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영혼을 묻다

기계적 일상에 순치된 자기반성의 의미 두명의 의사통해 ‘직업인의 영혼’ 진지하게 고민 정치·교육·복지… 우리 사회 절실한 수식어구 언젠가부터 ‘영혼 없는’이라는 수식어구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영혼 없는 박수, 영혼 없는 진행 등 다소 부정적인 표현에 자주 쓰인다. 기자 또한 ‘영혼 없이 산다’는 말을 가끔 내뱉곤 한다. 기계적인 일상에 순치돼버린 데 대한 자조적 표현이다. 물론 자기반성의 의미도 담고 있다. 얼마 전 직업인의 영혼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아들의 진료차 들른 병원에서였다. 의사는 거침이 없었다. 중학생 환자를 앞에 두고 그 의사는 친절하게도(?) 끔찍한 수술과정을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순간 겁에 질려 사색이 된 녀석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녀석이 받을 충격에 걱정이 앞섰다. 아이를 애써 진정시키는 보호자의 모습을 보면서도 의사의 거침없는 소견발표는 그치지 않았다. 그 소견이 100% 정확하다 하더라도 의사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게 당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문을 나서면서 녀석은 “다리에 나사를 박아야 하느냐”며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물론 그 의사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 팩트(fact)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먼저 보호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게 옳았다. 우리 사회에서 미성년자는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보호의 대상 아니던가. 온전치 않은 밤을 보내고 다음날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고 나서야 일가족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정밀검사를 해봐야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저 같으면 하나도 걱정 안합니다.” 전날과 확연히 다른 의사의 말은 배려를 넘어 ‘구원’이었다. 다시 전날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진료실을 나올 때 귓전을 스치던 말, “MRI는 꼭 찍어봐야 합니다.” 상업적 수완은 있을지 몰라도 그에게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영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각기 다른 영혼을 경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영혼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의사였다. 성장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그는 보호자와 상담을 할 때 당사자인 자녀는 절대 진료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치료비 상담까지 해야 하는데 부모가 금전적인 여력이 없어 치료를 포기할 경우, 자녀가 “돈 때문에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며 부모를 원망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차가운 금속이 환자에게 닿지 않게 하기 위해 의사시절 청진기를 늘 가슴에 품었다는 한 의사가 떠올랐다. 이어진 말은 더 인상적이다. 그는 성장판이 얼마 남지 않아 큰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데 부모가 치료를 고집할 경우, “키 좀 작으면 어떠냐. 몇cm 더 키우자고 막대한 돈을 들이느냐”며 만류를 한다고 한다. 그럴 때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보호자로부터 항의를 받기 일쑤인데 “선생님이 키가 작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거냐”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한다. 어느새 그의 작은 키는 풍요로운 영혼에 가려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사실 ‘영혼’을 거론해야 하는 대상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혼 있는 정치, 영혼 있는 교육, 영혼 있는 복지…. 우리 사회에 절실한 수식어구가 아닌가 싶다.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09-06 임성훈

남북 축구

7년만에 평양서 열린 U-15대회 ‘긴장속 성공’다양한 종목 교류 ‘남북 스포츠강국’ 발돋움해야北, 대화의 장 유도 ‘통일 향한’ 지속적 노력 필요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북한 평양에서는 뜻깊은 스포츠 행사가 열렸다. 지난 21일부터 4일간 북한 평양에서 성공적으로 마친 제2회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평양에서 개최된 이번 국제유소년축구대회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도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남북 유소년들이 대회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특히 국제유소년축구대회 개막 하루 전인 20일에는 북한이 연천군 중면 지역의 야산에 포격을 하는 등 도발을 감행해 자칫 축구대회가 취소되는 상황도 예견됐었다. 그러나 남북 축구관계자들은 민간 교류차원에서 열리는 이 대회를 잘 마무리하자는데 의견을 모았고, 남북이 군사적 대치 속에서도 이 대회를 훌륭히 치러냈다.그동안 남과 북의 축구교류는 민간차원에서 명맥을 이어왔다. 물론 그 중심에는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있었다. 남북 유소년축구팀은 지난 2006년 평양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지속해서 교류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2008년부터 정치적인 이유로 서울과 평양에서 경기를 갖지 못했고, 대신 제 3국인 중국(쿤밍)에서 주로 교류전을 펼쳐왔다.한국과 북한땅이 아닌 제 3국인 중국에서도 남과 북의 축구경기는 험난의 연속이었다. 제 3국 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축구관계자들은 내부 지령을 철저히 따랐고, 남과 북의 유소년축구대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연기 또는 취소돼 선수들의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북체육교류협회는 북한을 설득했고, 대회 마지막 날 남북축구가 성사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했다.경기도와 연천군도 남북 축구교류에 한 몫 거들었다. 지난해 11월 연천군에서 열렸던 제1회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는 북한 4·25체육단의 유소년축구팀이 한국땅을 밟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북한 유소년들은 남북체육교류협회의 후원으로 수원시를 방문해 호텔에 하루를 묵었고, 이후 연천군에서 유소년축구대회에 참가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북한 4·25체육단 소속 유소년축구팀은 우리의 청소년 대표팀 실력을 갖출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현재 남북은 민간차원에서 스포츠 교류뿐만 아니라 산림·문화·역사·경제 분야에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금강산 소나무 병해충실태에 대한 우리 산림전문가들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지원책을 찾고 있으며, 고려 왕궁터인 개성 만월대에 대한 남북 역사학자들의 발굴 작업도 진행 중이다.남북 교류는 정치적 이념을 떠나 앞으로도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스포츠 교류가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양궁·레슬링·태권도 등 다양한 종목에서의 교류를 통해 남북이 함께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나아가 올림픽 단일팀으로 출전해 남북스포츠의 위상을 세우는 것은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남북 전문가들은 통일의 선결과제로 경제교류협력과 이산가족 왕래, 문화·스포츠·인적 교류 등 민간차원의 교류 협력을 우선시했다. 남북의 상황에 대해 너무 흔들리거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안보태세와 대응태세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민간 교류를 통해 평화·화해·협력 등 통일로 가는 그런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8-30 신창윤

내가 종군기자라면

인천상륙작전 취재 유명세 탄 美여기자 ‘히긴스’영화처럼 전쟁터 묘사했지만 냉정함 잃지 않아우리도 남북분단 상황 직시하고 차분할 필요온 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무박 4일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전쟁으로 치닫던 남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 무드에 빠져들고 있다. 손뼉을 치며 환호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냉정히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생각하자니 마냥 신기해할 일도 아니다. 치열했던 싸움이 그저 한판 끝났을 뿐이다. 남북관계는 그동안 70년 가까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같은 사이클을 오갔다. 일종의 예측 가능한 패턴까지 생겼다. 대결상태가 극한까지 치달으면 곧 해빙무드로 돌아서고는 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우리측 지역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가 터지고, 대북 확성기가 11년 만에 가동되고, 다시 우리 땅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지고, 그리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고 하는 요 며칠간은 마치 종군기자라도 된 듯싶었다. 일반 기자들이 가져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가 냉정함인데, 수많은 주검의 현장에 선 종군기자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한국전쟁의 가장 유명한 종군기자는 미국 뉴욕 헤럴드트리뷴의 여기자 마거릿 히긴스(Marguerite Higgins)라고 할 수 있다. 히긴스는 특히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현장 취재로 유명세를 탔다. 히긴스가 당시를 묘사한 글이 2001년 9월 15일 상륙작전 기념일에 맞춰 출간된 ‘인천은 불타고 있는가’란 책자에도 실렸다. 승국문화재단이 자료집 형태로 발간한 이 책에는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히긴스의 종군기가 실렸다. 이 글 중에 히긴스의 전장(戰場)에서의 냉정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상륙) 얼마 후 해가 지기 시작했다. 낙조는 처음에 희미했으나 점점 선명해졌다. 녹색의 해병 머리 위를 비췄는데 그 빛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이 기술적으로 만들 수 없는 찬란한 빛이었다. 사실 이 낯선 낙조는 부둣가의 화염과 결합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관을 이루었다.’ 히긴스가 전쟁을 마치 영화 관람하듯 취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히긴스는 한국전쟁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다른 종군기자들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 스스로 자처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당시 AFP 등 프랑스 언론의 종군기자들은 유일한 여성 기자이던 히긴스를 맥아더 장군의 특별 대우를 받은 것으로 그리면서 ‘히긴스의 기사는 전쟁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기자들의 얘기와 히긴스의 월미도 석양 감상기가 묘하게 겹치면서는 히긴스가 얄밉기까지 하다. 아무튼 히긴스는 전쟁터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 다른 것이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국민 모두가 히긴스처럼은 아닐지라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남북의 분단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해방과 분단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멈춰진 전쟁 상황을 종군기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지켜본다면 분명 그렇지 않을 때와는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길 것이다.전쟁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싸움의 승패는 당사자의 냉정함 유지 여부에 달려 있다. 전쟁 당사자인 우리가 남북의 긴장과 화해 패턴을 제대로 읽으면서 남북 당국자들의 행보를 평가하고 비판한다면 어떠한 싸움에서도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매체가 허위보도까지 할 정도였던 사재기 현상이 사라진 점은 우리 국민의 한판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냉정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난 전쟁 장면을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8-26 정진오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수

상아탑에서 제자 상습 성추행·폭행 등 몹쓸짓학생들 취업위한 스펙·학점 강박관념에 짓눌려파렴치 교수들 독버섯처럼 번져… 자정운동 절실남북 간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으로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시기에 묻히고 갈 뻔한 대학교수의 여제자들 상습 성추행 사건이 폭로됐다. 앞서 전국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잇따라 교단에 있는 교사들의 성추행 관련 대책을 발표한 때이기도 하다. 교사들의 성추행 관련 사건들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아래 문제의 교사는 교단에서 영구 제명하는 특단 조치가 내려지는 등 강경책이 쏟아져 나왔다.지성의 꽃 상아탑인 대학이 일부 교수들의 제자 폭행과 성추행 등으로 일그러지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학에서 교수와 제자 간 성추행이나 폭행 등은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우리 사회 심각한 현주소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여제자가 교수를 연민해서 벌어지는 감상적인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여제자를 학생이 아닌 성적 도구로 삼는 파렴치한 자가 대학의 교수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시대상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최근 경인일보가 특종보도한 오산대 여제자들 상습 성추행 기사는 남북대치 국면의 이슈 블랙홀 상황에서도 언론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대학 김모 겸임교수가 자신의 학과 여학생들을 종강파티 등 빌미로 찜질방·노래방에서 신체 부위를 더듬는 등의 행위를 서슴지 않은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사건은 경찰에서 첩보를 입수하고 한 달여 동안 해당 학과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3명의 여학생으로부터 김 교수의 몹쓸 짓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대학은 김 교수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표를 내서 받아들였고, 뒤에 경찰로 부터 성추행 사실을 통보받아 학교 측은 전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발뺌했다.대학 측은 특히 김 교수가 정식 교수가 아닌 겸임교수로 징계위원회 등의 대상이 아니어서 사표수리 외에 달리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었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겨져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른 대학에서 겸임교수가 아닌 정식 교수로 임명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성추행 및 성폭행과 관련한 사회의 잣대가 갈수록 엄해지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등 비정규직 대학 교수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제도적인 처벌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더욱이 김 교수가 여제자들을 성추행한 시기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 창궐하던 지난 6월이다. 불필요한 회식과 모임을 자제하고 메르스 종식을 위한 전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하던 때였다. 갑의 입장인 교수가 원할 경우 을의 입장인 학생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교수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앞서 디자인계에서 명망이 있는 강남대 장 모 교수가 자신이 운영하는 협회 사무실에서 제자에게 폭설과 폭행도 모자라 인분까지 강제로 먹이는 사건이 일어나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가 ‘우리나라 대학이 정말 이 정도까지 일그러졌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사건들이 다른 곳도 아닌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는데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상아탑·우골탑 등 지성의 요람으로 상징되는 대학이 이토록 무너지는 데는 바늘구멍 뚫기보다 힘든 취업이란 현실적인 문제가 배경에 있다. 다양한 스펙은 기본이고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조차 엄청난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이 틈을 교묘히 파고드는 일부 파렴치 교수들의 은밀한 유혹(?)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스승인 교수에게 ‘부당한 거래를 배우고 세상은 다 이런거야’라는 세상학(?)을 가르치는 대한민국 대학 교단이 이쯤 되면 대대적인 자정 운동을 벌여야 한다./ 김성규 사회부장▲ 김성규 사회부장

2015-08-23 김성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지만

‘北 DMZ지뢰 도발’ 도끼만행 사건과 닮은꼴軍 ‘대북 확성기 방송’ 상응 조치인지 의견분분엄중하고 단호하되 극도의 인내심도 필요하다19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미루나무 절단작업 중이던 미군 2명을 북한군이 도끼로 살해한 ‘도끼 만행 사건’은 분단 이후 북한이 자행해온 수많은 도발 중에서도 대표적인 반인륜적 범죄로 꼽힌다. 당시 사건을 보고받은 박정희 대통령이 ‘당장 군화와 철모를 가져오라’며 일전불사의 결의를 보였다고 하고, 실제 특전사 대원들로 구성된 결사대가 북한군 초소 4개를 파괴하는 즉각적인 보복 응징 작전도 이뤄졌다. 당장에라도 전면전으로 번질 뻔했던 사건은 우리의 단호한 대응과 미국의 대규모 무력시위 계획에 위축된 북한이 뒤로 물러서며 일단락 됐지만, 이후 북한이 한동안 준전시 상태를 풀지 못한 채 남북 긴장이 지속되는 등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분노한 국민들의 감정과 맞물려 오랫동안 유행어처럼 회자되기도 했다.지난 4일의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사건은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한 지 꼭 39년여 만에 재연된 닮은꼴 도발이다. 희생규모에선 차이가 있지만, 두 사건 모두 그 의도와 수법의 잔혹성에서 체감 충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국민’(국민 중에는 자작극 냄새가 난다거나, 우리 군 대인지뢰에 의한 사고라는 등의 괴담을 믿는 사람들도 있다)들이 분노했고, 또 그 중 ‘많은 국민’들이 한쪽만 속절없이 당하는 남북현실에 분개했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응징’ ‘보복’ ‘단호한 대응’ 등 말 잔치는 풍성했지만, 정말로 상응하는 대응이 이뤄졌던 기억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이번에도 그랬다. 우리 군은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한 만큼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고, 국방부장관 역시 장병들에게 “적이 도발하면 과감하고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힘주어 지시했다. 그 상응의 조치로 이뤄진 것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다. 대북방송이 북한 정권에서 노이로제 반응을 보일 만큼 위력이 대단한 우리 군의 대표적 심리전 수단이라지만, 그것이 이번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확성기를 크게 틀어 북한군들 고막을 터뜨리자는 전략’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뢰 도발을 규탄하는 보수 진영의 목소리도 힘을 얻어,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도 재등장하고 있다.우연이겠지만, 지뢰 도발 이후 굵직한 북한 관련 소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남북 경색에 한 몫을 했던 개성공단 임금인상 문제가 타결되더니, ‘한미 군사훈련이 중지되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의 북한 노동신문 논평이 나왔다. 19일엔 북한이 남측 대북 확성기 타격 훈련을 강화했다는 뉴스도 보도됐다. 그 틈바구니에서 또 하나, 평양에서 열리는 U-15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 경기도·강원도 대표단이 참가했다는, 다소 ‘뜬금없는’ 소식도 전해졌다.우리가 지뢰폭발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는 데 6일이 걸리고 SNS에 괴담이 난무하는 사이에 북한은 ‘무차별적 타격’이라는 으름장에서 개성공단 임금타결, 이산가족 상봉에 이르기까지 종잡을 수 없는 카드들을 잇따라 내민 꼴이어서, 매번 당하기만 했던 현실에 속상해 했던 많은 국민들로선 또다시 분통이 터질 일이다. 하지만 미친개한테 몽둥이 찜질을 하는 건 쉬운 일, 정말 어렵기는 미쳐 날뛰는 개를 잘 길들여서 더불어 사는 것이다. 엄중하고 단호하되 극도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불쑥불쑥 자존심 상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건 어쩌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 그 중 양식 있는 국가의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숙명인지도 모른다. 극한 대립 속에서 어린 청소년들의 축구대회 소식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5-08-19 배상록

고질민원 강력하게 대처해야

공공기관 업무 상습 방해·행패 ‘행정력 낭비’ 심각경찰, 악성민원인 ‘동네조폭 규정’ 강력 처벌 방침전문가들 “억지성 차단 제도마련 시급” 한목소리고질적 억지 민원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크다. 이런 억지 민원은 공공기관의 행정력 손실은 물론 기업활동의 위축을 불러온다. 경인일보는 최근 ‘억지민원 이제 그만’이라는 기획시리즈를 보도했다. 취재과정에서 억지 민원에 ‘속앓이’ 하는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접하고 적잖이 놀랐다. 민원인의 반복적이고 꼬투리 잡기식 ‘집요한 민원 제기’에 놀랐고, 이에 대응하는 공공기관과 기업의 ‘무력한 대응’에 놀랐다. 고질민원인을 전담하는 담당자를 두거나 2~3명의 팀을 꾸린 자치단체도 있다. 민원 담당 공무원은 대부분 욕하면 듣고, 때리면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민원현장에서 정당한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본보 보도내용 중 인천국제골프장 소유 부지를 불법 점유해 식물과 물고기를 키웠다는 한 민원인의 사례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는 수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각급 기관에 골프장을 고발했다. 불법폐기물 매립과 그린벨트 훼손,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이 그 이유다. 고발기관은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구청,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 언론사까지 다양하다. 오염물질 배출로 자신이 키운 난과 물고기가 폐사해 1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골프장은 모두 11차례에 걸쳐 민원인의 주장대로 오염된 폐토양·폐수 등에 대해 국가기관에 성분검사를 의뢰했지만 한결 같이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이 민원인은 지금까지 자신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이상 없음’ 판정을 내린 국가기관을 믿을 수 없다며 같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본보가 ‘억지민원 이제 그만’ 시리즈를 보도한 이후 인천경찰청은 ‘공공기관의 민원 행정을 상습적으로 방해하거나 공무원에게 행패를 부리는 악성 민원인을 동네 조폭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악성 민원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지자체 민원 부서 실무자를 통해 억지 민원사례를 수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매년 고질 민원 대응방안을 내놨다. 고질 민원에 따른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2012년 6월 정부기관으론 처음으로 ‘고질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급했다. 전국의 광역·기초단체들은 직원 교육용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만큼 고질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대처법은 형식적이고, 고질 민원의 행태는 점점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지금까지 공공기관은 민원인의 행정서비스 만족도 평가에만 치중해 왔고, 악성 민원에 대한 진단은 부족했다. 전문가들은 억지 민원은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피하지 말고 ‘왜 억지 민원이 발생했는가’를 따져 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 억지 민원인을 적절히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악성 민원인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억지 민원인에겐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모욕, 무고 등 형사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충분하고, 민사적으로도 접근금지 신청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곤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공익을 위해 민원인을 형사 고소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조언한다. 고질 민원에 강력하게 대처해야 정당한 민원이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8-16 이영재

전통시장의 앞날은?

온누리 상품권 활용도·편의성 널리 알려져야베이비부머 세대 전통시장 소비행태 변화 기대명절냄새 풍기는 추석장보기로 추억 회상 하길전통시장의 체감경기가 흔히 나라 경제의 척도가 되곤 한다. 서민 경기를 반영한 보편적 정서의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 상인들의 생계문제와 직결된 전통시장의 경기 흥망(興亡)이 항상 사회적 논쟁거리로, 단골메뉴로 부상했던 이유가 아닐까.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의 전통시장은 전국적으로 1천4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에서 점포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잇는 상인 숫자만 34만명이 넘는 규모라고 한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란 공룡 자본의 출현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통시장에 아직 100만명 이상 서민들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전통시장의 체감경기가 민심의 잣대로, 심리적 경기 지표로 충분히 활용될 만한 가치가 되는 까닭이다.지난해 세월호 사건부터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국내 전통시장이 너무나 큰 타격을 입었다. 다양한 분야 가운데서도 사람 접촉이 많은 전통시장이 받은 충격은 실로 컸다. 시장 상인 대부분은 인적이 거의 끊긴 최악의 바닥경기에 속절없이 마음만 졸여왔다. 이 같은 바닥경기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까지 소비 진작을 위한 ‘인공적(?) 연휴’를 만들어 내수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경기도의회도 최근 ‘시장 마케팅 지원책’을 마련해 지역경기에 힘을 보태는 등 간만에 솔깃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0억원의 예산을 메르스 사태 직후 별도 지원을 받은 평택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에 균등지원한다는 내용. 고유의 예산 편성권을 활용해 자신을 뽑아준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을 배려한 간만의 움직임이 훈훈하다. 중소기업청은 아예 전통시장과 함께 공동 할인행사를 계획해 의욕이 꺾인 전통시장 상인들의 불편한 속내를 달래는 등 시장을 살리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전통시장은 우리 마음의 정서적 고향과 같은 존재다. 기성세대라면 부모 등과 연결된 소소한 추억도 있을 것이다. 설과 추석 등 명절 때면 지자체와 대기업 등이 벌이는 온누리상품권 팔아주기 운동의 뿌리와 취지 역시 그 연장선에서 출발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다만 좋은 취지가 행사의 형식성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품권 참여 기업의 구매 정도나 밝히는 형식성이 문제다. 풀린 상품권의 활용도, 이용 편의성 등 정작 사용에 따른 주요 내용은 그 형식성에 묻히기 일쑤다. 마침 삼성전자가 이달 한달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방문 수기 공모전’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직원이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한 뒤 사내 게시판에 인증 샷을 올리면 일정 상품권을 보상해 주는 형태다. 별도 수기 공모전도 마련하는 등 직원들의 관심을 전통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주최 측의 이 같은 세심한 배려와 구체성이 집결된다면 시장 경기 활성화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경기침체에 각종 악재를 만나 수렁에 빠져든 우리의 현실과 달리 일본의 전통시장은 최근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한 축인 일본 ‘단카이’세대들의 소비형태가 시장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시장 전문가는 분석한다. 인근 시장을 이용해 차량 이동도 없고, 충동구매도 없는 편안하고 알뜰한 복고풍의 쇼핑문화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실버세대를 겨냥한 소포장, 시설 편의성 제공 등 맞춤형 변화로 호응한 결과다. 일본 전통시장이 우리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 은퇴기에 접어든 우리 베이비 부머 세대의 향후 소비 형태의 변화를 통해 우리 전통시장에서 희망가가 절로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제 곧 추석이 다가온다. 베이버 부머 세대들이 앞장서 가족을 이끌고 명절 냄새가 물씬 풍겨 나는 우리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옛 추억을 회상하는 일이 잦았으면 좋겠다./심재호 경제부장▲ 심재호 경제부장

2015-08-12 심재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회장 앞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순수한 기부 아닙니다혈세로 매입 부지에 ‘브랜드 명칭’ 기업이미지 걱정천문학적 세금으로 운영… 시민들 불편할 겁니다먼저 일면식도 없는 회장님께 고언을 드리는 심경, 착잡합니다. 난데없는 공개서한을 접하고 몹시 난처할 회장님 입장을 생각하면 미안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회장님만이 해결할 수 있는 시급한 사정이 있는지라 실례를 감행합니다. 다름 아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문제입니다. 수원시 최초의 시립미술관이 오는 10월 개관 예정입니다. 회장님의 현대산업개발이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공공건축물입니다. 경인일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신생 미술관의 명칭에 현산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가 포함된 것이 부당하다는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이후 의식 있는 문화계 인사들이 경인일보 보도에 호응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파크 명칭 반대활동을 펼치는 중입니다. 우선 이런 사정을 아시는지요. 제 생각엔 아이파크 명칭 반대 이유와 명분이 회장님께 소상히 전달됐다면 지금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으리라 믿습니다. 혹시라도 회장님의 위치가 너무 높아 이 문제가 실무진 수준에서 허술하게 다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얘깁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사태는 회장님과 현대산업개발이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닙니다. 재벌과 대기업의 나쁜 기부의 대표 사례로 기억되고 회자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첫째, 현산이 건축 중인 수원시립미술관은 기부채납시설입니다. 순수한 기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저희는 현산이 수원에 총 7천962세대 규모의 아이파크시티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대신 수원시에 미술관을 기부채납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렇게 보도했습니다. 특정 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막대한 수익사업을 벌일 때 그 반대급부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에 환원하는 기부채납은 엄밀한 의미의 순수 기부와는 다를 겁니다. 수원시와 수원시민에게 미술관은 당연히 환급받아야 할 수익이고, 이 수익에 현산의 브랜드인 아이파크 브랜드를 매달 이유가 없습니다.둘째, 기부의 규모로 보면 수원시민이 훨씬 큽니다. 현산이 지금 미술관을 짓고 있는 부지는 수원시가 시민 혈세 511억원을 들여 매입한 시민재산입니다. 현산은 511억원 짜리 수원시민의 공공토지 위에 300억원 짜리 건물을 지어주고는 ‘시립’과 ‘아이파크’ 명칭을 병렬시켜 놓은 것입니다. 주식회사 논리로 보더라도 누가 미술관의 주인인지는 확연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미술관 부지는 수원의 정체성이 깃든 화성행궁 바로 이웃한 핵심 요지로, 그 잠재가치는 511억원을 훨씬 상회합니다. 이런 땅에 기부채납시설을 제공하면서 브랜드 명칭을 매달고, 순수기부를 주장한다면 현산의 기업이미지와 회장님의 가치경영철학이 졸렬해질까 걱정입니다.셋째, 미술관 운영입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신생 미술관입니다. 수장고는 채워나가야 하고 각종 상설, 기획전시를 끊임없이 펼쳐내야 하지요. 그런데 비용이 문젭니다. 경기도미술관은 개관 이후 10년간 연평균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답니다. 결국 수원시립미술관을 미술관답게 꾸리면서 항구적으로 운영하려면 향후 천문학적인 시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런 시설에 기부채납을 이유로 현산의 아이파크 이름이 붙어야 할까요. 그 미술관 1층 요지에 포니정 갤러리가 당당하게 입주하는 게 온당한가요. 당장은 300억원 들여 실현한 현산의 이익이 흡족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땅도 주고 천문학적인 세금으로 아이파크 미술관을 운영해야 할 수원시민들은 미술관을 출입할 때 마다 아이파크와 포니정갤러리를 불편하게 여길 겁니다. 현산에겐 두고두고 화근이 되기 십상입니다.정몽규 회장님. 최근 대기업들이 벌이는 면세점 경쟁의 한 복판에서 노심초사가 많으실 줄 압니다. 그러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문제, 결코 외면하실 사안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5-08-05 윤인수

야구 이야기

포스팅 통해 메이저리거 된 야수1호 ‘강정호’자신과의 싸움서 승리… 예상 뛰어넘고 맹활약경제난·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 큰 희망 선사요즘 잘 나가는 메이저리거 강정호 얘기를 해보자. 그는 한국 야수 중 처음으로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선수였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국내 선수의 영입 순위로 투수를 택해왔다. 정교함을 앞세운 일본에 비해 힘과 정교함을 동시에 겸비한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투수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투수 1호 박찬호를 비롯해 김병현, 서재응에 이어 지금의 류현진까지 투수들이 마운드를 점령해왔다.현재 추신수가 야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한 뒤 2000년부터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마이너리그(2군)를 거쳐 메이저리그(1군)에 진입한 사례다. 그렇다면 강정호는 어떨까. 강정호는 아마추어가 아닌 한국 프로야구 야수 중에서 처음으로 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한 국내 야수 1호다. 물론 국내 야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 언론들은 강정호를 평가 절하했다. 이들의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투수들의 스피드 차이였다. 한국 야구는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이 간혹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150㎞를 넘나드는 투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정호의 배트 스피드가 그들의 빠른 공을 쳐낼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하지만 강정호는 그들의 예상 성적을 크게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며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팀 타선의 핵심인 4~5번 타자를 넘나들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고, 유격수와 3루수 등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강정호는 2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도 8호 홈런을 날렸다. 시즌 타율 0.299를 기록하며 3할 타율을 앞두고 있고, 타점은 35개를 기록했다. 특히 강정호는 7월 타율에서 0.379, 출루율 0.443, 장타 13개 등 최근 13경기 가운데 11경기에서 안타를 쳐냈다.애초 MLB닷컴은 시즌 전, 강정호의 2015년 성적을 타율 0.266(365타수 97안타) 12홈런 45타점으로 예상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시스템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를 통해 강정호의 첫 시즌 성적을 타율 0.230(452타수 104안타) 14홈런 57타점으로 점쳤다. 강정호의 힘은 인정하지만, 정교함에는 낮은 점수를 준 예상치였다.그러나 강정호는 정교함으로 인정받은 뒤, 강점이던 힘까지 과시하고 있다. 강정호의 시즌 타율은 MLB닷컴의 예상보다 0.033, 팬그래프닷컴의 예상보다 0.069나 높다. 지역 매체는 더 요란하다. 강정호의 활약에 대해 ‘내야수 조시 해리슨과 조디 머서가 부상에서 복귀해도 그는 주전으로 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 남게 된 이유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수들은 타국에서 인종차별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부담감과 정신적 피해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례가 많다. 특히 야구라는 종목은 9명이 뛰는 단체 종목이지만, 실제로는 개인과 개인의 경쟁이 우선시된다. 모든 기록은 팀보다 개인 기록이 먼저고, 개인 성적은 곧 다음 시즌의 연봉 척도로 결정된다. 그런 이유에서 강정호의 맹활약은 경제적 어려움과 무더위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타국에서 맹활약하는 강정호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임에 틀림없다./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8-02 신창윤

죽산 조봉암과 인천의 가치

초대 농림부장관 역임 농지개혁 등 업적 남겨이승만 정권 맞선 대통령후보… 간첩죄로 희생市 재평가 구상 미흡… 온전한 죽산의 부활 기대7월 말이면 꼭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죽산 조봉암. 일제강점기에는 공산주의자이면서 독립운동가로, 해방 직후엔 극적인 전향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활약했고, 이후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이승만 정권에 맞선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던 그가 1959년 7월 31일 전격적으로 사형을 당했다. 정권은 그를 간첩죄로 옭아맸다. 누구도 그 올가미를 벗겨주지 못했다. 사법부조차도 권력의 시녀 노릇을 했다. 푹푹 찌던 한여름 그의 주검은 문상조차 제대로 받지를 못했다.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고도 남을 시간인 지난 2011년, 죽산을 그렇게 보냈던 우리 대법원은 그의 간첩죄가 억울한 누명이었음을 자인했다.1965년 7월 언론인 수십 명과 대학 교수 몇이 모여 ‘해방 20년’이란 책을 냈다. 말 그대로 해방 이후 20년간 벌어진 굵직한 사건 사고를 정리한 것이다. 내용 중에 ‘진보당 사건-죽산 사형’이란 제목의 글이 있다. 사건 전말을 풀어내면서 말미에 ‘…이리하여 조봉암은 가고, 조봉암 없는 진보당은 명맥조차 유지할 수 없이 깨어지고 말았다’고 썼다. 직접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또 죽산이 만든 진보당의 강령과 조봉암의 이력을 자세히 싣고 있다. 이 책의 다른 부분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집필진은 이 글을 통해 죽산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죽산 사형일을 이틀 앞둔 29일, 죽산이 해방 이후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인천시 중구 참외전로 244번길 옛집 주변은 그저 썰렁하기만 했다. 죽산은 일제가 주택개량 사업으로 이 동네에 지은 부영(府營) 주택에 산 적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시영(市營) 아파트’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비탈에 축대를 쌓아 터를 다진 똑같은 양식의 집들이 5~6채가 죽 늘어서 있었다. 일제 시기 주택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골목이었다. 그런데 그 집들이 몇 채 남지 않았다. 한쪽 끝 집은 헐려 고추밭으로 변했고, 다른 쪽 끝은 빌라가 들어섰다. 가운데 세 채만이 남았는데, 한 곳은 빈집이었다. 죽산이 살던 집에는 그나마 다행히 누군가 여전히 살고 있었는데 이 집이 언제까지나 버티고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게 보였다. 이마저 헐린다면 죽산의 숨결을 떠올릴 몇 안 남은 기념물이 또 사라지게 된다.죽산의 삶을 좇다 보면 그는 우리를 여러 갈래로 안내한다. 독립운동사로, 공산주의 운동사로 이끌기도 하고, 정당 변화사를 들여다보게도 한다. 친일 논란에도 휩싸여 있기는 하지만 그는 분명 ‘과(過)’보다는 ‘공(功)’이 많은 삶을 살았다. 그가 농림부 장관 시절 입안한 농지개혁법은 농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6·25 전쟁 당시 농민들이 공산당에 협조하지 않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게 연구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이라면 조봉암은 ‘건국의 장관’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죽산의 고향 인천에서는 작년부터 ‘인천의 가치’란 말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인천의 가치’를 새롭게 다듬겠다는 것이 인천시 정부의 구상이다. 그런데 정작 지난 1년 동안 죽산을 ‘인천의 가치’로 이야기 하는 인천시 공무원을 본 적이 없다. 아마 ‘죽산은 간첩’이란 이미지가 그들의 뇌리에 아직도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인천의 가치’는 ‘좌’나 ‘우’, 어느 한 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천의 가치’를 온전히 지닌 죽산의 부활을 기대한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7-29 정진오

수원을 아시나요?

삼성전자·부동산 개발 위력 ‘최대 자치단체 위상’오원춘·박춘풍 연이은 강력범죄에 이미지 추락CCTV 화면 밝기·기능 등 실질적 예방책 필요다음중 수원시 이미지에 가장 친숙한 답을 고르시오? 1-안전도시 2-세계문화유산 화성 3-삼성도시 4-전국 최다인구 기초자치단체 5-대한민국 최초 신도시 발원도시 6-오원춘·박춘풍사건 등 강력범죄도시 7-무방비도시 8- 전국 최대 외국인 만남도시. 질문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 문제의 정답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수원시 행정을 직접 담당하는 3천여 수원시 공직자와 대대손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토착 원주민, 외지에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사와 정착한 수원시민, 수원을 한두 번 다녀갔거나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내·외국인 등 대상에 따라 정답은 1개에서 8개까지 아니, 위에 언급되지 않은 또 다른 정답을 쏟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건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경기도 수부 도시로 널리 알려진 도시라는 사실이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서울의 위성, 변방도시 정도로 취급되던 수원시의 위상은 세계적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연구 메카가 수원에 자리 잡고, 날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홍보 후광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아줌마부대들의 중요한 평가지표인 부동산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성남 분당신도시 인기가 서판교로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대규모 개발이 한창인 화성 동탄신도시가 인접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원 광교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1위 자리를 넘보며 치솟고 있다. 경기도청 행정타운 이전을 둘러싼 난항이 완전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이전확정’이라는 카드 하나만으로도 공급 물량을 시장에 내놓기가 무섭게 높은 분양가의 불패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도 광교신도시에 초대형 컨벤션복합단지 개발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1천여명이 한꺼번에 모일 컨벤션 공간조차 없던 수원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최대 기초자치단체의 위상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정반대의 불명예 기록도 연이어 세우고 있다. 상상하기조차 두려울 정도의 강력범죄 오원춘(2012년 4월)·박춘풍(2014년 11월)사건이 수원의 구도심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하더니 최근 수원의 관문인 수원역 앞에서 묻지마식 여대생 납치, 살인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언론 매체들은 ‘수원시 강력범죄 또 발생, 왜 이러나?’ 등을 헤드라인으로 뽑아 수원이 전국적 이슈도시로 다시 떠올랐다. 오원춘·박춘풍 사건은 조선족 출신 중국 국적 외국인 범죄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지역 내 건실한 중소 건설사 임원이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범행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범행 동기조차 알 수 없는 사건이기에 더 참담하고 답답하다. 수원시는 안산시, 서울 영등포구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밀집도시다. 비공식 통계지만 외국인들이 약속장소로 가장 많이 선호하는 곳이 수원이다. 수원을 단 한 번도 방문경험이 없는 네티즌들은 ‘수원시민 대단하네요.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등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해 5월 재선공약으로 ‘팔달경찰서 유치와 UN 최우수 안전도시 인증’을 내세웠다. 오원춘 사건 이후 2013년 수원시 종합안전대책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기구개편과 예산투입도 강행했다. 하지만 안전도시 수원 이미지는 날아가버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안전도시 구축은 외양간을 몇 번이고 고쳐서라도 더는 소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데 방점을 둬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CCTV 하나를 설치해도 화면 밝기 정도나 내구연한, 기능성 등 실질적인 예방효과가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고, 수원시가 표방하는 안전 햇빛정책에도 맞다./김성규 사회부장▲ 김성규 사회부장

2015-07-26 김성규

원유철과 이종걸

동시 ‘여야 원내사령탑’ 올라 경기도 정치사 기록원 ‘화합형’·이 ‘소신형’… 지역현안 탄력 기대감도민 ‘팔 안으로…’ 바라는거 못잖게 통큰 애정 중요원유철은 지방선거가 부활한 1991년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거대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도의원에 당선됐을 때의 나이가 겨우 28세, 최연소 도의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7천777표라는 당시 득표수도 화제가 됐다. 행운의 숫자라는 7이 네개나 들어가 뭘 하든 네 번은 될 거라는 덕담도 들었을 터, 실제 15대 총선에서 33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이 된 후 탄핵 역풍에 고배를 마신 17대를 제외하고 4선에 성공했다.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이지만 아마추어 5단의 바둑고수답게 정치인으로서의 승부근성과 도전의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17대 낙선 후 경기도 정무부지사로 새로운 경험을 쌓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도의원-부지사-국회의원을 두루 거친 스펙을 토대로 경기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만큼 사퇴한 유 전 대표와 공동운명체였음에도 오히려 후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됐다. 2013년 출간한 그의 책 제목 ‘나는 오늘도 도전을 꿈꾼다’라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정치 이력이다.이종걸은 일제강점기 때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답게 정치 입문전부터 반 유신, 야학 운동,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온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16대 총선 때 안양 만안에서 당선된 뒤 내리 4선에 올랐고, 비주류·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면서도 선이 분명한 언행으로 야당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국회에서 ‘장자연 리스트’ 실명을 공개해 해당 언론사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고, 2012년에는 트위터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하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특유의 강직함 때문인지 4선 중진임에도 이렇다 할 당직을 맡지 못해, 민주통합당 시절 이해찬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것이 전부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원내대표 선거에서 모두 쓴 잔을 마셨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수행실장을 맡았지만 비노(비노무현)계로 어느 계파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선명성이 강하다고 말할 만큼 강경하되,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게 중론이다.경기지역 국회의원이 동시에 여야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그동안 안상수와 황우여, 김진표, 박기춘 등 수도권 지역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은 적은 왕왕 있었지만, 같은 대 국회에서 서로 파트너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 정치사에 기록될 일이다.수십 년 동안 영호남의 언저리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만 지켜봐 온 경기도민들로서도 박수치며 반길 일이다. 벌써 수도권 지역 각종 현안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나온다. 한쪽은 온화한 화합형, 한쪽은 강경한 소신형이라는 스타일의 차이는 있되 두 사람 모두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오랜 시간 지역발전에 기여해 온 인물이라는 점도 기대감에 힘을 보탠다.하지만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국회 안에서 각각의 당론을 모으고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총괄 책임자의 자리로, 매번 화합과 협력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기는 하되 현실은 치열한 수 싸움과 힘겨루기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 역시 상견례 직후부터 추경 일정과 국정원 해킹 진상규명 등 현안을 놓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원유철 원내대표는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 여물을 먹여 덩치를 키운다는 말처럼 도민들께서 꾸준히 여물을 먹여주셔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원내대표도 마찬가지 심경일 것이다. 두 정치 주역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기왕이면 ‘내 새끼’들의 팔이 안으로 굽어 주기 바라겠지만, 사람을 더 크게 쓰는 통 큰 애정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5-07-22 배상록

정치권에도 올스타전을 만들자

KBO처럼 매년 인터넷·모바일 투표방식 이용나라 어려울때 스포츠보다 정치로 위로 받길 기대국민 마음 헤아리는 정치인 득표수 많았으면…야구·축구·농구·배구 등 프로스포츠를 보면 시즌 중간이든, 시즌을 마치는 시기에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 경기가 열린다. 팬들의 투표를 통해 해당 시즌에 가장 ‘핫한’ 선수들을 뽑고, 팀을 나눠 일종의 ‘팬과 함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가 됐음을 인정받는 순간이니까.스포츠는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1980년대 들어 프로가 출범하기 전부터 스포츠의 국가대항전은 언제나 국민적 화제였다. 프로스포츠가 출범하면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 결과를 매일 매일 확인하고, 환호하는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됐다. 프로선수들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고 막대한 부(富)도 차지할 수 있다. 1960~7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을 적는 항목에 정답처럼 써 있던 의사·판사·검사 등도 최근에는 ‘프로선수’가 가장 많을 정도라고 한다.예전에는 30대만 들어서면 은퇴해야 한다는 운동선수의 직업수명 때문에 운동에 소질이 있는 자식에게도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부모가 많았다. 지금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엘리트과정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몇 배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바람처럼 이들이 프로선수가 돼서 꿈을 펼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스타가 된 선수들의 성장 과정은 그래서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어릴적부터 일상처럼 겪어야 했던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운동량과 그에 따른 고통, 반복된 부상. 꿈을 이루고 정상에 오른 뒤에도 쉼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뼈를 깎는 노력 등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그래서 팬들은 그 선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에 박수를 보내 주는 것이다. 올스타전은 그래서 관중들에게는 최고 선수들이 주는 최고의 서비스가 되고,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채찍질하게 하는 또 다른 훈련 과정일 수도 있다.이쯤에서 우리 정치권에도 올스타전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싶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이끄는 중앙 정치무대는 물론 시·도의원, 구·군의원이 이끄는 지역 정치무대가 형성돼 있다. 시민단체와 민간단체가 나서 의정활동을 잘한 의원을 선정해 시상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각자 기준대로 판단하고 시상하는 이런 시상식 말고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올스타전’이 필요하다. 올스타전 투표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매년 해 온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 방식 등을 택하면 되지 않을까?올해 올스타전에 출전한 24명 선수들이 받은 표수는 모두 2천500만표를 넘었다. 이는 60.6%의 높은 득표율을 보인 17대(2004년) 총선의 투표자 수 2천158만여 표뿐 아니라 19대(2012년) 총선의 투표자 수 2천180만여표를 넘어서는 수치다. 300명의 국회의원보다 24명의 프로야구 선수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물론 KBO의 투표방식이 반드시 1인 1표를 고수한 건 아니다. 하지만 국민적 애정이 정치보다 스포츠에 더 깊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인이 조금 더 많아진다면, 국민은 어려울 때마다 스포츠축제로 위로받기보단 신나는 정치축제를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정치 올스타전’시대가 오면, 프로야구 올스타전 득표수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으면 좋겠다./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7-19 이영재

얼리버드와 최저임금

시급 ‘6천30원’… 노사간 관점 극명하게 엇갈려노동계 기대치 못미치는 공수표만 남발한 정부청년일자리 늘려 저임금·소득격차 해소 주력해야‘얼리버드’(early bird).이명박 정부 시절 특히 회자됐던 말 중 하나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얼리버드론은 ‘아침형 인간=성공’이라는 등식과 맞물려 있었다. 이 등식을 굳게 믿고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체질과 무관하게 새벽마다 벌떡벌떡 일어났다.여기에서 딴죽을 걸어본다.벌레 한 마리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꼬물꼬물 기어 다닌다고 치자. 그 벌레는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다른 벌레보다 먼저 새에게 잡아먹혀 버린다. 벌레 입장에서는 ‘아침형 벌레=사망’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셈이다.이렇듯 관점을 달리해보니 일찍 일어나는 것과 그 결과물, 다시 말해 인과관계에 엄청난 오류가 발생한다.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보다 8.1% 인상된 6천30원으로 결정했다. ‘6030’을 바라보는 노사 간 관점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마치 새와 벌레의 입장에서 각각 맞이하는 아침 같다. 인상률만 놓고 보면 2008년 8.3% 인상 이후 가장 높다. 경총은 이와 관련해 “고율의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소규모 영세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최저임금 인상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력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당연히 수용해야겠지만 더 이상 허리띠 졸라맬 여력조차 없는 통닭집, 동네 점포 사장님들은 근심이 앞선다. 그렇다면 근로자 입장은 어떤가. “국민의 삶이 100원짜리 몇 개의 흥정으로 치환됐다”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논평은 시급 인상분 450원에 대해 느끼는 근로자들의 체감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학생들이 주로 뛰어드는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하루 4시간 일하고 받는 최저임금으로 식료품을 구매해보니 콩나물 한 봉지 더 살 수 있게 되더라는 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를 잘 부연해 준다. 이처럼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 간 시각차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결정에 이의신청을 내기로 하는 등 올해엔 최저임금을 둘러싼 진통이 특히 심한 것 같아 우려가 앞선다. 사실 여기에는 정부의 잘못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올 초부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강조해 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수를 살리려면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논의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노동계의 기대치는 한껏 부풀어 올랐으나 결과는 당초 노동계가 요구한 시급 1만원은 커녕, 두자릿수 인상률이라는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공수표만 남발한 셈이다.이제라도 정부는 공수표 남발로 인해 실추된 공신력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늘려 저임금 노동자를 줄이고, 소득격차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입을 소규모 영세사업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할 터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아침에 일찍 깨어있다면 그게 바로 진정한 ‘얼리버드’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07-12 임성훈

카레이스키

고려인은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살아있는 역사’태권도 시범단 공연 ‘한국인 저력’에 눈시울강인하고 성실한 그들은 ‘우리의 핏줄’ 이었다‘카레이스키’.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는 단어일 수도 있다. 카레이스키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를 말한다. 즉, 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Sakhalin)에 끌려간 부모 때문에 평생 무국적으로 살아야 했던 고려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사할린 강제 징용 피해자의 후손들이었던 그들은 풀뿌리처럼 흩어져 평생 이국땅에서 살아왔다. 조국은 고려인들의 아픔까지 잊어버린 채 하루 살기에 바쁘다. 하지만 고려인은 잊혀진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지켜가야 할 살아있는 역사다.이런 시점에서 지난 4일 러시아 사할린주 사할린스크시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광복 70주년, 경인일보 창간 70주년, 러시아 전승 70주년’ 등 ‘트리플 70’을 기념해 경기도에서 태권도 시범단과 경제인들이 사할린주를 방문한 것이다. 그들을 잊고 살았던 우리였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사할린주에는 50여만 명이 살고 있다. 이 중 고려인들은 2만5천여 명으로 적지 않은 수치다.이번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기도 태권도와 경제인들이 동포들을 찾은 깊은 의미가 있다. 행사명도 ‘한국-러시아 스포츠 페스티벌 겸 경제교류’로 정했다. 경기도 경제인들은 사할린 상공회의소 회원들과 의견을 나누며 러시아 판로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할린 시민들은 한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경기도 상품을 살펴보며 ‘원더풀’을 외쳤다.행사 개막일에 열린 경기도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은 한 맺힌 우리 동포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를 위해 방문한 관계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30분간 진행된 태권도 시범은 그저 태권도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절도있는 동작과 격파시범은 물론 K-POP과 어우러진 율동, 거기에다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종주국 태권도의 기개를 사할린 시민들에게 보여줬다. 함께한 우리 동포들은 한국의 저력을 느끼며 자부심을 갖게 됐다.이제 고려인이라 부르지 말자. 누가 뭐래도 그들은 한국인의 핏줄이고 우리 동포다. 강인함과 근면함, 성실함과 슬기로움은 우리의 근본이었고,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지탱해 온 근거다. 우리 동포들은 낯선 곳에서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을 이루며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인들보다 더 빨리 부를 쌓아 사회 각계에 진출했고, 동포들의 높은 교육 수준은 이미 상위권에 포진돼 있다.구 소련 붕괴 후 중앙아시아 동포들은 인종 차별에 다시 한 번 울었지만, 그들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와도 수교하고 긴밀하게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살아왔다. 이들의 힘과 저력은 한국의 저력에 밑거름이 됐다.비록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한국-러시아 스포츠 페스티벌 겸 경제교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한국 경제의 중심 경기도 경제인들이 사할린 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통해 양국 경제 교류에 물꼬를 텄다. 이는 우리 동포들에게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한편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스포츠도 양국 발전에 가교역할을 했다. 축구를 비롯해 태권도, 유도 등이 이미 사할린과 교류를 추진해 왔고, 앞으로는 동계스포츠와 장애인 스포츠도 교류할 계획이다.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카레이스키’, ‘고려인’. 분명 우리가 알아야 하고 반드시 챙겨야 할 대상이다./ 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7-08 신창윤

앞으로 3년, 묘지명(墓誌銘)을 쓰듯이

시민 대부분 ‘시장·구청장이 누구’인지 몰라주민 잃어가는 지방자치 공허한 외침일 뿐단체장들 ‘묘지명’ 쓴다는 각오로 1년 반성해야시인 정호승의 작품 중에 ‘새들을 위한 묘비명’이란 게 있다. ‘여기//가장 높이 나는 새가 되고 싶었던//밥 먹는 시간보다//기도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새들의 노숙자 한 마리 잠들어 있다’. 다섯 줄짜리 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분량이지만 읽을수록 긴 여운을 준다. 생각해 보자. 나는 영락없는 이 묘비명의 주인공 새 신세가 아닌가. 늘 남들보다 더 얻기 위해 애썼다. 학생 때는 더 나은 성적을, 졸업하고는 대우가 더 좋은 직장을, 더 잘난 배우자를, 더 뛰어난 자식을 갖고자 몸부림쳐 온 일생이다. 시인은 우리네 인생을 새에 빗대 깊은 반성에 잠기게 한다. 이름만 ‘새’라고 붙였지 실상은 ‘인간의 묘비명’인 셈이다.묘비명은 보통 사람이 죽은 뒤에 그의 인생을 정리해 기록하게 마련이지만,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죽음을 상정하고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는 글을 짓기도 했다.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이나 ‘자만시(自挽詩)’ 등이 그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냉정히 돌아보기에는 죽음을 전제한 것 이상이 없을 듯하다. 이런 점에서 정호승의 시는 ‘죽음’으로, ‘새’로 하여 내 삶을 두 번이나 객관화하면서 자화자찬이나 변명이 끼어들 여지를 미리 차단했다. 삶을 반추하고 더 나은 생을 위하자는 데 변명이나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면 그게 제대로 되겠는가. 내 인생을 남의 것 바라보듯 하는 게 잘된 ‘자찬묘지명’의 최대 강점이리라.7월 1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일제히 2년차 일정을 시작했다. 광역이건 기초건 가리지 않고 단체장들의 취임 1주년 인터뷰가 쏟아지고 있다. 단체장들은 대개가 지난 1년의 성과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저 ‘자기 자랑’ 일색이다. 단체장들은 늘 관내 주민 수를 입에 달고 다닌다. 몇 십만 명이니 몇 백만 명이니 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뒤에는 그 많은 주민이 버티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그러면 주민들에게 단체장은 어떠한 존재일까. 며칠 전 부서원들과 인천시장 취임 1주년 기획회의를 하면서 어떤 꼭지를 준비할 것인지를 놓고 이야기했다. 분야별 공약 이행이 어떻고 하는 식의 통과 의례적 기사보다는 기자가 주민과 단체장을 직접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 것을 준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지하철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싸늘했다. 인천시민이면서도 절반 가까이가 시장의 이름조차도 모른다고 했고, 구청장이 누구인지는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명함만 ‘구청장’이라고 팠을 뿐이지 실질적 주민의 대표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구의원이나 시의원은 사정이 더 심한 지경이다.지방자치가 본격화한 지 20년이 지났다. 주민 없는 지방자치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4년 임기 중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단체장들은 묘지명을 스스로 쓴다는 각오로 자신의 1년을 반성해 보길 바란다. 주민조차도 그 이름을 모른다는데 과연 그 대표자는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가 있을까. 많은 경우 단체장들은 1년 단위로 매기는 성과에 집착한다. 외자유치를 얼마나 했느니,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느니 하는 것들이다. 2년이면 임기 절반이 지난 것이고, 3년이면 다음 선거에서 내세워야 할 것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게 마련이다. 그렇게 강조했던 일들이 내가 죽은 뒤에도 주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남들은 나의 묘비명에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겸허히 생각해 보자./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7-01 정진오

메르스가 일깨운 공공의료

규모·숫자 OECD 3분의 1 수준 ‘위기대처 한계’민간 ‘수익 급급’ 환자위한 시스템 만들지 못해“이젠 국가안보 차원에서 지원” 커지는 목소리국회에서 지난 26일 열린 ‘메르스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보건의료 발전 방안 긴급 심포지엄’에서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김진용 과장은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확진 환자를 보고 있는 서울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 감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는데,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 감염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던졌다. 1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감염병을 대비하려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민간병원이 과연 있겠느냐는 거다. 그 역할을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과 지역 의료원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김 과장은 “환자 1명만 보더라도 간호사는 최소 2명이 있어야 하고, 레벨D 보호구(전신 보호복과 고글(안경), 의료용 마스크, 장갑, 덧신 등이 포함된 보호장비)는 20세트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천의 한 종합병원장이 레벨D 보호구 세트가 5세트나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들었다. 이 병원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은 돈은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훈련을 하고있다”며 “전 직원이 감염병 보호장구를 입고 벗는 훈련을 하고 경진대회까지 연다”고 소개했다. 훈련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 이런 점이 민간병원과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김 과장은 이날 “지방의료기관을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해 국가적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승연 인천의료원장도 최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조 원장은 메르스를 겪으면서 국내 의료시스템의 모든 문제를 드러냈다고 했다. 이른바 ‘빅 파이브’ 병원에 전국의 환자가 집중돼 입원을 위해 3일에서 5일까지 응급실에 대기해야 하는 문제, 수익을 내기 위해 다인실 위주로 병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문제 등 민간 병원의 한계가 그대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체계의 중심에 있는데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규모나 숫자 면에서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해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한계 상황을 맞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메르스 사태로 내원 환자 등이 크게 줄면서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공공의료기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도 했다.며칠 전 대학병원 의료진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도 주제는 당연히 메르스였다. 한 의사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의료진의 사명감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사전적 의미에서 사명감은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가슴속에 쌓아 온 직업 정신이 아닐까요”라며 나름 의사 정신을 강조한 답을 건넸다. 하지만 이 의사는 “틀렸다”고 했다. 그리곤 “의사의 사명감은 외부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운을 뗐다. 메르스로 인해 국가는 위기 상황에 있고, 이로 인해 환자와 그 가족들이 두려워할 때 ‘일선에 있는 의사로서 당연히 환자와 가족, 국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간 대형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중심에 서 있는 것도 사명감 부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에 급급하니 정작 환자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료진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했다. 이젠 국가 안보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6-28 이영재

속수무책 발본색원 유비무환

호흡기질환으로 국제적 망신 당하는 현실 ‘씁쓸’메르스 종식돼도 제2·3 전염병 또 엄습할 수 있어경제 마비되는 홍역 또 치른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사스)유비무환(有備無患)·(신종플루)발본색원(拔本塞源)·(메르스)속수무책(束手無策)’.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자성어가 항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 속내를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자식 키우는 앵그리맘들이 많다. 중동산 독감 일종인 메르스가 국내에 들어와 지난달 20일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꼬박 한달이 지났다. 신규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 확산세는 확연히 꺾였지만, 정부 당국조차 종식선언을 운운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병원공개를 미뤄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또다시 양치기 소년 불신을 자초할 까 우려하는 심정일 게다. 지난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마비였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메르스가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생활의 패턴까지 바꿔놓았다.특히 메르스 1차 진원지인 평택을 비롯한 수원, 화성 등 경기도 지역경제는 굳이 구체적 손실을 헤아리지 않더라도 대인 기피증 현상까지 불러올 정도로 소비를 위축시켰다. 심지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들르는 동네 슈퍼는 물론 미용실, 목욕탕, 칼국수 가게 등 골목상권들이 처참하게 당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메르스 추가 확진자와 격리자, 사망자가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에 대한 실시간 생중계 보도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폐업위기로 치닫는 소상공인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고 있다.세계무역기구(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이 이토록 전염병에 속수무책이었던가? 반도체, 조선 등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외 신뢰도가 이까짓 호흡기질환 하나 정도 잡지 못해 국제적 망신을 당해야 하는 현실에서 무기력해진다고 씁쓰레하는 사람들이 많다. 홍콩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매년 방학 때면 오고 가던 교환학생 파견을 저지할 정도로 창피를 당하고 있다.돌이켜보면 지난 2003년 전 세계적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했을 때 발 빠른 초동 대처로 국내 감염자 수는 3명 선에서 그쳤다. 이어 2009년 들이닥친 H1N1인플루엔자(일명 신종플루)가 한국을 삽시간에 공포에 몰아넣었다. 적지 않은 사망자(20명)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발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관리했다. 당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 쓰고, 손만 잘 씻으면 나와는 무관한 질병이라는 식의 덤덤한 태도였다. 오히려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터져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게들이 쑥대밭이 됐었을지언정 사스와 신종플루때는 실물경제와는 동떨어진 ‘의료계가 알아서 해결할 일’로 믿고 잊어버렸다. 이후 발전을 거듭한 의료기술과 시설은 해외에서 원정 치료를 받겠다며 외국인 및 교포 환자들이 몰려와 의료관광지로 급부상했다. 그래서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하고 미숙한 초동대처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며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2차 진원지가 삼성이 운영하는 병원 때문이라는 세간의 억측이 무리가 아닌 듯 싶을 정도다.이번 메르스 사태가 종료된다 할지라도 제2,제3의 전염성 질환은 또 엄습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때마다 나라전체 온 국민이 거기에 함몰돼 대중교통조차 이용하길 겁낼 정도로 일상경제가 마비되는 홍역을 또 치러야 한다면 더이상 우리의 미래는 없다. 작금의 세계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하반기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일본의 엔저 후폭풍으로 수출기업들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초비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인하해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가계부채는 매월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자칫 부실채권으로 금융계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교훈삼아 유비무환이란 사자성어가 우리 사회 키워드로 정착됐으면 한다./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5-06-21 김성규

괴담에 흔들리는 건강하지 못한 대한민국

근거없는 루머 퍼트려 불안과 공포심 조장차후엔 ‘아니면 말고’식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이젠 국민들 표현방법도 합리적으로 변할때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쇼크로 온 나라가 난리다. 보건당국의 미숙한 대처로 확산된 메르스는 국민들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확인되지 않은 괴담까지 퍼지면서 대한민국은 멘붕 상태다. SNS와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진 괴담으로 국민들은 불안괴 공포에 떨고있다. 더 큰 문제는 정체없이 떠도는 괴담으로 대한민국의 위상 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10만여명의 관광객이 한국방문을 취소하고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처음부터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감염되지 않도록 대처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하루에도 수십명씩 감염자가 발생하고 확진 판정을 받는데도 정부만 심각성을 모르고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그러는 사이 SNS 등 인터넷에는 괴담이 퍼졌고 이것이 사실인것처럼 입으로 전파돼 메르스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경기 남부 7개지역 학교가 휴업을 하게 된 것도 괴담이 쓰나미처럼 확산됐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메르스에 감염, 자가격리됐고 학생들도 전염됐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시작됐다. 근거도 없는 괴담은 학부모들의 입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 동탄지역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사였다. 결국 루머의 발단이 됐던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휴업을 결정했고 휴업사태는 경기도내 절반이 넘는 학교로 번졌다. 불안감이 커진 학부모들은 또다른 괴담을 양산하면서 경기도내 절반이 넘는 학교가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괴담으로 대한민국이 큰 혼란을 겪은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 한미 FTA 협상 당시 ‘광우병’파동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의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만 수입해 우리가 그것을 먹고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같은 괴담으로 한국사회는 FTA를 반대하는 여론으로 들끓었고 6살 난 아이부터 80세 노인들까지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하다못해 공중파 방송사까지 나서 광우병이 마치 현실인 처럼 국민들을 호도하며 우리 사회를 불안과 공포속으로 몰아 넣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훨씬 높아졌다. 하지만 ‘아니면 그만이지 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광우병 파동과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미네르바’사건은 또 어떤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사람이 한국경제의 어두운 면을 그럴듯하게 조명하며 한국경제가 곧 붕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 실업자가 인터넷에 올린 낙서 수준의 글 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또 천안함과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아파하고 힘들어 할 때도 각종 괴담으로 국민들을 자극했다. 정말 부끄럽다. 근거도 정체도 없는 괴담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왜 거짓과 선동에 흔들리는 것일까. 유감스럽지만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 괴담의 실체에 대해 정부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신뢰관계가 무너진 국민들에게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또 하나는 성숙하지 못한 국민의식이 아닌가 싶다. 거짓과 괴담이 온 사회를 휘젓는 병리현상으로 정치권이나 정부, 사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표출해왔다. 건강하지 않은 사회는 작은 루머에도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들도 변화돼야 한다. 표현의 방법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바꿔야한다. 그래야만 사회가 건강해진다.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메르스 여파까지 덮치면서 국가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괴담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국민의식이 필요한 때다. /박승용 사회부장▲ 박승용 사회부장

2015-06-17 박승용

실패학의 도로

WHO, 지난해 메르스 검역강화 ‘황색등 권고’정부, 우왕좌왕 ‘장롱면허’ 수준의 미온적 대처에러 발생때 순발력 있게 상황정리 능력 필요운전 중 교차로를 앞두고 신호등에서 황색등이 켜진다. ‘주의’를 하라는 교통신호다. 운전자는 곧바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속도와 정지선까지의 거리, 뒤차와의 차간거리 등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것인지, 아니면 빨리 교차로를 벗어나기 위해 액셀을 밟을 것인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에는 두세번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행위로 뒤차에 자신의 의도를 알린다. 교차로를 그냥 지나칠 때에는 비상등을 켜거나 상향등을 깜박이는 것으로 다른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준다.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들춰보게 된 책이 있다. 일본 심리학자가 쓴 ‘실패학’ 관련 서적으로, 책이 나온 지 15년이 지났다. 책이 발간될 즈음 일본에서는 실패나 사고의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사회가 공유하고 실패학을 새로운 학문분야로 발전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실패를 교훈으로 삼기 위한 여러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 책 또한 그중 하나다.앞서 운전사례는 인간을 정보처리 장치에 비유해 인재, 즉 휴먼에러(human error) 발생 가능부분을 입력(신호등 인지)·매개(판단·의사결정)·출력(동작의 계획·수정)과정 등으로 단계별로 나눠 소개한 대목이다.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운전대를 잡은 정부는 어떤가? 우선 입력과정에서부터 에러를 범한 것은 분명한 듯 하다.세계보건기구(WHO)가 메르스의 국가간 전염의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회원국들에게 메르스 감염예방과 검역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게 지난해 5월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운전 중 코앞에 황색등이 켜졌는데 눈을 감아버린 형국이다.적색등이 들어온 교차로에선 우왕좌왕하면서 ‘장롱면허’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WHO 합동 평가단의 지적처럼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제일 중요한데도 ‘괴담’에만 집착한 나머지 위기관리 시스템에 혼선을 야기하고 말았다. 이러니 출력과정 또한 제대로 될 리 없다. 중국으로 출장 간 한국인 메르스 의심환자가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은 뒤차에 대한 배려 없이 운전하다 뒤차를 사고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출력과정에서의 에러’를 떠올리게 한다.그간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그 어느 곳보다 축적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타이어가 펑크 나고, 차가 퍼지고…. 얼마나 많이 실패학의 도로를 질주했던가. 그런데도 운전실력은 향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라는 대형사고가 난 게 바로 1년 전인데도 말이다.엊그제 인천신항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크루즈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관광객을 위해 ‘찾아가서 보여주는’ 특별한 공연이 열린 것이다. 그야말로 관광객은 배 안에, 무대는 부두에 설치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해외 관광객을 어떻게든 잡아 보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할 것은 K-POP이나 치어리더들의 역동적인 댄스가 아니다. 에러가 발생했을 때 순발력있게 상황에 적응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변화하는 능력, 바로 실패학의 학습효과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06-14 임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