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수요광장]외고와 자사고 폐지론에 대한 단상

본래 설립목적 준수하지 않으면제도 개선후 폐지해도 늦지 않아일관성 있는 교육정책 위해정권 초월 '국가교육위원회' 같은기구 필요하다는 목소리 높지만신정부에선 논의 안돼 아쉬워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8일 전국단위 자사고인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5개교 교장단은 "자사고의 본질을 편견으로 해석하거나 터무니없이 왜곡한다"며,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란 반박문을 냈고, 전국 자사고 교장협의회는 자사고 폐지 반대 성명을 낼 계획이며,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역시 폐지 반대 성명 발표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시도교육감 중에서는 가장 먼저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거론한 바 있는데, 경기지역 내 외고와 자사고를 2020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특목고의 폐지는 교육부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김상곤 교육부총리 내정자도 같은 입장이어서 폐지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 논쟁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문제로 이번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고·자사고에 대한 비판은 이들 학교에 우수 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고의 학습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빠지는 것은 물론, 이들 학교가 본래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명문대 입학생을 늘리는 입시전문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진보성향의 교원 및 학부모 단체에서는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외고·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위기론'을 잠재우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할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일괄적인 폐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외고·자사고를 전부 없앤다 하더라도 일반고에 배정되는 인원은 한 학급당 한 두 명 선에 그칠 것이고, 이 정도로 학습 분위기가 나아질 리 없다는 교육 전문가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 간 학업 능력의 격차가 커져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고 하향평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외고·자사고의 폐지가 노무현 정부는 물론 신정부가 중시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외고·자사고 폐지 시 지방의 교육환경 수준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서울의 경우 한 동안 잠잠했던 소위 '강남 8학군'이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 번 근본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외고와 같은 이른바 특목고의 설립 취지는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이며, 자사고는 '일반 고등학교들과 달리 학교 운영과 교육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고등학교'이다. 현재 이들 학교가 본래의 설립 목적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제도적으로 개선 작업을 시행하고 난 뒤 폐지 결정을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특목고는 과고, 외고, 체고, 예고, 국제고 등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외고와 국제고만 폐지 한다는 것 역시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사교육 문제가 특목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기에 교육 전반에 대한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정책은 계속 바뀌고 있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불안하고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갖기 위해 정권을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주목받지 못해서인지 신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는 것이 아쉽다.교육정책은 정치와 상관없이 연속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수시로 뒤바뀌는 정책 하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믿고 자녀들의 교육을 맡기기 어려울 것이다. 초저출산 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가 미래에 필요한 다양한 인재 양성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6-20 문철수

[수요광장]'쌍빠삐에', 대학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고등교육법' 개정안 2011년 통과세차례 유예끝에 내년 시행 앞둬수많은 강사들 대학서 쫓겨났고교원지위 회복 농성 3500일 넘어이제는 '돌려 달라'… 그래야만고용·임금·차별 문제도 개선 가능늦깎이로 시작한 공부의 길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국솥은 끓고, 업은 아이는 울고, 설거지가 가득 쌓인 싱크대 위에 간장물이 묻은 파르메니데스를 펼쳐 놓고 읽는 나는, 대통령이 선물 받았다는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70년생 김지영'이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단절된 시간은 반복적으로 경력과 학업을 단절시켰다. 연구원으로, 시간강사로, 시민단체 활동가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종종 거리면서 살았던 시간은 한 발만 삐끗하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처럼 언제나 위태로웠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맡고 있던 모든 강의가 모조리 폐지 혹은 미개설로 통고 받은 것이다. 타당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건 그냥 일방적인 해고였고 추방령이었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쳤으니 여기가 내가 발 딛고 설 대지의 일부라 여겼는데, 아니었다. 한국의 대학은 그런 사람이 부적격자가 되고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다. 아니 거기까지만 했으면 그냥저냥 대학에서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대자보를 붙이지 않고, 언론과 인터뷰 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고, 저널에 기고하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지 않고, 동료 강사와 학생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시위하지 않고, 왜 정당한 이유 없이 강좌를 없애느냐고 묻지 않고, 다음 학기든 그 다음 학기든 무슨 강의든 줄 때까지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더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해버린 이후에 대학에서 살아남기 힘든 부적응자는 이제 대학에 살려두면 안 되는 추방자가 되었다. 시민이 아닌 자가 시민적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추방자는 한 둘이 아니었다. 각각의 사안은 달라도, 지금 대학과 싸우고 있는 모든 해직강사들의 공통된 '죄'는, 불복종의 죄다. 항거했기 때문에 추방되었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 박정희 정권이 1977년 교육법을 개정하여 대학 강사에게서 교원 지위를 박탈한 것은 바로 이런 강사들을 대학에서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그 후로 전국의 대학 강사는 갑자기 법적 근거가 상실되어 지금과 같은 '시간 강사'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갖게 되었다. 노동시장이 유연화 되자 시간강사는 대학이 더 쉽게 맘대로 쓰고 버릴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언제든 무슨 이유로든 자기의 대지를 빼앗기고 추방될 수 있는 이 존재는, 거주권도 시민권도 없는, 대학의 불법체류자이다. 프랑스에서는 증명서류(papier)가 없는 불법체류자들을 '쌍빠삐에(sans papier)'라 부른다. 마치 종이 한 장이 존재의 근거가 되는 것처럼, 재밌는 말이다. 그들이 필요해서 데려왔고 필요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도 신분증이 없어지면 '불법의 존재'가 되는 것처럼, 다른 교수와 똑같은 연구자이며 대학 강의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우리도, 대학에 없어선 안 될 존재이면서도 '교원'이란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해 쌍빠삐에와 같은 사람들로 존재해왔다.그동안 수많은 대학 강사들이 죽음으로 이 문제를 고발했다. 2008년 건국대 강사 고 한경선 박사는 대학의 부실한 강의 교재 강매에 항의하고 강사료를 강의시수의 절반밖에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노동부에 진정했다가 임용길이 막히자 절망하여 이런 사실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2010년에는 조선대 강사였던 고 서정민 박사가 논문대필과 임용비리를 고발하고 자살했다. 이런 일련의 비극적 사건들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상황이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고,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2011년 12월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세 차례나 유예되었고, 오는 2018년 다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에도 수많은 강사들이 대학에서 쫓겨났고,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정상화를 요구하는 해직강사들의 국회 앞 천막농성이 3천500일을 넘어섰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교원 지위를 돌려 달라. 그게 시작이다. 그리고 나서야 고용과 임금과 차별의 문제도 우리 자신의 힘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2017-06-13 채효정

[수요광장]도시재생과 미래도시

상당수 지역 좋은 환경 경험없어개념 재정립과 사업 이해 필요골목 치장·겉보기식 개선보다삶의 질 높이고 미래 위해 설계정부 주도 특별사업 민간자본과주민들 자발적 참여로 추진돼야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발표된 도시재생뉴딜정책은 10년 전 노무현정부 막바지에 발표된 도시재생사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도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의하면 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낙후된 도시환경을 공공의 지원으로 자생적 기반을 확충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은 6개 시범사업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46곳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번 정부에서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500개 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이게 될 도시재생사업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행 도시재생특별법의 제도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개념정립과 사업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게 되었으면 한다. 도시재생이란 도시의 특정지역이나 시설이 쇠퇴하여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였을 때 이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기능으로 대체시켜 그 지역을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되살려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기능을 상실한 조선소를 상업과 쇼핑으로 되살린 런던의 도크랜드나 요코하마의 미나토미라이 21, 쇠락한 탄광촌을 디자인 녹색도시로 변모시킨 독일 에센의 졸버레인, 폐쇄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은 도시재생의 성공적 사례라 하겠다. 이번에 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도 도시재생활성화특별법에 근거한 것으로 그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도시재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개념상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따라서 도시재개발의 한 유형으로서의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고, 사업구역으로 지정될 대상지에 대해 도시재생사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통하여 목표와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당수의 지역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 번도 좋은 환경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재생(?)하겠다는 건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다음으로는 우리나라 도시의 노후 환경은 선진외국의 도시재생 대상지와 달리 주거밀집지역이 많고, 대부분의 집들은 수선이나 개축 정도로는 환경개선의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편익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대상지의 환경이나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성이나 주민들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진행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토지나 건물 소유자들이 정말 바라는 것은 그들의 재산가치가 올라가는 것이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구성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세입자들의 권익보호에만 매몰된 채, 정작 지역의 환경 수준을 높이는 일에는 소홀해지기 쉬운 점도 지적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미래의 도시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도시의 재생이 되어야 한다. 부분적인 골목치장이나 겉보기식의 공동체사업만으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미래를 위한 도시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정부의 예산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특별'사업이다. 시범사업의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정부가 자칫 계몽적으로 사업을 지도하고 감독해야한다는 경직된 사고로는 사업의 지속성이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제대로 경험을 쌓은 도시재생전문가들이 태부족한 상태에서 공공이 해야 할 역할도 있겠지만, 언제까지 국가의 인력과 예산을 민간의 재산보전에 투입할 수 있겠는가? 유연한 사고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미래의 도시재생사업은 민간의 자본이 투입되고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참여에 의해 발전되어야하기 때문이다./양윤재 대우재단 이사양윤재 대우재단 이사

2017-06-06 양윤재

[수요광장]경청과 소통

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집중눈 맞추고 맞장구 치며 들으면구체적 사례·에피소드 통해배경·배후·인격·인성 등 파악모든 문제해결 출발점은잘 듣고 공감하며 신뢰 쌓는것일을 하다보면 워낙 다양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니 특별히 상담학을 전공한 적이 없어도 상담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오래해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면 때론 미주알고주알 다 들어야 사건 이면에 있는 비밀까지 알 수 있고 그런 사소한 것이 실마리가 되어 문제해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급함이나 선입견 때문에 미리 결론짓고 속단하는 것을 피하면서 듣는 것을 계속 연습하다보면 주의 깊게 듣는 중에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어 많은 이야기를 끌어 낼 수 있는 "경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경청만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하는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소통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신뢰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의뢰인의 약점이나 단점을 물어보아도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이 가능하다. 굳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가 아니라도 많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경청과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없을 것이다. 역지사지하며 잘 듣다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으면 상대방을 신뢰하게 된다. 하나만 물어봐도 스스로 열을 알아서 이야기할 만큼 똑똑한 의뢰인도 있지만, 말이 어눌하여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정리해서 말하지 못하거나 핵심적인 증거를 두고도 그것이 중요한지 몰라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분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게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경청을 잘하는 것은 선입견 없이 바른 태도로 온전하게 집중하여 듣되 적절한 눈 맞춤과 맞장구를 치며 듣는 것일 테고 더 나아가서는 적절한 질문을 하여 구체적인 사례나 에피소드를 들음으로써 일의 배경, 배후, 관계자의 인격, 인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찾아오셨다. 토지관련 민사소송 1심 재판에서 졌다는데 판결문도 없이 무작정 설명을 하시니 대체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고, 빽빽 소리를 질러야 의사소통이 되니 나도 모르게 뒷골이 아팠다. 연세가 92세라는 말을 듣고서는 더욱더 사건을 맡고자하는 생각이 들지 않아 다른 곳에 가시길 바라며 소극적으로 임했다. 그런데 그분은 웬일인지 이틀 연속 상담료를 내시며 상담을 하시는데 그분 성의를 봐서라도 일단 판결문과 소송기록을 가져오시면 검토해보기로 했다. 기록을 보면서 어르신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어보니 쟁점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보였고, 억울함이 다가왔으며, 몇 가지 질문을 하다 보니 1심 때 부족했던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결국 제때에 만족할만한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문제해결의 출발은 잘 듣는데서 비롯된다. 또 최근에 한 젊은 여성이 외도문제로 상담을 왔다. 남편이 알게 돼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그 후 자신을 용서해준다고 했지만 너무나 급작스럽게 자신이 바뀔 것을 요구하니 힘들어서 이혼을 해야 하나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분의 평상시 결혼생활 및 남편의 요구사항을 들어보니 그리 무리한 요구들도 아니었고, 상간남에게 전혀 해코지도 하지 않는 등 오히려 신사적인 편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경우의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며 입장을 바꿔서 본인에게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 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러자 상담하기 전까지는 남편이 자신에게 너무하다 싶었는데 결코 그게 아니었다며 잘 이야기해보겠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고통과 행복은 절대적이고 주관적인 면이 있지만 옆집, 그 옆집 사람도 고민과 슬픔이 있고 힘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환경이나 처지를 비교하고 자신의 처지를 덜 고통스럽게 여기는 상대적이고 객관적인 면도 있다. 상황은 바뀌지 않았는데도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거나 객관적인 지표를 알게 됨으로써 위로를 받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경청은 소통의 전제이고, 공감하는 소통은 신뢰를 쌓는 출발점이다./장미애 변호사장미애 변호사

2017-05-30 장미애

[수요광장]대통령 취임 초기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은 필요한가?

감시역할 위해 갈등 필요하지만허위·과장·길들이기 악용 안돼탄핵 정국속 조기대선 치러지고대내외적 어수선할 때 출범한새정부가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 필요제19대 대통령 선거일 바로 다음 날이었던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이번 대선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봄에 치러져 장미 대선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는 특이한 상황을 맞아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내에 있는 로텐더홀에서 500여명의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매우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취임사 중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습니다"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취임사 내용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언론과의 소통 역시 이전의 그 어떤 정권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일반적으로 대통령 취임 초기, 정부와 언론과의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 이 중요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략 100일 정도 의회와 언론에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주는 관행을 말하는 것인데, 신랑과 신부에게 허니문 기간이 있듯이 새 대통령 역시 정권을 이양 받은 임기 초반에는 서툴 수밖에 없으니 일정 기간 지켜봐 달라는 취지일 것이다. 미국의 대공황기였던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의회 특별회기 100일 동안 대통령이 의회와 손잡고 많은 경제 위기 극복 법안을 통과시켜 위기 탈출의 토대를 닦았던 것이 '허니문 기간'의 원조라고 한다. 한편, 이번 취임식을 취재했던 국내 주요 언론들의 시각을 보면 신임 대통령과의 허니문 기간임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신문의 경우 1면에 야권을 직접 찾아간 대통령의 협치 모습, 탕평 인사 실천, 대통령의 신선한 취임사 등을 부각시켰다. 과거 정부는 통상 12월 중순 당선 이후 다음 해 2월 25일 취임식까지 정권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는 기간 동안 2개월여의 허니문 기간을 거쳐 왔기에 인수위가 없는 이번 정부도 정권 출범 초기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2008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영예를 얻고 출범한 버락 오바마에게 언론은 비교적 오랜 기간 허니문을 유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 취임 첫날부터 싸움을 벌여 허니문은 커녕 바로 파경을 맞았고, 최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파문이 커지면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해 놓은 상태이다. 물론 어느 정권이나 언론과의 갈등은 있어 왔고, 이른바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이러한 갈등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갈등이 허위, 과장으로 부풀려지거나 정권을 길들이는 구실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본연의 임무 때문에 정권에 우호적인 태도를 마냥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임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총체적인 국가 위기 상황 속에서 등장한 이번 정권의 경우 어느 정도 권력과 언론의 허니문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의 바지 길이나 안경테, 즐겨 마신다는 커피 브랜드 등을 부각시키는 일부 언론 보도는 '허니문 기간'을 잘 못 이해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탈권위적이고 국민들에게 친화력 있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이러한 보도들이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홍보로 비쳐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당분간 새 정부가 힘을 얻고, 정상적으로 가동할 때까지 정부와 언론간의 발전적인 '허니문 기간'이 유지되길 기대해 본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출범한 신정부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5-23 문철수

[수요광장]대학을 비판해야 대학이 산다

기업화 된 대학 비용절감 위해서슴없이 강좌 줄이고 강사 해고교육도 인간도 비용으로 환산한국 고등교육 담당하는 실체지금 우리 대학에서 그 무엇보다절실한 것은 비판하는 정신이다스승의 날 아침, 문자 한 통. "선생님,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지요?" 라고 묻는 말에, 목이 콱 막힌다. 학생들 걱정 않도록,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하는 것이 내 임무다. 나는 강단을 잃어버린 해직 강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메일로 45명의 다른 동료 강사들과 함께 해고를 통보 받고 11학기 동안 강의했던 대학에서 해고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탄원서를 쓰고, 작년 스승의 날에는 교내에서 인문정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사까지 하며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일했던 경희대학교에서는 2012년 총강의수 8천243개에서 2014년 7천497개로 강의수가 746개나 줄어들었다. 강의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 강의를 담당하던 누군가가 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 경희대에서 강사 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 동안 무려 197명이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대학 기업화의 결과다. 강좌 축소, 강사 해고는 모두 '효율적인' 비용 절감의 방법이다. 영리형 대학에서는 교육도, 인간도, 모두 비용으로 환원된다. 일반 상품에서도 원가 절감은 품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교육은 어떻겠는가. 학생 수는 그대로인데 강좌 수는 줄어드니 학기 초마다 '수강신청대란'이 일어나고, 학생들이 강의를 사고 파는 일까지 벌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내는 대학에서 듣고 싶은 강의, 들어야 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00명 200명씩 수강하는 대형 강의실에서는 출석을 부를 시간도 모자라 전자출결시스템을 이용하고 대리출석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출석인증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이야기를 전해 준 학생은 매 시간 사진에 찍힐 때마다 마치 범죄용의자인 것처럼 채증을 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이런 강의가 과연 좋은 수업이 될 수 있을까. 온라인 강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강의실 없어도 되고 한 번 찍어 놓은 영상으로 몇 번이고 쓸 수 있고 강사 대신 전임교수 강의 비율을 높이기도 좋다. 대학에서 온라인 강좌 전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과연 기술혁신에 따른 교육혁신으로 볼 수 있을까. 학생들은 말한다. "방통대도 아니고, 사이버대도 아닌데, 대학 와서 이 비싼 등록금 내고, '인강'으로 학점 때우고 졸업하다니 솔직히 돈 아깝죠." 우리는 이런 비정상적 교육을 '미래교육'이라고 부르고 '혁신'이라고 선전한다. 고등학교 때도 보지 못했던 '콩나물 교실'에 교수·학생들과의 인간적 관계는커녕, 한 학기가 다 가도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로 끝나는 강의, 캠퍼스는 멋진데 정작 모여 공부할 곳은 없어서 학교 밖 카페를 전전해야 하는 학생들 '무늬만 교수'인 채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학기당 계약을 연장해가야 하고 강의 평가 점수가 그대로 해고 사유가 되니 수업 시간에 소신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학생들 눈치 보기 바쁘며 방학이 되면 월급도 없고 연구공간은커녕 도서관 이용도 학교 인트라넷도 제한되어 논문 하나 다운받아 보기 힘든 대학 강사들, 이들이 한국의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실체이다. 이런 대학에서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하고, '융·복합'을 논하고, '미래 교육'을 꿈꾼다. 스승의 날, 늦은 밤 마지막으로 받은 문자에는 "선생님이 나의 롤 모델"이라고 쓰여 있다. 살면서 학문과 실천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자 노력했지만, 이 사회와 대학이 나에게 돌려준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당해야하는 차별과 모욕·비판에 대한 처벌이었으니, '나처럼 되면 안되지' 라고 답을 쓰려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라' 라고 썼다. 복종을 달게 받지 않고 거부할 줄 아는 사람. 대학에 대한 나의 불경죄에는 그렇게 학생들을 사주하고 선동했다는 것도 있다. 스튜어트 홀은 대학은 비평적 기관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대학에서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바로 그 비판정신이다./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2017-05-16 채효정

[수요광장]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5천만 국민들이 새로운 꿈 꾸며희망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개헌통한 새 공화국 출범시켜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 마련 기대국민대통합·통일 정치적 슬로건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오늘 우리나라는 열아홉 번째 대통령을 새로 맞이하는 날이다. 지난 정부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비리와 사익 추구로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아갔던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의 재판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과 두 달여의 선거기간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은 셈이다. 선거기간 내내 국민들은 후보자들이 내놓은 선거공약과 정책들을 미처 살펴보기도 전에 투표장에 가야했었고, 전에 없이 혼탁한 후보자들 간의 자질검증과 거짓공방으로 여섯 차례의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많은 실망과 분노를 주었을 뿐이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지지후보를 중심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민심과 주장들은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지는 현상을 보일 것 같아 자못 걱정스럽다. 하기야 민주국가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놓고 대립과 갈등을 하면서 의견을 하나로 수렴시켜 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녕보다는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해타산에 매몰된 광경을 너무나 많이 보아온 국민들로서는 이번의 대선 이후 정국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선거기간 내내 보여 온 각 당의 행태나 후보들의 자질 검증에서 나타난 국정수행능력과 공약이행에 대한 믿음에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새 정부가 또 한 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에 물들어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새로 시작되는 정치판에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대선 결과로 말해주었다. 이제 나라의 운명은 새 대통령과 기존의 정치권이 얼마나 슬기롭게 나라를 끌고 가는가에 달려있다. 국민들은 새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이나 정책들이 나라를 발전시키거나 민생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5천만 국민의 대통령으로서의 그가 미래의 우리들에게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된 지가 벌써 20년이 가까워오는데 우리는 아직도 30년 전 민주화의 노도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헌법의 틀에 갇혀있다. 이래서는 나라의 발전은 물론 정치적 성숙도 기대하기 어렵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는 헌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미루어둘 수는 없다. 국회의 개헌특위에서는 그 동안 검토되었던 헌법개정내용을 광범위하게 토론의 장으로 들고 나와 국민들의 뜻을 반영시킬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새 헌법에 의한 공화국을 출범시켜 우리 국민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또 우리는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기존의 정치적 행태가 더 이상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세계는 새로운 약육강식의 냉정한 싸움터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치판에는 법조계 인사들이 유난히 많이 진출해 있다. 법의 속성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매우 과거 지향적이어서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온 사람들에게서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국가발전은 그들처럼 과거에 매몰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용기 있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마음 깊이 새기길 바란다.마지막으로 새 대통령은 국민대통합이나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이고 지극히 정치적인 슬로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무슨 특별한 능력이나 비책이 있어 오랜 세월 뿔뿔이 갈라져 온 국민들의 이념의 틈을,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단 말인가? 국민대통합은 모든 국민들이 바라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우리의 경제력이 탄탄해지고 안보가 튼튼해져서 어느 누구도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때 우리가 바라는 통일의 그 날은 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양윤재 대우재단 이사양윤재 대우재단 이사

2017-05-09 양윤재

[수요광장]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가끔 터지는 아동·노인학대 사건인간의 잔인함에 회의감 들 정도그러나 주변엔 자신처지 어려움속선의 베푸는 훈훈한 미담 더 많아오늘 하루 자녀들에게 고맙다고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전해보자울긋불긋 탐스런 꽃들과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가는 나무들을 보면 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지 알 것 같다. 5월이 좋은 것은 날씨나 환경이 좋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쉬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달은 1일 근로자의 날,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 9일 대통령 선거 날까지 공휴일이 많기도 하고 징검다리 휴일이라서 가족끼리 함께 할 시간이 다른 5월보다 더 많다. 이미 산으로 들로 아님 해외로 놀러 가신 분들도 많겠지만 연휴를 즐기기는커녕 공휴일에도 출근해서 일해야 할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중소규모의 제조업체들은 대기업의 빡빡한 요구에 맞춰 제품 납기일을 채우느라 휴일도 정작 쉴 수가 없고, 맞벌이 부모들은 재량휴일이라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이 집에 혼자남아 있는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몇 해 전부터 잊을만하면 보도되는 아동 학대 사건들은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다. 지금은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령이 많이 정비되어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동학대 문제는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되도록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 우리의 오랜 습관이 결합되어 나아지지 않았었다. 잘 드러나지 않는 방임이나 정서학대 및 성 학대부터, 외관상 표시가 나는 신체학대까지 아동학대의 모습은 다양하다. 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에서는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나, 아동복지전담공무원, 유치원 원장, 교직원, 학원의 운영자, 의료원, 구급대원 등 아동학대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의 거의 모든 종사자들에게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의무화 해놓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신고율이 낮은 편이다. 2년 전 평택의 한 친부와 계모가 7세 된 아들에게 락스를 뿌리거나 굶기고, 때리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여 사망한 '원영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자나 전국 초등학교 입학통지서를 받고도 오지 않은 아이들을 전수 조사하고 있으나 최근까지도 아동학대 사건은 도무지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영이의 계모는 징역 27년, 친부는 17년이란 중형을 선고받고 최근에 형이 확정됐다. 노인 학대는 또 어떠한가. 부모는 자식에게 맞아도 대체로 신고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주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혼자 넘어져서 다쳤다고 뻔한 거짓말도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창피해서 그런다기보다 행여나 자녀가 전과자가 될까봐 그것을 더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이다. 노인 학대의 대부분은 돈 없고, 병든 경우가 많으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이상 앞으로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요양원에 대한 감독소홀과 일부 요양보호사의 폭력성으로 인하여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 대한 방치나 학대도 개선되어야할 부분이다. 또한 어르신들의 부양 문제도 이제는 법이 개입되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장남이 집안에서 부모님을 돌보면서 본인이 부담하거나 형제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은 집이든 요양병원이든 비용 때문에 형제들 간에 부양료 분담을 청구하는 사건이 많아졌다. 오죽하면 같은 핏줄끼리 얼굴을 붉히며 소송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긴병에 효자 없고 사는 게 다 어려우니 나무랄 수만은 없다. 이제는 자녀들의 우애를 위해서라도 건강을 위해 힘쓰고 병 없이 늙길 소망하며 노후 자금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일찍 은퇴하고, 아주 오래 사는 100세 시대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노후 자금 및 노인 빈곤 문제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의 달. 우울한 이야기만 해서 아쉽다. 그러나 주변에는 자신의 처지도 어려운데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장애 아이의 위탁부모가 된 이야기나 아버지의 간암치료를 위해 간을 내놓은 딸의 이야기까지 세상에는 훈훈한 이야기들이 더 많다. 오늘 하루, 자녀들이 자는 머리맡에서 이렇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고, 부모님께는 낳아주시고, 지금까지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하다고 안부 전화 한 번 드리면 어떨까./장미애 변호사장미애 변호사

2017-05-02 장미애

[수요광장]19대 대선 TV 토론에 대한 소회

5명이 18분내 상대 후보에 질문자기방어·정책 설명 하다보니충분한 논의없어 유권자 혼란자신의 강점 내세우기 보다는상대 약점 공격 네거티브로 변질발언 팩트 확인 검증시스템 절실19대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최초로 봄에 치러져 장미 대선이라 불리는 이번 선거에 유권자들은 대선 주자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TV토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지난 23일 TV토론회 시청률이 40%에 육박했다고 하니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도 후보자에 대한 지도자 자질이나 정책에 대한 검증은 실종된 채 상호 비방만 난무한 토론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선에서 후보자 TV토론이 본격화된 것은 1997년 제15대 대선부터이다. 1997년 11월 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는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 공동으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치해 후보자 중에서 1인 또는 여러 명을 초청하여 3회 이상 대담·토론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라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한시적으로 구성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토론회를 주관해, 일정한 초청요건을 충족시킨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총 3회, 나머지 후보들을 대상으로 1회의 토론회를 개최했고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도 총 4회의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방송사가 주관한 대통령선거후보자토론의 중립성 문제, 획일적인 진행방식 등이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고, 2004년 3월 12일 법 개정을 통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상설화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16개 시·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 181개의 구·시·군 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설립한 바 있다.이번 19대 TV토론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총 3회 실시되는 데, 1차 토론회가 지난 23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외교안보 및 대북정책',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진행된 바 있다. 2차 토론회는 경제 분야를 주제로 28일에, 3차 토론회의 경우 사회분야를 주제로 5월 2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1차와 3차 토론회의 경우 후보자들이 주제별로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답변한 후 총 18분의 발언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 방식이다. 한편, 2차 토론회는 1차, 3차 토론회와는 달리 한 후보자의 정책 발표 후 나머지 후보자와 1:1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정책 검증 토론이며 앉아서 진행한다.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선 토론회는 후보자들의 자질과 정책 비전 등을 비교해 봄으로써 후보자 선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TV토론은 정책선거를 촉진하고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 의지를 고취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지난 23일에 개최된 1차 토론회를 되돌아보면, 5명의 후보가 18분 안에 상대 후보에 대한 질문과 자기방어 및 정책 설명을 하다 보니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질문 쏠림 현상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었다. 특히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파면으로 인해 단기간에 대선을 치르다 보니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네거티브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또한 중앙선관위 주관 토론회를 포함해 지난 세 차례 토론회가 끝난 뒤 후보자의 발언 진위가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발언에 대한 팩트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난해 미국 대선 TV토론의 경우 토론회 직전까지 기자들이 팩트 체크 항목을 미리 작성해 놓고 실시간으로 발언의 진위를 검증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언론사들이 중심이 되어 후보자 토론내용에 대한 신뢰성 높은 팩트 체크를 통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일조해야 할 것으로 본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4-25 문철수

[수요광장]증오하는 힘

불의 저지른 자 그 힘 두려워하며그것 해체하려고 온갖 수단 강구오늘날 정당한 증오 파편화 하고무력화 시키는 것은 웃음과 기쁨증오 못해 용서·관용 베푸는 동안부활해야 할 생명 돌아오지 못해봄은 잔인한 계절이다. 모순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메마른 땅을 적시는 봄비는 농부에겐 반갑지만,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원망스럽다. 꽃들은 피어나고 나무는 춤을 추지만 오늘도 광화문 광장 광고탑 위에는 여섯 명의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치며 곡기를 끊고 서있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신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고통은 피어나는 꽃과도 싸워야 한다. 내가 사는 강원도 산골의 접경지역도 꽃무덤에 뒤덮인 골짜기마다 숨겨진 죽음들이 황홀경에 감춰져 있다. 향락의 시간이 된 봄은 죽음 앞에 선 인간을 외면하며 아름다움은 망각의 힘도 동시에 발휘한다. 살아남은 이들은 온 힘을 다해 기억의 투쟁을 해야 한다. 4·3, 4·16, 5·18… 아직도 끝나지 않은 6월의 전쟁까지, 숨 막히게 돌아오는 이 땅의 봄은 그렇게 화해할 수 없는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역사가 뒤엉켜 있다. 생명이 부활하는 봄이 죽음을 뒤덮으며 올 때 나는 휴머니즘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종종 휴머니스트들은 치유와 위로를 통해 고통을 중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망각은 인간을 고통에서 구원하지 못한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은 오직 그 고통의 사회적 원인과 의미가 드러나고 역사화될 때에만 가능하다. 휴머니즘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싸우는 곳에서 시작된다.중학교 때 도시에서 온 영어 선생님은 영어에는 새가 운다는 표현이 없다고 했다. "버드(bird)는 크라잉(crying)하지 않아. '싱어송(sing a song)'이라고." 그랬던 것 같다. "얼마나 좋아? 응? 좀 밝게 밝게 살자. 응!" 하지만 나는 늘 '새가 운다'고 말했던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 같아 싫었고, '밝게 살라'는 말이 거북했다.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들었던 새의 울음은 아름답고 처연했다. 새는 곳곳에서 들은 슬픈 사연들을 전하고 있었다. 새의 울음은 슬픈 노래이기도 했다. 노래가 기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소리는 어떤 이들에겐 불온한 소리였지만 어떤 이들에겐 '같은 마음'을 확인시켜주는 단결의 노래였다. 그건 민중이 증오를 사회화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증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겪고 나면 인간도 사회도 모두 황폐해지는 법이다. 증오가 사적인 상태로 남게 되면 복수의 악순환을 낳거나 집단적 혐오로 빠져든다. 그것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은 공동체에 대한 죄과는 반드시 법에 의해 응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개인적 증오는 파편화된 에너지로 잠재되어 언제 터질지 모를 위험한 뇌관으로 남지만, 사회화된 증오는 개인적 증오를 공적인 힘으로 전환시키고 공공을 위한 정의를 수립한다. 그러니 필요한 건 증오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증오하는 힘이다. 불의한 지배자는 그 힘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해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한다. 오늘날 정당한 증오의 힘을 파편화하고 무력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웃음과 기쁨이다. 독재정권은 총칼로 지배했지만 자본은 오락과 쾌락으로 지배한다. 시장의 용어들은 '과도 긍정성'이 특징이다. 소비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광고에는 절망이 없고 우울이 없다. 인간도 유쾌한 사람이어야 잘 팔린다. 오늘날엔 누구나 '노래하는 새'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증오하는 힘을 잃어버린 시대에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 용서받고 인간성을 지킨 사람들의 인간성이 다시 짓밟히게 된다. 얼마 전 내란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전(前)대통령 전두환은 회고록을 출판했다. 5월의 봄은 '폭동'이 되어 돌아왔다. 그 정권에서 안기부장이었던 장세동은 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광주학살의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아직 살아있는데.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국가정보원 간첩조작사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남재준은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이 역사의 반복이 어떤 비극으로 재현될지는 알 수 없다. 마땅히 증오해야할 것을 증오하지 못하고 용서와 관용이 남용되는 동안, 부활해야할 생명들은 돌아오지 못한다. 봄 들녘엔 죽음의 냄새가 가득하다. 5월에는 장미도 피지 말았으면 좋겠다. 새가 운다./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2017-04-18 채효정

[수요광장]주택정책의 오류와 함정

우리나라 주택문제 가장 큰 원인'1가구 1소유 정책' 50년 넘게 고수30여년간 신규 분양에만 의존기존 주택시장 고사상태 빠뜨려집값 내려가면 되레 사는사람 없고안 지으면 모자라 가격상승 '악순환'봄이 되면 이사철을 맞아 연례행사처럼 집값이 들썩이고 전세와 월세가 제철을 만난 듯이 올라가곤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는 것이 나쁠 게 없겠지만 집 없이 남의 집살이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사철을 맞는 기분이 아주 죽을 맛이지 않나 싶다. 얼마 전 경실련에서 발표한 지난 50년 동안의 우리나라 토지가격 상승이 6천704배가 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토지와 주택관련 정책이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 경제가 제대로 지탱될 수 있으며, 무주택 서민들이 안정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을지 자못 걱정스럽다.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약 35만호를 건설해 2015년 기준으로 총 주택 수 1천636만호에 주택보급률 102%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도 남의 집에 사는 가구가 수도권의 경우 45%에 이르고 있으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가고 있다. 주택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문제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산다는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나라도 국가에서 제공한 공공임대주택 약 18%를 포함해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36%나 되는 것을 보면 주택문제는 유토피아에서도 해결될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서민들은 언제까지 세입자의 서러움에 시달려야 할지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 주택문제의 가장 주된 원인은 지구상에서 어느 나라도 실현하지 못한 1가구 1소유 주택 정책을 50년 넘게 고수해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정책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1가구 다주택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 하겠다. 현재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이 5%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공공임대주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동안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값 상승으로 많은 이익을 취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가 해야 할 임대주택의 공급을 30% 이상 담당해 왔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와서야 뉴스테이사업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임대주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긴 했으나 앞으로 임대주택의 확대를 위해서는 다주택소유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철폐하고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거의 신규분양에만 의존한 채 기존주택시장을 거의 고사상태에 빠뜨려 왔다. 주택관련 세금의 80% 이상을 취득세, 등록세, 양도세 등 1회성 거래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사고 팔 경우 과도한 거래세 때문에 다시 그만한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주택시장이 활성화되기란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거래세는 거의 없이 보유세 중심으로 과세함으로써 투기를 억제하고 주택시장을 활성화시켜 안정된 지방세수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도 미국처럼 주택소유자가 최종적으로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국가가 양도세를 유예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집값은 내려가야 한다는 정책의 착각이다. 물론 과거처럼 집값이 일 년에 두, 세배씩 오르는 것은 문제가 많지만 집값이 내려간다면 아무도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집값이 내려간다면 집을 살 수가 없다. 집값이 내려가면 전세나 월세는 올라가게 되고 집을 사지 않으니 집을 짓지 못한다. 집을 짓지 않으면 집이 모자라게 되고 결국에는 집값이 오르게 된다. 이렇게 집값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결국에는 집 없는 사람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집값이 오르는 것이 투기꾼들의 작당 때문이라고들 알고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온전히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좋은 정부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양윤재 대우재단 이사양윤재 대우재단 이사

2017-04-11 양윤재

[수요광장]부부간의 사랑은 신뢰와 배려

배우자 믿는다면 감정소비 없고믿어줄 한명만 있어도 외롭지 않아사랑한다면 배려 안할 수 없어일방적 희생 결코 오래가지 못해결혼생활 행복하게 유지하려면서로 믿고 배려하려고 노력해야변호사로 출발한 20년 전만 해도 여성변호사가 그렇게 많지 않을 때였다. 여성분들은 자기 이야기를 공감해줄 것 같은 여성이라며 찾아오고, 남성분들은 여성의 심리를 잘 말해줄 것 같다며 상담을 청하였다. 비교적 순탄한 코스를 걸어온 나로서는 간접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고,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분들의 덕이다.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다 저마다 이유가 있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처럼 각 가정마다 불화의 이유가 다르고, 같은 일에 대한 고통의 강도나 반응도 다 다르다. 좋을 때는 하루라도 못 보면 죽을 것 같던 사람들이 싸울 때는 하루라도 같이 있으면 죽을 것 같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선글라스를 낀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중년부인은 과거에는 참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눈 밑의 멍을 보여준다. 반백의 칠순이 넘으신 어르신은 45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배우지 못했다고 무시당하거나 폭행도 참고 지내왔는데 이제 좀 살만하자 은퇴한 남편이 50대 여자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였다며 황혼이혼을 하겠다고 하신다. 여태 괄시당하고 사셨을 때는 이혼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는데 왜 새삼스럽게 지금이냐고 조심스럽게 여쭙자 "영감이 바람피우는 꼴은 절대 못 봐"라며. 담담한 얼굴로 오신 어떤 부인은 남편의 외도가 여러 번 있었는데 이번 여자는 돈을 달라고 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물어보신다. 옆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남편의 표정이 애처롭다. 이 분에게는 남편의 외도는 별거 아니고, 돈이 가장 중요하리라.변호사 초년생일 때는 남편의 외도나 시댁 욕을 하느라 몇 시간씩 상담을 하신 분이 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찾아오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부 사이의 오묘함을 알기에 당황하지 않고 충분한 재발방지책을 안내해드리고 다시는 같은 일로 뵙지 않기를 빌어드린다. 소송으로 수개월간 치열하게 다투었는데 소송과정에서 진정어린 사과를 접한 후 화해를 하는 드라마틱한 경우도 있다. 결혼생활 24년차라서 그런지 몰라도 상습폭력이 아닌 한, 돈 문제든 외도든 일단 이혼을 결심한 분이라도 이혼사유가 부족하다거나, 아직은 자립에 대한 대비책이 없거나 여전히 배우자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엿보일 때는 이혼보다는 부부 상담을 적극 권유해왔다. 오랜 시간 살아왔는데 하루 이틀 소장 먼저 낸다고 달라지는 것 아니니 천천히 생각해보고 신중히 결정하라고 권한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다보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이혼인지, 아니면 이혼보다는 재산을 지키고 싶어하는 지, 상대방의 진정한 사과만 있으면 되는지 등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문제해결의 방법은 다양하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키우거나 적절한 제안을 배우자에게 함으로써 관계가 개선되기도 한다. 알려준 대로 했더니 갈등이 해결되었다며 좋아하는 의뢰인의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혼전문변호사보다 부부관계회복 상담변호사라는 말이 더 좋다. 결혼은 남녀 간에 일대일로 만나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원하지 않아도 그 상대방의 가족, 집안뿐 아니라 역사, 세계가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비슷하든 전혀 다르든 서로가 만나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결혼. 결혼은 과연 무엇으로 유지되는가. 고루할지 모르지만 답을 하자면 여전히 '사랑'이다. 흔히 생각하는 에로스적 사랑이 아닌 신뢰와 배려야말로 부부간 사랑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배우자를 신뢰하면 쓸데없는 감정 소비를 하지 않게 되고, 누군가 이 세상에 한명이라도 믿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 또 사랑하면 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왕으로 대접을 받으려면 아내를 왕비로 대접하고, 왕비가 되고 싶으면 남편을 왕으로 대접하면 된다. 사랑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방의 희생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려면 상대방을 믿고, 배려하기 위해 쌍방이 모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장미애 변호사장미애 변호사

2017-04-04 장미애

[수요광장]가짜 뉴스(Fake News)와 사실 확인(Fact Checking)

언론이 올바르게 식별해 낸다면위상 인정받는 계기 되겠지만제대로 검증조차 못한다면거짓양산 집단 전락할 수밖에지금이야말로 신뢰·객관성 바탕사실 확인 만전 기해야 할 시기최근 언론에 가짜 뉴스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와 기고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이루어짐에 따라 19대 대선일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짜 뉴스에 대한 주의가 한층 요구된다. 가짜 뉴스에 대한 논란은 지난 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는데, 당시 가짜뉴스가 보여준 파급력은 대단했다.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5개 중 4개가 가짜 뉴스였고,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1위)거나 '힐러리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3위) 등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이처럼 가짜 뉴스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유통되기 좋은 환경이어서 삽시간에 퍼져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에 커다란 혼란을 줄 수 있기에 한국 대선에서도 얼마든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우리나라의 경우 유력 대선 후보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가짜 뉴스의 피해자로 볼 수 있겠다. 대선 출마 선언 직전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이란 가짜 뉴스가 터져 나왔고, 유력 정치인들도 감쪽같이 속아 이 가짜 뉴스를 인용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인격살해와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는 말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를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지만, 가짜 뉴스의 개념 정립과 함께 생산자에 대한 처벌강화 그리고 포털과 SNS 운영자들에게 가짜 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일정한 책임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우선 금년 하반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가짜 뉴스나 증오 표현을 방치하는 SNS 기업에 최대 5천만 유로(약 609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르몽드, AFP 등 플랫폼과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크로스체크(CrossCheck)' 프로젝트를 통해 가짜 뉴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선관위와 검찰, 경찰에서 가짜 뉴스 전담반을 가동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00명 규모의 사이버대응센터를 운영 중이다. 경찰청도 사이버안전국에 '가짜 뉴스 전담반'을 꾸렸다. 하지만 현행법상 가짜 뉴스 생산·유포자를 밝혀내고 처벌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파성과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가짜 뉴스를 정의 내리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가짜 뉴스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로서 가짜 뉴스는 과거부터 있어 왔기에, 가짜 뉴스의 범주를 확대해 무조건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유통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사실 확인(Fact Checking)'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엄격한 사실 확인을 통해 가짜 뉴스를 올바로 식별해 낸다면 자신의 위상을 확인 받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언론이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이들 역시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각국의 주요 언론사와 디지털 플랫폼들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검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디지털 기술의 일반화로 인한 방대한 정보의 유통은 언론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가짜 뉴스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면서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사의 정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이 가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언론이 신뢰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사실 확인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3-28 문철수

[수요광장]'정의'와 '이익', 헌재의 판결은 무엇을 지켰나

우리는 잘사는 나라만 바라다정의로운 나라를 잃어버렸다돈보다 '사람' 이윤보다 '생명'우선가치임을 세월호사건 통해반성했지만 이번 헌재 판결은생명보다 돈의 가치를 앞에 놓았다"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결정문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익과 손실이라니, 법의 정신에는 어울리지 않는 회계장부 같은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 문장을 그냥 기술적인 언어표현상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문득 맹자가 양혜왕을 만나는 장면이 생각났다. 왕의 첫 질문은 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가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맹자는 이(利)를 먼저 묻는 왕의 잘못을 지적한다. "왕께서는 하필 이익을 말하십니까. 또한,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 정의보다 이익의 논리가 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국의 징조다. 어째서 법관은 하필 손익을 말하였는가. 결정문을 다운받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재판관들이 가장 공을 들여 탄핵사유로서 입증해낸 부분은 '사인(私人)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의 권한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 부분이었다. 재판부는 대통령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 것을 가장 중요한 '위헌적 행위'로 보았다. 반면에 가장 중요한 탄핵소추사유라고 생각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 즉 생명권 보호의무와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의 위반은 탄핵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형식적으론 재판부 전원일치의 통쾌한 판결로 보였지만, 내용적으로는 기뻐할 수만은 없는 '최소의 판결'이었다. 일반법정과 달리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최종적으로 유권해석 하는 기관이다. 이번 사건에서 생명권 보호의무와 대통령의 성실의무에 대한 헌재의 유권해석은 상식과 정의의 기준에서 모두 벗어났다. 앞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되겠지만 적어도 그 부분에 관한한 이미 헌법적 사면을 받은 박 전 대통령에게 하위법정이 어떤 죄를 물을 수 있을까. 김이수, 이진성, 두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을 보면 법리상 거의 반박 불가할 정도로 충분히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으로서의 성실의무 위반 사항이 입증되어 있다. 그런데도 그것을 스스로 기각시킨 것은 분명 모순적 판결이다. 반면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2는 해당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정치제도에 대한 개인의 견해를 밝힌 것으로, 판결문에 넣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견일 뿐이다. 심지어 그것은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여러 차례 피력해온, 보수재집권을 위한 개헌론과 사실상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왜 정의가 아니라 손익을 말했는지가 다시금 자명해졌다. 저 문장은 이 나라 지배층을 대표하는 법관들의 무의식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번 탄핵판결로 법의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헛기침 같은 칭송을 한다. 어떤 미학적 현혹도 우리의 비판적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정미 재판관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며 위압적이지도 않았다. 강일원 재판관의 여유 있는 표정은 포용력 있어 보였다. 하지만 판결의 실제 의미와 영향력은 그들의 인상과 표정이 아니라 결정문 내용에 있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잘 사는 나라만 보고 달려오다가 정의로운 나라를 잃어버렸다. '돈보다 사람',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 가치여야 한다는 것은 416을 통한 공통의 반성이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그러나 이번 헌재의 판결은 다시 생명보다 돈의 가치를 앞에 놓았다. 파면당한 대통령은 지금도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한다. 가라앉은 세월호 앞에서도 진실을 감추고 저마다 자기의 이익만을 챙기려했던 괴물들. 국가는 그런 괴물들의 복합적 총체였다.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은 어떤가. 표를 위한 '통합'과 '대연정'은 결국 '이익의 대연합'일 수밖에 없다. 그건 또 다른 괴물의 탄생이다. 왜 나라는 이익을 앞세워선 안되는 것인가. 맹자는 이렇게 답하였다. "왕은 '어떻게 나의 나라를 이롭게 할까' 말하며, 대부는 '어떻게 나의 가문을 이롭게 할까' 물으며, 선비와 서인들은 '어떻게 나를 이롭게 할까' 라 할 것이니, 위와 아래가 일제히 이익을 취하면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극히 위태롭다./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채효정 정치학자·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2017-03-21 채효정

[수요광장]더 이상 슬픈 국민이 되지 않았으면…

우리가 바라는 국가 지도자는달콤한 공약·장밋빛 청사진보다슬픈 민모습 솔직하게 외쳤으면…30년간 변함없는 정치 '되레 퇴보'이제 새 지도자는 더이상 우리를'슬픈 족속' 되지않게 해주길 바라몹시도 추웠던 겨울을 박차고 웅크렸던 몸을 활짝 펴며 따뜻한 봄을 맞아야 할 사람들의 마음이 어쩐지 올해는 여느 해와 다른 것 같아 자못 걱정스럽다. 지난 반년 이상 온 나라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정국으로 고된 몸살을 앓는 동안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중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들이 강하게 밀어닥치며, 연임에 성공한 일본의 아베정부는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탄핵인용으로 우리 정국은 사상 초유의 새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하루빨리 냉정을 되찾고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새 대통령을 선출하여 나라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급박한 국제정세와 경제상황은 그 변화를 가늠하기가 어렵고, 북핵 문제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그러나 앞으로 두 달 후면 새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고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나라가 조금은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정부가 새로 들어선다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고 나면 바다는 잠잠해 지지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오랫동안 그 상처가 남아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될수록 빨리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를 메우려고 하나 그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힘도 많이 든다. 촛불과 태극기 민심의 갈라진 틈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많이 남아 있다. 남과 북, 동과 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금수저와 흙수저, 노동계와 교육계의 고질적 편 가름들이 골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음은 우리에게 주어진 치명적 상처임에 틀림없다.불과 70년 전 참혹한 전쟁에 시달리며 국민소득이 불과 50달러에 지나지 않았던 극빈국가에서 지금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경제 및 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 대학진학률 1위, 반도체생산 1위, 자동차생산 5위 등 지표상으로는 상당한 지위에 올라있는 것처럼 보이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국을 '놈'이라 부르는 세계 유일의 나라 한국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 받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10년째 국민소득 2만 달러 대를 탈피하지 못하고 선진국의 문턱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우리를 향하여 한국에 관심을 가진 어느 영국 경제학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가 한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요약해서 지적한바, 첫 번째가 남이 잘되는 꼴을 참지 못하는 배 아픔의 문화요, 두 번째가 법이나 관행을 무시해버리는 떼법 문화이며, 세 번째가 과격한 귀족노조의 막무가내식 파업문화와 함께 마지막으로 이념교육에 매몰된 전교조와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사교육 문화라고 하였다. 외국인치고는 참으로 우리의 문제를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우리의 치부가 들킨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끼게 된다.우리는 누구나 안전하고 윤택하며 즐겁게 살고 싶어 한다. 선진국이라면 이 같은 국민 삶의 기본적인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 나라이다. 영국 경제학자의 말처럼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우리에게 내재된 잘못된 가치와 질서의식, 그리고 함께 해결해야 할 노동과 교육문제 등 국가라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들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바라는 국가의 지도자는 그 어떤 달콤한 공약이나 장밋빛 청사진보다 우리 앞에 드러난 민 모습의 슬픈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고 '이것이 우리들의 진정한 모습입니다'라고 솔직하게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1987년 헌법개정 이후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직 정치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이제 새 시대의 지도자는 우리를 더 이상 시인 윤동주가 읊은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짓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인 '슬픈 족속'이 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양윤재 대우재단 이사·전 서울대교수양윤재 대우재단 이사·전 서울대교수

2017-03-14 김영박

[수요광장]부부교육, 부모교육 평생 이어져야

평등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결혼에서 무엇이 본질이고뭐가 중요한지 아는 지혜 필요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성숙부부싸움이 집안싸움되는 현실평생 부모교육은 더 절실하다이혼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결혼하기 전에는 예비부부 교육, 부모가 되기 전에는 예비부모 교육을 받고 그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결혼을 허가하거나 혼인 신고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결혼은 대체로 20년 이상, 정서적인 배경과 경제적인 배경 등이 전혀 다른 가정환경에서 살다가 보통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만나는 경우가 많다. 열정과 연애감정에서 결혼까지 이어졌지만 현실에서 부딪치는 일들은 애정만으로 잘 해결되지 않는다. 대처방법이나 해결방법이 많이 다르다보니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면 좋으련만.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싸움이 이혼까지 발전하고, 그 와중에 죄 없는 아이들이 피해를 입다보니 안타까워서 생각해 본 상상이다. 상습적인 폭력이나 외도가 아닌 한, 내 가정에서만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다른 가정도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알면 훨씬 그 위기를 잘 견딜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주변엔 미리 결혼한 선배나 동네 형, 친한 언니가 있어서 코치나 조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통계가 뒷받침된 보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평등한 부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결혼에서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중요한 지 아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이 지식의 전달을 넘어선 지혜의 전달까지 나아가야하니 좋은 교육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가정법률상담소가 교회나 성당 등에서 예비부부나 예비부모교육과정을 무료나 실비만 받고 개설해서 해주고 있으니 지금도 스스로 찾아서 교육받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워낙 똑똑해서 주변에 멘토를 두고 때마다 고견을 들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그 대상이 결혼을 앞둔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혼인신고 할 때 부부교육 확인서를 낸 사람에게는 주택 분양이나 세제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어떨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 본거다. 그런 교육을 잘만 하면 결혼1~2년차에 상대를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성급한 이혼을 예방하는 효과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실제 이혼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알려준 대화방법으로 대화해보겠다고 돌아가 위기를 잘 넘긴 부부도 의외로 많기 때문에 교육의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부모교육과정을 마스터하면 오년 차 부부교육, 십년 차 부부교육, 중년부부교육, 황혼부부교육 등 각 연령대에 맞게 맞춤 교육을 듣거나 자기에게 부족한 특별과목인 며느리과정, 사위과정도 듣고, 시대 흐름에 맞게 이혼 후 부모교육, 재혼가정 부부교육 등도 있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협의이혼이든 재판상이혼이든 법원에서 1시간 정도 부모교육 동영상을 시청한 후 '부모교육확인서'를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모여 살았고, 이웃과의 교류도 많았기에 살면서 저절로 깨닫는게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책을 보거나 전문가나 주변인에게 상담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후에는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부모교육과정을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자녀가 어릴 적, 상황마다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쩔쩔매던 때를 생각하면 적절한 시기에 부모교육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사춘기를 만난 자녀를 놓고 눈물 한 번 흘리지 않은 부모가 몇이나 되겠는가. 아이가 한 살이면 엄마나 아빠로서의 나이도 한 살이다. 부모는 아이들과 같이 성숙해가는 것이다. 자녀가 한 둘인 요즘 세상에 젊은 장인, 시어머니가 부부문제에 간섭하는 바람에 부부싸움이 결국 집안싸움이 되는 현실에서 평생부모교육은 더 절실해 보인다. 그러니 부모가 되었어도 교육은 평생 이어져야하는 것이다./장미애 변호사장미애 변호사

2017-03-07 장미애

[수요광장]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교육 정책의 과제

여성들 경력단절 결혼·출산 꺼려안심하고 직장생활 할 수 있도록보육시스템 정비 선결 돼야소득별 사교육비 격차 점점 심해공교육에 대한 강화도 필수적노년층 사회구성원으로 재교육도흔히들 국가의 장래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본래 유소년기 교육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어야 국가의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의미로 이해될 정도이다. 이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출산과 교육 문제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게 된다. 얼마 전 한 국책 연구기관이 "여성의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 선택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황당한 저출산 해소대책을 내놓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역시 인구절벽에 대한 위험을 개선해 보고자 하는 다급함에서 비롯된 졸속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서 출산율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몇 차례 언론보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수는 40만6천300명으로 1년 전의 43만8천400명 보다 3만2천100명이나 줄었다. 이는 자그마치 7.3%가 하락한 것으로, 2015년 한해만 반짝 반등했을 뿐 전체적인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는 가속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12년 11.7%였던 고령화율은 2013년 12.2%, 2014년 12.7%, 2015년 13.1%로 높아지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은 13.5%에 달해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교육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매년 1천 곳 이상의 어린이집이 폐업을 맞고, 산간벽지에 남아있던 분교들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대도시 지역의 학교도 사라지고 있으며, 대학 역시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존립 위기가 예상된다. 반면에 노인요양 시설은 늘어나고 있다. 주거, 의료, 여가 복지시설은 2015년 기준으로 7만5천여 곳에 달하고 있다. 교육 정책 측면에서 볼 때,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우선 저출산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육아 보육 시스템의 확대가 필요하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경력 단절이므로 여성들이 안심하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보육 시스템의 정비가 선결되어야 한다. 아울러 공교육에 대한 강화도 필수적이다. 여전히 한국사회의 사교육비는 OECD에서도 최고 수준이며, 그 중에서도 가구 소득별 사교육비 격차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도 부모가 지출한 사교육비가 자녀의 학벌과 졸업 후 임금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문제는 저출산 상황이 도래할수록 아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적어도 돈이 없어서 아이의 교육을 시키지 못하거나 교육의 질로 인해 차별받는 상황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고령 사회에 대한 재교육 문제도 복지가 아닌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묶어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령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년층의 정보기술 습득 능력은 부족하고 교양에 대한 재교육, 직업 교육 등도 부족한 상황이다. 노년층을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주요한 임무를 가진 숙달된 구성원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정년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노년층이 재취업이나 사회활동의 연장을 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재교육을 단순히 노인대학이나 평생교육원 차원이 아니라, 체계적인 경험 확대 및 심화과정 학습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과 학습을 평생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2-28 문철수

[수요광장]내 탓이요, 내 탓이요

정치·경제·사회 곳곳서 '경고음'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사람 없어남 탓하기전 내가 먼저 나서야누가 먼저 손 내밀어 화해하듯내가 앞장서 이해하고 협력할때자랑스런 조국 만들어 갈 수 있어목하 대한민국의 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흙수저, 금수저를 따지며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 내 권리를 찾는 데에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도 내가 먼저 나서야 하는 일에는 머뭇머뭇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걱정이 크다. 그런가 하면, 과거 본인들이 겪은 경험과 어려움만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사회 비리에 뚜렷한 해결책은 주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제도 과거와 같지 않다. 무한한 우리의 시장으로만 여겨졌던 중국이 오히려 우리의 경제를 위협하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도 떨어져 간다. 청년들의 실업은 갈수록 늘어나고, 준비 없이 수명이 늘어난 노년층들의 문제도 크다. 안보에 대한 불안도 크다. 정치에 대한 환멸도 크고 교육에 대한 실망도 크다. 사회가 그저 굴러가기는 하지만 무엇 하나 산뜻하게 다가오는 것이 없어 보인다. 한때나마 자신감에 차 있었고 시청 앞 광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쳐대며 세계가 부러워했던 우리나라의 크게 변한 모습에 씁쓸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걱정인 것은, 이렇게 바뀐 우리 사회의 뼈아픈 반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반성보다는 너 때문이라는 손가락질만 넘쳐난다. 너 때문에 내가 어려움을 겪고, 너 때문에 내가 불행하고, 너 때문에 내 갈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우리가 종종 쓰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다. 나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만 엄격함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에 빠져있는 것 같다. 그러나 냉철하게 돌아보면 오늘날 이런 모습은 어느 누구만의 잘못, 나 외의 다른 사람의 탓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 자기의 위치나 본분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젊은이들을 보아도 그렇다. 그들은 지금의 우리나라가 얼마나 처절한 과거를 극복하며 이룩해 놓은 것인지를 느끼지 못한다. 좀 더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었다. 그동안 사람답게 살아보지도 못했다. 오직 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만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면서 이룩해 놓은 것이 오늘날의 우리나라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이들은 내 갈 곳이 없는 것이 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은 오로지 안정적인 직업만 찾는다. 공직에만 매달린다. 그리고 대기업만 선호한다. 중소기업이나 미래를 위한 벤처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그저 안정되고 편한 곳만 원한다. 미래에 대한 도전도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너무 현실에만 몰두해 있다. 내가 미래의 주역이고, 내가 무슨 준비를 해야만 이를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적다. 어디 젊은이들에게만 문제가 있는가! 미래를 이끌어 가야 할 동냥을 만들어 내야할 교육현장에서의 성찰도 없다. 스승과 학생 간의 신뢰도 떨어졌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리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화재나 안전문제, 매일같이 들려오는 각종 비리문제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제역 등에서 들리는 소식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저 제대로 만 일을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이 매번 반복되어 사회가 이토록 어렵고 또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있는 위치에서 자기를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고쳐나가야 한다. 남이 해주지 않는다고 원망만 해서는 고칠 수 없다. 내가 먼저 고쳐나가야 한다. 부부싸움에서도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하고 덮어가듯이, 우리 사회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용서하고 내가 먼저 앞장서고 내가 먼저 이해하고 협력해 나갈 때 우리 사회가 밝아지고 내 자식들이 자라나야 할 자랑스러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최계운 인천대 교수·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7-02-21 최계운

[수요광장]반세계화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정책中, 글로벌기업 유입 차단 등점점 심해지는 '反 세계화시대'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일자리 창출·사회대타협 위한거버넌스 개혁에 적극 나서야반세계화의 화두가 뜨겁다. 세계가 초불확실성이라는 낯선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브랙시트로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고,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공세적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호주의를 앞세워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남중국해와 대만카드로 중국에 극히 호전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프랑스의 대선후보 1위를 달리는 '르펜'이란 국민전선(FL)의 여성 지도자는 선거공약으로 '반 이민, 반세계화'를 내걸었고 지지자들은 "프랑스!, 프랑스!" " 이곳은 우리나라"라고 외치고 있다. 미국처럼 국부를 늘리기 위해 자국의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은 18세기까지 유행했던 중상주의로 회귀하자는 의도이다. 이는 세계 경제 질서와 자본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이다. 한편 중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임을 자랑한다. 하지만 뒤로는 알리바바 등 자기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사드의 한국배치 결정에 중국은 한국에 대해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짓들을 펼치고 있다. 이런 반세계화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아가야 하는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우리 경제는 몸집이 커지자 성장과 공동체 발전 간의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성장의 과실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나타났다. '잘살아 보세'라는 염원이 성취된 것이다. 이것이 트릭클 다운(trickle down)이나 스필오버 (spill over)라고 불리는 낙수효과 덕분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좌경화된 경제시스템으로 인해 성장의 파이가 한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게다가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국가의 곳간이 거덜이 나고, 부가 일부계층에게만 편중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국가경제는 그 권력집단의 경제정책의 실험장이 된다. 정권마다 원칙 없는 파편적인 경제정책이 제시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발생되어 온 이유이다. 이를 두고 오죽하면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정권과 정당을 싸잡아 '유랑 사기단'이라고 말했을까. 5년에 한 번씩 새로운 집단이 들어와 한 탕하고 떠나는 조폭집단과 유사하다.산업의 지형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ICT기술발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이 바로 그 것이다. 지금 경제는 우버 모멘트(우버(uber)택시처럼 새로운 기술이나 기업의 등장에 따라 기존산업의 체계가 바뀌고 위협을 받는 순간)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상이 소유에서 공유 또는 사용으로 바뀌어 간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상품의 생산이 갈수록 줄어들게 된다. 가뜩이나 실업률이 높은데 일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그들을 위해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배분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뿌리를 둔 퍼붓기식 혜택을 주는 정책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여 진입(청년창업 등) 장벽을 낮춤으로써 자유로운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정부가 어떤 식으로 부담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센터를 만들어 몇몇 대기업 주도로 운영하게 한 일은 크게 잘 못된 정책이다. 4차 산업혁명은 작지만 강점이 있는 수많은 벤처들이 모여서 일어나는 것이다. 반세계화, 고령화, 내수불황, 가계부채로 한국경제가 복합위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기존의 포퓰리즘적 정치경제체제를 혁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사회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한 거버넌스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원제무 한양대 교수원제무 한양대 교수

2017-02-14 원제무

[수요광장]온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교육개혁을 기대하며

지금의 교육제도 개선 시급하고사회구조 변혁 요원한 만큼장기적 관점서 개혁 시도 필요정책 대안 부족함 지적보다난맥상 보완 논의에 초점 맞춰백년대계 신호탄 울려야 할때대선 시계가 빨라졌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차기 정권에서 추진할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발표된 교육제도 개선안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교섭단체 대표연설문을 통해 새로운 교육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우연히도 같은 날 발표된 교육감협의회의 '교육정책 및 방향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역시 앞으로의 교육 개혁에 대해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우선 안철수 의원이 교육혁명이라고 까지 이야기한 교육제도 개선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겠다는 주장을 했고, 둘째, 초·중·고 및 대학 교육을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평생교육을 대폭 강화해 중장년층에 대한 교육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현재의 만 6세부터 시작하는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의 학제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인데, 만 3세부터 시작해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고등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대학교 4년이나 직장으로 이어지는 방안이다.이 방안은 흔히 5+5+2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중요한 포인트는 초등학교 입학 전 만 3세부터 보육과정을 도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초등학교 이전 과정으로 2년 동안의 보육과 유아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육아 문제로 고민 중인 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이는 데, 유럽식 학제개편을 통한 교육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대중적 지지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교육개혁과 관련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성인남녀 6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그 개혁의 주체에 있어 안철수 의원의 안과 유사한 맥락을 갖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37.3%의 응답자가 '교육정책을 교육부가 아닌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31.4%의 응답자가 '교육부는 대학을 담당하고, 교육청은 유·초·중등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단지 12.8%의 응답자만이 '교육부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다만 이 질문의 경우, 정체가 불확실한 4차 산업혁명을 전제로 한 질문이어서 질문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같은 날 나온 안철수 의원의 발표문과 방향성이 유사해 상호 교감설도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개선안들은 제도 개선을 위한 예산의 투입 문제를 비롯한 실제 개선 가능성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개선안에 대해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선 결정적으로 이미 우리 교육 현장에서 진로탐색학교와 직업학교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개선안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개선 이후에도 진로탐색학교가 지금처럼 큰 비중으로 유지된다면 이것은 결국 현재 고등학교 수업 연한만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수많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재구성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 제안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 대학 정원의 감축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간과했다고 보는 의견이다.우리들에게 있어 교육을 백년대계로 보는 관점은 너무도 익숙하다. 그러나 의미 있는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무척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 개선이 시급하고, 이를 통한 사회구조 변혁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개혁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라 판단된다. 아울러 정책 대안의 부족함을 지적하기보다는 어떻게 교육 정책의 난맥상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인지를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겠다. 지금은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개혁을 위한 출발 신호가 울려야 할 때이다./문철수 한신대 교수문철수 한신대 교수

2017-02-07 문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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