

2017-06-25 박상일

[데스크 칼럼]가상화폐 제도권 편입 시급

범죄수익금 처분 국고 귀속방법 찾지못해국내거래소 통한 1일 거래량 1조원대 달해제도·관련법규 서둘러 불법거래 차단 절실지난 4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당을 적발했다. 그리고 이들 일당이 고객으로부터 '결제수단'으로 받은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216개를 압수했다.'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을 쓰는 한 개발자가 2009년 1월 개발한 최초의 가상화폐다.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은 당시 2억9천여만원이었지만 그동안 시세가 급등하면서 20일 현재 7억여원으로 불어난 상태다.하지만 경찰은 이 '비트코인'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 범죄수익금에 대한 몰수 결정이 내려지면 이 '비트코인'을 처분해 국고에 귀속해야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범죄수익금은 법원에서 몰수 결정이 내려지면 경찰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뢰해 공매 처리한다.그러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처리에 대한 상부 지침이 정해진 게 없어 경찰은 고민이다.현재 '비트코인'은 현물이 아니라 증서로 취급받고 있다. 유가증권이나 상품으로 보기에도 모호한 상태다. 유가증권을 거래하면 세금을 내지만 현재 가상화폐 거래 시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금과 같은 상품으로 분류해도 문제다. 금 거래 시 붙는 부가가치세가 '비트코인'에는 없다.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아직 어떠한 법적 지위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코인원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일일 거래량은 1조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격인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후발주자인 '이더리움'의 시세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이처럼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그대로 놔두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졌다.국내에서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전자 결제할 수 있는 점포가 곳곳에 생겨나고 비트코인을 현금과 같이 거래할 수 있는 현금입출금기(ATM) 설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우리나라는 가상화폐의 사인 간 거래와 거래 중개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송금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법을 적용,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 업체가 해외송금을 중개하는 것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경우 중앙은행이 없고 법정화폐로 인정되기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가상화폐가 평가절하되고는 있지만 이미 가상화폐는 송금 수단에서 결제 수단으로 그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이에 따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를 구성, 비트코인의 본질과 법적 근거, 제도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일본과 호주 등은 7월부터 비트코인을 정식 결제 수단으로 인정키로 했고 미국 뉴욕 주 등은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보고 이를 거래할 때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등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킨 상태다.물론 비트코인은 지금도 가격 변동성이 높아 정식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기에는 불안요소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법정화폐의 보완재로서 가상화폐를 사용해 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해 탈세 및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서둘러 제도적 기반과 관련 법규를 구축해야 한다. 인터넷 암시장 등을 통한 불법거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제도적 기반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2017-06-21 김신태

[데스크 칼럼]유정복 시장 3년과 인천의 운율

'인천 주권 선언' 타도시와 대결구도 아닌지역사적으로 열려있는 개방도시, 늘 포용해와특질 잘 반영하고 다른지역과 벽 세워선 안돼얼마 전부터 문학과 관련한 강좌를 듣고 있다. 매주 한 차례씩 하는 것인데 강의실까지 가자면 인천에서 2시간이나 걸린다.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훌쩍 넘어서 듣는 강의라서 그런지 먼 길을 오가는 불편보다는 오랜만에 찾은 배움의 기쁨이 더 크다는 생각으로 견디고 있다. 지금까지 세 번을 들었는데, 강사들은 저마다 전공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이었다. 문학 강의라는 게 따분하고 지루하게 여겨지게 마련이지만 아직은 집중력을 잘 유지하면서 재미있게 듣고 있다. 잘 가르치는 사람에게서는 그 나름의 운율 같은 게 뿜어져 나온다.운율은 시와 같은 문학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삶에도 운율이 있어야 한다. 노래나 시에 강·약이나 높낮이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우리 생활도 마찬가지다. '호사다마(好事多魔)'나 '고진감래(苦盡甘來)' 같은 옛말은 다 그런 생각의 응집일 터이다. 내공 깊은 강사들의 강의가 수강생들에게 따분하지 않은 배움을 주는 것은 가르치는 운율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평생 한 가지만 좇아 온 그 강사마다 제각각의 운율이 있었는데, 그 운율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만큼의 깊은 울림을 줬다.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며칠 전 만난 유정복 시장에게서 묘한 운율이 느껴졌다. 유 시장은 그동안 많은 시민에게 '모범생' 스타일로 비치고는 했다. '집, 도서관'만을 왕복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 같은 느낌 말이다. 그 유정복 시장이 새로 팠다면서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유정복을 드립니다'. 이름과 직함, 전화번호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냥 한 구절뿐이었다. '복'이라는 글자를 크게 쓰고, 거기에 한자(福)까지 도장을 찍어 색다른 느낌을 줬다. '나, 유정복을 머슴처럼 부리라'는 뜻도, '내 마음을 받으면 당신에게 복이 될 것'이라는 뜻도 담은 중의적인 의미가 읽혔다.최초의 인천 태생 인천시장이라는 유정복 시장은 그동안 '인천 가치 재창조'를 시정의 기치로 내세워 왔다. 그 아래에서 인천 사랑이란 의미의 '애인(愛仁) 프로젝트'나 '인천 주권 선언' 같은 사업을 주요하게 진행해 왔다. 유정복 시장 4년 차에 접어드는 인천시가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게 있다.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이 이름만 그럴듯하게 붙인 것은 아닌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사업이 인천만의 운율을 적확하게 담아내고 있는지, 그리하여 그 사업이 인천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기재로 작용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게 '머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의 역할이다.'인천의 가치'가 다른 도시의 무엇인가를 빼앗는다거나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천'이란 도시를 더욱 멀게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인천의 가치'를 생각하는 게 아닐 터이다. 하지만 '인천 주권 선언'에서는 인천과 다른 도시 사이에 무형의 벽을 쌓는 게 아닌지 하는 그런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인천의 권리를 찾자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다른 도시와 대결 구도를 만드는 개념이기도 하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열려 있는 개방의 도시다. 인천은 늘 다른 도시를 포용해 왔다. 이게 인천만의 운율이다.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은 이런 특질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마땅하다. 인천과 다른 지역과의 사이에 벽을 세워서는 안 된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7-06-18 정진오

[데스크 칼럼]섬마을 학생들

3~4시간 통학 도심지 학교 다닌다는 이유로농어촌특별전형 혜택 못받는 중·고생 50명불리한 교육 출발점 보완 공정한 기회줘야"어떤 사람만 출발점이 다르다면 그건 공정한 경주가 아니다."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능력 위주라는 개념에 걸맞으려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재능을 개발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원형트랙에서 벌어지는 장거리 육상경기의 경우 경기장 특성상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면 같은 속도로 뛰더라도 바깥 가장자리에서 출발한 선수는 더 먼 거리를 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형트랙 출발선은 같은 거리에 맞추도록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갈수록 앞으로 내놓는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대학 입학 시 제공하는 농어촌특별전형은 '원형트랙 육상경기 룰'과 비슷한 사례다.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수험생집단의 특성을 고려해 학교 소재지, 재학 기간, 학생 거주지, 거주 기간 등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원외로 농어촌지역 학생을 모집한다. 모집 유형은 두 가지다. '유형Ⅰ'은 학생 본인이 농어촌 소재지 학교에서 중학교 입학 시부터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과 함께 부모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유형Ⅱ'는 학생 본인만 농어촌 소재지 학교에서 초·중·고 전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을 요구한다. 농어촌지역은 관련법에 따라 읍·면, 도서·벽지를 원칙으로 한다. 까다로운 규정은 몇 가지 더 있다. 농어촌 특별전형 자격을 학생의 소재지가 아닌 학교로 제한한 것은 농어촌지역이라도 접근성이 좋아 시내 학교로 통학하는 경우 도시의 교육인프라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취지 때문이다.인천 옹진군 북도면 학생들은 '도서'지역에 살면서도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받지 못한다. 신·시·모도와 장봉도 등 4개의 섬으로 구성된 북도면에는 1972년 개교한 인천남중 북도분교가 있었으나 학생 수 감소 등을 이유로 1999년 폐교됐다. 이후 학생들은 북도면에서 배를 타고 중구 영종도에 있는 학교로 통학하고 있다. 신·시·모도는 배로 10분, 장봉도는 50분이 소요된다.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을 더하면 장봉도 학생들의 경우 통학시간만 3~4시간이 걸린다.북도면 학생들은 도시지역인 영종도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만, 공항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에 갖춰진 교육인프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객선 운항 여건에 따라 지각·조퇴하기 일쑤고, 학원에도 다니지 못한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이나 방과 후 활동도 마찬가지다. 북도면 학생들이 불리한 출발점에서 달리고 있는데도 정작 교육 당국자들은 도심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를 들어 공정한 기회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도면에 학교가 없는 것은 학생 수가 적다고 폐교를 쉽게 생각하는 교육 당국자들이 저지른 일이다. 북도면 학생들이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받으려면 옹진군 덕적도나 영흥도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여객선 직항 노선이 없어 통학이 불가능하다. 매일 아침 배와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학생들은 교통환경도 편리하고 질 높은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 비해 학업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도심지에 친척이 있는 몇몇 학생들은 유학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만한 사정도 안 되는 학생들은 이런 불편을 최소 6년 동안이나 감수해야 한다.교육의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과 타고난 재능 불평등을 수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사회가 제공하는 기회는 최대한 공정해야 한다. 공정이라는 것은 누구나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시키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학생들의 출발점을 다른 학생들의 출발점과 같게 보완해줘야 한다. 공정한 기회를 주면 뛰는 것은 그들 몫이다. 매일 배가 뜨지 않을까봐 가슴을 졸이며 통학하는 북도면 학생 중·고생은 50명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7-06-14 이진호

[데스크 칼럼]지방선거 1년 앞으로

지역 정치권 '지방선거'로 무게중심 쏠려출마예상자 잰걸음 현 자치단체장 레임덕진보진영 3연승·야권 반격 여부 관전포인트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당선으로 막을 내린 대통령 선거가 한 달(5월9일) 조금 넘었다. 중앙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의 조각과 후속인사, 그리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야권의 움직임 등 여야 간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초반 민심잡기에서 밀리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험지와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장관 청문회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결정적 하자가 없다며 청문채택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5대비리(병역면탈, 세금탈루,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공직 배제 원칙에 어긋나는 장관후보자는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에 지역 정치권의 관심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2018년 6월13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현역 자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물론이거니와 출마예상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동문 체육대회와 향우회 등 지역 내 각종 대소 모임에 출마예상자들이 얼굴을 내밀고 눈도장을 찍고 있다. 차기 도지사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 인사들도 줄잡아 20여명에 이르고 있다. 시장 군수 출마를 저울질하는 후보들도 자치단체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략 10~20명이 거론되고 있다. 지방의회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인사들도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협위원장이나 지역위원장을 찾아 눈맞춤에 여념이 없다.덩달아 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현장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는 레임덕도 시작됐다. 임기말에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을 놓고 노조까지 반대하고 나서자 남경필 지사가 임명을 늦추고 있다. 한국도자재단 대표는 몇 달째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으로 놔둔 채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이달 말이면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원장도 임기만료가 돼 서둘러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 산하단체의 대표 선임이 늦어지면 업무공백으로 이어져 총체적 레임덕으로 돌아온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도정·시정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레임덕은 인사로 풀어야 한다. 지방의원들도 임기 1년을 앞둔 현재 집행부에 대한 견제구가 잘 듣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임기 초반에는 각종 자료요구 시 즉각적인 피드백이 왔는데 요즘은 깜빡했다며 대응 속도가 느려지면서 레임덕을 피부로 느낀다고 한다. 이 틈을 지방선거(시·도지사, 시장·군수,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출마예상자들이 파고들고 있다. 유력 출마후보들은 벌써부터 공직자들에게 공약 마련을 위한 각종 자료를 요구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진보진영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선출직 3종 세트를 연거푸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2014년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2016년 총선에서도 다수당의 지위를 거두며 야권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 진보진영은 지방선거(2010년, 2014년)에서도 연이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진영은 앞선 2번의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를 당해 최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도의회를 포함한 현재의 지방권력도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여권 기초 단체장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이번에도 진보진영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3연전을 승리로 장식하게 될지 아니면 야권의 대반격이 시작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 줄 것인지, 반대로 견제에 나설 것인지가 내년 지방선거를 보는 관전 포인트의 시작이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7-06-11 김학석

[데스크 칼럼]사라지는 것들과 주차장

100년 가까운 애경사 건물 순식간에 사라져 동화마을 주차장 만들기위해 철거 한다지만편의위한 사라짐에 많은 이들 일쑤 '아쉬움''사라지는 것들은 일쑤 우리를 그리움에 젖게 한다'.기자 초년병 시절, 한 선배의 글에서 접했던 문장이다. 수인선 협궤열차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았다는 설명을 어렴풋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문장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일쑤'라는 단어의 쓰임새 때문이다. 여기에서 '일쑤'는 명사가 아닌 부사로 쓰였다. 명사로서의 '일쑤'로 문장을 재구성한다면 '사라지는 것들은 우리를 그리움에 젖게 하기 일쑤다' 정도로 쓸 수 있겠다. 그러나 '일쑤'가 '드물지 아니하게 흔히'란 뜻의 부사로 활용된 서두의 문장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단어의 위치(정확히는 품사) 하나 바뀐 것인데 더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 같다.얼마 전 오래된 건축물 하나가 사라지는 현장에서 이 문장을 다시 떠올린 적이 있다. 인천 중구 송월동 애경사 건물의 철거 현장에서다. 무너져 내린 벽돌 더미와 목재 부스러기….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옛 건축물의 잔해에는 '사라진 것'이 토해낸 허무와 비애가 깃들어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 건축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데는 두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천시 중구가 지난달 30일 이른 아침 인근 동화마을의 주차장을 조성한다며 전격적으로 철거작업을 단행한 것이다.비록 법적으로 보호받는 문화재는 아니라 하더라도 인천의 개항 초기 주요 산업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라는 게 이 건축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 중구는 인근 동화마을의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건축물을 허물었다. 물론 중구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주차난으로 인한 주민과 관광객들의 불편을 외면할 수 없고, 10여년 전부터 건물에 고물상이 들어서면서 환경 피해를 호소해 온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을 수도 없었을 터이다.중구와 주민들의 입장 모두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사실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근대건축물이 헐린 사례는 애경사뿐 만이 아니다. 인천 최초의 소아과로 알려진 신포동 자선소아과, 근로보국대합숙소, 조일양조장과 동방극장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교롭게도 주차장이 들어섰다.자동차는 대표적인 현대문명의 이기(利器) 중 하나다. 그런 면에서 주차장은 현대문명이 제공하는 편의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인프라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들 주차장은 현대사회에서 오래된 것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물인 셈이다.이처럼 '편의를 위한 사라짐'은 '오래된 것'의 숙명일까? 애경사 철거현장을 보기 위해 옆 건물 계단을 오를 때, 참담한 표정으로 벽돌더미를 내려다보던 한 사진작가와 마주쳤다. 오래전에 애경사를 촬영한 적이 있다는 그는 "건물은 그대로 두고 내부를 주차장으로 활용했어도 되었을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처럼 건물 내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애경사 건물이 비누공장이었던 점에 착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비눗방울 이벤트나 스토리텔링으로 동화마을과 연계하는 방안 등이 행정관청 주도로 논의됐다면 어땠을까?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많은 이들이 일쑤 아쉬움에 젖지는 않았을 듯싶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7-06-07 임성훈

[데스크 칼럼]쿠바 위기와 한반도 위기

트럼프와 케네디, 시진핑과 흐루시초프 달라북한, 문제해결의 까다로운 주체로 몸집 불려'한반도 위기' 文대통령 초인적 외교역량 요구 북핵 관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치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국제사회가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대북제재로 북한의 핵 보유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외교적 립서비스로는 이에 동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북한 핵을 현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태도다. 사드(THAAD)는 북핵 문제로 충돌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적 대립을 상징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기 전에 중국이 북한을 관리해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중이다. 미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선택한 것이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전개였다. 중국은 이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요지는 사드가 북한용이 아니라 중국용이라는 것이다. 사드체계의 핵심인 강력한 레이더가 중국 감시용으로, 미국의 동북아패권 주도 의지가 담겨있다고 반발한다.북핵과 사드를 둘러싼 미·중의 대립은 미·소간의 1962년 쿠바위기를 연상시킨다. 1962년 당시 소련은 미국의 턱 밑인 쿠바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했다. 단초는 1년 전 미국이 쿠바의 카스트로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쿠바 난민을 앞세워 무장 쿠데타를 시도했다 실패한 피그스만 사건이었다. 소련은 사회주의 동맹국 쿠바를 방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격적으로 미국의 앞마당에 핵미사일을 꽂았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에 빠졌고, 케네디의 위기는 세계의 위기였다. 미국내 강경파의 주장대로 쿠바를 폭격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인류의 멸절을 부를 핵전쟁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쿠바의 소련 미사일 기지를 용납한다면 미국의 리더십은 나락에 떨어지고 미국의 안전이 결딴날 판이었다.결국 핵전쟁으로 인한 공멸의 공포가 미국의 케네디와 소련의 흐루시초프를 협상의 장으로 이끌었다. 미국은 쿠바 불침공과 소련의 앞마당인 터키에 배치한 핵미사일 철수를 약속했고,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시켰다. 케네디는 쿠바위기를 종결하자마자 소련에 핵실험 금지 조약을 제안했다. 쿠바위기가 세계를 '운명의 날'에 직면하게 했던 악몽을 함께한 케네디의 제안에 흐루시초프가 호응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하핵실험을 제외한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이 그해 체결됐다. 조약 발효 직후 케네디는 암살됐지만, 1963년 한해의 여정으로 케네디는 역사적 인물로 기록됐다.쿠바위기와 한반도위기는 양극패권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미·소의 충돌이 미·중의 경쟁으로 바뀌었고, 분쟁의 진원이 쿠바에서 한반도로 옮겨졌다. 하지만 현재의 한반도위기는 쿠바위기에 비해 위기의 다층적 양태와 당사국의 다자화로 인해 한층 심각하고 복잡하다. 미국은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봉쇄는 물론 북핵기지 정밀타격을 거론한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전개를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해, 한국을 겨냥한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사드 정밀타격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미국의 트럼프는 케네디와 중국의 시진핑은 흐루시초프와 다르다. 북한은 관리 가능한 종속변수가 아니라 문제해결의 까다로운 주체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중 패권의 한복판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마주하는 형국에 서 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이들 중 누가 방아쇠를 당기든, 끔찍한 재앙은 모두 우리의 몫이다.문재인 정부의 최대 현안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반도위기의 관리와 해소이다. 현재의 한반도위기는 문 대통령에게 초인적인 외교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이 케네디와 같이 위기를 종결하고 한반도 데탕트를 실현하는 외교적 반전을 이루어내길 바라고 또 원한다. 그래서인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냉대받는 외교현실이, 국방부를 기강문란 조직으로 낙인찍는 현실이 영 불편하다./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2017-06-04 윤인수

[데스크 칼럼]문학계 거목 시인 고은 혼돈에 서다

이중규제에 시달리는 광교산 일부 주민들 무상 제공한 주택 거론 시인향해 "떠나라"생각지 못한 고민 안겨드렸나 싶어 '착잡'내기라도 할 기세다. 조금 보태서 얘기하면 말이다.지난 2013년부터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고은 시인과 관련해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작 시인 본인은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는데 수원을 '떠난다' vs '떠나지 않는다' 식으로 말들이 무성하다.일련의 일들을 정리해보자. 지난달 중순께 수원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민들은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수원시가 시인은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며 고은 시인의 광교산 퇴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시인의 집 앞은 물론 수원 광교산 입구에 수원시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은 주택을 거론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을 향해 떠나라는 내용의 현수막까지 내걸었다.일이 이렇게 되자 수원시 주민자치위원장들을 비롯 수원지역 문인들은 "고은 시인을 지키고, 문학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지역을 대표하는 수원문인협회의 경우,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문학계의 큰 별로, 인문학 도시 수원의 문화브랜드를 더 높이고자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분이다. 그런데 지금 몇몇 시민의 금도를 벗어난 행동에 우려가 깊다"고 말했다. 사실 해당 협회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원시가 대표성,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시민 혈세인 부지까지 제공해가며 고은 시인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기만 행정"이라면서 "고은문학관이 아닌 수원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며 고은 시인 측과 날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누구보다 앞장서 시인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문단 입장에서 맏어르신 같은 분을 휘둘리게 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데 공감했을 터이다.솔직히 사안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이번 일은 이중 규제에 시달리는 일부 주민들이 격한 감정 속에 주장을 펴려다 일어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시인 본인도 이렇다 할 언급이 없으시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거처 문제를 놓고 공론화되는 양상이다. 혹자는 시인이 지인들을 통해 '수원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의중을 보였다'는 얘기도 있고, 또 다른 쪽에선 '더 이상 수원에 있을 수 있겠냐는 심경을 털어 놓았다'는 정반대의 말까지 나돌고 있다. 도대체 시인의 의중을 전달한다는 '지인'들의 정체가 누구인지도 궁금하고, 시인은 한 분인데 왜 다른 얘기가 나오는 것인지도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한 발 더 나가 최근엔 시인이 고향인 군산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자, 일부 군산시민은 '이번 기회에 시인을 모셔와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시인이 지난달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만인의 방'을 조성키로 하고, 시인의 소장품을 기증받아 안성의 서재를 재현하기로 했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 서울시와도 어떤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당혹스럽고 급박해진 것은 수원시가 됐다. 이에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3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수원시가 불법적으로 한 게 없다. 삼고초려로 모셔온 보물을 걷어차려는 행동에 시가 아무 일도 못 한다면 무슨 꼴이겠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수원시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 놓기도 애매하고 복잡할 심경일 것이다.시인 입장에서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름 수원지역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안정을 찾으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흔들어 놓다니'. 이런 심정이 아닐까. 집 앞에 있는 현수막을 볼 때도 착잡할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시인의 거주지는 수원이지만 그는 수원만의 시인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이다. 시인의 작품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 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고은' 시인이라는 존재를 모르는 이는 적을 것이다. 그는 그 자체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계 거목이다. 시인에게 문학적 고민의 깊이를 더하게끔 수원으로 모셔왔는데 생각지 못한 고민을 안겨드리는 것 아닌가 마음이 좋지 않다./이윤희 문화부장이윤희 문화부장

2017-05-31 이윤희

[데스크 칼럼]돈은 돌아야 돈이다

수출 늘고 대기업 이윤은 엄청난데서민 손엔 돈 없고 '백수' 넘치는 현실새 정부 '돈맥경화' 악순환 해결 기대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올 때 세 가지를 챙겨 넣는다. 자동차 열쇠, 휴대전화, 그리고 지갑이다. 자동차 열쇠와 휴대전화는 차에서 바로 꺼내 놓으니 좀처럼 잊는 일이 없지만, 지갑은 가끔 깜박하는 날이 있다. 뒤늦게 뒷주머니가 허전한 것을 알았을 때 난감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꼼짝없이 사무실에 붙어앉아 눈치만 봐야 한다. 저녁 약속이라도 있는 날이면 정말 큰 일이다. 그 난감함을 피하기 위해 한때는 차에 비상금이나 신용카드를 숨겨놓기도 했다. 그만큼 돈에 매여 사는 셈이니 어찌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돈 만큼 우리 곁에 늘 붙어있고,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또 있을까? 돈이 생겨서 웃고, 돈 때문에 싸우고, 돈이 없어 슬프고, 돈을 쓰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마도 우리네 삶인 듯싶다.돈(화폐)의 역사는 꽤 오래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의 4대 문명 중 가장 오래된 메소포타미아문명 때부터 돈과 관련된 기록이 있다고 한다. 물론 당시는 지금과 같은 동전이나 지폐가 아닌 은(銀)이 돈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후 철(鐵)로 만들어진 돈이 나왔지만, 이런 돈을 쓰는 것은 대부분 지배계급이었다. 일반 서민들이야 이런 돈을 쓸 능력도 없었고 돈이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어서, 오랫동안 곡식 등의 현물로 세금을 내거나 거래를 했다. 한참 후에 국가가 나서서 공인된 화폐를 만들고 널리 쓰이게 한 것은 점차 경제의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생산이 늘어나고 인구가 밀집하는 도시가 발달하면서 현물 거래의 불편을 없애고자 국가가 돈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돈은 거래를 도와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인 셈이다. 하지만 돈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부작용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부(富)의 축적'이다. 예전에도 지배계급들은 막대한 생산물들을 걷어 축적했지만, 돈이 생겨나면서 부의 축적이 훨씬 쉽고 빨라졌다. 결국 돈은 본래의 취지에서 이탈해 부와 권력의 원천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한참 돈 이야기를 한 이유는 돈이 본래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지금 우리 경제가 딱 그 문제에 걸려있다. 우스갯소리로 '돈맥경화'라는 말이 나올 만큼 돈이 돌지 않는다. 수출이 잘 되고 대기업들은 이윤을 엄청나게 내고 있다는데, 그 돈이 돌지를 않아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돈이 돌지 않으니 돈을 손에 쥐지 못한 서민들이나 중소상인들은 돈을 쓸 수가 없고, 그래서 장사가 안되니 일자리도 늘지 않아 '백수'들이 넘쳐난다. 일자리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하니 다시 소비를 못하고 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정부 뿐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는 그것을 깨는데 사실상 실패했고, 경제가 위기에 몰렸다. 새 대통령은 그것을 잘 알기에 선거 공약과 취임사에서 일자리 문제, 대기업의 문제, 공정한 거래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징금 강화 방침을 통해 대기업의 '자기들끼리 나눠 먹기'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름 아닌 '돈을 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새 정부의 의지가 앞으로 얼마나 실천되고 효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새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꽤 고민을 한 듯하다. 국민들을 '성적'을 매길 준비가 돼 있다. 새 정부가 돈을 잘 돌게 해, 적어도 이 과목에서는 '우등상' 받기를 기대해 본다./박상일 경제부장박상일 경제부장

2017-05-28 박상일

[데스크 칼럼]공급 과잉 다세대주택, 해법 없나

수요 고려하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신축'빈집 수두룩' 지자체 건축허가 신중 필요'일본, 보육시설등 활용 방법' 참고해 볼만최근 경기도 내 개발이 활발한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보다 건축허가가 쉬운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원룸 등을 짓기 위한 건축이 진행 중이다.하지만 문제는 이들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원룸 등이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한꺼번에 다세대주택 등의 공급이 크게 늘면서 이와 비례해 빈집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경기도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경기도내 빈집은 14만4천893가구에 달한다. 아파트가 8만1천184가구, 단독주택이 1만1천393가구, 연립주택이 9천474가구, 다세대주택이 4만1천242가구,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이 1천600여 가구였다.특히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평택지역의 경우에는 빈집이 1만7천여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이 화성시로 1만4천500여가구, 안산시 9천600여가구, 용인시 9천100여가구, 수원시 8천500여가구 순 이었다. 이 같은 도내 총 빈집 수는 5년 전인 2010년 말 15만4천99가구보다 6%(9천206가구)가 줄었다.그러나 단독주택 빈집이 3만1천648가구에서 1만1천393가구로, 64% 감소하고 아파트 빈집도 12.5% 감소한 반면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의 빈집 수는 같은 기간 2만7천902가구에서 5만716가구로 81.8%나 급증했다.전체 빈집에서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18.1%에서 2015년 35%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현재 경기도의 경우 빈 연립주택 및 다세대주택의 증가는 평택과 수원 등 개발이 활발한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이 아파트 건축보다 주차장 확보와 학교시설 등에서 건축허가가 쉬운 상황에서 수요를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채 건축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특히 평택의 경우 주한 미군 이전을 염두에 두고 다세대주택 등의 건설이 한동안 경쟁적으로 이뤄진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무분별한 다세대주택 공급은 도심지 내 주차난 악화와 함께 학교 등 교육시설 등에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물론 빈집이 늘어나면서 범죄 등에서도 취약점을 보일 수 있다.여기에 금융권 대출을 받아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을 신축한 뒤 제대로 분양하지 못하게 되면 건축주의 경제적 손실과 함께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지자체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자체들은 도시계획조례 등을 통해 도로 및 공공기반 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건축허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사유재산인 다세대 주택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다세대주택 미분양(빈집) 등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빈집 특례법)'을 제정, 내년 2월 시행키로 했다. 200채 미만의 노후·불량 아파트는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고 5년 이상 방치된 미분양주택은 '빈집'으로 분류해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일본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 빈집과 점포를 보육시설이나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도 공급과잉인 다세대주택의 해법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새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2017-05-24 김신태

[데스크 칼럼]70년 동안 가지 못한 엽서 한 통

한국전쟁때 부부의 애틋한 연정 담긴 편지혹시나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돌파구로한반도 택하지 않을까 엉뚱한 걱정 앞선다여기 엽서 한 통이 있다.가을이 되었구려. 편지를 두 번 했는데, 갔는지. 나는 몸 성히 일을 보고 있습니다. 모두 당신이 염려하여 주는 덕택이요. 아이들은 잘 있는지. 폭격에 고생 많이 하겠소. 조석 식사가 걱정이겠습니다. 이곳 상급을 통하여 그곳으로 생활에 대한 수속을 하여 보겠소. 당신이나 나나 원수를 거꾸러뜨릴 때까지 고생하며 분투합시다. "정애의 건강을 빌며" 끝.67년 전인 1950년 9월 18일, 전쟁의 와중에 황해도에 나가 있던 남편이 인천의 아내에게 보낸 것인데 전달되지 못했다. 부부의 애틋한 연정이 짧디짧은 글에 녹아 있다.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길이 없지만 추측할 수는 있다. 이 엽서 한 장은 또한 당시 시대상도 조금은 엿보게 한다. 한국전쟁 때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 중 편지들을 골라 묶어 펴낸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란 책에 실렸다. 이 책의 별책 주소록에 있는 바로는 황해도 벽성군의 문규원 씨가 경기도 인천시 관동 2가 2 문규원 씨 앞으로 보냈다. 아마도 인천에 자신의 명패가 달린 집에서 살던 남편 문규원이 전쟁 통에 황해도로 넘어간 듯싶다.엽서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남편은 '상급을 통하여 그곳으로 생활에 대한 수속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황해도 벽성군의 북한 쪽 어느 기관에서 일하는 듯하다. '아이들의 안부'를 언급하고 있으니 끝 부분의 '정애'는 부인의 이름일 터이다. '가을이 되었다'고 했으니 한국전쟁이 터진 6월 25일 직후 여름에 집을 나가 계절이 한 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엽서를 부친 9월 18일은 인천상륙작전이 있고 나서 사흘 후이다. 인천에서는 인민군이 자취를 감추었을 때다. 부인 '정애'와 아이들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런데 남편 문규원은 인천에 여전히 폭격이 가해지는 것으로 알 뿐 유엔군의 상륙작전이 성공했음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이들 문규원 씨 가족은 만났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이산가족으로 남았을까. 궁금하다.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단어가 하나 있다. '조석 식사'. 지금 같으면 '세 끼 식사를 해결하느라 얼마나 힘이 드느냐'고 해야 할 것을 '조석 식사가 걱정이겠다'고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도회지 인천에서도 하루 세 끼 식사가 보편화 되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아침과 저녁에만 가족끼리 둘러앉아 정식으로 밥을 먹었을 뿐, 지금처럼 점심까지 먹지는 않았던 듯하다. 하루 세 끼니는 출퇴근이 본격화한 현대적 개념이라고 한다.이 엽서 한 장을 보고 있노라니 엉뚱하게도 자꾸만 미국 생각으로 옮아간다. 이 엽서를 고이 보관한 미국이 아니었더라면 이 편지는 지금까지 남아 있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 것인지를 막론하고 기록을 보존하려는 미국의 그 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또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혹시라도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한반도를 택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드는 것을 억누를 길이 없다. 지금까지 미국이 수행한 여러 전쟁의 기원을 살펴보면 그럴 만한 개연성은 충분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의 와중에 편지가 오가는 상황이 또 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70년 가까이 배달되지 못한 이 엽서 한 장은 우리에게 다시는 이런 엽서가 쓰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웅변한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7-05-21 정진오

[데스크 칼럼]복수(福壽) 합시다

정권 바뀔때마다 前정권에 '정치적 복수'문대통령, 국민과 소통·슬픔 달래려 애써이젠 걱정없이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기대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前) 정권에 대한 공과(功過)를 따지는 일들이 빈번했다. 말이 좋아 공과를 따지는 것이지 속내는 전 정권에 대한 '복수(復讐)' 성향이 강했다. 전 정권이 벌인 정책을 헤집고 비난하는 것부터 시작해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에 대한 비리수사가 벌어지고 구속되는 등 '피바람'이 불기도 했다.지난 정권도 형식과 내용은 달랐어도 정치적 반대 세력에 압박과 불이익을 주려는 '복수 정치' 행태가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에게 반하는 인사들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최순실 등 몇몇을 제외한 측근들하고도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에겐 자신 뜻에 반하는 사람은 '적(敵)'이었다. 불순한 사람이고, 청산의 대상이었다.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강박증이 컸다. 대선 막판까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인 문재인 후보가 친구이자 정치적 동료였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출마했기 때문이었다. 접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듬해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노란 리본'은 당시 정부에 반하는 표식처럼 인식됐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리본을 단 상당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국장(國葬) 현장에서 애도하고 추모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노란 리본 =반 박근혜'라고 단정한 듯한 행동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야당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을 지지하거나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고 시국선언에 나선 문화예술인에게 지원을 끊고 불이익을 주기 위해 비밀리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이번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恨)을 풀기 위한 '복수(復讐)정치'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 대선 막바지에 야당들은 '철저한 보수 궤멸', '적폐청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문재인 후보가) 집권하면 복수정치를 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라고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 '복수정치'가 이뤄질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 복수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정권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마땅히 사법기관이 맡아 처리하면 된다.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행복'이라는 말을 잊고 지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쁜 일보다 참담하고, 슬프고, 억울하고, 분노하게 만든 일이 더 많았다. 다행히도 많은 국민이 매서운 추위를 참고 의연하게 대처한 덕에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됐다.단순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서가 아니다. 부정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 정권을 창출해낸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앞으로 이 나라 정권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준엄하게 가르쳐준 교훈이다. 국민이 언제든지 뜻을 모으면 정의와 역사를 바르게 세울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스스로 증명해 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모든 국민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린 그동안 너무 우울하고 불행했다. 이젠 조금 더 행복해져도 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제대로 '복수(福壽)'하는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려 하고, 슬픔에 빠진 국민을 달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다. 더는 광장에서 추위에 떨면서 나랏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복수(福壽) 정치'가 매일매일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7-05-17 이진호

[데스크 칼럼]힘 좀 뺍시다

문재인 대통령, 권위에서 힘뺀 잇단 서민행보국민들과 권력자가 스스럼없이 마주하는 모습뉴스거리조차 안되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아야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한 후보의 지지자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유세현장을 누비느라 정신이 없다는 그는 대통령 후보의 곁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상당한 자긍심을 느끼는 듯했다. 과시라도 하듯 후보가 당선되면 자기는 곧바로 청와대로 갈 것이라며 잔뜩 고무돼 있었다. 무슨 언질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청와대에 가 있는 듯했다. 억양과 톤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그때 그의 어깨는 잔뜩 힘이 들어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으리라.이 대목에서 잠시 '어깨의 힘'을 다른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전문 연주자이든 아마추어 연주자이든 악기를 다뤄본 사람들은 힘이 들어가면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특히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경우, 악기와 직접 접촉하는 팔과 손, 손가락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 것은 요원하다. 힘이 필요할 듯 싶은 타악기도 마찬가지다. 가령 드럼을 친다고 할 때,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32비트 같은 속주는 불가능하다.전문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연주를 할 때 음색과 기교는 물론이고 몸짓마저 우아하게 보이는 것은 힘을 빼는 경지를 넘어 강약과 완급으로 힘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반면 초보연주자들은 긴장감으로 위축된 탓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기량을 키워 악보를 소화할 수 있게 됐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힘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다.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힘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힘이 잔뜩 들어간 경직된 다리에서 좋은 킥이 나올 수 없고, 힘을 기반으로 한 뻣뻣한 스윙으로는 비거리와 방향성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범위를 인간관계로 확대해 봐도 접목할 부분은 충분하다. '사람을 대할 때 목의 힘을 빼야 한다'는 말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에서는 무언가 교집합의 빗금이 읽힌다.그렇다면 권력 또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권력' 하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권위와 힘을 떠올렸다. 이는 권력자와 국민 간 불통의 원인이 되기 일쑤였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힘을 뺀 듯하다. 그의 모습에서 권위로 부풀어 오른 '어깨뽕'은 보이지 않는다. 우선 출근길에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사진 촬영에도 흔쾌히 응하는 등 권위의 상징 중 하나인 '경호'의 힘을 뺐다.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청와대 직원식당에서 직접 밥을 퍼담으며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기도 한다. 권위의 벽돌로 쌓아올린 불통의 성벽, 그 안에서 눈과 귀를 닫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비되기 때문인지 문 대통령의 서민 행보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사실 문 대통령이 뺀 것은 힘이 아니다. 정확히는 과도한 권위와 엄숙주의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거나 목에 깁스한 권력 주변부의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탈권위'가 '힘을 빼는 것'으로 비치는 착시현상이 빚어진 듯싶다. 힘이든 탈권위든, 국민과의 소통에 관한 한 문 대통령의 이러한 힘 빼기는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국민과 권력자가 스스럼없이 마주하는 모습이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잡을 때까지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7-05-14 임성훈

[데스크 칼럼]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정한 국민통합 '최종 책임자역' 각인해야적대적 정당 포용 리더십 발휘 정치 변할것야당 '몽니'·여당 '욕심'에 갇히지 않길 바라이제 새 문(門)이 열리는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취임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한 무정부 상태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안도감은 고스란히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 과거 대통령들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승화되고 있다. 반면에 탄핵의 후유증으로 분열된 민심이 여전하고 갈등추구형 정치 지형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도 그 못지 않다.다행히 문 대통령은 심란한 민심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조각난 민심을 수렴할 의지도 내비쳤다. 임기 첫날 첫 대국민 메시지에서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역사의 서판에 '대통령 문재인'의 역할을 미리 새김으로써 자신의 행보를 구속시킨 것이다. 배수진의 각오다. 국민통합의 실천방안으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의 결별, 청와대의 권위를 버린 광화문 대통령 시대 개막. 국정운영 동반자로서의 야당 포용. 탕평인사 등등. 후보시절 수없이 반복했던 약속이지만,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강조하니 약속의 엄중함은 더하다.취임 전후의 행보도 신선했다. 대선에서 경쟁한 야당 후보들에게 위로 전화를 돌렸고, 야당 대표를 차례로 만나 국정 협조를 요청했다. 청와대에서는 첫 기자회견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후보자, 청와대 비서실장을 대동해 일일이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에게 인사 배경을 직접 설명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언행으로 대중에게 각인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 개방적이고 탈권위적인 소통형 리더십을 보여주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첫날이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는 하루를 뺀 5년의 임기가 남아있다. 분명히 수많은 우여곡절이 펼쳐질 테고 구절양장을 거쳐야 한다. 하루하루가 위기이고 외롭게 결단해야 하는 고독한 자리를 인내해야 한다. 최고지도자의 고통은 모든 분야의 최종 책임을 오롯이 감당하는데 있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최종 책임을 방임해 스스로 지옥문을 열었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새긴 명패를 놓아두었다고 한다. 트루먼의 명패는 각 분야 최고 지도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 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도덕률이다.문 대통령이 약속한 진정한 국민통합은 국민에 대한 최초의 국정 설명자이자 최종 책임자라는 대통령의 역할을 스스로 각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속한 정당을 벗어나 적대적 정당을 포용할 용기를 발휘할 수 있다. 임기 내내 이러한 리더십을 진정성을 갖고 일관되게 보여준다면 우리 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 정치문화가 호전되면 사회가 밝아지고, 경제가 변화하고, 국민의 삶이 개선될 것이다. 정치공학적 이해관계에 구속된 현실 정치인들은 해낼 수 없는 일을 문재인이 해내길 바란다.물론 그의 리더십은 쉴새 없이 도전받을 것이다.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과 정권과의 적대적 대치를 통해 정치적 자산을 유지하려는 야당의 행태가 하루 아침에 바뀔리 없다. 겉으로는 국민통합이라는 여당의 대의를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권력의 과실을 분점하려는 여당의 욕심도 예전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몽니와 여당의 욕심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임기 첫날 국민에게 밝히 국민통합 선언을 매일 아침 정독하고 집무실로 향하기를 바란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소박하고 실무적으로 대통령직을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정적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자연인 문재인으로 돌아가는 날, 대한민국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윤인수 편집국 국차장 (총괄부국장)윤인수 편집국 국차장 (총괄부국장)

2017-05-10 윤인수

[데스크 칼럼]국민이 바라는 새 대통령

단합·통합 실천 정의로운 국가건설 앞장환심용 공약 거두고 새로운 스케줄 짜야퍼주기 정책 아닌 곳간 채울 계획이 중요장미대선의 주인공은 9일 자정쯤 결정된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우린 준비안된 초유의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 새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임기가 시작되고 산적한 현안은 풀기도 쉽지 않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풀어나갈수 있는 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제정세는 구한말보다 더 어렵게 꼬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구한말엔 주변 4강이 한반도 지배권을 쟁취하기 위해 다투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 4강에다 북한까지 더 복잡하게 얽키고 설켜 있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아래와 같은 것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경인일보가 전국 8개 유력 지방신문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공동으로 한국갤럽에 의뢰(4월30~5월1일)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유권자 3천77명을 대상으로 '19대 대선 관련 국민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우선 해결과제 상위 10건을 숙제로 제시했다. 크게는 경제활성화, 북한문제, 사회문제로 귀결된다.최우선 과제는 경기회복/경제활성화(17.3%), 일자리 창출(14.3%), 서민을 위한 정책추진(2.3%) 등 33.9%가 경제문제의 어려움 해소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다음으론 튼튼한 안보(12%), 사드배치문제(3.4%), 북한핵문제 해결(2.5%), 남북관계개선(2%) 등 19.9%가 대북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론 적폐청산(3.7%), 국민대통합(3%), 부정부패척결(2.1%) 등 사회난맥상 해결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풀어보면 통합의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끌고 일자리 창출과 북한문제 해결·저성장 탈피에 주력하라. 이념적 프레임에 갇힌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 경제 활성화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통합의 정치를 펼쳐 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그러나 전국 표밭 현장을 누비는 대선후보들은 이 같은 국민들의 요구를 뒷전으로 밀고 있다. 득표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후보의 약점을 캐고 헐뜯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과도한 복지공약과 사회보장 등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사탕발림식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증세 등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누가 고통스런 희생을 요구하며 표를 구걸하겠는가?국민들은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망가진 남유럽의 그리스와 중남미 베네수엘라를 오롯이 기억하고 있다. 국가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이들 나라는 정치권의 과도한 무상복지정책과 부자들의 탈세, 부패, 도덕적 해이 등이 어우러지면서 고물가의 악몽속에서 고통스런 삶을 영위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9일 자정에는 이런 대통령 당선자를 보고 싶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를 지지했거나 나를 지지하지 않았거나 국민은 하나입니다. 나를 반대했던 사람들에게도 적극 다가가겠습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단합·통합이란 염원을 한치 흐트러짐 없이 실천해 반칙과 특권없는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합니다." 새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환심을 사기 위해 살포했던 무차별적 공약을 가다듬고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스케줄을 짜야 한다. 곳간을 열어 구휼하는 정책은 필요치 않다. 곳간을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대국민 퍼주기 정책의 결말이 어떠 했는지는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새 대통령은 10일부터 국민들의 청구서를 받게 된다. 본인이 남발한 약속어음의 만기가 이날부터 도래하기 시작했다. 부디 이번엔 부도수표가 아니길 바란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7-05-07 김학석

[데스크 칼럼]문화·예술인 열악한 처우, 누가 시련을 안겨주는가

예술인 절반 생계유지 어려워 타직업 종사'빈익빈부익부' 갈수록 심화 상실감만 키워 국가지원금 받는 체계 문턱 높아 포기 일쑤#얼마전 한 모임에서 격론이 일었다. 책을 출간해 인세로 먹고사는 작가를 과연 직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전업작가'라는 말도 있는데 왜 이런 얘기가 나왔을까. 평소 여러 작가와 친분이 깊고 그 세계를 잘 아는 친구가 "우리나라에 출판 인세만으로 먹고 살만한 작가는 손에 꼽는다. 작가를 업으로 삼고,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 중 대다수는 힘들게 살고 있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투잡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작가는 생계유지 수단으로 봤을 때 직업이라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그래서 찾아봤다. 각종 직업과 관련된 국가적 통계를 총괄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워크넷을 찾아본 결과, 한국직업사전에 '작가'라는 직군이 존재했고, 그것도 63건으로 세분화됐다. 직업전망에 대해선 한국고용정보원을 인용, '2013~2023 인력수급전망'에서 2013년 작가 및 관련 전문가 취업자 수는 1만4천700명으로 2008년 1만6천명 대비 1천300명(연평균 -1.6%) 감소했다. 특히 문학작가의 경우는 국내 경기 침체에 따라 영향력 있는 문예지의 폐간이 현실화되고, 창작 작품의 판매 수 감소, 기업 후원이 줄어드는 등의 요인으로 시장을 위축시켜 문학작가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공연만 많으면 뭐합니까. 빛좋은 개살구죠". 가정의 달이자 전국적으로 축제 및 행사가 가장 많이 열리고 그로 인해 각종 문화·예술행사도 만개하는 5월이다. 분야별 차이는 있겠지만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도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즌이다. 하지만 극단에 몸담고 있는 연극인 A씨는 몸만 고달프지 경제적 상황은 볕 들 날이 없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6개 시·도 14개 분야 예술인 5천8명(1대1 면접조사)을 심층 분석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예술인 가구의 총수입은 평균 4천683만원, 하지만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인 연평균 수입은 1천255만원이었다. 분야별로는 방송(3천957만원), 만화(2천2만원), 영화(1천876만원), 음악(1천337만원), 연극(1천285만원) 순이었다. 연수입 1천만원 미만을 버는 분야도 상당했는데 무용(861만원), 사진(817만원), 미술(614만원)이 있었고, 문학은 214만원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월급인 294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연봉'을 받았다. 이런 탓에 예술인의 절반(50%)은 예술 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상 두 가지 사안을 단편적으로 얘기했지만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상실감만 키워놓는다. 그 간극을 정부가 나서서 메워주면 좋으련만 여의치 않은 것 같고, 그렇다면 적어도 간극을 더 벌리지는 말아야 할 텐데. 요즘 현실을 보면 바닥으로 더 내리꽂는 것만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지원금을 받는 모든 단체 및 개인에게 'e나라도움'이라는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지원받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높은 시스템 문턱을 넘느니 차라리 보조금 받는 것을 포기하겠다'며 양손을 들었다.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일상에 소홀한 것이 다반사인데 국가지원금을 받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은행이 신용도 등을 이유로 카드발급을 거절하거나 시스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 너무 높아 수개월 공들여 준비한 예술프로그램도 포기하고 현실에 무릎 꿇고 만 것이다.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의 국가지원을 확대해도 모자랄 마당에 누가 이들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것인지. 정부는 다시 한 번 곱씹어 봤으면 한다./이윤희 문화부장이윤희 문화부장

2017-05-03 이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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