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문화, 선거공약의 양념이 아니다

'인천, 시인과 만나다' 후보자 한명도 안 와대개 건설·복지 내걸고 '문화'엔 관심 적어이제부터는 작은 모임이라도 참여 한다면지역문화 살찌우고 자신 '문서력'도 키울듯지난주 토요일 오후 5시 인천 중구청 근처의 한국근대문학관에 갔었다. 이설야 시인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한국근대문학관의 '인천, 시인과 만나다'란 프로그램 세 번째 순서였다. 이설야 시인의 시집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에 실린 작품들이 이야기의 주제였다. 시들은 인천 동구와 중구, 그중에서도 빈민들의 동네 이야기였다. 50석이 넘는 자리는 금세 꽉 찼다. 통로마다 보조 의자가 더 깔렸고, 뒤에는 서 있는 이들도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도 있었고, 두 발로 걷지 못하는 휠체어를 탄 아저씨도 있었다. 시를 안 읽는다는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천 시'에 관심을 갖고 참석한 것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김응교 교수는 이 자리에 오기에 앞서 시에 나오는 인천의 여러 장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고 했다. 시집에 등장하는 인천과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그 인천을 비교하면서 시인이 말하는 인천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김응교 교수는 "이설야 시인의 시는 인천을 기반으로 한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이라고 했다. 진행자와 시인, 그리고 강의실을 가득 채운 청강생들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시를 읽었다. 그렇게 모두는 '동일방직에 다니던 그 애'의 이야기를 읊기도 했다. 인천의 아주 오래된 동네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꿈틀댔다. 지금은 흔적조차 희미해진 인천의 옛 기억이 불려나왔다. '인천의 시'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몄다.이런 게 바로 문화구나 싶었다. 문화는 먼 데 있는 게 아니었다. 거창하거나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서로 모여 옛 기억과 장소를 더듬고 그곳에 얽힌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문화는 충분히 누릴 수가 있었다. 주어진 시간, 90분이 지나갈 무렵에 문득 생각 하나가 스쳤다. 여기에 왜 정치인들은 없을까. 유권자가 10여 명만 모여도 득달같이 달려드는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이상스러웠다. 아니, 정치인들이 없었기에 커다란 감동이 밀려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작은 공간에서 짧게 맞이한 그 소소한 문화가 그렇게 귀하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엊그제 집에 당도한 6·13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넘기면서 자꾸만 지난주 토요일의 '인천, 시인과 만나다'가 떠올랐다. 인천시장 후보들, 인천시교육감 후보들, 구청장 후보들, 누구 하나 '문화'를 제대로 이야기하는 후보자가 보이지 않았다. 대개는 건설과 복지분야 공약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심어줄 문화 공약은 어디로 숨었는지 좀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 문화 공약을 아예 빼놓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에게 문화는 단지 양념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들은 모른다. 정치의 요체가 문화의 힘에 있다는 것을. 어떤 학자는 말한다. 마오쩌둥(1893~1976)과 저우언라이(1898~1976)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문서력(文書力)'에 있었다고.1등 정치인 마오쩌둥과 늘 2인자에 머문 저우언라이를 구별하는 문서력은 바로 문화적 마인드에서 나오는 인문적 크기를 말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문서력이 풍부한 후보자가 없다고 해서 아예 선거를 포기할 일은 아니다. 그 가능성이 높은 이에게 표를 던지면 되니까 말이다. 문화는 처음부터 커다란 게 아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마련이다. 이제부터라도 작은 문화 모임에도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지역의 문화도 살찌우고, 그 정치인 자신의 문서력도 키우는 일이 될 터이다. 문화는 정치적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문화는 양념이 아니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8-06-06 정진오

[데스크 칼럼]안목(眼目)

인천에 걸릴 지방선거 홍보용 인물화 367장화려한 외형 현란한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한번 결정하면 싫든 좋든 4년을 봐야한다후보자 내면·능력 살펴 신중하게 선택해야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문과 학식을 안목(眼目)이라고 한다. 그림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있다고 말한다. 그림을 보는 수준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이게 얼마짜리인데'라는 재산가치형, 둘째는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형, 마지막 셋째는 그림의 정수를 이해하고 아끼고 마음으로 간직하는 소장형이다. 소장은 그저 쌓아두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내 손에 갖고 있다고 해서 가치와 작품성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려청자를 개 밥그릇으로 쓴다고 해서 소장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재산가치형은 비싼 그림이니 재산가치만을 따지다 보니 그림의 내용은 관심이 없다. 매일 곁에 두고 보기는 하는데 무엇이 좋은지 모른다. 심지어 그림의 위아래도 구분 못 하고 거꾸로 걸어놓거나 옆으로 걸어놓고 비싼 작품이라고 흡족해한다. 애호가는 그나마 낫다. 그림에 대한 애정이 있다. 작품을 만든 기법과 제작 과정, 어떤 구도로 만들었는지,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 등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애호가 중에도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외형과 기술적 측면에 집중한 나머지 그림을 그림으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림에 대해 안목을 가진 사람은 색채나 구도, 기법에 대한 기본적인 견문과 학식은 기본이고, 마음으로 그림을 만난다.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본다고 해서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며칠 뒤면 시내 곳곳에 다양한 인물화가 걸린다. 선거 출마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선거 홍보용 벽보다. 인천 도심 곳곳에 걸릴 이 인물화는 모두 367장이나 된다. 이중 시장 인물화는 4장, 교육감 3장, 구청장 34장, 시의원 76장, 구의원 201장, 시의원 비례 14장, 구의원 비례 35장이다. 이 그림은 조만간 가정집마다 우편으로 보내지게 된다. 이 그림들은 크게는 4가지 색을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안에 담긴 얼굴의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얼굴은 '얼'의 '꼴'이란 말이 있듯이 얼굴에는 마음의 생각이 나타난다. 표정(表情)이다. 마음속 생각이 바뀌면 표정도 바뀌게 마련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붙어 있는 벽보 속 얼굴은 대부분이 환하게 웃거나 얌전하게 미소를 짓고 있어 표정을 읽기가 쉽지 않다.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후보자들을 제대로, 똑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겉만 보고 판단했다가 실수하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유행이라고 해서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샀다가 장롱 속에 처박아 두는 경우가 그렇다. 포장이 예뻐 덜컥 물건을 사기도 한다. 화려한 외모와 말솜씨에 빠져 손해를 보기도 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제대로 볼 줄 아는 견식(見識)을 기르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이다.6·13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사회를 이끌어갈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닮았다 해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선택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우(愚)를 저질러서는 안 될 일이다. 반대로 싫어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닮았다는 선입견에 막무가내 외면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2주 남은 6월 13일에는 나라와 지역 사회를 위해 일할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한번 선택하면 싫든 좋든 4년을 봐야 한다. 마음에 안 들어도 물릴 수 없다.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화려한 외형과 현란한 말에 현혹되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내면과 능력을 살펴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05-30 이진호

[데스크 칼럼]'북미회담'과 '식스센스'

24일 오후 11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문대통령·트럼프·김정은이 써내려 간반전에 반전 거듭해 온 '北美회담 드라마'상대방 모두 만족하는 '해피엔딩' 기대기막힌 '반전'으로 걸작 반열에 오른 영화가 여러 편 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1999)도 그중 하나다. 영화에서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 박사(브루스 윌리스 분)는 자폐증에 걸린 여덟 살 난 소년 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멘트 분)의 치료를 맡게 된다. 콜은 죽은 자들이 자기 앞에 나타나 뭔가를 호소하는 일이 반복되자 정신적 충격에 빠져 있다. 영화는 내내 콜의 상태에 집중하게 하다 막판에 말콤의 정체를 드러내며 신음을 내지르게 한다. 말콤에 대한 놀랄만하고 어질어질한 반전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신인이었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이 영화 한 편으로 명감독 대열에 서게 됐고 이후 '식스 센스'식 '반전' 영화들이 줄을 이었다.우리 시간으로 지난 24일 밤 11시에서 27일 오전 10시 20분까지 나흘간 문재인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써내려 간 '북미회담 드라마'는 '식스 센스'의 '반전' 그 이상이다.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전 11시께 공개서한 형식으로 북미회담 취소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북미회담을 둘러싼 아슬아슬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한반도의 운명과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의 미래가 걸린 세기의 이벤트를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취소하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북한의 태도 역시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서한이 발표된 지 약 9시간 뒤인 25일 오전 7시 30분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문을 내놓았다. 담화문은 첫머리에 '위임에 따라'를 표시해 김정은 위원장의 뜻임을 밝히면서 "'트럼프 방식'이라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역할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기대하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또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다.당초 예상했던 강력한 반발이 아니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설득하려는 낮은 자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북미회담 취소에 대한 태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또다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김정은 위원장의 요구로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 "우리 두 정상은 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여정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6·12 북미정상회담 재추진을 공식화하며 "우리가 말하는 지금,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라며 "회담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연일 전 세계 언론의 헤드 라인을 장식했던 '사흘간의 반전 드라마'는 이렇게 흘러왔다. '한반도 운전자'론에 근거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선대와는 다른 김정은 위원장의 열망,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이 빚어낸 '반전 드라마'의 최종 '엔딩 자막'은 아직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엔딩'의 '키 맨'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조지 로스는 '트럼프처럼 협상하라'는 저서에서 "협상의 유일한 목적은 가능한 최대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의 접근방식은 이와는 대조적이다. 그는 협상의 결과로 상대방 또한 만족을 얻게끔 만든다"고 기술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북미회담 드라마'의 '해피 엔딩'을 기대해 본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05-27 김순기

[데스크 칼럼]81년만에 일제잔재 청산 '철도의 날'

日, 한국최초 경인선 노량진~제물포 구간 철도 개통한 '9월 18일' 기념일로 정해정부, 철도국 창설일인 '6월 28일'로 변경보수, 건국기점 바뀐것 화풀이라면 곤란일제가 정한 9월 18일에서 우리나라 최초 철도국 창설일인 6월 28일로 변경됐다. 철도의 의의를 높이고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제정한 '철도의 날' 얘기다.정부는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철도의 날을 바꾸는 내용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제가 정한 철도기념일로 따지면 81년 만에 바뀌는 셈이 된다.1937년 일제는 우리나라 최초 철도인 경인선 노량진~제물포 구간 개통일(1899년 9월 18일)을 '철도기념일'로 삼았고, 1964년 11월 우리 정부는 이날을 '철도의 날'로 이어받았다. 경인선은 일제가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건설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80년 넘게 이날(9월 18일)을 기념해왔다는 점에서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일제가 1937년 철도기념일을 만든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철도기념일 제정 이유는 일본 센코카이(선교회·鮮交會)가 1986년 4월 펴낸 '조선교통사'(朝鮮交通史)에 나온다.일제는 중일전쟁 발발 이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철도 종사원의 사기를 높이는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철도는 전쟁 시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는 중요한 수단이라 그랬다. 특히 일제는 중일전쟁 이후 병력과 물자 수송이 매우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철도의 군사 수송 업무도 급격히 증가했다.일제는 철도국 국기(局旗)와 국가(局歌)를 만들고, 경인철도합자회사가 한국 최초로 경인선 노량진~제물포 구간에서 철도를 운영한 9월 18일을 철도기념일로 정했다. 경인선 개통이 아닌, 자신들이 경인선을 처음 운영한 날을 기념하는 데 의미를 둔 거다. 그다음이 더 문제다. 철도기념일에는 서울에서 철도국, 철도·건설·개량 각 사무소, 공장, 역사 전 직원, 인근 호텔과 식당 대표 등이 모여 조선신궁(일제강점기 서울 남산에 세운 신사)을 참배했다. 지방에서도 각 사무소, 공장, 역사 전 직원이 그 지역의 신사를 참배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철도 종사원 3분의 2가량은 조선인이었다. 이토록 치욕적인 날을 그동안 우리 스스로 '철도의 날'로 기념해온 것이다.경인일보가 일제 잔재인 '철도의 날'을 바꾸자고 처음 보도한 게 2016년 9월 12일이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 '철도의 날 재지정 촉구 결의안'이 발의됐고, 정부는 기념일 변경을 검토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의 일이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에선 문재인 정부가 편향된 이데올로기와 역사관에 따라 기념일까지 맘대로 바꾼다고 난리다. 자유한국당 모 의원은 "6월 28일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의 한강 이남 진격을 막기 위해 한강철교를 끊은 날"이라며 6월 28일을 '철도의 날'로 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지고 논리적이지도 못하다.우리나라 철도국이 창설된 날은 1894년 음력 6월 28일이다. 양력으로 환산한 7월 30일을 '철도의 날'로 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당시에는 음력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 날짜를 인용해도 된다"는 정부 입장도 일리가 없진 않다. '철도의 날'처럼 음력을 양력으로 가져온 경우가 여럿 된다.철도의 날 변경에 대한 보수 진영의 삐딱한 시선은 건국 기점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로 변경된 것에 대한 불만이요, '국군의 날'과 '경찰의 날'이 바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가 못마땅하다고 '철도의 날'에 화풀이하는 건 곤란하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8-05-23 목동훈

[데스크 칼럼]휴대폰 요금이 너무해

통신사들 무한경쟁속 소비자들은 큰 부담이달말 2G·3G 통신비 원가자료 결국 공개도대체 왜 원가 안 밝히는지 이유가 궁금내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 아닐까가끔 곰곰 생각해 본다. 몇 년 사이 씀씀이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게 무엇일까. 딱 떠오르는 게 통신비다. 우리 집 통신비는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3~4배가 뛰었다. 통신비 중에서 인터넷이나 IPTV 요금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휴대폰 요금이 유독 많이 늘어난 때문이다.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휴대폰 사용이 '통화'에서 '데이터' 위주로 옮겨가면서 생긴 일이다. 같은 기간의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휴대폰 요금이 늘어난 폭은 어마어마하다. 물론 휴대폰 요금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이동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달라진 통신환경도 한몫을 한다. 전화통화와 문자만 하던 휴대폰은 이제 인터넷 검색과 SNS는 물론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고 인터넷 뱅킹도 하는 '만능 재주꾼'이 됐다. 사용하는 사람도 '어른'에서 '온 가족'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집집마다 평균 20만원 혹은 그 이상의 휴대폰 요금을 내려니 부담이 크기만 하다. 어떤 이는 "휴대폰 밥값(요금)이 주인인 사람들 밥값보다 많아"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휴대폰 요금이 늘어나면서 불만이 쌓이자 문재인 정부는 휴대폰 요금을 낮추는 정책에 팔을 걷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작년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통신비를 덜어드리겠다'고 내놓은 바 있어서, 휴대폰 요금 문제는 현 정부가 꼭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했다.하지만 통신사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기업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돈을 버는 것'인데, 수익과 가장 직결되는 요금을 쉽사리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맞서 통신비 공약 중 핵심인 '기본요금 폐지'를 뒷전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정부는 그 대신 통신비 지원금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통신사들은 실적이 나빠졌다고 아우성이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이 3천255억 원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20.7%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KT도 영업이익이 4.8% 줄었고, LG유플러스는 7.5% 감소했다며 울상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통계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통신비가 높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핀란드의 경영컨설팅업체 리휠이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4G LTE 스마트폰 요금제를 기준으로 1기가바이트(GB) 당 가격이 한국은 13.9유로(약 1만7천900 원)로 조사국가 41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GB 당 2.9유로였고, 미국은 1GB 당 7유로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런 통계를 대면 통신사들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통신환경과 각종 할인제도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맞선다. 맞다. 우리나라 통신환경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견줄 만 하다. 이런저런 할인이나 혜택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통신시장에서 무한 경쟁하면서 각 통신사들이 스스로 앞다퉈 벌인 일들이다. 마음대로 엄청난 투자를 해놓고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쓰라는 격이다. 소득이 많지 않은 서민들은 이런 비싼 요금이 큰 부담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까지 통신비를 내리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은 박수를 쳐줄 만 하다. 뉴스를 보니 빠르면 이달 말 2G·3G 통신비 원가자료가 공개된다고 한다. 긴 법정 싸움 끝에 시민단체가 소송에서 이긴 덕이다. 통신사들은 끈질기게 공개를 거부해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국민들은 궁금하다. 도대체 원가를 공개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나라도 다 하는 서비스의 원가를 굳이 숨기는 것은, 내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8-05-13 박상일

[데스크 칼럼]사회의 다양성을 생각하며

공부·운동 병행하고 싶어도 못하는 제도교육당국 현실 외면한채 '법대로' 만 요구전문 스포츠선수 꿈꾸며 운동하는 학생들그들에게 맞는 교육과정·환경 만들어줘야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스포츠인들에게는 미래 한국 스포츠를 이끌어 갈 유망주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리는 달이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이 출전하는 전국소년체육대회는 성적을 떠나 어린 선수들의 열정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를 바라보는 스포츠인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어린 선수들이 행복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 선수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채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학생 선수는 소위 말해 '슈퍼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학생 선수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운동장 또는 체육관으로 가 대략 4~5시간 정도 훈련을 한다. 여기에서 하루 일과가 끝나지 않는다. 최저학력제 도입으로 인해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학원 또는 과외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또 방학때는 기술 향상을 위해 전지훈련을 떠나거나 전국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점검해야 한다. 청소년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은 이기간 동안 국제대회에도 출전한다.물론 학생 선수는 학업을 등한시하고 운동만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일반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하듯, 학생 선수는 전문 스포츠선수가 되기 위해 운동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이 제공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의 교육 현실은 운동선수에게 맞는 교육과정은 제공되지 않은채 일반 학생들과의 경쟁을 요구한다.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말하고, 또 전문화 되어 간다고 말하지만 교육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지난해부터 경기지역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소지 학교로만 진학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자신이 배우고 있는 종목이 없을 경우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 이로인해 단체종목의 경우 해체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예를 들어 A시의 경우 고교 야구부가 2개교지만 중학교팀은 1개팀에 불과해 타 시군의 운동선수들이 A시로 진학을 해야 팀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등록상의 주소지 외에 다른 지역의 학교로 진학하는게 불법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는 팀을 꾸릴 수 없다. 이는 특정 종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종목이 안고 있는 문제다.교육당국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은채 법대로 하라고 말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와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을 대한다.일본의 경우 부카츠라는 방과후수업이 활성화 되어 있다. 일본의 초중고교는 스포츠 외에도 문화,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부카츠를 운영한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을 마친 후 자신이 원하는 부카츠 과목을 결정해 선생님들과 함께 부카츠 활동을 한다.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은 학생은 자신이 하고 싶은 종목이 있는 학교로 전학해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기도 한다. 학교는 학생선수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담당 교사 외에도 훈련을 지도할 외부 강사도 채용한다.학교 운동부가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분명한 건 이 사회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운동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사회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모든 학생에게 좋은 대학을 꿈꾸라고 하는게 아닌 운동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김종화 문화체육부장김종화 문화체육부장

2018-05-09 김종화

[데스크 칼럼]포포비치 감독의 리더십

경기 졌어도 예정된 회식으로 선수 위로중요한 게임 지친 주전들 엔트리서 제외NBA 샌안토니오와 감독의 롱런 비결은'소통'이란 테마로 구성된 '원팀'이기 때문미국 프로농구 NBA 플레이오프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8개 팀만이 살아남아 2017~2018시즌 우승을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텍사스주 샌안토니오를 연고지로 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1승4패로 시리즈를 내주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팀의 간판인 카와이 레너드가 부상으로 정규 시즌에 9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샌안토니오는 47승35패를 거두며 서부콘퍼런스 7위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팀의 제1 옵션'으로 평가받는 그렉 포포비치(69) 감독마저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을 앞둔 시점에 부인의 별세로 팀에서 이탈했다.올 시즌 샌안토니오의 진군은 멈춰 섰지만, 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가 지난 22년간 이뤄온 것들에 대한 평가는 절하되지 않는다. 포포비치와 샌안토니오는 1998~1999시즌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3~2014시즌 마지막 우승까지 NBA 파이널에 6회 진출해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996년 부임해 프로팀 감독 경력은 오로지 샌안토니오 뿐인 포포비치 감독은 한 팀에서만 '올해의 감독상'을 3차례 수상한 유일한 인물이다.포포비치 감독의 리더십은 '원 팀(One Team)'으로 요약된다. 지난 3월 출판된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대니얼 코일 저·박지훈 역·웅진지식하우스 刊)에서 기술된 일화는 포포비치 감독의 리더십을 잘 보여준다.2013년 6월 18일, 시즌 파이널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3승2패로 앞선 샌안토니오는 6차전 경기를 가졌다. 경기 종료까지 28초 남은 상황에서 5점 차로 앞서던 샌안토니오가 통산 5번째 패권을 차지할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마이애미는 르브론 제임스의 3점슛과 함께 5점 차를 만회하며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갔고 연장 접전 끝에 103-100으로 승리했다. 경기 후 팀의 간판인 토니 파커는 눈물을 보였고 팀 던컨도 주저앉아버렸다. 감독의 불호령 속에 숙소로 돌아갈 것을 예상한 선수들에게 포포비치 감독은 "우리 가족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식당에 모이세요. 예정대로 회식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식당에 도착한 포포비치 감독은 선수들을 농담과 웃음으로 맞았다.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수들은 패배를 마음속에서 밀어냈다. 비록 7차전에서도 패하지만, 당시 선수들은 화합을 통해 우리가 최고의 팀임을 확인했다고 돌아본다. 샌안토니오와 마이애미는 다음 시즌 파이널에서도 맞붙었고 샌안토니오가 4승1패를 거두며 5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가 롱런한 비결을 꼽자면 '소통'과 '감독의 장기적 안목' 등을 꼽을 수 있다. 던컨은 2005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소통'은 우리 팀의 테마"라고 말한 바 있다. 포포비치 감독은 2012~2013시즌 마이애미 전에서 던컨과 지노빌리 등 핵심 선수들을 엔트리에 넣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주축 선수들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NBA 사무국과 데이비드 스턴 당시 총재는 분개했다. 하필 전국에 중계되는 큰 경기에 알짜들이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사무국은 25만달러의 벌금을 물렸지만, 포포비치 감독은 "다시 그런 일이 생겨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일단 볼이 토스되는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내용, 다른 상황의 경기가 펼쳐진다. 매년, 매 경기가 그랬다. 그러므로 과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2013년 파이널 직전 인터뷰 中)고 피력한 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의 다음 여정이 궁금하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8-05-02 김영준

[데스크 칼럼]근로자는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5월 1일은 국가기념일인 '근로자의 날'노동자 노고 위로·노사 협조 등 목적설립취지 제대로 이행되는지 따져봐야근로자는 노예도 하인도 아니기 때문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1970년대는 근로자들에게 암흑기였다. 전쟁을 막 겪은 세대들이 두려워한 것은 배고픔이었다. 벌이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 박봉(薄俸)이라도 일만 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일자리는 목숨과도 바꿀만한 간절함이었다. 인권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근로자들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특히 1970년대 여성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했다. 여성근로자들은 정상근무시간 이외에 잔업을 위해 각성제까지 복용하며 밤을 새워 일했으며 휴일에까지 연장근무를 강요받았다. 장시간의 고된 일, 잦은 밤샘작업과 휴일조차 쉬지 못하는 공장생활은 '인간다운 삶'의 포기를 의미했다. 몇몇 여공들은 못된 작업반장과 공장장의 음흉한 손길을 뿌리치다가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다. 성추행과 성폭행을 알려도 오히려 얌전하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속에서 그들이 받는 돈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버스 안내양들은 퇴근할 때마다 소위 '삥땅'한 사람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속옷 차림으로 남자 직원들한테 몸 검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돈을 훔친 일도 있었으니 응당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화학제품을 다루는 노동자들이 독극물 중독으로 병을 얻어 사경을 헤매도 회사는 늘 작업 환경 때문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정부의 성장 위주의 정책, 이익에 눈이 먼 경영자들의 비인간적 노동착취가 빚어낸 비극이었다.근로환경이나 대우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상당수 근로자는 70년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던 암흑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대한항공이 오너의 딸들이 저지른 '땅콩 회항', '물컵 폭행'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그룹의 회장 부인까지 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일삼았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그뿐인가. 재벌 아들이 술집 종업원과 시비를 벌이다 다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인 그룹 총수가 경호원과 수십 명의 직원을 대동하고 술집에 찾아가 뺨을 때리고 권총을 휘둘렀던 일도 있었다. 노조를 불법적으로 와해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툭하면 "잘라버리겠다"는 입주자대표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과 대우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살 정도다.헌법에서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의 취지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일부 몰상식한 기업주나 재벌들이 법과 제도 위에 있는 특수계급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부(富)를 기준으로 한 사회적 신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물질 만능 주의가 만들어낸 또 다른 비극이다.5월 1일은 세계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기념하는 '메이데이(노동절)'다. 우리나라 정부는 1994년 3월 9일 '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을 개정해 공식적인 국가기념일로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했다. 근로자의 날을 정한 취지는 산업사회에서 근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며, 노사협조 분위기를 진작시켜 노사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근로자의 날 설립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따져볼 일이다. 근로자는 노예도, 하인도 아니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04-29 이진호

[데스크 칼럼]'종군기자'와 '격세지감'

지난해 겪었던 청와대 '유사시' 매뉴얼 점검트럼프와 김정은 '막말'에 전쟁 위협까지…美특사, 북 비밀 방문·北, 핵시험 중지 결정몇달 새 변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되나북미 관계가 일촉즉발로 치닫던 지난해 말 어느 날이었다.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로 춘추관에서 다른 기자들과 함께 춘추관장이 오전 9시께 매일 진행하는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춘추관장은 이날 브리핑 끝에 오늘 청와대에서 특별한 훈련을 하니 참조만 하라고 했다. 청와대는 '유사시'를 대비해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 이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한다는 것이었다.기자들은 당시의 급박한 분위기와 맞물려 직감적으로 '유사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챘다. 한 기자가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 춘추관장은 답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매뉴얼에 따라 여러분들은 종군기자로 참여하게 된다". '종·군·기·자.....'. 가슴이 먹먹해지는 네 글자였다. 지난 1953년 맺어진 정전 협정이 65년간 지속돼 온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유사시'가 현실화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 북한이 휴전선 근처에 배치해 놓은 1천500문 이상의 장사정포가 불을 뿜으면 2~3분 내에 서울 광화문과 수원 부근까지 포탄이 떨어진다는 사실. 장사정포 범위 안에 2천만여명의 인구가 몰려 있다는 사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부정 속에 사재기 같은 흔들림 없이 일상을 영위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외신기자의 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의아한 국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를 강타했다.이 모든 게 그리 멀지 않은 엊그제 일이었다. 되돌아 보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북한을 완전 파괴해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은 '화성 12형'·'화성 15형' 등을 연달아 쏘아대며 한국·일본·괌·미 본토까지 모두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 종합세트를 확보했다고 선전했고, 이른바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가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과 함께 가상 무장투하 훈련을 실시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몇 주 후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위해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북한과 세계를 위한 엄청난 일이 될 것"이라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뭐든지 하겠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는 북한을 비밀리에 전격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주재하에 지난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결정서에서는 또 "핵 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한반도의 운명이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 흘러 왔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부상하면서 한반도에 전운이 짙게 깔렸다가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어졌고 또 다른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분명해 보이는 건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유사시'를 끝장낼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북은 물론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04-25 김순기

[데스크 칼럼]'허술한' 송도 협약의 후유증

송도세브란스병원 건설 '하세월' 이유는협약서에 의무·페널티 조항 내용 없어무산된 151층 인천타워사업과 너무 흡사잘못된 계약 설명·이해 구하는 노력 부족연세대학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브란스병원을 건립하고 사이언스파크(교육연구시설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연세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마련한 '연세대 국제캠퍼스 2단계 협약식'에서다. 이날 연세대 윤도흠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여러 가지 여건상 500병상으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는 800에서 1천 병상까지 가는 것이 저희 목표"라며 "처음부터 800병상에 맞춰 지을 것이냐, 아니면 500병상부터 짓고 나중에 추가로 지을지 진행 상황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공사 시기에 대해선 "설계가 완료되는 2019년 말까지는 착공을 하려고 노력하겠다"며 "공사 기간은 일반적으로 3~4년 정도를 잡는다"고 했다. 연세대 계획대로 라면 2024년 개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명문대의 종합병원이 인천 송도에 들어온다는 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소식이 그리 달갑지 않다. 연세대와 인천시는 지난 2006년 송도에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세브란스병원 등을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었는데, 병원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송도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2024년까지 앞으로 5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니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하다.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은 왜 늦어진 것일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 가운데 '허술한 협약'이 있다.2006년 협약을 보면 인천시는 송도 7공구와 11공구 약 182만㎡를 2개 단계로 나눠 조성원가로 공급하고, 연세대는 그곳에 학생 1만 명을 수용하는 캠퍼스, 병원, 교육연구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한데 협약서 어느 곳에도 언제까지 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개원 시한을 못 박은 의무조항과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주는 조항이 없다 보니 '하세월'이 됐다. 인천시가 1단계 사업이 완료되기 전에 이례적으로 2단계 부지를 공급하게 된 까닭도, 병원 개원 시한을 협약서에 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게다. 그 속도 모르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인천시가 연세대에 2단계 부지를 공급하기로 한 협약은 송도랜드마크시티(SLC) 상황과 너무 닮았다. 지난 2007년 인천시는 송도 6·8공구에 151층짜리 인천타워를 짓는 것을 조건으로 그 주변 228만㎡에 대한 개발권을 SLC 사업시행자에게 몽땅 넘겼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타워 건립은 무산됐지만, 사업시행자는 그대로 유지됐다. 2007년 이 사업 협약에도 인천타워 건립에 관한 의무조항과 페널티 조항이 없었다. 결국, 이 사업은 아파트 등 주거시설 용지 7개(총 34만㎡)만 SLC 측에 공급하는 것으로 2015년 정리됐다. SLC는 지난해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송도 6·8공구 특혜 의혹'의 핵심 사업으로 지목됐으며, 지금도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인천경제청은 열악한 투자 환경 때문에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협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그 누구도 송도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송도의 투자 환경이 열악했던 건 사실이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다. 잘못된 협약을 바로잡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실망이다. '땅'을 싸게 팔아 유치한 사업이 꼬이거나 틀어지자 '땅' 공급으로 쉽게 해결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송도 땅은 갯벌의 희생으로 탄생한 시민의 소중한 자산으로,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지금도 그 어느 곳에서 협약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허술한 협약' 때문에 투자자에게 끌려다니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8-04-22 목동훈

[데스크 칼럼]염치(廉恥)

중국 춘추시대 관통한 사상 '예의염치'수감된 두 전직대통령 발언·행태보며국민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 아쉬움김기식 논란도 친정인 참여연대 "실망"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는 공자(孔子)가 살았던 기원전 700년경부터 시작된다. 춘추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은 예의염치(禮義廉恥)였다. 예의, 아래 위를 알아보고 존중하고 배신하지 않으면서 정직하게 살라는 뜻이다. 비록 과거이긴 하나 역사는 이에 반하는 자를 어마 무시한 무기로 척결했다.이명박(MB)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수감됐다. 하지만 '정치보복'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 국선 변호인들의 면담도, 검찰의 방문조사도 거부한다.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의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비선 실세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 '몸통'이자 최종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사실 18가지 중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MB 역시 헌정사상 4번째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통령이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국고손실·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16개 혐의를 적시했다. 검찰이 본 뇌물수수액만 111억원이 넘는다. 삼성전자에서 대납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관련 소송비 약 67억7천만원, 국가정보원에서 상납받은 특수활동비 약 7억원, 민간영역에서 받은 불법자금 36억6천만원 등 크게 세 갈래다.특히 검찰은 "3개월에 걸쳐 수사한 결과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무죄 추정의 원칙',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두 전직 대통령은 무죄다. 그러나 최소한 국민들에 대한 염치는 있어야 하지 않나? 검찰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참담한 심정"이라 했다. 진정 염치 있는 사과였을까?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과 임기 만료 직전 후원금과 보좌진에 대한 퇴직금 등 여러 논란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회담 '의제'로까지 다뤄졌다.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란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앞서 청와대는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행위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가는 행위 ▲해외출장 중 관광 등 김 원장을 둘러싼 4가지 논란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공식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돌아가는 흐름을 보면 김 원장은 자리를 보전할 듯 하다는 것이 '낙마'보다 더 무게가 실린다.그러나 '친정'인 참여연대가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회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김 원장의 의원 시절 행적에 대해 야당과 언론이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김 원장의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누구보다 공직 윤리를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했다.김 원장은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창립 발기인으로 2002~2007년 사무처장, 2007~2011년 정책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염치가 없음을 몰염치(沒廉恥)라 했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8-04-15 이재규

[데스크 칼럼]가끔 뒤돌아 보기

신통방통한 휴대폰 없인 못산다는 세상갈수록 새로움에 뒤처지지 않으려 허덕이따금 내 가족·친구들 잊지 않았는지'사람 냄새' 사라지지 않았는지 돌아보자참 좋은 세상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만 척 하고 꺼내면 안되는 게 없으니 말이다. 손바닥 만한 것으로 인터넷 검색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돈도 내고, 메모도 하고, 심지어는 길도 찾아주기도 하고, 집안의 가전제품을 켜고 끄기도 한다. 요즘에는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쇼핑할 때 적당한 상품을 추천까지 해준다고 하니 정말 신통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바꿔봤다. 2년의 약정기간을 꽉 채워 쓴 휴대폰이 애초부터 시원치 않은 것이어서 답답하던 차에 조금 더 '신식'으로 바꿔봤다. '최신'이라고 안하는 것은 그 정도는 안된다는 의미다. 2년 전쯤에는 '최신'이었을 제품이지만, 이제는 매장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제품이다. 매장에서도 팔지 않는 제품이니 당연히 중고로 샀다. "웬 중고?"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깨끗한 중고를 사서 쓰는 짭짤한 재미를 즐기는 편'이라는 변명을 준비해 두었다. 바꿔보니 역시 좋다. '지문 인식'이라는 것도 되고, '음성검색'을 누르고 "○○ 찾아줘" 라고 하니 구글에서 알아서 검색까지 해준다. 카메라도 렌즈가 두 개라 가까이 혹은 광각으로 찍을 수 있고 '슬로 모션'이니 '타임 랩스'니 하는 요상한 기능까지 있다. 하지만 마냥 좋을 리 있으랴. 역시나 문제가 생겼다. 백업 프로그램을 돌려서 틀림없이 백업을 해 옮겼는데, 주소록에서 수십 명이 사라졌다. 혹시나 해서 구글 동기화까지 돌리고 예전 휴대폰과 연결해 주소록을 다시 옮기는 등 별별 짓을 다해도 예전 주소록 숫자보다 10여 명이 부족하다. 천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 연락처 중 어느 것이 사라졌는지 도무지 찾지를 못하겠다.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에 전화가 울린다. 거는 상대방이 누군지 안 뜬다. 별 수 있나, 공손하게 "여보세요"하고 받았다. 일순 대화가 멈추더니 "… 접니다…" 라며 당황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아차, 우리 부서 후배다. "하하, 전화기를 바꿨더니 번호가 안 떠서…." 웃으며 넘어갔지만, 사라진 10여 명이 영 찜찜하다. 그러다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들었다. "어라? 번호가 어디 갔지?" 또 당황한다. 그리고 가족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머리만 애꿎게 쥐어박는다. 허~그게 머리 잘못인가. 아마도 누구나 한 두번 쯤은 거의 똑같은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이제는 휴대폰에 문제가 생기면 순식간에 바보가 되고 만다. 오죽하면 회사에 출근했다가도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다고 다시 가고, 휴대폰이 고장 나면 만사를 제쳐놓고 고치러 갈까. 가끔 우스개 소리로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휴대폰 없이는 못산다"는 말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가끔 옛날 옛적 '3G폰'을 쓰는 사람들을 만난다. '스마트폰'이 아닌 이 '유물'은 요즘 것들이 자랑하는 그 신통방통한 기능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똥고집'을 부리며 옛날 폰을 쓰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리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하긴 우리도 몇 년 전에는 그것을 썼으니, 그 사이 생활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별 문제없는 게 맞다. 그렇다. 그 신통방통한 것에 빠지지 않으면 될 뿐이다.생각해 보니 갈수록 새로운 세상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허덕이며 사는 것 같다. 회사에서 맡은 일과 연관도 있으니 아예 모른 체 하며 살 수는 없겠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혹은 새로운 것에 빠져서 본래의 '나'를 잊고 산다면 그것도 문제다. 가끔 한번 쯤 뒤를 돌아보며 살자. 내 가족들과 친구들과 동료들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휴대폰이 없으면 당장 바보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8-04-11 박상일

[데스크 칼럼]경기지역 프로축구단

성적 못잖게 생존위한 남다른 몸부림기업후원 물품 유치·사회공헌 활동 사활1·2부 분할 6년째… 지자체에 기대기보다자체 수입창출 운영방안 고민해야 할때최근 경기지역 축구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팀은 K리그 최고 명문 구단 중 하나로 꼽히는 수원삼성이 아닌 부천FC와 성남FC다.K리그2에 속한 구단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건 사실 드문 경우다. 하지만 이 두팀은 비슷한거 같지만 서로 상반된 상황 때문에 축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K리그2 개막전 부천FC가 1위를 질주할거라는 예상을 한 축구 전문가와 팬은 많지 않았다. K리그2에는 K리그1에서 강등된 팀들이 많다. 이들 팀은 다시 K리그1로 복귀하기 위해 리그 평균 운영비 보다 많은 운영비를 책정해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부천FC는 K리그1에 오르기 위해 야심차게 선수들을 영입한 팀들보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그 평균보다 낮은 운영비로 운영되고 있는 팀이 부천FC다.반면 성남FC는 지난해 연말 시의회의 반대로 필요한 예산 70억원 가운데 15억원만을 확보했다. 그리고 최근 나머지 55억원 가운데 40억원을 부활시키려 했지만 시의회에서 부결됐다. 표면적으로는 구단과 시의회간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사실 이번 사건은 한국프로축구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성남구단이 연고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받는 운영비는 부천구단보다 2배 이상 많다.수년전 스코틀랜드의 셀틱FC와 일본프로축구 우라와 레즈 구단을 방문했을때 구단 관계자들은 구단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관람권 판매에서 확보한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금액을 광고와 후원으로 확보하고, 이를 위해 비시즌 기간 사활을 걸고 마케팅 활동을 한다고 덧붙였었다.비단 축구만이 그런건 아니다. 일본프로야구의 유일한 시민야구단인 히로시마도 입장권 판매, 광고와 후원사 모집으로 야구단 운영비의 8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라쿠텐도 모기업에 기대기 보다는 구단 운영비를 독자적으로 확보해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입장객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 해외프로스포츠구단들은 살아 남기 위해 사활을 건다.하지만 한국 프로스포츠구단들은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기업구단들은 모기업에, 시민구단들은 연고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시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성남구단은 한때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썼었다. 하지만 전체 운영비 중 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돈은 크지 않았다. 물론 모두 그런건 아니다.K리그2에 속한 구단 중 부천만 이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상위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건 아니다. 안산그리너스FC도 부천구단 못지 않은 열악한 재정 속에서도 상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고 군인 선수들의 팀인 아산무궁화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특히 부천구단과 안산구단, 안양구단은 성적 못지 않게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남다르다. K리그2에서 재정이 열악한 구단으로 꼽히는 부천구단과 안산구단, 안양구단 등은 지역 기업에 현금 후원에 국한하지 않고 후원물품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안양구단은 유명 치솔회사와 협약을 맺고 구단 로그를 넣은 상품을 개발해 판매 수익 일부를 받기로 했고 막내 구단 안산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1년에 수십차례의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K리그가 1부리그와 2부리그로 나뉜지 6시즌째다. 시민구단이기 때문에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기대기 보다는 이제는 프로스포츠단으로서 자체적으로 수입을 창출해 운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때다./김종화 문화체육부장김종화 문화체육부장

2018-04-08 김종화

[데스크 칼럼]선비 같은 정치인, 어디 없소

가식·과장 없이 '보이는 그대로'솔직하게 화폭에 담은 조선 초상화가지방선거 맞아 '선비정신' 생각하게 해정직한 후보 당선돼 청량제 역할 하길…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1958~2009)은 피부가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을 앓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백인이 되기를 원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피부 미백 치료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는데 피부가 하얘진 게 실제로는 피부병이었던 거다. 피부 백반증, 흔하지 않아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흥미롭게도 조선시대 그림에서 찾을 수가 있다. 조선 영조 때 문신 송창명의 초상화. 이 초상화는 피부과 의사인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이 독일의 학술지에 발표해 세계 최초의 백반증 그림으로 인정받았다. 이 초상화를 보면 이마와 왼쪽 뺨이 위아래로 하얗다. 왼쪽 귀도 그렇다. 얼굴 피부와 선명히 대비되어 흉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보이는 그대로 그리겠다는 화가의 작가정신을 송창명이 받아들였기에 세계 최초의 백반증 그림은 가능했을 터이다.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이 최근에 펴낸 책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에 나온다.조선의 초상화는 서양이나 중국, 일본의 초상화와 다른 게 한 가지 있다. '털끝 하나 머리털 한 가닥이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다른 사람'이라던 초상화 원칙에 따른 세밀함이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에는 오른쪽 눈썹 위 아마에 난 아주 작은 사마귀까지 그려져 있다. 임금의 얼굴에 감히 혹을 그려 넣은 거다. 문신 홍진의 초상화는 주먹만하게 부풀어 오른 코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문신 서직수의 초상화에서는 한 모공에서 털이 세 가닥 나온 것까지 그렸다. 순조 때 무신 신홍주의 초상에는 턱수염 속에 숨은 혹까지 묘사했다. 천연두를 앓아 생긴 마맛자국도 조선의 초상화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초상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을 비롯한 세력가들의 독점물이다. 권세를 쥔 모델이 동의하지 않고서는 흠이 될 게 뻔한 얼굴의 티를 그대로 그릴 수는 없었을 터이다. 초상화의 피부병 흔적은 조선의 것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특질이라고 이성낙 명예총장은 말한다. 이는 서양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조선의 초상화가 가식이나 과장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화폭에 담아 온 것은 정직함으로 대표되는 선비정신의 발현이라고 이 명예총장은 얘기한다. 조선의 선비들은 자신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작동할 단점까지도 그대로 남기는 것에 기꺼이 동의했다. 그 점이 서양이나 중국, 일본과 다른 우리 선비들의 정신세계라는 게 이 명예총장의 해석이다. 너무나 솔직했던 조선시대 초상화들을 보고 있자니, 사진만 찍으면 얼굴을 밝게 하고 점을 빼놓고 하여 너무나도 치열하게 '뽀샵'에 매달리는 요즘 세태가 극명하게 대비되어 겹쳐진다. 어느새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뽀샵의 달인들이 돼 있다. 조선을 관통해 온 초상화 정신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정직함의 결정체인 선비정신을 6·13 지방선거를 맞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 물어도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집단은 정치권이다. 수사나 재판을 받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기 일쑤다. 증거가 다 드러났는데도 일단 부인하고 본다. 거짓말의 달인들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사회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그들은 누구도 예외 없이 다 내려놓겠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뿐이다. 불체포특권을 비롯하여 국회의원의 특권은 여전하다. 지금 6·13 선거판에서도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후보자들은 넘쳐난다. 그러나 명함 속 사진은 여지없이 뽀샵이다. 예년과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정말 솔직하고 정직한 정치인이 한 사람만이라도 당선된다면 우리 정치판은 그로 인하여 청량제가 될 게 분명하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8-04-04 정진오

[데스크 칼럼]짝짝이 신발을 확인하는 방법

한쪽으로 치우친 취재 사달이 나기 쉬워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재차 확인 필수올해 62회째 맞는 '신문의 날' 표어'가장 좋은 적금, 신문 읽는 지금' 신선술에 취한 양반 한 명이 말을 타려는데 하인이 나서며 말했다. "취하셨습니다. 가죽신과 나막신을 하나씩 신으셨어요." 그러자 양반이 꾸짖으며 말했다. "길 오른편에 있는 자는 나더러 가죽신을 신었다 할 터이고, 길 왼편에 있는 자는 나막신을 신었다 할 터이니, 무슨 문제라는 말이냐." 연암 박지원의 '낭환집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양반의 말대로라면 오른편과 왼편에 선 사람들은 각각 "양반이 가죽신과 나막신을 신은 것을 봤다"고 했을 것이다. 한쪽에만 서 있으면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의 신발을 짝짝이로 신었는지 제대로 신었는지를 분간할 재간이 없다.한 시대의 흐름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현안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짝짝이 신발을 보는 것과 같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가 옳다, 그르다 할 것 없이 자신들이 본 것만을 주장하고 다투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본 것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너희가 본 것은 틀렸다"고 하는 이들을 적(敵)으로 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걱정되는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거다.짝짝이 신발을 신은 양반의 모습을 보도한다면 기자는 어디에서 취재해야 할까. 길 오른편도, 왼편도 아닌 가운데에서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스웨덴 출신의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언론이 칭찬받을 만한 지점은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그 사실의 타당성을 알아내는 기술에 있다"고 했다.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에겐 어깨가 으쓱해지는 멋진 말이다. 하지만 취재 현장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수습 시절 "취재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봐야 한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정말 귀가 따갑게 들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날수록 취재하면서 더 힘들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한쪽만 보지 않고, 모든 면을 보는 일'이다.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답변을 해주지 않아서, 믿을 만한 사람의 말이라서"라는 핑계를 대면 사달이 나기 쉽다. 초년병 시절 기사를 고쳐주던 선배는 "완전히 소화하고 나면 설명이 쉬워진다. 저도 모르니까 글이 어려워진다. 모르는 것을 감추려고 글을 현란하게 쓴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아직도 전 세계 27억명이 종이신문을 읽고, 8억명 정도가 디지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한다. 종이신문의 기사를 오려 붙이고, 밑줄 그어 읽고 또 읽는 독자들이 있는 것은 편집의 매력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제는 신문도 지면과 인터넷판을 결합해 심층적이고 신속한 보도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도 신문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직접 취재도 하고 기사와 논평을 쓰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교양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신문을 만들면서 기사를 배치하고 제목을 다는 편집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어쭙잖게 취재방식이 어쩌고 신문 환경이 저쩌고 하는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은 '신문의 날'을 맞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어서다. 1957년 4월 7일 창립한 한국신문편집인협회는 '독립신문( 獨立新聞)' 창간 61주년(1896년 4월 7일 창간)을 기념하기 위해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했다. 올해는 독립신문 창간 61년을 기념해 '신문의 날'을 지정한 지 다시 61년이 지난 해이기도 하다. 횟수로는 62회째를 맞는 신문의 날 표어로 장주영(24)씨의 '가장 좋은 적금, 신문 읽는 지금'이 선정됐다. 디지털 세대인 20대 초반 독자의 응모작이라 그런가 올해 표어가 신선하고 반갑게 느껴진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8-04-01 이진호

[데스크 칼럼]'격동의 시대' 차기 도지사 '혜안(慧眼)'을 바란다

경기도, 제1 광역지자체이자 대한민국의 축소판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한 여야후보들'격동 사안' 해결할 수 있는 넓은 안목·비전 기대격동의 시기다.우리 개개인의 삶, 더 나아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현안들이 무더기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나라는 '격동의 시기'다.외국인들이 보기에 우리나라만큼 다이내믹한 사회는 또 없다. 해방 이후 6·25 전쟁을 제외하더라도 제주 4·3사건, 4·19혁명, 5·16 군사쿠데타, 12·12사태,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항쟁에서부터 최근의 촛불에 이르기까지 '격동' 또 '격동'이었다. 그 사이 후진국에서 산업화·민주화 과정을 거쳐 중진국으로 도약했고, 선진국 진입을 상징하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또 다른 '격동의 시대'를 건너고 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다. 미투 운동, 개헌, 남북·한미정상회담, 중미무역전쟁, 20대의 공정성 반란, 출산 절벽, 미세먼지, 빈부격차 등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져 나온 상태다. 기존처럼 총·칼·피·최루탄·화염병·대규모 시위와 구호는 없지만, 하나하나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과 운명을 뒤바꿔 놓을 '격동'의 사안들이다. '미투 운동'의 경우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으로 군림해온 왜곡된 성 권력과 불평등·차별에 대한 항거이기에 그렇다. '개헌'은 권력구조·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 개혁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38년 만에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기에 시기와 내용이 문제일 뿐 거스를 수 없는 시대 과제로 자리 잡은 상태다.'남북·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으로 나아갈지 세계적 이목이 쏠린 사안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특보는 "한반도의 역사적 변곡점을 가져올 중요한 이벤트"라고 규정했다. '중미 무역전쟁'은 중국산 수입 상품에 관세 폭탄을 퍼부은 미국의 선제공격과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공격으로 촉발됐다. 양국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면 세계시장 전체가 난장판이 되고 한국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외환위기 때 태어났거나 성장기를 보낸 20대들은 다른 세대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다. 번번한 직장도, 집도 갖기 힘들어진 유일한 세대라고 자조하고 상당수가 미래에 희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정성에 어긋나는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20대의 공정성 반란'은 조만간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될 20대의 문제이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출산 절벽'은 '지난해 총 출생아 수가 35만7천7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8천500명 감소했다'는 지난 2월 통계청 발표로 구체화됐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오는 2027년에 정점이 이른다. 이후부터는 인구가 감소한다는 의미로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심각한 상황이다. 이밖에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미세먼지 등도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사안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6·13 지방선거'가 80여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인물들의 면면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가 후보로 결정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성남지장·전해철 의원·양기대 전 광명시장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대도시·중소도시·농촌·어촌·남북 접경지역 등을 두루 품은 제1의 광역지자체인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자 심장이다. '격동의 사안'들 역시 경기도와 밀접히 연계돼 있다. 그런 면에서 차기 경기도지사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이 경기도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혜안(慧眼)'과 '비전'을 비춰주길 기대해본다./김순기 정치부장김순기 정치부장

2018-03-28 김순기

[데스크 칼럼]인천 1호선 역세권 아파트 값

송도 제외한 역주변 계속 낙후된 것으로 판단교통혼잡 해결했지만 구도심 재생 도움 안돼지하철 노선 느는데 회생길 못찾아 안타까워신문에 끼워 넣은 전단,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주거·상업시설 분양 광고에서 '역세권(驛勢圈)'이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역세권은 '기차나 지하철역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주변 거주자가 분포하는 범위'란 사전적 의미가 있다. '초역세권' '더블 역세권'이란 표현도 있다. 초역세권은 지하철역과 매우 가깝다는 뜻이고, 더블 역세권은 인근에 지하철역이 2개나 있다는 얘기다. 대중교통이 편리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용어들이다.역세권의 범위는 정의돼 있지 않다.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도 철도역과 그 주변 지역을 말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돼 있다. 보통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를 역세권이라고 하는데, 도보 20~30분 거리 등 지하철역을 걸어 다닐 만한 곳에 있으면 '역세권 아파트'라고 홍보한다.내가 사려는 아파트나 상가가 역세권에 위치하느냐 그 범위를 벗어나느냐는 중요하다. 집값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데다 전세나 월세를 놓을 때도 '역세권 밖 물건'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하듯 역세권 여부는 집값, 자녀 교육 환경, 직장 거리 등과 더불어 주거지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최근 눈에 띄는 보도자료가 있었다. 부동산114(www.r114.com)가 배포한 '가장 비싼 수도권 지하철 노선… 황금라인 9호선이 아니다?'란 제목의 자료다. 부동산114는 수도권 21개 지하철 노선별로 역세권(도보 10분 이내) 아파트 가격을 조사해 비역세권(도보 11~20분) 아파트값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역세권 아파트가 비역세권 아파트보다 평균 5천800만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조사 대상에는 경인전철,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 수인선, 공항철도 등 인천과 관련된 노선도 포함됐다. 경인전철과 인천 1·2호선 내용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경인전철 역세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9천181만원으로, 21개 노선 가운데 16위에 머물렀다. 인천 2호선은 3억4천만원으로 17위에 그쳤고, 인천 1호선(2억7천671만원)은 20위에 이름을 올렸다.더욱 씁쓸한 것이 있다. 인천 1호선 역세권 아파트는 비역세권 아파트보다 1천93만원 싼 것으로 조사됐다. 역세권보다 비역세권 아파트 가격이 비싼 노선은 21개 중 인천 1호선, 수인선, 의정부경전철 등 3곳뿐이었다.부동산114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인천 1호선 송도국제도시 구간은 역세권 아파트 가격이 비역세권보다 비싸고, 매매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다. 나머지 구간이 평균을 깎아 먹은 셈이다. 이미윤 책임연구원은 역사 주변 생활 인프라(교육·편의시설) 조성 여부, 노선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송도를 제외한 인천 1호선 주변은) 계속 낙후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인천은 인천역, 동인천역, 주안역, 부평역 등 경인전철 주요 역사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도시였다. 하지만 남동구·연수구·서구에서 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진행되면서, 경인전철 역세권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1999년 10월 개통한 인천 1호선은 인천 도심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역세권 활성화 등 구도심 재생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인천역과 동인천역 주변을 되살리는 재생사업도 늦어지고 있다.인천 1호선 주변 아파트값 하나로 구도심 회복 속도를 평가하기 어렵다. 아파트값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서울 7호선 청라 연장, 송도~서울 GTX 등 지하철 노선은 늘어날 예정인데 구도심은 회생의 길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8-03-25 목동훈

[데스크 칼럼]창업밖에 할 게 없어요

자영업자 대출 조건 더 까다로워져 사정 열악창업희망자 지난해 보다 1.5~2배 가량 늘어나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 해소 방안 기대생계를 위해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영업자들의 살길이 더욱 팍팍해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당국은 오는 26일부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키로 해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대출 여신심사의 주요 골자는 은행이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 자영업자의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살펴보고 업종별 한도에 맞게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자영업자 대출에 도입되는 LTI는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비슷한 개념이다.금융당국은 LTI 지표 운영 현황, 규제의 필요성 등을 통해 앞으로 LTI 비율을 관리지표로 활용할지를 결정하는데, 2016년 기준 자영업자의 1인당 평균 대출은 3억2천만원, 소득은 4천300만원으로 LTI는 약 7.5배였다. 따라서 시중은행은 LTI를 참고지표로 표기만 하고, 대출 여부는 차주의 소득이나 자산, 담보, 사업성 등을 평가하고 결정할 계획이어서 대출 조건이 더욱 까다롭게 됐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이번 방침은 사실상 한도 내에서만 대출받게 만드는 구조여서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열악해질 게 뻔하다.은행 또한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해 관리대상 업종을 지정, 업종별 한도를 운영한다. 대출 규모, 대출 증가율 등을 고려해 매년 3개 이상의 관리대상 업종을 선정하고 한도를 설정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소매·음식업·부동산임대업은 은행들이 공통으로 관리대상 업종으로 선정한 탓에 이 업종 자영업자들의 신규 대출 타격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그럼에도 창업자들은 한가닥 희망으로 창업에 기댄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프랜차이즈 서울에는 총 2만6천여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이는 지난해의 1.5∼2배 수준으로 창업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증거다.대다수의 예비 창업자들은 연령이 높다. 재취업은 이미 문이 막혔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창업 쪽으로 문을 두드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창업 아이템으로 단연 무인점포가 대세였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예비창업자들이 인건비를 중요한 고려 요소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창업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4천300여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천300여개(2016년 기준)에 달한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과 일본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3천여개, 2천여개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수준이다. 그만큼 가맹사업에 뛰어드는 생계형 예비창업자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지만 폐점률도 높다는 얘기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114개의 가맹점이 생기고 66개가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하지만 예비창업자들은 일정한 자본금만 있으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가맹본부의 경영 실적을 제대로 파악하면 창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프랜차이즈 산업을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창업 예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고 말이다. 생계를 위해 창업한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한다./신창윤 경제부장신창윤 경제부장

2018-03-21 신창윤

[데스크 칼럼]풀뿌리 민주는 요원한가?

이해관계에 얽힌 의원 선거구획정 법안관련과거 국회나 현재 광역의회나 여론외면 여전1995년 부활 '풀뿌리' 굴절·왜곡돼도 전진을"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지난 2014년 10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박대출 대변인의 브리핑이다.헌법재판소는 이날 "인구 편차 상하 50%를 기준으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지역표는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14헌마53)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국회의원 상하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하라는 이야기다.헌재는 다만 법적 공백을 우려해 2015년 12월 31일 시한으로 입법자(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그러나 국회는 헌재의 불합치 결정일로부터 1년 5개월이나 지난 2016년 3월 3일 '인구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헌재 결정을 따랐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조차도 90일 이상 불법상태에 방치했다.2년여가 흘러 '6·13 지방선거'의 광역·기초의원 정수를 늘리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다.국회는 역시나 선거구 획정 시한(선거 6개월 전, 지난해 12월 13일)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3월 2일)보다도 3일이나 지각을 했다.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고 지역구 시·도의원(광역의원)을 현행 663명에서 690명으로 27명 증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치구·시·군의회 의원(기초의원) 총 정수는 현행 2천898명에서 29명 늘어난 2천927명으로 조정됐다.이에 따라 경기도의회 의원 정수는 128명에서 142명(비례대표 포함)으로 14명이 늘었고, 도내 31개 기초의원 정수는 431명에서 447명으로 16명이 늘어났다.기초의원 관련, 인구 편차 기준 애초 67명의 증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는 전국 평균(1만7천852명)의 1.7배, 서울시(2만3천939명)의 1.25배, 특히 전남(7천811명)의 3.8배 수준이 됐다.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원, 광역의원, 시·군·구 의원의 주민 대표성은 같아야 한다. 주민을 대표해 국정을 견제하고, 광역행정을 견제하고, 시·군·구 행정을 견제할 뿐이다.'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다. 국회에 이어 광역의회 역시 민의를 촘촘히 담아내고 주민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3~4인 선거구를 늘려달라는 여론을 외면했다. 애초 2곳을 요구했던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과 서울, 부산 등이 4인 선거구를 '0'으로 만들었다. 거대 정당의 독식 구조로 가겠다는 것이다.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 장하준은 2010년 11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를 통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고 갈파했다. 지난 1995년 수많은 난관을 뚫고 부활시킨 '풀 뿌리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굴절돼도 계속 전진해야 할 것이다./이재규 사회부장이재규 사회부장

2018-03-18 이재규

[데스크 칼럼]오늘 본 뉴스는 괜찮으셨나요?

사실확인 없이 자극적인 기사로 '포털뉴스 경쟁'질 낮은 콘텐츠로 '뒤죽박죽 유통' 정부 수수방관'언론을 언론답게' 미투 이어 사회가 해결할 과제 대도시의 밤이 낮처럼 환한 것은 이제 일상처럼 너무 익숙한 일이 됐다. 모두 깊이 잠들어 있어야 할 새벽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잠들지 않고 움직인다. 그야말로 밤낮이 없는 세상이다. 이렇게 밤낮조차 없어진 세상에는 그만큼 쉴 새 없이 24시간 내내 수많은 정보들이 오간다. 통계를 돌려보면 우리 신문사의 온라인 기사를 가장 많이 찾아 읽는 시간이 밤 10시가 넘어서다. 새벽에도 뉴스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들도 소중한 독자들이어서 별 수 없이 24시간 밤낮 없이 기사를 서비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른 언론사들도 이런 현실을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새벽에도 기사 경쟁이 만만치 않다. 무언가 뉴스가 될 소재가 터지면 순식간에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기사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그 빠르기가 정말 상상을 넘어선다. 그야말로 '24시간 뉴스 경쟁'이다.문제는 이렇게 새벽까지 계속되는 뉴스 경쟁이 점점 더 큰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심화된 경쟁은 필연적으로 기사의 '내용'보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먼저 기사를 송고해 포털사이트 뉴스검색 결과에서 상단에 노출되기 위한 경쟁이다. 한정된 인력을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면서 이런 속도 경쟁까지 하려다 보니, 당연히 '팩트 체크'에서 약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오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더 큰 부작용은 뉴스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적은 기사로 큰 효과를 내려는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수위가 위험할 만큼 심각하다. 표현뿐 아니라 내용까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나든다. 올바른 것을 지켜가야 할 언론의 사명을 놓고 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단적인 예가 요즘 사방에서 터지는 '미투(#Me Too)' 관련 기사다. 대부분이 '폭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미투 관련 사건들의 특성상 내용 자체가 극도로 자극적이고 자칫 일방적인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사실 확인을 거치거나 표현을 걸러내지 않은 채 배포되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포털에 노출된 기사들을 읽다 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기사를 제대로 거르지 않은 탓이다.이런 잘못된 기사의 경우 당사자의 피해와 이에 따른 소송으로 입을 언론사의 피해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가 입게 될 정서적인 피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 구성원들에게 아주 광범위하면서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회복 또한 쉽지가 않다. 미투 확산 이후 불거지고 있는 남성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나 여성들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펜스룰'과 같은 문제는 이 같은 정서적인 피해가 적지 않음을 증명한다.언론사에 근무하면서 스스로 이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는 이유는 우리 언론이 처해 있는 현실이 답답해서다. 지금 우리 언론은 자본주의 구조 속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뉴스 유통의 상당 부분이 포털을 통해 이뤄지는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해결책을 못 찾고 있고, 질 낮은 뉴스 콘텐츠들이 뒤죽박죽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을 정부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난립된 언론들로 인해 언론사들의 경영 환경마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지 오래다.언론사 스스로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신념을 지켜갈 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 그 점은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하지만 정부 또한 언론이 제대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의무가 있고, 독자들 역시 '언론 같지 않은 언론'을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어쨌든 지금의 혼란은 그대로 두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 언론을 언론답게. 미투에 이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2018-03-14 박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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