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끝이 좋아야 다 좋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라는 문장은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라는 문장과 대구를 이루어 상투적으로 쓰이곤 하지만 셰익스피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남편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내가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한다는 내용의 희곡이다. 해피엔딩이라고는 하지만 결과로 가는 과정이 비극적이고 암울해 문제극으로 분류된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끝이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의왕 백운밸리 도시개발사업의 백서가 발간됐다. 개발사업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이름과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이지만 부동산 침체기인 탓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손을 떼고 민간사가 시행하게 된 사연, 도시공사 설립 과정, 사업 진행 과정 등이 하얗고 두툼한 책 한 권에 담겼다. 백서는 개발규제로 의왕시의 도시개발이 늦었지만 기존 도시들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실패들을 거울삼아 앞선 선진 도시개발 정책을 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수도권 내에서 풍부한 생태자원을 기반으로 한 개발제한구역 조정가능지역을 개발하게 된 것이 의왕시에는 큰 행운인지도 모른다고 했다.백서를 보니 백운밸리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실감 난다. 내부의 갈무리로 백서가 나왔다면 앞으로 외부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지난 가을에는 의왕도시공사 등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고 지금도 외부 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처분 요구사항은 아직 다 이행되지 않았다. 아직 의료복합시설용지 등 미매각 토지 매각과 훼손지복구 사업 등도 남아있다. 사업의 주축인 의왕도시공사는 이 사업을 마무리 지을 리더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에서는 마무리가 가장 어렵다는 뜻도 찾을 수 있다. 작은 시의 큰 도전으로 시작된 백운밸리 도시개발사업이 좋은 끝을 맞이하길 기대한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2020-12-10 민정주

[오늘의 창]32살 자치분권 씨의 새 옷

싱가포르에서는 껌을 씹는 행위는 물론 껌을 판매해서도 안 된다. 껌을 씹다가 적발되면 약 8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판매하다가 적발되면 1억원 또는 징역형에 가까운 형벌에 처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영국에서는 '연어를 수상하게 들고 있으면 불법'이라는 황당한 법이 존재한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다소 황당한 법이지만, 세계 각국에는 한국인의 눈에는 물론, 자국민의 관점에서도 이상한 법이 다수 존재한다.싱가포르의 껌금지법은 1987년 지하철 MRT가 개통되고 지하철 도어센서에 누군가 껌을 붙여놔 제대로 문이 작동하지 않자, 1992년 1월 제정됐다.영국의 연어법은 1986년 불법 연어잡이를 막겠다며 만들어진 법이라고 한다.법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제정되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야 한다. 변해가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면 진지한 고민 끝에 만들어진 법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일 것이다.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됐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이 32년간 별다른 개정 없이 운영되면서 커진 지역의 위상에 걸맞은 옷이 아니었다고 주장해 왔다.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권한, 그에 따른 예산이 수반돼야 주민들이 행복한 지방자치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 목소리가 무르익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32살 자치분권의 몸집에 맞는 법인가 고민해야 할 점이 남아있는 듯하다.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결국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운용의 묘를 잘 살리는 일만이 지방자치법 개정 작업이 시대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법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공감과 관심 속에서 꾸준히 변화하고 살아있는 법이 되기 위해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해본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2020-12-09 김성주

[오늘의 창]남을 향한 지적 한마디에도 공부가 필요

지난달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실시한 경기도체육회와 경기도장애인체육회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도의원이 도체육회 측에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빼앗겼다고 하는데 그게 의미가 있나요? 우승에 왜 목을 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따졌다. 물론 1등만을 추구하는 체육계의 병폐를 지적한 것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었을지는 미지수다.경기도는 체육계에서 '체육 웅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인구 1천300만명이 집중돼 있는 만큼 학생 및 엘리트(전문) 체육 인재 역시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인재들 속에서 경쟁을 통해 '경기도 대표'로서 전국체전에 출전하게 되고 다른 시·도에 비해 많은 입상자가 배출돼 2018년도까지 17년 동안 종합 1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서울에 아쉽게 종합우승 타이틀을 넘겼다.해당 의원은 1등을 차지하기 위해 스포츠 폭력과 성폭력이 체육계에서 무시되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겠으나, 뒤이어 "금·은·동 포상금을 동일하게 주는 것은 어떤가"라고 주장을 했는데, 체육인의 자존심을 밟았다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체육인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정치를 그만뒀어야 할 수준이다.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작은 운동회에서 질 때면 눈물을 보이곤 한다. 승리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체육을 자신의 업으로 선택한 아이들은 추후 대학 또는 실업팀으로 진출해 '경기도 대표'가 될 수도 있고 나아가 '프로선수', '국가대표'도 될 수 있다. 만약 행감장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거 손흥민, 세계 최고 배구 여제 김연경을 불러 놓고 "우승을 왜 하냐"고 따질 수 있겠는가.선거 등의 과정을 통해 어렵게 배지를 달았다고 해서 남들이 고개를 알아서 숙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방의원들의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선 상대하는 피감기관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다.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 등을 통해 송곳 질의를 한다고 해서 자신이 인정받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2020-12-06 송수은

[오늘의 창]국민이 원하는 정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 파장이 연말 정국을 집어삼켰다. 법을 다루는 검찰과 법무부가 직무정지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벌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여야를 비롯한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추 장관과 윤 총장의 극한 대립은 결국 누군가 하나 치명상을 입어야 끝날 듯한 상황으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마치 경주라도 하듯이 경쟁적으로 서로에게 막말을 쏟아내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식의 극한 대립을 보이며 21대 국회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수준 높은 정치를 갈망했던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수년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는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를 보면 '반드시 버려야 할 싸움을 가려내고 이것을 현명하게 선택할 때 진정 중요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남과 논쟁하고 대립하고 심지어 싸워야 할 때가 틀림없이 있다.이를 두고 저자는 "비판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사람들 사이에 놓인 분노와 불신의 벽을 더욱 높아지게 할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나와 다른 의견 속에서 티끌만큼 작은 진실이라도 찾아내고자 의도적으로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과 인종차별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서 현재의 미국 사회 내 존재하는 분열과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이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국민의 단합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서로 비난에만 몰두하는 사이에 위기는 더욱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분열의 정치'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정치권은 위기 상황에 처한 국민과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20-12-01 이성철

[오늘의 창]이제 보여주세요, 김보라 시장님이 약속한 '혁신'

'갈 길은 멀고 마음은 바쁘다'.이 말은 19만 안성시민을 대표해 시정을 이끌고 있는 김보라 시장이 현재 느끼고 있는 심정일 것이라 생각된다.김 시장은 지난 4월 치러진 안성시장 재선거 당시 지역발전을 위해 '혁신'을 기치로 내걸어 인근 지자체에 비해 더딘 지역발전 속도에 답답함과 염증을 느낀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후 김 시장은 취임과 함께 시민들과 약속한 공약 실천을 위해 '광폭 행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에도 김 시장이 당초 계획한 속도만큼 공약들이 진척되지 않아 스스로 답답한 심경일 것이다.김 시장이 내건 7대 대표 공약 중 이미 공약이 완료된 '코로나19 극복 500억원 규모 추경안 시행'을 제외한 나머지 공약들이 사실상 연내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편입추진과 버스 준공영제 도입, 무료 와이파이망 구축, 공도시민청 건립, 도시재생사업 추진, 호수관광 벨트화 추진 등의 공약은 상위 기관들과 협조 또는 타당성 용역 결과가 도출돼야 추진이 가능하기에 추진 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김 시장 취임 6개월이 지난 현재,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김 시장의 억울한 입장을 대변하자면 재선거이기에 준비 기간 없이 곧바로 임기에 돌입했고, 코로나19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수해 피해 등 내우외환에 시달린 지역 실정을 수습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언제나 난세에 영웅을 원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만큼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한 시장의 몸부림은 숙명이다. 지금까지는 다소 부족했지만 이 기간을 '더불어 사는 풍요로운 안성'을 만들기 위한 준비운동이었다고 믿고 싶다. 현명한 19만 시민들이 선택한 인물이기에.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김 시장이 시민들과 약속한 '혁신'이 무엇인지를.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2020-11-26 민웅기

[오늘의 창]아라뱃길 기능전환 논의, 지금부터가 시작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가 표결을 거쳐 물류를 축소하고 레저를 강화하는 아라뱃길 기능재정립 '최적 대안'을 선정했다. 엄밀히 얘기하면 공론화위는 투표결과를 발표했을 뿐, 아라뱃길 기능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정해진 게 아니다. 공론화위가 투표결과를 토대로 정부권고안을 확정하는 절차가 남았고, 정부는 다시 그 권고안을 종합해 아라뱃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특집기획 '아라뱃길 새길찾기 대작전'을 준비하며 만난 취재원들은 공론화위를 마냥 신뢰하진 않았다. 첨예한 사안에 대한 논의 시간이 부족했고, 산출 수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라뱃길을 둘러싼 세부 현안들은 애초 공론화위 연구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또 한 번의 '형식적인 용역'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그러나 공론화위는 갈등요소가 첨예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상적인 합의 기구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리스크 방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따랐다. 추후 어떤 것들을 본격적으로 논의할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공론화위의 큰 성과였다.조만간 공론화위가 정부권고안을 확정하고 나면 이 같은 재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라뱃길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가고 있지만, 기능 전환을 위해서는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공론화가 성사될 경우 이번에는 더 많은 정부기관과 도시·관광·문화·레저·해운·물류·디자인·환경·건축 등 더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야 할 것이다. 아라뱃길 관광레저 활성화의 전초기지인 김포시와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인천 서구, 아라뱃길 연계가 지역경제에 직결되는 계양구 등 인접 지자체도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내용을 충분히 인식시킴으로써 진정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 다음 단계의 아라뱃길 성패는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에 달려있다. 경인아라뱃길의 기능전환 논의는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20-11-25 김우성

[오늘의 창]김칫국의 추억

나는 김칫국을 잘 먹지 못한다. 김치볶음밥, 김치찌개같이 김치가 들어간 대부분의 음식을 사랑하지만 유독 김칫국만은 손이 가지 않는다.이렇게 된 건 김칫국을 처음 접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그 날은 더운 여름날이었고 점심 급식 에 생소한 국이 눈에 띄었다. 조각난 김치와 콩나물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찌개라고 하기엔 너무 묽고 콩나물국이라기엔 약간 붉었다. 김칫국이었는데, 한 숟갈 뜨자마자 도로 뱉어버렸다. 단단히 상한 듯한 비릿한 맛과 향이 입안에 맴돌았다. 함께 식사하던 친구들 모두 그날 김칫국을 먹지 못했다.생각해보면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급식은 맛 없고 부실하기로 유명했다. 한번은 급식에 나온 도토리묵을 먹고 수십 명의 친구 혓바닥이 파래져 양호실이 북새통을 이룬 적도 있다. 어떤 친구는 학교 급식이 부실한 원인을 두고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각 반에 투서를 돌렸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김칫국 이후 나를 포함해 우리 반 상당수는 도시락으로 급식을 대체했다.최근 성남의 한 놀이학교에서 원아들에게 부실한 급식을 제공해 유치원 급식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엄마에게 보낸 급식 사진은 풍성한 반찬이 가득했는데 실제 급식은 새 모이만큼 적어서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다.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태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유치원 급식 문제를 지적했다.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 지치지만, 가장 기자를 지치게 하는 건 교육부, 교육청이 갖는 유치원에 대한 맹신이다. 학교급식법 안에 숨은 '예외조항'을 통해 상당수 유치원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교육기관'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각자 상황에 맞춰 법을 따라 줄 것이라며 유치원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15년도 더 된 그 날의 김칫국 탓에 지금도 김칫국은 손도 대지 않는 습관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순 없다. 먹는 일은 '본능'인데, 그것조차 안심할 수 없다면 무슨 낯으로 아이를 볼 것인가./공지영 사회부 차장공지영 사회부 차장

2020-11-22 공지영

[오늘의 창]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조두순 출소'

초등생 납치·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조두순이 다음 달이면 부인이 살고 있는 안산으로 돌아온다. 영화에서 다뤄졌을 만큼 극악무도한 사건인데도 처벌은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12년밖에 받지 않아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다.문제는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보호수용법 제정 또한 조두순의 출소 전까지 마련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등 범죄심리 전문가들도 보호수용법이 재범을 막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하고, 또 과거 2005년 폐지된 사회보호법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인권침해 및 이중처벌 논란은 제척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권침해와 이중처벌 등의 이유로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또 뒤늦게 법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소급적용이 어려워 조두순을 보호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그런데 왜 수년 전부터 조두순의 임박한 출소에 대해 언론 등에서 종종 다뤄졌음에도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조두순의 사회 복귀에 대해 걱정하는 것일까.이는 출소 사실보다는 조두순이 출소 후 어디에서 사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남일로만 생각하다 막상 우리 동네로 온다고 하니 실감이 날 테니 말이다.하지만 돌이켜보면 조두순은 안산에서 살 확률이 가장 높았다. 부인의 거주지가 안산이니 불 보듯 뻔한 결과다. 만약 조두순이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사들과의 면담에서 안산에 살겠다고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시와 경찰, 법무부 등이 그나마 뒤늦게라도 마련한 감시 강화 등의 대책이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결국 우리는 미흡한 법으로 조두순을 12년밖에 감옥에 보내지 못했는데 또 다시 미흡한 법으로 조두순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사회로 나오더라도 충분히 제약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셈이다.앞서 소 잃은 뒤 외양간을 고쳐서 술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처벌을 감경받는 것을 막았는데, 또 같은 형국에 빠졌다. 하지만 뒤늦게 외양간을 고쳐봐야 이미 소를 훔친 도둑은 우리 모르게 주변에 머물고 있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20-11-15 황준성

[오늘의 창]인천시청 여자핸드볼 실업팀, 그리고 '현수막'

5년 전 일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실업팀이 인천에 있다.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 여자핸드볼의 산실인 인천시청 팀이다.'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듬해인 2015년 6월 SK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인천시청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 상대로 만난 서울시청을 꺾고 최정상에 올랐다.1974년 국내 최초의 여자핸드볼 실업팀으로 창단한 인천시청은 진주햄, 제일생명 알리안츠, 효명건설, 벽산건설 등을 거쳐 40여년 만인 2014년 1월 재창단했다. 모기업이 경영난 등으로 팀에서 손을 뗄 때마다 인천시체육회가 구원 투수처럼 등장해 해체 위기에 놓인 팀을 돌보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인천시청의 정규리그 우승 직후 기자는 인천시체육회를 함께 출입하던 지역신문 체육부 동료 기자들에게 축하 현수막을 걸자고 제안했다.수차례 팀이 공중 분해될 위기를 헤치고 마침내 이뤄낸 재창단의 기쁨을 자축이라도 하듯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였다.또한, 이 팀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억여원의 혈세를 쓰는 인천시가 정작 시민들에게 우승 소식을 알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그 흔한 현수막 하나 걸지 않은 데 대한 항의의 의미도 있었다. 그렇게 기자단의 축하 현수막은 인천시청 정문 쪽 가로수 길에 번듯하게 내걸렸다.핸드볼 리그의 단골 '챔피언'이던 인천시청은 이후 국가대표로 성장한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 다른 팀으로 옮겨가면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 올해, 전 플레잉 코치의 갑질 의혹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인천시청은 급기야 존폐 위기에 놓였다가 어렵사리 팀 정상화를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새 플레잉 코치를 뽑았고, 그동안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불참하려던 올겨울 핸드볼 리그에도 참가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최근에는 인천시체육회가 선수단 심리 상담을 시작했다.언젠가 다시 이 팀을 위해 축하 현수막을 내걸 그 날을 기대해 본다./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20-11-05 임승재

[오늘의 창]인천항보안公 특수경비원 처우개선을 바라며

1년 동안 입사자의 2배가 넘는 인원이 퇴직한 공기업이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항만공사 출자기관으로, 인천항 보안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인천항보안공사다. 2017년 인천항보안공사 47명을 채용했지만, 그해 기존 직원을 포함해 총 105명이 퇴사했다. 퇴직률이 223.4%에 달한다.당시 특수경비원은 1년 단위 계약직 신분이었다.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퇴사자가 급증한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계약직 특수경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올 들어 9월까지 입사한 51명 중 43명이 퇴사하면서 퇴직률이 84.3%에 달했다. 인천항 외항(신항·남항·북항) 특수경비원으로 이뤄진 공공운수노조 인천항보안공사지부는 급여와 근무 여건 등이 좋지 않아 일을 그만두는 직원이 많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항보안공사 경비담당 인력은 특수한 구조로 돼 있다. 내항의 경비를 맡는 청원경찰과 정규직·무기계약직 특수경비원은 인천항만공사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반면, 가장 많은 외항 특수경비원은 인천항보안공사 소속이지만, 사실상 외항 부두운영사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다. 급여를 주는 주체가 공기업과 민간기업으로 나뉘다 보니 급여와 근무 조건 등 처우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하다 보니 인천항보안공사 퇴직자 대부분은 외항 특수경비원이다.인천항만공사가 경비 업무 근로자의 인력 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한다고 한다. 인력 체계 단순화로 근로 조건의 차별을 없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인천항만공사의 생각이다.인천항보안공사 특수경비원은 국가보안시설인 인천항의 경비·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가보안시설을 지키려면 경비 업무에 대한 노하우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열악한 처우에서 근무하는 특수경비원에게 이러한 부분까지 요구하긴 어렵다. 이번 용역으로 인천항 특수경비원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10-22 김주엽

[오늘의 창]수도권매립지종료, 인천 정치권이 나서달라

인천시가 지난 15일 시민의 날을 기점으로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에 배수진을 쳤다.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압박 수위도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박남춘 시장은 시민의 날 행사에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을 시도하는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것이 여러분이 외치는 정의이고 공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 정작 쓰레기는 남의 땅에 버리는 서울, 경기 등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하며 '쓰레기 독립'을 선언했다.인천시의 강경한 태도와 대조적으로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매립지 종료 현안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광역철도망 구축이나 도로 개설, 부동산 문제 등 유권자들이 민감해 하는 현안에는 물불 가리지 않는 의원들이 인천시가 최대 현안으로 꼽고 있는 매립지 종료 문제에는 오히려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이다. 매립지 종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각장 신설과 인천만의 자체매립지 조성 등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크게 의식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인천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나서 매립지 종료 문제를 의제화할 수도 있었지만 어느 의원 하나 이를 들고 나온 이는 없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인천지역 의원들이 없다 보니 굳이 이런 문제를 끄집어낼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지난 수십 년 간 인천은 서울의 배후 도시쯤으로 여겨졌다. 서울 사람들이 버리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전부 인천으로 모였고, 인천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60% 정도는 모두 서울을 위해 사용된다. 서울에서 밀려 내려온 염색, 주물단지 등도 인천에 조성됐다.수도권매립지 종료는 정책적인 문제 이전에 인천의 자존심과 직결된 현안이다. 지금 바로 인천 지역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바란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0-10-20 김명호

[오늘의 창]청개구리

우리나라 전래동화 '청개구리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개구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말을 늘 반대로만 하다가 부모가 죽음을 앞두고 언제나처럼 또 거꾸로 할 테니 시냇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따른 뒤 비가 오면 항상 구슬프게 운다는 내용이다. 보통 효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됐던 이야기 중 하나다.뜬금없이 웬 청개구리 이야기를 꺼내는지 의아해 하겠지만, 요금 시기에 우리는 청개구리가 되지 말았으면 하는 우려에서 던져보는 화두다. 2020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패턴이 바뀌었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찾아가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이때문에 언젠가는 도래하겠지 했던 온택트 시대가 더 빨리 찾아왔다.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종교단체 행사모임으로 급작스런 확산세를 보이던 코로나는 잠시 주춤했다가 5월 재확산됐고, 8월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다시 확산 되다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며, 10월 추석 이후 산발적으로 집단 발병하다 최근 1단계로 완화되면서 다소 진정세를 이어가고 있다.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청개구리였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집회금지 권고 등 다양한 조치를 내렸다. 10월부터는 마스크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시행됐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행정명령과 함께 본인 스스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수칙 등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러나 간간이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에 마스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실제로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마스크 쓸 것을 권고했다가 시비가 붙은 사건이나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 앞에 함부로 침을 뱉는 무개념 행동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도 있다. 하지 말라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요즈음 같은 시국에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해 하라는 권고를 무시하며 청개구리 같은 행동으로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전래동화처럼 자신의 눈물이 돼 돌아오지 않을까? /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20-10-18 최규원

[오늘의 창]진짜 범시민 운동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동을 '범시민 운동'이라고 한다. 모두를 아우른다는 의미의 접두사 '범(汎)'을 붙여 일반적인 시민운동보다 그 참여의 범위가 넓다는 것을 강조한다.인천에서는 과거부터 특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범시민 운동이 몇 차례 있었다. 굴업도 핵폐기장 문제와 관련한 범시민 반대운동이 있었고,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을 위한 범시민 운동이 있었다. 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인천 범시민운동'을 검색해보면 이런 것도 범시민운동으로 했나 싶을 정도로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한 현안이나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갈등문제가 많았다. 관(官)에서 주도하고, 민(民)이 맞장구를 쳐주는 경우도 있었다.인천시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해 폐기물 감량과 분리배출 활성화 등을 위한 '자원순환 범시민운동'을 이달부터 본격 추진한다. 과거 계몽운동을 연상하는 이 범시민운동은 2020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진짜 '범시민적' 현안이다. 인천에 해양경찰청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다른 범시민운동의 성과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특정 공공기관이나 철도 노선의 인천 유치, 법령 개정, 혐오시설 설치 반대를 위한 시민운동 등은 '범시민'이라는 표현을 가져다 쓰기엔 뭔가 부족했다. 요구가 관철되더라도 모든 시민들이 수혜를 보는 것이 아니고, 또 이해에 따라 누군가에겐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쓰레기 줄이기는 아무리 정책이 훌륭하더라도 시민들의 도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페트병의 비닐 라벨을 떼어내는 것부터 플라스틱 용기를 씻어서 버리는 것은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인천시민 300만명이 한 번씩만 실천한다면 300만개의 쓰레기가 올바르게 처리될 수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10월을 '시민의 달'로 선포하고,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손뼉은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0-10-12 김민재

[오늘의 창]과천 생활환경 지키기위해 하수처리장 지어져야

어느날 과천에서 지인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과천에 전세를 살며 고등학생인 자녀를 키웠고, 워킹맘으로 과천에서 일하고 있다. 소소한 점심이 기억에 남게 된 건 그의 과천 자부심 덕분이다. 그는 과천을 '과촌(果村)'이라 불렀다. 기자도 과촌이란 말을 익히 들어왔다. 이웃한 도시에서는 과천의 인구가 워낙 적은 것을 놀리며 도시가 아니고 시골이라는 비꼼으로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그가 소개한 과촌은 전혀 달랐다. 그는 도시로서 생활편의시설을 잘 갖추었으면서도 시골에서나 느낄법한 이웃 간의 정이 있다는 뜻으로 '과촌'을 말했다. "과천에는 아파트 단지 간 담벼락이 없답니다. 길을 가다 지갑을 잃어버려도 주인을 찾아주고 밤 12시에 조깅을 하러 나가도 무서울 이유가 없답니다. 백화점, 큰 병원 하나 없지만 삶의 만족도가 높은 배경이죠." 곧이어 그의 자부심은 정부과천청사 부지 4천호 주택 건설 문제로 이어졌다. "과천에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우리는 과촌을 잃을까 두려워요. 아무래도 문화가 바뀔테니까." 기자는 그날 '정부과천청사 사수' 여론을 님비가 아닌 '이유있는 반대'로 이해했다.시민들은 8월4일 이후 두 달째 끊임없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자기 발목을 잡는 곳까지 이어지고 있다. 4천호의 기반시설을 막기 위해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보완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하수처리장 이전증설 반대로 이어진다.이 같은 주장은 과천시 전체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 과천은 재건축이 한꺼번에 진행 중에 있고 이를 반영해 현재 3만t규모의 하수용량을 4만4천t으로 늘리는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환경부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4만4천t을 승인하기 전에 과천지구가 터졌고 이어 정부청사 이슈까지 더해지자 과천시는 현재 과천시만큼 늘어나는 인구를 위한 하수처리계획을 못 세우는 상황이다. 민심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과천사람들에게 과천이 어떤 곳인지를 엿보면서 안타까움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천민심이 원하는 것이 생활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아닐테다. 보다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2020-10-08 권순정

[오늘의 창]저출산 극복, 사회전반의 인식전환 필요

우리나라 출산율이 해마다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임신·출산율은 임신해야만 신청 가능한 '국민행복카드' 신청자 수로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 8월까지 출생아 수는 전년대비 10% 이상 떨어졌다.이 같은 속도라면 내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8명대 이하'를 기록할 전망이다.경기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도가 발표한 '2020 경기도 출산 통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도의 연간 출생아 수는 총 8만3천여명으로 전년 대비 5.6%(5천여명)나 줄었다. 올해의 경우 감소세가 더욱 빨라져 7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경기도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높지만 정작 현실에선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제도 등을 적극 사용하지 못하는 점을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없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도는 지난 8월부터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인구정책 현장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고, 앞서 지난 7월에는 인구의 날(7월11일)을 맞아 육아분위기 인식 개선 등을 위한 인구정책 포럼을 개최했다.아울러 다음 달에는 저출산 극복 인식개선 분위기 조성 및 확산을 위한 '경기저출산극복사회연대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도는 출산감소의 원인을 밝히는 동시에 출산감소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 저출산 극복을 위한 인식전환을 시도하고 있다.현실적인 출산수준을 의미하는 출산력 감소는 사회적·경제적 다양한 요인들에 의한 영향으로 나타난다. 출산력이 감소하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서 인구구조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경제활동과 육아의 병행, 경제 교육문제 해결 등을 위한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2020-10-06 김종찬

[오늘의 창]'윤창호법 방조' 적용, 보여주기식은 안돼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이 숨진 인천 '을왕리 음주사고' 가해자 A(33·여)씨의 동승자 B(47)씨에 대해 경찰이 최근 이른바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방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솜방망이 처벌' 여론을 의식한 경찰의 판단으로, 윤창호법 시행 이후 동승자에게 윤창호법 '방조'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다.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직접 가해자인 운전자는 윤창호법 시행으로 과거보다 강한 처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을왕리 음주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방치한 동승자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경찰이 고심 끝에 B씨에게 기존 음주운전 방조보다 강한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윤창호법 방조 혐의를 추가 적용한 시도인 것이다.우리나라 헌법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정한 범죄와 형벌을 지나치게 유추해서 해석할 수 없다는 대원칙이다. 검·경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법률을 새로이 해석, 재판에 넘겼을 때 법원이 검·경의 판단이 옳다고 보지 않고 새로 적용한 혐의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이 경우 검·경이 여론을 의식해 무리하게 법리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올까. 경험상 상당수 사건은 비판 없이 조용히 지나가 묻히곤 한다. 수사과정에서의 사회적 관심이 재판이 끝난 후까지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2018년 6월 인천지검이 처음으로 인천지역 중고차 사기조직을 조폭에 적용하는 형법상 '범죄단체'(범죄집단)로 규정해 엄벌하고자 했던 시도는 1심 '무죄', 2심 '무죄'가 선고된 끝에 올해 8월 대법원의 상고심에서야 '유죄'로 인정하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그만큼 새로운 법리를 적용한 수사는 까다롭고, 입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 인천 경찰이 처음 적용해 검찰이 기소할 전망인 윤창호법 방조 혐의는 '보여주기식'이 돼선 안 된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10-04 박경호

[오늘의 창]지역화폐 논쟁을 바라보며

"많은 정치인들이 말은 국민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사실 위를 보거든요. 그런데 이 지사는 '아래'를 보는 것 같아요."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기 비결에 대해 사석에서 만난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도지사가 이런 일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떻게 보면 작은, 그러나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부조리함과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들을 이 지사가 잇따라 추진하는 것은 시선이 아래, 민초들의 삶으로 향해있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다.그의 말을 듣고 보니 이 지사가 추진해온 정책들은 '원래 그런 것이겠거니' 하며 지나쳐온 것들을 해소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평상을 놓고 십수만원의 백숙을 파는 계곡의 풍경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고, 신용이 낮으니 높은 금리를 물고 돈을 빌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런데 이 지사는 으레 그래 왔던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계곡의 평상을 치웠고 연 24%까지 물릴 수 있는 금리를 10%로 낮추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지역화폐 역시 골목상권에 돈이 돌게 하기 위한 이 지사의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는 시기에 전통시장이, 동네 점포가 뒤안길로 밀려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여길 터지만 지원금으로 잠깐 수혈을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모세혈관에 피가 돌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로 불붙은 지역화폐의 경제적 실효성 논쟁이 길어지고 있다. 세상에 100% 옳은 것은 찾기 힘든 법이다. 하물며 정책이란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무엇을 더 비중있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화폐도 그럴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에 가보니 상인들은 "어쨌든 이런 곳에서만 쓸 수 있는 거니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그러면 뭐라도 하나 더 산다. (지역화폐가) 없었을 때보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0-09-27 강기정

[오늘의 창]모호한 경계, 그 속에서 해법 찾기

국제선 하늘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도착지 없이 출발지로 회항하는 이색 관광상품이 항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대만의 에바항공은 지난달 8일 아버지의 날 행사로 일본 국경까지만 다녀오는 이른바 '항공체험' 행사를 진행했는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선 부산에어가 김해공항에서 이륙해 포항과 서울을 거쳐 다시 김해공항으로 '도착지 없는 비행'을 시작했다. 기내식을 별도의 상품으로 내놓은 항공사도 등장했다. 러시아 우랄항공은 기내식 도시락으로,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는 식당을 열고 기내식을 판매해 여행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빠르게 목적지로 승객을 데려다 주기 위해 탄생한 항공산업이 목적지 없는 운항으로, 또 부수적인 서비스를 주력으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관념을 깨고 있다. 무엇이 본질적인 서비스이고 부수적인 서비스인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행정도 그렇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정책들은 복지정책과 경제정책으로 분류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복지정책이라면 소외계층이 소외되는 '역진성'을 가지면 실패한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맞고 경제정책이라면 과도한 재정지출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인데, 어느 한쪽으로만 해석해서는 올바로 보기 어렵다.정부의 재난지원금은 복지정책인가, 경제정책인가. 또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은?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갖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장한 '기본대출' 역시 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는 회의론과 복지정책으로서의 찬성론이 공존하는 상황이다.결국 답은 '디테일'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약간의 역진성이 있어도 파급효과가 크다면, 과도한 재정지출이 역효과를 내지 않는 수준이라면 팬데믹 시대에 해법이 되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운 정책이 발표돼도 여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야당에서도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과 정책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가 와도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디테일에서.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2020-09-15 김성주

[오늘의 창]지방체육회 '법정 법인화'놓고 동상이몽

대한체육회와 경기도체육회 그리고 31개 시·군체육회에서의 최대 핵심 현안은 지방체육회의 '법정 법인화'를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의 국회 통과다. 현재 안민석·도종환·이상헌(이상 더불어민주당)·이용(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4명이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심사를 앞두고 있다.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을 포함해 전국 시·도 및 시·군·구체육회 인사들은 개정안 통과로 시·도 및 시·군·구로부터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받길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장 등은 지난달 19일 이상헌·이용 의원을 찾아 최단 시간 내 개정안 처리를 요청한 바 있는데, 문제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개정안 처리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이기흥 회장은 스포츠토토 수익금 정률 배분을 제도화해 통합체육회 자율성·기능 강화를 담은 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또 다른 체육회 인사는 광역 시·도 또는 시·군·구청의 전체 예산 중 1% 안팎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골자로 한 체육진흥법 개정안의 통과를 밀고 있다. 전국 체육회 임직원들이 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체육인사들은 4명의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을 분석해 전국 체육인들의 염원을 담은 수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법안 심사위원들에게 호소해야 하는데, 각자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여기에 경기도 31개 시·군체육회사무국장협의회 임원진은 지난 3일 지방의회를 찾아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개정안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법이 없는데 조례안을 통한 지원 요구를 한 셈이다. 이에 일부 지방체육회 회장들은 사무국장협의회 임원진들의 행동에 불쾌감을 표출하는 등 소위 '선을 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이 같은 모래알 조직과 같은 행동이 이어진다면 결국 17개 시·도체육회 및 228개 시·군·구체육회가 그토록 갈망하는 '법정 법인화'는 제대로 이루지도 못하고 또다시 지방자치단체장의 눈치나 보며 내년도 예산을 달라고 구걸하게 될 것이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2020-09-13 송수은

[오늘의 창]정치와 말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로 며칠에 걸쳐 설전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 메시지를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극한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간호사들을 격려한 글이었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숱한 비난과 옹호의 말들로 싸움판이 벌어졌다.청와대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SNS 메시지 등 대통령의 모든 언사를 엮어 말·글집을 발간하고 있다. 나라의 기록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모든 말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 권위와 명성만큼이나 무게감도 확연히 다르다.말과 관련해 '입은 좋은 말을 내기도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서경의 글귀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駟馬難追(사마난추)' '口禍之門(구화지문)' '舌斬身刀(설참신도)' 등 한번 뱉은 말의 중요성을 경고하는 성어도 많다.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러니 말한 사람은 '오해하지 말라'고 해도 듣는 입장에서는 그 사람의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 비롯된 모든 논란과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하면 될 일이다.대통령은 말로써 나라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진중하게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대중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있어 보다 유연하게 말을 가다듬어야 한다. 흔히 '레토릭'이라며 정치적 수사를 앞세워 증오와 비난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볼 때면 인성의 수준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 엊그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이 더욱 주목받는 것인지 모른다.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말의 무거움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교양과 품위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20-09-09 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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