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사회적 위기와 포퓰리즘

"새 정권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선진국 중에서 최저수준의 성장률, 파업과 인플레이션의 폭풍, 이윤과는 인연이 없는 국영기업, 재정적자, 민심의 황폐라고 하는 '빚의 유산' 뿐이었다." 1978년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집권하던 시기를 설명하는 내용이나, 지금의 우리 현실과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지금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이후에 새로운 사회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처 수상은 현실을 직시하고 강공법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으나, 지금 우리는 우회모드가 지배하고 있고 이를 직시하려는 지도력이 보이지 않는다.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도 포퓰리즘을 두려워하고 있고, 그 힘에 의존하려고 한다.대중의 인기를 지향하는 포퓰리즘은 각국의 정치 사회 구조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인1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선거의 사회에서는 항상 돌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1890년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고, 소수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등장했다.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라는 명분으로 포퓰리즘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파시즘과 만나면서 포퓰리즘은 과격한 정치적 전략으로 전환되고 소수자가 권력을 잡기 위한 이미지 정치로 전개되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포퓰리즘이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수단으로 남미에서 재등장하였다. 남미에서 군사 혁명 세력은 빵과 고기를 주는 대신 독재를 실시하는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확산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과다한 복지 정책에 의한 국민의 무기력증을 유발한 남미병의 원인이 되었다.최근에 포퓰리즘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의회를 통하지 않고, 합리적인 절차 대신에 이미지나 인기에 호소하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편승하여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 전략을 지칭한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을 통해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과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구분한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의회 정치를 무시하고 길거리 정치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불특정 다수에 의한 부담을 통해 특정 집단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의미한다. 혜택을 보는 집단은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고, 부담이 되는 계층은 무관심한 틈새를 파고 드는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적 포퓰리즘을 해결하겠다던 서울시장은 의회와의 대립 구도를 해결하지 못하자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고, 이는 포퓰리즘의 또 다른 방식이었다. 결국 (경제적)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막아보려고 하다 실패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의 후유증으로 사회의 갈등 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법치주의나 대의민주주의가 발전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의 문제가 국회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길거리 정치에 의존하려고 한다. 민주정치에서 의회(parliament)는 합리적 토론을 의미하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우리의 국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 포퓰리즘의 구호는 복잡한 정책 문제를 사고의 생략과 정치 쟁점의 단순화를 통해 투쟁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확산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은 소외된 다수의 이익을 지지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당성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보다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갈등을 초래하여 집단화를 도모하는 정치 세력에 문제가 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잠복하여 있는 실업 및 경제 위기, 비정규직 확산 그리고 양극화 심화로 발생한 '분노의 계층'을 해결하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과 노령화로 발생한 '위기의 계층'을 보담아 내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의 총선과 대선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제시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정략가가 아니라 통 큰 정치인을 기대하고 있다.

2011-09-04 이원희

마지노선의 법칙과 리더의 역할

1차 세계대전은 참호를 파거나 요새에 숨어 전쟁을 하는 참호전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의 위협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육군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제안을 프랑스 정부가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은 프랑스와 독일 국경 사이의 기존 요새를 보강하는 거대한 시멘트 방벽을 쌓자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750㎞나 되는 대역사로, 공사만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여기에 중·장거리 대포까지 설치했습니다.이후 프랑스 사람들은 외부의 어떤 공격에도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드디어 히틀러가 등장했고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들을 소집하는 등의 여유를 부렸습니다. 마지노선을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프랑스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독일은 벨기에를 가로질러 프랑스를 공격했습니다. 모든 방어 전략이 마지노선을 중심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만들어졌습니다.'수도가 견고하면 나라가 위태롭다'.모든 위기는 안주하는 순간 찾아듭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8명의 직원뿐인 벤처기업 안드로이드사가 삼성전자(2004년)와 LG전자(2007년)를 찾아와 사업제휴를 제안했지만 면전에서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당시 삼성과 LG는 애니콜 신화와 초콜릿폰 신화로 기세를 올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안드로이드사의 앤디 루빈은 지금 구글의 부사장이 되었고,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삼성과 LG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리더들의 큰 실수는 이렇듯 집단을 위기로 내몰게 합니다.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만 때문입니다. 성공신화는 자긍심도 주지만 아울러 또 다른 성공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멸종 위기의 동물로 알려진 퓨마는 겨우 10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마리가 페루국립동물원에 있습니다. 정부는 이 귀한 퓨마를 위해 초목이 우거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곳을 뛰어다니는 동물들은 모두 퓨마의 먹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녀석이 좀처럼 사냥감을 덮치지 않고, 그저 관리인이 갖다 주는 고깃덩어리를 먹고 동굴에 틀어박혀 잠만 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부터 정기적으로 암놈을 빌려다가 퓨마의 고독을 달래주고자 했습니다. 이것 역시 효과가 없었습니다. 녀석은 암놈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햇볕이나 쬐다가 그저 굴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퓨마의 경쟁자가 존재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어느 관람객의 조언을 들은 공원관리자는 표범 3마리를 풀어놓았습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났습니다. 표범이 나타난 뒤 퓨마는 더 이상 낮잠 자는 일도 없고, 굴 안에 처박혀 있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때로 산위로 올라가 목을 쭉 빼고 포효하며, 수시로 주변을 순찰하고, 사납게 으르렁대며 표범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파라과이에서 온 암놈이 새끼를 낳는 경사도 벌어졌습니다.경쟁상대가 없다면 진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적과의 경쟁은 활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변화는 고통도 주지만 동시에 기회도 줍니다. 변화는 이제까지 이뤄온 자신의 성공신화를 버릴 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제 비로소 삼성과 LG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성공신화를 버리고 변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일 때입니다. 적의 존재를 위기 극복의 기회로 만들고, 나아가 새로운 성공의 동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리더의 출현을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도종환의 '단풍 드는 날')

2011-08-28 최원영

중국에 대한 세가지 오해

최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한국과 중국이 공동 주최한 국제광고세미나가 열렸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나온 교수들은 몇몇이 모여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소득수준이 떨어지므로 광고수준 또한 형편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을 여행한 일부 교수들은 관광지가 지저분하고 더럽고, 제품은 수준이하라서 항상 실망했다고 했다. 한국의 일부 대학교수들이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중국의 지식층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오래 전부터 궁금해 왔다. 그러던 중 몇 해 전 베이징대학에 방문교수로 있을 때 한국을 잘 아는 중국교수와 저녁을 먹고 진하게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오해는 말라는 당부와 더불어, 한국사람에 대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전 세계에서 중국을 무시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IMF 위기 상황 전의 몇 년 동안 풍요속에서 어렵게 사는 중국사람을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의 한국사람이 중국을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중국사람이 한국사람을 좋아할 것이라는 오해이다. 중국사람은 한국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을 무력 침략한 일본에 대한 반감이 많아서 일본사람들에게 택시 승차거부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한국사람을 싫어하고, 일부 지식층은 차별대우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은 한국을 응원하지 않고 상대국을 응원하였다. 그 이유는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취득한 수익의 일부를 국제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둘째, 중국 제품은 싸고, 불량품이고 수준이하라는 생각이다. 한국은 중국제품 중에 가장 저렴하고 수준 낮은 제품만을 수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와 수입상이 만든 허상이라고 했다. 중국에는 세계적인 제품들이 많고 또한 품질 높은 다양한 제품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속설이 된 중국제는 불량품이라는 등식은 한국 언론들이 만든 저질 담론이라고 했다.셋째,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문화혁명을 통해 처절한 자기반성을 한 후 새로운 개혁, 개방정치를 통해 자본주의적 비즈니스를 하는 나라이다. 중국은 좋은 자동차 번호의 경우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버스나 기차의 경우 에어컨 유무, 의자의 형태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있다. 과일이나 채소도 개별단위로 무게를 측정해서 판매하고 있으며, 고속화도로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인접시의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하며, 텔레비전 광고도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이 사회복지, 평등 등을 부르짖으면서, 부자에 대한 막연한 불신 등으로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해, 실제적으로는 중국은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한국은 자본주의적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국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며, 저렴하게 발마사지를 받고 있지만 조만간에 한국에서 중국관광객에게 발마사지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그의 예견은 현재 적중했다. 소비시대로 접어든 중국의 소비자는 우리나라 백화점의 고급 명품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세계적인 경영자, 정치인, 문화인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인구 16억명의 중국이 이제 물질적인 양적 성장에서 문화적인 질의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한대수가 런던, 파리의 시대에서 이제 상하이의 시대가 왔다고 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시대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풍 떨다 주저앉은 못난 사람으로 중국인에게 인식되지 않도록 지금보다 철저하게 중국을 연구하고 분석하여 국제사회의 변화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광고학술대회는 베이징대학에 있는 레이크사이드호텔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베이징대학의 규모, 시설, 호텔에 놀라며, 또한 글로벌화된 연구능력에 가슴 졸이면서 세미나를 마쳤다.

2011-08-21 서범석

사회가 불안하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국세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2010년 발생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볼때 상위 20%의 소득(평균 9천만원)이 하위 20%의 소득(평균 199만원)보다 45배 많다. 11년 전인 1999년에는 상·하위 20% 격차가 19배, 2005년에는 38배였던 것에 비해 점점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의 불평등을 말해주는 지니계수를 보면, 2000년 0.286이던 것이 점점 높아져 2008년에는 0.325를 기록했다. 통계청에서 이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소득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기본속성이고 사회발전의 필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를 못 벌고 있는 사람이 20.9%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연해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빈곤층 비율이 OECD평균 10.6%를 크게 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빈곤층의 40% 정도는 노는 사람이 아니라, '등골이 빠지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소위 워킹푸어(Working Poor)인 것이다. 이쯤 되면 빈부 격차라는 말 자체가 너무 호사스럽지 않은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시장중심 자본주의(신경제)가 우리나라에는 1998년 IMF경제위기를 겪고 난 후 상륙하였다. 그때 유행어 중 하나가 '글로벌 스탠다드'였고 구조조정과 성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기업을 사고 팔고, 정리해고를 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한다는 것 말이다. 그러면서, 고용불안이 일반화되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양산되었다. 신경제가 10여년 주류가 된 사이 우리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게 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간극이 더 벌어지게 되었으며, 서울과 지방의 격차 또한 더욱 멀어지고 말았다.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소득의 격차가 아니라 사회계층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사회계층을 이동하는 사다리는 점점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결국 사회불안과 사회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불만 계층이 확대되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불신이 커지면서 무리한 주장이 많아졌으며 나아가서는 비행과 폭력, 자살 등이 늘어나고 있다. 관계를 중시하고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어 서로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상대적' 빈곤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 상대성에다 절대성까지 겹쳤으니 말이다.신경제의 논리로는 이러한 사회불안을 치유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존의 자본주의를 수정하여 공동체 의식을 살린 새로운 자본주의,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자본주의 4.0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적인 대각성과 사회적인 뉴 프레임(New Frame)이 필요하지 않을까.우선 기업은 일자리 창출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알아주는 시스템에서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세금을 많이 내면 될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가 그 세금 모아 뭘 하겠는가. 결국 일자리 창출에 써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자리 창출이 기업이 하는 것만 하겠는가. "기업은 세금 적게 내도 좋으니 일자리나 많이 만들어다오"하면서 고용수준이 높은 기업에 세금을 과감히 공제해 주어야 한다.둘째는 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연연하고 있는 대기업의 노동조합도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고 임금 피크제 등을 도입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금과 같이 인건비가 높고 노조의 파워가 높은데 어느 기업이 정규직 인원을 늘리려 하겠는가.셋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사회지도층, 잘 사는 사람들이 도덕성을 갖추고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뉴스만 보면 튀어 나오는 사회지도층의 비리, 청문회 마다 단골로 나타나는 '위장전입' '다운계약' '병역비리'를 보고 저소득층이 자신의 처지가 '정당한' 결과라고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단 말인가.또 다시 미국발 경제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신경제논리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고, 사회불안 역시 가중될 것이다. 공동체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011-08-14 조영호

뉴욕시 성과 관리의 교훈

지난 7월 말에 미국 뉴욕시의 성과 관리 체계를 보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첫눈에 깨끗해진 뉴욕시를 보면서 무엇인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과거 뉴욕시라고 하면 어지러운 낙서, 거리의 쓰레기,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할렘가가 연상되었다. 그리고 한때 그것이 자유로움의 상징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로움이 증가되었지만, 동시에 질서도 증가되는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뉴욕시 성과 관리담당관실에 근무하는 트리엔스(Jeffrey Tryens) 부국장 설명에 따르면 철저히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성과 관리 체계로 인해 뉴욕시가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단일의 성과 지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뉴욕시는 다양한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성과포털을 총 12개를 가지고 있다. 필요에 의해 사이트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여 현재와 같이 많은 수가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시민성과보고(Citywide Performance Reporting)시스템은 성과와 관련된 500여개의 성과지표에 대해 정보를 매달 업데이트하여 제공하고 있다. 신호등 체계와 같이 초록, 노랑, 빨강의 색깔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의 가장 일상적인 일들과 관련한 자료들이 일관성 있게 다년에 걸쳐 보고되고 있으며, 정보를 비교적 찾기 쉽도록 공개하고 있다.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거리청결도 점수표(scorecard)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점수표는 거리와 보도의 청결도에 대한 지표로서 훈련된 평가원들에 의해 거리와 도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사진을 통한 거리청결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수를 기준으로 깨끗한 곳과 더러운 곳의 청소주기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대체적으로 깨끗한 거리의 경우 1주일에 한 번만 청소하는 반면, 더러운 곳은 그보다 자주 청소를 하도록 함으로써, 평가결과에 따라 융통성 있게 청소주기를 적용한다. 뉴욕시 311콜센터도 특징적이다. 2002년 1월, 블룸버그 시장이 모든 목적을 위한 하나의 전화번호를 통해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서비스추진과제를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도 콜센터를 운용하고 있어 처음에는 별다른 감동을 받지 않았으나, 이러한 주민의 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180여개의 언어로 서비스가 가능하며 웹사이트, 트위터, 스마트폰의 앱, 전화 등 다각적인 접근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뉴욕시는 민원전화에 대한 지역과 타입 등에 대한 지도를 제공하여 각 지역마다 민원 콜의 양이 얼마인지, 어떤 민원이 많은지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루 시간대별 불법주차, 소음, 거리조명, 교통정보, 도로상태, 분실, 대중교통 안내 등에 관한 민원전화에 대한 타입과 양에 대한 지도를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민원사항을 종합 분석하여 민원이 잦은 분야의 경우 이를 지표화하여 해당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변화된 뉴욕은 이러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성과 관리 체계를 통해 가능하였던 것이다.우리의 경우도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연말이면 평가를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문서는 근사하게 산출하고 있으나, 내용은 부실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 성과를 개인별 인센티브에 연계시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왜곡된 성과 측정이 발생한다. 달성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관리하거나 성과 측정치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단계를 넘어서 성과 결과를 개인의 인센티브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정책 수단으로 성과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뉴욕시가 성과 관리 목표를 주민에 대한 공공책무성(Public Accountability)에 두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향후 성과 관리를 통해 주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개방성을 중시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성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1-08-07 이원희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노나라에 한 선비가 살았습니다. 폭풍우가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밤입니다. 젊은 여인이 홀로 사는 이웃집 지붕이 부서졌습니다. 여인이 선비를 찾아와 딱한 사정을 얘기하고는 아침까지만 재워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선비는 거절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요."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 이만한 청도 들어주지 못하십니까?""젊은 남녀가 한밤중에 어떻게 한 방에서 함께 자겠소?""무슨 말씀입니까? 옛날 유하혜는 모진 추위에 몸이 언 여인을 안고서 자기 체온으로 녹여 소생케 했다는 말씀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랬어도 사람들은 칭찬을 했으면 했지, 어느 누구도 그를 호색한 사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이 이야기를 들은 공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그 선비는 유하혜의 정신을 터득했다. 유하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했지만, 그 선비는 도저히 자신이 없는 지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으니, 모두가 자기를 알고 행한 행동이었다."누구나 자신의 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결정됩니다. 문제는 '내'가 선택한 것을 '남'에게 강요할 때 분열이 생기고 증오심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사람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링컨 대통령이 말합니다. "한 번은 내가 형과 함께 농장에서 일할 때였지. 나는 말을 몰고 형은 쟁기를 잡고 말이야. 그 말은 아주 게으른 놈이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그날은 열심히 내달리는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녀석의 잔등에 커다란 말파리 한 마리가 붙어 있더군. 말파리를 떼어냈더니 형이 왜 떼어내냐고 말하더군. 말이 아파할까봐 그랬다고 하자, 형은 이렇게 말했지. 그 말파리 덕에 이 게으른 놈의 동작이 빨라진 것이라고 말이야. 만약 지금 윌리엄의 잔등에 '대통령 병'이란 말파리가 딱 달라붙어 그로 하여금 열심히 뛰게 한다면 내가 왜 말파리를 떼어내겠는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링컨의 행위도 말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지만, 형의 행위 역시 경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형을 통해 훌륭한 리더로서의 깨달음을 얻은 링컨은 미국 역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1840년 아일랜드에 감자돌림병이 돌았습니다. 이때의 기근으로 약 200만 명이 굶어죽거나 외국으로 탈출하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감자의 한 가지 품종만을 전국적으로 재배한 것이 기근의 원인이었습니다. 크기가 커서 수익성이 좋은 품종만을 재배했고, 그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작물이란 '나'의 필요를 식물에게 강요한 것입니다. 필요할 때 물과 양분을 주니까 작물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환경변화와 병균에 매우 취약한 식물로 변하고 맙니다. 붕어빵 같은 획일적인 사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잃게 합니다. 다양함이 때로는 시끄럽고 무질서한 듯이 보이지만 놀랍게도 그 속에 위기 극복의 힘과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나'의 신념은 나 자신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할 때 분열과 갈등이 생깁니다. 감자돌림병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성은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요즘 홍수피해의 책임 소재나 무상급식 사안을 두고 여야의 비난 성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마치 '누가 옳으냐?'를 두고 싸우는 듯 보입니다. 이런 다툼은 상대를 없애야 할 '적'으로 여기게 하여 끊임없는 정쟁만 일삼게 합니다. 여야는 왼팔과 오른팔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각기 다른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두 팔 모두를 함께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위기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름'에 대해 귀를 열고 자신의 역할을 찾을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2011-07-31 최원영

인천지역 산업정책의 과제

지역의 산업정책은 객관적인 통계 및 이에 기반한 분석에 입각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하면 인천지역내 산업별 생산유발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즉 어떤 산업부문에서 1단위의 최종수요가 발생했을 경우 지역내 산업 전체에 유발되는 생산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인천의 산업유발계수를 보면 제조업, 농림어업, 광업, 서비스업 순으로 나타난다. 제조업 중에서는 수송장비, 일반기계 등 조립가공업종의 생산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천지역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생산유발효과가 큰 제조업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유도해낼 수 있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또 제조업 중에서는 석유 및 석탄제품, 음식료품, 목재 및 종이제품 부문이 생산유발효과가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인천의 산업정책은 이와 같은 생산유발효과가 낮은 제조업 부문이 생산유발효과가 큰 부문으로 시프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하면 지역산업부문 중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인천의 경우, 도소매, 인쇄 출판 및 복제, 음식점 및 숙박, 교육 및 보건 등과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서 양 계수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고용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위와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 대한 육성 및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 석유 및 석탄, 전력 가스 및 수도, 제1차금속제품 등의 2차 제조업 부문들의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산업정책적 관점과 고용정책적 관점을 조합해서 고찰하면, 위의 산업 부문들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집중 특화시켜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고용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2차산업에 속하는 제조업 및 건설부문은 인천내 산업구조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적 특징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에 따라 생산 주체가 노동에서 기계로 대체됨에 따라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을 통해 기업의 본사 부문에 해당하는 연구, 인적관리, 사업 총괄 등의 기능이 인천지역 제조업 부문에는 충실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추측 가능하다.결국 인천지역의 경우, 산업정책의 중점을 지역내 생산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산업부문의 고부가가치화에 두되,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서비스업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고용효과뿐만 아니라 지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필수 과제이다.나아가 취업유발효과도 높고 부가가치율도 높은 산업은 인천지역의 산업고도화 및 고용창출을 견인하는 산업 부문이기 때문에, 인천의 산업정책은 바로 이와 같은 산업부문을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취업유발효과와 부가가치가 모두 높은 산업으로서는 도소매, 사회 및 기타서비스 부문, 교육 및 보건부문과 같은 서비스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용창출형 고부가가치산업의 지원 및 활성화 정책이야말로 인천지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취업유발효과는 높으나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으로서는, 음식점 및 숙박, 인쇄 출판 및 복제산업 등을 들 수 있다. 고용정책적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산업부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나, 인천지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고려하면 이에 대한 적절한 구조조정 및 규제는 필요하다.

2011-07-24 양준호

제사 물려받기

어머님의 열여덟 번째 기일을 맞아 장맛비를 뚫고 올해도 예외 없이 집안 식구들이 모였다. 젊은 시절 시험도 자주 낙방하고 자존심 강하고 거기에 고집도 세어서 '엄마'와 자주 부딪혔던 나는 결코 사랑스럽고 훌륭한 효자 아들이 아니었다. 그나마 데모하다 감옥가지 않은 것, 외국서 학위하고 와서 제 밥벌이 하는 직장을 가진 것은 그리도 원하시던 교회 나가기와 담배 끊기 거부에 대한 최소한의 벌충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죄스러운 마음에 어머님의 기일은 제사 중에서도 가장 큰 제사이고 항상 마음이 쓰이는 제사이다.홍동백서(紅東白西) 격식 맞추어 상을 차리고 '유세차'(維歲次)로 시작하여 '상향'(尙饗)으로 끝을 맺던 유년시절의 낭랑한 축문소리는 오래전 어머님이 교회에 나가시고 한참 후 아버님까지 가세하시면서 구약성서 시편 몇 절과 찬송가 몇 장 그리고 주기도문으로 대체되었다.이런 유의 제사 진행은 10대 종손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주류 개신교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견해를 지닌 나름 굳건한 '비'(非) 기독교인인 내게 고백컨대 오랜 기간 동안 커다란 곤혹이었다. 돈과 사랑, 양자택일로 고민하던 심순애처럼 나는 자존감과 (자식 된)도리간의 갈등으로 큰 마음의 고생을 하였다. 그래도 오랜 세월 이리저리 부딪히다보니 부자지간에 기대치의 조율이 이루어져 알고도 모른 체 모르고도 아는 체 염화시중의 미소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아무런 탈 없이 제사를 모셔왔던 것이다. 내가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구절을 '봉독'하는 형식에 대한 양보를 하자 아버님은 더 이상 교회를 강요하지 않으시는 내용상의 자유를 아들에게 허하시는 암중모색의 현실적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이른바 '건설적 모호성'은 난제(難題) 해결을 위한 오래된 협상기술의 요체다. 그런데 바로 오늘 제사 후에 아버님의 한 마디는 굳건하다고 믿었던 부자지간의 건설적 모호성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애비야, 내가 이제 나이도 들고 눈도 어두우니 네가 종중 일과 제사를 맡아서 주관하여라." 아버님을 모시고 일 년에 열 번 이상의 제사를 모시자면 비기독교도인 나는 찬송가와 성경책을 강의준비하듯 섭렵해야 하는 것이다. 아! 그 암담함이란!내가 직접 기독교식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것과 수동적으로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체성의 측면에 있어 그야말로 천지차이지만 오십대 후반의 아들은 차마 '유세차' 방식으로의 회귀를 입 밖에 내지 못하였다. 차례 뒤 저녁상을 물린 후 일가권속들을 배웅하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아무래도 아는 목사님 만나 일 년 치 주일예배 목록을 좀 받아야할 것 같소. 이 중에서 열 댓 개만 추려 데이터 파일을 만들어 놓으면 제사별 맞춤 예배 주관이 가능할 것이오. 종교적 신념에 관한 민감한 부분은 아버님께 부탁드리고 나는 나머지만 몸으로 때우겠소. 직업이 떠드는 것이니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오." 아내가 답한다. "열 댓 번 제사상 차리는 것보다는 낫지요."내가 이리 하여도 아버님은 아실 것이다. 애비가 신자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이래서 우리 부자는 제사 물려받기를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건설적 모호성과 부자유친(父子有親)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부모님이 섬기는 신을 내가 왜 섬겨야 하는지 한국 내 대다수 교회들의 행태를 보면 도무지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머님이 생전에 그리도 좋아하시던 찬송가 404장 3절 첫 구절은 아직도 나를 눈물짓게 한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삼아도 한없는 누구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어머님! 불초소자 삼가 재배 드립니다.추신: 쓰다 보니 개인사로 국한 되었지만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혹은 각 진영 내의 분파간 갈등해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성숙한 관용이 잔잔하게 스며드는 민주적 공동체를 기원하며 마지막 기고를 맺는다. 꾸뻑.

2011-07-17 강명구

입학사정관제의 올바른 이해와 정착

입학사정관제가 대학 입시의 새로운 전형으로 도입된 지 5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계 최대의 화두이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시행 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보면 입학사정관제가 모든 입시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올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일반대학은 수시 기준 119개 대학으로, 모집인원은 3만8천83명이다. 이는 전체 모집인원의 10% 정도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전문대학도 2009년도 5개 대학에서 출발하여 2010년도에는 13개 대학에서 1천303명을 모집했고, 올해에는 20개 대학에서 1천50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이 전형에 참여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이는 우리 교육의 큰 과제였던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의 부담으로부터 학부모들을 자유롭게 할 목적에서 시행하였다. 따라서 기존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정량평가)을 개편해 학생의 잠재력과 대학의 설립이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선발(정성평가)한다.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각종 서류 등과 같이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대학의 선발과 고등학교 교육간의 연계가 미흡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도 제공하였다. 또한 대학이 '선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도록 견인하였다. 대학이 선발에만 치우치지 않고 선발한 학생에 대한 연구와 추후관리 등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 외에도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에는 학벌이나 학력보다 인성과 창의성, 실무 경력을 중시하는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측면도 크다.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인 셈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인재가 아니라, 리더십과 대인관계능력, 도전의지와 봉사정신 등이 뛰어난 학생들도 21세기 사회가 원하는 인재라는 것이다. 특히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 배경에 의해 성적이 좌우되었던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여러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그러나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를 보다 내실있게 실현하기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달 교과부와 대교협은 '2011년 입학사정관 지원사업'에서 60개 대학을 선정하여 총 325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선도대학으로 선정한 30개 대학 중, 지난 해 입학사정관제 공통운영 지침을 위반해 국고 지원금을 환수한 4대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 시행 초기 입학사정관제를 상위권 대학 혹은 수도권 대학들만의 전유물로 인식하던 일부의 우려는 많이 탈색되었지만, 여전히 입학사정관제가 특별전형에서 이름만 바꾼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학생의 절반 이상은 일반전형으로 뽑아도 선발되었을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새로운 제도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로 보이지만, 대학의 책무성 확보 차원에서도 보다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인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이다. 입학사정관제 운영지침을 체계화하고, 윤리강령과 이의신청 시스템 등을 가동하여 일선 고교와 학생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21.5% 정도에 머물러 있는 입학사정관들의 정규직 비율도 높여 안정적으로 전형준비와 평가에 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입학사정관제 안착의 관건이다. 더불어 일반대학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재정지원 속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고 있는 반면, 전문대학 입학사정관제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대학이 전체 입학정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대학이 보다 체계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도 적정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도 다양한 다원화 시대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분명 다원화된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반영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취지를 살려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각 대학들은 보다 책임있게 혁신을 실천하고, 정부에서는 전폭적 지원과 철저한 관리라는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2011-07-10 이기우

달인과 겸양의 미덕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을 필두로 시작된 열풍이 '나가수'로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각 분야와 장르에서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연일 방송을 타고 있다. 세련되고 지나치게 훈련된 연예인들이 아닌 평범하지만 재능 있는 인재의 발굴이라는 취지의 시작은 훈훈했으나 요즈음은 지나친 경쟁으로 시청의 즐거움보다는 긴장의 피로도가 방송을 통해 전달됨을 느낀다.현대인은 지치고 피곤하다. 일상의 육체적 분주함이 주된 원인이겠으나 지나친 경쟁, 비교의식, 상대적 빈곤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흥미 있게 보고 있다(특정 방송사의 선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프로는 평범한 서민들이 소박한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열정과 노력, 그리고 강한 의지와 지혜로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기분야에서 최고경지에 이른 감동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붕어빵 만들기의 달인, 자동차 세차 기술의 달인, 유리공예의 달인, 노래방의 달인 등 그 동안 소개된 달인들의 놀라운 실력과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지고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물론 때로는 같은 분야의 달인들이 작은 시합을 하며 재미를 더하는 경우도 있으나 항상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과의 싸움-좌절 실망 나태 등-에서 얻은 열매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싸우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이 그저 묵묵히 주어진 '오늘'만을 성실히 살았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꼭 상대방을 이겨야 주어지는 승리는 아닌 것이다. 항상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들의 꾸밈없는 만족한 웃음은 보는 이의 얼굴도 미소 짓게 한다. 그래서 이 프로를 보고나면 왠지 흐뭇하고 상대적 좌절감보다는 나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슬며시 싹튼다. 우직하고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한 길을 걸어온 그야말로 바보스러운 '달인'들의 삶이다.일본에도 전문바보를 뜻하는 '센몬빠가'라는 용어가 있다. 한 분야에서 바보스럽게 몰입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인데 결국 이 '센몬빠가'의 정신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 장인문화의 기반이자 기초과학분야에서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원천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세계적인 IT업체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하라고 말했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고, 바보처럼 모험하라고 역설하여 우직하고 바보스럽게 한 분야에 몰입하는 것이 곧 최고가 되는 길임을 강조하였다(차동엽 바보 존).'생활의 달인' 주인공들은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 '센몬빠가' 정신을 한 발 앞서 실천한 이 시대의 영웅이요, 오늘날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의 저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생활의 달인'이 시청자에게 안겨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진정한 겸손과 겸양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인간미와 잔잔하지만 진한 감동이다.제작자들이 취재를 시작할 때 한결같이 '제가 무슨 달인이라고…'하며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촬영에 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사기(史記)의 노담열전(老聃列傳)에 나오는 '양고심장약허(良賈深藏若虛), 군자성덕 용모약우(君子盛德 容貌若愚)'라는 대목을 떠올려 본다.공자가 예(禮)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자 노자를 찾았을 때 노자는 공자에게 "지혜로운 상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물건은 깊숙이 감추어 두고 남에게 보이지 않고, 군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하며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오. 그대도 예(禮)를 빙자한 그 교만함과 겉치레를 버리시오"라고 일갈하였다. 공자는 돌아가 노자와의 만남을 묻는 제자들에게 "하늘을 잘 나는 새는 화살에 맞기 쉽고, 헤엄을 잘 치는 물고기는 낚시에 걸리기 쉬우며, 잘 달리는 짐승은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용은 알 수조차 없느니라. 노자는 용처럼 정체를 알 수 없고 학덕은 심원하고 넓어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설파하였다고 한다.실로 용처럼 변화무쌍하고 가늠할 수 없는 노자의 용모와 학덕에 절로 숙연해 지거니와 이를 간파하고 큰 깨달음을 얻어 제자들에게 겸양의 덕목을 강조한 공자의 높은 안목 또한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공을 뛰어넘는 큰 가르침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문해 본다.나는 과연 내 분야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나. 혹여 교만함과 과욕으로 남을 서운하게 했던 적은 없었던가. 요즘처럼 자칭 전문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 본다.

2011-07-03 박영렬

IFEZ의 금융중심지 구상, 가능한가?

[경인일보=]인천시가 물 건너간 '금융중심지' 프로젝트에 아직까지 집착하고 있다. 2009년 정부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대해 인천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개발계획, 즉 부동산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자산운용업과 벤처캐피털, 그리고 수도권 금융기관 백 오피스 조성을 골자로 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미 서울과 부산을 적격지로 지정한 바 있다.탈락의 쓰라린 아픔(?)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2012년에 정부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재신청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또 위의 세 모델을 중심으로 한 금융비즈니스 구상은 향후에도 인천시의 유력한 안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인천시가 지향하고 있는 금융중심지 구상은 각종 금융기관을 특정 공간에 집적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금융특구'조성 사업과 다름없다.'금융특구'는 세제 우대조치 등을 통해 특정공간에 금융기관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그곳의 기업에 대한 대출을 원활하게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금융 비즈니스 활성화 플랜은 청라지구를 이러한 금융산업 특화 구역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본 오키나와의 '금융특구' 사례와 동일하다.오키나와 나고시(名護市)의 경우, 자산운용업, 벤처캐피털, 중소기업 및 지역금융에 특화한 각종 금융기관의 밀도 높은 형태의 집적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를 위해 법인세제 및 각종 지방세 우대 조치 등과 같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이 금융특구는 지역의 산업 및 고용 파급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데, 특구가 조성된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 특구사업으로 인해 새롭게 창출된 고용은 나고시 전체 고용자 수의 0.5%에 불과하다.또 이곳에 집적되어 있는 금융 비즈니스는 원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대대적인 금융 규제완화를 적용받을 수 없었다. 특구를 관할하고 있는 나고시는 보다 많은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회사의 자가보험을 위한 자회사 설치 및 외국 증권 등을 취급하는 PASDAQ 시장의 창설 등 금융 관련 규제 완화를 제안하였으나, 금융산업의 속성상 투자자 보호가 매우 중요하므로 정부는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이와 같은 일본의 사례로부터, 인천 역시 위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제 및 규제 완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특구의 기업 유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있는 비즈니스 창출이 과연 그곳에서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이다. 즉 세제 우대 및 규제 완화 조치는 비즈니스 창출을 측방에서 지원하는 서브 형태이어야 한다. 오키나와의 경우,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서포트하는 규제완화 부분이 전면에서 지나치게 강조되어, 그 부분의 완화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또 기업 유치 역시 전개되지 않는 일종의 악순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따라서 인천시는 먼저 보다 매력적인 금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 경쟁의 관점 및 경제자유구역 그 자체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또 세제 우대 및 규제 완화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지금 인천의 현 상황에 정합적인 금융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로부터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었고, 근래에는 건설투자 등에 의해 산업발전이 견인되어 온 인천이지만, 산업 규모에 비해 중소기업, 영세기업,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등급자 등과 같은 금융소외자 및 지역 특화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밀착형 금융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어 이들의 역외 유출이 현저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경제 전반의 활성화 및 지역 금융산업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지역은행의 재설립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사회적기업, NGO,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금융' 기관을 활성화시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금융 패턴을 통해 금융서비스 전반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최근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정무역 및 남북경협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전담 대출을 시행하는 금융서비스 역시 매력적일 수 있다.수요가 많은 금융부문에서 이익이 난다. 금융 비즈니스는 인천 고유의 특성과 지금의 금융 수요 현황을 고려할 때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다. 세제 우대 조치는 이익이 발생한 후 비로소 그 혜택이 생기는 것 아닌가.

2011-06-26 양준호

등잔 밑이 어두운 대학등록금 논쟁

[경인일보=]물론 선거가 머지않았기 때문이겠지만, 한 번 세게 데어서 그런지 촛불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대학 등록금 너무 비싸다고 학생들이 거리로 촛불 들고 나서니 정치권이 야단이다. 민주당은 학생과 시민단체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 바쁘고, 여권은 당정청(黨政靑) 실무주역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선거 악재와 MB 레임덕을 막을까 묘수 찾기에 바쁘다. 언론에는 온갖 분석과 해설 기사가 넘치고 넘친다. 일본에서 원전사고 나니 온 국민이 원자력 과학자 되고, IMF 구제금융 받으니 온 국민이 구제 금융전문가 되었듯이 이번 사건으로 온 국민들 대학 교육 전문가 될 정도이다.지내온 세월의 두께가 꼭 현명함의 두께라는 보장은 없지만 군대 3년을 빼면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20대 이후의 모든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백화제방(百花齊放)식 논의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인구에 회자되는 온갖 논쟁을 바라보자면 다들 틀린 말 없지만 잘못하다가는 또 옛적 대형 사건들처럼 국민들 교육만 시키고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 못 믿겠다, 내 살길 내가 찾아야 한다는 불신에 근거한 이기적인 사회적 교육효과 말이다.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내 보기에 정작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하고, 생각으로는 멋지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워서 실제로는 공허한 모든 것들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나 무엇하고 있다'는 선전효과를 위해 무지하게 열심히 하는 척하며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학이 스스로 내부개혁을 통해 자정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는 일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내부 견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사립학교법의 기본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내부 견제만 제대로 되어도 무능하면서 동시에 탐욕스러운 사립대학 재단의 교묘한 횡포를 막을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혈세 지출 또한 최소화하게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물론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강화가 곧바로 등록금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한 아주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제대로 견제만 받으면 많은 부패 무능 재단들이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허리 휘게 벌어 내는 학생 등록금으로 학생과 교수 위에 군림하면서 골프장 회원권이나 사는 재단은 당연히 퇴출되어 마땅하지 않은가?이런 나의 제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교과부는 지원은 하되 쓸 데 없는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합의한 사안을 중립적 위치에서 판단하는 역할에 그쳐야한다는 것이다. 재단과 교과부가 음성적으로 공모하면 깨기 힘든 철옹성이다. 교과부 퇴직자들이 대거 대학의 고위직으로 몰리는 전관예우는 금감원-저축은행 간의 부패구조를 재생산하는 것과 진배없다. 둘째로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의 내부 자정 능력이 요구된다. 한심한 집단들에 자율을 주면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기 쉽다. 이른바 '분파의 해악'으로 나타나는 한심한 대학 사회의 모습들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이 강화되면 교과부나 언론이 결코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니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장도 담그기 전에 구더기 걱정부터 해서 되겠는가? 게임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규칙을 지키려는 힘이 강해지는 법이다.개혁이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소나기처럼 오지 말고 봄비처럼 스며야한다. 소리만 요란하게 등록금 논쟁이 대학 개혁이라는 방향으로 물꼬를 트자 재단들은 벌써 사립대 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하였다고 알려진 박근혜의 대망론에 목을 매고 있단다. 정말 이건 아니다.

2011-06-19 강명구

대학생 등록금부담 완화정책 꼭 필요

[경인일보=]여당인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추진 발표로 이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논란도 뜨겁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의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도 이미 같은 구상을 내놓았었기 때문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등록금 납부시기만 되면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아온 나로서는 대학생 등록금부담 완화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여 효과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예산의 낭비와 부작용을 걱정하는 국민들을 설득시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대학등록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하루빨리 등록금부담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이를 걱정하는 주장들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정책이 부실한 인력을 계속 양산하고 부실한 대학의 생존을 연명시키는 도구가 된다면 결국 그 폐해는 국민과 국가에 부메랑으로 해가 되어 돌아가게 될 것이다.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바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재정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대학마다 재정 형편의 편차가 크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능력 역시 차이가 크다. 또한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서열화된 대학으로의 입학이 좌우될 수 있고 등록금 지원여부도 결정된다. 결국 돈이 없어 자기 자식을 남들처럼 제대로 교육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공부하며 등록금을 어렵게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간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저출산과 대학교육의 질 문제 해소를 위해 이제 정부와 국민이 함께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문제를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야 한다.이를 위해 전문대학을 직접 경영하고 있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전문대학을 대표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먼저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재원은 꼭 지원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 학생에게 지원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 또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식 혜택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원도 못 채우는 대학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운영이 부실하거나 방만한 대학에도 무분별하게 지원되고 학업의지가 부족하거나 수학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야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부의 지원은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단비가 되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그리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지방대와 전문대의 재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대학의 학생들이 지금보다 등록금 부담에서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직업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게 되어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고용시장이 양질의 기술인력 충원으로 활성화되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정책의 성공화와 안정성 및 지속성 유지를 위해 장학금제도의 개선, 부실대학에 대한 지원 제한, 기부금제도의 보완, 등록금 책정의 투명성과 적정성 유도, 고등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 배분 및 자율성 제고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대학생 등록금 완화정책에 대해 생각 또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다. 정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모두의 의견을 다 담으려 한다면 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진하더라도 기형적인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잘못하면 선거를 위해 공짜심리를 악용한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 정책이 실패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 공은 정치권에서 정부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론이 중요한 이유이다.

2011-06-12 이기우

정보화사회와 윤리의식

[경인일보=]며칠 전 상냥한 목소리의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손님의 자동차보험이 다음 달에 만기가 되오니 갱신하여야 합니다. 저희 보험회사를 이용하시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하겠습니다"라고 하여 깜짝 놀랐다. 처음엔 보험만기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터에 나의 보험만기일을 미리 챙겨서 갱신할 것을 안내해주니 '이렇게 고마운 일이 있나'라고 느꼈으나 곧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남의 자동차보험 만기일을 알고 있지'라는 생각에 묘한 불쾌감이 들었다. 최근에 고객 3천만명을 관리하는 농협전산망 마비와 현대캐피탈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일련의 사고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대캐피탈 해킹사건은 범인들이 단돈 2천만원에 전문 해커를 고용해 고객정보를 빼내어 이를 범죄에 악용하기 위해 시도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피해액은 11조원에 이르고 집단소송 등 참가자만 20여만명, 청구금액은 2천여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IT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정보화 사회는 개인이나 집단간 거래에서 많은 편리와 혜택을 가져다 주었고, 경제성장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그 역기능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비단 인터넷 해킹문제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미니 홈페이지, 이메일, 휴대전화, 트위터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 대한 악성루머를 퍼뜨리거나 공포감을 주는 '사이버스토킹' 범죄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러하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범행을 하는 당사자들 대부분이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큰 죄의식 없이 행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한 피해사례는 다양한 형태로 보고되고 있는데, 실례로 청소년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 후 온라인 게임 회원으로 가입시켜 부당하게 이용요금을 편취한 사례도 있고, 독신 여성이나 고급 승용차 소유자의 주소를 알아내어 강도 대상으로 삼은 사례도 있었으며, 원하지 않는 광고성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극심한 불쾌감과 시간낭비를 초래하는 사례는 거의 일상사가 되었다. 한편, 현재까지는 사이버세상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그 폐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객관적 규제방안이 그 뒤를 힘겹게 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득 2년 전 어느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임 당시 실행해 보았던 '교통질서 확립운동'이 생각난다. 교통사고율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필자가 시도했던 것은 더욱 엄격한 법의 적용이 아니라 지역시민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병행한 교육과 계도였다. 다행히 그간의 형식적이고 단발적인 단속의 강화와 계도에 식상했던 시민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 저변에서부터 '예향의 고을에서 교통사고율 전국 꼴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라는 분위기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러한 자각의식은 최하위였던 사고발생률을 중상위권으로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어차피 미래의 발전 속도 특히 사이버 세계의 놀라운 성장속도를 생각하면 그에 대한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 위의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에서 보듯이 사이버 세계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일방적인 통제의 강화보다는 인간 자체의 귀한 내면적 속성 개발에 더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리적 행동으로 인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 정신세계의 건전한 육성이 미래의 건강한 정보사회를 건설하는데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과거 우리가 중요시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가치관-예를 들어 가족간의 깊은 유대감, 친구들간의 지속적인 우정, 인간에 대한 긍정적 믿음, 직장에서의 소속감과 안정감, 소유와 분배에 대한 전통적 윤리의식,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 권위에 대한 자발적 순종, 공동체간의 협동 등의 회복이라 생각한다. 작년 말 국내 유수의 기업체 및 민간단체 대표들이 '사단법인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를 발족시켜 기업체와 각 민간단체들이 스스로 개인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 보호하고, 선진정보사회가 지향하는 정보안심사회의 구현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체 및 여러 사회단체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관심 제고와 구체적인 실천의지로 국민의 정보인권이 확보되고, 정보안심사회가 구현되어 국민 개개인이 안심하고 첨단 현대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IT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가정과 학교 및 사회교육을 통한 인간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011-06-05 박영렬

일본, '상실의 시대' 넘어 '사회적 공황'으로

[경인일보=]최악의 사태를 맞은 일본미증유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사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 동북지방에서 관동지방에 걸친 대재앙으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는 수만 명에 달하고,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피난소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람들도 무려 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행방불명된 사람들을 파악하는 작업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전후 최악의 사태다. 게다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도 중대 사고가 발생해 방사성 물질 노출 및 전력 부족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일본이 '국책'으로서 추진해온 원자력 인프라 및 원자력 발전 행정에도 지대한 타격이 가해졌다.일본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심각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적, 물질적 피해 뿐 아니라 향후 일본의 사회경제 시스템에 미칠 영향 역시 매우 심각할 것이 분명하다. 물자 공급 위기에 직면한 일본 이미 일본 대지진 이전부터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가뭄현상과 브라질 등 남미 국가를 습격한 홍수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전 세계 곡물 생산 역시 큰 폭으로 줄고 있으며, 나아가 중국과 인도 등과 같은 신흥국에서는 석유와 곡물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맞물려 전 세계 원유 및 곡물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고,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악조건하에서 일본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지진을 맞게 되었는데, 참사 이후 피해지역에 석유와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지진의 직접적인 피해지는 물론 동북 및 관동 지역 전체에서 식량을 비롯한 물자 공급 전반의 위기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없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식량 등 물자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생활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상실의 시대' 넘어 '사회적 공황'으로이와 같은 일본 국민들의 심각한 불안감은 우리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는 모습과 달리, 휘발유·등유·쌀 같은 기본 물자에 대한 경쟁적 사재기 현상을 낳고 있다. 일본 정부는 피해지역 이외 국민들에게는 사재기 자제를, 유통업자들에게는 석유제품의 시장 공급을 공식 요청하고 있을 정도다. 지진 피해지역에 있는 일부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냉정함' 이면에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많은 일본 국민들의 '서두름'도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피해지역과 인근지역의 물자부족 패닉현상은 일본사회 전체에 장래 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이나 석유제품 품귀 현상으로 불안해 본 적이 없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는 치명적 상처로 작용하고 있다.그동안 일본사회는 석유와 전기에 의존하는 생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었다. 생활의 근간이랄 수 있는 석유는 100% 외국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식량 역시 60%를 외국에 의존해왔다. 부유한 나라로 소문이 나 있는 일본의 에너지 및 식량에 대한 취약함이 이번 대지진에 의해 완전히 노출됐다. 이른바 'Japan as Number One'으로 불리던 1980년대 말까지 일본사회에 형성되어 있던 강한 자존심과 자신감은 그 후 약 2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오랜 불황에 의해 많이 상실되어 왔다. 이런 와중에 닥쳐온 대지진 참사는 일본 국민들에게 더없는 상처를 안겨주며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시키고 있다. 지금 일본은 이른바 '사회적 공황(Social Panic)'의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사회적 공황, 극우주의를 낳을 수 있어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도래된, '잃어버린 세월'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불황 하에서 일본 국민들은 자신감을 크게 상실하였으며, 이를 해결해보기 위해 단행된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경제 회복은커녕 양극화 현상이 구조화된 이른바 '격차사회'를 도래시켰다. 이는 전후 일본 국민들이 자랑으로 삼던 '모든 국민이 중산층'이라는 '1억 총 중류' 인식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해 '상실의 시대'를 만들었다. 바로 이러한 일본의 사회심리적 상황이 고이즈미, 아베와 같이 '네오콘(neo-conservatives)'으로 불리는 극단적 극우주의자들의 전면 대두를 초래하였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사회는 이미 만연되어 있던 상실감이 깊어져 이른바 '사회적 공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상황이 자칫 이전보다 더욱 극단적이고 강한 극우주의자들을 불러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1-05-29 양준호

집 밥의 고마움에 대하여

[경인일보=]우리 집은 외식하는 횟수로만 치자면 대한민국 하위 10%에 속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웬만하면 집안 식구들이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는 집에서 먹는다. 손님이 방문하면 당연히 집에서 대접한다. 밖에 나가 대접하는 것 보다 정성 담긴 집 밥이 낫다는 판단이다. 10대 종손인 나는 가족 모임도 집에서 하길 좋아한다. '와서 반갑고 가서 더 반갑다'는 옛말이 결코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 년이면 몇 차례 오랜 세월을 그러고 살았다. 게다가 회의 등 외부 약속이 없는 날이면 도시락이 당근이다. 심지어 각각 다섯 살 터울의 아이 셋을 키우면서 예외 없이 중고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지 않았다. 집안 식구들이 저녁을 같이 먹을 행복한 권리가 강요된 상급학교 진학보다 중요하다는 나의 감언이설에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다음 날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단비야 어제 저녁 잘 먹었니?" 사정이 이러하니 결혼 생활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김치고 밑반찬이고 조리된 식품을 사서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된장, 고추장, 간장에 식초까지 직접 담가 먹는다. 내 눈에 집 사람 손은 만지면 모든 것을 금으로 바꾼다는 미다스(Midas) 왕의 손처럼 만지면 모든 것이 맛난 음식이 되는 반찬 손이다. 아이 셋에 같이 공부까지 한 아내를 착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리 혹사시키는 사람이 뭐 잘났다고 용감하게 떠들어 대냐고 타박을 넘어 협박을 받을 수준이다. 그러나 나도 아주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굳이 외식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집 밥이 밥집 밥보다 더 맛나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그리고 밥을 해대는 당사자인 아내도 꼭 같은 소리를 한다. "라면을 먹더라도 집에서 먹는 것이 낫지" 라고 말이다.그러나 집 밥이 밥집의 밥을 앞서는 것은 아내의 손맛에 길들여진 입맛의 문제만은 아니다. 뼈저리게 느끼는 것인데 집 밥을 식구들이 둘러 앉아 같이 먹는 것은 그냥 음식을 먹는 게 아니다. 서로의 관심과 사랑을 먹는 거다. 밥이 밥이 아니라 가족 해체를 막는 사랑의 응고제인 것이다. 방과 후 학원 가는 길에 걸어가며 홀로 먹는 햄버거나 피자 '쪼가리'를 어찌 둘러앉아 젓가락, 숟가락 부딪혀 가며 먹는 조촐한 된장찌개 저녁 밥상과 비교할 건가.집 밥의 고마움은 예서 그치지 않는다. 집안 식구들이 도와가며 같이 만드는 음식 만들기는 즐거움이고 수업료 받지 않는 예술 교육이다. 손끝에서 시작하여 혀끝에서 마감하는 미각의 예술은 도제식 수업과 같이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다. 요리책에 나온 '몇 테이블 스푼을 몇 분간 어쩌고…'를 보고 만든 신혼의 식사가 사랑의 감칠맛만 뺀다면 수 십 년 경력 주부 구단의 밥상과 비교 불가능한 이유다.나의 집 밥 찬양은 더 나아가 거창한 이념에까지 다다른다. 인류사에 시장경제 체제가 등장하자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달라지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사회속의 한 개인으로 해체되었다. 내 보기에 한국은 이른바 직주분리(職住分離)를 통한 먹을거리의 시장화가 가족해체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전범(典範)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집에서 직접 내 손으로 밥을 해먹는 것은 (편리하지만 좀 감시가 느슨해지면 나를 파괴하려는) 시장의 압제로부터 나를 지키는 즐겁고 또한 준엄한 저항의 몸짓인 것이다.욕 먹을 거리가 한 둘이 아닌 글임을 잘 안다. 주부가 무슨 음식 노예냐, 누구는 같이 밥 먹기 싫어 그러느냐, 먹고 살려니 그렇지, 그렇게 고상한 당신은 뭘 하느냐, 밥 집하는 사람 다 굶겨 죽이려는거냐…등등 끝이 없다. 나의 답은 이렇다. 양 쪽 모두 이유야 대려면 끝이 없지요. 제가 해보니 좋더라구요. 실은 저도 가끔씩은 외식합니다. 더 이상 외식하지 않기 위해서요. 밥집 밥 먹어보면 집 밥 좋은 것을 알게 되니까요.

2011-05-22 강명구

흡연 폐해와 금연 운동

[경인일보=]한때 금연하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그만큼 담배 끊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동시에, 금연자를 독종으로 여겨 은연중에 흡연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을 의지박약의 대명사로 여기고 있다. 특히 흡연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러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흡연문제는 모든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현안이다. 우리나라도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삽입한 지 꽤 오래되었으며, 공공건물을 비롯해 버스정류장 등 많은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범위를 계속 확대해 가고 있다. 그 결과, 흡연율이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OECD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2010년 12월 조사한 결과 발표에 의하면, 만 19세 이상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39.6%로 1년 전 조사결과 43.1%보다 6.5%p 감소하였으나 그 수치는 여전히 OECD 평균의 약 2배나 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세 이하 청소년 흡연율이 20%를 넘어 중고생 5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우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흡연으로 인한 폐해를 살펴보면,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암, 심장마비, 뇌졸중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으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간접흡연에 의해 위해를 가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흡연이 유발하는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의료비 부담과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체 암 사망자의 30%, 폐암 사망자의 85%가 흡연에 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흡연 때문에 세계적으로 매년 500여 만 명이, 우리나라는 매년 5만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한다. 담배에는 청산가스와 비소 등 62종의 발암물질과 4천여종의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담배 한 개비가 생명을 약 10분 단축시키며, 하루에 한 갑씩 피우게 되면 1년에 13.9%의 수명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흡연은 WHO의 국제질병분류기호에서도 이미 질병으로 분류된 지 오래다. 세계적으로 흡연율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이 비교적 높으며 선진국은 인구 5명 중 1명이 흡연하는 정도로 낮아졌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성인 흡연율이 1966년 42.4%에서 2008년 20.6%로 크게 감소했고, 흡연율을 더 줄이기 위해 FDA가 2012년 10월부터 좀 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추진한다고 한다. 담뱃갑과 담배광고 등에 흡연의 해로움을 일깨우는 경고 문구와 함께 관에 안치된 시신, 간접흡연 때문에 우는 아기, 흡연으로 썩어 들어간 치아 등 끔찍한 경고 그림을 삽입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다.담배는 마약과 같이 중독성이 매우 강하여 좀처럼 끊기 어렵다. 많은 흡연자들의 새해 목표에는 금연이 늘 1순위이다. 그러나 금연 목표를 굳게 세우고 열심히 실천하다가도 얼마 못가 포기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자주 본다. 이처럼 흡연이 해로운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는 강한 중독성 이외에 개인의 성격과 주변 환경 등의 영향도 크다. 이것이 금연을 개인의 의지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이다. 이제는 금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물론 사회 각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2009년부터 금연운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적인 금연운동 확산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그동안 담뱃값 인상, 금연지역 확대, 지역보건소를 활용한 금연지원 활동 등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 성과는 낮은 편이다. 특히 정부가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을 담뱃세 때문이라고 백안시하는 국민들도 있다. 그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또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라도 이제 금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금연이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매너라는 사실을 잘 새겼으면 좋겠다.

2011-05-15 이기우

진실의 승리

[경인일보=]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직업이 있다. 신체 각 부위에 중요치 않은 기관이나 장기가 없듯이 모든 직업은 사회에서 나름의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직업에는 통념상 약간의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필자의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로 '아빠, 검사는 벌만 주는 나쁜 직업이고, 변호사는 좋은 직업이야?'라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지나가는 말로 대답한 기억이 난다. 이제 공직을 떠나 가끔 과거 처리했던 사건들을 회상해보곤 하는데 만약 딸이(지금은 대학졸업반이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다시 그런 질문을 한다면 '아니, 검사도 벌만 주려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억울한 일도 많이 풀어준단다'라고 대답하면서 필자의 기억에 떠오르는 이 사건을 도란도란 이야기해주고 싶다.1980년대 초 어느 날 평온하던 서울 강동구 하일동 C씨 마을에 소장이 날아들었다. 원고측은 과거 C씨 마을 일대를 소유하고 있던 서울부자 A씨의 상속인들이었고, 피고측은 1958년 A씨로부터 땅을 구입하여 집을 짓고 살아온 C씨 집성촌 사람들이었다. 원고측은 A씨가 1957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피고측이 1958년에 A씨와 작성했다는 매매계약서는 위조된 것이라고 하면서 마을에서 퇴거하라고 주장하였다. 수십 년간 평온하게 살아온 피고측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원고측은 A씨의 맏사위를 증언대에 세워 1957년에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는 증언을 얻어냈다. 피고측은 경찰에 맏사위를 위증으로 고소하였고 사건은 단순한 민사사건에서 형사사건으로 발전하였다.피고측은 A씨가 1959년에 사망한 것으로 기재된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했으나, 실제로 1957년 사망 후 2년이 지나 사망신고를 하였다는 원고측 주장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당시에는 출생신고도 2~3년 뒤늦게 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원고측 주장을 허위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의 원칙에 따라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된 위증사건은 필자에게 배당되었다. 기록을 검토한 결과,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집단으로 계약서를 위조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마을 사람들을 1차로 조사한 필자는 그들의 얼굴표정에서 너무나 억울해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수사를 하면 할수록 사건은 더욱더 미궁에 빠져들었다. 1950년대에는 별로 비싸지 않은 저렴한 땅이었지만 이제는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수십만 평의 땅을 찾으려는 원고측과 수십 년간의 생활터전을 하루 아침에 빼앗기고 거리에 나앉게 될 운명에 처한 피고측은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나날이 쌓여가는 사건서류 속에서 이 사건에만 매달릴 수 없는 필자의 입장도 그리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무슨 뾰족한 단서가 없을까 고민하던 어느 날 평소 답답할 때 찾던 하남시 고향 선산을 방문하였다. 그곳에 세워진 생몰연대가 기재된 비석을 보는 순간 서울부자였던 A씨도 그 묘소 앞에 비석과 같은 기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곧 맏사위를 소환하여 산소의 위치를 묻자 망우리 공동묘지에 모셨는데 비석을 세웠는지 확실한 기억이 없고 산소의 위치도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졌다. 설사 망우리에 함께 간다고 한들 원고측에서 계속 그 위치를 모른다고 고집한다면 수많은 산소 중에서 어떻게 A씨의 묘소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고민하던 중 그 당시 망우리 공동묘지를 관리하던 곳이 동대문구청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긴장 속에 그곳에 보관된 1957년부터 1959년까지의 관리부를 추적한 결과, A씨는 1959년도에 매장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마을사람들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제시된 문서 앞에 넋을 잃은 듯 잠시 허공을 쳐다보다가 두 손 모아 용서를 빌던 맏사위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원고측은 관련 민사소송을 모두 취하하면서 마을사람들과 합의하였다.어떤 사건이나 진실은 있는 것이고 그것을 밝혀내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그 때 가장 필요한 덕목중 하나가 '성의'를 다하는 자세일 것이다. 너무나 고마워하던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추억할 때마다 미약하게나마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했던 훈훈한 사건이었다. 오늘도 야근하면서 진실을 찾기 위해 쌓여있는 미제사건과 씨름하고 있을 많은 후배검사들이 생각나는 하루다.

2011-05-08 박영렬

고용문제 해법으로서의 '덴마크 모델'

[경인일보=]'고용대란'에 허덕이는 우리사회 지금 우리사회는 이른바 '취업대란'에 허덕이고 있다. 전체 실업률은 매년 높아만 가고 있으며, 현 정부에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뾰족한 정책수단도 없어 보인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이제 10%대에 근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일본(7.7%)과 독일(8.6%)보다 훨씬 높다. 심각한 문제다. 유럽의 '적극적노동시장정책'그런데 유럽 국가 일부에서는 저성장 기조하에서도 취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유럽의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적극적노동시장정책(ALMP:Active Labor Market Policy)' 때문으로 본다.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경제성장 그 자체가 고용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용에 관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이 필요한데, 낮은 경제성장률하에서도 취업률을 높이고 있는 북유럽의 사례를 보면, 고용정책과 '적극적노동시장정책' 간의 적절한 조합이야말로 일자리를 만드는 데 가장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U위원회가 발표한 '유럽의 고용'이라는 보고서는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EU의 취업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유럽고용전략에 의거한 고용정책에 의해 실업률이 낮아진 것과 국가가 주관하는 모든 취업대상자에 대한 생애학습, 기능훈련에 대한 투자, 개인 차원의 경력(career) 지도 등과 같은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이 사람들의 노동시장에의 복귀에 크게 기여한 것에서 찾고 있다.해법으로서의 '적극적노동시장정책'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EU 가맹국 중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 현상으로서 첫째, 실업기간이 짧게 나타나고 있는 점, 둘째, 기업의 구인이 신속하게 메워지고 있는 점, 셋째, 구직자들의 보다 구체적인 목표에 특화되어 있는 훈련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 넷째, 시장 상황에 맞는 급여가 지급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바로 이와 같은 '적극적노동시장정책'의 네 가지 결과적 양상에 의해, 결국 이들 국가에서는 파트타임 노동 및 기한부 고용계약 등과 같은 매우 유연한 고용형태 역시 늘어나고 있다. 즉 고용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이것이 '적극적노동시장정책'과 같은 사회정책에 의해 그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전성(Security)을 동시에 지향하는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전략이다. 우리 대기업들의 경우 고용보호 완화, 즉 고용의 유연성만 강조하면서 그 안정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우리사회를 '취업대란'으로 치닫게 하는 원인인 것이다. '덴마크 모델'의 교훈 '적극적노동시장정책'에 의거한 '유연안정성'전략을 가장 충실히 시행하고 있는 덴마크의 경우, 유럽 국가 중에서도 그 경제와 고용 사정이 매우 양호하다. 해서 EU에서는 이를 '덴마크모델'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총과 같은 친대기업적 기구가 덴마크 사례를 보면서 그 고용 유연성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나 덴마크의 고용 유연성은 '황금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1)유연한 노동시장, 2)실업자에 대한 실업보험제도, 3)실업자의 기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적 직업훈련을 시행하는 '적극적노동시장정책'과 같은 세 가지 요소의 밀접한 상호작용에 의해 확보되는 고용의 안정성의 기초 위에서만 발휘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덴마크 모델'이 우리사회에 고용문제와 관련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리식 고용 유연성 추구방식이 '일자리'라고 하는 현 시점 최대의 국가 과제와 극히 대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우리사회에 적합한 형태로 수정해야 하며, 또 그 모델의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 역시 일상화되어야겠지만 말이다.

2011-05-01 양준호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경인일보=]왜 그리 생각의 오지랖이 넓으냐는 아내의 지청구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별처럼 많은 사회현상에 예민한 더듬이를 들이대는 것은 굳이 신문 칼럼을 맡아서가 아니다. 인간과 사회를 공부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훈련받은 결과이기도 하거니와 그래도 명색이 교수라고 일종의 지적 의무감을 느낀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요즈음은 머릿속이 벅찰 정도로 의미심장한 획기적 사건들이 즐비하여 혼돈스럽기까지 하다. '이러다 무슨 큰 일이 일어나지' 하는 예후나 전조를 느낀다는 말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참사와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을 접하니 그런 느낌이 더하다.인간과 사회를 연구하는 이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가장 큰 모순의 하나는 영향력이 작은 일상적 일들은 예측과 대비가 가능한데 정작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사건들은 자주 일어나지 않아 예측과 대비가 어렵고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그나마 부분적 설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인류사를 바꾼 프랑스, 러시아, 중국혁명의 여파부터 시작하여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 2011년 일본의 원전사고가 바로 이런 예에 속한다. 물론 이런 어려움은 대지진이나 쓰나미의 예에서 보듯이 자연과학도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자연재해보다는 인간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재해의 위험성이 급증한다는 사실이다. 울리히 벡(Ulrich Beck)이라는 학자는 이를 위험사회의 도래라는 개념으로 집약하였다. 위험사회의 도래가 진정 걱정되는 소이는 알면서도 당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어떻게 이런 대재앙의 전조를 대략은 인지하면서도 대비하지 못하고 당할 수가 있단 말인가?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커다란 연유는 인간이 만든 기술이나 과학적 지식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인간을 달나라로 보내고 거대한 강을 막아 댐을 만들고 체세포 복제로 생명체의 창조주가 될 수 있고 거시경제 이론은 금융위기의 파국을 미리 막을 수 있고…. (그 발상이 매우 유치한 수준이기는 해도) 이런 맹신의 서열상 가장 끄트머리에는 환경을 감시하는 로봇 물고기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의 탐욕과 이를 이용하는 오도된 자기 확신이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경제 성장을 위해서 혹은 보다 편안한 삶을 위해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를 되뇌면서 자연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간다는 점이다. 당연히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경고음이 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항상 이 때쯤이면 위장된 구세주가 나타난다. 투자 대비 최소 비용의 경제법칙을 들이대면서, 또는 대안이 없다면서, 그리고 또한 위험의 확률을 몇 십 만분의 일로 표시하면서…. 마지막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정치적 반대자(우리나라에서 일부 한심한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를 흔히 좌파라고 딱지 붙인다)로 낙인찍으면서 자신은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할 소리는 하는 용기 있는 선의의 지도자로 확신한다. 인간 능력의 무궁한 발전을 무시할 수도 없고, 또한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인간의 편안한 삶과 이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 능력에 대한 과신은 의심 못지않게 무지한 것이며, 아무리 지도자들이 나름대로의 진정성으로 위험사회의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해도 제 홀로 바르고 제 홀로 옳은 것은 아집이요 독선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수 만 가지 정치 제도적 실험을 해보았는데 문명이 발달할수록 민주주의 쪽으로 기우는 연유가 무엇이겠는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시행착오를 겪고 배운 인류의 DNA에 진화적으로 각인되어가고 있는 학습효과의 결과일 것이다. 엔진의 성능이 좋아지면 질수록 브레이크의 성능도 높아져야 한다. 위험사회의 도래에 민주적 통제가 절실한 이유이다. 이런 의미에서 KAIST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아마도 가장 낮은 수준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에 대한 실험일게다. 4대강 죽이기나 원전사고에 비하면 말이다.

2011-04-24 강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