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새 당선자들에게 '황해문화'를 권함

'전 지구적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슬로건겸허한 주춧돌·작은 디딤돌 역할 충실히 했으면이젠 국민의 걱정거리 되는 국회의원 필요치 않아또 한 번의 희한한 선거판이 끝남으로써 새로운 국회의원 300명이 선출됐다. 정치부에 소속돼 있다 보니 그런지 국회의원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아는 줄로 여겼다. 그런데 선거운동이 진행되면 될수록, 각 후보자가 경쟁적으로 공약을 발표하면 할수록 국회의원이 뭘 하는 자리인지 알 수가 없게 됐다. 도대체가 개념을 잡을 수 없어, 국어사전을 펼쳤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를 이루는 구성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역시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공약만 놓고 보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하는 일과 국회의원이 하는 일을 분간할 수가 없다. 모든 후보가 너나없이 그렇다. 구청장이나 군수가 해야 할 것 같은 동네 발전 공약이 온통 판을 치니 이럴 바에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구태여 따로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다. 당선자들 역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역할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잡지 못하고 있을 듯하다.이런 당선자들에게 인천에서 20년 넘게 발행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계간지 '황해문화'의 일독을 권한다. 새얼문화재단이 1993년 겨울 창간한 '황해문화'는 지금껏 목차 첫머리에서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슬로건을 빼놓은 적이 없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간사를 볼 필요가 있다. "…'황해문화'는 세계적 시각에서 지역을 보고 지역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상호 침투적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역사적 전환을 창조적으로 모색하는 겸허한 주춧돌이 될 것을 성심으로 다짐하는 바이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는 이렇게 창간사를 갈무리했다. '황해문화'는 23년 전 이미 '내가 서 있는 자리'와 '내가 바라보는 먼 곳'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어야 창조적 미래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은 지금 우리의 국회의원들에게 너무나 적확한 지침이 아닌가 한다.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좁을지라도 바라보는 곳은 멀어야 한다는, 또한 멀리 보더라도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늘 새기고 있어야 한다는 2가지 뜻을 동시에 포함하는 말일 게다. 그렇다. 나를 뽑아준 선거구의 대변자를 자임하면서도 그에 얽매이지 말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하는 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국회의원상일 것이다. 나에게 표를 던진 동네 아주머니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줄 아는 세심함과 자상함이 필요하면서도, 동네 일과 국가적 어젠다를 냉철히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을 갖춘 국회의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황해문화' 창간사에는 주목할 단어가 2가지 등장한다.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겸허한 주춧돌'을 다짐했으며 또한 '작은 디딤돌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황해문화'가 창간사에서 다짐하고 약속했던 것처럼 새로 태어난 우리의 제20대 국회의원 300명은 지역의 유권자와 국가를 위한 일에 주춧돌이 되고 디딤돌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이전처럼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는 국회의원은 이제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에게 느닷없이 '황해문화' 읽기를 권하는 것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이 잡지를 열면서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그 슬로건을 맘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리하면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전국적 시각을 갖고, 선거구에서 실천하라'는 나름의 정치철학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6-04-13 정진오

[데스크 칼럼] 정조 화성과 수원 컨벤션센터

우여곡절끝에 당초보다 절반수준으로 줄어든 규모경기남부지역 마이스산업 전초기지 역할 부응 기대화성축성 220주년 맞아 첫삽 뜨는 해 '좋은 징조'인구 125만명의 국내 최대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가 20년 가까이 추진해온 컨벤션센터 건립이 구체화하면서 들뜨고 있다. 경기도 수부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변변한 대형 전시·회의시설 하나 갖추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부푼 기대감도 일고 있다. 통합 창원시를 비롯해 수원시보다 시세규모가 작은 다른 기초자치단체도 크든 작든 컨벤션을 갖추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일선 자치단체마다 관광인프라를 토대로 각종 국내외 회의나 박람회, 전시회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컨벤션과 수원시의 인연은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수도권 핵심 녹색신도시로 자리잡은 광교신도시가 개발에 대한 미동의 움직임조차 없던 시절이다. 작고한 심재덕 당시 수원시장(민선 1기)이 수부도시의 미래청사진을 내걸고 원천유원지 주변 이의동 일대 부지를 수원의 랜드마크인 관망탑 등을 포함한 컨벤션 복합타운으로 조성하려는 기본구상을 세웠다. 이후 민선 2기 재선에 성공한 심 전 시장은 지난 2000년 2월 수원컨벤션시티 민간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같은해 4월 시가지 조성사업 구역 결정까지 이뤄졌으나 이듬해인 2001년 3월 경기도가 수원컨벤션시티 도시계획결정 신청을 반려 처분하면서 난항이 시작됐다.당시 민선 2기인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와 심재덕 전 수원시장간 의견 조율에 실패했고, 깊은 앙금으로 남았다. 지지부진하던 수원켄벤션 건립사업은 지난 2005년 12월 광교신도시 개발계획이 승인되고 2006년 11월 컨벤션센터 예정부지를 확정 지으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선 3기인 김문수 전 도지사와 김용서 전 수원시장간 컨벤션부지 조성원가 공급을 둘러싸고 지리한 행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에서 4년간 네차례에 걸쳐 반려 처분됐고, 민선 5기에 당선된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2012년 1월 수원시 택지공급 승인신청 반려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비화로 이어졌다. 결국 2013년 7월 수원시가 제기한 원고청구를 기각하고 항소심 판결이후 경기도·수원시·용인시·경기도시공사 4자간 컨벤션 건립 실무회의를 열고 새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이런 우여곡절과 산통을 겪으며 수원컨벤센센터는 당초 최초 계획규모(43만㎡)의 절반 수준인 19만5천㎡로 축소돼 태어났다. 규모의 문제는 차치하고 이제 수원시가 그토록 오매불망 바라던 컨벤션센터를 얼마나 멋지게 만들어 낼 것인지, 명실상부한 경기남부지역 마이스(MICE) 산업 전초기지로서 역할에 어느 정도 부응할 것인지에 대한 막중한 숙제를 떠안게 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 첫 시작이 수원컨벤션센터 지원시설 용지 개발이다. 수원시가 민간 사업자 공모를 통해 한화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백화점과 호텔, 아쿠아리움(수족관) 등 필수 기반시설 건립을 전제로 상업용지를 매각해 이 대금으로 컨벤션센터 건립비용을 우선 충당하고 나머지는 광교신도시 개발이익금과 시비를 투입할 예정이다.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자 공모도 마감됐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 등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경기도 기술평가 심사를 거쳐 오는 6월말께 최종 선정될 전망이다. 지하2층·지상 5층, 건축 연면적 9만5천460㎡ 규모에 동시 최대 수용인원만 1만명이다. 경기도에는 현재 고양 킨텍스가 유일한 컨벤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경기 동남부지역의 경우 지리적 여건 등으로 인해 사실상 그림의 떡인게 현실이다. 더욱이 수도권 개발신도시들이 경부고속도로를 주축으로 판교, 광교, 동탄 등이 들어서면서 잠재적인 컨벤션 이용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수원시가 올해 정조대왕 화성 축성 220주년을 맞아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선포했다. 수원컨벤션 사업의 첫 삽을 뜨는 해이기도 하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좋은 징조로 여기고 싶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6-04-10 김성규

[데스크 칼럼] 대기업 '셀트리온'과 인천 경제

2002년에 설립된 항체의약품 만드는 회사바이오산업 미래 열겠다는 포부 점점 현실화정치권, 기업 중첩규제 완화위해 나서야 할때인천은 오랜 시간 꾸준히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도시다. 우선 매립으로 인한 면적이 꽤 늘어난 대표적인 지역이다. 넓어진 만큼 국제도시라는 이름의 신도시들이 생겨났고, 인구유입이 어느 대도시보다도 활발하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지형적인 변화와 함께 도시 이미지도 참 많이 변했다.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인천을 빗대 '베드타운'이라거나 '위성도시'라고 부르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서울 의존도가 높았고, 지역경제 규모나 역할 면에서 존재감도 미미했다. 바다를 접하고 있지만 군사 제한구역에 묶여 시민들이 발을 담글 수 있는 해안가를 가려면 배를 타고 영종도 등 인근 섬으로 가야 했다. 외지인들은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관광지로 인천 앞바다를 선호했지만, 당시 인천시민들은 '지역의 생활 환경'에 대해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2000년대 들어 인천은 빠르게 바뀌었다. 2001년에는 영종도에 국제공항이 문을 열면서 전 세계를 오가는 관문이 됐고, 2003년엔 송도·영종·청라 등 세 지구가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됐다. 21.38㎞로 한국 최장 다리인 인천대교의 개통으로 인천의 도시 형태는 육지와 섬, 바다가 어우러진 명실공히 관광도시로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해안에는 철책들이 점차 사라져 시민들이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신도시 조성으로 도시의 다양성도 생겨났고, 특히 인천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자연스럽게 전개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송도신도시를 둘러보면 초고층 아파트나 대단위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와 인접해 대규모 첨단 및 바이오 연구단지가 들어섰고, 셀트리온을 비롯한 미래지향적 기업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셀트리온은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생명공학회사, 항체의약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기 위해 2002년에 설립된 회사다. 전 세계에서 항체의약품 제조회사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 만큼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예견하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신시장을 만들어, 시장 선점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열겠다는 포부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듯하다.셀트리온은 최근 대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의 세계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동아제약 등 3사가 인천에서 벌이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세계화 경쟁도 볼만해졌다.인천상공회의소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인천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성장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공항·항만 배후단지 자유무역지역 등의 중첩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현안과제를 정치권에 전달했다. 경제자유구역 등은 다양한 기업 등 투자유치가 성패의 열쇠지만, 관련법에 따라 성장관리권역으로 지정돼 있어 국내 대기업 공장 신·증설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조세·자금 감면 등 각종 투자 지원도 외국기업(외자유치 기업)만 받을 수 있어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업의 애로가 해소돼야 성장이 가능하다. 이제 애로를 푸는 키는 인천지역 정치권에 넘어갔다. 인천지역 기업들이 뛰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나서야 할 때다. 4·13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우선 챙겨야 할 일이다./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6-04-06 이영재

[데스크 칼럼] 빈집 대란, 남의 일만은 아니다

日 집값 절정기대비 66%↓ 빈집 820만채 '문제'국내 주택 '공급과잉' 지적 일본 반면교사 삼아야신규 억제·기존물량 소화 '시장 연착륙' 고민을우리 경제는 일본과 너무 닮은꼴을 하고 있다. 일본의 현 경제 상황이 10~20년 후 우리의 현실이 된다는 반복적 '답습론'에 이견이 없다. 최근의 저금리 정책 기조에도 가계소득 둔화와 내수부진 등등. 불안하게도 이미 일본이 거쳤던 뼈아픈 경험이 여지없이 우리에게 다가섰다. 부동산경기의 장기적 불황, 가계부채의 부실, 저출산 고령화 등 이미 일본이 앞서 경험한 유쾌하지 않은 경제적 걸림돌이 우리의 현실이 되기 다반사였다. 최근엔 자산 버블 형성부터 붕괴로 점철된 일본의 지난 20년간 잃어버린 경제를 다시 따라가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다. 근·현대로 이어지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에 앞서 숲을 헤치며 고전했던 일본 경제를 너무 생생히 봐온 까닭인지 모르겠다.이런 일본의 집값이 절정기에 비해 3분의 1 정도까지 추락했다. 그럼에도 빈집이 820만채(2013년 기준)를 넘어선 '빈집 대국'으로 변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고도 성장기인 지난 1960~70년대 '마이홈' 열풍에 부동산이 들썩였던 불과 1세대 안에서 정반대적 환경이 조성됐다. 80년대 일본 부동산 시장은 최고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부동산·주식 거품이 붕괴 되고, 주택가격은 속락하고 부동산 가격은 회복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일본내 한 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5%(2천147만채), 2040년에는 빈집비율이 43%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마이너스 금리로 극약 처방까지 내린 갈 길 바쁜 일본의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이를 지켜보는 일본의 이 같은 고민이 달갑지만 않은 이유는 흡사 우리 주택정책 징후와 그리 달라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문제를 예방차원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남아도는 빈집에 고민하는 일본의 현실은 어쩌면 우리에게 잘못된 갈 길임을 보여준다. 국내 주택정책 중 공급 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언제나 상존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보급률은 이미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103.5%를 기록 중이다. 이사 등에 필요한 유동적 수요 등을 감안해 11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시장 안정론에 무게를 둔 이론도 있다. 하지만 보급률은 늘어나는데 전세 세입자와 무주택자 역시 늘어나는 현상을 어찌 설명돼야 할지 막막하다. 더욱이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다운사이징화 흐름 등 달라질 우리의 주택시장을 꼼꼼히 살피는 등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우리사회는 오는 2018년, 65세 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라 앞서 지적한 일본형 인구절벽 현상을 또 닮아가고 있다. 최소 주택문제와 관련해 반복적 고민이 싫다면 과잉 공급을 막는 일이 우선이다. 정부가 대규모 택지개발 제한에 나선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미 미분양 물량이 넘치는 등 많은 주택이 쏟아진 현 시장에서 이 또한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진정 주택시장의 연착륙 문제를 고민 해볼 때다. 주택 공급은 민간 몫으로, 공공부문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질적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존 남는 주택은 공공 임대 리츠의 활용 등으로 신규공급을 억제하는 대신 기존 물량을 자연스럽게 소화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일본의 오류를 답습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현실과 미래 예측이 가능한 정확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 이를 대비해야 한다. 향후 10~20년께 데스크의 이 같은 생각이 쓸데없는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6-04-03 심재호

[데스크 칼럼] 아직도 공약(空約)을 믿으십니까

북핵문제·파탄 난 민생, 그 누구도 돌보지 않아경제위기·일자리 해결 "내가 할 수 있다" 호들갑'다리밑에 강 만들어 주겠다'는 정치인 가려내야"선거로 뭔가가 바뀐다면 정부는 선거를 불법으로 만들 것이다." 미국 정가에서 선거를 비하하는 말 중 하나다. "선거로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일"이라는 말만 봐도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선거'의 부정적인 단면을 나타내고 있다.미국 유명 여배우 산드라 블록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프레지던트 메이커(원제 : OUR BRAND IS CRISIS)'는 미국의 유명 선거전략가들이 볼리비아 대통령 후보자를 도와 선거를 치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실제 상황에 허구를 가미한 영화에서 주인공인 제인 보딘(산드라 블록)은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지지율 8%밖에 되지 않은 전직 대통령 카스틸로의 선거 참모를 맡는다. 산드라 블록은 지지율 38%를 달리는 리베라 후보의 참모인 미국 최대 선거전략가 팻(빌리 밥 손튼)을 상대로 권모술수를 벌여 아슬한 차이로 카스틸로를 대통령으로 만든다.산드라 블록의 선거전략은 이렇다. 그녀는 볼리비아의 국민들을 상대로 거창한 사기극을 기획한다. 먼저 실업, 금융 파탄 등 크고 작은 모든 문제를 '위기(CRISIS)'로 규정하고 나라가 곧 파산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어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진 카스틸로 후보를 강하고 추진력 있으며 위기에서 국민들을 구해낼 인물로 포장한다. 국가적 위기와 공포를 조장한 카스틸로 후보는 IMF 구제금융을 받기 전에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된다. 그러나 그는 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 당선자 신분으로 IMF 구제금융에 서명하고 이를 본 국민들과 그의 지지자들조차 항의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여기서 산드라 블록은 열정적으로 카스틸로를 지지했던 청년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국민투표 약속. 예 그랬죠. 거짓말을 한 거예요. 세상이란 게 원래 그래요. 그게 정치야. 그렇게 움직이죠. 선거라는 게 거창한 약속으로 시작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런 일 없듯 호텔 문을 나선다. (그녀도 나중에는 회의감에 시위에 참여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정치'가 아닌 '코믹'으로 분류돼 있다.요즘 국내에서도 미국의 코믹 정치 영화 같은 '4·13총선' 제목의 영화 한 편이 상영되고 있다. 특히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여야가 보여준 행태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을 실망하게 하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정당 간의 갈등은 그렇다 하더라도, 온갖 꼼수가 벌어진 정당 내 계파 싸움은 가관이다. 국민을 대변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을 구하기 위한 예비실직자들의 목숨을 건 사투처럼 보인다.공천 후보자들의 내놓는 공약(公約)도 겉만 화려한 공약(空約)이란 비난이 나오고 있다.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북한이 핵을 들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고, 파탄이 난 민생은 누구 하나 돌보지도 않고 있다. 경제를 주도했던 주요 산업들은 설 곳을 잃었고, 일부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팽개치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청·장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논의되고 해결 방안들이 마련됐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총선에 나선 후보들은 이런 일들이 마치 바로 어제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자신만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여기저기서 확성기를 틀어댈 모양새다. 강(江)이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 준다는 것을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이라고 지적하니까 그 다리 밑에 강을 만들어 주겠다고 공약(公約)하는 정치인은 반드시 가려 내야 한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6-03-30 이진호

[데스크 칼럼] 막말과 잊힐 권리(잊혀질 권리)

방통위, 정보삭제 요청 주체서 정치인등 배제할듯특정사안 말 바꾸기나 막말 검색 차단해선 안돼유권자 표심 향방 가릴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4·13총선을 앞두고 모 정당은 한 정치인사의 막말로 홍역을 치렀다. 같은 당 일부 의원들은 초기에는 해당 의원의 막말을 '개인적인 실수'라며 진화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막말 사건은 파장이 컸고 해당 의원은 결국 공천에서 배제됐다.최근 인터넷과 SNS 등에 떠돌고 있는 자신의 정보에 대해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잊힐 권리(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번 막말 당사자인 정치인도 '잊힐 권리'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을까? 요즈음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퍼져 나가고 삭제도 쉽지 않아 이에 따른 고통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해당 정치인도 무심코 내뱉은 막말을 다시 주워담고 싶어 할 게 분명하다.개인이 과거에 한때 저질렀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평생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잊힐 권리'다. '잊힐 권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행돼 온 개념이다.현행법상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불법 정보 등에 대해서는 포털업체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 기록 삭제 전문업체는 자신들의 정보를 삭제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신고를 받고 이를 처리해 주고 있다.하지만 합법적인 정보에 대한 처리 규정은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잊힐 권리'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방송통신위원회는 상반기 중 '잊힐 권리' 가이드 라인을 제정해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과 충돌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어 방통위는 법제화 대신 가이드 라인 형태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방통위는 합법적인 정보 중 당사자가 지우고 싶거나 내용에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의 경우 '잊힐 권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자신에 대한 정보 중 원하지 않는 내용을 삭제해 줄 것을 인터넷 포털업체나 게시판·카페 등 운영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원하지 않는 내용(정보)'은 합법적인 것이 대상이다.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음란 화상·영상, 청소년 유해매체물, 국가 기밀 등의 불법 정보는 이미 법적으로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방통위의 '잊힐 권리' 가이드 라인에서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 가운데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등 여론의 감시가 필요한 공인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학술·공익 목적의 글도 제외될 예정이다. 삭제 대상 중 언론사 기사도 제외된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고 언론중재법 등 별도의 구제 절차가 마련돼 있어서다.방통위의 '잊힐 권리' 가이드 라인 제정은 누구를 위한 '잊힐 권리'인가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하거나 막말을 한 정치인들의 경우, 자신의 발언이 담긴 게시글의 검색 결과를 차단하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표심의 향방을 가릴 수 있는 유용한 정보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잊힐 권리를 인정할 대상 글의 범위, 본인이냐 유가족이냐 등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도 논란의 여지가 큰 만큼 공청회 등을 거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막말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할 수 없게 말이다./김신태 지역사회부장김신태 지역사회부장

2016-03-27 김신태

[데스크 칼럼] 고(古)음악과 '그라운동장'

첨단 악기와 확연히 다른 감성 묻어나는 '고악기'국내 축구·야구 등 모든 스포츠 인천 통해 보급인천Utd, 근대스포츠 발상지로서 가치 소환 기대얼마전 고(古)악기 연주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정확히는 합창 반주다. 인천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서 '바흐 솔리스텐 서울 오케스트라'가 합창단의 노래에 맞춰 고악기의 음색을 선보인 것이다. 피아노 반주를 예상하고 갔던 음악회에서 고악기 연주를 접한 것은 분명 '횡재'였다. '바흐 솔리스텐 서울 오케스트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음악 앙상블 중 하나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한 '막귀'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고악기 연주를 접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고악기는 곡이 작곡되었을 당시의 악기를 말한다. 악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재질과 형태가 바뀌기 마련이다. 바로크 시대를 예로 들자면 당시 바이올린의 현은 양의 창자를 꼬아서 말려 만든 거트현이었다. 몸통에는 턱받침이 없고 아치 형태의 활도 지금과는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다. 현악기뿐만 아니라 목관·금관악기 등 상당수 오케스트라 악기는 이 같은 '원전악기'가 모태다. 오케스트라 악기가 아닌 클래식기타의 경우도 처음에는 거트현을 썼는데 줄이 쉽사리 느슨해지는 바람에 수시로 조율을 해야 하는 등 연주자들이 이만저만 애를 먹은게 아니라고 한다.그렇다면 '개량'이 제공하는 세련된 음색이나 편의를 접어두고 고악기를 연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령 현대의 악기로 바흐의 곡을 연주할 때 그 음악은 바흐가 생각하던 음악이 아닐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1970년대 무렵부터 고악기를 복원해 연주하고 연주법 또한 당시의 기법을 따르는 앙상블이 등장했다.이런 점에서 고음악은 어찌 보면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스틸 현이 뿜어내는 강렬한 맛도 덜하고 그래서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고악기에서는 개량된 악기 또는 '일렉트릭'이란 수식어가 붙은 첨단 악기와는 확연히 다른 감성이 풍긴다. 더 나아가 고음악에서는 본연의 가치를 찾기 위한 음악가들의 숭고한 몸짓이 엿보인다. 우연의 일치일까? 고음악 연주를 감상한 그 날, 체육계에 불고있는 '회귀'의 바람을 감지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그라운동장'이라는 해묵은 단어를 접한 것이다. 그라운동장은 영어의 '그라운드'와 우리말 '운동장'을 합친 말로 1920년 현재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자리에 인천공설운동장이 건립됐을 때 시민들이 부르던 애칭이다. '그라운동장'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홈구장인 시민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가 스포츠와 관련해 인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내건 '모토'다. 경기장에선 '그라운동장, 부활하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사실 인천을 빼고 우리나라의 스포츠를 말 할 수 없다. 축구나 야구 등 거의 모든 스포츠가 인천을 통해 국내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특히 1901년에 강화도에 근대 축구팀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네덜란드의 '18세기 고음악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케네스 몽고메리는 고음악을 '박물관에 걸려 있는 그림에 쌓인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는 것'에 비유했다. 먼지를 털어내면 색감이 다시 화사하게 되살아나듯이 그 시대 악기로 악보에 충실한 연주를 하면 작품의 본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라운동장'도 비슷한 콘셉트이다. 인천의 스포츠적 가치는 그간 유·무형의 먼지에 덮여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우리나라 근대스포츠의 발상지로서, 인천의 가치와 자부심을 소환하기를 기대해 본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6-03-23 임성훈

[데스크 칼럼] 알파고, 그리고 한국정치

인공지능 인간통제 벗어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낯선문명 임박 불구 정치퇴행은 그야말로 절망적문명의 전환기에 낙오된 국가·민족은 미래없어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남긴 인간적 후유증이 간단치 않다.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에 달하는 바둑판은 우주에 비견할 수 있는 복잡계라 했다. 인공지능(AI)이라 하지만 연산장치에 불과한 알파고가 복잡계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이겨낼 가능성이 없다는 예측은 그럴듯 했다. 이세돌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인간은 경악했고, 이벤트는 인류 문명사에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이 됐다.알파고의 등장은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 가운데 유아독존이었다. 알파고는 사유가 인간만의 천부적 능력인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대국 첫판에서 이세돌은 알파고의 무의미한 악수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바둑해설가들은 알파고가 악수를 둘 때 마다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다가, 그 악수가 묘수로 전환될 때 마다 해설 대신 침묵했다. 10의 170승의 세계에서 패턴과 규범에 갇힌 것은 인간이었다. 인간이 수천년 동안 반복된 기보를 통해 규범화된 포석과 정석에 갇혀 있을 때 바둑판이 소우주임을 인식하고 종횡무진한 건 오히려 알파고 아니었을까. 연산의 결과라 해도 놀라운 일이다.정말 두려운 것은 알파고가 인공지능에서 인공을 벗어날 가능성이다. 알파고가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존재를 인식하는 셀프지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자의든 타의든 보통의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지능체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맞이할 것인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이후 세계의 지성들은 이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견해로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가까운 장래에 인간만의 영역이었던 지적노동의 대부분을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차지할 것이라는 점이고, 인공지능이 인간통제를 벗어날 지 여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알파고가 낯선 문명의 임박을 예고하고 있다. 알파고가 견인할 새로운 문명은, 인류가 이제껏 겪은 모든 혁명적 전환보다도 극적이며 광범위하고 예측불가능한 '무엇'일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전혀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가 천천히 그 문을 열어젖히는 중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 전인미답의 신세계에서 안전할까. 우리는 지금 예측불가능한 시대에 대응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불행하게도 모든 분야가 퇴행적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격돌을 이벤트로만 인식했다. AI가 키워드로 등장하자 부랴부랴 관련산업 진흥책을 내밀고 몇푼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난리법석이다.정치의 퇴행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새 세상을 예측하고 그 세상의 주류로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주도하고, 새 문명의 규범을 만들어야 할 정치, 그 정치가 지금 시대를 역주행 중이다. 대중은 진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데 정치는 오늘만 본다. 오늘의 권력을 위해 과거회귀도 불사한다. 공천과정을 보라. 여야를 막론하고 이념과 비전의 무소유 집단임을 증명하고 있다.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도 버렸다. 언젠가는 손아귀에서 사라질 유한한 권력을 위해 민주주의 마저 괴사시키는 형국이다. 최고권력자의 의중과 초빙된 권력이 전단하는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정은 정당의 존립 이유를 소거하는 중이고….문명의 전환기에 낙오된 국가나 민족은 미래가 없다. 구한말 이후 우리가 겪은 고난의 근현대사가 이를 증명한다. 뼈저린 역사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 앞에서 또 다시 혼란에 갇혀있다. 알파고는 미지의 미래가 임박했다고 예고하건만, 우리 정치는 기관차의 경적을 울리며 과거로 과거로 내닫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 때문에 매우 위태롭다./윤인수 문화부장윤인수 문화부장

2016-03-20 윤인수

[데스크 칼럼] 그들만의 리그

여야, 국민들에 감동주는 공천보다 '계파에 치중'총선후 '정치개편·개혁'한다지만 지금이 그 시기4년전 받은 '장밋빛 약속어음' 이번엔 부도 안 나길20대 총선에 출전시킬 여야의 공천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달초부터 공천에 들어간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여야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선수 교체보다는 계파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자파 후보를 공천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 위주의 살생부 설에서 시작된 공천작업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과 국민의당 합류, 그리고 친노 패권주의 청산에다 막판 새누리당의 친이계와 친유승민계 대거 숙청으로 공천이 사실상 일단락됐다.총선때 마다 단골손님인 살생부가 이번에도 괴담 수준으로 나돌면서 조선조 단종 대에 일어난 계유정난이 떠올랐다. 수양대군이 자신의 집권을 반대할 만한 신하들을 모두 제거하고 조카인 단종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것이다. 한명회가 직접 살생부를 만들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영의정 황보인, 우의정 김종서, 이조판서 조극관 등이 죽임을 당했고 반대로 이 거사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인사들은 정난공신에 책봉돼 벼슬에 올랐다.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철퇴나 칼을 이용한 정적제거 대신 공천제가 도입됐다. 역대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개혁공천이란 미명 속에 실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파를 대거 공천에서 아웃시켰다. 이번 총선에선 방식이 더 다양해졌다. 완전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결론은 과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현역기득권을 위한 경선과 전략공천이라는 사실상의 사천이 횡행했다는 비판도 당내에서 쏟아지고 있다.새누리당은 막바지 친이계 이재오 의원과 친박계 윤상현 의원 등을 동반 탈락시켰지만 큰 그림은 박근혜 정부의 총선후 레임덕 방지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친박-비박계간 나눠먹기 속에 친이계는 된서리를 맞으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중진들이 대거 공천학살의 주인공이 됐다. 친박계가 향후 정국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남벨트를 축으로 대구·경북과 성남분당 등 새누리당 당세가 강한 지역에 대거 친박계를 등용,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소 의미있는 공천을 했다. 김종인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패권을 청산했다는 평가이다. 이해찬 문희상 정청래 강기정 의원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당내 친노 중진들이 컷오프되면서 당공천에서 멀어졌다. 상당수 당내 현역들도 물갈이 태풍을 비켜나지 못했지만 국민 감동의 눈높이를 맞추지는 못했다. 그들만의 내홍이 있지만 리그전을 위한 준비는 끝나가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우리 정치문화에서 총선 정국이 끝나면 정치개편이나 정치개혁이 화두가 된다. 지금이 그런 시기다. 지도자라면 누구를 '죽이는가'보다 누구를 '살리는가'에 더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줘야 한다. 국민들은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천을 통한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 두텁고 계파간 나눠먹기의 극치를 달리면서 이제는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수준에 다달았다. 이달 말부터 공천 후보들의 본격적인 유세로 국민들은 장밋빛 희망이 가득차 있는 약속어음을 받게 된다. 지난 60년간 정치인들에게서 받은 약속어음의 부도로 국민들이 피땀을 흘렸다. 4년전에 받은 약속어음도 부도났는데 이제 또다시 약속어음을 받게 됐다. 부디 이번엔 부도나지 않는 깨끗한 약속어음이길 바란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6-03-16 김학석

[데스크 칼럼] 세기의 대국 열풍

초당 10만가지 수 생각하는 능력 당해내기 어려워이세돌, 4국만에 '첫승'… 인류대표 자존심 지켜줘전적 밀렸지만 인공지능 만든건 결국 인간 아닌가요즘 '알파고'의 열풍이 뜨겁다. 바둑으로 인류 최강자를 이긴 인공지능의 기술발전에 세계인들이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열린 인간 대표와 인공지능이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은 말 그대로 감탄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이세돌은 4국에서 1승을 거두기까지 1~3국 모두 알파고에 불계패(항복)를 당했다. 불계패는 승부가 뚜렷하게 나타나 집 수를 셀 필요 없이 패한 것을 의미한다. 열광과 환호 속에 최신 기술 앞에서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인간 이세돌 9단의 자존심이 무참히 무너진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의 능력은 베일에 감춰져 있었지만, 대국을 잇달아 치르면서 알파고의 실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초반 해결 능력과 치밀한 수 읽기, 위기 대처 능력과 패싸움까지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의 장점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알파고 하드웨어를 꼽았다. 1천202대가 넘는 컴퓨터의 계산력은 이세돌 9단 한 명의 두뇌를 완전히 압도했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알파고는 이번 대국을 통해 마치 이세돌 9단의 수를 일찌감치 파악한 듯 그를 농락했다.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수를 읽어보려 했지만, 의도를 알지 못했고 결국 스스로 '배움의 연속'이라는 말을 내비쳤다.객관적으로 알파고는 대단한 두뇌를 가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터를 기반으로 초당 10만 가지 수를 고려하는 계산력은 아무리 인간 최고수라도 당해내기 어렵다. 또 이세돌 9단은 이런 알파고의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대국 불공정 논란이 뒤늦게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맞서는 것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고, 알파고에 이긴다면 '인간 승리를 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도 인정한다.그럼에도 이세돌 9단은 제4국에서 마침내 알파고를 무너트리며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180수 만에 알파고에 항복을 받아내며 대망의 첫 승을 거둔 것이다. 이세돌은 3패를 당하면서도 인공지능을 이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끝까지 부딪혀 첫 승리를 기록했다. 슈퍼컴퓨터 1천202대로 무장한 알파고의 계산 능력을 뛰어넘은 인간 승리인 셈이다.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결하는 동안 국내에는 바둑 열풍이 불었다. 일부 기원이나 바둑협회에는 바둑을 배우려는 학생과 일반인들이 몰리면서 바둑 신드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서점에는 바둑 관련 책들이 진열대 중앙에 위치하는 등 바둑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알파 고(高)가 어디에 있느냐? 우리 아이가 중 3인데 알파고에 보내야겠다'는 농담 같은 얘기도 들렸다.이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마지막 대국을 남겨 놓고 있다. 이세돌 9단은 1~3국에서 패한 뒤 방 안에서 다른 동료들과 알파고에 대한 연구를 더욱 했다. 그러면서 그의 말대로 승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알파고가 아직 완벽히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그도 약점이 있다"고 했다. 인류 대표로서 자신의 능력을 끝까지 믿는 모습 자체로도 이세돌 9단은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4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양 문화의 정수 바둑이 비록 21세기 슈퍼 '인공지능'에 밀렸지만, 그래도 희망을 보았다. 인간의 자존심을 세워준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의 반격이 더욱 기대된다./신창윤 체육부장신창윤 체육부장

2016-03-13 신창윤

[데스크 칼럼] 암행어사라도 출두해야 하나

선거에만 몰두하는 정치판주변 보고 있으면 '혼란'당선후 '민생 뒷전' 자기사람 심으며 텃밭만 가꿔200년 전이나 '인공지능 바둑대결' 현재나 매한가지중학교 시절 손에 땀을 쥐며 TV 속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암행어사'란 제목의 프로였는데 암행어사를 수행하던 갑봉이 임현식의 연기도 눈에 선하다. 불쌍한 백성을 괴롭히는 토호세력과 권력자들의 죄악을 낱낱이 밝혀내 징계하는 권선징악 프로였다. 30년도 훨씬 더 지난 '암행어사'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된 것은 요즘 정치판 상황이 영 맘에 들지 않아서다. 총선 후보 결정이 임박하면서 각종 음해와 모략이 난무하고 있다. 현실성 없는 공약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는 지방정부대로 2년 뒤 있을 선거 대비 체제에 벌써 돌입한 모양새다. 단체장들은 서로 뒤질세라 표가 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올해와 내년에 성과를 내야 2018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배지든, 지방 권력을 쥐기 위해서든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판 주변을 보노라니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곤 하던 TV 속의 그 '암행어사'라도 있었으면 싶다.200년 전의 암행어사가 쓴 일기를 최근에 읽었다. 1822년, 평안도 암행어사로 나섰던 박내겸(1780~1842)이 남긴 '서수일기(西繡日記)'다. 박내겸은 당시 윤 3월 16일부터 7월 28일까지 암행어사로 평안도 일대를 돌았다. 어느 날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집에서 주인 할머니와 나누던 대화가 2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마음속 깊이 꽂힌다. "암행어사 소식이 있은후부터 읍내와 촌락을 가릴 것 없이 스스로 몸들을 사려서, 관속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고 토호들도 모두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제발 바라건대 어사가 내 평생토록 돌아다닌다면 빈궁한 마을의 작은 백성들이 의지해 살 만하겠습니다." 암행어사에게 꼬리가 잡힐 것을 두려워하여 죄지은 관료나 지주들이 스스로 바짝 몸을 사리고 있으니 오히려 백성들이 몸을 펴고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촌로의 이런 푸념에 어사 박내겸은 그만 말문이 막혀 조용히 그 집을 나와야 했다.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기는 했지만 200년 전과 지금의 사회가 송두리째 변한 것은 아니다. 총선에 나서는 국회의원 지망생도, 지방 권력을 움켜쥐겠다는 사람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에 최우선 방점을 찍기는 그때나 요새나 마찬가지다. 선거전에서는 '주민'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지만, 승리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어진다. 그러고는 국회 배지를 내세워, 권력을 앞세워 내 사람을 여기저기 심으면서 담당 구역을 마치 자기 텃밭 가꾸듯 한다. 민생은 도탄에 빠지든 말든 다음 선거에 대비한다. 그리하여 당선 횟수를 늘리거나 더 낫다고 여기는 선출직에 도전하기 위한 발판을 쌓는 데 혈안이다. 그런 와중에 더 많은 사람을 위한 공공성이 끼어들 여지는 많지 않다. 그 점은 박내겸이 암행어사로 활동하던 19세기나 인공지능과 최고수 인간의 바둑대결에서 인간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오늘의 21세기에나 크게 다르지 않다.시민들 사이에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요즘 세상에 옛날 방식의 암행어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는 우리의 권력자들은 여전히 제대로 감시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해 목표를 이룬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의 보좌관을 둬 시민 의견을 듣는다고는 하지만 많이 부족해 보인다. 우리 선조들만의 독특한 권력 감시 구조였던 암행어사제도를 21세기형으로 바꾸어 도입한다면 어떨까./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6-03-09 정진오

[데스크 칼럼] 아픈 기억이 주는 교훈

'기억교실' 존치여부 언제 매듭질지 아무도 몰라교육부총리 현장방문 커녕 공식 언급조차 없어선배들의 책상에서 후배들이 배운다면 어떨까4·16 세월호 참사 2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에겐 바로 어제의 일이다. 아직도 시신 수습조차 못 한 9명의 신원은 칠흑 같은 해저 어딘가에서 건져주기만을 애타고 기다리고 있다. 구사일생 살아남은 단원고 세월호 학생들은 지난달 졸업식을 마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친구와 선생님들을 가슴에 묻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집단 트라우마를 겪어야 했던, 아니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들이 각자 자신의 진로를 향해 대학으로, 사회로 또 다른 인생의 여정을 시작하는 용기에 진심 어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단원고의 뼈아픈 역사는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의 생기있는 의욕 덕에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너무나도 큰 아픔을 겪었기에 선배들을 떠나 보내는 재학생 후배들과 새내기 신입생들의 마음에는 '영원한 노란리본'이 새겨져 있다. 언론에 수없이 회자되는 '기억교실'도 노란 리본의 한 매개체 일게다. 문제는 기억교실의 존치를 둘러싼 4·16 유가족 학부모들과 재학생 학부모들 간 생각의 차이로 첨예한 대립구도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미어지게 하고 있다. 종교계가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지난 2일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기억교실의 대체공간으로 과학실로, 미술실로, 기자재실로 급조해 임시방편 마련된 창문하나 없는 어둡고 침침한 교실로 들어가야 했다.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도 컨테이너 교장실에서 첫 업무회의를 주관했다. 현장에 나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재학생 학부모의 거센 항의에도, 4·16 유가족들의 애타는 절규에도 아무런 말 한마디 못한 채 죄인의 심정으로 자리를 떠났다.이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 시계는 2년을 가리키고 있지만 유가족의 가슴속 시계는 2년 전 그 날 이후 멈춰버렸다"며 "기억교실이든 4·16 기념관이든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을 누가 대신할 수 있겠냐"고 했다. 기억교실의 존치 여부가 언제 매듭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정작 국가 교육대계를 책임지는 교육부총리는 현장 방문은 고사하고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 한 마디조차 없다. 단원고 세월호회복지원단이라는 임시조직이 지난 2월 말로 임기가 끝나기 전 교육부가 1년 추가 연장 공문을 내려준 게 전부다. 이나마 경기도교육청이 향후 세월호 사고 수습 일정 등을 고려해 3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1년으로 단축 결정했다. 물론 공무원 조직이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 삼아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세월호는 아직 인양조차 못한 게 현실이다. 인양 업체가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사각 펜스를 쳐 이르면 오는 7월께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인양 이후 예상되는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세월호 회복지원 업무가 1년내 종결되기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인간의 기억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특히 뼈아픈 기억을 하는 방식은 더 크게 다르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우리 사회는 단원고 세월호 아픔 말고도 성수대교 붕괴참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천안함 피격 침몰사고 등 인재(人災)로 인한, 때론 북한의 만행에 당한 대형참사들을 수없이 겪고 있다. 그 때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며 공분하고 재발방지 대책들을 쏟아낸다.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대형 참사는 또 일어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선배들이 앉아 배우던 그 책상과 의자에서 후배들이 배운다면 참 의미의 기억교실이 아닌가 감히 제언해본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6-03-06 김성규

[데스크 칼럼] 꿈과 희망주는 실업대책 내놔라

젊은이들 취업난에 3포·5포 넘어 'N포세대''내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상승' 방법 찾아줘야정부·대기업도 '청년취업 최우선' 적극 나설 때우리나라에서 자신의 노력만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매년 줄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자식 세대의 계층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단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년마다 나오는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분석,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세대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2009년 37.6%에서 2011년 32.3% → 2013년 31.2% 등으로 그나마 30%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22.8%로 20% 선으로 뚝 떨어졌다. 내 노력으로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이 10명 중 2명꼴에 불과한 셈이다.올 1월 청년(15~29세) 실업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청년 실업률이 9.5%로 1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 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1.6%로 작년 3월(11.8%)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취업준비생은 60만9천명으로 1년 새 4만5천명(8.0%) 늘었다. 반면 청년 취업자 수는 394만2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만5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1월 기준으로 연령대별 취업자 수를 보면 50대는 11만5천명, 60세 이상은 19만4천명이 늘어 청년층 취업자보다 증가 폭이 더 컸다. 30대 취업자도 1만명 증가하는 등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40대는 4천명 줄었다.우리나라의 기업구조를 수치로 보면 대기업 0.1%, 중견 중소기업 2.8%, 소기업·소상공인 97.1%에 달한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2%에 불과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2008년 이후 격차가 가장 큰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대기업의 80% 수준이던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2009년 65%, 2011년 62.6%로 점점 벌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3만7천756달러로 일본보다 39% 많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일본보다 크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많지만 들어가기 어렵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청년층이 낮은 임금수준 때문에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다 보니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들어가려는 취업준비생은 늘어만 가고 청년실업률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우리나라 억대 연봉자가 52만명에 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억대 연봉은 꿈같은 얘기'일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으로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와 5포(3포+내집마련, 인간관계 포기)를 넘어 꿈과 희망, 삶의 가치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청년들에게 '자신의 노력만으로도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줄 방법은 무엇일까. 청년 취업을 최우선 과제로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만큼 정부 부처와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6-03-02 이영재

[데스크 칼럼] 주택연금 활성화는 청년 정책 우선에 있다

집 안 물려주고 '노후자금 사용계획' 부모들 늘어가입 늘리려면 자식세대 주거문제와 병행 필요젊은층 위한 이상적 주택정책 마련 간과해선 안돼이제 우리나라의 전형적 고령화 사회 흐름은 전혀 생소한 문제가 아닌 일상이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노후 준비가 미진해 늘 걱정거리다. 특히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적자와 고갈을 걱정해야 하고 그래 봤자 훗날 용돈 수준이 될 연금에 목메야 하는 우리 노후를 생각하면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겐 지금 이 문제와 관련해 자유로운 세대는 없어 보인다. 퇴직 이후 노후에 대해 더 공부하고 살 궁리를 해야 하는 '제2의 인생 전쟁'을 다시 치러야 할지 모를 불안감이, 그래서 늘 주변에 엄습하나 보다. 부족한 노후자금에 대처할 방안만 있다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 같은 불안감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최근 소유 주택을 이용해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노후생활자금을 지급 받는 주택연금 방식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을 금융권 설정을 통해 부족한 노후를 보장받자는 식이다. 뚜렷한 묘안 마련에 목말라 있던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안전망 확보차원에서 주택연금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담당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의 움직임이 예전과 달리 역동적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연유로 보인다. 우선 기관 가입 권유와 홍보가 예전과 달리 눈에 많이 띈다. 지난 설 명절 이후엔 "어르신들의 주택연금 가입문의가 명절을 기점으로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는 이례적 보도까지 나온다. 사실이라면 가족 간 모처럼 만남이 부모봉양과 주택 상속 등으로 어색했을 법도 하다. 이처럼 팍팍해지고 있는 우리 현실이 소중한 가족 울타리까지도 위협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주택연금과 관련된 기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황당한 사례에 많이 직면한다. 부모와 친자식 간 상의 끝에 한 연금가입 결정을 며칠 뒤 며느리가 알고 찾아와 막무가내식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입을 둘러싸고 친자식과 부모봉양에 따른 각서도 난무하는 등 연금 가입에 얽힌 볼썽사나운 가족 간 다툼이 주금공 상담 창구에 쌓여만 간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주택연금이 완숙한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산통일 수도 있다. 주금공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노후자금으로 쓰겠다는 의향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살던 주택을 노후의 긴요한 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부모들의 의향과 의지가 많이 반영된 시대적 변화다. 다만 이나마도 평생 주택을 보유해야만 누릴 수 있는 호사란 본질적 문제로 아쉬움을 남길 뿐이다.대체로 일반 서민들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 특히 주택에 집중돼 있다. 부모들은 주택에 관한 한 자식대로 물리는 상속 의무감에 유독 집착하는 성향도 보인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덥썩 가입자가 늘지 않는 이유다. 시간이 더 흘러 자식세대의 부모 봉양에 따른 짐과 부담이 주택연금제도를 대세로 만들 공산도 크다. 하지만 현 사정을 감안해 우리가 절대 간과해선 안 될 일이 있다. 주택연금 가입 활성화 관건이 노후세대보단 자식 세대, 즉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 병행해 함께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전 재산인 집을 참담한 여건에 노출된 자식들을 놔둔 채 이를 담보로 덥석 연금에 가입할 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층을 위한 이상적 주택정책 마련이 주택연금 정책의 효과를 좌우할 키를 쥔 셈이다. 주택연금문제 해법이 청년 주거 정책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6-02-28 심재호

[데스크 칼럼] 다시 수인선에 몸을 싣고

'최초'라는 수식어 붙은 협궤열차와 자기부상열차닮은점은 '객차수 2량'… 다른점은 '바퀴'와 '자기력'반가운 재개통 '협궤열차 추억'에 오르고 싶어진다■풍경 1= 열차가 언덕을 올라가다 멈춘다. 아침 시간, 레일에 이슬이 맺혀서다. 기관사가 검은 교복의 학생들에게 소리친다. "학생들, 내려서 레일에 모래 좀 뿌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어른들은 뒤에서 열차를 민다. 기관사는 물론 통학생, 보따리 상인, 좌판 아주머니, 회사원 등 삶의 방식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어느덧 '운명 공동체'가 된다. 힘에 부쳐 멈춰 버린 열차도 마찬가지다. 이윽고 열차가 움직인다. 이 순간만큼은 열차를 움직인 에너지는 석탄도, 경유도 아닌 승객들의 땀이다.■풍경 2= 열차가 레일 위를 미끄러진다. 소음이나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열차가 궤도 위를 8mm가량 뜬 상태로 주행하기 때문이다. 열차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역사(驛舍)를 빠져나와 호텔 등 첨단빌딩이 위용을 자랑하는 신도시를 가로지른다. 순간 열차 내부의 창문이 뿌옇게 흐려진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자동으로 창문이 흐려지는 첨단 기능이 구현된 것이다. 열차 내부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지만 기관사는 보이지 않는다. 원격제어를 통해 무인운행을 가능케 하는 첨단 기술 덕이다. 풍경1은 수인선 협궤열차의 마지막 기관사인 박광수씨의 '추억'이고 풍경 2는 얼마 전 개통한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에 처음 탑승했을 때의 기자의 '기억'이다. 협궤열차의 추억과 자기부상열차의 기억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한 달 남짓한 시차를 두고 자기부상열차의 개통과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이라는 '궤도의 역사'가 인천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리라. 자기부상열차와 협궤열차는 닮은 점이 꽤 있는 것 같다. 우선 두 열차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수인선에 처음 투입된 협궤열차는 수원기관차 사무소에서 조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협궤용 증기기관차이다. 인천 소래역사관 앞에 전시되어 있는 바로 그 증기기관차이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또한 국내 최초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다. 자기부상열차의 객차수가 2량인 것도 협궤열차의 운행 끝 무렵, 객차 수가 2량(주말 3량)에 불과했던 점과 닮은꼴이라면 닮은꼴이다.다른 점을 들자면 무엇보다 '바퀴'를 꼽을 수 있겠다. 자기력을 이용하는 자기부상열차에는 바퀴가 없다. 당연히 철로에서 발산되는 열차 고유의 '소리'도 없다. '철거덕 철거덕', 바퀴가 레일 연결점을 지날 때의 리드미컬한 소리, 저 멀리 철둑길에 울려 퍼지던 기적소리는 열차의 진화 양상으로 볼 때, 조만간 가슴으로만 들어야 할 듯 싶다.열차가 멈춰버렸을 때의 풍경 또한 확연히 다르다. 자기부상열차 또한 운행이 중단된 적이 있다. 전력공급 케이블에서 불이 났기 때문인데 승객들은 비상 대피로를 이용해 빠져나왔다. 멈춰버린 열차를 승객과 기관사가 합심해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은 자기부상열차의 궤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모래를 뿌릴 것을 주문하는 기관사의 걸걸한 목소리도 자기부상열차에선 들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협궤열차와 관련해 한 언론계 선배가 썼던 표현이 다시금 떠오른다. "사라져가는 것들은 일쑤 우리를 그리움에 젖게 한다." 지난 2012년 수인선 오이도~송도 구간이 개통될 당시, 기자는 이 지면을 빌어 '수인선에 몸을 싣고'란 제목 아래, 딱 한 번 타 본 협궤열차의 추억을 되새겨 본 적이 있다. 갈수록 아련해지는 기억을 복원하고 싶어서일까? 수인선 인천구간 개통 소식을 접하니 다시 협궤열차에 몸을 싣고 싶어진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6-02-24 임성훈

[데스크 칼럼] 신념의 야합 對 패권의 폐단

여야, 선거구획정 미룬채 후보 공천기준 놓고 난장유권자 선택희망 없으니 구태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한국정치, 위험한 존재로 진화중이란 두려움 커져4월 13일 20대 총선까지는 불과 1달 20여일 남짓이니 바야흐로 총선국면이다. 하지만 선거판은 깜깜하다. 남북 긴장상황이 간단치 않고, 선거판 자체도 불투명하다. 여야는 선거구획정은 미룬채 총선후보 공천기준을 둘러싸고 난장을 벌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후보와 공약을 찬찬히 들여다 볼 새도 없이 투표장에 나가야 할 판이다. 더 큰 걱정은 이번 총선이 신념의 야합 대 패권의 폐단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점이다. 유권자가 선택할 '희망'이 안 보인다는 얘기다.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공천권을 장악하는 원톱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야권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그의 처분만 따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민주의 공천권이 김종인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집약된 만큼이나, 정국을 바라보는 내부의 신념은 갈래갈래 흩어지고 꼬이고 있으니 기괴하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놓고 김 대표와 문 전대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가 전방을 찾아 '북한체제 궤멸'을 거론하자 당 대변인실은 괴멸과 궤멸의 낱말풀이까지 해가며 용어를 변경했다 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김 대표의 우클릭 발언에 문 전대표를 비롯해 이종걸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등 더민주 핵심 구성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저항은 없다. 오히려 납작 엎드린 형국이다. 김 대표의 합리적인 정세판단이나 반우향우 발언이 합리적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선거공학을 인정하기 때문인 듯 하다. 더민주 지도부는 김 대표처럼 말할 수 없다.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당 내분으로 비화된다. 선거를 위해서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자신들은 할 수 없으니, 김 대표에게 청부한 형국이다. 청부 기간이 끝나면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더민주에 합리와 이성을 이식시켜 자신의 정치·경제 철학을 실현시킬 생각일 테지만, 선거후를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더민주 핵심 지도부 입장에서 김 대표는 신의 한 수, 한번 쓸 패에 불과할 수 있다.국민의당은 더욱 가관이다. 친노세력의 패권에 저항해 패권정치 청산을 강조하며 창당한 국민의당이 보여주는 신념의 야합은 더욱 자심하다. 패권 지양을 강조하면서 천정배, 정동영 전의원과 손잡고 호남패권을 지향하는 행보는 신선했던 안철수의 이미지와 상충한다. 햇볕정책을 실패로 규정한 이상돈과 대표적인 옹호론자인 정동영이 한배에 올랐으니 대북정책은 모호해졌다. 안철수 대망론을 위한 다른 신념들의 모호한 동거는 한시적이라 봐야 한다.새누리당도 문제다. 일여다야(一與多野) 필승론 때문인가, 공천 갈등의 수준이 원색적이고 천박하다. 겉으로는 상향식 공천과 전략공천의 충돌로 보이나, 실상은 패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패권을 세우려는 세력간의 이전투구이니 원색적이다. 친박계의 공천기준이 비박과 곁박을 뽑아내고 진박을 이식하자는 수준이고, 비박의 공천기준은 현역을 살리자는 것이니 천박하다. 어떻게 대통령과의 친소가 공천 기준이 될 수 있는건지, 그걸 태연히 떠들어도 되는건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영원히 패권을 유지하고 주도할 것이라는 착각속에 시대정신과 결별 중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절대권력이라 오판한 탓이다.야당들이 자초한 신념의 야합과 여당이 키워 온 패권의 폐단이 충돌하니, 유권자의 선택기준도 구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선택할 신념과 희망이 없으니 지연, 학연이라는 구시대의 기준과 계층과 세대별로 대립하는 양상에 기대야 할 판이다. 한국정치가 한국을 위협하는 그 어떤 세력보다 점점 한국에 위험한 존재로 진화중이라는 두려움이 커지는 요즈음이다./윤인수 문화부장윤인수 문화부장

2016-02-21 윤인수

[데스크 칼럼] 종합형 스포츠 클럽에 대한 고찰

전국 30개, 다양한 연령·계층 원하는 종목 즐겨여성체육인 주축 수원 '코리아하이파이브' 눈길은퇴선수 지원과 재능기부 새로운 문화 만들어최근 국내 스포츠계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최근 치러진 유소년축구대회를 통해 알 수 있다. 수년 전 만해도 유소년축구대회는 취미로 즐기는 클럽보다는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인 학원(학교) 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즉, 학원 축구를 통해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육성됐고, 이 선수들이 나아가 프로팀과 국가대표로 발탁돼 한국 스포츠를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는 학원 축구보다 클럽 축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클럽 축구 꿈나무들은 학원 축구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벌이며 유소년 축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우리나라는 그동안 학생들이 운동을 자유롭게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학생들이 엘리트 선수로 육성되기 위해선 학업을 포기해야 했고, 학교 운동부에 들어가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운동선수로 성공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 따는 것'처럼 어렵다. 대다수가 중도에 부상으로 인해, 아니면 외부 환경(?)에 의해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탄생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선수가 중도에 운동을 포기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물론 부작용도 심각했다. 상급학교 진학과 관련 일부 학부모들과 지도자들의 부정부패는 잊을 만하면 언론 매체에 보도됐고, 일부는 경기에 승리하려고 심판을 매수하는 등 꿈나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이 같은 폐해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지원하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지역별로 나뉘어 지도자들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합형 스포츠클럽은 다양한 연령·계층의 지역주민(학생)이 원하는 종목을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중심 공공클럽을 말한다. 2013년 9개소, 2014년 9개소, 2015년 12개소를 추가, 현재 총 14개 시·도에서 30개 종합형 스포츠클럽이 운영되고 있다.종합형 스포츠클럽은 평균 7종목 이상을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이 다양한 운동 종목을 통해 체력 증진 및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여기서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은 선수로 길러진다. '사회 체육의 천국'이자 '스포츠 강국' 독일은 3천만명의 국민이 11만 개의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이에 발맞춰 경기도 수원에선 종합형 스포츠클럽인 (사)코리아하이파이브 스포츠클럽(이하 클럽)이 활동 중이다. 이 클럽은 100명의 여성체육인을 중심으로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주축이 돼 2014년 4월 2일 창립됐다. 현재 클럽은 '은퇴 선수 지원 및 재능기부위원회'(이하 위원회)와 '그린메이트(green mate)'를 연계해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만들고 있다.클럽의 올해 목표는 최소 10개 종목에 회원들을 엘리트 선수로 등록하는 것이다. 특히 클럽은 위원회를 통해 종목을 활성화 시키고, 전문 지식이 풍부한 은퇴 선수들이 직접 강사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주고 있다. 클럽과 연계되는 그린메이트 또한 스포츠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린메이트는 국내 최초로 여성 프로골퍼들이 만든 기부단체로 박인비, 최나연, 유소연 등 15명의 프로 골퍼가 속해 있다.우리나라는 3월 27일 새로운 스포츠 시대를 연다. 엘리트 스포츠인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다룬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종합형 스포츠클럽의 활성화는 미래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신창윤 체육부장신창윤 체육부장

2016-02-17 신창윤

[데스크 칼럼] 소잃고 외양간 지금이라도 고치자

"왜들 저러는데"서 "심상찮네"로 여론 급선회군사분계선·접경지역 주민들 '살얼음판'개성공단 예고된 재앙에 정부 무대책 마음 아파모 종편 방송에 '이만갑(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탈북 동포들을 불러놓고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대한민국과의 이질성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게 주 내용이다. 출연자 중에는 꽤 오래전 탈북한 사람부터 하나원을 갓 출소한 풋내기 탈북자, 전문가 집단에서 일했던 석학에서부터 탈영한 귀순병에 이르기까지 출신 성분도 다양하다. 북한의 실상이 어떠한지를 코믹풍으로 알려주며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곤 한다.설 연휴에 맞춰 북한이 인공위성 실험을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다. 정작 국민 대다수 첫 반응은 "북한이 뭘 또 쏘았데. 도대체 왜들 저런데"하는 식으로 시큰둥했다. 여태껏 그랬듯이 "북한이 돈이 또 궁한가 보지"하며 어린아이 젖달라고 보챈다는 정도의 인식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우리 국민의 안보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은 초강력 대북제재법안을 상·하원에서 전례 없는 속전속결로 통과시키고 일본 또한 조총련 등의 대북송금 원천봉쇄 등 긴급한 대응을 보였다. 앞서 정부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이라는 최후의 대북제재 카드를 꺼낸 이후 미국과 일본의 북한 압박 수위와 속도가 빨라진 건 사실이다.국민들도 이제서야 "이거 심상찮네. 전쟁이라도 나는 것 아닌가?"하며 극도의 민감한 반응으로 급선회했다. 북한도 개성공단 전면폐쇄, 군사보호구역선포, 개성공단 내 모든 자산 동결, 개성공단 남측근로자 전원추방 등 초강수 대응에 이어 6·15남북공동선언 파기 등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강대강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과 1주일만에 벌어진 일들이다. 군사분계선 주변은 이미 남북한 모두 전시상황에 대비한 전운이 감도는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특히 경기도와 인천시는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곳이기에 서해 5도민들은 물론 경기북부 주민들의 긴장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중단선언에 납품예정인 완·부자재조차 가져오지 못해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경기도 38개, 인천시 16개 기업을 포함해 124개 업체가 같은 처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불가항력적인 안보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조치로 피해기업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전액을 보상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못 박았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하지만 개성공단이 가동된 지 올해로 13년째다. 그동안 크고 작은 실랑이로 간헐적 중단 사태가 10여 차례 이어졌고 지난 2013년에는 무려 5개월동안 중단된 전례도 있다. 남북경제협력의 상징 아이콘으로 설립된 개성공단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언제든 북한의 태도변화로 입주기업들에 막대한 피해가 닥칠 수 있다는 건 상식수준이다. 그런데도 여태껏 공단이 폐쇄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피해 및 보상 등에 관한 위기관리대응 매뉴얼조차 만들어 놓지 않은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 적지에 들어가 돈을 벌어오는 입주기업인들은 예고된 재앙에 정부가 그동안 손 놓고 있었다는 것에 더 마음이 아프고 속상한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개별적인 언론 노출에 극도로 민감하다. 자칫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행여 국가에 해가 될까 노심초사하고 북으로 들어가 일을 해야 하는 특수 신분인 탓에 북한이 자신들의 말과 행동을 문제 삼을까 봐 극도의 조심을 해온 습관 때문일게다. 내부결속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소는 잃었어도 지금이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6-02-14 김성규

[데스크 칼럼] 원숭이 해에 생각하는 기본

양력 새해첫날, 음력상징 쓰는 우 범하지 말아야높은자리 상징 원숭이 '실수·실패' 부정적 모습도이번총선 탐관오리 벌하는 참일꾼 많이 뽑혔으면…설날은 이제서야 밝았는데 올해 띠 동물인 원숭이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이 벌써 오래된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2016년 1월 1일이 시작되었을 때 이미 새해 인사 문자로, 신문기사로 원숭이의 해임을 선언해 버렸다. 이는 양력과 음력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큰 잘못이다. 2016년 새해 첫날과 병신년(丙申年) 설날은 엄연히 다르다. 양력과 음력의 차이는 해와 달의 구분 만큼이나 크다. 해를 달이라 할 수 없고, 달을 해라 부를 수 없는 것처럼 차이가 크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보면, '2016년 1월 1일 0시 0분. 붉은 원숭이 해가 밝았다'는 식의 기사가 넘쳐났다. 사실 관계에 엄격해야 할 언론부터가 잘못에 앞장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국내 문학계의 한 축을 이끌게 된 인천 출신 문학 평론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설 명절이 시작되기 전에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이 문학평론가는 1월 1일에 TV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면서 말을 꺼냈다. 새해 첫날에 애를 낳은 아이의 엄마가 화면에 잡혔는데, 거기에서 올해가 원숭이 해인데 원숭이 띠인 아기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란 것이었다. 아직 엄연한 을미년 양띠 해인데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원숭이 해라고 말하는 세태는 사회적 병폐라는 게 이 분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런 병적 현상을 오히려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면서 제발 언론이 나서서 이 문제부터 바로잡아 달라고 했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작은 잘못에서 큰 잘못이 생겨나고는 한다. 제방의 작은 구멍은 자꾸 커져 결국 제방을 무너뜨리게 된다.원숭이는 '높은 자리'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원숭이를 나타내는 한자와 제후를 의미하는 한자 발음이 같은 데서 그렇게 인식돼 왔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전통 예술의 소재로 원숭이는 자주 쓰이고 했는데, 원숭이가 벌꿀을 따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나 원숭이가 게를 잡는 모습의 그림 등은 높은 관직을 좇는 양반 계층에서 선호한 것들이었다. 마침 국회의원 총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지역별 편차가 크기는 하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는 이번 총선이 내년 대선과 그 이듬해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연속 선거전의 기선 잡기 차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우리 전통의 원숭이 그림이 상징하듯 원숭이 해에 배지를 다는 선량들은 한자리 차지한 것처럼 유난을 떨 가능성이 높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기본을 찾는 일이다. 양력 새해 첫날인데 굳이 1개월이나 뒤에 올 음력에서 상징을 끌어다가 설날 행색을 내는 잘못을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숭이에는 '높은 자리'를 상징하는 긍정적 면도 있지만 '실수'나 '실패'를 이야기 하는 부정적 모습도 담고 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관(冠) 쓴 원숭이'란 말을 탐관오리의 대명사처럼 썼다. 이는 잔재주로 백성을 속이고, 눈앞의 작은 이익만 노리면서 경박하게 굴다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의미다.올 설 명절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시끄럽게 시작했다. 올해는 또 총선으로 시작해 정국이 어수선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기본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탐관오리를 벌할 수 있는 그런 자질을 갖춘 참 일꾼이 많이 뽑혔으면 좋겠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6-02-10 정진오

[데스크 칼럼] 인천과 가치 재창조

인구 300만 돌파 3대도시의 '새로운 비전 선포''시민, 주인의식 갖고 정체성 확보' 하자는 취지'재창조 할 가치'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 있어야인천광역시의 인구가 3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올 하반기에는 국내 특별·광역시 가운데 세 번째로 인구 3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인천의 인구(주민등록인구 기준)는 292만5천815명, 여기에 외국인 5만7천669명을 더해 인천시 인구수는 298만3천484명이 된다. 1만6천516명만 더해지면 300만명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인천의 인구는 지난 1979년 말 104만3천744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넘어선 이래 13년만인 1992년 말에는 207만616명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자유구역과 대규모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 유입이 계속되면서 대부분 군·구에서 인구가 지속해 증가하는 추세다. 50만명을 넘어선 기초단체만도 부평구, 남동구, 서구 등 3개 구로 늘었다.인천시는 300만 인구로 '국내 3대 도시'가 되는 올해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인천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찾아 발전시켜 나가는 '인천 가치 재창조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이 사업은 '우리는 인천'이라는 슬로건 아래 인천시가 갖고 있으면서도 가치를 간과했거나 과소평가한 것 중에서 시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미래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정복 시장은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은 시민이 인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정체성을 제대로 확보하고자 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유 시장은 이 사업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산하 10개 구·군을 연두 방문하면서 인천 가치 재창조를 주제로 한 주민 참여토론을 벌이고 있다. 각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 주제를 선정하고, 함께 그 주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연두 방문에서 대부분 기초단체는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도시 발전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가치재창조 사업의 주요한 과제로 '지역발전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곤 인천시에 지역개발 비용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치 재창조사업' 개념 이해에서부터 인천시와 기초단체 간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인천시민들은 아직 시가 제시한 '가치 재창조사업'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정의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누구도 '가치 재창조'를 주제로 얘기하려 들지 않는다. 이번 연두 방문의 토론회 자리가 논의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창조 경제'라는 단어가 언론을 통해 무수히 언급됐지만 이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박 대통령 취임 3년이 됐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다. 어쩌면 국민들에게 '창조경제'는 의미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그저 행정용어로 남을지도 모른다.유 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가치를 재창조해 인천을 자랑스러운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초, 최고(最古)의 역사와 문화, 168개의 섬, 국제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 등 인천시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들에 대해 수없이 강조해 왔다. 그리곤 "이제는 무수한 가치를 가공하는 재창조의 실현이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천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선 알아야 하고, 재창조해야 할 가치들을 발굴해야 하는 작업이 '우리의 몫'이라고 한다면 먼저 시민들에게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유 시장의 '가치 재창조'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달리 시민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얘깃거리가 됐으면 좋겠다./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6-01-31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