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수도권 매립지 문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4자협의체 합의문 이행되도록 제역할 해야수십년 고통받은 주민들 달래주는 예의 이기도국가현안으로 적극 해결하는게 모두가 사는 길속담에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새삼 이런 속담이 떠오른 건 빠른 결론을 위해 우리가 너무 서두르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한 준비가 됐는지도 의문이다. 매립지 종료기한은 2016년이다. 당장 내년이라고 생각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1년 이상 남았구나 라고 달리 본다면 아직도 시간은 충분하다. 컵 속에 절반쯤 남아있는 물을 두고 ‘절반이나 남았네’ 와 ‘절반밖에 없네’의 차이와 같다.매립지의 기한 종료를 앞둔 지역의 여론은 ‘이제 그만’이다. 더 이상 쓰레기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싶지 않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시민들의 소박한 소망이다. 1989년 매립지가 만들어지고 92년 반입을 시작한 뒤부터 악취와 소음으로 인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런 소망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지금도 여름철에만 500여 건이 넘는 악취관련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더 큰 문제는 이런 고통과 어려움은 외면한 채 인천을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환경오염도시쯤으로 인식하는 외부의 시선이다. 2천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매립지가 있고 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데도 삐딱하기만 한 외부의 시선은 기한종료를 요구하게 하는 원인 중의 하나였다. 물론 당장 대안이 없는데 어떡하느냐는 의견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게 현실적인 딜레마다.주민들의 요구를 담아내고 딜레마를 해결하며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인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매립지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20년 전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인천시와 각계각층의 인사, 주민대표가 참여하고 있는 수도권 매립지 시민협의회를 활성화해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한다. 혼란도 있고 불편도 따르고 의견대립으로 인한 논란도 있겠지만 비 온 뒤에 땅 굳는다고 그렇게 모여진 뜻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해당 지역이 청정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인천의 문제는 수도권의 문제고 수도권의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다. 인천이 수도권에서 하는 역할과 수도권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선은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등 4자 협의체가 지난 1월에 체결한 수도권매립지 정책 개선을 위한 합의문이 확실하게 이행되도록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의 소유권과 면허권, 토지소유권의 인천시 이양은 즉각 실현돼야 하고 매립지 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도 늦출 이유가 없다. 서울도시철도 7호선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의 연장과 조기착공 문제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답을 줘야 한다. 반입 수수료의 50%를 가산금으로 징수해 인천시 특별회계로 전입하는 문제도 매듭이 분명해야 한다. 인천시의 선제적 조치가 10조원이 넘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발표가 말만이 아닌 실질적인 이득이고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앞장서서 확인시켜야 한다.매립지로 인해 상처받은 시민들의 아픈 가슴을 달래주는 것은 인천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게 수십 년 동안 고통받은 주민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매립지 문제가 밀양이나 강정마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다. 지금 디딘 작은 첫발이 미래를 향한 거대한 첫걸음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립지문제를 국가의 현안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정부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다./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2015-02-16 박현수

우리가 사는 시대를 사색하자

한나라의 정치수준은 국민들의 수준과 비례광복70년 이전·이후 새겨보는 시간 시작돼야설연휴 모두 ‘한점 부끄럼없는 삶’ 명상해보길…광복 70년, 올해를 각별하게 맞았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벗어나 우리가 써내려온 ‘70년 연대기’는 파란만장했다. 미·소 군정으로 남북 분단의 역사가 시작됐고, 6·25동란으로 민족상잔과 이산의 역사가 또아리를 틀었다. 군사독재세력이 주도한 산업화와 반독재세력이 이끈 민주화를 거쳐 이제 정보화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준 동란 이후의 대한민국 연대기는 누구에게는 토 나오는 우편향 기록일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대한민국 보통사람의 연보이다.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보여줄 때 의미가 있다. 과거를 거울로 삼아 현재의 의미를 각성해 미래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는 민족과 나라여야 인류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다. 광복 70년의 의미를 제대로 기리려면 회고와 복고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난 70년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지금 우리 시대의 의미를 각성해 다음 시대의 좌표를 세워야 한다. 새로운 전환을 위한 성찰이 없다면 올해 광복 70주년도 그동안 무미건조하게 흘려 보냈던 69번의 광복절과 매한가지가 된다.우리를 미래로 이끌어 줄 성찰의 부재로 슬픈 오늘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분야는 고질적인 퇴행적 행태로 오늘을 놓치고 미래의 도래를 가로막고 있다. 대통령은 스스로를 청와대에 유폐시켰다. 자신의 원칙과 기준에 갇혀 박정희 시대의 권위적 통치를 상기시키고 있다. 박정희 시대를 좋은 시절로 추억하는 보수세력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세상이다. 대통령의 만기친람. 아버지 박정희 시절에는 가능했어도, 이제는 불가능한 세상이다. 보수세력이 박근혜에 열광한 것은 박정희의 권위가 아니라 육영수의 미소였다. 이제 대중은 격리된 권위가 아니라 개방적 소통의 리더십을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고적 권위주의가 정치권 전체에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야당의 퇴행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정청래는 당 대표인 문재인이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자 분기탱천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히틀러에, 그들의 묘소를 야스쿠니 신사에 비유하며 당 대표를 비난하느라 거품을 물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자 “얼굴 두껍다”고도 했다. 역사인식의 퇴행이 이 정도면 불치에 가깝다. 우리에게 히틀러와 같은 전직 대통령이 있었고, 현충원은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와 같다는 그의 과거사 인식은 우리 공동체를 불구대천의 적대적 관계로 분리해야 가능한 사고체계의 산물이다.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수준과 비례한다. 한국 대중의 퇴행적 행태도 정치 못지 않다. ‘이케아 연필거지’로 드러났다. 광명에 문을 연 이케아가 공짜로 쓰도록 비치한 연필이 동이 났단다. 다른 나라에선 몇년이나 나누어줄 양을 두달도 안돼 거덜낸 한국인. ‘국제시장’을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이룬 오늘의 성취를 자랑스러워 한 사람들이 ‘기브 미 초콜릿’의 시대에 갇혀있으니, 우리는 과연 오늘 우리시대의 품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부의 성취에 스며 있는 역사를 망각한 재벌 3, 4세들의 경거망동은 또 어떤가.갑오 헌해가 저물고 을미 새해가 문을 열 참이다. 이제라도 광복 70년 이전과 이후를 새겨보는 사색의 시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민족시인 윤동주가 일제가 가둔 후쿠호카 감옥에서 영면한 지 꼭 70년이 되는 날이다.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도했다. 이번 설 연휴, 사회 지도층이나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의 태도’를 명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유전적 공동체임을 일깨워 주는 ‘설’ 아닌가./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5-02-15 윤인수

경평(京平)축구 의미 없다

일제치하 남·북 한팀밖에 없어 대표격으로 실시지금은 한국·북한 대표하는 축구팀 무수히 많아부활보다는 유소년축구처럼 교류전 갖는게 먼저광복 70주년을 맞아 경기도와 인천시를 비롯 강원도와 서울시가 남북 축구 교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알리 듯 올 초부터 중국 청두에선 경기도와 강원도, 인천시가 잇따라 북한과 축구 교류전을 가졌다. 경기도는 연천군과 손을 잡고 지난 1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2015국제남녀유소년(U-15)축구대회를 4개국 초청 형식으로 성황리에 치렀다. 이는 지난해 11월 연천군에서 열렸던 2014 제1회 국제유소년(U-15)축구대회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한 남북 축구 교류전이었다. 경기도는 여세를 몰아 오는 4월께 평양에서 유소년축구대회를 개최한 뒤, 11월께 연천군에서 2회 대회를 추진하는 등 정기적인 남북 유소년 축구 교류전을 준비 중이다.일찌감치 평화컵 유소년축구대회에 관심을 보여온 인천시는 올해에는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를 청두로 보내 전지훈련을 시킨 뒤, 인천 평화컵 축구대회에도 출전시키는 등 남북 축구의 명맥을 이어갔다. 강원도도 남북 축구 교류에 끼어들었다. 강원도는 경기도 유소년축구대회 기간에 맞춰 국제청소년(U-17)축구대회를 진행했다.경기도, 인천시, 강원도보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서울시도 올해를 ‘경평축구’의 부활로 선언하는 등 발빠르게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경평축구, 서울시향 평양공연, 인도적 지원 등에 남북교류협력기금까지 배정했다. 물론 정치권도 빠지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올해가 광복 70주년이라는 점을 내세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경평축구 부활을 외쳤다.이렇듯 4개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이 남북 축구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제는 냉철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경평축구 부활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경평축구는 1929∼1946년 조선의 양대 도시인 경성과 평양 축구팀의 맞대결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일제 치하에서 열렸던 경평축구는 남과 북에 축구팀이 한 팀밖에 없어 대표격으로 경평축구를 실시했고, 1946년 해방 후 서울운동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평전이 진행됐다.하지만 현재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과 북한을 대표하는 축구팀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즉, 경평축구는 의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한국은 프로축구 K리그를 비롯해 실업팀, 대학팀 등이 활성화돼 있고, 북한도 4·25체육단과 기관차체육단, 압록강체육단, 횃불체육단 등이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따라서 경평축구를 부활시키기보다는 남북 간 스포츠교류를 보다 체계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처럼 남북 유소년 축구 활성화를 통해 정기적인 교류전을 치르는 게 먼저다. 한국과 북한을 오가는 정기 교류전이야말로 남북 스포츠에서 가장 선행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후원 성격으로 이뤄지지만, 실제로는 민간 스포츠교류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정치가 개입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다.유소년축구가 활성화된 뒤 그다음으로는 남북간 챔피언 교류전을 만들 수 있다. 국내 K리그 챔피언과 북한을 대표하는 축구단이 함께하는 친선 경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국내 프로축구에 북한 선수들이 참여할 기회도 제공돼야 한다. 북한 축구선수 가운데에는 외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유능한 선수들이 국내 K리그에 참여한다면 국내 프로축구 시장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처럼 남북 축구교류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런 과제들이 착실히 진행돼야만 비로소 남북 스포츠교류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2-11 신창윤

판사여! 눈을 감을 것인가 뜰 것인가

‘죄 있는듯 한데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의 OCI재판몇백억짜리 사건 사활 걸 수밖에 없는 ‘로펌입장’판사들 선호하는 ‘파사현정’ 실현될 수 있을까?우리나라 대법원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상징물을 두고 있다. 정의의 여신상이다. 의자에 앉아 오른손엔 저울을, 왼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저울을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팔을 높이 펼쳐 들었다. 법전은 가슴에 당겨 잡았다. 법에 정한 대로, 법관의 양심에 따라 공평하게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이 정의의 여신상 문양이다. 우리와는 달리 다른 곳의 정의의 여신은 왼손에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서 있다. 공평하게 판단해 칼을 휘두르듯 단호히 집행하겠다는 의미일 터이다. 우리가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 정의의 여신을 그리스에서는 디케(Dike)라 부르고, 로마에서는 유스티치아(Justitia)라 한다.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영어권에서는 ‘정의’와 ‘법’을 같은 개념으로 인식한다. 어원이 같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는 ‘법(Dike)’과 ‘정의(Dikation)’의 어원이 같고, 로마에서도 ‘법(Jus)’과 ‘정의(Justitia)’가 같은 어원이다. 영어의 ‘정의(Justice)’도 여기서 출발한다. 서구에서는 고래로 법과 정의를 따로 보지 않았다. 정의를 실현하는 게 바로 법이라고 여겼다.이 정의의 여신상을 비교하다 보면 재미있는 대목과 마주하게 된다. 눈을 뜬 채로 저울을 보느냐, 감은 채로 있느냐의 차이다. 유럽의 옛 어떤 목판화에서는 광대가 뒤에서 유스티치아의 눈을 가려주는 모습을 표현해 여신이 정의를 보지 못한다고 풍자하기도 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왼쪽 눈만을 가린 유스티치아상을 만들어 오히려 눈을 뜬 것이 불공평을 가져온다고 풍자한 경우도 있다. 우리 법원은 두 눈을 뜨게 했다. 눈을 뜨게 한 것은 약자를 강자로, 혹은 강자를 약자로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정확한 분별을 기하게 함일 터이다. 정의의 여신상의 눈을 가릴 것인가, 뜨게 할 것인가는 사법부의 사회 정의 구현 방식을 논하는 데 있어 무척 중요한 명제이다.지난주 금요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우리 사법사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재판이 있었다. OCI가 법인을 분할하면서 과세를 이연받아 내지 않은 법인세 등을 물릴 것이냐, 아니면 물리지 않아야 하느냐는 게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세금을 물린 국세청의 과세가 옳지 않다는 데 무게를 뒀다. 재판부가 밝힌 그 이유는 애매했다. ‘죄는 있는 듯한데,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OCI의 법률 대리인은 국내 최대 로펌이 맡았다. 일반적 관점에서 국세청은 강자 중의 강자이지만, 법정에만 서면 그들은 약자가 된다. 거대 로펌에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규정에 묶여 몇 백만원의 변호인 선임료를 물 수밖에 없지만 기업체는 소송 가액의 몇 %를 수임료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로펌 입장에서는 몇 백억짜리 수임 사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로펌은 돈만 된다면 뭐든지 한다’는 말이 퍼져 있다.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거대 로펌은 법원의 인사에도 개입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법관을 담당 재판부로 배치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정의의 여신은 더 이상 저울도, 법전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법관이라고 해서 100% 옳은 판단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의의 여신상을 대법원에 세워두고 법관이 늘 경계의 마음을 갖도록 한 것일 게다. 문제는 법원이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느냐이다.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구 ‘파사현정(破邪顯正)’은 실현될 수 있을까. 그래서 다음 재판이 기다려진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2-08 정진오

솔직한 경제학

정책입안 결정자들 ‘꿈의 경제학’ 논리에 함몰대통령 골프발언, 경제침체에 대한 심경 드러낸듯빚더미 LH, 차라리 저가임대 직접 공급하는게…입춘(立春)이다. 유난히 춥고 길게만 느껴지던 동장군의 기세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절기에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봄은 사람에게 따뜻함, 희망, 새로운 도전 등의 마음을 갖게 하는 마력이 있다. 겨우내 움츠린 몸과 마음을 열고 기지개를 켜며 살아있는 생동감 속에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한번 결기라도 내던지게 하기 때문이다.나라의 경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대통령이 정부 부처별 새해 업무 보고를 받고 올해 역점 국가시책들에 대한 보완, 수정 지시 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는 지난해 ‘부동산 3법’ 통과 이후 탄력을 받게 하는 경제 활성화 부수 법안들에 대한 조속한 국회 승인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13월의 폭탄’으로 변질된 연말정산 소득공제 환급이 유리지갑 봉급자들의 분노를 가중시키자 청와대와 여당 간 불협화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사정이 이러니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지고,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 모든 게 다 청와대, 정부부처, 국회 등 서민들의 경제활동을 쥐락펴락하는 정책입안 및 결정자들이 솔직하지 못한 ‘꿈의 경제학’ 논리에 함몰돼 있어서다. 서민들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팍팍해지고 있는지, 전세난이 심각해 월세 세입자들이 생계를 어느 정도 위협받고 있는지, 자영업자들이 장사는 안되는데 각종 돈내라는 고지서는 꼬박꼬박 날아오고, 영세기업들은 세무서로부터 생뚱맞은 몇 년 치 소명자료를 요구해 얼마나 황당해 하는지 등 만물상이나 다름없는 온갖 백태가 나타나고 있다. 월세도 못 내는 자영업자가 홧김에 저지르는 충동범죄가 잇따르고, 계약금 분쟁으로 인화성 물질을 내던지는 양주 마트 방화사건 등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증세없는 복지’를 표방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런 식의 국민정서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젠 좀 모두가 솔직해져야 할 시점이다. 무상복지 시리즈로 이어지는 포퓰리즘 정책이 과연 우리 경제를 얼마나 더 버텨내게 할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과감한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창조경제 눈높이에 맞춘 눈치보기식 억지투자가 아니라 지역과 중소협력사간 진정한 상생발전을 찾아야 하고, 무한경쟁의 세계시장에 선전할 수 있도록 원스톱 체제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거론될 거 같지 않던 ‘골프’라는 명사가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등장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당연한 거 아니냐고 시큰둥한 사소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오는 10월 아시아에서는 인천 송도신도시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골프대회인 ‘제11회 프레지던츠 컵’을 내세워 “공무원들도 자기 돈 내고 건전한 스포츠 활동인 골프를 치는 게 문제가 되느냐”고 구체적인 말로 부연설명까지 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역대정부때도 공무원 골프는 로비와 향응의 사치성 스포츠로 여겨 골프 금지령 내지 자제령 속에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관가에서는 청와대 인사들이 골프를 치고 난 후 “아 이젠 우리도 해도되는구나”하고 공무원들이 골프장 출입의 잣대로 삼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통령이 문광부장관에게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시죠?”라며 건전한 골프 대중화 붐 조성을 지시한 것이다. 대통령이 솔직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침체된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내수소비 촉진이 필요하고 경제활동 없이는 세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고, 꼭 해야 할 복지재원마저 구할 길이 없는 게 현실경제다. 기업형 임대아파트 ‘뉴 스테이’ 정책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서민임대주택 확대라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부채 더미에 앉아있는 LH의 미매각 용지를 싼 값에 줘서 할 바엔 차라리 LH가 저가의 임대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는 게 복잡하지 않다. 화려한 정책보다 상식적인 ‘솔직한 경제학’을 국민들은 배우고 싶어한다. /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5-02-04 김성규

대한민국 아이들 만세

새해 잇따라 터진 아동학대사건 무력감 안겨줘안전하게 뛰놀고 클 수 있도록 어른들 책임져야국가도 아이들 꿈과 미래위해 의무다해야 할때‘대한민국만세’1919년 3월1일 외치던 그 함성이 아니다. 8·15 광복절마다 한 번씩 두 손을 번쩍 들면서 삼창(三唱)하던 그 소리도 아니다. 최근 국민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삼둥이’의 이름이다. TV를 통해 이 삼둥이의 생활상이 화면에 비쳐지면서 아이들의 행동 반경에 나타난 소재들은 어른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을 정도다. 때론 귀엽고, 깜찍하고 심지어는 대견하기까지 한 아이들의 재롱에 푹 빠진 탓이다. ‘삼둥이’ 효과는 인천시 공무원들도 웃게 만들었다. 자치단체가 1년 넘게 걸려도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도시이미지 상승 효과가 삼둥이로 인해 단기간 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둥이가 거쳐 간 곳들은 SNS에 실시간으로 경쟁적으로 소개될 정도니 효과도 실시간으로 나타난단다. 공중파 3사가 앞다퉈 어린이를 등장시킨 비슷한 프로그램을 주말 황금시간대에 경쟁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그대로 투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출산 시대 ‘한 자녀’ 가정이 대부분인 사회적 분위기와 기성세대의 ‘내리사랑’ 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대한민국 부모들의 내리사랑은 최근 1천250만 관객을 넘어섰다는 영화 ‘국제시장’에도 잘 나타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으로 인해 함흥부두에서 군함을 타고 부산으로 피난하는 힘겨운 인생역정을 걷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독일 광부로 떠나야 했고, 타국의 전쟁터에 몸을 던져야 했다. 이 시기의 대한민국은 어느덧 가정과 조국을 위한 희생을 지극히 당연히 여겼고, 국기하강식때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면 그 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올리는 애국심 표출 행위가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으면서도 사랑 표현에는 약했던 게 우리의 아버지다. 가수 인순이는 ‘아버지’란 노래에서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고 아버지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주고 받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것이 그동안의 우리의 아버지였다.어린이집에서 학대당한 어린이의 사건을 접했을 때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우리의 아이’가 자신의 꿈을 키워야 할 어린이집에서 정신적·육체적 학대에 시달렸다는 사실에 공분했다. 지난해 ‘계모 의붓딸 학대 살인사건’을 비롯해 ‘쓰레기 더미 속에 방치된 4남매 사건’ 등이 알려졌을 때도 우리 사회는 미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곳에서 일어났던 믿을 수 없는 사건을 경험했다. 정치권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법까지 새로 제정해 공포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잇따라 터진 아동학대 사건은 어른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줬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안전한 사회 환경 속에서 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고, 대한민국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다. 이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상 세계를 벗어나 현실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가족과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듯이 대한민국도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삼둥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 ‘대한 민국 만세’를 외칠 수 있도록 말이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5-02-01 이영재

국민들은 질문한다, 이 나라는 무엇이 문제냐고…

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건사고 후속책지도자들 먼저 말아닌 행동으로 사랑 실천해야사랑이 있었다면 세월호·군폭력 등은 없었을것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사건사고로 아픔과 혼란을 겪었던 국민들은 2015년 새해를 맞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을 게다. 올해는 제발 큰 사고 없이 모두가 평화로운 한해가 되기를….하지만 새해를 시작하면서부터 또다른 사건사고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2015년을 앞두고 일부 역술인들은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예고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람과 사람이 신뢰하지 못해 갈등과 대립으로 나라 전체가 더 혼란스럽고 어지러울 것이라는 그말이 마음 한편에서 되새김되고 있다. 역술인들이 무슨 근거로 말했는지 알수 없지만 이같은 예고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2015년 시작부터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새해 벽두 의정부 화재로 2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인천의 어린이집 폭행 사건으로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또 '13월의 월급'으로 생각했던 연말세금정산이 올해는 세금폭탄이 되면서 서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처음을 보면 나중을 안다고 했던가. 국민들은 2015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에 떨고있다. 그런데도 이 나라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한채 자기들만의 환상에 빠져 있다. 국민들은 질문한다. 왜 우리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사고로 혼란을 겪느냐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이나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언제나 꿀먹은 벙어리다. 현실성 없는 말로 순간만 모면하려 한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사랑하지 않는다. 기업인도 사랑이 없다. 내 것은 빼앗기지 않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뿐이다.사랑이 없어 이해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부터 갈등하고 대립하며 치열한 싸움만 벌인다. 그 결과가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중국의 사상가 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혼란은 모두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군신(君臣)도, 부자(父子)도, 형제(兄第)간에도 자기를 앞세우고 자기만을 사랑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도모하기 때문에 혼란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묵자는 천하의 이로움을 일으키고 천하의 해로움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 인인(仁人)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묵자는 사랑이 없는 사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강자는 약자를 억누르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능멸하고 귀한 사람은 천한 사람에게 오만하며 간사한 자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을 속이게 될 것"이라고. 2천여년전 중국 사상가의 말이 우리 마음에 무겁게 와닿는다.만약 이나라에 사랑이 있었다면, 이나라 지도자들에게 국민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국민 생활속에 사랑이 있었다면, 어이없는 사건·사고로 국민들이 아파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웠을까.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이나 세금폭탄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등 교사들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는 등 난리법석이다. 세금폭탄으로 서민들이 못살겠다는 아우성에 정부는 세법 개정을 운운하고 있다. 언제나 소잃고 외양간고치는 식이다. 이제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 매번 그래왔으니까. 지도자들이 먼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말이다.정치인은 국민을, 기업인은 근로자를, 강한자는 약한자를, 높은자는 낮은자를 사랑하고 존중할때 사회는 회복될수 있다. 사랑이 있었다면 세월호 참사도, 군 폭력도, 땅콩회항이라는 절대 갑질도, 어린이집 폭력도, 세금폭탄도 없었을게다. 그래서 2015년 시작이 더 아쉽다./박승용 사회부장▲ 박승용 사회부장

2015-01-25 박승용

땅콩회항과 O.J.심슨 사건

심슨, 재력바탕 유명변호인단 '드림팀' 꾸려통계 몰이해와 말장난 살인자 무죄로 만들어우리 재판부 올바른 판결 내릴 것으로 믿어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항로변경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열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측이 항로변경죄에 대해 부인하면서 불거진 쟁점이다. 여기에다 대한항공측이 '땅콩 회항' 사건 당시 현장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항로변경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접하면서 20여년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O.J.심슨 사건이 떠오른다. 사실 20세기 미국 최악의 범죄 중 하나로 기록된 심슨 사건과 재벌가 자녀의 '갑질'에서 비롯된 땅콩회항 사건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 이처럼 별개인 두 사건에서 교집합의 빗금이 읽혀진다. 일단 감정에 빗대면, 심슨이 연기한 영화 '총알탄 사나이'에서의 사람좋게 생긴 형사, 그리고 조 전 부사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서 뭔가 공통적 요소가 느껴진다.무엇보다 '땅콩회항' 사건의 재판 과정이 심슨 사건을 닮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일종의 예고적 기시감이라고 할까. 심슨 사건을 돌이켜 보자. 1994년의 어느날 미국 LA의 대저택에서 심슨의 전처와 그녀의 남자 친구가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어 심슨의 집에서 피묻은 장갑이 발견되고 DNA검사 결과 희생자의 혈액으로 판명되면서 심슨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어 미식축구 스타였던 심슨의 재력을 바탕으로 유명 변호사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꾸려진다. 이들은 범행과 관련한 다양한 정황 단서들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결국 형사재판에서 무죄 평결을 이끌어냈다. 가령 피살현장에서 채취된 DNA가 심슨과 일치한 것과 관련, 두 사람의 DNA가 우연히 일치할 확률이 1만분의 1인 점을 들어 심슨이 범인일 확률이 99.99%라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심슨의 변호인단은 LA 인근의 인구가 300만명이므로 이중 약 300명의 DNA가 일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일종의 언어유희다.'땅콩 회항'사건에서도 내로라 하는 재벌가의 딸이 법정에 서는 만큼, 짐작컨대 드림팀 변호인단이 꾸려졌을 터이다. '항로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지상로까지 항로에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라는 주장에선 재판에 철저히 준비한 흔적이 엿보인다. 대한항공측도 사건 당시 해당 항공기의 엔진 시동도 걸리지 않았고, 17m 정도의 거리를 차량에 의해 밀어서 뒤로 이동하다가 바로 돌아온 것이므로 항로 변경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항공기 엔진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얼마나 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항공기가 움직여 진행된 자체가 항로'라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처럼 그동안 사실로 믿었던 상황(항로변경)에 반대의 논리가 제기되면서 혼선을 야기하는 형국이 심슨사건의 재판 과정을 연상케 한다. 심슨 사건 당시 대부분의 미국 국민들은 심슨을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게 당시 미국 국민들이 법감정이었다.땅콩회항 사건을 접하는 국민들의 법감정은 일단 '항로변경'쪽에 쏠려 있는 듯하다. 법감정과 법리가 일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과학자들이 심슨 사건에 대해 '통계에 대한 몰이해와 말장난이 살인자를 무죄로 만들어버린 오판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방증하듯 형사 재판과 별개로 피해자 가족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는 유죄가 인정돼 심슨은 배상금을 대느라 선수 시절 받은 트로피까지 팔아야 했다. 우리의 재판부는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5-01-21 임성훈

축구에서의 '1-0'과 '2-1'

슈틸리케감독, 개인기보다 조직력에 초점 맞춰한국, 즐겁고 공세적인 게임 눈에 띄게 펼쳐야아시아 맹주로 재도약 하기위한 필수 조건55년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이번 호주 아시안컵에서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공교롭게도 1-0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 A조에서 오만, 쿠웨이트, 호주를 똑같이 1-0으로 이긴 것이다. 승리가 절실한 축구판에서 아슬아슬한 1골차 승리는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혹자는 경기 내용이 시원찮다는 이유로 저평가하는 쪽도 있지만, 이기는 자가 결국 강자라며 호평하는 팬도 있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1-0 승리가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코어라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1-0 스코어를 거론하면서 자신의 축구 철학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1-0보다 2-1 승리가 좋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가 주장한 2-1 승리는 1-0 승리와 분명 다르다. 2-1 승리에는 실점의 빌미가 된 선수의 인간적 실수, 동료가 이를 감싸고 협력해 결국 승리했다는 극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축구는 개인적인 플레이가 강하면서도 11명이 시합하는 단체 경기다. 역도·육상·수영·골프 등 개인 경기는 다른 선수를 누르고 혼자 특출나면 되지만, 축구와 야구· 배구·농구 등 단체 경기는 선수들의 호흡이 하나가 돼야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축구 선수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꼽는다. 이들은 자로 잰듯한 정확한 패스와 높은 골결정력으로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곁에는 늘 동료 선수들의 희생정신이 깃들어 있다. 메시 곁에는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이 함께 했고, 호날두 옆에는 가레스 베일, 세르히오 라모스, 카림 벤제마 등의 도움이 있었다.슈틸리케 감독도 태극전사들에게 뛰어난 개인기보다 선수 모두가 하나되는 조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력을 통해 볼 점유율과 경기 지배력을 높이고 적극적 전진 패스, 슈팅으로 즐거운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이다. 사실 아시아 축구가 세계 축구를 따라가기 위해선 선수 개인능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조직력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기술은 뒤로한 채 정신력만 추구하는 축구는 사라진지 오래다. 협동심으로 선수 개개인에 맞는 실리 축구와 팀에 녹아들어가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이번 아시안컵에서도 한국 축구는 실리와 조직력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 후반전에 그 가능성을 봤지만, 쿠웨이트와의 2차전에선 졸전에 그쳤다. 호주와의 3차전에선 상대에 볼 점유율을 70%가까이 내준 채 수세에 몰렸다. 이는 부상자가 속출한데다 몸살로 다수 선수가 컨디션 난조를 겪었고, 새 전열의 조합으로 조직력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대로 불가항력적인 환경 때문에 이런 내용이 빚어졌다.하지만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맹주로 다시 발돋움하기 위해선 슈틸리케호가 추구하는 즐겁고 공세적인 축구가 조금 더 눈에 띄게 나타나야 한다. 8강전부터는 더 강한 상대들이 살아남아 경기를 치른다. 아시안컵 2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을 비롯,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 랭킹에서 가장 앞선 이란, 홈 구장의 이점을 안고 있는 호주도 다시 우리가 만나야 할 상대다. 55년만에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을 들어올리기 위해선 선수들을 믿고 꾸준한 관심과 전폭적인 응원, 지지를 해주는 국민들의 염원이 필요하다./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5-01-18 신창윤

새해 문화행정과 현장에 거는 기대

올해 경기도 문화분야 예산 다소 증액 '숨통'道문화관광국, 부족예산 의미있게 쓰는 행정 절실일선기관 신임대표들 실적경영 능력 보여줘야사회 네트워크에서 자리는 곧 책임이다. 문화부장을 맡은지 1년이다. 신문사 문화부장의 책임은 도민이 문화를 향유할 권리, 즉 도민 문화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문화행정 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다. 또한 문화 예술 각 분야의 창작활동을 널리 전파하고 창작의 질을 검증하는 일도 중요하다.하지만 척박한 문화 인프라를 감안하면 문화행정이나 문화예술 창작집단을 마음껏 비판하기는 힘들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고생하는게 눈에 보여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열악한 문화인식과 토대로 기 죽은 문화계를 대변하는 게 급해 보였다. 그래서 지난 한해 기회가 될 때 마다 문화예산 확충을 강조했다. 어느 분야이건 돈이 돌지 않고서는 활력을 기대할 수 없는게 자본주의의 상식이다. 정부에서는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을 잇따라 시행했지만, 돈 없는 법문은 어처구니 빠진 맷돌이었다. 특히 경기도 문화예산은 지난해 축소일로의 정점을 찍었고, 문화현장은 질식 일보직전이었다.다행히 올해 경기도 문화분야 예산이 다소 증액됐다. 문화체육관광국에 배정된 예산이 2천497억원으로 경기도 새해예산의 1.69%이다. 지난해는 1.51%인 1천950억원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4~5년전 수준으로 얼추 회복됐지만,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회복률은 지지부진하다. 2011년 문화분야 예산은 총예산의 2.09%였다. 그래도 감소일로의 문화분야 예산이 증액의 터닝포인트를 찍은 것만도 의미는 있다.도 예산을 지원받는 문화기관의 예산 사정도 다소 숨통이 틔었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179억원에서 223억원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은 201억원에서 245억원으로, 경기관광공사는 77억원에서 89억원으로 늘었다.이제 예산이 늘었으니 일해야 한다. '돈을 더 넣으니 지역 문화계가 살아나더라'는 자본의 효용을 증명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우선 도 문화관광국이 변해야 한다. 쥐꼬리만한 예산을 잘게 쪼개 쓰는 작은 권력을 누리는 구멍가게 행정을 버려야 한다. 수혜자는 많지만 효용은 미미하다. 부족한 예산을 의미있게 쓰는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행정이 절실하다. 또 어차피 부족한 예산타령만 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행정에 집중해야 한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정한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설치하는게 급선무다.문화행정을 집행하는 일선기관도 마찬가지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의전당은 대표 인선이 늦어 지난 하반기 조직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관광공사 또한 비슷한 사정을 겪었다. 이제는 신임 대표들이 자신의 문화경영 철학에 따라 조직을 개편해 실적을 보이는 경영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경기문화재단은 목전에 둔 조직개편에 빈 틈이 없는지 잘 살펴야한다. 조창희 대표는 일단 직무에 임하는 열정은 검증받았다. 지난번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도의원들간의 감정싸움으로 예산 증액분이 한순간에 허공으로 사라졌음에도, 묵묵히 상당부분의 예산을 살려낸 뚝심을 보였다. 조직개편 후 첫 인사가 주목된다.경기관광공사는 도정에서 잔뼈가 굵은 홍승표 신임사장의 역량이 기대된다. 경기도 대표축제로 알려진 경기항공전이 새해 예산사업에서 제외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가 과제이다. 도 행정과 인사와 예산에 정통한 경력을 관광공사에서 발휘되길 기대한다.문화의전당 정재훈 사장도 문화계 인맥을 어떻게 활용해 전당에 새 기운을 불어넣을지 인사를 통해 보여주길 바란다. 지난해 예술단원 평정기준 완화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본인 의지를 개입시키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해명, 올해부터는 불가능하다.문화분야 예산 숨통이 트인 만큼, 이제 도민 문화권 실현에 무게를 두고 문화행정과 문화현장을 살펴볼 생각이다./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5-01-14 윤인수

수도권매립지 주권 확보 의미 크다

권한·관할권 이양됐지만 정치쟁점화 될 공산 커서울시 앞에서 '인천시內 이견' 전혀 도움 안돼정치적 이해관계, 20여년전 잘못 되풀이될뿐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가 한동안 인천을 시끄럽게 할 태세다. 지난 9일 윤성규 환경부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등 4명은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수도권 폐기물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또 매립면허권과 매립지 토지에 대한 소유권 전체를 인천시에 양도하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관할권을 인천시로 넘기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특히 1992년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가 처음으로 반입되기 시작한 지 23년여 만에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한 잃어버린 '행정 주권'을 되찾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가 관할 구역 안에 있었지만 이와 관련해 이렇다할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맨처음 농경지 조성을 목적으로 갯벌 매립이 시작되었다. 1980년 1월 당시 동아건설 측에서 공유수면 매립면허 승인을 받고, 1983년 9월부터 농경지 조성을 위한 매립공사에 착수했다. 일명 동아매립지 사업이다. 1988년 1월 매립면허가 동아건설에서 환경관리공단으로 넘어갔다. 이때 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썩던 서울시가 300억원을 부담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매립 목적이 농경지 조성에서 쓰레기 매립장으로 바뀌었다. 매립 기한은 당초 2014년까지로 했다가 한 차례 변경해 2016년까지로 늘렸다. 그동안 서울시는 매립면허권도 확보했다. 매립 장소 대부분이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 공유수면에 포함되어 있다가 인천시로 행정구역이 변경된 지 20년이 되도록 인천시는 손을 놓고 있었다.인천시는 1996년, 매립기한을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장할 때에도 관할 구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시 인천시 공무원들은 쓰레기 매립지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다. 몇 년 후 닥칠 사안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쓰레기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현안이 될지 내다보지 못했다. 당시 인천시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갯벌을 매립해 서울시의 쓰레기장을 만드는 일에 인천시가 돈을 들일 일이 없다고 봤다. 서울시가 돈을 들여 매립하고 인천시는 거기에 덤으로 쓰레기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흡족해 했다.인천시는 경인일보가 2010년 8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기한 연장에 반대하는 내용의 기사를 연속으로 실을 때까지도 이 문제와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았다. 경인일보는 당시 서울시가 매립지 내 아시안게임 경기장의 신축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매립 기한 연장을 슬그머니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아시안게임 경기장 문제에 매달리는 인천시 상황을 이용해 서울시가 기한 연장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고 지적한 이 기사가 촉매제가 되었다. 기사가 연속으로 실리자 시민들의 여론이 매립지 기한 연장 불가로 모아졌고, 인천시도 기한 연장 반대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인천시장 후보들은 공히 매립기한 연장 반대 공약을 내세웠다.인천시는 우여곡절 끝에 매립지 권한과 매립지 공사 관할권을 넘겨받게는 되었지만 이 문제가 자칫 정치쟁점으로 번질 공산이 커졌다. 어떻게 해서든 매립지 기한 연장을 관철시켜야 하는 서울시를 앞에 놓고 인천시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 것은 전혀 인천에 도움이 안 된다. 인천시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와 관련해 행정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20여 년 전의 인천시 잘못을 바로잡는 계기이기도 하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20여년 전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5-01-11 정진오

현장에 답이 있다

국민들 최우선 역점과제 '경제활성화' 1순위 꼽아경제대책, 서민삶에 얼마나 효과있는지 검증 중요곧 닥칠 '전세없는 월세시대'… 정부만 모르는듯새해 덕담 인사가 한창이다. 매년 벽두에 인사치레로 건네는 우리사회의 오랜된 정문화이지만 뼈가 있는 덕담들이 유독 눈길을 끌기도 한다. '갑질로 온나라가 시끄러웠던 갑오년(甲午年)은 갔으니 드라마 주인공 장그래같은 미생(未生)의 을들이 완성을 이뤄 융성하는 을미년(乙未年)을 만듭시다', '새양말(새해가 밝아 순한 양이 오고 거친 말은 사라졌다)' 건배사 등이 그렇다.돌이켜보면 우리사회는 지난해 너무나도 엄청난 대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세월호 참사도 모자라 후속으로 터진 크고 작은 안전불감증 인명사고, 국가 최고기관인 청와대 내부 문건유출로 대통령까지 언급하고 나선 '찌라시'정보 권력 암투사건, 사상 초유의 헌재 정당해산 결정, 갑질의 정점을 찍은 땅콩리턴 사건까지 역동(?)의 대한민국임을 다시한번 세계 만방에 알리기에 충분했다.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싸움박질로 해를 넘기던 예산안이 실로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국회 여야 합의로 회기내 처리를 하는가하면 경제활성화 핵심법안인 '부동산 3법'이 한발씩 양보하며 극적 타결을 이뤄내는 신기한(?) 일도 경험했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나라 전체가 아수라장인 것 같은데 극적 반전드라마처럼 희망의 불씨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양(靑羊)의 해는 떴다. 지나간 일은 과거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11개월 20여일의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다른 얘기는 차치하더라도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이제 경제분야에서는 확실한 시험대에 올랐다. 집권 2년차까지는 역대정권에서 깊게 박힌 못이 미쳐 빠지지 않아서, 외부적 환경에 대응할 시간이 짧아서 등 여러 핑계를 댈 수 있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가가 해야할 최우선 역점과제로 국민들은 '경제활성화'를 1순위로 꼽는다. 경기도민이 바라는 새해소망 1순위는 '가계부채 부담완화'다. 사회가 어수선하고 정치가 혼란스러울수록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더 집착하게 마련이다.때마침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4년동안 81조원, 그것도 국내에 61조원을 시설 및 R&D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가 평택고덕산업단지에 1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국내 대기업 투자규모로는 최대다. 정부가 지난해 기업소득환류세, 쉽게 말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에 대해 시설확충이나 배당,임금 등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나온 조치다. 그래도 내수경기 숨통이 꽉막힌 응급환자에게 긴급처방이나 다름없는 과감한 결단이다.민간건설업체들도 부동산 3법 통과이후 잇따라 주택 분양 일정을 내놓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지방공기업 등이 계획하고 있는 임대주택을 포함해 30만가구 이상 주택건설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도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발표했다. 수도권의 경우 투기과열이 우려되는 극히 제한된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대상에서 거의 빠지게 된다.하지만 정작 수요층인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기류다. 분위기만 살려놓고 정부가 후속대책으로 또다시 규제하는 것은 아닌지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허약한 체질을 복원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활성화는 대책발표만으로 되지 않는다.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 얼마나 스며들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검증이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세 전환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 대책 위주의 탁상행정은 공허한 메아리다. 우리나라도 전세없는 월세시대로 완전 돌아설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만 이걸 모르는게 아닌가 싶다. 현장에 답이 있다./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5-01-07 김성규

양(羊)의 해에 바라는 것

1만년전 인류와 공동생활 함께 한 '양(羊)'선함과 아름다움·의로움… '진정한 가치' 지녀'청양의 해' 우리생활에도 고루 퍼지길 소망사람이 야생에 있던 것을 길들여 공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스린 동물을 가축이라고 한다. 인류가 처음으로 야생동물의 가축화에 성공한 것은 1만년 전이라는 기록이 있다. 가축이 생겨난데는 신(神)에게 '살아 있는 제물(祭物)'을 바치려는 종교적 신앙심에서 비롯됐다는 얘기와 수렵에 의존하는 생활을 탈피해 안정적인 음식을 얻기 위한 경제적 이유에서 기인했다는 설이 있다. 어떤 것이 정설이든 두가지 모두 인류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초로 가축화된 동물은 개(犬)라고 한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양(洋)은 개 다음으로 가축이 된 동물이라고 알려져 있다.양은 군생 (群生-같은 종류의 생물이 어떤 목적을 위해 집단을 이뤄 생활하는 일)동물로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속성이 있다. 양은 반드시 한 번 지나간 길을 다니는 습성이 있어, 처음에 사람들은 돌아오는 야생의 양떼를 기다렸다가 사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식량으로 야생의 양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직접 양떼를 따라 다니면서 생활하는 양식이 생겨났다. 즉, 양을 따라다니는 유목민(遊牧民)이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은 또 야생의 개가 야생의 양떼를 교묘하게 유도해 좁은 골짜기로 몰아넣은 뒤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개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야생의 양 떼를 원하는 데로 유도하는데 활용했다. 이로써 양떼 주변에는 항상 개들이 함께 하게 됐다.양은 개와 달리 설화나 꿈 해몽 등에 언제나 유순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상서로운 동물로 통한다. 양은 과거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 또는 조상에게 바치는 제물로 사용돼 왔다. 동양에서 양은 일찍이 영험한 동물로 알려져 소·돼지 등과 함께 제물로 쓰였고,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제사용으로 이용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대 수메르·이집트·로마·게르만 등의 민족들도 양을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 그리스도교에서도 양(洋)이 심벌로 사용된다. 양은 주인에게 순종하는 동물로서, 신 및 그리스도에게 신앙을 바치는 신자들의 의미로 그려진다. 반면, 양치기는 신자의 보호를 자신의 역할로 하는 성직자, 그리고 그 성직자에게 사목의 임무를 주는 그리스도의 심벌로 표현된다. 그리스도 자신이 어린 양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하나님(하느님)의 어린양(Lamb of God)은 그리스도를 칭하는 또 다른 표현으로 사용될 정도로 양은 경애로운 동물로 인식돼 왔다.태조(太祖) 이성계(1335∼1408)는 초야에 묻혀 지내던 시절에 양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양을 잡으려 하자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져 놀라서 깼고, 무학대사(無學大師·1327∼1405)는 꿈 이야기를 듣고 이성계가 임금에 등극하리라는 해몽을 했다. '양(羊)'자에서 뿔과 꼬리에 해당하는 위아래 획을 떼어내면 '왕(王)'만 남게 돼 곧 임금이 된다는 것. 이후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양꿈은 길몽이 됐다. 지금까지도 양꿈에 대한 해몽은 희생·제물·종교인·선량한 사람 등으로 해석한다. 양(羊)은 한자에서도 어떤 글에 함께 포함돼 좋은 의미를 뜻한다. 높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는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의로울 의(義)와 같은 한자에는 모두 양(羊) 자가 들어 있다. 1만년전 인류가 양(羊)과의 공동생활을 이뤄낸 것 처럼, 2015년 청양(靑羊)의 해에는 선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의로움 등의 진정한 가치가 우리 생활에 폭넓게 자리하기를 소망한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2015-01-04 이영재

고희(古稀)

대한민국 광복 70년 맞아 두보 시구절 새삼스러워수도권 주민들과 함께한 경인일보 70년도 의미독자와 함께 묵묵히 '30년 더 걸어갈 것' 다짐이백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두보의 작품 중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시는 아무래도 '곡강(曲江)'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두어번쯤은 돈넣은 겉봉투에 써봤음직한 '古稀(고희)'라는 문구 때문. 고희가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라는 곡강의 싯구절에서 유래한 사실은 유명하다. 비평가들 생각은 다르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시구 하나의 쓰임이 이렇게 많기도 드물테니 곡강을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것도 그리 큰 시빗거리는 아닌듯 하다. 사람 목숨 길어봐야 70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니 100세 시대를 맞은 지금에서는 터무니 없는 얘기지만 40~50살 넘기기도 어려웠던 옛날에는 꿈의 나이가 분명했을 터다. 두보 역시 환갑을 채우지 못하고 방랑끝에 생을 마감했다.곡강은 두보가 허접한 벼슬살이를 할 때 쓴 시로,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시인 정신 따위를 배제한채 작품만 들여다 볼라치면 이런 방탕, 이런 무절제가 없다. 공무원 신분으로 옷벗어 저당 잡힌채 매일 술에 절어있고, 가는 곳마다 외상 술값 깔아 놓았으니 영락없는 술주정뱅이의 모습이다. 두보가 권모술수와 부패가 만연한 당시의 공직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있을 때라고는 하나, 그 역시 당시의 여느 중국인들처럼 오랫동안 벼슬자리를 좇아다녔음을 감안하면 얼핏 인생 패배자의 허망한 객기마저 엿보인다.대한민국이 광복 70년을 맞게 되는 해이기 때문일까, 늘상 맞이하는 새해지만 2015년엔 두보의 이 시구절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전쟁과 분단, 그리고 숙명처럼 불어닥친 혼란과 굶주림을 겪으며 우리 역시 시속의 두보처럼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 겨우 먹고 살만 해지고 나서는 황금만능주의와 쾌락에 빠지기도 했으니, 옷 저당잡히고 술독에 빠져 살던 그의 모습과 어딘지 닮아 있다. 억압과 독재, 국가 부도의 암울한 상황에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채 '까짓것 인생 뭐있냐'고 공허하게 떠들어 댔던 모습도 두보가 한탄했던 '人生七十古來稀'와 크게 다르지 않다.하지만, 두보의 고희는 막막한 세상을 향한 울분과 적당한 달관이 복합된, 불세출 천재 시인의 시세계에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한 해석에 가깝다. 실제로 이백이 특유의 호방함과 풍류로 '시선'에 비유됐다면, 두보는 정의가 없는 시절 고통받는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시로 묘사한 '시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보의 고희가 단지 인생사 부질 없으니 술이나 마시자는 '루저'의 탄식이 아닌 것처럼, 대한민국 70년 또한 좌절과 어둠의 역사인 것은 결코 아니다. 끊임없는 시련과 고통속에 번번이 좌절하고 일탈했으되,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부축하며 다시금 일어섰다. 절망과 실패에만 방점을 놓는다면 더없이 작고 보잘 것 없으나, 포기하지 않았던 도전으로 일궈낸 도약들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자랑스러운 역사다.광복의 해에 창간한 대중일보를 계승한 경인일보도 2015년 새해 고희를 맞는다. 수도권지역에서는 유래를 찾을 수 없으니 문자 그대로 '古稀'다. 70년 경인일보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수도권 70년의 역사이기도 하다. 기득권에 발 담그고 시류에 편승했던 부끄러운 과거도 감출 수 없는 역사지만, 70년 세월동안 수도권 주민들의 입과 귀로서 작게나마 성과들을 냈다면 그 역시 독자들과 함께 대견스러워 할 고희의 흔적들이다. '70이면 청춘'이라며 고희연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내세울 것 없어 나이 타령이나 하는 노인네처럼 70년 역사에 매달릴 생각은 없다. 광복 70년 대한민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독자와 함께 묵묵히 30년을 더 걸어가겠다는 것이 고희를 맞은 '청춘' 경인일보의 약속이다./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4-12-31 배상록

사람이 기본이 되는 2015년을 기대하며

세월호·군대폭력·박춘봉·땅콩회항 사건…많은 아픔 반면교사 삼아 적폐해소 계기돼야상식을 바탕으로 기본에서 다시 시작할 때다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언제나 아쉬움이나 부족함 또는 성취감을 느끼는 마음이야 모두가 비슷할게다. 필자도 한해를 되돌아 보며 스스로에게 소회를 묻는다면 정말 바쁘고 긴장하며 살았다고 답할 것이다. 따듯한 봄의 한 가운데 있던 4월 어느 날 온 나라를 분노와 슬픔으로 강타했던 세월호 참사부터 윤일병·임병장사건으로 대표되는 군대내 폭력과 살인사건, 조선 500년을 보고 있는 듯한 권력층 주변 사람들의 암투, 또다른 한쪽에선 전대미문의 '슈퍼갑질'까지 잇따른 충격에 일년내내 정신이 없었다.문득 중국 송나라의 최고 시인 소동파의 '수락석출(水落石出)'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물이 빠지자 돌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시간이 지나면 진상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올 한해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렸던 많은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고 감춰진 흑막이 걷히면 진실도 밝혀질게다.사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2014년은 상투적으로 쓰던 '다사다난'이라는 말조차 감히 쓸 수가 없다. 바다에 침몰하는 배와 아이들을 지켜보던 국민들. 수많은 생명을 허망하게 죽게한 국가의 무능한 현실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일어나서는 안될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아프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우리 사회가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하지만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양파껍질처럼 드러나는 권력과 정치권의 부끄러운 민낯 뿐이었다. 결국 8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에게 내놓은 결과는 여야 정치권의 입맛에 맞게 재단해 만든 누덕누덕 기운듯한 세월호 특별법이다. 세월호 침몰로 분노했던 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 육군28사단에서 후임병 폭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의 의무를 지기위해 입대했던 청년이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앞에 돌아오면서 온 국민은 또한번 참담해 했다. 10월에 판교서 발생한 환풍구 붕괴 참사는 사고 공화국 그 자체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온 나라에 '안전'이라는 구호가 일상화되던 시기에 터진 사고로 국민들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공화국' '안전 불감증'으로 한해를 마무리할 시점에 이번에는 대통령 측근들의 암투가 해일과 같은 큰 파도로 국민들을 뒤덮었다. 권력을 놓고 자기들끼리 물고 뜯는 난장판에 국민들이 허망한 실소만 자아냈다. 게다가 수원에서 발생한 박춘봉의 토막살인사건과 대한항공 3세의 슈퍼갑질로 국민들은 공포와 분노로 갑오년의 끝을 장식(?)했다.2014년을 앞에 두고 과거 갑오년에 대한 값진 기억으로 국민들은 기대가 컸었다. 60년전 한국전쟁 종전 이듬해였던 1954년 갑오년이 그랬고, 그보다 앞선 1894년 갑오개혁과 동학농민운동 또한 그랬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혁과 새로운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의 갑오년은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허망하게 저물어가고 있다.송구영신이라 했다.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한다. 2014년을 보내며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되돌려 반성하고 내년을 계획할 때다. 2014년 갑오년이 결코 실패와 오욕의 시간으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많은 아픔과 실패·좌절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기본은 사람이다. 국민으로, 노동자로, 학생으로, 가족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사회가 더이상 아픔과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 상식을 바탕으로 한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박승용 사회부장▲ 박승용 사회부장

2014-12-28 박승용

성탄절에 엿보는 '일반화의 오류'

'조선족은 모두 살인마다. 오원춘을 기억해라'.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출처가 불분명한 한장의 사진이 눈에 거슬린적이 있다. 육교에 내걸린 현수막을 찍은 사진인데 그 섬뜩한 문구에 차라리 합성사진이기를 바랐다. 한편으로는 '일반화의 오류'의 위험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일반화의 오류. 부분을 전체로 착각해 범하는 생각의 오류다.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보는 것 또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오원춘(부분)은 중국동포(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데도 이 현수막은 오원춘을 통해 중국동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강요하고 있었다.그런데 얼마전 수원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이 현수막의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도 범인은 중국동포다. 범행수법도 바로 2년전 일어난 오원춘 사건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박춘봉사건을 접하면서 기자 또한 순간적으로나마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조선족이라니…'식으로. '소풍가는 날에는 꼭 비가 온다'라는 말처럼 확률을 들이댈 때 일반화의 오류는 무의미해 지는데도 말이다. '수위 아저씨가 승천하는 용을 때려잡는 바람에 비가 온다'는 그럴듯한 근거(?)까지 덧붙여 '일반화의 오류'의 함정에 빠졌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새롭다. '조선족 포비아(공포증)'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국민들이 박춘봉 사건에서 충격을 받는 것은 2년 전 오원춘 사건에서 연유한 바가 크다. 마치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날에 비가 왔던 기억이, 맑은 날 소풍을 간 기억보다 더 강하게 뇌리에 각인돼 있는 것처럼.사실 국내에서 살고 있는 중국동포가 6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오원춘이나 박춘봉 사건은 중국동포사회의 편린(片鱗)에 불과하지 않은가.얼마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해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9명의 헌법재판관 중 김이수 재판관이 '일반화의 오류'를 들어 유일하게 기각의견을 냈다. 그는 "통합진보당의 일부 구성원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머지 구성원도 모두 그러할 것이라는 가정은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기자는 물론 통합진보당의 노선에 결코 찬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어록으로 전해지는 "나는 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의 그 의견 때문에 네가 탄압받는다면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칠 것이다"라는 말에는 공감한다. 이보다 더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잘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김이수 재판관이 꺼내든 '일반화의 오류'가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하물며 자신과 명백히 다른 의견에도 관용을 베푸는 게 자유민주주의 사상일진대 '일반화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한 채 (부분일 수 있는) 주도세력에 의한 활동을 통진당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성탄절을 앞두고 한 목사가 글로 풀어놓은 불편한 속내에서도 일반화의 오류가 읽힌다. 세상이 흔한 말로 비판하는 '개독인' '먹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목사는 "이 나라의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세상이 알고 있는 그런 사람들도 아니며, 그런 삶도 살지 않는다. 그 중 일부가 부끄러운 삶을 살고 행동을 일삼지만, 우리 기독교인들도 그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아가 일생의 진리를 위하여 몸 바치며 희생하기로 결단한 목사들은 더더욱 그러하다"고 했다.그러고 보니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일반화의 오류'가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오류'를 낳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4-12-24 임성훈

그래도 새해소망을 빌어보자

소위 '부동산 3법' 연내 임시국회 처리 진통시행되더라도 당장 시장회복 기대 어려워미동없는 투자수요자 심리개선 효과 바랄뿐참으로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다사다난'이란 말로 한 해를 뒤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는 게 입버릇처럼 돼버렸지만 올 연말은 '고통'이란 단어가 공감 키워드가 된 듯하다. 송년회모임이 줄을 잇고 있지만 흥청망청은 고사하고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다가올 새해를 더 걱정하는 우울한 이야기들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무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거역할 수도 눈 가리고 아웅할 수도없다. 민생들의 마음이 이런 데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청와대에 몸담았던 공무원의 내부 문건 유출이라는 사상 초유의 '권력 암투' 사건을 비롯해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결정이란 매머드급 국가대사들이 연말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기억하기조차 가슴시린 지난 4월 세월호참사의 고통은 여전하다. 국가조직을 개편하고 '안전'을 최우선 국가시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사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경제계의 고통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버팀목 지주인 삼성전자가 2·3분기 연속 영업이익 하락행진을 거듭하는 '어닝쇼크' 수준으로 돌아선 가운데 중국발 저가휴대전화와 국제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감소 등의 악재를 극복해야 할 당면 현안이 암울하게 하고 있다. 태극문양 마크까지 허용한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땅콩리턴' 사건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 3세대 재벌 경영체제에 대한 반대기업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 노키아 신화가 한순간 물거품이 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충고가 대한민국 재벌가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정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고는 하나 시장에선 약발이 먹히질 않는다. 정부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부양을 위해 '9·1부동산 정책'과 후속대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지만 두 달여간 약발이 작용하는 듯하더니 다시 급랭하고 있다. 부동산관련 핵심법안들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다. 소위 '부동산 3법'으로 불리는 ▲주택법 개정안(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5년 유예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재건축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 수만큼 분양) 등이 국회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연내 임시국회내 처리에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여야합의 타결이 예상됐지만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정치권이 후폭풍에 휘말리면서 각종 입법안 처리가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최경환 경제부총리호 출범 직후 "지금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인데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부동산 규제를 없애겠다"고 호언장담한 호기가 사실상 부동산 3법에 묶여 시장에서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일부 야당의원들이 부동산 3법 처리에 미온적인 데는 투기세력의 발호 우려다. 대안으로 야당은 전·월세 상한제나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제 등의 우선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야당의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처리와 관련, "단기적으로 전셋값 상승률을 높이고 전세의 월세화 속도를 빠르게 해 전·월세와 매매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잘라 말했다.물론 부동산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된다 해도 당장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미동의 움직임도 없는 투자 수요자들의 심리개선 효과라도 기대하겠다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게다. 그래도 새해를 맞기 전 모두가 소망을 빌어보자. 내년에는 대박이 날 거라고…./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4-12-21 김성규

수상한 '甲' 이상한 '乙'

수원시 '저자세 갑질'·현산 '고자세 을질'… 왜?시민에 위임받은 '甲권력'… 애매모호 태도 안돼現産 "운영비등 일체지원 생각없다"고 했는데…경인일보가 가칭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명칭과 현대산업개발 창업주 갤러리 입주에 문제가 있다고 첫 보도를 한 게 지난달 14일(2판 1면)이다. 현산은 수원시에서 대규모 아파트건설 사업을 하는 대가로 시립미술관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기부채납은 민간기업이 행정기관에 사업 인허가를 받는 대신 수익의 일부 환원을 약속하는 행위이다. 준조세에 가깝고 자진납세 형식을 취한다. 기업으로선 기부채납 규모 때문에 손해보는 일이 절대 없다는 확신이 있고서야 가능한 행위이다.이런 전제를 이해하면 기부채납 문화시설인 수원시립미술관 명칭에 현산의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갈 이유가 없고, 현산 설립자 갤러리 입주는 가당치 않은 것이다. 보도가 되면 곧바로 바로잡힐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보도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수원시는 '현산측과 의논해 봐야 한다'는 미온적인 태도로, 현산측은 아예 모르쇠로 버티고 있으니 해괴하다. 우선 수원시의 갑 노릇이 수상하다. 각 분야 권력들의 안하무인식 갑질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세태를 감안해도, 수원시가 기부채납 양해각서상 을인 현산을 대하는 태도는 요령부득이다. 당연히 소유권을 넘겨받을 기부채납 미술관에 '시립아이파크'라는 양립불가한 이름을 붙이고, 이마저도 수차례의 협의를 거쳐 획득한 성과라 강변한다. 기업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결정이라 변명한다. 스스로 기부와 기부채납을 오독하는 무지를 감수한다. 을의 입장에서 이처럼 말랑말랑한 갑이 또 있나 싶을 정도다.현산의 고자세 을질도 이상하다. 현산은 애초에 설립자인 고 정세영 회장의 애칭을 그대로 가져다 '포니정 미술관'으로 짓자고 수원시에 제안했단다. 수원시는 난색을 표했다. 현산은 대안으로 '수원아이파크미술관'을 제시한다. 수원시가 시립을 추가해야 한다고 설득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 합의해 현재의 사달에 이르렀다. 사업 수익을 챙기는 대가로 수원시민에게 미술관을 진상(?)할 것을 약속한 현산이다. 을의 진상 태도가 이렇게 고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산은 다 챙겼다. 미술관 명칭에 '아이파크'를 새겼고, 최상의 자리에 '포니정갤러리'를 정위치시킨 설계도에 따라 미술관을 건립중이다.미술관 기부채납과 관련한 수원시와 현산의 뒤바뀐 갑을 관계,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수원시 고위관계자는 엊그제 열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시민공청회에서 수원시의 저자세 갑질, 현산의 고자세 을질의 배경을 짐작케 하는 힌트를 흘렸다. 그는 "현산과 미술관 운영 및 사업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명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관을 인수한 뒤 현산과 관계청산만 남은 수원시가 현산을 붙잡고 이런저런 협약을 맺는다? 명쾌하게 설명하면 그만인 것을 해석과 추측에 맡기는 태도가 괘씸하지만, 그래도 선의로 해석하자면 이렇다. 시는 미술관을 인수하는 순간 막대한 운영 및 사업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것도 한해 두해의 일이 아니다. 그 부담을 누군가 대신해 준다면 감지덕지다. 시는 현산에 이런 기대와 희망을 품고 아이파크와 포니정갤러리를 양보한 것 아닐까. 사실이라면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기부를 염두에 두고 스스로 갑의 지위를 버린 셈이다. 현산의 도도한 을질도 이런 배경이라면 이해가 간다.수원시의 모호한 태도가 이 때문이라도 또한 잘못이다. 미술관 운영과 사업비 기부를 원해 명칭과 갤러리를 내놓을 작정이라면 공개적으로 할 일이다. 시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일이 우선이요, 조건부 협찬을 원하는 기업들을 모아 기부규모를 경쟁시키는 것이 바른 절차이다. 수원시가 갑으로서 행사하는 권력은 120만 시민에게 위임받은 것이다. 모호하고 애매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면 현산측은 경인일보 기자에게 "미술관을 지어 수원시에 건네면 그뿐, 운영비 등 일체의 지원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4-12-17 윤인수

인천이 품은 역사

인천바다 헤쳐온 항만의 산증인 '아흔 살 노인'60년 세월의 대룡시장 작은가게 '90대 부부'그들의 기억 사라지기전 서둘러 담아내야벌써 세밑이다. 며칠 전에 1925년생 아흔 살 노인과 점심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노인은 식당에 와인 1병과 90보다 큰 수가 새겨진 우리 전통주 1병을 사들고 왔다. 둘이서 그 술 2병을 나누어 마셨다. 노인은 정정했다. 기억도 또렷했다. 목소리와 필치에서도 여전히 힘이 넘쳤다. 지팡이를 짚기는 했지만 걸음걸이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들 부러워할 만했다. 노인과 12월에 만났다는 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노인은 꼭 40년 전인 1974년 인천항 제2 독(Dock) 준공 당시의 주역이다. 당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하는 준공식을 2개월여 앞두고 외항선 시험 입항을 했는데, 그때 1인3역을 한 인물이다. 독에 들어올 외항선도, 그 외항선을 예인하는 터그보트(tugboat)도 그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터그보트를 몬 도선사도 그였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당시 소련 선수단을 싣고 인천항에 입항한 선박을 도선하기도 했다. 1904년 러일전쟁 패전 이후 소련 선박의 첫 한국 입항이었다. 노인은 소련 선장 일행을 자택으로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이 집은 일제강점기 때 가토(加藤) 정미소 별장이었다. 노인은 인천에서 조선소도 운영한다. 일제 때부터 있던 것이다. 노인이 지나온 길은 인천의 바다가 헤쳐 온 길이다. 노인의 기억은 인천 항만의 역사다.올 한 해는 예년과 달리 많은 인천의 노인을 만났다. 노인들의 기억이 세세히 맞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그 자체로 인천의 근현대사가 녹아 있다. 그 기억을 함께 더듬어가면서 기자 또한 배운 게 많다. 한국전쟁 직후 만들어져 지금껏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교동의 대룡시장에 가면 90대 부부가 열어 놓은 아주 작은 가게를 볼 수 있다. 그 부부는 찾는 이도 별로 없는 가게에 꼭 붙어 있다. 대룡시장을 찾는 수많은 발걸음을 지켜보면서 그렇게 60년 세월을 살았다. 대룡시장 안에는 아주 오래된 정육점도 있다. 일흔일곱 노인이 주인이다. 황해도 연백에 살던 그는 열세 살에 피란 내려와 얼마 뒤 부친이 세상을 뜨는 바람에 도리 없이 정육점을 물려받아 지금껏 하고 있다. 동네에서 도살을 하던 시절부터 그는 고기를 팔았다.인천에는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노인들이 많다. 바다와 섬, 공장지대와 농토가 공존하는 곳 인천에서 그들은 살았다. 이 점이 인천 노인들의 강점이다. 그리고 그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군데로 모으기에 편한 곳 또한 인천이다. 광역시 행정구역의 특성상 그렇다. 인천시가 나서야 한다. 노인들의 기억이 그냥 사라지기 전에 그 기억을 담아내는 작업에 인천의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 일부 기관에서 몇 년 전부터 구술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그 폭이 넓지 않다. 전문가 위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노인의 기억을 다각적인 시각과 자료를 바탕에 놓고 엮어 내는 노력이 부족한 측면도 많이 있다. 기억은 나도 모르게 왜곡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늘 간과해서는 안 된다.'노인 한 사람이 세상을 뜬다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어디선가 소말리아 속담이라면서 소개한 것을 읽은 적 있다. 이 시대의 노인은 모두가 도서관에 꽂힌 책 만큼이나 많은 양의 기억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풀어내는 것은 사회상 연구에 있어서 중요하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설치한 인천도시인문학센터 같은 기관에서 이 일을 수행하면 어떨까 싶다. 노인이 걸어온 삶과 그 기억은 인천이라는 도시를 다시 특징 짓는 잣대가 될 것이며, 그 길이 인천을 더욱 발전시키는 초석이 될 것임을 믿는다. 이제, 노인을 찾아 나서자. 그 속에 미래가 있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4-12-14 정진오

'경기체육의 뿌리' 경기체고를 살리자

학생들 국가대표 발탁 대한민국 빛냈었는데…내년도 신입생 정원 17명이나 모자란다니…올림픽 양궁2관왕 윤미진의 영광 다시왔으면…1980~1990년대 전국의 체육고등학교는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희망이었다. 당시 어린 선수들은 배고프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보면서 희망을 찾았던 곳이 바로 체육고등학교였다. 그 곳에 가면 마음놓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며, 일부 선수들은 국가대표까지 발탁되면서 대한민국을 빛내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의 선수들은 체육고와 한국체육대학교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선망하면서 운동에 매진했다. 소년체육대회에서 우승한 꿈나무들은 체육고에 입학하면서 올림픽 선수의 자질과 기술을 갖추는 등 탄탄대로를 걷게 돼 체육고에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었다.'경기체육의 요람' 경기체고도 이런 시대의 부응에 맞춰 지난 1995년 설립됐다. 육상, 수영, 레슬링, 체조, 복싱, 역도, 유도, 양궁, 사격, 체조 등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육성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특수목적고인 경기체고가 탄생된 것이다. 물론 경기체육고에 입학한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으로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경기도가 국내에 이어 국제무대에서도 최고의 스포츠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점도 바로 경기체고가 산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2000년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경기체고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유망주들이 기숙사 생활에 부담을 느껴 일반 학교를 선택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시·군체육회도 타 지역에 선수들을 내주지 않기 위해 예산 지원과 함께 관내 진학을 유도했다. 또 학부모들은 타 지역에서 학교 및 선수 생활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경기체고 입학을 꺼렸다. 국내 출산율이 낮아진 점도 선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학부모들은 소중한 자녀들이 힘든 운동을 택하지 못하도록 공부에만 전념토록 했고, '운동에 소질 있다'는 코치의 권유에도 극구 반대했다. 이는 고스란히 상급학교 선수 수급에 차질을 빚는 결과로 이어졌다.4대 프로스포츠(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를 제외한 비인기종목의 아마추어 선수 수급은 더욱 심각하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등의 선수들은 고액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유망주들의 운동 열기가 이어지며 학원 및 클럽 스포츠의 창단이 이어졌지만 비인기종목은 해체 기로를 맞았다. 일부 종목은 선수가 아예 없어 전국대회에 참가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이런 환경속에서 경기체고도 큰 타격을 받았다. 내년도 신입생 정원이 17명이나 모자란다. 비인기종목 선수를 육성한 경기체고였지만 사회적인 현상의 흐름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체고는 대안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학년당 3학급 105명을 90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경기체중과의 상급학교 연계체제 강화 그리고 레슬링, 복싱, 역도 등 여학생 선발 인원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했다. 물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동계 스포츠 종목 육성도 준비중이라고 하니 다소 걱정을 던 셈이다.경기도 체육인들은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양궁에서 2관왕에 오른 윤미진(당시 경기체고 2년)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당시 모든 언론들은 윤미진의 모교인 경기체고를 찾아가 그의 활시위를 경기체고 선수들과 지켜봤다. 과녁에 활이 꽂히는 순간 윤미진의 웃음은 경기체고의 미래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날의 영광이 다시 찾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4-12-10 신창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