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초등학교의 돌봄 기능 강화해야

[경인일보=]학교는 교육의 장으로서 가르치는 일을 그 본연의 기능으로 하고 있다. 학부모는 학교 선생님이 자녀를 잘 가르쳐줄 것을 기대하며, 이러한 기대의 충족 여부에 따라 학교에 대한 평판이 달라진다. 그런데 요즈음 초등학교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생겨나고 있는바, 학교가 교육은 물론 돌봄의 역할도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맞벌이 가정에서 더욱 절실하다.유치원에는 종일반이 있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점심 급식 이후 저학년 아이들을 하교시키기 때문에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볼 어른이 없는 경우 매우 곤란하게 된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를 여러 학원에 다니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학교 근처에 사설 방과후교실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거리가 멀면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렵다.이러한 문제는 방과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아침 8시10분에서 8시30분 사이에 등교한다. 그런데 학부모 중에는 자녀 등교시간보다 일찍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데려간 자녀를 거의 비어 있는 학교에 남겨두고 불안한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자녀의 등교시간에 맞추자니 직장 지각은 다반사가 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스스로 제시간에 등교하도록 할 수도 없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학생들이 너무 일찍 등교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한다니, 부모들은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곤란한 상황은 정규수업시간 중에도 발생한다. 저학년 학부모 가운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아파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집으로 보낼까요?"라는 전화를 받을때다. 아이가 집에 온들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아이들은 열이 나다가도 가라앉는 일이 잦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가벼운 증상이면 학교에서 보건교사 책임하에 아이를 돌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요컨대 일찍 등교하는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학교, 가벼운 신체적 이상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간호할 수 있는 학교, 퇴근 시까지 자녀를 잘 돌봐줄 수 있는 학교를 원하는 부모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대해 이러한 기대를 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 것은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에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과거에 비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7년도 기준으로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4.8%인데, OECD회원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평균은 61.1%이고, 특히 저출산 시대를 맞아 여성의 경제활동이 자연스럽게 부추겨지는 상황이고 보니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앞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초등학교의 돌봄기능에 대한 요구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부모가 집에 있어도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정이 많다. 특히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배려를 필요로 하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 수도 있고, 자녀가 필요로 하는 학습활동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들이 비교육적 환경에 노출되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가정에 부모가 있더라도 자녀들의 성장에 유의미한 경험과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면 학교에서 이들을 대신 돌봐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배려 대상의 아이들에 대한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교육격차 완화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농촌지역의 학교와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 학교들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의 돌봄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초등학교의 핵심 기능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가정의 돌봄 기능이 약화되고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정이 증가하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초등학교가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에듀케어링체제(edu-caring system)로 한 단계 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경감으로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09-12-13 정동권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

[경인일보=]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5년간 평균 출산율은 1.22명으로 조사대상국 186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한국의 인구가 100년 뒤에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고 300년 뒤에는 5만명의 초미니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우려할만한 상황 덕분인지 저출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지난 달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는 '저출산 대응방안'을 제시했고, 국회는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을 연장해 "제도개선과 정책지원 방안을 강구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언론에서도 저출산의 원인과 보육환경 실태를 짚어보고 해외의 출산장려정책을 조사하는 등 해법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은 반길만한 것이지만, 최근 논의의 핵심은 '비용'과 '시설' 문제를 맴돌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부는 현재 불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 출산 전 진료비, 출산 축하금 등 다양한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급기야 육아비용 경감이라는 명목으로 취학연령을 1세 낮추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또한 여론 조사와 보고서는 우리 사회 저출산의 '주범'이자 '열쇠'가 '돈' 문제에 있다고 진단한다. 과도한 양육비, 교육비는 출산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며 가족정책 지출 부문의 낮은 예산은 그 해법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적 상황으로 지목된다.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 역시 저출산 대책 가운데 우선 순위로 거론되는 사안이다.경제적 부담과 열악한 보육환경은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게 만들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가정에 적지 않은 곤란을 가져오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과정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비용'이나 '시설' 등의 물질적 조건에 국한되지 않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출산을 계기로 부모 역할 수행자가 소화해야 하는 다중 역할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역할 갈등에 있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부모역할 수행자는 갑작스럽게 여러 종류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기대되거나 때론 강요받는다. 남성과 여성 모두 한 아이의 아버지(어머니)로서, 남편(아내)이자 아들(딸), 사위(며느리) 그리고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서로 다른 역할 사이에서 결혼 전에 비해 심한 혼란과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두 개 이상의 역할이 동시에 갈등이나 충돌을 빚을 때 심각하게 발생하는데,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특히 가중된다.예를 들면, 근무 중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한국의 직장 여성이 아이를 이유로 선뜻 조기 퇴근을 하기 쉽지 않다. 사무실 상황을 살피며 애간장을 끓이는 동안 여성은 다중 역할의 딜레마를 겪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선택을 하건, 한편에서는 업무 태만이라는 이유로, 다른 한편에서는 매정한 엄마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일이 다반사다. 여성에 대한 판단 기준은 상황에 따라 혹은 칼자루를 쥔 주인의 편리에 따라 매번 달리 적용된다.동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다르다는 점도 한몫한다. 가령,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남성은 성실한 직장인으로 평가받지만, 여성이 같은 경우에 있다면 일 중독자거나 업무 능력이 부족한 직원 또는 가정에 불충실한 주부로 낙인찍힌다. 이같은 역할 갈등이 바로 미혼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고, 예비부모들이 임신과 출산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몇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부담이다. 출산과 육아의 당당한 주체가 되어야 할 부모역할 수행자가 겪는 다중역할 딜레마는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 사회 (예비)부모들이 겪는 다중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가정, 직장, 사회가 분담할 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2009-12-06 김신정

선생님은 결혼 하셨나요?

[경인일보=]최근 직무연수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필자는 우리나라의 국가 발전과 정부 혁신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마친 필자에게 인도네시아의 한 고위 공무원이 매우 상기된 어조로 물었다."한국이 선진국이 맞나요?" 갑작스런 질문에 필자는 "아니요, 아직.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길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곧이어 더욱 당황스러운 질문이 이어졌다. "오늘 우리 일행은 미국이나 일본 아니 우리 인도네시아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습니다. 길 모르는 우리 동료 세 사람이 광화문에서 남대문시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5분도 채 안되어 목적지에 우리를 내려준 택시기사가 한사람에 1만원씩, 모두 3만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요금을 지불하고 내린 우리들은 도저히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그들의 화난 모습,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모습에서 필자는 말할 수 없이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다. 세계12위의 경제대국, 부동의 조선수주 1위,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정부와 기업의 모든 시스템과 서비스의 전산화 및 일상생활의 전산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전국 각지 및 외국에서 온 사람들로 대낮처럼 붐비는 동대문 시장 등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다.그러나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이런 것뿐만이 아니다. 외국 공무원들이 며칠 있는 사이에 느낀 것들, 공동체를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줄서서 열차를 기다리고, 사람이 내리고 난 뒤에 차례대로 승차하고, 장애인·노인·여성·어린이에 대해 항상 우선 배려하는 마음 등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야 할 것이 있다면, 외국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을 항상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극동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지구촌 공동체가 한 이웃처럼 살아가는 사회다. 이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필자가 2년 전 독일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 정부간 세미나에 정부대표로 학계의 몇 분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다. 독일 정부는 한국정부의 혁신과 전자정부 수준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양국 정부 간 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세미나를 마친 후 독일정부는 우리 한국측대표단을 위해 한국교민들로 구성한 공연단의 성대한(?) 공연을 준비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필자는 독일정부에 세 가지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우리의 간호사와 광부를 독일에서 일하게 해주어서, 독일이 통일을 해서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희망을 준데 대하여, 1997년 한국의 경제위기극복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하여'. 공연을 마친 뒤 무대에서 직접 공연을 한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한 여성이 짜증 섞인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아까 '독일에 감사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아주 잘못된 표현입니다. 바로 독일이 우리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정부대표가 돼서 뭘 좀 잘 알고 말해야지."지금도 그 여성이 한 말을 필자는 잊지 못한다."선생님, 1962년부터 우리 간호사가 여기 온 뒤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아세요? 독일간호사들은 도저히 하지 못하는 일, 시체를 닦고, 시체를 화장하는 그런 힘든 일을 했습니다." 독일에 온지 몇 년이 흘러도 젊은 아가씨들은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이역 땅에서 신랑감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인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 탄광지역으로 버스로 하룻길을 달려 신랑감 구하기 단체 미팅을 나섰다. 그때 지하 300m에서 올라온 신랑감을 만난 아가씨들이 낳은 아들 딸이 그들이 낳은 손자와 함께 우리를 위해 공연을 한 것이다. 간호사들과 탄광광부들의 급여를 담보로 해서 독일정부로부터 빌린 2억 마르크는 오늘날과 같은 우리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필자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는 나이든 여성분들과 함께 필자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필자는 감히, 그들을 할머니들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들도 있으므로…. 한 나이든 아가씨가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은, 결혼하셨나요?"

2009-11-29 최양식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군용기지 전용사례

[경인일보=]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가운데 포츠담은 독일 통일 이전 군사시설이 많은 지역이었다. 이 지역이 새로운 도전과제로 제시한 것이 종전 군사기지의 전용이다. 군사기지를 전용하면서 중요하게 다룬 문제는 자연보호와 환경보호이다. 그래서 군사기지가 바이오톱, 산책도로로 전용되기도 한다. 군사기지 전용에서 환경오염 등이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는 군사기지는 활용계획이 유보되기도 하였다.소련군이 구동독에 사용한 군용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 부담은 EU 구조개편 기금 보조를 받고 있다. 그 밖의 비용은 연방과 주에서 부담하고 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와 EU 등이 협력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국제적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구서독지역의 미군기지와 구동독지역의 소련기지는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환경오염 등의 공통점이 많다.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군용기지는 경제부, 법무부, 정치교육센터, 주총리 공관 등 행정타운으로 전용하고 있다. 포츠담은 영화산업 육성정책을 펴고 있다. 군용기지를 활용해 군사영화를 촬영하기도 하였다. 포츠담의 군사기지 전용은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특히 차이나타운 조성을 위해 화교들이 군용기지를 매입, 활용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전차병영이었던 곳은 민자유치를 통하여 호텔이나 체육시설 활용을 희망하고 있다. 사격장으로 사용된 곳은 독일 정원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며, 현재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규모가 큰 곳은 학교로 전용하고 있으며, 남은 병영대상 가운데 일부는 대학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규모가 큰 곳은 망명신청 관리자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특이한 현상은 병영 부지와 산업시설 유휴부지와 경쟁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독일 군사기지 전용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브란덴부르크주의 FOKUS(Forum f'r Konversion und Stadtentwicklung - 전용과 도시발전을 위한 포럼의 약칭)라는 조직이다. FOKUS는 공동체 네트워크로 1997년에 창설되었다. 우리나라는 접경지역 지자체가 중심이 된 접경지역협의체가 존재하고 있다. 독일은 FOKUS 주관하에 여름 음악회, 전시회, 학술행사 등 군사기지 전용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하다.우리나라 국방개혁 2020은 대대적인 군구조 개편과 이에 따른 군부대 재배치를 예고하고 있다. 그 결과 군용지중 상당 토지는 유휴지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국방 군사시설 이전 특별 회계법'에 따르면 국방개혁 2020에 따른 군부대 재배치사업은 바로 부대 통폐합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지를 매각하여 그 비용을 조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군사시설 이전사업은 2개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국방 군사시설 이전 특별 회계법(제2조)'에 의한 재정사업이며, 다른 하나는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제7조2)'에 의한 기부 대 양여사업이다. 기부 대 양여방식이란 사업 시행자인 지자체 혹은 공기업이 군이 원하는 지역에 군이 필요로 하는 규모 만큼의 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국방부(정부)에 기부하고, 군(정부)은 이전후 발생된 유휴지를 해당사업 시행자에 양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기부와 양여는 전문 감정기관의 평가에 의해 그 차액을 정산하고 있다.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때, 국방개혁 2020에 따른 부대 재배치 사업 가운데 상당부분은 기부 대 양여방식에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접경지역 10개 시·군의 경우에도 이같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군과 지자체간 활성화되고 있는 관·군정책협의회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09-11-22 소성규

훌륭한 초등학교 교사의 의미

[경인일보=]어느 학부모를 막론하고 자신의 자녀가 훌륭한 교사에게서 배웠으면 하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양성기관인 교육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학부모의 이와 같은 열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충족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사를 길러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교육대학교가 지닌 사회적 책무이다. 그렇다보니 '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종종 고민하게 된다.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서 흔히 꼽을 수 있는 것이 교과전문성이다. 교과전문성이 있어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과교육을 실시할 수 있으니까 이는 당연한 것이다.다음은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인데, 교사가 이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어린이들의 생활지도를 바르게 할 수 있을 테니 이 역시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과수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교과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어린이들의 생활지도를 잘 할 수 있는 수준의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을 지녔다면 교사로서의 자질, 품성, 전문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교과전문성,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이 훌륭한 초등교사가 갖추어야할 필수요소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첫째, 어린이들을 꾸준히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일반 성인들은 어린이들의 귀여운 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일시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마도 자신보다 못하지 않은 존재와 상호작용해야 소통과 발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이러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도 소통과 자기 발전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자질과 품성이 있어야 훌륭한 교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어린이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못한다'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성인이 된 교사가 어린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떠올리고 이해하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이는 어린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마지막으로 훌륭한 교사는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지닌 어린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만나는 어린이들은 성(性), 인종, 계층, 가정환경 등에서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교사에게는 자신과 다른 생물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특성을 지닌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나 자신과 유사한 생물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집단의 관점에서 세상과 인간을 조망하고 이해하며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훌륭한 초등교사에게는 앞선 세대가 쌓아온 지적ㆍ도덕적 경험의 정수(精髓)를 습득하고,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다양한 어린이들을 만나고 교육적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성인들과는 구분되는 품성, 자질 그리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컨대 훌륭한 초등교사는 교과전문성과 도덕성은 물론이고, 자신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어린이들과 교육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큰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교육대학생들을 지나치게 경쟁적인 임용시험에 몰아넣는 최근의 상황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과열된 경쟁적 상황은 자신을 둘러싼 소자아의 경계를 넘어서 대자아를 추구해야 할 예비교사들을 자신만을 생각하는 소자아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009-11-15 정동권

시인공화국에서 독자공화국으로

[경인일보=]한국은 유독 시인이 많은 나라이다. 시를 창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한국만이 예외적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한 '2008 문예연감'에 따르면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펜클럽한국본부에 속한 시인은 각각 4천454명, 919명, 1천557명으로 각 단체 회원수의 약 50%에 해당된다. 시인의 수가 어림잡아 2만명을 넘는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수 있다. 시인지망생은 그보다도 더 많다. 시집으로 재판을 찍어내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세계적 기현상이 한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이렇게 시인과 시인지망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문화적 욕구, 특히 창작의 욕구를 충족하고 발산할 통로가 우리 사회에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술 창작을 통해 자기의 고유한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사람들의 꿈을 우리 사회는 다양한 길로 열어주지 못한다. 따라서 값비싼 도구나 재료, 전문적 교육의 혜택 없이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인의 길은 그만큼 매력적이며 그러기에 많은 지망생들을 불러모은다. 일단 시인이 되기만 하면, 시인이 대우받을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시인의 욕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08 문예연감'을 보면, 현재 발간되는 문학잡지 가운데 종합문예지를 제외하면 시 전문 잡지의 비중이 가장 크다. 또한 2007년에 시상한 문학상 190종, 수상자 350명 가운데 시 부문 수상자는 136명에 이른다. 시 부문 전문 문학상도 2007년 한 해에만 41종이나 된다. 놀랍게도, 문예지와 문학상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시가 가진 장르적 특성 자체가 시인을 양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는 길이가 짧고 함축적이며 다른 장르에 비해 소통의 절차가 간편하다. 물론 길이가 짧다고 해서 작품 자체가 단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압축, 비유, 상징 등을 최대로 구사하는 시어의 특성상, 한 편의 짧은 시에는 때로 측정할 수 없는 세계의 폭과 깊이가 표현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시각적으로 짧은 시의 길이는 인터넷, 휴대폰 등의 새로운 디지털 매체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등 기존의 매체를 통해서도 빠르고 간편하게 유통될 수 있다. 유통의 용이함과 간편함은 시가 가진 상품적 가치를 제고시킨다. 최근 앤솔로지 형태의 시집, 또는 해설과 일러스트를 대폭 보강한 형태의 시집이 출판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이 그 사례이다. 시인은 여전히 가난하지만, 시는 자본주의 유통 구조의 한 편을 차지한 채 그 팬시(fancy)한 상품성으로 시인지망생들을 유혹한다. 이렇게 어떤 이유로든, 시인과 시인지망생은 넘쳐나지만 그에 비해 시를 읽는 독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독자층 또한 극히 한정되어 있으며, 독자들이 주로 읽는 시인이나 시집의 경향도 일부에 제한된다. 정기적인 통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애송시'는 교과서 수록 시인들의 작품 목록과 거의 일치한다. 잘 팔리는 시집들은 대체로 서정시 위주이거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이렇게 본다면 극히 제한된 독자층이 특정 경향의 시를 소비하며, 기형적인 시인공화국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인의 수가 아니라 독자의 수와 수준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인의 숫자, 그리고 그들을 위한 문예지와 문학상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안목과 수준을 갖춘 다양한 독자층을 육성하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와 일상에서 다양한 시의 세계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시 읽기도 일종의 학습과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의 하나이다. 또 한편 그것은 무궁무진한 해석 과정에서 창조의 기쁨과 성취감, 삶의 성찰과 위안을 선사받는 일이기도 하다. 더 많은 독자들이 이같은 창조적 해석의 즐거움을 누리고, 시인과 독자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비단 독자의 안목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시인 공화국에서 독자공화국으로의 변화, 그것이 이 비대한 시인공화국의 갈 길이다.

2009-11-08 김신정

빌게이츠와 최부자 가문

[경인일보=]'부가 증가할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더욱 버림받고 있다. 지금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회의론자들은 이와 같은 불평등은 태초부터 있어왔고, 지구에 종말이 찾아올 때까지 우리와 함께 존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느 시민운동가의 말도 정권획득에 도전하는 용기있는 정치가의 말도 아니다. 우리시대 세계 제일의 부자인 빌 게이츠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한 말이다.'21세기의 자본주의는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탄생해야 한다'고 빌게이츠는 선언한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는 기존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혁명적 발상이 아니고 이윤추구를 하는 기업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강조하는 보다 진보된 형태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말하는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퇴임한 빌 게이츠는 시사주간지 타임을 통해 그가 앞서 언급한 새로운 자본주의인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그 동안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수십억 명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더 창조적인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면 시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더 잘 작동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며 생명공학, 컴퓨터, 인터넷의 혁명적 발전으로 빈곤과 질병을 끝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다.게이츠가 말하고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아직은 그 개념과 내용이 분명하게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공동체의 윤리를 기초로 한 자본주의와 시장의 책임과 의무를 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빌 게이츠의 이런 생각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가까운 역사 속에 비친 우리 선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에게도 빌게이츠에 못지않은 자랑스러운 부자가 일찍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300년 동안이나 부를 이어오면서 공동체에 대한 그들의 의무를 행해온 가문이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문의 부를 지켜온 것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놀랄 일은 공동체에 대한 그들 가문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6가지 가르침(六訓)이 아닌가 한다.첫째, 가문의 재산은 절대 만석을 넘기지 말라. 만석을 넘으면 토지를 늘리는 대신 빈민구제나 교육, 출판 등 사회를 위해 쓰라는 말이다. 둘째, 사방 백리 안에서 결코 굶어 죽는 사람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빈민구제에 관해서는 지역공동체내에서 조정이나 관아 못지않게 최부자 가문이 져야할 책임과 의무가 크다는 것을 깊이 인식한 것이다. 셋째,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 이웃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하여 땅을 늘리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넷째, 시집 온 며느리는 처음 3년 동안은 비단 옷을 입히지 말라. 며느리가 짐짓 가지기 쉬운 잘못된 마음 가짐과 생활 태도를 일찌감치 바로잡기 위한 교훈이다. 다섯째, 손님을 후히 대접하라. 폭넓은 바깥세계의 정보를 얻고 사회소통을 활발히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최부자 가문의 사랑채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렸는데 바깥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고 소통의 장이었던 것이다. 여섯째, 벼슬은 진사 이상을 하지 않도록 하라. 벼슬은 교양과 학문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아니 되며, 벼슬길에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어있는 당파싸움에 말려들어 가문을 위태롭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우리에게 전해진 이와 같은 최부자 가문의 가진 자의 도리와 책임은 빌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의 생각과 그의 실천과 크게 다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절제하고 자기 것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부와 가치를 지킨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던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오늘날 우리사회에도 빌게이츠, 자랑스런 최부자 가문과 같은 훌륭한 생각을 가진 기업인과 시민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와 우리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가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09-11-01 최양식

군사기지·시설 보호구역 설정은 합헌인가

[경인일보=]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상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설정은 국민의 재산권에 중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그런데 동법은 보상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하여 재산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헌법 제23조 제1항).여기서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설정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되므로 위헌이지 않느냐 하는 점이 문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첫째, 군사시설 보호구역 자체의 위헌성 여부가 문제이다. 둘째, 군사시설 보호구역 제도 자체가 합헌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라도 아무런 보상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위헌이지 않는가 라는 점이다.첫째 문제에 대하여 종래 군사시설 보호구역내의 토지 소유자들이 위헌심판을 제청한 적이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은 합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는 합헌이라 할지라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설정으로 당해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주로 통제보호구역과 관련하여 발생할 것임)가 문제이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또한 이 경우에는 보호구역의 지정으로 인하여 구역 내 토지 소유자에게 발생하는 재산권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토지를 종래의 지목과 그 현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경우와 현저히 상이한데도, 이를 가리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규정하여 구역 내의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재산권의 제한을 수인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므로, 본질적으로 같은 부담은 같게, 다른 부담은 다르게 규율할 것을 요청하는 평등원칙에도 위반될 수 있다.우리나라의 토지이용규제는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상에 나타나 있다. 토지이용규제를 하는 지역·지구 등(동법 제5조 제1호 관련, 2009.5.8.개정)은 연번1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조의 가축사육 제한구역부터, 연번236의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의 2 수목원 조성 예정지 등이 있다.이중 규제가 심한 지역·지구 지정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생태경관 보전지역, 수변구역 등 12개 정도이다. 각 지역·지구는 해당지역내 건축행위, 형질변경, 출입 등의 규제가 있다. 특히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 그러나 다른 토지이용규제는 규제를 행함으로써 이에 대한 주민지원 사업 등을 행하고, 거기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에는 그러한 것이 없다.헌법재판소는 1998년 12월 구 도시계획법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에 보상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바 있다(헌재 1998.12.24, 89헌마214, 90헌마16, 97헌마78(통합)).헌법재판소의 구 도시계획법 제2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특수한 몇가지 규정을 제외하고는 타당하다고 본다. 특히 지목이 '대' 특히 '나대지'인 경우, 건축물의 신축 등이 금지되면 그 토지가 가지는 종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법적으로 허용된 토지이용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진다.따라서 나대지 소유권자에게 부과된 부담은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제13조는 '나대지' 소유권자에 대해서 재산권을 제한하는 입법형식의 잘못과 보상입법의 미비로 말미암아 위헌의 소지가 있다. 다만, 위헌결정의 형식을 단순위헌으로 할 것인지, 법적 안정을 위하여 입법개선의 촉구를 구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헌법이론에 맡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구 도시계획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달리 취급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2009-10-25 소성규

다문화교육, 선택이 아니라 필수

[경인일보=]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단기체류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장기체류자도 간과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장기체류 외국인의 체류 목적을 보면 근로가 가장 많고, 다음이 결혼이다.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국체류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연수생 또는 비전문직 종사자로서 주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결혼이민자의 경우는 대부분 농촌미혼남성의 배우자가 된다. 이들의 삶은 고달프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리잡은 사회적 위치가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인데다가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고통까지 더하여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이 힘든 만큼 그 자녀들 역시 학교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보니 가정에서 필요한 교육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한국어 발달에 있어서도 일반 학생들보다 불리하다.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경우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수업시간에 형식을 갖춘 질문에 답하거나, 읽기ㆍ쓰기 등의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한국어에 미숙한 어머니가 자녀를 기르다보니 자녀의 한국어 발달이 더디고 그 사용도 서투를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학습 준비물도 챙겨주고 숙제도 도와주레어야 하는데, 한국어가 서툰데다 한국의 학교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 자녀의 학교생활 도우미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없다.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하니 자녀의 학교생활 적응도 그만큼 힘들다. 더욱이 외모의 차이 때문에 다른 학생들로부터 놀림이라도 받는 경우에는 학교생활이 훨씬 힘들어진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교교육에 대한 성찰과 다문화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방향의 정립이 요구된다. 먼저 단일민족주의와 서구문화중심주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과 한민족은 동일 범주였기 때문에 단일민족주의 이념이 우리 사회 구성원의 통합이념으로 기능해왔지만, 한국인과 한민족이 더 이상 동일범주로 간주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연 이러한 이념이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해야할 이념적 가치로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를 이끄는 주역들이 아시아계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구문화에 대한 편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학생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교과서 내용을 보완하고, 다문화교육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학교생활을 둘러싸고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일선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의 다문화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다문화교육의 성공 여부도 교사의 실천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우리 경인교육대학교에서는 예비교사들의 다문화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문화 강좌를 신설하고, 다문화동아리 프로그램과 다문화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ㆍ운영하고 있으며, 현직 교사들의 다문화교육 능력 제고를 위해 다문화교육연수를 실시하고 있다.이제 그 중요성과 전문성을 감안할 때 현직 및 예비교사들의 다문화교육 능력 함양을 위한 다각적 노력의 지속은 물론, 그 수요 급증과 어려움 때문에라도 이를 담당할 많은 교사의 증원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는 다문화사회에서 다문화교육이 선택 과제가 아닌 필수 과제이기 때문이다.

2009-10-18 정동권

이야기가 숨쉬는 도시를 꿈꾸며

연애 시절 추억의 장소이자 부모님의 신혼여행지라는 것 외에는 아무 연고가 없는 인천에 새 둥지를 튼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인천에 새 직장을 얻었다는 소식을 듣자, 몇몇 지인들은 '인천 짠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천 출신인 어느 분은 "선생님도 이제는 SK와이번스를 응원해야 합니다"라며 큰 반가움을 표시했다.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특정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없었던 나에게 단지 '인천'이라는 이유만으로 배타시하거나 끈끈한 동질감을 표현하는 문화는 흥미롭게 다가왔다.지인들의 우려와 달리, 다행히도 지난 1년간 인천의 '짠맛'을 경험할 기회는 없었다. '짠맛'이 영영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인천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적어도 짧은 기간 내가 경험한 인천은 여기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의 도시라기보다는 외지인들의 '제 2의 고향'이었다.관심을 갖고 보니, 외지인들이 인천에 정착한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역사를 이루고 있었다. 19세기 말 '문명의 창'이었던 개항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각국의 외국인들이 인천을 통해 한반도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한국 전쟁 후에는 서해안을 따라 남과 북에서 모여든 피난민들이 정착했다. 이후 화교를 포함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는 고향이 가깝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대처(大處)의 꿈을 안고 인천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었다.타지인들의 이주를 계기로 형성된 근대 도시 인천은 어느 도시보다도 충분한 다문화 공존의 역사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오래전, 서양과 동양, 중국과 조선의 문화가 접속하는 '창(窓)의 역할을 했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이방인의 고향'이었던 까닭이다.인천 새내기인 나는 인천의 다문화성이 공시적인 면뿐만 아니라 통시적인 면에서도 발현되기를 바란다. 피부와 국적, 그리고 고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소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도시 인천에 아로새겨진 다양한 문화 접속의 기억들, 인천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을 현재화하는 일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한국의 크고 작은 도시들이 대부분 도심 개발과 외적 성장을 목표로 하면서, 도시인의 고유한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장소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 나는 인천에 아로새겨진 한국 근대화 과정의 기억들이 오래도록 보존되고 재해석되기를 바란다. 개항과 식민지, 그리고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건설과 파괴의 자취들이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지난 1년 사이에 방문했던 배다리 지역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나는 그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았다. 헌 책방 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몇 개 남지 않은 배다리의 책방들 사이에 아벨 서점이 있다. 건물 2층에 아담한 문화 공간을 마련한 서점 주인은 갈 곳 없는 도시인들에게 그곳이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옆에 선 나도 내심, 쇠퇴와 창조가 공존하는 이 기묘한 활력의 거리에서 그의 소망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기원했다. 건너편의 스페이스 빔은 옛 양조장의 자취를 그대로 보존한 채 도심의 대안문화공간으로 멋지게 탈바꿈한 사례를 보여준다. 지난 달 중구 해안동에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 역시 약 100년 전의 근대건축물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되살려낸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인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들 문화공간에서 나는 인천의 기억과 희망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인의 삶의 문제가 세계화와 성장, 개발의 논리에 뒷전으로 밀려나는 시대에, 적어도 이들 공간은 도시에 사는 '사람'과 '문화', 그리고 '환경'의 문제를 우선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특별한 인연의 고장인 인천이 도시 곳곳에 담긴 사람살이의 이야기와 문화의 향기, 그리고 환경의 가치를 존중하고 보존하는 '사람의 도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곧 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10.19~21)가 열린다. 세계의 인문학자들이 '사람의 도시를 위한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도시에 대한 꿈과 고민을 서로 나누는 이번 자리를 빌려 인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09-10-11 김신정

가지 않은 길

[경인일보=]우리는 가끔 지난날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을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가지 않은 그 길들은 지금도 지난날처럼 우리에게는 꽃같은 아름다움, 보석같은 신비로움으로 남아 있다. 지난날 가지 않은 그 길이 아직도 이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지금은 갈 수 없는 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이름 모를 산사의 무서운 사천왕상 앞에 선 것처럼 우리는 우리 앞을 막아선 갈림길 앞에서 길 떠날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두려움과 부끄러움 때문에 긴 여정에의 첫발을 망설였다. 그때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그 길들은 우리가 가기에는 어찌 그렇게 좁고도 험하게 보였던지…. 그래서 그 길은 지금도 우리에게 가지 않은 길로 남아 있는 것이다.어쩌면 그때 우리가 가고 있던 길 앞의 어느 골짜기쯤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새로운 길에 대한 강한 우리의 열망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참을 수 없는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우리를 이끌던 그 가지 않은 길들의 신선한 유혹도 우리가 가던 길이 주던 달콤한 기대를 이기지는 못했다.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길을 멈추고 우리는 문득 뒤돌아본다. 그리고 우리는 발견한다. 발걸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린 까마득히 멀리 있는 길들의 시작의 끝을. 행여나 남들이 앞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조바심 때문에 허둥지둥 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서둘러 달려온 길.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에는 언제나 앞서간 이들의 알 수 없는 고뇌와 땀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 우리가 온 길의 까마득한 시작의 끝으로는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길,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의 꼬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지금도 그 길은 지난날 그때처럼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으면서. 그렇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꾸고 있는 모든 꿈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러나 꾸지 않는 꿈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이루어 진 적이 없다는 말을 함께 기억한다.수없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들로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의 길바닥은 윤이나 반들거린다. 길섶에는 앞서간 이들이 흘려놓은 수많은 사연과 회한들이 내려앉아 새로이 오가는 이들에게 웅변처럼 때로는 속삭임으로 전하고 있다. 앞서간 이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반복하고 만 그들의 부끄러운 실수에 대하여, 번번이 발휘할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 용기에 대하여, 끝까지 참는데 실패한 인내에 대하여, 도중에 그만 두고만 자비에 대하여,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대하여.가지 않은 그 길에 대한 포기하지 못하는 동경과 참을 수 없는 열망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우리가 지난날 가지 않은 그 길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을 결코 멈추지 않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가지 않은 길 앞에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세계와의 멋진 조우 못지 않게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의 포기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우리가 지난날 가지 않았던 그 길을 지금은 누군가가 힘차게 가고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그 누군가가 가지 못한 길을 지금 우리가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 있는 모든 길을 우리가 다 갈 수는 없으므로. 그래서 길을 가고 있는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닌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함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가 가지 않은 길도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도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지난날 우리가 가지 않은 길 못지 않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길,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지난날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지금 더욱 아름다워 질 것이다. 꽃처럼, 보석처럼.

2009-10-04 최양식

경기북부지역 법원관할의 개편논의

[경인일보=]전국이 행정구역 개편논의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경기도는 안양 군포 의왕시, 성남 하남 광주시, 안산 시흥시, 수원 오산 화성시, 의정부 양주 동두천시, 남양주 구리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은 강제가 아닌 자율적 통합이다.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하다. 아울러 지방행정체제 개편 관련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결과가 어찌되든 간에 논의의 출발점은 인구와 생활권, 지역특수성 등을 감안해 행정의 효율성과 지역경쟁력 강화, 지역주민들의 복리증진을 하자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법원관할도 맥을 같이 한다.행정구역과 법원의 관할구역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의 관할구역의 기준이 되는 행정구역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의 관할구역 변경의 소지가 있다(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그리고 인구 및 사건수 등의 변동으로 인하여 시·군법원의 관할구역의 조정을 할 수도 있다(동법 제5조 제2항).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행정구역 개편이 미치는 영향은 법원관할 변경에도 영향을 미친다.경기도 전체는 별론으로 하고, 경기북부지역은 10개 시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원관할은 의정부지방법원과 고양지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고양지원은 파주와 고양을 관할구역으로 하고, 의정부지방법원은 의정부시를 비롯한 경기북부 8개시군과 강원도 철원군까지 관할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의 법원관할 구역면적은 의정부지방법원이 4천90.3㎢, 고양지원은 939.8㎢로 의정부지방법원의 관할면적은 고양지원에 비해 지나치게 넓다.이는 전국 각지원(지원으로 구분되는 지방법원 포함)의 관할구역 평균면적이 474.86㎢인 것을 감안하면 의정부지방법원의 관할구역 면적은 평균면적의 8.61배에 달하고 고양지원도 1.98배에 달한다. 경기북부지역의 법원 관할인구는 2009년 현재 의정부 지방법원이 168만6천571명이며, 고양지원이 122만8천670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각 지원(지원으로 구분되는 지방법원 포함)의 관할인구 평균은 23만4천614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의정부지방법원의 관할인구는 전국 평균의 7.19배에 달하고, 고양지원도 5.24배에 달하고 있다. 즉, 의정부지방법원 및 고양지원은 관할구역 면적 및 관할인구 모두가 전국 평균에 비해 매우 높다.특히 의정부지방법원의 편중은 심각하다. 경기북부지역 법원의 관할시군은 의정부지방법원은 9개시군, 고양지원은 2개시군으로 관할 지자체의 편중도 나타난다. 경기북부지역은 교통망이 남북방향으로는 어느정도 구비되어 있으나, 동서방향의 교통망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따라서 경기동북부지역(구리, 남양주, 포천, 가평, 철원)에서 의정부지방법원으로의 접근성은 열악한 실정이다. 그리고 의정부지방법원은 서울북부지방법원과 근거리에 위치하고, 지리적으로도 편중되어 있다.경기북부지역 관할 11개 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상의 목표인구는 420만명에 달한다. 관할법원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의정부지방법원은 262만명, 고양지원은 158만명으로 의정부지방법원의 관할인구는 더욱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장래 인구성장을 고려하여 주민들의 법원서비스 제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경기북부지역내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법원관할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법원관할 변경의 기준으로 동법 제5조 제2항은 인구 및 사건수 등을 들고 있다. 현재 경기북부지역에는 의정부지방법원의 이전을 둘러싸고, 의정부, 양주, 포천 지역간의 유치전이 뜨겁다. 행정구역 개편과 맞물려 법원이전 문제는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하다. 법원이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경기북부지역 법원관할에 대한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리라 본다.

2009-09-27 소성규

평생학습시대, 새로운 학습문화 필요

[경인일보=]우리나라 학생들이 각종 국제학업성취도비교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관하는 2003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를 차지하였다. 3년 후인 2006년 PISA의 결과에서도 과학 성적이 2003년에 비해 약간 낮아지기는 하였지만, 다른 영역은 여전히 최고 수준을 유지하였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에서 주관하는 국제학력평가인 TIMSS에서도 2003년 한국은 수학 2위, 과학 3위를 기록하였으며, 2007년에는 수학 2위, 과학 4위를 차지하였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랑스러움의 한 구석을 씁쓸하게 하는 또 다른 평가 결과가 있다. 요컨대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높지만 흥미나 자신감 등의 정의적 영역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2003년 PISA에 참가한 40개국 중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는 31위, 동기는 38위를 기록하였다. 같은 해 TIMSS의 교과에 대한 자신감에서도 수학은 38위, 과학은 25위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높은 학업성취도를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낮은 흥미와 동기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교과에 대한 흥미나 내적 동기 없이 외적 요구나 압력에 의하여 학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와 같이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높은 성적을 얻으려고 하다 보니 독특한 학습방식이 형성되는데, 그것이 소위 '벼락치기'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체화된 학습법이라 할 수 있다. 평소에는 공부를 하지 않다가 시험을 며칠 앞두고 단기간에 집중력 있는 학습을 함으로써 높은 성적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벼락치기'인데, 학습에 대한 동기와 흥미가 부족하면서 좋은 성적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것이 합리적인 학습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벼락치기 학습은 상당한 긴장과 인내를 요구하는 과정으로 집중력과 체력의 바탕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들이 이를 행하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많은 사람들이 벼락치기 학습에 길들여지게 된 배경에는 경쟁적인 시험 위주의 학습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시험결과에 따른 칭찬 또는 질책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로서는 자신의 흥미나 관심을 고려하기 전에 시험을 잘 보아야겠다는 경쟁적 심리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흥미나 관심과 무관한 시험 준비 위주의 학습이 즐거울 수 없고, 그러다 보니 평소 공부보다 벼락치기 학습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벼락치기 학습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시험, 취업이나 승진시험 등 각종 시험 이벤트에 의하여 의미가 부여된 이벤트성 학습으로, 학습을 강요하는 더 이상의 시험 이벤트만 없어지면 학습 역시 그 의미가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학습량을 보여주는 학습곡선은 학창시절, 특히 대학 입학 직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그 후 감소하기 시작하여 취업 이후에는 급속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이른바 '학습 조로증(早老症)'에 걸려 있는 셈이다.이와 같은 학습곡선은 배움이 주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중심 시대에는 어울릴 수 있지만, 학교는 물론 학교 밖에서도 꾸준히 학습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평생학습시대에는 걸맞지 않다. OECD 보고서는 2050년이 되면 지식이 급증하여 현재 지식의 1%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지식의 생성과 소멸이 급속하게 일어나는 시대의 학습활동은 학창시절뿐 아니라 학교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벤트성 벼락치기 학습자가 아니라 학습을 생활화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자기주도적 학습자를 기르는 데는 초등학교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면서도 대입 준비의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기초하여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길러주기에 더 없이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 학생들의 올바른 학습습관 형성을 위한 안내자가 되어야 하고, 특히 교육대학 학생들은 자신부터 훌륭한 학습자로 성장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평생학습시대에 걸맞은 바른 학습문화의 정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학습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09-09-20 정동권

대학생의 의사소통 능력

[경인일보=]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대학생들의 기초 의사소통능력이 기대 이하로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우리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 면에서는 거의 균질하게 낮은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글쓰기 수준이 더 심각하다. 발표와 토론에 곧잘 참여하는 학생들도 막상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초라한 글쓰기 결과물 앞에서 당황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자주 "여러분들 탓이 아니니 부끄러워 하지 말라"고 말하곤 한다. 일단은 학생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의 능력 수준이 많은 부분 지금까지 거쳐온 교육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단적으로 말해, 우리 사회에서 독서와 글쓰기 교육은 초등학교 시절에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이란 숙달했다는 뜻이 아니다.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다는 의미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독서와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은 학교와 가정에서 크게 강조되고 실행된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학부모들의 구미에 맞게 사교육 시장 역시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나 초등교육 단계에서 형성된 학생들의 기초 글쓰기와 독서 능력은 더 이상 중급, 고급 단계로 향상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 'How to read a book'을 쓴 애들러에 의하면, 독서 능력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교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1단계이다. 초등 교육 단계의 독서 능력은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한 분량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이다. 대부분 대학생들의 능력은 2단계 언저리를 맴돈다. 세 번째, 책의 내용을 분석하고 저자의 논증을 재구성하거나 비평할 수 있는 단계이다. 대학생 정도의 학력이라면 적어도 3단계 이상의 수준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관련 저서나 주제를 서로 비교하거나 연관시키며 읽을 수 있는 4단계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리일 것이다.글쓰기 능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학생들에게 크게 부족한 부분은 구체적 경험에서 의미를 산출하고 일반화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초등교육 단계를 지나 중등교육 단계에서 이미 대학입시 준비 체제로 진입하는 지금의 현실은 학생들에게 중급, 고급 수준의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경험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채 직접적으로 기술하거나 혹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지식을 짜깁기하는 데 그친다. 외모는 대학생이지만 의사소통 능력은 여전히 초등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복사와 붙여쓰기'에만 능란한 정보 소화불량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체계적인 의사소통 훈련을 받지 못한 채 이제 막 대학 입시의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까. 학생 개인의 성실성이나 교수자의 열정과 노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실있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학생들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담론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그 안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교육 전반에 범교과적 글쓰기(Writing across the Curriculum) 교육을 제안하고 실현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공학습과 독서·글쓰기 교육을 연계하여, 각 전공영역의 특수성에 적합하고 전공 탐구에 도움이 되는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길이다.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것과 마음으로 느낀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힘은 한 사회의 문화 발전에 가장 기본적인 동력이다. 학생들의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통해 우리 문화가 한층 더 세련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해본다.

2009-09-13 김신정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고객

[경인일보=]'"여러분의 고객은 누구입니까?" 라고 물어보았다. 지난해 3월 나의 새로운 고객이 되었던 대학생들에게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질문을 했다. 의아해 하며 나의 젊은 고객들은 말했다. "우린 아직 고객이 없어요. 미래의 고객은 있겠지만…" "현재 우리의 고객을 굳이 말한다면 부모님이나 교수님이 되나요?"' 그런데, 한참 뜸을 들인 뒤에 나의 매우 도전적인 한 고객이 소리쳤다. "나 아닌 모든 사람이 나의 고객인 것 같아요"라고. 고민 끝에 뱉은 자기의 대답이 꽤 만족스러운 듯 조금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그 고객 명단에서 빠져버린 '나'는 어떻게 하고?" "에이, 총장님도 참! 그럼 나도 그 누군가의 고객이 되면 되지 않아요?" 그렇다. 언젠가는 운 좋게 찾아오거나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고객이 될 기회를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나의 고객명단에서 조차 빠져버린 엄청나게 소중한 나를 오늘 나의 새로운 고객 명단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숨가쁘게 돌아가는 일터에서도 집에 있는 가족생각을 한 순간도 잊는 일이 없으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불편한 일들을 모두 속으로 삭이면서 세계평화부터 쇠고기 개방, 신종플루까지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빼놓지 않고 다 받는,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슬프기까지 한 불쌍한 고객.그러나 하릴없이 갑작스레 걸려온 옛 친구의 전화 때문에 문득 보고 싶어진 또 다른 친구에게 밤늦도록 전화를 걸고, 1주일에 한번쯤은 동네 다방의 커피가 아닌 헤이즐넛, 카푸치노, 에티오피아 커피든 뭐든 이름만큼이나 맛도 어쩐지 다를 것 같은 그런 한 잔의 커피를 용기 있게 시도해 보는그런 고객.이름 모를 고상한 클래식 음악에 가슴 깊은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이따금씩은 동네 노래방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목청껏 고래고래 소리 높여 부를 만한 비장의 노래 한곡씩은 숨겨두고 있는 그런 평범한 고객.가족과 친구를 끔찍이도 사랑하지만 그 간단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도무지 서툴러 이따금씩은 난처한 지경에 빠져버리기도 하는 그런 고객.길섶에 핀 이름 모를 들꽃의 아름다움에 취해 문득 가던 길을 멈추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문득 시인이 되어버리는 고객.새벽을 깨우는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도 지난밤의 침묵을 못내 버리지 못하는 새벽 산의 고요한 여명에 공감하는 고객.눈감고도 걸을 정도로 익숙해진 동네 어귀에서 서산에 길게 걸린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금은 보이지 않는 사라진 사람들, 땅속에 묻혀버린 돌아오지 않는 역사에 가슴 아파하는 고객.오늘을 사는 자신을 가장 소중한 고객으로 여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자랑스러운 고객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 없이는 그 어떠한 고객을 단 하루도 결코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날 누군가가 자꾸 미워지거나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비난하는 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면 그건 어쩌면 요즈음 나란 고객에 대한 나의 사랑이 조금씩 옅어져 가고 있는 때문일 지도 모른다. 오늘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그 고객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해보자. 아주 작은 관심만 보여도 언제나 커다란 감동을 보여주는 그를 행복하게 할 작은 일을 시작해보자. 내 앞에 다가올 먼 미래의 이름 모를 고객을 생각하면서 오늘 가장 가까이 있는 그간 잊혀진 나의 이 사랑스런 고객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2009-09-06 최양식

입양에 대한 법제도 정비

[경인일보=]우리나라 입양의 역사는 1961년에 제정된 고아입양특례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고아들의 입양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을 남긴 법률이기도 하다. 그후 1976년 12월 입양특례법으로 개정되었고, 1995년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전문개정된 뒤, 2008년 2월 29일 법률 제8852호까지 9차례 개정되었다.입양에는 국내입양과 국제입양이 있다. 국내입양은 민법과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입양으로 나누어져 있다. 현실적으로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입양보다는 민법에 의한 입양이 절대적으로 많아 입양아동들에 대한 보호가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특히 민법상의 입양은 아동의 친생부모와 입양부모와의 개인간 동의로만 입양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고, 입양도 신고만 하면 되도록 되어 있어,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절한 가정에 입양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 입양의 입양법 구분으로 인한 문제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반면에 국외입양에 대하여는 종래 국가가 일부 방치내지 묵인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 국외로 입양된 아동이 16만명을 넘으며 아직도 1천300여명의 아동들이 매년 국외로 입양되고 있다. 과거 6·25 직후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아동들이 국외로 입양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입양에 대한 국민들의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인식, 국내입양 양부모의 까다로운 입양대상 아동선정, 국내입양에 대한 홍보부족과 입양기관의 해외입양 선호방침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국외입양의 경우 아동보호 및 기관운영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은 국외입양 부모로부터 받는 입양비로 충당되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국제사회는 1960년대 이후 국제입양 건수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입양이 남용되는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비해, 이를 조정할 국제적 법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면서, 1993년 5월 국제사법에 관한 헤이그 회의에서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이하 헤이그 협약으로 약칭한다)을 결의하였다. 헤이그 협약은 국제입양에서 입양대상 아동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협약체결 국가들은 본 협약이 제시한 기본적인 내용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2009년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등 78개국이 헤이그 협약 체약국이다.특히 우리나라에서 입양되어 나가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헤이그 협약 당사국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동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아니어서 협약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입양되어 나가는 국가의 대부분이 협약 체약국이다. 따라서 협약의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입양아동을 보호하고 입양 절차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절차를 확보하기 위하여, 협약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입양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헤이그 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민법,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아동 청소년 복지법 등 국내법의 정비와 입양과 파양 관련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국회에서의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입양은 친생부모가 직접 양육할 수 없는 아동의 보호와 양육을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서 입양법과 제도는 국내 입양이든 국외 입양이든 입양되는 모든 아동을 보호하고 입양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이러한 측면에서 유엔아동 권리협약과 헤이그 협약을 실현하고, 아동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입양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하여 2009년 7월 1일에 출범한 재단법인 중앙입양정보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09-08-30 소성규

저출산ㆍ고령화 시대, 교육이 희망이다

[경인일보=]'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출산 억제를 외치던 정부의 캠페인 소리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 이제는 '각 가정에서 적어도 둘 이상의 자녀를 꼭 낳아주십시오'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 2005년도에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세계적인 저출산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2305년에 인구 500명만 남게 되어 한국이라는 국가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편, 이러한 저출산 추세 속에서 한국인의 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50년이면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략 10명 중 4명이 노인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가 2050년이 되면 72.0%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205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4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기 위해 조세와 사회보장비를 부담해야 한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산과 양육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를 독려하고,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시기, 즉 은퇴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 또한 입직 연령(최초로 직업을 얻는 연령)이 높은 우리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군병력의 감축, 조기취학, 수업연한의 단축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어느 정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제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구 증가 정책을 마냥 추구할 수는 없다. 또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0%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이를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은퇴 시기를 늦춘다고 하더라도 고령으로 인한 생산성의 감소는 불가피하며 무리하게 일을 강요할 수도 없다. 또한 분단이라는 상황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군병력의 축소와 군복무기간의 단축에 한계가 있으며, 조기 취학 및 수업연한의 단축 역시 교육적으로 고려해야할 점이 많다. 따라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교육에서 문제해결의 희망을 찾고 싶다. 그것은 바로 국민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각자가 타고난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의 잠재능력이 최대한 개발된다고 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생산인구의 감소로 인한 경기침체 및 사회문제의 발생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가정에 부양식구가 늘어나고 돈을 벌어오는 식구가 줄어들더라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길러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나는 '국민 모두의 수월성 실현을 위한 교육'이 이제 교육계의 비전일 뿐만 아니라, 저출산ㆍ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시대의 주요 비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생각이 여기에 미치고 보면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교육기관의 연간교육비는 OECD국가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다른 국민들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재정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양질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여기에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그 결과는 엄청난 희망과 결실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2009-08-23 정동권

휴가 다녀오셨습니까

[경인일보=]"휴가 다녀오셨습니까?" 해마다 여름이면 흔히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주로 가족, 친지 단위로 휴가를 가고 여름 방학이 짧은 한국의 특성상, 7월말에서 8월 초순에 이르는 기간은 여름휴가의 절정을 이룬다. 지난 주말 광복절 연휴를 보낸 지금, 막바지 휴가철을 남겨 놓고 있다.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피서지 행렬은 실상 백년이 채 안 된 근대적 풍경이다. 1913년 조선 제1호 해수욕장인 부산 송도해수욕장 개장에 이어 인천 월미도, 몽금포 해수욕장, 당시 조선 거주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였던 원산 송도원 해수욕장 등은 기차로 대표되는 근대적 교통수단에 의해 개발된 여름휴가 명소였다. 치료를 위한 해수욕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해수욕복'을 입고 즐기는 오락과 여흥은 가히 새로운 풍경이었다. 대성황을 이룬 그 광경에 대해 만화가 안석영은 "소위 해수욕이라는 게 구정물 속에서 맨살 부비는 것이다 입으나마나한 속속뒤리 다-비최이는 해수욕복을 입고"라고, 조소어린 스케치를 남기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운행을 시작한 피서 열차는 70년대 말 승용차 바캉스족의 등장으로 불황을 맞이하기 전까지 해마다 초만원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여비가 없어 그 행렬에 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다수였을 것이다. 20~30년대, 그들은 왕복 버스 삯 십전이면 갈 수 있는 '피서 여행'을 떠났다. 한강인도교다. 경성 최고의 명소에 매달린 채 사람들은 하늘로 치솟는 불꽃놀이와 강바람에 취해 더위를 잊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왜 우리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어디론가 꼭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일까. 안석영은 경성의 도시 공간 변화와 가옥 구조를 통해 그 일단을 설명한다. 경성에 집은 늘어났지만 조선 사람의 집은 오히려 '오그라드는' 식민지 도시의 상황, 그 집마저 나무 하나 심을 뜰 없이 정체불명의 형태로 지어진 '근대 개량' 주택에서 폭염을 피할 방도를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여름날,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휘황찬란한 도심의 스펙터클에 취해 스스로 스펙터클의 일부가 되었다.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점차 휴식 공간을 잃어 가는 도시 환경, 여가 산업의 거대 자본화, 지역 개발이 서로 맞물리면서, 매해 여름 휴가 강박증은 슬며시 찾아와 되풀이되었다. 휴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풍경이 있다. 몇 년 전 화제를 모았던 카드 회사의 광고 카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직장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뒤, 날렵한 스포츠카를 타고 낯선 풍광 속으로 뛰어드는 젊은 직장인의 모습은 부러움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코 아무나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열심히 일한 당신'만이 떠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기에, 그리고 그 때의 '일'이란 적정 임금으로 보상받거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안타깝게도 열심히 일할 조건이 되지 않았던 당신, 열심히 일했으나 충분히 보상받지 못했던 당신들은 그저 먼 나라의 풍경쯤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휴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휴가, 특히 여름휴가란 숨가쁘게 돌아온 한 해의 반환점에서 일상의 묵은 더께를 훌훌 털어내고 맞이하는 몸과 마음의 이완(弛緩)의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일과 휴식으로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감, 도시적 일상에서 상실해가는 자연성, 그리고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의 본성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여름휴가 기간에 진정으로 누려야 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그때에 우리는 과열된 소비와 과시문화의 틈바구니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고 누리는 휴식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적 이유로, 미래에 대한 부담감으로, 지금 당장 손을 놓기 어려운 바로 그 일 때문에 휴가를 망설이는 당신, 눈치 보지 말고 떠나라! 유명 휴양지가 아니어도 좋다. 도심 한 모퉁이, 집안 한 구석에 나만의 장소를 숨기는 일도 충분히 '떠나는' 일이 되리라. 올 여름 변변한 벌이도, 눈에 띄는 성과도 얻지 못한 당신, 그러나 여름내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소중한 땀을 흘린 당신에게 휴가는 스스로 그 노고에 보답하는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닐까.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2009-08-16 김신정

이른 아침 산에서 만나는 미달이

[경인일보=]오늘 아침도 미달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이름처럼 그리 화려하지 않은 남양주의 황금산은 웬만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을 산기슭에 숨기고 있어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30층 아파트 높이의 황금산의 정상 몇 발아래 떡갈나무 밑에서 강아지 미달이는 아침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 반갑게 사람들을 맞는다. 밤새 기다려온 것처럼, 그러나 꼬리를 흔들지는 않는다. 맞이하는 그의 인사에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한발이라도 다가가면 어느새 몇 발을 물러서고 만다. 그래서 그는 조금은 소심한 미달이다. 이런 미달은 문득 우리에게 어린왕자에게 한 사막여우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참을성있게 서로를 길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조금도 더 가까워질 수 없어, 꽃이 너에게 소중하게 된 것은ㄹ 그 꽃을 위해 소비한 너의 시간들 때문이란다. 반년 전 어느 날 미달이는 혼자가 되었다. 쓸쓸한 그의 눈빛으로 우리는 그의 가족, 그와 함께했을 이름 모를 사람들에 관한 그 어떤 기억들을 짐작할 뿐이다. 그는 이제 그를 행복하게 했을, 아니 어쩌면 더 슬프게 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사람들에 관한 기억들로부터 떠나 황금산 속에서 머물고 있다. 산에 사는 미달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온 몸을 덮는 털로도 감출 수 없는 앙상한 갈비뼈나 굶주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쓸쓸한 미달의 눈빛이 그리 말한다. 앞에 보이는 사물을 바로 쳐다보지 않고 멀리 사물의 뒤쪽을 건너다보는듯한 그의 눈빛이. 미달은 그가 선택한 황금산이란 영역과 거기서 누리는 값비싼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어떤 소중한 것과도 바꾸지 않았다. 밤새도록 부시럭거리며 깊은 잠을 들지 못하게 하는 성가신 산속의 새 가족들, 털가죽을 뚫고 뼛속까지 젖게하는 차가운 밤이슬, 한줄기 별빛조차 허용하지 않는 숲속의 짙은 어둠도 미달을 결코 마을로 다시 돌아가게 하지는 못하였다.매일 아침 마음씨 좋은 몇사람의 지금동 아주머니들이 미달이 좋아하는 먹을거리와 물을 들고 산을 오른다. 우리 모두는 매일 아침 그의 산에 입산을 허락해주고 말없이 반겨주는 미달을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은 그간 산의 주인에게 눈인사만 해오던 필자도 한 조각 빵을 들고 그의 앞에 서 본다. 그러나 먹을 것을 앞에 두고도 미달은 쉽사리 다가오지 않고 짐짓 딴전을 피우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마음이 조금 아파온다. 먹이를 내어놓은 필자가 몇 발짝을 물러난 뒤에야 다가와 조심스레 입을 대어본다. 미달이 식사를 마친 뒤에 산을 내려가는 필자를 미달이 멀찌감치 뒤따라 내려온다. 산 어귀 황골 약수터쯤에서 필자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발길을 돌리지 않는 미달이. 미달은 마을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산에 남은 미달의 모습을 돌아본다. 이제 미달은 따가운 여름 햇볕, 차가운 밤이슬을 피할 어느 바위 밑이나 다른 동물 가족들이 있는 동굴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그를 미달이라 불렀을까? 온달·서달·추달은 용맹스러운 고구려 장수들의 이름이었을 터인데…. 그래, 어쩐지 미달은 늠름해보였어! 먹을 것 앞에 비굴하지 않았고 등산객이 던지는 몇 마디 인사에 가볍게 꼬리를 흔들지 않았어!미달의 모습에서 우리는 용맹스러운 고구려의 장수를 본다. 가난하지만 기품을 잃지 않는 조선 선비의 모습을 본다. "그래! 미달공! 그리고 미달선비! 밤사이 황금산에 내리는 아름다운 별빛이 그대와 함께 하기를. 그대가 택한 자유, 그대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대에 대한 사랑, 그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마시게! 그리고 내일 아침도 그대의 산에 입산을 허락해 주시게나! 아참! 미달공! 그리고 내일 아침은 내가 그대에게 한발 더 다가가더라도 물러서지 마시게 제발. 그리고 잠시 동안만이라도 그대의 등에 나의 손을 얹는 걸 허락해 주게." 친구의 손을!

2009-08-09 최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