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학의 변화, 조건과 방향

지난 연말에 중진급 교수들 모임에서 우리가 과거 선배들처럼 영광스럽게 정년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했다가 꽤나 심각한 논쟁으로 번져 나갔다.사실 1997년 12월 3일 210억달러의 외환 부족으로 IMF에 돈을 빌리러 갔다가 국가적 차원의 구조 조정을 당한 바 있었다. 소위 정부, 금융, 기업, 노동의 4대 부문의 구조 조정이 그것이다. 철 밥통이라던 정부 부문에도 개방형, 고위공무원단, 성과급제, 연봉제 등의 민간 관리 기법이 도입되었다. '급행료' 등과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 보이던 일상화된 부패가 없어진 것도 구조 조정이라는 시장에 의한 칼날의 힘이었다. 앉아서 돈을 받던 금융기관도 서서 돈을 주는 기관으로 바뀌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자만하던 대기업도 무너졌다. 종신고용제가 무너지고, 실업이 보편화되면서 노동계에도 충격이 주어졌다. 이 영역들은 일상화된 위기를 통해 일상화된 혁신이 유도되고 있다.반면 이 당시 대학은 구조 조정을 비켜갔다. 부실대학의 퇴출과 대학의 과잉 설립에 대한 비판으로 구조 조정의 논의가 있긴 하였다. 그러나 지역의 영향력 있는 교수들과 동창들의 로비가 동원되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다시 대학의 구조 조정이 쟁점이 된 것은 '시장의 반란'이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입학생 수가 줄어들자 시장에서 구조 조정의 칼날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취업난에 따른 대학의 존재에 대한 불신 그리고 반값 등록금 논쟁은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한 시장의 선전포고였다. 정부가 구조 조정을 하면 재량의 여지가 있지만, 시장의 칼날은 무차별적이다.여기에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국립대의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니 학생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하였다. 국립대의 등록금은 기성회비와 수업료로 구분되어 있다. 수업료는 국가가 정하기 때문에 전국 국립대가 동일하지만, 기성회비는 각 대학에서 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엄격히 말하면 국가의 재정이 어려우니 학부모들이 대학에 납부하고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학부모로 구성된 기성회에서 최종적으로 기성회 예산 배정을 심의 의결하는 구조를 갖춘 것이 그러한 배경이다. 이러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기성회비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재정의 관점에서 국립대학의 구조 조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대학재정에 대한 투명성의 요구와 등록금 인하의 요구 강도를 더하게 될 것이다.이런 측면에서 지금 대학은 전 방위적으로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이 혼란 속에서 대학은 우리 사회의 지성을 대표하는 위상을 견지하면서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한편 시장을 이끌어가는 개혁을 전개하여야 한다. 우선 대학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검토해야 한다. 고등학교의 목적이 대학 진학이 아니라, 인성 교육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학도 취업만이 목적이 아니라 한 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세계를 찾는 창조적 노력이 주어져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단순히 부담을 줄이자는 경제적 논리뿐만 아니라 대학의 유지에 부담할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면 대학의 수준을 제고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군살빼기를 하지 않으면서 모든 비용을 학생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대학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도 확산되어야 한다. 대학은 도로, 전기, 통신과 같이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지켜가야 할 공공재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신입생 모집률, 자퇴학생의 비율, 편입생의 흐름을 그려보면 시장에서 평가되는 대학의 자화상이 그려진다. 그리고 대학의 연구에 대한 참여 수준을 계산해 보면 연구 역량도 그려진다. 객관적인 수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요구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건만, 상아탑이라는 명분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주화의 상징처럼 도입되었던 총장 직선제에 대해 시장에서 폐쇄적인 자기끼리의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의 대상이 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늦게 바뀌지만 대학이 바뀌면 교육과 취업 구조, 나아가 사회 구조가 바뀌는 매우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의 바람을 역풍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순풍으로 만들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2-02-05 이원희

권력만 지향하는 세태가 남긴 상처들

리더십을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은 '권력'과 '권위'입니다. 권력이 강제력을 동반하는 힘이라면, 권위는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권위는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기꺼이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리더십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과정'이라고 보면, 권력보다는 권위를 갖추기가 더 어렵습니다. 권위는 곧 인격이기 때문입니다.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과 혼란은 권력지향적인 리더들로 인해 파생된 것입니다. 권력만을 추구하면 권력 획득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어 전체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권위는 상대에 대한 지극하고 진실한 '사랑'으로부터 형성됩니다. 사랑은 시·공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현됩니다. 때로는 꾸짖고, 때로는 보듬어 안아주기도 합니다. 상대에 대한 사랑은 상대를 더 성장시키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권위를 갖춘 존경할 만한 리더의 등장이 절실합니다.사랑은 상대의 '아픔'을 보게 합니다. 그래서 배려하고 격려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는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배려와 격려는 바로 '친절'과 '칭찬'이란 형태로 용기와 희망을 선사합니다.사실 친절과 칭찬은 같은 말입니다. 다만 표현하는 시점만 다릅니다. 상대가 일하는 '과정'에서 표현하는 것이 친절이라면, 칭찬은 일을 모두 마쳤을 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운 행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1930년대 독일에 살던 유대인 선교사의 사례입니다. 그는 아침이면 산책하며,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유독 밀러라는 청년만은 인사를 받아도 무뚝뚝하게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래도 선교사는 늘 인사를 했습니다. 나치 정권이 들어서자, 모든 유대인들이 수감되었습니다. 선교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수용소 운동장에 모두 한 줄로 세우고, 유대인들을 왼쪽과 오른쪽 두 곳으로 갈라놓았습니다. 왼쪽 사람들은 전쟁터로 보낼 총알받이들이었고, 오른쪽에는 귀가조치를 할 유대인들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섰던 셈입니다. 드디어 선교사 차례가 되었을 때 왼쪽과 오른쪽을 결정하는 사람이 밀러란 청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선교사는 그저 반갑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밀러씨!"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밀러의 손가락은 어느 쪽을 가리켰을까요? 오른쪽이었습니다.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에는 '성적 욕구'와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이라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합니다. 칭찬은 바로 상대의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해 더 열심히 살게 하는 힘을 줍니다. 이렇게 중요한 칭찬에 우리가 인색한 이유는 칭찬과 아부를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표현되는 것은 같을지라도 사실 칭찬과 아부는 내면에서의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아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행위이지만, 칭찬은 상대에게 용기를 주어 그를 성장시키는 행위입니다.어린 성악가가 중년의 유명 지휘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녀의 성공을 모두가 예상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사망 후 그녀는 사업가와 재혼했습니다. 몇 년 후 프리마돈나가 되었습니다. 지휘자이던 첫 남편은 늘 그녀의 단점을 지적하고 꾸중했습니다. 결국 성악가의 꿈을 접고 평범한 아내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기업가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어느 날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콧노래를 부르던 아내에게 남편이 말합니다. "지금 부른 노래, 당신이 불렀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멋진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소. 여보, 노래를 다시 시작하면 어떻겠소. 내가 돕겠소." 노래를 시작한 그녀는 결국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했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새로운 프리마돈나의 출현을 축하해주었습니다. 격동의 시절입니다. 불투명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어른이 사라지고, 곳곳에서 가진 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정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학교 역시 폭력으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권력만을 지향하는 세태가 남긴 상처들입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친절과 칭찬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비로소 건강한 권위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2012-01-29 최원영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는것이 삶의 존재가치

송창식은 기타를 치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40년 동안 매일 40분씩 바로미터기를 놓고 동일한 주법으로 연습을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손을 유연하게 풀어주어야만 좋은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방법 또한 연습뿐이라고 했다. 90년대 감성 사랑시의 주인공 원태연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동네 비디오가게에 진열된 영화를 몇 개월에 걸쳐 전부 다 보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프지 않으면 어제 연습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심적으로 불안하다고 했다. 신체를 움직여 테크닉을 완성하는 운동선수나 예술분야 종사자는 몸이 심하게 망가지는 것이 정상이다. 내가 아는 한 대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이 제일 좋아서, 지금까지 1천500편 넘게 영화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입장권을 소중히 모아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꿈은 영화회사 홍보팀에 취직하여 매일 매일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한 초등학생은 만화에 취미를 붙여 매일 매일 만화가게에서 살았다. 그의 부모는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국내 만화를 두루 보고 난 후 일본만화에 빠져, 부모 몰래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본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발각이 되었지만 일본어 공부를 계속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부모를 졸라 일본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때 하네다 공항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부모님을 놀라게 했다. 부모들이 동경 시내 그룹관광을 하는 동안 그 학생은 만화 전문 서적센터에 들러 만화만 보았다. 그리고 가방 가득 일본 만화를 사들고 귀국했다. 결국 그 여학생은 유명한 만화기획자가 되었다. 내가 자주 가는 마장동의 목포게찜 집의 아주머니는 프라이팬을 너무 많이 흔들어서 양쪽 손목 인대 수술을 3번이나 하였다고 했다. 이제 불의 온도와 프라이팬의 움직임 그리고 적절한 요리시간을 눈 감고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뮤지컬이란 노래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 임상아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명품가방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성공 뒤에는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위해 9가지의 하기 싫은 일을 했다고 한다. 시대의 키워드를 추적하면, 컴퓨터, 글로벌, 지식기반 사회라는 단어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했다. 최근 들어서는 크리에이티브, 창의시대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일찍이 미래학자인 롤프 얀센(Rolf Jensen)은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정보화 사회에서 이제 미래사회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자기만의 이야기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성공적인 삶의 슬로건은 'Different Think', 즉 다르게 생각하기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남하고 다르게 생각할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이를 줄기차게 이어가는 것이다. 세계적인 광고인 윌리엄 번벅(William Bernbach)은 '광고에서 차별화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이다'라고 했다. 물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이렇게 집중력을 보일 때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남과 다른 삶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냈을 때 행복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인간은 태어나서 부모로부터 이름을 부여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신체와 이름만 있을 뿐 살아 움직이는 영혼을 가지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죽어있는 영혼을 일깨워주는 것은 남과 다른 생각, 다르게 살아가기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이 삶의 존재 가치이며, 보람된 삶을 사는 것이다.

2012-01-15 서범석

기적을 낳는 "감사합니다"

동사섭이라는 행복마을을 운영하고 계시는 용타스님이 젊었을 때 경상남도 함양의 용추사라는 작은 절에서 주지를 맡고 계실 때 이야기다.그때는 단식에 심취하여 절에 찾아오는 불도들에게 단식을 권하여 병을 고치곤 하였다. 하루는 삼십 후반쯤 되어 보이는 부인이 두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와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하였다.비쩍 말라 피골이 상접해 있는데 아무래도 단식으로 고칠 병이 아닌 듯싶었다. 찬찬히 사연을 들어 보니 유복자 아들하고 결혼해서 생긴 병이었다.시어머니는 아들 내외가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이혼을 각오했는데 이걸 어쩌나 아이가 덜컥 생기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의 몸이 말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무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질 않아 겨우 미음으로 연명할 뿐이었다.용타스님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부인, 내가 반드시 부인의 병을 낫게 해주는 비책을 일러줄 터인데 어떤 것을 시켜도 그대로 하겠소.""제 병이 낫는다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스님의 처방은 이런 것이었다.매일 아침 일어나 "어머니, 감사합니다"를 세 번 소리내어 말하고, 점심 먹고 나서는 100번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다시 세 번을 반복한다. 달력을 하나 마련하여 감사하기를 마치면 그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여 30일은 꼬박 채운다. 하루를 빠지게 되면 3일이 연장된다.이 처방전을 들은 부인은 즉각 반발했다. 전혀 감사하지 않는데 어떻게 "감사합니다"를 외치느냐는 것이었다. 두 시간 물동이 이고 와서 108배하는 것도 하겠는데 이것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훌렀다. 그리고는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스님, 제가 속으로는 시어머니 욕을 하면서 겉으로만 감사하다고 소리 내어도 됩니까?" 스님의 대답은 예스였다.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속으로 시어머니 욕을 잔뜩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입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2주쯤 지났을까.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한 여인이 절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부인이었다. 스님은 내심 걱정했다. "뭐가 잘못됐구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부인의 이야기는 이러했다."스님. 이상한 일이 생겨서 보고를 드리지 않을 수 없어 찾아왔습니다. 속으로 시어머니 욕을 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외치다가 차차로 욕하는 게 없어졌고… 하루는 시어머니가 밭에서 일하다 소나기를 맞고 집에 들어와 마루에 걸터앉았는데 불현듯 젖은 발이 눈에 들어오면서 '저 발을 닦아 줘버려'하는 생각이 들어 닦아 드리려 했더니 시어머니가 '웬 일이냐'며 도망을 치데요. 그 다음에는 어느 날 저녁 피곤한 몸을 방바닥에 눕히고 있는 시어머니가 문틈으로 비치는데 '가서 다리를 주물러드려 버려'하는 생각이 들어 다짜고짜 들어가 시어머니 다리를 주무르려 하니 그 때 시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면서 '얘야 내가 잘못했다' 하시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둘이는 서로 보듬고 통곡을 하고 말았지 뭡니까. 그 다음날 밥숟가락을 입에 넣으니 밥이 넘어가고 입맛이 도는 것이었어요. 스님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요."그리고는 부인이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스님께 바쳤다. 스님의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부인의 병이 치료되었던 것이다.마음이 있으면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더러는 마음에 없더라도 표현을 먼저 하고 행동을 먼저 보이면 마음이 바뀌게 되고 기적도 만들어 낸다. 주변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거들랑 속으로는 미워하더라도 겉으로 "고맙다" "사랑한다"를 자꾸 표현해 보라. 당신에게도 기적이 나타날지 모른다.

2012-01-08 조영호

혼돈의 시대에 찾는 조정의 리더십

연말 대학 동기회 모임에 나갔더니 졸업 후 가장 많은 친구들이 모인 자리가 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50이라는 나이 숫자 앞에서 당황하는 세대이다. 동양에서는 나이 사십이 불혹(不惑)의 시기이고, 오십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의미에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서양의 심리학에서는 거울을 바라보듯 자신을 반추해보고 방향을 재설정한다는 의미에서 경상자아(鏡像自我)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의 판단에 따라 노후 생활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유로움을 갖든지 아니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생활양식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386세대라고 하여 우리 사회 발전의 동력을 제공했던 이 세대가 이제는 586세대가 된 것이고, 이들에 대한 새로운 역할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이들은 87년 민주화의 선봉에 서 있었고, 진보적인 우리 사회의 방향타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386 세대는 발전의 추진력으로 설명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97년 외환 위기와 2007년 금융위기에서는 직격탄을 맞고 가장 큰 희생이 된 계층이기도 하다. 국가발전의 수혜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중년에 들어서면서 희생의 세대이기도 한 것이었다.한국 산업화의 끝자락을 지나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에 민주화의 주역을 담당했던 이들은 지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이지대에서 갈등의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정보를 얻고 판단하는 기성세대와 포털과 SNS를 통해 소통되는 신세대 사이를 오가면서 균형을 잡아 줄 수 있는 세대이다. 장편 대하소설에도 익숙하지만, 3줄 미만의 트위터 문체에도 익숙한 세대이다. 양쪽을 이해하여 주다보면 양쪽으로부터 소외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의 균형 감각이 우리의 체제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2012년의 총선과 대선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 우리 사회는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흐름이 맞부딪치면서 거친 울돌목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 카타스트로피의 무질서에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세대가 필요하다. 상행선과 하행선의 버스가 속도를 내려고 할 때 중간의 완충지대가 넓어야 안전이 보장되고, 진보와 보수의 양 쪽이 활동 범위를 넓히고자 하더라도 중간의 점이 지대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2012년은 우리의 역사에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중요한 시기로 예측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시계(視界) 제로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금융파동의 징조를 보면 곳곳에 지뢰가 숨겨져 있다. 청년 실업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데,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속도에 페달을 밟고 있다. 내년의 선거는 한국 발전의 흐름을 이어서 발전 계승할 것인지, 남미의 역사에서 보듯 개발도상국 시대로 회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1948년 정부가 수립되던 때, 우리나라의 1인당 GNP는 60달러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1977년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였고, 1995년에는 선진국 모임인 OECD에 가입을 하였다. 개발과정에서 총 127억 달러의 선진국의 지원을 받았으나, 2000년에는 공식적으로 선진국 수원국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이로써 2010년 1월1일에 한국은 OECD 개발협력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하여 국제사회의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공여국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었다. 세계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인정받게 된 계기이다. 그리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 경제발전의 원인을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의 발전 결과를 보고 무조건 한국 따라가기를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이러한 흐름을 이어서 흑룡이 승천하는 국운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방향을 설정해야 할 리더가 필요하고,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리더의 덕목은 조정력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원주의가 되어 다양한 의견이 제어력 없이 표출되고 있다. 사실 과잉참여의 시대이다. 오십의 나이를 불혹의 시기를 지나 지천명을 한다고 설명한 것은 특정 의견이나 이견에 흔들리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들어주면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586세대가 우리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신년의 아침이다.

2012-01-01 이원희

한 사람의 사랑이 세상을 바꾼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단다. 하나는 '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네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이다."사랑을 주고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 '기쁨'입니다. 기뻐하고 있을 때 관대해집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내 손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손을 내밀어줍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삶을 이타적인 삶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의 이익과 이웃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삶이지요.결국 사랑하는 삶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인 셈입니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계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배우인 부모 탓에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에서 성장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그녀는 자제력이 없고, 약물 남용과 돌출행동을 하여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아주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이럴수록 더 자학을 하게 되고 방탕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머나먼 사람'이란 영화 대본을 읽었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걱정 없이 살던 주인공이 난민들과 고아들의 참상을 알게 되면서부터 삶이 바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도 대본 속의 주인공처럼 '나도 소외된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제연합 자원봉사자들과 여행을 하고, 세계 오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혹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입의 3분의 1을 자선사업에 쓰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바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입니다.신문에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어느 목사님의 얘기가 실렸습니다. 그분도 여느 목사님들처럼 평범한 목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 밤, 영등포 역사에서 젊은 여자 노숙자가 얇은 옷만 입고 떨고 있는 것을 보고 결심합니다. 그들을 위해 살겠다고 말입니다. 지금도 목사님이 준비한 밥과 국으로 많은 노숙자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고, 그분의 사랑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습니다.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더 큰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내'가 아닌 '남'에게 두기 마련입니다.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은 좌절과 고통을 맛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 사랑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서서히 거들기 때문입니다. 바로 연대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된 일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곤 합니다.미국 오리건 주 유게네라는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가던 어느 가을밤이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한국전쟁이 빚은 고아들의 참담한 삶을 다룬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농부 부부가 대화를 나눕니다."저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그래서 한국 고아 8명을 입양했습니다. 이 사실이 신문에 알려지자 입양가족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드디어 입양기관이 설립되어 체계적으로 불쌍한 아이들을 입양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홀트아동복지재단'의 출발이었던 것입니다.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내가 '모은' 게 아니라 남에게 '준' 것이라고 합니다.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은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사랑의 실천은 언제나 남게 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연대가 일어나 더 큰 사랑으로 세상을 비춥니다.생활이 많이 힘듭니다. 곳곳에 배고파하고 외로워하며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랑이 더 많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2011-12-25 최원영

위기의 OBS 경인TV 어디로 가고 있나?

2007년 12월 28일 OBS경인TV(경인TV)는 영안모자를 대주주로 하여 자본금 1천400억원 규모로 첫 방송을 시작하였다. 경인TV는 인천과 경기도 지역을 방송권으로 하는 지역방송사이며, 전송방법으로는 전파를 이용하여 송출하는 지상파 방송사이다. 운영 특성상 광고 수익을 주재원으로 하는 민영방송사이다. 또한 경영과 편성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며, 100% 자체 편성을 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독립방송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이러한 경인TV가 경영 악화로 금년 내로 자본금이 바닥 날 상황에 이르렀다. 이와 더불어 구성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으며, 심각한 내분 현상으로 최악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경인TV의 구조적인 문제로는 독립방송사로서 네트워크시스템이 형성되지 못해서 인건비와 제작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권역이 제한되고 SBS와의 중첩된 사업영역으로 인한 정책적 견제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경인방송의 최대 희망사항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통한 서울지역 21개 SO를 통한 역외재송신이 때늦게 금년 8월에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당초 생각과는 달리 매체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기대 이하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초기 지상파 방송사만 만들면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지속적으로 상당 금액의 광고를 팔아줄 것이라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경영분석과 선택과 집중보다는 무능한 경영진에 의한 600억원이 넘는 시설투자, 그리고 아직까지 상당수의 전문가들도 OBS경인방송, OBS, OBS 경인TV, 경인방송, 인천방송, 심지어는 아직까지 iTV라고 하는 브랜드 인지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기본적인 마케팅 능력의 부재가 이러한 문제를 부채질했다고 판단된다.민영방송의 주 수입원인 광고비를 보면 경인TV는 2008년 89억 원, 2009년 160억 원, 2010년 253억 원으로 평균 167억 원의 광고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방송광고비 평균의 약 0.8%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 iTV 매출의 약 37%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지상파방송 광고의 지속적 감소와 더불어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적 영업활동이 위헌으로 판정되고, SBS 홀딩스가 크리에이트라는 방송광고미디어렙을 설립하고 독자적인 직접 영업을 선언하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 매출액의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미디어렙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운영되더라도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책이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 뻔하고, 경인TV의 경우 기타방송으로 분류되어 논의에서 상당부분 제외되어있다. 결국 조만간에 경인TV는 독자적인 광고 영업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방송광고공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한 끼워 팔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인TV는 종편PP, 유료방송, 인터넷 등 매체환경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로인하여 방송광고 매출은 광고계의 판단으로는 현재 방송광고 판매 금액의 약 25% 수준인 연간 6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인TV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하더라고 연간 약 600억 원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독립방송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증자계획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였으나 이는 장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경인TV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으로 판단되며,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인천 및 경기지역의 지역방송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다시 한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지역사회의 협조를 받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또한 전략적 측면에서는 지상파 3사의 모방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편성전략과 더불어 시장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와의 전략적 제휴 이상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방송광고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직접 영업을 위한 마케팅시스템을 운영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1-12-18 서범석

현재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찾아라

중3인 봉수는 말썽꾸러기였다. 지각을 밥 먹듯이 했으며, 숙제는 거의 해온 적이 없었고 애들을 집적거려 공부를 방해했고, 심지어는 복도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선생님들이 타일러 보는 것도 이제는 지쳤고, 교감실, 교장실에 불려가는 것도 이골이 났다. 그렇다고 보모나 친척을 불러 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다. 봉수네집은 엄마는 안 계시고 아빠 혼자였으며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 봉수가 상담선생 앞에 앉았다. 봉수는 언제나처럼 퉁명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상담선생은 이를 무시한 채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상담교사: "봉수야, 너 그래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한 사람은 있지."봉수: "…이순애 선생님이요."상담교사: "이순애 선생님은 왜 좋은데?"대화를 나눠보니, 이순애 선생은 다른 선생과 조금 달랐던 것이다. 우선 교실에 들어오면 이 선생은 봉수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봉수가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을 했고, 다른 주제로 넘어갈 때는 봉수가 내용을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해도 좋은지 확인을 했다. 바로 여기에 봉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열쇠가 있었던 것이다.상담선생은 이제 교사들을 설득하여 이순애 선생이 보였던 '밝은 면'을 전파시켰다.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봉수는 달라졌다. 모범생이라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더 이상 문제아는 아니었다. 1976년 쥐약회사로 출발한 세스코(Cesco)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3D업종으로 그저 그런 회사였다. 그런데 창업자 전순표 박사의 아들인 전찬혁(현재 대표이사)씨가 92년 대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사장의 아들이지만, 신분을 속이고 4년이나 평사원으로 해충잡는 최일선에서 현장근무를 한다. 자신이 직접 근무한 아버지 회사는 생각했던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현장직원들은 하루 종일 독한 소독제를 마셔야했고, 고객사들에게 천대를 받아야 했으며 그러다 보니 직원들끼리도 대화는 욕설이 반이었다. 신입사원들은 3개월 이내에 거의 100% 퇴사하고 말았다. 전찬혁씨는 4년의 현장근무를 마치고 신분을 밝히며 기획실을 만들고 본격적인 회사 개혁에 들어간다. 유니폼도 제작하고, 운영 매뉴얼을 만들고, 고객사 건물에 대한 정보도 전산화한다. 이런 멋진 시스템을 도입하였지만, 놀랍게도 직원들이 기꺼이 동참하지를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칭찬운동이었다. 관리자들로 하여금 부하직원 개개인들의 장점을 쓰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당사자들에게 가서 이야기해 주도록 했다. 쑥스러워 망설이는 관리자들을 강제적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한번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했다. 그랬더니 회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2002년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세스코 홈페이지에 20만명이나 방문해서 서버가 마비되고 말았다. "해충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먹을 수 있나?"라는 장난기 어린 질문에 세스코 사원이 친절하게 "해충은 고단백이기는 하나 박테리아가 많으니 사전처리를 잘해야 한다"고 답해 올린 글이 소문이 난 것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기업문화 덕분에 세스코는 우리나라 방제 시장을 90% 정도 장악하고 있으며 해외 진출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우리는 도전을 해야 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위기의식만으로 변화가 오지는 않으며 문제점만 파헤친다고 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서 변화의 단서를 찾아야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2011년도 저물어 가고 있다. 새해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와 도전을 위한 에너지는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1-12-11 조영호

예산낭비 방지를 위한 국제시민연대

11월 18, 19일에 걸쳐 예산감시 운동을 하는 60개국의 120여명 NGO 활동가들이 탄자니아에 모였다. 개별 국가에서 예산감시 운동을 하던 활동가들이 모여 '재정 투명성을 위한 글로벌 연대(GIFT;Global Initiative for Financial Transparency)'를 결성하기로 하고 첫 총회를 하는 모임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예산감시 운동을 출발시켰던 경실련이 초대되었고, 나는 한국 대표의 회원 자격으로 참여를 하였다. 이번 총회에서는 새로운 재정 규범으로 '투명과 참여 그리고 책임'이라는 개념을 합의 도출하였다. 그리고 '예산을 지금 공개(make budget public now)하라'는 구호로 진행된 총회에서 조정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세계적 연대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을 구축하였다. 무엇보다 유럽의 재정 위기를 경험하면서 재정 감시의 중요성이 환기되고 있어 의미가 있었다. 민주화가 진행되었던 아프리카나 지금 막 진행 중인 아랍 국가의 활동가들의 예산감시 운동은 향후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모두가 공감하였다. 민주주의 이후에 시민 사회의 역량 강화를 위해 우리가 낸 세금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은 시민의 귄리를 확인하는 동시에 정부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향후 구체적 활동을 진행하기 위한 실무위원회의 분과를 반부패, 환경, 보건, 교육, 자원 활용, 인권, 후진국 지원 사업 등 7개로 나누고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제안 및 감시운동을 전개하고 나아가 실천을 통한 변화의 연대 운동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한국은 후진국 지원 사업의 지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동 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실무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후진국의 입장에서 보면 선진국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후진국 지원 사업을 하지만, 지원 사업이 너무 많아 투명성이 약하고, 특히 후진국의 부패를 유발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11월에 부산에서 후진국 지원사업의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회의에 맞추어 의미 있는 활동이 기대된다.흥미로운 것은 이번의 행사를 미국에 있는 국제예산파트너십(IBP;international budget partnership)이라는 시민단체가 관리를 하였지만, 소로스 재단과 포드 재단이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로스 재단은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있어 이념적으로 적합하고, 포드 재단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후진국 관련 연구와 지원 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모두 민주화의 과정에서 각국의 민주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의 각종 재단들도 시각을 크게 하여 국제적 활동을 지원하는 접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사실 국제예산파트너십이 세계 각국의 재정 투명성을 평가하는 지표(OBI; Open Budget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 73점, 2008년 66점, 2010년 71점으로 중상위권의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모임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일반회계 이외의 활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계약, 기금, 조세감면, 공기업, 보증이나 공적 자금과 같은 준재정 활동 등 그림자 정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영역에 집중적인 감시 운동을 하고 2012년부터는 재정투명성 평가 지표에 이를 포함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각국의 사례를 모으기로 하였다. 우리도 향후 이런 분야에 대한 보다 진지한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예산에 관한 정보는 제공되어야 한다. 정보의 제한으로 참여가 제한되고 낭비가 방조되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이 가진 자를 위해 집행되어 부의 분배가 악순환된다는 개도국의 주장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의 모임은 예산 과정의 변화를 통해 정부를 변화시키고 민주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산에 대한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정부의 방만한 활동을 방지하고, 시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주인의 자리로 두려는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2011-12-04 이원희

NASA의 청소부와 사마천의 꿈

고3 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과 국회에서 FTA 비준을 반대하던 가운데 최루탄을 터뜨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두 사건 모두 꿈을 잃은 사람들이 빚어낸 비극입니다. 꿈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입니다. 마치 에머슨이 말하는 진정한 성공, 즉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과도 같습니다. 에머슨이 말하는 성공은 곧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의 나눔은 상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꿈은 사랑이어야 합니다.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수단은 곧 직업입니다. 꿈을 잃은 사람은 수단을 꿈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이때 불행이 시작됩니다. 고3 학생의 어머니가 서울대학교 입학을 꿈으로 삼아 아들을 학대한 것이 그 예가 됩니다. 자신들의 존재가 국민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의원임을 잊은 채 그곳에 최루탄을 던지는 행위 역시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그런 행위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어머니가 왜 아들에게 살해되는지를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NASA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마침 로비를 지날 때 바닥을 닦는 청소부를 봅니다. 그는 즐거운 일이라도 하듯 콧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말합니다. "당신은 여태껏 내가 본 청소부 중에서 가장 훌륭한 청소부랍니다!" 그러자 청소부는 이렇게 답합니다. "각하, 전 일개 청소부가 아닙니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어요." 참 멋진 꿈을 가진 청소부입니다. 꿈은 사랑이고 수단은 청소하는 일이었던 것이지요.사랑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린 소년이 백화점에 들어가더니 매장을 기웃거립니다. 한참 후, 쑥스러운 듯 망설이다가 여자 속옷 매장으로 들어갑니다. "저, 내일이 엄마 생신이라 내의를 선물하려고 하는데요.""엄마 치수가 어떻게 되시니?""잘 모르겠는데요.""그러면 엄마는 키가 크시니, 작으시니? 뚱뚱하시니, 날씬한 편이시니?""우리 엄마는 완벽해요. 우리 엄마는 굉장한 미인이거든요."점원은 가장 날씬한 치수를 예쁘게 포장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소년이 다시 찾아옵니다. 그리고 속옷을 바꾸어 가지고 갑니다. 그런데 소년이 바꿔 간 치수는 속옷으로는 가장 큰 치수였습니다.꿈은 현실의 고통마저도 이겨낼 의지를 선물합니다. 사마천에게는 삶과 죽음, 명성과 지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는 날조된 죄명으로 모함을 받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돕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당히 죽음을 택함으로써 억울함을 밝히고 존엄을 지킬 수도 있었지만, 남자로서 가장 참기 어려운 치욕인 생식기를 자르는 벌을 받아들입니다.왜 그랬을까요? 그에게는 반드시 끝내야 할 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기'를 집필하는 일이었습니다.사관이었던 아버지 사마담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에게 말했습니다."주공이 세상을 떠나고 오백 년이 흐르자 공자가 나타났고, 공자 이후로 오백 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공자의 '춘추' 뒤를 이어 찬란했던 시대를 소개하고 기록해 역사로 전해줄 사람이 없구나.""걱정 마십시오. 제가 쓰겠습니다."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사마천은 결심합니다. '내 비록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지라도 하늘과 아버지로부터 받은 소임을 완수하고야 말리라.'만약 그 어머니가 전교 1등을 강요하지 말고, 아들이 평생 살면서 해야 될 사랑의 위대함을 가르쳤다면, 만약 의원들이 FTA 비준을 처리함에 있어 상대 진영의 저항을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했더라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오늘 아침 문득 안도현 선생의 시가 떠오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11-11-27 최원영

혼란속 방송광고 판매제도 관전평

방송광고판매회사(미디어렙: Media Representatives)는 방송사의 광고판매 및 조직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 12월 31일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방송광고판매회사인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설립되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현재까지 지상파 방송광고의 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적 영업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지난 수년간 국회의원이나 관련 부처에서 수정된 방송광고대행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되었으나 방송국, 야당, 여당,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 표출로 완성되지 못했다.이러한 과정에서 2008년 11월 27일 태평양미디어앤 커뮤니케이션이란 광고회사에서 방송법 73조 5항 및 시행령 59조 3항( 방송광고 판매대행은 한국방송광고공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투자한 회사만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다)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출하게 되었고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 헌법 불일치 판정을 내리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실질적인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방송광고미디어렙은 허가제로 하고 방송국 당사간의 직거래를 제한하며, 중소방송국에 일정량의 방송광고를 제공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법안의 지침을 제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9년 12월 31일까지 법안을 개정하도록 강제화했다.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한선교 의원, 이정현 의원, 진성호 의원과 민주당의 전병헌 의원, 자유선진당의 김창수 의원, 창조한국당의 이용경 의원 등이 방송광고판매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법안 검토는 여당, 야당과 그리고 국회의원간의 의견 차이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논의는 부족했다. 이러한 논의 중에 종합편성PP가 결정되고, 종편의 방송광고판매를 지상파 방송광고미디어렙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여당과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이런 와중에 10월 27일 SBS는 지주회사인 SBS 홀딩스를 통해 방송광고판매회사인 미디어크리에이트를 발족하고 직접 영업을 선언하였다. 또한 MBC도 방송광고 판매를 위한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영업 체제의 준비작업을 완료했다.11월 2일에는 국회 방송통신위원회의 예산심의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상파 방송사의 직접 광고 판매가 시장을 혼란시킬 거라고 단정하지 않으며, SBS는 SBS홀딩스를 통해 미디어렙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방송광고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을 확대 재해석하면, 방송광고시장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며, 방송광고 판매는 방송사의 간접적인 판매방식인 자회사를 통한 영업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화방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가치 상실을 의미한다.결론적으로 지난 몇 년간 진행되어온 방송광고판매제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명확한 광고정책을 제시하지 못해 방송광고판매제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헌법 불일치를 결정하면서 방송광고정책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함으로써 다양한 재해석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국회는 여, 야 국회의원간의 이해관계로 방송광고 판매유형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못했다.방송광고판매제도가 어떠한 결론을 도출할지는 미지수지만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첫째 광고정책을 정치행위로 해석하기 보다는 경제행위로 보아야 하겠다. 둘째, 정부의 방송광고 시장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방송광고정책이 광고산업의 발전을 전제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1-11-20 서범석

고신뢰 사회를 만들려면

아이들을 거느리고 혼자 사는 여인이 있었다. 막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생활이 너무나 고달프고 힘겨워 하나님에게 구원을 요청하기로 하였다. 구구절절이 신세를 하소연하고 100달러만 보내 주시도록 편지에 적었다. 그런데 그 지방 우체국에서는 '하나님 앞'으로 되어 있는 이 편지를 어찌 할 바 몰라하다가 우체국장이 하는 수 없이 내용을 뜯어보았다. 눈물 겹고 애절한 사연을 읽은 우체국장은 있는 달러를 긁어모았다. 잔돈을 모으다 보니 95달러가 되었다. 우체국장은 답장을 근사하게 써서 용기를 북돋우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라고 봉투에 쓰고 그 여인에게 회신을 보냈다.초조히 답장을 기다리던 그 여인은 드디어 날아온 편지를 받고 가슴 조이면서 내용을 뜯어보았다. 하나님은 결코 그 여인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위로의 말과 함께 부탁한 돈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세고 또 세어 보아도 5달러가 부족하였다. 그래 하나님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감사의 말을 쓴 후에, 하나님께서는 틀림없이 100달러를 보냈을 터인데 그 놈의 우체국장이 5달러를 착복했을 것이라며 벌을 내려 달라고 한 것이다.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관리들의 부패를 꼬집기 위해 이야기되고 있는 가슴 아픈 조크이다.며칠 전 한 신문에서 20~40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도가 20%대로 일부 연예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보도했다.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신뢰도는 40%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인물들에 비해 뒤졌다. 이 보도의 신뢰도는 어떤지? 이 보도를 한 신문 자체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도자들, 특히 정치인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는 것 같다.신뢰는 "다른 사람이 바르게 행동할 것이며, 약속을 지킬 것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신뢰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인프라 중 인프라이고 사회 운영의 기초 메커니즘이다. 부부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항상 감시하고, 확인하고, 심지어 뒷조사까지 해봐야 한다. 직장에서 신뢰가 없으면 모든 일을 문서로 해야 하고, 작은 것이라도 상부에 보고하고 처리해야 하고, 직장인들은 언제 해고될 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몫을 챙겨두어야 한다. 상거래에서 신뢰가 없으면 계약서가 길어야 하고, 담보가 많아야 하고, 변호사의 자문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한다.신뢰도가 낮은 사회는 고비용 사회이다. 신뢰도가 낮은 사회는 스피드도 떨어진다.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뢰(트러스트)가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을 갈파했다. 경제도 정치도 교육도 트러스트라는 사회적 자본이 없으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정(情)으로 뭉쳐있고 한가족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정과 한가족정신이 소집단을 넘어선 사회관계에서도 신뢰관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우리 사회의 신뢰도도 꾸준히 높아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강화되었고,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낮고 특히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불신감은 팽배해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변화가 많을수록 필요로 하는 신뢰의 양과 질도 커지고 있다.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기 위해서는 토양이 좋아야 하고 거름이 있어야 한다. 신뢰라는 꽃에 필요한 거름은 리더의 희생이다. 지위가 높은 자가 희생을 하고, 가진 자가 좀 손해를 감내하고 배운 자가 내놓을 줄 아는 풍토 속에서 신뢰는 자라고 그 신뢰 속에서 경제도 교육도 정치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신뢰는 발전을 낳고, 또 그 발전은 신뢰를 낳고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정치인들의 신뢰, 그것도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골몰하지 않고 더 큰 것을 위해 희생을 해야 생기는 것이다.

2011-11-13 조영호

박원순 시장 당선이 보여주는 징표

1970년대 미국에서 군용 항공기 추락이 잦을 무렵 이유를 밝히기 위해 많은 전문가가 투입되었지만, 결론은 고장은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고는 불규칙적으로 그리고 우발적으로 발생한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기계학의 발달로 모든 고장이나 사고에는 징표(signal)가 있고, 이를 분석하여 사고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으로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정비하는 시간계획 정비(time based maintenance)가 아니라, 항상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상태감시정비(condition based maintenance)의 기법이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혈압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일 년에 한번 정기 점검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내내 혈압을 자동적으로 측정하고, 혈압의 수치 변화를 추적하여 언제 문제가 발생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서 대안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런 과학의 발전 수준에 비해 우리의 사회공학은 수준이 낮다. 지금 우리 주변에 엄청난 굉음을 내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설명해줄 데이터가 부족하다. 경기도, 인천시의 경우 분명 재정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행태를 보면 과거의 번영기 환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회 변화의 징표를 보여주고 있다. 박원순 시장 당선은 개인에 대한 인기 못지않게 무엇인가 바꾸어보자는 시민사회의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그리고 시민사회를 이해하여 줄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이 담겨있었다. 조직화된 정당인의 선거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현대 정보사회에서 이러한 '마음'과 '생각'이 결집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마음이 모여 거대한 정치권력의 구도 개편이 주도되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도와 인천시는 한 걸음 늦게 움직이고 있다. 생명 과학의 영역에 정치인의 시각으로 도지사가 '세계 최초'에만 집착하고 홍보를 하는 모습에 도민은 실망한다. 강연과 강의를 통해 '입'으로 알리기를 하기보다는 '일'의 성과를 통해 감동을 주기를 기대하는 시민사회와 단층이 있다. 아직도 시장이 호연지기(浩然之氣)의 늪에 빠져있다는 인천시민사회의 푸념에 시장은 귀를 닫고 있다. 개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던 취임사와 별개로 여전히 인천은 개발의 기회를 찾아 틈새를 헤매고 있다. 각종 연대 모임이 있지만 정작 정책에 대한 연대가 아니라 인맥의 연대일 뿐이고 선거를 위한 연합일 뿐이라고 폄하되고 있다.정당이 선거과정에서 무력해지면서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연속된 징표를 통해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그것을 정치권에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정치 전략적 해석만 난무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러한 변화를 직면할 자신감이 없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고장의 원인을 모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책임 추궁이 두려워 그것을 은폐하거나 엄폐하는 것 역시 더 큰 문제를 잉태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 철도 사고가 잦자 이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여기의 최종보고서를 보면서 매우 아쉽게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우리의 철도에 RCM(Radar Coded Message)이 도입되어 실시간 소음이나 진동을 측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좋은 장비가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고 판단하는 인간의 수준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사회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 대표 기구인 정치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민사회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화두인 복지가 국가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몇몇 대통령 후보자로 거론되는 개인의 공약 차원에서 개발되고 있다. 그러면서 연말의 시점에 그리고 내년 선거에 대비하여 의정활동보고회만 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홍보만 잔뜩 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좋은 징표를 보내고 있건만, 이를 모르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발전이 시민사회의 발전과 유리될수록 시민의 공동체적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는 정치 개혁을 위해 시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2011-11-07 이원희

신(神)이 본 인간의 놀라운 점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신(神)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래서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이다."위대함과 평범함의 차이는 '오늘'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평범한 사람은 미래에 관심을 갖지만, 위대한 사람은 오늘을 특별하고 최고의 날로 여깁니다. 그래서 날마다 기쁘고 축제와도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지금 이 순간 이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이 성공으로 이끕니다. 사회에 나와 첫 직업으로 방직공장 직원이 된 사내가 있었습니다. 사내는 그 분야의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증기기관차의 화부가 되어서도, 우편배달부가 되어서도 최고가 되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성실한 사내의 모습을 주위 사람들은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힘이 되어 사내는 우리 모두가 아는 사람으로 성공했습니다. 바로 철강왕 카네기입니다.도쿄의 어느 호텔에 어린 소녀가 취직을 했습니다. 맡은 일은 화장실 청소입니다. 그 호텔은 화장실 청결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직업이 불결한 화장실 청소라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토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선배가 나타났습니다. 웃으며 말합니다. "세이코양, 처음엔 힘들 거예요. 오늘은 내가 하는 걸 보고 배우세요."선배는 수세미로 변기를 깨끗이 닦았습니다. 다 닦은 후에 변기 안의 물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손으로 떠 마셨습니다. 소녀는 무척 놀랐습니다.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소녀는 이렇게 다짐합니다. '그래 평생 화장실 청소만 하고 살아야 한다면, 이 분야의 최고가 되자.' 훗날 일본의 우정상이 된 노다 세이코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이렇듯 '오늘'에 충실한 현재적 삶은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줍니다. 현재적 삶이 가능하려면 바로 '초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초심은 아름답고 순수합니다. 그러나 초심을 지켜나가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치열한 선거는 끝났고, 시민단체를 이끌어온 분이 서울시장이 되었습니다. 초심을 잃은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정당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으로 시끄럽습니다. 간혹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이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3의 정치세력화를 구축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정치세력화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음을 직시해야 합니다.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사회적 실천위원회'라는 시민단체를 조직해 유색인종의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전국연합회(NAACP)를 지원할 때입니다. NAACP 지부의 비서로 일하던 로자 파크스 부인이 퇴근길에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를 계기로 킹 목사는 '버스 타지 않기' 운동을 벌입니다. 당시 버스 승객의 70% 이상이 흑인들이었습니다. 이 운동으로 인해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인종차별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이었지요. 많은 흑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습니다. 어느 날 다리를 절룩거리며 걷는 흑인 할머니를 보고 택시 기사가 태우려했습니다. 부인은 타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는 나 자신을 위해 걷는 게 아닙니다. 내 자식들과 내 손자들을 위해 걷는 겁니다. 내 두 발은 불편하지만 내 영혼은 이렇게 평온할 수가 없습니다."흑인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인종차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시민운동은 초심이라는 순수성이 존재할 때 신뢰를 얻고 그 결과 건전한 변혁의 길이 열립니다.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제 각자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치인은 정치에 입문할 때의 초심을 되찾아 권력욕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교수는 강단으로, 시민단체는 소외받는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가 그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각자가 이렇게 현재적 삶을 살아갈 때 행복은 우리에게 성큼 다가설 것입니다.

2011-10-30 최원영

대기업, 밀어주기영업 광고시장 황폐화 심각

국내 광고 산업은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현대기아차그룹의 이노션, LG그룹의 HS애드와 엘베스트,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SK그룹의 SKMC, 두산그룹의 오리콤, 한화그룹의 한컴, 보광그룹의 피닉스, 대상그룹의 상암, GS그룹의 실버블렛, CJ그룹의 재산커뮤니케이션 등 대기업 집단의 자사광고회사(In house agency)가 광고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 자사광고회사가 모기업, 계열사, 특수관계 회사, 납품 업체까지 영향력을 행사하여 무분별한 밀어주기 영업을 통해 광고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또 다른 측면의 부작용은 자사광고회사의 강력한 자본력으로 일부 남아있는 광고주를 확보하기 위해 광고비 할인, 무료 제작, 다양한 무료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광고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해쳐 결국에는 중소 독립광고회사의 도산을 초래하고 있다고 광고업계는 판단하고 있다.이러한 결과로 우리나라 2010년 전체광고비 약 8조4천501억원 중 약 90% 이상을 대기업 자사광고회사에서 운영하고, 나머지 10%인 약 8천500억원 규모를 가지고 대기업 자사광고회사와 수백개의 독립광고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대기업 자사광고회사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광고회사 이노션의 경우 2005년 5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하였는데, 지분구조를 보면 정몽구 회장이 20%,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40%, 맏딸 정성이 이사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노션은 2010년 2조6천985억원 매출실적으로 국내 2위의 광고회사로 성장하였으며, 주주 3인에게는 매년 수십억원의 주식배당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컴은 회장아들 삼형제가 대주주인 한화에스앤시가 68.87%, 회장 부인인 서영민씨가 31.13%를 소유하고 있으며, 매년 개인 주주에게 수십억원의 주식 배당을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대기업의 자사광고회사를 개인차원에서 설립한 광고회사를 보면 롯데(대홍기획), LG그룹(L-best), GS그룹(실버블렛), 보광그룹(휘닉스), 남양유업(서울광고), 대상그룹(상암), CJ그룹(재산), 한국화장품(대보), 오뚜기(애드리치) 등 상당수에 이른다.대기업의 자사광고회사 운영에 대한 광고학회 회원들의 의견을 분석한 결과 첫째, 대기업의 자사광고 형식의 운영이 광고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자사광고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로는 안정적 수익확보를 통한 재산증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분석되었다. 셋째, 광고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는 경쟁을 회피하고 광고계열사 물량 밀어주기로 인해 중소광고회사의 시장참여가 근본적으로 차단됨으로써 전문광고회사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과적으로 자사광고회사 형식은 정상적인 광고유통을 방해하며, 광고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여, 능력있는 독립광고회사의 성장을 방해하여 광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대기업은 문어발식 자사광고회사의 설립을 중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광고를 독립된 광고전문회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고회사의 독립성이 광고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성장을 돕고, 초일류 국가 브랜드를 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이러한 측면에서 정부 관련 부처는 편법 증여에 대한 세금 추진보다는 광고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광고회사를 전문산업으로 분리하여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사광고회사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통제하고, 수수료를 독립광고회사와 차등 지급하는 정책도 대안으로 제안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법으로는 광고 관련 법에 광고회사에 대한 정의를 광고주와 매체사로부터 독립된 회사로 규정하고 광고 산업을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2011-10-23 서범석

情의 사회와 부정행위

네덜란드에 트롬페나스(Trompenaars)라는 학자가 있다. 그는 국제경영을 가르치면서 다국적 기업의 관리자들을 초치해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마침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각 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조사해서 교육에 반영한다. 말하자면, 이런 것을 물어본다. "친한 친구가 차를 몰고 가다 사람을 치었는데 증인이 당신 밖에 없다. 당신이 과속 사실을 숨겨주면 친구는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난다. 그런데 당신이 사실 대로 이야기한다면 친구는 큰 벌을 받게 된다. 이 때 당신은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는가? 친구니까 과속 사실을 숨겨주겠는가?" 아무리 친구라고 하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비율이 캐나다 사람들은 96%에 이르렀고 미국, 영국, 서독이 90%를 넘었다.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등은 60%대였고,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가 40%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얼마였을까? 26%로 뚝 떨어진다. 38개 조사대상 국가 중 38위. 트롬페나스는 93년 이 자료를 처음 발표하고 나중에 업데이트를 해 나갔지만 한국의 위상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위증을 해서는 안 되는 줄 알지만, 어떻게 친한 친구 일인데 사실 대로 이야기한단 말인가?"하는 것이 우리네 한국인의 정서가 아닌가 싶다. 트롬페나스의 조사는 결코 특별히 이상한 조사가 아닌 것 같다. 필자가 기업체 연수원에서, 공무원 대상 교육에서 수차례 확인하였지만 결과는 유사하였다.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한국은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인간관계에서도 정(情)이 중요한 '정(情)의 사회'다. 규칙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을 위해서는 이 규칙과 약속을 과감히 왜곡하고, 적절히 변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규칙대로 하거나 원칙을 너무 강조하면 살아가기 힘들다. '고지식한 사람', '인정이 없는 사람'으로 통하기 쉽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법이나 원칙을 무시하고 사는 것이 물론 미덕은 아니다. 법과 원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절히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생활의 노하우다.한국인의 이런 정적인 요소가 우리를 이렇게 성장시킨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뜻이 맞고 서로 통하기만 하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야근도 불사하고, 주말도 반납하며, 공기를 단축시키고, 해외 오지시장을 개척한다. 기술이 없어도 모방을 하고, 자원이 없어도 몸으로 때운다.모두가 못 살 때는 이러한 '정의 문화'가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어마어마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칙보다는 인간관계를 앞세우고, 법보다는 정을 우위에 둘 수 있겠는가. 국제투명기구에서 매년 국가 부패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한국은 2010년 38위를 기록했으나, 줄곧 40위권이었다.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뇌물공여지수도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오명을 언제까지 안고 가야하는가.권력도 지위도 없는 일반인에게 '정의 문화'는 따뜻한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사회지도층에 있다는 사람들이 정실에 따라 행동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연고에 의해 인사가 이루어지고, 정실에 의해 국가 자원이 배분되어서야 되겠는가.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몇몇 사람이 증시에서 이득을 보고, 회계조작으로 오너가 사익을 챙겨가고, 전관예우에 의해 사법부가 제대로 판결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실주의가 조직에 팽배하면 직장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어디에 줄을 대야 하느냐를 가지고 고민하게 된다. 대학생들은 이제 중간고사 기간이다. "친구니까 도와주지" "이번 한번이면 어떨까" 하는 사이 사회는 멍들고, 선진국은 멀어져 가는 것이다.

2011-10-16 조영호

직접 민주주의와 경제적 평등사회

최근 우리 사회의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가 벤처회사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보급한 사장 경력의 후보에게 여론 조사에서 밀리는 위기를 맞았었다. 그것은 실제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예측의 가상현상이었기에 잠깐 놀라는 수준으로 끝났다. 그러나 대변인을 지내고 정책위 의장을 하고 있는 쟁쟁한 야당의 국회의원이 보름 남짓 정치 구도에 뛰어든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패하는 현실이 나타났다.여야를 넘나들며 현행의 정당구도를 위협하고 무력화시키는 힘의 흐름이 분명히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나 대신 정치를 해 주는 정치인을 뽑고 나는 나의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보편적 선거권을 전제로 한 간접민주주의였지만,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구조가 시민사회의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고, 표 계산만 하고 선거 공학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과 멀어졌고, 그 사이 발달한 웹 기반의 의사소통 구조는 직접 민주주의 양상을 설계하였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구조이었던 정당보다 생각과 활동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만남이 형성되는 '조직력 없는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일정한 틀을 가진 조직은 없으나, 어느 순간 계기가 주어지면 힘으로 작동하는 조직이 이루어지는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의 사례에서 가설적인 답을 구할 수 있다. 지금 바람몰이라고 하는 정치 신인은 그냥 바람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실 시민사회의 공간에서 무엇인가에 실천력을 보이고, 함께 일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힘이 순식간에 정치적 결집력을 보이는 것은 실시간 정치활동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사진 찍는 행사 중심의 조직보다는 실천력을 가진 활동가가 '공감대'라는 호소력을 바탕으로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접민주주의적 양상이 경제적 평등주의를 확산시키는 연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Wall Street)의 증권거래소 앞에서 1%가 99%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연일 시위를 하고 있고, 그 힘이 궁극적으로 워싱턴을 향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기업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는 금융의 매개시장이 아니라, 투기판을 키우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소수의 횡재하는 부자를 만들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다수를 파멸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2만달러 시대를 접어들기까지는 중산층들이 조금 더 가짐으로써 상층부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했으나, 이제는 수직 상승의 과정에 발생하는 경쟁과 갈등보다는 조금 더 나누어 갖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사회의 구조로는 성장의 한계점 앞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고도성장을 했지만 그것이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경계점에서 새로운 인식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기존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 진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사회는 진보라는 화두에 감싸여 있다. 자본가의 상징처럼 여겨 온 부의 아이콘 워렌 버핏이 '부자가 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자신에게 준 지식 자산과 부의 기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어를 빼고 들어보면 공안 당국이 깜짝 놀랄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자본주의 양식을 반성하는 현 시대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경제 양식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과 평등사회에 대한 갈구를 정치와 정책에 반영하여야 할 시기이다. 누가 이 흐름을 먼저 감지하고 구체화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맥락의 전환기가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 될 것이고, 출발점이 10·26의 시장선거가 될 것이다.

2011-10-09 이원희

이기심과 편견도 나의 일부다

범죄자들조차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악명 높은 갱단 두목이었던 알 카포네는 "나는 내 생애의 전부를 사회를 위해 바쳤다. 그런데 내가 얻은 것은 차가운 시선과 비난, 그리고 범죄자라는 낙인뿐이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죄인들이 스스로를 선한 목자로 여긴다면, 우리처럼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요?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소설작가인 코난 도일은 평소 장난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가깝게 지내던 유명 인사들에게 익명으로 전보를 칩니다."당신의 불륜이 드러났으니 일주일만 피해 있으시오." 며칠 후 도일은 친구들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집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내들이 그에게 남편들의 근황을 물었다고 합니다.조선의 최고 학자인 퇴계 선생이 한적한 시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살던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던 중에 꽃가마 행렬을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는 순간, 꽃가마에서 미모의 여인이 마침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습니다. 민망해서 퇴계 선생은 고개를 돌리고, 여인도 창문을 닫았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퇴계 선생은 이렇게 자신을 질책했습니다. "아! 평생을 수양했는데도, 이 욕망이 나를 죽이는구나."인간의 욕망이란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솟구칩니다. 바로 이기심 때문입니다. 이기심은 자연스럽게 편견이라는 시선으로 상대방과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경기를 보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버지는 사망했고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술을 위해 외과의사가 들어와 환자의 차트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환자를 수술하지 못하겠어. 얘는 내 아들이야."어찌된 일일까요? '혹시 아버지가 두 명은 아닐까?' 그러나 그 외과의사는 환자의 어머니였습니다. 마음속에 '외과의사는 남자'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편견은 이처럼 사물이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하버드 대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수학시험을 보기 전에 교수가 말합니다."3번 문제는 아직 푼 사람이 없다." 그런데 한 학생만이 풀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 학생은 지각을 해서 교수가 말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천재들인 선배들이 그 동안 풀지 못한 문제라면 '나도 풀 수가 없다'는 편견이 만든 결과였습니다.이기심의 발로가 고약한 것은 자신을 우월한 사람이라고 믿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곧 상대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만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도취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바로 탐욕과 교만이 마음속을 채우게 되는 것이지요.서울시장직을 놓고 다양한 사람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기심을 깔고 편견을 숨긴 채 '내가 되어야 한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후보자들은 '누가 옳으냐?'로 다투기 쉽습니다. 우월감은 '나만이 옳다'는 고집으로 이어져 상대의 과거 흠집을 내는 데 주력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기심도 나의 일부이고,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관대한 시각을 갖고, '무엇이 옳은가?'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무게 중심이 '나'로부터 '시민'으로 옮겨가는 것이지요. 이때 선거는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됩니다.이기심도 나의 일부입니다. 편견도 나의 일부입니다. 퇴계 선생의 부끄러운 자기 인식이 오히려 퇴계다운 면모를 지키게 했듯이, 그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혜와 여유는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으로부터 생깁니다. 이때부터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2011-10-02 최원영

아이돌그룹, 기계화된 종합연예기능인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JYP의 '지오디'는 일산의 지하 단칸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동물적인 장기 집단 훈련을 통해, 지난 1999년 1월 '어머님께'란 곡으로 데뷔하여 신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집단 훈련시스템은 SM, YG 등이 전문적인 마케팅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경우 소속사 가수들에게 어린 나이 때부터 기본적인 보컬교육 이외에 어학, 춤, 연기, 오락, 개인기, 발성법, 교양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퍼쥬니어의 최시원, 소녀시대의 서현은 중국 어학캠프를 다녀왔으며, 다른 멤버들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장기적인 교육을 받았다. 아이돌 그룹 가수들의 훈련기간을 보면 조권이 7년, 미스에이의 민은 8년 등 평균 3~5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또한 이들의 연간 훈련비가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2011년 6월 10일에 열린 'SM타운월드투어인파리' 공연은 국내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글로벌시스템을 재확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소녀시대의 '훗'은 덴마크 작곡가, '소원을 말해봐'는 노르웨이 작곡가, 안무는 미국사람 등 다국적 아웃소싱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가 유럽의 주류 음악시장에 어느 정도 접근했고, 또한 수익모델을 개발했는가에 대한 것은 미지수이다.K-POP 열풍을 분석해 보면 첫째는 음악적 기교와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획일적이고 기계화된 춤의 정교화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중독성이 강한 반복적 언어의 유희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K-POP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전문가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여성 걸 그룹의 노래와 춤의 경우,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2NE1, F(X), 포미닛, 브라운 아이드걸스, 에프터스쿨, 티아라, 시스타, 미스에이 등 누가 불러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돌 그룹은 공장에서 기계화된 제품공정에서 빠져나온 공산품과 매우 흡사하며, 최근에는 인기에 편승하여 준비된 유사제품을 창고대방출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문행 교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성공학'에서 여성 걸 그룹의 경우 이미지콘셉트를 우선 선정하고 그에 적합한 구성원을 캐스팅한 후 장기적으로 체계화된 교육을 받고 진출하게 된다. 소녀시대의 경우 이미지를 담당하는 윤아, 음악성을 책임지는 보컬 태연,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서현 등으로 시스템화 시킨다. 그후 노래와 더불어 드라마, 쇼프로그램 MC, CF모델 등으로 확장하여 종합적인 연예인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러한 훈련을 받은 여성 걸그룹의 경우 가수라기 보다는 종합 연예기능인으로 판단된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K-POP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험하지 못했던 동양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신비, 정형화, 통제화된 기계병정 쇼집단에 대한 호기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걸그룹의 경우 주의를 끌기위해 '엉덩이춤', '루팡 춤', '제기차기 춤', '시건방진 춤' 등 춤 동작에 포인트를 주고, 자극적인 반복적 언어를 사용하여 노래를 유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가수의 본질로 돌아가서 오랫동안 기억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찾아주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인내가 있으면 꿈에 다가갈 수 있지만, 꿈을 잡지는 못한다. 지속 가능한 꿈을 잡는 것은 창의적인 자유로운 영혼이다. 현재의 아이돌 가수는 육체만 있고 영혼은 기획사에 담보로 저당 잡혀있는 연예 기능인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류 아이돌 그룹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90년대 반짝 유행한 일본 쓰레기 문화(Japan-Trash)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퍼포먼스 중심의 쇼걸적 관심끌기를 통한 글로벌 음악시장의 주변통로를 기웃거리기 보다는 진정 영혼을 노래하는 가수로서 글로벌 시장의 중앙통로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11-09-25 서범석

기부확산에 찬물 붓는 '세금폭탄'

26세의 나이로 대학을 들어간 황필상씨. 그는 7살 아래인 새까만 후배들과 공부를 했다. 특유의 끈기로 프랑스 유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IST의 교수까지 되었다. 그런데 그는 5억원이 필요해 동료 창업자를 보면서 용기를 얻어 수원에 생활정보신문사 (주)수원교차로를 창업, 기업경영에 투신한다. 그때가 1991년. 그는 과학영재를 기르는 일은 후배들이 더 잘 할 것 같아 교수직을 물려주고 전업사업가로 변신한다. 회사는 알차게 성장했다.2002년 황 박사는 돌연 수원교차로 주식 전부를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게 된다. 지인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놀랐다. 그만큼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두뇌와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다. 주식 100% 기증 의사를 전해들은 아주대학교는 "웬 돈벼락이냐"고 좋아하면서도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당시 평가액으로 200억원 정도 되는 재산이기는 하지만, 이는 현금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회사 주식이 아닌가. 회사를 운영하여 과실금을 남겨야 아주대 것이 되는데 아주대에는 창업자 황필상씨만큼 회사경영을 잘 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일종의 묘수가 등장한다. 100%가 아니라 90%만 기부받고, 10%는 황필상씨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전면에서 아니면 후면에서라도 회사경영을 계속해 달라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리고는 황필상씨를 설득하여 90%의 수원교차로 주식을 기증받을 장학재단을 설립한다. 얼마나 절묘한 방안인가. 국세청에서 140억원의 세금추징액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2008년 9월 1일 수원세무서장으로부터 세금납부고지서가 날아온다. 증여세 100억원과 가산금 40억원 도합 140억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그 유명한 5% 룰이 이때 등장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에 의하면, 출연자가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에 기부할 경우 회사 주식의 5%이상이 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린다는 것이다. 황필상씨는 5%가 아니라 90%를 기부했으니 엄청난 '세금폭탄'을 맞을 수밖에.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5% 룰은 외국에는 없는 규정이고, 한국의 재벌들이 공익재단을 이용하여 편법으로 증여를 하거나 기업을 간접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다. 하기야 재벌기업의 5%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으니 5% 주식이라면 5조원이 넘는다. 5%는 그럴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황 박사와 장학재단은 청와대, 감사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탄원을 하다가 급기야 법원을 찾았다. 2010년 7월 15일 수원지방법원의 1심 재판에서는 다행히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2011년 8월 19일 서울 고등법원 2심 판결에서는 세무서장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 사이 세금은 체불되어 200억원이 넘었다. 국세청이 받아갈 200억원은 대부분 교차로 주식값이다. 수원교차로의 주식을 팔아야 이 돈을 회수해 갈 수 있다. 누가 200억원을 주고 수원교차로의 주식을 살 것인가. 아니면, 국세청이 경영을 해서 이익을 챙겨가야 할 판이다. 그 때의 수원교차로가 오늘의 수원교차로일 수 있겠는가?최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이 5천억원의 재산을 공익법인 해비치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부로 정 회장은 한국에서 개인기부 1위가 된다. 그런데 그 5천억원은 현대모비스 주식 7%를 말하는 것이다. 기부의사 발표는 했지만, 여기에도 5% 룰에 걸려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기부왕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도 대부분 주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5% 룰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황필상씨의 장학재단은 구원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이제는 아주대생만을 지원하지 않고, 매년 전국의 대학생 200여명에게 4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세금폭탄' 문제는 순수한 뜻으로 기부를 하고도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필상 개인의 문제나 구원장학재단의 운명만 달린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는 기부문화 활성화에 찬물을 붓는 재앙이다. 아니 그 보다 한국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국민들에게 주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2011-09-18 조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