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고령화사회 노인의 안전복지

행정기관의 구호활동은획일적인 특성으로 인해소수자 요구 무시될 수 있어노인등 재해약자 구호위해민간 안전복지서비스의역량이 강화될 필요성 있다 '2014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인구의 12.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08년 10%를 넘어선 후 2026년 20%에 접어들 전망이다. 앞으로 12년쯤 후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한 가지 이상의 만성퇴행성 질환을 갖고 있으며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의 저하로 노인성 질병과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각종 재해 상황에서의 취약성은 물론 일상생활이나 이동 중에도 안전이 확보돼야 하므로 안전은 노인복지의 핵심이다.노인들에게 있어 각종 재난과 사고는 건강상태와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파괴한다. 비교적 건강하던 노인들도 사고를 당하면 회복이 지연될뿐 아니라 신체의 퇴행과 노화가 촉진돼 활동과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또한 자기관리 능력의 변화·고통·의료비용 증가 등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그런데 노인은 어린이와 달리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대상이다. 노인의 만성질환이 생활양식이나 습관과 관련돼 있듯이 운수사고·추락사고·익사사고·화재사고·중독사고 등 각종 재난·사고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이 안전한 노후설계를 유도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 안전복지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안전복지란 인간 고유의 기본 욕구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다. 사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예방적 복지며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동적 복지로서 복지 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노인문제중 정작 심각한 안전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노인 안전분야에 대한 국내 수준은 아직 개념정립에서 실천적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이제 본격적인 고령사회 진입을 고려할 때 재해 약자인 노인들에 대한 종합적이며 실질적인 노인 안전복지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 노인 안전복지는 생활안전영역과 재난안전영역을 모두 망라해야 하며, 바람직한 안전복지 장치로 기능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적절하며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노인들의 생활안전에는 주거·교통 환경은 물론 일상적인 소비용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사용 또는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문제가 모두 포함돼야 하며, 가정·노인복지시설 그리고 지역사회로 구분해 각 영역별로 적절한 노인 안전복지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노인 생활안전사고 사례를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노인생활 안전사고에 대한 자료의 수집과 원인분석을 통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교육기관·민간단체 등에서의 노인생활 안전사고 예방교육·정보제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정보공유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노인은 재난으로 인한 상실로 인해 심리·정서적 외상을 더 많이 경험하며 심지어 대피경고 이후에도 집을 잘 떠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화재·홍수·지진 등 긴급사태에 대비해 특히 노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재난안전영역으로 구분한다면 종합적인 재난관리 단계별 프로세스를 구축하되 노인 보호를 수행하기 위한 안전지도, 복지지원 조직의 기능을 확충·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재난상황에서 노인을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민간 전문구호요원들을 양성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아쉽게도 행정기관의 구호활동은 경직되고 획일적이며 명령과 통제가 주요한 조직원리로 작동하는 특성으로 인해 노인과 같은 소수자의 요구를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인 등 재해약자에 대한 구호활동을 응급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민간 안전복지서비스의 역량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각종 재난·사고는 예방이 최상이며 불가피할 경우 피해의 최소화가 차선이다.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를 앞두고 안전에 취약한 노인에 대한 안전복지서비스 체계의 확립에 모두가 공감하길 기대한다./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2014-11-04 최일문

나눔은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나눔은 상생의 비결여유가 있어야 가능한게 아냐나누고 싶은 마음이 중요서로 발전할 수 있다는믿음만 있다면누구나 실행할 수 있어늦가을 날씨가 겨울을 재촉하는 듯 제법 쌀쌀합니다. 힘든 겨울을 앞둔 이웃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이들이 많으면 더욱 좋은 절기입니다. 열 마디의 말보다 배고픈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건넨 따뜻한 우유 한 잔이 그 어떤 수단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적십자사가 도내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미래드림'이라는 이름으로 책상 및 의자를 지원해 줍니다.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등학생이 해당됩니다. 이들 학생의 가정은 대부분 주거공간이 협소합니다. 책걸상을 놓을 공간도 없는 가정도 많습니다. 기초생활수급권 가정, 차상위계층 가정,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장애인 가정, 북한이주민 가정, 소년소녀가장 가정 등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스탠드를 포함한 칸막이 책상입니다. 칸막이가 있어 자신만의 공간확보가 가능합니다. 학생들의 학습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3년 전부터 시작된 적십자 사업입니다.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지원자가 결정됩니다. 2012년 100명, 2013년 91명, 올해는 131명에게 지원됩니다. 재원은 1m1원 자선걷기와 희망나눔 페스티벌에서 조성된 기부금입니다.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는 책걸상이 단순한 책걸상이 아닙니다. 희망을 주는 곳입니다.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나만의 책상'을 갖는 게 소망입니다. 의학책에 쓰여 있지 않은 치료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꿈을 이뤄주는 것입니다. 미래의 아름다운 꿈을 키우는 공간이 바로 책상입니다.초등학교 재학중인 한 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와 33㎡도 안 되는 임대주택에서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일삼아 온 남편과 헤어진 어머니는 간병인으로 생계를 겨우 꾸려갑니다. 하루 중 대부분을 병원에서 지냅니다. 초등학생은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고 복지관에서 눈치를 보면서 저녁식사를 마치면 9시쯤 되어서 혼자 귀가합니다. 담임교사가 가정방문을 통해 그 학생의 집에 변변찮은 책상과 의자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측에서 추천돼 즉각 책걸상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책상은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을 앉힙니다. 한 자루 촛불이 수천 자루의 촛불을 붙이듯, 한 사람의 나눔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다 불을 붙이고, 나중에는 천 사람의 마음에 불을 붙입니다.'인류가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적십자가 있다'는 말처럼 적십자는 전쟁의 참화속에서 인류의 고통을 덜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녹이는 소금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취약계층의 청소년들에게 책상지원뿐 아니라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수많은 인도주의 활동을 통해 희망을 줍니다. 희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바로 나눔입니다. 나눔은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나의 어려움으로 공감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나눔은 공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을 이루고, 자기 기쁨이 됩니다. 나눔은 뺄셈이 아니고 덧셈이 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싶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한 친구들을 위해 책상을 선물합니다. 재난피해를 입은 나라와 저개발국 청소년들에게 일용품이나 학용품이 담긴 우정의 선물상자를 보냅니다.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에게 수술비나 치료비를 선물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위한 '희망나눔천사'가 되어주세요"라는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입니다.청소년기에 나눔활동으로 착한 스펙을 쌓아가야 합니다. 나눔은 상생의 비결입니다. 나눔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나누고 싶은 마음이 중요합니다. 나눔을 통해 서로가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누구나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세상의 누구도 나눌 것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눔은 비움이 아닙니다. 채움입니다. 주변에 나눔과 봉사로 성숙해진 모습들을 보면 나눔은 채움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집니다./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2014-10-28 김훈동

둘 다 내 인생이다

남이 못 견디는걸 견디고못 참는걸 참아내고못 버리는걸 버리면결국 남이 못 하는걸 하게돼성공도 실패도 내 삶이니견디며 모두 사랑하시길…지난 금요일 밤에 삼척MBC 잔디광장에서 MBC 특집 '청춘, 나를 찾아 떠나는 강연여행' 주제의 강연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특별한 콘서트였습니다.30세를 앞두고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현실적 고민에 빠진 29세의 무명 뮤지컬 배우 현준, 그림이 자신의 꿈이자 재능이란 걸 알지만 입시에 실패한 20세 혜리, 대학전공을 현실적으로 선택했지만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서 다른 진로를 택한 배우 혜민. 이들 3인 청춘의 고민은 20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의 공통된 아픔이기도 합니다.이들을 대상으로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는 피아노 연주로, 가수 박완규는 열정 넘치는 노래로, 그리고 저는 강연으로 격려도 하고 위로도 했습니다. 이희아씨는 손가락이 네개 밖에 없지만 공연장에 있던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고, 우리 중에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든 삶을 살아낸 박완규씨는 앞으로 어지간한 좌절과 고통으로는 그에게 조그만 상처도 주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의미있는 콘서트였습니다.사람들은 3가지의 영역에서 직업을 갖고 살게 됩니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직업입니다. 가장 불행한 직업은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 가장 행복한 직업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것, 그리고 가장 행복하고 윤택한 직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입니다.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견디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면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스스로 견뎌내면서 깨고 나와야 합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이 일은 이미 그 분야에서는 나보다 먼저 시작해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입니다.고통스럽지만 버티고 견뎌내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지금 힘들다면 그것은 지금보다 더 큰 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힘든 삶을 보낸다고,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모든 일이 다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뤄질 수도 ,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뤄지지 않은 시간이라고, 실패한 시간이라고 그 시간을 내 인생에서 베어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성공은 물론 실패한 순간도 내 인생입니다. 밤과 낮이 모여서 인생을 이루는 것처럼, 성공과 실패로 이뤄진 것이 인생입니다. 서울대학 출신이 기타 대학 출신을 우습게 보는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공부를 잘해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견뎠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출신은 알고 있는 겁니다. '너희는 못 견뎠지? 나는 견뎠거든'.그들이 치열하고 잔인하게 고등학교 시절을 견뎠기 때문에 다음에도 최소한 그만큼은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습게 보는 것입니다.이제 당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당신은 전부를 걸고 견뎌본 적이 있는가. 없다고요. 당신은 결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견디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견뎌봐야 합니다. 남이 견디지 못하는 것을 견디고, 남이 참지 못하는 것을 참고, 남이 버리지 못하는 것을 버리면 결국엔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또한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견딘다고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얼마나 걸고 견디느냐가 성취를 결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전부를 걸면 그와 비례해서 얻을 가능성 또한 높아집니다. 전부를 걸지 않으면 역시 그와 비례해서 성취도 낮아집니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어떤 것에 승부를 걸든 자신의 전부를 걸고 견뎌봐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공한 인생도 실패한 인생도 내 인생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둘 다 사랑하십시오. 견디어 내면서 사랑하십시오. 둘 다 내 인생입니다./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2014-10-21 송진구

21세기 한국인은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사회에서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배우는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한국 지도층 인사들물질주의에 희생되고 있는거대한 검은 흐름 바꾸어야반두라(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이란 것이 있다. 인간의 행동은 보상이나 처벌로 학습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한 결과로서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반두라는 'Bobo인형의 공격성 비디오'를 통한 연구로 이를 증명했는데 4세 아동에게 커다란 인형을 때리고 차는 모델을 보여주고 아동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아동을 3개의 집단으로 분류하고 공격성을 측정했는데 A집단의 아동에게는 공격성이 칭찬을 받는 모델을, B 집단의 아동에게는 공격적 행동을 한 후 처벌을 받는 모델을, C집단의 아동은 중립적인 모델을 보여주고 반응을 살폈다. 영화를 본 후 A 집단의 아이들이 가장 공격적이었으며, B 집단의 아이들은 가장 적은 폭력성을 보여주었다.이러한 대리학습은 평생에 걸쳐 일어나며 무의식적으로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이론중에 천성론처럼 태생적으로 악한 유전자를 타고났기 때문에 교육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교육에 의해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이론도 있다. 그러나 나는 교육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이다. 사회적 교육은 모범이 되는 선열들과 훌륭한 인물들을 가르치고 배울 때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며 "나도 그렇게 되고 싶구나"하고 배우게 된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칭찬받고 벌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면 '아 나도 그렇게 해도 되는구나'하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된다.가장 중요한 사회교육은 영어수학처럼 학교나 학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이것이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이다. 똑같은 행동도 자신이 바라보는 모델의 위치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진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보다는 지도층 인사들의 행동이 더 영향력이 크고 좋아하는 탤런트의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살고 있는 사회에서 지도자들의 행동과 말은 청소년들이 처한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모델인 것이다.현재 한국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는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있는가? 우리가 좋아하는 OECD의 지표를 보더라도 한국은 선진국이다. 영아사망률이 1천명당 매년 3~5명으로 거의 최저고 평균 수명은 다른 선진국과 어깨를 같이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만든 휴대전화와 자동차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는 등 경제지표는 세계 10위권에 달한다. 그러나 과연 한국은 선진국일까?물질주의의 거대한 검은 물결이 우리사회를 덮고 있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또한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물론 심지어 유명교회 목사들, 가장 환자의 곁에서 인술을 베풀어야 할 의료인까지도 거대한 사회적 흐름인 물질주의에 희생이 되고 있다. 이미 청소년 흡연율, 자살률, 1인당 음주 소비량, 10대 미혼녀 임신율, 계층간 갈등지표 또한 OECD국가중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학연과 지연 중심, 목적보다는 수단 우선 주의, 돈과 권력이면 무엇이든 용서되는 21세기 한국의 배금주의는 그 흐름을 이제 멈춰야 한다.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희생하고 배려하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하고, 가난하다고 무능력으로 비난을 받아서는 안되며, 성실과 정직한 사람이 칭찬받을 때 내 자식과 손자가 그것으로부터 배우게 되고 대한민국은 미래가 있다.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사회, 정직한 사람이 칭찬을 받는 사회, 잘못된 사람이 합당한 벌을 받는 사회, 그것이 한국사회가 가르쳐 주어야 할 교육이다. 그런 나라가 선진국이다.생명존중의 사회로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인간성 회복 흐름의 물결이 지금 우리의 손과 행동과 마음에서 시작돼 다음 세기 후손들에게 멋지게 이어지기를 바란다./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2014-10-14 박국양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아전인수(我田引水)

가정에선 부모와 자녀 사이기업은 노사·정치권은 여야간이기적인 경우가 많다우리모두 사랑·관심·배려라는역지사지 기본정신이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역지사지(易地思之)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원래 '맹자(孟子)'의 '이루편(離婁編)'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표현에서 유래됐다. 중국 하(夏)나라의 우(禹)임금과 순(舜)임금 시절 농업을 관장했던 후직(后稷)은 태평성대에 살았으며 공자(孔子)의 제자인 안회(顔回)는 난세에 살았으니 전혀 다른 세상에 살았던 셈이다.공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어질게 행동한 공통점이 있는데 맹자는 이를 인용해 안회도 태평성대에 살았다면 우임금이나 후직처럼 행동했을 것이며, 우임금과 후직도 난세에 살았다면 안회처럼 행동했을 것(禹稷顔回同道 禹稷顔子易地則皆然)이라며 '처지가 바뀌면 모두 그러했을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때 우임금은 물에 빠지는 이가 있으면 자기가 치수를 잘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했고 후직은 굶주리는 자가 있으면 자기의 잘못으로 굶주린다고 생각했다 하니 여기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생각한다'는 뜻의 '인익기익(人溺己溺)' '인기기기(人飢己飢)'라는 말이 나왔는데 오늘날 쓰여지는 역지사지의 의미와 상통한다. 게다가 역지사지와 반대의 대립되는 말이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이니 이제 그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필자는 우리 사회에 역지사지보다 아전인수의 사례가 더 많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가 행하고 겪게 되는 일상의 일들, 그리고 신문과 TV의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일들은 역지사지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것 같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간, 기업에서는 노사 간, 정치권에서는 여당과 야당 간에 오히려 아전인수의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인정하기 싫지만 대부분 나와 내 집단의 이기적인 이익을 우선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중요한 우선 '가치'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서로에게 유익한 결론이 어려울 바에는 갈등과 분쟁을 무릅쓰고라도 굳이 내가 먼저 '양보'하고 '인정'할 의사도 없어 보인다. 한술 더 떠서 상대에게만 역지사지를 요구한다.아전인수의 기본 입장은 자기중심적 사고다. 반면 역지사지의 기본 입장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자기중심적 사고의 이유가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역지사지적 사고는 관심과 사랑이다. 그래서 맹자로부터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역지사지의 사고와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또한 아전인수가 대부분의 경우 비난의 대상이라는 것도 잘 안다. 역지사지는 상생(相生)의 길이요 아전인수는 상극(相剋)의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필자는 학생들에게 역지사지의 중요성과 실천에 대해 언제고 하고 싶을 때 주장한다. 그리고 사랑과 관심·배려라고 하는 역지사지의 기본 정신이 우리 모두를 위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도 강조한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기성세대가 됐을 때 지금과 같이 아전인수가 우세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세대와 세대가 이어져 전통을 이루고 역사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사회에 쌓여 있는 아전인수라는 '적폐(積弊)'를 걷어내는 것은 필자와 같은 선배 세대의 책임이며, 그로부터 모두가 상생하는 역지사지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역할이 후배 세대인 학생들의 몫으로 넘겨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맹자'는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禮人不答反基敬 愛人不親反基仁 治人不治反基智)"고 했다. 역지사지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와 시각을 달리하면 우임금과 순직이 살았던 태평성대를 한 번 누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2014-10-07 최일문

감동적인 이야기 만드는 사람

남에게 베푼 나눔과 사랑은행복으로 돌아오게 마련내가 충만할때 누군가는울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더 많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상처 더 깊이 품어야 한다10월 첫날, 황홀한 붉은 빛 단풍 소식이 들려오는 형관(荊冠)의 계절 가을이 농익어갑니다. 얼마 전,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서 주제발제자가 한 말입니다. "미래 사회의 주역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둡고 그늘진 곳으로 내몰려 영혼이 피폐해진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최근에 불거진 군대안에서의 폭력도 그렇습니다. 청년이 연세 지긋한 노인한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붓는 일, 재산을 노려 부모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 멱살 잡으며 막말하는 국회의원들을 우리 일상에서 아무런 느낌 없이 받아들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이들이 청소년 시절에 아름다운 동화를 읽고 이웃을 생각하는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면 결코 그런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동화가 도덕 교과서는 아닙니다. 시나 소설이 교훈적인 인생지침서도 아닙니다. 하지만 예술작품은 감동을 통해 인간성을 순화시켜줍니다. 모순과 불합리로 병든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모든 예술은 우리의 삶을 표현하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그것의 가능성을 형상화합니다. 예술은 인간의 창의적 과정의 산물이자 정신활동의 최고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유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한비야씨의 말입니다. 쌍욕을 들어가면서도 구호활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입니다. 내 피를 끓게 하기 때문입니다.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친구 역할을 기꺼이 하는 내가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으로 답이 충분한 것 아닐까요.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고통·슬픔·아픔·시련들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이 세상입니다. 이런 과정을 견뎌내야만 영혼이 성장해 품격을 쌓을 수 있습니다. 덕망도 쌓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물은 H2O이지만 눈물은 H2O가 아닙니다.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봄이 온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 쪽은 과학적 논리고 또 다른 쪽은 예술적 감성의 표현입니다. 창의력은 '새로운 생각이나 착상'을 뜻합니다. 프론티어(frontier)정신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열어 그 부문의 길을 닦는 것'입니다. 이렇듯 새로운 착상이나 새로운 부문을 열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상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상상력은 예술의 보물창고입니다. 예술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따뜻한 힘이 있습니다. 상상력은 생각 덩어리를 튼실하게 만들어 내면을 넓힙니다. 또 확장시킵니다.내 마음이 베풀면 세상이 베풀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베풂의 디딤돌을 만드는 이들이 많아 행복합니다. 재난현장을 누비는 적십자봉사원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거의 빠짐없이 안산 분향소 봉사에 나선 마사회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진 것이 반드시 돈일 필요는 없습니다. 무언가 나누려는 마음가짐이 곧 시작입니다. 나눔은 바로 복짓는 일입니다. 남에게 베푼 나눔과 사랑은 행복이 되어 돌아옵니다. 더 많이 가져야만 충만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충만할 때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사람으로서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 필요합니다.감동을 만들어갈 힘은 우리 이웃과 나누는 사랑과 꿈으로부터 나옵니다. 언젠가, 덩어리진 커다란 행복이 찾아올 것입니다. 더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품어야겠습니다. 소외된 이들의 상처도 더 깊이 품어야 합니다. 무엇이든 꽉 차면 치명적입니다. 반만 차도 꽉 찼다고 느낄 줄 알아야 행복해집니다. 우리네 몸과 마음도 그렇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지는 가을이면 좋겠습니다./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2014-09-30 김훈동

술잔은 7부만 채워라(계영배)

돈도 명예도 사랑도그릇에 적당히 채우고그 이상은 절제하거나양보하는 삶의 태도바로 거기에 참된 행복과진정한 성공이 있는게 아닌가제 연구실에 있는 책장 몇 칸은 책이 아닌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국내외 강의를 다니면서 모은 소품들과 선물로 받은 소품들입니다. 그 중에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소품 중 하나가 도자기로 만든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입니다. 예전에 사업 실패로 생사를 넘나들던 때 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계영배는 제나라 환공이 곁에 두고 보면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했던 잔이라고 합니다. 가득 참을 경계하라는 잔으로, 잔의 7부까지만 채워야 합니다. 그 이상 채우면 채운 술까지 잔 밑으로 사라져 버리는 잔입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잔이 바로 계영배입니다. 공자는 계영배를 보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교만하면 손해를 보고 겸손하면 이익을 본다. 이것이 하늘의 도다." 조선 후기의 김상옥은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과욕을 경계, 조선역사상 전무후무한 거상이 됐다고 전해집니다.계영배는 넘치지 않고 적절한 7부가 가장 아름답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7부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현인들의 지혜를 빌리면 대략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첫째, 절제. 인간이 가장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절제인 듯 합니다. 역사에서 나름의 업적을 남겼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을 바람에 추락하는 낙엽처럼 한 순간에 사라지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기 때문입니다. 칼은 상대를 베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을 벨 수도 있습니다. 절제는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만큼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평온과 주변의 행복을 돕는 명약입니다.제가 만난 성공한 사람들은 사석에서 그런 얘기를 자주합니다. "나는 절제했어야 했습니다. 쓰는 것을 절제하는 것이 아니라, 버는 것을 절제했어야 했어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하루 세끼 먹고, 잠은 하나의 침대에서 자며, 그 많은 돈이 자식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인생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했었습니다"고 후회합니다.부와 명예와 존경을 모두 성취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은 강력한 절제의 힘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유혹과 편법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정도를 걸으며 묵직하게 앞을 향해 나갔던 것입니다. 계영배가 주는 교훈처럼 적절한 때 멈추는 지혜를 알았던 셈이죠.둘째, 양보. 제가 존경하는 모 총장님은 평생을 공직에 있으면서 상사에게 보고하기 곤란한 일은 자신이 직접하고, 칭찬받을 일은 부하에게 하게 해 조직 전체를 열정과 보람으로 채우는 분이 있습니다. 공은 양보하고 과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지요. 그 분이 이끄는 조직이 어떤 성과를 낼지는 불을 보듯 명확합니다. 물론 공직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타인을 위한 양보가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 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혜로운 리더는 예나 지금이나 양보와 배려로 조직 전체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넘치지 않고 양보하는 계영배의 정신입니다.7부에서 잔을 멈춘다는 것은 말은 쉬우나 분명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절제와 양보는 오늘날처럼 너나없이 나만 잘살려고 상대를 비하하고, 문제가 생기면 모두 네 탓이라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은 확실합니다. 7부에서 잔을 멈추는 것은 후회를 줄이고 더불어 삶을 평온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돈도, 명예도, 사랑도 그릇의 7부까지만 채우고 그 이상은 절제하거나 양보하는 삶의 태도, 바로 거기에 참된 행복과 진정한 성공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오늘은 오랜만에 계영배에 술을 담아 한잔하면서 7부의 지혜를 되새겨볼까 합니다./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2014-09-23 송진구

시진핑 (習近平) 주석께 드리는 글

공무원 사무실 반으로 줄이고관공서 담장 헐고고급음식점·술집·노래방 등출입도 크게 줄어…중국발전 가장 큰 문제점인부정부패 줄었다는 사실 체감지난 5월 중국 옌볜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지린성 옌볜대학은 주로 심장병환자 수술을 위해 매년 한두번 씩 들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훈춘에 있는 인민병원과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서였습니다.옌볜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중국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외화보유액수로나 수출입 금액 등 경제적 지표로만 보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선진국이지만 과연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선진국인가 하는 점에서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중국은 한국에 비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우월감이 있었다고나 할까요.몇해전 옌지시를 방문했을 때 느낌입니다. 무표정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초 겨울거리는 먼지바람이 불었고 포장이 덜돼 비가 오면 빗물이 길가는 사람에게 튀기기도 하고 쌓아둔 석탄가루가 바람에 날려 빨래는 물론 옷깃을 시커멓게 만들기 일쑤였습니다. 갈때마다 썩 기분좋은 여행이 아니었지요. 담배와 술로 분위기를 만드는 회식문화, 푸짐하게 차려야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음식문화, 인맥과 관계중심의 사회를 접하고 감당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고속도로에는 이따금 달구지가 다니기도 하고 사람들도 횡단보도처럼 길을 건너는 습관때문에 고속도로인지 농로인지 구별이 힘들 정도였지요.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이 됐다 해도 우리나라 같이 전국민의료보험은 꿈도 못꾸고 있었고 관료들의 부패는 또 얼마나 언론에 회자됐습니까? 상하이나 베이징은 서울 못지않게 발달했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중국이 변하기는 힘들다고 믿었습니다. 옌볜지역만 보기는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중국은 인구만 많고 땅만 넓었지 선진국은 아니야 하고 자만을 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입니다.그런 중국이 달라졌더군요. 제가 방문했던 옌볜대학병원 앞 비포장도로는 깨끗한 아스팔트로 포장이 됐고, 주도로 옆에 서비스도로까지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병원앞 헐리기 직전의 허름한 건물들도 깨끗한 아파트로 단장됐고 화장실들도 수세식으로 변했습니다. 옌지시를 관통하는 강변도로는 한강만큼 멋있는 야경을 보여주었고 석탄가루는 사라졌으며 훈춘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한국의 어느 도로보다 깨끗했습니다. 내년에는 베이징·창춘에서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완공된다고 하더군요. 백두산 장백폭포 가는 길도 포장이 됐을 뿐아니라 보기쉬운 안내문과 나무계단으로 만들어진 멋진 국립공원으로 탈바꿈됐고 노점상은 사라졌더군요.문제는 이런 것들은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지요. 놀라운 것은 중국 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정부패가 시진핑 주석님의 취임이후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부터입니다. 공무원들의 사무실은 반으로 줄였다고 하고, 관공서 담장은 백성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헐렸다고 했으며 시내 고급음식점·술집·노래방이 거의 망해갈 정도로 공무원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어느 나라나 선진국이 되려면 부정부패의 산을 넘어야 합니다. 중국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부정부패때문이라고 합니다. 부정부패 때문에 어쩌면 공산당 정권까지도 흔들릴 것이고 대한민국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던 제 선입관은 보기 좋게 이번 여행에서 무너졌음을 고백합니다.우리나라에서 겪은 세월호사건을 보면서 현재 당신께서 다스리시는 중국과 비교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수준은 어떨지? 우리들의 청렴도는 어떠할지? 솔직히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 즐겁다기 보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미 앞서있는 것들도 수년 후에는 당신들이 앞서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교만한 마음으로 중국을 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여행을 통해 저는 겸손한 마음으로 중화민국을 바라보게 됐습니다./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

2014-09-16 박국양

재미는 사람을 부른다

사회 곳곳엔 도움의 손길이절실한 사람들이 많다.루게릭병 환자 돕는흥미롭고 눈길 끄는얼음물 뒤집어쓰기 처럼재미있는 일 이어졌으면…쉽게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가장 풍요롭게 산다. 재미의 즐거운 비밀은 '탁월함'이라는 낱말에 담겨 있다. 누구나 살면서 많은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벽은 우릴 멈추게 하려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워 주려고 있는 것이다.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가장 현명하고 간단한 답은 웃음이다.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그렇게 하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이다. 잡은 손의 온기(溫氣)를 잊지 않는 것이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선물 가운데 가장 훌륭한 선물은 무얼까. 재미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요즘 루게릭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유행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운동이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열풍처럼 번져가고 있다. 참여자가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100달러를 기부하고 다시 세명을 지목한다. 가장 전파력이 강한 기부캠페인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인증샷을 보노라면 그 표정에 절로 웃음이 난다. 영상·네트워크 시대에 기발한 착상이다. 빌 게이츠·메시 등 세계적인 인물도 나서서 얼음물을 뒤집어 쓴 영상이 재미를 더 한다. 우리나라도 연예인·운동선수·정치인 등 다양한 인사들이 나섰다. 요즘처럼 재미없는 세상에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흥미를 불러일으킨다.재미는 사람을 부른다. 루게릭병을 모르던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 병은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힘을 잃어가며 생기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우리나라에도 1천500여 명이 앓고 있다. 희귀병인 만큼 병을 세상에 알리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블랙홀과 양자우주론 등 혁명적 이론을 정립한 스티븐 호킹 박사도 40년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루 게릭(Lou Gehrig)은 미국 양키스 프로야구단의 전성기를 이끌던 전설의 4번 타자다. 그가 38세 때,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으로 사망했다. 훗날 그의 이름을 따 루게릭 병명이 생겼다. 너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짐을 나눠 들어 주라는 말이 있다. 재미있는 삶을 위한 구호가 절실한 때다.지난 주말에는 남양주시 진접읍 한 시인의 포도밭에서 재미있는 행사가 있었다. '포도밭예술제'다. 꽃을 노래한 작고시인 김춘수가 포도밭을 일구고 있는 제자 시인에게 포도밭에서 예술제를 펼쳐보라는 제의가 발단이 돼 5년전부터 열리고 있다. 포도밭이 아름다운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포도나무에 시와 그림을 걸고 공연을 펼쳐 관광객을 유치하는 풍광을 보았기 때문이다. 시인들의 시작 필사본 노트, 시집, 시와 그림 등을 전시하고 시낭독과 함께 작은 음악회도 포도밭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문인뿐 아니라 일반관광객 등 3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자리매김됐다. 재미가 사람을 부르는 행사장이다. 특히 올해는 김춘수 시인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시집·시론집·수필집·친필편지가 전시됐다. 1959년 발표한 시집 '꽃의 소묘' 탈고과정을 볼 수 있는 필사본 노트가 있어 대표작 꽃이 어떻게 형상화됐는지도 알 수 있었다. 농산물개방으로 농촌이 어려운 때, 이 역시 농업인을 돕는 기발한 착상이다. 예술은 이처럼 발랄한 상상을 던진다. 참여한 문인만이 아니라 찾아온 관광객도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축제장인 듯싶다.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축복이다. 누군가가 자기를 필요로 할 때 거기에 있어준다는 것도 축복이다. 둘 다 쉬운 일은 아니기에 그렇다. 사회 곳곳에는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을 향한 손길은 일회성 캠페인이면 안 된다. 동정이나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 대중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단순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을 때 거기에 반응한다. 방송프로도 그렇다. 재미없으면 이내 채널을 돌린다. 광고 카피도 그렇다. 재미있으면 눈길이 가고 귀가 열린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얼음물 뒤집어쓰기가 기부 모델로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는 이유다. 사회가 날로 기계화되고 있어 재미있는 행사는 기계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다. 주변에 재미있는 일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2014-09-02 김훈동

닫힌 문을 여는 방법

엄청난 시련이 닥쳤을때해결의 문은생각만으로 열 수가 없다직접 다가가서밀거나 당겨야열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과정으로 보았습니다. 자연과 외부의 도전에 응전했던 민족이나 문명은 살아남았지만 도전이 두려워 피한 민족이나 문명은 사라지고 말았고, 도전이 없었던 민족이나 문명도 무사안일에 빠져 사라지고 말았다고 주장합니다.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민족의 원조는 아프리카 북부지역에서 수렵생활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6천년 전 아프리카북부에 걸쳐 있던 강우전선이 북유럽으로 이동하자 아프리카는 사막지대로 변해갔습니다. 이들은 셋중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째, 그곳에 남아 기존의 수렵생활을 영위하거나, 둘째, 남되 수렵생활이 아닌 유목이나 농경생활을 하는 형태로 생활방식을 바꾸거나, 셋째, 거주지역과 생활방식을 모두 바꾸거나였습니다. 셋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가 운명을 결정한 것입니다.그 자리에 남아 조상의 방식대로 수렵생활을 한 부족은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졌고, 생활방식을 바꾼 부족은 나중에 아프리카 스텝지역의 유목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주지역과 생활방식을 바꾼 부족은 마침내 찬란한 이집트문명을 만들었습니다.도전에 응전할 때만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 살면서 만나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그것을 넘지 못하고 무릎 꿇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전부를 걸고 그 장벽을 넘어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벽을 넘어서는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치열한 응전입니다. 굴복하지 않는 것이죠.내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상대가 갖고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현실적으로 내가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대부분 가서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거절이 두렵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전과 응전은 재미있는 확률의 비밀이 있습니다. 자존심 상한다고 가지 않으면 얻을 확률은 0%입니다. 그런데 쫓아가면 50%로 변합니다. 내가 어떤 것을 달라고 해도 상대는 카드가 2개밖에 없습니다. 주거나 또는 안주거나. 이 상황에서 가야 할까요, 가지 말아야 할까요? 당연히 가야 합니다. 가서 말해야 합니다. "그것을 주세요." 그런데 용기내서 달라고 했는데 상대가 주지 않으면, '거봐 내가 괜한 짓을 했어. 자존심상해. 다시는 안 갈 거야'라고 생각하죠.그런데 한번 달라고 해서 상대가 바로 주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때 포기하면 확률은 다시 0%로 떨어집니다. 오늘 다시 출발하면 확률은 50%로 다시 바뀝니다. 도전과 응전의 확률이란 포기하면 0%, 다시 시작하면 50%로 여전히 살아남아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꿈을 이룬 사람들은 이 확률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대부분 한두 번 도전하다 안된다 싶으면 포기하고 마는데 959번을 실패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무려 960번만에 성취를 이룬 놀라운 사례가 있습니다. 69세의 차사순 할머니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960번 만에 취득, '959전 960기 신화'를 창조해 냈습니다. 5년동안 주말과 국경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 시험을 치렀다고 합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느라고 밥값과 버스비 2천만원, 인지대 500만원이나 들었다고 합니다. 차 할머니는 국내 자동차회사 광고에도 모델로 등장해 '올해의 광고모델상'을 받았고 흰색 승용차를 선물 받아 오너 드라이버가 됐습니다. 차 할머니는 959번을 낙방하면서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을까요. 그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한번 더' 도전했기 때문에 확률은 늘 50%로 살아있었던 것입니다.살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이 올 때가 있습니다. 거대한 문이 앞을 가로막는 경우죠. 보통사람들은 굳게 닫힌 그 거대한 문을 열 자신도 없고, 열어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그 앞에서 주저앉게 됩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면서 포기하죠. 그러나 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절하게도 여는 방법이 거기에 적혀 있습니다. '미시오' 또는 '당기시오'.문은 생각만으로 열리지 않습니다. 다가가서 밀거나 당길 때만 열립니다. 당신의 무릎을 꺾는 엄청난 도전이 당신을 덮칠 때도 잊지 말고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문은 밀거나 당길 때만 열린다는 사실을./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2014-08-26 송진구

폐쇄적인 군대 병영문화 싹 바꿔야 한다

사고땐 軍지휘부 상황인식 전환병사들을 내 가족으로 봐야재발 막기위해 최고형량 처벌과지휘계통의 완전파면 시키고민간 인권감시 조직 만들어저녁시간 생활관 수시점검 필요1992년 작 톰 크루즈 데미무어 그리고 잭 니콜슨 주연의 군대 구타와 사망 조직적 은폐, 그것을 끝까지 파헤쳐 진실을 끌어내는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an·소수 정예 미 해병대 상징)'은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볼 때 필자는 젊었던 탓인지 톰 크루즈 데미무어에 그저 열광했고 잭 니콜슨의 소름끼치는 연기에 연출가 풋내기로 감동받은 정도였지 군대문화의 심각성을 분노하거나 대한민국의 군대와 비교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필자도 군대를 무사히 갔다오고 별 탈이 없었기에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어 퓨 굿맨'은 관타나모를 배경으로 한 미 해병대내 살인사건을 다룬 군사법정 영화다. 관타나모에서 해병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산티아고 일병.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크게 문제되고 있는 '관심병사'이었다. 그 부대에는 지나치게 군인정신만 외치며 살고 있는 제셉 대령이 있었고 그런 그에게 비친 산티아고 일병은 한심한 병사였다. 그는 결국 해병대내의 암묵적인 전통 '코드 레드(구타와 얼차려)'를 당하다 죽음을 맞게 된다.대한민국 28사단의 윤일병과 똑같이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인권을 유린당하다가 죽는 것이다. 가해자는 같은 소대원 두 명. 치열한 법정 공방을 통해 가혹행위를 명령한 제셉 대령은 법정 구속이 되고, 위계질서와 명령을 성전처럼 받들던 가해 사병은 불명예 제대를 당한다. 이처럼 '코드 레드'는 미 해병대의 불문율이었다. 불법이지만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문화로 전해져 왔던 것이다.이 영화의 실제 모델은 1976년 미 해병대 훈련병이던 린 매클루어로 고된 훈련과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 사병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교관이 참지 못하고 군기를 잡기 위해 매클루어에게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이 과정에서 그는 숨지게 된다. 미 해병대는 매클루어 사건 이후 가혹행위 근절을 선언했다. 처음 시행할 때는 해병대정신을 말살하려 한다는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오히려 점차 호응을 얻어 정착됐다. 미 해병대는 이 사건으로 후진적인 악습을 철폐하고 지상 최고 군대로서 명예와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쁜 악습이 습관적으로 전해져 오면 그것이 적폐일지라도 따르게 되고 오히려 없애려면 저항이 따를 수 있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면 결국에는 정의와 진리가 이긴다는 큰 교훈을 주는 사건이었다.대한민국 21세기 현재 우리는 믿기 힘들 정도로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은 암울한 시기를 살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이 충격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학교에서의 폭력과 왕따문제, 반인륜적 범죄가 매일 터져 나오고 하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해묵은 적폐 군병영 문화가 폭발하고 있다. 임병장의 동료병사들을 향한 총기난사, 그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윤일병이 악마 같은 동료들에 의한 인권유린과 가혹행위로 사망하는 참담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리고 전군 전수 조사에서 수없는 가혹행위가 확인됐다.무엇이 문제일까? 위에서 보았듯이 철저히 폐쇄된 집단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반인권적 행위 그리고 은근히 묵인하고 조장하는 선임들, 사건이 터져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은폐하기에 바쁜 군 간부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이랍시고 옛 것을 똑같이 베껴대는 한심한 상황인식, 이 모든 것이 군대를 썩게 만들고 있다고 군 밖에서는 보고 있다. 부모들은 불안하게 아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 불안을 없애 주어야 할 군 지도자들은 그 아들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그렇지 않으리라 믿지만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 군인이 있다면 문제라는 것이다.해법은 달리 없어 보인다. 군 지휘부의 상황인식 전환, 그리고 병사들을 내 가족으로 보는 것, 사건이 터지면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정도의 최고형량 처벌, 지휘계통의 보직해임 정도가 아닌 완전파면, 또한 생활관 저녁 휴식시간을 수시로 민간으로 구성된 군 인권감시조직을 만들어 체크하게 하면 가혹행위가 없어지지 않을까 진단해 본다. 필자의 아들도 곧 군대를 보내야 한다. 군에 갔다와야 사람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이 민망해졌다./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2014-08-19 장용휘

일상화된 폭력이 더 위험하다

가정에선 자식이 잘 되라고학교선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때리는것 부터가 일상적 폭력이러한 악습을 보호하고그럴듯한 명분을 주는것 부터폭력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것윤일병 사건의 원인에는 일상화된 폭력이 들어 있다. 흔히 폭력범죄가 만연하는 이유를 영화나 게임 등에서의 무분별한 폭력 장면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보여주기' 위한 특이성에 가까운 폭력이지 일상적인 폭력은 아니다. 일상화된 폭력은 너무나 사소하고 시시해서 감상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귀를 잡아당기고 발길질을 하고 골탕을 먹이는 장면을 영화로 만들면 누가 보겠는가.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이런 것들이 쌓여 분노와 원한을 만들어 낸다. 이런 괴롭힘은 조직적이거나 계획적이지도 않으며 폭력으로 취급되지도 않는다. 그저 그렇게 생활화돼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고 당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분노와 억울함을 유발하는 폭력이 있다. 오랫동안 감정의 앙금으로 남는 폭력이 있다. 강자가 약자를 일방적으로 위해를 가할 때다. 실제 폭력 영화에서의 폭력은 쾌감을 만들어낸다. 액션 또는 무협 영화에서의 폭력은 윤리적인 안정감 속에서 즐긴다. 정의가 늘 승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인격적 모멸감이나 인간적인 역겨움이 없다. 누군가는 이런 폭력마저 없어야 한다고 하겠지만 그런 세상은 없다. 테러나 전쟁에서의 폭력도 일상을 넘어선 특이성에 가까운 폭력이다. 특이성으로 전환된 폭력은 메시지나 상징적인 도구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일상적인 폭력은 그 목적이 타인에 대한 위해 그 자체로 집중된다.총기 난사처럼 '사회적 사건'으로 규정되는 폭력은 피해와 가해의 성격이 섞인 일상을 넘어선 폭력이다. 사연이 있고 파고들면 들수록 누가 옳은가 혼란이 올 정도다. 실제로 사회가 우려하는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엄격히 구분되는 일방적인 폭력이다. 괴롭힘이나 왕따 등은 사회적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며 단순히 타인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흥적인 위해에 지나지 않는다.자식이 잘 되라고 때리는 것, 학교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때리는 것부터가 일상적 폭력이다. 우리는 이런 폭력은 폭력이라고 하지 않고 그럴듯한 명분을 달아서 옹호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일상적 악습을 보호하고 명분을 주는 데서부터 폭력은 시작된다. 윤일병사건의 잔인함에는 사소하다고 생각해 온 일상적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군대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정도만 달랐지 누구나 그러려니 생각했던 작고 작은 일상적 폭력의 합이 이 사건의 잔인성을 구성하고 있다.옛날이지만 학교에서는 등록금을 늦게 낸다고 맞았고, 지각했다고 맞았고, 수학시험 성적이 떨어졌다고 맞았고, 선생님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맞았다. 이것이 일상적인 폭력이다. 무슨 대단한 폭력을 경험한 일이 없음에도 이런 것들이 쌓여 그 시절을 폭력과 억압으로 기억한다. 군대에서는 줄을 잘못 섰다고 맞았고, 늦게 도착했다고 맞았고, 문을 세게 닫았다고 맞았다. 대단한 군기위반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선임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으며 자신이 선임자가 되면 또 그렇게 했다. 폭력이 황야의 결투처럼 장렬했더라면 그것이 추억거리는 될지언정 그 어떤 분노나 억울함의 찌꺼기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윤일병사건을 들여다보면 사소한 폭력으로 간주돼 온 것들이 여과장치없이 걸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축적돼온 탓이 컸다. 주범인 이병장 앞에서는 피해자였던 몇몇 선임자들이 가해자로 돌변한 데는 폭력의 일상성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폭력은 일상화되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이처럼 위험한 것이 없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감수성이 예민할 때는 몽둥이로 맞는 것보다 말 그대로 꽃으로 맞는 게 더 모욕적이다. 이 사소함을 우리 사회는 폭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른들이나 교사가 여기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아이들도 그것을 알 까닭이 없다.맞을 짓을 했다, 왕따 당할 짓을 했다는 말처럼 폭력의 일상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없다. 일상화된 이러한 습성을 방치한다면 폭력은 군대로 전이되고 교도소라든지 폐쇄된 기관할 것 없이 걷잡을 수 없이 전염된다. 학교나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폭력을 없애나가는 일이야말로 폭력예방의 지름길일 것이다./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2014-08-12 박연규

인생의 평형수는 눈물이다

세상살이라는 먼 바다를항해할때 겪는 좌절과 절망…그 아픔을 느낄때더 많이 더 크게 울어 보세요그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당신의 복원력이 더 커진다는 걸평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작용한 힘에 의해 평형상태가 무너졌을 때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합니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곳이 배입니다. 배가 파도나 급격한 방향전환 등 외부의 힘에 의해 기울어지려고 할 때, 그 외부의 힘에 저항해 기울어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기울어지게 한 원인을 제거했을 때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인 복원력이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배가 전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크기의 복원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배의 복원력 핵심은 평형수입니다. 평형수는 배가 항해할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 밑바닥이나 좌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 넣는 바닷물을 말합니다. 화물을 선적하면 싣고 있던 바닷물을 버리고, 화물을 내리면 다시 바닷물을 집어넣어 선박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적절한 평형수로 중심을 유지한 배는 집채만한 파도나 폭풍도 뚫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평형수가 없거나 부족한 배는 작은 파도나 폭풍에도 위태롭게 흔들리고 때로는 전복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 적절한 평형수는 필수요소입니다.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에도 평형수가 있습니다. 배의 평형수가 바닷물이라면 인생의 평형수는 눈물입니다. 고단한 인생을 살면서 장이 끊어지는 듯한 경험으로 흘리는 좌절과 절망, 슬픔과 아픔의 눈물이 인생의 평형수입니다. 고통을 인내하고 극복하면서 흘리는 눈물은 내 삶의 평형수가 돼줍니다. 그래서 그 평형수는 내 삶의 중심으로 자라잡아서 어지간한 인생풍랑에도 견딜 수 있는 복원력이 됩니다. 평형수인 눈물이 부족한, 즉 삶의 아픔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인생에서 풍랑을 만나면 추풍낙엽처럼 흔들립니다.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다가 좀 더 심각한 풍랑을 만나면 전복되고 맙니다.그래서 돌이켜 생각하기 싫을 정도의 아픔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인생의 평형수를 갖고 있고 복원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평형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살면서 만나는 웬만한 좌절과 절망은 별 것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먼 항로를 끝까지 안전하게 가려면 평형수를 채워야 합니다. 같은 조건하에서 어떤 배는 전복되고 어떤 배는 견디는 이유는 배의 크기가 아니라 복원력의 크기 때문입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실패의 크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깊이 때문에 죽습니다. 감당하지 못하는 절망이 사람을 죽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절망의 깊이는 스스로 정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역시 발생한 사건의 크기 차이 때문이 아니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복원력의 차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복원력의 핵심인 인생의 평형수를 채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그럼 어떻게 인생의 평형수를 채워야 할까요. 예고없이 수시로 찾아와서 나를 덮치는 아픔에 관해서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아~ 이 아픔 때문에 흘리는 뜨거운 눈물은 내 인생의 평형수가 되겠구나. 이 눈물이 인생의 결정적 위기에서 나를 구하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바꾼다면 아픈 경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아파서 눈물이 흐르나요? 넘어설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지쳐서 눈물이 흐르나요? 치욕적인 배신감 때문에 후회의 눈물이 흐르나요?그 눈물을 흔쾌히 받아들이세요. 그 눈물은 인생의 평형수입니다. 눈물은 인생이라는 먼 바다를 항해할 때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인생의 평형수입니다. 따라서 더 도전하고 더 경험해보세요. 그러면 그 도전과 경험 때문에 당신은 성취도 많아지겠지만 좌절과 절망 또한 비례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속에서 아픔을 만날 때 더 많이, 더 크게 울어보기 바랍니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복원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생의 평형수는 눈물입니다./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2014-08-05 송진구

세월호 참사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 실체 모르고 범인 파헤치다자신이 범인임을 안 오이디푸스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지만무능·무책임서 한 발도 못나가작금의 우리와 다를게 무엇인가대통령 약속처럼 국가 개조해야고대 그리스의 저 유명한 신화 오이디푸스 왕을 생각하면 작금의 우리가 오이디푸스가 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왕비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으로 인해 친부모에게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기적적으로 코린토스의 폴리보스 왕에게 양자로 들어가게 된다. 코린토스의 왕자로 장성한 오이디푸스는 델포이 신전을 찾아갔다가 아비를 죽이고 어미와 결혼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신탁을 듣는다. 친아비 라이오스가 받았던 예언과 같은 것이었다.오이디푸스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 코린토스를 떠난다. 테베로 가는 좁은 길에서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일행과 사소한 말다툼 끝에 라이오스 일행을 다 죽여 버린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르고 테베에 들어간 오이디푸스는 괴물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마저 다 풀어내 영웅이 되고 당당하게 테베의 왕이 돼 친어미 이오카스테와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생산한다. 나라에 역병이 돌자 걱정스런 맘으로 신전에 가서 라이오스왕이 죽은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역병이 멈출 것이라는 신탁을 받는다. 사건을 파헤치다 자기가 친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눈알을 뽑았고 왕비도 자살을 해버린다.자신이 저지른 일의 실체를 모르고 범인을 파헤치다 스스로가 범인임을 깨달은 것이다.세월호 참사가 빚어진지 100일이 지났다. 당시에는 모두가 죄인의 심정으로 아파했고 울어댔고 분노하는 듯 했다. 누군가는 국가의 안전망을 탓했고 누군가는 세월호 선사를 탓하는가 하면 해경을 원망하고 정부를 꾸짖기도 하며 뭔가 잘못됐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졌다. 하지만 100일이 지난 현재의 모습은 참사 이전의 무능과 무책임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희생자 수습이 완료되지도 않은 것은 고사하고 참사의 첫 단추인 세모그룹 전 회장 유병언을 잡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모든 검경 언론이 유병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찾아 헤맸는데 유병언이 말없는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희대의 블랙코미디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리곤 우수수 잡히고 자수하는 유병언의 조력자들, 국민은 헷갈린다. 종교지도자라는 배경에 기업을 하면서 얼마나 대한민국을 갖고 놀았고 비아냥 거렸는지, 거기에 진정한 도움을 준 자들은 누구인지 당연히 있을 테고 밝혀야 할 터인데 그런 말들은 아예 없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돼가고 있다.국회로 가면 한 술 더 뜬다. 세월호 참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법을 만들자고 하더니 정쟁으로 시간 다보내고 아직도 싸움만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국회의원은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교통사고라느니 희생자보상 문제를 교묘하게 엮어서 본질을 호도하거나 심지어 유가족들과는 전혀 다른 사안인 천안함 사건까지 들고 나와 민심을 흐리기도 한다.세월호 특별법은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께서 약속한 국민과의 약속임을 알아야한다.진정 몰라서 하는 소리라면 말해줄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선박수명 연장부터 선박증개축 등 국민의 생사가 걸린 사안에 종교의 탈을 쓴 불량 기업인이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피아·해피아 등 수없는 피아들이 빌붙어 만든 참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죄없는 국민, 그것도 학생들이 당한 어이없는 일로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고 대통령의 약속대로 국가를 개조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르고 사건을 파헤친 오이디푸스가 되지 말자고, 그래야 이 나라가 바로 설 것이라 믿는다고! 이것이 국민의 소리이고 민심이다./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2014-07-29 장용휘

이런 젊은이들을 뽑을 수 있다면

힘든 일 서로 다독거리며용기 불어 넣어주는 협동심주어진 일에 자율성과책임의식 갖고 동료 배려하면자연스럽게 전문성도 뒤따라업무수행 매끄럽게 처리먼저 양심고백부터 해야겠다. 대학에 있으면서도 나는 학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젊음이란 늘 유치하고 서투르며 예의가 없고 게으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책임의식이나 확고한 자기주관도 없이 남의 말에 쉽게 휘말리기도 한다. 내가 오래 전 수업시간에 겪었던 가장 황당했던 일은 친구 할아버지 문상으로 시골에 갔으니 출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학생때문이었다. 그것은 자네가 결석하고 문상을 가든지 아니면 가지 않든지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얘기했더니 교수님은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냐며 나의 도덕성 문제까지 언급했다. 그 학생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므로 결석도 정당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대학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무책임한 모습은 수강신청을 스스로 하지 않고 선배나 동료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데서도 나타난다. 심했던 것은 60여명의 교양수업 시간에 반이 넘는 같은 과의 학생들이 선배 말 한 마디에 동시에 수강신청을 한 경우다. 수강신청이란 학생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권리이자 행복인데 그것을 여론에 휘말려 너무 쉽게 결정해 버린 것이다. 젊은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권리 확보에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예다. 만약 그렇게 수강 신청한 과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선배를 욕하고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할 것인가.대학에는 체육대회며 축제로 수업 결손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학과 MT에 마지못해 끌려갔다고 해서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체육대회로 인해 무려 한 달 동안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던 한 학생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자기 과가 결승까지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한다. 부모님이 이런 사실을 알면 등록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라고 원색적인 방식으로 찔러 봤는데도 동요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그저께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제자가 와서 이렇게 말한다. 교수님은 대학에 있으니 학생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지요. 6학년 담임을 맡고있는 저는 죽을 지경입니다. 물론 비교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모르고 선생님한테 대드는 초등학생은 나이가 들면서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이미 성년이 됐는데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대학생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어느 것이 더 비극적인가.최근 외부 연구과제 때문에 석사 과정 학생들을 두 명 임시로 고용해 일을 시키게 됐는데 감탄에 더해 감동까지 받았다. 자신이 맡은 일에 얼마나 열심인지 놀랐다. 나는 얼마 전부터 젊은이들을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을 갖고 있다. 하나는 착해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일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선한데다가 일 잘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예비 사회인으로서 거의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선함에는 희생·배려 이런 게 따라 나오게 되며 일의 능력에는 전문성이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일에 있어 필요한 덕목은 협동심이다. 전문성도 건전한 윤리적 태도가 받혀주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과제신청 마감 때문에 새벽까지 일을 하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컴퓨터 작업으로 편집을 멋있게 해치우고 일을 요령있게 처리하며 서로가 잘 못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과연 내가 그토록 비난했던 학생들의 모습인가…, 나의 잘못된 선입견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 주어진 일만 잘했다면 그러려니 생각했겠지만 놀라운 점은 힘든 일을 서로 다독거리며 용기를 불러내주는데 있었다.기업체에서 이런 젊은이들을 뽑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 애들은 저토록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는데도 스펙이 부족하고 상위권 대학을 못 나왔다고 해서 취업전선에서 뒤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상상해 본다. 주어진 일에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갖고 동료를 배려하면서 업무수행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콕콕 집어낼 수 있는 사회! 아마 그런 사회는 채용시장의 효율성도 증대시킬 것이고 섬세하고 지혜롭게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데도 한 몫을 하리라 본다.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2014-07-22 박연규

생각세포 길들이기

어떤 생각 하느냐에 따라몸도 바꾸고 인생도 바꾼다'난 안될 거야' 부정적이면도전도 못하고 포기하지만'난 잘될 거야' 긍정적이면실패와 좌절 극복 결국 성공인체는 60조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들 세포가 간·심장·피부 등 모든 장기와 조직은 물론 혈액과 뼈도 만들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60조개의 세포들은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대로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롭게 만들어지고 오래된 것은 파괴되는 과정을 밟는다는 것입니다.적혈구는 120일 동안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120분의 1만큼 새로운 세포가 골수를 통해 만들어지고, 오래된 세포는 120분의 1만큼 비장을 통해 파괴됩니다. 피부는 4~5개월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신생세포로 시작해서 진피로 그리고 표피로 바뀌고 마지막은 목욕탕에서 이태리 타월에 의해 '때'로 생을 마감합니다. 뼈도 매일매일 새로운 골세포가 만들어지고 오래된 세포는 파골되는 데 1년 정도 걸려 완전히 바뀝니다. 따라서 1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릅니다.그래서 현재 내 몸속에 비정상적인 세포가 있다고 하더라도 약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식생활과 함께 좋은 환경에서 생활한다면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매일매일 소생되고, 환원되는 과정을 거쳐 건강하고 정상적인 세포로 부활하게 돼 우리 몸은 건강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올바르지 못한 식생활을 고집하고 생활환경에 변화가 없다면 비정상적 세포들은 더욱 늘어나 병세는 좋지 않은 쪽으로 진행할 것입니다.그런데 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생각도 그렇습니다. 정신은 물론 몸을 지배하는 것은 생각입니다. '생각'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내 몸도 바꾸고 인생도 바꿉니다.그래서 저는 생각에도 세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생각세포'도 매 순간 태어나고 죽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어떤 생각세포를 심어 놓느냐입니다. '난 안 될 거야'라는 부정적인 생각세포를 심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데도 제대로 시도도 못하고 포기합니다. '난 잘될 거야'라는 긍정의 생각세포를 심은 사람들은 실패와 좌절을 도전으로 극복하면서 결국 이뤄냅니다.생각이 몸도 바꾸고 인생도 바꾸는 원인은 생각세포는 자가증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세포를 심은 사람들은 세포가 긍정의 세포를 복제하면서 자가증식을 하죠. 이 사람들도 한때는 현실적인 절망감에 좌절을 맛보기도 하지만 다시 도전합니다. 도전하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생각세포가 증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포기하지 않은 사람, 즉 긍정의 생각세포를 심은 사람이 결국에는 이뤄냅니다.우리 몸 안에는 하루 50만개의 세포가 죽고, 50만개가 새로 생기는데 세포 100만개마다 불량세포가 1개씩 생긴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불량세포가 암으로 변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불량세포가 죽어서 배출된다고 합니다.모든 사람에게는 공통적으로 불량세포(암세포)가 들어오지만 암에 걸리고, 멀쩡한 이유는 평소에 자신이 어떤 세포를 보유하고 있었던가의 차이입니다. 건강한 세포를 가진 사람은 불량세포를 공격해 죽게 하지만, 비정상적인 세포를 가진 사람은 암에 걸리고 마는 것입니다.긍정적인 생각세포를 가진 사람은 간혹 부정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고 맙니다. 생각세포가 부정적인 사람은 매일 매 순간 불량세포를 심습니다. 그 불량세포는 몸에 생기는 암처럼 생각에도 암을 자라게 합니다. 몸의 암보다 더 무서운 것이 생각의 암세포입니다. 생각의 암세포는 절망의 암으로 자라서 결국 모든 것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듭니다.따지고 보면 희망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희망을 보는 사람이 있고, 절망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각과 믿음의 차이입니다. 현재는 대단한 것도 시작할 때는 미미했습니다.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도 한때는 알 속에 있었고, 살아서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을 산다는 주목나무도 한때는 씨앗이었습니다. 알이 독수리가 되고, 씨앗이 주목을 만드는 것처럼 생각은 현실을 잉태하는 씨앗입니다.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능력대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성장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생각입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생각을 물리적 실체로 전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희망을 품고 그것을 현실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생각세포입니다. 오늘부터 인생을 바꿀 긍정의 생각세포를 키워 보실 것을 권합니다./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2014-07-15 송진구

책임지는 사람 없는 사회 두렵다

국민 개개인의 마음부터개조 않는다면 사회가 어떻게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나…정의엔 박수, 부조리엔 분노하며무책임에 책임 물을 수 있는극히 상식적 태도부터 지켜져야2002년 대한민국 월드컵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세계4강 신화 그리고 온 국민이 하나되어 세계를 감동시킨 거리응원, 거기에 낯선 이방인 감독 거스 히딩크-그의 어퍼컷 세리머니, 하나 더 전장의 장수들처럼 멋지게 최선을 다해 싸워준 붕대와 마스크로 상징되는 투혼 때문이었다. 황선홍이 그랬고 김태영이 또 그랬다. 최진철의 링거 투혼도 잊을 수 없다.그러나 그 모든 것에 우선하여 우리가 기억해야할 자산은 바로 히딩크의 경영철학이었다.히딩크 감독은 병역기피 의혹과 경기 감각이 땅에 떨어져 있는 선수를 국민들이 반대하는 데도 오기로 선발하지 않았고 이미 여러 번에 걸쳐 은퇴를 선언한 선수에게 포퓰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제스처를 쓰지 않았다. 또한 똑같은 부상으로 위기에 처한 두 선수에게 한 선수는 특혜로 황제훈련을 시키고 한 선수는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대표에서 탈락시키는 편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본인의 입으로 장담한 일들은 책임을 졌다.인기와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실력으로 가름한 그는 박지성이라는 낯선 선수를 세계적 선수로 만들어 냈고 이운재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골키퍼를 발굴했다. 이미 스타가 된 선수들도 정신력에 문제가 생기면 벤치를 지키게 하였고 엄청난 체력훈련으로 정신과 육체를 강하게 만들었다. 대표팀 초반 5대0으로 두 번 패해도 그만의 전술을 묵묵히 이어갔다. 그리고 월드컵 세계4강 전술이 왜 중요한지 인맥과 학맥이 왜 불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월드컵을 선물하였다. 승패보다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다.2014년 브라질월드컵.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국민들의 상처를 씻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치에 기대보지만 기댈수록 화만 더욱 치밀어 오르고 편법과 불법, 안전불감, 무슨 피아가 그리도 많은지 관피아, 해피아, 교피아, 법피아 등 온갖 나쁜 관행들이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어딘가에 누군가는 바르고 원칙과 소신을 생명으로 여기고 책임을 질줄 아는,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마침 월드컵, 국민들은 그곳에서 카타르시스를 원했다.하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무책임과 무능의 진수를 보여준 축구협회와 독선의 진정한 표본을 보여준, 더구나 국민들이 철저히 믿었던 젊은 감독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철저히 무너져버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축구의 성패와는 전혀 다른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인 것이다. 반칙이 이기는 세상, 무원칙이 이기는 세상, 소신을 부와 바꾸는 세상, 학맥과 인맥 뒤에 숨어서 손바닥 뒤집듯 쉽게 자기부정을 해버리는 사람이 계속 무언가를 가져간다면 국민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또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 젊은이들에게는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살아 갈 것인가!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왜 계속 우리가 보아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참으로 안타깝다.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당한후 국가개조를 한다고 난리들이지만 진정한 국가개조는 국가부처 몇 개 바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장관 몇 명 바꾼다고 될 일은 더욱 아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마음부터 개조하지 않으면 어떤 수를 쓰든 뭐가 개조될 것이며 어떻게 이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나! 정의로운 일에 박수칠 수 있고 부조리한 일에 분노하며 무책임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부정한 일을 올바르게 가라고 지적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태도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는 사회 끔찍한 사회가 될 것이다./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2014-07-08 장용휘

수원시의 인문학 모험

인문중심도시 정책 펴려면제반사항들 인문적으로 바꿔시민변화 유도해야 하고책임·배려·정의 같은목표의식 분명한 강좌 통해생활속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시의 과장들이 총 출연하고 국장, 부시장까지 중요 직책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도시의 인문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수원시 인문중심도시 용역과제의 착수보고회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비록 최근들어 인문학을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논의가 무성했지만 이건 정말 낯선 풍경이다. 적어도 이런 장면은 '시정은 먹고 사는 현안으로만 가득 차 있으리라' 생각해 온 인문학자의 눈에는 경이의 모습으로 다가온다.수원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한마디로 놀랍다. 대학이 챙겨야 할 일들을 오히려 지자체가 총체적인 관심을 갖고 뛰어드는 양상이다. 지난 3년동안 수원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라는 표어아래 인문학도시 조례 제정을 마련했고, 다양한 인문학 콘텐츠 개발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전국 최초로 인문학 팀을 조직하고 인문학 강좌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에서 개최되는 인문학 강좌의 접수와 신청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도시의 인문적 자산이 남김없이 동원되고 수많은 시민강좌들이 도서관, 박물관, 여러 교육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수원시는 향후 5년간의 인문중심도시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필자가 이러한 구상에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한 도시의 인문정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인문학은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어떤 도시가 살기 좋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그 도시에 오래 살아봐야 하는 것과 같다. 거리의 깨끗함, 사람들의 친절, 교통질서, 안전, 복지 등은 그 도시를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빈부격차, 소외계층 문제, 시민들 간의 갈등 요인들은 도시가 부유하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결국은 도시 안의 사람들, 즉 시민들이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나눔, 배려, 책임, 정의와 같은 인문적 덕목들은 공동체적 시민사회를 담보하는 요건이 된다. 수원시가 의욕적으로 진행하는 앞으로의 인문중심도시 정책에 바라는 것이 있다.첫째, 도시의 제반 정책들이 인문학과 같이 가야 한다. 도시정책을 인문적으로 바꿈으로써 시민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도시가 변화되어야 개인이 변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정책이 잘못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양보하고 배려할 수가 없다. 교통정책이 입안되는 시점부터 시민의식의 미덕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인문정신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수원시도 일부 그런 문제가 있지만 대부분의 인문도시를 표방하는 도시들의 잘못은 인문축제나 활동을 많이 하면 도시가 인문적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문학은 장식이 아니다. 인문축제를 한다면서 한편에서는 여전히 질서의식이 부족하고 친절 개념이 없다면 껍데기 인문도시일 뿐이다.셋째, 인문학 대중화의 목표 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인문강좌를 쏟아붓는다고 해서 좋은 인문도시가 되지 않는다. 대학의 강의를 도시로 끌어내는 것이 시민인문강좌는 아니다. 오히려 책임이나 배려, 정의와 같은 목표지향적인 강좌를 개발해서 시민들의 생활에 선명한 변화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잡아야 한다.넷째, 시민이 인문정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들을 인문학을 소비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접근방식에는 낡은 계몽주의 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시대에 맞는 인문도시의 최종 목표는 시민들 스스로가 인문정신을 갖추고 그것을 생활세계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문정신의 생산 주체로서 '시민 인문학'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수원시가 온 힘을 기울여 인문정책을 펴나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인문학에 관심이 없을 듯 보이는 공무원들이 인문학의 비전을 논의하는 것도 멋있다. 다만 수원시가 진정으로 선도적인 인문도시가 되려면 모험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인문정신으로 정치를 하고자 했던 공자의 일생 자체가 모험이었듯이 인문으로 시정을 편다는 것이 만만치는 않기 때문이다./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2014-07-01 박연규

'습관'

나로부터 시작된작은 습관이 결국 인생전체를장악하고 결정해 버린다성공하고 싶거나원하는 삶을 살고 싶거든행동방식을 당장 바꾸자강의가 직업인 저는 늘 고민이 있습니다. 제 강의를 듣는 청중들은 대부분 저 보다 훨씬 탁월한 지식과 경륜을 갖고 계신 분들인데, 그 분들을 논리로 이해시키고, 진정성으로 감동시키며, 사례로 영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해답을 대부분 책에서 찾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가장 부족한 것이 책을 읽을 시간이죠. 그래서 10여년 전부터 일부러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책을 읽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열탕 독서법'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에 두 번의 반신욕 또는 사우나를 합니다. 새벽에 책과 볼펜을 들고 약 43도의 열탕으로 들어갑니다. 300쪽짜리 책은 반으로 접어서 열탕에 앉아서 20분 동안 75쪽을 읽고 냉탕에서 몸을 식히고 다시 열탕에서 20분 동안 나머지 75쪽을 읽습니다. 40분만에 책의 절반을 읽는 셈이죠. 물론 정독할 수 없습니다. 속독하면서 중요하게 느끼는 부분은 볼펜으로 죽죽 긋고 읽어갑니다. 나머지 75쪽은 밤에 읽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는 150쪽을 40분만에 읽게 되고, 세 번째 읽을 때는 20분 정도면 됩니다. 밑줄 친 부분만 읽기 때문입니다. 통상 대여섯 번 읽으면 핵심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영감을 얻은 부분을 정리하는데, 그 분량이 대부분 3쪽을 넘지 않습니다. 그 3쪽을 강의에 활용하려고 한 권의 책을 읽는 셈이죠. 저는 '열탕 독서법'이라는 '습관' 때문에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심리학자들은 '습관'이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행동의 95%를 결정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합니다. 즉 성공과 실패의 95%를 결정하는 것이 습관이라는 것입니다. 약속에 늦는 사람은 매번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나고,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은 늦는 경우가 없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은 조그만 좌절에도 포기하고 맙니다. 그러나 도전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은 거절이나 좌절에도 굴복하지 않습니다. 습관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습관은 후천적인 것입니다. 살면서 학습하고 체화되죠. 즉 성공과 실패의 95%를 결정하는 습관은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을 원한다면 그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서 습관으로 만들면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습관을 만드는 5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결심: 자신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롤 모델이나 갖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그것을 습관화시키기 위해 항상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결심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2. 공지: 특정한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중이라고 주변에 알리는 것입니다. 금연자나, 다이어트중인 사람은 그 사실을 알리고 자신이 언제까지 금연하고, 몸무게를 얼마나 감량할지 알리는 것입니다. 3. 상상: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습관으로 가져서 그로 인해 변해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깨끗한 금연자의 모습이나 다이어트로 다듬어진 날렵한 몸매를 그리면서 상상하는 것입니다. 4. 보상: 일정한 목표에 도달하면 자신에게 멋진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5. 불굴: 습관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몸은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습관이 바뀌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게 만들죠. 그러나 일정한 기간이 경과해서 습관이 되면 오히려 결심한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결국 그 녹이 점점 쇠를 갉아 먹는다'. 법구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의 95%는 습관인데, 내가 만든 작은 습관이 결국 내 인생 전체를 장악하고 결정해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그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나로부터 시작된 그 작은 습관이 나를 성공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성공하고 싶거든, 원하는 삶을 살고 싶거든 습관을 바꾸세요. 지금 당장./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2014-06-24 송진구

국가개조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책임규모 크게 잡는건사안을 정확하게해결하려는 자세도 아니며어떤 면에선 주제 넘는 일 될수도이젠 시민들도 참여의식 갖고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야사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정부만으로는 안 되며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자주 이런 두 가지 축의 하나를 쉽게 망각한다. 국가 단위의 정부이든 지자체 단위의 정부이든 정부는 그 자체 한계가 있고 나머지 일의 많은 부분은 시민들의 몫이다. 공무원들조차도 자신들의 역할이 무한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정부 역할의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참사의 원인과 대처 방식의 잘못을 정부 탓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정부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내가 만난 관련 기관 지자체 공무원들도 죄인이 된 듯한 모습으로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이번 일로 정부의 책임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책임이 국가개조 수준으로 격상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정부에서 국가개조를 들고 나왔을 때 가졌던 불안한 감정은 문제 해결을 자신들의 몫으로 가져가려는 태도 때문이었다. 언뜻 들으면 정부가 책임을 깊이 느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는 의지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위험한 발상은 없다. 지금이 국가 중심의 계몽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국민이나 시민의식의 실종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 민주국가의 두 축은 정부와 시민인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시민 한 축이 현저히 약화되어 있다. 국가개조라는 말은 다른 맥락에서도 적절하지 않다. 책임의 폭을 너무 크게 잡아 일종의 물 타기를 하여 일을 흐지부지 만들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시민의 의식이나 정체성을 몽땅 가져가 주도하고자 하는 데 있다. 누구는 국가개조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무능, 무책임의 개조라고 하지만 이 생각에는 정부의 시민들의 의식 개조까지 덧붙여져 있을 수 있다. 국가개조라는 말이 마음 편안하게 들리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부가 절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자기 할 일을 아무리 다 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책임의 규모를 너무 크게 잡는 것은 사안을 정확하게 해결하려는 자세도 아니며 어떤 면에서는 주제넘은 일이다. 정부와 시민들이 문제 원인에 대한 책임을 나누게할 수 있어야 한다. 송호근은 그의 책 '시민의 탄생'에서 시민의 탄생을 개인의 출현으로 보며 그러한 개인의 특성을 자율이라는 인문적 자원으로 규정한다. '시민과학자로 살다'의 저자인 일본의 타카기 진자부로오는 원자력 발전 증축과 같은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조차 시민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국가개조와 같은 정치 슬로건으로 해결책을 정부가 다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과욕이다. 정부는 자신이 책임질 만큼의 몫만 가져가면 된다. '정부나 기관이 책임을 진다'는 말도 공허하고 무책임할 수 있다. 책임은 본래 사람이 지는 것이다. 시스템이나 기관이 책임을 진다는 말을 못할 것은 없지만 사실적인 표현은 아니다. 책임을 이렇게 의인화시키면 책임의 소재를 따질 수가 없게 된다. 책임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진다'는 말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를 묻기 위해 선장이나 업주, 해운 관계자들을 문책하는 것은 옳다. 해양수산부 해체 정도는 이번 참사의 비극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좋은 정부는 시민들의 역할과 몫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일로 이 정부가 기관장에 시민 참여 배분을 지정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잘된 일이다. 다만 국가개조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국가개조라는 말로 시민들이 정부만을 바라보게 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가져야 할 문제 해결의 권한이나 책임까지도 정부 몫으로 가져가는 것만큼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은 없다. 세월호를 계기로 우리 시민들이 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 생겨났다고 한다면 사회 문제를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착시 효과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데 있다. 시민의 참여의식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절실할 때가 없다./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박연규 경기대 인문과학연구소장

2014-06-11 박연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