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 지자체만 아프게 하는 '정부 공모사업'

정부는 박물관 등을 짓는 사업을 추진할 때 흔히 지자체 대상 '공모'를 한다. 공모를 하면 우선 해당 사업을 전국에 선전하는 데 효과적이다. 공모 과정에서 지자체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도 얻을 수 있다. 예산 절감 등 사업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잃을 게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와 똑같지 않다. 지자체는 '여럿 중에 하나'만 결정되는 공모사업 특성상,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탈락할 경우 무의미할 수 있는 행정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본질은 사라진 채 유치를 위한 경쟁과 갈등, 상처만 남는다. 지자체는 일관성 없는 정부 공모사업으로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국립한국문학관 입지 선정을 위한 공모를 진행했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지자체 과당 경쟁'을 이유로 공모 자체를 백지화했다. 문광부는 애초 '경쟁유발 행위를 할 경우, 선정에 페널티가 부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광부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무시하고 20개가 넘는 지자체가 응모한 사업을 한순간에 중단시켜버렸다. 지자체는 응모를 위해 예산을 들여 용역을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논의하고, 밤을 지새우면서 신청서류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이 신청서는 정부의 중단 발표로 의미 없는 종잇장이 됐다. 2007년 로봇랜드 조성사업 공모를 진행하던 당시 산업자원부는 깊이 있는 심사가 필요하다며 결과 발표 일정을 미뤘다. 애초 1곳만 선정하겠다고 했지만, 계획을 바꿔 2곳을 선정했다. 어떤 사업이 공모사업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부 기준은 없다. 1천억 원 규모의 한국철도박물관 사업은 입지 결정이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비슷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립항공박물관은 정부 자체적으로 입지를 결정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추진되는 현재의 정부 공모사업은 지자체 과열 경쟁과 갈등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정부와 지자체 간 '갑을(甲乙) 관계'만 더욱 고착화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언제까지 칼자루를 쥔 채 시혜를 베푸는 듯한 모습으로 지자체를 상대할 것인가. 중앙정부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6-07-06 이현준·정치부

[오늘의 창] '미술조각품은 혈세낭비?'… 경제적 논리에 밀린 조형물

몇 년 전 독일에서 활동하는 조형예술가가 한국을 찾아 인터뷰하게 된 적이 있다.1990년대 독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조형작가로, 오랜만에 작품전을 통해 한국 나들이를 하게 된 것이다.여러 질문 중 독일 생활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다. 어떤 점이 힘드냐는 질문에 "물가가 비싸 좀 힘들 뿐이며 이를 제외하곤 작품 활동하는데 대체로 만족한다"는 뜻밖의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반대로 한국에서 힘든 점을 물으니 얘기가 길어졌다.요약하면 "지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내에선 작품에 대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종종 경제적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그의 작품은 주로 묵직한 조형물이다. 그는 이 조형물을 통해 공간에 의미를 더 하는 작업을 한다. 각종 금속류 등 육중한 재료를 사용하는 만큼 작업도 힘들고, 작품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이를 해체해 각지를 돌며 전시회 한번 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저마다의 감성을 가질 수 있고,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조형예술 분야는 그 어떤 예술품보다 매력적이며, 작품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요즘 들어 이 재독작가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최근 경기 광주에선 시가 추진하는 조형물 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일부 시민단체가 지난 4월 광주시의 추경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여름철 야외물놀이 사업'을 놓고 '왜 여름철 야외물놀이 사업 예산(4천200여만원)은 전액 삭감했고, 광주시청사 미술조각품 설치(2곳)를 위한 예산 4억원은 통과시켰느냐'며 이의를 제기했다.이들은 물놀이 사업과 조형물 사업이 별개로 처리된 사안임에도 조형물 사업의 타당성을 추궁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사실 이렇다 할 물놀이 시설이 없는 광주에 여름철 상시 운영할 수 있는 물놀이장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 입장에서 십분 이해가 간다. 해당 예산 통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청사 미술조각품 설치와 관련,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것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만약 재독작가가 광주에서 활동했다면 어땠을까. 실제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 예술가는 "이런 식이라면 마치 우리가 경제적으로 소용 가치가 없는 활동을 하는 것밖에 안되지 않느냐"며 "우리의 작품성을 매도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고 작품에 대한 예산을 사치성, 낭비성으로 인식하는 시선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2016-07-03 이윤희

[오늘의 창] 나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자!

유토피아(utopia)는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만들어 낸 말로 처음에는 라틴어로 쓰인 자신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유래됐다. 그리스어의 'ou(없다)', 'topos(장소)'를 조합한 말로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으로 흔히들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일컫는다.말장난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요즈음 대한민국에 유토피아(y(o)utopia)가 도래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은 다리가 하나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두 다리를 가진 병신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마치 당연한 듯한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여성혐오', '흙수저' 등 철저하게 사람을 구분짓는 단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나의 처지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다르다'를 넘어 '틀렸다'는 생각이 만연했기 때문 아닐까.사람은 사람과 함께 살아갈 때 그 존재의 의미성을 부여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철저하게 사람과의 관계성과 계급성을 부여하고 자신과 같지 않은 존재는 그 의미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만연한 듯하다. 과거 '왕따' 현상이 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면 지금은 특정 그룹을 '왕따' 시키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스스로 '난민'처지에 비유하기도 한다. 동시대, 동일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재 사회 시스템에서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과거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 때문에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단어일 뿐이고 다수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그러나 무엇보다 나와 남(you)은 다르지 않은 인간이고 평등하다는 인식을 갖고 이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물리적인 힘과 자본으로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노블레스 오블리주 역시 단어적 의미로 사회 고위 계층이 실천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나보다 부족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말 한마디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지금이 바로 나 자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때다./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6-06-28 최규원

[오늘의 창] '뭣이 중헌디?' 오산시의회 행감 그후

#시험에 대한 점수는 출제자가 매기지만, 수준에 대한 평가는 수험생이 한다. "난이도가 어려웠다", "출제범위와 맞지않는 문제가 나왔다"처럼 말이다. 오산시 공직사회에서는 얼마 전 끝난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행감 이었는지 조례특위였는지 헷갈렸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설왕설래는 '조례'에서 비롯됐다. 오산시의 행정과 정책 전반을 살펴 민생과 관련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시정 해 내야 하는 과정이 행감인데, 난데없는 조례 설전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거의 모든 부서 행감에서 의원들은 "OO조례 문구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언제까지 개정할 겁니까?" 등을 캐물었고 상당시간이 소요됐다. 질의는 맹목적이었고, 간부 공무원들 역시 잘잘못도 따지지 않은 채 "시정 하겠다"는 영혼 없는 답변만을 늘어놨다.#조례가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어 시험에 수학문제를 낼 필요는 없다. 조례는 시의회 기능의 핵심이다. 그 어떤 조례도 의회를 통하지 않고는 행정에 적용될 수 없다. '자치법규인 조례의 제정 및 개정·폐지'를 우리가 의회 고유의 기능으로 존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의회가 조례 탓을 하는 것은 결국 자승자박이다. "언제까지 고쳐 올 거냐"는 "내 시험을 니가 봐"라고 독촉하는 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조례가 문제일 수 있다. 그럴경우 조례정비특위를 만들어 집행부와 논의하고 고쳐 나가면 된다. 행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조례 문제를 집중 질의한 A의원은 집행부를 가장 긴장케 하는 의원이다. 날카로운 지적은 물론 열정적인 현장 의정 활동을 한다는 평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아쉽다. 소문대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았다면 객관적 검증도 해야 했다. 시기와 방법 모두 옳지 않다. 오산시는 산적한 현안이 많다. 멈춰 선 세교신도시, 수년째 제자리인 개발사업은 물론 출산·보육·교육도시의 다양한 사업들도 서민들의 민생과 맞닿은 부분이다. 물론 이 문제들도 행감에서 다뤄졌지만,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지적은 드물었다. 시민들은 이 때문에 아쉬워 했다. 올해 히트영화 중 하나인 '곡성'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뭣이 중헌디?" 행감을 마친 오산시의회가 스스로 따져 봐야될 문제다./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6-06-26 김태성

[오늘의 창] 행복한 주택

지금 대한민국 주택 시장에서 임대주택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임대주택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세 값이 치솟고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돈을 들이지 않고 다만 몇 년이라도 안정된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정부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임대주택 확대 공급에 나서고 있다. 올해에만 12만여 가구의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특히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8년을 거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의 경우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입주자 모집이 이뤄진 행복주택의 평균청약률은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LH가 지난 4월 서울과 인천, 대구 등 3개 지구(1천590가구)에서 입주자 모집 결과 평균 청약률은 '14.2대 1'로 나타났다. 저렴한 임대료와 젊은 세대를 반영한 맞춤형 공급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수요는 많은데 그만큼 공급이 따라줄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지역과 행복주택이 공급되는 지역이 일치하지 않아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신도시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내 일반 분양 아파트와 바로 인접한 곳에 행복주택 공급지가 결정되면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경우도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이달 말 동탄2신도시 내 들어서는 행복주택에 입주할 대상자 모집이 예정돼 있다. 최고의 입지 조건을 내세운 동탄2신도시 안에 들어서는 만큼 입주자 모집 경쟁률에 대한 업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행복주택의 흥행은 단순히 높은 경쟁률이 아니다. 행복주택 입주민들이 모두 '나는 행복한 주택에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바로 흥행 대박인 것이다./이성철 경제부 차장이성철 경제부 차장

2016-06-21 이성철

[오늘의 창] 착한 소비 로컬푸드 직매장

착한 소비의 한 방법으로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경기지역에서는 이번 주 진접농협과 송포농협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선보이는 등 경기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말 기준 103개에 불과한 로컬푸드 직매장을 연말까지 200개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새로운 유통체계로서 관심이 일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 모든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로컬푸드 직매장은 복잡한 농산물 유통체계를 생산자와 소비자로 연결하는 직거래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생산자인 농민은 도매상에 판매할때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도 유통체계의 단순화로 일반 판매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의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 정책에 경기지역에서는 김포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과 화성시로컬푸드직매장이 성공적인 성과를 이뤄내자 농협을 비롯한 민간사업자까지도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전문가들은 모든 지역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 조건으로 지역적인 조건을 꼽는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김포와 화성의 경우 도농복합지역으로 매장에서 판매할 농산품에 대한 공급이 원활하다. 그리고 농산품을 생산하는 농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생산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분명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유통체계로서 관심을 끌 만하다. 하지만 로컬푸드 직매장이 지역마다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위에 거론한 두 가지 외에도 지역 특성에 맞는 상품 개발과 판매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한 구매가 농민들과 지역 사회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할 때 시민과 함께하는 유통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김종화 경제부 차장김종화 경제부 차장

2016-06-14 김종화

[오늘의 창] '제2의 안양 부흥을 기대하며'

요즘 안양시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미래먹거리' 마련이다. 안양시의 고민은 올해 들어 잇따라 열린 시책추진발표회나 각종 기자회견 등에서 수시로 거론되고 있다. 안양시의 입장은 현 세대의 어려움을 더 이상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던 안양시는 과거 전국 지자체 가운데 풍족한 재정을 자랑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2002년 공공자치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안양시는 전국지방자치단체 중 경쟁력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안양시의 굴뚝산업이 점차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안양시의 경쟁력과 함께 재정도 덩달아 하락하기 시작했다.이때부터 안양시의 성장은 사실상 멈춰 섰다. 그나마 있던 대기업과 공공기관도 중앙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지방 도시로 이전하면서 안양시의 도시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켰다.토지 가용면적 또한 90% 이상 개발이 끝났다. 안양시는 현재 관리형 도시이다. 이로 인해 개발에 따른 세수 확대도 크게 기대할 수 없어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오죽하면 자치단체의 발전상을 알리기도 모자란 자치단체장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개선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을 정도이다.지난달 25일 열린 '제2의 안양 부흥'과 관련한 언론인 간담회에서도 이필운 시장은 "도시성장의 정체에 따른 현재의 어려움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는 위기감과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현재의 어려움을 물려줄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제2의 안양 부흥'을 추진하게 됐다"고 토로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안양시의 경우 타 지자체보다 발 빠르게 현 상황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한다는 점이다.안양시는 도시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를 가감없이 개선해 지역경제의 선봉이 될 수 있는 국내외 유수의 대기업 유치를 위한 부지·인센티브 제공 등 전향적인 행정·재정 지원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공업지역의 도시형 첨단산업이 집적화될 수 있도록 기업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과감한 도시계획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안양시는 현재 과감한 개혁을 통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도전을 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는 법이다. 안양시 공직자들이 흘린 땀방울이 값진 결실이 되길 기대해본다. / 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2016-06-12 김종찬

[오늘의 창] 버스안 승객 협박 문구를 떼내자

"차내 이동 중 발생된 사고는 승객 과실이므로 책임지지 않습니다."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이용자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경고문'이다. 주로 버스 기사 운전석 뒤편이나 버스 하차용 출입구 등 승객이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부착돼 있다. 버스회사나 버스공제조합이 붙여놓은 것들이다. 이들은 "내리실 승객은 벨을 누르시고 앉아계시다가 차가 완전히 멈춘 후에 내리세요"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버스가 운행 중일 때, 목적지 도착을 앞두고 하차하기 위해 움직이다가 다치면 승객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볼 때마다 이상했다. 버스가 정류소 앞에 정차한 다음에 좌석에서 일어나 하차하는 승객도, 그런 승객을 위해 기다려주는 기사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버스터미널에서 학익동 방면의 버스에서 겪은 일이다. 한 승객이 목적지에서 내리려고 하는 데 기사가 문을 닫고 출발했다. '내려달라'는 여성 승객의 요구에 기사는 '왜 미리 움직이지 않았냐'는 식으로 힐난했다. 이런 게 버스를 타는 시민의 일상인데, 이동 중에는 움직이지 말라고?버스회사와 공제조합의 말은 맞는 것일까. 판례를 찾아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7단독의 판결이 있었다. 80대 노인이 시내버스에서 하차하려고 움직이다가 급정거로 넘어져 다친 사건인데, 재판부는 공제사업자의 배상 책임을 70%까지 인정했다. 승객이 손잡이를 잡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보다, 승객이 버스에서 안전하게 내릴 수 있게 해야 하는 운전 기사(버스 업체)의 과실을 더 크게 본 것이다.한국소비자원의 2009년 '시내버스 차내 안전사고 실태 조사' 결과 버스 차내 사고 피해자 상당 비율은 고령자, 여성이었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든 노인은 버스에서 늘 위태롭다. 차가 완전히 멈춘 후 하차 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빡빡한 배차 간격 등 버스 기사의 열악한 근무 조건을 보면 당장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인천시는 다음 달 30일자로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다. 이에 맞춰 승객을 협박하는 '버스 정차 후 하차' 문구를 떼 버리기를 바란다./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6-06-07 김명래

[오늘의 창] 인천 유망 '스타트업', 타 지자체 러브콜 받다

요즘 창업이 화두다. 사회 문제인 청년 실업의 해법으로도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인천 경제계에서도 부쩍 창업 얘기가 많이 나온다. 최근에는 '스타트업'(Start-up, 신생 벤처기업)을 돕는 개인 투자자 모임이 생겨 눈길을 끌었다. 사업 아이템이나 기술 등을 가진 창업자에게 자본을 투자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선배 기업인 등의 모임인 이른바 '엔젤 클럽'이 결성됐다.그런가 하면, 인천에서 창업을 돕는 경제기관·단체 등이 협의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각 기관·단체의 창업 지원사업을 분야 또는 단계별로 체계화해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다.국토교통부는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물류 스타트업'을 키우는 중심 도시로 인천을 택했다. 물류산업은 로봇·드론·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다.기자는 얼마 전 인천의 한 스타트업을 찾은 적이 있다.창업한 지 1년 정도 된 작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업체였다. 인상적인 것은 다니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찾아온 젊은 직원들. 회사의 미래를 보고 왔다는 그들은 해외 마케팅 등 저마다 전문 분야의 인재들이었다.올 들어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이 회사의 창업자는 개인 자금이 바닥나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회사 문을 닫을 뻔했다.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다행히 이 업체를 눈여겨본 인천의 한 경제기관에서 대출자금을 지원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향인 인천에서 성공하고 싶다던 창업자는 힘들었던 시기에 지방의 한 도시로 회사를 옮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지자체 차원의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러브콜을 보내온 것이다. "작은 격려도 때로는 큰 힘이 됩니다. '다른 도시에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데…' 하며 내심 인천시에 서운해지더군요." (창업자) 이제 막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때인 것 같았다./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6-06-05 임승재

[오늘의 창] 늘어나는 시설 학대 경각심 가져야

경인일보는 지난 5월 2일부터 11일까지 노인학대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버림받는 노인들'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한 바 있다.취재를 통해 알게 된 노인학대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발생한 '전국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모두 1만569건으로, 지난 2005년 3천549건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노인학대(확정) 건수는 모두 428건(12.1%)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노인학대 문제의 특성상 자녀가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아 학대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조사결과 보다 훨씬 많은 학대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에서 벌어지는 노인학대도 문제지만 노인을 보호해야 하는 '생활시설(양로시설·노인주거복지시설·노인요양시설 등)'에서 오히려 노인들을 학대하는 사례가 늘어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2014년 한 해 생활시설에서 발생한 노인학대는 모두 246건으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생활시설 학대 행위자는 주로 의료인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기관 관계자여서 더욱더 충격을 준다. 이렇게 시설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2008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에 따라 요양시설이 대폭 늘어난 것과 관련이 깊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인일보의 보도 후 정부가 오는 6월 말까지 전국 5천400곳의 양로시설과 요양시설의 인권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시행하기로 한 일이다. 정부 주도로 노인시설의 인권실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경기도의회에서는 경인일보 기사를 직접 언급하며 도내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의정부, 부천, 성남 단 3곳밖에 없다는 점을 집중 추궁해 경기도로부터 "보건복지부에 건의해 도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대한 추가 설치 및 기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부와 관계기관이 노인학대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개선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김선회 정치부 차장 ksh@kyeongin.com김선회 정치부 차장

2016-05-31 김선회·정치부

[오늘의 창] 또 재선거 치러야하나

이번 4·13 총선은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등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중심을 이루면서 금품·향응제공보다는 SNS를 이용한 상대 후보 비방, 허위사실 유포를 비롯해 여론조사를 왜곡·공표하는 등 선거법 위반사례가 크게 늘었다.더구나 경쟁해야 하는 상대 당의 경선에 위장 참여해 자신들의 후보들에게 유리한 후보를 선택하는 이른바 '역선택' 문제도 불거지면서 선거법 위반에 대한 새로운 판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제20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과 동시에 검찰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과의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질 차례다. 수원지검, 의정부지검을 포함한 산하 지청 등 검찰쪽에서는 당선자를 중심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대상자들을 추려내는 듯한 분위기다.중·장년층까지 스마트폰 보급이 되면서 선거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지만, 왼쪽 가슴 위에 금배지를 달게 되면서 특권을 누리게 되는 '의원(님)'들의 행태도 바꿔놓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 한다.이미 정치권 등에서도 전국적으로 20여곳에서 재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몇몇 선거구에서는 20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벌써 재선거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재선이 치러질 때마다 소요되는 비용이 국민의 혈세로 부담하지만, 막상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보통 국회의원 재보선에 1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선거 비용으로 소요되는 금전의 문제뿐 만이 아닌 다른 비용까지 감안하면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난다.개인의 비리로 박탈 당한 의원직을 메우기 위해 실시되는 재보선에 대한 비용과 행정력 낭비, 선거로 인한 국민 피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이에 대한 변화는 전혀 없었다. 여야 할 것 없이 금배지를 달게 된 20대 국회의원마다 한결같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이 국민의 목소리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문성호 사회부 차장문성호 사회부 차장

2016-05-29 문성호

[오늘의 창] 무(無)에서 유(有)… 시진핑 그리고 곽상욱

#조자룡의 고향이자 중국 내 역사관광지로 유명한 허베이성 정딩현은, 과거 그저 작은 지방 마을에 불과한 곳이었다. 작은 농촌 마을이 관광도시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데는 행정가의 판단과 추진력이 있었다. 이곳은 중국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이 30여 년 전 당위원회 부서기로 일했던 곳이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고위간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문화대혁명 시기 좌천된 부친 때문에, 청년 시기 지방에서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고달픈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아버지인 시중쉰이 복권됐지만 그는 자신의 어려운 시기를 되새기며 지방 현장 근무를 택했고, 그곳이 바로 정딩현이 됐다. 시진핑은 중국 내에서도 낙후된 곳으로 손꼽히던 정딩현을 살리기 위해 '관광산업'을 택했다. 이곳이 삼국지의 조자룡 고향인 점에 착안해, 역사도시로의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 이를 토대로 수 편의 역사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고, 현재 중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대표적 관광지다. 정딩현의 성공은 지금의 시진핑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오산시는 발전에 한계가 있는 도시라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경기도 전체 면적의 0.4%에 불과 한데다 인구 역시 21만 명 수준이어서, 무언가 하기에 애매(?)하다는 게 분석의 요지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대표적 산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특산품도 없다. 교통여건이 좋아 물류산업이 발달했지만, 경제적 효과가 낮고 지역민들의 민원도 많다. 수원·화성·용인·평택 등 대도시에 둘러쌓인 것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갖게 한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교육이다. 시민들의 정주성을 높이려 교육도시를 주창했다. 성적에만 목맨 교육은 아니다. 오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생존을 위한 수영이 가능하고, 통기타 정도는 칠 수 있는 문화형 인재를 만드는 게 지금까지 그려진 작은 그림이다. #교육은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밥벌이가 되는 일은 아니다. 이에 곽상욱 오산시장은 최근 경제와 역사관광의 도시 오산을 만들겠다며,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최근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유치에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뷰티산업 중심지의 꿈을 꾸는가 하면,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첫 참전지인 죽미령을 활용하는 유엔평화공원 조성은 '관광도시'로의 희망도 키우고 있다. 지역 자원을 찾다 보니, 세시봉의 가수 이장희가 오산 출신이라는 것도 발견했다. 시는 오매장터에 이장희 음악거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십년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려던 시진핑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작은 도시'에서 '작지만 강한 도시'를 꿈꾸는 현재의 오산시에 오버랩 된다. 수십 년 후 오산의 성공스토리가 누군가에 의해 회자 될 수 있을까?/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6-05-24 김태성

[오늘의 창] 심판의 소신(所信)을 바라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우리에겐 악몽이었다. 우리가 자랑하는 '피겨 여제' 김연아가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희생당하며 메달 색깔이 바뀐 것이다. 미국 최대 종합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는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관계자가 심판진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치우쳐있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는 등 당시 우리는 물론 외신들도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누가 더 빨리·높이·멀리 뛰고, 멀리 던지고 하는 경기들에 비해 심판이 채점을 하고 선수(들) 간의 경기를 원활히 이끌기 위해 그 안에 개입하는 종목들은 심판에 의해 결과가 종종 바뀔 수 있다. 경기 판정 결과를 놓고 언론이나 스포츠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종목 중 하나가 복싱이다.체급 종목 중에서 유도나 레슬링은 선수의 기술이 상대방에 걸릴 때 바로 점수가 가산된다. 하지만 복싱은 라운드별 체점을 한다. 대회에선 심판풀이 형성되고, 국제대회의 경우 제3국의 심판들이 배정된다. 링 위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원활히 진행시키는 주심 1명과 판정을 담당할 5명의 저지(Judge)가 링 주변에 배치된다. 현대 복싱은 선수들의 기량 차가 크지 않고 안정된 경기 운영을 펴기 때문에 대다수가 판정으로 승패가 갈린다. 5명의 저지가 라운드별로 체점한 것을 합산하고, 이 중 무작위로 선정된 3명의 저지(전광판에 드러남)의 체점을 통해 3-0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 2-1 판정승 등으로 결판난다.스포츠 외교력이 강한 국가의 경우 심판의 혜택(?)을 보는 경우가 있다. 각 체급별로 예선전에서 결승까지 수일간 이뤄지는 복싱 경기에서 A국가 심판이 B국가의 선수 경기에 저지로 참여한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경기 전 B국가 관계자가 우리 심판도 A국가 선수 경기에 신경 써줄테니 보이지 않게 우리 선수에게 이점을 달라는 부탁을 할 수 있다.한국 여자 복싱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노린 오연지(인천시청)가 오늘 새벽(우리 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2016 AIBA 세계여자선수권대회 60㎏급 32강전에 출전해 1-2 판정패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선수의 땀과 노력이 아닌 심판의 오심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길 바란다./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16-05-22 김영준

[오늘의 창] '가습기 살균제 사태' 범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해야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신현우(68)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전 대표가 구속된 날은 공교롭게 14일 석가탄신일이었다. 법원은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구속된 첫 번째 사례가 아이러니하게도 '자비'라는 불교의 근본사상을 남긴 석가의 탄신 일에 일어났다.옥시가 시중에 무더기로 내다 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이 의심되는 사례는 지금까지 400여 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146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수많은 희생자가 상처를 안은 채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살생제'나 다름없는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한 사람들이 과연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어찌 인간으로서 쉽사리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살균제 피해자들은 어쩌면 용서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 싫을지 모른다.용서는 기독교의 개념으로 죄를 사하는 것이다. 독일어 어원으로는 'Verzichten',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단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불가에서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성철 스님은 "용서하기보다는 참회하라"고 설파했다. 종합하자면 모두가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돌아가서 살균제를 제조·판매·유통한 관계자들은 우선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다음에 피해자들로부터 진심 어린 도덕적인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범죄로부터 해방되는 것, 즉 용서에 이를 수 있는 과정이자 절차일 것이다. 미국의 타이레놀 사태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1982년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10대 소녀를 비롯해 모두 8명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첫 번째 사망사고가 나자 제조사인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은 즉각 문제가 된 약품을 전량 회수했으나 주가 폭락에 시장 퇴출 위기 등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실을 보게 됐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유가족에 대한 사죄와 위로를 최우선 방침으로 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기반성이 선결돼야 하며 자신의 범죄를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헤겔이 말한 대로 진정한 용서를 이루며 성철스님의 말처럼 참회가 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회피하기 급급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용서와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처벌을 피하려고 변명을 늘어놓으며 발뺌할 때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범죄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쳐야 할 때이다./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6-05-17 최재훈

[오늘의 창] 후학(後學)

후학(後學)은 학문에서의 후배라는 뜻도 있이지만, 후배를 양성한다는 의미도 있다. 학문을 갈고 닦는 길을 뒤쫒는 학자의 후배를 단순히 일컫는 말로도 쓰이지만, 후배들을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이끄는 선배와의 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제자를 가르치는 것도 스승의 역할이지만 후배 교육, 즉 후학양성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로 총칭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경기도내 교원들에게서는 후학양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오래전부터 교생실습을 맡는 교사들에게 승진가산점 등을 줘 왔다가 지난해 폐지했다. 가산점이 폐지되면서 교생실습을 맡겠다고 나서는 교사와 학교는 모두 사라졌다. 교사들은 교생실습을 맡게 될 경우 교생들의 공개수업을 함께 진행해야하고, 평가 등으로 인한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오래전부터 학생지도 외의 모든 업무를 잔업 또는 과외업무로 보며 지속적으로 경감을 요구해 왔다. 교사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고유의 업무가 충분하기 때문에 나머지 공문작성 등 연계업무에 대해서는 행정실 또는 사무보조원 등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업무경감을 위해 행정서류 간소화와 '공문없는 날' 신설 등을 통해 교사들의 잔무를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도교육청이 교생교육, 즉 후배를 양성하는 업무를 덜어줄 수는 없다. 교사의 고유 업무 영역이기 때문이다. 교생실습 역시 교사들이 주장하는 본연의 업무인 학생지도와 다를바 없다고 본다. 교사가 후배양성이나 교육을 등한시 하거나, 잔무로 치부한채 외면한다면 더 이상 스승으로 불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교육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8주 이상 실습이 필수조건이다. 도내 모든 교원들은 이 실습과정을 거쳐 교사가 됐다. 교사, 본인들도 교사를 꿈꾸던 시절, 실습학교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또 교생으로서 학생들, 지도 교사들과 설레이는 첫 만남과 아쉬운 헤어짐을 경험했을 것이다. 최소한 교사로 재직중인 현 시점에서 학생지도와 후배교육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업무이다. 도교육청은 교생실습에 좀더 순수한 교사들의 접근을 위해 가산점을 폐지했고, 혁신학교 등을 중심으로 실습대상 학교를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교생지도는 혁신학교 또는 일부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교생실습이 가능한 교사 또는 학교의 신청을 받을 것이 아니라, 전체 교사 또는 학교중 실습을 거부하는 학교 또는 교사들에게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김대현 사회부 차장김대현 사회부 차장

2016-05-15 김대현

[오늘의 창] 자본의 덫에 갇힌 상아탑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으로 '노동력의 상품화',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이 생산된다'는 점을 꼽았다. 마르크스가 정의한 이런 자본주의의 본질은 21세기를 사는 현재 우리 사회에도 유효하게 적용된다.거대 자본이 좌지우지하는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 사회에도 마르크스가 정의한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기는 마찬가지다 .며칠전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을 확정 발표했다. 이들 대학에는 연간 2천억원씩 3년간 총 6천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고 한다.정부가 주도한 프라임 사업의 주요 내용은 산업 수요에 따라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취업 잘되는 실속있는 학과 위주로 학교 정원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에 돈을 나눠 주겠다는 정책이다. 결국 문(文)·사(史)·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과 정원을 줄여 취업 잘되고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산업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공과·의학계열 정원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노동시장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대학에서 배출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인천의 주요 대학인 인하대의 경우만 하더라도 프라임 사업으로 큰 내홍을 앓았다. 학교 측은 지난해 문과대학 구조조정 가이드 라인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통보해 논란이 됐다.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폐지하고, 영문과와 일문과 정원을 감축한다는 게 골자였다. 학생들과 일부 교수들의 반발 속에서 프라임 사업 응모를 위한 학과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던 인하대는 내부 분열만 남긴 채 사업 대상에서 탈락했다.자본의 입맛에 맞는 학과만 살리겠다는 정부의 발상과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학 경영진들. 이런 틀 안에서 매년 붕어빵처럼 찍혀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자들. 이쯤 되면 대학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찾는다는 것은 더는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16-05-10 김명호

[오늘의 창] 환경공단, 아끼는게 능사가 아니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 사는 '마리 코페니'라는 8살짜리 꼬마의 편지가 화제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돗물 납 오염 사태를 겪는 자신의 동네를 찾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편지를 보고 플린트시를 찾아 성난 민심을 보듬었다. '8살짜리 꼬마'가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야 했던 건, 플린트시의 '재정 절감' 정책 때문이었다. 디트로이트 시에서 상수원을 공급받던 플린트시는 2014년 4월 예산 절감을 위해 인근 플린트강으로 수원지를 바꿨다. 수돗물에서 납이 나온 건 이때부터였다고 한다. 상수도관이 부식돼 있었지만, 시 당국은 예산이 없다며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중보건보다 시 예산을 아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상 재정담당관' 제도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천 명 이상의 어린이가 납중독 등 질병을 앓는다는 진단이 나오면서야 사태가 표면화됐다. '재정 절감'이 '주민 고통'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의 경영평가에 목을 매는 인천환경공단의 지난해 '대행사업비 절감률' 측정점수는 2014년에 비해 10점 이상 높은 88.09점을 기록했다. 예산을 얼마나 아껴썼느냐는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공단 자본금은 최근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다섯 배 늘었다. 부채비율은 1천200%에서 올해 120% 수준으로 대폭 개선됐다. 이들 경영지표는 모두 '재정 절감'의 결과물들이다. 환경공단은 연속 꼴찌를 했었는데, 이 경영지표가 좋아져 정부 평가를 잘 받으면 상여금 등을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승기하수처리장과 가좌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은 기준치를 넘고 있고, 악취 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가좌처리장은 한강유역환경청의 개선 명령을 받았지만, 문제가 됐던 총질소(T-N)는 이달 들어서도 기준치인 20㎎/ℓ를 넘어서고 있다. 공단의 '재정 절감'이 경영지표 개선은 가져왔지만, 시민이 겪는 고통과 환경악화 문제는 줄이지 못한 것이다. 시민과 경영지표 중 더욱 중요한 건 단연 시민이다. 이 문제로 '인천에 사는 꼬마 아이'가 대통령에게 편지 쓰는 일이 있어선 안 되지 않겠는가./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6-05-08 이현준·정치부

[오늘의 창] 자영업자들의 끝나지 않는 한숨

'엎친데 덮친 격이죠. 정말 힘든 상황입니다'.얼마전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취재에 나섰다. 지난달 15일 경기도가 도내 음식점에서 오리·거위를 자가 사육·조리 및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 데 따른 현장 반응을 살피기 위한 것이다.유독 가든형 음식점이 많은 광주지역이라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야심차게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취재는 반나절 만에 접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현장의 분위기가 당초 생각했던 것과 별반 다르진 않았지만, 업주들은 '이런 조치가 없었어도 워낙 경기가 안좋아 장사가 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불경기에 시달렸기 때문에 굳이 누구의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동안 가든형 식당에서 직접 키워 조리·판매하는 토종닭이나 오리의 경우, 통상 1만~2만원 정도 더 받는 것이 보편화 돼 있었다.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가든형 식당에 온 손님들은 대부분 1만~2만원을 더주고서라도 토종닭 등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마니아들이 아니고서는 그 수요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안타깝다고 해야할 지 모호해 하며 취재를 접으려는데 또 씁쓸해지는 얘기를 듣게 됐다.예전만 하더라도 광주 관내 위반사항이 적발된 일반음식점들의 경우, '영업정지 00일'의 행정조치를 취하면 대부분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택해 영업을 이어나갔지만 요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업주들은 '영업해봤자 큰 이익도 없고, 과징금을 낼 바에야 차라리 쉬겠다'는 것이다. 일부는 정말 돈이 없어서 영업정지를 택하는 곳도 상당하다고 한다.이렇게 되자 당혹스러운 것은 행정기관인 광주시다. 과징금으로 기금을 적립해 각종 식품안전이나 위생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소위 바닥경기가 정말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민생 경기를 살려보겠다며 오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내수 진작에 나섰다. 황금 연휴를 맞아 많은 시민들이 밖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경기 활성화 대책이 시름하는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참고로 본인은 이번 연휴기간 광주 남한산성에서 내수 활성화에 일조할 계획이다./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2016-05-03 이윤희

[오늘의 창] 당신도 누군가의 영웅이 될 수 있다!

최근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영웅(Hero)물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신의 형상으로 때로는 최신 기술이 탑재된 수트를 입기도 하고 또는 우연한 계기로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신체능력을 갖게 되면서 그들만의 능력으로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악당으로부터 구해내는 모습으로 그려진다.사전적 의미로 영웅이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으로 정의한다.그러나 우리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있다. 흥행과 사람들의 바람을 투영시켜낸 영화 등에서 보여지는 특별한 사람 또는 능력이 아닌 일상에서 누군가에 희망과 꿈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영웅이 아닐까.우리는 이미 현실 사회에서 수 많은 영웅을 만났고 또 그들을 통해 꿈과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보고 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선로에 뛰어들어가 사람을 구한 시민 영웅들. 수 시간 넘게 화마와 싸우며 인명구조를 위해 싸우고 컵라면 하나로 허기를 달래는 소방 영웅들. 2년전 대한민국을 비통함에 빠뜨렸던 세월호 구조현장에서 자신의 탈출보다 선내에 있던 학생들을 구하고 끝내 자신의 목숨을 달리한 영웅 등 우리는 수 많은 영웅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자칫 영웅이란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한 우리 소시민의 한 사람 한 사람도 영웅의 자질을 갖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영웅이지만 그런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얼마 전 라디오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와 사별한 아버지가 30년 넘게 홀로 자식만을 위해 살아 오신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사연에서 딸은 늘 아버지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 자신도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고마운 마음이 더 많았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딸보다 아버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진실한 마음을 전했다.영웅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우리 주변에서 내가 손을 내밀어 희망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누군가의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신은 누구의 영웅이 되시겠습니까?/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6-05-01 최규원

[오늘의 창] 유권자는 안중에 없었던 20대 총선

선거철이 되면 한결같이 '정책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약 검증을 통해 제대로 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20대 총선 때도 그랬다.이달 초, 인천지역 유권자 가정에 전달된 인천 13개 선거구 후보자 44명의 선거공보물을 들여다봤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공약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숨이 턱 막혔다. 후보들의 공약이 '참공약'인지, '헛공약'인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제목만 또는 그 밑에 간단한 설명이 한두 줄 달려 있을 뿐, 재원 조달 방안과 이행 기한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미래로 도약하는 편리한 교통체계 구축'처럼 공약인지 구호인지 헷갈리는 문구도 적지 않았다.선거와 투자유치사업은 유사한 점이 있다. 후보는 유권자의 표심을, 사업시행자는 투자자의 마음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는 전혀 달랐다.사업 비용과 기간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것과 같은 게 작금의 총선이다. 사업(공약)이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문구도 없다. 그러다 보니 공약을 지키지 않은 '먹튀 의원'도 버젓이 출마하는 일이 되풀이된다.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 국회의원 후보도 선거공약서나 선거공보물에 공약 이행 기한과 재원 조달 방안을 게재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법 개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니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나서지 않을 게 뻔하다.20대 총선을 되돌아보면,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었다.국회는 선거를 40여 일 앞둔 시점에 선거구 조정을 겨우 끝냈다. 후보들은 자기 선거구가 변경된 것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고, 일부는 불만을 표출했다. 선거구 획정이 장기화되면서 유권자들이 겪었을 혼란에 대해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여야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과 후보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전략공천, 불출마 번복, 출마 선거구 변경 등. 정당은 '지역 발전의 적임자'보단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데 몰두하고, 후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찾아다닌 것이 이번 20대 총선이었다./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6-04-26 목동훈·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