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신문의 날'을 보내면서

객관·공정·전문성, 품격 부정에절독 내몰리는 신문현실 안타까움소셜미디어는 저널리즘아닌 정보각국선 민주주의위해 다양한 지원 우리도 자기노력 전제 관심 절실지난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었다. 신문협회가 주최한 행사가 5일에 미리 개최됐지만 관련된 특집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워 썰렁한 느낌이었다. 신문이 직면한 현실이 보여주는 듯했다. 신문은 저널리즘과 산업의 두 가지 측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 저널리즘이 처한 현실은 객관성, 공정성, 전문성, 품격이 부정되는 '기레기'란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최근 진보와 보수를 대표한다는 신문까지도 같은 진영이라는 독자들의 집중적인 비판에 노출되고 심지어 절독에 시달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신문의 신뢰도가 조금 향상됐다. 그러나 신문의 위기는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종이신문의 경우 1996년에 비교해, 2017년 열독률이 약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1년 조사 이후 증가 추세여서 신문의 영향력을 믿게 해줬던 결합열독률(일주일간 종이신문, PC, 모바일, 일반 휴대전화, IPTV로 신문기사를 이용한 비율)마저 2017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우리사회가 신문의 위기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문의 위기를 방관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해서 신문을 이용한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디지털미디어환경에 적합한 지원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2009년부터 미국 의회에서도 신문을 지원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월에는 영국에선 처음으로 신문산업의 위기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이를 위한 전국 실태조사가 추진된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는 가장 신문 지원의 역사가 오래되고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인 나라이다. 프랑스에서 신문은 민주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사상과 의견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신문을 지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젊은 세대가 책과 신문 읽기를 기피하기 시작하자 문자·활자 진흥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에서 문자·활자문화란 지식과 지혜의 계승 및 확산, 풍요로운 인간성의 함양과 건전한 민주주의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규정된다. 덴마크는 신문 등 미디어를 진흥하기 위한 기금지원 정책이 단순히 언론기업의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모두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신문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신문지원을 위한 실태조사 추진을 언급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의 쇠퇴로 가짜뉴스 등에 취약해지고 있는 상황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인 신문에 지원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소셜 미디어의 뉴스 신뢰도가 감소하고 전통미디어의 뉴스 신뢰도가 상승하는 추세가 감지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여러 나라에서 펼쳐진 신문지원에 대한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신문은 우리의 알 권리 보장과 민주적인 여론 형성, 읽기 문화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미디어이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정보다. 정보를 가지고 하는 일이 저널리즘이다"란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신문을 위협하고 있는 인터넷과 모바일환경은 도리어 전통적인 신문의 객관성, 전문적 분석과 해설이 여전히 필요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절한 신문 지원정책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문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미디어인데도 말이다. 신문저널리즘의 본질로 더 다가서고 디지털미디어환경이나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적응하는 신문의 자기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신문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사회적 관심도 절실한 상황이다./이용성 한서대 언론학 교수이용성 한서대 언론학 교수

2018-04-15 이용성

[월요논단]플라스틱의 반격

한반도 면적 15배 이상의태평양 복판 플라스틱 쓰레기 섬심각한 생태계 혼란 인간 위협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이용 등작은 실천으로 지구환경 지켜야중국이 폐자원 수입을 중단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났다. 쓰레기 대란을 보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상한 걸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시계의 알람을 끄고,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으며 욕실에 들어가서 플라스틱 칫솔에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치약으로 이를 닦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마트에 한번 다녀오면 종류별로 채소를 담은 비닐봉지, 플라스틱 사각 팩 등의 쓰레기가 나오고, 마트에서 오는 길에 마신 커피 한잔은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뚜껑으로 남는다.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비닐봉지 등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며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이 편리함 이면에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은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지구 어딘가에 남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런데 세계 도처에서 플라스틱 제품은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다. 태평양 한가운데에는 한반도 면적의 15배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한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섬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그 양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 쓰레기의 90%가 플라스틱이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바다를 뒤덮고 있다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이다. 커다란 플라스틱이 지구를 떠돌다가 마모되어 미세한 입자로 잘게 부셔지면 해양 생물들은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고 그들의 위(胃)는 쓰레기로 가득 차 고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가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긴 시간 동안 여기저기 떠돌며 많은 생명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담은 그림책 '플라스틱 섬'(이명애 글·그림/상출판)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를 간결한 문장과 그림으로 알려주고 있다. 어느 바다 한가운데에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용품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곧 알록달록 플라스틱이 모인 섬(島)으로 바뀐다. 이 섬에 살게 된 새들을 비롯해 많은 생명이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먹는다. 플라스틱으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고통 받는 현실을 수묵화로 담담하고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음이 먹먹해진다.당장에는 재활용 쓰레기 수거가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 9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세정제, 각질 제거제 등)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마련되었다. 아직은 미비한 시작이지만 앞으로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겠다. 그리고 정부의 규제와 함께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과대 포장을 줄이고 제품의 사용 후 폐기처리에 대한 연구 등 지구환경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들 하나하나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큰 섬이 만들어진 것처럼 반대로 우리들 개개인의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쓰레기대란을 계기로 우리들 개개인이 먼저 움직여야겠다. 막연한 환경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는 등 아주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 하나하나가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4-08 최지혜

[월요논단]70주년 맞은 4·3과 내부 식민지로서의 제주 역사

배제·고립된 제주 공동체문화는해방 맞아서도 다른 사람에겐여전히 낯설게만 남아 있었다4·3 일어나기전 美군정·경찰은도민 60~90%가 좌파라고 예단올해는 제주에서 4·3이 일어난 지 70주년 되는 해다. 이를 맞아 동백꽃 배지가 제작되었고, 배지 달기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4·3과 동백 이미지가 결합하게 된 계기는 강요배의 연작그림 '동백꽃지다'라 할 수 있다. 동백은 질 때 한순간 통으로 툭 떨어지는데, 제주 출신 화가는 4·3 당시 국가폭력에 의해 양민들이 살육 당하는 현장을 한순간 명줄이 툭 끊기고 마는 이미지로 해석해 내었던 것이다.동백을 항쟁과 연관 짓는 제주 민중의 상상력에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제주에서 동백은 '장두꽃'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네들은 아마 지는 동백을 바라보면서 장두의 머리가 베이는 장면을 되새겼으리라. 흔히 장두(狀頭)는 장수(將帥)로 오해되지만, 실은 소장(訴狀)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장두 출현은 중앙정부가 제주를 내부 식민지로 운영했던 정책과 관련된다.몇 가지 굵직한 사건만 보자. 말 산업으로 번창했던 제주 경제는 조선 태종·세종 대에 이르러 파탄을 맞이하고 만다. 말을 국가의 통제 대상으로 묶어 사사로운 매매를 금지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부박한 토질 탓에 제주에서는 농사로써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호구책을 잃게 된 제주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섬 밖으로 탈출하였는바, 이들 대부분은 한반도 근해를 떠도는 배 위의 유민으로 전전해야만 했다.중앙정부로서는 제주 유민을 막아야 했다. 유민들은 수적(水賊)으로 돌변하기 일쑤였을 뿐만 아니라, 유민 발생에 따라 제주 특산물의 진상이라든가 말의 안정적인 생산·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인조 7년(1629) 출륙금지령(出陸禁止令)이 내려졌고, 이는 순조 23년(1823) 해제될 때까지 20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고종 34년(1897)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명료하게 드러났다. 남쪽에 '식민지' 탐라(제주)를 거느리고 있으니 '제국'으로서 대한이 성립한다는 논리가 주창된 것이다.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채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면서 무거운 진상·부역을 감당하기 위하여 제주인들은 자신들만의 공동체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장두였다. 간난한 생활에 경래관(京來官)의 가렴주구가 겹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제주 민중들은 민란을 일으켰다. 중앙정부에 처지를 호소할 방식이 민란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민란이 성공하여 제주읍성을 함락하면 경래관은 섬 밖으로 추방당했고, 이들의 소장은 비로소 중앙정부에 전달되었다.민중들의 분노가 아무리 극에 달했어도 경래관을 처형하지 못한 까닭은 중앙정부의 응징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경래관을 처형한 순간 역모(逆謀)로 내몰릴 우려가 있지 않았겠는가. 이에 왕은 소장의 요구안을 수용하여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왕의 대리자와 맞선 책임을 물어 장두의 목숨을 거두어 갔다. 그러니까 장두는 민란 이후 난민의 안위를 지켜내는 한편 중앙정부의 분노를 무마하는 장치였던 셈이다. 민란을 성공으로 이끌고도 효수될 수밖에 없었던 강제검, 이재수는 장두의 운명을 대표하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배제되고 고립된 조건에서 형성된 제주의 공동체문화는 해방을 맞고도 타자(他者)에게 여전히 낯설게만 남아 있었다. 예컨대 4·3이 발발하기 이전 미 군정과 경찰은 그 이질감을 넘어서지 못한 채 각각 도민의 60~80%, 90%가 좌파라고 예단해 버렸다. 4·3 소재 최초의 소설 '비바리'(문예, 1950.2)의 작가 허윤석 또한 마찬가지다. 무장대를 이끄는 고·양·부 세 성씨의 지도자가 삼성혈에 모여 제사를 지낸 뒤 "계집은 남을 주어도 삼성혈을 더럽혀선 안 된다"고 결의하는 것으로 4·3을 그려내는데, 이는 제주문화를 신화시대 혈족의 연대 수준에서 파악한 소산이기 때문이다.4·3이 일어난 지 70주년을 맞는 이즈음, 우리 사회의 4·3 이해는 어느 만큼이나 성숙해졌을까. 동백꽃 피고 지는 일이야 자연의 조화이지만, 동백꽃 배지를 가슴에 달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사람의 소관이다. 릴레이 캠페인의 "제주4·3은 대한민국 역사입니다" 라는 구호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2018-04-01 홍기돈

[월요논단]MB를 위한 변명

부패·파렴치 그의 잘못만은 아냐그것을 용납·추종했기에 가능우리는 정치적 무능과 맹목그 안의 욕망·이중성 교정 필요온 몸으로 과제 수행하는 그에게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미래 좌우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였던 사람이 그 나라의 규범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사실은 예외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G. 아감벤이 말하듯이 이 사건은 법률의 힘이 스스로를 무효화하면서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예외상황일까. 아니면 그가 대표하던 국가와 그 구성원을 철저히 기만했기에 그 법의 이름으로 단죄 받는 지극히 정상적 상황일까. 어떤 경우라도 이런 상황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는 어떠한 통치 합리성이나 존립의 정당성도 보증 받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은 한국이란 국가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위해 반드시 해명해야할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그의 구속을 반기는 데 비해 반대로 그들의 정치적 의사를 재현하는 제일 야당에서는 공공연히 정치보복이란 주장을 펼치는 상황은 분명 분열적이며 이율배반적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정치가 한 공동체 내에서의 권력과 이해의 불가피한 상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라면 그 안에서 삶과 존재를 보증 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정치는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정치에서 배제되거나 초연해지길 강요받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정치가 과잉되거나 과소하게 재현된다. 정부수립 이후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모두 수감된 현실은 우리 정치의 역동성 못지않게 그 역기능과 이율배반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시금 우리는 우리 삶과 존재를 위해 국가 내의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과잉과 과소함을 넘어 정당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체계화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런 역기능과 이율배반은 점차 위기를 재생산하고 증폭시킬 것이다. 정치적 분열증이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런 해명과 재건설 작업은 국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의무이며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한 사회가 합의한 법과 법정신을 현저히 침해했을 경우 그가 누구든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에게 적용되는 법이 법정신에 어긋난다면 아감벤이 말한 것처럼 법률이 정지됨으로써 법률적 힘이 달성되거나, 절차적 법은 지켜지지만 그 정신이 폐기되는 예외상태일 수밖에 없다. 정상국가를 위해서는 이 예외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삼성 부회장 이재용에 대한 면죄성 판결이나 MB의 구속은 그 개인의 치욕을 넘어 우리 사회와 국가의 정상성과 합리성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가 한 때 이 나라의 최고 통치자였기에 어쩌면 그는 자신의 몸을 바쳐 우리의 정상성과 합리성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준 것일지 모른다. 현재까지 나타난 그의 불의하고 부패한 정치적 행위는 마땅히 법의 이름으로 단죄되고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를 단순히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 사회의 예외상태는 지연될 뿐이다. 끝없는 자본과 사적 이익에의 욕망, 국가 통치 수단의 사익화는 물론, 생태계와 평화 상황을 파괴함으로써 초래한 생존 위기 문제 등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뒤에는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했고, 그가 통치했던 그 시간을 용납했던 우리들 내면의 욕망과 맹목적 정치의식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이 역시 철저히 해명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의 과소와 과잉, 정치 맹목을 넘어 정치의 정당함과 합리성이 복원되어야 한다. 그의 부패와 불의, 그 파렴치가 가능했던 것은 그의 잘못만이 아니다. 그것을 용납하고 추종했던 우리들의 정치적 무능과 맹목, 그 안에 똬리를 틀고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불의한 욕망과 이중성에 대한 해명과 교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 없이 공동체와 정치 위기는 결코 극복되지 않는다.한 때의 최고 통치자가 자신의 몸을 바쳐 이 혹독한 정치적 성찰 과정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 아무나 최고 통치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에게는 그에게 맞는 정치적 사명이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정치적 사명이 있다. 감옥 안에서, 혹은 감옥 밖에서 이 과제와 직면하는 것이 지금의 정치적 과제이다. MB는 온 몸으로 이 정치적 과제의 수행을 외치고 있다. 그 외침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우리 공동체의 미래가 좌우된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3-25 신승환

[월요논단]6·13 선거와 출판기념회

신인들 정치입문 알리는 장점편법·부작용 불러오는 단점 존재이젠 선거비용 모금방식 바꿔야선거운동도 실현 가능한 공약희망 정책으로 관심 유도 필요우리 삶의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출판기념회'. 선거가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지역의 곳곳에서 다양한 후보들이 출판행사를 개최한다. 형식도 토크쇼에서 노래까지. 다채롭다. 예비후보들이 선거자금도 만들고, 선거운동도 함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다 보니 현장은 항상 뜨겁다. 하지만 엄격해졌다는 선거법의 뒷문이라는 평가도, 편법과 부작용을 지적하는 비판도 있다. 출판행사를 하지 않고, 깨끗한 선거를 공언하는 후보자들도 있다.대학의 교과서도 안 팔리는 시대. 교수도 출판사도 책 간행을 꺼려하는 출판의 빙하기이다. 그런데도 선거와 연계되어 출판기념회가 성행하는 것은 특이한 정치적 현상이다. 물론 출판계로서는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책은 본인이 직접 쓴 것인가. 개인사나 자화자찬을 책에 담아야 하나. 책에 담은 내용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현실에서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구체적인 실천전략이나 예산은 검토해 본 것인가.구름같이 몰려든 행사장의 시민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 정도면 적당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켜보면 참가한 분들의 특이한 행동을 볼 수 있다. 방명록에 사인만하거나 후보자와 눈도장만 찍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세를 과시하기 위해 동원된 것 같은 대규모 시민들이 함께 입장하기도 한다. 물론 책을 구매할리 만무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출판행사에서 기대이하의 참담한 성과를 거둔 후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현상은 대학가에서도 있었다. 과거 원로 교수님들의 회갑이나 정년퇴임식을 맞이하여 기념논문집을 발간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제는 논문집의 발간과 호텔행사비용이었다. 90년대에도 몇 천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가족들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후학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에서 각종 기념논문집이 안개처럼 사라진 것은 바로 그 비용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행사장에 오신 분들이 인사만하고 돌아갔다.책은 물론 음식도 그대로 남고, 비용청산이 골칫거리로 남겨졌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기념논문집에 정작 기념할만한 논문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재탕이거나 그저 그런 수준의 논문인 경우도 많았다. 무겁고, 읽을 것이 없는 책이라는 것을 아는지라 그냥 드려도 받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랬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후보들이 건넨 책을 다시 본다. 회갑 기념논문집만도 못한 책도, 자신의 업적으로 가득한 책도 있다. 지역의 현안을 오랫동안 고민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잘 정리한 책도 있다.며칠 전 동료교수가 지역의 예비후보 책을 전해주었다. 책을 받고 보니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다. 하지만 예비후보의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그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만약 그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기초자치단체의 주민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 지역은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물론 그 지역의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같은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현재의 선거용 출판기념회 행사에는 장단점이 있다. 특히 신인들에게는 정치입문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편법과 부작용 역시 존재한다. 각종 선거과정에서 출판기념회 행사가 언제까지 생명력과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분명한 것은 회갑기념논문집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출판행사에 참가하는 특정 연령대와 직업군의 편중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더 늦기 전에 후보자들의 선거비용 모금과 보전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SNS와 앱 그리고 정책보고서 등을 통한 선거운동 방식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가 90여일 남았다. 우리 지역의 후보자가 어떤 신념과 공약을 갖고 있는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미래의 희망을 현실화시키는 정책인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이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현안들이기 때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3-11 김민배

[월요논단]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불길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이대로 사그라들까 걱정소중한 것 지키기 위해 용기있게"ME TOO, WITH YOU" 외쳐야우리들 외침이 법과 정책 바뀌고상처받은 사람들 치유될 수 있길요즈음 우리 사회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 운동(Me Too)'이 확산되면서 연일 언론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시작한 캠페인이다. 타라나 버크는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한 단체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SNS에서 "#Me Too"라는 문구를 쓰도록 제안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런 세계적인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의 미투 운동 물결은 지난 1월 현직검사의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해서 문화계, 연예계, 종교계까지 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시작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듯, 성범죄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만연되어 있는 문제이다. 사건이 폭로될 때마다 놀랍고 실망스러운 한편 이것 또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며 우리 사회 깊숙한 어둠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까지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성범죄 사건과 다른 점은 우리가 웬만하면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시인, 유명 극단대표, 인기 배우, 호평을 받고 있는 사진작가 등이다. 각 조직에서 권력(權力)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성범죄라 하면 '가해자인 남성과 피해자인 여성'의 구도로만 보았으나 이번에 폭로된 사건들을 보면서 권력구조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 내부에서의 상하 관계, 교수와 학생, 감독과 배우, 선배와 후배 등등 자신의 권력을 악용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폭로를 하게 되는데 권력 구조 안에서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가 입게 될 2차, 3차 피해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사회는 그동안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관대했고 피해자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했다. 특히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별것 아닌 일로 유야무야 지나는 일이 많았다. 지난 달 22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성폭력에 대한 안이한 대응에 대해 질타를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유엔측은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상대로 무고 및 명예훼손, 고소에 나서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용기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사람들과 아직도 고통 속에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며 그림책 하나를 들여다본다. 그림책 '말해도 괜찮아(제시 글·그림/권수현 옮김/문학동네)'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어린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음에도 '비밀'을 지켜야 했고 이 모든 일이 아이의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협박당했다. 이 그림책 속 피해 어린이는 다행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상담사의 치료를 받았고, 가해자는 법이 적용되어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끔찍한 성폭력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후 용기를 내어 더 이상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면서 '말해도 괜찮아'로 'ME TOO, WITH YOU'를 외치고 있다.불길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이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이대로 사그라들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투를 외치는 사람들에게만 세상을 바꾸는 미션을 홀로 떠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ME TOO, WITH YOU(미투, 위드 유-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를 외쳐야 한다. 미투 운동의 원래 목적대로 우리들의 외침을 통해 법과 정책이 바뀌고 상처받은 이들이 치유될 수 있어야 하겠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3-04 최지혜

[월요논단]어떤 합리성인가?

이재용 부회장 353일만에 석방법의 합리성 정치·경제 이상 중요이 판결은 공동체 정당성 위해 진정 숙고해야할 문제 뭔지 질문그 대답따라 우리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청와대발 국정 농단 사건으로 불거진 의혹은 마침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징역 12년 구형으로 이어졌다. 비록 1심 선고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되었지만 한국 사회의 최고 권력이 관여된 사건인 만큼 2심 선고가 어떻게 내려질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구형과는 확연히 다르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면서 그는 구속 353일 만에 석방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 판결에 거세게 반발했다. 25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 판결을 내린 정형식 판사에 대한 파면 청원을 청와대에 올리기도 했다. 삼권이 분리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관의 판결을 행정부가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 일을 했을 리는 없지만 그만큼 이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에 비해 주류 언론들은 대체로 이 판결을 환영하거나, 또는 한국 경제를 위해 받아들여야 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기도 했다.평창 올림픽이 열리면서 이 사건은 그대로 묻히는 듯 보이지만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성찰하고 분석해야할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고 권력의 내적 연관성이다. 정치와 경제의 최고 권력이 어떻게 결탁되었으며, 그런 내밀한 결탁을 법은 어떻게 다루는지 이 사건은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화국을 표방하는 한국은 민주주의 정치체제이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민의에 의해 합의된 법체제이다. 그런데 그 법이 민주공화국의 근본 토대를 위협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법은 법체계와 그 절차의 합리성에 의해 정당성을 보장받는다. 그런데 과연 이런 외적인 타당성이 법의 전부일 수 있는가. 법적 정당성을 충족시켰다 하더라도 내적 합리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온갖 현란한 말로 판결을 정당화해도 반발이 심한 까닭은 그 내적 합리성을 수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법치의 정당성은 법이 지니는 외적 타당성을 넘어 법 정신과 원리에 상응할 때 달성된다. 그런데 그것이 법관의 개별적 정의관이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또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왜곡된다면 우리 사회의 정당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무로 된 쇠가 있을 수 없듯이, 불의한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이 정당성을 상실한 법은 법이 아니다. 나치도 법의 이름으로 죽음의 수용소를 운영했다. 판결을 내린 판사는 "법리는 양보할 수 없는 명확한 영역이었고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고심한 것은 법의 정당성일까, 정의일까 아니면 그 무엇이었을까. 그가 "가장 고민한 것은 이재용의 석방여부였다."사회철학자 A. 네그리는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가 전 지구화된 제국이 되었다고 말한다. 제국 밖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제국은 정치와 경제가, 권력과 금권이 결합하여 통치하는 사회이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이 판결은, 이를 환영하는 주류언론의 태도는 우리 사회의 현재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 법이 스스로 권력과 금력에 굴복할 때 그 법의 정당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민주공화국 체제를 지켜내기 위해 권력과 금력에 종속된 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법을 독점한 이들의 자의에 따라 체제 자체가 흔들린다면 어떻게 민주공화국을, 정의와 공동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최고 권력과 최고 금력이 불의하게 결탁하고 이를 부당하게 합법화할 때, 어떻게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가 가능할까. 불의한 결탁은 소외와 억압을 낳는다. 법의 합리성은 정치, 경제의 합리성 이상으로 중요하다. 개인이든 사회든, 또는 국가든 그것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합리성이 지켜져야 한다. 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내적 합리성을 필요로 하듯이 사회나 국가도 이런 합리성을 필요로 한다. 민주공화국에 타당한 법적 합리성을 어떻게 일궈내야 하는 것일까. 이 판결은 우리 삶과 공동체의 정당성을 위해 진정 숙고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질문한다. 그 대답에 따라 우리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 대답과 그에 따른 실천 없이 민주공화국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2-25 신승환

[월요논단]맏형으로서 남한의 역할

축제보다 평화 강조 '평창올림픽'남북 교류·협력·북미대화 성사땐한반도 위기 해소 될 수 있어이산가족 상봉·개성공단 등과제 실마리 찾을 수 있다는 뜻'북, 공존번영 길' 찾도록 이끌어야장형부모(長兄父母). 큰형의 지위는 부모와 같다. 맏형이 부모처럼 집안과 아랫사람을 돌보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형만 한 아우 없고, 아비를 넘을 수 있는 자식 없다'는 말에 담긴 뜻도 비슷하다. 하지만 유교적 유산이라는 비판을 넘어 요즘 시대에도 맞는가. 맏형이 과거처럼 가족의 서열순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국가를 맏형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라면. 지금도 타당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맏형들이 대거 등장한 곳이 평창이다. 하지만 무례하다든가, 굴욕적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넘쳐난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북한 김영남 위원장은 서로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상호무관심이라는 외교적 표현을 쓰면서까지. 아베 총리는 말 그대로 염장을 지르고 있다. 잔치 집에서 소금뿌리는 행태다. 러시아는 도핑파문으로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다.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폐막식에도 오지 않을 모양새다. 그러나 예외 없이 혈맹을 강조하는 성조기와 동포를 강조하는 한반도기가 평창에서 펄럭이고 있다.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다소 과장해보면 중국과 북한, 미국과 한국 관계는 형제로 볼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이 맏형이라면 북한과 한국은 동생쯤 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이라는 이복형제를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간의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힘과 이익만이 판치는 국제질서에서 장유유서가 통할 수 없기 때문일까.최근 중국은 유엔을 내세워 북한을 강도 높게 제재하고 있다. 사드를 핑계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도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일종의 선제공격인 '코피 작전'을 거론하고 있다. 빅터 차의 낙마 이유가 코피작전에 대한 반대의 결과라면. 올림픽 이후 한반도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 공격일지라도 한반도는 파국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혈맹이라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트럼프의 시나리오. 수백만의 사상자는 물론 경제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러시아와 일본은 미운 시누이 역할에 바쁘다. 끔찍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병상련의 처지에 한국과 북한만이 놓이게 됐다. 북핵문제에서 시작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한반도의 위기가 '넘사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만큼이나 미국의 코피작전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더 이상 선택의 길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축제보다 평화를 강조하는 평창올림픽. 거기에는 한반도의 위기적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김여정이 특사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향후 남북한 관계의 극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남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가 진행된다면 위기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서해평화협력 지대 등의 과제가 실마리를 찾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돌이켜 보면 남북한 간 관계는 미국이나 중국과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맏형이 부모다'라는 말에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엇나가는 형제가 있을수록 부모의 지위에서 맏형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남북한관계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이 아니라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존번영의 길을 찾도록 이끌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수평이면서도 때로는 수직관계인 형제. 맏형은 배려와 베풂을 다해야 하고, 동생은 존중과 이해를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되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를 때 형제 관계가 유지된다. 욕심과 불신이 겹치면 남는 것은 파국이다. 가족과 대학 그리고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설이 다가온다. 조상 앞에서. 우리들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우리시대에 걸 맞은 형제관계는 무엇인지. 시대가 요구하는 맏형의 올바른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 다 함께 생각하는 명절이기를 기대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2-11 김민배

[월요논단]미세먼지와 우리의 역할

오염된 공기로 건강 걱정 만큼범 지구적 생각과 작은 실천 필요지금부터라도 한 그루 나무 심듯자동차 사용 줄이고 에너지 절약공장가동때 먼지 발생 줄인다면세상은 조금씩 나아지리라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서 일기예보를 자주 보게 된다. 보통 일기예보를 보는 이유는 기온과 눈, 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으나 이제는 미세먼지 농도를 함께 체크하게 된다. 올해 벌써 4차례나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 실제로 느끼기에도 안개 낀 것처럼 뿌연 대기를 보면서 깜짝 놀란 날이 여러 번 있었다. 미세먼지와 함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기 걸렸거나, 기관지 계통에 심한 병이 있는 사람들만 착용하는 것으로 여겼는데 요즘은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는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북쪽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행사건으로 내려온 어떤 인사는 말을 아끼면서 남쪽의 특이 풍경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미세먼지는 사전의 뜻을 빌리자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로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1천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주로 연료를 태우는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자연적인 발생물은 흙먼지나 꽃가루 등이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 과정에서 폐에 들어가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기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 중 입자의 크기가 더 작은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라 부른다.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직경의 20∼30분의 1보다 작아 폐를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와 온몸 전체를 돌아다닌다. 이로 인해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고 뇌졸중을 발생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전국의 지자서는 미세먼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각종 저감 정책과 대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실시했고, 경기도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학교체육관 건립 예산' 문제로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그 외에도 관내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하기도 하고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각종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발암물질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실인데, 이런 대책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인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찌되었든 앞 다투어 내놓는 대책들 덕분에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인지할 수 있게 되었고 국가차원에서의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 외에는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국가적 차원의 대책과 규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지 생각하다 보면 케냐의 여성 환경 운동가이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여사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는 초록 나무가 우산처럼 드리운 작은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 케냐는 더 이상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고 점점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맑은 공기와 고갈되지 않는 샘솟는 물을 얻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야 함을 알았다. 그리고 한 그루 한 그루 심고 또 심었다. 한 사람의 노력은 점차 번져나가 검은 땅이 초록의 산이 되었다. '지구의 상처가 아물어야 우리의 상처도 치유할 수 있습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함께 껴안아야 합니다.'(나무들의 어머니-지네트 윈터 글·그림/미래아이 출판)우리들이 오염된 물이 걱정되어 집에 정수기를 들여 놓고, 오염된 공기가 걱정되어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다고 깨끗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걸까? 물론 국가적 대책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미세먼지에 대해 걱정하고 우리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만큼 범지구적인 생각과 작은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왕가리 마타이처럼 지금부터라도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듯이 자동차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기업들의 공장가동시 철저한 시설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실천을 해 나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리라./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2-04 최지혜

[월요논단]예지몽

일본 제국주의의 반인륜적 폭력경제가 전부라는 개발독재의반민주·반인간적 겁박에 굴종우리의 무지와 비겁함이초래한 결과라고 회상한다면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된다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싶은 인간의 희망이 예지몽이란 생각을 만들어냈다. 사실 우리 삶에서 내일 일어날 일을 오늘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엄청난 사건이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이 세상은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 것이다. 모든 사람이 예지몽을 꾼다면 그래서 모두가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런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예지몽이 일어날 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일의 의미를 미리 감지하게 해준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 그에 따라 지금을 바꿀 수 있을 테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신경생물학 연구는 이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의 기억 장치와 같지 않다. 사람은 지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이것을 마치 한글 프로그램의 '불러오기'처럼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은 기억하는 현재에서 바라는 미래와 희망을 토대로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구성한다고 한다. 물론 이 말이 과거 사실을 조작하거나 있지도 않던 일을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말은 기억이 있는 사실을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조합해서 회상한다는 뜻이다. 그런 과정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라 한다.이렇게 본다면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과 형태는 매우 중요하다. 그 회상을 자세히 바라보면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진정한 미래의 희망과 바람이, 또 현재를 사는 우리 삶의 중요한 동기와 터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내일 주식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꿈은 불가능하지만, 내일 그 주식과 관련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알려주는 꿈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철학에서도 회상을 매우 중요한 진리 인식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꿈과 회상은 현재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과거에의 해석이라고 말한다. 우리 역사는 지난 100여 년 사이의 엄청난 변화와 충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구한말의 처참한 경험과 제국주의 침략에 따른 참혹한 고통은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 최근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그 고통이 현재진행형임을 잘 보여준다. 그에 덧붙여 분단과 전쟁의 고통은 지금도 우리 사회를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면서 식민시대의 고통 못지않은 아픔을 주고 있다. 개발독재 시대와 민주화 과정, IMF 구제 금융 사태 등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지난 역사가 아닌가. 그러니 역사를 회상하고 해명하는 작업은 그 역사적 경험을 추체험하고 이를 회상하는 현재의 해석이 중요하며, 그 안에는 철저히 미래를 지향하는 우리의 바람이 자리한다.최근 <택시 운전사>, <1987> 따위의 영화가 우리로 하여금 이런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이를 통해 지금 그 역사를 호명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 호명이 결코 자랑스러운 투쟁의 기억이거나 과거의 야만에 대한 눈물 어린 아픔, 또는 그 어떤 자괴감일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사건을 호명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사회와 우리 삶이 가야 할 미래를 꿈꾸면서, 지금 그 역사를 새롭게 회상하게 된다. 지난 시간 겪었던 야만과 고통이 제국주의와 독재권력, 경제가 전부라는 겁박에 굴종했던 우리의 무지와 비겁함이 초래한 결과였다면, 지금 그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불러옴으로써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될 야만과 폭력을 새롭게 회상해야 한다. 그것은 일본제국주의의 반인륜적 폭력이건, 개발독재의 반민주와 경제만능의 반인간적인 야만이건 그 어떤 것도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단이다. 그 결단에 따라 지난 역사를 회상함으로써 지금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과 공동체로 바꿔놓아야 한다. 그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기억하고 회상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촛불 이후에도 이 폭력과 야만이 여전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를 잘못 회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면서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가, 어떤 미래를 꿈꾸면서 지금을 살고 있는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8-01-28 신승환

[월요논단]반대로 하면 된다는 우리사회

정책 수립하는 고위 공무원이나정치인들은 성공한 사람들로삶 개척하는 방식 다를 수밖에규제와 엄벌이 아니라부작용 최소화 하면서 시장과국민들 도와주는 정책 시행해야"반대로 하면 된다". 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발언으로 가상화폐는 검색뉴스 순위를 휩쓸고 있다. 20~30대의 분노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정부의 방침과 학교의 가르침 그리고 부모님의 삶과 반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댓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생각해보니 우리사회의 최근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자는 흐름이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관념에 기초한 정책들에 거부하고 있다는 징표다. 동시에 정부보다 앞선 사고의 표현이자 국민들의 행동방식이다. 기성세대의 삶의 방식과 인생 목표들은 이미 붕괴되었다. 부모님의 기대처럼 공부를 잘해 대학에 진학하여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자식을 키우는 것.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고 바람직한 삶의 패턴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그것을 꿈꾸던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린 지 오래다. 사오정이나 오륙도는 옛말이다. 아예 정규직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넘쳐 난다. 부모님과 어른들의 가르침대로 공부도 하고, 착실히 살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바르게 살았던 사람보다 비합법과 불법적 수단을 통해 부를 추적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살고 있다. 왜 10대 청소년까지 가상화폐에 뛰어드는가. 당연히 어른들은 한탕주의가 가져올 부작용을 걱정한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해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실업이거나 비정규직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잣대, 좋은 직장을 평생 다닐 수 있다는 희망, 노후에 삶을 여유롭게 살수 있다는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세대들은 각종 제도와 규제정책이 만들어 놓은 틀에 분노한다. 그것들이야 말로 기성세대와 기득권을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돈의 문제나 한탕주의로 보아 칼을 빼들기 전에 생각해봐야 한다. 청소년들까지 왜 교과서적 삶을 거부하는가. 일탈이든 한탕주의든 왜 기꺼이 감내하려고 하는가. 가상화폐는 청소년과 청년세대들이 가장 잘 아는 마켓이다. 가상화폐가 기존의 화폐시장을 흔들고,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진화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국가를 뛰어넘는 가상화폐는 세금과 규제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체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국제간 거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폐쇄로 대응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섰다.가상화폐와 부동산 그리고 최저임금.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문제들이다. 정부는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다. 그러나 강남불패, 서울사수는 지방을 더 멍들게 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인간다운 삶을 내걸고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해고사태를 불러오고 있다. 장관마다 나서 강력한 규제와 엄벌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방침과 반대로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정책입안과 집행 방식은 교과서적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추어 정부에 학자 장관이라는 표현이 왜 나오는가. 세상의 흐름을 읽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공무원이나 정치인보다 앞서 움직인다. 격동의 시대를 산 기성세대는 경험칙으로, 젊은 세대는 새로운 세상의 흐름을 인터넷과 SNS를 통해 꿰뚫어 보고 있다.가상화폐 폐쇄논란과 부동산 정책 혼선 그리고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의 규제위주 잣대로는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정부는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국민들이 묻고 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말 그대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잣대와 그렇지 않은 국민들이 삶을 개척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왜 나처럼 살지 않느냐고 법으로 다그칠 수 없다. 규제와 엄벌이 아니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장과 국민들을 도와주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당면한 현실적 삶은 춥고 어렵다. 국민들을 부패나 투기집단으로 매도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도덕적 결벽주의에 매몰되어 정책의 집행에서 유연성을 추구하지 않는 권위주의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온다는 경험을 상기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01-14 김민배

[월요논단]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를 맞이하며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언제나 마음가짐은 어렵지만수첩 첫 페이지에 적어두고내 마음을 재다짐 하는 것올해도 매 순간 처음처럼 맞자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7년이 지나갔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지난해 우리 사회에 있었던 큰 사건으로는 광화문 사거리 일대가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로 밝혀졌었고, 시민의 힘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퇴진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 후 바다 밑에서 절대 올라올 수 없을 듯이 갇혀있던 세월호도 뭍으로 쑥 올라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1980년 5월 18일에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며 같은 날 태어난 한 여성이 아버지를 그리며 축사를 읊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고 함께 울었다. 문화계를 보자면 '방탄소년단'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5월에 미국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rd Music Awards)'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면서 승승장구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다. 이렇게 큰 사건들 외에도 우리들 각자 각자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로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으리라. 그렇게 2017년은 가고 무술년(戊戌年) 새 해 첫 달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육십간지의 35번째 해인 무술년으로 무(戊)는 황이고 술(戌)은 개를 상징하므로 황금개띠의 해이다.새 해를 시작하며 그림책 '문을 열어! (황동진 글.그림/낮은산)'를 펼쳐들었다. 다양한 문(門)들이 말을 건넨다. 오래된 문, 새로 갓 만든 문, 커다란 문, 작은 문, 열려 있는 문, 닫혀 있는 문, 조금 열려 있어 꼭 들어가 보고 싶은 문, 녹 슬어서 무섭게 닫혀 있는 문…. 어제와 다를 것 없이 똑같이 반복되는 날들 같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서듯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낯선 문 앞에 서서 지금은 알 수 없는 문 뒤에 있을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것과 같다. '우리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어. 문은 안과 밖을 나누기도 하고 이어주기도 하는 거지. 문밖 세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구절을 가만히 읽어보면서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의 문 앞에 서 있다. 새 달력을 걸고 새 수첩도 마련하고 새해에는 어떻게 지낼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새 다짐을 해본다. 새 수첩에 주소록을 정리할 때 이제는 이 세상에 없어서 적을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기도 한다. 수첩을 새로 바꾸면서 매년 내 수첩의 첫 장에 적는 글귀가 있다. 신영복선생의 '처음처럼'의 글귀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수첩 첫 페이지에 적어두고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재다짐 하는 것이다. 올 한해는 매 순간을 설렘으로 늘 처음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자./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8-01-07 최지혜

[월요논단]시간은 물리적 현상이지만…

한 해의 시작·끝 정해 '의미' 부여인간은 '영성적 존재'이기 때문올 가장 중요했던 말 '개혁'부분적 불공정 청산불구 '한계'자본·성공 향해 질주하는 우리자신부터 변해야 '진정한 혁명'시간은 물리적 현상이지만, 그 시간을 사는 사람의 때는 전적으로 의미를 따라 이뤄진다. 시간을 경계 지우려는 우리의 본성은 달력을 만들어 한 해의 시작과 끝은 만든다. 시간을 넘어 때를 만들고, 그때의 의미를 돌아보며 마무리와 새로움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생물학적 존재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간이 인간인 까닭이다. 역사에서 보는 모든 종교와 사상은 이런 인간의 의미론적 행위를 영(spirit)이란 말과 연결지어 정의한다. 자신의 영/영혼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흔히 영성이란 말로 표현한다면 인간은 누구나 영성적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모든 종교와 사상은 그 핵심 교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인간의 이런 내적 지평을 강조했다. 그런 특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예외 없이 황금률과 절제 및 자기 비움의 정신이다. 이런 인류 공통의 정신을 되새겨 보는 일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시간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지난 한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던 말이라면 단연 개혁이었다. 이에 대한 수많은 요구와 생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시대 정신을 대변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개혁이 무엇을 위한 것이며, 나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생각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부분적으로 지난 시대의 불공정과 불의, 부패가 어느 정도 청산되기도 했지만, 공고하게 똬리를 튼 한계와 모순이 상존하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의 법원 판결을 보면서 여전한 부정의에 분노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120억에 이르는 시세 차익을 챙긴 불공정함이,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고발했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아무런 죄도 되지 않는다는 판결에 선뜻 수긍할 사람이 얼마일까. 법치를 가장한 불의는 여전하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불의와 부패, 불공정은 일상의 삶과 노동에, 교육과 언론에, 정부 영역과 경제 행위 안에 여전히 그 위력을 잃지 않고 있다. 특권과 이익을 독점적으로 소유한 계층이 그들만의 이해를 위해 불의한 합작을 이어가는 사회는 현재형이다. 이런 생각이 줄어들지 않는 한 이 사회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다시 물어야 한다. 과연 혁명은 가능한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혁명인가.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함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모든 혁명은 그 시작의 성공이 실패로 귀결된다. 역사에서 그 시작을 온전히 달성한 혁명이 없었듯이, 그 모두가 실패로 끝난 혁명도 없었다. 혁명은 자신의 성공을 실패를 통해 입증한다. 또한 자신의 실패를 통해 혁명은 그 본질적 성공을 가능하게 한다. 어떤 경우라도 혁명 이후는 그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또한 혁명 이후의 삶이 그 이전의 삶과 혁명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도 없다. 그래서 혁명은 성공과 실패의 이중주 속에서 그 본성을 달성한다. 촛불에 의한 지난 시간이 혁명일 수 없거나, 그럼에도 혁명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우리 사회의 혁명은 어디쯤 자리하는가. 모든 혁명은 나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며, 또한 나의 변화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이중주 속을 질주한다. 지금 정치와 법, 언론과 경제 개혁을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혁명은 자본과 성공을 향해서만 질주하는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야 한다. 여전한 우리 사회의 부정의와 불공정, 전쟁과도 같은 삶이 제도와 체제의 한계와 모순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을 혁명하지 않으면 이 모든 변화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떠한 본질적인 의미도 달성하지 못한다. 혁명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개혁에의 요구가 우리 자신의 혁명 없이 불가능하다는 사실, 자본과 성공을 향한 욕망,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못하는 맹목성에 대한 성찰 없이는 결코 어떤 혁명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영혼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모든 사상과 종교는 이런 진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변종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이 문화만이 이런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정 혁명을 원한다면 자신의 삶과 존재를 혁명해야 한다. 지금 당신과 나는 어떻게 이런 혁명을 맞이하고 있는가./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12-24 신승환

[월요논단]PRC 혹은 China

문 대통령, 중국이 주도하는과학기술정책 깊은 관심 가져야기술강국 재정립·4차 산업혁명기회 놓치면 산업경제 앞날 험난국가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산업기술보호 정책 강화 필수Made in PRC. 유럽판매 제품에 표기된 원산지 국가명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인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산의 다른 표기방법이란다. 섬유와 가죽제품의 메카라는 이탈리아에서. 나름대로 브랜드가 있는 현지제품들이 중국산이라니. 그래도 디자인은 이탈리아에서 했다고 위로하는 여행객들도 있고. 비난하는 댓글도 있다.만약 우리가 잘 알고 있는 Made in China라고 표기 되었다면. 아마도 구입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편견이 아닐까. 언젠가부터 우리들의 인식 속에 중국에 대한 특이한 잣대가 자리 잡고 있다. 사드나 북핵문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있는 그대로 중국을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나라보다 못한 것을 찾아내거나 가공된 뉴스를 토대로 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보면 제조와 과학기술 강국을 향한 중국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중국은 2025년까지 제조업의 기술을 독일 수준으로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사드와 북핵문제의 해결 이후.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과학기술의 현황을 보면 그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독주에서 미·중의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2017년 9월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SCI 논문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SCI수록 논문 수는 62만 2천편(2007~2011)에서 124만5천편(2012~2016)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세계 12위(5만1천51편)이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의 '과학기술진흥기구'는 기술혁신의 원천이 되는 과학논문 중 '컴퓨터, 수학, 화학, 재료 과학' 분야에서 중국이 1위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예산지원과 인력양성이 있다. 2014년 중국은 연구투자비로 380조원을 투자했다. 180조원의 일본을 앞지르고, 미국의 460조원에 육박한다. 안후이성에 12조원을 들여 설립되는 '양자기술연구개발센터'는 모든 암호의 1초 내 해독과 3개월간 잠행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60억 달러를 투자하는 세계 최대의 가속기는 힉스입자를 발견한 강입자가속기(LHC)보다 2배나 크다. 중국은 첨단 과학 기술력의 성과로 7천62m의 잠수에 성공한 유인잠수 조사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책연구기관과 기업의 연구센터 그리고 대학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올해 실시된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주관의 연구보안과 산업기술보호 교육에 참여하였다. KIST,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재료연구소, 한국기계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극지연구소, 한국해양대학 등. 그리고 방위산업기술보호를 위해 한국방위산업진흥회와 방위사업청이 주관한 교육에도 참여하였다. 현장에서 만난 연구원들이나 임직원들의 역량과 열정 그리고 성과들은 매우 높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술보호의 대상은 국가핵심기술 61개, 방위산업기술 141개 그리고 산업기술 4천개 내외다. 그러나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안과제 이외에 그 전단계로서 핵심과제 영역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기본과제를 통해 축적된 연구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핵심과제로 확대하고, 이를 보안과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세계와 맞서려면 기술보호 대상의 바탕이 되는 보안과제를 10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과학정책과 예산지원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주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사드와 북핵문제 해결이 일차적 과제다. 그러나 중국이 주도하는 과학기술정책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PRC가 KOREA의 과학기술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술 강국으로의 재정립과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 산업경제의 앞날은 매우 험난하다. 국가R&D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산업기술보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술이 없다면 새로운 일자리도 복지도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12-10 김민배

[월요논단]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참사로세계가 탈핵 에너지혁명 추진정부도 2083년 '원전제로' 목표달성한다는데 60년이나 걸려포항지진에 수능연기 사태 기점계획 다시 세워야하지 않을까겨울이 시작됐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수능시험을 떠올리게 된다. 매번 수능일이 다가오면 기상예보에서 그날은 다른 날에 비해 기온이 뚝 떨어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올해의 수능시험은 유독 큰 기록을 남기고 지나갔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포항에 지진이 났고, 시험은 일주일 뒤로 연기됐다. 그것도 수능시험 하루 전날 결정된 것이다. 수능이 시작된 이래 날짜가 연기된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날짜가 미뤄졌다고 마냥 좋아할 리는 없다. 수능 일정에 맞추어 준비된 많은 다른 일정들도 함께 바뀌었다. 갑자기 학원가에 일주일 집중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시험 후에 떠나려고 예약해 놓은 여행과 성형 시술 등이 취소되고 연기됐다. 여기저기 많은 혼란이 빚어졌지만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기된 시험보다도 지진으로 인한 피해와 혼란, 주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다.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일본의 지진 소식이 전해질 때면 우리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말이 무색해졌다. 작년 경주에서 지진이 있은 이후 올해 포항에서도 예고 없이 일어났다. 경주는 지진 강도가 5.8이었으며 그 후 500회 정도 여진이 이어졌다. 이번 포항 지진은 공교롭게도 수능시험 하루 전날인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 강도 5.5규모로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8년 4월 29일 설비용량 587MWe인 고리 1호기를 가동하기 시작해 2016년 현재 25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원전은 얼마나 안전한지 생각해야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PRIS자료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있는 이 25기의 원전은 총 4개의 부지에 집중돼 있는데 고리, 월성, 한울, 그리고 한빛 원전단지다. 그리고 개별 부지별 원전 밀집도 및 부지별 원전 규모에서도 세계 1위이다. 미국보다 20배 이상, 러시아보다는 100배 이상 원전 밀집도가 높다고 한다. 더구나 원전이 폭발했을 때 피해지역인 반경 30㎞내에 인구 밀집도 또한 세계1위다. 그 외에도 고리원전에서 불과 몇 십킬로 안 떨어진 곳에 울산석유화학단지(18㎞), 현대자동차(25㎞), 부산항(32㎞), 해운대(21㎞)가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사용 후 핵연료)을 40년 이상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가? 그림책 '희망의 목장'(모리 에코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고향옥 옮김/해와나무)에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9.0의 강진으로 불과 몇 십분 만에 밀려온 쓰나미 현상으로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의 피해를 입었다. 원전으로부터 반경 30㎞이내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곳을 떠나야했다.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방사능 때문에 20㎞이내에는 아무도 거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그곳에 머무는 생명체가 있다. '나는 소치기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림책 속 주인공 요시자와 마사미씨와 그곳에 남은 소 360마리다. 정부에서는 가축들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어차피 사람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모두 살처분 하라고 하지만 소치기는 소들을 먹이며 돌본다. '애들아, 많이 먹고 똥 누거라. 그래도 돼, 그게 너희 일이니까. 내일도 모레도 밥 줄게. 나는 소치기니까.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여기 있을 거란다.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 그림책은 원전사고의 피해와 함께 무엇이 의미가 있는 일인지,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체르노빌참사(1986년 4월)와 후쿠시마참사를 교훈삼아 탈핵 에너지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이 그 좋은 본보기다. 우리나라도 탈핵에너지혁명에 앞장서야한다. 현 문재인 정부가 2083년에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60년이나 걸리는 사안이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인한 수능지연사태를 기점으로 좀 더 박차를 가하여 원전 제로의 계획을 다시 세워야하지 않을까./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7-12-03 최지혜

[월요논단]수능 연기와 교육 개혁

지금의 교육 무엇이 달라졌는가오죽하면 교육부 해체 목소리도 더 무너질 곳 없을 정도로 망가진한국의 교육과 학문관료들 이해 절대적 부족 속에교육공학적 차원 통제·억압 남발지난 11월 23일 전국 60여 만 명의 수능 수험생들은 무사히 수능 시험을 치렀다. 그 전 주 포항 지진의 여파가 있었지만 교육 당국의 적절한 대응으로 대학 입시와 관련된 커다란 위기를 잘 넘겼다. 그런데 과연 이 문제는 이대로 해결된 것일까.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기존 수능 시험일 저녁이 되어서야 황급히 시험 연기 발표를 했다. 수험생들의 '멘붕'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와 관련된 여러 혼란 역시 엄청난 것이었다. 이 사건이 불러온 파장은 이 나라에서 수능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 그런데 교육 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장관은 다만 수능 연기만을 되뇌이곤 서둘러 기자회견을 마감했다. 물론 그때야 그럴 수밖에 없었을테지만, 그 이후에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입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수능 연기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교육부 장관은 교육 개혁이란 시대적 요청을 어떻게 이슈화 했는가. 교육이 한 국가는 물론, 그 공동체와 개인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할 것인가. 특히 해방 이후의 역사에서 보듯이 우리가 거둔 성취는 근대적 교육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자명하지 않은가. 더욱이 지금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고, 근대의 종언과 함께 시대사적인 전환이 다가왔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이때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방 이후의 우리 교육은 전적으로 산업화 패러다임에 맞추어져 있었으며, 그 방향이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후기 산업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으며, 문명사적 전환이 눈 앞에 다가온 지금 산업화시대의 틀에 맞춰진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은 절실한 과제가 아닌가. 굳이 이런 거대담론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교육이 당면한 문제는 수없이 비판되고 또 그에 대한 대안도 무수히 제기되었다.공교육 파괴, 입시과열과 사교육 범람, 서열화된 대학, 대학교육의 붕괴, 인문학과 공학 교육의 위기 등 거론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한계와 모순, 역기능들이 교육 개혁을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껏 교육개혁의 시대적 책임을 안고 그 자리에 오른 이들은 이 과제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지난 겨울 촛불 시위가 촉발된 데는 이화여대의 입시부정 문제와 교육과정의 역기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그때 학생들이 요구한 것이 다만 한 대학에 국한된 문제였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 국가의 교육이 무너지면 학문도 부서지고, 그에 따라 국가의 미래도 함께 침몰할 수밖에 없음을 세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대학은 보이지 않게 더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취업기관이 된 대학, 수많은 반교육적이며 반민주적 행태가 넘치는 대학과 장식이 된 연구는 한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교육과 학문을 포기할 지경으로 몰아간다. 대학 정책을 둘러싼 거짓은 지난 정권의 잘못이라 쳐도, 83%에 이르는 사학은 지금 온갖 형태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재정과 정책적 통제를 통한 교육부의 온갖 반교육적 행태에 굴종하는 것이 지금의 대학이다. 지난 11월 13일자 '교수신문'은 재정 위기에 직면한 대학이 비정규직 전임으로 교수를 대체하거나 아예 학문 후속세대를 채용하지 않음으로써 곧 베이비부머 세대의 교수가 은퇴함에 따라 학문 자체가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교육 개혁을 책임질 사람들은 지금 촛불의 혜택을 누릴 뿐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책임있는 행동도 보여주고 있지 않다. 그들은 왜 그 자리에 있는가, 아니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었을까? 정말 묻지 않을 수가 없다.오죽하면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부를 해체해야한다는 여론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에 까지 이를 정도였을까. 그런데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한국의 교육과 학문은 더 무너질 곳이 없을 정도로 부서지고 있다. 교육과 학문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관료들이 다만 교육공학적 차원에서만 통제와 억압을 남발한다. 그렇게 시나브로 죽어가는 교육과 학문을 위해 개혁하라고 외쳐도 듣지 않는다. 교육과 학문이 죽으면 삶과 미래도 함께 죽는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11-26 신승환

[월요논단]뮤지엄 파크와 보르게세 미술관

혼이 담긴 작품과 시대정신 유물수천년 지혜·역사 간직 '보르게세'인천 문화예술 역사 전환점 될'뮤지엄 파크' 삼류 미술·박물관전락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정치인들 선거용 배제부터 시작뮤지엄 파크. 인천 학익동에 시립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문화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때문일까. 내년 8월까지 타당성 검토 용역이 진행 중인데도 의견수렴과 현장설명회 형식으로 그 모습이 서둘러 공개됐다. 아무튼 시립미술관이 없었던 터라 반가운 소식이다. 접근성과 협소함에 지친 박물관에도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한곳에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문화산업시설을 집중해 조성하는 사업이 전국 최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콘텐츠 빌리지 등을 합쳐 5만809㎡를 건설하는 구상안이 제시되었다. 총사업비는 2천853억원 내외. 국비 590억원, 시비 894억원, 민간투자 1천369억원 등이다. 토지는 용현학익지구를 개발하는 (주)DCRE가 기부채납을 했다. 성패의 관건은 국비확보와 민자유치 여부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이나 역사보다 토건사업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건축한 다음에는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물론 용역의 초기 구상단계라서 그렇겠지만 정작 중요한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박물관의 유물구입 등의 예산이나 계획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건축 계획은 그 자체가 작품이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정신과 어떤 소장품으로 시민들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술관의 성격과 박물관의 역사성에 대한 언급이 생략된 뮤지엄 파크 구상안을 보면서 지난 추석 때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생각났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별도로 전시되어 있었다. 소장하게 된 기록 등과 함께. 진품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데 다른 작품은 사진촬영이 되는데도 소송관련 기록 자료나 그 작품에 대해서는 촬영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전시하고 있는지. 미술관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당당하게 전시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한 의문은 용산 국립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교문화재나 기증유물을 제외하면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많지 않았다. 물론 두 건물 모두 외형은 대단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전시작품이나 유물 등은 건물에 걸 맞은 것일까. 인천의 뮤지엄 파크가 기존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계적으로 건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축과 함께 작가들의 작품 구입이나 주문 제작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작품과 작가의 위대성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로마패스로 11월 1일부터 시작된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의 베르니니(G. L. Bernini) 특별전을 보았다. 22유로에 사전예약. 15분 전 도착에 2시간 관람. 그러나 연일 매진이었다. 베르니니의 작품은 환상 그 자체였다. 진한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작품집을 39유로에 구입했다. 다비드를 표지로 내세운 보르게세는 베르니니가 미켈란젤로에 결코 뒤지 않는 작가임을 알려주었다. 로마의 고전 미술관(Barberini Palace)에서의 아르침볼도(G. Arcimboldo) 특별전이나 피렌체의 우피치(Uffizi Gallery)도 감동을 선사했다. 왜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경탄을 하고,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지. 바티칸의 최후의 심판이나 성화들을 보면서도 그런 천재적인 예술가를 배출한 이탈리아가 부러웠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종교든 국가든 후원자들이 있었다. 반도의 특성상 전쟁과 약탈이 반복된 과정에서 흩어진 작품과 유물을 모아낸 후손들의 지혜와 행동이 있었다. 예술가들의 혼이 담은 작품과 시대정신이 담긴 유물 그리고 수천 년의 지혜와 역사가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인천의 문화예술과 역사에 전환점이 될 뮤지엄 파크가 삼류급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선거용 건축을 배제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과 정신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11-12 김민배

[월요논단]사람과 반려견(伴侶犬)의 공존을 생각하다

동물 무서워하는 사람 있듯이'우리개는 물지 않아요' 말 대신목줄과 공공장소 에티켓 필요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서로 믿고 존중하는 마음 가져야최근 이웃집 반려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그 외에도 반려견과 관계된 크고 작은 사건이 연이어 기사화 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건 속 개의 주인이 유명 연예인이고, 개에 물려 숨진 사람이 서울의 유명 식당 대표여서 더 큰 이슈가 되었지만, 개가 사람을 무는 사건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에만 반려견과 사람들 사이에 생긴 사고가 2천 건이 넘었다고 한다. 나 또한 어릴 적 동네 개에게 물렸던 기억 때문에 개를 무서워한다. 그리고 당장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 마을의 집들은 마당이 있는 시골집이라 집집마다 다 반려견이 보통 한두 마리는 있다. 대부분 덩치가 큰 개들인데 묶어두지 않고 키우는 집도 많아서 산책을 나갈 때면 나무 막대기를 하나 들고 나서야 안심이 되고, 목줄을 하지 않은 채 주인과 산책하고 있는 개와 마주칠 때면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무섭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우체부 아주머니가 오토바이를 타고 편지를 전하다가 우리 앞 집 개에게 물려 병원에 가는 일도 있었다. 개(犬)라는 종은 늑대에서 비롯되었으며 개와 인간이 함께 의지하며 공존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3만여년이 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야생 개들 중 온순하고 연약한 종들이 인간에게 다가왔다. 인간은 개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주었고 개는 인간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려주고 사냥에 동원되며 상호공존이 가능해졌으리라. 이렇게 인간과 개는 서로 의존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3만여년 전과는 많이 다른 형태이지만 사람과 개는 여전히 함께 의존하며 살고 있고 최근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이제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되짚어볼 시점이 된 것 같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의지하며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반려동물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간 중심의 필요와 목적, 선호도에 의해 다양하게 개량되고 있으며 '순종'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교배를 시키는 등 순전히 인간의 선택에 의해서 동물들의 삶이 결정된다. 원래의 본성에 맞지 않는 실내 환경에서 반려견은 함께 사는 가정의 한 두 사람과 교감을 나누며 평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생활환경에서 조금씩 반려견의 돌발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반려견을 도구적 대상이 아닌 자신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존중하면서 그들의 특성에 맞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어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보통은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가 오해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주인을 물었다는 기사를 접한 적도 있다.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라는 말 대신 기본적인 목줄과 함께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이 필요하겠다. 반려견 이야기를 접하면서 최근에 출판된 '메리(안녕달 지음, 사계절)'라는 그림책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 그림책 속의 메리는 어느 시골의 할머니와 함께 사는 흰색 개이다. 메리는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짖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반긴다. 처음 강아지였을 때 그 집에 오게 되어 할머니와 할아버지랑 함께 살다가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그 사이 새끼를 낳았다가 새끼들은 다른 집에 보내지고 그렇게 할머니와 둘만 살게 된다. 메리의 새끼들을 동네 다른 집에 보낼 때도 할머니는 메리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잘 자랄 곳을 알아서 보낸다. 메리는 마음이 아프지만 할머니를 믿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느 해 명절날 맛난 음식들을 혼자 먹던 할머니는 밥을 먹다 말고 밥상을 들고 메리가 있는 마당으로 나온다. 그리고 메리와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 그림책 속의 메리와 할머니에게는 뭔가 다른 게 있다. 비록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할머니와 메리 사이에 서로 존중과 믿음이 보인다. 그렇게 과(過)하지도 덜하지도 않음에서 오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해결의 열쇠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2017-11-05 최지혜

[월요논단]삶을 위한 개혁

지금 필요한 담대한 개혁은보편적 권리·체제 전환 요구정의와 올바름이 지켜질 때만이외부의 적에 맞설 수 있다안보·사회·우리삶이 실존하기에평화는 정의없이 불가능하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일 년이 지났다.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불러도 좋은 것일까. 이는 촛불의 요구가 얼마나 우리 사회와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 또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효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묻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애매하다. 우리 일상은 그전보다 나아졌는가.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요구는 얼마나 이뤄졌는가.겉으로 볼 때 최고 통치권이 바뀌었고, 그 핵심 권력이 교체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두 사람이 투옥되었다. 통치권은 바뀌었을망정 그 체제와 시스템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청산되어야 할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의 안위에 더 관심이 많다. 법과 언론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으며, 국민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의 의사를 왜곡하던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국가에 엄청난 부채를 안겨주었던 파렴치한 전직 대통령은 이 모든 범죄의 원천인 듯 하지만 여전히 생떼를 쓰고 있다. 노동에는 어떠한 변화도 감지되지 않는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개혁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무너지는 공교육과 교육현장의 개혁은 전무하다. 대학을 통제하는 교육부는 한 치의 변화도 없다. 다만 통치권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야당이 여당이 되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시민권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결과의 부당함을 심판하고 정의를 말해야 할 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수없는 노조의 외침에도 언론의 반언론적 작태는 계속되고 있다.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의 성과에 힘입어 그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권력의 달콤함을 누리고는 있지만 어떠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가.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권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외교상황이 급변해 개혁에 힘을 솟지 못한다. 국회가 가로막고 있어 제도개혁 입법이 어렵다 등등. 그래서 마침내 이제 안보가 위중하니 협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왜 촛불을 든 시민은 개혁을 요구하는가? 왜 적폐청산을 말하는가. 왜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감추려는 협치란 말의 꼼수를 거부하는가. 촛불이 말하는 개혁은 이 나라와 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한 요구이다. 시민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와 우리 삶을 왜곡하고 억압하는지, 왜 불평등과 불의가 만연하는지, 부패와 부정이 왜 척결되지 않는지를. 그래서 그것을 조장하는 체제와 제도, 그 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외친다. 집단적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 경제, 그 권력과 자본이 우리 삶을 헐벗게 하기에 그런 부정과 불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요구에 힘입은 이들이 이제는 좌면우고하면서 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요청에 눈 감고 있다. 안보와 협치를 말하는 자, 힘의 안배를 말하는 소리는 결국 개혁을 거부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불의와 부정이 척결되지 않은 채 참다운 삶은 불가능하다. 올바른 사회는 공공성과 공동선이 지켜질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시민의 일상은 공동선과 함께 시민 정신이 드러날 때만이 제대로 이뤄진다. 체제 개혁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변화와 척결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현재의 부조리와 불의는 제대로 된 처벌과 단죄가 없었기 때문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식민주의에 부화뇌동했던 반인륜범들이, 독재정권에 빌붙어 있었던 반 시민 세력이, 지난 정권의 불의와 부패에 힘입어 부와 권력을 차지했던 범죄자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얼굴을 바꾼 채 내뱉는 현란한 유희를 척결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그 어두움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미흡한 청산은 역사를 비극으로 되돌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 그대로 담대한 개혁을 남김없이 계속해가는 일이다.이 개혁은 보편적 권리와 체제 전환이란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지금 이곳의 정의와 올바름이 지켜질 때만이 외부의 적에 맞설 수 있다. 평화는 정의 없이 불가능하다. 그 평화는 안보의 평화이자 사회의 평화이며, 우리 삶과 실존의 평화이기도 하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개혁이 촛불을 인간적 혁명, 인간을 위한 혁명으로 이어가게 할 것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10-29 신승환

[월요논단]국정감사와 지방선거

내년 선거앞두고 정치 싸움 사활시민 직접 연계된것 거론도 안돼헌법상 국회의 주요한 권한 불구일부의원 파행·과거로 퇴행 자행견고한 민주주의 평화의 지름길국회 향하려는 촛불 되돌아봐야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왔다고 했던가. 국정감사를 보면 선거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년 6월 13일은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구청장, 시장, 도지사, 교육감 그리고 구의원과 시의원 등이 새로 선출된다. 선거일이 8개월 정도 남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싸움이 시작되었다. 국정감사의 현장은 정치권이 사활을 건 전투에 들어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막말과 고함, 삿대질과 정회, 파행과 보이콧. 볼썽사나운 모습들에도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황당한 자료요구에서부터 폭로성 질의와 구태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국정감사가 요란한 것은 탄핵의 후유증도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 후 새로운 저항과 적폐청산이 뒤엉켜 있다. 한반도의 위기를 틈타 보수 재결집을 노리는 세력과 견고한 민주주의를 구체화하려는 세력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싸움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10월말까지 국정감사의 이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기업 등에 사정없는 공격들이 가해질 것이다. 거기에서 헌법 제 61조가 상정한 국정감사의 본래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오직 정치적 기동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술수와 전략들이 동원될 뿐이다.수도권에서도 전투는 시작되었다. 여야 모두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을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인천의 경우 현직 시장과 차기 시장후보자들의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다른 차원에서 인천의 국정감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최기선, 안상수, 송영길, 유정복으로 이어진 인천시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판단을 할 시기가 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래저래 깊은 인연이 있는 유정복 시장으로서는 힘든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각종 창조사업의 결과, 인천경제청의 특혜시비와 미래 청사진, 인천시 산하기관의 통폐합효과 여부, 루원시티와 난개발 문제, 월미 은하레일의 책임공방, 원도심 사업과 뉴스테이 사업, 검단스마트시티 조성사업 무산, 시 재정건전화의 진위여부 등은 단골메뉴다.인천의 각종 공단 재생사업, 아시안게임 후 재정과 경기장 활용문제, 경인고속도로의 일반도로화 구체적 방안, 연구 R&D 유치사업과 일자리 창출, 송도 신항 배후단지 조성과 활용 등은 대부분 검토 중이다. 인천은 거대담론이 많은 지라 정작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직접 연계되는 것들이 거론되지도 못한 채 지나간다. 석모도 연륙교가 개통된 후 제기된 도로문제가 내년 무의도 연륙교 개통 후에 재현될 것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물론 국정감사에서 이 모든 것을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상 국정감사는 입법권과 더불어 국회가 가진 가장 중요한 권한이다. 특히 행정부가 막강한 헌정체제하에서 국회의 국정감사는 정부를 견제하는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국정감사가 정치권만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전투 현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국민의 일자리와 건강한 삶 그리고 평화로운 한반도가 되도록 국가 정책을 견제하고 이끌어야 한다.그런데도 일부 국회의원들의 기관장을 대하는 태도나 국감방식은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 국감이라고 해도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이나 피감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도 정작 국회가 입법화에 나서야 할 검찰개혁, 재벌개혁, 교육개혁, 적폐 청산 등은 외면하면서 피감기관만을 질타한다. 한반도 위기를 빌미로 과거로의 퇴행을 시도하는 일부 국회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국감이 헌법을 벗어나 파행으로 갈수록 일부 정치인에 대한 교체요구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전쟁위기를 내세워 적폐청산의 무력화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앞장서는 일부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자성이 절실하다. 전쟁공포의 확산보다 견고한 민주주의로 하나가 되는 것이 한반도의 전쟁방지와 한국인의 생존을 보장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국회를 향한 촛불을 다시 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10-15 김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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