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치인의 말, 희망을 전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의 주역들은 처칠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리고 히틀러였습니다. 이 세 사람의 역사적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히틀러는 최악의 리더로, 나머지 두 사람은 최고의 리더로 꼽히곤 합니다.루스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 미국은 '대공황'이란 늪에 빠져있었습니다. 고통과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야 했습니다. 처칠 역시 히틀러가 유럽 대륙을 유린하던 당시, 절망에 빠진 영국 국민을 일으켜 세워야 했습니다. 불안해 하고 두려워하던 국민에게 루스벨트와 처칠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적들을 폄하하거나 비방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들이 반대하는 정책에 대한 꾸밈없는 설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풀리거나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전했습니다.처칠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자고 외치면서도, 만약 전쟁에서 패할 경우 받아들여야 할 시련에 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루스벨트 역시 같았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난롯가의 담화'라고 불린 라디오 방송에서 취임 직후 단행한 '은행 폐쇄'에 대한 말을 했습니다. 국민들이 힘들게 번 돈은 은행에 묶여 있었고, 그 은행들이 문을 닫는다는 현실 앞에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 앞에서 그는 정부 시책이나 배경에 대해 정직하게 말하면서,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라와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국민들이 가졌던 공포와 불안감은 그의 말을 통해 희망으로 전해졌고,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감이 조성되었습니다.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남'을 높이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용기를 얻었고, 위기를 구할 당사자들이 곧 자신들임을 깨달았습니다.히틀러는 어땠을까요? 그는 자신을 높이는 말에 몰두했습니다. 교묘한 선동술로 자신을 신격화했습니다. 그의 말을 살피면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분법적 논리를 펴라.' '신비로움을 조성하고 유지하라.' '거짓말도 반복하면 믿는다'. 그는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대신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여기에 속은 국민들은 99.7%의 지지로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패전의 책임을 지고 자살하고 맙니다.'남'을 높이는 말을 하는 루스벨트는 미국을 최강국으로 이끌었지만, '나'를 높이는 말을 한 히틀러는 독일을 패전국으로 만들었고 국민을 사악한 민족으로 각인시켰습니다.선거의 계절입니다. 여야의 수장들은 연일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말은 표현은 달라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대 진영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 진영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바라본 결과입니다. 선거란 정당에서 내놓은 정책이라는 '상품'을 국민들이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상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상품의 특성을 알리는 일이 선거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상대의 상품이 '저질이니까 선택하지 말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니 국민은 '저질' 중에서 골라야만 합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다보니 누가 정권을 잡아도 상대는 끊임없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사사건건 비협조로 일관하게 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정치현실입니다. 이런 정치현실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정치지도자들이 결국 이런 현실을 만든 장본인들은 아닐까요?19세기 말, 영국에는 두 명의 정계 거물이 있었습니다. 한 귀부인이 두 정치지도자를 만난 후 이렇게 평했습니다."내가 글래드스톤을 만났을 때는 '그'가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가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디즈레일리를 만났을 때는 '내'가 영국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임을 알았습니다."글래드스톤은 '똑똑한' 리더입니다. 그러나 디즈레일리는 '따듯한' 리더입니다. 지금 이 땅에는 디즈레일리 같은 정치가, 즉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의 말을 통해 국민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정치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2-03-26 최원영

김연아·김태희 누른 '최고 CF모델 이승기'

우리나라 텔레비전 방송은 KORCAD(호출부호 HLKZ-TV)라는 이름으로 1956년 5월12일 개국하였다. 최초의 방송광고는 슬라이드로 제작된 유니버셜 레코드로 '최고의 전통,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유니버셜의 깨지지 않는 레코드가 나왔습니다'라는 광고 문안이었다. 이런 텔레비전 광고가 이제는 연간 2천편 이상 새로 제작되고, 광고비가 3조원에 가까운 가장 강력한 광고매체로 발전해 시청자에게는 가까운 친구이면서 또한 생활세계를 황폐화시키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난후 효과조사를 하면 광고주가 전달하고자 하는 판매소구점보다는 모델, 광고노래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텔레비전 광고에서 모델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업들은 제품과 어울리는 인기모델을 찾아 전속모델, 준전속모델, 단발모델 등으로 구분해 활용한다. 전속모델로 가장 오래 활동한 사람은 제일제당 '고향의 맛 다시다' 광고캠페인 모델 김혜자로 1975년부터 30년 이상 활동했다.텔레비전 광고에서 3B전략이란 용어가 흔하게 사용되는데 이는 Beauty, Beast, Baby를 의미한다. 아름다운 여자와 동물, 어린아이를 등장시키면 강한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수준 증가, 소비자가 개별화, 파편화되면서 단순한 아름다움보다는 소비자에게 감동을 준 스포츠선수 등이 대거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해 김연아, 박지성, 최경주, 박태환, 추신수, 차두리 등이 텔레비전 광고모델로 기대 이상 호감도를 얻기 시작했다. 최근 광고모델의 변화 과정을 분석한 한국CM전략연구소 자료를 보면 2009년에는 스포츠스타 김연아가 이승기, 김태희를 누르고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그는 현대자동차, 라끄베르, 매일우유, 삼성하우젠, 샤프란, 바이오거트, 나이키, 국민은행, 위스퍼, 아이비클럽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에 겹치기 출연했다. 광고모델로서 김연아의 인기 비결은 생기있고, 자신있는 모습 그리고 연예인 같은 끼가 소비자에게 호감을 얻은 것으로 분석되었다.2010~2011년은 이승기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이승기는 김연아를 제치고 최고의 광고모델 호감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승기는 2010년 11개 회사의 텔레비전 광고에 주연으로 출연했으며, 2011년에는 피자헛, 지펠, 더샘, 엑티비아, 페리오치약, KB금융그룹, 청정원카레, 코오롱스포츠 등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했다. 이승기는 진실되고, 다정다감함, 도시적인 이미지로 20~40대 여성 소비자에게 강력한 호감을 얻고 있는 국민 광고모델이다. 2011년에는 남자모델인 현빈, 원빈 등이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서의 인기도를 업고 10여 편의 텔레비전 광고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최근 대중문화 아이콘인 K-POP 아이돌그룹을 보면, 소녀시대가 20위권, 빅뱅, 2PM, 2NE1 등은 순위에도 들지 못해 광고모델로서의 호감도는 높지 않다.기업들은 인기 있는 모델을 사용하여 제품의 인지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승기 등 최고 모델의 경우, 전속모델비가 1년 10억~15억원 수준이며, 단발의 경우 5억~7억원 정도로 업계에선 추정한다. 단순 유명모델의 사용은 단기적 마약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 확률이 높다. 또한 최근 한국적 특성인 인기모델의 집중적 반복 출연의 효과연구를 보면, 이승기가 출연한 텔레비전 광고의 경우 광고비 투자에 비례하여 특정제품의 경우 약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명모델을 중복적으로 사용하면 투자한 광고비의 상당부분이 타 회사로 전이되는 결과가 발생된다.결과적으로 광고모델에 대한 기업의 경쟁적인 투자는 광고제품의 원가에 반영되고 이는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킨다. 또한 중복적 광고모델 사용은 광고효과를 반감시킨다. 기업의 광고모델 전략이 아이디어가 없는 유명인을 이용한 중복적 스타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공감하고 함께 숨쉴 수 있는 생활 속 전략으로 변화돼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

2012-03-18 서범석

청년실업과 창업정신

데이비스 패커드(Davis Packard)와 윌리엄 휴렛(William Hewlett)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에서 만난다. 그들은 서로 전기공학을 같이 전공하자고 약속한다. 전기공학과의 여러 강의 중에서 그들은 프레드 터먼(Fred Terman) 교수의 강의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터먼 교수는 강의실에서 강의만 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산업체 견학을 다녔다.그리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너희들 중에서도 저런 회사를 만드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순진한 패커드와 휴렛 마음속에선 이렇게 해서 창업의 불씨가 지펴졌다. 대학을 마치고 패커드는 동부에 있는 GE에 취직했고 휴렛은 그냥 대학원에 진학했다. 휴렛이 대학원 과정을 마치자 패커드는 인기 최고였던 직장 GE를 버리고 뚱딴지 같이 창업을 하겠다고 다시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 알토(Palo Alto)로 돌아온다. 패커드와 휴렛은 터먼교수를 찾아간다. 터먼교수는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온 이들을 반색을 하고 맞았다. 드디어 자신이 뿌린 씨앗이 발아를 하는가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 두 청년은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없었고, 창업자금도 한푼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터먼 교수가 발진기를 만들어 보라고 했고 창업자금도 525달러를 지원했다.이렇게 해서 1938년 실리콘밸리의 1호 기업 HP가 탄생된 것이다.세월이 흘러, 1960년대가 된다. 호기심 많은 스티브 잡스는 10대를 팔로 알토에서 보낸다. 주말이 되면 동네에는 HP에 다니는 엔지니어들로 가득했다. 이상한 기구를 가지고 나와 자랑하기도 하고 테스트하기도 했다. 하나 하나의 물건들도 신기했지만, 잡스는 저 사람들이 다니는 HP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일까 궁금했다. "나도 크면 HP에 다녀야지" 하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나중에 꿈을 바꾼다. "나도 HP와 같이 훌륭한 회사를 만들겠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애플(Apple)을 창업하고 또 아이폰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아 걱정이다. 전체적인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문제지만, 특히 15세부터 29세까지 희망을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들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되는 7~8%에 이르고 있어 더욱 문제다. 이중에서도 대학졸업자의 실업률은 27%에 이르고 있다. 비싼 등록금까지 내고 대학을 마쳤는데 집에서 백수로 있게 되면 자신은 물론 부모들의 속이 어떻겠는가?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묘수가 나오고는 있지만, 좀처럼 해결되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대졸자만 하더라도 매년 50만 가까이 노동시장에 몰려나오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30만에 불과하다. 20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자리라도 찾거나 그냥 노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대학 진학률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럽 선진국의 대학 진학률은 30~40%에 불과한데 우리나라는 80%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큼 대학진학률이 높은 나라는 미국 빼고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률을 낮출 수 있겠는가.청년실업, 아니 대졸자 실업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즉 청년들이 창업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제 고용없는 성장으로 체질이 굳었다. 대기업의 매출이 늘고, 수출이 증대된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패커드, 휴렛, 잡스 같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도 나와야 한다. 아니 현재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청년 창업자들이 만든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취업이 어렵다보니 대학마다 취업교육으로 열을 내고 있다. 그래 봤자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요령만 터득시킬 뿐이다. 대학에서는 이제 젊은이들에게 창업정신을 고취해야 하고 창업전략을 가르쳐야 한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2012-03-12 조영호

일본인 학자가 한국을 찾은 이유

토요타 자동차로 유명한 나고야에 메이조(名城) 대학이 있다. 토요타 방식이라는 경영 기법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지역의 대학 교수들이 한국의 학자들과 교류를 하자고 먼저 연락이 왔다. 지난 2월말에 융합의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에 걸맞게 도시정보학과에서 경제, 지역개발, 복지, 환경,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방문하여 자신의 문제점들을 한국의 사례와 비교하는 세미나를 하였다. 그리고 두 군데를 방문하고 싶으니 소개하여 달라고 하였다. 하나는 삼성전자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였다. 경제와 정치의 대표기관을 선정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삼성전자를 방문하고 이들이 소니에 비해 삼성이 나은 점을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고급 일본어를 구사하는 홍보직원이 잘 짜여진 일정을 통해 설명을 하는 것을 두고,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화 된 과정이 인상적이라는 설명을 했다. 하나의 사례를 두고 비약하는 느낌은 있었으나, 한국 경제의 발전에서 우수한 인적 자원이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이들은 소니가 스마트 폰 시장에서의 진입이 늦어 고생하는 이유를 발견하고자 하는 듯했다. 지금은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의 트렌드를 빨리 찾아내고 이를 제품화하는 발 빠른 변화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된 시대이다. 반면 일본은 장인정신에 기초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안주하고 있었다. 물론 산업사회에서 이러한 기술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섬에 갇혀 자신의 기술만 강조하다 국제적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갈라파고스 섬의 생명체처럼 대륙의 진화와 별종으로 가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국회를 방문하면서 내심 걱정했다. 건물을 설명할 수는 있으나 정치 과정과 관련하여 보여 줄 것이 없다는 자격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분야가 정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금 정치의 계절에 정치 신인이라고 등장하지만,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거론되는 후보들을 보노라면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줄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국정을 논의할 철학과 의지를 가진 인사가 모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문자 자판기를 누르는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손가락의 무게만큼이나 정치권의 비중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러나 일본인 학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으로 설명했다. 일본은 시민이 정치에 혐오감을 가지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정치발전을 주도할 추진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한국은 다이나미즘(dynamism), 즉 동력(動力)이 있다는 것이다. 행정인이나 기업인이 오랜 시간을 두고 경력을 관리하면서 전문가가 양성되는 과정에 비해 우리의 정치권은 세대 교체의 호흡이 너무 빠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정제되지 못하고 거친 모습 그대로 정치권에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본인 학자들은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고 해석을 하였다. 사실 엘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사회의 변화 속도를 설명하면서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려 나갈 때, 정치는 시속 5마일로 달리고 있어 발전하는 사회의 걸림돌이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어느 나라이든 정치권의 비효율이 쟁점이 되어 있기는 하다. 한국 사회 역시 정치권의 발전 속도가 늦기는 하지만, 시민사회가 정치의 발전을 주도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고 보니 일본인 학자가 삼성과 국회에서 보고자 했던 것은 변화를 읽어내고 그 속에서 발전의 방향을 찾아내려는 과정과 노력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이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가변성을 재촉하여 혼란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러한 치열한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는 발전하여 왔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의 두 번 선거를 통해 선진국으로 분명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권력이동의 시기에 새로운 사회를 창출하기 위한 산고(産苦)를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한다.

2012-03-05 이원희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던지는 의혹 제기가 국민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나아가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에 관한 겁니다. 또한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혹들이 마치 진실인 양 떠돌며 우리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요?'프레임'이란 심리학 용어는 '세상을 보는 창'을 뜻합니다. 즉, 자신의 가치관을 말합니다. 어떤 가치관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이 되기도 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주장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았는데도 그것을 마치 '진실'인 양 착각한다는 것입니다.2001년 2월 하와이 근해에 큰 사고가 났습니다. 미국 핵잠수함이 훈련 중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왔는데, 바로 그 위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어선을 들이받은 것입니다. 어선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잠수함이 급부상하기 직전에 사령관은 규정대로 잠망경으로 물 위를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당연히 어선을 보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령관이 한 말은 놀라웠습니다."그 곳에 어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어선이 없을 거라고 미리 예단하고 주위를 살필 때 실제 있던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정보만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이처럼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빵집에서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식빵을 사가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얼굴이 창백한 그는 늘 가장 값싼 식빵만 사갑니다. 그를 측은히 여긴 주인은 어느 날 그가 사갈 값싼 식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젊은이는 빵집으로 달려가 주인에게 화를 내다가 주저앉아 절규합니다. 그는 건축설계전에 응모하기 위해 설계도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지우개 대신 식빵을 사용했는데, 버터 때문에 설계도를 망치고 만 것입니다. 주인의 순박한 사랑이 오히려 젊은이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이런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통합적 사고입니다. 모든 딜레마는 적어도 서로 다른 두 가지 길이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통합적 사고란 두 가지 상반된 길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을 취하지 않고,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겁니다. 진보진영의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보수주의자들을 '엄격한 아버지' 모델로, 진보주의자들을 '자상한 부모' 모델로 분류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은 사회를 질서 있는 강한 사회로 만들고자 하고, 자상한 부모 모델은 소외되어 아파하는 구성원들을 보살피려고 애를 씁니다. 그 결과로 각 진영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성장과 발전' 그리고 '형평과 복지'라는 상반된 두 길로 나눠집니다.행복을 위해서는 두 가지 모델 모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한쪽 진영은 끊임없이 다른 진영을 격파하는 것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최악의 결과는 '내'가 살기 위해 '상대'를 죽이고자 할 때 발생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지도층 인사들의 그런 행태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마침내는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신바람의 싹을 없애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오늘날의 여야가 그렇고, 국민 역시 둘로 쪼개져 상대 진영을 없애야 자신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삽니다.이제 알아야 합니다. '너'를 죽이면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믿고 있는 것 역시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본 것일 수도 있다는 겸허함이 존재할 때, 상대의 존재가 나의 존재이유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신명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통합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2012-02-26 최원영

옥외광고센터 무엇이 문제인가?

옥외광고(OOH: out of home media)란 집밖에서 접하는 모든 광고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외광고를 상업적 광고매체로 한정하면 옥상광고, 교통광고, 스포츠경기장 광고, 극장광고, 특수광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85년 정부는 서울올림픽 기금조성을 위해 종전까지 허용되지 않던 지역과 장소에 옥외광고물을 허용하는 특별법인 '올림픽지원법 및 시행령'을 제정하였다. 올림픽 기금조성을 위한 광고물로 네온 및 전광판, 야립 빌보드, 버스 외부광고, 택시 표시등 광고, 광고탑, 지하철 동태광고 등 6종류를 허가하였다. 이러한 특별법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나 다양한 이유들 들어 EXPO,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강원동계아시아대회, 아시아경기대회, 월드컵축구대회 등으로 이어졌다. 그 후 2004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이 만료되는 2006년 12월 31일까지 이어졌다. 옥외광고 특별법이 시작된 후 지난 20여년 간 특별법의 재연장이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옥외광고 사업자의 독과점이 유지되는 악순환이 재연되었다. 그로인하여 특별법에 근거한 옥외광고 사업을 둘러싼 불공정 시비와 부정거래 의혹도 빈번하게 발생되었다. 기금조성을 통해 올림픽과 월드컵행사에서 확보한 옥외광고 수익은 전체 수익의 3%에도 못미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기간 동안 옥외광고회사의 경우 한남대교 야립간판 1개가 연간 18억원, 서울시내 주요지역의 전광판의 경우 연간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특별법 옥외광고 사업을 배당받은 옥외광고회사는 최소의 기금조성금을 정부에 내고 상상할 수 없는 광고비를 광고주로부터 확보하게 됨에 따라, 엉뚱하게 옥외광고회사만 배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특별법 옥외광고물 가운데서 핵심적인 매체를 하나라도 확보하면 삼대가 편안하게 먹고 산다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였고, 특별법 옥외광고물을 확보하는 광고회사는 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정과 편법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문화관광부 소속 강신성일 의원이 옥외광고회사와의 수의계약과 관련 뇌물수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그 후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국회에서 옥외광고 특별법에 대한 개선안을 발의하여, 2008년 7월 9일 행정안전부는 '옥외광고물등 관리법'을 개정하여, 6조 3항 및 4항에 국제행사의 재원마련을 위한 기금조성 목적 사업의 근거와 신규광고물에 대한 광고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옥외광고 특별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옥외광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출발한 옥외광고센터는 기대와는 달리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시켜, 옥외광고센터의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단적으로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현재의 기금조성용 옥외광고 사업은 옥외광고물 설치를 제한하고 있는 특정지역이나 공항부지, 고속국도변, 88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변에 설치가 진행되어서 옥외광고물등관리법의 일반원칙 등에 맞지 않아, 근본적으로 기금조성용 옥외 광고사업의 재검토를 지시하였다. 또한 특정 업체의 특혜와 더불어 해당 부처와의 협의부족, 연구용역의 현실 적용 문제 등에서 문제점이 노출되었다.옥외광고센터의 설치 목적은 옥외광고산업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나 옥외광고 산업의 이해부족, 마케팅 능력 부족, 소통부족, 비현실적 탁상행정 등으로 인해 옥외광고회사의 입찰포기와 광고주의 회피현상들이 발생되어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또한 광고의 공공성과 공익성은 상실되고 단순히 옥외광고 수익금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로 배분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고, 수익금도 기대이하 수준으로 나타나 옥외광고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국제대회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옥외광고센터를 신설하고 옥외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특수지역에 일방적으로 광고물을 설치하여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교통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시공간을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민간차원의 사업을 옥외광고센터가 기금조성을 빙자하여 경쟁 입찰을 통해 독점적 수익을 올리고 있어, 결국 정부가 불법광고물을 허용하고 준조세형식으로 광고수익을 창출하는 못된 장사꾼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2012-02-19 서범석

사회적 자본을 높이는 프로정신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생들은 방학이 되면 국제경영연수를 떠난다. 지난 1월 한 팀이 일본으로 갔다. 오사카와 교토 지역의 기업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경험한 이야기다. 일행 중에 딸을 일본에 유학을 보내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공식 일정을 피해 개인적으로 오사카 대학 방문에 나섰다. 교통편을 생각하다가 일단 택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택시요금이 무진 비싸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먼저 기사에게 오사카 대학까지 얼마쯤 나오겠느냐고 물었다. 기사는 한 15분쯤 갈 테니 2천500엔쯤 나올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 정도 요금이라면 세 사람이라 다른 교통수단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싶어 택시를 탔다.그런데 목적지를 3, 4㎞ 남겨두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택시 기사가 그냥 미터기를 꺾어버리는 것이었다. 미터기에 요금이 2천500엔으로 찍혔던 그 시점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아까 호텔에서 제가 2천500엔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제가 그 요금만 받겠습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일행은 모두 깜짝 놀랐다. 아니 2천500엔 받겠다고 약정을 한 것도 아니고, 그쯤 나올 것이라 이야기한 것뿐인데… 그 기사는 손님에게 기대를 심어 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필자도 일본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가는데 시간에 쫓기어 빨리 좀 가자고 했다. 기사는 친절하게 "하이!"해 놓고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보행자도 없는데 빨간불도 좀 통과하고, 제한속도도 좀 어겼으면 했지만 고지식하게 룰을 다 지키고 가는 것이었다. 답답해서 넌지시 한번더 운을 떼 보았다. 반응은 여전히 똑 같았다. "우리는 프로라서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한국에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면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다. 속도위반은 다반사고, 신호위반, 유턴위반도 마다않는다. "아저씨 좀 심하지 않습니까?"하고 한마디 하면 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우리는 프로 아닌가, 당신네들과 같은 아마추어 하고는 달라." 일본의 프로는 규칙을 지키는 걸로 자부심을 갖는데 우리네 프로는 규칙을 어기는 걸로 '보람'을 느끼는 걸까?처칠의 일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처칠이 급해서 기사에게 좀 속도를 내라고 했다. 그랬더니 런던 경찰이 잡지를 않는가. 기사는 조용히 경찰에게 "뒤에 앉은 분이 누군지 모르는가? 처칠 수상님이시다." 그런데 경찰은 "우리 수상님 차가 속도위반을 할 리가 없다"면서 '딱지'를 떼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보던 처칠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경찰의 행동이 가상해 보였다. 나중에 런던 경찰청장을 불러 사연을 이야기하고 성실하게 근무를 하고 있는 그 경찰을 찾아서 표창을 해주라 하였다. 경찰청장은 "수상님, 런던 경찰은 모두 그렇게 근무하는데, 그럼 모두를 표창하라는 말씀입니까?"고 되묻는 것이었다. 영어로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가 여럿 있다. job, occupation, vocation, calling, career, business 등 말이다. Profession도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의 하나다. 그런데 프로페션은 다른 단어와는 달리 고급기능이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직업을 말한다. 의사, 변호사 같은 직업 말이다. 사회가 발달하다 보니 이제는 프로페션도 숫자가 무척 많아졌다. 그 종사자인 프로(professional)도 흔해졌다. 또 프로는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와 구별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프로에게는 프로정신(professionalism)이 있다는 것이다. 직업인으로서의 소양이나 방법론, 나아가서는 철학을 뜻한다. 프로정신이 제대로 섰을 때 사회적인 신뢰가 형성되고 사회적 시스템이 고도화된다.프로는 일단 기량이 높다. 그러나 기량이 높다고 프로는 아니다. 프로로서의 윤리의식 즉 프로페셔널리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프로선수들이 승부를 조작하고, 변호사가 고객을 속이고, 판사가 막말을 하고, 공직자가 업무상 얻은 정보로 투자를 하고… 택시기사나 버스기사들이 '당연히' 교통규칙을 위반하는 사회는 그만큼 사회적 자본이 취약한 사회인 것이다.

2012-02-12 심영미

대학의 변화, 조건과 방향

지난 연말에 중진급 교수들 모임에서 우리가 과거 선배들처럼 영광스럽게 정년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했다가 꽤나 심각한 논쟁으로 번져 나갔다.사실 1997년 12월 3일 210억달러의 외환 부족으로 IMF에 돈을 빌리러 갔다가 국가적 차원의 구조 조정을 당한 바 있었다. 소위 정부, 금융, 기업, 노동의 4대 부문의 구조 조정이 그것이다. 철 밥통이라던 정부 부문에도 개방형, 고위공무원단, 성과급제, 연봉제 등의 민간 관리 기법이 도입되었다. '급행료' 등과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 보이던 일상화된 부패가 없어진 것도 구조 조정이라는 시장에 의한 칼날의 힘이었다. 앉아서 돈을 받던 금융기관도 서서 돈을 주는 기관으로 바뀌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자만하던 대기업도 무너졌다. 종신고용제가 무너지고, 실업이 보편화되면서 노동계에도 충격이 주어졌다. 이 영역들은 일상화된 위기를 통해 일상화된 혁신이 유도되고 있다.반면 이 당시 대학은 구조 조정을 비켜갔다. 부실대학의 퇴출과 대학의 과잉 설립에 대한 비판으로 구조 조정의 논의가 있긴 하였다. 그러나 지역의 영향력 있는 교수들과 동창들의 로비가 동원되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다시 대학의 구조 조정이 쟁점이 된 것은 '시장의 반란'이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입학생 수가 줄어들자 시장에서 구조 조정의 칼날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취업난에 따른 대학의 존재에 대한 불신 그리고 반값 등록금 논쟁은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한 시장의 선전포고였다. 정부가 구조 조정을 하면 재량의 여지가 있지만, 시장의 칼날은 무차별적이다.여기에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국립대의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니 학생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하였다. 국립대의 등록금은 기성회비와 수업료로 구분되어 있다. 수업료는 국가가 정하기 때문에 전국 국립대가 동일하지만, 기성회비는 각 대학에서 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엄격히 말하면 국가의 재정이 어려우니 학부모들이 대학에 납부하고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학부모로 구성된 기성회에서 최종적으로 기성회 예산 배정을 심의 의결하는 구조를 갖춘 것이 그러한 배경이다. 이러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기성회비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재정의 관점에서 국립대학의 구조 조정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대학재정에 대한 투명성의 요구와 등록금 인하의 요구 강도를 더하게 될 것이다.이런 측면에서 지금 대학은 전 방위적으로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이 혼란 속에서 대학은 우리 사회의 지성을 대표하는 위상을 견지하면서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한편 시장을 이끌어가는 개혁을 전개하여야 한다. 우선 대학의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검토해야 한다. 고등학교의 목적이 대학 진학이 아니라, 인성 교육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학도 취업만이 목적이 아니라 한 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세계를 찾는 창조적 노력이 주어져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단순히 부담을 줄이자는 경제적 논리뿐만 아니라 대학의 유지에 부담할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면 대학의 수준을 제고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군살빼기를 하지 않으면서 모든 비용을 학생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대학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도 확산되어야 한다. 대학은 도로, 전기, 통신과 같이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지켜가야 할 공공재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신입생 모집률, 자퇴학생의 비율, 편입생의 흐름을 그려보면 시장에서 평가되는 대학의 자화상이 그려진다. 그리고 대학의 연구에 대한 참여 수준을 계산해 보면 연구 역량도 그려진다. 객관적인 수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요구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건만, 상아탑이라는 명분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주화의 상징처럼 도입되었던 총장 직선제에 대해 시장에서 폐쇄적인 자기끼리의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의 대상이 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늦게 바뀌지만 대학이 바뀌면 교육과 취업 구조, 나아가 사회 구조가 바뀌는 매우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의 바람을 역풍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순풍으로 만들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2-02-05 이원희

권력만 지향하는 세태가 남긴 상처들

리더십을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은 '권력'과 '권위'입니다. 권력이 강제력을 동반하는 힘이라면, 권위는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권위는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기꺼이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리더십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과정'이라고 보면, 권력보다는 권위를 갖추기가 더 어렵습니다. 권위는 곧 인격이기 때문입니다.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과 혼란은 권력지향적인 리더들로 인해 파생된 것입니다. 권력만을 추구하면 권력 획득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어 전체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권위는 상대에 대한 지극하고 진실한 '사랑'으로부터 형성됩니다. 사랑은 시·공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현됩니다. 때로는 꾸짖고, 때로는 보듬어 안아주기도 합니다. 상대에 대한 사랑은 상대를 더 성장시키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권위를 갖춘 존경할 만한 리더의 등장이 절실합니다.사랑은 상대의 '아픔'을 보게 합니다. 그래서 배려하고 격려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는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배려와 격려는 바로 '친절'과 '칭찬'이란 형태로 용기와 희망을 선사합니다.사실 친절과 칭찬은 같은 말입니다. 다만 표현하는 시점만 다릅니다. 상대가 일하는 '과정'에서 표현하는 것이 친절이라면, 칭찬은 일을 모두 마쳤을 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운 행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1930년대 독일에 살던 유대인 선교사의 사례입니다. 그는 아침이면 산책하며,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유독 밀러라는 청년만은 인사를 받아도 무뚝뚝하게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래도 선교사는 늘 인사를 했습니다. 나치 정권이 들어서자, 모든 유대인들이 수감되었습니다. 선교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수용소 운동장에 모두 한 줄로 세우고, 유대인들을 왼쪽과 오른쪽 두 곳으로 갈라놓았습니다. 왼쪽 사람들은 전쟁터로 보낼 총알받이들이었고, 오른쪽에는 귀가조치를 할 유대인들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섰던 셈입니다. 드디어 선교사 차례가 되었을 때 왼쪽과 오른쪽을 결정하는 사람이 밀러란 청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선교사는 그저 반갑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밀러씨!"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밀러의 손가락은 어느 쪽을 가리켰을까요? 오른쪽이었습니다.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에는 '성적 욕구'와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이라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합니다. 칭찬은 바로 상대의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해 더 열심히 살게 하는 힘을 줍니다. 이렇게 중요한 칭찬에 우리가 인색한 이유는 칭찬과 아부를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표현되는 것은 같을지라도 사실 칭찬과 아부는 내면에서의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아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행위이지만, 칭찬은 상대에게 용기를 주어 그를 성장시키는 행위입니다.어린 성악가가 중년의 유명 지휘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녀의 성공을 모두가 예상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사망 후 그녀는 사업가와 재혼했습니다. 몇 년 후 프리마돈나가 되었습니다. 지휘자이던 첫 남편은 늘 그녀의 단점을 지적하고 꾸중했습니다. 결국 성악가의 꿈을 접고 평범한 아내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기업가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어느 날 아침식사를 준비하며 콧노래를 부르던 아내에게 남편이 말합니다. "지금 부른 노래, 당신이 불렀소?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멋진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소. 여보, 노래를 다시 시작하면 어떻겠소. 내가 돕겠소." 노래를 시작한 그녀는 결국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했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새로운 프리마돈나의 출현을 축하해주었습니다. 격동의 시절입니다. 불투명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어른이 사라지고, 곳곳에서 가진 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정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학교 역시 폭력으로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권력만을 지향하는 세태가 남긴 상처들입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친절과 칭찬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비로소 건강한 권위가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2012-01-29 최원영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는것이 삶의 존재가치

송창식은 기타를 치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40년 동안 매일 40분씩 바로미터기를 놓고 동일한 주법으로 연습을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손을 유연하게 풀어주어야만 좋은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방법 또한 연습뿐이라고 했다. 90년대 감성 사랑시의 주인공 원태연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동네 비디오가게에 진열된 영화를 몇 개월에 걸쳐 전부 다 보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프지 않으면 어제 연습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심적으로 불안하다고 했다. 신체를 움직여 테크닉을 완성하는 운동선수나 예술분야 종사자는 몸이 심하게 망가지는 것이 정상이다. 내가 아는 한 대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이 제일 좋아서, 지금까지 1천500편 넘게 영화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입장권을 소중히 모아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꿈은 영화회사 홍보팀에 취직하여 매일 매일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한 초등학생은 만화에 취미를 붙여 매일 매일 만화가게에서 살았다. 그의 부모는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국내 만화를 두루 보고 난 후 일본만화에 빠져, 부모 몰래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본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발각이 되었지만 일본어 공부를 계속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부모를 졸라 일본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때 하네다 공항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부모님을 놀라게 했다. 부모들이 동경 시내 그룹관광을 하는 동안 그 학생은 만화 전문 서적센터에 들러 만화만 보았다. 그리고 가방 가득 일본 만화를 사들고 귀국했다. 결국 그 여학생은 유명한 만화기획자가 되었다. 내가 자주 가는 마장동의 목포게찜 집의 아주머니는 프라이팬을 너무 많이 흔들어서 양쪽 손목 인대 수술을 3번이나 하였다고 했다. 이제 불의 온도와 프라이팬의 움직임 그리고 적절한 요리시간을 눈 감고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뮤지컬이란 노래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 임상아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명품가방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성공 뒤에는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위해 9가지의 하기 싫은 일을 했다고 한다. 시대의 키워드를 추적하면, 컴퓨터, 글로벌, 지식기반 사회라는 단어들이 우리의 삶을 지배했다. 최근 들어서는 크리에이티브, 창의시대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일찍이 미래학자인 롤프 얀센(Rolf Jensen)은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정보화 사회에서 이제 미래사회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자기만의 이야기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성공적인 삶의 슬로건은 'Different Think', 즉 다르게 생각하기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남하고 다르게 생각할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이를 줄기차게 이어가는 것이다. 세계적인 광고인 윌리엄 번벅(William Bernbach)은 '광고에서 차별화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이다'라고 했다. 물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이렇게 집중력을 보일 때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남과 다른 삶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냈을 때 행복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인간은 태어나서 부모로부터 이름을 부여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신체와 이름만 있을 뿐 살아 움직이는 영혼을 가지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죽어있는 영혼을 일깨워주는 것은 남과 다른 생각, 다르게 살아가기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이 삶의 존재 가치이며, 보람된 삶을 사는 것이다.

2012-01-15 서범석

기적을 낳는 "감사합니다"

동사섭이라는 행복마을을 운영하고 계시는 용타스님이 젊었을 때 경상남도 함양의 용추사라는 작은 절에서 주지를 맡고 계실 때 이야기다.그때는 단식에 심취하여 절에 찾아오는 불도들에게 단식을 권하여 병을 고치곤 하였다. 하루는 삼십 후반쯤 되어 보이는 부인이 두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와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하였다.비쩍 말라 피골이 상접해 있는데 아무래도 단식으로 고칠 병이 아닌 듯싶었다. 찬찬히 사연을 들어 보니 유복자 아들하고 결혼해서 생긴 병이었다.시어머니는 아들 내외가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이혼을 각오했는데 이걸 어쩌나 아이가 덜컥 생기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의 몸이 말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무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질 않아 겨우 미음으로 연명할 뿐이었다.용타스님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부인, 내가 반드시 부인의 병을 낫게 해주는 비책을 일러줄 터인데 어떤 것을 시켜도 그대로 하겠소.""제 병이 낫는다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스님의 처방은 이런 것이었다.매일 아침 일어나 "어머니, 감사합니다"를 세 번 소리내어 말하고, 점심 먹고 나서는 100번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다시 세 번을 반복한다. 달력을 하나 마련하여 감사하기를 마치면 그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여 30일은 꼬박 채운다. 하루를 빠지게 되면 3일이 연장된다.이 처방전을 들은 부인은 즉각 반발했다. 전혀 감사하지 않는데 어떻게 "감사합니다"를 외치느냐는 것이었다. 두 시간 물동이 이고 와서 108배하는 것도 하겠는데 이것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훌렀다. 그리고는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스님, 제가 속으로는 시어머니 욕을 하면서 겉으로만 감사하다고 소리 내어도 됩니까?" 스님의 대답은 예스였다.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속으로 시어머니 욕을 잔뜩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입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2주쯤 지났을까.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한 여인이 절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부인이었다. 스님은 내심 걱정했다. "뭐가 잘못됐구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부인의 이야기는 이러했다."스님. 이상한 일이 생겨서 보고를 드리지 않을 수 없어 찾아왔습니다. 속으로 시어머니 욕을 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외치다가 차차로 욕하는 게 없어졌고… 하루는 시어머니가 밭에서 일하다 소나기를 맞고 집에 들어와 마루에 걸터앉았는데 불현듯 젖은 발이 눈에 들어오면서 '저 발을 닦아 줘버려'하는 생각이 들어 닦아 드리려 했더니 시어머니가 '웬 일이냐'며 도망을 치데요. 그 다음에는 어느 날 저녁 피곤한 몸을 방바닥에 눕히고 있는 시어머니가 문틈으로 비치는데 '가서 다리를 주물러드려 버려'하는 생각이 들어 다짜고짜 들어가 시어머니 다리를 주무르려 하니 그 때 시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면서 '얘야 내가 잘못했다' 하시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둘이는 서로 보듬고 통곡을 하고 말았지 뭡니까. 그 다음날 밥숟가락을 입에 넣으니 밥이 넘어가고 입맛이 도는 것이었어요. 스님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요."그리고는 부인이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스님께 바쳤다. 스님의 예상보다는 훨씬 빨리 부인의 병이 치료되었던 것이다.마음이 있으면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더러는 마음에 없더라도 표현을 먼저 하고 행동을 먼저 보이면 마음이 바뀌게 되고 기적도 만들어 낸다. 주변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거들랑 속으로는 미워하더라도 겉으로 "고맙다" "사랑한다"를 자꾸 표현해 보라. 당신에게도 기적이 나타날지 모른다.

2012-01-08 조영호

혼돈의 시대에 찾는 조정의 리더십

연말 대학 동기회 모임에 나갔더니 졸업 후 가장 많은 친구들이 모인 자리가 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50이라는 나이 숫자 앞에서 당황하는 세대이다. 동양에서는 나이 사십이 불혹(不惑)의 시기이고, 오십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의미에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서양의 심리학에서는 거울을 바라보듯 자신을 반추해보고 방향을 재설정한다는 의미에서 경상자아(鏡像自我)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의 판단에 따라 노후 생활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유로움을 갖든지 아니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생활양식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386세대라고 하여 우리 사회 발전의 동력을 제공했던 이 세대가 이제는 586세대가 된 것이고, 이들에 대한 새로운 역할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이들은 87년 민주화의 선봉에 서 있었고, 진보적인 우리 사회의 방향타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386 세대는 발전의 추진력으로 설명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97년 외환 위기와 2007년 금융위기에서는 직격탄을 맞고 가장 큰 희생이 된 계층이기도 하다. 국가발전의 수혜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중년에 들어서면서 희생의 세대이기도 한 것이었다.한국 산업화의 끝자락을 지나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에 민주화의 주역을 담당했던 이들은 지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이지대에서 갈등의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정보를 얻고 판단하는 기성세대와 포털과 SNS를 통해 소통되는 신세대 사이를 오가면서 균형을 잡아 줄 수 있는 세대이다. 장편 대하소설에도 익숙하지만, 3줄 미만의 트위터 문체에도 익숙한 세대이다. 양쪽을 이해하여 주다보면 양쪽으로부터 소외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의 균형 감각이 우리의 체제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2012년의 총선과 대선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 우리 사회는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흐름이 맞부딪치면서 거친 울돌목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 카타스트로피의 무질서에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세대가 필요하다. 상행선과 하행선의 버스가 속도를 내려고 할 때 중간의 완충지대가 넓어야 안전이 보장되고, 진보와 보수의 양 쪽이 활동 범위를 넓히고자 하더라도 중간의 점이 지대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2012년은 우리의 역사에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중요한 시기로 예측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시계(視界) 제로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금융파동의 징조를 보면 곳곳에 지뢰가 숨겨져 있다. 청년 실업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데,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속도에 페달을 밟고 있다. 내년의 선거는 한국 발전의 흐름을 이어서 발전 계승할 것인지, 남미의 역사에서 보듯 개발도상국 시대로 회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1948년 정부가 수립되던 때, 우리나라의 1인당 GNP는 60달러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1977년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였고, 1995년에는 선진국 모임인 OECD에 가입을 하였다. 개발과정에서 총 127억 달러의 선진국의 지원을 받았으나, 2000년에는 공식적으로 선진국 수원국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이로써 2010년 1월1일에 한국은 OECD 개발협력위원회(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하여 국제사회의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공여국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었다. 세계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지위를 인정받게 된 계기이다. 그리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 경제발전의 원인을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의 발전 결과를 보고 무조건 한국 따라가기를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이러한 흐름을 이어서 흑룡이 승천하는 국운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방향을 설정해야 할 리더가 필요하고,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리더의 덕목은 조정력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원주의가 되어 다양한 의견이 제어력 없이 표출되고 있다. 사실 과잉참여의 시대이다. 오십의 나이를 불혹의 시기를 지나 지천명을 한다고 설명한 것은 특정 의견이나 이견에 흔들리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들어주면서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586세대가 우리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는 신년의 아침이다.

2012-01-01 이원희

한 사람의 사랑이 세상을 바꾼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대사입니다."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단다. 하나는 '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네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이다."사랑을 주고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 '기쁨'입니다. 기뻐하고 있을 때 관대해집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내 손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손을 내밀어줍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삶을 이타적인 삶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의 이익과 이웃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삶이지요.결국 사랑하는 삶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인 셈입니다.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계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배우인 부모 탓에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에서 성장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그녀는 자제력이 없고, 약물 남용과 돌출행동을 하여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아주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이럴수록 더 자학을 하게 되고 방탕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머나먼 사람'이란 영화 대본을 읽었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걱정 없이 살던 주인공이 난민들과 고아들의 참상을 알게 되면서부터 삶이 바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도 대본 속의 주인공처럼 '나도 소외된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제연합 자원봉사자들과 여행을 하고, 세계 오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혹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입의 3분의 1을 자선사업에 쓰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바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입니다.신문에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어느 목사님의 얘기가 실렸습니다. 그분도 여느 목사님들처럼 평범한 목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 밤, 영등포 역사에서 젊은 여자 노숙자가 얇은 옷만 입고 떨고 있는 것을 보고 결심합니다. 그들을 위해 살겠다고 말입니다. 지금도 목사님이 준비한 밥과 국으로 많은 노숙자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고, 그분의 사랑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습니다.남들을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더 큰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내'가 아닌 '남'에게 두기 마련입니다.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은 좌절과 고통을 맛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 사랑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서서히 거들기 때문입니다. 바로 연대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된 일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곤 합니다.미국 오리건 주 유게네라는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가던 어느 가을밤이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한국전쟁이 빚은 고아들의 참담한 삶을 다룬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농부 부부가 대화를 나눕니다."저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그래서 한국 고아 8명을 입양했습니다. 이 사실이 신문에 알려지자 입양가족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드디어 입양기관이 설립되어 체계적으로 불쌍한 아이들을 입양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홀트아동복지재단'의 출발이었던 것입니다.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내가 '모은' 게 아니라 남에게 '준' 것이라고 합니다.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은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사랑의 실천은 언제나 남게 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연대가 일어나 더 큰 사랑으로 세상을 비춥니다.생활이 많이 힘듭니다. 곳곳에 배고파하고 외로워하며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랑이 더 많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2011-12-25 최원영

위기의 OBS 경인TV 어디로 가고 있나?

2007년 12월 28일 OBS경인TV(경인TV)는 영안모자를 대주주로 하여 자본금 1천400억원 규모로 첫 방송을 시작하였다. 경인TV는 인천과 경기도 지역을 방송권으로 하는 지역방송사이며, 전송방법으로는 전파를 이용하여 송출하는 지상파 방송사이다. 운영 특성상 광고 수익을 주재원으로 하는 민영방송사이다. 또한 경영과 편성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며, 100% 자체 편성을 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독립방송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이러한 경인TV가 경영 악화로 금년 내로 자본금이 바닥 날 상황에 이르렀다. 이와 더불어 구성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으며, 심각한 내분 현상으로 최악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경인TV의 구조적인 문제로는 독립방송사로서 네트워크시스템이 형성되지 못해서 인건비와 제작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방송권역이 제한되고 SBS와의 중첩된 사업영역으로 인한 정책적 견제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경인방송의 최대 희망사항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통한 서울지역 21개 SO를 통한 역외재송신이 때늦게 금년 8월에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당초 생각과는 달리 매체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기대 이하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초기 지상파 방송사만 만들면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지속적으로 상당 금액의 광고를 팔아줄 것이라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경영분석과 선택과 집중보다는 무능한 경영진에 의한 600억원이 넘는 시설투자, 그리고 아직까지 상당수의 전문가들도 OBS경인방송, OBS, OBS 경인TV, 경인방송, 인천방송, 심지어는 아직까지 iTV라고 하는 브랜드 인지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기본적인 마케팅 능력의 부재가 이러한 문제를 부채질했다고 판단된다.민영방송의 주 수입원인 광고비를 보면 경인TV는 2008년 89억 원, 2009년 160억 원, 2010년 253억 원으로 평균 167억 원의 광고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방송광고비 평균의 약 0.8%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 iTV 매출의 약 37%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 지상파방송 광고의 지속적 감소와 더불어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적 영업활동이 위헌으로 판정되고, SBS 홀딩스가 크리에이트라는 방송광고미디어렙을 설립하고 독자적인 직접 영업을 선언하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 매출액의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미디어렙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운영되더라도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책이 한시적으로 운영될 것이 뻔하고, 경인TV의 경우 기타방송으로 분류되어 논의에서 상당부분 제외되어있다. 결국 조만간에 경인TV는 독자적인 광고 영업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방송광고공사의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한 끼워 팔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인TV는 종편PP, 유료방송, 인터넷 등 매체환경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로인하여 방송광고 매출은 광고계의 판단으로는 현재 방송광고 판매 금액의 약 25% 수준인 연간 6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인TV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하더라고 연간 약 600억 원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독립방송사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증자계획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였으나 이는 장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경인TV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으로 판단되며,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인천 및 경기지역의 지역방송으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다시 한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지역사회의 협조를 받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또한 전략적 측면에서는 지상파 3사의 모방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편성전략과 더불어 시장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와의 전략적 제휴 이상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방송광고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직접 영업을 위한 마케팅시스템을 운영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1-12-18 서범석

현재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찾아라

중3인 봉수는 말썽꾸러기였다. 지각을 밥 먹듯이 했으며, 숙제는 거의 해온 적이 없었고 애들을 집적거려 공부를 방해했고, 심지어는 복도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선생님들이 타일러 보는 것도 이제는 지쳤고, 교감실, 교장실에 불려가는 것도 이골이 났다. 그렇다고 보모나 친척을 불러 조치를 취할 수도 없었다. 봉수네집은 엄마는 안 계시고 아빠 혼자였으며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 봉수가 상담선생 앞에 앉았다. 봉수는 언제나처럼 퉁명스럽게 대했다. 하지만 상담선생은 이를 무시한 채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상담교사: "봉수야, 너 그래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한 사람은 있지."봉수: "…이순애 선생님이요."상담교사: "이순애 선생님은 왜 좋은데?"대화를 나눠보니, 이순애 선생은 다른 선생과 조금 달랐던 것이다. 우선 교실에 들어오면 이 선생은 봉수에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봉수가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을 했고, 다른 주제로 넘어갈 때는 봉수가 내용을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해도 좋은지 확인을 했다. 바로 여기에 봉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열쇠가 있었던 것이다.상담선생은 이제 교사들을 설득하여 이순애 선생이 보였던 '밝은 면'을 전파시켰다.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봉수는 달라졌다. 모범생이라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더 이상 문제아는 아니었다. 1976년 쥐약회사로 출발한 세스코(Cesco)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3D업종으로 그저 그런 회사였다. 그런데 창업자 전순표 박사의 아들인 전찬혁(현재 대표이사)씨가 92년 대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사장의 아들이지만, 신분을 속이고 4년이나 평사원으로 해충잡는 최일선에서 현장근무를 한다. 자신이 직접 근무한 아버지 회사는 생각했던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현장직원들은 하루 종일 독한 소독제를 마셔야했고, 고객사들에게 천대를 받아야 했으며 그러다 보니 직원들끼리도 대화는 욕설이 반이었다. 신입사원들은 3개월 이내에 거의 100% 퇴사하고 말았다. 전찬혁씨는 4년의 현장근무를 마치고 신분을 밝히며 기획실을 만들고 본격적인 회사 개혁에 들어간다. 유니폼도 제작하고, 운영 매뉴얼을 만들고, 고객사 건물에 대한 정보도 전산화한다. 이런 멋진 시스템을 도입하였지만, 놀랍게도 직원들이 기꺼이 동참하지를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칭찬운동이었다. 관리자들로 하여금 부하직원 개개인들의 장점을 쓰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당사자들에게 가서 이야기해 주도록 했다. 쑥스러워 망설이는 관리자들을 강제적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한번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했다. 그랬더니 회사가 달라지기 시작했다.2002년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세스코 홈페이지에 20만명이나 방문해서 서버가 마비되고 말았다. "해충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먹을 수 있나?"라는 장난기 어린 질문에 세스코 사원이 친절하게 "해충은 고단백이기는 하나 박테리아가 많으니 사전처리를 잘해야 한다"고 답해 올린 글이 소문이 난 것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기업문화 덕분에 세스코는 우리나라 방제 시장을 90% 정도 장악하고 있으며 해외 진출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우리는 도전을 해야 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위기의식만으로 변화가 오지는 않으며 문제점만 파헤친다고 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서 변화의 단서를 찾아야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2011년도 저물어 가고 있다. 새해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와 도전을 위한 에너지는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1-12-11 조영호

예산낭비 방지를 위한 국제시민연대

11월 18, 19일에 걸쳐 예산감시 운동을 하는 60개국의 120여명 NGO 활동가들이 탄자니아에 모였다. 개별 국가에서 예산감시 운동을 하던 활동가들이 모여 '재정 투명성을 위한 글로벌 연대(GIFT;Global Initiative for Financial Transparency)'를 결성하기로 하고 첫 총회를 하는 모임이었다. 한국에서 처음 예산감시 운동을 출발시켰던 경실련이 초대되었고, 나는 한국 대표의 회원 자격으로 참여를 하였다. 이번 총회에서는 새로운 재정 규범으로 '투명과 참여 그리고 책임'이라는 개념을 합의 도출하였다. 그리고 '예산을 지금 공개(make budget public now)하라'는 구호로 진행된 총회에서 조정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세계적 연대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을 구축하였다. 무엇보다 유럽의 재정 위기를 경험하면서 재정 감시의 중요성이 환기되고 있어 의미가 있었다. 민주화가 진행되었던 아프리카나 지금 막 진행 중인 아랍 국가의 활동가들의 예산감시 운동은 향후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모두가 공감하였다. 민주주의 이후에 시민 사회의 역량 강화를 위해 우리가 낸 세금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은 시민의 귄리를 확인하는 동시에 정부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향후 구체적 활동을 진행하기 위한 실무위원회의 분과를 반부패, 환경, 보건, 교육, 자원 활용, 인권, 후진국 지원 사업 등 7개로 나누고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제안 및 감시운동을 전개하고 나아가 실천을 통한 변화의 연대 운동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한국은 후진국 지원 사업의 지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동 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실무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후진국의 입장에서 보면 선진국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후진국 지원 사업을 하지만, 지원 사업이 너무 많아 투명성이 약하고, 특히 후진국의 부패를 유발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11월에 부산에서 후진국 지원사업의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회의에 맞추어 의미 있는 활동이 기대된다.흥미로운 것은 이번의 행사를 미국에 있는 국제예산파트너십(IBP;international budget partnership)이라는 시민단체가 관리를 하였지만, 소로스 재단과 포드 재단이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로스 재단은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있어 이념적으로 적합하고, 포드 재단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 후진국 관련 연구와 지원 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모두 민주화의 과정에서 각국의 민주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의 각종 재단들도 시각을 크게 하여 국제적 활동을 지원하는 접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사실 국제예산파트너십이 세계 각국의 재정 투명성을 평가하는 지표(OBI; Open Budget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 73점, 2008년 66점, 2010년 71점으로 중상위권의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모임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일반회계 이외의 활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계약, 기금, 조세감면, 공기업, 보증이나 공적 자금과 같은 준재정 활동 등 그림자 정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영역에 집중적인 감시 운동을 하고 2012년부터는 재정투명성 평가 지표에 이를 포함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각국의 사례를 모으기로 하였다. 우리도 향후 이런 분야에 대한 보다 진지한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예산에 관한 정보는 제공되어야 한다. 정보의 제한으로 참여가 제한되고 낭비가 방조되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이 가진 자를 위해 집행되어 부의 분배가 악순환된다는 개도국의 주장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의 모임은 예산 과정의 변화를 통해 정부를 변화시키고 민주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산에 대한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정부의 방만한 활동을 방지하고, 시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주인의 자리로 두려는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2011-12-04 이원희

NASA의 청소부와 사마천의 꿈

고3 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과 국회에서 FTA 비준을 반대하던 가운데 최루탄을 터뜨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두 사건 모두 꿈을 잃은 사람들이 빚어낸 비극입니다. 꿈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입니다. 마치 에머슨이 말하는 진정한 성공, 즉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과도 같습니다. 에머슨이 말하는 성공은 곧 '사랑'입니다. 진정한 사랑의 나눔은 상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꿈은 사랑이어야 합니다.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수단은 곧 직업입니다. 꿈을 잃은 사람은 수단을 꿈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이때 불행이 시작됩니다. 고3 학생의 어머니가 서울대학교 입학을 꿈으로 삼아 아들을 학대한 것이 그 예가 됩니다. 자신들의 존재가 국민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의원임을 잊은 채 그곳에 최루탄을 던지는 행위 역시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그런 행위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어머니가 왜 아들에게 살해되는지를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NASA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마침 로비를 지날 때 바닥을 닦는 청소부를 봅니다. 그는 즐거운 일이라도 하듯 콧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말합니다. "당신은 여태껏 내가 본 청소부 중에서 가장 훌륭한 청소부랍니다!" 그러자 청소부는 이렇게 답합니다. "각하, 전 일개 청소부가 아닙니다.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어요." 참 멋진 꿈을 가진 청소부입니다. 꿈은 사랑이고 수단은 청소하는 일이었던 것이지요.사랑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린 소년이 백화점에 들어가더니 매장을 기웃거립니다. 한참 후, 쑥스러운 듯 망설이다가 여자 속옷 매장으로 들어갑니다. "저, 내일이 엄마 생신이라 내의를 선물하려고 하는데요.""엄마 치수가 어떻게 되시니?""잘 모르겠는데요.""그러면 엄마는 키가 크시니, 작으시니? 뚱뚱하시니, 날씬한 편이시니?""우리 엄마는 완벽해요. 우리 엄마는 굉장한 미인이거든요."점원은 가장 날씬한 치수를 예쁘게 포장해 주었습니다. 다음날, 소년이 다시 찾아옵니다. 그리고 속옷을 바꾸어 가지고 갑니다. 그런데 소년이 바꿔 간 치수는 속옷으로는 가장 큰 치수였습니다.꿈은 현실의 고통마저도 이겨낼 의지를 선물합니다. 사마천에게는 삶과 죽음, 명성과 지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는 날조된 죄명으로 모함을 받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돕지 않았습니다. 그는 당당히 죽음을 택함으로써 억울함을 밝히고 존엄을 지킬 수도 있었지만, 남자로서 가장 참기 어려운 치욕인 생식기를 자르는 벌을 받아들입니다.왜 그랬을까요? 그에게는 반드시 끝내야 할 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기'를 집필하는 일이었습니다.사관이었던 아버지 사마담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에게 말했습니다."주공이 세상을 떠나고 오백 년이 흐르자 공자가 나타났고, 공자 이후로 오백 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공자의 '춘추' 뒤를 이어 찬란했던 시대를 소개하고 기록해 역사로 전해줄 사람이 없구나.""걱정 마십시오. 제가 쓰겠습니다."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사마천은 결심합니다. '내 비록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지라도 하늘과 아버지로부터 받은 소임을 완수하고야 말리라.'만약 그 어머니가 전교 1등을 강요하지 말고, 아들이 평생 살면서 해야 될 사랑의 위대함을 가르쳤다면, 만약 의원들이 FTA 비준을 처리함에 있어 상대 진영의 저항을 국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했더라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오늘 아침 문득 안도현 선생의 시가 떠오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11-11-27 최원영

혼란속 방송광고 판매제도 관전평

방송광고판매회사(미디어렙: Media Representatives)는 방송사의 광고판매 및 조직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 12월 31일 전두환 군사독재시절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방송광고판매회사인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설립되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현재까지 지상파 방송광고의 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적 영업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지난 수년간 국회의원이나 관련 부처에서 수정된 방송광고대행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되었으나 방송국, 야당, 여당,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 표출로 완성되지 못했다.이러한 과정에서 2008년 11월 27일 태평양미디어앤 커뮤니케이션이란 광고회사에서 방송법 73조 5항 및 시행령 59조 3항( 방송광고 판매대행은 한국방송광고공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투자한 회사만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있다)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출하게 되었고 이를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 헌법 불일치 판정을 내리게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실질적인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방송광고미디어렙은 허가제로 하고 방송국 당사간의 직거래를 제한하며, 중소방송국에 일정량의 방송광고를 제공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법안의 지침을 제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9년 12월 31일까지 법안을 개정하도록 강제화했다.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한선교 의원, 이정현 의원, 진성호 의원과 민주당의 전병헌 의원, 자유선진당의 김창수 의원, 창조한국당의 이용경 의원 등이 방송광고판매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법안 검토는 여당, 야당과 그리고 국회의원간의 의견 차이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논의는 부족했다. 이러한 논의 중에 종합편성PP가 결정되고, 종편의 방송광고판매를 지상파 방송광고미디어렙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여당과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이런 와중에 10월 27일 SBS는 지주회사인 SBS 홀딩스를 통해 방송광고판매회사인 미디어크리에이트를 발족하고 직접 영업을 선언하였다. 또한 MBC도 방송광고 판매를 위한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영업 체제의 준비작업을 완료했다.11월 2일에는 국회 방송통신위원회의 예산심의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상파 방송사의 직접 광고 판매가 시장을 혼란시킬 거라고 단정하지 않으며, SBS는 SBS홀딩스를 통해 미디어렙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방송광고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을 확대 재해석하면, 방송광고시장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며, 방송광고 판매는 방송사의 간접적인 판매방식인 자회사를 통한 영업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문화방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가치 상실을 의미한다.결론적으로 지난 몇 년간 진행되어온 방송광고판매제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명확한 광고정책을 제시하지 못해 방송광고판매제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헌법 불일치를 결정하면서 방송광고정책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함으로써 다양한 재해석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국회는 여, 야 국회의원간의 이해관계로 방송광고 판매유형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못했다.방송광고판매제도가 어떠한 결론을 도출할지는 미지수지만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첫째 광고정책을 정치행위로 해석하기 보다는 경제행위로 보아야 하겠다. 둘째, 정부의 방송광고 시장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방송광고정책이 광고산업의 발전을 전제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1-11-20 서범석

고신뢰 사회를 만들려면

아이들을 거느리고 혼자 사는 여인이 있었다. 막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생활이 너무나 고달프고 힘겨워 하나님에게 구원을 요청하기로 하였다. 구구절절이 신세를 하소연하고 100달러만 보내 주시도록 편지에 적었다. 그런데 그 지방 우체국에서는 '하나님 앞'으로 되어 있는 이 편지를 어찌 할 바 몰라하다가 우체국장이 하는 수 없이 내용을 뜯어보았다. 눈물 겹고 애절한 사연을 읽은 우체국장은 있는 달러를 긁어모았다. 잔돈을 모으다 보니 95달러가 되었다. 우체국장은 답장을 근사하게 써서 용기를 북돋우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라고 봉투에 쓰고 그 여인에게 회신을 보냈다.초조히 답장을 기다리던 그 여인은 드디어 날아온 편지를 받고 가슴 조이면서 내용을 뜯어보았다. 하나님은 결코 그 여인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위로의 말과 함께 부탁한 돈을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세고 또 세어 보아도 5달러가 부족하였다. 그래 하나님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감사의 말을 쓴 후에, 하나님께서는 틀림없이 100달러를 보냈을 터인데 그 놈의 우체국장이 5달러를 착복했을 것이라며 벌을 내려 달라고 한 것이다.동남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관리들의 부패를 꼬집기 위해 이야기되고 있는 가슴 아픈 조크이다.며칠 전 한 신문에서 20~40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신뢰도가 20%대로 일부 연예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보도했다.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신뢰도는 40%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인물들에 비해 뒤졌다. 이 보도의 신뢰도는 어떤지? 이 보도를 한 신문 자체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도자들, 특히 정치인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는 것 같다.신뢰는 "다른 사람이 바르게 행동할 것이며, 약속을 지킬 것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신뢰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인프라 중 인프라이고 사회 운영의 기초 메커니즘이다. 부부사이에 신뢰가 없으면 항상 감시하고, 확인하고, 심지어 뒷조사까지 해봐야 한다. 직장에서 신뢰가 없으면 모든 일을 문서로 해야 하고, 작은 것이라도 상부에 보고하고 처리해야 하고, 직장인들은 언제 해고될 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몫을 챙겨두어야 한다. 상거래에서 신뢰가 없으면 계약서가 길어야 하고, 담보가 많아야 하고, 변호사의 자문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한다.신뢰도가 낮은 사회는 고비용 사회이다. 신뢰도가 낮은 사회는 스피드도 떨어진다.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뢰(트러스트)가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을 갈파했다. 경제도 정치도 교육도 트러스트라는 사회적 자본이 없으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정(情)으로 뭉쳐있고 한가족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정과 한가족정신이 소집단을 넘어선 사회관계에서도 신뢰관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우리 사회의 신뢰도도 꾸준히 높아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강화되었고,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낮고 특히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불신감은 팽배해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변화가 많을수록 필요로 하는 신뢰의 양과 질도 커지고 있다.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기 위해서는 토양이 좋아야 하고 거름이 있어야 한다. 신뢰라는 꽃에 필요한 거름은 리더의 희생이다. 지위가 높은 자가 희생을 하고, 가진 자가 좀 손해를 감내하고 배운 자가 내놓을 줄 아는 풍토 속에서 신뢰는 자라고 그 신뢰 속에서 경제도 교육도 정치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신뢰는 발전을 낳고, 또 그 발전은 신뢰를 낳고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정치인들의 신뢰, 그것도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골몰하지 않고 더 큰 것을 위해 희생을 해야 생기는 것이다.

2011-11-13 조영호

박원순 시장 당선이 보여주는 징표

1970년대 미국에서 군용 항공기 추락이 잦을 무렵 이유를 밝히기 위해 많은 전문가가 투입되었지만, 결론은 고장은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고는 불규칙적으로 그리고 우발적으로 발생한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기계학의 발달로 모든 고장이나 사고에는 징표(signal)가 있고, 이를 분석하여 사고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으로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정비하는 시간계획 정비(time based maintenance)가 아니라, 항상 점검하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상태감시정비(condition based maintenance)의 기법이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혈압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일 년에 한번 정기 점검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내내 혈압을 자동적으로 측정하고, 혈압의 수치 변화를 추적하여 언제 문제가 발생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루어져서 대안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런 과학의 발전 수준에 비해 우리의 사회공학은 수준이 낮다. 지금 우리 주변에 엄청난 굉음을 내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설명해줄 데이터가 부족하다. 경기도, 인천시의 경우 분명 재정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행태를 보면 과거의 번영기 환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회 변화의 징표를 보여주고 있다. 박원순 시장 당선은 개인에 대한 인기 못지않게 무엇인가 바꾸어보자는 시민사회의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그리고 시민사회를 이해하여 줄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이 담겨있었다. 조직화된 정당인의 선거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현대 정보사회에서 이러한 '마음'과 '생각'이 결집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마음이 모여 거대한 정치권력의 구도 개편이 주도되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도와 인천시는 한 걸음 늦게 움직이고 있다. 생명 과학의 영역에 정치인의 시각으로 도지사가 '세계 최초'에만 집착하고 홍보를 하는 모습에 도민은 실망한다. 강연과 강의를 통해 '입'으로 알리기를 하기보다는 '일'의 성과를 통해 감동을 주기를 기대하는 시민사회와 단층이 있다. 아직도 시장이 호연지기(浩然之氣)의 늪에 빠져있다는 인천시민사회의 푸념에 시장은 귀를 닫고 있다. 개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던 취임사와 별개로 여전히 인천은 개발의 기회를 찾아 틈새를 헤매고 있다. 각종 연대 모임이 있지만 정작 정책에 대한 연대가 아니라 인맥의 연대일 뿐이고 선거를 위한 연합일 뿐이라고 폄하되고 있다.정당이 선거과정에서 무력해지면서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가 연속된 징표를 통해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그것을 정치권에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정치 전략적 해석만 난무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러한 변화를 직면할 자신감이 없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고장의 원인을 모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책임 추궁이 두려워 그것을 은폐하거나 엄폐하는 것 역시 더 큰 문제를 잉태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 철도 사고가 잦자 이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여기의 최종보고서를 보면서 매우 아쉽게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우리의 철도에 RCM(Radar Coded Message)이 도입되어 실시간 소음이나 진동을 측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좋은 장비가 있지만 그것을 활용하고 판단하는 인간의 수준이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사회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 대표 기구인 정치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민사회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화두인 복지가 국가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몇몇 대통령 후보자로 거론되는 개인의 공약 차원에서 개발되고 있다. 그러면서 연말의 시점에 그리고 내년 선거에 대비하여 의정활동보고회만 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홍보만 잔뜩 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좋은 징표를 보내고 있건만, 이를 모르고 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발전이 시민사회의 발전과 유리될수록 시민의 공동체적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는 정치 개혁을 위해 시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2011-11-07 이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