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또 다시 참사를 겪을 것인가

인현동·화성 씨랜드 화재 당국 관리소홀로 ‘참사’방재설비 설치의무 없는 ‘코인노래방’ 사고 취약국민안전처, 더이상 희생없는 예방대책 내놔야■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 1999년 10월 30일 저녁 7시경 인천시 중구 인현동에 위치한 상가건물에서 불이나 2층 호프집과 3층 당구장에 있던 10대 청소년 등 손님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71명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건물 지하 노래방 내부수리 공사장에서 발생한 불이 계단을 타고 2층과 3층으로 순식간에 번져 2층 호프집에 있던 120여명의 청소년 상당수가 희생을 당했다. 호프집의 내부구조는 탁자와 의자들이 빽빽이 들어차 통로 공간이 겨우 한 사람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비좁게 만들어져 사고 당시 미처 대피할 공간을 찾지 못한 채 서로 뒤엉켜야 했다. 사고 당일 화재시 인화성, 유독성 물질로 만들어진 내부 구조물로 인해 불은 순식간에 확산됐고, 매캐한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한 사상자가 많았다. 창문이 있기는 했으나 구조변경을 할 때 통유리로 바꿔 달고 합판을 덧붙여 비상시에 쓸 수 있었던 탈출구를 막았다. 불이 시작된 지하 노래방 천장에 설치된 ‘확산소화기’가 화재 당시 공사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모두 제거돼 초기진화에 실패하면서 사고가 커졌다.■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1999년 6월 30일 새벽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인 놀이동산 씨랜드 청소년수련원에서 모기향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 잠을 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났다. 사고 당시 씨랜드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497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7명 등 모두 544명이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긴 유독가스와 건물 붕괴위험 등으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수련원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 건물로, 청소년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여러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구조물이었다. 생활관에는 화재경보기가 있었으나 불량품으로 판명되었고, 사용하지도 않은 소화기들이 발견됐다. 같은 해에 일어난 두 건의 대형 화재 참사 모두 당국의 관리 소홀이 합작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새로운 복병 코인노래방= 요즘 청소년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코인 노래방이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그나마 노래연습장업으로 등록한 곳은 관련법에 따라 방마다 간이스프링클러와 단독 화재경보기가 배치돼 있지만, 노래방 부스가 게임기로 분류된 청소년게임제공업(일명 오락실)으로 등록한 코인노래방은 부스 내부에는 방재설비가 없다.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면적 66㎡ 정도 되는 실내에 22개의 노래방 부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천의 한 지하 코인노래방. 하나의 부스에 1~2명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비좁다. 부스가 들어 찬 업소 천장에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긴 했지만 22개의 부스 안에는 환풍기 하나가 전부다. 노래연습장은 밀폐된 공간에 방음시설이 돼 있어 소방법상 영업주가 영상·음향 차단 장치를 설치해 비상시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곳엔 그런 설비가 없다. 게다가 코인노래방은 관리책임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화재나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부스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손님에게 이를 알릴 방법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부스 형태의 (코인)노래방은 단독화재 경보기 설치 의무가 없다”고 가볍게 얘기한다. 이제 더 이상 당국의 관리소홀로 인한 국민 희생이 있어선 안된다.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적극적인 ‘참사 예방대책’을 내놔야 한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12-06 이영재

[데스크 칼럼] 노후가 불안한 베이비붐 세대

한때 경제 주역이 경제에 부담 주는 ‘불편한 진실’자녀교육·부모 부양에 번돈 쏟아 ‘노후준비 부실’‘고용보험법 개정’ 늦었지만 지금이 적기일 수도100세 인생 시대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를 받아들일 우리의 사회적 여건은 성숙해 보이질 않으니 걱정이다. 특히 베이버붐(1955~1963년 출생) 세대의 퇴장이 현실이 됐음에도 무대책이 대책인 것 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걱정 중 단연 으뜸이다. 이들 세대의 퇴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공적연금, 주택 패턴, 저축 및 소비 성향 등 사회 곳곳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책보단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노후 걱정에 닫힌 이들 세대의 지갑은 벌써 소비위축이란 징후까지 만들고 있다.싼 금리에 은행 수신고만 늘어나는 이론상 이해할 수 없는 기 현상치의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적 경제를 이끌었던 이들 세대의 퇴직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다.외국계 시중은행에 근무하며 동창들 사이에 나름 상징적 존재였던 친구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최근 단행된 자신의 은행 지점장 인사가 예년과 다른 64년생 이하 직원들만 포함시켜 이뤄졌다고 한다. 은행의 꽃 격인 지점장에 이제 갓 50이 된 직원들만 해당하는 예년과 다른 ‘인사 잔치’ 분위기를 설명했다. 결국 나이 많은 선배들의 희생과 퇴직을 담보로 일어난 파격적 인사로 귀결됐다. 이어진 얘기는 더 충격적이다. 조직에서 희망퇴직을 내지 않은 친구와 같은 고령(?)의 직원들은 한 부서에 모여 개인 금융거래나 취급하는 ‘직급 고려장’을 경험하고 있을게 뻔하다. 한때 구조조정 당시 칼자루를 쥐기도 했던 한때 잘나가던 친구 역시 세월에 밀려 직장 내 야인처럼 쓸쓸한 퇴장을 맞이할 현실이 왠지 씁쓸하다.우리 사회는 50대 관리자들이 언제 무슨 꼬투리를 잡아 대기발령을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로 받아들인다. 현재 50대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다. 자녀교육과 노부모 부양에 번 돈을 모두 쏟아 부은탓에 노후준비가 부실한 이들이다. 한술 더 떠 최악의 취업난에 자녀를 다시 뒷바라지해야 할 운명적 과제까지 또다시 안고 있다. 현 베이비붐 세대중 60% 이상이 경제적 은퇴준비도 못했다. 퇴직금만으론 50년 인생의 종잣돈으로 버겁고, 창업 생존율 역시 16.4%에 불과한 현실이 우울할 뿐이다. 대형 아파트를 소형으로 줄여 노후자금을 확보하려는 이들 주도의 다운사이징화가 은퇴 불안감 때문에 시작된 것이란 시장 진단이 다만 슬픈 현실이다.정부가 세대들의 썰물 같이 일어날 ‘은퇴 절벽’을 막고자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유연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차액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등 해법이 최근 국회를 거치는 내용의 시행안 골자다. 물론 단기적 처방이라도 내세워 세대의 심리·사회적 안정에 기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하지만 출산율 제고부터 일자리 확충과 부동산 가격 안정, 공적연금의 확충 등 근본적인 중장기적 대책을 실기해서는 곤란하다. 최근 급부상한 임금 피크제의 사회적 정착도 중요하나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소득 보상체계 확립 또한 선결조건이 돼야한다. 일자리 양산이 생계를 위한 선택에 불과하다면 별 도움이 안되는 모래성을 쌓는 헛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 이모작이 필요한 이들 세대에 보내는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늦은감은 있다. 하지만 대처 시기 논의가 그나마 가능한 지금이 대처의 적기 일지도 모른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5-12-02 심재호

[데스크 칼럼] 누가 함부로 ‘도란스’를 내리는가

인하대 문과대 구조조정 교수·학생들 상실감 커취업률·국비지원 그림자만 보이는 동굴에 가둘건지…학문의 근원 ‘인문학 차단’은 대학 정체성 부정행위‘도란스’. 트랜스(trance), 즉 변압기의 일본식 표현이다. 몇년 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도란스에 얽힌 일화 하나를 다시 꺼내본다. 대학의 학과들이 통폐합되면서 학부제로 바뀔 당시, 한 대학에서 있었던 실화라고는 하는데, 다시 음미(?)해봐도, 아무래도 유머에 가깝다.모 대학에서 전기·전자·전파공학과가 한 학부로 통합됐다. 이들 학과는 연구비를 비롯, 상당한 예산이 걸린 프로젝트 수주 등을 놓고 서로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이들 세 학과가 참여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먼저 전파공학과 교수가 열변을 토했다.“요즘 휴대전화 없는 사람 있습니까? 21세기는 정보통신의 시대입니다. 통신은 곧 나라의 경쟁력인 만큼, 전파공학과에 연구비를 몰아줘야 합니다.” 이어 전파공학과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에 질세라 전자공학과 교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컴퓨터와 최첨단 전자제어장치 없이 정보통신이 가능합니까? 당연히 연구비는 우리 과로 돌려야 합니다.” 이번에는 박수는 물론 구호까지 터져나왔다.마지막으로 전기공학과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청중석에서 분에 못이겨 씩씩대는 같은 과 학생에게 한마디 던지는 것으로 강연을 끝냈다. “야! 나가서 도란스 내려!”최근 인하대 최순자 총장의 문과대학 축소 방침을 접하면서 이 해묵은 유머가 다시 떠오른다. 인문학은 모든 학문과 교육의 토대다. 전파공학, 전자공학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기’와 비슷하다. 그런 학문이 시장논리에 밀려 홀대받는 상황이니 이 대학 문과대 교수· 학생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폐지가 거론되는 철학과 등 일부학과 학생들은 정말이지 도란스를 확 내려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최 총장이 문과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인하대가 내년 초 교육부에서 공고할 예정인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 선도대학)사업에 참여키로 하고 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사업은 진로·취업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고 학생 중심으로 학사구조를 개선하는 ‘사회수요 선도대학’ 9개를 선정해 국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대목에서 앞서 세미나 에피소드의 뒷얘기를 이어가 보고자 한다. 물론 기자의 엉뚱한 상상이다.‘도란스의 반란’(?)으로 인해 세미나는 암흑속에서 진행됐다. 그 때 누군가 뒤에서 손전등을 켰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오직 그림자의 형상만을 보고 판단을 하고 해석을 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제대로 된 세미나가 될 리 없다.어릴 때부터 평생 동굴의 벽만 바라보도록 사지(四肢)가 묶여 있는 사람들은 등 뒤의 불빛이 벽에 그려낸 그림자를 실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접목해 보았다.인하대 문과대학 구조조정이 오로지 취업률과 국비지원액이라는 그림자만 보이는 동굴에 상아탑을 가두는 일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물론 인문학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인 현실 속에서 학교측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함부로 ‘도란스’를 내려서는 안된다. 암페어를 조정할 수는 있어도 전원을 끊어버리는, 다시말해 학문의 원천을 차단하는 것은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다. 한편으로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인문학이 오히려 더 필요한 때이지 않을까 싶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11-29 임성훈

[데스크 칼럼] 한국 야구는 맛있다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3번째 도쿄대첩’… 日 얄팍한 수작에 굴복 안해결승전서 박병호 3점홈런 국민들에 큰기쁨 안겨줘야구 때문에 속이 시원하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 기분이다. 그렇게 얕은 수를 써서라도 초대 우승컵을 가져가려고 하는 일본의 속셈을 보기 좋게 무너트렸고, 야구 종주국 미국 마저 제압했다. 빠른 야구와 정밀한 타구,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 속에서의 희생정신은 한국 야구의 맛이다. 정말 야구 맛있다.한국 야구사에 있어 가장 통쾌한 기억은 역시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 일 것이다. 이 가운데 2015년 11월 19일은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역사가 세워진 날이다. 잘 난 맛에 살았던 일본은 한국 야구에 침몰당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9회말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려됐던 일본 투수들은 한 순간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패색이 짙었던 순간에도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11·19 도쿄돔 대첩’을 완성 시켰다.한국 야구사에 있어 도쿄 대첩은 이번이 3번째다. 2006년 3월 5일,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첫 번째 도쿄돔 대첩이 나왔다. 당시 1-2로 뒤진 8회초 1사 1루에서 이승엽은 이시이 히로토시에게서 역전 우월 투런포로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는 이 경기를 도쿄 대첩의 서막이라고 했다.그로부터 3년 뒤인 2009년 3월 9일. 2번째 도쿄 대첩이 재현됐다. 제2회 WBC A조 1-2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1-0으로 물리친 것이다. 승리의 주역은 ‘봉의사’ 봉중근 이었다. 선발 투수 봉중근은 일본의 강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세 번째 도쿄 대첩이 나왔다. 더 반전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에 막혀 7회까지 단 1안타만 쳤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아웃카운트 3번의 기회에서 반전을 일으켰다.이번 대회가 더 속시원했던 이유는 WBSC와 일본의 얕은 수작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승 우승’, ‘세계 제일’을 외치는 일본은 한국을 들러리로 삼았다. 특히 예선전부터 8강전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B조 개막전 한·일전만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은 8일 삿포로돔에서 경기를 치르고, 대만으로 이동해야 했다. 훈련 배정도 한국에 불리했다. 개막전 전날인 7일 삿포로돔에서 축구 경기가 열린 탓에 한국은 경기 당일에야 삿포로돔을 처음 밟았다. 또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인 15일 미국전이 끝난 뒤 8강 경기 장소와 경기 시간을 통보 받는 등 불리한 상황만 이어졌다.결국 선수들은 한국-일본-대만-일본으로 이동하는 험난한 일정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정표가 또 나왔다. 당연히 18일 오후에 도쿄로 이동해 20일 준결승전을 치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준결승전이 19일에 열린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대회 규정에 ‘일본이 4강에 오를 경우, 일본 경기는 무조건 19일에 치른다’라는 조항이 첨부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 악재를 참아내며 결승에 올랐고, 마침내 미국을 8-0으로 대파하며 불합리한 이번 대회를 모두 잠재웠다. 특히 미국과의 결승에서 4회에 터진 박병호의 3점 대형 홈런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병호나 국민들에게 기쁨을 한꺼번에 던져주었다.한 소녀 팬은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고 22일 귀국하던 날 이런 말을 건넸다. “우승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한국 야구 역시 맛있지 않은가./신창윤 체육팀장신창윤 체육팀장

2015-11-22 신창윤

[데스크 칼럼] 인천의 가치찾기와 토정의 비결

컨트롤타워 없어 ‘억지성 가치 재창조사업’ 많아토정 ‘개인 잇속 차리지 않은 어부’ 최고인물 꼽아타시도와 대결구도 벗어나 한반도 전체 연계시켜야인천 연관 인물 중에는 토정(土亭) 이지함(李之함)이 있다. 토정은 16세기 조선의 학자이자 기인인데 ‘토정비결’의 저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토정과 인천을 연결하는 매개로는 의병장 중봉 조헌과 소설 ‘임꺽정’을 들 수 있다. 인천의 율도를 개척한 중봉 조헌은 토정에게서 학문을 배운 막역한 사이였으며, 계양산에서 검술을 배운 임꺽정과는 제주도 가는 길동무가 되기도 했다. 토정 이지함은 인천의 인물과 인천의 문학을 훑어가면서도 빼놓기가 쉽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확실한 인천 연관 인물이다.인천시가 2016년도에는 유정복 시장이 화두로 던진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에 집중할 모양새다. 토정 이지함을 먼저 얘기한 것은 인천의 가치를 말함에 있어서 토정의 인물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인천시는 아직 무엇이 인천의 가치인지 뚜렷한 개념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 중 1천300억원이 넘는 돈을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에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세부 항목별로 보면 많은 부분이 억지로 인천의 가치란 말만 붙여 놓은 것들이다. 이 사업을 끌고 갈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인 듯하다.모든 일은 어떤 사람이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나게 마련이다.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토정 이지함의 상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인물관을 보자. 한반도 전국을 누비며 수많은 인물과 교유한 토정이 최고로 친 인물은 양반계층이 아닌 충청도와 전라도를 오가면서 고깃배를 부리는 어부였다. 부인과 외동딸, 이렇게 셋이서 배를 집 삼아 생활했다. 토정이 보기에 배를 부리는 기술이며 잡은 고기를 요리하는 솜씨가 당대 최고였다. 토정이 이 솜씨로 하여 최고의 인물로 친 것이 아니다. 그의 상도(商道)에 있었다. 외동딸이 엄마가 밖에 나간 사이에 고기를 팔게 되었다. 딸은 엄마에게 값을 잘 받았다면서 자랑했다. 엄마가 두 배나 많이 받은 사실을 아버지가 알면 크게 노할 것이라면서 얼른 뒤쫓아 가서 돌려주라고 성화하는 바람에 딸은 절반이나 되돌려 주어야 했다. 토정은 여기에 주목했다. 그 뒤로 이 어부는 토정이 존경하는 인물 1순위에 올랐다. 토정의 인물 평가 최우선 순위는 개인적 이해에 치우치지 않는 점이었다. 빈부귀천을 떠나 자신의 잇속만을 차리지 않는 사람을 높이 친 것이다. 그게 바로 토정 이지함이 사람을 평가하는 비결이었다.인천은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땅덩어리에 피해가 있을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고는 했다. 분단의 가장 큰 피해 지역 역시 인천이다. 인천의 가치 찾기는 한반도 전체적인 그림 아래서 진행되어야 한다. 인천의 가치를 드러낸다면서 타 도시와의 대결 구도를 빚어내서는 안 된다. 인천의 가치는 늘 한반도 전체와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천의 가치 찾기는 어쩌면 국가적 프로젝트인지도 모른다.인천의 가치 재창조, 그 일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을 보노라니 돈 냄새를 맡는 사람들이 많이 달려들 것만 같다.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대형 사업이 그렇게 진행됐고, 그래서 별다른 성과 없이 돈만 낭비한 채로 끝나기 일쑤였다. 개인적인 잇속에 밝지 않고 공공성을 앞세우는 사람을 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인천 가치 찾기의 미래가 달려 있다. 유정복 시장은 토정의 눈으로 사람을 찾아 앉히기를 바란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11-18 정진오

[데스크 칼럼] 국가산업단지 노동인권이 이정도라니…

반월·시화산단 근로시간 ‘최고 53.4시간’ 충격곳곳 설치된 CCTV ‘근로자 일거수 일투족’ 감시불량률 높다는 이유로 ‘폭언 시달린 관리자’ 자살도“사랑하는 친우(親友)여, 받아 읽어주게. /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이하 생략)”1970년 11월 서울 청계천 봉제노동자 전태일이 학교 동창들에게 남긴 유서다. 만 4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국내 노동운동사의 한 획을 그은 그의 죽음은 해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꽃다운 20대 청년의 분신(焚身)이 당시 유명무실했던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파수꾼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발달하고 고용환경 또한 시대변천상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면서 정규직, 파견근로자, 기간제 근로자 등 같은 일을 하고도 노동신분의 지위는 또 다른 서열화를 낳았고, 노동인권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그가 번번이 퇴짜를 맞으면서도 동분서주 찾아다니던 노동청은 지금 고용노동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사이 제2, 제3의 전태일과 같은 노동항쟁사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 덕에 근로자들의 노동권이 사회 이슈화되고 숱한 투쟁을 통해 법정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현실화, 최저 시급 보장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으로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경인일보가 보도한 최대 국가산업단지인 반월·시화산단 근로자들의 감춰진 노동인권 실상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반월·시화산단 입주업체는 지난 7월말 기준 1만8천855개다. 이중 종사자 수 50명 미만 업체가 전체 96%인 1만8천156개다. 반월·시화산단 전체 입주업체 평균 월 임금은 179만5천원, 시급 6천596원으로 전국 평균 월 임금 231만4천원, 시급 1만705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5천580원을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근로시간도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나 반월·시화산단 내 30인 미만 사업장은 46.6시간, 30~100인 미만 사업장은 49.2시간, 100~300인 미만 사업장은 52.8시간, 300인 이상 사업장은 53.4시간 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잔업, 특근 등을 합쳐 매일 12시간씩 1일 2교대 작업을 하는 업체도 상당수였다.더욱 심각한 것은 작업장 곳곳에 설치한 CCTV(폐쇄회로TV)를 통해 근로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근로자 A씨는 주어진 할당량을 다하고 잠시 자신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관리자로부터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관리자도 ‘사장님이 밖에서 휴대전화로 CCTV 영상을 수시로 보고 연락해온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에는 20여년간 근무하던 B씨가 회사 뒤편 자신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생산량과 잔업량 등을 관리하던 반장 A씨는 자살하기 며칠 전 관리자에게 ‘불량률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폭언을 듣기도 했다.상황이 이런데도 감독관청인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안산지청장이 불법 파견 근로를 한 사업주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살 정도로 근로자들의 노동인권 실태에는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 실제 반월·시화산단이 조성된 지난 30년 동안 단 한 번의 노동인권실태 전수조사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전태일 열사 45주기를 맞았다. 여야 정치권에서 수사(修辭)적인 논평을 냈지만 지금이라도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반월·시화산단 현장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길 촉구한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5-11-15 김성규

[데스크 칼럼] 공항안전 치외법권 누가 만드나

관세청, 위험물·일반화물 함께 보관토록 개정 추진항공사 창고 취급 늘어 ‘안전관리 더 허술’ 지적소방관·안전담당자 출입 사전승인 받아야 한다니…인천국제공항이 지난해 이용객 4천500만명을 돌파하면서, 국제공항협의회(ACI)의 기준을 훌쩍 뛰어 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공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 인천공항 이용객 규모를 지난해 대비 5.8% 성장한 4천814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항공화물도 259만t에 달하고, 항공기 운항 횟수는 31만회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항공운송 실적 뿐 아니라 공항운영과 서비스 분야에서도 정상급 공항임을 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인천국제공항 위험물 저장시설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은 물론 국내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위험물질인 방사능물질, 독성·오염물질, 고압가스 등을 저장할 시설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인천공항의 이런 상황을 감안, 항공기에서 내려진 위험물은 공항내 어느 곳에도 보관하지 말고 화주가 즉시 찾아가라고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공항 안전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항공사, 지상조업사, 위험물 운송업체 등이 어떤 위험물 관리시스템과 매뉴얼을 따랐는지 알 수 없다. 위험물 관리에 있어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동안 위험물을 별도 보관하던 인천공항위험물터미널에는 최근 위험물 보관량이 크게 줄었다.한술 더 떠 관세청은 인천공항내 항공사 창고에서 위험물과 일반 화물을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 규정은 위험물의 경우 항공사가 지정 위험물저장소에 즉시 반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 고시안에는 하역장에서 방사능물질 같은 위험물 하역이 이뤄지지 않고 항공사가 며칠을 보관하더라도 괜찮다고 돼 있다. 관세청은 지난달 19일 ‘보세화물 입출항 하선 하기 및 적재에 관한 고시’개정(안) 입안 예고를 하고, 오늘(9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개정 고시안이 적용되면 비용 부담을 느낀 화주들이 공항위험물터미널이 아닌 항공사 창고를 하기 장소로 지정하고 위험물을 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 안전관리가 더 허술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위험물을 하역장에서 하기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위험물 취급전문관리사가 아닌 보세 창고운영자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취급·운반과정에서의 안전사고 위험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다.항공사 운영 창고가 ‘안전 치외법권 지역’이 되고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이 곳에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과 공항공사 안전 담당자조차 항공사의 사전 출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창고에 불이 나도 소방차량은 사전에 지정받은 출입구만 이용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사 창고 내 위험물이 보관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출동한 소방관들은 현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24시간 전에 출입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소방당국의 안전 점검까지 막는 것은 국가 권력과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창고에선 지난 9월 6일 리튬배터리가 폭발했지만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일엔 보세구역 내 창고 입구에서 5t 화물차량에 불이 나 절반이 탔다. 지난달 15일에는 화기성 위험물이 방치된 주차장에서 차량 3중 추돌 사고가 났다. 공항내에 상주하고 있는 몇몇 정부기관과 항공사·종사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안전 치외법권’을 만들고 있다면 책임 있는 기관들이 나서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11-08 이영재

[데스크 칼럼]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의 정착화

내수경기 살려보겠다는 행사 ‘초라한 성적표’급조된 계획·과정으로 질과 내용 ‘낙제 수준’정부, 특화된 수요와 불황극복 ‘정책제시’ 필요‘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 속담이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달 2주 일정으로 진행됐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전형적인 급조행사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까지 참여하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한 의욕과 달리 효과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바닥의 내수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로 출발한 행사지만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에 머쓱하기만 하다. 사실상 좋은 취지의 포장만 벗기면 백화점 업계 세일행사의 모음전에 불과했다는 것이 세간의 솔직한 평이다.그럼에도 정부와 참여업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2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는 결과치를 내놨다. 내년에도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행사 성패에 대한 엇갈린 시장평가 속에서도 그나마 확실한 명분이 있는 까닭에 이 행사에 이의를 달진 않는다. 다만 급조된 계획과 과정, 결론에 이르기까지 행사가 남긴 부족분이 좋은 명분을 앞선다. 행사의 질과 내용이 거의 낙제 수준이란 혹평을 피할 길 없는 까닭이다.행사의 모델이 됐던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연중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행해지는 날이다. 소매업체의 경우 1년 매출의 70%가 이날 이뤄진다고 하니 팍팍한 우리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기불황과 바닥을 친 내수 등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세일 행사도 나름 의미가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어찌된 결과를 만들건 성장률 한계로 내수의 더큰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내년 행사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모양새다. 정부는 시장의 절박감에 화답하듯 여기서 정례화까지 거론하며 행사의 연례적 정착화까지 언급했다. 내수회복을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쇼핑축제’의 상징적 존재감과 침체된 시장을 견인할 촉매제가 절실해서인지도 모른다. 행사 보완 방법론으로는 행사준비 기간을 최소 6개월로 잡고 업계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겠다고 한다. 급조행사에 공감하며 흥행의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한데 따른 반성의 결과물처럼 보인다.처음부터 행사의 완벽성을 기대했다면 분명 욕심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하는 국가 상징적 행사가 시장에 실망감을 안기는 졸작으로 내몰려선 안된다. 역대적으로 참여 업체 모집에 급급한 공급 위주의 행사를 보면 대부분 보여주기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흔했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직후 별도의 ‘통 큰 세일’을 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있다. 일전의 국가세일 행사의 선택과 집중이 잘못된 실례다. 게임을 끝낸 복싱선수가 경기 후 남은 체력을 자랑하는 모순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내년에 이어 앞으로 정례화될 행사를 계획한다면 철저하게 한국식으로의 특징적 행사 정착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례로 다음의 소비 타깃은 불안한 미래에 지갑을 열지 않는, 은퇴를 앞둔 중년층의 불안한 소비 심리를 되살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특화된 수요를 만들어가며 우리만의 독특한 ‘코리아 형’ 블랙 프라이데이로 정착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아울러 장기불황과 소비구조를 막는 현 상황을 극복할만한 정책 제시와 대안 마련이 소비자가 원하고 시장이 안정되는 국가 최고의 세일행사일 것이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5-11-04 심재호

[데스크 칼럼] I. INCHEON. U

‘너를 빚더미에 앉게 하겠어’ 부채 허덕이는 市 풍자패러디마다 서민들 고된 삶의 현실 떠올리게 해‘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어’ 란 새 브랜드 필요‘아이 인천 유’(I Incheon you)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주어·동사·목적어로 구성된 영어 문법의 3형식 문장인 듯한데 ‘인천’이란 고유명사가 동사로 사용됐다. 직역하면 나는 너를 인천한다?실제 뜻을 알고 나면 더 황당하다. ‘너를 빚더미에 앉게 하겠어’란 의미란다. 인천시가 지방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을 풍자했다고 한다.그런가 하면 ‘잇츠 대구’(It’s Daegu)도 있다. ‘너무 덥다’란 뜻으로 대구의 기후적 특성을 빗댔다.문법 파괴는 기본이고 부연설명 없이 해석이 불가능한 이들 ‘콩글리시’ 문장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지는 패러디물 중 일부다.이들 패러디 물의 진원지는 서울이다. 최근 서울시가 새로운 공식 도시 브랜드로 ‘아이 서울 유’(I.SEOUL.U)를 선보이자 지역 명칭(서울)을 동사로 활용한 것을 비꼬아 이를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 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와 너의 서울’이란 뜻을 담았다는 서울시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회의적 반응은 가시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조롱의 범위가 서울에 머물더니 이제는 ‘아이 인천 유’나 ‘잇츠 대구’에서 보듯이 불똥이 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어쨌거나 새 브랜드의 ‘의미 전달 부재’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보는 이에게 일순간 웃음을 선사하는 네티즌들의 재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패러디는 패러디다. 속된말로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쓴웃음이 남는다. 패러디 한 토막, 한 토막에 깃들어 있는 현실진단이 서민들의 고된 삶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개그인 듯 하지만 결국 다큐적 사고의 프레임에 갇히게 만드는 패러디라고 할까? “나는 너의 전셋값을 올리겠어”, “나는 너를 지하철 지옥에 가두겠어”처럼 ‘seoul’이란 ‘단어’를 ‘전셋값을 올리다’, ‘지하철 지옥에 가두다’ 등으로 해석한 문장은 어찌 보면 ‘고된 서울(도시) 생활’에 대한 소시민들의 변형된 고발장이다. 헬(Hell·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인 ‘헬조선’, 흙수저 등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인터넷 신조어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마당이니 동사(?)로서의 ‘seoul’은 당분간 온갖 부정적 의미의 ‘의역’을 양산할 게 분명하다.이런 점에서 ‘I.SEOUL.U’는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정치인 또는 행정가들이 주목해야 할 시대 현상이 아닐 수 없다.한편으로 인천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아이 인천 유’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인천’의 이미지가 ‘빚더미 도시’로 고착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어서다. 인천이란 도시의 긍정적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진대 말이다.인천의 공식 도시브랜드는 ‘플라이 인천’(Fly Incheon)이다. ‘플라이 인천’ 또한 정작 인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방성이나 역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맞물려 일각에서 도시브랜드 교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2006년 인천국제공항을 대표 상징으로 삼아 만들어진 지 10여년이 지난 만큼, 이제 인천의 변화상을 반영한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필요할 만도 하다. 그렇다고 ‘I.SEOUL.U’처럼 고개부터 갸우뚱해지는 도시브랜드는 사양하고 싶다. ‘I INCHEON U’ 가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어” “나는 너를 풍요롭게 해주겠어” 등으로 해석되는 시기가 오면 모를까./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11-01 임성훈

[데스크 칼럼] 투혼(鬪魂)

부상에도 강한 정신력으로 버틴 ‘전국체전 선수들’경기장에는 관계자·학부모들뿐 ‘늘 소외된 느낌’비인기종목 지도자들 올림픽처럼 ‘국민관심’ 원해투혼은 스포츠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려는 굳센 마음을 뜻한다. 스포츠 지도자들은 대부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는 박수를 보내지만, 시작 전부터 포기부터 하고 싸우지 않으려는 선수에게는 혼을 낸다.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칭찬과 꾸지람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선수들의 정신상태, 즉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느냐, 아니면 일찍 포기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스포츠에서 1등과 2등의 차이는 바로 투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승전에 올라온 선수 또는 팀은 모두 실력이 비슷하다. 대부분 중요한 순간에 실수하거나 아니면 정신 자세에 따라 순위가 바뀌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투혼은 선수들에게 남다를 수밖에 없다.지난주 강원도에선 제96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7일 동안 진행됐다. 종목마다 선수들은 저마다 시·도 대표로 출전해 고장의 명예를 걸고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가 끝난 뒤 승자는 패자의 손을 잡고 위로했고, 패자는 승자에게 존경의 의미로 박수를 보냈다. 이런 것이 바로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번 전국체전에선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이 많았다. 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한 인천시체육회 소속 김지연은 경기 도중 양쪽 엄지발가락이 찢어지는 심각한 부상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끝까지 결승선을 향해 달렸고, 롤러에 출전한 인천 서구청의 김수진도 레이스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혀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에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이런 ‘총성 없는 스포츠’에서 경기도는 전국체전에서만 14년 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2월 동계체육대회 14연패에 이어 이번 하계체전까지 잇따라 석권한 것이다. 말이 14년이지,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시·도에게 우승컵을 내주지 않았다는 점은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육상의 경우 24년 동안 종목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고, 유도 종목도 17년 동안 우승했다는 점이다. 전체 44개 정식 종목 가운데 절반을 넘어선 23개 종목이 3위권에 올랐다는 점만 해도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스포츠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14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온 경기도 선수단에 박수를 보낸다.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대한민국 스포츠 제전인 전국체전이 해를 거듭할수록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장에는 해당 선수 학부모와 학교 및 시·도 관계자만 보였을 뿐 국민들에게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많은 관중이 모이는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스포츠와는 달리 아마추어 스포츠는 늘 소외된 느낌이다. 이러다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위상도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를 입증하듯 일부 비인기 종목은 선수들이 없어 아우성이다. 학교 운동부는 선수 수급을 하지 못해 해체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수준이다.내년에는 브라질 리우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느낀 점은 대한민국의 효자 종목이 바로 비인기 종목이었다는 것이다. 유도, 레슬링, 양궁,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들이 인기종목보다 메달을 더 따냈다. 비인기 종목 지도자들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관심을 받게 되는 날이 바로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밖에 없다고 한다. 일부 지도자들은 올림픽 때처럼 밤을 새우며 관심을 보여준 국민들이 그립다고 한다.스포츠는 위대하다.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 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처럼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날이 다시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신창윤 체육팀장신창윤 체육팀장

2015-10-25 신창윤

[데스크 칼럼] 10월 15일 인천 시민의 날은 틀렸다

행정구역 명칭 바꾼 1413년 10월 15일은 ‘음력’기념일, 음력으로 하든지 양력으로 환산해 정해야시, 가치창출 위해 모두 공감하는 날로 조정 필요요즘은 앉아서도 조선시대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주요 사건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가 여간 잘 구축된 게 아니다. 1413년(태종 13년) 10월 15일 자를 보자. ‘지방 행정 구역의 명칭을 개정하다’란 제목의 기사 1꼭지가 실렸다. 임금이 좌정승 하륜(河崙)에게 완산부(完山府)를 전주(全州)로, 계림부(鷄林府)를 경주(慶州)로 그 명칭을 고치자고 말하니 하륜이 옳다면서 아예 다른 곳까지 개칭하자고 해 전국 각 고을의 이름을 고치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인천(仁川)이란 지명이 생기게 되었다. 인천시는 이날을 기려 10월 15일을 ‘인천시민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제51회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문학산 정상 개방행사를 같이 열기도 했다.인천시민의 날이 지정 취지와 부합하려면 위의 기사 내용대로 지명을 바꾼 1413년 10월 15일과 인천시민의 날인 10월 15일이 같은 날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둘은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같을 뿐 따지고 보면 전혀 다른 날이다. 1413년 10월 15일은 음력이고, 인천시민의 날인 10월 15일은 양력이다. 인천시민들은 마치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을 양력 1월 1일에 쇠는 것과 같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대다수 인천시 공무원조차도 한글날이 당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해 정한 것처럼 시민의 날인 10월 15일도 당연히 당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해 정한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인천이라는 지명을 얻은 1413년 음력 10월 15일을 인천시민의 날로 정한 것도 문제가 크다. 인주(仁州)보다는 인천이 축소된 느낌인 데다가 부평이나 계양, 서구, 강화, 옹진 등은 당시 인천이라는 그 지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다. 당시 행정 구역으로는 인천이란 지명이 생길 때 이들 지역은 인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강화군민이나 부평시민들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날을 인천시민의 날이라고 기념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기념일은 사전적으로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한 날’이다. 기념일이 되기 위해서는 그날의 시의성이 맞아야 한다. 음력 날짜가 그날이라면 기념일은 매년 음력으로 하든지 아니면 당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해 정해야 한다. 기념일은 또 모두가 공감할 때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인천이라는 지명이 생긴 날을 인천시민의 날로 정한 것은 당시 행정구역과 지금의 행정구역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조치다. 지금의 인천시민의 날은 그 시의성에서도 지역적으로도 틀린 것이다.유정복 인천시장은 틈만 나면 ‘인천 가치 재창출’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한다. 유 시장의 바람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뒤따른다. 무엇이 인천의 가치이고, 어떤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개념부터 정립해야 할 것이다.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출발자세가 어떠하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유정복 시장을 비롯한 인천시 공직자들은 단거리 선수처럼 출발자세부터 바로 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이 인천시민의 날을 올바르게, 모두가 공감하는 날로 다시 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틀린 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어떠한 가치도 창출할 수 없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10-21 정진오

[데스크 칼럼] 역사와 군주

우리 사회 교과서 국정화 둘러싼 역사논쟁 ‘시끌’현대사 관점 차이 새로운 이념논쟁으로 비화 양상中 동북공정 강화… 우리가 싸울 상대는 따로 있어‘겸청즉명(兼聽則明) 편신즉암(偏信則暗)’이란 말이 있다. 여러 의견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 쪽 의견만 들으면 아둔해진다는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한 경구다. 우리 사회가 때아닌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역사논쟁’으로 시끄럽다. 메르스 사태로 온 국민이 대인 기피증을 앓을 정도로 지쳐있고, 마지막 퇴원환자가 또다시 양성반응이 나타나 이달 28일 예정이던 종식선언마저 물 건너간 상황이다. 내년도 경제성장전망치는 발표하기가 무섭게 슬금슬금 하향 수정을 거듭해 맥도 빠져있다.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필자 또한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봤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도덕책에서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던 것 같다. 머리위로 뾰족하게 뿔이 나 있고 목덜미에 붙은 큼직한 혹, 지하동굴에서 두더지처럼 삽과 괭이로 일하고 있는 깡마른 사람 등이 책 곳곳에 삽화로 등장했다. 열 살도 안 된 어린 아이의 눈에 참으로 역겹고 무서웠다. 당연히 그런 곳이 북한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그 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운명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좀 더 고학년이 돼서 ‘난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다 숨진 이승복 어린이의 절규를 통해 간첩이란 생소한 단어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란 사실들을 순차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민주화란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빈부의 격차 속에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아픔 등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또다른 이면을 알게 됐다. 사회인이 되어 전 세계 유일무이한 3대 세습통치로 이어진 북한의 은둔, 공포정치를 보면서 내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과 내 아이를 위해 내 조국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강한 국가관도 정립돼 갔다.역사는 흔히 승자의 역사라고 한다. 패자의 역사는 감춰진 진실에 불과하고 세상에 빛을 보고자 할 때 많은 반발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역사논쟁의 쟁점은 해방 이후 고작 70년 밖에 되지 않은 현대사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는 2018년 대입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가 고교생들의 필수 수험교재가 되면서 더더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간 단순한 역사논쟁이 아니라 새로운 이념논쟁으로 비화돼 우리 사회 전체가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후대에서 지금 벌어지는 이런 과정이 어떤 역사로 정리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체제는 이미 숱한 논란 속에 국정화의 틀을 깨고 시행 중에 있다. 검정체제라 할지라도 여전히 교육부장관의 승인 없이는 검정교과서로 채택될 수 없는 구조다. 국가가 얼마든지 승인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수정요구를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공개 심포지엄 등을 통해 수정의 당위성을 역설할 수도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선 한국사 교사들이나 역사학자, 대학교수 등이 현행 검정교과서 체제를 문제삼은 것도 아니고, 대학입시 시험문제에서 논란이 된 것도 아닌데 왜 지금 이 시기에 국정교과서 강행을 시도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19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따른 관련 예산 100억여원을 세울 방침이어서 예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전 백두산을 다녀왔다. 백두산 앞에서 행사기념 플래카드를 걸고 사진 한 장을 못 찍게 했다. 옛 찬연했던 고구려 역사의 자취를 감추려는 중국정부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정책 때문이란다.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상대는 따로 있는 듯하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5-10-18 김성규

[데스크 칼럼] 호갱 수도권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오게 된 ‘선거구획정안’여야, 슬그머니 영·호남 지역구 살리는 쪽으로매번 장난질 대상되는 수도권 ‘무관심’이 문제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벌써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뻔히 그럴 줄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던 것일 뿐, 결국엔 그들의 주판알 튕기기로 결론이 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19대 총선 때 우리 정치권은 선거를 불과 두 달 여 앞두고서야 선거판을 짰다. 옆 동네 윗동네를 이리 떼고 저리 붙여, 어지간한 예술작품 울고 갈 ‘창조적’ 선거구를 만들어 냈다. 해당 지역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정치권의 몰염치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기는 했으되, 우매한 민초들의 아우성은 기껏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다는 걸 잘 알고 있던 정치권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말 많고 탈 많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 국회 제출 시한을 넘기면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다시 정치권의 손에서 주물러지게 됐다. 경기의 룰을 당사자인 선수들이 직접 짜는 꼴, 선수들이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건 살리고 불리한 건 죽일 테니 그들 입장에선 이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또 없다. 적당한 힘겨루기와 치고받기가 이어진 뒤 이내 ‘기브 앤 테이크’가 성사될 것이고, 국민들에겐 서로 ‘저쪽 탓’에 어쩔 수 없었다며 약간의 유감만 표명하면 될 일이다.문제는 선수들 간 합의에 관중들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이다. 영남과 호남이라는, 승부가 너무도 뻔한 홈구장에서만 제각기 많은 경기를 치르고 싶어 하니, 변변하게 실력 있는 팀 하나 갖지 못한 수도권 관중들만 시쳇말로 ‘호갱’이 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애초 인구 편차 2대1 기준으로 상·하한선을 잡았던 획정위 안대로라면 경기도는 최대 9곳, 인천은 1곳의 선거구가 증설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각각 지역구 수와 비례대표 비율을 내세우며 양보 없이 이어진 여야의 공방은 슬그머니 영·호남 지역구는 살리고 수도권 증설은 줄이는 쪽으로 논의의 방향을 틀고 있다. 의원 정수를 그대로 둔 채로 농어촌을 살리고 지역구 의석도 유지하려면 인구 상·하한선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인구 상·하한선을 올려서 타격을 받는 건 온전히 경기도·인천이다. 행정구역을 통째로 떼어내 다른 지역에 갖다 붙였던 19대 총선 때의 수도권 지역 게리맨더링이 거짓말처럼 똑같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수원과 용인이 험한 꼴을 당했다면 이번엔 안산, 부천이 폭탄을 맞을 처지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일 뿐.냉소적으로만 말한다면 성폭행에, 이권 개입에, 뇌물 수수에, 온갖 갑질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국회의원을 자기 지역에 여럿 모시고 싶은 국민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몇몇 함량 미달의 철부지가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는 법, 국회의원은 엄연히 해당 지역의 현안과 숙원을 해결할 창구이자 민의의 대변자다. 대표가 많아야 권리를 지키기 쉽고, 이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역차별을 받지 않는다.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수도권을 향해 대한민국의 중심이니, 민의의 바로미터니 떠들며 잔뜩 공을 들이는 모양새를 내곤 했다. 여당 대표는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 수도권은 금메달”이라는 말까지 했다.하지만 매번 동네를 갈기갈기 찢어 꿰맞추는 장난질의 대상이 되고 그때마다 번번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고 마는 게 수도권이라면, 수도권 주민들은 ‘호갱’이 맞다. 잇속을 챙기려고 혈안이 된 장사꾼보다 어쩌면 무관심하고 어리숙한 호갱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배상록 정치부장배상록 정치부장

2015-10-14 배상록

[데스크 칼럼] 프레지던츠컵과 인천의 효과

전 세계에 ‘INCHEON’ 알린 기회 큰 수확입장료·골프용품·호텔업계 등 쏠쏠한 재미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 주길 기대전 세계 골프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지구촌 최대 골프 축제인 ‘2015 프레지던츠컵’이 11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렸다. 2년마다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은 라이더컵과 함께 프로골프의 양대 대륙대항전으로 골프팬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경기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는 마지막 매치에서 우승이 결정날 만큼 박빙으로 진행돼 대회의 열기를 더했다. 이 대회는 226개국에 32개 언어로 중계돼 10억명의 골프팬들이 시청했다고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보다 ‘INCHEON’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건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1994년 처음 창설된 이 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린 건 처음. 세계 랭킹 1·2위인 조던 스피스(미국)와 제이슨 데이(호주)를 포함해 ‘별 중의 별’ 24명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데서 골프팬에겐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 양팀 출전 선수 24명을 돈을 주고 데려온다면 출전료만 해도 2천만 달러(약 200억 원)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하지만 프레지던츠컵엔 초청료가 없다. 상금도 없고 경기복에 후원사 로고를 새겨 넣을 수도 없다.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상품은 무게 12.7㎏짜리 은으로 된 트로피다. 철저히 상업성을 배제한 대회 운영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이 대회 출전을 영광스럽게 받아들인다. 대륙을 대표하는 최고의 골퍼라는 명예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 이면을 들여다 보면 극히 상업적이다. 우선 갤러리 입장료가 꽤 비싸다. 대회 첫날과 둘째 날 1일권 입장료는 최저 10만원, 셋째 날과 넷째 날 입장료는 15만원으로 오른다. 연습경기가 시작된 지난 6일부터 11일 공식 대회 일정을 마칠 때까지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만 10만명에 달했다. 잭 니클라우스GC 내에 위치한 골프용품 상품 판매코너에는 준비했던 다양한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3~4배까지 매출이 오른 경우도 있다고 한다. 프레지던츠컵 로고가 찍힌 모자는 대회 기간 중 판매용으로 준비한 6만개가 대회 첫날(8일) 완판돼 추가 생산에 들어갈 정도였다니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호텔업계도 쏠쏠한 재미를 본 것 같다. 출전선수와 가족 등 관계자들이 묶는 숙소비용만 해도 할인가로 8억원이 넘는다. 대회기간 동안 해외에서 인천을 찾은 관광객과 국내 갤러리 등 10만여명이 다녀간 것을 감안하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것으로 기대된다.과연 프레지던츠컵 개최로 인천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얻어냈을 지 궁금하다. 대회를 유치하면서부터 흥행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이번 대회를 치르고 정확한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흥행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대회 전 인천시는 수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했다. 지난 2006년 아일랜드에서 열린 라이더컵(프레지던츠컵의 원조로 미국·유럽 간 남자골프 대항전)의 경제효과를 한 회계업체가 1억4천300만 유로(약 1천860억원)로 추산한 것을 보면, 9년이 지난 이번 대회의 경제 효과는 훨씬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대회에 앞선 인터뷰에서 “대회의 직간접 소비지출은 물론 인천의 브랜드 가치 제고, 송도 국제도시의 홍보 효과 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은 올해 프레지던츠컵 개최가 인천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지역경제활성화에도 긍정적인 다양한 효과를 가져다 주길 기대한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10-11 이영재

[데스크 칼럼] ‘우선 조달제도’ 진정한 취지 농심에서 시작

협동조합, 학교급식 납품 입찰 단계부터 ‘제동’축산농민들 제도 본격 시행 앞두고 ‘불안감’학생들 안전한 먹거리 위협하는 일 없어야소기업·소상공인들의 구매촉진과 판로지원을 위해 도입된 ‘중소업자 우선 조달제도’가 예상치 못한 늪에 빠져 최근 법 개정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에게 조달 구매 시 일정 금액 범위를 이들만의 고유영역으로 인정해 계약 우선권을 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계약금액 기준 1억 원 미만으로 비교적 영세 영역에서 일반제품을 공공기관과 조달계약 체결 시 이들만의 리그로 만들어주자는 것이 입법 내용의 핵심이다.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무차별 시장 진입을 막고 혹시 있을지 모를 규모 기업의 시장 간섭을 아예 차단하고자 만든 것이다.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 규모 경제가 판치는 최근 시장 흐름속에 기 눌린 소상공인, 소기업 등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법 취지야 말로 정말 환영받아 마땅하다.다만 법 시행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나와 아쉬움을 남긴다. 일정 계약금액 영역에 농민을 대변하는 생산자단체(협동조합)가 납품하는 비교적 큰 덩어리의 축산물 등이 계약금액 초과 구간으로 예외없이 밀려나야 할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농민들의 자조 조직에 따른 특별법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의 학교급식 납품이 입찰 참가 단계부터 제동에 걸리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그 강도가 시행청의 제도 이행 권고 공문 한방에, 한 달 동안 무려 도내 15개 학교의 납품 계약이 취소되고 38개 학교에서 급식 입찰 참가를 제한받고 있다니 놀랍다. 더욱이 도내 축협의 학교 급식납품 사업의 99%가 영향을 받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축산 관련 조합들이 생계(운영)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사육두수가 아직은 전국 평균을 웃돌 정도로 지역 경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도내 축산농가들 역시 이 제도 본격 시행에 앞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학교급식 지원을 위한 질 향상 보조금과 장려금까지 지원해가며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공을 들여온 경기도와 생산자 단체들의 그간 노력 역시 허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법 시행청은 눈앞에 당장 드러난 문제점 뿐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 먹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파장까지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엄격한 법 시행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그 피해가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다행히 농업계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철저한 제도 이행 권고에 나섰던 해당 기관은 당장은 한발 물러서 추이를 관망 중이다. 뒤늦게나마 시행령을 통해 ‘특정한 성능, 기술, 품질 등 예외사유의 경우 입찰발주 공공기관이 판단 여지를 갖는다’고 명시해 입장 선회에 나섰기 때문이다. 농업계가 일단은 한숨을 돌린듯 보이지만 언제든 여지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어 농민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잠재우기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어떤 경우든 FTA 등 시장개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사회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시장을 보호하는 일만큼이나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아울러 아이들의 식탁에 안심 먹거리를 올리는 일을 우선으로 본다면 거기에 명쾌한 답이 있을 수 있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5-10-07 심재호

블랙 프라이데이 에서 폭스바겐을 엿보다

기대 훨씬 못미치는 할인율·제한된 품목 ‘실망’쇼핑객들 “배신감에 시간만 낭비했다” 불만획기적 개선없인 소비자들 신뢰에 큰 타격 입어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한 뉴스 키워드를 꼽는다면 ‘폭스바겐’ 그리고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가 아닐까 싶다.폭스바겐 사태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사실이 밝혀진 데서 비롯됐다. 전 세계적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파문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형국이다.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세일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의 한국판 할인 이벤트다. 지난 1일 시작돼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정부가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기획했다.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고 처음 맞은 주말, 한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했던가. 쇼핑객들은 북적거리는데 정작 살 물건이 눈에 띄지 않는다.자동차 분야의 폭스바겐 사태와 소비문화 분야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어떤 공통적 요소를 찾는 것은 억지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폭스바겐 사태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수학에 빗대면, 일종의 교집합의 빗금이다.우선 배신감이다. 폭스바겐 그룹이 어떤 회사인가? 도로에 ‘비틀’ 한 대라도 지나가면 행인들이 선망의 눈으로 그 물방개를 닮은 차를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기술력과 디자인 그리고 독일 특유의 장인정신을 부러워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아우디·스코다·람보르기니·벤틀리·포르셰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이 회사는 지금 소비자를 속인 데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을 쇼핑하라’는 슬로건에 이끌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을 찾은 한국의 소비자들도 적잖은 배신감을 맛보았을 터다. 알뜰 쇼핑족임을 자처하는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득템’을 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 일색이다.다음으로 ‘신뢰의 상실’이 엿보인다. 배신감에 이은 당연한 귀결이다. 기업에 대한 신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우리는 1980년대 발생한 ‘우지(牛脂)파동’에서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라면시장 선점업체인 국내 한 회사가 공업용으로 수입된 우지로 라면을 튀겼다는 식의 ‘우지파동’에 휘말린 적이 있다. 나중에 법정에서 이 회사가 사용한 기름이 고급 식용 우지였다고 결론이 났지만 이 회사는 대중적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고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고야 말았다. 사실관계가 부정확한데도 이 정도인데 하물며 차량에 설치된 소프트웨어가 정기검사나 실험실 테스트를 받을 때만 가동되고 도로에서 실제 주행할 때는 작동하지 않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폭스바겐의 위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할인율, 제한된 할인 품목으로 신뢰에 타격을 입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또한 남은 기간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표절행사의 극치’라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소비자들의 뇌리에 부정적 인식이 각인된다면 제2, 제3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는 어설픈 할인행사로 교통체증을 일으킬 바에야 차라리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키우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히 하는 게 낫다. 마케팅계에선 이런 격언이 있다고 한다.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소비자다.” 귀담아들어야 할 이들이 많은 요즘이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10-04 임성훈

인천관광공사 출범에 부쳐

인천미래 달렸다고 할만큼 중요한 조직 ‘부활’ 성과 집착하거나 특정인위한 기구 될까봐 ‘걱정’ 도시특성 재검토등 관광자원 꼼꼼히 파악해야 얼마 전 편집국 후배와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옛 기찻길과 근대건축물 이야기가 나왔다. 후배는 늦은 여름휴가를 전북 군산으로 다녀왔다면서 얘기를 꺼냈다. 군산항은 일제 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실어 나르던 수탈 기지였다. 그때의 건물 몇 채가 아직도 남아 당국은 근대박물관을 설립하고 그 주변의 일본식 건물을 관광자원으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기찻길도 패키지 여행코스인데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했다. 후배는 서서히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의 근대건축물이나 기찻길은 그 규모로 보나 역사적으로 보나 인천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인데, 인천은 왜 그런 관광코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느냐는 것이었다.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인천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어느 도시보다 많이 서린 곳이다. 계속된 도시개발에 수많은 이야기의 장소들이 날아가 버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선 철길의 시작점부터가 인천 아닌가. 경기도 여러 곳의 쌀이며 소금이며 각종 자원을 수탈해 인천항을 통해 끌어내려고 만든 수인선의 그 옛날 대합실이 다 사라졌지만 인천에는 유일하게도 아직 남아 있다. 근대건축물은 또 어떤가. 중구 개항장 일대는 여전히 국내 최대의 근대건축물 단지로 꼽을 만하다. 이뿐이 아니다. 인천은 잠시 둘러만 봐도 한반도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긁히고 패인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강화도를 빙 두른 관방유적이 그렇고, 부평의 미군부대 터가 그렇다. 인천대교와 영종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 모든 이야깃거리가 당장에라도 호출하기만 하면 달려나가겠다는 듯이 웅크리고 기다린 지 오래건만 이제껏 누구 하나 그 격에 맞는 부름을 하지 않았다. 엊그제 인천관광공사가 새롭게 출범했다. 4년 전 인천시 산하 기구 통폐합 때 사라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무슨 관광전문 여행사 비슷한 느낌이지만 실은 그 두 어깨에 인천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조직이다. 그런데 출발부터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릴까 봐서다. 시장의 공약사항 이행에 조직의 초점을 맞춘다든지 손익 계산에 빠져 성과에 집착하거나 관광객 모집에만 서두르게 되면 그 결과도 좋지 못할뿐더러 조직을 다시 한 번 망칠 수가 있다. 그리되면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인천관광공사는 특정인의, 특정인을 위한 기구가 아니다. 인천의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조직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우선 인천지역 관광자원의 현주소를 명확히 파악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어떤게 관광자원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은 또 어떠한 가치를 가졌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이라는 도시 특성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어떻게 태동해 지금까지 왔는지를 꼼꼼히 따진 뒤에라야 그 인천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관광공사가 ‘한류’와 같은 현상 흐름에 빠져 시중의 일반 여행사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인천관광공사로 인하여 국내외 여행사들이 인천으로 몰려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천관광공사는 시작하는 시점인 지금, 기구의 뿌리는 깊게 박고, 줄기는 곧고 굵게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림 없이 멀리 내다볼 수가 있다. 새로운 인천관광공사가 인천의 잠자고 있는 미래가치를 찾아내서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9-23 정진오

안전불감증에 쓰러진 타워크레인

관계기관 관리·감독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공기 단축위해 중량·작동 속도도 안 지켜 하부점검 부실 등 기본 무시한 ‘전형적 인재’ 하루 평균 6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경인선(인천역~구로역) 부평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전철 선로를 덮쳐 공사현장 작업자 3명이 다친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시공사 관계자는 물론 관할 자치단체인 부평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코레일 등 관련 기관의 무관심과 방관 등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 없다. 각 기관 사이에 팽배한 ‘안전불감증’이 타워크레인을 쓰러뜨렸다는 얘기다. 다행히 사고가 난 시각에 이 곳을 운행하는 열차가 없어 대형 참사는 면했지만, 주택이 밀집한 다른 방향으로 넘어졌다면 애꿎은 시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어야 할 판이다. 이날 경인선 승객들은 퇴근시간대 교통지옥을 겪어야만 했다. 건축물 높이가 31m 이상인 경우 시공사는 타워크레인 설치 시방서를 포함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제출토록 돼 있다. 그러나 신축 중인 오피스텔은 30m(10층짜리) 건축물로 설계돼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 크레인 역시 3t 이상인 경우 국토교통부에 건설기계를 등록해야 하지만, 사고 현장의 크레인은 2t이어서 관리·감독 대상에서도 빠졌다. 사고가 난 현장의 크레인은 ‘철도보호구역’을 이동하며 작업했다. 그런데도 부평구와 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관계 기관의 감독은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시설안전법에는 선로 30m 이내(철도보호구역)에서 굴착·건설 등의 작업할 때 시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신고해야 하고, 공단은 현장에 대한 관리를 하도록 돼 있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건설현장과 선로 간의 거리가 30m 이상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철도시설안전법 상 건설현장이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걸 주장하고 싶은 게다. 경찰은 공사현장과 선로 간의 거리가 32~33m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건설현장에서 벗어나 철로 방음벽 옆에 있던 이동식크레인이 작업을 하던 중 선로 쪽으로 쓰러지면서 발생했다. 현장을 보면 선로 밖 30m 내에서도 작업이 이뤄진 게 명백하므로 시공사는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은 셈이 된다. 이동식크레인 차량 등 장비가 사실상 선로를 침범할 우려가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해 2차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크레인이 전철 선로를 덮치기까지 건설현장은 어떤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시스템에서도 모두 벗어나 있었다. 전문가들은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라고 분석한다. 공사시간 단축을 위해 최대 허용중량이나 회전 반경에 따른 작동 속도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공사시작 전 크레인을 지지하는 하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이번 사고의 시작점이라고 꼽았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은 크레인이 규정대로 설치됐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크레인 하부 기초공사 부실이나 자체구조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해당 크레인 회사 대표는 경찰에서 “크레인 설치와 관련해 작업지시서 성격의 시방서를 규정에 맞게 작성해 건설회사 측에 줬다”며 “그쪽(건설회사)에서 하부 기초공사를 부실하게 한 것 같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사고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9-20 이영재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큰 관심 ‘자살률 OECD 1위’ 오명 벗기위한 지원책 시급 가정이 ‘생명 소중함’ 깨닫고 자살예방 앞장서야 “어둠속에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함께 걷는 우리가 있습니다.” 지난 11일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해질 녘 수원 광교공원에는 10대 청소년부터 80대 노인까지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세계자살예방의 날(10일)을 맞아 본보와 수원생명의 전화가 공동주최한 ‘해질 녘서 동틀 때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행렬이다. 1천500명의 사람이 삽시간에 공원을 가득 메웠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이 행사는 자살예방 범시민캠페인이다. 자살충동을 느낀 어떤 이에게는 우울증을 더해주기라도 한 듯 음산한 가을비가 내려 참가자들 얼굴에는 이 행사가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자각할 정도로 의연함이 묻어났다. 80대 한 노인은 “지난 3회 대회까지 모두 참가했다”며 “고독감과 우울증 등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데 아직 피지도 못한 10대 청소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나 같은 노인도 생명의 소중함 때문에 이 행사에 또 참가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 오명국가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다양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탓에, 자살 1위 오명국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경기도만 해도 지난 2013년 자살 사망자는 총 3천368명. 10만명당 27.9명, 하루에 무려 9.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자살예방센터가 설립된 곳은 10개 자치단체가 고작이다. 도내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연천군·포천시에조차 자살예방센터가 없다. 임시방편으로 정신건강증진센터 내에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이 없어 실질적인 자살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자살예방센터가 설치된 자치단체도 예산과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자살 의심자로부터 걸려오는 기본적인 상담전화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도가 설치한 경기도자살예방센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2만6천537건의 상담전화가 걸려왔지만, 이중 절반이 넘는 1만3천657건을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수치도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 중고생들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2시간으로, 미국 국립수면재단이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수면시간(8.5∼10시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이 자살생각, 자살시도, 자살계획 등을 최대 2.5배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유기봉 교수와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은철 교수팀은 2011∼2013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참여한 중·고생 19만1천642명을 대상으로 수면과 자살 행동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영국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BMJ Open)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런 정도면 ‘내 아이는 아니겠지 또는 괜찮겠지’하는 어리석은 속단은 금물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부모들이 인식해야 한다. 생명의 가치를 가족 모두가 서로 곱씹고 가정이 자살예방운동의 선두에 서야 한다. /김성규 사회부장▲ 김성규 사회부장

2015-09-13 김성규

사회·국민적 관심만이 쌀 재고문제 해결 가능

빵·육류등 대체 먹거리로 ‘쌀 수급불균형’ 초래 올해 재고량 10~20% ‘출혈 판매’… 문제 심각 쌀 가공산업 육성위한 과감한 지원책 시급 쌀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 마음에 고향 같은 푸근함을 준다. 쌀이 이처럼 일반인들에게 애착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는 보릿고개 시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과의 공감된 정서의 영향도 컸을 것이란 생각이다. 쌀의 소중함은 그만큼 우리의 정서적 가치와 늘 함께 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소중한 쌀이 넘치는 재고로 최근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을 이전 원료곡 부족만 걱정했던 경기미 역시 이 분위기에 자유롭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농협 등 관련 기관들은 지난해 연말 이후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해 왔다. 밥 대신 빵과 육류, 심지어 과일까지 다양한 대체 먹거리가 그만큼 식단에 친숙해 있는 상황에서 매년 늘어난 쌀 수확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문제를 만든 것이다. 쌀밥이 식사의 모든 것인 줄 알고 지냈던 시대에서나 가능한 수요도 없을 터이니 답답한 지경이다. 모든 것이 식생활 서구화, 먹거리 다양화 등 국민 식생활 변화가 만들어낸 총체적 결과인 셈이다. 쌀 소비 감소가 업계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지 이미 오래나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는 사회적 울림이 적어 걱정이다. 국민 1인당 지난해 연간 쌀 소비 규모는 65.1㎏으로 10여년 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도 모자라 오는 2025년도에 소비량이 52.5㎏까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은 농업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농협의 쌀 재고량은 8월 말 현재 3만2천t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5천t 재고량에 비해 소폭 늘어난 물량 정도로 포장돼 있다. 그러나 질(質)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올 재고량은 지자체와 농협 등이 나서 10~20% 정도(수매가 기준)의 출혈 판매를 마친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자연 소비가 컸던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국은행의 2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농림·어업 소득이 전기대비 12.2%나 감소했다. 지난 1990년 1분기 -16.8%를 기록한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왜 우리가 쌀문제에 보다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최근 쌀 소비를 끌어 올리려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쌀 수급불균형이란 불편한 진실 속에 몇 년째 반복된 들녘의 풍년가가 그저 야속할 뿐이다. 이 처럼 처방이 달리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분명 대량의 쌀을 해외원조 등을 통한 ‘직접 방출’일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소비시장에서 만이라도 쌀이 갖는 오해와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알려 소비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색없는 쌀밥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해소시키는 방안부터 마련돼야 할 것이다. 특히 과감한 쌀 가공식품 활성화정책과 체계적인 쌀 소비 홍보도 중요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쌀 재고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단기성 정책 보다는 쌀 가공산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지원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국산 쌀을 중심으로 한 고급화·다양화·차별화 전략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쌀 제품을 소비자들이 찾도록 하는 것이 ‘창조 농업’의 핵심이듯,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개발 등을 위한 관련 기관들의 분발을 함께 촉구해 본다. 쌀재고 문제로 촉발된 농업계 고충을 국민적·사회적 관심으로 극복하는 분위기 조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심재호 경제부장▲ 심재호 경제부장

2015-09-09 심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