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신(神)이 본 인간의 놀라운 점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신(神)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래서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이다."위대함과 평범함의 차이는 '오늘'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평범한 사람은 미래에 관심을 갖지만, 위대한 사람은 오늘을 특별하고 최고의 날로 여깁니다. 그래서 날마다 기쁘고 축제와도 같은 삶을 살아갑니다.지금 이 순간 이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이 성공으로 이끕니다. 사회에 나와 첫 직업으로 방직공장 직원이 된 사내가 있었습니다. 사내는 그 분야의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증기기관차의 화부가 되어서도, 우편배달부가 되어서도 최고가 되려고 애썼습니다. 그렇게 성실한 사내의 모습을 주위 사람들은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힘이 되어 사내는 우리 모두가 아는 사람으로 성공했습니다. 바로 철강왕 카네기입니다.도쿄의 어느 호텔에 어린 소녀가 취직을 했습니다. 맡은 일은 화장실 청소입니다. 그 호텔은 화장실 청결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소녀는 자신의 직업이 불결한 화장실 청소라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토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선배가 나타났습니다. 웃으며 말합니다. "세이코양, 처음엔 힘들 거예요. 오늘은 내가 하는 걸 보고 배우세요."선배는 수세미로 변기를 깨끗이 닦았습니다. 다 닦은 후에 변기 안의 물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손으로 떠 마셨습니다. 소녀는 무척 놀랐습니다.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소녀는 이렇게 다짐합니다. '그래 평생 화장실 청소만 하고 살아야 한다면, 이 분야의 최고가 되자.' 훗날 일본의 우정상이 된 노다 세이코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이렇듯 '오늘'에 충실한 현재적 삶은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줍니다. 현재적 삶이 가능하려면 바로 '초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초심은 아름답고 순수합니다. 그러나 초심을 지켜나가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치열한 선거는 끝났고, 시민단체를 이끌어온 분이 서울시장이 되었습니다. 초심을 잃은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습니다. 이 결과를 두고 정당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으로 시끄럽습니다. 간혹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이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3의 정치세력화를 구축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정치세력화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음을 직시해야 합니다.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사회적 실천위원회'라는 시민단체를 조직해 유색인종의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전국연합회(NAACP)를 지원할 때입니다. NAACP 지부의 비서로 일하던 로자 파크스 부인이 퇴근길에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를 계기로 킹 목사는 '버스 타지 않기' 운동을 벌입니다. 당시 버스 승객의 70% 이상이 흑인들이었습니다. 이 운동으로 인해 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인종차별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이었지요. 많은 흑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습니다. 어느 날 다리를 절룩거리며 걷는 흑인 할머니를 보고 택시 기사가 태우려했습니다. 부인은 타지 않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나는 나 자신을 위해 걷는 게 아닙니다. 내 자식들과 내 손자들을 위해 걷는 겁니다. 내 두 발은 불편하지만 내 영혼은 이렇게 평온할 수가 없습니다."흑인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인종차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시민운동은 초심이라는 순수성이 존재할 때 신뢰를 얻고 그 결과 건전한 변혁의 길이 열립니다.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제 각자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치인은 정치에 입문할 때의 초심을 되찾아 권력욕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교수는 강단으로, 시민단체는 소외받는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가 그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각자가 이렇게 현재적 삶을 살아갈 때 행복은 우리에게 성큼 다가설 것입니다.

2011-10-30 최원영

대기업, 밀어주기영업 광고시장 황폐화 심각

국내 광고 산업은 삼성그룹의 제일기획, 현대기아차그룹의 이노션, LG그룹의 HS애드와 엘베스트,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SK그룹의 SKMC, 두산그룹의 오리콤, 한화그룹의 한컴, 보광그룹의 피닉스, 대상그룹의 상암, GS그룹의 실버블렛, CJ그룹의 재산커뮤니케이션 등 대기업 집단의 자사광고회사(In house agency)가 광고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 자사광고회사가 모기업, 계열사, 특수관계 회사, 납품 업체까지 영향력을 행사하여 무분별한 밀어주기 영업을 통해 광고시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또 다른 측면의 부작용은 자사광고회사의 강력한 자본력으로 일부 남아있는 광고주를 확보하기 위해 광고비 할인, 무료 제작, 다양한 무료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광고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해쳐 결국에는 중소 독립광고회사의 도산을 초래하고 있다고 광고업계는 판단하고 있다.이러한 결과로 우리나라 2010년 전체광고비 약 8조4천501억원 중 약 90% 이상을 대기업 자사광고회사에서 운영하고, 나머지 10%인 약 8천500억원 규모를 가지고 대기업 자사광고회사와 수백개의 독립광고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대기업 자사광고회사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광고회사 이노션의 경우 2005년 5월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하였는데, 지분구조를 보면 정몽구 회장이 20%,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40%, 맏딸 정성이 이사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노션은 2010년 2조6천985억원 매출실적으로 국내 2위의 광고회사로 성장하였으며, 주주 3인에게는 매년 수십억원의 주식배당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컴은 회장아들 삼형제가 대주주인 한화에스앤시가 68.87%, 회장 부인인 서영민씨가 31.13%를 소유하고 있으며, 매년 개인 주주에게 수십억원의 주식 배당을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대기업의 자사광고회사를 개인차원에서 설립한 광고회사를 보면 롯데(대홍기획), LG그룹(L-best), GS그룹(실버블렛), 보광그룹(휘닉스), 남양유업(서울광고), 대상그룹(상암), CJ그룹(재산), 한국화장품(대보), 오뚜기(애드리치) 등 상당수에 이른다.대기업의 자사광고회사 운영에 대한 광고학회 회원들의 의견을 분석한 결과 첫째, 대기업의 자사광고 형식의 운영이 광고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자사광고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로는 안정적 수익확보를 통한 재산증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분석되었다. 셋째, 광고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는 경쟁을 회피하고 광고계열사 물량 밀어주기로 인해 중소광고회사의 시장참여가 근본적으로 차단됨으로써 전문광고회사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과적으로 자사광고회사 형식은 정상적인 광고유통을 방해하며, 광고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여, 능력있는 독립광고회사의 성장을 방해하여 광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대기업은 문어발식 자사광고회사의 설립을 중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광고를 독립된 광고전문회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고회사의 독립성이 광고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성장을 돕고, 초일류 국가 브랜드를 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이러한 측면에서 정부 관련 부처는 편법 증여에 대한 세금 추진보다는 광고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광고회사를 전문산업으로 분리하여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사광고회사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통제하고, 수수료를 독립광고회사와 차등 지급하는 정책도 대안으로 제안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법으로는 광고 관련 법에 광고회사에 대한 정의를 광고주와 매체사로부터 독립된 회사로 규정하고 광고 산업을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2011-10-23 서범석

情의 사회와 부정행위

네덜란드에 트롬페나스(Trompenaars)라는 학자가 있다. 그는 국제경영을 가르치면서 다국적 기업의 관리자들을 초치해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마침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각 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조사해서 교육에 반영한다. 말하자면, 이런 것을 물어본다. "친한 친구가 차를 몰고 가다 사람을 치었는데 증인이 당신 밖에 없다. 당신이 과속 사실을 숨겨주면 친구는 가벼운 처벌만 받고 끝난다. 그런데 당신이 사실 대로 이야기한다면 친구는 큰 벌을 받게 된다. 이 때 당신은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는가? 친구니까 과속 사실을 숨겨주겠는가?" 아무리 친구라고 하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비율이 캐나다 사람들은 96%에 이르렀고 미국, 영국, 서독이 90%를 넘었다.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등은 60%대였고,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가 40%대를 기록했다. 한국은 얼마였을까? 26%로 뚝 떨어진다. 38개 조사대상 국가 중 38위. 트롬페나스는 93년 이 자료를 처음 발표하고 나중에 업데이트를 해 나갔지만 한국의 위상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위증을 해서는 안 되는 줄 알지만, 어떻게 친한 친구 일인데 사실 대로 이야기한단 말인가?"하는 것이 우리네 한국인의 정서가 아닌가 싶다. 트롬페나스의 조사는 결코 특별히 이상한 조사가 아닌 것 같다. 필자가 기업체 연수원에서, 공무원 대상 교육에서 수차례 확인하였지만 결과는 유사하였다.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한국은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인간관계에서도 정(情)이 중요한 '정(情)의 사회'다. 규칙과 약속도 중요하지만, 정을 위해서는 이 규칙과 약속을 과감히 왜곡하고, 적절히 변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규칙대로 하거나 원칙을 너무 강조하면 살아가기 힘들다. '고지식한 사람', '인정이 없는 사람'으로 통하기 쉽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법이나 원칙을 무시하고 사는 것이 물론 미덕은 아니다. 법과 원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적절히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생활의 노하우다.한국인의 이런 정적인 요소가 우리를 이렇게 성장시킨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뜻이 맞고 서로 통하기만 하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야근도 불사하고, 주말도 반납하며, 공기를 단축시키고, 해외 오지시장을 개척한다. 기술이 없어도 모방을 하고, 자원이 없어도 몸으로 때운다.모두가 못 살 때는 이러한 '정의 문화'가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어마어마한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칙보다는 인간관계를 앞세우고, 법보다는 정을 우위에 둘 수 있겠는가. 국제투명기구에서 매년 국가 부패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한국은 2010년 38위를 기록했으나, 줄곧 40위권이었다.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뇌물공여지수도 한국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오명을 언제까지 안고 가야하는가.권력도 지위도 없는 일반인에게 '정의 문화'는 따뜻한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사회지도층에 있다는 사람들이 정실에 따라 행동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연고에 의해 인사가 이루어지고, 정실에 의해 국가 자원이 배분되어서야 되겠는가.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몇몇 사람이 증시에서 이득을 보고, 회계조작으로 오너가 사익을 챙겨가고, 전관예우에 의해 사법부가 제대로 판결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실주의가 조직에 팽배하면 직장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는 어디에 줄을 대야 하느냐를 가지고 고민하게 된다. 대학생들은 이제 중간고사 기간이다. "친구니까 도와주지" "이번 한번이면 어떨까" 하는 사이 사회는 멍들고, 선진국은 멀어져 가는 것이다.

2011-10-16 조영호

직접 민주주의와 경제적 평등사회

최근 우리 사회의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가 벤처회사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보급한 사장 경력의 후보에게 여론 조사에서 밀리는 위기를 맞았었다. 그것은 실제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예측의 가상현상이었기에 잠깐 놀라는 수준으로 끝났다. 그러나 대변인을 지내고 정책위 의장을 하고 있는 쟁쟁한 야당의 국회의원이 보름 남짓 정치 구도에 뛰어든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패하는 현실이 나타났다.여야를 넘나들며 현행의 정당구도를 위협하고 무력화시키는 힘의 흐름이 분명히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나 대신 정치를 해 주는 정치인을 뽑고 나는 나의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보편적 선거권을 전제로 한 간접민주주의였지만,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구조가 시민사회의 바람을 담아내지 못하고, 표 계산만 하고 선거 공학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시민사회는 기성 정당과 멀어졌고, 그 사이 발달한 웹 기반의 의사소통 구조는 직접 민주주의 양상을 설계하였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구조이었던 정당보다 생각과 활동을 중심으로 언제든지 자유롭게 만남이 형성되는 '조직력 없는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일정한 틀을 가진 조직은 없으나, 어느 순간 계기가 주어지면 힘으로 작동하는 조직이 이루어지는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의 사례에서 가설적인 답을 구할 수 있다. 지금 바람몰이라고 하는 정치 신인은 그냥 바람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실 시민사회의 공간에서 무엇인가에 실천력을 보이고, 함께 일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힘이 순식간에 정치적 결집력을 보이는 것은 실시간 정치활동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권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고 사진 찍는 행사 중심의 조직보다는 실천력을 가진 활동가가 '공감대'라는 호소력을 바탕으로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직접민주주의적 양상이 경제적 평등주의를 확산시키는 연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Wall Street)의 증권거래소 앞에서 1%가 99%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연일 시위를 하고 있고, 그 힘이 궁극적으로 워싱턴을 향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기업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는 금융의 매개시장이 아니라, 투기판을 키우는 카지노 자본주의를 확산시키고 소수의 횡재하는 부자를 만들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다수를 파멸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2만달러 시대를 접어들기까지는 중산층들이 조금 더 가짐으로써 상층부로 진입하려는 노력을 했으나, 이제는 수직 상승의 과정에 발생하는 경쟁과 갈등보다는 조금 더 나누어 갖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사회의 구조로는 성장의 한계점 앞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고도성장을 했지만 그것이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경계점에서 새로운 인식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기존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는 것이 진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사회는 진보라는 화두에 감싸여 있다. 자본가의 상징처럼 여겨 온 부의 아이콘 워렌 버핏이 '부자가 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고, 자신의 능력만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자신에게 준 지식 자산과 부의 기회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어를 빼고 들어보면 공안 당국이 깜짝 놀랄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자본주의 양식을 반성하는 현 시대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의 경제 양식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의 양상과 평등사회에 대한 갈구를 정치와 정책에 반영하여야 할 시기이다. 누가 이 흐름을 먼저 감지하고 구체화시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맥락의 전환기가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 될 것이고, 출발점이 10·26의 시장선거가 될 것이다.

2011-10-09 이원희

이기심과 편견도 나의 일부다

범죄자들조차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악명 높은 갱단 두목이었던 알 카포네는 "나는 내 생애의 전부를 사회를 위해 바쳤다. 그런데 내가 얻은 것은 차가운 시선과 비난, 그리고 범죄자라는 낙인뿐이다"라고 항변했습니다. 죄인들이 스스로를 선한 목자로 여긴다면, 우리처럼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요?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소설작가인 코난 도일은 평소 장난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가깝게 지내던 유명 인사들에게 익명으로 전보를 칩니다."당신의 불륜이 드러났으니 일주일만 피해 있으시오." 며칠 후 도일은 친구들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집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내들이 그에게 남편들의 근황을 물었다고 합니다.조선의 최고 학자인 퇴계 선생이 한적한 시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살던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던 중에 꽃가마 행렬을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는 순간, 꽃가마에서 미모의 여인이 마침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습니다. 민망해서 퇴계 선생은 고개를 돌리고, 여인도 창문을 닫았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퇴계 선생은 이렇게 자신을 질책했습니다. "아! 평생을 수양했는데도, 이 욕망이 나를 죽이는구나."인간의 욕망이란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솟구칩니다. 바로 이기심 때문입니다. 이기심은 자연스럽게 편견이라는 시선으로 상대방과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경기를 보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버지는 사망했고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술을 위해 외과의사가 들어와 환자의 차트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이 환자를 수술하지 못하겠어. 얘는 내 아들이야."어찌된 일일까요? '혹시 아버지가 두 명은 아닐까?' 그러나 그 외과의사는 환자의 어머니였습니다. 마음속에 '외과의사는 남자'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편견은 이처럼 사물이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하버드 대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수학시험을 보기 전에 교수가 말합니다."3번 문제는 아직 푼 사람이 없다." 그런데 한 학생만이 풀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 학생은 지각을 해서 교수가 말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천재들인 선배들이 그 동안 풀지 못한 문제라면 '나도 풀 수가 없다'는 편견이 만든 결과였습니다.이기심의 발로가 고약한 것은 자신을 우월한 사람이라고 믿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곧 상대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그래서 '나만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도취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바로 탐욕과 교만이 마음속을 채우게 되는 것이지요.서울시장직을 놓고 다양한 사람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기심을 깔고 편견을 숨긴 채 '내가 되어야 한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후보자들은 '누가 옳으냐?'로 다투기 쉽습니다. 우월감은 '나만이 옳다'는 고집으로 이어져 상대의 과거 흠집을 내는 데 주력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기심도 나의 일부이고,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관대한 시각을 갖고, '무엇이 옳은가?'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무게 중심이 '나'로부터 '시민'으로 옮겨가는 것이지요. 이때 선거는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됩니다.이기심도 나의 일부입니다. 편견도 나의 일부입니다. 퇴계 선생의 부끄러운 자기 인식이 오히려 퇴계다운 면모를 지키게 했듯이, 그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혜와 여유는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으로부터 생깁니다. 이때부터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2011-10-02 최원영

아이돌그룹, 기계화된 종합연예기능인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JYP의 '지오디'는 일산의 지하 단칸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동물적인 장기 집단 훈련을 통해, 지난 1999년 1월 '어머님께'란 곡으로 데뷔하여 신화를 만들었다. 이러한 집단 훈련시스템은 SM, YG 등이 전문적인 마케팅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경우 소속사 가수들에게 어린 나이 때부터 기본적인 보컬교육 이외에 어학, 춤, 연기, 오락, 개인기, 발성법, 교양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퍼쥬니어의 최시원, 소녀시대의 서현은 중국 어학캠프를 다녀왔으며, 다른 멤버들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장기적인 교육을 받았다. 아이돌 그룹 가수들의 훈련기간을 보면 조권이 7년, 미스에이의 민은 8년 등 평균 3~5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보컬트레이닝을 받았다. 또한 이들의 연간 훈련비가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2011년 6월 10일에 열린 'SM타운월드투어인파리' 공연은 국내 엔터테인먼트회사의 글로벌시스템을 재확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소녀시대의 '훗'은 덴마크 작곡가, '소원을 말해봐'는 노르웨이 작곡가, 안무는 미국사람 등 다국적 아웃소싱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가 유럽의 주류 음악시장에 어느 정도 접근했고, 또한 수익모델을 개발했는가에 대한 것은 미지수이다.K-POP 열풍을 분석해 보면 첫째는 음악적 기교와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획일적이고 기계화된 춤의 정교화라고 할 수 있다. 셋째는 중독성이 강한 반복적 언어의 유희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K-POP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전문가들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여성 걸 그룹의 노래와 춤의 경우,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2NE1, F(X), 포미닛, 브라운 아이드걸스, 에프터스쿨, 티아라, 시스타, 미스에이 등 누가 불러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돌 그룹은 공장에서 기계화된 제품공정에서 빠져나온 공산품과 매우 흡사하며, 최근에는 인기에 편승하여 준비된 유사제품을 창고대방출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문행 교수는 'SM엔터테인먼트의 성공학'에서 여성 걸 그룹의 경우 이미지콘셉트를 우선 선정하고 그에 적합한 구성원을 캐스팅한 후 장기적으로 체계화된 교육을 받고 진출하게 된다. 소녀시대의 경우 이미지를 담당하는 윤아, 음악성을 책임지는 보컬 태연,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서현 등으로 시스템화 시킨다. 그후 노래와 더불어 드라마, 쇼프로그램 MC, CF모델 등으로 확장하여 종합적인 연예인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러한 훈련을 받은 여성 걸그룹의 경우 가수라기 보다는 종합 연예기능인으로 판단된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K-POP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험하지 못했던 동양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신비, 정형화, 통제화된 기계병정 쇼집단에 대한 호기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걸그룹의 경우 주의를 끌기위해 '엉덩이춤', '루팡 춤', '제기차기 춤', '시건방진 춤' 등 춤 동작에 포인트를 주고, 자극적인 반복적 언어를 사용하여 노래를 유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가수의 본질로 돌아가서 오랫동안 기억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찾아주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인내가 있으면 꿈에 다가갈 수 있지만, 꿈을 잡지는 못한다. 지속 가능한 꿈을 잡는 것은 창의적인 자유로운 영혼이다. 현재의 아이돌 가수는 육체만 있고 영혼은 기획사에 담보로 저당 잡혀있는 연예 기능인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류 아이돌 그룹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90년대 반짝 유행한 일본 쓰레기 문화(Japan-Trash)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퍼포먼스 중심의 쇼걸적 관심끌기를 통한 글로벌 음악시장의 주변통로를 기웃거리기 보다는 진정 영혼을 노래하는 가수로서 글로벌 시장의 중앙통로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11-09-25 서범석

기부확산에 찬물 붓는 '세금폭탄'

26세의 나이로 대학을 들어간 황필상씨. 그는 7살 아래인 새까만 후배들과 공부를 했다. 특유의 끈기로 프랑스 유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IST의 교수까지 되었다. 그런데 그는 5억원이 필요해 동료 창업자를 보면서 용기를 얻어 수원에 생활정보신문사 (주)수원교차로를 창업, 기업경영에 투신한다. 그때가 1991년. 그는 과학영재를 기르는 일은 후배들이 더 잘 할 것 같아 교수직을 물려주고 전업사업가로 변신한다. 회사는 알차게 성장했다.2002년 황 박사는 돌연 수원교차로 주식 전부를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게 된다. 지인들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놀랐다. 그만큼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두뇌와 가슴을 가진 사람이었다. 주식 100% 기증 의사를 전해들은 아주대학교는 "웬 돈벼락이냐"고 좋아하면서도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당시 평가액으로 200억원 정도 되는 재산이기는 하지만, 이는 현금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회사 주식이 아닌가. 회사를 운영하여 과실금을 남겨야 아주대 것이 되는데 아주대에는 창업자 황필상씨만큼 회사경영을 잘 해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일종의 묘수가 등장한다. 100%가 아니라 90%만 기부받고, 10%는 황필상씨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전면에서 아니면 후면에서라도 회사경영을 계속해 달라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리고는 황필상씨를 설득하여 90%의 수원교차로 주식을 기증받을 장학재단을 설립한다. 얼마나 절묘한 방안인가. 국세청에서 140억원의 세금추징액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2008년 9월 1일 수원세무서장으로부터 세금납부고지서가 날아온다. 증여세 100억원과 가산금 40억원 도합 140억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그 유명한 5% 룰이 이때 등장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8조에 의하면, 출연자가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에 기부할 경우 회사 주식의 5%이상이 되는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린다는 것이다. 황필상씨는 5%가 아니라 90%를 기부했으니 엄청난 '세금폭탄'을 맞을 수밖에.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5% 룰은 외국에는 없는 규정이고, 한국의 재벌들이 공익재단을 이용하여 편법으로 증여를 하거나 기업을 간접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다. 하기야 재벌기업의 5%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으니 5% 주식이라면 5조원이 넘는다. 5%는 그럴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황 박사와 장학재단은 청와대, 감사원,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탄원을 하다가 급기야 법원을 찾았다. 2010년 7월 15일 수원지방법원의 1심 재판에서는 다행히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2011년 8월 19일 서울 고등법원 2심 판결에서는 세무서장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 사이 세금은 체불되어 200억원이 넘었다. 국세청이 받아갈 200억원은 대부분 교차로 주식값이다. 수원교차로의 주식을 팔아야 이 돈을 회수해 갈 수 있다. 누가 200억원을 주고 수원교차로의 주식을 살 것인가. 아니면, 국세청이 경영을 해서 이익을 챙겨가야 할 판이다. 그 때의 수원교차로가 오늘의 수원교차로일 수 있겠는가?최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이 5천억원의 재산을 공익법인 해비치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부로 정 회장은 한국에서 개인기부 1위가 된다. 그런데 그 5천억원은 현대모비스 주식 7%를 말하는 것이다. 기부의사 발표는 했지만, 여기에도 5% 룰에 걸려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기부왕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부도 대부분 주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5% 룰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황필상씨의 장학재단은 구원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이제는 아주대생만을 지원하지 않고, 매년 전국의 대학생 200여명에게 4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세금폭탄' 문제는 순수한 뜻으로 기부를 하고도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황필상 개인의 문제나 구원장학재단의 운명만 달린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는 기부문화 활성화에 찬물을 붓는 재앙이다. 아니 그 보다 한국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감을 국민들에게 주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2011-09-18 조영호

사회적 위기와 포퓰리즘

"새 정권에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선진국 중에서 최저수준의 성장률, 파업과 인플레이션의 폭풍, 이윤과는 인연이 없는 국영기업, 재정적자, 민심의 황폐라고 하는 '빚의 유산' 뿐이었다." 1978년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집권하던 시기를 설명하는 내용이나, 지금의 우리 현실과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지금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이후에 새로운 사회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대처 수상은 현실을 직시하고 강공법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으나, 지금 우리는 우회모드가 지배하고 있고 이를 직시하려는 지도력이 보이지 않는다. 포퓰리즘을 비판하면서도 포퓰리즘을 두려워하고 있고, 그 힘에 의존하려고 한다.대중의 인기를 지향하는 포퓰리즘은 각국의 정치 사회 구조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인1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선거의 사회에서는 항상 돌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1890년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고, 소수 지배계급을 대변하는 정당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등장했다.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이라는 명분으로 포퓰리즘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파시즘과 만나면서 포퓰리즘은 과격한 정치적 전략으로 전환되고 소수자가 권력을 잡기 위한 이미지 정치로 전개되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포퓰리즘이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수단으로 남미에서 재등장하였다. 남미에서 군사 혁명 세력은 빵과 고기를 주는 대신 독재를 실시하는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확산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과다한 복지 정책에 의한 국민의 무기력증을 유발한 남미병의 원인이 되었다.최근에 포퓰리즘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의회를 통하지 않고, 합리적인 절차 대신에 이미지나 인기에 호소하며, 이성보다는 감성에 편승하여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 전략을 지칭한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을 통해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과 경제적 포퓰리즘으로 구분한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의회 정치를 무시하고 길거리 정치를 통해 의회를 압박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불특정 다수에 의한 부담을 통해 특정 집단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의미한다. 혜택을 보는 집단은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고, 부담이 되는 계층은 무관심한 틈새를 파고 드는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적 포퓰리즘을 해결하겠다던 서울시장은 의회와의 대립 구도를 해결하지 못하자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고, 이는 포퓰리즘의 또 다른 방식이었다. 결국 (경제적) 포퓰리즘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막아보려고 하다 실패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발전의 후유증으로 사회의 갈등 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법치주의나 대의민주주의가 발전되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의 문제가 국회를 통해 해결되지 못하고 길거리 정치에 의존하려고 한다. 민주정치에서 의회(parliament)는 합리적 토론을 의미하는 것에서 출발했으나, 우리의 국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시키고 있다. 포퓰리즘의 구호는 복잡한 정책 문제를 사고의 생략과 정치 쟁점의 단순화를 통해 투쟁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확산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포퓰리즘은 소외된 다수의 이익을 지지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당성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보다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갈등을 초래하여 집단화를 도모하는 정치 세력에 문제가 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잠복하여 있는 실업 및 경제 위기, 비정규직 확산 그리고 양극화 심화로 발생한 '분노의 계층'을 해결하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출산과 노령화로 발생한 '위기의 계층'을 보담아 내는 정책 수단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큰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의 총선과 대선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제시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정략가가 아니라 통 큰 정치인을 기대하고 있다.

2011-09-04 이원희

마지노선의 법칙과 리더의 역할

1차 세계대전은 참호를 파거나 요새에 숨어 전쟁을 하는 참호전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의 위협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육군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제안을 프랑스 정부가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은 프랑스와 독일 국경 사이의 기존 요새를 보강하는 거대한 시멘트 방벽을 쌓자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750㎞나 되는 대역사로, 공사만 10년이나 걸렸습니다. 여기에 중·장거리 대포까지 설치했습니다.이후 프랑스 사람들은 외부의 어떤 공격에도 안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했습니다. 드디어 히틀러가 등장했고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들을 소집하는 등의 여유를 부렸습니다. 마지노선을 믿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프랑스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독일은 벨기에를 가로질러 프랑스를 공격했습니다. 모든 방어 전략이 마지노선을 중심으로 수립되었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만들어졌습니다.'수도가 견고하면 나라가 위태롭다'.모든 위기는 안주하는 순간 찾아듭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8명의 직원뿐인 벤처기업 안드로이드사가 삼성전자(2004년)와 LG전자(2007년)를 찾아와 사업제휴를 제안했지만 면전에서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당시 삼성과 LG는 애니콜 신화와 초콜릿폰 신화로 기세를 올리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안드로이드사의 앤디 루빈은 지금 구글의 부사장이 되었고,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삼성과 LG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리더들의 큰 실수는 이렇듯 집단을 위기로 내몰게 합니다.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만 때문입니다. 성공신화는 자긍심도 주지만 아울러 또 다른 성공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멸종 위기의 동물로 알려진 퓨마는 겨우 10여 마리만 생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마리가 페루국립동물원에 있습니다. 정부는 이 귀한 퓨마를 위해 초목이 우거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그곳을 뛰어다니는 동물들은 모두 퓨마의 먹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녀석이 좀처럼 사냥감을 덮치지 않고, 그저 관리인이 갖다 주는 고깃덩어리를 먹고 동굴에 틀어박혀 잠만 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걱정이 된 사람들은 다른 나라로부터 정기적으로 암놈을 빌려다가 퓨마의 고독을 달래주고자 했습니다. 이것 역시 효과가 없었습니다. 녀석은 암놈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햇볕이나 쬐다가 그저 굴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퓨마의 경쟁자가 존재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어느 관람객의 조언을 들은 공원관리자는 표범 3마리를 풀어놓았습니다. 효과가 즉시 나타났습니다. 표범이 나타난 뒤 퓨마는 더 이상 낮잠 자는 일도 없고, 굴 안에 처박혀 있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때로 산위로 올라가 목을 쭉 빼고 포효하며, 수시로 주변을 순찰하고, 사납게 으르렁대며 표범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파라과이에서 온 암놈이 새끼를 낳는 경사도 벌어졌습니다.경쟁상대가 없다면 진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적과의 경쟁은 활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변화는 고통도 주지만 동시에 기회도 줍니다. 변화는 이제까지 이뤄온 자신의 성공신화를 버릴 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제 비로소 삼성과 LG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성공신화를 버리고 변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일 때입니다. 적의 존재를 위기 극복의 기회로 만들고, 나아가 새로운 성공의 동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리더의 출현을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도종환의 '단풍 드는 날')

2011-08-28 최원영

중국에 대한 세가지 오해

최근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한국과 중국이 공동 주최한 국제광고세미나가 열렸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나온 교수들은 몇몇이 모여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소득수준이 떨어지므로 광고수준 또한 형편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중국을 여행한 일부 교수들은 관광지가 지저분하고 더럽고, 제품은 수준이하라서 항상 실망했다고 했다. 한국의 일부 대학교수들이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중국의 지식층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오래 전부터 궁금해 왔다. 그러던 중 몇 해 전 베이징대학에 방문교수로 있을 때 한국을 잘 아는 중국교수와 저녁을 먹고 진하게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오해는 말라는 당부와 더불어, 한국사람에 대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전 세계에서 중국을 무시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IMF 위기 상황 전의 몇 년 동안 풍요속에서 어렵게 사는 중국사람을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의 한국사람이 중국을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중국사람이 한국사람을 좋아할 것이라는 오해이다. 중국사람은 한국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을 무력 침략한 일본에 대한 반감이 많아서 일본사람들에게 택시 승차거부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한국사람을 싫어하고, 일부 지식층은 차별대우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은 한국을 응원하지 않고 상대국을 응원하였다. 그 이유는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서 취득한 수익의 일부를 국제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둘째, 중국 제품은 싸고, 불량품이고 수준이하라는 생각이다. 한국은 중국제품 중에 가장 저렴하고 수준 낮은 제품만을 수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와 수입상이 만든 허상이라고 했다. 중국에는 세계적인 제품들이 많고 또한 품질 높은 다양한 제품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속설이 된 중국제는 불량품이라는 등식은 한국 언론들이 만든 저질 담론이라고 했다.셋째,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문화혁명을 통해 처절한 자기반성을 한 후 새로운 개혁, 개방정치를 통해 자본주의적 비즈니스를 하는 나라이다. 중국은 좋은 자동차 번호의 경우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버스나 기차의 경우 에어컨 유무, 의자의 형태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있다. 과일이나 채소도 개별단위로 무게를 측정해서 판매하고 있으며, 고속화도로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인접시의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하며, 텔레비전 광고도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이 사회복지, 평등 등을 부르짖으면서, 부자에 대한 막연한 불신 등으로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해, 실제적으로는 중국은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한국은 자본주의적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국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며, 저렴하게 발마사지를 받고 있지만 조만간에 한국에서 중국관광객에게 발마사지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그의 예견은 현재 적중했다. 소비시대로 접어든 중국의 소비자는 우리나라 백화점의 고급 명품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세계적인 경영자, 정치인, 문화인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인구 16억명의 중국이 이제 물질적인 양적 성장에서 문화적인 질의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 한대수가 런던, 파리의 시대에서 이제 상하이의 시대가 왔다고 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시대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풍 떨다 주저앉은 못난 사람으로 중국인에게 인식되지 않도록 지금보다 철저하게 중국을 연구하고 분석하여 국제사회의 변화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광고학술대회는 베이징대학에 있는 레이크사이드호텔에서 화려하게 열렸다. 베이징대학의 규모, 시설, 호텔에 놀라며, 또한 글로벌화된 연구능력에 가슴 졸이면서 세미나를 마쳤다.

2011-08-21 서범석

사회가 불안하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국세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2010년 발생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볼때 상위 20%의 소득(평균 9천만원)이 하위 20%의 소득(평균 199만원)보다 45배 많다. 11년 전인 1999년에는 상·하위 20% 격차가 19배, 2005년에는 38배였던 것에 비해 점점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의 불평등을 말해주는 지니계수를 보면, 2000년 0.286이던 것이 점점 높아져 2008년에는 0.325를 기록했다. 통계청에서 이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사상 최고치라고 한다.소득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기본속성이고 사회발전의 필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저생계비를 못 벌고 있는 사람이 20.9%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연해진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빈곤층 비율이 OECD평균 10.6%를 크게 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빈곤층의 40% 정도는 노는 사람이 아니라, '등골이 빠지게'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 소위 워킹푸어(Working Poor)인 것이다. 이쯤 되면 빈부 격차라는 말 자체가 너무 호사스럽지 않은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시장중심 자본주의(신경제)가 우리나라에는 1998년 IMF경제위기를 겪고 난 후 상륙하였다. 그때 유행어 중 하나가 '글로벌 스탠다드'였고 구조조정과 성과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기업을 사고 팔고, 정리해고를 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한다는 것 말이다. 그러면서, 고용불안이 일반화되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양산되었다. 신경제가 10여년 주류가 된 사이 우리 사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게 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간극이 더 벌어지게 되었으며, 서울과 지방의 격차 또한 더욱 멀어지고 말았다.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소득의 격차가 아니라 사회계층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사회계층을 이동하는 사다리는 점점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결국 사회불안과 사회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불만 계층이 확대되고,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불신이 커지면서 무리한 주장이 많아졌으며 나아가서는 비행과 폭력, 자살 등이 늘어나고 있다. 관계를 중시하고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어 서로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상대적' 빈곤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그 상대성에다 절대성까지 겹쳤으니 말이다.신경제의 논리로는 이러한 사회불안을 치유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존의 자본주의를 수정하여 공동체 의식을 살린 새로운 자본주의,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자본주의 4.0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적인 대각성과 사회적인 뉴 프레임(New Frame)이 필요하지 않을까.우선 기업은 일자리 창출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알아주는 시스템에서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서 세금을 많이 내면 될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가 그 세금 모아 뭘 하겠는가. 결국 일자리 창출에 써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일자리 창출이 기업이 하는 것만 하겠는가. "기업은 세금 적게 내도 좋으니 일자리나 많이 만들어다오"하면서 고용수준이 높은 기업에 세금을 과감히 공제해 주어야 한다.둘째는 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연연하고 있는 대기업의 노동조합도 과감히 기득권을 포기하고 임금 피크제 등을 도입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지금과 같이 인건비가 높고 노조의 파워가 높은데 어느 기업이 정규직 인원을 늘리려 하겠는가.셋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사회지도층, 잘 사는 사람들이 도덕성을 갖추고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뉴스만 보면 튀어 나오는 사회지도층의 비리, 청문회 마다 단골로 나타나는 '위장전입' '다운계약' '병역비리'를 보고 저소득층이 자신의 처지가 '정당한' 결과라고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단 말인가.또 다시 미국발 경제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신경제논리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고, 사회불안 역시 가중될 것이다. 공동체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011-08-14 조영호

뉴욕시 성과 관리의 교훈

지난 7월 말에 미국 뉴욕시의 성과 관리 체계를 보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첫눈에 깨끗해진 뉴욕시를 보면서 무엇인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과거 뉴욕시라고 하면 어지러운 낙서, 거리의 쓰레기,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할렘가가 연상되었다. 그리고 한때 그것이 자유로움의 상징처럼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로움이 증가되었지만, 동시에 질서도 증가되는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뉴욕시 성과 관리담당관실에 근무하는 트리엔스(Jeffrey Tryens) 부국장 설명에 따르면 철저히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성과 관리 체계로 인해 뉴욕시가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단일의 성과 지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뉴욕시는 다양한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성과포털을 총 12개를 가지고 있다. 필요에 의해 사이트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하여 현재와 같이 많은 수가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시민성과보고(Citywide Performance Reporting)시스템은 성과와 관련된 500여개의 성과지표에 대해 정보를 매달 업데이트하여 제공하고 있다. 신호등 체계와 같이 초록, 노랑, 빨강의 색깔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의 가장 일상적인 일들과 관련한 자료들이 일관성 있게 다년에 걸쳐 보고되고 있으며, 정보를 비교적 찾기 쉽도록 공개하고 있다.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거리청결도 점수표(scorecard)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점수표는 거리와 보도의 청결도에 대한 지표로서 훈련된 평가원들에 의해 거리와 도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사진을 통한 거리청결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수를 기준으로 깨끗한 곳과 더러운 곳의 청소주기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대체적으로 깨끗한 거리의 경우 1주일에 한 번만 청소하는 반면, 더러운 곳은 그보다 자주 청소를 하도록 함으로써, 평가결과에 따라 융통성 있게 청소주기를 적용한다. 뉴욕시 311콜센터도 특징적이다. 2002년 1월, 블룸버그 시장이 모든 목적을 위한 하나의 전화번호를 통해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서비스추진과제를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도 콜센터를 운용하고 있어 처음에는 별다른 감동을 받지 않았으나, 이러한 주민의 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다. 180여개의 언어로 서비스가 가능하며 웹사이트, 트위터, 스마트폰의 앱, 전화 등 다각적인 접근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뉴욕시는 민원전화에 대한 지역과 타입 등에 대한 지도를 제공하여 각 지역마다 민원 콜의 양이 얼마인지, 어떤 민원이 많은지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루 시간대별 불법주차, 소음, 거리조명, 교통정보, 도로상태, 분실, 대중교통 안내 등에 관한 민원전화에 대한 타입과 양에 대한 지도를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민원사항을 종합 분석하여 민원이 잦은 분야의 경우 이를 지표화하여 해당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변화된 뉴욕은 이러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성과 관리 체계를 통해 가능하였던 것이다.우리의 경우도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연말이면 평가를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문서는 근사하게 산출하고 있으나, 내용은 부실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 성과를 개인별 인센티브에 연계시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왜곡된 성과 측정이 발생한다. 달성하기 쉬운 성과지표를 관리하거나 성과 측정치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단계를 넘어서 성과 결과를 개인의 인센티브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빨리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정책 수단으로 성과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뉴욕시가 성과 관리 목표를 주민에 대한 공공책무성(Public Accountability)에 두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향후 성과 관리를 통해 주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개방성을 중시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성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1-08-07 이원희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노나라에 한 선비가 살았습니다. 폭풍우가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밤입니다. 젊은 여인이 홀로 사는 이웃집 지붕이 부서졌습니다. 여인이 선비를 찾아와 딱한 사정을 얘기하고는 아침까지만 재워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러나 선비는 거절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요."이렇게 폭우가 쏟아지는데 이만한 청도 들어주지 못하십니까?""젊은 남녀가 한밤중에 어떻게 한 방에서 함께 자겠소?""무슨 말씀입니까? 옛날 유하혜는 모진 추위에 몸이 언 여인을 안고서 자기 체온으로 녹여 소생케 했다는 말씀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랬어도 사람들은 칭찬을 했으면 했지, 어느 누구도 그를 호색한 사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이 이야기를 들은 공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그 선비는 유하혜의 정신을 터득했다. 유하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했지만, 그 선비는 도저히 자신이 없는 지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으니, 모두가 자기를 알고 행한 행동이었다."누구나 자신의 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결정됩니다. 문제는 '내'가 선택한 것을 '남'에게 강요할 때 분열이 생기고 증오심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사람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링컨 대통령이 말합니다. "한 번은 내가 형과 함께 농장에서 일할 때였지. 나는 말을 몰고 형은 쟁기를 잡고 말이야. 그 말은 아주 게으른 놈이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그날은 열심히 내달리는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녀석의 잔등에 커다란 말파리 한 마리가 붙어 있더군. 말파리를 떼어냈더니 형이 왜 떼어내냐고 말하더군. 말이 아파할까봐 그랬다고 하자, 형은 이렇게 말했지. 그 말파리 덕에 이 게으른 놈의 동작이 빨라진 것이라고 말이야. 만약 지금 윌리엄의 잔등에 '대통령 병'이란 말파리가 딱 달라붙어 그로 하여금 열심히 뛰게 한다면 내가 왜 말파리를 떼어내겠는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링컨의 행위도 말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지만, 형의 행위 역시 경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형을 통해 훌륭한 리더로서의 깨달음을 얻은 링컨은 미국 역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1840년 아일랜드에 감자돌림병이 돌았습니다. 이때의 기근으로 약 200만 명이 굶어죽거나 외국으로 탈출하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감자의 한 가지 품종만을 전국적으로 재배한 것이 기근의 원인이었습니다. 크기가 커서 수익성이 좋은 품종만을 재배했고, 그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작물이란 '나'의 필요를 식물에게 강요한 것입니다. 필요할 때 물과 양분을 주니까 작물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환경변화와 병균에 매우 취약한 식물로 변하고 맙니다. 붕어빵 같은 획일적인 사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잃게 합니다. 다양함이 때로는 시끄럽고 무질서한 듯이 보이지만 놀랍게도 그 속에 위기 극복의 힘과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나'의 신념은 나 자신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할 때 분열과 갈등이 생깁니다. 감자돌림병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성은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요즘 홍수피해의 책임 소재나 무상급식 사안을 두고 여야의 비난 성명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마치 '누가 옳으냐?'를 두고 싸우는 듯 보입니다. 이런 다툼은 상대를 없애야 할 '적'으로 여기게 하여 끊임없는 정쟁만 일삼게 합니다. 여야는 왼팔과 오른팔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각기 다른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두 팔 모두를 함께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위기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름'에 대해 귀를 열고 자신의 역할을 찾을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2011-07-31 최원영

인천지역 산업정책의 과제

지역의 산업정책은 객관적인 통계 및 이에 기반한 분석에 입각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하면 인천지역내 산업별 생산유발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 즉 어떤 산업부문에서 1단위의 최종수요가 발생했을 경우 지역내 산업 전체에 유발되는 생산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인천의 산업유발계수를 보면 제조업, 농림어업, 광업, 서비스업 순으로 나타난다. 제조업 중에서는 수송장비, 일반기계 등 조립가공업종의 생산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천지역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생산유발효과가 큰 제조업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유도해낼 수 있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또 제조업 중에서는 석유 및 석탄제품, 음식료품, 목재 및 종이제품 부문이 생산유발효과가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인천의 산업정책은 이와 같은 생산유발효과가 낮은 제조업 부문이 생산유발효과가 큰 부문으로 시프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하면 지역산업부문 중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인천의 경우, 도소매, 인쇄 출판 및 복제, 음식점 및 숙박, 교육 및 보건 등과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서 양 계수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고용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위와 같은 서비스업 부문에 대한 육성 및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 석유 및 석탄, 전력 가스 및 수도, 제1차금속제품 등의 2차 제조업 부문들의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산업정책적 관점과 고용정책적 관점을 조합해서 고찰하면, 위의 산업 부문들의 경우,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집중 특화시켜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고용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2차산업에 속하는 제조업 및 건설부문은 인천내 산업구조에서 고용창출 효과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적 특징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에 따라 생산 주체가 노동에서 기계로 대체됨에 따라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을 통해 기업의 본사 부문에 해당하는 연구, 인적관리, 사업 총괄 등의 기능이 인천지역 제조업 부문에는 충실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추측 가능하다.결국 인천지역의 경우, 산업정책의 중점을 지역내 생산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산업부문의 고부가가치화에 두되,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취업 및 고용 유발효과 모두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서비스업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고용효과뿐만 아니라 지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필수 과제이다.나아가 취업유발효과도 높고 부가가치율도 높은 산업은 인천지역의 산업고도화 및 고용창출을 견인하는 산업 부문이기 때문에, 인천의 산업정책은 바로 이와 같은 산업부문을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취업유발효과와 부가가치가 모두 높은 산업으로서는 도소매, 사회 및 기타서비스 부문, 교육 및 보건부문과 같은 서비스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용창출형 고부가가치산업의 지원 및 활성화 정책이야말로 인천지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취업유발효과는 높으나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으로서는, 음식점 및 숙박, 인쇄 출판 및 복제산업 등을 들 수 있다. 고용정책적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산업부문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나, 인천지역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고려하면 이에 대한 적절한 구조조정 및 규제는 필요하다.

2011-07-24 양준호

제사 물려받기

어머님의 열여덟 번째 기일을 맞아 장맛비를 뚫고 올해도 예외 없이 집안 식구들이 모였다. 젊은 시절 시험도 자주 낙방하고 자존심 강하고 거기에 고집도 세어서 '엄마'와 자주 부딪혔던 나는 결코 사랑스럽고 훌륭한 효자 아들이 아니었다. 그나마 데모하다 감옥가지 않은 것, 외국서 학위하고 와서 제 밥벌이 하는 직장을 가진 것은 그리도 원하시던 교회 나가기와 담배 끊기 거부에 대한 최소한의 벌충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죄스러운 마음에 어머님의 기일은 제사 중에서도 가장 큰 제사이고 항상 마음이 쓰이는 제사이다.홍동백서(紅東白西) 격식 맞추어 상을 차리고 '유세차'(維歲次)로 시작하여 '상향'(尙饗)으로 끝을 맺던 유년시절의 낭랑한 축문소리는 오래전 어머님이 교회에 나가시고 한참 후 아버님까지 가세하시면서 구약성서 시편 몇 절과 찬송가 몇 장 그리고 주기도문으로 대체되었다.이런 유의 제사 진행은 10대 종손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주류 개신교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견해를 지닌 나름 굳건한 '비'(非) 기독교인인 내게 고백컨대 오랜 기간 동안 커다란 곤혹이었다. 돈과 사랑, 양자택일로 고민하던 심순애처럼 나는 자존감과 (자식 된)도리간의 갈등으로 큰 마음의 고생을 하였다. 그래도 오랜 세월 이리저리 부딪히다보니 부자지간에 기대치의 조율이 이루어져 알고도 모른 체 모르고도 아는 체 염화시중의 미소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아무런 탈 없이 제사를 모셔왔던 것이다. 내가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구절을 '봉독'하는 형식에 대한 양보를 하자 아버님은 더 이상 교회를 강요하지 않으시는 내용상의 자유를 아들에게 허하시는 암중모색의 현실적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이른바 '건설적 모호성'은 난제(難題) 해결을 위한 오래된 협상기술의 요체다. 그런데 바로 오늘 제사 후에 아버님의 한 마디는 굳건하다고 믿었던 부자지간의 건설적 모호성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애비야, 내가 이제 나이도 들고 눈도 어두우니 네가 종중 일과 제사를 맡아서 주관하여라." 아버님을 모시고 일 년에 열 번 이상의 제사를 모시자면 비기독교도인 나는 찬송가와 성경책을 강의준비하듯 섭렵해야 하는 것이다. 아! 그 암담함이란!내가 직접 기독교식으로 제사를 주관하는 것과 수동적으로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체성의 측면에 있어 그야말로 천지차이지만 오십대 후반의 아들은 차마 '유세차' 방식으로의 회귀를 입 밖에 내지 못하였다. 차례 뒤 저녁상을 물린 후 일가권속들을 배웅하고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아무래도 아는 목사님 만나 일 년 치 주일예배 목록을 좀 받아야할 것 같소. 이 중에서 열 댓 개만 추려 데이터 파일을 만들어 놓으면 제사별 맞춤 예배 주관이 가능할 것이오. 종교적 신념에 관한 민감한 부분은 아버님께 부탁드리고 나는 나머지만 몸으로 때우겠소. 직업이 떠드는 것이니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오." 아내가 답한다. "열 댓 번 제사상 차리는 것보다는 낫지요."내가 이리 하여도 아버님은 아실 것이다. 애비가 신자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이래서 우리 부자는 제사 물려받기를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건설적 모호성과 부자유친(父子有親)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록 부모님이 섬기는 신을 내가 왜 섬겨야 하는지 한국 내 대다수 교회들의 행태를 보면 도무지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머님이 생전에 그리도 좋아하시던 찬송가 404장 3절 첫 구절은 아직도 나를 눈물짓게 한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삼아도 한없는 누구의 사랑 다 기록할 수 없겠네…." 어머님! 불초소자 삼가 재배 드립니다.추신: 쓰다 보니 개인사로 국한 되었지만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혹은 각 진영 내의 분파간 갈등해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성숙한 관용이 잔잔하게 스며드는 민주적 공동체를 기원하며 마지막 기고를 맺는다. 꾸뻑.

2011-07-17 강명구

입학사정관제의 올바른 이해와 정착

입학사정관제가 대학 입시의 새로운 전형으로 도입된 지 5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계 최대의 화두이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시행 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보면 입학사정관제가 모든 입시의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올 대학입시에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일반대학은 수시 기준 119개 대학으로, 모집인원은 3만8천83명이다. 이는 전체 모집인원의 10% 정도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전문대학도 2009년도 5개 대학에서 출발하여 2010년도에는 13개 대학에서 1천303명을 모집했고, 올해에는 20개 대학에서 1천505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이 전형에 참여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이는 우리 교육의 큰 과제였던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의 부담으로부터 학부모들을 자유롭게 할 목적에서 시행하였다. 따라서 기존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정량평가)을 개편해 학생의 잠재력과 대학의 설립이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선발(정성평가)한다.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각종 서류 등과 같이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대학의 선발과 고등학교 교육간의 연계가 미흡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도 제공하였다. 또한 대학이 '선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도록 견인하였다. 대학이 선발에만 치우치지 않고 선발한 학생에 대한 연구와 추후관리 등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이 외에도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에는 학벌이나 학력보다 인성과 창의성, 실무 경력을 중시하는 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측면도 크다.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인 셈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만이 인재가 아니라, 리더십과 대인관계능력, 도전의지와 봉사정신 등이 뛰어난 학생들도 21세기 사회가 원하는 인재라는 것이다. 특히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 배경에 의해 성적이 좌우되었던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여러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그러나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를 보다 내실있게 실현하기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달 교과부와 대교협은 '2011년 입학사정관 지원사업'에서 60개 대학을 선정하여 총 325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선도대학으로 선정한 30개 대학 중, 지난 해 입학사정관제 공통운영 지침을 위반해 국고 지원금을 환수한 4대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 시행 초기 입학사정관제를 상위권 대학 혹은 수도권 대학들만의 전유물로 인식하던 일부의 우려는 많이 탈색되었지만, 여전히 입학사정관제가 특별전형에서 이름만 바꾼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라는 비판도 비등하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 학생의 절반 이상은 일반전형으로 뽑아도 선발되었을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새로운 제도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로 보이지만, 대학의 책무성 확보 차원에서도 보다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인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이다. 입학사정관제 운영지침을 체계화하고, 윤리강령과 이의신청 시스템 등을 가동하여 일선 고교와 학생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21.5% 정도에 머물러 있는 입학사정관들의 정규직 비율도 높여 안정적으로 전형준비와 평가에 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입학사정관제 안착의 관건이다. 더불어 일반대학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재정지원 속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고 있는 반면, 전문대학 입학사정관제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대학이 전체 입학정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대학이 보다 체계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도 적정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도 다양한 다원화 시대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분명 다원화된 시대의 흐름을 적절히 반영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취지를 살려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각 대학들은 보다 책임있게 혁신을 실천하고, 정부에서는 전폭적 지원과 철저한 관리라는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2011-07-10 이기우

달인과 겸양의 미덕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을 필두로 시작된 열풍이 '나가수'로 꽃을 피우더니 이제는 각 분야와 장르에서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연일 방송을 타고 있다. 세련되고 지나치게 훈련된 연예인들이 아닌 평범하지만 재능 있는 인재의 발굴이라는 취지의 시작은 훈훈했으나 요즈음은 지나친 경쟁으로 시청의 즐거움보다는 긴장의 피로도가 방송을 통해 전달됨을 느낀다.현대인은 지치고 피곤하다. 일상의 육체적 분주함이 주된 원인이겠으나 지나친 경쟁, 비교의식, 상대적 빈곤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흥미 있게 보고 있다(특정 방송사의 선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프로는 평범한 서민들이 소박한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열정과 노력, 그리고 강한 의지와 지혜로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기분야에서 최고경지에 이른 감동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붕어빵 만들기의 달인, 자동차 세차 기술의 달인, 유리공예의 달인, 노래방의 달인 등 그 동안 소개된 달인들의 놀라운 실력과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지고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물론 때로는 같은 분야의 달인들이 작은 시합을 하며 재미를 더하는 경우도 있으나 항상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과의 싸움-좌절 실망 나태 등-에서 얻은 열매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싸우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이 그저 묵묵히 주어진 '오늘'만을 성실히 살았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꼭 상대방을 이겨야 주어지는 승리는 아닌 것이다. 항상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들의 꾸밈없는 만족한 웃음은 보는 이의 얼굴도 미소 짓게 한다. 그래서 이 프로를 보고나면 왠지 흐뭇하고 상대적 좌절감보다는 나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슬며시 싹튼다. 우직하고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한 길을 걸어온 그야말로 바보스러운 '달인'들의 삶이다.일본에도 전문바보를 뜻하는 '센몬빠가'라는 용어가 있다. 한 분야에서 바보스럽게 몰입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인데 결국 이 '센몬빠가'의 정신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 장인문화의 기반이자 기초과학분야에서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원천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세계적인 IT업체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하라고 말했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고, 바보처럼 모험하라고 역설하여 우직하고 바보스럽게 한 분야에 몰입하는 것이 곧 최고가 되는 길임을 강조하였다(차동엽 바보 존).'생활의 달인' 주인공들은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 '센몬빠가' 정신을 한 발 앞서 실천한 이 시대의 영웅이요, 오늘날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대한민국의 저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생활의 달인'이 시청자에게 안겨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진정한 겸손과 겸양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인간미와 잔잔하지만 진한 감동이다.제작자들이 취재를 시작할 때 한결같이 '제가 무슨 달인이라고…'하며 수줍어하는 모습으로 촬영에 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사기(史記)의 노담열전(老聃列傳)에 나오는 '양고심장약허(良賈深藏若虛), 군자성덕 용모약우(君子盛德 容貌若愚)'라는 대목을 떠올려 본다.공자가 예(禮)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자 노자를 찾았을 때 노자는 공자에게 "지혜로운 상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물건은 깊숙이 감추어 두고 남에게 보이지 않고, 군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하며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오. 그대도 예(禮)를 빙자한 그 교만함과 겉치레를 버리시오"라고 일갈하였다. 공자는 돌아가 노자와의 만남을 묻는 제자들에게 "하늘을 잘 나는 새는 화살에 맞기 쉽고, 헤엄을 잘 치는 물고기는 낚시에 걸리기 쉬우며, 잘 달리는 짐승은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용은 알 수조차 없느니라. 노자는 용처럼 정체를 알 수 없고 학덕은 심원하고 넓어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설파하였다고 한다.실로 용처럼 변화무쌍하고 가늠할 수 없는 노자의 용모와 학덕에 절로 숙연해 지거니와 이를 간파하고 큰 깨달음을 얻어 제자들에게 겸양의 덕목을 강조한 공자의 높은 안목 또한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공을 뛰어넘는 큰 가르침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문해 본다.나는 과연 내 분야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나. 혹여 교만함과 과욕으로 남을 서운하게 했던 적은 없었던가. 요즘처럼 자칭 전문가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 본다.

2011-07-03 박영렬

IFEZ의 금융중심지 구상, 가능한가?

[경인일보=]인천시가 물 건너간 '금융중심지' 프로젝트에 아직까지 집착하고 있다. 2009년 정부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대해 인천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개발계획, 즉 부동산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자산운용업과 벤처캐피털, 그리고 수도권 금융기관 백 오피스 조성을 골자로 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정부는 이미 서울과 부산을 적격지로 지정한 바 있다.탈락의 쓰라린 아픔(?)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2012년에 정부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재신청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또 위의 세 모델을 중심으로 한 금융비즈니스 구상은 향후에도 인천시의 유력한 안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인천시가 지향하고 있는 금융중심지 구상은 각종 금융기관을 특정 공간에 집적시키고자 하는 이른바 '금융특구'조성 사업과 다름없다.'금융특구'는 세제 우대조치 등을 통해 특정공간에 금융기관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그곳의 기업에 대한 대출을 원활하게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천시가 구상하고 있는 금융 비즈니스 활성화 플랜은 청라지구를 이러한 금융산업 특화 구역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본 오키나와의 '금융특구' 사례와 동일하다.오키나와 나고시(名護市)의 경우, 자산운용업, 벤처캐피털, 중소기업 및 지역금융에 특화한 각종 금융기관의 밀도 높은 형태의 집적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를 위해 법인세제 및 각종 지방세 우대 조치 등과 같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이 금융특구는 지역의 산업 및 고용 파급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데, 특구가 조성된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 특구사업으로 인해 새롭게 창출된 고용은 나고시 전체 고용자 수의 0.5%에 불과하다.또 이곳에 집적되어 있는 금융 비즈니스는 원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대대적인 금융 규제완화를 적용받을 수 없었다. 특구를 관할하고 있는 나고시는 보다 많은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사업회사의 자가보험을 위한 자회사 설치 및 외국 증권 등을 취급하는 PASDAQ 시장의 창설 등 금융 관련 규제 완화를 제안하였으나, 금융산업의 속성상 투자자 보호가 매우 중요하므로 정부는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이와 같은 일본의 사례로부터, 인천 역시 위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제 및 규제 완화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특구의 기업 유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있는 비즈니스 창출이 과연 그곳에서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이다. 즉 세제 우대 및 규제 완화 조치는 비즈니스 창출을 측방에서 지원하는 서브 형태이어야 한다. 오키나와의 경우,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서포트하는 규제완화 부분이 전면에서 지나치게 강조되어, 그 부분의 완화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또 기업 유치 역시 전개되지 않는 일종의 악순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따라서 인천시는 먼저 보다 매력적인 금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제 경쟁의 관점 및 경제자유구역 그 자체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또 세제 우대 및 규제 완화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지금 인천의 현 상황에 정합적인 금융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로부터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었고, 근래에는 건설투자 등에 의해 산업발전이 견인되어 온 인천이지만, 산업 규모에 비해 중소기업, 영세기업, 영세 자영업자, 저신용등급자 등과 같은 금융소외자 및 지역 특화 비즈니스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밀착형 금융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어 이들의 역외 유출이 현저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경제 전반의 활성화 및 지역 금융산업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지역은행의 재설립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사회적기업, NGO,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금융' 기관을 활성화시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금융 패턴을 통해 금융서비스 전반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최근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정무역 및 남북경협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전담 대출을 시행하는 금융서비스 역시 매력적일 수 있다.수요가 많은 금융부문에서 이익이 난다. 금융 비즈니스는 인천 고유의 특성과 지금의 금융 수요 현황을 고려할 때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다. 세제 우대 조치는 이익이 발생한 후 비로소 그 혜택이 생기는 것 아닌가.

2011-06-26 양준호

등잔 밑이 어두운 대학등록금 논쟁

[경인일보=]물론 선거가 머지않았기 때문이겠지만, 한 번 세게 데어서 그런지 촛불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대학 등록금 너무 비싸다고 학생들이 거리로 촛불 들고 나서니 정치권이 야단이다. 민주당은 학생과 시민단체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기 바쁘고, 여권은 당정청(黨政靑) 실무주역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선거 악재와 MB 레임덕을 막을까 묘수 찾기에 바쁘다. 언론에는 온갖 분석과 해설 기사가 넘치고 넘친다. 일본에서 원전사고 나니 온 국민이 원자력 과학자 되고, IMF 구제금융 받으니 온 국민이 구제 금융전문가 되었듯이 이번 사건으로 온 국민들 대학 교육 전문가 될 정도이다.지내온 세월의 두께가 꼭 현명함의 두께라는 보장은 없지만 군대 3년을 빼면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20대 이후의 모든 세월을 보낸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백화제방(百花齊放)식 논의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인구에 회자되는 온갖 논쟁을 바라보자면 다들 틀린 말 없지만 잘못하다가는 또 옛적 대형 사건들처럼 국민들 교육만 시키고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 못 믿겠다, 내 살길 내가 찾아야 한다는 불신에 근거한 이기적인 사회적 교육효과 말이다.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내 보기에 정작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하고, 생각으로는 멋지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워서 실제로는 공허한 모든 것들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나 무엇하고 있다'는 선전효과를 위해 무지하게 열심히 하는 척하며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학이 스스로 내부개혁을 통해 자정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는 일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내부 견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사립학교법의 기본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내부 견제만 제대로 되어도 무능하면서 동시에 탐욕스러운 사립대학 재단의 교묘한 횡포를 막을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혈세 지출 또한 최소화하게 되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물론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강화가 곧바로 등록금 인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한 아주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제대로 견제만 받으면 많은 부패 무능 재단들이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허리 휘게 벌어 내는 학생 등록금으로 학생과 교수 위에 군림하면서 골프장 회원권이나 사는 재단은 당연히 퇴출되어 마땅하지 않은가?이런 나의 제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교과부는 지원은 하되 쓸 데 없는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합의한 사안을 중립적 위치에서 판단하는 역할에 그쳐야한다는 것이다. 재단과 교과부가 음성적으로 공모하면 깨기 힘든 철옹성이다. 교과부 퇴직자들이 대거 대학의 고위직으로 몰리는 전관예우는 금감원-저축은행 간의 부패구조를 재생산하는 것과 진배없다. 둘째로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의 내부 자정 능력이 요구된다. 한심한 집단들에 자율을 주면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기 쉽다. 이른바 '분파의 해악'으로 나타나는 한심한 대학 사회의 모습들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이 강화되면 교과부나 언론이 결코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니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장도 담그기 전에 구더기 걱정부터 해서 되겠는가? 게임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규칙을 지키려는 힘이 강해지는 법이다.개혁이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소나기처럼 오지 말고 봄비처럼 스며야한다. 소리만 요란하게 등록금 논쟁이 대학 개혁이라는 방향으로 물꼬를 트자 재단들은 벌써 사립대 재단을 실질적으로 소유하였다고 알려진 박근혜의 대망론에 목을 매고 있단다. 정말 이건 아니다.

2011-06-19 강명구

대학생 등록금부담 완화정책 꼭 필요

[경인일보=]여당인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값 등록금' 추진 발표로 이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논란도 뜨겁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의 아이디어를 맨 처음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도 이미 같은 구상을 내놓았었기 때문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등록금 납부시기만 되면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아온 나로서는 대학생 등록금부담 완화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합리적으로 배분하여 효과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예산의 낭비와 부작용을 걱정하는 국민들을 설득시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대학등록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하루빨리 등록금부담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이를 걱정하는 주장들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정책이 부실한 인력을 계속 양산하고 부실한 대학의 생존을 연명시키는 도구가 된다면 결국 그 폐해는 국민과 국가에 부메랑으로 해가 되어 돌아가게 될 것이다.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바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재정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높고 대학마다 재정 형편의 편차가 크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능력 역시 차이가 크다. 또한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서열화된 대학으로의 입학이 좌우될 수 있고 등록금 지원여부도 결정된다. 결국 돈이 없어 자기 자식을 남들처럼 제대로 교육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공부하며 등록금을 어렵게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간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저출산과 대학교육의 질 문제 해소를 위해 이제 정부와 국민이 함께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문제를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야 한다.이를 위해 전문대학을 직접 경영하고 있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전문대학을 대표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먼저 정부가 어렵게 마련한 재원은 꼭 지원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 학생에게 지원되어야 한다. 모든 대학 또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나누어주기식 혜택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원도 못 채우는 대학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운영이 부실하거나 방만한 대학에도 무분별하게 지원되고 학업의지가 부족하거나 수학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야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부의 지원은 학업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단비가 되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그리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지방대와 전문대의 재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대학의 학생들이 지금보다 등록금 부담에서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직업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게 되어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고용시장이 양질의 기술인력 충원으로 활성화되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정책의 성공화와 안정성 및 지속성 유지를 위해 장학금제도의 개선, 부실대학에 대한 지원 제한, 기부금제도의 보완, 등록금 책정의 투명성과 적정성 유도, 고등교육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 배분 및 자율성 제고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대학생 등록금 완화정책에 대해 생각 또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다. 정부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모두의 의견을 다 담으려 한다면 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추진하더라도 기형적인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잘못하면 선거를 위해 공짜심리를 악용한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 정책이 실패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제 공은 정치권에서 정부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론이 중요한 이유이다.

2011-06-12 이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