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국체전을 아십니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사회적 현상에 의해 스포츠 본질마저 흔들려AG·올림픽 한국저력 원동력임을 명심해야"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와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를 아시나요."이 물음에 아는 학생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학업과 대학 진학 문제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학생들은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요즘 20대 젊은 세대들도 국내 종합스포츠대회를 알지 못한다. 그만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서 스포츠가 국민들의 인식서 사라졌다는 증거일 것이다.하지만 1970~80년대에는 국내 스포츠가 전성기를 맞을 때도 있었다. 그 시기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에 도·시 대표로 뽑힌 학생 선수들은 학교장은 물론 교사·학생들로부터 주목받았고, 학교의 자랑이었다. 우리 학교 선수가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서 우승이라도 하면 전교생들로부터 칭찬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르면서 아마추어 스포츠 인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국민들은 먼 이국 땅에서 벌어지는 축구 경기를 라디오와 TV를 통해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했고, 그 열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개최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그러나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의 열기는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의 눈치를 보면서 한쪽에서 훈련하는 찬밥 신세가 됐다. 또 일부 학교장은 자신의 학생 선수가 우승했을 경우 교문에 현수막을 내걸어 다른 학생들에게 알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일반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준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사라지는 추세다.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에선 아마추어 스포츠가 설 곳이 없는 느낌이다.더 큰 문제는 사회적인 환경에 의해 스포츠의 본질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사고는 5월 안성에서 예정된 '경기도 엘리트 스포츠 제전'인 '경기도체육대회'를 내년으로 연기시키는 상황을 만들었고, 지난 10월 17일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환풍구 사고는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의 개·폐회식을 없애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사고나 판교 환풍구 사태는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스포츠축제 분위기를 자제시킨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스포츠인들은 개·폐회식이 아니더라도 대회만큼은 강행됐어야 한다는 바람이었다. 도체육대회·대축전은 모두 1년에 한 번씩 열린다. 1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이날을 준비해 왔고, 생활체육에 참가하는 동호인들도 1년 만에 한곳에 모이기 위해 이 날을 기다려왔다. 비록 대축전은 개·폐회식을 전면 취소하고 경기만 진행했지만, 도체육대회는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인들은 모두 입을 모은다. "해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 우리나라에선 절대로 스포츠행사를 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그러면서 이번 판교 환풍구사태는 또한번 스포츠인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도체육회가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경기도 선수단의 결단식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도체육회장인 경기도지사와 내·외빈들은 해마다 경기도청에서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도선수단에게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었지만, 올해는 이 마저도 무산됐다.전국체전은 17개 시·도 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최대 제전이다. 경기도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종합우승 13연패에 도전한다. 얼마 전에 끝난 인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각각 아시아 2위, 세계 10위 안에 들었던 한국 스포츠. 그 원동력은 바로 전국체전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신창윤 체육팀장

2014-10-26 신창윤

영화 '인천'과 유정복 '인천의 꿈'

스타·제작비 대거 투입 영화 '인천' 최악의 평스펙 화려 '힘있는 부시장' 캐스팅 시사점 커유 시장, 전임자 정책 잘살펴야 도시 미래 밝아1980년대 벽두에 인천을 세계에 알린 영화가 있었다. '인천(Inchon)'이란 제목이 붙었는데, '오, 인천(Oh, Inchon)'이라고도 불렸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다뤘다. 이 영화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막대한 제작비 투입으로 국내외의 관심이 컸다. 007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스 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영국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맥아더 장군역을 맡았다. 제작비로 5천만달러 가까이 들였다고 한다. 주연 올리비에의 출연료만 100만달러였다고 한다. 윤후명의 장편소설 '협궤열차'에는 '오, 인천' 얘기가 나온다. 작가는 현지로케로 인해 수인선 주변이 갑자기 활기를 띠었고, 사람들은 흥분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할 정도로 '주인공 도시'인 인천에서는 기대가 컸다. 영화는 그러나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영화 '인천'은 세계 영화사에 아직도 사상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며칠 전 배국환 신임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점심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인천시 재정난이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라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얘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는 했다.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러면서 인천의 개발청사진을 이미 머릿속에 그린 듯 이것저것 설명했다. 그는 이전의 정무부시장에 비해 행정분야 업무를 절반가량 책임지게 되는데 그 이름도 경제부시장으로 바뀐다. 그에 따른 의욕도 컸다. 그런데 그의 말 한마디가 영 신경에 거슬렸다. 그냥 정무부시장이었으면 안 왔을 거라는 거였다. 권한을 많이 넘겨받은 '힘있는 부시장'이기 때문에 수락했다는 뜻으로 읽혔다. 인천을 위해 온 게 아니라, 그 자리를 보고 왔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30여년 전의 영화 '인천'이 떠올랐다.유정복 인천시장의 당선 요인 중 하나는 '힘있는 시장론'이었다. 정권의 실세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소외돼 온 인천을 위해 많은 것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유권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유정복 시장은 그 점을 잘 알았기 때문에 행정고시에 미국 유학까지 하고, 정부의 예산을 주무르던 배국환 부시장을 캐스팅했을 것이다. 스펙만 놓고 보면 역대 정무부시장 중 가장 화려하다. 그리고 유정복 시장은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유정복 감독·배국환 주연의 영화 '인천의 꿈'이 제작에 돌입한 것이다. 정권 최측근에 최고의 관료 출신, 그 자체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유정복 시장은 전임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가 그렇듯 정치도 캐스팅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전임자는 국내 학벌로는 최고라는 소위 'KS'라인에 매달려 인천을 '실패한 개발공화국'으로 만들었다는 악평을 받기도 했고, 어떤 전임자는 '국가 대표급'을 인천에 데려왔다가 망신만 당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관료생활을 한 유정복 시장은 전임자들의 정책과 사람쓰기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영화 '인천'의 참패 이유는 들인 돈과 호화 캐스팅에 맞지 않게 각기 따로 노는 데 있었다. 투자자는 '전쟁'에 종교적 색깔을 입히면서 내용을 어색하게 했고, 감독과 배우는 개런티에 더 관심이 컸다. '인천'을 다뤘지만 인천은 어떤 도시인지, 그 속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왔는지와 같은 실제 인천에 대한 애정은 없었다. 스타를 데려다 돈만 많이 들이면 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유정복 시장은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천의 꿈'이 미래에 빛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4-10-19 정진오

비뚤어진 공기업 홀로서기

LH '30년 국민임대주택' 조기분양 추진계획 논란정부·여당도 수익으로 공급물량 늘리겠다는 발상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메우는 꼴' 지나지 않아최근 공기업 지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푸념이 '왜 우리가 죄인 취급 받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일색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중 상당수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이니 로또 맞은 사람들만 모인 곳이니 하는 등 세간의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으로 차별화된 특혜 집단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공기업의 경영실적이 수백, 수천억원대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억대 연봉잔치에 각종 복지 혜택이 대기업을 능가하는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공기업 입사경쟁률이 고시를 비웃을 정도로 치솟고 아예 대학에서 공기업 입사 취업반과 특강이 생길 정도로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인지도를 높이려는 국회의원들의 단골 공격 기관이 공기업이다. 그러면서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로라하는 공기업 사장이나 임원 자리 하나 얻으려고 온갖 빽을 다 동원해가며 호된 질책을 하던 그들이 구성원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난센스가 판을 치고 있다.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선피아'가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급부상하면서 이런 그들만의 특혜리그가 주춤해진 상태다. 특히 공기업 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가 최근 강화되면서 복지수혜폭이 대폭 줄어든 공기업이 늘어나고, 일부 공기업은 '좋은 시절은 다 끝난 것 같다'며 조직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낙하산식 공기업 사장과 임원 선임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관·선피아 척결 인사지침이 없어 눈치를 봐가며 조용해질 때까지 때를 기다리는 정·관계 사람들이 대기순번표를 받아놓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대한민국의 공기업 현주소는 어떠한가? 말 그대로 공기업(公企業)은 영리추구만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기업(私企業)과는 달리 공익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이다. 좀 더 많은 불특정 서민들을 위해 정부를 대신해 일을 하는 곳이고 국가로부터 세금을 지원받지 않고 스스로 적정이윤을 벌어 독자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물론 업무 특성상 영업이익 자체를 낼 수 있는 곳이 없다. 정부의 지원금이나 특별기금에서 재원을 충당하는 곳이 그런 곳이다.세간의 화두는 돈을 버는 공기업이든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공기업이든 가릴 것 없이 '왜 공기업 임직원들에게 임금과 복지혜택이 지나치게 많아야 하느냐'는 시선이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보다도 대우가 좋다보니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산하 공기업으로 가려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북 신세가 된 공기업들은 설립 존재 의미조차 스스로 망각하는 일탈 계획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것도 정부 여당과 공조하는 분위기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 적자 공기업에 대한 부채 감축, 재정건전성 강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국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최소한의 혜택마저 희생제물로 삼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통합이후 140조원에 달하는 부채 감축 방안에 대해 정계·관계·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호된 비난이 이어지자 최근 '30년 국민임대주택'의 조기 분양을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이하인 저소득층의 최후 보금자리마저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발상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정부 여당도 경제분과 공청회를 열어 국민임대주택을 조기 매각해 나온 수익으로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당의 기본안으로 세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임대주택법에 30년 의무임대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에는 매각할 수 없는데도 법개정까지 하겠다는 의지다. 국민임대를 조기매각해 공공임대를 늘리겠다는 발상이 보는 시각에 따라 임대주택 확대로 비쳐질 수 있으나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메우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비단 LH뿐만 아니라 모든 공기업이 이런 논리라면 민영화로 돌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4-10-15 김성규

누구를 위한 군(軍)인가

대청도 지뢰 폭발 구조·이동때 軍은 없었다사투 벌이는 국민 상상했다면 신속대응 당연현장 통합 지휘할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아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한 야산에서 숲가꾸기 작업을 하던 민간인들이 지난 6일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지면서 2명이 죽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옹진군은 2010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매년 18억원을 들여 서해5도 산림이 우거진 야산에서 고사목·생장불량목·형질불량목 등을 중심으로 제거하는 숲가꾸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이 사업은 일단락된다. 서해5도의 안보와 지리적 특성상 군사구역에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옹진군은 군부대와의 협조를 통해 사업구역을 설정하고 민간인을 투입해 작업을 벌였다고 밝히고 있다. 대청도 사업구역에는 지난달 16일부터 간벌작업이 이뤄졌고, 사고가 난 날은 이 일대의 작업을 마무리하는 날이었다.'팡'하는 폭발음과 함께 나무를 자르는 기계톱 소리가 멈췄고, 작업을 하던 인부 9명중 2명이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등에 파편을 맞은 김모(55)씨는 멀리 떨어져 작업하던 동료들에게 "나 좀 살려달라"고 외쳤다. 김씨 바로 옆 최모(44)씨는 오른쪽 다리가 훼손된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작업반장을 맡은 정모(59)씨는 "지뢰일 수 있으니 움직이지 말자"고 주변을 정리한 뒤 119에 신고했다. 신고 후 곧 구출될 것이란 기대로 주변 나무를 절단하는 등 공간을 확보했던 근로자들은 3시간 넘게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부상당한 김씨와 최씨는 응급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현장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군부대와 가까운 '군사구역'이었다. 소방헬기는 사건발생 후 2시간30분 가량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곧바로 구조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늘을 뱅뱅 돌기만 하는 소방헬기를 쳐다보는 인부들의 마음은 타들어갔다.현장 생존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폭발이 일어난 후 구조가 이뤄질 때까지 대한민국 군(軍)은 없었다. 구조돼 헬기에 오른 생존자들이 땅에서 구조를 기다릴 때도, 헬기로 구출돼 이동할 때도 군인을 볼 수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군(軍)은 폭발사고를 감안해 폭발물제거반 등 공병대원 7명과 의무중대원 5명을 꾸려 현장에 보내는데만 2시간 반 넘게 소모했다. 공병대원들은 현장까지 500m를 진행하는데 1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구조헬기가 도착하면서 사고현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군의관 등 의무병들은 그 뒤편에 대기했지만 부상자를 보지도 못했다. 물론 현장에 투입된 군부대 장병과 구조요원들의 안전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군사구역내에서 폭발물이 터져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보다 신속하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했다고 본다.과연 사고현장에서 어떤 지휘관이 나와 구조작업을 총괄했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취재한 정황을 보면 현장에서 경찰과 구조헬기 등을 통합 관리한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서해5도서는 언제나 적의 어떤 공격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귀신잡는 해병'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밤잠을 설치며 눈을 부릅뜨고 있는 곳이다. 적의 어떤 도발에도 이를 섬멸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무한 반복훈련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해병을 보는 국민들은 항상 든든하다. 국민의 안전보장과 생명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군의 사명이다. 하지만 민간인 2명이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군은 거기에 없었다. 심지어 숨을 거뒀다고 판단한 사망자 시신 한구는 밤새 현장에 방치돼 있다가 다음날이 돼서야 수습됐다. 시신을 지킬 그 누구도 현장에는 없었다. 대한민국 군(軍)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의 곁에서 말이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2014-10-12 이영재

독일, 남경필

독일식 연정, 참신성 불구 지루한 '제자리 걸음'예산편성·인사권 나누는 분권형도지사제 카드정치철학·소신 '쉽지않은 도전' 어찌 성사될지…독일만큼 이름이 다양한 나라도 없다. 독일어로는 '도이칠란트'(Deutschland)지만 영어로는 '저머니'(Germany)다. 중국에서는 '더궈'(德國), 프랑스에선 '알르마뉴'(Allemagne)로 불린다. 우리가 독일이라고 부르는 이름은 일본어 '도이츠 (ドイツ· 獨逸)'를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은 것으로, 그 전에는 중국의 영향으로 '덕국'이라 불렀다.나라 이름이 제각각인 건, 아무래도 독일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대 게르마니아로 알려졌던 독일 땅은 16세기 종교개혁과 19세기 신성로마제국의 심장부였다. 19세기 후반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중에 최초로 통일국가의 면모를 갖췄던 독일은 1·2차 세계대전에서의 잇따른 패전과 분단, 그리고 통일에 이르기까지 한번도 세계사의 중심에서 비켜서 있지 않았다. 독일로부터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 많았으니 부르는 이름도 다양했을터, 그 중 지금까지도 세계인들에게 가장 강력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건 나치독일의 2차대전과 전후 경제부흥이 아닐까 싶다.독일이라는 나라를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홀로코스트로 대표되는 나치 독일의 만행이 당시 동맹관계였던 일본의 행태와 맞물리면서 피해자인 우리에겐 체감의 강도가 남다를텐데도 '적(敵)의 친구 = 적'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패전후 독일의 반성이 일본과 극명하게 대조되기 때문이려니와, 같은 분단국가였다는 동질감도 한 몫을 한 듯하다. 라인강의 기적-한강의 기적으로 오버랩되며 둘다 굉장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나라라는 뿌듯함도 작용을 했을 것 같다. 어떤 이에겐 가난했던 시절 수많은 우리의 누이와 아버지들을 간호사로 광부로 떠나보냈던 나라로, 또 어떤 이에겐 차범근과 손흥민에 열광하는 나라로 인식되기도 한다.공교롭게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후 첫 유럽 순방지로 독일을 택했다. 모두 경제교류와 투자유치에 방점이 찍힌 출장이지만, 특히 연정을 최대 화두로 던진 남경필에겐 이번 방문이 각별한 의미를 가질 듯하다.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에서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연정은 그 참신성과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석달 넘게 지루한 제자리걸음이 계속되면서 실현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쌓여왔다. 혹자는 남경필의 정치쇼이거나 이미지 메이킹 정도로 치부했다. 적어도 남경필이 예산편성과 인사권을 나누겠다는 분권형도지사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기 전까지는 그렇다.남경필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법으로 안되면 법을 개정하고, 제도적으로 못 풀면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그의 워딩에선 연정이 얄팍한 쇼맨십은 아니라는 진정성이 묻어나온다. 하지만 현행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소신은 냉정하게 '인치(人治)'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도 야당이지만, 새누리당내에 우호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선 자칫 법개정만 추진하다 임기를 끝내버릴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풀린 문제는 후일 정치적 이유로 다시 꼬일 수도 있다.남경필이 정치철학이자 소신으로 믿고 있는 독일식 연정은 바이마르 헌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1차대전 패전과 독일 혁명 와중에 출범한 바이마르 공화국은 가혹한 베르사이유 조약과 대공황의 시련속에서도 독일 최초의 민주 헌법과 의회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은 훗날 히틀러 집권의 단초가 돼 독일을 전범국가로 내몬다. 제도보다 그 제도를 다루는 사람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경필의 도전이 어떻게 성사될지,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4-10-08 배상록

잊혀져 가는 그날, 그 이유는

일반인·단원고 유가족 갈라져 왜 다투는지 의문힘돼 줄 사람은 설치는 정치인·시민단체도 아냐오직 국민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170여일이 지났다. 아직도 10명은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팽목항에는 수십명의 구조대가 검푸른 바닷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며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진도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매일매일 아들, 딸, 아빠를 부르며 울부짖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잊었다. 남는 것은 매스컴에 나오는 유가족 대표들의 모습뿐이다.한참동안 온 나라를 노랗게 물들였던 추모 리본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현수막도 사라진지 오래다. 수백만명의 추모객들이 찾았던 분향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던 가족들, 새로운 삶을 찾아 가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5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그날을 기억할까. 지금도 희생된 영혼들을 생각하며 아파할까. 그날의 아픔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 애절했던 마음을 간직하고 있을까. 하루 아침에 자식과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져 함께 울었던 그날들, 그것은 동정이 아니었다. 정말로 온 국민이 같이 아파하고 슬퍼했었다.모두가 유가족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의 주장이 조금은 억지고, 생떼처럼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들이 겪는 아픔을 생각하며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가. 그날의 아픔은 이미 까마득하게 잊었다.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는 유가족 대표들과 그 언저리에서 정쟁만 벌이는 정치인들만 기억된다.한마디로 초심을 잃은 듯하다. 절망속에서 명확한 사고 원인이라도 알아야 한다며 절규하던 유가족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오만방자한 행동에 서슴지 않는 막말까지, 이들은 이미 권력집단이 돼 버렸다. 얼마전 발생한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보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위 권력자라는 국회의원까지 자신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으니 마치 대단한 권력을 가진 듯 착각하는 것일까. 물론 술을 먹을 수 있다. 싸움도 할 수 있다. 자식을 잃은 슬픈 마음을 그렇게라도 달랠 수 있다. 하지만 뒤처리가 비겁했다. 바로 사과하고 당사자와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다. 그러면 국민들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게다.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한 사과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법 했다.아쉬운 것이 또하나 있다. 둘로 쪼개진 유가족 대표단의 다툼이다. 어른이든, 젊은 학생이든 생명은 똑같이 귀하다. 일반인 유가족으로, 단원고학생 유가족으로 갈라져 다투는 모습을 보며 저들이 과연 무엇을 위해 저러는지 의문스럽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를 애써 잊으려 하는지 모른다.유가족 대표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도 팽목항에서 자식의 시신이라도 찾겠다고 몸부림치는 가족들을 생각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식을 마음에 담고 삶의 현장에 돌아가 열심히 살아가려는 대부분의 유가족들을 욕먹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지금 당신들에게 끝까지 힘이 돼줄 사람이 누구인지를. 분명한 것은 지금 당신들 옆에서 설치고 있는 정치인도, 시민단체도 아니다. 당신들이 의지해야 할 힘은 국민뿐이다. 국민들이 돌아선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아들, 딸들을 위해서라도./박승용 사회부장▲ 박승용 사회부장

2014-10-05 박승용

임권택과 장진을 위한 변명?

'빠바바 밤~'.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의 제1악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4음 모티브다. '운명'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 중의 하나일 것이다. 슈만이 '운명'에 대해 "이 교향곡은 음악의 세계가 계속되는 한 몇 세기든 길이 남을 것이다"고 예견했다고 하는데 이쯤되면 슈만을 '음악계의 문어'로 불러도 될성 싶다.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베토벤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곡이 됐으니 말이다.기자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이 '빠바바 밤'으로 시작하는 1악장 도입부에 얽힌 에피소드다. 베토벤의 비서였던 안톤 신틀러가 "곡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모티브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고 베토벤에게 물었을 때 베토벤은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대답했다고 한다.이 에피소드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음악계에서 논란이 있지만 기자는 사실이라 믿고 싶다. 에피소드를 접한 후 듣는 '운명'이 '이전의 운명'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기자가 곡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좋아하는 음악이 됐는지도 모른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단 한 줄의 해설(?)이지만, 이 해설은 듣는 이에게 곡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안내자라는 생각이 든다. 대강의 줄거리를 알고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물론 클래식 아마추어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총감독과 총연출을 맡은 임권택·장진 영화감독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개막식이 한류로 도배됐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장 감독은 "개막식 무대를 빛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인천 시민만 해도 1천500여명에 달하고, 고은 시인과 소프라노 조수미 등 각계 문화예술인들이 동참했다"며 "이 분들의 노고를 외면하고 연예인이라고는 2명 밖에 나오지 않는 무대를 한류로 도배했다는 식의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임 감독은 논란의 핵심이었던 성화 점화와 관련해 "(원래 의도는)이영애씨가 (엄마의 모습으로) 새싹으로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 두명을 맞이하는 것이고, 이 어린이들이 주목받도록 하는 것이지만 중계 연출팀과 소통이 원만하지 못해 이영애씨만 부각됐다"고 했다.듣고 보니 억울할만도 하다. 어머니는 대지에 비유된다. 그런 어머니가 두 꿈나무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 참으로 뭉클하지 않은가. 그런 '숭고한' 기획의도는 온데 간데 없이 한류스타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지고 급기야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니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었을 터다. 달리 말하면 달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이 손끝만 본 격이다.그렇다고 두 감독이 '왜곡된(?) 개막식'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45억 아시아인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개막식의 총감독·총연출이면 실제로 비쳐지는 부분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TV 화면에 이영애가 '여신'(?)이 아니라 '어머니'임을 설명하는 단 한줄의 자막이라도 나왔다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을까? 마치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는 설명을 듣고 운명을 감상하는 것처럼….언론과의 사전교감, 조직위와의 소통부재 상태서 개막식을 치르다 보니 '상업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카메라의 앵글은 정작 달이 아닌 손가락을 담았던 것 같다. 그것도 네일아트로 화려하게 치장한 손가락을.인천아시안게임은 오는 4일 막을 내린다. 폐막식은 '아시아는 이제 인천을 기억할 것입니다'란 주제로 열린다. "인천은 이렇게 아시아인의 가슴을 두드렸다!" 폐막식이 끝나고 나서는 이런 얘기를 듣고 싶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4-10-01 임성훈

공허한 남한산성 조례안

경기도는 지난 19일 '경기도 세계유산 남한산성 보존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6월22일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 이에 걸맞은 남한산성 보존관리를 위해서다.조례의 골자는 이렇다. 남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보전하고 계승해야 할 경기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했다. 이어 남한산성 보존·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남한산성 관리위원회를 둔다고 밝혔다. 또한 남한산성 관리 실행기구로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를 두기로 했다. 경기문화재단의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이 명칭을 바꾸어 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는 모양이다.그런데 공허하다. 남한산성 관리주체와의 협력방안과 재정대책이 빈곤해서다. 수원화성과 달리 남한산성은 행정구역이 성남·광주·하남에 걸쳐있다. 화성 관리를 수원시가 전담하는 것과 달리 남한산성 관리는 3개 지자체의 몫이다. 관리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갈등이 발생할 경우 관리 자체가 부실해지기 십상인 구조인 셈이다. 도 조례안에는 남한산성 관리위원에 성남·광주·하남시 부단체장을 포함시켰지만, 20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작 현장에서 남한산성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3개시 시장의 책무와 역할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재정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조례안 17조 재정지원 조항은 '도지사는 센터의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필요한 경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다. 센터의 업무는 남한산성 문화유산의 복원·보수·정비·활용 등 7개 업무로 사실상 남한산성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운영을 말한다. 그렇다면 도가 예산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는 재정은 어느 정도나 될까.수원화성을 들여다보자. 수원화성 보존 및 문화재관리, 화성경관보호 토지매입 비용으로 201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투입된 총 예산은 1천554억6천만원이다. 이중 국비지원이 435억3천만원(28%), 도비지원이 78억3천만원(5.03%)이고 수원시의 온전한 부담은 1천41억원(66.96%)이었다. 수원화성이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으니, 지정 이후 총 투입 예산은 엄청난 규모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난 5년간 통계가 보여주듯이 화성관리 주체로서 수원시가 부담한 금액이 상당한데 비해, 도비 지원은 그야말로 쥐꼬리였다는 점이다.남한산성 또한 관리주체인 성남·광주·하남시의 재정투입 없이는 보존사업이 불가능하다.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남한산성 인접지역의 개발행위를 적절히 통제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토지수용 및 보상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3개 시가 재정분담을 놓고 갈등할 경우 관리는 표류하게 돼있다. 그나마 성남시를 제외하고는 재정기반이 취약하다. 결국 도의 남한산성 관리정책은 3개 시의 관리협력과 재정분담을 조정하고, 국비를 확보하는데 최대한 조력하는 일 뿐이다.도는 10월 10일까지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제안한다. 우선 조례안에 관리주체인 3개시 단체장의 역할과 재정분담 조항을 조정해 담아내야 한다. 그 다음 이를 담보할 3개시의 관련조례와 거의 동시에 입법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남한산성 관리는 결국 돈의 문제에 걸려 넘어질 것이 뻔하다.경기도의 남한산성 조례제정은 당연한 후속조치이다. 중요한 것은 명실의 상부이다. 경기도가 입법예고한 '남한산성 조례안'으로는, 도의 남한산성 이벤트 사업이나 관리하고 지원하는게 고작일까 걱정이다. 경기도와 도의회, 3개시와 시의회가 같이 걱정해주길 감히 청해본다./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4-09-28 윤인수

동네영화 수준의 AG 개회식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인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이 지난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6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10월 4일까지 인천 등지에 있는 48개 경기장에서 총 36개 종목이 치러진다. 특히 북한선수단이 참가하면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45개국 모두 출전하는 진정한 아시아인의 축제로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주말경기를 치른 아시아 각국의 메달 경쟁이 가열되면서 아시안게임의 열기는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주최국인 대한민국은 아시아 스포츠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금메달 90개 이상, 5회 연속 종합 2위의 목표를 내걸었다. 중국선수단은 우리나라(831명)보다 많은 899명을 출전시켰지만 우리 선수단의 선전을 기대한다.'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라는 주제로 19일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날 6만2천명을 수용하는 인천아시아드경기장에서 본개회식은 4년간 아시안게임을 기다렸던 지구촌의 관심과 참가선수단의 열정이 한데 모여 시작 전부터 현장에서 흥분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과 총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이 진두지휘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개회식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하지만 기대했던 관심과 감동은 없었다.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 했는지 알아내기 어려웠다. 일부러 행사수준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느끼기에 이번 개회식은 장동건·김수현·이영애가 주연을 맡은 '한류'를 주제로 CG(컴퓨터그래픽)를 활용한 돈 많이 들인 어설픈 동네영화 한 편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막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오래전 하나였던 아시아가 세월에 따른 지각변동으로 대륙별로 쪼개졌다가 다시 인천에서 하나가 된다는 설정을 그려냈다.효녀 심청이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고, 대한민국과 세계가 새로운 문명을 교류했던 곳도 바다라는 메시지도 담았다. 그리고 배를 타고 45개국 아시아인들이 함께 '하나'의 희망을 안고 인천항으로 향한다는 얘기다. 그리곤 미래를 열었던 도시 '인천'을 소개한다. 비류와 심청이 만나고 꿈을 가진 사람들이 척박했던 인천에 마을을 만들어 미래를 개척한다는 줄거리다. 이후 1883년 개항 이후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근대문물, '등대' '우체부' '전화기' '철도' 등을 하나씩 소개한다.특히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 아닌 일제식민지하에서 생겨난 일본의 야심(?)을 담은 뼈아픈 희생의 역사이기도 하다. 과연 이 작품이 역사와 인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철도현장 인부들이 무대위로 올라오는 장면은 필자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군사독재 시절을 경험했던 세대에겐 아주 어두운 도시에 커다란 군화소리를 내고 발맞춰 가는 군인들의 모습을 회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과연 외국의 손님들은 이날 개회식에서 무엇을 봤을까.외신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아시아가 인천에서 화합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았다는 소식에서부터 아시아 전역에서 일고 있는 '한류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내용을 타전한 외신도 있다. 하지만 일부 외신은 "대형 한류콘서트처럼 느껴졌다" "성대한 체육행사가 영화제같이 느껴졌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대만의 통신사인 연합보는 '사상 최악의 개회식'이라고 했다. 연합보는 또 "체육계의 영웅이 아닌 한류스타가 주인공이 된 개회식"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스포츠지 차이나스포츠데일리 리슈에이앙(26·여) 기자도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는 중국인을 위해 만든 개회식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개회식 공연 중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소리를 지르는 등 흐름을 깼다"며 "아시안게임으로는 낙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에서 인천과 스포츠가 소외받은 느낌이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2014-09-21 이영재

담뱃값의 불편한 진실

세월호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국회 공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에 또하나의 매머드급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이 경기부양책으로 민심잡기 선봉장으로 나서 분위기를 타는 기세에 맞춰 "때는 지금이다"며 서민형 증세정책을 은근슬쩍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민형 간접세인 담뱃값 인상도 모자라 주민세·자동차세 인상까지 내친 김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야당이 심각한 내홍까지 겪고 있는 마당에 정부 여당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는 최적의 환경마저 형성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은 역대 정권때마다 캐캐묵은 단골 증세메뉴로 등장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담뱃값 인상 이후 여당이 다음 총선이나 재보선, 심지어 대선까지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이 거의 없다. 그만큼 민감하고 서민들의 애환이 담배 한개비의 연기에 담겨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우리나라 담뱃값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싸고, 가장 비싼 노르웨이와 비교하면 6분의 1에 불과한 점을 생각해 볼때 인상안이 현실성이 없지는 않다. 더욱이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서민증세 딜레마에 빠져 애연캠페인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끽연가들의 상당수가 소득수준 대비 저소득층이 많다는 것이다. 일선 자치단체 보건소마다 무료 금연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하루벌이 생계형 서민들이 보건소에 드나들며 금연프로그램에 동참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금연에 성공한 애연가들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는 장기간 경기침체로 국가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약한 간접세인 담배에 포인트를 뒀다는데 있다. 담뱃값에는 기초자치단체 지방세수 몫이 크기도 하다. 역대 정부때부터 누적돼온 복지포퓰리즘이 만들어낸 각종 복지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 자치단체들이 복지비 지급을 더이상 할 수 없다며 지급불능(디폴트)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정부는 당장 새로운 세원발굴을 할 수도, 모처럼 경기부양 시동을 건 마당에 기업을 옥죄는 조세법 개정 등을 생각할 수도 없다는 판단에 담뱃세와 주민세·자동차세 등 지방세원을 돕는다는 명분아래 '조용한 서민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담배를 끊으면 세금부담도 없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인류가 담배를 만든 이래 전 지구상에 금연인구가 얼마나 줄었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담배는 마약과도 같다는 끽연 혐오론자들이 있는 반면 돈들여 힐링할 수도 없는 대다수 서민들은 담배 한개비에 화를 진정시키며 사는 게 현실이다. 담뱃값 인상분이 한꺼번에 너무 큰 것도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100% 증액에 가까운 2천원 인상은 해도 너무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2천원 인상액중 국세가 지방세보다 더 높게 책정된 것도 시빗거리다.담뱃값 인상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해도 반면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며 오히려 소득 역진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다 다른 물가에 직접적이고 가장 빠르게 영향을 준다. 자장면·라면 등 정부가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생필품목들의 도미노 인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전체적인 물가상승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밀주를 만들어 먹던 과거 경험이 말해주듯 불법·짝퉁담배가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작 담배제조회사인 KT&G는 이번 담뱃값 인상정책에 아무런 대꾸도 없다. 국산 점유율이 외산 담배에 밀려 한때 54%까지 추락했다가 최근에야 60%대를 회복하고 있는 마당에 값싼 외산담배가 밀려올 경우 정부가 의도하는 복지재원 대안이 될 수 있는지도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우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4-09-17 김성규

북한이냐 북쪽이냐

호칭은 지칭하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때 그 이름의 가치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을 비하하는 차원에서 쓰는 별명에 불과하다. 그 호칭이 국가를 가리키는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특히 70년 가까이 갈라져 살아온 남북한의 국호에 얽힌 감정의 골은 꽤나 깊다.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1일 선수촌에 입촌한 북한선수단이 12일 첫날 훈련일정부터 거부해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인천시 연수구 축구연습장에서 오후 1시30분부터 훈련예정이던 북한 남자축구팀이 연습장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의 문구를 문제삼아 훈련을 거부했다. 현수막은 '북한 선수단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북한'이란 표현이 문제가 됐다. '북한'이란 호칭은 잘못된 것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팀은 현수막이 철거되고 나서 한참 뒤인 오후 4시30분부터 훈련에 임했다.'환영'의 마음을 담아 쓴 '북한'이란 말이 정작 북한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거북스러울까. 북한 사람 특유의 자존심이랄 수 있다. 북한이 참여한 행사가 호칭때문에 사달이 난 경우를 몇개월 전 한 대학 교수에게 들은 바 있다. 명칭과 관련한 북한 학자들의 '자존심'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 학자들의 학술회의가 중국에서 열린 적이 있다고 한다. 세미나 준비는 남한 대학에서 맡았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들이 참가했다. 그런데 행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황당한 일이 빚어졌다. 북한 학자들이 호텔 세미나장에 들어서자마자 되돌아 나간 것이다. 이유를 물은즉 세미나장에 붙은 플래카드의 '김일성종합대학교' 문구 때문이었다. '김일성종합대학'이 맞는 것인데, 남한의 '○○대학교'처럼 '교'자를 붙인 게 화근이 된 것이었다.북한 사람들은 명칭과 관련해 유난히 민감하다. 특히 나라 이름이나 '김일성' 등이 포함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북한'이란 말은 휴전선 이북을 이르는 남한 사람들의 용어일 뿐이다. 나라 이름은 아닌 것이다. 북한의 공식 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우리의 '대한민국'과 대비할 수 있는 국호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든, '한국'이라고 하든, '남한'이라고 하든 아니면 '남조선'이라고 하든 그다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그 점을 손님을 접대해야 하는 우리가 유념할 필요가 있다.국호와 관련해 남북한이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 국호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이 '대한민국'이란 명칭을 얻은 것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면서부터다. '대한제국'의 '대한'을 계승한다는 차원이었다. 해방 직후 정부수립 시기에 '한' '고려' '조선' '대한' 등을 놓고 논란이 거셌는데 이승만 박사의 밀어붙이기가 통해 '대한민국'으로 굳어졌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권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북한은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북한도 남한과 비슷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를 만들었다. 글자가 많아 부르기에 불편한 감이 있지만 김일성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김일성의 권위를 넘어설 것은 없다. 북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국호를 비틀어 부르는 것은 곧 김일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는 '북쪽'이나 '북측'이면 괜찮다.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이 잇따라 치러지는 9월과 10월에는 통일 한반도의 국호는 어떤게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물론 응원단이 못 오게 된 북한팀도 응원하면서 말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4-09-14 정진오

다시 북한 응원단을 기다리며

"아시안게임이 언제 열리는지는 몰라도 북한응원단이 오는 건 알고 있다."북한응원단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파견 소식이 전해진 후 주변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응원단은 아시안게임의 최대 흥행요소로 압축됐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북한응원단은 아시안게임의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였다.아시안게임 개막일까지 보름 남았다. 이쯤되면 분위기가 달아오를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미치지 못하는 국민적 관심, 스포츠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개최 도시의 분위기치고는 기대에 한참 떨어진다. 여기에는 북한응원단 파견 무산 소식도 한몫 했을 것이다. 흥행 보증수표가 부도가 났다고나 할까?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아시안게임을 맞이하다 보니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해묵은 지혜가 떠오른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이 공자의 어록은 '정치'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다. 초(楚)나라의 대부인 섭공(葉公)이 던진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변에서 유래한 말로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공자가 살았던 2천500여년 전 '정치란?' 주제로 오간 문답이었겠지만 이 말은 현대사회, 정치 외적인 부분에서도 적용 가능하리라 본다. 가령, 어느 음식점이 맛있으면 입소문을 타고 멀리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 머리를 '잘하는' 미용실이나 의료서비스가 뛰어난 병원 등도 마찬가지다. 군주가 가까이 있는 백성들을 즐겁게 하면, 그 소문을 듣고 먼 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치와 비슷하다.아시안게임에도 이러한 이치를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개최도시를 관할하는 지방정부는 우선 도시의 구성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번 아시안게임을 '나의 즐거운 잔치'로 인식하는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심지어는 정반대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매 수준의 입장권 판매가 난무했던 도시축전 등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탓인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번에도 기업인들의 얼굴에서는 입장권 구입과 관련해 부담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즐거움은 커녕,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 물론 지역에서 벌어지는 메가이벤트에 기업이나 단체 등이 기여하는 것은 일정부분 필요한 일이지만 그 기여가 보이지않는 강요에 의한 것이라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여러가지 정황이나 분위기로 볼때 지방정부가 '근자열'( 近者悅)에 그리 성공하지 못했음은 확실한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더 나아가 시민과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카드는 없는 것일까. 북한응원단 파견을 다시 성사시키는 것, 기자는 이를 '근자열'에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꼽고 싶다. 북한응원단 파견이 성사된다면, 흥행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북한이 참가하는 경기의 입장권 판매가 탄력받을 수 있다. 아울러 남·북한 응원단이 어우러져 응원전을 펼친다면 인천을 평화와 화합의 도시로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인천의 가치를 알려 세계인들이 인천을 찾는, 즉 '원자래'(遠者來)를 도모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는 아시안게임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물론 북한응원단 유치를 위해 저자세로 협상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지 않더라도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북한응원단 파견을 성사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북한응원단은 이번 아시안게임의 '대박'이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박을 터뜨려주길 기대해 본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4-09-03 임성훈

북한 응원단과 남북 관계

북한응원단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흥행의 보증수표임에 틀림없다. 이 북한 응원단이 인천에 오는 줄로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측은 응원단 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의 대화채널부터가 좀처럼 서로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응원단 방한이 쉽지 않다. 북한 응원단이 온다고 해도 긍정적 효과만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기자는 북한 응원단이 참여한 한국에서의 스포츠대회를 세차례나 지켜봤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스포츠담당 기자로,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는 인천시청 담당기자로 현장에 있었다. 지나 온 대회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의 북한 응원단 참여와 그에 따른 남북 화해무드 조성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선다.2002년 남북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북한은 9월 부산아시안게임에 대규모 미녀응원단을 보내 전국민은 물론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응원단 취주악단을 지휘하던 박미선씨와 북한 여자권총 사격팀 남선우 감독을 인터뷰할 때가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또 북한선수단이 '영양탕' '뼈다귀 감자탕' 등의 간판을 보면서 '영양탕에는 무슨 재료가 들어가느냐' '감자탕에 웬 뼈다귀냐'면서 궁금해 하던 모습도 선하다. 당시 부산은 북한응원단 얘기로 가득했다. 특히 응원단 숙소로 쓴 만경봉호가 머문 다대포항에는 사람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화해분위기는 며칠 가지 못했다. 북핵문제가 터진 것이다. 부산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북한이 핵개발 사실을 시인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갑자기 얼어붙었다.이듬해 대구서 열렸던 2003하계유니버시아드에는 북한 응원단이 오기는 했는데, 분위기는 부산만 못했다. 대회 직전에 일부 보수단체에서 인공기를 불태운 일이 있었다. 북한측은 이를 문제삼아 대회 보이콧 방침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나서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대회참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대회도중 북한선수단의 고위관계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단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대구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오기는 했지만 2004년까지는 북핵문제가 세계적인 이슈였고, 이 때문에 북핵관련 6자회담은 늘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인천에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던 2005년에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과 핵개발 포기선언 등이 왔다갔다하면서 경색과 화해 국면을 오갔다.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던 때는 핵개발 포기선언이 있던 때였다. 인천대회 이듬해인 2006년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시끄러웠지만, 2007년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그리고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총격 피살되면서 다시 한반도 기류는 냉각됐다. 최악의 국면은 2010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으로 찾아왔다. 남북관계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남북관계의 흐름을 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분위기가 냉온탕을 오갈 때는 그 사이클이 멀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포츠와 응원단이 변곡점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지금까지는 이렇다할 터닝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 강 대 강의 기조를 유지한 채 7년을 흘렀다. 너무 오래가면 그대로 굳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인천아시안게임이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됐는지도 모른다. 냉각기류는 일단 풀고 볼 일이다. 거기에 북한 응원단은 큰 역할을 할 것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4-08-31 정진오

문화도 결국 돈이다

문화판에서 돈 타령하면 사이비로 몰렸던 시절이 있었다. 예술인들이 가난을 낭만인 양 즐기고 저항의 뿌리인 양 여겼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도 다르지 않다. 돈 되는 기획이나, 전주(錢主)의 후원으로 성공하는 공연기획자나 예술가를 백안시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자본의 개입 여부를 예술의 순수성과 예술인의 자존심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여기는 전통은 면면히 흐른다. 맞다. 한 사회의 문화나 한 시대의 정신을 그려내는 예술인들이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거나 예속돼서는 안된다. 사회의 자화상과 시대의 정신이 왜곡되기 때문이다.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투입없이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분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문화분야라고 예외일 수 없다. 다만 문화분야에 투입되는 자본의 성격은 제한적이다. 독립성과 창의성, 자발성이 생명인 문화분야의 특성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의 자본, 즉 예산 투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더욱 중요하다. 문화상품의 생산과 소비가 민주화된 시대에, 문화는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무형의 사회간접자본이다. 문화SOC를 확대하고 두텁게 하려는 정부의 지원은 당연한 일이 된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것도 이 때문 아닌가.그런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곳간이 비었단다. 많은 예술인과 예술단체, 문화기관들이 정부예산이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목을 매며 줄을 선다. 하지만 매번 선착순에 밀려 꼴찌를 독차지하고 받아내는 돈은 푼 돈이다. 정부나 지자체 모두 문화SOC확충을 약속했지만 돈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문화융성은 언어의 성찬으로 끝나고 문화판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러니 공공이 아닌 민간 전주를 찾아 손을 벌려야 하고, 자본에 영합하고 소비자의 비위에 맞는 특정분야가 문화판의 주류로 떠올라, 문화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경기도는 지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거의 매듭지었다. 순수 추가예산만 1조7천847억원이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등도 손을 벌렸다. 십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규모다. 하지만 불요불급한 시설관리예산 몇억원 남기고 사업비는 거의 전액 삭감됐다. 교육청 및 시·군 법정전출금과 국고보조사업비 1조1천억원 가량을 떼어낸 뒤 우선사업을 헤아리다 보니 문화분야 지출은 힘들다는 결론이 난 모양이다.없다는데야 할 말이 없다. 그러면 다른 방법은 없는건가. 예산을 대신할 자본을 끌어올 행정력을 발휘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많은 대기업 본사들이 있다. 이 대기업들과 지역문화기관을 짝 지워 주는 행정은 어떨까. 기업은 사회공헌으로 빛나고 문화기관들은 안정적인 후원자를 얻을 수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의 지역문화진흥기금 설치조항을 활용하면 된다. 후속조치와 비전을 준비중인가?SK는 지난해 대형 문화예술공연센터를 수원시에 기부채납했다. '수원SK아트리움'이다. 같은해에 현대산업개발은 가칭 '수원아이파크미술관' 기공식을 가졌다. 역시 수원시에 기부채납된다. 아파트건설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협약을 이행한 결과다. 모두 300억원 짜리 건물들이다. 둘다 건물로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들이야 어차피 환원해야 할 이득금 일부로 자기 이름 박힌 건물 건네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건네받은 수원시는 항구적인 문화사업과 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두 건물을 유지하는 경상비용 만큼 문화사업 예산을 잘라내야 할 판이다. 두개 모두든 한개든 기금으로 받았으면 어땠을까. 현금으로 받을 방법이 없었다는데 묘안이 없었을까.주장의 골자는 이렇다. 정말 예산이 없어 문화판을 매번 뒤에 세울거라면, 민간자본을 공적영역으로 수혈할 행정력이라도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문화판은 매번 손가락만 빨라는 것이니 잔인한 짓 아닌가./윤인수 문화부장▲ 윤인수 문화부장

2014-08-27 윤인수

인천 아시안게임을 기회로 삼자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얼마남지 않았다. 앞으로 25일이 지나면 인천에서 아시아 스포츠인들의 대축제가 열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3번째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45개국이 모두 출전해 진정한 '아시아의 잔치'로 펼쳐진다. 특히 OCA 45개 회원국에서 선수·임원 1만3천여명, 언론 관계자 7천여명 등 2만여명이 참여해 인천은 국제 도시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기회를 맞았다.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성적과 성공 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90개 이상을 따내 5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숙적 일본을 금메달 수에서 65-52로 제친 후 4년 전 광저우 대회까지 중국에 이어 4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었다. '거대 공룡' 중국을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은 홈 어드밴티지를 최대한 살려 중국과의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각오다.사실 중국을 넘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은 월등한 경기력으로 종합 1위를 유지해 왔다. 지난 3차례의 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 개수는 평균 172개다. 한국은 77개, 일본은 47개로 차이가 난다. 중국은 배드민턴·체조·탁구·역도 등에서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금메달이 많이 걸린 육상과 수영에서도 강하다. 육상과 수영에 걸린 금메달 수는 각각 47개, 53개로 총 100개다. 육상과 수영에서 약한 한국이 중국을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전통적인 메달밭인 양궁·펜싱·사격·태권도 등에서 최대한 많은 금메달을 따낼 심산이다.이를 위해 국가대표 선수들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승리는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다' '월계관에서 흘린 땀, 인천에서의 승리로' 등의 문구 아래 선수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있다. 오는 9월 추석 연휴도 잊은 채 아시안게임만 생각하고 있다.이번 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따라서 성적 못지 않게 아시아 국가들을 끌어안는 것도 중요하다. 올림픽경기나 아시안게임은 참가에 의미를 둔 나라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국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대회를 찾은 것이다. 한국과 중국·일본 등 3개 국가들이 치열한 메달경쟁에 돌입하는 것과 달리 메달 하나도 못 건지는 나라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을 반겨주고 보듬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또 북한의 대회 참가도 우리가 챙겨야 할 부분이다.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수 150명을 포함해 선수단 273명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하루가 다르게 남북관계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번 만큼은 북한이 참가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됐으면 한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때 금메달 9개를 따내 종합 9위에 오른 북한은 12년만에 아시안게임 메달 순위 '톱 10' 재진입을 노린다.아시안게임은 체육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남북관계 분야에도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인천시는 경제적으로 17개 경기장을 새로 건설하고 도로교통망을 확충해 7조3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왔다. 관광분야에선 숙박업·요식업·운수보관업 등이 호황을 누릴 것이고, 45개국 선수·임원·취재진 2만3천명, 외국인 관람객 20만명을 포함한 관광객 200만명의 소비활동에 따라 전국적으로 3조2천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도 노릴 수 있다.물론 대회운영·광고 등 다른 분야까지 합치면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총 13조원에 이르고 고용유발 효과는 27만명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맞는 국민들의 열기다. 우리나라 선수 못지 않게 다른 나라 선수도 응원하고 존중해야 한다. 인기·비인기 종목을 떠나 경기장 곳곳을 찾는다면 그들은 한국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인천을 세계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인천 아시안게임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신창윤 체육팀장▲ 신창윤 체육팀장

2014-08-24 신창윤

우리에게 리더는 없는가?

영화 '명량'이 최단기간 관객수 1천5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우리사회 저변에 '이순신 열풍'이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사극이나 연극, 오페라, 영화 등이 단골메뉴처럼 등장했지만 영화 '명량'이 대박인기를 끄는데는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이장군의 충심이 포인트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명량해전은 전세계 해전사에서 유례가 없는 대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가장 절체절명의 위기순간에서 '울돌목'이란 자연현상을 승자의 것으로 이용할 줄 아는 기민함과 전략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압권중 압권이다.영화평론가는 물론이고 사회평론가들조차 "명량은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유쾌·통쾌·상쾌를 선사하고 있다"고 극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자고 나면 터지는 크고 작은 사고에 국민들은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실타래처럼 얽힌 침체의 늪에 빠진 경기불황에서 탈출시켜줄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경제계의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최고책임 CEO들을 비롯한 중견, 중소기업인들까지 너도나도 직원들과 영화 명량을 보며 심기일전해 무엇인가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만큼 장기 불황속에 내수 소비 부진으로 어느 업종 가릴 것 없이 수렁에서 빠져나올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경기현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시기에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한민국 전체를 울렸다. 아프고 소외된 약자들을 가장 낮은 자세로 보듬으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말과 표정, 몸짓 등 여러 형태로 보여준 교황의 행보는 진정한 리더십을 곰곰이 되새기기에 충분한 5일이었다. 당신의 세례명인 프란치스코를 세월호 유가족에게 직접 내려주며 강한 메시지도 던졌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는 말씀이다. 다시말해 '경제적 살인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어찌보면 다소 파격적인 교황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 경제 소외계층들의 심금을 울렸다. 종교지도자의 말씀을 비약적으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지만 교황의 이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대다수 국민들은 알고 있다.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한달을 넘기면서 마른장마에 단비가 내린듯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각종 경기활성화 대책을 쏟아내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상태다. 최 부총리는 내친 김에 기업의 과도한 현금보유를 문제삼으며 투자하지 않으면 과세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내던지는 강수를 보이기도 했다. 정말 그런가 싶었다. 며칠이 지나면서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들의 반격이 시작되자 슬그머니 당초의 입장을 유연한 자세로 바꿨다. 한껏 기대에 부풀던 경제시장은 다시 관망세로 가는 분위기다.대한민국 경제성장 동력인 경기도 상황은 어떠한가? 도지사 취임 50일이 지났지만 연정과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 실험정치 강수로 조직체계조차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건설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지역 공동의무하도급 확대 등을 외치며 지역경제 질서를 바로잡아달라고 아우성이다. 또 유통 공룡 대기업들의 진입으로 도내 여기저기서 골목상권 붕괴로 지역경제가 다 죽어간다고 극렬 저항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이들을 지켜줄 리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옛말에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대한민국의 오늘은 이 말에 안주할 처지가 못된다. 그래서도 안 된다. 국가와 정부는 단 한 사람의 가난이라도 더 구제해야 한다. 해법은 상생이다.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층과 소외계층간 소통의 창구인 리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민들이 수백년전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환생을 꿈꾸며, 절대권위자인 교황의 소박한 리더십을 바라보며 울고 광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더는 외롭다. 그러기에 리더가 되는 것 아닌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강력한 리더의 탄생을 염원해본다./김성규 경제부장▲ 김성규 경제부장

2014-08-21 김성규

이순신 프란치스코 그들의 리더십

임진왜란때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에 맞서 싸운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이 개봉 19일만인 17일 현재 국내 개봉작으론 처음으로 1천4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이순신 신드롬'에 빠졌다. 사회 곳곳에 여실히 투영되고 있는 리더십의 부재, 리더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성웅 이순신'에 한번 더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찬 백성, 이미 패배를 인정하고 불신에 가득찬 부하 장수들. 명량은 그런 백전백패의 환경속에서 바다를 지킨 이순신의 고뇌와 충(忠)을 그리고 있다. "충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하는 것"이라는 신념. 이 메시지는 우리 위정자들에게 남기는 유언같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첫 도입부엔 조선의 위정자들이 자기가 살기 위해 이순신을 투옥하고 고통을 안겨주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조선 백성들이 느낀 위정자들에 대한 불신은 현재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위정자에 대한 불신 현상과도 오버랩된다.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사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인천지검은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한국선주협회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은 혐의 등 각종 의혹에 대해 19시간에 걸쳐 강도높은 소환조사를 벌였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서종예)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뒤 법리검토 중에 있다. 이들 의원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김민성 이사장으로부터 '직업학교'에서 '직업'이란 단어를 빼 달라는 입법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다. 철도비리·입법비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방탄국회'를 열 가능성도 있다. 국회의원 스스로 치부를 감추고 보호해주려는 행태는 국민들에겐 익숙한 모습이다.세월호에 이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각종 군관련 사건·사고의 시발점이 된 '윤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도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윤일병 사망사건이 일어나고 육군 관계자는 "윤일병이 사망한 뒤 4일후인 4월 11일부터 28일까지 특별 군기강 확립 및 사고예방 점검을 실시해 육군 전 부대에 가혹행위 여부를 긴급 조사한 결과 3천900건이 적발, 가혹행위 경중에 따라 관련자들을 징계조치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가운데는 일반 병사뿐 아니라 초급 간부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일병은 지난해 12월 입대해 올해 2월18일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를 받았고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3일부터 사망한 4월6일까지 매일 폭행과 욕설, 인격모독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검찰은 윤일병을 상습폭행해 사망케 한 이모(27) 병장과 공범인 하모(24) 병장 등을 상해치사죄로 구속했다. 군검찰 구속대상자에는 이들을 감독해야 할 책임 간부들은 없다.이런 시기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신선함을 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 온 후 첫 메시지에서 네 가지 가치를 강조했다. 평화, 사람중심경제, 가난하고 소외된 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소통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가치들이다. 남북은 더욱 격화된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고, 경제는 이미 사람이 아닌 '최고'를 지향하는 수치 중심으로 변해 있다. 교황은 1등석은 물론 전용 휴식시설도 없는 일반 전세기를 타고 한국 땅에 왔다. 공항에서 대기중인 의전차량인 국산 소형차에 오르는 교황의 모습을 보는 순간 '화려한 차를 타고 싶다면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라'는 그 분의 말씀이 함께 전해졌다. 교황은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우선 만나고 있다. 아직도 대통령의 수첩만 올려다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관료와 지도층 인사들. 소통을 위해 낮은 곳을 찾아다니는 교황의 소탈하고 개방적인 행보가 대한민국이 원하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

2014-08-17 이영재

교황이 반가운 진짜 이유

세계사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어려운 과목이었다. 죽기살기 공부에 매달리지 않은 탓이려니와, 그 중 헷갈리기로는 동유럽과 중세 가톨릭 분야였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동유럽 역사는 수업시간에 대충대충 수박 겉핥기로만 진도가 나갔는데, 아마도 동서 냉전이 한창일 무렵 우리 교육이 공산권 국가들의 역사에 큰 비중을 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가톨릭 역사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선생님이 시험문제로 꼭 출제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놔가며 다그쳤지만 수업 내용은 도무지 개념이 잡히질 않았다. 우선, 수도 없이 등장하는 교황의 이름을 외우는 것부터 곤혹이었다. 가톨릭 신자도 아닌 터에 클레멘스, 요한, 베네딕트, 그레고리오, 루치오 같은 이름들도 어려운데 그 뒤에 하나같이 3세, 5세, 7세, 13세…가 따라 붙었으니, 공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얼치기 학생으로선 버거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황제가 센지, 교황이 센지도 늘 헷갈렸다. 황제를 파문시키고 무릎꿇리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볼모, 포로 신세가 되기도 했다. 황제·귀족들과의 전쟁에서 수차례에 걸친 십자군 원정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교황은 세계사의 중심이자 핵심에 자리했다. 분명한 건, 권력투쟁 과정에서 성쇠를 거듭했으되 교황은 절대권력자 그 자체였다는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어도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위는 아직도 절대적이다. 세속적으로는 면적 0.44㎢에 불과한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에 불과하지만, 신자 12억명인 최대 종교의 수장으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입법·사법·행정 전 영역을 망라한 통치권을 쥐고, 교회내의 모든 일을 이렇다 할 제재없이 결정한다. 교황이 곧 법이요, 진리인 셈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핫 뉴스다. 언론도 국민들도 환영 일색이다. 오랜 세월 세상을 쥐락펴락했고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교황'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가히 열광적 반응이다. 오바마니, 시진핑이니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제쳐두고 미국 포춘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1위로 꼽은 인물, 교황이 된 후 세계적으로 '프란치스코 신드롬'까지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유가 충분치 않다.교황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첫 부활절 미사에서 '분쟁을 극복하고 화해의 정신이 커지도록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한다'고 기도했고, 올해 신년 연설에서는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한국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을 수차례 표현했다. 이번 방한 목적에도 아시아청년대회 참석과 순교자 시복식 외에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가 포함돼 있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일정도 잡혀 있다. 최근에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측의 알현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래저래 한국과 인연 깊은 교황이라는 점이 한국인들의 반가움에 일조한 듯하다.하지만 환대의 진짜 이유는 아무래도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사치와 교만, 권력에 반대하며 청빈한 삶을 실천한 성자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따른 교황은 지난해 성베드로 광장에서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한 남자를 안아주며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즉위식 참석을 원하는 이들에겐 '그 돈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고 했고, 옷자락을 붙잡고 머리를 만지는 '버르장머리'없는 꼬마에겐 예뻐 못 견디겠다는 할아버지의 인자한 웃음을 보냈다. 더없이 소탈하고 검소하면서도, 탐욕과 전쟁을 비호하는 세력들을 비판하는 데는 서릿발처럼 단호했다. 교회의 개혁을 교황직의 첫 과제로 삼을 만큼 내부적으로도 엄격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가난한 자, 병든 자, 약자의 친구다. 오가다 마주치면 실없는 농담으로 환하게 웃어줄 것 같은 사람, 슬프고 가슴 아플 때 꼭 안아주며 함께 울어줄 것 같은 사람.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면서 스스로에겐 더없이 관대한 지도자들에 이골이 난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를 반기는 진짜 이유다./배상록 정치부장▲ 배상록 정치부장

2014-08-13 배상록

군대내 폭력 모두가 책임질 일

남자들에게 군대의 추억은 평생 간다. 술자리나 모임에는 어김없이 군대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군시절 무용담과 고참에게 맞고 죽을 고생했다 등…, 서로 더 힘들게 군생활을 했다고 우겨대다 모두가 힘들게 군생활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군을 전역한 기자도 한 편에 끼어들고 싶지만 공군은 군대도 아니라며 말문을 막아 버린다. 그래서인지 기자는 군대 얘기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군대를 전역한 지 30년 가까이 됐다. 당시만 해도 선배들은 군대는 하루 일과를 얼차례로 시작해서 매로 끝난다.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잠이 안왔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부대내 폭력 얘기를 들으며 겁을 먹은 젊은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일부는 아프지도 않은 무릎 연골수술을 받거나 친인척 등 가능한 모든 '백'을 동원해 입대를 피했다.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군면제받은 사람을 '신의 아들', 보충역은 '장군의 아들', 현역 입영자는 '어둠의 자식'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그만큼 군생활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국방의 의무는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 싶은 구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은 군문제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최근 들어 군폭력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GOP총기 난사, 선임병들의 폭행 사망 등 크고작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아들을 군대 보낸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사실 군대내 폭력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군창설 이후 계속된 것이 군 폭력일게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폭력을 묵인했던 과거에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과거에는 얼차례나 폭력을 휘두른 선임병들이 잠든 후임병을 깨워 약도 발라주고 PX에 데려가 먹을 것을 사주는 정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하는 군대내 폭력은 조직폭력배보다도 더한 듯하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군대생활을 하고 있지만 동료로서 전우애도, 우정도 없이 말 그대로 묻지마식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처럼 군대내 폭력이 단순히 군생활의 불만때문일까. 지금의 군폭력이 군 생활만의 문제였다면 공공연하게 폭력이 이뤄졌던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심해야 했다.국방부는 지난 1987년부터 군 가혹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군생활 과정에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여론수렴함'을 만들고 수시로 면담 등을 통해 후임병들의 애로사항을 듣기도 했다. 이같은 대책이 시행된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지금도 군폭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오히려 더 잔혹해졌다. 왜 그럴까.군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병사들의 잘못된 군생활이 아니다. 각종 폭력성 오락과 개인주의화 된 인성, 학교생활 부적응 등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 결국 10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과 왕따문화가 군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군대는 청소년기를 겪은 이들이 모인데다 폐쇄적이고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상대적 약자인 후임병들에게 폭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학창시절 폭력 등 비행을 경험한 사람이 군대내에서도 비행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청소년기 폭력을 방조해 왔던 부모들도 문제다.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폭력에 관대했다. 친구에게 맞는 것보다 때리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경찰서를 출입할 당시 청소년 비행으로 경찰서에 들어온 아이들의 부모 대부분은 "우리 자식은 착한데 친구 잘못 만나서 그렇다"고 말한다. 자식들의 폭력과 각종 비행에도 부모들은 관대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 대부분은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폭력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군폭력에 대한 책임을 놓고 시끄럽다.하지만 이것이 군대만의 책임일까. 청소년기를 잘못 가르친 부모와 학교, 이 사회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 아닌가. 내 자식을 마음놓고 군대에 보내려면…./박승용 사회부장▲ 박승용 사회부장

2014-08-10 박승용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넘어 '유신가립(有信可立)'으로

몇 해 전 이명박정부 시절,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직에서 자진 사퇴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논어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무신불립,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제가 총리직에 임명된다 해도 무슨 일을 앞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밝힌 사퇴 배경이었다.20여일간의 치열했던 자질 검증이 몇 분간의 발표로 종지부를 찍는 것을 TV를 통해 접하면서 '신뢰의 가치'를 되새겨본 기억이 새롭다. 지금 생각해 봐도 지도자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불신'을 꼽은 그의 진단은 정확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낙마사태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서지 못하는' 일들이 얼마나 되풀이됐던가.얼마 전 휴가차 시골에 내려가 지인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푼 적이 있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유병언 사망의 진실이 뭐냐"고 물었다. DNA 감식결과 등 국과수의 발표를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거였다. 다른 지인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직업상 정보접근성이 좀 나을 것이란 생각에서 던진 질문이었을 터인데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별 생각없이 유언비어를 퍼나르는 10대 네티즌도 아니고 나이 먹을 만큼 먹은 학부모들이 공신력있는 기관의 발표조차 믿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했다. 어찌 보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조그마한 술자리를 둘러싸고 온갖 설(說)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무신불립이란 말이 떠올랐다. 시대를 초월해 적용가능한 지혜가 네 글자에 함축돼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사실 '신뢰의 붕괴'로 인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은 어마어마하다. 불신의 1차 발원지는 물론 세월호 사고 당시 단 한 명도 구조해 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이다. 여기에다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검경의 부실한 대응까지 맞물려, 각종 의혹이 유입된 불신이란 풍선은 날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 경찰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악성 게시글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로 했지만 풍선효과를 연상케 하듯 한 쪽을 제어하는 사이, 또 다른 쪽에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시신 발견 당시 초기대응 부실로 유언비어 양산의 장(?)을 마련한 경찰이 유언비어에 맞불을 놓은 격이니 '자충수'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최근에는 무신불립의 양상이 군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아들 낳은 걸 처음으로 후회하고 있다" "부대 안에 CCTV를 설치해 매일 보고 싶은 심정이다."'윤일병 사망 사건'의 참상이 알려진 뒤 경기도의 한 보충대서 열린 첫 입소식에서 터져나온 장정 부모들의 푸념이라고 한다. "부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집에 전화할 때 '여기 천국같다'라고 말하기로 하는 등 일종의 암호를 정했다"는 한 부모의 말은 한계에 이른 군에 대한 불신의 종결판이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그래서 더 바로 서야 할 군이 불신의 늪에서 중심을 잃고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국민적 컨센서스(consensus)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람이 결정을 내릴 때, 그리고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여기에서 '신뢰받는 사람'은 지도자는 물론 정부·군·검경 모두에 적용될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무신불립 현상을 처절하게 체감해 왔다. 이제 무신불립을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돼야 할 때이다.개인적으로 무신불립이란 말에선 '○○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식의 다소 네거티브적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신뢰가 있으면 바로 설 수 있다' 식의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로 위안을 받고 싶은 요즘이다. 무신불립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 '유신가립'(有信可立)이라 부르고 싶다./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4-08-06 임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