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지자체의 반란이 반갑다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살림은나아지기보다 퇴보하는 느낌만중앙에 대해 '아니오' 라는건불협화음이 아니라 중앙과아름다운 협주를 원하는간절함의 발로로 이해해야일본 정치에서 파죽지세의 기를 올리던 아베 수상이 움찔했다. 집단자위권 행사, 아베노믹스로 거칠 게 없어 보이던 아베가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8월 9일 나가사키시의 원자폭탄 희생자를 기리는 자리에서 다우에 도미히사 시장은 아베의 공격적 안보정책을 비판했다. 올해 제정한 나가사키 시의 평화선언을 들며 전쟁포기의 평화헌법 정신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해 안보 정책의 정당성을 담은 연설문을 매만지던 아베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아베의 심사를 긁는 또 다른 반발은 오키나와에서 불거졌다. 오키나와내 미국 해병의 후텐마 기지 이전을 위해 필요한 헤코노 해안 개발을 앞두고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해당 지역인 나고시의 이나미네 스스무 시장은 필요한 모든 행정 절차를 거부할 것을 천명했다. 일본 본토가 같이 나눠야 할 짐을 오키나와에 과도하게 떠맡기고 있다며 아베 내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군사균형을 기반으로 한 안보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낡은 정책이라며 중앙 정부에 협조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작년 도쿄 도지사 선거 때는 아베의 원자력 발전 정책을 비판, 반대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권당에 도전한 강력한 후보도 있었다.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집권당의 원자력 정책 자체에 큰 흠집을 냈다. 유권자들에게도 그 정책의 비정당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 앞으로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이 문제는 가장 뜨거운 핵심 의제가 될 것이 뻔해졌다. 집권 여당도 이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더 이상 정책집행이 어려워졌음을 절감하고 있다.이러한 지자체에서의 반란은 큰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무엇보다도 정치적 기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제 몫을 못하는 일본 정치 실정에서 지자체장들의 이유있는 반대는 정치를 정치답게 만들고 있다. 지자체가 여론 정치 과정에 적극적 주체로 참여해 여론을 견인하거나 반영하면서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미진한 대의정치를 지자체가 교정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른바 주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기반한 소통정치를 펴는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중앙정부의 추상적 탁상행정을 물리치고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지는 이른바 지방자치제의 존재 이유를 실행하는 효과도 낸다. 지도를 펼치고 자와 색연필로 줄을 죽죽 그어대며 시행했던 중앙정부의 개발정책의 폐해를 반복하지 않는 결과를 낸다. 떡을 만지는 중앙정부의 손에서 떨어진 고물을 주워 먹는 대신 직접 떡을 빚으며 운명을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를 시민과 나누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모범적으로 보이기까지 한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의 단호한 태도들이 이 땅에서도 여기저기 머리를 내밀고 있다. 강원지역의 원자력 발전 유치를 반대한 후보가 지자체장으로 선출된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엔 제주자치도의 도지사가 중앙정부의 카지노 증설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지역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거나, 지역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일방성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여진다.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 대신 박수가 더 많았다. 중앙이 하면 지방은 따른다거나 중앙에 기생해 지방이 살아간다는 패러다임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님을 세상의 인심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일본이나 한국의 지자체가 벌이는 거역이 반가운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자치제 이후에도 지역의 살림은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한 감이 있다. 중앙의 지원없이는 독립이 어려운 지자체가 생기는가 하면 아예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지역도 있었다. 더 이상 그를 반복할 수는 없다. 지역이 중앙의 볼모가 되거나 식민지가 되어선 안될 일이다. 중앙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일은 불협화음이 아니라 지역이 중앙과의 아름다운 협주를 원하는 간절함의 발로로 이해해야 하겠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8-17 원용진

서울시만 관피아 척결?

김영란법보다 훨씬 혁신적인서울시공직사회 혁신안권력의 향방 재고 있을 선량들'김영란법' 빨리 통과시켜부패공화국 오명벗는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란 말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창피 막심한 후진국형 사고의 원인을 따져 들어가 보니 결국 과적을 눈감아준 공무원, 불법개조를 비호한 관리당국과 비빌 언덕이 돼 준 국회의원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마피아를 빗대어 관과 업의 유착을 꼬집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모피아가 시작이다. 구 재무부 출신의 관료들이 금융계를 장악한 것이 마치 마피아 같다고 해서 재무부의 영문약자인 MOF와 합성해서 부른 것이다. 모피아는 현재도 여전히 은밀한 연대감과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금융계 전반을 주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관-정-업의 유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교피아(교육마피아), 해피아(해운마피아), 철피아(철도마피아) 등으로 확산됐다.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철도비리,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등의 사건도 이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정보통신부 관료들의 비리가 구조적인 것으로 밝혀져 통피아란 말까지 생겼다.마피아가 마피아다운 것은 오메르타(omerta)라는 구성원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마피아의 구성원들은 어떠한 상황에도 공식적 권위에 호소하지 않고 자신이나 다른 구성원이 연루된 법적 수사에 절대로 협조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은밀한 규칙과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에 다름없다. 관피아들이 이렇게 움직일 거라는 가정을 해보면 참으로 끔찍하다.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을 은밀하게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방법으로 정치행정을 설명하는 공공선택론은 관료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한다. 이 이론에서 관료들의 추구대상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예산과 인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관피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속한 그룹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과 제도를 무시하게 된다. 전직에서 누렸던 공적 권위를 무기로 삼아 규제대상이었던 업과 유착하고, 전 직장의 후배들을 일탈시키는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지경부 출신이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임용되고, 국세청 간부 출신이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직하고, 고위 법조인 출신도 대기업에 일자리를 얻는다. 현직들은 이들에게 잘 보여야 퇴직 후 기업 쪽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배들이 일하는 기업 일을 봐주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한다. 이런 부패구조를 안고 사는 것은 이제 세계도 알고 우리도 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하는 부패지수로 본 청렴도 순위는 조사때마다 뒷걸음이다. 2009년 39위, 2011년 43위, 2012년 45위다. 한국투명성기구 측은 그 원인을 한국사회의 권력부패 현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피아가 문제고, 그 결과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오명을 어떻게 씻느냐 하는 것이다.그래서 소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기대를 걸었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배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그동안의 부패사슬을 끊을 의지만 있다면 꼭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할 입법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과잉벌이라 하고, 정치인들은 예외조항을 밀어넣는다고 하는 등 논란만 벌이다, 2012년 8월 입법예고 후 2년간이나 국회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블레스들의 후안무치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할 수밖에 없다.서울시가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8월6일 발표한 서울시공직사회혁신안에 의하면 첫째 퇴직후 3년간 유관기업 재취업금지, 둘째 직무연관성 심사 뒤 사적 이해관계의 경우 해당 직무금지, 셋째 부정청탁시 온라인시스템 등록의무화(청탁후 업무처리 적발시 중징계) 등을 골자로 한다. 김영란법보다 훨씬 혁신적인 안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앞장 서서 마련한 혁신안이 나비효과가 돼서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바란다"고 했다 한다. 권력의 향방을 재고 있을 선량들이여. 박 시장의 인기가 올라가는 게 싫다면 김영란법을 속히 통과시켜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는 일을 시작하라./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8-10 허훈

카톡 정당의 신념편향(Belief Bias)과 위기대응 매뉴얼

한쪽으로 치우친 신념전체 여론으로 확대 해석아주 강한 당내의견 형성'설마 호남이 우릴 버리겠어?''단일화 했는데 안되겠어?'구태정치 감각 빨리 버려야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 6·4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까지의 종합성적은 1무 3패다. 매번 반복되는 수습 과정이 눈에 선하다. 야당은 우선 당 대표를 포함한 선거 지도부가 사퇴하고 이 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한 후, 당의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혁신기구를 출범시켜 패인에 대해 백가쟁명식 주장을 담아내는 백서를 만들 것이다. 야당은 이미 이러한 매뉴얼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뼈를 깎는 쇄신'을 하면 국민 신뢰를 영원히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야당은 위기 때마다 특정 세력의 하부기반을 넓히고 특정 세력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혁해 왔다. 야당은 불리할 때마다 특정 세력을 주축으로 합쳐왔다. 2000년대 들어 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을 거쳐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은 바뀌지만 바뀌지 않은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람들을 영입했다. 486운동권, 한나라당 개혁파, 시민사회 단체 등을 불러 모았지만 의원부터 보좌관까지 전대협 출신으로 NL/PD 따지는 운동권 일색이다. 중도라는 김한길/안철수 대표, 손학규 고문 같은 인사들은 '정체성' 검증이라는 고난을 겪어야 했고 그 고난을 겪은 이후에는 그냥 그 중 하나가 돼야 했다. 370쪽에 달하는 야당의 18대 대선 평가 보고서가 지적한 핵심 패인은 전략 공천 실패, 민생경제 공약 부재, 야권연대 안일주의 등이다. 그러나 올해 3월 구 정치 세력인 통합민주당 타파를 위해 창당된 새정치민주연합은 과거 민주통합당에서 지적된 똑같은 일을 했고 그래서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매뉴얼도 있고 신당도 창당 했는데 이들은 왜 같은 일을 해 같은 결과를 얻었을까?얼마 전 8월 1일자 중앙일보 1면 보도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대화한다고 한다. 카톡에 의한 당내 여론 형성과정에 참여하는 의원의 80% 이상은 강경파라고 불리는 소수 의원들이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신념편향(Belief Bias)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신념편향 현상이란 메시지 전달자와의 개인적 이해관계 등을 기반으로 메시지를 접할 경우 전달된 메시지 내용을 이성적·합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메시지 내용에 대해 찬반 등 결론을 미리 내리고 이 메시지 내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현상을 뜻한다. 누가 누구인지 다 아는 카톡 방에서 신념 편향 현상에 거스르는 의견을 내면 집중 공세를 받게 된다. 그러니 편향된 신념과 다른 의견은 사라지게 된다. 이 상황에서 신념 편향된 의견이 올라오면 같은 의견을 더하고 더해진 의견이 전체 여론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면 신념 편향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를 전체 여론으로 확대 해석해 보다 더 강한 신념편향 의견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당내 카톡 신념편향 의견과 그 의견에 우호적인 SNS 의견을 민의로 믿게 된다. 그래서 아주 강한 신념 편향 의견이 형성된다. 그 결과 7·30 재·보선이 진행되는 내내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유병언 변사체 발견 등에 대해 각종 음모론을 기반으로 정부심판론을 주장했다. 심지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에서 웬 세월호 타령만 하느냐며 곳곳에서 민심이 들끓었는데도 민심 대신 구정치의 화신인 지역주의와 단일화를 새정치란 이름으로 밀어붙였다. 세월호 사태 때 많은 사람들은 왜 선장, 선원, 해경이 위기 대응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는지 황당해했다. 이들이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수십 년 간 배와 바다를 경험해본 결과 매뉴얼보다 자신들의 감이 더 믿을만하다는 편향된 신념 때문이다. "해경이 왔으니 설마 죽겠어" 하는 선장과 선원의 믿음과 "이 큰 배가 설마 순식간에 침몰하겠어"라는 해경의 믿음이 매뉴얼을 무시하게 했다. 야당은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세월호 침몰과정을 통해 배우기 바란다. "설마 호남이 우릴 버리겠어?" "설마 단일화했는데도 안 되겠어?" 국민을 위한다면 새정치 매뉴얼에 위배되는 이러한 구정치 편향 신념을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 카톡 정당의 신념편향 정치는 국민을 괴롭고 슬프게 할 뿐이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8-03 홍문기

미스터리 공화국

세월호 사고 100일 넘었지만발생 이유 의문만 남기고정치권에선 진실규명도 못해행정·사법·입법 신뢰 바닥치고총체적 불신 사회로 치달아지도층 각성과 노력은 언제쯤…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 정도 됐다. 여전히 사고에 대한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고의 배후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은 오랫동안 행방불명이었다가 급기야 시체로 발견됐다. 시체로 발견된 인물의 가족도 검거됐다. 하지만 발견된 시신이 언제 사망한 것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시신이 실제인지 또는 가짜인지조차 의문스러워한다. 방송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쯤 되면 마치 인기있는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사고에 대한 진실규명은 답보상태다. 그냥 답답한 상황이 아니라 '미스터리'가 되고 있다.미스터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으로 설명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이 아닐까. 미스터리한 상황이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명장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심지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마저 미스터리로 인식하고 싶어질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우선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사고가 충격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나 항공기의 미국 공항 불시착 사고만 하더라도 조종사의 비행 미숙인지 항공기 기체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지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에게 명확한 인식이 없다. 그렇다면 항공사에서는 조종사의 미숙한 이착륙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이뤄졌다는 말인가. 기체결함이었다면 유사한 다른 항공기에는 위험을 예방하는 조치가 이뤄졌다는 말인가. 어떠한 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여전히 미스터리한 상태에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미스터리를 만드는 또 다른 이유로는 사고발생 과정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경주 콘도붕괴 사고에서 우리는 다수의 청춘을 떠나 보내야 했다, 하지만 사고발생 과정에 있어 폭설로 인한 행사진행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명확하지 않다. 행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왜 강행된 것일까. 시설 안전과 투숙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콘도측은 왜 행사를 저지하지 못한 것일까. 학교는 학생들의 자체 행사라 할지라도 현장에서 안내하고 관리할 교직원을 왜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일까. 단체 행사장의 원천적 부실공사는 응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끝으로 미스터리 발생의 근본원인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불신이다. 불신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국민에게 명확하게 이해시키지 못한 정치권을 비롯 우리 사회 지도층의 책임이 크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월 실시한 우리 사회의 신뢰 조사결과(전국 1천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는 충격적이다. 10점 만점에 국회는 3.4점으로 최하위였고 검찰을 포함한 사법부는 5점이었다. 언론은 4.6점에 그쳤고 정부 신뢰는 절반 수준인 5점이었다. 세월호사고 100일이 넘었지만 사고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그리고 대책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난 1월의 국민신뢰보다 더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총체적인 '불신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대통령을 포함한 행정·사법·입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신뢰는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유병언과 그 가족들을 체포하거나 조사하면 세월호 사고의 수습은 마무리 되는 것인가. 여전히 사고에 대한 수습은커녕 더 큰 미스터리만 남게 된 것이다. 어린시절 읽었던 '벌거숭이 임금님'과 '양치기 소년'은 무엇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감동적인 교훈으로 마무리 된다. 왜냐하면 동화나 우화이고 현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동화나 우화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미스터리 공화국'이 됐다. 불신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지도층의 근본적인 각성과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7-27 배종찬

증언과 기억은 살아남은 자의 책무

당장 아프더라도인간을 위기에 처하게 했던고통들을 오히려 더 많이증명하고 상기해야 한다.잊자거나 없던일로 하자는건터무니없고 안타까울 뿐'먹어서 응원하자'. 놀랍게도 이 응원 문구는 곳곳에서 세계 공용어처럼 활용된다. 먹거리가 위험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누군가가 꼭 이 문구를 들고 나온다. 1990년 영국이 광우병으로 축산 농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다. 농무부 장관이던 존 검머씨가 방송에 등장해 햄버거를 삼키며 문제없으니 먹어서 농가를 돕자고 시민에 권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동북지방 농수산물이 팔리지 않자 똑같은 응원 문구가 등장했다. '타베테 오엔시요우'.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쌀로 지은 밥도 먹어 보였다. 그곳의 문어도 씹어 보였다. 몇몇 연예인들은 게걸스러울 정도로 그 지역 과일을 먹는 모습을 연출했다. 먹어서 응원하는 모습들이었다.이 응원은 농가, 지역을 향한 '의리있는' 일처럼 보인다. 고통에 공감하며 아픔을 쉬 잊게 해주는 위로의 작업인 것 같기도 하다. 의리있어 보이고, 힐링시켜 주는 듯한 이 응원은 액면 그대로 의미를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러긴 힘들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난 응원의 의미를 한 꺼풀만 벗기면 먹어서 돕자는 말은 무서운 정치적 속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무한 이윤을 내기 위해 공장형 축산을 택했고, 짧은 시간 내 덩치 큰 소를 만들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사용한 결과가 광우병 발병이다. 경제적 이득을 향한 인간의 무한 욕망이 재촉한 재앙이 광우병이었다. 후쿠시마 먹거리 사고는 강한 국가를 만들려는 일본의 경제·방위정책 결과가 빚은 재난이었다. 그런데도 먹어서 응원하자고 나선 것은 재앙을 기억에서 밀어내고, 재앙의 원인을 증언하지 말자는 주장에 가깝다. 원인을 따지는 일은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망각하고 살자며 원인 책임자들에 면책을 주는 발언이다. 그래서 먹어 응원하자는 말은 위안이 아니라 정치적 언어가 되고 만다.덮어두자는 정치적 언어는 아픔을 배가시킨다. 증언과 기억을 멈추자는 언설은 말로 그치지 않고 가슴을 툭툭 치고, 애를 끓게 하는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변한다. 강제 성노예를 당했던 이들을 기억에서 지우려는 일본의 작업을 우리가 폭력적이라며 분노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선 당장 아프더라도 인간을 위기에 처하게 했던 일들을 오히려 더 많이 증언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생략되면 인간은 비인간적인 어리석음을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사람을 인간답게 하고, 망각은 인간을 그 반대로 살게 만든다.가족을 잃고 고통을 받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도 먹어서 응원하자는 패거리가 나타났다. 더 많은 증언을 풀어내고, 더 오래 기억을 하자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유족들 앞에 '이제 그만하자'고 떠든다. 큰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강짜다. 증언과 기억의 일단 정지를 요청하고 있다. 더 많은 증언을 이끌어내고 잊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쪽에 이젠 까먹고 없었던 일처럼 살자고 권하고 있다. 그런 말을 건넬 자격을 가진 자가 있는지도 궁금하지만 인간답지 말자고 권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까먹지 말자며 붙잡아도 시간 앞에 쉽게 허물어지는 것이 기억이다. 그래서 어렵게 증언하며 기억을 붙들어 두려는 쪽은 늘 조바심이 난다. 우리가 인간이 맞는지를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나락에 떨어뜨렸던 홀로코스트조차도 잊혀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유가족들은 알고 있다. 남은 자가 가라앉은 자에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와 책무는 증언하고 기억하는 일이라는 걸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같이 손을 맞잡고 증언하고 기억하길 돕겠다는 말 외엔 어떤 것도 그들에겐 무례다. 까먹기의 선수인 일본을 향해 온 민족이 나서서 분노하던 우리 모습을 조금이라도 상기해 보면 안다. 까먹자거나 없던 일로 하자는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폭력인지를./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7-20 원용진

협동조합에 거는 기대와 우려

실패하는 기업들 속에서살아남기 위한 신생조직일 뿐'설립만하면 정부지원 있겠지'안일한 생각과'설립자에게만 기대'는의존성은 절대 안된다2012년 이전에는 미미했던 협동조합이 7월이면 5천개에 달한다고 한다. 협동조합의 정신적 구루의 하나로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자마니 교수도 믿기지 않는다고 할 정도의 성장세다. 무엇이 2012년 이전에는 미미했던 협동조합의 열기를 불러일으키는가.필자의 생각으로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압력요인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가 지속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졌다. IMF 추산 2010년 한국 총 GDP는 1조6천억달러 정도인데 이중 25%가 4개 대기업의 몫이다. 문제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재편이 고용창출은 적고 소득을 상위 1%에게 집중시킨다는데 있다. 사회경제조사에서 과거에는 '당신은 상류층·중산층·빈곤층 중 어디에 속하느냐'를 물었는데, 요즘 조사는 서민층을 분류항목에 넣고 있다. 서민층에 속한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62.3%를 차지했다(경향신문&현대리서치 2013 한국인의 삶 조사: 부유층 1.6%, 중산층 29.6%. 빈민층 5.9%). '서민층'의 증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실패가 원인이다. 정부의 대책도 별무신통이 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둘째는 기회요인으로 볼 수 있는데, 경제활동 참여자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데서 온다. 인간은 결국 행복추구자인데, 과거에는 경제소득 증가가 행복의 선행요인이었지만, 이제는 나눔·배려·신뢰·공동체의 안정감 등이 행복의 조건이 되고 있다. 캐나다의 그레그 맥레오드 신부는 그것이 구성원간의 결속력이라고 했다. 협동조합의 구성원들은 자신을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지역사회를 일할 수 있는 끈끈한 인간애로 무장한다. 협동조합 틀 안에서 도구가 아니라 서로가 파트너가 된 것이다. 자본주의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은 압력으로 작용하고,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협동조합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협동조합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소비자, 농·어민, 중소기업자 등이 각자의 생활이나 사업의 개선을 위해 만든 협력조직이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하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의미한다.2000년 후반의 세계경제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당했다. 하지만 협동조합경제는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몬드라곤협동조합 복합체의 경우 금융위기가 닥치자 협동조합간 도움을 주며 극복했고, 4개 대륙에서 10만명을 고용하고, 매출액 규모 스페인 7위, 고용 규모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창업 당시부터 지역을 토대로 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시작했고, 또 구성원들이나 구성 기업을 배려하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기업과는 달리 민주적인 운영을 하고, 또 사회적 배려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자마니 교수는 이를 "삼성은 현대를 돕지않지만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매년 순이익의 3%를 협동조합 펀드(coop fund)에 출자해 어려움을 겪는 협동조합을 돕도록 연대가 시스템화했다"며 "협동조합은 지역화돼 있어 수익에 따라 쉽게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 않으며, 지역사회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사람이 살아가는 궁극적 현장인 지역사회를 베이스로 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사회적 경제시스템인 것이다.하지만 협동조합이 만능은 아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대안의 하나일 수는 있으나 대체 수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률적 근거가 없어서 설립이 제한된 것이 풀렸을 뿐이고 성공적인 협동조합들을 배우면서 자본주의 기업이 실패하는 영역에서 존립해 나가야하는 신생조직일 뿐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의 사례에서처럼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만 하면 정부가 지원해주겠지 하는 근성과 설립자에게만 기대는 의존성은 금물이다. 협동조합의 성공은 지역사회의 번영에 공헌하는 개인들의 결속과 노력을 요구한다./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7-13 허훈

게이트 키핑의 중요성과 변화의 통감(痛感)

KBS, 문창극 보도 왜곡했는지,내용 이해 못했는지 논란에국민은 '국민의 방송' 슬로건보다정상적 절차에 의한공정하고 객관적 보도였는지가더 중요하다는걸 이제 깨달아게이트 키핑 (Gate Keeping)은 언론조직이 시간과 공간(지면)의 제한으로 취재·편집·보도 과정에서 뉴스가치에 따라 사건을 취사선택해 기사화하는 과정이다. 사건 전체를 모두 기사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독자·시청자가 사건의 핵심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언론조직은 어떤 것은 기사화하고 어떤 것은 기사내용에서 빼야 한다. 따라서 언론조직의 능력과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게이트 키핑 과정에서의 윤리의식, 뉴스가치 판단 능력, 사건에 대한 이해력 등이다. 특히 게이트 키핑의 결과로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 이 세가지 기준은 언론조직의 의미와 존재가치를 드러나게 한다. 최근에 게이트 키핑 논란을 크게 불러일으킨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KBS보도 내용을 위의 세가지 기준에 비춰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된다.우선 윤리의식 측면에서 볼 때 게이트 키핑 최종 책임자인 보도국장 사임 이후 사실왜곡 논란이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과정이 매우 거칠었고 이는 KBS 언론조직의 게이트 키핑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임을 우려하게 했다. 따라서 KBS가 건전한 윤리의식을 가진 언론조직이었다면 이를 고려해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관련 영상물을 입수했고 왜 전체 내용중 일부만 편집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이 되는 문제의 내용을 방송하기로 결정했는지 모르지만 조직내 게이트 키핑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보도는 사실왜곡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윤리적 측면에서 고민했어야 했다.둘째, 뉴스가치 측면에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종교단체에서 종교인으로서 한 발언이 그토록 중요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핵심은 관련 발언 자체가 아니라 총리직을 수행할 때도 종교인으로서의 가치관과 판단을 유지할 것인가가 됐어야 했다. 그리고 저널리즘 보도원칙에 따라 보도 전에 당사자의 반대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했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던 상황에서 뒤늦게 공개된 원본 내용은 문 전 후보자가 우리 역사의 과거 고난을 강조하면서 동북아시대 기독교인이 분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여기에 KBS의 보도가 성경의 구약적인 해석을 거두절미해서 친일파로 몰아갔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연 구약 성경에 대한 종교인으로서의 해석문제가 총리인준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였을까?마지막으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강연내용에 대한 KBS 언론조직의 이해수준이 어떠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당시 보도내용은 문 전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종교적 맥락에서 설명하지 않고 있다. KBS 언론조직이 성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강연맥락의 축을 이루는 성경내용보다 자극적인 '멘트'를 더 중시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진다. 두 경우 모두 KBS언론조직의 사건에 대한 이해력 문제를 드러나게 했다. 언론조직 종사자들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 전문가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은 필요하다. 그래야 최소한 그들이 이해한 사건의 내용을 기반으로 독자·수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이해못한 사건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은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도 이해못한 내용을 보도한다면 이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무책임한 행위다. 그런데 준조세성격의 국민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언론조직이 보도하고자 하는 내용의 맥락을 삭제해 왜곡을 조장했다든지, 그 내용을 이해못했다든지 하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는 시청료를 내는 국민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이러한 논란들로 인해 최근 구성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의 보도내용에 대한 제재여부를 판단할 예정이고 KBS는 현재 사장선임 과정에 있다. 따라서 조만간 임명될 KBS 사장의 첫 임무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될 수도 있다. 이제 국민은 깨달았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슬로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정상적인 게이트 키핑에 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의 이러한 깨달음으로 시작될 변화를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조직이 통감(痛感)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7-06 홍문기

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

대형사고 전 경미한 징후들즉, 예견에 대해 외면과강력한 구심점 없는컨트롤타워 부재,과거 발생한 문제점 망각…우리 축구와 정치의 닮은꼴월드컵이 한창이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공 하나에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축구는 국민의 높은 기대와 달리 16강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분명 최선을 다했고 홍명보 감독 역시 모든 노력을 다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사랑을 감안하면 만족감보다는 실망감이 클 것이다. 우리 축구를 보면서 느낀 것은 한국 정치와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치를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속성이 축구에 고스란히 묻어난 것은 아닐지 되돌아보아야겠다. 과연 무엇이 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를 닮은꼴로 만들어 놓은 것일까.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 모두 예견에 대한 외면, 컨트롤타워의 부재, 문제점에 대한 망각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다. 우선 예견에 대한 외면이다. 객관적인 FIFA 랭킹에서 같은 조에서 가장 낮았다. 국가대항전에서의 경쟁력이 낮다는 예고지표다. 월드컵 개막 전,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나 축구전문가들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처방은 수비조직력을 단기간내 끌어올리고 한국대표팀만의 확실한 득점 루트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되돌아보면 이런 전문가들의 예견과 처방에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 한국 정치 역시 예측에 대한 외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양안전심판원은 오래 전부터 해양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운행자의 과실임을 밝혀왔다. 선박의 개조, 화물의 과적, 안전사고의 구난 문제, 관피아 결탁 등 수많은 적폐(積弊)에 대해 서해 페리호 사고, 경주 콘도 사고, 성수대교 사고, 삼풍백화점 사고 등으로 예견해 왔다. 동부전선 GOP 임병장 총기난사 사고 역시 2005년 경기도 연천 군부대 총기난사 사고로 예견될 수 있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많은 경미한 징후들이 존재한다.다음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2002년 4강 신화를 달성할 때 한국 축구에는 히딩크 감독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다. 모든 전술과 작전은 히딩크 감독의 구상대로 진행되었다. 수비는 홍명보 선수가, 공격은 황선홍 선수가 이끌었다. 누군가를 중심으로 90분간 선수 전원을 유기적으로 묶을 수 있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감독과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는 있었는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많았다. 하지만 팀 전체를 하나로 이끌며 조율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면 일부 사람들의 비판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FIFA 랭킹 20위인 멕시코는 개최국인 세계최강 브라질과 무승부였다. 16강 진출에도 성공했다. 골키퍼 오초아의 선방이 빛났지만 팀의 중심에 주장인 마르케스가 있었다. 현재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인사논란'이다. 대통령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보다 높아졌다.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의 '인사문제'다. 국가개조와 경제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유능한 각부 장관의 임명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그들이 국가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되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문제점에 대한 망각이다. 한국 축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 훨씬 이전 여러 문제점에 봉착했다. 2006년과 2010년 월드컵을 거치며 불안한 수비 조직력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박지성과 이영표를 이을 차세대 미드필더와 공격형 수비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자리에 앉기까지 사령탑이 2차례에 걸쳐 교체되었다. 예선전에서는 이란에 두 번이나 무릎을 꿇으며 수비조직에 허점을 드러냈다. 월드컵을 앞두고 16강 진출에만 열을 올릴 뿐 과거 발생한 우리 허점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은 것이다. 한국 정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선박 및 대형 교통사고, 군부대 안전사고, 각종 대형 재난재해 등이 있을 때마다 구호처럼 대책은 등장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옛날 이야기처럼 기억에서 사라진다. 과연 10년 뒤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우리는 얼마나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을까.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누구 한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단재 신채호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리는 교훈이다. 과거와 현재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않고서 미래의 선진축구는 요원하다. 하물며 국가 존망이 걸려 있는 한국 정치는 더 말해서 무엇하랴./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6-29 배종찬

요코 이야기와 제국의 위안부

역사적 해석 충분히 토론하고일정부분 합의를 찾아가는순서야 말로 민주주의의 초석그 과정을 생략하는 민족은미래가 없다고선인들은 늘 말하지 않았던가'요코 이야기'란 책이 있었다. 지금 국내 서점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책이다. 출판사가 책을 모두 수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은 영어로 적은 소설이다. 일본인이었다 미국 시민이 된 저자가 자신의 어릴 때 경험을 옮긴 자전적 소설이다. 미국 동부의 초등학교 추천도서에 들었다 한국계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로 도서목록에서 탈락한 도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문제가 되자 한국에서 번역된 '요코 이야기'는 출판사에 의해 전량 수거되는 운명을 맞는다.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씨는 원래 해방 전 조선의 나남에서 나고 자랐다. 해방과 동시에 소련군이 진주한다는 소식에 서울로 탈출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 아녀자를 겁탈하는 조선인을 만나는 등 온갖 수모를 겪는데 그 내용을 소설에 담았다. 일본 가해자, 조선 피해자라는 일반적인 역사 서술을 거슬러 적고 있다. 자신의 기억에 기반해 조선 가해자, 일본 피해자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이 책은 숱한 반대를 만나고, 학교에서 밀려나고, 급기야는 서점에서 수거되는 일을 겪었다. 왓킨스씨는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전쟁의 아픔을 그리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인을 악당으로 몰려고 한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경험을 기반으로 했기에 왜곡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역사 적기 논란이 국내에서 일고 있다. 이번엔 '제국의 위안부'란 책이 그 주인공이다. 이 책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위안부 역사를 거스른다. 일본의 위안부 모집, 강제 위안의 고통, 일본의 책임 및 사죄 요청이라는 줄거리에서 벗어나 있다. 저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개인 기억을 추적한 끝에 다른 역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종군 위안부를 달리 이야기하는 방식도 있음을 할머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려 했다. 이어 나름의 역사 기술을 통해 일본과 화해할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2013년 출간 당시부터 지식계 내에서 논란이 오갔다. 시간이 한참 지나 이번 달에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소송을 걸었다. 공분한 쪽에서는 저자가 재직 중인 학교로 항의 데모의 발길을 옮기고도 있다 한다. 대중 매체를 통해 빗나간 역사 인식이라는 평단의 비난도 줄을 잇는다. 마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종군 위안부 발언과 맞물려 사회적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진의가 왜곡되고 있다고 반 비판하며 언제든 대중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할 준비를 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은 더 지속될 전망이다. 역사 기술을 둘러싼 두 사건은 역사 문제가 언제나 사회적 관심이 되지만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어려운 일임을 알려주고 있다. 비록 한 사건은 해결된 듯 보이지만 그것 역시도 잠정적인 결론에 불과하다. 왓킨스씨는 여러 결정에 여전히 승복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 의해 다시 추천도서로 채택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제국의 위안부' 사건도 현재로선 비판 쪽의 손이 올라가는 듯 보이지만 저자가 그에 불복하고, 그에 대한 지지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논란은 장기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 적기를 놓고 온 시민사회가 동참하고 비판, 반비판하며 참여하는 모습은 그 비용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논의 주체가 학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역사 논란에서 늘 우려되는 일이 하나 있다. 공권력이 역사 논의에 끼어드는 일이다. 힘을 앞세워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심판자를 자처하는 일을 공권력은 자주 저질러 왔다. 이를테면 국정교과서 제작을 독점하려 한다든지, 일부 교과서가 채택되도록 강권하는 그런 일이다. 심지어 시민사회의 토론 주체에 재정적 지원을 편파적으로 일삼는 일도 그에 해당한다. 그것이야말로 사회를 토론하는 능력마저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미개한 역사 정책이다. 충분히 토론하는 그런 기회야말로 민주주의 초석이고, 역사적 해석을 놓고 사회가 일정부분 합의를 찾아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래야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해석을 익히며 역사의식을 갖는다. 그 과정을 생략하는 민족이야말로 미래가 없다고 선인들은 늘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던가./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6-22 원용진

거참, 예술이네

세월호 재난 등 있었지만…6·4 선거 유권자,널뛰기·묻지마 투표 안해권력 나눠주기 지혜로워졌다여야 모두 다시 뛸 명분 얻어지방정치 회생조짐 지켜보자이번 6·4 지방선거도 여전히 중앙정치 이슈에 발목이 잡혀 치러졌다. 세월호 재난으로 인해 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 심판론으로 이어진 이유도 크다. 20년이 넘은 부활의 지방자치도 성년이 되긴 멀었다. 그래도 한줄기 희망은 있다. 유권자들이 '널뛰기 투표', '묻지마 투표'를 하지 않았고, 여야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점이다. 여야 모두 다시 뛸 명분을 얻은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야당이 조금 많고, 기초자치단체장은 여당이 많다. 교육감 쪽은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 쪽이 압승을 거두었다. 여당의 입장에선 용궁 갔다 왔다고 할 것 같고, 야당은 쓴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유권자들, 권력 나누어주기에 관한 한 엄청 지혜로워졌다.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황금비율로 나누어주었다. 과거에는 선거 때마다 한쪽이 몰렸다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다른 쪽에 몰표를 주었다. 2004년 3월 12일 대통령탄핵 후 치러진 4월15일 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쪽에 몰표를 준 게 대표적이다. 그 뒤로 열린우리당이 잘못하자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을 몰표를 주어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렇듯 과거 한쪽이 일방 지배한다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바꾸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선거에서 권력을 균점상태로 만들었다. 4년 기다렸다 판을 바꾸었던 방식을 벗어난 것이다. 지방자치권력 사상 초유의 '황금분할'의 시대이다. 시쳇말로 예술 같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왜 우리 그러지 않는가? 뭔가 기가 막히게 일이 잘될 때 '거참 예술이네'하지 않는가. 황금분할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되었고 가장 조화가 잡힌 비를 말한다. 건축, 조각, 회화의 도형이나 입체 등에서 이 비를 많이 이용해왔다. 자연의 조화가 잡힌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은 말했다. 황금분할이 세상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힘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고. 식물을 위에서 관찰해보면, 위쪽에서 자라는 잎이 아래쪽의 잎을 가리지 않으며 배열됨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식물이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잎이 나는 방식인 어긋나기(호생)의 경우 잎차례가 1/2, 1/3, 2/5, 3/8, …형태의 수열을 이룬다. 황금비율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그렇다. 1/2(여야 균점), 1/3(제 3의 세력 용인), 2/5(한 세력이 지배하는 지역의 확률비, 기타 및 무소속을 1/5로 볼 경우)등의 황금비 분할이다. 지방독재를 할 수 없는 구도이고, '예술처럼' 지방정치를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정치 잘 한다는 것 별다른 게 있겠는가? 당선자들은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자치를 성장시키면 될 일이다. 정치가들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조정과 화의를 일방적 주장보다 앞 세워야 한다. 상대방이 적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조정해가는 동지로 인식하자는 말이다.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연정수준의 협조를 구하고, 야당은 이를 또 받아들인다 한다. 중앙정치도 못하는 것. 그게 지방정치요 지방자치가 아니겠는가. 지방정치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견제와 균형이 되살아나는 것도 기대해 봄직하다. 유권자들로서는 주민자치의 수준을 높여보자.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다보니, 정치가들도 유권자들 즉, 주민의 의견을 듣고, 주민의 힘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어느 때보다 주민들이 나서서 큰 프로젝트는 지방정부에 맡기고, 주민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길거리수준, 마을수준에서 주민참여에 의한 지역만들기를 제대로 정착시켜볼 때이다. 그동안 너무 정치비판, 관 의존, 큰 프로젝트에만 눈길을 주었던 것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사업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들의 공적책임을 지려는 마음이다. 이번 7월1일 출범하는 지방정부의 하는 일을 꼼꼼히 챙겨보고, 시민들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은 해보자. 시민이 동네 느티나무아래 모여 동네 이야기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은 루소의 시대만이 아닌 것이다./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6-15 허훈

여론조사의 비밀과 언론보도의 책임

무응답층·응답률·가중치와관련된 비밀들유권자들에 쉽게 설명하고결과 보도는 누굴 지지하는가가아닌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가로달라질 필요가 있다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결과, 여야는 어느 쪽이 이겼다고 말하기 아리송한 상황에 난감해하고 있다. 냉정한 민심은 세월호 사태 책임이 있는 쪽도 세월호 사태 책임이 있는 쪽을 비난하는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 선거 전 여론조사는 이 냉정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수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기자들은 왜 이 냉정한 민심을 여론조사로 파악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 과정에 숨겨진 비밀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 번째 비밀은 무응답층 보도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여론조사 지역별 무응답층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고, 보도한 경우도 그 의미를 유권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언론은 무응답층 비율이 높아 여론조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왜 박빙인지, 왜 예측하기 어려운지 무응답 비율을 통계자료에 근거해 보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언론은 통계적 자료에 근거한 보도 대신 세월호 사태 책임 운운하며 막연히 보수층표가 숨었다는 주장만 보도했다.두 번째 비밀은 응답률 보도와 관련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서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응답률 해석이다. 응답률이란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사 질문에 대해 응답하는 사람의 비율로 응답률 10%는 100명에 대한 조사에서 10명의 답변만 여론조사 결과에 포함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응답률 자체가 아니라 전체 조사 대상이 몇 명인데 그 중 몇 명이 답했는가이다. 그러나 어떠한 보도도 그 지역 전체 숫자 대비 조사 대상 숫자와 이에 근거한 응답률을 보도한 경우는 거의 없고 이 응답률 자체가 20%를 넘는 여론조사가 거의 없었다.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낮은 응답률과 표본 부족이 조사 결과의 통계적 유의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야 한다. 조사기관과 언론사들은 선거법 제108조 ④항에서 표집오차 비율과 함께 응답률을 꼭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니 이를 밝힐 뿐 이것이 왜 중요한지 유권자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세 번째 비밀은 가중치 적용 보도와 관련이 있다. 여론조사 결과 보도 때마다 언론은 연령별, 세대별 이슈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선거 결과를 보면 그러한 분석이 통계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여론조사시 각각의 연령층들이 통계청 자료 비율처럼 여론조사에 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응답자 수에 적당한 가중치를 곱해서 연령별 응답률을 산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조사 결과가 아니라 가중치가 곱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이 효율적 여론조사 결과 분석과 통계 수치 산출의 필요성에 의해 가중치를 활용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면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유권자에게 알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보도 윤리적 책임이 있다. 특히 연령별 가중치 비율을 꼭 밝히고 이로 인한 여론 조사 결과의 타당성이 오차 범위 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이러한 내용이 선거법 제108조 ④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밝히지 않고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6·4 지방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7·30 재보선이 시작된다. 또 다시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있을 것이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정해지기 바란다.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중요한 이유는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은 무응답층, 응답률, 가중치와 관련된 비밀들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여론조사 결과 보도는 누구를 지지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가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는 흔히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고 정치권을 비판하지만 사실은 언론이 후보자 중심 여론조사 결과 보도로 인해 정책 선거를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7·30 재보선에서는 모든 언론이 냉정한 민심을 좀 더 신중하게 분석해 보도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6-08 홍문기

유권자의 나라

그동안 정치소비자로서 권리를너무 태만했다면 반성할 필요이번 선거만큼은 우리가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대한민국은 후보자의 나라가아닌 유권자의 나라이기 때문에며칠 있으면 지방선거일이다. 사전투표일에 이미 투표를 한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표는 본 선거일에 이루어지고 개표까지 한다. 돌이켜 보면 이번 선거는 '세월호 사고'라는 전대미문의 대형 참사 영향이 클 것이다.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사람들의 삶 자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정치의 중요성을 함께 생각해본다. 생명의 고귀함만큼이나 우리 정치에서 유권자들은 존중받고 있는 것일까. 자칫 후보자들의 눈에는 유권자들이 한 장의 투표용지처럼 비쳐지는 것은 아닐까. 이 나라가 몇몇 지도자나 후보자를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 유권자들은 인식해야 한다.유권자 중심의 선거가 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단순히 숫자로 보아도 선거의 주인공은 유권자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체 유권자수는 4천130만명 정도에 출마 후보자는 9천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전체 유권자수에 비하면 후보자는 2.2%에 불과하다. 왜 97.8%의 유권자가 소수인 후보자에게 선거의 주인공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가.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 과정, 선거운동 내용, 공약의 전달 방식 모두 정당과 후보자 중심이다. 정당과 후보자 중심의 선거에서 유권자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선거 운동 때만 표를 위해 90도 인사와 준비된 미소가 남발된다. 당선이 결정되고 나면 선거 운동 때 섬기던 자세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유권자가 주인공이라면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둘째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지난 1월 11일 조사결과(전국 1천명, 유무선 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를 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에 대해 '경력과 공약까지 알고 투표했다'는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조금 넘는 34.5%에 불과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그리고 전문가들이 지방정치 개혁을 외쳐왔지만 철저히 외면했다. 결국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지방선거제도는 정치적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구분하기 힘든 집단 홍보물, 일방적인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 앵무새처럼 외쳐대는 유세 등 어떤 변화와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찾기 힘들다.셋째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다. 후보자 중심의 선거라고 힐난하지만 유권자의 각성이 부족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 어느 자리를 가도 자칭 정치평론가가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개혁 의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권자들의 결집된 관심과 비판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모든 불만이 개인적 푸념에 그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국정 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보다 지역 자치의 책임자인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이 우리 삶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질 교육감 자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또는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다양한 정책을 두고 토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기 힘들다. 정치권의 이해에 휩쓸리지 않는 유권자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이 앞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권자들은 결국 투표율을 결정하는 숫자로 밖에 대접받지 못할 것이다. 넷째는 정당의 의지와 인식의 대전환이다. 후보자를 공천하는 과정에 여론조사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주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를 확인하고 경합 지역에서 당선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선거 승리를 염두에 둔 정당 입장에선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고 기존 인물에 혐오를 느끼는 유권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이 상당수다. 이런 지역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보다 정당의 눈치를 더 볼 것은 자명하다.왜 우리는 휴대폰 기술에 버금가는 정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기업은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천번 아니 수만번 실험을 거치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 소비자가 있다. 정치의 소비자는 유권자이다. 그동안 정치소비자로서 우리의 권리행사를 너무 태만하게 했다면 이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선거만큼은 유권자가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후보자의 나라가 아니라 유권자의 나라이기 때문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6-01 배종찬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함

도쿄 코리안타운서 벌어지는일본인들의 공개적 증오표현사회적 약자 정신적 피해 목적한국사회도 이미 위험한 단계법으로 규제할지 교육을 할지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됐다한류에 힘입어 일본 도쿄 시내에 작은 한국 거리가 만들어졌다. 널리 알려진 신오쿠보 코리안 타운이다. 요즘 이 동네가 한류가 아닌 다른 이유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나는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한류도 예전 같지 않자 일본 손님들이 발을 뚝 끊어버렸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은 좀 무서운 편에 속한다. 일본 극우 인사들이 일본 내 한국인들에게 공개적으로 저주를 퍼붓는 일을 신오쿠보에서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복지 혜택을 주지 말자거나 일본에서 추방하자거나 심지어는 죽이자는 섬뜩한 말까지 내뱉는다고 한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의 등장이다. 이래저래 신오쿠보 거리가 더욱 썰렁해지고 있다고 한다. 헤이트 스피치는 증오표현으로 불린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위협과 피해를 줄 목적으로 행하는 표현 폭력이다. 헤이트 스피치는 그 대상으로 사회적 약자 집단을 선택한다. 약자 집단 때문에 자신이 손해 보는 것처럼 꾸며댄다. 신오쿠보에서 행해지는 언사들은 대부분 지어낸 말들이다.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재일 한국인들을 오히려 혜택 받는 것처럼 꾸며댄다. 가두행진이나 시위, 인터넷 공간을 통해 반복적으로 그런 공격을 해대면 그 대상 집단은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위협이 계속되면 신경 쇠약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사회 전체가 오해를 하게 되고 혐오를 일상화할 수도 있다. 헤이트 스피치는 그 대상자에겐 큰 두려움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물리적 범죄에 해당할 만큼 중차대한 사회 문제다. 헤이트 스피치를 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 유태인 학살의 기억을 가진 유럽 국가에서는 법을 제정해 헤이트 스피치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헤이트 스피치 규제에 대해 신중한 편이다. 단속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극우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지속되는 것도 처벌할 마땅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우회적으로 가게나 학교의 정상적 영업이나 수업을 방해하는 법으로 처벌할 뿐 헤이트 스피치 자체를 징벌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는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처벌을 위한 입법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한국에서는 신오쿠보 소식으로 헤이트 스피치 이슈가 대중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미 헤이트 스피치가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를 엄중하게 인식해 오지 않은 탓이다.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여성, 전라도 주민, 옌볜동포, 탈북자에 보내지는 인터넷 상의 표현은 증오를 넘어 폭력적인 양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온 사회가 그를 심각한 문제로 의제화하지 않았다. 한갓 철부지들의 인터넷 장난 정도로 넘기며 가벼이 대하는 경향도 있다. 일본 극우들의 헤이트 스피치가 국수주의적이고 조직적인 데 비해 한국의 헤이트 스피치는 비조직적이며 산발적이라며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문가조차 있을 정도다. 헤이트 스피치가 심화될 위험의 징후들이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슬픔을 당한 유가족에게 퍼부어진 증오적 언사는 사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모진 내용들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도 헤이트 스피치를 적극적으로 할 의사를 가진 자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집단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징후도 읽힌다. 법으로 그를 규제할 것인가, 규제한다면 어떻게 규제할지, 또 법 이전에 사회가 토의, 교육하는 방식을 어떻게 마련해낼지를 회의 탁자에 올려놓을 때가 왔다. 시민 누구든 졸지에 사회적 약자에 포함되어 헤이트 스피치의 대상이 될 불안정한 사회를 살고 있다. 누구든 헤이트 스피치의 잠재적 대상인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에 대해 온 사회가 관심을 갖고, 준비하기를 요청한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5-25 원용진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나요?

안전한 나라 만드는데누가 진정성과 능력 있는지선택하는 일 우리앞에 놓였다국민들은 이제 김밥도 사먹고영화관도 가고, 카페에 들러공약이 참인지 거짓인지 살펴야세월이 얼마나 지나야 세월호를 잊을 수 있을까? 사고 후 한 달여가 지나고 있어도 국민이면 누구나 죄인이 되었다. 세상 어디를 보아도 참사가 떠오르고, 분노와 후회, 그리고 우울함이 넘쳐난다. 부모 돌아가시고 3년 상을 치르듯 해야 해원이 될 성싶다. 그만큼 아이들을 떼로 수장시켜 놓은 우리 국민들의 죄의식은 크다. 하루하루 생업에 종사해야 먹고 사는 보통사람들도 공무원들이 잘못하고, 선원들이 지은 업보를 같이 짊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제 비명소리를 지른다. 세월호 사고 구역 불과 3㎞ 정도 떨어진 바다에서 미역이나 김 양식으로 먹고 살던 진도군 동거차도의 주민들은 어디 가 하소연도 못한다. 생업은 온데간데 없고 사고 구역 수색에 기름 방제작업에 눈코 뜰 새 없다고 한다. 그들로서는 한 해 먹거리가 날아간 판이다. 더 딱한 것은 동거차도 주민들이 아닐지 모른다. 그곳은 그래도 특별재난구역이 선포되어 차후에 더디겠지만 어느 정도의 보상이라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사는 보통사람들의 동네는 어디 가 하소연할 데도 없다. 골목장사로 통하는 김밥 집은 해마다 찾아오는 대목을 놓쳤다. 5월이면 야유회를 가거나 여행을 가기 위해 단체 주문하던 손길이 뚝 끊긴 것이다. 어디 그곳뿐이겠는가? 죄지은 심정으로 사는 사람들이 빵집인들, 동네 음식점인들, 영화관인들 예전처럼 출입할 수 있겠는가. 해마다 이맘때면 로고가 박힌 셔츠나 단체 체육복을 맞추어 입고 회사 체육대회를 여는 풍경 또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연중 한철 야외복이나 단체복을 팔아 먹고 살던 영세 의류제조업자들은 한 해 매출의 상당수를 포기했다. 애꿎은 수학여행이 전부 중단되고, 이 여파로 여행객이 끊기니 운송업, 여행업, 음식업, 숙박업 등과 서민경제를 지키는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4분기 경제성장 예상치도 당초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지난 16일 유족대표들을 만났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에 유족의 의사가 중요하다 해서 만난 자리다. 그 분들이 사건을 수사할 민간인수사권까지 달라니, 대통령은 겉으로야 어떻든 속으로는 망연자실하였을 것이다. 그가 이끄는 정부, 그리고 수사가 얼마나 못미더웠으면 칼자루를 달라고 했겠는가? 대통령도 자신이 이끄는 정부에 대해 실망이 컸을 것이다. 이제는 대통령담화문에 기대를 건다. 담화문에는 절절한 사과와 체제개혁의 미래가 담기길 바란다. 원세방세의 저자 정순훈이 말하는 대로 하면 대통령이 죄기조(罪己詔)의 성격을 갖기를 바란다. 왕조시대에도 임금이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는 조서를 백성들에게 내렸다고 한다. 조서란 임금이 자신이 한 명령을 백성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무소불위한 임금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조서도 있었다니 신기하다. 원래는 중국 한나라 문제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죄기조는 당태종 등 명군일수록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리 조선조에도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이 극심한 천재가 발생했을 때 죄기조를 내렸고, 임진왜란으로 의주로 파천한 선조도 죄기조를 내렸다. 방으로 걸린 '죄기조'를 통해 백성은 위안을 받고 임금은 심기일전하여 국정을 이끌었다고 한다. 담화문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없을까? 세월호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배가 침몰해서는 슬픈 일만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해서는 여당도 야당도 없다. 6·4 지방선거전에서도 이미 민심은 여당을 심판하고 있다. 야당도 이제는 정책으로 말하고, 재난안전의 대처에서 보여준 시스템의 무능을 개혁하는 공약으로 승부하자. 마침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이 되어 지난 16일 매니페스토선거 협약식을 곳곳에서 거행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정책적으로 상호 보완되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누가 진정성과 능력이 있을지 선택하는 일이 우리 앞에 놓였다. 정치인들은 정쟁보다는 정책경쟁을 하고, 국민들은 이제 김밥도 먹고, 영화관도 가고, 카페에 들러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 참인지 거짓인지 살펴보는 것으로부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겠는가?/허훈 대진대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허훈 대진대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2014-05-18 허훈

슬프고 아픈 경험…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

세월호 관련 대책은 재난구조현장업무 전문성 갖춘 조직을부처수준 격상 시키고, 안전문제 총괄기관을 총리실에 만들 필요각 기관과 단체는 서로 신뢰하고국민들은 안전의식 제고 힘써야1993년 10월 여객선 서해 페리호 침몰,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그리고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사망·실종 300여명) 등 반복되는 대형 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가 뻔한 대안을 제시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사익(私益)을 빌미로 한 안전의식 부재, 인명경시에서 비롯된 윤리의식과 책임감 문제 등이 또 지적되고 있다. 그 결과 누군가는 감옥에 가고,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직(職)에서 물러났다. 과거에도 늘 이런 과정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적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향이 법과 제도에 의해 구체적 개선안으로 제시되는 단계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는 세월호 참사 대책과 관련해 꼭 개선되기 바라는 세 가지 법적·제도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첫째, 세월호 관련 대책은 현장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된 것은 책임 부서의 현장 전문성 문제였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설된 안전행정부는 과거 행정안전부에서 안전 기능을 격상시켰다지만 결과적으로 안전문제에 대해 탁상공론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재난구조 현장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성을 갖춘 조직을 부처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민간 구조 기관과의 연계를 포함해 모든 안전 관련 문제를 총괄 책임지는 기관을 총리실에 별도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재난과 안전사고에 대한 현장 전문성을 강화해 사고 발생 시 원인 파악 시간을 단축하고 그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는 데 효율적일 것이다.둘째, 세월호 관련 대책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14개의 기관장 중 해수부 출신이 11명이고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본부장 3명 가운데 2명도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 간부 출신이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도 해수부 출신들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퇴직 관료가 산하 기관과 협·단체에 재취업하는 인사 행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세월호 관련 대책은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직자의 사기업 취업만 제한하고 있을 뿐 부처 산하단체로의 전직은 거의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수부가 발표하는 대책을 누가 믿겠는가? 이 문제는 꼭 개선돼야 한다.셋째, 세월호 관련 법과 제도는 국민 모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누구나 구체적·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 눈은 DMB로 방송되는 세월호 관련 보도에 집중하고, 입은 공무원을 성토하며, 손은 곡예 운전을 하는 기사의 택시를 탄 적이 있다. 이러한 행위는 세월호 참사는 세월호를 탄 사람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4년 2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제49조에 따르면 이 택시기사는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에 해당하는 법규 위반을 했다. 그러나 경찰에 적발되지 않아 이러한 안전불감증 행위가 당연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규칙 등을 무시한 채 운행되는 교통수단, 기계설비, 소방·방재시설 등에 대한 국민 신고제·포상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모든 법과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는 범국민적 안전의식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필자의 칠순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필자에게 "길 다닐 때 차 조심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안전을 법과 제도가 아닌 개인에게 책임지게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세월호에서 개인적 판단에 의해 바다로 뛰어내린 승객들은 살았고, 선실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따른 학생은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아프고 괴롭다. 이 큰 슬픔과 분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슬퍼하고 분노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달라지는 법과 제도는 공무원 복지부동의 원천인 전관예우 보신주의와 탁상공론이 혁파되고 모든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스스로 제고시킬 수 있는 방향이 되기를 기대한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05-11 홍문기

정치한다면 카페라떼처럼

분노로 번지는 세월호 사건국민들 경고에 귀기울였다면예방 가능했기에 안타까워재난대응시스템 정비 등제역할 못한 정치권의 무책임텁텁하고 껄끄럽기만 하다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일상에 흔한 모습이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 도입된 인스턴트 커피는 한국인들의 기호를 바꿔놓았다. 원산지, 원두를 볶는 방법, 커피를 우려내는 스타일에 따라 맛도 이름도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종류 중의 하나가 '카페라떼'다. 아무 것도 섞지 않은 커피의 맛은 텁텁하다. 설탕을 비롯해 넣을 것은 다 넣은 소위 '다방커피'는 끈적거리고 쉽게 물린다. 이러한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켜 준 것이 증류한 우유를 섞은 '카페라떼'다. 우유의 달콤함이 텁텁한 맛을 없애주고 설탕을 넣지 않아도 되니 건강에 대한 우려도 덜어 준다. 매일 미소를 머금으며 생각나는 '카페라떼' 같은 정치는 우리 주변에 없는 것일까.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로 변화되었다. 크게 5가지의 분노다. 첫째는 무리한 출항과 충분한 안전장치 및 준비를 하지 않은 해운사에 대한 분노다. 둘째는 무원칙적인 항행과 무책임한 '골든타임' 대처를 한 선장을 포함한 일부 선원들에 대한 분노다. 셋째는 대형 사고 재난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다. 넷째는 각종 루머 유포와 상업적인 접근으로 슬픔을 가중시킨 무개념의 일부 국민들에 대한 분노다. 마지막으로 안전과 관련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교통수단에 대해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검사하고 책임지지 않는 탁상행정에 대한 분노다. 4월 16일 사고 이후 수많은 비판과 분석이 이루어졌다. 다시 언급하는 것이 부질없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은 이 모든 일이 '예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책임감있게만 했더라도 사고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끌어야 할 의무와 책임은 정치권에 있었다. 정치권의 가장 큰 무책임은 국민들의 경고에 귀 한 번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정책학회가 2013년 8월 국민 1천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한국훈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훈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다. 재난관련 공무원 1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문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 되었다. 동아대학교 이동춘 교수팀의 2009년 '선박해양사고 원인'에 대한 연구결과는 이번 사고의 가능성을 예견했던 것처럼 보인다. 선박해양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 근무태만이 가장 높았으며 안전의식, 선박조종, 직무스트레스, 기상항행조건 순으로 나타났다. 경력이 짧은 3등 항해사들은 선박해양사고 발생원인으로 선박조종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은 안전의식, 피로, 근무태만, 훈련교육, 항로환경 순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이번 사고 원인과 일치할까. 이미 국민들은 그리고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경고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 직후 정치권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정부, 정치권의 움직임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비치는 것은 한 사람만의 느낌일까. 이번 사고가 단순히 슬픔을 넘어 분노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비양심적인 해운사에 일찌감치 운행정지와 검찰 수사의 철퇴를 가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비체계적이고 형식적인 재난대응 국가시스템을 미리 제대로 정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무분별하고 근거없이 생각을 배설하는 개념 없는 사람들에게 엄정한 법 집행을 제대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대형 참사를 겪고 나서야 반성하는 '했더라면' 사회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지금 정치권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우 냉랭하다. 틈만 나면 민생을 외쳤지만 부족했고 허술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삶을 24시간 살펴도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하지 못할 지경이다. 하물며 정치적 논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국민 안전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살필 수 있을까.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정치권을 바라보면 텁텁하고 껄끄럽기만 하다. 대한민국은 아직 눈물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고로 인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치한다면 카페라떼처럼' 제대로 하길 바란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4-27 배종찬

재난과 사회

안전불감증 해소 위해재난대비 학습 끊임없이 반복위급한 순간 사람이 먼저라는휴머니즘 풍조 되살려야신속 구조로 인명피해 없도록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지난 2월 경주리조트 붕괴사고로 100여명의 대학생들을 보낸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그보다 더 큰 인명을 희생한 대형 선박 재난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은 한국전쟁 후 평화시에 발생한 최대의 재앙이라고 논평했다. CNN은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계인이 우리를 참 한심한 나라라고 한 대 쥐어박는 듯하다.역사상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선박사고는 1912년 4월 10일 첫 항해중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한 타이태닉호 사고다. 2천223명의 탑승자 중 1천514명이 사망하였으며, 생존자는 710명(31.9% 생존율)에 불과했다. 세월호에는 탑승자가 476명이고, 이중 174명이 구조됐고 33명 사망, 269명이 실종 상태이니(19일 오후 9시 현재) 생존율이 36.5%에 불과하다. 게다가 타이태닉호 사고는 망망대해 누구도 구조하러가기 어려운 곳인데 비해, 이번 사고는 바로 눈앞의 바다에서 일어났다. 그곳은 수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곳이고, 이곳은 영상 12도였다. 잠수장비가 도입되고 초음파탐지기 등 구조장비까지 현대화된 것들이다. 최악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외신들이 한국이 대형 선박사고를 숱하게 겪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한 것이 이해가 간다. 그들이 간 자리에 남은 부모의 마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켜보는 우리도 가슴이 쥐어뜯을 듯 아프다. 배를 버린 선장을 능지처참이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이 이렇게 재난에 무방비한 사회를 만들었고, 어떻게 해야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첫째 안전불감증을 고쳐야 한다. 근세사에서 우리나라처럼 일제의 침략, 전쟁과 분단, 쿠데타나 5·18 등 정치적 사건을 많이 겪은 나라도 흔치 않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숱하게 주검과 슬픔을 맛보았다. 1993년의 서해페리호, 1987년 극동호 유람선 화재사건, 1970년의 남영호 침몰사건 등 교훈이 될만한 대형 선박사고가 있었다. 주검이나 슬픔에 많이 노출되면 될수록 불감증이 된다. 우리 사회가 유전적으로 이미 안전불감증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두렵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의 자동학습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지진과 해일에 끊임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유치원생 때부터 재난을 자동적으로 피할 수 있도록 훈련 또 훈련이다. 둘째 돈만 알고 자신과 제식구만 아는 풍조를 불식해야 한다. 이번에 선장은 선원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승객들에게는 대기하라고 했다. 승객들은 남의 식구, 선원들은 제식구라는 무의식이 그런 위기상황에서 선장의 역할을 가렸다. 게다가 선장의 뭍에서의 최초의 행동이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를 말리는 행동이었단다. 돈을 말리면서 제가 죽인 그 어린 학생들이 생각이 났을까? 전국민을 부자로 만들려는 정책만을 가지고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구조를 하는데도 기름값은 누가 내지 하는 계산속이 앞선다. 이런 풍조를 막기 위해서는 위급한 순간에 인간을 살리려는 휴머니즘을 되살려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신문화를 다시 살리는 공동체교육이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독일이 자신들의 악행에서 교훈을 찾고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실시하는 민주사회교육이다. 셋째 시스템이 무능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들을 분통터지게 한 바로 그 이유이다. 학부모들은 사고 당일 16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고, 오후 5시30분경 생존자 82명(학생 74명, 교사 3명, 일반인 5명)을 마주쳤다. 하지만 이 상황을 책임지고 설명해주는 정부 관계자가 아무도 없었다. 학부모들은 성명서를 냈고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과 신속하지 못한 구조에 분통을 터뜨렸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 안전을 그렇게 강조하며, 안전행정부를 만들고 지자체까지 재난안전과를 신설하게 한 마당에 딱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정부의 후진적 행태는 조직이나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성이 없는 게 문제다.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뉴얼도 만들고, 무능하거나 죄있는 사람들을 이번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4-20 허훈

도지사를 꿈꾸시나요

새로운 도정으로 일해 보겠다는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한류우드' 같은 숟가락 얹는자세보다 생활밀착형 정책을펴겠다는 각오 다지고 공약또한새롭게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한류우드'를 얼마나 기억할까. 2004년 경기도는 한류 지원을 위한 대규모 단지를 고양시에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단지를 만든다는 포부였다. 할리우드를 지우고 '한류우드'로 바꿔낼 요량의 호기를 부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호기가 살아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남의 이름을 바꿔내겠다던 '한류우드'는 제 이름도 못 지킨 처지가 되어 있었다. 어느 틈엔가 '한류월드'로 개명을 했단다. 경기도청 내 조직의 아주 작은 한 귀퉁이를 차지할 뿐이고, 그 홈페이지는 내세울 성과가 없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언론보도를 모아 보았더니 더 참담한 지경에 이른다. 문제투성이라는 기사들만 '한류우드', '한류월드' 이름과 함께 흩날린다. '한류우드' 프로젝트가 시작한 2004년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과 동남아에서 약진하던 때다. '겨울연가'가 일본을 달궜고, 이어 '대장금'이 전 세계의 식욕을 돋우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한반도가 한류로 들떠 있을 때다. 경기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한류 바람에 슬쩍 숟가락을 얹었다. 테마파크 만들고, 제작 시설 유치하고, 관광객이 놀고 잘 공간 만드는 계획을 세워 발표한 것이다. 명분 좋고, 논리 간단하고, 보여줄 것도 많은 것 같으니 호기롭게 인기에 편승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자체들은 한류 지원책을 내놓으면 많은 반대급부를 챙긴다. 지자체나 지자체장의 단기간 홍보에 한류 정책만한 수단도 없다. 한류 지원책으로 혜택을 보는 제작사, 연예기획사나 방송사는 대중 어필을 할 광고를 엄청 해 준다. 지자체장에게 드라마 속 카메오로 출연할 기회를 주는 애교스러운 일도 있을 정도다. 한류 스타가 지자체에 오가고 텔레비전에 그 사실을 알리기도 하니 지자체는 그런 지원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다.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전해지는 한류의 인기 소식을 언제든 자신의 지원책과 연결시킬 수 있다. 정말 그 지원책이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나서서 따져 보자는 이도 없으니 은근짜 스스로 공치사하기가 용이하다. 임기 내 가시적 성과의 강박 속에 살아가는 지자체장들에게 한류 지원책은 여간 반가운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일시적 유행에 편승해 업적으로 쉽게 설명하는 일이 가능하고, 대중적 어필도 할 수 있으니 그에 손을 대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경기도의 '한류우드'도 그렇게 시작되었고, 명쾌한 결론없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있다. '한류우드' 단지 조성과 같은 한류 지원정책은 졸속 전시행정, 지자체장의 정치적 욕심으로 행해지는 대표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경기도도 도지사가 바뀌고, 10여년이 지나며 성과가 없음에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한류를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용이해진다면 한류 지원책은 기업이 맡아야 할 몫이다. 한류를 통해 대중문화 수입을 올린다면 한류 지원의 많은 책임은 기획사나 방송사로 돌아간다. 경기도는 도민들이 그런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많이 양보하여 정책 입안자들 말대로 한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학교에 예능 교육이 더 잘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등의 체계적, 장기적 정책을 만들고 행할 일이다. 숟가락 얹는 태도가 아니라 불을 피우고 밥을 짓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의 정책, 지원책들이 모두 그 같은 정신에 기반을 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새롭게 도정을 맡아 열심히 일해 보겠노라며 도지사 후보들이 줄을 서고 있다. '한류우드'와 같은 숟가락 얹는 정책보다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펼 각오를 다지고, 선거기간 내 공약도 그런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4-13 원용진

로미오의 월담과 금단의 열매 현상

일본은 왜곡된 역사교육을받은 자국 어린이들이세계평화와 안정을추구하는 문명국가로자리잡게 할 수 있을지걱정해 봐야 한다엊그제 필자의 아이가 학교를 가려고 담을 넘다 다쳤다. 우리 아파트와 이웃 아파트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이 철제 담 주변에는 철조망도 있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의 통학로 이용 반대로 문에는 자물쇠가 걸리고, 담이 놓이며, 철조망이 쳐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먼 길로 돌아가는 대신 담을 넘고 철조망을 뚫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울산 북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에서도 입주민 간 갈등으로 이웃 아파트 초등학생들의 통행을 금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어린이들은 통학거리를 줄이기 위해 이 아파트를 가로지르고 있으나 주민들은 이로 인해 불편함이 많다며 통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어린이들이 등하교 때 소란스럽게 떠들고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는 데다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고 주장한다. 담을 넘는다는 것은 자유행위 금지에 대한 저항 (Reactance)을 상징한다. 문제는 이러한 저항행위가 필연적으로 금단의 열매 (Forbidden Fruit) 현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금단의 열매 현상이란 자유행위를 억압하고 금지하면 그 금지된 행위를 꼭 하려는 시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학자들이 신이 금지한 선악과를 따 먹어 원죄를 지은 인간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심리학 용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가 무엇인지 셰익스피어의 고전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몬터규가(家)와 캐플렛가(家) 어른들의 역사적 반목과 질시를 이유로 시작된 양가 교류 금지 결과는 캐플렛가의 14살 난 딸 줄리엣을 만나기 위해 몬터규가의 15살이 갓 넘은 로미오가 담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절대 안 된다는 줄리엣과 결혼한 로미오 때문에 양가 친족들 사이에 칼부림이 나고, 그 결과 로미오의 친구인 마큐시오가 죽고 로미오는 상대방인 티벌트를 살해한다. 줄리엣은 아버지의 명령으로 패리스 백작과 결혼하게 되자 비약(秘藥)을 먹고 가사(假死) 상태가 되어 납골당에 안치되고 줄리엣의 거짓 죽음을 모른 로미오는 정말 자살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하게 하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셰익스피어는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는 주장이 담긴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과 교과서의 사용을 승인했다. 새 교과서는 반(反)인도적, 반(反)인륜 전쟁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에 대해 서술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와 함께 일본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이 담긴 '2014년 외교청서'도 공개했다. 비록 유엔 (UN)이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반성하고 이를 후속 세대에게 교육하라는 취지의 결의안을 열 차례 이상 내놓고 우리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노력의 출발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해도 일본의 어른들은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일본의 아이들을 억지로 속이려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국말로 "만나서 반갑스무니다"라고 정감어린 한국말로 인사하고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미래 지향적인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열흘 만에 일본은 초등학교 독도 왜곡 교과서 인증으로 신뢰를 깼다. 금단의 열매 현상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빠른 길로 학교에 가고자 하는 마음을 금지시키고, 사랑하는 마음을 금지시키고,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싶은 마음을 금지시킬 때 시작된다. 저항을 기반으로 하는 금단의 열매 현상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야단치고, 속이고, 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금단의 열매 현상을 연구한 학자들은 더 많은 강압, 왜곡, 처벌은 더 강한 저항만을 불러오고 결국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무수히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받은 최대 피해자가 일본 어린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교육받은 일본 어린이들이 일본을 어떤 국가로 만들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과연 이들이 이러한 교육을 받고 일본을 세계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문명국가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해봐야 한다. 학교 가려고 담을 넘는 아이를 보며 야단을 쳐야 하는지, 조심해 넘으라고 해야 하는지 무책임한 해당 시·도 교육청, 관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지자체 기관 등에 묻고 싶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교수는? ▲(현) 한세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전)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현)한국 PR 학회 총무이사

2014-04-06 홍문기

선거에서 이기는 7가지 습관

후보 스스로 자기 검증과상대후보의 철저한 파악핵심정책 개발·유권자 분포 등전략 잘 짜야겠지만가장 중요한건 '프로 정치인'되겠다는 마음 가짐이다60여일만 있으면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정치의 계절답게 갖가지 판세 분석과 후보자들의 행보가 소개되고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선거를 직접 지켜보며 느껴온 것은 후보자들의 근본적인 태도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들의 인식에는 중앙당에서 부여하는 공천장에만 눈길이 가있다. 어쩌면 성공의 한 방편으로 정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을 뿐, '풀뿌리 정치'를 몸소 실천하는 '프로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설픈 정치 그리고 후진적인 선거준비 방식이 우리 정치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무릇 선거에서 바르게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할까. 선거에서 이기는 7가지 습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자기 스스로를 검증하는 것이다. 내가 과연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유권자들은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지역의 리더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많은 경우 후보들은 자기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 자신과 비교할 수 있는 인물조차 없다며 자기 과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가장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 선거 승리의 첫걸음이다. 둘째는 상대후보에 대한 철저한 파악이다. 출마 후보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오류가 상대방에 대한 저평가이다. 아무리 자신을 잘 평가한 후보자라도 상대방의 경쟁력을 주관적으로 얕잡아 보면 이미 진 싸움과 다름없다. 가장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상대방이 어떤 강점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세 번째는 출마지역을 관통하는 핵심정책의 개발이다. 이것은 후보자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도전자에게는 현역을 이길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수도권 승리 견인차가 되었던 것은 '무상급식'이었다. 지역을 불문하고 자녀들의 급식문제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민감하고 중요했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민생경제'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출마하는 지역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 선언한 김상곤 전 교육감은 '무상버스' 공약을 내걸었다. 아직까지 여론의 집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상급식에 비하면 유권자들의 절실함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의 많은 유권자들과 대화하고 함께 고민하면 지역민들이 가장 원하는 정책메시지는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넷째는 선거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대통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최근 독일 드레스덴 방문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고 규제개혁 '끝장토론'으로 정국의 고삐까지 쥐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24일 조사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62.9%에 이른다(전국 1천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p). 오히려 만족도가 낮은 현 정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다섯 번째는 유권자들의 분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지역은 노년층이 더 많고 어떤 지역은 젊은 유권자가 더 많은 법이다. 각 연령대별로, 직업별로, 세부지역별로 후보자간의 지지율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선거는 한정된 기간의 이벤트이므로 유권자 분포에 따른 전략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공략 대상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여섯 번째는 지지층의 투표율을 고려해야 한다.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응답자 모두가 투표를 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선거결과는 득표율이다. 지지층이 얼마나 투표할지를 감안한 득표율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일곱 번째로 중요한 것은 선거는 정당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내가 소속된 정당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부각시키는 메시지가 달라져야 한다. 정당기반이 강하면 정당 색깔을 적극 내세워야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인물 경쟁력이나 정책 경쟁력을 더 강조하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물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7가지 습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을 위하는 '프로 정치인'이 되겠다는 후보자들의 마음가짐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3-30 배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