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경제민주화와 시대정신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한 마디로 정의에 대한 갈구다.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나날의 삶이 불공정하다는 정서적 공감이 결코 쉽지 않는 개념인 '공정'과 '정의'라는 인문학의 바다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샌델은 공동체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학자다.표심 잡기 나선 대선 후보들사회정치적 철학 없는무분별한 영입·민생행보담합과 줄서기를국민통합으로 둔갑시켜유권자의 정확한 통찰력 필요그의 정의와 공정의 개념은 사회와의 유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고유한 문화 및 전통의 배경에서 형성된 공동체 의식이 사회의 상대적 형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정의관과 맞닿아 있다. 이것이 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사회구성원의 행복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사회정치 철학의 기저이다. 18대 대선을 가르는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와 통합이다.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일견 야권과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어젠다를 선점하여 과반 의석을 확보하였으나, 경제민주화는 여야, 보수와 진보 모두가 추구해야 할 덕목이자, 지향해야 할 가치이다. 통합은 경제민주화와 별개의 의제가 아니다. 일반적 개념으로 '민주화'란 소극적 의미로는 절차적 정당성을 뜻하는 최소한의 민주주의이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사회구성원의 실질적 평등권 보장을 의미하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전자의 절차적 측면을 의미하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은 민주화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후자의 실질적 평등권과 복지의 충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자의 배려가 수반될때 비로소 형식과 내용에서 민주주의는 명실상부한 이름값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는 바로 실질적 민주주의의 착근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것이다. 즉 경제민주화란 경제적 민주주의의 다른 표현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를 향한 공동체의 노력과 제도적 확립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전제될 때 밑그림이 완성될 수 있다. 급식과 교육, 보육의 무상시리즈나 선심성 복지 공약, 그 자체가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빈부격차의 완화나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득권층의 경제적, 사회적 배려가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루어지게 되면 공동체의 원심력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후보들의 이른바 '민생행보'와 무분별한 '영입'은 경제민주화와 통합을 예지(叡智)하는 철학을 담고 있지 않다. 사회경제적 형평과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가운데 사회통합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고, 이것이 정치통합으로 연결되는 것이 경제민주화와 통합의 선순환이다.후보들의 주장으로 정치권의 유행처럼 치부되고 있는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은 논리적 정합성에도 불구하고, 자칫 성장에 방점이 찍힘으로써 지난 대선의 줄푸세나 747공약의 동어반복이 될까 두렵다.더구나 표심을 얻기 위한 소위 외연 확장이나 중도층 잡기 경쟁은 좌우 양쪽의 지지를 끌어모으려는 정당의 포괄정당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념적 지향을 상실한 공허한 눈속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의 정확한 통찰과 성찰이 없이는 정치인들의 능숙한 정치공학적 유혹에 현혹될 개연성이 어느때보다도 높은 것이 이번 대선의 흐름이다. 철학 부재의 탈근대시대에 샌델의 저서가 그토록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한 것은 역설적으로 생활정치에 긴요한 정치철학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선거과정과 캠페인을 통하여 그 사회의 집단지성의 흐름을 형성해야 할 대선은 정치공학의 난무와 이념적 잣대가 모호한 인사들의 무분별한 영입 경쟁으로 점철되고 있으며, 담합과 줄서기가 국민통합으로 둔갑하고 있다. 샌델이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역설한 정의에 공감했던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간구와 열망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모르고 있는 것인가, 알 수 있는 깜냥이 안되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 외면하는 것인가? 70일 남짓 후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그가 공동체의 지향을 성찰하고, 시대 및 역사를 마주하는 통찰이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2012-10-07 최창렬

지속가능한 사회 위해 '적정이윤 개념' 필요

1970, 80년대 서민들의 재산형성의 과정은 하루하루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야하는 참으로 고단한 길이었다. 쥐꼬리만한 한정된 수입에서 이것저것 쓸 것을 따지다보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우리의 주부들은 위대했다. 우선 저축을 위한 몫부터 떼어놓고 살림을 시작했다. 눈치 없는 손님이 와서 한 끼를 축내고 가면 주부는 남몰래 배를 주려야 했다. 그리고 억척스럽게 적금을 붓고 목돈마련을 위해 계를 들었다. 티끌모아 소중하고도 뿌듯한 성취를 이루어 아이들의 대학 입학금도 만들고 월세방에서 전세방으로 그리고 작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면서 수십 년의 세월을 보상 받고 진한 행복감에 온 가족이 기쁨의 눈물을 함께 했었다.공급자 중심의 가격책정 탓천문학적인 아파트 값 형성거품 빠지자 거래실종 시작건설경기 전체적 침체 몰고와철저하고 예외없는 과세 등구체적인 조처 시작해야2000년대, 근세 이래 최대의 물질적 풍요와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이룩한 이 시대 사람들은 좌절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지나친 경쟁, 청년실업, 신분상승의 사다리의 상실, 물질만능의 사회적 풍토, 무엇하나 속 시원히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치 등등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 '격차'의 문제가 있다. 의외로 격차의 문제는 '적정이윤 개념의 상실'에서 시작한다.언제부터인가 손님은 왕이라는 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큰 손님이 아니면 그렇고 그런 손님은 귀찮을 뿐이다. 박리다매는 옛 말이 된 지 오래다. 기성복이 맞춤양복보다 비싸지면서 시장 지배권이 공급자에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값은 제 가치보다 점점 높게 매겨졌다. 씀씀이가 커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부계층에서는 연봉도 하는 일이나 벌어들이는 수준보다 크게 높아졌다. 값을 정하는 사람들의 권한이 커지면서 모럴해저드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만연해갔다. 가격구조의 왜곡은 고비용 저효율 사회의 구조화를 초래해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성장의 과실은 일부에 편중되면서 곳곳에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따라잡기가 요원해졌다. 성장의 저변은 약화되었고 사람들은 불만을 넘어서 좌절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요즈음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 중의 하나가 아파트 값이다. 문제의 본질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역설적이게도 값이 내려가서 거래가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적정이윤 개념이 실종된 대표적인 사례가 아파트 값이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결정하는 가격은 투기수요에 힘입어 토지비, 건축비, 금융비용, 이윤을 훨씬 넘어서는 기본가격을 형성하였고 거기에 거래이익이 붙어서 천문학적인 아파트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이제 일확천금을 한 공급자는 이익을 챙겨서 떠나고 수요자들만 남은 시장에 투기수요의 거품은 꺼지고 과다하게 형성된 가격이라는 실상이 드러났으니 이 시점의 소유자는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고는 팔 수가 없게 되었다. 사려는 사람은 적정가격을 알 수 없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거래는 끊기고 고용확충과 시중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핵심이 되는 건설경기는 실종되었다. 더 큰 분양사업을 위해 투입했던 비용은 건설기업을 침몰시켰다. 악순환에 접어들었고 그 비용은 너무도 크다. 이제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기라는 악순환이 새로 시작되든지, 적정가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든지, 시장의 기능으로 적정가격에다가 최초 공급자가 가져가버린 부분 중에서 일부를 인정해서 새로운 조정가격이 형성되든지 세 가지 중에 하나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것이든 고통이 따른다. 일찍이 적정이윤에 의한 적정가격으로 거래가 되었다면 고통의 크기와 기간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적정이윤 개념의 회복은 그동안 간과되어왔고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가 쉽지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우리가 꼭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방법은 있다. 적극적인 소비자 운동으로부터 부당한 이득에 대한 철저하고도 집요한 예외 없는 과세에 이르기까지, 적정이윤 개념이 우리사회의 기본으로 다시 자리 잡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2012-09-24 박연수

한가위 상념(想念)

하늘은 높아지고 말(馬)이 살찌는 계절, 가을이 되었다. 가을의 한 가운데에 한가위(추석, 중추절)가 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본다.우리는 흔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을 한다. 한가위에는 친지와 이웃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함께 모여 놀이를 즐긴다.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때이다. 바로 그 때 우리는 이웃을 돌본다.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주위의 가난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人心)이 넉넉해지는 때가 한가위다.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괴로운 사람도 함께 명절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한가위가 되면 좋겠다. 아니 늘 한가위 같으면 좋겠다.한가위에는 고향을 간다. 민족대이동이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한다. 먼 길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달려간다. 고향에 가면 고향 산천을 둘러보고 고향 친구와 친지를 만난다.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도 보게 되고, 고향에서 놀던 놀이도 한다. 수만리 바다를 떠돌다 태어난 개울가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은 연어처럼 우리는 고향을 그리워한다. 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마음으로나마 고향을 그린다. 우리를 낳아 주신 부모님이 있듯이, 누구나 가고 싶고 보고 싶고 즐기고픈 고향이 있게 마련이다. 고향은 그래서 꿈이고 희망이고 기쁨이다. 어디서든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한가위 보름달은 두 손 모은 우리의 염원을 밝게 비추어줄 것이다.한가위에는 벌초를 하고 성묘를 한다. 제사를 드린다. 차례를 올린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린다. 모두 모여 그 분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되새겨본다. 어떻게 사셨는지를 생각해본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돌아갈 그날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언젠가 우리의 묘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영정과 위패 앞에서 절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차를 따라 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던 모습을 되새겨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살았다고 말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어떻게 기억할까? 우리가 어떠했었다고 말해질까? 그러고 보니, 이제부터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멋지게 살아야겠다. 욕먹지 않고 살아야겠다. 좋은 일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부모님께 더 정성으로 효도해야겠다. 자식들에게 더 잘해주어야겠다.한가위에는 갖가지 놀이를 한다. 소싸움을 하기도 하고 길쌈을 하기도 한다. 강강술래도 재미있고 씨름도 흥겹다. 차전놀이도 줄다리기도 이기나 지나 모두 즐겁다. 간만의 고스톱에 날 새는 줄도 모른다. 그렇게 놀이는 우리를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게 한다. 일도 공부도 잊도록 만든다. 벌레처럼 일만하고 공부만 하던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것이 놀이다. 놀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때가 한가위다. 그렇게 놀아야 다시 열심히 일도 할 수 있고 신나게 공부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함께 놀자. 어린애와 어른도 같이 놀고, 시어머니와 며느리도 같이 놀자. 여자와 남자도 한자리에서 같이 놀고, 처녀총각도 유부 남녀도 함께 놀자.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고 했던 초등학교 때의 존경하던 담임선생님이 그립다.창밖으로 보이는 들판에 황금빛이 확연하다. 머지않아 저 산도 아름답게 단풍이 들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찬바람도 불고 눈보라도 날릴 겨울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풍요의 때에 곤궁함을 염려하는 것, 배부를 때 배고픈 사람을 돌보는 것, 떠난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것, 함께 놀고 즐기는 것. 이런 것들이 사람의 순리가 아닐까. 한가위만 같은 나날이 순리가 아닐까!

2012-09-16 류성민

우산국 우해왕의 대마도 정벌 설화

근래 일본이 한국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또다시 억지 주장하면서, 양국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국은 '독도 합동기동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훈련 목적을 "이번 독도훈련은 외국 민간세력이 독도 영해를 침범 또는 접근해 오는 상황을 가정해 실시된다"고 한다. 즉 일본 극우세력 등의 '독도 도발'을 가정해서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이다.삼국사기 권4 신라본기 지증마립간조에 기록된 것처럼, 지증왕 13년(512) 6월에 하슬라주(何瑟羅州) 군주인 이사부(異斯夫)가 우산국(于山國)을 정복함으로써, 울릉도와 함께 독도는 신라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그런데 울릉도에는 이사부 장군이 울릉도를 병합하기 이전 시기에 우산국의 왕이 대마도(對馬島)를 정벌한 내용의 '우해왕(于海王)과 풍미녀(豊美女) 설화',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복할 당시의 비화를 담은 '사자바위'와 '투구봉' 전설이 전해온다.신라에 복속되기 이전에 우산국은 우해왕이 다스렸는데, 왕은 기운이 장사로 바다를 마치 육지처럼 주름잡고 다녔다. 우산국은 비록 작은 나라였지만 매우 강했다. 이때 왜구들이 가끔 우산국에 와서 노략질을 하였는데, 그 본거지는 대마도였다. 우해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대마도 왕을 만나서 담판하였는데, 대마도 왕으로부터 앞으로 우산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항복 문서를 받고 푸짐한 대접을 받았다. 서로 사이좋게 지낼 것을 약속하면서 대마도를 떠나려 할 때 대마도 왕은 셋째 딸인 풍미녀를 우해왕에게 바쳤으며, 우해왕은 그녀를 우산국으로 데려와 왕비로 삼았다. 그런데 이후 왕은 나라 다스리는 일을 멀리하고, 사치를 좋아하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심지어 신라에 몰래 쳐들어가 빼앗아 오기도 했다.한편 우산국이 몰래 쳐들어와 노략질을 하자 신라 백성들은 지증왕에게 우산국을 토벌해 달라고 호소하였다. 신라왕의 명령을 받은 실직군주 이사부가 우산국 정벌에 나섰다. 먼저 사신을 보내어 우해왕에게 항복을 권했지만, 그는 신라군을 가볍게 여기고 도리어 사신을 죽였다. 이에 신라군은 배에 싣고 온 나무사자의 입에서 불을 뿜게 하고 또 화살을 쏘게 하며 군선을 몰게 했다. 결국 우해왕은 이사부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우해왕은 투구를 벗어던지고 항복하면서 이사부에게 "제발 데리고 온 사자 짐승을 남겨두어 그것이 이 섬을 지키게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였고, 이사부는 그 부탁을 듣고 나무사자를 배에서 끌어내 물에 띄웠다. 이때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쳐 나무사자는 사자바위가 되었고, 우해왕이 벗어던진 투구는 투구봉이 되었다고 한다.이 설화와 전설은 후대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많이 윤색되고 변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산국 우해왕이 대마도를 정벌하고 그곳 왕의 딸과 혼인을 하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보면, 이웃 나라 사이에 공주나 왕실 여자를 시집보내는 행위는 왕자나 왕의 아우 또는 왕실의 남자를 볼모로 보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대체로 힘의 논리에 의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는 국가간 협상의 부산물이며 동맹의 상징을 띤 정략결혼의 한 형태이다.우해왕이 풍미녀를 대마도에서 데려와 혼인한 일이 우산국이 신라에 복속되는 이유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하나, 한편으로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매우 중요하고도 분명하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독도훈련은 물론 서남 해안에서의 해상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도가 우리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일본의 억지는 물론 이제는 미국의 한마디 말, 한 줄의 글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통일신라시대 장보고의 해상활동을 생각해보라. 오늘날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영토를 지키기 위한 해상훈련은 독도 뿐만 아니라 서해안과 남해안에서도 필요하다. 서해안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내몰아야 한다. 동해와 독도 근처로의 일본 선박의 접근과 조업을 막고, 만약에라도 있을 일본인들의 불법 상륙에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2012-09-09 김창겸

통합과 '통합행보'

통합이 화두다. 사회적 양극화와 갈등이 불러온 사회적 원심력의 증가는 한국의 미래를 파편화하고, 공동체를 형해화할 수 있다. 또한 성장의 신화를 원점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가 이른바 '국민통합'이다. 통합과 민생이, 다가오는 대선의 화두임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고, 여야가 따로 없다. 그러나 통합은 그냥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는 역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과거와의 화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는 암울하고 음습한 시대의 터널을 지나왔다. 쿠데타와 인권 유린, 국가의 폭력이 일상화했고, 성장지상주의의 목표 아래 왜곡된 정치와 경제 권력의 횡포 앞에 속수무책인 시절을 보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은 확립됐으나 아직도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는 미완으로 남아있다. 민주주의가 형식적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평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이것이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공고화되어야 한다. 기득권층의 배려와 복지의 제도화가 아우러질 때 경제적 통합의 밑그림이 마련되는 것이고, 이념적으로는 암울했던 군사권위주의 정치가 배태했던 역사의 그늘을 걷어내는 작업과 인식의 대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이른바 '통합 행보'는 그래서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정치적 배제, 억압, 경제적 소외, 박탈 등으로 점철됐던 시대의 아픔을 예고나 격식을 갖춘 절차없이 불쑥 찾아가면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표는 저절로 온다고 생각했다면 국민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았던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의 부활 그 자체다. 상대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이러한 행동은 나오지 않는다. 역사에 대한 성찰과 대화가 없는 득표에 대한 갈증이 초래한 예고된 이벤트다. 박근혜 후보의 5·16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에 머물러 있고, 유신은 '구국의 혁명'이었다면 굳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당위성도, 전태일 열사 재단을 찾아갈 이유도 없다. 이휘호 여사를 예방하는 것은 뜬금없다.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연장보다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 위한 조치였다"는 홍사덕 전 의원의 발언은 박근혜 후보의 생각을 대신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민주화 이전의 헌법 전문에 명시되었던 '5·16 혁명'은 1987년의 직선제 민주화 개헌에서 삭제되었다. 최근 불거진 고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와 측근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의 조작 과장에 대해서도 "가치없는 것, 모함"이란 입장에서 한 뼘도 바뀐 것이 없다. 2007년 법원의 재심에서 인혁당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이후에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변경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자꾸 과거로 가려고 하면, 끝이 없다"는 박 후보의 말에서 규명되지 않은 어두운 역사를 모두 과거로 치부하려는 듯한 왜곡된 역사관의 일단을 본다. 역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통합 행보'는 위선으로 비칠 수 있고, 득표를 위한 선거전략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다.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핵심적 과제는 경제적·사회적 격차와 정치사회적 갈등의 완화이다. 대선 주자에 대한 지지율이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지역적으로도 일관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은 한국사회의 지향이 사회적 합의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다원주의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명백히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다. 건강한 갈등이 아닌 대립의 보편화는 다양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엄중한 정치경제적 환경 속에서도 정파에 관계없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의 훼손이 일상화되어 있고, 선거는 진영논리에 입각한 패권주의의 쟁투로 전락하고 있다. 공동체가 합의한 사회의 지향과 비전이 없다면 분배와 복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이라는 정치인들의 구호는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자유주의적 가치와 공동체주의적 비전의 상호보완과 통합이 기획된 행보와 이벤트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역사는 엄혹(嚴酷)하다.

2012-09-02 최창렬

당신은 회사 물건을 '훔치지' 않는가?

아빠가 아이를 나무라고 있다. 학교에서 친구의 연필을 훔쳤기 때문이다. 아빠는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났다. 한참 혼을 내던 아빠는 안쓰러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연필이 갖고 싶었니? 진작 아빠에게 이야기하지 그랬어? 아빠 회사에서 얼마든지 좋은 연필 갖다 줄 수 있는데…."아들이 학교에서 연필 훔쳤다고 야단치면서 정작 자신은 회사 물건을 그냥 가져오겠다는 건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직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언론에 난 정치인 등의 부정, 경제인들의 비리를 보면서 '엄청' 흥분한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은 이런 저런 작은 부정과 작은 비리를 일상적으로 저지르고 있지는 않은지.미국 워싱턴의 케네디센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센터의 기념품 매장이 잘되고 있어 거기에는 300명이나 되는 자원봉사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한 해 매출액이 40만달러 정도 되는데 재고 조사를 해 보니 15만달러 정도가 비는 것이었다. 물건은 없어졌는데 돈이 안 들어온 것이다. 틀림없이 도둑의 짓이라 생각하고 탐정을 고용해서 감시를 했다. 드디어 몰래 카메라에 한 사람이 잡혔다. 현금통에서 돈을 슬쩍하는 자원봉사자였다. 그 사람에게 변상을 하게 하고 조용히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그 후에도 현금 유출은 그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자원봉사자들이 공모자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슬금슬금 작은 물건을 하나씩, 현금을 조금씩 가져가는 것이었다. 음악이나 연극을 애호하는 교양있는 그리고 부족할 것도 별로 없는 선량한 은퇴자들이 말이다.베이글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폴 펠드먼이라는 사람은 직장에 다니면서 우연히 둥그런 빵인 베이글을 사무실에 공급하게 되었다. 일 잘한 직원들에게 칭찬으로 베이글을 사다 줬었는데 그 소문을 들은 다른 부서에서도 베이글을 갖다 달라 해서 매주 금요일 베이글을 휴게실에 갖다 두고 빵값을 스스로 상자에 넣도록 했다. 회수율은 95%였다. 100%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폴은 직장에 문제가 생겨 아예 사표를 쓰고 베이글 장사에 나섰다. 여러 사무실을 섭외하여 아침 일찍 휴게실에 베이글을 갖다 놓고 점심 때 남은 빵과 돈상자를 수거해 왔다. 이때 평균 회수율은 87%였다. 과거 자신의 회사에서 기록했던 95%에 많이 못 미쳤다. 가끔은 돈상자가 통째로 없어지기도 했다.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 웅진, 2005)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심리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실험을 했다. 열두 개의 숫자 조합을 주고 합이 10이 되는 숫자를 찾는 약간 까다로운 문제를 5분 동안 풀게 했다. 20개 문제인데 정답 하나에 50센트를 준다고 인센티브를 걸었다. 감독자가 채점을 해 보니 평균 4문제 정도 풀었다. 그런데 피험자 스스로 채점하게 했다. 답안지를 파쇄하도록 하고 말이다. 그러니 얼마든지 거짓을 이야기하고 돈을 탈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4문제가 아니라 6문제로 정답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두 문제를 부풀린 것이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높여 봤다. 정답 하나에 10달러를 준다고 해 봤다. 근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딱 2문제 정도만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이 실험은 미국 사람, 이스라엘 사람, 이태리 사람, 중국 사람들에게도 했는데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 (에리얼리,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청림, 2012)'선량한' 보통 사람들이 부정을 저지른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밝혀지고 있다. 그것도 조금씩 말이다. 에리얼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부정을 저지른다." 조금씩 저지르는 이 부정을 모아 보면 사실은 어마어마한 것이 될 수 있다. 케네디예술센터 부정행위 자료는 너무 크니 베이글맨 통계를 기준으로 한다면 13%가 부정이다. 그것의 반만 잡아도 6%면 엄청나지 않겠나? 은행 예금이자보다 크다.그러나 이 작은 부정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케네디예술센터에서는 판매액을 잘 기록하게 함으로써 유실을 막았다. 베이글맨이 살펴 보니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또 회사 분위기가 좋을수록 빵값 회수율이 높아지더라는 것이다. 도덕적인 각성을 일으키고, 좋은 공동체를 만들라는 이야기다. 혹 회사 물건을 사적으로 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배상하라.

2012-08-26 조영호

올림픽 감독을 통해 본 새로운 리더십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가하면서 외국 출장 기간에 올림픽을 보았다. 인도의 시인인 타고르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소개했던 한국이 역동성을 바탕으로 포효하며 웅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개발도상국에서 보았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 체육에서도 개발도상국 형을 벗어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유망 메달 종목이던 태권도, 유도의 격투기 종목에서 수영, 펜싱, 체조 등 선진국 형으로 전환하는 모습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우리 시대의 영웅이 탄생되고 있었다. 사실 메달과 관계없이 몇 초간, 몇 분간의 연출을 위해 4년을 준비해 온 선수 개인 개인의 이야기는 모두가 감동적이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이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감독의 모습도 기억을 할 필요가 있다. 개인 선수의 기량을 읽어 내고 발굴하는 것은 감독이다. 개인의 능력을 조직의 능력으로 승화시키는 조직 관리는 감독의 역량과 감각에 의존한다. 선수층의 나이를 고려하려 한 세대 교체, 경기의 흐름을 읽어 내고 적시에 단행해야 하는 선수 교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는 기술 교체의 과정이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올림픽 감독은 선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러한 변화가 게임에 녹아들도록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리는 것이다.일본의 전국시대 영웅을 다룬 대망(大望)의 책에서 울지 않는 새를 다루는 3가지의 리더십 유형이 제시되어 있다. 오다 노부가나와 같이 울지 않는 새는 필요없으니 죽여 버리는 리더가 있다(그 새의 노래는 영원히 듣지 못할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이 때리거나 달래서라도 억지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리더가 있다(노래가 아니라 비명일 것이다). 도쿠가와 히데요시와 같이 노래를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리더가 있다(서로가 피곤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 게임을 보면서 감독의 역할과 관련하여 먼저 노래를 부르는 리더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서로가 즐거울 수 있는 리더다. 특히 선수 출신 감독을 보면서 변혁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모습을 발견했다.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란 조직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그러한 비전이 새로운 현실이 되도록 적절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조직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리더십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지속적 학습을 지원한다. 변혁적 리더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난관을 극복하고 현상에 대한 각성을 확고하게 표명하여 부하들에게 자긍심과 신념을 심어주는 카리스마적 리더십도 공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림픽의 감독들이 한 역할을 보면 뒤에 서서 윽박지르고 강압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고 격려하고 자극적 요소를 발굴하여 선수를 촉발시키는 것이다. 특히 선배 선수가 감독을 하는 경우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이 더 돋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병역 문제로 힘들어 하던 박주영 선수를 끝까지 지켜내고 결국 한일전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리더 모형을 제시한다. 이제 12월 19일의 대선까지 100여일을 남겨놓고 있다. 곧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정해지고 본격적인 대선 경주가 시작될 것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보다는 흠집내기 식 전략과 전술이 지배될 것이 우려된다. 국민소득 3만달러로 진입하는 전환기에서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올림픽의 감독들이 보여준 변혁적 리더십이 보이기를 기대한다. 많이 알기보다는 많이 듣는 지도자, 권력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조정력으로 협력을 유도하는 지도자, 그리면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하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식민지 체제에서 신음하고 있는 조선을 보면서 매우 낙관적인 예언을 하여 주었다.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마음엔 두려움이 없고/---/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그러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우리에게 오는 것 같다. 그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을 기대하여 본다.

2012-08-19 이원희

바람개비가 될 것인가, 줄 끊긴 연이 될 것인가?

많이 힘듭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돌파구를 찾기조차 힘들 때는 더 힘이 듭니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늘 그랬습니다. 어려움이 지속되다가 잠시 호황을 맞이했고, 그러다가 다시 불황의 늪에 빠져들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누구는 바람개비가 되어 더 힘을 내고, 누구는 줄 끓긴 연이 되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과 국가까지도 같습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을까요? 바로 '해석'입니다. 주어진 고통을 의미있게 해석해 낸 사람들이 도약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해석한 사람들은 한없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생각의 힘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200년 전까지만 해도 에스키모 사람들은 혹한이 몰아치는 밤, 얼음 위에서 자도 동상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걸립니다. 교육을 통해 동상에 걸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교수는 생각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묻는 제자들을 어두운 방으로 데려갑니다. 학생들이 방을 가로지르고 나서야 비로소 불을 켭니다. 모두 놀랐습니다. 자신들이 걸어온 길은 외나무다리였고, 그 아래엔 독사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외나무다리를 건너겠다는 제자들이 없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곳을 지나왔는데 말입니다.주어진 상황에 대한 생각이 자신이나 사회에 유익함을 줄 수 있는 해석으로 이어질 때 기적 같은 성공이 이루어집니다. 알코올 중독자 아빠로부터 '못생겼다'며 학대받고 자란 가난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빠에게 적대감을 갖는 대신에 다락방에 올라가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하며 행복해했습니다. 상상 속의 아빠는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한 장면을 그리며 미소 짓습니다. 훗날 그녀는 말합니다. 자신은 "가난했기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기에 '미운 오리 새끼'를 쓸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녀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입니다.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라며 아빠의 폭행에 시달리던 소년이 있습니다. 아빠가 일하는 농장에서 일하던 소년은 틈만 나면 석탄으로 상상 속 동물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곤 했습니다. 드디어 소년은 그런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월트 디즈니입니다.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매사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안 될 이유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맞습니다. 불행한 사람은 늘 '문제'를 탓하고 '상황'을 저주하며 세상과 대립각을 세웁니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과제'를 찾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그 과제를 해결합니다. 그것이 행운의 씨앗이 되어 세상에 우뚝 서게 합니다.극심한 가난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살던 소년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때는 가출을 하는 등 방황도 했습니다. 늘 우시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운동에 전념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새 집을 선물하겠다는 새로운 꿈도 생겼습니다. 이제 20살 청년이 된 그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도마의 신'으로 불리며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는 이렇게 말을 잇습니다. "가난이 왜 부끄러워요?"어느 작가는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모습을 이렇게 해석해냈습니다. "어느 날 새장이 열리고, 숲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때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라고 말입니다. 경제상황이 어렵습니다. 희망보다는 절망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그러나 이 힘든 상황이 우리를 주저앉게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람이 강할수록 바람개비는 더 빨리 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의미 있게 해석해낼 때 고통은 행복의 씨앗이 됨을 알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08-13 최원영

아름답고 건강한 삶 위한 5가지 준비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대표인 양현석은 10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부동산 중개업체를 방문하여 지금의 사옥을 얻었다고 했다. 또한 어떤 지인은 전원주택지를 찾기 위해 동일한 장소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카메라에 수백 장 담아 분석하고 위치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치열한 삶보다는, 인간들의 과학적 방법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로 인하여 삶의 기본을 해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첫째, 도시를 벗어나 나만의 집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은 돈을 투자하여 화려한 전원주택을 지어 놓고는 실제적으로는 사용기회가 많지 않고, 관리가 곤란하여 애를 먹는 것을 자주 본다. 집에서 가까운 지역에 있는 작은 농가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문중 땅으로 지상권만 사용하는 집들을 찾아보면 값싸게 구매가 가능하다. 집이 너무 낡았으면 창고로 사용하고, 시골에서 허가없이 지을 수 있는 20여㎡ 이하의 아담한 조립식 집을 들여 놓는 것도 좋다. 때에 따라서는 농가를 개조해서 살면 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화장실 설치 등은 정부의 지원이 따른다. 시골의 전원주택은 동떨어진 지역보다는 주민들과 같이 호흡하는 동네 안에 있는 것이 좋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시골생활은 고달파진다. 둘째, 농촌을 자주 방문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채소, 과일, 쌀 등의 재배 과정을 보면 농약 덩어리이다. 시골 대부분의 가정을 살펴보면, 판매하는 농작물과 자기들이 먹는 제품은 별도로 구분하여 재배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에 진열된 무공해 식품은 믿기 어렵다. 우선 무농약 제품은 상품성이 떨어져서 현실적으로 대량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작은 텃밭을 만들고 먹거리를 직접 길러야 한다. 셋째,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수돗물을 먹었다. 생수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데, 생수도 농어촌의 오염으로 신뢰하기가 어렵다.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농가주택에 별도의 지하수를 파고 검사를 한 후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마셔야 한다. 넷째, 천재지변과 전기 사용량 증가로 인하여 전기가 때로는 단절되는 경우가 있다. 생활용품의 대부분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전기가 차단되면 현대인의 삶이 중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인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여 전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설치비 지원이 있다. 또한 가정에서 생산되는 일정량의 잔여 전기를 한전에서 역구매하기도 하여 농어촌의 수익으로도 활용된 적이 있다. 다섯째, 농가주택을 지어놓고 등산, 산책, 낚시 등으로 매일 한가하게 소일하게 되면 시간이 경과될수록 하루하루가 지루해질 수 있다. 작은 규모지만 텃발에서 나는 무공해 채소 등을 친지들에게 판매하고 농촌 주변에 있는 도라지, 오디, 약초 등을 발효시켜 먹고, 남는 것은 친지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사람은 최소한의 수익이 있어야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때 버킷리스트라 하여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다양한 공해와 오염 그리고 화학첨가물을 이겨내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기 위해 5가지를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의 능력에 따라 그 규모는 달라지겠지만, 투기라는 생각을 버리고 최소의 비용을 이용하여 작은 농가 구입, 무공해 텃밭, 깨끗한 물, 태양열로 전기 얻기, 발효식품 만들어 먹기 등을 지금부터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지 궁금하다.

2012-08-05 서범석

포기하지 마라

하와이를 이루고 있는 섬 중에 카우아이(Kauai)라는 섬이 있다. 군도의 제일 북쪽에 위치한 섬이다. 이 섬은 둘레가 50㎞ 되는 작은 섬이고 인구가 3만명 정도 되었다. 하와이가 미국에 편입되기 전인 1954년(1959년 편입) 미국 학자들이 이 카우아이 섬의 주민들을 연구하기로 했다. 섬 주민들 대부분이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인생을 마치기 때문에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아과,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이 대거 참여하여 1955년에 태어난 아이 전부를 조사했다. 833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추적 조사하여 30살이 될 때까지 어떤 삶을 이루고 어떤 성격을 소지하는지 알아본 것이다. 90%에 달하는 698명이 최종까지 남아 준 이 연구는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다. 1971년과 77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런데 실망스러웠다.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학교나 사회에 적응력이 떨어진다." "부모의 성격에 장애가 있으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동료들과 인간관계가 나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이런 내용들이었다. 다 맞는 이야기인데 너무 뻔한 사실들인 것이다. "이걸 알려고 그렇게 어려운 연구를 했단 말이야!" 이런 반응이었다.안타까워 한 나머지 에미 워너라는 학자는 자료를 더 들여다보고 새로운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에서 보았듯이 환경이 어려우면 아이의 삶도 어려워진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이 극도로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건전하게 잘 자라 보통 이상의 삶을 영위한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고위험 환경에 노출된 201명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중 다수는 부적응자나 문제아가 되었다. 그런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뜻밖에도 그런 나쁜 흔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보통의 아이, 더러는 훌륭한 아이로 성장했던 것이다. 이때 심리학에서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이다.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한 정신적 면역성' '역경을 성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능력'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이 한 번의 실패에 나자빠진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인생은 성공보다는 오히려 실패가 많고, 기쁘고 좋은 날보다는 슬프고 어려운 날들이 많다. 실패와 역경과 좌절과 실망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 사업하는 사람도 그렇다. 개발한 제품마다 시장에서 히트를 칠 수 있는가. 가수나 연예인도 그렇다. 처음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있는가. 무명생활과 가난을 이겨내야 한다. 스포츠 선수도 말할 것 없다. 지금 런던 올림픽 경기가 한창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더해 주고 있다. 모두가 금메달을 향해 뛰고 있다. 그러나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승리자보다 패배자가 더 많은 것이다. 그것이 스포츠고, 그것이 인생이다.국민의 영웅 마린보이가 자유형 400m에서 실격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결선에는 진출했으나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했던 양궁 남자단체도 동메달에 그쳤다. 펜싱의 남현희는 아예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젊은이들이여 '포기하지 마라!'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사회는 그냥 성공만 하는 사람보다 역경과 싸우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을 높이 친다. 그들이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처칠의 명연설을 기억하는가. 옥스퍼드 졸업식에 축사를 하러 간 처칠은 학생들 앞에서 단 세 마디를 한다. "Never give up." "Never give up." "Never give up." 팔삭둥이 조산아로 태어나 초등학교 때는 교사로부터 제일 멍청한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 중학교 때는 영어에서 낙제 점수를 받아 3년이나 유급했던 처칠은 그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려움을 극복한 카우아이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고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인생에 힘을 주는 그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12-07-29 조영호

안전이 경쟁력이다

지난 3월 27일에 있었던 보령화력발전소 사고는 매우 중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한 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飛階)가 잘못되어 사고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으로 산업 현장 사고 재해자는 8만6천45명으로 이중 2천200명이 사망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건설 재해는 더욱 열악하다. 2011년에 건설현장에서 2만2천187명이 부상했고, 577명이 사망하였다.평균적인 개념으로 보면, 국민소득 1천달러 시대에 건물이 무너지면, 1천달러의 손실이 되지만, 2만달러 시대에 건물이 무너지면 2만달러의 손실이 될 것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성장은 그야말로 모래 위에 성을 짓는 사상누각이다. 이제는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위해 우리 사회의 안전 체계를 재설계해야 할 시기이다.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명에 대한 존중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총탄에 명분 없이 죽어간 한국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고로 인한 사망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재수가 없었다는 푸념 정도로 용납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 안전공학을 전공하는 교수 몇 분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는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을 노가다라고 불렀다. 토목공사 현장에 일하는 인부를 지칭하는 용어이면서 행동이 거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작업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문직업인들이었다, 첫째, 군인 수준의 제복을 입고 있었고, 안전에 관련하여 안전모, 안전띠, 안전화 착용은 기본이었다. 둘째, 작업장의 안전을 위해 완벽한 시스템 비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셋째 공사 중에 주민에게 불편을 주기 않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공사장 앞에는 작업 내용, 착공일, 진행 상황, 완공일, 책임자, 정부의 관리부서 등을 자세히 기록하여 두고 있었다, 책임감의 표시라기보다는 자신감의 표시로 느껴졌다. 보수 수준을 물어보고 놀랐다. 기술이 있으면 월 800만원이란다. 기술이 없으면 월 300만원 수준인데, 회사의 부장급에 해당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 그레이드 해야 하는 많은 쟁점 중에 안전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제도 정비가 있어야 하고, 산업과 건설의 현장을 정비하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의 엄격한 법 집행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다. 작은 작업 현장에서는 안전이 비용이라고 생각하여 회피하려고 한다. 작업 현장에서 안전을 보장하도록 시스템 비계를 사전에 설치하도록 하기 위해서 작은 작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처벌의 강화가 필요하고,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여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도록 하여야 한다.일본의 공사 현장에서 만난 카츄히데 히사츄노(久恒勝英) 현장 감독관은 매우 의미 있는 말을 전해 주었다. 건설시공관리기사로 공사현장에서 30년 넘게 일을 하여온 그는 "공사 현장에서 보면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당사자와 책임자의 인식'이라고 하였다. 주름진 이마 위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안전모가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의 안전모에는 회사명, 개인 이름 그리고 혈액형이 적혀 있었다. 안전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와 개인의 의식 있는 노력이 새로운 한국 사회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심 조심 코리아'의 소극적인 구호가 아니라, 안전사회가 선진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공사 현장에 '작업안전지킴이' 같은 인력이 있다면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기본에는 안전이 보장되는 신뢰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2-07-22 이원희

"힘들지만 괜찮아요!"

말기환자들을 돌보던 한 간호사의 깨달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환자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후회하는 것들은 놀랍게도 같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내 뜻대로 살 걸'입니다. 남들과 사회가 제시한 기준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후회는 '일 좀 덜 할 걸'입니다. 회사 일 때문에, 승진 때문에, 또는 돈과 명예를 더 얻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쌓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다음은 '화 좀 덜 낼 걸'입니다. 화를 낼 당시에는 화낸 이유가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시간이 흐르면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당연히 둘 사이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겠지요. 다음은 '친구들을 더 챙길 걸'입니다. 임종 직전에 가서야 비로소 오래된 벗들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그들과의 관계는 이미 단절된 상태였습니다. 다음은 '좀 더 웃으며 즐겁게 살 걸'입니다. 즐거움이 곧 행복입니다. 늘 일에 치여서, 또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때문에 순간순간의 행복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산 것을 뉘우치고 있었습니다.'현재적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성찰입니다.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내일은 언제야?" "자고 나면 내일이지." 다음 날 아이는 또 묻습니다. "엄마, 오늘이 내일이야?" "아니, 자고나야 내일이지." 결국 아이는 내일이 영원히 없다고 여기겠지요. 사실 우리는 현재만을 접하며 삽니다. 그런데도 늘 내일을 걱정하며,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며 삽니다.'현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할 시간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기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때 감동이 일고 기적이 미소 지으며 다가옵니다.눈코 뜰 새 없던 유명 연예인 지미 듀란테에게 참전용사들을 격려하는 무대에 서 달라는 청이 있었습니다. 시간 내기가 어려웠던 그는 단 몇 분만 참석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무대에 오른 그가 무려 1시간이나 공연을 했습니다. 이를 궁금해 하는 초청자에게 그가 말합니다."나도 곧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앞줄에 앉은 두 용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소. 보세요. 둘 다 한쪽 팔을 잃은 사람들인데, 남은 한 손을 옆 사람 손바닥에 부딪치며 내게 박수를 보내지 않소? 저들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겠소?"고통스러운 일이 없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의미있게 해석해 낼 때 비로소 행복의 문이 열립니다. 고통은 기쁨의 전주곡입니다. 비가 온 뒤에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수 서유석이 꽤 인기가 있던 시절, 월남파병 반대를 말한 탓에 3년 동안 방송출연이 금지되었습니다. 삶은 점점 궁핍해졌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술집을 전전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동안 팬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이 그리웠고, 그럴수록 절망감은 깊어졌습니다. 자신의 울분과 좌절감을 노랫말에 담았습니다. 훗날 이 노래가 그를 최고의 가수로 다시 서게 했습니다. 바로 '가는 세월'입니다. 11살에 아버지를 잃고 일을 해야만 했던 불운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인쇄소 견습공을 하고, 증기선의 키잡이를 하는 등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사업을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힘들었던 경험들을 소재로 글을 썼습니다. 바로 마크 트웨인이란 필명으로 '톰소여의 모험'을 쓴 새뮤얼 클레멘스의 이야기입니다.현재적 삶이란 지금 상황이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삶입니다. 현재적 삶은 행복을 초대합니다. 기쁠 때는 기뻐하면 되고, 슬플 때는 슬퍼하면서도 상황을 아름답게 해석해 내면 됩니다. 이럴 때 고통의 경험은 성장의 자산으로 탈바꿈합니다. 의미있는 해석이 주는 축복입니다. 요즘 삶이 어떠냐는 질문에 모든 분들이 이렇게 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지만 괜찮아요."

2012-07-16 최원영

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독점 중단되어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의 광고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수십 년간 국무총리령 541조를 기준으로 독점적 광고대행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사업계획 및 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2011년 전체수입 약 647억원 중 광고대행수수료가 336억원으로 매출의 51.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언론인기금 146억원, 유통원보조금 약 6억원을 제외하면, 일반회계 451억원의 약 74.5%를 광고대행수수료가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운영은 독점적 광고영업을 통한 광고수수료로 운영된다고 할 수도 있다. 언론진흥재단은 2009년에 한국언론연구원, 한국언론회관, 한국언론인금고가 통합하여 설립되었다. 언론진흥재단의 설립목적을 보면,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문 및 인터넷 신문 등의 발전을 도모하고 읽기문화 확산과 언론산업의 진흥에 기여하고자 설립되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독점에 따른 법적 문제점, 마케팅커뮤니케이션전략 부재 등의 이유로 많은 지적을 받았으나 크게 개선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의 광고를 독점 운영하게 됨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점을 지적해보면 첫째, 대형 광고회사의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광고회사 수입원의 핵심인 대행수수료를 언론진흥재단이 독점하게 됨에 따라 광고회사는 제작비에서만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군소 광고회사가 제작비만이라도 받기위해 참여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언론진흥재단의 연간 광고매출이 약 3천억원 정도로 이는 작년 광고회사 매출순위 6위권인 TBWA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TBWA의 경우 약 205명의 광고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소수의 직원이 이를 운영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양질의 광고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셋째,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부광고를 담보로 하여 언론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실제적으로 양질의 정부광고를 수행하기 어렵게 되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국가이미지 전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넷째, 정부광고를 독점하는 근거법인 국무총리훈령 제541조, 정부광고업무 대행수수료 법원 재판예규 제 1032호에 따른 신문공고 대행수수료의 법적 근거의 문제로 인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의 광고 독점행위를 중지하여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광고회사의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광고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광고는 광고를 전문적으로 기획, 제작 집행하는 광고전문회사에 맡겨야한다. 또한 언론진흥재단의 지출회계를 보면 언론진흥사업으로 운영되는 기금출연금이 127억원으로 28.1%를 차지하는 반면, 인건비와 경비가 약 120억원으로 26.6%를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비용의 효율성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문, 언론진흥을 빙자하여 허약한 광고산업에 빌붙어 광고비 수수료를 챙기려는 군사정권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정부광고를 독점적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한다면 수준 낮은 정부광고를 통해 발생되는 국가 이미지의 손실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부적절한 방법으로 광고산업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독점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2012-07-08 서범석

인맥도 스마트하게 관리하라

석기씨는 아침에 출근하면 팀원들하고 차를 마시면서 가볍게 일과를 시작한다. 물론 차를 마시면서 정치이야기도 하고, 스포츠이야기도 하고 다른 팀원들이 들려주는 트렌디한 유머도 전해 듣는다. 그리곤 점심때가 되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하면서 아침에 차를 함께 마신 그 팀원들하고 식사를 한다. 식사장소를 바꾸어 보려고 하지만, 1주일에 다섯 번 정도 회사 주변에서 식사를 하려고 하니 그 집이 그 집이다. 퇴근시간이 되었다. 대체로 야근을 하다 보니 저녁도 동료들하고 먹는다. 동료들하고 시간을 보내면 그냥 편하다. 그래서 석기씨는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을 또 만나고, 그게 직장생활이거니 하고 살아가고 있다.성민씨의 생활은 좀 다르다. 아침엔 석기씨처럼 팀원들하고 차를 마신다. 그런데 점심은 대체로 타부서 사람들하고 한다. 저녁엔 특별한 부서 회식이 없으면 외부인들을 만난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학교 친구도 만나고, 다른 회사로 옮긴 옛 동료도 만난다. 그러다보면 뜻밖에 사진작가도 만나게 되고 방송계에서 일하는 사람도 보게 된다. 최근에는 리더십연구회에 가입하여 매주 목요일 저녁엔 세미나에 참석한다.사람 사는 사회는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패턴을 보면 크게 석기씨형이 있고 성민씨형이 있다. 전문용어로는 전자를 Bond형(유대형)이라 하고, 후자를 Bridge형(연결형)이라고 한다. 유대형은 한 집단 또는 소수집단과 농도 깊은 만남을 이어나간다. 만난 사람과 또 만나고 또 만난다. 그들 간에는 감정적인 유대가 강하고, 서로 척하면 척이다. 그리고 내 친구의 친구도 나의 친구다. 내 팀원이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이다.그런데 연결형은 다르다. 그들은 한 집단에서 생활하지 않고 여러 집단과 연결을 갖는다.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하고 점심에 만나는 사람들하고 저녁에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고, 서로가 친구로 연결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가령, 내가 연결형이라면, 내가 아침에 A집단에 소속된 사람들하고 만나고 점심엔 B집단에 소속된 사람을 만났다고 했을 때, A집단의 다른 사람들이 B집단의 다른 사람을 만날 확률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나를 통해 그들이 연결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연결형이다. 연결형의 사람들은 발이 넓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개방성이 높고, 이질성에 대한 수용도 높다.그럼 유대형이 좋은가? 연결형이 좋은가? 일장일단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대학을 인연으로 하는 인맥, 고향을 인연으로 하는 인맥, 심지어 교회를 인연으로 하는 인맥이 중요하다. 그런데 과거의 인맥은 어느 한 집단에 소속되고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생기는 인맥이다. 그래서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끼리 정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고 권력도 나누는 그런 인맥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유대형이 좋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 그런 인맥의 위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핵심이 되고 있다.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또 만나보았자 새로운 것이 없다.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나타난다. 의사들에게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일이 제조업 사장에게는 기가 막힌 새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경제학자에게로 옮겨오면 새로운 이론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시대에는 연결형이 실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한 집단에서 끈끈하게 생활하는 사람보다 다양한 사람을 다채롭게 만나는 사람이 아이디어도 많고, 생산성이 높다. 심지어 사람들의 통화패턴을 조사해보니 지역주민들이 외지인들과 시외통화를 많이 할수록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전혀 새롭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연결형의 위력은 바로 이런 사회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물론 유대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어 보라. 주소록에 이질적인 사람의 숫자를 늘려나가라.

2012-07-02 조영호

신뢰사회의 조건

요즈음 버스 정거장에 새로운 풍경이 하나 생겼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 중에 M 버스는 좌석에 승객이 다 앉게 되면 정거장을 통과한다. 그래서 기다리는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기다리는 순서가 곧 좌석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 정거장 바닥에 번호판이 있고, 모두가 여기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줄을 서 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새치기는 서로가 용납하지 않는다. 이 조그마한 제도 개선 하나가 교통질서를 정립할 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을 개혁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신뢰사회의 화두는 결국 예측가능성에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래서 졸업하여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이 신뢰사회의 출발이다. 그런데 새치기하는 집단이 많아지면 신뢰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월급쟁이에게는 꼬박꼬박 세금을 받아 가면서도 재벌의 조세 포탈이나 횡령에 대해서는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의 표준화된 형량이 적용된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국민들이 잊을 만하면 '국민 경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하여' '사면'의 정형화된 행보를 가지게 된다. 일반 서민에게 추상(秋霜)과 같은 공권력이 '그들'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가 되는 특권 구조가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서민의 좌절감을 증폭시킨다.그런가 하면 진입 장벽의 벽은 매우 높다. 과거 대학 입시의 수석이나 사법고시의 수석 합격자들이 언론의 초점을 받았다. 가난한 농민의 자녀 또는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하는 것이기에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한 흐뭇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표하지 못한다. 잘사는 사람들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교육의 기회에 차별이 생기기 시작하면 부의 불평등은 악순환 고리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아예 진입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해버리는 '자진탈퇴자'가 양산되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좌절하여 알아보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민소득 2만달러의 시기에 더 큰 좌절감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경제성장기에는 열심히 일해서 대박을 터뜨리는 꿈을 꾸었지만 지금의 서민에게는 가난과 빈곤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을 하게 한다. 실로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불신감과 좌절 의식 그리고 피해 의식을 극복하는 것이 향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신뢰사회의 회복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도 있다. 버스 정거장에 기다리는 버스 표지판을 정해두고 순서가 되면 차례대로 타면 된다고 하는 예측가능성을 알려주는 지표 수준의 방향만 있어도 된다. 신뢰사회의 출발이 공정사회에서 시작되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 기회 균등을 제약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 관련하여 모든 장애요인을 극복하는 전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영유아 교육에서부터 중도 퇴직자 그리고 연금 수혜자에 이르기까지 자기실현을 위한 생애맞춤형 교육의 기회는 국가적으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통해 먹거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아 성취와 사회에 대한 신뢰사회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사회를 위해서는 폐쇄성을 극복하고 투명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있다'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사법부의 기강 확립도 필요하다. 물론 신뢰사회는 국가의 몫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상영된 '돈의 맛'이라는 영화가 재미있는 화두를 던져준다. 돈의 맛에 길들여지면 돈의 노예가 되어 인격적 모욕도 모르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인간애를 찾아간다는 결말이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우리가 우리 안에서도 찾아야 한다. 신뢰 사회의 구축을 위해 성숙한 민주 시민 의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2012-06-25 이원희

큰 것을 보는 자는 자신이 작아 보인다

'개그콘서트'에서 한때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이 코너는 부부와 아들이 식탁에 앉아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부부만이 앉아 대화를 합니다. "동민이는 해뜨기 전에 기 나가 저녁 먹을 때나 돼서 기 들어오고, 대체 뭐하고 다니노?" "지도 모르겠심더." (이때 동민이가 들어와 앉는다.) "니 오늘 하루 종일 밖에 나가 뭐 했노?" "학교 갔다 왔는데요." "아직 졸업 안 했나?" "지 올해 입학했심더."가족 간에 얼마나 대화가 없었으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요? 한 연구에 의하면 살인사건의 34%가 사소한 대화중에 발생하며, 남녀 사이의 불협화음과 충돌의 90%가 소통의 부재 때문에 발생합니다. 어디 소통의 절박함이 가족에게만 국한되겠습니까? 총선이 끝나고 국회 개원을 해야 하는데도 아직도 개원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다투고 있는 국회 역시 소통의 부재가 원인입니다.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저마다 곱게 포장된 아름다운 청사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신만이 대통령감이며, 그렇기 때문에 경선 규칙을 새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도 야도 경선룰을 합의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입니다. '나만이 대통령감이다'라는 교만이 진정한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늙은 인디언 추장이 후계자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세 명의 젊은이들에게 로키산맥의 정상에서 본 것을 가져오면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후 모두 돌아왔습니다. "정상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저는 로키산맥 정상에서만 피는 꽃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정상에만 있는 붉은 빛이 나는 돌조각을 찾아 가져왔습니다." 세 번째 청년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수군거렸습니다. 비난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정상에서 봤습니다. 저 산 너머에 비옥한 땅과 넓은 강물, 수많은 버펄로 떼를 보았습니다. 저는 누가 추장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누가 되든지 우리는 저 산을 넘어야만 합니다. 우리 부족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현명한 추장은 누구를 후계자로 삼았을까요? 청년들의 무엇을 보려고 추장은 정상에서 본 것을 가져오라고 했을까요? 바로 큰 꿈입니다. 그들의 꿈이 자신만의 영광을 위해서인지, 부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그랬을 겁니다.사실 큰 흐름을 읽고 보는 사람은 자신을 작은 존재로 여깁니다. 그래서 겸손해집니다. 그러나 자신을 낮추면 다른 사람들이 높여줍니다. 이것이 겸손의 선물입니다. 마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바다로 모든 물이 모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하며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 자신만이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며 주장하는 대선주자들이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되어 있는 민생법안들이 6천여 개나 됩니다. 그런데도 개원조차 못하고 있고, '국민을 위해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혀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노르만 쉬바르츠코프 장군의 말이 귀에 와 닿습니다. "위대한 지휘관은 부하들을 전체로 보지 않고, 개별적으로 본다." 대부분의 지휘관은 소대 앞에서 부하들을 전체로 바라보지만, 위대한 지휘관은 그들을 개별적으로 편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소통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의 탐욕입니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이루어집니다. 사랑은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국민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을 사랑한다는 것은 매우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구체적'이어서 아무나 못합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에 대한 사랑의 추상성과 구체성이 균형을 이룬 사람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사랑의 추상성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랑인 민생법안의 심의입니다. 먼저 국회부터 개원시키고 민생법안 심의에 몰두하는 큰 정치인이 되기를 당부 드립니다.

2012-06-18 최원영

기업광고, 개인 정치홍보 이용해선 안돼

최근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에 대해 광고의 집행시기와 내용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광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면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현대중공업은 조선, 해양, 플랜트, 그린에너지 등을 주업으로 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지난해 약 2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였다. 현대중공업이란 회사명을 상기시키면 당연히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새누리당 다선 국회의원, 대통령 출마의사를 밝힌 정몽준 의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현대중공업은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약 17년 동안 텔레비전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이 울산 동구에서 선거구를 서울시 동작을로 변경한 후인 2008년부터 광고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상하게도 국회의원 선거연도와 맞물리는 2008년과 2012년에 집중적으로 기업광고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2012년의 현대중공업 텔레비전 광고의 경우 2월부터 실시되어 4월까지 3천520회 정도 노출되었으며, 약 52억 원을 사용하였다. 이 기간동안 전체광고비는 7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현대중공업 텔레비전광고 '이런 기업'편을 보면 국민배우 안성기가 모델로 출연하고 있으며, 광고내용은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있습니다.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이루고, 국내에 공장을 짓고, 많은 학교와 병원을 세우는 기업, 현대중공업이 있기에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라는 광고표현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자기자랑 형식의 일방적 광고는 최근 지상파 방송광고에서 보기드문 고전적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광고의 크리에이티브전략은 시대적 상황에 부합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독특하게 만들 수는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현대기아차그룹 계열광고회사인 이노션에서 기획하고 제작했다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좀 부족한 점이 보인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고전적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현대중공업의 텔레비전 광고가 실시된 2012년 2월 18일부터 선거일인 4월 11일까지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새누리당의 공천심사와 더불어 직간접적으로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이러한 국회의원 선거기간중의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의 집중적인 노출에 대해 동작을에 출마한 이계안 후보가 현대중공업광고가 정몽준 후보의 홍보용이라고 정 후보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광고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사건이 있었다. 정 후보측은 이계안 후보가 이건희 삼성회장 증인 불출석에 대한 고발건 표결에 기권한 사실을 감췄다고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소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졌으나, 결국 선거후 고발을 서로 취하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현대중공업 기업광고가 특정 국회의원의 정치적 목적에 사용되었다면 이는 상당한 문제점을 시사한다고 판단된다. 대기업의 실제적인 의사결정권자가 기업광고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면 정치권에 있는 상당수의 기업인들이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놓을 것으로 생각된다.광고는 정보 전달과 흥미를 소비자에게 주어 생활세계를 윤택하게 하고 기업의 이미지 상승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고 생각된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신한은행 광고의 경우 소비자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존재할 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광고가 특정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광고의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이상한 광고, 나쁜 광고가 되어 생활세계를 황폐화시킨다고 생각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업광고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2-06-11 서범석

성공을 경계하라

L치과원장은 병원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고가 장비를 도입하여 환자들에게 열심히 치료를 하였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치료에 대해 모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 없어 결국 병원이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경영컨설턴트를 만나게 되었고,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적정 진료를 제공하고 보험급여도 제대로 받는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컨설턴트는 그 지역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하게 되었고 병원은 흑자를 보게 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얻었다. 월 4천만~5천만원 하던 수입이 억대를 넘어서게 되었다. 환자가 늘자 L원장은 의사(Pay Doctor)를 고용하게 되고, 수입은 점점 늘어나서 월 매출액이 6억원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L원장은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외부에 출타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골프에 열중했다. 해외여행도 잦아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고, L원장의 돈냄새를 맡은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투자를 제안해 왔다. 귀가 엷어진 L원장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자금을 넣게 되었고 손해를 보게 되었다. 반면에 주변의 다른 치과들은 절치부심 혁신을 하여 고객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국 L원장은 자신의 병원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페이 닥터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흔히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마음, 어려울 때 가졌던 그 열정을 지키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처음에 하던 일만 계속해서도 안 되고, 처음에 하던 방식을 계속 고집해서도 결코 안 된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말이 "성공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했을 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달라진다. L원장처럼,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도 받고 싶고 또 자만심에 빠지게 되고 엉뚱한 곳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게 학습하고 변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성공을 이룬 기업은 화려하게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캐나다의 밀러교수는 이를 '이카루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 불렀다.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이카루스가 성공적으로 날게 되자 태양 가까이 가게 되어 결국 죽음을 맞았다는 그리스 신화를 빗댄 이야기다. 이카루스 패러독스는 과거 성공요인이 오히려 미래의 실패원인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기술로 성공하는 기업은 기술로 망하는 경향이 있고, 마케팅으로 화려한 실적을 낸 기업은 그 마케팅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로 성공한 기업은 너무 기술에 자만하고, 기술에 치우치다 보니 시장상황에 눈을 감게 되고 결국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은 마케팅에 자만을 보이는 나머지 기술을 소홀하게 되고 결국 팔 물건을 개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필름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KODAK. 인간의 기억을 연장시키고, 추억을 생생하게 만들고 기쁨의 시간을 확장시켜주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도 했던 그 회사가 이제는 존망의 위기에 놓여있다.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미리 예견되었던 것이고, 코닥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닥의 화려한 성공은 회사의 변신을 가로 막았던 것이다. 스토리는 계속 된다. 휴대폰의 제1인자 노키아의 몰락이 그것이다. 한때 핀란드 수출의 25%를 차지하던 노키아는 이제 10%를 지키기도 어려워졌고, 60유로 이상을 호가하던 주가도 이제 5달러를 지키기도 어려워졌다. 애플과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이다.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성공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 속에 실패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고 암이 자라고 있다. 성공은 자만심을 키우고, 성공은 과거지향적으로 만들고, 성공은 또 내부지향적으로 만든다. 한번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이 성공을 경계하고, 겸허하게 변화하고 창조해야 한다.

2012-06-03 조영호

에너지와 미래 사회

한때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룬 영화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인간과 로봇이 전쟁을 하는 터미네이터가 있었고, 로봇이 인간과의 사랑으로 질투를 하는 A.I.가 있었다. 그래서 로봇과 인간이 경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 하는 논쟁이 있기도 했다. 결론은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인 에너지 원(源)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래 사회에서 승리자는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로 귀결된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무역으로 살아가는 한국의 경제에 심각한 화두를 던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몇몇 정치 실세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더군다나 에너지 문제를 폄하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어 우려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지나면서 IT 강국으로 세계적 선두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2011년 9·15 정전시에 은행 업무 마비, 병원 진료 차질, 통신 기지국 마비, 군 레이더 망 불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위기를 잠시 경험하였다. 2006~2011년에 울산 화학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하여 2천46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미래의 삶을 담보하는 조건으로 에너지에 대해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기료 인상 논쟁이 이러한 장을 마련하여 주고 있다. 현저히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면서 사용을 줄이자고 캠페인을 하는 것은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복지는 소득 보조로 해결을 해야지 전 계층에 혜택을 주는 무차별적인 요금 인하로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시장 경제의 논리를 도입해야 하고, 요금의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지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상적으로만 보지 말고,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외면하는 '폭탄 돌리기'를 중단하고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현실에 근거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되는 쟁점이 환경과 산업의 조화에 관한 쟁점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경제성장을 하면서 환경오염을 인정하는 동조화(coupling)의 시기이다. 그러나 2만달러에 진입하면서 산업화와 환경오염을 분리(decoupling)시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관리나 산업 정책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있으면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지식경제부 장관 소속으로 있는 것이 그러한 논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담당하는 부처와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를 통합하자는 논의가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때 각광을 받던 태양광 산업이 정부보조금이 줄어들자 열기가 시들고 있다. 풍력 발전은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공급되지 못하고 필요 없는 시기에는 생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기술 개발을 위한 R&D 차원에서는 필요하지만, 에너지 수급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제로는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후생 증대의 2가지 딜레마 속에서 문제를 같이 엮어서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아직은 척박하다. 환경론자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아직은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에너지 관련 안전사고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의 안전사고를 보면 과학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종사자들의 안전 불감증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경비를 줄이다가 사고를 유발하여 경비가 더 소요된다는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복사 용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이면지를 활용하다 보니 프린트의 소모를 가져와서 종이 절약보다 프린트 교체에 따른 비용이 더 소요되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안전에 대한 지출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접근도 필요하다.에너지 문제는 시장 실패의 영역이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협력없이는 해결되지 못하는 영역이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에너지 시장의 조건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질 시기이다.

2012-05-28 이원희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계속되는 학교 폭력의 실상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지난 16일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행사장에 여고생이 단상에 올라 동생의 사연을 소개해 모두를 울렸습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예일대 의대 김영신 교수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김 교수의 말입니다. "왕따 가해자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성인이 된뒤 자살률과 범죄율과 실업률이 일반인보다 몇 배나 높다", "가해자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때 이미 '조짐'을 보이는데, 이 단계에서는 왕따를 시키는 아이가 당하는 아이보다 마음의 병이 더 깊기 쉽다", "중학생 폭력이 심각하다지만, 그땐 이미 문제가 곪아 터진 다음이다."참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그렇다면 인성이란 무엇일까요? 인성은 곧 건강한 인격입니다. 건강한 인격은 인간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인격에서 비로소 '사랑'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성이란 사랑을 주고받는 지혜의 샘입니다. 하버드대학과 여러 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승진에 영향을 준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즉 '전문성'과 '인간관계 능력'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전문성은 불과 15%밖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85%는 인간관계 능력이 좌우했습니다. 인간관계 능력이 곧 인성이고 인격입니다.건강한 인격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건강한 '꿈'이 강렬할 때 형성됩니다.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이 건강한 꿈입니다. 꿈은 나와 다른 생명체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것입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사랑'을 먹고 성장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사랑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사랑이란 대상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사랑의 주고받음은 나와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줌으로써 행복으로 안내하는 소중한 교량 역할을 합니다. 요시노 히로시의 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 완결이 안 되는/ 만들어짐의 과정// 꽃도/ 암꽃술과 수술로 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벌레나 바람이 찾아와/ 암꽃술과 수술을 연결하는 것.// 생명은/ 제 안에 결여를 안고/ 그것을 타자가 채워주는 것."맞습니다. 타자가 나의 결핍을 채워주고, 내가 타자가 되어 상대의 결여를 채워주는 사랑으로 인해 행복의 주인이 됩니다. 주지 스님이 무척 아끼는 동자승이 있었습니다. 못 생기고 아둔한 그를 제자들은 미워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지는 새 한 마리씩을 나눠주며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아무도 보지않는 곳에서 새를 죽인 후 그 주검을 가지고 다시 모여라. 오는 순서대로 후계자로 삼을테니." 모두 사라지더니, 잠시 후 죽은 새를 들고 서둘러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동자승만 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도망갔다며 수군거립니다. 그런데 이윽고 그가 풀 죽은 얼굴로 걸어옵니다. 아직도 짹짹거리는 새를 품에 안고서 말입니다. 주지 스님이 묻습니다. "왜 새를 아직까지 살려두었느냐?" "아무도 보지않는 곳을 아무리 찾아다녀도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누가 보고 있더냐?" "제 자신이 보고 있었습니다."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생명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행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폭력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의 그릇된 표현입니다. 충분한 사랑만이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인성교육이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어른들인 부모, 교사, 사회로부터의 사랑 말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훌륭한 인성교육은 어른인 우리가 그런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입니다.

2012-05-21 최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