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교육감에 대한 기대

[경인일보=]지난 6·2지방선거에서의 교육감 선출은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선거였다. 교육감도 주민직선에 의해 뽑을 수 있게 되어 지방자치시대에 걸맞게 지역교육의 수장으로서의 대표성은 높아졌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주민 직선에 의한 선거였고 주민들에게 후보자들은 대개가 생소한 이름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또한 후보자들이 선거의 경험이 없는데다 정당추천이 아니다 보니 조직·인력·자금·선거운동 등도 다른 선거에 비해 매우 취약한 구조였고 후보가 난립한 지역이 많았으며 공약내용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못했다. 어쨌든 어려운 과정을 통해 민선교육감시대가 새롭게 출발하였다.그러나 지금 교육계 내외에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선거과정에서 무상급식, 학력평가, 교원평가, 교원징계, 교장공모제,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학생체벌 등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현안들은 정치적 중립성의 근간을 흔들며 교육감들의 성향을 극명하게 구분지어 놓았다. 교육감이 교육정책의 구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정부 또는 광역단체장과 사사건건 부딪치거나 파행을 초래할 경우, 교육계는 지금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고 그 피해는 교육수요자와 교육계가 함께 입게 될 것이다.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지역에서는 야당 소속의 열정이 넘치는 젊은 시장과 풍부한 교육경륜을 갖춘 나이 지긋한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선거과정을 돌아보면 시장과 교육감의 정책적 성향이 일치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과 인품, 그리고 인생역정 등을 살펴보면 다른 지역에서 우려되는 갈등과 대립보다는 인천시민을 핵심가치로 한 이해와 협조로 지역교육을 발전시켜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러한 구도는 인천시민 모두가 소망하는 바람일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의 교육감은 그동안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관례적으로 맡아왔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지역교육의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적 교육정책에도 큰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중책을 맡았다. 부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혜와 능력을 발휘하여 인천교육을 최고수준으로 발전시킨 성공적인 교육감으로 임기를 마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인천지역 교육계에 몸 담고 있는 입장에서 교육감에 대한 몇 가지 의견과 기대를 생각해 보았다.먼저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라도 정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적 또는 이념적 지향점에 따라 나누어지고 대립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마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법과 원칙이 무너지고 소신이 흔들리면 교육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현장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수요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선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수요자가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체제, 내용, 방법 등을 과감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일선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장과 교사가 교육발전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학교장의 자율권과 책임성을 높여주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청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이양해 주고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되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교육감이 임기동안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교육계가 불신을 받고 공교육이 위축된 가운데 내외적으로 이견도 많고 소리도 크다. 현안별 처리의 우선순위와 원칙을 정하고 이해상대자의 의견수렴과 분석을 통해 설득논리의 개발과 노력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것이든 버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계 모두의 나를 버리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전 시장과 교육감이 함께 추진하기로 발표한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을 보면서 슬기롭게 성공하는 교육감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주민직선 교육감의 성공적인 직무수행이 곧 인천교육의 발전이 되는 것이므로 지역주민을 비롯한 각계 모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도 있어야 할 것이다.

2011-01-10 이기우

2011년 = 민족자존심 회복의 원년

[경인일보=]지난해의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만큼 최근 들어 우리의 현실을 각성시켜 준 사건들도 없었다. 북한에 의해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그간의 도발들이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과 맞물려 '안보 현실의 추상화'에 기여했다면, 이번 사건들은 우리에게 '안보 현실의 문제적 실상'을 구체적으로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정권들의 '햇볕정책'이 얼마나 공허한 '짝사랑'에 불과했는가를 만천하에 드러낸 동시에 반사적으로 우리의 체제나 대비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 준 것이 바로 이 사건들이다. 그런데 두 사건의 바탕에는 간단치 않은 국제 정치적 맥락이 깔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난 뒤 한국과 미국은 서해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했고, 이어 우리 군은 포격사건으로 중단되었던 정례적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이 훈련을 트집 잡아 북한은 보복타격의 협박을 공언했고, 연평도 포격사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던 중국과 소련이 들고 나서서 사격훈련을 저지하려 했다. 심지어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하여 '한 국가가 자기 영토 안에서 실시하는 정례적 훈련'까지 포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다수 이사국들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의 태도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적 역학의 미래에 대하여 매우 시사적이다. 또 한 가지 공교로운 일은 한국과 미국의 공조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응급대비를 하는 와중에, 미뤄두었던 '한미 FTA'의 원안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수정·타결된 점이다. 의도 여부를 불문하고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한미 FTA'를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타결되도록 한 지렛대로 작용했음은 뻔한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자국의 이익을 생각하면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남한에 의한 통일국가가 출범하는 것은 두 나라 모두에게 껄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버려두면 무너지게 되어 있는 북한을 어떻게든 떠받쳐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이들 나라의 최고 전략이다. 더욱이 조만간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만나 대화의 재개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그간의 강성 기조를 바꾸어 6자회담의 수용을 암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언급을 미루어 본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주판알 튀기기가 이미 본격 가동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그것대로 그들에게는 기회이고, 단순한 분쟁으로 끝난다 해도 한국에 고통을 주면서 통일한국의 출범을 막을 수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이익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적인 바보 역할을 하는 것이 남북한의 권력집단이고, 희생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민초들이다. 자국 내 이권을 담보로 식량이나 물자를 구걸하러 뻔질나게 중국을 찾는 김정일 집단에게 민족의 자존심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이익 확보에 바쁜 미국이나 일본의 힘을 빌려야 하는 남한 또한 떳떳치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그간의 안이했던 자세를 고쳐 안보 분야의 '주적 개념'을 손 보고, 북한 주민들을 회유하는 방향으로 통일정책을 수정한다 해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구조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통일은 어렵다. 북한이 불시에 붕괴하도록 방치하지도 않을 것이며, 우리의 흡수통일 또한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입장에서야 분단구조의 고착화를 원할 텐데, 그 구조가 지속되는 한 안보 불안은 상존할 것이다. 이런 쉽지 않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모두 의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김정일 사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탈북자들을 관리하는 현행 체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정비하여 통일 이후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불안감을 없애주어야 한다. 주변 열강들의 이해에 휘둘리는 것이 남북한의 현재 모습이다. 남북통일의 대전제는 민족의 자존심이다. 2011년을 남북한이 함께 민족자존심 회복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은 남북한이 열강들의 먹잇감으로 지속되어 온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2011-01-03 조규익

우리네 세밑 풍경은 이러하다

[경인일보=]2010년 12월 5일 질풍과 노도의 여든 한 해 삶을 접은 리 영희의 회고록 '대화'를 읽고 맨 끝인 733쪽에 짧은 독후감을 적었다. '존경하지 않기 힘든 삶'이라고. 책을 접고 상념에 젖어 하릴없이 서재 창문으로 뒷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수 십 년 지기가 미국에서 안부전화를 걸어왔다. 텔레비전 뉴스만 켜면 연평도 포격사건과 그 후속조처로 인한 긴장고조상황 보도뿐이다. 이러다가 정말 전쟁 나는 것 아니냐? 그곳은 정말 평온하냐? 네 생각은 어떠냐? 내가 답했다. 어느 때보다 긴박하지만 전쟁이 그리 쉽게 나지는 못할 거다. 사재기도 없다. 분노와 이성간의 혼전양상이다. 지금 내가 막 독서를 끝낸 책을 한 권 부쳐주마. 건강해라.통화를 마치고 차를 몰아 아주 오랜만에 부부가 집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외국계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갔다. 연말에다 주말이라 그런지 인산인해다. 주차시간만 40분이 걸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번잡은 있으나 혼란은 없었다. 세련된 옷매무새와 나름대로 교양을 지키려는 행동거지가 그들이 타고 온 깔끔하고 고급스런 차량과도 어울린다. 고급 외제 차량이 더 이상 눈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정도로 흔하다. 잘 진열된 넘치고 넘치는 세계 각지의 온갖 상품들은 여느 미국상점 못지 않다. 사람들은 오로지 소비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나름대로의 합리적 선택 하에 손수레를 넘치고 미어지게 채운다. 될 수 있으면 이곳에 오지 말자고, 동네시장 살리는 '착한 소비'하자고 다짐하는 우리 부부도 별 수 없이 무리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이 곳 그 어디에도 전쟁의 공포는 없다. 풍요의 시스템이 안착된 모습이다. 정부가 그리도 자랑하는 G20 국가인 선진 조국의 모습이다.귀가 길에 차가 동네 국밥집 앞을 지난다. 바로 이 주일 전, 오 사장님이 내게 울먹이며 도움을 청한 바로 그곳이다. 오륙년 전 우연히 인력 소개소를 통해 알게 된 이후, 60대 후반의 그는 한 달에 한 두 번꼴로 나와 삽질을 같이하며 '노동의 우의'를 다진 사이가 되었다. 얼치기 전원 생활자가 제대로 된 고수를 만난 것이다. 교수치고는 꽤나 노동에 익숙한 내게도 그의 삽질은 삽질이 아닌 예술이었다. 온 몸이 일하는 감각으로 총무장된 강력한 노동 무기체계 같았다. 그는 겸손하고 성실하였으며 하루 일당 십 만원을 손에 쥐고는 환히 웃는 얼굴로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라는 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주말 이슥한 밤, 텅 빈 식당에서 우리 부부를 앞에 두고 하루 종일 굶었음에도 밥술을 넘기지 못하고 깊게 파인 주름위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대기만 하였다. 평생 노동으로 투박해진 손가락 중 한 마디가 없는 것을 보니 더욱 가슴 아팠다. 40년 노동으로 십 수 년 전 읍내에 외아들 이름으로 사놓은 집을 '그 놈'이 강원랜드에서 날리고도 모자라 감옥에 가 있다는 것이다. 집도 절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홀몸으로 길거리에 나앉은 '노인급' 노동자에게 일거리 없는 겨울은 잔혹하였다. 관청은 기다리라고만 하였고 시간이 지나자 지인들은 눈총을 주었다. 국회에서 삭감된 서민예산이 날치기 통과될 즈음 그는 영하 십 몇 도의 혹한을 공원 화장실에서 버티고는 내게 도움의 전화를 한 것이다.1960년대 이래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은 잘 살아보자고 앞만 보며 치달았다. 박정희의 유신시절 표어대로 '한 손에는 삽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반공과 경제성장을 국시(國是)로 우리는 예까지 온 것이다. 2010년 세밑 내 눈에 비친 세 가지 한국적 근대화의 풍광이다.추신: 오 사장님은 아무리해도 연락이 어렵다. 일단 한 달 치 버틸 돈을 쥐어주며 방도를 찾아보자고 위로하였지만 그가 가방에 가지고 다닌다는 노끈을 빼앗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된다.

2010-12-27 강명구

영광과 도전으로 점철된 한해를 되돌아보며

[경인일보=]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 간다. 한국은 지난 한해 영광스런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유난히 많이 겪었다. 금년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북한의 도발로 인해 또 다른 불상사 없이 무사히 넘어갈 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오늘 내일중 실시 예정인 연평도 포 사격 훈련에 대해 북한이 연일 '자위적 타격'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연평도 포 사격 훈련 자체가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계획된 것인만큼 흔들리지 않고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빈말하지 않는다는 북한과 무력충돌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북한이 다시는 무모한 도발을 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응징할 것을 바라고 있다.올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우리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3월 26일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 승조원 104명중 46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태가 발생했다. 11월에 북한은 핵무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로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북한이 플루토늄 핵폭탄에 이어 북한에 많이 매장되어있는 우라늄을 고농축하는 기술까지 개발한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이다. 11월 24일에는 북한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 영토에 직접 포격 도발을 하여 연평도의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했다. 이러한 안보리스크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2010년 약 6%의 성장을 기록하여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4천660억 달러, 수입은 31% 증가한 4천240억 달러, 무역수지는 420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여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초과한 사상최대치의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세계 7대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은 미국과 서로 주고받는 타협을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을 타결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으나 큰 틀에서 보면 한·미 FTA가 빨리 발효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된다. 올해 한·EU(유럽연합) FTA 타결에 이어 한·미FTA까지 매듭지음으로써 '경제영토 확장'을 통해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11월 성공리에 끝난 서울G20정상회의는 G7이외의 국가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명박 G20정상회의 의장과 의장국 대한민국은 세계 주요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중재하는 리더십을 훌륭하게 발휘하였다.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글로벌 금융 안전망, 개발, 무역자유화, 금융기구 및 규제 개혁, 에너지, 반부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결실을 거두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책임있는 신흥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회의 개최로 인한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 등 경제적 가치를 직접효과 1천23억원, 간접효과 21조4천553억~24조5천373억원 등 최대 24조6천395억원으로 추산했다. 우리국민들에게 한국이 세계외교의 중심에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소득의 하나이기도 하다. 올해 각종 스포츠경기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국민들에게 활력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조국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하였다. 밴쿠버2010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세계 5위를 기록하였으며 남아공 FIFA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사상 첫원정 16강에 진출하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6개 등 무려 232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종합 2위를 차지하여 4회 연속 2위를 유지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지난 한해동안 많은 도전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성과를 쌓아올렸다. 새해에도 북한의 불안정한 내부정세와 대남도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 모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역량을 결집하여 대내외 도전을 극복하고 계속 전진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2010-12-19 석동연

'교육 市長'으로 불려져야

[경인일보=]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공약내용을 살펴보면 예전과는 달리 교육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획기적인 예산 투입, 학교 폭력, 사교육, 준비물 부담 없는 3무 학교 만들기, 양질의 방과 후 학교 운영 및 1인 1기 교육 지원, 노후 책걸상과 화장실 완전 교체, 교육 기자재 확충 및 원어민교사 지원 등 학교 인프라 개선,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초등학교 등하교 안전시스템 구축 등 내용이 다양했고 언뜻 보면 교육감후보들의 공약과 구분이 잘되지 않는 내용들도 있었다. 인천광역시의 송영길 시장도 교육과 관련하여 교육지원예산 1조원시대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웠었고 얼마전에는 시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 추진을 발표하였다.일반 행정과 분리된 교육청이 독립기관으로 운영되고 교육에 관한 사무는 교육감이 관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지역주민들 중에는 이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교육자치영역에서는 생각하기에 따라 고마움에 앞서 오히려 긴장할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영역이 침범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것도 요즈음 교육계를 둘러싼 환경변화 중 하나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면서 시·도지사의 직무범위·권한·위상 등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성공하는 시장 또는 지사가 되고 재선과 더 넓은 정치적 미래 등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주민 서비스의 폭을 확대하고 질을 향상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시·도지사가 중점을 두어야 할 일들 중에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주민복지의 향상 부문에 못지않게 교육서비스의 증진이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와 분리하여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운영되어 왔으며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두 영역의 관계성은 보다 더 깊어지고 시·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교육영역에 대한 역할은 더욱 증대되었다. 제도적으로는 지방광역의회와 분리 운영되었던 교육위원회는 폐지되어 새로운 지방광역의회로 일원화되었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교육부문에 대한 지원과 집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관련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고 조직구조를 개편하거나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도의 재정형편과 시·도지사의 교육에 관한 관심 정도 등에 따라 행·재정 지원과 협력의 정도에 있어 지역간 적지 않은 편차가 있는 실정이다.지역주민의 교육에 대한 열망과 욕구는 시대상황에 따라 뜨거울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해 교육의 기회는 넓어지고 교육여건도 크게 개선되었으나 지역교육부문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과제들 중에는 교육감을 중심으로 한 교육자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제는 지역내 각 부문의 구성요소들이 힘을 모아 함께 풀어가야 한다. 지방화시대에서 그 중심 역할을 시·도지사가 해야 한다.지방자치시대에서 광역자치단체는 하나의 작은 국가처럼 광범위한 분야의 일들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도지사는 선진국의 경우처럼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선으로 임명되던 때와는 달리 선출직인 지금은 역할과 위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과 소신에 의해 얼마든지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고 그 결과는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게 된다. 지혜와 능력을 고루 갖춘 시·도지사는 남 다른 직무자세와 서비스의 결과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최선의 봉사를 하고 정치적으로 더 큰 꿈을 키우기 위한 도약의 발판과 경험 축적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젊은 시장이 열정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인천을 동북아 최고의 핵심도시로 또 선진화된 교육도시로 발전시키고 지역주민에게 전국 최고 수준의 행복지수를 안겨주는 시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시장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0-12-12 이기우

'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경인일보=]근래 방송을 통해 해괴한 공익광고 한 건을 접하게 되었다. 해맑은 외국인 여자 아이가 등장하여 대한민국이 '참 이상한 나라'임을 온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켜 주는 광고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제작했고, '비영리성ㆍ비상업성ㆍ범국민성을 지향하는' 공익광고라 하니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자'는 의도를 의심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러나 '참 이상하다'는 문구는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마음에 걸린다. '이상하다'는 말은 '정상이 아니다, 제정신이 아니다, 미쳤다' 등등 여러 가지 내포적 의미를 갖는다. 물론 근래 들어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면에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비약적인 성취를 이룬 것이 사실이고, 그것 때문에 사석에서는 더러 '이상한 나라'라는 말들이 오갈 수는 있다. 그러나 방송에 대놓고 '놀라운 나라' 대신 '이상한 나라'라는 표현을 쓴다면, 참으로 듣기 거북하다. 그런데, 북한으로부터 두 번씩이나 도발을 당하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떠올린다면, 비로소 그 '이상한 나라'라는 표현이야말로 마땅히 들어가야 할 적소(適所)를 찾았다고 할 만하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야수 앞에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한 채 희희낙락 살아왔으니 참으로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늘어서 있는 적군의 포진지들을 단 6문의 대포로 막아보겠다는 배포, 수만 명의 적군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건너와 덮칠 수 있음에도 '평화수역' 운운하며 병력 감축의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온 정부의 어리석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대신 '윗돌 빼서 아래쪽에 고이듯' 다른 전선의 무기를 임시방편으로 옮겨오는 치기(稚氣)어린 아마추어리즘, 매사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군과 정부, 정치권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등. 이런 속에서 근근이 목숨을 부지해온 것 자체가 기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란한 수사(修辭)로 포장 혹은 모면될 사안이 아닐 뿐 아니라 의견의 불일치를 보일만한 일도 아닌데, 간교한 좌파들이나 철없는 정치인들은 요설(饒舌)을 농하며 국론을 분열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이 정도의 희생으로나마 우리의 현실을 깨닫게 해 준 것을 '신의 가호' 쯤으로 받아들이고 발분망식(發憤忘食)해야 정상인데, 우리는 여전히 '욕심과 자만'의 구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완급과 경중에 따르는 순서가 있는 바, 이런 판국에 누구를 탓하고 끌어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정파들의 작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방예산 몇 푼 증액해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노라 손을 터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나라의 암담한 미래를 대변한다. 155마일 휴전선을 밀고 내려오는 것만 전쟁이고, 연평도 포격사건은 전쟁이 아니란 말인가. 작은 전쟁을 막지 못하면 큰 전쟁도 막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상시전쟁(常時戰爭)'의 와중에 살고 있다. 급한 병과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에도 단기처방과 장기처방이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우리는 제대로 된 단기처방도 못 내리고 있으며, 장기처방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다. 대포 몇 문 더 배치하는 것이 단기처방인지 장기처방인지도 모르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지도층의 의식수준이다.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을 경우 국론이 통일되어야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위기를 맞아 국론을 통일하려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상무정신(尙武精神)'을 함양해야 그들이 자라서 지도층이 되었을 때 '헛소리'들을 안 하게 되는 것이다. 장비만 좋으면 무엇 하는가.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썩은 정신으로 적의 심장을 제대로 조준할 수 있을까. '욕심과 자만이 전쟁의 원인이며, 눈물과 고통만 남겨주는 비참한 것'이 전쟁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은 왜 전쟁을 피해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그런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론을 통일하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정신무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대비는 하지 않고 말만 앞세울 때 정말로 세계인들은 '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이라 놀려댈 것이다.

2010-12-06 경인일보

평등하지 않은 친밀감

[경인일보=]책상머리 앞에 붙여 놓은 빛바랜 메모지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평등하지 못한 친밀감의 문제'라고 적혀있다. 날짜를 보니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집에서 DVD로 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 감상후기다. 몇 년 가야 영화관 한 번 갈까 말까한 내가 어쩌다 끝까지 졸지 않고 본 긴 영화 한 편에 사회과학도로서 문제의식이 발동한 모양이다. 영화의 바탕인 마가렛 미첼의 원작 소설은 역사성이나 서사의 거대함,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개성 등 모든 면에 있어 가히 미국판 '토지'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못지않게 내 관심을 끈 장면들은 남북전쟁 전 흑인 노예와 남부 귀족 백인 농장주들 간의 관계였다. 물론 노예제의 비참함과 불평등이야 거론해 무엇하랴마는 그래도 양자 간의 관계는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우리가 흔히 상정하는 그런 흑백논리를 뛰어 넘어 생각보다 친밀하고 인간적이었다. 소설의 배경인 남북전쟁 발발 후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정확히 100년이 지난 1960년에도 미국의 흑백차별이 같은 식당에서 밥을 못 먹고, 같은 버스를 타지 못하는 지경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영화의 장면들은 사뭇 경이롭기까지 하였다.1860년과 1960년 미국의 흑백문제를 비교하다가 문득 '동물농장', '1984년' 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문제의식을 떠올렸다. 그것이 경제, 사회적 지위든 혹은 인종에 따른 피부색이든 개인적으로는 친밀하고 훈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만 함부로 넘기 힘든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을 오웰은 "평등하지 않은 친밀감"(intimacy without equity)이라 하였다. 한 때 제국의 경찰로서 그가 피식민 버마인들에 대하여 느꼈던 감정, 선량하고 지적인 남부 농장주와 흑인 노예의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모순적 관계는 기실 우리네 삶의 곳곳에서도 쉽게 목도된다. 특히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계층 간 격차가 확대일로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정(情)의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네 경우 오웰의 문제의식은 사뭇 의미하는 바 크다.사원은 가족이니 노조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가부장적 노사문화, 식모를 친 딸 같이 키워 시집보낸다며 월급대신 적금을 들라 강요하였던 내 어머니 세대의 정서, 서민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며 같이 서민의 아픔을 공유하는 대통령, 캠퍼스를 청소해 주시는 우리 대학 청소 아주머니에 대한 나의 공손함과 이런 저런 소소한 배려, '아시아 인 러브'에 출연한 동남아 외국인 며느리들에 대한 출연진의 태도, 금메달 따서 병역문제 해결하라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배려의 구타'도 서슴지않는 아시안 게임 볼링 감독 등등. 나는 내 자신을 비롯하여 가끔씩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언급된 이들의 진정성을 구태여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웰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마음 편치 못하다. 비록 강도와 횟수가 현저히 약하여 비판적 지성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쉽게 연결되지는 못하여도 말이다. 누군가 당연히 날카로운 질문을 들이댈 것이다. 그렇다면 친밀감 없는 평등함이 나으냐고 말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 가난하게 평등하면서도 모든 인민이 '동무'가 되는 기계적 인간관이 팽배하였던 구 사회주의체제를 누가 선호하겠는가?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들도 이 부류에 속한다. 유럽에서 장애 노인들이 혐오하는 대상 중의 하나가 관료주의에 찌든 불친절한 복지사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너무 배부른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새겨야할 교훈이 많다. 배 허리 치수가 불어나는 풍요 속에서 온정주의가 '법으로' 혹은 '돈으로'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세상일의 많은 이치가 그렇듯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해결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의 온정주의 문화와 사회적 진보를 한국적으로 버무려내는 방식을 찾는 것이 연구자인 내가 그나마 '오웰스러움'에서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

2010-11-29 강명구

우리 시대의 자랑스러운 영웅들

[경인일보=]대~한민국! 짝짝 짝짜짝!!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다. 아시아 45개국에서 1만4천500여명의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여 42개 종목에서 464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루며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틀 전 한국 남녀 골프 대표팀은 골프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었다. 고등학생인 김민휘와 김현수가 남녀 개인전에서 우승하여 2관왕이 되었다. 단체전에서 한국 남자는 최종 합계 22언더파로 인도를 무려 32타차 앞섰고 여자 대표팀도 최종 합계 16언더파로 2위 중국을 11타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렇게 압도적 우세를 보이며 골프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였다. 해외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있는 운동은 골프다. 국내에서는 골프가 이런저런 이유로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2016년부터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다. 전남 완도 출신 촌사람 최경주 선수는 맨땅에 헤딩하듯 미국프로골프(PGA)에 도전하여 골프 한국의 선구자로서 길을 뚫었다. 그의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었다. PGA 투어 7회, 유럽 투어 1회, 아시아 및 일본 투어 6회 등 14차례 우승을 했으며 이제껏 상금으로만 2천200만달러를 벌었다. 그는 3년 전부터는 자신의 꿈이었던 '최경주재단'을 설립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양용은 선수는 2006년 11월 유럽 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이기고 우승했다. 2009년 8월 17일 제91회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역전 우승하며 아시아 남자 골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타이거 우즈는 지금까지 메이저대회에서만 14승을 올렸는데 특히 3라운드 이후에 선두로 나섰던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양용은은 이런 역전 불패 우즈를 맞아 조금도 주눅들지 않은 당당한 플레이로 전세계 골프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호랑이 조련사(Tiger Tamer)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필자가 근무하던 홍콩의 유력 영자신문 South China Morning Post는 바로 다음날 1면에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양용은 선수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 퍼팅에 성공하여 챔피언이 되어 환호하고 타이거 우즈가 고개 숙이고 있는 극적인 사진이었다. 또 '아시아와 위대함을 열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승리'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양용은 선수가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전 아시아와 함께 축하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한국의 여자 골프 선수들은 이미 골프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음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남녀 선수들이 지금 정점에 다다른 것은 기념비적인 성과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지금도 가슴이 뭉클할 만큼 감동적인 사설이었다.박세리 선수는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데뷔한 해에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과 US 여자 오픈, 두 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여 세계적인 골프 스타로 떠올랐다. 그녀는 '박세리 키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골프 붐을 일으켰으며 한국 여자 선수들이 미국과 일본 여자 프로골프 투어에 대거 진출하여 성공을 하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신지애 선수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이며 최나연 선수는 LPGA 투어에서 상금과 최저타수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톱 10중 5명이 한국(계) 선수들이다.경기도 출신 얼짱 골퍼 최나연은 얼마 전 경기도가 운영하는 무한돌봄사업기금으로 대회상금 3천만원을 기탁했다. 김인경 선수는 지난 주 끝난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상금으로 받은 22만달러 전액을 자선기금으로 내놓았다. 이밖에도 많은 운동 선수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어 우리 사회를 보살피며 나누는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 남녀 골프선수와 함께 박찬호, 추신수, 박지성, 박주영, 김연아 선수는 대한민국의 이름을 해외에서 높이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들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2010-11-21 석동연

교육자치의 발전방향

[경인일보=]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교육감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지 몇 달이 지났다. 무상급식실시, 학생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민감한 선거공약의 내용과 당선된 교육감들의 성향을 보면서 당시 우려하였던 일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된다. 교육감들이 선거공약의 이행과 자신의 교육적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교육정책을 바꾸고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대립하거나 지방자치 영역과 의견이 충돌하는 일도 발생되고 있다. 교육감의 새로운 정책에 대해 교육계 내부에서도 이견 조정이 쉽지 않아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으며, 교육감을 직접 선출한 주민이나 이를 지켜본 관련기관과 언론 등에서도 새로운 교육감 선출방식의 적합성에 대해 주목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교육감 주민직선제 선출과 더불어 교육위원회의 시·도의회로의 일원화 등 교육자치제도의 변화가 새롭게 시행되는 초기단계에서 성급하게 주요 문제에 대한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변화에 따른 민주화, 분권화, 지방화, 세계화, 경쟁의 가속화 등의 영향으로 교육에 관한 국민의 인식과 욕구가 많이 달라지고 있고 함께 협력해야할 지방자치부문에서도 지역경제와 주민복지 못지 않게 지역교육을 중요한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교육수요자는 이제 양적 만족이 아닌 교육의 질을 따지고 있어 이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 교육발전이 지체되고 교육자치도 더 큰 위기를 맞게될 우려가 있다.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교육 부문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학진학률이 84%를 상회하고 있어 교육의 기회 측면에서 본다면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으나 자녀를 좀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여 과열화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행태는 전인교육의 어려움과 공교육의 위축, 사교육의 열풍과 학부모의 부담 증가, 조기유학의 증가,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 초래와 정부에 대한 불신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 교육계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비교육적인 각종 사건들로 인해 교육계를 보는 사회일반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교육영역에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이 있다는 얘기다. 국민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들고 실현시키기는 누가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육환경도 마찬가지이며 국민의 교육에 대한 욕구는 다양하게 분출되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역간 교육경쟁도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지방자치부문이나 교육자치부문이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와 교육서비스를 시대변화에 알맞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관련인사나 기관이 보다 큰 틀에서 현안문제를 생각하고 소통하며 상생의 자세로 풀어가야 한다. 특히 교육선진화를 위해 교육대상자와 학교현장을 중심에 두고 기득권 유지보다는 교육의 발전을 우선해야 교육자치가 제 역할을 다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 대한 개념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공급자 위주에서 사용자 위주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교육에도 상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학생과 학부모, 고용주 등에 대해 교육소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육자치영역에서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시대상황에 알맞은 변화의 결과를 지역주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다. 이제 교육계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교육발전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지방자치부문에서도 지역교육의 발전이 지역주민 모두의 공동목표이므로 조직의 영역을 떠나 지역교육의 발전에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학교현장에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학교장을 비롯한 교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도 필요하다. 지방행정조직의 변화가 어려운 것처럼 교육부문의 변화도 용이하지 않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들을 때를 놓치지 않고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지방화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교육의 질이 향상되어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10-11-15 이기우

시간강사와 지식사회의 그늘

[경인일보=]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고 신자유주의가 삶의 원리로 자리 잡을수록 사회의 소외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은 '비인간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현실이다. 모든 분야에서 '만능의 열쇠'라도 되는 듯 경쟁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쟁에서 도태되는 다수 구성원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비정함 또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다. 더구나 경쟁의 필수 전제조건이라 할 '공정함'의 결여에 대하여 애써 눈 감고 있는 의식의 원시성은 언필칭 '선진국 진입'을 외치는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 건'일 수밖에 없다.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최근에야 공론화되기 시작한 대학 시간강사 문제는 소외와 관련된 우리 시대의 약점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위기의 뇌관이라 할 수 있다. 매주 정해진 시간만 강의하고 일정액수의 시간당 강의료를 받는, 전임 교수 아닌 지식인들이 바로 시간강사다. 말하자면 그들은 노동 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들처럼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존재들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새벽의 노동시장에서 선택되지 않으면 그날 하루 일당을 벌 수 없듯이, 강사들은 학기 초에 대학 혹은 학과로부터 선택되지 않으면 그 학기의 수입은 없다. 하루와 한 학기의 차이가 있을 뿐 일용직 근로자와 강사는 본질적으로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일용직 근로자들의 삶을 국가가 책임질 수 없듯이 학기 단위로 살림을 꾸려나갈 강사들의 삶 또한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형식 논리로 친다면야 그런 말도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상 자체가 정책의 오류로부터 비롯되었거나, 적절한 방안만 강구하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국가나 사회가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대학이나 지식사회 혹은 학자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대략적인 방향은 국가의 학문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 정부가 그런 학문정책을 세우기 위해 선진국 대학들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왔다면 그런 나라들이 강사들에 대하여 어떤 처우를 하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사를 포함한 국가의 인재들을 세밀히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그러나 그동안 '학문진작'이란 명분으로 쏟아부은 천문학적 재원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는가, 그런 정책들은 과연 그렇게 다급했으며 합목적적이었는지 등을 돌이켜 본다면, 그런 일들이 '강사들의 현안해결'보다 우선적인 것이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학문정책의 중요도나 시급성에서 선후관계를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처가 곪아 터져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지금에서야 겨우 대책을 내놓는 관련부서의 무심함이 답답할 뿐이다. 현실로 닥친 생활고와 암담한 미래 때문에 목숨을 끊는 강사들이 속출하고, 3년이 넘도록 천막 속에서 농성하는 강사를 보고 나서야 이 땅의 교육 당국은 겨우 움직이는 시늉 정도를 보여 주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대책 또한 '격화소양(隔靴搔양)'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으니, 더욱 답답하다.강사는 누구인가. 대학, 대학원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학문을 연마해온 해당 분야의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들이면서, 지금까지 그들은 전문성이나 실력보다는 '시간강사'라는 '품위 없는 용어'로 통칭되기 일쑤였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대부분의 전임교수들이 강사를 거친 사람들이며, 현재의 강사들은 전임교수로 대학에 입성할 가능성이 있는 지식인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현재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쉽게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선배들이 그래 왔듯이 조금만 고생하면 전임의 대열에 합류할 것 아닌가'라는 속 편한 계산으로 우리 사회는 그들의 요구를 철저히 뒷전으로 미루어 온 것인지도 모른다. 40%에 육박하는 대학 강의를 이들이 맡고 있으며, 모든 학회들에 집행부 혹은 회원으로 참여하여 학회를 굴러가게 하는 엔진 역할을 이들이 맡고 있다. 강의와 연구라는 한국 지식사회의 두 축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기약도 없는 '교수사회에 진입할 날'을 무작정 기다리며 참고 있으라는 말만 건넬 수는 없지 않은가. 모두가 힘을 합쳐 더 늦기 전에 이들부터 구해야 한다.

2010-11-08 조규익

배움이 무엇인고 하니…

[경인일보=]"하루 공부한다고해서 현명함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지에서는 멀어진다. 하루 나태하게 군다고 해서 무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명함에서는 멀어진다. 공부하는 사람은 봄 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는 바 있으나,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칼 가는 숫돌과 같아서 그 닳아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은 나날이 닳고 있는 것이다." 작고한 소설가 이윤기가 '명심보감'의 한 구절을 스리 살짝 패러디한 문장이다. 너무 감동적인 문장이라 혼자 읽기 아까워 내 강의 수강생을 위해 전자 강의 노트에 올려놓았다. 클릭수가 꽤나 되었지만 아차 싶었다.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수준은 아니지만 젊은이들 사고 주파수에 통 맞지 않는 고답적인 교훈조의 발언임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동틀 녘 즈음하여 집 뜰의 낙엽을 쓸면서 도대체 공부는 무엇 하러 하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직업인 나는 아닌 척 하면서도 실제로는 먹고 살기 위해 공부한 객관적 징후가 농후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공부 열심히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순진한 열정에 사로잡힌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그야말로 학문이 '학문'이 아니라 '직업'이 되었다. 취업 스펙 쌓으려고 (내가 보기에) 별로 쓸데없는 토익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승진 논문점수 고려하여 편수 늘리는 교수나 뭐가 그리 다른가?한데 정년을 보장받는 운 좋은 반열에 들어서게 되어 학문의 호구지책 인센티브가 줄게 되자 공부의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났다. 깨닫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때로 배우고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라는 공자 말씀 근처를 때때로 서성이는 시간이 늘었다는 말이다. 이 글 첫머리에 소개한 문구에 혹하는 늦바람이 난 것이다. 그러나 공자 수준 근처에도 못가니 깨닫는 과정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봄 뜰의 풀과 같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알 수가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그러다보면 철밥통의 편안한 유혹이 손짓한다. 학문의 바다에 논문이라는 물 한 방울 떨어뜨려보았자 티도 안 나는 것을 알게 되니 학문적 글쓰기 대신 신문에 신변잡기를 무슨 대단한 성찰이나 한 것처럼 쓰게 되고 (어험! 웬 헛기침 소리인가?) 좀 더 용감하면 정치판을 기웃거리게 된다. 정치판 가서는 학자 티내고 대학에 와서는 정치인 흉내 내는 최악의 주객전도가 나타나게 된다. 배움이 밥벌이에서 벗어나서도 깨닫는 즐거움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과정이다.나보다 10여년 정도 아래인 연하(年下) 친구 윤 누구는 소소한 농업, 건설 기계수리 전문점 일인 사장이다. 내가 내 정원의 황제 겸 노예이듯 그도 가게의 사장 겸 직원이다. 자칭 타칭 '(경기도)광주의 맥가이버'인 그는 가져만 가면 못 고치는 것이 없다. 수도권 주변 시골 생활 12년차인 내가 그와 친구관계가 된 연유이다. 얼마 전 친구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기름 때 절은 작업실 한 켠에 지금은 보기도 힘든 LP 레코드판이 꽤나 수북이 꽂혀 있다. 돈 좀 모이면 자신이 디스크 재키가 되어 멋진 음악다방 여는 것이 오랜 소망이란다. 언젠가 이루어질 꿈을 위하여 그는 사십대 중반을 살짝 넘긴 나이에 영어 학원에 다닌다. 한 젊은 시절 자신의 가슴에 불을 지른 팝송을 이해하고 싶어서란다. 그 놈의 꼬부랑 말만 더 잘 알아들으면 아무래도 더 멋진 DJ가 될 것 같단다. 이리하야 윤 모 사장은 봄 뜰의 풀 수준을 넘어 '때로 배우고 익히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고 공부해서 밥 벌어 먹고 산다는 내게 온 몸으로 훈수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수강생이 몇 달이나 자기 혼자라 월세도 못 내겠다고 사정하며 강좌를 접은 소도시 변두리 영어 학원 사장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야속할 따름이다.

2010-10-31 강명구

중국의 부상과 기회

[경인일보=]욱일승천하는 중국의 위세가 대단하다. 마침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질러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일본은 금년 4~6월간 GDP에서 중국이 일본을 능가했음을 발표하였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되어 2030년 무렵이면 GDP상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달 센카쿠 열도 부근 해상충돌로 촉발된 중·일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은 일본의 무릎을 꿇게 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 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위안화의 대폭 평가 절상을 요구해 왔는데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덩샤오핑의 외교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를 지켜오면서 조용한 외교정책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 정치·경제 무대에서 갈수록 대담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손사래를 치지만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이끌고 있는 G2 시대에 살고 있다.중국은 1978년에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지도하에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30여년 동안 연평균 9.9%의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다. 가히 상전벽해, 천지개벽이라고 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78년 95억 달러 수준이던 수출은 매년 1조4천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세계 제1위의 무역대국이 되었다. 2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있으며 8천5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이 큰소리를 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2009년에 전년보다 무려 46% 증가한 1천365만대의 자동차 판매량을 기록해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되었는데 올해는 2천만대의 판매량이 예상되고 있다. 1949년 35세에 불과하던 평균수명은 73세로 늘었고 농촌빈곤인구는 2억5천만명에서 1천400만명으로 감소되었다. 또 1949년부터 1978년까지 30년간 외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20만명에 불과하였으나 작년 한해동안 4천500만명이 외국을 방문하여 중국 관광객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완벽한 개최와 선조우(神舟) 7호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발사를 통해 중국의 막강한 종합국력과 첨단과학기술의 면모를 전세계에 과시하였다. 상하이 세계박람회도 중국의 드높은 위상을 7천만명에 이르는 방문객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금년도 국제관계 10대뉴스에 아마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의 중·일 영유권 분쟁이 앞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 분쟁은 동아시아의 외교지형을 바꾸고 있다. 일본이 지난달 7일 센카쿠 인근 수역에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간 충돌혐의로 중국어선 선장을 구속한 후부터 중국은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였다. 결국 일본은 중국의 강압 외교에 굴복하여 중국어선 선장을 석방하였다. 청나라는 1895년 청일전쟁 참패후 체결한 시모노세키 조약에 따라 대만과 함께 댜오위다오를 일본에 넘겨주어야했다. 중국인은 이러한 치욕의 역사를 아직 청산하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의 우리의 대중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가 늘었고 금년 한중 양국 교역액은 1천7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한국의 제2, 제3 무역상대국인 일본과 미국을 합한 것보다 큰 규모이다. 중국대륙에서만 작년 한해동안 32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한중관계는 천안함 사건 처리 등을 둘러싸고 비바람을 겪었다. 항상 날씨가 쾌청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고 앞으로도 비바람이 있겠지만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큰 틀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중국의 부상을 기회로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외교전략을 보다 더 정교하게 가다듬고 이를 수행하는 체제를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교통상부 중국과 직원이 1992년 한·중수교 이래 이제껏 8명 수준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번에 과를 두 개로 늘린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잘 되기를 바란다.

2010-10-25 석동연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경인일보=]풀뿌리 민주주의가 다시 시작된 지 20여년 가까이 되고 있다. 이제는 지방분권도 많은 진척이 이루어지고 주민자치가 활성화되면서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지방자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도 광역자치단체와 광역의회, 그리고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중심으로 한 지방행정을 먼저 떠올리거나 이에 국한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에 의한 지역자치의 대상사무로 교육에 관한 규정이 정해져 있으며,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에 의해 영역자치로서 교육자치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교육자치제도는 교육행정 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와 통제를 통해 지방자치의 틀 안에서 교육의 전문성 및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주민의 대표기구가 교육 관련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지역적 성격을 지닌 교육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제도이다. 지방화 시대의 중심축인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동반자적 관계로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교육감은 교육·학예에 관한 의안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의안을 시·도의회에 제출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시·도지사와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시·도교육청은 '지방재정법'에 의해 교육비특별회계를 따로 편성 운영하고 있는데 자체수입 외에 정부로부터의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교육재정 지원금을 주요 세입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시·도지사의 교육부문에 대한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교육은 모든 국민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며 사실상 우리 자녀들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창조화의 시대적 흐름속에서 교육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따라 교육정책의 내용과 방법도 많이 달라졌다. 지방화시대를 맞아 교육부문에 있어서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하던 업무의 상당부분을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지방교육자치 부문으로 이양하였다. 지역에 따라 교육 과정과 교육행정이 다르게 운영될 수 있고 교육의 질과 성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교육부문에도 지방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화시대에서 지역주민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양질의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의 질을 계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재정의 확보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교육재정에서 등록금 등 자체 충당 세입의 비중이 매우 낮아 대부분의 재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고 있어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두 기관의 협력 정도가 낮은 경우 지역교육의 예산 확보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 상호 협력의 정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 부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에 교육자치의 부문에서는 자주성과 전문성을 강조함으로써 협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제 교육감도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제도로 바뀌었고 교육재정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하는 시·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선거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반면에 교육자치단체의 장인 교육감은 정당에 소속될 수 없으나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시·도지사와 교육감간에 정치적 또는 이념적 성향이 다를 경우 교육 문제를 둘러싼 마찰로 협조가 아닌 대립하는 양상이 전개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시·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직접 선출해야 하는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교육의 발전을 위해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내용과 변화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합리적인 발전 방향도 함께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방화시대에서는 지방자치를 대표하는 시·도지사와 교육자치를 대표하는 교육감과의 협력적 관계 유지 정도와 지역주민의 관심과 협조 정도가 지역교육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차제에 교육자치제도와 교육감 선출방법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2010-10-17 이기우

'노벨상' 강박증

[경인일보=]2010년 10월 7일 오후 8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시각이었다. 며칠 전부터 언론 매체들이 고은(高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확신하는듯 떠들썩하게 기대치를 높여왔던 만큼, 사람들은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흡사 고 시인의 노벨상 수상이 민족적 '비원(悲願)'이라도 된다는 듯, 사람들은 그 시각이 가까워지자 입을 모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 역시 그 예측은 빗나갔고, 기원은 허사로 돌아갔다. 다시 기다려야 할 1년을 지루하게 느끼며 사람들은 노벨상에 대한 관심을 접어둔 채 조용해졌다. 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본이 화학 분야에서 공동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구의 표현대로 '민족적 모욕'에 견줄만한 일이 벌어졌으므로, 우리는 쓰라린 가슴을 접어 눌러야 했다. 21세기에 접어든 이후만 해도 일본은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그들 모두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다. 우리가 물리학이나 화학, 생리학, 의학, 경제학 등은 꿈도 꾸지 못한 채 겨우 문학 분야 하나에만 목을 매다시피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미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와 오에겐자브로(1994년) 등 두 명이 문학상을 받은 바 있고, 기초과학과 평화상까지 합하면 총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간 해온 방식대로 올해도 몇몇 언론매체들은 일본과 한국의 교육을 비교하는데서 원인을 찾아 제시하는 것으로 전 국민적 실망감을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으로 끝이라는 점이다. 언론의 분석은 이유가 궁금한 대중들의 갈증을 우선 풀어줄 '한 컵의 물'일 뿐이다. 좀더 근본적인 요구는 국가 차원의 정책과 실천일텐데, 국가나 국민 모두 아마추어리즘의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 우리의 한계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노벨상 보기를 집중적으로 대표선수 몇 명 길러 금메달을 따내는 올림픽 대하듯 한다. 사실 '올림픽의 금메달'이 스포츠의 최종적인 목적은 아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생활속에서 즐기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이다. 지난 시절 사회주의권 국가들이나 저개발 국가들에서 특정 분야의 뛰어난 선수들만을 돈 들여 키우는, 이른바 '엘리트 체육'이 성행했는데, 그것은 체육 인구의 저변 확대를 통한 선수 육성이라는 본질과 거리가 멀다. 당분간 금메달은 따오겠지만, 그것으로 그 나라의 총체적인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의 분석과 처방을 거치지 않고, 특정 분야 특정 선수 한 두 사람에게 노벨상을 받아올 것을 기대하는 우리의 '대책없는 노벨상 기대심리'는 오히려 '엘리트 체육'보다도 못한 셈이다. 설사 내년에 고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탄다 해도, 후속 수상자의 배출은 다시 '요행'이나 '기적'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 시인급(級)의 '잠재적 노벨상 수상 후보자들' 수십 혹은 수백 명이 우글거리도록 만들자면 길게 보고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문학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다양한 외국의 인재들을 불러다 제대로 된 우리 문학의 번역자로 키워야 한다. 기초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하려면 지금과 같은 교육과 학문의 토양을 완벽하게 바꾸는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자면 많은 시일과 돈이 필요할 것이니, 상당 기간 우리는 노벨상의 존재를 잊어야 한다. 투자와 노력도 안하면서 노벨상에 모든 것을 거는듯한 행위는 국가적 차원의 '파렴치'일 뿐이다.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우리 노력의 부산물이어야 한다. '문학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더라'는 말이 정답이다. 문학이든 기초과학이든 노벨상이 전부는 아니다. 1964년 프랑스의 문호 장 폴 사르트르는 노벨문학상을 거부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노벨문학상이 아니라도 자신의 문학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그는 견지했을 것이고, 또 사실이 그렇다. 수준 높은 문학과 학문을 가꾸어 나가고, 그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을 높여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노벨상 강박증'을 극복할 수 있다.

2010-10-11 조규익

이윤기로부터 배운 말과 민주주의

[경인일보=]내 기억에 한 사 오 년 전이었다. 어느 시사주간지에서 그의 짧은 에세이를 읽고는 단박에 반하여 버렸다. 품격 있는 문체에 배어나는 은근한 해학이란! 한 달여 전인 지난 8월 27일 63세라는 너무 이른 연배에 이윤기는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가장 잘 하는 사람 중의 하나, 뛰어난 번역가이자 그리스 신화 해설가, 그리고 소설가이기에 앞서 그는 나에게 잘 익은 우리말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로 다가온다. 부음을 접하고 집 문에 조기를 다는 심정으로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빌려 늦은 밤까지 읽었다. 역시 내 가슴 속으로 깊은 강물이 흘렀다. 그 유장한 물굽이에 한 도막 생각을 실어 흘러가보기로 하자. 유신의 칼날이 서슬 퍼렇던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나는 학교 정문에 탱크가 진을 치고 총검을 꽂은 군인들이 보초 서던 광경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 살벌하였던 기억은 아직도 내 영혼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무수한 젊은 피를 거름삼아 이제 더 이상 정치적 혼란이 군사쿠데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우를 하지 않는 시대를 누리고 있다. 누구 말대로 민주주의가 우리네 정치의 유일한 게임 규칙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른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의 향기를 맡기 쉽지 않다. 이윤기의 글을 읽다가 그 연유의 한 자락을 찾아내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사람들 간에 갈등이 없을 수 없고 그런 갈등을 힘이 아닌 말로 해결하는 보편적 방식의 추구가 바로 민주주의의 요체다. 특히 한국처럼 갈등의 다양한 국면이 폭발적으로 내장된 사회에서는 말의 쓰임새가 특히 중요하다. 남북문제가 그렇고 지역문제가 그렇고 점점 더해가는 계층 간 격차문제가 그러하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세대 간의 문제까지 더해졌다. 대화하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 깊으니 옅어지는 것은 관용의 정신이요 더해가는 것은 성마른 조바심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대립을 이윤기의 거울에 비추면 비례(非禮)의 언사로 되비침 될 것이다. 왕왕 이념대립의 실체는 알맹이 빈약한 막말 경쟁이라는 것이다.이윤기가 선호하는 입말(口語)의 핵심은 Be More, Seem Less라는 명령문에 들어 있다. '보기보다는 큰 놈이 되어라' 정도로 해석 가능한 이 문구는 '무겁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가볍게 말하고, 똑바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에둘러 말해야한다'로 전환 가능하다.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는 은근한 겸양의 미덕과 그에 기댄 튼실한 내용 전달이 입말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한 평론가가 방법을 알려준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아끼는 대신 "나란히 서서 걷는 두 사람의 손등이 계속 스치듯 조짐을 형성"하는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대립각을 세운 상대에게 내질러 답하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소통은 거기서 멈춘다. 화끈한 우리네 민심이 그렇고 이런 성깔을 이용한 정치 마케팅이 국회에서 판을 친다. 저녁 뉴스 시간에 어쩌다 듣는 북한 아나운서의 언사는 우리네 국회보다 몇 수 더하다. 10대 종손이며 비기독교도인 나는 아버님이 개종 후 예배와 찬송으로 주관하시는 제사며 추석상이 내심 마뜩찮다. 그럴 때는 이렇게 여쭈어야하지 않겠는가? "아버님, 작년 시제(時祭)때 유세차(維歲次)… 하시던 축문 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아버님 문장에 비하면 저는 초등생도 못됩니다." 아버님이 이렇게 답하실 것이다. "아비야. 나는 네 찬송가 소리도 듣기 좋더구나." 가정에서건 나라에서건 민주주의는 이념에 앞서 말하는 예의로부터 시작된다. 말로 싸워야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선생의 영전에 재배하며 서툰 그곳 말투로 한 말씀 드린다. 우야 이리도 서둘러 가시니껴? 너무도 서운 하니더.

2010-10-03 강명구

GTX의 꿈이 익어간다

[경인일보=]마침내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이 추진되게 되었다. 경기도가 이 사업을 정부에 제안한 지 1년반 만에 이루어진 쾌거이다. 정부는 지난 9월 1일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전략을 발표하면서 거점도시권내 광역·급행 교통망 정비를 위해 GTX를 지자체의 주도적 참여로 지역 실정에 맞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경기도가 제안한 GTX란 명칭 자체도 사용 안했는데 이번에 제도·행정·재정 측면에서 GTX 건설을 적극 지원하고 서비스 확대와 사업성 제고를 위해 KTX와 선로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발표는 GTX 사업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용, 확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경기도가 제안한 GTX 사업은 지하 40~60m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광역급행철도를 3개 노선 즉 킨텍스~동탄(74.8㎞), 송도~청량리(49.9㎞), 의정부~금정(49.3㎞) 총 174㎞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킨텍스~동탄 구간의 경우 KTX 공용구간(수서~동탄)을 빼면 46.3㎞다. 이 사업의 배경은 이렇다. 신도시 건설 등으로 수도권이 광역화되면서 자동차 교통량이 늘고 이에 따라 대기 오염과 교통난이 심화되었다. 수도권 전철의 통행시간이 승용차보다 훨씬 더 걸려 승용차 통행량이 계속 늘고 있다. 일산에서 강남까지 승용차로 가면 35분이 걸리는데 전철로는 78분이 걸린다. 평균적으로 전철의 소요시간이 승용차의 두 배 반에 이른다. 광역교통 수송분담 구조를 보면 승용차가 42%가 넘는데 반해 철도는 16%에 머물고 있다. 교통혼잡비용이 매년 5.2% 증가하고 있는데 2007년의 경우 수도권에서만 14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교통난 해소, 대기 오염 개선, 수도권 경쟁력 강화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혁명적 아이디어가 GTX 사업이다. GTX가 개통되면 동탄~삼성역은 67분에서 19분으로, 일산~서울역은 42분에서 16분으로 운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GTX 건설은 연간 교통혼잡비용 7천억원 절감, 생산유발효과 27조원, 고용유발효과 26만명, 연간 에너지소비 5천846억원 절감 등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수도권 도로교통량이 1일 38만대 감소되어 연간 149만t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경기도는 더 나아가 GTX뿐만 아니라 신분당선과 수인선 등 광역철도망 구축, 일반철도와 수도권 고속철도 건설, 그리고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각 철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연계교통망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그야말로 철도천국이라 할 만하다.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인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9월 14일 방한했다. 공항에서 바로 수원 화성행궁에 와서 김문수 지사와 함께 경기도와 캘리포니아주간 우호협력 양해각서에 서명을 하고 이튿날 고속철도인 KTX를 시승했다. 총 1천250㎞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 계획에 참여코자 하는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수준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은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고속철도를 확충하고 있다. 세계는 거대지역권(mega region) 중심으로 대도시(mega city)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 창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속교통망 연결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다. 이제 미국, 중국, 일본 등 국가간 경쟁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뉴욕, 상하이, 도쿄 등 도시가 경쟁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도시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경기도의 GTX 건설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1일 생활권 범위의 실질적 확대를 통해 수도권 주민들에게 쾌적한 교통·녹색환경을 제공하고 주택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게 된다. 또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건설을 통해 세계 무한경쟁 시대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세계 최고의 광역급행 철도 기술과 수출 역량을 확보하게 될 계기를 마련하였다. '세계속의 경기도' 란 구호가 실감나게 다가온다.

2010-09-27 경인일보

학생체벌

[경인일보=]서울특별시교육청 관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는 9월부터 학생체벌을 전면 금지하게 되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이번 결정을 학생의 인권침해, 최근 학생폭행사례, 선진국의 경우 등과 관련지어 그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지난 6·2 지방선거에 당선된 신임교육감의 전격적인 지시에 의해 갑작스럽게 시행됨으로써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계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 문제는 현행 법적 규정과 충돌되고 정책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와도 사전 협의가 없었으며 소위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6명의 교육감이 포진하고 있어 앞으로 정부와 다른 시·도지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현재 초·중·고등학교에 자녀교육을 맡기고 있는 학부모 세대 이전에는 체벌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크게 반발하거나 문제 삼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에 비해 학생체벌의 사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음에도 사소한 경우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문제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이다. 학생체벌은 행하는 교사나 당하는 학생이나 서로에게 큰 부담이 된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교육적으로 학생체벌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학생은 이에 대해 반감을 갖거나 그 상처가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도 있다.그래서 관련법령에서는 학생지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훈육·훈계 등의 방법을 행하고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체벌의 방법도 적정한 범위 내에서 행해야 하며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될 수 있고 과도한 체벌은 폭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상 학생에게 물리적으로 과도한 고통이나 상해를 유발하거나 정신적으로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느끼게 할 경우 오히려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반감되고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민주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인권의식이 향상되고, 부모가 하나 또는 둘밖에 없는 자녀를 무제한적으로 사랑하고 보호하는 세태 속에서 교단의 상황은 과거에 비해 너무나 달라졌다. 군사부일체라는 용어가 생소할 정도로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존경심은 엷어졌고, 말썽을 부리는 학생에게 훈육과 훈계를 통한 적정한 제어나 지도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부모의 세대에서 교사는 대부분의 학부모보다 고학력자였고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학력사회에다 정보화사회인 덕분에 교육에 관한한 모두가 전문가처럼 되어있는 분위기다. 그만큼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를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학생체벌금지는 세계적인 추세라고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체벌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 학생에 대해 체벌 대신 취하는 조치가 매우 엄격하다. 교칙을 위반하거나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경우, 학부모를 소환하고, 정학처리, 낙제처리, 일정시간 격리 등의 조치를 하며, 심한 경우 경찰이 개입하거나 학부모가 고발당하기도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문제를 야기하는 학생에 대해 체벌 예방을 위한 단계별 대응조치에 따라 성찰교실 격리, 생활평점제 운영, 학생자치법정 운영, 봉사명령, 학부모 면담 등 체벌 대체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체벌 대체프로그램을 실시할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제도적 안정이 우선되는 교육의 장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 선(線)이 분명하고 법과 규칙의 적용이 엄격한 선진국과 인정을 중요시하는 우리와는 문화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체벌금지에 따른 교실붕괴를 염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교육적인 체벌과 일부교사의 폭력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비교육적인 과도한 체벌이나 폭력행위가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징계 또는 처벌이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학생체벌금지에 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기본계획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될까 두렵다. 인천지역도 학생체벌문제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때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합의이다. 교육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여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교육이 한층 더 성숙되고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0-09-19 이기우

대학평가의 금도(襟度)

[경인일보=]평가란 '비교나 판단에 의해 어떤 대상의 가치를 규명하는 일'이다. 비교란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을 견주어 서로간의 같고 다른 점을 밝히는 일'이며, 판단이란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리는 일'이다. 따라서 평가 즉 비교나 판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필요한데, 자료에는 수치상으로 표시된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그 자료는 합목적적(合目的的)이어서 사회적 공준(公準)에 부합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일부 언론사들에 의해 대학평가가 이루어져 왔고, 그것들이 대학가에 미치는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기능에 대한 문제제기가 미미했던 것은 한국 지식사회의 무기력증을 만천하에 드러낸 일이기도 했다. 이제 비로소 지식사회를 대표하는 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일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혐은 있으나, 일이 바로잡힐 단초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특히 평가 결과 비교적 상위에 속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비판대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은 한국 지식사회의 건강도가 아직 비관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합목적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疑懼)에 있다. 대학은 왜 평가받아야 하며 대학평가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평가의 척도는 공정하며 평가자들은 어떤 점에 무게를 두고 있는가 등등 이 시점에서 대학평가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물음은 매우 시급하면서도 긴요하다. 국가와 사회의 지도적 인재를 배출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는 대학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평가라는 점, 대학교육의 수요자인 국민들 특히 수험생의 학부모들이 대학의 실상이나 순위를 알아야 한다는 점 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의 결과에 대하여 많은 대학들이 승복하지 않는다거나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은 평가주체의 자격과 능력 혹은 도덕성이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평가결과가 대학의 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제기될 수 있는 문제가 '평가 결과에 따른 대학들의 획일적 줄 세우기'다. '자유와 자율에 근거한 진리탐구'가 대학의 근본이념이다. 그러나 현행 평가척도들은 대학들의 '차이와 독자성'을 사상(捨象)시킴으로써 많은 수의 대학들이 존립할 근거를 상실하게 만든다. 나름대로의 이념과 교육철학에 의해 설립된 대학들은 그에 맞는 개성적인 교육을 수요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일부 평가주체가 들이대고 있는 척도들은 대학들의 개성이나 독자성, 혹은 각각의 차이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성을 완벽하게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떡판 위에 썰어놓은 떡들처럼 가지런하고 균일해야 한다면, 대학으로서의 존립가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국립대학들은 그것들만의 필요와 시대적 요구에 의해, 사립대학들 역시 그런 요구에 의해 세워진 것들이다. 그러나 현행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그런 설립목적이나 이념을 뒷전으로 밀어놓아야 한다. 국제화의 지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갖추지 못한 외국학자들을 교수로 영입한다거나, 학비 면제의 미끼를 던지면서까지 우리말을 못하는 외국학생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임으로써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저해하는 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통계를 조작하는 일, 교육적 효과에 대한 고민이나 고려 없이 이루어지는 각종 학사관리 제도의 무사려한 도입 등 대학들의 자율적ㆍ독자적 발전을 저해하는 일들은 적지 않다. 이 뿐 아니라 평가주체의 숨은 의도 역시 면밀히 관찰되어야 한다. 일부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고 지식사회를 통제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전혀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니다. 요즈음 들어 대학만큼 확실하고 고분고분한 광고주들은 없기 때문이다. 근간 대학평가를 통해 일부 언론사들이 대학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행세하지만, 정작 그들이 알지 못하는 대학들의 가치가 더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모든 것의 값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칼릴 지브란의 금언을 평가라는 칼의 힘에 도취되어 있는 일부 언론사들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0-09-12 조규익

미안해하는 마음

[경인일보=]늦은 밤 수원에서 경기도 광주로 가는 버스안의 풍광은 서민의 고단한 일상이 배어있는 풍경화다. 강원도 산골 양구의 찌든 그러나 순박한 가난을 자양분으로 박수근이 화폭에 그려낸 군상들이 방금 그림 속에서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 간다. 40대로 보이는 한 사내는 막걸리 냄새를 풍기며 필경 오랜 노동으로 뭉툭해졌을 손마디로 억세게 머리 위 손잡이를 잡고 졸며 서있다. 그의 어깨에 걸린 빛바랜 가방에는 수건이며 작업복이며 소소한 연장이 들어있을 것이다. 손 전화로 아이에게 "그래 밥 먹었니? 학원 갔다 왔구? 여기 어딘데 엄마 곧 갈거야. 기다려" 하는 아주머니는 죽전 어디 근방의 대형 할인점 계산대 일을 마쳤거나 아니면 식당 홀 서빙 후 앞치마에 썩썩 손을 문대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길일게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침침한 불빛 아래서 토익 책을 펼쳐들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저 여학생은 휴학 중 알바하며 취업대비 스펙을 쌓고 있는 착실하지만 넉넉잖은 뉘 집의 사랑받는 딸 일게다. 옅은 화장에 단정한 차림새의 버스 기사 아주머니는 더위에 지쳐 얼음과자를 한 입 베어 물면서도 "어서 오세요"라고 승객들에게 다정히 인사를 건넨다. 참으로 찡한 풍광에 "참 열심히 사시네요" 라며 내가 덕담을 건네자 기사 아주머니는 "감사해요. 근데 안 그러면 죽어요" 라고 웃으며 답한다. 비록 10년은 다 된 자가용이지만 광주 집에서 수원 학교로 편안히 출퇴근하던 내가 술 모임 약속 때문에 평일 늦은 밤 버스를 타고 귀가하며 본 고단한 인생들의 일상이다. 하는 일에 비해 과분하게 대접받고 사는 직업을 가진 내가 어찌 이들의 일상에 소소히 들어가 그 마음과 몸의 곤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랴마는 그래도 매일 가마타고 다니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한 심정으로 가마 메는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느껴 보았다.새 내각명단이 발표된 지난 8월 8일 이후 한 달여는 신데렐라의 화려한 등장과 곧이어 드러난 권력 엘리트들의 비루함으로 얼룩져 온 국민을 혼돈으로 몰아간 시간이었다. 이제 가을 문턱에 섰으니 한 발자국 물러나 차분하게 돌아볼 시간이다. 찬찬히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롱과 비난, 그리고 탄식과 분노는 많았지만 성찰의 화두는 쉽게 발견하기 힘들었다. 성찰을 대신한 것은 정파별 손익계산서와 향후 정국에 대한 언론의 전망이었다. 우리는 밥 술 좀 먹고살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누가 무엇을 얻고 잃는가에 관한 전략적 사고에는 능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규범적 사고에는 미숙아로 전락하여 버렸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외국 유명대학의 정치철학 교수가 쓴 정의에 관한 번역본 한 권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야만 죄의식을 덜 느낄 정도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훌륭한 책이지만 단언컨대 그만한 책은 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성찰의 화두는 거창하지 않다. 미안해하는 마음에서 찾을 수 있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첫 출근하며 국민에게 한 첫마디는 "나는 소장수의 아들이다" 였다. 어설픈 서민적 작위(作爲)를 통한 그의 대국민 소통 방식은 자수성가를 앞세운 일방성이었다. 내가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서 '안 그러면 죽을' 정도로 성실하게 사는 무수한 '소장수 아들, 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읽기 힘들었다. 쪽방촌 투기와 위장전입 특허전문인 여타 후보자들은 논의의 대상도 못된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지난 번 칼럼(인민 루니 세대에 대한 오해) 에서 걱정하였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어이 낙마하였다. 아무리 말실수가 많았어도 적어도 딸의 특혜성 외통부 취업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그는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미안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시민들 자신이다. 이것 저것 다 눈감아주고 그것도 압도적 다수로 대통령 뽑을 때는 언제고 당시에 비하면 지금은 별 것도 아닌 것에 이렇게 핏대 올리는 시민들은 스스로에게 미안해하여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2010-09-05 강명구

수교 18주년에 중국을 생각하며

[경인일보=]8월 24일로 한·중 양국은 수교 18주년을 맞았다. 양국관계는 지난 18년 동안 경제·통상, 정치·외교,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였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지도하에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한 1979년 이래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9.9%의 초고속 성장을 이루어 마침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2조5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은 물론 우리나라 은행이자율이 직접 영향을 받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한·중 수교는 중국 개방정책의 성공사례로 거론될 만큼 한·중 양국에 많은 도움을 주어왔다.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보면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지난 18년 동안 양국 교역액은 22배나 증가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며 우리는 중국의 제3위 무역상대국(홍콩 제외시)이다. 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 63억8천만달러였던 양국 교역액은 작년 1천409억달러(홍콩 포함시 1천621억달러)나 되었고 금년은 1천7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교 20주년이 되는 2012년까지 2천억 달러, 2015년까지 3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한국의 제2위 무역상대국 일본(712억달러), 제3위 무역상대국 미국(667억달러)을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중국에서만 작년 한해 동안 32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홍콩까지 합한다면 흑자가 507억달러에 달한다. 1일 평균 1억3천9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대중투자액(누계 기준)은 1992년 2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는데 금년 6월 기준 투자 누계액은 426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한국의 제1위 투자대상국가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1992년 2만여개에서 4만여 개로 늘어났다.작년 한 해 동안 134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으며 금년도 상반기에 75만5천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나 급증했다. 현재는 한해 4천500만명의 중국인이 외국을 방문하는데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에 따라 외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금년 4월 영국의 BBC가 28개국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별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28개국 중 한국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준 나라가 중국이었다. 중국인 응답자 57%가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한국에 온 중국관광객이 쇼핑을 많이 하는 큰 손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한편에서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오고있고 앞으로 더 많은 중국인이 올 터인데 준비가 안 되어있다며 염려를 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인 방문객을 2012년까지 300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비자발급 절차를 대폭 간소화 하였다.이렇듯 경제·통상, 인적교류면에서는 숨가쁘게 양국 관계가 증진되어 왔지만 안보·군사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최근 천안함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실망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양국관계가 증진되는 과정에서 고구려사 문제, 문화원조 논쟁, 탈북자 문제 등 북한문제 처리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해 보다 더 이해하게 되고 양국관계가 보다 굳건한 기초위에서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 전 한 중국 한반도 전문가는 우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한 양국은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안보 문제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정치적 신뢰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한중관계의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부상과 변화의 의미를 잘 이해하면서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해 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중국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중국 부상을 기회로 잘 활용하고 상생(win-win)의 한·중관계를 건설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0-08-29 석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