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새로운 체제를 향하여

'한일갈등' 정치·경제 정략적 넘어'평화와 상생' 관점에서 해결 필요현재이후 '세계 체제' 관계로 설정성급한 갈등봉합 기득권세력 청산보편적 휴머니즘 지향등 함께해야일본이 초래한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간의 충돌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변화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지금까지의 형태로 볼 때 이 문제가 단순한 무역분쟁 정도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이 기회에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는 물론,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와 체제를 새롭게 구상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서 이 갈등을 새로운 체제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는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치와 경제 체제에서의 전환을 필요로 했다. 아쉽게도 그 직후 동아시아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역량이 이런 전환을 이뤄내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후 70여년이 흐른 지금은 동아시아의 국가적 역량은 물론, 시민성에서도 이제는 충분히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식민지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일부 정치세력이 장애가 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기회를 그저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여 좁디좁은 집단이익을 얻거나, 여전히 구미세계의 하부체제에 자족하려 한다. 그럴수록 지난 시대의 모순을 벗어나 새로운 동아시아 체제를 만드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1945년 나치의 폐망과 함께 새롭게 출발한 독일은 충분히 청산하지 못한 과거와 전후의 폐허에 허덕여야 했다. 그들은 단지 이웃국가를 침탈했던 죄악뿐 아니라 나치즘에 동조했던 추악함에 엄청난 자괴감을 안고 있었다. 이때 독일 시민들은 세계시민주의를 통해 이 어리석은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면서 이 야만과 폭력, 자신 안의 맹목을 극복하려 했다. 헬레니즘 시대의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는 문화적 융합과 지성적 성찰, 인간성 발견을 통한 보편적 휴머니즘을 지향했다. 이 철학을 통해 그들은 야만의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유럽의 질서와 체제를 만드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것이다. 독일 통일도 그래서 가능했지 않은가.동아시아 세계는 이런 정치적 극복과 사상적 형성에 실패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국지적 전쟁은 물론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비참하게 되풀이되었다. 극복하지 못한 과거가 여전히 우리를 야만의 굴레에 묶어둔 것이다. 엄청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쟁과 불의, 불공정에 시달리는 것이 우리의 현재가 아닌가. 여전히 경제만능의 과잉 자본주의 체제와 이데올로기 대립에 시달리며, 아직도 구미세계의 하부체제에 묶여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그 야만과 종속을 벗어나 새로운 국제질서와 체제를 만드는 것은 동아시아의 세계시민으로서 우리의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직도 제국주의의 야만을 다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나 저급한 민족주의적 담론으로 몰아가는 집단은 명백히 사악하며 반인륜적이다. 일본제국주의의 야만은 민족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륜과 시민성을 거부하는 반휴머니즘적 작태에 지나지 않는다. 이 반인륜적 집단이 종북몰이 등에서 보듯이 이데올로기적 잔재를 악용해 자신의 좁은 이해를 충족시키려 한다. 지금 한일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본 정치집단이나,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내는 기회로 악용하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그들이다. 이 집단을 청산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질서와 체제로 나아갈 수 없다. 종북몰이만큼 위험할 수 있는 '토착왜구' 주장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말을 쓰는 민중은 분명 제국주의적 사고에 함몰된 정치와 이를 이용하는 정략정치를 거부하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일간의 갈등은 정략적 층위를 넘어 평화와 상생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한일협정과 같은 미봉이 아니라, 현재 이후의 세계체제란 관점에서 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보편적 인륜과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평화와 상생, 생태와 경제정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질서와 경제 체제가 가능하게 된다. 여기에 성급한 갈등 봉합과 경제 우려를 증폭시키는 기득권 세력의 청산은 물론, 보편적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새로운 철학체계가 함께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7-21 신승환

[월요논단]정책과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한 박남춘 시장

키워드 불분명·시민역량 결집 미흡혁신·소통 주장 불구 '변화' 못느껴교통·원도심 재생 가시적 효과 없어적수 등 현안대처 방식 '큰 실망감'경제 살리기·선도사업 집중 필요2019년 3월 45.5%에서 6월 39.1%로 하락. 리얼미터가 발표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에 대한 직무수행지지도다. 물론 예상치 못한 수돗물 사태가 6월 지표에 반영돼 하락한 점이 크다. 같은 시기인 7월 1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52.4%,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도 42.1%보다도 낮았다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많은 기대를 갖고 출발한 박 시장은 5대 시정목표에 20개 핵심전략 그리고 140개의 공약과제를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다.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도 파격적이다. 신선하다는 평가와 다소 당황스럽다는 평가가 공존하지만 과거와 다른 것은 분명하다. 소외된 계층과 시민들을 우선하며 현장을 누비는 방식도 눈에 띈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지지도는 여전히 차갑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인천의 행정이 공약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첫째 원인은 공약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문가·공무원·시민들이 당선 후 6개월간 다듬은 공약들이다. 그렇다면 인천을 대표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한때 인천은 트라이포트, 경제수도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박 시장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 미흡하다는 뜻이다.둘째,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다는 점이다. 박 시장은 혁신과 소통을 말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무엇이 변하였는지 느끼지 못한다. 아마 시·군·구가 자체 평가한 공약의 이행도는 모두 중간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전임시장이나 구청장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그것은 공약에 내재된 한계에서도 기인한다. 조금 야박하게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평가받기 좋은 지표와 척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의 달성도와 시민들의 체감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다.셋째, 가시적 효과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물론 취임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에 너무 조급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통인프라 공약의 경우 임기 내내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검단 1호선 연장 등을 제외하면 노력의 결과는 임기 후에 가시화된다. 인천의 최대 난제인 원도심의 재생사업도 각종 소송이나 부동산 경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러나 넷째,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크다. 수돗물 사태 이전에도 현안대처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석모도의 문제가 무의도 연도교 임시개통에서 똑같이 반복됐다. 화장실과 쓰레기, 주차장과 식수 문제,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 연계방안 미흡 등. 시와 경제청 그리고 중구가 사전에 힘을 합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이것은 공약과 또 다른 차원에서 일부 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과 직결돼 있다. 박 시장이 후보경선단계에서 제안을 받고 스스로 정책화하고자 했던 초심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인고속도로의 일반화와 각종 산업단지의 고도화 사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송도 유원지를 판교를 능가하는 R&D 거점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AI와 제조업을 연계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기초와 광역이 함께 국책사업을 선도할 방안은 무엇인가.박 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한국갤럽에 의하면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지난해 8월 17%에서 올해 5월에는 62%에 달했다. 그렇다면 정책의 변화는 산업 경제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인천시는 부채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을 보면 지방채 상환보다 경제 살리기에 우선 투입해야 할 때다. 일부 사업의 과감한 정리도 필요하다. 예산에 제로섬 제도를 도입하고, 선도사업에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한다. 정책 추진의 주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청와대와 인천시는 수준도 방식도 다르다. 누구와 어떻게 과감히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산하 기관장에 대한 평가도 냉정해야 한다. 밖은 어둡다. 대학생과 청년들의 좌절, 비정규직과 노인들의 빈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눈물을 멈추게 해야 한다. 산업경제에 올인하는 박 시장의 변화된 정책추진이 시급하다. 과감한 정치적 결단과 함께 선도에서 지휘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7-14 김민배

[월요논단]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선 불매운동도 시민권리

전범기업·일본 상품 '구입 안하기'소비자들 '왜곡역사 청산'위한 행동걸그룹 멤버 퇴출 요구 의견 '무리'여행자제 권고로 표현 '신중한 흐름'국익차원 일부언론·野대응 더 걱정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등 3가지 전략 물자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아베 정부는 보복 2탄으로 첨단소재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우대하는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베 정부의 정략적인 경제보복은 역사와 외교 문제를 수출규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첨단산업의 상호의존이 심화된 한일 양국에게 실이 될 뿐이다. 물론 일본이 반도체 산업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복합적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조치에 우리 정부는 조기 대응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일본 주요 언론을 포함한 해외 주요 언론이 대체로 아베 정부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일부 언론과 야당은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우리 정부의 책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선제적인 외교 대응 조치의 부족을 지적한다면 일리가 있겠지만 한일청구권을 둘러싸고 일본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결정한 대법원 판결이 경제적 보복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사안일까? 우리는 2016년 7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의 경제 보복을 받은 기억이 있다. 중국은 한류금지령, 한국행 관광상품 전면 금지, 사드 부지 제공 기업 영업금지,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으로 경제적 보복을 가했다. 우리 정부는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한국 안보 상황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사드 추가 배치 배제, 미국 주도 MD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등을 구두로 밝히면서 중국 측과 갈등을 봉합했다. 2018년 4월 발간된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이슈리포트는 사드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을 피해를 감수함과 동시에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유형이라 하여 '읍소무마형'이라 불렀다. '와신상담형' 대응방식은 새로운 판로 개척이나 기술개발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아베정부 경제보복에 적절한 대응방식일 것이다. 이 리포트에는 일본 아베 정권도 자국 우익 정권의 결속을 위해 위안부 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롱맨' 전성시대를 맞이한 세계정치에서 이런 일들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에 분노한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일본계 기업 명단과 전범기업 명단, 일본 제품 불매 포스터 등이 공유되고 있다. 거리에서는 일본 대기업 매장 앞에서 대학생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언론은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등 과도한 요구나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확산을 우려한다. 신중한 불매운동 논의를 제안하기도 하고 과거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한계도 언급한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우리 소비자 운동이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정치적·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정한 제품, 기업 등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구매를 포기하거나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사적 행동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동참하도록 이끄는 공적 행동을 포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불매운동도 우리 소비자가 정치적, 윤리적 더 나아가 왜곡된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실천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역사왜곡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전범기업 상품 불매운동이 계속되어왔다는 점에서 돌발적인 것도 아니다. 불매 기업 명단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기도 하고,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 퇴출 요구가 무리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일본여행 불매도 여행 자제 권고로 표현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시민의 불매운동이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 역사의 청산과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 언론과 야당의 대응을 더 걱정해야 할 것 같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7-07 이용성

[월요논단]적수 사태, 관리체계 재정비 필요

한달간 이어진 '붉은 수돗물 공포'급수전환·초동대처 미흡 불신 초래예산투입 무조건 수도관 교체보다명확한 원인 규명후 해결책 세워야시민들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 필요날씨가 더워지면서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고 있다. 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물은 인간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최근 한 달 동안 우리나라는 '수돗물 공포'에 시달렸다. 인천시 서구 공촌권역 곳곳에서 붉은 물이 나오면서 시작되었고,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 중구, 영종도의 학교나 아파트를 비롯하여 강화도까지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 관계자들은 제대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분노를 샀고 관련 책임자는 직위해제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수돗물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된 상태는 아니다.환경부와 함께 인천상수도사업본부에서 이번 인천시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이유를 발표했다. 붉은 수돗물은 녹물이 맞으며, 풍납취수장에 전기공사를 하면서 오랜 시간 단수를 할 수 없어 팔당취수장 물을 임시 공급하는 과정에서 평소 사용하지 않던 두 곳의 관을 열어 원래 물길이 아닌 방향으로 흐르면서 수압이 높아져 관에 있던 녹이 떨어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등 수돗물 안전지원단이 원인 규명과 수돗물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인천 수돗물사건을 기점으로 서울, 평택,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짜 문제는 이와 맞물려 20년 지난 수도관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물론 교체가 필요한 곳은 교체해야겠지만, 민원이 접수된 지역 중에는 수도관이 노후되어서 녹물이 나온 것이 아니라 배수지 경계 밸브를 잘못 건드려 그런 현상이 나타난 곳이 있고, 또 어떤 지역은 수도관이 폴리에틸렌 재질로 녹물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인 곳도 있었다.수도관 교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한다는 지자체의 발표를 들으면서 대한민국 전역에 20년이 지난 수도관을 모두 교체하는 상상을 해보면 전 국토가 공사현장이 되어 쑥대밭이 되고 세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액수가 길바닥에 뿌려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게다가 또 20년이 지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데, 수도관의 수명이 '20년'이라는 것은 어떤 과학적 근거와 타당도를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이런 사건 앞에서 우리는 조금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가는 게 필요하다.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인천 수돗물사태와 맞물려 물에 관한 그림책이 생각난다. '물싸움 (전미화 그림책/사계절)'은 하늘에서 내리는 물에 맞춰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그렸다. 가뭄이 극심할 때 모두가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고 싸움이 일어난다. 이때 가장 연장자가 '팻물'이라는 말을 한다. 그때부터 물과 사람의 질서가 잡혀간다. '쌀 한 톨의 무게를 하늘도 땅도 농부도 안다.'로 끝나는 이 그림책을 보면서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우리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물은 우리 삶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고, 우리는 물에 대해 얼마만큼의 책임을 느끼고 있을까?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수돗물이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나오기까지 물의 긴 여정들을 생각하게 된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돌이켜보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사항은 급수전환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그런데 그렇다고 당장에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터진 땜 막듯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도관을 교체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명확하게 현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 또한 불편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겠다. 이번 인천 수돗물사태가 빠른 시일에 해결되어 마음 편하게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하겠다. 산 좋고 물 좋았던 그 시절의 우리나라가 그립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6-30 최지혜

[월요논단]한국영화 100년, 700인의 크리에이터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발굴위해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706명 배출올해 70여개팀 제작·해외진출 지원다양한 정책·창의성으로 동력 갖춰'미래 콘텐츠산업' 이끌어주길 기대한국영화가 100년이 되었다. 1919년 최초의 연쇄극 김도산의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지난 5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는 대내외 위상을 높이게 되었다. 한국영화는 부흥기와 침체기를 거쳐 1990년대 혼돈기를 지나면서 한국영화만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스크린쿼터의 사수 운동, 영화업종의 서비스 산업화,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 등 사회적 제도적 변화를 통해 산업화를 이루었다. 충무로에는 대규모 자본 유입으로 다수의 영화가 시스템 안에서 제작되는 계기가 되었고,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한 안정적인 배급과 흥행수익은 영화의 생산과 유통 구조를 확립하게 하였다. 영화산업은 대중적 오락의 범주를 넘어 경제, 사회, 문화 방면에서 폭넓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가장 큰 문화산업의 핵심 장르이다. 2019년 세계 영화시장 규모는 399억6천100만 달러로 2021년까지 연평균 4.4%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21년까지 스크린 수가 65.9%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영화산업은 2013년 전체 영화관객이 2.1억명을 넘어섰으며, 2018년 2억1천639만명으로 최근 10년간 37.8%의 성장을 이루었다. 매출액은 2017년 5조2천560억원을 기록하였으며, 이중 경기도가 7천256억원으로 전국 2위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남양주종합촬영소와 고양 아쿠아스튜디오도 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 등 다양한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어 영화산업 육성 인프라도 풍부하다. 2005년에는 경기영상위원회를 설립하고 영화·영상 제작과정 단계별 연계 지원을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하였다. 시나리오의 기획 개발부터 로케이션 촬영지원,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다양성영화 배급 및 상영지원, 찾아가는 영화관(상영회)과 우수영상물 외국어자막 상영지원 등 영상산업 육성과 다양성 영화·영상 문화 저변 확대에도 힘써오고 있다. 이중 경기필름스쿨페스티벌은 미래 영화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영화인으로서의 꿈을 키우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선배 영화인의 멘토링을 통해 시나리오, 연기, 촬영, 편집 등 영화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우수영화로 선정되면 페스티벌을 통해 상영회도 할 수 있다.이들 젊은 창작자들에게는 최근 영상 산업의 기술적 발전과 유통구조의 변화가 반가울 것이다. OTT플랫폼의 등장과 VR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분야는 비약적인 발전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는 콘텐츠는 그동안 영화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대자본의 정형화 된 콘텐츠의 틈새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작자의 활동영역도 재편되고 있는데 이제는 일반인도 콘텐츠를 만들고 향유하는 누구나 크리에이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유튜버로 대변되는 1인 크리에이터는 국경이나 민족, 세대에 구분 없이 자신만의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지원사업의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기존의 영화 산업과 창작자들이 새로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이에 경기도는 2016년부터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발굴을 위해 기초부터 실전수익화반 등 단계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담은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706명이 이 과정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되었으며, 올해에는 70여개 크리에이터 팀에게 제작지원과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100년의 영화 역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맞이할 100년의 영화·영상 산업에서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경기도가 추진하는 지원 정책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배양하는 새로운 동력이 되어 콘텐츠산업에 미래의 100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6-23 오창희

[월요논단]전광훈 목사가 복원하려는 이승만의 개신교 국가체제

"황교안, 이승만·박정희 뒤 이어야"타종교 참여 배제·부정선거 협력 등정권·개신교 밀월 역사 '망언' 입증불교 무시 논란 종교 갈등 부추겨…촛불혁명은 4·19혁명과 달라야한다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골몰하며 온갖 망언을 쏟아내는 동안 문득 하나의 물음이 생겨났다. 이승만 대통령이 쫓겨난 뒤 반혁명 세력은 어떠한 방편으로 생존을 도모해 나갔을까. 물론 자유당에 빌붙었던 이들이 4·19혁명 이듬해 벌어진 5·16군사쿠데타를 통하여 기사회생했다는 사실이야 전공 공부로써 어느 정도 알고 있다.예컨대 자유당 부통령 후보 이기붕을 낯 뜨겁게 찬양했던 '만송족(晩松族)' 문인 박종화, 김동리, 조연현 등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한국문인협회의 이사장을 여러 차례 역임하며 문단의 실권자로 군림하였다. 1947년 이승만에게 '우당 이승만전'을 지어 바쳤던 서정주가 문협 이사장 명단에서 빠졌을 리 없다. 한국문인협회는 군사정부가 공포한 포고령 제6호에 따라 1961년 12월 30일 결성된 문학인 단체이며, 김동리·조연현·서정주가 박정희나 전두환 등의 군사정권과 유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이들에게 5·16군사쿠데타가 어떤 의미로 다가섰는가는 조연현의 다음 문장을 통해 짐작할 수 있겠다.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장군의 지휘로 한강을 넘어온 일군의 군대는 무능과 혼란 속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위험한 우리의 조국과 현실 앞에 하나의 질서와 방향을 던져주는 신호가 되었다. 혁명의 성공으로 조국의 새로운 건설은 촉진하게 되었고, 혼란은 질서를, 분열은 통일을 가져왔다. (중략) 혁명의 성공에 의한 이러한 새로운 현실적 조건은 다른 모든 분야에 있어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문단에도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게 했다."(「내가 살아온 한국문단」)미완에 머무른 4·19혁명의 한계는 문단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일부 개신교 세력의 망언·망동을 보며 갖게 된 생각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피력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가 망언인 까닭은 이를테면 강성호의 '한국기독교 흑역사'(짓다)를 일독하면 금세 드러난다. 명예장로 이승만은 개신교 이외의 종교에 배타적이었으며, 이를 국가 운영에도 그대로 적용하였다. "이승만 정권은 타 종교의 참여를 차단한 채 군종제도와 형목제도를 도입하고, 국가의례를 기독교식으로 진행하고,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제정하고, 정치권력의 핵심부에 기독교 인사들을 포진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일종의 기독교 국가체제(Christendom)를 만들어갔다."개신교는 이승만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였으며, 부정선거에도 협력하였다. 자유당 지도위원에는 김활란, 모윤숙, 배은희 목사, 백낙준, 유호준 목사, 윤치영, 임영신, 이규갑 목사, 이윤영 목사 등 개신교를 대표하던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하였으며, 한국기독교연합회는 이승만 지지를 공개 표명하고 조직적인 지원에 나섰다. 부정선거를 총지휘한 내무부 장관 최인규는 교회 집사였고, 가톨릭 신자 장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이 나라를 바티칸에 팔아먹을 것이라고 마타도어를 만들어낸 이는 전성천 목사였다. 이는 이승만 정권이 시행하였던 '천주교 믿는 공무원들을 좌천시키거나 해고하는 차별 정책'과 호응 관계에 놓인다. 정권의 경향신문 폐간에 동의하고 나선 것도 개신교 세력이었다.이승만 정권과 개신교의 밀월 관계 복원 위에서 파악한다면 전광훈 목사의 망언·망동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황교안 대표가 장관을 제안했다고 했던가. 자유당 시절 교육부 장관, 내무부 장관으로 승승장구했던 최인규 집사의 선례가 있다. 문재인 정권이 "주체사상을 종교적 신념의 경지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종북·공산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지 않은가. 이승만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전성천 목사의 마타도어는 기꺼이 허용되었고, 정권의 지원까지 받았다. 황교안 대표로부터 촉발된 불교 무시 논란은 종교 갈등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개신교 국가체제로 나아가기 위하여 타 종교와의 성전(聖戰)은 부득이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다 보면, 미완에 머무르고 만 4·19혁명의 한계와 절박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수록 촛불혁명이 4·19혁명과 달라야만 한다는 생각은 더욱 절실해진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6-16 홍기돈

[월요논단]'개소리'를 넘어

거짓 알면서도 진실에는 관심없고정파적 이익따라 지껄이기만 하면문화·사회 붕괴 야만·폭력만 난무정치·언론·법·종교계로 퍼지는 소리새로운 계몽으로 '분열' 극복해야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정치가 잘못 돌아간다는 생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5년 코미디언 콜베어가 '진실스러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이런 현상을 비꼬았다. '진실스러움'이란 사실이 아닌 데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보이는 주장을 말한다. 이런 인식은 몇몇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듯하다. 프린스턴 대학의 철학교수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관하여'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27주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거짓말은 진실을 말하는 척이라도 하거나 또는 자신의 말이 틀렸음을 알지만, 개소리꾼은 진실 여부와는 아예 별개로 행동한다. 그들은 진실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다만 자신의 정파적 이익에 따라 '개소리'를 지껄일 뿐이다. 철학자가 현실정치의 치졸함에 끼어든 것은 이런 '개소리'가 진실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름에 대한 관심조차 외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짜와 망상이 현실이 된다.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면 그 문화는 결국 야만과 반인륜으로 치닫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정의나 공정, 연대나 배려 따위가 다만 언설에 그치고 혐오와 적대감만이 난무하는 것은 이런 결과 때문이 아닌가. 끊임없이 '개소리'를 말하다 보면 인간은 사라지고 다만 자신의 정파적 이익과 즉물적 욕망만이 정당화된다. 그때 그 문화와 사회는 부서지고 야만과 폭력만이 흘러넘칠 것이다. 그러니 작은 '개소리'라도 웃어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프랭크퍼트가 이런 도발적 글을 쓴 까닭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유럽 사회는 17세기 이래 역사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경제적 풍요와 함께 뒤이어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이끌어냈다. 이 놀라운 문화적 도약은 그 이전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 그들의 세계관과 체제를 전 지구화 시키는 토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유럽의 도약과 패권의식은 역사에서 보듯이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야만적 전쟁과 식민주의로 얼룩지게 되었다. 유례가 없었던 제국주의의 야만은 유럽 사회에 내재해 있던 몸과 마음의 분열, 욕망과 도덕의 갈등을 도외시할 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혼란을 유럽은 계몽주의를 통해 합리성과 반성 철학으로 극복했으며 이로써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자유, 민주정과 자본주의를 보편적 윤리와 체제로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칸트에서 보듯이 계몽의 철학은 인간이 지닌 이성을 보편화하고, 이를 스스로의 규범과 지성에 따라 사용하는 성숙함을 강조한다. 이런 이성적 성숙함이 결국 역사적 진보와 인간다움을 성장시켜 나갔다. 수많은 모순과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서구 근대가 이룩한 성취가 현대 세계의 보편적 이념으로 작동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 고뇌와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스스로 자유와 민주, 독립을 외쳤던 선조들의 목숨을 건 함성이 퍼져간 지 100년이 지났다. 이 정신과 규범을 현실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 삶과 사회는 퇴행할 것이며, 그나마 이룩한 경제적 성취조차도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경제적 풍요를 얻었지만 삶의 의미는 어디로 갔는가. 더 많은 경제가 아니라 더 좋은 경제,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로 가야 함에도 다만 그들만을 위한 경제성장을 외친다. 공동선은 무너지고 개인의 이익만 남은 사회를 부추기고, 끊임없이 허상을 되풀이하는 수많은 '개소리'들이 우리를 몰아세우고 있다. 이 소리를 웃어넘기면 그들은 이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망상이 현실이 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될지는 너무도 명확하지 않은가.근대 유럽이 그들 안에 내재한 분열을 계몽을 통해 극복했듯이 우리 역시 현재의 분열을 새로운 계몽과 공공성의 정신으로 넘어서야 한다. 다가올 시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그들에게서 오지 않는다. 우리의 길은 미답의 것이다. 그 가보지 않은 길을 이 '개소리'에 맡겨둘 수는 없다. 이 '개소리'는 정치를 넘어 언론과 법으로,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란 이름으로 이런 반인륜적 행태를 허용하면 그 행태는 곧장 사회적 일상이 된다. 혼란이 극대화되어 파멸이 가까워질 수도 있다. 그들이 과잉 지배하는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6-09 신승환

[월요논단]인디텔과 '타다'

거대 자본·기술로 AI·빅데이터등삶의 근본부터 변혁 시키고 있지만노동·행정은 아날로그시대에 멈춰현실서 원하는 일자리·경제살리기자치단체장들 비전 제시 실천 시급인디텔. 과연 그것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한때 지역정보통신망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정보통신의 선두주자였다. 1993년 재단법인의 인가 책임을 맡아 서울 광화문을 수십 차례 오갔다. 당시 인하대 배해영 외 14명의 교수와 조우성 부장, 안길원 회장과 지용택 이사장, 인디텔과 인하대 전산소 직원, 경기은행과 인천상공회의소, 인천시와 교육청 등의 헌신적 노력과 후원이 그립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달리 인디텔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인천 송도가 바이오의 메카로 떠오르는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만약 그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절제된 욕심,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 사업의 타이밍을 결정하는 판단력이 있었다면. 인디텔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현미 장관이 '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인디텔을 다시 생각한다. 유선의 시대에 기반을 둔 인디텔. 무선과 우주공간을 활용한 기술이 그렇게 빨리 도래할 줄 몰랐다. 유선 네트워크와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인디텔은 인터넷과 핸드폰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완패를 당했던 것이다.불행하게도 기존 택시나 자동차의 세상 또한 인디텔과 같은 숙명을 예감케 한다. 자율자동차와 공유차량의 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택시를 지켜야 하는 운전자들과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세계적 차원의 자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산업혁명시대의 기계화와 노동의 대립이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문제도 노동보다 기술과 자본의 우위성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거대 자본과 기술들은 AI와 빅데이터 등을 토대로 우리들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변혁시키고 있다. 자율자동차의 시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드론은 전쟁 현장을 누비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전쟁을 수행하는 현실이 영화가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킬러 로봇을 중지하라는 세계적 차원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다. 최근 UN 재래식 무기회의에서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책임의 원천으로서 치명적인 AI 시스템과 로봇 군인의 전장에서의 행동들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의 백악관 과학기술국도 EU집행위원회도 공정성, 책임성, 사회정의 차원에서 AI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과 인공 지능 시스템에 대해 전자 인격을 부여하려는 EU 의회의 제안을 따라야 하는가. 전자 인격을 통해 로봇에게 도덕적 책임, 인과 관계 책임,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인간들이 AI와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은 아닌가.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결과들이 우리 삶에 던지는 화두들이다. 그러나 '타다'를 둘러싼 갈등에서 보다시피 우리들의 노동과 행정 현장은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고 있다. 민선 7기가 출범한지 1주년이 되고 있지만 행정은 공약에 고착되어 있다. 최저임금과 김영란법으로 상징되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는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이 넘쳐난다. 기업, 자영업자, 학생, 노동자, 은퇴자 모두가 불만이다. 삶의 현장은 일부 교수들의 섣부른 이론이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시험하는 곳이 아니라는 분노가 넘실댄다. 이제 필요하다면 공약을 과감히 버리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들을 구사해야 한다. 시장이나 구청장과 군수는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다. 선출직에게 '공무원 같다'는 표현은 부정적 평가의 대명사이다. 규정만을 들어 재량권을 포기하거나 감사를 걱정하는 공무원들에게 휘둘려서는 안된다.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에게는 행정을 넘어 정치적 결단과 각종 수단을 동원하라는 시민의 명령이 담겨있다. 공약은 마지노선이 아니라 시민들에 대한 약속의 출발점이다. 왜 지금 새로운 희망 플랜이 필요한지. 기업인 마인드로 시민들의 요구와 삶을 되돌아보라. 정책의 집행결과 파생되는 경제적 이익과 특혜 논란을 두려워 마라. 경제가 없다면 삶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과 기업의 요구가 바로 일자리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과감한 비전제시와 적극적인 실천이 시급하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6-02 김민배

[월요논단]디지털플랫폼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아날로그 라이프스타일 '독립서점'아늑하고 개성있는 공간으로 '변신'도서정가제 강화로 가격경쟁력 차단온라인 불공정경쟁 반드시 규제해야맞춤형 서비스등 적극적인 노력 필요공유서비스의 등장으로 택시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5월 23일에는 지역언론, 지역언론시민단체, 지역언론학술단체 관계자들이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지역언론 차별을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통서비스산업과 지역미디어산업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 같다. 공유교통서비스나 뉴스매개서비스를 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공적 규제는 그것대로 필요하겠지만 뭔가 근본적인 대응도 필요할 것 같다. 디지털세계에 맞서는 아날로그 세계의 반격,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독립서점에서 지혜를 얻어 볼까 한다. 최근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독립서점 여러 곳을 방문했다. 3월 어떤 일요일. 인적이 거의 없던 마을에 들렀을 때, 독립서점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진풍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독서모임, 영화모임 등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의 독립서점에서는 지역 도시재생 등 지역이슈나 지역문화관광에 관련된 자료들이 보기 좋게 배치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독립서점은 디지털플랫폼과 온라인 쇼핑에 대한 아날로그적 반격의 기점일까. 오프라인 서점은 음반판매점과 함께 소매유통산업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1995년 제프 베제스의 아마존,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WebFox부터 온라인서점서비스가 등장했다. 아마존은 상품의 다양성과 가격으로 대형서점 체인과 독립서점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아마존은 이제 세계 최대의 쇼핑몰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함께 플랫폼 제국을 형성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데이비스 색스의 말처럼 서점은 '쇠퇴', '죽음', '종말', '수명이 다한' 따위의 수식어와 함께 했다. 절망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회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독립서점은 미국서점연합 가입 서점을 기준으로 하면 2009년 1천650개에서 2014년 2천227개로 증가했고 독립서점 체인도 성장하고 있다. '퍼니 플랜'의 조사에 따르면 운영 중인 우리나라 독립서점도 2015년 97개에서 2018년 418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서점과 같은 오프라인 소매유통점에서 방문자들은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그 공간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얻게 된다. 독립서점은 아날로그를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로 제공하는 아늑하고 멋진 공간이다. 책을 잘 아는 친절한 판매원과 잘 고른 책이 있고 독서모임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개성 있는 공간이다. 데이비스 색스에 따르면 독립서점은 아마존이 약점으로 여긴 물리적 공간, 판매원, 제한된 도서를 모두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립서점은 온라인서점의 알고리즘으로 변환되지 않는 판매자와 고객과의 책 추천 대화로 형성되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인터넷서점의 미리보기나 검색 기능을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이 글의 바탕이 된 데이비스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도 지역의 독립서점에서 우연히 구입한 것이다. 독립서점을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점의 콘셉트에 맞게 책을 선택하고 분류·배치하는 서비스를 한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도시는 서점과 같이 시민이 모일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들의 집합체라고 한다. 독립서점 중 상당수가 독서모임의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독립서점의 성장세는 출판시장의 주요 소비자인 40대와 50대의 옛것에 대한 향수 덕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도서정가제 강화로 거대 온라인서점의 가격경쟁력을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개성적인 독립서점은 개인화된 소비 트렌드에 잘 따라갔다. 서비스산업과 지역미디어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을 거부할 수 없다. 독립서점의 사례에서 봤듯이 디지털플랫폼이나 온라인유통산업의 불공정한 시장경쟁에 대한 공적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고객과의 실제적 관계와 공간 경험, 맞춤형 서비스 등 아날로그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5-26 이용성

[월요논단]다시 찾아온 오월

39주년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지난사건들 다르게 기억되곤 하지만근본적 사실은 물처럼 변하지 않아치유·화해·용서로 희망의 5월 되길같은 시간을 살아왔음에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된다. 오월은 유난히도 기억할 것이 많은 달이다. 가정의 달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기념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가족모임과 감사를 전하는 자리로 채워진다.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들로 가득한 시간이다. 지난 토요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느덧 39회째를 맞이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픈 사건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지울 수 없기에 더욱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는 1980년 5월 18일에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을 '광주사태'라 기록하고 있다. 마치 지록위마(指鹿爲馬) 격이다. 사슴을 말이라 주장하고 스스로 영웅시한다. 중국 진나라 때 환관 조고가 지록위마를 계기로 그의 권력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영원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거짓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최근 김용장 전 주한미군 정보요원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980년 5월 21일 낮 12시를 전후로 K57(광주 제1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숨 가빴던 당시 오월의 기록이 김현경(예비역 육군중령)씨로부터 세상으로 나왔다. 당시 20살이었던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김현경 학생은 시민군으로 도청에서의 열흘 동안의 체험을 기록한 대학노트를 공개했다. 잘못된 기록은 지우개로 지우고 진실된 기록들은 지워지지 않는 연필로 다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오월에는 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한다. 평생을 불굴의 의지로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투쟁 같은 삶을 살다 2009년 5월 23일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서거 10주기를 맞이하는 우리는 정치적 측면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서 다른 시점으로 다가간 기록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영화 '물의 기억'(진재운 감독)이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온 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개구리 잡고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실천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거짓말처럼 생태계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물은 모든 걸 기억한다. 그가 꿈꾸었던 '생명농법'을 중심으로 물이 주는 생명력과 순화, 자연의 기적을 동물과 식물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담아냈다고 진재운 감독은 말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해보게 하는 다른 시점의 기록이다. 스페인의 비교종교철학교수이자 신부였던 라이몬 파니카(Raimon Panikkar. 1918~2010)는 물을 모든 것의 기원으로 보면서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물이 비록 오염되어 변형된 것 같아 보일지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은 봉하마을 생태농법에서 10년 사이 다시 살아난 물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물방울이 바다에 떨어지면(라이몬 파니카 원작, 엔스 키스텔 브랑코 지음/권혁주 옮김/한울림어림)'그림책에서 라이몬 파니카는 말한다. '물은 살아 있어요.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습을 바꾸어도 물은 언제나 물이에요'.우리들의 기억에 존재했던 지나온 사건들이 사실과 다르게 기억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본연의 사실은 물처럼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능사는 아니다. 진실된 규명으로 서로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물이 다시 살아나듯이 상생(相生)해야 할 것이다. 치유, 화해, 용서의 꽃을 피워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하겠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또다시 5월이 찾아온다. 다시 찾아오는 5월은 아픔의 오월이 아니라 희망의 오월이 되길 바란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5-19 최지혜

[월요논단]경기도 게임, 내일은 맑음

11회 맞은 '플레이엑스포축제' 성황道, 中企·e스포츠·마이스산업 연계4년간 게임산업 육성 533억원 투자국내·외 민간파트너들과 협업 확대기술·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나흘간의 게임 축제가 막을 내렸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PlayX4(이하 플레이엑스포)는 지난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하여 10년간 50만9천593명이 다녀갔고 국내외 3천570개사가 참가한 종합 게임행사로 거듭났다. 플레이엑스포는 인디게임과 상업게임을 동시에 체험하고, 게임 산업 종사자와 게임유저가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게임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연중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매년 플레이엑스포라는 종합 게임쇼를 치러오면서 게임의 오늘을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의 미래도 함께 그려보게 된다. 연초부터 구글, 애플,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은 앞다투어 신기술 기반의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금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9'(Game Developers Conference 2019)를 통해서 미래의 게임은 어떤 모습일지 확인할 수 있었다. GDC 2019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5G 기술이다. 5G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하여, 특정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던 게임을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도록 시공간의 확장성을 부여한 것이다. 실내에서 PC와 콘솔로만 즐기던 고사양 게임을 다양한 휴대용 플랫폼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게임의 토대가 된 것이다. AR(증강현실) 기술을 게임으로 구현한 '포켓몬GO'의 세계적인 성공은 기술을 바탕으로 현실과 게임이 융합하면 어떤 모습이 될지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AI(인공지능) 기술 또한, 게임 내 가상 캐릭터에 실시간 반응성을 부여함으로써 게임과 게임유저가 일체화되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과거 90년대 국내 게임들은 게이머가 집에서 혼자 컴퓨터를 상대로 즐기는 게임에서 시작되었다. 20년이 지난 오늘의 게임은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수십 명이 동시에 접속해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어울리는 게임들이다. 게임을 즐기는 공간과 방식, 상대하는 대상까지, 과거의 게임과 현재의 게임은 같은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플랫폼과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새로운 놀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적 진화를 바탕으로 미래의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과 여가문화를 바꾸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기다려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경기도는 지난 30일 '경기도 게임 산업 육성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특히 중소게임기업 집중지원과 e스포츠육성, 마이스산업과 연계한 산업생태계 활성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533억원을 투자한다. 해당 정책을 통해 경기도에서 개발되는 게임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기술과 만난 게임이 미래 산업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높은 관심이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e스포츠 산업의 육성 정책에도 가속화를 붙일 전망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문화부와 함께 지역 게임 산업 육성을 추진하며 차세대 게임 산업의 생태계를 일구어 왔다. VR(가상현실)/AR뿐 아니라 웹툰IP와의 융합, 기술 기반의 콘텐츠 제작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게임아카데미 '오픈세미나', '글로벌 콘퍼런스'를 통해 국내외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융합을 지원함으로써 게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또한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VR/AR 게임, 체감형 시뮬레이터, 5G기반 게임을 전시하는 등 차세대 게임 콘텐츠 발굴에도 노력을 하고 있다.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결과적으로 기술과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지원 사업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ETRI, 네이버웹툰, 라인, 카카오 등 국내외 민간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게임 산업의 미래를 준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벌써 내년 게임 행사를 위해 다음을 고민하고 있을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경기도 게임 산업의 내일을 응원한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5-12 오창희

[월요논단]인간의 도리와 귀환한 동물국회

문의장 '성추행 주장' 임의원설령 법정에서 승리한다 한들국민은 '별개의 정치심판' 할 것인간과 동물의 변별성은 품위'수신'이야말로 유력한 방편어릴 적 동네 어른께 3여년 동안 붓글씨를 배웠다. 처음에는 돼지털 붓으로 시작하였으나, 시간이 지나 황모(黃毛) 붓·노루털 붓으로 바꾸었던 기억이 난다. 일정 수준에 오르자 글씨 연습은 한글에서 한자로 옮겨갔다. 이후 유독 반복했던 글자가 '삼강오륜(三綱五倫)'과 관련된 덕목 그리고 '인의예지(仁義禮智) 효제충신(孝悌忠信)'이었다. 선생님께서 쓰라고 하셔서 썼을 뿐, 그 의미를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이 있고, 따라야 할 도리가 있다." 선생님께서도 다만 그 정도로 설명하셨던 듯싶다.삼강오륜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내 나이 이립(而立) 즈음, 최봉영의 '주체와 욕망'을 읽으면서였다. 나를 존재케 한 분들이 부모이니, 부모의 은혜를 잊어서는 아니 된다. 선비에게 직업 세계로의 진입이란 출사인바, 왕을 정점으로 하는 그 세계에서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같지 아니하므로, 그 차이를 알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예컨대 부위자강(父爲子綱),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이란 그러한 관계들의 교차 가운데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 나가라는 지침이었던 것이다.근대 체제의 작동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이는 실로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우선 자유로운 개인을 전제로 한다. 홀로 떨어져 존재한다면 완전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을 터이나, 실상 그는 사회 내에서 다른 개인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사회계약에 따라 자유가 제한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떤 개인에게 허용된 무한한 자유는 필연코 다른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개인은 계약 사항, 다시 말해 법의 울타리만 넘어서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반면 우리네 선인들은 자유로운 개인에 앞서서 마땅히 따라야 할 도리를 강조하였다. 도리가 부각되었던 까닭은 이 세계를 관계들의 총합인 통체(統體)로 전제하였기 때문이다.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을진대, 어찌 그 관계를 전제치 않는 자유로운 개인을 상정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의 자리를 규정하는 관계가 그 하나로 한정될 리 만무하다. 이로써 개인은 통체의 부분자(部分子)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부분자는 선재하는 도리의 체득을 위하여 힘써야 했다. 수신 주체인 개인이 근대의 주체인 개인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요즘 국회에서 생산하는 뉴스를 접하노라면, 최소한의 수신마저 증발해 버린 정치권의 민낯을 확인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민의의 반영으로부터 성립함은 상식에 속한다.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 승자독식 구조에 갇혀 있으니, 다양한 민의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려는 변화는 당연히 모색되어야 한다. 각 정당의 손익계산이야 피할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이러한 대전제는 마땅히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이와 관련된 논의에 딴죽 걸면서 밖으로만 빙빙 내 돌았다. 지금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데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은 패스트트랙 적용이 위법하다고 사생결단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적법성 여부야 따져볼 수 있겠으나, 볼썽사나운 동물국회의 귀환은 동의하기 어렵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본다고, 폭력성을 앞세운 동물국회가 준법에 근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는 동물국회를 막장으로 이끌고 있다. 영상을 보면, 그녀는 끌어안듯이 두 팔을 활짝 펼치고서 "나 건들면 성추행"이라며 국회의장을 몰아붙이던 상황이다. 우르르 몰려들어 국회의장을 겁박하던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성의원들이 나서라" 소리가 흐르기도 했다. 국회의장이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으니, 일견 그네들이 이긴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켜보는 국민들은 임 의원이 목소리 높여 피력하는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과 모멸감"의 진정성을 어찌 생각할까. 판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한다. 설령 법정에서 임 의원이 승리한다고 한들 국민들은 그와 별개로 정치적 심판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선인들은 왜 하필이면 스스로를 수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려고 했을까. 한낱 동물에 불과한 인간이 여타 동물과 변별되는 품위를 획득하기 위해서이다. 수신이야말로 인간의 품위를 확보하는 가장 유력한 방편일 수 있다. 동물국회를 보면서 내린 나의 결론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4-28 홍기돈

[월요논단]지금 여기서!

위기 의식·시대정신 못 읽는 정부정략적 이익 매몰돼 역행하기 때문시민들 새 정치·사회체제 원하기에정의·평화·공공성 '재개혁' 필요삶의 원칙·행동 우리가 결정할 때대통령은 해외순방 중 이미선 판사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했다. 그 이전 국회청문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관들은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법한 사안이 없었기에 임명 자체가 불법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왜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감행한 것일까. 이미 3년 전 새로운 정치와 체제 개혁을 요구한 시민들은 이들을 심판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어야 할 그들이 오히려 갈수록 기세를 높여가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벌써 3명 중 1명의 국민이 이미 사라졌어야 할 수구 반동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아무런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배반하고 있다. 역사와 정치는 퇴행한다.원인은 이 정권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며, 다만 그들의 정략적 이익에 매몰되어 역행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저하는 동안 시민들은 공정과 공의, 공공성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세월은 거꾸로 가고 있다. 몇 번에 걸쳐 경고하고, 촉구했지만 다만 정권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현상이 그 결과다. 여전히 정권창출 따위의 정략적 발언만이 난무한다. 고위공직자 청문회가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불법은 없었지만, 공평과 공정도 없었다. 그 행동은 우리가 원한 새로운 정치와는 전혀 다르다.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아내가 해서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신임 헌법재판관은 남편이 해서 모른다고 한다. 월급을 받고 사는 나는 통장 채로 모든 재정을 아내에게 맡기고 있다.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재촉받고 책임져야 하는 데서 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사회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그분들은 남편과 아내가 다른 살림을 사는 듯하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정치며, 그를 통한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촛불로 외치고 집회를 통해 요구하고 선거로 심판해도 불공정한 이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체제를 바꾸라는 데 얼굴만 단죄한다. 그 자리에 그들이 대신 자리할 뿐이다. 시민을 뺀 그들만 "우리"가 된다. 개혁을 말하는 데 정권창출로 대답한다. "가만히 있으라!" 5년이 지났음에도 세월호는 계속된다. "각자 도생!" IMF 구제금융 사태의 교훈이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삶의 지혜로 작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장자연,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은 꼬리 자르기에 그친다. 그동안 시민들이 학습한 결과다. 법조계는 지금처럼 유지된다. 주류 언론은 여전히 그런 수준일 테고, 반종교적 종교와 반교육적 입시, 반지성적 대학도 계속된다. 재벌이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편한 진실은 계속된다. 얼굴은 바뀌지만 체제는 지속된다. 이익의 독점도 여전하다. 한국당이 불공정하고 염치없게도 노골적으로 자신의 특권을 지킨다면, 민주당과 이 정권은 덜 불공정하게, 덜 불의하게 그들의 이해관계에 골몰한다. 이들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 낮의 정치는 법을 말하고 밤의 정치는 이익을 마신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공정과 공평, 공의로움이다. 시민은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사회 체제를 바란다. 우리는 그들의 부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부를 원한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촛불을 들어도, 선거를 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다시금 개혁과 변혁이 필요하다. 지금은 잊힌 말들, 정의와 평화와 공공성을 말해야 한다. 그들이 빼앗은 올바름과 부끄러움을, 사람다움을 되찾아야 한다. 그들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해야 한다. 이 지옥을 만드는데 우리조차 거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돌아서야 한다. 경제적 안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곧 불의하고 불공정한 부가 아님을 말해야 한다. 경제만 보면 사람과 삶은 사라진다. 인간다운 삶, 행복한 일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들이 아닌 우리가 삶의 주체기에 삶의 원칙과 행동을 우리가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지금 여기서! 그 길이 사람다운 삶, 인간다움을 생각하고 배우고 행동하는 데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4-21 신승환

[월요논단]WTO 역전승과 향후 과제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 수입 금지일본, 한국만 대상으로 WTO 제소최종심 승소했지만 배울 점 있어국제기구 인재육성 정책 추진 등양국간 문제 대응전략 재점검 기회일본에 역전승. 우선 우리 식탁과 검역주권을 지켰다는 안도감이 든다. 한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후쿠시마 인근 농수산물 수입을 금지하였다. 2013년 9월에는 후쿠시마를 포함한 주변 8개 현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수입금지 특별조치를 했다. 그러자 일본은 2015년 5월 한국만을 대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와 지역은 54개에 달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1심에서는 일본이 그리고 최종심인 2심에서는 한국이 승리하였다. WTO 상소기구는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막판 '역전패'를 당한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일본 NHK와 신문 그리고 통신들은 관련 내용을 속보로 전했다. 일본은 WTO에서 승소하면 이를 계기로 23개 다른 나라와 규제 철폐를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었다. 사실 일본은 원자로와 방사능의 후유증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안전한 일본을 홍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이 패소에 당황하는 것은 그러한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제적 위상이 한국보다 높다고 생각했던 자신감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동안 일본은 세계적인 기구나 단체들에 정기적으로 인재를 파견하거나 주요 직책에 선출되도록 지원해 왔다. 국제적 기관에서 그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의 전략은 매우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다.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목표도 있다. 그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본은 분쟁의 국제화를 시도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독도에 대한 도발과 영토의 분쟁화도 국제적 기구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에 기초한 전략이다. WTO가 일본 언론이나 정부의 예측과 달리 한국의 손을 들어주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승소가 바로 식탁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10년에 비해 작년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3만4천904t으로 58.5% 감소하였다. 하지만 일본산 가오리는 1천509t으로 250배, 방어는 1천570t으로 100배 이상 수입이 급증하였다. 최근 5년간 적발한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행위는 349건이다. 러시아산으로 거짓표기하거나 표시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일본에게 승소를 했다는 것과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지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이 WTO에서는 승소를 했지만 일본이 구사한 이번 전략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일본처럼 한국도 국제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국제기구나 단체 등에 인재를 키우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각종 분쟁에 대비하여 한국의 전문가들이 국제기구 등에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최신 기술의 표준화를 위해 관련 기관을 선점하는 정책을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술의 표준화가 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다른 한편 일본처럼 국제분쟁에 대비해 선공을 하는 전략도 추진해야 한다. 2028년 종료예정인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이 그것이다. 1978년 발효 이후 2010년까지는 공동개발과 낮은 단계의 공동연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의 조광권이 2017년에 종료한 후 일본은 공동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추후 해양경계협정에서 일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협정에 따른 공동개발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조광권자 지정절차를 진행하면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2025년부터 일본은 종료 통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일간 해저자원의 공동개발이 목표이지만 협정이 2028년도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일방탐사도 고려해야 한다. 향후 국제중재재판을 통해 협정위반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들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역전승을 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한·일간 헝클어진 문제들을 대응하는 각종 정책과 전략들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4-14 김민배

[월요논단]지역언론·포털 상생관계 구축, 더 기다릴 수 없다

페이스북, '뉴스 사막화' 개선위해지역뉴스 우선 노출 알고리즘 변경다양한 지원 정책 지속 추진 '주목'네이버 등 지방언론 전용공간 마련협력관계 만드는 계기 되길 바란다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4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 서비스에서 지역신문을 구독할 수 없는 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네이버 등 포털이 지역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포털의 인터넷 홈페이지 및 모바일 첫 화면에 지역언론 기사 게재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16일에는 전국 주요 지역일간지 발행인으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지역언론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페이지 개편과 뉴스검색 알고리즘 개편으로 지역언론 기사는 노출이 힘들어졌다. 우리나라 뉴스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의 지역언론 배제는 디지털 공론장에서 지역언론 추방과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역언론이 거대 뉴스유통사업자인 네이버를 집중 성토하고 있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사업자이자 뉴스유통사업자로 볼 수 있는 페이스북은 지역언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많은 지역신문이 폐간 위기에 직면해 있고 지역신문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뉴스사막'이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지역뉴스가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변경했다고 한다. 지역공동체 관련 뉴스에 노출 우선순위를 준 것이다. 포털에서 지역신문 기사가 제대로 노출되길 원하는 우리 지역언론에게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네이버의 알고리즘 변경으로 지역신문의 단독보도와 1보 기사가 포털의 검색 첫 화면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50%가 플랫폼 내에서 더 많은 지역뉴스와 정보를 원한다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미디어 블로그를 통해 2017년 2월부터 성공적인 지역뉴스 사례를 '스포트라이트 온 로컬' 시리즈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또한 '오늘의 지역 소식' 뉴스 피드를 통해 지역뉴스와 정보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능은 2018년 11월 미국과 호주 내 400개 도시로 확대됐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지역신문을 위한 공간을 요구해온 지역언론에게 부러운 소식이다. 페이스북은 지역뉴스를 위한 재정 지원도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8년에는 지역신문의 디지털 구독 확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5일 페이스북 미국 본사는 3억 달러를 출연하여 지역 뉴스를 지원하는 공익단체의 서비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등 지역뉴스의 파트너십과 구독모델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지역언론사가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기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지역언론 지원을 위한 600만 달러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기금으로 지역언론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80여 명을 채용하여 2년간 지역언론사에 배치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지원방식은 우리 지역언론에게도 효과적일 것이다. 거대 플랫폼기업에 대한 비판여론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기업이자 뉴스 유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서 언론에 대한 지원은 공익적 책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네이버 등 포털이 지역언론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기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관련 법 개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가 지역언론과 협력체제 구축에 의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19년에는 네이버 등 포털과 지역언론이 상생시스템을 구축되는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네이버 등 포털이 뉴스 메인 페이지에 지역뉴스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지역언론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길 바란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9-04-07 이용성

[월요논단]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정책

고수익 올리려는 '태양광발전사업'자연·생활 등 환경영향평가 없이무분별 시설 설치 많은 문제 발생미래위해 친환경에너지 필요하지만서두르지 말고 철저하게 조사해야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에서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정부와 기업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일반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정책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개인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서 사용하고 남는 전력을 다시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아주 작게는 도시의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자체의 보조금을 통해 저렴하게 설치가 가능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내면서 화석 에너지나 원자력 에너지의 비중을 줄여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최근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마을 한가운데 4천950㎡ 가까이의 고구마밭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온 마을이 시끄러워졌다. 마을 사람들 불만은 다각도로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농사일을 해오던 우리들의 삶의 자리가 태양광 패널로 가득 채워져 자연 경관을 해치는 게 싫다', '땅이 좋아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와 집 짓고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집 앞에 태양광 발전 사업이라니 날벼락 맞은 것 같다', '검증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전자파나 유해물질로 마을이 오염되면 어떻게 하냐' 등등. 이것은 우리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양광발전 사업으로 고수익을 창출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러 마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정부에서 권장하고 있고, 친환경 재생에너지라 불리는 태양광 발전 사업이 마을에 분란을 만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우선은, 정책 시행을 위한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에 앞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고 있지 않다. 우리 마을에 태양광 발전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부지는 농림지역으로 농가와 주택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주택에서 불과 50m도 떨어져 있지 않고 고구마 등 밭농사를 짓는 밭과도 바로 붙어 있다. 사업의 시행으로 영향을 받게 될 자연환경, 생활환경, 사회 및 경제 환경 등의 전반적인 사전 평가가 필요하다. 대기, 물, 지반 반사광, 생태계, 경관, 폐기물 등 구체적인 항목까지 고려되어야 하겠다. 처음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시작할 때는 건물 옥상, 옥외 주차장 지붕 등의 유휴 공간을 이용해서 설치했었다. 그런데 태양광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며 시설을 설치하여 산사태가 일어나기도 하고 농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농사를 그만두고 버섯 재배사를 위장해 허가를 받기도 한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얻기 위해 자연이 훼손되고 마을 공동체가 파괴된다면 그것이 진정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있을까? 쉽게 빨리, 무분별하게 가는 길이 과연 좋을까? (지름길 /도널드 크루스 지음/이주희 옮김/논장)라는 그림책이 그 답을 말하고 있다. 어두워지는 시각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기 위해 넓고 안전한 길로 가지 않고 좁고 위험한 기찻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일반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은 아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큰길의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 기찻길을 따라가다가 예상치 못한 화물기차를 만나게 되고 다행히 위험으로부터는 긴박하게 피해서 무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지름길로 가지 않았어요'라고 아이들은 독백으로 말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할지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 과연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조금 늦게 가더라도, 조금 덜 이루더라도 철저한 조사와 환경평가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9-03-31 최지혜

[월요논단]콘텐츠에 봄이 오나 봄

올해 유통·플랫폼 많은 변화 예상中企 기술·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청년 창업 '클러스터 생태계' 조성'자유로운 창작' 다양한 기회 제공'일자리 창출과 풍요로운 삶' 기대춘분(春分)이 지났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봄을 맞이하면서 새로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의 선조들은 처음, 새것, 새로운 일 앞에 모두 '新'(새로울 신)을 붙였다. 영어의 'new'라는 단어도 전에는 없던 것이 최근에 생겼거나 만들어졌거나 도입된 것을 지칭한다. 경기도에서는 민선 7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했다. 새로움의 사전적 정의가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는 것'임을 비추어볼 때 슬로건에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실현되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경기도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차별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 억울함이 없는 세상. 소외된 이들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기회가 토양이 되어 성공으로 이어지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출발인 것이다. 예전보다 사회가 가진 자본의 양과 기회는 늘어났는데도 모두가 결핍을 느끼는 세상에 대한 대안이 되기 위함이다. 새로움에 공정이란 가치가 더해져 부조리함이 물러나고 약자도 보호받는다면 모두의 삶이 풍요롭게 향상될 것이다. 그렇다면 콘텐츠에게 있어 새로움은 무엇일까. 올 한해 콘텐츠 산업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과 플랫폼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AI 기술 주목과 함께 오디오북 콘텐츠가 증가하고 공간 기반의 출판 콘텐츠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다. 웹툰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속화되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대중음악과 만나며, '보는 게임'(게임 플레이 스트리밍)이 고려된 게임제작 환경의 변화가 예상된다.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겨냥한 작품 기획이 활성화되고, 1인 마켓의 성장과 함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활성화, 5G 네트워크 시대가 여는 AR/VR 캐릭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장르와 플랫폼을 넘어 기술과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융합하며 발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대내외 변화 속에서 경기 콘텐츠에도 새로움이 있다. 첫째,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여 기술 융합과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를 위한 '콘텐츠 산업 혁신 성장'을 지원한다. 영상, 음악, 출판 등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산업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투자 지원, 글로벌 진출 등 중소 콘텐츠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는 지원에 나선다. 책 생태계 활성화, 인디음악 뮤지션 발굴을 지원하는 인디스땅스, 거대 자본에 대안이 될 인디영화 상영배급 지원, 게임 산업 및 VR/AR 산업 육성이 그것이다. 둘째, 지역의 기업, 인재, 학교 등 각 플레이어가 공정하게 협력하도록 지원하는 '콘텐츠 지역클러스터 생태계 활성화'를 꾀한다. 지역별 콘텐츠 산업의 특성에 맞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통해 장기적인 지역 발전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청년 인재의 창업과 성장을 도와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청년들이 창업을 준비하고 스타트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판교, 광교, 의정부, 시흥, 고양에 이어 6번째 혁신 클러스터 공간도 조성된다. 셋째, 도민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한 콘텐츠 창작과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풍요로운 콘텐츠 창작·향유 기반을 조성'한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만들고 소외 계층의 지역민들도 차별 없이 최신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찾아가는 영화상영,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육성, 지역 미디어센터 운영, e스포츠 대회 출전지원, 경기 메이커스 활성화 지원을 통해 모두가 콘텐츠를 향유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와 함께 정보시스템 고도화 및 사업데이터 축적을 통해 내외부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도정 가치를 실현하는 콘텐츠산업 선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새로움이란 언제나 설레고 즐겁게 기다려지는 일이다. 하지만 새로움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치열한 혁신과 과정에 충실한 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경기도의 콘텐츠 산업이 새로움과 공정함을 통해 창조성에 기반을 둔 일자리 창출과 도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9-03-24 오창희

[월요논단]좀비의 활보·가짜뉴스의 범람과 우리 사회의 비극성

비극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인과관계·역사모순 형상화 탁월반면 국내 이념형 마타도어 횡행5·18관련 전두환·김진태 등 뻔뻔나경원 강성발언 개연성 확인안돼고대 그리스의 최고 비극 작품은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다를 터,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전범으로 꼽고 있다. 플롯·장소·시간의 통일이 잘 이루어졌다는 것이 근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중에서도 특히 플롯에 주목하였다. 인물들의 행동이 상호 인과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있으므로 개연성과 필연성을 획득하였다는 것이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았으니 발견이 나타났고, 애초 기대했던 바와 상반되는 결과가 펼쳐졌으니 급전 또한 끌어안았다는 점도 고평 되었다. 공포와 애련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발견과 급전인바, '오이디푸스 왕'은 이를 구현하였다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이다.반면 헤겔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최고의 작품으로 내세운다. 역사 전환기에 나타나는 모순을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으로 집약하여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혈연에 입각하여 안티고네는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주검을 매장하고자 한다. 이는 부족사회의 윤리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폴리네이케스는 매장 금지의 죄를 짓고 죽었다. 따라서 크레온 왕은 매장을 불허하는데, 이때 크레온은 국가법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된다. 한편 사적 층위에서 안티고네와 크레온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과 약혼한 여성이 안티고네였던 것. 결국 크레온에 맞섰던 안티고네, 사랑 잃은 하이몬, 아들 하이몬을 상실한 에우리디케는 차례대로 죽음에 이른다. 그러니 헤겔은 충돌하는 역사 이행기의 두 이념이 등장인물의 전형으로 얼마나 성취되는가의 관점에서 비극을 이해하였던 셈이다.문득 그리스 비극을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이 도무지 현실로서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1987년 6월항쟁이라든가 2016년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의 정착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고 여겼더랬다. 그런데도 어떻게 역사의 뒤안길로 진작 사라졌어야 할 이념형의 마타도어가 버젓이 횡행하고, 이를 방관 혹은 묵인하는 세력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보건대, 5·18 당시 발포 명령을 내렸느냐는 물음에 "이거 왜 이래!" 목소리 높인 전두환 씨는 한낱 좀비에 불과하다. 5·18 북한군 개입설의 후원자를 자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역시 좀비에 감염된 좀비일 따름이다. '햄릿'의 망령은 그 억울함만 해명되면 다시 출몰하는 일이 없을 터이나, 저들 좀비들은 대체 어찌 처리해야 하나. 우리 정치의 비극이 바로 이 지점에서 부각된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이은 강성 발언들 역시 지극히 퇴행적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은 개입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의 문제이다. 그런데도 이를 다양한 해석 가운데 하나로 정리해 버리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데 머무른다. "선진국에는 비례대표제가 없다"라고 주장하였는데, 37개의 OECD 가입국 가운데 24개 나라에서 비례대표만으로 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즉 나경원 대표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거짓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의원 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 정신에 반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면 "의원 정수가 무한히 확대될 수 있다."대북 정책에 관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극적인 변모에서는 어떤 개연성도 확인할 수 없다. 2016년 6월 비핵화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요구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제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일관된 우리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통일정책을 만들어 가야 된다"고 주장했던 나 대표다. 그러한 나 대표가 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딱지를 붙여대는 것일까. 책임지는 정치인이라면 그러한 인식 변화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이 뒤따라야 하겠다. 해명이 없어서야 그 독기 어린 비난이 실상 전형적인 내로남불에 불과하며, 나 대표는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겠기 때문이다.죽은 폴리네이케스가 걸어 다니면 '안티고네'는 성립할 수 없다. '오이디푸스 왕'이 가짜뉴스의 희생양이었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고평했을 리 만무하다. 좀비가 활보하고 가짜뉴스가 뻔뻔하게 유포되는 지점에서 우리 사회의 덜 떨어진 비극이 펼쳐지고 있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9-03-17 홍기돈

[월요논단]위선을 넘어 성찰로

반성않는 일상 우리사회 퍼져 있어5·18 망언·한유총 사태·사법농단불의 용납하면 되풀이 하게 만들어아프지만 '치욕·모순' 성찰하는 일우리를 충만함·행복으로 이끌어18세기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세계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유럽이 세계 문명의 방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으며,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과학기술 혁명의 결과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세계는 그야말로 인간의 시간과 공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는 그 이전의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폭력과 야만의 시간이기도 했다. 이 모두는 17세기 이래 유럽이 이룩한 근대의 혁명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은 이 근대 혁명을 누구보다 빨리 습득함으로써 유럽 밖에서는 유일하게 그 문화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데 성공했다. 아쉽게도 그들은 유럽의 죄악조차 답습했다. 이 모든 역사의 격동을 겪어낸 것이 우리의 지난 100년이었다. 그 야만과 폭력의 시간을 버티고 견디면서 그럼에도 인륜과 자주를 갈망했으며 나름의 물질적 풍요와 성공을 이룩한 시간이 또한 지난 100년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지난 시간은 역사에서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변화와 전환을 경험한 때였다. 그 역사와 그 삶을 되돌아보는 작업은 지금의 삶과 내일의 시간을 위해서는 결정적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과 전망에 있다. 뼈저린 후회와 자괴감이 들지언정 잘못된 역사를 성찰하는 작업, 직면하기 싫지만 그럼에도 나아갈 길을 위해 차디찬 지성과 열망으로 전망하지 않을 때 우리 삶은 다시금 나락으로 빠져들지 모른다.청산하지 못한 역사와 반성하지 않은 일상이 우리를 옥죄는 현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5·18 광주에서의 학살을 부정하는 망언은 결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반인륜적이며 야만적인 부정을 정략적인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다시금 이런 패륜과 폭력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우리 삶이 왜 지옥 같을까. 이런 야만과 불의를 용납했기에, "여기서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벌써 사라졌어야 할 정치적 모리배가 국회란 배경을 무기로 앵벌이 노릇을 계속하고 있다. 한유총 사태는 조기에 수습되어 사안이 해결된 듯이 보이지만 이 사태 뒤에는 맹목적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립이 자리한다. 교육의 공공성은 물론, 재산권의 자유를 공동선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립해야 할 기회임에도 단순히 한유총 해체만으로 이 사태를 덮어두어서는 안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사법농단 문제는 법치국가라는 우리 사회의 본질을 부정하는 일임에도 지금의 대응을 보면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는가.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정략적 보도를 일삼은 언론의 반사회적 태도와 의도적 무지를 넘어서지 않은 채 어떠한 밝은 미래도 전망할 수 없다. 지금처럼 부서지고 망가진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공정한 사회와 미래를 바라는 엄청난 착각이 어떻게 가능할까. 각자가 원하는 삶의 의미와 행복은 물론, 최소한의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면서 지금의 교육체계와 폭망한 학문을 방치하는 현실은 거대한 위선에 불과하다. 경제성장이란 주술에 사로잡혀 우리 삶을 몰아가는 망상을 깨지 않은 채 어떻게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가. 거짓이다. 저출산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그 맹목적 대응에 헛웃음이 나온다.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2번째 국가에서 에너지는 펑펑 쓰고 환경은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미세먼지는 없기를 바라는 모순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100년 서구 근대에 의해 침탈되고 강요되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역사와 삶을, 사회와 문화를 성찰하고 전망함으로써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할 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주하기엔 너무도 아프지만 그럼에도 직시해야 할 과거의 치욕과 현재의 모순을 성찰하는 일이다. 힘겹지만 일상의 위선을 깨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우리의 지성적 정직함에 달려있다. 지성적 성찰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의무다. 지성은 가방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우리가 직관과 감정을 넘어 성찰과 전망의 지성을 수행한다는 데 있다. 그 길에 들어설 수 있을 때 우리 삶과 존재는 의미를 지니며, 그 해명의 작업이 우리를 충만함과 행복으로 이끌어간다. 결단 없이 바뀌는 것은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9-03-10 신승환

[월요논단]다 잘 될 거야

고르디우스 매듭 떠오른 북미회담트럼프·김정은, 정해진 시간 쫓겨역사적 경험 반복·불쾌한 사실 전개한반도 평화는 '생존과 삶'의 문제 '노딜'이었지만 비핵화 피할 수 없어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신화 등에 의하면 수레를 묶은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섰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를 해결한 자가 알렉산더 대왕이었다. 여기까지는 학설도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해결법을 두고는 의견이 다르다. 정설은 알다시피 칼로 매듭을 잘라버렸다는 것. 하지만 매듭을 고정하고 있던 못을 뽑아 끈의 실마리를 찾아 풀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 예언의 결과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알렉산더 대왕은 예언대로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매듭을 풀지 않고 끊어버린 탓에 그의 제국은 얼마 가지 못하고 분열되었다는 것이다.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하노이 회담을 보면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단칼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쪽과 복잡한 매듭의 일부라도 풀어내려는 쪽의 대결. 지금까지는 드러난 대로 미국은 일괄타결을, 북한은 단계적 해결방안을 선택하였다.이처럼 엇갈린 방안을 서로 선택한 것은 두 정상이 처해있는 위치와 직접 연계되어 있다. 탄핵위기와 내년 대통령 재선이라는 정치적 난제와 목표를 해결해야 하는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강력한 제재로 주민들의 삶에 다가오는 악영향과 경제적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쪽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정해진 시간 때문에 쫓긴다는 점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것이 북미 간의 대화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기도 하다. 회담의 결과는 '노딜'이었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비핵화라는 과제를 피할 수 없다. 당장은 정치적 선택에 좌우될 수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인류 전체를 위한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돌이켜보면 이번에도 역사적 경험이 반복되고, 불쾌한 사실들이 전개되었다. 일본은 북미 간 회담의 성공을 두려워했다. 자신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북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해주기를 원했다. 비핵화와 북한의 유엔제재 해결보다는 아베정부의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를 관철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진정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니가타 항에서 만경봉호 등을 타고, 북한으로 간 9만3천340여명의 동포들의 안부를 함께 묻는 것이 예의다. 식민지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서 남북한의 분단을 초래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와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국가이자 지도자라면 남북통일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일본의 우익세력과 정치인들 대부분은 남북한의 분단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일방주의는 그러하다 치고, 미국의 각 기관이나 정파들도 통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에 대한 국내 일부 세력의 맹신에 가까운 신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한반도의 평화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의 시각에서 통일과 평화 문제를 재정립해야만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기해준 제2차 북미회담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한반도의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각국의 이해관계에 휘둘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정부와 국민들이 힘을 모을 때다. 문 대통령이 겹겹이 얽힌 매듭의 크기와 길이 등을 잘 파악하여 북미는 물론 관련 당사국에 전해야 한다. 단칼에 끝낼지. 못을 뽑아야 할지. 하나씩 풀어야 할지. 그 방안과 해법까지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다시 부여받았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들의 생존과 삶의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노력에 국민들의 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오랜 고통 속에서도 큰 기대를 했던 이산가족과 개성공단 그리고 금강산 관련 기업 등에 희망의 메시지를 다시 전할 때다. 회담결렬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후배 신한용 개성공단협의회 회장에게 전하고 싶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생각하세. 다 잘 될 거야(All is well)"./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9-03-03 김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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