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신뢰사회의 조건

요즈음 버스 정거장에 새로운 풍경이 하나 생겼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 중에 M 버스는 좌석에 승객이 다 앉게 되면 정거장을 통과한다. 그래서 기다리는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기다리는 순서가 곧 좌석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 정거장 바닥에 번호판이 있고, 모두가 여기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줄을 서 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 새치기는 서로가 용납하지 않는다. 이 조그마한 제도 개선 하나가 교통질서를 정립할 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을 개혁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신뢰사회의 화두는 결국 예측가능성에 있다.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래서 졸업하여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이 신뢰사회의 출발이다. 그런데 새치기하는 집단이 많아지면 신뢰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월급쟁이에게는 꼬박꼬박 세금을 받아 가면서도 재벌의 조세 포탈이나 횡령에 대해서는 '3년 징역, 5년 집행유예'의 표준화된 형량이 적용된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국민들이 잊을 만하면 '국민 경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하여' '사면'의 정형화된 행보를 가지게 된다. 일반 서민에게 추상(秋霜)과 같은 공권력이 '그들'의 구조적 비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가 되는 특권 구조가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서민의 좌절감을 증폭시킨다.그런가 하면 진입 장벽의 벽은 매우 높다. 과거 대학 입시의 수석이나 사법고시의 수석 합격자들이 언론의 초점을 받았다. 가난한 농민의 자녀 또는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하는 것이기에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한 흐뭇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표하지 못한다. 잘사는 사람들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교육의 기회에 차별이 생기기 시작하면 부의 불평등은 악순환 고리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아예 진입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해버리는 '자진탈퇴자'가 양산되기 시작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뛰어다니다가 어느 순간 좌절하여 알아보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민소득 2만달러의 시기에 더 큰 좌절감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경제성장기에는 열심히 일해서 대박을 터뜨리는 꿈을 꾸었지만 지금의 서민에게는 가난과 빈곤의 대물림을 벗어날 수 없다는 체념을 하게 한다. 실로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는 불신감과 좌절 의식 그리고 피해 의식을 극복하는 것이 향후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데 신뢰사회의 회복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도 있다. 버스 정거장에 기다리는 버스 표지판을 정해두고 순서가 되면 차례대로 타면 된다고 하는 예측가능성을 알려주는 지표 수준의 방향만 있어도 된다. 신뢰사회의 출발이 공정사회에서 시작되는 이유이다. 이를 위해 기회 균등을 제약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과 관련하여 모든 장애요인을 극복하는 전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영유아 교육에서부터 중도 퇴직자 그리고 연금 수혜자에 이르기까지 자기실현을 위한 생애맞춤형 교육의 기회는 국가적으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영역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통해 먹거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아 성취와 사회에 대한 신뢰사회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사회를 위해서는 폐쇄성을 극복하고 투명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있다'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사법부의 기강 확립도 필요하다. 물론 신뢰사회는 국가의 몫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상영된 '돈의 맛'이라는 영화가 재미있는 화두를 던져준다. 돈의 맛에 길들여지면 돈의 노예가 되어 인격적 모욕도 모르고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인간애를 찾아간다는 결말이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은 우리가 우리 안에서도 찾아야 한다. 신뢰 사회의 구축을 위해 성숙한 민주 시민 의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2012-06-25 이원희

큰 것을 보는 자는 자신이 작아 보인다

'개그콘서트'에서 한때 '대화가 필요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이 코너는 부부와 아들이 식탁에 앉아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부부만이 앉아 대화를 합니다. "동민이는 해뜨기 전에 기 나가 저녁 먹을 때나 돼서 기 들어오고, 대체 뭐하고 다니노?" "지도 모르겠심더." (이때 동민이가 들어와 앉는다.) "니 오늘 하루 종일 밖에 나가 뭐 했노?" "학교 갔다 왔는데요." "아직 졸업 안 했나?" "지 올해 입학했심더."가족 간에 얼마나 대화가 없었으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요? 한 연구에 의하면 살인사건의 34%가 사소한 대화중에 발생하며, 남녀 사이의 불협화음과 충돌의 90%가 소통의 부재 때문에 발생합니다. 어디 소통의 절박함이 가족에게만 국한되겠습니까? 총선이 끝나고 국회 개원을 해야 하는데도 아직도 개원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다투고 있는 국회 역시 소통의 부재가 원인입니다.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저마다 곱게 포장된 아름다운 청사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신만이 대통령감이며, 그렇기 때문에 경선 규칙을 새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도 야도 경선룰을 합의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입니다. '나만이 대통령감이다'라는 교만이 진정한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늙은 인디언 추장이 후계자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세 명의 젊은이들에게 로키산맥의 정상에서 본 것을 가져오면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후 모두 돌아왔습니다. "정상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저는 로키산맥 정상에서만 피는 꽃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정상에만 있는 붉은 빛이 나는 돌조각을 찾아 가져왔습니다." 세 번째 청년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수군거렸습니다. 비난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정상에서 봤습니다. 저 산 너머에 비옥한 땅과 넓은 강물, 수많은 버펄로 떼를 보았습니다. 저는 누가 추장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누가 되든지 우리는 저 산을 넘어야만 합니다. 우리 부족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현명한 추장은 누구를 후계자로 삼았을까요? 청년들의 무엇을 보려고 추장은 정상에서 본 것을 가져오라고 했을까요? 바로 큰 꿈입니다. 그들의 꿈이 자신만의 영광을 위해서인지, 부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그랬을 겁니다.사실 큰 흐름을 읽고 보는 사람은 자신을 작은 존재로 여깁니다. 그래서 겸손해집니다. 그러나 자신을 낮추면 다른 사람들이 높여줍니다. 이것이 겸손의 선물입니다. 마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바다로 모든 물이 모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하며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들, 자신만이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며 주장하는 대선주자들이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되어 있는 민생법안들이 6천여 개나 됩니다. 그런데도 개원조차 못하고 있고, '국민을 위해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혀 국민과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노르만 쉬바르츠코프 장군의 말이 귀에 와 닿습니다. "위대한 지휘관은 부하들을 전체로 보지 않고, 개별적으로 본다." 대부분의 지휘관은 소대 앞에서 부하들을 전체로 바라보지만, 위대한 지휘관은 그들을 개별적으로 편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소통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의 탐욕입니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이루어집니다. 사랑은 상대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국민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을 사랑한다는 것은 매우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구체적'이어서 아무나 못합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에 대한 사랑의 추상성과 구체성이 균형을 이룬 사람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사랑의 추상성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랑인 민생법안의 심의입니다. 먼저 국회부터 개원시키고 민생법안 심의에 몰두하는 큰 정치인이 되기를 당부 드립니다.

2012-06-18 최원영

기업광고, 개인 정치홍보 이용해선 안돼

최근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에 대해 광고의 집행시기와 내용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광고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면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현대중공업은 조선, 해양, 플랜트, 그린에너지 등을 주업으로 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지난해 약 2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였다. 현대중공업이란 회사명을 상기시키면 당연히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새누리당 다선 국회의원, 대통령 출마의사를 밝힌 정몽준 의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현대중공업은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약 17년 동안 텔레비전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이 울산 동구에서 선거구를 서울시 동작을로 변경한 후인 2008년부터 광고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상하게도 국회의원 선거연도와 맞물리는 2008년과 2012년에 집중적으로 기업광고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2012년의 현대중공업 텔레비전 광고의 경우 2월부터 실시되어 4월까지 3천520회 정도 노출되었으며, 약 52억 원을 사용하였다. 이 기간동안 전체광고비는 7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현대중공업 텔레비전광고 '이런 기업'편을 보면 국민배우 안성기가 모델로 출연하고 있으며, 광고내용은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있습니다.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이루고, 국내에 공장을 짓고, 많은 학교와 병원을 세우는 기업, 현대중공업이 있기에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라는 광고표현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자기자랑 형식의 일방적 광고는 최근 지상파 방송광고에서 보기드문 고전적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광고의 크리에이티브전략은 시대적 상황에 부합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독특하게 만들 수는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현대기아차그룹 계열광고회사인 이노션에서 기획하고 제작했다고 하기에는 무엇인가 좀 부족한 점이 보인다. 실제적으로 이러한 고전적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현대중공업의 텔레비전 광고가 실시된 2012년 2월 18일부터 선거일인 4월 11일까지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새누리당의 공천심사와 더불어 직간접적으로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이러한 국회의원 선거기간중의 현대중공업 기업광고의 집중적인 노출에 대해 동작을에 출마한 이계안 후보가 현대중공업광고가 정몽준 후보의 홍보용이라고 정 후보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광고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사건이 있었다. 정 후보측은 이계안 후보가 이건희 삼성회장 증인 불출석에 대한 고발건 표결에 기권한 사실을 감췄다고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소함으로써 문제가 불거졌으나, 결국 선거후 고발을 서로 취하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현대중공업 기업광고가 특정 국회의원의 정치적 목적에 사용되었다면 이는 상당한 문제점을 시사한다고 판단된다. 대기업의 실제적인 의사결정권자가 기업광고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면 정치권에 있는 상당수의 기업인들이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놓을 것으로 생각된다.광고는 정보 전달과 흥미를 소비자에게 주어 생활세계를 윤택하게 하고 기업의 이미지 상승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고 생각된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신한은행 광고의 경우 소비자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존재할 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광고가 특정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광고의 효율성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이상한 광고, 나쁜 광고가 되어 생활세계를 황폐화시킨다고 생각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업광고의 정치적 이용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2-06-11 서범석

성공을 경계하라

L치과원장은 병원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고가 장비를 도입하여 환자들에게 열심히 치료를 하였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치료에 대해 모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그 부담을 지울 수 없어 결국 병원이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경영컨설턴트를 만나게 되었고,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아 적정 진료를 제공하고 보험급여도 제대로 받는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컨설턴트는 그 지역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하게 되었고 병원은 흑자를 보게 되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얻었다. 월 4천만~5천만원 하던 수입이 억대를 넘어서게 되었다. 환자가 늘자 L원장은 의사(Pay Doctor)를 고용하게 되고, 수입은 점점 늘어나서 월 매출액이 6억원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L원장은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외부에 출타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골프에 열중했다. 해외여행도 잦아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되고, L원장의 돈냄새를 맡은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투자를 제안해 왔다. 귀가 엷어진 L원장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곳에 자금을 넣게 되었고 손해를 보게 되었다. 반면에 주변의 다른 치과들은 절치부심 혁신을 하여 고객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결국 L원장은 자신의 병원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페이 닥터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흔히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마음, 어려울 때 가졌던 그 열정을 지키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처음에 하던 일만 계속해서도 안 되고, 처음에 하던 방식을 계속 고집해서도 결코 안 된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말이 "성공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했을 때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달라진다. L원장처럼, 그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도 받고 싶고 또 자만심에 빠지게 되고 엉뚱한 곳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게 학습하고 변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게 성공을 이룬 기업은 화려하게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캐나다의 밀러교수는 이를 '이카루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 불렀다.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이카루스가 성공적으로 날게 되자 태양 가까이 가게 되어 결국 죽음을 맞았다는 그리스 신화를 빗댄 이야기다. 이카루스 패러독스는 과거 성공요인이 오히려 미래의 실패원인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기술로 성공하는 기업은 기술로 망하는 경향이 있고, 마케팅으로 화려한 실적을 낸 기업은 그 마케팅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로 성공한 기업은 너무 기술에 자만하고, 기술에 치우치다 보니 시장상황에 눈을 감게 되고 결국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은 마케팅에 자만을 보이는 나머지 기술을 소홀하게 되고 결국 팔 물건을 개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필름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KODAK. 인간의 기억을 연장시키고, 추억을 생생하게 만들고 기쁨의 시간을 확장시켜주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게도 했던 그 회사가 이제는 존망의 위기에 놓여있다.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미리 예견되었던 것이고, 코닥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코닥의 화려한 성공은 회사의 변신을 가로 막았던 것이다. 스토리는 계속 된다. 휴대폰의 제1인자 노키아의 몰락이 그것이다. 한때 핀란드 수출의 25%를 차지하던 노키아는 이제 10%를 지키기도 어려워졌고, 60유로 이상을 호가하던 주가도 이제 5달러를 지키기도 어려워졌다. 애플과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낙오되었기 때문이다.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성공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 속에 실패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고 암이 자라고 있다. 성공은 자만심을 키우고, 성공은 과거지향적으로 만들고, 성공은 또 내부지향적으로 만든다. 한번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이 성공을 경계하고, 겸허하게 변화하고 창조해야 한다.

2012-06-03 조영호

에너지와 미래 사회

한때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룬 영화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인간과 로봇이 전쟁을 하는 터미네이터가 있었고, 로봇이 인간과의 사랑으로 질투를 하는 A.I.가 있었다. 그래서 로봇과 인간이 경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 하는 논쟁이 있기도 했다. 결론은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인 에너지 원(源)을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래 사회에서 승리자는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로 귀결된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무역으로 살아가는 한국의 경제에 심각한 화두를 던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몇몇 정치 실세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더군다나 에너지 문제를 폄하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어 우려가 된다. 지금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지나면서 IT 강국으로 세계적 선두 위치에 자리잡고 있지만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맞추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2011년 9·15 정전시에 은행 업무 마비, 병원 진료 차질, 통신 기지국 마비, 군 레이더 망 불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위기를 잠시 경험하였다. 2006~2011년에 울산 화학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하여 2천46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미래의 삶을 담보하는 조건으로 에너지에 대해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기료 인상 논쟁이 이러한 장을 마련하여 주고 있다. 현저히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면서 사용을 줄이자고 캠페인을 하는 것은 효과가 낮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복지는 소득 보조로 해결을 해야지 전 계층에 혜택을 주는 무차별적인 요금 인하로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도 시장 경제의 논리를 도입해야 하고, 요금의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지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상적으로만 보지 말고, 보다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외면하는 '폭탄 돌리기'를 중단하고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현실에 근거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되는 쟁점이 환경과 산업의 조화에 관한 쟁점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경제성장을 하면서 환경오염을 인정하는 동조화(coupling)의 시기이다. 그러나 2만달러에 진입하면서 산업화와 환경오염을 분리(decoupling)시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관리나 산업 정책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현상이 발생한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있으면서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지식경제부 장관 소속으로 있는 것이 그러한 논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을 담당하는 부처와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를 통합하자는 논의가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때 각광을 받던 태양광 산업이 정부보조금이 줄어들자 열기가 시들고 있다. 풍력 발전은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공급되지 못하고 필요 없는 시기에는 생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기술 개발을 위한 R&D 차원에서는 필요하지만, 에너지 수급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제로는 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경쟁력 제고와 소비자 후생 증대의 2가지 딜레마 속에서 문제를 같이 엮어서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아직은 척박하다. 환경론자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아직은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에너지 관련 안전사고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의 안전사고를 보면 과학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종사자들의 안전 불감증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경비를 줄이다가 사고를 유발하여 경비가 더 소요된다는 사례도 주의해야 한다. 예컨대 복사 용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이면지를 활용하다 보니 프린트의 소모를 가져와서 종이 절약보다 프린트 교체에 따른 비용이 더 소요되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안전에 대한 지출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접근도 필요하다.에너지 문제는 시장 실패의 영역이어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협력없이는 해결되지 못하는 영역이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에너지 시장의 조건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질 시기이다.

2012-05-28 이원희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계속되는 학교 폭력의 실상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지난 16일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한 행사장에 여고생이 단상에 올라 동생의 사연을 소개해 모두를 울렸습니다.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예일대 의대 김영신 교수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도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김 교수의 말입니다. "왕따 가해자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성인이 된뒤 자살률과 범죄율과 실업률이 일반인보다 몇 배나 높다", "가해자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때 이미 '조짐'을 보이는데, 이 단계에서는 왕따를 시키는 아이가 당하는 아이보다 마음의 병이 더 깊기 쉽다", "중학생 폭력이 심각하다지만, 그땐 이미 문제가 곪아 터진 다음이다."참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성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그렇다면 인성이란 무엇일까요? 인성은 곧 건강한 인격입니다. 건강한 인격은 인간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인격에서 비로소 '사랑'이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성이란 사랑을 주고받는 지혜의 샘입니다. 하버드대학과 여러 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승진에 영향을 준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즉 '전문성'과 '인간관계 능력'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전문성은 불과 15%밖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85%는 인간관계 능력이 좌우했습니다. 인간관계 능력이 곧 인성이고 인격입니다.건강한 인격은 어디서 나올까요? 바로 건강한 '꿈'이 강렬할 때 형성됩니다.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이 건강한 꿈입니다. 꿈은 나와 다른 생명체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것입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사랑'을 먹고 성장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사랑의 위대함을 발견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사랑이란 대상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사랑의 주고받음은 나와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줌으로써 행복으로 안내하는 소중한 교량 역할을 합니다. 요시노 히로시의 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 완결이 안 되는/ 만들어짐의 과정// 꽃도/ 암꽃술과 수술로 되어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벌레나 바람이 찾아와/ 암꽃술과 수술을 연결하는 것.// 생명은/ 제 안에 결여를 안고/ 그것을 타자가 채워주는 것."맞습니다. 타자가 나의 결핍을 채워주고, 내가 타자가 되어 상대의 결여를 채워주는 사랑으로 인해 행복의 주인이 됩니다. 주지 스님이 무척 아끼는 동자승이 있었습니다. 못 생기고 아둔한 그를 제자들은 미워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지는 새 한 마리씩을 나눠주며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아무도 보지않는 곳에서 새를 죽인 후 그 주검을 가지고 다시 모여라. 오는 순서대로 후계자로 삼을테니." 모두 사라지더니, 잠시 후 죽은 새를 들고 서둘러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동자승만 오지 않았습니다. 그가 도망갔다며 수군거립니다. 그런데 이윽고 그가 풀 죽은 얼굴로 걸어옵니다. 아직도 짹짹거리는 새를 품에 안고서 말입니다. 주지 스님이 묻습니다. "왜 새를 아직까지 살려두었느냐?" "아무도 보지않는 곳을 아무리 찾아다녀도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누가 보고 있더냐?" "제 자신이 보고 있었습니다." 바보 동자승이 위대한 까닭은 생명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행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폭력은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의 그릇된 표현입니다. 충분한 사랑만이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인성교육이 사랑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어른들인 부모, 교사, 사회로부터의 사랑 말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훌륭한 인성교육은 어른인 우리가 그런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입니다.

2012-05-21 최원영

혼란속 프로그램 간접광고 재정비 필요

간접광고란 상품배치(PPL: Product placement)라고도 하는데,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가 광고의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프로그램에 녹아들어가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간접광고는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일반적 광고를 집행하는 것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노출을 증대하고 제품명을 널리 알릴 수 있다. 또한 협찬받는 입장에서는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서 종전까지 비공개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영화 속의 간접광고로는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에 등장한 M&M 초콜릿 캔디가 유명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신씨네가 제작한 '결혼이야기'에서 등장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등이 성공적인 간접광고로 평가받고 있다.간접광고가 허용되기 전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파리의 여인'의 대우자동차, '사랑에 미치다'의 아시아나항공 등은 과도한 간접광고로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후 사회적으로 간접광고에 대해 비판이 일자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동차의 경우에는 엠블램이나 상표를 모자이크 처리하였다. 또한 심할 경우 달리는 자동차의 양옆 거리의 간판을 전부 모자이크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2010년 1월 미디어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간접광고가 법적으로 허용되었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오락, 교양분야에 한하여 방송시간의 5%, 화면의 4분의 1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5월 3일 SBS 인기가요에서 '네이트 시맨틱' 검색광고가 간접광고가 허용된 후 처음으로 실시되었다.간접광고의 매체별 유형을 보면 영화, 텔레비전, 연극무대, 뮤직비디오, 출판물, 인터넷, 게임, 광고영상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를 노출 유형으로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와 제품, 광고, 차량 등의 로고 노출, 직접적인 제품이나 제품에 대한 설명, 제품이나 간판 및 서비스가 배경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KBS-2TV 주말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서는 특정 등산화를 안 미끄러지는 신발이라고 표현하면서 실제 실현까지 함으로써 이는 간접광고 형식에서 상호나 제품노출 수준에서 벗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는 비타민 음료를 주인공이 '독고진 음료'라고 불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엠넷의 '슈퍼스타2'는 간접광고의 종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출연자들은 코가콜라를 마시고, 모토롤라 휴대전화에 코가콜라 광고를 찍고, 뚜레주르 제과점을 이용하고, 올리브영에서 선물을 사고, CJ 카드를 이용하였다.최근의 경우 전속모델이 광고하는 제품을 프로그램에 간접광고 형식을 통해 반복적 노출하여 시청자의 프로그램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판단된다. SBS '옥탑방 왕세자'에서 왕세자역의 박유천이 라면 먹는 장면, 패션왕의 신세경이 요구르트 먹는 장면, MBC '더킹투하츠'에서 이승기의 냉장고 앞 키스장면, 던킨도너츠가 파티, 상견례, 간식먹는 장면 등에서 반복적으로 집중 노출되고, 광고카피까지 대사로 등장하여 일간신문의 지적도 받았다.이러한 간접광고의 법적 허용은 광고주 및 매체사에게 유용한 마케팅도구이기는 하지만 시청자에게 분명 간섭효과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일정한 비용을 지급하고 특정 프로그램에 중복적으로 노출된 일방적 간접광고는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더 나아가 생활세계를 황폐화 시킨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프로그램의 전개상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연기자의 의상이나 거리풍경, 음식점 등에 과도하게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부자연스럽게 통제하기 위해 테이핑하는 것은 전체 프로그램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프로그램과 광고를 혼동하게 하는 전속모델의 자기제품 간접광고와 더불어 제한적 시간안에서 강압적이고 반복적인 간접광고에 대해서는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간접광고는 비용을 지급하든 하지 않든 담당 연출자의 자율적 규제하에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갈수 있는 수준에서 머물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2-05-14 서범석

석해균 선장의 '캡틴정신'을 배우자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부자유스러운 왼손을 흔들거리면서 석해균 선장이 강의장에 나타났다. 지난 5월 4일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에서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초대하여 초청강연을 들었다.1979년부터 32년간 외항선을 탄 베테랑 바다 사나이, 1년 평균 지구를 두 바퀴나 도는 마도로스가 갑자기 해적을 무찌른 '영웅'으로 재탄생한 것은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 덕분(?)이다. 그는 오랜 세월 배를 탔지만, 해적을 만난 적이 없었으며 있어 보았자 겨우 좀도둑 수준의 우발범들을 만났을 뿐이다. 삼호주얼리호는 그가 회사를 옮기고 처음 타는 배였다. 솔벤트를 싣고 아랍에미리트를 출발하여 스리랑카로 향하던 중 소말리아 북쪽 아덴만에서 2011년 1월 15일 진짜 해적을 만난 것이다.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하여 바다는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는 해적들의 감시를 뚫고 인근 청해부대와 연락을 취했고 기지를 발휘하여 항해를 지연시키면서 시간을 벌었다. 1월 21일 새벽 청해부대의 여명작전이 시작되어 해적들은 사살하거나 체포하고 선원들을 구출했다. 그러나 석 선장은 몸에 6발의 총상을 입었다.이때부터 아주대 의료원 이국종 교수팀이 투입되어 외상을 치료하고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졌다. 280일, 9개월의 투병생활을 마치고 석 선장은 이제 해군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군무원이 되어 '교관'으로 새 생활을 시작했다. 석 선장은 당시에 그가 체험한 숨막히는 상황을 청중에게 80분간 들려주었다. 필자는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진정한 '캡틴정신'을 읽었다. 이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리더십의 요체였다. 그의 이야기에서 필자가 뽑은 캡틴정신은 다섯 가지이다.첫째, "위기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1월 15일 아침 7시 평상시처럼 선교를 체크하던 석 선장은 안개를 틈타, 짐을 잔뜩 실어 갑판이 낮아진 삼호주얼리호를 올라타고 있는 해적들을 발견한다. 석 선장은 침착하게 비상벨과 안전벨을 울리고 선원들을 대피시킨다. 선원들은 불안에 떨었다. 석 선장도 처음 당한 일이라 불안했다. 그러나, 선장이 불안을 보여서는 안 된다 생각하고, 선원들을 최대한 안심시켰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자신부터 희망으로 무장했다.둘째,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라." 해적들이 배를 소말리아로 몰고 가라고 했을 때, 선장이 할 일은 항해를 늦추고 최대한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해적들이 엔진동작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알고, 엔진에 고장을 유도했고, 나침반을 조작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도 했다. 배에 불을 질러 모두 같이 죽자고도 했고, 엔진냉각수로 쓸 수 없도록 심지어는 식수까지 버리자고 했다. 2일이면 갈 거리를 6일이나 끌었다. 셋째, "외부의 힘을 빌려라." 석 선장은 해적이 승선한 후 초기에 이메일을 이용하여 인근 청해부대에 상황 보고를 했다. 청해부대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끌라는 연락이 왔다. 석 선장은 배의 운항을 지연시키면서 모스부호든 뭐든 이용하여 외부와의 연락을 유지하려 했다.넷째, "부하를 위해 몸을 던져라." 1월 21일 청해부대의 여명작전이 시작되었다. 양철지붕 위에 소나기 방울을 퍼붓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면서 청해부대의 헬기에서 포탄이 날아들었다. 해적들은 선원들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해적들도 최후의 발악을 했다. 석 선장에게 6발의 AK소총을 날렸다. 팔과 다리에 한 발씩, 그리고 배에 4발을 맞았다. 21명(한국인은 8명)의 선원 중 총을 맞은 사람은 석 선장 혼자였다. 그는 부하들의 총알받이가 된 것이다.다섯째, "적에게 굴하지 마라." 해적에게 공격을 당한 선박은 많았다. 그렇지만 삼호주얼리호처럼 해적과 맞대응한 배는 없었다. 선원 중에서도 "선장님, 위험합니다. 해적들의 요구에 순응하십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석 선장은 생각했다. "해적들이 요구하는 금액을 주고 우리가 풀려나면 우리 몸은 편할 수 있지만,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적에게 죽을지언정, 굴복해서는 안 된다."

2012-05-07 조영호

한 푼도 줄 수 없다

한국 최고의 부자라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단단히 화가 났나 보다. 형제간 상속 문제와 관련하여 "주식 한 주도 줄 수 없다"라는 인터뷰 발언을 했다. 동생으로서의 발언 수위와 방식을 두고 '도를 지나쳤다'라고 SNS 매체에서는 논란이 한창이다. 하여간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명분 없이는 사용하기가 싫은 모양이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삼성의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선택하여 주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삼성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우수한 기능을 가진 삼성의 제품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면서 기계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그리고 의미까지 소비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이윤에도 중요한 요인이 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현 정권의 최고 실세 중 하나로 '왕의 남자'라고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하여 8억여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가성 없는 순수한 자금이었다는 발언을 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라 공권력이 정확한 내용을 밝히겠지만, 다시 우리 사회에 음모론과 '카더라' 언론이 기세를 부리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 우려된다. 사실 '나꼼수'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 것은 무엇인가 미심스러워 하던 우리 사회의 많은 구린내 나는 쟁점에 대해 직설적 화법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히 내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 대리 만족의 기회를 주었고,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대리만족 즉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이번 19대 선거를 거치면서 이러한 표현 '방식'에 대해 기성세대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가 '표심'으로 전달되었고, 방송인 김구라의 퇴장을 보면서 자정의 기회가 마련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대가성 없다는 정치인의 자금수수 속에 더 큰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은 다시 비공식 매체의 목소리를 찾는 계기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의 시각이 강화될 것도 우려된다. 총선을 끝내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정치 지형을 기대했던 시민사회에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막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선량들이 정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기업인들이 '한 푼을 줄 때'는 반드시 다른 조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않다면 그러한 편의를 제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수준을 제고하고 정치 문화의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노력이 19대 국회에서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국회의원의 수준을 제고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최근 공공선택학과 게임이론을 전공하는 학자들 간에 투표방식에 대해 재미있는 가설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유권자가 1명의 후보만 선택하도록 되어 있어서 다른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 1인에게 10점을 주고 이 점수를 각 후보자들에게 배분하도록 한 다음, 이러한 각 유권자들의 점수를 합산하여 가장 많은 득점을 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A 후보자에게 표를 찍는 것이 A 후보자에게만 10점을 주고 나머지 후보자에게는 0점을 주는 방식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각 유권자가 A 후보자 6점, B 후보자 3점, C 후보자 1점, D 후보자 0점 방식으로 표를 점수로 부여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체 유권자들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는 투표 용지에 '적격자 없음'이라는 선택지를 마련하여 만약 '적격자 없음'에 가장 많은 표가 나오면 그때는 그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당선자를 내지 않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럴 경우 지금은 후보자간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수준 이하의 정치인이라도 당선되지만, 절대 평가의 개념이 도입되면 수준 이하의 정치인이 퇴출되는 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새로운 국회의원이 선출되고 불거진 이번 사건이 당선된 정치인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우리 사회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 푼도 받지 않는 정치인'들이 모여 19대 국회에서는 한국 정치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것이다.

2012-04-30 이원희

300명 의원들에게 세종이 던지는 화두

치열했던 선거가 끝나고, 우여곡절 끝에 300명의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국민은 '내'가 뽑은 여러분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국민의 소망을 담아 몇 가지 당부말씀을 전합니다.먼저 필요한 말씀만 했으면 합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많은 말씀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고 귀를 열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어느 날 자금이 묵자를 찾아와 이렇게 물었습니다."저는 사람들 앞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말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요?""말은 그다지 중요치 않소. 파리와 모기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소리를 내지요. 하지만 그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던가요? 그저 사람을 괴롭힐 뿐입니다. 하지만 수탉이 아무 때나 울던가요? 날 밝기 시작할 때 우는 소리에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일하지 않던가요?"둘째, 끝까지 듣는 정치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한 중년 백인이 차를 세우더니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가 바텐더에게 물었습니다."여보게, 딸꾹질 멈추는 법을 아는가?"바텐더는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중년신사의 뺨을 느닷없이 때리더니 말합니다."이제 멈췄죠?"당황한 신사가 대답합니다."아니, 내가 아니라 차 안에 있는 우리 집사람인데."셋째, 미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신념이 강할수록 상대편이나 국민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할 때가 많아 일을 그르치곤 합니다.미국의 유명 앵커인 링클레이터가 한 아이를 인터뷰했습니다."얘야, 장래 희망이 뭐니?""비행기 조종사예요.""만약 나중에 조종사가 되어 여객기를 몰고 태평양 위를 날다가 엔진이 멈춰버리면 어떻게 하겠니?""음, 일단 사람들에게 안전벨트를 꽉 매라고 하고, 저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릴 거예요."방청객들과 링클레이터 역시 아이의 이기심에 혀를 차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아이가 그런 반응에 당황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려는 거지?""연료를 가져오려고요. 그래야 사람들을 구할 수 있잖아요."사람들의 판단은 아이가 혼자만 살기 위해 탈출한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아니었습니다.지금 우리 국민들은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좌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당선에 다시 한 번 희망의 줄을 잡고자 합니다. 어느 스님이 이런 글을 썼습니다.'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갑니다. 놓으세요. 나 없으면 안 될 거라는 그 마음을'.맞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입니다. 사실 '내'가 되려고 작정하면 국민이 '귀한 사람'으로 보이질 않고 단지 '한 표'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나'를 내려놓고 내가 되지 않아도 좋다고 여길 때 비로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보입니다. '내'가 되려고 하면 '내' 업적을 주로 얘기하지만, '나'를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국민들의 절규가 들립니다. 그래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법안과 제도를 만들게 됩니다. 이런 분들이 큰 정치인들입니다.'세종실록'에는 신하와 세종의 대화가 들어있습니다. 신하가 묻습니다."왕께서 꿈꾸시는 태평성대란 어떤 것입니까?""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세상이다."여의도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이제 앞으로 4년은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국민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귀를 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당신만의 꿈을 접고 의정활동에 임할 때 비로소 우리는 희망의 끈을 다시 붙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04-22 최원영

남한산성이 황폐화하고 있다

남한산성은 지하철 8호선 산성역에서 9-1, 52번 버스를 타고 15분만 가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이른 주말 아침 헝클어진 머리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 1천500원짜리 김밥 한 줄에 생수 한 병 그리고 집에서 끓인 보이숙차를 보온병에 넣으면 준비완료이다.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올라가면 군데 군데 진달래 피고, 뭉쳐있는 개나리집단이 아른 아른 지나간다. 파랗게 솟아오르는 나뭇잎의 향긋한 냄새는 삶을 윤택하게 한다. 나는 매월 한번 정도 버스를 타고 남문 앞에서 내려 주차장을 거쳐 옹성에 도착하여 김밥 한 줄 먹고 동문을 거쳐 장경사에서 손못 씻는 약수터에서 약수 한잔하고 뒷산을 올라 북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등산을 한다.사실 등산이라기보다는 약 2시간 내외의 산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름다운 산행이 피곤해졌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던 남한산성이 지난 몇 년간 변하기 시작했다.경기도는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작업차량이 쉬지 않고 산속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면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남한산성은 성남에서 광주로 넘어가는 2차로 도로가 있으며, 북문에서 남문까지 대형 유원지도로, 산중턱까지 거대한 콘크리트 도로인 망월사, 장경사, 개원사, 국청사 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버스도 여러 노선이 수시로 운영되고 있어 편리하다. 여기에 8개의 대중형 주차장이 준비되어 있다.이러한 도로와 주차장만 해도 산의 절반을 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남한산성 성곽 보수공사가 지난 수년간 이어졌는데, 산속에 조립식 건물이 들어서고 철제 담장을 설치하더니 어느 날부터 포클레인이 등산로를 파기 시작하고, 작업차가 들어와서 거의 군사작전을 하는 것처럼 산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남문에서 동문을 거쳐 북문까지 성곽길 대부분이 차들이 다닐 정도의 도로가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또한 성벽을 접근하기 위해 산 곳곳에 차량용 도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한산성 성곽 산책로 중 가장 아름다운 동문에서 제3남옹성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은 산 중턱이 콘크리트 운동장으로 변했다.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던 숲속 작은길에는 이제 돌무덤만 남아서 길을 지키고 있다. 등산객들은 성곽 담벼락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남한산성의 운치를 잊어버리고 태양열에 올라온 콘크리트 냄새를 맡으면서 위험한 포장도로를 걷고 있다.남한산성 성곽길은 복원공사 중에 생긴 담벼락 교통도로, 산속을 관통하는 공사차량도로, 이를 피해 다니는 등산객의 등산길 등 새로운 길들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그리고 아직도 성곽 복원공사가 잘못되어 곳곳에 비닐이 덮여 있고, 철 지난 조사용 안내판만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경기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을 위해 화려한 행궁사업도 중요하지만, 남한산성 성곽복원사업이 남한산성의 아름다운 산길을 칼질하고 산속 깊숙이 바둑판처럼 교통도로가 형성되어 산이 황폐화되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현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것이다.남한산성 자연환경의 파괴 주범인 경기문화재단이 오늘도 남한산성을 화장하기 위해 성곽 주변에 네모난 콘크리트 조형물과 철제 봉을 박고, 포클레인과 작업용 차량이 깊은 산속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남한산성이 피곤하다. 위장용 콘크리트 화장을 지워내고 숨 쉴 수 있게 그대로 두는 것이 진정으로 시민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남한산성은 역사와 문화는 있는데 숨은 쉬지 않는다. 남한산성은 휴식이 필요하다.

2012-04-15 서범석

복수노조시대, 다양성관리 역량이 핵심

한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여러 개 있어 근로자들이 골라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가 복수노조다. 우리나라에서는 60년대 초 개발경제가 시작되면서 형식적으로는 근로자의 단결권을 보호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었고,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되어 있는 이 복수노조 역시 금지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이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고 1997년 복수노조제도를 도입한다고 선언했다.그러나 노사문제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에서는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복수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에 다수의 노조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단체교섭을 할 때는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 마련이 쉽지 않았다. 결국 제도를 도입하되 그 시행을 2002년 1월 1일로 유예했고, 그 사이 노동부장관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루도록 했다. 그런데 2001년이 되어도 창구단일화 해법을 찾지 못했다. 노동부장관 혼자서 할 수가 없고 노사가 합의를 해줘야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법시행은 계속 유예되었고 급기야 2009년말에 이르러서야 창구단일화에 대한 해법을 찾았고 그 결과 2011년 7월 1일부터 13년 동안의 논의를 종결하고 복수노조제도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복수노조의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양측 모두 비상이었다.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노사관계가 다시 파행으로 가지 않을까,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노노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복수노조제도 도입은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또는 "노사관계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등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시간이 흘러 드디어 2011년 7월 1일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노조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7월 1일 이후 100일 동안 498개의 노조가 설립 신고를 했다. 그 전까지는 노조의 숫자가 연 100개 정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증대는 순전히 복수노조제도 도입 효과라 할 수 있다. 신설 노조 대부분(82%)은 기존 노조에서 분리된 것이고, 18%만이 순수하게 새로 설립된 노조였다. 그러니까 기존 노조의 활동이나 노선에 불만을 가진 근로자들이 노조를 따로 만들어 경쟁을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100일이 지나고 또 시간이 흐르자 신설 노조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최근까지 신설노조는 600개 정도에 이르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최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복수노조제도는 처음 우려와는 달리 조용히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 올 봄 단체교섭 시즌만 무난히 넘기면 복수노조제도는 자리잡았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겉으로 보기에 복수노조제도의 도입이 큰 문제없이 연착륙되었다고 해도 이 제도가 갖는 의미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사회는 점점 단순사회에서 복합사회로 가고 있으며, 획일화 사회에서 다양화 사회로 가고 있다. 복수노조는 바로 우리 사회의 다양화를 반영하는 것이고, 다양화라는 거대한 메가트렌드가 복수노조라는 분출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이제 노동자들도 하나가 아니고 다양한 소집단이다. 기업이나 다른 조직도 그냥 하나로 보면 안 된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사고가 다른 소집단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소집단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진 것이다. 고용지위로 볼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전혀 다른 이해관계 집단이고, 생산직, 영업직, 연구개발직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남녀간의 문제도 그렇다. 노동계도 이런 다양한 노동자집단의 요구를 개별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체질을 갖추어야 한다. 정규직의 이해만 대변하면 비정규직은 따로 노동조합을 만들 것이고, 생산직만 대변하면 연구직은 따로 노조를 만들 것이다. 조직도 근로자들을 과거처럼 획일적으로 대하는 것은 이해를 달리하는 소집단으로 하여금 노조를 만들게 하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다양성의 확대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할 줄 아는 역량이 절실해졌다. 복수노조 시대는 곧 다양성관리의 시대인 것이다.

2012-04-09 조영호

하인리히의 법칙과 민주주의

'인간은 민주주의를 해야 할 정도로 악하지만, 민주주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선하다'. 선거의 계절에 곱씹어 볼수록 새로운 맛이 나는 명문장이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쉽게 남의 의견에 수긍하지 않기 때문에 다수결이라는 숫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독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또 사회의 방향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록 이 과정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많은 비용을 수반하게 되지만, 그것은 사회의 발전을 위한 학습비용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 당일의 한 표 행사뿐만 아니라, 선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방향을 점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정책공약 선거 운동이 그러한 관점에서 중요하다.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정당의 공약을 보면 복지 경쟁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특징이 있다. 복지 도입에 속도의 완급 차이가 있을 뿐이고, 복지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화두가 되어 있다. 정치학에 중간투표자 이론이 있다. 극단적 진보나 극단적 보수를 표방하면 가장 많은 표를 형성하고 있는 중간층의 표를 잃게 되기 때문에 선거를 많이 치르다 보면 정당 간 차이가 없어지고 중간 지점에서 수렴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중산층이 보이지 않는다. 중산층마저 복지의 수혜자라고 착시 현상이 있거나, 아니면 중산층이 사라진 것이다. 아니면 성장의 과정에서 수혜자이었던 이들이 기꺼이 사회를 위해 재원을 분담할 용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경우 복지 제공자에게 정확하게 부담분을 제시하고 용인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정당은 공약을 통해 향후 부담해야 할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신규 진입을 만들어내는 노력과 함께 현재 일하고 있는 세대에 대한 우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방향,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를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갈 필요가 있다.간혹 선거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당 간 경쟁이나 후보자간 경쟁에 대해 불편해하는 입장도 있다. 갈등이 노정되어 사회의 분열을 야기할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편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던 많은 쟁점이 부각되는 것은 필요한 현상이다. 이를 통해 지나간 문제점도 파악되고, 그리고 이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1931년 미국의 보험회사 관리감독자였던 하인리히(H.N. Heinrich)는 5천여 건의 사고(재해)를 조사한 결과 '1-29-300'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1건의 '대형사고' 뒤에는 29건의 '가벼운 사고'가 있고, 그 뒤에는 300건의 '작은 실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 징후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연과 사회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다가 큰 사고를 당한다는 법칙이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타성(지금까지 별일 없었는데), 오만과 역량 과신(내가 누구인데), 근시안(눈앞의 경쟁만 보는 짧은 시야) 등이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상적인 우리의 조직 문화나 생활양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실수가 반복되고 이로 인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다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경고하는 법칙이다. 선거의 계절에 새삼스럽게 하인리히 법칙이 생각난 것은 우리 주변에 흩어져 있는 작은 사고들을 이번 기회에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이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어 사회의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작동하는 기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지역적 연고에 근거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 선거도 극복하면서, 정책을 통한 선거가 정착되어 선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럴 경우 결과적인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과정적 의미에서의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12-04-01 이원희

정치인의 말, 희망을 전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의 주역들은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리고 히틀러였습니다. 이 세 사람의 역사적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히틀러는 최악의 리더로, 나머지 두 사람은 최고의 리더로 꼽히곤 합니다.루스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미국은 '대공황'이란 늪에 빠져있었습니다. 고통과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야 했습니다. 처칠 역시 히틀러가 유럽 대륙을 유린하던 당시, 절망에 빠진 영국 국민을 일으켜 세워야 했습니다. 불안해 하고 두려워하던 국민에게 루스벨트와 처칠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적들을 폄하하거나 비방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들이 반대하는 정책에 대한 꾸밈없는 설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풀리거나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전했습니다.처칠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자고 외치면서도, 만약 전쟁에서 패할 경우 받아들여야 할 시련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루스벨트 역시 같았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난롯가의 담화'라고 불린 라디오 방송에서 취임 직후 단행한 '은행 폐쇄'에 대한 말을 했습니다. 국민들이 힘들게 번 돈은 은행에 묶여 있었고, 그 은행들이 문을 닫는다는 현실 앞에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앞에서 그는 정부 시책이나 배경에 대해 정직하게 말하면서,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라와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국민들이 가졌던 공포와 불안감은 그의 말을 통해 희망으로 전해졌고,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감이 조성되었습니다.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남'을 높이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용기를 얻었고, 위기를 구할 당사자들이 곧 자신들임을 깨달았습니다.히틀러는 어땠을까요? 그는 자신을 높이는 말에 몰두했습니다. 교묘한 선동술로 자신을 신격화했습니다. 그의 말을 살피면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분법적 논리를 펴라.' '신비로움을 조성하고 유지하라.' '거짓말도 반복하면 믿는다'. 그는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대신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여기에 속은 국민들은 99.7%의 지지로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패전의 책임을 지고 자살하고 맙니다.'남'을 높이는 말을 하는 루스벨트는 미국을 최강국으로 이끌었지만, '나'를 높이는 말을 한 히틀러는 독일을 패전국으로 만들었고 국민을 사악한 민족으로 각인시켰습니다.선거의 계절입니다. 여야의 수장들은 연일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말은 표현은 달라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대 진영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 진영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바라본 결과입니다. 선거란 정당에서 내놓은 정책이라는 '상품'을 국민들이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상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상품의 특성을 알리는 일이 선거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상대의 상품이 '저질이니까 선택하지 말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니 국민은 '저질' 중에서 골라야만 합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다보니 누가 정권을 잡아도 상대는 끊임없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사사건건 비협조로 일관하게 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입니다. 이런 정치현실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정치지도자들이 결국 이런 현실을 만든 장본인들은 아닐까요?19세기 말, 영국에는 두 명의 정계 거물이 있었습니다. 한 귀부인이 두 정치지도자를 만난 후 이렇게 평했습니다."내가 글래드스톤을 만났을 때는 '그'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가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디즈레일리를 만났을 때는 '내'가 영국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알았습니다."글래드스톤은 '똑똑한' 리더입니다. 그러나 디즈레일리는 '따듯한' 리더입니다. 지금 이 땅에는 디즈레일리 같은 정치가, 즉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의 말을 통해 국민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정치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2-03-26 최원영

김연아·김태희 누른 '최고 CF모델 이승기'

우리나라 텔레비전 방송은 KORCAD(호출부호 HLKZ-TV)라는 이름으로 1956년 5월12일 개국하였다. 최초의 방송광고는 슬라이드로 제작된 유니버셜 레코드로 '최고의 전통,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유니버셜의 깨지지 않는 레코드가 나왔습니다'라는 광고 문안이었다. 이런 텔레비전 광고가 이제는 연간 2천편 이상 새로 제작되고, 광고비가 3조원에 가까운 가장 강력한 광고매체로 발전해 시청자에게는 가까운 친구이면서 또한 생활세계를 황폐화시키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난후 효과조사를 하면 광고주가 전달하고자 하는 판매소구점보다는 모델, 광고노래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텔레비전 광고에서 모델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업들은 제품과 어울리는 인기모델을 찾아 전속모델, 준전속모델, 단발모델 등으로 구분해 활용한다. 전속모델로 가장 오래 활동한 사람은 제일제당 '고향의 맛 다시다' 광고캠페인 모델 김혜자로 1975년부터 30년 이상 활동했다.텔레비전 광고에서 3B전략이란 용어가 흔하게 사용되는데 이는 Beauty, Beast, Baby를 의미한다. 아름다운 여자와 동물, 어린아이를 등장시키면 강한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수준 증가, 소비자가 개별화, 파편화되면서 단순한 아름다움보다는 소비자에게 감동을 준 스포츠선수 등이 대거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해 김연아, 박지성, 최경주, 박태환, 추신수, 차두리 등이 텔레비전 광고모델로 기대 이상 호감도를 얻기 시작했다. 최근 광고모델의 변화 과정을 분석한 한국CM전략연구소 자료를 보면 2009년에는 스포츠스타 김연아가 이승기, 김태희를 누르고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는 현대자동차, 라끄베르, 매일우유, 삼성하우젠, 샤프란, 바이오거트, 나이키, 국민은행, 위스퍼, 아이비클럽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에 겹치기 출연했다. 광고모델로서 김연아의 인기 비결은 생기있고, 자신있는 모습 그리고 연예인 같은 끼가 소비자에게 호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되었다.2010~2011년은 이승기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이승기는 김연아를 제치고 최고의 광고모델 호감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승기는 2010년 11개 회사의 텔레비전 광고에 주연으로 출연했으며, 2011년에는 피자헛, 지펠, 더샘, 엑티비아, 페리오치약, KB금융그룹, 청정원카레, 코오롱스포츠 등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했다. 이승기는 진실되고, 다정다감함, 도시적인 이미지로 20~40대 여성 소비자에게 강력한 호감을 얻고 있는 국민 광고모델이다. 2011년에는 남자모델인 현빈, 원빈 등이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서의 인기도를 업고 10여 편의 텔레비전 광고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최근 대중문화 아이콘인 K-POP 아이돌그룹을 보면, 소녀시대가 20위권, 빅뱅, 2PM, 2NE1 등은 순위에도 들지 못해 광고모델로서의 호감도는 높지 않다.기업들은 인기 있는 모델을 사용하여 제품의 인지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승기 등 최고 모델의 경우, 전속모델비가 1년 10억~15억원 수준이며, 단발의 경우 5억~7억원 정도로 업계에선 추정한다. 단순 유명모델의 사용은 단기적 마약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 확률이 높다. 또한 최근 한국적 특성인 인기모델의 집중적 반복 출연의 효과연구를 보면, 이승기가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의 경우 광고비 투자에 비례하여 특정제품의 경우 약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명모델을 중복적으로 사용하면 투자한 광고비의 상당부분이 타 회사로 전이되는 결과가 발생된다.결과적으로 광고모델에 대한 기업의 경쟁적인 투자는 광고제품의 원가에 반영되고 이는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킨다. 또한 중복적 광고모델 사용은 광고효과를 반감시킨다. 기업의 광고모델 전략이 아이디어가 없는 유명인을 이용한 중복적 스타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공감하고 함께 숨쉴 수 있는 생활 속 전략으로 변화돼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

2012-03-18 서범석

청년실업과 창업정신

데이비스 패커드(Davis Packard)와 윌리엄 휴렛(William Hewlett)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에서 만난다. 그들은 서로 전기공학을 같이 전공하자고 약속한다. 전기공학과의 여러 강의 중에서 그들은 프레드 터먼(Fred Terman) 교수의 강의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터먼 교수는 강의실에서 강의만 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산업체 견학을 다녔다.그리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너희들 중에서도 저런 회사를 만드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순진한 패커드와 휴렛 마음속에선 이렇게 해서 창업의 불씨가 지펴졌다. 대학을 마치고 패커드는 동부에 있는 GE에 취직했고 휴렛은 그냥 대학원에 진학했다. 휴렛이 대학원 과정을 마치자 패커드는 인기 최고였던 직장 GE를 버리고 뚱딴지 같이 창업을 하겠다고 다시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 알토(Palo Alto)로 돌아온다. 패커드와 휴렛은 터먼교수를 찾아간다. 터먼교수는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온 이들을 반색을 하고 맞았다. 드디어 자신이 뿌린 씨앗이 발아를 하는가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 두 청년은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없었고, 창업자금도 한푼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터먼 교수가 발진기를 만들어 보라고 했고 창업자금도 525달러를 지원했다.이렇게 해서 1938년 실리콘밸리의 1호 기업 HP가 탄생된 것이다.세월이 흘러, 1960년대가 된다. 호기심 많은 스티브 잡스는 10대를 팔로 알토에서 보낸다. 주말이 되면 동네에는 HP에 다니는 엔지니어들로 가득했다. 이상한 기구를 가지고 나와 자랑하기도 하고 테스트하기도 했다. 하나 하나의 물건들도 신기했지만, 잡스는 저 사람들이 다니는 HP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일까 궁금했다. "나도 크면 HP에 다녀야지" 하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나중에 꿈을 바꾼다. "나도 HP와 같이 훌륭한 회사를 만들겠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애플(Apple)을 창업하고 또 아이폰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아 걱정이다. 전체적인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문제지만, 특히 15세부터 29세까지 희망을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들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되는 7~8%에 이르고 있어 더욱 문제다. 이중에서도 대학졸업자의 실업률은 27%에 이르고 있다. 비싼 등록금까지 내고 대학을 마쳤는데 집에서 백수로 있게 되면 자신은 물론 부모들의 속이 어떻겠는가?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묘수가 나오고는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대졸자만 하더라도 매년 50만 가까이 노동시장에 몰려나오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30만에 불과하다. 20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자리라도 찾거나 그냥 노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 선진국의 대학 진학률은 30~40%에 불과한데 우리나라는 8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큼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는 미국 빼고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률을 낮출 수 있겠는가.청년실업, 아니 대졸자 실업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즉 청년들이 창업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제 고용없는 성장으로 체질이 굳었다. 대기업의 매출이 늘고, 수출이 증대된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패커드, 휴렛, 잡스 같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도 나와야 한다. 아니 현재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청년 창업자들이 만든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취업이 어렵다보니 대학마다 취업교육으로 열을 내고 있다. 그래 봤자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요령만 터득시킬 뿐이다. 대학에서는 이제 젊은이들에게 창업정신을 고취해야 하고 창업전략을 가르쳐야 한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2012-03-12 조영호

일본인 학자가 한국을 찾은 이유

토요타 자동차로 유명한 나고야에 메이조(名城) 대학이 있다. 토요타 방식이라는 경영 기법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지역의 대학 교수들이 한국의 학자들과 교류를 하자고 먼저 연락이 왔다. 지난 2월말에 융합의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에 걸맞게 도시정보학과에서 경제, 지역개발, 복지, 환경,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방문하여 자신의 문제점들을 한국의 사례와 비교하는 세미나를 하였다. 그리고 두 군데를 방문하고 싶으니 소개하여 달라고 하였다. 하나는 삼성전자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였다. 경제와 정치의 대표기관을 선정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삼성전자를 방문하고 이들이 소니에 비해 삼성이 나은 점을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고급 일본어를 구사하는 홍보직원이 잘 짜여진 일정을 통해 설명을 하는 것을 두고,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화 된 과정이 인상적이라는 설명을 했다. 하나의 사례를 두고 비약하는 느낌은 있었으나, 한국 경제의 발전에서 우수한 인적 자원이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이들은 소니가 스마트 폰 시장에서의 진입이 늦어 고생하는 이유를 발견하고자 하는 듯했다. 지금은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의 트렌드를 빨리 찾아내고 이를 제품화하는 발 빠른 변화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된 시대이다. 반면 일본은 장인정신에 기초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안주하고 있었다. 물론 산업사회에서 이러한 기술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섬에 갇혀 자신의 기술만 강조하다 국제적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갈라파고스 섬의 생명체처럼 대륙의 진화와 별종으로 가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국회를 방문하면서 내심 걱정했다. 건물을 설명할 수는 있으나 정치 과정과 관련하여 보여 줄 것이 없다는 자격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분야가 정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금 정치의 계절에 정치 신인이라고 등장하지만,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거론되는 후보들을 보노라면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줄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국정을 논의할 철학과 의지를 가진 인사가 모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문자 자판기를 누르는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손가락의 무게만큼이나 정치권의 비중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러나 일본인 학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으로 설명했다. 일본은 시민이 정치에 혐오감을 가지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정치발전을 주도할 추진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한국은 다이나미즘(dynamism), 즉 동력(動力)이 있다는 것이다. 행정인이나 기업인이 오랜 시간을 두고 경력을 관리하면서 전문가가 양성되는 과정에 비해 우리의 정치권은 세대 교체의 호흡이 너무 빠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정제되지 못하고 거친 모습 그대로 정치권에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본인 학자들은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고 해석을 하였다. 사실 엘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사회의 변화 속도를 설명하면서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려 나갈 때, 정치는 시속 5마일로 달리고 있어 발전하는 사회의 걸림돌이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어느 나라이든 정치권의 비효율이 쟁점이 되어 있기는 하다. 한국 사회 역시 정치권의 발전 속도가 늦기는 하지만, 시민사회가 정치의 발전을 주도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고 보니 일본인 학자가 삼성과 국회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변화를 읽어내고 그 속에서 발전의 방향을 찾아내려는 과정과 노력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이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가변성을 재촉하여 혼란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러한 치열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발전하여 왔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의 두 번 선거를 통해 선진국으로 분명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권력이동의 시기에 새로운 사회를 창출하기 위한 산고(産苦)를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한다.

2012-03-05 이원희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던지는 의혹 제기가 국민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나아가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에 관한 겁니다. 또한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혹들이 마치 진실인 양 떠돌며 우리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요?'프레임'이란 심리학 용어는 '세상을 보는 창'을 뜻합니다. 즉, 자신의 가치관을 말합니다. 어떤 가치관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이 되기도 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주장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았는데도 그것을 마치 '진실'인 양 착각한다는 것입니다.2001년 2월 하와이 근해에 큰 사고가 났습니다. 미국 핵잠수함이 훈련 중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왔는데, 바로 그 위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어선을 들이받은 것입니다. 어선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잠수함이 급부상하기 직전에 사령관은 규정대로 잠망경으로 물 위를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당연히 어선을 보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령관이 한 말은 놀라웠습니다."그 곳에 어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어선이 없을 거라고 미리 예단하고 주위를 살필 때 실제 있던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정보만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이처럼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빵집에서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식빵을 사가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얼굴이 창백한 그는 늘 가장 값싼 식빵만 사갑니다. 그를 측은히 여긴 주인은 어느 날 그가 사갈 값싼 식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젊은이는 빵집으로 달려가 주인에게 화를 내다가 주저앉아 절규합니다. 그는 건축설계전에 응모하기 위해 설계도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지우개 대신 식빵을 사용했는데, 버터 때문에 설계도를 망치고 만 것입니다. 주인의 순박한 사랑이 오히려 젊은이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이런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통합적 사고입니다. 모든 딜레마는 적어도 서로 다른 두 가지 길이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통합적 사고란 두 가지 상반된 길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을 취하지 않고,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겁니다. 진보진영의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보수주의자들을 '엄격한 아버지' 모델로, 진보주의자들을 '자상한 부모' 모델로 분류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은 사회를 질서 있는 강한 사회로 만들고자 하고, 자상한 부모 모델은 소외되어 아파하는 구성원들을 보살피려고 애를 씁니다. 그 결과로 각 진영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성장과 발전' 그리고 '형평과 복지'라는 상반된 두 길로 나눠집니다.행복을 위해서는 두 가지 모델 모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한쪽 진영은 끊임없이 다른 진영을 격파하는 것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최악의 결과는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고자 할 때 발생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지도층 인사들의 그런 행태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마침내는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신바람의 싹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오늘날의 여야가 그렇고, 국민 역시 둘로 쪼개져 상대 진영을 없애야 자신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삽니다.이제 알아야 합니다. '너'를 죽이면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믿고 있는 것 역시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본 것일 수도 있다는 겸허함이 존재할 때, 상대의 존재가 나의 존재이유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신명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통합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2012-02-26 최원영

옥외광고센터 무엇이 문제인가?

옥외광고(OOH: out of home media)란 집밖에서 접하는 모든 광고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외광고를 상업적 광고매체로 한정하면 옥상광고, 교통광고, 스포츠경기장 광고, 극장광고, 특수광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85년 정부는 서울올림픽 기금조성을 위해 종전까지 허용되지 않던 지역과 장소에 옥외광고물을 허용하는 특별법인 '올림픽지원법 및 시행령'을 제정하였다. 올림픽 기금조성을 위한 광고물로 네온 및 전광판, 야립 빌보드, 버스 외부광고, 택시 표시등 광고, 광고탑, 지하철 동태광고 등 6종류를 허가하였다. 이러한 특별법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나 다양한 이유들 들어 EXPO,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강원동계아시아대회, 아시아경기대회, 월드컵축구대회 등으로 이어졌다. 그 후 2004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이 만료되는 2006년 12월 31일까지 이어졌다. 옥외광고 특별법이 시작된 후 지난 20여년 간 특별법의 재연장이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옥외광고 사업자의 독과점이 유지되는 악순환이 재연되었다. 그로인하여 특별법에 근거한 옥외광고 사업을 둘러싼 불공정 시비와 부정거래 의혹도 빈번하게 발생되었다. 기금조성을 통해 올림픽과 월드컵행사에서 확보한 옥외광고 수익은 전체 수익의 3%에도 못미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기간 동안 옥외광고회사의 경우 한남대교 야립간판 1개가 연간 18억원, 서울시내 주요지역의 전광판의 경우 연간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특별법 옥외광고 사업을 배당받은 옥외광고회사는 최소의 기금조성금을 정부에 내고 상상할 수 없는 광고비를 광고주로부터 확보하게 됨에 따라, 엉뚱하게 옥외광고회사만 배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특별법 옥외광고물 가운데서 핵심적인 매체를 하나라도 확보하면 삼대가 편안하게 먹고 산다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였고, 특별법 옥외광고물을 확보하는 광고회사는 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정과 편법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문화관광부 소속 강신성일 의원이 옥외광고회사와의 수의계약과 관련 뇌물수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그 후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국회에서 옥외광고 특별법에 대한 개선안을 발의하여, 2008년 7월 9일 행정안전부는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을 개정하여, 6조 3항 및 4항에 국제행사의 재원마련을 위한 기금조성 목적 사업의 근거와 신규광고물에 대한 광고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옥외광고 특별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옥외광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출발한 옥외광고센터는 기대와는 달리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시켜, 옥외광고센터의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단적으로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현재의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은 옥외광고물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 특정지역이나 공항부지, 고속국도변, 88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변에 설치가 진행되어서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일반원칙 등에 맞지 않아, 근본적으로 기금조성용 옥외 광고사업의 재검토를 지시하였다. 또한 특정 업체의 특혜와 더불어 해당 부처와의 협의부족, 연구용역의 현실 적용 문제 등에서 문제점이 노출되었다.옥외광고센터의 설치 목적은 옥외광고산업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나 옥외광고 산업의 이해부족, 마케팅 능력 부족, 소통부족, 비현실적 탁상행정 등으로 인해 옥외광고회사의 입찰포기와 광고주의 회피현상들이 발생되어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또한 광고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상실되고 단순히 옥외광고 수익금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로 배분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고, 수익금도 기대이하 수준으로 나타나 옥외광고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국제대회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옥외광고센터를 신설하고 옥외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특수지역에 일방적으로 광고물을 설치하여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교통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시공간을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민간차원의 사업을 옥외광고센터가 기금조성을 빙자하여 경쟁 입찰을 통해 독점적 수익을 올리고 있어, 결국 정부가 불법광고물을 허용하고 준조세형식으로 광고수익을 창출하는 못된 장사꾼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2012-02-19 서범석

사회적 자본을 높이는 프로정신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생들은 방학이 되면 국제경영연수를 떠난다. 지난 1월 한 팀이 일본으로 갔다. 오사카와 교토 지역의 기업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경험한 이야기다. 일행 중에 딸을 일본에 유학을 보내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공식 일정을 피해 개인적으로 오사카 대학 방문에 나섰다. 교통편을 생각하다가 일단 택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택시요금이 무진 비싸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먼저 기사에게 오사카 대학까지 얼마쯤 나오겠느냐고 물었다. 기사는 한 15분쯤 갈 테니 2천500엔쯤 나올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 정도 요금이라면 세 사람이라 다른 교통수단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싶어 택시를 탔다.그런데 목적지를 3, 4㎞ 남겨두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택시 기사가 그냥 미터기를 꺾어버리는 것이었다. 미터기에 요금이 2천500엔으로 찍혔던 그 시점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아까 호텔에서 제가 2천500엔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제가 그 요금만 받겠습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일행은 모두 깜짝 놀랐다. 아니 2천500엔 받겠다고 약정을 한 것도 아니고, 그쯤 나올 것이라 이야기한 것뿐인데… 그 기사는 손님에게 기대를 심어 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필자도 일본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가는데 시간에 쫓기어 빨리 좀 가자고 했다. 기사는 친절하게 "하이!"해 놓고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보행자도 없는데 빨간불도 좀 통과하고, 제한속도도 좀 어겼으면 했지만 고지식하게 룰을 다 지키고 가는 것이었다. 답답해서 넌지시 한번더 운을 떼 보았다. 반응은 여전히 똑 같았다. "우리는 프로라서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한국에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면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다. 속도위반은 다반사고, 신호위반, 유턴위반도 마다않는다. "아저씨 좀 심하지 않습니까?"하고 한마디 하면 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우리는 프로 아닌가, 당신네들과 같은 아마추어 하고는 달라." 일본의 프로는 규칙을 지키는 걸로 자부심을 갖는데 우리네 프로는 규칙을 어기는 걸로 '보람'을 느끼는 걸까?처칠의 일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처칠이 급해서 기사에게 좀 속도를 내라고 했다. 그랬더니 런던 경찰이 잡지를 않는가. 기사는 조용히 경찰에게 "뒤에 앉은 분이 누군지 모르는가? 처칠 수상님이시다." 그런데 경찰은 "우리 수상님 차가 속도위반을 할 리가 없다"면서 '딱지'를 떼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보던 처칠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경찰의 행동이 가상해 보였다. 나중에 런던 경찰청장을 불러 사연을 이야기하고 성실하게 근무를 하고 있는 그 경찰을 찾아서 표창을 해주라 하였다. 경찰청장은 "수상님, 런던 경찰은 모두 그렇게 근무하는데, 그럼 모두를 표창하라는 말씀입니까?"고 되묻는 것이었다. 영어로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가 여럿 있다. job, occupation, vocation, calling, career, business 등 말이다. Profession도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의 하나다. 그런데 프로페션은 다른 단어와는 달리 고급기능이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직업을 말한다. 의사, 변호사 같은 직업 말이다. 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이제는 프로페션도 숫자가 무척 많아졌다. 그 종사자인 프로(professional)도 흔해졌다. 또 프로는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와 구별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프로에게는 프로정신(professionalism)이 있다는 것이다. 직업인으로서의 소양이나 방법론, 나아가서는 철학을 뜻한다. 프로정신이 제대로 섰을 때 사회적인 신뢰가 형성되고 사회적 시스템이 고도화된다.프로는 일단 기량이 높다. 그러나 기량이 높다고 프로는 아니다. 프로로서의 윤리의식 즉 프로페셔널리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프로선수들이 승부를 조작하고, 변호사가 고객을 속이고, 판사가 막말을 하고, 공직자가 업무상 얻은 정보로 투자를 하고… 택시기사나 버스기사들이 '당연히' 교통규칙을 위반하는 사회는 그만큼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사회인 것이다.

2012-02-12 심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