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오늘의 창]인천공항의 새 목표 '바이러스 프리'

'Barrier Free(배리어 프리)'는 장애인과 고령자가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애물을 제거한 시설을 말한다. 휠체어가 이동하기 편하도록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드는 식이다. 장애물(barrier)로부터 자유로운(free) 삶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리어 프리는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아파트 등 최근 짓는 건축물 대부분은 배리어 프리 인증을 받는다.'Virus Free(바이러스 프리)'는 가능할까. 바이러스가 온 사회를 휩쓸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다. 길을 가다 기침하는 이가 있으면 우려 섞인 눈으로 쳐다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든다고 해서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해 삶을 위협할지 모른다.바이러스 프리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 전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모든 공간을 무균실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범위를 좁혀 일정 공간을 대상으로 하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인천국제공항은 바이러스 프리가 적용돼야 하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인천공항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 관문이다. 안전한 인천공항은 안전한 대한민국과 연결된다. 인천공항은 전 세계 다양한 인종·국가·문화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는 인천공항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된다면, 그 성과는 더 빛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가장 한산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루 이용자가 5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 한산함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공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바이러스 프리 에어포트(Virus Free Airport)'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06-22 정운

[오늘의 창]반성문

또 한 명의 아이가 부모의 손에 비참하게 죽었다. 어른들은 다시 분노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금세 잊힐 것이다. 아동학대만큼 오래되고 전형적인 범죄가 없는데, 이처럼 쉽게 잊히는 것도 없고 범죄에 대응하는 사회의 속도 또한 이보다 느린 것이 없다.2016년 3월의 봄은 기자의 기억 속에 삶의 아름다움과 비정함이 공존했다. 낮잠 든 아이가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습관처럼 포털의 뉴스를 훑다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할 단어들이 한 문장에 쓰인 것을 발견했다. '7살 남자아이', '살해', '암매장' 등…. 휴대전화 창을 껐다. 기사는 눌러볼 생각조차 못했다. 단 한 줄도 읽을 자신이 없었다. 품 안에 잠든 아이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그 후로도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죽는, 비정한 뉴스가 시시때때로 흘러나왔다. 심장이 쿵쾅거려 일부러 기사를 보지 않았다. 엄마이고 기자이면서도 외면했다.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를 왜 구할 수 없었는지, 이 비극이 왜 멈추지 않는지, 아동학대를 둘러싼 사회 시스템을 더 파헤치고 따져봤어야 했다.부끄럽게도 9살짜리 남자아이가 작은 여행가방 속에서 목숨을 잃고 나서야 시스템을 들여다봤다. 어른들은 지나치게 안일했다. 여러 차례 구조신호가 있었지만 눈을 감았다. 어른들은 너무 늦었다. 정부는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에 따라 '전담공무원 신설'을 내세워 아동학대 해결에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예산도 인력도 없는 정책이 성공할 리는 만무하다. 아이가 당한 고통이 매스컴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 와중에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미 정해진 법을 지키는 일조차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 과연 이 정부가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그러는 사이, 9살짜리 여자아이는 목숨을 걸고 스스로 집을 탈출했다. 어쩌면 아이들이 용기를 내 스스로 그 문을 박차고 나와주길 기도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2020-06-16 공지영

[오늘의 창]후반기 가평군의회, 지향점 다시 찾기를

가평군의회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통해 큰 변화를 맞았다.그동안 군의회에 발을 못 들여놓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 포함 7석 중 4석을 석권하며 자유한국당 3석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여기에 송기욱 의원이 민주당 최초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당 출신 김성기 군수와의 미묘한 대립각이 형성되는 등 기존 정치환경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 조성됐다.이후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을 뿐 현재도 당시와 같은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요즘 가평군의회는 제8대 의회 전반기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정례회를 열고 있다.특히 의회는 이번 정례회 의사일정으로 2020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면서 집행부의 사무 전반을 들여다보며 의회기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하지만 이번 행정사무감사 진행 과정을 지켜본 일부 주민 등은 의회에 일침을 가하는데 서슴지 않고 있다.정회, 현장 의견 대립, 사전·사후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던 지난해 감사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일련의 문제 등 감사 사안에 대한 위원들의 태도나 자세 등이 지난해보다 느슨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문제 제기 한편으로는 "자세한 자료는 추후 의회에 제출해 달라"며 갈음하는 밑도 끝도 없는(?) 의원들의 마무리 주문 등이 이를 방증한다.이러한 행태는 문제 제기, 사실 확인, 대안 마련 등 의회 행정사무감사 본연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언가에 희석됐다는 느낌마저 든다.이는 출범 당시 여야를 떠나 다수의 의원이 5분 자유발언, 건의문 채택, 입장문 발표 등 지난 어느 의회보다 적극 행보와 명확한 견해 등을 지향한 8대 의회 의정활동에 반한 것으로 지양해야 마땅하다. 모쪼록 후반기 의회는 지향점을 다시금 찾아 이 같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2020-06-14 김민수

[오늘의 창]톨게이트 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 마라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하이패스 차로 전광판의 홍보 문구를 수정해라'.최근 고속도로를 이용해 인천~수원을 오갈 일이 많았는데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다 전광판에서 발견한 하이패스 홍보 문구가 운전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이패스로 코로나19 예방하세요', '코로나19 예방은 하이패스와 함께! 안전한 하이패스!'라는 식의 글귀다.작성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난 그 문구에서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바이러스가 기생할 지도 모를 숙주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라고는 하지만 하이패스의 비대면 특성만 강조해 홍보하는 방식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이패스의 '안전'을 강조했는데 과연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에서 요금 징수원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도 위험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면 방식의 요금 징수가 감염병 위험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면 더 안전한 하이패스를 이용하라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방역에 신경을 쓰는 것이 먼저여야 하지 않는가. 또 하이패스 차로 바로 옆에서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 안에는 여전히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멀쩡히 일하고 있었는데 이 노동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든다.내 주변에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 지인들이 더러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을 염려, 내 동선이 혹시나 다른 누군가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 무상으로 보급해야 할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하이패스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82.7%에 이른다. 한국도로공사가 이용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시류를 탄 하이패스 홍보보다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6-10 김성호

[오늘의 창]법 앞에 누구나 평등

검찰 등 사정기관의 행동에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던 삼성이 이번엔 발끈했다.검찰이 지난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이 부회장 등이 앞서 지난 2일 기소 타당성 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이틀 뒤에 검찰이 즉각 구속영장 카드를 내밀며 맞대응했기 때문인데, 삼성에서는 이례적인 행동이다.물론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 중 하나다.하지만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구속사유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 현행 형사소송법 제70조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주거지도 '삼겹살 집회'가 열릴 만큼 공개돼 있다.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만약 절차를 비켜가거나 무력화할 목적의 영장청구라면 법의 공정성이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 기업 총수라고 반대로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국민들도 코로나19로 경제 절벽 위기에 직면해서일까.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조사결과, '선처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10명 중 6명(59.05%)이 내놓았다.코로나19에 더해 미·중 및 한·일 무역갈등 등 각종 대외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는 이때, '사법리스크'까지 겹칠 경우 제 아무리 삼성이라도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정한 절차 속에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법이 더 설 수 있다. /황준성 경제부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차장

2020-06-08 황준성

[오늘의 창]두 바퀴의 경제

한강 북쪽 자전거길을 따라 파주 임진각 방향으로 가다 보면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를 조금 못 미친 지점에 송촌교라는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나 봤을 법한, 날 것 그대로의 초원이 공릉천변에 보존돼 장관을 연출한다. 바로 옆 자유로를 차량으로 질주할 때 전혀 볼 수 없던 풍경에 대부분의 라이더가 이곳에서 페달을 멈춘다.어느 날 송촌교에 다시 가볼 요량으로 자가용을 끌고 내비게이션을 따라갔는데 진입로를 찾을 수 없었다. 주변을 몇 바퀴 돌고서야 샛길을 겨우 발견해 도착했다. 어차피 걸어서라도 찾아갈 참이었다.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절경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전거가 급부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인 기존 과제에 더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녹색교통수단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두 바퀴가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잠재적인 자전거인구 만큼 무한하다. 먼저 자전거 및 부속품, 라이딩 의류, 수리업, 보험업 등 직접산업이 있다. 또 자전거인프라를 조성하려면 도로가 깔리고 조명과 표지판 등 시설물이 설치된다.간접산업으로는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다. 곳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캠핑과 연계를 하거나 좋았던 코스를 재차 방문하는 등의 과정에서 지역경제 파급력이 적지 않다. 틈새 광고판을 활용한 시정 홍보도 가능하다. 좋은 인상을 간직하고 돌아간 라이더들이 지역 홍보의 첨병이 될 수 있다.김포시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올여름 김포한강신도시에 공유 전기자전거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야생조류생태공원이나 금빛수로 등 지역의 차별화된 관광지를 더 수월하게 연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시의회에서는 자전거전담부서 설치까지 제안했다.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김포는 자전거 경제를 선점할 수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2020-06-04 김우성

[오늘의 창]메마른 땅에서 새싹이 돋다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는 악몽과 같은 5월을 보냈다.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팀 역사상 두 번째로 긴 10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순위는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악재까지 겹쳤다.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SK는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희망의 빛을 봤다. 오랜 무명 생활을 버텨낸 만년 유망주들의 재발견이다. KBO리그 정상급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좀처럼 빛을 못 보던 이들의 맹활약이 눈길을 끈다.지난달 3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옛 문학구장). 4-4로 맞선 5회 말 한화 이글스 투수 김진영이 던진 볼이 '딱!'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며 좌익수 뒤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이흥련의 역전 솔로 홈런이었다. 그는 부상으로 빠진 주전 포수 이재원의 빈자리를 놓고 고심하던 SK가 이날 경기 이틀 전인 29일 두산 베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전격 영입한 새 얼굴이다.이흥련은 팀 이적 후 바로 다음 날인 30일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솔로 홈런을 포함한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격에서도 흠 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그는 2013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에 입단했으나 당시 주전 포수였던 진갑용(은퇴)과 이지영(키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입대를 앞둔 2016년 11월 자유계약선수(FA) 이원석(삼성)의 보상선수로 간 두산에는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NC)가 버티고 있었다. 포수 정상호의 올 시즌 두산 합류로 이흥련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SK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이틀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린 그는 "얼떨떨하다"며 환하게 웃었다.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무명 선수들의 등장은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거듭된 부상으로 SK 입단 7년 차 만에 감격의 생애 첫 선발승을 거둔 중고 신인 이건욱,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뗀 내야수 남태혁과 불펜 투수 김정빈 등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2020-06-02 임승재

[오늘의 창]"속는 셈치고 또 믿어봐?"

어찌됐든 여의도 시계는 돌고 돌았다.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임기 첫해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으며 '파란만장' 여의도 시대가 펼쳐진 이후 4년 동안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조국사태와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여야 분열은 국론 분열로까지 비화됐다.그러다 코로나19란 미증유의 위기사태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뒤덮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적극 나서야 했던 정치권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민생관련 법안은 제대로 된 회의 한번 거치지 못하고 쌓여갔고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랴부랴 의사봉을 두드렸지만 결국 1만5천여건의 법안이 폐기됐다.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6% 수준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오는 30일 21대 국회가 시작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란 결과에 국민들은 '기대반, 걱정반' 심정으로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앞서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21대 국회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갈등과 분열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간 지긋지긋하게 반복돼 온 동물적인 국회 모습에 국민들은 늘 똑같은 마음이었다. 이번에 여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제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추진하려 한다.그러나 경험칙에 비춰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회의감이 든다. 국민들은 '속는 셈 치고 또 믿어봐?'라며 여의도를 바라볼 것이다. 4년 여의도 시계는 또 돌아간다. 국난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말고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2020-05-25 이성철

[오늘의 창]안산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먼 장래를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을 백년대계 (百年大計)라고 한다. 당장 급급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오랫동안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교육이나 환경정책 같은 큰 사안에서 먼 훗날까지 고려해 세우는 계획을 말한다.안산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백년대계를 실행하기로 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학자금 대출을 안고 졸업을 하는 사회적 굴레를 끊기 위해 마련한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반값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안산시는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생활지원금 지급, 방역, 마스크 지원 등 각종 지원사업을 벌이며 기존 예산을 수차례 재편성하는 등 긴축재정 중이다. 사정이 이렇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에 대한 반대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하지만 안산시는 오히려 지원을 확대했다. 올해 첫 대학생 등록금 지원부터, 당초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셋째 이상의 다자녀가정 대학생에서, 다자녀가정의 모든 학생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지원대상이 1천591명에서 4천700명으로 늘고 예산도 24억원에서 69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예산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안산시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것이 안산시의 설명이다. 또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듯, 안산시의 많은 젊은 인재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아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도록 지원하는 것도 행정관청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전국 시 단위 자치단체로는 안산시가 처음 시도하는 대학생 등록금 지원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과나무'가 되길 바란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2020-05-21 김대현

[오늘의 창]서해5도 어민울리는 '안전조업법' 수정을

서해5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NLL(북방한계선) 해역은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남북 충돌이 잦았던 곳이다.긴장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서해5도 주민들의 가장 큰 숙원은 NLL 해역의 어업구역 확대와 야간 조업 연장이다. 지난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 이후 그나마 조업 구역이 확대됐고 야간 조업 시간 또한 늘어났지만 이 곳 어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서해5도 어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오히려 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이 오는 8월부터 시행돼 반발이 거세다. 8월부터 남북 접경 해역에서 조업 제한 조치를 어긴 어민을 처벌하는 어선안전조업법 시행을 앞두고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어선안전조업법은 안전한 조업에 필요한 각종 사항을 규정하고 어업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제정됐다. 이 법에는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 해역에서 조업 제한 조치를 어긴 어선에 대한 벌칙 규정도 담겼다. 그동안 어민들은 조업한계선 등을 넘거나 군 당국의 통제에 불응하는 등 각종 제한 조치를 어기면 과태료나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 같은 행위를 했을 때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판문점 선언 이후 서해5도 해역에서의 조업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어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해5도 주민들은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규제 법령이 만들어져 NLL 해역 조업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남북 평화를 지향하는 현 정권의 기조와도 반대된다는 주장이다.정부는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서해5도에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이라고 이곳 주민들을 한껏 추켜세웠었다. 아직 이 말이 유효하다면 어선안전조업법은 즉각 수정돼야 하는 게 맞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2020-05-17 김명호

[오늘의 창]유종지미(有終之美)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해 끝맺음이 좋은 결과를 말하는 '유종지미'. 흔히들 '유종의 미'라고 많이 쓰인다.어쨌든 유종지미는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무왕(武王)이 세력이 커지자 점점 자만해져 처음 품었던 마음을 잃어버리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신하가 시경의 '미불유초(靡不有初, 처음이 있지 않는 것은 없고) 선극유종(鮮克有終, 끝이 있는 것은 적다)'을 이야기하며, "천하통일의 대업을 착실히 추진해 유종지미를 거둔다면 온 천하가 대왕을 우러러볼 것입니다"라고 간언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유래를 설명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종지미'가 아닐까?우리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2020년의 봄을 잃어버렸다. 지난 1월 말 시작된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민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마스크 착용, 철저한 위생관리 그리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이 흘렀다. 아직 끝은 아니다."80년을 살아가는데 지금 2~3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문제가 돼?"라고 말하던 어느 영화 고등학생의 말에 친구는 "지금 2~3년 공부를 안하면 80~90까지 힘들게 살아가는 거야"라고 맞받아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친구의 조언처럼 지금의 사태를 정리하려면 지금은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할 때다. 처음 시작했던 그 의지를 조금 더 이어가면 우리는 2020년 여름을 반갑게 맞이하지 않을까. /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2020-05-14 최규원

[오늘의 창]존중의 의미

"인증 셀카를 찍어서 올리라는 게 문제가 있다면 바꾸겠습니다." 청소 현장의 모습을 자신의 얼굴이 보이도록 셀카를 찍어 내부 단톡방에 올리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위탁관리업체는 경인일보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인증 셀카는 시행 10일 정도 만에 끝나게 됐다.인증 셀카는 청소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민원에 따라 관리를 강화하려던 업체 측의 판단에서 비롯됐다.60대가 대부분인 청소 노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들은 빗자루, 걸레통과 함께 있는 상황을 자신의 모습과 함께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그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도 부끄러웠다. "남사스러웠다", "모멸감을 느낀다"는 표현도 했다. "왜 이런 걸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노동자들의 질문에도 업체 측은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업체 측이 요구한 인증 셀카는 인권침해 여지도 충분했다. 작업 현장에서의 셀카를 강요하는 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현장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방안은 유야무야 없어지게 됐지만, 청소 노동자들에겐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겼다.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청소 노동자는 "서로 '존중'을 해주면 한 사람과도 오래 사귀고 정을 나눌 수 있다. 우리를 존중했다면 이런 결정을 쉽게 했겠는가"라고 했다.서로 존중하며 함께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책을 찾았다면, 상처가 아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라는 뜻의 '존중'은 국어사전 속에만 존재하는 단어여선 안 된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2020-05-13 이현준

[오늘의 창]80년대를 사는 정부과천청사관리소

정부과천청사를 둘러싼 2천284m 도로 관리자 찾기에 나섰다.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에 도로관리자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과천청사관리소, 과천시,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장을 듣고 관계 법령을 찾아 물어도 정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정부가 과천청사를 세울 때 도로를 시에 기부채납 했어야 했는데 이를 해 놓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문제는 과천시민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낡은 도로시설 때문에 누군가 다친다면 그는 정부기관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이 때문에 김종천 과천시장은 지난해 청사관리소장을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기자는 취재하면서 그 이유를 직감했다. 청사관리소의 태도가 낡았다. 청사관리소 측은 사고 났을 때 배상책임을 묻자 "그때 가서야 도로관리청이 가려질 것"이라고 답한다. 언론이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판을 해도 한쪽에서는 대놓고 이런 답을 한다. 과천시는 지난해 청사관리소에 과천청사의 빈 부지를 무상임대해 주면 도로관리에 나서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번엔 "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유한 청사부지를 과천시민에게만 빌려줄 수는 없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중앙이 힘이 셀 때는 별말 없이 도로를 관리하다 이제 와 책임을 회피한다는 식이다. 정부청사가 있어 과천이 혜택을 본다는 말도 덧붙인다. 청사 때문에 내쫓긴 주민들이 들으면 기함할 이야기다.청사관리소는 1980년대에 멈춰 있다. 국민들은 2020년을 사는데 청사관리소는 아직도 중앙과 지방을 수직으로 놓던 시대를 살고 있다. 청사관리소는 40여년 전에 멈춘 시계를 재빨리 돌려 시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소영 당선자와 행정안전부도 해묵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제를 인지하고도 다친 누군가가 배상받을 데가 없어 두 번 울게 된다면 그땐 중앙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권순정 지역사회부(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역사회부(과천) 차장

2020-05-05 권순정

[오늘의 창]송도시대를 맞는 인천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사옥이 중구 신흥동3가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한다. 인천항만공사 창립 15년 만의 일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창립 이래 정석빌딩 건물 일부(1·2·5층, 6·7층 일부 등 총 6천939㎡)를 임차해 사옥으로 쓰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조직·인력이 늘어나면서 사무 공간이 부족해진 데다, 임차료 부담이 커 새로운 사옥으로 옮기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인천항만공사의 사옥이 중구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한 것이 상징적인 일이다. 처음 인천항만공사가 중구에 자리를 잡은 것은 당시 인천항의 중심은 중구였기 때문이다. 1974년 개장한 내항이 벌크 화물, 2004년 문을 연 남항이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면서 인천항 물동량 상승을 견인해 왔다.2015년 인천 신항이 개장하면서 인천항의 중심은 송도로 옮겨갔다. 지난해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58%를 신항에서 처리했다. 신항 배후단지와 남항 배후단지인 아암물류2단지 등 신규 배후단지와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있다. 또한, 오는 6월에는 중구에 있는 1·2국제여객터미널이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해 문을 열 예정이다. 신규 항만 개발이 집중되고, 사옥이 이전됐기 때문에 인천항은 이제 송도 중심으로 운영된다.인천항만공사는 창립 15년 만에 송도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인천항만공사의 사옥은 송도국제도시로 옮겨가게 됐으나, 인천항만공사는 앞으로 중구 지역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이미 사옥 이전을 두고 중구 지역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와 함께 인천항만공사가 추진 중인 '내항 재개발 사업'도 중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내항 재개발 사업은 노후화한 인천 내항과 주변 지역을 재정비하는 것인데, 우선 사업인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마저도 사업성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송도 시대를 맞은 인천항만공사는 송도지역 항만 개발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인천항의 중심 임무를 수행했던 중구 지역에 대해서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05-03 김주엽

[오늘의 창]'덕분에 챌린지'

'덕분에 챌린지'가 화제다.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한 캠페인인데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화 동작 사진, 영상을 SNS에 올리면 된다. 1주일 만에 3천명이 넘게 참여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가운데 의료진들의 헌신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다.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100일이 다 돼간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확진자와 그 주변인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크다. 촘촘한 방역망에도 코로나19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끊임없이 허를 찌르고 뒤따른 경제 위기로 생계에 직격탄을 입은 이들이 적지 않다. 공공 차원의 강도 높은 방역이 실시되고 자금 지원도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위기는 현재진행형이고 분노와 우울감이 사회를 잠식한다.화살은 공공으로 향하곤 한다. 낮밤도 주말도 잊은 채 방역 지원에 매진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체로 비난이다. 왜 자금 지원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지, 왜 교회에서 예배를 보지 못하게 하는지, 그 와중에 왜 서버는 다운되는지 민원이 빗발치고 고성이 이어진다. 날선 민원에도 공공의 업이겠거니 하며 속으로 삭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서부터 반년 넘게 비상근무 체제를 이어온 공무원에게 힘든 점을 물으니 "솔직히 안 힘들다고 할 순 없지만 괜히 유난 떤다고 할까봐 무서워요. 사실 공무원이 해야할 일 하는 건데 '철밥통인 너네가 우리 마음을 아냐'는 얘기만 들을 거 같기도 하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은 한 공무원이 과로로 숨진 다음 날이었다.모두가 벼랑 끝에 내몰린 힘든 시기다.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옆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로 지쳐있는 때지만 당신 덕분에 또 우리 덕분에 어느새 이만큼 나아졌음을, 조금만 있으면 훨씬 더 나아질 것임을 잠깐이나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덕분에 챌린지'가 더 넓게, 곳곳에 번지길 소망한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2020-04-26 강기정

[오늘의 창]정우주택단지의 봄

의왕시 내손2동의 정우단독주택단지는 1983~1984년에 조성됐다. 1989년 의왕읍이 시로 승격됐고 지난해 시 승격 30주년이 됐으니 꽤 오래된 마을이다.당시 행정구역상 시흥군 의왕읍 포일리였던 포일택지개발지구 4만5천여㎡ 부지에 단독주택 148채가 지어졌다. 완만한 경사를 이룬 마을의 골목길을 걸으면 담장 위로는 높게 뻗은 나무와 꽃을, 담장 안으로는 푸른 마당을 볼 수 있다.코로나19가 없었다면 봄날 더없이 고즈넉한 이 마을로 산책 오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동네 주민이 알려줬다. 외관상 80년대 주택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서 알고 있는 것이다. 20년 쯤 산 사람도 있고 10년 정도 산 사람도 있다고 한다. 5년 전쯤 아파트에서 살다 이 동네를 보고 당장 이사를 왔다는 사람은 아직 새 주민이다.이 마을은 2008년 내손가구역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조합 설립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다. 마을을 새로 만들자는 의견과 이대로가 좋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의견의 차이가 변하지 않고 10여 년이 지났다. 감정의 골은 10년 만큼 깊어졌고, 정비되지 못한 마을은 속절없이 낡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재개발 일몰제가 적용돼 올해 정비구역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앞으로 주민공람과 관계기관의 논의 등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의왕시는 올해 도시재생과를 신설했다. 10년 동안 대립한 주민들은 시의 이런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비든 재생이든 오랜 대립을 끝내고 좋은 마을을 만들어서 잘 살아보자는 생각에는 대립이 없다. 올해 재개발 일몰제가 시작됐고, 시는 도시재생과를 만들었다. 내손가구역 주민들에게는 올해가 오랜 대립을 해소하고 이 마을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길을 찾는 해가 되길 바란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2020-04-21 민정주

[오늘의 창]총선은 인기투표가 아니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대의 정치축제, 4·15총선이 끝났다. 한쪽에선 승리의 기쁨을, 한쪽에선 패배의 쓴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대부분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투표에 대한 첫 기억은 국민학생(!) 시절 반장선거다. 민주교육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세대인 만큼 반장 투표는 일종의 '인기투표'였다. 반장이 되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인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깨닫고 교실 한편에서 의기소침해졌고, 반대로 반장이 된 아이는 친구들에게 '사랑받은 대가'로 햄버거를 돌렸다. 그 당시 국민학생의 반장 선거와 대한민국의 총선을 비교하는 이유는, 이 둘의 차이가 너무나 크지만 때로는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반장 선거는 인기투표에 불과했지만, 총선은 우리 사회가 갈 방향을 제시한다.사실 선거를 알리는 총성이 울릴 때 걱정이 앞섰다. 사상 첫 '팬데믹 선거'인 만큼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없어 보여 4·15 총선이 단순한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우려와 달리 이번 총선은 28년만(국회의원 선거 기준)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 알려주듯, 이번 총선은 여느 때보다도 큰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졌다. 단순히 인기투표가 아니었다는 것, 당선자의 뒤에는 그들이 제시한 공약과 비전이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이 크게 패배한 이유는 인물경쟁력에서 밀려서가 아닌, '심판론'은 비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판론은 유권자로 하여금 '정쟁'을 떠올리게 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인기투표에서 이긴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단지 '사랑해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선거기간 유권자들에게 제시했던 공약과 비전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결과와 관련해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기쁨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막중한 책임'을 공유하길 기대한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2020-04-19 김성주

[오늘의 창]랜선타고 흐르는 공연, 변화의 중심에 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술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다른 분야 및 업종 역시 힘든 건 매한가지다. 그러나 대중들의 인기와 관심을 먹고(?)사는 예술계의 경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연장과 전시장 등은 휴관에 돌입하거나 예정됐던 공연은 아예 취소됐다.이 중 전시의 경우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면 추후 일정 변경을 통해 재개관 전시를 하면 되지만 한번 취소된 공연은 사실상 부활(?)이 힘들다. 이에 예술계에서는 고객과의 약속과 그동안 힘들게 준비한 공연의 아쉬움을 담아 무관중 상태에서 온라인으로나마 관객들을 찾고 있다. 관객들의 입장에선 기다렸던 공연을 현장이 아닌 온라인으로나마 관람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표출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해 올리는 예술계의 입장에선 쓰린 속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다.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는 한마디로 돈이 안된다. 그러나 초기 비용은 현장 공연보다 높다. 음향과 영상 등 생중계를 위해 투입되는 각종 장비들이 많기 때문인데 현재 랜선을 타고 흐르는 공연 대부분이 공공기관에서 만든 작품이다. 민간 예술계의 경우 장비 대여비와 배우 및 스태프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랜선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다.이에 민간 예술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이다. 랜선 공연이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고정 회원제 플랫폼과 광고 삽입 영상 제작, 교육 교재 활용 영상 제작 등을 고민하고 있다. 오죽하면 민간 예술계에선 향후 공연계의 수익 창출 방안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랜선 공연은 이제 시작인 만큼 관객의 입장에서 예술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 또한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2020-04-16 김종찬

[오늘의 창]비대면 물류유통산업, 여주시가 답이다

모든 이가 힘들다. 재택근무, 휴직, 폐업, 모임 및 행사 취소, 배달 음식, 인터넷 강의 등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네 생활환경이 바뀌고 있다.미래가 불확실하다. 이 같은 시국에 문재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위기 극복에 온 힘을 기울이면서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적극적 자세도 필요하다"며 "급부상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 비대면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 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비대면 산업과 더불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기술도 있겠지만, 자본시장의 근간은 장소와 교통, 그리고 시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서 여주시는 새로운 돌파구다.현재까지 여주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정도시다. 여주시는 서울시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는 11여만명으로 인구밀집도가 낮고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다. 이 점 시사하는 바가 크다.현재 여주시에는 여주IC(영동고속도로)를 비롯해 동여주IC, 대신IC, 흥천이포IC(제2영동고속도로), 남여주IC, 서여주IC, 북여주IC(중부내륙고속도로) 등 총 7개의 IC가 있다. 그리고 수도권 제2순환선(화성~여주)에 연결된 산북IC가 건립 중이다.하지만 여주시는 남한강이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 상수원보호구역, 수질보호특별대책지역 등 각종 규제로 소규모 산업단지(6만㎡ 이하)의 입지만 가능해 기업 유치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창고형 물류단지가 난립하는 것을 마냥 바라만 볼 수도 없다.최근 여주시청 허가건축과에는 물류단지 인허가 사전심사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 물류단지 입지의 사업 타당성을 볼 때 광주권역이 마지노선이었지만, 교통편의와 저렴한 지가로 여주시가 최적의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명한 것은 무분별한 난개발은 물론 일자리 창출 없는 물류단지는 필요 없다.비대면 산업이 유망하다면 앞으로 여주시는 계획적인 물류산업단지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IC 인근으로 위치 제한, 자금력과 면적,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2020-04-15 양동민

[오늘의 창]소량의 마스크보내기, 한국의 인식 바꾼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일본 편의점을 찍은 사진을 봤다. 다양한 물품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매대는 '텅 비어' 있었다.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다. 휴지와 물티슈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우리나라도 1~2주 전만 해도 마스크 수급이 원활치 않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월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마스크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뉴스와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접한 외국인들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외국인들은 한국인 지인에게 마스크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다. 외국 지인의 부탁을 받은 이들은 소량이라도 보내주고 싶어 한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것은 개인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뿐 아니라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지인에게 마스크를 보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해외에 체류하는 가족에게 보내는 것만 제외하고 마스크 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매 안팎의 마스크를 외국으로 보내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이 인도적 목적으로 소량 보내는 것은 국내 마스크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그로 인해 얻는 효과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작은 정책 변화가 '부러움'을 '고마움'으로 바꿀 수 있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2020-04-02 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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