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제발 한자어를 존중하자

언문일치를 향한500년 역사를 되돌리려는한자관련 정책과 법안들초등교과서 한자 병기는교육과 역사의 후퇴한자어 배척은 안된다서울시교육청과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의 한자교육 강화 정책안은 한자 병기와 혼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의 예로 설명하자면, "농업은 땅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기 위하여 식물이나 동물을 기르는 산업을 말한다"라는 표현을 "농업(農業)은 땅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必要)한 물건(物件)을 생산(生産)하기 위하여 식물(植物)이나 동물(動物)을 기르는 산업(産業)을 말한다"라고 한자 병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農業은 땅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必要한 物件을 生産하기 爲하여 植物이나 動物을 기르는 産業을 말한다"라는 한자 혼용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 방식이다. 한자 혼용이 아닌 한자 병기 방식이라도 쉬운 글말 쓰기를 위해 노력해 온 역사를 되돌리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왜 그런가 곰곰이 따져 보자.첫째, 한자 병기는 비록 한자를 괄호 안에 넣는다 하더라도 언문일치 정신이나 효율적인 소통을 거스른 것이다. 인류의 문명사는 입말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기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소통하게 하는 언문일치를 향해 싸워 온 역사다. 유럽이 상류층만이 쓰던 라틴어를 버리고 쉬운 영어 쓰기를 해 온 것도 그러하며 중국이 경전에서 쓰는 고전문에서 좀 더 쉬운 백화문으로 바꾸고, 백화문에서 다시 간결한 간체자를 만들어 쓴 것도 그런 흐름이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세종 임금이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여 그 기틀을 마련했고 한글전용이라는 언문일치를 실제 삶 속에서 온전히 이루는 데 500년 이상이 걸렸다. 이러한 언문일치 역사는 자유와 평등을 이뤄온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해 왔다.한자 병기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정보이며 오히려 자연스러운 소통을 방해할 것이다. 설령 한자를 안다 해도 표기 양 자체가 두 배 가까이 늘어 판독과 이해의 경제성이 떨어진다. 영어도 라틴어에서 온 낱말이 무척 많은데 그것을 괄호에 넣는다고 생각해 보면 이러한 병기가 얼마나 우리의 소통의 합리성을 방해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둘째, 한자 병기는 언어의 이해와 소통의 맥락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상식을 부정하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이라는 낱말을 모르는 초등학생은 아마도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이 두 낱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동물과 식물에 대한 체험과 동물과 식물이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 대화, 문장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부려 쓰고 있다. 이런 아이들한테 이렇게 가르쳐 보라. "이 낱말들은 한자에서 온 한자어인데 한자로는 '動物, 植物'이라고 써. '動'은 '움직일 동'이고 '物'은 '무리 물'자고 '植'은 '심을 식'자야. 그래서 동물은 움직이는 무리지. 쉽지." 그럼 아이들은 이렇게 묻지 않을까? "움직이는 것은 다 동물인가요. 로봇도? 움직이지 않는 죽은 동물은 동물이 아닌 것이에요?" 한자의 의미 또는 어원에 의해 뜻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이러한 간단한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낱말의 의미는 맥락에 의해 주어지기 때문에 다의성을 띠는데 그것을 하나의 어원으로 환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셋째,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자는 것은 우리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한자어를 배척하고 왕따시키는 무서운 언어폭력이다. 고유어를 배척해 온 역사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자어를 배척할 수는 없다. 소통할 수 없는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야 하겠지만 '동물, 식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말은 고유어와 다름없는 우리말이다. 초등학생들한테, "얘야. '사람'은 고유어이고 '동물'은 한자어야.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로 적는 것이 좋단다"라고 한다면 이는 사람 사이의 인종 차별과 다름이 없다.이처럼 무서운 낱말 왕따를 왜 어린이들한테 주입시켜야 하는가. '동물'이 우리말이라면 당연히 과학적이고 쉬운 우리 고유 문자인 한글로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하는 것이 순리다. 이제 더 이상 한자어를 차별하지 말자. 출신(어원)이 다르다고 다른 옷을 입게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이제 순우리말이든 한자어든 따지지 말고 자연스러운 대화와 한글 표기 속에서 지식과 생각을 소통하고 나누게 하자.세종은 언문일치가 불가능했던 1446년에 28자로 언문일치를 쉽게 이룰 수 있는 문자혁명을 단행했다. 그런데 그 후손들은 이를 제대로 이루는 데 500년 이상을 소비했다. 이렇게 오래 걸린 것도 억울하고 답답한데 다시 그 역사를 되돌리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8-20 김슬옹

우리가 원하는 미래, 역사에서 배우자

역사에 대한 외경심이 강한민족만이 아름답고 가치있는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갈것이다최근에 왕조실록이라 할 수 있는대통령기록이 사라졌다고 하니우리 역사에 부끄러울 따름이다한국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역사전쟁이 한창인데 우리는 여유롭게 무장해제를 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불안하기만 했다. 요즈음 들어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에 대한 전망의 능력은 과거에 대한 지식에 비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더구나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현실에서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물론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도대체 진정성이라는 게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진정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 무엇보다 사실대로 적고자 노력했다. 직필을 중시했던 우리의 역사관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문화, 한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일이라 하겠다. 걸핏하면 되풀이되는 일본의 교과서 역사 왜곡 사건이나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 등은 우리의 직필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사실 역사서술에서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만을 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을 진솔하게 담는 일이다. 사실을 왜곡하여 미화 또는 폄하하지 않고 후세를 위해 그대로 적고자 했던 강한 의지 속에 우리 역사에서는 당대의 업적은 당대에 써 남길 수 없는 것이 법도가 돼 왔다.매우 효성스러워 아버지 능 옆에 미리 자기 자리를 정해 놓기까지 했던 세종은 '태종실록'이 완성되자 한 번 보고 싶다고 신하들에게 말했다. 파란 많았던 아버지의 일대기인지라 보고 싶었음직하다. 이에 우의정이었던 맹사성은 "전하가 보시더라도 아바마마를 위하여 고치지도 못할 것이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후대의 사관들이 의구심이 들어 그 직책을 바르게 수행하지 못할 것이니 보일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또한 세종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라"고 했다고 한다. 임금은 선출된 자리도 아니고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닌 종신적 절대 권력이다. 사관들은 그런 임금에게도 실록을 보여주지 않았고 오히려 임금이 실록을 보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실록에 남겼다.중국·일본·베트남 등 유교문화권에 있던 국가에서는 모두 실록을 편찬했지만 이를 후손 왕이 볼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킨 나라는 조선왕조뿐이었다. 기묘사화가 일어나던 날 밤 사관 채세영의 곁에 있던 대리승지 김근사가 사화에 연루된 조광조 등 선비들의 죄목을 대역죄로 고쳐 쓰려고 채세영의 붓을 빼앗았다. 채세영은 급히 일어나 임금이 보는 앞에서 다시 그 붓을 빼앗으며 "이것은 사관만이 쓸 수 있는 붓이다"라고 했다는 사실도 전하고 있다. 사초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순간에도 붓을 꺾지 않았던 김일손 등 수많은 조선 사관들의 서릿발 같은 선비정신에 우리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사냥을 나갔던 태종이 말에서 떨어지자 신하들에게 "사관이 알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관은 그 말까지 실록에 기록했다고 한다. 나라는 망할 수 있어도 역사는 없앨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폭군의 대명사인 연산군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역사뿐이다"라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로 후대의 평가에 신경을 썼다. 다만 역사를 두려워하면서도 연산군이 역사의 기록과 언론을 탄압했음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사관들의 직필에 의해서 후대의 우리들에게 그의 악정은 낱낱이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인식과 접하게 된다. 불미스러웠던 역사를 기록하여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당대의 불의와 부정의 실체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응징되었는지를 적어서 후세를 경계함이다.역사를 소중히 하고 역사 앞에서 옷깃을 여미던 외경심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된다. 역사에 대한 외경심이 강한 민족만이 아름답고 가치있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갈 것이다. 최근에 왕조실록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이 사라졌다고 하니 우리 역사에 부끄러울 따름이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8-13 이화형

차세대 환경교육 제자리 찾기

기후변화 등 글로벌 환경문제우리에게도 책임 커졌으므로이젠 학생들에게 어려서부터방학중 환경봉사나 체험 통해환경에 대한 올바른 의식갖도록체계적인 실천교육 반드시 필요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유학을 시작할 때 환경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복사기가 흔하지 않을 때여서 각종 자료 복사는 학교 주변의 복사 전문점에서만 가능했다. 수업자료 복사를 위해 복사 전문점을 찾은 나에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여러 대의 복사기가 양쪽에 놓여있었는데 한쪽에는 사람이 한두 명 있고 다른 쪽에는 학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학생들이 몰려있는 곳의 인쇄용지는 재생용지라는 설명이었다. 양쪽의 가격이 동일하다는 설명을 들은 나는 깨끗한 복사용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복사를 마쳤다. 복사를 마치고 긴 줄에 있는 동료에게 깨끗한 종이도 똑같이 5센트이니 그 쪽에 가서 복사하라고 친절하게 일러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수업자료 복사는 재생용지를 써도 아무 문제가 없어서 재생용지를 자주 이용한다고 했고, 이래야만 재생용지가 잘 유통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나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몸소 실천하는 그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점차 유학 생활을 하면서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짧은 기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의 환경 인식은 매우 편협적이다. 환경이라는 것이 그저 개발을 반대하는 것, 또는 개발을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이제 우리는 환경에 대하여 똑바로 살펴보고 미래를 책임지게 되는 차세대들에게 올바른 환경교육을 해야 할 때이다.첫째로, 왜곡된 환경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동안 경제 발전을 이루다보니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급기야 이러면 안 되겠다는 각성이 일어나게 되었고 환경과 관련된 시민단체들이 여기저기에 만들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시민사이에서의 갈등도 심각하게 생겨났다. 환경을 고려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발을 억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 훼손된 주변을 잘 정리하고 잘 가꾸는 것, 주변과 더 조화롭게 만드는 것, 불가피하게 개발이 필요할 때 주변 여건을 잘 고려하여 개발 목적을 달성하되 훼손을 최소화하거나 더욱 윤택한 환경조건을 만드는 조치들을 포함한다. 환경은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생활속에서 함께 생각하고 노력해 나가야하는 과제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정책을 통해서, 교육하는 사람은 교육을 통해서, 산업계는 산업현장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생활을 통해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할 때만이 환경문제가 해결된다. 더 나은 아이디어나 방법, 실천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과 서로가 머리를 맞대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둘째로, 이제는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위하여 나서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고 보면 된다. 또한,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의 책임도 커졌다고 보면 된다. 이제 우리도 어려서부터 환경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초·중·고부터 환경에 대한 올바른 사고를 갖도록 하고, 학생들에게 방학중에 반드시 한번 이상 환경봉사나 체험을 통해 몸소 느끼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셋째, 글로벌 차세대 환경리더들이 체계적으로 육성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는 단순한 환경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제정치 및 글로벌 산업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자동차 산업, 전통적 굴뚝산업의 획기적 변화가 일어났다. 지구 온난화 문제나 기후변화 문제, 세계적인 물 부족 문제 등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를 체계적이며 심도있게 리딩하는 전문가나 활동가들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이제부터는 환경교육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신세대를 창조적으로 리딩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들이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다해 좀더 나은 미래가 우리 후손에게 있기를 기대한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8-06 최계운

잘 늙어가는 길

은퇴후 해오던 일이나주변사람들과 관계 정리하고오로지 자신에 몰두할 수 있는건내면과의 깊은 대화의 결과이다인생의 가장 젊은날인 오늘이결국 남은 인생길을 결정하는것얼마 전 대학 교수직을 조기 퇴직하고 전남 고흥에 둥지를 튼 지인을 만나고 왔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4시간, 다시 승용차로 40분 정도 거리의 작은 마을에서 그는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전원생활하면 으레 떠오르는 서양풍 전원주택도, 고풍스러운 한옥도 아니고 그 마을 네댓 채 집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33㎡여의 어촌주택이었다. 집주변 작은 공터에서는 고추와 상추, 오이, 토마토가 자라고, 오가는 길섶에는 백일홍, 봉숭아, 채송화 등 오래전부터 보아온 꽃이 한창이다. 툇마루에 앉으니 앞이 툭 트인 가운데 작은 섬이 오밀조밀 바다풍경을 그리고, 작은 만 가장자리는 해송이 울울창창하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어촌 풍경이 고스란히 앞마당을 채우고 있다. 부인은 아직 출가 전 자식들 부양으로 서울살이를 하고, 남편 혼자 낙향을 해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그를 보며 우리 모두는 그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그의 선택에 동의해 준 가족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멀지 않은 날 자신에게 닥치는 늙음의 시간과의 조우이기도 했다. 그날 저녁 싱싱한 회접시를 앞에 놓고 소줏잔을 기울이며 고흥살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독일 유학을 포함 30여년 연구와 가르침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느날 문득 국내 유수 대학 교수라는 껍데기 속의 낯선 자신과 대면하면서 자신에게 너무 미안하고, 아쉽고, 허망한 생각이 들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조기 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 후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후 살 곳을 정하고, 집을 마련하고 그리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 단출한 삶을 10년간 충분히 즐기고 그 후는 다음 다시 생각할거라며 구릿빛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보인다. 진짜 행복해 보인다.리차드(Reichard)와 그의 동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은퇴 후 사람들은 다음 다섯가지 적응 유형을 보인다고 한다. 첫째는 성숙형으로 은퇴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과거의 실패와 성공도 그 사실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형이다. 자기 자신의 일생을 매우 값진 삶으로 느끼고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은퇴 후에도 일상생활을 매우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로 주변 사람 및 가족들과 관계도 유연하고 성숙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이다. 은둔형은 일생의 무거운 책임을 벗어 던지고 복잡한 대인 관계와 사회 활동에서 해방되어 은퇴 후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자신의 역할을 점차 축소시키면서 개인적 생활을 향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유형이다.무장형은 도리어 은퇴를 하면서 사회적 소외와 늙어감에 대한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사회적 활동과 기능을 유지 확대하는 형으로 노화에 대한 적응력이 조금 부족한 유형이다. 이 유형은 은퇴 후 일을 벌이다가 도리어 퇴직금마저 탕진, 매우 어려운 노후를 보내게 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유형이다. 분노형은 젊은 시절 인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늙어버림에 대해서 비통해하고 모든 원인을 자신 속에서 찾기보다는 외부 요인에서 즉, 가족, 경제사정, 사회에 돌림으로써 남을 질책하고 늙음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형이다. 화를 잘 내고 공격적이라서 가족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자학형이 있다. 분노형과는 달리 인생 실패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 나이가 많아질수록 스스로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여기고 대부분 관계를 끊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는 형으로 모든 유형 중 은퇴에 대한 적응이 가장 낮은 유형이다.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또 늙어간다. 언젠가는 지금의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 주고 돌아서야 한다. 인생 삼모작을 해야하는 시기에 어떤 모습일지는 오늘 내 삶의 모습이 결정할 것이다. 고흥에서 만난 지인처럼 은퇴 후 해오던 일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오로지 자신에 몰두할 수 있음은 내면과의 깊이 있는 대화와 성찰의 결과이고, 오늘 열심히 산 선물일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이 결국 남은 인생길을 결정할 것이다./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7-30 한옥자

한글의 편리성과 국정원 댓글 사건

세종대왕이 이룬 위대한 문자혁명사람끼리 소통하자는 '소박한 꿈'국정원 사태 민주주의 근본 위협진실 가로막는 잘못된 역사 기록일본의 독도 왜곡과 다를바 없어아이들에 무엇을 가르칠 것 인가?광화문 근처에 연구실이 있어 광화문 광장을 자주 찾는다. 요즘은 한 손에 책을 들고 서 있는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서면 눈물이 흐른다. 양심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똑같은 심정이겠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개입 문제에 대해 한글학자로서 더욱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편리한 한글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더욱 무서운 것은 고등학생까지 나서서 시국선언까지 했지만 댓글 사건이 언제 일어났느냐는듯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세종대왕 앞에 이렇게 나직이 소리쳐 본다."대왕이시여. 당신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쉽다는 한글, 소통을 위해 만들었다는 편리한 한글이 소통은 커녕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도구로 사용되었나이다. 어찌 하오리까?"물론 모든 언어는 양면성이 있는 것이니 어찌 한글이 악한 도구로 쓰였다고 한글과 한글을 만든 세종을 탓할 것인가? 한글은 디지털 시대의 욕망의 해방구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댓글을 달 수 있는 여건을 한글이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조차도 자유롭게 참여하는 댓글 문화가 열렸다. 그만큼 악플(악한 댓글)로 인한 부작용도 심심찮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제 댓글은 나이와 학력과 계층을 넘어선 국민 대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익명성에 힘입어 의사 소통의 주된 디지털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다른 언어권보다도 더 빨리 그런 문화가 자리 잡힌 것은 디지털 공간에서 잘 어울리는 한글의 힘일 것이다. 그러한 한글이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어둡게 만드는 거짓 문화의 중심에 놓여 있지 않은가?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동기와 목표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었다. 소통하고 싶어도 어려운 한자, 한문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근본 모순을 극복하게 해 주었다. 세종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어울림의 문자를 만들었다. 사람끼리 소통하자는 것, 타고난 신분에 관계없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자는 것, 얼마나 소박한 꿈인가. 그 소박한 꿈이 인류 문화사에 위대한 문자 혁명을 이뤄냈다. 모든 소통의 근원인 책을 사랑했기에, 언어를 통한 역사와의 대화를 지극히 좋아했기에 그런 반대를 물리치고 하루 아침에 기본 소통이 가능한 문자를 만들어냈다.이러한 거대한 혁명이 디지털 소통 혁명으로 이어져 우리가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런데 첩보 영화에서나 봄직한, 나라를 위해서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야 할 사람들이 한글로 소통이 아니라 불신과 진실의 역사를 뒤집는 일을 한 것은 늦더라도 꼭 바로잡아야 할 문제이다.댓글은 역사 기록이다. 그러므로 국정원 거짓 댓글은 분명한 역사왜곡이다. 역사라는 것이 거창한 사건 기록만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아니다.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가 사건이 되고 의미가 부여되면 모두 역사가 된다. 역사 기록 중에 가장 나쁜 것은 사실과 진실인 양 겉으로 위장하는 역사 기록이다. 나쁜 의도가 겉으로 드러나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비판해서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위장된 역사는 무엇이 진실인지 접근조차 가로막기 때문에 위험하다.우리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분노하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 하는 역사 왜곡에는 관대하다. 이래서는 역사의 진실을 찾을 수 없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잔혹한 것은 수많은 사료들을 자기들 입맛대로 조작했고 지금도 독도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행위와 국정원의 행위가 다를 바가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일본은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아베 총리가 다시 집권했다. 일본의 양심 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우리가 국정원의 역사 왜곡에 침묵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소통을 얘기하고 역사의 진실을 가르칠 것인가? 많은 이들이 침묵하는 것도 국정원 댓글보다 나쁠 수 있다. 무플이 악플보다 더 나쁘다는 얘기가 있다. 분명 악플이 나쁘겠지만 무플은 그 악플의 뿌리가 되고 거름이 될 수 있으니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7-23 김슬옹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정치가·기업인·교육자·부모…자기일 충실할때 가장 아름답다행복한 삶을 위해서는재능이나 개성만으론 안되고성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서둘지말고 지혜롭게 기다려야아시아나 항공기 승무원들의 영웅적 자세에 대한 보도는 우리를 안도하게 하고 기쁘게 한다. 그들은 물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지금도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에 떳떳하고 편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순간 몸을 피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더라면 쏟아지는 비난과 함께 얼마나 자괴감에 시달릴 것인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많다. 음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운동이나 독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공부할 수 있어 늘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우리는 행복하다. 더구나 해야 할 일을 다 했을 때 더욱 보람을 느낀다. 정치가, 기업인, 교육자, 성직자 등은 물론 부모는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학생이나 자녀가 자기 할 일을 충실히 실천할 때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까.재능(氣)과 성찰을 통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먼저 재능, 즉 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뿔 있는 짐승은 윗니가 없고, 꽃이 좋으면 열매가 시원찮다. '천불여이물(天不與二物)'이라 하여 하늘이 두 가지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씩 재능이 있음을 의미한다. 미인박명 · 미인박덕이라 하여 얼굴이 예쁘면 단명하거나 덕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똑똑한 자들은 참을성이 부족하고 교활해지기 쉽다고도 한다. 이를 깊이 깨달아 자신이 지닌 재능이나 기량을 계발하지 않은 채 남을 따라가고 닮으려 노력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너는 왜 누구처럼 못하느냐?'라는 뜻을 지닌 '엄친아'라는 말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자신의 개성을 찾지 못하고 남과 같은 꿈만 꾸어야 한다는 말인가.'장자'에 동시효빈(東施效嚬)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춘추시대 월나라에 서시(西施)라는 미인이 있었다. 가슴 병을 앓은 그녀는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손으로 가슴을 지긋이 누른 채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으로 거리를 오갔다. 당시 같은 마을에 동시(東施)라는 추녀가 살고 있었다. 서시의 이런 모습을 본 그녀는 자신도 그렇게 하면 아름답게 보일 것으로 생각해 이내 가슴을 문지르며 미간을 찡그린 채 거리를 쏘다녔다는 내용이다. 남을 흉내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다름의 가치는 창조적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전체 속에서 개성을 중시하는 것이 민주적인 조화다. 결혼하여 이루는 부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부부는 서로 달라야 한다. 남편은 아내를 만나 성숙하고 아내는 남편을 만나 성숙함으로써 각자 서로가 단단해져야 한다. '부부가 똑같다'라고 하는 말은 칭찬일 경우도 많지만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행복을 위한 삶이 재능이나 개성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성찰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시간은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선물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나는 나이 먹는 걸 감사하게 여길 때가 많다. 젊은 시절을 회상해보면 부끄러움이 크기 때문이다. 서양속담에도 나이는 곧 지혜라고 한다. 나이 40을 불혹이라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형성되는 시기, 즉 갈팡질팡하지 않는 나이가 40이라 한다. 원대한 이상을 추구하려면 냉엄한 현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공자는 회갑에 철든다고도 했다. 큰 그릇이 될 수 있다면 조급함을 버리고 지혜롭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옛 서당에서는 놀이를 하면서도 인성과 연계시켰다. 이를 테면 아이 셋이 놀고 있는데, 아저씨가 떡 네 개를 주면서 똑같이 나눠 먹으라 하고 떠났다. 어떻게 나눠 먹어야 하는가가 문제다. 하나씩 나눠 갖고 남은 하나까지 삼등분해서 나눠 먹으면 된다. 하지만 훈장은 그 대답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들판에는 작은 돌부처가 서 있기 마련인데 곁에 있는 그 보살과 넷이서 하나씩 나눠 먹는다는 것이 정답이란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공적 책임을 다하는 정신이 우리의 몸속에 배었는지도 모른다.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각고의 노력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우리 모두 영웅이 되고 행복할 수 있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7-16 이화형

대한민국, 교육은 죽었다!

비정규직 10만 대학강사와실업자인 박사인력 특채해초중고 정규과목 등에 투입수준높은 교육기회 제공하고실력 갖춘 스타교사들 발굴이동식 수업할 수 있도록해야"도대체 한국에는 학원과 PC방이 왜 그렇게 많습니까." 필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 외국교수들이 가장 놀라면서 하는 질문이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한다. "시내버스보다 스쿨버스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어딜 가나 길가에 항상 스쿨버스들이 서 있습니다." 학생들을 실어 나르려고 길가에 주차해 있는 노란 색 학원버스들을 스쿨버스로 알았던 모양이다. 참 씁쓸하다.현재 대한민국 교육에는 공교육은 없고 사교육만 살아있다. 대한민국 가정에는 터무니없는 사교육비로 멍들어가는 아이의 상처와 하나밖에 없는 자식 교육비도 대지 못하는 경제적 무능력함에 절망하는 부모들로 가득하다. 자식들의 사교육비를 대느라 등골이 휜 부모들은 사는 재미가 없다. 대한민국 부모에게 가장 오싹한 '등골 브레이커'(가격이 비싸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제품)는 사교육비다. 교과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2007년 이후 해마다 20조원을 넘고 영유아 교육비, 방과 후 학교, 어학연수 등을 포함하면 40조 가까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사교육비 세계 1위다.몇 달 전 세계적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제2차 한국보고서 신성장공식'에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악의 축은 '가계 부채'와 '교육비'라고 지목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행을 막아 줄 출구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은 살아있다…대학을 활용하고 스타교사를 만들자수요자(학생과 학부모)들은 다양한 사교육을 통해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그러나 공급자(교사)의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도대체 이 간격을 좁히지 않고는 사교육을 포기하라는 말을 할 수 없다.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불균형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사교육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재 10만 명이 넘는 대학 강사를 활용하면 된다.초중고와 대학을 연계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비정규직으로 생계유지도 어려운 10만 대학 강사와 10명 중 3명이 실업자인 박사인력이 공교육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이미 일반 공무원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민간전문가가 고시를 보지 않고도 5급으로 특채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공무원처럼 교직도 민간전문가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초중고의 교원 신규임용은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자 중에서 임용고사에 합격해야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사대나 교대, 교직이수 등을 통한 교원자격증 소지자만 응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신규 임용조건을 완화해 임용고사를 치르지 않고도 전문가가 교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교사특채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이들을 초중고 정규과목, 방과 후 수업, 대학 내 초중고 특강 등에 투입하면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기회를 주고 시간강사들에게는 안정적 소득보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주범인 예체능 교육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청, 지자체, 정부, 대학 등 정책당국자들의 정책적·제도적 협력이 필요하다.또 학교 선생님들 중에 스타교사를 만들자. 학원의 유명강사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선생님들을 한 학교에 묶어두지 말고 학교 이동식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업내용을 인터넷강의로도 제작해 언제든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다시 개천에서 용 나온다, 매직을 부려보자지금처럼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교육시스템에서는 학력차가 대물림될 수밖에 없다. 고학력 가구와 저학력 가구의 사교육비 격차가 최근 10년 사이 3배에서 10배로 벌어졌기 때문이다.모두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3년 대한민국에 사는 표준 부모들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사교육이라는 거대하고 답답한 터널에 갇혀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 줄 수 있는 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정책이 시급하다.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지 말자.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혜를 더 모으면 속이 뻥 뚫리는 '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은 가능하다. 다시 개천에서도 용이 나게 만들자./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7-09 최계운

내 이름은 셋이었답니다. 그 시절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소위 '운동'이라는것을 하려면내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던 시절보안과 형사를 보고 도망쳤던기억들이 정국이 어수선해지면꼭 꿈을통해 의식밖으로 나온다나는 한때 이름이 셋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촌스럽기 그지없거나 주로 기생 이름을 가진 친구들 중 가명을 쓰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소위 ' 운동' 이라는 것을 하려면 내 신분을 그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학교 내에 경찰 상주가 당연시되고, 시국 관련 이야기를 하려면 따라붙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살펴야했고, 전화 통화 중 자그마한 소음이라도 들릴라치면 도청에 긴장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니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중앙정보부에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가혹 행위와 인권 탄압 소식은 국민들로 하여금 일상생활을 긴장 속에서 살도록 했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조차 특별한 용기와 안기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각오해야만 했던 시절, 본인 이름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시절이 있었다.국가영역과 시장(경제) 영역만 존재하던 그 시절, 시민사회 영역 확장과 시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활동을 하던 사람 중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가명을 썼다. 지금 생각하면 참 비겁한 행동이었지만 그 당시로는 기관원의 눈을 속이면서 세상 일에 참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나는 세 개의 이름을 썼다. 그 후 군사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지방정부에 직·간접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 때 내 이름 세 개가 문제되었다. 그 동안 단체활동 경력에 올라 있는 이름 '한은경'과 주민등록 이름 '한옥자', 그리고 후원금을 내던 이름 '한여해'는 동일인지, 다른 사람 3인인지 참으로 황당한 노릇이었다. 그 당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그리 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무용담으로 자랑하고 싶지도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절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은 촌스럽다는 내 이름을 당당히 쓰고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글을 통해 몸으로 저항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오늘에서 복종이 강요되고 지배만이 존재하던 그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엊저녁 나는 오랜만에 다시 도망다니는 꿈을 꾸었다. 사무실 앞 2층 계단에 앉아있는 시커먼 사람을 보고 도망쳐야 했는데 발이 땅에 붙어 몸부림을 치다가 깼다. 아주 오래전 사무실 계단에 앉아있던 보안과 형사와 마주친 후 미친 듯이 도망쳤던 그 기억은 정국이 어수선해지면 꼭 꿈을 통해 의식 밖으로 나온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한창 하던 시기, 민주주의가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던 2008년 소고기 파동 때 그리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미행하고, 사찰했다고 폭로되던 그 시기 내 속에 잠재되었던 권력기관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꿈을 통해 의식 밖으로 비집고 나온다.요즘 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연일 도마 에 오르고 있다. 대선 기간 여직원 댓글 사건은 선거 막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거리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죄없는 여성을 감금까지 했는데 그런 사람을 뽑아주면 앞으로 국민을 뭘로 보겠냐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보면 결국 이 일은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 작동 원리를 교란시킨 사건으로 여직원 한명의 개입이 아니라 국정원 심리정국 직원 60여명이 인터넷상에서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과거 도청, 미행을 넘어 고문, 조작을 통해 한 개인과 그의 가족을 망가뜨리고, 크게는 국민의 일상 삶을 공포에 떨게 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 권력이 잃어버린 과거의 그 맛을 되찾기 위해 자기 조직에 유리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인터넷 세상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 후 국정원은 자신들의 불리한 정황을 덮어보겠다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국정원 국기문란사건을 물타기하고 있다. 지금 정국의 끝이 어찌될지 궁금하다. 다만 지금은 기억조차 흐릿해져 꿈에서나 만나는 그 세상, 이름 세개를 쓰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7-02 한옥자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의 상처와 믿음

어려운 형편에 도시락 못싸오자친구들 밥 한술씩 떠서 모아 줘되레 과식했던 고교시절 추억…어렵고 힘든 이웃들 볼때마다배고픈 벗을 잊지않고 챙겼던'십시일반 미덕' 그때가 그립다최근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역장이 한 달 가까이 입원을 했다. 2003년 영등포역에서 아이를 구하고 잘려 나간 두 다리에 생긴 심한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병문안을 갔더니 스스럼없이 다친 곳을 보여 주며 의족 탓에 생활하는데는 큰 불편이 없다고 씩 웃었다. 문득 그 때 목숨을 구한 아이는 얼마나 커서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궁금했다.글쓴이는 김행균씨의 철도고등학교 같은 반 동창이다. 3년을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탓에 형제나 다름없는 친구다. 철도고등학교는 지금은 없어지고 철도전문대학으로 바뀌었지만 내가 입학하던 1970년대 후반에는 전액 국비 장학금으로 배우는 탓에 전국 각지에서 가난한 수재들이 몰려들었던, 철도공무원을 양성하는 특별목적고등학교, 그야말로 특목고였다.글쓴이가 다녔던 구내업무과는 50명 딱 한 반이었는데 다들 가정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고만고만했다. 학교 근처 사설독서실에서 다녔던 나, 신문보급소에서 다니던 친구들 등등을 포함해 몇몇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은 남은 숟가락이나 젓가락과 함께 도시락 뚜껑에 밥 한 술씩을 모아서 함께 먹었다. 그런데 참으로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도시락을 싸온 친구들 밥보다 안 싸온 친구들의 도시락 뚜껑밥이 더 많은 것이었다. 어렵고 힘든 이웃을 볼 때마다 과식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김 역장이 아무 거리낌 없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것도 배고픈 벗을 챙기던 십시일반 정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때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었던 친구들 대부분은 전국 각지에서 승무원으로, 역장으로 사람들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열의 한 술 밥이 한 그릇 푼푼하다"라는 우리 속담과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사자성어가 늘 반갑고 고마운 이유이기도 하다.속담이나 사자성어나 모두 비슷한 의미이지만 미묘한 뜻 차이가 있다. '십시일반'은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식이 된다는 뜻으로,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쯤은 도와주기 쉽다는 것을 비유를 통해 강조하는 것이고 속담은 '푼푼하다'라는 말을 통해 1이 열 개면 단순히 10이 아니라 그 이상이 됨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힘, 그것이 진정 도움이고 나눔이다.김 역장은 그 아픈 다리로 아들과 함께 축구는 맘껏 할 수 없지만 다리를 놓아주는 일은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자랑이다. 실제로 김 역장은 오랜 투병 끝에 복직한 뒤로 눈부신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아름다운 도서관 만들기, 희망열차, 그리고 매년 산간벽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철도 여행을 시켜주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두 다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다리를 자신의 다리로, 이웃의 다리로 만든 셈이다.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이라 하는데 실제 가난한 서민들은 점점 더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열에 한술 밥이 한그릇 푼푼해지는 정신을 구현한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다. 김행균 역장과 같이 영원히 마주보며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평행선 철로를 위해 '우리는 평행선'이란 시를 써 보았다.철도고에서 /철도 공무원 꿈 키우던 벗! /지난날 주고받던 우리 이야기/눈감으면 꽃잎처럼 되살아난다.//철도는 평행선/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영원히 함께 달리는 /애정의 거리라는 그 말 /붙어 뒤엉킨 채 넘어지는 것 보다 /떨어져 마주 보며 /철도처럼 나란히 /평행선을 달려가자던 그 말//더 넓고/더 많은 세상 열기 위해 /하나의 평행선으로 /또 다른 다리를 놓았구나./아이 웃음 살리기 위해 /생명의 다리 놓고야 말았구나.//우리 마음을 달리는 열차는 /이제 앞으로만 달리지는 않는 거야./평행선과 평행선이 서로 만나 /커다란 광장에 평화를 만들고/아이들 웃음소리 더 크게 담아/어우러지는 물처럼/더 큰 사랑이 흐르고 있는 거야./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6-25 김슬옹

정치는 미래다

정치는 꾀와 말로 해선 안된다양심과 정직으로 책임 다하는통치자가 참된 정치인의 모습이제는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천박한 현실정치는 끝내야한다그래야 인류의 미래가 보인다엊그제 북한의 계략에 의해 남북회담이 무산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우리측의 태도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어 더 안타깝다. 많은 이들은 정치를 과도하게 가시적이고 현재적인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언변이 화려한 걸 멋지게 생각해 온 것도 바로 그러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정치인들이 내놓는 공약이 헛공약이라는 비아냥은 오래 되었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은 3분에 한 번씩 거짓말한다는 책이 나왔을까. 정치를 꾀로 하고 말로 해서는 안 된다. 양심과 정직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참된 정치인의 모습이다.현대 정치지도자 중 부정으로 얼룩지지 않고 극적으로 깨끗하게 은퇴한 이가 레오폴 상고르(Senghor)다. 1960년 세네갈 독립과 함께 대통령이 된 시인 상고르는 국민들의 절대 지지 속에 다섯 번을 연임했고 집권 20년이 된 1980년 임기 중에 과감히 물러났다. 조국을 떠나 정치와 담을 쌓은 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다 여든 다섯에 세상을 떴다. 1983년엔 흑인으론 처음 프랑스 한림원 아카데미프랑세즈 회원이 됐다. 2년전 16주 종합베스트 1위에 정통인문서로서는 드물게 한 달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Sandel) 하버드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정치가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에 직접 관여해야만 더 강건한 민주주의사회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옛 성현들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하게 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논어'에 의하면 정치(政治)란 바르게(正) 하는 것이다. 제나라 경공이 정치가 뭐냐고 물었을 때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고 했다. 정치는 정직하게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다.세종의 리더십의 핵심은 진정한 애민의식이요, 미래정신이다. 우리의 고유문자인 한글의 창제도, 관노출신 장영실을 파격적으로 등용해 자격루를 만들게 한 것도 오로지 백성을 위한 창조적 생각의 소산이다. 세종은 백성이 살아갈 국토를 보존해야 했으니 여진족을 격퇴하여 4군6진을 설치하고, 우리나라 북쪽의 국경선을 오늘날과 비슷한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확장하였다. 복지정책차원에서도 세종은 선구적이었으니 90세 이상의 노인에게 관직을 제수하는가 하면, 관청의 노비에게 주어지던 7일 출산휴가를 대폭 확대하여 100일 간을 주고 그 남편인 남자종에게도 한 달 휴가를 주도록 했다. 현감부인인 감동이 영의정을 포함한 39명의 사대부들과 놀아난 음풍사건을 놓고 사관들이 실록에 등재하지 않을 것을 진언하자, "역사는 오늘을 사는 당시대의 사람들을 위해서 적는 것이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에게 오늘 우리가 겪은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 적는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세종이다.행동하는 양심의 소유자 정암 조광조가 신원된 것은 선조 때이고 사액이 내려진 것은 한참 지난 효종 때였다. 그가 역적으로 몰려 있었던 그 '잃어버린 시간', 왜란과 호란 등으로 무구한 백성들만 수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심찬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이 한반도가 수천 년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해온 것은 세계적으로 기적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도덕정치에 대한 열망이 컸던 이율곡은 특별히 조광조를 추앙한 뛰어난 정치가였다. 물론 이퇴계도 조광조로 말미암아 정치의 근본이 드러나게 되었으며 나라의 장래가 무궁하게 되었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율곡은 퇴계와 정암을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퇴계 선생은 세상에서 유교의 최고봉이요 정암 이후로는 견줄 만한 분이 없다. 그 재주와 배짱은 정암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의리를 탐구하여 자세하고 은미한 데까지 드러내는 것은 정암이 미치지 못한다."물론 현장이 고려되지 않는 정치라면 공허하기 그지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는 철학이 부족하다면 그 정치는 천박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천박한 현실정치는 끝내야 할 것이다. 정말로 멋진 정치의 미래, 인류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6-19 이화형

스마트워터그리드의 미래

첨단 ICT기술과 물 산업의융복합 기술에 대한세계표준화를 주도 해야한다이를위해 표준기구를 만들고인천 GCF사무국과 연계해체계화 시키는 노력 필요기후변화에 의한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하여 과거에 만들어 놓은 시설용량이 부족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물 문제도 예외가 아니어서 물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즉, 미래에는 도시지역의 홍수크기가 크게 증가되고 산간지역 및 백령도 등 도서지역의 가뭄이 심각해질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70년만의 대홍수로 인하여 현재까지 가장 큰 대홍수가 발생하여 체코, 독일, 헝가리 등 많은 국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 또한 기후변화에 의하여 강우발생 패턴이 변화되면서 발생한 피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전력수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예비전력과 전력 예비율이 부족해지면서 여름철 전력난이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전력이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 중 하나가 물공급 분야이다.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확하게 자료를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워터그리드인데,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IT 산업과 물산업 및 물을 공급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회간접시설의 융합산업으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창조경제를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스마트워터그리드가 인천을 중심으로 창조사회 달성을 위하여 시작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특히 물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석유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엔에서도 이를 몇 개의 주요 어젠다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홍수와 가뭄 등 물문제를 겪는 시점에서 많은 노력이 있으며, 록펠러와 같은 큰 재단들도 전세계의 물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스마트워터그리드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첫째로 첨단 ICT 기술과 물산업의 융복합 기술에 대한 전세계 표준화를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물관련 세계 표준화 기구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인천에 위치한 GCF 사무국과 연계해 체계화 하여야 한다. 우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소니 등 큰 IT 회사들이 국제적인 표준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는지, 국제적 표준으로 채택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워터그리드의 각종 기기나 새로운 제품들은 국제적인 표준화를 리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로, 인천시는 스마트워터그리드의 누구나 와서 공감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도 인천시에서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스마트워터그리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부평정수장 내에 파일롯 플랜트를 준비하는 등 바람직한 활동이 있으나, 더욱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과 지역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세심한 추진이 필요하다.셋째로, 물산업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이다. 지능형 물공급 체계와 효율성 제고를 통하여 과도한 생산 및 수송에너지를 절감하도록 하고, 지능형 물분배 체계를 통하여 전력피크시간대의 물공급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하고 심야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여 에너지 절감을 달성해야 한다. 넷째로, 물관련 정보제공의 측면이다. 물공급 체계는 대부분 지하에 매설되어 있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여 신뢰성이 취약하다. 물공급과 관련된 상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 신뢰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특히, 땅속에 있는 관로로부터 물이 얼마나 누수가 되어나가는지, 또는 땅속 관로를 흐르는 물의 양이나 수질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또한, 우리집에 들어오는 수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공급자와 수요자의 불신은 많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홍수 등이 발생될 때 이에 대처하는 방안도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앞으로는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하여 국내의 물문제에 앞장서고 나아가 물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태국 등 동남아 개발도상국에 진출하여야 하는데, 이에 인천시가 스마트워터그리드의 시작점으로 간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6-11 최계운

왜 이러나!

재계·금융인·前대통령 아들등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관리재벌가 사모님 살인교사로무기징역인데 병원서 호위호식정치권·고위직인사 죄 지으면병원특실 호화판 수감생활…이런 뉴스에 국민들은 '허탈'요즘 아이들과 뉴스를 공유하는 것이 부끄럽다. 학교에서는 정의를 가르치고, 종교기관에서는 각종 계율을 통해 모범적 삶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고, 부모는 각종 가치와 윤리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을 지키며 살기를 강요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은 이와는 정반대다. 지난 몇 달간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우리 사회가 왜 이러나?가정 안에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부모는 자녀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 당연히 부모-자녀 간 존중과 존경은 가족 내 갈등이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국가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법과 제도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모든 국민이 적용되는 법과 제도를 신뢰할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안정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로 국민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이를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요즘 우리 사회는 어떤가?최근 발표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재계는 물론 금융인, 문화인을 넘어 대학 총장까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급기야 6월 3일 3차 폭로에서는 전직 대통령 아들 이름과 함께 그동안 숨겨온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들 이름으로 조세피난처에 가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근본은 알 만한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사람들의 매국 행위에 대해서 뿐 아니라 뉴스타파라는 민간인 탐사보도팀이 돈세탁 가능성과 조세피난에 대해 보도하기 전까지 정부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서다. 정말 몰랐을까? 박사 학위를 받고도 돈과 연줄이 없어 시간 강사를 전전하며 받는 월 50여만원의 강사료에서조차 세금을 꼬박꼬박 받아가는 세무당국이 이들을 몰랐다고 하면 국민 누구도 안 믿는다. 국민은 초록이 동색이라고 믿지만 아무 말도 안 한다. 다만, 조세 회피할 만큼의 돈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내가 죄라고 한탄을 할 뿐이다.10년 전 꽃다운 한 여대생을 처참히 죽이도록 사주한 재벌가 사모님이 무기징역을 받고도 지난 10여년간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 호위호식을 하며 너무 잘살고 있다고 지상파 한 방송이 집중 보도를 하였다. 죄없는 자식 잃은 부모의 분노와 녹아내린 애간장은 안중에도 없는 병원과 사법당국의 처사를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볼까?재판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재벌가 회장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우리나라 재벌 회장님들은 수감만 되면 모두 지병이 도지는 약골들이신가 보다. 모두 휠체어에 의존해 재판을 받는 것을 보면. 최근 아들바보로 잘 알려진 어느 그룹 회장님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병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중이라고 알려졌다. 재판장에 나오는 모습은 너무 초췌한 모습이지만 국민은 대부분 안다. 의료인들은 입원 사유로 알려진 병명을 들으면 웃는다. 왜 웃을까?그뿐 아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정치권, 정부 고위직은 교도소에 들어갈 정도의 죄를 짓기만 하면 대부분 지병으로 병원 특실행이다. 공천 헌금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아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까지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 특실에서 호화판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때 국민은 진짜 허탈해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부분 국민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국가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모든 사회적 손실은 누구 책임인가?뉴스타파 보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실제 교주의 아들인 총장은 세상이 조금 조용해지면 산하 어느 대학에 다시 총장으로 가거나 아님 그 학교가 소속된 학교재벌의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될 거다. 휠체어 재벌 총수는 환자복을 벗은 지 일주일 후면 종횡무진 휘젓고 다시 세상을 호령할 거다. 취재가 시작되면서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는 그 재벌 사모님도 눈여겨볼거나. 어느 날 또 무슨 병명으로 특실을 차지하고 있을지. 지금 뉴스타파 보도로 부산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세무당국의 활동도 눈여겨볼 게다. 그 칼이 언제 칼자루로 안전하게 들어가게 될지. 침소봉대 진단서를 써주는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물론 법조계는 말할 것도 없다.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6월을 무겁고 답답하게 맞이한다. 우리 사회는 왜 이러나!/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6-04 한옥자

옛한글 아래 아(·) 명칭 '하늘 아'로 고치자

세종은 사람의 말소리를문자에 담고자 하였고그래서 하늘을 본뜬 글자를모음의 중심이자 바탕글로 삼았다'아래 아'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은한글가치와 정신을 훼손하는것세종이 1443년에 창제한 훈민정음 기본자 28자 가운데 모음은 11자였다. 이 가운데 가운데 점으로 표기하는 이른바 '아래 아'가 없어지고 지금은 기본모음 열 자가 되었다. 글자는 사라졌지만 발음은 제주도 토속 발음으로 남아 있고 더러 '아래한글'과 같이 상품이나 가게 이름으로 환생하기도 했다. 비록 이 글자는 지금 사용하는 기본 모음은 아니지만 세종의 과학적인 한글 창제의 중심이 된 글자였고 한글의 정신과 가치를 담고 있기에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글자이다. 그런데 이 글자를 '아래 아'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 하늘을 본 뜬 글자이므로 그간 여러 학자들이 주장해 온 것처럼 '하늘 아'로 불러야 한다.하늘은 천지자연, 우주만물의 중심이다. 물론 모든 세상 만물은 다 우주자연의 중심이다. 사람 또한 그러하며 사람의 말소리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이치를 세종은 문자에 담고자 하였고 그래서 하늘을 본 뜬 글자를 모음의 중심이자 바탕 글자로 삼았다. 사람을 본 뜬 'ㅣ'와 땅을 본 뜬 'ㅡ'를 결합하여 조화로운 자연의 이치, 삶의 이치를 문자에 반영한 것이다. 하늘을 본 뜬 글자에는 양성의 특성과 의미를, 땅을 본 뜬 글자에는 음성의 특성과 의미를 부여하여 음양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사람을 본 뜬 'ㅣ'에는 중성의 특성과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때의 중성은 단지 가운데의 의미가 아니라 음양을 싸 안는 조화의 요소로 천지인 삼조화의 주체이기도 하다.이러한 놀라운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자 명칭을 '아래 아'로 부를 수는 없다. '아래 아'라는 명칭이 일제 강점기 때부터 부른 것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이 명칭이 누구에 의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발음되는 위치가 'ㅗ'보다 아래라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은 듯하다.이 글자의 발음법에 대해서는 세종이 1446년에 펴낸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에서 밝혀 놓았다. 그것을 좀 더 풀어서 정리해 보면, 입술은 ㅏ 보다는 좁히고 ㅗ 보다는 더 벌려 내는 소리로 입술 모양이 'ㅏ'처럼 벌어지지도 않고 'ㅗ'처럼 오므라지지도 않는 중간쯤 되는 소리다. 혀는 'ㅏ' 와 'ㅗ'와 같이 정중앙 쪽으로 오그리는 것으로 'ㅡ'를 낼 때보다 더 오그리고 혀를 아예 오그리지 않는 'ㅣ'보다는 훨씬 더 오그리는 소리다. 혀뿌리를 중앙으로 당기듯이 오그리다 보니 성대가 살짝 열리면서 소리는 성대 깊숙이 울려 나온다. 곧 후설저모음으로 입술 모양은 둥근 모음과 안 둥근 모음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다.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하늘아의 발음 특성이 매우 섬세하여, 현대인들은 국어 전문가들조차 이미 굳어진 다른 기본 모음과 명확하게 구별해 내지 못한다. 절대음감 수준의 놀라운 소리 분석력이 있었던 세종이었기에 이 소리를 정확히 포착할 수 있었고 문자로 만들 수 있었다.이 문자의 가치는 다른 모음자의 창제를 가능하게 하고 전체 모음자의 짜임새를 매우 합리적으로 만들게 했다는 점이다.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둥근 점의 특성으로 인해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짧은 획은 모든 아래 아 점)와 같이 'ㅡ ㅣ'를 중심으로 위아래, 좌우로 문자 확장이 이루어졌다. 전 세계 언어 가운데 한국어는 모음이 가장 발달된 언어이다. 세종은 이러한 우리말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하여 그것을 문자로 만든 것이다.이렇게 중요한 글자의 명칭을 '아래 아'로 부르는 것은 한글의 가치와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다. '하늘 아'로 부르면 글자의 유래와 가치를 온전히 드러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도 합리적인 이름을 가르칠 수 있어 한글 정신과 국어 의식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 물론 다른 모음은 '아야어여오요우유'와 같이 발음 자체가 명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는 발음 그대로 부를 수가 없으므로 특별 명칭을 통해 그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 주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5-29 김슬옹

길은 원래 있었던 게 아니다

세상의 모든것에 대해고정 관념에서 벗어나탄력적이고 지혜롭게창조적 시각으로 접근열정과 패기로 무장각자 길을 만들어가야요즈음 우리 학교의 주요 회의와 행사가 열리는 곳에 가면 눈에 띄는 것이 '길'이다. 가지 않은 길, 미래의 길, 대학의 길, 배움의 길 등 과거 여느 때와 달리 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어 참 좋다. 길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노라면 무엇보다 조선 최고의 지리학자였던 신경준이 "길에는 주인이 없다. 그 위를 가는 사람이 주인일 뿐이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각자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창조적인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나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객관적 대상들은 독자적으로 의미나 가치를 지니기보다 인간에 의해 판단되고 결정된다. 더욱이 대상으로서의 모든 사실, 사물, 현상 등은 반드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변하기 때문에 가치판단의 주체인 인간의 탄력적이며 지혜로운 시각이 절실히 요청된다.심지어 고정된 사물이나 현상이라 할지라도 관점을 달리하여 생각하면 새로운 모습과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 참신한 시각이 없을 때 모든 사물과 현상은 단지 존재할 뿐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지 못할 것이며,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진보는커녕 정체되다 못해 퇴보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백남준의 작품은 폐물이 된 모니터에 생동감 있는 영상을 결합시켜 새로운 구성과 형태로 창조됨으로써 생명이 부여되었다. 그는 평범을 비범으로 만들고 못쓰게 된 물건을 주옥과 같은 예술품으로 전환시키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예술과 과학이 하나가 되어 감동을 넘어선 충격을 주는 것은 관점의 차이가 이끌어낸 성과이자 가치의 창조임에 틀림없다.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저 유명한 화가 고흐도 생전에는 '붉은 포도밭'이라는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을 뿐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해바라기'는 3천6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그것은 그의 그림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람들이 참신한 시각에서 그의 그림을 바라보지 못했기에 고흐는 생전에 불우한 삶을 살다 간 것이다.일찍이 가난 극복을 주요 과제로 삼았던 연암 박지원은 관념적 논의에 머물던 사대부들의 학문풍토를 뒤로 하고 청나라의 수도 연경을 다녀왔다. 기와조각이나 벽돌에서부터 도로나 수레 등에 이르기까지 편리하게 정돈된 청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은 그는 조선 선비들 사이에 유행하던 소중화주의나 북벌론 등 청나라 배척의 위선을 꼬집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용후생의 학문을 주장했다.그는 벼재배와 누에치기 등에서 실용적 농법을 시도했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는 청나라의 시장과 상업, 건축과 공업 등 선진적인 분야에서 필요한 것은 빠뜨리지 않고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위국애민의 정신이 투철했던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마침내 온갖 기술이 정교해지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고 군대를 강력하게 만들 수 있으며 백성을 잘 살고 장수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거중기를 만들고 화성을 축조하였다.인간의 행복은 다양한 분야에서 구현될 수 있다. 특히 위와 같은 예술이나 과학 등에 의하여 행복이 뒷받침될 수 있는 오늘날 사회에서 미학적이며 실용적인 결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무릇 이런 성과와 진보는 인간사회의 복지화를 선도하는 근간이 되고, 마침내 인류의 소망이라 할 수 있는 고도의 문화세계창조에 기여하게 된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새로운 인문정신을 계발하고 끊임없이 과학문명을 발전시키려는 우리들의 진지한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가장 성공한 한상(韓商)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은 수 년 전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의 해법을 성장 동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그룹에서 30여명의 한국 대학생을 채용한 뒤 현장경험을 위해 벌목현장에 배치했지만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다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지금 외국에서 성공한 한상은 열정과 패기로 어려움에 도전했던 사람들이다.새로운 시각과 창조적인 사고의 길에는 더욱 열정과 패기의 치열함이 요구될 것이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5-21 이화형

물관리의 방향을 바꾸자

부족한 하수처리 시설개선보다차라리 지하 침투량 늘려서관로로 유입되는 양 줄이거나공원과 물 저장 기능동시에 가능한 다목적 공원조성하는게 더 효과적이다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지금까지의 경제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가 아주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조속하고 적극적인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문제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산업생산체계의 획기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이미 일부 IT분야나 자동차분야 등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는 각종 경제포럼의 주요 의제로 자리를 잡았다. 유명한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따르면 생물의 다양성 훼손, 질소 순환 문제에 이어 기후변화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는 인자로 물 문제를 꼽고 있다.이 중에서 물 문제는 점점 더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물의 원천이 되는 강우에 영향을 미치는 증발량이 증가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증발량이 크게 증가되어 세계 곳곳에서 멀쩡하던 호수가 사라지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몽골 등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 증가된 증발량은 강우량의 증가로 나타난다. 이로 인하여 많은 지역에서 홍수피해가 가중되고 있으며, 이와는 반대로 가뭄지역에서는 가뭄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와같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을 배제하고 하수관로를 확장하거나 하천의 폭을 넓혀왔다. 또는 댐이나 저류지 등 물을 가두어두는 그릇을 크게 만들어서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해 왔었다. 그러나 강우 증가에 이은 도시의 급속한 성장과 지하침투율 저하문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물관리체계로는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물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자는 강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우선적으로 물관리의 기본방향을 '탄력적인 물관리'로 바꾸자는 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원래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어떠한 충격을 받았을 때 빠르게 본래의 기능으로 회복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시설의 용량도 문제이다. 강우에 따른 홍수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강도도 과거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빈도라 할지라도 홍수량이 크게 달라진다. 이로 인하여 과거 20년이나 30년을 기준으로 지하에 묻어놓은 하수도의 용량이 크게 부족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 시내를 공사판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보다는 차라리 지하 침투량을 늘려서 관로로 유입되는 물의 양을 줄이거나 공원과 물 저장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다목적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녹색지붕, 지하 빗물저장탱크 등도 이러한 개념 변화에 부응하는 시도이다.두 번째로는 홍수교육, 홍수 예경보 시스템, 홍수보험과 홍수지도, IT기술을 가미한 스마트한 물관리 프로그램의 적용. 홍수터 공간의 다목적 활용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의 적극도입이다. 이와같은 방안을 통틀어 비구조물적 물관리 방안이라고 하며 점차 활용도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교육은 홍수나 가뭄을 근본적으로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주에서 10년간 연구자료에 따르면 교육만으로 부상피해가 70% 감소되며, 홍수위험교육으로 홍수 피해를 45% 감소시킨 사례조사결과도 있다. 홍수예경보 효과도 뛰어나서 5시간 미리 홍수를 예보하면 피해액이 20%이상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셋째로, 물관리 정보와 행동 매뉴얼이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이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내 집에 들어오는 물의 수질이 센서를 통하여 내 눈으로 확인되는데 큰 돈을 들여 생수를 사 먹을 이유가 없고, 피해가 예상되는데 홍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소비자의 적극적 동참은 물관리의 선진화뿐만아니라 에너지를 효과있게 절약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물관리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국민들의 부담도 줄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초석을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5-14 최계운

가족의 달 5월에 본 가족의 현주소

불안전한 일자리와 청년실업한집건너 한집 조기퇴직자 자영업빚권하는 사회가 몰고온 가계부채소득60% 주거비로 쓰는 월세살이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교육비 등벼랑끝에 선 790만가구 한계가족가족 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이미지가 있다. 따뜻함, 푸근함, 안락, 평화, 이해, 수용 그 밖에도 편안함을 주는 느낌이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그곳, 따뜻한 밥과 사랑이 있는 곳, 언제까지 나를 기다려 줄 것처럼 여겨지는 마지막 그곳이 가족이 주는 느낌이다. 코와 입매가 닮은 사람들이 된장 한 뚝배기에 반찬 한두 가지, 밥 한공기로도 풍족함을 느끼는 것이 가족이라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가족을 담고 있는 그릇, 가정이 한계상황에 와있다. 문제는 그 한계가 쉬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최근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 속에서 가족이 겪고 있는 문제를 사례와 함께 분석한 '한계가족'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지금 경제 침체 혹은 경제 위기 상황이 정부가 분석하고 내놓는 현실보다는 훨씬 심각하게 가정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 분석을 근거로 2인 이상 가구의 23.5%인 310만 가구는 월 소득보다 지출이 많으며, 이 적자 가구에 속하는 가구원수는 906만명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바로 310만에 달하는 적자 가구가 벼랑 끝에 서 있는 '한계가족'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또 비록 적자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한 걸음만 밀리면 벼랑 끝에 서게 될 가구 수도 480만 가구에 달하는데 이 가족 역시 시간이 지나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험이 매우 큰 한계가족 예비군으로 분류한다. 결국 한국경제 전체로 보면 한계가족은 전체 60%에 달하는 790만 가구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우리가족은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며칠 전 나는 87세 한 노인을 만나 그분의 어려움을 들었다.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결혼하였으나 일찍 사별하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면서 알뜰살뜰 모아 일산에 아파트를 한 채 장만하였다고 한다. 전 재산이 이집 한 채인 이 노인은 추후 더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차액으로 살다가 역모기지로 남은 생을 살거라는 소박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분양가에서 2억원 이상 집값이 하락한 지금 집을 팔아 은행 빚을 갚고 나면 살 곳은 물론 당장 몸 의탁할 곳이 없다고 한다.점심시간에 모여 앉은 직원들은 대부분 40대로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여성들이다. 빚 이야기가 나오니 빚없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받은 융자빚으로 벌써 몇 년째 이자만 갚고 있는데 그 액수가 급여액의 약 30% 정도라고 한다. 아이 교육비와 약간의 부모 용돈을 제하고 나면 한달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졸업한지 3년이나 된 제자가 찾아왔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이제는 어디라도 취직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겨우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5년째 사귀어 온 여친과도 정리하고 3포(결혼포기, 취업포기, 출산포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취직해서 부모님을 도와드리겠다는 꿈은 그냥 꿈이 되고 학자금 융자마저 고스란히 허리 휜 시골 아버지 몫이라고 허허롭게 웃는다.이들이 요즘 한국사회의 보통 가족이 처한 현실이고, 전형적인 한계가족 모습이다. 불안전한 일자리와 청년 실업, 조기 퇴직이 불러온 한집 건너 한집 자영업자의 현실, 자고 나면 오르는 생활 물가, 빚 권하는 사회가 몰고 온 가계부채, 소득의 60%를 주거비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월세살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교육비 문제, 노후 준비도 못하고 맞이한 현재 100세 시대의 노인의 삶이 한계가족 양산 현실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사회는 가족이 처한 현실을 각 가족의 문제로 보고 거기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답이 안 보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가족이 처한 현실이 한국사회의 분배구조가 만들어 낸 결과라는 점이다. 그래서 분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계가족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나마 한계가족 예비군마저 한계가족으로 편입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가족이 처한 현실이 아프다. 누구나 땀 흘려 최선을 다해 일하면 최소한 가족의 삶을 유지하는 평균적인 삶은 유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도 욕심일까?/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5-08 한옥자

어른들과 아이들의 '양치기 소년' 토론대회

부모들 "남의 입장 전혀 고려않고재미위해 신뢰이용 거짓은 잘못"아이들 "심심해서 속이게 만들고소년마음 못 헤아려준 어른 잘못"팽팽한 주장이었지만 승패 떠나많은대화 자체가 '모두의 승리'2013년 4월 20일. 서울 구로도서관(관장·이명하)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어른과 초등 5·6학년 아이들의 4대4로 이루어진 작은 토론대회가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부모였으므로 부모와 아이들과의 토론인 셈이다. 주제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 소년의 거짓말이 과연 나쁜가, 아니면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큰가였다. 사회는 글쓴이가 봤다. 미처 녹음을 하지 못해 전반적인 흐름을 글쓴이가 재구성해 보았다.먼저 각자 소년을 지지하는 쪽과 어른을 지지하는 쪽의 근거를 모두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좀 더 합리적인 생각과 토론을 위해 각자의 의견이나 주장과 관계없이 대립된 논점을 모두 정리하고 생각해 본 것이다. 마지막 토론에서 어른들은 "아무튼 소년의 거짓말은 잘못됐다"는 쪽에 섰고 아이들은 "소년의 거짓말보다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크다"는 쪽에 섰다.아이들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어린 소년에게 늑대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한 곳에서 양을 돌보도록 한 것은 어른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른들은 늑대가 나타나면 어른들이 바로 달려가서 구해줄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린 소년이 심심하지 않도록 친구와 함께 양을 돌보거나 무섭지 않도록 어른과 함께 양을 돌보게 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어른들은 그보다 더 힘든 일을 해야 하므로 그나마 쉬운 일에 속하는 양 돌보기를 소년에게 맡긴 것이고 다른 소년소녀들도 그 당시에는 각자 자기의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또한 아이들은 어린 소년이 늑대와 마주쳤을 때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평소에 비상 연락체계나 안전망을 구축해 두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한 것은 어른의 잘못이라고 되받았다. 이에 대해 어른들은 그 당시에는 전화나 119같은 비상망이 없었으므로 소년을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어른들이 있었으므로 소년이 거짓말만 안 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토론은 백중지세였다. 어른들은 원래 거짓말은 나쁘다고 강조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심심한 상황에서 거짓말 놀이를 할 수밖에 없는 소년의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하느냐고 맞받았다. 하지만 어른들은 본인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남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소년의 태도는 나쁘며 본인의 재미를 위해 마을 사람들의 신뢰를 이용했으므로 나쁘다고 꾸짖듯이 말했다. 이에 대해 아이들은 기죽지 않고 신뢰가 중요하지만 소년의 입장에서는 신뢰보다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 더 절박한 문제였다고 보았다. 또 소년의 입장에서는 끝까지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았다.마지막 쐐기는 아이들이 박았다. 소년의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른들 잘못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었다. 아주 심심해서 거짓말을 하게 만든 것도 어른이고 소년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도 어른들 아니냐는 것이다.이것은 개인의 주장과는 관계없이 팀별 입장을 대변하는 토론이었기에 최종 자기 생각을 쓰는 논술문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한 어린이는 토론 훈련을 위해 어른들의 의견을 일일이 반박했지만 자신은 소년의 거짓말은 어쨌거나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심심했어도 마을 사람들을 속이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심함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른들의 반성도 있었다. 양치기 소년이 나쁜 목적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기에 이해하고 소년을 끝까지 돌보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그만큼 평소 소년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였음이 분명하므로 어른들이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적었다.토론의 전반적인 흐름은 백중지세였으므로 심사위원은 나이가 적어도 한참 적은 아이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승패를 떠나 부모님들과 그 자녀들이 마주 앉아 인류의 고전인 옛 이야기로 풍성한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모두의 승리였다./김슬옹 세종대 겸임교수

2013-04-30 김슬옹

경제, 의리를 먼저 생각하다

조선 최고부자 변승업 조부는거지행색의 허생에게 1만냥을꿔줄 정도로 인색하지 않았다돈이 많은 부자이건 상인이건그들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더 소중한 '신의'를 택했던것며칠 전에는 학회의 큰 행사를 앞두고 식당에 예약하러 갔다. 늘 다니는 곳이라 아무 걱정도 않고 예약을 하러 간 것이다. 그 식당은 날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학교 인근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집이다. 예상치 않게 행사가 있는 토요일의 경우 단체손님에게는 소고기만 판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평소에 먹던 삼겹살 정도면 많은 회원들이 저녁 한 끼로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간 나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집으로 학회준비를 하던 학생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신발을 잃어버리고 슬리퍼를 끌고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물론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듣질 못했다. 어이가 없지만 무슨 말을 한다는 게 귀찮기도 하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남들 따라 그 집에 오늘도 드나들고 있다.과연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인가. 과거로부터 있었던 일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경제관련 학자들의 견해에 주목할 수 있다. 우주과학자 홍대용은 노동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양반들도 생산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홍대용은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한다 해도 진실로 의리를 먼저 하고 이익을 뒤로 해야 한다"고 했다. 선박통상으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경제학자 이중환조차도 갑자기 거부가 되고 지나치게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대부가 이런 짓을 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이익을 얻어 관혼상제의 비용에 대비하면 해로울 것이 뭐 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실학자 이익, 정약용 등은 물론이요 심지어 김옥균 같은 급진개화파의 인물도 마찬가지로 경제에서 의리가 먼저임을 역설했다.학자들의 주장만이 아니었다. 실천적인 삶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경주 최부잣집은 1년에 1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 사지 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라는 등의 가훈이 있었기에 12대 300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박지원이 지은 '열하일기'에 나오는 조선 최고의 부자 변승업의 조부는 거지 차림의 허생에게 1만 냥을 선뜻 꿔 줄 정도로 타인에게 인색하지 않았다. 돈이 많은 부자든 상인이든 그들에게 돈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더 소중한 것은 '신의'였던 것이다. 한양 종로에 있던 육의전의 상인사회에는 독특한 문화가 계승되고 있었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단골손님의 명부인 '복첩'을 넘겨주는 것으로 가정경영권이 이양되었다. 따라서 상인들은 복첩을 조상의 신주단지 모시듯 극진히 받들었다. 육의전의 규모는 가게의 크기나 거래의 빈도로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오래된 단골손님을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 즉 복첩의 두께로 가늠했다. 육의전에서 이렇듯 신용을 복이라 했으니, 경제에서의 '신의'의 위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물질에 대한 욕심으로 인간의 정직성과 순수성이 훼손되는 점을 경계했던 한국인의 정신을 엿보게 되며, 경제를 포함하는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윤리성을 중시하는 한국문화적 특성을 확인하게 된다.몇 년 전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 10여개 국가의 외국출신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한국의 부정부패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7년 홍콩소재 위험컨설팅회사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가 발표한 아시아 부패인식도 조사에 의한 청렴도 순위를 보면 중국이 7위, 한국이 8위였다. 가장 청렴한 곳은 싱가포르였고, 일본은 홍콩에 밀려 3위로 떨어졌으며, 가장 부패한 국가는 조사대상 13개국 중 13위인 필리핀이었다.희망은 있다. 10여 년 전 전경련에서는 경영윤리시찰단을 미국에 보낸 바 있다. 이윤보다 사람을 배려하는 새로운 윤리가 어떻게 안착되고 있는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케임브리지대 장하준(경제학) 교수가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2010년 말 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도 경제에서 요구되는 도덕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학자들은 속깊은 인간관계와 집단적 생존만이 기업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새로운 윤리'를 주장하고 있다./이화형 경희대 중앙도서관장

2013-04-24 이화형

물 복지의 실현과 딜레마

지자체, 물값 올리는 이유시민들에 자세히 설명하고충분한 공급과 수질도 보장돼야또한 안정적 공급위해 땅속관로사전 점검후 적기에 교체하면되레 비용 절감효과도 가져와최근들어 복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우리는 종종 복지를 얘기할 때 돈을 무료로 제공받는다든지 의료나 교육에 대한 무상혜택만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병을 치료할 때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든지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학원까지도 다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복지국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료나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필수적인 물이나 호흡할 수 있는 맑은 공기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없다면 어찌 행복하게 산다고 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복지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 요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의미에서 물 복지는 가장 근본적인 복지의 하나이다.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하루라도 먹는 물이 공급되지 않거나, 먹는 물은 있다고 하더라도 음식을 만들거나 목욕,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물 공급이 며칠동안 원활하지 않을때의 불편함과 하수도 혜택이 없는 경우에 질병으로부터의 위협과 오염으로부터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물 복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 공급이 충분해야 하고 또한 목적에 맞게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수질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물 복지의 혜택은 도시에 있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시골이나 섬 지역에 있는 주민들도 동등해야 함은 물론이다.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대도시의 경우 먹는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나 하수도가 잘 보급되어 있지만 시골이나 섬 지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시골이나 섬 지역의 경우 동등한 수질의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1인당 소요되는 경비가 매우 커서 시설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이른바, 편익과 비용의 비율을 나타내는 B/C가 맞지않아 시설 투자 결정이 어렵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되고 많은 시민들이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한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우리에게는 혜택을 받는 것이 복지인 것처럼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내가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에는 그다지 익숙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혜택을 받을 섬 주민들에게 엄청난 시설비를 지불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우리는 이러한 물 복지를 위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하여 시민적 공감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첫째로, 이제는 물 값에 대하여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종종 지자체가 물값을 올리는 것에 대한 시민적 저항에 관한 뉴스를 접하곤 한다. 물론, 맹목적으로 물값을 올리는 것에 대하여는 충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물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고 충분한 수질을 가진 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비용을 분담하는 것조차도 막아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둘째로, 우리나라의 물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과학적 계획과 운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전에 미리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사고가 나거나 한계에 부딪쳤을때 우왕좌왕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땅속에 묻혀있는 관로에 대하여 충분한 모니터링과 사전 점검이나 대비, 시설의 적기 교체는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문제는 이와같은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를 위한 비용도 원활히 조달되지 못하여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수요자들에게는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시설이 충분히 보완되고 교체된다면 수돗물에 비하여 500배나 비싼 시중의 물과 동등하거나 더욱 좋은 품질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우리 시민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이와같은 공감을 위해서는 요금으로 징수된 돈이 낭비되지 않고 제대로 효과적으로 쓰여진다는 보장이 우선시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2013-04-17 최계운

1인 가구 증가, 그 변화 담을 적극적 정책 필요

젊은층 만혼·비혼 급증하고이혼·별거·홀몸노인도 늘어정책기준인 4인가구 비율 앞질러대부분 사회적 고립 고통 심각경제적 어려움 겹쳐 사회문제 우려'나홀로 가족' 지원안 만들어야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받아 반영하는 곳은 시장이다. 요즘 시장에 나가면 소형화가 대세다. 1인용 밥솥, 소형 냉장고, 로봇 청소기, 소형 가구를 넘어 소형 벽걸이 세탁기가 출시되는 등 1인용은 소비 흐름의 변화를 가져오고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1인 가구경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최근 늘어나는 1인 가구를 반영한 시장의 모습이다.현재 한국사회의 1인 가구 증가는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우선 젊은 세대의 결혼관 변화로 인한 만혼과 비혼이 증가하고 취업난으로 가족 형성이 늦어지고 있다. 이혼을 하거나 별거하는 중·장년층과 평균 수명 연장과 남녀 간 수명 차이가 만들어낸 혼자 사는 노인, 그리고 취업으로 원가족과 떨어져 사는 층이 1인 가구를 형성하는 축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든 사회정책의 기준이 되었던 4인 가구가 2010년 22.5%였던 반면 1인 가구는 23.9%였고, 지금부터 약 10년 뒤인 2025년이 되면 31.3%로 3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준비없이 맞이한 고령화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듯 1인 가구 증가 역시 다양한 사회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1인 가구원 중에는 전문직 고소득자로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부류는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사회적 고립으로 고통을 받는 가구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1.0%가 자발적으로 1인 가구를 선택했음에도 30.5%가 심각한 우울을 경험하고 있고, 5.3%는 자살 충동을 자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회적 고립으로 오는 고독과 절망은 커져 중장년층 자살 및 결국 세계 제일의 노인 자살률로 이어지는 고리에 나홀로의 삶이 있다.1인 가구 문제는 비단 심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조사에서도 1인 가구원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KDI 보고서에서도 1인 가구의 경우 미취업자가 46.0%로 4인 가구의 4배에 달하고, 특히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의 20.5%, 40대의 29.7%가 미취업 상태라는 보고서를 내놔 1인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의 정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부분 국민 소득의 주요 원천이 근로소득임을 감안할 때 30~40대의 미취업은 현재 상태가 어떻든 점차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물론 1인 가구 증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독일은 대도시 가구의 29%가 1인 가구이고, 일본 역시 1인 가구 증가를 큰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미국도 지난 60년 동안 가장 큰 변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을 꼽으며 맨해튼의 절반가량이 1인 가구로 추정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 1인 가구 증가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한국사회의 가족 구조 변화가 너무 급속하게 변화된다는 것이고, 1인 가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고 복지정책의 전반적 기조가 2세대 4인 가족에 머물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인구 구조 변화를 포함해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족 구조의 변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특히 과거처럼 4인 기준 2세대 핵가족을 제외하고 문제 가족이라는 시선으로 1인 가구 증가를 바라본다면 그 해답은 요원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선택해서 1인 가족이 되었든, 아니면 어쩔 수 없이 1인 가족이 되었든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후 다양한 가족유형의 한 유형으로 '나홀로 가족'이 가질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현재 해결되지 못한 어려움이 더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물론 사회복지 정책만으로 나홀로 가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역사회의 인정과 노력, 그리고 마을 안에서 1인 가족이 안심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양한 장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한옥자 경기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

2013-04-09 한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