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느리게 걸어가자

문명의 이기들 편하고 필요하지만얽매여 살아 정작 중요한것을 잃어인터넷 없이 살고 종이·연필 쓰며걸어서 마트가기·채소 키워먹기…소소한 일로 삶은 더 단단해질 듯도서관 사무실이 새로 지은 옆 건물로 옮겨가면서 인터넷 이전 신청을 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여, 인터넷 사용이 필요할 때면 이전 건물을 왔다갔다 하면서 업무를 봤다. 불편했지만 일주일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후 인터넷을 이전 설치하러 온 기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인터넷 선로를 사용할 수 없고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니 다른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대규모 공사라는 말에 당분간은 인터넷을 편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런데다 때마침 태풍 링링이 왔다. 강화도 전역은 정전되었고 빠르게 복구된 곳도 있지만 우리 마을은 6시간 정도 정전이 이어졌다. 정말 무인도에 고립된 느낌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 전화도 불통이 되었다. 전기, 인터넷, 전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인터넷도 전화도 없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처음 맞닥뜨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서관 프로젝트로 매년 방문하고 있는 라오스 오지에서도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었다. 어둠 속. 익숙하고 편리한 문명들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심코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일어섰으나 그것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멍하니 앉아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나는 제일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이어가다 보면 더 답답해질 것 같지만 의외로 알 수 없는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고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거기에 얽매여 살아가며 정작 진짜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정전과 통신 두절 속에 잠시 머물면서 그림책 '숲으로 간 사람들/안지혜 글·김하나 그림/창비'을 떠올리게 됐다.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 한가득 음식을 구매해 와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고 밤새 컴퓨터 게임을 즐겨 하던 이들이 인터넷도 전기도 수도도 없는 숲으로 가서 살게 된 이야기이다. 그들은 직접 물을 길어와 장작불을 지펴 밥을 짓고 텃밭에서 채소를 뜯어 반찬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만든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도시에서 편리하게 살던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건 이후, 산과 바다가 오염되고 사람과 동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는 당장 전기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결심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전기랑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집에서 사는 게 자랑'이며 '겨울에는 물이 꽁꽁 얼어서 불편할 때가 많지만 온 세상이 하얗고 고요해서 무척 아름답다'고 말한다. 집안을 둘러보면 컴퓨터를 시작으로 핸드폰, 전기포트, 청소기, 세탁기 등 많은 전자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 중 한 가지만 없어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 속에서 아직도 육필 원고를 고집하는 작가들이 있고,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숲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 전기나 화학물질을 적게 쓰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마을에도 생활 속 적정기술을 함께 나누는 카페가 생겼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간단히 만들어 사용하고 에너지와 화학용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다. 이번 링링과 함께 온 정전과 통신 장애를 겪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전기나 통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면 어쩌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시작되었다. 일단은 컴퓨터 자판보다는 종이와 연필 사용을 많이 하고, 일주일에 하루는 인터넷 없이 지내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마트에 갈 때는 걸어가기, 텃밭에서 채소 키워먹기 등등 가볍게 시작해보기로 했다. 아주 소소한 일이지만 우리 손과 몸을 움직이며 느리게 걸어가는 생활 방식이 조금씩 우리 삶을 단단하게 채워 주리라 기대한다. 인간이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 때로는 침묵과 고독, 느림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흔들림 없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야겠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9-15 최지혜

[월요논단]조국 논란을 바라보는 한 기회주의자의 한탄

몇주간 찬반 명확히 갈려 '격렬논쟁'딸의 대학입학과정 '옹호 VS 분노'모두 옳아 입시체제·정책 손질 필요각종의혹 견딜만한 사람 얼마나될까정치는 최악 선택 피할 수밖에 없다지난 몇 주간 어느 자리를 가든지 온통 조국 얘기였다. 어디서든 찬반이 명확히 갈려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나에게도 파편이 튀곤 하였는데, 파편이 날아든 방향은 언제나 두 갈래였다. 한 가지는 너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물음이었는데,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나로서는 그 물음이 어느 편인지 밝히라는 요구로 느껴지곤 했다. 여기에 대해서 나는 은근슬쩍 미끄러져 빠지는 방식을 취했다. 가짜뉴스가 워낙 날뛰고 있는 판이니 지금으로서는 지켜볼 도리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내 태도였다.기회주의로 내몰릴 위험이 있었으나, 기실 뜨거운 대결 구도 속에서 너무나 많은 말들이 검증되지 않은 채 정제되지 못한 방식으로 쏟아지지 않았던가. 예컨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 딸의 한영외고 재학 당시 영어 과목 등급을 들어 논문 영역(英譯)이 가능한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이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다행히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동양대 총장상을 둘러싼 사실관계는 공수가 바뀌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발언은 오보이며, 동양대 측에서 정정보도를 요청하였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떠돌았으나, 오히려 이러한 정보가 가짜뉴스였다. 다행히 이 사실도 반나절 내에 드러날 수 있었다.또 다른 한 가지 물음은 자식 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결혼을 늦게 하여 큰 아이가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니,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대해서는 여유가 허용되었다. "나중에 문체부장관 후보가 될지 모르니 자식 관리 잘해라." 이러한 농담은 웃음으로 끝맺어졌으나, 어쩌면 농담 속에 생각해봐야 할 주제가 감춰져 있을 수도 있다. 대학교수는 기득권이며, 기득권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펼쳐놓을 비장의 카드를 몇 장 쥐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자식 관리란 그 카드를 사용하지 말라는 조언이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조국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딸의 대학 입학과정에서 위법사항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학 입학은 법이 허용하는 틀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반면 대학생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한 편법(便法)은 오직 한정된 기득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기회주의자처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옹호하는 논리도 옳고 분노하는 감정도 옳다. 양자가 모두 옳은 까닭에 대학 입시체제는 대폭 손질되어야 한다. 대학 입시뿐만이 아니라, 대학을 둘러싼 정책 또한 대폭 수정되어야 하며,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자체까지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과제와는 별개로, 그동안 조국이 주장했던 바가 그의 삶과 퍽 괴리되었다는 사실은 여실히 드러났다고 해야겠다.애매모호한 자리에 앉아 논란을 지켜보면서 발터 베냐민의 '종교로서의 자본주의'를 다시 읽었다. 베냐민은 자본주의를 '순수한 제의종교(祭儀宗敎·Kultreligion)'라고 파악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것이 자본을 둘러싼 제의와 관련을 맺을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제의는 꿈도 자비도 없이 영원히 지속된다. 내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죄를 씻지 않고 오히려 죄를 지우는 제의의 첫 케이스이다. (중략) 죄를 씻을 줄 모르는 엄청난 죄의식은 제의를 찾아 그 제의 속에서 그 죄를 씻기보다 오히려 죄를 보편화하려고 하며, 의식(意識)에 그 죄를 두들겨 박고 결국에는 무엇보다 신 자신을 이 죄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신 자신도 속죄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과거 사노맹 투사였던 조국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냉혹한 자본주의의 아귀에 잡아먹히고 만 것은 아닐까.그동안 언론은 융단 폭격하듯 조국에 관한 온갖 의혹을 쏟아 부었다. 한국과 같은 천민자본주의 국가에서 그와 같은 의혹을 견디어낼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득권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조국 지지자들이 인터넷 실검으로 나경원 자녀 의혹, 나경원 사학재단 비리, 나경원 소환조사, 황교안 자녀 장관상 등을 띄운 까닭은 이를 드러내기 위함이었을 터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정치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 여부는 그러한 방향에서 판단해야만 하나. 어찌할 도리 없이, 그러한 선에서 나의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9-08 홍기돈

[월요논단]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기소권 독점·수사권 장악한 검찰저급한 과장 쏟는 황색 저널리즘입시 함몰된 중등교육 개선 전무밖으론 개혁 흉내 안으론 특권욕온갖 위선사회 혁신 시대적 요구자신의 눈에 갇힌 말이 칼이 되어 허공을 떠돌고 있다. 수없이 많은 허망함이 사람을 찌르고 되돌리기 힘든 상처를 입힌다. 그 가운데 누군가는 시나브로 죽어간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권을 장악한 검찰이 저질렀던 사회적 폭력은 법의 허울을 입고 떠돌았다. 절차적 정의를 장악한 법이 칼이 되어 현란하게 춤출 때 시민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현란함과 거짓된 법적 정의를 개혁하라고 외쳤다. 그래서 검찰개혁과 사법농단 처벌을 말했지만, 그 요구가 또 다른 칼춤이 되어 우리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 하이에나 같은 황색 저널리즘이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감춘 채 저급한 과장과 거짓된 혀를 마음껏 휘두르고 있다. 사회적 자산을 기반으로 학벌의 특권을 독점한 이들이 공정이란 외피로 더 많은 특권을 향해 양양거리고 있다. 탐욕과 상대적 박탈감이 공정의 옷을 입은 채 혐오와 독설로 난무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개혁이며,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밖으로 일본과 미국을 통해 주어지는 압박이 새로운 동북아 체제를 추동한다. 어쩌면 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은 동북아에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담대하고 깊이 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다시금 굴종의 위치로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이 시간을 자율과 자존의 담대함으로 대처한다면 이 위기는 우리를 평화와 자주의 길로 이끌어갈 것이다. 지금의 '조국' 논쟁은 저급한 언론을 개혁할 절호의 기회다. 자신의 정파적 이익을 감춘 채 한 줌의 특권과 절차적 공정만을 되뇌는 무뇌아 언론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제대로 된 언론이란 표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봉하에서, 드루킹 의혹에서 칼춤을 추던 언론은 다시금 과거의 행태를 반복한다. 정파적 이익과 황색 저널리즘의 진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론 개혁 없이 어떻게 시민 사회가 가능할까. 그들의 속성이 남김없이 드러난 지금, 이들의 행태를 정확히 보고 기억하면서 언론을 정론으로 이끌어갈 기회가 왔다. 적어도 이들을 저급한 황색 저널리즘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있다. 외고, 특목고는 물론 입시교육에 함몰된 중등교육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지적했으며, 그 개선을 이 정부는 공약으로까지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 문제를 개혁하려는 노력은 전무 했다. 현재의 대학 체제와 폐허가 된 대학을 바꾸지 않고서는 어떠한 입시제도도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 'SKY 캐슬'이 지배하는 학벌 사회는 이 면허증이 불변의 자산이며, 상층부를 향해가는 특급승차권임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그런데 어떻게 개인에게 이 체제를 벗어난 도덕을 요구할 수 있는가. 수백만 명의 청소년을 빈사상태로 몰아가는 입시교육을 개선하려는 어떤 노력을 했던가. 학벌의 특권을 누리는 이들은 누구도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교육에서 자신의 부족적 지위를 확보한다.체제와 구조가 모순적임에도 그 안에서 시민정신과 도덕을 요구하는 것은 위선이다. 제도의 모순을 개인의 도덕성으로 대체하려는 사회는 게으른 사회다. 그 사회는 온갖 모순이 극대화되어 결국 분열되고 해체될 것이다. 합계 출산율 0.98명, 청년 자살률과 노인 자살률 일위 따위의 지표, 극대화된 경제 불평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정책을 장악하고 있다. '헬조선'이란 자조를 이해할 어떠한 감수성도 지니지 못한 이들이 특권을 독점한다. 밖으로는 제도와 체제를 개혁한다는 흉내를 내지만 안으로는 한 줌의 특권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다. 위선 사회다.지금 우리는 안팎으로 한 줌의 정파적 이익에 함몰된 부족주의를 넘어서는 시민정신, 평화와 인간다움의 공동체를 향한 중요한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용주의를 넘어 의미론적 사회를 향한 문화적 전환을 이룩해야 한다. 그를 위한 개혁이 이 시대의 당위적 요구가 아닌가. 촛불은 그 외침을 담고 있었다. 우리의 열망과 시대적 요청을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문화와 시민사회를 향해 나아갈 중요한 전환점이 다가왔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9-01 신승환

[월요논단]꽃길은 어디에 있나

4차 산업혁명시대 가시밭길만 보여불안한 미래·실업 분노 주기적 반복로봇·AI발전 일자리 빠르게 사라져법원, 페북 방통위 과징금부과 취소일하고픈 청년들 생각한 판결인지"꽃길만 가세요." 하계졸업식이 한창인 대학가에 내걸린 플래카드. 다양한 사진과 문구가 합성된 플래카드로 졸업식 참석을 대신하기도 한다. 취직한 회사를 자랑스럽게 밝히거나 신입사원을 축하하는 회사들도 있다. 청년실업이 만들어 낸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캠퍼스를 한 바퀴 더 돌면서 살펴본다. 그곳에 20대의 고뇌와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꽃길을 말하지만 더 험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입시에 시달렸고, 대학에서도 각종 스펙 쌓기에 골몰했다. 천신만고 끝에 취직을 했다고 해도, 비정규직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과연 언제 정규직이 되어 안정된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지.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면서 온갖 희망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이 어른거린다. 정규직 취업과 결혼, 안정된 가정과 자녀 교육과 같은 기성세대의 일상들이 청년들에게는 일종의 신기루에 가깝다. 기성세대와 체제에 분노하는 이유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이러한 불안한 미래는 도대체 왜 계속되고 있는가. 이 현상을 케이퍼(Keiper)는 불확실성의 체인으로 요약한다. '어떤 것을 상상할 수 있거나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고 해도, 상상했던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다. 상상했던 것처럼 그것이 일어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혹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케이퍼의 주장처럼 불안한 미래와 실업을 둘러싼 분노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그 역사는 섬유생산의 기계화와 중앙집권화에 반대해 일으켰던 영국의 산업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돌이켜보면 산업혁명도 인터넷도 결과적으로는 우리들의 삶에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산업의 변화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진행되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다시 로봇·자동화·AI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실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시나리오는 과연 무엇인가. 인류는 로봇이나 AI의 발전이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점진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지난 반세기처럼 일자리의 생성과 쇠퇴가 반복되면서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로봇이나 AI가 급속히 발전하여,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시나리오가 더 현실적이다. 사라지는 직업들 중에는 고숙련과 저임금 영역은 물론 오랫동안 대학교육을 통해 양성된 전공영역도 포함된다. 당연히 심각한 경제적 혼란과 기존 정치체제의 불신이 증대한다. 로봇과 AI 등을 소유한 자들에게 거대한 부가 집중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극단적인 체제변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AI 로봇 시대가 가져올 불안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대안 가운데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재 핀란드에서 실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로봇이 만드는 미래사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책들을 통해 인간이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의 목표는 '완전실업'이라는 클라크(Clarke)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동시에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기본소득 보장과 실업에 필요한 재원을 로봇·네트워크·데이터·자동화 시스템 등에 부가하여 마련해야 한다는 발상과 연계되어 있다. 물론 로봇이나 시스템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자들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혁명에서 경험한 것처럼 로봇과 AI에 밀려난 일자리를 되찾을 방법은 없다.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의 산물에 대해 어떻게 조세를 부과하여, 이를 해결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논의할 때다. 그런데도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현재 국내의 포털들은 망 사용료를 일부 지불한다. 하지만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페이스북 등은 이를 회피하여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는다. 꽃길은 아니어도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분노를 생각했다면 이런 판결이 가능할까. 로봇이 인간에게 묻고 있다. 인간은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8-25 김민배

[월요논단]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다

홍보·위기관리 차원 언급한 사과문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 본 것이지시민·국민위한 진정한 발언은 아냐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 과정도정치인·업체 때문에 마음의 상처 커실수도 문제지만 사과도 문제다. 매일 뉴스에 사과발언과 사과문이 등장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연인의 일을 폭로하고 연인이었던 연예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 아프리카TV VJ의 심각한 방송 사고와 폭로전은 사과문과 사과영상 게재로 이어지는 하나의 패턴이 되고 있다. 연예인과 파워 VJ, 파워 유튜버를 광고모델이나 홍보대사로 영입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사생활 폭로와 검증의 주요한 수단으로 소셜미디어가 작동하고 사과문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계 미투, 연예계 미투·빚투에서도 사과문이 속출했다. 망언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공허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도 빠질 수 없다. 사과 발언과 사과문의 진정성은 언제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과할 사실의 확인은 모호하게 넘어가고 사법적 책임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운운하면서 선을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한다. 법률가가 작성하거나 자문한 사과문이 대부분이다. 모호하고 기계적인 사과문이 대부분이고 진솔한 사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2012년 11월 개그맨 유병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이 글은 '사실여부를 떠나=사실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내가 한 짓이다'와 같이 형식적이고 허구적인 사과문의 번역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잘못된 사과의 관행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일본상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비판하거나 조롱한 뒤,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마지못해 나온 일본계 기업과 일부 한국 기업의 사과문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DHC코리아, 유니클로, 한국콜마 등 끊이지 않는다. 사과해야 할 사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고 본사와 지사를 넘어들며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하는 등 잘못된 사과의 사례를 전시하고 있다.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고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위기관리나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조직은 위기와 사건이 발생하면 무대응, 공격, 변명, 부인 전략을 주로 작동시키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 뒤늦게 사과 전략을 가동한다고 한다. 범죄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위기에서도 정당화와 부인 전략을 동원하기도 한다. 사과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진정성을 담지 못하면서 법적·경제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사과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엔 정치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들은 '변명', '공격',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언어사용법이나 사안 이해 수준을 근거로 해서 자기를 방어하고 있다. 자신은 모욕적·공격적 언어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네티즌이 비판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사과의 구성요소로 신속한 사과, 직접 사과, 간결한 사과, 잘못의 확인과 인정, 희생자에 대한 공감과 보상 및 대안 제시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사태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듣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언어학자 바티스텔라는 우리가 당혹감, 죄책감, 수치심,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요구 때문에 사과를 하게 된다고 본다. 사과는 나약함과 지위의 상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반성, 분석, 용기, 성숙이 필요하고 피해자의 응답, 공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보나 위기관리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람직한 사과문이나 사과행위도 근본적으로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 본 것이지 시민과 국민의 입장에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시민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정치인과 일부 기업인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진정한 사과 발언, 사과문을 접할 수 있기 바란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8-18 이용성

[월요논단]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일본 석탄재 들여와 제조된 시멘트유해물질 다른 나라보다 20배 넘어아파트 수명도 과거에 비해 짧아져기업, 국민건강·안전위해 자각 필요더 중요한건 사용자인 '우리의 변화'강화도에서 개인 도서관을 운영한지 6년째 되었다. 자꾸 늘어나는 책들로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이용자의 편의성을 생각하면서 도서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도서관이 목조건축물인데 계절에 따라 나무들이 움직이는 탓에 여름이면 습기를 먹어 문이 닫히지 않고 겨울이면 수축하여 틈이 생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건물은 아무래도 철근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단순히 철근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을 때 그 건물이 가장 튼튼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물의 수명, 관리문제, 경제적 상황, 친환경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았다. 어떤 자재로 어떤 도서관을 지을지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주재료인 시멘트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다시 목조 건물을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시멘트는 발암 물질뿐 아니라 납, 카드뮴, 구리, 수은 등의 유해 중금속 양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제일 높다고 한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시멘트 제조 과정과 그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 조사하고 그 진실을 밝히는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의 주장을 보면 그 심각성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각종 쓰레기를 소각하여 시멘트 재료로 쓸 수 있도록 허가했다. 물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쓰레기를 소각하여 시멘트 재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문제는 우리나라는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다른 나라의 시멘트 성분보다 20배가 넘는다고 한다. 폐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고 그 시멘트로 우리가 사는 아파트를 짓고 하루 종일 근무하는 사무실을 만든다. 이렇게 우리는 쓰레기에서 나오는 발암물질 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폐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는 과거에 비해 수명이 짧아졌다. 거의 30년 정도 지나면 아파트는 재건축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나온 건축 폐기물은 또다시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우리 인간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정치·경제 상황 속에서 일본의 석탄재를 들여와 만들어지는 시멘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 처리도 문제인데, 일본에서까지 쓰레기를 들여와야 할 것인가? 일본과는 이웃나라이면서 조선시대부터 근대를 지나 현재까지 늘 좋은 관계만은 아니었다. 섬나라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한 면이 대륙과 연결되어 있어 대륙으로 나가고자 하는 일본의 다리역할을 해왔다. 중국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침략했으며, 또한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해왔다. 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강제징집을 당해야 했으며, 위안부로 강제로 전쟁터에 나가야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남겨진 오랜 기간 동안의 아픔이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림책 '도시의 마지막 나무/피터 카나바스 그림·글/이상희 옮김/시공주니어'에서 '도시의 마지막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어요. 여기서 지낼 때면 콘크리트와 자동차들을 까맣게 잊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나무가 없어졌어요. 나무 없이 지내는 날들은 몹시 쓸쓸했어요.' 라고 그림책 속 아이는 말한다. 이 그림책에서는 콘크리트와 자동차로 뒤덮인 잿빛 마을이 한 아이를 시작으로 하여 생명이 자라는 마을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오염된 우리의 주변을 다시 살아나게 해야 한다고. 유해물질 시멘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일본 석탄재 수입 규제 등 여러 가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시멘트 제조 기업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고 있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않아 건물의 사용기한을 줄이면서 우리나라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겠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사용자인 우리가 변해야 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속적인 관심과 근본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또 던지며 행동할 때 우리 주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가지 한 가지씩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서 망가져가는 도시를 살리듯이 우리의 건강한 삶을 지켜야 할 것이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8-11 최지혜

[월요논단]콘텐츠 융합, 어디까지 해봤니?

새로운 콘텐츠 발전 생활전반 변화VR·AR시장 2021년 1200억불 전망글로벌 선점 없는 '미래 산업 분야'장르형·기술기반 콘텐츠산업 융합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협업' 절실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이 용어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16년 세계 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었는데 불과 4년 사이에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말하는 대표 용어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다가올까. 영국의 과학소설 작가인 아서 C. 클라크는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가상기술을 이어 '현실을 덧댄 현실'을 만드는 증강현실 기술은 각 분야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이 더해진 콘텐츠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봤던 홀로그램을 사용해 상대방과 통화하는 모습이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AR글라스와 빅데이터로 채워진 모니터는 지금 막 시작된 VR과 AR의 미래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 AR 기반의 홀로그래픽 통화 솔루션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원격지 상대방의 모습을 보며 통화하는 솔루션)'를 선보였다. 고글을 쓰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통화 상대방의 아바타를 마주한 채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주변에 가상 데이터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하니 미래의 기술이 어느새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이 가져오는 융합의 결과물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 경기도는 지난달 18일 '2019 글로벌 개발자 포럼(GDF:Global Developers Forum)'을 개최하였다. GDF는 VR·AR 개발자 포럼으로, 경험의 확장(Beyond Experience)이라는 주제를 통해 VR과 AR 분야의 첨단 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기조강연을 맡은 지안프랑코 이안누치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의 연출 감독으로 디지털 아트의 경험을 통해 예술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향성이란 주제로 버려진 건물이나 공간을 프로젝션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프랑스 파리에 '빛의 아틀리에'가 대표적이며 국내에서는 제주도의 '빛의 벙커'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디지털 기술로 창조해낸 이들 공간은 관람객에게 체험 이상의 새로운 경험치를 제공한다. 이날 다른 강연에서 아트디렉터 아네떼 돔스는 우리 삶이 이미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예술 시장 역시 디지털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의 발전은 예술작품 시장 자체를 변화시켜 기존에는 예술 작품 갤러리가 전시, 판매 등 유통 플랫폼으로 존재한 반면, 오늘날의 갤러리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온라인 작품을 전시하고 해외에 있는 구매자와 직접 만날 수도 있는데 '언페인티드(Unpainted)'라는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시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제 관람객은 전시회 초청장은 모바일에서 확인하고, 주요 작품은 인터넷에서 미리 확인하며 신진 작가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람객과 직접 소통한다. 인터넷과 기술은 예술 시장에도 역동성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콘텐츠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시장 역시 이러한 전망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바일앱과 게임투자은행인 디지캐피털(Digi-Capital)에 따르면 전 세계 VR·AR 시장은 2021년 1천20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선점 기업이 아직 없는 미래 산업 분야에서는 기존의 장르형 콘텐츠 산업과 기술 기반의 콘텐츠 산업이 융합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절실하다. 인간의 집단 지성이 집약되는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업의 규모나 부서 간의 견해 차이를 넘어 기술과 콘텐츠의 제약 없는 융합과 협업이 미래를 앞당기는 해답이기 때문이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8-04 오창희

[월요논단]이광수의 민족의식과 자유한국당의 청와대 비판

"靑과 생각 다르면 친일파냐" 항변'위안부 피해자 합의' 진행시킨 세력주장 듣다보면 '민족주의' 떠올라팔봉 김기진 조차 동의 못할 정도화이부동 가치 마땅히 존중되어야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생각이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냐"라고 항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년 내내 '북한팔이'하던 정권이 이제는 '일본팔이'로 무능과 무책임을 덮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무역 공세에 대응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게 통과되어야 할 텐데, 이러 저런 이유로 이를 가로막고 있는 측에서 하는 얘기라 설득력이 와 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네들은 2015년 국민의 반대에 맞서서 얼토당토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를 진행시킨 세력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당시 조약을 체결하는 데 주체로 나섰던 이들의 후예라면 그 태도가 조심스러워야 한다.더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경우엔 비판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는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전력이 있다. 행사장 입구까지만 갔을 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게 나름의 항변인데, 항변의 근거가 퍽 궁색하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가 체결되었을 때 즉각 나서서 잘된 협상이라 옹호했던 이도 나경원이며, 올 상반기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하여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라고 발언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인물도 나경원이다. '나베 경원'이란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다. 일본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이처럼 그는 진작부터 국민의 반일 정서에 대립각을 세우며 활동해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꾸준히 '일본팔이'를 유도해왔던 셈인가.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이광수의 민족주의가 떠오른다. 민족을 위하여 친일하였노라, 이광수는 주장한다. 어쩌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일본 동경으로 제2차 유학을 떠나는 도중 그는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1916년 2월 23일자에 '대구에서'란 글을 발표하였다. "격렬한 사상을 고취했던 자가 동경에 와서 이삼 년 간 교육받는다면 번연히 구몽(舊夢)을 버려 이전 동지들에게 부패하였다는 조소까지 듣게" 되는데, 일본의 발전상을 미처 모르는 자들이 감히 일본에 맞서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3·1운동 이후 많은 이들이 목숨을 내걸고 조국의 해방을 위해 나섰을 때, 식민지 상황을 수용하되 다만 일제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십분 양보하여 이해하자면, 같은 조선인의 투옥이 안타깝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처지가 가슴 아파서 그러했을 터이다.해방에 관한 나름의 방안이 이광수에게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는 '황민화와 조선문학'에서 "자발적, 적극적, 창조적으로 저마다 신체의 어느 부분을 바늘 끝으로 찔러도 일본의 피가 흐르는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매일신보', 1940.7.6) 김기진이 이에 대해 따져 물었다. 1944년 11월 난징에서 열린 제3차 대동아문학자대회에 함께 참석하여 숙소에 들었을 때다. 춘원은 설명한다. "우리 민족은 1대 1로 한다면 어느 민족에게도 지지 않소. 그러니까 1대 1로 나가기만 하면 우리가 이깁니다. 우리가 철저히 황국신민이 된다면 일본 정부의 육군대신도 조선 사람, 총리대신도 조선 사람이 될 날이 오고야 말 것이오. 그러면 일본 민족은 아뿔싸! 조선 민족과 분리해야겠다, 야단하겠지요. 그러면 그때 못이긴 척 독립하잔 말이오."(김기진, '우리가 걸어온 30년')팔봉 김기진은 이광수의 이러한 구상에 대하여 조소를 날리고 있다. 친일 활동을 벌였던 김기진조차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 춘원문학상을 만들어 기리고는 있으나, 현재 한국인들 대부분에게 이광수는 친일파로 남아있다. 자, 이러한 평가가 과연 생각이 조금만 다르다고 죄다 친일파 딱지를 붙이는 행태일까. 톨레랑스라든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가치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하나 존중받을 만한 입장에는 그에 값하는 자격이 요구된다. 지지율 급락에 내쫓긴 자유한국당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모처럼 바른 말을 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아닌, 러시아와 일본을 향해 펼쳤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7-28 홍기돈

[월요논단]새로운 체제를 향하여

'한일갈등' 정치·경제 정략적 넘어'평화와 상생' 관점에서 해결 필요현재이후 '세계 체제' 관계로 설정성급한 갈등봉합 기득권세력 청산보편적 휴머니즘 지향등 함께해야일본이 초래한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간의 충돌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변화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지금까지의 형태로 볼 때 이 문제가 단순한 무역분쟁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이 기회에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는 물론,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와 체제를 새롭게 구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서 이 갈등을 새로운 체제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치와 경제 체제에서의 전환을 필요로 했다. 아쉽게도 그 직후 동아시아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이 이런 전환을 이뤄내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후 70여년이 흐른 지금은 동아시아의 국가적 역량은 물론, 시민성에서도 이제는 충분히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식민지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일부 정치세력이 장애가 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기회를 그저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여 좁디좁은 집단이익을 얻거나, 여전히 구미세계의 하부체제에 자족하려 한다. 그럴수록 지난 시대의 모순을 벗어나 새로운 동아시아 체제를 만드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1945년 나치의 폐망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 독일은 충분히 청산하지 못한 과거와 전후의 폐허에 허덕여야 했다. 그들은 단지 이웃국가를 침탈했던 죄악뿐 아니라 나치즘에 동조했던 추악함에 엄청난 자괴감을 안고 있었다. 이때 독일 시민들은 세계시민주의를 통해 이 어리석은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면서 이 야만과 폭력, 자신 안의 맹목을 극복하려 했다. 헬레니즘 시대의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는 문화적 융합과 지성적 성찰, 인간성 발견을 통한 보편적 휴머니즘을 지향했다. 이 철학을 통해 그들은 야만의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유럽의 질서와 체제를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것이다. 독일 통일도 그래서 가능했지 않은가.동아시아 세계는 이런 정치적 극복과 사상적 형성에 실패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국지적 전쟁은 물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비참하게 되풀이되었다. 극복하지 못한 과거가 여전히 우리를 야만의 굴레에 묶어둔 것이다. 엄청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쟁과 불의, 불공정에 시달리는 것이 우리의 현재가 아닌가. 여전히 경제만능의 과잉 자본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 대립에 시달리며, 아직도 구미세계의 하부체제에 묶여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그 야만과 종속을 벗어나 새로운 국제질서와 체제를 만드는 것은 동아시아의 세계시민으로서 우리의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직도 제국주의의 야만을 다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나 저급한 민족주의적 담론으로 몰아가는 집단은 명백히 사악하며 반인륜적이다. 일본제국주의의 야만은 민족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륜과 시민성을 거부하는 반휴머니즘적 작태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반인륜적 집단이 종북몰이 등에서 보듯이 이데올로기적 잔재를 악용해 자신의 좁은 이해를 충족시키려 한다. 지금 한일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본 정치집단이나,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는 기회로 악용하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그들이다. 이 집단을 청산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질서와 체제로 나아갈 수 없다. 종북몰이만큼 위험할 수 있는 '토착왜구' 주장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말을 쓰는 민중은 분명 제국주의적 사고에 함몰된 정치와 이를 이용하는 정략정치를 거부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일간의 갈등은 정략적 층위를 넘어 평화와 상생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한일협정과 같은 미봉이 아니라, 현재 이후의 세계체제란 관점에서 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보편적 인륜과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평화와 상생, 생태와 경제정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질서와 경제 체제가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성급한 갈등 봉합과 경제 우려를 증폭시키는 기득권 세력의 청산은 물론, 보편적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새로운 철학체계가 함께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7-21 신승환

[월요논단]정책과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한 박남춘 시장

키워드 불분명·시민역량 결집 미흡혁신·소통 주장 불구 '변화' 못느껴교통·원도심 재생 가시적 효과 없어적수 등 현안대처 방식 '큰 실망감'경제 살리기·선도사업 집중 필요2019년 3월 45.5%에서 6월 39.1%로 하락. 리얼미터가 발표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에 대한 직무수행지지도다. 물론 예상치 못한 수돗물 사태가 6월 지표에 반영돼 하락한 점이 크다. 같은 시기인 7월 1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52.4%,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도 42.1%보다도 낮았다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많은 기대를 갖고 출발한 박 시장은 5대 시정목표에 20개 핵심전략 그리고 140개의 공약과제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도 파격적이다. 신선하다는 평가와 다소 당황스럽다는 평가가 공존하지만 과거와 다른 것은 분명하다. 소외된 계층과 시민들을 우선하며 현장을 누비는 방식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지지도는 여전히 차갑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인천의 행정이 공약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첫째 원인은 공약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문가·공무원·시민들이 당선 후 6개월간 다듬은 공약들이다. 그렇다면 인천을 대표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한때 인천은 트라이포트, 경제수도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박 시장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 미흡하다는 뜻이다.둘째,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다는 점이다. 박 시장은 혁신과 소통을 말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무엇이 변하였는지 느끼지 못한다. 아마 시·군·구가 자체 평가한 공약의 이행도는 모두 중간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전임시장이나 구청장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그것은 공약에 내재된 한계에서도 기인한다. 조금 야박하게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평가받기 좋은 지표와 척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의 달성도와 시민들의 체감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셋째, 가시적 효과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물론 취임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에 너무 조급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통인프라 공약의 경우 임기 내내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검단 1호선 연장 등을 제외하면 노력의 결과는 임기 후에 가시화된다. 인천의 최대 난제인 원도심의 재생사업도 각종 소송이나 부동산 경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러나 넷째,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크다. 수돗물 사태 이전에도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석모도의 문제가 무의도 연도교 임시개통에서 똑같이 반복됐다. 화장실과 쓰레기, 주차장과 식수 문제,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 연계방안 미흡 등. 시와 경제청 그리고 중구가 사전에 힘을 합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이것은 공약과 또 다른 차원에서 일부 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과 직결돼 있다. 박 시장이 후보경선단계에서 제안을 받고 스스로 정책화하고자 했던 초심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인고속도로의 일반화와 각종 산업단지의 고도화 사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송도 유원지를 판교를 능가하는 R&D 거점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AI와 제조업을 연계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기초와 광역이 함께 국책사업을 선도할 방안은 무엇인가.박 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한국갤럽에 의하면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난해 8월 17%에서 올해 5월에는 62%에 달했다. 그렇다면 정책의 변화는 산업 경제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인천시는 부채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을 보면 지방채 상환보다 경제 살리기에 우선 투입해야 할 때다. 일부 사업의 과감한 정리도 필요하다. 예산에 제로섬 제도를 도입하고, 선도사업에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한다. 정책 추진의 주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청와대와 인천시는 수준도 방식도 다르다. 누구와 어떻게 과감히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산하 기관장에 대한 평가도 냉정해야 한다. 밖은 어둡다. 대학생과 청년들의 좌절, 비정규직과 노인들의 빈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눈물을 멈추게 해야 한다. 산업경제에 올인하는 박 시장의 변화된 정책추진이 시급하다. 과감한 정치적 결단과 함께 선도에서 지휘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7-14 김민배

[월요논단]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선 불매운동도 시민권리

전범기업·일본 상품 '구입 안하기'소비자들 '왜곡역사 청산'위한 행동걸그룹 멤버 퇴출 요구 의견 '무리'여행자제 권고로 표현 '신중한 흐름'국익차원 일부언론·野대응 더 걱정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등 3가지 전략 물자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아베 정부는 보복 2탄으로 첨단소재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우대하는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베 정부의 정략적인 경제보복은 역사와 외교 문제를 수출규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첨단산업의 상호의존이 심화된 한일 양국에게 실이 될 뿐이다. 물론 일본이 반도체 산업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복합적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조치에 우리 정부는 조기 대응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일본 주요 언론을 포함한 해외 주요 언론이 대체로 아베 정부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일부 언론과 야당은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우리 정부의 책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선제적인 외교 대응 조치의 부족을 지적한다면 일리가 있겠지만 한일청구권을 둘러싸고 일본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이 경제적 보복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사안일까? 우리는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의 경제 보복을 받은 기억이 있다. 중국은 한류금지령, 한국행 관광상품 전면 금지, 사드 부지 제공 기업 영업금지,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으로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우리 정부는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한국 안보 상황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사드 추가 배치 배제, 미국 주도 MD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등을 구두로 밝히면서 중국 측과 갈등을 봉합했다. 2018년 4월 발간된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이슈리포트는 사드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을 피해를 감수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유형이라 하여 '읍소무마형'이라 불렀다. '와신상담형' 대응방식은 새로운 판로 개척이나 기술개발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아베정부 경제보복에 적절한 대응방식일 것이다. 이 리포트에는 일본 아베 정권도 자국 우익 정권의 결속을 위해 위안부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롱맨' 전성시대를 맞이한 세계정치에서 이런 일들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에 분노한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일본계 기업 명단과 전범기업 명단, 일본 제품 불매 포스터 등이 공유되고 있다. 거리에서는 일본 대기업 매장 앞에서 대학생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언론은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등 과도한 요구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확산을 우려한다. 신중한 불매운동 논의를 제안하기도 하고 과거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한계도 언급한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우리 소비자 운동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정치적·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정한 제품, 기업 등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구매를 포기하거나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사적 행동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동참하도록 이끄는 공적 행동을 포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불매운동도 우리 소비자가 정치적, 윤리적 더 나아가 왜곡된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실천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역사왜곡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전범기업 상품 불매운동이 계속되어왔다는 점에서 돌발적인 것도 아니다. 불매 기업 명단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기도 하고,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요구가 무리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일본여행 불매도 여행 자제 권고로 표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시민의 불매운동이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 역사의 청산과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 언론과 야당의 대응을 더 걱정해야 할 것 같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7-07 이용성

[월요논단]적수 사태, 관리체계 재정비 필요

한달간 이어진 '붉은 수돗물 공포'급수전환·초동대처 미흡 불신 초래예산투입 무조건 수도관 교체보다명확한 원인 규명후 해결책 세워야시민들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 필요날씨가 더워지면서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다. 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물은 인간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최근 한 달 동안 우리나라는 '수돗물 공포'에 시달렸다. 인천시 서구 공촌권역 곳곳에서 붉은 물이 나오면서 시작되었고,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 중구, 영종도의 학교나 아파트를 비롯하여 강화도까지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 관계자들은 제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분노를 샀고 관련 책임자는 직위해제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돗물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된 상태는 아니다.환경부와 함께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 이번 인천시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이유를 발표했다. 붉은 수돗물은 녹물이 맞으며, 풍납취수장에 전기공사를 하면서 오랜 시간 단수를 할 수 없어 팔당취수장 물을 임시 공급하는 과정에서 평소 사용하지 않던 두 곳의 관을 열어 원래 물길이 아닌 방향으로 흐르면서 수압이 높아져 관에 있던 녹이 떨어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등 수돗물 안전지원단이 원인 규명과 수돗물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인천 수돗물사건을 기점으로 서울, 평택,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짜 문제는 이와 맞물려 20년 지난 수도관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물론 교체가 필요한 곳은 교체해야겠지만, 민원이 접수된 지역 중에는 수도관이 노후되어서 녹물이 나온 것이 아니라 배수지 경계 밸브를 잘못 건드려 그런 현상이 나타난 곳이 있고, 또 어떤 지역은 수도관이 폴리에틸렌 재질로 녹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인 곳도 있었다.수도관 교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한다는 지자체의 발표를 들으면서 대한민국 전역에 20년이 지난 수도관을 모두 교체하는 상상을 해보면 전 국토가 공사현장이 되어 쑥대밭이 되고 세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액수가 길바닥에 뿌려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게다가 또 20년이 지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데, 수도관의 수명이 '20년'이라는 것은 어떤 과학적 근거와 타당도를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이런 사건 앞에서 우리는 조금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가는 게 필요하다.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인천 수돗물사태와 맞물려 물에 관한 그림책이 생각난다. '물싸움 (전미화 그림책/사계절)'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에 맞춰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그렸다. 가뭄이 극심할 때 모두가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고 싸움이 일어난다. 이때 가장 연장자가 '팻물'이라는 말을 한다. 그때부터 물과 사람의 질서가 잡혀간다. '쌀 한 톨의 무게를 하늘도 땅도 농부도 안다.'로 끝나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우리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물은 우리 삶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고, 우리는 물에 대해 얼마만큼의 책임을 느끼고 있을까?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수돗물이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나오기까지 물의 긴 여정들을 생각하게 된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돌이켜보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사항은 급수전환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그런데 그렇다고 당장에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터진 땜 막듯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도관을 교체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명확하게 현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 또한 불편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겠다. 이번 인천 수돗물사태가 빠른 시일에 해결되어 마음 편하게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하겠다. 산 좋고 물 좋았던 그 시절의 우리나라가 그립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6-30 최지혜

[월요논단]한국영화 100년, 700인의 크리에이터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발굴위해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706명 배출올해 70여개팀 제작·해외진출 지원다양한 정책·창의성으로 동력 갖춰'미래 콘텐츠산업' 이끌어주길 기대한국영화가 100년이 되었다. 1919년 최초의 연쇄극 김도산의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지난 5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는 대내외 위상을 높이게 되었다. 한국영화는 부흥기와 침체기를 거쳐 1990년대 혼돈기를 지나면서 한국영화만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스크린쿼터의 사수 운동, 영화업종의 서비스 산업화,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 등 사회적 제도적 변화를 통해 산업화를 이루었다. 충무로에는 대규모 자본 유입으로 다수의 영화가 시스템 안에서 제작되는 계기가 되었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한 안정적인 배급과 흥행수익은 영화의 생산과 유통 구조를 확립하게 하였다. 영화산업은 대중적 오락의 범주를 넘어 경제, 사회, 문화 방면에서 폭넓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가장 큰 문화산업의 핵심 장르이다. 2019년 세계 영화시장 규모는 399억6천100만 달러로 2021년까지 연평균 4.4%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21년까지 스크린 수가 65.9%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영화산업은 2013년 전체 영화관객이 2.1억명을 넘어섰으며, 2018년 2억1천639만명으로 최근 10년간 37.8%의 성장을 이루었다. 매출액은 2017년 5조2천560억원을 기록하였으며, 이중 경기도가 7천256억원으로 전국 2위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남양주종합촬영소와 고양 아쿠아스튜디오도 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등 다양한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어 영화산업 육성 인프라도 풍부하다. 2005년에는 경기영상위원회를 설립하고 영화·영상 제작과정 단계별 연계 지원을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하였다. 시나리오의 기획 개발부터 로케이션 촬영지원,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다양성영화 배급 및 상영지원, 찾아가는 영화관(상영회)과 우수영상물 외국어자막 상영지원 등 영상산업 육성과 다양성 영화·영상 문화 저변 확대에도 힘써오고 있다. 이중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은 미래 영화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영화인으로서의 꿈을 키우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선배 영화인의 멘토링을 통해 시나리오, 연기, 촬영, 편집 등 영화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우수영화로 선정되면 페스티벌을 통해 상영회도 할 수 있다.이들 젊은 창작자들에게는 최근 영상 산업의 기술적 발전과 유통구조의 변화가 반가울 것이다. OTT플랫폼의 등장과 VR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는 콘텐츠는 그동안 영화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대자본의 정형화 된 콘텐츠의 틈새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작자의 활동영역도 재편되고 있는데 이제는 일반인도 콘텐츠를 만들고 향유하는 누구나 크리에이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유튜버로 대변되는 1인 크리에이터는 국경이나 민족, 세대에 구분 없이 자신만의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지원사업의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기존의 영화 산업과 창작자들이 새로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이에 경기도는 2016년부터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발굴을 위해 기초부터 실전수익화반 등 단계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담은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706명이 이 과정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되었으며, 올해에는 70여개 크리에이터 팀에게 제작지원과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100년의 영화 역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맞이할 100년의 영화·영상 산업에서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경기도가 추진하는 지원 정책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배양하는 새로운 동력이 되어 콘텐츠산업에 미래의 100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6-23 오창희

[월요논단]전광훈 목사가 복원하려는 이승만의 개신교 국가체제

"황교안, 이승만·박정희 뒤 이어야"타종교 참여 배제·부정선거 협력 등정권·개신교 밀월 역사 '망언' 입증불교 무시 논란 종교 갈등 부추겨…촛불혁명은 4·19혁명과 달라야한다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골몰하며 온갖 망언을 쏟아내는 동안 문득 하나의 물음이 생겨났다. 이승만 대통령이 쫓겨난 뒤 반혁명 세력은 어떠한 방편으로 생존을 도모해 나갔을까. 물론 자유당에 빌붙었던 이들이 4·19혁명 이듬해 벌어진 5·16군사쿠데타를 통하여 기사회생했다는 사실이야 전공 공부로써 어느 정도 알고 있다.예컨대 자유당 부통령 후보 이기붕을 낯 뜨겁게 찬양했던 '만송족(晩松族)' 문인 박종화, 김동리, 조연현 등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한국문인협회의 이사장을 여러 차례 역임하며 문단의 실권자로 군림하였다. 1947년 이승만에게 '우당 이승만전'을 지어 바쳤던 서정주가 문협 이사장 명단에서 빠졌을 리 없다. 한국문인협회는 군사정부가 공포한 포고령 제6호에 따라 1961년 12월 30일 결성된 문학인 단체이며, 김동리·조연현·서정주가 박정희나 전두환 등의 군사정권과 유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이들에게 5·16군사쿠데타가 어떤 의미로 다가섰는가는 조연현의 다음 문장을 통해 짐작할 수 있겠다.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장군의 지휘로 한강을 넘어온 일군의 군대는 무능과 혼란 속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위험한 우리의 조국과 현실 앞에 하나의 질서와 방향을 던져주는 신호가 되었다. 혁명의 성공으로 조국의 새로운 건설은 촉진하게 되었고, 혼란은 질서를, 분열은 통일을 가져왔다. (중략) 혁명의 성공에 의한 이러한 새로운 현실적 조건은 다른 모든 분야에 있어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문단에도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게 했다."(「내가 살아온 한국문단」)미완에 머무른 4·19혁명의 한계는 문단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일부 개신교 세력의 망언·망동을 보며 갖게 된 생각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피력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망언인 까닭은 이를테면 강성호의 '한국기독교 흑역사'(짓다)를 일독하면 금세 드러난다. 명예장로 이승만은 개신교 이외의 종교에 배타적이었으며, 이를 국가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이승만 정권은 타 종교의 참여를 차단한 채 군종제도와 형목제도를 도입하고, 국가의례를 기독교식으로 진행하고,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제정하고, 정치권력의 핵심부에 기독교 인사들을 포진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일종의 기독교 국가체제(Christendom)를 만들어갔다."개신교는 이승만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였으며, 부정선거에도 협력하였다. 자유당 지도위원에는 김활란, 모윤숙, 배은희 목사, 백낙준, 유호준 목사, 윤치영, 임영신, 이규갑 목사, 이윤영 목사 등 개신교를 대표하던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하였으며, 한국기독교연합회는 이승만 지지를 공개 표명하고 조직적인 지원에 나섰다. 부정선거를 총지휘한 내무부 장관 최인규는 교회 집사였고, 가톨릭 신자 장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이 나라를 바티칸에 팔아먹을 것이라고 마타도어를 만들어낸 이는 전성천 목사였다. 이는 이승만 정권이 시행하였던 '천주교 믿는 공무원들을 좌천시키거나 해고하는 차별 정책'과 호응 관계에 놓인다. 정권의 경향신문 폐간에 동의하고 나선 것도 개신교 세력이었다.이승만 정권과 개신교의 밀월 관계 복원 위에서 파악한다면 전광훈 목사의 망언·망동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황교안 대표가 장관을 제안했다고 했던가. 자유당 시절 교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던 최인규 집사의 선례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종북·공산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지 않은가. 이승만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전성천 목사의 마타도어는 기꺼이 허용되었고, 정권의 지원까지 받았다. 황교안 대표로부터 촉발된 불교 무시 논란은 종교 갈등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개신교 국가체제로 나아가기 위하여 타 종교와의 성전(聖戰)은 부득이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다 보면, 미완에 머무르고 만 4·19혁명의 한계와 절박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수록 촛불혁명이 4·19혁명과 달라야만 한다는 생각은 더욱 절실해진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6-16 홍기돈

[월요논단]'개소리'를 넘어

거짓 알면서도 진실에는 관심없고정파적 이익따라 지껄이기만 하면문화·사회 붕괴 야만·폭력만 난무정치·언론·법·종교계로 퍼지는 소리새로운 계몽으로 '분열' 극복해야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정치가 잘못 돌아간다는 생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5년 코미디언 콜베어가 '진실스러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이런 현상을 비꼬았다. '진실스러움'이란 사실이 아닌 데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보이는 주장을 말한다. 이런 인식은 몇몇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듯하다. 프린스턴 대학의 철학교수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관하여'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27주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거짓말은 진실을 말하는 척이라도 하거나 또는 자신의 말이 틀렸음을 알지만, 개소리꾼은 진실 여부와는 아예 별개로 행동한다. 그들은 진실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다만 자신의 정파적 이익에 따라 '개소리'를 지껄일 뿐이다. 철학자가 현실정치의 치졸함에 끼어든 것은 이런 '개소리'가 진실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름에 대한 관심조차 외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짜와 망상이 현실이 된다.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면 그 문화는 결국 야만과 반인륜으로 치닫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정의나 공정, 연대나 배려 따위가 다만 언설에 그치고 혐오와 적대감만이 난무하는 것은 이런 결과 때문이 아닌가. 끊임없이 '개소리'를 말하다 보면 인간은 사라지고 다만 자신의 정파적 이익과 즉물적 욕망만이 정당화된다. 그때 그 문화와 사회는 부서지고 야만과 폭력만이 흘러넘칠 것이다. 그러니 작은 '개소리'라도 웃어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랭크퍼트가 이런 도발적 글을 쓴 까닭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유럽 사회는 17세기 이래 역사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경제적 풍요와 함께 뒤이어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끌어냈다. 이 놀라운 문화적 도약은 그 이전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그들의 세계관과 체제를 전 지구화 시키는 토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유럽의 도약과 패권의식은 역사에서 보듯이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야만적 전쟁과 식민주의로 얼룩지게 되었다. 유례가 없었던 제국주의의 야만은 유럽 사회에 내재해 있던 몸과 마음의 분열, 욕망과 도덕의 갈등을 도외시할 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혼란을 유럽은 계몽주의를 통해 합리성과 반성 철학으로 극복했으며 이로써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자유, 민주정과 자본주의를 보편적 윤리와 체제로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칸트에서 보듯이 계몽의 철학은 인간이 지닌 이성을 보편화하고, 이를 스스로의 규범과 지성에 따라 사용하는 성숙함을 강조한다. 이런 이성적 성숙함이 결국 역사적 진보와 인간다움을 성장시켜 나갔다. 수많은 모순과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서구 근대가 이룩한 성취가 현대 세계의 보편적 이념으로 작동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 고뇌와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스스로 자유와 민주, 독립을 외쳤던 선조들의 목숨을 건 함성이 퍼져간 지 100년이 지났다. 이 정신과 규범을 현실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 삶과 사회는 퇴행할 것이며, 그나마 이룩한 경제적 성취조차도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경제적 풍요를 얻었지만 삶의 의미는 어디로 갔는가. 더 많은 경제가 아니라 더 좋은 경제,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로 가야 함에도 다만 그들만을 위한 경제성장을 외친다. 공동선은 무너지고 개인의 이익만 남은 사회를 부추기고, 끊임없이 허상을 되풀이하는 수많은 '개소리'들이 우리를 몰아세우고 있다. 이 소리를 웃어넘기면 그들은 이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망상이 현실이 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될지는 너무도 명확하지 않은가.근대 유럽이 그들 안에 내재한 분열을 계몽을 통해 극복했듯이 우리 역시 현재의 분열을 새로운 계몽과 공공성의 정신으로 넘어서야 한다. 다가올 시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그들에게서 오지 않는다. 우리의 길은 미답의 것이다. 그 가보지 않은 길을 이 '개소리'에 맡겨둘 수는 없다. 이 '개소리'는 정치를 넘어 언론과 법으로,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란 이름으로 이런 반인륜적 행태를 허용하면 그 행태는 곧장 사회적 일상이 된다. 혼란이 극대화되어 파멸이 가까워질 수도 있다. 그들이 과잉 지배하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6-09 신승환

[월요논단]인디텔과 '타다'

거대 자본·기술로 AI·빅데이터등삶의 근본부터 변혁 시키고 있지만노동·행정은 아날로그시대에 멈춰현실서 원하는 일자리·경제살리기자치단체장들 비전 제시 실천 시급인디텔. 과연 그것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한때 지역정보통신망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정보통신의 선두주자였다. 1993년 재단법인의 인가 책임을 맡아 서울 광화문을 수십 차례 오갔다. 당시 인하대 배해영 외 14명의 교수와 조우성 부장, 안길원 회장과 지용택 이사장, 인디텔과 인하대 전산소 직원, 경기은행과 인천상공회의소, 인천시와 교육청 등의 헌신적 노력과 후원이 그립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달리 인디텔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인천 송도가 바이오의 메카로 떠오르는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만약 그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절제된 욕심,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 사업의 타이밍을 결정하는 판단력이 있었다면. 인디텔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현미 장관이 '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인디텔을 다시 생각한다. 유선의 시대에 기반을 둔 인디텔. 무선과 우주공간을 활용한 기술이 그렇게 빨리 도래할 줄 몰랐다. 유선 네트워크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인디텔은 인터넷과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완패를 당했던 것이다.불행하게도 기존 택시나 자동차의 세상 또한 인디텔과 같은 숙명을 예감케 한다. 자율자동차와 공유차량의 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택시를 지켜야 하는 운전자들과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세계적 차원의 자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산업혁명시대의 기계화와 노동의 대립이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도 노동보다 기술과 자본의 우위성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거대 자본과 기술들은 AI와 빅데이터 등을 토대로 우리들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변혁시키고 있다. 자율자동차의 시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드론은 전쟁 현장을 누비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전쟁을 수행하는 현실이 영화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킬러 로봇을 중지하라는 세계적 차원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최근 UN 재래식 무기회의에서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책임의 원천으로서 치명적인 AI 시스템과 로봇 군인의 전장에서의 행동들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의 백악관 과학기술국도 EU집행위원회도 공정성, 책임성, 사회정의 차원에서 AI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과 인공 지능 시스템에 대해 전자 인격을 부여하려는 EU 의회의 제안을 따라야 하는가. 전자 인격을 통해 로봇에게 도덕적 책임, 인과 관계 책임,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인간들이 AI와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은 아닌가.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결과들이 우리 삶에 던지는 화두들이다. 그러나 '타다'를 둘러싼 갈등에서 보다시피 우리들의 노동과 행정 현장은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고 있다. 민선 7기가 출범한지 1주년이 되고 있지만 행정은 공약에 고착되어 있다. 최저임금과 김영란법으로 상징되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는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이 넘쳐난다. 기업, 자영업자, 학생, 노동자, 은퇴자 모두가 불만이다. 삶의 현장은 일부 교수들의 섣부른 이론이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시험하는 곳이 아니라는 분노가 넘실댄다. 이제 필요하다면 공약을 과감히 버리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들을 구사해야 한다. 시장이나 구청장과 군수는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다. 선출직에게 '공무원 같다'는 표현은 부정적 평가의 대명사이다. 규정만을 들어 재량권을 포기하거나 감사를 걱정하는 공무원들에게 휘둘려서는 안된다.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에게는 행정을 넘어 정치적 결단과 각종 수단을 동원하라는 시민의 명령이 담겨있다. 공약은 마지노선이 아니라 시민들에 대한 약속의 출발점이다. 왜 지금 새로운 희망 플랜이 필요한지. 기업인 마인드로 시민들의 요구와 삶을 되돌아보라. 정책의 집행결과 파생되는 경제적 이익과 특혜 논란을 두려워 마라. 경제가 없다면 삶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과 기업의 요구가 바로 일자리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과감한 비전제시와 적극적인 실천이 시급하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6-02 김민배

[월요논단]디지털플랫폼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아날로그 라이프스타일 '독립서점'아늑하고 개성있는 공간으로 '변신'도서정가제 강화로 가격경쟁력 차단온라인 불공정경쟁 반드시 규제해야맞춤형 서비스등 적극적인 노력 필요공유서비스의 등장으로 택시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5월 23일에는 지역언론, 지역언론시민단체, 지역언론학술단체 관계자들이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지역언론 차별을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통서비스산업과 지역미디어산업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 같다. 공유교통서비스나 뉴스매개서비스를 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공적 규제는 그것대로 필요하겠지만 뭔가 근본적인 대응도 필요할 것 같다. 디지털세계에 맞서는 아날로그 세계의 반격,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독립서점에서 지혜를 얻어 볼까 한다. 최근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독립서점 여러 곳을 방문했다. 3월 어떤 일요일. 인적이 거의 없던 마을에 들렀을 때, 독립서점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진풍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독서모임, 영화모임 등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의 독립서점에서는 지역 도시재생 등 지역이슈나 지역문화관광에 관련된 자료들이 보기 좋게 배치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독립서점은 디지털플랫폼과 온라인 쇼핑에 대한 아날로그적 반격의 기점일까. 오프라인 서점은 음반판매점과 함께 소매유통산업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1995년 제프 베제스의 아마존,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WebFox부터 온라인서점서비스가 등장했다. 아마존은 상품의 다양성과 가격으로 대형서점 체인과 독립서점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아마존은 이제 세계 최대의 쇼핑몰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함께 플랫폼 제국을 형성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데이비스 색스의 말처럼 서점은 '쇠퇴', '죽음', '종말', '수명이 다한' 따위의 수식어와 함께 했다. 절망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회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독립서점은 미국서점연합 가입 서점을 기준으로 하면 2009년 1천650개에서 2014년 2천227개로 증가했고 독립서점 체인도 성장하고 있다. '퍼니 플랜'의 조사에 따르면 운영 중인 우리나라 독립서점도 2015년 97개에서 2018년 418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서점과 같은 오프라인 소매유통점에서 방문자들은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그 공간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얻게 된다. 독립서점은 아날로그를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로 제공하는 아늑하고 멋진 공간이다. 책을 잘 아는 친절한 판매원과 잘 고른 책이 있고 독서모임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개성 있는 공간이다. 데이비스 색스에 따르면 독립서점은 아마존이 약점으로 여긴 물리적 공간, 판매원, 제한된 도서를 모두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립서점은 온라인서점의 알고리즘으로 변환되지 않는 판매자와 고객과의 책 추천 대화로 형성되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인터넷서점의 미리보기나 검색 기능을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이 글의 바탕이 된 데이비스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도 지역의 독립서점에서 우연히 구입한 것이다. 독립서점을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점의 콘셉트에 맞게 책을 선택하고 분류·배치하는 서비스를 한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도시는 서점과 같이 시민이 모일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들의 집합체라고 한다. 독립서점 중 상당수가 독서모임의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독립서점의 성장세는 출판시장의 주요 소비자인 40대와 50대의 옛것에 대한 향수 덕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도서정가제 강화로 거대 온라인서점의 가격경쟁력을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개성적인 독립서점은 개인화된 소비 트렌드에 잘 따라갔다. 서비스산업과 지역미디어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을 거부할 수 없다. 독립서점의 사례에서 봤듯이 디지털플랫폼이나 온라인유통산업의 불공정한 시장경쟁에 대한 공적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고객과의 실제적 관계와 공간 경험, 맞춤형 서비스 등 아날로그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5-26 이용성

[월요논단]다시 찾아온 오월

39주년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지난사건들 다르게 기억되곤 하지만근본적 사실은 물처럼 변하지 않아치유·화해·용서로 희망의 5월 되길같은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된다. 오월은 유난히도 기억할 것이 많은 달이다. 가정의 달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기념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가족모임과 감사를 전하는 자리로 채워진다.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들로 가득한 시간이다. 지난 토요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느덧 39회째를 맞이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픈 사건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지울 수 없기에 더욱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는 1980년 5월 18일에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광주사태'라 기록하고 있다. 마치 지록위마(指鹿爲馬) 격이다. 사슴을 말이라 주장하고 스스로 영웅시한다. 중국 진나라 때 환관 조고가 지록위마를 계기로 그의 권력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영원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거짓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최근 김용장 전 주한미군 정보요원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980년 5월 21일 낮 12시를 전후로 K57(광주 제1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숨 가빴던 당시 오월의 기록이 김현경(예비역 육군중령)씨로부터 세상으로 나왔다. 당시 20살이었던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김현경 학생은 시민군으로 도청에서의 열흘 동안의 체험을 기록한 대학노트를 공개했다. 잘못된 기록은 지우개로 지우고 진실된 기록들은 지워지지 않는 연필로 다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오월에는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한다. 평생을 불굴의 의지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투쟁 같은 삶을 살다 2009년 5월 23일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서거 10주기를 맞이하는 우리는 정치적 측면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다른 시점으로 다가간 기록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영화 '물의 기억'(진재운 감독)이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온 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실천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거짓말처럼 생태계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물은 모든 걸 기억한다. 그가 꿈꾸었던 '생명농법'을 중심으로 물이 주는 생명력과 순화, 자연의 기적을 동물과 식물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담아냈다고 진재운 감독은 말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해보게 하는 다른 시점의 기록이다. 스페인의 비교종교철학교수이자 신부였던 라이몬 파니카(Raimon Panikkar. 1918~2010)는 물을 모든 것의 기원으로 보면서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물이 비록 오염되어 변형된 것 같아 보일지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봉하마을 생태농법에서 10년 사이 다시 살아난 물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지면(라이몬 파니카 원작, 엔스 키스텔 브랑코 지음/권혁주 옮김/한울림어림)'그림책에서 라이몬 파니카는 말한다. '물은 살아 있어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습을 바꾸어도 물은 언제나 물이에요'.우리들의 기억에 존재했던 지나온 사건들이 사실과 다르게 기억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본연의 사실은 물처럼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능사는 아니다. 진실된 규명으로 서로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물이 다시 살아나듯이 상생(相生)해야 할 것이다. 치유, 화해, 용서의 꽃을 피워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하겠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또다시 5월이 찾아온다. 다시 찾아오는 5월은 아픔의 오월이 아니라 희망의 오월이 되길 바란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5-19 최지혜

[월요논단]경기도 게임, 내일은 맑음

11회 맞은 '플레이엑스포축제' 성황道, 中企·e스포츠·마이스산업 연계4년간 게임산업 육성 533억원 투자국내·외 민간파트너들과 협업 확대기술·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나흘간의 게임 축제가 막을 내렸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PlayX4(이하 플레이엑스포)는 지난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하여 10년간 50만9천593명이 다녀갔고 국내외 3천570개사가 참가한 종합 게임행사로 거듭났다. 플레이엑스포는 인디게임과 상업게임을 동시에 체험하고, 게임 산업 종사자와 게임유저가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게임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연중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매년 플레이엑스포라는 종합 게임쇼를 치러오면서 게임의 오늘을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의 미래도 함께 그려보게 된다. 연초부터 구글, 애플,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은 앞다투어 신기술 기반의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금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9'(Game Developers Conference 2019)를 통해서 미래의 게임은 어떤 모습일지 확인할 수 있었다. GDC 2019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5G 기술이다. 5G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하여, 특정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던 게임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도록 시공간의 확장성을 부여한 것이다. 실내에서 PC와 콘솔로만 즐기던 고사양 게임을 다양한 휴대용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게임의 토대가 된 것이다. AR(증강현실) 기술을 게임으로 구현한 '포켓몬GO'의 세계적인 성공은 기술을 바탕으로 현실과 게임이 융합하면 어떤 모습이 될지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AI(인공지능) 기술 또한, 게임 내 가상 캐릭터에 실시간 반응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임과 게임유저가 일체화되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과거 90년대 국내 게임들은 게이머가 집에서 혼자 컴퓨터를 상대로 즐기는 게임에서 시작되었다. 20년이 지난 오늘의 게임은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수십 명이 동시에 접속해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어울리는 게임들이다. 게임을 즐기는 공간과 방식, 상대하는 대상까지, 과거의 게임과 현재의 게임은 같은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플랫폼과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새로운 놀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적 진화를 바탕으로 미래의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과 여가문화를 바꾸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기다려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경기도는 지난 30일 '경기도 게임 산업 육성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특히 중소게임기업 집중지원과 e스포츠육성, 마이스산업과 연계한 산업생태계 활성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533억원을 투자한다. 해당 정책을 통해 경기도에서 개발되는 게임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기술과 만난 게임이 미래 산업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높은 관심이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e스포츠 산업의 육성 정책에도 가속화를 붙일 전망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문화부와 함께 지역 게임 산업 육성을 추진하며 차세대 게임 산업의 생태계를 일구어 왔다. VR(가상현실)/AR뿐 아니라 웹툰IP와의 융합, 기술 기반의 콘텐츠 제작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게임아카데미 '오픈세미나', '글로벌 콘퍼런스'를 통해 국내외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융합을 지원함으로써 게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또한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VR/AR 게임, 체감형 시뮬레이터, 5G기반 게임을 전시하는 등 차세대 게임 콘텐츠 발굴에도 노력을 하고 있다.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기술과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지원 사업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ETRI, 네이버웹툰, 라인, 카카오 등 국내외 민간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게임 산업의 미래를 준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벌써 내년 게임 행사를 위해 다음을 고민하고 있을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경기도 게임 산업의 내일을 응원한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5-12 오창희

[월요논단]인간의 도리와 귀환한 동물국회

문의장 '성추행 주장' 임의원설령 법정에서 승리한다 한들국민은 '별개의 정치심판' 할 것인간과 동물의 변별성은 품위'수신'이야말로 유력한 방편어릴 적 동네 어른께 3여년 동안 붓글씨를 배웠다. 처음에는 돼지털 붓으로 시작하였으나, 시간이 지나 황모(黃毛) 붓·노루털 붓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난다. 일정 수준에 오르자 글씨 연습은 한글에서 한자로 옮겨갔다. 이후 유독 반복했던 글자가 '삼강오륜(三綱五倫)'과 관련된 덕목 그리고 '인의예지(仁義禮智) 효제충신(孝悌忠信)'이었다. 선생님께서 쓰라고 하셔서 썼을 뿐, 그 의미를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이 있고, 따라야 할 도리가 있다." 선생님께서도 다만 그 정도로 설명하셨던 듯싶다.삼강오륜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내 나이 이립(而立) 즈음, 최봉영의 '주체와 욕망'을 읽으면서였다. 나를 존재케 한 분들이 부모이니, 부모의 은혜를 잊어서는 아니 된다. 선비에게 직업 세계로의 진입이란 출사인바, 왕을 정점으로 하는 그 세계에서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같지 아니하므로, 그 차이를 알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예컨대 부위자강(父爲子綱),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이란 그러한 관계들의 교차 가운데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나가라는 지침이었던 것이다.근대 체제의 작동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이는 실로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우선 자유로운 개인을 전제로 한다. 홀로 떨어져 존재한다면 완전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을 터이나, 실상 그는 사회 내에서 다른 개인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사회계약에 따라 자유가 제한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떤 개인에게 허용된 무한한 자유는 필연코 다른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개인은 계약 사항, 다시 말해 법의 울타리만 넘어서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반면 우리네 선인들은 자유로운 개인에 앞서서 마땅히 따라야 할 도리를 강조하였다. 도리가 부각되었던 까닭은 이 세계를 관계들의 총합인 통체(統體)로 전제하였기 때문이다.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을진대, 어찌 그 관계를 전제치 않는 자유로운 개인을 상정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의 자리를 규정하는 관계가 그 하나로 한정될 리 만무하다. 이로써 개인은 통체의 부분자(部分子)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부분자는 선재하는 도리의 체득을 위하여 힘써야 했다. 수신 주체인 개인이 근대의 주체인 개인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요즘 국회에서 생산하는 뉴스를 접하노라면, 최소한의 수신마저 증발해 버린 정치권의 민낯을 확인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민의의 반영으로부터 성립함은 상식에 속한다.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 승자독식 구조에 갇혀 있으니, 다양한 민의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려는 변화는 당연히 모색되어야 한다. 각 정당의 손익계산이야 피할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이러한 대전제는 마땅히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이와 관련된 논의에 딴죽 걸면서 밖으로만 빙빙 내 돌았다. 지금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데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은 패스트트랙 적용이 위법하다고 사생결단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적법성 여부야 따져볼 수 있겠으나, 볼썽사나운 동물국회의 귀환은 동의하기 어렵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본다고, 폭력성을 앞세운 동물국회가 준법에 근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는 동물국회를 막장으로 이끌고 있다. 영상을 보면, 그녀는 끌어안듯이 두 팔을 활짝 펼치고서 "나 건들면 성추행"이라며 국회의장을 몰아붙이던 상황이다. 우르르 몰려들어 국회의장을 겁박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성의원들이 나서라" 소리가 흐르기도 했다. 국회의장이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으니, 일견 그네들이 이긴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켜보는 국민들은 임 의원이 목소리 높여 피력하는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과 모멸감"의 진정성을 어찌 생각할까. 판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한다. 설령 법정에서 임 의원이 승리한다고 한들 국민들은 그와 별개로 정치적 심판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선인들은 왜 하필이면 스스로를 수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려고 했을까. 한낱 동물에 불과한 인간이 여타 동물과 변별되는 품위를 획득하기 위해서이다. 수신이야말로 인간의 품위를 확보하는 가장 유력한 방편일 수 있다. 동물국회를 보면서 내린 나의 결론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4-28 홍기돈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