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소통, 아직도 만사형통?

논란·논의 대상 올바른 이해와객관적 인식 있어야만토론은 합리적으로 진행되고소통은 생산적으로 이뤄진다자신의 시선과 문제의식에 대한겸허한 성찰 우선돼야 하기때문외국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그 의미가 그들에겐 전혀 다르게 전해진다는 사실에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상식처럼 그냥 일상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영어 단어인데, 그 사람들은 그 말을 매우 생소하게 받아들일 때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이들이 라이벌(rival)이란 말을 매우 낯설고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매우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수단 출신으로 난민자격으로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던 비교적 지적 수준이 높은 여성이었는데, 제가 이 사람에게 우리에겐 상식적인 소위 라이벌 관계를 설명하는 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국가와 민족이란 말은 우리에겐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개념으로서 일상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단어들이기도 합니다. 국가발전, 민족의식, 민족감정, 역사의식 등과 같은 단어 역시 우리는 이 말의 사용에 특별한 예외를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그 함의를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식적인 개념들입니다. 그러나 출신과 배경 등 여러 환경이 같지 않은, 이른바 우리와는 삶의 조건과 그것이 결과한 역사가 다른 외국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들에게 이 개념들은 당연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우리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소통은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사형통의 수단쯤으로 운위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집권여당이나 야당,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해결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해 겉돌고 있고, 지금의 정당은 당원이나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해 정치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지역의 일부 시민단체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할 때마다 시장이나 부시장이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주장해 왔습니다. 최근 달포 사이에 저희 가족은 세 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미션임파서블’, ‘베테랑’, ‘암살’이 그것들인데, 그 영화에 대한 소감이나 평가가 저희 가족들 간에 너무 달라 곤혹스러웠습니다. 세대별로 큰 차이가 났던 것인데, 그 중 ‘베테랑’ 한편만을 같이 보았던 고령의 저희 아버지는 재미는 있는데, 너무 시끄럽고 산만해서 도무지 그 스토리를 따라잡기 어려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미션임파서블’에 대해서는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란 점에서 특별한 이견이 없었는데, 나머지 두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저희 가족 간에 그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사회인인 큰 아이와 대학생 둘째 아이는 ‘베테랑’에 대해 무지하게 좋은 평가를 내렸고, 그 감흥을 잊지 못해 며칠 있다 그 무더위에 다시 극장을 찾아갔습니다. ‘암살’에 대해선 혹평이었습니다. 스토리가 너무 작위적이고, 배우들의 멋 부리는 듯한 허세 연기가 영화의 의미와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아내와 저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두 영화에 대해 우린 아이들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이렇게 의견과 평가가 다른 이유는 영화의 의미에 대해 저와 제 아이들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이유도 달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와 아내는 ‘암살’이란 영화가 가진 역사적 맥락과 현실적·시대적 의미에 대해 주목해서 후한 점수를 주었고, 아이들은 영화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만이 영화를 보는 주된 이유였던 것입니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이해가 서로 같아야 합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그 내용과 근원을 달리 인식한다면, 외국인과의 대화나 제 가족들 간의 영화소감 나누기에서처럼, 당연히 소통은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논란과 논의의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객관적 인식이 있어야만 토론은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소통은 생산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시선과 문제의식에 대한 겸허한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8-23 이용식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와소수주주, 이사선임 복수의결권행사 가능한 집중투표제 필요전자투표제 의무화 도입과대표소송제 보완 통해기업경영 투명·건전성 확보해야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소식이 세간의 화두가 되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상법 개정논의가 있는 몇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첫째, 감사위원회 제도의 개선이다. 상법에는 회사의 업무를 감시하도록 감사제도가 있는데 회사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 때 국제금융기관의 권고로 도입한 것인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여야 한다. 감사위원회의 기능에 있어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개정논의에서는 주주총회서 이사를 선임하는 단계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분리하여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해 실질적 기능 확보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이 제도가 투기적 외국 자본의 기업 경영간섭 수단으로 악용되어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 소수 주주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둘째,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다. 집중투표제란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것으로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복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인데 소수 주주도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대주주의 이사선임 독점 현상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상법은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하여, 이 제도를 원치 않는 회사는 정관에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었다. 대부분 회사가 정관에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집중투표제가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개정논의는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부터 이사 선임 시 소수 주주들이 집중투표를 청구하는 경우 정관으로도 이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의사결정의 지연으로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저하되고, 국제투기자본의 경영개입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셋째, 전자투표제의 의무화다. 상장회사 주주총회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어 주주들의 참석이 어려운 실정이다. 소수 주주들도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 행사를 쉽게 할 필요성이 문제가 되었다. 상법에는 이러한 취지로 전자투표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예탁결제원에 맡겨진 상장회사 주식은 주주가 의결권행사를 직접 행사하지 않는 한 예탁결제원이 그림자투표(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찬반의 비율로 나누어 행사함, shadow voting)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자본시장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 제도는 올해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에는 그림자투표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어 3년 뒤 폐지하기로 했다.이런 이유 등으로 최근에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는 증가 추세이나 실제로 전자투표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일정규모 이상 회사의 경우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전자투표의 기술적 오류 가능성과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주주총회의 투표방법까지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넷째, 대표소송제의 보완이다. 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위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다. 대표소송에 관한 정보의 주주에 대한 통지 의무화, 주주의 소송참가기회 확대 및 소송유지를 위해 주주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개정논의의 내용이다.위에서 논의된 것들은 아직 입법은 되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법화하길 바란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해 우리 경제가 활력을 얻기를 기대해 본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8-16 김두환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 어머니가 왜 세차례나이사했는가를 깨닫고 본받아야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명제를배움을 통해 성찰하게 하고살아가는 방법 고뇌 할 수 있도록교육의 장 마련하는데 지혜 모아야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는 우리에게 널리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인즉슨 맹자의 어머니가 처음에 공동묘지 근처로 이사했는데 아들이 밖에 나가 곡하는 것만 배워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거처를 시장터 근처로 옮겼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종일 상인들이 장사하는 모습만 흉내 내기에,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했더니 비로소 아이가 공부에 전념하더라는 것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세 차례나 이사를 마다 않는 맹모의 교육열은 매우 감동적이지만, 학군따라 유명학원따라 서울로 강남으로 심지어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하며 해외로 떠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 역시 실로 맹모삼천지교에 못지 않다.그런데 세 번의 이사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처음 공동묘지 부근으로 갔던 것은 생명이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도록 돕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 이사는 시끄러운 시장터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고 느끼라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 서당 근처로 간 것은 인간의 유한함을 깨우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진정한 위대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야말로 맹모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과 부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교육관이 아닐까 생각한다.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뜨거운 교육열과 교육제도에 대해 예찬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6·25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 곧 우리 사회 저변에 내재되어 있는 교육의 힘이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공교육의 부실과 사교육의 광풍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의 실제 정서와는 상당 부분 괴리가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실제로 얼마 전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동시에 합격하고 세기적인 유명 IT분야의 명사와 교류한다는 어느 고교 유학생에 대한 놀라운 보도가 있었지만, 곧 모든 것이 위조문서였고 거짓이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학교 성적에 비관하여 어린 학생들이 동반자살하는가 하면, 학원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를 살해하는 반인륜적인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비록 극단적인 사례들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학부모가 이런 문제들을 보고 듣고서 남의 문제인양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데에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기인한 과열된 사교육의 병폐가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사교육의 과열은 초·중·고 교육과 대학 입시를 넘어 유아교육, 대학 졸업 후 취업단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학사장교나 통역병으로 입대하기 위한 사교육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풀뿌리 계층까지를 망라한 모든 국민들 사이에 깊게 공유되어 있는 자식들에 대한 헌신적인 교육열은 하루 이틀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귀중한 우리만의 자산인 것 또한 틀림이 없다. 이것이 어느 순간에는 과열된 사교육의 광풍이라고 매도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내재화된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은 그렇게 비하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도리어 그것을 공교육을 통해서든 사교육을 통해서든 보존하고 승화시켜 진정한 보국안민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막연하나마 ‘맹모삼천지교’에서 일말의 가르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서 맹자의 어머니처럼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할 수 있는 교육열은 이미 확인되고도 남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맹자의 어머니가 왜 세 차례나 이사를 했는가를 깨닫고 본받는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로 하여금 ‘인간의 유한함과 참된 삶의 영위’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명제를 배움을 통해 내면적으로 성찰하게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뇌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8-09 이백철

청년실업 대책과 아르바이트 인생의 불일치

정부, 기업중심 일자리 대책취업문제 해결 발상 걱정스러워100만 청년실업자들대부분 절차 복잡한 취업 대신해고돼도 부담없고 여러곳서푼돈 벌수 있는 아르바이트 선호얼마 전 정부는 청년실업 대책으로 임금피크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사회맞춤형 계약학과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는 기존 취업자들의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이는 2016년 1월부터 일반 기업의 기존 정년(55세)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기 취업자와 청년 구직자가 서로 일자리를 나누는 노동정책이므로 새로운 청년실업 대책은 아니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협력업체 등에서 근무할 인턴을 모집하고 3개월간 직무교육 후 관련 협력 업체에서 다시 3개월 간 인턴 근무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회맞춤형 계약학과는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교와 계약을 맺어 특별한 학위과정을 운영하게 하는 제도로 이 학과를 졸업한 학생은 해당 기업의 계열사나 협력업체로의 취업이 100% 보장되게 하는 제도다. 정부가 새로 마련한 청년실업 대책은 인턴채용 확대와 직업교육 강화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에 신규채용 등과 관련해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업중심 청년실업 대책은 일자리만 많으면 취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에 근거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과연 정부와 기업이 청년실업 문제의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진다.2004년 기준으로 전체 실업자의 47.8% 이상이 청년(15~34세)실업자고 2015년 현재 대졸실업자 50만명과 고졸실업자 44만명을 합해 청년실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5년 6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통계적 실업자로 간주되는 이들은 정말로 일도 하지 않고 그래서 돈도 없을까?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지만, 이들은 정식으로 일하지 않을 뿐 나름대로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느라 너무 바쁘고 고된 인생을 살고 있다. 아마도 100만 청년실업자 대부분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편의점·카페·식당·호프집·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8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있을 것이다. 비록 이 돈은 푼돈이지만 이런 아르바이트를 3~4개 정도 한다면 이는 월 300만원 목돈이 된다. 그리고 해고된다 해도 새 아르바이트 자리는 많다. 따라서 청년실업자들은 현실적으로 굳이 인턴십과 직무교육을 받지 않아도 한 달에 아르바이트로 300만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지금까지 인턴십과 직무교육을 받지 않은 이유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전공을 살려(?) 밤새 일해 200만원도 안 되는 취업보다는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융자한 학자금도 갚고, 여행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취업의 고용불안이나 아르바이트 해고 불안이나 비슷하고, 고된 업무에 쳇바퀴 도는 삶도 비슷하지만 아르바이트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새로 시작하거나 그만둘 수 있고, 기록도 남지 않지만, 취업은 절차도 복잡하고 그만두면 재취업 등에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복잡한 취업 대신 간편한 아르바이트를 택하는 것이다.직업은 소득을 기반으로 사회적 구성원들의 가치 실현에 기여할 때 의미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제시하는 취업대책이 의미 있는지는 제시된 직업들이 그들의 소속감, 장래 계획, 사회관계 형성 및 자아실현에 도움을 주는지에 달렸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들이 고된 아르바이트(예: 편의점·주유소 등)는 은퇴자에게 넘겨주고 편한 아르바이트(예: 카페·아파트 경비 등)로 옮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청년실업률과 대책의 불일치(Mismatch)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가 일자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일자리 질의 문제임을 이제라도 이해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8-02 홍문기

다가온 휴가철, 제대로 쉬고 힘차게 새출발

갈라파고스 개인액티비티 시간마음 준비 안돼 스노클링 못해다른 크루저 무용담에 아쉬움여행 미리 피지컬·멘탈 챙겨야인천, 이번에 재충전 기회 되길올 하반기 다시 새롭게 시작칠팔 년 전쯤 남미 여행 때의 일입니다. 페루의 잉카 유적을 둘러보고,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군도를 체험하는 이삼 주 정도의 여정이었습니다. 잉카문명 유적지인 잉카의 수도 쿠스꼬와 마추픽추 등을 둘러보고, 페루 리마공항에서 에콰도르행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사단이 일어났습니다. 쿠스꼬에서 비행기가 두 번이나 출발시간을 연기하는 바람에 우리 일행 넷은 리마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로 갈아탈 수 없게 되었습니다.우리는 항공사 측에 항의했고, 이로 인한 손실에 대해 적정하게 보상하라 요구했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고지없이 비행기 출발을 늦추게 된 것이 근본 사유이니 당연히 항공사 측이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은 완강히 거절했고, 이제까지 그런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며, 나중에는 공항경찰을 불러 항의하는 우리를 공항에서 몰아내려고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시간 여의 긴 항의와 몸싸움 끝에 우린 보상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시민의식을 남미 한복판에서 유감없이 드러내며 정당한 요구사항을 관철했던 것이죠. 사전 고지없이 세시간 연착했고 도착해서도 아무런 해명이 없었던 상황이었는데도, 우리 일행이외 항의하는 다른 나라 승객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 또한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다음 날 우린 예약했던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로 바로 가서 이후의 갈라파고스 여행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소형 크루즈선이어서 여행객들은 열다섯 남짓이었는데, 국적은 다양해서 이스라엘에서 온 청년들과 모녀, 네덜란드·영국·미국·일본 등지의 젊은이들, 그리고 저희 네 명이었습니다. 모선에 해당하는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밤새 이동한 후 섬 근처 바다에 정박하면, 아침에 작은 보트를 타고 하루 한 개 섬씩 예닐곱 개의 섬들을 방문해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리고 그룹체험 활동 중간에 각자가 자유스럽게 갈라파고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개인 액티비티한 시간이 서너 차례 있었습니다. 특정 지점에 보트를 정박해 놓으면, 여행객들은 각자 장비를 꾸려 근처 바다와 섬 주변을 헤엄치며 직접 체험하는 식이었습니다. 크루즈 여행객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준비해 간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들고 혼자 또는 둘이서 바다에 뛰어 들었습니다. 바다는 평온했지만 그래도 연안에서 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주변이어서 파도는 제법 넘실거렸고, 짙푸른 물결은 제 몸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도 현지에서 스노클링 도구를 마련해 가지고 있었지만, 먼 바다나 인근 섬까지 진출해 몸소 이번 여행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멘탈과 피지컬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마냥 조그만 배 주위를 맴돌며 단조롭게 바다를 체험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보트로 돌아온 크루저들은 방금 전까지 직접 경험했던 갈라파고스의 경이로운 체험담을 풀어놓았습니다. 펭귄들의 바닷속 군무가 장관이었고, 큰 바다거북의 등에 올라 한참 동안을 같이 헤엄쳤다는 얘기며, 하나같이 그들은 자신이 직접 체험했던 그 경이로운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여행에서의 의미 있는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의 노고를 추스르고 새로운 힘을 얻어오려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제가 경험하고 절감했던 것처럼, 리마공항 ‘체험 삶의 현장(?)’에서의 격렬하고 긴장된 삶만큼이나 갈라파고스 개인 액티비티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새롭게 시정을 시작하려는 인천도, 그래서 이번 휴가철이 충분히 ‘준비된’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잘 놀고 제대로 즐겨야만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충만하듯이, 인천도 충실하게 준비된 휴지기를 지내야 새로운 기분과 자세로 올 하반기를 힘차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7-26 이용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외국자본 투기적 행위이번에도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합병은 규모의 경제 실현위한 것주주들의 이익 극대화 시키고취약한 지배구조 보완해자본시장 체질강화 계기 삼아야지난 5월 26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는 이사회의 합병결의가 있었다. 합병의 목적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영역 및 운영 노하우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건설 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 및 해외인프라를 결합하여 외형적 성장과 신규 유망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로 관련 규정에 의해 산출됐다.이러한 합병공고가 나자 미국의 사모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의 7.12%를 매수하였고,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삼성물산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조정이 필요하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보유 지분가치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위해 부당한 합병 비율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주주총회 개최 및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운용자산이 260억달러나 되는 엘리엇의 최고경영자인 폴 싱어는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며, 부도난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하여 채무 재조정 요구를 거부하며 법정 다툼을 하여 승리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7월 17일에 합병을 위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주주들이 몰렸다. 동등하고 공정한 거래로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합병반대 의견도 나왔다. 전체 주주의 84.7%가 출석하였고, 출석한 주주의 69.5%가 찬성하여 합병안은 통과되었다. 이러한 합병결의는 관련 규정에 의해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3%포인트 정도 찬성표가 초과된 것이었다. 삼성물산측은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엘리엇도 외국인과 국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합병을 반대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임시주주총회는 삼성물산의 승리로 결말이 났고, 통합 삼성물산은 9월에 출범하게 됐다. 주총 직후에는 합병을 통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사업적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회사 가치를 높여 주주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합병 양사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합병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대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번 합병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5천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합병계약이 해제될 수 있으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편 엘리엇은 합병안 통과 후 “실망스럽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하여 소송으로 합병을 무효화하겠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엘리엇은 소송을 통해 합병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의 11.6%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합병결의에 찬성했는데, 합병 목적의 타당성, 합병 비율의 적정성 등 가입자와 수급권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의결권 행사의 방침을 결정해야 하며, 등한시 해온 주주로서의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여 합병을 반대하라고 시민단체 등은 주장하기도 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후 매각, 소버린의 SK그룹 경영권 참여, 아이칸의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 등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위가 이번에도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해 국부가 유출돼서는 안된다.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합병으로 시너지를 높여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취약한 지배구조도 보완해야 한다. 이번 합병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자본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7-19 김두환

돈, 명예, 권력

수많은 구성원들 경쟁속엔갈등·불안감·조급증은 불가피이러한 상황 극복 위해선비정한 경쟁보다는 인간가치 높이는 자기성찰 통해섬김과 긍휼 실천하는게 중요우주 탐사선 주노가 5년여의 항해를 거듭해 내년 7월에는 목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광활한 우주의 시공간에 대해 무한한 외경심을 느끼게 한다. 사실 우주공간에 비하면 모래알보다도 작을 이 지구촌에서도 선지자들은 줄곧 자연의 무궁함과 영원함에 무한한 경애심을 표해 왔다. 어느 글쓴이는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객들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을 한없이 마주하고 나서는 공간의 무궁함에 압도되어 말을 잃고 만다고 했다.거기에다 모래 속에서 물고기나 해조류 화석마저 발견할 때에는 이 메마른 모래땅이 바다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경건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고 했다. 인간이란 존재의 찰나적 삶과 왜소함을 극명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어느 진화생물학자는 인간들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인 것처럼 살고 있지만 인간은 진화하는 생명체의 유전자를 옮겨주는 운반체에 불가하다고 했다. 인간은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위해 선택한 한갓 생존기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속적 승부에 온갖 것을 다 걸고 치닫는 세상이지만, 삼라만상의 번성과 사멸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한 점의 찰나 속에 머무는 객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무궁한 시공간 속의 한 지점에서 단지 찰나적 삶을 거쳐 가는 존재로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새삼 각성하게 한다.요즘 세속의 삶속에서는 우주의 장대함이나 자연의 유구한 신비에 대한 외경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계곡의 바위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한평생을 침묵속의 근엄함과 겸허한 인내심을 배우고 자연의 이치에 순종적인 삶을 살았던 어느 소설의 주인공이 그리워지는 즈음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소박하고 성찰적 인생을 통해 인간의 위대한 가치는 부자상인과 장군과 정치가와 시인이라는 직업으로 화려하게 살아가는 삶에서가 아닌 자연이 가르치는 진리를 끊임없이 탐구함으로써 얻어진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에 있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극히 고전적인 가르침임에도 새삼 감동이 여미여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언제 부턴가 풀뿌리 공동체인 이웃사촌 간에도 주차시비와 층간소음, 그리고 보복운전으로 갈등이 그치질 않고 심지어는 살인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가야할 정치권은 한발 더 나아가 여야를 불문하고 상대방은 모두 적이고 적이기에 벼랑끝가지 밀어붙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생결단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라는 어제의 교훈이 눈앞에서 전개되었음에도 거침이 없는 투쟁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계에서도 대형교회와 사찰에서 각종 비리와 부적절한 권력승계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 역시 돈과 명예와 권력에 대한 세속적 욕심을 초월하지 못한 지도자들이 준엄한 자연의 질서에 순종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그동안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현대사 속에서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발견하고는 그 것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칭송해 왔다. 그 덕분에 군사독재와 경제도약과 민주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역동적으로 추구해서 달성한 한국사회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하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역동성이 칭송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할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야할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갈등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수많은 구성원들이 돈과 명예와 권력이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최상의 목표로 삼고 경쟁하는 사회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불안감·조급증·증오심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몫이다.저 멀리 계곡의 큰 바위얼굴은 장엄하지만 인자한 표정으로 막대한 부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비정한 경쟁보다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섬김과 긍휼을 실현함으로써 인간의 위대한 가치가 드높아진다는 가르침을 애써 전하고 있는 듯하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7-12 이백철

조선 붕당정치에 비춰본 오늘날 여야정치 실루엣

선조때 훈구파·사림파 갈등 심화밥그릇 싸움에 당쟁으로 변질지금의 야당 ‘친노·비노’ 다툼여당의 친박·비박·원박…다양한 ‘~박’그룹 분화를 보니사색당파 조선시대같아 안타까워언론에서는 연일 여야 수뇌부 갈등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권력투쟁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조선을 멸망으로 이끈 사색당파 붕당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생각과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정치적 의견을 나타내는 붕당정치는 의견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정책 대결을 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적 권력 분립에서 강조되는 견제와 균형 (Check & Balance)을 위한 비교적 긍정적 정치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 선조에 의해 도입된 붕당정치는 당쟁의 상징이 됐고, 조선이라는 국가 몰락의 근원으로 평가된다. 무엇이 민주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붕당정치를 정권 몰락의 근원으로 전락시켰을까? 우선, 조선의 붕당정치가 실패한 이유는 붕당정치가 권력의 민주적/합리적 운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료들의 밥그릇 싸움을 위해 활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집권층이었던 훈구파의 비대해진 권력에 불안해하던 선조는 재야 지식인들을 대거 기용해 서로 경쟁시켰다. 이 과정에서 재야 지식인 집단인 사림파의 관료화로 전체 양반/관료의 수가 늘었고 이들에게 지급할 녹봉/토지 수급의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관직의 세습 문제까지 겹치면서 훈구파와 사림파 간의 갈등이 심화 됐다. 결국 붕당정치가 당쟁으로 변질 된 가장 큰 이유는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야당의 친노와 비노 간 갈등과 여당의 친박과 비박 간의 이전투구가 공천이라는 여야 붕당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인 것 같아 걱정된다. 둘째, 선조의 붕당정치가 당쟁으로 전락한 이유는 요직에 대한 자리다툼 때문이다. 조선시대 당쟁은 문반 관료의 인사권을 쥔 이조 전랑 자리를 둘러싸고 훈구파와 사림파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이조전랑직은 종 5품·6품의 낮은 자리이지만, 삼사(三司)의 하나인 홍문관(옥당) 출신의 엘리트 관료가 관례로 임명되는 자리로 삼사의 공론을 수렴하여 대신들을 견제하고, 후임자를 스스로 천거하며, 이 자리를 거치면 재상에 오르는 요직이었다. 따라서 전랑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권력 경쟁의 핵심 과제였다. 지금 야당이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당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계파 간 갈등을 빚는 것과 동인과 서인이 이조전랑직을 놓고 다투는 것이 흡사하다는 사실이 기막히다.셋째, 조선시대 붕당정치가 왜곡된 이유는 붕당이 사색당파로 세분화 되면서 당쟁의 정도가 더욱 심화 됐기 때문이다. 초기의 붕당정치는 훈구파와 사림파 상호 간 정책 대결이었지만 당쟁 과정에서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이합집산이 이루어졌고 집단 내 골품을 따지며 갈등이 심화됐다. 그런데 최근 여당에서는 친박, 비박 논란에 이어 원박, 범박, 심지어 짤박까지 다양한 ‘~박’ 그룹의 분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박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이 사무총장 자리에서 멀어지자 10여명만이 진짜 친박이라는 배타심이 문제라며 친박 핵심들의 배타성을 비판했다. 각종 ‘~박’의 집단으로 분화되는 여당을 보니 사색당파로 갈렸던 조선시대가 연상돼 안타깝다.일본 식민사관론자들은 한국인들이 정치적으로 서로 싸우기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져 망국의 길을 걷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한민족 당파성론은 식민주의적 역사 해석과 함께 국권탈취를 합리화/정당화하고 한국인에게 패배주의 의식을 심어 식민 통치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악용됐다. 이 때문에 붕당정치를 왜곡시킨 밥그릇 싸움, 요직 다툼, 그룹 내 골품제 논란 등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복철지계(覆轍之戒)의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실제로 구한말 정치인들이 이를 잊었을 때, 광복이후 정치인들이 이를 잊었을 때 역사적으로 외적이 침입하거나 전쟁이 일어났고 국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했다. 이제라도 오늘날 정치인들은 이 역사적 교훈에 주목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7-05 홍문기

냉정하게 인천을 바라보면

충분히 넓은 땅·적당한 인구위치 좋아 상업·산업 활발늘 활력 넘치는 스페인을 보고관광 진작위한 인천의 시도과연 세계인에게 먹힐수 있을지객관적·글로벌 시야로 돌아봐야얼마 전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는 딸아이와 함께 스페인을 여행했습니다. 가기 전 돌연 큰 걱정거리가 생겼는데, 그건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바로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나가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유럽 국가에 들어가려면 입국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란 예상을 했습니다.그래서 평소보다 더 일찍 공항으로 나갔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의 출국절차도 까다롭지 않았고 사람들로 붐볐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유럽 대표 허브공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때나, 목적지인 마드리드에 들어섰을 때에도 한국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세심하게 체크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스페인 입국 심사원은 한국에서 날아온 몇 쌍의 신혼여행객들에게 오히려 먼저 친근한 농담을 걸며 아예 노골적(?)으로 반가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유럽 한복판의 가장 혼잡하다는 공항에서의 환승시간이 두 시간 정도여서 빠듯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고, 도착시간이 자정 가까운 시간이라 입국이 지연되면서 마드리드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이 택시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도 기우였습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지만, 지하철은 쌩쌩하게 달렸고 활기 있는 표정의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스페인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수도 마드리드의 이러한 심야 활기 또한 제겐 의외였습니다. “실업률 25%에 이른다는 나라에서 이 시간에 이런 분위기라니….”이처럼 이번에도 나라밖 세상은 제가 판단하고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깥세계의 실상은 제 예단과 추측을 넘어섰습니다. 투박한 이념과 설익은 지식으로 밖의 세상을 내다보고 해석하려 했던 일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알아차렸던 것이 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이후 20년 이상이 훌쩍 지났지만 제 글로벌 시선은 이처럼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한 것입니다.마드리드에서 며칠 지낸 후 남부 세비아 등 몇 개 도시를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는데, 여행 내내 스페인은 제게 매우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시와 시골 풍경 모두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고, 길거리 사람들의 행색이며 지하철에서의 대화 모습 등도 그냥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것이나 낯선 것에 대한 이물감이나 생경함이 느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스페인은 참으로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땅은 충분히 넓었고 인구도 적당히 많은 편입니다. 위치가 좋아서 상업이나 산업의 중심이 될 만한 공간을 많고도 넓게 확보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도시는 늘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여러 종이 뒤섞여 새로운 문화로 발현되고 다양한 예술활동이 감각적으로 표출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런 조건은 스페인 지역이 주변 세력들이 늘 욕심을 부릴만한 대상이었고, 그래서 내외 전쟁과 갈등이 늘 잠재되어 있던 곳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제가 경험했던 스페인 지역을 곰곰이 되씹으며 다시 인천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은 무엇으로 살 수 있는 도시인가? 내가 돌아본 스페인 도시들의 활력과 장점은 인천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들인가? 관광 진작을 위한 지금의 접근은 과연 세계 사람들에게 먹힐 수 있는 방략일까? 우선 객관적 시선과 글로벌 시야로 인천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종합적 시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일 것입니다. 우리만의 장점을 그저 우리식으로 해석해댄다면 그건 객관적 사실이나 긍정적 조건으로 작동하지 않을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제 자신과 인천을 제대로 따져보기, 이번 여행이 또다시 제게 준 소박한 교훈이었습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6-28 이용식

메르스 조기 종식

감염환자 응급실 오래 머무는현 병원체계 개선 시급올바른 지식전달·예방책 마련해막연한 불안감 해소도 중요신종 감염병 대응은공공영역이므로 투자 확대해야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의 확진자가 166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현황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다음으로 많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1천29명이 발병하여 45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를 유형별로 보면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77명(46%)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59명(36%),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18%)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리 중인 사람은 총 5천930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5천161명이고 병원 격리자는 769명으로 집계되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5천535명이었다. 메르스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첫째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둘째로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은 점, 셋째로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넷째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다섯째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했다는 점들이 국내에서 메르스의 확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위원회는 확진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대한 변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당시 그와 밀접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여 전염을 막았어야 했는데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추가적인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환자와의 접촉 범위를 좁게 설정해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후 병원 이름을 일찍 공개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는데 비공개로 인해 선제적으로 메르스를 차단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진압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또한 일관된 대응 체계가 신속히 구축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이번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환자 가족이나 문병 등 방문객이 수십명이나 됐다. 누군가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문안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병문안 문화도 감염이 확산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두는 것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병원의 의료진이 간병도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는 관행도 문제였다. 한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며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큰 병원에 가면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14번 환자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그와 반대로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몇 시간 머문 경우에는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체계가 개선되고 병원내 감염 대책이 철저히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경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감염 방지 대책을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영역이므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반드시 메르스는 조기에 종식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6-21 김두환

메르스 조기 종식

감염환자 응급실 오래 머무는현 병원체계 개선 시급올바른 지식전달·예방책 마련해막연한 불안감 해소도 중요신종 감염병 대응은공공영역이므로 투자 확대해야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의 확진자가 166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현황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다음으로 많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1천29명이 발병하여 45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를 유형별로 보면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77명(46%)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59명(36%),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18%)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리 중인 사람은 총 5천930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5천161명이고 병원 격리자는 769명으로 집계되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5천535명이었다. 메르스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첫째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둘째로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은 점, 셋째로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넷째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다섯째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했다는 점들이 국내에서 메르스의 확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위원회는 확진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대한 변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당시 그와 밀접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여 전염을 막았어야 했는데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추가적인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환자와의 접촉 범위를 좁게 설정해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후 병원 이름을 일찍 공개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는데 비공개로 인해 선제적으로 메르스를 차단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진압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또한 일관된 대응 체계가 신속히 구축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이번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환자 가족이나 문병 등 방문객이 수십명이나 됐다. 누군가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문안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병문안 문화도 감염이 확산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두는 것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병원의 의료진이 간병도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는 관행도 문제였다. 한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며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큰 병원에 가면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14번 환자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그와 반대로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몇 시간 머문 경우에는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체계가 개선되고 병원내 감염 대책이 철저히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경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감염 방지 대책을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영역이므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반드시 메르스는 조기에 종식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6-21 김두환

부정부패와 사회적 전염

저명인사들 잘못 비해처벌 가볍다는 인식 팽배불미스러운 모습 자주 보일땐대중들도 자신의 크고 작은그릇된 행동 죄의식 못 느끼고도덕적 불감증에 물들수 있어최근 우리 사회는 정·경·군·관 등 여러 영역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와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명 정·관·재계 인사들은 물론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인사들 까지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모습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부정행위들이 혹 긴 세월에 걸쳐 우리 사회의 곳곳에 굳어진 현상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저명한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그의 저서에서 부정행위도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것이라며 흥미 있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소하게는 학창시절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부터 회사의 비품을 집에 들고 오는 것,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런 일들이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염되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메르스란 전염병이 지금 온통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전염이 한 개인에서 시작되었지만 전국적 규모로 급속히 전파돼 국가적 재앙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두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이러스도 초기에 차단되지 않으면 급속도로 증식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듯이, 비윤리적인 행동양식도 초기에 제동됨이 없이 관행화하면 곳곳으로 확산돼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나타나게 된다.사소한 잘못을 적당하게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쌓이면 대대적인 잘못도 괜찮다는 신호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저명인사들은 보상은 충분히 많이 받으면서도 처벌은 자신들의 잘못에 비해 너무 가볍게 받는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런 가운데 불공정한 모습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되면 대중들 역시도 자신들의 크고 작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못 느끼고 도덕적 불감증에 물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미국에서도 정·재계의 도덕불감증으로 한 때 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적이 있다. 수년에 걸쳐 진행된 회계부정과 주가조작으로 전 국민을 기만한 엔론 사건이 그렇고, 국회의 정치활동위원회 자금을 술값, 스키여행비, 심지어는 스트립클럽 출입비용까지 사용한 사실 때문에 드러난 정치인들의 관행적 부패사건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특히 요즈음 정치하는 사람이든 기업하는 사람이든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나, 이들 중에 정치자금이나 세금문제에서 자유로울 사람들이 몇 사람이나 되겠느냐는 말이 실로 실감나고 있다.이렇게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특성을 가진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방향으로서 애리얼리는 ‘깨어진 유리창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범죄의 발생은 동네에서 공공의 유리창을 파손하거나 환경을 더럽히는 것과 같은 사소한 위반행위가 방치되는 시점부터 시작되며, 이러한 방치가 계속되면 전염병처럼 번져 범죄의 만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소한 위반행위일지라도 즉각 바로 잡아 기초질서를 확립함으로써 더 큰 범죄가 없는 안전한 사회로 정착된다는 이론이다.이 이론은 부정부패도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질병이므로 즉각적이고 단호한 사법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질적으로 사회 고위층에 제도화된 부패관행은 물론 풀뿌리 시민사회에 퍼져 있는 사소한 기초질서의 문란행위, 공권력에 대한 경시풍조, 불법적인 집단적 이기주의 등 모두가 그 대상에 포함된다. 동시에 올바른 행동은 부패한 비리만큼 사회에 큰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지만, 도덕적인 행동을 고취하는 일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범적인 사례가 지속해서 알려진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의 기준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제도화된 관행적 비리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고취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선행을 찾아 알리고 본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6-14 이백철

관료적 비밀주의가 불러온 메르스 바이러스 카오스

지자체·언론 잇단 정보공개NYT “비공개로 불신 자초”행정부 감독 총리부재 상황만연된 관료주의 폐해 부각정부 비난은 혼란만 부채질보건당국 질병 극복 힘써야메르스 바이러스(MERS-CoV) 감염 확진 판정이 계속 늘고 있다. 6월 7일 오전 메르스 검사결과 14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사망자도 포함됐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당국은 감염자가 거친 병원을 밝혔다. 그동안 준비 소홀을 이유로 병원을 밝히지 못하다가 서울 삼성병원 등의 2차 감염자가 늘자 이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35번째 의사 환자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뒤 메르스 증상에도 불구하고 1천565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인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사자인 의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받아쳤다. 이미 성남시는 메르스 환자 신상정보를 SNS로 공개하고 있었다. 개인이 ‘메르스 확산 지도’를 만드는가 하면 어떤 언론사는 정부보다 먼저 앞장서서 메르스 확진자가 거쳐 간 병원과 환자정보까지 인터넷에 공개했다.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졌을까? 이 혼돈 (Chaos)은 행정부를 책임져야 하는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만연된 일상적 관료주의가 메르스 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결과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관료주의 (官僚主義, bureaucratism)는 관료제 국가의 행정기관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집단의식으로 흔히 비밀주의·형식주의·번문욕례(繁文縟禮)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비밀주의는 관료/공무원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비밀 공유대상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관료/공무원들은 흔히 공익을 이유로 비밀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당국은 지금까지 병원 운영의 혼란과 준비부족을 이유로 관료적 비밀주의 행태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이미 뉴욕타임즈는 “한국에 공포감이 번지고 있으며, 현 정부는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병원 운영을 위한 공익보다 국내외적 불신/불안 해소가 더 중요해진 상황까지 가서야 보건 당국은 비밀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국민불신은 극에 달했다. 다음으로 관료적 형식주의가 문제다.이는 관료/공무원들이 실질적인 내용이나 현실보다 책임회피를 목적으로 법령과 규정의 형식/절차 등을 중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메르스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시스템 운영상 혼란을 이유로 보건 당국은 관계 법령을 읊조리며 감염자 관련 병원을 밝히지 않았다.그 결과 평택 성모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확산된 데 이어 서울 삼성병원에서 14명의 감염 환자가 메르스 감염으로 확진됐다. 마지막 관료주의적 병리현상은 번문욕례다. 이는 규칙이 너무 번잡해 비능률적인 것을 뜻한다. 이 경우 관료/공무원들은 이를 쉽고 간소하게 하는 대신 규칙의 명확성과 절차의 공정성을 주장하며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스템에 익숙한 스스로를 과시한다. 현재 감기와 유사한 메르스 증세에 대한 확진 판결까지의 과정은 길고 번잡하다. 우선 의심환자는 14일의 잠복기를 포함해 꽤 긴 시간 동안 자가격리된다. 그 기간에 환자는 스스로 메르스인지 여부에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가족과 격리된 상황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잦은 세탁과 청소, 생활용품 분리사용 등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환자들은 자가격리 시 스스로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골프를 치고 친지도 방문한 것이다. 이제라도 보건 당국은 이 불편한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감염 의심 환자가 감염 상황을 두려움과 공포심 대신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질병 극복의 의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메르스 사태에 대해 혹자는 “과거 참여정부가 더 낫다느니” “이 정부는 잘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느니”하며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든 정치적 이익을 기대하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국가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패륜적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비록 중대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인 총리가 없어 안타깝지만 보건 당국과 관료/공무원/의사들은 온 힘을 다해 메르스 감염 확산 사태를 막아주기 바란다. 꼭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6-07 홍문기

샛바람에 떨지 않으려면

지역 문화와 인문적 가치를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은우리가 귀하게 여겨야하는많은 사람들에 대한깊은 이해와 성찰에서부터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매년 오뉴월이면 10여 년 전 이맘때의 경험을 자주 떠올립니다. 북미 대륙에서의 긴 여행과 그 여정에서 제가 가졌던 여러 느낌에 대한 것들이죠. 혼자 자동차를 몰고 1만 ㎞ 이상의 길을 달리면서 여러 기억을 떠올렸고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했던 일입니다. ‘이 동네에선 이렇게 도를 닦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저는 그때 캐나다 대륙을 달리며 이렇게 도를 닦는(?) 기분으로 매일 주제를 정해 지금까지의 제 삶을 반추해보고 정리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날의 주제는 친구였습니다. 새벽부터 해를 안고 길을 달리며 저는 제 삶에서 친구란 무엇이었는지를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속에서 제 친구들이 누구였고 그들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식으로 제 삶의 흐름과 함께 머릿속에서 그날의 주제에 천착해 나갔던 것입니다.그러다가 시간을 뛰어넘어 갑자기 한 친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건 이 여행을 떠나오기 얼마 전 먼 거리에서 그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돌발적으로 제 머릿 속으로 진입한 이 친구를 찬찬히 기억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제대로 생각해보려 할수록 그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더 흐려졌고, 그러면서도 그것은 제게 무언가를 재촉하고 압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와 제가 아주 각별한 관계가 아니었기에 그를 친구라 해서 선명하게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게 어렵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로서의 그의 의미는 제 삶에서 아주 묵직한 것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를 생각하기 시작하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뜨거운 뭔가가 올라오는 것이었고, 그 알 수 없는 감정은 제 머리를 휘젓고 마음을 저리고 아프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내내 저는 자꾸 흐릿해지는 눈으로 앞을 응시하며 빠른 속도로 북미대륙을 달렸습니다. 안치환의 ‘솔아솔아’를 부르며….그는 구 년 전 이맘 때 쯤 이 세상에서 우리 곁을 떠난 박영근입니다. 노동시인이라 불렸고 진보적인 문예운동을 펼쳤으며 지역 문화운동에도 힘을 보탰던 그는 마흔여덟의 나이로 정말 치열하게 세상을 살다 간 친구로 기억합니다. 다섯 권의 의미 있는 시집을 냈던 그는 민중가요 ‘푸른 솔아’의 가사에 인용된 시구의 바로 그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문화를 고민하던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몇 년을 정기적으로 만났고, 그렇게 생전의 오륙년 정도를 같은 연배의 친구로 지냈죠. 각별하진 않았지만 제겐 아주 묵직한 관계로….요즘 그를 자주 머릿속에 떠올리는 이유는 ‘문화’에 대한 고민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 이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게 맞는지를 따져 보면서, 그 친구를 부쩍 자주 생각하게 되었죠. 그의 삶이며 그의 시, 또 그 친구가 생전에 풀어냈던 지역문화에 대한 여러 주장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역 문화모임 후 뒤풀이 자리에서 그가 거침없이 토해냈던 언사들도 반추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열기를 겪으면서 거기에 뒤섞여 이를 긍정적으로만 해석해대는 식자들의 논점에 통렬하게 일침을 가했던 그의 열변도 생각납니다.문화와 가치는 제겐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문화는 인문적 가치와 같은 말이고, 이는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의미를 옳게 해석하고 스스로 그 삶을 실천하는 방식을 찾아간다는 뜻으로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삶과 실천을 공감하고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면서 따라 하게 된다면, 이는 지역의 큰 문화적 가치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인천의 문화와 인문적 가치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또 그렇게 문화자산으로 귀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북미대륙을 달렸던 일이 시인의 ‘샛바람에 떨지마라’는 외침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에서 비롯되었던 것처럼, 그래서 지역의 문화와 인문적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일 역시 우리가 귀히 여겨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깊은 이해와 성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5-31 이용식

네팔지진 참사

식수·화장실 턱없이 부족곧 닥칠 우기에 콜레라 등수인성 전염병 창궐 위험성 커고귀한 생명 빼앗기지 않고희망과 용기 잃지 않도록인도적 지원 간절히 바라한달 전 4월 25일 네팔에서는 진도 7.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1934년에 발생한 네팔 비하르 지진 이후에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이로 인해 네팔 등지에서 8천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 7천여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피해를 당했다. 이렇게 파괴된 집과 건물들에 거주할 수가 없어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네팔의 행정력과 교통통신은 미흡해서 산악에 거주하는 수많은 네팔인들의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고, 아직도 사상자의 숫자를 알지 못하고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건물이 무너질까 봐 많은 사람이 건물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땅바닥에서 잠을 자고 생활한다고 한다. 네팔의 경제력이 부족하여 지진을 대비하여 건물을 견고하게 짓지 않았던 것도 이번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드는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네팔이라는 나라는 한반도의 3분의 2쯤 되는 면적에 인구는 3천만명에 달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700달러가 안되는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다. 특히 문맹률이 높으며 국민의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는 나라다. 아마 우리나라의 1970년대의 모습을 상상하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과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로 유명한 네팔의 산업은 관광업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조금 있으면 네팔은 몬순이라는 우기가 닥쳐온다. 이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온다. 빗물과 더러워진 오물이 섞여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 깨끗한 물과 용변을 해결할 수 있는 화장실 등이 턱없이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설사병이나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에 노출되기가 쉽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세균에 감염되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균에 의해 장에 발생하는 치명적 수인성 설사병이다. 깨끗한 식수 공급이 어렵고, 위생 상태가 취약한 경우 급속히 전파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감염증상은 가볍지만, 심한 경우 사망하는 위험한 전염성 질병이며 세계적으로 매년 300~500만명 환자가 발생해, 10만명 이상 사망하고 있다. 2009년의 네팔 산악지대 자자르코트(Jajarkot) 지역에서 대규모의 콜레라가 발생하여 1만여명이 감염되어 500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이후 네팔 보건인구부는 콜레라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다. 이번 네팔지진 지역에서도 이러한 콜레라를 포함하여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성이 있다. 특히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에는 식수원이 오염되기 쉽고, 그 식수를 먹은 이들이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에 노출될 우려가 많다. 2011년 네팔정부보고서에 의하면 네팔인의 45%가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으며, 공급되는 먹는 물의 82%가 용변 세균에 감염되어 있으며, 네팔 어린이의 11%가 설사병을 앓고 있어 어린이의 3분의 1 이상이 발육부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네팔인들의 습성은 쉽게 바뀌리라고 보지 않는다. 2010년 1월 강진이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아이티를 덮쳤을 때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만명이 넘었으며,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으로 사망한 자도 만명 이상이었다. 아이티의 사례와 같이 네팔에서도 수인성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추가로 발생 될 수 있다. 네팔 국민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이번 지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피해를 복구하고 추가적인 인명과 재산이 손실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각국에서 지진이 발생한 네팔에 도움을 주려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연재해인 지진에 의해 큰 피해를 당한 네팔에서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빼앗기지 않도록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인 지원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5-24 김두환

척박한 대한민국

사회 병폐가 한계에 달하면스스로 정화돼 발전단계 진입우리사회도 하루빨리남탓·정부탓·증오의 늪에서벗어나 타인을 배려하고품격있는 공동체되길 기대일본 여행을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택시 안에서 유치원생 여자아이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는데 신호등이 바뀔 무렵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횡단보도를 다 건넌 그 아이가 택시를 향해 돌아서더니 머리 숙여 인사하고 다시 돌아서 걸어가더라는 것이다. 아베 정부의 극우 정치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이러한 풀뿌리 일본인들의 시민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만명이 훨씬 넘는 희생자를 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현장을 취재한 외신기자들은 일본열도는 흔들렸지만, 일본인들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일본인의 시민의식은 인류 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재기와 약탈이 없었음은 물론 며칠을 굶고 노숙해도 정부 관계자들의 멱살을 잡거나 항의하는 유가족을 찾아볼 수 없었고 죽음 앞에서도 서로 돕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최근 주변에서 세상이 척박하고 무섭기까지 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아이가 아이를 낳아 내다 버리고,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에게 매춘을 시키는가 하면 자식들이 공모해 부모를 살해한다. 남몰래 녹취해 상대를 겁박하는 것은 당연지사고 익명의 탈을 쓰고 무자비한 댓글로 상대를 몰락시키는 행태 또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정치계든 언론계든 먹잇감이 한 건 등장하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파헤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디에서도 상대에 대해 선한 배려와 의연한 평정심과 절제 있는 균형 감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사회가 어찌하여 이토록 척박하고 품격이 없는 세상으로 변해 버린 것일까?언젠가 내가 알고 지냈던 외국 친구들은 한국 사회를 일종의 경애 대상으로 보곤 했다. 유교적 전통이 살아있어 효를 숭상하고 노인을 공경하며 가족애가 살아있는 공동체임을 부러워했다. 알코올 중독자 비율이 높지 않은 현상까지도 한국인들의 절제하는 기품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인한다는 착시까지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날 OECD국가 중 자살률과 이혼율이 가장 높고 출산율이 최하위라는 사실을 지금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언어와 인종이 같고 종교적인 분쟁마저 없는 데에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며, 분단된 반쪽 세상마저 동서로 나뉘어 상대편을 증오하고 권력투쟁을 일삼는 실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실체도 없었던 광우병으로 온 나라가 촛불시위로 몸살을 앓고, 불행한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인 투쟁 수단으로 변질되는 현실은 또한 어떻게 평가할까?그 이유로는 수많은 요인이 거론돼 왔다. 그러나 그 요인들은 남북의 대치상황,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여건, 부족한 자원과 과도한 인구밀도,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에 따른 양극화, 지나친 경쟁 위주의 입시제도와 전인교육의 부실 등 참으로 누구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더더욱 최근 언론을 뒤덮고 있는 가학적 자살사건들과 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면모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조급함과 척박함이 한계를 넘어 절망감을 주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행히 조금은 위로가 되는 주장이 있다. 세상사는 어느 곳에서나 어느 정도의 병적인 현상은 불가피한 것이며, 병적인 현상도 일정 수준까지는 사회 진보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의 병폐가 한계 상황에까지 도달하면 그 사회구성원들이 자생적으로 정화의 길을 찾아 도리어 진보와 발전의 단계로 접어든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우리 사회도 하루빨리 남 탓, 정부 탓, 그리고 증오의 늪에서 벗어나 무던히 모두가 제 자리를 지키고 진정으로 타인들을 배려하는 품격 있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실제로 역경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진입했으며 저 지구 건너편까지 뜨거운 한류열풍을 일으킨 민족임을 상기한다면 우리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치켜세울 여지는 여전히 충분하게 남아있지 않은가?/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5-17 이백철

어버이날의 정치 전략적 막말과 공갈치기

야당 정청래 의원의반복적인 막말은정치적 목적 달성 위한구체적이고 전략적인커뮤니케이션 행위이지말 실수가 전혀 아니다어버이날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날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의 제정 취지는 웃어른에 대한 공경(恭敬)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공(恭)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몸을 낮추는 것이고 경(敬)은 다른 사람의 지혜와 덕을 추앙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경은 타인을 높이 받들고 존경하면서 스스로 낮추고 겸손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번 어버이날 공경은 정치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이번 어버이날 야당에서는 공경 대신 막말과 공갈치기가 행해졌다. 야당의 정청래 의원은 최고위원 회의에서 13살이 많은 주승용 의원에게 “최고위원직 사퇴도 안 하면서 공갈친다”고 말했다. 공갈(恐喝)은 거짓말로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며 을러대는 것으로 재산상의 불법적인 이익을 얻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협박하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정청래 의원의 말은 “당신이 최고위원 사퇴라는 거짓말로 협박하는데, 그 목적이 재산상의 불법적 이득을 위한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은 공갈 발언의 당사자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된 상소리 즉 “막말”을 했다고 보도했다.2013년 말 대선 패배 후 야당이 발간한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표는 야권 진영의 “근본주의”와 관련해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이 “싸가지 없는 진보”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지속적인 막말로 실행해 왔다. 정 최고위원은 2012년 새해 명박박명을 트위터에 올리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 빨리 죽으라고 막말했고,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과 관련해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감빵으로’라는 표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바뀐 애’로 비하해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 2월 갓 취임한 문 대표가 국민통합 행보의 하나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정 최고위원은 ‘유대인의 히틀러 묘소 참배’에 빗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공식회의 석상에서 공갈 운운하며 인격모독적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여러 언론은 정청래 의원의 양식과 품위를 논하고 있다. 특히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공당의 지도부로서 한 “공갈치기” 발언은 말실수로 간주되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막말 메시지는 세 가지 목적을 위해 고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막말 메시지는 우선 정파/계파 내 자신의 역할을 부각한다. 이는 정차/계파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향후 계파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정파/계파 내 리더십 상실 현상이 나타날 때 막말 메시지는 선명성 경쟁을 촉발해 계파를 결집하고 구성원의 단합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표 사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막말은 정파/계파내 선명성 경쟁을 통한 정치적 단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막말 메시지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정치인이 그토록 갈구하는 유명세를 순식간에 얻을 좋은 기회다. 비록 그것이 부정적인 (Notorious) 이미지를 형성하더라도 인지도 향상에는 도움을 준다고 정청래 의원은 믿는 것 같다. 이러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략 차원에서 볼 때 정청래 의원의 반복적 막말 행위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이지 말실수가 전혀 아니다.막말로 국회의원의 품격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마포을) 민도(民度)를 확인하게 한다. 이는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 “다케시마”라고 우기며 막말할 때 세계인들이 일본의 국격을 의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혹자는 야당의 막말 논란이 야당 내 차기 공천권 다툼과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해당 지역민은 다음 총선 공천과 선거에서 막말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어떻게 평가할까? 정말 궁금해진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5-10 홍문기

따뜻한 열기가 인천의 힘

20여년만에 인천 삶의 질은여러 면에서 큰 변화와성장을 보여줬지만지금은 시민들이 가치를인식하고 역동적인 열기와건전한 참여가 필요한 때20여년 전에는 ‘삶의 질’이란 말이 유행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고 볼 수 있죠. ‘Quality of Life’라 해서 처음엔 이 말이 생소하게 들렸지만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자주 인용되면서 이내 이 어려운 영어단어에 익숙해 졌던 것 같습니다. 언론매체들도 시민 또는 국민의 삶의 질을 조사하고 분석 결과를 기획기사 형식으로 발표하곤 했습니다.중앙일보는 1995년 1월 신년특집으로 전국 74개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해서 발표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측면을 조사했는데 계량지표를 이용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생활여건을 따졌고, 동시에 국민들에게 각 도시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조사결과는 인천엔 아주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의 중간수준을 제외하면 건강·안전·교육복지·편리함 분야에서의 생활여건과 만족도는 거의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계량지표로 표시된 종합적인 생활여건은 68위였고 설문조사 결과인 시민들의 종합적인 만족도는 74위였습니다.이러한 조사가 100% 정확하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시기에 인천을 두고 표현했던 말들을 상기해 보면 부분적으로라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기 인천사람들이 자조적으로 내뱉었던 ‘인천은 없다’라는 표현이 당시 인천의 모습과 수준, 그리고 그것이 결과했던 인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지금 다시 전국 도시의 삶의 질을 조사해 보면, 특히 인천에 대한 그 조사결과는 20년 전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객관적인 삶의 질 지표도 인천의 경우 매우 상향 조정될 것이고, 국민들의 인천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인 쪽으로 많이 이동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이란 기준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도시 이미지를 놓고 볼 때 20여년만에 큰 변화를 보인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인천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간 인천은 여러 면에서 큰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역동적인 한국에서도 인천은 단연 가장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경제적 외부 여건과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그동안 여러 면에서 괄목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인천은 지금 인천에 대한 가치를 운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고 새롭게 해석해서 적극적인 발전의 동인으로 삼자는 것이죠. ‘없던 인천’에서 자신 있게 창의적으로 ‘인천가치’를 기획하고 구현하자는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발판으로 삼아 힘껏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해 보자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도 합니다.당연한 얘기지만, 그러자면 시민들의 역동적인 열기와 건전한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인천이 새롭게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귀히 여기면서 자신있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시민사회의 건전한 참여가 긴요합니다. 시민 정신과 문제의식을 체계적으로 발현시키는 시민들의 건강한 참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현재의 주변 여건과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스스로 자신을 귀히 여기고 강점을 살려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나아가는 일. 자존감으로 힘차게 앞으로 뚜벅뚜벅,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건전하고도 따뜻한 역동성을 촉발시키는 일. 인천 앞에 놓인 이러한 모든 일은 시민사회의 따뜻한 열기가 바로 인천의 힘이란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5-03 이용식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

현대사회 IT기술의 발달 가속금융의 겸업·융합화 ‘급물살’창구서 업무보는 사람 드물어금융위 ‘전문 은행 모델’ 추진기업 참여·보안시스템 ‘화두’한국형 인터넷은행 탄생 기대현대사회는 정보통신기술(IT·Imformation Technology)의 발달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및 송금 등 정보통신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술을 말하는데, 이것의 발달은 금융의 겸업화와 융합화를 촉진하게 되었다. 이제 은행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직접 은행을 찾아가서 업무를 보기보다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이용하여 금융 업무를 보는 고객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은행 창구에 줄을 서 돈을 입금하거나 찾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 되었다.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는 전체 결제규모 대비 현금이 아닌 결제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다.인터넷전문은행이란 예금과 대출 등 기존의 은행 업무를 수행하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은행을 말한다. 우리보다 앞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은행업계에는 1995년 미국을 시작으로 2000년경 많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1년에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브이뱅크(V-Bank)를 설립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했고, 2008년에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을 추진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입법하지 못했다.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의 미래 모습이다. 인구 감소로 은행 점포를 줄여야 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등이 활성화됨에 따라 그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모델 수립’을 추진하여 6월 중에 완료하겠다고 발표했고, 관련 법안을 9월경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논의되고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첫째로,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와 같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기업이 진출하려는 의도는 은행자금을 이용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데에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일부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이 부실하게 되면 수많은 고객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에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사모투자펀드(PEF, private equity fund)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기업들이 투자할 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 금융실명제에 의하면 계좌개설 시 은행을 방문하여 실명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에 문제가 발생한다. 실명 확인을 위해 은행 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하거나,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해킹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 셋째로,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은행법의 규제를 받게 되는바 자본금 등 관련 문제에 대해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설립 기준 등을 완화하되 이를 보완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였는데 텐센트가 ‘웨이쭝 은행’을 설립하였고, 알리바바가 ‘왕샹 은행’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특징은 확보된 고객층이 두텁다는 점, 투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고,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여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산업의 중심이 되는 것은 금융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하여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러한 과제를 잘 풀어서 우리에게 맞고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4-26 김두환

정의(正義)

인간 존엄성과 창조적 진화로지구촌이 충만하고속죄와 구원의 역사 통해종교관이 행복을 선사하며사욕·무질서 통제로유토피아적 터전 마련되길 기원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새삼 ‘정의(正義)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급속한 민주화와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유, 평등,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의에 대한 사전적 정의로는 신이 정한 율법이다, 인간의 행위나 제도에 대한 시시비비의 판단 기준이다, 혹은 다양한 요구 간의 균형을 확립하고 근거 없는 차별을 제거하는 것이다 등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물론 정의는 철학적인 사유의 대상이지만, 또한 일상적인 삶 속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마다 결정의 기준이 되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혼재하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선택의 시점마다 정의로운 해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의란 무엇인가’는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인간의 속성과 신과의 관계가 정의를 정의(定義)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각 시대를 지배한 주체를 신, 인간 그리고 법으로 규정하고 정의를 구분한 고전적 사례가 있는 데에 대한 일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나름 의미가 있다 하겠다.신 중심 정의는 중세시대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으로 우주만물의 생성과정을 신의 역사로 규정하고 인간의 탄생, 삶 그리고 미래까지도 신에 종속되는 종교적 사회의 정의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본성이나 존엄성이 구속된 상태에서 속죄와 구원을 근간으로 하는 신의 질서가 지배했던 시기의 정의를 말한다.인간중심 정의는 르네상스시대의 도래와 함께 나타난 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상징하는 정의로서 인간중심의 정의관을 말한다. 전통적 종교적 교리에서 벗어나 상실되었던 인간의 정신과 지혜가 부활하여 자유로운 탐구와 창의력이 발휘된 시기의 정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인간은 합리적인 사유를 통해 초자연현상이나 기적의 현시를 미신(迷信)화하고 창조를 위한 투쟁과 자연의 정복을 시도하는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될 수 있다.중심 정의는 계몽주의의 등장과 함께 정착되어온 정의로서 왕권신수설에 반대하고 국가와 개인 간의 약속으로 형성된 정의체계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인간은 사회성이 결여된 이기적이며 생존과 쾌락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전제하였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을 위한 만인의 투쟁’만이 펼쳐질 것이므로 모종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즉 비이성적인 인간들의 횡포를 막고 생존과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국가라는 장치가 필요하며 이 장치 속에서 개인이 일정한 권한을 국가에 양도하고 국가는 질서와 안전을 보장하는 계약관계가 성립된 것이다. 국가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법규범의 제정과 그것의 적용을 그 근간으로 삼았던 시기부터 정착된 정의관이다.이처럼 신과 인간과 법규범이 중심이 된 정의체계가 역사적으로 진화해 왔지만, 오늘날 이 순간까지도 인류의 삶속에는 잔인한 종교적 분쟁과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피로 점철된 혁명과 전쟁들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고 평화와 낙원을 약속한 국가와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배가되고 있는 것은 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인간이 공동생활을 영유하면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파괴의 악순환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신의 시대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고, 인간의 시대에는 신이 버려졌으며, 법과 질서의 시대에는 인간도 신도 그 실체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신과 인간과 법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일체화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먼 훗날 이들이 일체화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고 창조적 진화를 통해 역사가 진보한다는 낙관적 세계관으로 지구촌이 충만하고, 속죄와 구원의 역사를 통해 만민에게 지상의 낙원을 약속하는 종교관이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하며, 또한 사욕과 무질서를 통제하여 모든 이들의 생존과 평등을 보장하는 국가가 만백성에게 평화를 제공하는 유토피아적 터전이 이 땅에도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4-19 이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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