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정치권의 '몹쓸 병'

며칠 전 TV 뉴스를 봤다. 여지없이 정치권의 소식이 전해졌다. TV 속에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고, 물러섬 없는 정쟁을 벌이는 모습이 표출됐다.늘 보는 모습이지만, 올해 6살 된 아이는 이를 보고 부모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거야?"난처해진 부모는 생각 끝에 "서로를 배려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답했다.그러자 아이가 대뜸 "몹쓸 병에 걸렸네. 쯧쯧쯧"하고 혀를 차는 것이 아닌가.아이는 전날 읽은 책에서 닭장 속 닭들이 새로 들어온 검은색 닭을 자신들과 색이 다르다고 따돌리고, 혹여 검은색 닭에게서 몹쓸 병이 옮지는 않을지 배척하는 모습을 떠올린 듯하다. 아이에게는 남을 미워하고, 힐난하는 모습 자체가 '몹쓸 병'으로 인식된 셈이다.아이는 이어 "병에 걸렸으면 주사 맞아야지. 근데 주사가 아프니까, 또 서로 먼저 맞으라고 싸우면 어쩌지"라고 말을 맺었다.짧은 순간 가볍게 웃고 넘겼던 이 말이 금세 현실이 됐다.지난해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 우리 사회는 26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 첫 백신은 안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다.야권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먼저 맞아 보시라'고 압박했다. 이에 맞선 여권은 비열한 정치공세라며 백신 공포감 조장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결국 기다리던 백신 접종을 놓고도 정치권은 어김없이 정쟁이다. 국론보다는 당론이 정치권을 장악한 모습이다. 양측의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들 모두 국민의 안전을 염려해 '갑론을박' 하는 것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다.다만 부모로서는 이 모습을 다시 아이가 보면 또 어떤 말을 꺼낼지 참 난감하다. 정치권의 '몹쓸 병' 때문에 당분간은 TV 뉴스를 보지 않아야겠다./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2021-02-24 김연태

[오늘의 창]님비쓰레기

'나는 님비쓰레기가 돼도 좋다. 내 아이들이 임대주택 사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을 수 있다면…!'취재 중 한 온라인 카페를 방문했다가 상위에 붙박이로 게재된 글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교육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애쓰는 게 무슨 별일이냐 만은, 하수처리장 같은 환경시설에 대한 거부와는 다르게 사람과 사람을 가르고, 사회구성원의 손가락질에도 부끄럽지 않다고 하는 자세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사회는 다양한 이해집단으로 차 있고,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툰다. 그런데도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단순히 경찰력으로 대표되는 공권력 때문만은 아니다.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이론에 기여한 라인홀드 니버는 자신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Niebuhr, Reinhold (2nd ed) 이한우 옮김, 문예출판사, 1998)에서 "사회는 영구적인 전쟁상태에 처해 있어… 강제성 없이 국가를 보존하기란 더욱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어떠한 국가도 순전히 강제성에 의해서만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p.22~37)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니버가 말한 통일성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기자는 공교육과 언론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은 사회 유지를 위한 가치를 충실히 전달해야 한다. 역사, 문화, 정치, 사회, 윤리가 그러한 매개체일 것이다. 언론 역시 그 사회의 가치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체벌을 과거와 달리 지양하는 것은 언론의 이슈선정과 그 반향의 결과일 것이다.지금 '님비쓰레기일지언정 무조건 없는 사람, 복지 대상자가 내 가족과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기심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지역사회가 부끄러워하기 보다 커밍아웃을 반기는 행태는 사회를 엮어내는 사슬 어딘가에서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다.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21-02-18 권순정

[오늘의 창]고난의 인천 프로야구 역사와 신세계 구단

"나는 태평양 돌핀스 때부터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만 좋아했는데, 응원하는 구단의 이름은 벌써 세 번이나 바뀌게 됐다."지난달 인천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되자 야구팬인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1982년부터 인천 프로야구팀을 응원했던 팬이라면 벌써 6번째 구단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야구 커뮤니티에선 인천 SK 와이번스와 신생팀들을 묶어 이른바 '흥행참패동맹'으로 부르고 있지만, 인천지역 프로야구 열기가 애초에 다른 지역보다 낮았던 것은 아니었다. 인천의 첫 프로야구단인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는 하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천 야구팬들은 열정적으로 이들을 응원했다. 당시 야구장을 찾았던 '도원 전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야구 커뮤니티에서 회자하고 있다.1996년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가 1998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 중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야구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을 연고로 하겠다며 '야반도주'를 감행하면서 인천 야구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전북 군산을 연고로 하던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인계한 SK 와이번스가 인천에 자리를 잡았지만, 한순간에 응원팀을 잃어버린 인천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에 등을 돌렸다.SK 와이번스는 국내 프로구단 중 최초로 응원 구호에 지역명을 넣는 등 인천 야구팬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인천 야구팬의 새로운 자부심이 됐다.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되면서 이러한 노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선수단이 그대로 인수됐지만, 야구팬의 충격은 상당하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원대한 마케팅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또 한 번 연고지 팀이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겪게 된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무엇보다 인천팬들에게 인정받는 야구단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1-02-16 김주엽

[오늘의 창]탄소중립과 그린뉴딜 그리고 여주시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인간과 자연의 단절문제라면 공존하는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결법으로 공존의 지정학적 위치를 '나무와 숲'에서 찾아본다.지난 1월21일 국립산림과학원이 주최한 '2021 산림·임업 전망 발표대회'에서는 나무와 숲에서 인간과 동·식물이 대등한 주체로서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볼 좋은 기회였다. 반기문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로 인한 결과"라며 "많은 학자는 현시대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로 별도 구분하며 100년 안에 '제6차 대멸종'으로 전체 생명 종의 70%가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질학적 '인류세'의 개념이 정립되면서 인류·사회학자는 '정치 생태학'에서 '새로운 미학, 인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즉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과학과 경제라는 인간 중심적 사회성에 반해 21세기 생태계의 기원인 아마존 유역의 야노마미족이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에서 새로운 인식을 찾아본다.지난달 28일 여주에서 열린 '산림뉴딜정책에 따른 임업 발전 방안 현장 설명회'를 주관한 원택상 한국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OECD국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산림은 매우 중요한 탄소흡수원이지만 우리나라 숲은 수령이 다해 탄소흡수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그는 "수확기에 들어간 임목을 벌채 가공하고, 용도개발과 후계 경제림 조성, 임도 개발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녹색뉴딜정책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수입목에 의존하던 임업을 국산목으로 대체할 기반시설 구축이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여주시가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여주시 뒤에는 강원도의 산림이 있고, 앞에는 수도권 2천만 인구가 존재한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생태학의 기원을 찾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21-02-02 양동민

[오늘의 창]선심성 정치는 안돼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보상 요구가 거세다.이에 여당에서는 손실보상법과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협력 3법'을 내걸고 2월 임시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업종에 대해 국비를 지원해 보상하겠다는 손실보상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 시책에 협조하라고 했다. 우리는 공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관련 입법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상부상조(相扶相助), 환난상휼(患難相恤) 같은 성어처럼 서로 돕고 살자는데 이견이 있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제한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선심 쓰듯이 쉽게 결정짓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현재 정치권에서 손실보상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손실 보상 금액과 방법, 지급 시기 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며 여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손실보상' 법제화를 둘러싼 당정 간 혼선을 직접 수습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하는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당정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마자 당정은 입법과 함께 실제 필요 재원을 추계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정부와 정치권은 새로 법을 만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일에 허투루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원칙과 기준, 범위, 형평성, 가용재원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정치인들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미래 세대 어깨에 짐을 하나 더 얹게 되는 일에 손을 들어줄 국민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21-01-31 이성철

[오늘의 창]신중하게 써야하는 표현 '비(非)'

병원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총무나 인사 업무 등을 맡은 행정직은 의료진을 '지원'하는 역할에 가깝다. 언론사에서도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모든 업무가 중요하지만 기자가 속해 있는 편집국이 언론사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몇 년 전 '비편집국'이란 용어를 썼다가 한 선배에게 지적을 받았다. 편집국 중심으로 다른 부서를 명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비편집국'이란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최근 '비'자를 자주 보면서 이 기억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정부 때문이다. 매일 코로나19 상황을 전파하는 보건복지부는 확진자 수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00명', '비수도권 00명'이란 표현을 쓴다. 정부 발표는 언론을 통해 기사가 되고 많은 이가 접하게 된다.정부가 서울·경기·인천을 일컫는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충청·경상·전라·제주·강원)을 구분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다 보니 이런 표현이 나온 듯하다. 언뜻 보면 효율적인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상북도 주민들과 강원도 주민들은 '비수도권'이란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수도권'이란 단어도 서울 중심의 사고가 발현된 결과다. 누구도 다른 이의 이름으로 자신이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각 도시도 마찬가지다. 모든 지역을 하나하나 호명할 수 없는 점은 이해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나라 전체를 바라보는 정부는 표현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은 매일 발표된다. 이제라도 '비수도권'이란 표현이 정부 발표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정부의 더 깊은 고민을 바란다.단 '비'자를 쓰는 것이 바람직할 때가 있다. '비장애인'과 같은 표현이다.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이들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수도권'이 소수는 아니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1-01-27 정운

[오늘의 창]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사업

2021년은 한국인 최초 천주교 사제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인 김대건(1821∼1846년) 신부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잠시 안장돼 천주교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미리내성지를 보유한 안성시가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사업에 소극적인 것 같아 씁쓸하다.김대건 신부는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를 무릅쓰고 포교 활동에 전념하던 중 1846년 국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나이 25세에 처형당한 인물로 로마교황 비오 11세는 1925년 그를 복자로 인정했고 1984년에는 성인으로 대내외에 선포했다. 특히 2019년 11월에는 유네스코가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해 국내외 천주교 성직자들과 교인들로부터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이에 국내 천주교와 그의 고향인 충청도를 중심으로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데 반해 정작 안성시는 남 일인 듯 미비한 수준의 예산 지원에만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실제 천주교와 cpbc대전가톨릭평화방송, 충남 당진시, 한국조폐공사 등은 그의 일대기를 담은 동화책과 기념주화는 물론 라디오 특집드라마를 제작해 김대건 신부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올해 추진 중이다.안성시도 미리내성지에 민간경상보조비 2천만원을 지원키로 결정했지만 김대건 신부가 가진 대내외 위상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 또한 현실이다. 미리내성지는 지역을 대표하는 안성 8경에도 포함돼 있으며 국내 천주교인들이라면 일생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명소로 손꼽히는 만큼 매년 10만명 이상의 순례객과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현재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행사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수수방관만 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김대건 신부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인간의 존엄과 평등사상을 구현한 업적을 기리는 기념행사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해본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2021-01-24 민웅기

[오늘의 창]정인아 미안해

마감이 끝날 무렵, 후배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 지난번에 함께 봤던 소영이(가명)가 어린 시절 학대받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답니다."지난해 보호종료 아동 기획취재를 준비하며 소영이를 처음 만났다. 방황했던 10대 시절을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지금은 꿈을 향해 공부도 시작한 친구였다. 그런 소영이가 털어놓은 이야기(1월 8일자 5면 보도)는 충격이었다. 그 상처에 소영이는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조금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정인이 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학대 트라우마가 소영이를 괴롭혔다. 매일 밤 그때의 공포가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영이는 "이런 제 이야기도 기사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기사가 나온 이후 소영이는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정인이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면 지금 내 주변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지속적인 관심이 학대받는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정인이는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때뿐이었다. 잔혹한 학대 수법만 나열돼 밤잠 이루지 못한 채 분노하다 금세 잊었다.그래도 다행인 건 묻힐 뻔했던 정인이 사건으로 다시 불씨가 살아나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며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아직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 아동학대를 신고했던 학교 교사가 부모에게 멱살까지 잡히며 보복당한 이야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과 부모를 분리하려 하자 아이 아빠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협박을 일삼은 이야기는 취재과정에서 심심찮게 들은 것이다. 아무리 많은 정책과 법이 생겨도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만은 못하다. 이웃어른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 방법이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2021-01-21 공지영

[오늘의 창]수도권매립장 종료, 가평군의 대책은

지난해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 매립지 3-1 매립장 반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인천시의 입장이다.수도권 매립지가 반입을 종료할 경우 해당 지자체들의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 가평군도 예외 일 수 없다.더군다나 수도권 매립장 종료가 군 매립시설 매립장 포화상태(조성용량 91%) 등과 맞물리면서 생활폐기물 처리를 두고 가평군의 고심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매립장 종료, 군 매립시설 용량 부족과 생활 폐기물 전처리(MBT)시설 노후화 등으로 생활폐기물 적정 처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현재 군은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매립시설, 재활용선별 시설과 수도권 매립지 반입 등으로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전처리시설을 통해 가연성·음식물 쓰레기는 중간처리 과정 등을 거쳐 각각 소성로 연료와 농가 보급용 퇴비로 활용된다.잔재물은 수도권 매립장과 군 매립장에 반입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은 연 2천700t 규모다. 군 매립시설은 3만3천800㎡ 면적에 45만7천㎥ 용량이다. 무게로 환산하면 연 3천여t에 이른다.수도권 매립장 종료 이후에는 기존 연 3천여t에 두 배인 연 6천여t이 군 매립시설 반입이 예상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군은 오는 2023년까지 기존 매립시설 4단 제방 증설과 소각시설 신설 타당성 용역을 추진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대책은 반대 의견 등을 의식해 마련한 미완의 대안으로 읽힐뿐 현실 직시의 해결 방안으론 보이지 않는다. 현실성이 결여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군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내 매립장 확충, 소각장 조기 건설 등 현실에 맞는 해결책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21-01-19 김민수

[오늘의 창]인천시교육청 챗봇 '응다비'

"응다비야 행복배움학교에 대해 알려줘." "제가 이해하기 어려워요."'응다비'는 지난해 11월부터 인천시교육청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제공하는 민원 안내 '챗봇'(채팅로봇)이다.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역 공공기관도 챗봇을 도입해 운영하는 곳이 더러 있는데, 응다비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민원안내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구축했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최근 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가 혐오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논란이 일자 운영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난 사실 '이루다'의 존재보다 논란을 먼저 접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역에서 운영하는 챗봇은 어떤 수준인지,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다. 이루다와 비슷한 문제라도 발견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휴대전화 바탕화면의 노란색 메신저를 클릭해 인천시교육청을 검색, 응다비를 찾았다. 응다비에게 "안녕"하는 인사부터 건넸다. "반가워요. 저는 인천광역시교육청 챗봇 '응다비'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기한 마음에 두 번째 질문을 건넸다. 인천 혁신교육을 상징하는 "행복배움학교에 대해 알려 줘"라고 채팅창에 썼다. 흠. 이때부터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응다비는 "제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재 학습 중입니다. 간단한 단어로 다시 문의해 주시거나 전화로 문의하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실망스런 마음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인천광역시교육감이 누구지?"라고 물었다.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시교육청이 주력하는 '동아시아교육과정'에 관해 물어도, 지역 학교명 등을 입력해도 대답은 '어렵다'였다. 반면 '학교설립', '검정고시', '졸업증명서' 등의 키워드에는 성실히 답했다.교육청 얘기를 들어봤다. 응다비 구축에 들인 비용은 550만원이 전부인데 인공지능이나 '딥러닝' 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수준이라는 것. 시교육청 각 부서에서 제출받은 140개 키워드를 벗어나는 질문은 답변이 힘들단다. 혐오, 차별, 개인정보 유출 등의 걱정은 정말 '기우'에 불과했다. 차라리 잘됐다. 조급해하지 말고 응다비가 인천 교육에 대해 차근차근 배우고 익혔으면 좋겠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1-01-17 김성호

[오늘의 창]조두순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며…

조두순은 출소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맞춤형 급여를 신청했다.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데다가 신상정보마저 모두 알려져 일자리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보니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게다가 그는 올해 68세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기준 연령 65세를 넘어 근로 능력이 없는 노인으로 분류되고, 조씨의 배우자는 만 65세 이하이나 만성질환과 취업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어 이들 부부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이 없으면 무난히 복지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으로 매월 120만원 가량을 지원하는 셈이다.그러자 예상대로 청와대 게시판에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범죄자를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꼴이 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하지만 법이 그렇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범죄자에 대한 제한 규정은 따로 없기에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도 죄와 기초생활보장법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그간 동서양의 역사에서도 죄와 사람을 구분해 왔다. 공자의 9대손인 공부(孔駙)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공총자(孔叢子)'에서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너무나 익숙한 문구가 기록돼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성경(마태복음 5장)에서도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라고 적혀 있다.다 옳고 맞는 말이다. 다만 조두순을 놓고 봤을 때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은 꽉 막힌다. 아마도 용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극악무도한 죄를 지었지만 12년밖에 죗값을 받지 않았고 또 이 기간에 간절히 죄를 뉘우쳤다는 느낌도 전혀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어찌됐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죗값을 받았고 재범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 입에 풀칠을 해야 하니 전 국민의 피와 땀이 섞인 세금이라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세금이 투입되기 전에 진정한 뉘우침의 눈물은 보고 싶다. 조두순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린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21-01-13 황준성

[오늘의 창]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합니까

초등생 아들에게 물었다. "만약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할거야?" 아들은 학교에서 배웠다며 자신있게 답했다. "당연히 옥상으로 대피해야죠." 지금 불이 났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대피해 보자고 했다. 아이와 함께 계단 통로를 따라 계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곳에 비상문은 없었다. 굳게 잠긴 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권상기실이었다. 옥상 비상문은 한층 밑에 있었다.권상기실은 엘리베이터 기계를 관리하는 장소로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상당수 아파트가 권상기실이 옥상보다 한층 더 위에 위치해 있는 구조로 지어져 위기상황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피시 계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라갔다간 옥상 비상문이 아닌 권상기실과 마주치게 되는 구조다. 계단 끝까지 대피한다는 상식과 본능만으론 탈출에 실패하게 된다.실제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최근 군포에서 발생했다. 한 달 전 군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당시 인테리어 공사를 벌이던 근로자 2명 외에 옥상으로 대피하던 이웃주민 2명이 숨졌는데, 이들은 옥상보다 한층 위에 위치한 권상기실 문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장 감식 결과에 따르면 당시 옥상 비상문은 열려 있었다. 다시 말해 실외로 대피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비상문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열려있는 옥상 비상문을 지나친 채 권상기실까지 올라간 이들은 결국 탈출에 실패,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과연 이들의 잘못일까. 아파트 건축상의 구조적 문제는 차치하고 만약 권상기실로 향하는 계단 통로라도 차단돼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옥상 탈출구가 있다는 건 모두의 상식이다. 더욱이 실제 대피상황이라면 본능적으로도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최고 꼭대기층이 권상기실이란 걸 평소에 인지하고 그보다 한층 아래에 위치한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주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제2, 제3의 인명피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지금 당장 자신의 아파트 옥상부터 올라가 보라. 내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2021-01-10 황성규

[오늘의 창]무상버스, 스토리를 입혀라

지난해 말 화성시의회 본회의에서 있었던 시정 질의에서 서철모 화성시장과 국민의당 소속 구혁모 의원은 '무상교통'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구 의원은 화성시의 무상교통이 대도시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정상황상 우선 순위에 있을 사업이 아니라는 취지의 비판을, 서 시장은 "무상급식도 도입 초기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 필요성을 인정한다. 무상교통도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며 반박했다. 이같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무상교통'은 서 시장이 민선 7기 시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단순히 복지 차원의 '공짜버스'가 아닌 시민이 무료로 버스를 이용함으로써 자가용 이용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낮추자는 환경정책이자 경제정책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시행한 만 7세 이상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갔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지금의 부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크다. 모임과 이동이 자제되다 보니 대중교통 이용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시민 공감대를 얻기 위한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린 뉴딜 등 거대담론에만 정책에 대한 홍보가 집중돼 있으니 시민들이 실생활을 통해 누리고 기여할 수 있는 무상교통의 이점에 대한 공감이 후순위로 밀려져 있는 느낌이다. 동탄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무상교통을 타고 융건릉에 가 역사 공부를 하고 남양 지역 학생들은 향남으로 이동해 진로체험을 하며 태안지역 학생들이 동탄에서 수영을 배우는 청사진을 화성시가 구체적으로 그려주면 어떨까? 버스 노선도 과감하게 이동권 목적에 맞춰 변경한다면, 보다 시민들에게 체감되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무상교통은 올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 10월 만 23세 이하로 이용 대상이 확대된다. 이용 대상이 전체 시민의 30% 수준으로 상향되는 만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책에 스토리를 입혀, 체감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2021-01-07 김태성

[오늘의 창]독자의 관심이 기사로 작성된다

매주 목요일이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책과 관련된 기사를 쓴다. 적게는 3~4개 작품에서 많게는 10개의 작품까지 분야는 상관없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나름 독자에게 알찬 정보로 이뤄졌는지, 재미가 있는지, 사회 현상을 잘 반영했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해 정한다.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면서 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예년과는 달랐다. 2019년에는 사회적 관심사에 따라 '힐링'과 '소확행',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이 대거 소개됐다면 지난해에는 건강과 관련한 책들과 '부'와 '돈'에 집중된 책들이 많이 기사로 다뤄졌다.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집이 주된 생활 공간이 되고,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부자가 되는 기회를 잡고자 하는 움직임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는 도서가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속화된 사회적 대변혁에 빠르게 적응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도서의 출간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기사화할 수 있는 책에 대한 선택의 기준도 출판계의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다만 미디어콘텐츠 소비증가를 이끌었던 영화와 드라마 원작 소설에 대한 소개 기사는 간혹 작성됐다. 그러나 여행 관련 책 소개는 거의 다루지 못했다. 지난해 여행과 관련한 책이 많지 않은 점도 있지만 사회적 현상과 여행이란 주제가 서로 맞지 않다고 자체 판단돼 기사 작성 리스트에서 사실상 배제해왔다.올해 역시 코로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기사 작성 리스트를 정할 계획이지만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으면 당분간 여행과 관련된 책 소개 글은 쓰지 못할 듯 싶다. 책 기사는 정보 제공이 주요 목적이기는 하지만 독자와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글 자체가 외면받기 쉽다. 신축년 새해가 시작된 만큼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돼 '여행' 관련 책이 신간 리스트 상위에 배치됐으면 한다. /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2021-01-05 김종찬

[오늘의 창]평화의 소

정축년(丁丑年)이 시작되던 지난 1997년 1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위치한 조그만 무인도 김포 유도(留島)에서 대한민국 해병대까지 투입된 소(牛) 구출 작전이 펼쳐졌다. 앞서 1996년 여름 북에서 홍수로 휩쓸려 떠내려와 지내고 있는 소를 뒤늦게 구해내기 위해 어렵사리 UN 정전위원회로부터 상륙허가를 얻어 진행된 작전이었다.우리 해병대는 겨우내 굶은 데다 지뢰까지 밟아 한쪽 다리 발굽이 날아간 죽기 직전의 소를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소는 치료를 끝내고 이듬해엔 제주도에서 건너온 '남한 신부'를 맞아 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평화의 소'로 이름 붙여진 이 수소와 암소가 낳은 송아지들은 남북 평화의 상징이 돼 김포는 물론 어미의 고향인 제주도까지 건너가 '통일의 씨앗'을 뿌렸다.경인일보는 2017년 '평화의 소 20년 남북관계 돌파구 찾자'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7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북에서 떠내려온 평화의 소 핏줄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남북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보도였다. 김포는 물론 제주까지 오가며 발품을 판 끝에 김포의 한 농장에서 평화의 소 '손주' 격인 암소가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신축년(辛丑年) 새해 아침, 회사 노트북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그 평화의 소가 떠올랐다. 그간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듯 큰 부침을 겪었다.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남북 평화의 희망은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이제는 그 희망의 염원마저도 온 세상을 뒤덮은 코로나19 공포 속에서 잊혀진 것 같다.희망의 빛을 향해 우직하게 전진하는 평화의 소. 남북 모두가 그 기운을 받아 신축년 한해 다시 평화를 노래하는 상상을 해본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1-01-03 김명호

[오늘의 창]출범 앞둔 시·도 자치경찰위 인선 신중해야

'방구멍'(연의 한복판에 둥글게 뚫은 구멍)을 특징으로 하는 방패연을 잘 날리려면 연을 지탱하는 5개 대나무 살을 쓰임에 맞게 잘 골라야 한다. 머릿살은 5개 중 가장 실한 것으로, 허릿살은 반대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중살과 장살은 중간 굵기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로는 크기나 위치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 이 작업이 잘못되면 방패연을 날리기가 쉽지 않다. 연이 빙글빙글 돌다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일쑤다.경찰법 개정으로 내년 상반기 출범을 앞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총 7명으로 구성되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교통,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등 분야 사건을 다루게 될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게 된다. 자치경찰의 인사와 예산 같은 주요 정책을 다루고 감찰요구권, 징계요구권 등 권한과 함께 중요 사건·사고에 대한 점검 업무도 맡는 등 상당한 역할이 기대된다. 시·도지사·교육감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선출직들이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을 지명·추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이를 매개로 외압, 이권개입, 청탁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식의 목소리마저 나온다.자치경찰 도입은 경찰행정의 분권과 민주성 반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할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철저한 검증과 인선으로 위원회가 첫발을 제대로 내딛도록 해야 한다. 경찰조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높고,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위원회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잘못 고른 대나무 살 때문에 애써 만든 방패연이 땅으로 곤두박질쳐서야 되겠나. 후회하면 늦는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12-31 이현준

[오늘의 창]버킷리스트

지금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입니까? 평생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은 목록을 버킷리스트라고 합니다.버킷리스트는 새해 다짐처럼 한 해 안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른 시간 안에 해결된다면 자신만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버킷리스트 하나하나를 해결하는 것이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더 풍부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즈음 자신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신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버킷리스트를 떠나 올해 세운 목표를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일 겁니다.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는 나 홀로 해외여행인 사람이 꽤 있겠지요. 필자의 올해 새해 목표 그리고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도 나 홀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경자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자체를 할 수 없는 해가 돼 버렸습니다.올 한 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 해소하기가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을 목표로 갖고 있던 사람들은 언감생심이겠죠. 이제는 국내 여행도 비슷한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여행은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기분 전환은 물론 힐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올 한 해 마음껏 편히 여행 다녀오신 분들 많으신가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하지만 이제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현재 자신의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2021년 신축년이 다가옵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 해외여행은 불가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젠 우리만의 여행을 떠날 때입니다. 코로나가 끝난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을…./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20-12-27 최규원

[오늘의 창]4년 연속 300만TEU 달성 인천항 과제

올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 2일 3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돌파했다. 인천항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300만TEU를 달성했다. 부산항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연간 300만TEU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항만은 인천항이 유일하다.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주요 항만의 물동량이 감소한 가운데 인천항은 역대 최대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328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인천항이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물동량을 기록한 것은 박수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공(空) 컨테이너 비중을 낮춰야 한다. 올해 3분기까지 인천항의 공 컨테이너 비율은 28.8%로 이는 지난해보다 1.2%p 올랐고 부산(17.3%)과 광양(24.3%) 등 보다 월등히 높다. 공 컨테이너는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보다 하역료와 보관료 등이 저렴하다. 공 컨테이너가 많아지면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처리하는 화물의 개수는 늘지만 관련 업계의 수익은 증가하지 않는다.항로 다변화도 숙제다. 인천항은 현재 역대 가장 많은 53개의 정기 컨테이너 항로를 운항하고 있다. 그러나 원양항로는 미주 항로와 아프리카 항로 두 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항로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 치우쳐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중 중국과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두 국가의 경제가 흔들리면 인천항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올해 성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 공 컨테이너 비율을 낮추고 원양 항로를 추가 개설한다면 인천항만공사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500만TEU 달성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12-20 김주엽

[오늘의 창]코로나19 속 요코하마차이나타운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과 중국·화교문화연구소는 지난 12일 온라인을 통해 국내외 화교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가 동아시아 차이나타운에 끼친 영향을 논의하는 국제영상회의를 가졌다. 여러 사례 가운데 이토 이즈미 요코하마유라시아문화관 부관장의 일본 요코하마중화가(차이나타운)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항구도시인 요코하마중화가는 연간 2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번화가다. 올해 1월 중순 일본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가나가와현의 중국인이라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이 일본 감염의 발생지라는 오해가 확산했다. 2월 초순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여객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 수백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요코하마중화가를 찾는 발길도 끊겼다고 한다.관광객이 급감했고, 일본의 긴급사태선언 이후인 4월부터는 대다수 상점이 휴업했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도 문제였다. 요코하마 화교 상당수는 2~3세로 요코하마 출신이지만, 차이나타운 점포에는 '일본에서 나가라' 등의 편지가 날아와 화교사회에 깊은 상처를 냈다.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지역 공동체가 큰 힘을 발휘했다. 요코하마중화가발전회협동조합은 '힘내라 요코하마중화가' 캠페인을 전개했다. 세대를 거듭해 뿌리내린 노(老)화교, 새로 들어온 신(新)화교, 일본인이 공존하는 조합은 코로나19로 오히려 결속력이 강화됐다.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한 활동, 상점을 위한 금융기관 상담, 식품안전캠페인 등을 이어가면서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140년 가까운 역사의 인천차이나타운도 코로나19로 휘청이고 있다. 인천차이나타운 화교의 상당수가 영주권자로 자칫 제도권에서 소외될 우려도 있다. 가까이 있지만 멀게도 느껴지는 오래된 이웃인 인천차이나타운이 다시 활기를 찾을 방안으로 지역 공동체가 힘을 모은 요코하마중화가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눈에 띄는 코로나19 극복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12-16 박경호

[오늘의 창]3단계, 그리고 3차 재난지원금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 신규 확진자가 세자릿수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네자릿수에 올랐다. 확산세가 가라앉기는커녕 껑충 뛰자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검토하고 나섰다. 3단계는 방역당국이 염두에 둔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높은 단계다. 1주일 새 평균 확진자가 800명에서 1천명을 기록할 때, 2.5단계 상황에서 확진자가 2배 이상 갑자기 늘어날 때 적용할 수 있다. 지금 상황이 1주일가량 이어지면 3단계 격상 요건이 성립된다.3단계 조치에 돌입하면 사실상 일상이 멈춘다. 필수인력 외엔 재택근무가 의무화되고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어린이집도 휴원이 권고된다. 음식점 등 저녁 9시까지 문을 열던 곳들도 운영이 제한된다. 경제도 함께 멈출 수밖에 없다. 경제의 가장 아랫부분에 놓인 골목상권은 더욱 피해가 클 터다. '차라리 짧고 굵게 조치를 강화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게 경제와 방역 모두를 잡는 길 아니겠느냐'란 목소리도 있지만 3단계 조치를 적용하고도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변수다. 고통을 더하고도 혹독한 시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아픔을 배로 만든다.정부는 내년 본예산에 3차 재난지원금 재정을 확보했다.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대유행이 지속되고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 곧 3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가시화될 것이다. 이르면 이번 주 시기와 지원대상 등이 구체화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별적으로 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정부와 국회는 본예산에 3차 재난지원금 재정을 편성하며 선별 지급에 무게를 뒀다. 보편적으로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골목상권에 잠시나마 활력이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금보다 몇 배는 고통스럽지만 가지 않으면 안 될 길 앞에서 지칠 대로 지친 모든 국민에, 그리고 더욱 아픔이 클 골목상권에 작은 희망이나마 절실하다. 재고가 필요하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0-12-13 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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