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스포츠인들의 방송 진출

다양한 예능프로서 재능·끼 '발휘'신선함·재미 선사 시청자와 '소통'종목 호기심 유발 저변확대 효과도선수들 인정받는 '스포테이너' 위해꾸준한 운동·분야별 자기계발 필요요즘 TV를 틀면 그라운드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스포츠스타들의 예능프로 출연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두 곳의 프로그램이 아닌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스포츠스타들은 다양한 재능과 끼를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더불어 많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운동선수는 운동에 집중하고 TV프로그램에 나오는 건 겉 멋들고 운동을 등한시 한다는 말이 있었다. 특히 TV 출연 후에 성적이라도 안 좋아지면 많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스포츠스타들이 TV에 자주 등장하면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운동선수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운동 경기에 뛰어난 재주가 있거나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운동선수라고 운동만을 해야하고, 운동만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예전과 달리 선수들이 운동이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스포츠에서의 이런 변화된 모습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시합을 할 때의 엄숙하고 강한 모습만이 전부가 아닌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인간미 넘치는 모습도 보여주며, 이미 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과 더불어 TV를 통해 스포츠스타를 만난 시청자들과 한발 더 가까워질수 있다. 결국 운동경기도 내재되어있는 끼와 능력을 발산하여 시합에 승리하고 팬들을 즐겁게하는 서비스업종이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운동선수들의 TV출연을 통한 인기상승은 당연지사라고 생각된다. 또한 스포츠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친숙해지고 저변이 늘어나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TV를 통해 익숙해진 선수들을 통해 스포츠 종목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도 유발 할 수 있다. 실제로 종영이 된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예능과 스포츠를 접목한 프로그램 이후에 많은 종목들의 저변이 상당히 확대된 경험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방송이란 것이 그 종목과 선수를 알리는데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운동선수들은 은퇴 후 꿈이 방송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틈날 때마다 개인기도 연마하고 다양한 방송출연으로 내공을 쌓아가기도 한다. 특히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이 늘면서 운동선수들의 방송진출도 자연스레 늘고 있는 추세다. 방송까지 나올 정도의 커리어라면 본인관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수준이라고 인정한다.스포츠선수 출신의 예능인을 뜻하는 신조어로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인 '스포테이너', 이제 인정받는 스포테이너를 꿈꾸는 운동선수들이라면 더욱더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본업인 스포츠도 게을리해서는 안될뿐더러 다양한 분야의 자기계발도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의 보는 관점이 높아지고 방송의 콘텐츠들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는 환경에서 스포츠스타들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콘텐츠 개발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스포츠인에서 방송인으로 성공적인 커리어 전환(Career transition)을 한 씨름 천하장사 강호동, 축구의 테리우스 안정환, 농구의 대한민국 국보급 센터 서장훈 선수 등과 같은 경우도 소재의 다양성과 자기계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알고 있다.운동선수들의 장점인 성실함과 한계를 넘어서는 노력을 기반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한다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송계에도 운동선수들은 시청자들과 국민들에게 참신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19-08-20 유승민

[수요광장]그들 속의 우리, 우리 속의 그들

日, 식민지배 사과·우경화반대 존재국내도 아베의 속내 지원자들 있어이번 사태 한일간 단기적 갈등아닌역사에 얽힌 오랜 저항의 싸움인 셈과정 고통스럽지만 지면 안되는 이유최근 한일 간의 갈등이 공식적으로 발생하고 번져가면서 둘 사이의 오랜 역사를 깊이 생각하고 따져보는 지적 흐름이 커졌다. 관계 서적도 많이 팔리고 있고,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게 제출되고 있는 듯하다. 말할 것도 없이, 그동안 일본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해묵은 역설로 곧잘 그려져왔다. 지리적 인접성과 오랜 교섭 경험에서 발생한 근린성이 가까움이었다면, 둘 사이에 엄존하는 역사적 적대감은 오랫동안 서로를 멀게 했던 정서적 실체였다. 또한 일본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근대의 표본 노릇을 하곤 했다. 우리는 일본식 자본주의의 핵심을 간취하고 활용하였고, 일본식 행정 직제나 경제 시스템을 선진적 전범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로 표현되는 침략과 지배와 폭력의 엄연한 역사는 그러한 경험과는 정반대 쪽에서 항일 혹은 극일(克日)의 정신을 요청했던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하나의 민족은 그것을 구성하는 물리적이고 실체적인 여러 조건과 함께 민족의식이라는 주관적 측면이 맞물려 형성된다. 그 점에서 우리가 절실하게 공유하고 있는 민족 경험에서 일본은 언제나 완강한 적대감 속에 위치해 있었다. 중세기 전쟁으로부터 비롯된 반일의식은 근대 식민지시대를 경험하면서 한층 더 증폭되었고, 우리에게 일본이란 언제든지 우리를 침탈할 수 있는 폭력의 근원지로 암암리에 인식되어왔다. 이러한 한일 간 양가적 교섭 양태는 우리에게 선망과 혐오라는 이중의 정서적 반응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것이다.모든 주체에게는 자신을 개진하기 위해 부단히 마주 보면서 검색 및 수정을 할 수 있는 타자가 필수적이다. 타자는 본래 자신의 반성적 거울이자 자신 안으로 들어온 능동적 의식의 촉발자인데, 우리로서는 일본을 그 자리에 놓을 때 역사적 적실성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해석의 주체가 비록 우리 자신이지만, 일본을 통해 우리 스스로 해석의 대상이 되는 역설적 전환을 그동안 경험해온 것이다. 투항주의적 동일화 욕망에 의한 친일 성향과 피해 경험을 넘어 정당한 자기 복원을 목표로 했던 저항 성향이 그 맥락으로 나타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때 '저항'이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유형, 무형의 폭력에 대항하여 자신의 존재값을 주장하는 일련의 사유와 행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하나의 힘에 대한 반작용과 역동성(逆動性)을 그 핵심 속성으로 삼는다. 일본이라는 타자를 통해 우리를 세워왔던 엄혹한 역사의 흐름이 그 안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이다.한일 간에 드러난 이번 갈등은 그것이 역사 해석 차원이든 경제 차원이든 단기적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관점을 견지해야 할까? 확연하게 드러난 현상은 일본의 아베 지지 세력과 우리 쪽 일부 세력이 보여준 절묘한 정치적 화음(和音)이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정부가 과거 일에 빠져 한일 관계를 그르친 것으로 규정하였다. 양국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이들의 역사 감각이 오랜 민족 경험을 뛰어넘어 놀랍게 일원화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문제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으며 제대로 된 역사 해석과 입장 천명을 통해 일본이 새로운 길에 들어서야 함을 역설하는 이들도 일본과 우리 쪽에서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니 이번 사태는 '우리-그들'의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그들 속의 우리'도 '우리 속의 그들'도 있는 복잡한 형식을 띠고 있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김응교 교수는 "일본의 민주시민들과 연대하고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시민들과 더 자주 대화해야 한다. 일본인들과 대화를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고 그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 바 있다. 일본에도 식민지배의 사과와 우경화 반대를 외치는 이들이 있고, 한국에도 아베의 속내를 지원하면서 민족 경험을 훼손하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한일 간 단기적 갈등이 아니라, 양국 역사에 얽힌 오래고도 선명한 존재론적 저항의 싸움인 셈이다.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지면 안 되는 까닭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08-13 유성호

[수요광장]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외국인화

열악한 작업현장 시스템 개선 대신기본 안전교육 조차 제대로 못 받은이주노동자 대거 투입 산업재해 속출더이상 맨몸으로 당하는 일 없도록실태조사·보호조치 반드시 선행돼야영국의 작가 '존 버거'는 유럽의 이주노동자들에 관한 책 '제7의 인간'에서 이주노동자의 삶을 표현하며,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노동자들은 불사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으며, 양육되지도 않으며, 나이 먹지도 않으며, 지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다. 죽음이란 없는 존재들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 자체가 부정되고 그저 부족한 인력을 메워주는 커다란 기계의 대체 가능한 부속이 된 이주노동자를 표현했다. 지금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의 삶도 바로 이렇다. 며칠 전, 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농촌에서 작업 준비를 하던 중, 일을 하기 위해 장갑을 달라고 했다가 한국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동영상이 SNS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리고 7월 31일 비가 아주 많이 내렸던 서울에서는 6명의 가족 생계를 책임지던 23살 미얀마 청년이 폭우가 내릴 때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빗물 펌프장 안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국가재난에도 이주노동자가 최일선을 맡고 있다. 가축에게 전염병이 발생하는 경우, 몇백만 마리에 달하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생매장하면서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와 전염성 질환 등에 대한 위험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그래서 초기에 많이 투입되던 관계 당국의 공무원은 점차 줄었다. AI가 가축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는 수인성 전염병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후, 군인들도 동원하기 어려워졌다. 더 이상 위험한 현장에 누구도 가기를 원치 않는다. 정부는 위험을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외주화를 했고, 이 외주화의 현장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외국인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사회는 현장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바꾸는 대신, 그곳에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를 보내고 있다. 결국,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거 투입되고 있다.2018년 9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산업재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는 3만3천798명이었고 사망자도 511명이나 되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내국인 노동자의 산재발생률은 0.18%인데 반해, 외국인노동자 산재발생률은 1.16%로 내국인노동자에 비해 6.4배가 높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소규모업체에서 일하고 있고, 체류가 불안정안 이주노동자도 많아 산재 신고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 산재 발생률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의를 해줄 노동조합도 가족도 없고, 이들의 외침에 반응해줄 정치권력도 없는 이들이 적절한 예방 교육도 후속조치도 없이 현장으로 더욱더 내몰리고 있다. 한 국가의 경제의 버팀목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안전과 재난 현장에 투입되면서도 국민과 외국인이라는 이중 잣대로 정당한 대우 없이 대체 가능한 일회용 딱지를 붙여 놓고 있다.우리의 일상 어느 부분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눈물과 고통을 담보한 것이라면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미얀마 등에서 온 어떤 20살 젊은 노동자들을 등 떠밀어 위험한 곳에 보내고, 부당한 대우를 통해 착취해서 나온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우리 가족'만의 화목한 일상을 꿈꾸고, '우리 국민'만의 평등하고 평화로운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애초에 이룰 수 없는 몰염치한 환상이다.이주노동자들이 더 이상은 맨몸으로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지는 않는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위험으로부터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과 외국인이라는 이중적 잣대를 버리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이고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겠다. 8월 3일 아침, 콘크리트 제품 생산업체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에서 온 19살 청년이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일이 다시 일어났다. 언제까지 이런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08-06 이완

[수요광장]50 이후 더 나은 삶을 위한 '전환의 기술'

대접받던 어제의 기억은 지우고…하루빨리 독립생활자 능력 갖춰야기존 인맥 대신 '느슨한 관계' 구축돈 잘 못 벌어도 의미 있는 일 하기걸으면서 생각하고 글로 옮겨보자대기업 정년퇴직예정자 대상 강의 기회가 있었다. 휴양지의 화려한 호텔에서 진행되는 교육이었지만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했다. 퇴직 후 계획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막연한 상태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중장년세대들은 주된 일(자리)을 떠나 새로운 일과 삶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도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전환의 기술이 필요하다. 너무 급하거나 무리한 전환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한번 살펴보자.# 나는 자연인이다지위와 역할로 대접받던 어제의 기억은 하루빨리 지우자. 그리고 당장 뭘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부담도 내려놓자. 이제 나는 뭐든 할 수 있고 꼭 잘하지 않아도 된다. 명함이 없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다.# 혼자서도 잘해요자연인의 자유도 무조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나를 위해 그림자노동을 감당해 왔던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하루빨리 독립생활자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일을 완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듯한 말만 하면 알아서 척척 해내는 훌륭한 직원들은 이제 내게 없다. 누구나 언젠가는 홀로 남는 시대,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살림의 주체가 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절실한 생존의 기술이다. 사회혁신도 좋지만 스스로 1인분의 삶을 감당하는 자기혁신이 우선이다.# 관계능력 강화인맥에 메이지 말고 느슨한 연결의 관계망에 어울려 보자. 혈연 지연 학연은 물론 다양한 명분의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 이해관계가 앞서고 알게 모르게 경쟁과 서열이 작동하는 그 인맥들,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에게 신뢰와 충성을 증명해야 하기에 부담스럽고 피곤하다. 그나마도 현직에서 물러나면 상당수는 다시 보기가 어색한 관계로 전락하고 만다.이제 혈연 지연 학연의 부담스런 인맥이 아닌 가치와 취향을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느슨하고 자유로운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해 보자. 이러한 커뮤니티는 관리가 필요한 부담스런 관계가 아니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나답게 그답게 우리답게 어울릴 때, 우리 삶은 더욱 아름답고 풍부해질 것이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에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돈독한 이웃은 어쩌면 나중에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으니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 N잡러평생직장, 평생직업이 사라진 시대. 이제는 투잡, 스리잡을 넘어 멀티잡을 할 수 있는 N잡러만 살아남는 시대라고 하니 더욱 노오~력 해서 우리도 N잡러가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풀타임 잡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과 활동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하면 어떨까? 나를 위한 일, 공동체를 위한 일, 우리 사회를 위한 일, 그리고 돈 버는 일과 돈은 잘 못 벌어도 의미와 가치 있는 일. 이렇게 말이다. 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벌이는 좀 줄겠지만 의미 있는 존재로서 나이들 수 있을 것이다.# 걷기와 글쓰기치유와 성찰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나는 아직 모른다. 나름 치열하게 살았고 세상을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걷자.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을 글로 옮겨 보자. 마주하기 두려워 마음 깊숙이 꼭꼭 숨겨두고 차마 열어 보지 못한 아프고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면, 과감히 열어 마주해 보자. 우리 모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삶의 스토리텔러이다. 나는 누구이고 왜 여기에 있는지, 이제 또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덧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우리가 살아야 할 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길며 그저 노후 걱정만 하며 지내기엔 우리에게 아직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 혹자는 장수의 축복이 아닌 저주라고 비관하기도 하지만 이 정도 기술이면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의 전성기를 누릴 만하지 않을까?/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 이사장

2019-07-30 김수동

[수요광장]강사 일자리 박탈하는 강사법의 역습

대학, 재정난에 해고·신규임용 제한과목 축소로 학점 이수 더 어려워져시행 앞두고 대책 내놨지만 역부족정부, 처우개선 위해 재정지원 우선누구를 위한 법인지 씁쓸한 느낌만오는 8월 1일부터 강사법이 시행된다. 강사법은 2010년 고달픈 시간강사의 비애를 호소하며 생을 마감한 조선대 강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그 이듬해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마련되었다. 이후, 전례 없이 긴 유예기간을 거쳐 드디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강사법의 핵심 내용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 방학기간에도 급여를 지급하고 1년 이상의 임용과 3년 동안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을 담고 있다. 하지만 처우개선이라는 강사법의 취지에 맞게 강사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시행을 앞두고 강사들이 대량 해고되면서 강사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사법 관련해서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강사를 직접 고용하는 사용자 측인 대학가는 가중되는 재정난을 호소하며 기존 강사들을 해고시키거나, 신규 임용을 제한하고 있다.피해는 강사뿐 아니다. 강의를 들어야 할 대학생들의 과목이 축소되어 수강 학점 이수가 어렵게 되었다. 심지어 졸업을 못하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올 학기 초 대학가의 수강신청 대란도 강사법이 만들어낸 풍경 중 하나다. 개설 과목이 줄어들어 수강신청이 어렵게 되자 학생들 사이에 수강신청 과목을 사고파는 일까지 생겼다. 한마디로 강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된 법이 이들의 일자리를 박탈시키고 있다. 이도 모자라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까지 일으키고 있어 강사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그 모순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든다.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17개 대학의 올해 1학기 강의 수가 지난해보다 6천655개 감소했다고 한다. 대학들은 올 1학기에 2만여명의 강사를 해고하면서 발 빠르게 강사법 시행에 대응하고 있다. 과목을 통폐합하거나 대형 강의로 바꾸고 전임교원의 강의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강사 인원을 줄이고 있다. 이외에도 겸임교수나 초빙 또는 명예교수에게 강의를 맡기는 등 여러 방법으로 강사 신규 임용을 제한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선제 대응과 관련해 "2019년 1학기에 미리 강사 수를 축소한 대학을 조사해 2019년 2학기 고용 현황을 2018년 2학기 또는 그 이전 학기와 비교해 그에 따른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의를 못하게 된 해고강사들에 대하여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지만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오히려 대학의 강사 대량 해고 이전에 교육부의 장치 마련이나 구체적 대안 제시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의를 줄인 대학에 지원금을 줄이는 등 정부의 페널티 방침이 이제 와서 얼마나 실효성을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이제 법·제도가 마련되고 정부의 방침이 나왔다. 이 법의 수용자인 대학들이 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얼마나 공감하면서 법을 준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제 공은 강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사용자 측인 대학에 넘어간 셈인데 대학도 학생수가 줄고 있는 구조조정기인 만큼 법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법과 제도는 수요자와 공급자 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 기존의 경우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이야말로 수요자 중심의 정책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교육의 질을 올리고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교육부 예산에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로 288억원이 반영됐다. 원래 여야가 합의했던 550억원의 절반 규모인데, 국립대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71억원이 배정된다. 나머지 217억원은 사립대 시간강사 명목인데 대폭 삭감된 예산으로 시간강사의 처우가 개선될지 염려스럽다.필자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수년간을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지내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경험 때문인지 강사법 시행에 유독 관심이 많이 간다. 강사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씁쓸한 느낌도 든다. 강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결코 강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적 영역이라는 문제의식이 필요해 보인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07-23 김정순

[수요광장]스포츠와 삶의 균형

현대인들 스포츠 활동 점점 늘어다양한 게임 즐기는 사람도 많아선의의 경쟁 통해 인간관계 형성'주 52시간 근무제' 여가시간 활용'워라밸'로 신체·정신적 건강 되찾자지난 2018년 7월,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한 '주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들은 근무시간 단축을 이뤄냈다. 근무시간 단축 시행으로 한국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시 되고 있다.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표현으로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워라밸은 연봉에 상관없이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거나, 퇴근 후 SNS로 하는 업무 지시, 잦은 야근 등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긴 근무시간 및 높은 업무 강도 등으로 이를 적절히 해소할 시간조차 없었던 직장인들은 정부의 워라밸 제도를 통해 다양한 여가 및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기를 관람하는 등 스포츠 관련 활동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전 국민을 하나로 모았던 U-20 월드컵 결승의 시청률은 30%를 넘은 것(닐슨코리아)으로 조사되었고, 이 외에도 MLB 경기 중계,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경기 시청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프로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많은 관중들은 여전히 경기장을 찾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의 '국민여가생활 실태(2018)'에 따르면 사람들이 주로 즐기는 여가활동은 '스포츠'의 비율이 높았고, 그 중 배드민턴, 줄넘기, 체조 등 생활체육의 비율이 제일 높았으며 탁구, 축구, 야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렇듯 늘어난 여가시간을 스포츠와 함께하여 진정한 워라밸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 활동으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체활동은 심리적 측면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체활동을 통해 우울과 불안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 완충 효과가 있어 심리적 안정감의 수준을 높일 수 있으며 자존감 고양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그린우드 등(Greenwood et al., 2005)은 연구를 통해 운동이 긍정적 정서와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전달을 활성화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즉 이러한 긍정적 효과로 상사와의 관계, 긴 업무시간, 높은 업무강도 등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 활동은 직장 외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즉 워라밸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스포츠 활동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19-07-16 유승민

[수요광장]박두진문학관 특별전

안성서 출생 유년시절 보낸 20여년문학적 상상력·정서 길러줬던 시간1·4후퇴땐 산·해·돌 통해 생명 노래수백편 시·산문과 수석·글씨·그림고향에 대한 그리움 전시회서 웅성경기도 안성의 박두진문학관에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박두진문학관은 박두진 선생의 문학사상을 널리 알리고 기리며, 박두진 관련 자료의 체계적 수집과 보존을 목적으로 작년 11월에 개관했다. 문학관은 상설전시 코너에서 선생이 펴낸 시집을 통해 그의 시적 생애를 조감할 수 있게 했으며, 선생이 남긴 수석과 글씨와 그림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결정(結晶)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선생은 1916년 3월 10일 안성군 안성읍 봉남리 360번지에서 태어났다. 선생은 네 살까지 그곳에 살다가 안성의 가터, 양협을 거쳐 고장치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안성에서 살던 20여년은 선생의 문학적 상상력과 정서를 길러주었던 시간이었다. 선생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경기도 안성의 '고장치기' 마을은, 들판 한가운데 스물 남짓한 오두막집이 엎드려 있는 쓸쓸하고 가난한 곳이었다. 그 마을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박두진 형제들 정도였다. 선생의 집도 농가는 아니었지만 댓 마지기 남의 땅을 소작하며 가난한 생활을 했다. 방학이 되면 지게를 얻어 지고 나무를 하러 산으로 가곤 했던 어린 박두진은, 새소리 물소리를 따라 혼자 산골짜기를 들어가며 소박한 자연에 대한 강렬한 애착과 신비한 교감을 얻었으며, 고독에 대한 강한 매혹과 영원한 나라에 대한 동경을 배웠다고 한다.선생은 청룡산의 높고 푸른 산줄기와 사계절 내내 부는 사갑들의 바람을 헤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아침엔 모래 반, 흙 반의 신작로를 따라 안성읍내의 학교로 향했고 돌아오는 길엔 굽이쳐 흐르는 안성천을 지나 사갑들로부터 청룡산 줄기까지 풀숲을 헤치며 자연과 교감했다. 선생은 고장치기에서 일인 지주의 농토를 소작하면서 일제의 수탈을 경험했으며 기나긴 밤 등잔 아래서 독립운동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시선과 민족의식을 길렀다. 고장치기에서의 경험은 선생의 문학사상을 만들어준 토대였던 것이다. 열여섯 살부터 습작을 시작하여 '아(芽)'라는 동인지에 동시 등을 발표하곤 했던 선생은, '시'야말로 신(神)이 인간에게 준 은총이며 시로써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신에게 영광을 돌려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이 시기부터 강하게 가졌다 한다. 선생은 우리 현대시가 너무 감상적, 퇴폐적이고 경박한 외래 취향에 물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보다 더 스케일이 크고 싱싱한 야성의 시를 쓰리라 마음먹었다.서울에서 살던 선생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고향으로 피난을 왔다. 안성에 머무는 동안, 검문에 걸려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고 1·4후퇴 당시 대구로 피난한 뒤에는 '창공구락부'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이때로부터 선생은 '산'과 '해'와 '돌'을 통해 생명과 정열을 줄곧 노래하였고, 그것들을 통해 보다 더 밝은 앞날을 예견한 예언자적 시인으로 나아갔다. 그것은 한마디로 자유 의지의 실현이자 유토피아에 대한 강한 충동의 시적 형상화였다. 선생이 타계하고 난 후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던 말년의 작품들은 유족과 친지들에 의해 '당신의 사랑 앞에'라는 시집으로 꾸며졌는데, 거기에는 우리를 영원과 믿음에 대한 사유로 이끄는 높은 정신의 언어가 하나의 완결된 화폭으로 담겨 있다. 그렇게 선생의 언어는 지금 고향 안성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혜산 박두진 문학제'를 통해서, '청록파'라는 유파를 떠나 가장 아름다운 서정시의 권역을 이룬 대가 시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선생은 안성 금광면에 작은 조립식 집을 마련한 뒤부터는 주소를 안성에 두고 매주 안성에 머물며 수백 편의 시와 산문을 썼다. 특히 시적 관심을 사람과 신앙, 수석에 기울인 이후부터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시와 산문에 담아 펼쳐냈다. 그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이 박두진문학관에서 열리는 '박두진 서재에서 찾은 문학유산' 전시회에서 웅성거리고 있다. 선생이 소장했던 백석 시집 '사슴'을 비롯한 근대문학 유산을 실물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선생의 마음과 흔적이 물씬 묻어나는 문학사의 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07-09 유성호

[수요광장]차별 방관자, 기여자, 가해자

다름 공존·상생하는 '문화다양성'평화 화합하자는 전세계 협약인데구성원간 갈등·폭력 조장 일부언론곳곳에 혐오·차별 씨앗 뿌리는 세력대응 못하는 정치권… 모두 '가해자'며칠 전 너무나 노골적으로 인종 간 혐오와 갈등 그리고 폭력을 부추기는 한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가 있었다. 기사는 최근 인천시와 서울 일부의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으로 근래 국내에 급격히 유입된 '이슬람 난민' 중 일부 '극단주의자'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내용이었다. 근거로 제시한 것은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의 발언으로 "붉은 수돗물 사태 원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테러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보당국자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지만, 같은 기사에서 다른 공공기관의 담당자는 그 가능성을 일축하는 가운데, 기사의 제목은 놀랍게도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 였다. 매우 노골적이고 악의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다. 이 기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1923년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대학살을 떠올렸다고 한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지진 직후 퍼졌고, 당시에 학살된 조선인이 6천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끔찍한 대학살을 떠올리게 만드는 위 내용은 언론사의 기사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구성원간 혐오와 차별을 옮기는 혐오차별세력의 행동의 일환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그럼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한국사회 구성원간 불신과 혐오 및 갈등을 양산하는 악의적인 행위가 펼쳐지고 있을 때, 제도와 정치는 무얼 했을까. 제도는 부재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해야 하는 정부 및 정치권은 최근 부천시의 사례에서 보듯, 혐오세력의 반대에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문화다양성 조례를 오랫동안 지역의 여러 단위가 함께 준비해왔다. 하지만 기독교계중 매우 일부가 중심이 돼서, 문화다양성 조례가 통과되면 이슬람, 난민, 동성애가 확산된다며 조례제정을 적극 반대했다. 결국, 지난 6월 25일에 이들의 항의로 부천시 시의원 28명 중 14명이 공동발의하고, 상임위까지 통과된 조례안이 본회 직전 자진 철회되는 굴욕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문화다양성이란, 한 사회나 국가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들이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모두가 평화롭게 화합하자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협약이다. 2001년 유네스코에서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문화다양성 선언을 했고, 국제협약이 만들어졌다. 한국도 가입은 물론, 2014년 문화다양성 법을 제정했다. 지역에서도 서울특별시, 경기도, 부산광역시 등 전국에 14개 시도와 교육청에서 문화다양성 조례가 제정되어 활발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조례안이 특정 세력의 실력행사에 좌초된 것이 물론 이번만은 아니다. 하지만 매우 개탄스러운 점은 모두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차이를 존중하자는 전 세계적 약속까지도 소수 세력의 항의에 무산되었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혐오표현 예방 및 대처에 관한 조례를 준비하고 지난 10월부터 정책연구와 토론회가 열렸지만, 도의회에 상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며, 경기도 이주아동 지원 조례안도 난민반대 세력의 반발로 상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세력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차별과 혐오를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구성원 전체의 공익에 부합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특정 종교의 일부 세력에 계속해서 굴복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평화와 공존을 염원하는 다수 시민의 바람을 배반하고 기본적인 정의와 인권 실현이라는 본분을 다하지 못하여 차별에 방관하고 기여한 것이다. 기여 정도가 아니다. 정치는 우리의 삶이 보다 나아지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정치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이번 조례철회에 동의했다면, 모두가 결과적으로 혐오차별의 가해자다. 구성원간 갈등과 폭력을 조장하는 언론, 한국사회 곳곳에 혐오와 차별의 씨앗을 뿌리는 이들, 다수 시민의 염원과 상관없이 이들에게 굴복하고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정치권, 결국 모두 혐오차별의 적극적 가해자다. 결국 평화와 공존을 염원하는 대다수 시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07-02 이완

[수요광장]집에 갇히다

차별과 배제 공간 넓혀가는 아파트CCTV·스마트폰 실시간 모니터링안전 아닌 서로가 서로를 가두는것불안한 사회의 확실한 보안대책은언제든 편안하게 대하는 '이웃'이다"뭐라고? 크게 이야기해, 안 들려!" 대학교 졸업을 앞둔 딸은 연초에 학교 앞 하숙집에 방을 얻어 나갔다. 그리 늦지 않은 밤 시간에 아이와 통화할 일이 있어 전화를 하니 평소와 다르게 작은 소리로 소곤대듯이 이야기를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 이유가 놀랍다. 처음에 하숙집으로 이사를 와서 집처럼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어 놓고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방문에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고 한다. 내용인즉, 음악소리가 방해가 되니 조용히 해달라는 이야기다. 나중에 딸아이를 만나 또 물었다. 그래도 한집에서 사는 사이인데 그런 불편이 있어도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되지 삭막하게 그런 식으로 소통을 하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 놀랍다. 요즘 대학가 하숙집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응답하라 1988'이 아니다. 서로 알려고 하지 않으며 카톡과 포스트잇 같은 비대면 도구를 통해 꼭 필요한 정보 전달 및 불만제기와 같은 소통만 오간다고 한다.지난해 서울의 한 자치구 청년임대주택 입주자 선발을 위한 지원자 서류심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입주자들의 자치적인 공동체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입주 후 입주자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 또는 기여 계획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에 상당수의 청년들이 일상소음 문제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경험과 그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었다. 관계가 단절된 협소하고 열악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청년들의 삶이 이제 이해가 간다. 당연히 집이 편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일상을 밖에서 지내고 집은 그야말로 늦은 시간에 들어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곳이 되었다.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주거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은 이웃을 잃어버린 우리 주거 현실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웃과의 단절이 단순히 소통의 부재와 공동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이미 알려진 위험은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말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우리의 주거는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 이웃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고 알 수도 없기 때문이다.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 도시 주거의 현실을 살펴보자. 빠른 속도로 도시를 잠식하는 아파트는 지역, 이웃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차별과 배제의 공간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일터인 아파트 경비 업무도 관리비 부담으로 점차 보안경비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 골목길로 연결된 저층 주거지 또한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다. 골목길은 이웃들과의 사이를 지켜주고 연결하여 주었던 공유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다세대 빌라가 자리 잡은 골목길, 이웃이 사라진 골목길은 스산하다. 사람은 안 보이고 차들만이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서있다. 구석구석 늘어나는 CCTV만이 우리를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다.기업들은 역시 빠르다. 1인가구 증가는 커다란 사업의 기회이다. 1인가구가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 주거와 안전이다. 1인가구는 주거 보안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특히 여성, 노인의 경우 주거침입 범죄 등 안전 및 위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신속하게 스마트홈 보안 서비스를 내어 놓기 시작했다. CCTV와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부가서비스가 추가되는 형태이다.안타깝게도 이 모든 흐름은 우리가 사는 도시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가두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염려로 이동은 제한되고 활동성은 저하될 것이다. 첨단기술은 우리를 스마트하게 고립시킬 것이다.불안한 현대사회의 가장 확실한 안전대책은 첨단보안경비시스템이 아니라 '이웃'이다. 집은 관계의 빈곤을 이웃과 함께 채워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나만의 공간으로서 집, 그리고 문을 열고 나서면 언제든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웃이 있는 마을이 필요하다. 우리가 도시에서 다시 마을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9-06-25 김수동

[수요광장]품격있고 절제된 정치언어가 그립다

정치권 '막말'·'혐오' 언어문화 파괴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 직면여야·진보보수 진영논리 잠시접고한마음으로 뭉쳐 위기에 대처해야오로지 '국민 우선' 상생정치 시급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막말 논란으로 정치권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 요란스럽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로 나라 전체가 슬픔에 휩싸인 가운데 '골든타임 3분뿐'이라는 페이스북 글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정도로는 성에 안 찼는지,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천렵질'이라는 상스러운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후진적 정치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우리나라가 강대국은 아니지만 이제 어엿한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술과 과학은 첨단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언론 자유의 세계적 순위도 미국보다 훨씬 높고, 일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위에 서 있다. 어디 이뿐인가. 영화나 케이팝, 스포츠 등 우리 문화는 다양한 분야의 세계무대에서 그 저력을 인정받으면서 선진국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정치 문화는 퇴보를 거듭하는 분위기다. 반대진영을 향한 분노와 증오만 표출하며 막말이 난무하는 정치권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피로가 누적된다. 여야 모두 합의와 설득 대신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은 정말 봐주기가 쉽지 않다. 정치권의 '막말', '혐오'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막말 때문에 제1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한때 '막말 금지' 움직임이 있었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들면서 오히려 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의 막말 난타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필자는 지난 4월에도 같은 지면에 정치권의 막말 논란에 대해 글을 썼다. 그때나 지금이나 풀리지 않는 의문점과 궁금증이 있다. 도대체 정치인들은 막말로 무엇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막말을 내뱉음으로써 지지세력 결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상대 진영에 대한 갈등 유발 노림수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정말로 이들은 저주 섞인 막말과 조롱으로 국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제 막말은 야당의 역할 수행에 빠져서는 안되는 필수코스로 인식될 정도인 듯하다.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막말과 혐오 발언이 야당의 중요한 책무라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야당 입장에서 대통령의 국정과 여당을 견제하고 공격하는 일은 자연스런 일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야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격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비난을 위한 비난보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비판과 대안제시가 동반되어야 함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조롱과 저주에 가까운 막말 비난만으로는 야당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 감정의 절제 없이 거친 혐오와 막말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공인으로서 사적인 개인감정과 공적 활동은 구분되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는 정치권의 폭언과 혐오 표현으로 불신과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정치인의 독한 막말과 폭력적인 막말은 미세먼지만큼이나 사회 환경을 오염시키고 언어문화를 파괴한다. 거친 막말로 혼탁해진 정치문화를 정화시켜줄 수 있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절제된 말과 품격 있는 언어 사용 △역지사지의 자세 △국민에 대한 진정한 존중을 꼽고 싶다. 여당 역시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막말을 막말로 받아치며 난타전을 즐기는 모양새보다는 품격과 절제된 언어와 역지사지의 자세로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요즘 우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속에서 양측의 날 선 기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서 모든 것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면서 막말로 흠집 내고, 끌어내리는 그야말로 막말 포화 속에서 부침이 많아 보인다.막말로 무장된 비판적인 공격보다는 진보와 보수는 진영논리를 잠시 접어두고 한마음으로 뭉쳐 대외적인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보수건 진보건 서로 상대 진영 흠집 내기에 올인하지 말고 역지사지 자세로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오로지 국민이 잘사는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막말 속 정쟁이 아닌 품격과 절제의 언어로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여야 상생하는 정치가 그립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06-18 김정순

[수요광장]누구를 위한 스포츠 혁신인가?

혁신위원회 권고안 살펴보니 '유감'규제는 확고한데 대안없어 아쉬움학생선수 스스로 바뀌는 기회 제공개혁위한 예산·정책 지원체계 마련꿈 펼칠 수 있도록 환경 만들어줘야'혁신(革新)'은 묵은 풍습,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이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등 체육분야 비리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한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두 차례에 걸쳐 권고문을 발표했다. 스포츠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 실태 파악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선수·학부모·지도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번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은 참담하고 유감스럽다. 권고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규제는 확고한데 대안은 확실치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스포츠 혁신의 주인공은 선수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몇 가지 고민해보아야 한다.첫째, 운동하는 학생들의 선택과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본인의 선택을 존중받고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는 학교 급별에 따라 학생선수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학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이 존중되고 있다. 획일적으로 정규수업 참여와 주말 대회 참가만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학생선수들의 다양성과 종목에 대한 이해, 특수성, 무엇보다 학생선수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학습법의 다양성을 요구한다. 일반학생과 같은 획일적인 시스템으로 가두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기에 체육특기자 제도 개편, 최저 학력제 기준 등 기존의 교육제도 점검 및 학생선수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육방법이 필요하다. 온라인 수업, 홈스쿨링은 외국에서도 이미 운동을 진로로 선택한 선수들을 위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는 2020년부터 세계최초로 커리큘럼에서 학교 과목을 삭제하고 모든 공식적인 학교 과목의 파괴라는 새로운 교육의 시스템을 적용하여 교육의 혁신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실행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 생각된다. 셋째, 스포츠 혁신을 위한 인프라와 지원 체재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체육시설을 살펴보면 초·중·고교의 학교체육시설은 더없이 열악하다. 선수 훈련공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학생들이 달릴 수 있는 운동장이 없는 학교가 태반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100회 전국체전 수영 경기를 할 수영장이 없어 인천에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제반 비용의 대부분은 선수들과 학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생활환경과 주변 여건상 합숙소 생활을 유지해야만 하는 학생들은 간과하고 합숙소 전면폐지를 시행했을 때 그 학생들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 무조건 폐지보다는 기존에 있는 제도와 정책의 순기능과 역기능의 실태 파악이 먼저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제재와 규제만이 존재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넷째, 스포츠의 참여 목적에 따른 정책이 명확해야 한다. 일방적인 통합과 현실감 없는 정책은 학생선수와 대한민국 스포츠 전체에 혼란을 초래한다. 스포츠는 경쟁과 유희성을 기반으로 하는 신체운동의 총칭이다. 운동을 취미로 하는 클럽 스포츠와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학생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소년체전의 경우 학생선수들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한민국 스포츠를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 지방 체육 활성화의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 우수선수 조기 발굴 등 스포츠 분야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스포츠의 참여 대상과 목적에 따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마지막으로 스포츠 종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종목 특성에 따라 단체와 개인, 하계와 동계, 실내와 실외 등으로 나뉘어 다양하고 특성에 맞는 훈련 또는 대회가 이루어진다. 특히 랭킹 포인트로 운영되는 종목은 국내 대회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도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또한 체급조절을 해야 하는 종목이 주말에만 시행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따라서 종목 특성을 배제한 제도는 현실적용이 어렵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인 학생선수들이 그들의 꿈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누군가부터의 혁신이 아닌 선수 스스로가 바뀌고 자성하여 혁신할 기회도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는 체육계의 개혁을 위해 예산과 정책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선수들이 우선이 되는 실효성 있는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유승민 IOC 선수위원·대한탁구협회장

2019-06-11 유승민

[수요광장]막말의 정치학과 언론

SNS 노출 안되면 불안한 정치인들멋진 말보다 요란한 뉴스거리 '골몰'언론, 편승·침소봉대 기사화 자제끊임없이 비판 '언어 중요성' 강조사회갈등 통합·조정역할 책임 있어생각해보면 지난날의 정치지도자들은 기억에 남을 명언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가령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YS) "역사는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하진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다."(DJ) "내가 제일 보기 싫은 것은 타다 남은 장작이다. 나는 완전히 연소해 재가 되고 싶다."(JP) 등 그때그때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고 역사의 물줄기까지 바꾼 정치인들의 어록은 이른바 3김정치의 폐해에 대한 끝없는 강조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의 아우라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물론 그때와 지금은 매체 조건이 전혀 달라졌고 국민들이 정치인을 대하는 태도 또한 급변했다. SNS에 하루라도 나오지 않으면 대중들 뇌리에서 지워질 것 같은 불안감이 정치인들에게 생겨났고, 자신의 존재증명에 필요한 말들을 세심하게 준비하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의제도 달라지고 상황도 변해간다. 그러다 보니 가슴을 울리는 멋진 말보다는 이른바 막말을 통해 요란한 뉴스거리를 만드는 데 정치인들이 골몰하게 된 것도 같다. 대상으로 삼은 이들의 인권을 감안하지 않고 뱉는 비하의 말들,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는 속어와 비어들, 어차피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가치들을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나누어 배제의 정치학을 구사하는 독선의 언어들, 성폭력의 잔재를 떨치지 못하고 남발되는 관습적 언어들이 우리 정치인의 품격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있다.명언을 여럿 남긴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말은 그래서 음미할 만하다. 그는 정치인들이 왜 시를 가까이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면서 "권력이 사람을 오만으로 이끌 때 시는 그의 한계를 일러준다. 권력이 인간의 관심 영역을 좁힐 때 시는 그에게 자기 존재의 풍요로움과 다양함을 일깨워준다. 권력이 사람을 부패시킬 때 시는 사람을 정화한다. 왜냐하면 예술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할 인간의 기본 진리들을 정립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는 시라는 장르를 가까이하라는 말이기보다는 정치인의 자의식에 깊고도 보편적인 삶의 지표가 세워져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스스로도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으십시오."라거나 "민주주의는 결코 최종적 성취가 아니다. 그것은 지칠 줄 모르는 노력, 지속적 희생, 그리고 의지에의 소명이요, 필요하면 그것의 방어를 위해 죽으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같은 어록을 남긴 케네디의 마음속에는 정치를 통한 자기실현은 물론 민주주의라는 더 커다란 준거가 충일하게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발언의 전체 맥락보다는 귀에 거슬리는 부분적 표현을 침소봉대하여 기사 제목으로 삼는 언론의 태도 역시 온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서 언론은 스스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맹목의 증오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성찰해야 한다. 언론이 정치인의 막말에 편승하고 또 그것을 대대적으로 기사 머리말로 뽑는 것은 그 점에서 최악의 상(像)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언론은 이른바 노이즈마케팅으로서 행해지는 계산된 막말, 품성의 결함으로 인해 발화되는 막말, 순간적으로 터져 나오는 적대감의 막말 들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또 그 당사자를 몰아세움으로써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언어'가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해가야 한다.지금 우리 사회에는 갈등의 골이 깊은 이해집단 사이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자크 랑시에르에 의하면 정치란 '일치(consensus)'가 아니라 '불일치(dissensus)'를 생성해내는 행위이다. 일사불란하게 일치를 수행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권력에 의한 '치안(police)'일 뿐이다. 그러니 갈등과 반목 그리고 그로 인한 담론의 끝없는 생성과 유포는 민주 사회에서 퍽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모습이라고 해야 한다. 이때 정치권력과 언론은 이러한 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극대화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무한 권력에 합당한 공공선으로서의 책임 말이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06-04 유성호

[수요광장]차별을 조장하는 정부의 '균형' 감각

정부, 논란 제기된 다문화정책 논의국민여론 공식언급 혐오 강화시켜발표의 일방적 피해자는 또 이주민선입견 교정·불평등구조 개선 먼저인종차별·철폐사이 중립 존재 못해지난 4월 12일 정부부처 관계자가 참여한 국적 통합제도개선 실무분과위원회가 개최되었고, 국민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일부 다문화정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다문화가족 전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소외계층으로 낙인되어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고, 국민들도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느껴, 장기적으로는 국민과 이민자가 원활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다문화가족은 물론 이주민 전체를 차별하고 분리를 강화시킨다는 지적을 꾸준하게 해왔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일면, 그동안 이어져왔던 비판을 뒤늦게나마 수용하고 이를 교정하려는 바람직한 시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소위 '균형' 잡힌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 필요성 논의는 매우 부적절하며,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지금까지 이주민들을 낙인찍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이주민과 한국인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갈등을 조장해온 것은 이번 보도 자료에서도 밝혔듯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사과나 언급 없이, 그동안 다문화가족에게 너무 과한 지원을 해서 역차별 논쟁까지 있다고만 밝히는 것은, 바로 이런 잘못된 정책을 요구한 적도 없는 다문화가족에게 또 한 번 모든 비난을 전가하는 것이다.또한 법무부가 국민들이 역차별로 느낀다며 제시한 사례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청와대에 올라온 청원 글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입니다. 한국의 외국인정책 여러 부문에 문제점 고쳐주세요."('18.8.14. 종료, 참여 인원 75,051명)를 제외하면, "자국민 역차별금지법을 만들어주세요", "정부와 인권위는 국민역차별법 폐지하라", "국민 역차별 혜택 폐지해 주세요" 등은 사실, 그 동의가 수백에 불과했다. 이런 청원 글이 정부의 주장대로 전반적인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반대로 혐오 차별 세력을 제발 규제하고 처벌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그동안의 요구에는 왜 이런 대규모의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차별 이런 단어가 언급된 사례만을 나열하며 역차별 논쟁이 마치 국민들의 전반적 여론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 하는 것이야 말로 정부가 혐오차별 세력에 동조하여 차별과 혐오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다.결국 정부에서 말하는 소위 '균형'이라는 것이, 이주민과 난민을 혐오하는 일부 극우적 혐오 세력과 이주민 인권 사이에서의 '균형'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다문화가족이라는 행정편의적인 용어 사용으로 구분과 배제의 씨앗을 심어왔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대책으로 결혼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상정하고 정책의 대상으로만 존재하게 만들어 왔다. 그리고 이제, 극우적 혐오세력의 발호가 이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균형'이라는 마치 양극단을 중재하고 달래는 듯한 인상의 단어를 새롭게 꺼내들었다. 이주민을 그동안 너무나 많은 혜택을 염치없이 받아온 당사자로 지목하고, 혐오차별 세력의 주장은 매우 근거 있는 국민의 목소리로 둔갑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표의 일방적인 피해자는 또다시 이주민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일부 혐오차별 세력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진정한 균형 잡힌 정책이 되려면, 첫째,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많이 받아 간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며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던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교정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하며, 둘째, 이로 인해 발생한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혐오차별세력을 규제 처벌하고 이를 넘어 다양성 증진을 통해 사회 전체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종합적으로 함께 논의되어야만 한다. '균형'은 사회 구성원 간에 어떤 기계적 지점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다. 인종차별 조장과 철폐 사이에 중립이나 균형이라는 말은 존재할 수 없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05-28 이완

[수요광장]신뢰사회로 가는 길

편법·불법 전횡 근본적 차단 못한채선의의 피해자만 있다면 잘못된 구조법 잘 지키는자만 '바보' 인식 확산시민을 잠재적 범법자 만들게 아니라선량한 사람을 믿는 정책 전환 시급# 장면 1 올해 들어 어머니의 치아 통증이 심해져서 치과에 갔더니 틀니를 새로 해야 한다고 한다. 새로 하신지 얼마 안 되어 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한다. 보험적용이 될 때까지 어머니께 참으시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새로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160만원을 부르더니 어찌어찌 100만원까지 내려갔다가 수납담당자가 브레이크를 건다. 간호사(그들끼리 '코디'라 부름)가 잘못 이야기했다고 하며 120만원이라고 한다. 그 숫자의 적절성을 따질 아무 기반이 없는 난 결국 120만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3개월여 주기적으로 어머니 모시고 치과를 다녔다. 그 사이 나도 치과 간 김에 오랜만에 스케일링을 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스케일링은 연 1회 보험이 적용된다. 당연히 그렇게 예상했다. 그런데 왠지 아쉽게 대충한듯한 느낌이었는데, 코디가 와 잇몸이 부었다고 잇몸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보험도 된다고 한다. 또 그러자고 했다. 잇몸치료를 좌·우·중앙 3번에 걸쳐 했다. 최종 점검을 위해 한 번 더 오라고 하는 것을 안 갔다. 나의 소심한 저항이다. 결론은 과거 스케일링 한 번에 끝날 일을 나눠서 한 것이다. 결국 나는 보험이 적용된 치료비를 합해서 거의 10만원을 지불했다. 능력 있는 코디를 만난 대가는 비쌌다. 지금까지 나는 '공동체주거 코디네이터'라고 나의 일을 소개해왔다. '코디네이터'라는 이 이름을 아무래도 바꿔야 할 것 같다.# 장면 2 대학 다니는 딸에게 연락이 왔다. 내용을 들어보니 친구 언니가 창업을 했는데, 그 회사로부터 인건비를 지급받아서 일부 수수료를 떼고 환급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딸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래서 딸에게 물었다. "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니?" 자신도 느낌 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고 내키지 않아서 확인 차원에서 물어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불편함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딸에게 말했다. 너의 생각이 옳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고지식한 사람으로 살라고. 고지식한 딸이 불신 가득한 세상에서 겪어야 할 어려움이 예상돼 마음이 아프다.# 장면 3 내가 일하는 협동조합은 가끔 공공의 보조금을 받아 공익사업을 수행한다. 사업의 본원적 활동 이외 보조금 사업의 관리를 위한 행정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행정업무 간소화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조금 관리 집행 정산에 관한 업무가 간소화되기는커녕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공공의 돈을 집행하는 것이니 투명하게 관리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행정 편의적으로 절차와 규제를 강화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제한한 결과가 '장면1~3'과 같이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편법적이거나 불법적인 전횡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도 못하면서 선의의 시민과 사업자만 힘들게 하는 구조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위법의 대가는 약하고 위법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위법이 반복되고 심지어 순진하게 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불신을 확산시키고 그 대가를 엉뚱하게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접근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시민과 사업자를 잠재적 범법자로 가정할 것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을 믿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후에 믿음을 저버린 자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량한 다수를 믿지 못하고 그 비용을 공공과 시민에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신뢰를 저버린 자에게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믿는 것은 위험하지만, 믿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신뢰의 법칙' 저자 데이비드 테스테노의 말이다. 믿는 자를 보호하고 배신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바로 신뢰사회로 가는 길이다. "어머님은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했던 김주영 선생을 믿었던 학부모만을 탓할 게 아니라 김주영 선생 같은 자가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9-05-21 김수동

[수요광장]식탐 자극 먹방프로, 비만의 사회적 비용 책임 있어

방송가 점령 '적잖은 후유증' 지적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음식물 섭취과장되고 자극적인 장면 '한숨'시청률에 얽매여 '인기프로 고집'결국 '비만 연결' 부담은 국민의 몫요즘 TV를 켜고 리모컨을 돌리다 보면 온통 '먹방'과 '쿡방'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선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이 매우 흔하게 등장한다. 이 두 콘텐츠 중에서 하나가 없는 예능프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먹방 전성시대'임이 실감난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3사에서도 이런 먹는 방송이 넘쳐난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먹방'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먹방과 쿡방이라 쓰고 예능이라 읽는다'는 말이 억지스럽지 않아 보일 정도다.종영한 예능프로 중 '윤식당'을 떠올려보면 요리 프로가 얼마나 대세인지 그 위력이 느껴진다. 당시 '윤식당2'는 케이블 예능 최초로 시청률 16%를 기록하는 등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를 만든 나영석 PD 연봉이 4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능프로의 경제적 영향력도 새삼 알 수 있었다. '윤식당' 성공 이후 나 PD 사단에서 독립해 비슷한 소재와 기획으로 제작비를 덜 들이면서 재미를 보고 있는 예능프로가 우후죽순 늘어난 점도 방송가에서는 화젯거리다. '돈 벌려면 나영석처럼 해라'는 공식까지 생긴 것이다.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스페인 하숙'이나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도 그중 하나이다. '먹방' '쿡방'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물론 상식 수준의 '먹방' '쿡방'의 재미와 가치를 부정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요리와 부엌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는 요리하는 남자가 나오는 '쿡방' 덕이 크다고 본다. 요리와 거리가 멀었던 남성을 주방으로 끌어들이고, 가사분담 등 긍정적인 사회 변화에 일조한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쿡방'이나 '먹방'이 방송가를 점령하면서 그 후유증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도한 '먹방' '쿡방'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탐 문화를 조장하거나 비만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과장되고 자극적인 '먹방'을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모방'할까 염려스럽다. 어쩌면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폭식 욕구를 느끼게 할 수도 있어 보인다.최근 우리나라 비만 통계를 보면 엄청나게 가파르게 비만인구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고도비만 인구 비율이 특히 20~30대 사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104명, 잘못된 식습관으로 사망하고 10년 이내 국민 10%가 고도비만이 된다고 하니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쿡방' 열풍에 대한 또 다른 부정적인 지적은 '푸드 포르노(Food Porno)' 관점이다. '푸드 포르노'라는 용어는 미국의 여성학자 로잘린 카워드가 처음 사용했는데, 음식이나 먹는 영상, '먹방'이나 '쿡방'을 보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뜻한다고 한다. 비만 조장이나 '푸드 포르노' 관점의 문제점 외에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획일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다양한 포맷과 풍부한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시청률과 트렌드만 좇는 비슷한 프로그램만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먹방'과 '쿡방' 모두 다른 예능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데 비해 높은 화제성을 보이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시청률과 제작비 등 방송 속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시청률에 얽매여 비슷한 인기 프로만 고집하면, 시청자의 시청 선택권도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도한 '먹방'과 '쿡방' 열풍으로 인한 문제는 비만과 연결되어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곧 국민들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올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식욕을 자극해 '먹방'과 '쿡방' 열풍 혜택을 보았다면 이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05-14 김정순

[수요광장]평창올림픽, 영원한 유산으로 남기자

올림픽 성공 좌우하는 '유산 관리' 스포츠 발전 외에도 사회변화 유도이달부터 정식업무 시작된 기념재단남북체육교류 등 다양한 사업 준비국민의 많은 관심·지원 요구된다 지난해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유산사업을 총괄할 2018평창 기념재단이 강원도 평창올림픽 주사무소에서 5월 1일부터 정식업무를 시작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올림픽 개최에 소요되는 투자규모가 커지고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 의제가 대두되면서 올림픽 유산(Olympic Legacy)은 올림픽 유치와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올림픽 유산은 올림픽 개최가 대회의 전(前)과 후(後)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하고, 성공적인 대회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와 관련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주된 관심사는 '긍정적인 유산' 창출이다. IOC는 올림픽 유산을 도시의 대회이미지 제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스포츠 시설·교통 인프라 확충, 도시재생 등의 '유형적' 형태와 국민의 자부심, 국가 문화유산의 재발견, 새로운 기술 습득, 환경의식 변화 등의 '무형적' 형태로 나누고 있다. 또한 유산의 범주를 크게 스포츠, 사회, 환경, 도시, 경제 등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스포츠 유산(Sporting Legacy)은 올림픽을 위해 지어지거나 재정비된 스포츠 베뉴들로, 올림픽 폐막 후 지속적인 스포츠 유산의 계승을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둘째는 사회유산(Social Legacy)으로, 올림픽은 사회적 통합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회적·정치적 유산들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는 대회를 위한 자연지역 복원,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등 환경정책 수립을 통한 도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환경유산(Environmental Legacy)이다. 넷째, 도시유산(Urban Legacy)이다. 많은 경우 도시의 낙후된 지역들이 올림픽 경기장의 건설을 위해 재건되며, 이 장소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공간으로 도시에 활력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유산(Economic Legacy)이다. 올림픽은 직접적으로 대회계획과 운영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대회 중·후 경제활동의 증가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 낸다.이와 같이 올림픽유산은 스포츠의 발전에 국한되지 않으며 한 국가의 사회전반에 걸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올림픽의 사회적 유산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며, 올림픽을 통한 사회 기본발전이라는 것이 유산의 핵심적인 사안이다.이제 막 새롭게 출발하는 2018평창 기념재단은 평화와 새로운 지평, 동계올림픽발전을 위한 유산사업을 추진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가 관계기관 간 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러진 것처럼, 올림픽유산사업도 협력기반인 기념재단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유산을 관리하고 다양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남북체육교류 사업 등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유산 중 하나인 평화를 계승하고 개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동계스포츠 교육프로그램(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다. 이를 통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슬로건인 '새로운 지평'을 열어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해 다양한 국내외 동계스포츠 대회의 개최를 지원하고, 동계스포츠 체험캠프 등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계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2018평창 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필자는 대한민국 유일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평창올림픽 당시 선수촌장을 맡아 대한민국 스포츠역사의 한순간을 함께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기념재단의 올림픽유산을 확산하기 위해 IOC 및 국제경기연맹, 국제기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 조직에 스포츠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계층이 참여해 유산정책 개발 및 추진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하고, 다양한 유산과 기억이 역사의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8 평창올림픽이 대한민국과 전 세계의 긍정적 유산이 되려면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2018 평창올림픽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유승민 IOC 선수위원유승민 IOC 선수위원

2019-05-07 유승민

[수요광장]수필에 대한 기억

해방후 문학은 '母語 세련화' 선호1970~80년대 '미셀러니 류' 압도적1990년대 이후에는 법정수필 각광날카로움으로 새로운 지향성 제시점점 교과서수록 빈도 줄어 아쉬움해방 후 전쟁과 분단을 거치면서 '문학교육'은 매우 중요한 국민국가 구성원 만들기에 기여하게 된다. 이때 모어(母語)를 미학적으로 세련화하고 현대인의 일상을 잘 묘사한 수필 작품이 선호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특별히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수필들이 해방 후 교과서에 집중 수록된 것은, 해방 후 씌어진 새로운 작품의 성층이 두텁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문학사에서 수필의 전통이 연면하게 이어져왔음을 알리려는 계몽기획의 일환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1970년대까지 이어져갔다.우리 기억 속에 1970~80년대에 배운 교과서 소재 수필은 피천득의 '수필'에 나오는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라는 비유적 명명에 크게 의존하였다. 그래서인지 중후한 인문적 에세이보다는 경험적 구체성이 녹아 있는 미셀러니 류가 압도적으로 실렸다. 그 애틋한 목록을 열거해보자. 지금은 교과서에서 완전하게 사라진 작품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양주동의 '몇 어찌'와 '면학의 서'와 '질화로', 김진섭의 '백설부', 정비석의 '산정무한', 나도향의 '그믐달', 최남선의 '심춘순례', 피천득의 '인연', 이양하의 '경이 건이'와 '나무', 이희승의 '딸깍발이',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유달영의 '슬픔에 관하여', 이상의 '권태'와 '산촌여정', 윤오영의 '마고자', 이하윤의 '메모광', 전숙희의 '설', 한흑구의 '보리' 등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와 제목만 열거해도 그 자체로 고색창연하기 그지없다.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법정 수필이 많이 실렸고, 전혜린, 이어령, 박완서, 장영희 등이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광범위한 제재 확장에 따라 월북작가들 작품이 수록 범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월북작가들의 전면적 해금에 따라 수필 분야에서는 이태준, 김용준 등 소위 문장파(文章派)들의 고담한 수필이 즐겨 수록되었다. 김기림의 짧은 글 '길'도 선호되었다. 또한 시인이나 작가들이 쓴 수필들도 적지 않게 실렸는데, 박두진, 조지훈, 이청준, 전상국 등의 수필이 실리기도 하였고, 예외적으로는 해외 수필이 번역되어 다수 실리기도 했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비롯하여 가드너, 임어당 등이 주요 고객이었다가, 최근에는 나쓰메 소세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미셸 투르니에, 움베르토 에코 등의 작품도 들어와 있다. 지금도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시작되는 슈낙의 작품은 우울함과 비애의 선명한 감각으로 곧잘 회상되곤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 고전 작품들 중에 교술 양식에 포함되는 작품들도 수필에 준하여 많이 소개되었는데, 박지원의 '물'이라는 작품을 배운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교과서 수록 수필들은 대개 진솔하고 투명한 고백을 통한 자기 확인 욕망을 줄곧 보여주었고, 나아가서는 특정 주제에 대하여 독자와 소통하려는 친화와 계몽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눈과 귀를 울리는 명편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진솔함과 소통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때 고백과 소통의 내용이 그 자체로 타자의 삶에 충격과 변형을 주려는 계몽 의지의 소산임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교과서 수록 수필들은 서정성과 비평 정신, 고백과 소통, 인생론과 문명 비판론 등 다양한 문양들을 복합적으로 내장하면서, 수필이 창작과 비평의 정신을 동시에 가진 양식임을 증명해주었다.수필은 문학 갈래 중에서도 독특한 성질을 지니는 문학이다. 시나 소설이나 희곡과 같이 창작 문학에 가까우면서도 형상화에 의한 순수한 창작이 아니고, 비평적이면서도 이해와 성찰에 의해 평가에 이르는 순수한 비평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자연과 인생을 관조하여 그 형상과 존재의 의미를 밝히기도 하고, 날카로운 지성으로 새로운 양상과 지향성을 명쾌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이러한 수필의 속성을 두루 경험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나, 요즘 점점 수필의 수록 빈도가 낮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도 더해져 간다./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

2019-04-30 유성호

[수요광장]더욱 적극적인 소통·교류에 모두 나서야 할 때다

다문화수용도, 성인보다 청소년'↑'이주민과 이웃·선생님·친구·가족順긴밀한 관계일수록 쉽게 받아들여교류 적은 어른들의 인식개선 노력자주 만날수 있는 환경만들기 시급 지난 4월 19일 여성가족부는 2018년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다문화수용도는 52.81점에 불과했으며, 같은 조사를 한 2015년에 비해 더욱 낮아졌다고 한다. 이는 적어도 이주민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공존하기 위한 여러 관련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는 정부의 말을 올곧이 믿는다면 더욱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는 결과이다. 성인과 다르게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도는 71.22점으로 성인과 큰 차이를 보였으며, 2015년에 비해서도 증가했다고 한다. 그럼 청소년과 성인의 결과가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이주민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비율이 청소년은 3년 전에 비해 34.7%에서 41.1%로 증가했으나, 성인은 오히려 41.2%에서 32.4%로 크게 감소한 점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이번 실태조사의 책임연구원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이선 연구위원은 "청소년이 성인보다 다문화수용성 수준이 월등히 높은 것은 이주민의 증가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다문화학생과 관계의 양과 질이 높아졌으며, 지속적인 다문화이해교육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이주민과의 관계 유형에 따라 다문화수용도가 달라졌다. 이주민과 이웃, 선생님, 친구 그리고 가족의 순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을수록 수용도가 높았으며, 다문화교육과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수록 다문화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주민과 직접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그 만남이 많을수록 기존의 오해와 편견을 넘어 상호 이해의 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정은 더 파악해 봐야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이주민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0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한국에서 지속적인 삶을 영위해 온 점을 생각한다면, 성인들의 이주민과의 관계회수와 만남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그러나 만일, 성인들의 다문화수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이주민과 더욱 심화된 관계단절 그리고 배제 현상 때문이라면, 그래서 관계가 단절되고, 수용도가 더욱 떨어지고 이로 인해 더욱 배제와 단절의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이라면 이는 매우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2014년 UN인종차별특별보고관과 함께 인종차별을 당한 당사자들을 만나기 위해 이들이 머물고 있는 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주로 농업노동자였던 이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을 물어보자, 모두가 당황하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농촌과 산간에서 주로 일해 왔으며,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하루 이틀의 휴일을 가졌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으로부터 단절되고 배제된 삶을 살았던 이들은 일반 한국 대중들과의 접촉점이 거의 없어서, 사장으로부터 심한 인종차별을 당한 사람은 많았으나, 이외의 한국인에게는 일상적인 인종차별을 겪을 기회마저 없었다. 외지고 단절된 곳에서 한국인과 교류가 극도로 제한된 상태로 한국인들이 먹을 채소와 야채를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이주민은 한국사회에 이미 200만명이 넘게 존재하지만, 기존 한국인의 일상적인 시각과 생활밖에 존재한다. 한국인의 생활수준과 건강유지를 위해 필요한 생산물을 만들어 내지만, 더욱더 배제된 존재로 그들만의 게토로 내몰리는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를 그들만의 게토로 몰아넣는 현재의 잘못된 정책을 당장 변화시켜야 하겠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청소년에 비해 수용도가 더욱 떨어지고, 교류의 양과 질도 하락하고 있는 성인들의 인식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성인들에게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공간에서 집중적인 다문화이해교육이나 다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그렇다면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더욱 적극적인 교류와 소통시도일 것이다. 시민들이 이주민과의 교류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이주민들도 한국인과의 만남과 교류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고 이를 자연스럽게 독려해야 하겠다.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소통과 교류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

2019-04-23 이완

[수요광장]가장 '나' 답게 사는 '우리' 집

과밀화된 도시 주거 갈등 진원지로잇단 시민 발길 공동체주택 설명회 '비싼 집값·단절된 관계' 대안 주목수요맞춤·지불가능·좋은이웃 장점'외롭고 힘든 시기 대비' 바로 시작얼마 전 우리 협동조합이 공동주관하는 수도권 협동조합형 공동체주택 입주자 모집 설명회가 있었다. 충분히 여유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다. 공동체주택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음을 실감했다. 여러 해 동안 공동체주거 전도사를 자처하며 공동체주택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나로서는 매우 보람된 순간이기도 했다.그렇다면 공동체주택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집값이다. 개인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져 버린 집값은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는 물론 보통의 중산층마저도 하우스푸어와 전세난민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다음은 '관계'의 문제다.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중시했던 우리 사회는 어느새 함께 사는 법과 공동체 기반을 잃어버렸다. 과밀화된 도시 주거 환경에서 관계가 단절된 우리의 집은 많고 다양한 주민갈등과 세대갈등의 진원지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주택이 하나의 대안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체주택은 일반 주택과 무엇이 다른가?첫째, 나의 필요에 맞는 집이다. 공동체주택은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다. 사업자에 의해 만들어진 집에 맞추어 사는 집이 아니라 나의 필요에 맞도록 집의 크기와 공간을 직접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둘째, 지불 가능한 집이다. 사적소유를 압박하는 현 주택시장에서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상당한 빚을 지고 집을 살 수밖에 없으며, 집을 사고 나면 집값에 집착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공동체주택은 소비자주도 건축으로 집값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으며, 공유공간을 활용하여 내 집을 작게 해도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유권도 개인소유, 협동조합소유, 임대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 내 형편에 맞춰 적정비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셋째, 관계가 살아 있는 집이다. 공동체주택은 서로가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기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이다. 이들의 관계는 과거와 같이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 부담스러운 관계가 아니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무시하는 폭력적 관계는 더더욱 아니다. 가치와 취향을 중심으로 모인 자율적 개인의 느슨하면서도 열린 공동체이다. 이러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독립적이면서 고립되지 않고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공동체주택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이상 이야기한 3가지가 일반주택과 비교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동체주택은 함께라서 가능한 것이다. 당연히 공동체주택의 개발절차 또한 일반주택과 확연히 다르다. 일반 주택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분양하고 집이 지어진 후에 입주를 하게 된다. 하지만 공동체주택은 입주희망자 모임이 먼저 형성된 후에 건축과 공동체 관계형성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집만 짓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이웃으로서의 관계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동체주택의 주민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집을 마련하는 소비행위가 아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이웃과 함께 나답게 우리답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인 것이다. 다양한 자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공동체주택을 이야기하고 집과 주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공감을 한다. 하지만 막상 언제쯤 공동체주택을 실행에 옮길 것이냐고 물으면 다양한 답이 나온다. 자녀들 독립하고 난 후에, 심지어 더 나이 들어 홀로 남은 후에 생각해 보시겠다 하는 분도 계시다. 이 말의 의미는 지금 당장 절실한 문제는 아니기에 막연하게 후일로 미루는 것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나이 들어 특별한 일 없고 외롭고 힘들 때' 공동체를 찾겠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나이 들어 외롭고 힘든 나를 누가 반기겠는가? 공동체주거는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외롭고 힘든 시기를 대비하여 바로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2019-04-16 김수동

[수요광장]언어폭력 막말 정치인들, 실 보다 득이 많다고?

폭언·수준 낮은 질문 '인사청문회'돌출발언·품격 잃은 표현들 '난무'인지도·존재감 짧게 유지되겠지만갈등 유발로 국민들 신뢰하지 않아미래세대 위해 혐오정치 자제해야서슴없이 막말을 내뱉는 그들은 당당했다. 막말 전문가답게 침착하고 자신감까지 넘쳐 보였다. 마치 혐오 유발 경진대회를 보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인사청문회장 풍경이다. 내정 인사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언사와 이들에게 제기된 의혹도 민망할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인신공격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인 낮은 질문 수준에 폭언과 막말만 무성했다는 점이다. 청문회의 본질은 업무능력이나 정책 관련된 질문을 통해서 후보들의 업무수행 능력 검증에 있다. 당연히 시간과 품을 들인 수준 높은 질문 속에서 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날 수 있고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진다. 그저 '막말쇼' 같아 보이는 청문회라면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자들의 바른 품성과 바른 언어사용은 어디로 실종된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뿐 아니다. 얼마 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돌출발언은 또 어떤가. 국회에서의 당 원내대표 연설 파문도 모자라 대구 방문에서는 '뼛속까지 빨갱이' 등 운운하는, 가뜩이나 경색된 정국에 사회적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젊은 야당의원의 품격 실종 막말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이다. 당대표를 향해 '꼰대', '불통', '찌질' 등 혐오정치의 극단을 보이는 듯한 표현들이 난무했다. 물론 막말을 일삼는 그들의 속내와 셈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상대 진영을 향한 혐오, 자극적인 말을 통해 유명세를 빨리 손쉽게 획득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다매체 시대에 이들의 막말이 매체의 화제로 떠오르고, 갑론을박으로 이어진다. 막말 당사자는 인지도를 얻고 또 나름의 존재감까지 더해진다. 막말 정치인이 점점 많아지는 실태를 보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여기는 것 아닐까.과연 정말 그럴까. 단기적으로는 지지자들을 열광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생명을 짧게 끝내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언어적 유희와 막말 공격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입만 열면 막말을 내뱉는 이들의 말을 일부가 추종할 수 있지만, 다수 국민들이 이런 행태를 신뢰하진 않을 것이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신뢰는 생명줄이다. 인지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권자들에게 받는 신뢰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과 막말을 지지할 정도로 국민들은 낮은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그들에게 더 혐오를 느낄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독기 어린 맹비난과 혐오 발언에 무거운 피로감이 느껴진다. 정치인의 독한 막말 언어폭력은 정치 혐오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킨다. 사회적 제재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우리 사회는 불신,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언어폭력으로 인한 환경 파괴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진다.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는 상대라도 상대방의 바른 언어사용과 바른 태도 앞에서는 무조건 공격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경청하고 싶어지도록 품격 있고 올바른 언어를 통해 상대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과 주장이 다르다고 툭하면 거친 언어로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한다면 남는 것은 갈등과 상처뿐일 것이다. 여기에다 더 심각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 있다. 이 험한 표현들은 방송과 각종 사회망서비스(SNS)를 타고 어린이와 학생들에게도 쉽게 전달된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표한다는 지위 높은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남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우리 어린 꿈나무들은 고스란히 지켜보고 배운다.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모습을 전체 국민, 특히 학생·청소년에게 보여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을 보고 배울지 끔찍하고 두렵다. 진보·보수 진영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 모두 흉측하고 저질스러운 혐오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곧 황사가 심한 계절로 들어서고 있다. 대기오염과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눈에 보이는 황사로 인한 환경 문제는 국가적 과제이다. 막말과 언어폭력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언어를 훼손시키고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막말 사용 정치인들은 황사나 미세먼지 못지않게 심각한 환경 파괴자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2019-04-09 김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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