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맏형으로서 남한의 역할

축제보다 평화 강조 '평창올림픽'남북 교류·협력·북미대화 성사땐한반도 위기 해소 될 수 있어이산가족 상봉·개성공단 등과제 실마리 찾을 수 있다는 뜻'북, 공존번영 길' 찾도록 이끌어야장형부모(長兄父母). 큰형의 지위는 부모와 같다. 맏형이 부모처럼 집안과 아랫사람을 돌보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형만 한 아우 없고, 아비를 넘을 수 있는 자식 없다'는 말에 담긴 뜻도 비슷하다. 하지만 유교적 유산이라는 비판을 넘어 요즘 시대에도 맞는가. 맏형이 과거처럼 가족의 서열순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국가를 맏형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라면. 지금도 타당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맏형들이 대거 등장한 곳이 평창이다. 하지만 무례하다든가, 굴욕적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넘쳐난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북한 김영남 위원장은 서로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상호무관심이라는 외교적 표현을 쓰면서까지. 아베 총리는 말 그대로 염장을 지르고 있다. 잔치 집에서 소금뿌리는 행태다. 러시아는 도핑파문으로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다.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폐막식에도 오지 않을 모양새다. 그러나 예외 없이 혈맹을 강조하는 성조기와 동포를 강조하는 한반도기가 평창에서 펄럭이고 있다.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다소 과장해보면 중국과 북한, 미국과 한국 관계는 형제로 볼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이 맏형이라면 북한과 한국은 동생쯤 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이라는 이복형제를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간의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힘과 이익만이 판치는 국제질서에서 장유유서가 통할 수 없기 때문일까.최근 중국은 유엔을 내세워 북한을 강도 높게 제재하고 있다. 사드를 핑계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도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일종의 선제공격인 '코피 작전'을 거론하고 있다. 빅터 차의 낙마 이유가 코피작전에 대한 반대의 결과라면. 올림픽 이후 한반도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 공격일지라도 한반도는 파국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혈맹이라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트럼프의 시나리오. 수백만의 사상자는 물론 경제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러시아와 일본은 미운 시누이 역할에 바쁘다. 끔찍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병상련의 처지에 한국과 북한만이 놓이게 됐다. 북핵문제에서 시작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한반도의 위기가 '넘사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만큼이나 미국의 코피작전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더 이상 선택의 길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축제보다 평화를 강조하는 평창올림픽. 거기에는 한반도의 위기적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김여정이 특사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향후 남북한 관계의 극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남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가 진행된다면 위기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서해평화협력 지대 등의 과제가 실마리를 찾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돌이켜 보면 남북한 간 관계는 미국이나 중국과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맏형이 부모다'라는 말에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엇나가는 형제가 있을수록 부모의 지위에서 맏형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남북한관계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이 아니라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존번영의 길을 찾도록 이끌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수평이면서도 때로는 수직관계인 형제. 맏형은 배려와 베풂을 다해야 하고, 동생은 존중과 이해를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되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를 때 형제 관계가 유지된다. 욕심과 불신이 겹치면 남는 것은 파국이다. 가족과 대학 그리고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설이 다가온다. 조상 앞에서. 우리들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우리시대에 걸 맞은 형제관계는 무엇인지. 시대가 요구하는 맏형의 올바른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 다 함께 생각하는 명절이기를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2-11 김민배

[월요논단]미세먼지와 우리의 역할

오염된 공기로 건강 걱정 만큼범 지구적 생각과 작은 실천 필요지금부터라도 한 그루 나무 심듯자동차 사용 줄이고 에너지 절약공장가동때 먼지 발생 줄인다면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리라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서 일기예보를 자주 보게 된다. 보통 일기예보를 보는 이유는 기온과 눈, 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으나 이제는 미세먼지 농도를 함께 체크하게 된다. 올해 벌써 4차례나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 실제로 느끼기에도 안개 낀 것처럼 뿌연 대기를 보면서 깜짝 놀란 날이 여러 번 있었다. 미세먼지와 함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기 걸렸거나, 기관지 계통에 심한 병이 있는 사람들만 착용하는 것으로 여겼는데 요즘은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는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북쪽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건으로 내려온 어떤 인사는 말을 아끼면서 남쪽의 특이 풍경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로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1천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주로 연료를 태우는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자연적인 발생물은 흙먼지나 꽃가루 등이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 과정에서 폐에 들어가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 중 입자의 크기가 더 작은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라 부른다.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직경의 20∼30분의 1보다 작아 폐를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와 온몸 전체를 돌아다닌다. 이로 인해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고 뇌졸중을 발생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전국의 지자서는 미세먼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각종 저감 정책과 대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실시했고, 경기도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학교체육관 건립 예산' 문제로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그 외에도 관내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하기도 하고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각종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발암물질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실인데, 이런 대책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인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찌되었든 앞 다투어 내놓는 대책들 덕분에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인지할 수 있게 되었고 국가차원에서의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 외에는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국가적 차원의 대책과 규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 생각하다 보면 케냐의 여성 환경 운동가이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여사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는 초록 나무가 우산처럼 드리운 작은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 케냐는 더 이상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고 점점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맑은 공기와 고갈되지 않는 샘솟는 물을 얻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야 함을 알았다. 그리고 한 그루 한 그루 심고 또 심었다. 한 사람의 노력은 점차 번져나가 검은 땅이 초록의 산이 되었다. '지구의 상처가 아물어야 우리의 상처도 치유할 수 있습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함께 껴안아야 합니다.'(나무들의 어머니-지네트 윈터 글·그림/미래아이 출판)우리들이 오염된 물이 걱정되어 집에 정수기를 들여 놓고, 오염된 공기가 걱정되어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다고 깨끗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걸까? 물론 국가적 대책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미세먼지에 대해 걱정하고 우리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만큼 범지구적인 생각과 작은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왕가리 마타이처럼 지금부터라도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듯이 자동차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기업들의 공장가동시 철저한 시설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실천을 해 나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리라./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2-04 최지혜

[월요논단]예지몽

일본 제국주의의 반인륜적 폭력경제가 전부라는 개발독재의반민주·반인간적 겁박에 굴종우리의 무지와 비겁함이초래한 결과라고 회상한다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된다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싶은 인간의 희망이 예지몽이란 생각을 만들어냈다. 사실 우리 삶에서 내일 일어날 일을 오늘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엄청난 사건이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이 세상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모든 사람이 예지몽을 꾼다면 그래서 모두가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런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예지몽이 일어날 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일의 의미를 미리 감지하게 해준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 그에 따라 지금을 바꿀 수 있을 테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신경생물학 연구는 이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의 기억 장치와 같지 않다. 사람은 지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이것을 마치 한글 프로그램의 '불러오기'처럼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은 기억하는 현재에서 바라는 미래와 희망을 토대로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구성한다고 한다. 물론 이 말이 과거 사실을 조작하거나 있지도 않던 일을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말은 기억이 있는 사실을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조합해서 회상한다는 뜻이다. 그런 과정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라 한다.이렇게 본다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과 형태는 매우 중요하다. 그 회상을 자세히 바라보면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진정한 미래의 희망과 바람이, 또 현재를 사는 우리 삶의 중요한 동기와 터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내일 주식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꿈은 불가능하지만, 내일 그 주식과 관련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알려주는 꿈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철학에서도 회상을 매우 중요한 진리 인식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꿈과 회상은 현재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과거에의 해석이라고 말한다. 우리 역사는 지난 100여 년 사이의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한말의 처참한 경험과 제국주의 침략에 따른 참혹한 고통은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 최근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그 고통이 현재진행형임을 잘 보여준다. 그에 덧붙여 분단과 전쟁의 고통은 지금도 우리 사회를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면서 식민시대의 고통 못지않은 아픔을 주고 있다. 개발독재 시대와 민주화 과정, IMF 구제 금융 사태 등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지난 역사가 아닌가. 그러니 역사를 회상하고 해명하는 작업은 그 역사적 경험을 추체험하고 이를 회상하는 현재의 해석이 중요하며, 그 안에는 철저히 미래를 지향하는 우리의 바람이 자리한다.최근 <택시 운전사>, <1987> 따위의 영화가 우리로 하여금 이런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지금 그 역사를 호명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 호명이 결코 자랑스러운 투쟁의 기억이거나 과거의 야만에 대한 눈물 어린 아픔, 또는 그 어떤 자괴감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사건을 호명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사회와 우리 삶이 가야 할 미래를 꿈꾸면서, 지금 그 역사를 새롭게 회상하게 된다. 지난 시간 겪었던 야만과 고통이 제국주의와 독재권력, 경제가 전부라는 겁박에 굴종했던 우리의 무지와 비겁함이 초래한 결과였다면, 지금 그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불러옴으로써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될 야만과 폭력을 새롭게 회상해야 한다. 그것은 일본제국주의의 반인륜적 폭력이건, 개발독재의 반민주와 경제만능의 반인간적인 야만이건 그 어떤 것도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단이다. 그 결단에 따라 지난 역사를 회상함으로써 지금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과 공동체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기억하고 회상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촛불 이후에도 이 폭력과 야만이 여전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를 잘못 회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면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가, 어떤 미래를 꿈꾸면서 지금을 살고 있는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1-28 신승환

[월요논단]반대로 하면 된다는 우리사회

정책 수립하는 고위 공무원이나정치인들은 성공한 사람들로삶 개척하는 방식 다를 수밖에규제와 엄벌이 아니라부작용 최소화 하면서 시장과국민들 도와주는 정책 시행해야"반대로 하면 된다".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발언으로 가상화폐는 검색뉴스 순위를 휩쓸고 있다. 20~30대의 분노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정부의 방침과 학교의 가르침 그리고 부모님의 삶과 반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댓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생각해보니 우리사회의 최근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자는 흐름이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관념에 기초한 정책들에 거부하고 있다는 징표다. 동시에 정부보다 앞선 사고의 표현이자 국민들의 행동방식이다.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과 인생 목표들은 이미 붕괴되었다. 부모님의 기대처럼 공부를 잘해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자식을 키우는 것.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고 바람직한 삶의 패턴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그것을 꿈꾸던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린 지 오래다. 사오정이나 오륙도는 옛말이다. 아예 정규직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넘쳐 난다. 부모님과 어른들의 가르침대로 공부도 하고, 착실히 살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바르게 살았던 사람보다 비합법과 불법적 수단을 통해 부를 추적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살고 있다. 왜 10대 청소년까지 가상화폐에 뛰어드는가. 당연히 어른들은 한탕주의가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한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해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실업이거나 비정규직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잣대, 좋은 직장을 평생 다닐 수 있다는 희망, 노후에 삶을 여유롭게 살수 있다는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세대들은 각종 제도와 규제정책이 만들어 놓은 틀에 분노한다. 그것들이야 말로 기성세대와 기득권을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돈의 문제나 한탕주의로 보아 칼을 빼들기 전에 생각해봐야 한다. 청소년들까지 왜 교과서적 삶을 거부하는가. 일탈이든 한탕주의든 왜 기꺼이 감내하려고 하는가. 가상화폐는 청소년과 청년세대들이 가장 잘 아는 마켓이다. 가상화폐가 기존의 화폐시장을 흔들고,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진화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국가를 뛰어넘는 가상화폐는 세금과 규제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체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국제간 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폐쇄로 대응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섰다.가상화폐와 부동산 그리고 최저임금.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문제들이다. 정부는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남불패, 서울사수는 지방을 더 멍들게 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인간다운 삶을 내걸고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해고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장관마다 나서 강력한 규제와 엄벌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방침과 반대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입안과 집행 방식은 교과서적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추어 정부에 학자 장관이라는 표현이 왜 나오는가. 세상의 흐름을 읽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보다 앞서 움직인다. 격동의 시대를 산 기성세대는 경험칙으로, 젊은 세대는 새로운 세상의 흐름을 인터넷과 SNS를 통해 꿰뚫어 보고 있다.가상화폐 폐쇄논란과 부동산 정책 혼선 그리고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의 규제위주 잣대로는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정부는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이 묻고 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말 그대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잣대와 그렇지 않은 국민들이 삶을 개척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왜 나처럼 살지 않느냐고 법으로 다그칠 수 없다. 규제와 엄벌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과 국민들을 도와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당면한 현실적 삶은 춥고 어렵다. 국민들을 부패나 투기집단으로 매도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도덕적 결벽주의에 매몰되어 정책의 집행에서 유연성을 추구하지 않는 권위주의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는 경험을 상기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1-14 김민배

[월요논단]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이하며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언제나 마음가짐은 어렵지만수첩 첫 페이지에 적어두고내 마음을 재다짐 하는 것올해도 매 순간 처음처럼 맞자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7년이 지나갔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지난해 우리 사회에 있었던 큰 사건으로는 광화문 사거리 일대가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로 밝혀졌었고, 시민의 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퇴진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 후 바다 밑에서 절대 올라올 수 없을 듯이 갇혀있던 세월호도 뭍으로 쑥 올라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1980년 5월 18일에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며 같은 날 태어난 한 여성이 아버지를 그리며 축사를 읊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고 함께 울었다. 문화계를 보자면 '방탄소년단'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5월에 미국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rd Music Awards)'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면서 승승장구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다. 이렇게 큰 사건들 외에도 우리들 각자 각자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로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으리라. 그렇게 2017년은 가고 무술년(戊戌年) 새 해 첫 달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육십간지의 35번째 해인 무술년으로 무(戊)는 황이고 술(戌)은 개를 상징하므로 황금개띠의 해이다.새 해를 시작하며 그림책 '문을 열어! (황동진 글.그림/낮은산)'를 펼쳐들었다. 다양한 문(門)들이 말을 건넨다. 오래된 문, 새로 갓 만든 문, 커다란 문, 작은 문, 열려 있는 문, 닫혀 있는 문, 조금 열려 있어 꼭 들어가 보고 싶은 문, 녹 슬어서 무섭게 닫혀 있는 문….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날들 같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서듯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낯선 문 앞에 서서 지금은 알 수 없는 문 뒤에 있을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우리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어. 문은 안과 밖을 나누기도 하고 이어주기도 하는 거지. 문밖 세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구절을 가만히 읽어보면서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의 문 앞에 서 있다. 새 달력을 걸고 새 수첩도 마련하고 새해에는 어떻게 지낼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새 다짐을 해본다. 새 수첩에 주소록을 정리할 때 이제는 이 세상에 없어서 적을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한다. 수첩을 새로 바꾸면서 매년 내 수첩의 첫 장에 적는 글귀가 있다. 신영복선생의 '처음처럼'의 글귀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수첩 첫 페이지에 적어두고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재다짐 하는 것이다. 올 한해는 매 순간을 설렘으로 늘 처음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자./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1-07 최지혜

[월요논단]시간은 물리적 현상이지만…

한 해의 시작·끝 정해 '의미' 부여인간은 '영성적 존재'이기 때문올 가장 중요했던 말 '개혁'부분적 불공정 청산불구 '한계'자본·성공 향해 질주하는 우리자신부터 변해야 '진정한 혁명'시간은 물리적 현상이지만, 그 시간을 사는 사람의 때는 전적으로 의미를 따라 이뤄진다. 시간을 경계 지우려는 우리의 본성은 달력을 만들어 한 해의 시작과 끝은 만든다. 시간을 넘어 때를 만들고, 그때의 의미를 돌아보며 마무리와 새로움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생물학적 존재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인 까닭이다. 역사에서 보는 모든 종교와 사상은 이런 인간의 의미론적 행위를 영(spirit)이란 말과 연결지어 정의한다. 자신의 영/영혼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흔히 영성이란 말로 표현한다면 인간은 누구나 영성적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모든 종교와 사상은 그 핵심 교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인간의 이런 내적 지평을 강조했다. 그런 특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예외 없이 황금률과 절제 및 자기 비움의 정신이다. 이런 인류 공통의 정신을 되새겨 보는 일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시간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지난 한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말이라면 단연 개혁이었다. 이에 대한 수많은 요구와 생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시대 정신을 대변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개혁이 무엇을 위한 것이며, 나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생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부분적으로 지난 시대의 불공정과 불의, 부패가 어느 정도 청산되기도 했지만, 공고하게 똬리를 튼 한계와 모순이 상존하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의 법원 판결을 보면서 여전한 부정의에 분노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120억에 이르는 시세 차익을 챙긴 불공정함이,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고발했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아무런 죄도 되지 않는다는 판결에 선뜻 수긍할 사람이 얼마일까. 법치를 가장한 불의는 여전하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불의와 부패, 불공정은 일상의 삶과 노동에, 교육과 언론에, 정부 영역과 경제 행위 안에 여전히 그 위력을 잃지 않고 있다. 특권과 이익을 독점적으로 소유한 계층이 그들만의 이해를 위해 불의한 합작을 이어가는 사회는 현재형이다. 이런 생각이 줄어들지 않는 한 이 사회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다시 물어야 한다. 과연 혁명은 가능한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혁명인가.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함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모든 혁명은 그 시작의 성공이 실패로 귀결된다. 역사에서 그 시작을 온전히 달성한 혁명이 없었듯이, 그 모두가 실패로 끝난 혁명도 없었다. 혁명은 자신의 성공을 실패를 통해 입증한다. 또한 자신의 실패를 통해 혁명은 그 본질적 성공을 가능하게 한다. 어떤 경우라도 혁명 이후는 그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또한 혁명 이후의 삶이 그 이전의 삶과 혁명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도 없다. 그래서 혁명은 성공과 실패의 이중주 속에서 그 본성을 달성한다. 촛불에 의한 지난 시간이 혁명일 수 없거나, 그럼에도 혁명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리 사회의 혁명은 어디쯤 자리하는가. 모든 혁명은 나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며, 또한 나의 변화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이중주 속을 질주한다. 지금 정치와 법, 언론과 경제 개혁을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혁명은 자본과 성공을 향해서만 질주하는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야 한다. 여전한 우리 사회의 부정의와 불공정, 전쟁과도 같은 삶이 제도와 체제의 한계와 모순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을 혁명하지 않으면 이 모든 변화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떠한 본질적인 의미도 달성하지 못한다. 혁명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개혁에의 요구가 우리 자신의 혁명 없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자본과 성공을 향한 욕망,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하는 맹목성에 대한 성찰 없이는 결코 어떤 혁명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영혼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모든 사상과 종교는 이런 진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변종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이 문화만이 이런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정 혁명을 원한다면 자신의 삶과 존재를 혁명해야 한다. 지금 당신과 나는 어떻게 이런 혁명을 맞이하고 있는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12-24 신승환

[월요논단]PRC 혹은 China

문 대통령, 중국이 주도하는과학기술정책 깊은 관심 가져야기술강국 재정립·4차 산업혁명기회 놓치면 산업경제 앞날 험난국가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산업기술보호 정책 강화 필수Made in PRC. 유럽판매 제품에 표기된 원산지 국가명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인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산의 다른 표기방법이란다. 섬유와 가죽제품의 메카라는 이탈리아에서. 나름대로 브랜드가 있는 현지제품들이 중국산이라니. 그래도 디자인은 이탈리아에서 했다고 위로하는 여행객들도 있고. 비난하는 댓글도 있다.만약 우리가 잘 알고 있는 Made in China라고 표기 되었다면. 아마도 구입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편견이 아닐까. 언젠가부터 우리들의 인식 속에 중국에 대한 특이한 잣대가 자리 잡고 있다. 사드나 북핵문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있는 그대로 중국을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못한 것을 찾아내거나 가공된 뉴스를 토대로 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보면 제조와 과학기술 강국을 향한 중국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중국은 2025년까지 제조업의 기술을 독일 수준으로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사드와 북핵문제의 해결 이후.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과학기술의 현황을 보면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독주에서 미·중의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2017년 9월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SCI 논문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SCI수록 논문 수는 62만 2천편(2007~2011)에서 124만5천편(2012~2016)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세계 12위(5만1천51편)이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진흥기구'는 기술혁신의 원천이 되는 과학논문 중 '컴퓨터, 수학, 화학, 재료 과학' 분야에서 중국이 1위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예산지원과 인력양성이 있다. 2014년 중국은 연구투자비로 380조원을 투자했다. 180조원의 일본을 앞지르고, 미국의 460조원에 육박한다. 안후이성에 12조원을 들여 설립되는 '양자기술연구개발센터'는 모든 암호의 1초 내 해독과 3개월간 잠행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60억 달러를 투자하는 세계 최대의 가속기는 힉스입자를 발견한 강입자가속기(LHC)보다 2배나 크다. 중국은 첨단 과학 기술력의 성과로 7천62m의 잠수에 성공한 유인잠수 조사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책연구기관과 기업의 연구센터 그리고 대학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올해 실시된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주관의 연구보안과 산업기술보호 교육에 참여하였다. KIST,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재료연구소, 한국기계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극지연구소, 한국해양대학 등. 그리고 방위산업기술보호를 위해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방위사업청이 주관한 교육에도 참여하였다. 현장에서 만난 연구원들이나 임직원들의 역량과 열정 그리고 성과들은 매우 높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술보호의 대상은 국가핵심기술 61개, 방위산업기술 141개 그리고 산업기술 4천개 내외다. 그러나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안과제 이외에 그 전단계로서 핵심과제 영역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기본과제를 통해 축적된 연구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핵심과제로 확대하고, 이를 보안과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세계와 맞서려면 기술보호 대상의 바탕이 되는 보안과제를 10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과학정책과 예산지원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주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사드와 북핵문제 해결이 일차적 과제다. 그러나 중국이 주도하는 과학기술정책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PRC가 KOREA의 과학기술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술 강국으로의 재정립과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 산업경제의 앞날은 매우 험난하다. 국가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산업기술보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술이 없다면 새로운 일자리도 복지도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12-10 김민배

[월요논단]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참사로세계가 탈핵 에너지혁명 추진정부도 2083년 '원전제로' 목표달성한다는데 60년이나 걸려포항지진에 수능연기 사태 기점계획 다시 세워야하지 않을까겨울이 시작됐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수능시험을 떠올리게 된다. 매번 수능일이 다가오면 기상예보에서 그날은 다른 날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올해의 수능시험은 유독 큰 기록을 남기고 지나갔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포항에 지진이 났고, 시험은 일주일 뒤로 연기됐다. 그것도 수능시험 하루 전날 결정된 것이다. 수능이 시작된 이래 날짜가 연기된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날짜가 미뤄졌다고 마냥 좋아할 리는 없다. 수능 일정에 맞추어 준비된 많은 다른 일정들도 함께 바뀌었다. 갑자기 학원가에 일주일 집중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시험 후에 떠나려고 예약해 놓은 여행과 성형 시술 등이 취소되고 연기됐다. 여기저기 많은 혼란이 빚어졌지만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기된 시험보다도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혼란, 주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다.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일본의 지진 소식이 전해질 때면 우리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말이 무색해졌다. 작년 경주에서 지진이 있은 이후 올해 포항에서도 예고 없이 일어났다. 경주는 지진 강도가 5.8이었으며 그 후 500회 정도 여진이 이어졌다. 이번 포항 지진은 공교롭게도 수능시험 하루 전날인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 강도 5.5규모로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8년 4월 29일 설비용량 587MWe인 고리 1호기를 가동하기 시작해 2016년 현재 2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원전은 얼마나 안전한지 생각해야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PRIS자료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이 25기의 원전은 총 4개의 부지에 집중돼 있는데 고리, 월성, 한울, 그리고 한빛 원전단지다. 그리고 개별 부지별 원전 밀집도 및 부지별 원전 규모에서도 세계 1위이다. 미국보다 20배 이상, 러시아보다는 100배 이상 원전 밀집도가 높다고 한다. 더구나 원전이 폭발했을 때 피해지역인 반경 30㎞내에 인구 밀집도 또한 세계1위다. 그 외에도 고리원전에서 불과 몇 십킬로 안 떨어진 곳에 울산석유화학단지(18㎞), 현대자동차(25㎞), 부산항(32㎞), 해운대(21㎞)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을 40년 이상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가? 그림책 '희망의 목장'(모리 에코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고향옥 옮김/해와나무)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9.0의 강진으로 불과 몇 십분 만에 밀려온 쓰나미 현상으로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의 피해를 입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30㎞이내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곳을 떠나야했다.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방사능 때문에 20㎞이내에는 아무도 거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곳에 머무는 생명체가 있다. '나는 소치기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림책 속 주인공 요시자와 마사미씨와 그곳에 남은 소 360마리다. 정부에서는 가축들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어차피 사람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모두 살처분 하라고 하지만 소치기는 소들을 먹이며 돌본다. '애들아, 많이 먹고 똥 누거라. 그래도 돼, 그게 너희 일이니까. 내일도 모레도 밥 줄게. 나는 소치기니까.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여기 있을 거란다.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 그림책은 원전사고의 피해와 함께 무엇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체르노빌참사(1986년 4월)와 후쿠시마참사를 교훈삼아 탈핵 에너지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 그 좋은 본보기다. 우리나라도 탈핵에너지혁명에 앞장서야한다. 현 문재인 정부가 2083년에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60년이나 걸리는 사안이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능지연사태를 기점으로 좀 더 박차를 가하여 원전 제로의 계획을 다시 세워야하지 않을까./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7-12-03 최지혜

[월요논단]수능 연기와 교육 개혁

지금의 교육 무엇이 달라졌는가오죽하면 교육부 해체 목소리도 더 무너질 곳 없을 정도로 망가진한국의 교육과 학문관료들 이해 절대적 부족 속에교육공학적 차원 통제·억압 남발지난 11월 23일 전국 60여 만 명의 수능 수험생들은 무사히 수능 시험을 치렀다. 그 전 주 포항 지진의 여파가 있었지만 교육 당국의 적절한 대응으로 대학 입시와 관련된 커다란 위기를 잘 넘겼다. 그런데 과연 이 문제는 이대로 해결된 것일까.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기존 수능 시험일 저녁이 되어서야 황급히 시험 연기 발표를 했다. 수험생들의 '멘붕'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와 관련된 여러 혼란 역시 엄청난 것이었다. 이 사건이 불러온 파장은 이 나라에서 수능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 그런데 교육 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은 다만 수능 연기만을 되뇌이곤 서둘러 기자회견을 마감했다. 물론 그때야 그럴 수밖에 없었을테지만, 그 이후에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입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수능 연기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교육부 장관은 교육 개혁이란 시대적 요청을 어떻게 이슈화 했는가. 교육이 한 국가는 물론, 그 공동체와 개인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것인가. 특히 해방 이후의 역사에서 보듯이 우리가 거둔 성취는 근대적 교육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자명하지 않은가. 더욱이 지금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고, 근대의 종언과 함께 시대사적인 전환이 다가왔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이때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방 이후의 우리 교육은 전적으로 산업화 패러다임에 맞추어져 있었으며, 그 방향이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후기 산업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으며, 문명사적 전환이 눈 앞에 다가온 지금 산업화시대의 틀에 맞춰진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절실한 과제가 아닌가. 굳이 이런 거대담론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교육이 당면한 문제는 수없이 비판되고 또 그에 대한 대안도 무수히 제기되었다.공교육 파괴, 입시과열과 사교육 범람, 서열화된 대학, 대학교육의 붕괴, 인문학과 공학 교육의 위기 등 거론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한계와 모순, 역기능들이 교육 개혁을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껏 교육개혁의 시대적 책임을 안고 그 자리에 오른 이들은 이 과제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지난 겨울 촛불 시위가 촉발된 데는 이화여대의 입시부정 문제와 교육과정의 역기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그때 학생들이 요구한 것이 다만 한 대학에 국한된 문제였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 국가의 교육이 무너지면 학문도 부서지고, 그에 따라 국가의 미래도 함께 침몰할 수밖에 없음을 세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대학은 보이지 않게 더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취업기관이 된 대학, 수많은 반교육적이며 반민주적 행태가 넘치는 대학과 장식이 된 연구는 한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교육과 학문을 포기할 지경으로 몰아간다. 대학 정책을 둘러싼 거짓은 지난 정권의 잘못이라 쳐도, 83%에 이르는 사학은 지금 온갖 형태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재정과 정책적 통제를 통한 교육부의 온갖 반교육적 행태에 굴종하는 것이 지금의 대학이다. 지난 11월 13일자 '교수신문'은 재정 위기에 직면한 대학이 비정규직 전임으로 교수를 대체하거나 아예 학문 후속세대를 채용하지 않음으로써 곧 베이비부머 세대의 교수가 은퇴함에 따라 학문 자체가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교육 개혁을 책임질 사람들은 지금 촛불의 혜택을 누릴 뿐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책임있는 행동도 보여주고 있지 않다. 그들은 왜 그 자리에 있는가, 아니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었을까? 정말 묻지 않을 수가 없다.오죽하면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부를 해체해야한다는 여론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에 까지 이를 정도였을까. 그런데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한국의 교육과 학문은 더 무너질 곳이 없을 정도로 부서지고 있다. 교육과 학문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료들이 다만 교육공학적 차원에서만 통제와 억압을 남발한다. 그렇게 시나브로 죽어가는 교육과 학문을 위해 개혁하라고 외쳐도 듣지 않는다. 교육과 학문이 죽으면 삶과 미래도 함께 죽는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11-26 신승환

[월요논단]뮤지엄 파크와 보르게세 미술관

혼이 담긴 작품과 시대정신 유물수천년 지혜·역사 간직 '보르게세'인천 문화예술 역사 전환점 될'뮤지엄 파크' 삼류 미술·박물관전락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정치인들 선거용 배제부터 시작뮤지엄 파크. 인천 학익동에 시립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문화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때문일까. 내년 8월까지 타당성 검토 용역이 진행 중인데도 의견수렴과 현장설명회 형식으로 그 모습이 서둘러 공개됐다. 아무튼 시립미술관이 없었던 터라 반가운 소식이다. 접근성과 협소함에 지친 박물관에도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한곳에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문화산업시설을 집중해 조성하는 사업이 전국 최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콘텐츠 빌리지 등을 합쳐 5만809㎡를 건설하는 구상안이 제시되었다. 총사업비는 2천853억원 내외. 국비 590억원, 시비 894억원, 민간투자 1천369억원 등이다. 토지는 용현학익지구를 개발하는 (주)DCRE가 기부채납을 했다. 성패의 관건은 국비확보와 민자유치 여부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이나 역사보다 토건사업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건축한 다음에는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물론 용역의 초기 구상단계라서 그렇겠지만 정작 중요한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박물관의 유물구입 등의 예산이나 계획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건축 계획은 그 자체가 작품이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정신과 어떤 소장품으로 시민들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술관의 성격과 박물관의 역사성에 대한 언급이 생략된 뮤지엄 파크 구상안을 보면서 지난 추석 때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생각났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별도로 전시되어 있었다. 소장하게 된 기록 등과 함께. 진품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데 다른 작품은 사진촬영이 되는데도 소송관련 기록 자료나 그 작품에 대해서는 촬영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전시하고 있는지. 미술관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당당하게 전시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한 의문은 용산 국립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교문화재나 기증유물을 제외하면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많지 않았다. 물론 두 건물 모두 외형은 대단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전시작품이나 유물 등은 건물에 걸 맞은 것일까. 인천의 뮤지엄 파크가 기존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계적으로 건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축과 함께 작가들의 작품 구입이나 주문 제작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작품과 작가의 위대성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로마패스로 11월 1일부터 시작된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의 베르니니(G. L. Bernini) 특별전을 보았다. 22유로에 사전예약. 15분 전 도착에 2시간 관람. 그러나 연일 매진이었다. 베르니니의 작품은 환상 그 자체였다. 진한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작품집을 39유로에 구입했다. 다비드를 표지로 내세운 보르게세는 베르니니가 미켈란젤로에 결코 뒤지 않는 작가임을 알려주었다. 로마의 고전 미술관(Barberini Palace)에서의 아르침볼도(G. Arcimboldo) 특별전이나 피렌체의 우피치(Uffizi Gallery)도 감동을 선사했다. 왜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경탄을 하고,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지. 바티칸의 최후의 심판이나 성화들을 보면서도 그런 천재적인 예술가를 배출한 이탈리아가 부러웠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종교든 국가든 후원자들이 있었다. 반도의 특성상 전쟁과 약탈이 반복된 과정에서 흩어진 작품과 유물을 모아낸 후손들의 지혜와 행동이 있었다. 예술가들의 혼이 담은 작품과 시대정신이 담긴 유물 그리고 수천 년의 지혜와 역사가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인천의 문화예술과 역사에 전환점이 될 뮤지엄 파크가 삼류급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선거용 건축을 배제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과 정신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11-12 김민배

[월요논단]사람과 반려견(伴侶犬)의 공존을 생각하다

동물 무서워하는 사람 있듯이'우리개는 물지 않아요' 말 대신목줄과 공공장소 에티켓 필요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서로 믿고 존중하는 마음 가져야최근 이웃집 반려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외에도 반려견과 관계된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기사화 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건 속 개의 주인이 유명 연예인이고, 개에 물려 숨진 사람이 서울의 유명 식당 대표여서 더 큰 이슈가 되었지만, 개가 사람을 무는 사건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에만 반려견과 사람들 사이에 생긴 사고가 2천 건이 넘었다고 한다. 나 또한 어릴 적 동네 개에게 물렸던 기억 때문에 개를 무서워한다. 그리고 당장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 마을의 집들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이라 집집마다 다 반려견이 보통 한두 마리는 있다. 대부분 덩치가 큰 개들인데 묶어두지 않고 키우는 집도 많아서 산책을 나갈 때면 나무 막대기를 하나 들고 나서야 안심이 되고, 목줄을 하지 않은 채 주인과 산책하고 있는 개와 마주칠 때면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무섭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우체부 아주머니가 오토바이를 타고 편지를 전하다가 우리 앞 집 개에게 물려 병원에 가는 일도 있었다. 개(犬)라는 종은 늑대에서 비롯되었으며 개와 인간이 함께 의지하며 공존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3만여년이 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야생 개들 중 온순하고 연약한 종들이 인간에게 다가왔다. 인간은 개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주었고 개는 인간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려주고 사냥에 동원되며 상호공존이 가능해졌으리라. 이렇게 인간과 개는 서로 의존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3만여년 전과는 많이 다른 형태이지만 사람과 개는 여전히 함께 의존하며 살고 있고 최근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이제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되짚어볼 시점이 된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의지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반려동물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간 중심의 필요와 목적, 선호도에 의해 다양하게 개량되고 있으며 '순종'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교배를 시키는 등 순전히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동물들의 삶이 결정된다. 원래의 본성에 맞지 않는 실내 환경에서 반려견은 함께 사는 가정의 한 두 사람과 교감을 나누며 평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생활환경에서 조금씩 반려견의 돌발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반려견을 도구적 대상이 아닌 자신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존중하면서 그들의 특성에 맞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어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보통은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가 오해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주인을 물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도 있다.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라는 말 대신 기본적인 목줄과 함께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이 필요하겠다. 반려견 이야기를 접하면서 최근에 출판된 '메리(안녕달 지음, 사계절)'라는 그림책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 그림책 속의 메리는 어느 시골의 할머니와 함께 사는 흰색 개이다. 메리는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짖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반긴다. 처음 강아지였을 때 그 집에 오게 되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랑 함께 살다가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 사이 새끼를 낳았다가 새끼들은 다른 집에 보내지고 그렇게 할머니와 둘만 살게 된다. 메리의 새끼들을 동네 다른 집에 보낼 때도 할머니는 메리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잘 자랄 곳을 알아서 보낸다. 메리는 마음이 아프지만 할머니를 믿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느 해 명절날 맛난 음식들을 혼자 먹던 할머니는 밥을 먹다 말고 밥상을 들고 메리가 있는 마당으로 나온다. 그리고 메리와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 그림책 속의 메리와 할머니에게는 뭔가 다른 게 있다. 비록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할머니와 메리 사이에 서로 존중과 믿음이 보인다. 그렇게 과(過)하지도 덜하지도 않음에서 오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해결의 열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7-11-05 최지혜

[월요논단]삶을 위한 개혁

지금 필요한 담대한 개혁은보편적 권리·체제 전환 요구정의와 올바름이 지켜질 때만이외부의 적에 맞설 수 있다안보·사회·우리삶이 실존하기에평화는 정의없이 불가능하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일 년이 지났다.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불러도 좋은 것일까. 이는 촛불의 요구가 얼마나 우리 사회와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 또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효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묻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애매하다. 우리 일상은 그전보다 나아졌는가.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요구는 얼마나 이뤄졌는가.겉으로 볼 때 최고 통치권이 바뀌었고, 그 핵심 권력이 교체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두 사람이 투옥되었다. 통치권은 바뀌었을망정 그 체제와 시스템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청산되어야 할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의 안위에 더 관심이 많다. 법과 언론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으며, 국민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의 의사를 왜곡하던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국가에 엄청난 부채를 안겨주었던 파렴치한 전직 대통령은 이 모든 범죄의 원천인 듯 하지만 여전히 생떼를 쓰고 있다. 노동에는 어떠한 변화도 감지되지 않는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개혁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무너지는 공교육과 교육현장의 개혁은 전무하다. 대학을 통제하는 교육부는 한 치의 변화도 없다. 다만 통치권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야당이 여당이 되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시민권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결과의 부당함을 심판하고 정의를 말해야 할 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수없는 노조의 외침에도 언론의 반언론적 작태는 계속되고 있다.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의 성과에 힘입어 그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권력의 달콤함을 누리고는 있지만 어떠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가.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권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외교상황이 급변해 개혁에 힘을 솟지 못한다. 국회가 가로막고 있어 제도개혁 입법이 어렵다 등등. 그래서 마침내 이제 안보가 위중하니 협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왜 촛불을 든 시민은 개혁을 요구하는가? 왜 적폐청산을 말하는가. 왜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감추려는 협치란 말의 꼼수를 거부하는가. 촛불이 말하는 개혁은 이 나라와 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한 요구이다. 시민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와 우리 삶을 왜곡하고 억압하는지, 왜 불평등과 불의가 만연하는지, 부패와 부정이 왜 척결되지 않는지를. 그래서 그것을 조장하는 체제와 제도, 그 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외친다. 집단적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 경제, 그 권력과 자본이 우리 삶을 헐벗게 하기에 그런 부정과 불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요구에 힘입은 이들이 이제는 좌면우고하면서 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요청에 눈 감고 있다. 안보와 협치를 말하는 자, 힘의 안배를 말하는 소리는 결국 개혁을 거부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불의와 부정이 척결되지 않은 채 참다운 삶은 불가능하다. 올바른 사회는 공공성과 공동선이 지켜질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시민의 일상은 공동선과 함께 시민 정신이 드러날 때만이 제대로 이뤄진다. 체제 개혁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변화와 척결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현재의 부조리와 불의는 제대로 된 처벌과 단죄가 없었기 때문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식민주의에 부화뇌동했던 반인륜범들이, 독재정권에 빌붙어 있었던 반 시민 세력이, 지난 정권의 불의와 부패에 힘입어 부와 권력을 차지했던 범죄자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얼굴을 바꾼 채 내뱉는 현란한 유희를 척결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그 어두움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미흡한 청산은 역사를 비극으로 되돌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 그대로 담대한 개혁을 남김없이 계속해가는 일이다.이 개혁은 보편적 권리와 체제 전환이란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지금 이곳의 정의와 올바름이 지켜질 때만이 외부의 적에 맞설 수 있다. 평화는 정의 없이 불가능하다. 그 평화는 안보의 평화이자 사회의 평화이며, 우리 삶과 실존의 평화이기도 하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개혁이 촛불을 인간적 혁명, 인간을 위한 혁명으로 이어가게 할 것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10-29 신승환

[월요논단]국정감사와 지방선거

내년 선거앞두고 정치 싸움 사활시민 직접 연계된것 거론도 안돼헌법상 국회의 주요한 권한 불구일부의원 파행·과거로 퇴행 자행견고한 민주주의 평화의 지름길국회 향하려는 촛불 되돌아봐야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왔다고 했던가. 국정감사를 보면 선거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년 6월 13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구청장, 시장, 도지사, 교육감 그리고 구의원과 시의원 등이 새로 선출된다. 선거일이 8개월 정도 남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싸움이 시작되었다. 국정감사의 현장은 정치권이 사활을 건 전투에 들어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막말과 고함, 삿대질과 정회, 파행과 보이콧. 볼썽사나운 모습들에도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황당한 자료요구에서부터 폭로성 질의와 구태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국정감사가 요란한 것은 탄핵의 후유증도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 후 새로운 저항과 적폐청산이 뒤엉켜 있다. 한반도의 위기를 틈타 보수 재결집을 노리는 세력과 견고한 민주주의를 구체화하려는 세력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싸움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10월말까지 국정감사의 이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기업 등에 사정없는 공격들이 가해질 것이다. 거기에서 헌법 제 61조가 상정한 국정감사의 본래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오직 정치적 기동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술수와 전략들이 동원될 뿐이다.수도권에서도 전투는 시작되었다. 여야 모두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을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인천의 경우 현직 시장과 차기 시장후보자들의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다른 차원에서 인천의 국정감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최기선, 안상수, 송영길, 유정복으로 이어진 인천시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판단을 할 시기가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래저래 깊은 인연이 있는 유정복 시장으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각종 창조사업의 결과, 인천경제청의 특혜시비와 미래 청사진, 인천시 산하기관의 통폐합효과 여부, 루원시티와 난개발 문제, 월미 은하레일의 책임공방, 원도심 사업과 뉴스테이 사업, 검단스마트시티 조성사업 무산, 시 재정건전화의 진위여부 등은 단골메뉴다.인천의 각종 공단 재생사업, 아시안게임 후 재정과 경기장 활용문제, 경인고속도로의 일반도로화 구체적 방안, 연구 R&D 유치사업과 일자리 창출, 송도 신항 배후단지 조성과 활용 등은 대부분 검토 중이다. 인천은 거대담론이 많은 지라 정작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직접 연계되는 것들이 거론되지도 못한 채 지나간다. 석모도 연륙교가 개통된 후 제기된 도로문제가 내년 무의도 연륙교 개통 후에 재현될 것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물론 국정감사에서 이 모든 것을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상 국정감사는 입법권과 더불어 국회가 가진 가장 중요한 권한이다. 특히 행정부가 막강한 헌정체제하에서 국회의 국정감사는 정부를 견제하는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국정감사가 정치권만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전투 현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국민의 일자리와 건강한 삶 그리고 평화로운 한반도가 되도록 국가 정책을 견제하고 이끌어야 한다.그런데도 일부 국회의원들의 기관장을 대하는 태도나 국감방식은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 국감이라고 해도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이나 피감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작 국회가 입법화에 나서야 할 검찰개혁, 재벌개혁, 교육개혁, 적폐 청산 등은 외면하면서 피감기관만을 질타한다. 한반도 위기를 빌미로 과거로의 퇴행을 시도하는 일부 국회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국감이 헌법을 벗어나 파행으로 갈수록 일부 정치인에 대한 교체요구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전쟁위기를 내세워 적폐청산의 무력화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앞장서는 일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자성이 절실하다. 전쟁공포의 확산보다 견고한 민주주의로 하나가 되는 것이 한반도의 전쟁방지와 한국인의 생존을 보장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국회를 향한 촛불을 다시 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10-15 김민배

[월요논단]추석(秋夕) 황금연휴의 두 얼굴

대체 공휴일까지 무려 10일 연휴국민 휴식권 보장차원 정책이지만법적으로 유급휴일 아니기에비정규직·중소사업장 근로자들되레 소외감·불평등 느낄 수 있어공정한 휴식 위한 법제화 필요민족 대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이번 추석 연휴는 개천절, 한글날, 임시 공휴일, 대체 공휴일까지 합쳐져 무려 10일이나 된다. 새해가 시작되고 새 달력을 걸때부터 이번 추석 연휴는 주목을 받았고 '황금연휴'라는 말이 붙었다. 유난히 긴 올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인파가 역대 명절 연휴 중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간의 항공권 값은 이미 몇 달 전부터 평상시의 몇 배로 올랐을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거나 놀랍지 않을 만큼 최근 몇 년 사이에 세상은 많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명절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기다린 추석 황금연휴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들여다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시작되었다. 국민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대체 휴일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지난 5월과 10월 임시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황금연휴가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책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소외감과 불평등을 경험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사업장의 근로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달 중에 3분의 1을 쉬게 되는 이번 추석 연휴가 모두에게 횡재처럼 느껴지는 황금연휴가 되지는 못한다. 현재 법적으로 임시 공휴일이 유급휴일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근로자들에게는 쉴 수 없는 잔인한 노동의 시간이고, 어떤 근로자들에게는 남들과 똑같이 쉬기 위해 본인의 연차 휴가로 충당해야 하는 기간일 수 있고, 또 어떤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임금이 삭감되는 시간일 수 있다. 이처럼 휴일 앞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떠들썩한 말뿐인 휴일이 아니라 소외됨 없이 노동자들의 공정한 휴식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 추석의 또 다른 말은 '한가위'인데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라는 의미를 가진다. 달리 보면 '한 가운데'라 함은 어떤 차별적인 것이 없이 누구나 함께 잘 누릴 수 있음을 뜻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여자와 남자, 시댁과 친정 등 비교의 잣대에서 벗어나 자연(自然)스럽게 서로 존중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보듬는 그 한 가운데에 있음이 한가위 아닐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 추석 무렵이 되면 온갖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어 먹을 것이 풍성해진다. 조상님께 감사드리며 이웃과 함께 풍성한 음식을 나누고 즐긴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 소외됨 없이 이 한가위 황금연휴가 풍성하고 따뜻하게 느껴져야 하지 않을까. 한가위가 되면 꼭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우리나라 민요를 시 그림책으로 만든 <둥그렁 뎅 둥그렁 뎅/전래동요. 김종도 그림/창비 출판>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신명나게 춤판이 벌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토끼는 달리기 선수로, 개구리는 엿장수로…, 저마다 생긴 대로 잘하는 대로 제 몫을 다하며 신명 나게 살아가는 세상을 그렸다. 황새, 물새, 곰, 토끼, 개구리, 두더지, 호랑이 등 동물들의 특징에 맞춰 신명나는 세상살이를 보름달과 함께 둥둥둥 북소리로 우리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울림처럼 모두 함께 편하고 여유롭게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신명나게 새로운 힘을 얻어 보면 어떨까?/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7-10-01 최지혜

[월요논단]도박과 겁박사이

김정은과 트럼프 그 어느때 보다전쟁이란 공포·안보 프레임으로한반도 위험한 시간으로 몰아가그들이 짜놓은 틀에서 벗어나우리가 원하는 구도 가동안하면 평화는 결코 가능하지 않아지금 한반도는 김정은의 도박과 트럼프의 겁박 사이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위험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위험은 전쟁이 아니라 전쟁에 대한 공포로 삶의 조건과 환경을 전쟁과 안보란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위험이다. 도박이든 겁박이든 이 모두는 비정상적이며 광기어린 반인륜적 행위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사이에서 인간다운 삶과 생존을 보장받아야 하는 우리의 처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9일 유엔총회에서 행한 연설은 지금 상황에서 한 국가의 최고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발언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이런 합리적 대응이 도박과 겁박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전쟁과 안보 프레임이 너무도 강고하여 이성적인 대응을 말하면서도 행동은 도박과 겁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근본적 결단과 선택은 어떠할까. 그 어떤 경우라도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며, 그것을 천명한 유엔 연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런데 도박과 겁박을 벌이는 자들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행동을 되풀이 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이 두려움과 불안을 이용하여 상황을 조장하고 확대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려는 정략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위험은 전쟁이 아니라 전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있으며, 자신의 이익과 관심사를 극대화하려는 정략적 태도를 감춘 거짓 안보 논의에 휘둘리면서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지금 이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평화가 절실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한 강인함과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전쟁과 안보 프레임에 빠져 미국의 겁박에 굴복하고 북한의 도박에 휘둘리면 우리는 영원히 이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 우리는 지속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또 그로 인한 반인륜적 상황에 허덕이면서 우리의 운명을 미국과 북한에 맡기게 된다. 심지어 중국과 일본의 눈치까지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계에 이른 자본주의는 전쟁 위협을 통해 세계화한다. 그를 위해 필요하다면 국지전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전쟁은 철저히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이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전쟁과 안보논쟁은 전적으로 이 프레임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은 이 두려움과 위험을 이용하고 확대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우리가 두려움에 떠는 동안, 그래서 평화를 말하는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위협을 변주하며, 다른 한편 거짓 위로와 과장된 안보를 반복한다. 지금 대외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국가도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평화를 위한 세력이 아님을 직시하고, 궁극적 평화를 위한 담대함과 강인함, 그를 위한 평화외교를 확대하는 일이다. 세계적 관점에서 정당하게 주장하는 정의와 평화에의 요구가 그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안보와 군비강화를 외치면서 마치 그것만이 평화를 위하는 길인 듯이 떠드는 비리세력을 처벌하고 단죄해야 한다. 이 전쟁과 안보 프레임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무리들이 연일 안보와 군비강화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야말로 우리를 보호할 최종 심급인 것처럼 떠들면서 사실은 자신의 기득권을 고수하려 한다. 안보를 외치면서 비리를 감추고, 군비강화를 말하면서 사적 이익과 권력을 확대한다. 보편적 인륜과 정의의 이름으로 이들을 척결하는 길은 평화를 정초하는 전제 조건이 된다. 이들 세력의 숨은 의도를 넘어서고, 그들이 설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 평화의 길이 시작된다.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과 북한의 정권 욕구, 나아가 중국의 세계 전략을 단호히 거부하는 담대함과 이를 지켜낼 강인함이 필요하다. 대내외적으로 전쟁과 안보 프레임을 강조하는 그들이 짜놓은 구도를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구도와 프레임을 가동하지 않으면 평화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평화를 위한 열정과 순박함으로, 다른 한편 이를 위한 현명함과 지혜로 필요한 세계 구도와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 우리 자신을 바꾸어야 한다. 평화를 위한 변혁을 상상하자. 보편적 인륜과 정의는 결코 망상이 아니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09-24 신승환

[월요논단]월미은하레일의 실패책임과 교훈

1천억원의 세금낭비 사업공무원 징계로 끝나는게 옳은가정치·사법적·배상책임 누가 지나책임있는 자 처벌·과거 잘못 단절새로운 대안 찾아 실패 반복없이적극 추진하는것이 실패의 교훈'월미은하레일'. 인천은 물론 지방자치의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최근 감사원이 월미도 모노레일 사업과 관련해 인천교통공사 전·현직 사장과 임직원 5명의 중징계를 인천시에 요구했다. 지난 주말 다시 월미도를 찾았다. 방치된 세월의 흔적이 쌓여가고 있었다. '월미은하레일'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월미도에서 인천항과 자유공원을 바라보면서 다시 생각했다. 당시에 왜 막지 못했던가.돌이켜 보면 10년 전 동인천역 주변과 신포동 지역의 쇠락은 심각했다. 송도신도시 매립의 종잣돈을 지원했던 중구가 연수구와 송도 신도시의 성장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었다. 해가 지면 사람을 구경할 수 없다고들 했다. 신포시장의 빈 점포들도 늘어만 갔다. 이때 제안된 것이 동인천역·신포동·월미도에 관광용 노면전차를 운용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모노레일 사업으로 변경되었다. 사업비도 2배 정도 증가했다. 당연히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많은 논란 끝에 당시 공사 중이던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도시계획위원회가 열렸다. 모노레일 안건이 상정되었고, 저녁 무렵 투표가 행해졌다. 그러나 근소한 차이로 모노레일이 가결되었다. 내가 모노레일을 반대했던 이유는 동인천 지하상가 위에 시공할 때의 기술적 문제점과 2배로 늘어난 사업비를 고려할 때 적자가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위원들에게 사업방식과 주체 그리고 재원조달 등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그러나 또 다른 낭비행사였던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위한 명분이 덧붙여지면서 월미도 사업 구간이 서둘러 시행되었다. 사업도 민간투자 방식이 아니라 시의 재정투자사업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당시 안상수 시장은 신세계백화점 보증금이라던 교통공사의 재원을 투입하였다. 세계도시축전에 맞춰 개통한다면서 졸속으로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이때의 준공과 사용허가 여부 등이 책임소재를 밝히는 데 있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되었다.2010년 송영길 시장이 취임하면서 모노레일의 문제가 드러났다. 궁금했다. 왜 운행을 못 하는가. 교통공사 관계자나 공무원들은 여러 이유를 댔다. 고치면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인천발전연구원장으로서 한국교통연구원과 MOU을 맺으면서 비공식 방문을 제안했다. 원장과 전문가 등이 월미도 현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맨 먼저 차량에 관심을 가졌다. 말 그대로 무쇠 덩어리였다. 궤도와 레일을 보면서 평가했다. Y자형 레일에 무쇠 덩어리는 비정상이며, 곡선 반경에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없어 전복 위험이 있다고 했다. 지상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설계와 공사부실도 지적되었다. 그런데도 소송과 보완 등을 이유로 시간은 흘러갔다. 정치적 책임은 물론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할 자들에 대한 수사도 공소시효도 그렇게 흘러갔다. 처벌받은 사람들이 없기 때문일까. 다시 월미은하레일을 재추진하려는 세력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 공무원· 정치인·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불과하다. 공공성도 경제성도 안전성도 없기에 이제 포기해야 한다. 차라리 대안을 생각한다면 지난 6월 개장한 부산 송도의 해상케이블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환경영향평가와 법적 문제 등을 통과할 수 있다면 월미도와 자유공원을 연계하는 해상케이블 모델을 추진해 볼 만하다. 몇 달 전 송영길 국회의원이 사석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시장 재임 시 일부 공무원들의 허위보고 등을 임기 후에 확인한 것이 있다고 했다. 물론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업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민들이 지금 묻고 있다. 1천억 원의 세금낭비사업이 공무원 징계로 끝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공무원보다 훨씬 책임이 큰 당시 시장이나 정책결정권자 그리고 배후 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가. 정치적 책임과 사법적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 배상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책임이 있는 자를 처벌하는 것.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는 것.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리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적극 추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월미은하레일의 실패가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9-17 김민배

[월요논단]돈이 열리는 나무

많이 가질수록 삶은 나아질까?더 나아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자본주의 '돈의 가치' 끝은 어딜까?돈 양에 비해 행복해지는 걸까?돈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있을지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유럽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과 난제품이 유통되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2017 Fipronil eggs contamination)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7년 8월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도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발견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 사건 이후 내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매일 아침 계란을 하나씩 먹던 우리집 냉장고에는 아직까지 계란이 없다. 소박한 내 식탁에 계란 프라이는 정말 중요한 반찬이었다. 계란 후라이가 빠진 식탁에 앉을 때면 '왜 하필 계란이야…'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계란은 값이 싸고 조리가 간편하며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이다. 사실 이 계란파동이 직접적으로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은 것은 작년 AI 파동 때부터 본격화되었다. 많은 닭들이 죽어갔고, 계란 값이 치솟았다. 그 대안으로 정부에서는 살충제 사용을 권장했다.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정말 복잡한 문제이다. 단순하게 살충제 잔류 검사를 해서 먹을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해서 끝나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람들과 살충제 계란 이야기를 하다보면 먹거리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살충제뿐만 아니라 제초제, 성장호르몬 등으로 우리가 더 이상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살충제 계란 파동 속에서 더욱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38년 전에 사용을 중단한 살충제가 계란에서 검출됐다는 것이다. 살충제 성분이 땅에 남아 그 땅에서 모이를 먹고 자란 닭들에게 38년이 지난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결국 우리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과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성과 효율성,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인 것 같다. 근시안적으로는 당장의 이윤이 큰 소득처럼 느껴지겠지만 결국에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식재료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당장의 이윤을 쫓으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돈이 열리는 나무]-(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유시정 옮김/ 미세기 출판)라는 그림책 속 맥 아주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맥 아주머니는 어느 날 앞마당에 처음 보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나무는 기이한 모양에 빠른 속도로 자라며 나뭇잎 대신 돈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맥 아주머니는 돈이 열리는 나무 앞에서 동요되지 않고 태연하다. 돈이 열리는 나무를 구경 온 사람들에게 나뭇가지를 잘라서 조금씩 가져가도록 해주고, 나뭇잎을 따러 온 사람들에게 사다리까지 빌려준다. 맥 아주머니에게 돈이 열리는 나무는 새가 선물해준, 우연히 싹이 튼 특이한 나무일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도 동요되지 않고 일상의 작은 평화로움을 누리는 맥 아주머니는 겨울이 되면서 땔감을 구하기 위해 돈이 열리는 나무를 아이들과 자른다. 그리고 맥 아주머니는 소파에 앉아 가벼운 미소를 피운다. 이 그림책을 덮으면서 "잘가!"라고 말하는 그녀를 생각해본다. 많이 가질수록 정말 우리의 삶이 나아지는 걸까?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본주의가 낳은 '돈의 가치'는 어디가 끝일까? 과연 돈이 많다고 행복지수도 그 돈의 양에 비례해서 높아질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맥 아주머니처럼 돈이 열리는 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7-09-10 최지혜

[월요논단]직접 민주주의

독점적 특권 누렸던 기득권층시민들 정치참여 제한 배제대의 민주주의 모든 정책 방해국민을 우중으로 바라보거나그들만의 정치로 독차지하려 해권리는 이런 왜곡과 맞서야 가능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가진 대국민보고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평소 정치를 구경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한 표 행사하는 간접 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시민의식의 자연스러운 발전과 정치 체제로서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정치사는 농경시대가 시작된 이래 경제적 발전과 함께 통치체제가 확산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해왔다. 농경시대 이래 일반적이던 전제적 통치체제는 점차 민중에게 정치적 권리가 이양되거나, 민중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지난 겨울 촛불집회는 이런 발전 단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정치적 변혁 가운데 하나였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기득권층은 여전히 이런 시대적 변화에 담긴 의미를 거부한다. 이들은 이 발언에 대해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등 시대착오적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정치적 발전단계에서 볼 때 대의민주주의는 전제적 통치를 벗어나 보편적 통치 체제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정치철학자들이 현대 민주주의의 한계를 비판하거나, 심지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비판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대의 민주주의를 정당화하는 정치철학은 재현의 정치에 기반한다. 재현이란 철학적 관점에서는 본질세계에 대한 것으로, 종교적으로는 신적 존재의 제의적 도래란 특성을 지닌다. 정치적 관점에서는 시민의 권리와 의사를 그들의 대표에게 위임하여 행사한다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현대 세계에서 상징과 이미지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재현의 위기 문제가 중요한 담론이 되기도 한다.대의민주주의는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올바르게 재현하지 못할 때 치명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선거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위임받으려는 이들은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재현하는 정책들을 제시한다. 이 정책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시민의 권리를 재현한다는 공적 약속이며 의무적 특성을 지닌다. 이는 문서로 맺은 계약은 아니지만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재현을 완성하는 공공성을 지닌 약속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서, 지금까지의 정당정치에서 언제 이런 공적 계약을 정당하게 지킨 정당과 정부가 존재했던가? 이런 부재의 경험들이 촛불집회로, 또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런 공적 계약과 재현의 원리를 배반한 이들이 이제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정당한 인식을 왜곡하고 비판하고 거부한다. 그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원리를 정면으로 저버렸던 인사들이 아닌가. 독재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그들만의 독점적 특권을 누렸던 이들은 누구였던가. 지난 정부에서 전직 대통령이, 여당 대표였던 이가 공공연하게 "선거 과정에서는 무슨 말인들 못하나"라고 외치거나 공약에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을 내비치지 않았던가. 그들이 말하는 대의 민주주의는 우리를 4년에 딱 하루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뒤 나머지 시간동안 자신의 권리에서 배제당하는 체제에 묶어두려는 정치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중을 개돼지로 보거나, 아줌마로 폄하한다. 그들만의 리그로 가급적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제한하고 배제한다. 비례대표제를 제한하거나, 선거구를 조정하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를 애써 무시한다. 대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운영할 모든 정책을 가급적 방해한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무시하고, 선거과정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시한 기회를 최대한 제약한다. 대의 민주주의라 쓰고 그들만의 정치라고 읽는다.지난 25일 조선일보는 직접 민주주의를 말하는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앞세운 제왕적 대통령", "지지율 독재"라고 비난하고, 이제껏 이어오던 관행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을 앞세우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닌가. 지난 관행을 그들 스스로 적폐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독점적 특권을 보장했던 그 관행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한국 기득권층은 여전히 국민을 통치해야할 우중으로 바라보거나, 그들만이 정치적 권리를 독점하려 한다.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이런 왜곡과 독점에 맞설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08-27 신승환

[월요논단]한국판 실리콘 밸리와 송도의 마귀들

개발방식 문제점 여러차례 논란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필요20년전 꿈 되돌아 보게 돼과대이익 챙긴 거대자본에 분노정부·인천시 직무유기 더 격분지금 '이게 송도냐'는 한탄 절로'송도에 마귀가 준동'한다.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본래 마귀(魔鬼, devil)는 귀신들의 우두머리 혹은 사탄의 뜻으로도 사용된다. 정 전 차장이 말하고자 하는 마귀는 누구일까. 그는 현재 마귀의 실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가 침묵할수록 마귀로 지칭된 언론, 사정기관,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신문의 누구인지. 어느 방송사의 누구인지. 경찰인지. 검찰인지. 아니면 중앙부처나 다른 권력기관인지. 진보시민단체인지. 보수단체인지. 사회단체인지. 모두가 그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그가 작심하고 지목한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파장이 커질수록 정경유착의 단골손님인 정치권이나 공무원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유정복 시장이 정 차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시키고, 즉각 직무대행을 임명한 것도 일파만파의 가능성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마귀를 입증할 중요한 자료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면 그는 역공에 휘말릴 것이다. 이미 일부 언론도 그의 평소 행태를 들어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 북을 통한 문제제기가 계통을 밟지 않았다거나 공직자의 돌출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식의 비난은 정당하지 않다. 징계라는 공무원적 발상보다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알권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의가 내부고발에 있었다면 그가 취한 방식은 오히려 보호받을 대상이다. 음해를 위한 익명의 투서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나 의회가 내부감사로 적당히 문제를 덮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가 지적한 개발이익 환수의 문제나 송도 개발방식의 문제점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바로잡기보다는 덥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들이 있었다. 그것은 송도가 왜 궤도를 이탈하였고, 현재 어떤 문제가 산적해 있는가에 대한 정부차원의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그와 함께 송도가 왜 마귀논쟁으로까지 치달았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본래 송도는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 끝에 낙점을 받은 곳이다. 1997년 6월 최기선 시장과 고건 총리 등은 송도 미디어 밸리에 소프트웨어 파크 등 76만평을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IMF 등을 겪으면서 미디어밸리는 파산하였고, 송도의 미래는 변질되었다. 외화유치 등을 위해 각종 특혜를 주면서 외국자본과 대기업에게 개발권을 넘긴 것이 오류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IMF와 금융위기가 끝났음에도 개발업자들을 위한 특혜와 제도가 계속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정 전 차장도 그에 기생하는 기득권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누가 봐도 지금처럼 송도가 대량의 아파트만을 짓고, 아파트를 팔기 위해 학교를 유치하고, 대규모 상업시설을 계속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송도가 토목건설의 대명사가 되는 사이 한국판 실리콘 밸리는 판교와 구로에 자리를 잡았다. 2017년 판교테크노 밸리의 현황을 보면 지역내총생산액(GRDP)은 77조원으로 인천 전체의 76조원보다 많다. 면적은 20만평이지만 입주기업 1천300여개에 임직원은 7만5천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송도는 기업이나 R&D센터 유치보다 아파트와 대형 상업시설 등의 건설에만 주력하고 있다.마귀논쟁을 보면서 20년전 송도에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만들고자 함께 뛰었던 그 시대의 꿈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곳곳에서 과대 이익을 챙기는 거대자본에 분노한다. 산자부 등 정부 관련부처와 인천시의 직무유기에 더욱 분노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게 송도냐'는 한탄이 절로 난다. 송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 출발은 경제자유구역의 기득권과 적폐를 청산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인천신항·공항·아암물류단지와 인천 원도심·시흥·안산 등을 연계하는 새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송도가 제 2의 원도심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길이자 한국판 실리콘 밸리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8-20 김민배

[월요논단]함께 사는 세상

개개인이 나누고 힘 합치면더 넉넉하고 강해짐을 아는데서로 경쟁하고 1등 가려내는사회구조·이기주의 안타까워'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라는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 필요'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습니다.(I am because we are.)'-아프리카 격언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가 계속되다가 입추를 보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늦여름을 보내며 막바지 물놀이가 한창인지 여전히 물놀이와 관계된 사건 사고들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 기사들도 많지만 그 속에서 훈훈한 이야기들도 접하게 된다. 자기가 알지도 못하던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던지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근간에 보게 된 기사에서는 강원도 고성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한 남성이 물에 빠져 파도에 휩쓸리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사람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구조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였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요즈음 인간 띠를 만들어 누군가를 구해 준 미담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정신이 함께 떠올랐다. 'UBUNTU'는 아프리카 코사(Xhosa)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하면 그 누군가는 나 덕분에 행복해지고, 나는 행복해 하는 그 누군가 덕분에 두 배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 우분투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 했다. 누구든 가장 먼저 과일 바구니까지 뛰어간 한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했다. 그의 말이 통역되어 아이들에게 전달되자마자, 그 아이들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 했다. 아이들은 과일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께 둘러앉아 입 안 가득 과일을 베어 물고 서로 웃으며 재미나게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누구든 일등으로 간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주려했는데 왜 손을 잡고 같이 달렸니?" 라고 묻자. 아이들의 입에선 "UBUNTU"라는 단어가 합창하듯 쏟아졌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이런 아름다운 이야기에 우리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살며시 미소를 피우게 된다. 우리가 서로 나누고 힘을 합치면 더 넉넉해지고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 경쟁하고 1등을 가려내려 하는 지금의 사회 구조가 참으로 안타깝고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내가 사는 강화도에는 여생을 좋은 자연 환경 속에서 텃밭도 조금 가꾸면서 여유롭고 느긋하게 살고자 귀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같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기 소유의 땅 영역을 정확히 표시하고 높게 담을 쌓고 대문을 걸어 잠그는 일이다.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하겠지만, 아무리 봐도 농촌 풍경과 잘 어울리지 않고 이런 집이 늘어갈수록 점점 더 각박하게만 느껴진다. 한 집이 선을 그으니 그 옆집이 더 높게 담을 쌓고, 그 옆집은 더 두껍고 높게 담을 쌓는다. 담장을 허물면 집 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이 그 집의 정원이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 우리는 모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겠다. 아프리카의 우분투정신을 생각하며 먼저 내 마음의 담장을 허물어야겠다. 꼭꼭 걸어 잠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이웃과 함께 할 때 더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7-08-13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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