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 전국 최초로 일반 구청 폐지하는 부천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가 재 도입된 이후 자치단체장들은 앞다퉈 ‘전국 최초’라는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그러나 정작 주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록’들은 많지 않다. 단체장이 바뀌면 일순간에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그런 측면에서 부천시가 갖고 있는 몇몇 ‘전국 최초’ 기록들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이제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실행되고 있는 쓰레기분리 배출제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 된 곳이 부천시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53.4㎢라는 좁은 면적에 중·상동 신도시 개발에 따른 급격한 인구 증가로 서울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87만 여명이 거주하다 보니 쓰레기 처리문제는 늘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종이류, 플라스틱류, 비닐류, 스티로폼,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분리 배출하는 방식이 고안된 것이다.2001년 도입한 버스정보시스템(BIS)도 전국 최초다. ‘추운 겨울 정류장에서 벌벌 떨면서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는 발상이 도입 배경이다. 도착할 버스의 예상 대기시간과 노선 번호를 알려주는 BIS, 주민 편리와 직결된 것이다.‘365 콜센터’도 2006년 부천시가 최초로 도입한 이래 전국으로 확산됐고, 길거리 곳곳에 즐비해 있던 담배자판기를 없애는 조례 제정으로 금연운동에 앞장선 곳도 부천시였다. 최저임금제를 뛰어넘는 생활임금 조례 제정도 부천이 선도했다.투명한 회계관리를 위한 복식부기 회계제도, 공무원 조직의 비전과 전략목표 실현을 통한 성과 관리지표인 BSC(Balanced Score Card)도 이제는 정부의 공식 지표가 된 사례다. 서울 청계천의 벤치마킹 대상이 부천의 ‘시민의 강’이다. 그런 부천이 오는 7월 일반 구청을 폐지해 시→ 구→동 주민자치센터의 3단계 행정체계를 시→ 동 2단계로 축소 개편한다. 지난 1988년 구청이 도입된 이후 일반 구를 폐지한 것은 27년 만에 전국 최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전국 최초로 시행되고 시민 가까이서 복지·청소·환경·교통 민원 등을 해결하는 대 주민서비스 혁신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본받을 수 있게 성공 모델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전국 최초’에 방점을 두는 인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민 실생활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는 행정이어야 한다. 부천시의 행보에 주목하며, 지켜볼 일이다./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2016-01-05 이재규

[오늘의 창] 유권자들이여 분노하라

병신년 최대 화두는 ‘경제’와 ‘선거’인 듯하다. 지난해 말 시작된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한국경제가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새해 벽두부터 아파트 미분양 물량 급증 등으로 벌써 국내 부동산 대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과 은행 등 기업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소주 등 생필품값은 잇달아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소득 불평등 심화로 서민들은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한국경제가 장기불황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은 난무하지만, 경제침체를 돌파할 타개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칫, 병신년에 병신 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도 흔하게 들린다.그래서인지 유권자들은 불황의 구렁에서 우리 경제를 도약의 단계로 끌어 낼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정치권이 내놓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국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제개혁을 추진해야 할 주체들은 정작 흔들리는 서민경제를 보듬을 ‘복지’와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경제혁신’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혁신을 내세운 정당은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해 분당을 앞두고 있다. ‘진실한 사람’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모여있는 정당은 특정 계파의 장기집권을 위한 플랜만 존재하는 듯하다. 결국 그들의 권력다툼은 호남당, TK당, PK당 등의 형태로 재현됨에 따라 지역주의의 ‘악령’만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지역주의 정당 구도는 국가혁신이나 복지 등 서민을 위한 정책경쟁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그 폐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공염불이 됐다. 유권자의 정책 욕구와는 무관하게 ‘금배지’만을 추구하는 정당에 대해 냉엄한 심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국민 모두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면서 속으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구태의연한 정당에는 더는 표를 줘선 안 된다.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에 유권자들이 분노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16-01-03 전상천

[오늘의 창] 아집(我執)을 벗어 던지자

올 한해 안양지역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바로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일 것이다. 지역정치인은 물론 시민단체 등 안양지역 구성원 모두가 교도소 이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안양교도소 이전의 열쇠를 쥔 법무부가 교도소 이전이 아닌 재건축에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양지역 구성원들은 어떻게든 교도소 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굳게 닫힌 법무부의 문을 지속해서 두드리고 있다.이필운 안양시장을 비롯 안양지역 정관계 인사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경기남부법무타운 조성촉구 및 안양교도소 재건축반대추진위(이하 범추위)’가 결성된 지난 11월 이후 정부 과천청사 및 안양교도소 정문 등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이전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청와대 및 국회, 법무부에 제출했다. 안양시민들도 안양교도소 이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오직 잃어버린 안양의 50년을 극복한 앞으로의 50년이다. 하지만 법무부 등 중앙정부는 교도소 이전에 따른 민원을 이유로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 대변인인 국회에서조차 교도소 이전 문제를 남의 일로 여기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도 교도소 이전에 따른 경기남부 법무타운 조성 사업의 첫 단추인 부지 매입비 전액이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교도소 이전이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그런데도 이전을 바라는 안양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궐기대회에 앞서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와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곳곳에 부치며 시민들의 단합된 힘을 보이고 있다. 이런데도 법무부는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와 관련한 대체부지 선정 등 대안 검토는 물론 그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20만1천여명의 서명이 담긴 안양교도소 이전 촉구 건의문이 법무부에 제출된 지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안양교도소가 안양에 들어선 지는 올해로 53년이나 흘렀다. 그동안 인근 지역민들은 재산상 유·무형의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지자체 또한 개발에 제한을 받아왔다. 이제는 아집(我執)이 아닌 소통을 통해 남을 생각하는 정책적 대안이 나올 때이다./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15-12-29 김종찬

[오늘의 창] 남경필의 오픈 플랫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세상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정치·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주체들이 제 역량을 펼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정 방향을 ‘오픈 플랫폼’으로 설정했다.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성공이라는 기차에 타고 내릴 수 있는 플랫폼을 경기도가 마련하겠다는 것이다.기울어진 운동장은 현 야권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과 유사하지만 해법에서 남 지사의 그것은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협력을 예로 들어 보자. 야권은 ‘제로섬게임’ 이론을 바탕으로 규제 강화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1등(대기업)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를 깨야 중소기업이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남 지사는 대기업 규제강화에만 골몰하는 시각에 부정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은 규제가 아닌 공공형 오픈 플랫폼 강화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기도주식회사를 만들고, 공공유통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의 정책으로 중소기업의 활로를 뚫겠다는 것이다.현재 남 지사의 오픈 플랫폼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뜬구름 잡기’란 시각이 많다. 야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생기게 된 본질은 보려 하지 않고, 성급하게 ‘제3의 길’을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권 일각에서도 “도대체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와 관련 남 지사는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사가 준비되지 않은 것에 대한 말을 많이 해 정책이 때에 따라 많이 왔다 갔다 한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철학과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은 유연하게 펴겠다”고 해 오픈 플랫폼 방향의 도정 정책을 내년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남 지사의 오픈 플랫폼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의 혁신을 이끄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오픈 플랫폼은 경기도민의 내년도 도정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단, 오픈 플랫폼이 무엇인지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공무원이 거의 없다는 점은 남 지사가 풀어야 할 과제다./김명래 정치부 차장김명래 정치부 차장

2015-12-27 김명래·정치부

[오늘의 창] 시민 여러분! 인천의 스포츠선수 누구를 아십니까

인천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최강인 여자핸드볼팀이 있다. 1974년 국내 최초의 여자핸드볼 실업팀으로 창단한 뒤 진주햄, 제일생명 알리안츠, 효명건설, 벽산건설 등의 기업이 팀을 운영해 오다가 40여 년 만인 지난해 1월 재창단했다. 바로, ‘인천시청’ 팀이다.기업의 경영난으로 팀이 해체될 위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인천시체육회가 팀을 건사하며 역사를 이어왔다. 배진수 시 체육회 팀장은 “국내 실업 여자핸드볼의 뿌리인 인천은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하며 명맥을 이어왔다”며 재창단의 의미 ‘경인일보 6월18일자 15면 보도’를 되새겼다.인천시청은 지난 6월 ‘2015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시청을 꺾고 우승했다. 재창단 첫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쾌거였다.당시 시 체육회 출입 기자들은 뜻을 모아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시청 정문 쪽 가로수 길에 내걸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만이라도 현수막을 보고 인천을 빛낸 여자핸드볼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시는 팀 운영비로 매년 십수억 원의 예산을 쓴단다. 물론 그 돈은 시민 혈세다. 재정난 속에서도 어렵게 끌고온 팀이 우승이란 근사한 결과물을 내놓았는데도 시는 정작 시민에게 우승 소식을 알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그 흔한 현수막도 걸지 않았다.이는 시 체육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훌륭한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올해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정의석 단장과 김도훈 감독이 틈만 나면 선수들을 이끌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 봉사활동을 하는 등 부지런히 시민과 만났던 점에 주목할만하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육상 단거리로는 28년 만에 값진 메달을 딴 인천토박이 여호수아(인천시청), 한국 여자테니스의 간판선수로 급성장한 한나래(〃)…. 이런 인천의 숱한 스포츠 스타들을 언제까지 경기장 안에만 묶어둘 것인가./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팀 차장

2015-12-22 임승재

[오늘의 창] 삼가재상(三可宰相)

“참! 부끄러워서… 어디가서 말도 못하겠습니다.”국민권익위의 ‘2015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가 나온 뒤 서창수 의왕 시의원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서창수 시의원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와 시정 질의 등 수차례에 걸쳐 의왕시의 내부 청렴도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여러 번 주문했다.그러나 의왕시의 내부청렴도는 오히려 2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차지하는 등 최근 5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최하 등급인 5등급을 기록하면서 전국 최하위권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2015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에 따르면 의왕시의 내부청렴도는 6.33점으로, 지난해 이어 전국 75개 시(市)지역 중에서 최하위인 75등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0.25점이 하락하는 등 내부 청렴도가 더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의왕시 의원들은 “1등급은 고사하고 다시 4등급으로 올라가는 것만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자조적인 말을 하면서 ‘의왕시의 인사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 하고 있다. 반면, 의왕시는 “대부분의 직원이 아닌 인사 등에 불만을 품은 1~2명의 소수 직원이 악의적으로 평가에 응하고 이러한 소수에 의해 극단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도 이미지 평가가 전락했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의왕시 의원들의 지적도 맞는 말이고 의왕시의 설명도 틀리지는 않다. 삼가재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둘 다 그르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청렴도 전국 꼴찌가 단순한 인사만의 문제일까?’, ‘인사에 대한 불만만 해결된다고 청렴도가 급상승할 수 있을까?’, ‘평가방법이 달라진다고 결과까지 달라질까?’ 등 내부 청렴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뒤따르지 않은 채 먼저 결론을 낸다면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다.단순히 평가 결과만을 놓고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진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지를 곰곰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차장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2015-12-20 문성호

[오늘의 창] 오산시여, 물 들어 올 때 노 젓자!

오산시의 미래를 그리는 공무원들의 시각은 크게 ‘발전론’과 ‘쾌적론’, 이 두 가지로 나뉜다.‘발전론’의 경우 오산의 개발을 가속화해 도시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용적률 등을 과감하게 풀어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고, 주택보급도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단 이에 대한 전제조건은 계획적 개발이다. 오산 세교2지구 정상화를 넘어 이미 취소된 3지구도 되살려내, 신도시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구가 최소 30만 이상은 돼야 자족기능이 갖춰지고, 말 그대로 살만한 도시가 된다는 것. 굳이 모델을 이야기하자면, 좁은 면적에도 밀도를 높여 인구수가 많은 ‘부천시’ 정도가 롤 모델이다. 반면 ‘쾌적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미 오산시가 포화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오산은 인구 20만이 딱 이상적인 중소도시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도시의 쾌적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들도 기반시설 부족 등의 문제 등은 인정하지만, 이는 동탄과 수원 등 인접도시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산이 꼭 물리적으로 팽창할 필요가 없다, 현 상황에서 더욱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목표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이들의 설득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발전론’과 ‘쾌적론’의 양 입장이 팽팽하지만, 기자의 시각은 ‘발전론’에 더 가깝다. 우선 오산의 대표적 중심인 시청 인근 운암지구만 보자.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와 상가 구성으로, 보기에 답답함만 가득하다. 공영주차장이라도 없었다면, 이곳은 중심지역으로 낙제점에 가까울 수 있다. 오산시는 그동안 많은 것으로 놓쳤다. 지역 상권을 죽인다는 이유로 협약까지 맺었던 복합쇼핑몰 펜타빌리지가 사실상 무산됐고, 현재 변변한 호텔 및 백화점 하나 없다. 그 사이 동탄과 수원에는 이와 유사한 시설들이 무수히 들어서고, 또 계획돼 있다. 오산시가 놓친 것은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 존재해 눈에 거슬리게 할 뿐이다. 때마침 오산시 발전론에 힘을 실어줄 거센 물결이 흐르고 있다. 세교신도시 정상화를 위해 홍휘표 안전도시국장 등 실무진이 LH와 세교2지구 전면 착수를 위한 협약 맺기에 성공했고, 오산 세교와 동탄신도시를 잇는 복선 전철 사업도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다. 오산시는 이같은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으면 된다. 오늘도 동탄으로 이사를 간다는 공무원과 인사를 나누며 씁쓸함을 느낀다. 부러우면 결국 지는 게 세상살이고, 또 도시경쟁력이다./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김태성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15-12-15 김태성

[오늘의 창] 타계 20주기 피아니스트 슈라 체르카스키를 떠올리다

지난 10월 제17회 ‘쇼팽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조성진의 콩쿠르 실황 음반이 발매 1주일 만에 5만장이 판매됐으며, 콩쿠르 우승 후 갖는 첫 국내 무대(내년 2월 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티켓 예매 1시간 만에 모두 매진됐다. 최근 공연기획사 측은 내년 2월 2일이 화요일임에도 오후 2시 공연을 추가로 편성했다.조성진은 2012년 여름 인천에서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지휘·미하일 플레트뇨프)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적이 있다. 기자가 당시 연주회 리뷰(경인일보 2012년 6월22일자 제12면 보도)에서도 밝혔듯이 조성진은 과장되지 않은 피아니즘 속에 적절한 표정을 담아 청자에 듣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최근 ‘조성진 신드롬’을 보면서 3년 전 조성진의 인천공연에 대한 기억과 함께 오는 27일로 타계 20주기를 맞는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슈라 체르카스키(Shura Cherkassky·1911~1995)를 반추해 본다.체르카스키의 레퍼토리는 방대하다. 바흐와 모차르트에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주의 피아노곡은 물론, 슈톡하우젠 등 현대작품도 연주했다. 음반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그의 실황 연주들은 해당 작품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한다.2002년께 BBC 레전드로 국내 수입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1968년 실황) 음반에서 체르카스키는 음악적 순간을 포착하고 즐긴다. 뛰어난 테크닉을 통해 표출되는 맑은 음색 속에서 여타 연주에선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명징한 선율선을 드러내고 있다. 두터운 오케스트라와 요소요소 대척하면서 정곡을 짚어내는 냉철함도 보여준다. 오로지 그이기에 가능한 연주이다.흔히들 체르카스키를 ‘은둔자’로 일컫는다. 실력에 비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체르카스키는 평생 단 한 번도 남들을 가르치거나 심사하지 않았다. 연주회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냈던 진정한 대가였다.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체르카스키와 같은 대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의 완성은 결코 다른 사람이 주는 평가나 박수에 있지 않다./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5-12-13 김영준

[오늘의 창] 無法地帶(무법지대)

제도와 질서가 문란해 법이 없는 것과 같은 구역을 ‘무법지대’라고 부른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에 무법지대가 있다. 바로 국내 최대의 반월·시화산업단지이다. 이곳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아직도 그대로 적용된다. 힘(?)이 있는 일부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부분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힘 없는 근로자들은 생존을 위해 각종 불이익과 인권침해 등을 감수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상당수 사업장에서는 기본적인 법정근로시간(1일 8시간)을 어기며 상상할 수 없는 근로시간을 강요하고 있다.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지급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또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산라인에 갇혀 생리현상까지 CCTV를 통해 감시받는 비인간적인 환경의 사업장이 비일비재하다.하지만 근로자들은 실낱같은 희망조차 기대할 수 없다. 산단내 유일한 근로감독권을 가진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이 업무 과중과 인력난 등을 이유로 아예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산지청에 소속된 근로감독관은 23명에 불과하다. 감독관 1명이 산단내 사업장(전체 1만8천개) 819개씩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연간 1만여건이 넘는 체불임금 사건을 처리하는데도 버겁다.이로 인해 감독관들은 자연스럽게(?) 산단내 근로감독에 손을 놨다. 의지 자체도 없다. 특히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방관 역시 산단을 더욱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 사업장내 근로자들의 비인격적인 대우를 뒤로 한 채 기업유치와 입주기업 편의정책에만 매진한다. 또 힘든 근로자들을 위로한답시고 문화공연 등 동떨어진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또 산단이 속해 있는 경기도와 안산시를 비롯 국회, 자치단체 등 정치권도 그동안 기업유치와 지원에만 열을 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는 동안 산단내 근로자들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여지만 생기면 산단을 떠나면서 개별 사업장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또 관련 기관의 방관 등으로 일부 사업장의 횡포는 오히려 산단내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확산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관련 기관 모두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노동지청은 한 개 사업장씩 집중감사 등을 통해 변화를 주도해야 하고, 공단 역시 근로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변화가 필요하다. 또 정치권과 지자체도 실상을 직시하고, 관련법 개정과 근로환경 개선 등 본연의 업무를 통해 변화 시켜야 한다./김대현 사회부 차장김대현 사회부 차장

2015-11-30 김대현

[오늘의 창] 직장내 성희롱, 나부터 변해야 한다

“영화속과 같은 오피스 와이프? 그러다간 쇠고랑 찹니다.”얼마 전 직장에서 성희롱 관련 교육을 받았다. 법적으로 회사마다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기에 오전 근무시간에 동료 선후배들과 한 시간 넘도록 전문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모두 다 아는 내용일 텐데 “굳이 받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던 내 자신. 짧은 강의였지만 그동안 무심코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했던 대화들이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라는 깨달음(?)에 스스로 반성을 하게된 시간이었다. 한순간 무심코 내뱉었을 그 어떤 칭찬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부터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최근 성추행 언행으로 고위 공직자는 물론, 정치인, 기업인 등 각계각층에서 심심치 않게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그저 가볍게 흘려 들었을 농담도 언제부터 인가 문제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지방경찰청장은 여기자에게 “고추는 좋아하지?”라고 ‘음란발언’을 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출입기자들과의 공식 만찬에서 있었던 일인데 괜한 말을 했다가 “실수를 인정한다. 전적으로 저의 과오다”라고 말해 망신살을 겪기도 했다.경기경찰청 일선 경찰서에서 성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과 과장이 여경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 과장은 여경 2명에게 3~4차례에 걸쳐 성희롱 발언을 한 의혹으로 대기발령을 받고 감찰조사까지 받고 있다.여경이 과장실로 결재를 받으러 오면 “머리를 염색해서 야하다. 염색 안 한 머리가 좋다”고 하거나 “치마가 짧다. 바지 입은 게 더 낫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남성이 여자에게 하는 것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성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도내 한 골프장 대표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무심코 내뱉어 주워담을 수 없다면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발언하는 것이 생활화돼야 한다. 직위를 이용해 이성의 부하 직원을 성적으로 함부로 대한다거나 웃자고 한 농담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망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세상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내가 변해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할 때다./조영상 사회부 차장조영상 사회부 차장

2015-11-24 조영상

[오늘의 창] pray for I, You & Us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연쇄 테러로 인해 100여명이 넘게 죽고 수백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에서는 파리(시민)를 위해 기도하는 해시태그(#pray for paris)가 줄을 잇고 있다.특히 이번 테러는 파리의 공연장과 식당, 축구경기장 등 6곳에서 동시다발적 총기 난사와 자살폭탄 공격으로 불타는 금요일이 ‘절망의 금요일’로 일순간에 바뀌어버렸다.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가 테러의 불안에 빠졌고 좀처럼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이미 시작됐다.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적인 스타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은 자신의 SNS에서 파리를 애도하는 해시태그를 올리면서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멀리서나마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단순한 응원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희망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점점 자라나 어두운 세상의 불빛이 된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세상에 아직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차디찬 바다에 갇힌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해시태그로 위안을 받은 바 있다.혹자는 인터넷에 몇 글자 올리는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몇 글자를 올리는 마음가짐에서부터 희망은 자라난다.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뤘듯이 전 세계 사람들의 작은 마음들이 모이면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품기 때문이다. 희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느 영화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물었다. 항상 싸우는 늑대가 있다. 한 늑대는 ‘어둠과 절망’이다. 다른 늑대는 ‘빛과 희망’이다. 어느 늑대가 이길까? 아버지와 딸은 동시에 답한다. ‘네가 먹이주는 늑대’라고.절망과 희망 모두 살아남은 자의 권리이자 의무다. 절망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어두워질 것이고, 희망을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세상에는 빛이 비칠 것이다. 희망은 희망에서 멈추면 안된다. 기도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기도에서 멈추지 말고 이제는 희망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주변에서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 나를 위해 기도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자. 그리고 그 희망을 위한 작은 실천의 첫 발을 내딛자. 그러면 우리에게 희망은 기도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최규원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2015-11-17 최규원

[오늘의 창] 인천 중1 무상급식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내년에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1 무상급식비 190억 원의 절반인 95억 원을 2016년도 인천시교육청 예산안에 편성했다. 시교육청, 시, 군·구는 사업비 분담 방식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다. 초등학교처럼 사업비 분담을 통해 중1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이청연 교육감 계획이다. 내년 중1 무상급식은 이청연 교육감 공약인 ‘중학교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문제는 중1 무상급식비를 분담해야 할 시와 군·구의 반응이다. 시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내년도 예산안에 중1 무상급식비를 반영하지 않았다. 옹진군(중학교 무상급식 시행 중)을 제외한 9개 군·구 가운데 중1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한 곳은 얼마 안 된다.시의회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청연 교육감의 2015학년도 2학기 강화군 중1 무상급식 계획은 시의회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시교육청이 올 2학기부터 강화군 중1 무상급식을 시행하고자 추가경정예산안에 사업비를 반영했으나, 시의회 예산안 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안영수(강화군) 의원이 본회의 때 무상급식 사업비가 반영한 추경예산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최근 이청연 교육감은 내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시의회는 형평성을 문제 삼아 강화지역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을 반대해왔다”며 “시의회가 지적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지역 모든 중학교 1학년의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군·구가 중1 무상급식 예산을 세우지 못하면, 시교육청 사업비(95억 원)로 중1 급식비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1 급식 단가를 3천800원으로 친다면 1천900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셈이다.시의회가 중1 무상급식을 강화군만 시행하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에 중1 전체로 확대한다는 설명은 부적절한 듯하다. 중1 전체 무상급식이 필요한 이유와 시교육청 재정 운영에 영향은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군·구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군·구 가운데 몇 곳만 중1 무상급식에 참여할 경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 중1 무상급식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농어촌지역인 강화군 중1 무상급식마저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15-11-15 목동훈·정치부

[오늘의 창] 국적없는 아이들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목장갑을 낀 외국인 근로자들이 쉴새 없이 들락거리는 경기도의 어느 공장지대 뒷골목. 이곳에서 유난히 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여섯 살 꼬마 다니아(가명)를 만났다. 공장지대 틈새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따라 20여 분을 걷자 이윽고 패널로 지은 허름한 조립식 건물이 나타났다. “설마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하는 의문이 들 만큼 형편없는 외관을 하고 있어 주택이라기보다 언뜻 창고 같아 보였다. 주방이 딸린 10평 남짓 비좁은 이곳이 아빠와 엄마, 동생 등 다니아 가족 4명의 보금자리였다. 방은 냉기가 돌 정도로 추웠지만, 그 흔한 난방기구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다니아는 파키스탄인 부모 사이에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파키스탄 혹은 대한민국 그 어느 나라의 국적도 갖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국적 없는 아이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엄마와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천진난만하게 갓난쟁이 동생과 장난을 치는 다니아의 해맑은 모습에서 암담한 현실을 떠올리는 것이 왠지 죄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유치원 대신 인근 복지기관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에 다니며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는 다니아는 한국인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다니아에게도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혼돈을 겪는 시기가 곧 닥칠 것이다. 우리는 다니아와 비슷한 처지로 살다 성년이 된 무국적자들을 취재하며 안타까움을 넘어 위기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조국이라 생각하며 살다 어느 순간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깊은 혼란과 좌절, 배신감 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심적인 동요가 이들을 더욱 참담한 현실로 내몰고 있다. 국적이 없어 아무런 신원자료도 없는 이들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언제 어떻게 ‘범죄의 늪’에 빠져들지 모르는 이들을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들을 대책 없이 내버려 둘 것인가?외국인 비중이 2%에 육박하는 ‘다문화 시대’에 우리는 이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상생’과 ‘화합’이라는 헛구호만 외치고 있는 건 아닐까?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도 얇은 겉옷만을 걸친 채 우리에게 또박또박 한국말로 길을 안내하던 다니아의 해맑은 미소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5-11-10 최재훈

[오늘의 창] 제대로 된 부천시의회 상(像)을 기대한다

부천시의회가 지난 7월 15일 제1차 정례회 파행 이후 4개월째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부천시청사 옆 시유지인 옛 문예회관 부지와 호텔부지, 사유지를 묶어 통합 개발하기 위한 중동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공유재산 매각안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던 시의회는 부지를 개별 매각하는 것으로 귀결됐지만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집행부와의 싸움이 의회 내부로 번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또 의원들 간의 골 깊은 갈등과 불신으로 번져 의회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그 사이 시의회는 ‘동료 의원들에 의한 의원 납치 소동(?)’에 이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공전을 거듭하다 시의회 개원 이래 ‘오전 예결위 심의, 오후 본회의 처리’의 하루짜리 심의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또 상임위원장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4명을 비롯 동료 의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보이콧 하는 등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지난달 29일에는 시의회 운영위원회가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자며 시흥까지 원정을 가 오찬 회동을 가졌으나 정작 다음날 20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운영위 소속 의원 9명 중 4명이나 불출석해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과 일부 시의원들까지 어이없어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지난 4일부터 2박 3일간 강원 속초에서 소속 28명의 의원 합동연수가 계획됐으나 이마저도 돌연 일정이 변경돼 1박 2일로 기간이 줄어든 데 이어 새누리당 의원이 빠진 상태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2명만이 참여하는 반쪽짜리 연수로 전락했다. 이를 두고 의회 집행부 간의 볼썽사나운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과연 이들 시의원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귀담아 들릴지 알 수 없다. 또 지난해 7월 의회에 입성할 때 가졌던 초심을 되새겨 보라는 말이 소용 있을 지 의문이다. 오는 23일부터 12월 22일까지 30일간 208회 정례회가 열릴 예정이다. 시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 2016년도 예산안 심의 등 굵직한 안건이 줄줄이 기다리는 올해 마지막 정례회다. 4개월간의 불미스러운 의회 모습에서 벗어나 마무리 의정활동이라도 제대로 해 부천시민들에게 당당한 의회상(像)을 기대해 본다./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이재규 지역사회부(부천) 차장

2015-11-08 이재규

[오늘의 창] 백년 건물을 주목하라

‘북변동’은 한때 꽤 잘 나가는 김포의 중심가였다. 하지만 김포경찰서와 우체국 등 주요 공공기관이나 시설이 한강신도시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김포시와 지역사회는 그동안 각종 재개발·재건축 등을 추진하며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 왔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기존의 것들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짓는 방식의 토목적 사고의 한계 때문에 더는 새로운 대안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최근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인사동이나 수원 행궁동 등을 가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수원 행궁동 등은 오랫동안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옛것’을 재발견·복원하고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키워 나갔다. 더 나아가 먹거리와 볼거리,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페스티벌을 개최해서 한 지역을, 공동체를, 혹은 도시 전체를 관광자원화해 성공한 게 주효했다. 이 같은 실험을 김포 원도심인 ‘북변동’에서도 품격있게 시도해야만 한다. 우선 ‘백년 건물’에 주목해야 한다. 원도심엔 우선 보물같은 건물들을 다수 품고 있다. 100년 이상 된 건축사적으로,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건물들이 다수 현존하고 있는 만큼 역사적 자원을 ‘재발견’해야 한다.김포향교(888년)와 김포제일교회(121년), 김포초교(115년), 김포성당(105년) 등 그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언더우드 선교사 등 한국 근현대의 영웅들이 세우거나 가꿔 온 이 건물들은 관광상품 가치로만 환산해도 무궁하다. 최근 입소문으로 그 맛을 보기 위해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60년, 70년 된 오랜 식당 등 먹거리도 원도심엔 풍부하다.우체국이 이전한 뒤 공터로 버려진 공간을 중심으로 ‘김포백년거리페스티벌’이 최근 열렸다. 김포 토박이 문화예술가들과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역 공동체가 백년 건물 등에 착안해 손을 잡고 마련한 아주 작은 마을 축제다. ‘얼개’ 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미생’의 축제였지만 페스티벌을 기획·운영한 주최 측과 참여한 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김포시는 앞으로 백년 건물을 관광 자원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구 김포경찰서 용지를 문화예술발전소로 예술가들에게 제공하는 등 판을 짜는데 정성을 기울인다면 ‘김포백년거리페스티벌’은 저절로 지역 대표축제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도시로의 비약하는 꿈은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다./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전상천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15-11-03 전상천

[오늘의 창] ‘참된 지역발전이란’

지난 29일 과천시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통함 그 자체였다. 과천시 의회가 지난 수 개월간 시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29일 열린 제20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승마체험장과 캠핑장 건립을 위해 시가 상정한 사업비 전액을 삭감했다. 시의회는 승마체험장과 캠핑장이 들어설 위치가 잘못됐고 시민들의 반대 또한 거세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사업예산 전액을 삭감했다.겉으로는 대의 명분을 앞세웠으나 속으로는 집행부 및 여당을 견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시는 지난 3월부터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국·도비 확보에 최선을 다해왔다. 직원들은 물론 신계용 시장까지 수시로 세종시를 방문해 각 중앙부처를 돌며 예산확보에 혼신을 쏟았다.직원들이 오죽하면 신계용 시장을 ‘근성의 시장’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신 시장의 노력 끝에 시는 내년까지 총 67억5천만원의 국·도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예산을 토대로 시는 승마체험장 및 캠핑장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임시회에서 시가 상정한 41억5천만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전 확보한 37억5천만원도 내년 초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내년 확보된 예산까지 합치면 총 67억5천만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이다. 지난 6월 민선6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된 신 시장과의 인터뷰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당시 신 시장은 “과천이란 큰 배에 민선 6기의 돛을 달고 지난 1년간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시민들의 손을 잡고 달려와보니 정부청사 이전으로 과천시의 도시 자생력이 한계에 와 있는 점을 알게됐다”며 “과천시의 미래와 후손을 위한 사업이 추진될 때에는 과천시 구성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최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지역발전의 파수꾼을 자처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과천시 혼자 아무리 지역발전을 외친다고 해도 시의회가 이를 외면한다면 과천시의 미래를 위한 노력은 언제나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집행부와 견제기관, 정당을 떠나 과천시라는 큰 울타리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김종찬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15-11-01 김종찬

[오늘의 창] 국정교과서 논란과 일본해 왜곡

최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로 논란이 사뭇 뜨겁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여당의 주장과 ‘친일·독재 미화 술수’라는 야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느 측면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쟁으로 비치기도 한다.그렇다면 역사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인 ‘동해(東海)의 일본해(日本海)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얼마 전 중국 국가박물관을 잠깐 둘러볼 기회가 있어 지하 1층 고대중국 전시관을 관람하던 중 전시관에 걸려있는 지도를 보고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우리의 독도처럼 중·일간에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의 영유권 분쟁 중이고 한·중 관계로 미뤄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박물관의 지도에는 당연히 동해로 표기돼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금 남송시기전도’, ‘원 시기전도’ 등 전시관에 걸려 있는 지도에서 東海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日本海만 존재할 뿐이었다.중국국가박물관의 일본해 단독 표기는 나만 보지 않았을 것 이라고 생각돼 포털사이트를 찾아봤고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국가박물관을 관람했던 사람들로부터 일본해 단독 표기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특히 지난해 3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국회의원까지 “중국 최고의 국가박물관마저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국가박물관의 일본해 표기가 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 이외엔 뾰족히 설명할 말이 없다고 보여진다.실제 올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국제수로기구(IHO) 회원국 교과서의 절반 이상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으며 동해와 일본해 병기도 20%에 미치지 못했고, 우리나라와 터키만 동해로 단독 표기할 뿐이다. 또한 최근 5년간 외국 온라인상 동해·독도 표기 오류중 시정 건수가 10%에도 못 미쳤다.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할지, 검정으로 할지 결과를 내야 하겠지만 일본해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차장문성호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2015-10-20 문성호

[오늘의 창] 절박함에서 빼든 카드, 우리 실정에 맞추자

우리 사회에서 임금피크제가 노동계의 현안(청년실업 해소까지)을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지만, 고령화가 극심해지는 기업 환경에 맞춰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지배적이다.일부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지난달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끌어낸 데는 청년 고용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일반적으로 고령자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임금피크제가 기업 차원에선 청년 근로자의 채용 동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세대 간의 상생 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다수의 전문가가 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연공형이 완전히 배제된 직무급과 성과연봉제 운용이 어려워서 임금피크제라는 보완적 보상제도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으로서 가져가야 할 신규채용은 노사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협력과 상생이 필요한 제도이므로, 큰 틀에서 피크 감액률과 신규 채용자수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140개국 중 26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노사 간 협력 분야 132위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리해고 비용(117위), 고용 및 해고 관행(115위) 등이 100위권 밖에 있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주도하며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구조적인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기에 아직까진 부족하다는 분석이다.WEF와 함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양대 기관으로 꼽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1개국 중 25위(지난해 26위)를 기록했다. 노사 관계에서는 57위로 꼴찌 수준이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노사정 대타협안(임금피크제)이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하지만 노사정이 상생의 정신으로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출발 지점에 섰다./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15-10-13 김영준

[오늘의 창] 갑과 을

‘갑’과 ‘을’은 원래 횡렬로 나열된 순서의 개념으로 쓰이는 60갑자 중 천간(天干)의 하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 두 낱말이 상하 종적인 개념으로 변질돼 널리 쓰이고 있다. 아마 계약 관련 공문서상의 흔히 양 당사자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갑은 주로 고용주나 사용자 등이며 을은 피고용인, 제공자 등으로 실상 갑이 을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갑이 이러한 위치를 악용해 을에게 권력을 행사하며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이는 문제가 된다. 이른바 ‘갑질’이라고 하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8.6%가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이는 갑질이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권력행사’인 것으로 간주하고 직장 내 실태를 조사한 내용일 것이다. 이러한 갑질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부패와 범죄, 퇴보 등 각종 부정을 양산하고 있다. 문제는 갑질이 부정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비생산성을 불러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이 특정 지역에 공장이나 물류창고 등 생산시설을 짓기라도 하면 기업의 담당자가 공무원을 ‘갑으로 모셔야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병폐는 이제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 내려 거의 웬만한 조직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요즈음 고령화 시대로 치달으며 노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돌봐줄 가족 없이 외롭게 사는 노인 중에는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연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폐지수집은 유일한 생계수단이며 중요한 일자리다. 그런데 이러한 인생 최후 보루에 있는 생활 전선에서도 갑의 횡포가 활개 치고 있어 불우한 노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일부 폐지수집상은 노인들이 애써 모은 폐지를 값어치가 없다고 돌려보내거나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그래도 항의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항의하면 수집상과의 거래가 끊어져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잃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갑질이 얼마만큼 만연해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

2015-10-12 최재훈

탁상행정(卓上行政)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흔히 정부부처나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민원현장을 둘러보거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이론적으로만 추진하는 정책을 비유해 사용하곤 한다.탁상행정은 혈세를 비롯해 행정력과 인력 낭비뿐 아니라 주민 불편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넘어서 행정과 현장의 괴리로 인한 정책적 파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정부가 최근 교육현장에서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 통일부는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을 높이기 위해 초·중·고교마다 통일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 11만6천명을 대상으로 통일교육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이중 53.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통일부는 우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학교 통일교육 내실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후 협약에 따라 학교별 교육과정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 시간에 통일교육을 편성해 교육하도록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통일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교육현장에서 적용 시킬 수 없다.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미 학년 시작 전 세부 단원별 편성이 마무리된 상태다. 또 학년별 교육과정 편성은 초·중·고교 학생 모두 입학과 동시에 졸업까지의 일정이 짜여 있다. 때문에 간혹 수년 후 대입 정책이 바뀔 때마다 일선 학교에서는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특히 통일부가 통일 교육시간으로 제시한 학교별 창의적 체험교과 시간은 이미 학교폭력 예방, 학생인권, 흡연예방 등으로 학년별 의무교육활동 계획이 세워져 있어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일선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도덕·사회·국사·윤리 등 기존 교과목마다 별도의 단원으로 편성이 돼 있기 때문에 신규 과목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중복교육이라는 입장이다. 교육현장을 둘러보지 않고 실정을 무시한 통일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통일교육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은 다가올 미래, 통일에 대한 계획을 긍정적이고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즉흥적이거나, 탁상행정으로는 안된다. 기존 교과목에서 조금씩 편성된 통일관련 내용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별도의 교재도 만들어야 하고, 또 정규 교과시간도 편성해야 한다.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지역별 또는 학교별 ‘복불복’식 통일교육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김대현 사회부 차장김대현 사회부 차장

2015-10-07 김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