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음주문화

[경인일보=]박목월 시인이 '나그네'에서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고 노래 불렀듯이, 술은 멋과 풍류의 상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술 인심은 참 좋은 편이다. 옛날 선비들은 술을 서로 권하면서 풍류를 즐겼고, 서민들은 농터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힘을 북돋았다. 지금도 우리의 희로애락 일상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며, 술에 관한한 대체로 관대한 편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정한 정도를 지나치게 되면 건강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잔을 서로 권하는 것을 주도(酒道)처럼 여기는 우리의 독특한 음주문화와 술이 갖고 있는 중독성으로 인해 술 소비량과 그로 인한 폐해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은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세청이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10년 전에 비해 맥주, 탁주, 와인, 위스키 등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소주와 청주만 약간 감소했다고 한다. 한때 자가용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음주운전을 피하고 건강도 생각해서 술을 절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지금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다보니 삶이 더 팍팍해져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또 저가 대리운전 업체가 늘어난 것도 술 소비량을 증가시키는 한 요인으로 본다.술을 마시면 대부분의 경우 평상심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즐거운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배가되고, 괴로운 사람에게는 잠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들로 혼자 또는 여럿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술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과음을 하게 되거나 타의에 의해 억지로 마시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술을 잘 먹어야 호방해 보이고 인간관계가 좋아지며 비즈니스도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술자리 자체가 고역일 것이다. 요즘은 폭탄주와 원샷을 비롯한 희한한 형식의 음주방법도 많아져 더욱 그렇다.특히 대학생의 음주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매년 대학가에는 봄철이 되면 술로 인한 각종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모임, MT 또는 OT, 체육대회 등 적지 않은 행사들이 3월에서 5월 사이에 몰려 있고, 서로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도 술자리를 자주 갖다 보니 대학생의 술 소비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신의 주량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신입생에게 사발식이라는 통과의례를 만들어 음주를 강요하며 과음과 폭음을 조장하여 목숨을 잃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반복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 생활에서 잘못 배운 음주 행태와 습관은 이후 사회생활로도 연결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대학의 음주문화 개선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현안인 것이다.매년 되풀이 되는 대학생의 음주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그리고 본인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월 16일 보건복지부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음주폐해 예방활동 권고안' 실천 등 '알코올 클린 캠퍼스' 만들기를 위한 공동노력을 실천해 가기로 하였다. 대학생활에서 습관적인 음주를 절제하여 건전한 음주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 사회에서 음주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음주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본다.술은 담배와 달리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또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애용할 수밖에 없는 기호식품이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서면 술도 담배와 같이 우리에게 많은 폐해를 안겨준다. 그러므로 술이 우리의 건강과 사회생활에 윤활유같은 약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음주습관과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와 후손들이 보다 건강하게 생활하는 길이며 미래사회도 더욱 환하게 밝히는 길이다.

2011-04-17 경인일보

'시민금융'의 시대

[경인일보=]지역사회의 금융소외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및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을 '공간'과 '대상'으로 하는 단체의 자금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무척 어렵다. 이는 지역성을 갖는 주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충분한 대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금융소외'가 현저한 우리 지역금융시장의 현실을 의미한다. 이렇듯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배제된 지역 주체들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에 인재, 기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다. 지역의 고용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자금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시민금융'의 등장이러한 우리 지역사회의 양상과 맥을 같이 하는 일본에서는 최근 이와 같은 지역 금융소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이 대지진 이전부터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중 '시민금융'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이다. '시민금융'이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환경, 복지, 교육, 경제, 개발 등과 같은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및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이러한 단체의 관계자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소규모 비영리 은행을 의미한다. 이러한 목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각자 출자한 돈으로 소규모 대출을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일반 사적 금융기관과는 달리 '시민금융'은 경기 변동과는 무관한 안정적인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불황 국면에서 그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사회사업에 대해 무담보 저리 대출을 시행하여 그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불황으로 인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영리회사의 투자의 경기변동성을 상쇄시키고 있다. 해서 지역사회 전체의 거시경제 안정성이 확보되어 실업과 기업도산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시민금융'을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 무려 10개나 되며, 주로 사회적 문제와 관련한 실천을 선호하는 지식인들의 주도에 의해 설립되어 퇴직 은행원과 같은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이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에 대한 긍정적 작용 이와 같은 '시민금융'의 움직임으로 인해, 일반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도 지역사회의 문제와 관련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의 신협과 유사한 일본 각지의 노동금고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지금껏 수익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만 대출을 한정하는 등, 지역사회의 금융소외를 초래한 일 원인으로 작용해왔으나, '시민금융'의 영향을 받아 금융의 공공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여 최근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킨키 노동금고는 교토노동자복지협의회의 예금 1천만엔을 보증금으로 하여, 교토의 사회적기업 및 NGO를 대상으로 최대 5천만엔을 사업 착수자금으로 융자하고 있으며, 융자 대상 기관의 공익성 심사는 중간지원조직인 교토 NGO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과 NGO, 그리고 노동자단체가 컨소시엄을 맺어 커뮤니티 금융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인 사례이다. 일본 교토가 아시아 사회적기업의 메카로 불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금융의 공공성'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이와 같이 일본에서는 각지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금융가들에 의해 커뮤니티 금융시스템이 창안되고 있다. 이들로부터 시민섹터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뜨거운 가슴과 '금융' 그 자체가 갖는 근본적 역할을 추려내는 차가운 머리를 느낄 수 있다. 사회적 사업은 금융의 공공성과 결합되어 추진될 때 그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어 이는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사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시민금융'이 뿌리내려야만 한다. 우리 정부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경직적 자금 지원, 일반 금융기관의 수익성원리주의, 심각한 금융 양극화 현상을 고려하면 더 더욱 그러해야 한다. 시민사회는 이제 '차가운 머리'를 발휘해야 할 때다.

2011-04-03 양준호

일본 대재앙과 생각들

[경인일보=]나는 일본 언어에 대체로 무지하고, 가깝게 견해를 나누는 일본인 친구도 별로 없고, 일본의 사상가로부터 정신적 세례를 받아본 적도 없고, 일본은 평생 고작 네댓 차례 방문이 전부인 한국의 대학교수다. 매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의 일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느낌은 한 일 년 반 동안 타본 꽤 오래된 일본 중고자동차의 성능과 내구성이 참으로 믿을만하다는 평가로부터 유래한다. 한국의 대학교수도 대체로 지식인 그룹에 속할 수 있다는 넉넉한 기준치가 적용된다면, 나의 일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은 아마 한국 지식인 그룹의 중위권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스스로에게 매긴 후한 점수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나아가 인종적으로 멀면 멀었지 결코 가까울 수 없는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나의 관심과 어느 정도 지식에 비하면 일본에 대한 이런 대체적 무관심과 무지는 참으로 놀랄만하고 동시에 창피한 것이다. 그러나 대체적 무관심과 어느 정도의 무지가 항상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번 일본의 대참사와 같이 평소에 잘 일어나지는 않지만 한 번 일어나기만 하면 한 사회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격변 상황에서는 기존의 지식이 오히려 문제의 정확한 해석과 해결 방안 찾기에 방해가 되는 수가 많다.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성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로 시장 만능주의 외골수 경제학자들을 비판적으로 칭하는데 사용되는 이른바 '훈련받은 무능력'(trained incapacity) 이라든가 혹은 '합리적인 바보'(rational fool)는 지역 전문가도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일본 대재앙 관련 한국 언론의 보도 중 편견의 진수는 '일본 열도 침몰론'이었다. 주로 섣부른 국수주의적 견해를 반영한 이런 방향 설정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아도 다분히 선정적이다. 아주 나쁘게 해석하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은근히 실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하고 아주 좋게 해석해도 동정적 편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일본 포기하지마!'라는 헤드라인을 대문짝만하게 달았다는 어느 영국 신문과 너무 대조적이다. 이런 부류의 보도 주체들이 평소에는 다분히 친일본적인 역사 해석과 보도 경향성을 은근히 또는 대놓고 견지해 왔다는 점에 있어서 자못 이채롭다.'일본 열도 침몰론'에 대비되는 해석의 전형은 '동아시아 공동체론'으로 총칭할 수 있는 또다른 여론의 희망적 흐름이다. 핵심은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대참사 극복을 적극적으로 돕다보면 이런 협력이 단초가 되어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 있어 화해 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이다. 그 결과 과거 역사의 아픈 상처를 딛고 유럽연합을 넘어서는 세계에서 최고로 활력이 넘치는 지역공동체가 가능하다는 야무지고 당찬 기대까지 숨기지 않는다. 이와 같은 숭고한 낙관적 기대는 안중근의 동양 평화론으로부터 발원하여 한-일 양국의 진보적 시민사회에 점차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독도 관련 일본 역사 교과서 대응 방안이나 일본 산업에 종속적인 한국 산업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아직은 아득함을 지우기 힘들다.일본을 잘 모르는 내가 그나마 제 나름 그럴듯하다고 판단하는 두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가수 김장훈의 판단이 나보다 낫다는 사실이다. 독도를 생각하면 마음은 굴뚝같지만 쉽게 성금모금에 동참하기 힘들다는 가수 김장훈과 단순한 생각에 덜커덩 10만원 성금을 낸 나와 둘 중 누가 더 현명한가? 명색이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호들갑을 떨며 생방송한 일본돕기 모금 음악회를 보니 그런 의문이 더 들었다. 두 번째는 일본의 관료제는 참으로 문제라는 것이다. 매뉴얼이 문제가 아니라 답답함과 보신, 감추기가 문제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문제를 다루는 일본 관료제를 보면 왜 관료사회의 민주적 통제가 필수적인지 절감하게 된다. 아울러 우리는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를 자문해보니 모골이 송연하다.

2011-03-27 강명구

달라진 입학식과 졸업식

[경인일보=]새봄을 맞아 새내기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캠퍼스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인천재능대학교 신입생들의 입학식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참석하여 축사를 통해 "이제는 학력이 아닌 실력이 필요하다"며 "여러분은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이라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교육부 수장인 장관이 전문대학의 입학식에 참석한 경우는 정부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학에서 2월과 3월은 매우 바쁜 계절이다. 특히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어 더욱 그렇다. 그동안 대학들은 2월에는 졸업식을 하고 3월 개강과 더불어 입학식을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 대학들의 입학식과 졸업식 풍경이 세태의 변화에 따라 많이 달라지고 있다. 판에 빅힌 의례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이색적인 행사로 진행하며 시기와 장소도 바꾸고 있다. 농구장이나 격납고 또는 대형체육관 등 예상을 깨는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의 축하공연은 물론 총장이 청바지를 입고 젊은이들과 함께 댄스 공연을 하는 등 파격적인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저명인사의 특강, 책 선물 등 차분하면서도 뜻 깊은 입학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대학의 입학식과 졸업식의 행태를 살펴보면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앞다투어 개발하거나 동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양상은 더욱 더 다양하고 경쟁적으로 전개될 것 같다. 이는 대학이 시대적 흐름에 보조를 같이 하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주변환경이나 현실 등을 생각할 때 한 대학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동안 입학식보다 더 성대하고 화려했던 졸업식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 그 열기가 계속 식어가고 있다. 과거처럼 온 가족들이 졸업식에 참석해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축하해 주던 모습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아예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거나, 식장에는 가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 학위증만 챙겨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유명대학의 졸업식도 눈에 띄게 썰렁해지고 있다고 하니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실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졸업식이 학창시절의 고생이나 낭만이 즐거운 추억으로 마무리되고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받는 자리가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매년 연례행사로 치러 온 입학식과 졸업식을 보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인천재능대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 만큼은 모두가 참여하는 의미있는 행사로 구성하여 신입생이나 졸업생 모두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인천재능대학교의 2011학년도 신입생 입학식과 2010학년도 졸업식은 색달랐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충실하게 하여 우리대학을 믿고 입학한 신입생들이 알차고 경쟁력이 있는 직업교육과정을 체계적이고 성실하게 수행하여 졸업식에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취업을 통해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대학생활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자신감과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교수로서 학생을 직접 지도해 본 경험이 풍부한 이주호 장관은 축사에서 현대와 같은 능력중심사회에서는 전문능력과 인성이 조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떠한 시련과 고난에도 긍정의 변화를 믿고 실천하라고 당부하였다. 이 격려가 신입생들에게는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계기는 물론 평생의 지침이 될 것이다. 또한 신입생들이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스스로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재학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미래의 꿈' 리스트와 대학생활을 뜻깊게 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명선언문'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였다. 지난 졸업식에는 졸업생들에게 우리대학 사진영상미디어과 학생들이 정성들여 만든 앨범을 무료로 나누어주며 새로운 사회생활의 출발을 축하해 주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형식이 아닌 의미있는 행사를 통해 가치와 보람을 함께 할 수 있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될 수 있도록 대학발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2011-03-20 이기우

한국인의 저력

[경인일보=]가끔 이른 새벽 지방에 일이 있어 고속도로를 들어서다보면 동이 트기 전인데도 고속도로는 이미 많은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또 전국을 다니다 보면 지방도 국도 고속국도 할 것 없이 매끈하게 정비된 도로가 사통팔달로 뻗어있다. 최근 착공한 모습을 본 듯한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완성된 건물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이제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지난해 동남아의 어느 나라를 간 적이 있다. 도로공사 현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공사장비들만 덩그러니 서있고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늘 밑에서 누워있거나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다른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저 도로가 완성될까 (쓸데없이) 속으로 걱정도 해 보았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특히 성공한 기업인들은 이른 새벽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호텔들은 각종 조찬모임들로 이른 새벽부터 북적인다. 이런 근면과 성실의 미덕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문화적 풍요의 원인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전 세계에 인구 5천만명 이상,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인 나라가 7개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중국은 인구는 많으나 소득이 부족하고, 캐나다는 소득은 높으나 인구가 모자란다)이 있는데 대한민국이 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4천6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였는데 이것 또한 세계 7번째 규모이다. 반도체, 자동차, 건설,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제품들은 전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기업 활동 뿐만 아니라 스포츠도 이미 세계강국이 된지 오래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종합 7위를 달성하였다.그러나 우리 앞에는 새로운 도전이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면, 높은 교육열, 하면 된다는 투지와 끈기 등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제반 사회를 이끌어 왔던 미덕들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세계가 경탄할 만한 경제성장의 그늘 속에서 자라고 있던 문제점들(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첨단 IT 부문과 비 IT 부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구조적 문제, 임금구조의 양극화 등)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요인들을 견지하면서도 환경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차원의 성장이론과 전략이 필요하다.최근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되고 있는 '동반성장'이라는 개념도 이러한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추진방법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는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성장을 우선시 하는 무한경쟁 사회에 '상생'이라는 아름다운 씨앗이 뿌려졌다는 데서 희망을 본다. 지금까지는 나라 전체가 양적인 충족이 행복의 필요조건이라 생각하고 달려왔다. 이제는 '상생'이라는 충분조건을 위해서도 애써야 한다.작금의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세계 경제의 암울한 소식들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부분이 많고 그에 대한 효과적 대처는 일정 부분 시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필자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고,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나를 위해 전적으로 호의적일 수 없다. 물론 그런 점이 때로는 삶을 힘들게도 하지만, 삶을 발전시키고 도전의식을 심어주며 나의 역량을 키우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인 것이다. 눈앞의 어려움은 또 다른 축복으로 가는 출입문에 불과하다.우리는 미국·EU와 FTA를 체결한 상태다. EU는 비준절차를 마무리했고, 미국도 금년 상반기 중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FTA 비준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FTA에 관한한 극동아시아 3개국 중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후속조치가 지연되면서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국회에서 신속하게 논의가 이루어져 금년 1조 달러 교역 달성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국민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우리 민족의 저력으로 세계를 감탄케 할 내일을 기대해 본다. 몇 주 전만 하더라도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추위도 자연의 섭리에는 겸손히 순응하듯 하루하루 햇살의 빛깔을 달리하고 있다.

2011-03-13 박영렬

혁신의 원동력으로서의 '똘레랑스'

[경인일보=]▶'똘레랑스'란? 요즘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기업 및 지역사회 경영 등과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똘레랑스(tolerance)'라는 프랑스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타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조직이나 공간 내에서 그 구성원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닌텐도와 볼로냐의 공통점그런데 중요한 것은, 최근 이 용어가 민주주의의 개념 일반에 관한 정치학 교과서나 타인의 정치적 의견, 사상, 이념 등을 존중해야 하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설정하는 정치권내에서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동종 타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혁신 퍼포먼스를 내보이는 세계적 우수 기업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또 그곳에서의 생활을 선호하는 세계의 유수 '명품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 교토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세계적 명문 기업 닌텐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콘텐츠 능력의 근원을 '똘레랑스'에서 찾고 있으며, 문화와 예술을 동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이로 인해 경제적 수요를 창출하여 지역사회 전반의 활성화에 크게 성공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역시 그 창조도시의 선순환 메커니즘 근저에 있는 미시적 기초를 바로 '똘레랑스'로 설명하고 있다. 즉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의 방식이 존중되고 또 이를 극대화해낼 수 있는 기업과 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이들이 견지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묵살되지 않고 존중받기에, 그 과정에서 이른바 '혁신적 기초'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 원천으로서의 '똘레랑스'개성보다는 표준을 선호하고 또 엉뚱하고 독특한 생각과 아이디어보다는 경영자의 경영판단에 일사불란하게 추종하는 조직을 선호해왔던 소니, 마츠시타, 토시바 등 기존의 잘 알려진 일본기업과는 달리, 닌텐도는 남의 것을 흉내내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을 기반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하고 또 이를 위해 직원들을 회사의 매뉴얼에 속박시키지 않는 이른바 '유목형' 인사관리를 고집하는, 해서 '똘레랑스 기업경영'으로 불리는 혁신경영의 대표 주자였던 것이다. 볼로냐 역시 지방정부의 일괄적인 도시계획 행정을 지양하고 문화예술인들에게 이른바 '창조적 공간'을 제공하여 그곳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이들 간의 활발한 교류가 생겨나게 되었으며, 나아가 이는 매우 새롭고 참신한 경제적 수요를 창출하는 혁신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닌텐도와 볼로냐의 '혁신'은 '똘레랑스'의 기초 위에서 잉태된 것이다. ▶'자기 본질의 분석과 부정'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볼로냐와 같은 창조도시를 조성하고 또 닌텐도와 같은 혁신기업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기업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계열 지향적 사고, 집단 군집형 사고의 속박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이질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기는커녕 학연, 혈연, 지연 등과 같은 인맥을 강조함으로써 동질성과 순응성, 그리고 충성심을 중시하는 토호세력적 '성장연합'이 판을 치는 지역사회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혁해 나갈 수 있다면 우리의 기업과 지역사회 역시 닌텐도와 볼로냐와 같은 퍼포먼스를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적인 동질 사회 특유의 특징, 즉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타인 부정에 의한 자기 긍정'이라는 자기 본질의 분석과 부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자기 본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과 사회적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추동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똘레랑스'인 것이다.

2011-03-06 경인일보

퇴비화 변기

[경인일보=]십여년 전 연구년으로 미국 시애틀에 거주할 때의 일이다. 세든 아파트의 첫달 물값을 받아보고 눈을 의심하였다. 아름다운 풍광에 도취되었던 정신이 확 깰 정도로 비쌌다. 그래서 그곳의 휘발유 값과 비교해 보았다. 물 세 컵이면 휘발유 한 컵 값이었다. 당시 그곳의 유가가 한국과 비교해 약 3분의1 수준임을 감안하였어도 믿기 힘든 물값이었다. 한국으로 치자면 얼추 휘발유 한 컵과 물 아홉 컵의 값이 같은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아마 누구도 물 쓰듯 물을 쓰기 힘들 것이다. 고지서를 받아보고 물론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은 변기 물탱크에 벽돌을 두 어장 넣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바닷가로 직접 흘러 내려가는 정화된 오수가 맑고 깨끗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돗물에 비싼 오염부담금이 포함된 것이다.우리도 수돗물 값을 올리자는 말이 아니다. 근대화의 풍광인 수세식 변기가 얼마나 물을 많이 쓰고 또한 얼마나 많이 환경을 오염시키는가를 깨닫자는 말이다. 남한강 상류 산골 강변에 사시는 큰 이모(부)가 잘 아신다. 더 상류에 위치한 제천에 새마을 운동으로 수세식이 소개되면서 떠먹어도 되던 강물이 얼마나 혼탁해졌는지. 물론 충주댐이 완공된 후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어졌단다. 팔순이 가까운 이모부는 열렬한 박정희 숭배자로서 자랑스럽게 산업화 세대를 살아내신 분이다. 그러나 당시와 오늘을 비교해 어느 삶이 좋은 것인가 판단이 어렵다고 고백하시며 참으로 물 맑은 하얀 백사장에서 천렵하던 날들이 너무도 그립다고 하신다.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수도권 주변 시골 비슷한 곳으로 이사 오면서 나는 화장실에 관한한 그 어느 호사스런 최고급 변기도 부럽지 않은 자연 화장실을 갖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것도 집안에. 집안에서도 부엌 바로 곁의 따스하고 밝은 곳에. 더욱이나 물도 한 방울 쓰지 않고 냄새도 없이 말이다. 물론 아무리 추워도 얼어 터질 걱정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자랑 하나 더하자. 이 화장실은 내 밥상의 윤기 나는 채소까지 책임져 준다. 그래서 이름하여 퇴비화 변기다. 내 얘기에 그게 정말이냐고 적잖은 사람들이 일부러 보러오기까지 하였다. 궁금하신 분들은 '녹색평론사'에서 번역 출간한 '땅 살리기 똥 살리기'라는 책의 일독을 권한다. 나는 그대로 따라서 한 것뿐이다. 그도 아니면 조셉 젠킨스(Joseph Jenkins)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든지 아니면 www.humanurehandbook.com을 방문해보시라.만드는 법과 작동원리는 너무도 간단하다. 흔해 빠진 20ℓ 들이 플라스틱 들통을 육면체 나무 상자에 넣고 들통의 직경에 맞게 나무상자 상단을 오려내고 그 위에 수세식 변기 덮개를 장착한 후 일을 보시라. 그리고 마른 풀이나 짚, 혹은 낙엽 부순 것, 톱밥 등으로 덮어 주시라. 냄새 완벽 제거다. 꽉 차면 마당 한 켠의 퇴비 칸에 비우고 다시 마른 풀 등으로 꼭 꼭 덮어 주시라. 물론 통은 물로 닦아 주시라. 그리고 그냥 기다리시라. 일 년 지나면 냄새도 향기로운 초콜릿 색깔의 짙은 갈색 퇴비가 나온다. 우리 부부는 이것을 갈색 황금이라 부른다. 이걸 텃밭에 덮어 주시라. 모종을 꽂아놓기만 해도 저절로 자란다. 당신의 똥이 당신의 밥이 되는 것이다. 물로 똥을 씻어 내리고 그 물을 다시 정화시킨다고 별 오만가지 과학적 지식을 들이대고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들여가며 생난리를 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춥디 추운 어느 날, 아침 신문에서 혹한으로 수도가 얼어 화장실 때문에 고생한 경험 기사를 하도 실감나게 읽어 옛 생각에 더하여 최근 내 경험을 소개해 보았다. 물론 조금은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주는 즐거움은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근대화의 편리함에 너무 익숙하여 이처럼 간단하고 값싸고 환경 친화적인 삶의 지혜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일이다. 곧 우리가 누리는 (혹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리함의 대가를 요구하는 지불 청구서가 배달될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은 새 발의 피다. 조만간 보시라. '4대강 죽이기'의 대가가 얼마인가를. 개봉박두.

2011-02-27 강명구

지역교육과 대학

[경인일보=]오랫동안 교육부문에 몸담아 왔지만 교육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해 본다. 교육은 개인의 인생과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어서 대상의 범위가 넓고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경우도 많아 해야 할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교육부문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은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통해 교육수요자를 만족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지방화시대의 발전에 따라 지역간 교육경쟁도 가열화되고 있다. 이제 지역내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지역교육의 발전을 함께 모색하고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따라서 대학도 지역교육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누구나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연(緣)을 중시하는 사회풍토 속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위 명문대학일 수록 출세와 성공의 지름길에서 가깝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인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확실한 해답을 내기는 어려워도 지금과 같은 교육관과 대처로는 개인이나 국가나 참 쉽지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저출산·고령화사회의 영향으로 학령 인구와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미래의 사회구조, 생활방식, 취업여건 등도 크게 바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 관련하여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초·중·고교와 대학 등 각급 교육기관의 규모 축소가 10년 이내에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특히 입학자원의 감소, 고용여건의 변화, 저성장 경제구조, 소득수준의 양극화, 교육체제의 다양화 등은 앞으로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과 교육부문 종사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학은 학생에게 직업적 소양과 능력을 키워주어 원하는 일자리를 갖게 하고 인생에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준 높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84%를 상회하다 보니 대학교육을 위한 수학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그리고 입시경쟁의 과열화로 개인의 소질, 적성, 흥미, 능력보다는 대학의 이름과 인기학과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전공과 취업여건의 불일치로 졸업 후 방황하는 사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학생 개인은 많은 기간과 경제적 소비의 부담을 안아야 하며, 국가와 고용시장은 교육훈련과 인력배치의 불균형으로 인력충원과 활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학은 입학정원 충원과 양질의 입학자원 유치를 위해 과도한 경쟁을 하고 초중등교육부문은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대학에 입학시키는데 치중해야 하며 학부모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초중등교육과 대학이 연결된 공동의 현안과제이며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재능대학은 지금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내어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명실상부한 최고수준의 직업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총장을 중심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다. 고용시장과 사회가 '쓸모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우리 대학의 가치를 신뢰하고 우리의 졸업생을 선호하게 하기 위해 학과개편과 교육내용 및 방법을 바꾸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송도국제도시에 최첨단 시설의 제2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인천지역의 초중등교육이 발전해야 우리 대학도 우수한 자원을 신입생으로 유치하여 그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역교육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찾고 있으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동참하여 최선을 다해 협조할 생각이다. 인천지역의 대학들이 발전해야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다른 지역의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양질의 고등교육을 받아 자신들이 스스로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갈 수 있다. 또 우리 지역의 초·중·고등학교의 학력과 인성교육이 전국 최고수준으로 발전되어야 지역주민이 공교육에 만족하고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정보공시제가 시행되어 교육에 관한 각종 정보가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다른 지역보다 앞선 우리 지역의 교육경쟁력을 확인할 때, 인천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높아질 것이다.

2011-02-20 이기우

청송지본 재어성의 (聽訟之本 在於誠意)

[경인일보=]나는 지난해 7월 14일자로 공직을 사퇴하였다.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것이 1981년이고, 검사로 임관된 것이 1983년이니 햇수로 따져보면 공직자로 30년, 검사로 28년간 근무한 셈이다. 인생의 젊은 시절 대부분을 검사로서 근무했으니 퇴직을 하면서 느끼는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초임검사 시절 마을 전체가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삶의 터전을 잃을 뻔한 사건을 해결한 일, 부장검사 시절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홍콩 살인사건을 해결하여 15년간 간첩으로 오인받았던 유족들의 한을 풀어 준 일, 검사장 시절 지역주민과 함께 교통질서 확립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한 일등은 검사라는 직책의 중요성과 사명감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좋은 경험이었다. 한편, 업무 처리나 처신을 잘못하여 당사자들에게 결례를 범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준 일은 없었는지 걱정도 된다. 무심코 던진 말이 당사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나 당사자 입장에서 수사가 미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모든 것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검사라는 직업은 참 어렵고 외로운 측면이 많다. 타인의 시시비비를 가려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쉽지는 않다. 특히 재산범죄의 경우, 수사결과에 따라 엄청난 재산적 이해득실이 걸려있어 양 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직무수행도 어려워진다. 그와 같은 경우 나름대로 소신이 없으면 직무수행이 어려워진다. 언젠가 다산 선생님의 저서 '목민심서'를 읽다가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라는 문장을 접하게 되었다. '송사를 다룸에 있어서 근본은 성의를 다함에 있다'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이 문장이 검사를 비롯한 판관들이 지녀야 할 덕목을 정확히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건 기업의 임직원이건 공무원이건 일상생활이나 직무수행시 가장 중요한 덕목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誠意'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송사를 다룸에 있어 '성의'를 다하는 자세는 무엇인가? 첫째, 경청하는 자세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벌써 사건의 절반은 해결된 셈이다. 아라비아 속담에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양당사자의 말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뿐만 아니라 태도, 표정의 변화까지 감지함으로써 진실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배당된 사건을 나의 일처럼 처리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처삼촌 묘 벌초하듯이 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오늘날 남녀평등의 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떻든 우리 조상들은 무성의한 태도를 가리켜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과정에 정성이 들어있지 않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셋째, 당사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진술청취와 증거수집 과정을 거쳐 수사가 종결되었을 때 마지막으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건 당사자들과 차 한 잔 나누며 수사과정과 그 결론에 대해 잠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본다. 모든 사건에 대해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만 중요사건이나 특히 검사실에서 직접 구속한 사건의 경우, 처리하기 전에 그런 기회를 갖는다면 당사자들도 수사결과에 좀 더 승복하게 될 것이다. 수사는 냉철한 머리로 하되 처분은 따뜻한 마음으로 하는 자세-이것이 다산 선생님이 제시하신 수사관의 진정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생각해본다.나는 기관장으로 부임하는 곳마다 그 지역의 명필에게 위 문장을 부탁하여 검찰청 현관 입간판에 써 넣었다.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줌과 동시에 민원인들에게 우리의 근무태도를 알려주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런 문구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다산 선생님의 말씀에 따른 자세로 처리한 사건의 결과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그 결론에 떳떳했고, 많은 사건 당사자들도 그 처리결과에 승복했으리라는 믿음이다. 재야에 있는 지금 외형상 업무의 역할에는 변화가 생겼으나 주어진 사법시스템 안에서 정의를 구현한다는 이념 자체는 법조 3륜에게 공통된 과제일 것이다. 법조 3륜의 한 축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여전히 매 사건마다 이러한 '성의'를 다하는 자세가 될 것이다.

2011-02-13 박영렬

사회적기업 정책의 방향성

[경인일보=]작년 6·2지방선거 이후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이는 이 용어의 의미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수준과는 무관하게, 정치인들이 이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수단으로 인식하여 그들의 공약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을 보면 사회적기업에 관한 내용이 특집으로 소개되는 등, 이전에 비해 그 사회적 인지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무슨 '사회주의적' 기업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황당한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의 수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조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적기업을 고용정책의 수단으로서만 이해할 뿐이지 사회적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주체로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이해와 지원 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하에서의 사회적기업은 그저 하나의 붐에 불과하지, 정치권에서 희망하고 있는 고용난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또 그 본질일 수밖에 없는 사회 변혁을 이끌어 나갈 주체로서 간주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사회적기업은 공공적 가치의 달성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어서, 영리기업에 비해 경제적 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관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을 보면, 비영리 조직 및 중소기업 지원의 측면에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경제 정세가 악화됨에 따라 산업정책 또는 상공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가 담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경향은 사회적기업을 그저 고용정책의 수단이 아니라 산업구조 고도화 및 대안적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체로서 인식한 것의 귀결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지만, 경제성 또는 수익성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사회적기업을 사업 수익성 또는 투자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어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용 성과의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나, 외국과는 달리 사회적기업을 산업정책의 수단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나 만들어내는 소극적인 주체로 간주하는데 그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이와 같은 현주소와 관련해서, 그 경제성을 보다 유연하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자체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을 지역사회에 있어서의 파트너로서 인식하고 또 육성해 나가는 중장기적 전략이다. 사회적기업의 특징은 스스로 사회적 과제를 발견하여 그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이노베이션'에 도전하는 주체라는 점에 있다. '이노베이션'에는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단계'와 그와 같은 새로운 상품을 응용하여 수평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두 번째 단계'가 있다. 정부와 같은 지원 주체는 전자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의 사업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또 후자의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의 지속적인 파트너로 작용할 수 있는 지자체의 관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사업 지원(자금 및 인재)과 같은 공급 지원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수요 지원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는 문자 그대로 사회적기업의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행정기관의 아웃소싱을 통한 사업 수요 창출이 대표적이다. 위탁사업은 사업 수요와 수입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재정개혁 효과 역시 확보할 수 있다. 단, 공적사업을 사회적기업에 위탁할 때는, 예를 들어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다든지 또는 위탁에 의한 빈곤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임금을 조건으로 하는 공공 조달 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공급 지원으로서는, 사회성과 사업성을 양립시켜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화 및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은 인재난에 허덕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 직원들의 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성공한 사회적기업의 사업체계를 구조화하고 그 모델을 보급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게 되면, 사회 변혁을 지향하는 이들의 참여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기업 지원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2011-02-07 양준호

국사교육, 하려면 제대로 하라

[경인일보=]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내년부터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모처럼 듣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나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논의의 과정이나 결정 자체가 너무 즉흥적이어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 할 교육부서나 일선학교들이 과연 당장 내년부터 국사교육을 시킬 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국사를 선택으로 돌렸으며, 그에 따라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국사를 홀대하는 데 대하여 뜻 있는 국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 왔음에도 정책 당국의 국사에 대한 생각은 단호했다. 그런 마당에 갑작스레 필수로 전환하겠다고 하니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다수 국민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능력 검정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한다거나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안도 나온 모양이니, 국사에 대한 대우가 '굶어 죽어가던 흥부네 안방에 황금을 쏟아 부은' 격이다. 그런데 우리 학계나 교육당국 혹은 일선학교에 지금 당장 국사교육을 시킬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은 무엇보다 심각하다. 과거 시행해 왔던 국사교육을 상기해보면 왜 우리가 앞으로 부활할 국사교육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지 분명해진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식민사관(植民史觀) 같은 잘못된 바탕 위에서 역사적 사건들의 암기만을 강요함으로써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암기 위주의 국사교육에 환멸만을 느끼게 되었다거나 역사에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교훈을 얻기보다는 자기비하의 모멸감을 갖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시련과 극복'은 세계 모든 민족들의 역사에 공통된 주제다. 그러나 우리만큼 그 정도가 심한 민족이나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지금도 동북아의 한ㆍ중ㆍ일 3국은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꽤 오래 전부터 역사를 날조하고 날조된 역사를 그대로 교육시켜 왔으며, 중국도 역사 날조에 동참하고 있음은 최근에 불거진 '동북공정'의 실태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일본과 중국은 역사의 무기화를 통해 이 지역의 패권을 쥐어보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그나마 국사를 선택으로 돌리거나 아예 폐지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온 것이다. 그들이 역사를 날조한다고 우리까지 그에 동참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역사를 무기화 하는 그들의 행위에 대한 대응전략 정도는 세워두었어야 한다. 최근 중국이 동북공정의 칼날을 드러냈을 때 우리의 사학계는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고, 일본이 오랫동안 역사에 대한 해석으로 도발을 해올 때도 시원한 논리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뜻 있는 재야 사학자들로부터 비판의 화살을 맞으면서도 실증사학의 울타리나 식민사관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지 못하는 우리의 사학계는 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고등학생들에게 제왕의 이름, 연대 혹은 사건의 개요나 외우게 하는 것은 국사 교육이 아니다. 역사교사는 국사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역사가의 명쾌하고 공정하며 미래지향적인 해석을 가르쳐야 한다. 영광의 역사는 그것대로 불운의 역사는 그것대로 정당한 사관에 입각한 해석적 의미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제대로 된 국사교육이 될 수 있다. 카(E.H.Carr)가 말했듯이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가 역사라면, 제대로 된 국사교육을 통해서만 우리는 현재와 미래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나라가 망해도 정신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는 나철의 말은 역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금언이다. 나라 사이의 벽을 허무는 글로벌 시대일수록 국사나 민족사를 교육시켜야 하는 것은 '드넓은 벌판에 홀로 설만한 줏대' 즉 자아 정체성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자아 정체성은 조상들이 헤쳐 나온 역경의 체험을 들려주고 극복의 지혜를 잘 다듬어 가르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 있다. 국사교육이 졸속으로 재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왕 국사교육을 재개하려면 제대로 준비한 다음에 하는 게 옳다.

2011-01-31 조규익

장하준과 생각들

[경인일보=]헤아려보니 벌써 30여년 전인 1980년 초엽의 일이다. 외국 국적의 비행기를 타고 난생 처음 미국이라는 세계의 제국(帝國)으로 유학을 가보니 말로 듣고 글로 읽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풍광들이 촌놈에게 일종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이리 잘 살 수가 있는가? 어쩌면 이리 넓을 수가 있는가? 어쩌면 이리 다양할 수가 있는가? 나보다 200여년 전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 나보다 100여년 전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의 심사가 짐작이 갔다. 그런데 더욱 궁금하였던 것은 내 눈에 비친 평균적 미국인들은 여유 있고 농담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에 비하면 별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도 그토록 잘 살았다는 사실이었다. 돌이켜 보니 미국인들이 잘 산다는 '현상'과 별로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인식'간의 괴리를 설명하는 작업이 내 공부의 출발이 되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공부 초창기의 그 신선했던 의문들이 시들해진 것은 아닐지라도 그다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한 편으로는 우리가 좀 살게 되니 문제의식이 희박해진 연유도 분명 무시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서양식(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여 미국식) 공부가 내게 심어준 기본 가정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연유 또한 못지않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근대성(modernity)이라 부르는 경쟁적 시장, 민주적 정치, 세속화된 사회에 대한 의문 없는 칭송이 바로 그런 가정에 속한다. 한 마디로 서양이 잘 사는 것은 근대성을 일찍이 획득한 덕분이니 그 연장에서 한국이 서양 아니, 미국 비슷해지면 좋은 것이라는 바로 그 생각 말이다. 그런데 시들해진 나의 옛적 질문들을 환기시키는 일들이 요즈음 심심치 않다.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에는 주로 3세계 출신의 외국인 대학원생이 120여명이나 된다. 영어로 진행하는 '발전론' 강의에는 이들 뿐 아니라 유럽에서 온 외국인 교환학생들도 적잖다. 이들이 한결같이 던지는 질문이 바로 "그렇게 가난하던 한국이 어떻게 이리 잘 살게 되었는가, 앞으로도 이렇게 아니 더 잘 살게 될 것인가"이다. 한국이 서양처럼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근대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한국적인 특수성과 세계사적인 보편성의 독특한 조합이 어쩌구 저쩌구 설명해대지만 이들이 얼만큼 내 설명을 알아듣고 공감하는지는 미지수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장하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출간하여 내 고민을 좀 덜어주었다. 익히 그의 생각의 둘레와 향방을 짐작하고 있던 터라 단숨에 독파한 23가지 주제는 별로 신선하지는 않았다. 독창성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가 거명하였던 여러 선각자에 비하면 특히 그러하였다. 그러나 그의 지적은 매우 유용하였고, 시의적절하였으며 또한 호소력이 컸다. 내가 30여 년 전 품었던 질문과 내 외국인 학생들이 던진 질문들에 대하여 명쾌하게 답하였다. 한 마디로 선진국들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하였던 대로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유무역과 국가 규제가 없는 경쟁적 시장을 주창하는 선진국들도 예전에는 보호무역과 국가 개입이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말이다. 즉, 근대성이나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근대성이고 어떤 자본주의냐가 보다 적절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 있어 장하준은 박지원과 유길준을 뛰어넘은 훌륭한 후학이다.그렇다고 일부 호사가들의 예언과는 달리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그가 노벨 경제학상 후보 반열에 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일부 진보적 경제학자가 지적하듯 장하준이 친재벌적이라는 지적에는 더욱 공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공감하지 않는 것은 그의 실력이 하찮기에 서울대 교수가 되기 힘들다고 세 차례나 거부하였다고 전해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장 교수를 만나면 정말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서울대로 오고 싶어 하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들은 왜 그렇게 반대하는가? 케임브리지 대학이 더 좋은데(?) 말이다. 정말 멍청한 질문이지만 동시에 멍청하지만은 않은 질문이다.

2011-01-23 강명구

미·중 정상회담 관전법

[경인일보=]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월 18~21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미국 국빈방문은 흔치 않다. 오바마 미 대통령 집권 이래 2년 동안 인도 총리와 멕시코 대통령만이 국빈방문을 했을 뿐이다. 브레진스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32년 전 미국과 중국이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뒤 이뤄진 덩샤오핑(鄧小平)의 방미 이래 가장 중요한 미·중 간 국가이벤트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후진타오 주석의 이번 방미가 '죽의 장막'이 걷히고 미국과 왕래가 시작된 지 40년 만에 이뤄진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미·중 수교 이후 가장 큰 외교행사라고 띄우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류사오보 노벨평화상 수상 문제 등 중국 인권문제, 달라이 라마 미국 방문, 북한 도발 대처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위안화 절상과 무역불균형 해소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의 갈등이 크게 부각되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인접국가와의 관계가 후퇴하여 경제발전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이번 방미를 통해 최근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인 중·미 관계를 협력과 화해 기조로 전환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도닐런 미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정상회담의 주제는 크게 미·중의 전반적인 양자관계 설정문제, 안보 및 정치 현안, 경제 문제, 특별한 관심을 요하는 국제적 이슈 등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안보 및 정치현안 가운데는 북한 문제가 단연 '최고 의제(top topic)'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수개월간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남북한 직접대화 등 외교적인 틀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기 위해 중국과 매우 긴밀히 협력했다"고 상기시켰다. 북한의 도발과 핵문제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6자 회담, 남북대화 등 외교적 해결방안이 미·중 정상 간에 깊숙이 논의될 것이다. 도닐런 보좌관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 다음으로 논의될 안보분야 의제로는 이란의 핵개발, 남(南)수단 분리독립, 미·중 간 군사협력 강화문제 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중 정상회담의 4대 의제 중 가장 핵심주제는 양국관계의 성격과 목적, 협력의 범주 등에 관한 것"이라며 향후 미·중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안보·정치분야 다음으로 중요한 의제는 경제분야라고 설명하면서 "여기에는 환율절상 및 무역 불균형 해소 노력 등 거시적인 측면과 G20정상회의처럼 다자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이슈에는 인권문제가 포함된다고 밝혀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사오보의 석방 등 중국의 인권상황 개선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주요 장관들은 연일 공개 연설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무려 2천520억 달러에 달했다. 12일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압박했다. 13일 로크 상무장관은 중국내 외국기업 차별 철폐와 지적 재산권 보호를 중국측에 촉구했다. 14일 클린턴 국무장관은 바람직한 미·중 관계를 주제로 연설했다.그녀는 세계적 경기침체, 핵 확산, 테러리즘 등 여러 분야에서 미·중 양국은 협력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관계임을 역설했다. 또 위안화의 조속한 평가절상, 중국 시장 개방 등을 촉구하고,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도록 보다 적극적인 압력을 중국이 행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위안화 환율 절상을 강하게 압박하겠지만 중국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미국 상품 수입을 확대하는 등 큰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을 것이며 미·중 관계도 협력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로서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향후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1-01-16 석동연

교육감에 대한 기대

[경인일보=]지난 6·2지방선거에서의 교육감 선출은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선거였다. 교육감도 주민직선에 의해 뽑을 수 있게 되어 지방자치시대에 걸맞게 지역교육의 수장으로서의 대표성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주민 직선에 의한 선거였고 주민들에게 후보자들은 대개가 생소한 이름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또한 후보자들이 선거의 경험이 없는데다 정당추천이 아니다 보니 조직·인력·자금·선거운동 등도 다른 선거에 비해 매우 취약한 구조였고 후보가 난립한 지역이 많았으며 공약내용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못했다. 어쨌든 어려운 과정을 통해 민선교육감시대가 새롭게 출발하였다.그러나 지금 교육계 내외에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선거과정에서 무상급식, 학력평가, 교원평가, 교원징계, 교장공모제,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학생체벌 등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현안들은 정치적 중립성의 근간을 흔들며 교육감들의 성향을 극명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교육감이 교육정책의 구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정부 또는 광역단체장과 사사건건 부딪치거나 파행을 초래할 경우, 교육계는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 피해는 교육수요자와 교육계가 함께 입게 될 것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지역에서는 야당 소속의 열정이 넘치는 젊은 시장과 풍부한 교육경륜을 갖춘 나이 지긋한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선거과정을 돌아보면 시장과 교육감의 정책적 성향이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과 인품, 그리고 인생역정 등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에서 우려되는 갈등과 대립보다는 인천시민을 핵심가치로 한 이해와 협조로 지역교육을 발전시켜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러한 구도는 인천시민 모두가 소망하는 바람일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의 교육감은 그동안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관례적으로 맡아왔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지역교육의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적 교육정책에도 큰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중책을 맡았다. 부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혜와 능력을 발휘하여 인천교육을 최고수준으로 발전시킨 성공적인 교육감으로 임기를 마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인천지역 교육계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교육감에 대한 몇 가지 의견과 기대를 생각해 보았다.먼저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라도 정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적 또는 이념적 지향점에 따라 나누어지고 대립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법과 원칙이 무너지고 소신이 흔들리면 교육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현장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수요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선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수요자가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 내용, 방법 등을 과감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일선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장과 교사가 교육발전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학교장의 자율권과 책임성을 높여주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청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이양해 주고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되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교육감이 임기동안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교육계가 불신을 받고 공교육이 위축된 가운데 내외적으로 이견도 많고 소리도 크다. 현안별 처리의 우선순위와 원칙을 정하고 이해상대자의 의견수렴과 분석을 통해 설득논리의 개발과 노력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것이든 버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 모두의 나를 버리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전 시장과 교육감이 함께 추진하기로 발표한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을 보면서 슬기롭게 성공하는 교육감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주민직선 교육감의 성공적인 직무수행이 곧 인천교육의 발전이 되는 것이므로 지역주민을 비롯한 각계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도 있어야 할 것이다.

2011-01-10 이기우

2011년 = 민족자존심 회복의 원년

[경인일보=]지난해의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만큼 최근 들어 우리의 현실을 각성시켜 준 사건들도 없었다. 북한에 의해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그간의 도발들이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과 맞물려 '안보 현실의 추상화'에 기여했다면, 이번 사건들은 우리에게 '안보 현실의 문제적 실상'을 구체적으로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이 얼마나 공허한 '짝사랑'에 불과했는가를 만천하에 드러낸 동시에 반사적으로 우리의 체제나 대비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 준 것이 바로 이 사건들이다. 그런데 두 사건의 바탕에는 간단치 않은 국제 정치적 맥락이 깔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뒤 한국과 미국은 서해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했고, 이어 우리 군은 포격사건으로 중단되었던 정례적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이 훈련을 트집 잡아 북한은 보복타격의 협박을 공언했고, 연평도 포격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던 중국과 소련이 들고 나서서 사격훈련을 저지하려 했다. 심지어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하여 '한 국가가 자기 영토 안에서 실시하는 정례적 훈련'까지 포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다수 이사국들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의 태도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적 역학의 미래에 대하여 매우 시사적이다. 또 한 가지 공교로운 일은 한국과 미국의 공조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응급대비를 하는 와중에, 미뤄두었던 '한미 FTA'의 원안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타결된 점이다. 의도 여부를 불문하고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한미 FTA'를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타결되도록 한 지렛대로 작용했음은 뻔한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면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남한에 의한 통일국가가 출범하는 것은 두 나라 모두에게 껄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무너지게 되어 있는 북한을 어떻게든 떠받쳐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이들 나라의 최고 전략이다. 더욱이 조만간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 대화의 재개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그간의 강성 기조를 바꾸어 6자회담의 수용을 암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언급을 미루어 본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주판알 튀기기가 이미 본격 가동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그것대로 그들에게는 기회이고, 단순한 분쟁으로 끝난다 해도 한국에 고통을 주면서 통일한국의 출범을 막을 수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이익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적인 바보 역할을 하는 것이 남북한의 권력집단이고, 희생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민초들이다. 자국 내 이권을 담보로 식량이나 물자를 구걸하러 뻔질나게 중국을 찾는 김정일 집단에게 민족의 자존심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이익 확보에 바쁜 미국이나 일본의 힘을 빌려야 하는 남한 또한 떳떳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그간의 안이했던 자세를 고쳐 안보 분야의 '주적 개념'을 손 보고, 북한 주민들을 회유하는 방향으로 통일정책을 수정한다 해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구조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통일은 어렵다. 북한이 불시에 붕괴하도록 방치하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의 흡수통일 또한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입장에서야 분단구조의 고착화를 원할 텐데, 그 구조가 지속되는 한 안보 불안은 상존할 것이다. 이런 쉽지 않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모두 의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김정일 사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탈북자들을 관리하는 현행 체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정비하여 통일 이후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불안감을 없애주어야 한다. 주변 열강들의 이해에 휘둘리는 것이 남북한의 현재 모습이다. 남북통일의 대전제는 민족의 자존심이다. 2011년을 남북한이 함께 민족자존심 회복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은 남북한이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지속되어 온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2011-01-03 조규익

우리네 세밑 풍경은 이러하다

[경인일보=]2010년 12월 5일 질풍과 노도의 여든 한 해 삶을 접은 리 영희의 회고록 '대화'를 읽고 맨 끝인 733쪽에 짧은 독후감을 적었다. '존경하지 않기 힘든 삶'이라고. 책을 접고 상념에 젖어 하릴없이 서재 창문으로 뒷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수 십 년 지기가 미국에서 안부전화를 걸어왔다. 텔레비전 뉴스만 켜면 연평도 포격사건과 그 후속조처로 인한 긴장고조상황 보도뿐이다. 이러다가 정말 전쟁 나는 것 아니냐? 그곳은 정말 평온하냐? 네 생각은 어떠냐? 내가 답했다. 어느 때보다 긴박하지만 전쟁이 그리 쉽게 나지는 못할 거다. 사재기도 없다. 분노와 이성간의 혼전양상이다. 지금 내가 막 독서를 끝낸 책을 한 권 부쳐주마. 건강해라.통화를 마치고 차를 몰아 아주 오랜만에 부부가 집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외국계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갔다. 연말에다 주말이라 그런지 인산인해다. 주차시간만 40분이 걸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번잡은 있으나 혼란은 없었다. 세련된 옷매무새와 나름대로 교양을 지키려는 행동거지가 그들이 타고 온 깔끔하고 고급스런 차량과도 어울린다. 고급 외제 차량이 더 이상 눈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정도로 흔하다. 잘 진열된 넘치고 넘치는 세계 각지의 온갖 상품들은 여느 미국상점 못지 않다. 사람들은 오로지 소비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나름대로의 합리적 선택 하에 손수레를 넘치고 미어지게 채운다. 될 수 있으면 이곳에 오지 말자고, 동네시장 살리는 '착한 소비'하자고 다짐하는 우리 부부도 별 수 없이 무리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이 곳 그 어디에도 전쟁의 공포는 없다. 풍요의 시스템이 안착된 모습이다. 정부가 그리도 자랑하는 G20 국가인 선진 조국의 모습이다.귀가 길에 차가 동네 국밥집 앞을 지난다. 바로 이 주일 전, 오 사장님이 내게 울먹이며 도움을 청한 바로 그곳이다. 오륙년 전 우연히 인력 소개소를 통해 알게 된 이후, 60대 후반의 그는 한 달에 한 두 번꼴로 나와 삽질을 같이하며 '노동의 우의'를 다진 사이가 되었다. 얼치기 전원 생활자가 제대로 된 고수를 만난 것이다. 교수치고는 꽤나 노동에 익숙한 내게도 그의 삽질은 삽질이 아닌 예술이었다. 온 몸이 일하는 감각으로 총무장된 강력한 노동 무기체계 같았다. 그는 겸손하고 성실하였으며 하루 일당 십 만원을 손에 쥐고는 환히 웃는 얼굴로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라는 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주말 이슥한 밤, 텅 빈 식당에서 우리 부부를 앞에 두고 하루 종일 굶었음에도 밥술을 넘기지 못하고 깊게 파인 주름위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대기만 하였다. 평생 노동으로 투박해진 손가락 중 한 마디가 없는 것을 보니 더욱 가슴 아팠다. 40년 노동으로 십 수 년 전 읍내에 외아들 이름으로 사놓은 집을 '그 놈'이 강원랜드에서 날리고도 모자라 감옥에 가 있다는 것이다. 집도 절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홀몸으로 길거리에 나앉은 '노인급' 노동자에게 일거리 없는 겨울은 잔혹하였다. 관청은 기다리라고만 하였고 시간이 지나자 지인들은 눈총을 주었다. 국회에서 삭감된 서민예산이 날치기 통과될 즈음 그는 영하 십 몇 도의 혹한을 공원 화장실에서 버티고는 내게 도움의 전화를 한 것이다.1960년대 이래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잘 살아보자고 앞만 보며 치달았다. 박정희의 유신시절 표어대로 '한 손에는 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반공과 경제성장을 국시(國是)로 우리는 예까지 온 것이다. 2010년 세밑 내 눈에 비친 세 가지 한국적 근대화의 풍광이다.추신: 오 사장님은 아무리해도 연락이 어렵다. 일단 한 달 치 버틸 돈을 쥐어주며 방도를 찾아보자고 위로하였지만 그가 가방에 가지고 다닌다는 노끈을 빼앗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된다.

2010-12-27 강명구

영광과 도전으로 점철된 한해를 되돌아보며

[경인일보=]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 간다. 한국은 지난 한해 영광스런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유난히 많이 겪었다. 금년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북한의 도발로 인해 또 다른 불상사 없이 무사히 넘어갈 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오늘 내일중 실시 예정인 연평도 포 사격 훈련에 대해 북한이 연일 '자위적 타격'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연평도 포 사격 훈련 자체가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계획된 것인만큼 흔들리지 않고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빈말하지 않는다는 북한과 무력충돌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북한이 다시는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응징할 것을 바라고 있다.올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우리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3월 26일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 승조원 104명중 46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태가 발생했다. 11월에 북한은 핵무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로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북한이 플루토늄 핵폭탄에 이어 북한에 많이 매장되어있는 우라늄을 고농축하는 기술까지 개발한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이다. 11월 24일에는 북한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토에 직접 포격 도발을 하여 연평도의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했다. 이러한 안보리스크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2010년 약 6%의 성장을 기록하여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4천660억 달러, 수입은 31% 증가한 4천240억 달러, 무역수지는 42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여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초과한 사상최대치의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세계 7대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은 미국과 서로 주고받는 타협을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을 타결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으나 큰 틀에서 보면 한·미 FTA가 빨리 발효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 올해 한·EU(유럽연합) FTA 타결에 이어 한·미FTA까지 매듭지음으로써 '경제영토 확장'을 통해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11월 성공리에 끝난 서울G20정상회의는 G7이외의 국가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명박 G20정상회의 의장과 의장국 대한민국은 세계 주요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중재하는 리더십을 훌륭하게 발휘하였다.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글로벌 금융 안전망, 개발, 무역자유화, 금융기구 및 규제 개혁, 에너지, 반부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결실을 거두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책임있는 신흥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회의 개최로 인한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 등 경제적 가치를 직접효과 1천23억원, 간접효과 21조4천553억~24조5천373억원 등 최대 24조6천395억원으로 추산했다. 우리국민들에게 한국이 세계외교의 중심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소득의 하나이기도 하다. 올해 각종 스포츠경기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국민들에게 활력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조국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하였다. 밴쿠버2010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세계 5위를 기록하였으며 남아공 FIFA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사상 첫원정 16강에 진출하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6개 등 무려 232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종합 2위를 차지하여 4회 연속 2위를 유지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지난 한해동안 많은 도전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성과를 쌓아올렸다. 새해에도 북한의 불안정한 내부정세와 대남도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 모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역량을 결집하여 대내외 도전을 극복하고 계속 전진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2010-12-19 석동연

'교육 市長'으로 불려져야

[경인일보=]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공약내용을 살펴보면 예전과는 달리 교육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획기적인 예산 투입, 학교 폭력, 사교육, 준비물 부담 없는 3무 학교 만들기, 양질의 방과 후 학교 운영 및 1인 1기 교육 지원, 노후 책걸상과 화장실 완전 교체, 교육 기자재 확충 및 원어민교사 지원 등 학교 인프라 개선,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초등학교 등하교 안전시스템 구축 등 내용이 다양했고 언뜻 보면 교육감후보들의 공약과 구분이 잘되지 않는 내용들도 있었다. 인천광역시의 송영길 시장도 교육과 관련하여 교육지원예산 1조원시대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웠었고 얼마전에는 시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 추진을 발표하였다.일반 행정과 분리된 교육청이 독립기관으로 운영되고 교육에 관한 사무는 교육감이 관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지역주민들 중에는 이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교육자치영역에서는 생각하기에 따라 고마움에 앞서 오히려 긴장할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영역이 침범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것도 요즈음 교육계를 둘러싼 환경변화 중 하나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시·도지사의 직무범위·권한·위상 등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성공하는 시장 또는 지사가 되고 재선과 더 넓은 정치적 미래 등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민 서비스의 폭을 확대하고 질을 향상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시·도지사가 중점을 두어야 할 일들 중에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주민복지의 향상 부문에 못지않게 교육서비스의 증진이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와 분리하여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운영되어 왔으며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두 영역의 관계성은 보다 더 깊어지고 시·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교육영역에 대한 역할은 더욱 증대되었다. 제도적으로는 지방광역의회와 분리 운영되었던 교육위원회는 폐지되어 새로운 지방광역의회로 일원화되었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교육부문에 대한 지원과 집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관련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고 조직구조를 개편하거나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도의 재정형편과 시·도지사의 교육에 관한 관심 정도 등에 따라 행·재정 지원과 협력의 정도에 있어 지역간 적지 않은 편차가 있는 실정이다.지역주민의 교육에 대한 열망과 욕구는 시대상황에 따라 뜨거울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교육의 기회는 넓어지고 교육여건도 크게 개선되었으나 지역교육부문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과제들 중에는 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교육자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제는 지역내 각 부문의 구성요소들이 힘을 모아 함께 풀어가야 한다. 지방화시대에서 그 중심 역할을 시·도지사가 해야 한다.지방자치시대에서 광역자치단체는 하나의 작은 국가처럼 광범위한 분야의 일들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도지사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선으로 임명되던 때와는 달리 선출직인 지금은 역할과 위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소신에 의해 얼마든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고 그 결과는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게 된다. 지혜와 능력을 고루 갖춘 시·도지사는 남 다른 직무자세와 서비스의 결과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최선의 봉사를 하고 정치적으로 더 큰 꿈을 키우기 위한 도약의 발판과 경험 축적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젊은 시장이 열정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을 동북아 최고의 핵심도시로 또 선진화된 교육도시로 발전시키고 지역주민에게 전국 최고 수준의 행복지수를 안겨주는 시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시장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0-12-12 이기우

'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경인일보=]근래 방송을 통해 해괴한 공익광고 한 건을 접하게 되었다. 해맑은 외국인 여자 아이가 등장하여 대한민국이 '참 이상한 나라'임을 온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켜 주는 광고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제작했고, '비영리성ㆍ비상업성ㆍ범국민성을 지향하는' 공익광고라 하니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자'는 의도를 의심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러나 '참 이상하다'는 문구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마음에 걸린다. '이상하다'는 말은 '정상이 아니다, 제정신이 아니다, 미쳤다' 등등 여러 가지 내포적 의미를 갖는다. 물론 근래 들어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면에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비약적인 성취를 이룬 것이 사실이고, 그것 때문에 사석에서는 더러 '이상한 나라'라는 말들이 오갈 수는 있다. 그러나 방송에 대놓고 '놀라운 나라' 대신 '이상한 나라'라는 표현을 쓴다면, 참으로 듣기 거북하다. 그런데, 북한으로부터 두 번씩이나 도발을 당하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떠올린다면, 비로소 그 '이상한 나라'라는 표현이야말로 마땅히 들어가야 할 적소(適所)를 찾았다고 할 만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야수 앞에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한 채 희희낙락 살아왔으니 참으로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늘어서 있는 적군의 포진지들을 단 6문의 대포로 막아보겠다는 배포, 수만 명의 적군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건너와 덮칠 수 있음에도 '평화수역' 운운하며 병력 감축의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온 정부의 어리석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대신 '윗돌 빼서 아래쪽에 고이듯' 다른 전선의 무기를 임시방편으로 옮겨오는 치기(稚氣)어린 아마추어리즘, 매사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군과 정부, 정치권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등. 이런 속에서 근근이 목숨을 부지해온 것 자체가 기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란한 수사(修辭)로 포장 혹은 모면될 사안이 아닐 뿐 아니라 의견의 불일치를 보일만한 일도 아닌데, 간교한 좌파들이나 철없는 정치인들은 요설(饒舌)을 농하며 국론을 분열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이 정도의 희생으로나마 우리의 현실을 깨닫게 해 준 것을 '신의 가호' 쯤으로 받아들이고 발분망식(發憤忘食)해야 정상인데, 우리는 여전히 '욕심과 자만'의 구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완급과 경중에 따르는 순서가 있는 바, 이런 판국에 누구를 탓하고 끌어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정파들의 작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방예산 몇 푼 증액해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노라 손을 터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나라의 암담한 미래를 대변한다. 155마일 휴전선을 밀고 내려오는 것만 전쟁이고, 연평도 포격사건은 전쟁이 아니란 말인가. 작은 전쟁을 막지 못하면 큰 전쟁도 막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상시전쟁(常時戰爭)'의 와중에 살고 있다. 급한 병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에도 단기처방과 장기처방이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우리는 제대로 된 단기처방도 못 내리고 있으며, 장기처방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다. 대포 몇 문 더 배치하는 것이 단기처방인지 장기처방인지도 모르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지도층의 의식수준이다.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을 경우 국론이 통일되어야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위기를 맞아 국론을 통일하려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상무정신(尙武精神)'을 함양해야 그들이 자라서 지도층이 되었을 때 '헛소리'들을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장비만 좋으면 무엇 하는가.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썩은 정신으로 적의 심장을 제대로 조준할 수 있을까. '욕심과 자만이 전쟁의 원인이며, 눈물과 고통만 남겨주는 비참한 것'이 전쟁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은 왜 전쟁을 피해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그런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론을 통일하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정신무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대비는 하지 않고 말만 앞세울 때 정말로 세계인들은 '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이라 놀려댈 것이다.

2010-12-06 경인일보

평등하지 않은 친밀감

[경인일보=]책상머리 앞에 붙여 놓은 빛바랜 메모지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평등하지 못한 친밀감의 문제'라고 적혀있다. 날짜를 보니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집에서 DVD로 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 감상후기다. 몇 년 가야 영화관 한 번 갈까 말까한 내가 어쩌다 끝까지 졸지 않고 본 긴 영화 한 편에 사회과학도로서 문제의식이 발동한 모양이다. 영화의 바탕인 마가렛 미첼의 원작 소설은 역사성이나 서사의 거대함,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개성 등 모든 면에 있어 가히 미국판 '토지'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못지않게 내 관심을 끈 장면들은 남북전쟁 전 흑인 노예와 남부 귀족 백인 농장주들 간의 관계였다. 물론 노예제의 비참함과 불평등이야 거론해 무엇하랴마는 그래도 양자 간의 관계는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우리가 흔히 상정하는 그런 흑백논리를 뛰어 넘어 생각보다 친밀하고 인간적이었다. 소설의 배경인 남북전쟁 발발 후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정확히 100년이 지난 1960년에도 미국의 흑백차별이 같은 식당에서 밥을 못 먹고, 같은 버스를 타지 못하는 지경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영화의 장면들은 사뭇 경이롭기까지 하였다.1860년과 1960년 미국의 흑백문제를 비교하다가 문득 '동물농장', '1984년'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문제의식을 떠올렸다. 그것이 경제, 사회적 지위든 혹은 인종에 따른 피부색이든 개인적으로는 친밀하고 훈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만 함부로 넘기 힘든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을 오웰은 "평등하지 않은 친밀감"(intimacy without equity)이라 하였다. 한 때 제국의 경찰로서 그가 피식민 버마인들에 대하여 느꼈던 감정, 선량하고 지적인 남부 농장주와 흑인 노예의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모순적 관계는 기실 우리네 삶의 곳곳에서도 쉽게 목도된다. 특히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계층 간 격차가 확대일로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정(情)의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네 경우 오웰의 문제의식은 사뭇 의미하는 바 크다.사원은 가족이니 노조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가부장적 노사문화, 식모를 친 딸 같이 키워 시집보낸다며 월급대신 적금을 들라 강요하였던 내 어머니 세대의 정서, 서민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며 같이 서민의 아픔을 공유하는 대통령, 캠퍼스를 청소해 주시는 우리 대학 청소 아주머니에 대한 나의 공손함과 이런 저런 소소한 배려, '아시아 인 러브'에 출연한 동남아 외국인 며느리들에 대한 출연진의 태도, 금메달 따서 병역문제 해결하라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배려의 구타'도 서슴지않는 아시안 게임 볼링 감독 등등. 나는 내 자신을 비롯하여 가끔씩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언급된 이들의 진정성을 구태여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웰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마음 편치 못하다. 비록 강도와 횟수가 현저히 약하여 비판적 지성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쉽게 연결되지는 못하여도 말이다. 누군가 당연히 날카로운 질문을 들이댈 것이다. 그렇다면 친밀감 없는 평등함이 나으냐고 말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가난하게 평등하면서도 모든 인민이 '동무'가 되는 기계적 인간관이 팽배하였던 구 사회주의체제를 누가 선호하겠는가?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들도 이 부류에 속한다. 유럽에서 장애 노인들이 혐오하는 대상 중의 하나가 관료주의에 찌든 불친절한 복지사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너무 배부른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새겨야할 교훈이 많다. 배 허리 치수가 불어나는 풍요 속에서 온정주의가 '법으로' 혹은 '돈으로'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세상일의 많은 이치가 그렇듯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해결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의 온정주의 문화와 사회적 진보를 한국적으로 버무려내는 방식을 찾는 것이 연구자인 내가 그나마 '오웰스러움'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2010-11-29 강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