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

대형사고 전 경미한 징후들즉, 예견에 대해 외면과강력한 구심점 없는컨트롤타워 부재,과거 발생한 문제점 망각…우리 축구와 정치의 닮은꼴월드컵이 한창이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공 하나에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축구는 국민의 높은 기대와 달리 16강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분명 최선을 다했고 홍명보 감독 역시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사랑을 감안하면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이 클 것이다. 우리 축구를 보면서 느낀 것은 한국 정치와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치를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속성이 축구에 고스란히 묻어난 것은 아닐지 되돌아보아야겠다. 과연 무엇이 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를 닮은꼴로 만들어 놓은 것일까.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 모두 예견에 대한 외면, 컨트롤타워의 부재, 문제점에 대한 망각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다. 우선 예견에 대한 외면이다. 객관적인 FIFA 랭킹에서 같은 조에서 가장 낮았다. 국가대항전에서의 경쟁력이 낮다는 예고지표다. 월드컵 개막 전,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나 축구전문가들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처방은 수비조직력을 단기간내 끌어올리고 한국대표팀만의 확실한 득점 루트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되돌아보면 이런 전문가들의 예견과 처방에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 한국 정치 역시 예측에 대한 외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양안전심판원은 오래 전부터 해양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운행자의 과실임을 밝혀왔다. 선박의 개조, 화물의 과적, 안전사고의 구난 문제, 관피아 결탁 등 수많은 적폐(積弊)에 대해 서해 페리호 사고, 경주 콘도 사고, 성수대교 사고, 삼풍백화점 사고 등으로 예견해 왔다. 동부전선 GOP 임병장 총기난사 사고 역시 2005년 경기도 연천 군부대 총기난사 사고로 예견될 수 있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많은 경미한 징후들이 존재한다.다음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2002년 4강 신화를 달성할 때 한국 축구에는 히딩크 감독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다. 모든 전술과 작전은 히딩크 감독의 구상대로 진행되었다. 수비는 홍명보 선수가, 공격은 황선홍 선수가 이끌었다. 누군가를 중심으로 90분간 선수 전원을 유기적으로 묶을 수 있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감독과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는 있었는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많았다. 하지만 팀 전체를 하나로 이끌며 조율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면 일부 사람들의 비판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FIFA 랭킹 20위인 멕시코는 개최국인 세계최강 브라질과 무승부였다. 16강 진출에도 성공했다. 골키퍼 오초아의 선방이 빛났지만 팀의 중심에 주장인 마르케스가 있었다.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인사논란'이다. 대통령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보다 높아졌다.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의 '인사문제'다. 국가개조와 경제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유능한 각부 장관의 임명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그들이 국가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문제점에 대한 망각이다. 한국 축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 훨씬 이전 여러 문제점에 봉착했다. 2006년과 2010년 월드컵을 거치며 불안한 수비 조직력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박지성과 이영표를 이을 차세대 미드필더와 공격형 수비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자리에 앉기까지 사령탑이 2차례에 걸쳐 교체되었다. 예선전에서는 이란에 두 번이나 무릎을 꿇으며 수비조직에 허점을 드러냈다. 월드컵을 앞두고 16강 진출에만 열을 올릴 뿐 과거 발생한 우리 허점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은 것이다. 한국 정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선박 및 대형 교통사고, 군부대 안전사고, 각종 대형 재난재해 등이 있을 때마다 구호처럼 대책은 등장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옛날 이야기처럼 기억에서 사라진다. 과연 10년 뒤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우리는 얼마나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을까.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누구 한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단재 신채호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리는 교훈이다. 과거와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않고서 미래의 선진축구는 요원하다. 하물며 국가 존망이 걸려 있는 한국 정치는 더 말해서 무엇하랴./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6-29 배종찬

요코 이야기와 제국의 위안부

역사적 해석 충분히 토론하고일정부분 합의를 찾아가는순서야 말로 민주주의의 초석그 과정을 생략하는 민족은미래가 없다고선인들은 늘 말하지 않았던가'요코 이야기'란 책이 있었다. 지금 국내 서점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책이다. 출판사가 책을 모두 수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은 영어로 적은 소설이다. 일본인이었다 미국 시민이 된 저자가 자신의 어릴 때 경험을 옮긴 자전적 소설이다. 미국 동부의 초등학교 추천도서에 들었다 한국계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로 도서목록에서 탈락한 도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문제가 되자 한국에서 번역된 '요코 이야기'는 출판사에 의해 전량 수거되는 운명을 맞는다.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씨는 원래 해방 전 조선의 나남에서 나고 자랐다. 해방과 동시에 소련군이 진주한다는 소식에 서울로 탈출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 아녀자를 겁탈하는 조선인을 만나는 등 온갖 수모를 겪는데 그 내용을 소설에 담았다. 일본 가해자, 조선 피해자라는 일반적인 역사 서술을 거슬러 적고 있다. 자신의 기억에 기반해 조선 가해자, 일본 피해자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이 책은 숱한 반대를 만나고, 학교에서 밀려나고, 급기야는 서점에서 수거되는 일을 겪었다. 왓킨스씨는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전쟁의 아픔을 그리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인을 악당으로 몰려고 한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경험을 기반으로 했기에 왜곡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역사 적기 논란이 국내에서 일고 있다. 이번엔 '제국의 위안부'란 책이 그 주인공이다. 이 책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위안부 역사를 거스른다. 일본의 위안부 모집, 강제 위안의 고통, 일본의 책임 및 사죄 요청이라는 줄거리에서 벗어나 있다. 저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개인 기억을 추적한 끝에 다른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종군 위안부를 달리 이야기하는 방식도 있음을 할머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려 했다. 이어 나름의 역사 기술을 통해 일본과 화해할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2013년 출간 당시부터 지식계 내에서 논란이 오갔다. 시간이 한참 지나 이번 달에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소송을 걸었다. 공분한 쪽에서는 저자가 재직 중인 학교로 항의 데모의 발길을 옮기고도 있다 한다. 대중 매체를 통해 빗나간 역사 인식이라는 평단의 비난도 줄을 잇는다. 마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종군 위안부 발언과 맞물려 사회적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고 반 비판하며 언제든 대중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할 준비를 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은 더 지속될 전망이다. 역사 기술을 둘러싼 두 사건은 역사 문제가 언제나 사회적 관심이 되지만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어려운 일임을 알려주고 있다. 비록 한 사건은 해결된 듯 보이지만 그것 역시도 잠정적인 결론에 불과하다. 왓킨스씨는 여러 결정에 여전히 승복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 의해 다시 추천도서로 채택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제국의 위안부' 사건도 현재로선 비판 쪽의 손이 올라가는 듯 보이지만 저자가 그에 불복하고, 그에 대한 지지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논란은 장기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 적기를 놓고 온 시민사회가 동참하고 비판, 반비판하며 참여하는 모습은 그 비용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논의 주체가 학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역사 논란에서 늘 우려되는 일이 하나 있다. 공권력이 역사 논의에 끼어드는 일이다. 힘을 앞세워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심판자를 자처하는 일을 공권력은 자주 저질러 왔다. 이를테면 국정교과서 제작을 독점하려 한다든지, 일부 교과서가 채택되도록 강권하는 그런 일이다. 심지어 시민사회의 토론 주체에 재정적 지원을 편파적으로 일삼는 일도 그에 해당한다. 그것이야말로 사회를 토론하는 능력마저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미개한 역사 정책이다. 충분히 토론하는 그런 기회야말로 민주주의 초석이고, 역사적 해석을 놓고 사회가 일정부분 합의를 찾아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래야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해석을 익히며 역사의식을 갖는다. 그 과정을 생략하는 민족이야말로 미래가 없다고 선인들은 늘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던가./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6-22 원용진

거참, 예술이네

세월호 재난 등 있었지만…6·4 선거 유권자,널뛰기·묻지마 투표 안해권력 나눠주기 지혜로워졌다여야 모두 다시 뛸 명분 얻어지방정치 회생조짐 지켜보자이번 6·4 지방선거도 여전히 중앙정치 이슈에 발목이 잡혀 치러졌다. 세월호 재난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 심판론으로 이어진 이유도 크다. 20년이 넘은 부활의 지방자치도 성년이 되긴 멀었다. 그래도 한줄기 희망은 있다. 유권자들이 '널뛰기 투표', '묻지마 투표'를 하지 않았고, 여야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점이다. 여야 모두 다시 뛸 명분을 얻은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야당이 조금 많고, 기초자치단체장은 여당이 많다. 교육감 쪽은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 쪽이 압승을 거두었다. 여당의 입장에선 용궁 갔다 왔다고 할 것 같고, 야당은 쓴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유권자들, 권력 나누어주기에 관한 한 엄청 지혜로워졌다.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황금비율로 나누어주었다. 과거에는 선거 때마다 한쪽이 몰렸다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다른 쪽에 몰표를 주었다. 2004년 3월 12일 대통령탄핵 후 치러진 4월15일 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쪽에 몰표를 준 게 대표적이다. 그 뒤로 열린우리당이 잘못하자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을 몰표를 주어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렇듯 과거 한쪽이 일방 지배한다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바꾸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선거에서 권력을 균점상태로 만들었다. 4년 기다렸다 판을 바꾸었던 방식을 벗어난 것이다. 지방자치권력 사상 초유의 '황금분할'의 시대이다. 시쳇말로 예술 같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왜 우리 그러지 않는가? 뭔가 기가 막히게 일이 잘될 때 '거참 예술이네'하지 않는가. 황금분할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되었고 가장 조화가 잡힌 비를 말한다. 건축, 조각, 회화의 도형이나 입체 등에서 이 비를 많이 이용해왔다. 자연의 조화가 잡힌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은 말했다. 황금분할이 세상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힘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고. 식물을 위에서 관찰해보면, 위쪽에서 자라는 잎이 아래쪽의 잎을 가리지 않으며 배열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식물이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잎이 나는 방식인 어긋나기(호생)의 경우 잎차례가 1/2, 1/3, 2/5, 3/8, …형태의 수열을 이룬다. 황금비율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그렇다. 1/2(여야 균점), 1/3(제 3의 세력 용인), 2/5(한 세력이 지배하는 지역의 확률비, 기타 및 무소속을 1/5로 볼 경우)등의 황금비 분할이다. 지방독재를 할 수 없는 구도이고, '예술처럼' 지방정치를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정치 잘 한다는 것 별다른 게 있겠는가? 당선자들은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자치를 성장시키면 될 일이다. 정치가들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조정과 화의를 일방적 주장보다 앞 세워야 한다. 상대방이 적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조정해가는 동지로 인식하자는 말이다.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연정수준의 협조를 구하고, 야당은 이를 또 받아들인다 한다. 중앙정치도 못하는 것. 그게 지방정치요 지방자치가 아니겠는가. 지방정치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견제와 균형이 되살아나는 것도 기대해 봄직하다. 유권자들로서는 주민자치의 수준을 높여보자.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다보니, 정치가들도 유권자들 즉, 주민의 의견을 듣고, 주민의 힘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 주민들이 나서서 큰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에 맡기고, 주민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길거리수준, 마을수준에서 주민참여에 의한 지역만들기를 제대로 정착시켜볼 때이다. 그동안 너무 정치비판, 관 의존, 큰 프로젝트에만 눈길을 주었던 것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사업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들의 공적책임을 지려는 마음이다. 이번 7월1일 출범하는 지방정부의 하는 일을 꼼꼼히 챙겨보고, 시민들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은 해보자. 시민이 동네 느티나무아래 모여 동네 이야기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은 루소의 시대만이 아닌 것이다./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6-15 허훈

여론조사의 비밀과 언론보도의 책임

무응답층·응답률·가중치와관련된 비밀들유권자들에 쉽게 설명하고결과 보도는 누굴 지지하는가가아닌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가로달라질 필요가 있다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결과, 여야는 어느 쪽이 이겼다고 말하기 아리송한 상황에 난감해하고 있다. 냉정한 민심은 세월호 사태 책임이 있는 쪽도 세월호 사태 책임이 있는 쪽을 비난하는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 선거 전 여론조사는 이 냉정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수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기자들은 왜 이 냉정한 민심을 여론조사로 파악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 과정에 숨겨진 비밀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비밀은 무응답층 보도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여론조사 지역별 무응답층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고, 보도한 경우도 그 의미를 유권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언론은 무응답층 비율이 높아 여론조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왜 박빙인지, 왜 예측하기 어려운지 무응답 비율을 통계자료에 근거해 보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언론은 통계적 자료에 근거한 보도 대신 세월호 사태 책임 운운하며 막연히 보수층표가 숨었다는 주장만 보도했다.두 번째 비밀은 응답률 보도와 관련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서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응답률 해석이다. 응답률이란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사 질문에 대해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로 응답률 10%는 100명에 대한 조사에서 10명의 답변만 여론조사 결과에 포함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응답률 자체가 아니라 전체 조사 대상이 몇 명인데 그 중 몇 명이 답했는가이다. 그러나 어떠한 보도도 그 지역 전체 숫자 대비 조사 대상 숫자와 이에 근거한 응답률을 보도한 경우는 거의 없고 이 응답률 자체가 20%를 넘는 여론조사가 거의 없었다.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낮은 응답률과 표본 부족이 조사 결과의 통계적 유의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사기관과 언론사들은 선거법 제108조 ④항에서 표집오차 비율과 함께 응답률을 꼭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니 이를 밝힐 뿐 이것이 왜 중요한지 유권자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세 번째 비밀은 가중치 적용 보도와 관련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보도 때마다 언론은 연령별, 세대별 이슈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선거 결과를 보면 그러한 분석이 통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여론조사시 각각의 연령층들이 통계청 자료 비율처럼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응답자 수에 적당한 가중치를 곱해서 연령별 응답률을 산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조사 결과가 아니라 가중치가 곱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이 효율적 여론조사 결과 분석과 통계 수치 산출의 필요성에 의해 가중치를 활용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면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유권자에게 알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보도 윤리적 책임이 있다. 특히 연령별 가중치 비율을 꼭 밝히고 이로 인한 여론 조사 결과의 타당성이 오차 범위 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이러한 내용이 선거법 제108조 ④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밝히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6·4 지방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7·30 재보선이 시작된다. 또 다시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있을 것이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해지기 바란다.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중요한 이유는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은 무응답층, 응답률, 가중치와 관련된 비밀들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누구를 지지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가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는 흔히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고 정치권을 비판하지만 사실은 언론이 후보자 중심 여론조사 결과 보도로 인해 정책 선거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7·30 재보선에서는 모든 언론이 냉정한 민심을 좀 더 신중하게 분석해 보도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6-08 홍문기

유권자의 나라

그동안 정치소비자로서 권리를너무 태만했다면 반성할 필요이번 선거만큼은 우리가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대한민국은 후보자의 나라가아닌 유권자의 나라이기 때문에며칠 있으면 지방선거일이다. 사전투표일에 이미 투표를 한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표는 본 선거일에 이루어지고 개표까지 한다. 돌이켜 보면 이번 선거는 '세월호 사고'라는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 영향이 클 것이다.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사람들의 삶 자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정치의 중요성을 함께 생각해본다. 생명의 고귀함만큼이나 우리 정치에서 유권자들은 존중받고 있는 것일까. 자칫 후보자들의 눈에는 유권자들이 한 장의 투표용지처럼 비쳐지는 것은 아닐까. 이 나라가 몇몇 지도자나 후보자를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 유권자들은 인식해야 한다.유권자 중심의 선거가 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단순히 숫자로 보아도 선거의 주인공은 유권자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유권자수는 4천130만명 정도에 출마 후보자는 9천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전체 유권자수에 비하면 후보자는 2.2%에 불과하다. 왜 97.8%의 유권자가 소수인 후보자에게 선거의 주인공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가.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 과정, 선거운동 내용, 공약의 전달 방식 모두 정당과 후보자 중심이다. 정당과 후보자 중심의 선거에서 유권자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선거 운동 때만 표를 위해 90도 인사와 준비된 미소가 남발된다. 당선이 결정되고 나면 선거 운동 때 섬기던 자세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유권자가 주인공이라면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둘째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지난 1월 11일 조사결과(전국 1천명, 유무선 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를 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에 대해 '경력과 공약까지 알고 투표했다'는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조금 넘는 34.5%에 불과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그리고 전문가들이 지방정치 개혁을 외쳐왔지만 철저히 외면했다. 결국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지방선거제도는 정치적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구분하기 힘든 집단 홍보물, 일방적인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 앵무새처럼 외쳐대는 유세 등 어떤 변화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찾기 힘들다.셋째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다. 후보자 중심의 선거라고 힐난하지만 유권자의 각성이 부족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 어느 자리를 가도 자칭 정치평론가가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개혁 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권자들의 결집된 관심과 비판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모든 불만이 개인적 푸념에 그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국정 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보다 지역 자치의 책임자인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이 우리 삶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질 교육감 자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또는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다양한 정책을 두고 토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기 힘들다. 정치권의 이해에 휩쓸리지 않는 유권자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이 앞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들은 결국 투표율을 결정하는 숫자로 밖에 대접받지 못할 것이다. 넷째는 정당의 의지와 인식의 대전환이다.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에 여론조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주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를 확인하고 경합 지역에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선거 승리를 염두에 둔 정당 입장에선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고 기존 인물에 혐오를 느끼는 유권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이 상당수다. 이런 지역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보다 정당의 눈치를 더 볼 것은 자명하다.왜 우리는 휴대폰 기술에 버금가는 정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천번 아니 수만번 실험을 거치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 소비자가 있다. 정치의 소비자는 유권자이다. 그동안 정치소비자로서 우리의 권리행사를 너무 태만하게 했다면 이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선거만큼은 유권자가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후보자의 나라가 아니라 유권자의 나라이기 때문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6-01 배종찬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함

도쿄 코리안타운서 벌어지는일본인들의 공개적 증오표현사회적 약자 정신적 피해 목적한국사회도 이미 위험한 단계법으로 규제할지 교육을 할지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됐다한류에 힘입어 일본 도쿄 시내에 작은 한국 거리가 만들어졌다. 널리 알려진 신오쿠보 코리안 타운이다. 요즘 이 동네가 한류가 아닌 다른 이유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나는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한류도 예전 같지 않자 일본 손님들이 발을 뚝 끊어버렸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은 좀 무서운 편에 속한다. 일본 극우 인사들이 일본 내 한국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저주를 퍼붓는 일을 신오쿠보에서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복지 혜택을 주지 말자거나 일본에서 추방하자거나 심지어는 죽이자는 섬뜩한 말까지 내뱉는다고 한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의 등장이다. 이래저래 신오쿠보 거리가 더욱 썰렁해지고 있다고 한다. 헤이트 스피치는 증오표현으로 불린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위협과 피해를 줄 목적으로 행하는 표현 폭력이다. 헤이트 스피치는 그 대상으로 사회적 약자 집단을 선택한다. 약자 집단 때문에 자신이 손해 보는 것처럼 꾸며댄다. 신오쿠보에서 행해지는 언사들은 대부분 지어낸 말들이다.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을 오히려 혜택 받는 것처럼 꾸며댄다. 가두행진이나 시위, 인터넷 공간을 통해 반복적으로 그런 공격을 해대면 그 대상 집단은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위협이 계속되면 신경 쇠약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사회 전체가 오해를 하게 되고 혐오를 일상화할 수도 있다. 헤이트 스피치는 그 대상자에겐 큰 두려움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물리적 범죄에 해당할 만큼 중차대한 사회 문제다. 헤이트 스피치를 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 유태인 학살의 기억을 가진 유럽 국가에서는 법을 제정해 헤이트 스피치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헤이트 스피치 규제에 대해 신중한 편이다. 단속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극우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지속되는 것도 처벌할 마땅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우회적으로 가게나 학교의 정상적 영업이나 수업을 방해하는 법으로 처벌할 뿐 헤이트 스피치 자체를 징벌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는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처벌을 위한 입법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한국에서는 신오쿠보 소식으로 헤이트 스피치 이슈가 대중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미 헤이트 스피치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를 엄중하게 인식해 오지 않은 탓이다.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여성, 전라도 주민, 옌볜동포, 탈북자에 보내지는 인터넷 상의 표현은 증오를 넘어 폭력적인 양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온 사회가 그를 심각한 문제로 의제화하지 않았다. 한갓 철부지들의 인터넷 장난 정도로 넘기며 가벼이 대하는 경향도 있다. 일본 극우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국수주의적이고 조직적인 데 비해 한국의 헤이트 스피치는 비조직적이며 산발적이라며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문가조차 있을 정도다. 헤이트 스피치가 심화될 위험의 징후들이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슬픔을 당한 유가족에게 퍼부어진 증오적 언사는 사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모진 내용들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도 헤이트 스피치를 적극적으로 할 의사를 가진 자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집단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징후도 읽힌다. 법으로 그를 규제할 것인가, 규제한다면 어떻게 규제할지, 또 법 이전에 사회가 토의, 교육하는 방식을 어떻게 마련해낼지를 회의 탁자에 올려놓을 때가 왔다. 시민 누구든 졸지에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어 헤이트 스피치의 대상이 될 불안정한 사회를 살고 있다. 누구든 헤이트 스피치의 잠재적 대상인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에 대해 온 사회가 관심을 갖고, 준비하기를 요청한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5-25 원용진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나요?

안전한 나라 만드는데누가 진정성과 능력 있는지선택하는 일 우리앞에 놓였다국민들은 이제 김밥도 사먹고영화관도 가고, 카페에 들러공약이 참인지 거짓인지 살펴야세월이 얼마나 지나야 세월호를 잊을 수 있을까? 사고 후 한 달여가 지나고 있어도 국민이면 누구나 죄인이 되었다. 세상 어디를 보아도 참사가 떠오르고, 분노와 후회, 그리고 우울함이 넘쳐난다. 부모 돌아가시고 3년 상을 치르듯 해야 해원이 될 성싶다. 그만큼 아이들을 떼로 수장시켜 놓은 우리 국민들의 죄의식은 크다. 하루하루 생업에 종사해야 먹고 사는 보통사람들도 공무원들이 잘못하고, 선원들이 지은 업보를 같이 짊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제 비명소리를 지른다. 세월호 사고 구역 불과 3㎞ 정도 떨어진 바다에서 미역이나 김 양식으로 먹고 살던 진도군 동거차도의 주민들은 어디 가 하소연도 못한다. 생업은 온데간데 없고 사고 구역 수색에 기름 방제작업에 눈코 뜰 새 없다고 한다. 그들로서는 한 해 먹거리가 날아간 판이다. 더 딱한 것은 동거차도 주민들이 아닐지 모른다. 그곳은 그래도 특별재난구역이 선포되어 차후에 더디겠지만 어느 정도의 보상이라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사는 보통사람들의 동네는 어디 가 하소연할 데도 없다. 골목장사로 통하는 김밥 집은 해마다 찾아오는 대목을 놓쳤다. 5월이면 야유회를 가거나 여행을 가기 위해 단체 주문하던 손길이 뚝 끊긴 것이다. 어디 그곳뿐이겠는가? 죄지은 심정으로 사는 사람들이 빵집인들, 동네 음식점인들, 영화관인들 예전처럼 출입할 수 있겠는가. 해마다 이맘때면 로고가 박힌 셔츠나 단체 체육복을 맞추어 입고 회사 체육대회를 여는 풍경 또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연중 한철 야외복이나 단체복을 팔아 먹고 살던 영세 의류제조업자들은 한 해 매출의 상당수를 포기했다. 애꿎은 수학여행이 전부 중단되고, 이 여파로 여행객이 끊기니 운송업, 여행업, 음식업, 숙박업 등과 서민경제를 지키는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4분기 경제성장 예상치도 당초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지난 16일 유족대표들을 만났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에 유족의 의사가 중요하다 해서 만난 자리다. 그 분들이 사건을 수사할 민간인수사권까지 달라니, 대통령은 겉으로야 어떻든 속으로는 망연자실하였을 것이다. 그가 이끄는 정부, 그리고 수사가 얼마나 못미더웠으면 칼자루를 달라고 했겠는가? 대통령도 자신이 이끄는 정부에 대해 실망이 컸을 것이다. 이제는 대통령담화문에 기대를 건다. 담화문에는 절절한 사과와 체제개혁의 미래가 담기길 바란다. 원세방세의 저자 정순훈이 말하는 대로 하면 대통령이 죄기조(罪己詔)의 성격을 갖기를 바란다. 왕조시대에도 임금이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는 조서를 백성들에게 내렸다고 한다. 조서란 임금이 자신이 한 명령을 백성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무소불위한 임금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조서도 있었다니 신기하다. 원래는 중국 한나라 문제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죄기조는 당태종 등 명군일수록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리 조선조에도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이 극심한 천재가 발생했을 때 죄기조를 내렸고, 임진왜란으로 의주로 파천한 선조도 죄기조를 내렸다. 방으로 걸린 '죄기조'를 통해 백성은 위안을 받고 임금은 심기일전하여 국정을 이끌었다고 한다. 담화문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없을까? 세월호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배가 침몰해서는 슬픈 일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해서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6·4 지방선거전에서도 이미 민심은 여당을 심판하고 있다. 야당도 이제는 정책으로 말하고, 재난안전의 대처에서 보여준 시스템의 무능을 개혁하는 공약으로 승부하자. 마침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이 되어 지난 16일 매니페스토선거 협약식을 곳곳에서 거행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정책적으로 상호 보완되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누가 진정성과 능력이 있을지 선택하는 일이 우리 앞에 놓였다. 정치인들은 정쟁보다는 정책경쟁을 하고, 국민들은 이제 김밥도 먹고, 영화관도 가고, 카페에 들러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 참인지 거짓인지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겠는가?/허훈 대진대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허훈 대진대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2014-05-18 허훈

슬프고 아픈 경험…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

세월호 관련 대책은 재난구조현장업무 전문성 갖춘 조직을부처수준 격상 시키고, 안전문제 총괄기관을 총리실에 만들 필요각 기관과 단체는 서로 신뢰하고국민들은 안전의식 제고 힘써야1993년 10월 여객선 서해 페리호 침몰,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그리고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사망·실종 300여명) 등 반복되는 대형 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가 뻔한 대안을 제시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사익(私益)을 빌미로 한 안전의식 부재, 인명경시에서 비롯된 윤리의식과 책임감 문제 등이 또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누군가는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직(職)에서 물러났다. 과거에도 늘 이런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적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향이 법과 제도에 의해 구체적 개선안으로 제시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세월호 참사 대책과 관련해 꼭 개선되기 바라는 세 가지 법적·제도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첫째, 세월호 관련 대책은 현장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된 것은 책임 부서의 현장 전문성 문제였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설된 안전행정부는 과거 행정안전부에서 안전 기능을 격상시켰다지만 결과적으로 안전문제에 대해 탁상공론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재난구조 현장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성을 갖춘 조직을 부처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민간 구조 기관과의 연계를 포함해 모든 안전 관련 문제를 총괄 책임지는 기관을 총리실에 별도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재난과 안전사고에 대한 현장 전문성을 강화해 사고 발생 시 원인 파악 시간을 단축하고 그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는 데 효율적일 것이다.둘째, 세월호 관련 대책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14개의 기관장 중 해수부 출신이 11명이고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본부장 3명 가운데 2명도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 간부 출신이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도 해수부 출신들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퇴직 관료가 산하 기관과 협·단체에 재취업하는 인사 행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세월호 관련 대책은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직자의 사기업 취업만 제한하고 있을 뿐 부처 산하단체로의 전직은 거의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수부가 발표하는 대책을 누가 믿겠는가? 이 문제는 꼭 개선돼야 한다.셋째, 세월호 관련 법과 제도는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누구나 구체적·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 눈은 DMB로 방송되는 세월호 관련 보도에 집중하고, 입은 공무원을 성토하며, 손은 곡예 운전을 하는 기사의 택시를 탄 적이 있다. 이러한 행위는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를 탄 사람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4년 2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제49조에 따르면 이 택시기사는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에 해당하는 법규 위반을 했다. 그러나 경찰에 적발되지 않아 이러한 안전불감증 행위가 당연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규칙 등을 무시한 채 운행되는 교통수단, 기계설비, 소방·방재시설 등에 대한 국민 신고제·포상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모든 법과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는 범국민적 안전의식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필자의 칠순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필자에게 "길 다닐 때 차 조심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안전을 법과 제도가 아닌 개인에게 책임지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세월호에서 개인적 판단에 의해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들은 살았고, 선실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따른 학생은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아프고 괴롭다. 이 큰 슬픔과 분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슬퍼하고 분노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달라지는 법과 제도는 공무원 복지부동의 원천인 전관예우 보신주의와 탁상공론이 혁파되고 모든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스스로 제고시킬 수 있는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5-11 홍문기

정치한다면 카페라떼처럼

분노로 번지는 세월호 사건국민들 경고에 귀기울였다면예방 가능했기에 안타까워재난대응시스템 정비 등제역할 못한 정치권의 무책임텁텁하고 껄끄럽기만 하다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일상에 흔한 모습이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 도입된 인스턴트 커피는 한국인들의 기호를 바꿔놓았다. 원산지, 원두를 볶는 방법, 커피를 우려내는 스타일에 따라 맛도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종류 중의 하나가 '카페라떼'다. 아무 것도 섞지 않은 커피의 맛은 텁텁하다. 설탕을 비롯해 넣을 것은 다 넣은 소위 '다방커피'는 끈적거리고 쉽게 물린다. 이러한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켜 준 것이 증류한 우유를 섞은 '카페라떼'다. 우유의 달콤함이 텁텁한 맛을 없애주고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니 건강에 대한 우려도 덜어 준다. 매일 미소를 머금으며 생각나는 '카페라떼' 같은 정치는 우리 주변에 없는 것일까.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로 변화되었다. 크게 5가지의 분노다. 첫째는 무리한 출항과 충분한 안전장치 및 준비를 하지 않은 해운사에 대한 분노다. 둘째는 무원칙적인 항행과 무책임한 '골든타임' 대처를 한 선장을 포함한 일부 선원들에 대한 분노다. 셋째는 대형 사고 재난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다. 넷째는 각종 루머 유포와 상업적인 접근으로 슬픔을 가중시킨 무개념의 일부 국민들에 대한 분노다. 마지막으로 안전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교통수단에 대해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검사하고 책임지지 않는 탁상행정에 대한 분노다. 4월 16일 사고 이후 수많은 비판과 분석이 이루어졌다. 다시 언급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이 모든 일이 '예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책임감있게만 했더라도 사고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끌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정치권에 있었다. 정치권의 가장 큰 무책임은 국민들의 경고에 귀 한 번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정책학회가 2013년 8월 국민 1천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한국훈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훈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다. 재난관련 공무원 1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문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 되었다. 동아대학교 이동춘 교수팀의 2009년 '선박해양사고 원인'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번 사고의 가능성을 예견했던 것처럼 보인다. 선박해양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근무태만이 가장 높았으며 안전의식, 선박조종, 직무스트레스, 기상항행조건 순으로 나타났다. 경력이 짧은 3등 항해사들은 선박해양사고 발생원인으로 선박조종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은 안전의식, 피로, 근무태만, 훈련교육, 항로환경 순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이번 사고 원인과 일치할까. 이미 국민들은 그리고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경고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 직후 정치권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정부, 정치권의 움직임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비치는 것은 한 사람만의 느낌일까. 이번 사고가 단순히 슬픔을 넘어 분노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비양심적인 해운사에 일찌감치 운행정지와 검찰 수사의 철퇴를 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비체계적이고 형식적인 재난대응 국가시스템을 미리 제대로 정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무분별하고 근거없이 생각을 배설하는 개념 없는 사람들에게 엄정한 법 집행을 제대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대형 참사를 겪고 나서야 반성하는 '했더라면' 사회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지금 정치권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우 냉랭하다. 틈만 나면 민생을 외쳤지만 부족했고 허술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삶을 24시간 살펴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하지 못할 지경이다. 하물며 정치적 논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국민 안전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살필 수 있을까.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면 텁텁하고 껄끄럽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아직 눈물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고로 인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치한다면 카페라떼처럼' 제대로 하길 바란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4-27 배종찬

재난과 사회

안전불감증 해소 위해재난대비 학습 끊임없이 반복위급한 순간 사람이 먼저라는휴머니즘 풍조 되살려야신속 구조로 인명피해 없도록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지난 2월 경주리조트 붕괴사고로 100여명의 대학생들을 보낸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그보다 더 큰 인명을 희생한 대형 선박 재난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은 한국전쟁 후 평화시에 발생한 최대의 재앙이라고 논평했다. CNN은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계인이 우리를 참 한심한 나라라고 한 대 쥐어박는 듯하다.역사상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선박사고는 1912년 4월 10일 첫 항해중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한 타이태닉호 사고다. 2천223명의 탑승자 중 1천514명이 사망하였으며, 생존자는 710명(31.9% 생존율)에 불과했다. 세월호에는 탑승자가 476명이고, 이중 174명이 구조됐고 33명 사망, 269명이 실종 상태이니(19일 오후 9시 현재) 생존율이 36.5%에 불과하다. 게다가 타이태닉호 사고는 망망대해 누구도 구조하러가기 어려운 곳인데 비해, 이번 사고는 바로 눈앞의 바다에서 일어났다. 그곳은 수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곳이고, 이곳은 영상 12도였다. 잠수장비가 도입되고 초음파탐지기 등 구조장비까지 현대화된 것들이다. 최악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외신들이 한국이 대형 선박사고를 숱하게 겪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한 것이 이해가 간다. 그들이 간 자리에 남은 부모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켜보는 우리도 가슴이 쥐어뜯을 듯 아프다. 배를 버린 선장을 능지처참이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이 이렇게 재난에 무방비한 사회를 만들었고, 어떻게 해야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첫째 안전불감증을 고쳐야 한다. 근세사에서 우리나라처럼 일제의 침략, 전쟁과 분단, 쿠데타나 5·18 등 정치적 사건을 많이 겪은 나라도 흔치 않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숱하게 주검과 슬픔을 맛보았다. 1993년의 서해페리호, 1987년 극동호 유람선 화재사건, 1970년의 남영호 침몰사건 등 교훈이 될만한 대형 선박사고가 있었다. 주검이나 슬픔에 많이 노출되면 될수록 불감증이 된다. 우리 사회가 유전적으로 이미 안전불감증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두렵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의 자동학습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지진과 해일에 끊임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유치원생 때부터 재난을 자동적으로 피할 수 있도록 훈련 또 훈련이다. 둘째 돈만 알고 자신과 제식구만 아는 풍조를 불식해야 한다. 이번에 선장은 선원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승객들에게는 대기하라고 했다. 승객들은 남의 식구, 선원들은 제식구라는 무의식이 그런 위기상황에서 선장의 역할을 가렸다. 게다가 선장의 뭍에서의 최초의 행동이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를 말리는 행동이었단다. 돈을 말리면서 제가 죽인 그 어린 학생들이 생각이 났을까? 전국민을 부자로 만들려는 정책만을 가지고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구조를 하는데도 기름값은 누가 내지 하는 계산속이 앞선다. 이런 풍조를 막기 위해서는 위급한 순간에 인간을 살리려는 휴머니즘을 되살려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신문화를 다시 살리는 공동체교육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독일이 자신들의 악행에서 교훈을 찾고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실시하는 민주사회교육이다. 셋째 시스템이 무능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들을 분통터지게 한 바로 그 이유이다. 학부모들은 사고 당일 16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고, 오후 5시30분경 생존자 82명(학생 74명, 교사 3명, 일반인 5명)을 마주쳤다. 하지만 이 상황을 책임지고 설명해주는 정부 관계자가 아무도 없었다. 학부모들은 성명서를 냈고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과 신속하지 못한 구조에 분통을 터뜨렸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 안전을 그렇게 강조하며, 안전행정부를 만들고 지자체까지 재난안전과를 신설하게 한 마당에 딱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정부의 후진적 행태는 조직이나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성이 없는 게 문제다.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뉴얼도 만들고, 무능하거나 죄있는 사람들을 이번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4-20 허훈

도지사를 꿈꾸시나요

새로운 도정으로 일해 보겠다는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한류우드' 같은 숟가락 얹는자세보다 생활밀착형 정책을펴겠다는 각오 다지고 공약또한새롭게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한류우드'를 얼마나 기억할까. 2004년 경기도는 한류 지원을 위한 대규모 단지를 고양시에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단지를 만든다는 포부였다. 할리우드를 지우고 '한류우드'로 바꿔낼 요량의 호기를 부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호기가 살아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남의 이름을 바꿔내겠다던 '한류우드'는 제 이름도 못 지킨 처지가 되어 있었다. 어느 틈엔가 '한류월드'로 개명을 했단다. 경기도청 내 조직의 아주 작은 한 귀퉁이를 차지할 뿐이고, 그 홈페이지는 내세울 성과가 없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언론보도를 모아 보았더니 더 참담한 지경에 이른다. 문제투성이라는 기사들만 '한류우드', '한류월드' 이름과 함께 흩날린다. '한류우드' 프로젝트가 시작한 2004년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과 동남아에서 약진하던 때다. '겨울연가'가 일본을 달궜고, 이어 '대장금'이 전 세계의 식욕을 돋우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한반도가 한류로 들떠 있을 때다. 경기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한류 바람에 슬쩍 숟가락을 얹었다. 테마파크 만들고, 제작 시설 유치하고, 관광객이 놀고 잘 공간 만드는 계획을 세워 발표한 것이다. 명분 좋고, 논리 간단하고, 보여줄 것도 많은 것 같으니 호기롭게 인기에 편승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자체들은 한류 지원책을 내놓으면 많은 반대급부를 챙긴다. 지자체나 지자체장의 단기간 홍보에 한류 정책만한 수단도 없다. 한류 지원책으로 혜택을 보는 제작사, 연예기획사나 방송사는 대중 어필을 할 광고를 엄청 해 준다. 지자체장에게 드라마 속 카메오로 출연할 기회를 주는 애교스러운 일도 있을 정도다. 한류 스타가 지자체에 오가고 텔레비전에 그 사실을 알리기도 하니 지자체는 그런 지원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다.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전해지는 한류의 인기 소식을 언제든 자신의 지원책과 연결시킬 수 있다. 정말 그 지원책이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나서서 따져 보자는 이도 없으니 은근짜 스스로 공치사하기가 용이하다. 임기 내 가시적 성과의 강박 속에 살아가는 지자체장들에게 한류 지원책은 여간 반가운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일시적 유행에 편승해 업적으로 쉽게 설명하는 일이 가능하고, 대중적 어필도 할 수 있으니 그에 손을 대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경기도의 '한류우드'도 그렇게 시작되었고, 명쾌한 결론없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있다. '한류우드' 단지 조성과 같은 한류 지원정책은 졸속 전시행정, 지자체장의 정치적 욕심으로 행해지는 대표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경기도도 도지사가 바뀌고, 10여년이 지나며 성과가 없음에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한류를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용이해진다면 한류 지원책은 기업이 맡아야 할 몫이다. 한류를 통해 대중문화 수입을 올린다면 한류 지원의 많은 책임은 기획사나 방송사로 돌아간다. 경기도는 도민들이 그런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많이 양보하여 정책 입안자들 말대로 한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학교에 예능 교육이 더 잘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등의 체계적, 장기적 정책을 만들고 행할 일이다. 숟가락 얹는 태도가 아니라 불을 피우고 밥을 짓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의 정책, 지원책들이 모두 그 같은 정신에 기반을 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새롭게 도정을 맡아 열심히 일해 보겠노라며 도지사 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한류우드'와 같은 숟가락 얹는 정책보다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펼 각오를 다지고, 선거기간 내 공약도 그런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4-13 원용진

로미오의 월담과 금단의 열매 현상

일본은 왜곡된 역사교육을받은 자국 어린이들이세계평화와 안정을추구하는 문명국가로자리잡게 할 수 있을지걱정해 봐야 한다엊그제 필자의 아이가 학교를 가려고 담을 넘다 다쳤다. 우리 아파트와 이웃 아파트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 철제 담 주변에는 철조망도 있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의 통학로 이용 반대로 문에는 자물쇠가 걸리고, 담이 놓이며, 철조망이 쳐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먼 길로 돌아가는 대신 담을 넘고 철조망을 뚫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울산 북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에서도 입주민 간 갈등으로 이웃 아파트 초등학생들의 통행을 금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어린이들은 통학거리를 줄이기 위해 이 아파트를 가로지르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로 인해 불편함이 많다며 통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어린이들이 등하교 때 소란스럽게 떠들고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는 데다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고 주장한다. 담을 넘는다는 것은 자유행위 금지에 대한 저항 (Reactance)을 상징한다. 문제는 이러한 저항행위가 필연적으로 금단의 열매 (Forbidden Fruit) 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금단의 열매 현상이란 자유행위를 억압하고 금지하면 그 금지된 행위를 꼭 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학자들이 신이 금지한 선악과를 따 먹어 원죄를 지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심리학 용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가 무엇인지 셰익스피어의 고전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몬터규가(家)와 캐플렛가(家) 어른들의 역사적 반목과 질시를 이유로 시작된 양가 교류 금지 결과는 캐플렛가의 14살 난 딸 줄리엣을 만나기 위해 몬터규가의 15살이 갓 넘은 로미오가 담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절대 안 된다는 줄리엣과 결혼한 로미오 때문에 양가 친족들 사이에 칼부림이 나고, 그 결과 로미오의 친구인 마큐시오가 죽고 로미오는 상대방인 티벌트를 살해한다. 줄리엣은 아버지의 명령으로 패리스 백작과 결혼하게 되자 비약(秘藥)을 먹고 가사(假死) 상태가 되어 납골당에 안치되고 줄리엣의 거짓 죽음을 모른 로미오는 정말 자살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하게 하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셰익스피어는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는 주장이 담긴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과 교과서의 사용을 승인했다. 새 교과서는 반(反)인도적, 반(反)인륜 전쟁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에 대해 서술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와 함께 일본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이 담긴 '2014년 외교청서'도 공개했다. 비록 유엔 (UN)이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반성하고 이를 후속 세대에게 교육하라는 취지의 결의안을 열 차례 이상 내놓고 우리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노력의 출발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해도 일본의 어른들은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일본의 아이들을 억지로 속이려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국말로 "만나서 반갑스무니다"라고 정감어린 한국말로 인사하고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미래 지향적인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열흘 만에 일본은 초등학교 독도 왜곡 교과서 인증으로 신뢰를 깼다. 금단의 열매 현상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빠른 길로 학교에 가고자 하는 마음을 금지시키고, 사랑하는 마음을 금지시키고,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을 금지시킬 때 시작된다. 저항을 기반으로 하는 금단의 열매 현상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야단치고, 속이고, 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금단의 열매 현상을 연구한 학자들은 더 많은 강압, 왜곡, 처벌은 더 강한 저항만을 불러오고 결국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무수히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은 최대 피해자가 일본 어린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교육받은 일본 어린이들이 일본을 어떤 국가로 만들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과연 이들이 이러한 교육을 받고 일본을 세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문명국가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해봐야 한다. 학교 가려고 담을 넘는 아이를 보며 야단을 쳐야 하는지, 조심해 넘으라고 해야 하는지 무책임한 해당 시·도 교육청, 관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지자체 기관 등에 묻고 싶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교수는? ▲(현) 한세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전)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현)한국 PR 학회 총무이사

2014-04-06 홍문기

선거에서 이기는 7가지 습관

후보 스스로 자기 검증과상대후보의 철저한 파악핵심정책 개발·유권자 분포 등전략 잘 짜야겠지만가장 중요한건 '프로 정치인'되겠다는 마음 가짐이다60여일만 있으면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정치의 계절답게 갖가지 판세 분석과 후보자들의 행보가 소개되고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선거를 직접 지켜보며 느껴온 것은 후보자들의 근본적인 태도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들의 인식에는 중앙당에서 부여하는 공천장에만 눈길이 가있다. 어쩌면 성공의 한 방편으로 정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을 뿐, '풀뿌리 정치'를 몸소 실천하는 '프로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설픈 정치 그리고 후진적인 선거준비 방식이 우리 정치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무릇 선거에서 바르게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할까. 선거에서 이기는 7가지 습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자기 스스로를 검증하는 것이다. 내가 과연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유권자들은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지역의 리더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많은 경우 후보들은 자기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인물조차 없다며 자기 과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가장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 선거 승리의 첫걸음이다. 둘째는 상대후보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다. 출마 후보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오류가 상대방에 대한 저평가이다. 아무리 자신을 잘 평가한 후보자라도 상대방의 경쟁력을 주관적으로 얕잡아 보면 이미 진 싸움과 다름없다. 가장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상대방이 어떤 강점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세 번째는 출마지역을 관통하는 핵심정책의 개발이다. 이것은 후보자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도전자에게는 현역을 이길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수도권 승리 견인차가 되었던 것은 '무상급식'이었다. 지역을 불문하고 자녀들의 급식문제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민감하고 중요했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생경제'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출마하는 지역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 선언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무상버스' 공약을 내걸었다. 아직까지 여론의 집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상급식에 비하면 유권자들의 절실함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의 많은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함께 고민하면 지역민들이 가장 원하는 정책메시지는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넷째는 선거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최근 독일 드레스덴 방문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고 규제개혁 '끝장토론'으로 정국의 고삐까지 쥐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24일 조사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62.9%에 이른다(전국 1천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p). 오히려 만족도가 낮은 현 정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다섯 번째는 유권자들의 분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지역은 노년층이 더 많고 어떤 지역은 젊은 유권자가 더 많은 법이다. 각 연령대별로, 직업별로, 세부지역별로 후보자간의 지지율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선거는 한정된 기간의 이벤트이므로 유권자 분포에 따른 전략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공략 대상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여섯 번째는 지지층의 투표율을 고려해야 한다.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응답자 모두가 투표를 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선거결과는 득표율이다. 지지층이 얼마나 투표할지를 감안한 득표율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일곱 번째로 중요한 것은 선거는 정당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내가 소속된 정당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부각시키는 메시지가 달라져야 한다. 정당기반이 강하면 정당 색깔을 적극 내세워야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인물 경쟁력이나 정책 경쟁력을 더 강조하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물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7가지 습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을 위하는 '프로 정치인'이 되겠다는 후보자들의 마음가짐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3-30 배종찬

지방선거를 지방으로 돌려 달라

유권자는 지역에 애정 가진후보가 필요하다는 인식 갖고후보자들은 중앙정치에서 탈피지역발전 시키려는 의지로대통령이나 국회에할말 하는 정치인이 돼야한다지난주, 필자로서는 중요한 행사를 치르기 위해 현수막 하나를 만들려다 낭패를 만났다. 준비기간이 짧아 겨우 시간에 맞춰 주문을 하였더니 돌아오는 답은 시의원후보 현수막과 기획물들을 만드느라 시간이 없단다. 광고기획사 한두 군데를 더 오간 끝에 겨우 만들어 걸 수 있었다. 곧 있으면 6·4전국지방동시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얼굴을 알리려는 예비후보들이 현수막을 다투어 거는 탓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열심과 초조함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좀처럼 지방선거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투표율이 50%를 넘기기는 할까? 지방권력을 잡으려는 중앙정치가들만 나서니, 누가 당선돼도 지방자치는 요원한 것이 아닐까? 대통령이나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가 자기들 선거인 것으로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 이렇게 지방선거가 지방의 것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이유는 중앙정치가 지방선거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부활 후 6기 선거에 이르는 지금 국가와 지방분권의 틀을 어떻게 개선하는 게 좋은지, 어떻게 하면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킬까 하는 토론은 실종되었다.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여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누가 나가면 이길지 자파에 유리할지 하는 계산 뿐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의 책임은 보이지 않고 야당이 기초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하니 이게 웬 횡재냐는 속내이다. 자신들이 대통령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내걸었던 것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야권은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폐지한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내 새로 만든 집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를 놓고 싸움 중이다. 지방자치선거 20여 년이 흘렀지만 지방자치는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다. 중앙정치 의제가 지역마다의 지방 의제를 덮어버린다. 이대로 가다간 현직들의 공과를 진단하고, 정치 신인들의 공약과 인물 됨됨이를 판단할 기회가 없을까 걱정이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고집하는 새누리당이 더 큰 문제이다.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들 권력에 더 관심이 많다는 고백이라도 하길 바란다.둘째,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지방선거 실종 이유의 하나이다. 헌법 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지만, 하위법인 정당법에서는 5개 시·도 이상에서 각각 1천명 이상의 당원을 두어야 되고, 꼭 서울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 지역과제를 해결하고 자치권력을 얻으려는 세력이 숨쉴 자리가 없다. 지역이슈가 좀처럼 지방선거의 초점이 못되는 이유의 하나이다. 왜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지역정당을 통해 자신의 지역을 부흥시키고, 중앙권력을 견제하는데 우리는 안 되는가? 셋째, 중앙정부의 권한은 많고 지방은 적은 탓이다. 지방세 구조가 경기에 민감한 세목으로 편중되다보니 지방재정이 특히 문제가 된다. 중앙정부의 복지비 떠넘기기, 학교지원비 떠넘기기 등으로 재정력은 땅에 떨어진다. 그러고는 지방에서 돈을 잘 못써서 그러니 지방재정에 파산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할 때 하더라도 국세 지방세 세원배분 문제와 지방지출 중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어떤지 분명히 먼저 따지고 해야 한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지방선거는 지방의 것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중앙의 것이 되어 버렸다.6·4지방선거에 유권자 혁명이라도 일으켜보자. 그래서 지방자치를 지방으로 되가져오자. 유권자나 후보자나 지방선거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져야한다. 유권자들은 지역이 발전하려면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성장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후보를 가리자. 후보자들은 후보자대로 중앙정치권에 뇌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정말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에게도 국회에도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분권이란 권력을 나누는 것이니 중앙의 정치가들이 거저 주겠는가? 민주주의란 동네에서 잘 자라야 튼실한 법이고, 지역이 발전해야 나라의 발전도 있다. /허훈 대진대 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허훈 대진대 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2014-03-23 허훈

'정보 근육'키우기를 권합니다

청소년은 카톡에 중독되고질 높은 정보는 찾기 쉽지 않아정보 환경에 대한 환호보다우려의 소리 더 많이 쏟아져…정보를 얻고 고르고 추적하며올바른 습관 갖추는 법 배워야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한두 방식이 사회적 소통을 독과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소통 방식이 다양해지자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그 다양함에 몸을 맞추어 간다. 그 결과 다양한 집단들이 자신들에 맞는 소통 방식을 택해 즐기고 있다. 하지만 각 집단별 소통 방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방향성은 존재한다. 우선 즉각적 소통을 선호한다는 공통성을 지닌다. 저녁 시간에 벌어진 사건을 아침에서야 접하게 되는 그런 일은 이미 과거가 되고 말았다.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그에 맞추어 자신의 대응을 준비하는 일은 상식에 속한다. 이를 세상사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휴대 전화 혹은 인터넷은 24시간 열려 있어 쉴 틈 없이 발신음을 내며 우리를 바깥 세상과 접속케 해주고 있지 않은가. 특정 정보를 취한 다음 그를 더 자세히 추적해 상세함을 취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상세함을 위해 다른 정보원으로 이동하는 일을 수시로 벌인다. 정보 인프라가 그같이 상세함을 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상호보완하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여 상세 정보를 취하는 것이다. 덕분에 고급한 정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공통된 방향성도 빠트릴 순 없다. 과거 글로벌, 전국, 지역, 동네 소식으로 쪼개져 입수되던 정보들이 이젠 한꺼번에 서로 얽혀서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눈만 크게 뜨면 우리 생활과 연관된 그 폭넓은 정보를 일망타진하듯 취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도 가까운 곳으로 느낄 만큼 폭넓은 정보에 노출되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시골, 도시 구분 없이 차별받지 않고 폭넓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이론상으로는 과거와는 다른 정보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든 깊이 있고, 폭넓은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접할 수 있는 조건 속에서 살고 있다. 외양으로 보아 정보 사회에 대한 예측이나 기대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깊은 속내를 보면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세상은 달라진 정보 환경에 대한 환호보다는 우려의 소리를 더 많이 쏟아내고 있다. 카톡에 청소년들이 중독되고 있다는 한숨소리, 식구 간 대화보다는 기기와의 대화가 많아졌다는 우려, 정보 홍수를 감당하기 위해 보내야 하는 노력과 시간이 너무 많다는 불평, 질 높은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호소…. 기대와 예측과는 달리 경험 세계에서 나오는 불만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론이나 기대보다 경험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를 대지만 그 답으로 '정보 학습'이란 용어를 가져오는 전문가가 많다. 정보를 얻고, 고르고, 추적하며, 올바른 습관을 갖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보와 관련해서도 학습이 선행하거나 뒤따라야 함을 강조한다.학교, 사회 교육에서 그 같은 주장에 수긍하며 공명하듯 나서고 있다. 각급 학교에선 미디어 교육이란 교과목으로 학습을 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학교를 이미 떠난 이들을 위해선 사회 교육의 일환으로 그를 행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 경기도내 여러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정보 학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프라와 프로그램 구축에 나섰다. 미디어 센터 혹은 영상 미디어 센터 등의 이름으로 교육을 실시하거나 착수한 곳이 늘고 있다. 수원, 성남, 고양, 이천 등지의 (영상) 미디어 센터에서는 주민들에게 이른바 정보사회를 즐길 능력을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온 가족을 위한 정보 교육을 행하기도 한다. 정보 기술에 이끌려가는 객체가 아니라 그를 이끌고 갈 주체를 만드는 교육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민들의 정보 근육을 점검하고 키워주겠다며 생긴 곳들이다. 봄 나들이 삼아 정보 근육을 단련해 정보 사회의 봄날을 만끽해 보길 권한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3-16 원용진

꽃보다 선거

지방선거 승리위해여당은 '중진차출론'야권은 '통합신당' 카드 꺼내유권자들은 혼란 스럽다결국 우리가 정신 차려야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지방선거가 90일도 남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주요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시시각각 쏟아 놓는다. 평론가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판세 분석에 여념이 없다. 뭔가 빠진 느낌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후보인가를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셀 수 없이 자주 후보들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조사를 제안하지만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독자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무선통신의 LTE급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진화했지만 정치만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후보자가 저 후보자를 얼마만큼 더 앞서는 지를 설명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지를 고민할 때가 왔다.지방관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가 다산 정약용이다. 혁신적 인물로 잘 나가다가 정쟁에 휩쓸려 귀양가는 신세가 되었다. 귀향지에서 다산은 '목민심서'라는 걸작을 내놓았다. 요즘 같으면 '지방자치 매뉴얼'이다. 200여년 전 유배간 사람의 책에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감탄하고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100년이 지나고 200년이나 지나도 아니 천년이 흘러도 리더의 덕목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산은 우선 지방관리의 자기 수양을 언급하고 있다. 스스로 청렴하고 관리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남을 다스리겠는가.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감히 묻고 싶다. 후보로서 청렴하고 지역을 이끌어갈만한 자질과 소양을 갖추었는지 말이다. 다산은 또한 관리로서 사람을 쓰는데 있어 어진 사람을 등용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재선 도전하는 현직 단체장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했는지 아니면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지방의 공공개혁과 빈부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복지를 언급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는 후보를 골라낼 안목은 우리에게 있는 것인가.90일도 남지 않은 우리의 선거판을 다산이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여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중진차출론'을 내놓았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없이 장관하던 사람이 별안간 당의 부름이라며 깜짝 출마선언을 했다. 얼마 전까지 선거 출마는 없다고 몇 번을 다짐하던 다선 국회의원은 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며 전격 출마를 발표했다. 지역구민들과의 약속은 약속이 아닌가. 불과 2년 전 지역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입법의원으로 당선되었던 그들이 아닌가. 무엇보다 국민이나 주민을 위한다는 마음보다는 당의 선거승리 그리고 모시는 위정자의 마음을 헤아린 처사라는데 불쾌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다산이 가장 강조했던 덕목은 바로 관리로서의 준비다. 아무런 사전 준비없이 '별에서 온 결정'을 내린 그들에게서 우리가 바라는 지방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은 여당의 중진차출론을 능가하는 '야권통합신당' 뉴스를 내놓았다. 유권자들은 혼란하다. 몇주전까지 새정치 경쟁을 했던 두 정당이 느닷없이 하나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3월 6일 조사(전국 1천명, 유무선RDD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를 보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에 대해 '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통합'으로 보는 의견이 49.1%였고 '정치적 지향점이 같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선거를 앞둔 두 당의 결정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는 당리당략을 쫓는 모습이다.선거를 생각하다보니 3월이 온 줄도 몰랐다. 3월은 봄의 또다른 이름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다. '할배'라고 할 정도의 나이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해외여행지를 탐방하는 것이다. 돈만 많이 들인다면 훨씬 더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젊었더라면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비쳐졌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악조건속에 결국 웃음꽃을 보여주기에 희망을 심는 '할배'가 된 것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로부터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우리 유권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성큼 찾아온 봄에게 미안하지 않을 '꽃보다 지방선거'를 소망한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3-10 배종찬

조지 쇼오와 이륭양행

3·1운동후 상해로 망명한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탈출 도운 쇼오가 없었다면역사는 달라졌을것그가 운영했던 '이륭양행'유적지로 보존돼야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지 10년 만에 일어난 3·1운동은 우리의 민족혼이 살아있음을 세계만방에 떨친 일대 사건이었다. 3·1운동은 처음부터 비폭력의 행동강령을 내세웠기 때문에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결국 많은 희생자를 내고 일단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국내에서의 운동에 한계를 절감한 민족주의자들은 그 해 가을부터 해외에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마련하고자 대거 조선을 탈출한다.군사를 모으고 힘을 길러 일제와의 무장투쟁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북만주 일대로 모여들었고, 다른 일군의 운동가들은 구미 열강의 조계가 산재한 상해에서 임시정부 설립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독립운동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나 북만주는 압록, 두만의 상류 얕은 물길을 건너면 비교적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안동(지금의 단동)을 거쳐 상해로 향하기는 쉽지 않았다.당시 상해로 가는 방법은, 신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안동에서 배편으로 건너는 것이 유일한 경로였다. 3·1운동이 일어난 그 해 가을 백범 김구 선생도 이 경로로 조국을 탈출, 15명의 동지들과 함께 상해로 망명한다. 이때의 김구 일행의 상해 탈출은 '백범일지'에 다음과 같이 그려져 있다."나는 중국인의 인력거를 불러 타고 바로 큰 다리 위를 지나서 안동현의 어떤 여관에서 변성명하고 좁쌀장수라 표방하고, 7일을 경과하여 이륭양행 배를 타고 상해로 출발하였다. 황해안을 경과할 시에 일본 경비선이 나팔을 불고 따라오며 정선을 요구하나 영국인 함장은 들은 체도 아니 하고 전속력으로 경비구역을 지나 4일 후에 무사히 상해 황포강 나루에 닻을 내렸다. 배에 함께 탄 동지는 도합 15명이었다."일본 경비선의 정선 명령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배를 몰아 김구 선생을 무사히 상해로 탈출시켰던 '영국인 함장'은 바로 3·1운동 이후 우리 독립운동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던 아일랜드인 조지 L. 쇼오이다. 영국계 태고선박회사의 안동현 대리점인 이륭양행을 경영하고 있었던 그는, 1919년 5월 상해 임시정부가 국내와의 연락기관으로 교통국을 설립하자, 자진하여 이륭양행 2층에 교통국 안동현사무소를 설치토록 하였다.이후 국내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쇼오의 도움으로 상해로 탈출할 수 있었으며, 독립운동자금을 구하러 중국에서 국내로 잠입하는 사람들도 쇼오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쇼오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도움을 넘어 스스로 대일본 테러활동에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에는 이에 대한 김산의 진술이 들어 있다."의열단은 여덟 개의 전략적 건축물을 파괴하고 일본인 관헌을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 목적을 위하여 그들은 비밀리에 2백 개의 폭탄을 한국에 들여왔다. 폭탄은 안동에 있는 영국회사 앞으로 보내는 의류품 화물상자에 넣어 이 회사 소유의 기선에 실어 상해에서 보냈다. 안동 회사의 지배인은 아일랜드인이었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그를 '샤오'라고 불렀다. ---샤오 자신이 상해로 가서 '죽음의 화물' 선적을 감독하였다. 그는 돈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오로지 동정심에서 스스로 한국을 도와주었다."그러나 일제는 눈엣가시 같은 쇼오를 신의주로 유인, 1920년 7월 11일 체포하여 서울로 압송하였다. 1920년 8월 6일 경성고등법원은 쇼오 사건의 연루자 24명과 함께 쇼오를 내란 피고사건으로 기소하였지만, 영국과 일본의 협상 끝에 그 해 11월 4일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석방 이후 쇼오는 안동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이륭양행을 운영할 수 없었고, 그 이후는 고난의 행군이었다.지난 해 추석 즈음, 단동에 거주하는 후배의 초청으로 단동을 다녀왔다. 이를 기회 삼아 물어물어 조지 쇼오의 이륭양행 자리를 찾아가 보니 옛 건물은 아직 있었지만, '홍윤(鴻潤)'이라는 부동산 회사 소유로 곧 재개발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남북관계가 좋아져 단동 경기가 살아나면 그 자리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렇게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중요 유적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에, 엊그제 3·1절 대낮에 일부 보수단체들이 일제 통치를 긍정적으로 기술한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를 광화문에서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보급하는 운동을 벌였다.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위해서란다./김학민 프레시안음식문화학교교장

2014-03-03 김학민

성지순례여행과 DMZ

이집트가 출애굽의 역사와피라미드라는세계적 관광자원 이라면경기도는 세계인의 평화에 대한열망이 있는 접경지역과철책선의 생생한 역사를 가졌다이집트에 성지순례를 나선 이들이 휴양도시인 샤름 엘 셰이크(Sharm El Sheikh) 인근 접경에서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한평생 종교를 믿어 온 이들이 목숨을 걸고 가고 싶은 곳을 갔다가 일어난 가슴 아픈 사건이다. 삼가 애도를 표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관광과 경제 그리고 정치간의 관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풀어낼 수가 없다. 이집트로서는 쟈스민 혁명 후 정권을 잡은 무르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일 축출되고 난후 국가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었다. 새로 대통령대행이 된 아들리 만수로의 치하에서 관광은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도 이집트 GNP의 11%를 차지하는 상황이고, 세계관광기구(WTO)는 앞으로 10년동안 이집트의 관광이 한해 평균 6%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에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알마크디스'는 이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관광객을 몰아내는 것이 현 정권과의 경제전쟁이라고 선포한 것이다.어떻게 관광이 표적이 되고, 관광객이 권력 찬탈의 수단이 되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이만큼이나 관광이 국가경제나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괄목할 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WTO에 의하면 오늘날 관광이 세계 최대의 성장산업이라고 말한다. 관광비즈니스가 여행, 숙박, 운송, 이벤트, 음식, 레저, 특산물, 교육, 문화, 출판, 패션 등 그야말로 폭넓은 범위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그리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관광은 대표적인 인적 서비스 산업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크다. 매출액이 10억원 늘 때 생기는 일자리 수를 비교해 보면, 정보기술(IT)이 15명, 일반제조업이 9.8명인 데 비해 관광산업은 20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신관광의 경우는 식품관련, 문화관련산업, IT접목관광, 건강의료 등의 인력이 늘어나는 등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부가가치 또한 더 높다.세계여행산업회의(WTTC)의 2012년 보고에 의하면 관광관련 실적은 관광산업이 실로 거대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이고(6조3천461억달러, 2011년 환율로 약 6천980조7천100억원), 세계 고용자 전체에서 관광산업의 고용이 8.6%(2억5천494만명)나 된다고 한다(2011년 기준). 국가부도위기를 겪는 그리스도 GNP의 15%나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돌파구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슬람국가들의 정정불안 때문에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전세계 평균(9.1%)에 한참 못 미친다. 관광부문의 고용도 한국은 5.6%로 세계 평균(8.6%)보다 낮다(WTTC).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로는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같은 해 133개국 중 25위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로 들어오면 더 한심해진다. 관광산업 통계가 없기 때문에 2010년 기준으로 경기도통계를 분석해보면 관광산업으로 볼 수 있는 식음료서비스업+예술·스포츠여가 관련서비스업 등의 합산액이 7조9천521억원으로 경기도 전체 GRDP의 3.8%에 불과하다.거꾸로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관광의 비중이 적었기 때문에 향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기회가 있다. 이집트 성지순례에 뒤지지 않을 법하고, 세계인에 발신할 수 있는 경기도 관광의 매력은 무얼까? 단연코 DMZ 평화순례이다. 이집트가 출애굽의 역사와 피라미드라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가졌다면, 경기도는 세계인의 평화에 대한 열망을 담을 수 있는 접경지역과 철책선의 역사를 가졌다. 그것도 죽은 자원이 아니라, 생생하게 긴장이 살아 있는 만들어지는 역사이다. 세계인이 한국에서 보고 싶은 1위가 DMZ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 이유이다. 현 정부가 DMZ세계평화공원을 만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나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중앙정부가 대북정책 때문에 주춤할 때 경기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2-23 허훈

기성용, 손흥민, 김연아 그리고 빅토르 안

그들은 개인의 능력을존중해 주는 공간과 장치가없음에 씁쓸해 한다스타들과 하나되기 위해선국가와 외국시장을 넘어서는새로운 시스템 마련이 절실스포츠에 지각변동이 생긴지는 제법 오래됐다. 유럽 정상급 축구 리그를 뛰는 선수들이 그 변동의 선두 주자였다. 그들은 일찌감치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한국을 탈출했다. 성공을 위해 청소년 대표가 되는 대신 유수의 외국 청소년 클럽의 문을 두들겼다. 국가의 관리 하에 차근차근 국가대표까지 이어지는 과정으로부터 이탈해갔다. 외국에서 그들의 명성을 접한 국가가 알아서 그들을 찾도록 했다. 기성용, 손흥민이 그런 과정을 걸으며 성공한 대표적 선수다. 앞으로 국가 대표팀은 그런 선수들로 가득 찰 것으로 예상하는 일도 무리는 아니다.어디 축구만 그럴까. 스포츠 전반에서 국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시켜 준 사건은 빅토르 안의 성공이다. 물론 김연아 선수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그 힌트를 주고 있긴 했다. 국가는 김연아에게 립 서비스만 할 뿐임을 눈썰미 있는 시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국가의 관리를 벗어나 있으므로 김연아가 더 빛나고 있음을 말을 않을 뿐 눈치 채고 있었다. 그 눈썰미, 눈치를 빅토르 안이 명토박아버렸다. 시민들은 그들에 대한 지지를 통해 국가를 '에헴'만 외쳐대는 뒷방 영감 비슷한 꼴로 만들고 있다.국가의 뒷문을 통해 능력있는 선수들이 빠져나간 곳은 시장이다. 자신의 능력을 챙겨줄 곳을 시장으로 보았던 것이다. 시장은 능력에 상응하는 금전적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고 믿었고 또 시장은 그에 화답했다. 성공한 그들이기에 시장은 국가보다는 유효했다. 그러나 시장은 숨기기에 능해서 성공하지 못한 이들의 뼈를 얼마나 많이 묻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나 기다려주지 않는 냉정하고 엄혹한 곳임도 곧잘 숨긴다. 성공 외에는 그 어떤 단어도 용납되지 않지만 자애로운 듯 자신을 꾸민다. 성공한 선수들이 시장을 그렇게 보이게 해준다.유명 선수들의 변동은 의미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줄여 말하면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의 진자 운동이랄 수 있다. 능력만 있다면 성공하고, 이름을 얻고 자신이 하고픈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공간이 '국가와 시장 사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 진자 폭 사이에서 국가의 힘은 약화되고 시장이 더 힘을 쓰고 있음을 최근 스포츠 스타들이 전하고 있다. 시장은 국가를 활용하는 영리한 여유까지 부리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 등 국가 대항전을 활용해 스타들의 상품 가치를 더더욱 높이고 있는 사실에서 시장의 영리함은 빛을 더해간다.텔레비전으로 스포츠 영역의 지각 변동을 지켜보는 우리는 어떤 인식을 구하게 될까. 이미 빅토르 안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에서 큰 답 하나는 얻고 있다. 국가의 딱딱한 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한 인지다.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인 관성 탓에 국가가 더 이상 효율적 시스템으로서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피폐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중심적 집단주의는 개인을 보호하기는커녕 망가지게 하는 시스템일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장의 효율성에 눈길을 빼앗겼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시민들은 자신들이 모두 스타 선수와 같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시장은 합리적인 곳으로 보이지만 이익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성만 발휘하는 냉혹한 곳임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나 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지 못함도 인지하고 있다. 결국 평범한 이들은 국가의 피폐함과 시장의 냉혹함을 알고는 자신이 기댈 수 있는 가능한 곳이 만만치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손흥민, 기성용, 김연아, 빅토르 안에 연호하지만 그 뒤엔 자신을 배려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나 장치가 없음에 씁쓸해한다. 그래서 밤늦은 가열찬 응원은 깔끔한 뒷맛을 맛보는 시간과 조우하지 못한다. 스타들과 진짜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국가와 시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스템의 마련까지 계속 연기될 수밖에 없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2-17 원용진

지방선거, 단체장이 중요하다

단체장의 허황된 선거공약용인시 경전철사업결국 市 재정파탄 낸 대재앙이번 지방선거에선연고주의·개인적 이해관계정파적 편견 등 타파해야십 수 년 전의 일이다.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와 인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으려고 여권을 건네주니,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 주면서 "참 좋은 동네에 사시는 군요"하며 덕담을 던졌다. 여권에 적힌 내 주소 '용인시'를 두고 한 덕담이지만, 용인이 물 맑고 공기 깨끗하고, 산세 수려하고 지세 안온하여 '참 좋은 동네'라고 한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당시 자고 나면 아파트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는 소위 '버블 세븐'의 한 곳으로서의 용인에 대한 욕망의 표현일 것이다.그 시절 용인에서는 논이건 밭이건 대충 금 그어 놓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발표하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그러하니 건설업자들은 혈안이 되어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들을 찾게 되고, 그러하니 건설업자들과 공무원들이 유착하여 아파트 인허가 문제로 얽히고설키는 부패 사슬을 만들게 되었다. 그로부터 20년. 건설업자와 부패 공무원이 합작하고, 투기꾼이 거간질로 가세한 용인시 아파트 광풍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우선 용인의 대표적 아파트촌인 수지구는 난개발의 대명사로 남게 되었다. 건설사들이 여기저기 아파트 지을 부지를 경쟁적으로 사들인 탓에 애초부터 학교, 공원, 문화 복지시설 등이 들어갈 땅을 확보하지 못하여 허둥거렸고, 대중교통, 광역 교통망 확충은 물론 진입로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아파트도 허다했다. 분양 초기에 한 탕 잘해 먹은 투기꾼들은 다 빠져 나가고, 실입주자들은 매입가는 물론 분양가보다도 훨씬 떨어진 아파트를 바라보며 하우스 푸어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난개발 광풍은 용인시 공무원 사회도 초토화시켰다. 주택과장이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었고, 이러저러한 혐의로 역대 시장이 모두 한 차례 이상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제1대 윤모 시장, 제2대 예모 시장, 제3대 이모 시장, 제4대 서모 시장이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을 살았고, 제5대 김모 시장은 자신은 구속되지 않았지만 뇌물수수 혐의로 아들이 징역을, 부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난개발이 용인의 과거의 악몽이라면 경전철은 미래의 악몽이다. 경전철은 제3대 이모 시장의 선거공약이었다. 이모 시장은 경전철 건설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시하고 수요예측에서 타당성 조사, 재원 조달방안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밀어붙였다. 그리하고도 경전철 사업이 용인시 재정을 파탄내는 대재앙으로 드러나자 "나는 정치인이라 잘 모르고, 공무원들이 모두 결정했다"며 말단 공무원들에게 그 책임을 덮어씌웠다.또 하루 경전철 이용인구를 터무니없이 부풀린 용역보고서를 낸 한국교통연구원은 "10년 전에 예측, 계획됐는데, 그 사이에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의 책임만은 아니다"고 강변한다. 그 수요예측 이후 용인시 인구가 20만 명 이상 늘었는데, 10년이 지난 이제 와서 이용인구가 왜 줄었는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예측이라면, 그런 국가 연구기관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중앙정부의 용인시 경전철 사업에 대한 '민자사업 타당성 심사'가 유명무실했던 것도 엄청난 문제이다. 1조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면 국책사업 수준이다. 이러한 규모의 경전철 사업에 대해 관련 부처 장차관들이 모두 '의견 없음'을 써냈다고 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행정과 재정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중앙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로, 중앙정부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한다.결국 용인시 경전철 사업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엉터리 수요예측 용역보고서, 용인시장과 시 집행부의 독단적 사업결정, 중앙정부 민자사업 타당성조사위의 부실심사, 건설비 부풀리기, 엉터리 수요예측에 따른 과다한 수익률 보장, 시의회의 동의 무시, 부실공사 등이 단계적으로, 그리고 총체적으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대재앙이다. 이 재앙으로 용인시는 건설비 1조원 외에도 매년 500억원 이상을 15년간 경전철 회사에 보전해 줘야 한다.경전철을 둘러싼 총체적 책임은 용인시에 있지만, 시민들도 자성할 부분이 있다. 그 사람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도덕성이나 실력보다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의해, 정파적 편견에 의해, 지연·학연·혈연 등의 연고주의에 의해 투표한 결과가 아닌가? 이처럼 단체장 잘못 뽑으면 시 전체가 파탄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별히 단체장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다./김학민 프레시안음식문화학교교장

2014-02-09 김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