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가상세계 산업발전을 위한 법정책의 방향

[경인일보=]"남편이 인터넷에서 만난 여자와 가상결혼을 해 사이버 부인을 두고 있다면 이를 부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 부인을 두고 세컨드 라이프에서 만난 여자와 인터넷에서 각자의 아바타를 앞세워 결혼식을 올리고 가상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후저스트라트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후저스트라트의 가상부인인 스필먼은 "우리 둘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있다"며 모든 것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현실의 부인은 가상세계에 빠져 지내는 남편의 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후저스트라트씨는 "단지 게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가상세계는 어떠한 특정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고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실제 주변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이다. 가상세계는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힘든 환경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도 그 환경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조작 가능하게 하며 이를 응용한 분야는 게임 외에도 교육, 고급 프로그램밍, 원격조작, 원격위성 표면탐사, 탐사자료 분석, 과학적 시각화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가상세계는 미국의 린든 랩(Linden Lab)의 '세컨드 라이프'가 있다. 린든 랩이 2003년에 만든 세컨드 라이프는 인터넷 가상 현실 커뮤니티의 새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3차원 SNS이다. 전세계에 1천300만명이 넘는 회원이 세컨드 라이프를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집을 짓고 친구를 사귀고 물건을 만들어 사고 파는 등 현실과 똑같은 생활을 즐기고 있다. 국내의 가상세계 산업은 3D게임 기술개발에서 더 나아가 산업, 의료, 교육분야 등 더 많은 분야에서 장기의 계획을 두고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의 대표적인 가상세계는 SKT의 'minilife', JC Ent의 'Joycity', 열린세상 열린마음의 'Dadaworld', 누리엔 소프트웨어의 '누리엔' 등이 있다.가상세계는 새로운 정책홍보 및 결정통로로 고려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가상세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해양기상청, 미국 항공우주국(NASA), 스웨덴 외교부, 몰디브 외교부,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정부, 미국 국립보건원, 미국 질병예방센터 등은 가상세계 상에 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또다른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제공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미국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한국 이명박 대통령 등)은 선거 당시 버추얼 선거캠프를 이용해 자신의 정책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회 등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정부활동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점차 가상세계에서의 정부활동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앙정부에 비해 활동이 자유롭고 정책실패의 위험이 적은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세계는 기존의 웹사이트에 비해 양질의 정보와 경험을 제공해주고 실시간 상호작용은 경험의 공유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산업분야인 가상세계에 대비한 법체계는 아주 미비한 실정이다. 가상세계에 대한 법적 규율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현재는 게임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산업 진흥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가상세계가 실물 세계기반으로 만들어질 경우, 이에 대비한 특별한 규정이 필요한 점에서 저작권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상세계에 관한 특수성과 발전방향을 위하여 가상세계 산업진흥을 위한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 발전법의 개정 내지 가상세계 산업 촉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0-04-04 소성규

지도층의 막말, 떨어지는 국격(國格)

[경인일보=]전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이 '막말'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여성과 관련된 '사려 깊지 못한 말'로 공개사과를 해야 했고, 집권당 대표는 특정 종교에 대한 압력의 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여부로 구설에 휩싸여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최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말실수가 잊을 만하면 한 번 씩 언론에 등장하곤 한다. 방송이나 통신, 혹은 입법으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도층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말은 우리나라 국격(國格)의 현주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이 사건들이 공통적으로 야기시킨 문제는 지도층의 말이 갖추어야 하는 품격과 진실성에 대한 회의(懷疑), 그리고 국가 행정이나 정책에 대한 불신이다. 거짓이나 가식에서 결코 품격이 나타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품격의 바탕은 진실성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품격의 뜻은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 등으로 요약된다. 그 설명들의 핵심은 '바탕과 품위'다. 예컨대, 금속공업 분야에서 쓰이는 품위란 말은 지금(地金)의 순도를 나타내는 용어다. 완벽한 상태인 100에서 불순물의 수치를 뺀 것이 그 금속의 품위라는 것이다.인간도 태어날 당시엔 가장 순수하고 깨끗하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각종 불순물이 인간의 내면에 끼게 되는데, 부단한 수양을 통해 그런 불순물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인간도 하등(下等)의 품위를 벗어날 수 없다.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할 수는 없지만, 수양의 정도나 양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높은 품위를 갖출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 말이고 보면 말에 품위를 갖추는 일이야말로 인간 수양의 정도를 나타내는 표지이자 지도적 인격의 필수요건이다.공자(孔子)는 정치의 첫 단계가 정명(正名) 즉 '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이라 했다. 명분을 정하게 되면 그에 맞는 말이 있게 되고 무엇을 말하면 반드시 그에 맞는 실행이 있게 되니, 그래야 군자의 말에서 구차스러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고상한 말이라도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언(巧言)이나 거짓말일 뿐이다. 절제되지 못한 막말이나 책임 지지 못할 '구차스러운 말'로 국민들에게 결코 모범을 보일 수 없고, 직책을 공명정대하게 수행할 수도 없다.집권층이 방송계의 개편이나 국가의 종교 정책 등을 법적·제도적 원칙과 원리에 따라 수행한다고 믿어온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다. 그러나 나라의 법령을 제정하거나 집행하는 책임을 맡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통해 유추되는 실상은 결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피고, 겸허하게 최선을 다 하는 자세로 그 뜻을 받들어 법을 만들거나 집행해야 하는 것이 관련 인사들의 책무다. 그러나 그들의 말만으로 미루어 본다면, 소리(小利)와 사욕(私慾)의 도구로 공적인 책무를 악용하고 있음이 분명해진다.어느 시대나 지도층이 가질 수 있는 오만은 여러 형태로 표출된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사려 깊지 못한 말인데, 그 중의 압권은 막말이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홉스(T. Hobbes)는 '인간에게 말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자 저주'라고 단언했다.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고 과학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말은 축복이지만, 일시적 욕망에 따라 무절제하게 사용함으로써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말은 인간과 세상에게 저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남을 해치는 말은 먼저 스스로를 해치고,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뿜으면 먼저 자신의 입이 더러워진다'는 태공망(太公望)의 말처럼, 툭하면 터져 나오는 지도층의 막말이나 무책임한 발언들이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 나라까지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아름다운 말, 문채(文采) 있는 말은 하루아침에 터득되지 않는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제대로 말 교육을 받았을 리 없는 그런 인사들이 지도층으로 활보하는 건 이 땅의 비극이다. 지도층의 막말들을 보며 뜻 있는 국민들은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한다. '말 못하는 사기꾼 없다'는 경험칙에 익숙한 국민들이 사회 지도층의 허울 좋은 말이나 막말로 국격이 떨어지는 광경을 속절없이 바라보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2010-03-28 조규익

빈 마음

[경인일보=]얼마전 이번 지방선거에 입후보하는 어느 분이 이 정부가 대북정책을 핵 포기 없이는 지원이 없다는 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면 북은 아마도 중국의 한 성 처럼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고 중국은 이 정책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진보정당의 선거에 즈음한 일설일 것이다.그러나 북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시작한 지구촌의 긴장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 기아에 허덕이는 북을 같은 민족으로서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고 하여도 남한 사회는 몹시 실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주지 말고 더 힘든 상황을 만들어야 정신을 차리고 항복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서슴 없이 쓰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그 동안 열심히 대북지원을 했던 우리들도 참으로 답답하다. 북이 이 정도로 남과 교류를 했으면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좀 신경 쓸 때도 되었는데 왜 이리 막무가내일까?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참고 인내해야지. 부모는 자식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말썽 피우고 사고치고 다니는 자식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 어떤 강압적 조처도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형제인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더 참아야한다"라는 사랑의 구호를 계속해서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굶주려 죽는 사람이 반이 넘으면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그때 가서 "정신 차렸냐?"하면서 추수만 하면 될 일을 왜 버릇만 나쁘게 들이냐? 한다. 이 건 아니다! 여기에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마음을 비우면 우리는 인내할 수 있다. 성서에 보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북한을 위해 정성을 모아 사랑을 베풀면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라기 보다는 염원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빨리 북한 지도부가 변화되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체제를 변화시켰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염원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묵묵히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것처럼 염원 자체가 안 이루어진다고 지나치게 실망한 나머지 괴로워 하거나 원망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집착은 또 하나의 욕심이다. 사람은 욕심에 빠지면 평정심을 잃게 되고 평정심을 잃으면 각종 감정적 교란에 빠져서 불행한 심리상태에 빠져 어떤 목표의식도 없이 표류하게 된다. 작금의 정치계가 그런 거 아닌가? 통일 자체는 관심이 없고 당리당략에 이용한다. 이번 지자제 선거에서도 예외인 것 같지 않다. 모두에 이야기 한 것 같이 통일을 위해서 전혀 관심 없던 입후보자가 중국 종속 운운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2010년 이 꽃샘 추위만 지나면 온 산야는 온갖 꽃들로 흐드러질 텐데 북은 더욱더 얼어 붙은 겨울일 것이다. 북한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연중무휴 더 추운 겨울이 될 것이다. 핵 실험으로 지구촌 왕따가 되었고, 화폐개혁의 실패는 북한 내부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이제 좀 마음을 비우고 북한의 우리 반쪽을 식구로 받아들이자! 우리 마음 속에 이런저런 조건을 비우고 빈 마음으로 북녘을 바라보자! 이제 지구촌의 모든 휴머니스트들은 이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두 쌍방의 어리광을 그저 바라봐 주지 않는다. 저들끼리 일어나 화해하기를 바라고 있다. 갈라진 이 영토와 둘로 찢어진 두 가슴을 누가 하나로 만들까? 2010년 오늘 자유진영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빈 마음이 되어 먼저 손을 내밀자! 사랑은 사랑을 지닌 사람만이 베풀 수 있다. 사랑 없는 자들은 꼭 조건을 거는 잘못된 습관이 있다. 어쩌면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이런 빈 마음을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닐까?

2010-03-21 홍창진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발전의 동력

[경인일보=]금년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교육감도 함께 선출하기 때문에 지난 선거와는 그 비중이 같지 않다. 선거는 대표를 뽑아서 국민 또는 주민의 권한을 대표에게 상당 부분 위임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절차이자 제도라 할 수 있다. 선거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역시 그 기능과 역할을 바르게 할 수 없음을 익히 보아왔다. 선거 때가 되면 국민과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봉사하겠다던 후보자의 자세가 당선 후 돌변하는 많은 경우를 목격해 왔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한 정치인의 행태와 후진적 정치문화를 비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책임도 없다할 수 없을 것이다. 향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숙된 의식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러한 제도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성숙된 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행동하는 민주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적극적 교육을 수행하여 민주주의의 가치와 생활을 내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십년 전에 초중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긴 했지만, 그것은 교과서를 통해서 민주주의의 형태, 선거의 원리, 삼권분립 등 박제화된 지식을 전달받았을 뿐, 정작 학교생활은 민주주의 그 자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민주적 생활의 핵심원리 가운데 하나는 누군가의 다스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의 원리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부터 자치의 원리를 체화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기성세대에게 우리가 왜 법을 지켜야 하는가를 물어본다면 대다수는 사회의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옳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군주제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법이 바로 우리가 만든 규칙이기 때문이다. 즉 법은 우리에 의해서 선출되고,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가 국회 또는 의회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간접적으로나마 법을 제정하는 데 참여했다고 보아야 하며, 그런 이유로 법을 지켜야하는 책임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사회의 자치의 원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치의 원리를 생활의 방식으로 체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생활의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와 관련하여 모 중학교에서 있었던 하나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 학교의 한 담임선생님이 학생 스스로 학급 규칙을 정하도록 하였는데, 학급회의에서 청소당번을 두지 말고 각자 알아서 자기 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하여 청소를 책임지는 청소당번이 없는 상태로 한 달 정도를 생활하였는데, 그 결과 교실은 거대한 쓰레기통처럼 되었다. 학생들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학급회의를 열어서 청소당번을 다시 두는 쪽으로 합의하였다. 아마 담임선생님은 청소당번 없이 각자 알아서 치우자고 하면 결국 교실이 지저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달 가까이 교실을 지저분한 상태로 유지했으니 다른 선생님이나 교장·교감 선생님의 지적과 질책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교실을 깨끗이 하는 것이 우선적인 교육목표라고 한다면 담임선생님이 직접 청소당번을 지정하고, 청소 여부를 매번 확인함으로써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는 교실은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겠지만,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치의 원리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단순히 민주주의에 관한 단편적 지식을 전달하는 곳으로 머물지 않고, 민주적 생활원리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할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성숙된 민주시민들이 길러질 것이다.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더욱 발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2010-03-14 정동권

군 소음법의 제정방향

[경인일보=]우리나라의 국토환경 여건상 군사활동을 위한 군용비행장 및 군 사격장은 주거지역으로부터 멀지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군용비행장 및 군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의 경우, 259건의 민원이 있었다. 이로 인한 소송은 146건(4천777억원)에 이르고 있다.이러한 점 때문에 18대 국회에서는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정장선 의원 대표발의) 등을 포함한 4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정부에서도 2009년 12월 7일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우리나라 비행장은 총 56개소(군 전용 49개소, 민간공항 7개소), 사격장은 1천472개소가 있다. 특히 소음대책이 시급한 곳으로 비행장 42개소, 사격장 77개소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수원과 대구 등의 공군비행장 12개소, 진해와 포항 등의 해군비행장 3개소, 오산과 평택 등의 미군비행장 3개소, 포천과 속초 등의 육군비행장 24개소이다. 사격장의 경우, 양평 종합훈련장과 포천 원평전자포사격장 등 72개 육군사격장이 문제이다.민간공항은 항공법에 의해 1994년부터 2008년말까지 1천470억원의 소음대책 비용이 투입되어, 방음참호, 냉방시설 설치 등의 소음대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군 소음대책 관련법은 존재하지 않아 민간공항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 있다. 소음저감을 위한 군 자체의 노력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군의 노력은 관련법이 정비되어 있지 못하고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소음의 위해성, 소음 피해지역의 개발 지연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주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보장하고, 군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훈련여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군 소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정부제출 법률안에 의하면, 소음대책 지역을 소음 영향도에 따라 제1종 구역(95웨클 이상), 제2종 구역(85~94웨클) 및 제3종 구역(75~84웨클)으로 구분하고, 소음대책지역에는 소음방지시설(방음창호) 설치, 냉방시설 설치(운영전기료 포함), 공용방송TV 시청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소음자동측정망 설치운영 등의 소음방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문제는 이를 위한 소요재원 확보방안이다. 군 소음법 정부입법(안) 비용추계에 의하면, 75웨클 이상 방음대책 비용으로 약 3조4천억원, 85웨클 이상 방음대책으로 8천562억원, 95웨클 이상 지역주민 이주보상사업을 포함할 경우에는 약 8조7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일본의 경우, '공공용 비행장 주변에 있어서 항공기 소음에 의한 장애의 방지 등에 관한 법률'(1967년 8월 1일 제정), '방위시설 주변의 생활환경의 정비 등에 관한 법률'(1974년 6월 27일 제정), '특정공항 주변 항공기 소음대책 특별조치법'(1978년 4월 20일 제정)을 제정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일본은 군용 항공기에 의한 주변 주민과 해당 지자체에 대한 보상 및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이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일본은 소음도가 75웨클 이상인 지역에 대해 방음공사를 실시한다는 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는 85웨클 지역에 한정하였으며, 점차적으로 80웨클에서 75웨클 지역으로 대상지역을 확대해 오고 있다.물론 우리의 상황은 일본과 동일하지는 않다. 그러나 특정지역 주민이 안고 있는 고통과 피해에 대해서 우리 모두의 몫으로 수용하고 보상한다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군 소음법 제정과 이를 위한 예산확보가 절실하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군 소음법이 제정된다면, 현재 발생된 피해에 대해 보상은 하지 않으면서 규제만 강화하는 또 다른 규제법률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2010-03-07 소성규

춘궁기의 대학들을 위한 변명

[경인일보=]최근 일부 대학들의 '호화 입학식'이 경향각지의 언론매체들로부터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학교 밖에서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축제 식으로 벌이는 입학식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대학본연의 정신면에서도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사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돈을 들여 축제나 공연형식으로 입학식을 벌이는 현실을 곱게 보아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누구 못지않게 셈이 밝다고 자부하는 대학의 경영자들이나 교직원들인들 그런 원칙론을 모를 리 없다. 불행한 것은 그런 현실의 이면에는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지금 대학을 바라보는 자가당착적인 시선 하나가 대학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대학도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한경쟁의 무대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일수록 대학의 자유나 자율에는 일정한 선을 긋기 일쑤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면서도 자신들이 그어놓은 금을 넘어서면 매섭게 나무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순된 모습이다. 그들은 걸핏하면 선진국 특히 미국의 잘 나가는 대학들로부터 빌려 온 잣대를 들이댄다. 선진국의 대학들과 다른 우리 대학들의 모습을 무조건 비판하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지식인들의 행태다. 미국 사회가 대학들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지원을 하는지는 슬쩍 외면하고, 풍요 속에서 대학의 본질을 추구하는 그들의 행보를 따르지 못하는 우리의 대학들만 나무란다.한국의 대학들에게 2월은 피를 말리는 '고난의 계절', 일종의 '춘궁기'다. 최상위 대학은 예외이겠지만, 그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들은 신입생들의 대이동으로 큰 괴로움을 겪는다. 학생 교육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 수시로 전국을 돌며 입시설명회를 갖는다거나 비싼 이미지 광고로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것이 대학 1년 농사의 큰 부분이다. 그러나 수확이 제법 쏠쏠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신입생들은 사정없이 상위 랭킹 대학들로 빠져나가고, 아래쪽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그 빈 곳을 채워 나가는 '대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교사(校舍) 건축 등 요긴한 곳에 쓰려고 매년 예산을 아껴 모아둔 적립금도 '형편 좋은 돈놀이' 쯤으로 매도되는 현실에서, '잡은 토끼들'을 눈 뜨고 놓쳐야 하는 일이 대학으로서는 이만저만 곤혹스럽지 않다. 이른바 '미끼학과'가 등장하고, '이벤트성 입학식'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그것이 일견 하지하책(下之下策) 같아 보이지만, '어떻게 하면 맘에 드는 인재들을 안 놓치고 내 품 안에 가두어둘 수 있을까?' 고심 끝에 나온 본능적 전략일 것이다. 틈만 나면 분명히 빠져나갈 줄 알면서도, 그들과 정서적 유대를 맺음으로써 '심리적으로나마' 위안을 얻으려는, 궁핍한 대학가의 곤혹스런 선택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그것은 변화되고 있는 이 시대의 문화의식을 암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중문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라난 신세대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그들이 대학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때 느낄 수 있는 생소함을 최소화 시켜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안온함'을 느낄 때 비로소 소속감을 갖게 된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대학인들만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사항이다. 저급한 유흥문화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이벤트성 입학식을 무턱대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대학의 문화와 대중의 유흥문화를 구분하는 일은 화이트(David Manning White)의 말대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구분하는 전통적 엘리트주의자의 편견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신자유주의의 냉혹한 현실과 대학의 전통적 본질을 요구하는 사회의 기대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고급문화의 생산자이어야 할 대학이 사회로부터 역류해 들어온 유흥문화의 소비처로 전락해간다는 사실조차 깨달을 여유가 없을 만큼 대학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체질을 강화시키기는커녕 '빠져 나가려는' 인재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대학의 현실, 그 복잡한 이면을 읽어주지 못하는 사회인들의 편견이 대학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즈음이다.

2010-02-28 조규익

좋은 배우자 만나는 법

[경인일보=]31살 된 처녀가 상담을 청해서 만난 일이 있다. 이 처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누구나 다 아는 우리나라의 최고 기획회사에 7년간 근무하고 동료 몇 명과 홍보회사를 차려서 독립에 성공한 싱글이다. 외모로 치면 연예인급은 아니어도 꽤 인정받을 만한 정도를 갖추고 있었다. 성격도 무난하고 해왔던 경력에서 나타나듯 창의력도 뛰어난 처자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3년여 사귀었던 남자 친구가 이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넌 착한 여자야! 그런데 난 딴 여자가 생겼어 미안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니 좋은 남자 만나!"라는 진부한 한 마디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처자는 "난 착한 여자고, 그러면 그 여자는 어떤 여자냐?"라고 다그치다시피 물었더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여잔 뭐랄까…멋진 여자!"라는 것이었다. "신부님! 착한 여자와 멋진 여자의 차이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너 자신은 착한 여자라고 생각하니 아니면 멋진 여자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처자는 "글쎄요! 착한 여자와 멋진 여자의 기준이 뭔지 그것을 모르겠네요!"그렇다. 착한 여자와 멋진 여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필자도 고민을 좀 해 보기로 했다. 생각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 처자 남자 친구의 분류법을 근간으로 대개 여자를 5등분할 수 있다. 나쁜 여자(멍청한 여자), 평범한 여자, 착한 여자, 멋진 여자, 위대한 여자! (1)나쁜 여자-부모가 가르쳐준 습관대로 자기 의지는 전혀 없는 사람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꿈도 없이 그저 습관과 감정의 지배를 받아 살아가는 사람이다. (2)평범한 여자-꿈은 있으나 그 꿈이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감성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꿈이 수시로 변한다. (3)착한 여자-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으나 실천면에서는 게으르거나 자신이 없어서 다부지게 추진하지 못한다. (4)멋진 여자-꿈도 구체적이고 자기 절제력이 있어서 꿈의 실천에 있어서도 단계별 실현목표를 세우고 열정을 불사른다. (5)위대한 여자-멋진 여자가 가지고 있는 덕목 더하기 희생이다. 멋진 여자의 노력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위대한 여자의 노력은 이웃을 향해 있는 것이다. 민족을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기꺼이 한 목숨 바칠 각오를 지닌 사람이다.그렇다면 왜 그 처자의 남자 친구는 새로 만난 여자에게로 움직였을까? 이론대로라면 당연히 착한 여자보다 한 급수 위인 멋진 여자에게 매력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자기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보다 한 급수 위인 이성에게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처자의 남자 친구도 3개월을 못 넘기고 새 여자에게 이별을 당했다고 한다. 이 분류법은 여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남자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좋은 남자가 멋진 여자에게 다가갔다가 보기 좋게 차인 것이다. 후회의 후회를 거듭해 보아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전 남자가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당연 "NO"였다. 우선 남녀간에 가장 중요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고 분류법에 따라 그 남자를 분류해 보니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 남자의 출중한 외모에 가려서 그의 실체를 착각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나겠냐고 했더니 당연 "멋진 남자"였다.다시 물었다 "본인은 본인을 어떤 여자라고 생각하는가?" 주저하면서 "착한 여자". 그렇다! 내가 보기에도 그 여자는 착한 여자다. 그러면 멋진 남자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렇다! 본인이 멋진 여자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외형이 아니라 인격이다. 인격을 멋있게 가꾸어라! 좋은 배우자가 당신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2010-02-21 홍창진

공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

[경인일보=]형평성(衡平性)과 수월성(秀越性)은 공교육이 지향해야할 가치이지만,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교육제도의 발전과정이 나라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무상의무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형평성이 공교육의 주요 지향가치임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의 형평성은 모두에게 자아실현에 필요한 취학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교육기회의 평등, 누구에게나 동일한 교육여건과 과정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교육과정의 평등,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교육결과의 평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한편 교육에서 수월성은 최고를 지향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이때 '최고'가 일부 우수 인재 양성 교육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인가에 따라 공교육의 발전 방향에 대한 시각차가 생긴다. 수월성 교육을 일부 우수 인재 양성으로 이해하게 되면, 여기에 인적ㆍ물적 지원을 더욱 집중해야 하며, 교육제도 역시 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빌 게이츠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뛰어난 인재양성 교육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 초점을 둔 공교육의 수월성 가치는 형평성 가치와 충돌할 여지가 많아지게 된다. 국제중 설립, 외고 및 고교평준화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결국 우수 인재 양성을 지향하는 수월성 교육과 모두에게 교육기회 평등 제공을 지향하는 형평성 교육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 교육에서 수월성을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형평성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교육의 형평성이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은 성적에 따라 학생을 분리 선발하는 학교체제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공존하는 일반학교, 일반학급에서 각자에게 필요한 최고의 교육이 실현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나는 핀란드의 사례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한다.휴대폰 노키아 생산국이자 인구 530만 정도의 작은 나라 핀란드 학생들의 국제학력비교평가 최상위 성적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핀란드의 교육을 소개하는 책과 보고서들이 출간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눈여겨 볼만한 몇 가지 내용이 있다. 첫째는 정부의 풍부한 교육재정 지원이다. 2005년 자료에 의하면 핀란드 정부는 GDP의 5.9%에 해당하는 예산을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GDP의 4.3%를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매우 의미있게 비교된다. 둘째,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적다는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는 대표적인 교육여건 지표라 할 수 있다. 2006년도 핀란드의 경우 초등학교 15.0명, 중학교 9.7명인데 같은 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26.7명, 중학교 20.8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핀란드의 교육여건이 매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높은 교사의 질이다. 핀란드에서 교직은 청소년들이 매우 선호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대학에서 엄격한 교원양성과정(석사과정 이수)을 거쳐 교직으로 진출하게 된다. 넷째는 학교개혁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1963년 기존의 조기선발제도를 폐지하고 종합학교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후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일관되게 학교개혁을 추진한 결과 이질적인 학생들로 구성되는 종합학교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다.요컨대, 오랜 기간에 걸친 종합학교 체제로의 일관된 학교개혁 추진, 교육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투자로 교육여건의 획기적 개선, 엄격한 교사양성을 통한 우수 교사들의 공교육 책임제 등이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로 구성된 종합학교 체제를 최고의 교육시스템으로 만든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우리도 형평성과 수월성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공교육체제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핀란드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10-02-07 정동권

안보세의 도입 논의

[경인일보=]올해로 6·25전쟁이 터진 지 60년이 됐다. 동족상잔은 큰 상처로 남았다. 많은 사람들은 안보를 국가의 기본이라고 외치고 있다. 군은 국가안보를 위하여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이중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전 국토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토지이용에 대한 규제강도가 높은 통제보호구역은 1.8%, 이보다 규제강도가 심하지 않은 제한보호구역은 4.3%를 차지하고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은 강원도(34.9%)와 경기도(34.8%)에 집중되어 있다.국가 안보의 혜택은 전 국민이 누리고 있지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피해는 특정지역 주민 및 지역사회가 부담하고 있다. 보상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토지이용 규제 관련 법률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현행 토지이용 규제 기본법상 토지이용규제를 하는 지역·지구는 연번 1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조의 가축사육 제한구역부터, 연번 236의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의 2 수목원 조성 예정지 등이 있다.이중 규제가 심한 지역·지구지정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12개 정도이다. 각 지역·지구는 해당 지역내의 건축행위, 형질변경, 출입 등의 규제가 있다. 특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 이들 토지이용 규제에 대해서는 보상차원의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보상차원의 지원대상은 지구 및 지역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개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원내용은 크게, 소득증대사업, 복지증진사업, 육영사업, 기타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닌 주민지원이라 할 수 있다. 개인에 대한 지원으로는 장학금 지급, 주거시설 지원, 주택개량, 토지매수 청구권 부여 등을 들 수 있다.토지이용 규제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은 대부분 공익사업에 의해 수익을 보는 주민과 사업자, 그리고 정부 지원금에 의해 조달되고 있다.즉,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은 공사출연금, 차입금, 수익금, 전력사용 요금에 포함된 전력산업 기반기금을 재원으로 하여 조달되고 있다. 이처럼 출연금, 차입금, 기금운용 수입금 그리고 수익자 부담금을 통한 재원조달은 폐기물 처리시설 주변 영향지역, 수변구역, 상수원 보호구역 등이다. 반면에 개발제한구역은 동 구역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로부터 징수한 개발제한구역 훼손 부담금을 주요 원천으로 조달하고 있다.이와 달리, 생태경관 보호지역에 대한 지원금은 전국을 대상으로 대형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사업자에게 부과금을 부과함으로써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보상재원 마련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즉 이들 보호구역 및 지역의 주민에 대한 지원재원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한 사용자 징수금, 사업자 출연금, 정부 출연금 등에 의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재원 부담 비중면에서는 정부 출연금 보다는 사용자에 대한 징수금이 훨씬 큰 상황이다. 재원관리는 기금 혹은 특별회계로 운영하고 있다.그러나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에 대한 지원사업은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잘모르듯이, 국가안보를 위해 특정지역이나 주민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방을 지키기위한 비용이기 때문에 그 비용은 당연히 전 국민이 분담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가칭)안보세 내지 평화유지세의 도입이다. 국가안보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은 여러 가지 방안으로 논의될 수 있다. 국가안보를 위한 조세체계의 변화를 시도하는 2010년이 되었으면 한다.

2010-01-17 소성규

다원화 사회, 소통과 배려 위한 교육 필요

[경인일보=]경인년 새해가 되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경제위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우리 사회의 갈등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 집단간의 불화와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여러 갈등의 표출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사회가 분열된다면 이는 아주 불행한 일이다. 갈등의 표출이 서로에게 불행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써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첫째,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일단 갈등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사법기관과 같이 형식성이 높고, 강제력이 있는 것에서부터 이해 당사자간의 협의체와 같이 형식성이 낮고, 상호신뢰에 기초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갈등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그에 적합한 갈등 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갈등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갈등 당사자들이 신뢰하고 수긍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동시에 갈등관리시스템과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준을 충분히 담보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만약 사법기관 또는 갈등조정 협의체가 합당한 사회적 기준을 벗어나 임의로 조정을 시도한다면 갈등의 해결은커녕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둘째, 소통과 배려의 힘을 기르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간 갈등과 불화를 낳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는 상호소통, 이해, 배려의 부족 때문이다.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을 때 갈등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소하지 못한 채 누적시키면 극단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또 기업주와 노동자가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추구한다면 이는 결국 공멸의 타격을 자초하는 셈이 되고 만다. 사회가 다원화로 갈수록 개인간, 집단간 소통, 이해, 배려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교육은 더욱 절실해진다.우리는 자신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경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심리적 경계는 다양하다. 계층, 직업, 지역 등과 같이 사회 문화적인 것도 있고 성(性), 신체, 성격 등과 같이 생리적·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도시지역에 살면서 대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도시라는 지역, 기업가라는 직업, 상층이라는 계층적 지위 등이 그 사람의 심리적 경계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그가 건강한 신체와 외향적 성격의 남성이라면 건강하고 외향적이라는 신체적·성격적 특성과 남성이라는 성적 지위가 그 사람의 심리적 경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유유상종의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리적 경계 안쪽에 있는 사람들끼리 친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서로 더 잘 이해하고 통하게 된다. 반면 심리적 경계 바깥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되고, 그래서 오해와 편견이 생기며, 그로 인해 그 존재와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심리적 경계 안쪽 집단과 그 바깥쪽 집단이 구분된다. 안쪽 집단에서 어떤 문제가 제기되면 쉽게 공감하고 동조하지만, 바깥쪽 집단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무시하거나 반대하게 된다. 이런 연유로 갈등이 생기게 되고, 소통을 통한 공감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무시하고 심지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태도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결국 관계의 단절과 사회 분열을 가져오게 된다.이와 같은 불행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층, 직업, 성(性), 지역, 인종, 문화 등 다양한 심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심리적 경계 바깥의 존재를 외부자의 시각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교육보다는 가까이 다가가 내부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교육이 필요하다.

2010-01-10 정동권

타관(他官)에서 '떡국'을 먹는 사람들

[경인일보=]시인 백석(白石·1912~1995)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1930년 '조선일보'로 등단해 시집 '사슴'의 독창적인 세계로 주목을 받았다. 동경 청산학원에서 영문학을 수학하였고 귀국후 '조선일보' 편집부에서 일하며 시작(詩作)을 병행한 장안의 '모던 보이'였다. 그러던 그가 1930년대 말 돌연, 번듯한 직장을 사직하고 북만주를 떠도는 유랑의 길을 시작한다. 측량보조원, 측량서기, 소작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을 연명했던 듯하다.일제 말기, 안정된 직장,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 벗들을 뒤로 하고, 타관(他官)으로 떠난 시인의 심경을 온전히 헤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시인 특유의 감성이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또는 봉건적 유습과 신문물 사이의 갈등, 청춘의 이상과 좌절 등을 좀더 예민하게 경험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북만주를 유랑하던 시절, 어느 때던가 백석은 홀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시 '두보(杜甫)나 이백(李白) 같이'는 타향에서 쓸쓸히 새해를 맞이하는 심경을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오늘 고향의 내 집에 있는다면 /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먹고 / 일가 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으로 지날 것이련만 / 나는 오늘 때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 혼자 외로이 앉어 이것저것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그 쓸쓸함을 홀로 견디기 어려웠던 백석은 고향의 흔적을 찾아나선다. '먼 외진 거리에 한고향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집'을 찾아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도 한 그릇 사먹으리라' 마음을 먹는다.미세한 사물의 그림자와 사람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는 백석의 깊이있는 시선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떡국'을 '사먹'는 백석은 결코 자신의 처량한 신세에 빠져들지만은 않는다. 그가 돌아보는 것은 자신의 상황이 아니라, 자신처럼 타향에서 명절을 맞이할 다른 사람들의 딱한 처지다. 옛날, '이 나라'의 시인 두보나 이백이 타관을 떠돌 때, 그들의 명절 음식 '원소(元宵)'를 맛보며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타관을 떠도는 이방인들의 쓸쓸한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다.70여년 전, 북만주에서 홀로 명절을 보냈던 시인 백석처럼, 오늘 우리 곁에도 '타관'에서 쓸쓸히 새해를 맞이한 많은 이방인들이 있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정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들도 시인 백석처럼, 새해를 맞아 '어느 한고향 사람의 주막이나 반관(飯館)을 찾아 가서' 각자의 명절 음식을 맛보며 향수를 달래고 있을지 모른다. 혹은 그들 고유의 명절 음식이 아니라 떡국을 강요하는 사람들 앞에서 더욱 쓸쓸하고 힘겨운 새해맞이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한국은 현재 130만명의 이주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결혼율은 10%를 넘어서고 있으며, 2050년에는 이민자와 그의 자녀들의 수가 전체 인구의 21.3%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결혼이민자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유학생, 혼혈인 그리고 재외한국인의 수가 더욱 급증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향을 떠나와 타향에서 명절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타향살이를 하는 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한국 사회를 '타관'으로 느끼게 된다면, 다문화 사회로서 한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시인 백석이 그러했던 것처럼,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마음, 그리고 각기 다른 이방인들의 고유한 '맛'과 습속을 헤아리는 마음만이 오늘 우리에게 이방인들, 아니 또 다른 우리들과의 행복한 공생(共生)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타관에서 원소나 떡국을 먹는 사람들, 혹은 각자의 설빔을 입고 명절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2010-01-03 김신정

정책에도 뜸의 시간이 필요하다

[경인일보=]가마솥에 밥을 지을 때는 뜸을 제대로 들여야 밥맛이 난다. 전기밥솥에 지은 밥을 먹는 요즘 사람들은 뜸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모를 수도 있다. 맑은 물에 잘 일은 쌀을 가마솥 바닥에 펼치듯 깔아놓고, 그 위에 굵은 완두콩을 한 움큼 넣은 다음 손등으로 물 대중을 마치고 난 뒤에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부지깽이에 파란불이 붙을 만큼 불을 때고 나면 무거운 솥뚜껑이 들썩거리며 밥물이 '푸르르' 하고 눈물처럼 넘는다.이때가 불을 때는 것을 멈추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밥물도 더 이상 넘지 않는다. 그러나 가마솥 밖에서는 불 때는 것을 멈추었지만 가마솥 안에서는 멈추지 않은 뜨거운 열기가 고루고루 밥을 익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뜸을 들인다'고 한다. 뜸 들이는 시간에 엄마는 솥뚜껑을 행주로 정성스레 닦고 담 밑에 묻힌 김장독에서 꺼낸 묵은지를 더하여 반찬을 준비하는 것이다.뜸을 다 들이고 난 뒤에는 잠시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 다시 불을 땔 때는 애써 별도로 땔거리를 마련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태우다 남은 곁가지나 부엌바닥을 쓸어 모은 지푸라기정도만 아궁이에 넣고 태워도 충분한 것이다. 다시 불을 땔 때에는 더 이상 밥물이 넘지 않는다. 대신 솥 밑바닥에서 '타닥타닥' 누룽지 타는 소리가 구수한 냄새와 함께 들려온다.뜸을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자. 나라의 정책에도 밥을 짓는 것처럼 뜸을 들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간 정부가 어떤 정책에 막대한 예산과 정성을 쏟았다면 그 정책이 성숙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기다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밥물이 넘는 데도 계속해서 불을 때는 것은 밥맛을 버릴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아까운 밥을 태울 뿐이다.정책에 뜸을 들인다는 것은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불을 때는 것을 멈춘 정책의 가마솥 바깥과는 달리 가마솥 안은 그리 고요하지 않다. 정책의 열기와 효과가 골고루 전달되고 공유하는 뜸의 시간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의 뜸은 포기나 휴식이 아니라 정책의 성공을 위한 소통과 성숙의 시간이다. 뜸을 들이는 시간은 정책의 완성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의 용기'의 시간인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든든한 국민의 신뢰'의 시간이다.뜸은 정책과 정책현실의 불일치를 조절하는 시간적 장치이다. 정책이 필요한 사회적 여건과 때가 아직 채 이르지 않았는데도, 유능하고 부지런한 정부는 때로는 앞당겨 정책을 구상하고 이의 마련을 서두르기도 한다. 이런 정책은 대부분 그 당시로서는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정책의 효과가 지금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정책이 실패했다고 지레 짐작하여 그간 추진해온 모든 노력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더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그러나 뜸의 시간은 이러한 정책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의 모순된 것을 일치하게 하는 효과적인 기제로 작용한다. 그래서 뜸의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정책의 필요성과 신뢰에 대한 '공동체내의 합의와 소통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는 시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모든 정책은 가지고 있는 결함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미래예측과 깊은 현실적 고려 없이 이루어진 대부분의 정책들이 실패하지 않고 연착하는 사례들은 정책의 설계가 잘된 것이 아니라 이 뜸이라는 과정을 잘 활용하여 정책이 가지고 있는 결함을 스스로 잘 치유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비교적 잘 설계된 정책이 뜸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실패한 사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가마솥 밥을 짓는데 보여준 우리 조상들의 지혜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배운다. 우리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의 가장 큰 해결자는 결국 시간'이라는 겸허한 생각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2009-12-27 최양식

경기남북부 약학대학 불균형 시정

[경인일보=]정부는 1996년 의과대학 정원 증가 이후 의과대학에 대한 신규 정원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왔다. 그러나 약학대학은 1982년 이후 동결된 정원을 2011년부터 현재 1천210명에서 1천600명으로 390명 증원하기로 결정하였다. 390명 증원은 기본적으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종래 약학대학이 없던 인천, 경남, 대구, 전남, 충남에 각각 50명을 배정하고 경기도에는 100명을 배정하였다. 그밖에 부산 20명, 대전과 강원은 각각 10명을 배정하였다. 지역균형 발전을 고려한 결정이다.경기도는 지리적으로 남북으로 나누어지는데 경기남북의 지역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 큰 과제이다. 2009년 현재 경기 북부지역은 주민등록 인구상으로는 25.7%, 예산규모상으로는 19.4%, 지역내 총생산인 GRDP는 17.8%, 대학교 수는 15.4%, 문화기반시설은 21.8%, 의료시설은 24.2%, 도로연장 24.4%로 경기남부지역에 비하여 모든면에서 매우 열악하여 같은 경기도내에서도 지역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편이다. 한때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기도를 둘로 나누고자 하는 이른바 '분도론(分道論)'이 뜨거운 쟁점이 되기도 하였다.경기북부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가 많은 지역이다. 특히 주한미군 공여지는 79.6%, 반환공여지는 83.8%로, 전국 어딘가에는 있어야 할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시설로인해 많은 피해를 받아온 지역이다. 경기남부지역에 비하여 여러가지 지표에서 국가안보로 말미암아 희생을 강요당하여 온 지역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를 감안하고, 경기남북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하여 경기북부지역에 약학대학 설치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지역이다. 경기남북의 지역격차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기존 약학대학은 수도권 중에서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경기남부지역에 1개 대학이 있다. 인천에 약학대학 정원을 배정하였으므로 경기북부지역도 약학대학을 배정함으로써 수도권내 약학대학의 입지 불균형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의 약국 수는 2009년 현재 4천191개소이며, 이 가운데 경기북부 소재 약국은 1천45개소로 경기도 전체의 24.9%에 해당한다. 2007년 약국의 건강보험 급여실적도 인원, 급여 및 진료비 등에 있어서 경기북부는 도 전체의 25.5~26.5%를 차지한다.따라서 약사인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경기북부지역내 약학대학 설립이 절실하다. 경기북부지역은 약국 1개소당 서비스 인구가 2천840명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약사의 배출을 통한 지역내 약국의 증가가 필요하다. 경기북부지역은 1인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의 비중이 높아 약사 1인당 서비스 인구 비율 또한 더욱 높다. 경기북부지역은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어 주민이 약국을 이용하기 위해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여야 하므로 추가적인 약국 설립 및 약사의 공급이 필요하다.또한 경기북부지역은 저발전지역이 많아 지역성장의 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경기동북부지역은 지역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지역산업이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산업 육성이 중요하다. 지방산업의 이전만으로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성장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제약산업은 미래성장산업이기에 국가적으로도 시급히 육성하여야 한다. 세계 제약시장의 규모는 2008년 7천73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3천억달러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기북부지역에 제약산업을 선도할 약학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다.100명이 배정되는 경기도는 9개 대학이 약학대학 유치를 위하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느 대학이든, 경기북부지역에 약학대학이 설립되어 소외된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

2009-12-20 소성규

초등학교의 돌봄 기능 강화해야

[경인일보=]학교는 교육의 장으로서 가르치는 일을 그 본연의 기능으로 하고 있다. 학부모는 학교 선생님이 자녀를 잘 가르쳐줄 것을 기대하며, 이러한 기대의 충족 여부에 따라 학교에 대한 평판이 달라진다. 그런데 요즈음 초등학교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생겨나고 있는바, 학교가 교육은 물론 돌봄의 역할도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맞벌이 가정에서 더욱 절실하다.유치원에는 종일반이 있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점심 급식 이후 저학년 아이들을 하교시키기 때문에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볼 어른이 없는 경우 매우 곤란하게 된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를 여러 학원에 다니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학교 근처에 사설 방과후교실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거리가 멀면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렵다.이러한 문제는 방과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아침 8시10분에서 8시30분 사이에 등교한다. 그런데 학부모 중에는 자녀 등교시간보다 일찍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의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데려간 자녀를 거의 비어 있는 학교에 남겨두고 불안한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자녀의 등교시간에 맞추자니 직장 지각은 다반사가 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스스로 제시간에 등교하도록 할 수도 없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학생들이 너무 일찍 등교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한다니, 부모들은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초등학교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곤란한 상황은 정규수업시간 중에도 발생한다. 저학년 학부모 가운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아파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집으로 보낼까요?"라는 전화를 받을때다. 아이가 집에 온들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아이들은 열이 나다가도 가라앉는 일이 잦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가벼운 증상이면 학교에서 보건교사 책임하에 아이를 돌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요컨대 일찍 등교하는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학교, 가벼운 신체적 이상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을 간호할 수 있는 학교, 퇴근 시까지 자녀를 잘 돌봐줄 수 있는 학교를 원하는 부모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 대해 이러한 기대를 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 것은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에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과거에 비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7년도 기준으로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4.8%인데, OECD회원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평균은 61.1%이고, 특히 저출산 시대를 맞아 여성의 경제활동이 자연스럽게 부추겨지는 상황이고 보니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앞으로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초등학교의 돌봄기능에 대한 요구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부모가 집에 있어도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정이 많다. 특히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배려를 필요로 하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성장을 돕는 다양한 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 수도 있고, 자녀가 필요로 하는 학습활동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들이 비교육적 환경에 노출되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가정에 부모가 있더라도 자녀들의 성장에 유의미한 경험과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면 학교에서 이들을 대신 돌봐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배려 대상의 아이들에 대한 돌봄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교육격차 완화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농촌지역의 학교와 교육복지 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 학교들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의 돌봄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초등학교의 핵심 기능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가정의 돌봄 기능이 약화되고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가정이 증가하는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초등학교가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에듀케어링체제(edu-caring system)로 한 단계 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경감으로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09-12-13 정동권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

[경인일보=]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09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5년간 평균 출산율은 1.22명으로 조사대상국 186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한국의 인구가 100년 뒤에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고 300년 뒤에는 5만명의 초미니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우려할만한 상황 덕분인지 저출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지난 달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는 '저출산 대응방안'을 제시했고, 국회는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의 활동기간을 연장해 "제도개선과 정책지원 방안을 강구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언론에서도 저출산의 원인과 보육환경 실태를 짚어보고 해외의 출산장려정책을 조사하는 등 해법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은 반길만한 것이지만, 최근 논의의 핵심은 '비용'과 '시설' 문제를 맴돌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부는 현재 불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 출산 전 진료비, 출산 축하금 등 다양한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급기야 육아비용 경감이라는 명목으로 취학연령을 1세 낮추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또한 여론 조사와 보고서는 우리 사회 저출산의 '주범'이자 '열쇠'가 '돈' 문제에 있다고 진단한다. 과도한 양육비, 교육비는 출산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며 가족정책 지출 부문의 낮은 예산은 그 해법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적 상황으로 지목된다. 믿고 맡길 만한 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 역시 저출산 대책 가운데 우선 순위로 거론되는 사안이다.경제적 부담과 열악한 보육환경은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게 만들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가정에 적지 않은 곤란을 가져오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과정에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비용'이나 '시설' 등의 물질적 조건에 국한되지 않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출산을 계기로 부모 역할 수행자가 소화해야 하는 다중 역할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역할 갈등에 있다.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부모역할 수행자는 갑작스럽게 여러 종류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기대되거나 때론 강요받는다. 남성과 여성 모두 한 아이의 아버지(어머니)로서, 남편(아내)이자 아들(딸), 사위(며느리) 그리고 하나의 사회인으로서 서로 다른 역할 사이에서 결혼 전에 비해 심한 혼란과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문제는 두 개 이상의 역할이 동시에 갈등이나 충돌을 빚을 때 심각하게 발생하는데,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특히 가중된다.예를 들면, 근무 중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한국의 직장 여성이 아이를 이유로 선뜻 조기 퇴근을 하기 쉽지 않다. 사무실 상황을 살피며 애간장을 끓이는 동안 여성은 다중 역할의 딜레마를 겪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선택을 하건, 한편에서는 업무 태만이라는 이유로, 다른 한편에서는 매정한 엄마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일이 다반사다. 여성에 대한 판단 기준은 상황에 따라 혹은 칼자루를 쥔 주인의 편리에 따라 매번 달리 적용된다.동일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에게 적용되는 잣대가 다르다는 점도 한몫한다. 가령,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남성은 성실한 직장인으로 평가받지만, 여성이 같은 경우에 있다면 일 중독자거나 업무 능력이 부족한 직원 또는 가정에 불충실한 주부로 낙인찍힌다. 이같은 역할 갈등이 바로 미혼여성들이 결혼을 미루고, 예비부모들이 임신과 출산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몇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일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부담이다. 출산과 육아의 당당한 주체가 되어야 할 부모역할 수행자가 겪는 다중역할 딜레마는 저출산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 사회 (예비)부모들이 겪는 다중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가정, 직장, 사회가 분담할 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해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2009-12-06 김신정

선생님은 결혼 하셨나요?

[경인일보=]최근 직무연수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인도네시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필자는 우리나라의 국가 발전과 정부 혁신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마친 필자에게 인도네시아의 한 고위 공무원이 매우 상기된 어조로 물었다."한국이 선진국이 맞나요?" 갑작스런 질문에 필자는 "아니요, 아직.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길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곧이어 더욱 당황스러운 질문이 이어졌다. "오늘 우리 일행은 미국이나 일본 아니 우리 인도네시아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습니다. 길 모르는 우리 동료 세 사람이 광화문에서 남대문시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5분도 채 안되어 목적지에 우리를 내려준 택시기사가 한사람에 1만원씩, 모두 3만원을 내라고 했습니다. 요금을 지불하고 내린 우리들은 도저히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그들의 화난 모습,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모습에서 필자는 말할 수 없이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다. 세계12위의 경제대국, 부동의 조선수주 1위,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정부와 기업의 모든 시스템과 서비스의 전산화 및 일상생활의 전산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전국 각지 및 외국에서 온 사람들로 대낮처럼 붐비는 동대문 시장 등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다.그러나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이런 것뿐만이 아니다. 외국 공무원들이 며칠 있는 사이에 느낀 것들, 공동체를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할 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줄서서 열차를 기다리고, 사람이 내리고 난 뒤에 차례대로 승차하고, 장애인·노인·여성·어린이에 대해 항상 우선 배려하는 마음 등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야 할 것이 있다면, 외국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관심을 항상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극동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지구촌 공동체가 한 이웃처럼 살아가는 사회다. 이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필자가 2년 전 독일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 정부간 세미나에 정부대표로 학계의 몇 분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다. 독일 정부는 한국정부의 혁신과 전자정부 수준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양국 정부 간 협력을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세미나를 마친 후 독일정부는 우리 한국측대표단을 위해 한국교민들로 구성한 공연단의 성대한(?) 공연을 준비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필자는 독일정부에 세 가지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우리의 간호사와 광부를 독일에서 일하게 해주어서, 독일이 통일을 해서 우리나라와 국민에게 희망을 준데 대하여, 1997년 한국의 경제위기극복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하여'. 공연을 마친 뒤 무대에서 직접 공연을 한 나이가 꽤 들어보이는 한 여성이 짜증 섞인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아까 '독일에 감사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아주 잘못된 표현입니다. 바로 독일이 우리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정부대표가 돼서 뭘 좀 잘 알고 말해야지."지금도 그 여성이 한 말을 필자는 잊지 못한다."선생님, 1962년부터 우리 간호사가 여기 온 뒤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아세요? 독일간호사들은 도저히 하지 못하는 일, 시체를 닦고, 시체를 화장하는 그런 힘든 일을 했습니다." 독일에 온지 몇 년이 흘러도 젊은 아가씨들은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이역 땅에서 신랑감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인 광부들이 일하고 있는 탄광지역으로 버스로 하룻길을 달려 신랑감 구하기 단체 미팅을 나섰다. 그때 지하 300m에서 올라온 신랑감을 만난 아가씨들이 낳은 아들 딸이 그들이 낳은 손자와 함께 우리를 위해 공연을 한 것이다. 간호사들과 탄광광부들의 급여를 담보로 해서 독일정부로부터 빌린 2억 마르크는 오늘날과 같은 우리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필자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는 나이든 여성분들과 함께 필자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필자는 감히, 그들을 할머니들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들도 있으므로…. 한 나이든 아가씨가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은, 결혼하셨나요?"

2009-11-29 최양식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군용기지 전용사례

[경인일보=]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가운데 포츠담은 독일 통일 이전 군사시설이 많은 지역이었다. 이 지역이 새로운 도전과제로 제시한 것이 종전 군사기지의 전용이다. 군사기지를 전용하면서 중요하게 다룬 문제는 자연보호와 환경보호이다. 그래서 군사기지가 바이오톱, 산책도로로 전용되기도 한다. 군사기지 전용에서 환경오염 등이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는 군사기지는 활용계획이 유보되기도 하였다.소련군이 구동독에 사용한 군용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 부담은 EU 구조개편 기금 보조를 받고 있다. 그 밖의 비용은 연방과 주에서 부담하고 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와 EU 등이 협력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서, 국제적 성공사례로 인정받고 있다.구서독지역의 미군기지와 구동독지역의 소련기지는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환경오염 등의 공통점이 많다.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군용기지는 경제부, 법무부, 정치교육센터, 주총리 공관 등 행정타운으로 전용하고 있다. 포츠담은 영화산업 육성정책을 펴고 있다. 군용기지를 활용해 군사영화를 촬영하기도 하였다. 포츠담의 군사기지 전용은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특히 차이나타운 조성을 위해 화교들이 군용기지를 매입, 활용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전차병영이었던 곳은 민자유치를 통하여 호텔이나 체육시설 활용을 희망하고 있다. 사격장으로 사용된 곳은 독일 정원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며, 현재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규모가 큰 곳은 학교로 전용하고 있으며, 남은 병영대상 가운데 일부는 대학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규모가 큰 곳은 망명신청 관리자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특이한 현상은 병영 부지와 산업시설 유휴부지와 경쟁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독일 군사기지 전용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브란덴부르크주의 FOKUS(Forum f'r Konversion und Stadtentwicklung - 전용과 도시발전을 위한 포럼의 약칭)라는 조직이다. FOKUS는 공동체 네트워크로 1997년에 창설되었다. 우리나라는 접경지역 지자체가 중심이 된 접경지역협의체가 존재하고 있다. 독일은 FOKUS 주관하에 여름 음악회, 전시회, 학술행사 등 군사기지 전용과 관련한 각종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독일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하다.우리나라 국방개혁 2020은 대대적인 군구조 개편과 이에 따른 군부대 재배치를 예고하고 있다. 그 결과 군용지중 상당 토지는 유휴지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국방 군사시설 이전 특별 회계법'에 따르면 국방개혁 2020에 따른 군부대 재배치사업은 바로 부대 통폐합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지를 매각하여 그 비용을 조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군사시설 이전사업은 2개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국방 군사시설 이전 특별 회계법(제2조)'에 의한 재정사업이며, 다른 하나는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제7조2)'에 의한 기부 대 양여사업이다. 기부 대 양여방식이란 사업 시행자인 지자체 혹은 공기업이 군이 원하는 지역에 군이 필요로 하는 규모 만큼의 시설을 건설하고 이를 국방부(정부)에 기부하고, 군(정부)은 이전후 발생된 유휴지를 해당사업 시행자에 양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기부와 양여는 전문 감정기관의 평가에 의해 그 차액을 정산하고 있다.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때, 국방개혁 2020에 따른 부대 재배치 사업 가운데 상당부분은 기부 대 양여방식에 의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접경지역 10개 시·군의 경우에도 이같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군과 지자체간 활성화되고 있는 관·군정책협의회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09-11-22 소성규

훌륭한 초등학교 교사의 의미

[경인일보=]어느 학부모를 막론하고 자신의 자녀가 훌륭한 교사에게서 배웠으면 하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양성기관인 교육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학부모의 이와 같은 열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충족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사를 길러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교육대학교가 지닌 사회적 책무이다. 그렇다보니 '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종종 고민하게 된다.훌륭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요소로서 흔히 꼽을 수 있는 것이 교과전문성이다. 교과전문성이 있어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과교육을 실시할 수 있으니까 이는 당연한 것이다.다음은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인데, 교사가 이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어린이들의 생활지도를 바르게 할 수 있을 테니 이 역시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과수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교과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어린이들의 생활지도를 잘 할 수 있는 수준의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을 지녔다면 교사로서의 자질, 품성, 전문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교과전문성, 올바른 습관과 도덕성이 훌륭한 초등교사가 갖추어야할 필수요소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첫째, 어린이들을 꾸준히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일반 성인들은 어린이들의 귀여운 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일시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마도 자신보다 못하지 않은 존재와 상호작용해야 소통과 발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이러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도 소통과 자기 발전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자질과 품성이 있어야 훌륭한 교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 어린이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못한다'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성인이 된 교사가 어린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떠올리고 이해하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이는 어린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마지막으로 훌륭한 교사는 다양한 배경과 특성을 지닌 어린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만나는 어린이들은 성(性), 인종, 계층, 가정환경 등에서 다양하다. 이런 점에서 교사에게는 자신과 다른 생물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특성을 지닌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나 자신과 유사한 생물적, 문화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닌 집단의 관점에서 세상과 인간을 조망하고 이해하며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훌륭한 초등교사에게는 앞선 세대가 쌓아온 지적ㆍ도덕적 경험의 정수(精髓)를 습득하고,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다양한 어린이들을 만나고 교육적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성인들과는 구분되는 품성, 자질 그리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컨대 훌륭한 초등교사는 교과전문성과 도덕성은 물론이고, 자신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 어린이들과 교육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큰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교육대학생들을 지나치게 경쟁적인 임용시험에 몰아넣는 최근의 상황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과열된 경쟁적 상황은 자신을 둘러싼 소자아의 경계를 넘어서 대자아를 추구해야 할 예비교사들을 자신만을 생각하는 소자아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009-11-15 정동권

시인공화국에서 독자공화국으로

[경인일보=]한국은 유독 시인이 많은 나라이다. 시를 창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한국만이 예외적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한 '2008 문예연감'에 따르면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펜클럽한국본부에 속한 시인은 각각 4천454명, 919명, 1천557명으로 각 단체 회원수의 약 50%에 해당된다. 시인의 수가 어림잡아 2만명을 넘는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수 있다. 시인지망생은 그보다도 더 많다. 시집으로 재판을 찍어내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세계적 기현상이 한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이렇게 시인과 시인지망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문화적 욕구, 특히 창작의 욕구를 충족하고 발산할 통로가 우리 사회에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술 창작을 통해 자기의 고유한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사람들의 꿈을 우리 사회는 다양한 길로 열어주지 못한다. 따라서 값비싼 도구나 재료, 전문적 교육의 혜택 없이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인의 길은 그만큼 매력적이며 그러기에 많은 지망생들을 불러모은다. 일단 시인이 되기만 하면, 시인이 대우받을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시인의 욕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08 문예연감'을 보면, 현재 발간되는 문학잡지 가운데 종합문예지를 제외하면 시 전문 잡지의 비중이 가장 크다. 또한 2007년에 시상한 문학상 190종, 수상자 350명 가운데 시 부문 수상자는 136명에 이른다. 시 부문 전문 문학상도 2007년 한 해에만 41종이나 된다. 놀랍게도, 문예지와 문학상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시가 가진 장르적 특성 자체가 시인을 양산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시는 길이가 짧고 함축적이며 다른 장르에 비해 소통의 절차가 간편하다. 물론 길이가 짧다고 해서 작품 자체가 단순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압축, 비유, 상징 등을 최대로 구사하는 시어의 특성상, 한 편의 짧은 시에는 때로 측정할 수 없는 세계의 폭과 깊이가 표현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시각적으로 짧은 시의 길이는 인터넷, 휴대폰 등의 새로운 디지털 매체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등 기존의 매체를 통해서도 빠르고 간편하게 유통될 수 있다. 유통의 용이함과 간편함은 시가 가진 상품적 가치를 제고시킨다. 최근 앤솔로지 형태의 시집, 또는 해설과 일러스트를 대폭 보강한 형태의 시집이 출판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이 그 사례이다. 시인은 여전히 가난하지만, 시는 자본주의 유통 구조의 한 편을 차지한 채 그 팬시(fancy)한 상품성으로 시인지망생들을 유혹한다. 이렇게 어떤 이유로든, 시인과 시인지망생은 넘쳐나지만 그에 비해 시를 읽는 독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독자층 또한 극히 한정되어 있으며, 독자들이 주로 읽는 시인이나 시집의 경향도 일부에 제한된다. 정기적인 통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애송시'는 교과서 수록 시인들의 작품 목록과 거의 일치한다. 잘 팔리는 시집들은 대체로 서정시 위주이거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이렇게 본다면 극히 제한된 독자층이 특정 경향의 시를 소비하며, 기형적인 시인공화국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인의 수가 아니라 독자의 수와 수준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인의 숫자, 그리고 그들을 위한 문예지와 문학상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안목과 수준을 갖춘 다양한 독자층을 육성하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와 일상에서 다양한 시의 세계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시 읽기도 일종의 학습과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의 하나이다. 또 한편 그것은 무궁무진한 해석 과정에서 창조의 기쁨과 성취감, 삶의 성찰과 위안을 선사받는 일이기도 하다. 더 많은 독자들이 이같은 창조적 해석의 즐거움을 누리고, 시인과 독자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비단 독자의 안목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시인 공화국에서 독자공화국으로의 변화, 그것이 이 비대한 시인공화국의 갈 길이다.

2009-11-08 김신정

빌게이츠와 최부자 가문

[경인일보=]'부가 증가할수록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더욱 버림받고 있다. 지금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회의론자들은 이와 같은 불평등은 태초부터 있어왔고, 지구에 종말이 찾아올 때까지 우리와 함께 존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느 시민운동가의 말도 정권획득에 도전하는 용기있는 정치가의 말도 아니다. 우리시대 세계 제일의 부자인 빌 게이츠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한 말이다.'21세기의 자본주의는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탄생해야 한다'고 빌게이츠는 선언한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는 기존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혁명적 발상이 아니고 이윤추구를 하는 기업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강조하는 보다 진보된 형태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말하는 것 같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퇴임한 빌 게이츠는 시사주간지 타임을 통해 그가 앞서 언급한 새로운 자본주의인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그 동안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수십억 명이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더 창조적인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면 시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더 잘 작동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며 생명공학, 컴퓨터, 인터넷의 혁명적 발전으로 빈곤과 질병을 끝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다.게이츠가 말하고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가 아직은 그 개념과 내용이 분명하게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공동체의 윤리를 기초로 한 자본주의와 시장의 책임과 의무를 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빌 게이츠의 이런 생각들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가까운 역사 속에 비친 우리 선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에게도 빌게이츠에 못지않은 자랑스러운 부자가 일찍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300년 동안이나 부를 이어오면서 공동체에 대한 그들의 의무를 행해온 가문이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문의 부를 지켜온 것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놀랄 일은 공동체에 대한 그들 가문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6가지 가르침(六訓)이 아닌가 한다.첫째, 가문의 재산은 절대 만석을 넘기지 말라. 만석을 넘으면 토지를 늘리는 대신 빈민구제나 교육, 출판 등 사회를 위해 쓰라는 말이다. 둘째, 사방 백리 안에서 결코 굶어 죽는 사람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빈민구제에 관해서는 지역공동체내에서 조정이나 관아 못지않게 최부자 가문이 져야할 책임과 의무가 크다는 것을 깊이 인식한 것이다. 셋째,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 이웃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하여 땅을 늘리는 부끄러운 일을 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넷째, 시집 온 며느리는 처음 3년 동안은 비단 옷을 입히지 말라. 며느리가 짐짓 가지기 쉬운 잘못된 마음 가짐과 생활 태도를 일찌감치 바로잡기 위한 교훈이다. 다섯째, 손님을 후히 대접하라. 폭넓은 바깥세계의 정보를 얻고 사회소통을 활발히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최부자 가문의 사랑채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렸는데 바깥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고 소통의 장이었던 것이다. 여섯째, 벼슬은 진사 이상을 하지 않도록 하라. 벼슬은 교양과 학문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아니 되며, 벼슬길에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어있는 당파싸움에 말려들어 가문을 위태롭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우리에게 전해진 이와 같은 최부자 가문의 가진 자의 도리와 책임은 빌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의 생각과 그의 실천과 크게 다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절제하고 자기 것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부와 가치를 지킨다는 것을 그들은 알았던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사회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오늘날 우리사회에도 빌게이츠, 자랑스런 최부자 가문과 같은 훌륭한 생각을 가진 기업인과 시민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와 우리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가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우리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09-11-01 최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