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냉정하게 인천을 바라보면

충분히 넓은 땅·적당한 인구위치 좋아 상업·산업 활발늘 활력 넘치는 스페인을 보고관광 진작위한 인천의 시도과연 세계인에게 먹힐수 있을지객관적·글로벌 시야로 돌아봐야얼마 전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는 딸아이와 함께 스페인을 여행했습니다. 가기 전 돌연 큰 걱정거리가 생겼는데, 그건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바로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나가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유럽 국가에 들어가려면 입국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란 예상을 했습니다.그래서 평소보다 더 일찍 공항으로 나갔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의 출국절차도 까다롭지 않았고 사람들로 붐볐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유럽 대표 허브공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때나, 목적지인 마드리드에 들어섰을 때에도 한국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세심하게 체크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스페인 입국 심사원은 한국에서 날아온 몇 쌍의 신혼여행객들에게 오히려 먼저 친근한 농담을 걸며 아예 노골적(?)으로 반가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유럽 한복판의 가장 혼잡하다는 공항에서의 환승시간이 두 시간 정도여서 빠듯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고, 도착시간이 자정 가까운 시간이라 입국이 지연되면서 마드리드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이 택시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도 기우였습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지만, 지하철은 쌩쌩하게 달렸고 활기 있는 표정의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스페인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수도 마드리드의 이러한 심야 활기 또한 제겐 의외였습니다. “실업률 25%에 이른다는 나라에서 이 시간에 이런 분위기라니….”이처럼 이번에도 나라밖 세상은 제가 판단하고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깥세계의 실상은 제 예단과 추측을 넘어섰습니다. 투박한 이념과 설익은 지식으로 밖의 세상을 내다보고 해석하려 했던 일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알아차렸던 것이 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이후 20년 이상이 훌쩍 지났지만 제 글로벌 시선은 이처럼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한 것입니다.마드리드에서 며칠 지낸 후 남부 세비아 등 몇 개 도시를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는데, 여행 내내 스페인은 제게 매우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시와 시골 풍경 모두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고, 길거리 사람들의 행색이며 지하철에서의 대화 모습 등도 그냥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것이나 낯선 것에 대한 이물감이나 생경함이 느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스페인은 참으로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땅은 충분히 넓었고 인구도 적당히 많은 편입니다. 위치가 좋아서 상업이나 산업의 중심이 될 만한 공간을 많고도 넓게 확보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도시는 늘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여러 종이 뒤섞여 새로운 문화로 발현되고 다양한 예술활동이 감각적으로 표출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런 조건은 스페인 지역이 주변 세력들이 늘 욕심을 부릴만한 대상이었고, 그래서 내외 전쟁과 갈등이 늘 잠재되어 있던 곳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제가 경험했던 스페인 지역을 곰곰이 되씹으며 다시 인천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은 무엇으로 살 수 있는 도시인가? 내가 돌아본 스페인 도시들의 활력과 장점은 인천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들인가? 관광 진작을 위한 지금의 접근은 과연 세계 사람들에게 먹힐 수 있는 방략일까? 우선 객관적 시선과 글로벌 시야로 인천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종합적 시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일 것입니다. 우리만의 장점을 그저 우리식으로 해석해댄다면 그건 객관적 사실이나 긍정적 조건으로 작동하지 않을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제 자신과 인천을 제대로 따져보기, 이번 여행이 또다시 제게 준 소박한 교훈이었습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6-28 이용식

메르스 조기 종식

감염환자 응급실 오래 머무는현 병원체계 개선 시급올바른 지식전달·예방책 마련해막연한 불안감 해소도 중요신종 감염병 대응은공공영역이므로 투자 확대해야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의 확진자가 166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현황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다음으로 많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1천29명이 발병하여 45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를 유형별로 보면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77명(46%)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59명(36%),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18%)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리 중인 사람은 총 5천930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5천161명이고 병원 격리자는 769명으로 집계되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5천535명이었다. 메르스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첫째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둘째로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은 점, 셋째로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넷째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다섯째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했다는 점들이 국내에서 메르스의 확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위원회는 확진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대한 변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당시 그와 밀접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여 전염을 막았어야 했는데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추가적인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환자와의 접촉 범위를 좁게 설정해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후 병원 이름을 일찍 공개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는데 비공개로 인해 선제적으로 메르스를 차단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진압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또한 일관된 대응 체계가 신속히 구축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이번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환자 가족이나 문병 등 방문객이 수십명이나 됐다. 누군가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문안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병문안 문화도 감염이 확산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두는 것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병원의 의료진이 간병도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는 관행도 문제였다. 한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며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큰 병원에 가면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14번 환자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그와 반대로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몇 시간 머문 경우에는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체계가 개선되고 병원내 감염 대책이 철저히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경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감염 방지 대책을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영역이므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반드시 메르스는 조기에 종식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6-21 김두환

메르스 조기 종식

감염환자 응급실 오래 머무는현 병원체계 개선 시급올바른 지식전달·예방책 마련해막연한 불안감 해소도 중요신종 감염병 대응은공공영역이므로 투자 확대해야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의 확진자가 166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현황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다음으로 많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1천29명이 발병하여 45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를 유형별로 보면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77명(46%)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59명(36%),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18%)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리 중인 사람은 총 5천930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5천161명이고 병원 격리자는 769명으로 집계되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5천535명이었다. 메르스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첫째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둘째로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은 점, 셋째로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넷째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다섯째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했다는 점들이 국내에서 메르스의 확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위원회는 확진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대한 변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당시 그와 밀접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여 전염을 막았어야 했는데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추가적인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환자와의 접촉 범위를 좁게 설정해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후 병원 이름을 일찍 공개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는데 비공개로 인해 선제적으로 메르스를 차단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진압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또한 일관된 대응 체계가 신속히 구축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이번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환자 가족이나 문병 등 방문객이 수십명이나 됐다. 누군가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문안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병문안 문화도 감염이 확산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두는 것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병원의 의료진이 간병도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는 관행도 문제였다. 한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며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큰 병원에 가면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14번 환자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그와 반대로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몇 시간 머문 경우에는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체계가 개선되고 병원내 감염 대책이 철저히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경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감염 방지 대책을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영역이므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반드시 메르스는 조기에 종식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6-21 김두환

부정부패와 사회적 전염

저명인사들 잘못 비해처벌 가볍다는 인식 팽배불미스러운 모습 자주 보일땐대중들도 자신의 크고 작은그릇된 행동 죄의식 못 느끼고도덕적 불감증에 물들수 있어최근 우리 사회는 정·경·군·관 등 여러 영역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와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명 정·관·재계 인사들은 물론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인사들 까지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모습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부정행위들이 혹 긴 세월에 걸쳐 우리 사회의 곳곳에 굳어진 현상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저명한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그의 저서에서 부정행위도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것이라며 흥미 있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소하게는 학창시절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부터 회사의 비품을 집에 들고 오는 것,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런 일들이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염되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메르스란 전염병이 지금 온통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전염이 한 개인에서 시작되었지만 전국적 규모로 급속히 전파돼 국가적 재앙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두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이러스도 초기에 차단되지 않으면 급속도로 증식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듯이, 비윤리적인 행동양식도 초기에 제동됨이 없이 관행화하면 곳곳으로 확산돼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나타나게 된다.사소한 잘못을 적당하게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쌓이면 대대적인 잘못도 괜찮다는 신호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저명인사들은 보상은 충분히 많이 받으면서도 처벌은 자신들의 잘못에 비해 너무 가볍게 받는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런 가운데 불공정한 모습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되면 대중들 역시도 자신들의 크고 작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못 느끼고 도덕적 불감증에 물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미국에서도 정·재계의 도덕불감증으로 한 때 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적이 있다. 수년에 걸쳐 진행된 회계부정과 주가조작으로 전 국민을 기만한 엔론 사건이 그렇고, 국회의 정치활동위원회 자금을 술값, 스키여행비, 심지어는 스트립클럽 출입비용까지 사용한 사실 때문에 드러난 정치인들의 관행적 부패사건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특히 요즈음 정치하는 사람이든 기업하는 사람이든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나, 이들 중에 정치자금이나 세금문제에서 자유로울 사람들이 몇 사람이나 되겠느냐는 말이 실로 실감나고 있다.이렇게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특성을 가진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방향으로서 애리얼리는 ‘깨어진 유리창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범죄의 발생은 동네에서 공공의 유리창을 파손하거나 환경을 더럽히는 것과 같은 사소한 위반행위가 방치되는 시점부터 시작되며, 이러한 방치가 계속되면 전염병처럼 번져 범죄의 만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소한 위반행위일지라도 즉각 바로 잡아 기초질서를 확립함으로써 더 큰 범죄가 없는 안전한 사회로 정착된다는 이론이다.이 이론은 부정부패도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질병이므로 즉각적이고 단호한 사법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질적으로 사회 고위층에 제도화된 부패관행은 물론 풀뿌리 시민사회에 퍼져 있는 사소한 기초질서의 문란행위, 공권력에 대한 경시풍조, 불법적인 집단적 이기주의 등 모두가 그 대상에 포함된다. 동시에 올바른 행동은 부패한 비리만큼 사회에 큰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지만, 도덕적인 행동을 고취하는 일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범적인 사례가 지속해서 알려진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의 기준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제도화된 관행적 비리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고취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선행을 찾아 알리고 본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6-14 이백철

관료적 비밀주의가 불러온 메르스 바이러스 카오스

지자체·언론 잇단 정보공개NYT “비공개로 불신 자초”행정부 감독 총리부재 상황만연된 관료주의 폐해 부각정부 비난은 혼란만 부채질보건당국 질병 극복 힘써야메르스 바이러스(MERS-CoV) 감염 확진 판정이 계속 늘고 있다. 6월 7일 오전 메르스 검사결과 14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사망자도 포함됐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당국은 감염자가 거친 병원을 밝혔다. 그동안 준비 소홀을 이유로 병원을 밝히지 못하다가 서울 삼성병원 등의 2차 감염자가 늘자 이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35번째 의사 환자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뒤 메르스 증상에도 불구하고 1천565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인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사자인 의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받아쳤다. 이미 성남시는 메르스 환자 신상정보를 SNS로 공개하고 있었다. 개인이 ‘메르스 확산 지도’를 만드는가 하면 어떤 언론사는 정부보다 먼저 앞장서서 메르스 확진자가 거쳐 간 병원과 환자정보까지 인터넷에 공개했다.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졌을까? 이 혼돈 (Chaos)은 행정부를 책임져야 하는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만연된 일상적 관료주의가 메르스 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결과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관료주의 (官僚主義, bureaucratism)는 관료제 국가의 행정기관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집단의식으로 흔히 비밀주의·형식주의·번문욕례(繁文縟禮)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비밀주의는 관료/공무원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비밀 공유대상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관료/공무원들은 흔히 공익을 이유로 비밀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당국은 지금까지 병원 운영의 혼란과 준비부족을 이유로 관료적 비밀주의 행태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이미 뉴욕타임즈는 “한국에 공포감이 번지고 있으며, 현 정부는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병원 운영을 위한 공익보다 국내외적 불신/불안 해소가 더 중요해진 상황까지 가서야 보건 당국은 비밀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국민불신은 극에 달했다. 다음으로 관료적 형식주의가 문제다.이는 관료/공무원들이 실질적인 내용이나 현실보다 책임회피를 목적으로 법령과 규정의 형식/절차 등을 중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메르스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시스템 운영상 혼란을 이유로 보건 당국은 관계 법령을 읊조리며 감염자 관련 병원을 밝히지 않았다.그 결과 평택 성모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확산된 데 이어 서울 삼성병원에서 14명의 감염 환자가 메르스 감염으로 확진됐다. 마지막 관료주의적 병리현상은 번문욕례다. 이는 규칙이 너무 번잡해 비능률적인 것을 뜻한다. 이 경우 관료/공무원들은 이를 쉽고 간소하게 하는 대신 규칙의 명확성과 절차의 공정성을 주장하며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스템에 익숙한 스스로를 과시한다. 현재 감기와 유사한 메르스 증세에 대한 확진 판결까지의 과정은 길고 번잡하다. 우선 의심환자는 14일의 잠복기를 포함해 꽤 긴 시간 동안 자가격리된다. 그 기간에 환자는 스스로 메르스인지 여부에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가족과 격리된 상황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잦은 세탁과 청소, 생활용품 분리사용 등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환자들은 자가격리 시 스스로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골프를 치고 친지도 방문한 것이다. 이제라도 보건 당국은 이 불편한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감염 의심 환자가 감염 상황을 두려움과 공포심 대신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질병 극복의 의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메르스 사태에 대해 혹자는 “과거 참여정부가 더 낫다느니” “이 정부는 잘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느니”하며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든 정치적 이익을 기대하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국가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패륜적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비록 중대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인 총리가 없어 안타깝지만 보건 당국과 관료/공무원/의사들은 온 힘을 다해 메르스 감염 확산 사태를 막아주기 바란다. 꼭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6-07 홍문기

샛바람에 떨지 않으려면

지역 문화와 인문적 가치를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은우리가 귀하게 여겨야하는많은 사람들에 대한깊은 이해와 성찰에서부터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매년 오뉴월이면 10여 년 전 이맘때의 경험을 자주 떠올립니다. 북미 대륙에서의 긴 여행과 그 여정에서 제가 가졌던 여러 느낌에 대한 것들이죠. 혼자 자동차를 몰고 1만 ㎞ 이상의 길을 달리면서 여러 기억을 떠올렸고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했던 일입니다. ‘이 동네에선 이렇게 도를 닦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저는 그때 캐나다 대륙을 달리며 이렇게 도를 닦는(?) 기분으로 매일 주제를 정해 지금까지의 제 삶을 반추해보고 정리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날의 주제는 친구였습니다. 새벽부터 해를 안고 길을 달리며 저는 제 삶에서 친구란 무엇이었는지를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속에서 제 친구들이 누구였고 그들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제 삶의 흐름과 함께 머릿속에서 그날의 주제에 천착해 나갔던 것입니다.그러다가 시간을 뛰어넘어 갑자기 한 친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건 이 여행을 떠나오기 얼마 전 먼 거리에서 그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돌발적으로 제 머릿 속으로 진입한 이 친구를 찬찬히 기억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제대로 생각해보려 할수록 그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더 흐려졌고, 그러면서도 그것은 제게 무언가를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제가 아주 각별한 관계가 아니었기에 그를 친구라 해서 선명하게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게 어렵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로서의 그의 의미는 제 삶에서 아주 묵직한 것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를 생각하기 시작하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뜨거운 뭔가가 올라오는 것이었고, 그 알 수 없는 감정은 제 머리를 휘젓고 마음을 저리고 아프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내내 저는 자꾸 흐릿해지는 눈으로 앞을 응시하며 빠른 속도로 북미대륙을 달렸습니다. 안치환의 ‘솔아솔아’를 부르며….그는 구 년 전 이맘 때 쯤 이 세상에서 우리 곁을 떠난 박영근입니다. 노동시인이라 불렸고 진보적인 문예운동을 펼쳤으며 지역 문화운동에도 힘을 보탰던 그는 마흔여덟의 나이로 정말 치열하게 세상을 살다 간 친구로 기억합니다. 다섯 권의 의미 있는 시집을 냈던 그는 민중가요 ‘푸른 솔아’의 가사에 인용된 시구의 바로 그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문화를 고민하던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몇 년을 정기적으로 만났고, 그렇게 생전의 오륙년 정도를 같은 연배의 친구로 지냈죠. 각별하진 않았지만 제겐 아주 묵직한 관계로….요즘 그를 자주 머릿속에 떠올리는 이유는 ‘문화’에 대한 고민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 이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게 맞는지를 따져 보면서, 그 친구를 부쩍 자주 생각하게 되었죠. 그의 삶이며 그의 시, 또 그 친구가 생전에 풀어냈던 지역문화에 대한 여러 주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역 문화모임 후 뒤풀이 자리에서 그가 거침없이 토해냈던 언사들도 반추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열기를 겪으면서 거기에 뒤섞여 이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해대는 식자들의 논점에 통렬하게 일침을 가했던 그의 열변도 생각납니다.문화와 가치는 제겐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문화는 인문적 가치와 같은 말이고, 이는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의미를 옳게 해석하고 스스로 그 삶을 실천하는 방식을 찾아간다는 뜻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삶과 실천을 공감하고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면서 따라 하게 된다면, 이는 지역의 큰 문화적 가치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인천의 문화와 인문적 가치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또 그렇게 문화자산으로 귀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북미대륙을 달렸던 일이 시인의 ‘샛바람에 떨지마라’는 외침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에서 비롯되었던 것처럼, 그래서 지역의 문화와 인문적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일 역시 우리가 귀히 여겨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깊은 이해와 성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5-31 이용식

네팔지진 참사

식수·화장실 턱없이 부족곧 닥칠 우기에 콜레라 등수인성 전염병 창궐 위험성 커고귀한 생명 빼앗기지 않고희망과 용기 잃지 않도록인도적 지원 간절히 바라한달 전 4월 25일 네팔에서는 진도 7.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1934년에 발생한 네팔 비하르 지진 이후에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이로 인해 네팔 등지에서 8천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 7천여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피해를 당했다. 이렇게 파괴된 집과 건물들에 거주할 수가 없어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네팔의 행정력과 교통통신은 미흡해서 산악에 거주하는 수많은 네팔인들의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고, 아직도 사상자의 숫자를 알지 못하고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건물이 무너질까 봐 많은 사람이 건물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땅바닥에서 잠을 자고 생활한다고 한다. 네팔의 경제력이 부족하여 지진을 대비하여 건물을 견고하게 짓지 않았던 것도 이번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드는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네팔이라는 나라는 한반도의 3분의 2쯤 되는 면적에 인구는 3천만명에 달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700달러가 안되는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다. 특히 문맹률이 높으며 국민의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는 나라다. 아마 우리나라의 1970년대의 모습을 상상하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과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로 유명한 네팔의 산업은 관광업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조금 있으면 네팔은 몬순이라는 우기가 닥쳐온다. 이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온다. 빗물과 더러워진 오물이 섞여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 깨끗한 물과 용변을 해결할 수 있는 화장실 등이 턱없이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설사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에 노출되기가 쉽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균에 의해 장에 발생하는 치명적 수인성 설사병이다. 깨끗한 식수 공급이 어렵고, 위생 상태가 취약한 경우 급속히 전파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감염증상은 가볍지만, 심한 경우 사망하는 위험한 전염성 질병이며 세계적으로 매년 300~500만명 환자가 발생해, 10만명 이상 사망하고 있다. 2009년의 네팔 산악지대 자자르코트(Jajarkot) 지역에서 대규모의 콜레라가 발생하여 1만여명이 감염되어 500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이후 네팔 보건인구부는 콜레라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다. 이번 네팔지진 지역에서도 이러한 콜레라를 포함하여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성이 있다. 특히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에는 식수원이 오염되기 쉽고, 그 식수를 먹은 이들이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에 노출될 우려가 많다. 2011년 네팔정부보고서에 의하면 네팔인의 45%가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으며, 공급되는 먹는 물의 82%가 용변 세균에 감염되어 있으며, 네팔 어린이의 11%가 설사병을 앓고 있어 어린이의 3분의 1 이상이 발육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네팔인들의 습성은 쉽게 바뀌리라고 보지 않는다. 2010년 1월 강진이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아이티를 덮쳤을 때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만명이 넘었으며,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으로 사망한 자도 만명 이상이었다. 아이티의 사례와 같이 네팔에서도 수인성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추가로 발생 될 수 있다. 네팔 국민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이번 지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피해를 복구하고 추가적인 인명과 재산이 손실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각국에서 지진이 발생한 네팔에 도움을 주려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연재해인 지진에 의해 큰 피해를 당한 네팔에서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빼앗기지 않도록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인 지원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5-24 김두환

척박한 대한민국

사회 병폐가 한계에 달하면스스로 정화돼 발전단계 진입우리사회도 하루빨리남탓·정부탓·증오의 늪에서벗어나 타인을 배려하고품격있는 공동체되길 기대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택시 안에서 유치원생 여자아이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는데 신호등이 바뀔 무렵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횡단보도를 다 건넌 그 아이가 택시를 향해 돌아서더니 머리 숙여 인사하고 다시 돌아서 걸어가더라는 것이다. 아베 정부의 극우 정치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이러한 풀뿌리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만명이 훨씬 넘는 희생자를 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현장을 취재한 외신기자들은 일본열도는 흔들렸지만, 일본인들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일본인의 시민의식은 인류 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재기와 약탈이 없었음은 물론 며칠을 굶고 노숙해도 정부 관계자들의 멱살을 잡거나 항의하는 유가족을 찾아볼 수 없었고 죽음 앞에서도 서로 돕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최근 주변에서 세상이 척박하고 무섭기까지 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아이가 아이를 낳아 내다 버리고,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매춘을 시키는가 하면 자식들이 공모해 부모를 살해한다. 남몰래 녹취해 상대를 겁박하는 것은 당연지사고 익명의 탈을 쓰고 무자비한 댓글로 상대를 몰락시키는 행태 또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정치계든 언론계든 먹잇감이 한 건 등장하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파헤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디에서도 상대에 대해 선한 배려와 의연한 평정심과 절제 있는 균형 감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사회가 어찌하여 이토록 척박하고 품격이 없는 세상으로 변해 버린 것일까?언젠가 내가 알고 지냈던 외국 친구들은 한국 사회를 일종의 경애 대상으로 보곤 했다. 유교적 전통이 살아있어 효를 숭상하고 노인을 공경하며 가족애가 살아있는 공동체임을 부러워했다. 알코올 중독자 비율이 높지 않은 현상까지도 한국인들의 절제하는 기품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인한다는 착시까지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 OECD국가 중 자살률과 이혼율이 가장 높고 출산율이 최하위라는 사실을 지금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언어와 인종이 같고 종교적인 분쟁마저 없는 데에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며, 분단된 반쪽 세상마저 동서로 나뉘어 상대편을 증오하고 권력투쟁을 일삼는 실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실체도 없었던 광우병으로 온 나라가 촛불시위로 몸살을 앓고, 불행한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인 투쟁 수단으로 변질되는 현실은 또한 어떻게 평가할까?그 이유로는 수많은 요인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그 요인들은 남북의 대치상황,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여건, 부족한 자원과 과도한 인구밀도,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에 따른 양극화, 지나친 경쟁 위주의 입시제도와 전인교육의 부실 등 참으로 누구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더더욱 최근 언론을 뒤덮고 있는 가학적 자살사건들과 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면모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조급함과 척박함이 한계를 넘어 절망감을 주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행히 조금은 위로가 되는 주장이 있다. 세상사는 어느 곳에서나 어느 정도의 병적인 현상은 불가피한 것이며, 병적인 현상도 일정 수준까지는 사회 진보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의 병폐가 한계 상황에까지 도달하면 그 사회구성원들이 자생적으로 정화의 길을 찾아 도리어 진보와 발전의 단계로 접어든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우리 사회도 하루빨리 남 탓, 정부 탓, 그리고 증오의 늪에서 벗어나 무던히 모두가 제 자리를 지키고 진정으로 타인들을 배려하는 품격 있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실제로 역경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진입했으며 저 지구 건너편까지 뜨거운 한류열풍을 일으킨 민족임을 상기한다면 우리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치켜세울 여지는 여전히 충분하게 남아있지 않은가?/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5-17 이백철

어버이날의 정치 전략적 막말과 공갈치기

야당 정청래 의원의반복적인 막말은정치적 목적 달성 위한구체적이고 전략적인커뮤니케이션 행위이지말 실수가 전혀 아니다어버이날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날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의 제정 취지는 웃어른에 대한 공경(恭敬)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공(恭)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몸을 낮추는 것이고 경(敬)은 다른 사람의 지혜와 덕을 추앙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경은 타인을 높이 받들고 존경하면서 스스로 낮추고 겸손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번 어버이날 공경은 정치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이번 어버이날 야당에서는 공경 대신 막말과 공갈치기가 행해졌다. 야당의 정청래 의원은 최고위원 회의에서 13살이 많은 주승용 의원에게 “최고위원직 사퇴도 안 하면서 공갈친다”고 말했다. 공갈(恐喝)은 거짓말로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며 을러대는 것으로 재산상의 불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정청래 의원의 말은 “당신이 최고위원 사퇴라는 거짓말로 협박하는데, 그 목적이 재산상의 불법적 이득을 위한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은 공갈 발언의 당사자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된 상소리 즉 “막말”을 했다고 보도했다.2013년 말 대선 패배 후 야당이 발간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표는 야권 진영의 “근본주의”와 관련해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이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지속적인 막말로 실행해 왔다. 정 최고위원은 2012년 새해 명박박명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 빨리 죽으라고 막말했고,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감빵으로’라는 표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바뀐 애’로 비하해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 2월 갓 취임한 문 대표가 국민통합 행보의 하나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정 최고위원은 ‘유대인의 히틀러 묘소 참배’에 빗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공식회의 석상에서 공갈 운운하며 인격모독적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여러 언론은 정청래 의원의 양식과 품위를 논하고 있다. 특히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공당의 지도부로서 한 “공갈치기” 발언은 말실수로 간주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막말 메시지는 세 가지 목적을 위해 고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막말 메시지는 우선 정파/계파 내 자신의 역할을 부각한다. 이는 정차/계파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향후 계파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정파/계파 내 리더십 상실 현상이 나타날 때 막말 메시지는 선명성 경쟁을 촉발해 계파를 결집하고 구성원의 단합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표 사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막말은 정파/계파내 선명성 경쟁을 통한 정치적 단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막말 메시지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정치인이 그토록 갈구하는 유명세를 순식간에 얻을 좋은 기회다. 비록 그것이 부정적인 (Notorious) 이미지를 형성하더라도 인지도 향상에는 도움을 준다고 정청래 의원은 믿는 것 같다. 이러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략 차원에서 볼 때 정청래 의원의 반복적 막말 행위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이지 말실수가 전혀 아니다.막말로 국회의원의 품격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마포을) 민도(民度)를 확인하게 한다. 이는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 “다케시마”라고 우기며 막말할 때 세계인들이 일본의 국격을 의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혹자는 야당의 막말 논란이 야당 내 차기 공천권 다툼과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지역민은 다음 총선 공천과 선거에서 막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할까? 정말 궁금해진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5-10 홍문기

따뜻한 열기가 인천의 힘

20여년만에 인천 삶의 질은여러 면에서 큰 변화와성장을 보여줬지만지금은 시민들이 가치를인식하고 역동적인 열기와건전한 참여가 필요한 때20여년 전에는 ‘삶의 질’이란 말이 유행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고 볼 수 있죠. ‘Quality of Life’라 해서 처음엔 이 말이 생소하게 들렸지만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자주 인용되면서 이내 이 어려운 영어단어에 익숙해 졌던 것 같습니다. 언론매체들도 시민 또는 국민의 삶의 질을 조사하고 분석 결과를 기획기사 형식으로 발표하곤 했습니다.중앙일보는 1995년 1월 신년특집으로 전국 74개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해서 발표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측면을 조사했는데 계량지표를 이용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생활여건을 따졌고, 동시에 국민들에게 각 도시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조사결과는 인천엔 아주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의 중간수준을 제외하면 건강·안전·교육복지·편리함 분야에서의 생활여건과 만족도는 거의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계량지표로 표시된 종합적인 생활여건은 68위였고 설문조사 결과인 시민들의 종합적인 만족도는 74위였습니다.이러한 조사가 100% 정확하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기에 인천을 두고 표현했던 말들을 상기해 보면 부분적으로라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기 인천사람들이 자조적으로 내뱉었던 ‘인천은 없다’라는 표현이 당시 인천의 모습과 수준, 그리고 그것이 결과했던 인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지금 다시 전국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해 보면, 특히 인천에 대한 그 조사결과는 20년 전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객관적인 삶의 질 지표도 인천의 경우 매우 상향 조정될 것이고, 국민들의 인천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인 쪽으로 많이 이동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이란 기준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도시 이미지를 놓고 볼 때 20여년만에 큰 변화를 보인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인천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간 인천은 여러 면에서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역동적인 한국에서도 인천은 단연 가장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경제적 외부 여건과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동안 여러 면에서 괄목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인천은 지금 인천에 대한 가치를 운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새롭게 해석해서 적극적인 발전의 동인으로 삼자는 것이죠. ‘없던 인천’에서 자신 있게 창의적으로 ‘인천가치’를 기획하고 구현하자는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발판으로 삼아 힘껏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해 보자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도 합니다.당연한 얘기지만, 그러자면 시민들의 역동적인 열기와 건전한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인천이 새롭게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귀히 여기면서 자신있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시민사회의 건전한 참여가 긴요합니다. 시민 정신과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발현시키는 시민들의 건강한 참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현재의 주변 여건과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스스로 자신을 귀히 여기고 강점을 살려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나아가는 일. 자존감으로 힘차게 앞으로 뚜벅뚜벅,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건전하고도 따뜻한 역동성을 촉발시키는 일. 인천 앞에 놓인 이러한 모든 일은 시민사회의 따뜻한 열기가 바로 인천의 힘이란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5-03 이용식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

현대사회 IT기술의 발달 가속금융의 겸업·융합화 ‘급물살’창구서 업무보는 사람 드물어금융위 ‘전문 은행 모델’ 추진기업 참여·보안시스템 ‘화두’한국형 인터넷은행 탄생 기대현대사회는 정보통신기술(IT·Imformation Technology)의 발달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 등 정보통신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술을 말하는데, 이것의 발달은 금융의 겸업화와 융합화를 촉진하게 되었다. 이제 은행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직접 은행을 찾아가서 업무를 보기보다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이용하여 금융 업무를 보는 고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은행 창구에 줄을 서 돈을 입금하거나 찾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 되었다.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는 전체 결제규모 대비 현금이 아닌 결제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다.인터넷전문은행이란 예금과 대출 등 기존의 은행 업무를 수행하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은행을 말한다. 우리보다 앞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은행업계에는 1995년 미국을 시작으로 2000년경 많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1년에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브이뱅크(V-Bank)를 설립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했고, 2008년에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을 추진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입법하지 못했다.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의 미래 모습이다. 인구 감소로 은행 점포를 줄여야 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등이 활성화됨에 따라 그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모델 수립’을 추진하여 6월 중에 완료하겠다고 발표했고, 관련 법안을 9월경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논의되고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첫째로,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와 같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기업이 진출하려는 의도는 은행자금을 이용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데에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부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이 부실하게 되면 수많은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에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사모투자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기업들이 투자할 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 금융실명제에 의하면 계좌개설 시 은행을 방문하여 실명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실명 확인을 위해 은행 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하거나,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해킹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 셋째로,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은행법의 규제를 받게 되는바 자본금 등 관련 문제에 대해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설립 기준 등을 완화하되 이를 보완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였는데 텐센트가 ‘웨이쭝 은행’을 설립하였고, 알리바바가 ‘왕샹 은행’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특징은 확보된 고객층이 두텁다는 점, 투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여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산업의 중심이 되는 것은 금융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하여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러한 과제를 잘 풀어서 우리에게 맞고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4-26 김두환

정의(正義)

인간 존엄성과 창조적 진화로지구촌이 충만하고속죄와 구원의 역사 통해종교관이 행복을 선사하며사욕·무질서 통제로유토피아적 터전 마련되길 기원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새삼 ‘정의(正義)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유, 평등,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의에 대한 사전적 정의로는 신이 정한 율법이다, 인간의 행위나 제도에 대한 시시비비의 판단 기준이다, 혹은 다양한 요구 간의 균형을 확립하고 근거 없는 차별을 제거하는 것이다 등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물론 정의는 철학적인 사유의 대상이지만, 또한 일상적인 삶 속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마다 결정의 기준이 되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혼재하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선택의 시점마다 정의로운 해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의란 무엇인가’는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인간의 속성과 신과의 관계가 정의를 정의(定義)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각 시대를 지배한 주체를 신, 인간 그리고 법으로 규정하고 정의를 구분한 고전적 사례가 있는 데에 대한 일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신 중심 정의는 중세시대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주만물의 생성과정을 신의 역사로 규정하고 인간의 탄생, 삶 그리고 미래까지도 신에 종속되는 종교적 사회의 정의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본성이나 존엄성이 구속된 상태에서 속죄와 구원을 근간으로 하는 신의 질서가 지배했던 시기의 정의를 말한다.인간중심 정의는 르네상스시대의 도래와 함께 나타난 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상징하는 정의로서 인간중심의 정의관을 말한다. 전통적 종교적 교리에서 벗어나 상실되었던 인간의 정신과 지혜가 부활하여 자유로운 탐구와 창의력이 발휘된 시기의 정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인간은 합리적인 사유를 통해 초자연현상이나 기적의 현시를 미신(迷信)화하고 창조를 위한 투쟁과 자연의 정복을 시도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될 수 있다.중심 정의는 계몽주의의 등장과 함께 정착되어온 정의로서 왕권신수설에 반대하고 국가와 개인 간의 약속으로 형성된 정의체계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인간은 사회성이 결여된 이기적이며 생존과 쾌락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전제하였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만이 펼쳐질 것이므로 모종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즉 비이성적인 인간들의 횡포를 막고 생존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국가라는 장치가 필요하며 이 장치 속에서 개인이 일정한 권한을 국가에 양도하고 국가는 질서와 안전을 보장하는 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이다. 국가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법규범의 제정과 그것의 적용을 그 근간으로 삼았던 시기부터 정착된 정의관이다.이처럼 신과 인간과 법규범이 중심이 된 정의체계가 역사적으로 진화해 왔지만, 오늘날 이 순간까지도 인류의 삶속에는 잔인한 종교적 분쟁과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피로 점철된 혁명과 전쟁들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고 평화와 낙원을 약속한 국가와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배가되고 있는 것은 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인간이 공동생활을 영유하면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파괴의 악순환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신의 시대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고, 인간의 시대에는 신이 버려졌으며, 법과 질서의 시대에는 인간도 신도 그 실체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신과 인간과 법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일체화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먼 훗날 이들이 일체화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고 창조적 진화를 통해 역사가 진보한다는 낙관적 세계관으로 지구촌이 충만하고, 속죄와 구원의 역사를 통해 만민에게 지상의 낙원을 약속하는 종교관이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하며, 또한 사욕과 무질서를 통제하여 모든 이들의 생존과 평등을 보장하는 국가가 만백성에게 평화를 제공하는 유토피아적 터전이 이 땅에도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4-19 이백철

독도문제 조용한 외교와 무사안일에 대한 불안감

미국, 최근 일본과 냉전 끝내고경제·외교·군사적 이유로밀월관계 유지하려고 한다한일·한미·미일관계 달라져이 상황에 조용한 외교는범국민적 오해 살수 있다일본에서 독도는 영유권 문제다.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자국민을 교육해왔고,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고자 한다. 실제로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이 사용하는 모든 출판사의 사회 교과서에는 한국이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록된다. 또한 일본은 1954년부터 2015년 최근까지 일관되게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일본인 재판관 오다와 히사기가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목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상대국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독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외교부 전략은 ‘조용한 외교’다. 이 조용한 외교 전략은 일본의 전략적 영유권 주장을 허구적 도발이라 간주하고, 일본 정부의 전략적 선언·조치에 대해 외교장관이 일본 대사를 불러 의례적인 유감 표명을 한 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며 비분강개한 국내 여론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외교부는 역사적으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무수히 많은 자료를 갖고 있으며, 유엔 국제사법재판소는 강제 관할권이 없어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독도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조용한 외교’가 독도 문제 최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용한 외교’ 전략은 몇 가지 이유에서 범국민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일본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독도문제를 차세대 영토분쟁 이슈가 되게 교육해 이를 믿게 한다는 것이 불안하다.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일본의 차세대는 한국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부당하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고 결국 일본의 독도 점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신념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둘째, 일본이 독도 문제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경우 우리는 단순히 응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지 걱정된다. 일본의 일방적 제소에 대한 우리의 거부는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은 독도 영유권 재판에서 승소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것이고, 이것은 한국의 독도 점유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된다. 이는 양국 정부 모두 부인하지만 1965년 1월 11일 정일권 총리와 일본 국무대신의 밀사인 우노 소스케 중의원 의원 등이 체결했다는 ‘독도밀약’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 이 협약에 근거해 한국의 독도 지배를 용인해 왔는데 지난 2014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국이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정말로 터무니없는 외교 공세에 불과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 이후 1952년 1월 18일 대한민국 국무원 고시 제14호에 발표된 ‘인접 해양의 주권에 관한 대통령 선언’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의 선진 어업으로부터 한국 주변의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 독도의 동쪽에 ‘이승만 라인’을 긋고 일본 선박의 출입을 막았다. 독도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일본의 강력한 반대에 미국은 냉전 시대 자유진영의 분열을 우려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했다. 결국 독도는 냉전시대 미국의 결정에 순응한 일본에 의해 우리 땅이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현실적 이유로 일본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냉전은 끝났고 미국은 경제적/외교적/군사적 이유로 일본과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여전히 ‘조용한 외교’가 최선책일까? 한일/한미/미일 관계가 달라진 상황에서 ‘조용한 외교’는 무사안일주의라는 범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제는 차세대를 위해 독도가 우리 땅이 되게 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조용한 외교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라는 공무원들의 관습 때문이 더 이상 아니어야 한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4-12 홍문기

자연도 다 같은 자연이 아니듯이

여러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다양한 주장과 토론은시행착오·사회적 비용 줄이고일정한 성과도 거둘수 있다그러기 위해선 서로 올바른시선으로 접근하는게 중요10여년 전 이맘때 쯤 혼자 차를 몰고 캐나다 로키산맥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의 경험입니다. 캘거리를 벗어나 캐나디안 로키의 베이스캠프 정도에 해당되는 밴프라는 곳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고개를 넘어가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전경에 한동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죠. 저를 완전히 압도하는, 제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자연이란 이름 하의 그 엄청난 규모와 모습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한마디로 “아, 세상엔 이런 자연도 있구나!”였습니다.‘이런 자연’은 이랬습니다. 바로 앞에 무지하게 큰 시커먼 산이 우뚝 서 있는데, 그 산은 꼭대기에서 삼분지 일 지점까지는 새하얀 빙하와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언저리에는 짙은 에메랄드 빛깔을 띤 굉장히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호수 주변에는 짙푸른 숲이 울창하게 둘러서 있었습니다. 그 전경은 그때까지 저의 상식과 경험으로는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자연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산과 빙하와 눈, 호수와 숲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제 시선과 머리를 강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그곳의 자연은 그때까지의 제 경험과 인식의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었습니다.사회와 변화에 대한 제 믿음과 인식이 심하게 흔들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1970~80년대 격렬한 민주화와 산업화 시대를 겪었던 제게 90년대 초반은 회한과 무력감의 시기였습니다. 변혁운동의 규범성과 조급함에 사로잡혀 주변과 세상의 본질, 그리고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고 현존사회주의가 붕괴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세상을 옳게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낡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좁은 소견으로 세상을 해석하려 했던 것입니다. 세상은 실제 그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제가 믿고 있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는데 저의 경직된 태도와 시선은 늘 한 군데 엉뚱한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세상에 대한 제 인식과 판단은 오류와 오판을 결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자연과 사회에 대한 제 쓰라린(?) 경험을 늘어놓은 이유는 요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주의·주장들이 올바른 관점과 논거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는 지금 여러 문제와 과제를 두고 많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격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한데, 주장과 논란들이 문제 야기의 책임 소재와도 연관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그동안 인천이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만큼,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싼 정책실패로 인한 논란과 대안에 대한 다양한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여러 문제와 과제를 두고 벌어지는 자기 주장과 상호 토론은 환영할 일입니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아끼면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토론은 격렬하지만 그 과정과 지향은 합리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치열한 논쟁을 겪되 끝엔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작은 과실이라도 손에 쥐어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적인 토론과 논쟁을 위한 기본 바탕은 서로가 우선 올바른 시선으로 문제와 과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주장과 논쟁의 자기 근거를 끊임없이 확인해 가면서 치열하게 공박하는 생산적인 토론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제 경험으론 세상을 받아들이는 시야와 자세는 다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다 같은 자연이 아니었듯이./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4-05 이용식

보험사기와 대책

조직·지능적인 범죄 많고선량한 계약자들만 피해보험사는 자체적으로전문지식 지닌전담조직 적극 활용사기예방과 범인 색출해야금융감독원 통계에 의하면 2014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천869억원으로, 2013년 상반기 2천579억원 대비 11.2% 증가하였다. 이러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계속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보험사기는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으로 인해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범죄행위이다. 보험사기 유형으로는 사고내용 조작, 음주·무면허 운전, 허위 과다입원 유형의 적발금액 비중이 높았다.얼마 전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손 처리된 중고 외제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차량번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사고 이력을 알 수 없게 한 후, 다수의 고의사고를 야기하고 수리비 명목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적발되었다. 그리고 한 번의 결혼과 재혼을 한 사람이 전남편과 현재의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를 고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농약을 이용해서 살해한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다. 과거 가난하게 살았다는 범죄자는 남편의 사망 보험금과 시어머니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으며, 그 돈으로 금괴도 산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보험사기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보험사고를 일으킨 경우이다. 다수의 지인들끼리 사전에 공모하여 차선변경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한 후 합의금,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보험금을 갈취하는 것이다. 둘째로,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허위로 발생한 것으로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이다. 실제 몇 년 전 남편의 실직과 사업 실패로 부부가 공모하여 한밤에 낚시를 하다가 남편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하여 고액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신을 화장해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려 한 사건도 있었다.셋째로, 보험사고가 실제 발생했으나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보험금을 허위·과다 청구하는 경우다. 자동차의 수리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경우나 병원과 환자가 공모하여 보험금을 과다하게 편취하는 경우 등이다. 넷째로, 보험계약 체결 시에 중요 사항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거나 알린다 하더라도 내용을 현저히 부실하게 알리는 방법과 같이 보험계약을 사기적으로 체결하는 경우이다.이외에도 내연녀가 운영하는 식당에 투자한 후 식당 운영이 어려워져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자 자금 확보를 위해 내연녀에게 사망보험을 가입시킨 후 살해하여 고액의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보험금을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는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수법이 나날이 흉포해지고 대담해지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한 형편이다.이러한 보험사기는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형태로 저지르는 범죄가 많고, 범죄자의 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보험사기에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며, 증거가 부족하거나 자료를 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사상의 절차를 밟기보다는 민사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보험사기는 사회적으로 전염되어 모방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행위이다. 보험사기는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보험신용점수를 이용하여 보험계약 인수시 개인의 신용상태를 평가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보험 계약의 정보교환과 공조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보험회사에는 보험사기 예방과 색출을 위하여 자체적으로 전문지식을 지닌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담조직을 적극 활용하여 상습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를 적발할 필요가 있고, 공동으로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상법 등에 보험사기 규정을 마련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험사기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3-29 김두환

간통죄 폐지와 마리화나 합법화

당사자들 서로 합의한 행위로‘피해자 없는 범죄’로 분류돼 국가가 법적으로 개입할 영역 아닐뿐더러 해악·중독성 적음에도 불구 허용금지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판단최근 간통죄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간통법 입법 60여년 만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세간에서는 국가는 어떤 명분으로 개인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고, 개인은 그들의 자유를 얼마만큼 향유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근간에 언론에 보도된 미국에서의 마리화나 합법화 사례와 중국에서의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집행 사례는 이와 같은 국가의 통제권한과 개인의 권익간의 논란에 대해 숙고할 계기를 제공한다.유럽의 일부 국가에 이어 최근 미국에서도 콜로라도 주를 비롯한 몇 개주에서 마리화나와 같은 약물의 사용이 합법화되었다. 또한 뉴욕타임즈까지 합법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합법화의 물결이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마약사범에 대해 엄벌을 가하지 않으면 온 나라가 마약천국으로 변함은 물론 국가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사형과 같은 극약처방을 내릴 뿐 아니라, 마약범죄에 연루된 외국인에게도 사형을 집행하는 등, 예상되는 외교적인 마찰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에 끼치는 전반적 해악에 초점을 두고 금지약물의 사용은 위법적 행위이고 규범에 벗어나므로 마땅히 형사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약물남용에 대한 관대한 대처는 국민들의 위법약물에 대한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비사용자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훼손하여 사회적 혼란은 물론 국민적 삶을 피폐시킨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법적 차원을 차치하더라도 공공 보건적 관점에서도 약물의 남용행위를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과 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해악을 일으키는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한다. 즉, 치료비용을 유발하고, 노동시간을 감소시키며, 가족관계의 갈등을 야기하고, 수명기간까지 단축시키는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적 접근과 동시에 사전 예방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그렇다면, 마리화나와 같은 약물의 비(非)범죄화나 합법화는 어떤 근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까?범죄학적 용어로 마약사용은 매춘, 도박 등과 함께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로 분류된다. 이러한 범죄유형들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관련자들이 상호 합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국가가 법적으로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마리화나와 일부 약물들이 법적으로 허용된 알코올이나 니코틴보다 해악성이 더 적을 뿐만 아니라 중독성 또한 더 약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약물들이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하더라도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정상인의 대부분은 알코올이나 담배 등의 해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의 소비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마약거래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마약사범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사법비용(법집행, 법원, 교정 등에 투입되는 세금 등)을 교육, 주거, 보건 등 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영역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마약정책은 가치중립적 차원에서 ‘약물남용에 따라 발생한 비용’과 ‘금지법을 시행한 결과로 감소한 남용의 양’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러한 주장들이 나름대로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담배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시민들의 주장에 영합하여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오늘날 우리사회 역시, 간통죄의 폐지가 상징하는 바와 같이,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공유해왔던 이념과 가치관이 급변하는 와중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국가의 통제 권한과 개인이 향유해야 할 취향이나 권익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명분으로 무엇을 선택할지 그 미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3-22 이백철

패륜적 폭력행위에 대한 사법부 명심사항

리퍼트 美대사 피습사건 인해 한미 키리졸브 훈련 필요성 대북안보관 중요성 더욱 강조 과거 日대사관 직원 상해‘집유 3년’ 실형 하루도 안살아 관대한 처벌의 결과 잊어선안돼얼마 전 퇴원한 마크 리퍼트 주미 대사는 열흘 전쯤 반미·반일 활동을 한다는 김기종씨로부터 피습당했다. 25㎝ 길이의 흉기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난자당한 미국 대사는 시종일관 담대한 모습을 보였고, 자칭 반미·반일 운동가라는 가해자는 정신병력 운운하며 확신범이라고 하기에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언론이 그토록 주목한 주변국 외교관계가 아니라 확신범 운운하며 저지른 폭력적 범죄의 처벌 문제다.물론, 이 피습 사건은 우리나라의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삼일절인 3월 1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민족감정을 동원해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과 중국을 비난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의식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의 범위를 확대하고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일절에 있었던 미 국무부 차관의 한국 비난은 미국이 한국보다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해석은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고 이는 한미관계 균열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김기종 씨의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으로 이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역사인식 논란은 사라졌다.또한 피습사건은 대북 안보의식에도 영향을 줬다. 한·미 간 연례 군사 연습인 키 리졸브(Key-Resolve) 훈련은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에 대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지휘소 연습이다. 이 훈련은 북한이 남침 시 군 보급/숙영 등을 위한 방어적 훈련이다. 그러나 김기종 씨는 키리졸브 훈련 탓에 남북대화가 결렬되고 이산가족이 상봉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키리졸브 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며 리퍼트 대사를 피습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이 훈련의 의미와 필요성이 더욱 중시됐고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북한의 주장을 지령 삼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대북 안보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그러나 이 사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폭력과 살인을 행하는 파렴치범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가지각색 이유로 강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기종이라는 인물은 조울증·분신을 경험하며 그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과격한 언행과 도발적 행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리적 고립감을 느껴 미국 대사 피습과 같은 극단적 행위를 했다며 선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형법 250~260조와 법원의 양형 기준표를 살펴보면 살인은 징역 8년에서 12년 정도이고 살인미수죄는 법률상 감경사유에 해당해 최소한 징역 6~9년 정도가 된다. 여기에 피해자와 합의한 초범의 경우에는 작량 감경 원칙에 따라 징역 3년6개월에서 12년 정도가 된다. 그러나 김기종 씨는 이미 전과 6범이고 리퍼트 대사는 가해자 처벌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김기종 씨가 칼로 찌른 사건은 반인륜적 폭력행위다. 김기종 씨는 폭력적 패륜 행위인 살인미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정치적·외교적 확신범죄로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이는 추후 조사에 따라 가중처벌될 부분이지 감경 사유가 아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들은 김기종 씨가 과거 일본 대사관 직원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단 하루도 실형을 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과 6범의 김기종 씨는 정치적·외교적·이념적 확신범이라는 이유만 법정에서 통하면 단 하루도 징역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외교관계·국가보안법·정신병력 등 복잡한 이유를 들어 패륜적 폭력행위를 관대히 처벌한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사법부는 이 사실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3-15 홍문기

내게 ‘인천가치’란?

오늘의 나를 만든가장 큰 영향을 미친것을꼽으라면 서슴없이 지금도 내 주변에 있는각별한 친구들과 선배들인다양한 ‘인천사람들’ 입니다백구번지(숭의동109)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저는 도화동 박문여고 앞 동네로 이사해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제물포역을 통해 전철을 타고 대학으로 통학했습니다. 이후 서울의 몇 군데 연구원을 다니다가 인천발전연구원의 창설 멤버가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10여 년의 목동 생활을 제하면 거주지도 대부분 인천이었습니다.이런 제가 새삼스럽게 ‘내게 인천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된 까닭은 요즘 이곳에서 자주 거론되는 ‘인천가치’ 때문입니다. 인천이 가진 값진 가치를 드러내 부족해 보이는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고, 또 이를 물리적 장점으로 삼아 지역 발전의 토양으로 개발해 가자는 주장들이 점차 큰 파장으로 퍼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내겐 인천가치가 어떤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인천가치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인천은 제게 좋고 밝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습니다. 인천하면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우리 마을은 늘 소란스러웠고 사람들의 악다구니로 힘찬 역동성(?)을 보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동네엔 좀도둑들이 극성을 부렸습니다. 또한 이른바 양공주들이 서넛 살았던 우리 마을로 주말이면 미군 장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들락거렸고, 이런 구체적 사례 덕에 우리들은 중학생인 동네 형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늦봄 쯤 되면 우리 동네엔 저도 꼭 참여해야 하는 연례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똥차가 전도관밑 백구번지 마을에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마을 전체가 자기네 변소를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이때 우리 할머니가 제게 부여한 과업(?)은 우리 집 변소 앞에서 똥지게 수를 정확히 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하던 저는 늘 할머니로부터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셈에 집착한 나머지 충분한 양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넘치도록 퍼가야 한통에 몇 십 원했던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인천에 대한 제 기억 중 주요한 또 하나는 늘 주변에 떠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활이 피면 좀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 돈을 벌면 서울로 가고 형편이 괜찮으면 상급학교는 서울로 가는 식이었습니다. 특히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수의 급우들이 서울로 전학을 가곤 했는데 개중엔 저와 아주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더러 있어 한동안 쓸쓸함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그러다가 이번엔 반대로 외지에서 온 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마침 서울은 고교진학이 추첨으로 바뀌었고 인천은 한 해 뒤로 예정되어 있어서 전국 각지에서 저희 고등학교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교내 서클 활동을 했던 제겐 이때가 제 삶의 과정에서 일종의 황금기였다 할 수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작진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서로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학내 서클 활동 덕에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대학생 형들로부터는 어렴풋이나마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깨달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인천가치’는 그래서 제겐 사람들의 가치로 다가옵니다. 오늘의 저를 만든,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들라면 저는 서슴없이 지금도 제 주변에 있는 각별한 친구들과 선배들을 떠올립니다. 제게 있어 인천이 가진 의미와 큰 가치는 여기 몰려들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도 인천의 큰 가치는 많은 수의 다양한 인물들이고, 인천을 인천답게 그리고 가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도 바로 많은 인천사람들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인천에 좋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하고 이들이 여기 제대로 터 잡고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여기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참에 지역 R&D 인재들을 육성하고 인물을 키우는 가치 있는 과업에 인천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와 기관들이 관심을 갖길 기대해 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3-08 이용식

간통죄의 위헌(違憲)결정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하고가족공동체 해체 촉진하는등사회 여러가지 해악을초래할 수 있다는헌재의 소수의견도 귀 기울여한층 성숙된 모습 보여야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25일 간통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해, 간통죄는 62년 만에 사라지게 됐으며 형법(刑法)의 처벌조항도 효력을 잃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간통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과거 네차례에 걸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었다. 헌법재판제도는 1987년 제9차 헌법개정시 도입된 제도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고, 그 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된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탄핵의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사항을 관장한다.헌법재판소 9인의 재판관 중 7인이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찬성해 위헌결정 심판정족수를 충족했고,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결혼과 성(性)에 대한 의식이 변화됨에 따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으며, 혼인과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는 것은 혼인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의해야 하고, 형벌을 통하여 국가가 개입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 둘째,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나 미혼인 상간자(相姦者)와 같이 성적 성실의무를 지키지 않는 행위자까지 벌하는 것은 국가가 형벌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셋째, 죄질이 다른 간통행위에 선택의 여지 없이 징역형만 부과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에 위배된다.재판관 중 2인은 간통죄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첫째, 간통죄를 폐지하면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간통에 대한 범죄의식을 없앰으로써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 둘째, 혼인관계의 책임과 가정의 중요성을 소홀히 한 채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내세워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약자와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될 수 있다. 셋째,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가벼운 간통행위에 대하여는 선고유예를 할 수 있으므로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벌금형에 의할 경우 간통행위자에 대해 위하력을 가지기 어려우므로 형벌 체계상 균형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헌법재판소의 간통죄에 대한 위헌결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인정하고, 국가가 사생활의 비밀영역에 대해서는 간섭과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간통죄는 개인의 은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의 형벌권이 과도하게 남용되었고, 형법상 풍속을 해하는 죄에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간통죄만 징역형으로 규정한 것은 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앞으로 간통에 대한 문제는 민법의 재판상 이혼원인 중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므로 이혼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간통죄의 존폐 문제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에 맡길 것인지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시대적인 상황과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윤리와 형벌이 갈등하는 영역에 존재하고 있던 간통죄의 존폐 문제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간통은 형법이 개입할 수 없는 것으로 결말이 난 것이다.지금까지 간통죄는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유지되고 있고, 기존에 엄격한 처벌을 하였던 국가들도 나중에는 간통죄를 거의 폐지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간통이 증가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간통죄의 폐지가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하고 가족공동체의 해체를 촉진하는 등 사회에 여러 가지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소수 의견에도 귀 기울여 국민의 성도덕에 대한 의식에 대해 한층 성숙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3-01 김두환

아버지들이여, 지아요우(加油)!

옛 서독·월남·사우디에서아버지들이 흘린 피와 땀이후세대 번영으로 이어졌는데안타깝게도 그들과의 경쟁사교육비 부담·조기 퇴직으로힘과 기개 잃어가고 있다인생의 역정에서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였는가를 연구한 사례가 있다. 하와이의 어느 외딴 섬에서 성장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40여년을 추적하여 조사한 것이다. 그 아이들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 중에 한 명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 하면,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위대한 인류애를 실천한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문득 나에게는 사막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았을 이름 모를 아버지들의 희생이 무겁게 다가온다.얼마 전 TV에서 ‘학교 가는 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방영되었다. 인도 히말라야의 산간 오지 마을에서 자식들을 먼 도시지역 학교로 보내려고 애쓰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린 내용이었다. 영하 20도가 넘는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강을 맨발로 건너기도 하고 목숨을 위협하는 빙벽을 타기도 하면서 200㎞를 행군하여 자식들을 등교시키는 아버지들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다큐멘터리였다. 제대로 된 방한복이나 침낭도 없이 혹한 속에서 20일의 장정을 마치고 홀연히 귀향할 때까지의 아버지들의 담담한 모습이 눈앞에 며칠이고 아른거렸다. 아버지들의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그 험난한 얼음 강을 필사적으로 건너게 했을 것이다. 이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헌신적 사랑을 넘어, 인간이란 생명체의 영원성을 보여주었다. 아버지들의 삶은 그토록 힘겨운 것이었겠지만 이렇게 극복해왔을 것이기에 우리 모두의 삶은 영원할 것이라는 절대성을 심어주는 감동의 서사시였다.경상도 어느 전직 총장님의 고백이다. 가난한 소작농이셨던 이 분의 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을 도시로 유학 보냈지만 아들은 반에서 꼴찌를 한 것도 모자라 성적표를 1등으로 조작하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1등 했다는 아들을 자랑하기 위해 재산 1호인 돼지를 잡아 동네잔치를 벌인 것이다. 평생을 양심의 가책으로 살아왔던 아들이 33년 만에 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어무이… 그 때 1등은요…” 그 때 아버지가 가로막으며 말씀하셨다. “알고 있었다. 고마 해라. 손자가 듣는다.” 어찌 그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기다림을 빼고 그 아들의 총장까지의 성공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나는 햇볕이 좋은 날이면 나도 모르게 아들 침대에 널브러진 이부자리를 부둥켜안고 가서 베란다 건조대에 널곤 한다. 그때마다 문득 나의 그 모습에서 아버지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서는 날씨가 쾌청한 날이면 늘 그렇게 내 잠자리 침구들을 평상과 빨랫줄에 널어 놓으셨던 것이다. 나는 그날 밤 그 이부자리가 왜 그렇게 폭신했고 따뜻했는지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고 있다. 우린 주변에서 집까지 팔아가며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도 기러기가 되는 처지도 거침이 되지 못한다. 그것이 간혹 기러기 아빠의 슬픈 고독사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안타깝게 공감할 뿐 대한민국의 어느 아버지도 그를 세차게 몰아붙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서독에서, 월남에서, 사우디에서 아버지들이 흘린 피와 땀이 후세대들의 번영과 부국강병으로 이어졌듯이, 노후를 개의치 않고 기러기의 고독을 마다치 않는 이들의 DNA가 우리 아들과 딸들의 건강한 미래로 현시 되길 기대해 본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이 후세대와의 경쟁, 과중한 사교육비의 부담, 조기 퇴직 등으로 힘과 기개를 잃어가고 있다. 오늘 이 순간만이라도 어디선가 의기 소침해 있을 대한민국의 뭇 아버지들에게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지아요우(加油)! 중국인들이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힘내라고 외치는 구호이다. 기름을 부어 활활 멋지게 타오르게 하자는 뜻이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2015-02-22 이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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