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교육개혁

여전히 이 사회는 명문대학 프레임산업시대 교육 허상에 갇혀 있다정부, 근본적 위기 이해하고 있는지개혁 당위성 불구 장관 교체 그쳐'재정논의로만 맹목 대처' 어쩌나한 국가에서의 교육에는 여러 가지 목표가 있다. 교육의 일차적 목표는 개인에게 필요한 전문지식과 직업 적합성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그와 함께 교육에는 정치적이며 존재론적 목표와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교육은 국가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리와 토대로 작동한다. 국가가 성립되기 위한 외적 실재를 넘어 국가를 구성하는 원리와 국민적 동의를 보편적으로 국가 구성원에게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정치적 함의이다. 나아가 교육은 근대 대학의 원리에서 보듯이 개인의 자아와 존재를 실현하는 문화교양 교육이란 존재론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교육의 정치적 원리는 헌법에서 규정한 대로 민주제와 공화정으로 표현된다. 또한 전문지식교육이란 측면에서는 근대화와 함께 교육에 담긴 근본적인 교양교육의 원리가 토대로 작동한다. 지난 2016년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 집회는 교육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그 과정에서의 온갖 비리에 대한 항의가 이 집회를 촉발시켰지 않은가. 촛불 집회의 혁명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는 별개로 이 과정에서 나타난 시민의 정치적 의사는 이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의 토대일 뿐 아니라, 그 목소리에 국가의 원리에 대한 구성원의 포괄적 합의가 담겨있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촛불 집회의 시작은 교육에 대한 개혁 요구였다. 그런 만큼 이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과 과제에서 교육이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너무도 아쉽게도 지난 1년 반 동안의 교육 정책은 이런 요구에 대해 또 다른 절망을 안겨준 시간이었다.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 정도가 지옥과도 같은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는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했던가? 이른바 명문 대학이란 허상을 향한 부나비 같은 질주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교육이 공공재이며, 공동선이란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임에도 80%가 넘는 사학재단에 대한 공공성 개념은 조금도 실현되고 있지 않다. 분잡하게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고 혁신 경제를 외치면서도 교육은 여전히 산업시대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70~80년대 이 나라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던 산업시대 교육 패러다임은 이제 후기 자본주의를 넘어 포스트 자본주의를 거론하는 시대를 겨냥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전혀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교육 관료들이 공공성과는 무관하게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거시적이며 장기적으로 교육의 내용과 지향성을 설정해야 함에도 1년 단위로 장관을 교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관료들과 재정정책에 종속되어 지극히 지난 시대의 프레임에 안주하고 있다. 교육개혁을 거부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등교육 정책은 더 한심하다. 촛불집회의 촉발제 역할을 한 배후에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불합리함에 대한 항의가 있었음에도 그 이후 이름만 바뀐 그 정책은 여전하다. 얼마 전 있었던 가짜학술지와 가짜 학회소식을 생각해보라. 한국 대학의 현실이 얼마나 교육의 목적과 무관하고 심지어 반교육적인지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건이 있을까. 그럼에도 이 사회는 그저 명문대학과 산업시대 교육에 대한 허상에만 갇혀있다. 정시 비율 조정 정도로 이 불합리한 체제가 바뀔 수 있을까. 이 나라의 교육과 학문은 죽어가고 있다. 지금 산업화 이후의 교육제도와 정책에 대해 철저히 돌아보고, 교육의 목적과 지향성을 바탕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감히 말하지만 이 국가의 미래를 장담하기란 너무도 어렵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인문학, 공학 위기 선언이나 입시제도의 맹목성 따위는 이런 위기를 보여주는 수많은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이 정부는 교육에 당면한 이런 근본적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 것일까. 교육의 공공성이나 미래 지향성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공약은 그냥 정권용인가. 교육과 학문이 처한 근본적 위기와 개혁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장관 교체만으로, 또는 재정 논의만으로 대처하는 이 맹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9-02 신승환

[월요논단]대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취업·진로와 직결 평가결과 민감구성원들 스스로 성찰·혁신 필요학생성공 헌신·연구성과 없다면지역·학교·경제 동시에 '도산'퇴출당한 대학들의 '마지막 경고'촌지.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때로는 뇌물로, 청탁으로 변질되었다. 왜 촌지 문화가 변했을까. 공직자의 경우 촌지 수수의 주된 이유가 사교육비 때문이라는 조사도 있었다. 각종 사교육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난마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점에는 항상 대학이 있었다. 어떤 정부도 교육부총리도 사교육과 입시라는 난제를 성공적으로 돌파한 적이 없다.그런 대학에 최근 위기감이 넘쳐난다. 대학 절반이 도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저출산의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취업 절벽과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에 절망한다. 지난주 발표된 대학 2주기 구조개혁 발표가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대학 총장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사실상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1주기에 퇴출된 대학의 지역경제는 초토화되었다. 식당도 원룸도 커피숍도 문을 닫았다.대학이 처한 어려운 현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오래다. 연구시설이나 연구 장비는 물론이고, 연구비도 부족하다. 몇 년째 동결된 임금에 대한 불만도 크다. 대학의 재정난 때문일까. 교육부가 최근 기본역량진단에서 전임교수 강의비율을 제외하였다. 대학평가를 하는 국내 언론사도 교수확보율에 대한 배점을 낮추었다. 대신 외국인 학생 비율과 기숙사 배점을 확대하였다. QS 세계대학평가는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 비율을 각 5%씩 반영한다. 대학이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수 확보를 통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이다.물론 대학평가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평가지표의 정당성에 대한 시비다. 과거의 잣대라는 비판이나 교수와 종합대 중심의 평가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상업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평가 거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외형보다는 내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평가결과에는 모두가 민감하다. 학생들이나 부모가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졸업 후 취업이나 진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대학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특성화와 융·복합화 그리고 재구조화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자율개선대학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었다. 교육부는 질 높은 인재 육성과 지역 인재정착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들고 있다. 미국의 미네르바대학은 미래형 모델이다. 온라인을 통해 강의영상을 학습한 후 오프라인에서 교수와 토론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으로 진행한다. 1학년은 미국, 3학년은 인도와 한국에서 학습한다. 입학정원 175명에, 교수 72명인 일본의 아키타 국제교양대는 영어수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49개국 191개 대학에 상호면제 조건으로 모든 학생을 1년간 교환학생으로 파견하고 있다. 미국의 애리조나 대학은 혁신의 목표로 사회 필요에 부응하는 변화 촉진, 사회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연구 수행, 개별 학생들의 성공을 위한 헌신,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사회·경제·문화적 자산 활용 등을 들고 있다. 전통적인 전공 및 학과 중심 체계를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재구조화를 추진하였다. 7만5천명의 학생들에게 250개 학부전공, 100개의 석·박사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과정 혁신의 핵심인 '창업'이 필수과목이다.대학이 도산하는 현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제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인가. 제4차 혁명과 지식산업사회가 도래하는데 그 핵심이어야 할 한국대학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대학 구성원 스스로의 근본적인 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을 중심으로 공동체와 경제가 발전하는 선진 국가를 보면 대학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지역과 국가에 어떤 대학이 있는가 하는 것이 공동체의 생존과 경제발전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성공에 헌신하는 대학, 자유로운 영혼을 교육하는 대학,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는 대학,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관들이 지원하는 대학들은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지역과 대학 그리고 경제가 동시에 도산한다. 퇴출당한 대학들이 남긴 마지막 경고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8-26 김민배

[월요논단]공룡이 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사회적 책임 필요

출범초 상업주의로부터 거리 둔'모든 사람의 텔레비전'이라는지향과 멀어져가는 것인가?막강한 영향력 고려한다면국내 서비스와 동등규제 이뤄져야글로벌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올해 상반기 국내 모바일 동영상 앱 점유율이 85.6%에 달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2017년 동영상 광고매출에서도 38.4%로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의 보급,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유튜브는 함께해온 것이다. 2014년 12월 MBC, SBS의 방송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다. MBC, SBS 등이 만든 온라인 영상광고대행사가 유튜브와 광고 수익 배분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가 포털에만 방송콘텐츠를 제공하게 된 적이 있다. 신문이 단결해서 콘텐츠 제값 받기를 하지 못해 지금 포털과 불평등한 관계에 처한 것을 반면교사로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튜브의 성장세에 지상파방송과 종편은 유튜브에 뉴스콘텐츠를 서비스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사들은 공익성이 있는 뉴스와 시사교양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유튜브가 어린이, 청소년의 미디어이기 때문에 미래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클 것이다.이미 유튜브는 10대에게 검색, 뉴스, 오락 등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가 됐다. 지난 1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26.7%가 유튜브 같은 1인 방송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기존 미디어가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주로 소비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유튜브의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력 이외에 최근 극우채널들이 제공하는 가짜뉴스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와 비교해서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규제 역차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에 인터넷 망사용료, 콘텐츠 규제 등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고 검색시장 등의 점유율에 취해서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대응을 간과한 네이버 등의 대응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구글(유튜브)은 해외 주요 광고주들의 요구가 계기가 됐지만 외설적이고 극단주의적 영상에 대해 광고를 금지하는 등 자율규제와 모니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율규제 회의체에 참여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동영상서비스와 비교하면 동등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유튜브는 "마음에 드는 동영상과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하여 친구, 가족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고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는 스스로 만들어낸 영상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의 튜브'(youtube)로 기존 미디어인 텔레비전(튜브)에 대비된다. 유튜브는 초기 수익모델이 안정되지 않았지만 대기업의 극단적 상업성에 묻히지 않고 젊은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든 동영상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 일상을 담은 영상에서 사회적 사건을 담은 저널리즘 내용까지 담아내기도 했다. 인터넷 동영상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공동체적 네트워크로 기대를 받기도 했지만 수익모델이 불확실하고 서비스의 성격상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2006년 구글에 인수됐다.젊은 이용자들이 발견하고 열광했던 공동체적 네트워크인 유튜브는 이젠 마케팅의 주요 거점이 됐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일방적 메시지 전달을 위주로 하는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그러했다. 타킷 고객이 흥미와 매력을 느낄 만한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는 '마지막 마케팅 방식'이라는 '콘텐츠 마케팅'도 유튜브가 주 무대이다. '영향력 있는 개인'을 중심으로 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서도 구독자가 천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가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유튜브가 수익모델을 안정화시킨 대신에 서비스 출범 초기에 보여줬던 상업주의로부터 거리를 둔 '모든 사람의 텔레비전'이라는 지향과 멀어져 가는 것인가? 유튜브 규제가 만능이 아니고 자율적인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기대해야 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적어도 국내 동영상 서비스와 동등 규제는 이뤄져야 할 것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8-08-19 이용성

[월요논단]강물이 흘러가도록

인명피해 컸던 라오스댐 붕괴사고제주도의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새로운것 만들려는 인간의 욕심지구 아프게 해 결국 재앙 몰고 와이젠 개발보다 보전에 힘써야 할 때라오스라는 나라와 인연이 닿아 3년째 라오스 산골마을 초등학교 한 공간을 그림책도서관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한 주 전에 사전답사로 라오스를 방문해야 했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이번 라오스 방문은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7월에 일어난 댐 붕괴 사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하나가 집중호우와 맞물려 무너지면서 인명 피해가 컸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는 등 큰 어려움에 놓였다. 라오스의 남동부 아타파 주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댐은 다섯 개의 보조댐과 두 개의 본 댐으로 지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곳은 '새들 댐'으로 불리는 보조댐 중 한 곳이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한국의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태국의 라차부리전력 등이 합작법인(PNPC)을 구성해 수주했다. 2013년 착공됐고, 내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라오스에서 현재 가동 중인 수력발전소는 모두 46개에 이른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의 80%는 태국 등 인접국가에 수출한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라오스는 전력이 주요 수출품목이다. 라오스 정부는 2020년까지 전력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 '동남아의 배터리'가 되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다. 댐의 붕괴 원인이 부실 공사로 인한 것인지, 자연 재해로 인한 것인지는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인간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라오스 댐 붕괴사고를 접하면서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생각하게 된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그림책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 훼손하는 일은 세계적으로 많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1900년대 초기에 미국 뉴잉글랜드의 쿼빈에서 댐을 만들어서 아름다운 고향이 물에 잠겨야 했던 이야기가 그려진 < 강물이 흘러가도록 / 바버러 쿠니 그림. 제인 욜런 글/ 이상희 옮김/ 시공주니어> 그림책이다. 좋은 물, 맑은 물, 깨끗한 물, 차가운 물이 낮은 언덕 사이를 쉬지 않고 흐르고, 자연이 아름다웠던 그 마을에도 개발이라는 검은 손이 다가왔다.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면, 대신 돈을 주고, 새로운 집을, 지금보다 더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자연이나 아이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댐을 만들었다. 댐은 아름답던 작은 마을 여럿을 삼켜버렸다. 오랜 세월이 지나 어렸을 적 살았던 마을을 가보지만 추억도 친구도 자연도 물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없다. 이 책 속 주인공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놔 주렴, 샐리 제인."개발이란 무엇을 위해 행해지는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제주도의 비자림로 확장·포장공사로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제주 삼나무 숲길인 '비자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의 이익과 편리라는 목적으로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간이 얻게 되는 이익과 편리함이 오랜 세월을 안고 만들어진 저 숲보다 더 큰 걸까? 우리는 왜 가만히 놔 두지 않을까? 무엇이든 쉽게 부숴버리고, 잘라버리고, 새로운 것을 쌓아 올려 흘러가는 물을 막을까? 좀 성숙하고 알맹이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경솔하고 망령된 행동들이 우리를, 지구를 힘들고 아프게 하고 있다. 이제는 개발보다는 보전에 힘을 쏟아야 할 때가 되었다.올 여름은 지구 전체가 이상기온으로 여느 해보다도 더 불볕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빚은 재앙은 다시 우리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닐까?/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8-12 최지혜

[월요논단]대대(待對)와 생물학적 페미니즘의 한계

싸움이라면 증오로 충분하겠지만다른 세상 그리기 위해서는희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일부 페미니즘이 우려스러운 것은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구릉 한 편에 해가 비치면 다른 편에는 그늘이 진다. 양(陽)이고 음(陰)이다. 양과 음은 속성상 반대되는 타자이지만, 적대적인 관계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상대가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각자 존재할 수 있는 관계로 이해해야 온당하다. 이를 인정한다면 음­양이라는 상반 관계는 배척 관계가 아닌, 상호 대립하면서 동시에 상호 의존하는 관계로 정리할 수 있다. 동아시아 사상가들은 '대대(待對)'라는 용어로 이를 개념화하였으며, 만물 변화의 추동 원리가 여기서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동의하기 곤란한 일부 페미니즘 운동의 양태를 접할 때면 대대 개념을 떠올리게 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마땅히 극복해야 하겠으나, 그렇다고 남성을 멸절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호 대립하면서 갈등하되,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여성­남성)의 측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페미니즘 운동의 몇 가지 사례는 쉽사리 동의하기가 곤란하다. 또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예컨대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벌어진 '성체(聖體) 훼손'을 보면, 사건이 일으킨 논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효과는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예수는 남성이었으며, 가톨릭에서 성체는 예수의 육신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로써 성체가 훼손되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율법에 따라 간음한 여인을 단죄하라는 남성들(서기관들, 바리새인들)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답변하여 그네들을 돌려세우는 예수를 보건대, 그가 주장했던 사랑의 가치가 여성을 비껴서 적용되지도 않았던 듯하다.(요한복음)천주교에서 여성은 왜 사제가 될 수 없는가. 천주교에서는 왜 낙태를 반대하는가. 내가 보건대, 성체 훼손은 이와 같은 부류의 물음 혹은 비판과 층위를 달리 한다. 찬반 여부를 떠나서 이러한 물음은 나름의 근거를 따져 물을 수 있는 반면, 성체 훼손은 타자의 믿음 체계를 멸시하고 폄훼하는 데 머물러 대화의 길을 단절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니 성체 훼손과 같은 방식의 시도는 결국 페미니즘의 고립을 자처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말 공산이 크지 않을까. 성체 훼손 사진에 이어 남성태아 훼손 사진이 게재됨으로써 워마드는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7일 열렸던 혜화역 집회 준비 과정에 불거졌다는 논란도 요령부득이기는 마찬가지다. 남자 영유아를 일러 '한남유충(韓男幼蟲)'이라 비하하는 흐름이 있었고, 기혼자는 집회에 참여하지도 않으리라는 따위 혐오에 근거한 예측도 펼쳐져서, 결국 아이를 동반한 엄마들의 참여는 권고하지 않기로 결론 났다고 하는데, 한국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무차별적으로 멸시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남성과의 결혼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기혼 여성들이 배신자 취급을 받아 마땅한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남성을 불가촉(不可觸) 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는 게 과연 페미니즘 운동에 득이 될 수 있을까.기실 생물학적 여성을 배타적인 중심으로 삼는 페미니즘의 조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2002년 대통령선거를 맞아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전개하였던 국회의원 박근혜 지지는 그 전례로 꼽을 만하다. 당시 그녀들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여성의 정치적 지분이 커질 뿐만 아니라, 여타 분야에서도 여성 지위를 둘러싼 상승효과가 파생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물론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도 반론이 있었고, 페미니즘 바깥에서도 이견이 제출되었다. 내 경우 여성문인동인 사이트 '살루쥬'에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던 바 있다.'페미니즘이 여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박근혜가 과연 여성 정책에서 남성 정치인들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만약 당선 후 박근혜 대통령이 실패한다고 해도 그러한 성취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먼저 따라붙었던 답변은 마초라는 비난이었다. 이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남성으로서는 이해하기 곤란한 일들이 두루 존재하며, 박근혜 지지는 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 뒤따르기도 했다. 그녀들이 바랐던 것처럼 정치인 박근혜는 결국 2012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는데, 그에 따른 효과도 기대했던 대로 펼쳐졌는가는 의문이다. 이 또한 내가 남성인 까닭에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싸움이 목적이라면 증오로써 충분하겠지만, 지금과 다른 세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남성 혐오를 동력으로 삼는 페미니즘의 일부 경향이 우려스러운 것은 이를 망각하고 있는 듯해서이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8-08-05 홍기돈

[월요논단]지식인선언

수많은 영역 근본기조 변함 없어변화 요구 진보의 조급함이나정략적 발언으로 몰아가지 말라 많은 세력 담대하게 척결 안하면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7월 17일자 지식인 323명 선언에 대해 이른바 좌우협공이란 비판과 함께, '현장 감각 제로 건백서'로 '속대발광욕대규'로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의 비판은 한겨레신문, 뒤는 중앙일보의 칼럼이니 어쩌면 좌우협공으로 비치기도 하겠다. 그러나 이런 선언을 좌우협공 따위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이다. 촛불의 열망을 딛고 선 이 정부에게 이 선언은 가깝게는 사회경제의 담대한 개혁을 요구하거나 크게 보면 해방 이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 왔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권력은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공성에 바탕해야 하며, 이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맹목적 자본주의에 의한 끝없는 경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공정함이란 주장이 담겨있다. 또한 그동안의 일면적 경제성장에 대한 강박을 넘어 사회와 경제 체제에 민주와 평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더 멀리는 지겨운 종북논쟁을 넘어 이 땅의 지속적 평화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했을 것이다.여기에 좌와 우가 자리할 곳은 없다. 촛불 시민은 흔히 말하는 좌우나, 진보 보수란 프레임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인간다운 사회를 요구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성향 분석을 통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미 우리 사회가 지금 필요로 하는 시대정신에 따른 개혁의 담대함을 요구한 것이다.(2017년 10월 30일자 월요논단) 너무도 오래 우리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었던 개발독재 시대를 넘어서는, 이후의 사회와 인간다움에 대한 요구를 좌우협공 따위의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 선언의 의미를 지나치게 정쟁적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촛불이 척결하기를 바란 것은 보수가 아니라, 특권을 독점하는 음습한 수구 세력이다. 그 세력을 우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런 세력은 벌써 사라져야 했음에도 여전히 우란 이름으로 이 정부의 실패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이 선언을 좌우협공으로 몰아가는 것은 이런 세력에게 정치적 권리를 합리화시키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다. 차라리 맹랑한 비난은 중앙일보 송호근의 글이다. 그는 이 선언에 대해 "정말 미쳐버리기 전에 외치고 싶다. 제발 현장에 가봐라"고 질타한다. 내가 아는 한 이 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더 현장에 가까이 있었던 이들이다. 이렇게 질타하는 그는 어느 현장에 있었는가, 혹시 을과 병이 죽어간다고 외치는 그 현장이 아니라, 이런 구조적 모순을 만든 갑들이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현장은 아니었던가. 나는 을의 현장에서 그를 본 적이 없다. 이와는 별개로라도 그가 주장하는 해법은 정면으로 촛불 정신에 반대된다. 을과 병의 싸움에 을의 양보를 말하고, 규제완화를 말하는 주장 어디에 이 정부가 해야 할 개혁의 정신이 담겨있는가. 구조적 모순을 초래하는 갑의 체제에는 침묵하고, 그나마 을이 가진 한 줌의 밥그릇을 병에게 양보하는 것이 대안인가. 건물주, 가맹점주, 대기업의 약탈적 구조와 시스템을 규제하라는 촛불의 요구에 규제완화를 말하는 것이야 말로 '속대발광욕대규'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의 문제는 특권적 지대를 독점하는 그들의 배타적 결탁에 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그들만의 축제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이 사실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사법농단이 얼마나 반민주적이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 합의를 도외시하는 반체제적 사건인지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는다. 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지대독점 세력이 얼마나 이 사회의 암적 존재인지 애써 감추려 한다. 기무사 문건에서 보듯이 벌써 사라졌어야 할 독점적 세력이 여전히 이 정부의 실패를 바라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회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영역에서 이 사회의 근본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교육영역에서만도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지식을 전 산업화 시대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지만, 입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한다. 그러니 이 개혁 요구를 진보의 조급함이나 정략적 발언으로 몰아가지 말라.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그 세력을 담대하고 당당하게 척결하지 않으면 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7-29 신승환

[월요논단]계엄령 트라우마

80년대 경험 집대성한 증보판 소름기무사 문건은 일종의 헌정유린권력찬탈 향한 기획이라는 의심헌법 파괴하고 국민에게 총 겨누는악마의 지침서란 사실 용서 못해트라우마(Trauma). '큰 상처'를 뜻하는 말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은 잊거나 되돌아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상처들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는 때가 있다. 최근 기무사가 준비했다는 계엄문건 보도를 보면서 40년 전 상처가 떠올랐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던 1979년 10월. 대학은 물론 강의실에까지 경찰과 기관원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던 시절이었다. 절대 권력의 상징이 사라지자 대학에는 바로 휴교령이 떨어졌다. 대학에 탱크와 군인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 일상이 되었다. 종강도 없이 방학을 했다. 성적이 리포트로 대체되는 사이 12·12가 발발했다. 상황을 짐작한 학생운동권 일부가 잠수를 탔다. 겨울은 길었다. 고시를 핑계 삼아 암자로 도피했던 친구가 월정사 근처에서 조난을 당해 짧은 인생을 끝냈다. 남몰래 민주화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던 친구의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슬펐다. 그리고 서울에도 봄이 왔다. 하지만 3김에 대한 희망은 정치적 욕망과 뒤섞이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계엄해제를 외치며, 최루탄으로 범벅이 되는 날들이 길어졌다. 꿈도 대학생활 마지막 봄도 5월 17일 계엄령 확대로 사라졌다. 대학은 또 문을 닫고, 비극적인 광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980년 계엄령은 크든 작든 국민들의 인생을 흐트러 놓았다. 그해 5월 광주로 입영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던 친구는 다른 시민들의 죽음을 목도했다. 그는 오랫동안 방황을 한 후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아마 계엄령이 없었다면 그도 평범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많은 친구들의 삶이 헝클어진 것은 계엄령과 쿠데타 때문이었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2017년판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문건이 문제가 된 것은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등의 조치를 통해 계엄해제를 할 수 없도록 한 내용 때문이다. 기무사는 일상적인 계엄업무 편람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명백한 헌법파괴와 내란 예비 음모죄에 해당한다. 그것이 바로 계엄령을 획책한 집단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다. 80년대 계엄령의 경험을 집대성한 67쪽짜리 2017년 증보판을 보면서 소름이 돋는다. 도둑질도 해본 사람이 한다는 옛말을 다시 떠올렸다. 기무사의 계엄문건은 일상 업무를 넘어선 일종의 헌정유린과 권력찬탈을 향한 기획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무사가 헌법을 파괴하고, 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악마의 지침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다. 그것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는 군의 존재 이유를 포기한 것이다.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지금도 러시아나 중국의 전투기들이 한반도를 넘나든다.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혹시나 북한의 재래식 무기들이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우리의 141개 방위산업 기술이 안전한지도 걱정이다. 외국의 정보기관들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자국의 국민 보호와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군인들은 촛불에 맞서 80년대 계엄령을 복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평화를 꿈꾸는 한반도에서 계엄과 쿠데타를 획책하는 일부 군인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끔찍하다. 일부 군인들의 권력욕망에 국민들의 삶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자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다시 상처를 들여다본다. 민주화를 바라던 80년대에 서울의 봄이 실현되었다면 국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계엄령이 없었다면 친구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더 이상 계엄령의 트라우마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7-22 김민배

[월요논단]검색인간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투명성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는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할 수 있게정보 신뢰도 높이는 소중한 원칙갈수록 뉴스와 여론 영역에서지배력 강화… 책임성 또한 중요낯선 용어였던 '알고리즘'이 이젠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다. 포털의 검색서비스와 추천서비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추천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정보기호학자인 이시다 히데타카는 우리가 '검색인간'이 됐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정보와 지식을 얻는데, 검색으로 세계가 열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우린 인터넷에서 네이버, 카카오, 구글의 첫 화면에서 출발해서 검색을 거듭하면서 몇 분이 지나면 각기 다른 화면으로 이용한다. 검색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검색인간은 검색과정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 검색어로 자신을 개인화하고 있을 뿐이다. 검색어는 순위가 매겨지고 광고가 연동되는 존재이다. 포털서비스 이용자는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기사와 자주 사용되는 언어(검색어)에 영향을 받게 된다. 또 검색을 통해 그 이력이 포털에 축적되어 개인화된 마케팅과 광고의 대상이 된다. 검색이력을 들여다보면서 소비경향을 읽어서 이용자들에게 개인화된 맞춤형 광고와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검색최적화(검색사이트에서 자사 콘텐츠나 페이지를 상위 페이지에 노출시키기 위한 작업)'란 용어가 마케팅업계에서 쓰인 지도 오래됐다. 개인의 소비활동이 알고리즘화되어 관리되는 알고리즘형 소비가 등장한 셈이다. 더 나아가 이시다 히데타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규율되어 모든 정보가 추적되고 방향이 정해지는 원리적으로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알고리즘형 통치사회가 등장한다고 지적했다.알고리즘의 상업적 활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여론형성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포털의 기사배열과 기사 추천 알고리즘일 것이다.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최근 여러 수용자조사에서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한 응답자가 50%를 넘어섰고 법원도 여러 차례 포털의 언론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포털이 기존의 언론과 성격이 같으냐 아니냐만 남았을 뿐이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인터넷 뉴스서비스'라고 불리는 포털의 뉴스서비스는 기사 배열의 기본방침과 책임자를 밝히도록 되어 있다. 기사배열에 사용된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포털의 기사배열방침들은 저널리즘의 원칙과 같은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포털이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으로 기사 배열과 기사추천을 하고 있다면, 기사배열 방침 공개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기본 구성요소 등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지난 6월 18일 학계, 언론계 등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기사배열 공론화포럼'은 공청회를 통해 뉴스편집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사람 편집과 병행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며 활용 결과에 대해 주기적으로 외부 검증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네이버가 이 제안을 제대로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이 문제가 되는 것은 독점적인 뉴스 유통권력 때문이다. 지난 5월 9일 네이버 대표이사의 말처럼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기사에 3천만 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뉴스 유통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이렇게 집중되면 여론을 획일화되고 정치·경제 권력의 통제와 조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는 알고리즘의 투명성 결여는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토론문화와 공론장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고리즘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개발자의 세계관, 성향, 외적 압력이 개입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 등 사회적 정보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생각과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는 우리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이 된다. 알고리즘이 기업의 영업기밀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갈수록 뉴스와 여론 영역에서 알고리즘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책임성과 투명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검색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가 온 것이다./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2018-07-08 이용성

[월요논단]취준생 '선아'를 누가 보듬을까

젊은이들 희망 느끼지 못한채 불안"살아남고 싶어!"라고 외치기만정부,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 정책한시적 아닌 복합적 원인 잘 반영다각도로 모색 지속적 추진돼야7월부터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됐다. '덜 약속하고 더 해주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손으로 꾹꾹 눌러 뽑은 사람들이 내건 공약들이 얼마나 지켜질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이런 기대와 걱정의 중심에는 청년실업에 대한 비중도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다. 나는 청년기를 훌쩍 지났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애달픈 마음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하는데, 청춘의 아픔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엔 그들의 짐이 너무 무거운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의 청춘들이 좀 덜 아프게 도와줄 순 없을까? 올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5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청년 실업률뿐만 아니라 취업자 수 증가치도 낮았다. 정부가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해 청년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함에도 취업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소외는 생계유지 곤란과 주거문제를 비롯한 줄줄이 부작용으로 이어져 한국경제 성장의 둔화를 낳는다. 지금은 계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 따질 수도 없는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난이 단순히 일자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중소기업 기피 현상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힌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와 함께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니트족과 캥거루족이다. 이것은 최근에 생겨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1990년대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 처음 나타나 확산되면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경기회복과 함께 고용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미국은 완전고용의 단계까지 왔다고 하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올해 기업들이 고용난을 겪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3포 세대를 넘어 이제는 9포 세대라고 한다.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건강, 외모를 포기한다고 한다. 이런 힘든 세태를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다. '선아(문인혜 글·그림/이야기꽃)'. 이 그림책 속의 선아는 취준생이다. 가진 것이 없는 선아는 생계유지를 위해 매일매일 숙소 문을 나선다. 이곳저곳 면접을 보고, 힘없이 굶주린 배를 안고 숙소로 돌아오는 날이 반복된다. "졸업한 지가 꽤 됐네요. 그동안 뭘 했지요?, 결혼은…?"세상은 참 많은 것을 취준생인 선아에게 묻는다.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 정답은 어디에 있는가? 취준생인 선아는 사회에서 정한 어떤 금지의 선을 넘어본 적도 없다. 올곧게 살아온 선아는 왜 불안해야 하는가. 취준생인 선아는 외친다. "살아남고 싶어!" "살아남고 싶어!"라고.우리 사회는 늘어나고 있는 많은 '선아'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 정부는 특단의 한시적 대책과 구조적 대응을 병행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일자리위원회는 현재의 청년고용 위기를 '재난 수준'으로 판단하고 한시대책으로 취업청년의 소득·주거·자산형성, 고용증대기업 지원 강화 및 연 12만개 창업 유도, 지역 및 해외취업 등 새로운 취업 기회 창출, 군장병 교육훈련, 일학습병행제 도입 등 즉시취업 역량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조적 대응으로는 규제개혁 및 혁신성장 가속화 등 민간기업 일자리 창출 지원을 비롯하여 인적자본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체계 혁신과 노동시장 구조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들이 한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의 복합적인 원인을 잘 반영하여 다각도로 깊이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청년들도 본인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주체임을 잊지 않고 지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것도 필요하겠다. 부디 한 나라의 중심에 서 있는 많은 '선아'같은 청년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이 되길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7-01 최지혜

[월요논단]페미니즘과 시선의 권력

신지예 서울시장후보 선거포스터여성단체 상반신 탈의 시위 등…시선처리 논란으로 벌어지는 사건남녀간 권력 재분배 함의 거부 당연역사는 기득권 저항 넘어서며 발전시선(視線) 처리는 권력의 문제이고, 존재 방식의 문제이다. 수컷 냄새 풀풀 풍기며 기선을 제압하려는 사내는 그래서 "뭘 꼬나봐. 눈 깔아라." 으르렁대며 상대를 위협한다. 폭력 현장에서처럼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평온한 일상 속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는 도처에 잠복해 있다. 남녀 관계라고 예외일 리 없다. 그런 까닭에 페미니즘 논란이 최근 시선 처리를 매개로 펼쳐지는 것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시선 처리에 내재해 있는 남녀 간 권력 문제가 이제 수면 위로 부상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먼저 지난 2일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이 전개했던 상반신 탈의(脫衣) 시위를 보자. 이들은 페이스북에 따져 물었다. 남성의 맨 가슴 사진은 문제가 안 되는데, 여성의 맨 가슴 사진은 왜 음란물로 분류·삭제되어야 하느냐. 이러한 항의는 바라보는 주체의 문제로 귀착한다. 남성의 가슴과 달리 여성의 가슴이 음란한 것은 남성의 자리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때 여성은 바라봄의 대상(객체)으로 전락하여 '보여주다/ 보여주지 못한다' 판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불꽃페미액션의 시위가 일부 남성들의 비난에 직면한 까닭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시선­권력 체계에 교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표방하고 출마했던 신지예 후보는 선거 포스터로 인해 논란에 휘말렸다. 포스터는 반측면 얼굴과 도도한 시선, 자신감을 내비치는 다문 입술의 옅은 미소가 특징이었는데, 이는 도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기실 수성(守成)하려는 후보가 안정감을 내세우는 반면, 공성(攻城) 위치에 자리 잡은 후보는 진취성을 강조하는 것이 선거 전략의 상식이다. 그러니 신지예 후보의 포스터는 별 문제될 바가 없다. 그렇지만 그 도도한 시선이 페미니즘과 결합하는 순간, 이는 기존 시선­권력 체계에 대한 도전으로 자리매김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포스터를 찢거나 뜯었으며, 또 누군가는 담뱃불로 눈 부위를 지져 버리기까지 했다. 모 변호사가 "개시건방진" "더러운 사진"이라면서 "나도 찢어버리고 싶은 벽보"라고 분노했던 것도, 감정의 근원을 의식하였을지 모르겠으나, 지켜야 할 무언가에 대해 도전받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터이다.아주 오랫동안 남성은 사회 활동 가운데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 왔다. 정치라든가 경제 영역, 사회 조직 등에서 누군가에게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여부가 남성의 존재감을 결정해 왔다는 것이다. 문명에 입각한 제도가 구비되기 이전에는 육체 능력이 존재 증명의 지표였으리라. 그러한 까닭에 남성의 시선은 힘의 행사 여부가 결정되는 외부를 향하여 고착하게 되었다. 반면 여성은 제한된 공간 내에 머무르는 상태에서 남성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형성해 왔다. 남성의 시선을 경유하여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여성의 시선이 유지되어 온 것은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여성은 자신이 타인, 특히 남성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묶이면서 외부가 아닌 스스로를 주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존 버거는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남성은 여성을 다루기 전에 우선 관찰한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남성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은 그녀의 처우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깨달은 여성은 비로소 그 순서를 스스로의 내부에 수용하게 된다. 관찰자로서의 여성은 피관찰자로서의 여성을 타인에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보여준다. 이와 같이 그녀 자신에 의한 그녀의 모범적인 행동은 그녀의 사회적 존재를 결정한다."('이미지') 시선­권력 관계는 이처럼 관찰자로서의 남성과 '모범적인' 여성의 공조를 통하여 그동안 커다란 불협화음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남성 보호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불온한' 여성들이 스스로의 주체성을 존중받고자 한다. 제한된 공간 바깥으로 뛰쳐나와 사회의 당당한 일원임을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시선 처리 논란은 그로 인하여 벌어지는 사건이다. 물론 이는 사회적인 존재 방식에서 남녀 간 권력 재분배를 함의하고 있으므로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 역사는 언제나 기득권의 저항을 넘어서면서 발전해왔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8-06-24 홍기돈

[월요논단]사법농단을 넘어서는 길

예외상태는 예외적으로 유지될 뿐법의 정당성 무너지면 붕괴의 길로그 상태 넘어 정상성 회복하는 길은자신의 부정 돌아보는데서 시작된다역사는 또다른 정상 찾아가는 과정지난 정부 시절 있었던 사법농단 사건은 사태의 심각함에 비해 너무도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 최고의 정치권력과 최고의 법치권력이 음습한 거래를 통해 법을 사사로이 적용했다고 한다. 이런 불법적 거래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신뢰 운운하는 말은 사태의 본질에서 한 참을 벗어난 피상적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정치체제에서도 권력은 그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를 거치지 않고서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그때 그 정치체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그 정당성을 확보하는 길은 법에 대한 동의와 수용에 있다. 그런데 그 법이 마음대로 집행된다는 것은 이 정치 체제의 정당성이 사라졌다는 말과 같다. 이제 그 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했으며, 그 순간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되었다. 그런데 만일 대통령이 이 판결을 무시하고 계속 청와대에 머물겠다고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국가 전체가 파국에 이르렀을 것이며, 생각하기도 싫은 폭력과 혼돈이 몰아닥쳤을 것은 자명하다. 다행히도 그는 법을 수용했으며 그래서 법의 정당성과 국가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법이 법을 판단한다는 이들에 의해 정말 '제멋대로' 작동한다는 엄청난 일이 실제였다는 것이 이 사건의 전말이다. 본질은 우리가 합의한 정치체제와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정당성을 잃었으며, 그래서 이 모두가 유효하게 유지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죄가 법을 집행하는 사람에 따라 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최고의 모순이 아닌가. 그런데 그 법을 집행하는 최고 기관의 책임자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지난 6월 7일 전국 법원장들이 내놓은 입장이란 것이 기껏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의뢰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이었다. 법을 집행하는 최고 책임자들이 스스로 합법적 과정을 부정하고 있다. 법에 의해 자신의 정당성을 보장받는 이들이 스스로 그 정당성을 부인하고 있다. 자기부정과 자기모순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그나마 일부 부장판사들이 이러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하여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점을 깊이 우려하고",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 사회를 유지하는 최후의 정당성이 무너진 마당에 신뢰 운운하는 것은 근본 대책이 아니다. 지강헌이 외쳤던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사실이 되었다. 누가 판결에 불복하더라도 그를 정당하게 심판할 수 없게 되었다. 국가와 사회의 체제 정당성이 무너진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다. 이제 우리는 왜 법은 언제나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지 알게 되었다. 왜 수많은 노동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음에도 처벌받는지 알게 되었다. 평범하게 살던 이웃 아저씨가 왜 갑자기 무서운 간첩이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왜 어떤 사람은 수십 억, 수백 억원을 받아도 죄가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몇 천원의 돈 때문에 감옥에 가는지 알게 되었다. 왜 그들은 퇴임 후 몇 십억원이라는 불가능한 돈을 수임료란 이름으로, 전관이란 이름으로 부당하게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잘못이 없어도 감옥에 갈 수 있으며, 죽을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법이라는, 정당하지만 사실은 지극히 부당한 법집행에 달려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예외가 정상이 된 상태에 처해졌다.예외 상태는 예외적으로 유지될 뿐이다. 법의 정당성이 무너진 사회는 붕괴의 길로 내닫게 된다. 이 예외 상태를 넘어 정상성을 회복하는 길은 자기가 초래한 부정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 예외를 정상으로 간주하는 그들은 멍청한 것일까, 아니면 악한 것일까. 스스로에서 비롯된 부정을 넘지 못할 때 그 자신이 부정되고 해체된다. 역사는 예외에서 또 다른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예외상태를 넘어서는 새로운 언어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 문법은 무엇일까./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6-17 신승환

[월요논단]대법원장도 헌법 아래에 있다

법관·대법원장 헌법에 기속돼 있다前대법원장 형사소추대상 예외아냐혐의 유죄판단 여부는 그후의 문제법관들 탄핵사유 있으면 절차 거쳐야김명수 대법원장 결단 필요한 기준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오늘 개최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과 선택이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5월 31일 대법원장은 담화문을 통해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고위법관들이나 법원장들은 '자체 해결'을 요구하고, 국민을 법정에서 마주하는 일선 법관들은 '검찰수사 의뢰'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법관들은 자신들이 검찰의 수사의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12일의 북미회담, 13일의 지방선거, 14일의 월드컵 개막이 아니었다면 사법거래의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더 큰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것은 대법원장의 최종결정에 따라서는 향후 일파만파의 걷잡을 수 없는 사법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징후다. 그 단초는 담화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참혹한 조사결과'에 참담한 심경을 억누르기 어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사법거래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사찰을 당한 법관들에 대해서는 위로를 하면서도 죽음에까지 이른 당사자에게는 의례적인 사과조차 없는 대법원장의 담화문, 그것이 우리 사법부의 현실이다. 대법원장은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기관의 장이다. 법관이나 직원들만을 챙기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조직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들은 물론 교수와 변호사들 그리고 시민들까지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다. 헌법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징계법상 가장 강한 징계가 1년 이하의 정직이다. 일반 공무원들은 위법한 행위로도 파면이나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의혹이 있다고 보도된 법관들까지도 경징계나 사표로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법관을 위한 강력한 신분보호 장치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가 철저히 유린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신헌법과 군사독재정권하에서 법관들의 신분은 보장되지 못했다. 과거 사법시험이나 법관임용에서부터 민주화나 연좌제 관련자의 사법부 진입이 차단되기도 했다. 그 반성으로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을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사법부 수호의 마지막 보루로 법관을 상정하였기 때문이다. 법관윤리강령 제 1조가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 나간다'고 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법원과 일부 법관들이 자신들의 인사나 권한확대를 위해 정치권력과 거래했다는 실태조사보고서에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진다.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위법행위라는 뜻이다. 만약 '자체 해결' 주장이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를 덮기 위한 전략이라면 또 다른 사법 불신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시민들의 시각으로 보자. 대통령이 높은가. 대법원장이 높은가. 불행한 헌정사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고, 형사법에 의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나 법관에게 대통령의 헌법상 특권보다도 우월한 특권을 부여한 규정은 없다. 이미 판결을 통해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부인한 것도 법관들이었다. 더구나 위법한 행위를 행한 전직 대법원장이나 현직 법관에 대해 사법심사를 배제하거나 치외법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자만의 늪에 빠지므로 공적 평가를 받아야 하며, 최종판결을 내리는 연방대법원은 다른 법원보다 더욱 엄정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장을 지낸 워런 버거(Warren E. Burger)의 말이다. 법관도 대법원장도 헌법에 기속되어 있다. 전직 대법원장은 형사소추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혐의가 유죄로 판단되는가 여부는 그 후의 문제다. 현직 법관들에게 탄핵사유가 있으면 절차를 거쳐 탄핵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에 필요한 기준이다. 법관도 대법원장도 헌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헌법의 가치와 정신을 천명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6-10 김민배

[월요논단]4차산업혁명 길목의 경기도, 융복합 콘텐츠가 '답'

현장 중심의 창의 인재 많이 양성게임·영상 중소콘텐츠기업 지원인프라·지역별 창의공간도 확대콘텐츠 수출기업 애로점으로 꼽는정보·네트워킹·수출상담 강화해야한국의 K-POP스타 BTS(방탄소년단)가 일을 냈다. 지난 27일 BTS는 미국 '빌보드 200'차트에서 정규 3집 'LOVE YOURSELF 轉 Tear'로 1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비영어권 앨범으로 1위에 랭크된 것은 12년 만이라고 한다. 외신 AFP는 BTS의 인기에 대해 "작년 BTS의 트위터 언급량은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과 팝스타 저스틴 비버를 합친 것의 2배"라고 언급했다. 이에 콘텐츠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모 게임사는 이들을 소재로 한 게임을 개발, 상반기에 출시 예정이라 한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통의 강자 디즈니 마블의 최신작 '어벤져스3'의 흥행 돌풍이 거세다. 영화로 20억 달러 수익을 올린 것 외에 캐릭터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를 통한 물품, 테마파크 놀이기구, 게임, 패션, 식음료 등 다양한 융복합 콘텐츠들이 이른바 '돈 되는' 상품으로 각인되고 있다.이렇게 콘텐츠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산업은 최근 5년간 국내 경제성장률 대비 두 배가 넘는 5.6%를 기록하며 경제에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또한 타 산업 대비 일자리 창출이 용이하다. 10억 원의 재화를 통해 직간접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 유발 계수는 10.83에 달해, 반도체(1.60), 자동차(2.90), 조선(2.64) 대비 비교 우위에 있다. 또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4차 산업 혁명 패러다임의 확산은 콘텐츠산업 육성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경기도는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과 종사자 수의 21.6%를 점유하고 있는 핵심 거점이다. 젊고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 판교, 광교, 시흥, 고양, 의정부 등 제조 및 첨단 산업 클러스터와 31개 시군의 다양한 문화 자원 등 산업 육성에 더할 나위 없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융복합의 형태는 여러 가지를 구상해 볼 수 있다. 게임과 VR/AR(가상/증강현실)이나 3D 기술을 결합한 기술융합형(콘텐츠+기술), 방송과 게임 혹은 캐릭터, 도서 등이 결합된 장르융합형(콘텐츠+콘텐츠), 그리고 캐릭터와 테마파크의 결합이나 영화와 관광산업과의 결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도가 융복합 기반 콘텐츠산업을 잘 육성키 위한 선결 요건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현장 중심의 창의 인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학생과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최근 화제인 메이커 운동을 통해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돕고 게임, 차세대 영상 크리에이터, VR/AR 분야별 교육도 지속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 콘텐츠기업 집중 지원이다. 게임 분야는 오디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IP/플랫폼 및 리소스를 지원하고, '플레이엑스포'와 같은 글로벌 마켓 플레이스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영상 분야는 산업의 다양성과 근간을 다지기 위해 다양성 영화 지원을 지속해야할 것이다. 셋째, 인프라 및 창의 공간의 확대다. 하반기 고양시에 조성 예정인 '경기문화창조허브', 부천시의 열린 창작 공간 '메이커스 허브' 시설과 지원 프로그램을 기대해 봄직하겠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중소 서점은 도민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는 일도 요긴한 과제다. 넷째, 글로벌 교류 촉진을 통한 진출이다. 콘텐츠 수출 기업이 애로점으로 꼽는 정보 및 네트워킹, 현지화 마케팅, 법률 금융 분야 지원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상시 수출 상담 및 비즈니스 매칭, 멘토링에 집중해야 한다. VR/AR 분야에서 유수의 글로벌 기관/기업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연합체 'NRP'(Next Reality Partners)를 조직하여 아이템 발굴, 후속 투자 등을 지속하고 있는 사례는 참고할만하겠다. 마지막으로,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 활용을 지원해 콘텐츠 제작, 유통 및 소비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올해 6월은 4차산업 혁명의 기대감과 글로벌 무역전쟁의 그림자가 가져온 불확실성의 교차점을 지나고 있다. 융복합 콘텐츠 산업 육성 강화 방안은 미래 경기도의 지속 성장을 위한 좋은 해답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8-06-03 오창희

[월요논단]지방선거도 중요하고 보도도 중요하다

후보자간 대립·갈등 구도 만드는선정적 경마중계식 보도 자제 당·출마자 정책·공약 평가유권자 이해하기 쉽도록 제공지역감정 부추기는 기사화 금지6·12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모양이다. 긴장과 대결을 해소하고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길에 더 이상 후퇴가 없길 바란다. 북미정상회담 다음날인 6월 13일에는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처음으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동일한 선거일정으로 치러진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12곳에서 치러지고 경인지역에서는 1곳에서 치러진다. 지방선거가 북미정상회담이란 거대 이슈와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지역 이슈가 중심이 돼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지자체의 대표들을 선택한다는 원래의 의미가 약화돼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서 지역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언론은 지방선거에 지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정당과 후보를 제대로 선택하도록 지역이슈를 중심으로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행한 지방선거 유권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적극적 투표참여 의향층이 70.9%로 지난 제6회 지방선거에서 같은 시기에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15.1%p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적극적 투표참여 의지가 투표율로 나타나야 하는데, 여기서도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에 대비해 전국의 시민언론단체가 참여한 '전국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가 발족하여 지방선거 보도 모니터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며, 선거기사를 심의하기 위한 선거기사심의위원회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선거보도 감시와 심의 기준에는 올바른 선거보도의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전국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의 감시준칙이 이번 지방선거보도의 나침반이 될 수 있겠다. 감시준칙은 6가지 선거보도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선거를 대립과 갈등 구도로 만들고 후보의 우열과 서열을 부각시켜 유권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선정적인 경마 중계식 보도를 하지 않는다. 둘째,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의제에 대해 후보와 정당의 정책과 공약을 평가해 유권자가 이해하기 쉽게 제공해야 한다. 셋째, 양적 균형을 이유로 정당과 후보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중계보도가 아니라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적극적인 검증보도를 해야 하며 흑색선전과 의혹 폭로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넷째, 신진 후보나 군소 정당 후보도 충분히 보도해야 한다. 다섯째, 유권자의 정치적 냉소와 혐오를 확산시키는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지역주의·소지역주의 선거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언론단체가 제시한 선거보도의 방향이 실제 선거보도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정책의제 중심의 선거보도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경쟁과 대결국면으로 보도하는 경마 중계식 보도는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흥미로운 정책의제 선거보도가 필요한 것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범죄 정보를 확인하고 언론이 이 내용을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본 적이 있다. 언론은 후보자와 선거운동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야 마땅하다. 동시에 냉소와 혐오를 만들어내는 선거보도를 자제하고 선거 참여를 유도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 희망적인 것은 이런 선거보도의 문제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 지역언론의 영향력이 여전할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소셜미디어 전략에 집중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유통되고 확산되는 정보는 대부분 지역언론 기사로 추정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관련 정보 흐름을 직접 살펴보는 기회가 있었다. 제한적인 경험이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언론의 선거보도 기사들이 공유되어 선거여론 형성과 확산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분권의 시대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하고 유권자의 참여와 올바른 선택에 있어서 지역언론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이용성 한서대 언론학 교수이용성 한서대 언론학 교수

2018-05-27 이용성

[월요논단]아직도 아픕니다

38周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9월에 '특별법진상규명委' 가동과거 정부의 범죄적 행위국방부 진실 왜곡 반드시 밝혀고통받는 '아재·아주머니' 보듬어야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8년이 지났다. '오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 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른여덟 번째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당시의 아픔을 보여주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작년 기념식에서부터 목소리 높여 부르기 시작해서 올해도 어김없이 완전한 진상 규명에 대한 기대와 다짐 속에 다 함께 부르며 기념식은 빗속에 진행되었다. 38년 전 사라진 아들을 오늘까지 찾고 있는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귀복씨의 절규에 찬 목소리는 방송을 타고 전국에 퍼졌다. "아무리 찾아도 한 번 간 아들은 오지 않고 소리도 없습니다." 그는 아직도 아들의 시신을 찾지 못한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했습니다.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말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눈물을 머금고 말한 기념사 중 일부분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열흘 동안 광주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중심이 되어 조속한 민주 정부 수립,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대한민국의 민주화 운동이다. 신군부는 공수 부대를 투입하여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끝내는 발포까지 하였다.그 당시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상자를 냈다. 알려지지 않고 실종된 사람도 많으며, 시신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묘비는 있으나 묘비명이 없기도 하다. 아직도 그때의 악몽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고문 등의 후유증으로 자살한 사람도 있다. 그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5·18 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하지만 5·18이 발생한 지 한 세대가 지나도록 최초 발포 명령자와 암매장 장소와 같은 핵심 쟁점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고, 38년 전 그들은 아직도 아프다.상처는 묻을수록 더 커지고, 드러내고 표현해야 치유되는 법이다.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단체와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때의 진실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관련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고, 아이들에게도 우리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그림책으로도 제작되고 있다.그림책 '운동화 비행기'(홍성담 글·그림/평화를 품은 책)는 38년 전 저수지에서 늦은 봄 수영을 즐기며 놀던 초등학생들이 계엄군에 의해 총격을 당한 사건을 한 권의 그림책으로 알리고 있다. 평화로운 오월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달아나던 소년이 생일 선물로 받은 운동화 한 짝을 줍기 위해 되돌아섰다가 운동화와 함께 10여 발의 총탄을 맞고 땅에 묻혔다. 이유 없는 죽음을 맞은 그 아이는 무덤 앞에 울고 있는 어머니에게 진실을 알려주고자 운동화 비행기를 타고 우리들에게 끔찍했던 38년 전 참상을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작가인 홍성담 화백은 미대를 갓 졸업한 후 광주항쟁 내내 도청을 지키면서 경험한 참상을 그의 다양한 작품으로 알리고 있다. 2018년 9월부터는 '5·18 특별법 진상규명위원회'가 가동될 것이고, 과거 정부의 범죄적 행동과 국방부의 진실 왜곡이 사실로 규명될 것이라고 한다. 반드시 왜곡된 그 참상들이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아파하는 아재와 아주머니들의 어렸을 적 그 오월 이야기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그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기 위해 오월에 향기롭게 피는 꽃처럼 진실의 꽃이 만개해야 할 것이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5-20 최지혜

[월요논단]판문점 선언과 문학의 자리

전쟁참상 고발 베트남 작가 바오닌"분단 넘어서려는 전쟁 안된다" 강조"영웅이 왜 소설로 고생하나" 질문에"영웅은 그들이 만든거고 난 글쓸 뿐"문학이란 공간 환하게 드러나는 순간둥근 삼각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정의로운 전쟁이란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다. 어떠한 명분을 내걸었든 전쟁은 그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들 피로써 피를 씻어낼 수 있겠는가. 증오로써 증오를 해소시킬 수 있겠는가. 그러함에도 피와 증오를 발판 삼아 자신의 입지를 공고하게 다지는 세력은 어느 시대에나 출현하였고, 그네들의 흐름이 단절되지 못하고 이어질 때 나름의 역사가 구축되기도 하였다.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대충만 훑어봐도 이는 금세 드러난다. 일제가 벌인 침략전쟁을 '성전(聖戰)'이라 칭송하며 조선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던 조선인들이 있었다. 해방이 되었어도 이들 친일파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다. 청산되기는커녕 반공주의로 재무장함으로써 정치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는데, 이들이 지상과제로 공공연히 주장했던 것이 북진 통일이었다. 군사정권이 퇴출된 지 사반세기 지났어도 이러한 견해는 여전히 공공연하게 주창되고 있다. 북의 주석궁을 탱크로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태극기 꽂는 것이 진정한 통일이라는 목소리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정의로운 전쟁을 강변하는 이들의 유구한 역사 반대편에서는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을 해체하려는 이들의 저항 또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은 후자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얻어낸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한반도 비핵화 및 정전(停戰) 상태에서 평화­체제에로의 전환, 경제·사회·문화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합의는 한반도의 전쟁­체제에 맞서왔던 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숙원이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은 전쟁 발발의 위기 국면을 극적으로 돌파하여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간 유의미한 사건으로 기록될 터이다.한반도가 평화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나라를 통째로 넘기겠느냐고 따지고 있다. 전쟁 체제에 근거한 기반 자체가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말리라는 위기감이 작동했을 뿐더러, 대결(전쟁)이란 본디 적을 전제하고 나서야 작동하는 구조인 까닭에 그 바깥을 상상하지 못하여 벌어지는 현상이겠다. 이 지점에서 문학의 가치를 떠올리게 된다.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은 전쟁을 다루는 문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전쟁에 대해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적개심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야 해. 전쟁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곧 사랑과 인도적인 성품과 관용에 대해 쓰는 것이고, 전쟁에 관한 글은 곧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말이야."바오 닌은 베트남전에서 작전을 수없이 수행한 군인이었다. 사이공(현 호찌민) 진공 작전에 참가하여 떤 선 넷 공항을 점령할 때 마지막 살아남은 둘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그다. 이러한 체험은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의 질료가 되었는데, 그 내용은 전쟁의 참상 고발이었다. 전쟁에서 삶과 죽음은 우연에 의해 갈릴 따름이며, 사랑·인간·미래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전쟁 뒤의 개인은 어찌하여 모두 패배자일 수밖에 없는지가 절박하게 진술되어 있다. 전쟁 승리의 영광을 고취함으로써 베트남에 대한 자부심을 끌어올리려는 국가권력의 입장에서 달가웠을 리 없을 터, '전쟁의 슬픔'은 검열에 의해 '사랑의 숙명'으로 제목이 뒤바뀌기도 했고,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베트남 내에서의 핍박과는 아랑곳없이, 2008년 '20세기 세계명작 50선'(영국번역가협회)에 선정되는 등 '전쟁의 슬픔'에 대한 세계 문단의 호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판문점 선언이 발표되었던 날, 바오 닌은 마침 제주도에서 열렸던 4·3항쟁 70주년 관련 국제문학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는 분단을 넘어서기 위한 방편으로 결코 전쟁이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뒤풀이에서는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소회와 함께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이를 테면 전쟁 영웅인데, 선생님께선 왜 하필 그런 소설을 써서 굳이 고생하셨나요?""영웅을 만드는 건 그들의 일이고, 글을 쓰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나는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이지요."문학의 자리가 환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8-05-13 홍기돈

[월요논단]김정은과 재벌 3세 쇼크

세습, 돈·권력향유·갑질수단 안돼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역할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립 필요국민행복·사회보탬 안된 기업·국가사멸했던 역사적 교훈 직시해야김정은 위원장과 재벌 3세. 세습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12시간 만에 장안의 화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재벌 3세에 대한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후 그는 3세 세습이라는 비난과 조롱 속에 등장했다. 자칭 북한 전문가들은 그와 함께 북한체제도 바로 붕괴할 것이라는 예언과 희망을 쏟아냈다. 그가 핵을 내세워 북한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마다 악의 축으로 낙인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반도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어두운 전망들이 난무했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결기어린 한반도 평화정착메시지를 수용하면서 단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에 대한 평가가 극적으로 바뀐 데에는 생방송과 신문의 위력이 컸다. 동시에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결단 그리고 남북한의 교류와 평화통일을 희망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함께 기여했다. 돌이켜 보면 북한과 지도자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때로는 일방적이었다. 북한 자체의 정보도 대부분 가공된 것이었다. 김정은의 실체 역시 국민들이 직접 접해본 적이 없었다. 세습과 핵무장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 가능했던 이유다. 온갖 부정적인 대명사의 상징이었던 그가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파격적인 행보가 일종의 신선한 쇼크로 다가왔다. 그것은 베일에 덮여 있던 것이 드러날 때 오는 극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1983년 1월 태생에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한 것 이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다. 그가 세습한 북한의 체제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멸망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의 3세 후계구도는 김정일 위원장이 개정한 북한 헌법 제 11조에 이미 명문화되어 있다. 외형적으로는 당이 주도하는 선군정치이지만 의무교육과 비밀경찰 등으로 유지되는 통치시스템이다.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세습체제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대상과 영역이 다를 뿐 우리에게도 3세 세습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상속이나 증여를 통한 방식이다. 거기에다 불법과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재벌, 언론, 기업, 교회, 사학 등의 부정한 세습에까지 관대하다 못해 당연시 했다. 눈을 감고 침묵하는 사이에 입시나 채용부정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참다못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오히려 희생양이 되었다. 편안한 삶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부정한 현실을 회피하였다. 위로는커녕 강자의 편에서 상처를 헤집는 파렴치한 자들도 있다. 재벌과 3세들의 갑질이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돈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까지 침해하는 일부 재벌과 부패한 3세들에 대한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누적된 해악들에 대한 거센 분노에는 세상을 향한 새로운 변화 요구가 담겨있다.과연 재벌 혹은 세습한 3세들이 집착하는 물질적 부의 토대란 무엇인가. 그것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그리고 명퇴로 상징되는 국민들의 희생과 피눈물의 결과물들이다. 하지만 그 토대가 무너지면 상부구조도 존재할 수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제 3세계의 기술추격으로 상징되는 변수들은 우리사회에 당면한 위기적 요소다. 그런데도 일부 재벌과 3세들의 행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비판의 칼날이 그들의 능력과 자질로 집약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세습. 그 자체를 비난할 대상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다. 하지만 세습이 돈과 권력을 향유하는 자리나 갑질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재벌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세습에 대해 재정립이 필요한 논거다. 재벌들과 세습권력에게 국민들이 묻고 있다. 과연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신은 무엇인가.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에 대한 고민이 최선의 삶에 대한 고민'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리더와 CEO, 올바른 공동체와 사회에 보탬이 되지 않는 기업과 국가는 반드시 사멸했던 역사적 교훈을 직시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4-29 김민배

[월요논단]게임 한류, 스타트업 육성에 기반해야

게임산업, 콘텐츠 수출 53% 차지장르 다양성 위해 아이디어 창출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필수적내달 글로벌 게임쇼 'PlayX4' 개최수출계약 추진 8천만달러 등 기대중국발 게임 콘텐츠의 공세가 매섭다. 십수년간 '대한민국 수출 효자 종목'으로 게임 산업이 회자되어 왔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복기해 보면 그리 녹록치 않다. 게임 매출은 '라그나로크M', '삼국지M', '벽람항로', '드래곤네스트M' 등 중국산 게임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고, 출시를 앞둔 게임들도 상당수다. 반면, 우리나라 게임이 작년 한 해 동안 중국 내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 받은 건수는 0건이었다. 대중 관계를 포함, 복합적 환경 요인이 있겠지마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대형 게임사에 비해 경영 여건이 취약한 중소 게임 기업의 존립은 물론 게임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츠 수출의 53%를 차지하는 한류 콘텐츠 핵심이다. 영상은 물론 음악, 교육 요소와의 결합, VR/AR(가상/증강현실) 및 인공지능(A.I) 기술 융합이 용이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하지만, 셧다운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사회 문화적 이슈가 중심이 되다보니 정작 필요한 산업 육성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된 모양새다.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게임 산업 매출의 절반인 49%(약 5조 3천 억 원)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게임 기업육성 방향을 되짚어 봄직 하다.경기도는 성남시를 중심으로 대형 게임 기업인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NHN 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 등이 자리잡고 있고, 관련 업계 종사자 수는 약 2만6천명으로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판교는 연관 산업인 IT(정보기술), BT(생명기술), NT(나노기술) 기업과 공용 인프라가 집적해 대한민국 게임의 중심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최근 3년간(2013~2015) 성남 소재 게임 기업 수와 종사자 수는 각각 190개, 1만2천명 수준에서 정체를 기록하고 있고, 관련 업종인 판교 내 CT(문화기술 기반) 기업 수는 연 50%씩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경기도 게임 산업 생태계에 있어 대형 게임사는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중소 개발사, 스타트업과 전후방 콘텐츠 관련 기업이 부족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건강한 게임 산업 생태계와 장르 다양성을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내놓는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이 필수적이다. 우수 중소 게임 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허리와 근간을 보강하는 것으로, 건강한 게임 산업 생태계 조성의 단초가 될 수 있다.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16년부터 중소개발사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비즈니스 플랫폼 'G-NEXT' 센터를 판교에 구축 운영 하고 있다. G-NEXT 센터는 우수 아이디어 발굴 및 인력 양성, 멘토링과 창업, 제작 및 상용화, 투자 유치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전주기적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개소 후 지원을 받은 도내 397개 기업이 235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신생 스타트업 46개가 창업했다. 또 이들이 2억 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추진했다. 초기 스타트업이나 연 매출 10억 미만의 중소 기업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센터는 대형 기업 중심의 게임 산업 생태계 개선에 일조해 왔다고 볼 수 있겠다.G-NEXT 센터는 중소 게임기업의 애로 중 하나인 글로벌 진출에 도움을 주고자, 오는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글로벌 게임쇼 'PlayX4'를 개최한다. PlayX4는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여, 중국 텐센트 등 대형 글로벌 퍼블리셔 160개 사를 초청했다. 이를 통해 수출계약 추진 8천만 달러, 참가기업 650개사, 관람객 7만명 이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상반기 국내 최대 게임쇼인 PlayX4는 가족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도 다수 준비한다. 남녀노소가 게임을 온몸으로 즐기고, 국내외 게임의 현재를 체험하였으면 한다. 특히 국내 중소 게임 기업의 발전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10살이 된 PlayX4가 게임 스타트업 지원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대한민국 게임 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오창희 경기콘텐츠진흥원장

2018-04-22 오창희

[월요논단]'신문의 날'을 보내면서

객관·공정·전문성, 품격 부정에절독 내몰리는 신문현실 안타까움소셜미디어는 저널리즘아닌 정보각국선 민주주의위해 다양한 지원 우리도 자기노력 전제 관심 절실지난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었다. 신문협회가 주최한 행사가 5일에 미리 개최됐지만 관련된 특집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워 썰렁한 느낌이었다. 신문이 직면한 현실이 보여주는 듯했다. 신문은 저널리즘과 산업의 두 가지 측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 저널리즘이 처한 현실은 객관성, 공정성, 전문성, 품격이 부정되는 '기레기'란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최근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는 신문까지도 같은 진영이라는 독자들의 집중적인 비판에 노출되고 심지어 절독에 시달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신문의 신뢰도가 조금 향상됐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종이신문의 경우 1996년에 비교해, 2017년 열독률이 약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1년 조사 이후 증가 추세여서 신문의 영향력을 믿게 해줬던 결합열독률(일주일간 종이신문, PC, 모바일, 일반 휴대전화, IPTV로 신문기사를 이용한 비율)마저 2017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우리사회가 신문의 위기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문의 위기를 방관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해서 신문을 이용한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디지털미디어환경에 적합한 지원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2009년부터 미국 의회에서도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월에는 영국에선 처음으로 신문산업의 위기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이를 위한 전국 실태조사가 추진된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는 가장 신문 지원의 역사가 오래되고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인 나라이다. 프랑스에서 신문은 민주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사상과 의견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신문을 지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젊은 세대가 책과 신문 읽기를 기피하기 시작하자 문자·활자 진흥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에서 문자·활자문화란 지식과 지혜의 계승 및 확산, 풍요로운 인간성의 함양과 건전한 민주주의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규정된다. 덴마크는 신문 등 미디어를 진흥하기 위한 기금지원 정책이 단순히 언론기업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두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신문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신문지원을 위한 실태조사 추진을 언급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의 쇠퇴로 가짜뉴스 등에 취약해지고 있는 상황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인 신문에 지원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소셜 미디어의 뉴스 신뢰도가 감소하고 전통미디어의 뉴스 신뢰도가 상승하는 추세가 감지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여러 나라에서 펼쳐진 신문지원에 대한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신문은 우리의 알 권리 보장과 민주적인 여론 형성, 읽기 문화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미디어이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정보다. 정보를 가지고 하는 일이 저널리즘이다"란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신문을 위협하고 있는 인터넷과 모바일환경은 도리어 전통적인 신문의 객관성, 전문적 분석과 해설이 여전히 필요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절한 신문 지원정책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문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미디어인데도 말이다. 신문저널리즘의 본질로 더 다가서고 디지털미디어환경이나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적응하는 신문의 자기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신문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사회적 관심도 절실한 상황이다./이용성 한서대 언론학 교수이용성 한서대 언론학 교수

2018-04-15 이용성

[월요논단]플라스틱의 반격

한반도 면적 15배 이상의태평양 복판 플라스틱 쓰레기 섬심각한 생태계 혼란 인간 위협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이용 등작은 실천으로 지구환경 지켜야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났다. 쓰레기 대란을 보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상한 걸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시계의 알람을 끄고,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으며 욕실에 들어가서 플라스틱 칫솔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치약으로 이를 닦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마트에 한번 다녀오면 종류별로 채소를 담은 비닐봉지, 플라스틱 사각 팩 등의 쓰레기가 나오고, 마트에서 오는 길에 마신 커피 한잔은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으로 남는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비닐봉지 등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며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이 편리함 이면에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은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지구 어딘가에 남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런데 세계 도처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한반도 면적의 15배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한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섬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그 양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이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바다를 뒤덮고 있다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이다. 커다란 플라스틱이 지구를 떠돌다가 마모되어 미세한 입자로 잘게 부셔지면 해양 생물들은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고 그들의 위(胃)는 쓰레기로 가득 차 고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가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긴 시간 동안 여기저기 떠돌며 많은 생명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담은 그림책 '플라스틱 섬'(이명애 글·그림/상출판)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를 간결한 문장과 그림으로 알려주고 있다. 어느 바다 한가운데에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용품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곧 알록달록 플라스틱이 모인 섬(島)으로 바뀐다. 이 섬에 살게 된 새들을 비롯해 많은 생명이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먹는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수묵화로 담담하고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음이 먹먹해진다.당장에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 9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세정제, 각질 제거제 등)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마련되었다. 아직은 미비한 시작이지만 앞으로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겠다. 그리고 정부의 규제와 함께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과대 포장을 줄이고 제품의 사용 후 폐기처리에 대한 연구 등 지구환경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들 하나하나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큰 섬이 만들어진 것처럼 반대로 우리들 개개인의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쓰레기대란을 계기로 우리들 개개인이 먼저 움직여야겠다. 막연한 환경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는 등 아주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 하나하나가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4-08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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