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실패학의 도로

WHO, 지난해 메르스 검역강화 ‘황색등 권고’정부, 우왕좌왕 ‘장롱면허’ 수준의 미온적 대처에러 발생때 순발력 있게 상황정리 능력 필요운전 중 교차로를 앞두고 신호등에서 황색등이 켜진다. ‘주의’를 하라는 교통신호다. 운전자는 곧바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속도와 정지선까지의 거리, 뒤차와의 차간거리 등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것인지, 아니면 빨리 교차로를 벗어나기 위해 액셀을 밟을 것인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에는 두세번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행위로 뒤차에 자신의 의도를 알린다. 교차로를 그냥 지나칠 때에는 비상등을 켜거나 상향등을 깜박이는 것으로 다른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준다.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들춰보게 된 책이 있다. 일본 심리학자가 쓴 ‘실패학’ 관련 서적으로, 책이 나온 지 15년이 지났다. 책이 발간될 즈음 일본에서는 실패나 사고의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사회가 공유하고 실패학을 새로운 학문분야로 발전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실패를 교훈으로 삼기 위한 여러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 책 또한 그중 하나다.앞서 운전사례는 인간을 정보처리 장치에 비유해 인재, 즉 휴먼에러(human error) 발생 가능부분을 입력(신호등 인지)·매개(판단·의사결정)·출력(동작의 계획·수정)과정 등으로 단계별로 나눠 소개한 대목이다.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운전대를 잡은 정부는 어떤가? 우선 입력과정에서부터 에러를 범한 것은 분명한 듯 하다.세계보건기구(WHO)가 메르스의 국가간 전염의 가능성이 급증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회원국들에게 메르스 감염예방과 검역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게 지난해 5월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운전 중 코앞에 황색등이 켜졌는데 눈을 감아버린 형국이다.적색등이 들어온 교차로에선 우왕좌왕하면서 ‘장롱면허’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WHO 합동 평가단의 지적처럼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가 제일 중요한데도 ‘괴담’에만 집착한 나머지 위기관리 시스템에 혼선을 야기하고 말았다. 이러니 출력과정 또한 제대로 될 리 없다. 중국으로 출장 간 한국인 메르스 의심환자가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것은 뒤차에 대한 배려 없이 운전하다 뒤차를 사고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출력과정에서의 에러’를 떠올리게 한다.그간 실패와 시행착오의 경험을 그 어느 곳보다 축적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타이어가 펑크 나고, 차가 퍼지고…. 얼마나 많이 실패학의 도로를 질주했던가. 그런데도 운전실력은 향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라는 대형사고가 난 게 바로 1년 전인데도 말이다.엊그제 인천신항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크루즈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관광객을 위해 ‘찾아가서 보여주는’ 특별한 공연이 열린 것이다. 그야말로 관광객은 배 안에, 무대는 부두에 설치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해외 관광객을 어떻게든 잡아 보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할 것은 K-POP이나 치어리더들의 역동적인 댄스가 아니다. 에러가 발생했을 때 순발력있게 상황에 적응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변화하는 능력, 바로 실패학의 학습효과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06-14 임성훈

전국소년체전 제도 개선 시급하다

1위밖에 모르는 ‘성적 지상주의’ 꿈나무 좌절선의의 경쟁보다 ‘승리위한 전쟁’으로 혹사‘1~17위 차등 점수’로 소속·자신감 심어줘야‘꿈나무들의 스포츠 축제’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가 지난 2일 제주도 일원에서 막을 내렸다. 경기도는 비공식 메달집계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개운하지 않다. 이 대회를 주최한 대한체육회의 공식적인 메달 집계 방식 종합순위가 아니라 비공식 메달집계 방식의 우승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년체전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2만 여명의 선수 및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물론 각 경기장에는 학부모와 지도자, 학교, 교육청, 체육회 관계자 등이 어린 선수들과 팀을 격려하는 등 무척 분주했다.하지만 각 시·도교육청간의 이해득실에 따라 성적 지상주의로 변질한 소년체전은 꿈나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대신 좌절감만 안겨줬다. 경기장마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꿈나무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눈물을 흘리기에 바빴고, 일부 지도자들은 성적 지상주의로 얼룩진 이런 소년체전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한숨만 내쉬었다. 이 같은 일은 수년간 반복되어 온 소년체전의 현주소다.소년체전은 미래 한국 스포츠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점검하기 위해 만든 꿈나무들의 종합스포츠 축제다. 미래 엘리트 선수들을 배출해내고 나아가 국가대표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소년체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소년체전이 지도자들과 어린 선수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이유는 바로 1위 밖에 모르는 성적 지상주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그동안 대한체육회는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종합채점제 또는 메달채점제를 번갈아가면서 시·도 종합순위를 가렸다. 시·도간 과열 양상이 높아지자 대한체육회는 지난 1992년 제21회 대회 때부터 종합순위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시상만 실시했다. 이후 1997년 26회 대회 때부터 아예 메달 집계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도교육청간 음성적으로 메달 집계 또는 종합채점제로 순위를 정하는 상황에 이르자 대한체육회는 지난 2001년 30회 대회 때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메달 집계만 발표해 왔다.대한체육회의 메달집계 발표는 또다시 시·도교육청간 순위 경쟁의 도화선이 됐다.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상황에서 금메달 수만 고집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각 시·도교육청은 꿈나무들에게 우승만 강요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국에서 나온 선수(팀)들은 오로지 1위를 고집하면서 훈련할 수밖에 없었고, 꿈나무들은 선의의 경쟁보다 승리를 위한 전쟁을 치렀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어린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귀중한 은메달을 따내고도 대우를 받기는커녕 금메달을 못 땄다는 죄책감에 마음고생까지 하고 있다.이럴 바에는 차라리 종합채점을 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체육회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년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소중한 우리의 미래 스포츠 자원이다. 각 시·도를 대표해서 나온 꿈나무는 출전한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이런 선수들이 소년체전에서 어른들의 싸움에 더 는 이용당해서도, 소외 당하여서도 안된다. 일부 지도자와 전문가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종합 채점방식’으로 전환해 주길 원한다. 미래 엘리트 선수를 위한 소년체전이라면 1~17위까지 차등으로 점수를 부여해 유망주들이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엘리트 스포츠에선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꿈나무들이 각 시·도 대표로 나온 만큼 소속감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다. 비공식 메달 집계 방식이 아닌 전국체전보다 더 많은 채점이 주어질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6-10 신창윤

국민통합 의 성소 ‘독도’

광복 70주년 맞이 경기도 리더들 2박3일 일정 탐방경제이득 혈안 日 우익세력… 독도침탈 야욕 가시화청소년 영토 수호·민족의 소중함 체험장 만들어야메르스 사태에 휩싸인 뭍과 달리 독도는 말간 얼굴로 의연했다. 햇살은 독도 사면에 부딪혀 찬란하게 흩어지고, 동해는 검은 돌섬 독도로 인해 더욱 짙푸른 색으로 우리 영해를 표시했다.지난 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경기도민과 함께하는 울릉도-독도 탐방 및 독도포럼에 다녀왔다. 경기문화재단과 사단법인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가 주최·주관하고 경기도, 경기도의회, 경인일보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두번째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70명으로 꾸린 탐방단에는 도의원과 고양시의원, 유공자단체 간부, 문화계인사 등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함께했다.독도 입도일인 3일 오전, 엄청난 강풍으로 울릉도 전체가 들썩였다. 강풍재난경보가 발령되고 모든 배의 입출항이 금지됐다. 허나 독도를 친견하려 울릉도에 머문 뭍 사람들의 염원을 가납한 것인가. 다음날 하늘은 독도로 향하는 바닷길을 열어주었고, 우리는 푸른 비단을 미끄러지듯 독도로 향했다. 울릉도에서 90분 남짓의 뱃길이 끝나자 동도 선착장에 도열한 독도경비대원들의 거수경례로 독도 순례자들을 맞아주었다. 의식의 엄숙함은 우리 영해의 끝에서 영토수호의 상징으로 곧추 서있는 독도의 위용에 어울릴만 했고, 영토 순례자들의 가슴을 벅찬 기운으로 가득채웠다.해방 70년. 우리는 해방의 순간 영토의 절반을 다른 체제에 내주었다. 그리고 지금 일본의 독도 침탈야욕에 긴장하고 있다. 폭력적으로 우리에게 식민지배를 강제한 일본은, 이제 우익세력의 정치적 이득과 배타적경제수역의 확대를 노려 독도를 겨냥한 만행을 자행중이다. 내년부터 독도를 자국 영토로 기술한 중학교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베정권의 사주와 비호 아래 우익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날이 갈수록 기승이다.한일 양국의 역사적 기록으로 보나, 실효적 지배의 세월로 보나 독도는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이다. 지난 10년간 독도를 찾은 국민이 140여만명에 이른다. 일본이 아무리 자국영토임을 주장해도 실체없는 허장성세에 불과하다. 양국의 청소년들이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했을 때, 서로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며 부딪친다면 우리의 후손들이 백전백승할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영토로서의 독도의 실체를 체감한 한국의 후예들을, 자국 역사학계가 부끄러워하는 거짓으로 꾸며진 교과서로 독도를 접한 일본의 후예들이 이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독도에 젊은 기운을 심어야 한다. 독도를 청소년들의 국토순례의 성지로 만드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청소년들이 독도를 상징이 아니라 실체로 느끼게 된다면, 언젠가 일본의 독도침략 의지는 스스로 꺾일 것이다.독도는 국민통합의 성소이다. 독도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를 초월해 우리 강역의 성스러운 기운으로 자연스럽게 일체감을 느낀다. 뭍에서 다투던 자들이 영토의 위대함과 민족의 소중함을 새삼 각성하는 것이다. 황홀한 일체감이다. 다양한 계층의 복잡한 이해가 얽힌 뭍의 현실에서는 좀처럼 교감할 수 없는 감정이다.메르스로 인한 혼란이 국난 수준으로 번졌다. 초기에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못했고, 정치권도 국회법 시비에 휘말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감염자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고, 국민들은 공포에 매몰돼 괴담을 퍼날랐다. 정부와 정치가 국민을 소중하게 여기고, 국민들이 이웃을 배려하고 국가의 안위를 걱정했다면 지금과 같은 총체적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독도에서 체험한 영토와 민족에 대한 의미 있는 각성이 소중해진다. 국민 모두 한번 쯤 독도를 방문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모색할 수 있을 것 같기에 더욱 그렇다./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5-06-07 윤인수

애국자의 심정으로 밥먹자

4월말 경인지역 쌀재고량 17만4천톤 ‘5년새 최고’애국·애향심 마케팅과 아침밥 급식등 생각해 봐야정부도 가공용 쌀로 소비자 선호 먹거리 연구 필요쌀이 남아돈다. ‘이밥에 소고깃국’이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때가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5대양 6대 주에 걸쳐 전 세계인들이 즐겨먹는 주식 중 하나인 쌀이 대한민국에서 남아돈다는 얘기는 그 자체만으로 잘사는 나라를 의미한다. 옥수수에 이어 밀과 함께 인류의 3대 주식인 쌀의 역사는 무려 1만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가 지구의 기후변화를 거치면서 야생벼를 발견하고 재배벼 기술을 습득해 풍토에 따라 입맛에 맞는 쌀 품종을 개발해왔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생산되는 길고 가느다랗고 푸석거리는 ‘안남미’(인디카·indica)와 우리 국민들이 즐겨 먹는 둥글고 짧은 모양의 차진 자포니카(japonica)가 대표적인 품종이다. 세계공통의 벼 학명(學名)은 오리자(Oryza)다.이런 쌀이 전 세계적으로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넘쳐나고 있지만 북한이나 아프리카 등 상당수 나라는 쌀이 없어 굶어 죽는 기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특히 지난 1994년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20년간 유예가 종료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에 대한 정책의 배경과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저율관세할당(TRQ)으로 1만t 수입을 위한 전자입찰을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실시해 농민단체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농림부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출한 양허표 수정안(관세율 513% 등)을 원안대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WTO에 맞게 저율관세할당제 운영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화 후 현행 의무수입물량(MMA·40만9천t) 이외의 수입량은 미미해,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려면 WTO 협정에 따라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야하는 등 대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수입하더라도 쌀 수급조절과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보전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나마 미봉책이다. 밥쌀용 쌀은 일반적으로 가공용 쌀보다 등급이 높고 가격도 10% 가량 비싸 국내 쌀농가들과 실질적 경쟁을 한다. 게다가 지난해 수입된 밥쌀용 쌀 재고 물량만 11만t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밥쌀용 쌀 수입 중단은 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쌀 관세화 전환으로 생긴 정당한 우리의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넘쳐나는 국내 쌀 재고량이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20㎏ 3만9천927원으로, 지난해 4만2천872원와 비교해 6. 9% 하락했다. 쌀 재고량도 4월 말 기준 135만t으로 지난해 89만t과 비교해 1. 5배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밀 0. 5%, 옥수수 1. 0%, 콩(두류) 8. 4%, 보리쌀 41. 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인지역 쌀 재고량과 판매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수매가 이하 가격으로 파는 손해를 감수하는 고육책을 써도 좀처럼 재고량이 줄지 않고 있다. 지역농협은 농협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정부와 농협중앙회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쌀 소비 자체가 늘지 않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4월말 경기·인천지역의 쌀 재고량은 전년(11만6천768t)보다 5만7천290t 늘어난 17만4천58t으로 지난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 5년 새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쌀 풍작에 이어 전라·충청지역 쌀의 저가 공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경기·인천 농협중앙회가 나서 다양한 판촉전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고, 다가올 10월 수확기를 벌써부터 걱정할 지경이다. 현실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애국심 및 애향심 마케팅과 함께 초·중·고생 아침밥 학교급식 등을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물론 무상급식이어서는 안된다. 정부도 가공용 쌀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 먹거리 패턴연구에 선택과 집중을 할 때다. /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5-05-31 김성규

장수 재상과 초단명 총리

황교안 총리후보 청문회 순탄치만은 않아 보여황희, 구설속 태평성대·이원익, 믿음속 난세극복나라와 국민위한 재상모습 한번쯤 보고 싶을뿐조선시대 명 재상을 말할 때 사람들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아무래도 황희일듯 하다. 태종 때 육조의 판서를 두루 거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아들인 세종 역시 자신의 세자 책봉에 반대해 유배 중이던 그를 복직시켜 중용했으니, 당대를 대표하는 명망가임에는 틀림없었을 것이다. 장수한 재상답게 황희는 어느 소가 더 일을 잘하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레 답하는 농부로부터 큰 가르침을 받았다거나, 다투는 여종들의 하소연에 모두 ‘네 말이 옳다’고 말했다는 등의 숱한 일화를 남겼다. 그러나 청빈과 멸사봉공의 표상으로 알려진 명성 못지않게 그를 둘러싼 추문도 적지 않았으니, 실제 황희가 아전을 때려 죽인 사위의 살인사건을 은폐하고 권세를 이용해 친인척들의 부패를 덮으려 했다는 사실은 기록으로도 남아있다. 매관매직을 서슴지 않았다거나 죄지은 여자를 집에 숨겨주며 간통했다는 얘기에까지 이르면, 과연 이 사람이 곧은 인품과 청렴의 대명사로 불리는 게 가당한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긴다.대중적 인지도에선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오리 정승’ 이원익은 여러모로 황희와 견줘지는 인물이다. 정유재란 이후 영의정에 오른 그는 거친 세파 속에 광해군과 인조가 즉위할 때도 각각 첫 재상으로 선택됐다. 황희의 앞뒤 맞지 않는 청빈이 ‘작위성’ 논란을 빚고 있는 데 비해, 그는 ‘비바람도 가리지 못하는 집에 떨어진 갓을 쓰고 지내 아무도 그가 재상인 줄 알지 못했다’는 얘기가 실록에 기술돼있을 만큼 청백리로 이름이 높았다. 겸양과 자기 검열에도 누구보다 철저해 무려 18회나 사퇴 상소를 올렸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황희가 여러 가지 이유로 미화된 청백리였다면, 이원익은 죽기 전 ‘절대 후하게 장사 지내지 말라’고 유서를 남길 만큼 능력과 청빈을 함께 갖춘 명재상이었다는 게 역사가들의 대체적 평가다.관점에 따라 평가는 제각각이겠으되, 이 두 재상 모두 흔치 않은 장기 재임 정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황희는 90세의 나이로 죽기 3년 전까지 무려 18년이나 영의정으로 재직했다. 여러 가지 비위·청탁 논란에 휩싸여 파직되기도 했지만 곧바로 복직했고, 세종이 빛나는 치적을 남기며 성군으로 추앙받게 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원익 역시 선조와 광해군, 인조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으로 판이한 임금 3대에 걸쳐 영의정을 6차례나 지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유일한 기록이다. 두 사람 모두 탁월한 업무 능력과 바른 성품, 그리고 왕의 절대적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왕조시대와 비견할 일은 아니지만 박근혜 정부 아래 국무총리는 가히 ‘잔혹사’라 불릴 만큼 곡절의 연속이었다.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도덕성 논란 끝에 낙마한 이후 정홍원 총리의 사퇴, 안대희·문창극 후보자의 낙마, 이완구 총리의 사퇴에 이르기까지, 이 정부에서의 총리·총리 후보자들은 치적은 고사하고 국민들이 채 이름을 외울 시간도 없을 만큼 초 단명과 낙마를 거듭했다. 공백기를 거치며 지명된 황교안 총리 후보자 역시 임명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본격적인 청문 절차에 들어가기도 전에 야권은 벌써부터 공안검사로서의 전력과 고액수임료 기부 약속 이행 여부, 병역기피 의혹, 종교 편향 논란 등을 가려내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박 대통령은 그를 집권 후반기 안정적으로 국정을 펼칠 적임자로 꼽으며 신뢰를 보냈다. 재상의 자리 보전이 전적으로 왕의 신뢰 여부에 좌우됐던 왕조시대와 달리, 황 후보자의 총리 임명은 날카로운 검증 공세를 어떻게 극복해내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낼지에 달렸다. 그건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문제가 있다면 열 번이라도 낙마해야 하고, 굳이 문제 될 게 없다면 소모적인 정쟁의 도구가 돼서도 안된다.국민들은 다만, 황희가 숱한 구설을 딛고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것처럼, 이원익이 백성들의 믿음 속에 난세를 극복해냈던 것처럼, 오랜 시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재상의 모습을 이 시대에도 한 번 쯤은 보고 싶을 뿐이다. /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5-05-27 배상록

서해 5도서 주민들의 하소연

세월호 사고후 통제 엄격… 결항잦아 큰 불편여객선 경영난 백령도 오전 출항 6개월째 중단정부, 기상관측장비 확충·안개기준 완화 필요세월호 사고 이후 연안 여객선 운항 통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여객선의 결항이 잦아지고 있다. 섬 주민들은 운항 통제 기준이 불필요할 정도로 엄격해 일상 생활까지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서해5도 여객선 운항통제 횟수는 2013년 29회였다가 세월호 사고가 난 지난해에는 65회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지난 4월 기준, 30회를 넘어섰다. 결항이 잦아지는 이유는 기상특보에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인천 서해 5도서가 속한 중부 바다는 덕적도를 기준으로 먼바다(백령, 대청, 연평)와 앞바다(덕적, 자월, 북도)로 구분된다. 먼바다와 앞바다 해상의 기상 상황은 각기 다를 때가 많아 운행 여부를 따로 판단해야 하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 한쪽 바다에 특보가 내려지면 다른 쪽도 함께 운항 통제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옹진군 주민들은 인천에 나왔다가 기상악화에 따른 여객선 통제로 4박, 5박씩 여관방 신세를 지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장기간 결항이 이어지다 배가 뜨는 날이면 주민들은 새벽 2시부터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문을 두드리고, 줄을 길게 늘어서는 ‘선표 전쟁’을 치르곤 한다. 섬을 방문한 관광객이나 육지에 업무를 보러 나간 섬 주민들의 발이 묶이거나 배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까지 등교를 못하거나 등교를 하더라도 귀가하지 못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은 섬 주민의 고충은 이해한다면서도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주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운항관리실 직원들이 안전관리 업무 소홀로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는 사태까지 겪은 터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침 시간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여객선이 경영난을 이유로 6개월째 운항을 중단하면서 주민들은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들이 오후 배를 타고 출발하면 인천에는 저녁에 도착하다 보니 기존 1박 2일이던 인천 생활권은 2박 3일로 늘어나 버렸다. 문제의 여객선사인 우리고속훼리가 오는 7월 말까지 대체 여객선을 투입하지 않으면 사업정지와 면허 취소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이런 가운데 해상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서해5도 주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강화된 운항 통제기준으로 인해 여객선 결항이 잦아지면서 생활에 큰 지장이 있지만, 정부의 대처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인천 옹진군은 백령도, 대청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이 인천과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통제 기준 합리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올 들어 두 차례 청와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계부처에 보냈다. 옹진군은 이와 함께 해운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운항을 멋대로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가 여객선 운영비를 보조해주는 ‘여객선 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주민들은 현재 육안으로 이뤄지는 비합리적 기상관측 방식을 탈피할 수 있도록 해상 기상관측장비 확충과 여객선 안개 시정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섬 주민들은 당장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을 걱정하고 있다. 잦은 운항 통제로 언제 발이 묶일지 모르는 섬을 관광객이 찾아오겠느냐는 것이다. 안전을 차선으로 미룰 수는 없지만, 주민들의 하소연처럼 삶의 고통도 더는 뒤로 미뤄두면 안 된다.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필요한 때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5-24 이영재

‘공존(共存)’

우리사회 ‘공존’은 시대를 초월한 소중한 가치총리 내정됐던 인물 복지를 ‘공짜’로 여겨 아쉬워‘복지’를 선동적 몇마디로 왜곡시켰다면 비약일까?올해 인천시·인천시건축사회·경인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인천건축문화제’의 주제는 ‘공존’(共存)이다. 같은 사전적 의미지만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 보다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이란 뜻풀이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더구나 신도시와 구도심의 간극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건축물마저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는 인천에서 아주 적절한 주제가 아닌가 싶다.행사를 함께 꾸려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필자 또한 건축문화제준비위원회 회의에 종종 참여하곤 한다.한번은 회의에서 건축문화제의 주제어를 놓고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Live Together’로 정한 ‘공존’의 영문 표기가 적절한지를 놓고 준비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간 것이다. ‘Live Together’가 공존이라는 행사 주제어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리였다. 다른 영문표기가 제시되기도 했지만 결국 한자표기(共存)는 병기하되 ‘Live Together’는 아예 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사실 공존에 대한 사유(思惟)의 깊이는 개인주의 문화에 젖어있는 서양보다 동양이 한 수 위 아닌가.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이 어색하고 서로 밥값을 내려고 실랑이하는, 서양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 그리고 그 바탕에 깔린 정신세계를 ‘Live Together’에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서양인은 자기 행위의 기준이나 정당성을 자기 내부에서 찾는다. 반면 동양인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이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담보해 준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을 사회로부터 고립된 존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에서의 공존의식이 서양보다 앞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과도한 공존의식이 불러오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우리 사회에서 ‘공존’은 시대를 초월한 소중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이처럼 우연한 계기로 공존의 의미를 되새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인사가 강사로 나섰다. 강사가 열변을 토하던 한 대목에서 박수가 터졌다. 복지정책과 관련해 자신의 주장을 역설하던 중이었다.“정치인들이 왜 자꾸 복지하자고 합니까? …중략…우리 사장님들, 직원들 월급날 돌아오면 10만원, 100만원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절실히 느끼면서 살아왔는데 정치인들이 그런 삶을 사셨던 분들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못 합니다. 지금 다 공짜로 해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돈은 누가 냅니까? 여기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생색은 정치인들이 냅니다.”물론 이 강연 내용의 큰 줄기는 정치권에 대한 일갈이다. 중소기업인들이 박수를 보낸 것도 정치권에 대한 일종의 반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아쉬운 점은 복지를 바라보는 강사의 관점이었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복지 수혜자를 ‘공짜로 얻어먹는 군상’정도로 여기는 강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한발 양보해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자는 뜻으로 해석하려 해도 ‘공짜’라는 말의 잔음이 가시지 않는다. 복지는 공존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공존을 실현하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수단인 복지를 선동적 몇 마디로 왜곡시켰다면 비약일까? 그 강사가 한때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로 내정됐던 인물이어서 더욱 씁쓸했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05-17 임성훈

전국 생활체육 대축전의 의미

이천시, 道체전·생체등 ‘성공 노하우’로 유치‘통합체육대회’ 출범 가능성에 마지막 될 수도학생 스포츠활동 등 ‘정부 대안’ 제시되길 기대전국의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이번 주말 경기도를 방문한다. 2015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이하 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전국에서 6만여 명의 생활체육인들이 경기도 12개 시·군을 찾는다. 이번 대축전은 14~17일까지 이천시(주 개최지)를 중심으로 성남시·용인시·부천시·안양시·화성시·평택시·시흥시·여주군·과천시·가평군·양평군 등에서 열리며, 38개 정식종목, 8개 장애인종목, 10개 시범종목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룬다.경기도는 사상 처음으로 이번 대축전을 갖는다. 물론 대축전을 개최하기 까지 많은 준비를 해왔다. 특히 이번 대축전의 주 개최지가 수원시·성남시·고양시 등 대도시가 아닌 인구 22만명의 소도시인 이천시라는 점에서 놀랄 만하다. 이천시는 지난해 3월 경기도생활체육회 임시이사회에서 안산시를 제치고 당당하게 주 개최지로 뽑혔다. 작은 도시가 큰 도시를 이긴 셈이다.이천시가 ‘스포츠 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점은 노하우를 착실히 쌓았기 때문이다. 조병돈 시장을 필두로 이천시는 엘리트 스포츠인 ‘경기도체육대회’와 생활체육대회인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그리고 종목별 대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면서 경기 운영 및 진행을 체험했다. 지난 2009년 중소도시로는 처음으로 제55회 경기도체육대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천시는 내친김에 2년 뒤인 2011년 제22회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까지 훌륭히 마치면서 장·단점을 완전히 파악했다. 이천시의 이런 치밀한 준비는 이번 대축전이 소도시인 이천시에서 열릴 수 있게 하는데 큰 자양분이 됐다.경기도와 이천시는 이번 대축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부족한 숙박 문제는 이천시 마장면 소재 특전사 영내 숙소 170여실을 선수단의 숙소로 배정해 깔끔하게 해결했고, 도자기축제와 문화 행사를 대축전 기간에 맞춰 실시해 스포츠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행사로 키웠다. 또 대축전 기간 동안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정류소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하는 등 그동안 타 시·도가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준비했다. 말 그대로 생활체육 프로그램만을 고집했던 기존의 대축전 형식을 완전히 탈바꿈 시킨 것이다.사실 대축전은 올해가 마지막 무대일 수도 있다. 국민생활체육회와 엘리트 스포츠인 대한체육회가 통합체육회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은 향후 통합으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국민생활체육회는 내년에 서울시 개최를 확정한 상태지만,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대회의 형식도 바뀔 것이 자명하다.이런 시점에서 경기도가 대축전을 개최해 생활체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는 점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번 대축전은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이 취임 후 갖는 첫 번째 공식행사다. 강 회장은 지난 3월 제10대 국민생활체육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 단체의 통합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강 회장은 생활체육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경기도생활체육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흔히 생활체육은 복지라고 한다. 국가가 부강해 지려면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그러기에 생활체육 보급 사업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내세우는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통한 학생들의 스포츠 활동과 각계 각층에 맞는 생활체육 프로그램, 체험 스포츠 등이 이번 대축전을 통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5-13 신창윤

염태영 시장과 정몽규 회장의 결단

‘아이파크’ 명칭 수원최초 시립미술관 사용 부당‘브랜드 사용 명분’ 현산측 지원 허구로 드러나염시장-정회장 ‘잘못된 셈법 교정’ 책임져야가칭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명칭논란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이번 주가 고비인 모양이다. 경인일보가 지난해 11월 문제를 제기한 지 달수로 일곱 달 만에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시민단체와 12일 미술관 명칭 문제 재논의를 위한 첫 모임을 갖는다. 연이어 지역 케이블방송 주최로 미술관 명칭에 대한 토론회도 열린다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지역사회의 공식의제로 진지하게 다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충실한 논의를 위해 그동안 경인일보가 제기했던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고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려야 할 결단을 정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싶다.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 명칭을 수원시 최초의 시립미술관에 매다는 것은 부당하다. 시립미술관이 대규모 아파트건설 인허가 대가로 현산이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시설이라서다. 준조세 형식의 시설에 채납 의무자의 명칭을 붙이면 국내외에 거의 최초의 사례가 된다. 더구나 미술관 부지는 수원시가 화성행궁 광장의 미관을 위해 500억원의 혈세를 들여 매입한 시민의 재산이다. 500억원 짜리 시민재산을 내주고 300억원 짜리 기부채납 시설을 받으면서 대기업 상품 명칭을 새기고, 미술관 1층 한복판에 현산 설립자를 기려 ‘포니정 갤러리’를 배치한다? 이런 식의 셈이라면 수원시가 미술관을 현산 측에 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시립미술관 명칭 결정이 온전히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몽규 현산 회장의 구두약속만으로 결정된 비민주성 또한 부당하다. 수원시는 구두약속도 계약의 일종이라 강변하지만, 민의에 의해 선출된 자치단체장이 시민 거버넌스를 무시하고 시장님 거버넌스를 앞세운 것은 자치정신의 훼손이다. 지역과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이번 사태에서 주목했던 부분이다.아이파크 명칭 사용 명분으로 수원시가 강조했던 현산측의 미술관 지원이 허구로 드러났다. 수원시는 아이파크 명칭이라도 양보해야 현산측에 미술관 운영비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일부 지역 예술단체도 이에 동조했다. 현산측에 운영비 지원을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하지만 현산은 운영비 지원은 없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정말 우스운 일은 경인일보 취재 결과, 현행법상 수원시는 현산측에 운영비 지원을 요구할 수도 없고, 현산은 수원시에 현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 점이다. 현금 지원을 받으려면 시립미술관이 공립미술관으로 인증을 받고, 조례와 법적 기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먼 훗날의 일이다. 결국 수원시는 500억원 짜리 시민재산을 내주고 300억원 짜리 건물을 받아 공립미술관의 꼴을 갖추기까지 수백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다시 셈을 해보면 수원시민이 현산에 아이파크 미술관을 헌정하는 것이다.수원시립미술관 사태는 명칭도 틀렸고, 설립과정도 불투명하고, 미술관의 비전도 부재하고, 결정적으로 수원시와 현산이 주고받은 셈도 잘못됐다. 이를 교정할 책임은 처음부터 당사자였던 염태영 시장과 정몽규 회장이 져야 한다.염 시장은 시립미술관 건립이라는 지역예술계의 열망을 실현했다는 자부를 앞세우기 보다, 어떤 미술관을 남기는 것이 자치 거버넌스에 부합하는 것인지 숙고해 전향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시장은 시민 편이어야 하고, 그래야 시민들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고수하는 것이 현대산업개발에 이로운 것인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시립아이파크(수원시가 세운 아이파크)’라는 양립불가한 이름으로 알맹이 없는 미술관을 세워놓은들 염 시장과 정 회장에게 무슨 자랑거리가 되겠는가./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5-05-10 윤인수

문학산에 광복 70주년 기념탑을

미사일 기지였던 ‘문학산 군부대’ 기능 상실‘새로운 인천의 모습’ 디자인 하기를 바라해방이후 풀지 못한 숙원 이루는 계기될 것비류 백제의 전설을 간직한 문학산 정상에 광복 70주년 기념탑을 세우라니,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할 것이다. 인천 문학산에서는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부대가 철책으로 산 정상을 막고는 있는데, 정작 그 안에 군인은 없다. 그 부지는 당연히 국방부 소유일 것이라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인천시 땅이다. 점유 비용도 내지 않고 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점은, 군부대가 어떻게 문학산에 소유권 변경이나 점용료도 없이 지금껏 눌러앉을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인천시 관계자가 없다는 데 있다. 미군 부대가 먼저 들어섰다는데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쳤으며, 어떠한 부대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무기 체계를 갖고 주둔했는지 정도는 땅 주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가 1965년 말, 의사이자 사진작가 이종화 선생이 10여 년의 발품을 팔아 정리한 향토자료 사진집 ‘문학산’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당시 윤갑로 인천시장이 그 책의 서문을 썼다. 윤갑로 시장은 ‘비록 국방상 불가피하였다고는 하지만 2000년의 이끼가 낀 갖가지 유물과 산성, 그리고 봉화대까지를 삽시에 잃었다는 것은 참으로 서운하기 그지없다’고 애통해 했다. 이종화 선생이 1952년에 답사할 때만 해도 돌로 쌓은 외성은 그나마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던 듯하고, 토성인 내성은 무너져 그 흔적만 남았던 듯하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전에는 임진왜란 때 문학산성 전투에서 왜군을 물리친 것으로 전해지는 김민선 부사(府使)를 기리는 안관당도 있었다고 한다. 이종화 선생이 답사할 때는 안관당이 파괴되어 주춧돌만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일제가 김민선 부사의 사당을 그냥 놔두었을 리가 없다.이종화 선생은 사라지기 전의 문학산의 모습만을 남긴 게 아니라 또 다른 이야깃거리도 전하고 있다. 사진집 ‘문학산’에는 ‘해방 후 이 산 위에다 해방탑을 건립하기로 추진되어 그 도면이 인천시장 댁에 걸려 있었는데, 그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대목도 들어 있다. 해방과 함께 인천시민들은 임진왜란 승전의 땅 문학산에 해방탑을 세워 일제에 짓눌려 온 민족정기를 고취하고자 했다. 그러던 것이 미 군정 시기의 혼란과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1959년, 느닷없는 군부대 공사가 시작되었다. 1958년 가을, 인천시는 문학산성 동문(東門)을 보수해 새로 세우기까지 했다. 검여 유희강의 글씨가 새겨졌다. 인천예총의 전신인 문총(文總) 회원들은 안관당지에 위령탑을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군부대 주둔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리고는 무자비하게 공사를 벌였다. 산 정상부를 싹둑 잘라 평평하게 만들었다. 문화재가 온전할 리 없다. 당시 사진을 보면 문학산의 모습이 처참할 지경이다.이제, 미사일 기지로 쓰이던 문학산 군부대는 그 기능을 상실했다. 문학산 북쪽에 머물던 인천의 도심이 송도신도시며, 영종도 신도시, 청라 신도시 등으로 크게 확장되면서 지대공미사일 기지의 역할을 외곽지역으로 넘겨 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광복 70년, 올해야 말로 해방 직후 만들었다던 그 ‘해방탑’의 도면을 다시 꺼내 들고 문학산에 새로운 기념탑을 우뚝 세울 때다. ‘인천의 가치’를 들고 나온 유정복 시장 아래에서의 인천시는 2천년 전의 비류도 불러내고, 한반도에서 몇 안되는 임진왜란 승전의 혼령도 불러내고 하여 새로운 인천을 디자인하기를 바란다. 문학산의 ‘광복 70년 기념탑’은 해방 이후 지금껏 풀지 못한 숙원을 이루는 길이 될 것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5-06 정진오

경기I뱅크, 애향심이 경쟁력이다

남지사, 지방은행 재설립·자존심 회복 ‘속내’관련법 걸림돌·타지역 은행 잇단 진출 ‘산넘어 산’되돌릴 수 없는 ‘인터넷 뱅크호’ 도민 힘 합쳐야1998년 6월 29일. 경기도 지방은행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지난 1967년 인천광역시에서 인천은행으로 출범한 뒤 72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면서 상호를 변경한 경기은행은 만 31년만인 98년 한미은행에 흡수합병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퇴출당한 지 17년만인 지난 2월 23일 남경필 도지사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경기 인터넷뱅크(I-Bank·인터넷은행) 설립을 공식 선언하면서 경기도민을 위한 경기도 지방은행 재탄생의 신호탄을 쐈다. 경기 인터넷뱅크 설립은 남 지사의 경기도민은행 설립 공약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당초 남 지사는 경기 북부에 경기도민은행 설립 계획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지방은행 인가 난색, 기존 시중은행들의 반대, 은행 설립에 따른 재정부담 등 3가지 악재와 맞물려 인터넷 은행 설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때마침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핀테크(PIN-TECK)산업 활성화 등 최근 정부의 인터넷 뱅크 활성화 로드맵과도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서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한 경기 인터넷 뱅크 설립이 골든타임이라고 여긴 것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옛 경기은행의 부활을 시도하며 경기도 지방은행 재설립을 통한 경기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경기분도론 등이 끊이지 않는 경기북부 주민들의 균형발전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이 높아지면서 패션 디자인산업 중심지 육성, 통일대비 도로와 철도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성난 민심 달래기용으로도 경기 인터넷뱅크 설립이 설득력이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터넷 뱅크 설립의 걸림돌인 은행법(자본금 1천억원 이상), 금융실명제법(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관한 법률), 금산분리법(비금리 4% 규정) 등 3가지 법률에 대한 완화를 정부가 수용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남 지사는 정면돌파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저소득 서민들의 금융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제도권 금융은 여전히 이용이 어렵고, 대부업체는 30%가 넘는 고금리로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어 이 사이를 메울 서민금융이 필요하다”며 인터넷 은행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조만간 경기인터넷 뱅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 업무를 전담할 경기신용보증재단 상근이사도 선임했다.예고없는 돌발변수도 찾아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27일 금융 규제개혁 일환으로 지방은행의 경기도 영업구역 진출을 허용했다. 현행 법은 지방은행의 경우 해당 연고 지역과 서울 및 세종시, 6대 광역시에만 점포를 낼 수 있었다. 이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전북은행은 곧바로 정관을 바꾸고 급기야 지난달 24일 수원 인계동에 수원지점을 개소하며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경기도에 입성했다. 이러한 발빠른 대응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한 기업이 많지 않은 호남지역에서만 영업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호남 출신 기업인과 출향 경기도민들을 대상으로 ‘애향심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하려는 대구은행이 3일 오는 7월 안산 시화공단에 경기도 첫 지점을 내기로 결정했고, 부산은행도 경기권 금융시장 판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도내 산재한 기존 1, 2 금융권들은 경기인터넷 뱅크도 모자라 지방은행까지 경기도에 몰려올 경우 전국 최대 금융격전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경기인터넷 뱅크호는 출항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귀항의 명분도 없다. 도지사 한 사람의 의욕만으로는 순항이 어렵다. 경기도민의 애향심이 곧 경쟁력이다./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5-05-03 김성규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인천 만들자

판사·검사·언론인·기초단체 앞다퉈 ‘독서 붐’인천서 가장 오래된 책방 문 닫으려다 다시 열어삶속에 문학의 향기 나는 ‘진짜 책의 수도’ 되길…건조한 법조문과 씨름하며 각종 송사로 하루를 팍팍하게 살 것 같은 판사들. 이런 판사들이 모여 일하는 인천지법에 2년 전부터 소설과 수필·시 등 두꺼운 법전과는 거리가 먼 문학작품을 품에 안고 다니는 판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북스 홀릭’. 인천지법 판사들이 2년전 모여 만든 독서 동아리 이름이다. 15명의 판사가 활동 중인데. 회원들의 추천과 투표를 통해 이달의 책을 선정한 뒤, 모임이 있는 날 식사를 하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이 동아리 회원들은 그동안 읽은 책 중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이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얘기한다. 회원 중 10명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30대 워킹맘 판사라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사들은 바쁜 와중에도 독서모임으로 인해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세 자녀를 두고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효선 판사는 “판사들은 2~3년 마다 근무지가 바뀌지만 독서모임은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희망을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의 양식 얻기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들도 책읽기에 여념 없다. 인천 남구는 올해의 책을 선정해 5월부터 독서릴레이를 시작한다. 황선미의 ‘어느날 구두에게 생긴 일’, 김중미의 ‘모두 깜언’, 성석제의 ‘투명인간’ 등 3권을 각각 어린이·청소년·성인 부문 올해의 책으로 뽑았다. 연령대 별로 선정된 책을 읽고 한 줄 소감을 적어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게 된다. 10월에는 작가를 초대해 북 콘서트도 연다고 한다. 부평기적의도서관도 매년 ‘대표 도서’를 선정해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박효미의 ‘블랙아웃’이다. 지역의 아동센터와 복지관, 병원, 특수학교 등에 점자도서, 점자통합도서, 입체도서 등 특수 서적을 지원해 주는 ‘BOOK 소통’ 사업도 벌인다. 생활속의 독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2015년 4월 23일 인천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책의 수도’로서 지위를 부여받았다. 1995년 유네스코는 총회에서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 책의 출판 장려와 독서증진을 위해 책의 수도를 선정하기로 했다. 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가 첫 책의 수도가 됐고, 5개 대륙을 안배해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인천은 앞으로 1년간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저작권, 출판문화산업 등과 관련해 국내외 교류는 물론 도서 및 독서와 관련된 행사를 주관하게 된다. 1년간 세계에서 책과 관련한 가장 많은 행사들이 열릴 계획이다.얼마 전 인천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대한서림’이 문을 닫으려다 인천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폐업 방침을 번복했다. 경인일보가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하자 인천지역 각계 각층에서 격려가 이어졌고, 김순배 대표는 다시 문을 열기로 결정했다. 경인일보 인천본사 간부들도 대한서림을 방문해 전 직원들이 읽고 싶어 했던 책을 단체로 구입했다. 인천지검의 김진모 검사장도 직원 30여명과 함께 이 곳에 들러 모두에게 책을 사주기도 했다. 이후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정성 어린 발길은 자칫 폐업으로 ‘책의 수도 인천’의 오명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오래된 서점을 다시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말뿐인 책의 수도가 아니라 책 읽는 소리가 도시 곳곳에서 새어 나오고 삶 속에서 문학의 향기가 배어 나오는 진짜 책의 수도 인천이 되길 갈망해 본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4-29 이영재

박근혜 대통령 순방징크스

전국 뒤흔든 ‘成리스트’… 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언론 수십차례 사건 열거 ‘순방리스크’ 쓴소리우연 겹친 징크스일뿐 정략적 활용 억지스러워스포츠엔 유독 징크스(Jinx)가 많다. 메이저 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뒤 80년이 넘도록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밤비노의 저주’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축구경기에서 공을 골대에 맞춘 팀이 패배한다는 골대 징크스, 신인 때 펄펄 날던 선수가 다음 해만 되면 죽을 쑨다는 2년차 징크스도 단골 메뉴다. 선수들의 개인적 징크스도 다양해, 한동안 타이거 우즈가 붉은 셔츠를 입고 나서 동반자들을 주눅 들게 하더니 최근엔 김세영의 빨간 바지가 믿기 어려운 기적적 샷들과 오버랩 되며 징크스 대열에 합류했다. 홈런칠 때 입은 유니폼을 다음 경기에 다시 입는다는 이승엽, 레이스 마다 수염을 기른다는 이봉주, 오른쪽부터 스케이트를 신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는 김연아 등 숱한 선수들이 저마다의 징크스를 안고 ‘감히’ 거스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일상에서도 세차만 하면 꼭 비가 온다거나 특정 숫자를 재수 없다고 믿는 애교 섞인 징크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절대로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처럼 이미 관습화된 징크스도 있다. 징크스는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관계적 믿음이지만, 몇 차례의 우연을 짐짓 보편화 시켜 스스로 징크스라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타이거 우즈는 여전히 붉은 셔츠를 입고 경기에 나서지만 더는 골프황제의 위용을 찾아보기 어렵고, 경험이 축적돼 2년차에 훨씬 더 빛을 내는 선수도 더 많다. 일부 선수들이 2년차에 부진을 겪는다지만, 그건 신인 때의 성과에 자만해 노력을 게을리 했거나 상대팀이 치밀한 분석을 통해 대응에 나선 까닭이다. 통계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골대를 맞히고 경기에 이기는 경우가 골대를 맞추고 지는 경우보다는 훨씬 많을 법 하다. 활발하게 공격한 쪽이 골대를 맞출 확률도 높고, 당연히 이길 확률도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완종 파문과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가 또 한 번 화제에 올랐다. 몇몇 언론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추문에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남북정상회의록 공개, 이석기 내란음모,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사퇴, 그리고 최근 리퍼트 미국 대사 피습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빚어진 십수 차례의 대형 사건들을 열거하며 ‘순방 리스크’라는 표현까지 썼다. 순방의 성과가 퇴색해 버린 것을 빗댄 표현이되, 악재가 끊이지 않는 정부에 대한 냉소의 의미도 섞여 있는 듯 하다. 여기에 일부에서는 순방 징크스를 통해 대통령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싶은 의도까지 내비치기도 했다.두세 차례만 우연이 되풀이 돼도 징크스 운운하는 판에, 대통령 외국 순방때 마다 10차례 이상 큼직한 사건들이 발생했으니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사건으로만 치자면야 대통령이 외국에 있을 때보다 국내에 있을 때가 훨씬 더 빈번할 터, 대통령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굳이 결부시키지 않을 뿐이다.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가 술자리 호사가들의 안주거리로 족한 얘기인 건 맞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가기만 하면 일이 터진다’며 비아냥거리거나 이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건 아무래도 좀 치졸하고 억지스럽다. 세차만 하면 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세차를 자주 하지 않아서 비오는 날 세차한 아쉬움의 기억이 강렬한 것이다./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5-04-26 배상록

대한민국 국무총리

비리 의혹에 휘말린 이총리 ‘최단기 재임’ 불명예박대통령 ‘국가개혁 적임자 찾겠다’ 했지만 실패책임은 대통령… 차기총리 지명자 누가 될지 걱정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역할을 맡는다.(대한민국 헌법 제86조 제2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권한대행자로서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 수행이 없을 때 그 권한을 대행한다. 국무회의 부의장으로 정부의 주요정책을 심의하고 행정 각부를 통괄한다.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의 권한이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과 책임이 있기에 국무총리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다.하지만 요즘 국무총리 자리는 지나가던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지명해도 아예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지난 2000년 6월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이후 더 그렇다. 사실 청문회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지명하면 형식적인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됐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총리 지명자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돈의 팔촌까지 모든 사생활이 까발려지면서 깊은 상처만 남겼다. 설령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국무총리에 임명돼도 존경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역대 국무총리는 이완구 현 총리를 포함해 모두 43명이다. 이 가운데 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은 두 번의 총리를 지냈다. 역대 총리 가운데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사람은 제6대 총리 허정으로 65일간 재임했다. 당시는 윤보선 대통령 때로 정치적 혼란기였다.반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일권 총리는 2천416일(6년 7개월)로 최장기 재임기록을 세웠다. 역대 총리의 직업군으로 보면 전·현직 국회의원이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국무위원 12명 등 정무·조정 능력이 검증된 인물들이 대다수다.국회의 승인을 받지 못해 낙마한 총리 지명자도 12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낙마한 총리 지명자는 6명, 그중 절반인 3명이 박근혜 정부 때다. 박 대통령은 취임하면서부터 개혁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총리로 지명된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도 있었지만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다. 두번째인 이완구 총리 역시 부패와의 전쟁을 외쳤지만 본인이 비리의혹에 휘말려 이미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최단기 재임이라는 불명예만 남았다. 총리라고 다 똑같은 총리는 아니다. 국무총리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재완씨가 쓴 ‘대한민국 국무총리’에서 역대 정권마다 총리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디.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는 ‘단순히 대통령 보좌 역할이 아니라 독자적인 업무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한승수 총리는 ‘자원외교’,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의 해결사로 나섰다.또 노무현 정권에서는 ‘야구로 비유해 대통령을 구단주로, 총리는 감독’으로 표현했다. 과거 청와대가 관장했던 정책홍보 및 정책현안 조정을 총리가 진두지휘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당시 김종필 총리에게 국가정보원장이 한달에 두번씩 총리실을 방문해 보고할 정도로 막강했다.김영삼 정권에서는 5년 재임 동안 6명의 총리가 경질되면서 ‘국면전환용’이였다는 것이다. 노태우 정부는 당시 군정 연장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정치색이 옅은 학자들을 중용하고 주 1회 종리와 대면하며 국정을 논했다고 한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호남 출신 인사를 집중 등용, 탕평책을 폈고 박정희 정권에서는 행정의 안정을 도모했다고 평가했다.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에서 총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 당시 총리의 자격은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사람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 실패다. 대통령은 사람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다음 총리 지명자는 누가 될지 정말 걱정이다./박승용 사회부장▲ 박승용 사회부장

2015-04-22 박승용

습관(習慣)

OK저축은행, 자만했던 삼성화재 잡고 ‘우승 돌풍’주눅 안들고 “기적 이루자”며 패배감 떨쳐낸 결과잘못된 관행 안고치면 대형사고 또 당할 수도“우승을 하지 못해도 얻은 것은 있습니다. 지나고 나니까 더 많은 것이 보이네요.”한국에서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만큼 많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스포츠인은 없다. 신 감독은 V리그 2014~2015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으며 실업리그를 포함해 19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킨 명장이다. 그러나 19차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는 막내구단 OK저축은행에 패했다. 신 감독이 패한 건, 이번이 3번째라고 한다. 그런 명장이 패배에 대해 얼마나 낯설었을까. 하지만 그는 “우승을 못 해도 얻은 게 있다”고 한다. 바로 선수들과 자신이 7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하면서 생긴 ‘교만에 대한 습관’이라고 했다. 즉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지나친 나머지 자만감에 모두가 도취 됐다는 것이다.1등 만이 살아남는 스포츠에 있어 습관은 무서운 전염병과도 같다. 삼성화재처럼 늘 우승하는 팀은 자신감이 넘쳐나기 때문에 하위 팀들은 그들을 쉽게 뛰어넘지 못한다.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 LIG손해보험이 늘 우승 문턱에서 삼성화재의 벽에 눌려 승리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하지만 올해 프로배구는 달랐다. 창단 2년밖에 안된 신생팀 OK저축은행이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럼 막내구단인 OK저축은행이 어떻게 우승할 수 있었을까. 이들에겐 형식적인 습관이 없었다. 아직 2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선배팀들 에게 결코 주눅이 들지 않았고, 젊은 선수들은 패배의 쓴맛을 보면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최연소 사령탑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기고 싶다’는 의욕을 늘 가슴속에 품게 했다. 오죽하면 이들의 유니폼 상의에 ‘기적을 일으키자’는 문구를 넣었을까. 이런 이유로 어린 선수들은 패배의 습관을 떨쳐버렸고, ‘경험 부족’을 패기로 당당히 맞섰다.OK저축은행은 ‘We Ansan!’ ‘기적을 일으키자!’ ‘안산에 용기를!’이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고 이번 시즌을 치렀다. 안산은 1년 전인 지난해 4월16일, 지워지지 않을 아픔인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대다수가 살았던 도시다. 지역 주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던 지난해 7월 OK저축은행은 ‘우리는 안산이다’는 의미의 새 슬로건 ‘We Ansan!’을 발표했다. 슬로건의 ‘We’와 ‘An’을 같은 붉은색으로 칠해 ‘위안’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올 초에는 모기업을 상징하던 기존 엠블럼을 아예 ‘We Ansan!’으로 바꾸면서 안산 시민들을 가슴속에 새기는 등 다른 프로팀들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했다.우리는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은 오전부터 야간까지 학업에만 몰두한다. 이는 하루, 1개월, 1년 동안 반복되는 습관에 사로 잡힌다. 직장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1년을 그렇게 보낸다. 그러면서도 후회한다. ‘왜 습관을 버리지 못했을까’라고 말이다.1년 전 우리는 잊지 못할 큰 사건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를 목격했다. 사고 1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 안팎에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묻혀 있고, 언제 어디서 인재로 인한 대형사고가 발생할 지 모른다. 어린 학생들의 넋에 대한 위로는 말뿐이다. 이제라도 잘못된 습관을 바꾸자. 남을 비판하기보다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자./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4-15 신창윤

상춘상념(賞春想念)

벚꽃거리 발길 막아선 ‘버려진 양심’ 쓰레기더미무법·부조리로 ‘세월호침몰’… 유족 분노 식지않아마음 헤아리는 정치·행정·시민의식 있었다면…지난 주말, 아내와 꽃구경을 겸한 산책에 나서면서 작정했던 광교산을 등지고 수원화성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미 광교산에 가 있던 지인이 봄꽃을 감상하라며 보내준 휴대폰 사진이 문제였다. 광교 호수변을 따라 도열한 벚나무들이 구름 처럼 피워낸 꽃무리도 장관이었지만, 그 사이사이 알록달록 군집을 이룬 상춘 인파의 규모도 대단해 잘못하다간 꽃 보다 사람 구경에 눈이 아릴까 싶어 처음의 작정을 접은 것이다.길머리를 화성 성곽으로 잡은 건 잘한 일이었다. 화서문에서 시작해 사람에 치이는 일 없이 성곽 옆 오솔길을 따라 오르며 벚꽃이며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을 골고루 완상하는 재미가 삼삼했다. 경기도청 쪽으로 뻗은 팔달산 중산간 도로 일부는 차량진입이 통제돼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넉넉하게 품었고, 공간의 여백 만큼이나 사람들의 표정도 여유로웠다. 산책의 호사는 여기까지. 도청이 가까워지면서 차량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좁은 인도로 몰린 사람들의 일렬종대가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상들과 섞였고, 기어이는 연이어 등장한 쓰레기 더미가 발길을 막아섰으니 말이다.거푸 마주한 쓰레기 동산들은 혐오스러웠다. 방금 전 꽃으로 씻은 눈이 아니던가. 그러다 아내 손에 쥐어진 커피 캔이 눈에 들어왔다. 산책 전에 목을 적시려 샀던 것인데 이미 빈 지 오래건만 버릴 곳이 없어 하냥 동행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지나오면서 쓰레기통을 본 기억이 없다. 찬찬이 둘러보니 아내 모양으로 손에 각양각색의 쓰레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쓰레기 동산을 지날 때 마다 보여준 그들의 행태가 자연스럽게 구분됐다. 어떤 이는 쓰레기 동산이 구세주인 양 손을 비웠고, 다른 이는 손을 털어야 하나 마나 주위 눈치를 살피고, 또 다른 이는 꿋꿋하게 손 쓰레기를 지켜냈다. 정말 안타까운 건 쓰레기 동산 한, 두개는 그냥 지나치던 이들도 세번째 동산 쯤에서는 손을 비우는 장면이었다. 에그 조금만 참지….쓰레기 동산의 시초는 어린 아이가 흘린 과자봉지 하나였을 수 있다. 양심이 꺼져버린 인사의 무단투기가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시작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나 이후 무수한 사람들이 양심의 시험에 들었고, 시험에 탈락한 자들의 작은 쓰레기가 모여 동산을 이루었을 것이다. 화가 났다. 상춘객이 몰릴게 뻔한 계절의 주말, 시에서 간이 쓰레기통이라도 설치하고 비워주면 사람들이 꽃 구경 나섰다, 시험에 들 일은 없었을 것이다. 행정은 시민의 양심을 시험할 게 아니라, 그 양심이 다치지 않도록 살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행정이 사람 마음을 놓쳐서 이런 사단이 났으리라.생각이 번진다. 세월호 1주기가 턱 밑인데 유족들의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참사 직후 세월호 침몰은 무법과 부조리로 얼룩진 우리 시대의 침몰이라는 집단적 자성과 각성이 있었다. 누구나 세월호 승객이 될 수 있는 의식과 무의식 구조를 혁파하자고 모두가 외쳤다. 지금 세월호 참사는 유족의 몫으로 객관화되고 있다. 선체인양이 합리적인지 따지는 분위기도 참사의 객관화 타자화가 가능해진 변화 때문이다. 불과 1년만에 우리 모두의 상처가 유족만의 것으로 격하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제 안심하고 연안여객선을 탈 수 있게 된 건가. 세월호 유족들의 분노는 이 지점에 있으리라. 우리 시대의 침몰이라는 각성이 이토록 신속하게 해체되는 과정과 상황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와 행정과 시민의식이 있었다면 지금 유족들의 태도는 많이 달랐으리라.아내는 빈 캔을 끝까지 지켜 화서문 화장실에 모셨다. 가벼운 꽃길 산책이 이런저런 상념으로 번져서였나. 아내의 고생을 치하할 타이밍을 깜박 놓쳐버렸다./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5-04-12 윤인수

읽어요, 그럼 보여요

서점들 경영난에 ‘폐업할까 말까’ 절박한 처지책방이 문 닫는 도시 ‘책의 수도’ 될수 없어개막 맞춰 ‘책 읽기 시작’ 먼저 할 일이다꼭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 책의 수도’ 개막식이 오는 23일 인천에서 열린다. 유네스코가 내년 4월 22일까지 1년 동안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한 인천시는 그 슬로건을 ‘읽어요, 그럼 보여요’로 정했다. 누가 지었는지 참 예쁜 말이다. 뜻도 참 깊다. 지난 2월 하순,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하면서 ‘책의 수도에서 살게 되는데 그 시작점에서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고민하다 책장에 장식처럼 꽂혀 있던 황석영의 장편 대하소설 ‘장길산’을 꺼내 들었다. 그냥 별생각 없이 시작한 장길산 읽기에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인천의 미래 가치’가 눈에 들어왔다.소설의 주요 무대는 황해도 일대다. 이야기 흐름은 한양 도성과 그 주변을 바쁘게 오간다. 인천도 빼놓을 수가 없다. 강화도와 교동 섬이 한양과 해주 사이의 물류 요충지로 그려진다. 한반도 분단상황에서는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강화와 교동의 역할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한반도 통일 이후의 강화와 교동의 모습을 미리 짐작하기에 장길산 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한강으로 접어들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곳도, 서울에서 물길로 황해도나 평양 쪽으로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곳도 강화와 교동이다. 백령도나 연평도 지역은 지금 뱃길로 4시간씩 걸려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통일이 되면 황해도 쪽에서 힘들이지 않고 갈 수가 있다. 장길산 속에는 색다른 인천의 가치가 있었다. 바로, ‘읽어요, 그럼 보여요’였다.‘책의 수도 인천’을 맞아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저마다 더 많은 가치를 찾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읽는 문화가 더 넓게 퍼져야 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손쉽게 책을 접하고, 읽고, 이야기하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인천이 맞이한 책의 수도 1년이 그 토양을 다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제대로 들어맞을 것이라고는 솔직히 확신할 수가 없다. 인천시 행정은 그동안 ‘문화’보다는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짙었다. 경제자유구역이란 명칭부터가 그 점을 웅변한다. 요새는 아예 인천시청 내에 ‘경제부시장’이란 직제까지 두었다. 행정 시스템의 기조가 돈 돈 돈, 돈 타령에 맞춰진 셈이다.세대를 세 번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1924년에도 인천에는 온통 돈 타령이었던 모양이다. 당시 발간되던 ‘개벽’이란 잡지는 ‘군자는 반드시 어진 마을을 택하여 기거한다는데 인천은 이와 반대로 연애소설이나 유행잡가 한 권도 사볼 만한 책방 한 곳이 없고, 돈이라면 목숨을 내기한다’는 식의 르포 기사까지 실을 정도였다. 이 기사는 그러면서 ‘산 사람의 눈깔이라도 뽑아 먹을 수만 있으면 덤벼 보려고 껄떡껄떡하는 고리대금 아귀쟁이들의 발호하는 꼴을 보고는 참말 대학목약을 찾기에 겨를이 없을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대학목약’은 당시 유명했던 안약 이름이다. 돈만 밝히는 인천 사람들을 보자니 눈병이 날 지경이라는 뜻이다. 인천에 만연한 ‘돈 밝힘증’의 이면을 신랄히 꼬집은 것이다.90년이나 지난 지금의 인천은 어떤 모습일까. 서점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을지 말지를 고민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 서점이 문을 닫는 도시가 ‘책의 수도’일 수는 없다. ‘책의 수도’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나름의 가치를 찾아낼 수가 있을 것인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도시는 구성원 모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책 읽기, 일단 시작하고 보자. 그것이 우리가 책의 수도 개막에 맞추어 우선 할 일이 아니겠는가./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4-08 정진오

흥행거리(?) 돼버린 안심대출

1차, 인기폭발로 자금 20조 불과 4일만에 소진2차, 단서 제약조건 부각 안돼 신청 ‘기대 이하’금융위 “주택저당증권 발행 부담… 3차는 없다”역대 정부마다 경제위기 탈출이나 경기부양책 단골 정책이 공적자금 투입이다. 박근혜 정부도 집권 3년 차를 맞아 경제활성화정책 일환으로 서민들의 가계빚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한 ‘안심전환대출’ 카드를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에 고무된 정부 경제부처들이 ‘기회는 이때다’ 싶을 정도로 추가 자금까지 연이어 방출하는 등 흥행몰이에 성공했다.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선착순으로 풀기 시작한 안심전환대출 자금 20조원이 불과 4일 만에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취급대상 제1금융권인 16개 시중은행 금융당국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해 일부 직장인들은 월차를 내고 은행 문이 열리기도 전에 대기하면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마치 새벽 인력시장에 일감을 얻기 위해 줄지어 모여드는 일용 근로자들의 모습과 별반 다름없는 진풍경이었다. 이런 모습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정책이 제대로 먹혔다’며 사뭇 흐뭇한 미소를 지을 법도 했다.1차 안심대출은 지난달 27일까지 대출 신청분 18만9천명, 19조8천억원으로 확정돼 풀려나갔다. 미처 선착순 대기행렬에서 번호표를 못 받은 고금리 가계대출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정부에서 추가 자금을 풀어야 한다고 시위 아닌 목마름을 호소했고, 결국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5일간 추가로 20조원을 더 풀겠다고 나서 제2의 흥행가도를 달렸다. 정책운용 방향도 1차 때와는 달리 선착순이 아닌 대출신청자를 마감 시간까지 받고 평가기준을 정해 이달 15일 확정 발표하겠다고 수정했다. 때마침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코 앞인 마당에 하늘이 내린 호기를 정부와 여당이 놓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야당도 저금리로 갈아타려는 서민들의 갈증을 어떤 명분으로도 발목잡을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하지만 2차 안심대출 신청결과는 기대와 사뭇 달랐다. 5일 오후 3시 최종 집계된 수치는 대출신청자 15만6천명에 대출총액 14조1천억원으로 총액에서 무려 6조원 가량이 남아 돌았다. 2차 안심전환대출 평균액은 9천만원으로, 1차 평균액 1억500만원보다 1천500만원 적었다.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의 고정금리·원금분할상환으로 바꿔 주는게 안심전환대출의 골자다. 대출 시점이 1년이 경과 해야 되고, 6개월내 이자연체가 없어야 하며 원금상환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 제약조건은 부각되지 않았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한다는 부담금 또한 오로지 저금리로 갈아탄다는 단순 논리 늪에 빠져 있었다.여기에 시중은행들도 기존 주택담보 대출보다 이율을 추가로 더 내린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때와 비교해 부담이자가 불과 0.1~0.3% 차이 밖에 안나 매월 원금상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가계부채 대출자들에게 또다시 혼선을 주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공적자금 배정 형평성도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제1금융권보다 더 비싼 이자를 주고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 서민들인 제2금융권 대출자들이나, 연체없이 원금과 이자를 매달 갚아 나가고 있는 성실 대출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3차 대출은 없다’고 못 박았다. 주택금융공사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해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물량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이미 추가 20조원을 다 사용할 때를 대비한 로드맵을 짜놓은 마당에 남은 6조원이라도 제2금융권 취약서민 대출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용기는 왜 없는 것이지 묻고 싶다./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5-04-05 김성규

‘철새’거나 ‘먹새’거나

정동영 전의원 출마로 소란스러워진 재보선판여·야간 선거전, 어느새 ‘야·야 다툼’으로 흘러서로 물고있는 모습 조개에 부리잡힌 도요새 같아밋밋할 것 같던 4·29 재보선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예정에 없던 인천 서구강화을 선거가 추가되면서 판이 커지기도 했지만,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탈당과 출마로 얘깃거리가 풍성해진 까닭이다.옛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에 걸맞게, 당초 여야는 각각 종북 책임론과 경제 정당론을 내세워 표심을 공략하려 했다. 새누리당으로선 초록은 동색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과 옛 통진당을 한데 엮고 싶었을 테고, 새정치연합은 민생을 파고들어 색깔논쟁과 선을 긋고 싶었을 것이다. 나름 이유 있는 전략이요 콘셉트였겠지만 구경꾼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뻔한 선거, 정당과 해당 지역 일부 유권자들에게나 관심을 끌 법했던 이번 선거를 일거에 따끈따끈하게 만든 건 두 정치인의 행보다. 야권 텃밭인 광주에 무소속 출마한 천 전 의원의 득표력이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정 전 의원의 서울 관악 출마가 이슈의 꼭짓점을 차지했다.두 사람 모두 한때 대한민국 야권을 대표했던 정치인이지만, 특히 정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밋밋하고 심심했던 ‘다큐멘터리’ 선거를 하루 아침에 ‘예능’으로 바꿔 놓았다. 예능에는 말 잔치가 빠질 수 없는 노릇, 재보선 전패 위기에까지 놓인 새정치연합이 정 전 의원을 ‘철새’라 비난하고 나서자 정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먹새’라고 되받았다.새정치연합이 정 전 의원을 철새로 공격하는 건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는 전북 전주 덕진에서 첫 국회의원이 된 뒤 대선 실패 후엔 정계 은퇴 예상을 뒤엎고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09년 재보선 때는 전주 덕진으로 되돌아가려다 당시 민주당이 출마를 반대하자 무소속으로 나섰고, 19대 총선 때는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선거 때마다 지역을 바꾼 것도 그렇지만, 일곱 차례 정당을 바꾸는 동안 네 번은 탈당, 두 번은 창당, 한 번은 당을 깼으니 철새도 이렇게 똑 떨어지는 철새가 없다.정 전 의원의 반박도 그의 정치 이력만큼이나 노련하다. “정당을 이동한 걸 철새라고 하면 철새가 맞다”면서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앉아 있는 몸이 무거워서 날지도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은 먹새냐”고 맞불을 놨다. 몸담았던 새정치연합을 기득권을 챙기느라 배가 불러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먹새로 지칭해 자신의 탈당을 정당화한 셈이다. 선거를 여·야간 대결보다는 김무성과 문재인, 정동영의 싸움으로 규정해 자신을 이슈의 중심에 놓으려는 솜씨도 발휘했다.재미있는 것은 여·야간 사활을 건 싸움이어야 할 선거가 어느새 야·야간 다툼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재보선이 치러지는 4개 선거구는 각각 야당이 3곳, 여당이 1곳을 차지하고 있었고 지역별 바닥 민심도 결코 여권에 유리하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야권의 자중지란을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여권으로선 감지덕지 표정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어부지리’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13대 대선에선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의 분열이 노태우의 당선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선 여론조사 1·2위였던 문용린·고승덕이 난타전을 벌인 끝에 3위 후보 조희연이 승리를 거머쥐었다.정 전 의원의 탈당과 출마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유권자들의 몫이다. 다만, 서로 물고서 놓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야권의 모습은 ‘철새’나 ‘먹새’라기보다는, 조개에 부리가 잡힌 바닷가 도요새에 가깝다./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5-04-01 배상록

사정(司正), 기업 그리고 스트레스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의지 국민들 관심 높아경제위축 몰고 올 또다른 스트레스 아니길 바라미래위한 새로운 희망 메시지 전달되길 기대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검찰이 기업비리 수사라는 사정(司正)의 칼날을 꺼내 들었다. 지금은 사정 칼끝이 기업을 겨냥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는 이가 많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1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47억원이 국내로 빼돌려져 포스코 최고위층에게 전달됐다는 혐의에 대해 강도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경남기업이 자원개발과 관련해 380억원에 이르는 정부 융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이 중 일부를 분식회계를 통해 가족 회사 등으로 빼돌렸는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미국 등 해외에서 중간재 구매 등을 하면서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동국제강 관계사들이 본사 건물관리 거래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조사한다고 한다. 검찰의 수사대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점에서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전반적인 기업비리에 대한 사정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내 대기업들이 몸을 잔뜩 움츠리기 시작했다. 한 대기업은 전 계열사에 공무원은 물론 언론기관 관계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식사도 당분간 하지 말라는 구두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는 본사는 물론 건설현장 직원에게 ‘업무 압박’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전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나아가 모든 직원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전문의료기관을 지정해 ‘힐링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비리 수사가 내부 직원의 제보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說)이 파다한 데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직원들의 자살 등으로 인해 자칫 기업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가 큰 탓이다. 가뜩이나 사정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위기감에 집안 단속에 나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정부기관이 부정부패와 적폐의 잔재를 척결하겠다는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자신들의 청렴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좋은 뜻인 것 같기는 하지만, 굳이 사정당국이 비리수사에 나선 시점에서 청렴 결의대회를 가진 이유는 뭘까. 사정대상에서 공공기관은 제외시켜 달라는 제스처 같기도 하다. 최근에 만난 경인지역의 사정기관 인사들은 한결같이 “성역은 없다”고 말한다. 확인해 봐야 할 비리정보가 많이 들어온다고도 했다. 자체적인 정보수집 활동으로 얻어낸 기업비리 말고도 동종 업계나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정치인 및 개인·기관단체 등과 관련한 여러 내용이 제보되고 있고, 그중 일부는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수사범위가 상당히 확대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검찰사정이 본격화하면서 부패척결을 바라는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장기간의 경제침체 분위기가 대기업 압박으로 인해 더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정의 칼을 빼들었지만 그 칼끝은 때로는 매섭기도 했고, 대상이나 사안에 따라 한없이 무뎌지기도 했다.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전체를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수술대에 올랐다. 많은 국민에게 이번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는 정부의 의지가 경제위축의 또 다른 스트레스가 아닌 미래를 위한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되기를 기대한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3-29 이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