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월미도와 건국절

북한의 인천상륙작전 역사 왜곡통일전에 바로 잡을 준비해야난데없는 '건국절 소동'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하고 싶다면법률 아닌 개헌통해 실행해야헌법수호자는 국민이기 때문에월미도. 한국인이라면 책으로 배우거나 한 번쯤 방문하는 역사의 현장. 1950년 9월 15일 미군이 인천상륙을 한 지점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월미도 그린비치를 방문했다. 해군첩보부대 충혼탑 등을 돌아보면서 관광 활성화를 강조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2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1996년 겨울 어느 날. 중국 유학생을 면접하기 위해 선양에 갔다. 우리 역사에 굴욕과 참패가 무엇인가를 알려준 청나라의 수도가 있었던 곳. 눈이 사정없이 내렸다. 짧은 일정인지라 시내 서점을 들렀다. 당시만 해도 한글로 된 중국 법령집이나 북한 책들도 있었다. 작은 만화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북한판 월미도'.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이게 뭐지. 월미도에서 최후까지 저항한 인민군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배운 인천상륙작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월미도가 북한에서 일종의 전쟁 성지이자 영웅담의 장소로 교육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둘러보니 그런 유의 엉성한 책들이 여러 권 있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지라 만화책이라고 해도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당황스러웠던 것은 내가 즐겨 찾던 월미도가 전혀 다르게 북한에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완전한 패배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퇴각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인민군을 미화할 방법도 마련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인천상륙작전'에도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다. 그러나 동일한 사실을 놓고, 전혀 상반된 평가를 하는 북한의 역사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월미도 만화책을 접한 후 심란했다. 통일 후 국민들의 정신적 혼란과 오해에 기인한 위험도 걱정이 되었다. 시험으로 대변되는 교육현장에서 혼동은 더 클 것이다. 통일 대박을 말하기 전에 북한의 왜곡된 역사에 대해 바로잡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이미 우리는 일본의 뻔뻔한 역사 왜곡만으로도 신물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난데없는 건국절 소동이다. 1948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볼 것인가. 아니면 건국절로 볼 것인가. 건국절 법안까지 준비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미국의 보크(Bork)를 생각했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자 판사였다.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지명되었지만 보수적이며, 사법 소극주의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되었다. 보크는 헌법의 해석에 있어서 헌법의 제정자와 비준자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유명한 원의주의 논쟁이다. 미국에서는 원의주의가 보수주의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들은 법관에 의해 헌법이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법 적극주의에도 반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미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 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보크라면 헌법에 명백히 선언된 원의와 다르게 주장하는 건국절 논쟁에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과 정책화. 물론 낯선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보수는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지켜내는 데서 존재의 명분을 찾는다. 진보는 기득권이 만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투쟁에서 존재의 근거를 찾는다. 그런데도 한국의 일부 보수는 헌법이 지향하는 질서나 체제의 수호보다 왜곡과 분열에 앞장서고 있다. 헌법은 정권이나 누군가의 입맛대로 해석하거나 왜곡될 대상이 아니다. 정말로 광복절을 없애고, 건국절로 덧칠하고 싶다면 법률이 아니라 개헌을 통해 해야 한다. 헌법의 최후 수호자는 권력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기 때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8-21 김민배

[월요논단] 이간질의 정치를 넘어

'사드'라는 '황금사과'가결국 한반도에 떨어지고 말아성주 주민-외부인 프레임 이분분열의 전쟁스킬 자국민에 사용그 본의 짐작하기 두려울 지경모든 말 모아 길 찾아야 할때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는 트로이전쟁의 이야기이다. 사람과 신이 두 패로 나뉘어 트로이가 완전히 초토화될 때까지 싸웠던 이 엄청난 전쟁의 시작은 '황금사과' 한 알이었다. '불화(不和)의 여신 에리스(Eris)는 인간과 신이 모두 모이는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하자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라는 글씨가 씌어있는 황금사과 한 알을 연석에 던졌다. 이에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은 서로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며 다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의 분쟁은 양치기로 일하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튀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었고 사과를 받은 쪽과 받지 못한 쪽은 트로이와 아테네로 나뉘어 전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신화는 인간과 역사의 진실을 대단히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명사는 당연히 '황금사과'요, 동사는 '받다'이다. '황금사과'는 비싸고 가치 있고 갖고 싶지만 이롭지 만은 않은, 말하자면 불화의 상징이며 이것은 '받다'를 결정하는 인간의 의지에 연속된다.'사드'라는 위력적인 '황금사과'가 결국은 한반도에 떨어지고 말았다. 일본의 군비확장도 예사롭지 않은 마당에 중국의 동태까지 불안한 조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정세에 앞서 한국사회의 분열과 불화가 더욱 걱정스럽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의 한 목소리를 성주 주민과 외부인의 프레임으로 이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너머에 종북과 같은 색깔론이 이어지는 것은 자동옵션이다.그런데 본래 분열은 적을 교란하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흔히 '간계(間計)'라고 하거니와 이간질로 틈을 만들고 화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수행하는 자를 간자(間者), 세작(細作)이라고 하니 '간첩'이란 바로 적국의 화합과 안녕을 해치기 위해서 파견된 이러한 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실물로 사람을 보내지 않고도 이간질을 꾀할 수 있는 허다한 방법이 있으니 세계 각지의 분쟁과 참사의 이면에 부당하고 편협한 여론의 증폭이 있는 것은 이미 비밀도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분열의 전쟁스킬이 적국이 아니라 자국민에게 사용되는 것은 깜짝 놀랄 일이다. 걸핏하면 건강한 비판의식을 가진 많은 국민을 적국을 따르는 자들로 모함하는 것도 용납되기 어려운 일인데, 국가의 중대사를 국민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지역의 주민문제로 한정하고 함께하는 많은 국민을 '외부인'이라 제외하며 이간질하다니 그 본의를 짐작하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설마 자국민을 적국민 보듯 경계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솟구치는 것이다. 이미 국민을 '개, 돼지'에 비한 바도 있으니 의심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것을 솥뚜껑보고 놀란 가슴이라고 나무랄 수도 없지 않은가. 정치(政治)라는 단어는 바름(正)을 드러내도록( /文) 흐르고(水) 키우는(台) 데서 만들어졌다는 멋진 표현은 그저 원론일 뿐일까? 지난 4월 13일 총선, 20년만의 여소야대 국회에 국민이 요구한 것은 바른 정치의 회복이었다. 국민은 그간 한쪽으로 치우쳤던 국정의 균형을 잡고 다수의 전횡이나 독단을 막으며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협력하는 자세와 지혜를 요구하였다. 성미 급한 한국인에게는 어쩌면 느리고 소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 수 있나? 바늘 허리에 실을 매서는 바느질을 하기는커녕 귀한 실이 엉켜 못쓰게 될 위험마저 커질 뿐이다. 대화 없이, 충분한 판단과 이해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능사는커녕 오해와 분란만 키운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지 않은가.다시 '불화의 황금사과'로 돌아가자. 이야기 속의 파리스 왕자는 결국 황금사과 값으로 차지했던 아내도 빼앗기고 부모와 형제는 모두 죽고 노예가 되었으며 조국 트로이는 풍비박산이 났다. 놀라운 것은 전쟁을 야기했던 신들은 여전히 신으로서 올림포스에서 잘 살았다는 것이다. 만 사람이 만 가지 말을 하는 것을 시끄러워 할 것이 아니다. 해당지역 주민이다, 아니다 나누고 배제할 일도 아니다. 모든 말들을 모두 모아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8-07 윤진현

[월요논단] 해외에서 만난 한류의 뿌리

카자흐스탄 거주 13만 고려인아리랑·도라지 불러 가슴 뭉클한국말·요리·음악 등 관심 높아무슬림이면서 다른 종교도 존중이해와 관용 정신 인상적우리민족 우수성 재발견 계기수원의 한 문화원과 국제 민간교류단체의 주선으로 휴가 기간에 가족을 동반한 20여명의 일행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카자흐스탄의 최대도시이자 구 수도였던 알마티를 거쳐 현 수도인 아스타나 일대 주요 시설 기관과 현지 가정을 방문하여 만찬과 선물교환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해 카자흐인 64%, 러시아인 24%, 기타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제 공화국이다. 국토면적 남한 27배, 인구 1천770만명, 1인당 국민소득 1만3천 달러, 가용소득 2만 달러를 상회하는 자원부국이다. 그 중 일제시대에 구소련으로 건너간 고려인(카레이스키)이 1937년께 카자흐스탄 평원에 강제이주해 정착한 고려인 2·3·4세대가 현재 카자흐스탄에 13만명 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 고려인 수는 전체인구의 약 0.6%에 불과하지만 정부 부처 고위관료, 주요 은행장, 전자, 건설, 유통업계 기업인 등 사회 상류층에 다수 진출해 있다. 고려인의 높은 교육열과 성실성, 명석함과 화목한 가정 등으로 백 수십 개 소수 민족 중 가장 존중받는 민족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알마티에서 한국 스님이 운영하는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만난 70대 고려인 할아버지는 손자손녀가 현재 서울의 대학교에서 유학중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필자와 연결시켜 주기도 했다. 50대의 한 아주머니는 한민족 특유의 명랑하고 구성진 표정으로 아리랑과 도라지를 불러주기도 했다. 낯선 무슬림 국가에서 고려인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지키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수도인 아스타나에 소재한 한국문화원장에 의하면 한국말과 요리, 음악 등에 관심이 높고 배우려고 하는 카자흐스탄 인들이 많다고 한다. 2017년에는 고려인 이주 80주년 기념으로 카레이스키의 활동 및 한류문화를 소개하는 기념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마침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카자흐스탄 수도인 아스타나에서 미래에너지를 주제로 세계 100여국이 참여하는 엑스포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KOTRA)에서도 주최 측과 한국관 개설을 약정해 한국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참가 준비를 하고 있다.아스타나의 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는 젊은 변호사 부부가 만찬 초대를 하여 방문했다. 카자흐스탄 전통 속담에 손님이 가정을 방문하면 손님이 10가지 복을 가져와 그 중 9가지를 놓고 간다 하며 손님 접대에 지극했다. 뷔페식으로 테이블 가운데 차려진 음식을 일일이 우리들의 앞접시에 담아주며 많이 먹기를 권하고 만찬을 마칠 때까지 쉼 없이 음식과 차를 권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가난해 끼니가 없어도 내 집에 온 손님 접대에 소홀히 하지 않았던 전통이 다시금 느껴졌다. 그 변호사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도 훨씬 우리 한국인과 닮은 외모여서 몸에 몽고반점이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 가족들도 푸른 몽고반점이 있다고 한다. 무슬림들이 매일 5회 철저히 지킨다는 기도시간(살라트)이 되자, 만찬 도중에 우리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방에 들어가 성지 메카 방향을 향하여 엎드려 기도하는 행사를 가진 후 다시 만찬 테이블에 나와 기도내용까지 스스름 없이 이야기해 줬다. 유일신 알라를 고집하지 아니하고 불교나 천주교 등 타종교의 신이나 철학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점점 좁아지면서도 국익 대립이 날카로운 지구촌 시대에 비정부 민간단체(NGO)를 통한 해외 민간교류를 통해 타 문화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정신을 높인다면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건강한 한류정신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7-31 손수일

[월요논단] 현직 변호사의 9급 응시와 신분제 파괴

1%가 되기 위해 각종 위법을저지르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그것은 '직업서열을 조장하는그 어떠한 행위와 편견에도강력하게 반대한다' 는 1% 신분제타파 첫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나향욱. 파면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뱉어낸 '개·돼지' 막말에 묻힌 단어. 바로 '신분제 공고화'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뿌리다. 그가 말한 사다리도 곳곳에 있다. 일류대학도, 각종 고시도. 그의 표현대로 라면 1%의 피라미드를 향한 신분상승 장치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1%는 무엇인가.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그렇다 치고. 개천에서 난 용이라던 일부 법조인들도 부패의 대열에서 뒤지지 않는다. 사법 권력도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의 상징이 된 지금. 이 장면을 보자.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7급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했다면 변호사 시험에는 어떻게 합격한 것인가. 로스쿨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지난 14일 사법시험 출신인 대한법조인협회가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이에 대해 로스쿨 출신인 한국법조인협회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의도적인 폄하시도에 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도 '변호사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그 변호사가 로스쿨 출신인지 아닌지가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문제되어야하는가'라면서 강력히 비판했다.그러나 7급에 이어 9급 공무원에 응시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출신임이 밝혀지면서 정정보도와 성명서를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이미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변호사 시장이 더 악화될 것 같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경험삼아 봤다고 했다. 시험과목도 다르고, 준비기간도 짧았는데 일방적으로 매도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도 시각은 나뉜다. '어떻게 변호사가 9급에 응시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변호사가 철옹성이냐. 직업에는 귀천 없다'. 이러한 상호비방에는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신분차별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때 뺑뺑이로 들어온 후배들을 무시하며, 동창회에서 눈길도 주지 않던 세칭 일류고등학교와 비슷하다. 돌이켜 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최루탄 자욱한 길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이 있었다. 1%의 길을 스스로 포기한 채. 그들이 투쟁할 때 책상머리에 앉아 고시를 준비했던 사람들. 그들 중 일부가 판검사가 되어 동료와 선후배들을 법의 이름으로 단죄했다. 그리고 일부는 다시 사법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돈벌이에 나섰다. 그래서일까. 안주하려는 그들보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변호사가 백번 신선하다. 이미 많은 변호사들이 소방, 경찰, 마을변호사, 시민단체에서 근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전공실력과 변호사 자격으로 무장한 그들이다. 연수원 몇 기에 성적순으로 고착화된 일부 사법 권력과 달리 학문적 융합을 이룬 변호사들도 많다. 처음부터 1%가 되기 위해 각종 위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미국 로스쿨 출신들이 제3세계에서 몇 년째 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1994년 용산역 앞의 허름한 건물에서 시민단체 창립을 위해 2년간 봉사한 적이 있다. 그 때 나에게 궁금했던 것이 변호사의 파견근무제였다. 시민단체에서 그것도 적은 월급만을 받고, 무한 봉사를 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참여연대를 만든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함께 했던 조희연은 서울시 교육감으로, 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과 박원석은 당시 간사였다. 그들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길을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과 시민들은 더 큰 일을 맡겼다. 현직 변호사의 9급 공무원 도전. 그것은 '직업서열을 조장하는 그 어떠한 행위와 편견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서처럼 1% 신분제 타파를 향한 첫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7-24 김민배

[월요논단] 한글로 피어난 여성들의 애절한 사연들

문학·생활·사회 등 여러방면을밝혀내는 귀중한 기록유산으로애틋하고 진솔한 내용과 함께서체의 다양함과 아름다움이앞으로도 전통한류로서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가 될 것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우리 민족이 자긍심을 갖게 하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당대에도 한글이 임금으로부터 양반, 서민, 여성들 그리고 천민 계층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는 '한글 : 소통과 배려의 문자'라는 주제로 조선왕실도서관인 장서각에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 안에는 장면 장면마다 섬세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글은 어느 한 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계층 간의 소통과 배려 그리고 화합을 지향한 문자였다. 특히 모든 계층에서 사용된 한글편지는 안부와 정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역시 말이 다른데 글을 남의 나라 글로 쓴다는 것은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 엄청난 한계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한글 자료들을 보면서 새삼 한글이 없었다면 이렇게 애절하고 애틋한 사연들이 기록될 수 있었을까 하는 안도감과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읽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은 아버지가 딸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시할아버지가 손자며느리에게 그리고 여성 자신들이 그 가슴 속 깊은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한글은 여성의 문자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여성은 더 이상 글을 읽는 독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일상적인 안부를 묻는 편지뿐 아니라 문서 및 각종 기록을 직접 작성하면서 문자생활의 영역을 점차 확장시켜 나갔다. 여성의 역할이 요구되는 음식, 의복, 제사 등을 비롯하여 그들의 한평생에 이르기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한평생 규방의 생활을 기록한 고행록, 음식조리법에 관한 기록, 관가에 억울함을 호소한 소지, 원정, 상언 등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비로소 한글이 창제됨으로써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질 수 있었던 것이다.그중 한 예로 시집간 딸을 향한 어머니의 애틋한 모정이 편지에 담겨 있는 '어머니 신천강씨가 딸 순천김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에는 한 여인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편지는 1977년 충북 청원군 북일면 일대가 비행장 건설 공사로 한창일 때 산재한 무덤들을 이장하면서 순천김씨 묘에서 발견되었다. 대량의 종이뭉치 속에서 192개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그중 3매는 한문으로 적혔고, 189매는 한글편지였다. 이 가운데 순천김씨의 친정어머니인 신천강씨가 쓴 것이 128매나 된다. 이 편지를 쓴 시기는 1560년대에서 1580년대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한글이 창제된 지 백 년 남짓된 시기에 지방의 사대부가에서 편지글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한글의 보급과 전파 속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 내용은 딸의 해산 소식을 묻고, 민씨 집안에 시집간 막내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내용과 함께 첩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심경이 진솔하게 표현되고 있다.또 하나의 예로 한산이씨 고행록은 거의 6미터(5m 84cm)에 달하는 두루마리에 깨알같이 찬찬하게 정성들여 손수 한글로 썼는데 자신이 평생 동안 겪은 슬픔과 고통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겨 자손에게 보이기 위한 것임을 밝혔다. 한산이씨는 숙종 대에 남인 사대부 유명천의 부인으로 '고행록'에는 한산이씨의 탄생부터 회갑까지의 삶이 오롯이 기록되어 있다. 수많은 고난을 의연히 감내해 온 종부답게 비교적 담담하게 서정적으로 술회하였으나 마지막 구절에서는 지난 세월 서러움에 벅차 여성으로서 겪었던 한 많은 세상의 회한을 토로하고 있다.이와 같이 여성들이 기록한 한글은 문학사, 생활사, 사회사 등 여러 방면을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기록유산이다.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아름답게 이어지는 한글로 쓴 이야기들은 내용의 애틋함, 진솔함과 함께 서체의 다양함과 아름다움이 앞으로도 전통한류로서 우리나라의 대표브랜드가 될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6-07-18 이배용

[월요논단] 더 나은 삶을 요구할 권리, 인간의 권리

1%의 군림하는 사람들이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는 헛된 것먹고 살 것만 있으면 되는 삶빚이 있어야 파이팅 하는 삶에우리가 동의해선 안된다"민중은 개, 돼지이다. 출발선상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이 나라 교육정책의 심장부,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취중진담'이다. 격분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다. 먼저 사람을 동물에 견주는 비속어 같은 표현이 거슬린다. 그러나 이는 대다수 입에서 나올 수 있고 인간이라고 당연히 인간 이외의 동물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니 이야말로 취중에 가능한 욕설로 치고 듣는 민중 입장에서 마주 욕설하며 한바탕 싸우고 나면 될 일이다.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표현에 들어있는 진실이다. 2016년 현재 한국사회를 함축하는 상징으로 '수저'가 있다. 금수저니 은수저니 흙수저니 하더니 이제는 무(無)수저까지 등장했다. 인간은 다 같은 인간이고 모두 평등하다고 배웠다. 열심히 살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라고 배웠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임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주인의식을 갖자며 사원을 가족이라고 부르던 회사들은 형편이 어려워지자 제일 먼저 노동자를 해고했다. 최고학력으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승진해도 금수저 오너일가보다는 아래였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인정하는 절망의 표현이 바로 이 '수저론'이다. 이 신계급론이 아직은 자조 섞인 비유에 머물러 있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고이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타고 난 경제적 기반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다는 절망이 정착하면 어찌될지 상상만으로도 두렵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명백한 계급이 성문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여 우리는 세상에 요구할 수 있다. 출발점이 달라도 저마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라! 능력이 달라도 저마다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하라! 요구할 수 있어야만 한다.이는 특히 교육부가 할 일이다. 성장기에 저마다 소질을 계발하고 스스로 인간으로서 권리를 이해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계기와 동력을 부여해야만 다른 출발점의 격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출발점의 격차는 줄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상상하고 추구하고 요구할 줄 알아야 인간다운 삶의 기회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아예 다른 출발선을 고착시켜 신분제를 공고화하잔다. 다시 골품제의 세계, 카스트의 세계로 돌아가잔다. 이것이 이 나라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교육부 핵심간부 정책기획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로 보면 개, 돼지는 은유가 아니라 하위계급의 지능을 의심하며 가축과 같은 존재로 이해하던 전시대 통치계급의 인식을 대변한 것이었다. 소위 1%의 눈에 나머지 99%는 밥이나 굶지 않으면 되는 개, 돼지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것이 비단 실언했다는 당사자 1명의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 이미 우리 자신도 '수저론'에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아주 가까이에 신분제의 공고화를 함께하는 동지가 있으니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다. 한국장학재단의 중요임무는 국가장학금의 운영이다. 지난 선거 때 핫이슈였던 반값 등록금 공약을 절충한 결과 겨우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를 관장하는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란 자가 현재 시행되는 국가장학금을 축소하고 대출로 전환하겠다며 학생들이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고 공표하였던 것이다. '빚'이 사람을 '노예'로 만들고 '죄인'으로 만드는 것은 새삼 되풀이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젊은 학생들에게 학비를 핑계로 '빚'의 굴레를 씌워 할 말이 있어도 못하는 죄인,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빚 때문에 일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분제는 이미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저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자진해서 우리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주리라는 기대는 헛되고 헛된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고 추구할 권리가 있다. 우리가 이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인간일 것이다. 먹고 살 것만 있으면 되는 삶, 빚이 있어야 파이팅하는 삶에 동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7-10 윤진현

[월요논단] 언론은 사회의 목탁

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삼라만상 일깨우는 목탁처럼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 비추며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 일깨우는 언론으로서혼탁한 사회 등불되고 청량제돼야깊은 산중 호젓한 산사에서는 새벽 3시경 절 마당과 법당을 돌며 두드리는 목탁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울려 퍼진다. 수도하는 도량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천지 만물을 일깨우는 도량석(道場釋)이다. 청정한 도량을 여는 목탁은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통나무를 둥글게 다듬고 속을 파내어 만든다. 고요한 마음으로 두드리면 맑은소리를 내는 목탁은 욕심에 흐려지고 게을러진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그 생김새도 밤낮없이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 모양을 본떠서 만든다.동이 트기도 전 새벽녘에 문간을 두드리는 또 하나는 조간신문과 함께 찾아오는 세상 소식이다. 30여 지면에 가득히 펼쳐진 나라 안팎 뉴스, 최신 정치·경제·과학 정보와 다각도의 논평, 화려한 컬러판으로 소개되는 문화·예술·스포츠 소식들이 현관 앞에 나날이 배달된다.조간이 배달되는 시간도 대략 새벽 3~5시경 인시 무렵이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중에 사람이 깨어나는 시각이다.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며, 사람은 인시에 차례로 깨어난다는 옛 선조들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이다. 사람을 깨우며 새 날을 연다는 점에서 속세의 조간신문과 산사의 목탁소리는 서로 상통하는 듯하다. 현대 언론은 사실 보도와 지식 정보의 전달, 논평과 비판을 통하여 무지한 대중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사회 여론 형성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어두운 세상을 일깨워 수도 정진으로 인도하는 목탁의 울림소리에 비견되곤 한다. 신문은 속세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용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목탁은 번다한 세상사에 지치고 흐려진 마음을 깨끗이 닦아 고요한 청정심으로 인도한다. 사회의 공기(公器)이지만 경쟁 사회 속에 하나의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언론이 당면한 문제는 높은 구독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방에 난립하여 언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어당겨야 살아남는다.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보도 내용이나 화면 구성에 있어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거나, 당파성을 조장하며 다수 대중의 입맛에 맞춰 포퓰리즘으로 기울기도 한다. 언론의 필봉이 대중의 눈을 흐리게 하고 여론을 오도하는 흉기가 되는 것이다.자유민주주의 대중사회에서 언론은 다수 국민 대중의 안목과 여론의 향배를 일차적으로 좌우한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정치적 상업적 동기나 함량 부족의 윤리의식, 기타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되어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휘두른 필봉은 엎질러진 물이 되어 사회구성원의 존엄성과 명예에 치유 불능의 상처를 남긴다.변화무쌍한 세태 변화와 크고 작은 사건들을 선별, 보도, 논평함에 있어 언론의 날카롭고도 중립적인 직필은 중요하다. 그러나 팍팍한 일상에 고달픈 대중을 위무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안목으로 독자의 교양을 살찌우는 학문, 기예, 문화, 예술적 콘텐츠도 꾸준히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겨울날의 양지와 여름날의 응달에는 사람들이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모인다(冬日之陽 夏日之陰 不招而人自來). 어둡고 시린 사회 이면을 비추는 따뜻한 햇살이 되고, 혼탁한 세태를 경책하는 서늘한 목탁소리가 되어, 부조리하고 뜨거운 세상을 보듬고 식히며 사람들을 모으고 구독률을 높일 일이다. 똑똑똑 똑또그르르~ 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 삼라만상을 일깨우는 목탁처럼, 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며 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을 일깨우는 언론으로서 혼탁한 사회의 등불이 되고 청량제가 될 일이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7-03 손수일

[월요논단] 말뫼의 눈물과 브렉시트의 쓰나미

말뫼의 눈물을 내세워강제퇴직을 합리화하기에 앞서 해고자의 생계대책을 말해야… '한국형 21세기 뉴딜정책'을시급히 대규모로 실시하여이들을 흡수해야 한다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 조선업의 몰락을 뜻한다. 2002년 9월 5일, 스웨덴 말뫼의 코쿰스 조선소 크레인이 해체돼 한국행 배에 실렸다. 조선 강국이었던 스웨덴의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이 장면을 내보냈다. 인수비용 1달러에 운송비용 220억이 든 크레인이 도착한 곳이 울산 현대중공업이다. 3년 전 나는 말뫼의 터닝토르소(turning torso) 앞에 있었다. 크레인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며 한국의 조선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최근 말뫼가 관심을 끈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때문이다. 대통령은 말뫼를 들어, 구조조정 관련 법률의 통과를 요청했다. 대통령이 말뫼를 들고 나온 것은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이 급박하다는 증거다.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의 쓰나미까지 몰려오고 있다. '한국판 말뫼의 눈물'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손봐야 할 산업은 조선이다. 지역으로 보면 울산과 거제다. 조선사로 말하자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이 그 대상이다. 조선분야의 구조조정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앞두고 조선사의 파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유일호 부총리가 울산 현대중공업을 찾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플랜이 있었을까. 아마도 구조조정을 위한 세금투입, 국책은행의 자본비율 제고, 사측과 채권단의 가혹한 조치, 대규모 구조조정과 강제퇴직이라는 그림이 아니었을까. 이미 파업을 결정한 일부 조선사에 대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혜택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던 시간. 공교롭게도 같은 회사에 있었다.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산업기술보호 특강 때문이었다. 현재의 구조조정과 연계성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협력업체에서 '기술유출사건'이 있었다. 우려했던 IMF의 망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술유출이 일어나고, 우수한 인력들이 제3국으로 간 후 부메랑이 되었던 과거가 재현되고 있다. 강의에 집중하기보다는 수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이 집행되면 더 큰 비극인 '피눈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은 기업의 '종자'이다. 그 뿌리와 줄기가 바로 기술자들이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쳐내는데 익숙하다. 그들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다. 대부분 숙련된 세계 최고의 기술자들이다. 정부는 다른 기술을 교육하거나 재취업을 시킨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들이 평생을 숙련한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잣대를 정부나 채권단의 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과거 신발과 섬유의 구조조정 실패를 반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채권단이 저지른 실패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범죄만으로도 충분하다. 말뫼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시민과 전문가, 기업과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도록 하는 일이다. 새로운 산업을 찾기보다 조선업으로 집적된 전기, 철강, 용접, 배관, 물류 등을 재결합하도록 해야 한다. 한 차원 높은 산업기술로 융합되도록 예산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 말뫼가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덴마크 코펜하겐을 잇는 경제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속초, 포항, 울산, 부산, 거제 그리고 광양으로 이어지는 해상 산업 벨트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구조조정만이 생존의 길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말뫼에는 대량 실직에 대처하는 국가 차원의 사회안전망이 있었다. 일방적으로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말뫼의 눈물을 내세워 강제퇴직을 합리화하기에 앞서 해고자의 삶과 가족의 생계대책을 말해야 한다. 시급히 '한국형 21세기 뉴딜정책'을 대규모로 실시하여 이들을 흡수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판 말뫼의 피눈물을 넘고, 브렉시트의 쓰나미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6-26 김민배

[월요논단] 군사기록유산의 백미, 군영등록(軍營謄錄)

조선후기 군사제도뿐 아니라정치·외교·경제·사회분야 등다양한 생활사 담아낸 자료 가치있는 300년 기록속에서 평화의 의미 찾아볼 수 있어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돼야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기록문화의 나라이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13개가 등재되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소속된 조선왕조 왕실도서관인 장서각에는 왕실문헌 12만 권과 문중에서 기증 기탁한 고문헌이 5만 권으로 총 17만 권의 찬란한 기록문헌이 소장되어 있다. 그중에 조선왕실의궤, 동의보감은 이미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군영등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키는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왕조가 문무양반제도를 갖추었음에도 무를 경시하고 문치에 치중했다고 하지만 무에 대한 중요성을 소홀히 여긴 것은 아니다. 장서각이 소장한 조선왕조의 군영등록은 조선후기 도성(都城)에 주둔하던 중앙 군영에서 제작한 국가기록물로서 조선후기의 군사제도를 비롯하여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의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 기록물이다. 군영등록에는 임진왜란과 명·청 교체기를 지나며 형성된 국방강화와 평화유지라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어 있으며 동북아시아의 역사상에 시사하는 바가 큰 기록이다. 즉 군영등록은 1615년 인조 재위기간부터 1894년 고종 대(代)까지 약 300년에 걸쳐 기록한 책으로 전체 분량은 89종 689책이며, 기록유산적 가치는 물론 기존의 연대기 자료로 대체할 수 없는 역사적 실상을 매일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록한 자료이다.조선왕조 군영등록은 조선후기 왕실의 호위와 도성의 경비를 담당한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 등 각 군영의 일지류, 규정집, 왕의 거동 수행, 성역 감독, 군사훈련, 시재 및 포상, 재정, 공문 모음, 인사, 민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내용은 기존의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 연대기 자료에 없는 내용들이다. 조선왕조 군영등록은 대외적인 침략이나 진출목적에서가 아니라 왕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평화적 군사조직의 기록으로서 군영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작성한 방대한 양의 1차 자료이다. 등록의 기재 방법은 한자를 이용하여 해서체와 초서체를 사용한 필사본이다. 글자체도 매우 유려하여 군사문화의 품격을 헤아릴 수 있다.조선왕조가 임진왜란이라는 대규모 전면적 침략을 당한 후 국난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설립하였던 군영의 주요 무기는 화약병기로 전환되었다. 특히 훈련도감의 군인에게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화약병기를 다룰 수 있는 군병들이 배치되었으며 이에 따라 병력자원에서 제외되었던 노비와 천민들도 군병으로 선발되었다. 조선왕조가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극히 혁명적 사건이었다. 군영등록에는 군인 구성에서 출신 성분이 다양하다보니 민초들의 애환도 진솔하게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충청도 덕산에서 살았던 안사민(安七敏)이라는 노비는 전란 중에 훈련도감에 들어가 훈련 성적이 월등하여 정식무관으로 승격되어 근무하던 중 애초에 주인이라는 자가 나타나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처지가 위태로워진 절박한 상황에서 효종에게 직접 호소하였다. 임금은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이미 안사민은 노비신분에서 벗어났으니 노비의 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과 함께 훈련도감에 근무할 것을 지시하여 사기를 독려했다. 또한 가족들과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운 군인들에게는 전립이나 망건 같은 품목을 파는 것을 허락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함으로써 군인들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었다. 이외에도 제주도에 표류해 온 벨데브레이(박연)의 이야기, 하멜의 기사도 보인다. 이와 같이 군영등록은 제도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잔잔한 휴먼스토리가 담겨 있어 조선왕조 생활사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가치 있는 자료이다. 이러한 300년의 기록 속에서 평화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6-06-19 이배용

[월요논단] 친일, 그 자기기만의 역사를 넘어

인천연극계나 문단에서함세덕을 기리고 싶은것은 당연그의 뛰어난 성과와 과실조차안타깝게 이해하는 날 올것그가 남긴 작품 깊이있게 탐구사색하며 실천하는게 중요지난 7일 인천 문학시어터에서는 인천연극협회 주관으로 '함세덕과 인천연극의 미래'라는 주제로 작은 포럼이 열렸다. 2015년이 탄생 100주년이었으나 변변한 기념행사도 준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공유된 자리였다. 함세덕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인천이 낳은 한국근대연극사 최고의 작가이다. 그러나 친일과 월북으로 그의 문학이 제대로 조명되고 해석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친일부역행위가 명백한 인물을 기념하는 사업에 공공재원을 지원받을 수는 없다. 당연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불공평하게 시행되고 있는 현실이나, 과실 때문에 공적으로 기릴 수 없는 불합리한 지점을 들어 재고를 요구하기도 하며 심지어 당시에는 누구나 친일을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더 이상 이를 거론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친일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이는 아예 거론되지 않거나 누구나 다 그랬다는 합리화로는 절대 극복될 수 없다. 친일의 문제는 현재에도 청산되지 않았고 이는 우리 사회 전 영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거론할 수 없으니 간단하게 문학의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의 판단으로 친일문학은 일종의 자기기만의 결과이다. 친일작품을 심층 분석하면 대부분 친일부역을 강요받는 자아와 이를 용인하는 자아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식민지 조선의 대부분 작가는 식민지 조선인이 평등하게 일본제국의 신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친일작품의 1차 주제는 일본제국을 찬양하고 전쟁참여를 독려하며 희생과 헌신을 예찬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믿지 못하는 것을 외칠수록 표현은 과격해지고 목소리는 높아졌으며 종국에는 한낱 식민지의 소모품인 주제에 제국의 지배자처럼 사고하고 산 채로 먹히면서도 그것이 영광이라고 호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것이 현재도 남아있는 친일문제의 일원인 것은 이 같은 자기기만의 형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당연하게 남아 비판되고 반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의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 한국사회에서 이토록 흔하게 된 시초가 바로 여기에 있고,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솔직하게 시비를 가리지 않고 앵무새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탄생한 시초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모두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는 평범한 인간으로 잘못을 반성하고 고쳐 다시 행하지 않으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러나 '자기기만'은 이 같은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봉쇄한다. '자기기만'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새로운 악행과 고통의 발신처가 되게 한다. 경과가 어떠했든 그 결과는 책임져야만 한다. 원래는 피해자요, 강요되었다는 변명이 책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친일문학을 연구하고 친일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고통스러운 '자기기만'을 넘어서기 위한 일,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원을 받아 기념사업을 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우리에게 '친일문제'가 무엇인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우리 자신이 어떻게 그 후예가 되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함세덕을 오랫동안 공부해왔고 또 공부 중인 연구자로서 함세덕의 장점과 공적으로 그를 높이 기리고 싶은 욕심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편으로 함세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그의 뛰어난 작품을 제대로 조명하고 이해하는 것이며 그와 완전히 같은 비중으로 그의 과오와 오판의 맥락, 그리고 그 결과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것이라 믿는다. 인천연극계나 문단에서 함세덕을 기억하고 기리고 싶은 소망은 당연하다. 이는 비단 인천의 소망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함세덕의 뛰어난 성과는 물론이요 그의 과실조차 안타깝게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준비하는 것은 성급하게 함세덕에게 숭배의 의장을 입히고자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얄팍한 2차 콘텐츠를 서둘러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것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사색하며 이를 실천하는 데 있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6-12 윤진현

[월요논단] 현충일과 태극기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소용돌이치는 국제 정세와21세기 문명전환의 시대에태극기에 담긴 조화통일의 원리남북통일 뜻과 길을 새겨 보는 현충일이 되었으면오늘은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고귀한 넋을 기리는 61회 현충일이다. 이 강토를 목숨으로 지켜온 호국영령과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새기며 나라사랑의 정신과 실천을 일깨운다. '호국영령(護國英靈)'은 '나라를 지키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으로 주로 6·25전쟁 중 대한민국을 수호하다 산화하신 국군용사들을 지칭한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쳐 먼저 죽은 열사'로 주로 일제강점기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수많은 고통과 탄압 속에서도 조국 광복을 위하여 목숨 바쳐 저항하다 돌아가신 독립투사들을 일컫는다. 즉,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삶보다 죽음을 기꺼이 택했던 모든 애국지사들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다. 생자(生者)는 사지근(死之根)이요 사자(死者)는 생지근(生之根)이란 말처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오늘날 꽃피어 있는 우리들의 삶의 밑뿌리가 되어 영원히 살아있는 거룩한 혼령들이다. 현충일을 처음 제정하던 1956년 당시 추모 대상은 한국전쟁 전사자 즉 호국영령에 한정되었다가, 1965년 국군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부터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함께 추모하게 되었다. 이후 국립묘지에는 6·25 전몰장병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대한민국 수립 이후 국가원수, 국가유공자, 경찰관, 전투에 참가한 향토예비군 등이 추가 안장되었다. 1982년 5월부터 현충일을 국정공휴일로 정하여 모든 애국지사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아울러 추모하는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현충일에는 호국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의미에서 태극기를 반기(半旗)로 게양하고 아침 10시에는 전 국민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1분간 묵념을 올려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명복을 빌며, 국립현충원, 국립묘지, 전쟁기념관, 독립기념관 등 위령을 모신 곳을 방문하여 분향하고 헌화한다. 올해 현충일에는 가족 자녀와 함께 현충일의 의미를 새겨보며 잊지 말고 태극기를 걸어보자.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는 일제 암흑기 동안 그리고 해방과 6·25동란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며 나라의 명운과 길흉사에 따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응집하는 구심점이 되었다. 태극기는 1882년 9월(고종 19년), 조미(朝美)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을 계기로, 박영효가 '태극·건곤감리 4괘 도안'의 기를 사용한 데서 유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전통적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백의민족의 국민성을 나타낸다. 가운데의 청홍으로 맞물린 태극은 음(파랑)과 양(빨강)이 나누어지고 동시에 하나 되는 우주의 궁극적 중심에 해당한다. 4방에 배치한 건(乾) 곤(坤) 감(坎) 리(離) 4괘는 음양 두 효(爻)의 조합을 통해 우주 자연의 근본 4요소를 형상화한다. 그 가운데 건괘는 하늘을, 곤괘는 땅을, 감괘는 물을, 리괘는 불을 상징한다. 4괘의 위상과 성질 및 에너지는 태극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음과 양이 상생상극(相生相剋)하며 변화 발전하는 우주와 생명의 근본원리를 나타낸다. 태극기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즐겨 사용하던 태극 문양을 중심으로 음양철학의 원리를 응축하여 끝없는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한민족의 이상과 기운을 담고 있다. 회갑을 맞는 현충일에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수많은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숭고한 피의 대가임을 되새겨 볼 일이다. 나아가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세와 21세기 문명전환의 시대에 태극기에 담긴 조화 통일의 원리와 에너지를 통하여 남북통일의 뜻과 길을 새겨 보는 현충일이 되면 좋겠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6-05 손수일

[월요논단] 홍만표의 불법과 강봉수의 감동

홍 전검사장 '거액 수임료·탈세'강 전법원장의 '73세 박사학위'많은 사람들 퇴직후 삶 걱정과인생 마무리에 대해서도 고민강 박사의 도전과 성취는돈·권력보다 더 중요함을 보여줘홍만표와 강봉수. 같은 시기, 뉴스에 등장한 인물이다. 홍만표 전 검사장.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치 않다. 다만 100억대 수임료로 문제가 된 최유정 전 부장판사와 함께 '유전무죄와 전관예우' 라는 사법부와 검찰의 오랜 부패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전직 검사장의 소환을 놓고, '검찰의 추락'이라고들 한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대박 문제에 이어 홍 전 검사장의 거액 수임료와 탈세가 일파만파이기 때문이다. 홍 전 검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에 직접 관여했던 터라 국민들이 보는 시선이 더 싸늘하다. 그러나 강봉수 전 법원장에 대해서는 낯선 이들이 많다. 한때 인천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그가 최근 뉴스에 등장한 것은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 때문이다. 그것도 73세의 나이에. 미국에 건너간 지 7년 만에 딴 학위다. 그는 본래 물리학자가 되고자 했으나 부친의 권유로 법대에 진학하여 법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법조인이나 법대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법고을 LX'의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수억 원대 연봉을 마다하고', 퇴임 후 로펌에서 근무하다가 66세에 토플과 GRE를 보고 유학의 길에 올랐다. 그의 육성 인터뷰를 보면서 생각했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구나. 감동이 몰려왔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분들 가운데 퇴임 이후 행태가 실망스러웠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인들이 퇴직 후 홍 전 검사장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동아대의 조무제 전 대법관이나 인하대의 박시환 전 대법관은 후학양성의 길을 선택했다. 대형 로펌에 비하면 형편없는 월급이다. 비서도, 차량제공도 없다. 그렇기 때문일까. 전 대법관의 대학교수 생활에 대해 궁금해한다. 전 대법관이라고 해서 평교수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강의를 위해 매일 준비한다. 로스쿨 학생들의 답안지를 강평하고, 첨삭지도를 한다. 학생들의 고민도 상담하고, 교수회의에도 참석한다. 몇 달을 꼬박 쓴 논문보다 마지막 영문요약이 더 어렵다는 말에 파안대소한다. 구내식당에서 4천 원짜리 점심을 하고 나면, 함께 교내를 산보한다. 커피 한잔을 놓고, 가끔은 세상사도 함께 섞어 마신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대형 로펌에서의 예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다. 단조로운 일상은 강 전 법원장에게도 찾을 수 있다. 도미 후 7년 동안 한국에 온 적이 없다. 집과 강의실 그리고 도서관을 오가는 생활. 공부에 리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성취를 '전자파(Microwave)'에 관한 물리학박사 학위로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데도 강 전 법원장보다 더 높다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마치고도 다시 여의도에 어슬렁거리는 법조인들이 있다. 볼썽사납다. 그렇게 돈과 권력을 탐하고자 했으면 명예와 존경을 포기했어야 한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말했다. 만약 전직 검사장이나 검찰총장 중에 한 분이라도 전담 국선변호사를 자원하여, 무료 변론에 여생을 보냈다면 지금 검찰을 보는 시선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거듭되는 일부 검찰과 법관들의 부패문제는 권부에 있었던 자들의 삶의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남의 불행을 악용하여 불법적 축재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발행된 '부산법조'에서 변영철 변호사의 'DNA와 진화론에 대하여'와 김영수 변호사의 '별 반짝이는 밤 -공간의 세계-'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전혀 다른 학문분야에 변호사들이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관심 분야를 연구하면서 세상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퇴직 후 삶의 방식에 대해 걱정한다.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가도 고민한다. 강봉수 박사의 도전과 성취는 돈과 권력보다 인생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5-29 김민배

[월요논단] 한국의 서원, 세계화에 힘을 모으자

도산·소수서원 등 9개 서원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예비심사서 자료 보완점 지적신청기준 미흡함 보충작업 필요국민적 관심과 긍지 가지고지구촌 공유 문화공간 만들어야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나라로 세계에 알려져 왔다. 그러한 교육의 힘이 20세기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독립투쟁의 힘으로, 전쟁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성취의 역사를 가능하게 했다. 국가의 지원을 안 받아도 민간인들이 자율적으로 학교를 세운 전통도 사립 명문학교 서원의 큰 특징이다. 특히 전통교육에는 지식의 전수뿐 아니라 심성을 끊임없이 바로 잡는 인성교육이 중심에 있었다. 서원 교육에는 인류의 미래지향적 가치인 소통, 화합, 나눔, 배려, 자연, 평화를 추구하는 융합적인 조화의 기능이 있다. 서원에 들어서면 수려한 자연 경관이 눈길을 끌고 주변 산세, 계곡과 어울리는 목조건축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필자는 2011년 국가브랜드위원장 시절, 여러 전문가와 함께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문화재청, 해당 지방자치단체, 각 서원의 유림들이 힘을 합하여 5년 동안 온갖 열정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 학술대회도 수차례 열면서 더욱 서원의 유형유산으로서 가치와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교육정신에 공감한 바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서원은 9곳이다. 즉 경상북도 영주 풍기의 소수서원(안향, 1243~1306), 안동의 도산서원(퇴계 이황, 1501~1570), 안동 하회마을의 병산서원(유성룡, 1542~1607), 경주 양동마을의 옥산서원(이언적, 1431~1553),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김굉필, 1454~1504), 경상남도 함양의 남계서원(정여창, 1450~1504), 전라남도 장성의 필암서원(김인후, 1510~1560), 전라북도 정읍의 무성서원(최치원, 857~?), 충청남도 논산의 돈암서원(김장생, 1548~1631)이다. 유네스코의 자격기준인 진정성, 완전성에 맞추다 보니 600개 가까운 서원 중 9개가 연속유산으로 선정된 것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원형 자체가 훼손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인해 670여개 서원 중 47개만 남는, 대 파란을 겪었고, 6·25 때도 파괴된 서원이 많아 문화재청에서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에서 대원군 시절 훼철되지 않고 현재 문화재청에서 사적으로 지정된 서원을 검토해보니 9곳의 서원이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등재 작업을 하다 보니 단일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5개 도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다 보니 연속유산으로 묶어서 준비하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서원에서 느끼고 배우는 감동으로 우리 문화에 자긍심을 갖게 되고 진정성 있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방향을 찾는 것 같아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한편 제향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최고의 높은 지성으로 충효의 의리를 다한 시대에 대한 책임의식과 기여했던 공로와 자세는 우리를 더욱 경건하게 한다. 또한 공동체 기숙생활을 하면서 상하질서·상부상조하는 협력 체제를 갖추게 하고 바로 지역사회와 팀워크가 이루어지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하는 지혜는 오늘날도 우리가 이어받아야 할 소중한 정신문화유산이다.최근에 유네스코 예비심사라고 할 수 있는 이코모스위원회 평가에서 등재신청 자료의 보완점이 지적되었다. 그 지적사항을 겸허히 수용하여 충분한 보완절차를 거친 뒤 재신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과정에서 서원 자체유산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그렇다고 서원의 의미와 본질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서원이 지향했던 인성교육의 가치나 수많은 인재를 키워내어 사회적, 국가적으로 기여한 역할 및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조화의 극치는 세계 어느 교육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만큼 그 기준에 미흡함이 있다면 보완할 필요는 있다. 스포츠도 대표주자가 나가면 국민적 응원을 하듯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긍지를 가지고 함께 힘을 모아 세계인이 찾아와 공유할 수 있는 감동의 교육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6-05-22 이배용

[월요논단] 차별을 승인하는 사회, 다시 평등을 생각하며

현실을 오해하는 '돈키호테형'재산·권력, 인간 평등에 우선왜곡된 세계관 우리 사회 횡행부단한 투쟁·희생으로 성취한'인간·민주주의·평등'에 대해근본에서 다시 생각해야할 때흔히 저돌적이고 무모한 인물을 '돈키호테형'이라고 한다.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중세 기사소설에 심취한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는 이웃의 평범하고 어리숙한 처녀를 고귀한 공주로 오해하고 이 공주를 지키겠다, 기사의 맹세를 한다. 그리고는 풍차를 거인이라며 공격하고 죄수들을 폭정의 희생자라 단정하고는 호송행렬을 습격해 탈옥시키는 등 도처에서 '악'을 발견하고 이를 척결하겠다며 좌충우돌 소동을 빚는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17세기 초반 스페인과 유럽에서 새삼스럽게 유행했던 중세 기사도 소설과 대결한다는 목표로 집필된 것이었다. 요즘식으로 보자면 유행하는 막장드라마가 인간의 갈등과 선택에 바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쓴 것이라고 보면 될까.그런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돈키호테'라는 탁월한 인물의 중심이 무모하고 저돌적이라는 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 돈키호테는 말 그대로 현실을 '오해'하는 인물이다. 비현실적으로 추상화한 세계, 대체로는 역사적으로 과거를 이상화해 그 세계를 철석같이 믿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인 것이다. 용이 날아다니고 거인이 세계를 위협하는 중세를 현실로 살고 있다.물론 혼자서 중세를 살든, 고대를 살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나아가 전 시대의 옳은 가치를 실천하는 경우라면 '이 시대 마지막 선비' 같은 낭만적이면서도 존경 어린 찬사를 바칠 수도 있다. 소설 속의 돈키호테 또한 고귀한 공주로 표상되는 중세적 가치, 달리 말하면 절대적 가치가 의심되고 선악시비가 상황에 따라 재고되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여 여기에서 비롯된 영화, 뮤지컬, 연극, 애니메이션 따위에서는 멋진 로맨스로 각색되기도 한다.그러나 이런 인물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재앙이다. 왜냐하면 돈키호테가 전제하는 중세적 세계는 낭만적인 허다한 가치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에게는 끔찍한 세계, 그러니까 대다수 인간에게는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세계이며, 하여 부단한 투쟁과 희생으로 극복해온 세계이기 때문이다. 상상해보자. 태어나보니 신분이 평민이나 천민인데 단지 그 이유로 상위신분의 인간 앞에서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 심지어 홀로 밥을 먹을 때도 평민은 다리가 낮은 밥상이나 아예 밥상도 없이 밥을 먹는 세상이다. 능력이나 형편과 무관하게 모든 것에 제약이 있고 심지어 더 나은 삶을 꿈꾸어서도 안 되는 것이 당연한 세상, 요컨대 아주 끔찍한 세상 아닌가.그런데 이러한 세상을 받아들이는 인간이 있다. 여전히 인간 세상에는 고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이 있고 자신들은 특정한 고귀한 인간에게 충성을 다하는 옳은 인간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가상의 로열패밀리에 대한 맹목적 충성으로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잘못된 줄 모른다. 이들의 비현실적인 충성심은 돈키호테가 그랬듯이 풍차를 파괴하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옹호하며 나아가 이들로 하여금 더 큰 죄를 짓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경중을 따지자면 풍차를 파괴하거나 이웃 처녀를 공주로 착각하는 따위의 행동은 당장 현실적으로 피해를 주어서 그렇지 차라리 가벼운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왜곡된 세계관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차별을 승인한다. 재산과 권력이 인간적 평등에 우선할 수 있다는 위험한 사고가 생각보다도 훨씬 넓게 우리 사회에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극복해 온 것으로 생각했던 이 노예적 세계관이 여전히 강성하게 번영하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단지 돈키호테의 정신병으로 간주되지만 그것은 '돈키호테'가 발표되던 17세기 새로이 부상하던 근대의 중심, 근대적 의료이성이 해결책으로 수용되던 시절의 답변일 뿐이다.인간과 민주주의, 평등에 대해서 근본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5-15 윤진현

[월요논단] 가정의 달에 새겨보는 童心

푸른 신록속 따사로운 햇살과상쾌한 바람이 축복 쏟아내는 5월해맑은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가내곁에 머무르지만 곧 떠나버릴애틋한 자녀·부모·스승·제자에아름다운 감사 인사 건네보자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을 지나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이 연이어 있다. 어린이를 보살피고, 부모·스승을 공경하는 정신과 실천을 일깨운다.오늘날 어린이는 존중되며 사랑받기보다는 대부분 부모의 과욕으로 과중한 학습에 내몰리거나 결손 또는 빗나간 부모로부터 학대·방임 당하며 아동인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사례들도 빈번해 지고 있다. 어린이란 말을 처음 짓고 보급한 소파 방정환 선생은 천도교사상에 입각해 어린이는 곧 하늘(童乃天)이라 했다. 어린이는 민족의 희망이자 미래 그 자체이며 대우주 뇌신경의 끝은 늙은이에게도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다고 갈파하셨다. 예수님도 어린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셨다. 어린이의 맑은 눈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비추는 마음이 없이는 천국에 이를 수 없다는 말씀이다. 어린이날을 맞으며 어린이는 부모의 소유 물건이나 기성사회의 주문품이 아님을 상기하고 내일의 주인공에게 자유로운 영혼과 개성을 펼칠 시간과 공간을 돌려주어야 한다.부모는 내가 세상에 나온 통로이자 뿌리이다. 나의 뿌리를 소홀히 하고서 내가 세상에 존립할 수 없다. 효행과 부모공경은 일찍이 모세 10계명, 유교의 효경과 불교의 부모은중경에서 으뜸가는 계율로 강조돼 왔다. 유교의 효경에 따르면 부모는 하늘이 내리신 분으로 부모를 공경함이 곧 하늘을 공경함이 되니 경친(敬親)과 경천(敬天)은 하나이다. 부처님이 설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은 효성 깊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세운 용주사 은중경 탑에 잘 새겨져 있다. 부모 십대은(十大恩)은 ①어머니 태에 품은 은혜 ②해산날에 고통을 이기시고 ③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으며 ④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고 ⑤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며 ⑥젖을 먹여서 기르시고 ⑦손발이 닳도록 씻어주시며 ⑧길을 떠날 때 걱정하시고 ⑨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마다 않고 ⑩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시는 은혜이다. 이러한 부모의 은덕은 아버지를 왼쪽 어깨에 어머니를 오른쪽 어깨에 업고서 수미산(須彌山)을 백천번 돌더라도 다 갚을 수 없다.스승의 날은 1950년대 충청도 여자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 위문과 위로 활동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돼 현재까지 학교 및 교육단체 별로 스승의 날 기념행사를 실시하며 유지되고 있다. 부모가 나의 육신을 주셨다면 스승은 나의 영혼과 정신을 기르는 은인으로 좋은 선생과 제자가 만나 지혜와 지식을 전수한다는 것은 인생의 크나큰 축복이지만 이 나라에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동서고금 진실하게 눈 뜬 자만이 참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되는 축복을 누릴 뿐이다.하느님이 세상에 제일 먼저 세우신 공동체 가정은 모든 공동체의 기본이 된다. 로마제국 붕괴의 원인도 가정의 붕괴로부터 시작됐다. 하늘 땅 사람(天地人)의 무궁한 조화원리를 설하는 주역(周易)은 가정의 도리에 관해 37번째 괘인 풍화가인(風火家人) 괘에서, 남녀가 안팎의 바른 위치에 처함이 천지의 큰 뜻이고, 부자·형제·부부가 올바른 관계를 지켜 바른 가정이 천하의 기본이 된다고 설명한다. 공자님은 주역의 가르침에 따라 가정을 바르게 하지 못하고 나라를 다스리거나 천하를 평화롭게 할 수 없다고 하셨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푸른 신록 속에 따사로운 햇빛과 상쾌한 바람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고단한 일상에 지친 심신을 가다듬고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어두워진 본래의 시력이 회복되기를 희망해 본다. 내 곁에 살아있는 천지 자연, 크고 작은 인간관계의 대하(大河) 속에 이 순간 내가 존재하는 무한한 은혜를 깨닫고 감사한 마음을 회복하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이처럼 해맑은 동심으로 돌아가 내 곁에 아직은 머물러 있지만 조만간 떠나버릴 애틋한 자녀, 부모, 스승, 제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아름다운 오월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5-08 손수일

[월요논단] 유정복 시장의 성공조건

부시장이나 기관장 자리개인 입신위한 역할 돼선 안돼주요인사 인천발전 걸림돌 작용왜 비판 제기되는지 점검 필요상투적 시정 과감하게 탈피하고공무원 존중하며 함께 행동해야인천시가 경제부시장 공모에 들어갔다. 벌써 3번째다. 배국환 부시장은 1년, 홍순만 부시장은 8개월 정도의 임기였다. 유정복시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앞둔 시점. 스스로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시정과 자신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듣고 있을까.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가 조사 결과 유 시장은 17개 시·도지사 중 15위, 그리고 3월은 11위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에 3선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장관을 지낸 시장이다. 그러나 시민들로부터 저녁 대폿집에서 유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 좋게 말하면 '조용한 행정'을 하는 스타일. 좀 더 냉정한 평가는 '공무원 같다'는 평가. 후자가 더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 어쩌면 그런 평가는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한계일 수도 있다. 인천은 바다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폐쇄와 남북한의 대화단절은 인천의 입지를 오그라들게 하고 있다. 제조업 부진과 물동량이 줄어드는 인천항만이 걱정이다. 인천국제공항도 다르지 않다. 이미 하네다가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했다. 중국공항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인천시장이라면 지금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의 통합을 말해야 한다. 동남권신공항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니라 인천의 시각에서 분명하게 문제가 있다는 점을 천명해야 한다.최근 경기도는 경기평택항만공사와 경기도시공사의 통폐합 방안을 발표했다. 물론 거센 반대의견이 있다. 그러나 인천항만과 인천의 발전전략과 관련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인천항만공사와 인천해운항만청이 동시에 존재해야 하는가. 인천항만공사가 인천항보다는 자신들의 존립과 경영을 우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폿집의 분노를 평가할 때가 되었다. 물론 시장이 항상 정치적 쟁점의 중심에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이 이른바 대권후보의 반열에 거론되기를 바라는 시민들도 있다. 인천의 중요성을 시장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이다. 인천의 발전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시민일수록 더욱 그렇다. 시장이 앞서서 인천의 현안들을 국가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유 시장은 인천의 현안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인천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많다. 산단조성, 재개발과 재건축, 송도국제도시와 수도권 매립지, GTX와 제 3연륙교. 그런데도 유 시장은 인천의 '가치재창조사업'을 들고 나왔다. 인천에 산재한 지역고유자산을 활용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지역의 대표적 자산인 섬의 숫자조차 헷갈리는 행정은 실망스럽다. 그것은 전략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반환점을 앞둔 유 시장은 주요기관장의 임명에 분명한 철학과 목표가 요구된다. 올바른 시정은 사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시장과 경제(정무)부시장, 인천경제청장과 인천도시공사 사장의 힘으로 발전하는 곳이다. 이들의 배짱이 맞아야 성공한다. 부시장이나 기관장 자리가 개인의 입신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주요 인사에 대해 인천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왜 제기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취임 2주년 실적과 같은 상투적 시정과도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동시에 공무원들을 존중하면서 함께 행동해야 한다. 구성원을 존중하지 않는 리더가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유 시장은 경기도의 연정 모델도 들여다봐야 한다. 총선결과는 기존의 정치와 행정이 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명령을 담고 있다. 정당을 넘어 시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구청장이 힘을 합쳐 더 큰일을 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인천시장의 성공은 인천의 발전과 희망찬 미래를 뜻한다. 유 시장이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받기 위한 시간은 절반이 남았다. 지금같이 '무색무취'에 가까운 시정을 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인천다운 목소리와 색깔이 없다는 평가를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5-01 김민배

[월요논단] 가족의 달 5월, 초심을 찾자

바로 내 안의 행복은 마다하고멀리 파랑새만 찾으러 헤매면불만과 갈등만 증폭되는 것착한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간에사랑과 화합 의미 되새기고희망의 가지 쭉쭉 뻗어 갔으면…5월은 가족의 달이고, 인연의 달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소중한 인연을 기리는 의미 있는 날들이 유난히 많다. 기념일을 제정한 배경은 그 뜻을 생각하면서 메말라가는 각박한 현실에서 진정한 참된 의미를 찾아 사회적 미풍양속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취지가 있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내일의 기둥이 되는 어린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방정환 선생님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로 제정하였다. 1939년 일제 탄압으로 중단되었다가 8·15해방 이후 1946년 5월 5일로 다시 정해졌고, 1975년에는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어버이날은 1956년 5월 8일 어머니날로 제정되었다가 1973년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함께 표현하는 어버이날로 정해졌다. 이날만큼은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은혜를 되새기고 자식의 도리를 다해야 함을 다짐하는 날이다. 그러나 요즈음 그런 날들의 의미가 퇴색하고 형식적으로 변질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요즈음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학대하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 사회를 경악시키고 있다. 어린이는 어른들이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가장 약한 존재임에도 어찌 이러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어도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이제 근본부터 짚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패륜의 행위도 도를 넘어선 일이 허다하다. 어디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할지 겸허하게 반성하고 어렸을 적부터 평생교육까지 교육체계부터 가다듬어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왔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은 옛날 선조들의 지혜를 통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세종10년에 아들이 아버지를 때려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세종대왕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끔찍한 패륜의 범죄가 능지처참하는 법으로만 다스려서 근절되어 재발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근본적으로 심성이 순화되어야 한다." 그러한 절박한 심정에서 마음을 교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신하 설순에게 명하여 삼강행실도 중 먼저 효행편을 짓게 하였다. 세종16년에 반포되었는데 그림과 함께 사람을 감동시키는 따뜻한 효행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35편의 내용들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효행의 아름다운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효도해야 한다는 강요보다는 스스로의 감동에 의한 설득력이 있다. 서로 역지사지 착한 마음으로 헤아리는 양방향 소통을 통한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저절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림까지 함께 있어 눈으로도 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이해력과 감화력을 새겨줄 수 있는 인성교육의 대표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현대적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거칠어진 교육 현장에 따뜻한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5월 15일 스승의 날도 우리 민족에게 글자를 만들어주어 눈은 뜨고 있어도 어두운 세상을 살던 백성에게 광명을 찾아준 고마우신 큰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스승의날로 제정한 것이다. 세종대왕의 역지사지 배려와 나눔의 정신으로 모두에게 희망의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5월 가족의 달에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그것이 바른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되고 평화가 된다는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어로 Family를 앞글자만 따서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로 풀기도 하지 않는가.퇴계 선생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가까이 있는 단 복숭아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멀리 신 돌배 찾으러 온 산천을 헤매었구나." 바로 내 안의 행복은 마다하고 멀리 파랑새만 찾으러 헤매다 보니 불만과 갈등만 증폭되는 것이다. 푸르고 싱싱한 신록의 계절 5월, 다시 한 번 착한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 간에 사랑과 화합의 마음을 되새기고 하늘을 향해 희망의 가지가 쭉쭉 뻗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2016-04-24 이배용

[월요논단] 만인을 위한 자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나 혼자 될 일도 아니고남에게 맡겨서도 안된다나와 타인이, 정치하는 자들과이를 인정한 사람들 모두가같은 주권자임을 기억해야요 며칠 이미 1994년 작고한 시인 김남주의 음성이 자꾸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작고한 시인의 음성이 들린다면 괴이쩍게 여기기 쉽지만 고인의 음성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다. 1997년 김남주 시인의 자작시 낭송을 담은 음반 '김남주 육성낭송시선'이 발매되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이는 2000년 가수 안치환이 김남주 시인을 추모하면서 발매한 음반 'Remember'에도 일부 곡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모두 좋은 작품이지만 제일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자유'이다. 안치환의 노래도 좋지만 시인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도 시인이 들려주는 '자유'의 정의를 생각하느라 다시 듣고는 한다.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자유'란 이념을 최초로 소개하고 정의한 것은 유길준이다. '부(夫) 인민(人民)의 권리(權利)는 기(其) 자유(自由)와 통의(通義)를 위(謂)홈이라.' 무릇 인민의 권리는 그 자유와 통의를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인민'이란 낯선 단어는 피플(poeple)의 번역어였고 이는 본디 주역(周易)에 등장하는 단어로 지배자 '人'과 피지배자 '民'을 합쳐 지칭하던 것이었다. 강산이란 단어가 강과 산을 합쳐 자연을 지시하듯 전근대사회에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합쳐 모든 사람들을 가리켰던 것이고 이것이 주권자이면서 자발적인 권력의 이양을 통해 피지배를 받아들이는 근대 민주주의의 주체, 피플의 역어로 사용된 것이다. 그러니까 유길준은 모든 인간에게 자유와 정의의 권리가 있음을 충격적으로 접수하였던 것이다. 유길준은 '자유'란 '기심(其心)의 소호(所好)하는 대로 하사(何事)든지 종(從)하야 궁굴구애(窮屈拘碍)하는 사려(思慮)의 무(無)홈을 위(謂)홈'이라고 요약한다. 자유란 그 마음이 좋아하는 바대로 어떠한 일이든지 따라 막히고 굽히고 얽매이고 거리끼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자유를 정의하고 나면 걱정을 한다. 자유다라고 하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우려다. 유길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자유가 '임의방탕(任意放蕩)하는 취지(趣旨) 아니며, 비법종자(非法縱恣)하는 거조(擧措) 아니오, 우(又) 타인(他人)의 사체(事體)는 불고(不顧)하고, 자기(自己)의 이욕(利慾)을 자령(自逞)하는 의사(意思) 아니라.'고 명시한 것이다. 제멋대로 행동하며 난동을 부리거나 법도를 어기고 제멋대로 하는 것을 의미함이 아니요, 타인의 일과 체면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이욕대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는 명백한 한정이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와 대립한다는 전제하에 전개되고 있다. 유길준 스스로도 지적했듯이 임의방탕하고 비법종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임의방탕과 비법종자를 인간의 자유와 혼동할 필요가 없고 혼동해서도 안 된다. 유길준의 정의가 온전해지려면 궁굴구애를 일으키는 '어떠한 일(何事)'이 무엇인지 먼저 해명되었어야 할 일이었다. 물론 어렵지는 않다. 이는 공포를 조장하고 생각을 속박하며 사상을 검열하고 판단을 조종하는 그 모든 것, 요컨대 그 모든 압제를 지시한다. 그러니까 아니다, 틀렸다 의심하고 판단하면서도 걱정 때문에 혹은 눈 앞의 이익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고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부자유한 것이다. 즉 인간이 타고난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실현하려면 궁굴구애를 일으키는 어떠한 일이 먼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니 그것은 나 혼자 될 일도 아니요, 남에게 맡겨서도 안될 일이다. 요컨대 나와 타인이, 정치를 담당한 자들과 이를 승인한 자들이 모두 같은 주권자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만인을 위해 일할 때, 만인을 위해 싸울 때 나는 자유다'라고 김남주 시인이 제안하는 획기적인 '자유'의 정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만인에는 나와 우리가 함께한다. 특정한 계층,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한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를 생각할 때이다./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6-04-17 윤진현

[월요논단] 주역으로 풀어본 국회의원 선출

치국평천하前 수신제가 이루고소속정당·주변에 갚을 신세 적고언제든 정계 떠나 자립할 수 있는이순신장군 선공후사·유비무환·솔선수범·책임완수 정신조금이라도 갖춘 후보 선택해야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임박했다. 만개한 봄꽃마냥 저마다의 색과 공약을 앞세운 정당과 후보들은 조만간 잔인한 사월이라는 시구처럼 당락의 희비쌍곡선을 그리게 되리라. 수년전 한 기업인이 우리나라 정치를 4류라고 폄하하였듯이 19대 국회는 계파 위주의 붕당정치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번 총선도 여야 간 정책의 차별성이나 쟁점 및 인물 성향을 구분하기 힘든 역대 최악의 선거로 평가된다. 그래도 자유민주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빨강, 파랑, 녹색, 노랑색을 표방한 여야 4개 정당 및 무소속 후보 중에서 최선 또는 차선의 선택을 하여야 한다.총선을 앞두고 국운이 호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역 괘를 뽑아 본다. 동양철학의 밑뿌리인 주역(周易)은 하늘 땅 사람(天地人)의 무궁한 조화와 음양 상생상극의 원리를 바탕으로 미래의 변화 방향과 기미(機微)를 살피는 미래학이다. 서구의 이진법과 상대성원리의 기초가 되기도 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명을 융합할 근본과학이기도 하다. 주역은 음양의 두 가지 기호(陰爻와 陽爻)를 3개씩 조합하여 자연 형상을 본 뜬 8개의 소상괘(小象卦)를 짓고, 소상괘를 두 개씩 짝지어 대상괘(大象卦)를 설정한다. 6효로 이루어진 64개의 대상괘에 함축된 상징과 수리 및 이치(象數理)로 우주만물과 인간 세상의 변화와 길흉화복(吉凶禍福)의 흐름을 진단하고 예측한다. 전통적 방식으로 50개 시초(蓍草)를 정성스레 펼쳐 6효를 뽑으니 64괘중 3번째인 수뢰둔(水雷屯) 괘가 나온다. 5번째 양효(九五)가 동효(動爻)로 나와 음효(五爻)로 변하니 64괘중 24번째인 지뢰복(地雷復) 괘로 나아간다. 둔지복(屯之復)의 괘상이다. 수뢰둔 괘는 물 또는 구름 밑에 우레가 있는 상으로, "하늘땅이 처음으로 사귀어 만물이 어렵게 태어나는 형상으로 험한 물속 또는 구름아래 우레가 가득 움직여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되며 하늘이 처음 어두움 속에서 어린 생명을 지을 때 마땅히 제후(지도자, 신하 또는 대리인)를 세움이 이로우나 편안할 수가 없다"고 푼다. 올바른 지도자를 뽑기 전 역동적인 혼돈상태와 어려움을 상징한다. 수뢰둔 괘의 6효중 5번째 양효(九五)의 효사(爻辭)는 "고택(膏澤, 지도자의 은혜나 혜택)을 입기가 어려우니 조금 바르게 나아가면 길하나 크게 고집하면 흉하다"이다. 자기만 옳다거나 현실성 없는 혜택을 준다는 말에 혹하지 말고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을 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변하여 나타난 괘(之卦)인 지뢰복 괘는 땅 속 우레처럼 어둡고 추운 陰의 겨울 한가운데 웅크린 하나의 陽이 때가 되어 움터옴(一陽來復)을 상징한다. 잘 행사한 한 표들이 모여 밝고 강건한 지도자를 뽑아 겨울의 어둠과 침체, 혼돈을 걷어내고 따뜻한 봄기운이 움튼다고 해석된다.나라의 명운이 걱정될 때면 찾곤 하는 성웅 이순신도 어려운 전투를 앞두고는 천기를 살피고 주역 괘를 뽑아 전세를 판단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대한민국이 천재일우의 경제발전을 이루었으나 국내외적 난제가 산적한 현 시국을 타개하려면 겸허히 하늘의 뜻을 살피고 백성 존중을 실천한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본받을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리라.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에 나서기 전에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이룬 후보, 소속 정당이나 주변에 갚을 신세가 적은 후보, 언제든 정계를 떠나도 자립할 수 있는 후보, 요컨대 이순신 장군의 선공후사(先公後私), 유비무환(有備無患), 솔선수범(率先垂範), 책임완수(責任完遂),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갖춘 인물을 찾아야겠다./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손수일 법무법인 로쿨 대표변호사

2016-04-10 손수일

[월요논단] 이렇게 하면 대선도 진다

'패배 책임 사퇴' 성명서 한장익숙한 야당 레퍼토리 예측돼서민들이 왜 투표하는지야당 지지토대·바탕 몰라선거마다 분열→敗 무한반복후보사퇴 시한 코앞 '중대변수'4월 13일 오후 6시. 여당의 압승.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야당의 성명서 한 장.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일여 다야의 선거구도에서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선거가 끝나고 도대체 무엇을 책임진다는 것인가. 야권의 분열이 곧 패배라는 것을 몰랐던 국민들이 있었던가. 기업이었다면 망하는 길을 끝까지 고집한 CEO에게 그런 식의 사퇴란 있을 수 없다. 아주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몸짓으로 진짜 책임져야할 상황을 회피한다. 그래서 다짐한다. 패배했다고 눈물을 흘리지 말자. 사퇴한다고 섭섭해 하지도 말자. 반성도 낭비다. 헛된 분노는 정신까지 해친다. 그러나 우리들은 알고 있다. 가을이 되기 전에 잠룡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내년 말까지 거듭될 분열과 이합집산도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힘과 낙하산의 달콤함을 아는지라 백병전에 가까운 대선 판이 될 것이다.보수의 기치를 내건 후보와 정당 간 합종연횡도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될 것이다. 대선 판을 좌우할 키워드는 개헌이다. 통치구조의 변경과 선거제도의 변경은 대선의 블랙홀이다. 중대선거구를 채택하고, 비례대표제를 확대한다면 일본식 자민당의 장기집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일 문제도 살아있는 변수다. 이런 결론에 이를 때마다 과연 야당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2013년 12월. 문재인은 한권의 책을 썼다. '1219, 끝이 시작이다'. 자신의 대선 패배 이유를 자성한 책이다. '평소 준비와 실력 부족 그리고 벼락치기'를 그 이유로 들었다. 패배의 원인을 '우리 안의 근본주의'에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야당은 어디에서 무엇을 통해 변하고 있는가. 물론 야당의 단골메뉴는 서민사랑이다. 공약도 구호도 서민의 대변자임을 결코 빼놓지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마다 패배의 길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멀쩡한 당을 쪼개고, 대표를 내보낸 야당이다. 어설픈 공천의 칼날로 지지자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다. 자기실력을 통한 승부가 아니라 당대표까지 빌려다 선거를 치르고 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야당은 잊고 있다. 서민들이 어디에 투표를 하는가. 왜 정치를 비난하는가. 왜 투표장에 가지 않는가.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여당보다 야당에게 투표하는가. 투표하는 서민들은 특정 지역출신인가. 투표장에 간 저소득층이 여당의 승리를 만들어 주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 야당이 철저하게 따져 보았다는 자료들을 찾기 어렵다. 야당의 지지토대와 바탕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지구당이 없어지면서, 현재 야당의 지역 기반은 대부분 사라졌다. 야당의 바탕이었던 민주개혁세력은 그 기반이 크게 퇴보하고 있다. 모이는 사람들만 모이는 지역의 시민운동도 탈진 직전이다. 일부 종교의 편향적인 보수화와 정치적 영향력도 큰 변수다. 지역에 세력화되어 있는 관변단체의 활동도 위협적이다. 종편으로 지칭되는 일부언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바탕도 지지자도 없는 야당은 선거 때마다 급조된 조직으로 대응하고 있다.그래서일까. 청년실업과 양극화가 극에 달해도 분노하지 않는다. 후보자가 누구이든지 공약이 무엇이든지 관심이 없다. 헌법은 국회의원을 헌법기관으로 대접한다. 그러나 서민들은 선거를 후보자나 그들 주변의 권력과 이권을 위한 절차로 여긴다. 입에 달린 공약과 구호에 감동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들의 절망이 클수록 민주주의는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선거의 변수를 좌우할 후보사퇴의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야권의 분열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 올 것인지. 후회할 시간은 많지 않다. 야권, 정말로 이렇게 하다가는 대선도 진다./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6-04-03 김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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