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공정사회를 위해 교육이 실천해야 할 일

[경인일보=]요즘 들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비문학 분야의 스테디 셀러로 평가받고 있다. 때맞추어 우리나라에서는 '공정 사회'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아마 이렇게 '공정 사회'가 부상한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새로운 국정지표로 제시하면서부터인 것 같다.한국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2007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72%는 '정부가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공정한 사회'란 화두가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구태여 통계를 보지 않더라도 주변의 수많은 비공정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장관 내정자들이 지난 청문회에서 보여 준 비공정한 실태들은 우리 지도층이 얼마나 공정성을 지니고 있을까 하는 의혹이 들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학벌·지역 등에 따른 차별을 생각해 보자.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이 제기한 '공정한 사회'에 대한 진정성의 여부나 세습에 대한 도덕적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 사회를 이루려고 하는 시민들의 의지 내지는 합의이다.그렇다면 우리는 공정한 사회가 어떤 모습의 사회이고 이 공정 사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두 가지의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공정 사회란 절차와 과정과 규정이 준수되고 이를 뒷받침할 법치주의가 실현되어 있는 사회이어야 한다. 또한 인권을 중시해야 하며 시민의 도덕성이 회복된 사회일 것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이런 공정 사회를 위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일제 식민지, 한국 전쟁, IMF위기로 인해 급격한 변동을 겪었기에 늘 생존에 급급해왔다. 따라서 공정한 사회를 이룩할 여건이 성숙치 않았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생존 논리를 앞세워 불공정 행위를 정당화하고 이것이 누적되어 불공정 사회를 고착화시키기까지 했다.이런 맥락에서 '공정 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화두가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이 국민적 공감대와 공론화를 가져왔다고 하여 더불어 해결책도 일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즉 위로부터 정부가 서둘러 공정 사회를 구호화 하고 제도화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란 뜻이다. 앞에서 언급한 법치주의와 도덕성은 공정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법치주의는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자 사회적 합의인데 반해, 도덕성은 법치주의를 전제로 하되 그 이상을 추구하는 사회적 규범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해선 이 둘을 학습해야만 한다. 이 학습의 장으로 가장 적합한 곳은 역시 교육이란 제도이며 학교라는 장이다. 어떻게 보면 공정 사회를 위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것은 교육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우리 사회가 공정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기획이 필요한 데 그것을 교육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입시'라는 숙명적인 제도 앞에서 공정 사회로 가기 위한 법치주의적인 교육과 도덕성 교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009 개정교육과정의 공표와 아울러 창의인성교육이 미래교육의 방향으로 설정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제 새로운 교육과정을 지침으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초·중학교는 주당 3시간, 고등학교는 주당 4시간씩 창의적 체험활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입시는 선다형 선택문제 중심의 수능보다는 입학사정관제로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점은 교육과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공정 사회를 살아갈 '시민'들을 양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끝으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학생들에게 비판적 태도를 심어주어 중대한 도덕적 정치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깊이 고민하는 시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이에 비추어 우리의 교육은 언제쯤이나 깊이 고민하는 시민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2010-12-01 김영순

농어촌 노인공동거주제

[경인일보=]경남 하동군이 홀로 사는 노인들을 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거주제를 추진해 다른 지역 농어촌 노인들의 부러움과 관심을 끌고 있다는 농업관련 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공동거주제의 내용을 보면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이 불의의 사고나 질병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농어촌 고령화 사회의 안전망 구축"이라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타 지역 노인들의 부러움은 그것 외에도 식사와 주거, 난방 등 혼자서는 불편했던 생활불편 문제와 외로움을 해결하게 된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농어촌 노인들의 4고(苦)라 불리는 고독과 질병, 무위, 빈곤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효율적인 정책으로 농어촌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의 농가인구 중 60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이미 2009년에 43.5%이고 65세 이상의 고령층만 해도 33.3%를 넘어섰다. 농어촌 인구는 줄고 있지만 60세 이상의 노령층은 귀농으로 늘어나고 있어 농어촌의 고령화 속도는 도시의 두배가 넘는 실정이다. 이중 영세농과 고령농, 영농이 어려워진 은퇴농들의 생활이 상대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조사연구보고서는 이미 여러차례 발표된 적이 있다. 특히 농업에 종사해온 고령농민들이 힘이 부쳐 영농이 어려워지는 경우 노후대책이 미비하여 생활도 어렵게 되는 일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 서글픈 것은 최근까지의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농약사고 사망자가 연간 약 1천200명인데 이중 70%정도가 음독사망이었고 그 음독사망자 중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노령자라는 것이다.이들은 그동안 자녀교육을 위해 버는 돈이 모자라면 자갈논까지 팔아 키워 왔으나 시대가 변하고 성공한 자식이 소위 '신식 며느리'를 얻게 되고, 그 며느리가 부모님 모시기 싫다고 선언하면서 고민은 시작된다. 장날 장에서 만난 친구가 "여보게 김서방! 자네 아들이 고시합격했다며…, 좋겠다. 한잔 사!" 그래서 술 한 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민한다. 아파 오는 허리통증에 잘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생각하니, 이제는 부모 못 모시겠다고 선언한 며느리한테 가서 시집살이를 해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더 버텨 볼까? 하다가 "늙으면 자식들에게 짐 되지 말고 일찍 가는게 좋지!"하고 마시는 게 농약이란다. 영세농들은 돈이 없어 자녀교육도 제대로 못시키고 그래서 그 자녀들이 제대로 된 직장하나 잡지 못하고, 그래서 저하나 먹고살기도 힘들어 부모와 연락도 끊고, 그런 부모들은 그들대로 어려운 노후를 견디기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이들 고령농이 길러낸 자녀들이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를 일으켰고 우리를 키워 냈다는 것을…, 그런 이들은 지금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또는 고령으로 홀몸이 되어 농촌을 지키며 어려운 생활을 버티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그런데 농어촌의 노인들은 고향을 멀리 떠나거나 낯선 노인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특히 싫어한다. 이들은 가까운 곳에 아는 얼굴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이번의 하동군이 만들어낸 공동거주제는 농어촌노인들의 마음에 딱 드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아는 사람들과 어울려 가정집처럼 살수 있게 된 것이다. 가능하다면 원하는 노인들은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주고 하루빨리 전 지역으로 확대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러한 정책은 중앙정부의 노인복지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지만, 도시 노인들에게는 수요가 낮아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에서는 관심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농어촌지역의 시군들이 앞장서 이와 같은 정책을 도입한다면 우리의 부모님들에게는 효도정책이 되는 것이며 장차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응원을 보내고 싶다.

2010-11-23 경인일보

지방자치단체 재정 위기의 본질과 대책

[경인일보=]내년도 경기도 과학기술예산이 대폭 감축되었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산학연 협력 연구를 지원하는 기술개발사업도 대폭 위축될 전망이다. 문제는 예산의 대폭 감축이 과학기술 분야 뿐 아니라 경제, 복지, 문화, 건설 등 전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도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재원이 금년 8천700억원에서 내년에는 6천40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가용재원의 규모가 1조6천억원에 달했던 2004년과 비교하면, 내년도 가용재원의 규모는 반도 되지 않는다. 가용재원이 대폭 축소된 원인은 첫째, 도 세수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부동산 거래세가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감소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폭 축소되어 경기도 세수는 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복지, 보육 분야 등 중앙정부 사업에 대한 매칭 비용이 대폭 증가하였다. 셋째, 학교용지 매입비, 교육청 전출금 등 교육부문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이 확대되었다. 이같은 지방자치단체 재정 위기는 경기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체성은 가용재원으로 추진하는 자체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통해서 확보된다. 일례로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도와 중앙정부가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여 추진하는 복지 사업보다는 도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무한돌봄' 같은 사업이 도의 정체성과 직결된 사업이라는 것이다. 가용재원의 규모가 계속 축소되어 도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업이 없어진다면, 지방자치제도도 실종된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경기도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세수를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재정위기는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불요불급 예산을 줄이는 것은 좋은 방안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은 제한적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세율 조정 등 세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정책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지방 재정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2인데 이를 6:4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분권화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 보다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목은 중앙정부 소관으로 하고, 경기 순환에 덜 민감한 세목은 지방으로 이양한다.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래세는 중앙정부에서 회수하고, 그 대신 그에 상응하는 재원이 확보될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나 소득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으로 할애한다. 이런 세목 교환은 지방재정의 안정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부동산 거래세 이외에도 세원이 다수이기 때문에 거래세의 변동이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앙정부는 채권발행 등을 통해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기순환에 따른 세수의 급변을 완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불황기에는 적자 재정을 편성하는 것이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론이다. 셋째, 중앙정부는 지방에 대해서 무리하게 매칭 투자를 요구하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지방의 입장에서는 중앙정부 사업비를 많이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무리한 매칭 요구에 응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지방의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국가사업 유치를 위한 지방간의 매칭 투자 경쟁은 지방의 재정 자립도와 자치역량을 낮추는 제로섬 게임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중앙과 지방간의 세원 배분은 결국 누가 더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지방의 정책역량도 대폭 신장되어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재정 투자사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상실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의 재정 위기에 대한 중앙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2010-11-16 이원영

관계로 커가는 아이들

[경인일보=]우간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길거리에서 한 어린 엄마가 아기를 안고 거의 주저앉아 있는데 많이 힘들어 보였다. 어린 나이도 나이지만, 남편과 가족들에게 보살핌 받지 못하는 티가 역력했다. 같이 간 우간다의 컴패션 직원이 아기 엄마에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자(아시아에서 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 직원의 뒤에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 아기 엄마가 목을 움츠리며 "바바라…"라고 말을 흐렸다. 나중에 컴패션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직원이 이름을 물었을 때 자기가 뭔가를 잘못해서 잡으러 온 줄 알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하는 바바라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긴 살벌한 뒷골목에서 누군가 아무 이유 없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은 깜짝 놀랄만한 일일 것이다. 웃음이 많아져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바바라를 보며, 역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관심'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사람들은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IT, 통신 기기들을 활용해 자신의 관계 범위 가운데 집어 넣는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사람이 사람을 향해 본질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향력을 펼치는 건, 역시 이름을 불러주고 신뢰를 쌓아가는 장기적인 관계에서 비롯된다. 어린이들의 성장에도 이런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1952년 시작된 컴패션은 불과 2년도 채 안된 1954년부터 1대1 결연을 통해 어린이 양육을 시작했다.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에게는 단순히 밥을 먹이고 옷을 주는 것, 더 나아가 교육을 시켜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어린이와 한 후원자 또는 한 가정이 결연을 맺고, 고아들은 후원자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전쟁이 준 상처를 회복했다. 지금은 장년층을 훌쩍 넘긴 수혜자들은 어릴 적 부모라 불렀던 사람들의 사진을 꺼내들며 애틋해 한다. 예전에 비해 우리 주변에는 여러 좋은 일을 하는 NGO 단체들도 많아지고, 역할도 다양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나눔은 특별한 일이 아닌,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사회복지체계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나눔의 시스템도 날로 새로워져 이미 오래 전부터 전화 한 통만으로도 지구 저편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도 많지만, 사람을 돕는 일이, 예전보다는 좀 더 편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계 맺기까지 수월해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결핍되어 있는 나눔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일이다. 사람을 돌보는 일은 지금도 손이 많이 가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이런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우리 주변의 어떤 엄마 아빠들은 자녀들과의 관계 맺기를 인간적인 접촉이 아닌 물질로, 또는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또는 많은 투자를 해 다른 자녀들이 갖지 못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대체하려 한다. 낳아만 놓으면 자란다는 말은 이미 옛날 말이다. 양육의 여러 가지 방법론이 제시되면서 엄마 아빠들은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훗날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랄지 보다는 지금 현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어린이들을 돕는 각종 형태의 나눔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방식으로 돕는가를 떠나서, 어린이라는 흡수력이 뛰어난 연령대에게는 '관계'는 꼭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좋은 시스템과 정제된 체계를 갖췄다고 해도, 이런 사람 냄새 나는 관계성이 그 과정 가운데 어떻게 녹아날 것인지를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한다. 어린이는 그만큼 소중하고 놀라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11-10 서정인

방과후학교의 올바른 평가를 위하여

[경인일보=]방과후학교의 본질은 저소득층 지원 확대를 통한 교육 격차 해소와 아울러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데 있다. 이 방과후학교가 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2010년 국정감사에서 화두가 되었다. '민간위탁 과정의 교육 비리', '국영수 관련 프로그램 증가', '방과후학교 고액 수강료', '낮은 참여율 및 만족도' 등이 방과후학교에 쏟아진 질타들이다. 그러나 방과후학교의 운영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질타들은 곧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예체능과 달리 국영수 등 교과의 경우 수준별 다양한 강좌 개설이 용이하다. 학생들의 요구와 다양한 수준을 반영한 강좌 개설로 총 강좌 수가 증가했다면 과연 방과후학교 운영이 교과목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평가절하할 수 있는 것인지. 뿐만 아니라 실제 수업에서 시수를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비중이 높은 교과에 대한 보충수업의 차원에서 국영수 교과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또한 학부모들이 국영수 교과 관련 사교육 학원을 보내기보다는 방과후학교에 요구했기 때문이라면 평가는 달라져야 했다. 현행 입시위주 제도하에서 학부모의 국영수 교과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사교육비 흡수 차원에서 교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과연 교육정책의 실패인지를 되묻고 싶다. 만약 방과후학교에서 일률적 문제풀이식, 선행학습을 한다면 이는 당연히 타파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준별 다양한 교과관련 강좌 수 증가에 기인하여 총강좌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 부족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방과후학교 고액 수강료'와 같은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역시 할 말이 많다. 사교육 학원과 달리 학교는 어떤 교과에 대해 거의 매일 내지 주 3회 이상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기에 강사 인력풀을 확보하여 매일 또는 주 3회 이상 실시할 경우 월 수강료가 상향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고액 수강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참여율과 만족도 부문에 있어서도 '○○교육청 참여율 및 만족도 전국 꼴찌'라는 문구는 평가의 도를 넘어서는 비난의 수준이다. 어떤 교육청이 부여된 교육적 행위를 게을리하려고 하겠는가? 이런 문구들은 성실하게 교육의 일선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사기를 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교육정책에 대해 평가를 통하여 개선점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지만, 이와 같이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문구들은 교육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국정감사는 교육정책에 대한 개선점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테면 지금까지의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진 교육정책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2009 개정 교육 과정의 현장 착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창의인성교육에 대하여 교육청은 물론 일선 학교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이와 관련하여 방과후학교 운영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물었을 것이고 이와 같은 본질적 물음이 해소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방과후학교에 대한 지적이라면, '운영의 본래 취지에 부합되게 운영되는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저소득층 자녀 참여를 통한 교육복지, 특기적성 활성화 등 부합될 수 있는 평가항목으로 방과후학교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단순 수치만 가지고 방과후학교 운영을 평가하는 것은 평가의 올바른 잣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어떤 교육정책이든 정량적 수치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언론에 부정적으로 비쳐진다면 교육은 교육수요자의 태도와 가치 변화라는 질적 차원에서 벗어나 실적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히 있을 것이다. 이 점을 좀 더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교육계는 이미 교육감 직선제를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교육감이 있다면, 그리고 수치와 실적만을 앞세운 평가가 우선시된다면 교육은 본질보다는 외형에 치우쳐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10-11-02 김영순

쌀 생산감소? 쌀 공급과잉? 어떻게 해야하나

[경인일보=]쌀의 국내 생산은 2002년 이후 2008년까지 국내 소비량보다 평균 20만t씩 부족했는데 생산과잉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국민의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 생산면적과 생산량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공급량이 넘쳐서 쌀값이 하락하고, 남아도는 재고량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니. 매년 늘어가고 있는 의무수입 쌀 때문인가 아니면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수입쌀이 있는 것인가?식량자급률 26% 밖에 안되는 우리나라가 지금 쌀의 공급과잉으로 쌀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미 처리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쌀은 남아도는데도 쌀 수입은 계속 늘릴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지난번의 쌀 협상때 수입개방(관세화)을 피해가기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주어진 의무수입 규정에 의한 수입목표량 8%(협상 당시의 우리 국민 쌀 소비량의 8%)가 지난해 30만t을 넘어섰고 매년 2만400여t씩 늘어나고 있다. 그 영향이 공급과잉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의무수입량이 2014년까지 40만8천700여t으로 늘어나고 결국은 쌀시장을 개방하게 될 것이어서 이 문제를 미뤄둘 수만은 없다. 이대로 두면 수입쌀의 공급이 계속 늘어나면서 국내 쌀값의 하락과 시장의 혼란으로 우리 쌀의 생산기반이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지금 쌀 생산을 줄이려는 정부의 유도정책과 농민들의 작목 전환으로 주곡인 쌀의 생산면적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 학계와 정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는 식량주권 옹호론자들과 쌀 생산감소를 주장하는 소위 개방론자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런데 2008년까지는 소비량보다 20만t씩 모자라던 쌀 생산이 2009년의 연례 없는 풍작과 늘어난 의무수입량으로 공급과잉과 가격 폭락을 가져 왔으며 그로인해 수입개방론자들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개방론 측에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쌀의 개방(관세화)을 통해 의무수입 되는 쌀의 증량을 막고 국내 쌀값은 떨어뜨려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농가들은 쌀농사를 포기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의 쌀농사도 줄여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의무수입량의 증가를 막기 위한 조기관세화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 이후 우리 쌀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쌀농사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잘 어울리며, 문화이고 과학이다. 쌀농사는 물을 이용하는 농사이기 때문에 연작피해가 없다. 물이 없어진 미량원소를 공급해 주고 병해충까지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쌀농사는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과학적인 농법이며 생산성이 높아 좁은 국토에서 많은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최상의 작물인 것이다. 또한 우리의 기후는 여름철 비가 잦아 물관리만 잘하면 쉽게 쌀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 결과 물관리를 위해 협동하는 전통(계, 보, 두레 등)이 만들어졌고 집촌문화도 쌀농사를 통해 발달하게 된 것이다.우리 전통문화의 뿌리인 쌀을 천덕꾸러기로 만들어가고 있는 농정을 보면서 그리고 그렇게 쌀농사를 줄여가도록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우리의 쌀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거대한 국제곡물기업과 이를 지원하고 있는 선진 강국의 숨겨진 전략을 느끼면서 가슴이 아리다.쌀을 살려야한다. 이제라도 우리의 쌀을 살리려면 논농사지원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쌀을 지원하는 정책은 모두 WTO의 규정을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논이 물을 가두어 둠으로써 지하수 생성량의 45%를 공급하고 있고 홍수조절능력도 가지며 논둑을 막아 토양 유실도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소위 물관리비용 또는 환경관리비용을 단위면적당 얼마씩만 지급하면 쌀값을 떨어뜨리면서 쌀소득은 보장되고 쌀값 하락으로 가공용쌀까지 국산쌀로 대체되는 소비확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쌀의 조기관세화(개방)도 가능하고 쌀농업의 유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주식인 쌀을 살려 나아갈 전략과 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기대한다.

2010-10-27 정명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을 위한 제언

[경인일보=]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 사업이다. 이 사업은 첨예한 첨단기술의 세계 경쟁 속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구상되었다. 미래형 첨단 과학을 육성하여,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업에 벨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지리적 근접성을 가진 혁신 클러스터로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기초과학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단계로 세계 일류의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설립되며, 이 연구원이 관리를 맡을 대형 연구장비로 중이온 가속기가 건설된다. 그 다음 단계는 신설되는 과학기술 인프라를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와 산업을 창출한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서 3조5천억원의 국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1만6천개의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한국의 기술전략을 모방에서 창조로 전환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현정부 출범 이후 여야의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순항하던 이 사업의 추진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행정복합도시 추진과 이 사업이 연계된 이후이다. 정부는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정부청사 입주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제안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면, 비즈니스벨트 사업도 순조로이 진행되었겠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도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세종시와 연계가 안되었다면, 작년에 입법되었을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이 현재까지 국회에서 계류되어 처리가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세계와의 경쟁에서 한국의 생존을 위한 필수 사업으로 세종시의 건설이나 수도 이전 문제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더욱이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지역간 균형 발전을 위해서 기획된 사업도 아니다.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은 이미 청사진이 마련된 상태이며, 현재는 어디에 입지를 선정하고, 어떤 속도로 추진할 것인가 등 절차적인 문제들이 조속히 결정되어야 할 단계이다. 최대 현안 문제로 대두된 입지 선정에서 수도권도 후보지역으로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래 대형 국책사업이나, 대형 과학기술인프라의 구축에서 수도권이 배제되었다. 그 결과 기업 부설연구소와 연구인력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이런 민간의 과학기술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는 부족한 현상이 초래되었다. 기업 연구활동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의 수도권 비중은 40% 수준이다. 수도권에는 기업은 많지만, 기업을 지원하는 대학, 공공연구기관 등은 부족한 실정이며, 역으로 비수도권에는 기업을 지원하는 대학, 공공연구기관 등이 많지만, 이런 인프라를 활용할 기업이 부족하다. 이번의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 선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언하면,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는 지방에 더 많은 과학기술 인프라를 구축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라, 지방에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 국회에 계류된 과학비즈니스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입지 선정과 관련한 정치적인 논쟁에 휘말려서 사업이 계속 지연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일단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예산이 내년도 국가 예산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 선정은 세종시 건설이나 국토균형발전 문제와 연계하지 말고, 과학기술의 논리, 경제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지 선정을 정치인보다는 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위원회에 위임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국민의 한사람으로 이 사업이 초심대로 추진되어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는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10-10-19 이원영

꿈이 없는 아이들을 향한 부탁

[경인일보=]실물크기의 3분의1로 축소한 항공사, 방송국, 은행 등이 있는 어린이 직업 체험시설에 가 볼 기회가 있었다. 폼 나는 제복을 입고 경찰관, 소방관 역할도 할 수 있고, 자동차 정비 기술자나 제빵사도 돼 볼 수 있는 곳이다. 막연했던 각각의 직업들을 나름 진지한 자세로 '맛'보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그런데 아이들이 좀 크면, 부모들의 이런 극진한 노력도 종종 배신(?)을 당하는 듯하다. 얼마전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키우는 직원의 고민을 들었다. 성적이 제법 상위권이어서 어떻게 하면 잘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줄까 고민하던 엄마의 기대와 달리, 아들은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학생의 본문이니까' 갖가지 당위성을 설명해 봤지만, 아이는 도무지 납득하고 수긍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직원은 결국, '그래서 넌 뭐가 될 건데?', '꿈이 있을 거 아냐? 그게 공부 없이도 되는 거면, 공부 안 해도 돼' 라고 마지막 수를 던져 보았더니, 돌아오는 답은 '하고 싶은 거 없어요'였다고. '아마도 사춘기여서 그렇겠지' 싶다가도, 그저 어느 집 아들이야기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나중에 커서 뭐 될래?'라고 질문하면, 돌아오는 답의 열에 여덟, 아홉은 '몰라요'다. 미국에 살 때, 대부분의 십대들이 꿈이 없는 그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웠던 적이 있는데, 지금 한국의 청소년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컴패션 수혜국 현지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경찰이 되어서 엄마를 지켜주고 싶다', '의사가 되어 아빠 병을 고쳐주겠다', '선생님이 되어 동생을 가르쳐 주고 싶다' 등 이유까지 보태서, 척척 답을 한다. 컴패션이 보는 '가난'은 개인의 삶에 선택의 기회가 없는 것을 말한다.가난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어린이는 가난의 가장 큰 피해자다. 어린이는 전쟁과 학대와 질병에서도 도망치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가난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믿고 살아가는 순수한 영혼들이다. 경제적 빈곤과 문맹, 사랑의 결핍과 같은 여러 가지 가난한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후원자의 도움은 최소한 꿈을 꿀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아이 하나가 교육을 받게 되면, 그 가정에 한줄기 빛이 생기고, 그 아이를 통해 꿈꾸는 미래는 곧 그 가족의 희망이 된다.지난해 후원자의 밤 행사 때 우간다에서 온 청년, 이사야를 만났다. 12남매 중 장남인 이사야는 9년 동안 온 가족이 떠돌이 생활을 하느라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다가 컴패션을 만나면서 학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서 해가 지면 기름 램프를 켜고 공부를 해서, 우간다 기독교대학 지역개발학과에 들어갔고, 졸업하면, 조국 우간다가 한국처럼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큰 기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짧은 시간 동안 가난과 풍요를 모두 경험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사야만큼은 아니었지만, 학창시절 어렵게 공부하면서 가슴에 품었던 꿈, 그 열망의 온도를 요즘 아이들이 경험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게 아쉽다.그러고 보니, 꿈꾸기 좋은 환경은 차라리 풍요롭지 않은 쪽인 것도 같다. 다만, 꿈꾸기보다 꿈을 펼치기에 좋은 환경에 살고 있는 다음세대에게 고백하건대, 지난 시절 우리 어른들의 꿈에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은 있었지만, 모두가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한 목표인식은 부족했다. '이웃'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커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대신 부탁하고 싶다. 윗 세대가 놓친 '이웃'에 대해 고민하고 그와 관련된 꿈을 발견해 보라고. 그 안에 얼마나 사람이 필요하고, 할 일이 많은지 알게 되면, 꿈을 꿔야 하는 이유를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10-10-13 서정인

다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한 다문화교육

[경인일보=]올해 초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에 달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 시대에 진입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하철 혹은 노선 버스를 타보면 한두 분의 외국인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일일 드라마나 티브이 쇼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찮게 외국인들이 등장한다. 그 뿐인가. 일명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의 경우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 여성들이 경험하는 한국 생활을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제는 정말 다문화란 용어가 생경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그런데 역사를 되짚어 보면 외국인의 도래가 요즘의 일만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외래 민족들을 포용하여 다문화사회를 이루어 살고 있었다. 고려 초 약 100년 동안 출세를 위해 찾아온 중국인들과 유민, 포로 신분으로 온 발해인과 여진인, 거란인을 포함해 귀화인은 약 17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고려 가요 '쌍화점'은 고려시대 이슬람 상인(회회아비)과 고려 여인간 스캔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민간에서 널리 부르던 노래에 이슬람이 등장할 만큼 고려시대 이슬람은 낯설기만 한 이방인이 아니었다. 고려시대 무역항인 예성강 하구 벽란도는 이슬람 지역을 비롯해 각국에서 몰려온 상인들로 북적이는 국제 무역도시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 모여들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한국 사회에 동화되어 편입될 수밖에 없었다. 정수일 교수에 따르면 족보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275개(1985년 통계) 성씨가 있는데, 그중 귀화성이 무려 136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시대별로 보면, 신라 때 40여개, 고려와 조선시대에 각각 60여개와 30여개인데, 그 가운데 절대다수인 약 130개가 중국계 귀화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화산 이씨의 경우는 귀화 성씨로 베트남인 이용상(李龍祥)이 시조이다.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살아왔으며,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다문화로 구성해오고 있다. 다시 말해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다문화'는 결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그들과 함께 이웃처럼 살아 왔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좀 더 그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우선 준비해야 한다.먼저 학교교육의 영역에서 다문화교육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배려적인 교육을 넘어서 그들과 함께하는 일반 학생들에 대한 다문화이해 교육이 수행되어야 한다. 즉 일반 학생들이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야 한다.또한 사회교육의 영역에서는 다문화교육을 평생교육에 편입시키는 방안이다. 다문화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다문화 시민이 가져야 할 가치를 교육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협동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 지자체 단위에 설치되어 있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주민자치센터 단위까지 확장해야 한다. 이울러 이 센터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과 봉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위의 제안 이외에도 다양한 다문화교육 활성화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책들을 견인해갈 수 있는 재정과 인력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문화교육을 위해 복권기금처럼 일시적인 예산이 아니라 정규 예산을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공무원들에게 다문화교육을 소양교육으로 이수토록 권장해야 하며 이를 인사에 반영하여 그들이 다문화사회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교육의 일선을 담당할 다문화교육사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다문화교육에 관한 많은 과제들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그것은 그만큼 다문화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느냐 아니냐 여부에 따라 미래의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느냐 아니냐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10-10-05 김영순

농업이 효자산업 될 수 있다

[경인일보=]유학시절 독일의 괴팅엔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찾아왔다.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 관련 국제행사에 초청되었단다. 그가 귀국하기 전날밤 독일의 농업정책이 유럽연합이라는 틀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그래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몇 개의 품목 외에는 모두 고품질 위주의 친환경유기농으로 관심을 모아갈 수밖에 없는 정치적이고 지역적인 여건에 대해 실감나게 나누었다. 그리고 한국의 농업정책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점도 충분히 나누었으며 취약한 영농기반에 대해서도 이해를 함께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처럼 주변의 농산물시장여건이 좋은 나라가 얼마나 될까?"라는 반문으로 우리나라의 농업 전망에 대한 큰 의미를 던져주었다.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약 26% 수준이고 식량을 포함하는 농산물자급률은 약 23%수준이다. 우리의 농산물생산이 품목에 따라서는 남아도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모자라서 70%이상의 농산물을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국민의 농산물수요에 30%도 공급하지 못하는 땅덩어리를 가지고 우리 국민의 몇 십배 인구가 모여 사는 이곳(동아시아)에서 농업정책이 어렵다니…. 생각을 바꾸어보자. 이제 국제무역기구(WTO)가 주도하고 있는 농산물시장개방은 주어진 여건이며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우리에게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의 수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만 고민하지 말고 우리의 농산물을 어떻게 수출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우리 농업이 수출을 위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생산기술 뿐만 아니라 생산이후의 가공, 저장, 유통 등 농산업화 기술도 발전되어야 한다. 농산물은 원료농산물 자체로는 경쟁력이 없어도 이를 가공하거나 저장 유통시키는 기술에 의해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농산물수출정책' 하면 사람들은 먼저 '경쟁력'을 생각하고 '경쟁력' 하면 대부분이 가격경쟁력을 먼저 손꼽는다. 그러나 농산물이나 식품의 소비는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품질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우리는 높은 기술력을 활용한 품질 고급화와 새로운 수요인 기능성 농산물, 식품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품질경쟁력은 아무리 우수한 것이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그것도 좋은 식품, 농산물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우수브랜드로 만들어져야 한다. 농산물과 그 가공식품의 수출전략에서 가격경쟁력이나 품질경쟁력 그리고 유통경쟁력을 강력하게 뒷받침 받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생산보다는 조직적인 생산과 가공, 저장, 유통(마케팅)이 필요하다. 품목별로 생산조직이나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그 조직이 협동으로 가공과 저장, 유통사업을 한다면 조직경쟁력까지 갖추는 것이다. 농산물이나 농수산 식품들은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단위의 산업화 즉 단지화를 통한 농산업클러스터 구축이 중요하다.그런데 이제 우리가 큰 시장으로 보고 있는 중국이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대부분이 중국에서도 생산되고 그것도 값싸게 공급되어 우리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소비수준도 높아지면서 고급수요층들은 믿을 수 있는 고급식품을 수입해서 먹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농수산물과 식품을 일본의 알려진 값비싼 브랜드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의 품질은 기후와 풍토에 영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기술인데 우리나라는 대륙성기후로 일본의 해양성기후보다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햇빛도 좋아 일본보다는 훨씬 좋은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건이다. 기무치를 만들어도 한국에서 길러진 배추로 만든 것이 더 인기있는 일본, 그래서 한국산 농산물에 까다롭게 수입장벽을 만들어 방어하고는 있지만 우리농산물들과 식품의 수출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농산물과 식품에 신용도를 높인 고품질의 브랜드로 중국의 고급수요층과 일본의 까다로운 시장을 어떻게 뚫어갈 것인지? 우리농업을 효자산업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진할 좋은 기회(FTA)가 오고 있다.

2010-09-28 정명채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와 수도권

[경인일보=]미래의 유망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대표적인 서울산업이다. 종사자수를 기준으로 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83%가 서울에 있다. 경기도의 비중은 7%이며 나머지 전국 비중은 10%에 불과하다.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1990년대 강남의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다수의 벤처기업이 창업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테헤란밸리가 포화상태에 이른 2000년대 이후에는 그 구심점이 구로의 디지털 산업단지로 전환되었다.소프트웨어 산업이 서울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울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필요로 하는 하부구조, 즉 생태계가 가장 잘 갖추어진 곳이다. 우수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이 가장 풍부하며, IT와 관련한 세계 시장 동향, 기술정보 등을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이공계 대학, 벤처캐피털, 금융기관 등 소프트웨어 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조직들이 인근에 존재한다. 둘째, 서울에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된 전후방 관련 산업이 다수 집적되어 있어서 상호 협력과 네트워킹이 용이하다. 소프트웨어의 수요처도 서울에 가장 많다.이런 서울의 입지적 장점 때문에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진흥하기가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서울 중심의 산업 구조는 서울의 과밀화와 수도권 교통난을 촉진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향후 발전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형 공장을 공급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요람으로 성장한 구로 디지털밸리도 이제는 포화상태로 공장과 사무실의 가격이 비싸다. 또한 근처의 유휴 토지도 거의 다 사용되어 앞으로 확장에 필요한 신규 토지의 공급이 어렵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이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인력을 현재 12만명에서 향후 3년 이내에 28만명으로 증가시킨다는 야심찬 비전을 올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발표가 아니라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입지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을 앞으로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산업이 필요한 입지 수요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산업이든지 산업 육성 계획에서 핵심은 산업이 어디에 입지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원칙은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적용된다. 서울은 이미 만원인 상태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입지로 우선적 후보지역은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지방 중소도시이다. 수도권은 서울이 보유한 장점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으며, 서울과는 달리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해서 추가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입지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인력 공급, 글로벌 정보의 접근성 면에서 서울에 비해 손색이 없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입지 공급 정책에 변화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신도시의 외곽에 작은 규모의 산업 단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미래의 지식 산업을 배양하기 어렵다.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왜 테헤란밸리, 디지털밸리를 선호하는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대표적인 도시형 산업이라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산업 입지 정책에 대한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도시형 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단지 개념도 맞지 않고, 소규모 파크형 테크노밸리 개념도 맞지 않다. 서울의 테헤란밸리, 디지털밸리 같은 대형 밸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능성이 높은 후보 도시를 선정하고, 이 도시를 재구성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지식산업과 주거, 문화가 어우러지는 미래형 창조도시를 조성하여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 발전 기반을 제공해야 할 시점이다.

2010-09-14 이원영

편지의 힘

[경인일보=]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들이 매일같이 진화하고 있는 이때, 지구 한 편에는 '편지'만이 소통의 방법인 나라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특히 태어나서 마을 밖으로는 한 번도 나가본 일 없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편지는 세상과 연결해 주는 유일한 '다리'요, '창'이다. 그런데 컴패션 사무실에 도착하는 후원자들의 편지는 어린이가 보내오는 편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 후원자를 둔 어린이가 전세계에 총 8만여명인데, 결연 이후 한번도 편지를 받아보지 못한 어린이 수가 3만3천여명에 달한다. 어린이센터의 다른 친구들이 해외 후원자로부터 사진이 든 편지를 받아볼 때, 부러운 시선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어린이의 심정은 어떨까? 답장은 받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열심히 소식을 전했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단 한 장의 편지를 받아보지 못할 때의 그 기다림은 또 얼마나 애가 닳을까? 문득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바쁜 일상에, 더구나 우리한테는 때마다 편지나 카드를 써 보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기에, 시간을 내고 정성을 쏟아 편지를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후원자의 편지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수혜국 현지에 가서 가정방문을 할 때면, 어린이들은 "너희 후원자는 어떤 분이니"라는 질문에 하나같이 고이 간직했던 편지를 자랑하듯 꺼내 보인다. 어린이들에게 편지는 즉, 유형으로 느껴지는 후원자의 '존재감'인 것이다. 편지를 받고 읽는 순간과 과정은 어린이를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내용이 짧든 길든 종이 위의 글씨들이, 이젠 혼자가 아니란 걸 일깨워준다. 이 만큼 소중한 편지들이 수혜국의 열악한 체신 사정으로 인해 분실되어선 안되기에, 대부분의 현지 사무실에서는 상당량의 편지를 인편으로 직접 전달하고 있다.태국 컴패션에서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인 앨런은 편지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아홉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9년동안 컴패션 후원을 받으며 성장한 '컴패션 출신'이다. "가뜩이나 수줍음이 많고 자신감도 부족했던 나에게만 유독 편지가 안 왔다. 친구들은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후원자가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맞아, 맞아'하며 울었다. 그러다 마침내 편지를 받게 되었는데, 그 안에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며 냉장고에 네 사진을 붙여놓고 매일 기도한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앨런에게 그랬듯, 후원자의 편지 속 단 한 문장이 어린이들의 삶을 바꾼다. 50년 전,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해외 후원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산의 보육원에서 지내던 백이선 목사는 고등학생때, '목사가 되라'는 후원자의 편지 때문에 신학교에 진학했고, 광주의 고아원에서 자란 한명동 원장은 의사였던 후원자를 좇아 의사가 되었다. 글은 말보다 강하다. 또, 때로 편지에 적힌 메시지는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충고보다도 강력하다.지난 1월 아이티 지진 직후에, 가수 션씨는 후원하던 어린이 중에 '신티치'라는 여자 아이의 집이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그녀의 생사를 물어왔다. 션씨가 더욱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신티치가 그 무렵 보낸 편지에 '다음 생일에 받고 싶은 게 있어요. 후원자님의 사진을 보내주세요. 어떻게 생긴 분인지 궁금해요'라는 부탁이 있었던 것. 션씨는 답장도 못한 그 편지가 마지막일까 전전긍긍했다. 그로 부터 두 달이 지나서야 신티치가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우리 모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션씨는 미안한 마음에 직접 아이티로 날아가 신티치에게 사진 대신 진짜 얼굴을 보여주고 돌아왔다. 어린이들이 편지를 기다린다. 후원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자신과 지구 반대편의 후원자를 인연으로 묶어준 축복을 함께 감사하고,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한다.

2010-09-07 서정인

2014 수능개편안 유감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경인일보=]지난 8월 14일 중장기대입선진화연구회(이하 '연구회'라 칭함)가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2014학년도부터 수능이 복수로 시행되어 응시 횟수가 연 2회로 늘어난 점, 수험생의 학력 수준과 진학할 대학의 계열 등에 따라 국·영·수 세 과목 각각의 A형과 B형 중 하나를 골라 시험을 보게 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A형은 현행 수능보다 출제 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해 수험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에 없었던 별도의 '쉬운 시험'이 생기는 셈이고,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 한 번의 수능시험이 수험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을 해소하고, 학교 수업 외에 사교육과 같은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학생들에게나 학부모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인 개편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이 개편안이 '다양성'과 '선택'의 원리를 얼마나 무시했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탐구영역의 응시과목 수를 보면 사회탐구영역과 과학탐구영역에서 선택 시험과목수가 각각 한 과목으로 되어 있다. 이는 곧 입시 위주의 파행적 교육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염려를 현실로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연구회측은 사회탐구영역에 대해 유사 과목을 통합해 한 과목만 선택해 시험에 응시토록 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미 언론에서는 2009 개정교육 과정과 관련해서 일선 학교장에게 주어진 20%의 교육과정 자율권, 교육과정 자율학교에게 주어진 50%의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국·영·수에 할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의 국·영·수의 집중화는 사교육을 더욱 부채질하여 정부가 지향하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2009개정 교육 과정의 핵심 방향인 창의인성교육에 장애가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연구회측은 2009 교육과정 개편의 주요 방향을 반영해 수능에서도 교과별로 통합을 시도하면서 과목간의 유사성, 교육과정 내용 분량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과 교사라면 누구나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할 수 있다. 사회탐구영역 일반사회 과목의 경우 무슨 유사성이 있어서 법, 정치 그리고 사회·문화를 함께 묶었을까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적어도 학생들이 일반사회 과목에 응시하려면 사회학, 문화인류학, 법학, 정치학 네 개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데 정말 그렇게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 부담이 다른 과목의 절반에 불과한 경제와 한국사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이는 연구회가 경제와 한국사를 다른 과목과 동등하게 배치함으로써 학생들의 시험 과목 선택을 특정 과목으로 유도하고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통제하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다. 누가 봐도 고등학교에서는 수능 과목인 경제 혹은 한국사만을 개설하고 학습시키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과 학습의 다양성을 무시한 처사이며, 일반사회에서 경제 과목을 독립시키려는 발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수능개편안이 설령 바람직한 취지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수능시험에 반영되지 않거나 점수를 따는데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은 지금의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수능 시험이 고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이와 관련해 개편안 발표회 자유토론에서 연구회의 수능체제 개편 분과장인 백순근 교수는 "사실 수능은 평가이고 꼬리에 불과하다"면서 "교육 과정이 있고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꼬리가 이러한 몸통을 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과목수 축소로 인해 국·영·수로의 무차별적 집중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도 그럴진대 수능 여건이 국·영·수로 편향되니 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2010-08-31 김영순

농업문제 풀고 가자

[경인일보=]지금 우리 농업이 당면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는 국제무역기구(WTO)가 추구하고 있는 무역 자유화를 위한 시장 개방과 그에 따른 농업부문의 대응 방안의 문제이다.우리나라는 WTO 회원국으로 WTO가 추구하는 '관세없는 자유시장으로의 세계화'의 방향과 질서에 따르고 참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가 무역으로 경제를 일구어가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개방은 선택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WTO는 없어서는 안될 버팀목이며 WTO가 추진중인 DDA협상이나 각 회원국간의 양자간 협상(FTA)에서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협상에서 사회 전부문에 걸쳐 적극적인 활동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도 갖추었다.그런데 한 가지 국내적 여건이 조성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이 있다. 아직도 취약한 우리의 농업 부문이다. 이 농업 부문의 안정기반을 조성하고 농어민의 소득보장 기반을 갖추며 농어촌의 활력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 그래서 시급하다. 지금 시장 개방이 진행되는 몇 년 동안의 기간에 우리 농업을 경쟁력이 있는 농업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농업의 붕괴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 그러면 우리 농업은 전혀 경쟁력이 없는 것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산물수출국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우리의 농지면적은 180만㏊인데 네덜란드는 219만㏊이다. 호당 경지면적도 1.5:17㏊. 그러나 농업생산성은 우리가 높아 곡물생산은 3.7배, 채소생산량도 4.1배나 높다. 단 네덜란드의 주력 품목인 축산은 우리의 생산성이 그들의 70% 수준이다. 종합적으로 볼때 농축산물 생산액으로는 우리가 1.8배나 높다. 결국 우리 농업은 기술이나 생산성 어느 면에서도 수준급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농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주로 경영 규모의 영세성과 높은 생산원가에서 비롯된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그래서 영농 규모화와 농자재 가격 적정화, 기반조성 정책 등 농업의 구조개선 정책이 강조되는 것이다.우리 농업도 이제 안정 기반을 만들어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 농업 문제를 농민들이 종사하는 직업의 하나로만 보아서는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우리 농업을 안정시키고 제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가지의 기본적인 문제는 목적과 수단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첫째는 국민식량주권의 확보 유지다. 우리나라의 식량주권문제에서는 쌀농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쌀은 좁은 땅에서 많은 국민을 먹여살릴 수 있는 중요한 농사다. 또한 물관리는 장마철의 물저장을 통해 홍수 조절 기능을 가지게 했으며, 지하수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었고 논둑 관리를 통해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등 물관리의 하부구조와 국토관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강조하여 논농사의 물관리 비용, 홍수 조절 비용, 지하수 공급 비용 등을 평당 얼마씩 지원하는 방법을 적용하면 쌀값을 떨어뜨려도 농가 소득이 보장되며 국산쌀의 가공용 소비를 늘리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다음은 농가소득보장이다. 쌀소득이 보장되어도, 농업생산 소득만으로는 타 산업분야의 소득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농가 소득의 계속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쌀 농업의 산업화를 지원해야 한다. 그 다음은 농어촌 지역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교육인프라 개선과 주거생활 편익시설의 확충이 중요하다.우리 농업도 이제는 모두 개방되고 수입농산물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게 될 것이지만, 반대로 우리의 농산물도 세계시장으로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경지의 면적이 좁아서 규모화를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품질경쟁력과 가공산업화를 포함하는 마케팅 경쟁력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할 조직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여기에서 특히 품질 경쟁력과 가공산업의 뒷받침은 과학 기술의 강력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화해야 한다.농수산물 가공산업은 우리 농촌사회의 활력 요소가 되고 농촌경제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 농수산물과 지역의 특산물들을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워내는 농어촌산업 육성 정책은 그래서 지금 시급하고 긴요하다.

2010-08-24 정명채

되돌아보는 한국경제 성장과 기술축적 과정

[경인일보=]지난 일요일은 광복 65주년 기념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광복 이후 현재까지 한국 경제의 성장과 기술 축적 과정을 회고하고, 미래의 전개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광복 이후 65년은 한민족 역사상 유래없는 고속 경제 성장기이다. 광복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50달러인데 비해서, 65년후인 2010년 1인당 소득은 2만달러로 400배 증가하였다. 반면에 단군께서 고조선을 개국했을 때의 1인당 국민소득을 1달러라고 가정하면, 그 시기부터 1945년까지 430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은 50배 증가한데 그쳤다. 그러므로 광복 후 현재까지 기간은 한민족 역사상 최대의 호황기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이처럼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의 산업기술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내재화하였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의 높은 성취욕, 근면성, 교육열 등도 고속 성장의 원인이기는 하나, 이런 국민적 소양만으로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북한은 남한과 똑같은 국민적 소양을 보유한 국가였지만, 외국 기술의 도입과 대외 무역을 억제하는 정치 제도를 채택하였기 때문에 남한보다 성장의 속도가 월등히 낮았다. 기술 축적을 통한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산업으로 자동차 산업을 들 수 있다. 한국이 최초로 생산한 자동차 모델은 1962년 출시된 신진자동차의 새나라였는데, 이 차는 전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한국에서 조립한 것으로 그 성능은 외국차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외국 기술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도입된 기술을 개량하는 자체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종속이론을 무색하게 하였다. 한번 주변국은 영원히 중심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종속이론의 핵심인데, 한국의 사례는 이런 가설에 확실한 반증을 제공한다. 한국은 2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후진국의 굴레를 벗고 중진국을 넘어서 선진국으로 근접한 유일한 사례이다. 한국의 성공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 후발개도국이 한국형 개발 전략을 채택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잠재력과 기술 능력에 대해서 지나치게 자만해서는 안된다. 미국 MIT 대학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은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과 기술축적은 한국의 혁신 능력이 뛰어나기보다는 '후발자의 이익'(late-commer's advantage)을 향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그의 이런 주장은 후발자의 이익을 활용한 고속 경제 성장은 한국의 전용물이 아니라, 중국, 태국 등 후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실에 의해서 지지되고 있다. 한국은 후발자의 이익을 향유하는 단계는 졸업할 시점이며, 졸업후에는 과거와 같이 기술 혁신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를 입증해야 한다. 기술의 무임승차는 더이상 불가능하다. 한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 기술이거나, 다른 나라에 있더라도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술전략이란 측면에서 한국은 모방국의 대열에서 창조국의 대열로 소속이 변경된 것이다. 모방형 전략을 계속 추구하고 싶어도 임금 등 생산비용이 높아져서 중국 등 다른 모방형 전략 국가와의 경쟁이 어렵다. 광복 후 현재까지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난관과 시련도 컸지만, 경제 발전의 측면에서는 대성공의 시기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모방에서 창조로 전환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모방국에서 창조국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창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제도, 사회제도, 경제제도, 과학기술 관련 제도 등이 혁신되어야 한다.

2010-08-17 이원영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를 양육한다는 것

[경인일보=]휴가 시즌이면 후원자님들과 함께 이른바 '비전트립'이라고 하는 컴패션 수혜국 현지 방문여행을 떠난다. 올해에도 7~8월 두 달 동안만 벌써 세 번을 다녀왔다. 컴패션 비전트립은 수혜국 현지를 직접 찾아가 컴패션(compassion)의 진정한 의미를 경험하고, 매달 후원금으로 돕는 어린이들에게 후원자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는 기회다.얼마 전 후원자들과 함께 태국으로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태국에는 북부 국경쪽 난민문제와 방콕과 대도시의 도시 빈민문제가 있다. 그리고 어딜 가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한 성적 학대 문제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컴패션의 한 어린이센터에서는 1998년부터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학대받은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기본적인 어린이 양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학대받은 어린이들을 돌보고 경찰과 학교, 지역 기관과 연계하여 주민들에게 어린이들의 인권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전하고 있었다. 친엄마에게 다리미로 팔과 다리를 화상 입은 소년, 한 집안에서 세 명의 직계가족인 남성들에게 성 학대를 당한 8살 여자 아이, 엄마가 매춘을 시킨 16세 소녀 등 200여명의 어린이들이 등록되어 있었고, 지난 10년동안 쉼터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학대를 당한 89명의 어린이가 현재 이 곳에 있거나 다녀갔다. 마침 하교시간이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헐렁한 교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한국에서 온 낯선 이방인들을 보고 신기한듯 까르르 웃고 간다. 도무지 학대를 당한 것 같지 않은 밝은 얼굴이다. 그 중에는 할아버지와 삼촌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한 8살 여자 아이도 끼어 있다. 얼마 전까지는 어른들 곁에는 오지도 못했다던 이 어린이가 지금은 낯선 우리들에게 미소를 보여 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자신을 후원하는 한국인 후원자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까지 한다. 무엇이 이 아이의 상처를 아물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컴패션이었다. Compassion을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연민이나 동정심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나눔의 현장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컴패션의 의미는 확실히 직접적이다. 가난한 어린이들이 받아야했던 심정적 고통까지도 공감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으로 아이를 보듬었더니, '사랑받을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변한 것이다.지속적인 관심을 쏟게 돼 있는 '양육'은, 사람을 살린다. 이것이 컴패션이 구호나 지역사회 개발이 아닌 양육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사람을 양육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고, 그 기간만큼 돈도 따박따박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양육이 아니고서야 그 끈질긴 가난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어릴 적 받은 상처는 폭력과 낙담, 정신적 나약함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가난은 아이들의 육체만 나약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병들게 한다. 컴패션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입히고 먹이지만,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모든 어린이들이 감사해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어린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기 위한 가장 큰 도구이다. 그럼에도 가정방문에서 어린이가 받는 혜택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그 부모다. 어린이들은 혜택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주는 누군가의 손길과 정성에 끌려 센터에 나온다. 그래서 당장 보여지는 성과도 없고 지칠 때도 있다. 어린이 스스로 낙오되거나 눈앞의 현실때문에 교육을 포기하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칠 때도 있다. 그럴 때의 낙심천만한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태국에서 만난 어린이가 보여준 환한 미소는 그래서 소중하다. 그 동안의 낙담과 수고를 잊을 수 있는 큰 선물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께, '당신안의 컴패션이 이미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꼭 알려드리고 싶다.

2010-08-10 서정인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려면

[경인일보=]요즘 각 대학 입학처에서는 2011학년도 대입 모집요강을 확정해 발표하였다. 주목할 것은 지난해에 비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란 대학이 학생의 성적, 개인 환경, 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먼저 이 제도는 대학이 주체가 되어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학교의 특성이나 설립 목적에 맞는 학생 선발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성적 위주의 선발 방식을 지양하기 때문에 보다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학생 측면에서는 적성과 소질 위주로 대학 및 학과를 선택하는 폭이 늘어나게 된다. 이밖에도 소외 계층 학생의 대학 진학 기회가 확대되고, 명문대 입학 선호에 따른 과열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입학사정관제도의 장점은 학교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생 활동이 활성화되어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 사교육이 지양되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 대학 측에는 평가기준의 객관화와 공정화 등이 요구되며 학생들에게는 자신이 지원할 학과의 전공에 적합한 창의성을 배양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다. 아울러 우리 학부모들에게는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경감될 것이다. 혹자는 입학사정관제도가 사교육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는 소위 '있는 자식'들에게 대학 가기 유리한 제도라고 본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적 장치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발표가 되었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창의·인성교육 혁신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부에 의하면 2011년부터 교과별 학습내용을 20% 이상 감축하고, 교과 학습에서는 창의·인성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비교과에서 초·중학교는 주당 3시간, 고교는 주당 4시간 실시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각 영역별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학생, 학급, 학년, 학교 및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게 학교에서 선택하여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 초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는 학생의 기초생활습관 형성, 공동체 의식의 함양, 개성과 소질의 발현에 중점을 둔다. 중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의 확립, 자신의 진로에 대한 탐구, 자아의 발견과 확립에 중점을 둔다. 고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는 학습자의 다양한 욕구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진로를 선택하여 자아실현에 힘쓰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이런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을 학교 현장에 착근시키기 위해서 교육부는 2010년 8월말까지 창의적 체험활동에 활용 가능한 지역의 모든 자원을 체계적으로 수록하여 종합적으로 DB화하고 포털기능을 수행하는 창의체험자원지도(CRM)를 작성·보급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선 학교가 창의적 체험활동의 실질적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장비 및 시설, 인적자원 및 자연자원 등을 학교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기부 운동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이와 같은 창의적 체험활동 과정과 결과들이 입학사정관제에 반영된다면 분명 한국의 공교육은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새로운 제도에는 찬반의 시끄러움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창의인성 교육과정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는등 뜨거운 화제임은 분명하다. 늘 교육은 희망을 약속하고 이상을 말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분명히 학생과 학부모들이 행복하고 교사와 학교가 행복한 이상적인 제도이다. 이 이상을 위해서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활발하게 수행되어야 한다. 이제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은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분명 의무의 문제이다.

2010-08-03 김영순

나를 알아주는 세상이 있다면 기쁘지 아니한가

[경인일보=]어려서 곧잘 '괴도 뤼팡'과 '셜록 홈즈'를 견주었었다. 최고의 도둑과 최고의 탐정, 누가 더 매력적인가? 물론 도덕적으로야 탐정이 좋고 경찰이 훌륭하지만 멋진 도둑, 불의에 맞서는 의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힘없는 기층민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때문에 로빈후드, 임꺽정, 홍길동 등 허다한 의적들은 지금도 끝없이 대중의 상상력 안에서 변주되고 있다.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도를 넘어 독자적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적의 이야기는 작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게 마련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해조, 홍명희, 박태원, 김사량 같은 최고의 작가들을 매료시켰던 작품은 '수호전'이었다. 구한말 애국계몽기 최고의 신소설 작가였던 이해조는 '한씨보응록'과 '홍장군전'이란 소설에서 '수호전'의 에피소드를 응용하였고 조선의 3대 천재 중 하나로 이름 높았던 홍명희는 그의 불후의 명작 '임꺽정전' 첫머리에 '수호전'을 일컬어 '일백단팔마왕이 묻힌 복마전을 어림없이 파젖히는 엄청난 재주'라 평가하면서 자신에게는 그 같은 재주는 없다고 겸사했지만 곳곳에 '수호전'의 흔적을 남겼다. 박태원은 '삼국지'와 함께 '수호전'을 새로이 번역하였고 일제말 동경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인을 능가하는 일본어쓰기로 일본 굴지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김사량은 '수호전'에서 받은 깊은 인상을 언급하더니 마치 갈 곳 없는 호한들이 양산박으로 향하듯이 급기야 일본의 감시를 뚫고 탈출하여 항일 근거지 태항산으로 입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의적으로 상상하는 정의와 희망이 성취되기는 어려웠다. 이는 동서양 구분이 없었으니 쉴러의 희곡 '군도'에서 칼(Karl)이 결국은 자기 정의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이율배반에 처했던 것과 같이 '수호전'의 송강 또한 대의를 지킬 수 없는 세상을 버리고 양산박으로 피난하여 오히려 충의를 이루기 위해 황제의 진정한 초무를 기대했지만 결국 좌절하여 피붙이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했던 의형제들과 자결하고 만다. 호풍환우조차 자유로운 호한들의 세계에서도 제도권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를 달리 살피면 단순히 도적들조차 수호코자 애쓰는 의리와 충의가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호전'을 음미하다보면 호걸들의 활약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깊은 욕망'이다. 108명의 의형제 중 으뜸인 송강은 의리 굳고 어질지만 이렇다 할 재주도 없어 공손승의 신이한 법력이나 오용의 지략, 이규·무송·노지심의 용력, 신행태보 대종의 속도 등 빛나는 여타의 캐릭터와 비교하면 다소 밋밋하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마다 그 인품에 감복하지 않는 이 없고 가뭄에 '때 맞춰 내리는 비'라는 의미로 급시우(及時雨)라 높이 일컬으니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것보다 더 먼 고을, 지나는 사람을 약탈하고 목숨을 빼앗는 흉악한 도적들조차 혼잣말로 하는 '송강' 소리만 들어도 곧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한다. 도대체 이 같은 존경은 무엇일까? 크지 않은 체구에 얼굴조차 검어서 '흑송강'이란 별칭이 있으니 용모가 눈에 띄는 스타일도 아니고 신분은 '압사'라니 지방 하급관리 서리로서 평생 한동네를 떠날 필요 없는 아전이다. 재산은 넉넉하다지만 엄청난 부호가 비일비재한 소설 속의 상황을 보면 그다지 유표할 정도도 아니다. 그럼에도 온 나라에 꼭 필요한 인물로 이름 높으니 생각해보면 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특별히 대단한 경력, 이력이 아니어도 이름만 듣고도 나를 알아주는 세상, 이것이야말로 '수호전'에 열광하는 보통 사람들의 꿈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꿈은 또한 그다지 어려운 일로 성취되는 것도 아니다. 지나는 노파의 곤경을 넘겨버리지 못하여 은전을 쥐어주는 아전, 불의를 미워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호한의 일이라면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는 아전, 약속을 지키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며 도리와 덕으로 사람을 대하는 아전이면 백성들이 원하는 바로 족했던 것이다. 결국 평범하지만 인간을 아끼는 인간을 서로 알아보는 세상이야말로 '수호의 세계'의 핵심이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 또한 그리 멀지 않으니 송강 같이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지방관리, 아니 인간을 꿈꾸어 볼 일이다.

2010-07-27 윤진현

'광화문' 이 좋다

[경인일보=]광화문에는 '광화문'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초등학생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광화문'이었다. 신기했다. 집에 걸린 문패를 비롯해서 가게나 회사 간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한자를 쓰던 시절이었다. 그 한자 때문에 심부름을 다니는 것도 두려웠었다. '永華商社' 코앞에서 "아저씨, 이 근처에 영화상사가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다가 창피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런 시절이었기에 '광화문'이란 한글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돌이켜 보면 남대문에 걸린 '崇禮門'이라는 현판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일, '興仁之門'을 보고 '동대문'을 왜 넉 자로 썼을까 궁금해 했던 일 등이 모두 한자에서 비롯한 사건들이었다. 한글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니 한자 현판을 달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도처에 널려있는 한자 표기는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중국에 의존해야만 했던 글자 더부살이의 역사를 말해준다.광화문의 현판이 '光化門'이었던 것 역시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던 궁박한 시절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세종은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소리글자 한글을 창제했다. 세종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문자를 갖게 되었다. 어린 백성도 하고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문화 민족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15세기가 되어서야 이룬 문자 독립이고 자립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광화문은 '光化門'이었다.광화문에 한글 현판이 걸린 것은 1968년이었다. 한자 현판을 떼고 한글 현판을 단다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발상이었지만, 한글을 중시한 위정자는 대한민국의 중심에 한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글을 소통의 바탕으로 삼은 대한민국 호의 출항이었다. 한글 '광화문'이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자 나어린 꼬맹이들도 자신 있게 '광화문'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한글 상용으로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소통도 한층 원활해졌다.그런데 몇 년 전 광화문 복원 이야기가 나오고, 현판 글씨가 박정희 친필이라는 사실에 대한 논란이 일더니 새 현판에 한자를 쓰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9세기 말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걸었던 무관 임태영의 글씨를, 광화문이 찍힌 옛날 사진이 흐릿해서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는 1900년대 유리 원판을 바탕으로 어렵사리 복원했다고 한다. 일본까지 갔다 왔다니 '수고했소'라는 인사를 해야 마땅하겠지만 왠지 괜한 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문화재 복원의 원칙은 원형 그대로일 것이다. 옛 것 그대로, 조상의 숨결이 밴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본모습 그대로일 때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정조때 사용한 설계도인 '화성성역의궤'를 바탕으로 원형 그대로 복원한 것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것이 문화재 복원의 원칙일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 현판만큼은 다르다. 한글은 우리 고유의 문자이고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한글은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한자나 영어 알파벳 같은 외국 글자도 활용하지만 한글이 그 모든 수단에 우선한다. 당연히 새롭게 복원한 광화문의 현판은 '光化門'도 'Gwanghwamun'도 아닌 '광화문'이어야 한다. 원형 그대로는 아니지만 이는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일이다. 박정희 친필이 문제였다면 다른 글씨체를 쓰면 된다.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을 찾는다.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들도 광화문을 찾는다. '광화문'을 바라보며 한글의 나라 대한민국을 느끼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화문은 '광화문'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한글의 나라이고 한글은 대한민국의 표상이다.

2010-07-20 정재환

日 '하류사회' 韓 '청년실업'은 이웃사촌 ?

[경인일보=]2005년에 미우라 이츠시가 일본에 '하류사회'를 출판한 이후로, '하류'는 최근 일본 사회의 변화, 특히 일본 젊은층의 변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를 잡았다. 미우라는 '하류'의 의미를 단순히 소득이 적다는 것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능력, 일할 의욕, 배울 의욕 등 삶에 대한 의욕이 총체적으로 낮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일본 젊은이는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일본 하류의 주류는 프리터(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또는 취업을 희망하는 무직자)와 니트(학교에도 가지 않고 구직하지 않는 무직 젊은이)이다. 2008년 일본 정부의 통계에서 이러한 젊은이가 170만명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니 하류라는 용어가 회자될 만하다.이러한 분위기가 국내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얼마 전 4학년생에게 취업을 추천하였더니 집에서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생활이 어려워 집 근처 호프집에서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든 일이 있어, 우리 젊은이에게도 하류화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잠시 해 본 적이 있다.우리 주변에 대학 졸업 후 집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가 꽤 많다. 주위에서 취업을 부탁하는 연락을 부모님에게 자주 받는다. 정작 취업을 알선하면 젊은이들은 취업에 대한 의욕이 없으며, 월급이 적거나, 주말이 보장이 안 되거나, 힘이 들거나 등의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월급 많고, 쉴 거 다 쉬고, 편안한 직장이 있으면 대학을 그만두고 당장 내가 취업하겠다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고 마무리하지만, 부모님에게도 섭섭한 경우가 많다. 자식이 모르면 부모가 나서서 설득하여 진정한 삶의 현장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다시 과잉보호로 돌아가 버리니 안타까운 일이다.이러한 문제는 요즘 젊은이나 부모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전 국민의 대학생화를 만들어 버린 교육제도, 대기업의 해외 생산시설 이전 등으로 신규 고용이 줄어드는 변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등 수많은 문제점이 산재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의 의식구조이다. 대학에 입학하면 집에서 독립하여 스스로 삶을 이끌어나가는 서구의 젊은이에 비해 우리 젊은이는 너무 나약하다. 일본의 하류 사회의 젊은이가 되지 않으려면 남의 탓을 하지 말고 현실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부모의 과보호에서 뛰쳐나와 자기 스스로 행동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세상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취업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어 첫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룬 후에 꿈을 키워나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부모님도 자식이 귀할수록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상과 소통하여 커갈 수 있도록 과잉보호를 자제해야 한다. 우리 자식들을 프리터나 니트로 만들 수는 없다.정부나 지자체도 말로만 몇백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실행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 고졸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아지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고학력 청년실업을 양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대학도 더욱 적극적인 산·학 연계에 의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일본의 하류사회와 같이 되지 않기 위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각 분야에서 고학력 청년실업이 일본의 하류사회로 진전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는 정부에서도 여러 부처가 대응해야 한다. 지방정부에서도 중앙정부에서 대책이 나오면 연계한 정책이 수립되고, 예산이 배정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실행 결과를 검토하여 미비한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대학 및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고학력 청년실업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대학 졸업생과 관련 부모님들도 취업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의 하류사회가 한국 내에 상륙하지 못하도록 전 국민이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2010-07-13 현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