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농협중앙 회장선거, 정치권도 배워라

고질적 지역주의 초월한 '영·호남 협력' 눈길'특정지역 후보만 당선가능' 오랜 지방색 깨트려국민적 분열조장 취했던 정치권에 중요한 메시지최근 치러진 농협중앙회장의 선거는 우리 선거사에 중요한 업적과 교훈을 남겼다. 영·호남 간의 고질적 지역주의를 초월한 흔치 않은 결과가 우선이고, 특정 지역 후보만의 당선이 가능했던 오랜 지방색을 깬 결과가 그 두번째로 보인다. 시작 전부터 선거 분위기는 경상도 일색으로 끝났던 예전과는 분명 다른 토양을 형성했다. 영남 출신 3명, 수도권 출신 2명, 호남 출신 1명 등 마치 황금비율식의 지역 후보군 형성이 그 배경이다. 또 하나의 흥미 거리는 최초의 비영남권 후보의 당선, 영호남 간 협력, 수도권 후보자의 결선진출에 따른 다른 후보자와의 역학 관계 등이었다. 당연히 많은 시나리오가 가능했으나 역시 으뜸은 지역주의를 초월한 영호남의 협력체계 구축 여부였다. 당시 선거에 참여했던 한 대의원에 따르면 당시 선거장 분위기는 김병원 당선인(호남)과 최덕규 후보(영남)가 서로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비록 영호남으로 출신지가 다르나 결선투표에 올라가는 후보를 지지하자는 사전 공감대도 형성돼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를 믿거나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골 깊은 지역감정에 서로가 손을 잡겠냐는 슬픈 정치 현실이 덧칠된 까닭이었다. 후보자 간 친분도 이를 극복지 못할 것이란 우려감으로 변했다. 하지만 영남 대의원들 사이에 퍼진 '호남권이면 어떠냐'는 인식이 의외의 결과를 만들었다. 선거전 믿지 못할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역대 최초의 호남권 회장이 탄생했다. 상대적 관심거리였던 수도권 출신의 당선 기대감은 '예선 1위'정도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예선 1위 후보가 결선에서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농협회장 선거 결과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1차 투표에서 경기도 출신 후보가 1위(104표)를, 호남 출신의 김 당선자가 2위(91표)를 차지했다. 지역적 편견을 조금만 보태면 영남표는 수도권 후보로 당연히 와야 했다. 후보 경쟁력, 지역적 성향 등을 감안한 당시 분위기였다. 하지만 1·2위 간 결선투표는 영남권 표심이 대거 호남으로 이동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 선거전까지 김 당선인의 경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였으나 당선에 확신을 주진 못한 상태에서였다. 지역주의를 초월한 농협 대의원들의 합작은 이렇게 선거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마침내 세 번째 도전으로 3수 끝에 당선된 김 당선인은 '준비된 회장'이란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결선투표 직전 특정 선거인단에 후보 지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문제가 불거지는 후문을 남겨 일단 모양새는 빠졌다. 연대를 가능케 할 정도로 후보자 간 밀도 있는 내용의 '딜' 등이 있었는지 알 도리도 없다. 하지만 지역감정 골에 빠져 국민적 분열을 조장해 반사이익을 취해왔던 우리의 정당 정치에 중요한 메시지 만큼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선거 후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영호남 지역 벽을 허문 인상적 사례"란 평도 같은 맥락이다.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복지 농촌 건설을 통해 234만 농업인 조합원이 웃으며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선 소감을 밝힌 당선자의 뜻이 희망하는 대로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남과 호남이 지역적 이해관계와 계파를 초월한 결과를 보여준 선거에 박수를 보낸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6-01-27 심재호

[데스크 칼럼] 도박장보다도 못한 책임정치

대통령, 공약으로 강한 의지 드러냈던 '누리과정'보육대란 이어진다면 '줬다 뺏는' 형국 되고말아책임 주체들 서로 떠미는 교육현실 안타깝기만모니터에서 금화가 우수수 쏟아진다. 수십 번 베팅 끝에 겨우 한번 나온 보너스인데 짜릿한 쾌감이 밀려 온다. 이전에 쏟아부은 본전생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정해진 시간까지만 게임을 하기로 동반자들끼리 철석같이 '맹세'(?)를 하지 않았다면 '일' 냈을지도 모른다. 그 '일'이라는 게 조금만 더하자고 조르는 정도였겠지만….지난 주말 강원도를 방문한 차에 '체험'을 빙자해 잠시 짬을 내 강원랜드 카지노에 들러보았다. 순전히 관광의 일환이었지만 막상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려니 아쉬움이 남는다.'사람들이 이래서 도박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출구로 향하다 보니 카지노 한편에 비치된 몇몇 책자가 눈에 들어온다. 강원랜드 측에서 발간한 도박중독예방 현상공모전 수기 작품집들이다. 중독관리센터 등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기관을 소개하는 유인물도 비치돼 있었다. 무료로 배포하는 책자인지라 눈에 띄는 몇 권을 챙겨 옆구리에 끼웠다. 어찌 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 도박장을 마련해 놓고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이라니. 그야말로 병 주고 약 주는 식 아닌가.그래서인지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 책자는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일종의 '전시 도서'로만 느껴졌었다. 그런데 막상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온 사연들을 접하다 보니 이들 책자는 어느덧 '권장 도서'로 바뀌고 있었다. 특히 간간이 나오는 '책임도박'(Responsible gambling)이란 용어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도박문제에 대한 책임은 허가권을 가진 국가와 운영권을 가진 사행업체, 그리고 게임을 즐기는 당사자 모두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와 사행업체, 이용자 모두 도박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책임도박'이라고 합니다."책임도박에 대한 설명을 접하다 보니 현재 교육계 최대의 이슈인 '누리 과정'에까지 생각이 미친다.좀 거칠게 표현하면, '누리과정'에 관한 한 우리의 정치나 행정은 도박문제의 책임을 함께 공유하자며 책임도박을 내세운 카지노보다도 못한 듯하다. '누리과정'을 놓고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자. 교육부와 교육청, 지자체장과 지방의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면으로 맞붙는 양상이다. 그야말로 책임 실종 사태다. 누리과정이 도입된 이후 교육부를 거쳐간 장관이 3명이나 되지만 그 누구 책임지는 이 없다. 수조원이 드는 새 사업을 벌여놓고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의 결정판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누리과정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TV에 나와서는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유아 교육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이처럼 국민들의 기대를 잔뜩 부풀려 놓더니 이제는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누리과정 문제가 해결이 안돼 보육대란으로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줬다 뺏는' 형국이 되고 만다. 그것은 '병주고 약주는' 것보다 더 저열한 행위다. 차라리 준다고 하지나 말지. 넓은 의미로, 국가 기관이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정치를 책임정치라 한다. 하물며 도박장에서조차 책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데, 책임의 주체들이 정작 책임을 외면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에 안타까움이 앞선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6-01-24 임성훈

[데스크 칼럼] 통합체육 시대

건강 챙기고 재능있는 사람 전문선수 육성 '큰 의미'지도자 열악한 처우개선 분석후 적절한 조치 필요모든 국민 스포츠 좋아하고 스타 꿈꾸는 날 오기를2016년은 한국 체육계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한해다. 엘리트 체육을 이끌어 온 대한체육회와 생활 체육을 전담한 국민생활체육회가 3월까지 통합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앙의 통합추진위원회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단체 통합 법정 기한인 오는 3월 27일 이내에 통합을 완료하고, 통합체육회 회장 선거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인 8월 5~21일 이후인 10월 31일 전까지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사항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2016년 3월 27일까지 통합하도록 한 '국민체육진흥법'을 준수하기 위함이다.중앙 단체보다 시·도 체육회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대전광역시를 비롯해 인천광역시에 이어 지난해 말 경기도도 통합체육회를 출범시켰다. 특히 경기도는 통합체육회 명칭을 '경기도체육회'로 정했으며, 가장 먼저 조직체계를 구성했다. 경기도체육회 조직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아우르기 위한 1처 1본부장 3부 9과 체제로 확장 시켰다. '세계 속의 경기체육'답게 가장 먼저 통 큰 조직을 완성한 것이다.통합체육회는 온 국민이 평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런 생활체육의 기반에서 엘리트 체육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련됐다. 즉, 그동안 선수 육성은 학원 스포츠에 의한 학부모들의 투자, 그리고 지도자와 선수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 유망주가 배출됐다. 학원 스포츠는 철저하게 학교장 및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다뤄져 운동부 해체와 창단을 반복했고, 학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쌈짓돈을 '회비'라는 명목으로 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유망주들은 스포츠와 등을 돌리며 자신의 꿈을 접었고, 일부 선수는 방황의 끝에서 희망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통합체육은 생활(사회) 속에서 스포츠를 통해 건강을 도모하고, 재능있는 사람은 전문 선수로 육성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같은 종목끼리 이어져 한울타리 안에서 전문 선수가 배출된다는 점도 기존 엘리트 체육과 차별화된다.물론 클럽(동아리) 속에서 전문 선수가 육성되기 위한 선행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도자들의 처우개선일 것이다. 배드민턴, 탁구, 축구 등 대부분 종목은 선수 출신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노하우를 통해 꿈나무들을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대다수 지도자가 1년 계약직인 데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곧바로 퇴출당하는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시민들의 스포츠 교실을 운영해오던 생활체육 지도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통합체육은 앞으로 이런 부분을 잘 분석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통합체육회가 되면서 스포츠인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통합체육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삭감하지나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두 단체가 하나로 합쳤다는 이유로 예산을 줄인다면 통합체육을 체계적으로 바꾸는데에도 큰 의미가 없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스포츠도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올림픽에서 스포츠 강국들은 모두 부자 나라가 아닌가.스포츠는 국민을 건강하게 만들고 나아가 사회를 부강하게 한다. 또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결집 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스포츠를 흔히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약육강식만 존재한다. 그럼에도 스포츠는 진정한 멋이 있다.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른 후 패자는 승자를 존경하고,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모든 국민이 스포츠에 소외당하지 않고, 누구든지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통합체육 시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신창윤 체육팀장신창윤 체육팀장

2016-01-17 신창윤

[데스크 칼럼] 겸손과 이익, 그리고 선거

'자만한 자는 손해, 겸손한 자는 이익' 하늘의 道정치인들 선거철엔 낮추지만 당선만 되면 '돌변'이번 만큼은 한결같은 사람 많이 배출됐으면…눈에 잘 띄는 집안 한쪽에 고이 모시듯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는 찻잔 세트가 하나 있다. 찻잔으로는 쓰지 않고 그저 보기만 할 뿐이다. 인천 서구청이 재작년 하반기부터 외부 손님들에게 기념품으로 주기 시작한 녹청자 찻잔이다. 녹청자의 미(美)를 감상할 만한 미적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으면서도 그 찻잔을 마치 오래된 고려청자 다루듯 하는 것은 찻잔 겉면에 박힌 세 글자 때문이다. '謙受益(겸수익)'. 중국 최고(最古)의 역사서이자 정치 철학서로 꼽히는 '서경(書經)'에 나오는 이 말을 인천의 대표 서예가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이 그의 독특한 서체에 담았다.겸수익(謙受益).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몇 날 며칠을 바라봐도 언뜻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자기를 낮추는 데 이익이 있다는 말은 온갖 방식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데 익숙한 요즘 시대에는 받아들이기 더더욱 어렵다. 겸수익은 겸손의 반대말인 자만·교만과 대비해 읽어야 한다. '서경'에서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자만한 자는 손해를 부르고 겸손한 자는 이익을 받는 것이 하늘의 도(道)이다'. 그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아무튼 중국 고대 경전의 중요 덕목으로 '겸손'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 시절의 사회 풍조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겸손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듯싶다. '요새 애들은 버릇없다'는 얘기를 아주 오래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검여 유희강은 인천 서구 시천동 출신으로, 중국 위주의 서풍 일색이던 우리나라 서예계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특히 왼손으로 쓰는 '좌수서'에 일가를 이룬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1968년 중풍으로 쓰러져 오른쪽이 마비되면서 모두가 그의 서예 세계가 끝났다고 평가했으나 불굴의 투혼을 발휘한 끝에 그는 왼손으로 다시 일어섰다. 그런 그가 1973년에 '겸수익'을 썼다. 그의 좌수서가 최고 경지에 이르렀을 때다. 그는 정점에 다다랐을 때 '겸손'을 떠올린 것이다. 검여의 겸수익은 그래서 남다르다. 기념품으로 받은 녹청자 찻잔의 글씨를 검여가 쓰지 않았다면 아마도 찻잔이나 물 잔 신세를 면치 못하고 날마다 설거지통에서 덜그럭거렸을 것이다.선거철이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겸손 그 자체가 된다. 그런데 되고 나면 그만이다. 자만과 교만으로 넘친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허리를 굽히고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던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한다. 거짓 겸손이 가득한 그들이, 자신들이 잘나서 뽑힌 줄로 선량행세를 하니 우리에게 이익이 뒤따를 턱이 없다. 4년 내내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당리당략에 골몰하던 그들이 또다시 겸손 모드로 전환해 우리 앞에 나서고 있다. 이번만큼은 한결같은 겸손함을 가진 사람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사족을 하나 달자면, 서구청의 녹청자 찻잔 어디에도 서구청의 이름이나 마크가 없다. 단지 찻잔 바닥 뒷면에 '녹청자박물관'이란 다섯 글자 표기만 흐릿하게 했을 뿐이다. 서구청은 녹청자의 상징 지역이 서구이고, 검여의 고향 또한 서구라는 자부심에서 아마도 별다른 표식을 달지 않은 듯하다. 직접 드러내지 않는 고품격 겸손함이다. 다른 지자체의 기념품도 이런 서구청의 겸손함을 닮았으면 한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6-01-13 정진오

[데스크 칼럼] 더이상 경기도민을 우롱하지 마라

남지사 "누리과정 예산 해법 허리띠 졸라 매겠다"도의회 더민주·도교육청 "근본적 해결책 아니다"수원시 "지원중단 막겠다"… 일부 지자체 동참의사"엄마, 아빠 저 사람들 왜 그래? 우리 때문에 싸우는 거야?"초등학교 취학 전 연령대인 어린이집·유치원 아이를 둔 부모들이 새해 벽두부터 볼썽사나운 정치판 뉴스에 아이들 보기에 낯이 민망하다고들 아우성이다. 새해 선물로 친지들로부터 받은 책가방, 학용품 등을 자랑하며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가정의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우리 사회 미래 주역들이 볼모로 비쳐지는 씁쓸한 2016년 병신년 새해풍경이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용어조차 생소한 '누리과정(만3~5세 보육과정)'이 예산 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광역 교육청, 광역 자치단체 간의 힘겨루기가 치킨게임(좁은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는 이판사판의 대치상황을 비유하는 말)으로 치달은 지 오래다.법적인 해석과 입장은 교육부, 국회,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 모두 각자의 명분은 충분하다 못해 헌법 위에 군림할 정도로 논리정연하다. 하지만 정작 그 대상인 어린이집 원생과 유치원생, 이들의 학부모,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 등 결국은 경기도민들이 우롱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 통탄스럽고 부끄럽고,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도 통렬한 책임을 느낀다.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0일 '보육대란'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안 나오면 경기도의회와 협의해 올해에는 경기도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남 지사는 이날 '누리과정 예산 관련 경기도 입장' 발표를 통해 "중앙정부, 국회, 교육청과 해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한 이후에도 문제 해결이 안 되면 경기도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말했다. 우선 1∼2월분 900여억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 예산에 대해 도비로 지원한 뒤 정부에서 이때까지도 누리과정 해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올해 전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도가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책임지겠다는 뜻"이라고 못 박았다.하지만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반응은 냉담했다. "남 지사의 오늘 제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 조속히 예비비 편성,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에 나서라"고 요구했다.다만 "남 지사 제안의 배경을 살펴본 후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도교육청도 "남 지사의 발언은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고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일단 도의회 진행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남지사 생각대로 도 예산이 지원돼도 어린이집의 경우 도에서 도교육청으로 예산을 전입한 뒤 다시 경기도로 예산을 전출시켜야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진다"며 "이런 거라면 정부예산이든 광역단체 예산이든 법률상 구체화시키면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보다못한 수원시가 앞서 지난 7일 전 지역 어린이집에 안내문을 배포해 '시비를 우선 투입하는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누리과정 지원중단사태는 막겠다'고 나섰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발언 다음날인 지난 8일 경기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시·군 부단체장 연석회의를 열었고 용인과 평택, 안성 등 일부 다른 지자체도 동참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일선 시군마다 재정여건이 달라 경기도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잇따랐다. 아울러 도내 35만여명의 어린아이들의 학습보육권을 볼모로 진흙탕 싸움에 허우적거리는 동안 준예산 사태에 막혀 꿈쩍도 못 하는 민생사업들이 허리케인으로 변해 다가올 4·13 총선에 휘몰아치는 줄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6-01-10 김성규

[데스크 칼럼] 정치에 아이들까지 이용 하겠다고?

道 예산대란 초유의 사태 ‘누리과정 갈등’서 촉발도교육청 “정부, 대통령공약 떠넘기며 지원 안해”정부·여당 “예산 다른데 써 버리고 편성 못한다니”‘초유의’, ‘사상 최초’ 따위의 수식어는 항상 듣는 이에게 긴장감을 준다. 이런 수식어가 따라 붙는 사안들은 으레 언론매체의 윗부분을 장식하고, 국민들은 막연하게나마 뭔가 큰일이 났구나 하며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새해 벽두부터 경기도 바닥이 ‘초유의’ 일, ‘사상 최초’의 일로 시끌시끌하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가 2016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경기도· 경기도교육청이 준예산 체제에 들어가는, 광역자치단체로는 ‘사상 최초’의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며 연정이라는 기대주를 탄생시켰던 경기도(정확하게는 경기도의회가)가 아이러니하게도 싸움 중에 가장 저급하다는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만들어낸 사태다. 일각에선 천신만고 끝에 자리 잡아가는 듯하던 연정의 존립 자체에까지 회의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하지만 경기도에 이런 ‘초유의’ 사태를 불러오게 한 본질적 원인이 ‘해마다 되풀이 되던’ 여야 간 누리과정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야당과, 야당 성향이거나 야당의 영향 아래 있는 교육청의 주장은 ‘중앙정부가 대통령 공약이자 스스로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이에 상응하는 재정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누리과정 예산에 쓰라고 돈을 보냈는데 교육청이 다른 데 써버리고 편성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뻔한 양시양비론 같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고 둘 다 틀리다. 정부가 교육청에 내려보냈다고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시·도 전입금 등과 합해져 교육청 예산으로 활용된다. 교육청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전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인 만큼, 국가사무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교육청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역시,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누리과정 예산이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돼 있는데도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틀리지 않다.분명한 것은 논란의 빌미를 정부가 제공했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정부가 내려보냈다는 돈은 누리과정 예산으로 따로 챙겨준 돈이 아니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에서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에 쓰도록 강제한 돈이다. 정부는 해마다 누리과정 예산이 진통을 겪자 지난해 여야 합의를 통한 법률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지출하도록 강제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이 시행령이 교부금을 ‘총액으로 교부한다’고 명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즉 상위법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이 논란의 밑바닥에는 “생색은 정부·여당이 다 내놓고, 부담은 교육청에 떠넘긴다”, “무상급식 등에 펑펑 돈을 쓰면서 정부 사업에는 몽니를 부린다”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짙게 깔려 있다. 경기도처럼 야당이 의회 다수당인 지역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또는 일부 삭감되면서 진통이 더 심한 게 그 방증이다. 결국은 정치 공방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누리과정 대상 원아가 35만명에 달하는 경기도의 유치원들은 매월 4일 입금받던 누리과정 지원금을 올해는 받지 못했다. 학부모가 수업료를 내는 20일께에는 유치원들이 이 돈을 학부모들에게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말 그대로 보육대란은 현실이 된다. 서로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실상은 아이들을 볼모로 진실 게임과 정치공방만 계속하는 것은 비겁하다. 문제 해결이 먼저이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나중이다./배상록 정치부장배상록 정치부장

2016-01-06 배상록

[데스크 칼럼] 아동학대, 정부대책은 없는가

지난해 어린이집·11살소녀 폭행 등 ‘국민적 공분’가정폭력에 대한 열악한 사회안전망 백일하에가정내 문제로 치부하는 잘못된 인식부터 개선지난해 대한민국은 아동학대로 인한 국민적 분노게이지가 1월부터 12월까지 가라앉지 않은 한 해였다. 2015년 1월 대한민국은 인천발 ‘어린이집 아동 폭행사건’으로 충격 속에 한 해를 시작했다. 어린이집 교사가 반찬을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 아이의 얼굴을 강하게 때린 것이다. 교사에게 얼굴 부위를 맞은 아이는 나가 떨어졌고, 이 동영상은 ‘핵싸대기’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작은 아이를 어떻게 무지막지하게 때릴 수 있느냐”는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경찰은 모든 어린이집에 대한 아동학대 전수조사를 펼쳤고, 해당 교사는 사법기관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또 국회는 관련법을 고쳐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고 없이 인천의 어린이집을 방문,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기도 했다.2015년 12월 대한민국은 ‘11살 학대 소녀사건’을 접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야 했다. 2년 넘게 친아버지와 아버지 동거녀 등에게 폭행당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11살짜리 소녀가 ‘필사의 탈출’로 인근 주민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사건은 드러났다. 이 아이는 자신을 학대한 친아버지 등을 처벌해 달라고 했다. 법원은 직권으로 친아버지의 친권을 상실시켰다. 심리치료와 건강관리를 병행하고 있는 이 아이는 먹는 것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는 학대받는 동안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교육 당국은 어떤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뒤늦게 전국에 장기 결석 중인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11살 학대 소녀’로 인해 가정내 아동폭력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열악했는지에 대한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경인일보가 인천에서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른 친권상실 사례를 취재한 결과 ‘11세 학대 소녀’와 같은 아동학대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해 6월 인천 길병원에 혼수상태로 이송된 5살 여자 아이의 몸을 살피며 진찰하던 의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친엄마의 아동학대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뜨거운 물을 붓기도 하고, 나무주걱으로 때리기도 했다. 종교단체에서 만나 함께 살던 30대 여성의 가족도 5살 여자아이의 학대에 가담했다고 한다. 검찰은 11살 학대소녀에 앞서 5살 여아의 친모에 대해 친권 상실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인천의 첫 친권상실 사례가 됐다.2014년 8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함께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하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아동학대 가해자의 81.5%가 부모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아동학대 문제를 가족의 관점에서 풀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가, 지자체, 공공단체 등 1만6천여 기관에 의무화된 가정폭력 예방교육 시 아동학대 예방내용을 포함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고, 매월 8일을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예방의 날’(보라데이)로 정해 집중홍보 및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건은 줄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예방책은 장관이 인터뷰할 때 던지는 캠페인이 아니다.2016년 정부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 실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6-01-03 이영재

[데스크 칼럼] 정책 신뢰가 우선이다

정부, 가계빚 부담 이유로 대책없이 대출규제 나서현재 세계경제 저성장 등 ‘뉴노멀시대’ 서막 알려이제부터라도 시장안정과 경기회복 위해 노력해야최근의 우리 국내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몹시 어수선하다. 뜨겁던 아파트 분양 열기가 순간 경기과열의 경고음으로 바뀌는 등 경기가 요동치고 있다. 마치 논란이 되길 기다렸다 경기에 준비된 찬물을 끼얹은 듯 심술맞아 보인다. 종잡기 힘든 최근의 경기 행보가 시장 자율성을 해친 인위적 경기부양에서 시작된 부작용이나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만들던 과열경기가 급기야 미분양 물량이 넘치는 썰물경기로 급변한 변덕스런 시장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가계 부채 우려감에 대출규제에 나선 정부의 초강수까지 경기를 단숨에 나락으로 몰고 간 상황에서 향후 시장 반응이 궁금하다. 걱정되는 것은 그저 종잡을 수 없는 경기에 누군가는 상투를 잡은 불안감에 잠을 설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정부가 제시하는 경제 정책이라 함은 시장에 안정감을 주고 미래 예측이 가능할 정도여야 할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일년 만에 가계 빚이 걱정이라며 곧 바로 대출 규제에 나서는 등 손바닥을 바로 뒤집는 지금의 조악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DTI, LTV 등의 규제 완화책 1년,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꼭 9개월여만의 상황 반전이다. 그동안 국가경제에 짐이 됐던 가계빚은 완만히 늘어왔다. 달리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고민없이 시간만 보내며 결국 집 장만 등에 나선 사람들만 불안으로 몰았다. 덕분에 수도권 재건축아파트의 가격하락은 물론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는 등 상황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대출심사 강화 까지 이어진 각종 악재를 보며 그저 집 장만을 부추겼던 정부 정책이 아이러니할 뿐이다.정책적 신뢰를 원망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데도 아직 우리의 일부 고위 경제 관료는 시장 건재를 주장한다. IMF 직후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떴다방이 장사진을 치는 등 투기장화 됐던 현장을 지켜보며 “우리의 부동산경기는 아직 건전하다”고 평가했던 당시 상황과 이상하리 만큼 많이 닮아 있다. 시장에 잘못 보낸 반복적인 시그널로 인한 불신은 “정부 정책을 반대로만 하면 돈을 번다”는 부동산 업계에 풍자된 우스갯 소리를 절로 만들고 있다. 냉탕 온탕식 부동산 정책에 상투를 잡고 결국 빚을 떠안게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내수가 살아야 한다며 소비를 유도하던 정부가 대책과 고민없이 가계 빚 부담을 이유로 대출규제에 나선 현실을 두고 다시 이 말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지금 세계 경제학자들은 경제용어를 바꿔 쓰기 바쁠 정도로 급변하는 지구 경제 최초의 상황에 놀란다고 한다. 지금 세계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등을 망라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려움 극복에 국민들과 함께하는 정책적 신뢰는 기본이 돼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시장에 안정적 신호를 보내고, 미래 예측 가능한 경기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노력이 아쉬운 때다. 예고된 미 기준금리가 심사숙고 끝에 9년 6개월만에 인상을 시작했다. 충분히 예측된 결과임에도 얼마전까지 부동산 경기를 띄우며 내수를 살리려 했던 정부로서는 머쓱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기에 경기를 띄워 가계 빚을 유발한 책임에서 정부가 결코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이 과정 중 느낀 정책적인 배신감은 어찌 설명돼야 할지 궁금하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5-12-30 심재호

[데스크 칼럼] 2016년 ‘도전자 수원FC’를 기대해 본다

1부리그 진출로 터줏대감 수원삼성과 ‘수원더비’팬 모으기 위해 선수수급·운영비 등 예산확보 시급EPL서 잇따라 강팀 제압한 ‘레스터 시티’ 처럼 되길올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수원FC일 것이다. 실업축구인 내셔널리그부터 시작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이어 클래식(1부리그)까지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다. 올 한해 K리그의 판도를 바꾸며 새역사를 쓴 수원FC 선수들은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와 2년 만에 클래식에 복귀하는 상주 상무 선수들보다도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역경 속에서도 ‘하면 된다’는 일념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대업을 이룬 그들이기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이제 수원시민과 팬들은 내년 K리그를 기대한다. 클래식은 국내 프로축구의 최고 무대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즐비하고 수억원 이상을 받는 국내·외 선수들이 한 무대에서 뛴다. 무엇보다도 내년 K리그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수원더비’에 있다. 클래식의 터줏대감 수원 삼성과 도전자 수원FC의 ‘수원더비’는 수원시민과 축구팬에게 있어 또 다른 볼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그러나 수원FC 선수들은 승리의 축배보다 내년 클래식 잔류가 더 걱정되는 눈치다. 자칫 ‘수원더비’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밤잠까지 설친다. 특히 염려되는 부분은 팬 확보다. 아군이 절실한 홈 경기에서 상대 팀인 수원 삼성보다 응원단이 적으면 낭패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원 삼성은 국내 최고의 서포터스 그랑블루를 보유한 구단이다. 그랑블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악마로부터 발전해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내년 ‘수원더비’는 축구도시 수원의 자랑이면서도 K리그 사상 첫 ‘지역더비’다. 현재 객관적인 전력면에선 수원FC와 수원 삼성의 실력 차는 크다. 수원 삼성은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2위를 기록한 팀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위에 올랐고, FA컵 우승(2010년), K리그 우승(2008년) 등 지난 1996년 프로무대 진출 이후 리그는 물론 각종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컵을 차지한 명문팀이다. 수원FC로서는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수원FC는 선수 수급 및 팀 운영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시급하다. 프로스포츠는 돈의 논리가 작용한다. 모든 구단이 같지는 않겠지만, 부자 구단이 우승할 확률이 높은 것이 어찌보면 프로스포츠계의 생리다. 수원FC는 내년 70억여원의 예산을 확보 중이지만, 클래식 팀들 대부분이 100억원 이상을 쓰고 있어 부담이 크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기업 스폰서 유치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물론 희망도 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를 보면 희망이 샘 솟는다. EPL로 쏟아져 들어온 거대 자본을 받은 구단 대부분이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지만, 많은 팬들은 그들에 대항하는 이른바 ‘언더독(Underdog)’의 영향력에 열광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단은 레스터 시티다. 이 구단은 1부와 2부는 물론 하위리그까지 오르내렸지만, 올해 EPL 무대에서 강팀들을 잇따라 제압하며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레스터 시티의 제이미 바디는 11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신기원을 달성하며 팀의 중심에 섰다. 아마추어축구리그와 공장일을 병행하며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던 그였지만, 많은 노력과 투혼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수원FC도 내년 도전자 정신으로 제2의 레스터 시티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 착실한 준비와 선수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신창윤 체육팀장신창윤 체육팀장

2015-12-20 신창윤

[데스크 칼럼] 불우함과 행복함의 차이

부자지간 갈라서고 형제간 칼부림 ‘불행한 재벌들’‘난쏘공’ 주인공 더 어려운 이웃위해 주머니 털어찌든 삶에도 웃을수 있는 행복함 생각하게 한다연말이면 언제나 그렇듯 불우 이웃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연탄 배달, 김장 담그기, 성금 모금 등 불우 이웃 돕기 행사가 줄을 잇는다. 우리 주변에는 처지가 딱한 불우 이웃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살다가 때만 되면 야단이다. 직장이 있거나 없거나, 사업을 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나 혼자 살아남기에도 벅차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생각해 본다. 도대체 누가 불우 이웃인가. 돈의 많고 적음으로 불우하냐 그렇지 않느냐를 재는 우리의 인식에 문제는 없는가. 물론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불우한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각박하게 사는 우리네 대다수 사람들은 불우하지 않은가. 가진 돈으로 따지면 남 부럽지 않을 재벌들이 그 돈 때문에 결국 부자지간이 갈라서고, 형제지간에 칼부림을 하는 그런 사람들은 불우하지 않은가.국내 소설 중 가장 많이 읽힌 것을 꼽으라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이 당장 떠오른다. 1970년대 인천의 노동자 가족 이야기다. 자동차 공장 일이 고되어 잠을 자면서도 코피를 쏟아야 하는 노동자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 달 월세가 1만5천원인 쪽방에 사는 가족의 가계부 내역이 고스란히 나온다. 콩나물 50원, 왜간장 120원으로 시작해 25가지 정도 쓰임이 꼼꼼하기도 하다. 읽다가 책장을 더 이상 넘기지 못하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 대목이 있다. 앞집 아이 교통사고 문병 230원, 길 잃은 할머니 140원, 불우 이웃 돕기 150원. 520원을 이웃돕기에 쓴 것이다. 두통약 100원, 치통약 120원을 써야 할 정도로 몸까지 불편한 사람이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흔쾌히 주머니를 터는 모습은 당시 우리 사회의 일반적 풍경이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 불과 30~40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세계적 억만장자인 중국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얼마 전 중국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91 위안(1만6천원) 월급을 받고 교사로 일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우리에게 부(富)와 행복(幸福)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적이 있다. 마윈 회장은 또 이 자리에서 “돈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고 우리의 재산은 사회가 우리에게 위탁해 관리하도록 한 것”이라며 “만약 당신이 자산을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액운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세계 부자 순위 15위 정도 되는 마윈 회장의 돈에 대한 철학은 그가 왜 세계 최대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을 일구게 되었는지 가늠하게 한다.가계부를 쓰던 ‘난쏘공’ 속 가족은 엄마와 삼남매 이렇게 네 식구다. 죽어라 일을 해서 버는 삼남매의 한 달 수입 총액은 8만231원이었다. 보험료 등을 빼면 엄마가 손에 쥐고 살림할 수 있는 돈은 6만2천351원이다. 당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할머니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머니를 털어 차비를 댔다. 당신 자신이 불우 이웃인 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면서 기꺼운 마음으로 성금도 냈다. 그리고는 행복해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행복한 삶과 돈이 있으면서도 더 벌지를 못해 아우성인 우리의 불우함에 대해, 또 마윈의 재산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말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12-16 정진오

[데스크 칼럼] ‘수원 화성(華城)’ 돌아보셨나요?’

정조 ‘여민동락 정신’·‘시대 앞선 혜안’ 담겨있어수원시, 내년 ‘화성방문의 해’ 선포 손님맞이 분주오피니언리더 ‘제대로 알기 캠페인’ 적극 나서야수원시가 2016년을 ‘수원 화성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손님 맞을 막바지 채비로 분주하다. 시가 관련 행사와 사업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의 최종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각계 민간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홍보자문단과 봉사단원 등도 전국을 순회하며 수원 알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때마침 운 좋게 수원 화성방문의 해 분위기를 한층 고양 시키는 흥행몰이에도 성공해 잔칫집 분위기다. 우선 지난 2013년말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이 전북과 치열한 경합 끝에 수원에 KT구단 유치를 성공 시키고, 지난해 3월 kt wiz야구단 출정식에 이어 10구단 연고지로서 활약상을 드높이고 있다. 시는 서수원 일대에 전용 야구장을 건립키로 확정하고 후보지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올해에는 지난 9월 컨티넨탈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U-17)를 성공적으로 치른 데 이어 같은 달 2017년에 열리는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 중심도시로 선정되는 낭보도 있었다. 여기에 지난 5일 수원 FC가 극적 승리를 거머쥐며 내년부터 1부리그로 승격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03년 창단 이후 12년만의 쾌거이자 수원 삼성과 함께 명실공히 축구메카 도시로의 위상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특히 내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한국방문의 해(2016-1018)가 시작되는 첫해다.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리는 국가적 행사에 수원시는 화성(華城)을 주테마로 한 수원 화성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올인하는 해이기도 하다. 수원시는 관 주도가 아닌 수원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지구촌 축제행사로 치르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이런 와중에 며칠 전 수원 화성 성곽을 둘러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는 아니지만 22년 이상 살아온 필자에겐 바람도 차가운 겨울 날씨에 다소 생뚱맞은 초청이라 솔직히 달갑지 않은 심정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원시민으로 20년 이상 살아온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돼지목에 진주달기’라는 속담처럼 눈앞에 보물과 진주를 두고서도 화성 한바퀴 둘러볼 생각조차 못한 데 대한 자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조대왕의 화성건축 역사는 혜경궁 홍씨인 어머니와 사도세자 아버지에 대한 효심 등이 어려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조금 아는 게 전부였다. 화성건축을 통해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정신과 당시 국가 예산의 3분의 1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온갖 반발을 물리치고 강행한 정조대왕의 시대를 앞서가는 놀라는 혜안 등은 알 길이 없었다. 또한 화성 성곽 건축의 정교함과 20년 통치기간 중 13번을 다녀갈 정도로 정조의 화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 등도 열정 넘치는 학예연구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알기가 불가능했다. 이런 전문 학예연구사가 8명, 문화해설사 57명이 수원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처음 들었다.수원시가 전국 기초자치단체중 최다인구도시라는 사실은 대다수 시민들이 안다. 127만 수원시민들 중 속칭 수원 토박이라 불리는 인구는 10%에도 못 미친다. 도시가 팽창, 발전하면서 외지인들이 몰려들어 거대 수원시가 탄생 된 것이다. 2016 수원 화성방문의 해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수원시민들이 화성 한바퀴(5천744m)를 둘러 보았는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확신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41개 동(洞)에 편성된 주민자치위원 등 동네 오피니언 리더들부터 문화해설사로 나선다는 각오로 ‘수원 화성 제대로 알기’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 내 집안 보물도 모르고 손님맞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5-12-13 김성규

[데스크 칼럼] 남경필 연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불분명한 주요 파트너들 ‘들러리’라는 볼멘소리공직사회 ‘실무논의 컨트롤타워 누구인지’ 불만갓 1년… 시행착오로 본질적 가치 훼손될까 우려“밖에서 보기엔 번듯한데, 안에 들어가 보면 정리가 안된 집 같다.”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인사가 시행 1년을 맞은 연정을 이렇게 평했다. 남경필 지사에 우호적인, 아니 ‘남경필 사람’이라는 게 더 어울릴 법한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의외였다. ‘대박’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더라도, 평균점 이상은 주려니 했던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정의 이름 아래 이뤄지고 있는 사안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던 그는 급기야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빛 좋은 개살구라니, 겉만 번지르르했지 내용물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 아닌가.“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며 한껏 객관화시킨 이 평가의 근거는 우선 남경필 연정의 핵심 파트너가 불분명하다는 점이었다.취임 초기 남경필 연정의 파트너는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이었다. 도지사가 국회의원인 야당 도당위원장과 만나 연정의 틀을 논의할 때 사람들은 ‘당 대 당’ 연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경기도의회로 주연이 바뀌었고, 나중엔 야당 몫 사회통합부지사가 연정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1년여가 지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야당 도당, 도의회, 사회통합부지사 등 주요 파트너 모두 연정에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는 눈치다. 자신들이 ‘들러리’라는 불만도 감추지 않는다.공직 시스템과의 공조 부재도 거론된다.새 지사의 새로운 시도에 낯설어하던 공직사회는 정책수립과 예산편성 등 행정의 제반 분야에서 사사건건 연정이라는 ‘불필요한’ 걸림돌에 부딪쳤다. 야당·도의회와 연정을 한다면서 이렇다 할 매뉴얼도 지침도 없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야당·도의회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도청에서 그들과의 실무 논의, 정무적 협의를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호소가 공직사회 곳곳에서 쏟아졌다. 정치인 지사의 정치 실험에 공직사회가 유탄을 맞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이쯤 되면 연정이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파트너들도, 공직사회도 불만인데 이런 연정을 뭐하러 고집하느냐는 얘기도 나올 법하다.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 ‘빛’의 실상이 사실은 딱히 건질 게 없는 ‘개살구’였다면 당사자인 남경필은 말할 나위도 없고, 기대를 갖고 지켜보는 국민들도 참 많이 속상할 얘기다.하지만 연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는 별개로, 갓 1년이 지난 연정을 실패라고 단정하는 건 아무래도 좀 성급한 느낌이다. 핵심 파트너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은 야당으로, 도의회로, 교육청으로 보폭을 넓혀온 연정의 과정을 생각하면 형식 논리에 치우친 측면이 강하다. 오히려 ‘야당·도의회·교육청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연정 파트너’라는 반론에 대답이 옹색해질 수 있다. 혹평의 이면에는 제각각 자신을 연정의 주역이라 여기면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밥그릇’ 셈법도 존재한다. 공직사회의 불만 역시 ‘틀’을 깨고 싶지 않은 오랜 조직문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연정 1년은 성과물보다 시행착오가 더 많았다. 남경필의 숙제이자, 곧 연정 파트너들의 숙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시행착오들로 인해 ‘싸우지 않는 정치’, ‘권한과 예산의 분배’로 대표되는 연정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젠 경기도 바닥에서 여와 야, 집행부와 도의회, 광역단체와 일선 시군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는 풍경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싸움질에 이골이 난 우리 정치판을 생각하면 작지 않은 성과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면서 지름길이 아님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배상록 정치부장배상록 정치부장

2015-12-09 배상록

[데스크 칼럼] 또 다시 참사를 겪을 것인가

인현동·화성 씨랜드 화재 당국 관리소홀로 ‘참사’방재설비 설치의무 없는 ‘코인노래방’ 사고 취약국민안전처, 더이상 희생없는 예방대책 내놔야■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 1999년 10월 30일 저녁 7시경 인천시 중구 인현동에 위치한 상가건물에서 불이나 2층 호프집과 3층 당구장에 있던 10대 청소년 등 손님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71명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건물 지하 노래방 내부수리 공사장에서 발생한 불이 계단을 타고 2층과 3층으로 순식간에 번져 2층 호프집에 있던 120여명의 청소년 상당수가 희생을 당했다. 호프집의 내부구조는 탁자와 의자들이 빽빽이 들어차 통로 공간이 겨우 한 사람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비좁게 만들어져 사고 당시 미처 대피할 공간을 찾지 못한 채 서로 뒤엉켜야 했다. 사고 당일 화재시 인화성, 유독성 물질로 만들어진 내부 구조물로 인해 불은 순식간에 확산됐고, 매캐한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한 사상자가 많았다. 창문이 있기는 했으나 구조변경을 할 때 통유리로 바꿔 달고 합판을 덧붙여 비상시에 쓸 수 있었던 탈출구를 막았다. 불이 시작된 지하 노래방 천장에 설치된 ‘확산소화기’가 화재 당시 공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모두 제거돼 초기진화에 실패하면서 사고가 커졌다.■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1999년 6월 30일 새벽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인 놀이동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 모기향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 잠을 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났다. 사고 당시 씨랜드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497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7명 등 모두 544명이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긴 유독가스와 건물 붕괴위험 등으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수련원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 건물로, 청소년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여러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구조물이었다. 생활관에는 화재경보기가 있었으나 불량품으로 판명되었고, 사용하지도 않은 소화기들이 발견됐다. 같은 해에 일어난 두 건의 대형 화재 참사 모두 당국의 관리 소홀이 합작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새로운 복병 코인노래방= 요즘 청소년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코인 노래방이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그나마 노래연습장업으로 등록한 곳은 관련법에 따라 방마다 간이스프링클러와 단독 화재경보기가 배치돼 있지만, 노래방 부스가 게임기로 분류된 청소년게임제공업(일명 오락실)으로 등록한 코인노래방은 부스 내부에는 방재설비가 없다.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면적 66㎡ 정도 되는 실내에 22개의 노래방 부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천의 한 지하 코인노래방. 하나의 부스에 1~2명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비좁다. 부스가 들어 찬 업소 천장에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긴 했지만 22개의 부스 안에는 환풍기 하나가 전부다. 노래연습장은 밀폐된 공간에 방음시설이 돼 있어 소방법상 영업주가 영상·음향 차단 장치를 설치해 비상시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곳엔 그런 설비가 없다. 게다가 코인노래방은 관리책임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화재나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부스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손님에게 이를 알릴 방법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부스 형태의 (코인)노래방은 단독화재 경보기 설치 의무가 없다”고 가볍게 얘기한다. 이제 더 이상 당국의 관리소홀로 인한 국민 희생이 있어선 안된다.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적극적인 ‘참사 예방대책’을 내놔야 한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12-06 이영재

[데스크 칼럼] 노후가 불안한 베이비붐 세대

한때 경제 주역이 경제에 부담 주는 ‘불편한 진실’자녀교육·부모 부양에 번돈 쏟아 ‘노후준비 부실’‘고용보험법 개정’ 늦었지만 지금이 적기일 수도100세 인생 시대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를 받아들일 우리의 사회적 여건은 성숙해 보이질 않으니 걱정이다. 특히 베이버붐(1955~1963년 출생) 세대의 퇴장이 현실이 됐음에도 무대책이 대책인 것 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걱정 중 단연 으뜸이다. 이들 세대의 퇴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공적연금, 주택 패턴, 저축 및 소비 성향 등 사회 곳곳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책보단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노후 걱정에 닫힌 이들 세대의 지갑은 벌써 소비위축이란 징후까지 만들고 있다.싼 금리에 은행 수신고만 늘어나는 이론상 이해할 수 없는 기 현상치의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적 경제를 이끌었던 이들 세대의 퇴직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다.외국계 시중은행에 근무하며 동창들 사이에 나름 상징적 존재였던 친구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최근 단행된 자신의 은행 지점장 인사가 예년과 다른 64년생 이하 직원들만 포함시켜 이뤄졌다고 한다. 은행의 꽃 격인 지점장에 이제 갓 50이 된 직원들만 해당하는 예년과 다른 ‘인사 잔치’ 분위기를 설명했다. 결국 나이 많은 선배들의 희생과 퇴직을 담보로 일어난 파격적 인사로 귀결됐다. 이어진 얘기는 더 충격적이다. 조직에서 희망퇴직을 내지 않은 친구와 같은 고령(?)의 직원들은 한 부서에 모여 개인 금융거래나 취급하는 ‘직급 고려장’을 경험하고 있을게 뻔하다. 한때 구조조정 당시 칼자루를 쥐기도 했던 한때 잘나가던 친구 역시 세월에 밀려 직장 내 야인처럼 쓸쓸한 퇴장을 맞이할 현실이 왠지 씁쓸하다.우리 사회는 50대 관리자들이 언제 무슨 꼬투리를 잡아 대기발령을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로 받아들인다. 현재 50대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다. 자녀교육과 노부모 부양에 번 돈을 모두 쏟아 부은탓에 노후준비가 부실한 이들이다. 한술 더 떠 최악의 취업난에 자녀를 다시 뒷바라지해야 할 운명적 과제까지 또다시 안고 있다. 현 베이비붐 세대중 60% 이상이 경제적 은퇴준비도 못했다. 퇴직금만으론 50년 인생의 종잣돈으로 버겁고, 창업 생존율 역시 16.4%에 불과한 현실이 우울할 뿐이다. 대형 아파트를 소형으로 줄여 노후자금을 확보하려는 이들 주도의 다운사이징화가 은퇴 불안감 때문에 시작된 것이란 시장 진단이 다만 슬픈 현실이다.정부가 세대들의 썰물 같이 일어날 ‘은퇴 절벽’을 막고자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유연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차액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등 해법이 최근 국회를 거치는 내용의 시행안 골자다. 물론 단기적 처방이라도 내세워 세대의 심리·사회적 안정에 기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하지만 출산율 제고부터 일자리 확충과 부동산 가격 안정, 공적연금의 확충 등 근본적인 중장기적 대책을 실기해서는 곤란하다. 최근 급부상한 임금 피크제의 사회적 정착도 중요하나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소득 보상체계 확립 또한 선결조건이 돼야한다. 일자리 양산이 생계를 위한 선택에 불과하다면 별 도움이 안되는 모래성을 쌓는 헛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 이모작이 필요한 이들 세대에 보내는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늦은감은 있다. 하지만 대처 시기 논의가 그나마 가능한 지금이 대처의 적기 일지도 모른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5-12-02 심재호

[데스크 칼럼] 누가 함부로 ‘도란스’를 내리는가

인하대 문과대 구조조정 교수·학생들 상실감 커취업률·국비지원 그림자만 보이는 동굴에 가둘건지…학문의 근원 ‘인문학 차단’은 대학 정체성 부정행위‘도란스’. 트랜스(trance), 즉 변압기의 일본식 표현이다. 몇년 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도란스에 얽힌 일화 하나를 다시 꺼내본다. 대학의 학과들이 통폐합되면서 학부제로 바뀔 당시, 한 대학에서 있었던 실화라고는 하는데, 다시 음미(?)해봐도, 아무래도 유머에 가깝다.모 대학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과가 한 학부로 통합됐다. 이들 학과는 연구비를 비롯, 상당한 예산이 걸린 프로젝트 수주 등을 놓고 서로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이들 세 학과가 참여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먼저 전파공학과 교수가 열변을 토했다.“요즘 휴대전화 없는 사람 있습니까? 21세기는 정보통신의 시대입니다. 통신은 곧 나라의 경쟁력인 만큼, 전파공학과에 연구비를 몰아줘야 합니다.” 이어 전파공학과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에 질세라 전자공학과 교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컴퓨터와 최첨단 전자제어장치 없이 정보통신이 가능합니까? 당연히 연구비는 우리 과로 돌려야 합니다.” 이번에는 박수는 물론 구호까지 터져나왔다.마지막으로 전기공학과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청중석에서 분에 못이겨 씩씩대는 같은 과 학생에게 한마디 던지는 것으로 강연을 끝냈다. “야! 나가서 도란스 내려!”최근 인하대 최순자 총장의 문과대학 축소 방침을 접하면서 이 해묵은 유머가 다시 떠오른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과 교육의 토대다. 전파공학, 전자공학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기’와 비슷하다. 그런 학문이 시장논리에 밀려 홀대받는 상황이니 이 대학 문과대 교수· 학생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폐지가 거론되는 철학과 등 일부학과 학생들은 정말이지 도란스를 확 내려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최 총장이 문과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인하대가 내년 초 교육부에서 공고할 예정인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 선도대학)사업에 참여키로 하고 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사업은 진로·취업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학생 중심으로 학사구조를 개선하는 ‘사회수요 선도대학’ 9개를 선정해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대목에서 앞서 세미나 에피소드의 뒷얘기를 이어가 보고자 한다. 물론 기자의 엉뚱한 상상이다.‘도란스의 반란’(?)으로 인해 세미나는 암흑속에서 진행됐다. 그 때 누군가 뒤에서 손전등을 켰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오직 그림자의 형상만을 보고 판단을 하고 해석을 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제대로 된 세미나가 될 리 없다.어릴 때부터 평생 동굴의 벽만 바라보도록 사지(四肢)가 묶여 있는 사람들은 등 뒤의 불빛이 벽에 그려낸 그림자를 실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접목해 보았다.인하대 문과대학 구조조정이 오로지 취업률과 국비지원액이라는 그림자만 보이는 동굴에 상아탑을 가두는 일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물론 인문학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인 현실 속에서 학교측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함부로 ‘도란스’를 내려서는 안된다. 암페어를 조정할 수는 있어도 전원을 끊어버리는, 다시말해 학문의 원천을 차단하는 것은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다. 한편으로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인문학이 오히려 더 필요한 때이지 않을까 싶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11-29 임성훈

[데스크 칼럼] 한국 야구는 맛있다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3번째 도쿄대첩’… 日 얄팍한 수작에 굴복 안해결승전서 박병호 3점홈런 국민들에 큰기쁨 안겨줘야구 때문에 속이 시원하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 기분이다. 그렇게 얕은 수를 써서라도 초대 우승컵을 가져가려고 하는 일본의 속셈을 보기 좋게 무너트렸고, 야구 종주국 미국 마저 제압했다. 빠른 야구와 정밀한 타구,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 속에서의 희생정신은 한국 야구의 맛이다. 정말 야구 맛있다.한국 야구사에 있어 가장 통쾌한 기억은 역시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 일 것이다. 이 가운데 2015년 11월 19일은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역사가 세워진 날이다. 잘 난 맛에 살았던 일본은 한국 야구에 침몰당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9회말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려됐던 일본 투수들은 한 순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패색이 짙었던 순간에도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11·19 도쿄돔 대첩’을 완성 시켰다.한국 야구사에 있어 도쿄 대첩은 이번이 3번째다. 2006년 3월 5일,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첫 번째 도쿄돔 대첩이 나왔다. 당시 1-2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 이승엽은 이시이 히로토시에게서 역전 우월 투런포로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는 이 경기를 도쿄 대첩의 서막이라고 했다.그로부터 3년 뒤인 2009년 3월 9일. 2번째 도쿄 대첩이 재현됐다. 제2회 WBC A조 1-2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1-0으로 물리친 것이다. 승리의 주역은 ‘봉의사’ 봉중근 이었다. 선발 투수 봉중근은 일본의 강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세 번째 도쿄 대첩이 나왔다. 더 반전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에 막혀 7회까지 단 1안타만 쳤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아웃카운트 3번의 기회에서 반전을 일으켰다.이번 대회가 더 속시원했던 이유는 WBSC와 일본의 얕은 수작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승 우승’, ‘세계 제일’을 외치는 일본은 한국을 들러리로 삼았다. 특히 예선전부터 8강전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B조 개막전 한·일전만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은 8일 삿포로돔에서 경기를 치르고, 대만으로 이동해야 했다. 훈련 배정도 한국에 불리했다. 개막전 전날인 7일 삿포로돔에서 축구 경기가 열린 탓에 한국은 경기 당일에야 삿포로돔을 처음 밟았다. 또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인 15일 미국전이 끝난 뒤 8강 경기 장소와 경기 시간을 통보 받는 등 불리한 상황만 이어졌다.결국 선수들은 한국-일본-대만-일본으로 이동하는 험난한 일정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정표가 또 나왔다. 당연히 18일 오후에 도쿄로 이동해 20일 준결승전을 치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준결승전이 19일에 열린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대회 규정에 ‘일본이 4강에 오를 경우, 일본 경기는 무조건 19일에 치른다’라는 조항이 첨부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 악재를 참아내며 결승에 올랐고, 마침내 미국을 8-0으로 대파하며 불합리한 이번 대회를 모두 잠재웠다. 특히 미국과의 결승에서 4회에 터진 박병호의 3점 대형 홈런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병호나 국민들에게 기쁨을 한꺼번에 던져주었다.한 소녀 팬은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고 22일 귀국하던 날 이런 말을 건넸다. “우승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한국 야구 역시 맛있지 않은가./신창윤 체육팀장신창윤 체육팀장

2015-11-22 신창윤

[데스크 칼럼] 인천의 가치찾기와 토정의 비결

컨트롤타워 없어 ‘억지성 가치 재창조사업’ 많아토정 ‘개인 잇속 차리지 않은 어부’ 최고인물 꼽아타시도와 대결구도 벗어나 한반도 전체 연계시켜야인천 연관 인물 중에는 토정(土亭) 이지함(李之함)이 있다. 토정은 16세기 조선의 학자이자 기인인데 ‘토정비결’의 저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토정과 인천을 연결하는 매개로는 의병장 중봉 조헌과 소설 ‘임꺽정’을 들 수 있다. 인천의 율도를 개척한 중봉 조헌은 토정에게서 학문을 배운 막역한 사이였으며, 계양산에서 검술을 배운 임꺽정과는 제주도 가는 길동무가 되기도 했다. 토정 이지함은 인천의 인물과 인천의 문학을 훑어가면서도 빼놓기가 쉽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확실한 인천 연관 인물이다.인천시가 2016년도에는 유정복 시장이 화두로 던진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에 집중할 모양새다. 토정 이지함을 먼저 얘기한 것은 인천의 가치를 말함에 있어서 토정의 인물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인천시는 아직 무엇이 인천의 가치인지 뚜렷한 개념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 중 1천300억원이 넘는 돈을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에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세부 항목별로 보면 많은 부분이 억지로 인천의 가치란 말만 붙여 놓은 것들이다. 이 사업을 끌고 갈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모든 일은 어떤 사람이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나게 마련이다.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토정 이지함의 상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인물관을 보자. 한반도 전국을 누비며 수많은 인물과 교유한 토정이 최고로 친 인물은 양반계층이 아닌 충청도와 전라도를 오가면서 고깃배를 부리는 어부였다. 부인과 외동딸, 이렇게 셋이서 배를 집 삼아 생활했다. 토정이 보기에 배를 부리는 기술이며 잡은 고기를 요리하는 솜씨가 당대 최고였다. 토정이 이 솜씨로 하여 최고의 인물로 친 것이 아니다. 그의 상도(商道)에 있었다. 외동딸이 엄마가 밖에 나간 사이에 고기를 팔게 되었다. 딸은 엄마에게 값을 잘 받았다면서 자랑했다. 엄마가 두 배나 많이 받은 사실을 아버지가 알면 크게 노할 것이라면서 얼른 뒤쫓아 가서 돌려주라고 성화하는 바람에 딸은 절반이나 되돌려 주어야 했다. 토정은 여기에 주목했다. 그 뒤로 이 어부는 토정이 존경하는 인물 1순위에 올랐다. 토정의 인물 평가 최우선 순위는 개인적 이해에 치우치지 않는 점이었다. 빈부귀천을 떠나 자신의 잇속만을 차리지 않는 사람을 높이 친 것이다. 그게 바로 토정 이지함이 사람을 평가하는 비결이었다.인천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땅덩어리에 피해가 있을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는 했다. 분단의 가장 큰 피해 지역 역시 인천이다. 인천의 가치 찾기는 한반도 전체적인 그림 아래서 진행되어야 한다. 인천의 가치를 드러낸다면서 타 도시와의 대결 구도를 빚어내서는 안 된다. 인천의 가치는 늘 한반도 전체와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의 가치 찾기는 어쩌면 국가적 프로젝트인지도 모른다.인천의 가치 재창조, 그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을 보노라니 돈 냄새를 맡는 사람들이 많이 달려들 것만 같다.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대형 사업이 그렇게 진행됐고, 그래서 별다른 성과 없이 돈만 낭비한 채로 끝나기 일쑤였다. 개인적인 잇속에 밝지 않고 공공성을 앞세우는 사람을 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인천 가치 찾기의 미래가 달려 있다. 유정복 시장은 토정의 눈으로 사람을 찾아 앉히기를 바란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11-18 정진오

[데스크 칼럼] 국가산업단지 노동인권이 이정도라니…

반월·시화산단 근로시간 ‘최고 53.4시간’ 충격곳곳 설치된 CCTV ‘근로자 일거수 일투족’ 감시불량률 높다는 이유로 ‘폭언 시달린 관리자’ 자살도“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주게. /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이하 생략)”1970년 11월 서울 청계천 봉제노동자 전태일이 학교 동창들에게 남긴 유서다. 만 4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국내 노동운동사의 한 획을 그은 그의 죽음은 해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꽃다운 20대 청년의 분신(焚身)이 당시 유명무실했던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발달하고 고용환경 또한 시대변천상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면서 정규직, 파견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등 같은 일을 하고도 노동신분의 지위는 또 다른 서열화를 낳았고,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그가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동분서주 찾아다니던 노동청은 지금 고용노동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사이 제2, 제3의 전태일과 같은 노동항쟁사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 덕에 근로자들의 노동권이 사회 이슈화되고 숱한 투쟁을 통해 법정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현실화, 최저 시급 보장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으로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경인일보가 보도한 최대 국가산업단지인 반월·시화산단 근로자들의 감춰진 노동인권 실상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반월·시화산단 입주업체는 지난 7월말 기준 1만8천855개다. 이중 종사자 수 50명 미만 업체가 전체 96%인 1만8천156개다. 반월·시화산단 전체 입주업체 평균 월 임금은 179만5천원, 시급 6천596원으로 전국 평균 월 임금 231만4천원, 시급 1만705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5천580원을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근로시간도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나 반월·시화산단 내 30인 미만 사업장은 46.6시간, 30~100인 미만 사업장은 49.2시간, 100~300인 미만 사업장은 52.8시간, 300인 이상 사업장은 53.4시간 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잔업, 특근 등을 합쳐 매일 12시간씩 1일 2교대 작업을 하는 업체도 상당수였다.더욱 심각한 것은 작업장 곳곳에 설치한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근로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근로자 A씨는 주어진 할당량을 다하고 잠시 자신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관리자로부터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관리자도 ‘사장님이 밖에서 휴대전화로 CCTV 영상을 수시로 보고 연락해온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에는 20여년간 근무하던 B씨가 회사 뒤편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생산량과 잔업량 등을 관리하던 반장 A씨는 자살하기 며칠 전 관리자에게 ‘불량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폭언을 듣기도 했다.상황이 이런데도 감독관청인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안산지청장이 불법 파견 근로를 한 사업주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살 정도로 근로자들의 노동인권 실태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 실제 반월·시화산단이 조성된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의 노동인권실태 전수조사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맞았다. 여야 정치권에서 수사(修辭)적인 논평을 냈지만 지금이라도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반월·시화산단 현장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길 촉구한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5-11-15 김성규

[데스크 칼럼] 공항안전 치외법권 누가 만드나

관세청, 위험물·일반화물 함께 보관토록 개정 추진항공사 창고 취급 늘어 ‘안전관리 더 허술’ 지적소방관·안전담당자 출입 사전승인 받아야 한다니…인천국제공항이 지난해 이용객 4천500만명을 돌파하면서,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기준을 훌쩍 뛰어 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공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 인천공항 이용객 규모를 지난해 대비 5.8% 성장한 4천814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항공화물도 259만t에 달하고, 항공기 운항 횟수는 31만회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항공운송 실적 뿐 아니라 공항운영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정상급 공항임을 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인천국제공항 위험물 저장시설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은 물론 국내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위험물질인 방사능물질, 독성·오염물질, 고압가스 등을 저장할 시설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인천공항의 이런 상황을 감안, 항공기에서 내려진 위험물은 공항내 어느 곳에도 보관하지 말고 화주가 즉시 찾아가라고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공항 안전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항공사, 지상조업사, 위험물 운송업체 등이 어떤 위험물 관리시스템과 매뉴얼을 따랐는지 알 수 없다. 위험물 관리에 있어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동안 위험물을 별도 보관하던 인천공항위험물터미널에는 최근 위험물 보관량이 크게 줄었다.한술 더 떠 관세청은 인천공항내 항공사 창고에서 위험물과 일반 화물을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 규정은 위험물의 경우 항공사가 지정 위험물저장소에 즉시 반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 고시안에는 하역장에서 방사능물질 같은 위험물 하역이 이뤄지지 않고 항공사가 며칠을 보관하더라도 괜찮다고 돼 있다. 관세청은 지난달 19일 ‘보세화물 입출항 하선 하기 및 적재에 관한 고시’개정(안) 입안 예고를 하고, 오늘(9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개정 고시안이 적용되면 비용 부담을 느낀 화주들이 공항위험물터미널이 아닌 항공사 창고를 하기 장소로 지정하고 위험물을 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 안전관리가 더 허술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위험물을 하역장에서 하기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위험물 취급전문관리사가 아닌 보세 창고운영자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취급·운반과정에서의 안전사고 위험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다.항공사 운영 창고가 ‘안전 치외법권 지역’이 되고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이 곳에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과 공항공사 안전 담당자조차 항공사의 사전 출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창고에 불이 나도 소방차량은 사전에 지정받은 출입구만 이용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사 창고 내 위험물이 보관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출동한 소방관들은 현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24시간 전에 출입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소방당국의 안전 점검까지 막는 것은 국가 권력과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창고에선 지난 9월 6일 리튬배터리가 폭발했지만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일엔 보세구역 내 창고 입구에서 5t 화물차량에 불이 나 절반이 탔다. 지난달 15일에는 화기성 위험물이 방치된 주차장에서 차량 3중 추돌 사고가 났다. 공항내에 상주하고 있는 몇몇 정부기관과 항공사·종사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안전 치외법권’을 만들고 있다면 책임 있는 기관들이 나서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11-08 이영재

[데스크 칼럼]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의 정착화

내수경기 살려보겠다는 행사 ‘초라한 성적표’급조된 계획·과정으로 질과 내용 ‘낙제 수준’정부, 특화된 수요와 불황극복 ‘정책제시’ 필요‘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 속담이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달 2주 일정으로 진행됐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전형적인 급조행사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까지 참여하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한 의욕과 달리 효과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바닥의 내수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출발한 행사지만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에 머쓱하기만 하다. 사실상 좋은 취지의 포장만 벗기면 백화점 업계 세일행사의 모음전에 불과했다는 것이 세간의 솔직한 평이다.그럼에도 정부와 참여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는 결과치를 내놨다. 내년에도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행사 성패에 대한 엇갈린 시장평가 속에서도 그나마 확실한 명분이 있는 까닭에 이 행사에 이의를 달진 않는다. 다만 급조된 계획과 과정, 결론에 이르기까지 행사가 남긴 부족분이 좋은 명분을 앞선다. 행사의 질과 내용이 거의 낙제 수준이란 혹평을 피할 길 없는 까닭이다.행사의 모델이 됐던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행해지는 날이다. 소매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의 70%가 이날 이뤄진다고 하니 팍팍한 우리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기불황과 바닥을 친 내수 등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세일 행사도 나름 의미가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어찌된 결과를 만들건 성장률 한계로 내수의 더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년 행사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모양새다. 정부는 시장의 절박감에 화답하듯 여기서 정례화까지 거론하며 행사의 연례적 정착화까지 언급했다. 내수회복을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축제’의 상징적 존재감과 침체된 시장을 견인할 촉매제가 절실해서인지도 모른다. 행사 보완 방법론으로는 행사준비 기간을 최소 6개월로 잡고 업계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겠다고 한다. 급조행사에 공감하며 흥행의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데 따른 반성의 결과물처럼 보인다.처음부터 행사의 완벽성을 기대했다면 분명 욕심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하는 국가 상징적 행사가 시장에 실망감을 안기는 졸작으로 내몰려선 안된다. 역대적으로 참여 업체 모집에 급급한 공급 위주의 행사를 보면 대부분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흔했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직후 별도의 ‘통 큰 세일’을 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있다. 일전의 국가세일 행사의 선택과 집중이 잘못된 실례다. 게임을 끝낸 복싱선수가 경기 후 남은 체력을 자랑하는 모순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내년에 이어 앞으로 정례화될 행사를 계획한다면 철저하게 한국식으로의 특징적 행사 정착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다음의 소비 타깃은 불안한 미래에 지갑을 열지 않는, 은퇴를 앞둔 중년층의 불안한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특화된 수요를 만들어가며 우리만의 독특한 ‘코리아 형’ 블랙 프라이데이로 정착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아울러 장기불황과 소비구조를 막는 현 상황을 극복할만한 정책 제시와 대안 마련이 소비자가 원하고 시장이 안정되는 국가 최고의 세일행사일 것이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5-11-04 심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