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내 이름은 셋이었답니다. 그 시절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소위 '운동'이라는것을 하려면내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던 시절보안과 형사를 보고 도망쳤던기억들이 정국이 어수선해지면꼭 꿈을통해 의식밖으로 나온다나는 한때 이름이 셋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촌스럽기 그지없거나 주로 기생 이름을 가진 친구들 중 가명을 쓰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소위 ' 운동' 이라는 것을 하려면 내 신분을 그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학교 내에 경찰 상주가 당연시되고, 시국 관련 이야기를 하려면 따라붙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살펴야했고, 전화 통화 중 자그마한 소음이라도 들릴라치면 도청에 긴장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니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중앙정보부에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가혹 행위와 인권 탄압 소식은 국민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을 긴장 속에서 살도록 했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조차 특별한 용기와 안기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각오해야만 했던 시절, 본인 이름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국가영역과 시장(경제) 영역만 존재하던 그 시절, 시민사회 영역 확장과 시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활동을 하던 사람 중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가명을 썼다. 지금 생각하면 참 비겁한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로는 기관원의 눈을 속이면서 세상 일에 참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나는 세 개의 이름을 썼다. 그 후 군사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방정부에 직·간접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 때 내 이름 세 개가 문제되었다. 그 동안 단체활동 경력에 올라 있는 이름 '한은경'과 주민등록 이름 '한옥자', 그리고 후원금을 내던 이름 '한여해'는 동일인지, 다른 사람 3인인지 참으로 황당한 노릇이었다. 그 당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그리 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무용담으로 자랑하고 싶지도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절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은 촌스럽다는 내 이름을 당당히 쓰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글을 통해 몸으로 저항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오늘에서 복종이 강요되고 지배만이 존재하던 그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엊저녁 나는 오랜만에 다시 도망다니는 꿈을 꾸었다. 사무실 앞 2층 계단에 앉아있는 시커먼 사람을 보고 도망쳐야 했는데 발이 땅에 붙어 몸부림을 치다가 깼다. 아주 오래전 사무실 계단에 앉아있던 보안과 형사와 마주친 후 미친 듯이 도망쳤던 그 기억은 정국이 어수선해지면 꼭 꿈을 통해 의식 밖으로 나온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한창 하던 시기, 민주주의가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던 2008년 소고기 파동 때 그리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미행하고, 사찰했다고 폭로되던 그 시기 내 속에 잠재되었던 권력기관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꿈을 통해 의식 밖으로 비집고 나온다.요즘 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연일 도마 에 오르고 있다. 대선 기간 여직원 댓글 사건은 선거 막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거리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죄없는 여성을 감금까지 했는데 그런 사람을 뽑아주면 앞으로 국민을 뭘로 보겠냐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보면 결국 이 일은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 작동 원리를 교란시킨 사건으로 여직원 한명의 개입이 아니라 국정원 심리정국 직원 60여명이 인터넷상에서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도청, 미행을 넘어 고문, 조작을 통해 한 개인과 그의 가족을 망가뜨리고, 크게는 국민의 일상 삶을 공포에 떨게 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 권력이 잃어버린 과거의 그 맛을 되찾기 위해 자기 조직에 유리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인터넷 세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 후 국정원은 자신들의 불리한 정황을 덮어보겠다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국정원 국기문란사건을 물타기하고 있다. 지금 정국의 끝이 어찌될지 궁금하다. 다만 지금은 기억조차 흐릿해져 꿈에서나 만나는 그 세상, 이름 세개를 쓰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7-02 한옥자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의 상처와 믿음

어려운 형편에 도시락 못싸오자친구들 밥 한술씩 떠서 모아 줘되레 과식했던 고교시절 추억…어렵고 힘든 이웃들 볼때마다배고픈 벗을 잊지않고 챙겼던'십시일반 미덕' 그때가 그립다최근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역장이 한 달 가까이 입원을 했다. 2003년 영등포역에서 아이를 구하고 잘려 나간 두 다리에 생긴 심한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병문안을 갔더니 스스럼없이 다친 곳을 보여 주며 의족 탓에 생활하는데는 큰 불편이 없다고 씩 웃었다. 문득 그 때 목숨을 구한 아이는 얼마나 커서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궁금했다.글쓴이는 김행균씨의 철도고등학교 같은 반 동창이다. 3년을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탓에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다. 철도고등학교는 지금은 없어지고 철도전문대학으로 바뀌었지만 내가 입학하던 1970년대 후반에는 전액 국비 장학금으로 배우는 탓에 전국 각지에서 가난한 수재들이 몰려들었던, 철도공무원을 양성하는 특별목적고등학교, 그야말로 특목고였다.글쓴이가 다녔던 구내업무과는 50명 딱 한 반이었는데 다들 가정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고만고만했다. 학교 근처 사설독서실에서 다녔던 나, 신문보급소에서 다니던 친구들 등등을 포함해 몇몇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은 남은 숟가락이나 젓가락과 함께 도시락 뚜껑에 밥 한 술씩을 모아서 함께 먹었다. 그런데 참으로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도시락을 싸온 친구들 밥보다 안 싸온 친구들의 도시락 뚜껑밥이 더 많은 것이었다. 어렵고 힘든 이웃을 볼 때마다 과식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김 역장이 아무 거리낌 없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것도 배고픈 벗을 챙기던 십시일반 정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때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었던 친구들 대부분은 전국 각지에서 승무원으로, 역장으로 사람들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열의 한 술 밥이 한 그릇 푼푼하다"라는 우리 속담과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사자성어가 늘 반갑고 고마운 이유이기도 하다.속담이나 사자성어나 모두 비슷한 의미이지만 미묘한 뜻 차이가 있다. '십시일반'은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식이 된다는 뜻으로,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쯤은 도와주기 쉽다는 것을 비유를 통해 강조하는 것이고 속담은 '푼푼하다'라는 말을 통해 1이 열 개면 단순히 10이 아니라 그 이상이 됨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힘, 그것이 진정 도움이고 나눔이다.김 역장은 그 아픈 다리로 아들과 함께 축구는 맘껏 할 수 없지만 다리를 놓아주는 일은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자랑이다. 실제로 김 역장은 오랜 투병 끝에 복직한 뒤로 눈부신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아름다운 도서관 만들기, 희망열차, 그리고 매년 산간벽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철도 여행을 시켜주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두 다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다리를 자신의 다리로, 이웃의 다리로 만든 셈이다.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이라 하는데 실제 가난한 서민들은 점점 더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열에 한술 밥이 한그릇 푼푼해지는 정신을 구현한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다. 김행균 역장과 같이 영원히 마주보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평행선 철로를 위해 '우리는 평행선'이란 시를 써 보았다.철도고에서 /철도 공무원 꿈 키우던 벗! /지난날 주고받던 우리 이야기/눈감으면 꽃잎처럼 되살아난다.//철도는 평행선/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영원히 함께 달리는 /애정의 거리라는 그 말 /붙어 뒤엉킨 채 넘어지는 것 보다 /떨어져 마주 보며 /철도처럼 나란히 /평행선을 달려가자던 그 말//더 넓고/더 많은 세상 열기 위해 /하나의 평행선으로 /또 다른 다리를 놓았구나./아이 웃음 살리기 위해 /생명의 다리 놓고야 말았구나.//우리 마음을 달리는 열차는 /이제 앞으로만 달리지는 않는 거야./평행선과 평행선이 서로 만나 /커다란 광장에 평화를 만들고/아이들 웃음소리 더 크게 담아/어우러지는 물처럼/더 큰 사랑이 흐르고 있는 거야./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6-25 김슬옹

정치는 미래다

정치는 꾀와 말로 해선 안된다양심과 정직으로 책임 다하는통치자가 참된 정치인의 모습이제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천박한 현실정치는 끝내야한다그래야 인류의 미래가 보인다엊그제 북한의 계략에 의해 남북회담이 무산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우리측의 태도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어 더 안타깝다. 많은 이들은 정치를 과도하게 가시적이고 현재적인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언변이 화려한 걸 멋지게 생각해 온 것도 바로 그러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정치인들이 내놓는 공약이 헛공약이라는 비아냥은 오래 되었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은 3분에 한 번씩 거짓말한다는 책이 나왔을까. 정치를 꾀로 하고 말로 해서는 안 된다. 양심과 정직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참된 정치인의 모습이다.현대 정치지도자 중 부정으로 얼룩지지 않고 극적으로 깨끗하게 은퇴한 이가 레오폴 상고르(Senghor)다. 1960년 세네갈 독립과 함께 대통령이 된 시인 상고르는 국민들의 절대 지지 속에 다섯 번을 연임했고 집권 20년이 된 1980년 임기 중에 과감히 물러났다. 조국을 떠나 정치와 담을 쌓은 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다 여든 다섯에 세상을 떴다. 1983년엔 흑인으론 처음 프랑스 한림원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이 됐다. 2년전 16주 종합베스트 1위에 정통인문서로서는 드물게 한 달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Sandel) 하버드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정치가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에 직접 관여해야만 더 강건한 민주주의사회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옛 성현들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하게 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논어'에 의하면 정치(政治)란 바르게(正) 하는 것이다. 제나라 경공이 정치가 뭐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고 했다. 정치는 정직하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다.세종의 리더십의 핵심은 진정한 애민의식이요, 미래정신이다. 우리의 고유문자인 한글의 창제도, 관노출신 장영실을 파격적으로 등용해 자격루를 만들게 한 것도 오로지 백성을 위한 창조적 생각의 소산이다. 세종은 백성이 살아갈 국토를 보존해야 했으니 여진족을 격퇴하여 4군6진을 설치하고, 우리나라 북쪽의 국경선을 오늘날과 비슷한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확장하였다. 복지정책차원에서도 세종은 선구적이었으니 90세 이상의 노인에게 관직을 제수하는가 하면, 관청의 노비에게 주어지던 7일 출산휴가를 대폭 확대하여 100일 간을 주고 그 남편인 남자종에게도 한 달 휴가를 주도록 했다. 현감부인인 감동이 영의정을 포함한 39명의 사대부들과 놀아난 음풍사건을 놓고 사관들이 실록에 등재하지 않을 것을 진언하자, "역사는 오늘을 사는 당시대의 사람들을 위해서 적는 것이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에게 오늘 우리가 겪은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 적는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세종이다.행동하는 양심의 소유자 정암 조광조가 신원된 것은 선조 때이고 사액이 내려진 것은 한참 지난 효종 때였다. 그가 역적으로 몰려 있었던 그 '잃어버린 시간', 왜란과 호란 등으로 무구한 백성들만 수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심찬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이 한반도가 수천 년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해온 것은 세계적으로 기적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도덕정치에 대한 열망이 컸던 이율곡은 특별히 조광조를 추앙한 뛰어난 정치가였다. 물론 이퇴계도 조광조로 말미암아 정치의 근본이 드러나게 되었으며 나라의 장래가 무궁하게 되었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율곡은 퇴계와 정암을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퇴계 선생은 세상에서 유교의 최고봉이요 정암 이후로는 견줄 만한 분이 없다. 그 재주와 배짱은 정암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의리를 탐구하여 자세하고 은미한 데까지 드러내는 것은 정암이 미치지 못한다."물론 현장이 고려되지 않는 정치라면 공허하기 그지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는 철학이 부족하다면 그 정치는 천박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천박한 현실정치는 끝내야 할 것이다. 정말로 멋진 정치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6-19 이화형

스마트워터그리드의 미래

첨단 ICT기술과 물 산업의융복합 기술에 대한세계표준화를 주도 해야한다이를위해 표준기구를 만들고인천 GCF사무국과 연계해체계화 시키는 노력 필요기후변화에 의한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과거에 만들어 놓은 시설용량이 부족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물 문제도 예외가 아니어서 물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즉, 미래에는 도시지역의 홍수크기가 크게 증가되고 산간지역 및 백령도 등 도서지역의 가뭄이 심각해질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70년만의 대홍수로 인하여 현재까지 가장 큰 대홍수가 발생하여 체코, 독일, 헝가리 등 많은 국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 또한 기후변화에 의하여 강우발생 패턴이 변화되면서 발생한 피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전력수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예비전력과 전력 예비율이 부족해지면서 여름철 전력난이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전력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 중 하나가 물공급 분야이다.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확하게 자료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워터그리드인데,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IT 산업과 물산업 및 물을 공급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회간접시설의 융합산업으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창조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스마트워터그리드가 인천을 중심으로 창조사회 달성을 위하여 시작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특히 물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석유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엔에서도 이를 몇 개의 주요 어젠다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홍수와 가뭄 등 물문제를 겪는 시점에서 많은 노력이 있으며, 록펠러와 같은 큰 재단들도 전세계의 물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스마트워터그리드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첫째로 첨단 ICT 기술과 물산업의 융복합 기술에 대한 전세계 표준화를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물관련 세계 표준화 기구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인천에 위치한 GCF 사무국과 연계해 체계화 하여야 한다. 우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소니 등 큰 IT 회사들이 국제적인 표준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는지, 국제적 표준으로 채택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워터그리드의 각종 기기나 새로운 제품들은 국제적인 표준화를 리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로, 인천시는 스마트워터그리드의 누구나 와서 공감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도 인천시에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스마트워터그리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부평정수장 내에 파일롯 플랜트를 준비하는 등 바람직한 활동이 있으나, 더욱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세심한 추진이 필요하다.셋째로, 물산업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이다. 지능형 물공급 체계와 효율성 제고를 통하여 과도한 생산 및 수송에너지를 절감하도록 하고, 지능형 물분배 체계를 통하여 전력피크시간대의 물공급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고 심야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여 에너지 절감을 달성해야 한다. 넷째로, 물관련 정보제공의 측면이다. 물공급 체계는 대부분 지하에 매설되어 있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여 신뢰성이 취약하다. 물공급과 관련된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 신뢰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특히, 땅속에 있는 관로로부터 물이 얼마나 누수가 되어나가는지, 또는 땅속 관로를 흐르는 물의 양이나 수질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또한, 우리집에 들어오는 수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공급자와 수요자의 불신은 많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홍수 등이 발생될 때 이에 대처하는 방안도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앞으로는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하여 국내의 물문제에 앞장서고 나아가 물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태국 등 동남아 개발도상국에 진출하여야 하는데, 이에 인천시가 스마트워터그리드의 시작점으로 간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6-11 최계운

왜 이러나!

재계·금융인·前대통령 아들등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관리재벌가 사모님 살인교사로무기징역인데 병원서 호위호식정치권·고위직인사 죄 지으면병원특실 호화판 수감생활…이런 뉴스에 국민들은 '허탈'요즘 아이들과 뉴스를 공유하는 것이 부끄럽다. 학교에서는 정의를 가르치고, 종교기관에서는 각종 계율을 통해 모범적 삶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고, 부모는 각종 가치와 윤리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을 지키며 살기를 강요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은 이와는 정반대다. 지난 몇 달간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우리 사회가 왜 이러나?가정 안에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부모는 자녀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 당연히 부모-자녀 간 존중과 존경은 가족 내 갈등이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국가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법과 제도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모든 국민이 적용되는 법과 제도를 신뢰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안정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로 국민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요즘 우리 사회는 어떤가?최근 발표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재계는 물론 금융인, 문화인을 넘어 대학 총장까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급기야 6월 3일 3차 폭로에서는 전직 대통령 아들 이름과 함께 그동안 숨겨온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들 이름으로 조세피난처에 가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근본은 알 만한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의 매국 행위에 대해서 뿐 아니라 뉴스타파라는 민간인 탐사보도팀이 돈세탁 가능성과 조세피난에 대해 보도하기 전까지 정부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다. 정말 몰랐을까? 박사 학위를 받고도 돈과 연줄이 없어 시간 강사를 전전하며 받는 월 50여만원의 강사료에서조차 세금을 꼬박꼬박 받아가는 세무당국이 이들을 몰랐다고 하면 국민 누구도 안 믿는다. 국민은 초록이 동색이라고 믿지만 아무 말도 안 한다. 다만, 조세 회피할 만큼의 돈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내가 죄라고 한탄을 할 뿐이다.10년 전 꽃다운 한 여대생을 처참히 죽이도록 사주한 재벌가 사모님이 무기징역을 받고도 지난 10여년간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 호위호식을 하며 너무 잘살고 있다고 지상파 한 방송이 집중 보도를 하였다. 죄없는 자식 잃은 부모의 분노와 녹아내린 애간장은 안중에도 없는 병원과 사법당국의 처사를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볼까?재판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재벌가 회장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님들은 수감만 되면 모두 지병이 도지는 약골들이신가 보다. 모두 휠체어에 의존해 재판을 받는 것을 보면. 최근 아들바보로 잘 알려진 어느 그룹 회장님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병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중이라고 알려졌다. 재판장에 나오는 모습은 너무 초췌한 모습이지만 국민은 대부분 안다. 의료인들은 입원 사유로 알려진 병명을 들으면 웃는다. 왜 웃을까?그뿐 아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정치권, 정부 고위직은 교도소에 들어갈 정도의 죄를 짓기만 하면 대부분 지병으로 병원 특실행이다. 공천 헌금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아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까지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 호화판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때 국민은 진짜 허탈해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부분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국가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모든 사회적 손실은 누구 책임인가?뉴스타파 보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실제 교주의 아들인 총장은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면 산하 어느 대학에 다시 총장으로 가거나 아님 그 학교가 소속된 학교재벌의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될 거다. 휠체어 재벌 총수는 환자복을 벗은 지 일주일 후면 종횡무진 휘젓고 다시 세상을 호령할 거다. 취재가 시작되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는 그 재벌 사모님도 눈여겨볼거나. 어느 날 또 무슨 병명으로 특실을 차지하고 있을지. 지금 뉴스타파 보도로 부산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세무당국의 활동도 눈여겨볼 게다. 그 칼이 언제 칼자루로 안전하게 들어가게 될지. 침소봉대 진단서를 써주는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물론 법조계는 말할 것도 없다.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6월을 무겁고 답답하게 맞이한다. 우리 사회는 왜 이러나!/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6-04 한옥자

옛한글 아래 아(·) 명칭 '하늘 아'로 고치자

세종은 사람의 말소리를문자에 담고자 하였고그래서 하늘을 본뜬 글자를모음의 중심이자 바탕글로 삼았다'아래 아'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은한글가치와 정신을 훼손하는것세종이 1443년에 창제한 훈민정음 기본자 28자 가운데 모음은 11자였다. 이 가운데 가운데 점으로 표기하는 이른바 '아래 아'가 없어지고 지금은 기본모음 열 자가 되었다. 글자는 사라졌지만 발음은 제주도 토속 발음으로 남아 있고 더러 '아래한글'과 같이 상품이나 가게 이름으로 환생하기도 했다. 비록 이 글자는 지금 사용하는 기본 모음은 아니지만 세종의 과학적인 한글 창제의 중심이 된 글자였고 한글의 정신과 가치를 담고 있기에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글자이다. 그런데 이 글자를 '아래 아'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 하늘을 본 뜬 글자이므로 그간 여러 학자들이 주장해 온 것처럼 '하늘 아'로 불러야 한다.하늘은 천지자연, 우주만물의 중심이다. 물론 모든 세상 만물은 다 우주자연의 중심이다. 사람 또한 그러하며 사람의 말소리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이치를 세종은 문자에 담고자 하였고 그래서 하늘을 본 뜬 글자를 모음의 중심이자 바탕 글자로 삼았다. 사람을 본 뜬 'ㅣ'와 땅을 본 뜬 'ㅡ'를 결합하여 조화로운 자연의 이치, 삶의 이치를 문자에 반영한 것이다. 하늘을 본 뜬 글자에는 양성의 특성과 의미를, 땅을 본 뜬 글자에는 음성의 특성과 의미를 부여하여 음양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사람을 본 뜬 'ㅣ'에는 중성의 특성과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때의 중성은 단지 가운데의 의미가 아니라 음양을 싸 안는 조화의 요소로 천지인 삼조화의 주체이기도 하다.이러한 놀라운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자 명칭을 '아래 아'로 부를 수는 없다. '아래 아'라는 명칭이 일제 강점기 때부터 부른 것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이 명칭이 누구에 의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발음되는 위치가 'ㅗ'보다 아래라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은 듯하다.이 글자의 발음법에 대해서는 세종이 1446년에 펴낸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에서 밝혀 놓았다. 그것을 좀 더 풀어서 정리해 보면, 입술은 ㅏ 보다는 좁히고 ㅗ 보다는 더 벌려 내는 소리로 입술 모양이 'ㅏ'처럼 벌어지지도 않고 'ㅗ'처럼 오므라지지도 않는 중간쯤 되는 소리다. 혀는 'ㅏ' 와 'ㅗ'와 같이 정중앙 쪽으로 오그리는 것으로 'ㅡ'를 낼 때보다 더 오그리고 혀를 아예 오그리지 않는 'ㅣ'보다는 훨씬 더 오그리는 소리다. 혀뿌리를 중앙으로 당기듯이 오그리다 보니 성대가 살짝 열리면서 소리는 성대 깊숙이 울려 나온다. 곧 후설저모음으로 입술 모양은 둥근 모음과 안 둥근 모음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다.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하늘아의 발음 특성이 매우 섬세하여, 현대인들은 국어 전문가들조차 이미 굳어진 다른 기본 모음과 명확하게 구별해 내지 못한다. 절대음감 수준의 놀라운 소리 분석력이 있었던 세종이었기에 이 소리를 정확히 포착할 수 있었고 문자로 만들 수 있었다.이 문자의 가치는 다른 모음자의 창제를 가능하게 하고 전체 모음자의 짜임새를 매우 합리적으로 만들게 했다는 점이다.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둥근 점의 특성으로 인해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짧은 획은 모든 아래 아 점)와 같이 'ㅡ ㅣ'를 중심으로 위아래, 좌우로 문자 확장이 이루어졌다. 전 세계 언어 가운데 한국어는 모음이 가장 발달된 언어이다. 세종은 이러한 우리말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하여 그것을 문자로 만든 것이다.이렇게 중요한 글자의 명칭을 '아래 아'로 부르는 것은 한글의 가치와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하늘 아'로 부르면 글자의 유래와 가치를 온전히 드러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도 합리적인 이름을 가르칠 수 있어 한글 정신과 국어 의식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물론 다른 모음은 '아야어여오요우유'와 같이 발음 자체가 명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발음 그대로 부를 수가 없으므로 특별 명칭을 통해 그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 주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5-29 김슬옹

길은 원래 있었던 게 아니다

세상의 모든것에 대해고정 관념에서 벗어나탄력적이고 지혜롭게창조적 시각으로 접근열정과 패기로 무장각자 길을 만들어가야요즈음 우리 학교의 주요 회의와 행사가 열리는 곳에 가면 눈에 띄는 것이 '길'이다. 가지 않은 길, 미래의 길, 대학의 길, 배움의 길 등 과거 여느 때와 달리 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어 참 좋다. 길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노라면 무엇보다 조선 최고의 지리학자였던 신경준이 "길에는 주인이 없다. 그 위를 가는 사람이 주인일 뿐이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각자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창조적인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나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객관적 대상들은 독자적으로 의미나 가치를 지니기보다 인간에 의해 판단되고 결정된다. 더욱이 대상으로서의 모든 사실, 사물, 현상 등은 반드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변하기 때문에 가치판단의 주체인 인간의 탄력적이며 지혜로운 시각이 절실히 요청된다.심지어 고정된 사물이나 현상이라 할지라도 관점을 달리하여 생각하면 새로운 모습과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 참신한 시각이 없을 때 모든 사물과 현상은 단지 존재할 뿐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지 못할 것이며,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진보는커녕 정체되다 못해 퇴보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백남준의 작품은 폐물이 된 모니터에 생동감 있는 영상을 결합시켜 새로운 구성과 형태로 창조됨으로써 생명이 부여되었다. 그는 평범을 비범으로 만들고 못쓰게 된 물건을 주옥과 같은 예술품으로 전환시키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예술과 과학이 하나가 되어 감동을 넘어선 충격을 주는 것은 관점의 차이가 이끌어낸 성과이자 가치의 창조임에 틀림없다.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저 유명한 화가 고흐도 생전에는 '붉은 포도밭'이라는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을 뿐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해바라기'는 3천6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그것은 그의 그림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이 참신한 시각에서 그의 그림을 바라보지 못했기에 고흐는 생전에 불우한 삶을 살다 간 것이다.일찍이 가난 극복을 주요 과제로 삼았던 연암 박지원은 관념적 논의에 머물던 사대부들의 학문풍토를 뒤로 하고 청나라의 수도 연경을 다녀왔다. 기와조각이나 벽돌에서부터 도로나 수레 등에 이르기까지 편리하게 정돈된 청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은 그는 조선 선비들 사이에 유행하던 소중화주의나 북벌론 등 청나라 배척의 위선을 꼬집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용후생의 학문을 주장했다.그는 벼재배와 누에치기 등에서 실용적 농법을 시도했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청나라의 시장과 상업, 건축과 공업 등 선진적인 분야에서 필요한 것은 빠뜨리지 않고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국애민의 정신이 투철했던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마침내 온갖 기술이 정교해지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고 군대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으며 백성을 잘 살고 장수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거중기를 만들고 화성을 축조하였다.인간의 행복은 다양한 분야에서 구현될 수 있다. 특히 위와 같은 예술이나 과학 등에 의하여 행복이 뒷받침될 수 있는 오늘날 사회에서 미학적이며 실용적인 결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무릇 이런 성과와 진보는 인간사회의 복지화를 선도하는 근간이 되고, 마침내 인류의 소망이라 할 수 있는 고도의 문화세계창조에 기여하게 된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새로운 인문정신을 계발하고 끊임없이 과학문명을 발전시키려는 우리들의 진지한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가장 성공한 한상(韓商)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은 수 년 전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의 해법을 성장 동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그룹에서 30여명의 한국 대학생을 채용한 뒤 현장경험을 위해 벌목현장에 배치했지만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다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지금 외국에서 성공한 한상은 열정과 패기로 어려움에 도전했던 사람들이다.새로운 시각과 창조적인 사고의 길에는 더욱 열정과 패기의 치열함이 요구될 것이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5-21 이화형

물관리의 방향을 바꾸자

부족한 하수처리 시설개선보다차라리 지하 침투량 늘려서관로로 유입되는 양 줄이거나공원과 물 저장 기능동시에 가능한 다목적 공원조성하는게 더 효과적이다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지금까지의 경제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가 아주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조속하고 적극적인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문제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산업생산체계의 획기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이미 일부 IT분야나 자동차분야 등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는 각종 경제포럼의 주요 의제로 자리를 잡았다. 유명한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따르면 생물의 다양성 훼손, 질소 순환 문제에 이어 기후변화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는 인자로 물 문제를 꼽고 있다.이 중에서 물 문제는 점점 더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물의 원천이 되는 강우에 영향을 미치는 증발량이 증가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증발량이 크게 증가되어 세계 곳곳에서 멀쩡하던 호수가 사라지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몽골 등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 증가된 증발량은 강우량의 증가로 나타난다. 이로 인하여 많은 지역에서 홍수피해가 가중되고 있으며, 이와는 반대로 가뭄지역에서는 가뭄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와같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을 배제하고 하수관로를 확장하거나 하천의 폭을 넓혀왔다. 또는 댐이나 저류지 등 물을 가두어두는 그릇을 크게 만들어서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해 왔었다. 그러나 강우 증가에 이은 도시의 급속한 성장과 지하침투율 저하문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물관리체계로는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물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자는 강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우선적으로 물관리의 기본방향을 '탄력적인 물관리'로 바꾸자는 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원래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어떠한 충격을 받았을 때 빠르게 본래의 기능으로 회복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시설의 용량도 문제이다. 강우에 따른 홍수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강도도 과거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빈도라 할지라도 홍수량이 크게 달라진다. 이로 인하여 과거 20년이나 30년을 기준으로 지하에 묻어놓은 하수도의 용량이 크게 부족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 시내를 공사판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보다는 차라리 지하 침투량을 늘려서 관로로 유입되는 물의 양을 줄이거나 공원과 물 저장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다목적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녹색지붕, 지하 빗물저장탱크 등도 이러한 개념 변화에 부응하는 시도이다.두 번째로는 홍수교육, 홍수 예경보 시스템, 홍수보험과 홍수지도, IT기술을 가미한 스마트한 물관리 프로그램의 적용. 홍수터 공간의 다목적 활용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의 적극도입이다. 이와같은 방안을 통틀어 비구조물적 물관리 방안이라고 하며 점차 활용도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교육은 홍수나 가뭄을 근본적으로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주에서 10년간 연구자료에 따르면 교육만으로 부상피해가 70% 감소되며, 홍수위험교육으로 홍수 피해를 45% 감소시킨 사례조사결과도 있다. 홍수예경보 효과도 뛰어나서 5시간 미리 홍수를 예보하면 피해액이 20%이상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셋째로, 물관리 정보와 행동 매뉴얼이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이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내 집에 들어오는 물의 수질이 센서를 통하여 내 눈으로 확인되는데 큰 돈을 들여 생수를 사 먹을 이유가 없고, 피해가 예상되는데 홍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소비자의 적극적 동참은 물관리의 선진화뿐만아니라 에너지를 효과있게 절약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물관리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국민들의 부담도 줄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초석을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5-14 최계운

가족의 달 5월에 본 가족의 현주소

불안전한 일자리와 청년실업한집건너 한집 조기퇴직자 자영업빚권하는 사회가 몰고온 가계부채소득60% 주거비로 쓰는 월세살이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교육비 등벼랑끝에 선 790만가구 한계가족가족 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이미지가 있다. 따뜻함, 푸근함, 안락, 평화, 이해, 수용 그 밖에도 편안함을 주는 느낌이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그곳, 따뜻한 밥과 사랑이 있는 곳, 언제까지 나를 기다려 줄 것처럼 여겨지는 마지막 그곳이 가족이 주는 느낌이다. 코와 입매가 닮은 사람들이 된장 한 뚝배기에 반찬 한두 가지, 밥 한공기로도 풍족함을 느끼는 것이 가족이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가족을 담고 있는 그릇, 가정이 한계상황에 와있다. 문제는 그 한계가 쉬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최근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 속에서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를 사례와 함께 분석한 '한계가족'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지금 경제 침체 혹은 경제 위기 상황이 정부가 분석하고 내놓는 현실보다는 훨씬 심각하게 가정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 분석을 근거로 2인 이상 가구의 23.5%인 310만 가구는 월 소득보다 지출이 많으며, 이 적자 가구에 속하는 가구원수는 906만명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바로 310만에 달하는 적자 가구가 벼랑 끝에 서 있는 '한계가족'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또 비록 적자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한 걸음만 밀리면 벼랑 끝에 서게 될 가구 수도 480만 가구에 달하는데 이 가족 역시 시간이 지나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험이 매우 큰 한계가족 예비군으로 분류한다. 결국 한국경제 전체로 보면 한계가족은 전체 60%에 달하는 790만 가구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우리가족은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며칠 전 나는 87세 한 노인을 만나 그분의 어려움을 들었다.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결혼하였으나 일찍 사별하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면서 알뜰살뜰 모아 일산에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하였다고 한다. 전 재산이 이집 한 채인 이 노인은 추후 더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차액으로 살다가 역모기지로 남은 생을 살거라는 소박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분양가에서 2억원 이상 집값이 하락한 지금 집을 팔아 은행 빚을 갚고 나면 살 곳은 물론 당장 몸 의탁할 곳이 없다고 한다.점심시간에 모여 앉은 직원들은 대부분 40대로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여성들이다. 빚 이야기가 나오니 빚없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받은 융자빚으로 벌써 몇 년째 이자만 갚고 있는데 그 액수가 급여액의 약 30% 정도라고 한다. 아이 교육비와 약간의 부모 용돈을 제하고 나면 한달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졸업한지 3년이나 된 제자가 찾아왔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이제는 어디라도 취직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겨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5년째 사귀어 온 여친과도 정리하고 3포(결혼포기, 취업포기, 출산포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취직해서 부모님을 도와드리겠다는 꿈은 그냥 꿈이 되고 학자금 융자마저 고스란히 허리 휜 시골 아버지 몫이라고 허허롭게 웃는다.이들이 요즘 한국사회의 보통 가족이 처한 현실이고, 전형적인 한계가족 모습이다. 불안전한 일자리와 청년 실업, 조기 퇴직이 불러온 한집 건너 한집 자영업자의 현실, 자고 나면 오르는 생활 물가, 빚 권하는 사회가 몰고 온 가계부채, 소득의 60%를 주거비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월세살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교육비 문제, 노후 준비도 못하고 맞이한 현재 100세 시대의 노인의 삶이 한계가족 양산 현실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사회는 가족이 처한 현실을 각 가족의 문제로 보고 거기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답이 안 보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가족이 처한 현실이 한국사회의 분배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점이다. 그래서 분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족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나마 한계가족 예비군마저 한계가족으로 편입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가족이 처한 현실이 아프다. 누구나 땀 흘려 최선을 다해 일하면 최소한 가족의 삶을 유지하는 평균적인 삶은 유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도 욕심일까?/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5-08 한옥자

어른들과 아이들의 '양치기 소년' 토론대회

부모들 "남의 입장 전혀 고려않고재미위해 신뢰이용 거짓은 잘못"아이들 "심심해서 속이게 만들고소년마음 못 헤아려준 어른 잘못"팽팽한 주장이었지만 승패 떠나많은대화 자체가 '모두의 승리'2013년 4월 20일. 서울 구로도서관(관장·이명하)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어른과 초등 5·6학년 아이들의 4대4로 이루어진 작은 토론대회가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부모였으므로 부모와 아이들과의 토론인 셈이다. 주제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 소년의 거짓말이 과연 나쁜가, 아니면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큰가였다. 사회는 글쓴이가 봤다. 미처 녹음을 하지 못해 전반적인 흐름을 글쓴이가 재구성해 보았다.먼저 각자 소년을 지지하는 쪽과 어른을 지지하는 쪽의 근거를 모두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좀 더 합리적인 생각과 토론을 위해 각자의 의견이나 주장과 관계없이 대립된 논점을 모두 정리하고 생각해 본 것이다. 마지막 토론에서 어른들은 "아무튼 소년의 거짓말은 잘못됐다"는 쪽에 섰고 아이들은 "소년의 거짓말보다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크다"는 쪽에 섰다.아이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어린 소년에게 늑대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한 곳에서 양을 돌보도록 한 것은 어른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른들은 늑대가 나타나면 어른들이 바로 달려가서 구해줄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린 소년이 심심하지 않도록 친구와 함께 양을 돌보거나 무섭지 않도록 어른과 함께 양을 돌보게 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어른들은 그보다 더 힘든 일을 해야 하므로 그나마 쉬운 일에 속하는 양 돌보기를 소년에게 맡긴 것이고 다른 소년소녀들도 그 당시에는 각자 자기의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또한 아이들은 어린 소년이 늑대와 마주쳤을 때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평소에 비상 연락체계나 안전망을 구축해 두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한 것은 어른의 잘못이라고 되받았다. 이에 대해 어른들은 그 당시에는 전화나 119같은 비상망이 없었으므로 소년을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어른들이 있었으므로 소년이 거짓말만 안 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토론은 백중지세였다. 어른들은 원래 거짓말은 나쁘다고 강조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심심한 상황에서 거짓말 놀이를 할 수밖에 없는 소년의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하느냐고 맞받았다. 하지만 어른들은 본인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남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소년의 태도는 나쁘며 본인의 재미를 위해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이용했으므로 나쁘다고 꾸짖듯이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들은 기죽지 않고 신뢰가 중요하지만 소년의 입장에서는 신뢰보다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더 절박한 문제였다고 보았다. 또 소년의 입장에서는 끝까지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았다.마지막 쐐기는 아이들이 박았다. 소년의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른들 잘못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었다. 아주 심심해서 거짓말을 하게 만든 것도 어른이고 소년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도 어른들 아니냐는 것이다.이것은 개인의 주장과는 관계없이 팀별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이었기에 최종 자기 생각을 쓰는 논술문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한 어린이는 토론 훈련을 위해 어른들의 의견을 일일이 반박했지만 자신은 소년의 거짓말은 어쨌거나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심심했어도 마을 사람들을 속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심함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른들의 반성도 있었다. 양치기 소년이 나쁜 목적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기에 이해하고 소년을 끝까지 돌보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그만큼 평소 소년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였음이 분명하므로 어른들이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적었다.토론의 전반적인 흐름은 백중지세였으므로 심사위원은 나이가 적어도 한참 적은 아이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승패를 떠나 부모님들과 그 자녀들이 마주 앉아 인류의 고전인 옛 이야기로 풍성한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모두의 승리였다./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4-30 김슬옹

경제, 의리를 먼저 생각하다

조선 최고부자 변승업 조부는거지행색의 허생에게 1만냥을꿔줄 정도로 인색하지 않았다돈이 많은 부자이건 상인이건그들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더 소중한 '신의'를 택했던것며칠 전에는 학회의 큰 행사를 앞두고 식당에 예약하러 갔다. 늘 다니는 곳이라 아무 걱정도 않고 예약을 하러 간 것이다. 그 식당은 날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학교 인근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집이다. 예상치 않게 행사가 있는 토요일의 경우 단체손님에게는 소고기만 판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평소에 먹던 삼겹살 정도면 많은 회원들이 저녁 한 끼로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간 나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집으로 학회준비를 하던 학생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신발을 잃어버리고 슬리퍼를 끌고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물론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듣질 못했다. 어이가 없지만 무슨 말을 한다는 게 귀찮기도 하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남들 따라 그 집에 오늘도 드나들고 있다.과연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인가. 과거로부터 있었던 일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경제관련 학자들의 견해에 주목할 수 있다. 우주과학자 홍대용은 노동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양반들도 생산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홍대용은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한다 해도 진실로 의리를 먼저 하고 이익을 뒤로 해야 한다"고 했다. 선박통상으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경제학자 이중환조차도 갑자기 거부가 되고 지나치게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대부가 이런 짓을 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이익을 얻어 관혼상제의 비용에 대비하면 해로울 것이 뭐 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실학자 이익, 정약용 등은 물론이요 심지어 김옥균 같은 급진개화파의 인물도 마찬가지로 경제에서 의리가 먼저임을 역설했다.학자들의 주장만이 아니었다. 실천적인 삶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경주 최부잣집은 1년에 1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 사지 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라는 등의 가훈이 있었기에 12대 300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박지원이 지은 '열하일기'에 나오는 조선 최고의 부자 변승업의 조부는 거지 차림의 허생에게 1만 냥을 선뜻 꿔 줄 정도로 타인에게 인색하지 않았다. 돈이 많은 부자든 상인이든 그들에게 돈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더 소중한 것은 '신의'였던 것이다. 한양 종로에 있던 육의전의 상인사회에는 독특한 문화가 계승되고 있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단골손님의 명부인 '복첩'을 넘겨주는 것으로 가정경영권이 이양되었다. 따라서 상인들은 복첩을 조상의 신주단지 모시듯 극진히 받들었다. 육의전의 규모는 가게의 크기나 거래의 빈도로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오래된 단골손님을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 즉 복첩의 두께로 가늠했다. 육의전에서 이렇듯 신용을 복이라 했으니, 경제에서의 '신의'의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물질에 대한 욕심으로 인간의 정직성과 순수성이 훼손되는 점을 경계했던 한국인의 정신을 엿보게 되며, 경제를 포함하는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윤리성을 중시하는 한국문화적 특성을 확인하게 된다.몇 년 전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 10여개 국가의 외국출신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한국의 부정부패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7년 홍콩소재 위험컨설팅회사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가 발표한 아시아 부패인식도 조사에 의한 청렴도 순위를 보면 중국이 7위, 한국이 8위였다. 가장 청렴한 곳은 싱가포르였고, 일본은 홍콩에 밀려 3위로 떨어졌으며, 가장 부패한 국가는 조사대상 13개국 중 13위인 필리핀이었다.희망은 있다. 10여 년 전 전경련에서는 경영윤리시찰단을 미국에 보낸 바 있다. 이윤보다 사람을 배려하는 새로운 윤리가 어떻게 안착되고 있는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케임브리지대 장하준(경제학)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2010년 말 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도 경제에서 요구되는 도덕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학자들은 속깊은 인간관계와 집단적 생존만이 기업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새로운 윤리'를 주장하고 있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4-24 이화형

물 복지의 실현과 딜레마

지자체, 물값 올리는 이유시민들에 자세히 설명하고충분한 공급과 수질도 보장돼야또한 안정적 공급위해 땅속관로사전 점검후 적기에 교체하면되레 비용 절감효과도 가져와최근들어 복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우리는 종종 복지를 얘기할 때 돈을 무료로 제공받는다든지 의료나 교육에 대한 무상혜택만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병을 치료할 때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든지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학원까지도 다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복지국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료나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필수적인 물이나 호흡할 수 있는 맑은 공기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다면 어찌 행복하게 산다고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복지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 요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물 복지는 가장 근본적인 복지의 하나이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하루라도 먹는 물이 공급되지 않거나, 먹는 물은 있다고 하더라도 음식을 만들거나 목욕,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물 공급이 며칠동안 원활하지 않을때의 불편함과 하수도 혜택이 없는 경우에 질병으로부터의 위협과 오염으로부터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물 복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 공급이 충분해야 하고 또한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수질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물 복지의 혜택은 도시에 있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시골이나 섬 지역에 있는 주민들도 동등해야 함은 물론이다.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대도시의 경우 먹는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나 하수도가 잘 보급되어 있지만 시골이나 섬 지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시골이나 섬 지역의 경우 동등한 수질의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1인당 소요되는 경비가 매우 커서 시설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이른바, 편익과 비용의 비율을 나타내는 B/C가 맞지않아 시설 투자 결정이 어렵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되고 많은 시민들이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우리에게는 혜택을 받는 것이 복지인 것처럼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내가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에는 그다지 익숙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혜택을 받을 섬 주민들에게 엄청난 시설비를 지불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우리는 이러한 물 복지를 위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하여 시민적 공감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첫째로, 이제는 물 값에 대하여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종종 지자체가 물값을 올리는 것에 대한 시민적 저항에 관한 뉴스를 접하곤 한다. 물론, 맹목적으로 물값을 올리는 것에 대하여는 충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물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고 충분한 수질을 가진 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비용을 분담하는 것조차도 막아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둘째로, 우리나라의 물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과학적 계획과 운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전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사고가 나거나 한계에 부딪쳤을때 우왕좌왕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땅속에 묻혀있는 관로에 대하여 충분한 모니터링과 사전 점검이나 대비, 시설의 적기 교체는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문제는 이와같은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를 위한 비용도 원활히 조달되지 못하여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수요자들에게는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시설이 충분히 보완되고 교체된다면 수돗물에 비하여 500배나 비싼 시중의 물과 동등하거나 더욱 좋은 품질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우리 시민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이와같은 공감을 위해서는 요금으로 징수된 돈이 낭비되지 않고 제대로 효과적으로 쓰여진다는 보장이 우선시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4-17 최계운

1인 가구 증가, 그 변화 담을 적극적 정책 필요

젊은층 만혼·비혼 급증하고이혼·별거·홀몸노인도 늘어정책기준인 4인가구 비율 앞질러대부분 사회적 고립 고통 심각경제적 어려움 겹쳐 사회문제 우려'나홀로 가족' 지원안 만들어야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받아 반영하는 곳은 시장이다. 요즘 시장에 나가면 소형화가 대세다. 1인용 밥솥, 소형 냉장고, 로봇 청소기, 소형 가구를 넘어 소형 벽걸이 세탁기가 출시되는 등 1인용은 소비 흐름의 변화를 가져오고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1인 가구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1인 가구를 반영한 시장의 모습이다.현재 한국사회의 1인 가구 증가는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우선 젊은 세대의 결혼관 변화로 인한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고 취업난으로 가족 형성이 늦어지고 있다. 이혼을 하거나 별거하는 중·장년층과 평균 수명 연장과 남녀 간 수명 차이가 만들어낸 혼자 사는 노인, 그리고 취업으로 원가족과 떨어져 사는 층이 1인 가구를 형성하는 축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든 사회정책의 기준이 되었던 4인 가구가 2010년 22.5%였던 반면 1인 가구는 23.9%였고, 지금부터 약 10년 뒤인 2025년이 되면 31.3%로 3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준비없이 맞이한 고령화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듯 1인 가구 증가 역시 다양한 사회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1인 가구원 중에는 전문직 고소득자로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부류는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사회적 고립으로 고통을 받는 가구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1.0%가 자발적으로 1인 가구를 선택했음에도 30.5%가 심각한 우울을 경험하고 있고, 5.3%는 자살 충동을 자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회적 고립으로 오는 고독과 절망은 커져 중장년층 자살 및 결국 세계 제일의 노인 자살률로 이어지는 고리에 나홀로의 삶이 있다.1인 가구 문제는 비단 심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조사에서도 1인 가구원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KDI 보고서에서도 1인 가구의 경우 미취업자가 46.0%로 4인 가구의 4배에 달하고,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의 20.5%, 40대의 29.7%가 미취업 상태라는 보고서를 내놔 1인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의 정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부분 국민 소득의 주요 원천이 근로소득임을 감안할 때 30~40대의 미취업은 현재 상태가 어떻든 점차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물론 1인 가구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독일은 대도시 가구의 29%가 1인 가구이고, 일본 역시 1인 가구 증가를 큰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미국도 지난 60년 동안 가장 큰 변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을 꼽으며 맨해튼의 절반가량이 1인 가구로 추정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 1인 가구 증가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한국사회의 가족 구조 변화가 너무 급속하게 변화된다는 것이고,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고 복지정책의 전반적 기조가 2세대 4인 가족에 머물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인구 구조 변화를 포함해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족 구조의 변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특히 과거처럼 4인 기준 2세대 핵가족을 제외하고 문제 가족이라는 시선으로 1인 가구 증가를 바라본다면 그 해답은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선택해서 1인 가족이 되었든, 아니면 어쩔 수 없이 1인 가족이 되었든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후 다양한 가족유형의 한 유형으로 '나홀로 가족'이 가질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현재 해결되지 못한 어려움이 더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물론 사회복지 정책만으로 나홀로 가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인정과 노력, 그리고 마을 안에서 1인 가족이 안심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양한 장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4-09 한옥자

흠경각을 복원하라

임금침실 강녕전 지근거리 위치양부일구·자격루 등 설계조선 최고의 과학연구소 불구현 정부 창조과학 발전 말하며복원 방치… 한심하다 못해 참담박 정부 묶인자물쇠 빨리 풀기를대한민국 수도 중심부에 있는 경복궁 근정전 바로 뒤에 조선 임금들의 침실이었던 강녕전이 있고, 강녕전 가까운 곳에 '흠경각'이 있다. 세종이 밤낮으로 과학 연구에 몰입하기 위해 1438년에 세운 흠경각. 지금은 큰 자물쇠로 잠겨 있어 복원된 건물만이 침묵 속에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곳이다.'흠경'이라는 이름은 유교의 5대 경전 가운데 하나인 '서경'에 "공경함을 하늘과 같이 하여,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 준다[欽若昊天, 敬授人時]"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천문을 관찰하여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 준다는 '관상수시(觀象授時)'는 임금의 가장 큰 책무였다. 세종은 바로 그 책무를 가장 충실하고 정확하게 지킨 임금이었다. 세종의 관상수시 정책의 핵심은 1434년에 제작한 앙부일구였고 역시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여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킨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였다. 흠경각은 바로 자격루 시계를 중심으로 한 각종 천문 기계를 설치하고 세종이 수시로 드나들며 연구하던 곳이었다. 한밤중에도 시계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 궁녀들이 귀신 나오는 집이라고 쑥덕거렸다는 뒷이야기가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김돈이 정리한 흠경각기(세종실록)에 의하면 "대호군 장영실이 건설한 것이나 그 규모와 제도의 묘함은 모두 임금이 마련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혀 세종이 직접 기획하고 설계에 참여하여 장영실로 하여금 세우게 한 조선 최고의 과학 연구소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내부 설비를 복원하지 않은 흠경각은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역사 전문가이자 극작가인 신봉승은 2009년에 공개 칼럼에서 "을 복원할 궁리도 못하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입에 담는 우리 정부의 몰지각은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다는 생각이들 뿐이다(데일리안http://www.dailian.co.kr)."라고 질타한 적이 있다. 이러한 질타를 위정자들과 문화재청 관리들이 듣지 못해서인지 그로부터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흠경각은 옛 영화를 그리워하며 자물쇠라는 포승줄에 묶여 분노의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흠경각 복원의 필요성은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통해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기술로도 놀라운 실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시간을 맡은 인형 하나가 붉은 비단옷 차림으로 산을 등지고 섰으며, 인형 무사 셋은 모두 갑옷 차림인데 하나는 종과 방망이를 잡고서 서쪽을 향해서 동쪽에 섰고, 하나는 북과 부채를 잡고 동쪽을 향해 서쪽에서 약간 북쪽으로 가까운 곳에 섰고, 하나는 징과 채찍을 잡고 동쪽을 향해서 서쪽에서 약간 남쪽으로 가까운 곳에 서 있어서, 매양 시간이 되면 시간을 맡은 인형이 종 치는 인형을 돌아보고, 종 치는 인형도 또한 시간을 맡은 인형을 돌아보면서 종을 치게 되며, 두 시간(경)마다 북과 부채를 잡은 인형이 북을 치고, 매점마다 징과 채를 잡은 인형은 징을 치는데, 서로 돌아보는 것은 종 치는 인형과 같으며, 경·점마다 북 치고 징 치는 수효는 모두 보통 시행하는 법과 같다."기록의 일부만 봐도 이 정도다. 세종의 놀라운 과학 업적은 자동 시계 자격루가 발명된 세종 16년 1434년부터 훈민정음이 창제된 세종 25년인 1443년 사이 10년에 집중된다. 그 기간의 딱 중간 지점인 1438년에 온갖 과학 발명품을 집약시켜 집대성한 통합과학 연구소 흠경각이 세워진다. 흠경각은 민본주의와 과학과 문화의 꽃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다시 지금의 흠경각을 보라. 일제가 한국의 기를 죽이기 위해 박은 쇠말뚝 같은 묵중한 자물쇠를 박아 놓았다. 숨이 턱턱 막힌다.최근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를 다녀왔다. 그들은 철저한 역사 유물 보존과 복원을 통해 진정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 그들의 성실한 노력 덕에 관광객 폭주라는 경제 이익까지 얻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명백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조차 복원을 못하고 역사 유물의 가치를 한없이 떨어뜨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와 과학을 중요하게 여긴다니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경복궁 안에 있는 흠경각을 제대로 복원하라. 흠경각은 세종의 철학과 과학, 민본주의 정치 이상과 현실의 결정체였다./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4-02 김슬옹

잘해주기는 쉬워도 가르치기는 어렵다

폭력 잇따르는 학교 현장공리에 치중 인성교육 소홀탓가르치는 일 '敎鞭'이라 하는데회초리를 든다는 뜻교육은 큰 사랑 전제로 이뤄져야믿음 주는 스승·부모 역할 중요교사가 아들을 때렸다는 이유로 교사들에게 폭언을 하고 담임교사를 폭행한 학부모가 구속됐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어쩌다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과연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학교는 필요하기나 한 것인가. 이제 교육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2010년 진보성향의 교육자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서울 동작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피해 학생들의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었고 6학년 담임교사는 직위해제 되기에 이르렀다.학생인권조례도 필요하겠지만 교권조례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아니 어린 학생들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교권부터 바로 서야 할 것이다. 언론에 의하면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잠을 보충하고 상쾌하게 학원에 간다고 한다. 학교가 황폐화되고 믿을 만한 교사가 없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있겠는가. 자기 자식이 최소한의 윤리나 기강도 무너진 학교에 다니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무엇보다 가정이 먼저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읽은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글이 지금도 생생하다. 자기도 어린이지만 요즘 애들이 너무 예절을 지키지 않아 한 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어느 날 학원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안에는 다른 어린이와 부모가 같이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어린이가 자기네 집인 양 하도 쿵쾅쿵쾅 뛰는 바람에 짜증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했으며, 거기서 그 어린이의 부모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공리(功利)교육에 치중하면서 인성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이다.전통적인 서당교육을 보자. 서당에도 여러 유희학습이 있고 가마싸움 등 집단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루는 아이 셋이 놀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떡 네 개를 주면서 똑같이 나눠 먹으라면서 떠났다. 어떻게 나눠 먹어야 하는가가 문제다. 하나씩 나눠 갖고 남은 하나까지 삼등분해서 나눠 먹으면 된다. 하지만 훈장은 그 대답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가까이 들판에 서있는 작은 돌부처와 넷이서 하나씩 나눠 먹는다는 것이 정답이란다. 놀이도 남을 배려하는 인성교육과 연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인성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실용교육이 도외시되었던 점 등의 부작용도 있었다.교육은 큰 사랑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조선 실학자 이덕무가 어린이의 본성과 좋아하는 취미 등을 함부로 막지 말라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침내 이덕무는 스승의 자질을 문제 삼아 아이들의 입장에서 인품과 지혜 없이 지식과 재주만 뽐내는 자를 스승으로 삼지 말기를 충고하고 나섰다. 이율곡이나 정다산이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도에 앞서 부모로서의 자식 사랑을 먼저 언급한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잘해주기는 쉬워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오늘날 체벌을 없애야 한다는 이름 아래 사랑의 매까지 증발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고대 희랍 스파르타의 축제일로 '회초리 치는 날'이 있었음을 상기하게 되는 것도 내 자녀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정한 우려 때문이 아닌가. 수원의 모 고교는 학원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딱 부러지게 공부를 시키고 생활습관도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학부모들은 학년 초에 떡매 수 십 개를 손수 만들어 학교에 전달한다고 한다. '떡매'는 엄격한 생활지도를 상징하는 수성고의 전통이다. 가르치는 일은 '교편(敎鞭)'이라 하는데, 회초리로 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 큰 걱정이다. 문제는 배우는 아이들이 아니라 '철없는 어른들'이라는 것이다.어느 시대든 스승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교육은 신뢰에서 출발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믿음, 동료 교사 간의 믿음, 학부모와 학교 간의 믿음이 없으면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3-27 이화형

'세계 물의 날' 단상

동아시아 유일 물 시범도시 인천물 문제 줄이기 다양한 노력에도식수원·홍수범람 등 과제 산적관련 사업 전체적 검증위해관청·시민·NGO 등 힘모아실질적인 해결방안 만들어야지구상에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국가에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어 강이나 바다가 오염됨으로써 먹을 수 있는 물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이러한 물 관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물 자원을 보호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1967년 세계물평화회의를 시작으로 1972년 국제연합 인간환경회의, 1977년 국제연합 수자원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며, 1981년에 국제 식수공급과 위생에 대한 10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UN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UN에서는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하여 1992년 12월 제47차 UN 총회를 통하여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 선포하였다. 올해는 UN에서 10년 만에 다시 정한 물의 해로서 '세계 물 협력의 해'를 주제로 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물에 대한 심각성을 되새기고 불평등과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협력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3월 22일을 '물의 날'로 제정하였다.인천광역시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5차 세계물포럼을 통하여 지정된 동아시아 유일의 물 시범도시(Water Champion City)이며, GCF 사무국 유치로 인하여 물과 환경에 대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잠재력을 가진 도시이다. 그동안 국내 최초의 민관 합동 환경단체인 인천하천살리기 추진단 활동, 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인천물선언, 세계도시물포럼 등 다양한 활동으로 물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하여 노력해 왔었다. 특히나 물복지 향상과 물관련 불평등 해소를 위하여 첨단기술을 접목한 물관리 기술인 Smart Water Grid가 인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발전 잠재력은 크지만, 얼마나 노력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그러나, 인천광역시는 여전히 식수원이 없어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상수 원수를 취수해야 하는 입장이며, 140여개의 도서지역 중에서는 연륙도서를 제외하면 수돗물 공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곳이 많다. 또한, 복원사업이 진행된 일부 주요 하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천이 복개되거나 크게 오염되어 생태계가 파괴되어 있으며, 지대가 낮고 평탄하여 홍수발생의 위험이 매우 높은 등 다양한 물 문제를 떠안고 있다.이제 인천에서는 실행중인 물 관련 사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인천시에 산재한 물 문제에 대하여 해결할 수 있는지, 더 필요한 사업은 없는지 검토하고 조율하여 물순환 체계의 건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선진적인 물순환 체계를 확보하여 물 시범도시답고, 또한 GCF 사무국이 있는 도시다운 물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이번 '세계 물의 날'을 통하여 인천시에 있는 관청, 일반시민, NGO, 전문가 집단 등이 뜻을 모아 인천광역시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대하여 뜻을 모으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인천의 크고 작은 오염된 하천을 과거와 같이 항상 물이 흐르고 생태계가 살아있는 하천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인천 워터프론트의 통합적 관리를 통하여 생태계가 살아있고,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바닷가를 제공하며, 먹는 물 공급과 수자원 확보를 위하여 최첨단 Smart Water Grid 기술을 적용하는 등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논의하고 그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 물의 날'을 통하여 물에 관심있는 공무원, 일반시민, NGO, 전문가 집단 등이 모두 모여 그 뜻을 함께 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때이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3-20 최계운

국민이 행복한 나라 부탄의 비밀은

히말라야 깊은 산중여행자가 '가고싶은 나라' 1위무상교육·의료 평등 삶 보장가난하지만 '행복'이 국정지표젊은여성 기도 "인류 평화" 감명한국도 신뢰의 정치를… 고민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꼽는 가고싶은 나라 1위가 '부탄왕국'이라고 한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히말라야 깊은 산중에 위치해 어디를 보아도 설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과 아직도 전통 복장을 입고, 전통 가옥이 그림같은 나라에 대한 호기심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좀 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난 겨울 부탄을 다녀왔다. 97%의 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나라, 부탄 정부는 '행복'이라는 극히 추상적인 개념을 어떤 입법 과정을 거쳐 어떤 정책기조로 국민의 삶에 녹아있는지에 대한 학문적 관심과 그런 정부하에 국민들의 실제적 삶은 어떤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부탄은 인도와 중국을 경계로 히말라야 깊은 산중에 숨겨진 인구 70만명의 작은 나라이다. 2008년 5대 국왕인 남겔왕축이 자발적으로 국민을 설득해 입헌군주제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왕의 자리가 세습되는 절대군주제 나라로 공장도, 고속도로도, 철도도 없이 험산에 둘러싸여 국민 대다수가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는 아주 가난한 나라이다. 국가를 유지하는 예산의 대부분은 지형을 이용해 생산되는 전기를 인도에 수출하여 얻는 비용과 여행자들에게 받는 입국비(1일 체재비가 250달러), 그리고 약간의 농산물 수출에 의존한다. 정부는 그 비용을 가지고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무상교육과 평등한 삶을 보장하는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강대국을 지향하기보다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국정지표로 삼고 있다. 은둔의 왕국이 처음 국제사회의 관심권에 들어오게 된 것은 1976년 제4대 국왕인 신게왕축이 'GDP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GNH·Gloss National Happiness)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전세계를 이끄는 중요한 흐름인 물질적 삶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인 국내총생산(GDP)보다는 지속가능 발전을 포함하는 GNH 발표에 실제 국제사회는 너무 상식밖 주장이라는 반응이었고,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부탄에 집중하고 있다. 행복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막장을 보고부터 세계 각국의 중요 정책지표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들여다보면 내용은 좀 다르지만 박근혜 정부 역시 '국민행복'을 국정목표로 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은 그 국가가 처한 상황과 국제 정세 흐름, 국민적 욕구를 통합해 세워지게 된다. 당시 왕은 부탄이 위치한 지리적 위치와 산업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 그리고 부탄 고유의 공동체 문화와 불교 중심 종교관을 유지하면서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으로 GNH를 채택했다고 한다. 40년 전 만들어진 GNH의 내용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 및 경제 발전', '문화 보존 및 진흥', '환경보호', '굿거버넌스' 등 4개 축을 중심으로 해서 9개 부문 33개 지표로 구체화되어 있다. 이 지표는 그 나라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기초 가치로 법률로 제도화 하고 있다.그렇다면 내가 가서 직접 본 부탄의 모습은 어떤가?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비교적 행복해 보였다. 부탄은 국가 전체가 청결하였고, 친절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보아 한국말로 인사를 하던 야채가게 처녀, 서점에서 만난 사진작가, 사원에서 만난 중년 여성, 사원 탑돌이를 하는 노인까지 걱정이 없이 편안하다고 말하고, 그 표정 역시 편안해 보였다. 출근길에 사원을 돌며 기원하는 젊은 여성의 기원은 '인류 평화와 공존'이라고 한다. 그 순간 내가 너무 왜소해 보였다.잠깐 머무름으로 한 사회를 평가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국왕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부탄의 큰 자산이고 정말 괜찮은 지도자를 둔 부탄 국민의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회의 지도자를 포함해 정부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시민사회 단체의 역할을 고민하면서, 자본주의의 침략으로부터 그곳이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행을 마쳤다./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3-13 한옥자

희귀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이 희망을 갖는 나라

희귀암 투병하며10년을 동병상련 '기부천사'난치병 환자들에게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잘못된 의료시스템·정부 제도약자 지원은 통치의 기본덕목위장관기저종양(GIST)이라는, 방사선 치료조차 안 되는 희귀암을 앓고 있는 암환자이면서 더 어렵고 힘든 이를 10년이나 도와 온 사람. 병실 치료보다는 기부공연행사를 통해 희귀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을 나눠온 사람. 지금은 병세가 악화돼 그의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인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된 사람. 기부 천사 김성환(44)이 바로 그 사람이다.필자도 2011년 어느 강연장에서 그를 처음 만나, 삐쩍 마르긴 했지만 일반인보다 더 자주 웃는 이 사람이 진짜 환자인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도 8년 전에 병원에서 포기한 사람이었지만, 나눔의 마음이 하늘을 움직여 이 정도의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김성환은 본인 강의보다는 기부 공연이나 기부 강연 행사를 열어 희귀난치병의 실상을 알리고 서로 돕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더 힘써 왔다. 필자도 그의 그런 운동 방식에 감동하여 따뜻한 겨울나기 재능 기부 공연을 한 바 있다. 2011년 12월 10일, 피아노와 시가 만나 이루는 아름다운 밤이라는 공연으로 피아니스트 우영은씨가 이야기와 피아노를 맡고 나는 10여 편의 시를 낭송했다.그는 이런 행사 기획의 천재이기도 했다. 공연은 늘 보는 것으로만 여겼던 나에게 큰 무대 공연의 주인공이 되게 하는 마력이 그에게 있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부터 외롭고 힘들 때 외워온 시낭송 재능도 맘껏 뽐내고 중증장애인 박시순님이 운영하는 샬롬의 집에 기부까지 할 수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행사가 많은 분들에게 난치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구실을 했다는 점이다. 올해도 김성환과 함께 이런 행사를 이어갈까 했지만 힘들 듯하다. 그는 지금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의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난치병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잘못된 병원 의료 시스템과 그것을 조장하는 정부의 잘못된 제도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병원비는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분야가 너무 많고 치료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중증 환자와 가족들이 병보다는 이러한 잘못된 의료 제도와 사회 통념에 더 절망하여 희망을 잃어간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선택 진료는 우리나라 병원에만 있는 잘못된 의료시스템이다. 꼭 필요한 진료까지 치료비의 질적 차이로 결정된다면 의사들의 인술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더욱이 중증 환자들은 특정 의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선택 진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최소한 중증 환자들한테는 선택 진료 제도를 없애거나 의료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이러한 병원비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환자들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무서운 사회 통념이다.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조차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고, 설령 운이 좋아 취업이 되었다 해도 배려 부족으로 제대로 근무하기 힘들다.박근혜 새 정부가 4대 중증 질환의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감동적인 정책을 내놓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난치병 문제는 환자 사회적인 문제고 국가 차원의 문제다. 의료비 제도 개선도 다급하지만 난치병 연구비를 지원하고 그들의 경제활동을 돕는 사회 변혁이 절실하다.박근혜 새 정부가 난치병 지원 정책을 축소하는 것은 아닌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예산의 총체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소외된 약자에 대한 정책은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문제도 아닌 통치자가 당연히 해야 할 기본 정책일 뿐이다. 난치병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와 사회 통념을 나눔으로 극복하고자 재능을 기부해 온 김성환이 다시 웃음을 나눌 수 있기를 빌고 또 빌어 본다./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3-06 김슬옹

한국인의 의식주문화 DNA가 달라졌나

옷차림은 예를 갖추는 수단인데몸에 딱 달라붙어 민망할 정도'밥상머리 예절'은 사라져 가고가족들 함께식사 기다릴줄 몰라이웃간 콘크리트벽 소통 차단'우리'라는 공동체의식 아쉬워며칠 전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다가 마침내 살해까지 부른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갈등과 분쟁이 어느 한 집에 국한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이참에 오늘날 의식주문화에 대해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옷을 입는 걸 보면 옷이 몸에 달라붙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요, 아마도 건강에도 안 좋을 듯하다.먹는 걸 보아도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의 장소에서 맛있는 게 있으면 욕심을 내고, 집안에서도 함께 먹기 위해 기다리는 일이 흔치 않다. 거주의 양상을 보면 단독주택이든 아파트든 이웃이 콘크리트 벽으로 차단되어 있고, 집안에서도 각자 방에 들어가 자기만의 생활을 하고 있는 편이다.역사적으로 우리는 예를 표현하는 수단인 복식을 통해서 자신의 반듯한 마음가짐을 표출하고자 했다. 특히 상하가 분리되는 우리의 옷차림은 위아래가 하나인 중국의 치파오나 일본의 기모노와 달리 신체의 선이 드러나지 않는 만큼 활동하기에 편리하고 서양옷처럼 몸에 딱 붙지 않아 생활하기에 적합한 구조다. 물론 이는 좌식생활에 맞는 것이었으며, 이런 풍성함은 여유로움과 고상함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몸에 꼭 맞게 옷을 맞추는 여성들더러 우리들은 박복하다고 했다.양복·양장은 몸에 맞지 않으면 표가 나서 못 입지만 한복은 웬만큼 차이가 나도 입을 수 있다. 넉넉하게 마른 옷은 개인의 소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우리' 옷이 된다. 이런 옷에 대한 개념은 자연스럽게 '옷물림'의 습속을 낳았다. 딸이 시집갈 때 어머니가 몇 달을 걸려 누비바지를 지어주면 그 딸은 다시 딸에게 전수했다. 사내아이들이 장성해서 아버지 옷을 물려받을 때는 축하의 잔치를 베풀었다.우리의 음식문화는 자기 접시의 음식만을 거두는 서양방식과 달리 맛을 함께 공유해 왔다. 찌개 같은 경우, 아예 서로의 숟가락을 그릇 하나에 넣고 휘저으면서 먹는다. '숨어서 음식을 먹으면 감기 든다'고 하는 금기어도 있다. 그릇에 남아 있는 음식 한 점을 서로가 쉽게 가져가지 못하는 것도 집단의식을 함부로 깨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는 '한솥밥'이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을 만큼 별다른 음식이라도 생기면 항상 이웃끼리 나누어 먹는 것이 오랜 습관이다.옛말에 '예절은 밥상머리에서 배운다'고 했다. '음식 먹을 때 잔소리 많이 하면 가난해진다'고 했던 것도 예의범절을 중시한 데서 나온 말이다. 손님이나 어른들에게 먼저 쌀밥이나 맛있는 반찬을 올리고, 웃어른이 먹던 밥상을 물려 아이들이 먹는 '상물림'의 관습이 있었다. 해방 이후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더라도 가장이 수저를 들 때까지 자녀들은 기다리는 편이었다.한국의 가옥은 서양처럼 두꺼운 벽과 문으로 철저히 단절된 구조가 아니다. 마루와 방, 방과 방이 종이 미닫이나 장지문으로 되어 있어 살짝 밀면 열리고 닫아도 말소리가 다 들린다.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건기침 문화도 발달했다. 개방과 소통의 기능은 대청마루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청마루는 스스로 열린 공간이면서 방과 방을 이어줌으로써 폐쇄적인 공간마저 열린 공간으로 확장시키기 때문이다.한옥에는 벽에 붙은 창뿐만 아니라 문이 과다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그만큼 창과 문이 소통과 개방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넓은 마당은 햇빛을 집안에 들이고 바람의 통로가 되는 자체의 열린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외부와 내부,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기능을 함으로써 개방과 소통의 중심 역할을 한다. 마당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넓고 빈 공간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열린 공간의 의미를 극대화시키는 존재이다. 울타리나 대문은 집에 조화되며 사람을 위압하지 않도록 밝게 열린 공간에 기여했다.우리나라만큼 '우리'라는 말이 발달한 나라도 없다. 우리는 나의 남편 나의 아내조차 '우리남편', '우리집사람'이라고 부를 정도다. 원래 우리가 지닌 공동체정신을 살려 모두 열린 의식으로 소통하는 삶을 가꾸었으면 좋겠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2-26 이화형

영흥화전 증설 논란과 단일 전력 요금

수도권 발전용량 62% 인천집중GCF유치 '환경수도 표방' 역설열악한 생활환경 삶의질 떨어져주민불편 고려 차등가격제 필요각종 계획수립·타당성평가 필수영흥화력발전소 7·8호기 증설로 인한 국가 및 지역적 논란이 크다. 지식경제부와 전력 생산을 담당하는 한전과 관련 회사들은 전력 예비량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지속적인 발전소 건립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영흥화력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인천시민과 시민단체에서는 수도권 발전용량의 62%가 인천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시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주장이다.더 나아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면서 환경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규모 수도권 매립지에 이은 대규모 발전소 건립에 따른 대기 및 주변의 환경 악화와 이에 따른 주민들의 갈등 심화,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아울러, 영흥화력발전소는 현재 인천지역내 사업장 총배출량 대비 황산화물(SOx) 68%, 질소산화물(NOx) 30%를 배출하고 있으며 현재 설치되고 있는 5·6호기가 2014년 준공되면 이와 같은 비율은 더욱 증가하여 인천시민의 불편을 가중시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현재, 지식경제부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단순히 전력 생산을 증대하는 사업에 치중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첫 번째는 현재와 같은 접근 방법으로는 각종 발전소 증설 등을 통한 전력을 증설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화력발전소 건립에 따라 온실가스나 대기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방출되면서 받는 피해가 발전소 인근이나 지역에 집중되고 앞으로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고려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발전소 건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따라서, 지역 할당제를 통한 발전 용량의 자립을 유도하고 이를 기준으로 전력수급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지역의 여건이나 주변상황에 의하여 이와 같은 에너지 자립이 어려울 경우에는 지금과 같은 전국적인 단일 요금제를 지양하고 자립을 이룬 지역과 그렇지 못하는 지역에 대하여 보다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통하여 주민들의 불편이나 환경영향 등을 고려한 차등 가격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이는 지금까지와 같이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통하여 전력 소비를 평탄화한 것과 같이 전력 피크 수요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계획을 수립할 때 각 지역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두 번째로는 앞으로 각종 에너지 계획에 있어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획기적으로 증대할 수 있는 방안 수립과 수도시설의 연동 운영 등을 통한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서의 수요조절이나 에너지 절약 등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각종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단순히, 시민들에게만 에너지 절약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설을 이용하거나, 일부 신규 시설의 설치 등을 통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것을 시급히 파악하여 실용화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발전소 건설을 포함하여 각종 유해시설 설치시 발생되는 각종 환경 비용, 간접피해 비용, 사회적 비용 등을 보다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산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에 근거한 각종 계획 수립 및 타당성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이와 같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론 정립과 적용에 대한 타당성을 객관화할 수 있는 연구와 아울러 이들의 적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갖춘 실행 매뉴얼이 준비되어야 한다. 단순한 찬·반 논리를 떠나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각종 노력과 연구가 세심하게 수행되어야 함은 필수적이다.

2013-02-20 최계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