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독도문제 조용한 외교와 무사안일에 대한 불안감

미국, 최근 일본과 냉전 끝내고경제·외교·군사적 이유로밀월관계 유지하려고 한다한일·한미·미일관계 달라져이 상황에 조용한 외교는범국민적 오해 살수 있다일본에서 독도는 영유권 문제다.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자국민을 교육해왔고,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고자 한다. 실제로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이 사용하는 모든 출판사의 사회 교과서에는 한국이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록된다. 또한 일본은 1954년부터 2015년 최근까지 일관되게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일본인 재판관 오다와 히사기가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목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상대국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독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외교부 전략은 ‘조용한 외교’다. 이 조용한 외교 전략은 일본의 전략적 영유권 주장을 허구적 도발이라 간주하고, 일본 정부의 전략적 선언·조치에 대해 외교장관이 일본 대사를 불러 의례적인 유감 표명을 한 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며 비분강개한 국내 여론을 진정시키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외교부는 역사적으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무수히 많은 자료를 갖고 있으며, 유엔 국제사법재판소는 강제 관할권이 없어 한국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한 독도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조용한 외교’가 독도 문제 최선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용한 외교’ 전략은 몇 가지 이유에서 범국민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일본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독도문제를 차세대 영토분쟁 이슈가 되게 교육해 이를 믿게 한다는 것이 불안하다.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일본의 차세대는 한국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부당하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고 결국 일본의 독도 점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신념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둘째, 일본이 독도 문제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경우 우리는 단순히 응하지 않기만 하면 되는지 걱정된다. 일본의 일방적 제소에 대한 우리의 거부는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은 독도 영유권 재판에서 승소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것이고, 이것은 한국의 독도 점유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가 된다. 이는 양국 정부 모두 부인하지만 1965년 1월 11일 정일권 총리와 일본 국무대신의 밀사인 우노 소스케 중의원 의원 등이 체결했다는 ‘독도밀약’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 이 협약에 근거해 한국의 독도 지배를 용인해 왔는데 지난 2014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국이 약속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정말로 터무니없는 외교 공세에 불과한 것인지 걱정스럽다.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 이후 1952년 1월 18일 대한민국 국무원 고시 제14호에 발표된 ‘인접 해양의 주권에 관한 대통령 선언’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의 선진 어업으로부터 한국 주변의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 독도의 동쪽에 ‘이승만 라인’을 긋고 일본 선박의 출입을 막았다. 독도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일본의 강력한 반대에 미국은 냉전 시대 자유진영의 분열을 우려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했다. 결국 독도는 냉전시대 미국의 결정에 순응한 일본에 의해 우리 땅이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같은 현실적 이유로 일본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냉전은 끝났고 미국은 경제적/외교적/군사적 이유로 일본과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여전히 ‘조용한 외교’가 최선책일까? 한일/한미/미일 관계가 달라진 상황에서 ‘조용한 외교’는 무사안일주의라는 범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제는 차세대를 위해 독도가 우리 땅이 되게 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조용한 외교가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라는 공무원들의 관습 때문이 더 이상 아니어야 한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4-12 홍문기

자연도 다 같은 자연이 아니듯이

여러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다양한 주장과 토론은시행착오·사회적 비용 줄이고일정한 성과도 거둘수 있다그러기 위해선 서로 올바른시선으로 접근하는게 중요10여년 전 이맘때 쯤 혼자 차를 몰고 캐나다 로키산맥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의 경험입니다. 캘거리를 벗어나 캐나디안 로키의 베이스캠프 정도에 해당되는 밴프라는 곳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고개를 넘어가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전경에 한동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죠. 저를 완전히 압도하는, 제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자연이란 이름 하의 그 엄청난 규모와 모습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한마디로 “아, 세상엔 이런 자연도 있구나!”였습니다.‘이런 자연’은 이랬습니다. 바로 앞에 무지하게 큰 시커먼 산이 우뚝 서 있는데, 그 산은 꼭대기에서 삼분지 일 지점까지는 새하얀 빙하와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언저리에는 짙은 에메랄드 빛깔을 띤 굉장히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호수 주변에는 짙푸른 숲이 울창하게 둘러서 있었습니다. 그 전경은 그때까지 저의 상식과 경험으로는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자연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산과 빙하와 눈, 호수와 숲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제 시선과 머리를 강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그곳의 자연은 그때까지의 제 경험과 인식의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었습니다.사회와 변화에 대한 제 믿음과 인식이 심하게 흔들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1970~80년대 격렬한 민주화와 산업화 시대를 겪었던 제게 90년대 초반은 회한과 무력감의 시기였습니다. 변혁운동의 규범성과 조급함에 사로잡혀 주변과 세상의 본질, 그리고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고 현존사회주의가 붕괴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세상을 옳게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낡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좁은 소견으로 세상을 해석하려 했던 것입니다. 세상은 실제 그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제가 믿고 있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는데 저의 경직된 태도와 시선은 늘 한 군데 엉뚱한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세상에 대한 제 인식과 판단은 오류와 오판을 결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자연과 사회에 대한 제 쓰라린(?) 경험을 늘어놓은 이유는 요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주의·주장들이 올바른 관점과 논거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는 지금 여러 문제와 과제를 두고 많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격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한데, 주장과 논란들이 문제 야기의 책임 소재와도 연관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그동안 인천이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만큼,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싼 정책실패로 인한 논란과 대안에 대한 다양한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여러 문제와 과제를 두고 벌어지는 자기 주장과 상호 토론은 환영할 일입니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아끼면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토론은 격렬하지만 그 과정과 지향은 합리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치열한 논쟁을 겪되 끝엔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작은 과실이라도 손에 쥐어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적인 토론과 논쟁을 위한 기본 바탕은 서로가 우선 올바른 시선으로 문제와 과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주장과 논쟁의 자기 근거를 끊임없이 확인해 가면서 치열하게 공박하는 생산적인 토론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제 경험으론 세상을 받아들이는 시야와 자세는 다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다 같은 자연이 아니었듯이./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4-05 이용식

보험사기와 대책

조직·지능적인 범죄 많고선량한 계약자들만 피해보험사는 자체적으로전문지식 지닌전담조직 적극 활용사기예방과 범인 색출해야금융감독원 통계에 의하면 2014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천869억원으로, 2013년 상반기 2천579억원 대비 11.2% 증가하였다. 이러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계속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보험사기는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으로 인해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범죄행위이다. 보험사기 유형으로는 사고내용 조작, 음주·무면허 운전, 허위 과다입원 유형의 적발금액 비중이 높았다.얼마 전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손 처리된 중고 외제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차량번호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사고 이력을 알 수 없게 한 후, 다수의 고의사고를 야기하고 수리비 명목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적발되었다. 그리고 한 번의 결혼과 재혼을 한 사람이 전남편과 현재의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를 고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농약을 이용해서 살해한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다. 과거 가난하게 살았다는 범죄자는 남편의 사망 보험금과 시어머니의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으며, 그 돈으로 금괴도 산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보험사기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보험사고를 일으킨 경우이다. 다수의 지인들끼리 사전에 공모하여 차선변경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한 후 합의금,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보험금을 갈취하는 것이다. 둘째로,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허위로 발생한 것으로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이다. 실제 몇 년 전 남편의 실직과 사업 실패로 부부가 공모하여 한밤에 낚시를 하다가 남편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하여 고액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신을 화장해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려 한 사건도 있었다.셋째로, 보험사고가 실제 발생했으나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보험금을 허위·과다 청구하는 경우다. 자동차의 수리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경우나 병원과 환자가 공모하여 보험금을 과다하게 편취하는 경우 등이다. 넷째로, 보험계약 체결 시에 중요 사항을 보험회사에 알리지 않거나 알린다 하더라도 내용을 현저히 부실하게 알리는 방법과 같이 보험계약을 사기적으로 체결하는 경우이다.이외에도 내연녀가 운영하는 식당에 투자한 후 식당 운영이 어려워져 경제적으로 힘들어지자 자금 확보를 위해 내연녀에게 사망보험을 가입시킨 후 살해하여 고액의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보험금을 목적으로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는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수법이 나날이 흉포해지고 대담해지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한 형편이다.이러한 보험사기는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형태로 저지르는 범죄가 많고, 범죄자의 죄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보험사기에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며, 증거가 부족하거나 자료를 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사상의 절차를 밟기보다는 민사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보험사기는 사회적으로 전염되어 모방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행위이다. 보험사기는 단기간에 다수의 보험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보험신용점수를 이용하여 보험계약 인수시 개인의 신용상태를 평가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도 보험 계약의 정보교환과 공조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보험회사에는 보험사기 예방과 색출을 위하여 자체적으로 전문지식을 지닌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담조직을 적극 활용하여 상습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를 적발할 필요가 있고, 공동으로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상법 등에 보험사기 규정을 마련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험사기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3-29 김두환

간통죄 폐지와 마리화나 합법화

당사자들 서로 합의한 행위로‘피해자 없는 범죄’로 분류돼 국가가 법적으로 개입할 영역 아닐뿐더러 해악·중독성 적음에도 불구 허용금지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판단최근 간통죄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간통법 입법 60여년 만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세간에서는 국가는 어떤 명분으로 개인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고, 개인은 그들의 자유를 얼마만큼 향유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근간에 언론에 보도된 미국에서의 마리화나 합법화 사례와 중국에서의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집행 사례는 이와 같은 국가의 통제권한과 개인의 권익간의 논란에 대해 숙고할 계기를 제공한다.유럽의 일부 국가에 이어 최근 미국에서도 콜로라도 주를 비롯한 몇 개주에서 마리화나와 같은 약물의 사용이 합법화되었다. 또한 뉴욕타임즈까지 합법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합법화의 물결이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마약사범에 대해 엄벌을 가하지 않으면 온 나라가 마약천국으로 변함은 물론 국가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사형과 같은 극약처방을 내릴 뿐 아니라, 마약범죄에 연루된 외국인에게도 사형을 집행하는 등, 예상되는 외교적인 마찰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에 끼치는 전반적 해악에 초점을 두고 금지약물의 사용은 위법적 행위이고 규범에 벗어나므로 마땅히 형사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약물남용에 대한 관대한 대처는 국민들의 위법약물에 대한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비사용자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훼손하여 사회적 혼란은 물론 국민적 삶을 피폐시킨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법적 차원을 차치하더라도 공공 보건적 관점에서도 약물의 남용행위를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과 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해악을 일으키는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한다. 즉, 치료비용을 유발하고, 노동시간을 감소시키며, 가족관계의 갈등을 야기하고, 수명기간까지 단축시키는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적 접근과 동시에 사전 예방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그렇다면, 마리화나와 같은 약물의 비(非)범죄화나 합법화는 어떤 근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까?범죄학적 용어로 마약사용은 매춘, 도박 등과 함께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로 분류된다. 이러한 범죄유형들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관련자들이 상호 합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국가가 법적으로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마리화나와 일부 약물들이 법적으로 허용된 알코올이나 니코틴보다 해악성이 더 적을 뿐만 아니라 중독성 또한 더 약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약물들이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하더라도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정상인의 대부분은 알코올이나 담배 등의 해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의 소비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마약거래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마약사범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사법비용(법집행, 법원, 교정 등에 투입되는 세금 등)을 교육, 주거, 보건 등 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영역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마약정책은 가치중립적 차원에서 ‘약물남용에 따라 발생한 비용’과 ‘금지법을 시행한 결과로 감소한 남용의 양’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러한 주장들이 나름대로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담배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시민들의 주장에 영합하여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오늘날 우리사회 역시, 간통죄의 폐지가 상징하는 바와 같이,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공유해왔던 이념과 가치관이 급변하는 와중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국가의 통제 권한과 개인이 향유해야 할 취향이나 권익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명분으로 무엇을 선택할지 그 미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3-22 이백철

패륜적 폭력행위에 대한 사법부 명심사항

리퍼트 美대사 피습사건 인해 한미 키리졸브 훈련 필요성 대북안보관 중요성 더욱 강조 과거 日대사관 직원 상해‘집유 3년’ 실형 하루도 안살아 관대한 처벌의 결과 잊어선안돼얼마 전 퇴원한 마크 리퍼트 주미 대사는 열흘 전쯤 반미·반일 활동을 한다는 김기종씨로부터 피습당했다. 25㎝ 길이의 흉기로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난자당한 미국 대사는 시종일관 담대한 모습을 보였고, 자칭 반미·반일 운동가라는 가해자는 정신병력 운운하며 확신범이라고 하기에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언론이 그토록 주목한 주변국 외교관계가 아니라 확신범 운운하며 저지른 폭력적 범죄의 처벌 문제다.물론, 이 피습 사건은 우리나라의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삼일절인 3월 1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민족감정을 동원해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과 중국을 비난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의식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의 범위를 확대하고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일절에 있었던 미 국무부 차관의 한국 비난은 미국이 한국보다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해석은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고 이는 한미관계 균열 조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김기종 씨의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으로 이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역사인식 논란은 사라졌다.또한 피습사건은 대북 안보의식에도 영향을 줬다. 한·미 간 연례 군사 연습인 키 리졸브(Key-Resolve) 훈련은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에 대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지휘소 연습이다. 이 훈련은 북한이 남침 시 군 보급/숙영 등을 위한 방어적 훈련이다. 그러나 김기종 씨는 키리졸브 훈련 탓에 남북대화가 결렬되고 이산가족이 상봉하지 못하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키리졸브 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며 리퍼트 대사를 피습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이 훈련의 의미와 필요성이 더욱 중시됐고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북한의 주장을 지령 삼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대북 안보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그러나 이 사건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폭력과 살인을 행하는 파렴치범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가지각색 이유로 강도·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기종이라는 인물은 조울증·분신을 경험하며 그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과격한 언행과 도발적 행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리적 고립감을 느껴 미국 대사 피습과 같은 극단적 행위를 했다며 선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형법 250~260조와 법원의 양형 기준표를 살펴보면 살인은 징역 8년에서 12년 정도이고 살인미수죄는 법률상 감경사유에 해당해 최소한 징역 6~9년 정도가 된다. 여기에 피해자와 합의한 초범의 경우에는 작량 감경 원칙에 따라 징역 3년6개월에서 12년 정도가 된다. 그러나 김기종 씨는 이미 전과 6범이고 리퍼트 대사는 가해자 처벌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김기종 씨가 칼로 찌른 사건은 반인륜적 폭력행위다. 김기종 씨는 폭력적 패륜 행위인 살인미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지 국가보안법 위반이나 정치적·외교적 확신범죄로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이는 추후 조사에 따라 가중처벌될 부분이지 감경 사유가 아니다. 그런데 법률 전문가들은 김기종 씨가 과거 일본 대사관 직원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단 하루도 실형을 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과 6범의 김기종 씨는 정치적·외교적·이념적 확신범이라는 이유만 법정에서 통하면 단 하루도 징역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외교관계·국가보안법·정신병력 등 복잡한 이유를 들어 패륜적 폭력행위를 관대히 처벌한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사법부는 이 사실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3-15 홍문기

내게 ‘인천가치’란?

오늘의 나를 만든가장 큰 영향을 미친것을꼽으라면 서슴없이 지금도 내 주변에 있는각별한 친구들과 선배들인다양한 ‘인천사람들’ 입니다백구번지(숭의동109)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저는 도화동 박문여고 앞 동네로 이사해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제물포역을 통해 전철을 타고 대학으로 통학했습니다. 이후 서울의 몇 군데 연구원을 다니다가 인천발전연구원의 창설 멤버가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10여 년의 목동 생활을 제하면 거주지도 대부분 인천이었습니다.이런 제가 새삼스럽게 ‘내게 인천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된 까닭은 요즘 이곳에서 자주 거론되는 ‘인천가치’ 때문입니다. 인천이 가진 값진 가치를 드러내 부족해 보이는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고, 또 이를 물리적 장점으로 삼아 지역 발전의 토양으로 개발해 가자는 주장들이 점차 큰 파장으로 퍼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내겐 인천가치가 어떤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인천가치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인천은 제게 좋고 밝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지 않습니다. 인천하면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우리 마을은 늘 소란스러웠고 사람들의 악다구니로 힘찬 역동성(?)을 보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동네엔 좀도둑들이 극성을 부렸습니다. 또한 이른바 양공주들이 서넛 살았던 우리 마을로 주말이면 미군 장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들락거렸고, 이런 구체적 사례 덕에 우리들은 중학생인 동네 형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늦봄 쯤 되면 우리 동네엔 저도 꼭 참여해야 하는 연례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똥차가 전도관밑 백구번지 마을에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마을 전체가 자기네 변소를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이때 우리 할머니가 제게 부여한 과업(?)은 우리 집 변소 앞에서 똥지게 수를 정확히 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하던 저는 늘 할머니로부터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셈에 집착한 나머지 충분한 양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넘치도록 퍼가야 한통에 몇 십 원했던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인천에 대한 제 기억 중 주요한 또 하나는 늘 주변에 떠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활이 피면 좀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 돈을 벌면 서울로 가고 형편이 괜찮으면 상급학교는 서울로 가는 식이었습니다. 특히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수의 급우들이 서울로 전학을 가곤 했는데 개중엔 저와 아주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더러 있어 한동안 쓸쓸함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그러다가 이번엔 반대로 외지에서 온 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마침 서울은 고교진학이 추첨으로 바뀌었고 인천은 한 해 뒤로 예정되어 있어서 전국 각지에서 저희 고등학교에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교내 서클 활동을 했던 제겐 이때가 제 삶의 과정에서 일종의 황금기였다 할 수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이 작진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서로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학내 서클 활동 덕에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대학생 형들로부터는 어렴풋이나마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깨달을 수 있기도 했습니다.‘인천가치’는 그래서 제겐 사람들의 가치로 다가옵니다. 오늘의 저를 만든,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들라면 저는 서슴없이 지금도 제 주변에 있는 각별한 친구들과 선배들을 떠올립니다. 제게 있어 인천이 가진 의미와 큰 가치는 여기 몰려들었던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도 인천의 큰 가치는 많은 수의 다양한 인물들이고, 인천을 인천답게 그리고 가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도 바로 많은 인천사람들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인천에 좋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하고 이들이 여기 제대로 터 잡고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여기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참에 지역 R&D 인재들을 육성하고 인물을 키우는 가치 있는 과업에 인천을 구성하는 모든 주체와 기관들이 관심을 갖길 기대해 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3-08 이용식

간통죄의 위헌(違憲)결정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하고가족공동체 해체 촉진하는등사회 여러가지 해악을초래할 수 있다는헌재의 소수의견도 귀 기울여한층 성숙된 모습 보여야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25일 간통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해, 간통죄는 62년 만에 사라지게 됐으며 형법(刑法)의 처벌조항도 효력을 잃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간통행위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과거 네차례에 걸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었다. 헌법재판제도는 1987년 제9차 헌법개정시 도입된 제도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고, 그 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된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탄핵의 심판, 정당의 해산 심판,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사항을 관장한다.헌법재판소 9인의 재판관 중 7인이 간통죄가 위헌이라고 찬성해 위헌결정 심판정족수를 충족했고,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결혼과 성(性)에 대한 의식이 변화됨에 따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으며, 혼인과 가정을 화목하게 유지하는 것은 혼인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의해야 하고, 형벌을 통하여 국가가 개입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 둘째,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나 미혼인 상간자(相姦者)와 같이 성적 성실의무를 지키지 않는 행위자까지 벌하는 것은 국가가 형벌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셋째, 죄질이 다른 간통행위에 선택의 여지 없이 징역형만 부과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에 위배된다.재판관 중 2인은 간통죄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첫째, 간통죄를 폐지하면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간통에 대한 범죄의식을 없앰으로써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혼인과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 둘째, 혼인관계의 책임과 가정의 중요성을 소홀히 한 채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내세워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약자와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될 수 있다. 셋째,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나 가벼운 간통행위에 대하여는 선고유예를 할 수 있으므로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벌금형에 의할 경우 간통행위자에 대해 위하력을 가지기 어려우므로 형벌 체계상 균형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헌법재판소의 간통죄에 대한 위헌결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인정하고, 국가가 사생활의 비밀영역에 대해서는 간섭과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간통죄는 개인의 은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의 형벌권이 과도하게 남용되었고, 형법상 풍속을 해하는 죄에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간통죄만 징역형으로 규정한 것은 체계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앞으로 간통에 대한 문제는 민법의 재판상 이혼원인 중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므로 이혼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간통죄의 존폐 문제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여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덕에 맡길 것인지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는 시대적인 상황과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윤리와 형벌이 갈등하는 영역에 존재하고 있던 간통죄의 존폐 문제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간통은 형법이 개입할 수 없는 것으로 결말이 난 것이다.지금까지 간통죄는 극히 일부 국가에서만 유지되고 있고, 기존에 엄격한 처벌을 하였던 국가들도 나중에는 간통죄를 거의 폐지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간통이 증가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간통죄의 폐지가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하고 가족공동체의 해체를 촉진하는 등 사회에 여러 가지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소수 의견에도 귀 기울여 국민의 성도덕에 대한 의식에 대해 한층 성숙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3-01 김두환

아버지들이여, 지아요우(加油)!

옛 서독·월남·사우디에서아버지들이 흘린 피와 땀이후세대 번영으로 이어졌는데안타깝게도 그들과의 경쟁사교육비 부담·조기 퇴직으로힘과 기개 잃어가고 있다인생의 역정에서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였는가를 연구한 사례가 있다. 하와이의 어느 외딴 섬에서 성장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40여년을 추적하여 조사한 것이다. 그 아이들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 중에 한 명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 하면,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병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위대한 인류애를 실천한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문득 나에게는 사막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았을 이름 모를 아버지들의 희생이 무겁게 다가온다.얼마 전 TV에서 ‘학교 가는 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방영되었다. 인도 히말라야의 산간 오지 마을에서 자식들을 먼 도시지역 학교로 보내려고 애쓰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린 내용이었다. 영하 20도가 넘는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강을 맨발로 건너기도 하고 목숨을 위협하는 빙벽을 타기도 하면서 200㎞를 행군하여 자식들을 등교시키는 아버지들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다큐멘터리였다. 제대로 된 방한복이나 침낭도 없이 혹한 속에서 20일의 장정을 마치고 홀연히 귀향할 때까지의 아버지들의 담담한 모습이 눈앞에 며칠이고 아른거렸다. 아버지들의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그 험난한 얼음 강을 필사적으로 건너게 했을 것이다. 이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헌신적 사랑을 넘어, 인간이란 생명체의 영원성을 보여주었다. 아버지들의 삶은 그토록 힘겨운 것이었겠지만 이렇게 극복해왔을 것이기에 우리 모두의 삶은 영원할 것이라는 절대성을 심어주는 감동의 서사시였다.경상도 어느 전직 총장님의 고백이다. 가난한 소작농이셨던 이 분의 아버지는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을 도시로 유학 보냈지만 아들은 반에서 꼴찌를 한 것도 모자라 성적표를 1등으로 조작하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1등 했다는 아들을 자랑하기 위해 재산 1호인 돼지를 잡아 동네잔치를 벌인 것이다. 평생을 양심의 가책으로 살아왔던 아들이 33년 만에 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어무이… 그 때 1등은요…” 그 때 아버지가 가로막으며 말씀하셨다. “알고 있었다. 고마 해라. 손자가 듣는다.” 어찌 그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기다림을 빼고 그 아들의 총장까지의 성공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나는 햇볕이 좋은 날이면 나도 모르게 아들 침대에 널브러진 이부자리를 부둥켜안고 가서 베란다 건조대에 널곤 한다. 그때마다 문득 나의 그 모습에서 아버지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서는 날씨가 쾌청한 날이면 늘 그렇게 내 잠자리 침구들을 평상과 빨랫줄에 널어 놓으셨던 것이다. 나는 그날 밤 그 이부자리가 왜 그렇게 폭신했고 따뜻했는지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고 있다. 우린 주변에서 집까지 팔아가며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도 기러기가 되는 처지도 거침이 되지 못한다. 그것이 간혹 기러기 아빠의 슬픈 고독사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안타깝게 공감할 뿐 대한민국의 어느 아버지도 그를 세차게 몰아붙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서독에서, 월남에서, 사우디에서 아버지들이 흘린 피와 땀이 후세대들의 번영과 부국강병으로 이어졌듯이, 노후를 개의치 않고 기러기의 고독을 마다치 않는 이들의 DNA가 우리 아들과 딸들의 건강한 미래로 현시 되길 기대해 본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이 후세대와의 경쟁, 과중한 사교육비의 부담, 조기 퇴직 등으로 힘과 기개를 잃어가고 있다. 오늘 이 순간만이라도 어디선가 의기 소침해 있을 대한민국의 뭇 아버지들에게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지아요우(加油)! 중국인들이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힘내라고 외치는 구호이다. 기름을 부어 활활 멋지게 타오르게 하자는 뜻이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2015-02-22 이백철

갑론을박이 국정지지율에 미치는 영향

대통령리더십 쇄신과 함께정부·여당은 국가정책을 통해국민에게 구체·실질적 수준의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그러면 국민들은 정부능력을믿고 국정지지도는 향상된다지난 연말 연초에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각종 사회 이슈에 대응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범국민적 반응이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성인 1천9명을 대상으로 한국 갤럽이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29%였고, 부정평가는 63%였다. 긍정평가는 1월 첫째 주부터 40%→35%→30%→29%로 매주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51%→55%→60%→63%로 매주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에 대해 언론은 정윤회씨 문건 파동,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세액공제 문제, 어린이집 폭행사건 등을 지적하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지적들을 좀 더 살펴보면 정윤회 씨 문건 파동은 소통의 문제, 담뱃값·연말정산·어린이집 폭행사건은 정책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현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범국민적 지지 여부는 소통과 정책의 문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정윤회 씨 문건 파동의 문제는 국정농단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로 인식돼 국정수행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흔히 민주적 정치체제 내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간주되는 소통, 의사표현,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에 대해 존 밀턴 (John Milton)은 사상의 공개 시장 개념을 제시했다. 존 밀턴의 사상의 공개 시장개념에 따르면 진실은 자유롭고 공개된 논의의 소통과정을 통해 개인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될 때 이루어진다. 따라서 정윤회씨 문건 파동 당시 진행된 무수한 갑론을박(甲論乙駁) 과정은 진실 규명을 위한 사상의 공개시장에서의 소통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도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러한 갑론을박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부정적이라고 단정하며 논의를 종결시켜 버렸다. 이는 사상의 공개 시장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소통의 기회를 막고 진실을 숨기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정윤회 씨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해 소통의 불편을 느끼는 계기가 돼 국정수행 평가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 본다.한편, 역사적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갑론을박은 늘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 5개년을 계획 수행하면서, 김대중 정부는 남북경협과 벤처산업을 육성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개발과 자원외교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논란에 부딪혔다. 그런데 현 정부는 담뱃값, 연말정산, 어린이집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다. 이 문제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국가 발전과 어떤 관계가 있는 비전 정책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정책들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 정책인지, 만약 아니라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 정책은 무엇인지 다시 궁금해진다. 혹시 이 문제들은 정책 비전을 수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과거 정책에 대한 일방적 수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그 일방적 수정 결과가 불분명해 국민들이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낮은 국정 수행 지지도에 대한 해결책으로 많은 언론들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총리를 포함한 인사개편, 대북관계 개선, 법인세 인하 등의 조세제도 개편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국민에게 중요한 획기적 일자리 창출방안(예: 박정희 정부의 광부·간호사 독일 파견, 사우디 유전 개발 참여 등)이나 국민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정책의 합리적 개혁 (예: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등) 방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리더십 쇄신과 함께 정부와 여당은 대표적 국가 정책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준에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현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을 믿고 따를 것이고 국민이 믿고 따르는 정책 비전이 제시돼야 국정수행 지지도가 향상될 것이다. 올 연말 쯤, 온 국민이 믿고 따르는 정책 비전 달성을 위해 갑론을박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2-15 홍문기

‘없던’ 인천을 ‘들끓는’ 인천으로

바다 열리고 공항 들어섰고항만개발과 송도·청라 등대규모 프로젝트로도시구조 내용 바뀌었으니이제는 이곳을 사람들로북적거리게 만들어야 한다‘인천은 없다’는 냉소적 표현이 자주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쯤으로 기억되는데 대도시 인천에 정작 도시를 구성하는 의미 있는 것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그래서 이 말은 인천사람에겐 매우 기분 나쁜 은유였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인천엔 바다가 없고 랜드마크가 없으며, 사람(인물)이 없고 정치가 없다. 인천엔 경제가 없고 존경받는 토박이가 없으며, 그리고 도시의 중심과 광장이 없다는 것 등이었습니다.인천은 없다는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자조적 고백(?)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인천은 명색이 항구도시인데 바다로 접근하는 곳은 대부분 철책이 쳐져 있어 사람들이 바다에 접근할 수 없고, 인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명소를 금방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현존 인물을 찾기 어렵고 인천엔 유력 정치인이 없으며, 그래서 중앙에서의 인천의 정치력은 형편없다는 것이었습니다.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대기업과 기업인은 손으로 꼽기 힘들고, 지역에서 돈을 벌었다 싶으면 죄다 서울로 떠나 이 지역에선 큰 부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토박이들의 힘이 미력하고 존경받는 지역 어른을 찾기는 더욱 힘들며, 그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역과 시민사회를 대표하고 이끄는 중심이 없고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낼 수 있는 정서적 또는 물리적 광장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인천 없음’과 관련해서 20여 년 전 ‘황해문화’에 실렸던 글이 생각납니다. 인하대 모 교수가 인천을 방문한 외국인을 데리고 지역을 안내했다는 내용 중 소개했던 일화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곳곳을 둘러보고 인천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 상에서 그 외국인이 불쑥 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인천은 어디에 있나요?” 지금까지 죽 둘러 본 것이 인천이었던 것인데 그래서 안내자는 당연히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었다는 판단이었을 텐데, 그 외국 사람에겐 이러한 것들이 대도시 인천을 설명한다고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이후 인천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많은 것들이 새로 생겨났습니다. 바다가 일부 열렸고 공항이 들어섰으며 항만이 새로 개발되고 있고 송도와 청라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해서 도시의 구조와 내용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것들도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없던 인천을 있게’ 하는 핵심은 이곳을 사람들로 들끓게 하는 것이라 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인천에 관심을 갖고 여기서 직업을 구하고 이 지역에서 터 잡고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인천의 가치를 기반으로 창조도시를 만드는 일은 이처럼 바로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인천의 가치가 창의정신을 가진 창조적 인력을 유인하고 그들이 인천에서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며 거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이곳 인천을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인천 가치가 세상으로부터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만의 가치가 아니라 세상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매력으로 ‘인천만의 강한 디테일’을 보여줘야 할 것 입니다.동시에 인천 출신의 창의적 인재들을 육성하는 일에도 깊은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젊은 이들이 인천의 가치를 알고 이곳에서 직업과 삶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공무원 조직을 비롯 인천을 창의적으로 고민하고 기획하는 기관의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을 키우고 이를 지역발전과 연계하기 위해선 당연히 세심한 기획과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 입니다.10여년 간 목동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3년 전 인천으로 이사한다 했을 때 제 아이들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인천으로 이사한다 하니까 가까운 친구들이 쭈뼛거리다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빠 실직하셨니?” 그래서 그게 아니라고 대답하면 다음 질문은 이렇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부모님 이혼 하셨니?” 씁쓸한 기억입니다만, 인천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이사한다 했을 때 다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쓸쓸한(?) 때가 곧 오길 기대해 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2-08 이용식

자살과 생명보험금

해마다 자살자 증가로사망보험금 지급도 늘고 있어유족 생활보장과생명보험 보장적 기능유지차원에서 2년 경과후 보험사는원칙적으로 책임져야 한다통계청의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2013년 한해에 자살로 숨진 사람이 1만4천427명으로 2012년 대비 1.9% 증가하였고, 자살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28.5명으로 2012년 대비 1.5% 증가하였다. OECD 국가 간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과 비교할 때 OECD 평균 12.1명에 비해, 한국은 29.1명(2012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자살로 숨지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액도 지난 2006년 562억원, 2008년 916억원, 2010년 1천563억원, 2012년 1천733억원 등으로 급증추세다.보험이란 ‘우연한 사고에 대비하여 같은 위험에 처하여 있는 자들이 법적 위험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기술적 제도’이다. 우리나라 상법 제659조에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법 제732조의 2에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생명보험의 면책 요건을 고의에 의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생명보험표준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그 자살이 ‘보험계약의 보장개시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보험에서는 자살에 대해 이러한 예외조항이 없다. 따라서 자살한 경우에는 상법에 의해 고의로 발생한 보험사고이어서 생명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야 하지만 생명보험표준약관에 의해 보험에 가입한지 2년 뒤에 자살한 경우에는 생명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생명보험표준 약관상 2년 후 자살에 대해 생명보험사가 책임을 지는 이유로는 첫째로 자살에 대해 2년 정도의 면책기간을 두는 경우 생명보험을 부정하게 이용하는 것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 둘째로 자살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을 2년 동안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자살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자살자 유가족의 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자살을 돕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 면책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생명보험 가입자의 자살률이 면책기간(가입 후 2년) 이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해 사실상 자살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면책기간은 2년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되며 그 이상의 면책기간 설정은 의문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면책기간을 3년이나 5년으로 한다면 유족의 생활 보장과 생명보험의 보장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면책기간을 단기간인 1년으로 단축한다면 부정하게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자살자의 추세는 앞으로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나 생활문제로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 때문에 지급되는 보험사의 사망보험금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 유족의 생활 보장, 생명보험의 보장적 기능 유지 차원에서 2년 경과 후 자살에 대해서 생명보험사는 원칙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보험금을 취득하기 위해 자살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비록 면책기간경과 후라도 오로지 보험금을 노려 자살한 경우에는 면책기간 2년이 지난 경우라 하더라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2-01 김두환

감옥의 시작과 끝: 시간과 공간의 함수

우리모두 위선적 자아를정직하게 성찰할 수 있고타인을 자신처럼 배려하는공동체 정신이 내면화됐을때교도소 안과 밖을 같게하고공유하는 형벌체계 만들수 있어전직 대통령들과 그 친 인척뿐만 아니라 재벌총수들까지도 구속되는 요즘 감옥이라 불리곤 하는 교도소가 새삼 세간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전히 일반인들에게는 비밀의 세계로 남아있는 교도소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으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일까?인간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함을 형벌로 하는 신체형의 시대가 사라지고, 시간과 공간을 단위로 인간의 자유를 제한함을 형벌로 하는 소위 교도소제도가 인류사회에 정착된 것은 불과 200여년 전부터다. 18세기 중반까지만해도 인류사회의 형벌은 수많은 군중을 한곳에 모아 놓고 죄인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면서 일종의 굿판을 벌이던 체형(體刑)이 그 주를 이루고 있었다.그러나 어느 시기엔가 홍길동이나 로빈 훗과 같은 인물이 의인(義人)행세를 하던 시절이 도래하자, 도적의 무리가 백성들의 동정을 받고 매를 치던 국가의 형리(刑吏)가 조롱을 받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비밀스런 장소에 구금의 장소가 설계되었는데, 이것이 감옥의 시초다. 이러한 감옥의 정착은 새로운 이념의 탄생과 사회구조적 측면의 대변혁과 맞물려 가속화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민주이념의 확산과 신분제의 소멸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이때에 앞서가던 박애주의자들은 범법자들을 불운을 타고난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고 오염되지 않은 격리된 공간에 시간제로 구금하고, 엄격한 침묵과 규율 속에 노동을 강제하면 새사람으로 만들어지리라는 낙관적 세계관을 펼치고자 하였다. 그러나 완전한 격리속의 인간은 불행과 상처로 채워진 기억의 노예가 될 뿐, 그 곳은 단절과 고독으로 인한 정신질환자만을 양산하는 공간으로 전락하였다. 물론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러한 감옥의 역사적 실험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신체적 가학이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거스름에 따라 형벌제도에서 소멸되었듯이,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제한하여 사회와 단절시키는 것을 형벌로 하는 패러다임 역시 인류의 영원한 유산으로 남는 데에는 그 당위성이 부족하다.어느 나라의 인권상황이나 국격을 가늠하려면 그 나라의 교도소를 방문해 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사회가 실패하고 낙오된 그리고 불편한 이웃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라면, 이상적인 교도소를 만든다는 것은 곧 교도소의 안을 밖과 같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앞서가는 개혁자들의 주장을 현실로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교도소의 환경과 바깥세상의 환경을 유사하게 만들어야 함은 물론 사람들 간의 진정한 교류를 가로막는 편견의 장벽까지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감옥에 갇힌 범법자들도 언젠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이웃이며, 동시에 그들의 대부분은 언젠가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올 이웃이기 때문이다.앨빈 토플러는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급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머지않아 곧 미래 쇼크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나아가 변화의 세찬 물결에 대처하지 못해 지체된 집단은 집단노이로제 환자로, 폭력난무의 원흉으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위험분자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고 부언하였다. 그렇다면, 인간의 시간과 공간을 차단하는 형벌은 이 시대의 사조를 역행하는 패러다임이다. 물론 범죄인의 시간과 공간을 차단시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동시에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 이 시점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원시적인 접근이고 미시적인 대안이며 차차선책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도소의 안과 밖을 같게 하고, 그들과 시간과 공간을 능동적으로 공유하는 자신감있는 형벌체계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가능하다. 다만, 그 시기는 우리 모두가 위선적 자아를 정직하게 성찰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결과로 타자를 자신처럼 배려하는 공동체적 정신이 내면화되었을 때 비로소 다가올 수 있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5-01-25 이백철

신년벽두 비극에 대한 골든타임 이야기

대형화재·아동학대·살인사건…정치권,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당리당략적 골든타임 주장으로과거 '혹세무민' 또 시도한다면사회는 참사당하고 사후약방문에몰두하는 바보짓 올해도 계속된다골든타임(Golden Time)은 사건·사고 발생시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을 요하는 초기의 짧고 중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특히 세월호 선체 침몰직전 날려버린 초기 구조가능 시간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그런데 신년 벽두부터 우리 사회는 또 다시 골든타임을 놓쳐 엄청난 비극들을 겪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 중요성이 지긋지긋하게 강조된 골든타임을 또 놓친 이유는 도대체 뭘까?화재는 조기 진화가 중요하다. 의정부 화재의 경우 화재발생 후 13분 만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4명이 죽고 128명이 다쳤으며 건물 4채가 전소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 간격, 풍향·풍속,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 무수한 이유가 있지만 의정부 화재가 참사로 이어진 결정적 이유는 불법주차로 인해 화재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인명살상 범죄는 사전예방 골든타임이 있다. 얼마 전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안산 '인질 살해사건' 피해자도 인질극 며칠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경찰서 민원상담관은 부부간 사소한 다툼이라며 형식적인 고소절차만 설명했다. 그러나 2011년 10월26일부터 적용되는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범죄로 긴급을 요할 경우 경찰은 가해자 퇴거 등 격리 조치를 통해 인명살상 범죄 예방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있다. 당시 경찰서 민원상담관은 피해자의 부상을 부부 간 사소한(?) 다툼의 결과로 치부해 법이 보장한 인명살상 예방 골든타임을 놓쳐 두 명이 살해되는 인질극이 벌어졌다.아동학대도 피해자인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골든타임이 있다.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보육교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자주 폭행과 폭언을 해온 사실이 각종 증언과 해당 어린이집 CCTV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평소 이 보육교사는 아이들이 반찬을 뱉거나 밥을 흘리고 먹으면 때렸고 낮잠을 안자면 이불과 베개를 집어던졌다. 이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아이들은 밤새 울며 그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절규했지만 그 절규 가득한 골든타임을 놓친 틈을 타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는 계속 자행된 것이다.골든타임을 놓쳐 불안하고 위태롭게 시작된 신년벽두에 또 다른 골든타임 논란은 우리를 절망시켰다. 개헌시점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경제의 골든타임을 강조하자 야당 비대위원장은 지금이 개헌의 골든타임이라고 외쳤다. 이 개헌의 골든타임이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집중해야 하는 시간인지 궁금하다. 국민은 화재에서, 살인사건에서, 아동학대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까워하는데 정치권은 개헌의 골든타임을 논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또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다. 정치권은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정부와 국민은 무엇이 골든타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법주차가 대형화재를 유발시키고, 사소한 다툼에서의 부상이 살인범죄를 초래하고, 상습적 구타가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정부와 국민은 깨달아야 한다. 당리당략적인 골든타임 주장으로 과거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정치권이 또 시도한다면 우리사회는 거대한 참사를 당하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몰두하는 작년의 바보짓을 올해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신년 벽두 필자의 비극적 골든타임 이야기가 중요한 일의 결정적 순간을 실수로 망치지 않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5-01-18 홍문기

인천 가치와 인천 인문(人文)

오랜세월 살아왔던 사람들의삶과 흔적들이 더해져문화·역사가 돼 가치 완성스토리텔링은 현재 생활속에녹아있는 이야기들을 발굴인문적으로 해석하는 것칠팔 년 전쯤 캐나다 동부의 대서양 연안지역을 한 일본인 친구와 같이 한달여 동안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도 오타와에서 출발해 두명이 번갈아 차를 몰고 몬트리올·퀘벡을 거쳐 뉴펀들랜드 지역까지 둘러보는 5천여㎞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일본인 친구의 제안으로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삶을 설명하게 됐는데,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가족, 그리고 고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죠.제 얘기 가운데 그 친구가 제일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린시절 인천에서의 어려웠던 생활과 고등학교 청소년기의 고민, 그리고 대학에서의 반정부 시위 등 젊은이의 사회참여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기의 지역 현실이 어땠는지, 무엇이 계기가 돼 학생운동 등 사회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등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국인 친구의 깊은 반응이 흥미로워 얘기를 끝낸 후 되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재미있냐?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이나 아련한 추억에 관한 것도 아니고, 그냥 거칠고 힘들었던 그 시기 고단했던 일상에 대한 얘긴데…."그는 가까운 이웃 국가에 살았지만 자신은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얘길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어려운 시기를 용케도 잘 견뎌온 한국 사람들의 삶과 그런 가운데 새롭게 변화를 도모해 온 그 알 수 없는 힘이 부럽다는 얘길 더했습니다. 70~80년대 엄혹했던 시절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그리고 동시에 이뤄진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그 격렬했던 과정이나 의미가 일본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뭔가 본능적인 역동성이 한국 사람들의 삶과 문화속에 있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요즘 인천 가치가 대세(?)인 듯합니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를 적극 고려해서 새로운 차원의 지역발전을 기획하고, 시민들도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삼자는 논의가 활발합니다. 그동안 과소평가됐거나 간과했던 인천의 물리적 고유자산과 공간적 이점을 '인천가치'로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천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가자는 것이죠. 인천에서 처음 비롯된 의미있는 시작들과 수많은 섬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들이 인천 고유의 현실적 또는 잠재적 가치의 구체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기도 합니다.좋은 일입니다. 자기 지역이 가진 장점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시민들의 촉발된 관심과 자부심을 에너지로 삼아 현재의 경제적·재정적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니까요. 특히 그동안 시민들이 인천을 그다지 살기 좋은 지역으로 꼽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천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확인하고 개발해 내는 과정은 여러측면에서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 봅니다.그런데 이쯤에서 저는 '지역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 봅니다. 어느 공간의 진정한 가치는 자연적·물리적 또는 지정학적 조건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그렇게 발현되는 게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측면의 고유자산만 가지고서는 어느 한 지역이 그 장점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도시가 진정한 의미의 가치를 가지려면, 가치를 부여하는 범주에 거기서 오랜 세월 살아왔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만들어낸 흔적들이 더해져야만 할 것입니다. 삶과 흔적들이 문화가 되고 세월을 거쳐 역사가 되면서 다른 측면의 가치들과 합쳐져 이른바 인천 가치를 완성하게 될 겁니다. 당연히 거기엔 많은 얘기들이 녹아 있겠죠.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이란 바로 이렇게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재의 생활속에 녹아 있는 이야기들을 발굴해내고 인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인천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인천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인천의 고유한 가치를 운위할 때 인천의 지리적·물리적 가치에 인문적 가치가 더해져야 하는 건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그 외국인 친구의 인천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에 재미있고 의미있게 답할 수 있는 인천의 인문적 스토리텔링이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5-01-11 이용식

대학 규제와 수도권정비계획법

경기도내 우수 학생들교육혜택 받을 수 있는국공립대학 절대 부족수도권 대학 증설·이전 금지는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개혁과 맞물려 개정돼야수도권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집중과 과밀의 문제로 인해 관리 대상이 돼왔다. 수도권을 관리하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2년 12월 (법률 제3600호) 제정됐다가 1994년 전면 개정으로 총량규제방식의 공장총량제 도입, 과밀부담금제 도입, 직접규제방식에서 간접규제방식으로 전환해 현재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법은 27개의 조문과 부칙으로 구성돼 있고, 시행령은 27개 조문과 부칙으로 돼 있다.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은 제1조에 잘 나타나 있는데 수도권(首都圈)정비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의 수립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해 수도권을 질서있게 정비하고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수도권'이란 경기도·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 등의 3개 시·도를 의미하며, '지방'은 수도권에 대비되는 용어로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를 통칭하고 있다.이를 위해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구분해 관리된다. '과밀억제권역'은 서울 등 16개 시로서 과밀화 방지와 도시문제 해소를 위해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됐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성장관리권역'은 12개시 3개군으로 이전기능 수용과 자족기반 확충을 위해 과밀억제권역으로부터 이전하는 인구와 산업을 계획적으로 유치하고 산업의 입지와 도시의 개발을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 '자연보전권역'은 5개시 3개군으로 수계보전과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한강수계의 수질과 녹지 등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이다.한편 이 법에 의하면 기업규제뿐 아니라 수도권내에서 대학을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해 대학 신·증설 및 이전에 관한 입지규제와 총량규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년제 대학(교육대학 포함)의 경우 모든 권역에서 신설을 금지하고, 성장관리권역으로의 이전만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과밀억제권역간 4년제 대학의 이전은 심의를 전제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대학이 성장관리권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가능하나 과밀억제권역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과밀억제권역이나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대학이 자연보전권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최근 경기도의 광주·이천·여주·양평·가평 등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한 동북부 5개 시군은 인구집중을 막기 위한 규제가 엉뚱하게 낙후된 동북부 지역에만 적용되고 있다고 불합리를 주장해, 과도한 기업입지규제 개선과 함께 자연보전권역으로의 대학이전을 막는 현행법의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인구집중을 막기 위한 대학이전 규제가 인구가 적고 낙후된 동북부 5개 시군에만 적용되고 있어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수도권정비계획법을 만든 목적은 수도권의 인구와 산업의 집중억제에 있고, 기본적으로 기업규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을 제정했던 시기에는 농촌의 인구가 서울을 중심으로 대도시로 이전하는 시기였던 반면에 현대사회는 생활의 영역이 도시와 농촌간이 아닌 세계를 단위로 하는 글로벌 사회다. 또한 수도권의 범위를 30여년 전에 지정했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수도권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을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하고, 대학의 증설 및 이전 등을 수도권내에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의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개정해야 한다. 수도권의 범위 등 관련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 경기도내 우수한 학생들이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공립대학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인재들이 유출되는 현실 앞에서, 특히 대학규제와 관련해 수도권내 대학 증설 및 이전 등을 금지하는 이 법은 앞으로 학령 인구감소로 인한 대학구조 개혁과 맞물려 개정돼야 한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5-01-04 김두환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

대개 우린 도덕군자가 아니며과오의 반복속에서 살아 가는숙명적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상대를 비난하고 처벌 원하기전자신의 내면을 먼저 정직하게성찰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다밝아오는 새해를 몇 날 앞둔 이 시점에서도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우리 사회 최고 고위층의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되는 범죄로부터, 사회 저변의 풀뿌리 계층의 공동체 해체에서 오는 범죄에 이르기까지 우려스러운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념적 측면에서 사회구성원이 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국가는 어떤 해결 방식을 택하고 있는가와 깊은 관계가 있다.어느 사회에서든 보수와 진보진영이 존재한다. 양 진영의 이념은 지향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실천과정에서 표출되는 괴리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근원이 돼왔다.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적 차이는 범죄행위에 대처하는 수단인 형벌정책에서도 대립적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범죄인을 손익 계산해 행동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고 행위의 결과에 대한 당사자의 책임을 중시한다. 따라서 국가는 해악을 끼친 대가로 범죄인에게 형벌을 가하는 정책을 선호한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는 범죄행위를 개인적 판단의 결과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범죄인을 불평등한 사회구조나 유해환경의 희생물로 간주하고 치료나 교육을 통해 이들을 개선시키는 정책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러한 양 진영의 정책은 극렬한 상호논쟁 속에서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없이 실험됐지만, 21세기 이 시점에도 여전히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있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그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양 진영의 틀을 초월한 보다 이상적인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사회영역의 한 측이 다른 한 측을 일방적으로 처벌하거나 교육하는 기존의 체계를 탈피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이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가 근간으로 하는 가정(假定)이 왜곡됐으며, 그 대처방식 역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보수와 진보진영은 모두 사회구성원을 사법적 결정에 따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한다. 즉 '고쳐져야 할 나쁜 사람'과 '고쳐질 필요가 없는 좋은 사람'으로 양분돼, 범법자는 나쁜 사람으로서 처벌받거나 고쳐져야 하며, 범법자가 아닌 그 밖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으로서 고쳐질 대상이 아니라는 가정에 기초한다. 이는 예컨대, 국가를 대표하는 사법기관(좋은 사람)이 범법자(나쁜 사람)를 처벌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고정시키고, '범죄를 어떻게 퇴치하느냐'의 해답을 찾는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정과 방향의 문제점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좋은 사람 vs 나쁜 사람'의 구도로 짜인 권력질서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 베일에 가리어 '좋은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부정부패에 물든 정치·법조·경제 및 교육 영역의 사회지도층들은 물론, 층간소음·주차시비·위장전입·세금포탈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세 영합적이며 이기주의에 물든 숱한 일반인까지를 포함해 과연 이들이 '좋은 사람'측으로 분류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즉 교도소에 들어간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안 들어간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구분돼 도덕적 면죄부를 받게 되는 가정이 과연 얼마만큼의 설득력이 있느냐는 것이다.우리가 '좋은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심판해 처벌하고 교육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도덕적 우월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우리는 지고(至高)한 도덕군자가 아니며 과오의 반복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적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상대를 비난하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자신의 내면을 먼저 정직하게 성찰하는 것이 마땅한 자세일 것이다.밝아오는 새해 아침, 우리 모두가 잠시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를 자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아마도 그 잠시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우리 사회를 온전히 상대를 배려하는 온정적 사회로 변화시키는 작은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 본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2-28 이백철

'땅콩 회항' 재벌가 가정교육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조현아씨 대신 부하직원들이법적책임 지는 상황 된다면비인격적 교육방식을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재판결과 아랫사람의 인권을보장하는 중요한 계기되길 바라조현아씨의 엽기적인 '땅콩회항'은 미국의 CNN방송에서 기막힌 이야기(Crazy Story)로 심각하게 다뤄졌다.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마카다미아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째 준 것에 모욕을 느낀 바보 같은 부사장이 사무장을 내리게 하려고 비행기를 회항시켰다"고 두 번이나 반복해 보도했다. 국토교통부는 조현아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이 있었는지 조사중이다. 언론은 조현아씨가 승무원과 사무장을 상대로 저지른 인격 모독적 행위에 대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 오너 가족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됐다. 12월 16일 YTN이 인터뷰한 17년 경력의 대한항공 현직 기장은 "조양호 회장 사모님께서는 제공받은 음식이 너무 싱겁다든지 자기가 원하는 만큼 따뜻하지 않으면 화를 내면서 음식을 집어던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경제의 12월 18일자는 2012년 인하대 운영과 관련된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학생과 관계자들에게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씨는 "내가 조원태다. 어쩔래 ×××야"라고 욕설했고, 막내 딸 조현민씨는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하무인격으로 "나는 낙하산이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12월 16일 한겨레신문은 2008년 12월 조현아씨가 조 회장의 친구인 홍승용 당시 인하대 총장에게 이사회에서 서류를 집어던지고 막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것일까?조현아씨의 '땅콩회항'에 대해 조양호 회장은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죄드린다"며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조씨의 나이가 40세이고 직함이 부사장이지만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뉘집 자식'에 불과하고, 그 아이의 오만불손한 행동은 애비의 '가정교육' 문제였음을 시인한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조씨의 몰상식한 행동의 원인을 재벌가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재벌가 가정교육은 선대의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극심한 갈등을 전제로 이뤄진다. 실제로 2005년 조 회장은 형인 조수호 회장이 와병중인 상황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정석기업의 차명 주식 반환과 대한항공 면세품 공급업체 변경 등 재산권 관련 법정싸움을 하면서 재벌가 형제들끼리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재벌가에서는 아랫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릴 때부터 배우고 특히 부모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위기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이들은 재벌가 재산상속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갈등이 아랫사람의 배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무수히 경험해 왔기 때문에 아랫사람을 거칠고 비인격적으로 다뤄야 시키는 대로 한다고 배운다. 이 때문에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그토록 욕설과 막말이 난무하는지도 모르겠다. 재벌가 오너들의 거친 말과 행동의 결과가 아랫사람들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대한항공의 보도자료와 사과문에서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조씨가 임원으로서 서비스 문제를 지적한 것이 정당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잘못한 조씨 대신 아무 잘못없는 대한항공 이름과 비용으로 사과문을 신문에 게재했다. 또한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이 사건을 은폐·조작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땅콩회항' 사건은 재벌가의 비인격적인 아랫사람 교육방식과 그 결과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 조씨 대신 아랫사람들이 법적책임을 지는 상황이 된다면 사법부는 재벌가의 비인격적 아랫사람 교육방식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제 욕설과 막말 등 비인격적 방식으로 아랫사람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조씨에 대한 재판결과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수많은 아랫사람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4-12-21 홍문기

겨울 단상, 백구번지의 기억

대규모 인사 앞둔 인천시스산함 속에 스며드는조직의 쓸쓸함과개인의 소외감을 없애거나최소한 줄이는게 리더들의엄중한 책무이자 사명이다전도관 밑 숭의동 백구번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제게 겨울에 대한 생각은 그곳에서의 기억과 자주 연관됩니다. 겨울 초입에 들어서면 제 머리는 자동적으로 그 시절 백구번지의 기억을 들춰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게 그곳의 겨울은 매우 추웠습니다. 전도관 쪽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서웠고, 철도길 옆 황량한 길거리에서 몰려오는 유쾌하지 않은 그 무엇은 제 몸이 느끼는 온도를 더욱 낮추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게 겨울은 춥고 유쾌하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추운 겨울과 함께 시작되는 겨울방학은 또래 아이들에겐 그래도 노는 즐거움을 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백구번지 우리 동네 아이들은 겨우내 철도 옆 노천 하수도에서 틈만 나면 썰매를 탔습니다. 철로 옆 상가와 주택에서 쏟아져 나온 하수가 얼어서 만들어진 얼음판장이었으니 당연히 빙질(?)이 좋을 리 만무했습니다. 자주 자빠졌고, 그래서 집에 돌아와 온기에 젖은 옷이 마를라치면 시궁창 썩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저는 할머니로부터 야단맞기 일쑤였습니다.동네 아이들과 가끔씩 원정 썰매를 타러 가기도 했습니다. 멀리 지금의 서구 한 편에 해당되는 개건너에 갔던 것이죠. 그곳엔 논이 얼어 제법 넓은 빙판이 형성되어 있었고, 우리들은 신나게 놀면서 각자 썰매타기 기술을 맘껏 뽐냈습니다. 저는 외 날 썰매를 만들고 타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또래의 부러움을 샀고 덩달아 우쭐하기도 했습니다.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놀다 서둘러 지친 몸을 이끌고 백구번지로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이었습니다. 애들 걸음으로는 두어 시간을 걸어야 올 수 있는 거리였는데, 더 큰 고난은 당시 선인학교 재단이 몰려 있던 큰 언덕을 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지쳐 불을 피워 놓고 잠시 쉬다가 산불을 낼 뻔한 적도 있었죠.그런데 제게 백구번지의 겨울이 주는 더 생생한 기억은 우리 동네에 다다라 또래들과 헤어져 집에 돌아갈 때의 느낌이었습니다. 집에 가까이 갈수록 느껴지는 주변의 스산함과 제 마음의 쓸쓸함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제 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나 허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쁨보다는 그 또래 아이가 가질 수 있었던 마음의 부담과 압박감이 먼저 몰려왔었죠. 그렇게 제 어린 시절은 백구번지의 겨울 기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새삼 백구번지의 겨울 기억을 상기하게 된 건 요즘의 세태와 주변의 상황 때문일 것입니다. 한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도 그렇고 유난히 추울 것이란 일기 예보도 저의 이런 기억 되살리기에 한 몫 했을 테지요. 실감하는 추위 속에서 요즘 특히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주 확인하게 되는 쓸쓸함이 합쳐졌을 겁니다.인천은 지금 인사철입니다. 민간 부문에서도 시기적으로 그렇지만 인천시는 특히 대규모 내외 인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직을 둘러싼 대규모 자리 이동과 승진이 이루어질 것이고, 동시에 외곽 조직의 인사교체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 규모가 매우 클 것이란 점은 적재적소 배치와 능력 인사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부 대상자들에게 소외감과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합니다. 춥고 스산한 겨울날씨에 사람들에게 심적으로 큰 상처를 남기는 쓸쓸함을 안길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드는 것이죠.백구번지 그 겨울의 쓸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천오백 여 년 전에도 공자가 군자(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인(仁)과 예(禮)를 왜 그렇게 강조했는지를, 그래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쯤은 되새겨 보라 강조하고 싶습니다. 스산함 속에 스며드는 조직의 쓸쓸함과 개인의 소외감을 아예 없애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조직 리더들의 엄중한 책무(仁)이자 최소한의 사명(禮)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2014-12-14 이용식

기성회회계 문제의 입법적 해결

각 정당들 발의 한 3개 법안입장 내세워 대립할게 아니라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자치와 자율성 존중하고학교운영 현실반영 등 문제점원만히 해결하는 입법되길…기성회비란 1963년 국가예산이 풍족하지 않았던 시기에 발족됐는데, 학교운영이나 교육시설 확충을 위해 학부모들로 구성된 자발적 단체인 기성회가 내던 비용이었다. 그 후 1977년 문화교육부(현 교육부)는 규정을 제정해 기성회비를 등록금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기성회비는 교육여건 개선 등에 기여했으나, 최근 정부와 국립대를 대상으로 하는 '기성회비 반환청구소송'에서 법원은 기성회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고, 국가의 부당이득 반환책임에 관해서는 기각했다. 기성회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고등교육법과 규칙 및 훈령의 규정만으로는 기성회비가 등록금에 해당하거나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국가의 책임과 관련해서 법원은 '기성회비의 부과가 법률상 원인없이 이뤄진 것임에 대한 국가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 아직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이러한 기성회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3개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 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한 '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 그리고 정의당이 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이 바로 그것이다.'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은 기존에 많은 문제점을 지적받은 기성회회계를 폐지하고 국고 일반회계와 함께 교비회계로 통합함으로써 기성회비 징수 근거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기성회회계 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비회계의 성격을 어떻게 보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대학이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질 수 있다. 이 법안은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고, 교비회계의 신설을 통해 기성회회계 징수에 대한 법적 논란을 해소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 재정운영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재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징수권과 대학재정 자율권을 유지시키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교비회계 직원으로 고용이 승계된다. 이 법안은 재정위원회의 책임이나 권한, 구성방안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은 기성회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에 흡수시키는 것인데, 국립대학에 대한 기성회비를 2020년까지 연차적·단계적으로 전액을 국고로 지원(물가상승률 미반영)하는 법안이다. 기성회회계를 일반회계로 귀속해 대학에 재정운영의 자율권과 징수권이 없으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대학의 재정운영 자율권을 박탈하고, 대학의 현실과 정부의 재정여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받고 있다.'국립대학법안'은 국립대학의 설립 및 회계 근거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책무까지 강화하자는 것인데, 국립대학에 대한 기성회비를 2020년까지 매년 일률적으로 2분의1씩 국고로 지원(물가상승률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의 특이한 점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 헌법에 근거하는 법적 지위 등을 규정하고, 총장의 임용(직선제), 부총장, 대학평의원회 등 조직에 대한 사항도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기성회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에 흡수시키며, 기성회회계 직원은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도 '기성회회계 처리에 대한 특례법안'과 같은 점이 지적받고 있다.위의 세 법안은 나름대로 기성회회계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끌어왔던 기성회회계 문제에 대해 정당들은 서로 입장을 내세워 대립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운영의 현실을 반영하며, 기성회회계 직원의 신분문제 등 문제점을 원만히 해결하는 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 을미년 새해에는 모두 새롭게 힘찬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 것을 두 손 모아 바란다./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2014-12-07 김두환

성폭력 범죄에 대한 단상(斷想)

가정과 학교·종교단체는건전하게 육성되고 존중받는 대상이 돼야 하며개개인은 단죄·계도 보다는공범일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반성과 회개 하는 자세 필요최근 The Economist지는 유명 미래 학자들도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으로 지난 10여년간 주요 선진 국가에서 살인·강도·차량절도·마약사용과 같은 전통적인 범죄가 급격한 하강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이런 급격한 감소현상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독 증가하고 있는 범죄유형 중의 하나가 성범죄라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역시 어린 10대 청소년에서부터 사회 고위지도층에 이르기까지 널리 만연된 성폭력 범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절대적인 수치가 실제로 증가한 것인지, 이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새로워진 결과인지는 확정할 수 없으나 전반적인 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성폭력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고 미래의 희생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범죄가 어떤 원인체계로 이뤄져 있으며 어떻게 반복되는가의 순환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적 차원은 물론 사회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성범죄의 발생은 일반적으로 4단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 번째 단계는 근원이 되는 다양한 원인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혼돈된 가족체계에서의 성장, 경직된 가부장제, 성적·신체적 피학대 경험, 알코올·약물의 과용, 음란매체에의 과다노출, 성교육의 부재, 타고난 기질적 성향 등과 같은 개인적·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원인체계가 실제 행위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상황적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둘째는 윤리적 양심이 제어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호젓한 장소에서 보호자가 없는 아동과 마주하거나 늦은 밤 시간에 과음한 여성과 맞닥뜨려지는 등과 같은 상황적 기회가 포착돼야 한다는 것이고, 동시에 쾌락을 향한 공격적 욕구가 윤리적 양심과 같은 내면적 억제능력을 훨씬 능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 도처에 존재하는 범죄사각지대에 대한 대처의 미흡과 가정이나 학교·종교 부문에서 익혀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이 내면화되지 못한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마지막 단계에서는 피해자 측의 능력과 태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예컨대, 피해자가 방어할 능력이 결여됐거나 저항의지를 상실했을 경우, 그리고 사전에 대처정보의 숙지와 대비에 소홀했다면, 가해자에 의해 제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여러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가해자는 법적 제재의 두려움과 윤리적 양심을 초월해 자극적인 쾌락을 즐기게 되며 이는 바로 자기 합리화 단계를 거쳐 다시 반복할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게 된다.성폭력 범죄가 수없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완전범죄로 끝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요건들이 충족돼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해자 측면, 피해자 측면 혹은 사회 정책적 측면에서의 어떤 조치에 의해서든 어느 한 단계에서만이라도 차단될 수 있다면 완전범죄는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우리 사회에서도 성폭력범에 대한 형벌의 강화, CCTV 설치의 확대, 전자발찌제도 및 화학적 거세제도의 시행, 성폭력 범죄 예방교육 및 치료 등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기관들이 전시적 행정의 차원을 넘어 문제의 본질적 원인체계와 단계별 순환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해당하는 각각의 제도나 프로그램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뿌리가 되는 가정과 학교와 종교단체가 건전하게 육성되고 존중받는 대상이 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며, 개인적 차원에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단죄(斷罪)하거나 계도(啓導)하는 입장에서보다는 각각이 공범(共犯)일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가짐으로 반성과 회개의 시간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2014-11-30 이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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