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4만5천명의 이주노동자를 기다리며

어느덧 이웃이 된 이주노동자들우리가 못챙겨 안타까운 소식도정부 '비닐하우스내 컨테이너등숙소제공땐 고용허가 불허' 방침인력 절대 필요한 농어촌은 '답답'지난 12일 설을 쇠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라고도 가겠다고도 못했지만 우리는 명절을 맞아 서로의 노고를 물었고,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나누면서 지난 세월의 힘겨움을 어루만졌다. 고향마을에서 만나는 모두가 위무의 대상들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누구의 누구인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기에 그러했다. 그런데 이제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낯선 이웃들이 늘어만 간다. 더 정겨운 사람들로 가득할 것 같은 시골의 고향마을도 낯선 이웃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 이웃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이러한 현실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리 없이 작동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도 산업기술인력의 경우 3만7천484명(2018년 기준)이 부족한 실태라고 한다. 농어촌의 경우도 인력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축산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2만7천539명에 달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고 있는지 짐작이 된다.농업을 비롯하여 어업과 축산업은 먹거리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분야다. 그런데 절대 인력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인구는 지난 10년 250만명 이상이 감축된 224만명(2019년 현재)이라고 하며 어촌의 현실도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용인시 모현읍의 시설재배 농가는 이주노동자의 기여도가 8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그러니 전국 어디든 우리의 이웃이 된 이주민들을 언제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사망 소식이 그간 살피지 못하였던 것들을 돌아보게 하였다. 우리의 이웃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세밀히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누온 속헹씨의 죽음'이란 제목의 기사는 한국의 겨울 추위를 경험하지 못했을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가슴 아프게 전하였다.속헹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발 빠르게 대책을 수립하고자 한 것은 경기도였다. 경기도는 전면적으로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환경은 곧 이주민들의 인권과 직결되는 것으로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경기도의 정책철학이 반영된 실례로 판단된다.정부의 정책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간의 자료들을 통하여 고용노동부는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실태에 대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정책과제'에 의하면 농업부문 외국인 근로자의 숙박 형태를 조사했었다. 여기에 숙박형태의 유형을 일반주택, 아파트, 기숙사, 기타 등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보다 앞서 2017년 표본조사에서는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의 숙소 형태를 파악하였고 고용노동부는 2020년 7월 전체 외국인고용허가 사업장 중 기숙사 최저기준 미달 사업장이 31.7%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비닐하우스는 기숙사로 제공할 수 없으나, 비닐하우스내에 패널을 설치하고 기타 설치기준(근로기준법 제53조 등) 충족 시에는 기숙사 시설로 인정"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속헹'씨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21년부터는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 시 비닐하우스내의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의 숙소를 제공하면 고용허가를 불허하겠다"고 2020년 12월24일 발표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코로나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2021년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노동자의 선발인원을 4만5천명으로 정하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어촌의 농가는 외국인노동자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되었다. 숙박시설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에서의 인력 신청은 어렵게 되었다. 현실이 이러하니 올해 4만5천명의 새로운 이웃은 우리의 곁으로 올 수가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기나긴 추위가 물러나면서 희망찬 새봄이 도래하듯 내년 설에는 우리의 새로운 이웃들에게 안부를 묻고 덕담을 건넬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2021-02-21 김구용국

[월요논단]위기를 기회로

코로나, 알 수 없는 미래 선택 재촉잘못된 특권 철폐와 재벌구조 개혁집단이익에 매몰된 기득권 청산…일부교회 반공동체적 신앙 폐기 등사회 문제·모순점 수정 할 기회 줘위기는 갈림길을 의미한다. 그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은 정반대로 달라질 것이다. 그런 까닭에 위기는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는 이 선택 앞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재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공장소의 개방 범위, 영업시간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든 결정해야 한다. 대면과 비대면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은 학교와 종교 행사에 대한 결정으로 이어지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선택은 누구에게는 재정적 피해를 넘어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가지만, 누구에게는 오히려 이익이 증대되는 역설적 현상도 생긴다.위기의 순간은 가려진 비밀의 장막을 걷으면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위기가 기회인 까닭은 이 불편한 순간이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신의 실존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지만, 거대 담론의 관점에서 이 사태를 통해 사회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한 문명의 전환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거나 가족이 무엇인지, 일상의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도 하기에 위기는 위험을 넘어 삶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그런 관점에서 이 사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수정할 중요한 기회를 주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중이 높은 자영업을 돌아보면서, 그들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 편중된 경제구조를 개혁할 기회가 온 것이다. 지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구조를 수정할 수도 있으며 잘못된 특권을 철폐할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아니라 재벌 구조를 개혁하고, 편협한 집단 이익에 매몰된 기득권을 청산할 기회이기도 하다.최근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반공동체적인 행태를 보이는 종교를 돌아보면 그들이 빠져있는 근본주의적이며 맹목적 신앙을 폐기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방역활동이 거의 성공에 이를 때면 어김없이 터지는 교회발 감염 확산 현상은 이들의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큰 폐해를 초래하는지 너무도 잘 보여준다. 이 위기는 자신의 신앙이 너무도 편협하다는 사실을 돌아보고 이를 고쳐갈 기회가 된다. 종교단체에 대한 특혜는 우리가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이지 종교 단체가 사회적으로 저지르는 방종과 특권을 허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에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비롯한 각종 특권적 지원을 이 기회에 명백히 철폐해야 한다.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우리에게 절대적인 경제이념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는 과잉으로 치달아 생태계는 물론, 우리 삶과 공동체를 너무도 심하게 황폐화시키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경체체제의 문제를 넘어 우리 안에 내면화된 그 논리가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의미와 행복을 지향해야 할 삶이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어 자본을 벗어난 삶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 논리가 얼마나 황폐한지 자각할때 이 위기는 우리 삶을 드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근대 이래 개인의 자유권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체제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자각한다면 이제 서구적 자유주의를 수정하는, 그 이상의 공동체주의를 진지하게 돌아볼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와 사회는 우리의 공동체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개인의 삶이 지켜지지 않지만, 개인을 압살한 사회의 폐해 역시 얼마나 끔찍한지 우리만큼 많이 겪은 나라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회복일 것이다.서구 근대의 체제와 가치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나름의 성취를 이룩했다. 이제는 그 시간 동안 잃어버렸던 체계와 철학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삶의 양식과 체제를 만들고, 변혁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여기에 개인의 실존적 의미와 사회적 공공성을 성찰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공적인 K-방역은 바이러스 극복을 넘어 사회변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로써 우리 삶과 존재를 전환하고 잊었던 가치와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1-02-14 신승환

[월요논단]이적행위와 친일 논쟁

반유대주의는 12C 십자군 때 확립거대 富 축적 두려움을 멸시로 전환적·동지 구분 히틀러 학살로 이어져요즘 정치권 北원전·한일해저터널잠재 불안 심리, 또 선거판 불러내반유대주의. 12세기경 이슬람교로부터 성지 탈환을 노리는 십자군의 성전이 시작되면서 확립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토지경제에 바탕을 둔 기독교인들은 화폐 경제 체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했다. 화폐와 사채업을 중심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유대인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됐다. 유럽인들이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유대인에 대해서도 증오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두려움을 멸시로 전환시킨 것이 중세 기독교였다. 유대인은 그리스도를 죽인 그 죄 때문에 예속적 지위에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과 종교법의 차별적 규정이었다.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S. Freud)는 유대인이었다. 5남매 중 4명을 아우슈비츠와 게토에서 잃었다. 그는 간신히 런던으로 망명했다. 왜 유대교를 박해하는가. 그는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분석을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했다. 최후의 저작인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가 그것이다. 그는 반유대주의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과감하게 가설을 제시했다. 모세는 유대인이 아니라 이집트인이자 왕족이었을 것이다. 모세가 유대인에게 전한 것은 유일신교이며 모세가 요구하는 유일신교의 준엄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구약성서에 모세 살해에 대한 기록이 없지만 이 기억의 억압 때문에 유대인들은 반복 강박증에 빠져 있다. 그는 유대교의 희생양이나 기독교의 성체의식은 모세 살해에 대한 무의식적 반복이라고 했다.프로이트는 유대인이 오랫동안 모세의 유일신교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모세 살해에 대한 집단적 억압 때문이라고 했다. 억압된 것은 병리학적이든 정상적이든 반드시 회귀하며, 유대교가 존재하게 된 것은 억압받은 자들의 회귀라는 것이다. 그는 원죄야말로 오랜 세월에 걸쳐 유대인을 박해하여 온 무의식적인 요소이자 유대인의 정체성을 형성한 토대라고 했다. 그의 대담한 가설에 기초한 주장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신분석이다. 소설이다. 그의 저작 중에서 충격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그러나 반유대주의에 대한 가설과 분석이 남긴 충격의 여파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잔혹함과 절박한 상황에 맞선 용기와 분노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반유대주의는 히틀러의 집단학살로 이어졌다. 프로이트와 달리 슈미트(C. Schmitt)는 히틀러의 권력 장악과 나치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학자였다. 그의 '적과 동지'이론은 이단자에 대한 불관용과 유대인 학살의 토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슈미트의 반유대주의의 논거는 무엇인가. 그도 역시 유대교의 기독교 원죄 부정을 들고 있다. 그는 원죄인 인간의 본성 즉, 악을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을 비난했다. 유대교가 예수를 부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슈미트의 사상을 혐오하는 것은 나치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는 반자유주의자, 반민주주의자, 그리고 반의회주의자였다. 그는 바이마르공화국을 보면서 자유주의와 다원주의가 국가를 쇠퇴시킨 원인이라고 보았다. 그가 독재이론으로 평가되는 결단주의와 적과 동지의 개념을 선명히 내세웠던 이유다.슈미트의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형법적 표현이 다름 아닌 이적행위이다. 우리 형법은 모병이나 시설제공 그리고 시설파괴 이적행위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위기나 전쟁시에 거론될 만한 이적행위 논쟁이 정치권에서 뜨겁다. 북한에 대한 원전지원 논쟁과 한일 해저터널 논쟁이 그것이다. 친북과 친일, 6·25와 일제강점, 빨갱이와 매국노 프레임. 한국 정치에서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의 원천이다. 그것은 한국인에게 내재된 원초적 불안과 분노의 바탕이기도 하다. 프로이트가 말한 잠재되고 억압된 심리를 다시 선거판에 불러내고 있다.그러나 반유대주의와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은 전쟁과 인권침해를 가져왔다. 그것은 일상적이고 평온한 인간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부정하고 이단자를 배제하는 토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반유대주의나 적과 동지 이론의 참혹했던 역사적 폐해를 보면서 생각한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북풍이나 반일 논쟁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과연 지금의 이적행위나 친일 논쟁은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1-02-07 김민배

[월요논단]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나누는것보다 내몫 챙기기 우선역지사지보다 아전인수격 행동이럴때 이타적인 작은 용기 필요어려울수록 선하게 주변 살피고소처럼 천천히 따뜻하게 내딛자흰 소를 상징하는 신축년(辛丑年), 2021년이 시작 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흰 소는 흰색이 가진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인들과 흰 소를 상징하는 말들로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행복을 기원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아직까지도 직접 대면하며 마음 편하게 인사를 나누거나 여럿이 함께 모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너무 안타깝다.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팬데믹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고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직과 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 데다 올해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며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이 이루어지면서 우리의 식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재료 중 하나인 계란값이 오르는 등 장바구니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삶이 참 팍팍하고 어렵게 느껴진다.위태로운 상황에 우리는 더 조바심을 내게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더 안 좋은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될까봐 두려워진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모두 함께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때일수록 넉넉하고 선한 마음으로 이웃을 만나고 생명을 보듬을 줄 아는 지혜로움이 절실한 것 같다.신축년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감동과 성찰의 기회를 주는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 '황소 아저씨(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는 황소 아저씨의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통해 우리의 삶에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다. 추운 겨울밤, 생쥐 한 마리가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동생 쥐들을 위해 황소 아저씨의 구유에 몰래 찾아간다. 잠자던 황소 아저씨를 깨우게 된 생쥐는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딱한 사정을 들은 황소 아저씨는 기꺼이 허락하며 덧붙인다."한 번만 가지고는 안 될 테니 몇 번이고 배부를 때까지 가져가거라." 그리고 생쥐는 동생 쥐들을 데리고 황소 아저씨의 집으로 가서 함께 지내게 된다. 자기 것을 넉넉하게 나누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황소 아저씨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어려움 속에 있을 때 황소 아저씨처럼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나누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내 몫 챙기기가 우선이며 천천히 나아감보다는 빨리 신속하게 타인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가기에 급급해진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보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행동하게 된다.이럴 때 우리에겐 이타적(利他的)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얼마 전 모 기자가 포착한 눈 내리는 서울역 광장, 노숙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입혀주는 사진은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우리들 마음 안에도 이미 이런 선한 지향(志向)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속 울림이 있는 것이 아닐까? 2021년 올해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거나 위축되지 말고, 씩씩하게 조금 더 선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야겠다.그러면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했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듯이 소의 해에 소처럼 천천히 우직하게 거기에 따뜻함을 더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야겠다./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1-01-31 최지혜

[월요논단]집권 여당에 나부끼는 촛불정신의 깃발

절대권력 비판, 최인훈 소설 '화두'해당구절 되새김은 與에 실망 때문 조국 드러난것 불인정·유시민 사과개혁 논리적 확증편향 일부 선동자연동형비례 걸레쪽·김진숙 무시 등최인훈 장편소설 '화두'에는 조명희의 삶과 이념이 곱씹어 제시된다. 특히 그의 죽음에 관한 접근은 성실한 연구자의 작업에 비견할 수준이다. 조명희는 이기영과 더불어 전반기 카프를 대표하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이념을 좇아 1928년 소련으로 망명하였고, 1938년 일본 간첩이라는 혐의를 받아 재판 없이 사형당하고 말았다. 간첩 혐의는 독재정권이 비판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덧씌운 누명에 불과하였으니 스탈린이 죽은 뒤 그 명예가 회복되었다.조명희가 처형될 당시 4만명이 체포당했으며 그들 중 2만명이 학살당했다. 한인은 3천여 명 죽었다고 한다. 과연 최인훈은 대가답게 이를 절대화된 권력의 문제로 이끌어간다. 절대권력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성 꼭대기에 걸려 있는 대의(大義)의 깃발을 내리지 않는다'. 성의 사령탑을 차지한 사람들은 역사적인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숙청이 필요하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농성 와중에 '배급량을 더 탄다거나, 특별 배급을 타는 위치에 있기 위해서 숙청한 것이 아님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오랜만에 '화두'를 꺼내들고 해당 구절을 되새겼던 까닭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현 정부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의 성과에 발 딛고 출현할 수 있었다. 180여 석에 이르는 거대 여당의 출현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니 그들은 마땅히 촛불정신을 실현해 내야만 한다. 촛불정신이 그네들의 머리 위에 깃발로 나부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과연 그 깃발을 제대로 부여잡고 있는가.깃발은 오로지 검찰 개혁을 주장할 때만 요란하게 펄럭이는 듯하다. 검찰을 개혁하자는 데 이견은 없다. 그렇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식과 수준이 어느 정도 제시되어야만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예컨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검찰의 먼지떨이 수준의 조사에 맞서기는 하되, 드러나고 있는 사실 여부에 대해 인정할 수 있는 여유는 그래야 가능해졌을 터이다. 유시민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선(戰線)의 전면에 나서서 검찰의 노무현재단 사찰을 주장하였다가 결국 사과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검찰을 불신하여 악마화하였고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혀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는 것인데, 이 또한 방식과 수준에 대한 고민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의 판단이 검찰 측에 유리하다며 차제에 사법부를 개혁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은 그러한 태도의 연장이라 하겠다.그렇다면 촛불 들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던 이들을 제대로 끌어안고 있는가. 걸레쪽이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김진숙의 복직투쟁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상징이다. 민의를 폭넓고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선거법을 개정하였으나, 총선을 맞아 급조한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는 이를 무위로 돌려놓는 여당의 선택이었다. 적폐로 지목한 정치 세력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갈지언정 권력을 정의당에게 나누어 줄 수 없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김진숙의 복직투쟁 무시는 노동운동에 결코 호의적일 수 없다는 정체성의 표현이다. 그러니까 정의당과 노동운동은 그네들의 깃발 바깥으로 쫓겨난 형편이라는 것이다.깃발을 흔들면서도 자신들의 배급량을 솔선수범하여 줄이는 것 같지도 않다. 청와대 인사들이 소유 주택을 마지못해 매각하면서 보여줬던 여러 개 희극 장면이 나름의 판단 근거다. 중대재해처벌기업법 등 여러 개혁 법안들은 실효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수준에서 만들어졌을 따름이다. 허울만 갖춘 채 통과되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입법이 장막 뒤에서 벌어질 만한 로비와 과연 무관하게 결정되었는가는 심히 의문이다. 특별 배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는 말이다.기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전에도 촛불집회의 덕을 누렸던 바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연이어졌고 이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과반 의석 확보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개혁은 없었다. "과반 의석만으로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발목 잡기를 뿌리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변명이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결국 정권을 내주며 결국 폐족(廢族)이라 자조하기에 이르고 말았다. 모쪼록 그와 같은 역사가 180여 석의 현 여당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1-01-24 홍기돈

[월요논단]공동체를 생각하는 자본권력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언론과기득권 세력형성 그중 최상층위치삼성 뇌물·가습기사건 사례가 증명영화는 파국을 맞지만 현실은 건재관대·비판 둔감탓 오만자본 제어를영화 '내부자들'에서 자본권력과 정치권력, 언론권력은 서로 주고받으며 기득권을 확대·강화한다. 눈여겨볼 점은 대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본권력이 최상층에 있다. 미래자동차 회장은 유력한 여당 대통령 후보와 언론사 편집국장을 요리한다. 이게 영화적 상상력만일까. 한국사회에서 자본권력은 과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도 다르지 않다.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며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고, 18일 최종심을 앞두고 있다. 어제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이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는 내용이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말에 공감할 국민은 몇이나 될까. 하지만 경제계와 정부, 언론,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동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적법하고 엄정한 처벌을 주장했다. 그는 "뇌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역 20년을 받은 만큼 뇌물을 준 이재용 또한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력자와 필부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법치가 바로 선다"고 덧붙였다. 상식에 부합하는 말인데 이런 목소리는 오히려 유별나게 들린다.지난 12일 무죄 판결 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떤가. 법원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전·직 임원 모두를 무죄 판결했다. '공소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법원은 이들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물질과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옥시크린 대표는 6년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옥시크린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와 달리 SK케미칼, 애경산업이 판매한 성분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숨진 사람은 1천559명에 달한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다. 이 사건은 2011년 4월 임산부 4명이 폐질환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이날 판결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게 됐다. 재판부는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다", "사법부와 기업,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며 절망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제품이다. 옥시 제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습기 메이트' 피해 신고자는 833명, 이 가운데 12명이 숨졌다. 그런데 무죄라니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참사 특조위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는 '쇼핑은 정치보다 중요하다'에서 정치적인 소비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기업, 정부, 정치권, 언론이 악행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 행동은 마지막 자구책"이라며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역지사지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부도덕한 기업 제품을 보이콧 함으로써 나쁜 짓을 못하도록 제어하자는 것이다. 이런 소비 행위를 통해 자본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자본권력이 갖는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는 최종 편집된 방송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금기(禁忌)가 무엇인지 알았다고 했다. 대통령 비판, 미국 비판, 재벌 비판이다. 금기로 남은 세 가지 영역은 한국사회가 지닌 한계를 보여준다. 자본에 종속된 탓에 재벌을 비판하는 언론은 드물다. 오히려 광고주 입장을 헤아려 언론이 먼저 눕는다.법원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게 굴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자본권력에 유난히 관대하고, 감시와 비판에는 둔감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세 사람은 파국을 맞는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치, 자본, 언론권력은 여전히 의기양양하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오만한 자본을 제어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

2021-01-17 임병식

[월요논단]두 개의 저울

정인이와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본다그러나 같은 생명인데 공분은 경중인간 편견에 개와 이는 다를수 있지만생명은 생명이기에 소중한 것이다새해는 서로 다름도 존중되길 소망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겨울은 별다른 추위를 겪지 않았던 때문인지 올겨울은 유독 추위를 느끼게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렇다고 겨울이 춥지 않을 리가 없다.그러니 어쩌면 추위란 것도 절대적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같은 사건과 사고에 대하여도 각자의 생각과 느낌의 정도가 다른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지난해 입양된 정인이의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듯하다. 온 사회가 공분하였고 정인이를 애도하는 물결 또한 끊임이 없다.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또한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다. 숙소라 하기 민망한 비닐하우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는데 우리 사회는 또 한차례 고된 홍역을 앓게 되었다.정인이의 죽음은 아동의 인권뿐만이 아니라 입양제도 자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입양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오롯이 양부모의 인격과 경제적 능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양부모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충분히 고려되고 판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분을 산 정인이의 양부모가 종교인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동학대의 신고를 받고 수사하였던 경찰의 태도에 대하여도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정인이 양부모의 지인도 아동학대의 정황을 신고하였다 한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이었다. 병원에서도 아동학대를 의심하여 신고하였으나 경찰은 또 내사를 종결하였다.생후 492일이었고 입양 254일만이었다. 짧기만 한 생애의 절반 이상이 학대로 인한 불행이었고 아픔이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하다.그리고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맞이하였다.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국적의 30대 여성 노동자가 숙소로 사용하였던 비닐하우스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이를 두고 이주노동자 권익단체들은 원인 규명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를 비롯하여 컨테이너에 마련된 임시가옥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현실인 듯하다. 올처럼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을 난방도 여의치 않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다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계기로 고용허가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열악한 숙소의 제공에도 노동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런데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대하여 사회적 공분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두 개의 저울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우리나라도 노동자의 해외파견을 통하여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 있었다. 우리는 230만명의 이주민과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사실은 알아도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이 74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그 가운데 17만명 정도가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알려지지 못하였다.자기중심의 편향적 사고는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룩하기 어렵다. 새삼 이규보의 슬견설(蝨犬說)을 떠올리는 이유이다.생명은 생명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인간 중심적 편견으로 보면 개(犬)와 이(蝨)가 다르다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규보는 "개와 이가 비록 크기는 다르나 같은 생명체임을 들어 소중하다면 달팽이의 뿔도 소의 뿔과 같이 보고, 메추리를 붕새(鵬)와 같게 보라"고 전한다.올해는 서로의 다름도 존중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하며 "나의 학교였고, 나의 스승이었던 내 아내 정현숙"과 함께 두 분의 평화로운 영면을 기원한다./김구용국 용인시 외국인복지센터장김구용국 용인시 외국인복지센터장

2021-01-10 김구용국

[월요논단]크로노스의 낫

코로나19를 보듯 검찰개혁 논란은 이 사회의 숨은 진실을 잘 보여준다이해관계에 공동선은 철처히 외면크로노스의 신이 아닌 기득권의 신우리의 변화없이 깨는 것은 불가능크로노스의 신이 시간의 낫으로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면 추악한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진실은 즐겨 자신을 감춘다. 그러나 시간의 신은 그 거짓의 장막을 걷어낸다. 그는 보이지 않던 것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멈춰 세운 일상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시간의 신인지도 모른다. 지난 일년 감춰져 있던 거짓들이 멈춰진 일상을 통해 그 민낯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현대 문화의 근본적 문제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 사회와 정치를 움직이는 숨은 동기가 무엇인지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코로나 감염사태가 문명의 전환을 예고하는 징후라면 지난 일년 동안의 검찰 개혁 논란은 이 사회의 본질적 병폐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이를 통해 우리는 이 사회의 법이 얼마나 허상인지, 그 작동 과정이 너무도 기득권의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덧붙여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하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알게 되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법의 자의적 판단이 민주주의를 바닥으로 몰아간다. 법의 판단을 사람들이 비웃는 이유를 그들만이 모른다. 사법 농단을 처벌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전 사회적 요구를 다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둠의 장막 속에 감춰두었다. 그러고서는 법원의 판단을 좌우하려 들지 말라고 훈계하고 있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누가 봐도 뻔한 검찰 개혁은 그 사이 추악한 늪에 빠져 허위적 거리고 있다. 법의 작동과 판단을 갈수록 불신하고 비웃는 이유를 정녕 모른단 말인가? 굳이 시간의 신이 개입해야만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것일까. 진실을 말하리라고 믿었던 언론은 사실은커녕 자사 이익에 매몰되어 과장, 선정, 맹탕 뉴스를 쏟아낸다. 언론 불신이 만연하고 신문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바닥을 헤매는 원인을 그들만이 외면한다. 부끄럽지도 않은가?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약했던 개혁에서 무엇이 이뤄졌는가? 법조 개혁은 고사하고 언론, 환경, 교육 개혁이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 사이 기득권과 자본의 힘은 갈수록 더 강고해지고 있다. 그러니 자칭 진보였던 이들이 쏟아내는 '내로남불' 따위의 헛소리가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가장 많이 전달하는 매체가 어딘지를 보면 그 말의 사회적 용도가 명백히 드러난다. 그 자칭 진보의 헛소리는 이른바 '개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일정하게 소비되는 까닭을 그들만 모른 채 한다. 그들의 추악함이 힘을 발휘하는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이 정권은 그 헛소리에 의해 무너질 것이다.크로노스의 신은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지만 이 사회를 움직이는 신은 기득권의 힘일 뿐이다. 잘못된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검찰개혁에 쏠린 힘의 일부라도 쏟았는가. 개혁과 돌봄은 대당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내놓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안보다 더 허망한 거짓과 위선이 어디에 있을까. 올해 최고의 헛소리로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를 구원할 신은 떠나갔다. 그럼에도 우리를 구원할 신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신이 아니라도 좋다. 규범이든 공동선이든, 또는 그 어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적인 힘은 사람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며 그런 마음이다.코로나19와 함께 검찰 개혁 사태는 이 사회의 숨은 진실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기득권에 목을 매는 그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적이 아닌가. 자기 이해관계와 이익에 매달려 공동선을 철저히 외면하는 그들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새해 아침을 지금처럼 집 안에 박혀 맞이하기 싫다면, 더 이상 그들이 뿜어내는 맹목적 헛소리에 갇혀 일상의 삶을 포기하기 싫다면 우리가 이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어야 한다. 크로노스의 신이 떠난 시대에 성찰하고 행동하며 외치는 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신이 떠난 시대에 구원의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거짓과 사적 이익을 깨는 힘은 우리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1-01-03 신승환

[월요논단]부동산 정책과 외국인의 투자규제

정부의 부동산성적표는 24전 24패 국민 대부분 전문가라는 것 간과탓해법은 지방·수도권 재편서 찾아야외국인 투자유치→투기주범 지목도 안보차원 점검 규제 기준 재정립을'아시타비'(我是他非)와 '밀(密)'. 2020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교수신문은 전자를, 일본은 후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코로나19, 추(秋)·윤(尹)'과 함께 '영끌, 빚투'가 올해의 단어가 아닐까. 후자는 광란에 가까운 부동산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 24전 24패의 부동산 성적표. 백약이 무효다. 그것은 부동산 시장이 정책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집값을 잡기 위한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틈새를 찾아내는 공략이 놀랍다. 그렇다면 그 허점을 찾아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물론 투기꾼도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이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총 46만5천명, 개업한 중개사는 약 10만여명. 올해에도 34만여명이 응시했다. 장롱면허라고도 하지만 체험으로 쌓은 실력이 있다. 오일쇼크와 IMF 그리고 금융위기를 이겨 낸 국민이다. 재산과 부가 어떻게 생산되는가를 경험하였다. 장관이나 공무원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 이론이나 성과주의 정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전가의 보도로 공급과 규제 그리고 세금을 사용한다. 그러나 조자룡의 헌 칼이 된 지 오래다. 정부가 회의실에 있을 때 국민은 부동산 현장에 있다. 정부가 대출을 줄일 때 국민은 심리에 승부를 건다. '똑똑한 집 한 채'를 브랜드화하여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시켰다.국토교통부 장관의 청문회를 보면서 생각한다. 서울만의 공급확대로 부동산 가격이 잡힐까. 향후 부동산 하락은 코로나19 이후 외부적 충격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경제와 산업 그리고 일자리의 위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집이 아니라 수도권의 재편정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강남은 부동산의 대명사다. 그러나 강남에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이 들어선다면 어떨까. 여의도에 발전소와 위생처리장을 설치한다면. 서울의 집값 폭등은 경기도와 인천의 희생 위에 있다는 뜻이다. 인천이 수도권매립지 종료와 환경 특별도시를 내세운 이유이다.통계적 흐름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개가 소멸위기 지역이다. 강화와 옹진 그리고 여주시도 포함되어 있다. 부·울·경의 메가시티, 전남과 광주 통합, 인천과 경기도 일부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삶과 산업경제를 생각한다면 수도권과 지방을 메가시티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인천·김포·부천·시흥·안산·영등포 등을 하나의 권역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지방소멸과 인구집중, 산업경제와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메가시티 정책으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특이한 것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내세우던 정치권과 여론이 투기의 주범으로 외국인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소득세법'과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특혜 축소와 토지거래허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2020년도 상반기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면적은 251.6㎢, 공시지가 기준 31조2천145억원이다.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외국인이 매입한 아파트는 2만3천167가구이다. 2019년 취득건수는 경기도 6천748건, 서울 3천360건, 인천 2천540건이다.그런데 미국은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규제를 다른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국가안보상 중요한 특정 공항, 항만, 관련 시설에 인접한 외국인의 매입 등을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CFIUS)가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위험심사근대화법(FIRRMA)은 군사시설 40개와 190개 관련 시설 주변에 대해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일본도 국가안보상 중요한 토지에 대해 외국인의 부동산투자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방위시설, 국경 주변 섬, 원자력발전소 주변 등 부동산이 그 대상이다. 소유자 정보, 이용 목적, 실태도 조사한다.일본은 외국인의 토지 투자 규제의 필요성을 나가사키와 쓰시마 지역의 한국인 투자, 홋카이도의 중국인 거류지 확보와 천연산림자원에 대한 중국의 투자에서 찾고 있다. 우리도 국경지역과 주요 시설 주변의 부동산에 대한 외국의 투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점검하고 규제 기준을 재정립해야 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12-27 김민배

[월요논단]크리스마스 선물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힘든 시기그래도 아이들은 산타를 기다린다부당해고 김진숙씨는 투쟁을 통해동료들에 '복직 선물'… 어려움 속누군가를 향한 '마법의 온정' 바람2020년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고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크리스마스가 되면 종교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고민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선물을 기대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분위기는 우리를 들뜨게 만드는데 올해는 예년 같지 않은 상황과 분위기 속에서 마음이 편치 않아 크리스마스도 잊은 채 보내고 있다.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세상 걱정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다른 해와 똑같은 크리스마스라는 것이다.이웃집에 살고 있는 3살과 6살인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무척 상기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평소와는 달리 말도 잘 듣고, 산타 관련 노래를 흥얼거리고 "이렇게 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줄까요?"라고 물으며 자신이 잘하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산타할아버지가 이런 아이들을 귀엽게 보시고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시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리다가 산타할아버지가 이번 성탄에 꼭 찾아가셨으면 하는 곳을 생각하게 된다.35년전 부당해고를 당한 후 아직까지 복직을 못한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씨다.그동안 그녀는 다른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막기 위해 지상 35미터 높이 타워크레인 위에서 309일을 농성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복직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김진숙은 '울면 산타가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산타노래를 알고 있는 듯 부당해고 후 지금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을 외치며 금속같이 단단한 목소리로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막고자 힘써 왔다. 이제 만 60의 나이가 된 그녀가 복직을 하게 되면 올해 정년을 맞는다. 비록 며칠이라도 일터로 돌아가 일을 하고 회사 문을 당당히 걸어 나오고 싶다는 그녀에게 '복직'이라는 선물이 안겨지면 좋겠다.지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무엇일까.무엇보다 세계를 팬데믹 상태로 만든 코로나(COVID)19를 떠올리게 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지구인의 일상적인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고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그림책 '마법처럼 문이 열리고(글·케이트 디카밀로. 그림·배그램 이바툴린. 서석영 옮김. 책속물고기)'를 다시 꺼내들게 된다.추운 겨울 돈을 구걸하는 거리의 악사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아이는 할아버지를 자신의 연극발표회에 초대한다. 발표회에 오지 않고 추위에 떨고 있을 할아버지 걱정에 아이는 대사를 잇지 못하고 발표회장엔 긴장감과 초조함이 감돌게 된다.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리는데….마법처럼 문이 열리고 교회에 들어서는 할아버지를 본 아이는 큰소리로 대사를 말한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 가져왔노라! 커다란 기쁨의 소식을."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아이와 걸인 할아버지와의 온정을 그린 이 그림책은 크리스마스의 축복은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빈부격차(貧富隔差)에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춥고 어려운 곳에 우리가 산타가 되어주면 어떨까?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응원을 잊지 않는다면 마법처럼 문이 열려 서로의 온정(溫情)이 어려운 지금을 녹여줄 것 같다./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0-12-20 최지혜

[월요논단]여당의 반개혁 행태와 훼손당하는 촛불의 정신

與,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미적전속고발제 유지·다중대표소송제후퇴는… 결국 대기업봐주기 수순세월호 특위활동도 특사경 등 삭제촛불이후 우리사회 달라진게 없다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은 참혹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누가 되었든 그 사실은 변치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참혹하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덜 참혹해졌다고 간주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포함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미적대고 있다.이미 물 건너간 전속고발제 폐지는 여러모로 이해가 어렵다. 기업의 중대한 담합 행위는 마땅히 근절해야 한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담합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 전속고발제다. 공정위와 대기업의 유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전속고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 아닌가. 그러하였음에도 민주당은 이번에 전속고발제 유지를 통과시켰다. 거대여당이 되고 나니 공정위의 대기업 감싸기 쯤이야 눈 감아도 아무런 상관없는 사안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그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법안의 처리 과정이다. 민주당은 애초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정의당 측의 동의를 얻어내는 방편이었다. 그렇지만 3시간여 뒤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속고발권 유지를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을 제출하여 재빨리 의결해 버렸다.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쯤 되면 민주당이 전속고발제의 수호자를 자임하고 나선 형국이라 이해해야 온당할 듯싶다.민주당의 반개혁적 행태는 이뿐이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의 사익 편취 행위를 소수 주주가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다중대표소송제'다. 그런데 소송을 내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지분 규모가 법무부의 당초 안보다 50배 높아져서 통과되었다. 이래서는 실효성을 가질 수가 없으니 결국 대기업 봐주기로 끝나버렸다. '공정경제 3법' 가운데 하나인 일명 '3% 룰' 또한 정부안보다 후퇴한 채 통과되었다. 계열사를 통한 지분 쪼개기로 이번 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실효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거대 여당의 행태를 지켜보다가 문득 방현석 장편소설 '십년간'(실천문학사, 1995)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패기만만한 학생이 한국사 교수에게 조선 건국의 역사적 의미를 묻는다. 교수는 다른 학생을 지목하여 답변해 보라고 한다. 학생의 답변은 간결하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학생은 교수의 요구에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밝혀 나간다."이씨 왕조의 출범 초기에는 혁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사대부를 중심으로 고려 말기의 부패를 얼마간 척결한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왕씨의 고려 왕조와 다름없는 이씨의 왕조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에게는 왕의 성이 왕씨에서 이씨로 바뀌었다는 사실 이외에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백성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촛불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김진숙은 여전히 복직되지 못하였고,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와 관련하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1년6개월 연장되었으나, 자료요구권과 특별사법경찰권을 삭제하였으니 진상 규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내가 이 꼴 보려고 촛불 들었던가, 한숨 내쉬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에 이어 50년 집권론까지 제출하였던가. 집권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한숨에 민주당이 당당하게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0-12-13 홍기돈

[월요논단]퇴행을 막기위해

국민은 안중에 없는듯 '秋-尹 갈등'점입가경이다… 누구도 책임 안지고거짓논의가 남발·특권에는 무감각법원은 입다물고 언론은 부추기고누구도 검찰개혁 원하지 않아 보여점입가경이다. 언론만 접하면 '추-윤 갈등'으로 곧 나라가 결딴 날 듯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정치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권력 다툼만 벌이는 듯하다. 누구의 책임일까. 가장 큰 책임은 온갖 거짓 프레임을 만들어내면서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이지만, 이를 알리는 언론의 책임 역시 그에 못지않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당위이며 진작 마무리되었어야 할 사안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제어장치인 공수처 발족조차 못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고 있거나 정치로 내몰리고 있는 듯한 현실은 전적으로 직업정치인의 잘못이다. 그가 수사를 빙자하여 정치 영역에 개입한다면 진작 국회에서 조사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런데 정치는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내팽개쳤다. 어쩌면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현행법상 검찰은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이지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무시한 채 검찰을 정치화하고, 이들에게 과도한 권력을 안긴 것은 현 정치권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추-윤 갈등'이니, 내로남불이니 하는 거짓 프레임을 작동시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정치 검찰에 맞선 일부를 제외하면 누구도 진정으로 검찰 개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놀랍게도 언론은 끊임없이 과장되고 거짓된 논의를 양산하고 있다. '청와대, 검찰 충돌로 확전', '정 총리, 추-윤 동반 사퇴 제언' 등은 거짓 프레임이며 가짜 뉴스다. 언론은 일면 기사에 이런 표제어를 내걸었지만 불과 몇 줄 밑에는 '정 총리가 직접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이라고 쓰고 있다.('한겨레, 경향신문' 12월1·3일자 기사) 거짓말이 아니란 말인가. 검찰이 정치집단이 아님에도 끊임없이 정치영역으로 끌어와 과도한 힘을 부여하는 행태를 언론이 부추기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면 검찰이나 언론은 민주주의나 사회의 공동선에 대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들은 헌법 정신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다만 권력 다툼이라는 즉물적인 반응만을 보이고 있다.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검사로 하여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범죄행위를 처벌하고 법치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은 민주사회를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사안이 아닌가. 그 역할을 경찰과 검찰이, 나아가 법원이 나누어가지고 있다. 올바른 개혁을 통해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주고, 그래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공무적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를 위한 민주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검찰의 월권과 파행이 이 사태의 본질이 아닌가. 그 뒤에는 과도한 특권이 자리하고 있다.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적인 행태인 전관예우의 병폐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이런 특권에 무감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법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과 언론 그 누구도 자신의 불법적 특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법치의 명분 뒤에서 음험하게 작동하는 그들만의 이해관계를 끊어내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는 불가능하다. 언론이 법조기자단의 행태를 스스로 고치려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법원은 자신이 저지른 사법농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사찰을 사찰이라 말하지 못하는 법원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사법 불신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현상은 결국 시민사회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이 사회를 파시즘적으로 퇴행시킬 것이다. 그 사태를 고발하고 분석함으로써 민주사회를 위한 담론을 생산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검찰의 정치화를 부추기고, 시민사회를 파행시키는 '무사유'에 빠져있다. 우리가 합의한 민주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원리를 제대로 돌아보자. 사회가 부여한 자신의 역할과 의무에 충실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지켜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지난 시대의 폭력과 야만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민주사회와 인간다움은 너무도 나약하여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역사는 수도 없이 보여주지 않았던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0-12-06 신승환

[월요논단]서해5도와 평화수역으로서의 브랜드화

北의 연평도 도발이후 특별법 마련10년간 절반 예산도 집행못한 이유는주민 절박 현안 외면·의견 청취 불신안보 우선·중앙·공무원 '잣대' 원인정부·인천시 법·제도 변화 지원 절실서해 5도. 남북간 긴장과 평화의 상징이다. 지난 24일로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었다. 야당은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10주기'에 대통령이 침묵했다면서 비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서해 5도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 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정치권이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를 묻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서해 5도 지원특별법을 2025년까지 연장하였다. 국비 투자 규모도 4천599억원에서 5천557억원으로 확대했다. 그런데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는 책정된 사업예산들이 집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78개 사업에 9천109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지만 43개 사업에 3천794억원을 집행했다. 예산을 정해 놓고도 10년간 절반도 집행하지 못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서해5도를 방문한 사람이 접하는 것은 섬에 설치된 대형화된 안보시설들이다. 포격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대피시설들도 갖추어져 있다. 서해5도 지원특별법 내용의 대부분은 2011년 국토연구원 등이 수행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수립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5도에 잠재된 여건 차이 등을 법령이나 주민 사업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가안보 우선과 중앙정부 그리고 공무원의 시각이 더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정부가 지원계획을 연장하면서 비전과 추진 방향을 새롭게 내세웠다. 약속대로 2025년에는 과연 '풍요로운 평화의 고장, 서해5도'가 되어 있을까. 주민이 희망하는 사업이 우선 반영될 것인가. 실현 가능한 사업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주민들은 자신의 삶과 섬에 필요한 절박한 현안들을 여러 방식으로 제시하였다. 서해5도의 어장 확장을 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정작 현지 어민들은 물고기가 있는 어장과 야간 조업 확대를 원했다. 불법 어로 행위 등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도 요구하였다. 어선과 그물 등 청소를 위해 다량으로 사용되는 락스가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고 했다. 어구 실명제와 불법 어구 방치에 대한 행정대집행도 강력하게 주장했다. 섬의 생활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어민들 대부분이 고령화로 어업에 종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인력 지원방안도 섬의 화두였다. 섬에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관광도 새로운 과제다. 물가 및 생활안정을 위해서는 택배 및 물류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중국의 어선에 의한 불법조업, 항만부두 확대 및 공동이용, 백령도 공항문제도 단골 주제다. 일부 어민들이 주장하는 중국 어선의 배후 지원 세력이 한국인이라는 주장에도 실태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예산이 남았을까. 그것은 공무원과 정부의 잣대로는 집행할 수 없는 사안이라거나 법령에 지원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형식적인 간담회나 의견 청취를 불신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서해5도 주민들은 군인들의 근무 기간보다 더 오래도록 경계의 바다와 국토를 지키고 있다. 서해5도를 향한 인천시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인천시 남북교류 협력과는 과장 1명에 12명의 직원이 있다. 경기도는 평화부지사를 중심으로 72명, 강원도는 평화지역발전본부에 64명이 포진하고 있다. 금강산과 DMZ, 원산과 백두산을 연계하는 '고성 UN평화특별도시'도 제안되어 있다. DMZ나 한강하구사업도 한참 앞서 있다. 서해5도에 대한 직제도 평화정책도 인천시는 뒤떨어져 있다.법과 제도의 변화도 필요하다. 다음 달에는 김교흥, 박찬대, 배준영, 배진교 국회의원, 인천시, 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인하대 로스쿨 등이 가칭 '서해5도 평화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법률안은 '서해5도 지원특별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해5도 수역의 평화정착, 남북교류와 협력의 활성화, 주민들의 권익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법학자, 역사학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언론사 등이 함께 서해5도를 새롭게 집중조명하는 별도의 사업도 준비 중이다. 중앙정부와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서해5도의 희망은 더 커질 것이다. 평화의 바다로서 서해5도를 브랜드화하는 새로운 출발점이기를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11-29 김민배

[월요논단]개인의 취향

얼마전 공동육아 단체가 찾아왔다기대를 했건만 공공예절은 낙제점도서관을 놀이동산으로 착각했는지자제를 부탁해도 부모들은 아랑곳더불어 사는세상 원칙·배려 노력을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정말 다양한 이용자들을 만나게 된다.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으로 책이 함께 한다면 어디서라도 행복할 것 같은 사람, 다소 지루해 보이는 사람, 책과 좋은 풍경 속에서 편안하게 머무는 것이 좋은 사람, 책을 조심스럽게 아껴주는 사람, 누군가의 손에 억지로 끌려와 불만 가득한 사람….다양한 사람들의 도서관을 대하는 각자의 취향과 자세도 모두 존중한다. 단, 함께 책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도서관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얼마 전, 공동육아 공동체에서 도서관을 방문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온다고 했기에 그들이 그림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와 도서관 이용 경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첫 만남에서부터 찌푸려진 얼굴은 그들이 도서관을 떠날 때까지 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보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묻는 부모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도서관 이용 방법을 다시 한 번 설명하면서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책을 읽어주고, 안전을 위해 뛰어다니지 않게 도와달라는 부탁에 몇몇 부모들은 몹시 언짢아했다. 마음껏 뛰어다니고,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다면 도서관이 아니라 놀이동산이나 키즈 카페가 더 맞지 않았을까.그들이 원하는 도서관은 어떤 도서관인 걸까. 기본적으로 도서관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이고 책을 보는 곳인데, 공공의 예절이나 질서 없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모두가 함께 잘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아이들을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많은 책을 보여주기 이전에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각의 장소와 환경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는 것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먼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층간소음문제나 택배차량의 아파트진입통제 등 개인과 어느 한 집단의 이기주의에서 생기는 사회문제가 많다. 개인의 편안함과 이익만을 생각하던 한 가족이 다른 가족을 배려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 있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최명숙 지음/고래뱃속)'는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아랫집과 윗집 사이의 갈등을 그렸다. 아랫집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와 윗집에 개구쟁이 두 아이가 사는 가족과의 층간소음으로 아랫집 할아버지는 수시로 위층으로 올라와 큰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 소리에 놀라고 속상한 윗집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쾌하다는 생각만 쌓인다. 우연한 계기로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이웃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소음을 줄여야겠다는 마음에 방음 매트와 실내화로 쿵쿵 소리를 줄이고, 공놀이와 줄넘기는 밖에서 하는 놀이임을 인지하고 밖으로 나가 논다. 그림책 마지막 장면에는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 속에서 개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하지만 때로는 개인의 생각과 취향이 정도를 넘어 개인 이기주의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사회의 질서를 깰 수도 있다. 때와 장소에 맞게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0-11-22 최지혜

[월요논단]이케아 노동자 차별과 표류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말·저녁수당 없고 시급도 '차별'이케아, 진출 7년째 임협 한번도 안해이는 우리 노동자 처우·인식 천박탓매일 5·6명꼴 산재사망 OECD 1위기업주 견제 법안도 미적대는 나라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국지점은 네 군데 운영되고 있다. 한국지점에서 거두는 이케아의 이익은 국가별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지점 노동자들은 해외 이케아 법인과 비교하여 우대받기는커녕 거꾸로 차별받고 있는 형편이다. 가령 해외사업장에서 지급되는 주말특별수당과 오후 6시 이후부터 책정된 별도의 저녁수당이 한국에서만 지급되지 않는다. 세계평균 시급은 15달러(1만7천원)이나 한국에서는 최저시급을 아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단시간 노동자는 회사의 계획에 따라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들쭉날쭉 배치된다. 그러니 주당 노동시간이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에 불과할지라도 이네들은 투잡 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이케아는 2014년 한국에 진출한 뒤 단 한 번의 임금협상도 진행하지 않았다. 한국문화에 맞춰 개선해 달라는 요구는 세계 기준을 앞세워 무시하고, 세계 기준에 맞춰 달라는 요구는 현지화 논리로 뭉개면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리하여 이케아 노동자는 동종업계와 비교해서도 열악한 처지로 내몰렸다.이케아 한국지점의 상황을 접하면서 문득 어릴 적 아버지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장남인 나에게 어린 동생들의 실수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던가 보다.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놓는 내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집에서 기르는 개도 함부로 괴롭히는 게 아니다. 주인이 발로 차고 소리 지르면 다른 사람들도 아, 저 개는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구나, 생각하고 발로 차고 돌을 던지게 되거든. 반대로 주인이 애지중지하면 남들도 함부로 괴롭히지 못하지. 개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 네가 동생들을 아끼고 보살펴야 남들도 네 동생들한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중하게 될 거야. 그러니 네가 먼저 잘 해야 해."똑같은 이케아 법인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한국지점의 노동자에서만 차별이 가해지는 것일까. 노동자에 대한 이 땅의 처우와 인식 수준이 그만큼 천박하기 때문이다. 2천20명이라는 작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 땅의 노동자 수는 척박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매일 5, 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스러져 갔다는 것이다. 이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산업재해사망률 1위에 해당한다. 그런 까닭에 정의당이 촉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사업주의 의무 태만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게 그 책임을 무겁게 묻자는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골자다. 작업장 내 노동자의 안전 확보를 비용 낭비로 치부하는 사업주의 사고는 그러한 정도의 견제장치라도 있어야만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터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못할 듯하다. 입법의 열쇠를 쥔 여당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당론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한정애 정책위원장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실 민주당 정책위는 그동안 경제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과태료 인상 등의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향적 자세를 내보였으나, 당의 기존 입장과 워낙 달라 향후 내부 논의 과정을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이윤 추구를 보장하기 위하여 생명의 가치가 위협되는 상황을 방치해도 괜찮은 것일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우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수준의 법안 마련도 미적대는 나라에 살고 있다.하기야 우리나라에서는 노사문제에 관한 한 법을 지키는 것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철도노조에서는 오는 20일부터 준법투쟁을 벌이겠노라 선언한 상태인데, 법을 지키는 것이 투쟁의 방편으로 활용된다면, 그 법은 애초부터 지키면 곤란한 수준에서 만들어졌고 운영되어 왔던 셈이 된다. 정상의 탈을 쓴 비정상의 횡행. 이케아 한국지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은 한국 노사문제의 이러한 지점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0-11-15 홍기돈

[월요논단]가보지 않은 길

美 '혼란선거'를 보며 우리를 생각해방이후 고난 점철에도 성취 역사지금도 더 나은삶 위한 개혁의 길 위다만 독점화 기득권지대 해체 절실법·언론·교육부터 공동체성 회복을혼란스러운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정치가 이 정도인가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유행하면서 엄청나게 허덕이는 구미세계는 우리 사회를 새롭게 평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들이 열등하거나, 우리 사회가 특별히 우월한 것은 아니다. 한 사회에는 그만의 역사와 경험이 있으며, 그들이 당면한 과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뿐이다. 한 사람과 사회는 저마다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며, 그를 지키기 위한 성찰과 실천을 요구받는다. 그 과제는 실존적이며 공동체적이다. 이 둘은 하나로 뒤섞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분리되는 것이지도 않다. 해방 이후의 우리 사회는 고난과 폭력, 불의와 불평등이 점철된 시간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 그 모순을 이겨낸 성취의 역사이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이룩한 작은 성취에 흡족해 과거를 칭송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한 불의와 불평등, 불공정을 생각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어느 시선도 옳거나 틀리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는 여전히 조금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다시금 개혁과 성취를 말해야 한다. 그 과제는 개인의 실존적 영역에서는 물론이지만, 사회의 소외와 불평등, 야만과 폭력을 걷어내기 위한 공공의 영역에 있어야 함도 분명하다.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무엇을 개혁해야 할 것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하고 누가 이 개혁을 반대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개혁을 반대하는 이들은 기득권에 안주하며, 자신이 지닌 지대를 독점화하려는 집단이다. 전통적 사회이론에서 지대추구 경제는 주어진 자본과 권리에 따른 것이지만, 기술과 자본이 결합하여 새로운 경제체제로 급격히 탈바꿈하는 현대 사회에서 지대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는 자본과 부동산이 대표적 지대였다면, 지금은 지식과 정보가 지대이며 제도와 체제에 적합한 전문성이 지대임에는 틀림이 없다. 잘못된 지대를 해체하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것, 그래서 정의론을 주창한 롤스의 말처럼 최소의 정의가 지켜지는 범위에서 개혁을 이루어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절실한 과제일 것이다. 최소의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해체된다. 지금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담론을 만들어내고 이를 정착시켜야 할 힘을 지닌 자들이 한 줌의 지대를 지키기 위해 거짓 담론과 당파적 논리를 확산하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할 검찰이 법의 영역을 넘어 정치를 좌지우지하려 분주하다. 검찰총장과 싸우는 여당 정치는 그런 논란에 휘말려 정치를 법치화 하는 잘못에 빠져있다. 이에 편승해 자신의 힘을 정치화하는 검찰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정면으로 배반한다. 한 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를 부추기면서 거짓과 과장된 소식을 쏟아내는 언론은 가장 커다란 반사회적 집단이 되었다. 법과 언론이 독점적 지대가 되었다. 한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서 최대의 수혜를 누리는 이들이 그 성취를 다만 자신의 개인적 능력에 따른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업이 아니라 재벌이 되려는 이들, 전문지식을 활용해 정당한 이익이 아니라 그 지식을 지대화하려는 이들이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최대 집단이 아니란 말인가? 노동 없는 사회는 불가능함에도 노동을 가장 억압한다. 사회적 능력을 개인적 지대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입시교육과 지식 지대화의 최대 수혜자인 의사집단이 공공성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이, 그가 지닌 한 줌의 지식과 이해영역을 오직 자신의 것이라 강변한다. 이렇게 만든 교육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공약했던 교육개혁은 어디로 갔는가? 공교육과 고등교육은 급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망가지고 있다. 교육과 학문이 망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가장 큰 위기는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언론과 교육이, 지성적 성찰과 공동체성이 무너지고 있다. 어떻게 돌아설 것인가? 그 길은 아직 가보지 않았다. 다만 너와 내가 그 길을 걸어갈 때 그 길은 현실이 된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20-11-08 신승환

[월요논단]송덕과 불망

선정베푼 관리에 감사의 마음 기려碑를 건립하거나 기념행사로 승화그러나 일제 이토히로부미 사례처럼권력욕·처세를 위한 '가짜'도 많아국민에 오래 기억될 리더는 어디에강화 교동도에 가면 오랜 역사를 지닌 향교가 있다. 오래전에 배를 타고 답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허물어진 읍성 밖 밭 한가운데 수십여 개의 송덕비(頌德碑)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사학과 교수님께 물었다. 저런 위대한 송덕비가 왜 홀대를 받느냐고. 처음에는 선정을 베풀고 떠난 관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이 세웠다고 한다. 그다음에는 부임하자마자 송덕비부터 만든 탐관오리들도 있었다. 그가 배를 타고 떠나자마자 송덕비가 읍성 밖으로 버려진 이유이다. 그런데도 최근 가짜 송덕비까지 향교 입구에 가지런히 모셨다. 가짜와 진짜를 생각해보라는 향교 어르신들의 역사적 안목이 담겨있다.남산포에는 조선시대 수군 통제사령부가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배를 정박시켰던 묘박은 여전히 담벼락 옆 쓰레기에 갇혀있다. 교동향교의 전교(典校)를 지내셨던 분이 인천시나 정부에 화를 내시는 것도 당연하다. 남산포를 기억하지 않는 우리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가 불망비(不忘碑)로 안내했다. 민낯으로 서 있는 송덕비와 달리 불망비는 비각까지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 정3품인 도정(都正)을 지낸 분이다. 주민들에게 어떤 은혜를 베풀었는지는 불망비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사후에 세웠다는 그 '영세불망비'의 주인공이 인간의 도리를 다한 참으로 존경받을 만한 분이었기를 바랐다.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혼자만 그리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집단으로 그리워한다. 집단적인 추모는 역사나 기념행사로 승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불망비가 항상 좋은 뜻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당하자 이토의 공을 잊지 않기 위한 불망비를 세우고자 송덕비건립사무소를 설치한 자들이 있었다. 1909년 10월 26일 안 의사의 거사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1월 2일이었다. 111년 전 오늘의 역사를 보면서 인간의 권력욕과 처세술 그리고 탐욕스러운 사악함에 놀랄 따름이다.그러나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이토의 송덕비를 세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과연 지금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특정한 강대국가들의 편을 들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이나 정치인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1980년 서울의 봄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친구가 있었다. 만약 그가 살아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민주화 경력을 내세워 금배지를 달았을까. 낙하산으로 한자리를 얻었을까. 자식을 민주화 유공자로 입학시켰을까. 아마도 그 친구라면 모든 것을 거부했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대가를 바라지 않은 채 대의를 행한 것처럼 그 친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도 그 특권적 지위가 지금도 정치나 일부 영역에서는 온존되고 있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다. 차이가 있다면 방식과 행동 그리고 법적 책임의 차이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민주화의 성과를 공유하기보다는 더 큰 개인적 지위와 권력을 탐내는데 활용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도 실업으로 인생을 시작하는 대학생들, 명퇴로 인해 자영업으로 내몰린 시민들이 보이는지.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당당하게 내걸었던 정신은 지키고 있는지. 묻고 있다.현재 국무총리, 장·차관급 14명, 국회의원 10명, 연고 국회의원 36명이라는 전북. 그들에 대한 촌평이 가슴에 와닿는다. '자랑스럽다. 하지만 개인의 성공일 뿐 전북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거기에는 연고주의나 탕평책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의 등용과 획기적인 정책집행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가 담겨있다. 가상화폐를 형벌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도 현 정부의 장관이었다. 세계 최대 전자결제업체인 페이팔(Paypal)의 암호화폐 지원소식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부동산이나 주식을 징세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텔레그램 망명과 넷플릭스 선호처럼 외국으로 거점을 옮기는 '주식 망명'은 필연적이다.타인을 억누르고 업적을 자칭하면서 송덕을 바라는 정치인의 시대는 지나갔다. 제4차 산업혁명의 역동성을 펼치면서도 국민의 삶을 존중하는 리더는 어디에 있는가. 국민의 마음속에 오래 기억될 지혜롭고 결단력이 있는 불망의 지도자를 찾는 이유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11-01 김민배

[월요논단]새 국면에 들어선 언론영역 징벌적 손배제 도입 논쟁

가습기 살균제·가짜뉴스 보도 등반사회적 위법행위 배상책임 인정법무부, 징벌적 손배제 담은 법 개정국회 안 거친 정부법안 불과하지만제도도입 입법화 할 가능성 높아져지난 6월 '월요논단'을 통해 '언론영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란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칼럼이 나간 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13년과 동일한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9월6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언론사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될 경우에 법원이 실손해액의 3배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여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실질적 피해를 구제하려는 취지의 법안이었다.명예훼손 등에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이중 처벌될 수 있고 언론사가 자기검열을 하게 되어 언론자유가 위축 훼손될 수 있으며 악의적이라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그런데 법무부가 9월2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법무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에 대하여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라고 정의한다. 가습기 살균제,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가짜뉴스 및 안전기준 위반의 대규모 참사 사고 등 이윤추구를 본질로 하는 영업활동 과정에서 반사회적 위법행위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11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래로 20여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됐지만 법률 간 형평성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주로 이윤추구의 영업활동 과정에서 악의적 위법행위의 유인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여 상거래 활동에 관한 일반법인 상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것이다. 기업 등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고의 및 중과실 등 악의적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되는데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법원이 고의와 중과실 정도를 고려하여 실손해의 5배 이내 배상책임이 부과될 수 있게 된다.아직 국회를 거치지 않은 정부입법안에 불과하지만 입법화할 가능성이 높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위한 집단소송법과 함께 입법 예고되면서 적극적인 지지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등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회적 위법행위에 대해 소비자 피해를 충분히 구제하고 고의·중과실로 인한 기업의 위법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두 제도가 전면 도입돼야 한다는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의 적극적 지지 의견이 있었다.정청래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언론자유를 유린한다고 반대했다. 징벌적 손배제가 언론보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고 가짜뉴스나 언론보도의 고의나 중과실의 기준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지금 언론 관련 소송과 마찬가지로 법원이 언론자유와 인격권 침해 등의 무게를 비교하고 가짜뉴스나 허위보도, 고의·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신문협회 등이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다양하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언론중재법을 개정하고자 할 때 신문협회 등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상법 개정안 보도자료 등에서 가짜뉴스나 허위보도 등이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의 하나로 분류됐다는 점은 우리 언론 보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가족에 대해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 소송 등을 벌이고 있다. 소송 대상이 된 언론보도 내용만 살펴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언론보도 영역에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20-10-25 이용성

[월요논단]삶에서 '집'이 가지는 의미

집은 기본적으로 재충전하는 공간부의 척도·재테크 수단 의미 변화집값·전월세 가격 계속해서 올라패닉바잉 '지금 안사면 못사' 불안'나의 집' 여유가 삶의 목적 가까워우리 삶에서 '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집'을 떠올리면 유년시절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부터 시작해서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와 처음으로 혼자 살았던 집, 결혼한 후 새로운 가정을 꾸렸던 집, 그 이후 전셋값에 맞춰 1년에 한 번씩 이사 다녔던 수많은 집들을 순차적으로 기억해 내곤 한다. 각각의 집에 살았을 당시 나에게 중요했던 의미들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내 삶의 큰 변화마다 집도 함께 위치와 형태가 바뀌었다. 돌아보면 나에게 '집'은 내 삶의 형태에 맞게 함께 변화하는 '공간'이었다.'집'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안식처로 존재해 왔다. 그런 의미라면 편안하게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안락하고 쾌적한 공간이면 충분할 테지만, 이제 집은 '공간'의 개념을 넘어 부의 척도이자 재테크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오래전부터 정부정책의 주요 목표였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만 간다.최근 무주택 서민들이 청와대에 '집값. 전셋값 원상회복시켜라'라는 타이틀로 국민청원을 제출한 상태다.(2020년 10월14일) 현 정부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인상, 세입자들에 대한 임대차 3법 등 집값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집값과 전월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전세가 사라지고 반전세로 전환되는 곳이 많아지면서 세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일선에서는 정부의 잦은 개입이 오히려 집값을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집값이 상승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불안 심리는 확산된다. 이러한 심리는자꾸만 오르는 집값에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2030세대의 패닉바잉 사태까지 보태져서 중저가 주택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재 부동산 문제는 진퇴양난에 처해있다.그림책 '나의 집'(다비드 칼리 글.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봄개울)은 '집'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나한테 딱 맞는 집을 찾는 일이 나는 항상 어려웠어. 어떤 지역에 살까? 어느 도시에 살까?… 사람들은 모두 '나만의 집'을 찾아다녀. 그렇지?'그림책 속 주인공은 바닷가 마을의 작고 허름한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청년이 되어서는 조금 복잡한 소도시로 이사를 가고 점점 성장하면서 대도시로 집을 옮겨 다니며 본인에게 꼭 맞는 집을 찾고자 애쓴다. 그러다 왜 꼭 나만의 집이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몇 년 동안 집 없이 세계를 무대로 옮겨 다닌다. 노년기가 되어 마지막에 그가 선택한 그에게 딱 맞는 집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 바닷가의 허름하고 작은 바로 그 집이었다.집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사회·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을 재산증식의 도구로 보고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집은 우리의 안식처가 아닌 우리의 영혼을 가둬버리는 높은 벽이 될 수도 있다. 부와 명예,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갖게 된 그가 마지막에 선택한 집이 유년시절을 보냈던 바닷가의 작고 허름한 집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우리가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듯하다.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에 있지 않고 편리함과 화려함보다는 유년시절의 향수, 여유로움, 단순함이 오히려 우리 삶의 목적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2020-10-18 최지혜

[월요논단]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의 입학 특혜와 경쟁사회

文정부 18명 수시합격자 알려지자특혜 의혹·MB때부터 전형 갑론을박맹자 서로 이익만 추구땐 나라 위태중요한 것은 '仁義' 기득권 버려야586정치인 이익정당화 논리 정리를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과 외유를 목적으로 출국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에게 해외여행 자제 권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개인의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는 옹호 논리도 있고, 거대야당 출신 민경욱 전 국회의원도 출국하지 않았느냐는 도긴개긴의 대응도 펼쳐졌다. 며칠 뒤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 18명이 수시모집을 통하여 연세대에 입학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민주화운동 관련 사항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수시전형에 포함되었고, 당시 연세대 법인의 이사장이 조선일보 회장 출신 방우영이었던 만큼, 586자녀 특혜 운운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출되었다.갑론을박이 어지러워 '맹자'를 뽑아들었다.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찾아오셨으니 틀림없이 이롭게 해 줄 일이 있겠지요?" 이익을 바라는 양혜왕의 물음으로 '맹자'는 시작된다. 맹자는 왕의 기대를 단호하게 잘라 버린다. "임금께서는 어찌하여 이익만을 말씀하십니까? 중요한 것은 인의(仁義)일 따름입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임금은 무엇으로 나라를 이롭게 해 주겠는가를 묻고, 대부(大夫)들은 무엇으로 우리 집안을 이롭게 해주겠는가를 물으며, 사(士)와 서민들은 무엇으로 나를 이롭게 해 주겠는가고 묻는다면,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추구하게 되어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돌이켜 보건대 IMF를 경과하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은 엄청나게 변모하였다.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따위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살벌한 경쟁을 통한 살아남기는 우리 사회의 일상 질서가 되고 말았다. 달리 표현하자면, 삶을 가늠하는 방식이 IMF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로부터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의 방향으로 두드러지게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 그즈음 신용카드 광고에 등장하여 일상 덕담으로 확장되어 유행하였던 문구는 퍽 상징적이라 할 만하다. 기실 최근 여기저기서 분출하는 공정성 논란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공정성 추궁은 결국 성공을 위한 규칙 및 그 적용의 불편부당함을 따지는 행위인 까닭이다. 결승선만 바라보며 앞으로 질주하는 눈 가린 경주마인 양 우리들 대부분은 이러한 삶을 견디어 내고 있다.위로부터 아래까지 모두가 이익을 좇는 나라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주변의 설레발과 상관없이 거듭 사과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처신은 적절하다. 도긴개긴의 대응은 이 나라를 이 상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데 머무를 따름이다. 책임 있는 관료·정치가라면 그 바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자녀에게 주어진 특혜 또한 마찬가지다. 움켜쥔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586정치인들에게 따라붙고 있다. 민주화운동과 관련자 자녀에게 주어진 입시 특혜가 무슨 상관이 있는가는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후자의 사실은 응당 전자의 맥락 가운데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방우영 조선일보사 전 회장을 소환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리 만무하다. 정리해야 할 내용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학벌을 통한 계급 재생산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려면 586정치인들은 정치 논리 바깥에서 정리해야 할 사항을 제대로 정리해 내어야 한다.설령 민주화운동과 관련자 자녀에게 주어진 입시 특혜의 상관관계를 나름의 논리로 정리해 내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살아남기 위하여 도저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다른 편 입장에서 보자면, 어떠한 수준에서 논리가 마련되든 이는 자기들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방편으로만 이해될 따름이라는 것. 결국 위아래가 뒤엉켜 서로 이익을 다투는 모양새를 피할 수 없으리라는 말이 된다. 이런 판에서는 싸워서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살아남기 위하여 사회적 약자는 부득이하게 공정을 집요하게 따질 수밖에 없을 터이니, 기득권을 쥔 부류에서 먼저 더 이상의 이익을 내려놓아야만 이로부터의 출구가 마련된다. 그러한 본보기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때 지금과 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지난 시절의 치열했던 민주화운동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까닭은 온전한 자기희생에 근거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훗날 더 큰 이익을 획득하기 위한 권력투쟁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거리로 나섰던 대부분의 벗들도 그러하였을 게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20-10-11 홍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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