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SK하이닉스와 국가정보원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은제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핵심적 요소이자 동력이기에문재인 정부는 해외정보 수집과산업보안 조직 등 확대 강화로국정원의 새로운 모습 보여야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의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약진을 보면서 국가정보원을 생각했다. SK하이닉스와 국정원. 상상이 안 되는 관계다. 그러나 지금의 SK하이닉스가 있게 된 배경에는 국정원의 숨겨진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처럼 국정원의 변화를 요구했다. 국정원은 국가핵심기술의 유출방지와 산업기술의 보호를 위한 산업기밀센터의 설치로 답했다.돌이켜보면 SK하이닉스에는 그 전신이었던 현대전자의 노력과 하이닉스 반도체의 피눈물의 역사가 담겨져 있다. 당시나 지금이나 기업의 부실을 명분으로 투기자본에게 헐값에 팔아넘기려던 세력들이 있었다. 투기자본과 기업들이 사냥감을 찾아내면 '해외 매각 외에는 살 길이 없다'면서 일부 관료와 정치인들까지 나섰다.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고, 금융위기설을 주장하면서 해외매각과 민영화를 정당화하는데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도 빠지지 않았다. 물론 겉으로는 공적자금 회수와 외자유치 그리고 경제안정을 내세웠다. 하이닉스 반도체나 외환은행 매각이 거론될 때마다 론 스타는 단골손님이었다. 정부와 하이닉스채권단도 미국 마이크론사 등에 매각을 시도했다. SK하이닉스의 생존기록은 과거 무능한 정부 관료와 무책임한 정치인 그리고 음험한 투기자본과 외국 정부의 광기 속에서 살아남은 일종의 신화다. 바로 그 신화는 국가정보원과 올바른 일부 공직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당시 나는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었다. 쌍용자동차의 기술유출이 문제가 되었던 시기였다. 포스코도 적대적 M&A의 대상이었다.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술보호를 하고 있었지만 일본조차도 법률이 없었다. 당시 산자부와 과기처의 일부 공무원까지 투자유치 등을 명분으로 입법에 반대하고 있었다. 특히 규제대상이 과학자나 연구원들이라는 점에서 교수들조차 참여를 주저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산업기밀센터의 직원이 뜻밖의 호소를 했다. '삼성전자가 없는 한국, 포스코가 없는 한국을 생각해 본적 있는가. 삼성으로부터 3조원을 받아다가 부채를 청산시키고, 하이닉스반도체가 매각되지 않게 나서 달라.' 그는 해외매각이 가져올 기술유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모두가 해외매각을 애국이라고 말할 때 '절대 안된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판단과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 하이닉스 반도체 기술이 특정국가로 넘어가게 되면 삼성전자를 따라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해외매각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기를 초래하고 있던 사실을 꿰뚫고 있었다.다시 지혜를 모았다. 그것이 '산업기술보호법'이다. 그 후 중소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도 제정되었다. 궁금했다. 그 때 하이닉스 반도체를 2조원에라도 해외에 매각해야 한다면서 핏대를 올리던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금년도에만 영업이익 11조와 매출액 28조를 예상하는 SK하이닉스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시바 인수에 참여하는 역전된 상황을 어떻게 변명할까.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참여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도시바의 기술유출의 가능성을 차단해 주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일본은 '종자'인 기술보호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만약 중국 등으로 도시바가 넘어가는 경우 발생할 핵심기술유출과 이후의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점은 향후 협상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기술유출과 관련된 쌍용 자동차의 사례를 직시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메디톡스나 휴젤의 주식이 50만원을 넘는 강소기업의 성공사례도 눈여겨봐야 한다.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은 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적 요소이자 동력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변화를 약속했다. 국내정치의 단절과 해외정보력의 강화 그리고 제 2의 SK하이닉스를 지켜내는 일. 그렇다면 국가핵심기술의 보호를 위한 해외정보수집과 산업보안 조직 등의 확대강화로 화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국정원의 새로운 모습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6-25 김민배

[월요논단]모처럼 내리는 비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들

예년 못미치는 강수량, 가뭄환경오염 인한 기후변화탓 추정지구 온도 상승 '온실효과' 주목석유등 연소때 이산화탄소 주원인태양광·풍력·조력·지열 등친환경에너지 비중 적극 늘려야창문 밖으로 본 교정은 모처럼 어제부터 내리는 비로 한층 깨끗해진 것 같았다. 가뭄 해갈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지만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사이가 파릇파릇하게 생기가 도는 것 같아 보였다. 우리나라는 예년에 크게 못 미치는 강수량으로 저수지와 댐의 수위는 크게 내려가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저수지 바닥을 보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농업용수는 물론이고 지역에 따라 식수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가뭄과 한발의 원인을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다.기후변화의 원인은 대기 중에서 발생하는 온실효과(Green house effect)를 주목하고 있다. 온실효과는 지구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같은 성분들이 층을 이루어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가 외부로 복사되는 것을 차단하여 마치 온실의 유리와 같은 효과를 내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물질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은 이산화탄소이다. 배출되는 원인은 석탄, 석유 또는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의 연소, 산림의 화재 등이 있는데, 현재 대기중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훨씬 증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현재의 학설은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추진해 온 산업화에 따라 대기오염물질의 방출량이 증가하게 되면서 지속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는 해양의 반응 역할이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증가추세에 있으며,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온실효과 이론은 30~40년 이내에 지구의 평균대기 기온이 섭씨 1.5~4.5도 상승하면서 가뭄, 홍수, 저지대 침수 등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남북극의 얼음 속에 있는 산소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지구의 대기온도는 체계적인 온도측정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상승을 거듭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상기온에 의한 현상으로 전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싱가포르 면적의 수십 배에 달하는 크기의 남극 빙하가 깨져 유빙(流氷)으로 되었다거나, 태평양의 투발루 라는 작은 섬나라가 해수면의 상승으로 침수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동안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의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1988년 세계기상기관(WMO)과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기후변동에 대한 정부간 패널'을 발족시킨 이래 우리나라도 1992년 6월 리우의 지구환경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에 1993년 12월 가입했으며, 국제사회의 협력에 동참하고자 노력해 왔다. 최근 미국은 EU의 반발을 무릅쓰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했는데, 이것은 국가의 이익과 인종, 지역, 이념과 정파를 떠나서 인류 공존의 문제로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부 주정부 차원에서 미국기후동맹(US Climate Alliance)을 창설해 자체적으로 기후변화국가 협정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흐름에 맞추어, 앞으로 에너지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적극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 구조적으로 환경친화적으로 되지 않고는, 경제 분야나 환경 분야 모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전략 차원에서 태양광, 풍력, 조력, 지열 등의 에너지 비중을 늘려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지구온난화 대책에도 도움이 되고 국가경쟁력 확보는 물론 탈탄소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녹색', '그린'으로 표시되는 친환경 용어들을 등급화하여 모든 공공분야, 산업 분야와 일반 가정에 확대 적용해서 구호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세밀한 분야까지 실천할 수 있도록 각종 비용지원 , 세제혜택 등 현실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

2017-06-11 우완기

[월요논단]지금 필요한 개혁

새 시대 향한 문화·사회적 변혁당장 시작하지 않는다면과거 극심한 야만·폭력으로 회귀지금 필요한건 공정과 사회정의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혁신 가능한담대한 실천·철학 우리시대 요청개혁은 이중적 형태를 지닌다. 한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불의, 불공정에 대한 미시적 개혁과 함께, 새로운 사회와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거시적 차원의 개혁이 그것이다. 미시적 개혁은 그 사회를 주도해왔던 계층을 상대로 하기에 주류 계층의 지속적 저항에 의해 실패로 끝나기 십상이다. 한 사회를 실질적으로 유지하고 움직여 왔던 계층은 그들이 가진 기존의 힘과 체제를 앞세워 개혁을 지속적으로 왜곡하고 방해한다. 모든 개혁은 그것이 혁명이 아닌 이상 수없이 많은 기다림과 인내를 필요로 할뿐 아니라, 개혁을 위한 정당성을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한다. 그 정당성은 지난 정권 이래 심화된 사회 갈등과 불평등, 불공정을 거부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자리한다. 개혁에 저항하는 이들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던 기존의 논의와 체제에 안주하면서 그에 따른 불공정과 불의, 그 특권적 행태를 감추거나 불가피하다고 왜곡한다. 이런 행태를 거부하는 요구가 얼마나 타당하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미시적 개혁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미시적 개혁은 시민들의 지속적 관심과 요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그와 함께 최근의 개혁 논의는 시대사적 관점에서 당위성을 지닌다. 그것은 구한말 이래 지속돼 왔던 관습과 산업화 이래 형성된 사회체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변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은 우리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와 세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산업화시대의 관습과 체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그와 함께 학문적으로도 이런 시대적 변화를 해명해야 할 새로운 사유를 필요로 한다. 개혁은 미시적이며 동시에 거시적 특성을 지니기에 이 두 차원에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또한 그 때 만이 그 이후의 사회체제 변화도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급격하게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 논의는 이런 변화에 대한 필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역시 이러한 토대 없이 기술적인 차원에서만 거론된다면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는 개혁에의 요구는 이런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구호에 파묻혀 사라진 공정성과 공동선에 대한 요구는 물론, 최소한의 정의와 규범에의 필요는 미시적 차원에서 이해된다. 그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향한 우리 사회의 체제적 변화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검찰과 재벌 개혁, 언론과 국방 개혁은 그동안의 불의와 불공정, 부패를 거부하는 목소리에서 비롯되었지만, 그와 함께 그 변화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산업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일시적으로 성과를 거두었던 경제체제와 관료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그 시대를 가능하게 했던 교육과 철학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 보듯이 이 시대가 혁신적으로 요구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은 그에 걸맞은 체제 변화를 요구한다.그럼에도 지금 기득권층의 저항은 구태의연하고 진부하며, 그들의 한 줌 이익을 위한 궤변이 구역질나게 이어지고 있다. 조세정의를 말하던 그 입이 어느새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겠다고 한다. 극소수의 특권을 세습하려는 부패한 세력이 경제 재벌과 언론 재벌, 사학 재벌의 개혁을 온갖 거짓과 과장된 언변으로 가로막는다. 극소수의 기득권이 정당한 기업과 경제활동, 시장 경제의 개혁에 저항한다. 그런 행태가 공정거래를 왜곡하거나 안보를 빙자한 은밀한 사드 배치로, 극소수의 재벌 교회에 대한 과세 거부로 나타난다. 이런 세력은 진보와 보수, 정권의 안과 밖은 물론, 특권을 누려왔던 모든 집단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들이 자신의 한 줌 이익을 위해 협치 운운하는 거짓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새로운 시대를 향한 문화적 사회적 변혁을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난 시절 겪었던 극심한 야만과 폭력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동성과 공정성, 최소한의 사회정의와 규범에 대한 시민 각자의 자각이다. 미시적이며 거시적인 변혁을 가능하게 하는 담대한 실천과 그를 위한 철학이 우리 시대의 요청임에는 틀림이 없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06-04 신승환

[월요논단]개선되어야 할 청문회

현재의 잣대로 호통치고망신주기로 전락한 청문회평판 괜찮은 분들도 임명 꺼려후보자가 담당할 업무·지위따라 전문성등 '기준' 경중 가려야'능력·비전' 검증 갈수록 실종"연락 있었지요." 그러나 화들짝 손사래를 친다. 언론에 하마평이 나온 터라 더 궁금했다. 정색을 하고 그가 말한다. "안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청문회가 얼마나 골치 아픈지." 진심을 담은 표정이다. 과거 청문회를 경험했다는 그는 청문회 근처는 얼씬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문 대통령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배제원칙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첫 출발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부터 삐걱대고 있다. 5대 원칙에 어긋난 일부 후보자도 사전 공개된 상태다. 80%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청문회 대상자들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가 떠올랐다. 박 대통령을 보좌하던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직접 물었다. 문제가 있는 장관을 왜 고집스럽게 임명하느냐고. 그가 머뭇거리다 답했다. "한다는 사람이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수첩 인사의 문제는 알려졌다. 그러나 '깜냥'이 안 되는 능력이 부족한 장관을 임명했던 속사정은 무엇일까. 바로 청문회 때문이란다. 나름대로의 잣대로 평판이 괜찮은 분들을 접촉하면 대부분이 거절한다고 했다. 왜 큰 인물들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외면하는가. 자신의 누추하고 험난했던 삶과 평생을 함께 한 가족들의 아련한 인생을 뒤집어 보여주기 싫다는 것이다. 17년 전 청문회 도입은 신선했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는 망신주기 대회로 인식한다. 존경하던 인물도 난타당한 채 하루아침에 추락한다. 낙마한 후보자를 보면서 우리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확인한다. 그러나 청문회 통과에 무난한 5순위 장관들이 탄생했던 경험을 외면하고 있다. 청문회 통과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고위공직자 자격이 있는가.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청문회의 필요성과 지금의 청문회 잣대가 올바른가는 다른 문제다. 주변에서 훌륭하다는 분들도 정작 자기검열조차 통과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사연들이 있다. 주택청약 순위를 지키기 위해 서울 주소를 고수한 사람. 가족 간 사정으로 차명재산을 갖고 있던 사람. 실거래가격과 과세가격의 차이를 이용한 사람. 민법의 주소 복수주의와 행정법의 단수주의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 재산등록을 해본 경험이 없는 교수나 전문직. 바뀐 정권 10년간 안 해 본 일이 없는 정치인 등. 인생을 살면서 시류에 휩쓸렸던 증거들이다.걱정이다. 정부이든 조직이든 사람이 중요하다. 이미 패거리 정치도, 선거캠프인사도, 수첩인사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고위공직자를 선택하고 임명할 것인가. 5대 기준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보다 합리적인 청문회의 기준과 제도개선을 할 때다. 후보자가 담당해야 할 업무나 지위에 따라 기준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 대법관이나 재판관 그리고 감사원장의 경우는 공정함과 엄격함이 다른 어느 기준보다 앞서야 한다. 때로는 전문적 식견이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의 경우 비밀취급적격심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총리나 장관의 자리가 경력을 잘 관리한 그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가칭 '고위공직후보자 정보공개법'의 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대상을 정하고, 인물정보를 등재하고 항상 공개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인정해야 한다. 이를 후보자의 도덕적 검증의 기준으로 삼고, 자료는 정권이 바뀌어도 인수인계되어야 한다. 각종 논문처럼 세무나 부동산에 대한 자료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기관 간에 연계하면 된다. 인사와 관련한 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고위공직자 후보와 청문회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후보자의 과거에 대해 현재의 잣대로 호통치고, 망신을 주기 위해 청문회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청문회의 꽃인 후보자의 능력과 비전의 검증은 갈수록 실종되고 있다. 과거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 당면한 주요 정책들을 이끌어 갈수 있는 인물인가를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부 후보자도 현재의 청문회도 문제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일 때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5-28 김민배

[월요논단]지속가능한 발전과 지역의제21의 방향

일부 지역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체계적인 도시개발계획도 없이주택·도로 건설 위해 난개발환경적 지속가능한 지자체 위해새로운 대규모 개발사업 보다는개량·보수·재생 사고 전환 필요밀브레스는 "과거의 이론에 근거해서는 현재의 지구가 처한 곤경을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지구의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을 등장시켰고,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로 이어졌다. 여기에서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담은 '의제21(Agenda 21)'을 채택하였다. 의제21이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각국이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범지구적인 세부 정책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즉, 범지구적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로 모든 국가와 집단들이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실천 행동으로 나아간다는 의제21은 사회·경제 부문, 자원의 보전과 관리 부문, 주요 집단들의 역할 강화 부문, 실천 수단 부문 등 네 개 부문으로 나누어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환경보전을 위한 대책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경제개발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생태적 지속성,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의 세 가지 측면을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제정된 환경영향평가법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개념이 법적으로 도입되었다.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촉구하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통해 마련하여 실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것을 '지방의제21(Local Agenda 21)'이라고 한다. 지방의제21은 1992년 리우회의라는 외적인 요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각 지역에서 지방정부, 기업, NGO, 시민들이 모여 기구를 구성하여 지방의제21을 추진하거나 실천하고 있다.그러나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이기주의 성향이 팽배해지고 지방 거점도시로의 경쟁적 팽창과 지역주민의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체계적인 도시개발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하천정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주택과 도로 건설을 위해 농지와 산림을 훼손하는 난개발로 환경이 황폐화되고 있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지방자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규모 개발사업보다는 개량, 보수, 개선, 재생으로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자연상태 그대로의 환경보존보다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발이 곧 지역발전'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지역의제 활동을 통해 예방 차원의 실천이 필요하며, 환경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역의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필자는 1990년대 후반, 리우 선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의제21 추진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본적인 소신은 한 개인의 의지와 지역 시민사회의 협력은 물론 전 지구적인 현상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실천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고등학교 교사, 읍·면사무소 주민 등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가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문제를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지역의제21이 발족 되었을 때는 대표를 맡아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지역행사와 지역갈등조정, 시정자문, 강연 등에도 나서며 최선을 다했다. 간혹, 지역의제21이 본래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구성원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의제가 퇴색된 결과로 이어지거나 행동의 주체가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었다.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협력을 통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정당에 가입하여 정치에 입문하는 구성원들도 있다. 비록 행정을 하고 정치를 통해서 구현하는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통해 참여를 충분히 확보하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여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확산 가능한 모든 형태의 노력을 통해 환경과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 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지역의제21의 가치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

2017-05-14 우완기

[월요논단]마침내 그날이…

정의로운 국가·정치·사회개혁새롭게 시작하는 첫날 '5·9대선'만약 지난 시대로 돌아간다면또다시 광장에 모여 촛불 들어야우리는 끊임없는 참여·감시 필요내일은 나의 목소리 선택하는 것마침내 그날이 왔다. 134일 동안 이어져왔던 촛불 집회가 대통령 탄핵 인용을 통해 법적으로 마무리되었다면, 내일 선거는 촛불 민심이 시민의 권리를 재현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마무리되는 날이다. 그러나 이 날은 끝이 아니라 촛불이 요구한 정의로운 정치와 사회개혁이 새롭게 시작되는 첫 날이기도 하다. 19차례에 걸쳐 평화롭지만 단호하게 "이게 나라인가, 이게 정의인가"라고 외쳤던 그 목소리가 이런 결실을 맺었다. 그 이후 이어졌던 대선 준비기간이 촛불 민심을 담아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그 외침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하는 결과를 낳은 것은 분명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내일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달려있다. 지난 60일 동안 아쉽게도 우리는 촛불 민심을 거슬리는 수구반동의 외침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수없이 목격해야만 했다. 이 땅에 남아있는 불의와 부패, 불공정과 개혁을 반대하는 힘은 여전히 강력하게 우리 사회를 역행시키려 한다. 그 역행에 맞서는 길은 한 번의 선거로 끝나지는 않을테지만, 그럼에도 내일 대선은 중요한 이정표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대선 후보들은 모두 자신만이 개혁을 달성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외친다. 또는 사표를 방지하고 힘을 얻기 위해 이번만은 자신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정략적인 면에서는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원칙에는 한참 어긋난다. 어떻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후보가 같은 이념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심상정의 정치적 주장을 문재인이 대신할 수 있다면 왜 그들은 다른 얼굴로 대선에 출마했는가. 이번 대선에서 촛불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길은 광장에 모였던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때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촛불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가 외쳤던 올바름과 개혁이 무엇인지를 정략적 고려 없이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촛불 정신이 이번 대선을 통해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다. 그럴 때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후보가 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치적 힘을 얻을 수 있다.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 정치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대통령의 직무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촛불을 통해 드러난 시민들의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음 대통령이 의지해야할 것은 여전히 수구적이며 지난 시대의 기득권과 왜곡된 사회구조에서 불의한 특권을 누리던 그들이 아니라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목소리이다. 다시 지난 시대의 정치 행태로 돌아간다면 그 대통령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올바른 실패는 그럼에도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왜곡된 성공은 새로움을 막을 뿐이다. 새 정부가 개혁을 달성하는 길은 거듭 시민의 외침에 의지할 때 가능하지 몇몇 반동적인 수구 세력과 연합하는 정략적 행태에 있지 않다. 정치를 모르는 소리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래, 나는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 그러나 정치란 자신의 목소리(logos)로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민이 만들어가는 행위라는 고전 정치학의 원리가 옳다면, 그리고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당하다면 우리가 가야할 정의로운 국가의 길은 분명 그렇지 않아야 한다. 그 길은 결코 그런 세력에 의지하는 구태의 정치가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가 재현되는 정치에 있다. 다시금 지난 시대의 정치적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촛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또 다시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어야 할 것이다.새로운 국가와 사회는 새로운 정치를 요구한다. 그것은 오직 사표 운운하는 정치공학적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가장 잘 표현할 때 시작된다. 그렇게 드러난 정치 지형이 올바르게 진행되는지 끊임없이 지켜보고 말하는 계몽된 시민 정신만이 새로운 정치와 개혁을 가능하게 한다. 촛불은 여전히 행진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는 끊임없는 참여와 감시, 그렇게 외치는 목소리에서야 가능하다. 내일 우리는 일등을 뽑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05-07 신승환

[월요논단]제 4차 산업혁명 공약이 헛되지 않으려면

AI·로봇등 세상 변화 시키고있어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 중요차기정부, 기업·재벌 적극 연대리얼 데이터 플랫폼 구축보유기술 연계시장 만드는 것이4차 산업혁명 향한 '시작점'지금, 무엇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가. 그 주역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 그리고 빅 데이터이다. 그것은 이제까지 실현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의 실현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산업구조나 취업구조가 극적으로 변화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 선거공약을 상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국가주도형인가. 기업주도형인가. 그것이 몰고 올 취업구조의 변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자리 축소가 야기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이처럼 당면한 상황을 놓고 대선후보들마다 자신이 적격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후보들의 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약이나 이해의 깊이와 상관없이 누가 당선이 되든 국가정책의 중심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제 4차 산업혁명은 새 정부의 키워드로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좋은 정책들도 선거를 거치면서 왜곡되거나 부정되었던 과거의 경험들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빛정책,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 정책, 이명박 정부의 녹색정책,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들은 그 공과와 관계없이 비난받거나 폐기되었다. 후보자나 전문가들 모두가 제 4차 산업혁명을 외치지만 해결방법은 다르다. 그만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우리가 뒤처져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치는 상대의 해법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지난 정부의 정책이나 상대 후보의 정책을 무조건 부정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이것이 가져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배제가 아니라 포용에서 시작해야 한다.전 세계의 주요기업들은 미래의 경제사회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 만약 우리의 경제사회 시스템이 현재대로 안주한다면 위기는 현실화되게 된다. 해외 메이저 플랫폼이 주요 부가가치를 독점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하청기지화하게 된다. 고용기회의 저하는 실업과 임금의 저하로 그리고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층의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변화 그리고 예산과 재원의 효율적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새로운 정부가 제 4차 산업혁명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은 그것이 지닌 특성에도 내재되어 있다. 만약 의료기술이 의료데이터와 인공지능 등과 결합하게 되면 개인별 의약품 시장이 열리게 된다. DNA와 바이오 데이터가 연계되어 신약을 만들 수도 있다. 그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 1막에 참여할 기회를 잃었다. 구글과 아마존 등이 장악한 데이터 시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제 2막에 참여할 기회는 남아 있다. 실시간 진행되는 리얼 데이터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과 기업을 초월한 거대 플랫폼의 구축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를 리드할 인공지능의 허브, 산업보안과 기술보호 지원, 프로그래밍 교육의 필수, 외국 과학자의 초빙, 그리고 국제공동연구 확대도 마찬가지이다. 네트 데이터를 장악한 세계 다국적 기업에 맞설 전략은 정부와 재벌 그리고 기업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한 리얼 데이터와 기술연계 시장구축이 최선이다. 우리나라는 61개의 국가핵심기술, 150여개의 방위산업기술, 5천여 개의 산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술과 리얼 데이터를 산업재편과 부가가치의 원천으로 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제 4차 산업혁명을 정치적 구호나 헛된 공약의 재료로 삼고 만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의 앞날은 매우 비관적이다. 새 정부가 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즉각 운영하도록 국회가 적극 지원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를 통해 관련제도나 법을 개정하고, 각 부처의 이기주의나 재벌과 기업 차원의 이해관계를 타파하도록 해야 한다. 각 주체가 합심하여 거대한 리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제 4차 산업혁명을 향한 희망의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4-30 김민배

[월요논단]미세먼지 대책을 고민하며

최근 발생 빈도·농도 높아져인체에 미치는 영향 조금씩 커져심각한 위해 가할 것으로 예상전문가들 의학·보건학적으로좀더 철저히 규명 어찌할 수 없는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지혜 필요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으나 실천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필자는 지난 달 과천에서 서울 방향으로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과천에서 바라본 북쪽 하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 낮인데도 먹장구름이 드리워진 듯 컴컴했다. 미세먼지의 주요한 국내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것으로는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산업단지 조성과 아파트단지 조성과 같은 대규모 개발, 마이카 붐으로 인한 자동차 보유 대수 증가와 이로 인한 운행증가 등을 들 수 있다.그러나 최근의 미세먼지는 이러한 일반적인 배경으로만 설명하거나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입자크기가 아주 작은 미세먼지는 풍향·풍속은 물론 기압배치 같은 고층기상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한국은 중위도 편서풍 지대에 위치하여 서풍계열의 기류가 주풍이 될 경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중국에서 발생되는 대기오염물질의 일부가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그동안 대기오염물질의 국가간, 지역간 이동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 청정 지역에서의 오염물질 농도상승은 지구환경 변화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은 국가간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 이미 북미와 유럽에서는 국가간 오염물질 이동이 쟁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측정, 모델링, 위해성 평가 그리고 다양한 기술적, 경제적 분석 등 기초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유럽과 북미에서의 연구노력을 거울삼아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이에 대한 연구 활동 및 대응 노력을 좀더 확대하여야할 시점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동북아지역의 대기오염과 관련된 연구들을 활발히 수행해 왔으며, 한반도 대기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도 부분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일본은 일본의 서쪽 지역인 오키섬을 비롯한 서부해안지역에 대륙과 한반도에서 이동해 오는 오염물질을 감시하기 위한 측정소를 운영해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청정지역인 제주도를 비롯한 서해안 지역에 측정소를 운영해 왔다, 특히 전문가라면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풍상방향(발생원)에 위치한 국가 또는 지역에서는 인간과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신뢰할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필자는 먼지에 대해서 직접 측정하고 연구한 적이 있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전국의 대기질조사와 관련된 과제에 참여하며 전국 주요 산업단지 및 발전소 주변의 강하분진과 부유분진, 굴뚝 배출 분진농도를 측정한 적이 있으며, '90년대 이후에는 중부지역 대기오염측정망에 대한 실태파악과 제주도 고산과 같은 청정지역을 중심으로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먼지에 대해 측정하고 결과를 분석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분명한 사실은 1970∼1980년대 대기질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는 대규모산업단지 주변이나 화력발전소 주변지역이 주류를 이루었고, 외부에서 이동되어오는 오염물질은 황사와 일부 오염물질이 있었으나 발생빈도는 낮은 편이었다. 최근의 미세먼지 문제는 발생빈도도 높을 뿐 아니라 농도가 높아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토록 미세먼지가 상당히 우려할 수준인데도 우리 자신은 체감적으로 점점 둔감해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는 과거와 비교하여 증가일로에 있는데 기준은 입자크기별로 세분화되면서 농도기준에 따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조금씩 변화되는 것 같다. 앞으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학적, 보건학적으로 좀더 철저히 규명하여 어찌할 수 없는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전문가들이라면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에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불게 했다는 고사를 생각하며 누군가가 동남풍이라도 불게해서 미세먼지를 몰아냈으면 하는 기대도 하게 된다./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

2017-04-16 우완기

[월요논단]시민의 시간

미·중, 대리전쟁 위협시간 아니라우리 삶·평화 우리가 지켜내는 시간대선후보 보수·진보 고르는 때 아닌스스로 삶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간독점 원하는 자들에게 현혹되어미래와 삶을 포기해선 절대 안돼탄핵 이후 우리 사회는 빠르게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탄핵과 관련된 사안들은 잊혀지고 언론은 연일 차기 대통령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기 바쁘다. 지난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와 불법에 온갖 목청을 높이던 그 많던 정치 평론가들도 이제는 대선과 관련된 판세 읽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너무도 익숙해서 진부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무엇을 보았고, 무엇에 저항하며 외쳤던가. 과연 지난 겨울 수많은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던 그 간절함은 얼마나 이뤄졌는가.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으며, 우리 삶은 나아지긴 한 것일까. 그 불의와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던 추악함은 사라졌는가. 전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권력의 지층에 작은 흠이 갔다고 해서 광장의 외침이 온전한 정치적 목소리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지금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그들 가운데 어느 누가 차기를 맡으면 이 외침은 되풀이되지 않을까.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은 나만의 불길한 예측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를 둘러싼 내적, 외적 상황은 그 어느 때에 비교해서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미국과 중국의 거친 요구에 따라 언제 폭발할지도 모른다. 북핵의 위협과 미중 갈등의 폭발적 위력은 눈앞에 닥쳐왔지만, 그들의 정상회담 어디에도 이 땅의 평화를 고려했다는 흔적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미국 전투기 구입에 12조원을 쓰고, 사드 배치 논란을 벌이지만 정작 필요한 평화에 대한 생각은 입도 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를 둘러싸고 사익을 추구하던 추악한 세력들은 얼굴을 바꾼 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이런 야합을 알면서도 침묵했던 언론은 과연 얼마나 그런 굴레에서 벗어났는가. 대선 보도에 열중하는 거기에는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기업과 재벌은 경제만능의 사고로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경제와 결탁한 정치가 반성의 소리를 낸 적이 있는가. 이 사회의 정의와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야할 법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올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교육이 제대로 반성하고 변한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교육에 무지한 교육부의 맹목적 정책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찬 국정교과서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 이 시간 시민과 시민의 삶이, 올바름과 공정함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그 자리에 청년 실업과 노인 문제가, 비정규직의 절규가, 자영업자의 고통과 노동의 절규가 여전하다. 불의와 불공정과 사익을 위한 부정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자리에 다만 그들만의 권력 놀음이 흘러넘치고 있다. 그 권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의 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확정된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철수의 시간이 오니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있다" 아니다. 지금은 다만 늑대의 시간일 뿐이다.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시간, 여명과 어두움이 섞여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시간이 지금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 시간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시간은 대통령의 것이 아닌 시민의 시간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어두움 속에서 야합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삶을 위한 공동체의 시간이다. 미국 중국이 이 땅에서 대리전쟁을 위협하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삶과 평화는 우리가 지켜내는 시간이어야 한다. 핵과 전쟁의 위협을 몰아내는 시간이지 사드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시간이 아니다. 경제가 아니라 좋은 삶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간이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를 선택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명과 삶이 중심에 놓이는 시간이어야 한다. 시민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권을 대표자에게 재현시키는 시간이다. 시민의 권력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독점하기를 원하는 자들에게 현혹되어 우리 삶의 시간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 삶과 미래를 위한 시간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금 을의 사회로, 마침내 노예의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은 늑대의 시간이다. 그 시간을 결정할 시민의 시간, 이를 위한 계몽의 시간이 지금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04-09 신승환

[월요논단]독도와 대통령의 책무

동아시아 평화·발전 위해선왜곡된 가치관·역사의식 기초한일본 영토교육 중단되도록 하고외교관이나 공직자 소환 파면양보·타협 없음을 분명히 해야그것이 헌법 수호할 대통령 책무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일본의 언론들도 대서특필했다. 그렇다면 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은 무엇인가. 일본의 기시다 외무상은 한국의 내정과 사법판단이라고 회피하였다. 하지만 차기 정권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이행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도 한국의 내정이라면서 코멘트를 삼갔다. 그러나 부산 소녀상에 대한 항의조치로 지난 1월 일본으로 귀국 조치된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시점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을 보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매우 절제되고, 계산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최근 논란이 된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의 지난 3월 25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를 보자. 그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합의에 대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합의를 준수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했다. 또한 부산 소녀상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발언 내용을 보면 어느 나라 외교관인지 구별이 안된다. 일본 외교관도 아닌 한국 대사가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이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3월 31일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육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학습지도요령'을 최종 확정했다. 이날 관보를 통해 공개된 학습지도요령은 초등학교 5학년 사회과와 중학교 지리, 역사, 공민의 전 분야에서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가르치도록 했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은 일본의 교사들에게 일종의 법적 구속력이 있다. 만약 교사들이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처분이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미래의 올바른 교육모델은 상대 국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아가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의 군국주의 마지막 세대가 차근차근 독도를 비롯한 주변국가의 영토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독도를 일본 영토로 배운 지금의 학생들이 수십 년 이후에 우리에게 취할 행동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물론 우리 외교부와 교육부가 성명을 내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그리고 외교부의 차관보가 일본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하였다. 하지만 면피하려는 공무원다운 발상과 대처방식이다. 아무리 대통령 권한대행의 체제라고 해도 이런 식의 대처가 공직사회에서 반복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헌법 제 66조는 대통령의 책무를 정했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헌법수호 책무 위반을 문제 삼았다. 그렇다면 독도를 일본영토로 왜곡하여 교육하라는 일본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가. 황교안 권한대행은 영토의 보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어야 한다. 동시에 주일 한국대사를 즉각 소환 조치했어야 한다. 국가의 기초인 영토가 사실상 침탈당하고 있는데도 대통령 권한 대행은 헌법상의 책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새로운 정부에서는 아베 정부의 뜻대로 영토문제가 진행되지 않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당사국인 러시아나 중국과 함께 왜곡된 영토문제에 대해 공동 대처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인들에게 영토 갈등이 각국의 민족주의나 이해관계와 대립하면서, 외교적 마찰을 넘어 전쟁으로 치달았던 비극적 세계사도 직시하도록 해야 한다. 왜곡된 교육과 역사관에 기초한 영토문제는 다시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침략과 전쟁을 반복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도 왜곡된 가치관이나 역사의식에 기초한 일본의 영토교육이 중단되도록 해야 한다. 그 출발은 자질이 부족한 외교관이나 공직자를 소환하거나 파면하는 것이다. 독도나 영토 문제에 관한 한 어떤 양보도 타협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4-02 김민배

[월요논단]법률전문가의 명예와 신뢰는 어디에?

'민간인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헌재 탄핵심판 인용 '파면' 불구박 전 대통령·최순실 혐의 부인고위공직자·변호사 잘못된 도움오히려 2·3차 죄악 양산할 '우려'법률전문가 윤리·인성 강화돼야최근에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조사과정을 지켜보며 정직, 책임 등 바른 인성을 갖추지 못한 피의자와 증인, 참고인들에게 분노가 치민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부정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했는데도 반성이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대통령에 다수 국민들이 크게 실망하였을 테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작년에 세 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의 '연설문 개입'을 인정하며 사과와 유감을 표현하고, 검찰과 특검 수사에 협조할 것이며, 임기 단축 및 퇴진까지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또한 최순실씨는 작년 10월 독일에서 자진 귀국하여 검찰조사에 출두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라고 했다.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고, 지난 2월 1~2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7.6%였으며, 결국 헌재에 의해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되었다. 그동안의 특검 수사 결과와 헌재의 탄핵 심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사실로 확정되었다. 또한 최순실씨의 범죄행위도 많은 증거와 증언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뒤에도 대통령과 피의자들은 사실관계가 증명된 것도 부인하거나 말바꾸기를 했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와 인터넷TV 인터뷰를 통해 외려 자신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더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한마디로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라 했다.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관리한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최순실씨도 마찬가지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가 싶더니 1월 25일에는 체포영장 집행으로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이) 박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고 소리쳤다.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언행이 변화한 것은 법률 전문가들, 즉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와 변호사들의 조언 때문일 것이다. 법률 전문가로서 법률 지식을 정의롭게 사용하지 않는 고위 공직자와 변호사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법꾸라지'라는 조롱을 들으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궤변을 늘어놓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법률 전문가의 명예와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들이 풍운의 꿈을 품고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을 때, 처음 판검사나 변호사의 꿈을 꾸었을 때는 적어도 이런 모습의 법조인을 꿈꾼 것은 아니었을 게다. 그들도 여느 인권변호사처럼 정의의 편에 서 약자를 보호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투사의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닐까.변호사, 의사, 회계사, 건축사, 설계사, 교사 등 각 분야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 대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한다. 그들이 따로 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권위를 누리고 존경을 받는 이유다. 따라서 변호사가 법률적 조언을 해야 할 때 양심에 비추어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 그들의 잘못된 도움이 오히려 2, 3차 죄악을 양산할 수 있다. 법과 양심에 준하지 않는 변호사가 있다면 차라리 인공지능(AI) 변호사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릇된 생각이 개입하지 않도록 ROSS 같은 AI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과 판례를 분석한 뒤 사건에 적합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AI 변호사들은 영화 '변호인'에서 보는 그런 열정적이고 사명감에 찬 판결은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법률 전문가 양성과정에 엄격한 적·인성 검사와 윤리·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겠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7-03-26 이재희

[월요논단]온고지신(溫故知新)이 성장 동력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서로 위하며 모두 행복한 삶 위해직면한 위기 기회로 받아들여옛것에서 잘된 것은 취하고잘못된건 고쳐 나갈 수 있는과감하고 긍정적인 열정 필요어지러운 국내·외 정세와 급변하는 세상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컴퓨팅,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우리에게 낯설었던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수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청년실업 증가와 소득 감소는 우리나라 성장률 둔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으며, 가계부채의 증가와 맞물려 미래의 불안감은 증폭될 뿐 아니라 부메랑이 되어 부담으로 돌아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들이 영향을 미친 탓이며, 문제들 간에 연결된 복잡한 역학관계로 인한 것이기에 평소 문제해결을 위한 사전 진단차원식의 접근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온고지신(溫故知新). 논어 위정편(爲政篇)의 '옛 것을 알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可以爲師矣)'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혼란스러운 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필자는 온고지신이 초심(初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 동료애, 애국심과 같은 요인들이 자기희생을 가능하게 한 것은 많은 증거들로 남아있다. 그리 멀지 않은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초기 경제발전은 1963년 당시 서독에 파견된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이주노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한다. 이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로 송금한 외화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한 일이다. 열사의 사우디 정신은 어떠한가? 70년대 100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오일쇼크로 인한 중동 붐에 편승해 모두 잘 살기 위해 내 고생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소위 '사우디 정신'이 그 증거이며, 열악한 국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열정으로 세계를 누비는 등 가족들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했기에 오늘날 세계에서도 수위에 위치한 경제 발전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선진문물의 도입과 경제발전은 긍정적인 역할 뿐 아니라 부정적인 것들을 유입하게 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개인주의의 만연은 '우리보다는 나'라는 개념이 훨씬 더 부각되게 하였으며 이기적인 논리는 사회의 곳곳에서 다양한 부작용으로 작용해 결국 우리 사회가 병들게 한 것이라는 사회학자들의 주장을 부인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필자는 어렵고 힘든 일에 부딪칠 때 마다 1984년 봄, 인도 뭄바이 서쪽 아라비아 해상 플랫폼에 파견 근무했을 때를 회상한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서 거대한 해수처리설비를 건설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들은 간부 직원이나 일반 근로자 구분 없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밤낮 없이 극한 환경 속에서 전쟁처럼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실험실에서 같이 분석업무를 담당했던 인도국영석유회사(ONGC) 기술자들이나 엑슨(Exxon)사의 기술자도 한국 근로자들의 근면성에 크게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시운전이 성공했을 때 플랫폼에 연결된 작은 배의 선상에 모여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소속회사 회장의 격려사에 눈시울을 붉히는 근로자들의 마음속은 알 수 없었지만, 뭄바이 헬리포트에서 낙엽같은 헬리콥터를 타고 수 백 킬로 떨어진 해수처리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동안 아라비아 해상 곳곳에 건설된 석유채취 설비에서 내뿜는 불기둥을 보면서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이런 경험들을 통해 필자는 우리가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강력한 신념과 옛것에서 잘 된 것은 취하고 잘못된 것은 수정하는 과감한 결단과 함께 반드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실천하는 용기야 말로 우리 민족의 가장 강인한 경쟁력이라 깨달았으며 이런 주장을 부인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서로를 위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옛것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는 긍정적인 열정이 필요할 때이다./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우완기 장안대학교 총장

2017-03-19 우완기

[월요논단]탄핵 이후의 일상

우리가 촛불아래 모인 까닭은우리의 삶과 존엄성 지켜내는정치·사회를 원했기 때문다시는 그들만의 어둠 속에서지배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지켜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오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 일상은 역사의 그 어떤 시간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첫 날이다. 최고 통치자를 시민의 이름으로 물러나게 만든 이후의 첫 날인 것이다. 이 날은 이전의 그 어떤 일상과도 같지 않다. 삶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어떤 놀라운 경험을 하더라도 인간은 일상의 삶을 살아야 하며, 또 그러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그 경험은 그 일상을 내적으로 변화시키며, 그에 따라 우리의 삶과 우리 자신도 변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경험이 크면 클수록, 또한 경험에 대한 성찰이 깊으면 깊을수록 변화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경험과 경험에의 성찰은 우리 삶과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1961년과 1987년 두 차례 우리는 어제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그 사건들은 본연의 정신을 배반당한 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왜 우리가 원했던 변혁은 배반당했으며, 우리 일상은 반동과 퇴행으로 얼룩지게 되었던가. 왜 여전히 우리는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외침과 집회를 되풀이해야만 했던 것일까.지난 금요일의 탄핵 선고는 전적으로 우리의 외침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취였다. 이 성과는 결코 국회의 탄핵 의결이나 헌법재판소의 최종 인용 판결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이 성취는 전적으로 지난 몇 달 사이 20여 차례에 걸쳐 촛불을 들고 전국에서 연인원 1천600만 명이 이르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와 함께 정치와 법이, 우리 사회가 이런 요구와 외침을 듣고 그 목소리에 순응할 만큼 성숙했기 때문이었음도 분명 사실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중동 지역에서 있었던 이른바 쟈스민 혁명을 생각해보라. 튀니지의 한 청년이 불의한 삶에 항의하며 들었던 작은 꽃 한 송이가 중동 지역 전역으로 펴져나간 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그 불씨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또한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최고통치자를 몰아내고, 사회체제 전체를 바꾸는 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그 이후 300만 명이 넘는 국제 난민을 만들어 내거나, 또는 그 이전의 삶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한 퇴행의 시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지금, 탄핵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촛불을 들었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 정치와 사회이다. 우리는 이 시간이 다시는 퇴행하지 않기를 원한다. 촛불을 든 우리는 불의와 사익에 점철된 잘못된 사회와 체제가 바뀌기를 원한다. 우리는 다만 대통령이 박근혜에서 다른 그 누구로 바뀌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선주자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개헌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체제를 원한다. 우리는 법이 그들만의 특별한 권리와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보호하고 공동선을 지켜가는 것이기를 원한다. 우리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검은 이해관계를 감추는 관변 언론이 아니라, 그 어두움을 밝히는 언론을 원한다. 정유라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존중받는 인간을 위한 교육을 원한다.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를 배치하여 전쟁 공포를 드높이는 정치가 사라지기를, 종북몰이로 시민을 편가르고 억압하는 정치가 바뀌기를 원한다. 촛불을 들었던 우리는 기업이 재벌이 되어 수많은 검은 돈을 그들끼리 불의하게 나눠 갖는 그런 사회와 경제가 바뀌기를 원한다. 이런 사회를 원했던 것이 촛불임에도 언론과 정치권은 촛불을 그들끼리의 권력놀이에 악용하려 한다. 그들은 이 외침을 대선놀이로, 이명박 박근혜의 선의니 그들과 대연정하느니 따위의 헛소리로 듣는다. 우리가 촛불 아래 모인 까닭은 우리를 '개돼지'로 보면서 통치하려드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과 존엄성을 지켜내는 그런 정치와 사회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 촛불의 요구가 배반당해 다시금 촛불 아래 모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시는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그들만의 어두움 속에서 우리를 지배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지켜보고, 살펴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촛불 이후의 일상은 그렇게 이어가는 삶의 시간일 것이다./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2017-03-12 신승환

[월요논단]차라리 지명보다 추첨을

내편 네편 삿대질 욕설 앞서고위직 인사 민주적인지 자성을국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임명·지명제도 전면 재검토해야선거 승리로 권력 광기 반영되는인사개입 등 변형 매관매직 끝내야헌재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자 지명. 하마평이 요란하다. 헌재 재판관 9인은 국회의 선출, 대법원장의 지명,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으로 구성된다. 이를 두고 삼권분립을 반영한 공평하고 중립적인 제도로 설명된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봐도 허점투성이이다. 탄핵의 국면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례대표제에도 있는 예비 재판관 후보가 없다. 임기가 끝날 때마다 지명권자나 임명권자의 눈치도 봐야 한다. 탄핵심판이나 정당해산심판 때마다 재판관의 중립성 문제가 제기된다. 장관이나 기관장 그리고 재판관에 대한 비판과 불신을 보면서 생각한다. 헌법과 법률에 산재한 공직자의 지명이나 임명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통치를 하는가 여부는 피치자가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요리는 요리사보다 초대받은 손님이 잘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 그는 민주정치는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평등하게 다루지만 극한 상황에서는 법의 지배가 소멸되고, 민회의 결의가 모든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플라톤이 우려한대로 민중을 선동하는 자가 나타나 일종의 독재정치를 하게 된다. 이를 막아 내고, 자유인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추첨제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지혜에는 한계가 있고, 지배자의 지혜는 피지배자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고위 공직자가 재산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모든 시민에 의해 시민 중에서 추첨에 의해 선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의 선출을 위한 추첨제에는 병역, 세금, 효도 등에 대한 일정한 자격 심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진출마한 사람 중에서 추첨하되 직책상 설명책임을 부과하고, 재임 중은 물론 이후에도 탄핵제도에 의해 견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공직자에 의한 부정이나 소크라테스가 우려하는 무능력자에 의한 공직의 점유라는 위험성을 시정하고자 했다. 임기제를 도입하여 지배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도 퇴임 후 피지배자의 지위로 다시 돌아가도록 했다. 만약 권력의 교체가 없다면 지배복종관계가 고정되거나 광기어린 권력에 휘둘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대선을 앞둔 캠프마다 한자리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대통령이 주요 직책의 지명과 임명권을 독식하는 제도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우리 앞에 전개된 대통령의 무능과 전횡들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공직자의 인사제도의 보완대책으로 추첨제의 의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추첨제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적용되면 주요 공직자의 헌법적 중립성도 담보할 수 있다. 몽테스키외도 추첨제의 기능과 조건을 '법의 정신'에서 설명한바 있다. 추첨제는 선출권력에 의한 '다수자의 광기와 권력전횡'을 막거나 제어하기 위한 제도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미 법원은 재판부의 배당에 전자식 추첨제를 도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특검 재판부도 같은 방식으로 배정했다. 그리고 전·현직 법원장들이 다시 30년 전으로 돌아가 1심 재판을 맡는 원로법관제도 올해부터 도입됐다. 만약 법원장급 중에서 추첨에 의해 대법관이나 재판관으로 근무하다가 일선으로 돌아간다면. 지금도, 후에도 문제가 될 공정성 시비를 막을 수 있다. 보수냐 진보냐. 해묵은 논쟁도 줄일 수 있다. 권력에 의해 입맛에 맞는 무능·무책임한 인사를 공직에 배치하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 그들에 의한 헌법파괴도 막을 수 있다. 국민적 불행도 없앨 수 있다.내편이냐 네 편이냐, 삿대질과 욕설과 거친 몸짓에 앞서 과연 우리의 고위직 인사제도가 공정하고 민주적인지 자성할 때다. 국가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나 헌법기관에 대한 임명이나 지명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선거에 승리한 권력의 광기가 반영되는 인사개입이나 지명제와 같은 변형된 매관매직은 이제 끝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건전하고 다양한 제도로 무장할 때 더욱 단단해 진다. 2천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첨제가 거리에서 극한적으로 대결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지혜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3-05 김민배

[월요논단]이안환안(以眼還眼) 이아환아(以牙還牙)의 끈기로

최근 탄핵정국 '이중생의 묘안''친일부역세력' 생존전략의유산을 100%로 응용되는 듯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세력감당하려면 똑같이 끈기있게포기하지 않는 법 뿐이다우리에게 '맹진사댁 경사' 일명 '시집가는 날'로 유명한 극작가 오영진은 한국연극사의 희극 영역에 흔치 않은 독보적인 작가이다. 사위가 몸이 불편하다고 신부를 바꿔 딸 갑분이 대신 하녀 입분이를 시집 보내려는 사기(詐欺)가 실패하고 착한 입분이가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는 것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유쾌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극작가로서 오영진의 탁월한 감각은 연극에 내포된 고도의 정치적 역학을 잘 활용하는 까닭이다. 사실 극작품은 인간의 내적 갈등과 고뇌의 기술을 중심에 두는 소설과는 달리 인간 간의 갈등과 역학을 직접 다룬다. 더욱이 인간의 오욕칠정, 계급이나 정파 같은 역사적 세력, 자연의 이치나 에너지 등 인간의 사유를 고도로 추상화하여 이를 등장인물에 반영하고 대변하도록 하기에 만든 사람의 입장과 해석, 보는 사람의 입장과 해석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치적 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오영진 최고의 작품의 작품은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중생'은 친일부역 자본가이다. 일제 때는 앞장 서 아들을 징용에 보낼 만큼 일제에 부역하면서 치부를 했고 해방 후에는 일제가 남긴 적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차지하고 미국인 브로커에게 접근하여 미국자본을 쉽게 끌어 쓰고자 딸조차 미인계의 수단으로 동원한다. 그러나 로비를 위해 접촉했던 미국인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관리인을 속여 부당하게 차지했던 인천의 별장에서 쫓겨나며 급기야 사기, 배임횡령, 공문서 위조, 탈세 등의 죄목으로 이중생은 구속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죄상이 밝혀져 구속되면 어떻게든 형량을 줄여보려 노력하는 것이 고작일 뿐, 대부분 체념하고 범죄사실을 시인할 터이나 우리의 이중생 각하는 차원이 다르다. 요로에 힘을 써 특별 단기보석을 받아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지와 가옥 등기 등은 명의를 변경하고 공장, 채권 등은 은폐하며 재산을 지킬 방도를 궁리한다. 수배중의 피의자로 귀국을 했건만 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라고 30여 시간을 허용하는 처우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이중생과 그의 변호사는 획기적인 묘안을 짜낸다. 거짓으로 죽음을 가장하고 재산을 사위명의로 상속한 후 사위 이름으로 사업을 하고 재산을 불리고 위세를 누리며 산다는 구상이다. 최근 탄핵정국은 이중생의 묘안, 친일부역세력의 생존전략의 유산이 100%로 응용되는 듯하다. 어떻게든 잃지 않으려는 세력,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결판의 순간을 늦추고 심지어 겉보기에 죽은 듯하나 아바타를 내세워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는 갖은 전략이 구사된다. 연극에서 이중생의 이러한 시도는 해방된 사회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계를 시작하려는 세력에 의해 저지된다. 이중생의 부정한 재산은 바람직한 사회사업으로 활용되고 아버지의 부당한 요구에 "양공주를 만들어 미국놈에게 팔아버리라"고 저항하던 딸은 말단 사무원으로 취직하여 건강한 생활인 노동자가 되며 아버지의 부역과 치부(致富)를 위해 징용에 끌려 나갔던 아들은 돌아와 아버지를 비판하며 진정한 독립을 선언하니 막다른 길에 도달한 이중생은 결국 자살한다. 그러나 이중생이 정말 죽은 것은 아니었다. 작가 오영진의 소망이었고 당대인들의 당연한 요구였으되 현실에서는 성취되지 않았다. 극중 이중생과 달리 현실사회의 '이중생'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이 '살아있는' 이중생인 것은 이중생의 죽음으로 작품을 끝맺은 오영진조차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소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다. 해방 직후에 했어야만 했던 과제였고 지금이라도 해야만 한다. 죽어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을 감당하는 방법은 똑같이 끈기 있게 포기하지는 않는 법뿐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7-02-26 윤진현

[월요논단]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일부 업종 어려움 국·내외 정치경제불안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라면부정부패 개선위해 고통 감내해야그래도 법률 시행령 불명확 하거나사건판례 없기 때문에 당사자들의혼란스러움은 조속히 보완 필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연말연시와 설 명절을 보내면서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실감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당초에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2011년 소위 '벤츠 검사 사건'이 발생하자 이듬해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하였다. 이후 최초 안에 있던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이 제외되고 적용대상이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면서 청탁금지법으로 확정되었고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청탁금지법의 주요 내용은 금품 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약 400만명이지만, 간접적 대상을 포함하면 전 국민의 40%에 이른다고 한다. 이 법이 부정부패를 일소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법의 내용이 너무 엄격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어서 과거 '가정의례 준칙'처럼 사문화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청탁금지법 제정 취지로 볼 때 고급 음식점의 매출과 고가 선물 및 의례적인 경조사비 수수는 감소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화훼, 과일, 한우 등 농업과 일반 음식업에서 매출이 감소되어 경기가 더 악화되고, 외식업 종사자 등의 실업으로 고용문제도 악화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지적은 이 법의 시행에 마뜩해 하지 않는 집단의 불만인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감내해야 할 불가피한 아픔인지 잘 살펴야 한다.11일 한 중앙지의 보도에 의하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작년 4분기의 외식업 매출은 그 이전에 비해 25%가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관 구내식당이나 비알코올 음료점의 매출도 17%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볼 때, 일부 농축산업과 음식업의 매출 감소는 청탁금지법의 영향보다는 국내외 경기 흐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생필품 위주의 선물과 지인 간의 경조사비 지출이 감소하는 것도 불경기에 대비하는 소비 심리의 영향일 것이다. 이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과 법의 보완은 향후 종합적 검토를 거처 고민할 일이다. 또한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명시된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음식물을 5만원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 역시 문제가 있다면 면밀히 조사해서 개정을 판단해야겠다.청탁금지법 시행 후 일부 부작용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훌륭한 취지와 의미가 실천되는 것 같다. 필자의 공직생활도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많은 변화를 겪었다. 유관기관장 간담회의 식대를 종전에는 윤번제로 담당했으나, 지금은 각자 개인 부담하거나 회비로 지불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는 식사와 선물도 많이 간소화되고 있다. 또한 경조사에도 축·부의금이나 화환·조화 중에서 택일하여 보낸다.청탁금지법이 잘 정착하여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및 부정부패 척결에 크게 기여하면 좋겠다. 따라서 일부 업종에서 호소하고 있는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서 대처해야 한다. 만약 청탁금지법에 명시된 금액이 비현실적이라는 불만을 받아들여 금액을 인상하면 사회의 부정부패 개선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일부 업종의 어려움이 국내외 정치와 경제의 불안으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 때문이라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법률 시행령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사건 판례들이 없기 때문에 관련 당사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7-02-19 이재희

[월요논단]'이른 바 판사'는 없다

대통령 탄핵 인용·기각 외치는촛불·태극기집회·언론 등 압박법치국가 근간 흔드는것 다름없어그동안 분출된 민심 보여준 만큼헌재 최종심판 지켜보고 결과 승복성숙된 국민의식 보여줘야 할때최근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로바트 판사에 대하여 분노한 대통령이 "이른 바 판사(so-called judge)라는 자들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말 폭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한 상원의원은 "우리에게는 '이른 바 판사'는 없고 진짜 판사(real judge)만 있을 뿐"이라 맞 받았고, 또 다른 상원의원은 "때때로 우리는 판사들에게 실망하지만 판사들을 개인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삼권분립의 법치국가 미국의 한 면목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미국이 지구촌 리더의 역할을 유지해 온 기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법권 독립과 존중의 국가체제에 있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 여론이라 하여도 사법적 재판에서는 법관의 판정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이를 거부한다면 법치주의의 기초가 유지될 수 없다.우리나라도 채택한 삼권분립 제도하의 사법권 독립은 그 어떠한 외부의 영향이나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판사는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고 판정을 내린다. 헌법재판은 물론 민사, 형사, 그 어떠한 재판에서도 사법권 독립은 지켜져야 한다.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 등 무시못할 강력한 외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해서 국가권력이나 정파 또는 여론에 휘둘리는 판사라면 '이른 바' 무늬만 판사일 뿐이다. 외적 요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판사 개인의 내적 성향조차 극복하고 오직 법리에 집중할 수 있을 때라야 진정한 판사라 할 수 있다. 소금이 그 짠 맛을 잃어버리면 소금 역할을 할 수 없듯이, 판사가 외적 내적인 독립성을 잃게 되면 국법 질서의 최후 보루인 사법권이 퇴색하여 법치국가의 기강이 무너진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인으로도 활동중인 필자는 가끔 중재사건의 심판을 주재하게 된다. 치열하게 공방하는 양쪽 당사자의 상반된 논리와 자료의 홍수 속에 중심을 잡고 심판관으로서 공정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은 변호사로서 당사자 일방을 위한 변론을 할 때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헌법재판처럼 중재재판도 상급심이 없는 단심으로 끝나므로, 최종 결론에 대한 부담감은 가중된다.우리 헌법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주요공무원을 그 직위에서 파면하는 탄핵을 국회의결이나 국민투표 등으로 결정짓지 아니하고 헌법재판관들이 최종 심판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탄핵이 의회 등 정치적 세력이나 국민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재판관의 순수한 법률적인 판단으로 최종 결정되고자 함이다.현재 국회가 의결하여 헌법재판소에 소추한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직권남용 또는 직무태만, 뇌물수수 및 국가기밀누설 등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그러한 국법위반 사유가 국민신뢰를 저버려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것에 해당되어야 하고 그 해당 여부는 오로지 헌법재판관의 법률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 탄핵 인용이나 기각을 외치는 촛불이나 태극기 집회의 세대결이나 언론보도 등 압박으로 헌법재판관의 마음을 흔들고 원치 않는 결과에는 승복하지 않겠다는 엄포는 헌법재판관을 이름뿐인 '이른 바 판사'로 만들어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들겠다는 것에 다름 없다. 그동안 자유로운 언론보도나 평화적인 시위를 통하여 분출하는 민심을 최대한 보여준 만큼 이제는 광장의 세대결이나 과격한 표현들을 절제하며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을 지켜보는 성숙된 국민의식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줄 때다. 헌법재판관들이 외부의 어떠한 정치세력이나 견해, 언론 또는 광장의 민심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진짜 판사의 살아있는 양심과 독립적인 판단'으로 드러난 증거와 소명된 자료를 공정하게 평가하여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을 고대한다. 나아가 헌재의 심판결과가 어느 쪽이든 그에 대한 모든 국민들의 승복만이 국론분열의 혼돈에 빠진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근간을 지켜 대한민국 선진화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7-02-12 손수일

[월요논단]트럼프의 광풍과 연방법원의 급제동

이민자 규제에 동포들 살얼음판연방지방법원, 행정명령 막아도향후 연방대법원 보수화 된다면미국 우선주의 한국에 '일파만파'조속 탄핵·대선으로 헌정 정상화트럼프 광풍 막아낼 돌파구될것'당분간 한국에는 못 갈 것 같네'. 이른 아침 미국에서 걸려온 친구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다. 노모를 뵙기 위해 방학마다 한국을 방문해 머물던 교수였다. 미국 영주권자로서 교수를 하고 있는 그로서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갔다가 재입국을 하지 못할 사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학들도 비상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동료들이 6개월 동안은 해외활동에 대해 자제를 권하고 있다고 했다. 그와 한참 동안 통화를 하면서, 1950년대 미국을 광풍으로 몰아갔던 매카시즘의 시대를 생각했다.과연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동포들은 얼마일까. 재외동포재단의 자료에 의하면 2014년 말 기준 미국 재외동포는 전체 223만8천989명이다. 그 가운데 시민권자는 141만4천875명, 영주권자 42만6천838명, 일반체류자 29만7천714명, 그리고 유학생은 9만9천562명이다. 문제는 20만 명 내외로 추정되는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이다. 그들은 트럼프 정책에 따라 강제로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일반 체류자와 유학생들도 불안하다. 트럼프가 이민자를 규제하지 않는 도시에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불복이 진행되고 있다. LA시의회는 불법 노점상을 운영하다 추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합법적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또한 관련 소송들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방지방법원은 수정 헌법 1조 등을 논거로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걸었다.문제는 향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각종 정책에 대해 어떻게 최종판단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는 사망한 스칼리아 후임으로 고서치(49) 판사를 종신직 대법관에 지명했다. 물론 민주당은 그의 인준 표결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외형적으로는 연방대법관의 임명을 둘러싼 투쟁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헌법과 연방대법원이 향후 30년간 어디로 향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되면 대법원은 보수 우위 체제가 수립된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각종 판결이 내려질 확률이 높다. 문제는 더 있다. 진보인 긴즈버그(83)와 브라이어(78) 그리고 보수인 케네디(80) 대법관도 고령으로 트럼프 임기 중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법원의 보수화는 사형제도, 낙태, 동성결혼, 총기규제, 마리화나, 종교의 자유 등에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이미 기후변화, 이민자, 의료보험 등에 관한 오바마 정권의 정책들은 폐기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정책변화 등으로 혼란과 대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의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40%대 이른다. 하지만 공화당이 의회와 연방대법원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가 탄핵 소추를 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트럼프가 쏟아내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이 일파만파다. 트럼프에게 있어 타국의 경제와 안보 그리고 인권은 그를 위한 희생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입국금지 조치에서 나타난 것처럼 반드시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혈맹의 나라라고 열을 올려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국방장관은 한일 동시 방문을 통해 중국과 북한에 트럼프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드와 북한 핵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점도 각인시켰다.만약 북한에 대한 무력제재가 현실화된다면 한반도는 파국적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반도에 과거와 전혀 다른 트럼프의 광풍이 몰려오고 있다. 그 광풍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조속한 탄핵의 결정과 대선으로 헌정체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그나마 광풍을 막아내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그런데도 매번 법원의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청와대에 한마디 말도 없는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사법부는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가. 그리고 '대통령도 헌법 아래에 있다'며 트럼프 정책에 급제동을 건 연방지방법원을 보면서 생각한다.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가치와 권력분립의 헌법정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7-02-05 김민배

[월요논단]지식의 반대말은 반인간

블랙리스트로 문화예술 살해예술가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특정 정치·이념 편향되지 않아표현의 자유 보장하는 것은더 나은 세상 향해 문 열어두는 것인간답기 원하면 당연히 그래야블랙리스트에 대한 분노가 뜨겁다. 표현의 자유가 당위인 것처럼 그렇지 못한 현실 또한 비밀은 아니었다. 대놓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배제하는 후안무치에 새삼 경악할 뿐이다. 식민지시기에 시작되어 일상을 지배했던 검열과 통제가 다시금 부활하여 맹위를 떨치는 세상으로 어느 새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어떻든 특정 작가의 사상과 태도를 이유로 그 표현의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합의하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1988년에 사회주의 문인에 대한 대대적인 해금조치가 있었다. 당시 문화예술계는 잃어버렸던 반쪽을 되찾은 기쁨과 흥분으로 이를 환영하였고 우리는 비로소 월북한 문인들과 서구 사회주의권의 주요작가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이다. 브레히트는 현대연극에서 가장 강렬한 영향을 미친 작가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높은 작가중 하나이다. 그는 극작가로서 연극 분야의 업적이 두드러지지만 연극 외에도 시와 산문, 독특한 형식의 우화와 소설까지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뛰어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브레히트에게 예술은 인간과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도전이다.따라서 그를 사회주의 국가의 사회주의자로 구분해도 그는 단순한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브레히트는 소련은 물론, 사회주의 동독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동독 당국은 지속적으로 그를 감시하였다. 하긴 그를 경계한 것은 그 모든 권력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는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망명하였으니 히틀러 독일의 좌익이었으며 코민테른의 일원으로 간주되었으니 유럽 자본주의의 좌익이었다. 소련의 현실에 경악하여 '어떤 범죄적인 집단들이 일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였으니 소련의 좌익이었다. 미국으로 망명해서는 반미행위를 의심받았으니 미국도 그의 편은 아니었다. 독일 밖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곳을 찾느라 어렵게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했지만 오스트리아 민중당의 방해로 결국 자리를 잡는 데는 실패하였고 전후 중립국을 대표하는 스위스에서조차 거처를 찾지 못하였다. 겨우 베를린에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사회주의 동독은 그를 감시하는 요원을 상시 배치해 둘 정도였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굴하지 않았다. 1953년 동베를린에서 일어난 인민봉기를 진압하고 인민의 목소리를 억압한 당국의 조치를 비판하여 그럴 바엔 '정부는 인민을 해산하여 버리고 새로운 인민을 선출하라'고 일갈한 시 <해결방법>의 날카로움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잊음을 잊은 위정자들에게는 지금도 신랄한 현재형 공격이다. 브레히트는 현실을 중시했고 이념이나 제도를 위해 인간을 기만하는 것을 비판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이익을 위해 현실을 부정하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자들을 그는 '투이'라고 칭했다. '투이(Tui)'란 지적(知的)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intellektuell'을 'tellekt-uell-in'으로 도치시켜 만든 브레히트의 신조어이다. 지식을 권력에 맞게 재조직하면서 반인간적으로 사용하는 인간들이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지식의 반대말은 무식이 아니라 반인간이라는 통찰이다. 우리 사회에 반인간적 '투이'가 전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법마(法魔)라고 칭한다고 한다. 법을 악마같이 활용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사악한 행동을 일삼는다는 뜻이다. 내로라하는 학벌과 경력에 그 대단하다는 법지식으로 높은 자리에 군림하며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고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며 예술의 진화와 인간의 성장을 가로막는 자들이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를 주도하며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을 근본에서 살해해 온 것이다.예술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기반으로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언제나 가지 않은 길, 혹은 가고 싶은 길을 꿈꾸고 상상한다. 때로 불편하고 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브레히트가 그랬듯이 예술가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근본적으로는 어느 특정한 정치나 이념에 편향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인간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향하는 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인간답기를 원한다면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7-01-22 윤진현

[월요논단]모든 공부가 즐겁기만 하다면…

토론·실습 등 참여형 교육 개혁즐겁게 공부하도록 하고 시험은 정답 맞히기형에서 탈피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능력을평가하도록 개선 하는것이 중요그래야 창의·혁신적 인재를 육성히말라야산맥에 있는 부탄은 국민행복지수가 전 세계 국가 중에 최상위권에 속하고 중남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에 속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하위권에 속한다. 국내 한 대학의 연구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대상인 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행복이라는 것이 주관적 감정이고, 행복지수는 계량화된 지표가 아니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주관적 수치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입시위주 교육과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자신을 다른 학생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과 달리 학업성취도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OECD가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읽기, 수학, 과학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해왔다. 2015년 평가 결과는 2012년에 비해 점수와 순위가 조금 하락했지만, 여전히 모든 평가영역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PISA는 의무교육 종료시점에 있는 만 15세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에 바탕을 둔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능력을 평가해 국제적으로 비교할 목적으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학업 성과 위주의 교육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꿈, 재능, 취미와 관계없이 공부에 매달리고, 학교 공부 이외에도 방과후에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지 말고 놀리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행복하게 해주려고 공부 부담과 시험 스트레스를 줄여주려고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해 적용하고, 성취도평가는 소위 '일제고사'라고 부르며 폐지하려고 한다. 반면에 일본은 197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한 유토리(餘裕) 교육으로 인해 학력 저하가 심각해지자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전 교과에서 소위 '액티브 러닝'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 2015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과 과학은 OECD 35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고, 읽기도 많이 상승했다. 모든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가 다 높을 수는 없다. 다른 것은 못해도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있고, 다른 것을 잘해도 '공부만 못하는 아이'도 있다.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나 대학을 거치면서 장차 자기가 사회에서 할 일, 즉 직업을 준비한다. 직업은 삶의 수단이고, 직장은 프로의 세상이지 취미를 즐기는 곳이 아니다. 프로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연습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학교생활은 프로의 세계에 데뷔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므로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그게 공부가 되었든 음악이나 요리나 만화가 되었든, 죽어라고 매달려 매진하지 않으면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땀과 고통 없이 프로가 될 수 있는가?혁신교육에서는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여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학교는 이미 교사가 학생의 교육과 지도를 포기할 정도로 너무 민주적이다. 정작 필요한 본질적 교육개혁은 수업을 토론과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하여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고, 시험을 객관식 정답 맞히기형에서 탈피하여 독창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능력을 평가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야 미래 세상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7-01-15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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