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지방선거를 지방으로 돌려 달라

유권자는 지역에 애정 가진후보가 필요하다는 인식 갖고후보자들은 중앙정치에서 탈피지역발전 시키려는 의지로대통령이나 국회에할말 하는 정치인이 돼야한다지난주, 필자로서는 중요한 행사를 치르기 위해 현수막 하나를 만들려다 낭패를 만났다. 준비기간이 짧아 겨우 시간에 맞춰 주문을 하였더니 돌아오는 답은 시의원후보 현수막과 기획물들을 만드느라 시간이 없단다. 광고기획사 한두 군데를 더 오간 끝에 겨우 만들어 걸 수 있었다. 곧 있으면 6·4전국지방동시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얼굴을 알리려는 예비후보들이 현수막을 다투어 거는 탓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열심과 초조함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좀처럼 지방선거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투표율이 50%를 넘기기는 할까? 지방권력을 잡으려는 중앙정치가들만 나서니, 누가 당선돼도 지방자치는 요원한 것이 아닐까? 대통령이나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가 자기들 선거인 것으로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 이렇게 지방선거가 지방의 것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이유는 중앙정치가 지방선거를 가로막고 있어서다. 부활 후 6기 선거에 이르는 지금 국가와 지방분권의 틀을 어떻게 개선하는 게 좋은지, 어떻게 하면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을 발전시킬까 하는 토론은 실종되었다.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여권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누가 나가면 이길지 자파에 유리할지 하는 계산 뿐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의 책임은 보이지 않고 야당이 기초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다하니 이게 웬 횡재냐는 속내이다. 자신들이 대통령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내걸었던 것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야권은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폐지한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내 새로 만든 집에서 누가 당권을 잡느냐를 놓고 싸움 중이다. 지방자치선거 20여 년이 흘렀지만 지방자치는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다. 중앙정치 의제가 지역마다의 지방 의제를 덮어버린다. 이대로 가다간 현직들의 공과를 진단하고, 정치 신인들의 공약과 인물 됨됨이를 판단할 기회가 없을까 걱정이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고집하는 새누리당이 더 큰 문제이다.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들 권력에 더 관심이 많다는 고백이라도 하길 바란다.둘째,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지방선거 실종 이유의 하나이다. 헌법 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있지만, 하위법인 정당법에서는 5개 시·도 이상에서 각각 1천명 이상의 당원을 두어야 되고, 꼭 서울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 지역과제를 해결하고 자치권력을 얻으려는 세력이 숨쉴 자리가 없다. 지역이슈가 좀처럼 지방선거의 초점이 못되는 이유의 하나이다. 왜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지역정당을 통해 자신의 지역을 부흥시키고, 중앙권력을 견제하는데 우리는 안 되는가? 셋째, 중앙정부의 권한은 많고 지방은 적은 탓이다. 지방세 구조가 경기에 민감한 세목으로 편중되다보니 지방재정이 특히 문제가 된다. 중앙정부의 복지비 떠넘기기, 학교지원비 떠넘기기 등으로 재정력은 땅에 떨어진다. 그러고는 지방에서 돈을 잘 못써서 그러니 지방재정에 파산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할 때 하더라도 국세 지방세 세원배분 문제와 지방지출 중 국가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어떤지 분명히 먼저 따지고 해야 한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지방선거는 지방의 것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중앙의 것이 되어 버렸다.6·4지방선거에 유권자 혁명이라도 일으켜보자. 그래서 지방자치를 지방으로 되가져오자. 유권자나 후보자나 지방선거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져야한다. 유권자들은 지역이 발전하려면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성장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후보를 가리자. 후보자들은 후보자대로 중앙정치권에 뇌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정말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에게도 국회에도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분권이란 권력을 나누는 것이니 중앙의 정치가들이 거저 주겠는가? 민주주의란 동네에서 잘 자라야 튼실한 법이고, 지역이 발전해야 나라의 발전도 있다. /허훈 대진대 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허훈 대진대 교수·한국정책과학학회장

2014-03-23 허훈

'정보 근육'키우기를 권합니다

청소년은 카톡에 중독되고질 높은 정보는 찾기 쉽지 않아정보 환경에 대한 환호보다우려의 소리 더 많이 쏟아져…정보를 얻고 고르고 추적하며올바른 습관 갖추는 법 배워야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한두 방식이 사회적 소통을 독과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소통 방식이 다양해지자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 그 다양함에 몸을 맞추어 간다. 그 결과 다양한 집단들이 자신들에 맞는 소통 방식을 택해 즐기고 있다. 하지만 각 집단별 소통 방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방향성은 존재한다. 우선 즉각적 소통을 선호한다는 공통성을 지닌다. 저녁 시간에 벌어진 사건을 아침에서야 접하게 되는 그런 일은 이미 과거가 되고 말았다.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그에 맞추어 자신의 대응을 준비하는 일은 상식에 속한다. 이를 세상사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휴대 전화 혹은 인터넷은 24시간 열려 있어 쉴 틈 없이 발신음을 내며 우리를 바깥 세상과 접속케 해주고 있지 않은가. 특정 정보를 취한 다음 그를 더 자세히 추적해 상세함을 취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상세함을 위해 다른 정보원으로 이동하는 일을 수시로 벌인다. 정보 인프라가 그같이 상세함을 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상호보완하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여 상세 정보를 취하는 것이다. 덕분에 고급한 정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공통된 방향성도 빠트릴 순 없다. 과거 글로벌, 전국, 지역, 동네 소식으로 쪼개져 입수되던 정보들이 이젠 한꺼번에 서로 얽혀서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눈만 크게 뜨면 우리 생활과 연관된 그 폭넓은 정보를 일망타진하듯 취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도 가까운 곳으로 느낄 만큼 폭넓은 정보에 노출되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시골, 도시 구분 없이 차별받지 않고 폭넓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이론상으로는 과거와는 다른 정보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든 깊이 있고, 폭넓은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접할 수 있는 조건 속에서 살고 있다. 외양으로 보아 정보 사회에 대한 예측이나 기대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깊은 속내를 보면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세상은 달라진 정보 환경에 대한 환호보다는 우려의 소리를 더 많이 쏟아내고 있다. 카톡에 청소년들이 중독되고 있다는 한숨소리, 식구 간 대화보다는 기기와의 대화가 많아졌다는 우려, 정보 홍수를 감당하기 위해 보내야 하는 노력과 시간이 너무 많다는 불평, 질 높은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호소…. 기대와 예측과는 달리 경험 세계에서 나오는 불만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론이나 기대보다 경험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를 대지만 그 답으로 '정보 학습'이란 용어를 가져오는 전문가가 많다. 정보를 얻고, 고르고, 추적하며, 올바른 습관을 갖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보와 관련해서도 학습이 선행하거나 뒤따라야 함을 강조한다.학교, 사회 교육에서 그 같은 주장에 수긍하며 공명하듯 나서고 있다. 각급 학교에선 미디어 교육이란 교과목으로 학습을 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학교를 이미 떠난 이들을 위해선 사회 교육의 일환으로 그를 행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 경기도내 여러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정보 학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프라와 프로그램 구축에 나섰다. 미디어 센터 혹은 영상 미디어 센터 등의 이름으로 교육을 실시하거나 착수한 곳이 늘고 있다. 수원, 성남, 고양, 이천 등지의 (영상) 미디어 센터에서는 주민들에게 이른바 정보사회를 즐길 능력을 전달하고 있다. 어린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온 가족을 위한 정보 교육을 행하기도 한다. 정보 기술에 이끌려가는 객체가 아니라 그를 이끌고 갈 주체를 만드는 교육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민들의 정보 근육을 점검하고 키워주겠다며 생긴 곳들이다. 봄 나들이 삼아 정보 근육을 단련해 정보 사회의 봄날을 만끽해 보길 권한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3-16 원용진

꽃보다 선거

지방선거 승리위해여당은 '중진차출론'야권은 '통합신당' 카드 꺼내유권자들은 혼란 스럽다결국 우리가 정신 차려야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지방선거가 90일도 남지 않았다. 언론에서는 주요 인물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시시각각 쏟아 놓는다. 평론가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은 채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판세 분석에 여념이 없다. 뭔가 빠진 느낌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후보인가를 유권자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셀 수 없이 자주 후보들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조사를 제안하지만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독자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무선통신의 LTE급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진화했지만 정치만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후보자가 저 후보자를 얼마만큼 더 앞서는 지를 설명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지를 고민할 때가 왔다.지방관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가 다산 정약용이다. 혁신적 인물로 잘 나가다가 정쟁에 휩쓸려 귀양가는 신세가 되었다. 귀향지에서 다산은 '목민심서'라는 걸작을 내놓았다. 요즘 같으면 '지방자치 매뉴얼'이다. 200여년 전 유배간 사람의 책에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감탄하고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100년이 지나고 200년이나 지나도 아니 천년이 흘러도 리더의 덕목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산은 우선 지방관리의 자기 수양을 언급하고 있다. 스스로 청렴하고 관리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남을 다스리겠는가.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감히 묻고 싶다. 후보로서 청렴하고 지역을 이끌어갈만한 자질과 소양을 갖추었는지 말이다. 다산은 또한 관리로서 사람을 쓰는데 있어 어진 사람을 등용하는데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재선 도전하는 현직 단체장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했는지 아니면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지방의 공공개혁과 빈부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복지를 언급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는 후보를 골라낼 안목은 우리에게 있는 것인가.90일도 남지 않은 우리의 선거판을 다산이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여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중진차출론'을 내놓았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없이 장관하던 사람이 별안간 당의 부름이라며 깜짝 출마선언을 했다. 얼마 전까지 선거 출마는 없다고 몇 번을 다짐하던 다선 국회의원은 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며 전격 출마를 발표했다. 지역구민들과의 약속은 약속이 아닌가. 불과 2년 전 지역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입법의원으로 당선되었던 그들이 아닌가. 무엇보다 국민이나 주민을 위한다는 마음보다는 당의 선거승리 그리고 모시는 위정자의 마음을 헤아린 처사라는데 불쾌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다산이 가장 강조했던 덕목은 바로 관리로서의 준비다. 아무런 사전 준비없이 '별에서 온 결정'을 내린 그들에게서 우리가 바라는 지방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권은 여당의 중진차출론을 능가하는 '야권통합신당' 뉴스를 내놓았다. 유권자들은 혼란하다. 몇주전까지 새정치 경쟁을 했던 두 정당이 느닷없이 하나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3월 6일 조사(전국 1천명, 유무선RDD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를 보면,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에 대해 '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통합'으로 보는 의견이 49.1%였고 '정치적 지향점이 같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선거를 앞둔 두 당의 결정이 국민들 눈높이에 맞추기 보다는 당리당략을 쫓는 모습이다.선거를 생각하다보니 3월이 온 줄도 몰랐다. 3월은 봄의 또다른 이름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다. '할배'라고 할 정도의 나이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새로운 도전으로 해외여행지를 탐방하는 것이다. 돈만 많이 들인다면 훨씬 더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젊었더라면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비쳐졌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악조건속에 결국 웃음꽃을 보여주기에 희망을 심는 '할배'가 된 것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로부터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우리 유권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성큼 찾아온 봄에게 미안하지 않을 '꽃보다 지방선거'를 소망한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3-10 배종찬

조지 쇼오와 이륭양행

3·1운동후 상해로 망명한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탈출 도운 쇼오가 없었다면역사는 달라졌을것그가 운영했던 '이륭양행'유적지로 보존돼야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지 10년 만에 일어난 3·1운동은 우리의 민족혼이 살아있음을 세계만방에 떨친 일대 사건이었다. 3·1운동은 처음부터 비폭력의 행동강령을 내세웠기 때문에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결국 많은 희생자를 내고 일단 수그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국내에서의 운동에 한계를 절감한 민족주의자들은 그 해 가을부터 해외에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마련하고자 대거 조선을 탈출한다.군사를 모으고 힘을 길러 일제와의 무장투쟁을 염두에 둔 사람들은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북만주 일대로 모여들었고, 다른 일군의 운동가들은 구미 열강의 조계가 산재한 상해에서 임시정부 설립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독립운동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나 북만주는 압록, 두만의 상류 얕은 물길을 건너면 비교적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안동(지금의 단동)을 거쳐 상해로 향하기는 쉽지 않았다.당시 상해로 가는 방법은, 신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안동에서 배편으로 건너는 것이 유일한 경로였다. 3·1운동이 일어난 그 해 가을 백범 김구 선생도 이 경로로 조국을 탈출, 15명의 동지들과 함께 상해로 망명한다. 이때의 김구 일행의 상해 탈출은 '백범일지'에 다음과 같이 그려져 있다."나는 중국인의 인력거를 불러 타고 바로 큰 다리 위를 지나서 안동현의 어떤 여관에서 변성명하고 좁쌀장수라 표방하고, 7일을 경과하여 이륭양행 배를 타고 상해로 출발하였다. 황해안을 경과할 시에 일본 경비선이 나팔을 불고 따라오며 정선을 요구하나 영국인 함장은 들은 체도 아니 하고 전속력으로 경비구역을 지나 4일 후에 무사히 상해 황포강 나루에 닻을 내렸다. 배에 함께 탄 동지는 도합 15명이었다."일본 경비선의 정선 명령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배를 몰아 김구 선생을 무사히 상해로 탈출시켰던 '영국인 함장'은 바로 3·1운동 이후 우리 독립운동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던 아일랜드인 조지 L. 쇼오이다. 영국계 태고선박회사의 안동현 대리점인 이륭양행을 경영하고 있었던 그는, 1919년 5월 상해 임시정부가 국내와의 연락기관으로 교통국을 설립하자, 자진하여 이륭양행 2층에 교통국 안동현사무소를 설치토록 하였다.이후 국내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쇼오의 도움으로 상해로 탈출할 수 있었으며, 독립운동자금을 구하러 중국에서 국내로 잠입하는 사람들도 쇼오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쇼오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도움을 넘어 스스로 대일본 테러활동에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에는 이에 대한 김산의 진술이 들어 있다."의열단은 여덟 개의 전략적 건축물을 파괴하고 일본인 관헌을 암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 목적을 위하여 그들은 비밀리에 2백 개의 폭탄을 한국에 들여왔다. 폭탄은 안동에 있는 영국회사 앞으로 보내는 의류품 화물상자에 넣어 이 회사 소유의 기선에 실어 상해에서 보냈다. 안동 회사의 지배인은 아일랜드인이었는데, 우리 한국인들은 그를 '샤오'라고 불렀다. ---샤오 자신이 상해로 가서 '죽음의 화물' 선적을 감독하였다. 그는 돈은 한 푼도 받지 않고 오로지 동정심에서 스스로 한국을 도와주었다."그러나 일제는 눈엣가시 같은 쇼오를 신의주로 유인, 1920년 7월 11일 체포하여 서울로 압송하였다. 1920년 8월 6일 경성고등법원은 쇼오 사건의 연루자 24명과 함께 쇼오를 내란 피고사건으로 기소하였지만, 영국과 일본의 협상 끝에 그 해 11월 4일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석방 이후 쇼오는 안동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더 이상 이륭양행을 운영할 수 없었고, 그 이후는 고난의 행군이었다.지난 해 추석 즈음, 단동에 거주하는 후배의 초청으로 단동을 다녀왔다. 이를 기회 삼아 물어물어 조지 쇼오의 이륭양행 자리를 찾아가 보니 옛 건물은 아직 있었지만, '홍윤(鴻潤)'이라는 부동산 회사 소유로 곧 재개발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남북관계가 좋아져 단동 경기가 살아나면 그 자리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렇게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중요 유적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에, 엊그제 3·1절 대낮에 일부 보수단체들이 일제 통치를 긍정적으로 기술한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를 광화문에서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보급하는 운동을 벌였다.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위해서란다./김학민 프레시안음식문화학교교장

2014-03-03 김학민

성지순례여행과 DMZ

이집트가 출애굽의 역사와피라미드라는세계적 관광자원 이라면경기도는 세계인의 평화에 대한열망이 있는 접경지역과철책선의 생생한 역사를 가졌다이집트에 성지순례를 나선 이들이 휴양도시인 샤름 엘 셰이크(Sharm El Sheikh) 인근 접경에서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한평생 종교를 믿어 온 이들이 목숨을 걸고 가고 싶은 곳을 갔다가 일어난 가슴 아픈 사건이다. 삼가 애도를 표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관광과 경제 그리고 정치간의 관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를 풀어낼 수가 없다. 이집트로서는 쟈스민 혁명 후 정권을 잡은 무르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일 축출되고 난후 국가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었다. 새로 대통령대행이 된 아들리 만수로의 치하에서 관광은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도 이집트 GNP의 11%를 차지하는 상황이고, 세계관광기구(WTO)는 앞으로 10년동안 이집트의 관광이 한해 평균 6%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에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알마크디스'는 이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관광객을 몰아내는 것이 현 정권과의 경제전쟁이라고 선포한 것이다.어떻게 관광이 표적이 되고, 관광객이 권력 찬탈의 수단이 되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이만큼이나 관광이 국가경제나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괄목할 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WTO에 의하면 오늘날 관광이 세계 최대의 성장산업이라고 말한다. 관광비즈니스가 여행, 숙박, 운송, 이벤트, 음식, 레저, 특산물, 교육, 문화, 출판, 패션 등 그야말로 폭넓은 범위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그리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관광은 대표적인 인적 서비스 산업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크다. 매출액이 10억원 늘 때 생기는 일자리 수를 비교해 보면, 정보기술(IT)이 15명, 일반제조업이 9.8명인 데 비해 관광산업은 20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신관광의 경우는 식품관련, 문화관련산업, IT접목관광, 건강의료 등의 인력이 늘어나는 등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부가가치 또한 더 높다.세계여행산업회의(WTTC)의 2012년 보고에 의하면 관광관련 실적은 관광산업이 실로 거대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말해준다. 세계관광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이고(6조3천461억달러, 2011년 환율로 약 6천980조7천100억원), 세계 고용자 전체에서 관광산업의 고용이 8.6%(2억5천494만명)나 된다고 한다(2011년 기준). 국가부도위기를 겪는 그리스도 GNP의 15%나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돌파구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슬람국가들의 정정불안 때문에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전세계 평균(9.1%)에 한참 못 미친다. 관광부문의 고용도 한국은 5.6%로 세계 평균(8.6%)보다 낮다(WTTC).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로는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같은 해 133개국 중 25위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로 들어오면 더 한심해진다. 관광산업 통계가 없기 때문에 2010년 기준으로 경기도통계를 분석해보면 관광산업으로 볼 수 있는 식음료서비스업+예술·스포츠여가 관련서비스업 등의 합산액이 7조9천521억원으로 경기도 전체 GRDP의 3.8%에 불과하다.거꾸로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관광의 비중이 적었기 때문에 향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기회가 있다. 이집트 성지순례에 뒤지지 않을 법하고, 세계인에 발신할 수 있는 경기도 관광의 매력은 무얼까? 단연코 DMZ 평화순례이다. 이집트가 출애굽의 역사와 피라미드라는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가졌다면, 경기도는 세계인의 평화에 대한 열망을 담을 수 있는 접경지역과 철책선의 역사를 가졌다. 그것도 죽은 자원이 아니라, 생생하게 긴장이 살아 있는 만들어지는 역사이다. 세계인이 한국에서 보고 싶은 1위가 DMZ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 이유이다. 현 정부가 DMZ세계평화공원을 만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나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중앙정부가 대북정책 때문에 주춤할 때 경기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허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2-23 허훈

기성용, 손흥민, 김연아 그리고 빅토르 안

그들은 개인의 능력을존중해 주는 공간과 장치가없음에 씁쓸해 한다스타들과 하나되기 위해선국가와 외국시장을 넘어서는새로운 시스템 마련이 절실스포츠에 지각변동이 생긴지는 제법 오래됐다. 유럽 정상급 축구 리그를 뛰는 선수들이 그 변동의 선두 주자였다. 그들은 일찌감치 부모의 손에 이끌려 한국을 탈출했다. 성공을 위해 청소년 대표가 되는 대신 유수의 외국 청소년 클럽의 문을 두들겼다. 국가의 관리 하에 차근차근 국가대표까지 이어지는 과정으로부터 이탈해갔다. 외국에서 그들의 명성을 접한 국가가 알아서 그들을 찾도록 했다. 기성용, 손흥민이 그런 과정을 걸으며 성공한 대표적 선수다. 앞으로 국가 대표팀은 그런 선수들로 가득 찰 것으로 예상하는 일도 무리는 아니다.어디 축구만 그럴까. 스포츠 전반에서 국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시켜 준 사건은 빅토르 안의 성공이다. 물론 김연아 선수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그 힌트를 주고 있긴 했다. 국가는 김연아에게 립 서비스만 할 뿐임을 눈썰미 있는 시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국가의 관리를 벗어나 있으므로 김연아가 더 빛나고 있음을 말을 않을 뿐 눈치 채고 있었다. 그 눈썰미, 눈치를 빅토르 안이 명토박아버렸다. 시민들은 그들에 대한 지지를 통해 국가를 '에헴'만 외쳐대는 뒷방 영감 비슷한 꼴로 만들고 있다.국가의 뒷문을 통해 능력있는 선수들이 빠져나간 곳은 시장이다. 자신의 능력을 챙겨줄 곳을 시장으로 보았던 것이다. 시장은 능력에 상응하는 금전적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고 믿었고 또 시장은 그에 화답했다. 성공한 그들이기에 시장은 국가보다는 유효했다. 그러나 시장은 숨기기에 능해서 성공하지 못한 이들의 뼈를 얼마나 많이 묻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나 기다려주지 않는 냉정하고 엄혹한 곳임도 곧잘 숨긴다. 성공 외에는 그 어떤 단어도 용납되지 않지만 자애로운 듯 자신을 꾸민다. 성공한 선수들이 시장을 그렇게 보이게 해준다.유명 선수들의 변동은 의미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줄여 말하면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의 진자 운동이랄 수 있다. 능력만 있다면 성공하고, 이름을 얻고 자신이 하고픈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공간이 '국가와 시장 사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 진자 폭 사이에서 국가의 힘은 약화되고 시장이 더 힘을 쓰고 있음을 최근 스포츠 스타들이 전하고 있다. 시장은 국가를 활용하는 영리한 여유까지 부리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 등 국가 대항전을 활용해 스타들의 상품 가치를 더더욱 높이고 있는 사실에서 시장의 영리함은 빛을 더해간다.텔레비전으로 스포츠 영역의 지각 변동을 지켜보는 우리는 어떤 인식을 구하게 될까. 이미 빅토르 안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에서 큰 답 하나는 얻고 있다. 국가의 딱딱한 시스템의 비효율성에 대한 인지다.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인 관성 탓에 국가가 더 이상 효율적 시스템으로서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피폐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중심적 집단주의는 개인을 보호하기는커녕 망가지게 하는 시스템일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장의 효율성에 눈길을 빼앗겼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시민들은 자신들이 모두 스타 선수와 같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시장은 합리적인 곳으로 보이지만 이익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성만 발휘하는 냉혹한 곳임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나 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지 못함도 인지하고 있다. 결국 평범한 이들은 국가의 피폐함과 시장의 냉혹함을 알고는 자신이 기댈 수 있는 가능한 곳이 만만치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손흥민, 기성용, 김연아, 빅토르 안에 연호하지만 그 뒤엔 자신을 배려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나 장치가 없음에 씁쓸해한다. 그래서 밤늦은 가열찬 응원은 깔끔한 뒷맛을 맛보는 시간과 조우하지 못한다. 스타들과 진짜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국가와 시장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스템의 마련까지 계속 연기될 수밖에 없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2-17 원용진

지방선거, 단체장이 중요하다

단체장의 허황된 선거공약용인시 경전철사업결국 市 재정파탄 낸 대재앙이번 지방선거에선연고주의·개인적 이해관계정파적 편견 등 타파해야십 수 년 전의 일이다.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와 인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으려고 여권을 건네주니,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 주면서 "참 좋은 동네에 사시는 군요"하며 덕담을 던졌다. 여권에 적힌 내 주소 '용인시'를 두고 한 덕담이지만, 용인이 물 맑고 공기 깨끗하고, 산세 수려하고 지세 안온하여 '참 좋은 동네'라고 한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당시 자고 나면 아파트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는 소위 '버블 세븐'의 한 곳으로서의 용인에 대한 욕망의 표현일 것이다.그 시절 용인에서는 논이건 밭이건 대충 금 그어 놓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발표하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그러하니 건설업자들은 혈안이 되어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들을 찾게 되고, 그러하니 건설업자들과 공무원들이 유착하여 아파트 인허가 문제로 얽히고설키는 부패 사슬을 만들게 되었다. 그로부터 20년. 건설업자와 부패 공무원이 합작하고, 투기꾼이 거간질로 가세한 용인시 아파트 광풍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우선 용인의 대표적 아파트촌인 수지구는 난개발의 대명사로 남게 되었다. 건설사들이 여기저기 아파트 지을 부지를 경쟁적으로 사들인 탓에 애초부터 학교, 공원, 문화 복지시설 등이 들어갈 땅을 확보하지 못하여 허둥거렸고, 대중교통, 광역 교통망 확충은 물론 진입로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아파트도 허다했다. 분양 초기에 한 탕 잘해 먹은 투기꾼들은 다 빠져 나가고, 실입주자들은 매입가는 물론 분양가보다도 훨씬 떨어진 아파트를 바라보며 하우스 푸어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난개발 광풍은 용인시 공무원 사회도 초토화시켰다. 주택과장이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었고, 이러저러한 혐의로 역대 시장이 모두 한 차례 이상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제1대 윤모 시장, 제2대 예모 시장, 제3대 이모 시장, 제4대 서모 시장이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을 살았고, 제5대 김모 시장은 자신은 구속되지 않았지만 뇌물수수 혐의로 아들이 징역을, 부인이 재판을 받고 있다.난개발이 용인의 과거의 악몽이라면 경전철은 미래의 악몽이다. 경전철은 제3대 이모 시장의 선거공약이었다. 이모 시장은 경전철 건설에 대한 비판여론을 무시하고 수요예측에서 타당성 조사, 재원 조달방안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밀어붙였다. 그리하고도 경전철 사업이 용인시 재정을 파탄내는 대재앙으로 드러나자 "나는 정치인이라 잘 모르고, 공무원들이 모두 결정했다"며 말단 공무원들에게 그 책임을 덮어씌웠다.또 하루 경전철 이용인구를 터무니없이 부풀린 용역보고서를 낸 한국교통연구원은 "10년 전에 예측, 계획됐는데, 그 사이에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의 책임만은 아니다"고 강변한다. 그 수요예측 이후 용인시 인구가 20만 명 이상 늘었는데, 10년이 지난 이제 와서 이용인구가 왜 줄었는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예측이라면, 그런 국가 연구기관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중앙정부의 용인시 경전철 사업에 대한 '민자사업 타당성 심사'가 유명무실했던 것도 엄청난 문제이다. 1조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면 국책사업 수준이다. 이러한 규모의 경전철 사업에 대해 관련 부처 장차관들이 모두 '의견 없음'을 써냈다고 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행정과 재정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중앙정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로, 중앙정부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한다.결국 용인시 경전철 사업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엉터리 수요예측 용역보고서, 용인시장과 시 집행부의 독단적 사업결정, 중앙정부 민자사업 타당성조사위의 부실심사, 건설비 부풀리기, 엉터리 수요예측에 따른 과다한 수익률 보장, 시의회의 동의 무시, 부실공사 등이 단계적으로, 그리고 총체적으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대재앙이다. 이 재앙으로 용인시는 건설비 1조원 외에도 매년 500억원 이상을 15년간 경전철 회사에 보전해 줘야 한다.경전철을 둘러싼 총체적 책임은 용인시에 있지만, 시민들도 자성할 부분이 있다. 그 사람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도덕성이나 실력보다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의해, 정파적 편견에 의해, 지연·학연·혈연 등의 연고주의에 의해 투표한 결과가 아닌가? 이처럼 단체장 잘못 뽑으면 시 전체가 파탄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별히 단체장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다./김학민 프레시안음식문화학교교장

2014-02-09 김학민

한국사회를 믿습니까

설날 밥상위 이야기 보따리는금융기관의 카드개인정보 유출정부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책기대 저버린 국회 정치개혁 등여전한 '저신뢰 사회' 입증뿐…이제 국민은 누구도 믿지 못한다엊그제가 설날이었다. 가족 친지들이 모여 설날 밥상 위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서로의 근황을 묻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결국 화제는 카드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향했다. 어느 누구 하나 정보가 온전한 이는 없었다. 정보유출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서로 간에 대한 불신이 쌓였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느낌이다.머릿속에 1998년 설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97년 말 IMF 경제위기 직후의 명절이었다. 친척들 상당수가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친지들은 졸업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 한숨만 내쉬던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다. 당시 IMF 경제위기에 대한 원인분석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했던 것이 '저신뢰사회'라는 평가였다. 직접적으로는 외환 유동성 문제였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내부와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문제가 도마에 올랐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포드대학 석좌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경제활동의 대부분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어나며, 사회적 신뢰는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경제적 자산'이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한국 사회를 '저신뢰사회'로 지목한다.카드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인해 여전히 한국사회는 '저신뢰사회'로 입증되었다. 아무리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창조경제를 반석에 올려도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월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사회의 신뢰는 100점 만점에 57.39점으로 나왔다(전국 1천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 특히 30대는 우리 사회 신뢰도를 가장 낮은 51.36점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는 불신 사회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 신뢰도를 낮게 평가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사회의 투명성에 있다.못 믿는 사회로 만든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책임은 우리 사회 지도층에게 있다. 지도자가 되려고만 했지 단 한 번도 국민에게 제대로 된 믿음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질문(10점 만점)에 국민의 대표회의인 국회는 3.4점으로 최저수준이었다. 행정부는 겨우 중간 턱걸이한 5점이었다. 카드개인정보유출로 혼쭐이 나고 있는 금융기관은 중간에도 못 미치는 4.7점이었다. 여야 정쟁 현안뿐만 아니라 대기업 비리 근절 및 사회 기강을 주도해야 할 사법부 역시 중간에도 못 미치는 4.6점이었다.'저신뢰사회'의 피해는 단순히 구성원간의 불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신뢰 회복 없이는 본격적인 경제성장도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래는 너무 많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거래 비용으로 인해 창조경제는 고사하고 불신경제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정부에서는 추가적인 개인 정보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국민들은 믿지 못하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카드를 재발급 받거나 해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과 시간은 얼마나 될 것인가. 정부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관련, 닭과 오리를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제대로 믿지 못하고 있다. 진실과 거짓이 구분되지 않음으로써 온갖 루머가 사실 확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국민들을 위해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믿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수를 늘리기로 하는 등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절대 안전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수도 없이 다짐했지만 결국은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했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지만 국민들은 이미 누구의 약속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법과 원칙'보다도 '법과 원칙'을 인정하고 믿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신뢰가 먼저다. 남북관계를 개선할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신뢰' 역시 누구의 신뢰인가. 후쿠야마 교수는 '한 사회에서 신뢰야말로 부를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했다. 믿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사회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2-03 경인일보

지방선거의 틀 짜는데 민의 반영해야

지방의회 23년·민선 19년청년기 맞은 지방자치광역선거 후보 정당내민주적 절차로 선정하고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민주주의 말살로 폐지돼야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연일 새로운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그 흐름을 크게 보면 하나는 서울특별시장 같이 향후 권력의 향방을 가늠할 큰 판에 누구를 후보로 내는가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공천제의 폐지 여부 등 선거 틀을 어떻게 짜는가 하는 이야기 들이다. 권력을 잡으려는 측과 수성하려는 측의 전략과 지략 혹은 술수들이 읽혀진다. 이를 바라보는 것이 그다지 재미있지 만은 않다. 현재의 지방선거제도가 주민들의 민의를 잘 반영하여서 지방자치를 신장시키고, 지역발전을 이루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 이러한 논의는 보이지 않고, 어느 정파 어느 후보가 유리한가 하는 논평과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한 샅바 싸움만 구경하는 까닭이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 정당공천제 여부 등 선거판 룰도 못 정한 게 답답하기도 하다.이 와중에 눈길을 끌던 것은 김한길 민주당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회동이다. '향기가 나는 사람'이라는 화두로 유명한 연애를 했던 김 대표가 어떤 화법으로 안 의원을 포용할 지도 관심이었다. 모호한 화법으로 늘 그 의중을 궁금하게 만드는 안 의원이 새정치를 어떻게 만들어갈 지도 관전포인트였다. 두 사람이 만난 결과는 지방선거의 기초공천제 폐지에 대한 합의와 야권연대에 대해 '아직은'이라는 두가지였다. 이를 두고도 새누리당은 야합이라고 비난한다. 뭐가 야합이란 말인가? 하여간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식의 공세다. 그런 거 말고 현재 가동중인 정개특위에서 논의해보자는 식의 화답이 더 세련되지 않았을까?지금의 시점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우리 지방정치사에서 얻은 교훈을 지방자치를 위해서 어떻게 하면 잘 반영하는가 하는 것이다. 각 정파들이 이런 점을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부활 후 지방의회로서는 1991년 지방선거 부활 후 7기이고, 1995년 민선수장 선거후 6번째를 뽑는 선거이다. 해수로 계산해 보면 각각 23년, 19년이 지났으니 이제 우리 지방자치도 한창 청년기이다. 청년기는 성인으로 진입하기 전의 시대이다. 심리사회이론가인 에릭슨은 청년기란 정체감을 형성하고 자기상을 확립하는 역할실험을 한다고 한다. 인간으로 비유하면 우리의 지방자치도 이젠 점차 제도적으로 안정이 되어 가느냐마느냐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지방자치는 '진짜 민주주의'를 하자는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곤 오랜 싸움 끝에 1980년대 민주화투쟁의 결과물로서 지방자치를 얻었다. 1990년대 중앙집권론자들과 지방분권 세력과의 길항, 2000년대 중앙집권으로의 반동의 움직임, 그 과정에서 지방권력을 쥐려는 정파들의 싸움과 이합집산 등이 지방자치 제도적 실험의 근저를 형성하였다. 의정비제도, 기초의원공천제, 중선거구제 도입 등 숱한 제도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지방자치가 한 국가의 정치행정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데는 성공하였다. 이제는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학교라 설파한 J. 브라이스의 말이 실현되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두 가지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첫째, 광역지방자치선거의 민주적 절차에 의한 후보자 선정이다. 광역자치단체의 후보자를 공천하는데 있어서도 정당내의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후보를 내보내주기 바란다. 시·도지사의 경우에는 덜하지만, 시·도의원 후보의 경우에는 여전히 지역구의원의 손에 달려있다. 상의하달식으로 결정된 후보자가 정당공천으로 선거에 나서게 되고 중앙의 이슈에 의해 선거운동이 진행되면, 지역유권자와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된다. 시·도의원들이 지역의제를 붙잡고 유권자와 교감하면서 성장해야 지방자치가 민주주의학교라는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둘째 기초지방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제의 폐지이다. 민주주의 학교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하향식 정당공천제는 지방의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원흉이다. 약속 잘 지키는 이미지로 권좌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이 한 약속이라고 세종시 이전을 강행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대통령이 분명하게 공천제 폐지를 말해야 한다./허 훈 대진대 행정학 교수

2014-01-26 허 훈

유권자는 바보다

정당공천은 당선 '특급티켓'여론 엄중·선거 코앞인데정치권 폐지 설왕설래 '졸속'예산눈감고 단체장발목 알면서또 묻지도 않고 투표할 것인가가장 큰 책임은 유권자지난 2006년 지방선거였다. 부산시 구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으로 공천받은 후보가 등록 직후 바로 실종되었다.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도 후보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후보자는 선거운동기간동안 유권자들과 얼굴 한번 본적 없었지만 당선되었다.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당선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경쟁 후보들의 허탈감은 더했다. 사건은 비극적으로 끝났다. 당선된 후보는 실종 한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다. 비극으로 끝난 당선자의 운명도 안타깝지만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의 지방선거 그 자체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깃발만 꽂으면 후보자가 어떤 사람이든 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이 당선으로 향하는 특급 티켓이 된 것이다.지방선거를 5개월도 남겨놓지 않는 시점에서 지방선거제도와 관련된 여야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그 중 백미는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1991년 재출발한 지방자치제도가 가장 강조한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제왕적 대통령제도라고 할 만큼 대통령 중심적 국정에다 중앙당이 지방정치의 생명줄을 쥐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정당공천제인 것이다. 지방행정의 리더를 선택하는 과정이 오롯이 지역민들에게 맡겨지지 않고 중앙당의 방침과 유력인사의 정치력에 놀아났던 것이다. 지난 10일과 11일 MBC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천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를 보면 '정당공천제 폐지' 의견이 46.5%, '정당공천제 유지' 의견이 35.4%였다. 국민여론이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졸속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당공천제에 대해서 찬반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논의를 지켜보며 국민들은 불쾌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정당 공천과 관련된 몇몇 주장에 대해 실상과 다름을 파헤쳐보자. 첫째 정당공천을 하는 이유가 후보의 난립을 막고 정치 신인의 발굴, 여성정치인에 대한 배려차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일부지역에서 무소속이 여전히 난립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까지 지방선거 공천 제도를 유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정치인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제대로 된 정치신인은 발굴되지 않았던 것일까.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인 것이다. 둘째 공천제도가 없으면 토호세력이 발호하고 현직의 부패와 전횡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정치의 부정부패와 무능한 현직 단체장의 연임이 공천제도가 없다고 하여 일어날 문제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무능한 현직 단체장과 부정부패한 지방의회 의원들에게는 왜 공천을 주어왔는가. 지방정치의 문제점은 공천제도가 없어질 경우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공천제도가 있음에도 꾸준히 발생해 온 문제였다. 오히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정치개혁특위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부정부패와 연루된 선출직에 대한 법적 처벌을 몇 배로 강화해야 한다. 무능력하고 정책수행 기능을 상실한 단체장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을 더 강력하게 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지방의회에 대해서는 방만한 예산을 눈감아주거나 단체장에 대한 이유 없는 발목잡기를 못하도록 지역 선관위와 연계한 '주민감시제도'를 본격화해야 한다.지방정치는 기로에 서있다. 지난20여 년간 부단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다. 지방정치를 도외시한 중앙정치권 때문일 수도 있다. 선거 때만 90도로 절하고 아플 만큼 악수하는 진정성 없는 지방 정치인들의 무성의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다. 우리가 불평하고 불만을 가지는 그 사람들을 우리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자의 경력과 공약을 제대로 안다고 한 유권자는 24.5%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식의 투표를 우리가 한 것이다. 심지어 지방선거제도를 마음대로 손대는 것에 대해 분노조차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유권자들의 생활과 직결된 지방선거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 우리는 설명조차 제대로 들은 기억이 없다. 청마의 해 갑오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식의 투표에 그친다면 우리에게 남겨질 말은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유권자는 바보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4-01-19 배종찬

타산지석 일본과 한국 사회

2020년 올림픽 유치한 일본외양적 활기 띠는것 같지만시민 생활 밑바닥 열어보면없는자의 고단함·분노뿐…사회적 시스템 변화 '절실'우리도 교훈 삼아야2020년 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한 일본은 그를 국가 개조의 계기로 삼는 듯하다. 어린 학생들을 꿈나무 선수로 선발하고 그를 미디어로 온 사회에 알리고 미래를 향한 투자라며 분위기를 조성한다.외국인 선수나 관광객과 영어로 말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명령조 광고도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올림픽 때 즈음하여 내놓을 최첨단 기술, 제조품에 대한 열망도 대단하다.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아직 살아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서양을 앞서가고 있음을 과시했던 때를 재연이라도 할 태세다.자연스레 올림픽 유치 성공 분위기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유치에 공을 세운 인물들은 온갖 미디어를 통해 영웅 대접을 받는다. 유치 때 내놓은 언사들은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다가올 소치 동계 올림픽, 브라질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선전을 다짐하느라 분주하다. 불황에 시달려온 기업으로서도 스포츠와 연결된 애국 마케팅으로 한몫 노리고 있으니 일본 전체가 올림픽으로 들썩이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제국 경영을 해본 적이 있고, 세계 경제 1위국의 지위를 누렸던 적도 있으니 일본의 국력, 저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순 없다.비록 일본 사회가 경제 침체, 자연 재해 등으로 지금 풀이 죽어있는 듯 보이지만 특수를 만들고 현저한 기술개발이 성사되면 과거의 명예를 되찾지 못할 일도 아니다.그에 대한 일본 시민들의 열망이 강하고 정치권, 기업도 열망에 공명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대체로 사회도 전에 비해 활기차 보이기도 한다. 올림픽을 널리 선전하고 그를 통해 사회 개조를 꾀해 보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도 그런 외양으로 드러나는 활기에 기반해 있다.하지만 외양을 넘어 시민들의 생활 밑바닥 현장에 돋보기를 갖다 대면 전혀 다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가진 자들의 '갑질'은 철옹성과도 같다. 세입자가 들여야 하는 노고는 고단함을 넘어 없는 자의 분노까지 자극한다.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업무는 꼼꼼히 처리되긴 하지만 관료화의 그물에 얹혀 '느림의 미학'의 희생물이 되기 일쑤다. 정치인들의 허리 숙임은 선거철에나 볼 수 있는 '정치인 코스프레'일 뿐이다. 일본만이 가진 전통적 시스템이라며 자랑하지만 마치 주인만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자물통과 같은 시스템으로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일본의 밑바닥 정서로 보자면 올림픽을 계기로 꾀하려는 일본 개조는 개조의 대상을 하루바삐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개조를 부르짖는 쪽이 첫 번째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권력을 쥔 쪽에서 더 많이 개조를 설파하지만 정작 개조는 그들이 속한 편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갑질'을 버리지 않는 한 일본의 시민들은 얼른 반응을 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자신만이 자랑하는 시스템으로는 일본 바깥의 글로벌 시스템과는 어떤 식으로든 시스템 교환을 해내지 못한다.오히려 고립 시스템을 자초할 뿐이다. 지금까지 해온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기반으로 시스템 개조를 해내지 않고선 그 고립을 벗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서야말로 이른바 분수효과가 필요하다. 위에서의 변화가 아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 그 반대는 참으로 어렵다.일본이 걸어온 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의 미래처럼 여겨지지 않는 쪽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리 유쾌한 비유는 아니지만 쉽사리 피할 수 없는 사실에 근거한 결론이다. 일본이 자신의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세월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인식하게 되는 일이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권력자들의 무능함이 아니라 시민에 전가하려는 일 등도 남의 일이라 가벼이 넘겨버릴 일만은 아니다.타산지석 삼는 일은 많아서 나쁠 게 없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01-13 원용진

변호사와 변호인

영화속 변호인과는 다르게40년전 그 변호인은학생들에게 중형 구형되자충격받고 변론에 나섰지만재판도중 끌려나가 구속 되는사법사상 초유의 사태 벌어져요즈음 영화 '변호인'이 선풍적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이 영화는 학벌도, 배경도 없는 상고 출신의 한 변호사가 기득권 사회의 따돌림 속에서 등기·세금 전문 변호사로 돈만을 향하는 삶을 이어가다가, 우연찮게 시국사건을 맡은 후 인권변호사로 변해 가는 상황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기승전결의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송강호 등 배우들의 열연 외에,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데는 다른 외부적 요인도 작용했다.우선 이 영화의 모티브가 전두환 독재정권 초기 대표적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이라는 점, 그리고 그 피의자들을 변호한 사람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실제적 상황이 대중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0여 년 전 전두환 독재정권의 폭압통치가 오늘의 헌법 유린, 국민 무시로 새롭게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 국민들의 울림이 일파만파 파동친 결과 수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었으리라 추측된다.그런데 왜 '변호사'가 아니고 '변호인'인가? 변호사는 '일정한 법적 자격을 가지고 의뢰자를 위해 민사·형사 소송에 관하여 활동하며 기타 일반 법률사무를 다루는 전문적 직업법률종사자'를 말하고, 변호인은 그 중 '형사 피고인의 변호를 맡는 변호사'이다. 곧 형사사건으로 인신을 구속당하여 자기방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법률적 지식을 동원하여 그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주장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변호인이다.그러므로 당연히 모든 변호사는 변호인이 될 수 있다. 소정의 수임료를 받고 형법 등에 규정된 형사범을 변호하면 변호인인 것이다. 그러나 일반 형사범에 대해서는 그냥 변호인으로 수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영화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처럼 독재정권 시절 권력과 관련된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사건의 수임이 줄어들어 부의 축적은커녕 사무실 유지조차 힘들 수도 있고, 신변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영화 속의 송우석 변호사처럼, 현실에서도 부와 명예가 보장된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가시밭길의 '변호인의 길'을 걸어간 분들도 여럿 있다. 일제하에서 독립운동가, 노동·농민운동가들을 집중 변호한 김병로·이인·허헌 변호사,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한 이병린·이병용·홍남순 변호사,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하의 수많은 시국사건을 도맡아 변호했던 황인철·홍성우·한승헌·조준희·조영래 변호사 등이 그분들이다.박정희 정권은 1972년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히 유린하는 유신헌법을 제정했다. 전국의 대학생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1973년 가을부터 유신헌법 철폐 시위를 벌였고 종교인, 교수, 문인 등이 유신헌법 철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1974년이 되자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철폐 주장을 펴면 군법회의에 회부,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긴급조치를 선포했다.1974년 4월 3일, 긴급조치를 무시하고 유신헌법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가 다시 전국 대학에서 일어났다. 소위 민청학련 사건이다. 박정희 정권은 이 사건을 빌미로 민주화 운동을 뿌리 뽑으려 했다. 중앙정보부는 지학순 주교, 박형규 목사 등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구속했고, 6천여명의 학생을 연행, 그 중 200여명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국가단체를 조직, 정부전복을 꾀하였다는 혐의로 기소했다.군사법정에서 학생들은 민주회복이라는 순수한 주장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구타로 반국가 음모로 조작되었음을 폭로하였다. 그러나 군 검찰은 학생들에게 사형, 무기, 징역 20년 등 중형을 구형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한 변호인이 열띤 변론 끝에 "본 변호인은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그리고 직업상 이 자리에서 변론을 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피고인들과 뜻을 같이하여 피고인석에 앉고 싶다"고 했다. 중앙정보부는 그날 저녁 그 변호인을 바로 구속, 피고인석에 앉혔다. 40년 전 그 변호인, 강신옥 변호사이다./김학민 프레시안음식문화학교교장

2014-01-05 김학민

새해에도 거리의 정치를 하려는가?

국민들은 정부가 잘 돌아가고이를 견제하라고 만든국회가 제몫을 다해주길 바란다서로 자기편들을 거리로 끌어내투쟁상태로 몰고 가는이런 정치를 원하는건 아니다새해가 코앞인데.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을 넘기기가 겁난다. 한해 내내, 온기가 넘쳐야 할 거리가 권력을 뺏고 뺏기지 않으려는 투쟁의 장으로 변했다. 급기야는 철도를 운행해야 할 기관사들마저 거리에 서더니, 쟁투의 깃발과 목소리가 서울 도심 곳곳의 세밑 거리를 채웠다.새해를 희망차게 마주하고 싶은 거야 누구나 가지는 소망이다. 하지만 이대로 한해를 보내면 그렇게 될까? 더 지겨운 갈등과 더 역겨운 권력투쟁이 거리를 메우지 않을까 두렵다. 처음에는 댓글사건이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 머리 허연 야당 당수가 여름철에 국회를 박차고 나와 찬바람이 불 때까지 거리를 지켰다. 한 종교단체의 따뜻한 구호와 이름 모를 선행들로 넘쳐나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이 거리로 나섰다. 망발을 한 두 야당의원을 규탄한다는 게 이유였다.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다. 모택동이 한 말이다. 이것을 이젠 '권력은 거리에 있다'고 바꾸어야 할까보다. 거리는 사람들이 사는 실재적 공간이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에겐 국민이요, 모택동에겐 인민이다. 국민당 정부와 전쟁을 벌이던 장정의 시기 그가 기댈 곳은 당시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농민들 밖에 없었다. 그는 농촌에 혁명근거지를 만들고, 농민들로 수혈한 혁명군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모는 군대에 3대 규율과 8대 행동수칙을 제정해 농민들을 수탈할 수 없도록 하여 농민들의 마음을 샀다. 예를 들어 행동수칙 1조는 "자려고 인가에서 빌려온 문짝은 제자리에 걸어놓아야 한다" 이다. 권력자들의 오랜 수탈을 지겨워하던 농민들을 권력투쟁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중국을 공산화했다. 그런 그의 말로도 행복하지 않았다. 정상국가를 버리고 홍위병에게 거리를 내맡기는 실수에서 비롯된다.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는 영불의 절대왕권과의 투쟁에서 시작된다. 혁명의 시기에 대중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이라 할 정도로 정치사상도 많았고 권력을 쥐고 싶은 세력도 많았다. 끝없는 거리에서의 투쟁과 실험 끝에 겨우 민주주의가 태어났다. 선거라는 제도로 가장 많은 사람을 대표하는 세력이 권력을 가져가게 하여 정부를 구성하게 하였다. 정치의 제도화요, 권력투쟁을 제도화시킨 기막힌 발명품이다. 이제 거리의 국민들은 누가 미래를 이끌어갈 말을 하는지 지켜보고 뽑아준다. 그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늘 권력투쟁에 휘말려 살지 않는 정치제도를 만든 것이다.한국사회 역시 이 민주주의를 값비싼 거리의 경험을 치르면서 만들어냈다. 36년의 식민지의 설움과 해방, 그로 인한 분단과 전쟁, 초기정부의 무능과 독재, 이에 대한 반발로서의 1960년의 4·19혁명, 그리고 이에 대응한 5·16쿠데타와 오랜 군부집권의 시기를 거쳐, 잠시 맞은 서울의 봄과 5·18 광주사태, 1987년의 6·10항쟁을 통해 비로소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마음에 국민들은 목숨을 걸고 거리에서 항거했다. 그리고 더 이상 거리로 나올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선거로 뽑아준 정치인들이 거꾸로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제 각각 자신들을 찍어준 국민들을 선동한다. 거리로 나오라고. 그래서 상대방을 쳐부수자고. 이런 꼴이다.정치기제가 잘 작동되면 거리의 정치는 보기 어려워야 한다. 국민들로서는 힘들여 구성해 준 정부가 잘 작동하고, 이를 견제하라고 만든 국회가 제 값을 다하길 바란다. 서로 제 편들을 거리로 끌어내어 투쟁 상태로 몰고 가는 이런 정치를 원한 게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및 교역 규모를 갖고 있는 우리 사회는 이제 단선적이지 않다.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들의 수도 많고, 이해관계와 가치들이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갈등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잘 해결하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높은 발전으로 이끌 수 있다. 이해관계와 가치가 다른 사회 집단들이 정치적으로 조직되고 대표되어 어렵게 만든 민주주의 틀 안에서 타협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이다. 새해에는 정상적인 정치를 보고 싶다. 국민들을 거리로 불러내지 말라./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2013-12-30 허훈

[월요논단]국민이 꿈꾸는 크리스마스

소외계층 목소리 듣기위해대통령과 집권 여당은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고야당도 대결 논리에서 벗어나대한민국호가 전진할 수 있게손을 맞잡아야 한다며칠만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어느 종교를 믿건 상관없이 크리스마스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생각하며 모든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크리스마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타할아버지다. 산타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마을이 여러 곳 있지만 대표적인 곳이 핀란드의 로바니에미라고 한다. 핀란드하면 산타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여성지도자 타르야 할로넨의 나라이다. 핀란드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었던 타르야 할로넨을 알아보는 것이야말로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정치인 타르야 할로넨이 대통령이 되는 길은 험난했다. 핀란드는 남녀평등의식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대통령은 21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할로넨은 2000년 핀란드 대선 투표에서 남성후보였던 에스코 아호를 51.2% 대 48.8%로 가까스로 이겼다. 여성과 남성의 대결, 대선 투표 결과까지 201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와 너무도 비슷하다. 할로넨 대통령의 핀란드는 승승장구했다. 12년간의 재임기간동안 핀란드는 국가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많은 핀란드 국민들은 할로넨을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선물'로 기억하고 있다.크리스마스가 다 되어가지만 한국 사회가 심상치 않다.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선물은 보이질 않는다. 정치권은 끝도 없는 논쟁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지 오래다. 사회적으로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파업이 최장기간 계속되어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불안정한 상태이고 북한의 국지적 도발도 예상되고 한다. 방공식별구역 이슈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도 부담이다.경제와 사회적 통합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지표와는 다른 체감경기 침체에 많은 국민들은 신음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결과, 국가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은 14.8%에 그쳤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현재 국가 경제 상황이 나쁜 것으로 보았다(12월 19일. 전국 1천명 유무선RDD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 국가경제 상황을 볼 때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로 될 수밖에 없겠지만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민주화 공약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이념, 세대, 지역간 갈등 역시 매우 심화되어 있다. 끝나지 않는 대선전쟁을 치르면서 진보와 보수의 진영 대결이 극도로 첨예해졌다. 대통합인사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특정지역의 소외감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2030세대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한 대학에서 비롯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많은 공감을 얻는 이유다. 임기 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문제로 허니문 효과(honeymoon effect: 국민들의 국정 기대감과 언론의 호의적 보도 태도 등으로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은 현상)를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과 효과적인 글로벌 외교로 70%에 가까운 높은 지지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쟁이 지속되고 공약실천이 미흡하다고 평가받으며 지지도는 하락했다. 대선 1년이 되는 12월 19일 현재 대통령의 지지도는 55.7%로 나타났다. 선거 당시의 득표율 51.6%와 큰 차이가 없다. 새해에는 여야 정쟁으로 갈라진 민심을 봉합하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 소외된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역시 시시비비의 대결논리에서 탈피해 '대한민국호'가 전진할 수 있도록 손을 맞대야 한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혼신을 다한다고 할지라도 국민이 알아주지 못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타르야 할로넨은 대통령 당선 직후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고 스스로 일반 국민들과 같은 한사람의 국민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핀란드 산타로부터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그것은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고 바로 국민이 꿈꾸는 크리스마스다./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3-12-22 배종찬

'안녕들 하십니까, 대중매체님들'

대중매체들은 젊은이들이서로 '안녕 하십니까'를 묻고나섰다고 중계하고 있지만그들의 심중을 설명하지 않고제대로 응답하지 못한채질문들만 되풀이해줄 뿐이다'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대자보 스스로부터 나온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붙은 대자보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이웃한 이들이 퍼서 날랐고, 이어 토론에 불붙인 결과다. 과거 학생운동 당시의 고전적 수단이던 대자보가 갖는 의미가 강하게 되살아난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전연 닿지 않을 것 같은 뉴미디어와 접속되면서 절묘한 '미디어 믹스'가 이뤄졌다. 성공적 '미디어 믹스'는 사회에 무관심하다던 대학생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었고, 자신이 처한 조건을 고민하고 토론하게 만들었다.절묘한 '미디어 믹스'와 함께 공감을 이끈 질문 또한 유효했다. 2013년 말 최고의 히트작이라 일컫는 '응답하라' 드라마와 묘한 짝을 이루어 공감을 유도해냈다. 강한 주장, 교조적 말투를 비켜나며 누구든 응답을 피할 수 없을 만큼의 공감적 질문을 해냈다. 안녕하냐는 질문은 '답답하지 않으십니까' '나 혼자만 그런가요'의 함의를 깔고 있는 공감형 질문이었다. 응답을 비켜가면 도대체 면이 서지 않을 것 같은 질문이었고 등을 은근히 강하게 떠미는 찰진 질문이었다.공감을 기반으로 하고, 성공적 '미디어 믹스'를 곁들이면 누구든 의제 설정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음을 '안녕' 사건은 말해주고 있다. 대중매체의 의제 설정 권력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안녕들 하십니까'가 조직된 개인들이 아닌 답답한 마음을 가진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에 호응하는 일이 SNS로 일파만파로 번져간 사건으로 보자면 대중매체의 종언을 고하는 사건으로 보아도 큰 무리는 아니다. 대중매체는 의제 설정하는 개인들의 움직임을 받아 적기 바쁜 필기자의 존재로 추락했다고 할까. 질문 않고, 의제를 내세워 말하지 않는 '말 못하는 자'로 전락한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은연중에 청년들은 대중매체에도 질문을 던진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중매체님들'.젊은이들이 서로 안녕을 묻는 말문을 대자보와 SNS를 통해 튼 데는 이유가 있다. 도대체 안녕하지 못한 듯한 젊은이들의 답답함을 탈탈 털어 정리해준 쪽이 사회 내 어느 구석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참으면 좋은 날이 올 거라거나 열심히 스펙을 정리해 나가라거나 그것도 아니면 누구든 그런 시절을 거쳤으니 아픈 만큼 성숙할 거라 위로하는 말들만 넘쳤다. 왜 답답한지, 그 울화가 어디서 왔는지 정리해주는 쪽이 없으니 자신들끼리 그래 당신은 안녕하냐, 우리 정말 안녕한 것일까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 측에서 보자면 사회의 무능함을 질문한 것에 다름없다. 젊은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무능함이 아니라 그들 가슴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모르는 무능함 말이다. 심지어는 가슴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직무유기적 무능함도 되묻고 나선 것이다.며칠 동안 여전히 올드 미디어, 대중매체들은 젊은이들이 서로 '안녕 하십니까'를 묻고 나섰다고 중계하고 있다. 왜 그런지를 묻지 않은 채 그들의 대자보를 찍고, 그들의 행진을 그려내고, 모임을 스케치하는 등 보고로 분주하다. 결코 젊은이들의 심중을 설명하는 쪽으로까지는 가지 못한 채 말이다.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고 나선 쪽이지만 왜 그런지를 설명해주려 하진 않는다.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채 질문들만 되풀이해 중계해줄 뿐이다. 사후 약방문 식으로 설명을 시도해볼 만하건만 여전히 굳게 닫은 입을 하고 있다. 그럴수록 돌아올 반대급부는 명확해진다. '안녕들 하신가요, 대중매체님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3-12-16 원용진

"저 사람 전라도일 거야"

권력에 밉보이면고향도 바뀌는 세상개인정보 유출 조심한다지만관리소홀 대량 유출 심각유명인·공인은 신상털기 예사한심하고 치사하고 더럽다30여년 전만 해도 개인정보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름과 주소가 기재된 두툼한 전화번호부가 굴러다녀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고, 명함에 버젓이 집 주소와 집 전화번호를 찍어 넣은 사람도 흔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 즈음은 금융실명제도가 실시되지 않을 때여서, 보통의 사람들은 건강보험,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등의 발급 시 관공서에서 요구하는 서류, 학교에 입학할 때나 취직하여 직장에 내는 인사자료 정도에나 개인정보를 기술하면 되었고, 그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악용되거나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러나 요즈음은 어디에서나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금융 관련 일을 처리하자면 당연히 신분증을 제시하고 꼬박꼬박 개인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관공서는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기관이나 조직의 홈페이지에 의견을 올리려 해도 개인정보를 기재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에도 매번 개인정보를 밝혀야 하고, 백화점에서 상품을 할부 구입하려 해도 영락없이 개인정보를 요구받는다.그런데 개인정보는 그 제공된 곳에 가만히 모셔져 있지 않다. 폐기된 서류뭉치에 섞여 재활용 쓰레기장을 굴러다니기도 하고, 온라인 세상에 넘쳐 떠돌기도 한다. 이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수집하여 상품의 홍보, 판매에 이용하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하지만, 보이스 피싱 등 범죄에라도 악용되면 개인적, 사회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진해서, 또는 어쩔 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그 정보가 유출될까 보아 노심초사한다.그러나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개인정보는 이래저래 유출된다. 장삼이사들의 개인정보는 금융기관, 이동통신사 등의 관리 소홀로 대량 유출되어 합법 비합법적으로 이용당한다. 스캔들에 휘말린 유명 인사들의 개인정보는 누리꾼들의 집단 '신상 털기'로 까발려진다. 그리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에서 보듯이, 권력기관이 불법으로 확보한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나 '영혼 있는' 공무원의 개인정보는 '조폭언론'이 그 유통을 하청받아 여론의 시장에 뿌려댄다.특정인의 '고향'을 밝히기 위한 '신상 털기'도 극성이다. '고향 털기'는 재벌 그룹의 비리를 폭로한 인사,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연구자, 정보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원칙을 갖고 대처한 공무원들에 집중된다. 삼성 재벌의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국정원 직원의 댓글 의혹사건을 초동 수사했던 권은희 전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려 했던 윤석열 검사 등이 그들이다.왜 이들의 고향을 그렇게 알고 싶어 할까? 정확히 답하자면, 이들의 고향이 '전라도'인가를 확인하고 싶어서인 것이다. '전라도'임이 확인되면 공인으로서의 정의감이나 책임의식, 원칙 같은 것은 무시되고, 그들의 처신을 인사에서 TK 정권의 대척점에 있는 전라도 출신의 불평불만으로 폄훼하고자 하는 데 속셈이 있는 것이다.일국의 국회의원이란 자가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밝혀내려 한 경찰공무원에게 '당신은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 일갈하는 것도, 그리고 춘천 출신인 '나꼼수'의 김용민의 고향을 전북 부안으로 바꿔 인터넷을 도배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얼마 전 인터넷에 '윤석열 검사 고향'이라는 검색어가 제법 상위에 랭크되었었다. 그런데 아무리 집단 신상 털기를 해도 윤 검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 대학교를 나왔으니, 전라도가 고향이 아니다. 그러자 다시 '윤석열 검사 아버지 고향'이란 검색어가 떴다. '당신은 서울이 고향이랄 수 있지만, 분명 당신 아버지 고향은 전라도일 거야!'라는 망상에서이다. 그런데 '윤석열 검사 아버지 고향'은 충청남도 공주시다! 이제 끝났을까? '공주는 옛 백제 땅이잖아? 그러니 공주도 전라도나 마찬가지'란다. 한심하고 치사하고 더럽고 지겹다./김학민 프레시안음식문화학교교장

2013-12-08 김학민

군사시설이전 지평리탄약고 처럼 하면 안된다

다른 군사시설과 달리위험성 크고 비선호 시설은이전 결정을 공개해야 하고후보지 결정후 마지막에지역주민을 무마하려는방식은 버려야 한다경기도 사람들은 군사시설이 늘어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군사시설이 들어서면 재산권 행사도 어렵고 지역발전도 더디게 되는데다 경기도에는 이미 군사령부 1개, 군단급 부대 7개, 사단급 부대 30개 등 전군의 약 40% 가량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원도의 횡성군에 있던 탄약고를 양평군 지평면으로 옮긴다고 한다니 반발이 없을 수 없다.발단은 이렇다. 군은 지난 5월 양평군에 '59탄약대대 현대화사업'을 한다고 인허가 서류를 냈다. 하지만 사실은 횡성에 있던 탄약고를 옮기려 한 것이고, 제1군수사령관과 횡성군수가 참석한 기공식까지 열었다. 그 과정에서 양평군과 협의 한번 없었다. 그 뒤의 일은 뻔한 것이다. 지평면의 주민들은 이전저지비상대책위를 만들고 국방부와 횡성군에 항의하고, 양평군이 제 할 일도 못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양평군수와 군의회도 나섰고, 국방부는 주민들과 이제부터라도 협의하지 않고는 이전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지평리는 6·25전쟁 때 전황을 역전시킨 지평리전투로 유명한 곳이다. 1951년 당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를 지평리에서 막느냐 못 막느냐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달려있었다. 1951년 2월 13일 밤 중공군은 3개 사단을 앞세워 원형진지를 구축한 미23연대(프랑스대대 배속)를 공격했다. 하지만 미군의 폭격과 적절한 지원군 투입으로 3일 간의 격전이 끝나자 진지주변은 중공군의 주검으로 넘쳐났다. 이 전투를 통해 유엔은 한국 국토 사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김국헌의 다시 쓰는 6·25 참조). 양평군 지평리에는 이를 기념하는 전적비가 있고, 주민들은 이를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축으로 알고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런 곳에 우리 군이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군 탄약고는 지하형, 이글루형, 지상형 등의 3종으로 설계된다. 현재는 대부분 지상형인데다가 습기에 취약하여, 추진장약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고 탄종특성별로 관리되지 못하기에 군은 탄약고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의 이런 방침과 맞물려 횡성군은 200억원(기부대양여사업)을 들여서라도 숙원이던 탄약고이전사업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군과 횡성군 모두 이전결정과 인허가를 얻어내기까지 양평군과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했다. 인허가 절차시 양평군에 알렸다고 하지만, 관련 인허가를 얻기 위해 개발행위와 농지전용 협의는 생태개발과, 전기 통신은 총무과, 개인하수관 설치 신고는 환경관리과와 하수도사업소로 각각 공문을 보내는 등 개별 부서의 업무로 처리했다. 양평군은 탄약고 관련 업무를 행복도시과에서 하니 이전사업을 알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관계를 놓고 자칫하면 자치단체 간에 소송이 날 판이다.우리 군이 군사시설사업을 이런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전결정을 비공개로 하고, 후보지를 결정한 다음에 마지막에 해당 지역을 무마하는 방식 말이다. 특히 탄약고처럼 보통의 군사시설과는 달리 위험성이 크고, 군사시설보호구역이 2배로 설정되는 비선호군사시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번에도 탄약고에 드나드는 작업차량 때문에 주민이 알아챈 것처럼 요즈음 감출 수 있는 것은 없다.국가와 군은 이 기회에 국방·군사시설의 재배치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 첫째로 비밀주의를 버려야 한다. 군사시설의 이전에 대한 계획을 해당 지역이 미리 알게 하여야 한다. 이번 횡성탄약고이전은 59탄약대대의 중대급 탄약고가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이라 했다. 터놓고 이야기 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둘째, 도시계획을 반영하여야 한다. 군사시설이 입지해 있거나 향후 입지할 곳의 도시계획과 상충되는지를 군과 해당 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주민의 희생이 적도록 해야 한다. 지평은 역사적 자존심에 비해 도시발전이 왜곡돼 있는데 이런 아픈 점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국가는 탄약고와 같이 외부불경제가 큰 군사시설의 주변지역을 지원할 수 있는 비선호(특정)군사시설주변지원법을 만들고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협력을 얻는 방법을 제도화해서 환영받는 군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안보에도 중요하다./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2013-12-01 허훈

응답하라 1987

6·29선언의 주역이었던학생들과 문민정부의 탄생을보았던 사람들은 어느덧 40대,한치 양보없이 무한표류 하는지금의 '대한민국호'를 구하는건'40대의 힘' 밖에 없어 보인다1994년을 조명한 케이블방송 드라마가 인기다. 드라마의 인기비결은 막장드라마처럼 이상한 전개와 결말이 없는데다 우리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서다. 이 드라마의 기획자가 1994년을 조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4년의 시대적 상황은 드라마 내용보다 더 복잡했다. 김영삼 정부가 문민정부의 탄생을 내걸었지만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있어서는 안 될 성수대교 붕괴사태가 있었고 이듬해에는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었다. 이 두 사고는 모두 인재(人災)였다. 기업인의 부도덕한 탐욕과 공무원의 무사안일이 만들어낸 참사에 우리 모두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된 것이다.2013년 한국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케이블 방송의 20여 년 전 드라마 상황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한국정치는 '대선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념정글'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15일에서 17일사이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자. 여야의 대치국면 책임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라는 의견이 18.8%, '민주당'이 23.8%였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55.9%로 가장 높았다(전국 1천명 유무선 RDD 전화조사, 95%신뢰수준 ±3.1%P). 대선과정 의혹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필요하지만 대통령 선거에만 매달려 있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분노가 폭발 직전임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이미 세 가지 경고를 했다. 첫째는 NLL(서해북방한계선)은 대한민국 영토로 사수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응답했다. 둘째로 NLL과 관련한 대통령 기록물 열람에 대해서도 정쟁의 불씨가 될 것이므로 추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셋째로 지난 8월말 국정조사가 끝난 뒤 정쟁을 끝내고 '경제활성화(30%)'와 '부정부패척결(15.4%)'에 노력하라는 여론을 내놓았다(리서치앤리서치, 8월23일 전국 1천명 유무선 RDD 전화면접원에 의한 조사, 95%신뢰수준 ±3.1%P).지금 정국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방송 드라마의 무대가 된 1994년에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후 우리 사회는 이념적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대선과정의 댓글, 트위터부터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까지 북한관련 이슈에 따라 진영논리가 얼마나 확산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정치적 발언은 현재의 꼬인 정국을 지혜롭게 풀기보다는 더 꼬여서 풀 수 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되어버릴 것이다.정치권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잃어버렸다. 국민대표자회의인 국회는 정상적이라면 국회 내에서 문제를 진작 풀었어야 했다. 국민들은 이 와중에 국가기관들을 차례로 불신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과거를 되돌아 볼 때 1994년 또는 97년보다 더 의미있고 중요한 해는 1987년이었다.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화를 이끌어낸 6·29 선언은 바로 1987년의 일이었다. 6·29 선언의 주역이었던 학생들과 문민정부의 탄생을 보았던 학생들은 어느덧 4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다. 말그대로 40대이다.지난 10월 통계청 인구현황을 보면 10세 단위의 인구분포 중 40대의 인구가 가장 많다. 그리고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인구계층이다. 사회의 중추적인 위치임과 동시에 국가발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한 치 양보 없이 무한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구할 것은 '40대의 힘' 밖에 없어 보인다. 진영대결뿐만 아니라 세대갈등까지 빚어지고 종교계까지 정치판에 휘둘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대담하게 잘라낸 알렉산더 대왕의 통근 역할을 더 이상 지체 없이 40대가 해내야 한다.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고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 정쟁만 있고 '국민'은 보지 못하는 여의도 국회를 '특검'해야 한다는 준엄한 옐로카드도 전달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가장 형편없는 '2013년'으로 드라마화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40대가 제대로 응답해야 할 때이다. 응답하라 1987./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

2013-11-25 배종찬

볼링장과 동네 마실

현대 도시인은 구성원간 대화가줄어들어 신뢰도가 하락하고공동체의식도 형성 안된다이젠 비생산적 냉소를 거둬내고마을·고장·동네 제대로 갖추는일을 삶의 첫과제로 삼아야 할때공동체 삶에 대한 언급이 점차 늘고 있다. 아예 공동체 혹은 코뮨이란 이름을 달고 일상을 영위하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그에 대한 이론도 늘뿐 아니라 정교해지고 있다. 그런 현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 삶이 공동체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와 비슷한 말에 속하는 고장, 마을, 동네 등의 단어는 사라지거나 혹은 그 함의를 바꾼 채 존재하고 있다. 고장이란 말은 사라진 듯하고, 동네란 말 속엔 '잠자는 곳' 정도의 함의만 담겨 있을 뿐이다. 결핍된 것에 대한 욕망의 결과로 우리는 오매불망 건강하고 이상적인 공동체를 갈구하고 있다.한국 사회보다 더하진 않겠지만 대체로 많은 나라들에서 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다. 사회가 선진제도를 갖춘다 하더라도 과거보다 그 운용이 원활치 않음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 공동체 의식이 담기지 않으니 좋은 제도조차도 빛을 좀체 보지 못함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이웃한 사람들끼리 동네 걱정을 나누는 일이 점차 줄고 있음에 주목하게 되었다. 최소한으로 이웃을 사귀는 것에 그치고 당장의 이익이 개입되지 않으면 외면해버리는 개인주의적 습속이 주요 일상으로 자리잡았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공동체 문제를 낭만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당장의 삶을 윤택하거나 피폐하게 만드는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나홀로 볼링'이란 책을 통해 로버트 퍼트남은 공동체 문제가 얼마나 절실한 현실 문제인지 알리고자 했다. 미국의 대부분 마을 어귀에는 볼링장이 있었다. 그곳은 늘 사람들로 붐비던 사교장이었다. 공을 굴리고 맥주를 나누며 마을 걱정도 하고, 서로 안부를 묻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그곳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볼링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뿐만 아니라 혼자 볼링 치는 사람도 늘었다. 퍼트남은 이 같은 현상을 '사회적 자본'의 감소라고 보았다. 널리 사람을 알아 생활을 도모하는 일이 줄었다는 것이다. 미국을 지탱해주던 힘이 동네 이웃 간의 신뢰, 협조였고 큰 사회적 자본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사회의 침체는 경제나 정치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제도가 원활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자본이 감소했음에 원인이 있다고 퍼트남은 파악했다.퍼트남이 강조한 사회적 자본의 기본 바탕은 신뢰와 호혜성이다. 이웃 간에 신뢰가 쌓이면 서로 혜택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고 그럼으로써 서로 돕기 위한 실천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그 실천이 거듭되면 자연스레 사회적 자본이 쌓인다. 그를 통해 진정한 공동체라는 범주가 가시화될 수 있다. 공동체 형성을 위해선 신뢰와 호혜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접하고 나면 그 다음엔 신뢰와 호혜성을 길러내기 위한 방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마련이다. 퍼트남이 볼링장에 주목했던 것은 그곳에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말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공간이다.현대 도시 내에서 구성원간 대화가 줄어든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화가 줄어듦에 따라 신뢰와 호혜성도 동반 하락하게 마련이고 궁극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지 못한다는 사실에도 대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공동체의 상실을 한탄하는데 익숙할 뿐이다. 그 공동체를 구하는 데는 선뜻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다. 도시의 공동체는 파편적이어야 마땅한 것처럼 여기거나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단정 짓는 일에 익숙하다. 몇몇 지자체에서 '마을 만들기'를 주요 과업으로 내걸었을 때도 그런 냉소가 강했다. 사회적 자본을 키우고, 공동체 형성을 도모하는 일은 지역민들이 살아가는데 최고의 가치여야 함에도 정작 우리는 그를 잘도 비켜갔다.미국이 볼링장의 상실을 아쉬워하는 만큼 우리도 사랑방이나 동네 마실의 소멸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옛 풍속에 대한 낭만적 기억 탓만은 아니다. 더 편한 삶을 위해서는 대화, 그를 기반으로 한 신뢰가 필요하고, 그럼으로써 마을 공동체의 형성이 이뤄져야 함은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다. 결코 더 늦추어선 안 될 과제다. 비생산적 냉소를 거두고 마을, 고장, 동네 제대로 갖춰보는 일을 삶의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 할 온 사회의 화두다./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3-11-18 원용진

경기도식 김치를 아시나요

봄까지무르지 않는사각사각 경기도 김치,요즘은진한, 짭조름한 맛,전라도식 김치에 밀려무나 배추에 양념을 넣지 않고 통으로 소금에 절여서 묵혀두고 먹는 김치를 흔히 짠지라고 하는데, 황해도, 함경남도 지방에서는 김치 자체를 짠지라고도 한다. 또 경기도 지방에서는 무를 절이지 않고, 소금을 조금 넣어 삼삼하게 담근 김치를 싱건지라고 부른다. 오이를 짠지 비슷하게 담근 것은 오이지다. 이밖에 부추도 고춧가루와 젓갈로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지방에 따라 부추김치를 솔지 또는 정구지라고 한다. 장아찌는 무, 배추, 오이 등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에 절여 숙성시킨 저장식품을 말한다. 우리의 옛 조리서에는 장아찌를 장으로 담근 김치, 곧 '장지'라고 적고 있다.짠지, 싱건지, 오이지, 솔지, 정구지, 장지(장아찌) 등에 붙은 '지(찌)'란 무엇일까? '지'는 16세기 김치의 옛말인 '딤채'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김치의 이름이다. 고려 중기의 시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김치 담그는 것을 '염지(鹽漬)'라고 했는데, '지(漬)'는 '적실 지, 물에 담글 지'로 풀이되므로 곧 '지'가 김치임을 추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려 말기가 되면서 '지'는 사라지고 '저(菹)'가 김치를 뜻하는 말로 떠오른다.'딤채'라는 말은 조선 초기에 보인다. 1525년 '훈몽자회'는 저(菹)를 '딤채 저'라 풀이하고 있다. 그러면 '딤채'는 무엇일까? 이때의 김치는 고춧가루와 젓갈을 쓰는 오늘날의 김치와는 달리, 소금에 절인 채소에다 마늘 등 몇 가지 향신료만을 섞어서 채소의 수분이 빠져나오고, 채소 자체는 소금물에 침지(沈漬)되는 형태이거나, 동치미처럼 소금의 양이 많으면 마침내 가라앉는 형태였을 것이다. 여기에서 김치는 가라앉은 채소 곧 '침채(沈菜)'로 불리고, '침채'가 '팀채'로, 다시 이것이 '딤채'로 변하고, '딤채'가 구개음화하여 '김채'가 되었으며, 이것이 변해 오늘날의 '김치'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김장철이 시작된다. 김장은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이, 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반찬인 김치를 추운 겨울 동안에도 끊이지 않고 먹기 위해 담그는 연중행사다. 김장김치는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에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의 산물이다. 김장은 가라앉혀 보관한다는 뜻의 '침장(沈藏)'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한다. 곧 음운이 변화되어 '침장'이 '팀장'으로, '팀장'이 '딤장'이 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김장'으로 굳어진 것이다.김장은 4도 이하일 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11월 말에서 12월 초인 입동 전후를 김장하기 제일 좋은 시기로 여겼는데, 이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등이 얼기 전에 하는 것이 좋고, 너무 따뜻할 경우 김치가 쉽게 시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기상청에서 매년 김장하기 좋은 날을 발표한다.(2013년은 11월 13일 발표) 그러나 김치냉장고가 개발되고 나서는 김장 시기가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사시사철 채소가 나기 때문에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다.어머니는 늦가을이면 10여일 전부터 분주하게 김장준비를 하셨다. 우리 집이 김장하는 날이면 동네 어머니들이 함께 모여 부지런히 무채를 썰고 여기에 파, 마늘, 생강을 다져 넣고, 고춧가루와 새우젓으로 간하여 잘 버무려 배춧속을 넣는다. 속을 넣은 배추는 뒷마당에 파묻은 항아리에 차곡차곡 포개 넣는다. 김장을 끝내고 남은 자투리 무와 배추를 숭덩숭덩 썰어 고춧가루와 새우젓으로 버무리면 바로 섞박지이다.친가 외가 모두가 경기도 토박이인 나는 어머니가 담그는 경기도식 김치에 익숙하다. 경기도식 김치는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 않고 새우젓만 써 삼삼한 얕은맛을 낸다. 경기도식 김치는 봄이 되어도 쉽게 무르지 않으며, 김치찌개를 끓여도 시원하다.그런데 요즈음은 경기도식 김치는 찾아 볼 수 없고, 찹쌀 죽에 멸치젓이나 까나리젓으로 속을 버무려 넣은 짭조름하고 진한 맛을 내는 전라도식 김치가 대부분이다.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서일까? 더욱 경기도식 김치가 생각나는 김장철이다./김학민 프레시안음식문화학교교장

2013-11-10 김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