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중국 대상 사업, 변화의 바람을 읽어라

박리다매식 '패키지 여행' 한계단체 유커보다 개별 싼커 증가세쇼핑 탈피 스토리텔링 명소 개발수요 맞춤형으로 패러다임 변화교육·수출분야도 인식전환 필요품질·서비스 질적 향상 꾀해야올해 3월 말 중국 아오란 그룹의 임직원 6천여 명이 포상휴가차 인천에 대규모로 찾아왔다. 그들은 중국의 24개 도시에서 항공기 158편에 탑승했고, 인천·경기 지역 24개 호텔 1천500여 객실에 투숙했으며 시내 관광을 위한 버스 140여 대도 동원되었다. 그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식당이 없어서 컨벤시아호텔 지하주차장에 임시 식당까지 개설하였다. 이 전무후무한 포상휴가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270억 원으로 추산된다. 뒤이어 6월 22일에는 동북아 최대 크루즈선이 입항하여 전체 승객 중 절반가량인 2천여 명이 인천을 관광하였다.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연도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0년 187만5천명, 2014년 612만6천명, 그리고 올해는 800만명을 상회할 걸로 예상된다. 분명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관광객의 지속적인 유치를 위해 관광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 관광객은 대규모 단체 관광객, 즉 유커(遊客)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여행상품 가격이 왕복 항공료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패키지여행으로 온 경우가 많았다. 여행사는 관광객을 대도시나 관광지 외곽에 있는 저렴한 모텔에 투숙시켜서 관광지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하루에 2~3차례씩 면세점을 들러서 관광객이 물건을 사도록 하고 가이드는 수수료를 챙기도록 하는 관행이 이어졌다.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중국의 국가여유국이 지난 10월 13일 '불합리한 저가 여행 관리 추진에 관한 통지'를 내렸다. 저가여행 패키지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30만 위안(약 5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24일에는 일부 지방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단체 관광객을 지난해 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20% 줄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그 결과 유커 특수를 누려왔던 화장품과 면세점 업계, 호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가는 순식간에 급락했다.요즘 중국 관광객 중에는 유커보다 개별 관광객, 이른바 싼커(散客)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인 관광객 중 유커는 40.9%인데 비해 싼커는 59.1%였다. 싼커는 모바일을 통해 스스로 여행 상품과 정보를 검색하고 대금도 결제한다. 유커들은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반면, 싼커는 국내 백화점에서 한류 스타일의 옷과 화장품 및 음식 등 문화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고 구입한다.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여행상품을 대량 공급하던 박리다매 형태의 관광 사업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이래저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어차피 값싼 여행상품을 판매하면 부가가치도 적다. 이제 여행객들의 수요에 걸맞은 품격 있는 여행상품으로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해야 한다.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고 1인당 지출경비도 많은 젊은 싼커들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을 더욱 유치하기 위해 쇼핑 위주의 관광을 떠나 스토리텔링이 있는 명소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관광사업 외에도 교육과 수출 분야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출산율의 저하로 대학 입학자원이 줄어들면서 상당수 지방대학들이 중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수가 유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학생 유치 등을 목표로 학교 이름까지 바꿨지만 최근 신입생 충원율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내몰린 강원도 동해시 한중대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제 학교도 박리다매 사고를 벗어나 중국인 학생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고급 교육과정을 준비하여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 수출 품목은 또 어떠한가.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우리가 깔보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G2국가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우주정거장, 양질의 전자제품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다. 한국의 제품도 이제 중국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로 다가가야 한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6-11-20 이재희

[월요논단]대한민국호 아리랑 고개를 넘자

지금 상처입고 신음하는 나라되살리기 위해 당파적 이해나대권욕 자제하고 대승적 차원서혼돈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자낡은 헌법과 국가근간 개혁하고양극화·고통 치유위한 지혜 필요특정 사인들의 뿌리깊은 국정 농단(壟斷)과 이를 막지 못한 대통령의 멍에를 벗어나기 위하여 온 나라가 신음하고 있다. 노한 민심의 큰 물결이 일고 국정의 진공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시간 대한민국호는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가?지금의 시국은 주변 열강의 각축 속 이리와 늑대들에 둘러싸인 어린 양처럼 쇠잔해 가던 구한말이나 해방 이후 남북 분단으로 갈등하며 동족상잔에 빠졌던 위태로움에 비견될 수 있다. 최근 미국·소련·중국·일본 4대 열강 모두 강력한 국가 수반들이 등장해 국력을 극대화하고 자국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로간 첨예한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4대 열강의 한 복판에서 핵무장 완성만을 목표로 치달리는 동족 북한을 대치하며, 새우등처럼 웅크린 대한민국이 국정 리더십의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만일 현재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반만년 역사에 천우신조로 이룩한 경제 기적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성과가 일순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한다. 일단 사인의 국정 농단에 연루되어 휘둘린 대통령이 더 이상의 미련을 내려놓고 국민께 진정한 참회를 표명하고 국정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섬이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과 관계인들의 국법위반 책임소재와 경중이 사법절차에 의하여 밝혀지기도 전에,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대통령을 물리력으로 끌어내리려 한다면 헌정 붕괴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우리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당파성과 조급성, 부패 둔감과 나만 옳다는 독선을 버리지 못하고 이 사태를 당리당략과 차기 집권에만 이용하려 든다면 국정 혼란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 일선에서 물러날 기회를 주고 헌법 절차에 따라 새 대통령과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거국중립내각의 책임총리가 과도정부를 이끌게 함이 죄없는 국민 모두의 생존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 보여진다.우리 겨레는 슬기롭고 용감했다. 유구한 역사의 고비마다 국난의 비상사태에서 의병과 독립군으로 목숨바쳐 나라를 지켰다. 동족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사에 유례없이 반 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이른 위대한 국민이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신명난 기백은 민족 고유의 정(情)과 한(恨)이 녹아든 국민가요 아리랑에 녹아있다. 아리랑의 우리말 가사는 버림받은 여인의 한을 표현하고 있지만, 한자로 풀면 깨달음을 향한 밝음과 기쁨을 담고 있다. 고난의 역사에 서린 한(恨)을 승화시킨 해원상생(解원相生)의 철학과 민족정기(民族精氣)를 아름다운 정(情)으로 노래한 아리랑 가락이다. "아리랑(我理朗) 아리랑(我理朗) 아라리요(我羅理曜)." 아리랑의 '아(我)'는 참된 나 '진아(眞我)'이고, '리(理)'는 통하는 이치이며, '랑(朗)'은 밝음 기쁨의 뜻이니 아리랑은 참된 나를 통하는 밝은 기쁨이 된다. 아리랑을 아리(我理)'랑(朗·기쁨)' 대신 아리(我理)'랑(郞·사람)'으로 풀면 참된 나의 이치를 통한 사람이 된다. '아리랑(我利郞)'으로 보면, 참 나, 대아(大我) 즉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이어진다.'아라리요(我羅理曜)'는 진아(眞我)를 펼치고 망라하여(羅) 통함으로(理) 빛이 난다(曜)는 뜻이다. '아리랑(我理朗) 고개(高介)를 넘어간다'는 것은 참 나를 향하여 깨달음의 높은 경계, 곧 피안의 언덕을 깨치어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란 말은 참 나를 외면하고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자는 얼마 못가서 주저앉는다는 뜻이다. 지금 상처입고 신음하는 나라, 큰 나를 지키고 되살리기 위해 당파적 이해나 성급한 대권욕을 자제하고 대승적 견지에서 이 나라의 혼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차제에 낡은 헌법 체제와 국가 근간을 개혁하고 급속 성장에 따른 양극화와 구조적 병통을 치유하기 위한 국민적 지혜를 모으자. 너와 나 여야없이 해원상생의 아리랑 노래를 함께 부르며 상처난 대한민국호를 일으켜 세우자. 자랑스런 홍익인간 민족정기를 되살려 참 나, 선진 대한민국을 향하여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자./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11-13 손수일

[월요논단]대통령 하야 후 60일

광화문의 함성 일부 정치인과기득권세력 동반퇴진 책임 물어야자칭 여야 대권후보들 예외 아냐부패세력 다시 권력 못 잡도록미래 대비하는 첫 출발점 돼야준비 안됐다면 불행한 역사 반복'하야, 탄핵, 제 2선'. 한치 앞이 어둠이다. 주말 저녁 회의장. 잠깐 나와 문자를 보냈다. '광화문은'. 즉각 현장이 전달된다. 쪽지도착을 알리는 신호음은 시도 때도 없다. 마음이 붕 떠있다. 일에 집중되지도 않는다. 몸은 인천에 있어도 마음과 눈은 광화문에 있다. 긴박하게 전달되는 소식이 사실인가는 다음문제다. 지난 4일에도 대통령의 대국민 생방송을 보기 위해 TV를 켰다. 문자가 왔다. '대통령 대국민성명서'. 시작 20분 전이다. 소식도 빠르다. 그러나 시작 2분전. 그 성명서는 가짜라는 전언이 다시 전해졌다. 온갖 상상력 역시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대통령을 향한 소식들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가 더 걱정이다. 대통령의 2선 후퇴. 그것은 거국내각을 의미한다. 향후 대규모 집회시위가 분수령이다. 거국내각은 여야와 대통령의 합의를 의미한다. 상황이 급박하면 결단은 빨라질 수 있다. 그것은 미래 권력을 위해, 여야의 이익을 위해, 시간을 확보하면서 이합집산을 하겠다는 뜻이다.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탄핵.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 그러나 국회나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성향을 볼 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탄핵이 진행되면 이해가 상충되는 국내외 세력들이 그 틈을 파고들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갈등이 새로운 형태로 증폭될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하야. 머뭇대던 대권주자들조차도 앞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존 권력과 기득권 세력의 시각에서 보면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그러나 대통령의 잘못이 추가되고, 국민의 저항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검찰이 주요 혐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한지라 추가혐의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헌정사의 시각에서 보면 '하야'가 가장 위협적이다. 하야는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작 청와대를 떠나는 박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돌을 맞으면서 쓸쓸히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이 떠오른다. 역사의 평가와 무관하게 광화문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던 국민들을 잊을 수 없다.만약 대통령의 하야가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헌정 중단이라는 위기적 상황과 직결된다. 일부에서 회자되는 국지전 발발과 계엄이라는 음모론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다. 정작 하야하면 국민들의 정서가 어떻게 급변할 지도 걱정이다. 이미 37% 국민들이 2차 대국민사과문을 이해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어느 날,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를 떠난다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선거를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기득권 세력들이 후임자를 정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자리는 경제는 물론 외교와 국방 등에서 세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하야는 바로 주요 국가들과 자본가 등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후임자가 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80년 서울의 봄에서도, 87년 민주화 투쟁에서도 그 결과가 국민들의 희망과 다르게 나타났던 이유다. 광화문을 향한 거센 발걸음에는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도 담겨져 있다. 그러나 기습적 하야가 이뤄지면 그것이야말로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허둥대면서도 대권후보들로 넘쳐날 것이다. 청산대상자들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음모론을 내세워 국면을 전환시킬 수도 있다. 60일은 박 대통령으로 향했던 비판이 동정으로 바뀌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광화문의 함성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우선 일부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들에 대해 동반퇴진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칭 여야의 대권후보들도 예외가 아니다. 책임져야 할 부패세력들이 철의 3각 동맹을 맺고 다시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일, 그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첫 출발점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 후 60일,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 만약 대비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11-06 김민배

[월요논단]디멘터 정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16년 한국사회가 '神政사회'샤머니즘 정권이었다니…이들이 저지른 수많은 문제명확히 밝히고 대가 치르게해야국민호도한 자들 모두 책임 묻고간과하지 않겠다는 각오 필요판타지 장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악한 캐릭터 중의 하나가 타인의 생명이나 기력을 갈취하는 캐릭터이다. 예를 들면 '뱀파이어'가 대표적이다. 이런 캐릭터는 마성적 세계를 다루는 작품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흡혈의 화소는 동양에도 흔하다. 가까운 홍콩영화에서는 좀더 진전되어 유명한 홍콩영화 <동방불패>에서는 한국계 배우 임세관(임아행 역)이 인간의 생기를 순식간에 흡수해 버리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흡성대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물론 구미호 같은 캐릭터는 특별하다. 미모의 구미호가 젊은 남자를 유혹하여 그 기력을 흡수한다는 화소는 동양적이면서도 매우 현대적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 캐릭터는 인간보다 여우에 집중되기 마련이어서 적당히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살면 되는 여우가 왜 인간을 탐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당연히 여우는 인간이 되고자 인간을 탐하는 것이다. 금수로서 분수에 넘치는 인간을 욕망하는 여우는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하층민의 욕망 위에 만들어진 것이고 이는 인간으로 표현되는 지배계층의 공포와 분노를 정당화한다.그러나 21세기 생명력 착취 캐릭터에는 이유가 없다. 최근 20년 사이 전세계 최대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이러한 흡혈의 상상력이 진화한 최고의 캐릭터 '디멘터'가 등장한다. 이는 물질, 실체에 국한되지 않은 현대의 생명관을 반영한다. '디멘터'는 보지도 못하고 감정이라고는 전혀 없으며 등장만으로 인간에게서 행복한 기억을 흡수하고 가장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나아가 영혼 자체를 빼앗는 사악한 존재이다. 무엇보다도 '디멘터'는 그렇게 인간에서 갈취해 간 행복이나 영혼으로 무엇을 하는지, 왜 그러는지 밝혀져 있지 않다.2016년 한국사회가 신정(神政)사회, 이 정권이 샤머니즘 정권이었다는 사실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러나 확신한다. 고조선에 있던 홍익인간이란 이념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탐욕이고 교만이며 교활함이다. 새로운 뉴스가 공표될 때마다 말 못하게 지치고 진 빠지고 좌절하고 그러다 다시 분노하고 울화통을 터뜨린다. 무한반복이다. 국민의 삶을 보지 못하고 국민의 삶을 공감할 줄 모르며 이제는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행복을 빼앗고 불행한 과거 역사를 떠올리게 하며 나아가 삶의 의욕, 삶의 이유조차 흔들리게 만든다. 심지어 최근에는 합리적인 사고의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절망한다. 그럴 법하다는 것은 현대인의 사고에 중대한 기준이다. 그러나 그 합리적인 사고로 오늘의 한국정부를 납득할 수 없지 않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세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세계에 직면하였다. 말 그대로 해리 앞에 나타난 디멘터와 같은 존재 아닌가. 그러고 보니 조짐이 드러난 것은 이미 1977년의 일이요, 전직 대통령이나 인척관계의 정치인, 전직 여당대표 등은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금 분노하게 되는 것은 그런 일을 이미 알고 있는 자들이 그런 인물을 정계로 호출하고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칠푼이'라고 에둘러 비난하는 데 그칠 일인가. 애초에 사교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인물인 줄 알았으면 그 같은 정보를 초장에 공개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게 했어야 옳은 일이었다. 꼭두각시 인형의 조종자가 자신들이 될 수 있다는 망상 하에 묵인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명(正名)이 정도(正道)이다. 이것은 현재 이 나라 대통령의 문제이지 그 측근의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극복하려면 이들이 저지른 수많은 문제를 명명백백 밝히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은 물론이며 자격 없는 자를 묵인하고 이를 이용해서 이러한 사태를 야기한 자, 국민을 호도한 자들 또한 모두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작품 속에서 '해리'가 '디멘터'를 퇴치한 '페트로눔'마법의 핵심은 자신감이었다. 이 자신감이 지금 우리 국민에게 필요하다. 이 사태를 절대 그대로 넘어가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10-30 윤진현

[월요논단]또다시 한글날과 문화의 달을 보내며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차용어세대비하 갈등조장 신조어 범람언어문화·우리말 품격 되새겨야학교서 글쓰기 말하기교육 강화표준법 익힐 기회 많이 줘야언론계, 올바른 언어문화 앞장을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단일민족국가였다. 하지만 국제교류가 활발해지고 출산율이 낮아져서 외국 인력이 많이 유입된 이제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낱말들이 많이 생겨났다. 언어는 사회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명품과 기술 그리고 사회현상에 따라 생겨나는 말들도 있기에 차용어나 신조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세대 간에 이해와 소통이 어려워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우리말에서 많이 사용되는 차용어나 신조어는 한자, 영어, 일본어를 바탕으로 만들었거나, 우리말로 만든 것들이다. 한자 차용어는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차용어이다. 간단한 우리말 낱말이 없기 때문에 빌려 쓰지만 한글로 만 써 놓으면 뜻을 이해할 수 없다. TV뉴스 자막에 나온 "멸종위기 1급 장수하늘소, 야생에서 성충 우화 첫 성공"이나 신문기사 제목에 나온 "해운대 해수욕장 이안류 구조 급증"에서 '우화'와 '이안류'의 뜻을 이해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말로 풀어쓰거나 한자를 병기해서 '우화(羽化)'나 '이안류(離岸流)'로 사용해야 겨우 무슨 뜻인지 머리에 들어온다. 우리말과 한자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낱말을 한글로 표기한 경우도 이해하기 어렵다. 건설현장에서 세워진 "당 공사현장은 비산먼지를 발생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판에서 '비산먼지'는 한자를 병기하여 '비산(飛散)먼지'라고 쓰던지 '날리는 먼지' 또는 단순히 '먼지'라고 쓰면 그만이다. 또한 "가물막이댐 속살까지 드러나"라는 기사에서 '가물막이'도 '가(假)물막이'로 표기하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가. 간단한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자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적사함'은 '모래상자' 또는 '모래함'으로 쓰면 되고, '염수분사구간'은 '소금물 뿌리는 곳'으로 표현해도 글자 수의 차이가 거의 없다.영어 신조어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차용어다. 여러 개의 영어 단어들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머리글자는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다는 이유로 교육계에서도 남용한다. 융합교육에서 사용하는 STEAM이라는 낱말은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를 줄인 것이다. 또한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도 PRIME, CORE, ACE 등 영어명칭을 자주 사용한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구호나 공약, 각종 제안서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어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낱말도 적지 않다. '덕후'는 일본어의 오타쿠(オタク), 즉 '어떤 분야나 사항에 대하여 이상할 정도로 열중하며 집착하는 사람'에서 소리와 뜻을 차용한 낱말이다. 외래어끼리 조합하여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덕밍아웃'은 '덕후+커밍아웃'의 합성어로서 '자신이 덕후라는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낱말은 세대 간의 소통을 저해하기도 한다.한글날과 문화의 달을 맞아 가장 안타까운 일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차용어들 이외에도 세대를 비하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우리말 신조어들이 범람하는 것이다. '일베충, 급식충, 한남충, 맘충, 틀딱충'처럼 사람을 벌레로 표현한다거나, '헬조선, 개저씨'와 같이 우리를 깎아내리는 말들을 사용한다. 문화는 사회의 품격을 나타내고, 언어사용 습관은 사람의 품격을 좌우한다. 한글날과 문화의 달에 언어문화와 우리말의 품격을 다시금 새겨봐야 한다. 학교에서 글쓰기와 말하기 교육을 강화하여 표준어법을 익힐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계는 올바른 언어문화 확립에 앞장서야 한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6-10-23 이재희

[월요논단]부정청탁금지법과 견리사의(見利思義)

不禁法이 불공정 대가 우려되는부정한 교류를 적절히 규제하는名劍되고 탄탄한 울타리 되길…비싼 것보다 떳떳한 마음의 선물정당한 대가와 절제된 교류를촉진하는 전환점 되기를 기대최근 병원재단을 개원한 법원 조정위원 동료에게 축하선물로 기념식수용 길상목(吉相木)을 보내려다가 지난달에 발효된 부정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 편의상 '부금법(不禁法)' 이라 약칭함)을 상기하며 잠시 멈칫하였다. 법원 조정위원도 조정업무와 관련해서는 부금법 상 준 공직자에 해당하는데 선물가액 상한인 5만원이 적용될지, 아니면 화환처럼 경조사에 해당하는 경축 조위의 상한인 10만원에 해당할지, 나무 대금과 배송료를 합쳐 금액 상한을 넘으면 위반이 되는지, 법원 조정업무와 상관없이 사업발전을 축하하는 순수한 선물이니 시행령상 금액 상한을 넘어도 괜찮은지, 조정위원은 업무 관련 해당성 없을 때는 민간인이니 애당초 법률상 100만원 상한을 넘어도 상관없는지, 본인은 민간인이지만 소속 병원이 교육재단 관련이거나 혹 그 배우자가 공직자인지 등등, 부금법의 여러 금지조항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의 축하선물 하나 하는데 이렇듯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하는가?근자에 학부모나 학생이 선생님께 캔커피나 꽃을 선물하는 것도 부금법에 저촉되느냐를 놓고, 소관부처인 국가권익위가 '위반된다'는 해석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의 질의답변에서 권익위원장은 캔커피 한 박스를 선물하면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원론적 해석이었을 뿐, 캔 커피 한두 개나 꽃 한 송이 정도의 선물은 무방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소박하지만 훈훈한 사제간 마음의 교류까지 법적 잣대로 가늠해야 하는가? 부금법 시행 이후, 초기에 본보기로 적발 보도되어 거국적으로 창피당하고 소속 기관에 누를 끼칠까봐, 소나기 올 때 비 피하는 심정으로, 관공서에서는 관련 민간단체나 시민들과의 정례적인 식사 교류나 업무 협조 차원의 친목행사까지 취소, 보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공무원 교육자 언론인 및 준공직자들은 아예 접촉과 교류를 기피해야 하는 불가근(不可近) 불가촉(不可觸) 계층이 될 수도 있겠다.부금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이므로 실제 재판사례가 보도된 적은 아직 없다. 법원도 구체적이고 뚜렷한 증거나 근거가 없는 고발은 심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근 대통령도 이 법을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정상적인 민관교류나 대관업무가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훈시를 내렸다. 부금법 입법의 원래 취지는 무절제한 회식, 선물 및 경조사 풍토, 부정청탁 등을 규제하여 공직 수행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립하고 사회 전반에 절제된 인적 교류를 정착하고자 함이다.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린다면, 성숙된 자본주의와 선진사회로 나가는 초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률의 본질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상식의 연장이며 특히 형벌 조항은 해석의 여지가 적도록 단순 명백하여야 한다.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과 부정청탁, 금품 등에 관한 규제 조항의 모호성 및 처벌 대상의 광범위성으로 인하여, 원활한 공직수행과 민관 소통이 경직될 우려가 크다. 일단 부금법 위반 의심으로 고발되면 조사 재판받는 자체만으로, 최종 유무죄의 여부를 떠나, 해당 공직자 및 그 소속기관이 명예와 신뢰에 큰 상처를 입는 등 앞으로 많은 논란과 판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금법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는 위법성 판단 기준인 사회상규(社會常規)를 탄력적으로 고려하고, 법 개정의 기회가 있다면 법 조항을 압축 단순화할 필요가 있겠다. 명검(名劍)은 높이 걸어만 두어도 그 가치를 다하듯, 우리 사회에서 부금법이 불공정한 대가가 우려되는 부정한 교류를 적절히 규제하는 명검이 되고 탄탄한 울타리가 되기를 바란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로움을 추구할 때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공자 말씀처럼 우리 국민의 의식이 성숙되어 부금법이 비싼 가격보다 떳떳한 마음이 담긴 선물, 정당한 대가와 상호 유익하며 절제된 교류를 촉진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10-16 손수일

[월요논단]미르재단과 선데이저널

용의 옛 우리말로 '왕·신' 뜻해비선 실세·측근들, 기업 줄세워급조한 재단법인 의혹 일파만파박 대통령의 주변 관리 걱정돼푸틴의 장기집권 벤치마킹일까국민의 분노하는 현실 직시해야미르와 K스포츠재단. 초미의 관심사다. 제 2의 일해재단으로 불리는 미르(MI-R). 여의도와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설과 주장은 그렇다 치고 미르가 무엇인지,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홈페이지를 찾았다.미르란 '용의 옛 우리말로 주로 왕이나 신을 나타낸다. 심벌의 모티브는 보물 343-5호 반용문전이다. 백제시대 절터에서 출토된 벽돌에 새겨져 있다. 이를 형상화하여 용이 소용돌이치며, 구름을 밟고, 도약하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왕·신·용. 로고나 명칭만을 보면 범상치 않은 재단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은 국감 등이나 언론 보도와 같다. 2015년 10월 27일 미르재단은 삼성과 현대차 등 16개 그룹이 486억원을 출연하여 발족한 문화재단이며,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 출범했다고 밝힌바 있다.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한류를 넘어 음식·의류·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분야의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이른바 문화예술을 통한 세계화이다.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자화자찬도 빠지지 않는다. 궁금했다. 누가 이런 것을 기획하였을까. 홈페이지를 보면서 생각했다. 어떤 것을 참고한 것일까. 적어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은 아닐 것이다. 이미 세종연구소로 바뀐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답은 미르(Mir)에 있지 않을까. 미르는 페르시아 등에서는 예언자의 후손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존칭이다. 아랍어에서는 왕자나 사령관의 약칭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러시아어로 미르는 평화를 뜻한다. 1986년 소련이 발사한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재단을 설립한 이들은 무엇을 벤치마킹한 것일까. 상상했다. 러시아의 '루스키 미르 재단(Russkiy Mir Foundation)'이 아닐까. 2007년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자리를 잠시 물려주기에 앞서 재단의 설립을 지시했다. 러시아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명분이었다. 러시아어 보급과 문화 전파 및 교류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적이었다. 비영리 재단인 루스키 미르는 '러시아 세계 내지 평화'를 뜻한다. 그 후 재단은 미국과 일본 등에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에 러시아센터를 설립하였다. 2011년에는 부산에 러시아 월드도서관을 세웠다. 지난 9월 26일에는 평양에서 개최된 러시아어 올림피아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 성과 때문인가. 10월 7일, 푸틴은 '현대 문화 속 푸틴'이라는 책을 64세 생일 선물로 받았다. 대통령으로 복귀한 그가 그림, 사진, 티셔츠, 언론 등에서 새로운 세계문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박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952년생으로 동갑이다. 미르나 K스포츠 재단이 정말로 루스키 미르 재단과 같은 일을 하고자 했던 것일까. 푸틴의 일시적 후퇴와 장기집권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고자 한 것일까. 아무튼 이른바 비선실세나 측근들이 기업을 줄 세워 급조한 재단법인 미르를 둘러싼 의혹들이 일파만파다. 공적인 목적을 포장하여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수법 역시 상투적이다. 방식도 구태의연하다. 각종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위법을 자행한 자들을 쳐내지 못하는 대통령의 주변관리가 걱정이다. 많은 국민들은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박대통령을 믿고 싶어 했다. 역대 대통령과 가족 그리고 측근들이 저지른 지긋지긋한 부정부패가 없으리라 기대했다. 그래서 남북관계나 경제가 어려워도, 장관들이 무능해도 참았다. 그러나 미르사태는 청렴한 박대통령의 이미지까지 날려 버리고 있다. 미르사태 등을 심층적으로 보도했던 미국의 한국어판 주간지 '선데이저널'을 보면서 생각했다. 각종 의혹과 부패의 폭로 속도가 레임덕과 맞물려 더 확산되리라는 것을. 10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7주년이 되는 날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등에 업고, 남용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국민들이 왜 '선데이저널'에서 진실을 찾으려고 하는지. 분노하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10-09 김민배

[월요논단] 음악, 인간으로 가는 문

부평에 만들어지는 '음악도시'특정 장르나 몇몇 사람들의복안에 의지할게 아니라저마다 꿈·희망 모으는 과정 필요소원은 남이 이뤄줄순 없기에…음악과 인간 어우러진 공간 기대올초 재개봉했던 1994년 영화 '쇼생크 탈출'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는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면서도 감옥 환경을 개선하고자 자신의 능력을 다해 교도소장을 위해 일한다. 그러나 교도소장은 앤디의 무죄를 알고도 정의를 외면해 결국 앤디는 감옥을 탈출하고 교도소장의 죄상을 폭로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동아시아의 적강신화(謫降神話)나 '구운몽'처럼 '몽'자로 끝나는 설화와 비슷한 구조이다. 어떤 신선이 천상에서 죄를 짓거나 억울한 모함을 받아 지상으로 쫓겨났다. 신선은 지상에서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이를 이겨내고 한층 더 성숙한 존재가 되어 천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기본 모티브이다. 이같은 구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외딴 바닷가에서 낡은 보트를 수리하고 있는 앤디와 그 너머로 펼쳐지는 짙푸른 태평양이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본향인 셈이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때 떠오르는 로망의 장소인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러한 설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자신을 잘 모르던 주인공이 꿈이나 도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내력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고통에 휘둘리던 존재가 고통을 넘어서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도 같은 장면이 있다. 바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등장하는 백작부인과 수잔나의 '편지이중창 - 저녁 산들바람은 불고'가 울려퍼지는 장면이다. 오페라에서 이 노래는 백작부인 로지나의 결단을 보여준다. 자신의 시녀 수잔나를 넘보는 남편 알마비바 백작의 바람기를 잡으려고 로지나는 여러 방법을 쓰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로지나는 스스로 수잔나로 변장하고 남편이 외도하는 현장을 잡으려고 수잔나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저녁 산들바람이 불면 정원 구석의 나무 그늘로 오라는 것이다. 이 노래는 여성이중창으로는 첫손에 꼽을 만큼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일품이다. 그런 노래 속에 그렇게 비장한 결심과 술책이 들어있다니 얼핏 생각하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귀족계급과 대결하며 새로이 부상하는 시민계급의 일원이었던 모차르트는 그녀들의 음모보다 그녀들의 결단력을 더 강조하고 예찬했던 듯하다. 더욱이 '쇼생크 탈출'에서 이 노래는 남자 죄수들만 가득한 쇼생크 감옥에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는 조합만으로도 시청각적인 균형이 절묘하다. 아울러 교도소장과 간수의 이익에 헌신하면서 타협적인 성과에 만족하던 앤디가 그들을 거역하고 볼륨을 높이는 천진한 저항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객은 그 아름다움에 저절로 공감하며 로지나의 음모만큼이나 앤디의 이후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은 바로 이런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현실을 인정해 복종하면서 타협하던 죄수 앤디에게서 좋은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 앤디를 끌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위안이거나 유혹이거나 심지어 단순한 속임수일 때도 언제나 인간 그 자체에 말을 건다. 죄수뿐인가, 노동자거나 사용자거나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음악을 듣는 순간에는 자신 안의 존엄한 인간을 만나는 것이다. 영화는 당연히 이 장면 이후로 역학이 변한다. 포기를 모르는 앤디의 자유의지는 아무도 제거할 수 없는 앤디 머릿속의 모차르트만큼 자명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희망과 같다. 저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음악을 들을 때는 누구나 누추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 안에 있는 인간을,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인천 부평에 음악도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허다한 사람을 흥분하게 할 만한 좋은 소식이다. 정말 멋진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장르나 몇몇 사람의 복안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꿈을 남이 대신 꾸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부디 음악과 함께 인간이 울려퍼지는 멋진 도시가 되기를 간절히 빈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10-02 윤진현

[월요논단]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 얼마나 달라졌나?

사람 됨됨이 가르치는 인성교육교원단체간 시각 달라 안타까워협의와 협력통해 적극 지원해야요즘 학교 다양한 교육기능 수행되레 전통적 역할 공부·人性교육소외받고 있다는 사실 '아이러니'사회생활에서 지능지수(IQ)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덕지능(Moral Intelligence)과 공존지수(Network Quotient), 쉽게 말해 '인성'이다. 요즘 들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등 인성 붕괴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처남이 매제를 흉기로 살해하는 등 재산다툼이나 모욕, 가치관 차이 등으로 인한 사건들이 발생했다.우리나라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해 2015년 7월부터 시행했다. 이 법 제2조에서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인성교육의 목표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8가지 '핵심 가치·덕목'을 설정했다.인성교육의 현주소그렇다면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성교육의 현황은 어떠할까. 인성교육 목표로 정한 8가지 '핵심 가치·덕목' 중에서 우리사회에 가장 긴요한 것은 다른 사람, 공동체 및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배려를 기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원활하게 소통·협동하며 커닝과 가짜 학위 및 불량식품이 없이 정직하게 공부하거나 사업하는 것, 자신의 일에 책임지는 것. 하지만 이러한 인성 덕목을 기르는데 시간을 투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에서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교육, 진로체험교육, 소프트웨어교육 등을 추가하니 인성교육을 강화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인성교육의 시기와 주체가 모호하다. 인성교육은 10살 이전에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사람다운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도덕적 추론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前頭葉)은 이 때 발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능력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여 생활화하는 것은 유아 시절과 초등학교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러자면 인성교육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인성교육의 적정 시기로 보면 주된 교육공간은 가정이어야 하고, 부모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학교와 사회는 인성교육의 보조 공간이어야 한다. 이처럼 인성교육의 1차적 책임이 가정과 부모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교육계가 할 일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각각 인성교육 종합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고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이처럼 인성교육의 상황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그나마 양대 교원단체조차 학교 인성교육에 대해 상이한 시각을 가진 것 같아 안타깝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람 됨됨이를 기르자는데 교원단체 간의 입장이 다를 수 없다. 교원단체들은 협의와 협력을 통해 인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성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교권을 확립해 교사가 학생지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에서 '뭣이 중한디?'요즘 학교는 학생의 꿈과 끼를 발현시키는 교육과정 이수, 가정교육을 보완하는 인성교육, 방과 후에 학생들을 보호하는 돌봄 교실, 진로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학교 기능이 확대되는 가운데, 오히려 학교의 전통적 역할이었던 공부와 인성교육은 소외받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면 지난 세기 일제 식민지 시기와 6·25전쟁, 급속한 산업화와 경쟁시대를 거치며 메마른 우리 사회의 도덕지능과 공존지수를 되살릴 수 있다. 경제성장 시대에 비교적 풍요를 누리며 자라난 세대에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인성을 기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2016-09-25 이재희

[월요논단] 한가위에 느껴보는 가족공동체

최근 번거로운 전통 차례상 대신성묘겸 간단한 묘사 대신 하기도생활패턴 달라지니 명절 풍속도바뀔 수 있겠지만 조상 기리고부모 공경하며 자식 사랑하는근본가치 흔들릴까 걱정이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에 복귀한다. 추석을 앞두고 오랜만에 고향 선산의 선대 묘소 10여 위를 차례로 찾아 성묘하였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아버님은 문중 선산에 새로 마련한 납골 묘원에 모셨는데 봉분없이 비석으로만 표시된 묘소를 찾아 꽃과 술잔을 올리고 참배하였다. 수풀 우거진 언덕길을 더듬어 윗대 산소를 차례로 참배하다 보면 혈족의 강줄기 속에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조상님의 은덕과 보살핌 및 이 시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추석 당일 장남인 필자는 제주가 되어 도포를 차려입고 지방을 써 붙이고 추석 차례를 주제한다. 맏며느리인 처가 여러 날 시장을 보고 전통식으로 정성껏 장만한 제수를 차리고 아들과 동생 가족 더불어 단란하게 차례를 올린다. 대학원생인 아들은 제 어머니가 여러 날 장을 보아 전통식 상차림으로 제수를 마련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는지 생선 지짐과 야채전 대신 자기가 피자를 만들어 제상에 올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제수를 진열하는 전통적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의 상차림 예법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옛 성인도 시절 풍속을 따른다 하였으니 상차림의 옛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겠으나 돌아가신 아버님은 생전에 손자들과 피자를 가끔 드셨으니 싫어하지 않으시겠지만 수십년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피자 구경도 못 하셨을 터이니 어떠실까? 조상은 내 존재의 뿌리이니 이를 기리는 차례는 돌아가신 이를 존중하고 정성과 예를 다함이 근본이라 산 자의 편리보다 조상님의 입장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답변해 본다.요즈음 명절 스트레스 증후군이 회자된다. 명절 연휴가 지난 후 정신건강 의학과를 찾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많고 최근 몇 년간 추석 지난 다음 달에는 평균 이혼 건수가 10% 가까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고등교육을 받고 취업하여 부부가 대등한 맞벌이 전선에서 바쁜 요즈음 며느리들은 모처럼 연휴에 쉬고 싶거나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잔소리 들어가며 익숙하지 않은 제수 마련에 온종일 허리를 굽히고 있자니 심신의 스트레스로 두통을 앓고 평소의 가정 불만과 갈등까지 증폭되어 참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평소 고부 또는 부부간 소원한 인간관계에서 뭔가 어색하거나 얄밉거나 따분하거나 젠 체 하거나 아집스러움이 복합된 그 어떤 부조화의 누적됨에서 비롯됨이 아닐까.최근 번거로운 전통식 차례상을 마련할 것 없이 조상님 산소에 성묘 겸 간단한 묘사로 추석 차례를 대신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한다. 생활 패턴이 달라지니 명절 풍속도 바뀔 수밖에 없겠으나 조상을 기리고 부모를 공경하며 자식을 사랑하는 근본 가치가 흔들릴까 걱정이다. 노인 인구가 어린이 인구를 추월하는 고령화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젊은 층의 취업난과 만혼 경향 및 독신과 이혼의 증가 등으로 작년에는 우리나라 1인 가구가 520만, 전체 가구의 27%에 이르러 처음으로 2인 가구를 앞지르고 수위를 차지하였다. 분열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족공동체 속에서 효친자애(孝親慈愛) 숭조애족(崇祖愛族)의 근본을 어떻게 지켜갈까?잘 익은 밤이 땅에 툭 떨어진다. 천지의 선물인 뭇 열매들은 성숙하면 모체를 떠나 동물이나 인간의 먹이가 되거나 적당한 물과 햇빛과 공기를 만나 땅속에서 새순을 싹 틔우며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모든 생명은 가을철이면 하나의 생장주기를 마감하고 퇴장하게 되니 가을기운을 추살기운(秋殺氣運)이라 하였다. 결실의 계절 한가운데서 때가 되면 도적처럼 스며들어 모든 생명을 살리고 키우고 마감시키는 하늘기운, 우주자연의 이치를 관조하며 국조 단군의 홍익인간, 천부경에 담긴 천지인(天地人) 합일사상을 새겨본다. 살아있는 동안 이웃과 가족을 형통하게 하고 만인을 이롭게 하고 나를 바르게 하며 하늘 땅 조상의 은혜와 하나되어 천지인이 합일하는 조화세상을 꿈꾸어 본다. 하늘에 빛나는 둥근달을 쳐다보며 가족과 국가공동체 한가운데 있는 오늘날 나의 정체성(正體性)을 물으며 심신의 안정과 신명(神明)의 회복, 우주 자연과 생명 율동에 대한 신비로운 경외감과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9-18 손수일

[월요논단] 사외이사제도 필요한가

정권 잡으면 '들러리' 공모절차로우수한 인재들 지원조차 안해엽관주의 인사를 해야하기 때문 대권 꿈꾸고 국민 삶 걱정한다면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 막을근본적 제도개혁 먼저 다뤄야사외이사제도가 올바른가. 감사제도가 올바른가.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운영·감시하는데 어떤 제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 2010년 11월 일본 고베에서 개최된 국제상거래학회의 발표회장은 매우 뜨거웠다. 당시 공공기관의 사외이사 경험을 토대로 논문을 발표했다. 일본학자들 특유의 성실함과 관심이 증폭되면서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었다.일본 학자들은 양 제도의 장단점은 물론 한국의 운영 경험에 대해 관심이 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감사제도의 강화가 올바른 선택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한국의 사외이사제도에 관심이 있었을까. 일본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고 있었다. 그것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고민거리였다.돌이켜 보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 대한 개혁은 정권마다 큰 관심사였다. IMF의 뒤처리를 해야 했던 김대중 정부는 38개 공기업의 민영화와 11개 공기업에 대한 통폐합을 하였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물리적 통합보다 286개에 달했던 기관의 운영과 관리에 치중하였다. 그러나 정권마다 성과주의나 개혁을 핑계로 자기 사람 챙기기에 더 바빴다. 당연히 최고의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요소들에 의해 좌우되었다. 각종 선거공신이라는 명함을 매달고 한자리를 뜯어내는 전리품의 대상이 되었다. 사장, 상임이사, 상임감사 그리고 사외이사와 비상임감사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낙하산으로 채워진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최근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들이 운영과 관리조차 되지 않았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대표적이다. 모두가 알맹이가 없는 맹탕 청문회라고 난리들이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와 감사실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한 증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사실을 폐지하면서 내부통제가 무너졌고,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한 것이 결국 부실의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진술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제도에 큰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의 운영모델에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물론 제도설계 초기부터 비상임이사나 사외이사가 견제와 감시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공무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더 큰 낙하산을 타고 온 기관장에 대응할 장치로서 사외이사 제도를 설정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에게 적극적으로 기관장이나 조직을 견제해야 할 권한도 인센티브도 없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도 부족한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결정을 할 리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가고 정권이 바뀌면서 불행하게도 그런 예측이 적중했다. 그래서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표현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때마다 정부는 공모절차와 인사의 투명성을 말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모절차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1년에 4~5회 회의에 참여하는 비상임이사나 사외이사의 경우 경영목표 등을 작성하는 서류제출이나 탈락 우려 등으로 우수한 자원들이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 법률과 제도는 사외이사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당사자도 권력도 번거롭기만 하다. 들러리 공모절차에 응해야 하는 사람들도 피곤하다. 그런데도 국회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추진하지 않는다. 이유야 뻔하다. 정권을 잡으면 다시 엽관주의 인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조직의 내부를 통제할 것인가. 조직과 기관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과연 현재의 사외이사제도는 필요한가. 감사 제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부실과 세금투입, 그리고 파산과 실업이라는 악순환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권력은 힘이 빠졌다. 새로운 권력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대권을 꿈꾼다면, 국민들의 삶을 걱정한다면. 제 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개혁에 먼저 나서야 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9-11 김민배

[월요논단] 바른 생각과 판단을 위하여

예전처럼 정보를 제한하여속임수 쓰는게 쉬운일 아니건만거짓 정보·본질 호도 책략 여전많은 방송·온라인 통한 말 홍수로신중해야 할 요즘 더 각박해지고불신풍조로 '깨어있는 사고' 절실'증삼살인(曾參殺人)'이니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니 하는 말이 있다. 전자는 어질고 효성 깊기로 유명하던 증자(曾子)와 이름이 같은 증삼이란 자가 살인을 했는데, 사람들이 세 번이나 연속해서 증자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살인했다고 전하니 처음에는 믿지 않던 증자의 어머니까지도 결국은 아들을 의심하고 베틀에서 내려와 숨었다는 내용이고 후자는 세 사람이 시장통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 없건만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연속하여 전하니 이치를 따져 믿지 않던 사람도 결국은 믿게 되었다는 말이다. 틀린 말도, 헛소문도 계속되면 믿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하긴 '반복'만큼 힘센 것이 있으랴. 일상적으로만 보아도 듣기 싫게 반복되는 말씀을 '잔소리'라고 하여 저마다 질색이지만 생각해보면 '잔소리'는 결국 습관이 되고 규칙을 만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선악 시비, 말로 결정되는 판단이야 말할 것도 없다. 세 번이 아니라 30번, 300번도 불사하며 같은 소리를 방출하는 대상을 앞에 놓고 그 생각을 거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고사성어가 실린 '전국책(戰國策)'이란 책이다. 전한(前漢)시대의 학자 유향(劉向)이 기원전 6년경에 편찬한 책으로 전국시대에 대륙을 누비며 세 치 혀로 세상을 움직이던 소진(蘇秦), 장의(張儀) 등 대단했던 책사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외교관의 변설과 권모술수를 기록한 것이다. '전국시대'란 중국에서 진(秦)나라, 초(楚)나라, 위(魏)나라 등 일곱 제후국이 서로 패권을 다투던 시대이니 이제는 많은 세력이 서로 주도권을 잡고자 다투는 시기를 전국시대라 칭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를 주무르던 이들 외교관을 제자백가의 일원으로 삼아 종횡가(縱橫家)라고도 하니 '합종연횡(合從連橫)'이란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컨대 '전국책'이란 전국시대의 책략이란 뜻이다. 여론을 조작하고 반복되는 정보로 사람을 속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외교술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난세의 유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세상이 바뀌어 예전처럼 정보를 제한하여 속임수를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건만 거짓 정보의 반복, 은밀한 재정의 따위를 통해서 본질을 호도하는 책략은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국가 간 책략에 활용되던 것이 이제는 사회 일반으로 광범위하게 확장된 듯하다. 예전보다 계책을 관철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니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듯도 하다. 그러나 거짓에 기반한 책략은 효용을 따지기 전에 옳지 못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행태가 쓸모가 있는 동안에는 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어찌하면 그 쓸모를 줄이고 없앨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 같은 현란한 말의 영역에서 타인의 생각을 조종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수월한 것은 그 단어들이 추상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들은 말을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충분히 역지사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은 자신의 가치 기준을 정립하고 여기에 판단해야 할 사건을 대입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인간을 인간으로 대접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해보자.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구분될 것이다. 두 번째는 각기 다른 설명과 입장을 따져보는 것이다. 이현령비현령의 합리화를 듣자는 뜻이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각기 다른 인물이 다른 행동을 하는 것처럼 상황과 행동을 구분해보는 것이다. 셋째는 성급하게 서둘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쉽게 판단해도 될 만큼 단순한 일은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진위시비를 가리는데 신중하고 바른 판단이란 늘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히 더 신중할 때가 있다면 방송도 많아지고 갖은 온라인 매체까지 늘어나 말이 홍수를 이루는 이때, 사람 사이가 각박해지고 불신이 아예 풍조가 된 요즘이 아닐까 싶다. 깨어있는 사고가 간절한 때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9-04 윤진현

[월요논단]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나라가 바르면 민심 순후하고관청이 맑으면 백성 편안해지듯국민들이나 공직자 모두가법률 위반여부 따지기 전에밝은 양심과 청렴한 소신선공후사의 정신 지키는게 중요2016년 9월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대법관 출신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2011년 제안해 2015년 3월 제정 공포된 이 법은 공무원·언론인·사립학교 교원 등을 포함하는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을 주고받는 다양한 행위유형을 금지하고 위반자를 벌함으로써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시장경제를 바탕 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공직 수행의 청렴성 못지않게 일반 국민의 자유로운 언론·집회·교류 특히 대관(對官) 업무에서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부정청탁금지법에 명시된 금지행위 유형과 처벌 조항은 포괄적이면서도 세세하고 엄격하여, 경우에 따라 국민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교류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까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청구의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2016년 7월 28일 부정청탁금지법의 모든 쟁점에 대해 합헌 판정을 내렸다. 쟁점 조항은 법 적용대상인 공직자에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포함한 조항,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을 규정한 조항 및 그 예외사유를 규정한 조항, 배우자 금품수수 신고의무 조항, 처벌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 등이다. 주요 쟁점 중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 포함 여부에 관해서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공직자에 포함시키는 조항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법률 상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나 사회단체가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정책운영 등의 개선에 관한 제안과 건의 등 공익적 활동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데, 이는 국민의 고충민원 전달창구로서 국민의 의사전달 자유를 보장하려는 의미이다. 부정청탁금지와 관련해, 이 법은 인가·조세·채용·의결 등 14가지 직무행위 유형을 열거하고, 법령에 위배하는 청탁을 하는 자는 과태료, 청탁받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는 징계, 수행한 공직자는 벌금형 등에 처한다. 예외규정 상, 법령에 정하는 절차 및 방법에 따라 문의·확인·신청·상담하거나 기타 사회상규(社會常規)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정청탁의 면책사유로 규정한 '사회상규' 는 구체적 사안에서 판가름하기 어려운 유동적이고 관습적인 개념이어서 일관되고 공정한 판결이 어려울 수 있다.위 법률규정에 의하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회에 100만원, 1년에 합하여 300만원을 넘는 금품 기타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 징역이나 벌금형으로 처벌되며, 수수한 금액이 100만 원 이하라도 직무와 관련성이 있으면 준 자나 받은 자 모두 과태료에 처한다. 100만 원 이하 금품수수에서 '직무와의 관련성'을 구체적 사안에서 판별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또 시행령에 의하면,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어도 식사류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 면책된다고 고시하고 있는데, 요식업이나 농축수산업 등 업계에서는 미풍양속과 해당 품목의 유통을 제약한다며 금액 상한선에 대한 논란이 크다.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부정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행위의 범위가 넓고 조항이 복잡해 그 위반여부를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고 공직자와 국민 사이의 소통과 교류가 경직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나라가 바르면 민심이 순후하고, 관청이 맑으면 백성이 저절로 편안하다(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는 말이 있듯이 일반국민이나 공직자 모두 법률 위반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밝은 양심과 청렴한 소신, 선공후사의 정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적절한 수정과 보완을 거쳐, 우려되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한국 공직사회의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8-28 손수일

[월요논단] 월미도와 건국절

북한의 인천상륙작전 역사 왜곡통일전에 바로 잡을 준비해야난데없는 '건국절 소동'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하고 싶다면법률 아닌 개헌통해 실행해야헌법수호자는 국민이기 때문에월미도. 한국인이라면 책으로 배우거나 한 번쯤 방문하는 역사의 현장. 1950년 9월 15일 미군이 인천상륙을 한 지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월미도 그린비치를 방문했다. 해군첩보부대 충혼탑 등을 돌아보면서 관광 활성화를 강조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2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1996년 겨울 어느 날. 중국 유학생을 면접하기 위해 선양에 갔다. 우리 역사에 굴욕과 참패가 무엇인가를 알려준 청나라의 수도가 있었던 곳. 눈이 사정없이 내렸다. 짧은 일정인지라 시내 서점을 들렀다. 당시만 해도 한글로 된 중국 법령집이나 북한 책들도 있었다. 작은 만화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판 월미도'.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이게 뭐지. 월미도에서 최후까지 저항한 인민군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배운 인천상륙작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월미도가 북한에서 일종의 전쟁 성지이자 영웅담의 장소로 교육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둘러보니 그런 유의 엉성한 책들이 여러 권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지라 만화책이라고 해도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당황스러웠던 것은 내가 즐겨 찾던 월미도가 전혀 다르게 북한에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완전한 패배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퇴각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인민군을 미화할 방법도 마련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인천상륙작전'에도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사실을 놓고, 전혀 상반된 평가를 하는 북한의 역사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월미도 만화책을 접한 후 심란했다. 통일 후 국민들의 정신적 혼란과 오해에 기인한 위험도 걱정이 되었다. 시험으로 대변되는 교육현장에서 혼동은 더 클 것이다. 통일 대박을 말하기 전에 북한의 왜곡된 역사에 대해 바로잡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이미 우리는 일본의 뻔뻔한 역사 왜곡만으로도 신물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난데없는 건국절 소동이다. 1948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볼 것인가. 아니면 건국절로 볼 것인가. 건국절 법안까지 준비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미국의 보크(Bork)를 생각했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자 판사였다.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지명되었지만 보수적이며, 사법 소극주의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되었다. 보크는 헌법의 해석에 있어서 헌법의 제정자와 비준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유명한 원의주의 논쟁이다. 미국에서는 원의주의가 보수주의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들은 법관에 의해 헌법이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법 적극주의에도 반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미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 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보크라면 헌법에 명백히 선언된 원의와 다르게 주장하는 건국절 논쟁에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과 정책화. 물론 낯선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보수는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지켜내는 데서 존재의 명분을 찾는다. 진보는 기득권이 만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쟁에서 존재의 근거를 찾는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부 보수는 헌법이 지향하는 질서나 체제의 수호보다 왜곡과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헌법은 정권이나 누군가의 입맛대로 해석하거나 왜곡될 대상이 아니다. 정말로 광복절을 없애고, 건국절로 덧칠하고 싶다면 법률이 아니라 개헌을 통해 해야 한다. 헌법의 최후 수호자는 권력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기 때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8-21 김민배

[월요논단] 이간질의 정치를 넘어

'사드'라는 '황금사과'가결국 한반도에 떨어지고 말아성주 주민-외부인 프레임 이분분열의 전쟁스킬 자국민에 사용그 본의 짐작하기 두려울 지경모든 말 모아 길 찾아야 할때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는 트로이전쟁의 이야기이다. 사람과 신이 두 패로 나뉘어 트로이가 완전히 초토화될 때까지 싸웠던 이 엄청난 전쟁의 시작은 '황금사과' 한 알이었다. '불화(不和)의 여신 에리스(Eris)는 인간과 신이 모두 모이는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하자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라는 글씨가 씌어있는 황금사과 한 알을 연석에 던졌다. 이에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은 서로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며 다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의 분쟁은 양치기로 일하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튀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었고 사과를 받은 쪽과 받지 못한 쪽은 트로이와 아테네로 나뉘어 전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신화는 인간과 역사의 진실을 대단히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명사는 당연히 '황금사과'요, 동사는 '받다'이다. '황금사과'는 비싸고 가치 있고 갖고 싶지만 이롭지 만은 않은, 말하자면 불화의 상징이며 이것은 '받다'를 결정하는 인간의 의지에 연속된다.'사드'라는 위력적인 '황금사과'가 결국은 한반도에 떨어지고 말았다. 일본의 군비확장도 예사롭지 않은 마당에 중국의 동태까지 불안한 조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정세에 앞서 한국사회의 분열과 불화가 더욱 걱정스럽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의 한 목소리를 성주 주민과 외부인의 프레임으로 이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너머에 종북과 같은 색깔론이 이어지는 것은 자동옵션이다.그런데 본래 분열은 적을 교란하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흔히 '간계(間計)'라고 하거니와 이간질로 틈을 만들고 화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수행하는 자를 간자(間者), 세작(細作)이라고 하니 '간첩'이란 바로 적국의 화합과 안녕을 해치기 위해서 파견된 이러한 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실물로 사람을 보내지 않고도 이간질을 꾀할 수 있는 허다한 방법이 있으니 세계 각지의 분쟁과 참사의 이면에 부당하고 편협한 여론의 증폭이 있는 것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열의 전쟁스킬이 적국이 아니라 자국민에게 사용되는 것은 깜짝 놀랄 일이다. 걸핏하면 건강한 비판의식을 가진 많은 국민을 적국을 따르는 자들로 모함하는 것도 용납되기 어려운 일인데, 국가의 중대사를 국민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지역의 주민문제로 한정하고 함께하는 많은 국민을 '외부인'이라 제외하며 이간질하다니 그 본의를 짐작하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설마 자국민을 적국민 보듯 경계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솟구치는 것이다. 이미 국민을 '개, 돼지'에 비한 바도 있으니 의심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것을 솥뚜껑보고 놀란 가슴이라고 나무랄 수도 없지 않은가. 정치(政治)라는 단어는 바름(正)을 드러내도록( /文) 흐르고(水) 키우는(台) 데서 만들어졌다는 멋진 표현은 그저 원론일 뿐일까? 지난 4월 13일 총선, 20년만의 여소야대 국회에 국민이 요구한 것은 바른 정치의 회복이었다. 국민은 그간 한쪽으로 치우쳤던 국정의 균형을 잡고 다수의 전횡이나 독단을 막으며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협력하는 자세와 지혜를 요구하였다. 성미 급한 한국인에게는 어쩌면 느리고 소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 수 있나? 바늘 허리에 실을 매서는 바느질을 하기는커녕 귀한 실이 엉켜 못쓰게 될 위험마저 커질 뿐이다. 대화 없이, 충분한 판단과 이해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능사는커녕 오해와 분란만 키운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지 않은가.다시 '불화의 황금사과'로 돌아가자. 이야기 속의 파리스 왕자는 결국 황금사과 값으로 차지했던 아내도 빼앗기고 부모와 형제는 모두 죽고 노예가 되었으며 조국 트로이는 풍비박산이 났다. 놀라운 것은 전쟁을 야기했던 신들은 여전히 신으로서 올림포스에서 잘 살았다는 것이다. 만 사람이 만 가지 말을 하는 것을 시끄러워 할 것이 아니다. 해당지역 주민이다, 아니다 나누고 배제할 일도 아니다. 모든 말들을 모두 모아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8-07 윤진현

[월요논단] 해외에서 만난 한류의 뿌리

카자흐스탄 거주 13만 고려인아리랑·도라지 불러 가슴 뭉클한국말·요리·음악 등 관심 높아무슬림이면서 다른 종교도 존중이해와 관용 정신 인상적우리민족 우수성 재발견 계기수원의 한 문화원과 국제 민간교류단체의 주선으로 휴가 기간에 가족을 동반한 20여명의 일행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카자흐스탄의 최대도시이자 구 수도였던 알마티를 거쳐 현 수도인 아스타나 일대 주요 시설 기관과 현지 가정을 방문하여 만찬과 선물교환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해 카자흐인 64%, 러시아인 24%, 기타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제 공화국이다. 국토면적 남한 27배, 인구 1천770만명, 1인당 국민소득 1만3천 달러, 가용소득 2만 달러를 상회하는 자원부국이다. 그 중 일제시대에 구소련으로 건너간 고려인(카레이스키)이 1937년께 카자흐스탄 평원에 강제이주해 정착한 고려인 2·3·4세대가 현재 카자흐스탄에 13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 고려인 수는 전체인구의 약 0.6%에 불과하지만 정부 부처 고위관료, 주요 은행장, 전자, 건설, 유통업계 기업인 등 사회 상류층에 다수 진출해 있다. 고려인의 높은 교육열과 성실성, 명석함과 화목한 가정 등으로 백 수십 개 소수 민족 중 가장 존중받는 민족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알마티에서 한국 스님이 운영하는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만난 70대 고려인 할아버지는 손자손녀가 현재 서울의 대학교에서 유학중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필자와 연결시켜 주기도 했다. 50대의 한 아주머니는 한민족 특유의 명랑하고 구성진 표정으로 아리랑과 도라지를 불러주기도 했다. 낯선 무슬림 국가에서 고려인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지키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수도인 아스타나에 소재한 한국문화원장에 의하면 한국말과 요리, 음악 등에 관심이 높고 배우려고 하는 카자흐스탄 인들이 많다고 한다. 2017년에는 고려인 이주 80주년 기념으로 카레이스키의 활동 및 한류문화를 소개하는 기념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마침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카자흐스탄 수도인 아스타나에서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세계 100여국이 참여하는 엑스포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KOTRA)에서도 주최 측과 한국관 개설을 약정해 한국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참가 준비를 하고 있다.아스타나의 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는 젊은 변호사 부부가 만찬 초대를 하여 방문했다. 카자흐스탄 전통 속담에 손님이 가정을 방문하면 손님이 10가지 복을 가져와 그 중 9가지를 놓고 간다 하며 손님 접대에 지극했다. 뷔페식으로 테이블 가운데 차려진 음식을 일일이 우리들의 앞접시에 담아주며 많이 먹기를 권하고 만찬을 마칠 때까지 쉼 없이 음식과 차를 권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가난해 끼니가 없어도 내 집에 온 손님 접대에 소홀히 하지 않았던 전통이 다시금 느껴졌다. 그 변호사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도 훨씬 우리 한국인과 닮은 외모여서 몸에 몽고반점이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 가족들도 푸른 몽고반점이 있다고 한다. 무슬림들이 매일 5회 철저히 지킨다는 기도시간(살라트)이 되자, 만찬 도중에 우리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방에 들어가 성지 메카 방향을 향하여 엎드려 기도하는 행사를 가진 후 다시 만찬 테이블에 나와 기도내용까지 스스름 없이 이야기해 줬다. 유일신 알라를 고집하지 아니하고 불교나 천주교 등 타종교의 신이나 철학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점점 좁아지면서도 국익 대립이 날카로운 지구촌 시대에 비정부 민간단체(NGO)를 통한 해외 민간교류를 통해 타 문화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정신을 높인다면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건강한 한류정신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7-31 손수일

[월요논단] 현직 변호사의 9급 응시와 신분제 파괴

1%가 되기 위해 각종 위법을저지르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그것은 '직업서열을 조장하는그 어떠한 행위와 편견에도강력하게 반대한다' 는 1% 신분제타파 첫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나향욱. 파면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뱉어낸 '개·돼지' 막말에 묻힌 단어. 바로 '신분제 공고화'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뿌리다. 그가 말한 사다리도 곳곳에 있다. 일류대학도, 각종 고시도. 그의 표현대로 라면 1%의 피라미드를 향한 신분상승 장치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1%는 무엇인가.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그렇다 치고. 개천에서 난 용이라던 일부 법조인들도 부패의 대열에서 뒤지지 않는다. 사법 권력도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의 상징이 된 지금. 이 장면을 보자.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7급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했다면 변호사 시험에는 어떻게 합격한 것인가. 로스쿨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지난 14일 사법시험 출신인 대한법조인협회가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이에 대해 로스쿨 출신인 한국법조인협회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의도적인 폄하시도에 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도 '변호사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그 변호사가 로스쿨 출신인지 아닌지가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문제되어야하는가'라면서 강력히 비판했다.그러나 7급에 이어 9급 공무원에 응시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출신임이 밝혀지면서 정정보도와 성명서를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이미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변호사 시장이 더 악화될 것 같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경험삼아 봤다고 했다. 시험과목도 다르고, 준비기간도 짧았는데 일방적으로 매도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도 시각은 나뉜다. '어떻게 변호사가 9급에 응시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변호사가 철옹성이냐. 직업에는 귀천 없다'. 이러한 상호비방에는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신분차별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때 뺑뺑이로 들어온 후배들을 무시하며, 동창회에서 눈길도 주지 않던 세칭 일류고등학교와 비슷하다. 돌이켜 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최루탄 자욱한 길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이 있었다. 1%의 길을 스스로 포기한 채. 그들이 투쟁할 때 책상머리에 앉아 고시를 준비했던 사람들. 그들 중 일부가 판검사가 되어 동료와 선후배들을 법의 이름으로 단죄했다. 그리고 일부는 다시 사법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돈벌이에 나섰다. 그래서일까. 안주하려는 그들보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변호사가 백번 신선하다. 이미 많은 변호사들이 소방, 경찰, 마을변호사, 시민단체에서 근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전공실력과 변호사 자격으로 무장한 그들이다. 연수원 몇 기에 성적순으로 고착화된 일부 사법 권력과 달리 학문적 융합을 이룬 변호사들도 많다. 처음부터 1%가 되기 위해 각종 위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미국 로스쿨 출신들이 제3세계에서 몇 년째 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1994년 용산역 앞의 허름한 건물에서 시민단체 창립을 위해 2년간 봉사한 적이 있다. 그 때 나에게 궁금했던 것이 변호사의 파견근무제였다. 시민단체에서 그것도 적은 월급만을 받고, 무한 봉사를 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참여연대를 만든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함께 했던 조희연은 서울시 교육감으로, 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과 박원석은 당시 간사였다. 그들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길을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과 시민들은 더 큰 일을 맡겼다. 현직 변호사의 9급 공무원 도전. 그것은 '직업서열을 조장하는 그 어떠한 행위와 편견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서처럼 1% 신분제 타파를 향한 첫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7-24 김민배

[월요논단] 한글로 피어난 여성들의 애절한 사연들

문학·생활·사회 등 여러방면을밝혀내는 귀중한 기록유산으로애틋하고 진솔한 내용과 함께서체의 다양함과 아름다움이앞으로도 전통한류로서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가 될 것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우리 민족이 자긍심을 갖게 하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당대에도 한글이 임금으로부터 양반, 서민, 여성들 그리고 천민 계층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는 '한글 : 소통과 배려의 문자'라는 주제로 조선왕실도서관인 장서각에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 안에는 장면 장면마다 섬세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글은 어느 한 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계층 간의 소통과 배려 그리고 화합을 지향한 문자였다. 특히 모든 계층에서 사용된 한글편지는 안부와 정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역시 말이 다른데 글을 남의 나라 글로 쓴다는 것은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 엄청난 한계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한글 자료들을 보면서 새삼 한글이 없었다면 이렇게 애절하고 애틋한 사연들이 기록될 수 있었을까 하는 안도감과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읽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은 아버지가 딸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시할아버지가 손자며느리에게 그리고 여성 자신들이 그 가슴 속 깊은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한글은 여성의 문자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여성은 더 이상 글을 읽는 독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일상적인 안부를 묻는 편지뿐 아니라 문서 및 각종 기록을 직접 작성하면서 문자생활의 영역을 점차 확장시켜 나갔다. 여성의 역할이 요구되는 음식, 의복, 제사 등을 비롯하여 그들의 한평생에 이르기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한평생 규방의 생활을 기록한 고행록, 음식조리법에 관한 기록, 관가에 억울함을 호소한 소지, 원정, 상언 등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비로소 한글이 창제됨으로써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질 수 있었던 것이다.그중 한 예로 시집간 딸을 향한 어머니의 애틋한 모정이 편지에 담겨 있는 '어머니 신천강씨가 딸 순천김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에는 한 여인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편지는 1977년 충북 청원군 북일면 일대가 비행장 건설 공사로 한창일 때 산재한 무덤들을 이장하면서 순천김씨 묘에서 발견되었다. 대량의 종이뭉치 속에서 192개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그중 3매는 한문으로 적혔고, 189매는 한글편지였다. 이 가운데 순천김씨의 친정어머니인 신천강씨가 쓴 것이 128매나 된다. 이 편지를 쓴 시기는 1560년대에서 1580년대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한글이 창제된 지 백 년 남짓된 시기에 지방의 사대부가에서 편지글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한글의 보급과 전파 속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 내용은 딸의 해산 소식을 묻고, 민씨 집안에 시집간 막내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내용과 함께 첩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심경이 진솔하게 표현되고 있다.또 하나의 예로 한산이씨 고행록은 거의 6미터(5m 84cm)에 달하는 두루마리에 깨알같이 찬찬하게 정성들여 손수 한글로 썼는데 자신이 평생 동안 겪은 슬픔과 고통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겨 자손에게 보이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한산이씨는 숙종 대에 남인 사대부 유명천의 부인으로 '고행록'에는 한산이씨의 탄생부터 회갑까지의 삶이 오롯이 기록되어 있다. 수많은 고난을 의연히 감내해 온 종부답게 비교적 담담하게 서정적으로 술회하였으나 마지막 구절에서는 지난 세월 서러움에 벅차 여성으로서 겪었던 한 많은 세상의 회한을 토로하고 있다.이와 같이 여성들이 기록한 한글은 문학사, 생활사, 사회사 등 여러 방면을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기록유산이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아름답게 이어지는 한글로 쓴 이야기들은 내용의 애틋함, 진솔함과 함께 서체의 다양함과 아름다움이 앞으로도 전통한류로서 우리나라의 대표브랜드가 될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6-07-18 이배용

[월요논단] 더 나은 삶을 요구할 권리, 인간의 권리

1%의 군림하는 사람들이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는 헛된 것먹고 살 것만 있으면 되는 삶빚이 있어야 파이팅 하는 삶에우리가 동의해선 안된다"민중은 개, 돼지이다. 출발선상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이 나라 교육정책의 심장부,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취중진담'이다. 격분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다. 먼저 사람을 동물에 견주는 비속어 같은 표현이 거슬린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입에서 나올 수 있고 인간이라고 당연히 인간 이외의 동물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니 이야말로 취중에 가능한 욕설로 치고 듣는 민중 입장에서 마주 욕설하며 한바탕 싸우고 나면 될 일이다.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표현에 들어있는 진실이다. 2016년 현재 한국사회를 함축하는 상징으로 '수저'가 있다.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니 하더니 이제는 무(無)수저까지 등장했다. 인간은 다 같은 인간이고 모두 평등하다고 배웠다. 열심히 살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라고 배웠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임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주인의식을 갖자며 사원을 가족이라고 부르던 회사들은 형편이 어려워지자 제일 먼저 노동자를 해고했다. 최고학력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승진해도 금수저 오너일가보다는 아래였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인정하는 절망의 표현이 바로 이 '수저론'이다. 이 신계급론이 아직은 자조 섞인 비유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이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타고 난 경제적 기반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다는 절망이 정착하면 어찌될지 상상만으로도 두렵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명백한 계급이 성문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여 우리는 세상에 요구할 수 있다. 출발점이 달라도 저마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라! 능력이 달라도 저마다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하라! 요구할 수 있어야만 한다.이는 특히 교육부가 할 일이다. 성장기에 저마다 소질을 계발하고 스스로 인간으로서 권리를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을 부여해야만 다른 출발점의 격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출발점의 격차는 줄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상상하고 추구하고 요구할 줄 알아야 인간다운 삶의 기회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아예 다른 출발선을 고착시켜 신분제를 공고화하잔다. 다시 골품제의 세계, 카스트의 세계로 돌아가잔다. 이것이 이 나라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 핵심간부 정책기획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로 보면 개, 돼지는 은유가 아니라 하위계급의 지능을 의심하며 가축과 같은 존재로 이해하던 전시대 통치계급의 인식을 대변한 것이었다. 소위 1%의 눈에 나머지 99%는 밥이나 굶지 않으면 되는 개, 돼지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것이 비단 실언했다는 당사자 1명의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 이미 우리 자신도 '수저론'에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아주 가까이에 신분제의 공고화를 함께하는 동지가 있으니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다. 한국장학재단의 중요임무는 국가장학금의 운영이다. 지난 선거 때 핫이슈였던 반값 등록금 공약을 절충한 결과 겨우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를 관장하는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란 자가 현재 시행되는 국가장학금을 축소하고 대출로 전환하겠다며 학생들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공표하였던 것이다. '빚'이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죄인'으로 만드는 것은 새삼 되풀이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젊은 학생들에게 학비를 핑계로 '빚'의 굴레를 씌워 할 말이 있어도 못하는 죄인,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빚 때문에 일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분제는 이미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저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자진해서 우리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는 헛되고 헛된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고 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가 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인간일 것이다. 먹고 살 것만 있으면 되는 삶, 빚이 있어야 파이팅하는 삶에 동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7-10 윤진현

[월요논단] 언론은 사회의 목탁

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삼라만상 일깨우는 목탁처럼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 비추며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 일깨우는 언론으로서혼탁한 사회 등불되고 청량제돼야깊은 산중 호젓한 산사에서는 새벽 3시경 절 마당과 법당을 돌며 두드리는 목탁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울려 퍼진다. 수도하는 도량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천지 만물을 일깨우는 도량석(道場釋)이다. 청정한 도량을 여는 목탁은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통나무를 둥글게 다듬고 속을 파내어 만든다. 고요한 마음으로 두드리면 맑은소리를 내는 목탁은 욕심에 흐려지고 게을러진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그 생김새도 밤낮없이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 모양을 본떠서 만든다.동이 트기도 전 새벽녘에 문간을 두드리는 또 하나는 조간신문과 함께 찾아오는 세상 소식이다. 30여 지면에 가득히 펼쳐진 나라 안팎 뉴스, 최신 정치·경제·과학 정보와 다각도의 논평, 화려한 컬러판으로 소개되는 문화·예술·스포츠 소식들이 현관 앞에 나날이 배달된다.조간이 배달되는 시간도 대략 새벽 3~5시경 인시 무렵이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중에 사람이 깨어나는 시각이다.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며, 사람은 인시에 차례로 깨어난다는 옛 선조들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이다. 사람을 깨우며 새 날을 연다는 점에서 속세의 조간신문과 산사의 목탁소리는 서로 상통하는 듯하다. 현대 언론은 사실 보도와 지식 정보의 전달, 논평과 비판을 통하여 무지한 대중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사회 여론 형성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어두운 세상을 일깨워 수도 정진으로 인도하는 목탁의 울림소리에 비견되곤 한다. 신문은 속세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용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목탁은 번다한 세상사에 지치고 흐려진 마음을 깨끗이 닦아 고요한 청정심으로 인도한다. 사회의 공기(公器)이지만 경쟁 사회 속에 하나의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언론이 당면한 문제는 높은 구독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방에 난립하여 언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어당겨야 살아남는다.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보도 내용이나 화면 구성에 있어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거나, 당파성을 조장하며 다수 대중의 입맛에 맞춰 포퓰리즘으로 기울기도 한다. 언론의 필봉이 대중의 눈을 흐리게 하고 여론을 오도하는 흉기가 되는 것이다.자유민주주의 대중사회에서 언론은 다수 국민 대중의 안목과 여론의 향배를 일차적으로 좌우한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정치적 상업적 동기나 함량 부족의 윤리의식, 기타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되어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휘두른 필봉은 엎질러진 물이 되어 사회구성원의 존엄성과 명예에 치유 불능의 상처를 남긴다.변화무쌍한 세태 변화와 크고 작은 사건들을 선별, 보도, 논평함에 있어 언론의 날카롭고도 중립적인 직필은 중요하다. 그러나 팍팍한 일상에 고달픈 대중을 위무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안목으로 독자의 교양을 살찌우는 학문, 기예, 문화, 예술적 콘텐츠도 꾸준히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겨울날의 양지와 여름날의 응달에는 사람들이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모인다(冬日之陽 夏日之陰 不招而人自來). 어둡고 시린 사회 이면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이 되고, 혼탁한 세태를 경책하는 서늘한 목탁소리가 되어, 부조리하고 뜨거운 세상을 보듬고 식히며 사람들을 모으고 구독률을 높일 일이다. 똑똑똑 똑또그르르~ 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 삼라만상을 일깨우는 목탁처럼, 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며 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을 일깨우는 언론으로서 혼탁한 사회의 등불이 되고 청량제가 될 일이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7-03 손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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