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갑론을박이 국정지지율에 미치는 영향

대통령리더십 쇄신과 함께정부·여당은 국가정책을 통해국민에게 구체·실질적 수준의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그러면 국민들은 정부능력을믿고 국정지지도는 향상된다지난 연말 연초에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각종 사회 이슈에 대응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범국민적 반응이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1천9명을 대상으로 한국 갤럽이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29%였고, 부정평가는 63%였다. 긍정평가는 1월 첫째 주부터 40%→35%→30%→29%로 매주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51%→55%→60%→63%로 매주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에 대해 언론은 정윤회씨 문건 파동,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세액공제 문제, 어린이집 폭행사건 등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지적들을 좀 더 살펴보면 정윤회 씨 문건 파동은 소통의 문제, 담뱃값·연말정산·어린이집 폭행사건은 정책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현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 여부는 소통과 정책의 문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정윤회 씨 문건 파동의 문제는 국정농단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로 인식돼 국정수행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흔히 민주적 정치체제 내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간주되는 소통, 의사표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 대해 존 밀턴 (John Milton)은 사상의 공개 시장 개념을 제시했다. 존 밀턴의 사상의 공개 시장개념에 따르면 진실은 자유롭고 공개된 논의의 소통과정을 통해 개인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될 때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윤회씨 문건 파동 당시 진행된 무수한 갑론을박(甲論乙駁) 과정은 진실 규명을 위한 사상의 공개시장에서의 소통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도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러한 갑론을박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부정적이라고 단정하며 논의를 종결시켜 버렸다. 이는 사상의 공개 시장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소통의 기회를 막고 진실을 숨기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정윤회 씨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해 소통의 불편을 느끼는 계기가 돼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 본다.한편, 역사적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갑론을박은 늘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 5개년을 계획 수행하면서, 김대중 정부는 남북경협과 벤처산업을 육성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개발과 자원외교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논란에 부딪혔다. 그런데 현 정부는 담뱃값, 연말정산, 어린이집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국가 발전과 어떤 관계가 있는 비전 정책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정책들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 정책인지, 만약 아니라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 정책은 무엇인지 다시 궁금해진다. 혹시 이 문제들은 정책 비전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과거 정책에 대한 일방적 수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그 일방적 수정 결과가 불분명해 국민들이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낮은 국정 수행 지지도에 대한 해결책으로 많은 언론들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총리를 포함한 인사개편, 대북관계 개선, 법인세 인하 등의 조세제도 개편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국민에게 중요한 획기적 일자리 창출방안(예: 박정희 정부의 광부·간호사 독일 파견, 사우디 유전 개발 참여 등)이나 국민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정책의 합리적 개혁 (예: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등) 방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리더십 쇄신과 함께 정부와 여당은 대표적 국가 정책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준에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현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을 믿고 따를 것이고 국민이 믿고 따르는 정책 비전이 제시돼야 국정수행 지지도가 향상될 것이다. 올 연말 쯤, 온 국민이 믿고 따르는 정책 비전 달성을 위해 갑론을박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2-15 홍문기

‘없던’ 인천을 ‘들끓는’ 인천으로

바다 열리고 공항 들어섰고항만개발과 송도·청라 등대규모 프로젝트로도시구조 내용 바뀌었으니이제는 이곳을 사람들로북적거리게 만들어야 한다‘인천은 없다’는 냉소적 표현이 자주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쯤으로 기억되는데 대도시 인천에 정작 도시를 구성하는 의미 있는 것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래서 이 말은 인천사람에겐 매우 기분 나쁜 은유였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인천엔 바다가 없고 랜드마크가 없으며, 사람(인물)이 없고 정치가 없다. 인천엔 경제가 없고 존경받는 토박이가 없으며, 그리고 도시의 중심과 광장이 없다는 것 등이었습니다.인천은 없다는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자조적 고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인천은 명색이 항구도시인데 바다로 접근하는 곳은 대부분 철책이 쳐져 있어 사람들이 바다에 접근할 수 없고, 인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명소를 금방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현존 인물을 찾기 어렵고 인천엔 유력 정치인이 없으며, 그래서 중앙에서의 인천의 정치력은 형편없다는 것이었습니다.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대기업과 기업인은 손으로 꼽기 힘들고, 지역에서 돈을 벌었다 싶으면 죄다 서울로 떠나 이 지역에선 큰 부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토박이들의 힘이 미력하고 존경받는 지역 어른을 찾기는 더욱 힘들며, 그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역과 시민사회를 대표하고 이끄는 중심이 없고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낼 수 있는 정서적 또는 물리적 광장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인천 없음’과 관련해서 20여 년 전 ‘황해문화’에 실렸던 글이 생각납니다. 인하대 모 교수가 인천을 방문한 외국인을 데리고 지역을 안내했다는 내용 중 소개했던 일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곳곳을 둘러보고 인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상에서 그 외국인이 불쑥 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인천은 어디에 있나요?” 지금까지 죽 둘러 본 것이 인천이었던 것인데 그래서 안내자는 당연히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었다는 판단이었을 텐데, 그 외국 사람에겐 이러한 것들이 대도시 인천을 설명한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이후 인천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많은 것들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바다가 일부 열렸고 공항이 들어섰으며 항만이 새로 개발되고 있고 송도와 청라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해서 도시의 구조와 내용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것들도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없던 인천을 있게’ 하는 핵심은 이곳을 사람들로 들끓게 하는 것이라 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인천에 관심을 갖고 여기서 직업을 구하고 이 지역에서 터 잡고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인천의 가치를 기반으로 창조도시를 만드는 일은 이처럼 바로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인천의 가치가 창의정신을 가진 창조적 인력을 유인하고 그들이 인천에서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며 거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곳 인천을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인천 가치가 세상으로부터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만의 가치가 아니라 세상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매력으로 ‘인천만의 강한 디테일’을 보여줘야 할 것 입니다.동시에 인천 출신의 창의적 인재들을 육성하는 일에도 깊은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젊은 이들이 인천의 가치를 알고 이곳에서 직업과 삶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공무원 조직을 비롯 인천을 창의적으로 고민하고 기획하는 기관의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키우고 이를 지역발전과 연계하기 위해선 당연히 세심한 기획과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 입니다.10여년 간 목동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3년 전 인천으로 이사한다 했을 때 제 아이들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인천으로 이사한다 하니까 가까운 친구들이 쭈뼛거리다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실직하셨니?” 그래서 그게 아니라고 대답하면 다음 질문은 이렇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부모님 이혼 하셨니?” 씁쓸한 기억입니다만, 인천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이사한다 했을 때 다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쓸쓸한(?) 때가 곧 오길 기대해 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2-08 이용식

자살과 생명보험금

해마다 자살자 증가로사망보험금 지급도 늘고 있어유족 생활보장과생명보험 보장적 기능유지차원에서 2년 경과후 보험사는원칙적으로 책임져야 한다통계청의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2013년 한해에 자살로 숨진 사람이 1만4천427명으로 2012년 대비 1.9% 증가하였고,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28.5명으로 2012년 대비 1.5% 증가하였다. OECD 국가 간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과 비교할 때 OECD 평균 12.1명에 비해, 한국은 29.1명(2012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자살로 숨지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액도 지난 2006년 562억원, 2008년 916억원, 2010년 1천563억원, 2012년 1천733억원 등으로 급증추세다.보험이란 ‘우연한 사고에 대비하여 같은 위험에 처하여 있는 자들이 법적 위험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기술적 제도’이다. 우리나라 상법 제659조에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법 제732조의 2에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생명보험의 면책 요건을 고의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생명보험표준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그 자살이 ‘보험계약의 보장개시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보험에서는 자살에 대해 이러한 예외조항이 없다. 따라서 자살한 경우에는 상법에 의해 고의로 발생한 보험사고이어서 생명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야 하지만 생명보험표준약관에 의해 보험에 가입한지 2년 뒤에 자살한 경우에는 생명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생명보험표준 약관상 2년 후 자살에 대해 생명보험사가 책임을 지는 이유로는 첫째로 자살에 대해 2년 정도의 면책기간을 두는 경우 생명보험을 부정하게 이용하는 것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 둘째로 자살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을 2년 동안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자살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자살자 유가족의 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자살을 돕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 면책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생명보험 가입자의 자살률이 면책기간(가입 후 2년) 이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해 사실상 자살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면책기간은 2년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그 이상의 면책기간 설정은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면책기간을 3년이나 5년으로 한다면 유족의 생활 보장과 생명보험의 보장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면책기간을 단기간인 1년으로 단축한다면 부정하게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자살자의 추세는 앞으로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나 생활문제로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 때문에 지급되는 보험사의 사망보험금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 유족의 생활 보장, 생명보험의 보장적 기능 유지 차원에서 2년 경과 후 자살에 대해서 생명보험사는 원칙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보험금을 취득하기 위해 자살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비록 면책기간경과 후라도 오로지 보험금을 노려 자살한 경우에는 면책기간 2년이 지난 경우라 하더라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2-01 김두환

감옥의 시작과 끝: 시간과 공간의 함수

우리모두 위선적 자아를정직하게 성찰할 수 있고타인을 자신처럼 배려하는공동체 정신이 내면화됐을때교도소 안과 밖을 같게하고공유하는 형벌체계 만들수 있어전직 대통령들과 그 친 인척뿐만 아니라 재벌총수들까지도 구속되는 요즘 감옥이라 불리곤 하는 교도소가 새삼 세간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비밀의 세계로 남아있는 교도소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으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일까?인간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함을 형벌로 하는 신체형의 시대가 사라지고, 시간과 공간을 단위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함을 형벌로 하는 소위 교도소제도가 인류사회에 정착된 것은 불과 200여년 전부터다. 18세기 중반까지만해도 인류사회의 형벌은 수많은 군중을 한곳에 모아 놓고 죄인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면서 일종의 굿판을 벌이던 체형(體刑)이 그 주를 이루고 있었다.그러나 어느 시기엔가 홍길동이나 로빈 훗과 같은 인물이 의인(義人)행세를 하던 시절이 도래하자, 도적의 무리가 백성들의 동정을 받고 매를 치던 국가의 형리(刑吏)가 조롱을 받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비밀스런 장소에 구금의 장소가 설계되었는데, 이것이 감옥의 시초다. 이러한 감옥의 정착은 새로운 이념의 탄생과 사회구조적 측면의 대변혁과 맞물려 가속화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민주이념의 확산과 신분제의 소멸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이때에 앞서가던 박애주의자들은 범법자들을 불운을 타고난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고 오염되지 않은 격리된 공간에 시간제로 구금하고, 엄격한 침묵과 규율 속에 노동을 강제하면 새사람으로 만들어지리라는 낙관적 세계관을 펼치고자 하였다. 그러나 완전한 격리속의 인간은 불행과 상처로 채워진 기억의 노예가 될 뿐, 그 곳은 단절과 고독으로 인한 정신질환자만을 양산하는 공간으로 전락하였다. 물론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러한 감옥의 역사적 실험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신체적 가학이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거스름에 따라 형벌제도에서 소멸되었듯이,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제한하여 사회와 단절시키는 것을 형벌로 하는 패러다임 역시 인류의 영원한 유산으로 남는 데에는 그 당위성이 부족하다.어느 나라의 인권상황이나 국격을 가늠하려면 그 나라의 교도소를 방문해 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사회가 실패하고 낙오된 그리고 불편한 이웃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라면, 이상적인 교도소를 만든다는 것은 곧 교도소의 안을 밖과 같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앞서가는 개혁자들의 주장을 현실로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교도소의 환경과 바깥세상의 환경을 유사하게 만들어야 함은 물론 사람들 간의 진정한 교류를 가로막는 편견의 장벽까지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감옥에 갇힌 범법자들도 언젠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이웃이며, 동시에 그들의 대부분은 언젠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이웃이기 때문이다.앨빈 토플러는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급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머지않아 곧 미래 쇼크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나아가 변화의 세찬 물결에 대처하지 못해 지체된 집단은 집단노이로제 환자로, 폭력난무의 원흉으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위험분자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고 부언하였다. 그렇다면, 인간의 시간과 공간을 차단하는 형벌은 이 시대의 사조를 역행하는 패러다임이다. 물론 범죄인의 시간과 공간을 차단시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동시에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 이 시점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원시적인 접근이고 미시적인 대안이며 차차선책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도소의 안과 밖을 같게 하고, 그들과 시간과 공간을 능동적으로 공유하는 자신감있는 형벌체계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가능하다. 다만, 그 시기는 우리 모두가 위선적 자아를 정직하게 성찰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결과로 타자를 자신처럼 배려하는 공동체적 정신이 내면화되었을 때 비로소 다가올 수 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1-25 이백철

신년벽두 비극에 대한 골든타임 이야기

대형화재·아동학대·살인사건…정치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당리당략적 골든타임 주장으로과거 '혹세무민' 또 시도한다면사회는 참사당하고 사후약방문에몰두하는 바보짓 올해도 계속된다골든타임(Golden Time)은 사건·사고 발생시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을 요하는 초기의 짧고 중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특히 세월호 선체 침몰직전 날려버린 초기 구조가능 시간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그런데 신년 벽두부터 우리 사회는 또 다시 골든타임을 놓쳐 엄청난 비극들을 겪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 중요성이 지긋지긋하게 강조된 골든타임을 또 놓친 이유는 도대체 뭘까?화재는 조기 진화가 중요하다. 의정부 화재의 경우 화재발생 후 13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4명이 죽고 128명이 다쳤으며 건물 4채가 전소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 간격, 풍향·풍속,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 무수한 이유가 있지만 의정부 화재가 참사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는 불법주차로 인해 화재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인명살상 범죄는 사전예방 골든타임이 있다. 얼마 전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안산 '인질 살해사건' 피해자도 인질극 며칠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경찰서 민원상담관은 부부간 사소한 다툼이라며 형식적인 고소절차만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10월26일부터 적용되는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범죄로 긴급을 요할 경우 경찰은 가해자 퇴거 등 격리 조치를 통해 인명살상 범죄 예방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있다. 당시 경찰서 민원상담관은 피해자의 부상을 부부 간 사소한(?) 다툼의 결과로 치부해 법이 보장한 인명살상 예방 골든타임을 놓쳐 두 명이 살해되는 인질극이 벌어졌다.아동학대도 피해자인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골든타임이 있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보육교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자주 폭행과 폭언을 해온 사실이 각종 증언과 해당 어린이집 CCTV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평소 이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반찬을 뱉거나 밥을 흘리고 먹으면 때렸고 낮잠을 안자면 이불과 베개를 집어던졌다. 이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아이들은 밤새 울며 그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절규했지만 그 절규 가득한 골든타임을 놓친 틈을 타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는 계속 자행된 것이다.골든타임을 놓쳐 불안하고 위태롭게 시작된 신년벽두에 또 다른 골든타임 논란은 우리를 절망시켰다. 개헌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경제의 골든타임을 강조하자 야당 비대위원장은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외쳤다. 이 개헌의 골든타임이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집중해야 하는 시간인지 궁금하다. 국민은 화재에서, 살인사건에서, 아동학대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까워하는데 정치권은 개헌의 골든타임을 논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또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다. 정치권은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정부와 국민은 무엇이 골든타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법주차가 대형화재를 유발시키고, 사소한 다툼에서의 부상이 살인범죄를 초래하고, 상습적 구타가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은 깨달아야 한다. 당리당략적인 골든타임 주장으로 과거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정치권이 또 시도한다면 우리사회는 거대한 참사를 당하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몰두하는 작년의 바보짓을 올해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신년 벽두 필자의 비극적 골든타임 이야기가 중요한 일의 결정적 순간을 실수로 망치지 않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1-18 홍문기

인천 가치와 인천 인문(人文)

오랜세월 살아왔던 사람들의삶과 흔적들이 더해져문화·역사가 돼 가치 완성스토리텔링은 현재 생활속에녹아있는 이야기들을 발굴인문적으로 해석하는 것칠팔 년 전쯤 캐나다 동부의 대서양 연안지역을 한 일본인 친구와 같이 한달여 동안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도 오타와에서 출발해 두명이 번갈아 차를 몰고 몬트리올·퀘벡을 거쳐 뉴펀들랜드 지역까지 둘러보는 5천여㎞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일본인 친구의 제안으로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삶을 설명하게 됐는데,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가족, 그리고 고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죠.제 얘기 가운데 그 친구가 제일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린시절 인천에서의 어려웠던 생활과 고등학교 청소년기의 고민, 그리고 대학에서의 반정부 시위 등 젊은이의 사회참여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기의 지역 현실이 어땠는지, 무엇이 계기가 돼 학생운동 등 사회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등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국인 친구의 깊은 반응이 흥미로워 얘기를 끝낸 후 되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미있냐?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아련한 추억에 관한 것도 아니고, 그냥 거칠고 힘들었던 그 시기 고단했던 일상에 대한 얘긴데…."그는 가까운 이웃 국가에 살았지만 자신은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얘길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어려운 시기를 용케도 잘 견뎌온 한국 사람들의 삶과 그런 가운데 새롭게 변화를 도모해 온 그 알 수 없는 힘이 부럽다는 얘길 더했습니다. 70~80년대 엄혹했던 시절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동시에 이뤄진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그 격렬했던 과정이나 의미가 일본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뭔가 본능적인 역동성이 한국 사람들의 삶과 문화속에 있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요즘 인천 가치가 대세(?)인 듯합니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적극 고려해서 새로운 차원의 지역발전을 기획하고, 시민들도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삼자는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동안 과소평가됐거나 간과했던 인천의 물리적 고유자산과 공간적 이점을 '인천가치'로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천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가자는 것이죠. 인천에서 처음 비롯된 의미있는 시작들과 수많은 섬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들이 인천 고유의 현실적 또는 잠재적 가치의 구체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기도 합니다.좋은 일입니다. 자기 지역이 가진 장점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시민들의 촉발된 관심과 자부심을 에너지로 삼아 현재의 경제적·재정적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니까요. 특히 그동안 시민들이 인천을 그다지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천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개발해 내는 과정은 여러측면에서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봅니다.그런데 이쯤에서 저는 '지역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 봅니다. 어느 공간의 진정한 가치는 자연적·물리적 또는 지정학적 조건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그렇게 발현되는 게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의 고유자산만 가지고서는 어느 한 지역이 그 장점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도시가 진정한 의미의 가치를 가지려면, 가치를 부여하는 범주에 거기서 오랜 세월 살아왔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만들어낸 흔적들이 더해져야만 할 것입니다. 삶과 흔적들이 문화가 되고 세월을 거쳐 역사가 되면서 다른 측면의 가치들과 합쳐져 이른바 인천 가치를 완성하게 될 겁니다. 당연히 거기엔 많은 얘기들이 녹아 있겠죠.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이란 바로 이렇게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재의 생활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을 발굴해내고 인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인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인천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인천의 고유한 가치를 운위할 때 인천의 지리적·물리적 가치에 인문적 가치가 더해져야 하는 건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그 외국인 친구의 인천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에 재미있고 의미있게 답할 수 있는 인천의 인문적 스토리텔링이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1-11 이용식

대학 규제와 수도권정비계획법

경기도내 우수 학생들교육혜택 받을 수 있는국공립대학 절대 부족수도권 대학 증설·이전 금지는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개혁과 맞물려 개정돼야수도권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집중과 과밀의 문제로 인해 관리 대상이 돼왔다. 수도권을 관리하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2년 12월 (법률 제3600호) 제정됐다가 1994년 전면 개정으로 총량규제방식의 공장총량제 도입, 과밀부담금제 도입, 직접규제방식에서 간접규제방식으로 전환해 현재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법은 27개의 조문과 부칙으로 구성돼 있고, 시행령은 27개 조문과 부칙으로 돼 있다.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은 제1조에 잘 나타나 있는데 수도권(首都圈)정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해 수도권을 질서있게 정비하고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수도권'이란 경기도·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 등의 3개 시·도를 의미하며, '지방'은 수도권에 대비되는 용어로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를 통칭하고 있다.이를 위해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해 관리된다. '과밀억제권역'은 서울 등 16개 시로서 과밀화 방지와 도시문제 해소를 위해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됐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성장관리권역'은 12개시 3개군으로 이전기능 수용과 자족기반 확충을 위해 과밀억제권역으로부터 이전하는 인구와 산업을 계획적으로 유치하고 산업의 입지와 도시의 개발을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자연보전권역'은 5개시 3개군으로 수계보전과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한강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한편 이 법에 의하면 기업규제뿐 아니라 수도권내에서 대학을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해 대학 신·증설 및 이전에 관한 입지규제와 총량규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년제 대학(교육대학 포함)의 경우 모든 권역에서 신설을 금지하고, 성장관리권역으로의 이전만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과밀억제권역간 4년제 대학의 이전은 심의를 전제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대학이 성장관리권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가능하나 과밀억제권역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과밀억제권역이나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대학이 자연보전권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최근 경기도의 광주·이천·여주·양평·가평 등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한 동북부 5개 시군은 인구집중을 막기 위한 규제가 엉뚱하게 낙후된 동북부 지역에만 적용되고 있다고 불합리를 주장해, 과도한 기업입지규제 개선과 함께 자연보전권역으로의 대학이전을 막는 현행법의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인구집중을 막기 위한 대학이전 규제가 인구가 적고 낙후된 동북부 5개 시군에만 적용되고 있어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수도권정비계획법을 만든 목적은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의 집중억제에 있고, 기본적으로 기업규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을 제정했던 시기에는 농촌의 인구가 서울을 중심으로 대도시로 이전하는 시기였던 반면에 현대사회는 생활의 영역이 도시와 농촌간이 아닌 세계를 단위로 하는 글로벌 사회다. 또한 수도권의 범위를 30여년 전에 지정했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수도권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을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하고, 대학의 증설 및 이전 등을 수도권내에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의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야 한다. 수도권의 범위 등 관련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 경기도내 우수한 학생들이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공립대학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재들이 유출되는 현실 앞에서, 특히 대학규제와 관련해 수도권내 대학 증설 및 이전 등을 금지하는 이 법은 앞으로 학령 인구감소로 인한 대학구조 개혁과 맞물려 개정돼야 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1-04 김두환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

대개 우린 도덕군자가 아니며과오의 반복속에서 살아 가는숙명적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상대를 비난하고 처벌 원하기전자신의 내면을 먼저 정직하게성찰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다밝아오는 새해를 몇 날 앞둔 이 시점에서도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우리 사회 최고 고위층의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되는 범죄로부터, 사회 저변의 풀뿌리 계층의 공동체 해체에서 오는 범죄에 이르기까지 우려스러운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념적 측면에서 사회구성원이 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국가는 어떤 해결 방식을 택하고 있는가와 깊은 관계가 있다.어느 사회에서든 보수와 진보진영이 존재한다. 양 진영의 이념은 지향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실천과정에서 표출되는 괴리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근원이 돼왔다.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차이는 범죄행위에 대처하는 수단인 형벌정책에서도 대립적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범죄인을 손익 계산해 행동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고 행위의 결과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을 중시한다. 따라서 국가는 해악을 끼친 대가로 범죄인에게 형벌을 가하는 정책을 선호한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는 범죄행위를 개인적 판단의 결과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인을 불평등한 사회구조나 유해환경의 희생물로 간주하고 치료나 교육을 통해 이들을 개선시키는 정책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러한 양 진영의 정책은 극렬한 상호논쟁 속에서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없이 실험됐지만, 21세기 이 시점에도 여전히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있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그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양 진영의 틀을 초월한 보다 이상적인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사회영역의 한 측이 다른 한 측을 일방적으로 처벌하거나 교육하는 기존의 체계를 탈피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이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가 근간으로 하는 가정(假定)이 왜곡됐으며, 그 대처방식 역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보수와 진보진영은 모두 사회구성원을 사법적 결정에 따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한다. 즉 '고쳐져야 할 나쁜 사람'과 '고쳐질 필요가 없는 좋은 사람'으로 양분돼, 범법자는 나쁜 사람으로서 처벌받거나 고쳐져야 하며, 범법자가 아닌 그 밖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서 고쳐질 대상이 아니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이는 예컨대, 국가를 대표하는 사법기관(좋은 사람)이 범법자(나쁜 사람)를 처벌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고정시키고, '범죄를 어떻게 퇴치하느냐'의 해답을 찾는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정과 방향의 문제점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의 구도로 짜인 권력질서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 베일에 가리어 '좋은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부정부패에 물든 정치·법조·경제 및 교육 영역의 사회지도층들은 물론, 층간소음·주차시비·위장전입·세금포탈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세 영합적이며 이기주의에 물든 숱한 일반인까지를 포함해 과연 이들이 '좋은 사람'측으로 분류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즉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안 들어간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구분돼 도덕적 면죄부를 받게 되는 가정이 과연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느냐는 것이다.우리가 '좋은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심판해 처벌하고 교육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도덕적 우월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우리는 지고(至高)한 도덕군자가 아니며 과오의 반복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적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상대를 비난하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자신의 내면을 먼저 정직하게 성찰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일 것이다.밝아오는 새해 아침, 우리 모두가 잠시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를 자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아마도 그 잠시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우리 사회를 온전히 상대를 배려하는 온정적 사회로 변화시키는 작은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 본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2-28 이백철

'땅콩 회항' 재벌가 가정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조현아씨 대신 부하직원들이법적책임 지는 상황 된다면비인격적 교육방식을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재판결과 아랫사람의 인권을보장하는 중요한 계기되길 바라조현아씨의 엽기적인 '땅콩회항'은 미국의 CNN방송에서 기막힌 이야기(Crazy Story)로 심각하게 다뤄졌다.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마카다미아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째 준 것에 모욕을 느낀 바보 같은 부사장이 사무장을 내리게 하려고 비행기를 회항시켰다"고 두 번이나 반복해 보도했다. 국토교통부는 조현아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었는지 조사중이다. 언론은 조현아씨가 승무원과 사무장을 상대로 저지른 인격 모독적 행위에 대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 오너 가족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12월 16일 YTN이 인터뷰한 17년 경력의 대한항공 현직 기장은 "조양호 회장 사모님께서는 제공받은 음식이 너무 싱겁다든지 자기가 원하는 만큼 따뜻하지 않으면 화를 내면서 음식을 집어던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경제의 12월 18일자는 2012년 인하대 운영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학생과 관계자들에게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씨는 "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야"라고 욕설했고, 막내 딸 조현민씨는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하무인격으로 "나는 낙하산이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12월 16일 한겨레신문은 2008년 12월 조현아씨가 조 회장의 친구인 홍승용 당시 인하대 총장에게 이사회에서 서류를 집어던지고 막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것일까?조현아씨의 '땅콩회항'에 대해 조양호 회장은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죄드린다"며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조씨의 나이가 40세이고 직함이 부사장이지만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뉘집 자식'에 불과하고, 그 아이의 오만불손한 행동은 애비의 '가정교육' 문제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조씨의 몰상식한 행동의 원인을 재벌가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재벌가 가정교육은 선대의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갈등을 전제로 이뤄진다. 실제로 2005년 조 회장은 형인 조수호 회장이 와병중인 상황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정석기업의 차명 주식 반환과 대한항공 면세품 공급업체 변경 등 재산권 관련 법정싸움을 하면서 재벌가 형제들끼리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재벌가에서는 아랫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릴 때부터 배우고 특히 부모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위기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재벌가 재산상속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갈등이 아랫사람의 배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무수히 경험해 왔기 때문에 아랫사람을 거칠고 비인격적으로 다뤄야 시키는 대로 한다고 배운다. 이 때문에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그토록 욕설과 막말이 난무하는지도 모르겠다. 재벌가 오너들의 거친 말과 행동의 결과가 아랫사람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대한항공의 보도자료와 사과문에서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조씨가 임원으로서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이 정당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잘못한 조씨 대신 아무 잘못없는 대한항공 이름과 비용으로 사과문을 신문에 게재했다. 또한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이 사건을 은폐·조작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땅콩회항' 사건은 재벌가의 비인격적인 아랫사람 교육방식과 그 결과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 조씨 대신 아랫사람들이 법적책임을 지는 상황이 된다면 사법부는 재벌가의 비인격적 아랫사람 교육방식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제 욕설과 막말 등 비인격적 방식으로 아랫사람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조씨에 대한 재판결과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수많은 아랫사람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12-21 홍문기

겨울 단상, 백구번지의 기억

대규모 인사 앞둔 인천시스산함 속에 스며드는조직의 쓸쓸함과개인의 소외감을 없애거나최소한 줄이는게 리더들의엄중한 책무이자 사명이다전도관 밑 숭의동 백구번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제게 겨울에 대한 생각은 그곳에서의 기억과 자주 연관됩니다. 겨울 초입에 들어서면 제 머리는 자동적으로 그 시절 백구번지의 기억을 들춰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게 그곳의 겨울은 매우 추웠습니다. 전도관 쪽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서웠고, 철도길 옆 황량한 길거리에서 몰려오는 유쾌하지 않은 그 무엇은 제 몸이 느끼는 온도를 더욱 낮추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게 겨울은 춥고 유쾌하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추운 겨울과 함께 시작되는 겨울방학은 또래 아이들에겐 그래도 노는 즐거움을 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백구번지 우리 동네 아이들은 겨우내 철도 옆 노천 하수도에서 틈만 나면 썰매를 탔습니다. 철로 옆 상가와 주택에서 쏟아져 나온 하수가 얼어서 만들어진 얼음판장이었으니 당연히 빙질(?)이 좋을 리 만무했습니다. 자주 자빠졌고, 그래서 집에 돌아와 온기에 젖은 옷이 마를라치면 시궁창 썩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저는 할머니로부터 야단맞기 일쑤였습니다.동네 아이들과 가끔씩 원정 썰매를 타러 가기도 했습니다. 멀리 지금의 서구 한 편에 해당되는 개건너에 갔던 것이죠. 그곳엔 논이 얼어 제법 넓은 빙판이 형성되어 있었고, 우리들은 신나게 놀면서 각자 썰매타기 기술을 맘껏 뽐냈습니다. 저는 외 날 썰매를 만들고 타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또래의 부러움을 샀고 덩달아 우쭐하기도 했습니다.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놀다 서둘러 지친 몸을 이끌고 백구번지로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이었습니다. 애들 걸음으로는 두어 시간을 걸어야 올 수 있는 거리였는데, 더 큰 고난은 당시 선인학교 재단이 몰려 있던 큰 언덕을 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지쳐 불을 피워 놓고 잠시 쉬다가 산불을 낼 뻔한 적도 있었죠.그런데 제게 백구번지의 겨울이 주는 더 생생한 기억은 우리 동네에 다다라 또래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갈 때의 느낌이었습니다. 집에 가까이 갈수록 느껴지는 주변의 스산함과 제 마음의 쓸쓸함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제 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나 허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그 또래 아이가 가질 수 있었던 마음의 부담과 압박감이 먼저 몰려왔었죠. 그렇게 제 어린 시절은 백구번지의 겨울 기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새삼 백구번지의 겨울 기억을 상기하게 된 건 요즘의 세태와 주변의 상황 때문일 것입니다. 한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도 그렇고 유난히 추울 것이란 일기 예보도 저의 이런 기억 되살리기에 한 몫 했을 테지요. 실감하는 추위 속에서 요즘 특히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주 확인하게 되는 쓸쓸함이 합쳐졌을 겁니다.인천은 지금 인사철입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시기적으로 그렇지만 인천시는 특히 대규모 내외 인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직을 둘러싼 대규모 자리 이동과 승진이 이루어질 것이고, 동시에 외곽 조직의 인사교체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 규모가 매우 클 것이란 점은 적재적소 배치와 능력 인사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부 대상자들에게 소외감과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합니다. 춥고 스산한 겨울날씨에 사람들에게 심적으로 큰 상처를 남기는 쓸쓸함을 안길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드는 것이죠.백구번지 그 겨울의 쓸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천오백 여 년 전에도 공자가 군자(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仁)과 예(禮)를 왜 그렇게 강조했는지를, 그래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쯤은 되새겨 보라 강조하고 싶습니다. 스산함 속에 스며드는 조직의 쓸쓸함과 개인의 소외감을 아예 없애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조직 리더들의 엄중한 책무(仁)이자 최소한의 사명(禮)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4-12-14 이용식

기성회회계 문제의 입법적 해결

각 정당들 발의 한 3개 법안입장 내세워 대립할게 아니라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자치와 자율성 존중하고학교운영 현실반영 등 문제점원만히 해결하는 입법되길…기성회비란 1963년 국가예산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기에 발족됐는데, 학교운영이나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학부모들로 구성된 자발적 단체인 기성회가 내던 비용이었다. 그 후 1977년 문화교육부(현 교육부)는 규정을 제정해 기성회비를 등록금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기성회비는 교육여건 개선 등에 기여했으나, 최근 정부와 국립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에서 법원은 기성회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고, 국가의 부당이득 반환책임에 관해서는 기각했다. 기성회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고등교육법과 규칙 및 훈령의 규정만으로는 기성회비가 등록금에 해당하거나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국가의 책임과 관련해서 법원은 '기성회비의 부과가 법률상 원인없이 이뤄진 것임에 대한 국가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 아직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이러한 기성회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3개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 그리고 정의당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이 바로 그것이다.'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은 기존에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은 기성회회계를 폐지하고 국고 일반회계와 함께 교비회계로 통합함으로써 기성회비 징수 근거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기성회회계 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비회계의 성격을 어떻게 보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대학이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질 수 있다. 이 법안은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고, 교비회계의 신설을 통해 기성회회계 징수에 대한 법적 논란을 해소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 재정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재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징수권과 대학재정 자율권을 유지시키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교비회계 직원으로 고용이 승계된다. 이 법안은 재정위원회의 책임이나 권한, 구성방안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은 기성회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에 흡수시키는 것인데, 국립대학에 대한 기성회비를 2020년까지 연차적·단계적으로 전액을 국고로 지원(물가상승률 미반영)하는 법안이다. 기성회회계를 일반회계로 귀속해 대학에 재정운영의 자율권과 징수권이 없으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대학의 재정운영 자율권을 박탈하고, 대학의 현실과 정부의 재정여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국립대학법안'은 국립대학의 설립 및 회계 근거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책무까지 강화하자는 것인데, 국립대학에 대한 기성회비를 2020년까지 매년 일률적으로 2분의1씩 국고로 지원(물가상승률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의 특이한 점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 헌법에 근거하는 법적 지위 등을 규정하고, 총장의 임용(직선제), 부총장, 대학평의원회 등 조직에 대한 사항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기성회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에 흡수시키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도 '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과 같은 점이 지적받고 있다.위의 세 법안은 나름대로 기성회회계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끌어왔던 기성회회계 문제에 대해 정당들은 서로 입장을 내세워 대립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운영의 현실을 반영하며, 기성회회계 직원의 신분문제 등 문제점을 원만히 해결하는 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 을미년 새해에는 모두 새롭게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 것을 두 손 모아 바란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4-12-07 김두환

성폭력 범죄에 대한 단상(斷想)

가정과 학교·종교단체는건전하게 육성되고 존중받는 대상이 돼야 하며개개인은 단죄·계도 보다는공범일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반성과 회개 하는 자세 필요최근 The Economist지는 유명 미래 학자들도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으로 지난 10여년간 주요 선진 국가에서 살인·강도·차량절도·마약사용과 같은 전통적인 범죄가 급격한 하강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이런 급격한 감소현상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독 증가하고 있는 범죄유형 중의 하나가 성범죄라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역시 어린 10대 청소년에서부터 사회 고위지도층에 이르기까지 널리 만연된 성폭력 범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절대적인 수치가 실제로 증가한 것인지, 이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새로워진 결과인지는 확정할 수 없으나 전반적인 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성폭력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미래의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범죄가 어떤 원인체계로 이뤄져 있으며 어떻게 반복되는가의 순환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적 차원은 물론 사회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성범죄의 발생은 일반적으로 4단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 번째 단계는 근원이 되는 다양한 원인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혼돈된 가족체계에서의 성장, 경직된 가부장제, 성적·신체적 피학대 경험, 알코올·약물의 과용, 음란매체에의 과다노출, 성교육의 부재, 타고난 기질적 성향 등과 같은 개인적·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원인체계가 실제 행위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상황적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둘째는 윤리적 양심이 제어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호젓한 장소에서 보호자가 없는 아동과 마주하거나 늦은 밤 시간에 과음한 여성과 맞닥뜨려지는 등과 같은 상황적 기회가 포착돼야 한다는 것이고, 동시에 쾌락을 향한 공격적 욕구가 윤리적 양심과 같은 내면적 억제능력을 훨씬 능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 도처에 존재하는 범죄사각지대에 대한 대처의 미흡과 가정이나 학교·종교 부문에서 익혀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이 내면화되지 못한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마지막 단계에서는 피해자 측의 능력과 태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예컨대, 피해자가 방어할 능력이 결여됐거나 저항의지를 상실했을 경우, 그리고 사전에 대처정보의 숙지와 대비에 소홀했다면, 가해자에 의해 제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여러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가해자는 법적 제재의 두려움과 윤리적 양심을 초월해 자극적인 쾌락을 즐기게 되며 이는 바로 자기 합리화 단계를 거쳐 다시 반복할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된다.성폭력 범죄가 수없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완전범죄로 끝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요건들이 충족돼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해자 측면, 피해자 측면 혹은 사회 정책적 측면에서의 어떤 조치에 의해서든 어느 한 단계에서만이라도 차단될 수 있다면 완전범죄는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우리 사회에서도 성폭력범에 대한 형벌의 강화, CCTV 설치의 확대, 전자발찌제도 및 화학적 거세제도의 시행, 성폭력 범죄 예방교육 및 치료 등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기관들이 전시적 행정의 차원을 넘어 문제의 본질적 원인체계와 단계별 순환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해당하는 각각의 제도나 프로그램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뿌리가 되는 가정과 학교와 종교단체가 건전하게 육성되고 존중받는 대상이 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며, 개인적 차원에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단죄(斷罪)하거나 계도(啓導)하는 입장에서보다는 각각이 공범(共犯)일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가짐으로 반성과 회개의 시간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1-30 이백철

한류를 넘어 줄타기 외교의 변화를 꿈꾸며

한국은 대중문화 인기 기반동아시아 중견국 리더십 외교펼칠 수만 있다면대미·대중 양자 관계의 불안한눈치보기식 줄타기 외교 대신주도적 역량발휘 기회 얻을 수도얼마 전 한국 외교사에 남을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10월에 있었던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의 2020년 이후 연기고, 또 다른 하나는 11월에 있었던 한중 FTA 타결이다.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는 한국전쟁 직후 38년이 지난 노태우 정부 때가 돼서야 시작돼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 때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됐다. 그 후 또 20년 가까이 지난 2012년에서야 전시작전권 환수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10월 2020년 이후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한편, 한중 FTA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자유무역 규모가 확대됐다. 논란이 됐던 쌀, 배추, 돼지고기 수입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한 국가가 됐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강대국과의 줄타기 외교 활동을 통해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우리는 세계 경제 순위 10위 안에 든다고 자부하지만 미국·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역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오늘날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은 강대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패권적 영토확장 과정에서 줄타기 외교를 통해 살아남았다. 1970년대 초 고도성장의 기적을 이룩한 동아시아의 네 신흥공업국들(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성공 원인을 상명하복식 권위주의적 유교적 전통 즉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에서 찾은 적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들의 성장은 냉전시대 강대국들과 우호관계를 기반으로 한 경제지원에 근거하고 있다. 경제발전의 수준, 정치체제, 종교, 언어, 역사적 경험 등이 천차만별인 아시아 국가들은 패권주의에 희생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타국과의 연합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강대국과의 줄타기 외교에 지친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협력과 연합을 위해 누군가 나서서 강대국들에 동아시아 국가 연합체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해주기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존경받는 중견국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동아시아 대중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외교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한 한·중, 한·일 간 협력과 더불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행복 시대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는 우리 음악, 문화 관련 한류 붐에 이어 지구촌 균형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앞장서는 책임있는 미들 파워(Middle Power) 국가 이미지의 신(新)한류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문화산업의 측면에서 공공외교에 접근해 왔다. 일본·중국 등 주변국들보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문화산업에 투자해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의 개선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외교 전략으로 연결돼 구체적인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잘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한미, 한중, 한일 외교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류라는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한미 동맹과 한중 경제협력은 줄타기 외교의 핵심이다. 한미 동맹의 강화는 한중 간 경제통상 관계를 대등한 입장에서 추진할 수 있게 해주고 한중 간 전략적 경제협력 관계는 우리가 더욱 대등한 입장에서 한미 동맹 관계를 성숙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한국이 대중문화의 인기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견국 리더십 외교를 할 수 있다면 한국은 대미, 대중 양자 외교관계의 불안한 눈치보기식 줄타기 외교 대신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수준의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와 한중 FTA 같은 강대국과의 외교적 협상과정이 줄타기 외교의 결과라고 한탄하기보다는,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한-호주, 한-뉴질랜드 FTA가 다양한 다자체제에서 여러 동아시아 참여국들과 한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외교역량 발휘의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11-23 홍문기

인천은 해불양수의 도시, 진실 혹은 거짓?

타지 사람들을 배타적으로대하지 않는 도시란 말처럼개방적이고 쉽게 기회 주지만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이자신들 입장에서 이기적이라면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칠팔년 전쯤 캐나다에 체류할 때였습니다. 중국 이민자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공식 사과문제가 그 나라의 사회적인 이슈였습니다. 200여년 전 중국사람들이 대거 북미 철도건설 노동자로 이주했었는데, 이들의 희생과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법적신분의 회복문제가 대두됐던 것입니다. 험한 지형 등 악조건과 고된 노역으로 철도건설과정에서 많은 중국 사람들이 희생됐습니다. 이후 이들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대우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캐나다 총독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2세기 전에 있었던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사죄했고, 당시 이주자들에 대한 캐나다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법적으로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그때 저는 가깝게 지냈던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에게 평소 가졌던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년 전 여기 왔던 중국 사람들과 100년 전 건너왔던 너희 아일랜드 출신을 비교해 보면, 과연 누가 더 캐나다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물론 유럽 사람들이 갖는 자기중심적 인식과 세계관을 비판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만, 여러 출신들이 뒤섞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소위 '주인'과 '객'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평소 비판적인 의문도 포함된 것이었습니다.저와 같은 고교와 대학을 다녔던 한 선배는 오랜 타지 생활을 접고 은퇴 전 마지막으로 고향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몇 해 전 인천에 오게 됐습니다. 그 자리를 공모한다 해서 흔쾌히 응모했고, 그 분야 경험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 개발책임자로 임용됐습니다. 그 선배는 열심히 그리고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키우고 공부시켰던 고향에 대한 마지막 봉사란 생각을 갖고 일한다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잘되면 반대하는 부인을 설득해서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할 생각도 있다 했습니다.그러나 선배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년도 안 돼 인천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조직 환경과 정황을 대략 이해하게 됐던 저는 그 선배가 사직을 결심하기 며칠 전 한 술자리에서 했던 말을 씁쓸하게 떠올렸습니다. "인천에 오면 타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당했던 홀대를 최소한 다시 겪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인천은 그것마저도 통하지 않는 곳이더구먼." 그 선배는 다른 도시에선 그곳의 유력 고등학교 출신이 아니라 해서 사업하기 아주 힘들었는데, 여기선 그 반대로 이곳 유력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학연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도시의 특성 또는 장점으로서 사람들은 인천을 해불양수(海不讓水)의 도시라 합니다. 바다는 어떤 물이라도 거절하지 않는다는 뜻 그대로, 인천은 타지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는 도시란 것이죠. 이 말처럼 인천은 매우 개방적이고, 외지 사람에게도 쉽게 기회를 내주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이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 할 것입니다. 해방 후 인천을 이나마 성장시켰던 것이 개방성과 흡인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1990년대 초 인천이 각광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인천시장은 '인천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죠. 정보화시대가 도래했고 이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빠르게 건설됐으며 송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지로 각광받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동시에 분권화가 진척되면서 정보화와 네트워크 사회에서 인천이란 도시가 가졌던 그간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정보화와 인터넷을 주도했던 많은 사람들이 인천출신 또는 이 지역 대학의 졸업생이었다는 점이 말해 줍니다.인천이 가진 장점으로서의 해불양수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일컫는 것일 겁니다.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아전인수식 해석이 다시 발현되지 않길 바랍니다. 포용과 개방·역동을 의미하는 해불양수가 인천에서 늘 진실로 드러나길 기대해 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4-11-16 이용식

로스쿨과 사법시험

제도도입 취지 살리고로스쿨 통한 법조인양성제도자리 잡으려면 시간 필요대안없이 사법시험 폐지혼란 불러올 수 있어 일정기간로스쿨과 병행 고려해 볼만국회 본회의 제268회 임시회 폐회를 몇 분 앞둔 2007년 7월 3일 23시 51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전격적으로 처리 제정됐다. 2009년 3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돼 3년 과정 입학정원 2천명으로 운영됐고, 2014년 현재까지 3회에 걸쳐 변호사시험이 실시됐다. 우리나라의 법조인 선발제도는 지금까지 시행돼 오던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으로 이원화돼 있다. 그러나 기존의 사법시험은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지금부터 3년 뒤인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고, 2018년부터는 로스쿨체제로 일원화돼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과거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제도는 1949년부터 시행됐던 고등고시가 1963년 사법시험 제도로 바뀌었고, 사법시험 합격자는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조인이 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자 새로운 법조양성시스템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인력을 교육으로 양성해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법률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5년간 운영해 본 결과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몇 가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하고 전문화된 인력을 교육으로 양성한다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와 어긋나게 최근 교육과정이 변호사시험 과목 위주로 편성된다는 것이다. 시험 필수과목은 수강생들이 많으나 선택과목 중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과목은 아예 수강신청한 학생이 적어 폐강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둘째, 로스쿨 제도가 법조계 진입장벽을 높여 사회계층간 이동을 막고 있어 올바른 법조인을 선발 양성하자는 원래 취지와 어긋나고 있다고 한다. 셋째, 현행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어느 정도 높지만, 로스쿨 졸업자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가 5년 동안 5회의 제한이 있어 시험에 낙방한 사람이 누적되면 몇 년 뒤의 합격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은 상대적으로 입학경쟁률이 떨어질 것이고, 그것이 몇 년 지속되면 일본과 같이 운영이 어려운 로스쿨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넷째, 매년 로스쿨마다 입학정원의 제한으로 예산확보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일정 수 이상의 교원을 확보하고, 시설과 기타 인가조건을 충족하려면 재정부담이 많은데 학생 수는 정해져 있어 등록금만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로스쿨 인가 시 약속한 학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장학금을 충분히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최근 변호사 숫자의 증가로 인해 취업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논의와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로스쿨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변호사예비시험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는데,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소정의 예비시험에 합격하고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대체법학교육기관에서 3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예비시험 합격 후 추가적인 3년 교육과정 수료라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최소한 국민에게 균등한 법조계 진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고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대안없는 사법시험 폐지는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일정기간 사법시험과 법학전문대학원을 병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4-11-09 김두환

사형수의 편지-삶, 자유, 그리고 선택

나의 쾌락이 고통으로자유가 속박으로행복이 불행으로타인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단순한 경험을내면화하지 못한 것이라고…최근 사형수 A로부터 소년원 원생들에게 전하는 애절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A는 지울 수 없는 큰 죄과로 사형판결을 받아 10여년째 구치소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다. 그는 사건발생 직후 중국으로의 밀항을 계획했으나 망망대해에서 바다 속에 생매장이 될 것이 두려워서 포기했고, 도주과정에서도 두 차례의 자살을 시도했으나 역시 모두 실패했다. 첫 번째는 수면제 100여 알을 털어 넣었으나 급작스러운 위경련으로 토한 바람에 이루지 못했고, 두 번째는 빌딩에서 투신을 목적으로 20층까지 올랐으나 옥상철문이 잠겨 뛰어내리지 못해 실패했다. 지난 세월도 생의 마감을 기다리는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사형을 미집행하는 국가정책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종교적으로 귀의한 삶을 보내고 있다.A는 한 인간이 생명체로 탄생하면서 얻어지는 삶과 자유는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것들을 향유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고 했다. 그 조건은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며, 올바른 선택을 통해서만이 주어진 삶과 자유를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는 착한 중독과 나쁜 중독이 있는데, 물욕과 쾌락을 탐닉하는 나쁜 중독을 선택했으며 폭력적인 삶을 살다가 급기야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고, 지금은 자신의 생명과 자유를 모두 타인의 결정에 의존해야만 하는 피동체로 변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삶과 자유가 언젠가 그에게도 조건이 없이 거저 주어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찌하여 불안·절망·악몽·불면, 그리고 그리움에 휩싸여 상상 속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를 자책하며 회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어느 날 그는 문득 교도소 벽에 걸린 시계가 멈춰있는 것을 발견하고, 고장난 시계일지라도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번은 제 역할은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기약을 알 수 없는 여생이지만, 남아있는 몇 줌의 착한 선택을 찾아 무던히도 고뇌하고 투쟁해 왔으며, 가까운 미래가 될지라도 그 때까지 착한 선택에 중독된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삶·자유, 그리고 선택." A가 필자에게 매우 진지하고 절실하게 던진 단어들이다. 선택을 잘못하면 자유를 뺏길 것이고, 더 나아가 삶까지도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 세상에서 선택을 진지하게 연습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A와 그 동료들만이 아닐 것이다. 빈곤·박탈감·피학대, 그리고 애정결핍을 경험한 뭇 소년들이 물질만능을 희구하는 자극적인 경쟁사회 속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특히 교정시설에 갇혀있는 소년들이 과연 절박하고 자극적이었던 당시 상황 속에서 희망의 길과 타락의 길을 구별해낼 수 있었을까? 더구나 언젠가 소년원까지 경험한 이들이 초대되지 않은 손님으로 옛 환경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이 모든 것을 경험한 사형수 A는 그들이 나쁜 선택을 한 이유는, 진지한 사고를 통해 선택하는 학습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며, 선택의 결과에 따르는 미래의 희열과 고통을, 행동으로 옮겨지기 이전에, 생각과 사고 속에서 체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자유는 속박이 있기에, 쾌락은 고통이, 그리고 행복은 불행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은 항상 상대적이어서 나의 쾌락이 타인의 고통으로, 나의 자유가 타인의 속박으로, 나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순한 경험을 내면화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그래도 제 생명이 연명되고 있기 때문에 수형자 사회에서나마 착한 선택을 할 작은 자유가 주어진 것이겠지요? 제 뜻이 교수님을 통해 소년원 원생들에게 전해진다면, 없었어야 할 작은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요? 돌이켜 보면, 저는 지금처럼 선택을 진지하게 연습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1-02 이백철

반말로 가르치는 자와 비속어 쓰며 배우는 자

학생 언어습관 개선시키려면수업중 교수·교사·강사들은어·비속어 금지와반말 안하기부터 시작돼야욕설 난무하는 사회 책임은청소년 아닌 어른에게 있기에핵노잼(매우 재미없음), 존나/열라/졸라(매우), 쩐다(질리도록 잘한다), 패드립(가족욕함), 졸못(매우 못생김), 엄창(엄마 창녀) 등등 초중고등 학생들이 거의 매일 사용한다는 이런 표현들을 독자 여러분은 얼마나 아는지 궁금하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교사들의 61%가 매일 학생들의 은어·비속어를 들으며, 31.6%가 학생들의 비속어·은어를 절반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답했다. 언론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인터넷·방송의 무분별한 막말과 신조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가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안타깝게도 의미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기사는 보지 못했다. 다음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필자의 의견이다.우선 정부기관과 교사·국어학자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비속어·욕설의 의미와 근원을 설명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표준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급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핵노잼은 핵이라는 말이 핵폭탄급 즉, '매우'라는 뜻이고 노는 'NO', 잼은 '재미'를 뜻한다. 따라서 핵노잼은 '매우 재미없다'는 뜻이다. 패드립은 패가 'family'를 의미하고 드립은 얼간이 'drippy'라는 단어의 축약형이다. 한마디로 '너희 가족은 얼간이'라는 뜻이다. '엄창'은 너희 엄마 창녀의 약자고, '쩐다'는 '질리게 잘한다'는 뜻으로 질+잘의 조합으로 '절'이 되고 이 말보다 더 과격하게 사용하려고 '쩔'이 된 것이다. 이처럼 각종 은어·비속어·욕설은 조어 과정의 맥락과 뜻이 있다.과연 청소년들이 이러한 의미와 조어 과정을 알고 사용할까? 검색을 통해 은어와 비속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대신하는 대체 표준어를 교육시킬 수 있어야 학생들은 더 이상 이러한 표현들을 스스로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어학자들과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와 속어의 근원적 의미를 분명히 해 이 표현들의 비문법성과 조악한 의미를 청소년들에게 분명히 깨우쳐줘야 한다. 또한 교육부를 포함한 정부기관은 잘못된 은어와 속어의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학생 스스로 깨달아 자제하는 학습도구와 교육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다음으로, 은어와 비속어가 욕설이 된다는 사실을 학부모와 교사들이 청소년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흔히 사용하는 욕설중 숫자 18과 연관된 표현의 근원은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순 한글 은어와 '하다'라는 동사가 합쳐져 만들어진 비속어였다. 이 은어·비속어는 원래 '성교하다'는 뜻이었지만 오늘날 누구도 이 말을 그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아주 거친 욕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개××라는 식의 표현에서 '개'는 'Dog'의 의미가 아니라 허름하고 빈약하며 저속한 것이라는 속어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개드립·개꼴깝 등의 접두사에 사용되는 '개'는 허름하고 빈약하며 저속한 것의 수준을 넘어 그 정도가 심한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들이 남용하는 은어와 비속어가 집단간 친숙함의 상징이 아니라 욕설의 전 단계임을 깨닫게 된다면 청소년들은 은어와 비속어 표현을 자제하게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교수·교사·강사 등은 최소한 강의중에는 존댓말을 꼭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교사와 강사 심지어 교수 중에도 강의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학생들을 '애들'이라 부르고 강의중 '~했지?' '~잖아' '알았지?' 등의 표현이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사람은 은어·비속어·욕설이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없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말이 친숙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배우는 사람은 은어와 비속어가 친밀도를 더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언어환경은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을 정감어리다고 우기는 사회가 될 것이다.얼마 전 한국교총은 교사들만으로는 학생들에게 바른 언어습관을 심어주기 역부족이라며 앞으로 학생 언어습관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 시작은 가르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중 은어와 비속어 사용금지와 반말하지 않기 캠페인이 돼야 할 것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사회에 대한 책임은 배우는 청소년이 아닌 가르치는 어른에게 있음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10-26 홍문기

매사 원칙과 때론 융통성 간의 간극

재정운용 비상 걸린 인천시이익단체 예산 융통성 요구해결책은 '기본 원칙 지키기'시, 세출 항목 재검토 결정시민사회 갈등 줄이기 위해공공부문 정책실패 반성 필요많은 사람들이 이미 예견했던 것처럼 인천시 재정문제로 지역이 소란합니다. 현재 짊어지고 있는 큰 규모의 채무에다 내년 세입이 당초 기대보다 적을 것이란 예상이 겹쳐 내년 인천시 재정운용에 비상이 걸린 형국입니다. 인천시의 보조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여러 이익단체들의 아우성이 겹쳐 지역이 더욱 뒤숭숭합니다. 인천시의 사업부서들을 비롯해 몇몇 이익단체들은 우리 예산과 지원만은 비상재정 시국에서 예외로 해달라는 융통성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인천시는 특단의 대책으로 모든 사업예산을 70%가량 줄이고, 바닥(제로베이스)에서부터 모든 세출항목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현재 인천시가 당면하고 있는 극심한 재정문제 해결에 어떤 묘수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특별한 아이디어나 획기적 처방이 있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세수중심의 수입을 늘리고 예산지출을 줄여서 빚을 갚아 가는 것, 인천시의 재정위기 해결방식에 대해 우리가 끄집어낼 수 있는 묘책은 이처럼 매우 단순합니다. 상식수준을 넘지 않는 이 단순한 구조에서 각각의 구성항목에 최선을 다하고 효율성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재정위기 해결의 묘안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사실을 뜻합니다.우선 인천시가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고 그동안 납세를 회피했던 분야를 찾아내 엄정하게 과세해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해서 비판받고 있는 세금감면을 예외없이 원칙대로 과세하고, 불필요하거나 그 용도가 크지 않은 공공부문 소유의 자산을 처분해서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담금 등을 엄정하게 부과해서 세외수입을 증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세출항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불요불급한 지출항목을 우선순위대로 없애갈 수밖에 없고 모든 항목을 대상으로 세출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합니다.그러나 재정문제 해결의 이러한 단순한 도식은 각 구성항목의 주체가 부담해야 할 어려운 실천과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각각을 추진하고 결정해야 할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판단과 책임있는 결단을 요구하고 있고, 예산지원을 받는 사람들의 깊이 있는 이해와 고통분담을 수반해야 합니다.이 과정에서 소모적 논쟁과 책임 전가 등과 같은 갈등요소를 없애기 위해선 시민들의 사려깊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인데, 시민사회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선 공공부문이 그간의 무책임과 정책실패에 대한 엄정한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문제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이를 초래한 원인과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재정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소위 싱크탱크로서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끊임없이 경고음을 울렸어야 할 책임에서 인천발전연구원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시민들은 그간 공공부문의 비상식적 의사결정과 무분별한 정책결정에 의구심을 가져왔습니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른 재정오판, 비상식적 정책결정 등 재정상황을 급속히 악화시켜왔던 공공부문의 여러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의문과 비판에 정직하게 답하고 확고한 해결책을 제시해서 공공부문과 함께 시민사회의 활력을 회복해 가는 것이야말로 재정위기 해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신속한 해결의 관건입니다.그리하여 재정현실에 대처하는 모든 접근과 방식이 원칙적이어야 하고, 평가와 비판 역시 기본 원칙과 건전한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 판단해야 합니다. 나만의 예외로 융통성을 요구할 때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시민사회의 인내와 시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공공부문이 먼저 성찰하고, 매사 엄정한 원칙을 적용하는 가운데 현명한 방책을 실천하길 바랍니다. 재정난 돌파의 확고한 수단이 확인되고 구성원 모두가 이를 수긍하면서 책임있게 매진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어려움을 딛고 활력을 보이게 될 가까운 미래 인천의 역동적인 모습과 함께./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4-10-19 이용식

경기도 지역거점 국립대 설립 필요성

인구 10만명당 국공립대학정원 12명 '전국 최하위'우수한 고등교육기관도 부족입시경쟁 치열·사교육비 부담저렴한 교육비로 양질의 교육받을 기회 적어 역차별 당해우리나라 4년제 대학수 중 사립대학은 79%(158개)를 차지하고 국공립대학은 21%(43개)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2007년 기준)은 국공립대가 78.1%, 사립대 13.7%, 정부의존형 사립대 9.2%로 우리나라의 국공립대 비중이 확연히 낮은 실정이다. 미국·프랑스·핀란드·호주 등에서는 국공립대와 정부의존형 사립대의 재학생 비율이 70~90%를 상회하는 반면, 우리나라 국공립대 재학생비율은 24%수준에 머물고 있다.지역에 소재하는 전체 대학중 국공립대학의 비율은 대구·인천·울산·제주가 각 50%로 가장 많으며, 서울 14.3%, 경기도 3.7% 수준이다. 경기도 인구는 약 1천200만명으로 전국 인구의 24%정도를 차지하지만, 경기도 지역 4년제 국공립대학(교대 제외)은 단 1개에 불과하며, 경기도의 4년제 대학교 학생수용률은 33.6%에 불과해 전국 평균 74.4%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경기지역의 국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고등교육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경기지역에 거점 국립대를 설립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경기도를 제외한 각 도에는 모두 지역거점 국립대가 존재한다.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는 법적으로 정의되는 개념은 아니며, '지역거점 국립대학교'의 특성을 보면 1만명 이상의 재학생, 넓은 캠퍼스, 광역자치단체와의 밀접한 관계, 의대 및 부속병원 보유, 법학전문대학원 보유, 사범대 및 부속고등학교 보유, 장관급 총장 예우 등을 들 수 있다.경기도에 지역거점 국립대를 설립할 필요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경기도 국공립 대학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인구 10만명당 국공립대학 정원은 12명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 소재하는 전체 대학중 국공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3.7%로 굉장히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둘째, 경기도 학생들은 우수한 국공립 고등교육기관의 절대부족으로 치열한 입시경쟁과 높은 사교육비를 부담하게 되고, 수도권 대학신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지방 우수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진학으로 다수의 수도권 학생들은 지방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지방대학으로 진학시 교통비와 하숙비 등 상당한 비용부담이 발생된다.셋째, 경기도는 전국 인구 규모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나 전체 국공립대학교의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한 실정이고, 국공립대학에 의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경기도민에게는 현저히 줄어들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규제로 인해 경기도내에서 스스로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인재를 양성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대학교육을 위해 비자발적으로 이주하는 주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넷째,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문제는 수도권에 이미 집중돼 온 산업시설의 분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 경기도 대학에 대한 규제는 인구비례로 대학이 모자라는 지역 현실에 비춰 목적이 불분명한 규제라고 판단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수도권내 대학신설 규제로 경기도의 대학교육 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없어,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타 시도로부터 채용하는 실정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정책오차와 이중성으로 인해 집중돼 있는 경기도 인구를 대학신설 규제로 억제함으로써 분산시키기 어려우며, 경기도민의 경우 비용대비 양질의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경기지역 거점 국립대 설립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경기도 지역의 대학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고, 우리나라가 질적 성장으로 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 국립대간 자원배분 균등화 등 각종 지역 불균형 해소와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4-10-12 김두환

세월호 참사와 여교사의 다짐

가해자도 피해자도 입장이바뀔 때가 있으므로 우리모두직간접적 공범관계일 수 있어상대 배려하는 균형감각 절실비상탈출구 안내와 심폐소생술숙지 시작한 선생님이 커 보여얼마전 어느 중학교의 여교사로 근무하는 선생님과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어느 모임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됐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침몰 원인, 유병언 죽음, 단식투쟁, 책임소재, 세월호법 제정, 대리기사 폭행사건 등 식상할 정도로 다양한 뉴스거리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에 정답을 아는듯이 물었다. "선생님은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요즘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선생님이 대답했다. "제가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다소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가 사고로 야구방망이에 맞아 고통스럽게 쓰러져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119에 전화하라고 소리를 박박 지르고, 아이의 몸뚱이를 안고 내가 너를 살려줄테니 제발 정신만 잃지 말라고 악을 쓰지 않았을까요?"선생님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목숨을 건진 교감선생님마저 스스로 목을 매신 것일까? 그렇다면 당시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뱃속에서 아이들과 운명을 함께 했던 단원고 선생님들은 "얘들아, 정신 바짝 차려! 우리는 살 수 있어! 내가 너희들과 함께 있을게!"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순간 뭉클해짐을 느꼈다. 죽음의 공포가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됐을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은 길지 않았겠지만."저는 요즘 긴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저부터 숙지하려고 열심히 메모하고 시험해 보고 있어요. 저마저 허둥대면 아이들은 어떻게 되겠어요. 자신있게 비상탈출구로 안내하고, 심폐소생술도 해야 하니까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나마 세월호의 어두운 그림자가 거둬지는 것 같았다. 희망의 실타래는 이렇게 풀려져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9월의 어느 날, 한 대학의 강의실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강생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오고가고 있었다. 기본을 망각한 양심없는 선장과 선원, 무능하고 부패한 마피아 공무원, 희대의 3류 추리소설을 연출한 유병언씨 일가, 세비만 축내고 있는 정략적 정치인, 지루하고 검증되지 않은 해설로 넘쳐나는 종편방송까지 거론이 됐다. 이렇게 찾아낸 적들 하나하나에 대한 확인사살이 끝나고 있을즈음 한 수강생이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한두 다리만 건너면 모두 일가라던데 연루된 사람중 제 친척분도 계시거든요. 그 분 진짜 참 좋은 분이세요." 그리고는 우리가 손가락질하는 죄인과 적들이 모두 달나라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아니며, 우리 이웃이고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냐고 했다. "선장이나 선원들도 모두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일텐데 자식과 같은 학생들을 버리고 어찌 자기들 목숨만 건지려고 도망쳤냐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제 아버지도 그랬을 것 같아요. 저를 고아로, 어머니를 과부로 만들었다면 저도 두고두고 원망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여기까지 이르도록 얘기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그러나 이제는 감춰진 우리 자신의 치부를 타인의 비난으로 위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 도덕적 우월성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내재돼 있는가도 성찰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 결과 아마도 그같은 불편한 마음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가해자도 과거에는 피해자인 경우가 있고, 또한 피해자 역시 어느 순간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설사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는 공범적인 관계라고한들 크게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균형 감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비상탈출구 안내와 심폐소생술부터 숙지하기 시작했다는 여교사의 큰 키가 더 커 보였던 것이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0-05 이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