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탄생 100주년 윤이상을 기리다

"윤이상은 큰 인물이다. 그래서 그 전체를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은 통일운동가로서의 그를 얘기하고, 어떤 사람은 작곡가로서의 그를 얘기한다. 또 다른 사람은 현대작곡가인 그를 주목하고, 다른 사람은 민족음악가인 그를 주목한다. 그의 대강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관심이 모여서 하나의 큰 전체를 이룰 때에야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그는 크다."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낸 작곡가 이건용(70)은 서독과 통일 독일에서 활동한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이같이 표현했다.'서양 현대음악 기법을 통한 동아시아적 이미지의 표현' 등의 평을 받으며 세계적 음악가로 인정받은 윤이상은 1967년 동베를린 공작단 사건에 연루돼 서울로 강제소환, 2년 간의 옥고를 치른 바 있다. 당시 세계 음악계의 구명 운동에 힘입어 풀려났다.1985년 튀빙겐대학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작곡가가 직접 밝혔듯이, 1970년대 초반까지 윤이상은 동아시아 전통을 서양 예술음악의 언어로 개조하는 데 천착했다. 동아시아적이라는 표현에는 한국과 중국의 궁중 음악뿐만 아니라 신화적인 소재들과 도교, 불교의 영향을 받은 모든 조형 예술의 모티브들이 포함된다.윤이상의 대표작 중 하나인 관현악곡 '예악'은 이 같은 사상적 기반에 펜데레츠키와 리게티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음향작곡(Klangkomposition)의 기법이 묻어난다. 이후 동베를린사건을 비롯한 정치·사회적 경험들을 보다 명백한 음악 언어로 구사하기 위한 시도도 했다. 윤이상은 1972년 뮌헨올림픽 개막 축하작이었던 오페라 '심청'을 비롯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교향시 '광주여 영원하라',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분신한 사람들의 넋을 추모한 '화염에 휩싸인 천사와 에필로그', 북한국립교향악단이 초연한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등 15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오는 31일 개막해 열흘간 열리는 2017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작곡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올해 축제에선 '서주와 추상', 오페라 '류퉁의 꿈'을 비롯해 실내악 작품 등 매 공연 1~2편의 윤이상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다.통영음악제뿐만 아니라, 올해 작곡가의 탄생일인 9월 17일을 정점으로 관련 음악회가 더욱 많이 기획됐으면 좋겠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17-03-07 김영준

[오늘의 창]'해경 독립·인천 환원' 찬물 끼얹는 부산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해체됐던 해양경찰청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커지고 있다. 인천지역 내 여야 국회의원들은 물론이고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까지 대선 공약으로 해경 독립을 공식화 하기도 했다.해경 독립의 당위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해경 독립 후 본청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전까지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있던 해경 본청은 해체 이후 국민안전처 산하 기관으로 편입됐고 정부청사가 모여 있는 세종시로 이전했다.인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정치권 또한 여야 가리지 않고 해경 독립과 함께 본청 또한 원래 있던 자리인 인천으로 오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산시가 해경 유치를 본격화하면서 해경 독립 문제가 자치단체 간 '해경본청 쟁탈전'으로 변질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가 올해 치러질 대선에서 지역 공약으로 해경 유치를 포함 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부산 정치권 또한 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독립과 관련해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지 않던 부산시가 정치권에서 움직임을 보이자 유치전에 나선 것이다. '제사보다 젯밥'에만 관심 있는 부산시의 태도 때문에 자칫 해경 독립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다.해경 독립 문제와 해경본청 인천 환원은 실과 바늘처럼 연결돼 있다. 해경 부활의 가장 큰 목적은 안보와 직결돼 있는 중국어선의 우리 영해 침범을 효과적으로 막자는데 있다. 서해5도 해상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중국 어선의 영해 침범과 때만 되면 이곳 해역에 나타나는 북한 함정의 NLL 도발은 한반도 전체 안보를 위협한다.해경 독립과 결부된 청사 이전은 단순히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청사 하나를 유치하는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작전의 효율성을 비롯한 최적의 입지 조건을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다. 남의 것 빼앗아 가는 속 좁은 도시가 아니다. 부산시가 진정 해경을 위한다면 원래 있던 곳에 되돌아가게 하는 아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7-02-28 김명호

[오늘의 창]지자체 갈등으로 주민 피해 있어선 안돼

최근 인천시 안팎에서는 인천 남동구가 상급 단체라고 할 수 있는 인천시장의 연두 방문 행사를 거부한 일을 두고 말이 많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자치구가 광역시장의 연두 방문을 거부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연두 방문 때 경호팀이 시청 공무원들에게 사무실 창문 쪽으로는 근처도 가지 못하게 했던 1980년대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요구하는 특정 사안의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인천시장이 주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조차 가로막는 건 잘못됐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남동구가 시장 연두 방문을 그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자치구 역시 선출직 단체장인 만큼, 자신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각자 처지에 맞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런 돌발적인 행동이 일정 부분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이런 상·하급 단체 간 갈등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20년 이상 지속하고 국민들의 자치의식이 확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자치의식 확산으로 상급 단체인 광역시와 하급 단체인 자치구가 갈등을 빚는 일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갈등의 원인이 언제나 합리적일 수는 없다. 막무가내로 생떼를 부리는 비합리적인 상황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지자체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상급 단체와 하급 단체가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자칫 주민에게 제공돼야 할 행정서비스가 소홀해질 수 있다. 이번 일로 광역시와 자치구 간 관계가 재정립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광역시와 자치구 간 갈등 해소 과정에서 가장 핵심에 있어야 할 건 시장과 구청장이 아닌 '주민'이다. 광역시든 자치구든 결국 주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7-02-26 이현준

[오늘의 창]그래도 사람의 온기(溫氣)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확산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4차 산업혁명이란 한마디로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낸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3차원 인쇄, 나노기술과 같은 6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이뤄낸 기술 개발의 시대를 일컫는다.이같은 4차 혁명은 물리적·생물학적·디지털적 세계를 빅 데이터에 입각해 통합시키고 경제 및 산업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기술로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접목하는 중요한 과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면 인류가 꿈꿔왔던 각종 기술은 SF 영화에 머무는 것이 아닌 현실이 되는 그 문앞까지 와 있는 것이다.산업혁명은 인류가 보다 편리하고 보다 많은 재화로 풍족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혁명으로 인류를 거대한 발전을 이뤄냈고 그 토대 위해 지금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또 다른 역사의 진화를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지구는 시나브로 병을 얻었고 환경분야의 경우 자생이 불가능한 임계시점이라는 평가도 있다.하나를 얻고 그 이상 잃어 버렸지만 그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치부돼왔던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사람에 대한 인식은 거대한 산업화 속 쳇바퀴의 일부분으로 전락됐고, 사람 관계도 시나브로 기계적으로 바뀌는 듯 싶다. 친구 사이는 물론 연인들도 같은 자리에 앉아서도 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이 그런 단면이다. 살아가면서 너무 힘이 들어 지쳐있을 때 오랜 친구가 아무말없이 그저 옆에서 손을 잡아주었을 때 내가 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던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람의 온기다.수 천도가 넘는 용광로의 뜨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따뜻함과 행복함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사업화도 좋지만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자. 지금 당신을 필요로 하는 그 누군가에게 온기가 담긴 손을 내밀어보자!/최규원 경제부 차장최규원 경제부 차장

2017-02-22 최규원

[오늘의 창]뉴스테이는 만병통치약(?)

며칠 전 연중기획(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 취재를 위해 아흔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1929년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왔다. 거제도와 부산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1953년 6월 '반공포로 석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지 사흘 정도 지나니까 설사가 나더라고. 포로수용소에서 먹던 음식과 사회 음식이 다르니까니. 어머니에게 '배가 좋지 않다'고 하니까 사이다 2병을 줘. 별 그려져 있는 거 알지? 반병을 먹어도 배부른데, 한 병 다 먹으래. 어머니가 그러더라고 '설사는 사이다가 직효(즉효의 북한어)다'. 감기고 뭐고 사이다가 만병통치래."어머니는 사이다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것이다. 인터넷에서 설사와 사이다의 연관성을 검색해봤다. 사이다와 콜라 등 탄산음료는 설사를 멈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글이 많았다.요즘 인천 구도심에선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것이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 바로 '뉴스테이'(New Stay)다. 뉴스테이는 임대료 상승률이 연 5% 이하로 제한된 상태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주거혁신정책이다. 인천의 경우, 주거환경개선·주택재개발 등의 도시정비사업과 뉴스테이 공급을 연계하는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사업성 부족 등으로 장기간 중단된 도시정비사업을 뉴스테이로 돌파하겠다는 게 인천시 전략이다. 최근 인천시는 사업성 부족 탓에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사업'도 뉴스테이와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테이 사업 성공으로 인천의 구도심이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데 십정2, 십정5, 부평4, 송림, 송림1·2동, 송림 현대상가, 금송,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구역 등 뉴스테이 공급 물량이 너무 많다.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뉴스테이의 사업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도 있다. 뉴스테이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점에서 사업 무산이 또 다른 상처로 남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을 '뉴스테이'(민간)에게 미루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7-02-19 목동훈

[오늘의 창]공감(共感) 세상

요즘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밥'(혼자 먹는 밥) 등 '1인 소비'가 대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주로 1인용 식품과 소량의 생필품 위주로 판매하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14%가량 늘었고 슈퍼마켓 매출도 2.0% 늘었다. 이런 소비문화는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경제가 어려워지고 미래가 불확실해지면서 힘든 현실에 부딪힌 젊은이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결혼을 늦추거나 기피하는 독신자들이 늘고 어떤 이유인지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가 전 연령층으로 확산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어찌보면 혼자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는 것이 우아하고 고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녹록지 않은 사회생활에서 외롭고 슬픈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그런데 최근 도내 한 지자체에서 흥미로운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책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군포시에서 책을 매개로 공동체 문화의 결속을 다지는 문화활동이 진행 중이다.많은 시민이 책 읽기를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100일 책 읽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100일 동안 하루에 최소한 15쪽씩 책을 읽어 최소 5권은 완독하기를 장려하는 독서문화 활동이다.참여를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시에서 개설한 온라인 카페에 실명으로 가입하면 되고 활동에 참여한 시민을 대상으로 포상도 이뤄진다.책 읽기 프로젝트는 공동체 생활에서 벗어나 살 수 없는 우리의 삶에 대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감함으로써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독서라는 것이 어찌보면 혼술, 혼밥보다 원조격으로 혼자의 시간을 갖는 문화였는데 오히려 그것이 공동체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놀라움마저 느끼게 된다.어지러운 시국에 고된 현실에 내몰린 많은 사람이 각자의 벽을 쌓고 고립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세상,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책이 됐든 대화가 됐든 작은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이성철 지역사회부(군포) 차장이성철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2017-02-14 이성철

[오늘의 창]책임지는 리더십을 고대한다

'진실(眞實)'은 거짓이 아닌, 왜곡이나 은폐나 착오를 모두 배제했을 때 밝혀지는 사실을 말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보통 특정한 사건 등에 대한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파악, 이해하고자 한다. 우린 종종 개인 간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회적 맥락이나 국제 정치·경제적 논리 속에 숨겨 있는 진실이 뭔지 알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진실을 알긴 쉽지 않다. 최근 '진실'을 숨기려는 자와 이를 규명하려는 자 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한창이다. 진실에 책임져야 하는 자는 '거짓'으로 일관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진실을 입증하기 위한 '물증' 확보를 위해 명운을 건 한판 게임을 벌인다.'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대표적인 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삼성과 현대, SK, CJ 등 재벌로부터 받은 뇌물사건 등 모두 14가지 사건에 대한 진실의 '팩트' 찾기 숨바꼭질이 치열하다. 자칫,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어느 한 편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누구도 진실을 고백하거나 자인한 사람은 제대로 없는 듯하다. 특검의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특검의 집요한 추궁에도 '부인'하다 마지못해 자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하나도 현재까지 제대로 규명된 진실은 없다.'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증인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서로에게 변명과 떠넘기기만을 하다가 청문회가 끝났다. 특검 수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인 자나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거나 나갈 뻔했던 자들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1% 안에 드는 리더로 앞다투어 손꼽히던 분들이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이 사회의 리더에게 힘없는(?) 국민들은 국가 미래를 부유하고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 줄 것을 희망하며 권력을 위임한다. 때론 특정 기업의 CEO에게 무한 충성과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행복이라고 판단, 심지어 자신의 삶뿐 아니라 가족까지 희생시키기도 한다.그럼에도 불구, 일부 리더들은 공익을 추구키 위해 위임했던 권력 혹은 권한을 악용, 사익만 추구한다. 때론 공익을 앞세워 사익을 추구하다 일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체를 희생시킨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리더들이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태를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호를 이끌 선장의 최고 덕목은 '책임지는 태도'인 듯하다. 오는 3월 헌재 결정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 내에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유권자에게 한 말을, 대통령 취임 선서 내용을, 자신의 생명보다 국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히기를 기대해 보는 건 욕심일까?/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17-02-12 전상천

[오늘의 창]불법행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진다

지난해 9월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922 일원 6개 필지(대지면적 2만507.3㎡)에서 수만t의 건설폐기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이 부지는 1989년부터 1998년까지 삼성물산의 의류공장으로 사용되다 그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됐다.이후 안양시의 시외버스터미널 예정부지로 지난 2005년 지정됐다 사업성 부족으로 백지화된 뒤 지난 19년간 나대지로 방치되어왔다. 그동안 이 부지에서 행해졌던 불법은 오직 허가받지 않은 주민들의 불법 경작지와 불법 쓰레기 투기가 끝인 줄 알았다.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지난해 9월 완전히 빗나갔다. LH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은 민간 개발업체가 인근 지역보다 1.5m 이상 지표면이 높은 단층을 제거하기 위해 진행한 기반조성공사에서 25t 차량, 1천200대 분량의 어마어마한 건설폐기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처리를 하던 현장 관계자도 나대지에서 대량의 건설폐기물이 나온 것은 10여년만에 처음이라고 혀를 찰 정도였다. 아직 건설폐기물에 대한 출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부지를 매입한 민간개발사, 매도자인 LH 관계자 모두 건설 폐기물 출처를 삼성물산으로 지목하고 있다.단층 정리 과정에서 나온 건설폐기물의 종류가 폐콘크리트와 혼합건설폐기물이었고 폐기물 적토 위치가 삼성물산이 운영했던 의류공장의 지하 1층에 해당하는 건물 내부였다. 1998년 삼성물산이 적법하게 의류공장을 철거했다면 보지 못했을 기둥 등 건물 구조물이 현재까지 지하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을 정도다.그러나 불법 매립에 따른 책임은 엉뚱하게 건설폐기물의 출처로 지목받고 있는 삼성물산이나 지난 19년간 토지를 소유해왔던 LH도 아닌 민간 개발사가 지고 있다.LH는 매매계약서상 지상 폐기물 이외의 적토물은 매수자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삼성물산측은 아직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업체측은 LH와 삼성물산을 상대로 폐기물 발생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지난 19년간 아무도 모르게 묻힐 뻔했던 불법행위가 드디어 밝혀지게 됐다. /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2017-02-07 김종찬

[오늘의 창]학부모 교육도 필요하다

교권 침해의 최근 추세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증가다. 한국교총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교권 침해 상담 사례 접수·처리 현황'을 교권 침해의 주체별로 보면 전체 448건 중 227건(51%)이 학부모에 의한 것으로 가장 많았다. 교권보호위원회 접수를 기준으로 한 교육부 통계를 보면 교권 침해는 감소세를 보이고 학부모에 의한 침해 사례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부 조사 결과는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와 그 학교가 그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으려는 학교 분위기를 감안하면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교육계의 일반적 평가다.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교육 당국의 체계적인 조사는 아직 없었다. 학교 현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학습 지도가 힘든 학생의 경우 부모의 문제로 기인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시각이 있었다. 교권에 대한 개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학부모가 한 학년에 한두 명씩은 꼭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학교에 불쑥 찾아와 수업 시간 교실 문을 열고 자녀에게 말을 거는 '수업 방해 행위'가 이따금 씩 발생한다. 최근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와 학부모 간 법적 다툼 사례 중에는 학부모가 아이에게 녹음기를 주고 교사의 말을 몰래 기록하게 한 경우까지 있었다.교권 침해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학부모가 있어도, 학교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 무력하고 소극적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학생 지도', '학교 폭력 처리'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훈육이 필요한 학생의 부모들이 교권 침해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교권 침해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더라도 이들과 교사를 분리할 근거가 현행법에 없다. 학부모의 '자발적 전학' 또는 '변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대안 중 하나는 '학부모 교육 의무화'다. 현행 교권보호법상 교권 침해 학생은 학부모 참여 아래 특별 교육 또는 심리 치료를 받게 돼 있지만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법을 고치기 전 지역 교육 당국의 노력으로도 학부모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생각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교육의 3주체로 부른다. 교사가 학부모의 교육 참여를 보장하는 의무가 있다면, 학부모가 교사의 교육 활동을 존중하게 하는 것도 과제다./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7-02-05 김명래

[오늘의 창]문제는 정치!

내수 부진, 중국 경기 둔화 우려, 트럼프 노믹스의 불확실성,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본격화 등으로 새해 경기 전망이 어둡다. 인천 경제계에서도 해법을 찾으려고 고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이런 가운데 인천상공회의소가 최근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천지역 3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7년 1/4 분기 인천지역 기업경기전망' 보고서였다. 불황의 늪에 빠진 인천 제조업계가 2017년 정유년 새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내심 궁금하던 차였다.이번 조사에서는 1분기에 가장 부담으로 작용하는 무역환경이 무엇이냐는 물음이 있었다. '중국 경기둔화'(27.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환율변동'(26.5%)과 '트럼프 리스크'(25.9%) 등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가 올해 추진해야 할 과제에 대해선 '소비심리 회복'(21.1%), '정치갈등 해소'(18.1%), '금융시장 안정화'(15.7%), '부정부패방지'(11.5%), '규제개선'(8.3%) 등의 순이었다.유독 한 문항이 눈길을 끌었다. 기자의 예상과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와서다. 올해 1분기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대내 리스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치갈등에 따른 사회혼란'이란 응답이 28.3%로 가장 많았다. 정작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자금조달 어려움'(23.7%), '기업관련 정부규제'(15.2%) 등은 뒷순위로 밀렸다. 경제보다 "정치가 더 걱정"이라는 응답이었다.이 같은 결과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에 의해 촉발된 정치 불신과 혐오, 정국 혼란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첫째로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도 산다는 의미, 다시 말해 '문제는 정치'라는 것이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은 인천 제조업계의 민심(民心)이었다./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7-01-31 임승재

[오늘의 창]그래도 '삼성, 삼성' 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19일 오산시 대원동에 지역 노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Cafe休(휴)'가 문을 열었다. 커피에 대한 수요 증가와 고령화 시대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가 카페 운영을 통해 새로운 궁합을 맞추게 된 것이다. 이 카페는 삼성전자 DS부문이 설비와 기자재 등을 지원했고, 오산시는 행정복지센터 내에 장소를 마련해 줬다. 대원동 카페가 오산지역 첫 점포는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세교복지타운점이 문을 열어, 노인 바리스타들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민 ·관이 협업으로 만들어 낸 아주 의미가 깊은 어르신 일자리 사업 모델"이라고 평가하고, 삼성 측에 고마움을 표시했다.#기업들은 사업장 연고지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펼친다. 지역과의 유대감을 키워야 각종 민원(?)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고, 이윤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기업 윤리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좀 별나다. 이 회사는 오산시에 사업장은 물론 아무런 연고도 없다. 회사와 별 상관이 없는 지역임에도 김장 및 연탄나눔은 물론 의료·주거·일상생활 등에 대해 긴급지원, 어린이집 환경개선사업 등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용인·화성 등 사업장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면서, 굳이 이웃해 있는 오산을 빼놓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회공헌사업에서, 지역 구분은 크게 중요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오산은 인구 21만의 중소도시지만 교통의 요지인 만큼, 기업이 없는 편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롯데·LG·CJ 등이 크고 작은 공장과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서 눈에 띄는 사회공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의 요청에 의해 오산천 관리를 지원한다든가, 노조 차원의 봉사활동 등이 알려진 소식이다. 지역의 기업이 아니라, 지역 내 외딴 섬처럼 존재한다는 게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눈이다. 일자리 창출을 했고 세금도 잘 내고 있다고 항변한다면, 그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거기까지일 뿐이다. 삼성은 요즘 위기다. 정경유착 및 후원금 문제로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산에서의 삼성전자의 사회공헌 활동 만큼은 칭찬해 주고 싶다. "그래도 삼성, 삼성 하는 이유가 있다"고. /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7-01-22 김태성

[오늘의 창]지자체장의 책임 범위

용인경전철에 대한 1조원대 손해배상소송 1심이 사실상 주민들의 패소로 일단락됐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지만 1심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이번 손배소는 선고 전부터 승소보다는 패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허탈감을 감출 수가 없다. 왜일까?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고 앞으로도 매년 수백억 원의 혈세가 더 들어가야 하는데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용인경전철뿐만 아니라 의정부경전철 운영사는 최근 파산을 신청했고 인천 은하레일도 수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혈세만 먹는 하마로 전락한 상태다. 민자로 개통된 고속도로 등도 마찬가지다.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은 적자투성이의 경전철사업관련 공무원과 관련자들에 대해 지자체가 강제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토록 한다는데 의미가 담겨 있었다.공무원들은 원칙적으로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경우에만 지자체나 주민들에게 끼친 손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되도록 법적 보호를 받는다. 다시 말해 경과실에 의한 행정행위로 지자체나 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쳤더라도 금액에 상관없이 면책해 준다는 것이다."이번 소송이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 추진으로 인한 세금낭비 행태에 제동을 거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는 주민소송단의 말에 개인적으로 공감이 간다.그렇더라도 이번 판결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박모 전 정책보좌관의 책임뿐만 아니라 경과실이 인정되는 김학규 전 용인시장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이는 일반 공무원과 선출직인 지자체장의 과실을 분리해서 판단한 것으로, 지자체장에게 일반 공무원보다 더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해 선심성 행정행위에 대한 지자체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지금도 일부 지자체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장과 몇몇 공무원들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은 수십년 동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문성호 사회부 차장문성호 사회부 차장

2017-01-17 문성호

[오늘의 창]구 소련과 쇼스타코비치, 현재 대한민국과 블랙리스트

'어떤 음악을 들을까.' 휴일에 1시간 정도 시간이 생겨서 간만에 음악이나 들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수많은 음악과 음반들 중에서 무얼 선택할지 고민하게 된다.새해가 밝은지 2주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눈길을 끈 작품은 쇼스타코비치(D. Shostakovich·1906~1975)의 '교향곡 12번, 1917년'이었다. 작곡가가 악보 첫 페이지에 쓴 '레닌을 기억하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작품은 꼭 100년 전 러시아에서 왕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일어난 10월 혁명(볼셰비키 혁명)을 소재로 1961년 작곡돼 그 해 초연됐다.4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 악장에 제목이 붙어있다. 혁명의 페트로그라드, 라즈리프(Razliv·레닌그라드 인근의 호수), 아우로라(Aurora·혁명에 참여했던 군함), 인류의 새벽으로 이어진다. 교향곡 보다는 교향시에 가까운 이 작품은 음악을 듣지 않아도 각 악장의 제목을 통해 작품의 전개가 연상된다.음악을 들으면서 격동의 시대를 산 작곡가를 생각했으며, 현 우리 시국을 떠올렸다.작곡가는 러시아 혁명을 어렸을 때 겪었고, 제2차 세계 대전도 체험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경험 또한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냈다.'교향곡 4번'에 대한 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지의 공격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를 다른 노선으로 밀어 넣었다. 그동안 전위적인 실험성을 추구해오던 쇼스타코비치는 1937년 작곡된 '교향곡 5번'에서부터 전통과 '사회주의 사실주의'를 버무려낸 중도적 노선으로 접어든 것이다.하지만 체제와 권력이 작곡가의 상상력까지 통제할 순 없었다. 때문에 삶의 긍정에 기반해 현실의 비극성을 적절히 드러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과 같은 수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우리나라 현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또한, 개인의 사상이나 상상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철저한 오산 속에서 만들어졌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몰이해도 더해졌다. 1980년 신군부 주도하에 신문·방송·통신을 통폐합한 언론통폐합과 같은 행태가 재현되는 모습을 보면서 구 소련 체제하의 쇼스타코비치와 우리나라 현 정권 체제하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17-01-15 김영준

[오늘의 창]새해의 역설 '갈수록 힘 나는 사회'

보통 해가 바뀌는 신년이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게 마련이다. 이는 새해를 설계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새해 풍경은 1년 중 가장 활력이 넘치고 생기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사회 분위기가 이 상식의 틀에서 한참 벗어난 듯하다. 활력과 생기보다는 불안과 침체가 더 어울리는 분위기다. 이러한 부정적 기운은 한 발짝만 나가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난다.얼마 전 의정부의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살 맛이 나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상인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니 어떻게 살라는 건지…"라며 한숨 섞인 푸념을 했다. 상인의 푸념이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 게 더욱 심각하다. 경기 북부지역 경제인과 상인들의 기대심리는 이처럼 바닥이다.굳이 중앙 정치권의 소요를 들먹이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김영란법'의 여파와 연말 마치 후속타처럼 강타한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은 새해 기대감마저 날려 보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북부지역 주요 행정기관이 밀집한 의정부 식당가는 냉기가 감돌며 위축되다 연말에는 예년에 없던 초 불황을 맞아 전의마저 상실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주와 포천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양계농가와 관련 업계를 초토화했다. 지역 기업인들도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매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일선 기업인들은 사상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금융권의 문턱은 중소기업에 여전히 높고 그나마 숨통을 터주던 정책자금도 올해는 부족할 것이란 예측이 나돌며 기업인의 신년회 자리는 '넋두리 자리'로 변했다. 이처럼 지역 경제전망이 어둡자 민심 또한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악화일로에 있다. 예전에 귀로만 전해 듣던 '빈부격차'가 이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 되다 보니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 박탈감은 절대적 박탈감으로 바뀌고 부의 대물림은 '금수저', '흙수저'로 당연한 것을 넘어 정당한 것으로 보는 세태가 만연하는 부정적 현상이 사회 전체로 전염되고 있음을 실감한다.우울한 새해가 시장 상인의 말처럼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회'가 아니라 '갈수록 힘이 나는 사회'로 가는 '진통의 시기'라고 믿고 싶다./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7-01-10 최재훈

[오늘의 창]부자(富者)들의 기부

부자(富者)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만큼 나쁜 곳도 없다. 굳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터져 나올 때마다 오르내리는 재벌들의 이름은 이제 식상 하기까지 하다. 수십 년 간 지속돼온 이런 재벌들의 행태에 더해져 고속 성장의 그늘 아래 단물을 빨아 먹으며 탄생한 졸부들은 사회 곳곳에서 '갑질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연말연시만 되면 수억, 수십 억원씩 기부하며 사진 한 장 찍는 재벌 기업, 부자들이 좋은 일을 하고도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사회적 인식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천에서는 부자들의 기부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뜻깊은 일이 있었다. 바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100호 탄생 행사가 열린 것이다.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는 인천 아너소사이어티는 지난 2008년 1호 회원을 시작으로 9년 만에 100번째 고액 기부자를 탄생시켰다.이름을 올린 기부자 대부분은 인천 지역에서 터를 닦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혈혈단신 인천으로 올라와 고생 끝에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많았다. "그동안 인천에서 돈을 벌어 이만큼 왔으니 이제는 지역 사회에 돌려줄 차례"라며 기부를 한 이들도 있었고,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맞아 자식들과 함께 '통 큰 기부'를 한 기업인들도 많았다.인천공동모금회의 한 관계자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자 대부분은 기존에도 지역 사회에서 봉사 활동이나 기부를 해 왔던 이들이고, 익명으로 거액을 내놓은 사람들도 있다"며 "돈이 아니라 마음이 부자인 이들이 고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다"고 말했다.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부부(3쌍)나 형제(2쌍), 부자(父子·3쌍)지간인 이들도 있었다.정유년 새해에는 이런 부자들의 훈훈한 소식이 더 많이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7-01-08 김명호

[오늘의 창]미봉책(彌縫策)

미봉책은 꿰매어 깁는 계책이란 뜻으로, 결점이나 실패를 덮어 발각되지 않게 이리저리 수선해 감추기만 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춘추시대 주(周)나라와 정(鄭)나라의 전쟁에서 유래돼 군대를 재배치해 보충한다는 의미였으나,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순간의 결함만 떼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할 때 쓰곤한다.최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딱 미봉책이다. 교육부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밀려 눈치보기 식으로 교육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한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는 국정교과서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토본 공개 당시 박정희 대통령 미화 또는 친일 행적 미화 등 특정 사안에 대한 지적들이 잇따랐고,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올해 신학기 현장적용 강행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교육부는 유예결정 발표 당시 올해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단서조항을 제시했다. 국정교과서 사용을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학교에서 사용하겠다고 신청한다면 권장하겠다는 것이다.이 쓸데없는 미봉책 때문에 교육현장은 또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교과서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선택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서상 학운위와 학교장 결정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결정할 경우 반발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의 마찰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 보듯 뻔할 수 밖에 없다.특히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전국 13개 시·도 교육청은 벌써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학교가 국정교과서를 선택하면 관할 교육청에서는 교육부에 연구학교 지정을 승인요청을 해야 하나, 지정요청 등의 법 절차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교육청내 몇몇 학교들은 역사교과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교육청의 거부방침에 최근 주문을 취소했거나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했던 일부 학교들은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는가 하면 교육청의 눈총을 받으며 마찰을 빚고 있다.1년 유예든, 차기 정권으로 결정을 넘기면 끝인 것을, 쓸데없이 연구학교 지정이라는 '미봉책'으로 교육현장에 또 다른 혼란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김대현 사회부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사회부 차장

2017-01-03 김대현

[오늘의 창]기대보다 걱정 앞서는 정유년

지난해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2017년 새해가 드디어 밝고야 말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새해에도 여전할 터이다. 특검은 강도 높게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국회에서 의결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 심리 중이다. 정치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은 속도를 내고 있고, 조기 대선과 개헌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정국은 혼란스럽다. 가계소득은 정체됐는데 농·축·수산물 등 먹을거리와 각종 서비스 요금 등 물가는 크게 뛰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 속도는 올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천에서는 이미 광역버스 요금이 올랐다. 청라에서 강남을 가는 광역버스는 그동안 2천500원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3천350원을 줘야 강남까지 갈 수 있다. 대표적인 생활물가인 휘발유·경유 가격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올해 국내 가계부채가 1천5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 와중에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인천지역 가계대출 규모는 2014년 42조7천억원, 2015년 43조9천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9월 현재에만 48조4천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금리 인상이 빚 있는 가계를 압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인천시가 올해 맞닥뜨릴 과제도 만만치 않다.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경인고속도로가 도심 균형발전을 저해한 만큼, 이 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꿔야 한다는 부분엔 정부와 인천시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4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일반도로 조성 비용은 누가 어떻게 마련할지 대안이 없는 상태다. 검단새빛도시, 루원시티 등을 조성하기 위한 토지공급도 올해 예정돼 있는데, 이들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문 기관들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제3연륙교 건설,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문제 등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현안은 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조속한 정국안정은 올해 예상되는 혼란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각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신속히 내려져야 한다. 중앙의 정국 상황과 인천의 현안이 따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7-01-01 이현준

[오늘의 창]그렇지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연말연시가 되면 언론사에는 각종 미담사례 소식이 밀려든다.올해도 좋은 일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언론사 측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얼마전 일이다.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왔기에 무심히 넘겼는데 이튿날 또 전화가 왔다.경기 광주에 사는 한 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연이 기사화될 수 있느냐'고 문의해왔다. 솔직히 말하면 꼭 기사화 해야 한다며 간곡히 부탁해왔다. 이 노인은 올해 73세의 할아버지로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가족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 본인 말로는 '평생을 사회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을 갖고 살아왔는데 이번 일로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말을 꺼냈다."올 여름 폐가 좋질 않아 병원 치료를 받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생활비(40여 만원)가 전부인 상황에서 (입원이) 부담이 됐지만 몸이 워낙 안좋아 짧게 입원하고 퇴원했다. 그런데 한달 뒤 상태가 더 나빠져 재입원하는 상황이 됐다"는 할아버지는 당시 눈앞이 막막해 이대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하지만 의사가 강경하게 입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뜻을 따랐지만 막상 퇴원날짜가 다가오자 할아버지는 걱정이 앞섰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의료비 할인혜택이 있었지만 이 할아버지는 수술비를 내고 나면 사실상 생계가 힘든 상황이었다.그런데 퇴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술비가 모두 정산됐으니 퇴원해도 좋다는 병원 측 얘기가 있었고, 내용을 알아보니 해당 의사가 안타까운 할아버지 사정을 알고 자비로 병원비를 내준 것이다.할아버지는 너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시할까 하다가 '여러 사람에게 이런 훌륭한 의사분을 알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언론사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제보를 받고 바로 해당 의사를 찾아갔다.바쁜 진료시간에 짬을 내 만난 미담사례의 주인공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일부 선행 주인공들이 그렇듯 이 의사도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아 설득하려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지만 이 사례(의사가 환자에게 의료비를 받지 않거나 하는 등의 행위)가 의료법 위반(의료법 제27조)이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그러면서 본인은 기사화되지 않아도 좋으니 이 할아버지가 앞으로 의료비 혜택을 볼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언론이 찾아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할아버지의 병명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인데 잘 먹고 잘 쉬어야 상태가 호전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사회가 나서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긴급의료지원제도라는 것이 있지만 1번밖에 쓸 수 없어 할아버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는 해당 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신중하다고 한다.너도나도 힘들다고 외치는 요즘, '그렇지만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고 일깨워주는 분들이 많아 고마울 따름이다./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2016-12-27 이윤희

[오늘의 창]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댓글을 남겨달라고 했다.팔로워가 많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연말이고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 사랑의 손길을 내밀기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국정농단 청문회를 개그콘서트보다 재밌게 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수백의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진실이 알려지길 기대했지만, 그렇게 많이 배우고 높으신 양반들은 갑자기 까마귀 고기를 드셨는지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그래서 차라리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통 사람들끼리 공유해 보려고 한다.'너무 웃어서 배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오늘도 웃을 수 있는 이유 사랑하는 내 가족과 오늘 만큼은 여유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산타클로스 혹은 하나님이 있다면 우리나라좀 들여다 봐주세요. 너무 죽어나가요. 정치인들은 내년에 복지예산 좀 늘려줘요. 서민들도 좀 삽시다!', '○○○ 구속이 누군가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대한민국 만세', '청문회에서 나오는 죄짓고 거짓말하는 인간들, 국민세금 펑펑 쓴 인간들, 불공정하게 특권을 누리거나 그걸 봐준 부역자들 싹 다 잡아서 가둬주시고,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정치적 혹은 개인적 이야기들로 보이겠지만 이 것이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는 동시대 자화상들의 말이다.누군가는 화를 내고 있고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지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표현한다.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자신의 착각이다.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이 글을 읽어오는 동안 시간이 지났고 그렇게 시간은 내일로 향하고 있다. 조금만 있으면 2016년 한 해도 다 흘러간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의 끝으로 떨어지면 좋은게 하나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올라갈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이제 보통사람들이 계속 올라가는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으니까./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6-12-25 최규원

[오늘의 창]경인고속도로 원상 복구

인천시가 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을 일반도로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경인고속도로 인천~서인천IC 10.45㎞를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내용의 협약을 국토교통부와 체결했다. 그런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고속도로 양옆에 있는 방음벽과 축대 벽을 헐고, 고속도로와 그 주변 도로의 높낮이를 맞추는 일 등 도로 개량사업에만 약 4천억원이 들 것으로 인천시는 추산한다. 거기에 공원을 조성하는 등 도로 일부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려면 더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유지·관리비도 문제다. 매년 40억원이라는 유지·관리 비용을 인천시가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이 자칫 '돈 먹는 하마'라는 애물단지를 끌어들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국토부는 "정부가 일반(지방)도로 개량 비용과 유지·관리비를 줄 근거와 준 사례도 없다"며 인천시의 국비 지원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인천시는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설물 인수를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연한 결정이라 아니 할 수 없다.경인고속도로는 인천항과 서울을 연결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다. 이 도로가 인천시민의 서울 접근성을 향상시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도로가 인천 도심을 관통하면서 도시 공간은 단절됐고, 그 주변은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인고속도로는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이미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했다.정부는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의 취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인천시가 단순히 도로 시설물과 관리권을 넘겨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인천시민들의 소음·먼지 피해를 줄이고, 도시계획 차원에서 도시 공간 단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일반도로화 목적이다. 피해 보상 차원에서라도 국비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통행료 징수를 통해 경인고속도로 건설 비용을 두 배 넘게 빼 내갔다. 2014년 말 기준 회수율은 225%(건설투자비 2천729억원, 회수액 6천150억원)다.도로 개량비 4천억원은 원상 복구 비용이나 다름없다. 인천 땅에서 50년 가까이 고속도로 영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면, 원래대로 해놓고 떠나는 것이 맞다. 주택·상가 세입자도 그 정도는 안다./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6-12-20 목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