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지음과 진실사이

주식대박 무죄판결 진경준과 김정주 '유일한 친구'法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까?솔로몬의 명판결인가 vs 국민 법감정에 대한 공격인가?참으로 기막힌 판결이다. 지음(知音)이란 고사성어가 등장할 정도로 재판부가 고뇌와 번민 속에 내린 선고라고 여겨진다. 130억원대 주식대박을 터트린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죄에 대한 무죄판결 얘기다. 앞서 지난 7월말 검찰이 진 전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그의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 130억원대의 재산에 대해 '추징 보전'을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으나 이번 무죄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진 전 검사장은 재산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이런 판결을 인정할 국민들의 법 감정이 어떨지 벌써 궁금해진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씨가 2010년 대한항공과 관련한 내사 사건을 무혐의 종결해주는 대가로 처남의 청소용역 회사에 147억원어치 일감을 받은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마저도 몰수·추징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돈 가운데 얼마가 부정한 이익인지를 검찰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결론적으로 진 전 검사장은 시쳇말로 4년 아니 항소심 등에서 형량이 줄어들 경우 2~3년 정도 감방에서 사식 먹어가며 독서로 시간을 보내면서 때우고 나오면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로 화려한 제 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는 면죄부를 준 판결이나 다름없다. 어느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다.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핵심 기소쟁점인 김정주 넥슨 NXC 대표로부터 2005년 무상 취득(4억2천만원·훗날 130억 주식대박이 된 자금)한 넥슨재팬 주식 건에 대해서는 '공짜 주식'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대가 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둘의 관계는 '지음(知音)관계'라며 고사성어까지 인용해 오히려 순수성을 재판부가 인정해줬다. 더욱이 "김정주가 고등학교 때부터 진경준을 '유일한 친구'라고 불렀고 특별한 케이스라고 진술했다"며 "두 사람은 일반적인 친한 친구사이를 넘어 서로 지음(知音) 관계로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지음이란 고사성어는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와 그의 친구 종자기와의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어떤 연주를 해도 친구인 종자기가 백아 연주곡의 정확한 의미를 알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고사성어로 눈빛만 봐도 상대 마음을 알아주는 절친 중의 절친이란 뜻이다.이쯤되면 최순실씨와 탄핵풍을 맞고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던 사심없는 사람이었다"고 최씨와의 관계 설정을 밝혔다. 국가기밀인 대통령 연설문 등을 고치는 게 때론 짜증이 날 정도였다고 최씨가 언급했다는 청문회 증인들의 얘기를 듣는 국민들은 "도대체 최씨가 누구이기에 대통령 눈과 귀를 가로막는 엄청난 마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기가 막히다"는 허탈함과 함께 "주술(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젓고 있다. 검찰이 기소는 했지만 특검이 발족돼 법정에 오르기까지는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번 진 전 검사장의 판결에 비춰볼 때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어떤 고사성어를 인용할지 모를 일이다. 진 전 검사장과 김정주 대표가 고교때부터 이어진 인연이라면 최씨와 박 대통령은 최씨의 아버지 고 최태민씨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정확한 인맥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또 한 수 배운 것 같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6-12-14 김성규

[데스크 칼럼]꼭두각시놀음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러온 대통령 탄핵 국회 통과中 '요 임금'처럼 덕망있는 인사 찾으려는 노력 필요국민들 사생활·능력보며 걱정없어야 훌륭한 지도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통과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돼 헌법과 법률 위반 혐의를 주요 사유로 탄핵 소추를 받은 박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 권한 행사가 이날 저녁 정지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진다. 최순실 게이트는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각종 국정 관련 서류를 넘겨받고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등의 불법 모금에 관여한 데다 딸의 입학 부정까지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고, 박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거나 도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최순실의 국정 농단으로 분노한 국민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어 나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9일 첫 주말집회 이후 12월 3일까지 6차례 동안 보여준 국민들의 뜻은 결국 국회 탄핵안을 가결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10일 열린 7차 촛불집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과 관계없이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매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문화제와 주말 대규모 광화문 문화제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최순실 게이트에서 중국 한(漢)나라 영제(靈帝, 156~189년) 때 십상시(十常侍)를 떠올린다. 환관(宦官) 열 명이 나서 어린 나이에 즉위한 황제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이들 10인의 환관을 일컬어 십상시(十常侍)라 한다. 관직에 가격을 매겨 팔고 토지세를 늘리는 등 호가호위하는 환관들이 횡행했다. 궁궐은 국가 최고 권력기구인 황제의 공식적인 집무실이자 사적 생활의 공간이다. 당시 궁궐에는 황제와의 사적인 관계를 이용하여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는 황후의 일족인 왕의 외척(外戚) 세력과 후궁을 돌보기 위해 설치된 환관(宦官)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세력다툼 속에서 황제는 '꼭두각시'가 됐다는 평가를 한다.중국 고대 전설상의 임금이라 추앙받는 요(堯)는 임금의 자리에 올라 칠십 년 동안이나 세상을 잘 다스렸다고 한다. 요는 임금의 자리를 세습하지 않고, 순(舜)에게 그 자리를 물려줬다. 요와 순은 하늘과 땅의 법칙을 본받아 세상을 다스렸다고 한다. 순리를 따랐고, 백성의 뜻을 따랐다는 얘기다. 훗날 역사는 "백성들의 생활은 풍요롭고 여유로워 심지어는 백성들이 군주의 존재까지도 잊고 격양가를 부르는 세상이었다"고 적고 있다. 또 "정치는 가장 이상적인 선양(禪讓)이라는 정권 이양 방식으로 다툼이 없었다"고 적고 있다.국민들이 든 촛불이 의미를, '엄중한 뜻'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디선가에서 나타날 '우주의 기운'을 기대한다면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선양했듯 주변을 돌아보며 덕망있는 인사들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지 못해서 '불통인사'가 되지 않았을까.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선 사생활이나 자신의 능력이 그대로 노출된다. 국민들이 그대로 노출된 지도자의 사생활이나 능력을 보며 걱정하지 않아야 진정 훌륭한 지도자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형술사(人形術士)에 의해 꼭두각시놀음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6-12-11 이영재

[데스크 칼럼]'혼돈 정국'에 혹한기 맞은 우리 경제

고용사정 악화·가계부채 증가 등 온갖 악재만국제적 신인도 하락… 정치권, 뼈저리게 각성해야최순실 국정 농단 게이트 정국에 발목 잡힌 국내 경제 상황이 불안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황을 만성적으로 호소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은 현 경기를 '지난 외환위기보다 더 심한 정도'로 표현한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황의 강도는 갈수록 커지는 데 각종 경제지표는 뭐 하나 유리한 것이 별로 없다. 고용사정 악화와 가계부채 부담 증가 등 소위 불황 지표로 나타나는 온갖 악재만 난무할 뿐이다. 실물경기 체험의 바로미터격인 자영업자들이 생업전선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혹독한 지경'이라는데 이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김영란법 발효 이후 업종 간 명암으로 경기를 일시 끌어내렸다면 최순실 정국은 경기 전체를 통째로 삼킨 블랙홀과 같은 크기로 힘든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앞길이 험난한 지금의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 등 대부분 지표에서 가리키는 부정적 방향성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소득 정체와 실업, 경기전망 불안 등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이고 희망적 지표를 찾기 힘들 정도다. 줄곧 하락세 경고가 나오고 있는 급박한 상황은 가계와 기업의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경제 동력과 활력을 빼앗아 다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조선·해운업 등의 구조조정과 삼성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등에 따른 수출 동력 약화, 내수 및 소비 위축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 대선 이후 자국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 노믹스, 금리인상 공포, 브렉시트 이후 남은 변수 등의 국제적 불안감이 국내 경제 방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변 여건도 도와주질 않는 꼬일 대로 꼬인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대통령 퇴진과 맞물린 대규모 촛불집회 등 혼돈에 빠진 우리 경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에서 시작된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금융시장 위축 등은 외국인들의 투자 이탈을 촉발 시키고 있다. 국내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 외국자본 이탈 조짐이란 전조적 징후가 느껴진지 이미 오래며, 수출에선 당장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미국 증시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요즘, 우리는 세계 경제 대열에서 낙오나 되지 않을까 답답한 걱정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불행하게도 난맥상의 현 정치권은 갈길 바쁜 경제에 짐까지 보태고 있다. 우리 정치권의 이 같은 무지와 무능이 주는 경제적 과부하가 지난 90년대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20년'의 암울한 상황을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솔직히 우리 정치권이 경제적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정치권은 일반인들의 이미지에 차라리 기업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에 더 친숙하게 남아 있을 정도로 국민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 있으니 문제다. 밉지만 지금 정치권은 경제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경제적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 또한 하루 빨리 정치적 안정화 토대 마련에 온 힘을 결집시켜야한다.정치권이 오롯이 국가와 국민만을 바라보며 한뜻으로 뭉칠 때 비로소 수렁에 빠진 우리 경제 소생과 함께 비전도 보일 것이다. 정치권 하면 연상되는 당리당략의 실망적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하기에 국민적 염원이 하나로 뭉친 바로 지금이 호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을 만든 정치권의 뼈저린 각성이 헝클어진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최소한 도리와 예의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6-12-07 심재호

[데스크 칼럼]망(忘)

매일 터지는 국정농단 비리·의혹… 무능한 정치권…올해엔 나라 망친 위선자들 잊고 싶은 망년회될 듯2016년 새해 각오를 다졌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채 한 달이 남질 않았다.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서 연말 모임 소식이 들어올 시기다.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하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동료들끼리 격려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게 연말모임의 취지다.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을 '송년회(送年會)'라고 부르기도 하고 '망년회(忘年會)'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은 연말모임을 망년회보다 송년회로 부른다. 망년회가 일본에서 온 말이란 이유도 있고, '망'이라는 어감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그러나 뜻으로 보면 송년회(送年會)보다는 망년회(忘年會)가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망년(忘年)은 '나이를 잊는다'는 뜻이다. 이미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쓰였던 말이기도 하다. '망년지우(忘年之友)'나 '망년지교(忘年之交)'는 나이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친구로 깊이 사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한 해를 보내는 송년(送年)보다는 나이도 잊고 한해의 모든 괴로움도 잊자는 모임이 망년(忘年)의 뜻이겠다.굳이 망년회(忘年會)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정말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해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다가오는 새해에 대해 설렘이 일기 마련이다. 올해보다 나은 목표를 세우고,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계획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안팎으로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다 보니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국정농단이 어디까지 치닫게 될지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일 새로운 비리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학생들과 어린아이들까지 부모의 손을 잡고 나라를 걱정하는 판이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도 우리나라에는 호재(好材)보다 악재(惡材)가 더 많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이유로 연일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시대다.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국격(國格)이 바닥에 떨어지고, 대통령의 외교력은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정치판도 다를 바 없다. 여야 정당 어느 곳도 국정파탄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난국을 풀 해법보다 저마다 이해득실만 따지고 있으니 청와대가 깔아놓은 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무능한 정치권을 믿지 못하겠다며 온 국민이 직접 나서 청와대 앞까지 달려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올해부터는 '잊을 자리'도 마음 편하게 만들지 못하는 망년회가 될 것 같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지금쯤이면 각종 연말모임으로 예약 문의전화를 받느라 바빠야 하는 데도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특수도 없을 것 같다는 푸념이다. 기업체나 관공서 관계자들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말모임을 갖는 게 조심스럽다고 한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자리라 하더라도 사방팔방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쓴 소주 한 잔도 마음 놓고 기울이지 못하는 세상이다. 날씨라도 궂은 날이면 퇴근 길에 회사 뒷골목 실내포장마차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취기를 빌려 불합리한 세상을 야유하기도 했다. 무능한 위정자들을 안주 삼아 악을 쓰면서 희망가를 부르던 것도 이해관계자 한 명이라도 함께하면 부정청탁방지법으로 처벌한다고 하니 이 마저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올해 연말모임은 나이를 잊고 새해를 맞는 망년회(忘年會)보다 나라를 망친 위선자들을 잊고 싶은 망년회가 될 것 같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6-12-04 이진호

[데스크 칼럼]동티모르에서 보내 온 사진 한 장

몇년만에 피붙이에 생뚱맞은 메일 '시국 간담회''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한인들의 심정 고스란히 이역만리 '민초'들의 고국 사랑·걱정 대단함 느껴동티모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누님이 한 명 있다. 특유의 도전정신을 잘 아는지라 몇 해 전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훌쩍 떠날 때, 가족들도 만류 대신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정기적으로 한 인터넷신문에 싣는 글을 통해 동티모르에서의 근황을 접하곤 하는데, 낯선 곳에서 가치를 찾고 보람을 느끼는 그의 삶에 마음속으로나마 박수를 보내게 된다. 겸연쩍게도 가족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동티모르에서 벌어진 '작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묵혀버리기 아까워 쑥스러움을 무릅쓰고야 말았다.그가 동티모르로 떠난 뒤 처음으로 며칠 전 기자에게 이메일을 한 통 보냈다. 이메일의 제목이 참으로 거창(?)하다. '동티모르 한인 시국 간담회'. 한국을 떠난 뒤 피붙이에게 처음으로 보낸 이메일의 제목이 생뚱맞게 시국 간담회라니…. 이어 전화벨이 울리더니 "다른 나라의 한인들에 비해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동티모르 한인들의 심정을 고국에 알리고 싶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몇 년 동안 전화 통화 한번 없었던 터라 오랜만에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고국을 걱정하는 한인사회의 분위기를 전하는 대목에선 허탈한 기색이 역력했다.박근혜 대통령이 대단하긴 한가 보다. 남녀노소, 보수·진보를 망라해 전 국민을 단결시키더니 가족 간 소통의 장까지 마련해 주니 말이다.첨부 파일을 열어보니 사진 한 장이 뜬다. 현지 한인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흰 종이에 담았다. '꼴등 대통령, 일등 국민!', '퇴진이 희망이다', '챙피해유 내려와유', '세월호 7시간! 진실은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첨부파일은 '동티모르 한인의 고개를 떨구게 하는 고국의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한 간담회 참가자가 썼다는 글이다."뉴스를 보니 지도자는 한없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일반 국민은 차원 높은 시위 모습을 보였고, 정의로운 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 슬기롭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에 동티모르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모였다. 부끄러운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루빨리 자진 사퇴하여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자신을 선택해준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이다."사실 언론사 특파원이 상주하는 주요 국가에 비해 현지 한인이 100명에 불과한 동티모르에서 열린 시국간담회는 주목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동티모르에서 보내온 이메일은 기자에게 더없이 소중한 '보도자료'였다. 시간이 꽤 지나 보도타이밍 측면에서 다소 어긋났음에도 불구, 이메일을 소개하는 이유다.예전에 박 대통령 측근 중 누군가가 박 대통령에 대해 오직 나라만 생각하는 분이라고 했던가. 그들이 이참에 깨달아야 할 게 있다. 국내에 있든, 외국에 있든 민초들이 '그네들'보다 나라를 더 사랑하고 걱정한다는 사실을./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6-11-27 임성훈

[데스크 칼럼]오너리스크 vs 정치리스크

최순실 사태로 대기업 총수들 줄소환 앞둬 '긴장감'대선앞둔 정치권 당리당략·유불리만 따져 '국정 표류'南지사 탈당, 연정 '시계제로' 현안사업 '갈팡질팡'오너리스크란 재벌 회장이나 대주주 개인 등 오너(총수)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에 해를 입히는 것을 통칭한다. 오너에게 모든 게 집중돼 있다는 것은 오너가 잘못했을 때 기업에 끼칠 수 있는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한다. 오너 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극대화된 재벌 특성상 이들의 범죄행위는 시장 교란과 기업경영 파행, 나아가서는 국가·국민 경제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최순실 사태로 빚어진 국정혼란이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특검과 정치권이 재벌 회장들의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을 낸 53개 기업의 재벌 총수들이 뇌물공여혐의와 대가성을 놓고 검찰 조사를 받은데 이어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앞으로도 2차례 이상 증인석에 앉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재계는 총수들의 증인 출석 준비 등으로 내년도 사업계획수립과 조직개편 등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산적한 현안추진에도 적잖은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특검과 국정조사에 불려 나올 총수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 등 9명이다. 국민경제와 직결되는 이들의 출석에 따라 한국경제의 앞날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오너리스크 못지않은 것이 정치리스크이다.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열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상실했고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갔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유불리만 계산하면서 표류하는 국정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치리스크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정치불안은 경제를 쓸어담으며 일순간 국가의 존망까지 걸려 있다는 것을 우린 역사라는 학습을 통해 배웠다. 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 불안정은 중국·북한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일당독재이지만 정치적 안정감은 매우 높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선진국들은 정치적 안정도가 높다. 남미를 포함한 제 3세계 국가들은 정정불안으로 경제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아 다시 3류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치권은 촛불 민심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다.지난 22일엔 남경필 경기지사가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지역 정치 리스크가 또 발생했다. 당장 여야 연정의 앞날이 시계 제로에 접어들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심의가 마무리되면 다음 달 중순 연정과 관련된 중대 결정을 하겠다고 밝혀 연정 파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아닌 만큼 도의회의 지원보다 견제를 더 많이 받고 여야 지역국회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한 국비확보 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고양 한류월드 부지 내 K-컬처밸리 조성사업은 차은택 연루설로 홍역을 치르면서 CJ측에서 정상 사업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도 도의회가 내년 예산 중 7억5천만원을 삭감해 앞날을 예측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DMZ생태평화공원도 조성비 300억원을 야당이 삭감하겠다고 밝혀 정상추진이 어려워 보인다. 한차례 무산됐던 화성시 '송산 국제테마파크'조성사업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흔들리고 있다. 자칫 오너리스크와 정치리스크로 인해 국민들은 피멍이 들 상황이다. 이젠 정경유착이란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하고 정치 불안정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6-11-23 김학석

[데스크 칼럼]위기를 기회로 만들 정치가가 간절하다

악행 전율 '잔혹동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입건광장서 4주째 朴퇴진 요구 '국민 집단이성' 외신 격찬소인배 정쟁 일관 정치권 탓 총체적 난국 꼬일까 걱정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모자, 즉 피의자로 입건됐다. 검찰은 20일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니 역사적 사건이다. 대통령의 혐의 내용이 대기업에게 금품출연을 요구한 직권남용 및 강요와 공무상 비밀누설이다. 치욕적인 혐의다. 대통령은 그 치욕을 감내할 의지를 보이는데 피해자인 국민은 스스로 부끄러워 망연자실이다. 가해와 피해의 전도에 가슴이 답답하다.지난 10월25일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 박근혜'를 마음에서 지웠다. 이후 '막돼먹은 순실씨'의 악행이 속속 드러날 때 마다 대중은 한편의 잔혹동화에 전율했다. 도대체 누가, 어떤 상황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웠는지, 20년 가까운 은둔의 세월이 왜 신화로 둔갑했는지, 공주의 여집사는 어떻게 국정운영의 1인자가 되었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런 견제없이 파국을 향해 치달았는지···. 대통령의 민낯을 확인한 국민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촛불을 켰다. 네번의 주말 촛불집회에 수백만명이 참여했다. 경찰과 시민단체의 추산을 따지는게 우습다. 형편없는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 대다수가 광장의 대중과 함께했음을 보여준다.국민은 광장에서 4주 연속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폭력의 개입을 차단하며 국민적 퇴진 요구의 진정성을 매주 이어가면서, 대통령이 훼손한 국격을 다시 세우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외신은 쓰레기를 주우며, 과격분자의 이상행동을 제어하는 100만 시민의 집단이성을 격찬하고 있다. 걱정거리는 늘 그렇듯 정치권이다. 국난의 위기에 맞서 국민이 보여주는 절제된 행동에 견주어 볼 때, 정치권은 그야말로 너무 황송한 국민을 모시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 발생이후 여야는 졸렬한 소인배 정쟁으로 일관해, 국면의 대승적 전환에 실패했다. 야권은 게이트 이후 대통령을 '식물'로 규정하고도 국정공백을 메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퇴진 요구만을 반복하면서 탄핵이라는 합법적 절차는 회피했다. 야당은 광장의 국민이 한 목소리를 요구하는 대통령 퇴진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마땅했다. 신속하게 국정공백을 메우는 정치력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았어야했다. 절호의 기회를 추미애 대표의 말폭탄과 뜬금없는 영수회담 번복으로 날려버린 지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세력은 반전의 틈을 엿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 대신 정쟁을 하는 바람에 고목이 꽃을 피울 엄두를 내니, 최순실 정국이 총체적 난국으로 꼬일까 걱정이다.그래도 공주의 화려한 외출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 대통령이 특유의 뚝심으로 직을 유지한다 해도, 권위와 권한을 인정받기는 힘들게 됐다. 돌발적인 변수가 정국을 흔들 수도 있겠으나, 스스로 민간인에게 권력을 이양한 대통령의 원죄를 덮기는 힘들다. 박근혜 신화는 이제 우화로 전락해, 미래 정치인들에게 두고두고 큰 교훈으로 회자될 것이다.국민은 이제 권력의 공백을 채워나갈 차기 리더십을 주목 중이다. 국정공백의 장기화는 실제로 국민의 주목을 더 받기 위한 차세대 리더들의 말 폭탄 경쟁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은 이번 사태로 정치지도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양해졌고 안목이 높아졌다. 광화문 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정치 속물들의 얄팍한 정략과 속셈이 환한 선동을 대번에 파악하는 건 식은죽 먹기다. 국민은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낼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누가 제대로 응답할 것인가./윤인수 문화부장윤인수 문화부장

2016-11-20 윤인수

[데스크 칼럼]대한민국의 마지막 희망은 축구다

대통령 비선실세들 스포츠판 뒤흔들어 텅 빈 곳간중국, '축구 굴기' 앞세워 亞축구계 점령계획 세워승부조작·대기업 지원 감소 등 '혼돈의 K리그'과거 1970~80년대 축구만큼 국민에게 희망을 준 스포츠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한·일전이 열린 날이면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라디오에 의존하면서 현지 아나운서의 중계 소리를 들었다. 당시 한 아나운서는 생중계 도중 "슛~~~고 올~노골"이라는 말로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승리는 가난에 지친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청량제 같았다.이런 한국 축구가 요즘 아시아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2018 러시아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우리이기에 더욱 힘이 빠진다. 한국 축구는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아직 마음 놓을 수 없는 처지다.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이란·우즈베키스탄·중국·카타르·시리아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홈앤드어웨이로 치러지는 최종예선은 총 10경기다. 이 가운데 5경기를 치러 3승1무1패로 이란(3승2무)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최소 조 2위를 확보해야 한다.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위기의 한국 축구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탰다. 슈틸리케호는 2차 예선에서 8연승과 더불어 27골, 무실점으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선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1차전부터 한 수 아래인 중국에 3-2 진땀승을 거두더니 시리아와 2차전에선 비겨 '이변'의 희생양까지 됐다. 카타르와 3차전에서도 3-2로 신승했지만, 이란과 4차전에선 0-1로 져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 위기'까지 몰렸다.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조 2위를 확보, '생명연장'에 성공했지만 갈 길은 멀다. 앞으로 남은 5경기는 4개월 뒤인 내년 3월부터 재개된다. 남은 기간 축구 대표팀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절실하다.한국 축구는 당면 과제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꼽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다. 온 나라를 들썩이는 대통령 비선 실세들이 스포츠판을 뒤흔들어 국내 스포츠계의 곳간은 텅 빈 상태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낸 대기업들은 정작 국내 스포츠계에 투자를 줄였고, 프로축구도 영향을 받았다.이런 사이 중국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그간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를 점령해 온 축구계 판도를 바꿀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축구 굴기(축구로 우뚝 선다)'를 앞세워 2020년 아시아 챔피언에 이어 2050년에는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중국 정부는 해외 구단을 직접 인수하거나 스타 선수들을 앞다퉈 영입했다. 브라질 대표 공격수 헐크를 710억원에, 알렉스 테세이라는 660억원, 하미레스는 330억원을 들여 중국으로 데려왔다. 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 인터 밀란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애스턴 빌라, 울버햄튼 등 굵직한 클럽 축구팀도 인수했다. 1부 구단 대부분이 국내 K리그 우승팀 운영비에 10배에 달하는 3천억원을 사용할 정도니 입이 벌어진다. 또 축구를 할 수 있는 경기장만 전국에 7만개를 건설하고, 축구학교도 2020년까지 전국에 2만곳을 설립해 축구 선수 5천만명을 육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K리그는 어떤가. 구단과 선수들의 승부조작이 이어졌고, 대기업은 권력에 밀려 운영비를 줄였으며 시민구단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개입으로 사령탑을 바꿨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스포츠를 더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신창윤 체육부장신창윤 체육부장

2016-11-16 신창윤

[데스크 칼럼]2명의 '트 대통령'과 한반도

트루먼, '전쟁 빌미·공산화 위기 탈출' 병주고 약 줘트럼프, 미군주둔비 100%부담 등 주장 '격랑 예고''정치인 불변·최순실 자괴감' 이래선 美와 상대 못해예전의 우리 신문에 실린 미국 대통령 이름을 보면 폭소가 터진다. 케네디 대통령은 '케 대통령',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 대통령'하는 식이었다. 마치 박 대통령, 이 대통령 하듯이 한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표현이지만 당시에는 친근감의 표시였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인과 우리의 이름 부르기를 비슷하게 함으로써 일종의 동질감을 심어주려 했던 게 아니었던가 싶다. 이번에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를 이렇게 옛날식으로 하면 '트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중 두 번째 '트 대통령'이다. 1945년부터 1953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트루먼이 선배 격이다.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 인파를 보고서 2명의 '트 대통령'과 한반도의 처지가 자꾸 겹쳐졌다. 트루먼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있을 때 우리는 근현대 최대의 격변기를 보냈다. 해방과 동시에 미 군정 치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분단이 됐고, 6·25 전쟁이 터졌다. 그 전쟁은 트루먼이 국무장관으로 앉힌 애치슨이 한반도를 미국의 방위라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게 주요 동인이 되었다. 북한 김일성과 소련의 스탈린에게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다. 트루먼 때 미군은 2번의 인천상륙작전을 펼쳤다. 우리가 다 아는 1950년 9월 15일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1945년 9월 8일에 있었다. 이때 미군 사령부는 일본 도쿄에 있었다. 해방군으로 상륙하는 그 미군을 환영하기 위해 수 많은 인천시민들이 인천항 부두에 몰려갔다. 그런데 당시 질서유지를 일본 경찰이 맡았고, 그 일경이 쏜 총에 맞아 여러 시민이 죽거나 다쳤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찌 이해할 수가 있겠는가.이렇듯 첫 번째 '트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병 주고 약 주고를 반복했다. 전쟁의 빌미를 주기도 했고, 또한 부산만 남은 공산화의 위기에서 다시 분단의 원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당시 세계 2차대전 승리의 주역인 미국의 위세에 눌려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정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서로 갈라져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런 탓에 친일문제 해결도, 남북문제 처리도 시원하게 하지를 못했다.이번에 당선된 '트 대통령'은 역대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울 것이라고 한다. 또 미군 주둔비용도 100% 부담하라는 얘기도 했었다. 미국이 그동안 일본과 한반도 방어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미국 본토가 전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미군이 한반도에까지 전개하는 것은 한국의 방어가 곧 미국의 방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순망치한을 막자는 의도다. 트럼프는 힘을 내세워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자기주장만 펼칠 수도 있다. 이런 트럼프 당선으로 세계가 야단이다. 한반도 역시 첫 번째 '트 대통령' 때처럼 격랑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엊그제 서울의 밤을 환하게 밝힌 100만의 촛불은 우리 국민의 수준이 70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사람들은 요즘 최순실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로 하루를 맺는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국민들은 집단적 자괴감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트럼프의 미국과 상대할 수가 없다./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6-11-13 정진오

[데스크 칼럼]최순실 난국(亂國), 영웅은 없는가?

'崔 막장드라마' 특급 조연들 충성정황 속속 드러나대권잠룡 포함 누구도 정치생명 걸겠다는 사람 없어하야·탄핵 등 이해득실만 따져 민심 흔들릴까 겁나최순실의 남자 차은택이 40여 일 만에 중국에서 숨어지내다 들어왔다. 비선 실세의 또 다른 핵심실세로 군림해온 차은택이 지난 8일 밤 10시 20분 인천공항 포토라인에 서서 고개를 떨궜다. 불과 며칠 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취재진을 응시,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CF 연기자처럼 눈물까지 보였다. 문화계 황태자로 막강한 무소불위 힘을 발휘해온 그가 남긴 흔적은 고양 K-컬처밸리를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추진해온 굵직한 창조문화사업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일개 CF 감독이던 그가 최순실의 첫 비선 남자 고영태 전 블루K 이사를 팽 시키고 두 번째 비선 남자로 일약 등극한 배경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은택과 최순실을 연결해 준 가교자가 고영태 이외에 최순실의 친언니인 최순득씨 딸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라고 소문이 퍼지면서 최순실 막장 비선 게이트의 본류가 다시 고영태→차은택→장시호→최순득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 체육특기생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대학 측이 특기자 선발 전형까지 바꿔가며 특혜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장시호 역시 지난 1998년 연세대 체육특기생 입학전형에서 정유라와 비슷한 방법으로 특혜입학했다는 새로운 의혹보도가 속속 이어지면서 새국면을 맞고 있다.최순실 게이트의 조연급 조력자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비롯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 전 문화관광부 2차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최순실 주연·차은택 특급 조연 막장 드라마에 얼기설기 배치돼 스타급 조연 발탁을 꿈꾸며 제각각 폼나는 충성 연기경쟁을 펼쳐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차은택이 대학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관광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전 수석, 광고업계 선배인 송성각씨 등을 직접 추천해 등극시킬 정도여서 '이게 나라입니까?'라는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켰다.항간에는 최순실-고영태-차은택 간 3각 관계에 얽힌 삼류소설보다 못한 저급한 이야기들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지며 나라 전체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고영태가 마치 양심선언이라도 한 듯 '최순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라고 언론플레이를 자처하더니 검찰청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이후에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일이 다 거론할 수는 없지만 고영태를 움직이는 진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얘기가 최근에 다시 회자되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이런 사태를 이미 다 예견이라도 한 듯 일찌감치 외국으로 떠나 잠적한 장시호에 얽힌 출생의 비밀설도 2016년판 신간 삼류소설에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이유다.현재 정치권 상황은 너무 난잡하고 추악해서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 대권 잠룡들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소신과 철학을 갖고 국민 앞에 책임을 지고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 2선 후퇴, 개헌 등 이해득실만을 따져보는 각자 그들만의 계산속에 선량한 민심이 흔들릴까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쯤되면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워 정계를 떠나겠다'는 양심있는 정치인 한 명쯤은 나와야 추락하는 국격(國格)에 조금이라고 제동을 걸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여기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처가 땅 매입 등과 관련된 황제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최순실과 연결된 모든 사람이 우 전 수석은 만난 적도 알지도 못한다고 한 입으로 외쳐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데 대한민국의 영웅은 없는 것인가?/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6-11-09 김성규

[데스크 칼럼]흘반난(吃飯難), 밥 먹기 어렵다

유득공의 詩 송경잡절에서 '최순실 파문' 떠올려'인간은 100년 못돼 간다 너무 아등바등 하지마라' 靑인사들 이해했다면 작금의 실망·분노 없었을텐데며칠 전 김진태 전 검찰총장으로부터 책을 한 권 건네받았다. '흘반난(吃飯難), 밥 먹기 어렵다'가 책의 제목이다. 김 전 총장과는 1990년대 말 인천지검 특수부장과 출입기자로 처음 연(緣)을 맺은 뒤 지금까지 1년에 몇 차례 식사 자리를 갖는 것으로 소식을 끊지 않고 있던 터다. 10여 년 전 불교의 성자 수월(水月)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담아낸 책 '물 속을 걸어가는 달' 이후 두 번째 책 선물이다. 그는 글머리에 "이 책은 원래 검찰을 떠나면서 짐을 챙기던 중 혹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책상 위에서 나뒹굴던 시(詩)·문(文)을 한데 모아 퇴임식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었는데, 어떻게 이것을 알고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부득이 인쇄하게 되었다"고 적었다.평생 법조인으로 한 길을 걸어온 그는 큰 스님들에게서 불교와 주역을 배웠고, 한문에도 능통하다. 한국, 중국의 한시와 문장, 불교 경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음미하고 풀어낼 수 있는 내공을 지닌 그가 빚어낸 책을 받고 나니 126개의 시문중 난해한 내용도 많았다. 최치원, 두보, 이백, 원효, 소동파, 이황, 조식, 측천무후, 임제 등 역사의 굽이 굽이에 살다간 사람들이 당시 처한 상황에서 선택하고 포기하며 쏟아낸 시문들이다. 지은이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았으면 참으로 오랜 시간 책과 싸움을 했어야 할 듯싶다. 서둘러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들춰보긴 했지만 김 전 총장이 오랜 시간 틈틈이 옛글을 찾아 읽고 덧붙인 소회를 모아 엮은 이 책을 하루 이틀에 이해하며 독파하기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늠하려면 몇 차례 더 반복해 읽어봐야 할 듯하다.책장을 넘기다 발해고(渤海考)를 저술한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유득공의 시(詩) 송경잡절(松京雜絶)에서 '최순실 파문'을 떠올리게 하는 글을 볼 수 있었다. /황량하구나 스물여덟 고려 왕릉이여/해마다 비바람 속 옻칠한 등만 깜깜한데/진봉산 속의 붉은 철쭉꽃은/봄이오면 여전히 층층이 피어나네/저자는 해설에서 "(생략) 인간은 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채 100년이 못 되어 간다. 그러니 너무 아등바등하지 마라. 인간이 간 뒤에도 그 철쭉은 그대로 남아 봄이 되면 꽃을 피울 것이다. 참으로 무상이다. 권력 무상을 넘어 인간 무상이다"라고 했다. 지금의 세태와 다르지 않아 한참을 봤다.'흘반난(吃飯難)'은 밥 먹기 어렵다는 뜻이다. '밥'은 생존과 직결된다. 인생은 알고 보면 밥 먹고 사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세상에 밥 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투고 번민하고 갈등하고 울고 웃는다. 이 책에 실린 시와 글은 대부분 궁극적으로 밥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권력에 밀려나 유배를 떠나고, 아침엔 친구였던 이가 저녁에는 원수가 되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해 세상을 버리고, 알아주는 이가 없어 방랑하는, 인간사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역사의 굽이 굽이에서 살다간 선인들이 처해 진 상황에서 했던 선택과 포기의 지혜를, 청와대의 권력을 나눈 인사들이 조금이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대한민국을 이처럼 실망과 분노 속으로 몰아넣지는 않았을 듯싶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밥 먹고 살기 참 어렵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6-11-06 이영재

[데스크 칼럼]가계부채 문제, 정치권에 동조할 때 아니다

개인사업자 대출 '부동산·임대업'에 40% 편중저금리가 심각한 연체율 막아줄때 대책마련 필요고용안정·가계소득 등 상환능력 제고에 중점둬야우리 경제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출금 전체의 40%가 부동산 업종에 쏠린 질적 편중 등 내용상의 문제를 들여다 보면 아찔하다. 생산성의 지표격인 제조업의 2배를 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의 과도한 쏠림이 그것이다. 이 같은 취약한 부채 구조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취업난,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급증한데 원인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정된 마당에 국내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편식까지 한 허약체질의 우리 경제가 감당할 충격이 어느 정도 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동안 거품 논란 속에 그나마 경기를 홀로 떠받쳤던 부동산 경기 거품을 속절없이 방치한 후유증치고는 문제가 너무 크다.최근 한국기업평가가 국내 일반은행의 업무보고서를 토대로 개인사업자의 여신 결과는 정부 당국의 시급한 대책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기업평가는 올해 상반기 현재 부동산 및 임대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대다. 제조업 17.3%, 숙박 및 음식점업의 10.5% 등에 비해 월등하다.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도 부동산이나 내수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치우쳐 있음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경기를 위축시키는 도미노로 연결될 것이 뻔하다. 지금 우리 경제를 빗대 정리한다면 '저금리 덕에 그럭저럭 굴러간다'는 표현이 알맞다. 세간에 지난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지금, 특히 저금리가 아직 심각한 연체율을 막아줄 때 시급히 경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지금 온 나라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까지 겹쳐 경제의 위중한 상황에서도 온통 정치권에 함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건 이전부터 아파트 등의 집단대출 규제를 위한 고민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다. 제1금융권 대출을 막으니 제2 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만 보일 뿐 청약 열풍은 여전하다. 정부 규제 속에 개인사업자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작년 상반기 29조8천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만 39조7천억원이나 늘었다. 이자 부담이 큰 2금융권 이동은 사실상 부채의 질이 악화됨을 의미한다. 당연히 잘못된 방향성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된 가운데 저금리 영향을 받아 개인평균 부채가 가구당 1억원까지 늘어난 개인사업자들의 현실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다.불황에 찌든 우리 경제는 지금 1천300조원대 가계부채 시대를 맞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이미 우리 민간부채 위험도를 주의단계로 분류해놓고 있다. 이미 정상적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많은 가구는 경기불황에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보험을 깨는 지경에 까지 이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뚜렷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현 경제팀이 산적한 현안들을 타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경제팀은 조선·해운 구조조정 실패 뒤에 가계부채와 각종 부동산 대책에서 '결정 장애'까지 겪고 있다. 정부는 정치 게이트와 상관없이 흔들림 없는 경제정책을 펼 때다. 금융권도 담보비중이 높고 대출이 손쉬운 부동산 투기자금에 따른 추세를 꺾는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 부채 문제 해결의 이상적 접근은 고용안정과 가계소득 등을 통한 상환능력 제고에 중심을 둬야 한다. 덧붙여 청약열기를 바탕으로 그나마 살아있는 주택 경기를 단 칼에 죽이지 않는 '묘수'도 기대해 본다./심재호 경제부장심재호 경제부장

2016-11-02 심재호

[데스크 칼럼]국정 역사교과서

부끄러운 역사도 인정, 다양한 관점으로 구성돼야밀실·편법 진행된 국정교과서 부작용 우려 점점 커져 발간될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기름붓는 꼴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사교과서를 한 종의 국정교과서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학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의 '뚝심'으로 국정교과서 작업이 진행됐다.그간 북핵 등 다른 현안에 밀려 국정교과서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는 사이 교육부는 다음 달 전자책 형태로 전시본을 공개해 의견 수렴한 뒤 내년 1월께 최종본을 확정하고 3월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올해 내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는 한 종의 국정교과서만 갖고 공부해야 한다.역사 연구자들의 모임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는 지난 28일 제59회 전국 역사학대회를 맞아 "최근 박근혜 정권은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를 노출했다"며 "국정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학계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박 대통령이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당시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가 청와대 안팎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다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며 국정교과서에도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만난 박 대통령은 '기존의 역사 교과서가 '자학사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었다'고 했다.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것이 어떤 부분이냐"는 물음에 박 대통령은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답했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면 어떤 '귀기(鬼氣)' 같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국정교과서의 대표적 논란거리는 19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일로 볼지, 아니면 대한민국 수립일로 봐야 할지에 대한 해석에 있다. 이 외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광복군 활동에 관한 해석, 위안부 표현 등도 논란이 일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앞서 지난 24일 '복면집필 역사 국정교과서, 닥치고 주문 강요하는 교육부'라는 성명에서 "당장 2017년 3월부터 수업시간에 사용할 교과서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교과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지난 15일 광화문 앞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 Vol.2' 집회가 열렸다.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외면하고 싶어하는 불편한 역사가 많이 존재하지만,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런 부끄러운 역사도 인정하고 배워야 해요. 그렇기에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는 더 다양한 관점과 사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상 국정교과서로는 이러한 일들을 이뤄낼 수 없잖아요. 올해 내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는 국정교과서로 공부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다시 검정교과서로 바뀐다고 해도 소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최소 3년, 최대 5년 동안은 상황이 바뀔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누구든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했는데 아무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나섰습니다."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한 학생의 말이다.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데 "부끄러운 역사도 인정하고 다양한 관점과 사료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학생의 말보다 더 충실한 원칙이 있을까. 밀실에서 편법으로 진행된 국정교과서 부작용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학생, 학부모, 학계가 졸속 교과서라며 반대하고 정치권마저 불신하는 국정교과서가 예정대로 발간될 경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기름 붓는 꼴이 될 것이다./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2016-10-30 이진호

[데스크 칼럼]지방재정과 지방분권

지자체, 국세-지방세 '7:3→6:4' 단계적 조정 주장비율조정 앞서 선심성 사업·예산낭비 요인 제거해야 수원 '지방분권 토론회' 국민행복 위한 자리됐으면…오는 28일 수원에서는 전국의 지방분권 운동가, 전문가, 시민 등 500명이 참여하는 '지방분권개헌 500인 원탁 토론'이 열린다. 이번 원탁 토론은 중앙집권적 정책 결정, 중앙의 재정 편중에 관한 문제점을 놓고 고민하는 자리라는 것이 수원시의 설명이다. 현행 헌법의 문제점과 지방분권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실질적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분권개헌 10대 의제도 선정하게 된다.지방분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의 권한을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자치행정, 입법, 조직 구성, 재정권 등에 관한 지방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이번 원탁토론 자리를 마련한 수원시. 하지만 얼마 전 행정자치부와 '지방재정 개편안'을 놓고 큰 마찰을 빚었다. 행정자치부가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 전환과 불교부단체 대상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폐지 및 배분방식 변경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재정 개편안'을 내놓자 불교부단체인 경기도 내 수원·고양·용인·성남·화성·과천시 등 6개 지자체는 '일부 지자체의 재정을 빼서 타 지자체에 나눠주는 방식으로 지방재정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특히 이들 지자체는 행자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이 지자체 간 재정격차 해소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지방자치를 말살하고 중앙 집권화를 가속화 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가재원의 지방 이양을 통한 지방경쟁력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행자부는 그러나 수원시 등 지자체들의 반발 속에서도 지방재정 개편안 추진을 강행했고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지방재정 개편안을 놓고 수원시 등 지자체들과 갈등을 빚었던 것처럼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광역의회),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기초의회),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들이 각종 의제를 놓고 부딪치고 있다.'지방장관제' 도입을 놓고 행정자치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경기도의회가 그렇고 성남시의 '청년배당' 제도를 놓고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제동을 건 보건복지부·경기도가 그렇다. 앞서 서울시도 '청년수당'제도를 도입했지만 보건복지부 '선심성 정책'이라며 직권취소 통보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여기에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도교육청의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삭감키로 했지만 도교육청은 별도의 재원확보 없이는 예산편성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대한민국의 지자체(광역·기초)들은 정부의 국고보조사업 확대,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 사회복지사업 급증, 감세 정책 등으로 인한 세수 감소로 그 어느 때보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현재의 기형적인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대 2에서 7대 3, 더 나아가 6대 4로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지방세 비율 조정을 주장하기에 앞서 지자체들은 먼저 선심성 사업 등 불필요한 지출로 인한 예산 낭비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재정은 꼼꼼히 따지지 않고 추진하고 있는 무분별한 개발사업은 지양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의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29일은 법정 기념일인 지방자치의 날이다. 때마침 수원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국민들이 행복해 하는,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성숙된 지방자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김신태 지역사회부장김신태 지역사회부장

2016-10-26 김신태

[데스크 칼럼]기타에서 엿보는 '문화성시'

문화관련 시설등 하드웨어에 치중한듯한 느낌 강해'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 희귀한 성공사례 중 하나 인천시, 시민들의 문화자생력 확보하는 일 고민해야기타를 사랑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학교가 파하면 곧바로 스승의 집으로 가서 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밥도 스승의 집에서 얻어먹기 일쑤였다. 스승이 이끄는 합주단의 공연현장에서는 맨 앞줄에서 두 손에 턱을 괴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 소녀가 숙녀가 되어 얼마 전 고향 인천의 무대에 섰다. 그 소녀는 어느덧 여덟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이라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가 되어 있었다. 과연 그녀의 연주는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트레몰로 주법이 인상적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관객들을 스페인으로 안내하더니 '아라비아 기상곡'에서는 낙타가 거니는 중동의 사막에 관객들을 내려놓았다. 히나스테라의 '기타를 위한 소나타'에 이르러서는 현대 클래식 기타의 주법을 총동원해 세계정상급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녀린 손가락이 빚어내는 클래식 기타의 선율에 마법이라도 걸린 듯, 관객들은 숨죽이며 탄성을 자아냈다. 얼마 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6 커피콘서트'의 풍경이다. '박규희의 여섯 줄에 담은 꿈'이란 제목의 이 연주회는 공연장을 나오면서 맡았던 커피향보다 진한 여운을 남겼다.그런데 여운을 남기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박규희 자신과 스승에 얽힌 기타리스트로서의 성장기이다. 바로 서두에 소개한 소녀의 이야기다. 공연 도중 그녀는 마이크를 잡더니 객석 한가운데서 연주를 감상하던 백발의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면서 "저분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그녀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개한 사람이 바로 그녀의 스승이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클래식 기타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리여석 단장이다. 어찌 보면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문화예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그 이야기는 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천의 한 여자중학교 교사였던 리여석단장은 고전기타합주단을 창단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어 학생들은 경기 중고등학교 음악 콩쿠르 현악부에서 수차례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는 바로 이 고전기타합주단이 모태다. 단발머리 여학생이었던 단원들은 상당수 성인이 돼서도 기타를 놓지 않았고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라는 전문 연주 단체의 길에 들어섰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에 이어 두 번째 기타 오케스트라인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는 지금도 일본 큐슈 기타 페스티벌에 특별 초청되는 등 활발한 연주활동으로 클래식 기타 애호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박규희는 바로 이 과정에서 탄생한 '비르투오소'다. 일명 '딴따라 악기'로 취급받으며 기타라는 악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던 시절, 한 교사의 실험적 사고와 실천이 없었다면 커피콘서트에서의 감동은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인천시가 최근 '문전성시'를 빗대 '문화성시 인천'을 선포했다. '문화성시'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문화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관련 시설 등 하드웨어에 치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민간의 문화자생력 측면에서 볼 때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는 희귀한 성공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제2, 제3의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가 탄생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문화자생력을 키우는 일, '문화성시'를 꿈꾸는 인천시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2016-10-23 임성훈

[데스크 칼럼]모병제 VS 징병제

모병제, 취업혜택 등 제대후 인센티브 청년일자리 매력금수저들 힘써서 면제·좋은 보직 받는 악순환 되풀이흙수저만 입대 한다지만 군대 통해 더 나은삶 살 수도내년 대선을 앞두고 모병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권의 대선 잠룡으로 불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공개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면서 찬반논란이 뜨겁다.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군대 문제는 일종의 신성 불가침 영역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한국전쟁이 1953년에 끝난 것이 아닌 휴전상태라는 특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찬반을 논하기가 쉽지 않다. 여권 내에선 반대 기조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칫 섣불리 대응하다간 남경필 지사만 띄워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듯 일체 무반응을 보이며 대선이슈의 선수를 빼앗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필자의 집안은 아버지와 아들은 물론 4촌 형제·조카들까지 이미 육군 병장 만기 전역한 나름 병역명문가 반열(?)에 올랐다. 그러기에 모병제 도입을 찬성한다. 국민적 여론은 아직 시기상조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을 맞아 징병제로 일반 병사를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 국가 안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여기에다 군 비리 및 군내 인권문제와 비민주성과 폭력성이 임계점에 도달했고 요즘 젊은이들이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21세기 첨단 우주과학시대에 더 이상 보병들이 총을 들고 몇백리를 걸어 적들과 싸우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한반도는 아주 작은 곳이다. 미사일 몇 발이면, 핵폭탄 한 방이면 남북한 둘 다 세계 지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예전만큼 보병 수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현대전은 군인의 수에 좌우되지 않는다. 현대전은 첨단무기와 기술을 갖고 벌이는 전략전으로 군인보다 드론이 적지를 침공하여 정확히 타격한다. 한달에 200만원 넘는 급여와 연금, 취업 혜택 등 제대후 인센티브를 감안하면 청년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일자리가 될수도 있다. 또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데다 군복무가 공평해질 수도 있다. 금수저들은 원정출산→해외유학→해외장기체류→국적포기→병역기피라는 공식을 잘 알고 있기에 상당수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 손쉽게 면제를 받고 오히려 사회적 대우를 누리고 있다.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최근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지방 공공기관의 4급이상 고위공직자중 병역면제를 받은 2천520명. 이중 아들도 병역면제를 받은 사람은 92명으로 조사됐다. 아들 3명이 모두 병역면제자도 있고 아들 2명에게 병역면제를 대물림한 공직자도 4명이나 됐다. 병역면제를 대물림한 고위 공직자는 국회의원, 부장판사, 검사장, 교육장, 대학총장 등이 포함됐다고 김 의원실은 설명했다. 한때 아프니까 재벌이고 사회지도층이란 유행어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군대에 가지 못할 정도로 대를 이어 건강이 좋지 않은 고위 공직자가 이렇게 많아서야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모병제 반대의견의 다수는 흙수저들만 군대에 간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아니, 30년 전에는 어땠을까? 어차피 돈있고, 권력있는 집안의 아들들은 이런 저런 힘을 써서 면제되거나 꿀보직으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그럴 바엔 아예 모병제로 바꾼 뒤 지금보다 훨씬 나은 교육, 복지 혜택을 군인에게 주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보인다. 물론 흙수저들이 군대를 더 갈 수 있다. 그렇지만 군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서로 윈윈할 수도 있다. 이제 진지하게 모병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때이다./김학석 정치부장김학석 정치부장

2016-10-16 김학석

[데스크 칼럼]전국체전 15연패의 의미

엘리트·생활체육 통합된 이후 처음 치러진 대회경기도, 부회장단 솔선수범 선수단에 활력 '모범' 이제 먼 미래 내다보고 '글로벌스타' 육성할 때국내 엘리트 스포츠 종합 제전인 제97회 전국체육대회가 경기도의 종합우승 15연패 달성을 끝으로 13일 막을 내린다. 이번 체전은 그동안의 전국체전과는 다르다. 우선 국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된 이후 처음으로 치러졌다는 점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선출 후 첫 번째로 맞는 종합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종합 체육대회답게 전국체전은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국내 최고의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각각 17개 시·도 대표로 출전해 45개 정식종목에서 자웅을 겨뤘다.모든 종목에서 강세를 보여주고 있는 경기도는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종합 우승컵을 가져왔다. 벌써 15년 연속 우승이다. 게다가 경기도는 겨울철에 열리는 동계체육대회에서도 이미 15연패를 달성하는 등 체육 웅도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의 스포츠를 경기도 선수들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잇따라 쓴맛을 봤던 경기도 유도 선수들은 보란 듯이 국내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며 4년 뒤 다가올 도쿄 올림픽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유도 안창림과 김원진, 김잔디, 정보경 등은 대한민국의 유도 중심이 경기도라는 것을 전국에 알렸고, 기계체조 양학선도 그간 부상에서 재활에 성공하며 '도마의 신'다운 면모를 보여줬다.경기도의 종합우승 15연패는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충남에서 치러진 전국체전에선 지난 2001년 충남에 패한 설욕을 깨끗이 갚아줬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충남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경기도는 충남과 서울에 밀려 종합우승 6연패가 좌절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당시 충남은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고, 결국 체육 도시 경기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후 경기도는 치밀한 계획과 전략으로 2002년 제주 체전에서 다시 정상을 탈환한 뒤 지금까지 15년 연속 종합우승의 꿈을 이어왔다.경기도 체육은 이번 체전에서 통합체육의 모범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경기도체육회 이원성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부회장단은 개막부터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종목별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사기 진작에 앞장섰고, 도 체육회 전임 사무처장들도 자리를 함께하면서 경기도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통합체육답게 생활체육과 엘리트를 구분하지 않고 부회장단이 솔선수범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관심과 열정은 선수들이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전국체전 15연패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1년 동안 굵은 땀방울을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이 흘려야만 가능한 얘기다. 또 통합과정에서 불어닥친 종목 간 불협화음도 사전에 극복했다는 점도 칭찬받을 만하다.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경기도 스포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체육인들은 통합체육에 따른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양 단체가 통합했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고 임직원을 줄이자'는 소문도 나온다. 눈앞의 현실만을 놓고 체육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경기체육이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선수들도 국내용이 아닌 국제용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스타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예산 지원과 체육 전문가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내 스포츠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신창윤 체육부장신창윤 체육부장

2016-10-12 신창윤

[데스크 칼럼]고려 지진과 지금, 그리고 정치권

경주 강진·태풍 '차바' 정부 사후약방문만 남발역대 한반도 발생 자연재해 살펴봤는지 의문 '고려사절요' 상·벌에 대한 기록 새겨 들어야여러 해 전에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숙제처럼 읽어야 할 때가 있었다. 13세기 여몽전쟁을 취재하면서였다. 수많은 고려시대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눈에 들어온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지진이었다. 그 책을 읽을 당시만 해도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지진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고려 때는 참으로 신기하게도 지진이 자주 일어났다. 우리에게서 그 지진이 언제부터 남의 일로 치부될 정도로 멀어졌는지가 궁금했다."10월 기축일에 지진이 일어나 지붕의 기와가 다 떨어지고, 을미일에 또 지진이 있었다."(1226년 고종 13년)"6월 경술일에 땅이 크게 지진이 있어 담과 집이 무너진 것이 있었다."(1260년 원종 원년)"지진이 이틀 동안 계속되었다."(1343년 충혜왕 후 4년)"7월 기묘일에 3일 동안 지진이 있었다."(1385년 우왕 11년)'고려사절요'에 나오는 지진 관련 기사 중 몇 가지만 추려 적었다. 고려시대 지진은 시기적으로 때를 가리지 않고 자주 일어나는 천재지변이기도 했지만 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한반도 이곳저곳에서 발생했다. 1320년(충숙왕 7년)에는 여름에 지진이 잇달았다. 6월에만 여섯 차례나 있었다. 7월과 8월에도 지진 기사가 한 꼭지씩 나온다. 강진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집이 무너질 정도로 강력한 지진도 있었다.지난달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해 온 한반도에 집을 무너뜨릴 만큼의 강진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들을 짓눌렀다. 그 속에서 우리 정부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었다. 국민의 원성만 키웠다. 안전과 관련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민안전처는 국민걱정처라는 비난을 샀다. 며칠 전 부산에 역대급 물폭탄을 떨어뜨린 태풍 '차바' 때도 정부는 사후약방문만 남발했다.우리 정부가 역대 한반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와 관련한 구체적 기록이나 살펴봤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있었는지, 물난리는 어땠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역사기록을 국민안전처가 따로 관리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역사기록이 등장한 이래 지진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 몇십 년 잠잠했을 뿐이다. 그 기록들을 모으면 '지진 지도'가 되고, '해일 지도'가 될 것이다.지금 정치권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내용이 '고려사절요'에 나온다. 1362년(공민왕 11년) 10월의 기록이다. 지진이 잇따르자 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정치의 잘못이 재변을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뜻에서였다. 그 물음에 신하들이 답했다."땅은 신하의 도리에 속하는데 이제 상(賞)과 벌(罰)이 밝지 않기 때문에 대소 신하들이 게을리 직무를 유기하며, 또 군사에 공로가 있다 해서 백정(白丁)도 갑자기 정승에 뛰어올라서, 천한 자들이 참람되이 조정 반열에 처하여 신도(臣道)가 흐리고 어지러워 지진이 있게 하였으니, 청컨대 지금부터는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관직 이외의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주어, 명기(名器, 벼슬)를 중히 여기고 아끼시오면 좌우에 모두 바른 사람들이 있게 될 것이오니, 전하께서 누구와 더불어 바르지 않은 일을 하겠습니까."/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2016-10-09 정진오

[데스크 칼럼]파파라치 공화국에 사는 지혜

김영란법 시행에 생긴 '란파라치'… 포상금 엄청나대상자도 1천만명 달해 북한의 '5호 담당제' 연상'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보편화 될까 더 무섭다대한민국 세상을 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시행 전부터 찬반논란이 극명하게 갈리고, 내수 경기 침체라는 부작용 우려가 수없이 쏟아졌지만 청명 사회를 향해 도약하자는 법의 근본 취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때마침 시행되자마자 3일간의 황금연휴가 겹쳐 '김영란법 처벌 수사대상 1호'사건이 나올 것이라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나 감사원, 사법기관에 대상 1호감으로 유력시되는 사건은 아직까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란파라치들이 증거수집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돼 아직 정식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한국은 파파라치 전성시대 아니 공화국이 돼버렸다. 지난 2001년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잡는 '카파라치'가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50여 종의 신고 포상금제도가 도입된 덕분이다. 쓰파라치(쓰레기 불법 투기), 봉파라치(돈 안 받고 1회용 봉투 제공), 식파라치(식품위생법 위반)에서 선파라치(불법 선거운동), 주파라치(불공정한 증권거래), 과파라치(고액과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인터넷에선 포상금과 신고 방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유료사이트 10여 개가 성업 중이다.김영란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포상금이 기존의 다른 파파라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식파라치는 최대 200만원, 과파라치 최대 300만원 등에 비교하면 란파라치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은 물론 부정한 돈의 국고 환수금에 따라 최대 30억원까지 별도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언뜻 거액의 비리를 포착해 한 건 올리면 인생역전까지도 노릴 수 있는 '파파라치 로또'라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검찰의 특별 인지수사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제보자의 경우 포상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법리 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이를 틈타 란파라치 전문 양성학원이 발 빠르게 등장해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들이 결정적 증거확보를 위해서는 고성능 녹음기와 최첨단 몰래카메라 등 필수 장비가 절실하다. 카더라식의 제보나 신고 또는 익명의 신고는 원칙적으로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접수조차 안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확한 증거없이 신고한 경우 무고죄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특히 특정인에게 피해를 입힐 의도로 투서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다시 말해 란파라치들이 신고대상자의 이름과 직업, 향응내용 및 수수 대상자간 관계 등 사실상 기초적인 인지수사보고서 수준의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는 로또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결국 내부자의 결정적인 제보 없이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유죄를 입증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열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김영란법 시대를 맞아 사회 상규 및 의례라는 명분으로 지내온 지인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김영란법 직접 대상자가 400만명, 간접 대상자까지 포함하면 1천만명을 웃돌 것이라는 세간의 분석은 사뭇 북한의 5호 담당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구 5천만명 기준에서 5명 중에 1명이 대상자이고, 이들과 관혼상제를 비롯한 통상적인 만남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뤄질 수 있다. 상대가 나에 대한 불편한 감정 기복에 따라 여차하면 김영란법이라는 확실한 법적 대응책이 마련된 셈이다. 실효성 유무는 차치하고, 사람간의 상규 위반 행위를 돈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만인(萬人)의 만인(萬人)에 대한 감시'가 보편화 될 수 있는 현실이 더 무섭다./김성규 사회부장김성규 사회부장

2016-10-05 김성규

[데스크 칼럼] 인천 SPC 책임경영 필요하다

인천로봇랜드·미단시티 개발 사업 '지지부진'사사건건 간섭 상급기관 문제있다는 지적도 많아사업 효율위해 지도·감독보다 책임감 실어줘야8년째 공전을 거듭하던 인천로봇랜드 조성사업의 위탁시행 SPC(특수목적법인)인 (주)인천로봇랜드 유지를 놓고 한 동안 인천시와 민간 주주간 공방이 치열했다. 2009년 설립된 SPC는 테마파크 등 민간개발 투자자를 찾지 못하는 등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자본금 160억원(인천시 출자 80억원)을 모두 소진했다. 인천시는 이에 SPC와 체결한 인천로봇랜드 사업 위수탁 협약기간이 지난 6월 만료되자 개발 주체를 인천도시공사로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사업시행자인 인천시 입장에선 뜨거운 감자인 SPC를 청산해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SPC 민간 주주사들은 소송 불사 등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러자 인천시는 기존 SPC와 다시 손을 잡겠다고 했다. 인천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인천 영종도 북쪽에 있는 미단시티(전체 270만㎡ 규모) 개발 시행사인 미단시티개발(주)는 핵심 앵커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자를 확정하고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미단시티 내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는 LOCZ코리아(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의 최대 투자자인 리포사가 사업을 포기하고, 리포사의 지분을 매입할 투자자가 재확정되는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사업 순항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주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자는 계속 나가고 땅은 팔리지 않다 보니 수천억원대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 미단시티개발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거론된 지 오래다. 지난 9월 대출금 상환 만기가 도래하자 인천도시공사는 미단시티개발의 디폴트를 막기 위해 미단시티 땅을 사들여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야 했다.인천시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9개월에 거쳐 '시 산하 17개 특수목적법인 조사특별위원회'를 열어 활동보고서를 냈다. 활동 보고서에서 "일부 SPC는 외부기관에 의한 실질적인 통제와 감시 장치의 부재로 재원 낭비와 사업추진과정에서 불합리한 진행으로 막대한 손실 등 부실 경영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비난했다. SPC에 출자한 공사·공단이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만 운영전반에 대해서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지도·감독권이 없다고도 했다. 시의회는 결국 SPC가 지방자치법에 정하고 있는 행정사무조사 대상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의회의 감사나 조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감사받을 준비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푸념하는 SPC 임직원들 입장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SPC는 사업주와 독립된 실체로 해당 프로젝트만의 목적을 위해 운영한다. 그래서 모기업의 신용도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의 상환 능력에 의해 자금을 조달한다. 자체적인 경영능력에 의해 사업을 이끌어 간다는 의미다. SPC는 공공영역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민간영역의 전문가가 그 해법을 찾아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SPC 감시체계(?)라면 민간영역의 노하우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SPC의 미진한 사업 진척도를 사사건건 간섭하려 드는 상급기관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인천시의회 특위는 보고서에서 '지금보다도 강력한 SPC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SPC 임직원에 대한 성과 평가 보상체계 구축을 통한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는 양면성을 보였다. 사업 효율을 위해 이젠 지도·감독 보다 '책임경영' 실행에 무게를 실어야 할 때다./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이영재 인천본사 경제부장

2016-10-02 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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