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 희망의 사다리

2018년부터 로스쿨체제 일원화전문대학원 졸업해야 법조인돼사법시험 존속·폐지 주장 ‘팽팽’서민에 균등한 진입기회 제공과서비스 국민 선택권 보장 차원기존 제도도 존치시켜야해방 이후 법조인 양성제도는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조선변호사시험’이 있었고, 1950년부터 1963년까지 고등고시 사법과가, 1963년부터 사법시험 제도로 바뀌었다. 2009년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이 만들어져 현재는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이 병행해 실시되고 있다. 앞으로는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사법시험법’에 따른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만 실시하기로 되어있다. 2018년부터는 로스쿨체제로 일원화되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경우에만 법조인이 될 수 있다. 최근 폐지될 사법시험에 대해 계속 존치돼야 한다는 주장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되어 있다. 사법시험 제도가 존치돼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법시험이 존치돼야 한다는 주장은 로스쿨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법시험과 병행하자는 것이다. 첫째로, 경제적 장벽을 극복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은 로스쿨이 아니라 사법시험이다. 사회적 약자가 등록금이 비싼 고비용 구조의 로스쿨로 진학하는 것은 힘들다.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충분하지가 않다. 또한 로스쿨에서는 재정문제가 힘들어 외부 지원없이는 독자 운영이 어렵고, 재정난에 빠져 앞으로 로스쿨의 장학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둘째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 인력을 양성하여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법률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로스쿨의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으나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인력 양성이 아닌 시험과목 위주의 교과목 편성 운영, 철저한 학사관리의 미흡, 특성화 전문화 교육의 부족 등 문제점이 노출되었으나 완벽하고 철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견제하여 서로 경쟁하도록 사법시험은 존치돼야 한다. 셋째로,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가 5년, 5회 제한으로 시험에 낙방한 사람이 누적되면 그 합격률은 50%미만으로 하락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로스쿨의 입학경쟁률은 하락하고, 그것이 지속되면 운영이 어려운 로스쿨도 생길 수 있다. 우리와는 사정이 약간 다르지만 일본에서는 법률시장 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학비 부담 등으로 25개 로스쿨이 문을 닫거나 학생 모집 중단을 선언했고, 2015년도 일본 로스쿨 중 정원미달이 10곳 가운데 9곳이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외에도 공직 임용시 로스쿨 하에서의 학벌 서열화 및 고착화, 공개되지 않는 변호사시험 성적 등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다음으로 사법시험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로스쿨에서는 등록금 대비 충분한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고, 장학제도의 지원으로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 학생들에게 로스쿨 문호를 개방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 둘째로, 로스쿨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사시를 존치해야 할 적극적 논거로 부족하고,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고 한다. 셋째로, 로스쿨은 수년간 연구결과를 토대로 해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로 통과된 제도이며, 사법시험의 폐해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존속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법시험의 존속과 폐지에 대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로스쿨 3년간 등록금과 부대 비용은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균등한 법조계 진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서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사법시험과 로스쿨 중에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서민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사다리인 사법시험은 존치돼야 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10-18 김두환

[월요논단] 사형(死刑)

연쇄살인범에게 사랑하는 가족3명을 잃은 어느 피해자는“굳이, 사형 집행한다면또한번 나를 죽이는 것” 이라며오히려 “죽음을 줄게 아니라 아픔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우리나라에서 사형제도 존폐문제는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서도 지속해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도 국회의원 172명의 서명으로 사형제폐지 특별 법안이 공동발의 되었다. 서명한 의원의 수가 전체의 과반이 넘지만, 국민 여론은 아직까지 63대 27정도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 변협은 “사형제도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를 갖는 소중한 것으로 다른 가치와 비교하여 희생되거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사형 폐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민의 법 감정과 사회 여건상 사형폐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있으므로, 사형 폐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가 마련될 때 비로소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시하였다. 따라서 종국에는 폐지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되지만, 폐지되어야 할 이유 보다 정서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1996년 9월 5일, 사형수 M에 대한 사형집행이 예정된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 시에 위치한 교도소 앞에는 언론 취재진과 사형제도 찬반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지역신문에는 “사형집행일은 고뇌가 끝나는 날”이라는 피해자 어머니의 말과 흐느끼는 모습이 1면에 실려 있었다. 교도소 주변 도처에는 ‘신도 사형을 지지한다’, ‘사형은 자업자득, 지옥으로 보내라!’와 같은 글귀들이 쓰인 현수막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급기야 집행 1분전에 이르러서는 60, 59, 58…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집행이 끝났음이 알려지자, “…랄랄랄라! 헤이! 헤이! 세이 굿바이!”라는 유행가가 합창되었다. 마치 중세시대에 사형수를 악마의 사주를 받은 자로 간주하고, 지역사회의 악마를 쫓아내는 수단으로 돌팔매질했던 집단적인 형벌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에 맞서 한 곳에선 사형폐지의 지지자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한 사람씩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사형은 폭력의 되풀이일 뿐입니다. 살인을 살인으로 심판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저 사람들은 사형집행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어요. 자기 자식들도 사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인 1997년 추위가 유난했던 어느 겨울날, 한 여인이 외투도 없이 아들의 무덤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애달프게 흐느끼고 있었다. 안타까움에 못 이겨 주변에 있던 신도들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등에 덮어주고는 그녀를 품어주었다. 그 녀는 1997년 12월 30일 사형집행으로 세상을 떠난 어느 사형수의 어머니였다. 그녀의 아들은 천하가 공노할 죄를 지은 죄인이었지만, 그 녀에게는 끝내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가여운 자식이었을 것이다.매년 11월이면 파주시 광탄면에 소재하는 나사렛 묘원에서는 연고가 없는 사형수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열린다. 세상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어 사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진 영혼들에 대한 위로의 미사이다. 신부는 강론을 통해 “거듭난 삶을 통해 하느님 품에 먼저 안긴 사형수들을 위해 기도하는 우리는 그들도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우리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몫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갈 때 언젠가 우리도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다짐하자“고 했다.이 자리를 함께했던 연쇄살인범에 의해 3명의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어느 피해자 가족은 못내 말을 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었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의 사과 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바라지 않는데 굳이 사형을 집행한다면, 또 한 번 나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들을 위로하고자 한다면 가해자에게 죽음을 줄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아픔을 나누고 서로 도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10-11 이백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정치개혁 탁상공론

유권자 참여확대로 후보자의지역대표성 부각시킬지 궁금미국 오픈프라이머리와 역선택 문제·투표방식도 달라당대표들 공천 본선결과 책임국민에 떠넘기는건 아닐지 의심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논란이다. 이 제도는 안심번호 이용 대국민 여론조사를 당내 경선에서 실시하고 그 결과로 지역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정치개혁이란 명목으로 여야 대표가 전격 합의한 이 제도에 대해 언론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간 갈등을 부각시키며 다양한 정치공학적 해석을 한다. 그런데 이 해석들로는 이 제도가 왜 도입되는지,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와 이 제도가 어떻게 다른지, 이 제도 도입이 선거제도적 측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도대체 이 제도는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것일까?우선, 이 제도가 유권자 참여확대로 후보자의 지역 대표성을 정말 부각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 제도는 경선여론조사 수행 시 이동통신사 배정 가상번호 사용으로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을 줄여 응답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50~100%로 매우 높지만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유권자 수는 매우 적고(예 300~500명/15만 유권자), 경선 후보자는 많으며(예 6~7명), 선거 초기 유권자들의 지지후보 미결정 응답률이 매우 높아(예 40~70%) 그 결과의 실효성 논란이 많다. 특히 응답률을 높여 전체 표본의 숫자를 키운다고 해도 지금처럼 유권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지지후보 미결정 응답이 많다면 이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표본 수로 여론조사 비용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서둘러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여론조사 기관의 비즈니스만 돕는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둘째, 유권자가 지지정당을 밝히지 않고 예비선거 투표를 하는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와 이 제도는 역선택 문제와 투표방식에서 다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타당 지지자가 자당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역선택을 문제삼지 않지만, 이 제도는 역선택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 미국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택한 주(洲)는 역선택이 경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해 이 제도를 택한다. 역선택이 문제가 되면 코커스(당원경선)나 클로즈드(자당 지지자만 참여) 프라이머리를 선택한다. 이 경우 자신의 정당활동·지지경력·후원금 납부 등이 확인돼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방법도 우리는 후보자 연설만 듣고 온라인으로 투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은 후보자 연설청취와 더불어 관련 정보 숙지를 바탕으로 현장 투표 전 약 1시간가량 유권자들의 각 지역 소그룹 토론 후 직접투표가 이루어진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마지막으로 선거 제도적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공천에 관여하는 당대표·계파수장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본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범국민적 정치참여도가 낮은 현 상황에서 이 제도는 진성 당원을 많이 확보한 경선 후보자에게 유리하다. 이는 진성 당원이 많았던 친노 후보들이 모바일 투표제 방식 경선에서 대거 승리했지만, 정작 야당은 총선·대선·지자체 본 선거에서 모두 패한 사례에서 입증된다. 그런데 공천을 주도한 야당 대표·계파 수장들은 선거 패배 책임논란에 시달렸다. 만약 이 제도가 지금 도입된다면 각 당 대표·계파 수장들은 공천 책임을 지역유권자에게 돌릴 기회가 마련된다. 이는 진성당원 과열경쟁 경선제의 문제점은 가리고, 정당의 책임정치는 희석시키며, 그 결과로 빚어진 정치 불신의 책임은 모호하게 만들어 결국 국민의 정치참여를 더욱 막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이 제도는 유권자와 정치인 모두에게 더 많은 노력·경험·시간을 요구한다. 미국의 50개주는 유권자 정치참여 수준을 고려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무수한 예외와 함께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어떻게 활용할지 선거 때마다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제도의 도입을 당내 공천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여야 대표가 추석날 전격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민주정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모르겠다. 정치권은 정치개혁이 선거제도 관련 탁상공론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겸허히 수용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10-04 홍문기

조삼모사의 통치기술과 원숭이의 생존전략

도토리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아침 3개·저녁 4개 준다고 타협·양보하는 것처럼 발표 원숭이 반발에 다시 아침 4개로 결정됐지만 저녁도 생각해 볼일 최근 현실정치 스타일과 흡사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이 있다. 원숭이들과 그들의 조련사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이제부터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를 주겠다”고 하였다. 원숭이들은 몹시 화를 내었다. 그랬더니 조련사가 말을 바꾸었다. “그러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 원숭이들이 기뻐하였다. 어려서 이 고사를 배울 때는 원숭이가 어리석다고 하였다.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일희일비하는 것이 성정이 미숙하고 시야가 편협한 탓이라 하였다.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고 싶어 겉으로는 함께 원숭이를 비웃었으나 실은 속으로 앙앙하였다. 내가 원숭이라도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가 좋겠다. 왜 원숭이를 어리석다고 할까. 그러다가 ‘장자’를 배우면서 ‘조삼모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 조사모삼(朝四暮三)은 물론 다르다. 아침과 저녁이라는 중대한 시간 차이를 어찌 같다고 할 것인가. 그러나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때 강의의 핵심이었다. 그 사이 머리가 컸다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으나 솔직하게는 아침과 저녁의 차이를 넘어서 같은 것으로 볼 자신이 없었다. 나중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은 일이 적지 않았다. 어떻게 지금 저녁을 믿고, 내일을 믿고, 나중을 믿고, 더 좋은 것이 다음에 온다는 것을 믿을 것인가. 혹자는 믿을 수 있다고 믿으라고 하였다. 본래 원숭이를 기르던 자는 원숭이를 무척 사랑하는 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숭이가 너무 많아져 할 수 없이 도토리를 7개로 한정하게 되었으며 원숭이를 사랑하므로 이들과 대화하여 합의점을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원숭이를 사랑한다는 자가 능력도 생각지 않고 원숭이를 기르고 불렸으며 무엇보다 7개로 나눠 먹이는데 아침에 4개를 준다는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고 3개를 주려고 했다는 말인가? 하루 먹을 것이 뻔하다고 아침에 배 곯리고 저녁에 더 먹인다는 생각을 하는 어미는 없다. 원숭이 조련사 마음을 대변한답시고 곡학아세하는 자가 바로 이런 교활한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이 아니라 조련사의 간교함을 비판하는 말로 ‘조삼모사’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옳은 해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질문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궁금하다. 조련사는 처음부터 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말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 그보다 아침·저녁 나눠주는 도토리를 왜 갑자기 문제 삼게 된 것일까? 최근 현실정치를 겪고 배운 결과, 여기에는 확실히 기초적인 통치 스킬이 숨어있다. 아마도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발표하기 이전에는 아침·저녁 모두 4개, 총 8개였을 것이다. 그런데 도토리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도토리가 왜 부족하게 되었는 가도 따져볼 일이다. 어쨌든 도토리를 8개에서 7개로 줄이기로 하였다. 홀수는 똑같이 나눌 수 없다. 3:4, 4:3 어느 쪽일까? 아침에 4개 주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준다고 발표했을까? 두말할 것 없이 타협·양보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원숭이의 반발이 있었다. 마치 양보라도 있는 것처럼 일단 아침에는 전과 같이 4개를 주기로 했다. 소위 유예기간이다. 만약 원숭이가 반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그대로 확정이다. 원숭이가 되어 생각해 본다. 아마 원숭이들이 진심으로 만족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바뀌지 않은 진실은 하루 7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저녁까지 시간이 있고 일단 아침을 지켰다. 저녁도 두고 볼 일 아닌가.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윤진현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 대표

2015-09-20 윤진현

사회 문제와 황제펭귄의 삶

해마다 늘어가는 이혼부부 재산상속 문제로 형제간 다툼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 눈물겨운 펭귄의 가족사랑 처럼 우리도 남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정신문화 잘 계승해야 통계청의 2014년 이혼통계에 의하면 이혼은 11만5천500건으로 전년보다 200건, 0.2% 증가하였다. 최근 몇 년동안 이혼 증가율이 주춤하기는 하였으나 1990년에는 이혼이 4만5천여 건이었으니 아직도 과거에 비해 이혼 건수는 많은 편이다. 평균이혼연령은 남자 46.5세, 여자 42.8세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1년까지 4년이하 이혼이 가장 큰 비중이었으나, 2012년부터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 이혼이 28.7%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성년 자녀가 없는 이혼 부부의 구성비는 50.3%로 절반을 넘어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간통죄의 폐지로 기혼자의 혼외 만남을 주선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가 사망하면 상속문제로 형제간에 다툼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부모를 부양한 자가 기여분을 인정받아 재산을 더 챙기려는 상속문제로 형제간에 얼굴을 붉히며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면 우울한 생각이 든다.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면서 우애를 나눈 가족 간의 사랑에 금이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고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필자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된 남극의 황제펭귄을 매우 좋아한다. 작은 생명을 지켜내는 감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황제펭귄은 서로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은 뒤, 암컷은 그 알을 수컷에게 맡긴 후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떠나고, 암컷에게 알을 건네받은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3개월을 굶으며 남극의 지독한 추위 속에서 알을 품는다. 알이 부화하면 수컷은 먹이를 구하러 떠나고, 암컷은 바다에서 돌아와 새끼를 키운다. 펭귄이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키우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펭귄의 지극한 가족애가 없으면 새끼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몸을 서로 밀착시키고 바깥쪽과 안쪽의 펭귄들이 조금씩 위치를 바꿔가는 허들링이라는 행동을 하는데 이것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펭귄들의 집단적 행동이다. 자기만 살겠다고 버티면 다른 동료가 추위에 노출되어 목숨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하는데, 자리를 바꿔가며 서로를 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황제펭귄의 삶에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동료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가족을 위한 끊임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너무 물질적인 면에 치우쳐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우리는 정말로 짧은 시기에 세계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너무 양적인 성장에만 치우쳐 앞에서 말한 사회적인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직장 동료들을 헐뜯고, 부모와 자식 간에 일어나는 유산 다툼, 갓 결혼한 부부들의 이혼, 각종 범죄들이 만연하고 있다. 이젠 서로 양보하고 사랑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모두가 황제펭귄과 같은 동료애와 가족애를 지닌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살만한 가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다. 우리 옛날 궁궐의 담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이가 매우 낮은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척 시 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옛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남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마음을 지닌 민족이 바로 우리다. 전통적으로 가족애가 강한 민족도 우리다. 우리의 소중한 정신 문화적 가치를 잘 계승하여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9-13 김두환

교도소와 폭력

비록 그들이 위법행위로 형을 받고 복역하고 있지만 국가는 제2의 기회 얻을수 있게 건전한 정신·건강한 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 만드는제도적 장치 마련해 줘야 최근 모 사립대학의 노령인 전 이사장이 교도소 내에서 폭력으로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해 새삼 교정시설 내 폭력이 세간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인간에게 있어서 폭력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기간 존재해 왔지만, 어떤 형태이든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는 작게는 개인 간의 사사로운 갈등으로 빚어지는 폭력에서부터 크게는 국가 간의 충돌로서 야기되는 전쟁행위에 이르기 까지 인간의 삶 속에서 상존해 왔다. 적어도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 속에서 뭇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강압적인 폭력이 개입되면, 자유롭고 공정한 소통과 경쟁의 룰이 차단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잠재력이 침해되고 만다. 이러한 폭력행위는 어디에서든 발생하고 있지만, 교도소에서의 폭력피해가 주목받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을 얼마만큼 살펴보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지표일 뿐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도 판결로 부과된 공적인 형벌 외에 더 고통스러울 수 있는 제2의 사형(私刑)까지 받게 된다는 점에서다. 비록 그들이 위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라 할지라도 재판을 통해 형을 받고 복역을 하고 있는 이상, 국가는 형기 후 수용자가 적절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 감염자들을 엄격하게 격리하되 완벽한 완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당사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도 있지만, 퇴원 후 지역사회로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교도소 역시 죄지은 사람들에게 엄중한 징벌을 내리는 곳이지만, 더 나아가 그들이 지난 과오를 극복하고 제2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교도소에 수용된 범죄인들 중에는 연쇄살인범과 같은 사이코페스도 있지만, 대개는 열악한 성장과정을 거쳤거나 불가피한 동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서 그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교도소는 본질적으로 폭력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자유가 속박된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장기간 기거하는 곳이다. 수용자들은 교정시설에 입소 순간부터 자기상실과 굴욕적 의식(儀式)을 거쳐야만 한다. 예외 없이 모두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기상하고 식사해야 하며, 다 함께 취침을 해야 한다. 먹고 입는 것은 물론 이름마저 번호로 바뀌고, 원하는 것을 보고 듣고 맡는 등의 오감(五感)을 향유할 자유까지 사실상 박탈된 채로 강제된 규율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비좁은 거실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낯선 다수와 강제로 수용되며, 혐오적인 타인의 문신이나 흉터와의 접촉도 피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외부와의 접촉 기회도 사실상 거의 차단된다. 이처럼 박탈적인 환경이 본질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수용자의 대거 입소로 수용환경이 악화되고 증오와 분노가 팽배한 사회 내 분위기가 시설내로 전이되고 있다면, 수용자들의 폭력적 성향이 분출되는 것은 극히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수용자들의 안전과 인권이 얼마만큼 보장되고 있는가의 수준은 그 사회가 불편해하는 사회 구성원들을 얼마만큼 포용하고 있는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교도소가 안전한 장소이어야 하며, 교도소가 안전한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교도소 환경이 변해야 한다. 이는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결국 사회로 복귀한다는 사실 때문이며, 그리고 그들이 구금 동안에 더욱 포악해진다면, 출소 후 시민들의 안전 또한 보장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찍이 앞서가는 행형개혁가들의 ‘교도소의 이상적인 모습은 시설의 안을 밖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드는 가운데 이루어지며, 안이 밖과 같아지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자율성을 증진하고, 외부와는 개방성을 확대시켜 교도소가 이웃 공동체 속에서 공존하는 문화적 시설로 거듭나야 한다’는 선언은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하겠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9-06 이백철

원칙에 대한 신뢰의 솔선수범과 20-30세대 지지율

나라 잃은 슬픔· 동족상잔 비극지독한 가난·군사독재 항거…경험해 보지못한 20~30세대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삶과생활방식 추구한다고 해서법과 원칙에 무관심하지 않아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20대의 33.7%, 30대의 33.1% 만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이 결과에 대해 야당은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 주의는 젊은 층의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사고와 생활방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통치철학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남북대치 상황에서 원칙과 신뢰를 행동으로 옮긴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젊은 장병들이 제대를 연기하며 화답해 이 분석의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 우리 군은 과거와 달리 “현장 지휘관 중심”과 “선조치 후보고” 원칙을 행동으로 옮겼다. 북측의 서부전선 일대 포격에 대해 우리 군은 북측 발포지점을 즉시 포격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청년 장병들은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미뤘고 그토록 어렵다는 취업에 성공한 제대 말년 병장은 전역을 연기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우리의 20~30세대는 70대처럼 민족주의로 인해 나라를 잃은 적이 없고, 60대처럼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겪지 않았다. 50대처럼 지독한 가난을 경험하거나, 40대처럼 무지막지한 군사독재에 항거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20~30세대는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겪으며 북의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능과 남남갈등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고 실망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전쟁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 도발에 대응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말로만 “백배 천배의 응징”을 하는 방식으로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뢰를 저버리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원칙을 마련할 수 없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언제든 남북 갈등은 물론 남남갈등에 시달린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북한의 지뢰도발 직후 국민안전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78.9%, 30대의 72.1%가 “전쟁 나면 참전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반공교육을 받지 않은 20~30세대의 이 같은 애국심의 발현은 앞으로 현 정부가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20~30세대를 상대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암시하고 있다.20~30세대는 어릴 때부터 사회지도층 인사의 비윤리성과 세월호 같은 대참사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함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사회 공동체 위기상황에서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다. 평소에는 법과 윤리를 강조하지만 막상 문제가 터지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돈 많은 사람들 편에 서느라 우왕좌왕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이들은 믿지 않는다. 이들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 집행과 신뢰를 저버리는 불성실한 조치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체험해 왔다. 따라서 현 정부와 정치권이 20~30세대를 상대로 이들이 경험해온 불합리한 것들을 하나씩 고쳐 나가는 노력을 실행한다면 이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이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사고와 생활방식을 추구한다고 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것에 무관심하다고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20~30세대의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이 입으로는 원칙을 강조하고 신뢰를 부각시키지만 실제로는 이를 솔선수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최근의 남북 대치상황 이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긍정적인 평가가 35.0%, 30대의 긍정적인 평가가 35.9%로 나타났다. 이는 평소 30%를 넘지 못하던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고 2012년 대선 지지율보다도 높다. 이러한 결과는 이번 남북 대치상황에서 67세 국가 안보실장이 43시간 동안 밤샘 회의를 반복하며 원칙과 신뢰를 행동으로 옮긴 솔선수범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이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사고와 생활방식을 가진 20~30세대의 지지를 얻는 방법인지 깨달아야 한다. 원칙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정성어린 솔선수범만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이제라도 깨닫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8-30 홍문기

소통, 아직도 만사형통?

논란·논의 대상 올바른 이해와객관적 인식 있어야만토론은 합리적으로 진행되고소통은 생산적으로 이뤄진다자신의 시선과 문제의식에 대한겸허한 성찰 우선돼야 하기때문외국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그 의미가 그들에겐 전혀 다르게 전해진다는 사실에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상식처럼 그냥 일상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영어 단어인데, 그 사람들은 그 말을 매우 생소하게 받아들일 때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이들이 라이벌(rival)이란 말을 매우 낯설고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매우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수단 출신으로 난민자격으로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던 비교적 지적 수준이 높은 여성이었는데, 제가 이 사람에게 우리에겐 상식적인 소위 라이벌 관계를 설명하는 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국가와 민족이란 말은 우리에겐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개념으로서 일상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단어들이기도 합니다. 국가발전, 민족의식, 민족감정, 역사의식 등과 같은 단어 역시 우리는 이 말의 사용에 특별한 예외를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그 함의를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식적인 개념들입니다. 그러나 출신과 배경 등 여러 환경이 같지 않은, 이른바 우리와는 삶의 조건과 그것이 결과한 역사가 다른 외국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들에게 이 개념들은 당연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았고, 심지어 우리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소통은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사형통의 수단쯤으로 운위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집권여당이나 야당,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해결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해 겉돌고 있고, 지금의 정당은 당원이나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해 정치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지역의 일부 시민단체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할 때마다 시장이나 부시장이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주장해 왔습니다. 최근 달포 사이에 저희 가족은 세 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미션임파서블’, ‘베테랑’, ‘암살’이 그것들인데, 그 영화에 대한 소감이나 평가가 저희 가족들 간에 너무 달라 곤혹스러웠습니다. 세대별로 큰 차이가 났던 것인데, 그 중 ‘베테랑’ 한편만을 같이 보았던 고령의 저희 아버지는 재미는 있는데, 너무 시끄럽고 산만해서 도무지 그 스토리를 따라잡기 어려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미션임파서블’에 대해서는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란 점에서 특별한 이견이 없었는데, 나머지 두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저희 가족 간에 그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사회인인 큰 아이와 대학생 둘째 아이는 ‘베테랑’에 대해 무지하게 좋은 평가를 내렸고, 그 감흥을 잊지 못해 며칠 있다 그 무더위에 다시 극장을 찾아갔습니다. ‘암살’에 대해선 혹평이었습니다. 스토리가 너무 작위적이고, 배우들의 멋 부리는 듯한 허세 연기가 영화의 의미와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아내와 저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두 영화에 대해 우린 아이들과는 정반대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이렇게 의견과 평가가 다른 이유는 영화의 의미에 대해 저와 제 아이들이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이유도 달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와 아내는 ‘암살’이란 영화가 가진 역사적 맥락과 현실적·시대적 의미에 대해 주목해서 후한 점수를 주었고, 아이들은 영화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만이 영화를 보는 주된 이유였던 것입니다.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이해가 서로 같아야 합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그 내용과 근원을 달리 인식한다면, 외국인과의 대화나 제 가족들 간의 영화소감 나누기에서처럼, 당연히 소통은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논란과 논의의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객관적 인식이 있어야만 토론은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소통은 생산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시선과 문제의식에 대한 겸허한 성찰이 먼저 있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8-23 이용식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와소수주주, 이사선임 복수의결권행사 가능한 집중투표제 필요전자투표제 의무화 도입과대표소송제 보완 통해기업경영 투명·건전성 확보해야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소식이 세간의 화두가 되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상법 개정논의가 있는 몇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첫째, 감사위원회 제도의 개선이다. 상법에는 회사의 업무를 감시하도록 감사제도가 있는데 회사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 때 국제금융기관의 권고로 도입한 것인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여야 한다. 감사위원회의 기능에 있어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개정논의에서는 주주총회서 이사를 선임하는 단계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분리하여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해 실질적 기능 확보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이 제도가 투기적 외국 자본의 기업 경영간섭 수단으로 악용되어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 소수 주주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둘째,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다. 집중투표제란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것으로 이사 선임 시 주주가 복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인데 소수 주주도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대주주의 이사선임 독점 현상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상법은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하여, 이 제도를 원치 않는 회사는 정관에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었다. 대부분 회사가 정관에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집중투표제가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다.개정논의는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부터 이사 선임 시 소수 주주들이 집중투표를 청구하는 경우 정관으로도 이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의사결정의 지연으로 기업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저하되고, 국제투기자본의 경영개입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셋째, 전자투표제의 의무화다. 상장회사 주주총회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어 주주들의 참석이 어려운 실정이다. 소수 주주들도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 행사를 쉽게 할 필요성이 문제가 되었다. 상법에는 이러한 취지로 전자투표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예탁결제원에 맡겨진 상장회사 주식은 주주가 의결권행사를 직접 행사하지 않는 한 예탁결제원이 그림자투표(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찬반의 비율로 나누어 행사함, shadow voting)의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자본시장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 제도는 올해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에는 그림자투표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어 3년 뒤 폐지하기로 했다.이런 이유 등으로 최근에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는 증가 추세이나 실제로 전자투표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일정규모 이상 회사의 경우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전자투표의 기술적 오류 가능성과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주주총회의 투표방법까지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넷째, 대표소송제의 보완이다. 대표소송은 회사가 이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게을리할 경우 주주가 회사를 위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다. 대표소송에 관한 정보의 주주에 대한 통지 의무화, 주주의 소송참가기회 확대 및 소송유지를 위해 주주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개정논의의 내용이다.위에서 논의된 것들은 아직 입법은 되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입법화하길 바란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해 우리 경제가 활력을 얻기를 기대해 본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8-16 김두환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 어머니가 왜 세차례나이사했는가를 깨닫고 본받아야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명제를배움을 통해 성찰하게 하고살아가는 방법 고뇌 할 수 있도록교육의 장 마련하는데 지혜 모아야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는 우리에게 널리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인즉슨 맹자의 어머니가 처음에 공동묘지 근처로 이사했는데 아들이 밖에 나가 곡하는 것만 배워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거처를 시장터 근처로 옮겼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종일 상인들이 장사하는 모습만 흉내 내기에,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했더니 비로소 아이가 공부에 전념하더라는 것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세 차례나 이사를 마다 않는 맹모의 교육열은 매우 감동적이지만, 학군따라 유명학원따라 서울로 강남으로 심지어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하며 해외로 떠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 역시 실로 맹모삼천지교에 못지 않다.그런데 세 번의 이사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처음 공동묘지 부근으로 갔던 것은 생명이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도록 돕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 이사는 시끄러운 시장터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고 느끼라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 서당 근처로 간 것은 인간의 유한함을 깨우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진정한 위대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야말로 맹모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과 부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교육관이 아닐까 생각한다.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뜨거운 교육열과 교육제도에 대해 예찬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6·25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 곧 우리 사회 저변에 내재되어 있는 교육의 힘이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공교육의 부실과 사교육의 광풍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의 실제 정서와는 상당 부분 괴리가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실제로 얼마 전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동시에 합격하고 세기적인 유명 IT분야의 명사와 교류한다는 어느 고교 유학생에 대한 놀라운 보도가 있었지만, 곧 모든 것이 위조문서였고 거짓이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학교 성적에 비관하여 어린 학생들이 동반자살하는가 하면, 학원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를 살해하는 반인륜적인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비록 극단적인 사례들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학부모가 이런 문제들을 보고 듣고서 남의 문제인양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데에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기인한 과열된 사교육의 병폐가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사교육의 과열은 초·중·고 교육과 대학 입시를 넘어 유아교육, 대학 졸업 후 취업단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학사장교나 통역병으로 입대하기 위한 사교육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풀뿌리 계층까지를 망라한 모든 국민들 사이에 깊게 공유되어 있는 자식들에 대한 헌신적인 교육열은 하루 이틀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귀중한 우리만의 자산인 것 또한 틀림이 없다. 이것이 어느 순간에는 과열된 사교육의 광풍이라고 매도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내재화된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은 그렇게 비하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도리어 그것을 공교육을 통해서든 사교육을 통해서든 보존하고 승화시켜 진정한 보국안민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막연하나마 ‘맹모삼천지교’에서 일말의 가르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서 맹자의 어머니처럼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할 수 있는 교육열은 이미 확인되고도 남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맹자의 어머니가 왜 세 차례나 이사를 했는가를 깨닫고 본받는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로 하여금 ‘인간의 유한함과 참된 삶의 영위’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명제를 배움을 통해 내면적으로 성찰하게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뇌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8-09 이백철

청년실업 대책과 아르바이트 인생의 불일치

정부, 기업중심 일자리 대책취업문제 해결 발상 걱정스러워100만 청년실업자들대부분 절차 복잡한 취업 대신해고돼도 부담없고 여러곳서푼돈 벌수 있는 아르바이트 선호얼마 전 정부는 청년실업 대책으로 임금피크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 사회맞춤형 계약학과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는 기존 취업자들의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이는 2016년 1월부터 일반 기업의 기존 정년(55세)을 60세로 연장하면서 기 취업자와 청년 구직자가 서로 일자리를 나누는 노동정책이므로 새로운 청년실업 대책은 아니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대기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협력업체 등에서 근무할 인턴을 모집하고 3개월간 직무교육 후 관련 협력 업체에서 다시 3개월 간 인턴 근무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회맞춤형 계약학과는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교와 계약을 맺어 특별한 학위과정을 운영하게 하는 제도로 이 학과를 졸업한 학생은 해당 기업의 계열사나 협력업체로의 취업이 100% 보장되게 하는 제도다. 정부가 새로 마련한 청년실업 대책은 인턴채용 확대와 직업교육 강화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에 신규채용 등과 관련해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업중심 청년실업 대책은 일자리만 많으면 취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에 근거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과연 정부와 기업이 청년실업 문제의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진다.2004년 기준으로 전체 실업자의 47.8% 이상이 청년(15~34세)실업자고 2015년 현재 대졸실업자 50만명과 고졸실업자 44만명을 합해 청년실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5년 6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통계적 실업자로 간주되는 이들은 정말로 일도 하지 않고 그래서 돈도 없을까?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지만, 이들은 정식으로 일하지 않을 뿐 나름대로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느라 너무 바쁘고 고된 인생을 살고 있다. 아마도 100만 청년실업자 대부분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편의점·카페·식당·호프집·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8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있을 것이다. 비록 이 돈은 푼돈이지만 이런 아르바이트를 3~4개 정도 한다면 이는 월 300만원 목돈이 된다. 그리고 해고된다 해도 새 아르바이트 자리는 많다. 따라서 청년실업자들은 현실적으로 굳이 인턴십과 직무교육을 받지 않아도 한 달에 아르바이트로 300만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지금까지 인턴십과 직무교육을 받지 않은 이유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전공을 살려(?) 밤새 일해 200만원도 안 되는 취업보다는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융자한 학자금도 갚고, 여행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취업의 고용불안이나 아르바이트 해고 불안이나 비슷하고, 고된 업무에 쳇바퀴 도는 삶도 비슷하지만 아르바이트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새로 시작하거나 그만둘 수 있고, 기록도 남지 않지만, 취업은 절차도 복잡하고 그만두면 재취업 등에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복잡한 취업 대신 간편한 아르바이트를 택하는 것이다.직업은 소득을 기반으로 사회적 구성원들의 가치 실현에 기여할 때 의미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제시하는 취업대책이 의미 있는지는 제시된 직업들이 그들의 소속감, 장래 계획, 사회관계 형성 및 자아실현에 도움을 주는지에 달렸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들이 고된 아르바이트(예: 편의점·주유소 등)는 은퇴자에게 넘겨주고 편한 아르바이트(예: 카페·아파트 경비 등)로 옮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청년실업률과 대책의 불일치(Mismatch)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가 일자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일자리 질의 문제임을 이제라도 이해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8-02 홍문기

다가온 휴가철, 제대로 쉬고 힘차게 새출발

갈라파고스 개인액티비티 시간마음 준비 안돼 스노클링 못해다른 크루저 무용담에 아쉬움여행 미리 피지컬·멘탈 챙겨야인천, 이번에 재충전 기회 되길올 하반기 다시 새롭게 시작칠팔 년 전쯤 남미 여행 때의 일입니다. 페루의 잉카 유적을 둘러보고,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군도를 체험하는 이삼 주 정도의 여정이었습니다. 잉카문명 유적지인 잉카의 수도 쿠스꼬와 마추픽추 등을 둘러보고, 페루 리마공항에서 에콰도르행 비행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사단이 일어났습니다. 쿠스꼬에서 비행기가 두 번이나 출발시간을 연기하는 바람에 우리 일행 넷은 리마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로 갈아탈 수 없게 되었습니다.우리는 항공사 측에 항의했고, 이로 인한 손실에 대해 적정하게 보상하라 요구했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고지없이 비행기 출발을 늦추게 된 것이 근본 사유이니 당연히 항공사 측이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은 완강히 거절했고, 이제까지 그런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며, 나중에는 공항경찰을 불러 항의하는 우리를 공항에서 몰아내려고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시간 여의 긴 항의와 몸싸움 끝에 우린 보상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시민의식을 남미 한복판에서 유감없이 드러내며 정당한 요구사항을 관철했던 것이죠. 사전 고지없이 세시간 연착했고 도착해서도 아무런 해명이 없었던 상황이었는데도, 우리 일행이외 항의하는 다른 나라 승객들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 또한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다음 날 우린 예약했던 크루즈 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로 바로 가서 이후의 갈라파고스 여행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소형 크루즈선이어서 여행객들은 열다섯 남짓이었는데, 국적은 다양해서 이스라엘에서 온 청년들과 모녀, 네덜란드·영국·미국·일본 등지의 젊은이들, 그리고 저희 네 명이었습니다. 모선에 해당하는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밤새 이동한 후 섬 근처 바다에 정박하면, 아침에 작은 보트를 타고 하루 한 개 섬씩 예닐곱 개의 섬들을 방문해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리고 그룹체험 활동 중간에 각자가 자유스럽게 갈라파고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개인 액티비티한 시간이 서너 차례 있었습니다. 특정 지점에 보트를 정박해 놓으면, 여행객들은 각자 장비를 꾸려 근처 바다와 섬 주변을 헤엄치며 직접 체험하는 식이었습니다. 크루즈 여행객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준비해 간 간단한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들고 혼자 또는 둘이서 바다에 뛰어 들었습니다. 바다는 평온했지만 그래도 연안에서 천여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주변이어서 파도는 제법 넘실거렸고, 짙푸른 물결은 제 몸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도 현지에서 스노클링 도구를 마련해 가지고 있었지만, 먼 바다나 인근 섬까지 진출해 몸소 이번 여행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멘탈과 피지컬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마냥 조그만 배 주위를 맴돌며 단조롭게 바다를 체험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보트로 돌아온 크루저들은 방금 전까지 직접 경험했던 갈라파고스의 경이로운 체험담을 풀어놓았습니다. 펭귄들의 바닷속 군무가 장관이었고, 큰 바다거북의 등에 올라 한참 동안을 같이 헤엄쳤다는 얘기며, 하나같이 그들은 자신이 직접 체험했던 그 경이로운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여행에서의 의미 있는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의 노고를 추스르고 새로운 힘을 얻어오려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제가 경험하고 절감했던 것처럼, 리마공항 ‘체험 삶의 현장(?)’에서의 격렬하고 긴장된 삶만큼이나 갈라파고스 개인 액티비티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해야 합니다.새롭게 시정을 시작하려는 인천도, 그래서 이번 휴가철이 충분히 ‘준비된’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잘 놀고 제대로 즐겨야만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충만하듯이, 인천도 충실하게 준비된 휴지기를 지내야 새로운 기분과 자세로 올 하반기를 힘차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7-26 이용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외국자본 투기적 행위이번에도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합병은 규모의 경제 실현위한 것주주들의 이익 극대화 시키고취약한 지배구조 보완해자본시장 체질강화 계기 삼아야지난 5월 26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는 이사회의 합병결의가 있었다. 합병의 목적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영역 및 운영 노하우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건설 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 및 해외인프라를 결합하여 외형적 성장과 신규 유망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로 관련 규정에 의해 산출됐다.이러한 합병공고가 나자 미국의 사모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의 7.12%를 매수하였고,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삼성물산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조정이 필요하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보유 지분가치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위해 부당한 합병 비율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주주총회 개최 및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운용자산이 260억달러나 되는 엘리엇의 최고경영자인 폴 싱어는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며, 부도난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하여 채무 재조정 요구를 거부하며 법정 다툼을 하여 승리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7월 17일에 합병을 위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주주들이 몰렸다. 동등하고 공정한 거래로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합병반대 의견도 나왔다. 전체 주주의 84.7%가 출석하였고, 출석한 주주의 69.5%가 찬성하여 합병안은 통과되었다. 이러한 합병결의는 관련 규정에 의해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3%포인트 정도 찬성표가 초과된 것이었다. 삼성물산측은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엘리엇도 외국인과 국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합병을 반대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임시주주총회는 삼성물산의 승리로 결말이 났고, 통합 삼성물산은 9월에 출범하게 됐다. 주총 직후에는 합병을 통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사업적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회사 가치를 높여 주주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합병 양사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합병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대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번 합병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5천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합병계약이 해제될 수 있으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편 엘리엇은 합병안 통과 후 “실망스럽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하여 소송으로 합병을 무효화하겠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엘리엇은 소송을 통해 합병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의 11.6%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합병결의에 찬성했는데, 합병 목적의 타당성, 합병 비율의 적정성 등 가입자와 수급권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의결권 행사의 방침을 결정해야 하며, 등한시 해온 주주로서의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여 합병을 반대하라고 시민단체 등은 주장하기도 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후 매각, 소버린의 SK그룹 경영권 참여, 아이칸의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 등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위가 이번에도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해 국부가 유출돼서는 안된다.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합병으로 시너지를 높여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취약한 지배구조도 보완해야 한다. 이번 합병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자본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7-19 김두환

돈, 명예, 권력

수많은 구성원들 경쟁속엔갈등·불안감·조급증은 불가피이러한 상황 극복 위해선비정한 경쟁보다는 인간가치 높이는 자기성찰 통해섬김과 긍휼 실천하는게 중요우주 탐사선 주노가 5년여의 항해를 거듭해 내년 7월에는 목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광활한 우주의 시공간에 대해 무한한 외경심을 느끼게 한다. 사실 우주공간에 비하면 모래알보다도 작을 이 지구촌에서도 선지자들은 줄곧 자연의 무궁함과 영원함에 무한한 경애심을 표해 왔다. 어느 글쓴이는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객들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을 한없이 마주하고 나서는 공간의 무궁함에 압도되어 말을 잃고 만다고 했다.거기에다 모래 속에서 물고기나 해조류 화석마저 발견할 때에는 이 메마른 모래땅이 바다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경건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고 했다. 인간이란 존재의 찰나적 삶과 왜소함을 극명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어느 진화생물학자는 인간들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인 것처럼 살고 있지만 인간은 진화하는 생명체의 유전자를 옮겨주는 운반체에 불가하다고 했다. 인간은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위해 선택한 한갓 생존기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속적 승부에 온갖 것을 다 걸고 치닫는 세상이지만, 삼라만상의 번성과 사멸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한 점의 찰나 속에 머무는 객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무궁한 시공간 속의 한 지점에서 단지 찰나적 삶을 거쳐 가는 존재로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새삼 각성하게 한다.요즘 세속의 삶속에서는 우주의 장대함이나 자연의 유구한 신비에 대한 외경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계곡의 바위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한평생을 침묵속의 근엄함과 겸허한 인내심을 배우고 자연의 이치에 순종적인 삶을 살았던 어느 소설의 주인공이 그리워지는 즈음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소박하고 성찰적 인생을 통해 인간의 위대한 가치는 부자상인과 장군과 정치가와 시인이라는 직업으로 화려하게 살아가는 삶에서가 아닌 자연이 가르치는 진리를 끊임없이 탐구함으로써 얻어진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에 있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극히 고전적인 가르침임에도 새삼 감동이 여미여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언제 부턴가 풀뿌리 공동체인 이웃사촌 간에도 주차시비와 층간소음, 그리고 보복운전으로 갈등이 그치질 않고 심지어는 살인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가야할 정치권은 한발 더 나아가 여야를 불문하고 상대방은 모두 적이고 적이기에 벼랑끝가지 밀어붙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생결단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라는 어제의 교훈이 눈앞에서 전개되었음에도 거침이 없는 투쟁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계에서도 대형교회와 사찰에서 각종 비리와 부적절한 권력승계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 역시 돈과 명예와 권력에 대한 세속적 욕심을 초월하지 못한 지도자들이 준엄한 자연의 질서에 순종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그동안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현대사 속에서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발견하고는 그 것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칭송해 왔다. 그 덕분에 군사독재와 경제도약과 민주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역동적으로 추구해서 달성한 한국사회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하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역동성이 칭송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할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야할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갈등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수많은 구성원들이 돈과 명예와 권력이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최상의 목표로 삼고 경쟁하는 사회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불안감·조급증·증오심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몫이다.저 멀리 계곡의 큰 바위얼굴은 장엄하지만 인자한 표정으로 막대한 부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비정한 경쟁보다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섬김과 긍휼을 실현함으로써 인간의 위대한 가치가 드높아진다는 가르침을 애써 전하고 있는 듯하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7-12 이백철

조선 붕당정치에 비춰본 오늘날 여야정치 실루엣

선조때 훈구파·사림파 갈등 심화밥그릇 싸움에 당쟁으로 변질지금의 야당 ‘친노·비노’ 다툼여당의 친박·비박·원박…다양한 ‘~박’그룹 분화를 보니사색당파 조선시대같아 안타까워언론에서는 연일 여야 수뇌부 갈등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권력투쟁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조선을 멸망으로 이끈 사색당파 붕당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생각과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정치적 의견을 나타내는 붕당정치는 의견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정책 대결을 한다는 측면에서 민주적 권력 분립에서 강조되는 견제와 균형 (Check & Balance)을 위한 비교적 긍정적 정치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 선조에 의해 도입된 붕당정치는 당쟁의 상징이 됐고, 조선이라는 국가 몰락의 근원으로 평가된다. 무엇이 민주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붕당정치를 정권 몰락의 근원으로 전락시켰을까? 우선, 조선의 붕당정치가 실패한 이유는 붕당정치가 권력의 민주적/합리적 운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료들의 밥그릇 싸움을 위해 활용됐기 때문이다. 당시 집권층이었던 훈구파의 비대해진 권력에 불안해하던 선조는 재야 지식인들을 대거 기용해 서로 경쟁시켰다. 이 과정에서 재야 지식인 집단인 사림파의 관료화로 전체 양반/관료의 수가 늘었고 이들에게 지급할 녹봉/토지 수급의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관직의 세습 문제까지 겹치면서 훈구파와 사림파 간의 갈등이 심화 됐다. 결국 붕당정치가 당쟁으로 변질 된 가장 큰 이유는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야당의 친노와 비노 간 갈등과 여당의 친박과 비박 간의 이전투구가 공천이라는 여야 붕당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인 것 같아 걱정된다. 둘째, 선조의 붕당정치가 당쟁으로 전락한 이유는 요직에 대한 자리다툼 때문이다. 조선시대 당쟁은 문반 관료의 인사권을 쥔 이조 전랑 자리를 둘러싸고 훈구파와 사림파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이조전랑직은 종 5품·6품의 낮은 자리이지만, 삼사(三司)의 하나인 홍문관(옥당) 출신의 엘리트 관료가 관례로 임명되는 자리로 삼사의 공론을 수렴하여 대신들을 견제하고, 후임자를 스스로 천거하며, 이 자리를 거치면 재상에 오르는 요직이었다. 따라서 전랑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권력 경쟁의 핵심 과제였다. 지금 야당이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당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계파 간 갈등을 빚는 것과 동인과 서인이 이조전랑직을 놓고 다투는 것이 흡사하다는 사실이 기막히다.셋째, 조선시대 붕당정치가 왜곡된 이유는 붕당이 사색당파로 세분화 되면서 당쟁의 정도가 더욱 심화 됐기 때문이다. 초기의 붕당정치는 훈구파와 사림파 상호 간 정책 대결이었지만 당쟁 과정에서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이합집산이 이루어졌고 집단 내 골품을 따지며 갈등이 심화됐다. 그런데 최근 여당에서는 친박, 비박 논란에 이어 원박, 범박, 심지어 짤박까지 다양한 ‘~박’ 그룹의 분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박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이 사무총장 자리에서 멀어지자 10여명만이 진짜 친박이라는 배타심이 문제라며 친박 핵심들의 배타성을 비판했다. 각종 ‘~박’의 집단으로 분화되는 여당을 보니 사색당파로 갈렸던 조선시대가 연상돼 안타깝다.일본 식민사관론자들은 한국인들이 정치적으로 서로 싸우기 좋아하는 민족성을 가져 망국의 길을 걷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한민족 당파성론은 식민주의적 역사 해석과 함께 국권탈취를 합리화/정당화하고 한국인에게 패배주의 의식을 심어 식민 통치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악용됐다. 이 때문에 붕당정치를 왜곡시킨 밥그릇 싸움, 요직 다툼, 그룹 내 골품제 논란 등은 오늘날 정치인들이 복철지계(覆轍之戒)의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실제로 구한말 정치인들이 이를 잊었을 때, 광복이후 정치인들이 이를 잊었을 때 역사적으로 외적이 침입하거나 전쟁이 일어났고 국민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했다. 이제라도 오늘날 정치인들은 이 역사적 교훈에 주목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7-05 홍문기

냉정하게 인천을 바라보면

충분히 넓은 땅·적당한 인구위치 좋아 상업·산업 활발늘 활력 넘치는 스페인을 보고관광 진작위한 인천의 시도과연 세계인에게 먹힐수 있을지객관적·글로벌 시야로 돌아봐야얼마 전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는 딸아이와 함께 스페인을 여행했습니다. 가기 전 돌연 큰 걱정거리가 생겼는데, 그건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바로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나가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유럽 국가에 들어가려면 입국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란 예상을 했습니다.그래서 평소보다 더 일찍 공항으로 나갔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의 출국절차도 까다롭지 않았고 사람들로 붐볐지만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유럽 대표 허브공항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때나, 목적지인 마드리드에 들어섰을 때에도 한국사람이라 해서 특별히 세심하게 체크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스페인 입국 심사원은 한국에서 날아온 몇 쌍의 신혼여행객들에게 오히려 먼저 친근한 농담을 걸며 아예 노골적(?)으로 반가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유럽 한복판의 가장 혼잡하다는 공항에서의 환승시간이 두 시간 정도여서 빠듯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고, 도착시간이 자정 가까운 시간이라 입국이 지연되면서 마드리드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방법이 택시밖에 없을 것이란 걱정도 기우였습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지만, 지하철은 쌩쌩하게 달렸고 활기 있는 표정의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스페인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수도 마드리드의 이러한 심야 활기 또한 제겐 의외였습니다. “실업률 25%에 이른다는 나라에서 이 시간에 이런 분위기라니….”이처럼 이번에도 나라밖 세상은 제가 판단하고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깥세계의 실상은 제 예단과 추측을 넘어섰습니다. 투박한 이념과 설익은 지식으로 밖의 세상을 내다보고 해석하려 했던 일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알아차렸던 것이 9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이후 20년 이상이 훌쩍 지났지만 제 글로벌 시선은 이처럼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한 것입니다.마드리드에서 며칠 지낸 후 남부 세비아 등 몇 개 도시를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3일을 보내는 일정이었는데, 여행 내내 스페인은 제게 매우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시와 시골 풍경 모두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고, 길거리 사람들의 행색이며 지하철에서의 대화 모습 등도 그냥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것이나 낯선 것에 대한 이물감이나 생경함이 느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스페인은 참으로 복 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땅은 충분히 넓었고 인구도 적당히 많은 편입니다. 위치가 좋아서 상업이나 산업의 중심이 될 만한 공간을 많고도 넓게 확보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도시는 늘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여러 종이 뒤섞여 새로운 문화로 발현되고 다양한 예술활동이 감각적으로 표출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런 조건은 스페인 지역이 주변 세력들이 늘 욕심을 부릴만한 대상이었고, 그래서 내외 전쟁과 갈등이 늘 잠재되어 있던 곳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제가 경험했던 스페인 지역을 곰곰이 되씹으며 다시 인천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은 무엇으로 살 수 있는 도시인가? 내가 돌아본 스페인 도시들의 활력과 장점은 인천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들인가? 관광 진작을 위한 지금의 접근은 과연 세계 사람들에게 먹힐 수 있는 방략일까? 우선 객관적 시선과 글로벌 시야로 인천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종합적 시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일 것입니다. 우리만의 장점을 그저 우리식으로 해석해댄다면 그건 객관적 사실이나 긍정적 조건으로 작동하지 않을 환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제 자신과 인천을 제대로 따져보기, 이번 여행이 또다시 제게 준 소박한 교훈이었습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6-28 이용식

메르스 조기 종식

감염환자 응급실 오래 머무는현 병원체계 개선 시급올바른 지식전달·예방책 마련해막연한 불안감 해소도 중요신종 감염병 대응은공공영역이므로 투자 확대해야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의 확진자가 166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현황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다음으로 많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1천29명이 발병하여 45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를 유형별로 보면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77명(46%)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59명(36%),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18%)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리 중인 사람은 총 5천930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5천161명이고 병원 격리자는 769명으로 집계되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5천535명이었다. 메르스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첫째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둘째로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은 점, 셋째로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넷째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다섯째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했다는 점들이 국내에서 메르스의 확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위원회는 확진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대한 변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당시 그와 밀접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여 전염을 막았어야 했는데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추가적인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환자와의 접촉 범위를 좁게 설정해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후 병원 이름을 일찍 공개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는데 비공개로 인해 선제적으로 메르스를 차단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진압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또한 일관된 대응 체계가 신속히 구축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이번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환자 가족이나 문병 등 방문객이 수십명이나 됐다. 누군가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문안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병문안 문화도 감염이 확산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두는 것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병원의 의료진이 간병도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는 관행도 문제였다. 한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며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큰 병원에 가면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14번 환자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그와 반대로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몇 시간 머문 경우에는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체계가 개선되고 병원내 감염 대책이 철저히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경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감염 방지 대책을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영역이므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반드시 메르스는 조기에 종식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6-21 김두환

메르스 조기 종식

감염환자 응급실 오래 머무는현 병원체계 개선 시급올바른 지식전달·예방책 마련해막연한 불안감 해소도 중요신종 감염병 대응은공공영역이므로 투자 확대해야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의 확진자가 166명이고, 사망자는 24명이라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센터(ECDC)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메르스 발생현황은 세계적으로 사우디 다음으로 많다. 사우디에서는 지금까지 1천29명이 발병하여 452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메르스 확진자를 유형별로 보면 입원 또는 내원한 환자가 77명(46%)으로 가장 많았고, 환자 가족이나 가족 이외의 문병 등 방문객이 59명(36%), 의료진 등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18%)으로 나타났다. 또한 격리 중인 사람은 총 5천930명으로 자가 격리자는 5천161명이고 병원 격리자는 769명으로 집계되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5천535명이었다. 메르스 관련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첫째로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둘째로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은 점, 셋째로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넷째로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다섯째로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했다는 점들이 국내에서 메르스의 확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급위원회는 확진자로부터 채취한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대한 변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는 지난달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당시 그와 밀접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여 전염을 막았어야 했는데 초동대처가 미흡하여 추가적인 감염자가 속출했다. 첫 환자와의 접촉 범위를 좁게 설정해 같은 병동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 후 병원 이름을 일찍 공개했더라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는데 비공개로 인해 선제적으로 메르스를 차단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초기 진압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 또한 일관된 대응 체계가 신속히 구축되지 못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이번 메르스 감염자 중에는 환자 가족이나 문병 등 방문객이 수십명이나 됐다. 누군가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병문안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병문안 문화도 감염이 확산되는 한 요인이 되었다. 또한 환자를 병원에서 돌보는 것이 미흡하다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두는 것도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병원의 의료진이 간병도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는 관행도 문제였다. 한 병원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다니며 메르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큰 병원에 가면 좋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14번 환자는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3일 동안 머물면서 수십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그와 반대로 지방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가 몇 시간 머문 경우에는 추가 감염은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체계가 개선되고 병원내 감염 대책이 철저히 수립돼야 한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려해서 경제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르스를 조기에 종식시키는 것이지만 메르스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과 감염 방지 대책을 마련해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영역이므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노력하면 반드시 메르스는 조기에 종식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6-21 김두환

부정부패와 사회적 전염

저명인사들 잘못 비해처벌 가볍다는 인식 팽배불미스러운 모습 자주 보일땐대중들도 자신의 크고 작은그릇된 행동 죄의식 못 느끼고도덕적 불감증에 물들수 있어최근 우리 사회는 정·경·군·관 등 여러 영역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와 우리 사회의 현주소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명 정·관·재계 인사들은 물론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인사들 까지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모습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부정행위들이 혹 긴 세월에 걸쳐 우리 사회의 곳곳에 굳어진 현상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저명한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그의 저서에서 부정행위도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것이라며 흥미 있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소하게는 학창시절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부터 회사의 비품을 집에 들고 오는 것,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런 일들이 관행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염되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메르스란 전염병이 지금 온통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전염이 한 개인에서 시작되었지만 전국적 규모로 급속히 전파돼 국가적 재앙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두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이러스도 초기에 차단되지 않으면 급속도로 증식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듯이, 비윤리적인 행동양식도 초기에 제동됨이 없이 관행화하면 곳곳으로 확산돼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나타나게 된다.사소한 잘못을 적당하게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쌓이면 대대적인 잘못도 괜찮다는 신호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저명인사들은 보상은 충분히 많이 받으면서도 처벌은 자신들의 잘못에 비해 너무 가볍게 받는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런 가운데 불공정한 모습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되면 대중들 역시도 자신들의 크고 작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못 느끼고 도덕적 불감증에 물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미국에서도 정·재계의 도덕불감증으로 한 때 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적이 있다. 수년에 걸쳐 진행된 회계부정과 주가조작으로 전 국민을 기만한 엔론 사건이 그렇고, 국회의 정치활동위원회 자금을 술값, 스키여행비, 심지어는 스트립클럽 출입비용까지 사용한 사실 때문에 드러난 정치인들의 관행적 부패사건이 그렇다. 우리나라도 특히 요즈음 정치하는 사람이든 기업하는 사람이든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나, 이들 중에 정치자금이나 세금문제에서 자유로울 사람들이 몇 사람이나 되겠느냐는 말이 실로 실감나고 있다.이렇게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특성을 가진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방향으로서 애리얼리는 ‘깨어진 유리창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범죄의 발생은 동네에서 공공의 유리창을 파손하거나 환경을 더럽히는 것과 같은 사소한 위반행위가 방치되는 시점부터 시작되며, 이러한 방치가 계속되면 전염병처럼 번져 범죄의 만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소한 위반행위일지라도 즉각 바로 잡아 기초질서를 확립함으로써 더 큰 범죄가 없는 안전한 사회로 정착된다는 이론이다.이 이론은 부정부패도 사회적으로 전염되는 질병이므로 즉각적이고 단호한 사법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고질적으로 사회 고위층에 제도화된 부패관행은 물론 풀뿌리 시민사회에 퍼져 있는 사소한 기초질서의 문란행위, 공권력에 대한 경시풍조, 불법적인 집단적 이기주의 등 모두가 그 대상에 포함된다. 동시에 올바른 행동은 부패한 비리만큼 사회에 큰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지만, 도덕적인 행동을 고취하는 일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범적인 사례가 지속해서 알려진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의 기준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제도화된 관행적 비리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고취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선행을 찾아 알리고 본받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6-14 이백철

관료적 비밀주의가 불러온 메르스 바이러스 카오스

지자체·언론 잇단 정보공개NYT “비공개로 불신 자초”행정부 감독 총리부재 상황만연된 관료주의 폐해 부각정부 비난은 혼란만 부채질보건당국 질병 극복 힘써야메르스 바이러스(MERS-CoV) 감염 확진 판정이 계속 늘고 있다. 6월 7일 오전 메르스 검사결과 14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사망자도 포함됐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당국은 감염자가 거친 병원을 밝혔다. 그동안 준비 소홀을 이유로 병원을 밝히지 못하다가 서울 삼성병원 등의 2차 감염자가 늘자 이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35번째 의사 환자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뒤 메르스 증상에도 불구하고 1천565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인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사자인 의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받아쳤다. 이미 성남시는 메르스 환자 신상정보를 SNS로 공개하고 있었다. 개인이 ‘메르스 확산 지도’를 만드는가 하면 어떤 언론사는 정부보다 먼저 앞장서서 메르스 확진자가 거쳐 간 병원과 환자정보까지 인터넷에 공개했다. 왜 이렇게 혼란스러워졌을까? 이 혼돈 (Chaos)은 행정부를 책임져야 하는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만연된 일상적 관료주의가 메르스 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결과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관료주의 (官僚主義, bureaucratism)는 관료제 국가의 행정기관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집단의식으로 흔히 비밀주의·형식주의·번문욕례(繁文縟禮) 형태로 나타난다. 우선 비밀주의는 관료/공무원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비밀 공유대상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관료/공무원들은 흔히 공익을 이유로 비밀주의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 당국은 지금까지 병원 운영의 혼란과 준비부족을 이유로 관료적 비밀주의 행태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이미 뉴욕타임즈는 “한국에 공포감이 번지고 있으며, 현 정부는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병원 운영을 위한 공익보다 국내외적 불신/불안 해소가 더 중요해진 상황까지 가서야 보건 당국은 비밀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국민불신은 극에 달했다. 다음으로 관료적 형식주의가 문제다.이는 관료/공무원들이 실질적인 내용이나 현실보다 책임회피를 목적으로 법령과 규정의 형식/절차 등을 중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메르스 확진자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시스템 운영상 혼란을 이유로 보건 당국은 관계 법령을 읊조리며 감염자 관련 병원을 밝히지 않았다.그 결과 평택 성모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확산된 데 이어 서울 삼성병원에서 14명의 감염 환자가 메르스 감염으로 확진됐다. 마지막 관료주의적 병리현상은 번문욕례다. 이는 규칙이 너무 번잡해 비능률적인 것을 뜻한다. 이 경우 관료/공무원들은 이를 쉽고 간소하게 하는 대신 규칙의 명확성과 절차의 공정성을 주장하며 복잡하고 까다로운 시스템에 익숙한 스스로를 과시한다. 현재 감기와 유사한 메르스 증세에 대한 확진 판결까지의 과정은 길고 번잡하다. 우선 의심환자는 14일의 잠복기를 포함해 꽤 긴 시간 동안 자가격리된다. 그 기간에 환자는 스스로 메르스인지 여부에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가족과 격리된 상황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잦은 세탁과 청소, 생활용품 분리사용 등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환자들은 자가격리 시 스스로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골프를 치고 친지도 방문한 것이다. 이제라도 보건 당국은 이 불편한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감염 의심 환자가 감염 상황을 두려움과 공포심 대신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질병 극복의 의지를 북돋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메르스 사태에 대해 혹자는 “과거 참여정부가 더 낫다느니” “이 정부는 잘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느니”하며 비아냥거린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든 정치적 이익을 기대하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국가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패륜적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비록 중대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인 총리가 없어 안타깝지만 보건 당국과 관료/공무원/의사들은 온 힘을 다해 메르스 감염 확산 사태를 막아주기 바란다. 꼭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6-07 홍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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