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류를 넘어 줄타기 외교의 변화를 꿈꾸며

한국은 대중문화 인기 기반동아시아 중견국 리더십 외교펼칠 수만 있다면대미·대중 양자 관계의 불안한눈치보기식 줄타기 외교 대신주도적 역량발휘 기회 얻을 수도얼마 전 한국 외교사에 남을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10월에 있었던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의 2020년 이후 연기고, 또 다른 하나는 11월에 있었던 한중 FTA 타결이다.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는 한국전쟁 직후 38년이 지난 노태우 정부 때가 돼서야 시작돼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 때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됐다. 그 후 또 20년 가까이 지난 2012년에서야 전시작전권 환수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10월 2020년 이후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한편, 한중 FTA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자유무역 규모가 확대됐다. 논란이 됐던 쌀, 배추, 돼지고기 수입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한 국가가 됐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강대국과의 줄타기 외교 활동을 통해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우리는 세계 경제 순위 10위 안에 든다고 자부하지만 미국·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역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오늘날 여러 동아시아 국가들은 강대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패권적 영토확장 과정에서 줄타기 외교를 통해 살아남았다. 1970년대 초 고도성장의 기적을 이룩한 동아시아의 네 신흥공업국들(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성공 원인을 상명하복식 권위주의적 유교적 전통 즉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에서 찾은 적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들의 성장은 냉전시대 강대국들과 우호관계를 기반으로 한 경제지원에 근거하고 있다. 경제발전의 수준, 정치체제, 종교, 언어, 역사적 경험 등이 천차만별인 아시아 국가들은 패권주의에 희생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타국과의 연합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강대국과의 줄타기 외교에 지친 많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협력과 연합을 위해 누군가 나서서 강대국들에 동아시아 국가 연합체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해주기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존경받는 중견국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동아시아 대중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외교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한 한·중, 한·일 간 협력과 더불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행복 시대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는 우리 음악, 문화 관련 한류 붐에 이어 지구촌 균형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앞장서는 책임있는 미들 파워(Middle Power) 국가 이미지의 신(新)한류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문화산업의 측면에서 공공외교에 접근해 왔다. 일본·중국 등 주변국들보다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문화산업에 투자해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의 개선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외교 전략으로 연결돼 구체적인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잘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한미, 한중, 한일 외교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류라는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한미 동맹과 한중 경제협력은 줄타기 외교의 핵심이다. 한미 동맹의 강화는 한중 간 경제통상 관계를 대등한 입장에서 추진할 수 있게 해주고 한중 간 전략적 경제협력 관계는 우리가 더욱 대등한 입장에서 한미 동맹 관계를 성숙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한국이 대중문화의 인기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견국 리더십 외교를 할 수 있다면 한국은 대미, 대중 양자 외교관계의 불안한 눈치보기식 줄타기 외교 대신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수준의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와 한중 FTA 같은 강대국과의 외교적 협상과정이 줄타기 외교의 결과라고 한탄하기보다는,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한-호주, 한-뉴질랜드 FTA가 다양한 다자체제에서 여러 동아시아 참여국들과 한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외교역량 발휘의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11-23 홍문기

인천은 해불양수의 도시, 진실 혹은 거짓?

타지 사람들을 배타적으로대하지 않는 도시란 말처럼개방적이고 쉽게 기회 주지만다양한 지역 구성원들이자신들 입장에서 이기적이라면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칠팔년 전쯤 캐나다에 체류할 때였습니다. 중국 이민자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공식 사과문제가 그 나라의 사회적인 이슈였습니다. 200여년 전 중국사람들이 대거 북미 철도건설 노동자로 이주했었는데, 이들의 희생과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법적신분의 회복문제가 대두됐던 것입니다. 험한 지형 등 악조건과 고된 노역으로 철도건설과정에서 많은 중국 사람들이 희생됐습니다. 이후 이들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대우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캐나다 총독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2세기 전에 있었던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사죄했고, 당시 이주자들에 대한 캐나다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법적으로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그때 저는 가깝게 지냈던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에게 평소 가졌던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년 전 여기 왔던 중국 사람들과 100년 전 건너왔던 너희 아일랜드 출신을 비교해 보면, 과연 누가 더 캐나다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물론 유럽 사람들이 갖는 자기중심적 인식과 세계관을 비판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만, 여러 출신들이 뒤섞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소위 '주인'과 '객'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평소 비판적인 의문도 포함된 것이었습니다.저와 같은 고교와 대학을 다녔던 한 선배는 오랜 타지 생활을 접고 은퇴 전 마지막으로 고향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몇 해 전 인천에 오게 됐습니다. 그 자리를 공모한다 해서 흔쾌히 응모했고, 그 분야 경험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 개발책임자로 임용됐습니다. 그 선배는 열심히 그리고 헌신적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키우고 공부시켰던 고향에 대한 마지막 봉사란 생각을 갖고 일한다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잘되면 반대하는 부인을 설득해서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할 생각도 있다 했습니다.그러나 선배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년도 안 돼 인천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를 둘러싼 조직 환경과 정황을 대략 이해하게 됐던 저는 그 선배가 사직을 결심하기 며칠 전 한 술자리에서 했던 말을 씁쓸하게 떠올렸습니다. "인천에 오면 타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당했던 홀대를 최소한 다시 겪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인천은 그것마저도 통하지 않는 곳이더구먼." 그 선배는 다른 도시에선 그곳의 유력 고등학교 출신이 아니라 해서 사업하기 아주 힘들었는데, 여기선 그 반대로 이곳 유력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학연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도시의 특성 또는 장점으로서 사람들은 인천을 해불양수(海不讓水)의 도시라 합니다. 바다는 어떤 물이라도 거절하지 않는다는 뜻 그대로, 인천은 타지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는 도시란 것이죠. 이 말처럼 인천은 매우 개방적이고, 외지 사람에게도 쉽게 기회를 내주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이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이기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 할 것입니다. 해방 후 인천을 이나마 성장시켰던 것이 개방성과 흡인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1990년대 초 인천이 각광받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인천시장은 '인천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죠. 정보화시대가 도래했고 이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빠르게 건설됐으며 송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지로 각광받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동시에 분권화가 진척되면서 정보화와 네트워크 사회에서 인천이란 도시가 가졌던 그간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정보화와 인터넷을 주도했던 많은 사람들이 인천출신 또는 이 지역 대학의 졸업생이었다는 점이 말해 줍니다.인천이 가진 장점으로서의 해불양수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일컫는 것일 겁니다.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아전인수식 해석이 다시 발현되지 않길 바랍니다. 포용과 개방·역동을 의미하는 해불양수가 인천에서 늘 진실로 드러나길 기대해 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4-11-16 이용식

로스쿨과 사법시험

제도도입 취지 살리고로스쿨 통한 법조인양성제도자리 잡으려면 시간 필요대안없이 사법시험 폐지혼란 불러올 수 있어 일정기간로스쿨과 병행 고려해 볼만국회 본회의 제268회 임시회 폐회를 몇 분 앞둔 2007년 7월 3일 23시 51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전격적으로 처리 제정됐다. 2009년 3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돼 3년 과정 입학정원 2천명으로 운영됐고, 2014년 현재까지 3회에 걸쳐 변호사시험이 실시됐다. 우리나라의 법조인 선발제도는 지금까지 시행돼 오던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으로 이원화돼 있다. 그러나 기존의 사법시험은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지금부터 3년 뒤인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되고, 2018년부터는 로스쿨체제로 일원화돼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과거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제도는 1949년부터 시행됐던 고등고시가 1963년 사법시험 제도로 바뀌었고, 사법시험 합격자는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조인이 됐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자 새로운 법조양성시스템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인력을 교육으로 양성해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법률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5년간 운영해 본 결과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몇 가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하고 전문화된 인력을 교육으로 양성한다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와 어긋나게 최근 교육과정이 변호사시험 과목 위주로 편성된다는 것이다. 시험 필수과목은 수강생들이 많으나 선택과목 중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과목은 아예 수강신청한 학생이 적어 폐강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둘째, 로스쿨 제도가 법조계 진입장벽을 높여 사회계층간 이동을 막고 있어 올바른 법조인을 선발 양성하자는 원래 취지와 어긋나고 있다고 한다. 셋째, 현행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어느 정도 높지만, 로스쿨 졸업자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가 5년 동안 5회의 제한이 있어 시험에 낙방한 사람이 누적되면 몇 년 뒤의 합격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은 상대적으로 입학경쟁률이 떨어질 것이고, 그것이 몇 년 지속되면 일본과 같이 운영이 어려운 로스쿨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넷째, 매년 로스쿨마다 입학정원의 제한으로 예산확보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일정 수 이상의 교원을 확보하고, 시설과 기타 인가조건을 충족하려면 재정부담이 많은데 학생 수는 정해져 있어 등록금만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로스쿨 인가 시 약속한 학생들에게 지급해야 할 장학금을 충분히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최근 변호사 숫자의 증가로 인해 취업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논의와 연구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로스쿨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변호사예비시험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는데,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도 소정의 예비시험에 합격하고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대체법학교육기관에서 3년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예비시험 합격 후 추가적인 3년 교육과정 수료라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최소한 국민에게 균등한 법조계 진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로스쿨을 수료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고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대안없는 사법시험 폐지는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일정기간 사법시험과 법학전문대학원을 병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4-11-09 김두환

사형수의 편지-삶, 자유, 그리고 선택

나의 쾌락이 고통으로자유가 속박으로행복이 불행으로타인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단순한 경험을내면화하지 못한 것이라고…최근 사형수 A로부터 소년원 원생들에게 전하는 애절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A는 지울 수 없는 큰 죄과로 사형판결을 받아 10여년째 구치소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다. 그는 사건발생 직후 중국으로의 밀항을 계획했으나 망망대해에서 바다 속에 생매장이 될 것이 두려워서 포기했고, 도주과정에서도 두 차례의 자살을 시도했으나 역시 모두 실패했다. 첫 번째는 수면제 100여 알을 털어 넣었으나 급작스러운 위경련으로 토한 바람에 이루지 못했고, 두 번째는 빌딩에서 투신을 목적으로 20층까지 올랐으나 옥상철문이 잠겨 뛰어내리지 못해 실패했다. 지난 세월도 생의 마감을 기다리는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사형을 미집행하는 국가정책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종교적으로 귀의한 삶을 보내고 있다.A는 한 인간이 생명체로 탄생하면서 얻어지는 삶과 자유는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것들을 향유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고 했다. 그 조건은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며, 올바른 선택을 통해서만이 주어진 삶과 자유를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는 착한 중독과 나쁜 중독이 있는데, 물욕과 쾌락을 탐닉하는 나쁜 중독을 선택했으며 폭력적인 삶을 살다가 급기야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고, 지금은 자신의 생명과 자유를 모두 타인의 결정에 의존해야만 하는 피동체로 변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삶과 자유가 언젠가 그에게도 조건이 없이 거저 주어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찌하여 불안·절망·악몽·불면, 그리고 그리움에 휩싸여 상상 속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를 자책하며 회한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어느 날 그는 문득 교도소 벽에 걸린 시계가 멈춰있는 것을 발견하고, 고장난 시계일지라도 하루에 오전과 오후 두 번은 제 역할은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기약을 알 수 없는 여생이지만, 남아있는 몇 줌의 착한 선택을 찾아 무던히도 고뇌하고 투쟁해 왔으며, 가까운 미래가 될지라도 그 때까지 착한 선택에 중독된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었다."삶·자유, 그리고 선택." A가 필자에게 매우 진지하고 절실하게 던진 단어들이다. 선택을 잘못하면 자유를 뺏길 것이고, 더 나아가 삶까지도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 세상에서 선택을 진지하게 연습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A와 그 동료들만이 아닐 것이다. 빈곤·박탈감·피학대, 그리고 애정결핍을 경험한 뭇 소년들이 물질만능을 희구하는 자극적인 경쟁사회 속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특히 교정시설에 갇혀있는 소년들이 과연 절박하고 자극적이었던 당시 상황 속에서 희망의 길과 타락의 길을 구별해낼 수 있었을까? 더구나 언젠가 소년원까지 경험한 이들이 초대되지 않은 손님으로 옛 환경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이 모든 것을 경험한 사형수 A는 그들이 나쁜 선택을 한 이유는, 진지한 사고를 통해 선택하는 학습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며, 선택의 결과에 따르는 미래의 희열과 고통을, 행동으로 옮겨지기 이전에, 생각과 사고 속에서 체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자유는 속박이 있기에, 쾌락은 고통이, 그리고 행복은 불행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은 항상 상대적이어서 나의 쾌락이 타인의 고통으로, 나의 자유가 타인의 속박으로, 나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순한 경험을 내면화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그래도 제 생명이 연명되고 있기 때문에 수형자 사회에서나마 착한 선택을 할 작은 자유가 주어진 것이겠지요? 제 뜻이 교수님을 통해 소년원 원생들에게 전해진다면, 없었어야 할 작은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요? 돌이켜 보면, 저는 지금처럼 선택을 진지하게 연습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1-02 이백철

반말로 가르치는 자와 비속어 쓰며 배우는 자

학생 언어습관 개선시키려면수업중 교수·교사·강사들은어·비속어 금지와반말 안하기부터 시작돼야욕설 난무하는 사회 책임은청소년 아닌 어른에게 있기에핵노잼(매우 재미없음), 존나/열라/졸라(매우), 쩐다(질리도록 잘한다), 패드립(가족욕함), 졸못(매우 못생김), 엄창(엄마 창녀) 등등 초중고등 학생들이 거의 매일 사용한다는 이런 표현들을 독자 여러분은 얼마나 아는지 궁금하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교사들의 61%가 매일 학생들의 은어·비속어를 들으며, 31.6%가 학생들의 비속어·은어를 절반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답했다. 언론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인터넷·방송의 무분별한 막말과 신조어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가 그렇다면 해결책은 뭘까? 안타깝게도 의미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기사는 보지 못했다. 다음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필자의 의견이다.우선 정부기관과 교사·국어학자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비속어·욕설의 의미와 근원을 설명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표준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급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핵노잼은 핵이라는 말이 핵폭탄급 즉, '매우'라는 뜻이고 노는 'NO', 잼은 '재미'를 뜻한다. 따라서 핵노잼은 '매우 재미없다'는 뜻이다. 패드립은 패가 'family'를 의미하고 드립은 얼간이 'drippy'라는 단어의 축약형이다. 한마디로 '너희 가족은 얼간이'라는 뜻이다. '엄창'은 너희 엄마 창녀의 약자고, '쩐다'는 '질리게 잘한다'는 뜻으로 질+잘의 조합으로 '절'이 되고 이 말보다 더 과격하게 사용하려고 '쩔'이 된 것이다. 이처럼 각종 은어·비속어·욕설은 조어 과정의 맥락과 뜻이 있다.과연 청소년들이 이러한 의미와 조어 과정을 알고 사용할까? 검색을 통해 은어와 비속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대신하는 대체 표준어를 교육시킬 수 있어야 학생들은 더 이상 이러한 표현들을 스스로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어학자들과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와 속어의 근원적 의미를 분명히 해 이 표현들의 비문법성과 조악한 의미를 청소년들에게 분명히 깨우쳐줘야 한다. 또한 교육부를 포함한 정부기관은 잘못된 은어와 속어의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을 학생 스스로 깨달아 자제하는 학습도구와 교육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다음으로, 은어와 비속어가 욕설이 된다는 사실을 학부모와 교사들이 청소년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흔히 사용하는 욕설중 숫자 18과 연관된 표현의 근원은 여자의 성기를 뜻하는 순 한글 은어와 '하다'라는 동사가 합쳐져 만들어진 비속어였다. 이 은어·비속어는 원래 '성교하다'는 뜻이었지만 오늘날 누구도 이 말을 그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아주 거친 욕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개××라는 식의 표현에서 '개'는 'Dog'의 의미가 아니라 허름하고 빈약하며 저속한 것이라는 속어다. 오늘날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개드립·개꼴깝 등의 접두사에 사용되는 '개'는 허름하고 빈약하며 저속한 것의 수준을 넘어 그 정도가 심한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들이 남용하는 은어와 비속어가 집단간 친숙함의 상징이 아니라 욕설의 전 단계임을 깨닫게 된다면 청소년들은 은어와 비속어 표현을 자제하게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교수·교사·강사 등은 최소한 강의중에는 존댓말을 꼭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교사와 강사 심지어 교수 중에도 강의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학생들을 '애들'이라 부르고 강의중 '~했지?' '~잖아' '알았지?' 등의 표현이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사람은 은어·비속어·욕설이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없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말이 친숙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배우는 사람은 은어와 비속어가 친밀도를 더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의 언어환경은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을 정감어리다고 우기는 사회가 될 것이다.얼마 전 한국교총은 교사들만으로는 학생들에게 바른 언어습관을 심어주기 역부족이라며 앞으로 학생 언어습관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 시작은 가르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중 은어와 비속어 사용금지와 반말하지 않기 캠페인이 돼야 할 것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사회에 대한 책임은 배우는 청소년이 아닌 가르치는 어른에게 있음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10-26 홍문기

매사 원칙과 때론 융통성 간의 간극

재정운용 비상 걸린 인천시이익단체 예산 융통성 요구해결책은 '기본 원칙 지키기'시, 세출 항목 재검토 결정시민사회 갈등 줄이기 위해공공부문 정책실패 반성 필요많은 사람들이 이미 예견했던 것처럼 인천시 재정문제로 지역이 소란합니다. 현재 짊어지고 있는 큰 규모의 채무에다 내년 세입이 당초 기대보다 적을 것이란 예상이 겹쳐 내년 인천시 재정운용에 비상이 걸린 형국입니다. 인천시의 보조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여러 이익단체들의 아우성이 겹쳐 지역이 더욱 뒤숭숭합니다. 인천시의 사업부서들을 비롯해 몇몇 이익단체들은 우리 예산과 지원만은 비상재정 시국에서 예외로 해달라는 융통성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인천시는 특단의 대책으로 모든 사업예산을 70%가량 줄이고, 바닥(제로베이스)에서부터 모든 세출항목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현재 인천시가 당면하고 있는 극심한 재정문제 해결에 어떤 묘수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특별한 아이디어나 획기적 처방이 있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세수중심의 수입을 늘리고 예산지출을 줄여서 빚을 갚아 가는 것, 인천시의 재정위기 해결방식에 대해 우리가 끄집어낼 수 있는 묘책은 이처럼 매우 단순합니다. 상식수준을 넘지 않는 이 단순한 구조에서 각각의 구성항목에 최선을 다하고 효율성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재정위기 해결의 묘안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사실을 뜻합니다.우선 인천시가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고 그동안 납세를 회피했던 분야를 찾아내 엄정하게 과세해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해서 비판받고 있는 세금감면을 예외없이 원칙대로 과세하고, 불필요하거나 그 용도가 크지 않은 공공부문 소유의 자산을 처분해서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부담금 등을 엄정하게 부과해서 세외수입을 증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세출항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불요불급한 지출항목을 우선순위대로 없애갈 수밖에 없고 모든 항목을 대상으로 세출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합니다.그러나 재정문제 해결의 이러한 단순한 도식은 각 구성항목의 주체가 부담해야 할 어려운 실천과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각각을 추진하고 결정해야 할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판단과 책임있는 결단을 요구하고 있고, 예산지원을 받는 사람들의 깊이 있는 이해와 고통분담을 수반해야 합니다.이 과정에서 소모적 논쟁과 책임 전가 등과 같은 갈등요소를 없애기 위해선 시민들의 사려깊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인데, 시민사회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선 공공부문이 그간의 무책임과 정책실패에 대한 엄정한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문제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이를 초래한 원인과 책임을 분명하게 규명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재정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소위 싱크탱크로서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끊임없이 경고음을 울렸어야 할 책임에서 인천발전연구원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시민들은 그간 공공부문의 비상식적 의사결정과 무분별한 정책결정에 의구심을 가져왔습니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른 재정오판, 비상식적 정책결정 등 재정상황을 급속히 악화시켜왔던 공공부문의 여러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의문과 비판에 정직하게 답하고 확고한 해결책을 제시해서 공공부문과 함께 시민사회의 활력을 회복해 가는 것이야말로 재정위기 해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신속한 해결의 관건입니다.그리하여 재정현실에 대처하는 모든 접근과 방식이 원칙적이어야 하고, 평가와 비판 역시 기본 원칙과 건전한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 판단해야 합니다. 나만의 예외로 융통성을 요구할 때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시민사회의 인내와 시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공공부문이 먼저 성찰하고, 매사 엄정한 원칙을 적용하는 가운데 현명한 방책을 실천하길 바랍니다. 재정난 돌파의 확고한 수단이 확인되고 구성원 모두가 이를 수긍하면서 책임있게 매진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어려움을 딛고 활력을 보이게 될 가까운 미래 인천의 역동적인 모습과 함께./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4-10-19 이용식

경기도 지역거점 국립대 설립 필요성

인구 10만명당 국공립대학정원 12명 '전국 최하위'우수한 고등교육기관도 부족입시경쟁 치열·사교육비 부담저렴한 교육비로 양질의 교육받을 기회 적어 역차별 당해우리나라 4년제 대학수 중 사립대학은 79%(158개)를 차지하고 국공립대학은 21%(43개)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 평균(2007년 기준)은 국공립대가 78.1%, 사립대 13.7%, 정부의존형 사립대 9.2%로 우리나라의 국공립대 비중이 확연히 낮은 실정이다. 미국·프랑스·핀란드·호주 등에서는 국공립대와 정부의존형 사립대의 재학생 비율이 70~90%를 상회하는 반면, 우리나라 국공립대 재학생비율은 24%수준에 머물고 있다.지역에 소재하는 전체 대학중 국공립대학의 비율은 대구·인천·울산·제주가 각 50%로 가장 많으며, 서울 14.3%, 경기도 3.7% 수준이다. 경기도 인구는 약 1천200만명으로 전국 인구의 24%정도를 차지하지만, 경기도 지역 4년제 국공립대학(교대 제외)은 단 1개에 불과하며, 경기도의 4년제 대학교 학생수용률은 33.6%에 불과해 전국 평균 74.4%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경기지역의 국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고등교육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경기지역에 거점 국립대를 설립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경기도를 제외한 각 도에는 모두 지역거점 국립대가 존재한다.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는 법적으로 정의되는 개념은 아니며, '지역거점 국립대학교'의 특성을 보면 1만명 이상의 재학생, 넓은 캠퍼스, 광역자치단체와의 밀접한 관계, 의대 및 부속병원 보유, 법학전문대학원 보유, 사범대 및 부속고등학교 보유, 장관급 총장 예우 등을 들 수 있다.경기도에 지역거점 국립대를 설립할 필요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경기도 국공립 대학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인구 10만명당 국공립대학 정원은 12명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 소재하는 전체 대학중 국공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3.7%로 굉장히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둘째, 경기도 학생들은 우수한 국공립 고등교육기관의 절대부족으로 치열한 입시경쟁과 높은 사교육비를 부담하게 되고, 수도권 대학신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지방 우수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진학으로 다수의 수도권 학생들은 지방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지방대학으로 진학시 교통비와 하숙비 등 상당한 비용부담이 발생된다.셋째, 경기도는 전국 인구 규모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나 전체 국공립대학교의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한 실정이고, 국공립대학에 의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경기도민에게는 현저히 줄어들어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규제로 인해 경기도내에서 스스로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인재를 양성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대학교육을 위해 비자발적으로 이주하는 주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넷째,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문제는 수도권에 이미 집중돼 온 산업시설의 분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 경기도 대학에 대한 규제는 인구비례로 대학이 모자라는 지역 현실에 비춰 목적이 불분명한 규제라고 판단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한 수도권내 대학신설 규제로 경기도의 대학교육 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없어,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타 시도로부터 채용하는 실정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정책오차와 이중성으로 인해 집중돼 있는 경기도 인구를 대학신설 규제로 억제함으로써 분산시키기 어려우며, 경기도민의 경우 비용대비 양질의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경기지역 거점 국립대 설립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경기도 지역의 대학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고, 우리나라가 질적 성장으로 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역 국립대간 자원배분 균등화 등 각종 지역 불균형 해소와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4-10-12 김두환

세월호 참사와 여교사의 다짐

가해자도 피해자도 입장이바뀔 때가 있으므로 우리모두직간접적 공범관계일 수 있어상대 배려하는 균형감각 절실비상탈출구 안내와 심폐소생술숙지 시작한 선생님이 커 보여얼마전 어느 중학교의 여교사로 근무하는 선생님과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 있었던 어느 모임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게 됐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침몰 원인, 유병언 죽음, 단식투쟁, 책임소재, 세월호법 제정, 대리기사 폭행사건 등 식상할 정도로 다양한 뉴스거리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에 정답을 아는듯이 물었다. "선생님은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요즘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선생님이 대답했다. "제가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다소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가 사고로 야구방망이에 맞아 고통스럽게 쓰러져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119에 전화하라고 소리를 박박 지르고, 아이의 몸뚱이를 안고 내가 너를 살려줄테니 제발 정신만 잃지 말라고 악을 쓰지 않았을까요?"선생님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목숨을 건진 교감선생님마저 스스로 목을 매신 것일까? 그렇다면 당시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뱃속에서 아이들과 운명을 함께 했던 단원고 선생님들은 "얘들아, 정신 바짝 차려! 우리는 살 수 있어! 내가 너희들과 함께 있을게!"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순간 뭉클해짐을 느꼈다. 죽음의 공포가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됐을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은 길지 않았겠지만."저는 요즘 긴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저부터 숙지하려고 열심히 메모하고 시험해 보고 있어요. 저마저 허둥대면 아이들은 어떻게 되겠어요. 자신있게 비상탈출구로 안내하고, 심폐소생술도 해야 하니까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나마 세월호의 어두운 그림자가 거둬지는 것 같았다. 희망의 실타래는 이렇게 풀려져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9월의 어느 날, 한 대학의 강의실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강생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오고가고 있었다. 기본을 망각한 양심없는 선장과 선원, 무능하고 부패한 마피아 공무원, 희대의 3류 추리소설을 연출한 유병언씨 일가, 세비만 축내고 있는 정략적 정치인, 지루하고 검증되지 않은 해설로 넘쳐나는 종편방송까지 거론이 됐다. 이렇게 찾아낸 적들 하나하나에 대한 확인사살이 끝나고 있을즈음 한 수강생이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한두 다리만 건너면 모두 일가라던데 연루된 사람중 제 친척분도 계시거든요. 그 분 진짜 참 좋은 분이세요." 그리고는 우리가 손가락질하는 죄인과 적들이 모두 달나라에서 날아온 사람들이 아니며, 우리 이웃이고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냐고 했다. "선장이나 선원들도 모두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일텐데 자식과 같은 학생들을 버리고 어찌 자기들 목숨만 건지려고 도망쳤냐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제 아버지도 그랬을 것 같아요. 저를 고아로, 어머니를 과부로 만들었다면 저도 두고두고 원망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여기까지 이르도록 얘기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그러나 이제는 감춰진 우리 자신의 치부를 타인의 비난으로 위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 도덕적 우월성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내재돼 있는가도 성찰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 결과 아마도 그같은 불편한 마음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가해자도 과거에는 피해자인 경우가 있고, 또한 피해자 역시 어느 순간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설사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는 공범적인 관계라고한들 크게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균형 감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비상탈출구 안내와 심폐소생술부터 숙지하기 시작했다는 여교사의 큰 키가 더 커 보였던 것이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0-05 이백철

명량해전과 같은 인천AG 성공을 기원하며

당파 싸움·부실 전력 등두려움에 떨던 조선수군 연상시와 조직위는이순신장군 마음으로,시민은 병사의 자세로 일치단결난관 극복할 수 있는 전략 필요인천 아시안게임이 한창이지만 운영미숙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 24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운영미숙 등에 대해 공식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해외언론들은 성화가 꺼지고, 선수들에게 배부되는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되는가 하면, 선수촌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선수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정전으로 인한 배드민턴 경기 중단, 발권기 고장으로 인한 우슈 입장권 판매 지연, 에어컨 바람조절로 인한 배드민턴 경기조작 논란, 운송셔틀버스 지연운행 등 많은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사인 요청과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원봉사자의 무능함에 대해 외신은 황당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무사히 치를 수 있겠느냐는 해외언론의 의구심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2조5천억원을 투입했다. 이 금액의 대부분은 정부의 문학경기장 리모델링활용 권고를 무시하고 16개 경기장을 새로 짓는 비용에 쓰였다. 이로 인해 인천시 부채비율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세종시 다음으로 높아졌다. 아시안게임의 손익을 간략히 계산해 보면, 시설비 1조5천553억원을 제외한 운영비는 4천823억원이고 조직위 수입은 기업 광고·방송권 등을 합해 최대 1천800억원이다. 티켓판매 예상액 350억원 등을 합해도 총 수익은 2천150억원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2천673억원이 적자다. 이 같은 적자예산은 대회 준비 부실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외국팀 연락관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 상당수가 중도에 그만두는가 하면, 인천지역 시민단체협의회와 수십억짜리 위탁계약을 맺어 확보한 수만명의 서포터스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인천시가 위탁한 기관·단체와 하청·재하청 계약을 통해 참여하게 된 각종 물품·서비스 업체들은 계약에서 대금지불까지 험난한 과정을 겪고 있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치르는데 사용한 비용은 이전 대회인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6분의1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 선수들에게 물품과 서비스공급이 원활할리 없고 수만명에 달한다는 서포터스는 제대로 된 사전교육을 받았을 리 없다. 더욱이 인천시민 중에는 재정 파탄을 이유로 애초부터 아시안게임유치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유치 이후에도 아시안게임유치 반납운동을 벌인 사람들이 있었다. 이 와중에 아시안게임의 유치·준비·수행의 책임자는 안상수·송영길·유정복 시장으로 계속 바뀌었고 이로 인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인력구조는 늘 불안했다.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명량해전 당시 당파싸움, 부실한 전력, 부족한 중앙지원, 수백척에 달하는 왜적과 조총기술 등 때문에 두려움에 떨던 조선 수군을 연상시킨다. 12척의 배로 수백척의 왜선을 마주한 수군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이순신 장군의 전략은 돌아갈 진지를 불태우며 일치단결을 외친 배수진에서 시작됐다.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부족한 재원과 부실한 인력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단합된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운영전략을 위한 배수진이 필요하다.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원대복귀한다는 파견공무원들의 안일한 인식과 부실공사를 쉬쉬하며 안전사고없이 경기를 마치면 다행이라는 이들의 복지부동은 12척의 배를 비웃던 이순신 장군의 부하들을 떠오르게 한다. 부족하고 부실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국민들은 인천시·조직위 등 운영 주체들에게도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인천시·조직위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으로, 인천시민들은 조선 수군의 마음으로 이제라도 일치단결하기 바란다. 그러면 12척의 배로 수백척의 왜구를 물리칠 때처럼 범국민적 성원속에 성공적인 아시안게임을 위한 현명한 운영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9-28 홍문기

아시안게임 이후를 고민하는 까닭

현명한 판단 합리적 결정필요한 시급한 현안들재정문제 심각성과 맞닿아또한 현실적 문제 시작은공직·시민사회 활력되찾는 것부터 이뤄져야많은 곡절을 겪은 후 아시안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개최도시 선정에서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대회개최에 이르기까지 인천시와 시민들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재정문제가 가장 컸고,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재정지원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심했습니다. 개최여부와 재정책임 등을 둘러싸고 시민사회가 나뉘어 제 주장을 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습니다. 지역여론이 나뉘었고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죠.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이르렀고, 지난 주말에 성대한 개막식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른 만큼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은 잘 치러질 것이고 성과도 크게 남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니 그럴 것이라 믿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르겠네요.이제 막 축제가 시작됐는데, 벌써부터 잔치 이후를 걱정한다는 것이 무슨 심뽀(?)냐며 힐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인 메가 이벤트이후 개최도시로서의 역동적 에너지를 모아 도시발전을 획기적으로 도모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잔치가 끝나자마자 인천이 맞닥뜨리게 될 어려운 현실은 서둘러 아시안게임 이후를 깊이 고민해야만 하는 까닭이 되고 있습니다. 잔칫집의 '축제모드'에서 엄혹한 '현실모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인천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숙제들은 일일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지지부진한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와 수많은 구도심 재생사업, 예산낭비와 정책실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월미은하레일을 비롯한 그 아류의 지역개발사업들, 그리고 확실한 대처를 요구하는 수도권매립지 종료문제와 내항개방, 재개발 문제 등 하나같이 현명한 판단과 합리적 결정을 요구하는 시급한 현안들입니다. 결정의 시급성은 인천 재정문제의 심각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신속한 정책결정이 인천시가 안고 있는 부채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또 다른 현실모드의 시작은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활력을 되찾는 일에서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활기차게 일할 수 있어야만 소신있는 책임행정과 시민참여의 소통행정을 펼칠 수 있겠죠. 공직사회의 활력은 행정 적폐를 해소하고 투명하고도 합리적 인사를 단행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정치과잉'이었다는 그간의 시정행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공직사회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능력있고 경력있는 공직자들이 적소에서 소신행정과 책임시정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인천 시민사회의 활력은 적극적인 시민참여와 행정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에서 확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거버넌스로 대변되는 참여행정은 행정이 시민사회와 얼마나 합리적인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그 실효성이 좌우됩니다. 시민사회와 시민정신을 대표하고 있는 건강한 시민사회단체와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만 행정은 고인 물이 되지 않고, 시민사회는 건전한 동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사학비리의 대명사였던 인천대를 정상화시켰고 굴업도 핵폐기장을 막아냈으며 계양산 난개발을 저지했던 인천시민사회의 역동적인 힘이 다시 한번 도시 전체에 넘쳐날 때 인천은 또 다른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들춰내고 해결방도를 강구하는 일은 인천발전연구원의 몫이기도 합니다.백구번지(대표적인 슬럼가였던 전도관 밑의 남구 숭의동 109일대)에서 태어나 소년기를 보냈던 제 몸은 아직도 '명절증후군(?)'을 기억해낼 때가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날을 동네에서 또래들과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갈 때의 스산한 느낌인데, 어스름한 저녁 긴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뼛속 깊이 느꼈던 공허함을 이릅니다. 어린아이가 들뜬 잔치가 끝난 후 다시 험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 가질 수밖에 없었던 쓸쓸함과 먹먹함이었겠죠.잔치가 끝난 후 인천이 가질 수 있는 이러한 분위기가 백구번지 제 어린시절의 아린 기억처럼 오래가지 않길 바랍니다. 이런 바람은 제가 아시안게임 이후를 고민하는 또 다른 까닭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4-09-21 이용식

대학 입학정원 감축과 경기도 고등교육

학문과 인격 쌓는 대학생존경쟁의 장소로 전락공교육 문제점 해결책은道에 거점국립대 설립하는것교육정책은 좀더 신중하고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립돼야우리나라 대학은 단기간에 양적인 급팽창을 했다. 통계에 의하면 1965년 13만5천여명에 불과했던 재학생 수는 2013년 296만5천여명으로 증가했고, 대학의 수는 같은 기간 131교에서 337교로 늘었다. 정부의 대학 입학정원 정책은 시대별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30년동안을 살펴보면 졸업정원제가 실시된 '정원 확대기'(1980~1987년)와 '정원 자율화기'(1987~2002년), '정원 감축기'(2003년 이후)로 나눠 볼 수 있다. 특히 '정원 자율화기'에 속하는 문민정부(1993~1998년)때는 대학이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설립할 수 있는 준칙주의와 대학정원 자율화 실시로 고등교육의 저변을 확대했으나, 교육의 질 저하 및 향후 정원감축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금은 '정원 감축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교육부는 저출산으로 입학자원이 감소해 2023년 입학자원이 대입정원을 16만명 초과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단순히 계산해 입학정원 1천600명 규모의 대학 100개 이상이 폐교될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정원감축 목표를 3주기로 나눠 2022년까지 16만명을 감축하기로 정했다.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참여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대학은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돼 어쩔 수 없이 정원을 줄여야 한다.학문을 배우고 인격을 도야하는 대학이 생존을 위한 경쟁의 장소로 전락하게 됐다. 개별 대학의 입장에서는 대학 평가지표에 미달하는 학과는 정원을 감축하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간의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정한 척도로 산출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한 것은 대학이 어려운 시절에 투자해 인재를 양성한 결과인데, 이제 와서 입학정원을 감축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대학은 주장하기도 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풍부하고 우수한 인재들이었고, 그 뒤에는 대학과 묵묵히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들의 노력이 있었다.문민정부시절 대학입학 정원정책의 빗나간 예측으로 대학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취업률 지표가 낮은 예체능계열, 인문·사회계열의 학과가 사라지거나, 정원감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의 지표하락으로 학과가 사라지게 되면 그 학과에 속한 교수나 학생은 고용불안이나 진로문제와 같은 곤란한 일을 겪게 되고, 편향된 정원감축으로 학문분야의 불균형이 발생할 염려도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미래지향적 본질과 같이 교육정책은 앞으로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양성하는 정책이므로 장기적인 안목을 필요로 한다.경기도의 고등교육으로 눈을 돌려보자.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대학'은 인구집중을 유발하는 시설로 분류돼 신·증설 및 이전 규제를 받고 있다. 이 법 제정 당시와 현재 상황은 차이가 많고 현실과의 괴리감도 크다.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타 시도로부터 채용하고 있다. 경기도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신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지방 우수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진학으로, 오히려 지방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경기도내 우수한 학생들이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공립대학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우수한 인재들이 타 시도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국공립대 비율이 낮은 경기도는 이러한 문제점을 공교육이 해결해야 하는데, 다른 시도에 모두 있는 거점국립대를 설립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30여년 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거나 폐지해야 한다. 이 법으로 인해 경기도가 다른 시도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고, 경기도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은 좀 더 신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립돼야 할 것이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4-09-14 김두환

단식(斷食)과 단절(斷絶)로 인한 단상(斷想)

새정치 단식과 장외투쟁국민들 부정적 평가 높고대화와 협상 단절시켜세월호 희생자들의원혼 달랠 수있는 방법이아님을 깨닫게 된다단식(斷食·fasting)은 어떠한 이유로 일정 기간동안 음식과 음료의 섭취를 자발적으로 단절하는 행위다. 단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 의지의 표현방식으로 사용되곤 한다. 214㎏이 넘는 체중 문제로 고민하던 영국의 앙가스 발비에리는 과체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타민 등의 무기질을 섭취하면서 385일동안 음식을 단절해 81㎏의 건강한 몸을 얻었다. 중국의 한의사 천젠민(陳建民)은 기공(氣功)체조와 중국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49일 동안 단식했다. 정치적 단식투쟁의 선구자인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의 독립을 위해 평생 145일 동안 단식해 비폭력 저항의 아이콘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민주인사 석방과 언론자유 보장 등 민주화 5개항을 내걸고 23일간 단식 투쟁을 해 민주화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지방자치제 실시와 여권의 내각제 시도 포기를 요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13일간 단식은 한국의 국가운영체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간디처럼 무자비한 폭압에 대한 비폭력적 의미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같이 국가적인 대의(大義)와 상관없이 개인·집단의 요구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단식도 있다. 이라크 파병 반대(2003년·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거부항의 (2003년·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천성산 KTX 터널 공사반대 (2003년·지율 스님),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 반대 (2005년·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반대(2007년·열린우리당 김근태·천정배 의원),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2007년·민노당 현애자 의원) 등과 그 밖의 여러 정치적 이슈에 대해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 단식했다. 그런데 원래 단식투쟁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이 신체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인질삼아 권력에 저항하는 필사적인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수감자들은 권력의 비인도적 행위를 고발하고 권력의 비윤리성을 드러내기 위해 단식투쟁을 했다. 실제로 75세 간디의 옥중단식은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 정부의 도덕성에 결정타를 날렸다. 그렇다면 최근에 논란이 되는 김영오씨와 문재인 의원의 단식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모든 자유가 억압됐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과거에는 정치적 이벤트성 단식이라고 의심돼도 개인이 목숨을 걸고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이라 여겨 단식의 타당성을 묻는 여론조사를 감히 하지 못했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김영오씨와 문재인 의원의 단식에 대해서는 세월호 특별법으로 사회 전체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단식이 대화와 타협을 단절시킨다는 논란이 커지자 여러 기관에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그 중 하나를 살펴보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외투쟁을 포함한 강경투쟁을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4.5%, '세월호특별법 문제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 일부 야당 인사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9.6%였음이 확인된다. 또한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협상 및 재협상을 파기하고 릴레이 단식과 장외투쟁을 시작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28.2%에서 22.5%로 5.7%포인트 하락했다.이러한 결과는 우리 국민이 더 이상 단식투쟁을 문제해결을 위해 연약한 개인의 의지를 비폭력적으로 표현한 방식으로 여기지 않음을 뜻한다. 이는 단식투쟁이 특정 집단의 특정 목적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보편적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 못지않게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 보면 대화와 협상을 단절시키는 단식과 장외투쟁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관련 유가족들도 단식으로 단절된 대화와 타협을 복구해 세월호 침몰로 파악된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하루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8-31 홍문기

프란치스코와 이순신

선봉 주저하지 않은 교황,기개 보여준 이순신…대통령을 비롯한사회 각계 지도층의'실천적 용기'가 없다면대한민국호의 미래는 없다불볕더위로 잠 못 이루게 했던 여름이 끝나간다. 여름휴가를 여유롭게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국 기자가 처형당하는 상황에서 휴가를 보내다 혹독한 비판에 직면했다. 영국의 카메룬 총리는 미국기자를 처형한 사람이 영국인이라는 비보에도 간단한 성명만 내놓고 휴가지로 돌아갔다. 여론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휴가중이었던 아베 총리는 수재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는데 제대로 처신 못해 따가운 손가락질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국정으로 정신없는 국가 지도자에게 적당한 휴식을 줘야 한다는 동정론도 있다. 하지만 휴가나 휴식을 꼭 그 시간에 가져야 했던가. 국가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언제라도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지인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지금 온 나라는 교황 프란치스코와 성웅 이순신 '앓이'를 하고 있다. 교황은 한국의 중요한 무역상대국 지도자도 아니다. 이순신 장군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부각된 인물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무엇이 이토록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을 그리워하고 더 존경하게 되는 것일까. 바로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준 리더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지도자라 불리고 리더로 자처하는 인물은 넘쳐난다. 하지만 말한 것을 진정성있게 실천하고 설득력있게 소통하는 지도자는 생각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순신 장군의 말과 행동을 비춰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난제들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일어나 비추어라'였다. 바로 소통속의 실천이다. 어느 누가 됐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경청하는 것이다. 100일이 넘도록 정치권은 세월호대책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유가족들의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져주지 못했다. 그러나 고작 100시간을 머무른 교황은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큰 위로를 전달했다. 교황이 보여준 행동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일어나 찾아가서 들어준 것이다. 교황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고 둘러댈지 모르겠다. 모든 갈등 극복의 우선 조건은 '소통'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합의점을 찾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비단 세월호사고 한가지일까. 수많은 갈등의 현장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그리워진다면 여야 정치인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황은 이러한 소통을 실천함으로써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다.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의 흥행돌풍이 무서운 기세다. 수많은 영화중 왜 우리 국민 3분의 1 가량이 보았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것일까. 이순신 장군의 '애민(愛民)'정신이다. 국가지도층과 정치인들은 말로만 국민을 외쳤지 정작 국민들은 그들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혐오감만 커졌을 뿐이다. 이순신 장군은 전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선조임금에게 목숨을 내걸고 바다를 지킬 것을 맹세한다. 과연 지금의 '관피아'로부터 보여지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가능한 일일까.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고 책임을 다른 장수에게 떠넘기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성웅 이순신은 나라의 근간인 백성들의 안위를 외면하지 않았다. 명량대첩 12척의 기적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과 백성들의 합작품이었다. 그곳에 국가는 어떤 기여와 희생을 했는가. 지나간 국가 최고 리더십에 대한 역사지만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의 희생적 애민정신이 없었다면 왜군은 손쉽게 우리 강산을 무참하게 유린했을 것이다.세계적인 석학, 세계적인 기업인들은 꽤 있지만 세계적인 지도자는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경제와 학문은 압축성장이 가능하지만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는 핑계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실천에 주저하고 희생을 두려워하는 기회주의에 있는 것은 아닐까. 방탄차를 마다하고 선봉을 주저하지 않은 프란치스코와 이순신의 용기를 우리 국가지도자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각계 지도층의 '실천적 용기'가 없다면 대한민국호의 미래는 없다. 바뀌지 않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수십년이 지난후에도 프란치스코와 이순신을 그리워할 것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8-24 배종찬

지자체의 반란이 반갑다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살림은나아지기보다 퇴보하는 느낌만중앙에 대해 '아니오' 라는건불협화음이 아니라 중앙과아름다운 협주를 원하는간절함의 발로로 이해해야일본 정치에서 파죽지세의 기를 올리던 아베 수상이 움찔했다. 집단자위권 행사, 아베노믹스로 거칠 게 없어 보이던 아베가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8월 9일 나가사키시의 원자폭탄 희생자를 기리는 자리에서 다우에 도미히사 시장은 아베의 공격적 안보정책을 비판했다. 올해 제정한 나가사키 시의 평화선언을 들며 전쟁포기의 평화헌법 정신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해 안보 정책의 정당성을 담은 연설문을 매만지던 아베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아베의 심사를 긁는 또 다른 반발은 오키나와에서 불거졌다. 오키나와내 미국 해병의 후텐마 기지 이전을 위해 필요한 헤코노 해안 개발을 앞두고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해당 지역인 나고시의 이나미네 스스무 시장은 필요한 모든 행정 절차를 거부할 것을 천명했다. 일본 본토가 같이 나눠야 할 짐을 오키나와에 과도하게 떠맡기고 있다며 아베 내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군사균형을 기반으로 한 안보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낡은 정책이라며 중앙 정부에 협조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작년 도쿄 도지사 선거 때는 아베의 원자력 발전 정책을 비판, 반대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권당에 도전한 강력한 후보도 있었다.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집권당의 원자력 정책 자체에 큰 흠집을 냈다. 유권자들에게도 그 정책의 비정당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 앞으로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이 문제는 가장 뜨거운 핵심 의제가 될 것이 뻔해졌다. 집권 여당도 이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더 이상 정책집행이 어려워졌음을 절감하고 있다.이러한 지자체에서의 반란은 큰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무엇보다도 정치적 기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제 몫을 못하는 일본 정치 실정에서 지자체장들의 이유있는 반대는 정치를 정치답게 만들고 있다. 지자체가 여론 정치 과정에 적극적 주체로 참여해 여론을 견인하거나 반영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미진한 대의정치를 지자체가 교정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른바 주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기반한 소통정치를 펴는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중앙정부의 추상적 탁상행정을 물리치고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는 이른바 지방자치제의 존재 이유를 실행하는 효과도 낸다. 지도를 펼치고 자와 색연필로 줄을 죽죽 그어대며 시행했던 중앙정부의 개발정책의 폐해를 반복하지 않는 결과를 낸다. 떡을 만지는 중앙정부의 손에서 떨어진 고물을 주워 먹는 대신 직접 떡을 빚으며 운명을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를 시민과 나누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모범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의 단호한 태도들이 이 땅에서도 여기저기 머리를 내밀고 있다. 강원지역의 원자력 발전 유치를 반대한 후보가 지자체장으로 선출된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엔 제주자치도의 도지사가 중앙정부의 카지노 증설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지역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거나, 지역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성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여진다.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 대신 박수가 더 많았다. 중앙이 하면 지방은 따른다거나 중앙에 기생해 지방이 살아간다는 패러다임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님을 세상의 인심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일본이나 한국의 지자체가 벌이는 거역이 반가운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자치제 이후에도 지역의 살림은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한 감이 있다. 중앙의 지원없이는 독립이 어려운 지자체가 생기는가 하면 아예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지역도 있었다. 더 이상 그를 반복할 수는 없다. 지역이 중앙의 볼모가 되거나 식민지가 되어선 안될 일이다. 중앙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일은 불협화음이 아니라 지역이 중앙과의 아름다운 협주를 원하는 간절함의 발로로 이해해야 하겠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8-17 원용진

서울시만 관피아 척결?

김영란법보다 훨씬 혁신적인서울시공직사회 혁신안권력의 향방 재고 있을 선량들'김영란법' 빨리 통과시켜부패공화국 오명벗는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란 말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창피 막심한 후진국형 사고의 원인을 따져 들어가 보니 결국 과적을 눈감아준 공무원, 불법개조를 비호한 관리당국과 비빌 언덕이 돼 준 국회의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마피아를 빗대어 관과 업의 유착을 꼬집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모피아가 시작이다. 구 재무부 출신의 관료들이 금융계를 장악한 것이 마치 마피아 같다고 해서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와 합성해서 부른 것이다. 모피아는 현재도 여전히 은밀한 연대감과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금융계 전반을 주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관-정-업의 유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교피아(교육마피아), 해피아(해운마피아), 철피아(철도마피아) 등으로 확산됐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철도비리,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등의 사건도 이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정보통신부 관료들의 비리가 구조적인 것으로 밝혀져 통피아란 말까지 생겼다.마피아가 마피아다운 것은 오메르타(omerta)라는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마피아의 구성원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공식적 권위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이나 다른 구성원이 연루된 법적 수사에 절대로 협조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은밀한 규칙과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에 다름없다. 관피아들이 이렇게 움직일 거라는 가정을 해보면 참으로 끔찍하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을 은밀하게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방법으로 정치행정을 설명하는 공공선택론은 관료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한다. 이 이론에서 관료들의 추구대상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예산과 인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관피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그룹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과 제도를 무시하게 된다. 전직에서 누렸던 공적 권위를 무기로 삼아 규제대상이었던 업과 유착하고, 전 직장의 후배들을 일탈시키는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지경부 출신이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임용되고, 국세청 간부 출신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직하고, 고위 법조인 출신도 대기업에 일자리를 얻는다. 현직들은 이들에게 잘 보여야 퇴직 후 기업 쪽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배들이 일하는 기업 일을 봐주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한다. 이런 부패구조를 안고 사는 것은 이제 세계도 알고 우리도 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하는 부패지수로 본 청렴도 순위는 조사때마다 뒷걸음이다. 2009년 39위, 2011년 43위, 2012년 45위다. 한국투명성기구 측은 그 원인을 한국사회의 권력부패 현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피아가 문제고, 그 결과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오명을 어떻게 씻느냐 하는 것이다.그래서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기대를 걸었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배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그동안의 부패사슬을 끊을 의지만 있다면 꼭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할 입법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과잉벌이라 하고, 정치인들은 예외조항을 밀어넣는다고 하는 등 논란만 벌이다, 2012년 8월 입법예고 후 2년간이나 국회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블레스들의 후안무치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할 수밖에 없다.서울시가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8월6일 발표한 서울시공직사회혁신안에 의하면 첫째 퇴직후 3년간 유관기업 재취업금지, 둘째 직무연관성 심사 뒤 사적 이해관계의 경우 해당 직무금지, 셋째 부정청탁시 온라인시스템 등록의무화(청탁후 업무처리 적발시 중징계) 등을 골자로 한다. 김영란법보다 훨씬 혁신적인 안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앞장 서서 마련한 혁신안이 나비효과가 돼서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바란다"고 했다 한다. 권력의 향방을 재고 있을 선량들이여. 박 시장의 인기가 올라가는 게 싫다면 김영란법을 속히 통과시켜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는 일을 시작하라./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8-10 허훈

카톡 정당의 신념편향(Belief Bias)과 위기대응 매뉴얼

한쪽으로 치우친 신념전체 여론으로 확대 해석아주 강한 당내의견 형성'설마 호남이 우릴 버리겠어?''단일화 했는데 안되겠어?'구태정치 감각 빨리 버려야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 6·4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까지의 종합성적은 1무 3패다. 매번 반복되는 수습 과정이 눈에 선하다. 야당은 우선 당 대표를 포함한 선거 지도부가 사퇴하고 이 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한 후, 당의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혁신기구를 출범시켜 패인에 대해 백가쟁명식 주장을 담아내는 백서를 만들 것이다. 야당은 이미 이러한 매뉴얼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을 하면 국민 신뢰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야당은 위기 때마다 특정 세력의 하부기반을 넓히고 특정 세력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혁해 왔다. 야당은 불리할 때마다 특정 세력을 주축으로 합쳐왔다. 2000년대 들어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을 거쳐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은 바뀌지만 바뀌지 않은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람들을 영입했다. 486운동권, 한나라당 개혁파, 시민사회 단체 등을 불러 모았지만 의원부터 보좌관까지 전대협 출신으로 NL/PD 따지는 운동권 일색이다. 중도라는 김한길/안철수 대표, 손학규 고문 같은 인사들은 '정체성' 검증이라는 고난을 겪어야 했고 그 고난을 겪은 이후에는 그냥 그 중 하나가 돼야 했다. 370쪽에 달하는 야당의 18대 대선 평가 보고서가 지적한 핵심 패인은 전략 공천 실패, 민생경제 공약 부재, 야권연대 안일주의 등이다. 그러나 올해 3월 구 정치 세력인 통합민주당 타파를 위해 창당된 새정치민주연합은 과거 민주통합당에서 지적된 똑같은 일을 했고 그래서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매뉴얼도 있고 신당도 창당 했는데 이들은 왜 같은 일을 해 같은 결과를 얻었을까?얼마 전 8월 1일자 중앙일보 1면 보도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대화한다고 한다. 카톡에 의한 당내 여론 형성과정에 참여하는 의원의 80% 이상은 강경파라고 불리는 소수 의원들이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념편향(Belief Bias)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신념편향 현상이란 메시지 전달자와의 개인적 이해관계 등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접할 경우 전달된 메시지 내용을 이성적·합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메시지 내용에 대해 찬반 등 결론을 미리 내리고 이 메시지 내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현상을 뜻한다. 누가 누구인지 다 아는 카톡 방에서 신념 편향 현상에 거스르는 의견을 내면 집중 공세를 받게 된다. 그러니 편향된 신념과 다른 의견은 사라지게 된다. 이 상황에서 신념 편향된 의견이 올라오면 같은 의견을 더하고 더해진 의견이 전체 여론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면 신념 편향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를 전체 여론으로 확대 해석해 보다 더 강한 신념편향 의견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당내 카톡 신념편향 의견과 그 의견에 우호적인 SNS 의견을 민의로 믿게 된다. 그래서 아주 강한 신념 편향 의견이 형성된다. 그 결과 7·30 재·보선이 진행되는 내내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유병언 변사체 발견 등에 대해 각종 음모론을 기반으로 정부심판론을 주장했다. 심지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웬 세월호 타령만 하느냐며 곳곳에서 민심이 들끓었는데도 민심 대신 구정치의 화신인 지역주의와 단일화를 새정치란 이름으로 밀어붙였다. 세월호 사태 때 많은 사람들은 왜 선장, 선원, 해경이 위기 대응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는지 황당해했다. 이들이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수십 년 간 배와 바다를 경험해본 결과 매뉴얼보다 자신들의 감이 더 믿을만하다는 편향된 신념 때문이다. "해경이 왔으니 설마 죽겠어" 하는 선장과 선원의 믿음과 "이 큰 배가 설마 순식간에 침몰하겠어"라는 해경의 믿음이 매뉴얼을 무시하게 했다. 야당은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세월호 침몰과정을 통해 배우기 바란다. "설마 호남이 우릴 버리겠어?" "설마 단일화했는데도 안 되겠어?" 국민을 위한다면 새정치 매뉴얼에 위배되는 이러한 구정치 편향 신념을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 카톡 정당의 신념편향 정치는 국민을 괴롭고 슬프게 할 뿐이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8-03 홍문기

미스터리 공화국

세월호 사고 100일 넘었지만발생 이유 의문만 남기고정치권에선 진실규명도 못해행정·사법·입법 신뢰 바닥치고총체적 불신 사회로 치달아지도층 각성과 노력은 언제쯤…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 정도 됐다. 여전히 사고에 대한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고의 배후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은 오랫동안 행방불명이었다가 급기야 시체로 발견됐다. 시체로 발견된 인물의 가족도 검거됐다. 하지만 발견된 시신이 언제 사망한 것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시신이 실제인지 또는 가짜인지조차 의문스러워한다. 방송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쯤 되면 마치 인기있는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사고에 대한 진실규명은 답보상태다. 그냥 답답한 상황이 아니라 '미스터리'가 되고 있다.미스터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으로 설명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 아닐까. 미스터리한 상황이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명장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심지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마저 미스터리로 인식하고 싶어질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우선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사고가 충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나 항공기의 미국 공항 불시착 사고만 하더라도 조종사의 비행 미숙인지 항공기 기체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지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에게 명확한 인식이 없다. 그렇다면 항공사에서는 조종사의 미숙한 이착륙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졌다는 말인가. 기체결함이었다면 유사한 다른 항공기에는 위험을 예방하는 조치가 이뤄졌다는 말인가. 어떠한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여전히 미스터리한 상태에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미스터리를 만드는 또 다른 이유로는 사고발생 과정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경주 콘도붕괴 사고에서 우리는 다수의 청춘을 떠나 보내야 했다, 하지만 사고발생 과정에 있어 폭설로 인한 행사진행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명확하지 않다. 행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왜 강행된 것일까. 시설 안전과 투숙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콘도측은 왜 행사를 저지하지 못한 것일까. 학교는 학생들의 자체 행사라 할지라도 현장에서 안내하고 관리할 교직원을 왜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일까. 단체 행사장의 원천적 부실공사는 응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끝으로 미스터리 발생의 근본원인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불신이다. 불신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이해시키지 못한 정치권을 비롯 우리 사회 지도층의 책임이 크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월 실시한 우리 사회의 신뢰 조사결과(전국 1천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는 충격적이다. 10점 만점에 국회는 3.4점으로 최하위였고 검찰을 포함한 사법부는 5점이었다. 언론은 4.6점에 그쳤고 정부 신뢰는 절반 수준인 5점이었다. 세월호사고 100일이 넘었지만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그리고 대책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난 1월의 국민신뢰보다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총체적인 '불신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대통령을 포함한 행정·사법·입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신뢰는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유병언과 그 가족들을 체포하거나 조사하면 세월호 사고의 수습은 마무리 되는 것인가. 여전히 사고에 대한 수습은커녕 더 큰 미스터리만 남게 된 것이다. 어린시절 읽었던 '벌거숭이 임금님'과 '양치기 소년'은 무엇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감동적인 교훈으로 마무리 된다. 왜냐하면 동화나 우화이고 현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동화나 우화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미스터리 공화국'이 됐다. 불신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지도층의 근본적인 각성과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7-27 배종찬

증언과 기억은 살아남은 자의 책무

당장 아프더라도인간을 위기에 처하게 했던고통들을 오히려 더 많이증명하고 상기해야 한다.잊자거나 없던일로 하자는건터무니없고 안타까울 뿐'먹어서 응원하자'. 놀랍게도 이 응원 문구는 곳곳에서 세계 공용어처럼 활용된다. 먹거리가 위험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누군가가 꼭 이 문구를 들고 나온다. 1990년 영국이 광우병으로 축산 농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다. 농무부 장관이던 존 검머씨가 방송에 등장해 햄버거를 삼키며 문제없으니 먹어서 농가를 돕자고 시민에 권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동북지방 농수산물이 팔리지 않자 똑같은 응원 문구가 등장했다. '타베테 오엔시요우'.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쌀로 지은 밥도 먹어 보였다. 그곳의 문어도 씹어 보였다. 몇몇 연예인들은 게걸스러울 정도로 그 지역 과일을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먹어서 응원하는 모습들이었다.이 응원은 농가, 지역을 향한 '의리있는' 일처럼 보인다. 고통에 공감하며 아픔을 쉬 잊게 해주는 위로의 작업인 것 같기도 하다. 의리있어 보이고, 힐링시켜 주는 듯한 이 응원은 액면 그대로 의미를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러긴 힘들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응원의 의미를 한 꺼풀만 벗기면 먹어서 돕자는 말은 무서운 정치적 속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무한 이윤을 내기 위해 공장형 축산을 택했고, 짧은 시간 내 덩치 큰 소를 만들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사용한 결과가 광우병 발병이다. 경제적 이득을 향한 인간의 무한 욕망이 재촉한 재앙이 광우병이었다. 후쿠시마 먹거리 사고는 강한 국가를 만들려는 일본의 경제·방위정책 결과가 빚은 재난이었다. 그런데도 먹어서 응원하자고 나선 것은 재앙을 기억에서 밀어내고, 재앙의 원인을 증언하지 말자는 주장에 가깝다. 원인을 따지는 일은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망각하고 살자며 원인 책임자들에 면책을 주는 발언이다. 그래서 먹어 응원하자는 말은 위안이 아니라 정치적 언어가 되고 만다.덮어두자는 정치적 언어는 아픔을 배가시킨다. 증언과 기억을 멈추자는 언설은 말로 그치지 않고 가슴을 툭툭 치고, 애를 끓게 하는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변한다. 강제 성노예를 당했던 이들을 기억에서 지우려는 일본의 작업을 우리가 폭력적이라며 분노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선 당장 아프더라도 인간을 위기에 처하게 했던 일들을 오히려 더 많이 증언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생략되면 인간은 비인간적인 어리석음을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사람을 인간답게 하고, 망각은 인간을 그 반대로 살게 만든다.가족을 잃고 고통을 받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도 먹어서 응원하자는 패거리가 나타났다. 더 많은 증언을 풀어내고, 더 오래 기억을 하자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유족들 앞에 '이제 그만하자'고 떠든다. 큰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강짜다. 증언과 기억의 일단 정지를 요청하고 있다. 더 많은 증언을 이끌어내고 잊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쪽에 이젠 까먹고 없었던 일처럼 살자고 권하고 있다. 그런 말을 건넬 자격을 가진 자가 있는지도 궁금하지만 인간답지 말자고 권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까먹지 말자며 붙잡아도 시간 앞에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기억이다. 그래서 어렵게 증언하며 기억을 붙들어 두려는 쪽은 늘 조바심이 난다. 우리가 인간이 맞는지를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락에 떨어뜨렸던 홀로코스트조차도 잊혀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유가족들은 알고 있다. 남은 자가 가라앉은 자에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와 책무는 증언하고 기억하는 일이라는 걸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같이 손을 맞잡고 증언하고 기억하길 돕겠다는 말 외엔 어떤 것도 그들에겐 무례다. 까먹기의 선수인 일본을 향해 온 민족이 나서서 분노하던 우리 모습을 조금이라도 상기해 보면 안다. 까먹자거나 없던 일로 하자는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폭력인지를./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7-20 원용진

협동조합에 거는 기대와 우려

실패하는 기업들 속에서살아남기 위한 신생조직일 뿐'설립만하면 정부지원 있겠지'안일한 생각과'설립자에게만 기대'는의존성은 절대 안된다2012년 이전에는 미미했던 협동조합이 7월이면 5천개에 달한다고 한다. 협동조합의 정신적 구루의 하나로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자마니 교수도 믿기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성장세다. 무엇이 2012년 이전에는 미미했던 협동조합의 열기를 불러일으키는가.필자의 생각으로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압력요인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가 지속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졌다. IMF 추산 2010년 한국 총 GDP는 1조6천억달러 정도인데 이중 25%가 4개 대기업의 몫이다. 문제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재편이 고용창출은 적고 소득을 상위 1%에게 집중시킨다는데 있다. 사회경제조사에서 과거에는 '당신은 상류층·중산층·빈곤층 중 어디에 속하느냐'를 물었는데, 요즘 조사는 서민층을 분류항목에 넣고 있다. 서민층에 속한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62.3%를 차지했다(경향신문&현대리서치 2013 한국인의 삶 조사: 부유층 1.6%, 중산층 29.6%. 빈민층 5.9%). '서민층'의 증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실패가 원인이다. 정부의 대책도 별무신통이 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둘째는 기회요인으로 볼 수 있는데, 경제활동 참여자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서 온다. 인간은 결국 행복추구자인데, 과거에는 경제소득 증가가 행복의 선행요인이었지만, 이제는 나눔·배려·신뢰·공동체의 안정감 등이 행복의 조건이 되고 있다. 캐나다의 그레그 맥레오드 신부는 그것이 구성원간의 결속력이라고 했다. 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은 자신을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지역사회를 일할 수 있는 끈끈한 인간애로 무장한다. 협동조합 틀 안에서 도구가 아니라 서로가 파트너가 된 것이다. 자본주의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은 압력으로 작용하고,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협동조합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협동조합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소비자, 농·어민, 중소기업자 등이 각자의 생활이나 사업의 개선을 위해 만든 협력조직이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하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의미한다.2000년 후반의 세계경제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당했다. 하지만 협동조합경제는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몬드라곤협동조합 복합체의 경우 금융위기가 닥치자 협동조합간 도움을 주며 극복했고, 4개 대륙에서 10만명을 고용하고, 매출액 규모 스페인 7위, 고용 규모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창업 당시부터 지역을 토대로 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시작했고, 또 구성원들이나 구성 기업을 배려하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기업과는 달리 민주적인 운영을 하고, 또 사회적 배려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자마니 교수는 이를 "삼성은 현대를 돕지않지만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매년 순이익의 3%를 협동조합 펀드(coop fund)에 출자해 어려움을 겪는 협동조합을 돕도록 연대가 시스템화했다"며 "협동조합은 지역화돼 있어 수익에 따라 쉽게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 않으며, 지역사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사람이 살아가는 궁극적 현장인 지역사회를 베이스로 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사회적 경제시스템인 것이다.하지만 협동조합이 만능은 아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대안의 하나일 수는 있으나 대체 수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률적 근거가 없어서 설립이 제한된 것이 풀렸을 뿐이고 성공적인 협동조합들을 배우면서 자본주의 기업이 실패하는 영역에서 존립해 나가야하는 신생조직일 뿐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의 사례에서처럼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만 하면 정부가 지원해주겠지 하는 근성과 설립자에게만 기대는 의존성은 금물이다. 협동조합의 성공은 지역사회의 번영에 공헌하는 개인들의 결속과 노력을 요구한다./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7-13 허훈

게이트 키핑의 중요성과 변화의 통감(痛感)

KBS, 문창극 보도 왜곡했는지,내용 이해 못했는지 논란에국민은 '국민의 방송' 슬로건보다정상적 절차에 의한공정하고 객관적 보도였는지가더 중요하다는걸 이제 깨달아게이트 키핑 (Gate Keeping)은 언론조직이 시간과 공간(지면)의 제한으로 취재·편집·보도 과정에서 뉴스가치에 따라 사건을 취사선택해 기사화하는 과정이다. 사건 전체를 모두 기사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독자·시청자가 사건의 핵심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언론조직은 어떤 것은 기사화하고 어떤 것은 기사내용에서 빼야 한다. 따라서 언론조직의 능력과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게이트 키핑 과정에서의 윤리의식, 뉴스가치 판단 능력, 사건에 대한 이해력 등이다. 특히 게이트 키핑의 결과로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 이 세가지 기준은 언론조직의 의미와 존재가치를 드러나게 한다. 최근에 게이트 키핑 논란을 크게 불러일으킨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KBS보도 내용을 위의 세가지 기준에 비춰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된다.우선 윤리의식 측면에서 볼 때 게이트 키핑 최종 책임자인 보도국장 사임 이후 사실왜곡 논란이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과정이 매우 거칠었고 이는 KBS 언론조직의 게이트 키핑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임을 우려하게 했다. 따라서 KBS가 건전한 윤리의식을 가진 언론조직이었다면 이를 고려해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관련 영상물을 입수했고 왜 전체 내용중 일부만 편집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되는 문제의 내용을 방송하기로 결정했는지 모르지만 조직내 게이트 키핑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는 사실왜곡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윤리적 측면에서 고민했어야 했다.둘째, 뉴스가치 측면에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종교단체에서 종교인으로서 한 발언이 그토록 중요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핵심은 관련 발언 자체가 아니라 총리직을 수행할 때도 종교인으로서의 가치관과 판단을 유지할 것인가가 됐어야 했다. 그리고 저널리즘 보도원칙에 따라 보도 전에 당사자의 반대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했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던 상황에서 뒤늦게 공개된 원본 내용은 문 전 후보자가 우리 역사의 과거 고난을 강조하면서 동북아시대 기독교인이 분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여기에 KBS의 보도가 성경의 구약적인 해석을 거두절미해서 친일파로 몰아갔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구약 성경에 대한 종교인으로서의 해석문제가 총리인준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였을까?마지막으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강연내용에 대한 KBS 언론조직의 이해수준이 어떠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당시 보도내용은 문 전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종교적 맥락에서 설명하지 않고 있다. KBS 언론조직이 성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강연맥락의 축을 이루는 성경내용보다 자극적인 '멘트'를 더 중시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두 경우 모두 KBS언론조직의 사건에 대한 이해력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 언론조직 종사자들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 전문가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은 필요하다. 그래야 최소한 그들이 이해한 사건의 내용을 기반으로 독자·수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이해못한 사건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은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도 이해못한 내용을 보도한다면 이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무책임한 행위다. 그런데 준조세성격의 국민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언론조직이 보도하고자 하는 내용의 맥락을 삭제해 왜곡을 조장했다든지, 그 내용을 이해못했다든지 하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는 시청료를 내는 국민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이러한 논란들로 인해 최근 구성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의 보도내용에 대한 제재여부를 판단할 예정이고 KBS는 현재 사장선임 과정에 있다. 따라서 조만간 임명될 KBS 사장의 첫 임무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될 수도 있다. 이제 국민은 깨달았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슬로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정상적인 게이트 키핑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의 이러한 깨달음으로 시작될 변화를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조직이 통감(痛感)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7-06 홍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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