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올림픽 감독을 통해 본 새로운 리더십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사업에 참가하면서 외국 출장 기간에 올림픽을 보았다. 인도의 시인인 타고르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소개했던 한국이 역동성을 바탕으로 포효하며 웅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개발도상국에서 보았기에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제 체육에서도 개발도상국 형을 벗어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유망 메달 종목이던 태권도, 유도의 격투기 종목에서 수영, 펜싱, 체조 등 선진국 형으로 전환하는 모습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우리 시대의 영웅이 탄생되고 있었다. 사실 메달과 관계없이 몇 초간, 몇 분간의 연출을 위해 4년을 준비해 온 선수 개인 개인의 이야기는 모두가 감동적이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이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감독의 모습도 기억을 할 필요가 있다. 개인 선수의 기량을 읽어 내고 발굴하는 것은 감독이다. 개인의 능력을 조직의 능력으로 승화시키는 조직 관리는 감독의 역량과 감각에 의존한다. 선수층의 나이를 고려하려 한 세대 교체, 경기의 흐름을 읽어 내고 적시에 단행해야 하는 선수 교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는 기술 교체의 과정이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올림픽 감독은 선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이러한 변화가 게임에 녹아들도록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리는 것이다.일본의 전국시대 영웅을 다룬 대망(大望)의 책에서 울지 않는 새를 다루는 3가지의 리더십 유형이 제시되어 있다. 오다 노부가나와 같이 울지 않는 새는 필요없으니 죽여 버리는 리더가 있다(그 새의 노래는 영원히 듣지 못할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이 때리거나 달래서라도 억지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리더가 있다(노래가 아니라 비명일 것이다). 도쿠가와 히데요시와 같이 노래를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리더가 있다(서로가 피곤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 게임을 보면서 감독의 역할과 관련하여 먼저 노래를 부르는 리더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서로가 즐거울 수 있는 리더다. 특히 선수 출신 감독을 보면서 변혁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모습을 발견했다.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란 조직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그러한 비전이 새로운 현실이 되도록 적절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조직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리더십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지속적 학습을 지원한다. 변혁적 리더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난관을 극복하고 현상에 대한 각성을 확고하게 표명하여 부하들에게 자긍심과 신념을 심어주는 카리스마적 리더십도 공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림픽의 감독들이 한 역할을 보면 뒤에 서서 윽박지르고 강압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고 격려하고 자극적 요소를 발굴하여 선수를 촉발시키는 것이다. 특히 선배 선수가 감독을 하는 경우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이 더 돋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병역 문제로 힘들어 하던 박주영 선수를 끝까지 지켜내고 결국 한일전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리더 모형을 제시한다. 이제 12월 19일의 대선까지 100여일을 남겨놓고 있다. 곧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정해지고 본격적인 대선 경주가 시작될 것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보다는 흠집내기 식 전략과 전술이 지배될 것이 우려된다. 국민소득 3만달러로 진입하는 전환기에서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올림픽의 감독들이 보여준 변혁적 리더십이 보이기를 기대한다. 많이 알기보다는 많이 듣는 지도자, 권력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조정력으로 협력을 유도하는 지도자, 그리면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하는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식민지 체제에서 신음하고 있는 조선을 보면서 매우 낙관적인 예언을 하여 주었다.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마음엔 두려움이 없고/---/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은 곳/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그러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우리에게 오는 것 같다. 그 기회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을 기대하여 본다.

2012-08-19 이원희

바람개비가 될 것인가, 줄 끊긴 연이 될 것인가?

많이 힘듭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돌파구를 찾기조차 힘들 때는 더 힘이 듭니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늘 그랬습니다. 어려움이 지속되다가 잠시 호황을 맞이했고, 그러다가 다시 불황의 늪에 빠져들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누구는 바람개비가 되어 더 힘을 내고, 누구는 줄 끓긴 연이 되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과 국가까지도 같습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을까요? 바로 '해석'입니다. 주어진 고통을 의미있게 해석해 낸 사람들이 도약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해석한 사람들은 한없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생각의 힘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200년 전까지만 해도 에스키모 사람들은 혹한이 몰아치는 밤, 얼음 위에서 자도 동상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걸립니다. 교육을 통해 동상에 걸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교수는 생각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묻는 제자들을 어두운 방으로 데려갑니다. 학생들이 방을 가로지르고 나서야 비로소 불을 켭니다. 모두 놀랐습니다. 자신들이 걸어온 길은 외나무다리였고, 그 아래엔 독사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외나무다리를 건너겠다는 제자들이 없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곳을 지나왔는데 말입니다.주어진 상황에 대한 생각이 자신이나 사회에 유익함을 줄 수 있는 해석으로 이어질 때 기적 같은 성공이 이루어집니다. 알코올 중독자 아빠로부터 '못생겼다'며 학대받고 자란 가난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빠에게 적대감을 갖는 대신에 다락방에 올라가 그와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하며 행복해했습니다. 상상 속의 아빠는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고,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한 장면을 그리며 미소 짓습니다. 훗날 그녀는 말합니다. 자신은 "가난했기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기에 '미운 오리 새끼'를 쓸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녀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입니다.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자라며 아빠의 폭행에 시달리던 소년이 있습니다. 아빠가 일하는 농장에서 일하던 소년은 틈만 나면 석탄으로 상상 속 동물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리곤 했습니다. 드디어 소년은 그런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월트 디즈니입니다.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매사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안 될 이유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맞습니다. 불행한 사람은 늘 '문제'를 탓하고 '상황'을 저주하며 세상과 대립각을 세웁니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과제'를 찾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그 과제를 해결합니다. 그것이 행운의 씨앗이 되어 세상에 우뚝 서게 합니다.극심한 가난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살던 소년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때는 가출을 하는 등 방황도 했습니다. 늘 우시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운동에 전념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새 집을 선물하겠다는 새로운 꿈도 생겼습니다. 이제 20살 청년이 된 그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도마의 신'으로 불리며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는 이렇게 말을 잇습니다. "가난이 왜 부끄러워요?"어느 작가는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모습을 이렇게 해석해냈습니다. "어느 날 새장이 열리고, 숲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때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라고 말입니다. 경제상황이 어렵습니다. 희망보다는 절망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그러나 이 힘든 상황이 우리를 주저앉게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람이 강할수록 바람개비는 더 빨리 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의미 있게 해석해낼 때 고통은 행복의 씨앗이 됨을 알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08-13 최원영

아름답고 건강한 삶 위한 5가지 준비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대표인 양현석은 10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부동산 중개업체를 방문하여 지금의 사옥을 얻었다고 했다. 또한 어떤 지인은 전원주택지를 찾기 위해 동일한 장소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사계절의 변화를 카메라에 수백 장 담아 분석하고 위치를 선정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치열한 삶보다는, 인간들의 과학적 방법이 자연을 파괴하고 그로 인하여 삶의 기본을 해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첫째, 도시를 벗어나 나만의 집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은 돈을 투자하여 화려한 전원주택을 지어 놓고는 실제적으로는 사용기회가 많지 않고, 관리가 곤란하여 애를 먹는 것을 자주 본다. 집에서 가까운 지역에 있는 작은 농가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문중 땅으로 지상권만 사용하는 집들을 찾아보면 값싸게 구매가 가능하다. 집이 너무 낡았으면 창고로 사용하고, 시골에서 허가없이 지을 수 있는 20여㎡ 이하의 아담한 조립식 집을 들여 놓는 것도 좋다. 때에 따라서는 농가를 개조해서 살면 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화장실 설치 등은 정부의 지원이 따른다. 시골의 전원주택은 동떨어진 지역보다는 주민들과 같이 호흡하는 동네 안에 있는 것이 좋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시골생활은 고달파진다. 둘째, 농촌을 자주 방문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채소, 과일, 쌀 등의 재배 과정을 보면 농약 덩어리이다. 시골 대부분의 가정을 살펴보면, 판매하는 농작물과 자기들이 먹는 제품은 별도로 구분하여 재배한다.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에 진열된 무공해 식품은 믿기 어렵다. 우선 무농약 제품은 상품성이 떨어져서 현실적으로 대량생산과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작은 텃밭을 만들고 먹거리를 직접 길러야 한다. 셋째,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수돗물을 먹었다. 생수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데, 생수도 농어촌의 오염으로 신뢰하기가 어렵다.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농가주택에 별도의 지하수를 파고 검사를 한 후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마셔야 한다. 넷째, 천재지변과 전기 사용량 증가로 인하여 전기가 때로는 단절되는 경우가 있다. 생활용품의 대부분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전기가 차단되면 현대인의 삶이 중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인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여 전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설치비 지원이 있다. 또한 가정에서 생산되는 일정량의 잔여 전기를 한전에서 역구매하기도 하여 농어촌의 수익으로도 활용된 적이 있다. 다섯째, 농가주택을 지어놓고 등산, 산책, 낚시 등으로 매일 한가하게 소일하게 되면 시간이 경과될수록 하루하루가 지루해질 수 있다. 작은 규모지만 텃발에서 나는 무공해 채소 등을 친지들에게 판매하고 농촌 주변에 있는 도라지, 오디, 약초 등을 발효시켜 먹고, 남는 것은 친지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사람은 최소한의 수익이 있어야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때 버킷리스트라 하여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다양한 공해와 오염 그리고 화학첨가물을 이겨내면서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기 위해 5가지를 준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의 능력에 따라 그 규모는 달라지겠지만, 투기라는 생각을 버리고 최소의 비용을 이용하여 작은 농가 구입, 무공해 텃밭, 깨끗한 물, 태양열로 전기 얻기, 발효식품 만들어 먹기 등을 지금부터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지 궁금하다.

2012-08-05 서범석

포기하지 마라

하와이를 이루고 있는 섬 중에 카우아이(Kauai)라는 섬이 있다. 군도의 제일 북쪽에 위치한 섬이다. 이 섬은 둘레가 50㎞ 되는 작은 섬이고 인구가 3만명 정도 되었다. 하와이가 미국에 편입되기 전인 1954년(1959년 편입) 미국 학자들이 이 카우아이 섬의 주민들을 연구하기로 했다. 섬 주민들 대부분이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인생을 마치기 때문에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아과,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이 대거 참여하여 1955년에 태어난 아이 전부를 조사했다. 833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추적 조사하여 30살이 될 때까지 어떤 삶을 이루고 어떤 성격을 소지하는지 알아본 것이다. 90%에 달하는 698명이 최종까지 남아 준 이 연구는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다. 1971년과 77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런데 실망스러웠다.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학교나 사회에 적응력이 떨어진다." "부모의 성격에 장애가 있으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나 동료들과 인간관계가 나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이런 내용들이었다. 다 맞는 이야기인데 너무 뻔한 사실들인 것이다. "이걸 알려고 그렇게 어려운 연구를 했단 말이야!" 이런 반응이었다.안타까워 한 나머지 에미 워너라는 학자는 자료를 더 들여다보고 새로운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에서 보았듯이 환경이 어려우면 아이의 삶도 어려워진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이 극도로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건전하게 잘 자라 보통 이상의 삶을 영위한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고위험 환경에 노출된 201명을 면밀히 조사했다. 그 중 다수는 부적응자나 문제아가 되었다. 그런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뜻밖에도 그런 나쁜 흔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보통의 아이, 더러는 훌륭한 아이로 성장했던 것이다. 이때 심리학에서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개념이다.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한 정신적 면역성' '역경을 성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능력'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이 한 번의 실패에 나자빠진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인생은 성공보다는 오히려 실패가 많고, 기쁘고 좋은 날보다는 슬프고 어려운 날들이 많다. 실패와 역경과 좌절과 실망을 극복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 사업하는 사람도 그렇다. 개발한 제품마다 시장에서 히트를 칠 수 있는가. 가수나 연예인도 그렇다. 처음부터 인정받는 사람이 있는가. 무명생활과 가난을 이겨내야 한다. 스포츠 선수도 말할 것 없다. 지금 런던 올림픽 경기가 한창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더해 주고 있다. 모두가 금메달을 향해 뛰고 있다. 그러나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승리자보다 패배자가 더 많은 것이다. 그것이 스포츠고, 그것이 인생이다.국민의 영웅 마린보이가 자유형 400m에서 실격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결선에는 진출했으나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했던 양궁 남자단체도 동메달에 그쳤다. 펜싱의 남현희는 아예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젊은이들이여 '포기하지 마라!'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사회는 그냥 성공만 하는 사람보다 역경과 싸우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사람을 높이 친다. 그들이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처칠의 명연설을 기억하는가. 옥스퍼드 졸업식에 축사를 하러 간 처칠은 학생들 앞에서 단 세 마디를 한다. "Never give up." "Never give up." "Never give up." 팔삭둥이 조산아로 태어나 초등학교 때는 교사로부터 제일 멍청한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 중학교 때는 영어에서 낙제 점수를 받아 3년이나 유급했던 처칠은 그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려움을 극복한 카우아이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주고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인생에 힘을 주는 그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12-07-29 조영호

안전이 경쟁력이다

지난 3월 27일에 있었던 보령화력발전소 사고는 매우 중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한 공사를 위해 설치한 비계(飛階)가 잘못되어 사고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으로 산업 현장 사고 재해자는 8만6천45명으로 이중 2천200명이 사망했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특히 건설 재해는 더욱 열악하다. 2011년에 건설현장에서 2만2천187명이 부상했고, 577명이 사망하였다.평균적인 개념으로 보면, 국민소득 1천달러 시대에 건물이 무너지면, 1천달러의 손실이 되지만, 2만달러 시대에 건물이 무너지면 2만달러의 손실이 될 것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성장은 그야말로 모래 위에 성을 짓는 사상누각이다. 이제는 장기적인 국가발전을 위해 우리 사회의 안전 체계를 재설계해야 할 시기이다.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명에 대한 존중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총탄에 명분 없이 죽어간 한국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고로 인한 사망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재수가 없었다는 푸념 정도로 용납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 안전공학을 전공하는 교수 몇 분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는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을 노가다라고 불렀다. 토목공사 현장에 일하는 인부를 지칭하는 용어이면서 행동이 거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작업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문직업인들이었다, 첫째, 군인 수준의 제복을 입고 있었고, 안전에 관련하여 안전모, 안전띠, 안전화 착용은 기본이었다. 둘째, 작업장의 안전을 위해 완벽한 시스템 비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셋째 공사 중에 주민에게 불편을 주기 않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공사장 앞에는 작업 내용, 착공일, 진행 상황, 완공일, 책임자, 정부의 관리부서 등을 자세히 기록하여 두고 있었다, 책임감의 표시라기보다는 자신감의 표시로 느껴졌다. 보수 수준을 물어보고 놀랐다. 기술이 있으면 월 800만원이란다. 기술이 없으면 월 300만원 수준인데, 회사의 부장급에 해당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업 그레이드 해야 하는 많은 쟁점 중에 안전을 관리하는 체계적인 제도 정비가 있어야 하고, 산업과 건설의 현장을 정비하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의 엄격한 법 집행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다. 작은 작업 현장에서는 안전이 비용이라고 생각하여 회피하려고 한다. 작업 현장에서 안전을 보장하도록 시스템 비계를 사전에 설치하도록 하기 위해서 작은 작업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처벌의 강화가 필요하고,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하여 안전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도록 하여야 한다.일본의 공사 현장에서 만난 카츄히데 히사츄노(久恒勝英) 현장 감독관은 매우 의미 있는 말을 전해 주었다. 건설시공관리기사로 공사현장에서 30년 넘게 일을 하여온 그는 "공사 현장에서 보면 정리정돈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당사자와 책임자의 인식'이라고 하였다. 주름진 이마 위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안전모가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의 안전모에는 회사명, 개인 이름 그리고 혈액형이 적혀 있었다. 안전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와 개인의 의식 있는 노력이 새로운 한국 사회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심 조심 코리아'의 소극적인 구호가 아니라, 안전사회가 선진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공사 현장에 '작업안전지킴이' 같은 인력이 있다면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기본에는 안전이 보장되는 신뢰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2-07-22 이원희

"힘들지만 괜찮아요!"

말기환자들을 돌보던 한 간호사의 깨달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환자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후회하는 것들은 놀랍게도 같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내 뜻대로 살 걸'입니다. 남들과 사회가 제시한 기준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후회는 '일 좀 덜 할 걸'입니다. 회사 일 때문에, 승진 때문에, 또는 돈과 명예를 더 얻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쌓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다음은 '화 좀 덜 낼 걸'입니다. 화를 낼 당시에는 화낸 이유가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시간이 흐르면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당연히 둘 사이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겠지요. 다음은 '친구들을 더 챙길 걸'입니다. 임종 직전에 가서야 비로소 오래된 벗들의 소중함을 깨닫지만, 그들과의 관계는 이미 단절된 상태였습니다. 다음은 '좀 더 웃으며 즐겁게 살 걸'입니다. 즐거움이 곧 행복입니다. 늘 일에 치여서, 또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때문에 순간순간의 행복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산 것을 뉘우치고 있었습니다.'현재적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성찰입니다.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내일은 언제야?" "자고 나면 내일이지." 다음 날 아이는 또 묻습니다. "엄마, 오늘이 내일이야?" "아니, 자고나야 내일이지." 결국 아이는 내일이 영원히 없다고 여기겠지요. 사실 우리는 현재만을 접하며 삽니다. 그런데도 늘 내일을 걱정하며,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하며 삽니다.'현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할 시간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행복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기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때 감동이 일고 기적이 미소 지으며 다가옵니다.눈코 뜰 새 없던 유명 연예인 지미 듀란테에게 참전용사들을 격려하는 무대에 서 달라는 청이 있었습니다. 시간 내기가 어려웠던 그는 단 몇 분만 참석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무대에 오른 그가 무려 1시간이나 공연을 했습니다. 이를 궁금해 하는 초청자에게 그가 말합니다."나도 곧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앞줄에 앉은 두 용사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소. 보세요. 둘 다 한쪽 팔을 잃은 사람들인데, 남은 한 손을 옆 사람 손바닥에 부딪치며 내게 박수를 보내지 않소? 저들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겠소?"고통스러운 일이 없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의미있게 해석해 낼 때 비로소 행복의 문이 열립니다. 고통은 기쁨의 전주곡입니다. 비가 온 뒤에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수 서유석이 꽤 인기가 있던 시절, 월남파병 반대를 말한 탓에 3년 동안 방송출연이 금지되었습니다. 삶은 점점 궁핍해졌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갔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술집을 전전하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동안 팬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이 그리웠고, 그럴수록 절망감은 깊어졌습니다. 자신의 울분과 좌절감을 노랫말에 담았습니다. 훗날 이 노래가 그를 최고의 가수로 다시 서게 했습니다. 바로 '가는 세월'입니다. 11살에 아버지를 잃고 일을 해야만 했던 불운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인쇄소 견습공을 하고, 증기선의 키잡이를 하는 등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사업을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힘들었던 경험들을 소재로 글을 썼습니다. 바로 마크 트웨인이란 필명으로 '톰소여의 모험'을 쓴 새뮤얼 클레멘스의 이야기입니다.현재적 삶이란 지금 상황이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삶입니다. 현재적 삶은 행복을 초대합니다. 기쁠 때는 기뻐하면 되고, 슬플 때는 슬퍼하면서도 상황을 아름답게 해석해 내면 됩니다. 이럴 때 고통의 경험은 성장의 자산으로 탈바꿈합니다. 의미있는 해석이 주는 축복입니다. 요즘 삶이 어떠냐는 질문에 모든 분들이 이렇게 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지만 괜찮아요."

2012-07-16 최원영

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독점 중단되어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의 광고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수십 년간 국무총리령 541조를 기준으로 독점적 광고대행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사업계획 및 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2011년 전체수입 약 647억원 중 광고대행수수료가 336억원으로 매출의 51.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언론인기금 146억원, 유통원보조금 약 6억원을 제외하면, 일반회계 451억원의 약 74.5%를 광고대행수수료가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운영은 독점적 광고영업을 통한 광고수수료로 운영된다고 할 수도 있다. 언론진흥재단은 2009년에 한국언론연구원, 한국언론회관, 한국언론인금고가 통합하여 설립되었다. 언론진흥재단의 설립목적을 보면,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문 및 인터넷 신문 등의 발전을 도모하고 읽기문화 확산과 언론산업의 진흥에 기여하고자 설립되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독점에 따른 법적 문제점, 마케팅커뮤니케이션전략 부재 등의 이유로 많은 지적을 받았으나 크게 개선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의 광고를 독점 운영하게 됨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점을 지적해보면 첫째, 대형 광고회사의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광고회사 수입원의 핵심인 대행수수료를 언론진흥재단이 독점하게 됨에 따라 광고회사는 제작비에서만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군소 광고회사가 제작비만이라도 받기위해 참여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언론진흥재단의 연간 광고매출이 약 3천억원 정도로 이는 작년 광고회사 매출순위 6위권인 TBWA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TBWA의 경우 약 205명의 광고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소수의 직원이 이를 운영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양질의 광고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셋째, 근본적인 문제점은 정부광고를 담보로 하여 언론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실제적으로 양질의 정부광고를 수행하기 어렵게 되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국가이미지 전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넷째, 정부광고를 독점하는 근거법인 국무총리훈령 제541조, 정부광고업무 대행수수료 법원 재판예규 제 1032호에 따른 신문공고 대행수수료의 법적 근거의 문제로 인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의 광고 독점행위를 중지하여야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광고회사의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광고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광고는 광고를 전문적으로 기획, 제작 집행하는 광고전문회사에 맡겨야한다. 또한 언론진흥재단의 지출회계를 보면 언론진흥사업으로 운영되는 기금출연금이 127억원으로 28.1%를 차지하는 반면, 인건비와 경비가 약 120억원으로 26.6%를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비용의 효율성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문, 언론진흥을 빙자하여 허약한 광고산업에 빌붙어 광고비 수수료를 챙기려는 군사정권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정부광고를 독점적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한다면 수준 낮은 정부광고를 통해 발생되는 국가 이미지의 손실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부적절한 방법으로 광고산업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독점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2012-07-08 서범석

인맥도 스마트하게 관리하라

석기씨는 아침에 출근하면 팀원들하고 차를 마시면서 가볍게 일과를 시작한다. 물론 차를 마시면서 정치이야기도 하고, 스포츠이야기도 하고 다른 팀원들이 들려주는 트렌디한 유머도 전해 듣는다. 그리곤 점심때가 되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하면서 아침에 차를 함께 마신 그 팀원들하고 식사를 한다. 식사장소를 바꾸어 보려고 하지만, 1주일에 다섯 번 정도 회사 주변에서 식사를 하려고 하니 그 집이 그 집이다. 퇴근시간이 되었다. 대체로 야근을 하다 보니 저녁도 동료들하고 먹는다. 동료들하고 시간을 보내면 그냥 편하다. 그래서 석기씨는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을 또 만나고, 그게 직장생활이거니 하고 살아가고 있다.성민씨의 생활은 좀 다르다. 아침엔 석기씨처럼 팀원들하고 차를 마신다. 그런데 점심은 대체로 타부서 사람들하고 한다. 저녁엔 특별한 부서 회식이 없으면 외부인들을 만난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학교 친구도 만나고, 다른 회사로 옮긴 옛 동료도 만난다. 그러다보면 뜻밖에 사진작가도 만나게 되고 방송계에서 일하는 사람도 보게 된다. 최근에는 리더십연구회에 가입하여 매주 목요일 저녁엔 세미나에 참석한다.사람 사는 사회는 인간관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패턴을 보면 크게 석기씨형이 있고 성민씨형이 있다. 전문용어로는 전자를 Bond형(유대형)이라 하고, 후자를 Bridge형(연결형)이라고 한다. 유대형은 한 집단 또는 소수집단과 농도 깊은 만남을 이어나간다. 만난 사람과 또 만나고 또 만난다. 그들 간에는 감정적인 유대가 강하고, 서로 척하면 척이다. 그리고 내 친구의 친구도 나의 친구다. 내 팀원이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이다.그런데 연결형은 다르다. 그들은 한 집단에서 생활하지 않고 여러 집단과 연결을 갖는다.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하고 점심에 만나는 사람들하고 저녁에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고, 서로가 친구로 연결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가령, 내가 연결형이라면, 내가 아침에 A집단에 소속된 사람들하고 만나고 점심엔 B집단에 소속된 사람을 만났다고 했을 때, A집단의 다른 사람들이 B집단의 다른 사람을 만날 확률은 매우 낮다는 이야기다. 나를 통해 그들이 연결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연결형이다. 연결형의 사람들은 발이 넓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개방성이 높고, 이질성에 대한 수용도 높다.그럼 유대형이 좋은가? 연결형이 좋은가? 일장일단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대학을 인연으로 하는 인맥, 고향을 인연으로 하는 인맥, 심지어 교회를 인연으로 하는 인맥이 중요하다. 그런데 과거의 인맥은 어느 한 집단에 소속되고 거기에 몰입함으로써 생기는 인맥이다. 그래서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끼리 정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고 권력도 나누는 그런 인맥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유대형이 좋다. 그런데 요즘 사회에서 그런 인맥의 위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핵심이 되고 있다.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또 만나보았자 새로운 것이 없다.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나타난다. 의사들에게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일이 제조업 사장에게는 기가 막힌 새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경제학자에게로 옮겨오면 새로운 이론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오늘의 시대에는 연결형이 실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한 집단에서 끈끈하게 생활하는 사람보다 다양한 사람을 다채롭게 만나는 사람이 아이디어도 많고, 생산성이 높다. 심지어 사람들의 통화패턴을 조사해보니 지역주민들이 외지인들과 시외통화를 많이 할수록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전혀 새롭게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연결형의 위력은 바로 이런 사회에서 극대화되고 있다. 물론 유대도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어 보라. 주소록에 이질적인 사람의 숫자를 늘려나가라.

2012-07-02 조영호

신뢰사회의 조건

요즈음 버스 정거장에 새로운 풍경이 하나 생겼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 중에 M 버스는 좌석에 승객이 다 앉게 되면 정거장을 통과한다. 그래서 기다리는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기다리는 순서가 곧 좌석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 정거장 바닥에 번호판이 있고, 모두가 여기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줄을 서 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새치기는 서로가 용납하지 않는다. 이 조그마한 제도 개선 하나가 교통질서를 정립할 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을 개혁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신뢰사회의 화두는 결국 예측가능성에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래서 졸업하여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이 신뢰사회의 출발이다. 그런데 새치기하는 집단이 많아지면 신뢰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월급쟁이에게는 꼬박꼬박 세금을 받아 가면서도 재벌의 조세 포탈이나 횡령에 대해서는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의 표준화된 형량이 적용된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국민들이 잊을 만하면 '국민 경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하여' '사면'의 정형화된 행보를 가지게 된다. 일반 서민에게 추상(秋霜)과 같은 공권력이 '그들'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가 되는 특권 구조가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서민의 좌절감을 증폭시킨다.그런가 하면 진입 장벽의 벽은 매우 높다. 과거 대학 입시의 수석이나 사법고시의 수석 합격자들이 언론의 초점을 받았다. 가난한 농민의 자녀 또는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하는 것이기에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한 흐뭇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표하지 못한다. 잘사는 사람들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교육의 기회에 차별이 생기기 시작하면 부의 불평등은 악순환 고리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아예 진입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해버리는 '자진탈퇴자'가 양산되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좌절하여 알아보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민소득 2만달러의 시기에 더 큰 좌절감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경제성장기에는 열심히 일해서 대박을 터뜨리는 꿈을 꾸었지만 지금의 서민에게는 가난과 빈곤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을 하게 한다. 실로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불신감과 좌절 의식 그리고 피해 의식을 극복하는 것이 향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신뢰사회의 회복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도 있다. 버스 정거장에 기다리는 버스 표지판을 정해두고 순서가 되면 차례대로 타면 된다고 하는 예측가능성을 알려주는 지표 수준의 방향만 있어도 된다. 신뢰사회의 출발이 공정사회에서 시작되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 기회 균등을 제약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 관련하여 모든 장애요인을 극복하는 전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영유아 교육에서부터 중도 퇴직자 그리고 연금 수혜자에 이르기까지 자기실현을 위한 생애맞춤형 교육의 기회는 국가적으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통해 먹거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아 성취와 사회에 대한 신뢰사회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사회를 위해서는 폐쇄성을 극복하고 투명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있다'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사법부의 기강 확립도 필요하다. 물론 신뢰사회는 국가의 몫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상영된 '돈의 맛'이라는 영화가 재미있는 화두를 던져준다. 돈의 맛에 길들여지면 돈의 노예가 되어 인격적 모욕도 모르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인간애를 찾아간다는 결말이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우리가 우리 안에서도 찾아야 한다. 신뢰 사회의 구축을 위해 성숙한 민주 시민 의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2012-06-25 이원희

큰 것을 보는 자는 자신이 작아 보인다

'개그콘서트'에서 한때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이 코너는 부부와 아들이 식탁에 앉아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부부만이 앉아 대화를 합니다. "동민이는 해뜨기 전에 기 나가 저녁 먹을 때나 돼서 기 들어오고, 대체 뭐하고 다니노?" "지도 모르겠심더." (이때 동민이가 들어와 앉는다.) "니 오늘 하루 종일 밖에 나가 뭐 했노?" "학교 갔다 왔는데요." "아직 졸업 안 했나?" "지 올해 입학했심더."가족 간에 얼마나 대화가 없었으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요? 한 연구에 의하면 살인사건의 34%가 사소한 대화중에 발생하며, 남녀 사이의 불협화음과 충돌의 90%가 소통의 부재 때문에 발생합니다. 어디 소통의 절박함이 가족에게만 국한되겠습니까? 총선이 끝나고 국회 개원을 해야 하는데도 아직도 개원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다투고 있는 국회 역시 소통의 부재가 원인입니다.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저마다 곱게 포장된 아름다운 청사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신만이 대통령감이며, 그렇기 때문에 경선 규칙을 새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도 야도 경선룰을 합의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입니다. '나만이 대통령감이다'라는 교만이 진정한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늙은 인디언 추장이 후계자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세 명의 젊은이들에게 로키산맥의 정상에서 본 것을 가져오면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후 모두 돌아왔습니다. "정상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저는 로키산맥 정상에서만 피는 꽃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정상에만 있는 붉은 빛이 나는 돌조각을 찾아 가져왔습니다." 세 번째 청년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수군거렸습니다. 비난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정상에서 봤습니다. 저 산 너머에 비옥한 땅과 넓은 강물, 수많은 버펄로 떼를 보았습니다. 저는 누가 추장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누가 되든지 우리는 저 산을 넘어야만 합니다. 우리 부족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현명한 추장은 누구를 후계자로 삼았을까요? 청년들의 무엇을 보려고 추장은 정상에서 본 것을 가져오라고 했을까요? 바로 큰 꿈입니다. 그들의 꿈이 자신만의 영광을 위해서인지, 부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그랬을 겁니다.사실 큰 흐름을 읽고 보는 사람은 자신을 작은 존재로 여깁니다. 그래서 겸손해집니다. 그러나 자신을 낮추면 다른 사람들이 높여줍니다. 이것이 겸손의 선물입니다. 마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바다로 모든 물이 모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하며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 자신만이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며 주장하는 대선주자들이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되어 있는 민생법안들이 6천여 개나 됩니다. 그런데도 개원조차 못하고 있고, '국민을 위해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혀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노르만 쉬바르츠코프 장군의 말이 귀에 와 닿습니다. "위대한 지휘관은 부하들을 전체로 보지 않고, 개별적으로 본다." 대부분의 지휘관은 소대 앞에서 부하들을 전체로 바라보지만, 위대한 지휘관은 그들을 개별적으로 편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소통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의 탐욕입니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이루어집니다. 사랑은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국민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을 사랑한다는 것은 매우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구체적'이어서 아무나 못합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에 대한 사랑의 추상성과 구체성이 균형을 이룬 사람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사랑의 추상성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랑인 민생법안의 심의입니다. 먼저 국회부터 개원시키고 민생법안 심의에 몰두하는 큰 정치인이 되기를 당부 드립니다.

2012-06-18 최원영

기업광고, 개인 정치홍보 이용해선 안돼

최근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에 대해 광고의 집행시기와 내용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광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면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현대중공업은 조선, 해양, 플랜트, 그린에너지 등을 주업으로 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지난해 약 2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였다. 현대중공업이란 회사명을 상기시키면 당연히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새누리당 다선 국회의원, 대통령 출마의사를 밝힌 정몽준 의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현대중공업은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약 17년 동안 텔레비전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이 울산 동구에서 선거구를 서울시 동작을로 변경한 후인 2008년부터 광고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상하게도 국회의원 선거연도와 맞물리는 2008년과 2012년에 집중적으로 기업광고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2012년의 현대중공업 텔레비전 광고의 경우 2월부터 실시되어 4월까지 3천520회 정도 노출되었으며, 약 52억 원을 사용하였다. 이 기간동안 전체광고비는 7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현대중공업 텔레비전광고 '이런 기업'편을 보면 국민배우 안성기가 모델로 출연하고 있으며, 광고내용은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있습니다.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이루고, 국내에 공장을 짓고, 많은 학교와 병원을 세우는 기업, 현대중공업이 있기에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라는 광고표현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자기자랑 형식의 일방적 광고는 최근 지상파 방송광고에서 보기드문 고전적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광고의 크리에이티브전략은 시대적 상황에 부합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독특하게 만들 수는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현대기아차그룹 계열광고회사인 이노션에서 기획하고 제작했다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좀 부족한 점이 보인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고전적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현대중공업의 텔레비전 광고가 실시된 2012년 2월 18일부터 선거일인 4월 11일까지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새누리당의 공천심사와 더불어 직간접적으로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이러한 국회의원 선거기간중의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의 집중적인 노출에 대해 동작을에 출마한 이계안 후보가 현대중공업광고가 정몽준 후보의 홍보용이라고 정 후보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광고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사건이 있었다. 정 후보측은 이계안 후보가 이건희 삼성회장 증인 불출석에 대한 고발건 표결에 기권한 사실을 감췄다고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소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졌으나, 결국 선거후 고발을 서로 취하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현대중공업 기업광고가 특정 국회의원의 정치적 목적에 사용되었다면 이는 상당한 문제점을 시사한다고 판단된다. 대기업의 실제적인 의사결정권자가 기업광고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면 정치권에 있는 상당수의 기업인들이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놓을 것으로 생각된다.광고는 정보 전달과 흥미를 소비자에게 주어 생활세계를 윤택하게 하고 기업의 이미지 상승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고 생각된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신한은행 광고의 경우 소비자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존재할 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광고가 특정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광고의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이상한 광고, 나쁜 광고가 되어 생활세계를 황폐화시킨다고 생각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업광고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2-06-11 서범석

성공을 경계하라

L치과원장은 병원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고가 장비를 도입하여 환자들에게 열심히 치료를 하였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치료에 대해 모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 없어 결국 병원이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경영컨설턴트를 만나게 되었고,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적정 진료를 제공하고 보험급여도 제대로 받는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컨설턴트는 그 지역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하게 되었고 병원은 흑자를 보게 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얻었다. 월 4천만~5천만원 하던 수입이 억대를 넘어서게 되었다. 환자가 늘자 L원장은 의사(Pay Doctor)를 고용하게 되고, 수입은 점점 늘어나서 월 매출액이 6억원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L원장은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외부에 출타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골프에 열중했다. 해외여행도 잦아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고, L원장의 돈냄새를 맡은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투자를 제안해 왔다. 귀가 엷어진 L원장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자금을 넣게 되었고 손해를 보게 되었다. 반면에 주변의 다른 치과들은 절치부심 혁신을 하여 고객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국 L원장은 자신의 병원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페이 닥터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흔히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마음, 어려울 때 가졌던 그 열정을 지키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처음에 하던 일만 계속해서도 안 되고, 처음에 하던 방식을 계속 고집해서도 결코 안 된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말이 "성공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했을 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달라진다. L원장처럼,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도 받고 싶고 또 자만심에 빠지게 되고 엉뚱한 곳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게 학습하고 변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성공을 이룬 기업은 화려하게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캐나다의 밀러교수는 이를 '이카루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 불렀다.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이카루스가 성공적으로 날게 되자 태양 가까이 가게 되어 결국 죽음을 맞았다는 그리스 신화를 빗댄 이야기다. 이카루스 패러독스는 과거 성공요인이 오히려 미래의 실패원인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기술로 성공하는 기업은 기술로 망하는 경향이 있고, 마케팅으로 화려한 실적을 낸 기업은 그 마케팅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로 성공한 기업은 너무 기술에 자만하고, 기술에 치우치다 보니 시장상황에 눈을 감게 되고 결국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은 마케팅에 자만을 보이는 나머지 기술을 소홀하게 되고 결국 팔 물건을 개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필름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KODAK. 인간의 기억을 연장시키고, 추억을 생생하게 만들고 기쁨의 시간을 확장시켜주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도 했던 그 회사가 이제는 존망의 위기에 놓여있다.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미리 예견되었던 것이고, 코닥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닥의 화려한 성공은 회사의 변신을 가로 막았던 것이다. 스토리는 계속 된다. 휴대폰의 제1인자 노키아의 몰락이 그것이다. 한때 핀란드 수출의 25%를 차지하던 노키아는 이제 10%를 지키기도 어려워졌고, 60유로 이상을 호가하던 주가도 이제 5달러를 지키기도 어려워졌다. 애플과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이다.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성공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 속에 실패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고 암이 자라고 있다. 성공은 자만심을 키우고, 성공은 과거지향적으로 만들고, 성공은 또 내부지향적으로 만든다. 한번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이 성공을 경계하고, 겸허하게 변화하고 창조해야 한다.

2012-06-03 조영호

에너지와 미래 사회

한때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룬 영화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인간과 로봇이 전쟁을 하는 터미네이터가 있었고, 로봇이 인간과의 사랑으로 질투를 하는 A.I.가 있었다. 그래서 로봇과 인간이 경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 하는 논쟁이 있기도 했다. 결론은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인 에너지 원(源)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래 사회에서 승리자는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로 귀결된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무역으로 살아가는 한국의 경제에 심각한 화두를 던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몇몇 정치 실세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더군다나 에너지 문제를 폄하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어 우려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지나면서 IT 강국으로 세계적 선두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2011년 9·15 정전시에 은행 업무 마비, 병원 진료 차질, 통신 기지국 마비, 군 레이더 망 불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위기를 잠시 경험하였다. 2006~2011년에 울산 화학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하여 2천46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미래의 삶을 담보하는 조건으로 에너지에 대해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기료 인상 논쟁이 이러한 장을 마련하여 주고 있다. 현저히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면서 사용을 줄이자고 캠페인을 하는 것은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복지는 소득 보조로 해결을 해야지 전 계층에 혜택을 주는 무차별적인 요금 인하로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시장 경제의 논리를 도입해야 하고, 요금의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지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상적으로만 보지 말고,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외면하는 '폭탄 돌리기'를 중단하고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현실에 근거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되는 쟁점이 환경과 산업의 조화에 관한 쟁점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경제성장을 하면서 환경오염을 인정하는 동조화(coupling)의 시기이다. 그러나 2만달러에 진입하면서 산업화와 환경오염을 분리(decoupling)시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관리나 산업 정책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있으면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지식경제부 장관 소속으로 있는 것이 그러한 논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담당하는 부처와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를 통합하자는 논의가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때 각광을 받던 태양광 산업이 정부보조금이 줄어들자 열기가 시들고 있다. 풍력 발전은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공급되지 못하고 필요 없는 시기에는 생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기술 개발을 위한 R&D 차원에서는 필요하지만, 에너지 수급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제로는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후생 증대의 2가지 딜레마 속에서 문제를 같이 엮어서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아직은 척박하다. 환경론자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아직은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에너지 관련 안전사고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의 안전사고를 보면 과학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종사자들의 안전 불감증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경비를 줄이다가 사고를 유발하여 경비가 더 소요된다는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복사 용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이면지를 활용하다 보니 프린트의 소모를 가져와서 종이 절약보다 프린트 교체에 따른 비용이 더 소요되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안전에 대한 지출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접근도 필요하다.에너지 문제는 시장 실패의 영역이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협력없이는 해결되지 못하는 영역이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에너지 시장의 조건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질 시기이다.

2012-05-28 이원희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계속되는 학교 폭력의 실상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지난 16일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행사장에 여고생이 단상에 올라 동생의 사연을 소개해 모두를 울렸습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예일대 의대 김영신 교수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김 교수의 말입니다. "왕따 가해자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성인이 된뒤 자살률과 범죄율과 실업률이 일반인보다 몇 배나 높다", "가해자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때 이미 '조짐'을 보이는데, 이 단계에서는 왕따를 시키는 아이가 당하는 아이보다 마음의 병이 더 깊기 쉽다", "중학생 폭력이 심각하다지만, 그땐 이미 문제가 곪아 터진 다음이다."참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그렇다면 인성이란 무엇일까요? 인성은 곧 건강한 인격입니다. 건강한 인격은 인간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인격에서 비로소 '사랑'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성이란 사랑을 주고받는 지혜의 샘입니다. 하버드대학과 여러 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승진에 영향을 준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즉 '전문성'과 '인간관계 능력'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전문성은 불과 15%밖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85%는 인간관계 능력이 좌우했습니다. 인간관계 능력이 곧 인성이고 인격입니다.건강한 인격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건강한 '꿈'이 강렬할 때 형성됩니다.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이 건강한 꿈입니다. 꿈은 나와 다른 생명체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것입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사랑'을 먹고 성장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사랑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사랑이란 대상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사랑의 주고받음은 나와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줌으로써 행복으로 안내하는 소중한 교량 역할을 합니다. 요시노 히로시의 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 완결이 안 되는/ 만들어짐의 과정// 꽃도/ 암꽃술과 수술로 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벌레나 바람이 찾아와/ 암꽃술과 수술을 연결하는 것.// 생명은/ 제 안에 결여를 안고/ 그것을 타자가 채워주는 것."맞습니다. 타자가 나의 결핍을 채워주고, 내가 타자가 되어 상대의 결여를 채워주는 사랑으로 인해 행복의 주인이 됩니다. 주지 스님이 무척 아끼는 동자승이 있었습니다. 못 생기고 아둔한 그를 제자들은 미워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지는 새 한 마리씩을 나눠주며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아무도 보지않는 곳에서 새를 죽인 후 그 주검을 가지고 다시 모여라. 오는 순서대로 후계자로 삼을테니." 모두 사라지더니, 잠시 후 죽은 새를 들고 서둘러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동자승만 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도망갔다며 수군거립니다. 그런데 이윽고 그가 풀 죽은 얼굴로 걸어옵니다. 아직도 짹짹거리는 새를 품에 안고서 말입니다. 주지 스님이 묻습니다. "왜 새를 아직까지 살려두었느냐?" "아무도 보지않는 곳을 아무리 찾아다녀도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누가 보고 있더냐?" "제 자신이 보고 있었습니다."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생명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행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폭력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의 그릇된 표현입니다. 충분한 사랑만이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인성교육이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어른들인 부모, 교사, 사회로부터의 사랑 말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훌륭한 인성교육은 어른인 우리가 그런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입니다.

2012-05-21 최원영

혼란속 프로그램 간접광고 재정비 필요

간접광고란 상품배치(PPL: Product placement)라고도 하는데,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가 광고의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프로그램에 녹아들어가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간접광고는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일반적 광고를 집행하는 것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노출을 증대하고 제품명을 널리 알릴 수 있다. 또한 협찬받는 입장에서는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서 종전까지 비공개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영화 속의 간접광고로는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에 등장한 M&M 초콜릿 캔디가 유명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신씨네가 제작한 '결혼이야기'에서 등장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등이 성공적인 간접광고로 평가받고 있다.간접광고가 허용되기 전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파리의 여인'의 대우자동차, '사랑에 미치다'의 아시아나항공 등은 과도한 간접광고로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후 사회적으로 간접광고에 대해 비판이 일자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동차의 경우에는 엠블램이나 상표를 모자이크 처리하였다. 또한 심할 경우 달리는 자동차의 양옆 거리의 간판을 전부 모자이크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 1월 미디어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간접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되었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오락, 교양분야에 한하여 방송시간의 5%, 화면의 4분의 1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5월 3일 SBS 인기가요에서 '네이트 시맨틱' 검색광고가 간접광고가 허용된 후 처음으로 실시되었다.간접광고의 매체별 유형을 보면 영화, 텔레비전, 연극무대, 뮤직비디오, 출판물, 인터넷, 게임, 광고영상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를 노출 유형으로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와 제품, 광고, 차량 등의 로고 노출, 직접적인 제품이나 제품에 대한 설명, 제품이나 간판 및 서비스가 배경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KBS-2TV 주말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서는 특정 등산화를 안 미끄러지는 신발이라고 표현하면서 실제 실현까지 함으로써 이는 간접광고 형식에서 상호나 제품노출 수준에서 벗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는 비타민 음료를 주인공이 '독고진 음료'라고 불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엠넷의 '슈퍼스타2'는 간접광고의 종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출연자들은 코가콜라를 마시고, 모토롤라 휴대전화에 코가콜라 광고를 찍고, 뚜레주르 제과점을 이용하고, 올리브영에서 선물을 사고, CJ 카드를 이용하였다.최근의 경우 전속모델이 광고하는 제품을 프로그램에 간접광고 형식을 통해 반복적 노출하여 시청자의 프로그램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판단된다. SBS '옥탑방 왕세자'에서 왕세자역의 박유천이 라면 먹는 장면, 패션왕의 신세경이 요구르트 먹는 장면, MBC '더킹투하츠'에서 이승기의 냉장고 앞 키스장면, 던킨도너츠가 파티, 상견례, 간식먹는 장면 등에서 반복적으로 집중 노출되고, 광고카피까지 대사로 등장하여 일간신문의 지적도 받았다.이러한 간접광고의 법적 허용은 광고주 및 매체사에게 유용한 마케팅도구이기는 하지만 시청자에게 분명 간섭효과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일정한 비용을 지급하고 특정 프로그램에 중복적으로 노출된 일방적 간접광고는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더 나아가 생활세계를 황폐화 시킨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프로그램의 전개상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연기자의 의상이나 거리풍경, 음식점 등에 과도하게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부자연스럽게 통제하기 위해 테이핑하는 것은 전체 프로그램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프로그램과 광고를 혼동하게 하는 전속모델의 자기제품 간접광고와 더불어 제한적 시간안에서 강압적이고 반복적인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접광고는 비용을 지급하든 하지 않든 담당 연출자의 자율적 규제하에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갈수 있는 수준에서 머물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2-05-14 서범석

석해균 선장의 '캡틴정신'을 배우자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부자유스러운 왼손을 흔들거리면서 석해균 선장이 강의장에 나타났다. 지난 5월 4일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에서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초대하여 초청강연을 들었다.1979년부터 32년간 외항선을 탄 베테랑 바다 사나이, 1년 평균 지구를 두 바퀴나 도는 마도로스가 갑자기 해적을 무찌른 '영웅'으로 재탄생한 것은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 덕분(?)이다. 그는 오랜 세월 배를 탔지만, 해적을 만난 적이 없었으며 있어 보았자 겨우 좀도둑 수준의 우발범들을 만났을 뿐이다. 삼호주얼리호는 그가 회사를 옮기고 처음 타는 배였다. 솔벤트를 싣고 아랍에미리트를 출발하여 스리랑카로 향하던 중 소말리아 북쪽 아덴만에서 2011년 1월 15일 진짜 해적을 만난 것이다.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하여 바다는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는 해적들의 감시를 뚫고 인근 청해부대와 연락을 취했고 기지를 발휘하여 항해를 지연시키면서 시간을 벌었다. 1월 21일 새벽 청해부대의 여명작전이 시작되어 해적들은 사살하거나 체포하고 선원들을 구출했다. 그러나 석 선장은 몸에 6발의 총상을 입었다.이때부터 아주대 의료원 이국종 교수팀이 투입되어 외상을 치료하고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졌다. 280일, 9개월의 투병생활을 마치고 석 선장은 이제 해군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군무원이 되어 '교관'으로 새 생활을 시작했다. 석 선장은 당시에 그가 체험한 숨막히는 상황을 청중에게 80분간 들려주었다. 필자는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진정한 '캡틴정신'을 읽었다. 이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리더십의 요체였다. 그의 이야기에서 필자가 뽑은 캡틴정신은 다섯 가지이다.첫째, "위기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1월 15일 아침 7시 평상시처럼 선교를 체크하던 석 선장은 안개를 틈타, 짐을 잔뜩 실어 갑판이 낮아진 삼호주얼리호를 올라타고 있는 해적들을 발견한다. 석 선장은 침착하게 비상벨과 안전벨을 울리고 선원들을 대피시킨다. 선원들은 불안에 떨었다. 석 선장도 처음 당한 일이라 불안했다. 그러나, 선장이 불안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생각하고, 선원들을 최대한 안심시켰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자신부터 희망으로 무장했다.둘째,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라." 해적들이 배를 소말리아로 몰고 가라고 했을 때, 선장이 할 일은 항해를 늦추고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해적들이 엔진동작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알고, 엔진에 고장을 유도했고, 나침반을 조작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도 했다. 배에 불을 질러 모두 같이 죽자고도 했고, 엔진냉각수로 쓸 수 없도록 심지어는 식수까지 버리자고 했다. 2일이면 갈 거리를 6일이나 끌었다. 셋째, "외부의 힘을 빌려라." 석 선장은 해적이 승선한 후 초기에 이메일을 이용하여 인근 청해부대에 상황 보고를 했다. 청해부대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라는 연락이 왔다. 석 선장은 배의 운항을 지연시키면서 모스부호든 뭐든 이용하여 외부와의 연락을 유지하려 했다.넷째, "부하를 위해 몸을 던져라." 1월 21일 청해부대의 여명작전이 시작되었다. 양철지붕 위에 소나기 방울을 퍼붓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청해부대의 헬기에서 포탄이 날아들었다. 해적들은 선원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해적들도 최후의 발악을 했다. 석 선장에게 6발의 AK소총을 날렸다. 팔과 다리에 한 발씩, 그리고 배에 4발을 맞았다. 21명(한국인은 8명)의 선원 중 총을 맞은 사람은 석 선장 혼자였다. 그는 부하들의 총알받이가 된 것이다.다섯째, "적에게 굴하지 마라." 해적에게 공격을 당한 선박은 많았다. 그렇지만 삼호주얼리호처럼 해적과 맞대응한 배는 없었다. 선원 중에서도 "선장님, 위험합니다. 해적들의 요구에 순응하십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석 선장은 생각했다. "해적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주고 우리가 풀려나면 우리 몸은 편할 수 있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적에게 죽을지언정, 굴복해서는 안 된다."

2012-05-07 조영호

한 푼도 줄 수 없다

한국 최고의 부자라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단단히 화가 났나 보다. 형제간 상속 문제와 관련하여 "주식 한 주도 줄 수 없다"라는 인터뷰 발언을 했다. 동생으로서의 발언 수위와 방식을 두고 '도를 지나쳤다'라고 SNS 매체에서는 논란이 한창이다. 하여간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명분 없이는 사용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삼성의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택하여 주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삼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우수한 기능을 가진 삼성의 제품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면서 기계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그리고 의미까지 소비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이윤에도 중요한 요인이 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현 정권의 최고 실세 중 하나로 '왕의 남자'라고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하여 8억여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가성 없는 순수한 자금이었다는 발언을 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라 공권력이 정확한 내용을 밝히겠지만, 다시 우리 사회에 음모론과 '카더라' 언론이 기세를 부리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 우려된다. 사실 '나꼼수'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 것은 무엇인가 미심스러워 하던 우리 사회의 많은 구린내 나는 쟁점에 대해 직설적 화법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히 내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 대리 만족의 기회를 주었고,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대리만족 즉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이번 19대 선거를 거치면서 이러한 표현 '방식'에 대해 기성세대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표심'으로 전달되었고, 방송인 김구라의 퇴장을 보면서 자정의 기회가 마련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대가성 없다는 정치인의 자금수수 속에 더 큰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은 다시 비공식 매체의 목소리를 찾는 계기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의 시각이 강화될 것도 우려된다. 총선을 끝내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정치 지형을 기대했던 시민사회에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막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선량들이 정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기업인들이 '한 푼을 줄 때'는 반드시 다른 조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않다면 그러한 편의를 제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수준을 제고하고 정치 문화의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19대 국회에서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국회의원의 수준을 제고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최근 공공선택학과 게임이론을 전공하는 학자들 간에 투표방식에 대해 재미있는 가설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유권자가 1명의 후보만 선택하도록 되어 있어서 다른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 1인에게 10점을 주고 이 점수를 각 후보자들에게 배분하도록 한 다음, 이러한 각 유권자들의 점수를 합산하여 가장 많은 득점을 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A 후보자에게 표를 찍는 것이 A 후보자에게만 10점을 주고 나머지 후보자에게는 0점을 주는 방식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각 유권자가 A 후보자 6점, B 후보자 3점, C 후보자 1점, D 후보자 0점 방식으로 표를 점수로 부여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체 유권자들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는 투표 용지에 '적격자 없음'이라는 선택지를 마련하여 만약 '적격자 없음'에 가장 많은 표가 나오면 그때는 그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당선자를 내지 않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럴 경우 지금은 후보자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수준 이하의 정치인이라도 당선되지만, 절대 평가의 개념이 도입되면 수준 이하의 정치인이 퇴출되는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새로운 국회의원이 선출되고 불거진 이번 사건이 당선된 정치인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우리 사회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 푼도 받지 않는 정치인'들이 모여 19대 국회에서는 한국 정치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

2012-04-30 이원희

300명 의원들에게 세종이 던지는 화두

치열했던 선거가 끝나고, 우여곡절 끝에 300명의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국민은 '내'가 뽑은 여러분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국민의 소망을 담아 몇 가지 당부말씀을 전합니다.먼저 필요한 말씀만 했으면 합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말씀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고 귀를 열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어느 날 자금이 묵자를 찾아와 이렇게 물었습니다."저는 사람들 앞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말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요?""말은 그다지 중요치 않소. 파리와 모기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소리를 내지요. 하지만 그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던가요? 그저 사람을 괴롭힐 뿐입니다. 하지만 수탉이 아무 때나 울던가요? 날 밝기 시작할 때 우는 소리에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일하지 않던가요?"둘째, 끝까지 듣는 정치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한 중년 백인이 차를 세우더니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가 바텐더에게 물었습니다."여보게, 딸꾹질 멈추는 법을 아는가?"바텐더는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중년신사의 뺨을 느닷없이 때리더니 말합니다."이제 멈췄죠?"당황한 신사가 대답합니다."아니, 내가 아니라 차 안에 있는 우리 집사람인데."셋째, 미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이 강할수록 상대편이나 국민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할 때가 많아 일을 그르치곤 합니다.미국의 유명 앵커인 링클레이터가 한 아이를 인터뷰했습니다."얘야, 장래 희망이 뭐니?""비행기 조종사예요.""만약 나중에 조종사가 되어 여객기를 몰고 태평양 위를 날다가 엔진이 멈춰버리면 어떻게 하겠니?""음, 일단 사람들에게 안전벨트를 꽉 매라고 하고, 저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릴 거예요."방청객들과 링클레이터 역시 아이의 이기심에 혀를 차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아이가 그런 반응에 당황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려는 거지?""연료를 가져오려고요. 그래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잖아요."사람들의 판단은 아이가 혼자만 살기 위해 탈출한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아니었습니다.지금 우리 국민들은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좌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당선에 다시 한 번 희망의 줄을 잡고자 합니다. 어느 스님이 이런 글을 썼습니다.'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갑니다. 놓으세요. 나 없으면 안 될 거라는 그 마음을'.맞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입니다. 사실 '내'가 되려고 작정하면 국민이 '귀한 사람'으로 보이질 않고 단지 '한 표'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나'를 내려놓고 내가 되지 않아도 좋다고 여길 때 비로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보입니다. '내'가 되려고 하면 '내' 업적을 주로 얘기하지만, '나'를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국민들의 절규가 들립니다. 그래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법안과 제도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 분들이 큰 정치인들입니다.'세종실록'에는 신하와 세종의 대화가 들어있습니다. 신하가 묻습니다."왕께서 꿈꾸시는 태평성대란 어떤 것입니까?""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세상이다."여의도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이제 앞으로 4년은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국민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귀를 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당신만의 꿈을 접고 의정활동에 임할 때 비로소 우리는 희망의 끈을 다시 붙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04-22 최원영

남한산성이 황폐화하고 있다

남한산성은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9-1, 52번 버스를 타고 15분만 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이른 주말 아침 헝클어진 머리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 1천500원짜리 김밥 한 줄에 생수 한 병 그리고 집에서 끓인 보이숙차를 보온병에 넣으면 준비완료이다.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올라가면 군데 군데 진달래 피고, 뭉쳐있는 개나리집단이 아른 아른 지나간다. 파랗게 솟아오르는 나뭇잎의 향긋한 냄새는 삶을 윤택하게 한다. 나는 매월 한번 정도 버스를 타고 남문 앞에서 내려 주차장을 거쳐 옹성에 도착하여 김밥 한 줄 먹고 동문을 거쳐 장경사에서 손못 씻는 약수터에서 약수 한잔하고 뒷산을 올라 북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등산을 한다.사실 등산이라기보다는 약 2시간 내외의 산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름다운 산행이 피곤해졌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던 남한산성이 지난 몇 년간 변하기 시작했다.경기도는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작업차량이 쉬지 않고 산속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면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남한산성은 성남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2차로 도로가 있으며, 북문에서 남문까지 대형 유원지도로, 산중턱까지 거대한 콘크리트 도로인 망월사, 장경사, 개원사, 국청사 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버스도 여러 노선이 수시로 운영되고 있어 편리하다. 여기에 8개의 대중형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다.이러한 도로와 주차장만 해도 산의 절반을 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남한산성 성곽 보수공사가 지난 수년간 이어졌는데, 산속에 조립식 건물이 들어서고 철제 담장을 설치하더니 어느 날부터 포클레인이 등산로를 파기 시작하고, 작업차가 들어와서 거의 군사작전을 하는 것처럼 산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남문에서 동문을 거쳐 북문까지 성곽길 대부분이 차들이 다닐 정도의 도로가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또한 성벽을 접근하기 위해 산 곳곳에 차량용 도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한산성 성곽 산책로 중 가장 아름다운 동문에서 제3남옹성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은 산 중턱이 콘크리트 운동장으로 변했다.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던 숲속 작은길에는 이제 돌무덤만 남아서 길을 지키고 있다. 등산객들은 성곽 담벼락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남한산성의 운치를 잊어버리고 태양열에 올라온 콘크리트 냄새를 맡으면서 위험한 포장도로를 걷고 있다.남한산성 성곽길은 복원공사 중에 생긴 담벼락 교통도로, 산속을 관통하는 공사차량도로, 이를 피해 다니는 등산객의 등산길 등 새로운 길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그리고 아직도 성곽 복원공사가 잘못되어 곳곳에 비닐이 덮여 있고, 철 지난 조사용 안내판만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경기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을 위해 화려한 행궁사업도 중요하지만, 남한산성 성곽복원사업이 남한산성의 아름다운 산길을 칼질하고 산속 깊숙이 바둑판처럼 교통도로가 형성되어 산이 황폐화되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현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것이다.남한산성 자연환경의 파괴 주범인 경기문화재단이 오늘도 남한산성을 화장하기 위해 성곽 주변에 네모난 콘크리트 조형물과 철제 봉을 박고, 포클레인과 작업용 차량이 깊은 산속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남한산성이 피곤하다. 위장용 콘크리트 화장을 지워내고 숨 쉴 수 있게 그대로 두는 것이 진정으로 시민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남한산성은 역사와 문화는 있는데 숨은 쉬지 않는다. 남한산성은 휴식이 필요하다.

2012-04-15 서범석

복수노조시대, 다양성관리 역량이 핵심

한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여러 개 있어 근로자들이 골라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가 복수노조다. 우리나라에서는 60년대 초 개발경제가 시작되면서 형식적으로는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호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었고,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는 이 복수노조 역시 금지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이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고 1997년 복수노조제도를 도입한다고 선언했다.그러나 노사문제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에서는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복수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에 다수의 노조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단체교섭을 할 때는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마련이 쉽지 않았다. 결국 제도를 도입하되 그 시행을 2002년 1월 1일로 유예했고, 그 사이 노동부장관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루도록 했다. 그런데 2001년이 되어도 창구단일화 해법을 찾지 못했다. 노동부장관 혼자서 할 수가 없고 노사가 합의를 해줘야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법시행은 계속 유예되었고 급기야 2009년말에 이르러서야 창구단일화에 대한 해법을 찾았고 그 결과 2011년 7월 1일부터 13년 동안의 논의를 종결하고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복수노조의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양측 모두 비상이었다.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노사관계가 다시 파행으로 가지 않을까,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노노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복수노조제도 도입은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또는 "노사관계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시간이 흘러 드디어 2011년 7월 1일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노조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7월 1일 이후 100일 동안 498개의 노조가 설립 신고를 했다. 그 전까지는 노조의 숫자가 연 100개 정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증대는 순전히 복수노조제도 도입 효과라 할 수 있다. 신설 노조 대부분(82%)은 기존 노조에서 분리된 것이고, 18%만이 순수하게 새로 설립된 노조였다. 그러니까 기존 노조의 활동이나 노선에 불만을 가진 근로자들이 노조를 따로 만들어 경쟁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100일이 지나고 또 시간이 흐르자 신설 노조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최근까지 신설노조는 600개 정도에 이르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최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복수노조제도는 처음 우려와는 달리 조용히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 올 봄 단체교섭 시즌만 무난히 넘기면 복수노조제도는 자리잡았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겉으로 보기에 복수노조제도의 도입이 큰 문제없이 연착륙되었다고 해도 이 제도가 갖는 의미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사회는 점점 단순사회에서 복합사회로 가고 있으며, 획일화 사회에서 다양화 사회로 가고 있다. 복수노조는 바로 우리 사회의 다양화를 반영하는 것이고, 다양화라는 거대한 메가트렌드가 복수노조라는 분출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제 노동자들도 하나가 아니고 다양한 소집단이다. 기업이나 다른 조직도 그냥 하나로 보면 안 된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사고가 다른 소집단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소집단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진 것이다. 고용지위로 볼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전혀 다른 이해관계 집단이고, 생산직, 영업직, 연구개발직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남녀간의 문제도 그렇다. 노동계도 이런 다양한 노동자집단의 요구를 개별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체질을 갖추어야 한다. 정규직의 이해만 대변하면 비정규직은 따로 노동조합을 만들 것이고, 생산직만 대변하면 연구직은 따로 노조를 만들 것이다. 조직도 근로자들을 과거처럼 획일적으로 대하는 것은 이해를 달리하는 소집단으로 하여금 노조를 만들게 하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다양성의 확대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할 줄 아는 역량이 절실해졌다. 복수노조 시대는 곧 다양성관리의 시대인 것이다.

2012-04-09 조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