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道문화의 전당, 기대되는 1년 실망 없길…

건립된지 26년, 내년 시설 개선 공사로 휴관달라진 음향·객석·무대장치 기대감 크지만대부분 안전분야… 발주처인 경기도가 간섭"공부는 경기도에서 하고, 노는 건 서울 가서 노는 게 진리 아닌 진리가 돼 버렸죠."얼마 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도내 20여 곳의 대학교를 다니며 경기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의외로 많은 도내 대학생들이 지역에서 문화시설을 즐기지 않고 서울로 간다고 답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문화시설은 노래방과 당구장 등 유흥시설 정도고, 진정 이들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장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그러나 정말 그럴까. 지난 2013년 기준으로 경기도 공연시설을 보면 124개로 전국의 12.6%가 도내에 분포한다. 전국 공연시설의 54.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는 서울(377개) 다음이고, 인천(38개)보다는 4배 가까이 많다. 물론 인구 10만 명당 공연시설로 보면 서울 3.7개, 인천 1.3개, 경기도 1.0개로 전국평균(1.94개)보다 적지만 경기도의 공연시설은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는 상황이다.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사실 물량공세보다 중요한 것이 질적 만족감이다. '음악 좀 듣는다'하는 클래식 애호가들은 유독 서울 쏠림 현상이 심하다. 예술의전당이니 롯데콘서트홀이니 하며 조금 더 울림 좋은 곳을 찾아다닌다. 지난해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의 경우, 개당 100만원에 달하는 일본제 객석의자(2천개)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국내 최초로 무대 높이를 연주자들의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2억원대에 달하는 스타인웨이 사의 피아노도 무려 6대나 비치해 관객들의 기대감에 부응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내년 한 해 휴관하고 시설개선 공사에 들어간다. 도 전당의 공연시설에 아쉬움을 가졌던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도 명성에 걸맞은 공연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서다. 그동안 도 전당은 공연장으로만 봤을 때 많은 아쉬움을 드러내 왔다. 문예회관으로 건립된 일종의 다목적 건물에서 전문성 있는 공연들이 이뤄지다 보니 시스템이 공연 자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건립된 지 26년이란 시간은 시설 노후화를 가속화했다.이제 한두 달 후면 공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시작도 않은 공사에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음향이니 객석이니 무대장치 등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공사항목은 설비·배선 등 안전시설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안전공사는 늘 이뤄지는데 뭔가 선택과 집중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공사의 발주처도 경기도다. 자기 집 고치는데 시어머니가 와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꼴이다. 본인이 거주하는 집의 문제점은 본인이 잘 아는 법이다. 더욱이 문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경기도가 맡고, 소프트웨어만 도 전당이 전담하는 식은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예산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도민들의 문화생활 질을 높이는 사안인 만큼 민간 후원이라도 받아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미 국내외 많은 공연장에서 후원자를 명시한 콘서트홀이나 일례로 객석의자에 후원자 이름을 넣어주는 윈윈전략은 수없이 시도됐고 거부감 또한 적다. 경기도 대표 공연시설이 잠정적으로 1년간 휴관한다는 것은 도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화에 대한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이윤희 문화부장이윤희 문화부장

2017-11-12 이윤희

[데스크 칼럼]독도와 경기도

한 광역정부의 '독도사랑' 지역 논리로 무색방한 트럼프 만찬에 오른 '독도새우' 계기로'일본의 야욕' 새정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 8일 오전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일제히 '독도새우'가 올랐다. 지난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에 '독도 새우'를 사용한 메뉴가 포함된 것에 대해 일본정부는 "역사와 영토 측면에서 자국의 주장을 선전하는 장이 되고있다"고 해석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이와 함께 최근 117주년 독도의 날을 맞아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독도를 향한 사랑과 인연이 새삼 화제다.경기도와 도의회는 지난 2017년 1월 독도에 위안부 피해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학습지도요령해설서 등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허황된 주장을 포함 시킨 이후 일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지방공무원 신분인 도의원들이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 직접 모금활동에 나설 수 없는 법적인 문제 등으로 표류 중이다.당시 독도를 관할하는 경상북도 측의 볼멘소리도 주된 장애요인 중 하나였다. "왜 경기도의회가 관할지역도 아닌 독도를 두고 왈가왈부 하느냐"는 불만이 경상북도·도의회 안팎에서 제기된 것이다.올해 2월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의에서도 '독도 소녀상' 추진에 전국 광역의회가 함께 힘을 모으자는 경기도의회의 건의가 경북도의회 측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당위성과 실효성 여부, 구체적인 방법론 등 진지한 토론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한민국의 중심 광역단체인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독도에 대한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한 광역정부의 독도사랑이 전국 지자체 차원의 제대로 된 검토와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한 채 지역 논리 앞에서 무색해진 셈이다.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될 경우 독도는 경상북도에 소재한 지역,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국유지·천연보호구역을 넘어 '소중한 우리 땅'으로 강조돼야 하는데….필자도 대한민국 영토 주권과 연결된 독도 문제는 특정 기관·단체만의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듯, 이를 위한 독도 수호 활동 역시 지역 논리로 구분 지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사랑보다는 철저한 논리를 개발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호사카 세종대 교수는 "일본은 왜곡된 논리지만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상당히 논리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국민 대부분 독도가 우리 땅인 건 알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지못한다"는 것이다. 악의적 의도와 왜곡된 논리로 추진하는 일본의 교육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진실을 덮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구글의 영어사이트(www.google.com) 검색창에 'dokdo'나 'takeshima'를 치면 일본의 주장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는 구글의 '악의적 편집' 때문이라는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의 주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언제나 조용할 때 야욕을 축적하고 발휘하는 저들의 못된 습성을 파악하고 침착하되 명확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독도에 대한 정부의 공식논평은 지난 4월을 마지막으로 아직 발표가 없다.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초대하고 독도 주변에서 잡히는 '독도새우'를 사용한 만찬이 지금까지의 정부 메시지다. 당장 일본정부가 '한일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항의의 뜻을 밝히고 있다. 새 정부가 야욕의 일본정부를 향한 대응 기조를 어떻게 설정할지 궁금하다.독도는 우리 모두의 아픈 손가락이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독도 사랑이 결실 맺기를 기원한다./김환기 사회부장김환기 사회부장

2017-11-08 김환기

[데스크 칼럼]경제의 톱니바퀴를 돌려라

한발 늦은 '4차산업혁명' 과감·신속성 필요돈 분배·순환 잘되는 내부경제 시스템 중요오랫동안 곪아온 문제 흔들림없이 추진해야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주가가 뛰고 수출이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침몰하는 거대한 배를 몇몇 구조선이 다시 건져 낼 수 없는 것처럼,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몇몇 기업의 노력으로 한국 경제가 금세 힘을 내 일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의 상태를 환자에 비유하자면, 오랜 영양실조와 혈액순환 장애로 골골 하는 중증 환자 정도 될 것 같다. 기본적인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환자에게 영양제 한 두 방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내놓는 정책 한 두 가지로 경제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은 한 나라의 경제가 알아서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아니다. 거대한 글로벌 시장과 맞물려 돌아가는 체제다. 우리 경제 역시 다르지 않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엄청나게 큰 기계에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을 연결하고, 거기에 작은 톱니바퀴들을 잘 붙여서 '한국 경제'라는 기계가 구석구석까지 팡팡 돌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 들이밀 크고 작은 톱니바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하나고, '한국 경제'라는 기계의 내부가 매끈하게 잘 돌아갈 수 있느냐가 또 하나다. 첫 번째 것은 우리의 산업 경쟁력에 대한 얘기다. 산업 경쟁력은 사람으로 치면 '기초체력'과 비슷한 점이 많다. 평소에 꾸준한 운동으로 온몸을 골고루 발달시켜야 기초체력이 좋아지듯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 육성을 해야 비로소 좋아지는 것이 산업경쟁력이다.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지 않고 방치하면 운동을 안 한 사람처럼 체력이 떨어져 비실비실해진다. 우리 경제가 영양실조와 기초체력 부족 증상을 나타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같은 혁신기술들이 대표적인데,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이 같은 혁명적 변화를 예상하고 산업을 육성해 왔다. 독일이 지난 2011년 정부는 물론 학계와 기업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인더스트리 4.0'을 구성한 것이나, 미국이 2013년부터 정부 주도로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 사업을 추진해 온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겨우 지난달에야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동안 세계가 거대한 물결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데 사실상 넋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의 추세를 빨리 파악하고 관련 산업을 공 들여 육성해야 하는데 이미 한 발 늦은 것이다. 늦었으니 따라잡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과감하고 신속해야 한다. 그나마 정부가 연구개발과 기술혁신형 창업에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다행이다. 연구개발과 창업은 산업 육성의 핵심이고 기본이다. 연구개발은 기술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창업은 기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인데, 두 가지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쉴 새 없이 확대 재생산을 할 때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경쟁력 있는 기술과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내부 경제 시스템이다. 산업이 아무리 잘 돌아가 돈을 펑펑 벌어도 그것이 한 군데 몰려 정체돼 있으면 다른 곳은 녹슬고 빈약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돈이 몰리거나 빠져나가지 않고, 골고루 분배되고 잘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기적 요소에 돈이 몰리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거나, 개인들이 벌어들인 돈을 대출 이자 갚는데 쓴다면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역시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서고는 있는데 워낙 오랫동안 곪아 온 문제라 쉽지가 않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럴 때 방법은 딱 한가지다. 흔들리지 말고 똑바로 앞을 보고 갈 것./박상일 경제부장박상일 경제부장

2017-11-05 박상일

[데스크 칼럼]단톡방의 유혹

업무 지시·내용 공유 '순기능' 무시 못해'역기능' 감안 "규제" 목소리 여전히 높아기본 틀에서 상황 맞게 효율적 운영 필요카카오톡, 네이버 밴드는 물론 문자 메시지 등 하루 동안 쉴새 없이 울리는 수신음. 평일은 물론 휴가 중이라도 이 수신음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를 애써 무시하다가는, 또 '확인'을 안 했다가는 중요한 일인데 왜 '확인'을 하지 않았느냐는 '핀잔(질책)'을 듣기 일쑤다.확실하게 전화 통화로 한다면 일의 '경중(輕重:가벼움과 무거움)'을 따지기 쉽겠지만 카톡이나 밴드, 문자 메시지 등에 올라와 있는 문자(글)로는 일의 '경중'을 따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도구인 '단톡방'이 이제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족쇄'가 되고 있다.단톡방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근로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대표적인 단톡방의 하나인 카카오 측에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 협조 요청을 했다. 그리고 저녁 늦게 보내는 업무지시 메시지가 아침에 전달되는 '예약 전송'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했다.하지만 카카오 측은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기능 개선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미 채팅방별 알림 관리, 단체 채팅방 탈퇴 및 재초대 거부 등의 기능이 있다"고 답하면서 정부의 요구 채택은 쉽지 않게 됐다.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메신저 사용 현황과 메신저 단체채팅방(이하 단톡방)에 대해 20~50대 성인남녀 1천 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같은 분위기다.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었으나 못 나간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70.8%로 조사되는 등 사용자의 약 70%가 메신저에서 쏟아지는 과도한 대화와 정보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단톡방에서 나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그 이유에 대해 절반 정도(48.7%)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봐"라고 밝혔다.전제 조사 대상의 64.7%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단톡방에 초대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52.5%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단톡방에 초대되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특히 70.4%는 "단톡방을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고 답했음에도 79%가 직장동료나 업무관련자가 있는 단톡방의 경우 공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에 대해 주목해야 했다.단톡방을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 곳이 아닌 '업무 지시 또는 공유'를 하고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이 문제다.물론 단톡방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동안 업무 지시 또는 업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던 차에 단톡방이 생긴 것은 희소식이다. 이처럼 일부 관리자들은 '단톡방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일일이 개인마다 전화를 걸어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되고, 또 다수의 사람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업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그럼에도 단톡방에 대한 '역기능'을 감안,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업무 특성상,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단톡방의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단톡방'의 일률적인 제한 보다는 기본적인 틀에서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2017-11-01 김신태

[데스크 칼럼]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발표를 듣고

미군이 오염 그들 돈으로 정화시키는게 당연한국보호 위해 주둔 했다면 환경도 보전해야'세계의 경찰' 자칭… 어처구니없는 일 없어야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환경부가 발표했다. 복합적 토양오염이라고 한다. 정부는 반환 절차가 진행 중인 미군기지 내부 환경조사 결과를 반환에 앞서 한·미 간 합의로 미리 공개한 것은 처음이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이 자신들이 기지 내에서 행한 온갖 오염 행위를 얼마나 인정하고 그 피해를 온전히 복구할지는 알 수가 없다. 그동안의 미군 태도로 볼 때는 영 그럴 것 같지가 않다. 미군이 순순히 자기 책임을 인정하고 정화 작업 등 그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 경우가 없다. 해외 파견 미군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로 행세해 왔다.부평 땅은 예전부터 참으로 많은 군사적인 아픔을 안고 있다. 미군은 해방 직후, 그러니까 1945년 9월 8일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인천에 진주하면서 그 질긴 인연을 아직까지도 이어오고 있는데, 인천항에 입항한 미군이 우선 신경을 쓴 곳이 부평이었다. 일본군의 핵심 군수기지가 부평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군은 1930년대 후반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수기지를 부평에 건설했다. 병장기를 만든다고 하여 조병창이라고 불렀다. 미군이 인천에 진주하면서 부평의 일본군 군사시설은 곧바로 미군기지로 전환되었다. 해방과 함께 등장한 미군은 1949년 한반도 미군철수 때부터 1950년 9·15 인천상륙작전 때까지 1년여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부평을 떠난 적이 없다.70년이 넘게 인천에 주둔해 온 미군과 관련해 아직도 그 진상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그중에서도 부평에서 벌어진 반공 포로 탈출과 학살 사건이 주목할 만하다. 1953년 6월 18일 전국에서 반공 포로들이 석방된 날 부평의 반공 포로들만 석방되지 못했다. 포로들은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탈출을 감행했다. 이미 감시병력은 한국군 헌병에서 미군 헌병으로 바뀐 뒤였다. 포로석방 조치 하루가 지난 6월 19일 반공 포로들이 철조망을 넘자 미군들은 기관총을 갈겼다. 50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탈출에 성공한 포로는 1천500여 명의 수용자 중 300여 명이었다. 이는 당시 반공 포로로 있던 박종은의 수기 '포로수용소생활 1,200일 실화, PW'에 전하는 내용이다.부평의 반공 포로들은 미군기지 건설작업에 동원됐다.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풀려나지 못한 포로들이 미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당시 신문들은 탈출사건 이후 850명이 부평에서 논산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1천500명에서 절반가량이 줄어든 850명만 남았었다는 얘기다. 박종은이 증언한 것처럼 300여 명이 탈출했다고 하더라도 350명이 더 있어야 한다. 탈출사건 때 사살됐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은 철저히 묻히고 잊혀왔다.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반려견이 싼 배설물은 반려견 주인이 치우는 게 기본적인 펫티켓이다. 이게 바로 원인자 부담이라는 거다. 미군이 오염시킨 토양과 물은 미군의 돈으로 정화시키는 게 당연하다. 미군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맞는다고 하면, 미군은 환경오염으로부터도 한국을 보호하는 게 당연하다. 개 주인도 지키는 에티켓을 세계의 경찰이라 자칭하는 미군이 지키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어처구니없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말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7-10-29 정진오

[데스크 칼럼]집주인과 사냥꾼

北, 핵기술 '설마'하는 동안 실질적 위협 닥쳐도둑맞은 주인처럼 '…하기만 해봐라'식 안돼'무조건 대화'는 쫓아오는 늑대에 먹이 주는꼴#1. 한밤중에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고 호시탐탐 집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집 주인은 속으로 "설마 들어올 수 있겠어. 들어오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겠다"며 지켜봤다. 도둑이 담장을 넘자 집주인은 "집 안으로 들어오기만 해봐라. 혼쭐을 내주겠다"고 다짐했다. 도둑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집주인은 "안방으로 들어오기만 해봐라. 몽둥이찜질로 두들겨 패주겠다"고 생각했다. 도둑이 결국 안방으로 들어오자 집주인은 숨죽여 자는 척했다. 그러면서 "물건만 훔치기만 해봐라.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도둑은 아무런 제재도 없이 금품을 들고 유유히 달아났다. 집 주인은 도둑이 나간 뒤 "다시 오기만 해봐라. 그땐 뼈도 못 추리게 하겠다"며 소리를 쳤다.#2. 추운 겨울 산속에서 사냥꾼이 10여 마리의 늑대 무리에게 쫓기고 있었다. 마차를 달려 도망가던 사냥꾼은 잡은 고기를 늑대 무리에게 던졌다. '던져준 고기를 먹고 쫓아오지 말라'는 거였다. 늑대 무리는 사냥꾼이 던진 고기를 나눠 먹으면서 쫓기를 멈췄다. 그것도 잠시 고기를 다 먹은 늑대들이 다시 사냥꾼을 쫓기 시작했다. 이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결국 사냥꾼은 잡은 고기를 늑대에게 다 내어주고 말았다. 고기를 먹고 힘을 낸 늑대 무리는 결국 끝까지 쫓아와 사냥꾼마저 자신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 집주인은 당차게 도둑과 맞서지 못해 소중한 재산을 빼앗겼고, 사냥꾼은 늑대가 지쳐 쓰러져 못 쫓아올 수 있었는데도 불안한 마음에 고기를 던져주다 목숨을 잃었다.만일 국가가 이런 위협을 받고 있고, 그런 위협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북한이 앞서 일화에 나오는 도둑이고 맹수라면 우리는 집주인처럼 외면하고, 쫓기는 사냥꾼처럼 먹이를 던져주는 일을 되풀이할 것인가. 지금 여야가 북핵에 대한 대응 방안을 두고 각기 다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군사적 옵션', '김정은 참수 작전' 등 극단적인 표현까지 불사하면서 한반도를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십 수년 전 북한이 핵시설을 가동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우리 정부는 "핵무기까지 발전할 수 있는 기술력이나 재원이 낮다"고 평가했고, 이후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도 소형 핵탄두 제작 기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액체연료에서 고체 연료로 발전시키는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질적 위협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등 북한의 핵기술을 애써 낮게 평가했다.최근 북한이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거리 미사일도 문제지만 세계 각국이 우려하는 것은 여기에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북한의 핵무기는 막연한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고,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됐다. 북한의 핵기술을 폄하하고 '설마'하는 동안 북한 핵은 실질적 위협으로 코앞에 닥쳐온 것이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도 북이 핵을 쉽게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대화로 풀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기만 한다면 핵을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고 난 뒤에도 또 다른 것, 더 큰 것을 원할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할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당장 전쟁을 벌이자는 게 아니다. 도둑맞은 집주인처럼 'OO 하기만 해봐라'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아직 우리 안 마당에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시라도 '무조건 대화로 달래는 것'만이 북핵에 대처할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한다면 늑대에게 먹이를 던져주면서 쫓아오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7-10-25 이진호

[데스크 칼럼]핫이슈로 떠오른 광역버스 준공영제

'남경필표 추진사업 반대 동의해줄 것' 요구 이재명 성남시장, 민주당 자치단체장에 공문상급단체 정책 졸속이라며 동참 강요 글쎄?남경필 경기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여부가 연말 정국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청년정책에 이어 두 번째이다. 준공영제가 내년 도지사 선거를 겨냥한 여야 유력 후보 간 2차 대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선공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20일 도내 15곳의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에게 '남경필표' 광역버스 준공영제 추진에 대한 반대에 동의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월권' 논란도 빚고 있다. 성남시의 공문내용을 요약하면 경기도가 추진 중인 준공영제는 각 시군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으니 반대해 줄 것과 23일 예정된 제13차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를 통해 시군 협의체를 다시 만들자는 게 주요 골자이다. 심지어 협의체 구성 동의서에는 버스 준공영제 사업의 졸속추진 반대에 동의하는 사인을 요구했다.성남시의 선공에 경기도가 즉각 반격에 나섰다.이승기 경기도 대변인은 22일 '이재명 성남시장의 불통, 독선과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논평을 냈다. 이승기 대변인은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도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란 것을 모든 이가 다 안다. 왜 유독 이재명 시장이 준공영제를 반대하고 나서는지, 도민안전보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충격이다"라고 반박했다.이 대변인은 "나만 옳고, 법 위에 내가 있고,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 시대가 거부하는 '제왕적 권력'의 모습 그대로다. 이 시장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1천300만 도민이 이 시장의 가식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준공영제는 지난 1년간 도내 시군 단체장들이 참여한 도와 시군 간 2차례 상생 토론회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고, 버스조합 등과 9차례 걸쳐 논의하고 참여의사를 밝힌 시군이 22곳이다. 광역버스 노선이 지나는 도내 24개 시군 가운데 성남시와 고양시만 불참의사를 밝혔다.이 시장의 준공영제 반대 공문에 대한 민주당 내 시선도 곱지 않다. 지역 정치권은 "도내 22곳 지자체가 의회 동의 등 내부협의 절차를 거친 것을 졸속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지자체를 모욕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욱이 준공영제 반대에 사인을 요구하는 것은 유력한 도지사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반영한 일종의 '정치적 압박'이고, 자기가 안들어 가니 남들도 들어가지 말라는 건 강요이자 잘못된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앞서 양측간 공방은 청년정책을 둘러싸고도 논쟁을 벌였다. 남 지사가 한발 앞서 나갔다. 남경필표 '일하는 청년 시리즈'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낸다는 저소득 청년복지 정책이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합법 정책이 됐다. 이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배당'은 각 가정의 구매력을 확대하고 일정 정도의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으로 현재까지 사회보장위원회의 동의를 받지 못해 위법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자체가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할 때는 사회보장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여야 정치권은 모두 자당 소속 단체장을 측면 지원하면서 경쟁자를 깎아 내렸다.지역 정치권은 내년 6월 도지사 선거를 8개월 앞두고 여야 유력 도지사 후보들이 벌써부터 치열한 선거전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남경필 도지사의 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피력할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당과 상급단체의 정책을 졸속이라며 단체장들에게 나를 따라 반대에 동참해 달라거나 강요하는것은 아닐성싶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7-10-22 김학석

[데스크 칼럼]나쁜 개는 없다 나쁜 주인이 있을 뿐

분쟁·민원 줄이기 위해 '반려견 놀이터' 조성삶의 여유 산물 아닌 사회구성원간 갈등 결과타인 배려·불쾌감 안주는 노력 순전히 주인몫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분명 귀가 솔깃할 만한 소식일 듯싶다. 인천시가 '반려견 정책'을 추진한다는 보도다. 도심 공원 곳곳에 반려견을 위한 전용 놀이터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설문조사 결과다. 인천시가 최근 인터넷과 SNS를 통해 반려견 놀이터 조성의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무려 85.3%가 찬성했다고 한다. 인천시민 10명 중 8~9명이 찬성한 셈이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단순히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뭔가 석연찮다. 애견인들이야 반려견 놀이터에 놀이용 계단과 사다리, 물놀이장 등 놀이시설과 급수시설까지 갖추어진다니 더 없이 반길 일이겠지만, 소중한 세금으로 사람도 아닌 개를 위한 시설을 만드는 것에 대한 반감 또한 상당할 터인데 말이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비애견인 또한 상당수다. 혹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만 설문조사에 응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어 다시 설문결과를 들춰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의외였다. 찬성이 63%로 반대 37%를 훨씬 웃돌았다. 그렇다면 설문조사 결과에 어떤 함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이러한 궁금증은 반려견 미소유자들이 꼽은 찬성 이유에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반려견 미소유자의 상당수가 '비애견인과 반려견의 접촉 빈도 완화', '무서움 등에 따른 안전 확보' 등을 찬성 이유로 꼽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응답이 찬성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반려견 놀이터 찬성이 단지 반려견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한마디로 반려견과의 '격리'를 원하는 비애견인들의 심리가 일정 부분 반영된 설문결과라는 분석이 가능하다.아니나 다를까. 인천시가 밝힌 반려견 놀이터 조성 취지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려견을 둘러싼 각종 분쟁과 민원을 줄이기 위해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추진했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6월 현재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 건수는 147건이라고 한다.이쯤 되면 애견인들은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보다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듯싶다. 반려견 놀이터가 동물애호적 관점이나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진보적 도시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구성원간 갈등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견의 주인이라는 점(기자 또한 반려견의 주인이기에 감히 말할 수 있다)에서 더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에서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쁜 동물은 없어. 단지 배고픈 동물과 이미 먹이를 먹어 배가 부른 동물이 있을 뿐이야." 동물은 본능대로 행동한다. 개의 목줄을 풀어놓고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순전히 주인의 몫이다. 내년이면 조성될 반려견 놀이터 안에서도 마찬가지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7-10-18 임성훈

[데스크 칼럼]리더십 파산

영광의 세기 연 두 정치적 세력간 반목위기 속에 놓인 국가 위해 가하는 형국영화 '남한산성' 삼배구고 서글픈 공감영화 남한산성이 화제다. 대륙의 신흥 패권(覇權)인 청나라의 침공으로 산성에 갇힌 조선의 내분과 통치자의 무기력, 백성들의 참담한 고통이 몇 세기를 격한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재생되고 있다는 '서글픈 공감' 때문이다. 최명길의 주화론이나 김상헌의 척화론은 주장 자체로는 모두 의미가 있다. 백성을 살리려면 청과 화친해야 한다는 최명길의 실리적 주장은 현실을 고려한 최상의 방책이었다. 반면 청과의 전면전을 주장한 김상헌의 척화론은 중화를 중심으로 한 조선 사대부의 세계관을 지탱해 줄 최소한의 명분이었다. 주화론이나 척화론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의 차이였다. 문제는 신하들의 이견에 휩쓸려 스스로 리더십을 파산시킨 인조다. 그는 결단하지 못했다. 그 결과 군사도 잃고 백성을 사지에 몰아넣었으며 언 땅에 삼배구고를 바치는 치욕을 감수했다. 리더십 파산이 초래한 재앙이다.병자호란 당시의 조선을 오늘의 대한민국에 곧이곧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경제대국의 면모는 그때와 다르고, 지정학적 약소국이라는 숙명은 당시와 차이가 없다. 다만 리더십 파산 현상만은 그때와 같거나 오히려 악화됐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성군과 혼군의 리더십에 의해 백성의 삶이 달라지고 세대의 명암이 엇갈리는 왕조시대의 리더십과 달리, 민주주의 리더십은 대의정치를 구성하는 정당과 정치인에 의해 발현된다. 국민은 대통령과 여야 정당의 리더십을 감시하고 심판하니 예전처럼 혼군이 절대권력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독점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이 이를 증명한다. 문제는 우리시대에 대의민주주의의 장점을 찾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점이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무한 정쟁은 조선시대의 당쟁보다 훨씬 집요하고 고질적이다. 조정 가능한 실리와 명분의 충돌이 아니라 이념적 도그마의 적대적 대립의 경지에 이른 탓에 대승적, 통합적 리더십의 발휘가 불가능한 지경이다.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여태껏 박근혜 탄핵이 상징하는 산업화 시대의 적폐와 결별하지 못한 채 해묵은 보수 이데올로기에 갇혀있다. 그들은 산업화 세력의 공만 강조할뿐 과는 외면해왔다. 산업화 시대가 유보했거나 탄압했던 인권과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누적된 적폐를 걷어내는데 인색했다. 박근혜의 제왕적 통치행태를 방관하다 공멸했음에도 그들의 관념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영광에 머물러있다. 국가안보라는 중요한 가치가 자유한국당의 안보 과잉 행태로 희화화되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이 유난히 안보를 강조하면 대중은 선거가 임박했음을 짐작한다. 그들에게 진보진영은 친북·종북 집단에 다름 없다.더불어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만개시킨 세력으로서의 자부심으로 그들만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세웠다. 울타리 경계 밖의 정당·정치인은 적폐세력이고, 적폐세력을 지지하는 세력은 우매한 '꼰대'들이다. 지금 누리는 풍요를 산업화 시대의 결과로 인정하는데 인색하고, 민주화 시절에 체화시킨 피아, 적과 동지의 구분법으로 세상을 본다. 실리보다는 명분과 가치를 앞세워 자본과 산업을 천대하고, 적과 동맹 사이에서 좌충우돌이다.반세기 넘게 상대의 가치 있는 리더십을 가차없이 매몰해 온 시간의 누적이 국가 운명에 위해를 가하는 형국이다. 중국의 사드 몽니와 미국의 통상압력, 일본의 역사침략의 한 가운데서 북한핵 위기를 대면하고 있는 지금, 이를 극복할 대의민주주의 리더십은 파산 상태다. 산업화 시대를 거쳐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민주화 시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누려 온 대한민국 70여 년의 번영이, 그 영광의 세기를 연 두 주역의 적대적 반목으로 위기에 봉착했으니 비극적이다. 대한민국이 흥망성쇠를 순환하는 역사의 수레바퀴 어디쯤을 돌고 있는지, 정치하는 사람들의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2017-10-15 윤인수

[데스크 칼럼]기본 에티켓, '나 하나쯤'이 아닌 '나부터'

도립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9월부터 무료화공짜·유료 관람객 프로그램 집중도 '큰 차이'공공에티켓 캠페인 다시 벌여야 한다는 주장'다만 1천원이라도 받아야 한다' vs '문화향유의 기회 확대가 먼저다'.올초 경기도립 뮤지엄(박물관·미술관)의 입장료 무료화가 거론되자 두 주장이 맞섰다. 결론적으로는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힘이 실렸다.경기도립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전면 무료화하는 조례가 통과됐고, 지난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매월 첫째·셋째 주말만 입장료 무료)을 제외한 5개 도립 박물관·미술관의 입장료가 폐지된 것이다.이구동성으로 '다만 1천원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박물관·미술관 관계자들은 제도 시행 이후 연일 긴장 속에 움직인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이들이 이같은 주장을 펼친 가장 큰 이유는 '관람 분위기'였다. 이미 지난 2008년에도 정부가 국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입장을 결정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제기된 바 있고, 정부는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해 업계의 반발을 희석시켰다. 하지만 정책이 확대될 때마다 관련업계에선 '문화는 공짜라는 인식만 확산시킨다'며 그 후유증을 지적해왔지만 문화 기회 확대라는 대의명분 아래 묻히기 십상이었다.여기서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놓고 공론을 벌이자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문화생활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장벽이 낮아야 한다는 것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한번쯤 시민들, 관람객들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지 않나싶다.당시를 기억하는 이 분야 관계자들은 무료 관람객중 일부였지만 이들로 인해 기획프로그램 운영에 애를 먹었던 기억 하나쯤 가지고 있다. "입장료 무료정책은 관람객의 수준 저하를 초래하는 비극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한 관계자는 "일례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단돈 1천원이라도 지불한 관람객들은 프로그램 참여도가 높고 집중이 잘돼 큰 사고도 없다. 하지만 무료 프로그램의 경우, 집중도가 덜하고 유료와 확실히 대비되는 지점이 있다"고 주장한다.'경제심리학'이라는 책을 펴낸 경제학자 댄 에리얼리 교수는 책에서 "공짜 먹이보다는 애써 찾아 먹는 먹이가 더 맛있다"고 말한다. 공짜로 입장할 때도 그런 심리가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10원이라도 본인의 돈을 내고 입장한 이들은 일단 '돈 아깝지 않다'는 마음을 갖기 위해 애정을 갖는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술관·박물관 등은 공공에티켓 캠페인을 다시금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에티켓으로 ▲음식물은 두고 올 것 ▲카메라는 사진 촬영 기준을 엄수 ▲애완동물은 잠시 밖으로 ▲지나친 소음 자제 ▲손 대신 눈으로 볼 것 ▲작품에 기대지 말 것 등이다. 관람 전 전시회에 대한 간단한 사전조사를 하고 가거나 드레스 코드 즉 복장예절을 준수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기본적인 에티켓 만이라도 지켜진다면 성숙된 관람문화 속에 전시의 수준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기본을 지키자'는 말을 하면 식상하다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부터' 기본 에티켓을 지켜나갈때 더 많은 문화향유 기회가 열릴 것이다./이윤희 문화부장이윤희 문화부장

2017-10-11 이윤희

[데스크 칼럼]'마이 파더스 아이스'

아들 잃은 아빠의 슬픔을 노래한 에릭 클랩튼이시대 아버지들 자식 잘못으로 비난 받는 삶책임져야 할 법적·도덕적 한계 어디까지일까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네 살 배기 아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은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의 노래 '천국의 눈물(Tears In Heaven)'과 '내 아버지의 눈 (My Father's Eyes)' 을 들어보셨습니까.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노래한 두 곡은 26년 전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심금을 울렸다.이 노래는 지난 1991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층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4살짜리 아들을 기리는 내용으로 그래미상을 받았고 영화 '러시'의 주제가로 사용됐다."천국에서 너를 만난다면 이 아빠를 기억할 수 있겠니? 내가 널 천국에서 본다면 넌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일까?" '천국의 눈물(Tears In Heaven)'의 가사 일부다.이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던 에릭 클랩튼이 당시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 만든 곡이 바로 '마이 파더스 아이스(My Father's Eyes)'다.천국에 있는 아들이 자신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눈을 보는 모습을 상상하며 노래하고 있다.세월이 약일까. 그러던 에릭 클랩튼이 어느 날 "아들 잃은 슬픔을 노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는 "상실의 감정을 더 느끼지 않아 노래를 부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그렇게 절절하게, 하늘을 향해 절규하듯 아들을 그리며 단절된 천륜의 아픔을 외쳤던 그가 '아들을 잃었을 때 창자를 끊는 심정으로 부르던 곡을 행복할 때도 불러야 한다는 사실에 갈등을 느낀다'고 했다.에릭 클랩튼은 "그 곡들은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 나중에 훨씬 더 초연한 입장에서 그 곡들을 다시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아무리 아픈 과거나 혹독한 괴로움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고 희석되는 게 인생일까. 사람들은 그렇다고들 한다.필자는 맞벌이로 어린 두 아들을 키울 때 어느 여성학자를 만나 물어봤다. 어떻게 키워야 하냐고. 머리가 눈처럼 하얀 백발의 할머니 학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짧더라고 눈을 맞추고 진심으로 안아주고 대해 주라고.아이는 모는대로 가는 자동차가 아니다.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가는 길이, 가진 생각이 부모와 다를 수 있다. 그러니 부모는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다.노심초사 키웠던 아이들이 이제는 성장했다. 군 입대와 집 떠나 대학을 다니는 두 아이에게 감사함은 물론이다.지난 주말에는 군 제대를 두 달 남겨놓은 아들이 면회를 오란다. 피곤한 몸 휴식이 필요하지만 말년 병장에게 아이 엄마랑 시장을 본 뒤 면회를 다녀왔다.필자의 군 생활을 되돌아 볼때 두 달 뒤면 장남도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귀가해 군 생활을 잊고 늦잠에 빠질 것이다.가끔은 자식에 대한 부모 마음도 휴식이 필요한 듯하다.최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아들의 범죄행위로 도마에 올랐다. 남 지사는 범죄행위는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아들을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수많은 정치인을 비롯한 이 시대 아버지들이 자식들의 잘못으로 비난을 받고 지적의 대상이 됐다. 그래도 이들은 아버지의 역할과 도리를 저버리지 않았다.이 시대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책임져야 할 법적, 도덕적 한계가 어디까지일까./김환기 사회부장김환기 사회부장

2017-10-01 김환기

[데스크 칼럼]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하나

중년 직장인 거의 '제2의 인생' 설계 안돼 있어 할 일 많아도 준비·훈련과정 없다면 '그림의 떡'정부, '재교육'으로 고령화·고용문제 해결해야몇 달 전 대학교 동창이 강원도 홍천에 펜션을 냈다. 2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명예퇴직한 후, 무엇을 할 지 몇 개월을 고민하다가 나름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서울에서 고속도로와 국도로 두 시간 반을 꼬박 달려야 하는 산골짜기에 자리한 펜션을 퇴직금과 모은 돈을 털어 인수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들은 '남자들의 로망'까지 들먹이며 그 친구에게 부러움 섞인 눈길을 던졌지만, 막상 찾아가 보니 역시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평소 집안 일이라고는 관심도 두지 않던 친구가 펜션에서 거의 혼자 끼니를 해결하면서 손님들 뒤치다꺼리까지 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펜션 마당 잔디밭과 주변 나무들을 거의 매일같이 관리하느라 얼굴이며 팔뚝이 까맣게 탔고, 이제는 겨울을 나기 위해 화목보일러에 쓸 장작을 마련하고 난방장치 등을 손보느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전해주니 친구가 웃으며 말한다. "와서 해 보라고 그래."40을 넘은 웬만한 직장인들은 퇴직 후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시골이나 가서 밭이나 일구며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은퇴를 눈앞에 둘 때까지 답답한 도시에서 쫓기며 생활했으니, 농촌의 한가한 생활이 오랫동안 부럽기도 했을 것이다. TV에서는 귀농·귀촌으로 건강도 되찾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며 중년들의 '로망'을 부채질한다. 그러다가 몇 명은 퇴직 후 큰 마음을 먹고 농촌에서 '새 출발'에 도전하지만, 결국 생각지도 않았던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도시생활이 힘들 듯 농촌에도 현실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퇴직 연령층에 해당하는 55~64세 인구가 723만명에 달했다. 전년 같은 달 688만명보다 35만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이중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507만명에 달하고, 취업자는 494만명이라고 한다. 취업률을 계산하면 68.3%가 나오는데, 같은 달 우리나라 고용률 61.3% 보다도 높다. 나이로 봐서는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 했을 때지만, 젊은이들 못지않게 무언가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퇴직이 끝이 아니니, 퇴직 후 할 일을 찾는 것은 거의 모든 중년 직장인들의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중년 직장인들이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데 있다. 20~30년 동안 직장 일에만 매달려 있느라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가 거의 안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퇴직 후 선택이 뻔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넘쳐나고 커피집과 빵집이 넘쳐나고 편의점이 넘쳐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나이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해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준비와 훈련이 돼 있지 않으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고령화 문제와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다. 우리나라가 참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재교육'이다. 사실 이것은 개인들에게 맡겨놓을 문제는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용 문제나 고령자 문제를 놓고 수많은 고민이 진행되고 있지만, 재교육의 문제는 전면에 부각되어 있지 않다. 개인들도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에 대해 참 어려워 한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배워야 또 다른 무언가를 할 힘이 생기는데, 지금 그 상태 그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문제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광고판에 눈이 간다. 간호조무사 교육 홍보물이다. '장·노년이라도 누구나 배우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써 있다. 그런 교육을 훨씬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나라도 건지면, 제2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박상일 경제부장박상일 경제부장

2017-09-27 박상일

[데스크 칼럼]1인 미디어 시대

청소년들 올바른 영상 콘텐츠 시청하도록미디어 사업자 책임과 자정노력 뒤따라야규제기관 철저한 감독·교육도 필요한 시점인터넷 개인방송인 '1인 미디어'. 미디어 환경이 TV 중심의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점차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뉴미디어로 옮겨가면서 '1인 미디어'는 이제 문화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돼 버렸다. 하지만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는 만큼 그에 따른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인터넷 개인방송 즉 '1인 미디어'는 1명 또는 복수의 진행자가 출연한 영상콘텐츠를 정보통신망(사업자)을 통해 송신하는 것이다.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1인 미디어'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에 따르면 접수된 총 152건 중 유료 서비스 환불 관련 분쟁이 95건(62.5%)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일방적인 서비스 이용제한(19건, 12.5%), 부당결제(11건, 7.3건), 서비스 불만(9건, 5.9%), 불법방송(9건, 5.9%) 순으로 나타났다.이처럼 개인이 만든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하는 '1인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음란물 등을 비롯한 미성년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상들도 함께 빠르게 유통되고 있어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소바자원이 최근 주요 1인 미디어 플랫폼 9개 업체(스트리트게이머, 아프리카TV, 유튜브, 카카오TV, 트위치, 판도라TV, 팝콘TV, 풀티비, V라이브)를 조사한 결과, 이들 플랫폼 모두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등 미성년자 보호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일부 플랫폼의 경우에는 성인방송의 동영상을 제외한 방송제목, 음성, 채팅 내용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유튜브는 성인인증 없이도 성인 동영상을 시청하는 방법이 블로그나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공유되면서 미성년자들이 이들 영상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규칙대로 한다면 성인인증을 해야만 해당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지만 성인인증 없이도 동영상을 보는 방법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바일 환경에서 영상을 만들고 소비하고 공유하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다. 1인 미디어가 초기에는 게임이나 먹방 등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뷰티 등 웬만한 모든 분야를 다루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1인 창작자인 '크리에이터'들의 활동도 점차 활발해 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수십만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들도 탄생했고 최근에는 유튜브에 직접 동영상을 올리는 어린이나 초등학생들인 '키즈 크리에이터' 들도 놀라운 인기를 끌고 있다.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보면 청소년 4명 중 한명(26.7%)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1인 미디어 방송을 본다. 중학생이 32.2%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 24.8%, 초등학생 22.6% 순이었다.유튜브나 아프리카TV, 트위치 같은 스트리밍 생방송은 이제는 청소년들에게는 일상이다.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이 세대들에게 검색부터 오락,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영상으로 이뤄지고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소재도 대부분 이곳에서 나온다.1인 미디어의 열풍은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유튜브 등 사업자의 책임과 자정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물론 규제기관의 감독도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교육, 그리고 이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각 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2017-09-24 김신태

[데스크 칼럼]10년전 평양 순안 공항의 기억

평온하고 안정적인 곳 '세계의 과녁' 돼 버려'정릉사' 절 뒤꼍에 사격 연습장 보고 갸우뚱 숨기지 말고 모두 보이면 '남북화해'도 가능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최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미국을 염두에 둔 미사일 도발을 잇따라 감행했다. 그러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완전히 파괴하겠다(totally destroy)"는 고강도 경고로 맞섰다. '순안발 미사일 사태'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순안(順安)'은 '순화(順和)'와 '안정(安定)'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순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실제 순안비행장 일대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다본 순안 부근의 바닷가는 그렇게도 평온하고 잔잔할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순안은 세계가 주목하는 '뇌관'으로 부상했다.기자는 꼭 10년 전인 2007년 3월 25일 오후 5시, 평양 순안공항 상공을 날고 있었다. '김일성종합대학 과학도서관 참관단' 일원으로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단장은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북한이 순안비행장에서 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게 10년 전 순안공항에서의 기억이었다.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 '참관단'은 첫날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임종석 단장은 "우리 민족끼리 힘과 지혜를 모으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게 많다", "머지않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관계도 정상화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깜짝 놀랄 만한 얘기였다. 이를 토대로 경인일보는 '남북정상회담 8월설 떠올라'란 제목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예측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제2차 정상회담을 2007년 10월에 가졌다. 임종석 단장의 말처럼 세계가 놀랐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시 평양에서 임종석 단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세부적 논의를 은밀히 진행했던 듯하다. 그런 점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산파'라고 할 수가 있다.그 뒤 10년, 평양 순안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군사위성의 감시 초점이 되었다. 일본 열도를 지나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그 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면서 평양은 이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가 겨냥하는 과녁이 되었다. 그 사이 천안함 폭침도 있었고 연평도 포격 사건도 터지면서 거의 전쟁 직전 상태까지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북미 간에 고강도 전쟁 위기로 치닫지는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을 불허한다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수많은 사람을 전쟁 걱정에 사로잡히게 하고 있다.'참관단'은 평양 방문 기간에 동명왕릉을 관람했다. 그 입구에 '정릉사(定陵寺)'란 절이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목탁소리가 흘러나왔고, 짧은 머리에 승복을 입은 스님 2명이 손님을 맞으면서 '성불하십시오'라며 인사를 건넸다. 기자는 안내원의 눈을 피해 슬쩍 정릉사 용화전 뒤꼍으로 갔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격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게 아닌가. '절'과 '사격 연습'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절간의 사격 표지판을 숨길 게 아니라 모두에게 내놓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남북의 화해는 가능할 터이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7-09-20 정진오

[데스크 칼럼]21세기 흑사병

국정원 댓글, 소문 사실확인 안한점 악용 사례엄청난 정보 관리 한계있지만 안보·사회질서붕괴시킬수 있는 '가짜뉴스' 관리 철저히 해야1949년 남미 에콰도르 한 라디오 채널에서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었다.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해 도시를 파괴하면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는 뉴스 형식의 방송이었다. 이어 정부 관계자 역할을 맡은 성우가 시민들에게 "침착히 대응해달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각본에 의한 드라마였지만 내용은 뉴스보도 형식이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라디오를 듣고 있던 시민 수천 명이 공포에 질려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드라마 내용을 사실로 착각한 시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도심 기능은 마비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방송국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화성 외계인 침공'은 드라마 방송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수차례 정정방송을 내보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군중들은 격분한 나머지 폭도로 돌변해 급기야 방송국에 불을 질렀다. 드라마가 얼마나 실감 났으면 수천 명의 시민이 외계인 침공을 사실로 받아들였을까. '정보전염병', '정보흑사병'으로 불리는 불확실한 정보로 인한 사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 진화로 세계인이 동시에 정보를 교환하고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SNS가 발달하면서 전파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파급력도 커지고 있다. 처음 악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처벌한다고 해도 이미 퍼진 악소문은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악소문은 전달되는 과정에서 더욱 부풀려지고 확대 재생산되는 악순환의 특징을 갖고 있다. SNS를 활용한 여론 형성, 인터넷 민주주의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국경을 넘어 모든 지구인이 하나의 이슈에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내놓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SNS상에서는 단순한 의견에서부터 최고 전문가 수준의 정보가 공유될 정도로 원하는 것을 '검색'만 하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순기능에 비해 정보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하지가 않다. 에콰도르의 라디오 드라마 방송처럼 순식간에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경제, 정치, 안보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요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 관계자들이나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SNS상의 '평판'이다. 정치인의 말실수, 기업 회장의 갑질, 대형 프랜차이즈의 잘못 조리된 음식으로 인한 질병 발생, 유명인의 사생활 등 어느 분야를 가릴 것 없이 SNS상에 민낯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치인 한 명, 기업 하나쯤 곤경에 처하게 하려면 인터넷에 악소문만 올리면 된다. 그다음에는 알아서 확대 재생산돼 급속도로 퍼진다. 우린 이미 2008년 배우 최진실씨가 루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을 경험한 바 있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의 경우 인터넷상에서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거기에 익명성, 정보전달의 신속성, 소문의 파급성이 더해져 거짓이 사실로 여겨지기도 했다. 지난 미국과 프랑스 대선에선 언론 보도인 것처럼 위장한 '가짜 뉴스'가 판을 치면서 혼란을 겪었다.우리 정부는 최 씨 사망 이후 사이버모욕죄, 허위사실유포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교묘하게 진화하는 허위정보에 대처하기 위한 검증시스템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악성루머, 허위사실 유포 등 '정보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최고위기관리자(CRO·Chief Risk Officer)를 만들고 별도의 대응팀을 꾸리고 있다. 기업 홍보를 넘어 자신들에 대한 평판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망을 통해 세계가 연결된 상황에서 엄청난 정보를 관리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사회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허위정보에 대한 관리는 절대 소홀해서는 안 된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7-09-17 이진호

[데스크 칼럼]경기연정 졸혼?

남지사 '청년시리즈 사업 예산' 전액 삭감 등선거 앞두고 도의회 민주당과 잦은 불협화음연정 핵심축 '파기라는 이혼' 양측에 큰 부담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경기 연정'이 파열음을 내며 이혼 위기를 맞고 있다. 연정은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당선된 남경필 지사가 내세운 대표공약으로 대한민국 정치권은 이를 '협치'로 받아들였고 학계에선 연구대상으로 올려놓았다.연정의 대표 상품으론 야당 추천인사를 사회통합부지사(현 연정부지사)로 임명하고 여야 도의원들을 연정위원장으로 위촉해 도정에 직접 참여토록 했다. 또 연정합의문에 따라 도시공사, 신용보증재단, 문화재단 경기연구원 등 일부 도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했다. 경기도 현안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기 위한 20개 항목에 걸친 정책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여야간 경쟁적인 의정활동을 펼쳐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반면 지난 3년간 수차례 고비도 넘겼다. 도의회의 예산안처리 불발에 따른 준예산 사태, 남경필 지사의 새누리당 탈당 및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참여 과정 등에서 연정위기론이 불거졌다. 그때마다 남 지사와 도의회 여야는 연정의 틀은 유지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갖고 풀어냈다.그러나 지난 도의회 임시회를 거치면서 연정 정신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데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도의회 일각에서 연정의 핵심축인 남 지사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정책제동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연정파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남 지사의 '채무 제로' 선언에 대해 민주당 김종석 도의원은 '도지사 선거용'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대한민국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남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일하는 청년 시리즈(마이스터 통장, 청년연금, 복지포인트)' 사업예산 20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대신에 내년 본예산에 담는 조건을 붙였다. 일하는 청년시리즈 사업은 남 지사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청년 일자리 정책이다.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정책이다. 청년들이 직접 정책시행을 목마르게 기다리며 여야 정치권에 읍소하기도 했다.하지만 민주당측은 남 지사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부적절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교통정책인 '버스 준공영제' 도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채 수면 아래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선거용이라는 분석때문이다.이들 사례에서 보듯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남 지사와 도의회 민주당과의 불협화음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연정도 이혼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여야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도정과 도민을 위한 연정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상 어떻게 종료 선언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치권에선 연정부지사의 사퇴 시기가 연정의 파혼 시점으로 해석하고 있다.연정의 핵심 축에 있는 남 지사와 도의회 교섭단체 대표들은 연정은 선거와 관련없이 도민을 위한 것으로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다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연정파기라는 이혼은 양측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연스레 요즘 유행하는 졸혼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도 나오고 있다.지금 경기연정은 계속 이어갈지, 파기되면 시기는 언제가 될지, 아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별한 선언없이 졸혼처럼 각자도생으로 지방선거에 임할지 시계제로 상태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7-09-13 김학석

[데스크 칼럼]사투리에서 교훈을 얻다

충청도 유머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막상 닥쳤을때 허둥대지 말고 미리 준비하란 뜻정치·경제·사회 전분야 면밀분석 미래 대비해야웃을 일 하나 없는 요즘이다. 세상 돌아가는 게 어수선하기그지 없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기에 현실이 더욱 사위스럽지 않은가 싶다. 세간의 분위기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오래된 유머 한 토막을 꺼내 본다. 사투리에 얽힌 유머인데 특정 지역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님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서울 사람이 차를 몰고 충청도의 시골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앞차가 너무 느리게 가는 것 아닌가. 열차 건널목에서 차가 정지했을 때 서울 사람이 앞차 운전자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1차선 도로에서 그렇게 천천히 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앞차 운전자가 충청도 특유의 톤으로 한마디 내뱉는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기가 막히다. 1분 1초를 따지는 현대의 일상 속에서 10분 전, 한시간 전도 아니고 무려 하루 전에 오라니…. 충청인들의 느긋하고 넉넉한 성정을 이렇게 적확(的確)하게 드러내는 유머가 또 있을까 싶다. '아버지, 돌 굴러가유'에 이른 충청 사투리의 최고봉이 아닐 수 없다.어쨌든 충청도 운전자의 이 한마디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공식(?) 유머가 된 듯싶다. 실제로 휴가철 성수기에 충청도의 한 해수욕장 인근 도로에는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안면파출소·예비군 안면읍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꽉 막힌 도로에서 '한번 웃고 가라'는 현지인들의 배려에 많은 운전자가 잠시나마 짜증 대신 미소를 머금었을 게 분명하다.그런데 유머라고 하기에는 뭔가 심오한 함의가 엿보인다. 문장을 곱씹을수록 '막상 일이 닥쳤을 때 허둥대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교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미리 준비하지 못해 낭패를 겪는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인가. 역대 정권이 되풀이했던 갖가지 시행착오는 준비성 부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는 것 또한 기성세대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미루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한 박자 빠른 슈팅이 골로 연결되는 것도 시차의 범위만 축소했을 뿐 발빠른 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자 또한 미리 탈고했더라면 이렇게 마감 시간에 임박해 빈약한 지성과 게으름을 탓하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런 점에서 '어제 오지 그랬슈'는 유머를 넘어 준비부족에 대한 일종의 일갈이다.물론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라는 분자는 '여유'라는 분모를 가질 때 존립이 가능한 게 사실이다. 여유의 크기는 제각각이고 준비를 할 여유가 없는 상황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지금은 이 유머에 깃든 교훈이 더없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북핵, 국방, 외교, 경제, 청소년, 자연재해 등 전 분야에 걸쳐 철저히 준비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없는 여유라도 쪼개야 하는 절박함을 강요한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다. 오늘은 내일의 어제다. 달리 말하면 내일은 오늘의 결과물이다. 후회하지 않을 결과물로 안내할 혜안의 리더십이 더없이 보고싶은 요즘이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7-09-10 임성훈

[데스크 칼럼]오늘을 지켜내야 내일이 있다

北, 핵보유국 지위에 '주체적 생존권' 요원전술핵 재배치여부 묻는 공론화 검토해야성주외 사드 포대 추가배치 히든카드 필요지난 칼럼에서 예고한 대로 북한은 6차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국제사회, 최소한 동북아 정세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대한민국에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할지를 놓고 논란을 벌이지만, 북한은 이제 우리 인식의 차원을 벗어난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북한은 이제 미국의 주적이다. 미국은 북한을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으로 인정하고 모든 군사적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미·북 대결이 동북아 정세의 메인 스트림으로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의 6차 핵실험 직후 초강력 대북제재를 강조하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는 한국군 미사일의 탄두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하는 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의미있는 변화지만 대세 주도형이 아닌 추세 종속형 행보로 보여 안타깝다. 북한에 대한 인내가 거듭 배신당하고, 동맹인 미국과 북핵 해법과 관련해 수차례 이견을 보인 끝에 다다른 행보의 변화여서다.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현실에서 오늘 대한민국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은 주체적 생존권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우리의 생존을 동맹인 미국과 일본의 보호와 지원,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와 협조에 의탁할 수준을 넘어선 전대미문의 위협이자, 전인미답의 국난이다.주체적 생존을 위한 첫번째 선택은 동등한 전력의 확보다. 북한이 핵으로 무장했다면 우리의 대응도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정부 차원의 결단이 힘들다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 맡겼듯이, 전술핵 재배치 여부를 확정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 비아냥이 아니다. 직접민주주의를 선호하는 현 정부와 집권여당이라면, 국민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 핵에 대한 자위의 수단이 무엇인지 국민의사를 직접 확인해야 정체성에 합당하다. 국민 여론조사도 시행해 볼 만하다. 공론화위원회 설치, 국민 여론조사는 그 시도 자체가 북핵 문제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절박한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북핵 해결 의지를 압박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는 전술핵 재배치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성주 이외의 지역에 사드 포대를 추가배치하는 방안도 히든카드로 포켓에 넣어 둘 필요가 있다. 전술핵은 우리가 배치를 원한다 해도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망설일 경우 사드를 매개로 한·미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사드는 한국도 필요하지만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완결하는 전술적 의미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한국은 전술핵으로, 미국은 사드로 공동의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하지만 전술핵 재배치나 사드포대 추가배치의 궁극적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하기 위한 유일하고도 유효한 수단은 우리의 핵무장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남한은 전술핵을 철수시킨 반면, 북한은 핵무장 국가로 성장했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휴지조각이 됐고, 남북의 비대칭 전력은 0:100이 됐다. 북한의 핵무장 해제 협상을 시작하려면 남북 핵전력 규모를 최소한 50:100으로 조정해야 한다. 서로 내줄 것이 있어야 협상을 시작할 것 아닌가. 전술핵 재배치 이후 즉각적인 한반도 핵무장 동시해제 협상에 돌입하면 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공인하에 핵전력 폐기를 약속하고 이행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전술핵과 사드를 철수시키면 된다. 남북 평화공존을 위한 협상은 그 이후 가능하다.전술핵 재배치나 사드포대 추가배치는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진보 진영은 정권의 배신행위로 규정할 테고, 중국은 더욱 강력한 경제보복에 나설 것이다. 당장은 국내외 위기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고 그런 상황이 정권의 운명을 위협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을 지킬 힘 없이 내일의 평화를 얘기하는 것은 몽상가의 언어유희다. 문재인 정부가 현실의 언어로 국가의 오늘을 지켜 내일의 평화를 견인해내기 바란다./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2017-09-06 윤인수

[데스크 칼럼]셋째는 생각만 해도 예쁘다지만…

현행 다자녀 혜택 3자녀 가정에 집중된 상황경기도를 비롯 올해 출산율 '역대 최저' 예상인구정책 큰 그림에 '2자녀 가정'에도 관심을"첫째 아이는 예쁜 일을 해야 예쁘고, 둘째는 보기만 해도 예쁘고, 셋째는 생각만 해도 예쁘다."얼마전 만난 아동전문가가 자녀에 따라 느껴지는 애정도(?)가 다르다며, 다둥이 부모들이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라며 전해준 말이다. 그 자리에 세 아이를 둔 부모는 없었지만 다들 그 말에 공감했고, 셋째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말 뿐이고 어느 누구도 셋째에 대한 계획이나 희망을 구체화해 얘길 꺼내지 못했고 얘긴 더이상 진전되지 않았다.셋째 아이가 주는 행복감을 알아서였을까. 최근 성남시의회에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셋째 자녀 출산 장려금 1억원'이란 파격적 조례안이 추진돼 화제가 됐다. '셋째 자녀 출산 때 최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10년에 걸쳐 분할)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지난달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도로 재발의된 것이다. 결국 여야 의원들의 난상토론과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는 진통 끝에 무산(의원 자진철회)되긴 했지만 이를 놓고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계속됐다.사실 이 조례가 통과되리라고 본 이들은 없었을 것이다. 해당 의회조차도 재정문제와 타 지역과의 형평성,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미비한 점 등을 들어 개정안에 반대하거나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관심이 쏟아졌던 것은 파격적 제도를 넘어 출산정책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온라인상에 쏟아진 의견을 보면 "안될 거라 생각은 하지만 이건 정말 저출산에 가장 현실적 대안인 듯" "셋째 아이에 1억원, 그냥 포기한다" "1억원이 아니라 10억원을 줘야한다" "1억원을 줘도 키울 곳(국공립 어린이집)이 없다" 등 관련 댓글이 도배를 했다. 대체적으로 '하나 낳기도 힘든데 셋은 고사하고 둘만 나아도 혜택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실제 현행 다자녀 혜택을 보면, 3자녀 가정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다자녀카드'의 경우, 출발은 3자녀 이상의 가정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카드 발행의 주체인 일부 지자체들이 2자녀 이상 가정으로 수혜자를 확대해 가면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지자체들이 3자녀 이상의 가정으로 특정짓고 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관심이 많은 주거혜택(주택청약 등)은 3자녀 이상의 가구에 대한 혜택이 주를 이룰 뿐 2자녀 가구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경기도를 비롯 올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역대 최저'가 될 것이라고 한다.경기도는 영유아 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2029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지금의 저출산 기조가 지속될 경우 2033년이면 도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내 출산율은 2011년 1.31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떨어진 상태다. 국가 차원에서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수는 40만6천200명으로 전년보다 7.3%(3만2천여명)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출산율(1.68명)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는 1.24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경기도 관계자는 "2020년까지 경기도의 출산율을 1.5명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등을 위시한 인구정책 5개년 종합계획에 대한 큰 그림을 얘기하며 용역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빅 픽처'를 그리는데 있어 3자녀 가정 뿐 아니라 2자녀 가정에도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해본다./이윤희 문화부장이윤희 문화부장

2017-09-03 이윤희

[데스크 칼럼]자치경찰제의 동력

추진 앞두고 내부에서 찬반의견 엇갈려 자치단체·의회 구체적 논의기구 '미흡'조직 쪼개기 등 반론, 성사될 수 있을까 #"경찰이 자치단체 소속으로 들어가면 도지사, 시장은 물론 자치단체 의회의 입김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된다. 경찰청장이 수사권을 가져오려고 자치경찰제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풍문이 돈다. 자율방범대라는 비웃음을 살수도 있다." 수원 남부경찰서 김모 경장.#"사복과 정복경찰은 명확히 하는 일이 구분돼 있다. 사복은 정보, 수사업무와 범인 검거에 몰두해야 하고 정복은 지역, 경비 등 범죄예방과 대민서비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수당 현실화는 자치경찰에서 가능하다." 수원중부경찰서 박모 경위.자치경찰제 추진을 앞두고 젊은 경찰들을 포함한 일부 경찰관들은 권한축소 및 위상약화를 우려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시민의 인권을 가장 잘 기약할 수 있는 것이 자치경찰이며 지향점 또한 시민의 인권보호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최근 정부는 100대 과제로드맵에서 '광역단위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에따라 2017년부터 자치경찰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고 2018년 시범 실시를 거쳐 2019년 전면 시행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자치경찰제 추진을 위한 경찰 내부 추진상황이나 진행절차를 살펴보면 개선동력의 지속성에 의구심이 든다.행정안전부 등 자치경찰제 도입 추진 전담기관과 자치경찰제의 실질적인 주체인 광역 시·도 등이 늦어도 연말까지 자치경찰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는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의 자치경찰에 대한 권고안이 11월쯤 나온다고는 하나 아직 논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에서 창구를 지정해 구체적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최근 이철성 청장은 "250여개인 국가경찰 사무 권한을 100개 정도 자치경찰에 대폭 이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자치경찰 권한을 경범죄처벌법 위반 적발과 교통, 환경 등 22개 분야로 한정한 것을 볼 때 크게 양보한 것을 알 수 있다. 수사권조정을 위해 일부 손실을 각오하고 있다는 측면이 엿보인다.절호의 기회를 맞은 수사권독립을 획득하기 위해서다.그러나 경찰 내부에서 떠도는 11월 수뇌부 인사설을 놓고 보면 내부 추진동력이 지속될까 하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새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자칫 성숙되지 않은 경찰 내부 자세로 쉽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경찰청장과 지방청장의 싸움에서도 동력이 저하됐다. 과연 자치경찰제였으면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까?경찰청장과 지방청장 불화의 출발점을 차치하고, 이른바 '민주화의 성지 홍보문'이 자치경찰제에서 이뤄졌다면 이 같은 내부균열이 발생했을까.경찰은 촛불집회에서 질서를 지키는 시민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자치경찰의 특성상 경찰이 지역 정서를 보듬는 좋은 사례가 됐을 것이다.자치경찰제란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동안 지방직으로 무늬만 경찰? 조직 쪼개기? 광복 후 경찰조직 70년을 흔들 자치경찰제라는 다양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개선을 향해 가고 있다.잘 추진될 수 있을까./김환기 사회부장김환기 사회부장

2017-08-30 김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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