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직접 민주주의와 경제적 평등사회

최근 우리 사회의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가 벤처회사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보급한 사장 경력의 후보에게 여론 조사에서 밀리는 위기를 맞았었다. 그것은 실제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예측의 가상현상이었기에 잠깐 놀라는 수준으로 끝났다. 그러나 대변인을 지내고 정책위 의장을 하고 있는 쟁쟁한 야당의 국회의원이 보름 남짓 정치 구도에 뛰어든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패하는 현실이 나타났다.여야를 넘나들며 현행의 정당구도를 위협하고 무력화시키는 힘의 흐름이 분명히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나 대신 정치를 해 주는 정치인을 뽑고 나는 나의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보편적 선거권을 전제로 한 간접민주주의였지만,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구조가 시민사회의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고, 표 계산만 하고 선거 공학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과 멀어졌고, 그 사이 발달한 웹 기반의 의사소통 구조는 직접 민주주의 양상을 설계하였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구조이었던 정당보다 생각과 활동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만남이 형성되는 '조직력 없는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일정한 틀을 가진 조직은 없으나, 어느 순간 계기가 주어지면 힘으로 작동하는 조직이 이루어지는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의 사례에서 가설적인 답을 구할 수 있다. 지금 바람몰이라고 하는 정치 신인은 그냥 바람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실 시민사회의 공간에서 무엇인가에 실천력을 보이고, 함께 일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힘이 순식간에 정치적 결집력을 보이는 것은 실시간 정치활동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사진 찍는 행사 중심의 조직보다는 실천력을 가진 활동가가 '공감대'라는 호소력을 바탕으로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접민주주의적 양상이 경제적 평등주의를 확산시키는 연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Wall Street)의 증권거래소 앞에서 1%가 99%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연일 시위를 하고 있고, 그 힘이 궁극적으로 워싱턴을 향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기업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는 금융의 매개시장이 아니라, 투기판을 키우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소수의 횡재하는 부자를 만들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다수를 파멸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2만달러 시대를 접어들기까지는 중산층들이 조금 더 가짐으로써 상층부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했으나, 이제는 수직 상승의 과정에 발생하는 경쟁과 갈등보다는 조금 더 나누어 갖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사회의 구조로는 성장의 한계점 앞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고도성장을 했지만 그것이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경계점에서 새로운 인식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기존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 진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사회는 진보라는 화두에 감싸여 있다. 자본가의 상징처럼 여겨 온 부의 아이콘 워렌 버핏이 '부자가 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자신에게 준 지식 자산과 부의 기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어를 빼고 들어보면 공안 당국이 깜짝 놀랄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자본주의 양식을 반성하는 현 시대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경제 양식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과 평등사회에 대한 갈구를 정치와 정책에 반영하여야 할 시기이다. 누가 이 흐름을 먼저 감지하고 구체화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맥락의 전환기가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 될 것이고, 출발점이 10·26의 시장선거가 될 것이다.

2011-10-09 이원희

이기심과 편견도 나의 일부다

범죄자들조차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악명 높은 갱단 두목이었던 알 카포네는 "나는 내 생애의 전부를 사회를 위해 바쳤다. 그런데 내가 얻은 것은 차가운 시선과 비난, 그리고 범죄자라는 낙인뿐이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죄인들이 스스로를 선한 목자로 여긴다면, 우리처럼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요?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소설작가인 코난 도일은 평소 장난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가깝게 지내던 유명 인사들에게 익명으로 전보를 칩니다."당신의 불륜이 드러났으니 일주일만 피해 있으시오." 며칠 후 도일은 친구들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집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내들이 그에게 남편들의 근황을 물었다고 합니다.조선의 최고 학자인 퇴계 선생이 한적한 시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살던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던 중에 꽃가마 행렬을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는 순간, 꽃가마에서 미모의 여인이 마침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습니다. 민망해서 퇴계 선생은 고개를 돌리고, 여인도 창문을 닫았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퇴계 선생은 이렇게 자신을 질책했습니다. "아! 평생을 수양했는데도, 이 욕망이 나를 죽이는구나."인간의 욕망이란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솟구칩니다. 바로 이기심 때문입니다. 이기심은 자연스럽게 편견이라는 시선으로 상대방과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경기를 보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버지는 사망했고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술을 위해 외과의사가 들어와 환자의 차트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환자를 수술하지 못하겠어. 얘는 내 아들이야."어찌된 일일까요? '혹시 아버지가 두 명은 아닐까?' 그러나 그 외과의사는 환자의 어머니였습니다. 마음속에 '외과의사는 남자'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편견은 이처럼 사물이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하버드 대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수학시험을 보기 전에 교수가 말합니다."3번 문제는 아직 푼 사람이 없다." 그런데 한 학생만이 풀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 학생은 지각을 해서 교수가 말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천재들인 선배들이 그 동안 풀지 못한 문제라면 '나도 풀 수가 없다'는 편견이 만든 결과였습니다.이기심의 발로가 고약한 것은 자신을 우월한 사람이라고 믿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곧 상대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만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도취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바로 탐욕과 교만이 마음속을 채우게 되는 것이지요.서울시장직을 놓고 다양한 사람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기심을 깔고 편견을 숨긴 채 '내가 되어야 한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후보자들은 '누가 옳으냐?'로 다투기 쉽습니다. 우월감은 '나만이 옳다'는 고집으로 이어져 상대의 과거 흠집을 내는 데 주력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기심도 나의 일부이고,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관대한 시각을 갖고, '무엇이 옳은가?'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무게 중심이 '나'로부터 '시민'으로 옮겨가는 것이지요. 이때 선거는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됩니다.이기심도 나의 일부입니다. 편견도 나의 일부입니다. 퇴계 선생의 부끄러운 자기 인식이 오히려 퇴계다운 면모를 지키게 했듯이, 그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혜와 여유는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으로부터 생깁니다. 이때부터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2011-10-02 최원영

아이돌그룹, 기계화된 종합연예기능인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JYP의 '지오디'는 일산의 지하 단칸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동물적인 장기 집단 훈련을 통해, 지난 1999년 1월 '어머님께'란 곡으로 데뷔하여 신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집단 훈련시스템은 SM, YG 등이 전문적인 마케팅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경우 소속사 가수들에게 어린 나이 때부터 기본적인 보컬교육 이외에 어학, 춤, 연기, 오락, 개인기, 발성법, 교양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퍼쥬니어의 최시원, 소녀시대의 서현은 중국 어학캠프를 다녀왔으며, 다른 멤버들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장기적인 교육을 받았다. 아이돌 그룹 가수들의 훈련기간을 보면 조권이 7년, 미스에이의 민은 8년 등 평균 3~5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또한 이들의 연간 훈련비가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2011년 6월 10일에 열린 'SM타운월드투어인파리' 공연은 국내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글로벌시스템을 재확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소녀시대의 '훗'은 덴마크 작곡가, '소원을 말해봐'는 노르웨이 작곡가, 안무는 미국사람 등 다국적 아웃소싱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가 유럽의 주류 음악시장에 어느 정도 접근했고, 또한 수익모델을 개발했는가에 대한 것은 미지수이다.K-POP 열풍을 분석해 보면 첫째는 음악적 기교와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획일적이고 기계화된 춤의 정교화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중독성이 강한 반복적 언어의 유희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K-POP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전문가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여성 걸 그룹의 노래와 춤의 경우,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2NE1, F(X), 포미닛, 브라운 아이드걸스, 에프터스쿨, 티아라, 시스타, 미스에이 등 누가 불러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돌 그룹은 공장에서 기계화된 제품공정에서 빠져나온 공산품과 매우 흡사하며, 최근에는 인기에 편승하여 준비된 유사제품을 창고대방출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문행 교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성공학'에서 여성 걸 그룹의 경우 이미지콘셉트를 우선 선정하고 그에 적합한 구성원을 캐스팅한 후 장기적으로 체계화된 교육을 받고 진출하게 된다. 소녀시대의 경우 이미지를 담당하는 윤아, 음악성을 책임지는 보컬 태연,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서현 등으로 시스템화 시킨다. 그후 노래와 더불어 드라마, 쇼프로그램 MC, CF모델 등으로 확장하여 종합적인 연예인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러한 훈련을 받은 여성 걸그룹의 경우 가수라기 보다는 종합 연예기능인으로 판단된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K-POP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험하지 못했던 동양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신비, 정형화, 통제화된 기계병정 쇼집단에 대한 호기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걸그룹의 경우 주의를 끌기위해 '엉덩이춤', '루팡 춤', '제기차기 춤', '시건방진 춤' 등 춤 동작에 포인트를 주고, 자극적인 반복적 언어를 사용하여 노래를 유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가수의 본질로 돌아가서 오랫동안 기억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찾아주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인내가 있으면 꿈에 다가갈 수 있지만, 꿈을 잡지는 못한다. 지속 가능한 꿈을 잡는 것은 창의적인 자유로운 영혼이다. 현재의 아이돌 가수는 육체만 있고 영혼은 기획사에 담보로 저당 잡혀있는 연예 기능인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류 아이돌 그룹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90년대 반짝 유행한 일본 쓰레기 문화(Japan-Trash)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퍼포먼스 중심의 쇼걸적 관심끌기를 통한 글로벌 음악시장의 주변통로를 기웃거리기 보다는 진정 영혼을 노래하는 가수로서 글로벌 시장의 중앙통로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11-09-25 서범석

기부확산에 찬물 붓는 '세금폭탄'

26세의 나이로 대학을 들어간 황필상씨. 그는 7살 아래인 새까만 후배들과 공부를 했다. 특유의 끈기로 프랑스 유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IST의 교수까지 되었다. 그런데 그는 5억원이 필요해 동료 창업자를 보면서 용기를 얻어 수원에 생활정보신문사 (주)수원교차로를 창업, 기업경영에 투신한다. 그때가 1991년. 그는 과학영재를 기르는 일은 후배들이 더 잘 할 것 같아 교수직을 물려주고 전업사업가로 변신한다. 회사는 알차게 성장했다.2002년 황 박사는 돌연 수원교차로 주식 전부를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게 된다. 지인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놀랐다. 그만큼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두뇌와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다. 주식 100% 기증 의사를 전해들은 아주대학교는 "웬 돈벼락이냐"고 좋아하면서도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당시 평가액으로 200억원 정도 되는 재산이기는 하지만, 이는 현금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회사 주식이 아닌가. 회사를 운영하여 과실금을 남겨야 아주대 것이 되는데 아주대에는 창업자 황필상씨만큼 회사경영을 잘 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일종의 묘수가 등장한다. 100%가 아니라 90%만 기부받고, 10%는 황필상씨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전면에서 아니면 후면에서라도 회사경영을 계속해 달라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리고는 황필상씨를 설득하여 90%의 수원교차로 주식을 기증받을 장학재단을 설립한다. 얼마나 절묘한 방안인가. 국세청에서 140억원의 세금추징액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2008년 9월 1일 수원세무서장으로부터 세금납부고지서가 날아온다. 증여세 100억원과 가산금 40억원 도합 140억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그 유명한 5% 룰이 이때 등장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에 의하면, 출연자가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에 기부할 경우 회사 주식의 5%이상이 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린다는 것이다. 황필상씨는 5%가 아니라 90%를 기부했으니 엄청난 '세금폭탄'을 맞을 수밖에.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5% 룰은 외국에는 없는 규정이고, 한국의 재벌들이 공익재단을 이용하여 편법으로 증여를 하거나 기업을 간접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다. 하기야 재벌기업의 5%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으니 5% 주식이라면 5조원이 넘는다. 5%는 그럴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황 박사와 장학재단은 청와대, 감사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탄원을 하다가 급기야 법원을 찾았다. 2010년 7월 15일 수원지방법원의 1심 재판에서는 다행히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2011년 8월 19일 서울 고등법원 2심 판결에서는 세무서장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 사이 세금은 체불되어 200억원이 넘었다. 국세청이 받아갈 200억원은 대부분 교차로 주식값이다. 수원교차로의 주식을 팔아야 이 돈을 회수해 갈 수 있다. 누가 200억원을 주고 수원교차로의 주식을 살 것인가. 아니면, 국세청이 경영을 해서 이익을 챙겨가야 할 판이다. 그 때의 수원교차로가 오늘의 수원교차로일 수 있겠는가?최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이 5천억원의 재산을 공익법인 해비치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부로 정 회장은 한국에서 개인기부 1위가 된다. 그런데 그 5천억원은 현대모비스 주식 7%를 말하는 것이다. 기부의사 발표는 했지만, 여기에도 5% 룰에 걸려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기부왕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도 대부분 주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5% 룰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황필상씨의 장학재단은 구원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이제는 아주대생만을 지원하지 않고, 매년 전국의 대학생 200여명에게 4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세금폭탄' 문제는 순수한 뜻으로 기부를 하고도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필상 개인의 문제나 구원장학재단의 운명만 달린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는 기부문화 활성화에 찬물을 붓는 재앙이다. 아니 그 보다 한국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국민들에게 주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2011-09-18 조영호

사회적 위기와 포퓰리즘

"새 정권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선진국 중에서 최저수준의 성장률, 파업과 인플레이션의 폭풍, 이윤과는 인연이 없는 국영기업, 재정적자, 민심의 황폐라고 하는 '빚의 유산' 뿐이었다." 1978년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집권하던 시기를 설명하는 내용이나, 지금의 우리 현실과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지금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이후에 새로운 사회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처 수상은 현실을 직시하고 강공법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으나, 지금 우리는 우회모드가 지배하고 있고 이를 직시하려는 지도력이 보이지 않는다.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도 포퓰리즘을 두려워하고 있고, 그 힘에 의존하려고 한다.대중의 인기를 지향하는 포퓰리즘은 각국의 정치 사회 구조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인1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선거의 사회에서는 항상 돌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1890년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고, 소수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등장했다.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라는 명분으로 포퓰리즘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파시즘과 만나면서 포퓰리즘은 과격한 정치적 전략으로 전환되고 소수자가 권력을 잡기 위한 이미지 정치로 전개되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포퓰리즘이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수단으로 남미에서 재등장하였다. 남미에서 군사 혁명 세력은 빵과 고기를 주는 대신 독재를 실시하는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확산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과다한 복지 정책에 의한 국민의 무기력증을 유발한 남미병의 원인이 되었다.최근에 포퓰리즘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의회를 통하지 않고, 합리적인 절차 대신에 이미지나 인기에 호소하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편승하여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 전략을 지칭한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을 통해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과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구분한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의회 정치를 무시하고 길거리 정치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불특정 다수에 의한 부담을 통해 특정 집단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의미한다. 혜택을 보는 집단은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고, 부담이 되는 계층은 무관심한 틈새를 파고 드는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적 포퓰리즘을 해결하겠다던 서울시장은 의회와의 대립 구도를 해결하지 못하자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고, 이는 포퓰리즘의 또 다른 방식이었다. 결국 (경제적)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막아보려고 하다 실패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의 후유증으로 사회의 갈등 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법치주의나 대의민주주의가 발전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의 문제가 국회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길거리 정치에 의존하려고 한다. 민주정치에서 의회(parliament)는 합리적 토론을 의미하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우리의 국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 포퓰리즘의 구호는 복잡한 정책 문제를 사고의 생략과 정치 쟁점의 단순화를 통해 투쟁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확산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은 소외된 다수의 이익을 지지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당성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보다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갈등을 초래하여 집단화를 도모하는 정치 세력에 문제가 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잠복하여 있는 실업 및 경제 위기, 비정규직 확산 그리고 양극화 심화로 발생한 '분노의 계층'을 해결하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과 노령화로 발생한 '위기의 계층'을 보담아 내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의 총선과 대선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제시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정략가가 아니라 통 큰 정치인을 기대하고 있다.

2011-09-04 이원희

마지노선의 법칙과 리더의 역할

1차 세계대전은 참호를 파거나 요새에 숨어 전쟁을 하는 참호전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의 위협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육군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제안을 프랑스 정부가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은 프랑스와 독일 국경 사이의 기존 요새를 보강하는 거대한 시멘트 방벽을 쌓자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750㎞나 되는 대역사로, 공사만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여기에 중·장거리 대포까지 설치했습니다.이후 프랑스 사람들은 외부의 어떤 공격에도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드디어 히틀러가 등장했고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들을 소집하는 등의 여유를 부렸습니다. 마지노선을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프랑스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독일은 벨기에를 가로질러 프랑스를 공격했습니다. 모든 방어 전략이 마지노선을 중심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만들어졌습니다.'수도가 견고하면 나라가 위태롭다'.모든 위기는 안주하는 순간 찾아듭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8명의 직원뿐인 벤처기업 안드로이드사가 삼성전자(2004년)와 LG전자(2007년)를 찾아와 사업제휴를 제안했지만 면전에서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당시 삼성과 LG는 애니콜 신화와 초콜릿폰 신화로 기세를 올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안드로이드사의 앤디 루빈은 지금 구글의 부사장이 되었고,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삼성과 LG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리더들의 큰 실수는 이렇듯 집단을 위기로 내몰게 합니다.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만 때문입니다. 성공신화는 자긍심도 주지만 아울러 또 다른 성공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멸종 위기의 동물로 알려진 퓨마는 겨우 10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마리가 페루국립동물원에 있습니다. 정부는 이 귀한 퓨마를 위해 초목이 우거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곳을 뛰어다니는 동물들은 모두 퓨마의 먹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녀석이 좀처럼 사냥감을 덮치지 않고, 그저 관리인이 갖다 주는 고깃덩어리를 먹고 동굴에 틀어박혀 잠만 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부터 정기적으로 암놈을 빌려다가 퓨마의 고독을 달래주고자 했습니다. 이것 역시 효과가 없었습니다. 녀석은 암놈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햇볕이나 쬐다가 그저 굴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퓨마의 경쟁자가 존재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어느 관람객의 조언을 들은 공원관리자는 표범 3마리를 풀어놓았습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났습니다. 표범이 나타난 뒤 퓨마는 더 이상 낮잠 자는 일도 없고, 굴 안에 처박혀 있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때로 산위로 올라가 목을 쭉 빼고 포효하며, 수시로 주변을 순찰하고, 사납게 으르렁대며 표범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파라과이에서 온 암놈이 새끼를 낳는 경사도 벌어졌습니다.경쟁상대가 없다면 진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적과의 경쟁은 활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변화는 고통도 주지만 동시에 기회도 줍니다. 변화는 이제까지 이뤄온 자신의 성공신화를 버릴 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제 비로소 삼성과 LG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성공신화를 버리고 변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일 때입니다. 적의 존재를 위기 극복의 기회로 만들고, 나아가 새로운 성공의 동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리더의 출현을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도종환의 '단풍 드는 날')

2011-08-28 최원영

중국에 대한 세가지 오해

최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한국과 중국이 공동 주최한 국제광고세미나가 열렸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나온 교수들은 몇몇이 모여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소득수준이 떨어지므로 광고수준 또한 형편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을 여행한 일부 교수들은 관광지가 지저분하고 더럽고, 제품은 수준이하라서 항상 실망했다고 했다. 한국의 일부 대학교수들이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중국의 지식층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오래 전부터 궁금해 왔다. 그러던 중 몇 해 전 베이징대학에 방문교수로 있을 때 한국을 잘 아는 중국교수와 저녁을 먹고 진하게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오해는 말라는 당부와 더불어, 한국사람에 대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전 세계에서 중국을 무시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IMF 위기 상황 전의 몇 년 동안 풍요속에서 어렵게 사는 중국사람을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의 한국사람이 중국을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중국사람이 한국사람을 좋아할 것이라는 오해이다. 중국사람은 한국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을 무력 침략한 일본에 대한 반감이 많아서 일본사람들에게 택시 승차거부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한국사람을 싫어하고, 일부 지식층은 차별대우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은 한국을 응원하지 않고 상대국을 응원하였다. 그 이유는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취득한 수익의 일부를 국제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둘째, 중국 제품은 싸고, 불량품이고 수준이하라는 생각이다. 한국은 중국제품 중에 가장 저렴하고 수준 낮은 제품만을 수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와 수입상이 만든 허상이라고 했다. 중국에는 세계적인 제품들이 많고 또한 품질 높은 다양한 제품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속설이 된 중국제는 불량품이라는 등식은 한국 언론들이 만든 저질 담론이라고 했다.셋째,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문화혁명을 통해 처절한 자기반성을 한 후 새로운 개혁, 개방정치를 통해 자본주의적 비즈니스를 하는 나라이다. 중국은 좋은 자동차 번호의 경우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버스나 기차의 경우 에어컨 유무, 의자의 형태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있다. 과일이나 채소도 개별단위로 무게를 측정해서 판매하고 있으며, 고속화도로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인접시의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하며, 텔레비전 광고도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이 사회복지, 평등 등을 부르짖으면서, 부자에 대한 막연한 불신 등으로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해, 실제적으로는 중국은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한국은 자본주의적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국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며, 저렴하게 발마사지를 받고 있지만 조만간에 한국에서 중국관광객에게 발마사지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그의 예견은 현재 적중했다. 소비시대로 접어든 중국의 소비자는 우리나라 백화점의 고급 명품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세계적인 경영자, 정치인, 문화인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인구 16억명의 중국이 이제 물질적인 양적 성장에서 문화적인 질의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한대수가 런던, 파리의 시대에서 이제 상하이의 시대가 왔다고 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시대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풍 떨다 주저앉은 못난 사람으로 중국인에게 인식되지 않도록 지금보다 철저하게 중국을 연구하고 분석하여 국제사회의 변화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광고학술대회는 베이징대학에 있는 레이크사이드호텔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베이징대학의 규모, 시설, 호텔에 놀라며, 또한 글로벌화된 연구능력에 가슴 졸이면서 세미나를 마쳤다.

2011-08-21 서범석

사회가 불안하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국세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2010년 발생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볼때 상위 20%의 소득(평균 9천만원)이 하위 20%의 소득(평균 199만원)보다 45배 많다. 11년 전인 1999년에는 상·하위 20% 격차가 19배, 2005년에는 38배였던 것에 비해 점점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의 불평등을 말해주는 지니계수를 보면, 2000년 0.286이던 것이 점점 높아져 2008년에는 0.325를 기록했다. 통계청에서 이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소득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기본속성이고 사회발전의 필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를 못 벌고 있는 사람이 20.9%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연해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빈곤층 비율이 OECD평균 10.6%를 크게 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빈곤층의 40% 정도는 노는 사람이 아니라, '등골이 빠지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소위 워킹푸어(Working Poor)인 것이다. 이쯤 되면 빈부 격차라는 말 자체가 너무 호사스럽지 않은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시장중심 자본주의(신경제)가 우리나라에는 1998년 IMF경제위기를 겪고 난 후 상륙하였다. 그때 유행어 중 하나가 '글로벌 스탠다드'였고 구조조정과 성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기업을 사고 팔고, 정리해고를 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한다는 것 말이다. 그러면서, 고용불안이 일반화되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양산되었다. 신경제가 10여년 주류가 된 사이 우리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게 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간극이 더 벌어지게 되었으며, 서울과 지방의 격차 또한 더욱 멀어지고 말았다.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소득의 격차가 아니라 사회계층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사회계층을 이동하는 사다리는 점점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결국 사회불안과 사회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불만 계층이 확대되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불신이 커지면서 무리한 주장이 많아졌으며 나아가서는 비행과 폭력, 자살 등이 늘어나고 있다. 관계를 중시하고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어 서로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상대적' 빈곤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 상대성에다 절대성까지 겹쳤으니 말이다.신경제의 논리로는 이러한 사회불안을 치유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존의 자본주의를 수정하여 공동체 의식을 살린 새로운 자본주의,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자본주의 4.0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적인 대각성과 사회적인 뉴 프레임(New Frame)이 필요하지 않을까.우선 기업은 일자리 창출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알아주는 시스템에서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세금을 많이 내면 될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가 그 세금 모아 뭘 하겠는가. 결국 일자리 창출에 써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자리 창출이 기업이 하는 것만 하겠는가. "기업은 세금 적게 내도 좋으니 일자리나 많이 만들어다오"하면서 고용수준이 높은 기업에 세금을 과감히 공제해 주어야 한다.둘째는 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연연하고 있는 대기업의 노동조합도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고 임금 피크제 등을 도입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금과 같이 인건비가 높고 노조의 파워가 높은데 어느 기업이 정규직 인원을 늘리려 하겠는가.셋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사회지도층, 잘 사는 사람들이 도덕성을 갖추고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뉴스만 보면 튀어 나오는 사회지도층의 비리, 청문회 마다 단골로 나타나는 '위장전입' '다운계약' '병역비리'를 보고 저소득층이 자신의 처지가 '정당한' 결과라고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단 말인가.또 다시 미국발 경제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신경제논리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고, 사회불안 역시 가중될 것이다. 공동체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011-08-14 조영호

뉴욕시 성과 관리의 교훈

지난 7월 말에 미국 뉴욕시의 성과 관리 체계를 보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첫눈에 깨끗해진 뉴욕시를 보면서 무엇인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과거 뉴욕시라고 하면 어지러운 낙서, 거리의 쓰레기,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할렘가가 연상되었다. 그리고 한때 그것이 자유로움의 상징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로움이 증가되었지만, 동시에 질서도 증가되는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뉴욕시 성과 관리담당관실에 근무하는 트리엔스(Jeffrey Tryens) 부국장 설명에 따르면 철저히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성과 관리 체계로 인해 뉴욕시가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단일의 성과 지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뉴욕시는 다양한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성과포털을 총 12개를 가지고 있다. 필요에 의해 사이트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여 현재와 같이 많은 수가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시민성과보고(Citywide Performance Reporting)시스템은 성과와 관련된 500여개의 성과지표에 대해 정보를 매달 업데이트하여 제공하고 있다. 신호등 체계와 같이 초록, 노랑, 빨강의 색깔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의 가장 일상적인 일들과 관련한 자료들이 일관성 있게 다년에 걸쳐 보고되고 있으며, 정보를 비교적 찾기 쉽도록 공개하고 있다.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거리청결도 점수표(scorecard)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점수표는 거리와 보도의 청결도에 대한 지표로서 훈련된 평가원들에 의해 거리와 도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사진을 통한 거리청결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수를 기준으로 깨끗한 곳과 더러운 곳의 청소주기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대체적으로 깨끗한 거리의 경우 1주일에 한 번만 청소하는 반면, 더러운 곳은 그보다 자주 청소를 하도록 함으로써, 평가결과에 따라 융통성 있게 청소주기를 적용한다. 뉴욕시 311콜센터도 특징적이다. 2002년 1월, 블룸버그 시장이 모든 목적을 위한 하나의 전화번호를 통해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서비스추진과제를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도 콜센터를 운용하고 있어 처음에는 별다른 감동을 받지 않았으나, 이러한 주민의 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180여개의 언어로 서비스가 가능하며 웹사이트, 트위터, 스마트폰의 앱, 전화 등 다각적인 접근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뉴욕시는 민원전화에 대한 지역과 타입 등에 대한 지도를 제공하여 각 지역마다 민원 콜의 양이 얼마인지, 어떤 민원이 많은지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루 시간대별 불법주차, 소음, 거리조명, 교통정보, 도로상태, 분실, 대중교통 안내 등에 관한 민원전화에 대한 타입과 양에 대한 지도를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민원사항을 종합 분석하여 민원이 잦은 분야의 경우 이를 지표화하여 해당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변화된 뉴욕은 이러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성과 관리 체계를 통해 가능하였던 것이다.우리의 경우도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연말이면 평가를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문서는 근사하게 산출하고 있으나, 내용은 부실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 성과를 개인별 인센티브에 연계시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왜곡된 성과 측정이 발생한다. 달성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관리하거나 성과 측정치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단계를 넘어서 성과 결과를 개인의 인센티브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정책 수단으로 성과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뉴욕시가 성과 관리 목표를 주민에 대한 공공책무성(Public Accountability)에 두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향후 성과 관리를 통해 주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개방성을 중시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성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1-08-07 이원희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노나라에 한 선비가 살았습니다. 폭풍우가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밤입니다. 젊은 여인이 홀로 사는 이웃집 지붕이 부서졌습니다. 여인이 선비를 찾아와 딱한 사정을 얘기하고는 아침까지만 재워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선비는 거절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요."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 이만한 청도 들어주지 못하십니까?""젊은 남녀가 한밤중에 어떻게 한 방에서 함께 자겠소?""무슨 말씀입니까? 옛날 유하혜는 모진 추위에 몸이 언 여인을 안고서 자기 체온으로 녹여 소생케 했다는 말씀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랬어도 사람들은 칭찬을 했으면 했지, 어느 누구도 그를 호색한 사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이 이야기를 들은 공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그 선비는 유하혜의 정신을 터득했다. 유하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했지만, 그 선비는 도저히 자신이 없는 지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으니, 모두가 자기를 알고 행한 행동이었다."누구나 자신의 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결정됩니다. 문제는 '내'가 선택한 것을 '남'에게 강요할 때 분열이 생기고 증오심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사람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링컨 대통령이 말합니다. "한 번은 내가 형과 함께 농장에서 일할 때였지. 나는 말을 몰고 형은 쟁기를 잡고 말이야. 그 말은 아주 게으른 놈이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그날은 열심히 내달리는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녀석의 잔등에 커다란 말파리 한 마리가 붙어 있더군. 말파리를 떼어냈더니 형이 왜 떼어내냐고 말하더군. 말이 아파할까봐 그랬다고 하자, 형은 이렇게 말했지. 그 말파리 덕에 이 게으른 놈의 동작이 빨라진 것이라고 말이야. 만약 지금 윌리엄의 잔등에 '대통령 병'이란 말파리가 딱 달라붙어 그로 하여금 열심히 뛰게 한다면 내가 왜 말파리를 떼어내겠는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링컨의 행위도 말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지만, 형의 행위 역시 경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형을 통해 훌륭한 리더로서의 깨달음을 얻은 링컨은 미국 역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1840년 아일랜드에 감자돌림병이 돌았습니다. 이때의 기근으로 약 200만 명이 굶어죽거나 외국으로 탈출하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감자의 한 가지 품종만을 전국적으로 재배한 것이 기근의 원인이었습니다. 크기가 커서 수익성이 좋은 품종만을 재배했고, 그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작물이란 '나'의 필요를 식물에게 강요한 것입니다. 필요할 때 물과 양분을 주니까 작물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환경변화와 병균에 매우 취약한 식물로 변하고 맙니다. 붕어빵 같은 획일적인 사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잃게 합니다. 다양함이 때로는 시끄럽고 무질서한 듯이 보이지만 놀랍게도 그 속에 위기 극복의 힘과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나'의 신념은 나 자신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할 때 분열과 갈등이 생깁니다. 감자돌림병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성은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요즘 홍수피해의 책임 소재나 무상급식 사안을 두고 여야의 비난 성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마치 '누가 옳으냐?'를 두고 싸우는 듯 보입니다. 이런 다툼은 상대를 없애야 할 '적'으로 여기게 하여 끊임없는 정쟁만 일삼게 합니다. 여야는 왼팔과 오른팔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각기 다른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두 팔 모두를 함께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위기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름'에 대해 귀를 열고 자신의 역할을 찾을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2011-07-31 최원영

인천지역 산업정책의 과제

지역의 산업정책은 객관적인 통계 및 이에 기반한 분석에 입각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하면 인천지역내 산업별 생산유발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즉 어떤 산업부문에서 1단위의 최종수요가 발생했을 경우 지역내 산업 전체에 유발되는 생산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인천의 산업유발계수를 보면 제조업, 농림어업, 광업, 서비스업 순으로 나타난다. 제조업 중에서는 수송장비, 일반기계 등 조립가공업종의 생산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천지역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생산유발효과가 큰 제조업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유도해낼 수 있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또 제조업 중에서는 석유 및 석탄제품, 음식료품, 목재 및 종이제품 부문이 생산유발효과가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인천의 산업정책은 이와 같은 생산유발효과가 낮은 제조업 부문이 생산유발효과가 큰 부문으로 시프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하면 지역산업부문 중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인천의 경우, 도소매, 인쇄 출판 및 복제, 음식점 및 숙박, 교육 및 보건 등과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서 양 계수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고용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위와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 대한 육성 및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 석유 및 석탄, 전력 가스 및 수도, 제1차금속제품 등의 2차 제조업 부문들의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산업정책적 관점과 고용정책적 관점을 조합해서 고찰하면, 위의 산업 부문들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집중 특화시켜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고용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2차산업에 속하는 제조업 및 건설부문은 인천내 산업구조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적 특징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에 따라 생산 주체가 노동에서 기계로 대체됨에 따라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을 통해 기업의 본사 부문에 해당하는 연구, 인적관리, 사업 총괄 등의 기능이 인천지역 제조업 부문에는 충실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추측 가능하다.결국 인천지역의 경우, 산업정책의 중점을 지역내 생산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산업부문의 고부가가치화에 두되,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서비스업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고용효과뿐만 아니라 지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필수 과제이다.나아가 취업유발효과도 높고 부가가치율도 높은 산업은 인천지역의 산업고도화 및 고용창출을 견인하는 산업 부문이기 때문에, 인천의 산업정책은 바로 이와 같은 산업부문을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취업유발효과와 부가가치가 모두 높은 산업으로서는 도소매, 사회 및 기타서비스 부문, 교육 및 보건부문과 같은 서비스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용창출형 고부가가치산업의 지원 및 활성화 정책이야말로 인천지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취업유발효과는 높으나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으로서는, 음식점 및 숙박, 인쇄 출판 및 복제산업 등을 들 수 있다. 고용정책적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산업부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나, 인천지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고려하면 이에 대한 적절한 구조조정 및 규제는 필요하다.

2011-07-24 양준호

제사 물려받기

어머님의 열여덟 번째 기일을 맞아 장맛비를 뚫고 올해도 예외 없이 집안 식구들이 모였다. 젊은 시절 시험도 자주 낙방하고 자존심 강하고 거기에 고집도 세어서 '엄마'와 자주 부딪혔던 나는 결코 사랑스럽고 훌륭한 효자 아들이 아니었다. 그나마 데모하다 감옥가지 않은 것, 외국서 학위하고 와서 제 밥벌이 하는 직장을 가진 것은 그리도 원하시던 교회 나가기와 담배 끊기 거부에 대한 최소한의 벌충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죄스러운 마음에 어머님의 기일은 제사 중에서도 가장 큰 제사이고 항상 마음이 쓰이는 제사이다.홍동백서(紅東白西) 격식 맞추어 상을 차리고 '유세차'(維歲次)로 시작하여 '상향'(尙饗)으로 끝을 맺던 유년시절의 낭랑한 축문소리는 오래전 어머님이 교회에 나가시고 한참 후 아버님까지 가세하시면서 구약성서 시편 몇 절과 찬송가 몇 장 그리고 주기도문으로 대체되었다.이런 유의 제사 진행은 10대 종손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주류 개신교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견해를 지닌 나름 굳건한 '비'(非) 기독교인인 내게 고백컨대 오랜 기간 동안 커다란 곤혹이었다. 돈과 사랑, 양자택일로 고민하던 심순애처럼 나는 자존감과 (자식 된)도리간의 갈등으로 큰 마음의 고생을 하였다. 그래도 오랜 세월 이리저리 부딪히다보니 부자지간에 기대치의 조율이 이루어져 알고도 모른 체 모르고도 아는 체 염화시중의 미소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아무런 탈 없이 제사를 모셔왔던 것이다. 내가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구절을 '봉독'하는 형식에 대한 양보를 하자 아버님은 더 이상 교회를 강요하지 않으시는 내용상의 자유를 아들에게 허하시는 암중모색의 현실적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이른바 '건설적 모호성'은 난제(難題) 해결을 위한 오래된 협상기술의 요체다. 그런데 바로 오늘 제사 후에 아버님의 한 마디는 굳건하다고 믿었던 부자지간의 건설적 모호성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애비야, 내가 이제 나이도 들고 눈도 어두우니 네가 종중 일과 제사를 맡아서 주관하여라." 아버님을 모시고 일 년에 열 번 이상의 제사를 모시자면 비기독교도인 나는 찬송가와 성경책을 강의준비하듯 섭렵해야 하는 것이다. 아! 그 암담함이란!내가 직접 기독교식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것과 수동적으로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체성의 측면에 있어 그야말로 천지차이지만 오십대 후반의 아들은 차마 '유세차' 방식으로의 회귀를 입 밖에 내지 못하였다. 차례 뒤 저녁상을 물린 후 일가권속들을 배웅하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아무래도 아는 목사님 만나 일 년 치 주일예배 목록을 좀 받아야할 것 같소. 이 중에서 열 댓 개만 추려 데이터 파일을 만들어 놓으면 제사별 맞춤 예배 주관이 가능할 것이오. 종교적 신념에 관한 민감한 부분은 아버님께 부탁드리고 나는 나머지만 몸으로 때우겠소. 직업이 떠드는 것이니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오." 아내가 답한다. "열 댓 번 제사상 차리는 것보다는 낫지요."내가 이리 하여도 아버님은 아실 것이다. 애비가 신자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이래서 우리 부자는 제사 물려받기를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건설적 모호성과 부자유친(父子有親)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부모님이 섬기는 신을 내가 왜 섬겨야 하는지 한국 내 대다수 교회들의 행태를 보면 도무지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머님이 생전에 그리도 좋아하시던 찬송가 404장 3절 첫 구절은 아직도 나를 눈물짓게 한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삼아도 한없는 누구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어머님! 불초소자 삼가 재배 드립니다.추신: 쓰다 보니 개인사로 국한 되었지만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혹은 각 진영 내의 분파간 갈등해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성숙한 관용이 잔잔하게 스며드는 민주적 공동체를 기원하며 마지막 기고를 맺는다. 꾸뻑.

2011-07-17 강명구

입학사정관제의 올바른 이해와 정착

입학사정관제가 대학 입시의 새로운 전형으로 도입된 지 5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계 최대의 화두이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시행 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보면 입학사정관제가 모든 입시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올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일반대학은 수시 기준 119개 대학으로, 모집인원은 3만8천83명이다. 이는 전체 모집인원의 10% 정도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전문대학도 2009년도 5개 대학에서 출발하여 2010년도에는 13개 대학에서 1천303명을 모집했고, 올해에는 20개 대학에서 1천50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이 전형에 참여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이는 우리 교육의 큰 과제였던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의 부담으로부터 학부모들을 자유롭게 할 목적에서 시행하였다. 따라서 기존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정량평가)을 개편해 학생의 잠재력과 대학의 설립이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선발(정성평가)한다.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각종 서류 등과 같이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대학의 선발과 고등학교 교육간의 연계가 미흡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도 제공하였다. 또한 대학이 '선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도록 견인하였다. 대학이 선발에만 치우치지 않고 선발한 학생에 대한 연구와 추후관리 등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 외에도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에는 학벌이나 학력보다 인성과 창의성, 실무 경력을 중시하는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측면도 크다.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인 셈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인재가 아니라, 리더십과 대인관계능력, 도전의지와 봉사정신 등이 뛰어난 학생들도 21세기 사회가 원하는 인재라는 것이다. 특히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 배경에 의해 성적이 좌우되었던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여러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그러나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를 보다 내실있게 실현하기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달 교과부와 대교협은 '2011년 입학사정관 지원사업'에서 60개 대학을 선정하여 총 325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선도대학으로 선정한 30개 대학 중, 지난 해 입학사정관제 공통운영 지침을 위반해 국고 지원금을 환수한 4대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 시행 초기 입학사정관제를 상위권 대학 혹은 수도권 대학들만의 전유물로 인식하던 일부의 우려는 많이 탈색되었지만, 여전히 입학사정관제가 특별전형에서 이름만 바꾼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학생의 절반 이상은 일반전형으로 뽑아도 선발되었을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새로운 제도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로 보이지만, 대학의 책무성 확보 차원에서도 보다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인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이다. 입학사정관제 운영지침을 체계화하고, 윤리강령과 이의신청 시스템 등을 가동하여 일선 고교와 학생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21.5% 정도에 머물러 있는 입학사정관들의 정규직 비율도 높여 안정적으로 전형준비와 평가에 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입학사정관제 안착의 관건이다. 더불어 일반대학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재정지원 속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고 있는 반면, 전문대학 입학사정관제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대학이 전체 입학정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대학이 보다 체계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도 적정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도 다양한 다원화 시대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분명 다원화된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반영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취지를 살려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각 대학들은 보다 책임있게 혁신을 실천하고, 정부에서는 전폭적 지원과 철저한 관리라는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2011-07-10 이기우

달인과 겸양의 미덕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을 필두로 시작된 열풍이 '나가수'로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각 분야와 장르에서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연일 방송을 타고 있다. 세련되고 지나치게 훈련된 연예인들이 아닌 평범하지만 재능 있는 인재의 발굴이라는 취지의 시작은 훈훈했으나 요즈음은 지나친 경쟁으로 시청의 즐거움보다는 긴장의 피로도가 방송을 통해 전달됨을 느낀다.현대인은 지치고 피곤하다. 일상의 육체적 분주함이 주된 원인이겠으나 지나친 경쟁, 비교의식, 상대적 빈곤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흥미 있게 보고 있다(특정 방송사의 선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프로는 평범한 서민들이 소박한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열정과 노력, 그리고 강한 의지와 지혜로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기분야에서 최고경지에 이른 감동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붕어빵 만들기의 달인, 자동차 세차 기술의 달인, 유리공예의 달인, 노래방의 달인 등 그 동안 소개된 달인들의 놀라운 실력과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지고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물론 때로는 같은 분야의 달인들이 작은 시합을 하며 재미를 더하는 경우도 있으나 항상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과의 싸움-좌절 실망 나태 등-에서 얻은 열매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싸우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이 그저 묵묵히 주어진 '오늘'만을 성실히 살았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꼭 상대방을 이겨야 주어지는 승리는 아닌 것이다. 항상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들의 꾸밈없는 만족한 웃음은 보는 이의 얼굴도 미소 짓게 한다. 그래서 이 프로를 보고나면 왠지 흐뭇하고 상대적 좌절감보다는 나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슬며시 싹튼다. 우직하고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한 길을 걸어온 그야말로 바보스러운 '달인'들의 삶이다.일본에도 전문바보를 뜻하는 '센몬빠가'라는 용어가 있다. 한 분야에서 바보스럽게 몰입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인데 결국 이 '센몬빠가'의 정신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 장인문화의 기반이자 기초과학분야에서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원천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세계적인 IT업체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하라고 말했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고, 바보처럼 모험하라고 역설하여 우직하고 바보스럽게 한 분야에 몰입하는 것이 곧 최고가 되는 길임을 강조하였다(차동엽 바보 존).'생활의 달인' 주인공들은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 '센몬빠가' 정신을 한 발 앞서 실천한 이 시대의 영웅이요, 오늘날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의 저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생활의 달인'이 시청자에게 안겨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진정한 겸손과 겸양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인간미와 잔잔하지만 진한 감동이다.제작자들이 취재를 시작할 때 한결같이 '제가 무슨 달인이라고…'하며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촬영에 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사기(史記)의 노담열전(老聃列傳)에 나오는 '양고심장약허(良賈深藏若虛), 군자성덕 용모약우(君子盛德 容貌若愚)'라는 대목을 떠올려 본다.공자가 예(禮)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자 노자를 찾았을 때 노자는 공자에게 "지혜로운 상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물건은 깊숙이 감추어 두고 남에게 보이지 않고, 군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하며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오. 그대도 예(禮)를 빙자한 그 교만함과 겉치레를 버리시오"라고 일갈하였다. 공자는 돌아가 노자와의 만남을 묻는 제자들에게 "하늘을 잘 나는 새는 화살에 맞기 쉽고, 헤엄을 잘 치는 물고기는 낚시에 걸리기 쉬우며, 잘 달리는 짐승은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용은 알 수조차 없느니라. 노자는 용처럼 정체를 알 수 없고 학덕은 심원하고 넓어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설파하였다고 한다.실로 용처럼 변화무쌍하고 가늠할 수 없는 노자의 용모와 학덕에 절로 숙연해 지거니와 이를 간파하고 큰 깨달음을 얻어 제자들에게 겸양의 덕목을 강조한 공자의 높은 안목 또한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공을 뛰어넘는 큰 가르침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문해 본다.나는 과연 내 분야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나. 혹여 교만함과 과욕으로 남을 서운하게 했던 적은 없었던가. 요즘처럼 자칭 전문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 본다.

2011-07-03 박영렬

IFEZ의 금융중심지 구상, 가능한가?

[경인일보=]인천시가 물 건너간 '금융중심지' 프로젝트에 아직까지 집착하고 있다. 2009년 정부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대해 인천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개발계획, 즉 부동산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자산운용업과 벤처캐피털, 그리고 수도권 금융기관 백 오피스 조성을 골자로 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미 서울과 부산을 적격지로 지정한 바 있다.탈락의 쓰라린 아픔(?)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2012년에 정부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재신청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또 위의 세 모델을 중심으로 한 금융비즈니스 구상은 향후에도 인천시의 유력한 안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인천시가 지향하고 있는 금융중심지 구상은 각종 금융기관을 특정 공간에 집적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금융특구'조성 사업과 다름없다.'금융특구'는 세제 우대조치 등을 통해 특정공간에 금융기관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그곳의 기업에 대한 대출을 원활하게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금융 비즈니스 활성화 플랜은 청라지구를 이러한 금융산업 특화 구역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본 오키나와의 '금융특구' 사례와 동일하다.오키나와 나고시(名護市)의 경우, 자산운용업, 벤처캐피털, 중소기업 및 지역금융에 특화한 각종 금융기관의 밀도 높은 형태의 집적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를 위해 법인세제 및 각종 지방세 우대 조치 등과 같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이 금융특구는 지역의 산업 및 고용 파급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데, 특구가 조성된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 특구사업으로 인해 새롭게 창출된 고용은 나고시 전체 고용자 수의 0.5%에 불과하다.또 이곳에 집적되어 있는 금융 비즈니스는 원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대대적인 금융 규제완화를 적용받을 수 없었다. 특구를 관할하고 있는 나고시는 보다 많은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회사의 자가보험을 위한 자회사 설치 및 외국 증권 등을 취급하는 PASDAQ 시장의 창설 등 금융 관련 규제 완화를 제안하였으나, 금융산업의 속성상 투자자 보호가 매우 중요하므로 정부는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이와 같은 일본의 사례로부터, 인천 역시 위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제 및 규제 완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특구의 기업 유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있는 비즈니스 창출이 과연 그곳에서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이다. 즉 세제 우대 및 규제 완화 조치는 비즈니스 창출을 측방에서 지원하는 서브 형태이어야 한다. 오키나와의 경우,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서포트하는 규제완화 부분이 전면에서 지나치게 강조되어, 그 부분의 완화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또 기업 유치 역시 전개되지 않는 일종의 악순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따라서 인천시는 먼저 보다 매력적인 금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 경쟁의 관점 및 경제자유구역 그 자체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또 세제 우대 및 규제 완화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지금 인천의 현 상황에 정합적인 금융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로부터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었고, 근래에는 건설투자 등에 의해 산업발전이 견인되어 온 인천이지만, 산업 규모에 비해 중소기업, 영세기업,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등급자 등과 같은 금융소외자 및 지역 특화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밀착형 금융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어 이들의 역외 유출이 현저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경제 전반의 활성화 및 지역 금융산업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지역은행의 재설립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사회적기업, NGO,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금융' 기관을 활성화시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금융 패턴을 통해 금융서비스 전반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최근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정무역 및 남북경협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전담 대출을 시행하는 금융서비스 역시 매력적일 수 있다.수요가 많은 금융부문에서 이익이 난다. 금융 비즈니스는 인천 고유의 특성과 지금의 금융 수요 현황을 고려할 때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다. 세제 우대 조치는 이익이 발생한 후 비로소 그 혜택이 생기는 것 아닌가.

2011-06-26 양준호

등잔 밑이 어두운 대학등록금 논쟁

[경인일보=]물론 선거가 머지않았기 때문이겠지만, 한 번 세게 데어서 그런지 촛불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대학 등록금 너무 비싸다고 학생들이 거리로 촛불 들고 나서니 정치권이 야단이다. 민주당은 학생과 시민단체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 바쁘고, 여권은 당정청(黨政靑) 실무주역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선거 악재와 MB 레임덕을 막을까 묘수 찾기에 바쁘다. 언론에는 온갖 분석과 해설 기사가 넘치고 넘친다. 일본에서 원전사고 나니 온 국민이 원자력 과학자 되고, IMF 구제금융 받으니 온 국민이 구제 금융전문가 되었듯이 이번 사건으로 온 국민들 대학 교육 전문가 될 정도이다.지내온 세월의 두께가 꼭 현명함의 두께라는 보장은 없지만 군대 3년을 빼면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20대 이후의 모든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백화제방(百花齊放)식 논의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인구에 회자되는 온갖 논쟁을 바라보자면 다들 틀린 말 없지만 잘못하다가는 또 옛적 대형 사건들처럼 국민들 교육만 시키고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 못 믿겠다, 내 살길 내가 찾아야 한다는 불신에 근거한 이기적인 사회적 교육효과 말이다.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내 보기에 정작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하고, 생각으로는 멋지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워서 실제로는 공허한 모든 것들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나 무엇하고 있다'는 선전효과를 위해 무지하게 열심히 하는 척하며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학이 스스로 내부개혁을 통해 자정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는 일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내부 견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사립학교법의 기본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내부 견제만 제대로 되어도 무능하면서 동시에 탐욕스러운 사립대학 재단의 교묘한 횡포를 막을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혈세 지출 또한 최소화하게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물론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강화가 곧바로 등록금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한 아주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제대로 견제만 받으면 많은 부패 무능 재단들이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허리 휘게 벌어 내는 학생 등록금으로 학생과 교수 위에 군림하면서 골프장 회원권이나 사는 재단은 당연히 퇴출되어 마땅하지 않은가?이런 나의 제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교과부는 지원은 하되 쓸 데 없는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합의한 사안을 중립적 위치에서 판단하는 역할에 그쳐야한다는 것이다. 재단과 교과부가 음성적으로 공모하면 깨기 힘든 철옹성이다. 교과부 퇴직자들이 대거 대학의 고위직으로 몰리는 전관예우는 금감원-저축은행 간의 부패구조를 재생산하는 것과 진배없다. 둘째로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의 내부 자정 능력이 요구된다. 한심한 집단들에 자율을 주면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기 쉽다. 이른바 '분파의 해악'으로 나타나는 한심한 대학 사회의 모습들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이 강화되면 교과부나 언론이 결코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니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장도 담그기 전에 구더기 걱정부터 해서 되겠는가? 게임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규칙을 지키려는 힘이 강해지는 법이다.개혁이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소나기처럼 오지 말고 봄비처럼 스며야한다. 소리만 요란하게 등록금 논쟁이 대학 개혁이라는 방향으로 물꼬를 트자 재단들은 벌써 사립대 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하였다고 알려진 박근혜의 대망론에 목을 매고 있단다. 정말 이건 아니다.

2011-06-19 강명구

대학생 등록금부담 완화정책 꼭 필요

[경인일보=]여당인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추진 발표로 이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논란도 뜨겁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의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도 이미 같은 구상을 내놓았었기 때문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등록금 납부시기만 되면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아온 나로서는 대학생 등록금부담 완화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여 효과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예산의 낭비와 부작용을 걱정하는 국민들을 설득시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대학등록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하루빨리 등록금부담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이를 걱정하는 주장들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정책이 부실한 인력을 계속 양산하고 부실한 대학의 생존을 연명시키는 도구가 된다면 결국 그 폐해는 국민과 국가에 부메랑으로 해가 되어 돌아가게 될 것이다.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바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재정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대학마다 재정 형편의 편차가 크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능력 역시 차이가 크다. 또한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서열화된 대학으로의 입학이 좌우될 수 있고 등록금 지원여부도 결정된다. 결국 돈이 없어 자기 자식을 남들처럼 제대로 교육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공부하며 등록금을 어렵게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간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저출산과 대학교육의 질 문제 해소를 위해 이제 정부와 국민이 함께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문제를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야 한다.이를 위해 전문대학을 직접 경영하고 있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전문대학을 대표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먼저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재원은 꼭 지원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 학생에게 지원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 또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식 혜택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원도 못 채우는 대학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운영이 부실하거나 방만한 대학에도 무분별하게 지원되고 학업의지가 부족하거나 수학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야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부의 지원은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단비가 되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그리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지방대와 전문대의 재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대학의 학생들이 지금보다 등록금 부담에서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직업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게 되어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고용시장이 양질의 기술인력 충원으로 활성화되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정책의 성공화와 안정성 및 지속성 유지를 위해 장학금제도의 개선, 부실대학에 대한 지원 제한, 기부금제도의 보완, 등록금 책정의 투명성과 적정성 유도, 고등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 배분 및 자율성 제고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대학생 등록금 완화정책에 대해 생각 또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다. 정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모두의 의견을 다 담으려 한다면 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진하더라도 기형적인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잘못하면 선거를 위해 공짜심리를 악용한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 정책이 실패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 공은 정치권에서 정부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론이 중요한 이유이다.

2011-06-12 이기우

정보화사회와 윤리의식

[경인일보=]며칠 전 상냥한 목소리의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손님의 자동차보험이 다음 달에 만기가 되오니 갱신하여야 합니다. 저희 보험회사를 이용하시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하겠습니다"라고 하여 깜짝 놀랐다. 처음엔 보험만기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터에 나의 보험만기일을 미리 챙겨서 갱신할 것을 안내해주니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나'라고 느꼈으나 곧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남의 자동차보험 만기일을 알고 있지'라는 생각에 묘한 불쾌감이 들었다. 최근에 고객 3천만명을 관리하는 농협전산망 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일련의 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대캐피탈 해킹사건은 범인들이 단돈 2천만원에 전문 해커를 고용해 고객정보를 빼내어 이를 범죄에 악용하기 위해 시도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피해액은 11조원에 이르고 집단소송 등 참가자만 20여만명, 청구금액은 2천여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IT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정보화 사회는 개인이나 집단간 거래에서 많은 편리와 혜택을 가져다 주었고, 경제성장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그 역기능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비단 인터넷 해킹문제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미니 홈페이지, 이메일, 휴대전화, 트위터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 대한 악성루머를 퍼뜨리거나 공포감을 주는 '사이버스토킹' 범죄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러하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범행을 하는 당사자들 대부분이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큰 죄의식 없이 행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피해사례는 다양한 형태로 보고되고 있는데, 실례로 청소년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 후 온라인 게임 회원으로 가입시켜 부당하게 이용요금을 편취한 사례도 있고, 독신 여성이나 고급 승용차 소유자의 주소를 알아내어 강도 대상으로 삼은 사례도 있었으며, 원하지 않는 광고성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극심한 불쾌감과 시간낭비를 초래하는 사례는 거의 일상사가 되었다. 한편, 현재까지는 사이버세상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그 폐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객관적 규제방안이 그 뒤를 힘겹게 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2년 전 어느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임 당시 실행해 보았던 '교통질서 확립운동'이 생각난다. 교통사고율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필자가 시도했던 것은 더욱 엄격한 법의 적용이 아니라 지역시민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병행한 교육과 계도였다. 다행히 그간의 형식적이고 단발적인 단속의 강화와 계도에 식상했던 시민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 저변에서부터 '예향의 고을에서 교통사고율 전국 꼴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라는 분위기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한 자각의식은 최하위였던 사고발생률을 중상위권으로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어차피 미래의 발전 속도 특히 사이버 세계의 놀라운 성장속도를 생각하면 그에 대한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위의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에서 보듯이 사이버 세계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일방적인 통제의 강화보다는 인간 자체의 귀한 내면적 속성 개발에 더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리적 행동으로 인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 정신세계의 건전한 육성이 미래의 건강한 정보사회를 건설하는데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과거 우리가 중요시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가치관-예를 들어 가족간의 깊은 유대감, 친구들간의 지속적인 우정, 인간에 대한 긍정적 믿음, 직장에서의 소속감과 안정감, 소유와 분배에 대한 전통적 윤리의식,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 권위에 대한 자발적 순종, 공동체간의 협동 등의 회복이라 생각한다. 작년 말 국내 유수의 기업체 및 민간단체 대표들이 '사단법인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를 발족시켜 기업체와 각 민간단체들이 스스로 개인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 보호하고, 선진정보사회가 지향하는 정보안심사회의 구현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체 및 여러 사회단체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관심 제고와 구체적인 실천의지로 국민의 정보인권이 확보되고, 정보안심사회가 구현되어 국민 개개인이 안심하고 첨단 현대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IT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가정과 학교 및 사회교육을 통한 인간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011-06-05 박영렬

일본, '상실의 시대' 넘어 '사회적 공황'으로

[경인일보=]최악의 사태를 맞은 일본미증유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동북지방에서 관동지방에 걸친 대재앙으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는 수만 명에 달하고,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피난소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람들도 무려 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행방불명된 사람들을 파악하는 작업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전후 최악의 사태다. 게다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중대 사고가 발생해 방사성 물질 노출 및 전력 부족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일본이 '국책'으로서 추진해온 원자력 인프라 및 원자력 발전 행정에도 지대한 타격이 가해졌다.일본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심각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적, 물질적 피해 뿐 아니라 향후 일본의 사회경제 시스템에 미칠 영향 역시 매우 심각할 것이 분명하다. 물자 공급 위기에 직면한 일본 이미 일본 대지진 이전부터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뭄현상과 브라질 등 남미 국가를 습격한 홍수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전 세계 곡물 생산 역시 큰 폭으로 줄고 있으며, 나아가 중국과 인도 등과 같은 신흥국에서는 석유와 곡물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맞물려 전 세계 원유 및 곡물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고,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악조건하에서 일본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지진을 맞게 되었는데, 참사 이후 피해지역에 석유와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지는 물론 동북 및 관동 지역 전체에서 식량을 비롯한 물자 공급 전반의 위기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없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식량 등 물자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생활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상실의 시대' 넘어 '사회적 공황'으로이와 같은 일본 국민들의 심각한 불안감은 우리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는 모습과 달리, 휘발유·등유·쌀 같은 기본 물자에 대한 경쟁적 사재기 현상을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피해지역 이외 국민들에게는 사재기 자제를, 유통업자들에게는 석유제품의 시장 공급을 공식 요청하고 있을 정도다. 지진 피해지역에 있는 일부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냉정함' 이면에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많은 일본 국민들의 '서두름'도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피해지역과 인근지역의 물자부족 패닉현상은 일본사회 전체에 장래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이나 석유제품 품귀 현상으로 불안해 본 적이 없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치명적 상처로 작용하고 있다.그동안 일본사회는 석유와 전기에 의존하는 생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생활의 근간이랄 수 있는 석유는 100% 외국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식량 역시 60%를 외국에 의존해왔다. 부유한 나라로 소문이 나 있는 일본의 에너지 및 식량에 대한 취약함이 이번 대지진에 의해 완전히 노출됐다. 이른바 'Japan as Number One'으로 불리던 1980년대 말까지 일본사회에 형성되어 있던 강한 자존심과 자신감은 그 후 약 2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오랜 불황에 의해 많이 상실되어 왔다. 이런 와중에 닥쳐온 대지진 참사는 일본 국민들에게 더없는 상처를 안겨주며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시키고 있다. 지금 일본은 이른바 '사회적 공황(Social Panic)'의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사회적 공황, 극우주의를 낳을 수 있어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도래된, '잃어버린 세월'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불황 하에서 일본 국민들은 자신감을 크게 상실하였으며, 이를 해결해보기 위해 단행된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경제 회복은커녕 양극화 현상이 구조화된 이른바 '격차사회'를 도래시켰다. 이는 전후 일본 국민들이 자랑으로 삼던 '모든 국민이 중산층'이라는 '1억 총 중류' 인식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해 '상실의 시대'를 만들었다. 바로 이러한 일본의 사회심리적 상황이 고이즈미, 아베와 같이 '네오콘(neo-conservatives)'으로 불리는 극단적 극우주의자들의 전면 대두를 초래하였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사회는 이미 만연되어 있던 상실감이 깊어져 이른바 '사회적 공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상황이 자칫 이전보다 더욱 극단적이고 강한 극우주의자들을 불러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1-05-29 양준호

집 밥의 고마움에 대하여

[경인일보=]우리 집은 외식하는 횟수로만 치자면 대한민국 하위 10%에 속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웬만하면 집안 식구들이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는 집에서 먹는다. 손님이 방문하면 당연히 집에서 대접한다. 밖에 나가 대접하는 것 보다 정성 담긴 집 밥이 낫다는 판단이다. 10대 종손인 나는 가족 모임도 집에서 하길 좋아한다. '와서 반갑고 가서 더 반갑다'는 옛말이 결코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 년이면 몇 차례 오랜 세월을 그러고 살았다. 게다가 회의 등 외부 약속이 없는 날이면 도시락이 당근이다. 심지어 각각 다섯 살 터울의 아이 셋을 키우면서 예외 없이 중고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지 않았다. 집안 식구들이 저녁을 같이 먹을 행복한 권리가 강요된 상급학교 진학보다 중요하다는 나의 감언이설에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다음 날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단비야 어제 저녁 잘 먹었니?" 사정이 이러하니 결혼 생활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김치고 밑반찬이고 조리된 식품을 사서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된장, 고추장, 간장에 식초까지 직접 담가 먹는다. 내 눈에 집 사람 손은 만지면 모든 것을 금으로 바꾼다는 미다스(Midas) 왕의 손처럼 만지면 모든 것이 맛난 음식이 되는 반찬 손이다. 아이 셋에 같이 공부까지 한 아내를 착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리 혹사시키는 사람이 뭐 잘났다고 용감하게 떠들어 대냐고 타박을 넘어 협박을 받을 수준이다. 그러나 나도 아주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굳이 외식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집 밥이 밥집 밥보다 더 맛나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그리고 밥을 해대는 당사자인 아내도 꼭 같은 소리를 한다. "라면을 먹더라도 집에서 먹는 것이 낫지" 라고 말이다.그러나 집 밥이 밥집의 밥을 앞서는 것은 아내의 손맛에 길들여진 입맛의 문제만은 아니다. 뼈저리게 느끼는 것인데 집 밥을 식구들이 둘러 앉아 같이 먹는 것은 그냥 음식을 먹는 게 아니다. 서로의 관심과 사랑을 먹는 거다. 밥이 밥이 아니라 가족 해체를 막는 사랑의 응고제인 것이다. 방과 후 학원 가는 길에 걸어가며 홀로 먹는 햄버거나 피자 '쪼가리'를 어찌 둘러앉아 젓가락, 숟가락 부딪혀 가며 먹는 조촐한 된장찌개 저녁 밥상과 비교할 건가.집 밥의 고마움은 예서 그치지 않는다. 집안 식구들이 도와가며 같이 만드는 음식 만들기는 즐거움이고 수업료 받지 않는 예술 교육이다. 손끝에서 시작하여 혀끝에서 마감하는 미각의 예술은 도제식 수업과 같이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다. 요리책에 나온 '몇 테이블 스푼을 몇 분간 어쩌고…'를 보고 만든 신혼의 식사가 사랑의 감칠맛만 뺀다면 수 십 년 경력 주부 구단의 밥상과 비교 불가능한 이유다.나의 집 밥 찬양은 더 나아가 거창한 이념에까지 다다른다. 인류사에 시장경제 체제가 등장하자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달라지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사회속의 한 개인으로 해체되었다. 내 보기에 한국은 이른바 직주분리(職住分離)를 통한 먹을거리의 시장화가 가족해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전범(典範)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집에서 직접 내 손으로 밥을 해먹는 것은 (편리하지만 좀 감시가 느슨해지면 나를 파괴하려는) 시장의 압제로부터 나를 지키는 즐겁고 또한 준엄한 저항의 몸짓인 것이다.욕 먹을 거리가 한 둘이 아닌 글임을 잘 안다. 주부가 무슨 음식 노예냐, 누구는 같이 밥 먹기 싫어 그러느냐, 먹고 살려니 그렇지, 그렇게 고상한 당신은 뭘 하느냐, 밥 집하는 사람 다 굶겨 죽이려는거냐…등등 끝이 없다. 나의 답은 이렇다. 양 쪽 모두 이유야 대려면 끝이 없지요. 제가 해보니 좋더라구요. 실은 저도 가끔씩은 외식합니다. 더 이상 외식하지 않기 위해서요. 밥집 밥 먹어보면 집 밥 좋은 것을 알게 되니까요.

2011-05-22 강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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